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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권력 피해자들] “세월호 규명 5년째… 괴롭고 지치지만 ‘아이들 과제’ 해결해야”

    [공권력 피해자들] “세월호 규명 5년째… 괴롭고 지치지만 ‘아이들 과제’ 해결해야”

    2014년 4월 16일. 날짜만 읊어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그날로부터 4년 8개월이 지났다. 내년이면 5주기이지만 세월호 참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박근혜 정부의 조직적 활동 방해로 활동 기간을 제대로 채우지 못했던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지난 11일에야 전면 재조사에 돌입했다. 세월호 추모공원은 진통을 겪다가 이제야 부지를 확정하고 조성안을 만드는 단계다. 세월호 탑승자 476명 가운데 단원고 남현철·박영인군, 양승진 교사, 권재근·혁규 부자 등 5명은 아직 돌아오지 못했다. 지난 22일 경기 안산시 산업지원본부 옆 공터에 컨테이너로 꾸려진 4·16가족협의회 사무실에서 만난 영석 아빠 오병환씨는 “세월호 참사의 해결은 이제 시작”이라면서 “오랜 싸움, 긴 기다림이 힘들고 괴롭고 지치지만 아이들이 주고 간 과제가 많아 아직은 쉴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칠 때마다 ‘못난 아빠, 억울함이라도 밝히고 너희에게 가마’ 다짐하며 채찍질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오씨와의 일문일답.→태안 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24)씨의 가족을 위로했다고 들었다. -충남 태안에 있는 분향소에 다녀왔다. 우리 영석이 엄마도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추모 집회에 가서 용균씨의 어머니를 만나 위로하고 울었다. ‘구의역 김군’ 사건 때도 찾아갔다. 일종의 ‘연대’라고 볼 수 있다. 우리도 국민과 연대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아픔은 겪어본 사람만이 안다. 자식을 떠나 보낸 아픔이 얼마나 가슴이 찢어지는 일인지 너무도 잘 안다. 그래서 각종 참사가 발생하면 즉각 희생자 가족을 찾아가 위로한다. →세월호 문제가 이미 다 해결됐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이제 시작이다. 진상 규명은 지난 정부 때 특조위 1기가 제대로 활동을 못 했고, 이달부터 특조위 2기가 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현실적으로 100% 진상이 규명되리라곤 생각지 않는다. 세월호 추모공원(4·16 생명안전공원)은 아직 첫 삽도 못 떴다. 일단은 용역보고서와 예비 타당성 조사를 통해 부지를 화랑유원지 쪽으로 확정하고 세부안을 꾸리고 있다. 계속 지지부진하다가 이번에 안산시에서 계획대로 가겠다고 하는데 두고 봐야 한다. 내년이 관건이다. 내년 8월까지 안산시에서 계획안을 수립해서 정부에 넘기면 정부 추모위에서 의결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내년 안에 첫 삽을 뜰 수 있겠다. →생명안전공원 조성에 반대하는 주민이 많다는데. -‘화랑지킴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시는 분들이 있다. 회의할 때 와서 일부러 음악을 크게 틀고 놓고 방해한다. 지난 지방선거 때 추모공원을 ‘납골당’으로 비하하는 프레임으로 공격했던 정치인들과 비슷한 맥락이다. 대화와 설득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반대하는 분들과는 대화가 잘 안 된다. 추모위원회가 각 지역을 찾아가 공청회와 시민토론회도 다 열었는데, 반대하는 사람들은 ‘왜 우리와 논의도 없이 추진하는 것이냐’고 한다. 그래서 가족들이 길거리로 나가 시민들에게 추모공원이 조성되면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랬더니 여론이 우리 편이 됐다. 시민들도 이제는 가짜뉴스에 속지 않는다. 어쨌든 첫 삽을 뜰 때까지는 포기하지 않고 주민 설득을 계속해 나가려고 한다. →공원은 어떤 공간으로 조성되나. -생명안전공원은 공원 형태의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며진다. 비석만 덩그러니 세워놓고 잊혀버릴 공간을 만들고 싶진 않다. 바람 쐬러 공원에 놀러 나왔다가 세월호 아이들을 한 번쯤 기억하게 되는,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꿈꾼다. 안산시는 이 사업을 계기로 생명의 도시, 안전의 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 여러 지역에서 이 공원을 찾아올 수 있도록 지역 명소로 활용되면 좋겠다. 또 치유의 의미도 갖는다. 