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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LB] 또 초반 징크스에…

    [MLB] 또 초반 징크스에…

    류현진(26·LA 다저스)이 초반 징크스에 또 울었다. 류현진은 12일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미프로야구 애리조나와의 홈 경기에서 12일 만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10안타(무사사구 1탈삼진)를 얻어맞고 3실점했다. 초반 집중타를 맞은 것이 뼈아팠다. 0-3으로 뒤진 7회 브랜든 리그에게 마운드를 넘긴 류현진은 시즌 20번째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지만 팀이 1-4로 져 14승 사냥에 실패하며 6패째를 떠안았다. 88개의 공을 뿌린 류현진은 58개를 스트라이크로 꽂았고 직구 최고 구속은 153㎞를 찍었다. 평균자책점은 3.02에서 3.07로 나빠졌다.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향한 ‘매직넘버’ 6을 그대로 유지했다. 3~4경기 등판을 남긴 류현진은 오는 18일 애리조나 원정 경기에 나설 전망이다. 류현진은 경기 뒤 “몸 상태는 괜찮다. 12일간 쉰 것도 좋았다”면서 “다음에 애리조나와 상대하기 전에 타자들을 충분히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못 던진 것은 아닌데 타자들이 잘 노려쳤다. 그나마 점수를 많이 주지 않은 것이 위안거리”라고 덧붙였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안타를 10개나 맞았지만 병살타도 많이 유도했다. 초반 안타를 많이 맞은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지만 류현진은 던지는 방법을 아는 투수”라며 대체로 합격점을 줬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홈페이지는 “류현진이 올해의 신인왕 후보다운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며 “류현진은 최상의 패스트볼을 던지지 못했다. 볼넷을 내주지 않았지만 탈삼진은 올 시즌 가장 적은 1개였다”고 전했다. 류현진은 1, 2회 3점을 내주며 초반 악몽에 또 시달렸다. 자신을 상대로 각각 타율 .375와 .500의 맹타를 휘둘렀던 ‘천적’ A J 폴락과 폴 골드슈미트에게 이날도 안타 2개씩을 내주며 혼쭐이 났다. 직구는 힘이 없었고, 커브와 체인지업 등 변화구 각도도 밋밋했다. 투구 수 88개 중 1회(21개)와 2회(17개)에만 38개의 공을 던졌다. 류현진은 27차례 등판에서 1회 평균자책점 4.67, 피안타율 .301로 다른 이닝에 비해 현저히 높았다. 결국 류현진의 초반 부진은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경기 전 충분히 몸을 풀지 않아 초반 제구가 흔들린다는 지적이 잇따랐지만 이날도 악습이 되풀이됐다. 직구 제구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앞서 릭 허니컷 다저스 투수 코치는 “류현진은 제구력으로 승부하는 투수다. 기교파들은 1회에 고전하는 경우가 강속구 투수에 견줘 많다”면서 “1회는 자신의 투구 리듬을 찾는 시점이어서 집중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1회 류현진은 폴락과 윌리 블룸퀴스트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1, 2루의 위기에 몰렸다. 상대 주포 골드슈미트가 밀어친 타구가 우전 적시타로 연결돼 선취점을 줬다. 2회에도 헤라르도 파라에게 좌선상 2루타를 맞고 좌익수 실책이 겹치면서 주자 3루를 허용한 뒤 터피 고즈위시의 2루타로 3점째를 헌납했다. 타석에서는 4회 2사 1루에서 우전 안타를 날려 2타수 1안타(시즌 타율 .212)를 기록했다. 한편 이날까지 173이닝을 던진 류현진은 옵션 계약에 따라 170이닝을 넘겨 보너스 25만 달러(약 2억 7000만원)를 받게 됐다. 이후 10이닝이 늘 때마다 25만 달러를 더 벌어 200이닝을 돌파하면 최대 100만 달러를 받도록 계약했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원톱 찾기 ‘쓴맛’… 제로톱 전술 ‘단맛’

    유럽파를 수혈해 아이티 및 크로아티아와 2연전을 치른 축구대표팀은 골 결정력 부재라는 고질적인 숙제를 풀지 못했다. 아이티전에서 4골을 넣으며 홍명보 감독 취임 후 첫 승을 거뒀지만, 강호 크로아티아를 상대로는 마무리가 안 되는 장면이 또 반복됐다. 반면 전형적인 스트라이커 자원이 없는 상태에서 ‘제로톱 전술’로 확실한 공격옵션을 추가한 것은 나름의 수확이었다. 홍 감독의 최전방 고민은 더 깊어졌다. 경기 후 “(전형적인 원톱이 아닌) 구자철, 이근호를 그 자리에 세워봤는데 누군가는 대체해야 한다. 문제가 풀릴 때까지 계속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답답해 했다. 4-2-3-1포메이션에서 원톱 자원은 공격의 정점이다. 홍 감독은 ‘원샷원킬’ 박주영(아스널)을 이끌고 2012런던올림픽 동메달을 따냈다. 취임 후 김동섭(성남)·서동현(제주)·김신욱(울산)·조동건(수원)·지동원(선덜랜드)까지 다양한 선수를 시험했지만, 누구도 확실한 임팩트를 주지 못했다. 심지어 10일 크로아티아전에서 선발 출전한 조동건의 슈팅수는 ‘제로’. 6경기를 치르면서 6골을 뽑았지만 최전방 선수에서 나온 득점은 없다. 페널티킥 2골을 빼면, 나머지는 측면 날개·섀도스트라이커가 뽑아냈다. 경기 후 역시나 박주영의 발탁이 거론됐지만, 홍 감독은 미지근한 표정을 지었다. 실전 경기에 나선 지 1년이 넘어 감각이 떨어져 있는 데다 ‘소속팀에서 잘 뛰는 게 우선’이라는 자신의 대표선수 선발 원칙에도 위배되기 때문. 조만간 잉글랜드를 방문하는 홍 감독이 박주영과 어떤 얘기를 나누느냐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나름의 수확도 있었다.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는 구자철(볼프스부르크)의 자리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옮겼던 게 기대 이상의 효과를 봤다. 크로아티아와의 경기에서 구자철을 ‘가짜 원톱’(false 9)으로 세운 제로톱 전술은 전방의 숨통을 확 틔웠다. 구자철은 좌우날개 손흥민(레버쿠젠)-이청용(볼턴), 중앙 미드필더 김보경(카디프시티)과 유기적으로 자리를 바꾸며 다양한 찬스를 만들었다. 구자철이 측면이나 미드필드로 빠지면서 중앙에 공간을 내줬고, 손흥민과 이청용이 빈 중앙으로 들어와 때리는 형태는 견고한 크로아티아 수비벽에도 통했다. 고육지책으로 낸 공격조합이 새로운 공격옵션으로 추가된 것은 확실히 큰 소득이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저가 ‘아이폰 5C’ 中시장 뒤흔들까

    저가 ‘아이폰 5C’ 中시장 뒤흔들까

    애플이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본사에서 아이폰5의 후속작과 저가형 아이폰을 동시에 내놓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번 공개행사는 중국 등 신흥시장을 겨냥한 저가형 ‘아이폰5C’가 향후 시장 판도를 바꿀 주요 변수가 될지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포천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애플은 이번 행사에서 아이폰 신제품인 ‘아이폰 5S’와 저가형 제품인 아이폰 5C를 소개할 예정이다. 이 중 보급형 스마트폰인 아이폰 5C는 400달러 이하의 낮은 가격으로 출시될 전망이다. 저가형 아이폰의 마케팅 타깃은 중국으로 대표되는 신흥시장이다. 중국은 올 2분기만 자국 내에서 8800만대의 스마트폰을 출고할 만큼 이동통신업계의 공룡으로 성장했다. 전세계 스마트폰 출고량의 3분의1에 해당하는 숫자지만 정작 이 가운데 애플의 점유율은 5%가 못 된다. 결국 아이폰 5C의 출시를 기점으로 애플은 중국시장을 잡기 위해 사상 초유로 박리다매 전략을 택한 셈이다. 문제는 아이폰 5C에 달린 가격표다. 스튜어트 제프리 노무라증권 애널리스트도 “가장 중요한 것은 저가형 아이폰의 가격”이라고 밝혔다. 그는 “애플이 아이폰 5C의 가격을 350달러 아래로 낮출 수 있다면 신흥시장에서 상당한 반응을 얻을 수 있겠지만 400달러 이상으로 책정하면 새로 공략해야 할 시장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애널리스트들의 말대로 상당한 반응을 불러올 수 있도록 350달러 이하까지 가격을 낮추더라도 숙제는 남는다. 그 가격대에서 판다면 애플 스스로 마진율에 상당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편에선 시장점유율 측면에서 저가와 고가폰 2가지로 승부하는 투트랙 전략이 오히려 애플엔 제 살 깎아 먹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국내 전자업계 관계자는 “아직 성장시장(emerging market)인 중국에서 저가형 아이폰이 나온다면 기존 아이폰 시장을 잡아먹는 시장 잠식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점유율 상승도, 매출 상승도 만들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미 안드로이드 운영체계(OS)에 익숙해진 사람이 많다는 점도 애플엔 부담이다. 이 관계자는 “특정 운영체계(OS)에 익숙해진 사람이 다른 운영체계를 쓰는 스마트폰으로 갈아 타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내부에서는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세련된 디자인과 안정적인 OS, 강력한 이미지 마케팅 속에서 다져진 아이폰의 선호도는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무시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신흥시장은 물론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아이폰은 하나쯤 갖고 싶은 프리미엄 제품이라는 이미지가 굳어 있다”면서“애플이 신흥시장에서 적정한 가격을 찾아내 이런 수요를 흡수한다면 삼성이나 LG 등 경쟁사는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90분간 악착 같았기에… 간신히 한 골은 건졌다

