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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낙연 “갈등 현장 찾는 총리 되겠다”

    이낙연 “갈등 현장 찾는 총리 되겠다”

    “4대강, 국민이 문제라고 생각…깨끗이 정리하는 게 정부 의무”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는 24일 “총리로 인준이 된다면 갈등이 심한 현장을 찾아 목소리를 듣는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총리 후보자로서의 포부를 이같이 밝히며 “갈등 현장뿐만 아니라 어느 지역의 경제가 침체돼 있는데 뭐만 활성화되면 파급효과가 있겠다 하는 지점이 있을 수 있다. 그런 곳을 다니면서 좋은 의미의 자극을 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지난 정부에서 해결되지 못한 갈등 처리에 대해서도 “전임 정부의 일이라 해서 ‘나는 모르겠다’ 하지 않고 문재인 정부의 숙제이기도 하다는 마음가짐으로 현장을 찾아다니며 해결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4대강 정책감사 지시의 적절성을 두고 “많은 국민이 문제가 남았다고 생각하면 깨끗하게 정리하는 게 정부의 의무”라고 말했다. 반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해선 “국회의 의사표시이고 여러 가지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총리 후보자가 찬반을 말하는 건 주제넘은 일”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이 후보자는 또 민간 차원의 대북 지원 재개와 관련,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기조를 훼손하지 않는 차원에서 소극적 민간 지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 않겠느냐”며 필요성을 언급했다. 한편 이 후보자는 부인의 위장전입 사실에 대해 거듭 사과하며 “몹시 처참하다. 제가 왜 좀더 간섭을 못했던가 후회도 된다”고 밝혔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다시 목조건축… ‘나무 마천루’ 뜬다

    다시 목조건축… ‘나무 마천루’ 뜬다

    加·오스트리아 등 경쟁적 조성 철근 건물보다 지진에도 강해 숲 파괴·폐목재 재활용 등 과제 1867년 열린 파리 만국박람회에는 조제프 모니에(1823~1906)라는 정원사가 만든 정원 물통이 출품됐다. 콘크리트와 금속을 결합시켜 만든 최초의 철근 콘크리트 제품인 정원 물통은 20세기 건축 트렌드를 바꾸는 획기적 발명품이었다. 철근 콘크리트는 고층 건물을 짓기에 용이하고 화재에도 강하다는 장점이 있어 목조건축을 대체해 건축재료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렇지만 최근 지구온난화 문제와 친환경이라는 트렌드를 만나면서 목조건축 기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도 캐나다, 영국,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등의 사례를 담은 목조건축 분석리포트를 지난 17일자로 발표했다. ●철근 콘크리트 대안으로 떠올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중부 프린스조지라는 도시에 위치한 노던브리티시컬럼비아대(UNBC)에는 전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는 독특한 건물이 있다. 유리로 둘러싸인 외관을 가진 30m 높이의 8층 건물은 2014년 지어진 ‘목재혁신·디자인센터’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현대 목조구조물 중 하나다. 2015년 노르웨이의 항구도시 베르겐에서는 52.8m 높이의 ‘트리트’(Treet)라는 14층짜리 목조 아파트가 지어졌으며, 캐나다 밴쿠버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에는 53m 높이의 목조 기숙사가 지난해 9월 완공됐다.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호텔과 아파트, 사무실로 구성된 목조 복합건물인 ‘호호’(84m)가 올해 완성될 예정이다. 이렇듯 나무 마천루(wooden skyscraper)가 전 세계에 경쟁적으로 올라가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7월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유전자원부 종합연구동이 나무로 지어졌다. 국내 건축법상 나무 건축물의 최대 높이인 18m짜리 5층 건물인 연구동은 강도를 높이기 위해 기둥과 기둥 사이를 연결하는 보의 접합부에 철골 구조물을 사용해 완전한 나무 건축물은 아니다. 목조건축물의 가장 큰 장점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이 적다는 것이다. 철근 콘크리트 건축을 위해서는 철근과 시멘트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5%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나무는 성장 과정에서 산소를 배출하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어느 정도 성장하면 광합성 효율과 탄소저장 능력이 저하되는데, 이때 그대로 둬서 썩거나 불에 탈 경우 나무가 저장한 탄소는 공기 중으로 다시 빠져나간다. 그런 상황과 맞닥뜨리기 전에 적당히 자란 나무를 건축재료로 쓰면 탄소를 공기 중에 배출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예일대 채드 올리버 교수는 “철근 콘크리트 건물을 목조건물로 대체할 경우 전 지구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1%를 줄일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오스트리아 그라츠공대, 일본 방재과학연구원, 이탈리아 임업연구원 등이 각각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목조건축물은 철근 콘크리트 건물에 비해 지진에도 강하다. 합성목재로 만든 7층 목조건물은 규모 6.5~7.3의 지진에 해당하는 충격에도 무너지지 않았지만, 철근 콘크리트 건물은 일부가 파괴되거나 철골구조에 비틀림이 생긴 것을 발견했다.●곰팡이·화재 등 내구성 해결 필요 목조건축이 다시 주목을 받으면서 산림 생태계 파괴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목조건축 붐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삼림자원이 풍부한 개발도상국들에서 삼림의 지속적 관리를 전제로 하지 않는 불법 벌목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올리버 교수는 “나무를 이용한 건축이 철근 콘크리트보다 환경에 도움을 준다고는 하지만 목재 사용량이 급속히 늘어날 경우 숲이 파괴되는 것을 어떻게 막고 생태계와 생물 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캐나다 오타와에 있는 ‘아테나 지속가능재료연구소’ 제니퍼 오코너 박사는 “목재는 곰팡이와 수분에 취약하고 화재 위험에 쉽게 노출된다는 점과 노후화된 건물을 폐기할 때 나오는 폐목재 재활용 방법 등도 목조건축 연구자들의 숙제”라며 “150년 넘게 사용되는 철근 콘크리트의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이런 문제들이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남북 민간교류보다 ‘우회 지원’ 원하는 北

    정부, 민간단체 대북 접촉 곧 승인 정부가 대북 인도적 지원을 포함한 남북 교류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어떤 분야부터 접촉해 나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정부는 영유아·임산부 등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시작으로 남북 간 사회문화 교류를 재개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정작 북한은 우리 정부의 직접 지원보다는 국제기구를 통한 우회 지원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서로 간 접점을 찾는 것이 숙제로 떠올랐다. 23일 통일부 당국자는 인도적 지원을 위한 민간단체의 대북접촉 승인 여부에 대해서 “인도적 지원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데 지속적으로 할 필요가 있고 북한 주민의 사회권 증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면서 “그런 분야에선 민간 자율성도 보장돼야 하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해 곧 승인될 것임을 시사했다. 최근 통일부에 남북 접촉을 신청한 민간단체가 10여곳이 넘는 가운데 인도적 지원을 제외하고 접촉 승인 가능성이 높은 분야는 사회문화, 스포츠 교류 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평창동계올림픽을 비롯해 다양한 스포츠 행사가 예정된 것이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문제는 북한이 우리 정부의 요구대로 교류와 대화에 순순히 응할지다. 북한은 남북 교류에서도 자신들이 주도하기를 원하고 있다. 그 이유는 우리 정부 및 민간단체의 대북 지원이 북한 주민들에게 알려질 경우 적대세력에게서 지원받는다는 모순된 상황을 연출하는 것은 물론 남한에 대한 북한 주민의 호감도가 상승하게 돼 결과적으로 체제 이완 효과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김경수 “숙제 하나 해결한 느낌“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김경수 “숙제 하나 해결한 느낌“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은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 대해 “응어리가 조금씩 풀리고 대통령님이 못다 이룬 꿈을 우리가 새롭게 시작해서 그 꿈을 이루어나가는 계기로서의 추도식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문재인 대통령 최측근이자 노 전 대통령 마지막 비서관인 김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대통령님을 그렇게 떠나보낸 분들이 응어라같은 게 아무래도 많지 않겠느냐”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작년 총선 치르고 다음 날 (노 전) 대통령님께 인사드리면서 작은 숙제 하나 해결하고 왔다고 말씀드렸는데 오늘은 그것보다는 조금 더 큰 숙제를 해결하고 왔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며 “그전에는 비장함, 결기 이런 느낌들이 좀 있었는데 올해는 다들 편안한 표정들인 것 같다”고 했다. 김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이 살아 있었다면 문 대통령에 어떤 말을 건넸을 것으로 보냐고 묻자 “특별히 무슨 말씀은 안 하셨을 것 같다”며 “고생도 했고 앞으로 잘했으면 좋겠고 또 대통령을 직접 해 보셨으니까 그 길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길인지 아시지 않겠나. 어깨를 토닥토닥 해주시지 않았을까”라고 답했다. 노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의 차이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노 대통령님은 해양수산부 장관은 하셨지만, 국정을 직접 경험하고 들어왔다기보다는 들어와서 그런 걸 다 경험하시면서 하나하나 새로 개척해 나갔던 분”이라며 “(문 대통령은) 그걸 옆에서 지켜보고 그 경험을 토대로 국정을 운영하시기 때문에 그런 건 좀 두 분의 차이”라고 말했다. 또 “(노 전) 대통령님은 아무래도 겉으로 봐도 열정이 많고 어떤 자리를 가시나 자리를 즐겁게 만드는 그런 편인데 문 대통령은 그것보다는 훨씬 더 차분하다. 젠틀하고 점잖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속에 들어 있는 성정은 비슷한 것 같다”며 “속에 들어 있는 심지라고 할까. 어려운 상황을 만나거나 했을 때 두 분이 대처하는 방식이 거의 비슷한 것 같다. 어려울수록 원칙으로 돌아가라, 위기가 닥치면 꼭 정면돌파하는 그런 면들이 좀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진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보직을 맡지 않고 해외로 떠난 데 대해서는 “대통령이 혼자 고생하시는데 옆에서 도와드려야 하는데 자기가 떠나주는 게 더 도움이 되는 길이라고 했다”며 “대통령님께서 꿈꾸던 자유인을 자기가 먼저 가서 자유롭게 살게 됐는데 오히려 미안해하더라”고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윤 지검장,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 수사’하라