    90분간 악착 같았기에… 간신히 한 골은 건졌다

    축구대표팀이 동유럽 강호 크로아티아(세계랭킹 8위)를 상대로 따끔한 본선 예방주사를 맞았다. 세계적인 강팀과 대등한 승부를 펼쳤지만, 빈곤한 골 결정력과 세트피스 실점이라는 해묵은 숙제도 짊어졌다.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에서 1-2로 패했다. 프리킥 찬스에서 허무하게 두 골을 내줬지만 이근호(상주)가 후반 48분 만회골로 희망을 보여줬다. 홍 감독 취임 이후 6경기에서 1승3무2패. 지난 2월 크로아티아전 대패(0-4)를 설욕하겠다는 계획은 수포로 됐고, 상대전적도 2승2무3패가 됐다. 그래도 태극전사는 잘 싸웠다. 크로아티아의 마리오 만주키치(바이에른 뮌헨),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 이비차 올리치(볼프스부르크) 등 최정예 멤버가 빠졌지만 브라질(9위)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높은 월드클래스임을 보여줬다. 장거리 이동에 시차적응 문제까지 있었지만 공격은 간결하면서도 정확했고, 수비라인은 견고했다. 탄탄한 체격과 긴 다리를 앞세워 편하게 공을 찼다. 홍명보호에서는 구자철(볼프스부르크)의 포지션 찾기에 한창이어서 스쿼드를 대거 손질했다. 구자철을 내려 수비형 미드필더로 세웠고, 공격조합에 조동건(수원)·손흥민(레버쿠젠)·김보경(카디프시티)·이청용(볼턴)을 냈다. 구자철은 소속팀에서처럼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섰지만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삐걱댔다. 상대 공격을 저지하는 압박은 약했고, 전방으로 뿌려주는 패스도 질이 떨어졌다. 중앙에서 활약이 미미하니 왼쪽 날개 손흥민과 원톱 조동건이 고립된 건 당연했다. 전반 내내 오른쪽 이청용 혼자 ‘원맨쇼’를 펼쳤다. 우리가 날린 유효슈팅도 고작 1개. 홍 감독은 후반 한국영(쇼난 벨마레)을 넣으며 구자철을 최전방으로 옮겼고 덩달아 한국의 흐름도 좋아졌다. 후반 1분 손흥민이 돌파 끝에 수비수 두 명을 제치고 슈팅을 날리더니, 후반 15분과 17분에는 이청용이 거푸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를 만들었다. 경기장을 꽉 채운 4만 723명 붉은 악마의 파도타기 응원으로 분위기도 후끈 달아올랐다. 그러나 고질적인 실점 루트인 세트플레이에서 거푸 골을 내줬다. 후반 19분 프리킥 상황에서 도마고이 비다(다이나모 키예프)가 헤딩으로 골망을 흔들었고, 6분 뒤엔 니콜라 칼리니치(드니프로페트로프스크)가 프리킥을 머리로 연결했다. 순식간에 0-2. 이날 처음 발을 맞춘 포백 윤석영(QPR)·김영권(광저우)·곽태휘(알샤밥)·이용(울산)은 잽싸게 파고드는 상대 공격수를 놓쳤다.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에 이근호가 ‘라스트 라스트 미닛’ 헤딩골로 영패를 면했다. 홍명보 감독은 “전반엔 미드필드를 많이 내줘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후반에는 대등한 경기를 했다. 어리고 경험 없는 선수들에게 좋은 경기였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러면서도 전형적인 원톱의 부재, 세트플레이에서 불안한 포백라인, 느슨한 수비조직력에 대한 우려도 감추지 않았다. 이고르 스티마치 크로아티아 감독은 “한국은 스피드·테크닉·조직력·콤비네이션까지 전부 좋았지만 골 결정력이 부족했다”면서 “축구에서는 골을 넣지 못하면 진다”고 훈수했다. 홍 감독은 조만간 영국으로 출국해 프리미어리거를 점검하며 박주영(아스널)·기성용(선덜랜드) 등 ‘겉도는’ 선수들을 접촉할 예정이다. 대표팀은 새달 브라질(12일), 말리(15일)와 평가전을 치른다. 전주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호텔따라 떠나는 그리스

    호텔따라 떠나는 그리스

    좋은 호텔은 좋은 여정을 만든다. 아테네와 펠로폰네소스반도의 이오니아해, 에게해에 자리한 좋은 호텔 세 군데를 소개한다. ●Athens 아테네 올림픽을 기억하는 신의 도시 ▶hotel 고대 도시의 품격을 품다 호텔 그랜드 브르타뉴Hotel Grande Bretagne 공항에서 아테네 시내로 접어드는 길은 혼잡하다. 얼키설키 얽힌 도로 위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노라면 신들의 도시 아테네에 대한 막연한 로망은 흐려지고 만다. 로망 이전에 아테네는, 전 세계에서도 매연으로 이름 높은 그리스 제일의 도시인 것이다. 호텔 그랜드 브르타뉴는 그런 아테네의 심장부에 자리하면서도 혼잡한 도심의 기운을 뒤로하고 당당하게 서 있다. 그랜드 브르타뉴가 문을 연 건 1874년. 140년이 넘는 세월은 호텔에 고스란히 녹아 들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시간은 현재에서 과거로 흘러 고대 도시 아테네로의 여정을 알린다. 로비의 와이파이 존을 찾아다니며 현실의 끈을 놓지 못하는 현대인은 그래서 그랜드 브르타뉴에서 초라해진다. 그랜드 브르타뉴가 세워진 이래 아테네에서는 두 번의 올림픽이 열렸다. 최초의 근대 올림픽인 1896년 아테네 올림픽과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이 그것이다. 그랜드 브르타뉴는 두 번의 올림픽 당시 모두 공식 호텔로 지정됐다. 전 세계에서 유례 없는 기록이다. 호텔의 유명세에는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소피아 로렌 등 왕족들과 할리우드 스타들의 방문도 한몫 했다. 그랜드 브르타뉴는 클래식과 디럭스 타입의 객실을 비롯해 7개 타입의 스위트 객실을 선보인다. 비교적 좁은 편인 낮은 등급의 객실이라도 고풍스럽기는 한결같다. 완벽한 조망을 바란다면 디럭스 스위트가 제격이다. 객실은 디럭스 타입과 동일하지만 아크로폴리스를 조망하는 넓은 발코니를 지녔다. 세세한 배려 또한 잊지 않았는데, 객실에는 각각 다른 5종류의 베개가 비치돼 있다. 부대시설로는 인도어 수영장과 아웃도어 수영장, 스파 등이 자리했다. 압권은 레스토랑이다. 멀리 아크로폴리스를 품은 ‘GB 루프 가든’의 풍경은 시간과 빛의 움직임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진다. 그곳에서는 한낮에는 태양을 받아 찬란하게 빛나고, 어두운 밤에는 조명으로 환하게 물든 아크로폴리스를 맞게 된다. GB 루프 가든에서의 식사는 맛을 음미하고 배를 채우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다. 여행의 참맛을 되뇌게 하는 행복한 각성이다. 그랜드 브르타뉴에는 GB 루프 가든을 포함해 7개의 레스토랑이 자리했다. 찾아가기 아테네 국제공항에서 호텔까지는 차로 45분 정도 걸린다. 신타그마 광장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타면 호텔까지 쉽게 닿을 수 있다. 시내에서 이동한다면 지하철 신타그마역을 이용해도 된다. 호텔의 위치는 호텔을 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 그런 의미에서 그랜드 브르타뉴는 백 점 만점에 백 점이다. 호텔은 국회의사당과 신타그마 광장 바로 옆에 자리했다. 신타그마 광장은 아테네의 트렌드와 미식 중심지인 에르무, 미트로폴레오스 거리와 이어진다. 아크로폴리스, 제우스 신전, 판아테나이코스 근대 올림픽 경기장 등 아테네의 굵직굵직한 볼거리 또한 차로 10분여 거리로 가깝다. 홈페이지 www.grandebretagne.gr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h Drive 코린토스Corinth 그리스 본토와 펠로폰네소스 반도 사이에는 코린토스 운하가 흐른다. ‘육지에 파 놓은 물길’이라는 운하의 뜻 그대로 코린토스 운하는 인공적으로 판 물길이다. 1881년에 시작된 공사는 1893년에 끝나 코린토스에서 살로니코스까지 700km 바닷길을 단 6.3km로 줄였다. 운하를 파려는 노력은 기원전부터 있어 왔지만 매번 여러 반대에 부딪쳤다. 신이 막아 놓은 것을 왜 파느냐는 종교적인 이유도 있었고, 살로니코스에 비해 코린토스의 해수면이 높아 살로니코스가 잠기고 말 거라는 비과학적인 이유도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기술이었다. 67년, 네로 황제는 포로 6,000명을 동원해 공사에 착수했지만 그들은 모두 수장되고 만다. 이리저리 한눈에 담기는 코린토스 운하는 펠로폰네소스를 찾는 여행자라면 반드시 지나는 길이다. 코린토스 운하만 스쳐 지나기 섭섭하다면 루트라키 해변이나 아크로코린트로 향하는 것도 괜찮다. 한적한 루트라키 해변에는 그리스 대중 음식점인 ‘타베르나’가 줄지어 서 있다. 입맛 당기는 해산물 요리는 시끌벅적하게 그리스 스타일로 즐겨야 그 맛이 배가 된다. 아크로코린트는 아크로폴리스의 3배 높이인 해발 575m에 세운 도시국가다. 코린토스와 살로니코스를 모두 굽어보는 전략적 요충지에 자리해 여러 차례 땅의 주인이 바뀌는 비극을 겪었다. 사람이 오를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쌓았던 아크로코린트의 성벽은 길이가 4.6km, 두께가 무려 두께 7m에 달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0min Drive 아크로폴리스Acropolis 아크로폴리스는 폴리스의 높은 곳이라는 의미다. 각 폴리스에는 아크로폴리스가 존재하지만 오늘날 아크로폴리스는 흔히 아테네를 일컫는다. 아테네는 1,000여 개에 이르는 도시국가 중 하나인데, 대표적인 도시국가로는 아테네, 스파르타, 테베 등이 있다. 아크로폴리스로 향하기 전 여행자들은 으레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에 들른다. 이전에는 파르테논 신전 옆에 자그마하게 자리했지만 지금은 ‘뉴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이라는 이름으로 웅장하게 변모했다. 아크로폴리스의 변천사와 출토 유물 등의 전시물도 볼 만하지만 건축가 베르나르 추미가 참여한 박물관 건물은 그 자체로도 유명하다. 아크로폴리스는 이름 그대로 높은 언덕에 자리했다. 박물관에서 나와 언덕까지는 걸어야 하고, 그 길 중간에는 음악당인 헤로데스 아티쿠스가 있다. 닫힌 문 사이로 일부 모습을 드러내는 음악당은 아크로폴리스에 입장한 후에야 제대로 된 반원형의 모습을 보여 준다. 불레의 문을 통과하면 양쪽으로 선 에레크테이온 신전과 파르테논 신전을 보게 된다. 에레크테이온 신전은 남쪽 벽의 여인 조각상 가리아티드로 유명하다. 파르테논은 아크로폴리스를 대표하는 유적이다. 도리아식 기둥의 황금 비율을 선사해 최고의 신전이라는 찬사를 받지만 세월에는 장사가 없다. 늘 그래 온 것처럼 파르테논 신전은 공사 중이다. 입장료┃뉴 아크로폴리스 박물관 5유로 아크로폴리스 전망대 12유로 ●Pylos 필로스 이오니아 해의 숨결 ▶hotel 상상 그 이상의 리조트 코스타 나바리노Costa Navarino 코스타 나바리노는 단순한 리조트가 아니다. 오랜 열정과 땀의 결실이다. 코스타 나바리노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해는 1987년. 그리스의 해운 선주 바실리스는 펠로폰네소스 남서쪽에 자리한 메시니아 주의 땅을 일부 구입하며 코스타 나바리노의 서막을 올렸다. 코스타 나바리노가 첫 손님을 맞이한 해는 2010년. 23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 리조트에는 1만6,000그루가 넘는 올리브 나무와 8,000그루가 넘는 과실수가 옮겨 심어졌다. 황량했던 황톳빛 땅은 나무가 우거진 푸른 땅으로 변모했다. 코스타 나바리노의 골프 코스는 일대를 더욱 푸르게 꾸민다. 2009년에 선보인 코스타 나바리노의 듄 코스는 푸르름의 결정판이다. 티박스에 서면 골프 코스와 조화를 이룬 바다와 강, 언덕의 푸르름이 한눈에 담긴다. 듄 코스는 US 마스터스 챔피언인 베른하르트 랑거와 골프 매니지먼트 회사인 트룬 골프가 설계했다. 듄 코스 외에 코스타 나바리노에는 2011년에 완성된 베이 코스가 하나 더 있다. 코스타 나바리노의 골프 코스가 특별한 이유는 코스타 나바리노는 골프 리조트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름하며 내세우지 않은 시설조차 코스타 나바리노에서는 이리도 훌륭하다. 코스타 나바리노는 그 밖에도 즐길거리가 넘쳐난다. 수영장은 기본. 리조트 내에는 워터 슬라이드를 갖춘 아쿠아파크까지 자리했다. 정규 테니스 코트에 어린이 전용 테니스 코트까지 갖췄으니 기타 스포츠 시설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다. 이오니아 해를 마주한 1km 길이의 해변이 자리했지만 리조트에 머물며 해변에 나갈 일은 흔치 않다. 코스타 나바리노의 건물은 돌로 된 성채를 연상케 하는 메시니아의 전통 양식을 따랐다. 건물들이 미로처럼 연결된 까닭에 무심코 길을 나섰다가는 헤매기 일쑤다. 리조트 지도는 필수. 리조트 내 시설은 상상을 초월한다. 코스타 나바리노에는 18곳에 달하는 레스토랑이 자리했다. 그리스 정통 요리에서 아시아 요리까지, 전 세계 맛 기행이 리조트 내에서 이뤄진다. 스시 등 아시아 요리를 선보이는 라운지 바인 ‘인비’와 야외극장과 인접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다 루이지’는 특히 인기다. 조식은 뷔페 레스토랑인 ‘모리아스’에서 진행된다. 코스타 나바리노에서 직접 만드는 신선한 요구르트와 다양한 종류의 꿀과 잼이 특징이다. 객실은 로마노스 리조트에 320개, 웨스틴 코스타 나바리노에 444개가 마련돼 있다. 모든 객실에는 리조트 시설과 바다가 조망되는 넓은 발코니가 딸려 있다. 일부 1층 객실은 전용 인피니티 수영장을 갖췄다. 찾아가기 아테테 국제공항에서 자동차로 2시간 45분 거리다. 아테네 공항에서 출발하는 리조트 전용 택시는 한 대에 280유로. 국내선을 이용, 칼라마타 공항에서 리조트로 이동하는 것도 가능하다. 칼라마타 공항에서 48km 거리로 리조트 전용 택시는 한 대에 70유로다. 홈페이지 www.westincostanavarino.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3h 20min Drive 모넴바시아 Monemvasia 육지에서 섬이 됐다가 다시 육지와 연결된 모넴바시아. 필로스에서는 3시간, 칼라마타에서는 2시간 30분 거리다. 아테네에서 모넴바시아로 가려면 무려 5시간이 걸리지만 당일치기로 모넴바시아를 찾는 이들도 꽤 된다. 길에 버리는 시간조차 아깝지 않을 만한 가치가 모넴바시아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모넴바시아는 펠로폰네소스 남동쪽 라코니아 주에 우뚝 선 섬이다. 본디 반도에 속한 땅이었지만 375년의 대지진을 겪으며 섬으로 분리됐다. 이 섬은 수백 년이 지난 6세기, 다시 육지와 400m 둑으로 연결된다. 모넴바시아는 그리스어 ‘모네Mone’과 ‘엠바시Emvassi’가 합쳐진 말로 ‘하나의 입구’라는 뜻이다. 실제 모넴바시아로 들어가려면 단 하나의 입구를 지나야 한다. 그렇게 닿은 모넴바시아는 식물의 뿌리처럼 뻗은 고샅으로 이어진다. 입구의 고샅은 중앙 광장으로, 또다시 아랫마을과 윗마을로 연결된다. 모넴바시아는 아랫마을과 윗마을로 구분된다. 아랫마을을 굽어보며 선 윗마을은 옛 모습을 잃은 지 오래. 여행자들의 발길이 잦은 아랫마을에는 보수를 거친 800여 채의 옛집과 4곳의 교회가 남아 있다. 중앙 광장에서 바다 쪽 절벽을 굽어보면 절벽에 매달린 집들의 모양새에 모넴바시아는 역시 그리스 섬이구나 싶다. 그러다가 눈을 돌려 고샅을 훑으면 육지의 어디인가 싶기도 하다. 고양이도 마찬가지다. 음식을 조금이라도 얻어 먹겠다고 얌전히 테이블 옆을 지키니 여행자들에게 길들여진 ‘섬 고양이’인가 싶다가도 다가서면 흠칫 놀라 몸을 낮춰 피하니 ‘육지 고양이’인가 싶다. 육지 혹은 섬. 풀리지 않는 숙제다. 모넴바시아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다. 고샅을 훑고 바다를 감상하고, 레스토랑과 카페, 기념품 가게를 둘러보는 일이 전부라면 전부다. 하루 이틀 더 묵어 간다 해도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생기지는 않을 것 같다. 다만 고샅을 품은 그 집, 바다를 안은 저 집의 정취가 모두 달라 며칠 머물며 별다른 일을 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모넴바시아는 그런 곳이다. 스페체스 섬은 자동차가 없는 곳이다. 천천히 오가는 마차가 이곳의 예스러운 정취를 더해 준다. ●Spetses 스페체스 오토바이가 넘실거리는 섬 ▶hotel 그리스 최초의 리조트 호텔 포세이도니온 그랜드 호텔The Poseidonion Grand Hotel 정기선이든 전셋배든 수상택시든, 스페체스로 향하는 배들은 크기와 형태를 막론하고 다피아 선착장Dapia Port으로 향한다. 멀리, 배에서 바라보는 스페체스는 늘 바라 온 그리스 섬이다. 에게해를 비추는 햇빛은 청록빛에 물들고, 바다로 쏟아질 듯 섬의 언덕에 다닥다닥 붙어 자리한 집들은 파스텔톤 황톳빛을 머금었다. 선착장에서 내려다본 스페체스의 풍경은 또 다르다. 선착장에서 걸어서 1분도 채 안 되는 거리에 포세이도니온 호텔이 떡 하니 자리하고 있어 스페체스의 전형과는 조금은 다른 스카이라인을 그려 낸다. 포세이도니온 호텔은 프랑스 남동부, 지중해 연안의 휴양지인 코트다쥐르의 건축 양식으로 지어졌다. 아테네의 호텔 그랜드 브르타뉴와도 동일한 양식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을 빌리자면 ‘그리스 관광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급히 지은, 외견만 고급스런 호텔이 아니라 제대로 정성을 들여 세운 품격 있는 본격적인 호텔이다.’ 비즈니스 개념의 호텔만이 존재했던 19세기. 포세이도니온은 그리스 최초의 리조트호텔로 1914년에 문을 열었다. 유럽 각국의 왕족들이 호텔을 다녀갔고 그들의 흔적은 호텔의 옛 장부에 생생하게 남았다. 숙박객들의 이름과 숙박료를 꼼꼼하게 적은 옛 장부는 로비 한 편을 장식하며 호텔의 역사를 말해 준다. 포세이도니온 호텔은 웅장하고 화려하다. 방과 거실을 분리한 듯한 형태의 로비는 고급스러운 소파와 테이블로 꾸몄다. 로비 천장은 화려한 샹들리에로 장식하고 층과 층은 나선형 계단으로 연결했다. 포세이도니온은 6층은 됨직한 3층 건물이다. 현대의 실용성만 놓고 본다면 형편없는 건물이겠지만 사치스럽기에 웅장하고 화려할 수 있었다. 다만 1914년에 머물렀다면 호텔은 낡아 버렸을 것이다. 호텔은 2004년부터 5년간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시행해 2009년 6월에 다시 문을 열었다. 타일, 벽돌 등의 자재는 기존의 것을 유지했기에 웅장하고 화려한 옛것과 깨끗하고 편리한 새것은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포세이도니온 호텔은 히스토릭 윙Historic Wing과 포세이도니온 뉴 윙Poseidonion New Wing으로 구분된다. 각 건물에는 슈피리어, 디럭스, 스위트 등급의 객실이 자리한다. 정원, 바다의 조망에 따라 객실 등급은 또다시 세분화된다. 낮은 등급의 객실은 아담한 침실과 욕실이 있는 단출한 시설이지만 편안한 침대와 침구를 갖췄다. 반면 스위트 등급의 객실은 사치스러울 정도로 고급스럽다. 그중 전용 엘리베이터로 닿을 수 있는 로열스위트는 호텔에서도 단 하나뿐인 객실이다. 3개의 침실에는 각각 욕실이 딸려 있으며, 넓은 거실은 값비싼 가구로 채웠다. 압권은 에게 해를 끌어안은 발코니. ‘발코니의 넓이가 부의 기준’이라는 그리스의 문화를 몸소 깨닫게 하는 장소다. 포세이도니온 그랜드 호텔은 ‘베스트 클래식 부티크 호텔Best Classic Boutique Hotel In The World’ 등 2012년에만 호텔 어워드 3관왕을 차지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찾아가기 펠로폰네소스 아르골리스 주 남동쪽 끄트머리에 자리한 코스타 항에서 스페체스까지 가는 페리를 매일 4회 운항한다. 소요 시간은 15분. 운항 시간은 수시로 바뀌므로 호텔에 문의하는 게 좋다. 수상 택시는 코스타 항을 비롯해 포르토 헬리 등지에서도 이용 가능하다. 24시간 운항하지만 늦은 밤이나 새벽에 타려면 따로 문의해야 한다. 아테네에서 스페체스 섬으로 바로 간다면 피레에프스(피레우스) 항에서 출발하는 배를 타면 된다. 배의 종류에 따라 2시간 30분~3시간가량 소요된다. 홈페이지 www.poseidonion.com 유의사항 그리스의 2,000여 개의 섬 중 사람들이 살아가는 섬은 200여 개다. 그리스 섬 사람들은 연중 섬에 살지만 11~4월에 여행자들이 섬을 찾기는 힘들다. 이 시기에는 호텔은 물론 카페나 레스토랑 등 여행자 편의시설이 모두 문을 닫는다. 이유는 다름아닌 날씨 때문. 강수량이 집중되는 시기라 그리스의 찬란한 햇빛은 고사하고 우중충한 날씨가 이어진다. 포세이도니온 호텔 또한 같은 이유로 이 시기에 문을 닫는다. 1~10min Walk 스페체스Spetses 스페체스 섬에는 차가 없다. 호텔에서 짐을 나르는 데 사용하는 개조 트럭이 존재하지만 일상적으로 운행되는 차는 아예 없다고 보면 된다. 그렇지 않아도 섬이라는 단어는 고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법. 자동차마저 사라져 버린 섬의 정적은 가보지 않고는 짐작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스페체스 섬의 실상은 정적과는 거리가 멀다. 섬은 차가 없는 대신 오토바이로 넘쳐난다. 10초에 한두 대의 오토바이는 반드시 보게 되니 하릴없이 섬을 왔다갔다 하는 이들이 있음이 분명하다. 여행자에게 오토바이를 빌려 주는 가게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오토바이를 타면 섬 구석구석을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겠지만 작은 섬에서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천천히 섬을 걷다 보면 섬의 풍경과 일상이 느리지만 여유롭게 눈에 담긴다. 조금 멀리 이동할 일이 있다면 마차를 타면 된다. 섬의 정취에 예스러운 정취를 더하는 아주 멋진 교통수단이다. 포세이도니온 호텔에서 걸어서 1분이면 다피아 선착장이고, 다피아 선착장 인근에는 스페체스 섬의 다운타운이 형성돼 있다. 말이 다운타운이지 걸어서 10분이면 훑을 만한 기념품 가게, 카페, 레스토랑 등이 모여 있다. 기념품 가게의 단골 메뉴는 마차, 집, 고양이 등 스페체스의 풍경이 새겨져 있는 마그네틱이다. 여기에 영어로 휘갈겨 적은 ‘스페체스’라는 글씨는 기념만 되지 않는다면 지워 버리고 싶을 정도로 조악하다. 신발, 의류, 모자, 액세서리 등을 판매하는 기념품 가게도 많다. 무언가를 사고 말고를 떠나서 모든 가게들은 예쁘고 아기자기하게 스페체스의 풍경에 녹아 있다. 카페와 레스토랑은 점심이나 저녁 시간을 제외하면 한산하다. 스페체스의 ‘그리스’ 할아버지들은 한산한 카페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나른한 그들의 일상은 여행자들에게 그리스를 말하는 풍경이 된다. 지금은 아니지만 17~18세기의 스페체스는 ‘부富’로 대변되는 섬이었다. 스페체스의 작은 섬에는 범선을 만드는 큰 조선소가 있었고 이곳에서는 화물과 대포를 모두 실을 수 있는 범선을 생산했다. 17세기 이전, 그리스는 해적으로 골머리를 앓았는데 이러한 범선이 생산되며 순조로운 무역이 가능해졌다. 스페체스 섬에 부를 가져다준 본거지는 올드하버다. 오늘날 제일 항구의 명예는 다피아 선착장에 내줬지만 당시 올드하버의 영화로운 흔적은 여전히 남아 있다. 올드하버에는 요트 등 개인 소유의 배들이 즐비하고, 인근에 자리한 부유한 선박 소유주들이 지은 호화로운 집들이 스페체스 특유의 풍경을 만든다. 수백년이 지난 지금도 이들 가옥은 그리스에서 가장 비싼 집들 중 하나로 손꼽힌다. 올드하버는 다피아 선착장에서 2km 정도 떨어져 있다. 다피아 선착장과 가까운 락사리나 부부리나Laksarina Bouboulina의 집도 스페체스 섬이 풍요로웠던 시절에 지어졌다. 부부리나는 1821년 투르크와 맞선 독립전쟁에 전 재산을 내어 놓고 독립군을 이끈 여걸이다. 그리스에서 그녀의 이름을 듣는 건 어렵지 않은 일. 유로를 쓰기 이전 그리스의 화폐인 드라크마에도, 거리 이름에도 부부리나는 살아 있다. 과거나 현재나 변함없이 부부리나를 존경하는 그리스인들 덕분에 스페체스는 풍요로움과와 더불어 영광의 섬으로 불리게 됐다. 부부리나의 집은 1991년에 부부리나 박물관으로 선보였다. 집 안에 오래된 무기와 책, 도자기, 편지와 문서, 그림, 개인 소장품 등을 전시하고 있다. 부부리나의 후손이 40분간 영어가이드 투어를 진행하며 6유로의 입장료는 옛 집을 유지, 보수하는 데에만 쓰인다고 한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h 15min 에피다브로스Epidaurus 에피다브로스는 의술의 신인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병의 치유를 기원하던 장소다. 에피다브로스에 모인 환자들은 일상의 즐거움을 찾았고, 대규모 반원형 극장은 그렇게 탄생했다. 에피다브로스는 그리스, 로마의 오케스트라 극장 가운데 유일하게 온전한 모습을 갖추고 있다. 기원전 4세기경에 지어진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음향 시스템 또한 완벽하다. 에피다브로스의 무대에는 당시의 음향 시스템을 시험하고자 전 세계 여행자들이 줄을 선다. 소리를 치는 이들도, 노래를 부르는 이들도 있다. 객석의 가장 높은 곳에 올라도 소리는 잘 들린다. 소리가 벽을 치고 증폭돼 울리는 것마냥 아주 잘 들린다. 에피다브로스의 반원형 극장은 1만4,000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 입장료 6유로 1h 30min 나프플리온Nafplion 펠로폰네소스 반도 아르골리우스 주에 자리한 나프플리온. 투르크와의 독립전쟁에서 승리한 후 그리스 임시정부가 들어선 곳이기도 하다. 나프플리온은 아테네와도 2시간 30분가량 거리로 가까워 당일치기 여행이 가능하다. 나프플리온을 기점으로 삼고, 에피다브로스를 함께 돌아보면 된다. 타운 홀이 자리한 신타그마 광장은 나프플리온 여정의 출발점이다. 여유가 된다면 나프플리온이 한눈에 조망되는 아크로 나프플리온과 팔라미디 성채에 올라 본다. 아크로 나프플리온의 언덕 아래로는 바다 혹은 골목으로 이어지는 길이 여러 갈래로 펼쳐진다. 카페와 레스토랑, 기념품 가게가 늘어서 있는 나프플리온의 골목은, 일상이다.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그런 일이 늘 그렇게 일어나는 것처럼 골목 사람들은 여유롭다. 나프플리온의 개들도 골목 개 행세를 한다. 원색의 꽃이 흐드러지게 핀 나프플리온의 골목에서는 여행자가 아닌 척, 그들의 생활에 녹아 들어 골목 사람처럼 굴고 싶다. 하지만 이런 마음은 꽃보다 화려하게 치장한 기념품 가게에서 꺾이고 만다. 어느 관광지에나 있는 그저 그런 기념품이 아니라 꽤 괜찮은 물건을 파는 가게들이 몇 있어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 골목을 벗어나 바다로 난 길로 향하면 바다 위에 떠 있는 성채가 보인다. 부르지 섬이다. 베네치아인들의 요새였던 곳으로 19세기에는 사형 집행인들이 은퇴 후 이곳에서 생활했다 한다. 글·사진 Travie writer 이진경 취재협조 터키항공 02-3789-7054 www.turkishairlines.com ▶travie info 항공 한국에서 그리스로 가는 직항은 없다. 터키항공을 이용해 인천, 이스탄불, 아테네를 연결하면 빠르고 편리하다. 인천과 이스탄불 구간은 매일 1회, 이스탄불과 그리스 구간은 매일 4회 운항된다. 시차 그리스가 한국보다 6시간 느리다. 화폐 유로를 사용한다. 2013년 7월 기준, 1유로는 1,477원. 전압 220V, 50HZ. 한국의 전기 제품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 “모바일 통해 맞춤상품 설계…신용카드 3.0시대 앞장설 것”