    문재인 정부의 파격 인사로 대변되는 윤석열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어제 취임했다.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장에 그가 전격 승진·발탁된 배경은 선명하다. 검찰개혁을 향한 인적 청산 작업을 본격화하겠다는 청와대의 강력한 의지가 단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알려졌듯 윤 지검장은 2013년 국정원 대선 개입 수사팀장을 맡던 중 박근혜 정부와의 마찰로 좌천됐다. 전임자보다 다섯 기수나 낮은 그가 발탁된 것은 그 자체로 검찰 내부 주류 인사들의 대대적 물갈이 신호탄이나 다름없다. 그의 임명이 이래저래 절묘한 포석이라는 평가가 따라붙는 이유는 또 있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특별검사팀에서 수사팀장을 맡았으니 향후 국정 농단 재판에서도 국민적 의혹이 남지 않도록 수사를 원활히 진행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국정 농단 부실 수사에 ‘돈봉투 만찬’ 사건까지 겹친 검찰은 그 위상이 바닥을 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 지검장은 기대를 한몸에 받는 만큼이나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다. 개혁의 대수술을 받는 검찰 조직을 추슬러 가면서 국정 농단 추가 수사로 국민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정윤회 문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의혹 재수사가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거듭된 봐주기 수사 의혹 속에서 이미 결정적 증거를 놓친 사건들인 만큼 수사 성과를 내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했다는 윤 지검장의 말이 연일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권력에 눈치 보는 검찰의 구태를 답습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그런 기대만큼 윤 지검장은 어깨에 납덩이를 짊어진 듯 무거운 책임을 더 느껴야 할 것이다. 그가 발탁된 배경을 두고 청와대의 코드 맞추기 인사가 아니냐는 우려도 분명히 있다. 그런 엄중한 시선이 있다는 사실을 한순간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검찰개혁이 지금처럼 국민적 지지를 뜨겁게 받은 적도 없었다. 비대한 권력으로 검찰은 지금 스스로 몸을 가누지도 못하는 기형적 조직으로 흔들린다. 검찰이 다시 신뢰를 받아 일어서는 길은 하나뿐이다. 검찰의 귀는 정치권력이 아니라 국민에게만 열려야 한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 윤 지검장의 소신이 ‘정치 검찰’을 ‘국민 검찰’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
  • [김선자의 신화로 문화읽기] 그토록 사랑스러운 고양이라니

    [김선자의 신화로 문화읽기] 그토록 사랑스러운 고양이라니

    환한 햇살 쏟아지는 윈난성 리장(麗江), 중국의 서남부에 있는 나시족의 땅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도시이니만큼 오래된 골목길엔 언제나 사람이 가득하다. 그 길을 걷다 보면 유난히 귀여운 고양이들이 자주 눈에 띈다. 생각해 보면 리장에서는 나른한 표정으로 졸고 있는 고양이 사진을 자주 찍었던 것 같다. 나시족 창세신화에 등장하는 천신에게는 아끼는 딸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딸이 인간 세상에 내려갔다가 인간 청년을 데리고 돌아왔다. ‘이런 고약한 일이 있나. 어디 감히 인간 따위가 내 딸과 혼인을 해?’ 천신은 심사가 뒤틀렸다. 그래서 그때부터 사윗감에 대한 검증을 시작했다. 천신은 아흔아홉 군데 산의 나무를 하룻밤 사이에 다 베라고 했고, 그 산에 씨앗을 뿌리라고 했으며, 다시 하룻밤 사이에 그 곡식을 다 베라고 했다. 어려운 숙제였지만 청년은 사랑하는 여인의 도움으로 그걸 다 해냈다. 어쩔 도리가 없어진 천신은 마지못해 딸을 청년에게 보내기로 했다. 그래도 아끼던 딸인지라 인간 세상으로 내려가는데 빈손으로 보낼 수는 없어 오곡의 종자와 가축들을 딸려 보냈다. 그러나 그렇게 귀여운 딸에게도 절대 내어 줄 수 없는 것이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순무이고, 하나는 고양이였다. 나시족 사람들이 사는 땅은 해발고도가 2000m 이상 되는 산악지대다. 특정한 장소에서만 소량으로 생산되는 순무는 그들이 좋아하는 식재료다. 그 귀한 순무 종자를 인간 세상으로 갖고 가게 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아무리 딸이 귀하지만 사랑스러운 고양이만은 절대 내어 줄 수 없었다. 그래서 천신은 순무와 고양이를 주지 않았는데, 그렇다고 그냥 물러날 딸이 아니었다. 사랑하는 남자를 데려와 결국 혼인 허락을 받아 낸 당찬 딸이 아니던가. 땋은 머리 사이에 순무 씨앗을 숨기고, 고양이를 품에 안은 채 냉큼 지상으로 내려와 버렸다.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아챈 천신은 노발대발했지만 어쩌랴. 맛있는 순무와 사랑스러운 고양이는 결국 지상으로 가 버렸으니. 천신은 주문을 하나 걸어 두는 수밖에 없었다. “순무를 삶으면 물로 변해 버릴 것이다. 또한 너희들은 앞으로 고양이 울음소리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게 될 것이다.” 오늘날 날카로운 고양이 울음소리가 우리의 새벽잠을 깨우는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이며 순무가 쉽게 물러지는 이유가 그것 때문이라고 나시족 신화에서는 설명하고 있다. 딸에게 고양이를 빼앗기고 소심한 복수를 하는 천신의 모습은 슬며시 미소를 자아낸다. 도대체 고양이가 얼마나 치명적인 사랑스러움을 지니고 있기에 천신조차 딸에게 고양이를 내어 주고 싶어 하지 않았던 걸까. 그것은 오래된 문명권인 이집트의 고양이 관(棺)과 고양이 미라를 보면 알게 된다. 역사시대를 거치며 기독교 문명의 사유방식에 길든 서구사회에서 고양이가 이교도나 마녀와 연관되면서 억울하게 지탄받았던 과정에 대해서는 ‘루비의 집사’ 진중권이 ‘고로 나는 존재하는 고양이’에서 잘 설명한 바 있다. 따지고 보면 이집트 문명권에 고양이 미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땃쥐나 뱀도 미라로 만들어졌으니,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생명의 가치가 같다는 인식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사유 중 하나인 셈이다. 그러나 근대적 이성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인간은 마법의 세계를 잃어버렸고, 그와 동시에 신비로운 동물의 세계도 사라졌다.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지금 차가운 이성의 시대에 지친 사람들이 잃어버린 마법의 세계로 회귀하고 있다. 고양이의 “고로롱!” 소리는 우리를 그 세계로 인도하는 주문이다. 그 속에서 고양이와 인간은 대화를 나누고 한없이 따뜻한 위로를 얻는다. 그토록 사랑스러운 고양이라니. 청와대에 ‘찡찡이’도 들어간 지금 인간의 친구인 동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에 좋은 변화가 있기를 ‘봉봉이의 집사’로서 간절히 바란다.
  • 文대통령 하루 휴가… 휴식 갖기엔 과제 ‘산더미’