    “모바일 통해 맞춤상품 설계…신용카드 3.0시대 앞장설 것”

    “지금이 상품 혜택이나 디자인에 대해 경쟁하는 ‘신용카드 2.0’ 시대라면 앞으로는 감성이나 문화, 공유 등이 중요한 ‘신용카드 3.0’ 시대가 찾아올 것입니다. 비씨카드가 이런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앞장서겠습니다.”이강태(59) 비씨카드 사장은 26일 취임 1주년을 맞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처럼 밝혔다. 이 사장은 스마트폰을 통해 신용카드 발급부터 사용, 할인 기능까지 실시간으로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신용카드 3.0 시대로 정의했다. 모바일 기기를 통해 내게 맞는 서비스만 골라 상품을 설계하고 실시간 상담을 통해 불편한 점은 즉각 개선하는 등 소비자와의 ‘공감’이 중요해질 거라는 의미다. 비씨카드는 대주주인 KT의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소비자와의 공감을 극대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사장은 향후 주요 사업으로 ▲중소가맹점(연매출 2억원 미만) 전문 매입사업 추진 ▲해외시장 진출 ▲교육 등 신규사업 진출 등을 꼽았다. 현재 카드사와 중소가맹점은 개별적으로 계약을 맺고 있다. 중소가맹점은 전체 가맹점(240만개) 중 97%를 차지하지만 1년에 40%가 교체돼 관리 비용이 많이 들었다. 가맹점 수수료(1.5%)도 낮아 카드사 마케팅에 소외돼 있었다. 이 사장은 “카드사가 중소가맹점 관리로 지출하는 비용이 업계 전체로 따지면 약 2000억원 수준이라 비씨카드가 전문 매입 사업자가 되면 이 비용을 큰 폭으로 낮출 수 있다”면서 “중소가맹점도 카드사 마케팅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사업이 안정화되면 규모의 경제로 인해 처리 원가가 줄어 가맹점 수수료도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독점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인력 조정 문제, 밴(VAN) 대리점 반발 등은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신용카드 사용이 늘고 있는 신흥국에 결제 프로세싱 사업 모델도 수출할 계획이다. 이 사장은 “올해 안에 인도네시아에 대표 사무소를 설립할 예정”이라면서 “우크라이나 FIDO그룹과 선불카드 사업 컨설팅 계약을 맺었고, 중국 인롄카드와의 전략적 제휴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사장은 지난 1년간 성과로 모바일카드, 글로벌카드 등의 확장을 꼽았다. 모바일 카드는 이달 월별 이용액이 200억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비자나 마스터 등 해외 결제망을 이용하지 않고 해외에서 사용 가능한 글로벌카드는 현재 발급 좌수가 340만장을 넘어섰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백발들의 100℃ 향학열 공자님도 맹자님도 깜짝?

    백발들의 100℃ 향학열 공자님도 맹자님도 깜짝?

    “인일능지(人一能之)어든 기백지(己百之)하며, 인십능지(人十能之)어든 기천지(己千之)니라. 남이 한 번에 능하거든 나는 백 번에 능하도록 하며 남이 열 번에 능하거든 나는 천 번에 능하도록 할 것이니라. 매사에 남들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는 뜻입니다.”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21일 오전 11시 동대문구 전농2동 주민자치센터 4층에선 단정한 유생복을 한 백발 선생님과 또래 학생들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로 건너간 듯한 풍경을 연출했다. 윤렬상(76) 성균관유학대학원 교수가 고문과 한시 등 열띤 강의를 이어가는 가운데 수강생 40여명이 중용(中庸)을 익히며 만학의 열정을 태우고 있었다. 수강생이 해당 부분을 음독과 함께 읽으면 윤 교수가 쉽게 풀이한 후 한 줄씩 흥취나 리듬을 넣고 다시 읽었다. 매주 수요일 오전 9시 30분~ 오후 1시 맹자와 논어 등 고문과 한시 기초이론 강의가 단계별로 이루어진다. 숙제로 주어진 5자의 운(韻)과 시제로 지은 한시를 칠판에 적고 발표도 한다. 이를 윤 교수가 함께 감상하고 부족한 부분을 고쳐준다. 지영선(67) 할머니는 “처음에는 아는 한자가 몇 자 안 됐다. 3년째 수업을 받다 보니 전국 한시 백일장에서 가작이나 장려상도 받게 됐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가정형편 때문에 초등학교도 겨우 졸업했고 나이 먹어서 뭘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역시 배움에는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덧붙였다. 구의회 초대 사무국장을 지낸 윤철환(82) 할아버지도 “옛 문헌들의 고문을 배우다 보면 어느새 사고의 깊이가 더해짐을 느낀다. 신기독(?其獨·아무도 보지 않고 혼자 있을 때조차 부끄러운 짓을 하지 않는다)하도록 항상 갈고 닦는다”고 말했다. 수강생 대부분은 시문학 동인 ‘선농정사’ 회원으로 ▲선농대제 백일장 재연 ▲성년례의식 행사 주관 ▲청소년 예절 교실 운영 등 우리 전통 유교문화를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매년 음력 4월 열리는 ‘선농제 백일장’은 동대문구와 한국 한시협회가 함께 주최하며 장원과 차상, 차하, 가작을 뽑아 ‘선농제’ 당일 임금(동대문구청장)과 선농대제보존위원장이 각각 시상 후 책으로 펴낸다. 또 매년 5월 셋째 주 월요일인 성년의 날에 성년례의식을 주관하면서 청소년들이 어른으로서의 책임감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재능기부의 하나로 올 여름방학 동안 중·고등학생 20여명에게 한자와 서예, 예절 등 ‘청소년예절 교실’을 운영하기도 했다. 김영석 선농정사 사무총장은 “장소 제공뿐 아니라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유덕열 구청장과 직원들이 없었다면 동대문구에서 고문과 한시는 사라졌을 것”이라며 “소중한 우리 전통문화를 지키고 발전시키는 데 더 애쓰겠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내년초부터 송도 정상업무… 한국 경제에 도미노 효과 줄 것”

    “내년초부터 송도 정상업무… 한국 경제에 도미노 효과 줄 것”

    우리나라가 대형 국제기구 중 최초로 유치한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이 연말까지 인천 송도 G-타워에 문을 연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기후변화 논의의 허브(중심축)로 도약하는 첫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GCF 사무국 초대 사무총장에 내정된 헬라 체크로흐(41)는 20일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향후 청사진을 밝혔다. 체크로흐 사무총장 내정자는 튀니지 출생으로 시티그룹, 세계은행에서 금융 관련 업무를 했고 아프리카개발은행(AfDB)에서 에너지환경기후변화 국장을 역임한 기후변화금융 전문가다. 다음 달 공식 취임한다. 그는 “내가 먼저 몸담았던 AfDB는 11년간 임시로 튀니지에 있었는데도 경제적으로 많은 효과를 누렸다”면서 “한국은 튀니지보다 발전한 나라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더욱 큰 효과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초대 사무총장으로서 GCF를 어떻게 이끌어갈 계획인가. -중기적으로는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도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것이다. 우선 기후변화 현실을 인정하고 적응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 장기적으로 지구 온난화의 빠른 속도를 막아내는 결실을 맺어야 한다. →기후변화 논의에 있어서 한국의 역할은 무엇인가. -한국 정부는 개도국에서 선진국이 된 경험을 갖고 있다. GCF를 유치할 때 많은 국가들의 지지를 받은 이유다. 기후변화 논의는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 많은 조율이 필요하다. 한국은 양쪽의 경험을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소통하도록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사무국은 언제 문을 여는지 또 인원은 얼마나 될지. -오는 10월 이사회에서 관련 예산을 승인받으면 곧바로 인력 충원에 나설 계획이다. 올해 말까지는 사무처의 문을 열 것이고, 내년 1분기 중 첫 직원들과 함께 정상적인 업무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송도를 둘러보았는데 느낌은. -한국의 송도는 새롭게 발전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GCF와 같다. GCF의 유치로 송도는 기후변화논의의 허브가 될 것이고, 주변 지역과 한국 경제에 도미노 효과를 줄 것이다. 송도의 미래가 곧 GCF의 미래라고 생각한다. →GCF가 지구환경금융(GEF)이나 기후투자펀드(CIF) 등 다른 기후변화펀드들과 어떻게 다른지. -GCF는 유엔 기후변화 총회에서 190여개 국가들이 지지한 국제기구다. GEF나 CIF는 세계은행 안에 조성된 그룹으로 특정 목표가 달성되면 해체한다. 하지만 GCF는 프로젝트를 스스로 만들어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돕는 영구적인 조직이다. 또 GCF는 다른 기후변화펀드들과 다르게 기업 등 민간 분야 재원까지 끌어들이는 게 특징이다. 민간 기업들은 ‘기후변화대응’이라는 좋은 의미의 투자를 하고 이윤을 받을 수 있다. →지난 6월 이사회에서 120대1의 경쟁률을 뚫고 GCF의 초대 사무총장이 됐다. 국제기구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청년들을 위해 조언을 한다면. -돈보다 일을 하면서 내가 과연 즐거운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또 국제기구는 다양하다. 역동적이고 창의적인 인재를 좋아하는 기관이 있는가 하면 경험이 많은 경력직을 선호하는 곳이 있다. 이후 내가 가진 능력을 냉철히 봐야 한다. GCF의 경우 금융이나 정책, 기후변화 전문가들이 도전할 만하다. 한국은 교육을 많이 받은 이들이 많아 강점이 있다고 본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정기홍의 시시콜콜] 진주 남강 유등의 비가(悲歌)

    [정기홍의 시시콜콜] 진주 남강 유등의 비가(悲歌)

    경남 진주시와 서울시간의 ‘등축제 베끼기 논쟁’이 진주에서 서명운동에 나서며 확산일로에 있다. 지난달 31일 진주시장의 서울시청 앞 1인 시위에 이은 후속 행보다. 지천으로 늘린 등(燈)을 두고 왜 한치의 물러섬 없이 다툼질을 할까. 논쟁은 ‘한국방문의 해’(2010~2012년)에 맞춰 서울 청계천에서 열린 ‘서울등축제’에서 시작됐다. 진주시는 서울시에서 남강유등축제를 베꼈다며 축제를 거두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는 상생하는 방안을 찾자고 제안했지만, 진주시는 일언지하에 거절한 상태다. 이 논쟁은 사실상 ‘유등’(流燈)에서 비롯됐다. 유등은 420년 전 임진왜란 때 진주성 안팎에 군사신호를 보내거나 가족 안부를 묻는 데 사용됐다. 이후 한국 종합예술제의 효시로, 1949년 시작된 개천예술제 때부터 남강에 유등을 띄웠다.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전국 최우수축제로 3년 연속 지정됐고, 세계축제협회(IFEA) 피너클 어워드 금상 3개를 수상했다. 지난 2월엔 세계 3대 겨울축제인 캐나다 ‘윈터루드 축제’에 초청됐다. 우리의 축제로서는 첫 해외 진출이다. 12월에는 ‘나이아가라 빛 축제’ 참가가 확정된 상태다. 인구 35만의 중소도시로서는 긍지를 가질 만한 행사이고, 서울시에 우리가 원조란 토를 달 만한 근거는 된다. 그러나 서울시는 등을 활용한 축제가 아시아에서는 보편화돼 있고, 한국 등축제의 기원도 임진왜란이 아니라 통일신라 때라고 주장한다. 또 진주시가 모방했다고 주장하는 11개의 등도 5개를 서울시에서 먼저 전시하는 등 일반 소재의 등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서울의 지천에 등축제를 더 늘릴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진주시로서는 억장이 무너질 만한 말이다. 하지만 서울등축제의 전반을 보면 남강유등축제의 포맷과 비슷한 게 한두 개가 아니다. 청계천 물 위에 설치한 등 디자인 철 구조물이 그렇고, ‘유등띄우기’와 ‘희망유등띄우기’ 등의 명칭도 엇비슷하다. 진주를 의식한 ‘첫 사례’ 자료를 백화점식으로 나열한 것도 보기에 민망스럽지만, 서울등축제에 남강유등축제를 초대하겠다는 대목에서는 ‘약육강식의 정글’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글로벌축제가 된 남강유등축제가 어찌 후발 축제에 참여하겠나. 이번 논쟁에서 얻은 것도 적지 않다. 양측은 피차 축제에 대한 무지를 드러냈다. 진주시는 역사성만 강조했지 완벽한 독창성을 갖추지 못했다. 많은 남강유등 디자인을 중국 쯔궁시 기술자들에게 맡겼다. 서울시도 베끼는 것이 이런 큰 논란을 부를지 몰랐을 터다. 창의적인 축제 콘텐츠에 대한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는 숙제를 던진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진주시장을 만나야 하는 이유이다. 초등학생이 박 시장에게 “함평나비축제도 서울에서 만들고, 한강에 유등행사를 기획할 겁니까”라고 묻는다면 어찌 답할 것인가. 논설위원 hong@seoul.co.kr
  • [세법 개정안 전면 재검토] 교육·의료 등 복지예산 늘고 SOC예산 줄어드나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정부 경제팀에 새로운 숙제를 던졌다. 중산층이 체감할 수 있는 정부 지출의 규모를 더 늘리라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교육비나 의료비 지원 등 중산층이 피부로 느끼는 예산 사업은 반영 규모를 더 늘리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곧 내놓을 내년도 세출 예산에 교육 등의 지출규모가 추가로 늘어날지 주목된다. 기획재정부에 제출돼 있는 각 부처의 예산요구안을 종합하면 교육 분야는 지난해보다 17.1%, 보건·복지·노동은 11.3% 늘어나 있는 상태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12.7% 감소했다. 기재부는 일단 박 대통령의 언급에도 불구하고 당장 교육·의료 등 예산을 추가로 늘리는 것까지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미 각종 복지정책으로 서민·중산층 관련 예산을 크게 늘려놓은 상황”이라면서 “대통령의 언급은 향후 세법 개정안을 보완할 때 세수 부족이 복지지출 축소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라는 정도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이미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 이행 등을 위해 SOC 등 예산이 크게 줄어들어 더 이상의 감축 여력이 없다는 현실론도 반영돼 있다. 박 대통령이 직접 지목한 교육 분야의 경우 내년에 국가장학금 사업과 3~4세 누리과정 지원 및 고교 무상교육 예산이 새로 신설된다. 교육부는 소득 1~8분위 가정의 대학생들이 학자금을 지원받는 국가 장학금 사업에 1조 6000억원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중앙정부가 국세 징세비율에 따라 지방정부에 배정하는 교부금으로 이뤄지는 3~4세 누리과정 지원 및 고교 무상교육 예산에는 2조 8000억원이 든다. 세종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외계 생명체 존재가능성 가장 높은 곳은 ‘유로파’”