    文대통령 하루 휴가… 휴식 갖기엔 과제 ‘산더미’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취임 12일 만에 휴가를 내고 경남 양산에 머물다 어머니 집을 방문하는 등의 일정을 보내고 있지만 휴식보다는 향후 국정 구상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노동 등 사회·문화 분야 장관 인선 남아 청와대는 이날 낮 12시 10분쯤 문 대통령이 부산 영도구에 있는 어머니 강한옥(90)씨의 집을 방문, 두 시간여를 만났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양산에서 부산까지 이동하는 길에 경호 차량을 운행하지 않고 버스 한 대에 청와대 관계자들과 함께 동승했다. 대통령이 외부 일정을 소화할 때는 방탄 소재의 전용 차량을 이용, 이를 에워싼 청와대 경호실 소속 차량과 경찰 차량 수 대가 주변 통신을 차단하는 ‘경호작전’을 벌이는 게 일반적이다. 청와대는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별도의 경호 차량을 운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어머니 방문 일정 외에는 정국 구상을 하며 휴식을 취했다고 밝혔지만 휴식을 취하기엔 대통령에게 남은 숙제가 너무 많다.●새달 韓·美정상회담… 사드 등 난제 먼저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 인선이 아직 남아 있다. 사회부총리와 노동, 보건·복지, 문화체육부 장관 후보자 등 사회·문화 분야 인선은 발표되지 않았다. 국방부 장관과 통일부 장관 인선도 남아 있어 외교·안보 라인도 아직 미완성이다. 청와대 참모진 중엔 일자리·경제 수석비서관이 남아 있고 비서관급 인선도 한참 남은 상태다. 게다가 전날엔 북한이 북극성 2형 미사일을 발사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소집을 지시하는 등 새로운 안보 현안이 생겨나고 있다. 6월 말로 예상되는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도 문 대통령은 복잡한 구상을 해야 한다.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이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비용, 주한미군 방위비 협상 등의 난제가 놓여 있다. ●오늘은 노무현 前대통령 추도식에 참석 한편 문 대통령은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해 추도사를 읽을 예정이다. 노무현재단은 이날 방문객이 지난해보다 1만명 이상 많은 2만 40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두 남자의 운명…노무현과 문재인, 5월의 기록

    두 남자의 운명…노무현과 문재인, 5월의 기록

    다시 5월이다. 누군가는 손 꼽아 기다렸던 황금연휴의 5월이고, 누군가에게는 뜨겁고도 처절했던 5·18 민주화운동의 5월이다. 또 누군가는 불꽃같은 삶을 스스로 접어야했던 5월이고, 비탄에 빠졌던 한 남자가 새 역사를 쓰기 위해 일어선 5월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이었고, 또 대통령이 된 두 남자의 5월을 돌아봤다.● 평온했던 5월 23일 아침, 대한민국이 뒤집히다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오늘 오전 9시 30분경 이곳 양산 부산대 병원에서 운명하셨습니다. 오늘 새벽 5시 45분경에 사저를 나와 봉화산 등산을 하시던 중 6시 40분 쯤에 봉화산 바위 위에서 뛰어내리신 것으로 보입니다. 즉시 가까운 병원으로 후송을 했습니다만 상태가 위독해서 양산 부산대 병원으로 다시 옮겼고 조금 전 9시 30분경 돌아가셨습니다” 남색 정장 차림의 한 남자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이 담긴 발표문을 읽어 내려갔다. 비통함을 애써 담담하게 억누른 어조였지만, 얇고 검은 안경테 너머 눈빛은 단단했다. 2009년 5월 23일 오전 11시,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그렇게 자신의 반평생 친구이자 정치적 동지 노무현의 죽음을 세상에 알렸다.2002년 당내 경선 2% 지지율로 출발해 제16대 대통령 당선이라는 기적을 일군 노무현,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꿈꾸며 인권변호사를 거쳐 정치인의 길을 걸었던 그가 허망하게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대통령직을 떠나 고향 경남 김해 봉하마을로 내려간 지 1년 3개월 만의 일이다. 노동자와 서민을 위한 거리의 변호사로, 국회 청문회에서 요즘 말로 ‘전국구 사이다’로 급부상한 국회의원으로, 그리고 대통령까지 지낸 노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나며 남긴 것은 달랑 171자 메모 형식의 유서 한 장이었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 밖에 없다.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미안해하지 마라.누구도 원망하지 마라.운명이다. 화장해라.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오래된 생각이다. 이런 내용이 담긴 문서는 노 전 대통령이 사저에서 사용한 컴퓨터에서 발견됐고, 산으로 떠나기 직전인 오전 5시 10분쯤 직접 쓴 것으로 확인됐다.유서 내용이 공개되면서 노 전 대통령 지지층의 분노는 이명박 정권으로 향했다. 2008년 4월 정부 출범 초기부터 전국적인 대규모 ‘광우병 촛불집회’ 파동으로 국정운영 동력을 잃은 이명박 정부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노 전 대통령 측에게 거액의 뇌물을 줬다는 내용의 ‘박연차 게이트’를 국면 전환 카드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소환 조사를 위해 부인 권양숙 여사와 아들 건호씨, 딸 정연씨 등도 앞서 소환 조사했고,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을 언론을 통해 흘리며 노 전 대통령을 압박했다. 그런 노 전 대통령 곁을 지킨 사람은 언제나처럼 문재인이었다. 참여정부에서 초대 민정수석을 포함해 두 번의 민정수석과 시민사회수석, 임기 말 비서실장을 맡았고 2004년 4월 탄핵심판 당시 노 전 대통령 변론도 맡아 기각을 이끌어냈다. 1982년 법무법인 ‘부산’에서 인권변호사로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문 대통령은 2009년 5월 7일간의 국민장 상주로 ‘친구 노무현’의 세상 떠나는 길을 지켰다. 1970~80년대 부산에서 소위 잘 나가던 ‘변호사 노무현’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준 이도 문재인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이다’에서 문재인과의 첫인상을 이렇게 회고했다. “문재인 변호사와 손을 잡았다. 원래 모르는 사이였지만 1982년 만나자마자 바로 의기투합했다. 그는 유신반대 시위로 구속되어 경찰서 유치장에서 사법고시 합격 소식을 들은 사람이다. 그래서 사법연수원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서도 판사 임용이 되지 않았다. 정직하고 유능하며 훌륭한 사람이다. 나는 그 당시 세속적 기준으로 잘 나가는 변호사였다. 사건도 많았고 승소율도 높았으며 돈도 꽤 잘 벌었다. 법조계의 나쁜 관행과도 적당하게 타협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재인 변호사와 동업을 시작하면서 그런 것들을 다 정리하기로 약속했다. 그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울분과 비통함만이 가득했던 봉하마을과 영결식장에서 문 전 실장이 보여준 의연함은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남겼다. 참여정부의 퇴장과 함께 정치권과는 거리를 두고 경남 양산 자택에서 생활하던 문 전 실장은 노 전 대통령 비보를 들은 즉시 병원으로 달려와 그날부터 봉하마을을 지켰고, 5월 29일 발인과 서울 경복궁 앞뜰에서의 영결식, 수원 연화장 화장과 다시 봉화산 정토원 안치까지 노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나는 모든 순간을 함께했다. 국민장 기간 내내 의연한 모습을 보였던 문 대통령도 분골함 안치를 위해 정토원으로 들어가는 차 안에서는 눈물을 훔쳤다.특히 영결식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헌화 도중 백원우 민주당 의원이 “정치보복을 사죄하라”고 고함치자, 현장을 수습한 후 문 전 실장이 이 대통령을 찾아가 고개를 숙이며 정중히 사과하는 모습은 ‘인간 문재인’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훗날 당시의 기억에 대해 “그날만큼 내가 마지막 비서실장을 했던 게 후회된 적이 없다. 시신 확인에서부터 운명, 서거발표, 그를 보내기 위한 회의 주재까지. 나 혼자 있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했다”고 회고한 바 있다.● 노무현의 운명, 문재인의 운명 “정치, 하지 마라… 정치인은 거짓말의 수렁, 정치자금의 수렁, 사생활 검증의 수렁, 이전투구의 수렁들을 지나가야 한다. 걱정하는 것은 정치의 신뢰가 이런 속도로 계속 떨어지면,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기능을 점차 상실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던 2009년 3월 4일 공식 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에 쓴 글의 일부다. 실제 노 전 대통령은 가까운 참모들에게는 제도권 정치에 나서는 것을 만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참여정부 종료와 함께 자연인으로 돌아간 문 전 실장에게도 정치에 대한 미련은 없었다. 하지만 변호사 문재인이 잘 나가던 ‘변호사 노무현’을 훗날 대통령의 길로 이끌었듯이, 퇴임 대통령 노무현의 죽음은 그를 운명처럼 정치의 중심으로 불러냈다. 이를 두고 문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을 통해 이렇게 고백했다.“그(노무현)를 만나지 않았으면 적당히 안락하게, 그리고 적당히 도우면서 살았을지도 모른다. 그의 치열함이 나를 늘 각성시켰다. 그의 서거조차 그러했다. 나를 다시 그의 길로 끌어냈다. 대통령은 유서에서 ‘운명이다’라고 했다. 속으로 생각했다. 나야말로 운명이다. 당신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 하게 됐다” ● 대통령 문재인, 다시 봉하마을로 간다 총 1342만 3784표, 득표율 41.08% 기호 1번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당선. 지난 9일 치러진 대선에서 9년간 보수 정당에 표를 줬던 국민의 선택은 적폐 청산과 나라다운 나라를 약속한 문재인이었다. 2위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는 557만 938표 앞서며 역대 대선에서 가장 많은 표 차이다. 취임사에서도 ‘나라다운 나라’를 강조한 문 대통령은 연일 소통과 탈 권위, 국민 통합의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당장 집무실을 청와대 참모들의 업무 공간인 여민관으로 옮겼고, 인천공항공사를 찾아 ‘공공부분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약속했다. 스승의 날인 지난 15일에는 세월호 참사로 숨진 기간제 교사 김초원·이지혜 교사의 순직 인정을 지시하고,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는 직접 참석해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제창을 금지했던 ‘님을 위한 행진곡’을 힘차게 불렀다.제1 야당이 된 자유한국당은 이런 문 대통령을 ‘좌파 행보’라며 연일 비판하고 있지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정의당 등에서는 지지의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바른정당의 이혜훈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굉장히 잘한다. 솔직한 말씀으로 무섭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겨울, 국민들과 함께 촛불을 들고 광화문 광장을 지켰던 남자. 변호사 노무현이 사람 사는 세상에 눈 뜨게 하고, 그의 모든 순간을 함께했던 노무현의 동지 문재인. 그가 5월 23일, 대통령 문재인으로 다시 봉하마을을 찾는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고졸신화 부총리·첫 여성 외교장관 ‘파격·탕평’