    “외계 생명체 존재가능성 가장 높은 곳은 ‘유로파’”

    외계 생명체를 찾아 떠나는 인류의 다음 행선지는 목성의 위성 유로파가 될지도 모르겠다. 나사 제트 추진 연구소(NASA‘s Jet Propulsion Laboratory)는 7일(현지시간) “태양계에서 가장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곳이 목성의 위성 유로파”라면서 “랜드 미션(land mission)이 생명체의 징후를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밝혔다. 제트 추진 연구소의 이같은 주장은 현재 화성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찾고 있는 탐사로봇 큐리오시티 처럼 목성에도 우주선을 보내야 한다는 희망을 피력한 것이다. 실제 그간의 연구를 종합하면 유로파의 외계 생명체 존재 가능성은 그 어떤 행성보다도 높다. 지난 1610년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발견한 유로파는 목성에서 4번째로 큰 위성으로 탐사선 보이저호에 의해 표면이 얼음으로 덮여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지난 2011년 미 텍사스 오스틴 대학 브리트니 스미트 교수팀은 유로파 얼음 표면 바로 아래에 거대한 규모의 호수가 존재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후 일각에서는 외계 생명체 존재 가능성까지 조심스럽게 제기했으나 탐사로봇이 직접 유로파의 ‘뚜껑’을 열어봐야 진실을 알 수 있는 숙제를 남겼다. 나사 제트 추진 연구소 로버트 파팔라도 박사는 “인간이 보낸 탐사 로봇이 유로파에 착륙해야 조사할 것과 필요한 장비들을 알 수 있을 것” 이라면서 “그만큼 유로파에 가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와 연구 및 기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朴대통령의 끝없는 ‘인문학 사랑’

    朴대통령의 끝없는 ‘인문학 사랑’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인문학의 힘’을 강조해 왔다. 인문학이 새 정부 4대 국정기조 중 하나인 문화 융성의 원동력이 되는 것은 물론 핵심 정책인 창조경제의 토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인문학이 장기적으로 국력을 끌어올리는 뿌리라는 점에서 인문학을 중흥시킨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하는 것도 양보할 수 없는 박 대통령의 의지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7일 청와대에서 인문학 분야 인사들과 오찬을 함께 하며 의견을 교환했다. 이날 오찬은 박 대통령이 여름휴가에서 복귀한 이후 처음 가진 공식 일정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나도 과거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절을 보낼 때 인문학을 통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인문학이야말로 인간과 역사에 대한 통찰력으로 시대의 변화, 새로운 변화를 이끌고 또 그런 토양과 토대를 제공하는 학문”이라며 “앞으로 새 정부는 국민이 인문학을 쉽게 접할 수 있고 인문학적 자양분을 충분히 제공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인문학의 틀에서 역사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참석자들의 제안과 관련, “편협한 자기 생각을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며 영혼을 병들게 만드는 일이다. 우리 혼을 구성하는 있는 역사에 대해 갈라지게 되면 국민 통합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찬에 참석한 인문학 석학들의 뼈 있는 조언이 쏟아졌다. “기초예술 분야는 거의 빈사 상태다. 자본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기초예술에 정부 돈을 써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나와야 한다. 무형 문화유산이야말로 블루오션 분야다”, “언어 폭력이 난무해서 사회의 질이 크게 저하됐다”, “100세까지 사는데 모든 나라가 신체 건강에만 매달려 있다. 책을 읽지 않으면 정신 건강이 유지되겠나” 등 우리 사회의 인문학 경시 풍조에 일침을 가하는 표현이 이어졌다. 한 참석자는 교육부가 추진하는 개인정보단말기(PDA) 보급 등 첨단 교육 시스템 도입 문제에 대해 “정말 큰일 날 일”이라면서 “아이들일수록 종이 책으로 교육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의 ‘인문학 챙기기’는 일회성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월 서울국제도서전을 찾았다. 박 대통령이 도서전에서 구입한 인문학 책 5권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 공개적으로 사들인 유일한 물품이다. 박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에도 외국어 실력과 동양 고전 지식 등 인문학 지식이 밑바탕에 자리한다. 다만 인문학 중흥을 위한 정교한 ‘액션 플랜’을 언제 어떻게 내놓을지는 남은 숙제라고 할 수 있다. 이날 오찬에는 이시형 한국자연의학종합연구원 원장, 유종호 연세대 석좌교수, 김우창 이화여대 석좌교수, 소설가 박범신·이인화, 권영민 단국대 석좌교수 등 인문학 분야 지성 13명이 참석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열린세상] 금융 감독 체계 개편, 독립성이 관건이다/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금융 감독 체계 개편, 독립성이 관건이다/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난 7월 23일 금융위원회(금융위)는 독립적인 금융소비자 보호 기구 신설을 골자로 하는 ‘금융 감독 체계 선진화 방안’을 국무회의에 보고하고 국회에 제출하였다. 이는 지난 3월 국회가 여야 합의로 정부에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 문제를 비롯한 전반적인 금융 감독 체계 개편’에 관한 계획서를 올 상반기 중에 국회에 제출하도록 요구하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금융 감독 체계 선진화 태스크포스(TF)’를 가동시켰고, TF는 지난 6월 금융 감독 체계 개편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의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내부 준독립기구화하는 방안이었다. 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금융소비자 보호 방안으로는 미흡하다는 지적을 하게 되자, 한 달 만에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 설립 방안을 내놓게 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금융위 안이 현행 금융 감독 체계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가 금융정책 업무와 감독정책 업무 둘 다 수행함으로써 금융 감독의 독립성 확보가 되어 있지 않다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즉, 금융위의 금융정책 업무는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감독정책 업무는 금감원으로 넘기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인데, 금융위는 이를 피해 가고 있다. ‘선진화’가 아닌 ‘후진화’ 방안인 것이다. 금융위는 금융정책과 감독정책의 분리 문제를 ‘금융 행정 체계’ 문제라면서 여야가 합의한 ‘금융 감독 체계 개편’ 대상이 아니라고 ‘꼼수’를 부리고 있다. 금융정책과 감독정책의 분리 필요성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금융정책과 감독정책 간의 구분이 쉽지 않다”고 하면서 문제를 회피하고 있다. 그러나 엄연히 금융위 설치법은 금융정책과 감독정책의 업무를 분리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 3월 정부 조직 개편이 마무리되어 또다시 경제부처 조직 개편을 추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한다. 정부 조직 개편은 언제나 건드릴 수 없는 ‘성역’인가. 문제가 있으면 고치는 것이 답이다. 과거 정부도 대통령 임기 중간에 정부 조직 개편을 한 사례가 있다. 못할 이유가 없다. 금소원 설립 방안도 문제투성이다. 금융 감독 체계 개편 논의에서 중요한 금소원 설립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 없이 대통령 말 한마디에 ‘급조된’ 방안을 내놓았으니 말이다. 금융기관은 이제 ‘두 시어머니’를 모시게 될 것이라고 아우성이다. 금소원에 금융기관 자료 제출 요구권과 검사 및 제재권을 부여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금융상품 판매와 관련한 금융기관 영업행위 감독권을 금소원에 부여했으니 금감원과의 업무 구분이 모호하게 될 가능성도 크다. 두 기관 사이에 긴밀한 업무 협조가 필요한데 잘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현재도 금융위와 금감원이 수시로 관할권을 갖고 싸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어쨌든 금융위는 국회가 내준 ‘숙제’를 마친 셈이다. 이제는 제출한 숙제를 검토해야 할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국회는 현행 금융 감독 체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올바른’ 개편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조급하게 서둘러서는 안 된다. 이번에야말로 진짜 ‘올바른’ 개편 방안을 마련할 좋은 기회이다. 국회는 지난 7월 4일 금융·경제 분야 학자와 전문가들 143명이 ‘올바른 금융 감독 체계 개편’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사실을 주목하여야 한다. 핵심은 세 가지이다. 첫째, 금융위의 금융정책과 감독정책 업무를 분리하여 금융 감독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둘째,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을 전담하는 기구를 금감원에서 분리하는 것이다. 셋째, 감독 관련 기관 간의 협력 체제 구축을 담당하고 체제적 위험(systemic risk) 관리를 하는 ‘금융안정협의회’를 설치하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국회에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기구를 만들어 바람직한 금융 감독 체계 개편 방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전문가 143명이 얼마나 답답했으면 이런 성명서를 내는 ‘극한’ 방법을 택했을까. 국회는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올바른 금융 감독 체계 개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이적 어머니의 삼형제 서울대 합격 비법은?

    이적 어머니의 삼형제 서울대 합격 비법은?

    가수 이적이 서울대 합격 비법을 공개했다. 지난 5일 방송된 SBS ‘힐링캠프-기쁘지 아니한가’에는 ‘한여름밤의 힐링 콘서트 특집’으로 이적이 출연해 다양한 이야기와 함께 노래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이날 방송에서 이적은 자신을 포함해 3형제가 모두 서울대에 진학했다고 밝혔다. 이적의 형은 서울대 건축학과, 동생은 인류학과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힐링캠프 MC들은 “전담 과외를 시켰나”라면서 삼형제를 모두 서울대에 입학시킬 수 있었던 이적 어머니의 교육 방침에 대해 물었다. 이에 이적은 “교육을 시키지 않는 게 방법이었다”고 답해 궁금증을 키웠다. 알고 보니 이적의 어머니는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로서 생활하다가 39살의 나이에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하는 모습을 몸소 보여주자 자녀들 사이에서도 자연스럽게 학습 분위기가 형성됐던 것이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를 각별히 따랐던 형제들은 괜스레 어머니 곁에 함께 있고 싶어 옆에서 책도 보고 시키지 않아도 숙제를 하면서 관심을 끌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정작 이적의 어머니는 아들들이 “내가 공부 잘하면 뭐해 줄 거야?”라는 질문에 “네가 공부하는 건 날 위한 게 아니야. 네가 잘 되면 네가 좋은 거지, 내가 좋은 거니?”라고 답해 아이들의 자립심을 일찍부터 키워줬다고 이적은 덧붙였다. 다만 이적의 어머니는 “일부러 시간을 내서 공부할 생각 하지 말고 수업시간에만 집중해라”라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방송에서는 유재석이 영상으로 깜짝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경제전문가 긴급 현안 설문] “경제민주화 속도조절 필요” 60%… 재계 vs 학계 입장차 뚜렷

    [경제전문가 긴급 현안 설문] “경제민주화 속도조절 필요” 60%… 재계 vs 학계 입장차 뚜렷

    경제 전문가 10명 중 6명은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 추진에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직업군별로 차이는 뚜렷했다. 재계 종사자들은 4명 중 3명꼴로 ‘속도조절론’을 주장했지만 교수, 연구기관 종사자 등 학계에서는 10명 중 4명 정도만 이에 찬성했다. 당장의 경제 사정과 중장기 경제시스템 선진화에 대한 각각의 견해가 극명하게 갈린 셈이다. 박근혜 정부가 숙제로 안고 있는 대선 공약은 필요 시 추진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95%로 압도적이었다. 서울신문 설문에 응한 전문가 85명(학계 34명, 재계 28명, 금융계 23명) 가운데 69.4%는 ‘경제민주화가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다’고 답했다. ‘크게 진전됐다’(4.7%), ‘지나치게 많이 진전됐다’(4.7%)의 응답까지 합하면 경제민주화 정책이 진전을 봤다는 의견이 10명 중 8명꼴인 78.8%에 이르는 셈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경제민주화 정책 추진에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응답자의 60.0%가 답했다. 16.5%는 ‘그간의 경제민주화 입법 중 일부는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고 10.6%는 ‘그간의 추진 성과면 충분하다’고 답했다. ‘강력하게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은 11.8%에 불과했다. 경제민주화의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답한 이들은 재계가 75%로 가장 많았다. 이어 금융계(69.6%), 학계(41.2%) 순이었다. 반면 경제민주화를 계속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학계(26.5%), 금융계(4.3%) 순이었다. 재계는 없었다. ‘경제민주화 속도조절론’은 정부가 올 상반기에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가맹점주의 권리 강화, 불공정특약 금지, 공정위 전속고발제 폐지, 일감몰아주기 규제 등과 관련된 경제민주화 법안들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성과를 거두었기 때문에 나온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가 해결해야 할 경제현안’(2개 복수응답)에 대해 61.2%가 ‘규제 개혁 등 기업환경 개선과 투자 활성화가 가장 시급하다’고 응답했다. 이어 ‘주택경기 회복 등 부동산 시장 활성화’(37.6%), ‘실업난 해소와 비정규직 문제 완화 등 고용 개선’(24.7%), ‘막대한 가계부채 해소’(16.5%) 등의 순이었다. 주택경기 활성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대책으로 ‘취득세 및 등록세 인하’(30.6%)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폐지(28.2%)’가 가장 많았다. 총부채상환비율(DTI) 및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 금융규제 완화’(17.6%)가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관련해서는 ‘국정과제, 지방공약 모두 타당성 재검토’ 56.5%, ‘국정과제는 이행하되 지방공약은 타당성 재검토’ 34.1%, ‘지방공약은 이행하되 국정과제는 타당성 재검토’ 27.4% 등으로 전체의 95.3%가 전체 혹은 부분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세종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GTA5 다음달 17일 발매…폭력성은 숙제

    GTA5 다음달 17일 발매…폭력성은 숙제

    게임 GTA5가 다음달 발매를 앞두고 화제다. 에이치투인터렉티브는 ‘그랜드시프트오토5’(이하 GTA5)를 다음달 17일 현지화를 거쳐 발매한다고 5일 밝혔다. GTA5는 오픈월드 게임의 교과서적인 작품으로 이전 시리즈에 비해 한층 더 방대한 스케일의 도시를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GTA 시리즈는 게임 이용자가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면서 행인을 치고 달아나는 등의 폭력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이 예상되고 있다. 에이치투인터렉티브는 “제작사인 락스타게임즈에 꾸준히 요청한 현지화가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면서 “GTA 시리즈의 첫 한글화 작품을 유저들에게 제공할 수 있게 돼 무척 기쁘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현지화는 영문 음성에 한글 자막을 통해 PS3와 X박스360으로 발매될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휴가 마친 朴대통령 숙제 3개와 씨름 중

    휴가 마친 朴대통령 숙제 3개와 씨름 중

    박근혜(얼굴) 대통령이 2일 4박 5일 동안의 여름휴가를 마쳤다. 박 대통령은 휴가 초반 부친과의 추억이 서린 경남 거제시 저도를 다녀온 뒤 청와대에서 조용히 하반기 정국 구상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휴가지에서 입은 2만~3만원대 ‘냉장고 치마’는 올여름 유행 아이템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홀가분한 마음으로 업무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풀어야 할 ‘숙제’가 쌓여 있기 때문이다. 당장 개성공단 사태에 대한 ‘중대 결단’을 해야 하는 시점이 임박했다. 우리 정부의 마지막 회담 제의에 북한이 이날까지 닷새 동안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을 경우 박 대통령의 휴가 복귀 후 첫 번째 과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인선이 늦어져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청와대 정무수석과 공공기관장 인선 조치도 주목된다. 이미 주요 공공기관장 인선 작업은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3월 첫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장 인선 기준으로 ‘국정철학 공유’와 ‘전문성’을 제시했고, 그 결과 과거 정권에서 횡행하던 선거 보은 차원의 ‘정치권 낙하산’은 감소했다. 이후 그 빈틈을 공공기관에 대한 우월적 지위를 보유한 ‘관료 낙하산’들이 메우고 있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인선에 제동이 걸렸던 만큼 박 대통령이 꺼내 들 인선안에 관심이 쏠린다. 두 달째 공석인 정무수석 임명도 결정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장외투쟁으로 정국이 경색된 데다 다음 달 정기국회 개회를 앞두고 있어 정무수석의 역할이 시급하다는 주문이 많다. 최근 망언을 잇달아 쏟아내는 일본 아베 신조 정권과 관련해 박 대통령이 8·15 광복절 경축사에 어떤 메시지를 담아낼지도 주목된다. 이미 청와대는 관련 부처들과 경축사 문구 작성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의 역사 왜곡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3·1절 기념사보다 표현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이 우리와 동반자가 되어 21세기 동아시아 시대를 함께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역사를 올바르게 직시하고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커버스토리-팝업스토어 전성시대] 가로수길에서 단 한 달… ‘아이스크림 맥주’ 3만 잔 팔린 사연

    [커버스토리-팝업스토어 전성시대] 가로수길에서 단 한 달… ‘아이스크림 맥주’ 3만 잔 팔린 사연

    하이트진로가 일본에서 들여온 ‘기린 프로즌 나마’는 올 상반기 주류업계에서 가장 주목받은 아이템이다. 얼린 맥주를 곱게 갈아 생맥주 위에 얹은 특허공법으로 ‘아이스크림 맥주’라는 애칭이 붙으면서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3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팝업스토어인 ‘기린 이치방 가든’을 열고 한달여간 아이스크림 맥주를 판매했다. ‘지금 여기가 아니면 맛볼 수 없다’는 한정판 성격이 더해지면서 주중 한낮에도 평균 1시간 이상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애초 이달 2일까지만 팝업 매장을 운영하려던 하이트진로는 행사를 1주일 연장했다. 하루 평균 1000명 이상이 다녀갔고 한달 동안 모두 3만 1잔이 팔렸다. 이는 1290만㎖로 맥주병 3만 9090병에 해당하는 양이다. 기린 팝업스토어는 사전 조사와 준비에만 1년 이상이 걸린 프로젝트다. 하이트진로 마케팅팀은 2년 전 기린 맥주 마케팅을 위해 일본 도쿄에 출장을 갔다. 기린이 도쿄, 오사카 등 일본 주요 도시 6곳에서 운영하는 팝업스토어를 답사하기 위해서였다. 김경훈 하이트진로 마케팅팀 과장은 “전국의 사업가들이 모여든다는 긴자 거리에서 팝업스토어가 열렸는데 맥주 한 잔을 마시려고 길게 줄을 선 것을 보고 한국에서도 ‘되겠다’는 감이 왔다”고 말했다. 보통의 맥주 신제품은 호프집에서 팔고 TV 광고를 통해 널리 알린다. 이런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프로즌 나마라는 제품의 특성을 부각할 수 없다는 게 마케팅팀의 판단이었다. 이들은 일본의 팝업스토어를 벤치마킹하기로 했다. 다만 한국 실정에 맞게 바꾸는 것이 숙제였다. 장소부터 물색했다. 단순히 사람이 많은 곳은 배제했다. 처음부터 인터넷에 퍼지는 입소문인 바이럴 마케팅을 염두에 뒀다. 김 과장은 “프로즌 나마는 모양이 예뻐서 젊은 여성들이 좋아한다”면서 “이들이 블로그나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진을 찍어 올리면 홍보 효과가 클 거라고 기대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주요 상권에 대한 분석 결과 강남역은 유동인구는 많지만 중고등학생부터 직장인까지 혼재돼 있어 타깃 마케팅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한남동의 이태원은 주로 주말에만 젊은 인구가 유입되고 외국인 위주여서 배제됐다. 홍대는 유동인구 연령대가 30대 미만으로 분석됐다. 결국 낙점한 곳이 유행에 민감한 20~30대 여성들이 많이 찾는 가로수길이었다. 팝업스토어의 콘셉트를 ‘맥주를 재미있게 마시는 장소’로 정한 하이트진로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안주 개발을 궁리했다. 맥주와 잘 어울리도록 꿀과 시소(일본 깻잎)를 넣은 감자튀김을 와사비 마요네즈에 찍어 먹는 메뉴와 식감을 살리기 위해 닭고기 대신 새우를 넣은 케사디야 등의 가격을 5000원으로 정했다. 김 과장은 “다른 수입 맥주도 명동이나 강남역 등에서 임시 홍보 부스를 세우고 맥주를 무료로 나눠준다”면서 “하지만 고객들에게 가치 있는 경험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맥주 1잔(430㏄)을 실제 가격의 3분의2 수준인 8000원에 판매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으로 폭발적이었다. 기린 팝업스토어는 SNS를 타고 소문이 나면서 목표치의 3배인 3만명이 방문했다. 기린 맥주는 장소를 부산으로 옮겨 26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해운대 노보텔 1층 테라스 카페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 하이트진로는 앞으로 기린 맥주의 TV 광고 대신 매년 장소를 바꿔 가며 팝업 마케팅을 계속할 계획이다. 이재규 홍익대 공간디자인학과 교수의 ‘체험 마케팅이 적용된 팝업스토어의 공간적 특성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팝업스토어는 해외에서 이미 정착된 마케팅이다. 2002년 미국의 대형 할인점 타겟이 신규 매장 부지를 찾지 못해 단기 임대한 임시 매장을 연 것이 인기를 끌자 기업들이 이를 벤치마킹하면서 생겨났다. 정해진 기간에만 문을 열고 이후에는 매장이 없어지거나 이동하기 때문에 템퍼러리 스토어(임시매장), 게릴라 스토어라고 부르기도 한다. 시선을 끌기 위해 독특한 디자인과 아이디어로 매장을 꾸미고 한정판이나 신상품을 전시, 판매하는 용도로 사용한다. 국내에서는 2009년 2월 홍대에 문을 연 ‘나이키’와 같은 해 10월 오픈한 제일모직 ‘구호’의 팝업스토어를 처음으로 본다. 팝업스토어는 정식 매장보다 기업이나 브랜드의 이미지를 형성하고 판매를 촉진하는 효과가 크다고 평가된다. 특히 경제 불황과 맞물리면서 적은 비용으로 새 제품을 집중적으로 알리는 방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소비자들의 반응을 즉각 알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국내에서 팝업 마케팅이 가장 활발한 곳은 화장품업계다. 백화점 안의 고급 화장품 브랜드들은 미샤, 더페이스샵 등 저렴한 로드숍 브랜드의 인기와 소비 위축이 맞물려 매출이 추락하고 있다. A백화점의 올해 상반기 화장품 매출을 보면 랑콤, SK-II, 에스티로더, 키엘 등 해외 브랜드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 하락했다. 국내 브랜드들이 5.7%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위기’ 수준이다. 가만히 앉아서 손님을 기다릴 수 없다는 얘기다. 지난해부터 해외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화장품 업체들은 잇따라 가로수길에 팝업스토어를 열면서 ‘찾아가는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SK-II는 지난 2월 가로수길 ‘만남의 장소’인 커피스미스 카페에 팝업스토어를 냈다. 3주 만에 8000명이 방문하고 7주 동안 1만 5000만명이 찾아와 제품을 써 보고 구입했다. 지난 4월 같은 장소에서 또 한번 팝업스토어를 운영한 SK-II는 고객 반응이 좋자 이달 19일부터는 팝업 매장을 삼청동과 도산공원에 추가로 열었다. 특히 삼청점에는 지하 1층에 양조장을 재현해 화장품 원료인 피테라 추출물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도산공원점은 결혼을 콘셉트로 공간을 꾸며 예비 신부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색조 화장 브랜드 맥(MAC)은 지난 5월 가로수길 카페 ‘머그 포 래빗’을 빌려 첫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봄여름 시즌의 오렌지 색상을 주제로 메이크업 서비스와 손톱 관리 등을 해 주고 한정판 신제품도 판매했다. 색조 브랜드인 바비브라운도 다음 달 3일 가로수길에 팝업스토어를 연다. 단 하루 동안 신제품 파운데이션을 소개하고 샘플 등을 나눠 준다. 지난해 4월에는 샤넬 메이크업이 가로수길에서 한달 동안 팝업 매장을 운영하면서 한정판 신제품을 판매하기도 했다. 가로수길이 ‘팝업의 메카’로 떠오르면서 임시 대여 매장을 전문으로 알아봐 주는 부동산이 생겨날 정도라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최근에는 비상업적인 목적의 팝업스토어도 생겨나고 있다. 에너지기업인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28일부터 서울 종로구 서린동 본사 앞에서 사회적 기업을 위한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이달 5일까지 장애인 예술가가 디자인한 손수건, 카드지갑, 명함첩, 공정무역 커피 등 5개 사회적 기업의 제품을 판매했다. SK이노베이션은 운영이 끝난 팝업스토어를 강남장애인복지관에 기부해 장애인 예술품 기업인 액티브 아트 컴퍼니의 판매 공간으로 활용하게 했다. 김상훈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팝업스토어는 브랜드 론칭을 알리는 기법에서 SNS의 바이럴 효과와 맞물리면서 체험 마케팅으로 진화했다”면서 “앞으로도 기업이나 브랜드의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국립극장 해묵은 주차난 해법 없나