    고졸신화 부총리·첫 여성 외교장관 ‘파격·탕평’

    靑안보실장 정의용… 정책실장 ‘안철수 멘토’ 장하성 경제자문 부의장 김광두·통일외교특보 홍석현·문정인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김동연(60) 아주대 총장을 지명했다.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는 강경화(62) 유엔 사무총장 정책특보를 낙점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는 정의용(71) 전 주제네바대표부 대사를, 정책실장에는 장하성(64)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를 각각 임명, 청와대 실장인사를 매듭지었다. 헌법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에는 김광두(70) 서강대 경제학과 석좌교수를 임명했다.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인선 내용을 직접 발표했다. 대통령이 인선을 발표한 건 10일(총리·국정원장·비서실장)과 19일(헌법재판소장)에 이어 세 번째다. 이날 인선은 조현옥 인사수석의 표현대로 현 정부의 ‘적소적재’ 인사원칙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해당 업무의 최적임자라면 ‘정적’(政敵)이 아낀 사람이든, ‘고졸·비(非)고시 출신’ 등 파격 발탁이든 개의치 않는다는 얘기다. 장 실장은 18·19대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를 도왔다. 여성으로는 처음 외교장관 후보자에 지명된 강 정책특보는 ‘반기문(전 유엔 사무총장)의 사람’으로 꼽히며 비외무고시 출신이다. 김 후보자는 ‘고졸(덕수상고) 신화’의 주인공이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국정과제비서관, 국무조정실장으로 중용됐다. 김 부의장은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경제 가정교사’였다. 문 대통령은 김 후보자에 대해 “종합적인 위기관리 능력과 과감한 추진력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다”면서 “청계천 판잣집 소년가장에서 출발해 기재부 차관과 국조실장까지 역임한 분으로 누구보다 서민의 어려움을 공감할 수 있는 분”이라고 강조했다. 끊임없이 ‘유리천장’을 깨 온 강 후보자에 대해 “우리나라 최초·최고 여성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외교 전문가로, 내각 구성의 성평등이란 관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히든카드’는 정책 컨트롤타워를 맡은 장 정책실장이다. 문 대통령은 “재벌 중심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사람 중심, 중소기업 중심으로 경제·사회 정책을 변화시켜 경제민주화와 소득주도 성장, 국민성장을 추진할 최고의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정 실장에 대해서는 “북핵·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FTA(자유무역협정) 등 안보·외교·경제가 얽힌 숙제를 풀려면 안보실장에게 필요한 덕목은 확고한 안보정신과 함께 외교적 능력이라고 본다.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에는 미국특사로 다녀온 홍석현(68) 한반도포럼 이사장, 안보실장으로 거론됐던 문정인(66)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를 임명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문 대통령, 국가안보실장에 ‘외교관 출신’ 정의용 임명한 까닭은?

    문 대통령, 국가안보실장에 ‘외교관 출신’ 정의용 임명한 까닭은?

    외교관 출신으로 17대 국회의원 지내…4강 특사 파견에도 중요한 역할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임명된 정의용(71) 전 주제네바대표부 대사는 외교부와 정치권에서 풍부한 경험을 지닌 다자외교·통상 전문가다. 정 전 대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 주요 직책 임명이 유력시됐다. 정 전 대사는 문 대통령의 후보 시절 외교자문단인 ‘국민 아그레망’의 단장을 맡아 외교·안보 공약을 설계했다.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의 전화 통화 당시 정 전 대사는 사저에 함께 배석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강 특사를 파견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71년 외무고시 5기로 외무부에 입부한 그는 외무부 통상정책과장과 통상국장, 통상교섭조정관 등을 역임했다. 1982년에는 미국 하버드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했다. 2002년 세계무역기구(WTO) 지적재산권(TRIPS) 협상그룹 의장과 국제노동기구(ILO) 이사회 의장을 역임했다. 그는 17대 총선 당시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여의도에 입성해 국회 정보위원회와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이번 대통령 선거 기간에는 문재인 당시 후보의 외교자문단 ‘국민아그레망’에서 단장을 맡아 캠프 외교 정책 수립을 총괄해왔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청와대 외교안보 태스크포스(TF)를 이끌며 매슈 포틴저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과 만나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21일 정 실장의 인선 내용을 발표하며 “저는 안보와 외교는 동전의 양면이라고 생각한다”며 “북핵 위기에서는 안보에 있어 외교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금처럼 북핵·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FTA(자유무역협정) 등 안보·외교·경제가 얽힌 숙제를 풀려면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필요한 덕목은 확고한 안보정신과 함께 외교적 능력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서울 출생 △서울대 외교학과 △제5회 외무고시 △미국 하버드대 행정대학원 △외무부 통상국장 △주미공사 △주이스라엘 대사 △외교통상부 통상교섭조정관 △주제네바대표부 대사 △국제노동기구 이사회 의장 △열린우리당 국제협력위원장 △제17대 국회의원 △문재인 후보 외교자문단 ‘국민아그레망’ 단장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한·중 갈등 해빙의 물꼬는 일단 텄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어제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특사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를 만나 한·중 관계를 이른 시일 안에 정상 궤도로 돌려놓길 바란다고 밝혀 꽉 막힌 양국 관계에 물꼬가 트일지 관심이 쏠린다. 시 주석은 “중국은 한·중 관계를 고도로 중시하고 있다”면서 “상호이해와 존중의 기초 아래 정치적 신뢰를 공고히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하기 위해 한국 새 정부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한 조기 해결을 추구할 것이라고 강조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시 주석이 문재인 대통령 당선 축하 전화에 이어 잇달아 우리 정부에 호의적인 손짓을 하는 것은 양국 관계가 복원될 것이란 기대감을 높여 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시진핑 주석이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에게 축하 전문을 보냈다’는 제목의 기사를 지난 11일자 1면에 이례적으로 실어 관계 개선 의지를 공식화하기도 했다. 이 특사의 방중을 계기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중단될지 여부는 초미의 관심사다.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이날 “양국 관계 발전에 심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는 한국의 우려를 잘 알고 있고, 이에 대한 적극적인 노력을 하겠다”고 말해 ‘금한령’(禁韓令)을 완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실제로 중국 국가여유국은 이르면 오늘 자국 여행사 대표들을 불러 회의를 열고 한국행 단체관광 상품 판매 제한 조치의 해제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또 조만간 중국 온라인 여행사를 통해 한국행 관광 상품을 팔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럼에도 최대 난제인 사드 갈등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풀어 갈지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왕이 외교부장은 그제 이 특사와의 면담에서 “사드 배치 문제가 양국 관계 발전에 걸림돌”이라며 “한국 새 정부가 중국의 우려 사항을 존중해 조치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요구했다. 관영 언론까지 나서 ‘사드 반대’ 입장을 연일 재강조하고 나서는 상황이다. 특사단은 앞으로 사드와 북핵 등 구체적인 현안들은 실무 협상단을 파견해 중국 측과 세부적으로 협의한다는 방침이지만 실질적으로 합의점을 찾기란 말처럼 그리 쉽지 않다. 이 특사의 시 주석 면담은 양국 관계 개선을 향한 시작일 뿐이다.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해결책을 내놔야 하는 새 정부의 책무가 막중해졌다.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살구나무 여인숙/장석남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살구나무 여인숙/장석남