    장인주 무용평론가는 최근 사석에서 안호상 국립극장장에게 벌컥 화를 냈다. 지난 4월 국립극장에서 공연을 보고 극장을 빠져나가는 데 한 시간이나 걸렸기 때문이다. 장 평론가는 “출구는 달랑 하나인데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과 남산을 찾은 나들이객들이 뒤엉켜 한 시간 동안 차 안에 갇혀 있어야 했다”며 “‘아무리 프로그램을 잘 만들면 뭐하냐. 기본적인 편의 시설이 갖춰져 있어야지. 이건 국립극장의 수치다’라고 극장장께 한마디 했다”고 전했다. 주말인 지난 6일 국립극장을 찾은 관객 이현정(39·가명)씨도 ‘주차지옥’을 경험했다. 여우락 페스티벌 실내공연과 야외공연, 뮤지컬 ‘시카고’ 등 3개 공연이 맞물리며 3000여명의 관객이 극장을 찾은 날이었다. 이씨는 “남산에 올라가려는 관광버스와 극장에 들어가려는 관객들의 차가 몰려 입구에서부터 혼잡을 빚었다. 안에 들어간 뒤에도 주차할 공간이 없어 뱅뱅 도느라 공연을 놓칠 뻔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쏟아지는 관객들의 주차난에 대한 불만은 국립극장 직원들에겐 ‘일상’이다. 특히 남산을 찾는 나들이객까지 몰리는 주말이면 주차장이 매번 ‘만차’ 상태라 장충단 고개까지 불법 주차가 이뤄지고 있다. 주차 공간이 없어 야외행사가 열리는 문화광장 위에까지 차를 세우는 상황도 빈번해 안전 우려도 불거진다. 국립극장 홍보팀 이주연씨는 “차가 몰릴 것 같은 날은 외부 인력까지 동원해 십수명이 주차 안내에 나서는 등 최대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지만 주차 공간 자체가 부족해 불법 주차를 해도 막을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립극장에 주차할 수 있는 차량은 343대다. 세종문화회관 1600대, 예술의전당 1200대의 21~28%에 불과하다. 관객(객석)수와 주차 공간 1면당 비율을 따져도 세종문화회관은 2.5명, 예술의전당은 5명인 반면 국립극장은 8.2명에 이른다. 올해는 국립극장이 서울 명동에서 현 장충동으로 옮긴 지 40주년이 되는 해다. 주차난 역시 해묵은 숙제가 되어 가고 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한국형 창조경제 성공으로 가는 길] ③창조경제 원조국 영국 - 워릭대 영재교육원과 창조산업

    [한국형 창조경제 성공으로 가는 길] ③창조경제 원조국 영국 - 워릭대 영재교육원과 창조산업

    “상원 의원들의 평균 연령이 69세인 것은 괜찮은가.” 영국 워릭셔의 럭비여자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이모겐 다우닝(15·여)은 이 질문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느라 여념이 없다. 매일 학교가 끝나면 집으로 돌아가 컴퓨터를 켜고 자료를 찾는다. 지난해 선생님의 추천으로 회원이 된 워릭대의 영재교육원인 ‘IGGY’(국제 영재 관문)에서 내준 과제다. ‘원자력과 대체 에너지의 비교’ ‘북극 탐험의 바람직한 방법’ 등 색다른 과제들이 매주 주어진다. ‘고양이를 날게 할 수 있는 법’에 대한 과학적 해법을 제시하라는 등 황당한 문제도 종종 볼 수 있다. 13~18세 학생들이 대상인 이 온라인 교육원의 현재 회원은 2500여명. 이 중 60%만이 영국 학생들이고, 나머지는 25개국 학생들로 채워져 있다. 인도, 파키스탄, 뉴질랜드 등 해외 학생들에게는 보조금도 지급된다. 교육원이 가진 목표는 하나다. ‘창조적인 인재 육성’이다. 해외 학생 비중이 높은 배경에도 “영국 학생들에게 보다 넓은 세상을 보여 주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도록 돕자”는 포석이 깔려 있다. 애드리언 홀 교육원장은 지난 18일(현지시간)“IQ 테스트를 하거나 입학시험을 치르지 않는다. 워릭대에서 개발한 잠재력 평가를 통과한 학생들에게 입학 자격이 주어진다”고 설명했다. 교육원은 ‘창조적 글쓰기 대회’를 매년 여는데, 영국 최고의 작가들이 심사위원을 맡는다. 발명대회와 퀴즈쇼 등도 수시로 열린다. 홀 원장은 “지난 20년간 정권이 바뀌는 과정에서 영국의 영재 교육은 부침이 심했다”면서 “교육의 평준화를 추구하면서 2008년 ‘국립영재교육원’이 해체됐지만, 이후 워릭대는 창조적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글로벌한 영재 네트워크가 구축돼야 한다는 취지로 2012년 비영리 기구를 별도로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커리큘럼 역시 오로지 목표는 창의성에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현재 IGGY사이트는 영국에서 ‘생각하는 10대들의 페이스북’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홀 원장은 “한국의 지난 정부가 강조했던 융합인재교육(STEAM)도 창조성 강화에 초점을 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IGGY 프로그램의 기조를 영국의 모든 학교에 보급하는 것이 1차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창조적인 전통이 강한 영국에서도 ‘학생들을 어떻게 창조적으로 키울 것인가’에 대한 논란은 숙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크리에이티브 브리튼’에는 창조성을 강화하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포함돼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사회적·경제적으로 낙후된 지역의 학교에 예술가와 창조적 전문가들을 보내는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십스’ 프로그램이다. 정부의 지원을 받는 창조기업 관계자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홀 원장은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십스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은 학교에서 배운 지식이 어떻게 산업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아이디어와 영감을 얻었고, 학업 의지도 크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교육과 지식 전달은 학교에서 끝나지 않는다. 급성장한 창조산업의 주요 분야는 기본적으로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금융위기 여파로 창조산업 관련 성장과 일자리 창출 모두 한계에 부딪혀 좀처럼 나아가지 못한다는 의미다. 창조경제를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삼았던 만큼 곧 영국 경제의 한계이기도 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영국 정부는 기술전략위원회(TSB)를 설치하고 산업 현장에 있는 기업들을 돕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창조산업을 비롯해 우주항공, 생명공학, 신재생에너지, 나노공학 등 25개 주요 분야별로 기업 교육과 지원을 맡을 TSB 산하 지식전달네트워크(KTN)가 구성됐다. 산학연 전문가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정보 교환 및 협력 기회를 제공하고 정부는 보고서, 뉴스레터, 웹세미나, 정부 정책 및 규제, 해외시장 등에 대한 정보를 지원한다. 창조산업 KTN의 프랭크 보이드 국장은 “기본적으로 영국 정부는 형평성 등의 이유로 기업에 직접적인 자금 지원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간접적인 지원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방안이 시도되고 있다”면서 “창조산업 KTN 한 곳에만 5억 파운드(약 8582억원)의 펀드가 조성돼 있다”고 강조했다. KTN에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정부는 개별 산업에 대해 기업들만큼 알 수도 없고, 결국 자금을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쓸 수 있는 곳은 그것으로 수익을 내야 하는 민간”이라고 말했다. 창조산업 KTN은 각 기업의 아이디어를 대학과 연계해 실현하도록 하는 연결고리 역할도 한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영국 정부의 기조 자체가 창조산업의 아이디어를 다른 산업으로 확산시키려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보이드 국장은 “영국의 창조산업처럼 한 가지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혁신은 다른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디지털 산업의 발달이 의학을 바꿔 온라인 헬스케어가 등장했다. 나이키가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것에서 봐도 이 같은 추세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말했다. 이어 “단시일 동안 전 산업에 창조성을 도입하려는 한국의 시도가 쉽지는 않겠지만 방향은 옳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글 사진 런던·워릭셔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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