    살구나무 여인숙/장석남-제주에서 달포 남짓 살 때 마당에는 살구나무가 한 주 서 있었다 일층은 주인이 살고 그 옆에는 바다 소리가 살았다 아주 작은 방들이 여럿 하나씩 내놓은 창엔 살구나무에 놀러 온 하늘이 살았다 형광등에서는 쉬라쉬라 소리가 났다 가슴 복잡한 낙서들이 파르르 떨었다 가끔 옆방에서는 대통령으로 덮은 짜장면 그릇이 나와 있었다 감색 목도리를 한 새가 하나 자주 왔으나 어느 날 주인집 고양이가 총총히 물고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살구나무엔 새의 자리가 하나 비었으나 그냥 맑았다 나는 나왔으나 그 집은 그냥 맑았다 마당에 살구나무 한 주 서 있는 바닷가 여인숙이 있다면 거기 가서 몇 년쯤 살고 싶다. 세상 같은 거 다 잊고, 말 같은 거 다 잊고, 책 같은 거 다 잊고! 외로움을 탕약(湯藥) 달여 먹듯이 삼키고 바닷가나 어슬렁거리며 살고 싶다. 쓰고 싶은 게 있어도 쓰지 않고 가슴에만 묻어 두겠다. 보고 싶은 사람이 있어도 꾹 눌러 참고 있겠다. 은나라 말기의 백이(伯夷)와 숙제(叔齊)같이 은둔자로 숨어 사는 즐거움을 누리겠다. 간혹 짜장면이나 한 그릇씩 사 먹고 빈 그릇은 신문에 덮어 내놓는 한가로운 생활을 애써 구한 뒤 “사람이 능히 도를 넓힌다. 도가 사람을 넓히는 것이 아니다”라는 성인의 말씀이나 곱씹으며 살겠다. 장석주 시인
  • 이 결혼식, 실화입니까? 에베레스트 올라 결혼한 커플

    이 결혼식, 실화입니까? 에베레스트 올라 결혼한 커플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은 신랑신부 뒤로 마치 그림과 같은 풍경이 펼쳐져 있다. 컴퓨터그래픽이나 실감나게 그린 배경판으로 의심할 수 있지만, 놀랍게도 이들 뒤로 보이는 산과 하늘, 구름은 모두 ‘진짜’다. 사진 속 주인공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사는 제임스 시솜(35)과 애슐리 슈마이더(32)다. 이 두 사람이 멋지게 차려입고 웨딩화보를 찍고 결혼식을 올린 장소는 놀랍게도 해발 5334m의 에베레스트다. 이들이 턱시도와 드레스를 차려입고 에베레스트에 오르게 된 계기는 책 한 권이었다. 1996년 에베레스트에서 사망한 산악인 12명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소설 ‘희박한 공기 속으로’를 읽은 뒤 두 사람은 에베레스트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신부 슈마이더는 “처음부터 에베레스트에서 결혼식을 올리려고 했던 것은 아니지만, 에베레스트 등반은 언젠가 우리가 꼭 해야 할 일이었다”면서 “평생 기억에 남을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 고민하던 중 자연스럽게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에베레스트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물론 5334m 높이의 에베레스트에 올라 결혼식을 올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함께 험난한 산을 올라 자신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줄 사진작가도 필요했고, 높은 산을 올라 본 경험이 없었던 터라 체력을 보강하는 일도 숙제였다. 두 사람은 무려 9개월 동안 자신들의 이색 결혼식을 도와 줄 가이드와 셰르파, 요리사 및 사진작가를 고용하는데 성공했고 지난 3월 초, 드디어 네팔 카트만두에 도착했다. 그리고 8일간의 등반 끝에 당초 목표로 삼았던 해발 5334m 지점의 베이스캠프에 도달했다. 비록 살을 에는 듯한 강풍이 몰아쳤지만 두 사람은 아름다운 턱시도와 드레스로 차려 입고 대자연 앞에서 영원한 사랑을 약속했다. 그림과 같은 하얀 설원과 파란 하늘 아래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아름다운 미소를 지은 두 사람은 현지 매체인 USA투데이와 한 인터뷰에서 “이번 결혼식과 사진은 우리에게 있어서 평생 가장 소중한 보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자치단체장 25시] 區 예산·사업결정권 주민 손에…마을민주주의 꽃피는 금천

    [자치단체장 25시] 區 예산·사업결정권 주민 손에…마을민주주의 꽃피는 금천

    “가장 작은 행정단위인 동(洞·마을)부터 살기 좋게 바꾸고 싶어 구청장이 됐습니다. 각 마을 주민들의 삶의 질이 획기적으로 향상되면 그 마을들을 중심으로 풍선효과가 생겨 종국에는 전 국민들의 삶도 윤택해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차성수(60) 서울 금천구청장의 정치 철학이다. 차 구청장은 2010년 7월 민선 5기 구청장 취임 이후 그의 신념을 구현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낮에 길을 걸을 때면 어떻게 하면 걷기 좋은 깨끗한 동네를 만들지, 밤길을 걸을 때면 어떻게 하면 안전한 동네를 만들지 늘 고민하고 해법을 모색했다. 지난 16일 금천구청에서 만난 차 구청장은 “현장에 나가면 여러 숙제와 맞닥뜨리게 된다. 주민들의 삶을 힘들게 하는 것들을 해결해야 하는 숙제인데, 그 숙제를 푸는 게 공직자의 사명”이라고 했다. 차 구청장의 이런 노력이 빛을 발하며, 그를 시민들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혁신 리더’의 대명사로 통하게 했다. 마을 혁신의 백미는 마을민주주의다. 차 구청장은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마을민주주의 시대를 열었다. 동 주민들에게 구 예산과 사업 결정권을 줘 주민들이 직접 마을 문제를 해결하는 전대미문의 실험이 지역 곳곳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마을민주주의 구현의 핵심은 지난해 시작된 ‘마을총회와 동 특성화 사업’이다. 동 주민들이 마을총회에서 제안한 아이디어 중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것들을 선별해 동 특성화 사업으로 추진한다. 구는 지역 내 10개 동당 2500만원씩 총 2억 5000만원의 사업비를 지원한다. “우리나라에서 동 주민들에게 예산을 주고 주민들 스스로 사업 기획부터 실행까지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 건 우리 구가 처음입니다. 그동안 주민들은 주차장이나 쓰레기 문제가 불거지면 민원만 제기했습니다. 이렇게 해서는 마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주차장이 필요하면 어디에 어떤 식으로 마련하면 좋을지 직접 장소와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공공기관은 주민들을 지원해 민간에서 문제를 해결하도록 뒷받침해 주면 됩니다. 이게 바로 진정한 민주주의이고 협치입니다.” 그는 지난 6년간 ‘주민에게 힘을 줄수록 지역이 발전한다’는 신념 아래 주민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주며 마을민주주의 실현에 공을 들였다. 그 결과 금천구 주민들은 행정기관의 사업 수혜자에서 벗어나 사업을 기획하고 주도하는 참여자가 돼 가고 있다.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드는 데 앞장서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구에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상의하고 힘이 돼 줄 주민들이 있다는 건 정말 축복입니다. 마을민주주의는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미래를 위해 꼭 실현해야 합니다. 우리 구는 마을민주주의와 마을공동체가 가장 잘 뿌리 내린 자치구라고 자부합니다.” 서울시 최초로 추진한 독거노인 맞춤형 공공원룸주택인 ‘보린주택’도 빼놓을 수 없다. 보린주택이 토대가 돼 최근 호평을 받고 있는 젊은 창업인 임대주택인 도전숙(宿), 예술인 임대주택 등 수요자 맞춤형 임대주택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차 구청장은 틈날 때마다 지역 내 반지하 거주 독거노인들을 찾곤 한다. 인간다운 삶을 포기한 채 습기 찬 방에서 겨우 연명만 하고 있는 노인들의 삶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 절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어떻게 해서든 노인들에게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해 주고 싶었다. 고심 끝에 생각해 낸 게 월 임대료 9만원 선의 보린주택이다. 2013년 반지하에 사는 독거노인들을 위해 보린주택 4채를 지었다. 주택당 15명, 60명의 노인들이 새 보금자리를 갖게 됐다. “홀몸 어르신들은 해당 지역에서 30년 넘게 살아오셨습니다. 다른 지역에 지어진 임대주택으로 옮겨서 살도록 할 게 아니라 그분들이 살아오신 동네에 주거 공간을 마련해 줘야 합니다. 태어나고 자란 동네에서 생을 마치는 것, 이보다 더 큰 행복이 있을까요. 열다섯 분이 한 곳에 모여 사시니 서로 말동무도 되고 의지도 돼 고독사도 막을 수 있습니다. 지역 내 반지하에 살고 계시는 홀몸 어르신들이 350~400명 정도 되는데, 보린주택 10채만 지으면 그분들의 삶의 질을 확 바꿀 수 있습니다.” 전국 곳곳에 뿌리내리고 있는 ‘혁신교육지구’도 선도했다. 차 구청장은 2012년 서울시교육청에 아동·청소년 문제를 학교와 마을이 공동으로 해결하는 ‘혁신교육지구’를 제안, 교육 패러다임을 바꿨다. “아이들 문제는 학교에만 맡겨 둬서는 안 됩니다. 수업이 끝나고 교문을 나서면 마을 문제가 됩니다. 교사, 학부모, 마을 주민이 힘을 모아야 복잡한 교육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교육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동안 마을공동체도 복원되고 참여와 협력을 통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도 강화됩니다. 복지, 교육 등 여러 분야에서 우리 구가 처음 시작한 걸 다른 자치구에서 ‘벤치마킹’하고 있는 게 많습니다. 정말 가슴 뿌듯합니다.” ‘재활용정거장’ 도입으로 단독주택 밀집 지역의 쓰레기 문제도 해소했다. 재활용정거장은 주민들이 재활용품을 분리 배출할 수 있도록 마을 주요 지점에 설치한 분리수거 거치대를 말한다. 주민들이 집 앞에 재활용품을 내놓으면 가져가는 문전 수거에서 아파트처럼 지정 장소에 재활용품을 분리 배출하면 수거해 가는 방식으로 전면 전환한 것이다. 2013년 시흥3동에 처음 설치된 이후 안정적으로 정착되면서 지난해 6월 독산4동으로 확대됐다. 현재 독산4동에는 58곳의 재활용정거장이 마련돼 있다.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오후 3~9시 운영한다. 각 정거장에는 ‘도시 광부’라고 불리는 자원관리사가 배치돼 주민들이 올바르게 배출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저소득층 어르신 등으로 구성된 도시 광부들은 우리 동네를 깨끗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 없이는 하기 힘듭니다. 약간의 수고비는 주지만 자원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주민들이 자신들의 동네를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는 걸 보면 코끝이 찡해집니다.” 차 구청장은 요즘 저층 주거지 주민들의 삶을 좀더 편안하고 안전하게 만들 방법을 찾는 데 골몰하고 있다. “지역에 저층 주거지가 많습니다. 저층 주거지는 미래의 가장 이상적 형태의 주거지입니다. 대문을 나섰을 때 탁 트인 하늘이 보이는 게 중요합니다. 고급 주택가는 모두 저층 주거지입니다.” 그는 저층 주거지 개선의 하나로 ‘골목길 관리사무소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아파트 거주민들은 관리사무소가 있어 편하다. 전기, 하수도 등 어떤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관리사무소에 연락하면 되기 때문이다. 반면 단독주택은 그런 체계가 없어 무엇이든 입주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단독주택 거주민들은 대체로 나이가 많습니다. 무슨 문제가 생기면 직접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습니다. 200~300가구를 묶어 관리사무소를 둔다면 단독주택 거주민들의 삶도 편안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차 구청장에 대해 “동네 아저씨 같은 소박한 구청장”이라며 “언제 어디에서 보든 편하고 친근하다”고 입을 모았다. “아마도 꾸밈이나 가식이 없어 그렇게 여기시는 게 아닐까 싶네요. 복지관에 가면 어르신들이 맘 편하게 대해 주시며 엄청 좋아하세요. ‘아이돌’ 수준의 인기입니다. 주민들에게 ‘갑질’하지 않고 주민들을 위해 일하는 조직을 만들어 왔는데, 주민들께서 그런 노력을 인정해 주시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낍니다. 마을민주주의를 완전히 정착시켜 ‘주민 우선 사람 중심의 금천’을 만들겠습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속보] 국민의당 새 원내대표 김동철

    [속보] 국민의당 새 원내대표 김동철

    국민의당 신임 원내대표 경선에서 김동철 의원(4선·광주 광산갑)이 선출됐다.16일 선출된 김동철 의원은 ‘호남민심 회복’을 기치로 내걸었다. 새 원내대표로서 5·9 대선 참패의 충격을 추스르고 리더십 공백 상태의 당을 재건해야 한다는 숙제를 지니고 있다. 김동철 의원은 “정책연대를 시작으로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통합을 추진해야지 정치권이 앞서가선 안 된다”며 통합 자체에는 동의하면서도 “당장 합당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IT 신트렌드] 양자컴퓨터의 현재와 미래/추형석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IT 신트렌드] 양자컴퓨터의 현재와 미래/추형석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양자컴퓨터는 미시세계의 물리 현상을 표현하는 양자역학에 기반한 차세대 계산 장치다. 양자컴퓨터의 가능성은 1982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유명한 미국의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이 처음으로 제안했다. 그로부터 35년이 흐른 지금, 양자컴퓨터의 일부가 구현됐으나 상용화까지는 아직 커다란 숙제로 남아 있다. 현대 컴퓨터의 성능은 몇 년 안에 공정상의 물리적 한계로 인해 성능 발전의 정체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양자컴퓨터를 비롯한 차세대 컴퓨터 기술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기술로 다시 조명받고 있다. 양자컴퓨터의 특성은 정보를 저장하는 단위로부터 설명할 수 있다. 현대의 컴퓨터는 0과 1로 이루어진 ‘비트’가 단위이다. 반면 양자컴퓨터는 00, 01, 10, 11과 같이 두 개의 이진수로 정보 저장이 가능하고 3개 이상의 이진수로도 표현할 수 있다. 이것이 ‘큐비트’라는 단위인데, 정보 저장과 처리의 관점에서 기존의 컴퓨터 대비 곱절 이상의 효율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양자컴퓨터의 대표적인 적용 분야는 소인수분해이다. 소인수분해를 계산하기 위한 컴퓨터 알고리즘은 우리가 중학교 때 배웠던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소수를 일일이 대입해 보고 나눠지는지를 판단하는 작업의 반복이기 때문에 상당한 계산 능력을 요구한다. 실제로 193자리의 수를 소인수분해하는 데에 80개의 연산처리장치(CPU)를 사용해 5개월이나 걸렸다. 양자컴퓨터를 활용한 소인수분해 알고리즘은 1994년 처음으로 소개됐는데, 계산에 소요되는 시간을 수백분의1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증명했다.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면 소수 기반의 암호체계가 모두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는 우려는 바로 이러한 알고리즘 때문이다. 지금까지 양자컴퓨터가 소인수분해에 성공한 가장 큰 수는 2014년의 ‘56153’이었다. 더 큰 수의 해석은 아직 이뤄지지 못했다. 이 사실을 보면 양자컴퓨터 기술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양자컴퓨터의 양자적 특성은 외부환경에 매우 민감하고 극저온 환경에서 동작하기 때문에 현실과 과학기술의 장벽이 여전히 높은 분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양자컴퓨터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지원하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에서는 양자컴퓨터의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고 미래창조과학부도 올해 업무계획에서 양자컴퓨터 연구개발 지원을 언급했다. 여기서 우리가 추가적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은 양자컴퓨터의 소프트웨어 기술이다. 양자컴퓨터상에서의 코딩은 큐비트를 다뤄야 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코딩과 그 범주를 달리한다. 원천기술 확보와 더불어 양자컴퓨터 시대에 대비한 소프트웨어 기술 육성이 중요한 이유다.
  • [자치광장] 보육은 전 사회의 책임이다/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

    [자치광장] 보육은 전 사회의 책임이다/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

    전국 어린이집은 4만 1000여 곳에 달한다. 이 가운데 7%만 국공립어린이집이다. 국공립어린이집은 민간 시설보다 보육비는 저렴하고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다는 인식에 인기가 높다. 입소 대기 신청자 중 몇 년을 기다려도 기회가 닿지 않는 이들도 있다.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한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자녀의 수)은 1.2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꼴찌다. 세계 224개국 중에서도 220위로 최하위권이다. 저출산율의 이유는 복합적이겠지만, 아이를 마음 놓고 키울 보육 환경이 부실한 것도 하나의 요인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아이 키우기는 부모만의 책임이 아니라 학교, 지역 사회 등 많은 이들의 협력과 관심이 필요하다. 보육은 이처럼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하면서 풀어가야 할 숙제다. 성동구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국공립 어린이집이 가장 많다. 지난 3월에는 69번째 구립어린이집이 문을 열었다. 민선 6기 3년 동안 구립어립이집을 23곳이나 만든 비결이 궁금하다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국공립어린이집 1곳 개원 비용은 최소 10억원에서 많게는 25억원까지 든다. 예산 문제로 국공립어린이집을 짓고 싶어도 지을 수 없다. 성동구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예산 장벽을 뛰어넘었다. 종교시설 내 유휴 부지를 활용하거나 공동주택 내 의무 설치 민간 어린이집을 구립으로 전환했다. 신축아파트 공간을 무상으로 임대해 구립어린이집을 신설하기도 했다. 민관 협력을 통해 저비용 고효율의 국공립어립이집을 확충한 것이다. 이렇게 공보육률 50.69%를 달성하게 돼 성동구 어린이 8133명 중 4123명, 즉 2명 중 1명이 구립어린이집을 다닌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하는 보고서에서 저출산 문제를 개인 탓이나 여성 탓으로 돌리는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심각해지고 있는 저출산 현상을 개인 차원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 차원으로 인식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여성의 경력단절, 양질의 국공립어린이집 부족, 낮은 남성 육아휴직률 등을 해결해야 한다. 일·가정 양립 지원, 청년층 일자리 창출 등 여러 대안도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은 저출산 문제 해결의 유일한 대안은 아니나 기본 토대는 된다. 출산은 장려하면서 보육은 알아서 하라고 한다면 저출산 현상은 더 심각해진다. 보육은 부모만의 몫이 아니다. 양육을 사회 전체가 함께 책임진다는 인식으로 협력해 나가야 한다.
  • 문재인 대통령 취임 첫 주말…기자들과 등산하고 관저로 이사

    문재인 대통령 취임 첫 주말…기자들과 등산하고 관저로 이사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취임 이후 첫 주말을 맞아 기자들과 북악산을 등산하고 청와대 관저로 이사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이후 사흘 동안 숨 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첫 주말에는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숨 고르기를 했다. 문 대통령은 10일 취임하자 마자 국무총리·국가정보원장·청와대 비서실장·경호실장 등 주요 인선을 발표하고 대선 공약인 ‘일자리위원회’ 설치를 지시했다. 이날 밤에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전화 정상외교를 펼쳤다. 취임 이튿날에는 청와대 민정수석·인사수석·국민소통수석 등 참모 인선을 발표했으며, 중국 시진핑 주석·일본 아베 총리·인도 모디 총리 등과 통화했다. 사흘째도 첫 외부 일정으로 인천국제공항 방문을 방문했고,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설치·국정역사교과서 폐지·5·18 기념식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지시하는 등 그야말로 숨돌릴 틈 없을 정도로 바쁜 시간을 보냈다. 문 대통령은 ‘주말에는 제발 쉬시라’는 참모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13일 하루 ‘망중한’을 맞았으나 미뤄둔 숙제를 하느라 온전한 휴식을 취하지는 못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기간 함께 고생한 전담기자(일명 마크맨)들에게 감사 인사도 제대로 못 했다며 이날 마크맨들과 함께 북악산 산행길에 올랐다. 등산이 취미인 문 대통령은 기자들과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고 청와대 구내식당에서 삼계탕으로 점심을 함께했다. 국민들과 최대한 소통하고 대화하겠다는 대선 때 약속을 적극 이행하려는 모습이었다. 산행을 마친 문 대통령은 오후 3시께 홍은동 사저로 돌아와 두 번째 숙제에 착수했다. 바로 사저를 비우고 청와대 내 관저로 이사하는 일이었다. 문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을 거치지 않고 바로 대통령직에 취임한 탓에 청와대 관저를 손볼 시간이 없었다. 더구나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된 이후 청와대 관저는 한 달 넘게 빈집으로 방치돼 있었다. 관저 정비에 사흘이 걸린 탓에 문 대통령은 공식 임기를 시작하고도 홍은동 사저에 계속 머물면서 청와대로 출퇴근을 해왔다. 이날 문 대통령은 홍은동 주민과 지지자들의 환송을 받으며 미뤄둔 이사를 무사히 마쳤다. 김정숙 여사는 이날 오후 5시쯤 사저에서 나와 환송하러 나온 주민들에게 “그동안 감사했다”고 인사하고 청와대 관저로 향했다. 문 대통령은 오전 대선 때 전담 취재를 맡았던 기자들과 산행을 하고 오찬을 함께 한 뒤 청와대에 머물고 있다. 경남 양산에 자택을 둔 문 대통령 내외는 2012년 대선 때부터 딸 다혜씨 소유의 구기동 빌라에서 지내오다 지난해 1월 홍은동 사저로 이사 왔다. 문 대통령은 관저 입주 시 양산 자택에서 키우던 풍산개 ‘마루’를 데리고 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퍼스트 도그’(First Dog)가 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기간 유기견 입양을 약속한 바 있다.이에 따라 사상 최초로 유기견이 퍼스트 도그가 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미뤄둔 숙제들을 마무리한 문 대통령은 이제 온전히 국정운영에 매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다음주에는 취임 첫 주보다도 더욱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할 가능성이 커보인다. 당장 15일부터 미국 백악관의 한반도 담당자들이 한미 정상회담 실무 협의를 위해 내주 방한하는 등 외교적으로 시급한 현안을 다뤄나가야할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요일인 14일 중으로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의 인선을 마무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국무총리 내정자의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지원하는 것과 개혁 정책을 실제로 구현해낼 정부조직을 개편하는 것도 주요 과제다. 경제·사회 부총리와 각 부처 장관 임명 등 조각 구상에 속도를 내야할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조국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새로운 범죄혐의 나타나면 검찰 수사”

    조국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새로운 범죄혐의 나타나면 검찰 수사”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와 ‘정윤회 문건 사태’ 등에 대한 재수사와 관련해 “(국정농단 게이트 등을) 새로 수사할 수는 없어도 완전히 새로운 범죄 혐의가 나타나면 검찰이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수석은 13일 연합뉴스를 통해 “미진한 점이 있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민정수석의 당연한 권리”라며 이와 같이 말했다.검찰에 ‘정윤회 문건 사태’ 등 특정한 건의 수사를 지시하는 일은 없겠지만, 과거 민정수석실에서 해당 의혹들을 어떻게 처리하고 넘어갔는지 들여다보는 것은 원칙대로 해나가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조 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농단) 특검 수사 기간이 연장되지 못한 것 등을 검찰이 수사할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고 한 것을 두고 ‘청와대가 사실상 수사 가이드라인을 준 게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전혀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조 수석은 “모든 대통령은 특정인을 구속하라는 등의 지시는 절대 할 수 없지만 ‘환경범죄가 심각하니 꼼꼼히 들여다 보라’는 등의 포괄적인 이야기는 다 할 수 있다”며 “전혀 불법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의 ‘워딩’을 그대로 보면 좋겠다”면서 “(국정농단, 정윤회 문건 사태 등의 수사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전체적으로 검토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수석은 “(정윤회 문건 사태 처리 등을) 살펴보다가 잘못된 점이 나오면 공무원 징계 등 행정적으로 하거나 범죄 혐의는 검찰에 이첩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세월호 수사 외압 의혹과 국정농단 사건 묵인 의혹 등을 다시 들여다볼 경우 이른바 ‘우병우 라인’ 등 검찰 전·현직 고위 간부까지 조사 대상이 확대될 것이라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보인다. 조 수석은 그러나 이른바 ‘정권의 요구’에 맞춰 움직이는 ‘정치검찰’의 인적 청산 논의까지 논의가 확대되는 것은 경계했다. 그동안 문 대통령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숙제 중 하나로 정치검찰의 행태를 언급해 왔다. 조 수석은 “‘행태’라고 하면 특정인이 아니라 ‘문화’나 ‘의식’ 아니겠나”라며 “대통령의 검찰개혁의 취지에 동의하고, 비서로서 대통령의 의지를 실천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참여정부 초기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 추진 때처럼 검찰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지적에는 “검사들도 과거와 다를 것”이라면서 “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여망을 외면하거나 무시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과거 민정수석의 ‘입김’이 작용했던 주요 인선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계속해서 강조하는 것도 같은 뜻으로 읽힌다. 조 수석은 검찰개혁의 ‘파트너’인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에 필요한 자질 등을 묻는 말에 “저는 검증을 담당할 뿐 제 소관이 아니다”라며 “인사수석이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동철 기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황룡사·분황사 돌며 남긴 ‘유금오록’…古都의 자취 ‘오롯이’

    [서동철 기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황룡사·분황사 돌며 남긴 ‘유금오록’…古都의 자취 ‘오롯이’

    매월당 김시습(1435∼1493)이라 하면 ‘금오신화’(鰲新話)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잘 알려진 대로 한국문학사는 이 작품을 본격적인 소설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금오산은 경주 남산을 이루는 봉우리의 하나다. 황금자라가 서라벌에 깊숙이 들어와 편히 앉아 있는 형상이라고 한다. 지금 발굴조사가 한창인 월성에서 바라보면 옛사람들이 남산을 왜 남산이라고 불렀는지 무릎을 치게 된다. 서라벌의 정남쪽을 안정감 있게 두르고 있는 남산이 없었다면 신라의 왕궁이었던 월성의 포근함은 훨씬 덜했을 것이다.짐작처럼 ‘금오신화’는 남산에서 씌어졌다. 물론 김시습이 7년 동안 머물렀다는 용장사의 금오산실(鰲山室)은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다. 그럼에도 매월당의 체취를 느끼고자 두 시간 남짓한 산행을 마다않는 탐방객이 꼬리를 문다. 매월당은 용장사에 머무는 동안 ‘금오신화’ 말고도 ‘유금오록’(遊鰲錄)을 남겼다. 경주 일대의 고적을 돌아본 감회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기행시집(紀行詩集)이다. 김시습이 태어난 곳은 성균관 부근이라고 하니 오늘날의 서울 명륜동이다. 그럼에도 매월당은 그다지 연고가 깊지 않은 경주에 남다른 애착을 가졌다. 매월당은 경주를 두고 ‘산수와 절이 아름답고 고도(故都)의 풍속이 온화하여 다른 고을과는 다른 데가 있으니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고 읊었다. 매월당은 강릉 김씨로 시조는 김주원이다. 김주원은 김알지의 후손으로 선덕왕을 잇기에 모자람이 없는 왕위 계승자였으나 원성왕에 밀려 강릉으로 물러났다는 인물이다. ‘유금오록’에는 뿌리를 더듬는 ‘계림’과 ‘김씨릉’은 물론 북천 건너 김주원의 집터를 찾아 감회에 젖는 시도 보인다. ‘원성왕과 김주원이 서로 왕위를 양보할 때/장맛비로 북천의 물이 끝없이 넘쳐흘렀네/백이숙제와 태백만 어찌 아름다운 소문을 독점하랴/천년 전부터 강릉에는 오랜 사당이 있었네’ 김주원이 원성왕과의 권력 다툼에서 패한 역사를 일종의 반어법으로 묘사하고 있다. 강릉 또한 깊은 인연을 가진 고장이다. 어머니의 고향이자 강릉 김씨의 터전이었다. 경포대에는 2007년 매월당김시습기념관이 세워졌다.●‘유금오록’ 경주 관광에 좋은 가이드북 경주 여행이라면 흔히 시내에서 월성과 황룡사 터, 국립경주박물관을 돌아보고 불국사와 석굴암을 찾는 것으로 마무리되곤 한다. 그런데 체제 너머의 방외인(方外人)으로 살다 간 매월당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유금오록’은 좋은 ‘관광 가이드북’이 될 수 있다. ‘유금오록’을 살펴보면 매월당의 경주 고적 탐방은 매우 폭이 넓었음을 알 수 있다. 용장사와 선방사, 흥륜사, 황룡사, 영묘사, 백률사, 분황사, 불국사, 천왕사 등 옛 절터가 망라돼 있다. 황룡사를 두고 ‘동인(銅人)이 우뚝 서서 언덕을 향해 선 것은/흥망을 그전부터 말하려 하지 않음이라’라고 노래한 것을 보면 김시습이 찾았을 때만 해도 큰법당의 본존불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듯싶다. 지금 폐허가 된 황룡사의 큰법당 터에는 삼존불 대좌의 기단석만 남아 있다. 황룡사와 이웃한 분황사는 원효대사가 머물렀던 적이 있어 김시습이 더욱 사랑한 절이다. 분황사의 모전석탑은 지금 3층까지만 남아 있어 조화롭지 못한 모습이다. 하지만 ‘돌탑은 그야말로 드높기도 해/쳐다보기는 해도 올라가기는 어렵다/층층이 봄풀이 자라났고/켜마다 이끼 꽃이 피어 있네’라는 시구절을 보면 매월당이 찾았을 무렵에는 창건 당시 옛 모습이 어느 정도 남아 있었던 것 같다. 분황사에서는 모전석탑 바로 곁의 비석 대좌를 눈여겨봐야 한다. 위쪽에는 비석을 세웠던 홈이 패어 있고, 그 아래 ‘이것은 화쟁국사 비석의 받침’(此和靜國師之碑趺)이라고 새긴 추사 김정희의 필적이 있다. 원효에게 화쟁이라는 시호를 내린 고려 숙종이 세운 추모비다. 비문의 일부는 탁본으로 전하며, 1976년 분황사 경내에서 발견된 화쟁비의 손바닥만 한 조각은 동국대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매월당은 이 비석을 보고 ‘무쟁비’(無諍碑)라는 시를 남겼다.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신라의 이승(異僧) 원욱(元旭)씨가 머리 깎고 저자에서 도(道)를 행한 것을…’으로 시작한다. 욱(旭)자와 효(曉)자는 ‘마침내 환한 깨달음을 얻는다’는 같은 뜻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원욱씨란 바로 원효대사다. 이렇듯 화쟁국사 비석은 원효와 매월당, 추사의 흔적이 한데 어우러진 보기 드문 문화유산이다. ●절 없어져 버려진 성덕대왕신종 목격도 분황사 터에서 황룡사 터를 다시 가로질러 동해남부선 철길을 건너면 국립경주박물관이다. 봉덕사종, 흔히 에밀레종이라고도 불리는 성덕대왕신종이 마당에 있다. 매월당은 들판에 나뒹구는 신종을 바라보면서 ‘절은 없어져 자갈에 묻히니/이 물건도 초목에 버려졌구나/주나라 석고(石鼓)와 다르지 않아/아이들이 두드리고 소는 뿔을 비비네’라고 한탄했다. 신라시대 이후 기능을 잃은 신종은 1460년 영묘사로 옮겼지만 북천의 범람으로 다시 벌판에 놓이는 신세가 됐다. 매월당이 딱한 모습을 목격한 것도 이때다. 흥륜사는 진흥왕 5년(544) 완공된 신라 최초의 사찰이다. 이차돈이 신라에 불법(佛法)을 전하고자 순교의 길을 가면서도 지으려 했던 절이다. 김시습이 흥륜사 터를 찾았을 때는 신라시대의 위용은 당연히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전각의 남은 터는 마을로 변했구나’라는 시구처럼 절집은 모두 허물어져 지금은 경주박물관으로 옮겨진 돌구유만 남아 있었다. 그런데 매월당 이후 흥륜사 터로 알려진 곳은 최근의 발굴조사 결과 영묘사 터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면 최근 경주공업고등학교 마당에서 ‘흥’(興) 자가 새겨진 수키와 조각이 출토됐다. 두 절의 위치는 고고학적 증거에 따라 정리되고 있는 분위기다.●최근 흥륜사 터 발굴조사 결과 ‘주목’ 매월당 당시 사천왕사도 폐허였다. ‘도솔가’와 ‘제망매가’를 지은 월명사가 주석한 절이다. 최초의 쌍탑식 가람으로 2기의 목탑 기단부의 면석을 녹유소조상으로 장식해 건축사와 미술사에 중요한 기준을 제공하기도 했다. 문무왕 19년(679) 부처의 힘으로 당나라 군사를 퇴치하고자 세웠다고 한다. 하지만 매월당은 ‘아무리 믿음이 있다고 해도 그렇게 해서 변방이 편안할지는 잘 모르겠다’고 불교가 비현실 세계에 매몰되는 것을 경계했다. 경주에는 ‘유금오록’에서는 찾을 수 없는 김시습의 흔적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토함산 너머 기림사의 매월당 영당(影堂)이다. 당초 현종 11년(1670) 용장사에 오산사(鰲山祠)라는 이름으로 세웠던 영당이 고종 5년(1863) 훼철되자 경주 유림이 고종 15년(1873) 기림사에 다시 세웠다. 기림사는 원효대사가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석가모니 부처가 오랫동안 머물며 설법을 베푼 사찰이 기원정사(祇園精舍)다. 또 기원정사가 있는 숲을 기림(祇林)이라고 한다. ‘경주에는 불국사 말고 기림사도 있다’는 말의 의미를 한번 느껴 보는 것도 좋겠다. 글 사진 dcsu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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