가족뿐만 아니라 안산 시민에게도 큰 아픔이 남았기 때문에, 생명안전공원이 안산 시민의 트라우마까지 씻어낼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가족으로서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우리 아이들을 어서 한 곳에 모아야 한다는 간절함이 있다.→박근혜 정부와 비교해 문재인 정부는 어떻게 다른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유가족을 찾아왔을 땐 믿었었는데 지금은 실망한 부분도 있다. 시민의 힘으로 대통령과 정권을 바꿨는데도 여전히 약자의 억울함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여전히 많은 피해자 가족들이 청와대 앞까지 달려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래선 안 된다. 꼭 대통령이 아니더라도 유가족들의 얘기를 한번 들어주고 따뜻한 말 한마디와 위로만 해 주면 된다. 가슴 아픈 사람들을 그렇게 내버려두면 이 정부가 박근혜 정부와 다를 게 뭔가. 조금 우호적일 뿐이지 다를 게 없다. →정부가 바뀌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통령에게 의지가 있어도 그 아래 공무원들이 5년만 버티면 또 정권 바뀔 거라 생각하고 잘 움직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공무원은 아직도 변화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언론은 대통령을 벌써 레임덕이라고 때리고, 대통령도 차츰 의지가 꺾이는 것 같다. 국회도 문제다.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지역구 표심만 챙긴다. 세월호 참사에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여전히 없다. 세월호 참사는 해경만의 책임도, 대통령만의 책임도 아니다.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이런 지난한 싸움에 지칠 법도 한데. -5년이란 세월을 버티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낮에는 이렇게 활동하고 밤에 집에 가면 아이 사진 보며 답답해한다. 아버지가 이것밖에 할 수 없다는 게 참 미안하고 안타까워 자괴감이 들 때도 잦다. 내려놓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아이들 100여명의 유골함이 있는 안산 하늘공원에 가서 다시 마음을 굳게 먹고 돌아온다. 엄마들은 아직도 많이 울고 있다. 못해준 게 자꾸 생각나서 그렇다고 한다. 저도 고생을 대물림하기 싫어서 공부하라고 혼내고 때리기도 했는데, 그랬던 게 자꾸 가슴에 북받쳐 올라온다. 그러면 ‘아버지가 배운 건 없지만 너희의 억울함을 밝히고 너희 곁에 가마’라고 다짐을 한다. 아이들이 숙제를 많이 내주고 갔다. 살아 있는 동안 전부 다는 못해도 열심히 해야겠다. →세월호 이슈를 넘어 사회활동가가 되신 것 같다. -사회활동가가 아니라 투쟁가가 됐다. 전에는 평범한 노동자여서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몰랐다. 그런데 아이가 그렇게 되고 나니 그제야 우리나라가 얼마나 잘못됐는지가 보였다. 정부와 국회도 무능 그 자체였다. 그런데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데 시간이 참 오래 걸린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을 한곳에 모아야 한다는 신념과 목표가 있기 때문에 버틸 수 있는 것 같다. →앞으로 무엇부터 바뀌어야 할까. -언론이 반성하고 바뀌어야 한다. 사회 곳곳에 어려움이 있을 때 각층의 의견을 듣고 객관적으로 중재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제대로 하는 언론이 없다. 생명안전공원이 어떻게 준비되고 있는지, 반대하는 이들은 어떤 근거로 반대하는지 언론은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유가족들이 조성 반대파와 크게 싸워야 급히 찾아와 인터뷰하려고 할 것이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글 사진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부처간 비공개 의견 조율… 2기 경제팀 키플레이어로

    23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도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수정 문제를 논의한 ‘녹실 회의’의 성격과 위상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국무회의가 정부의 최종적인 ‘의사결정기구’라면 녹실 회의는 부처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의견조율기구’로 역할해 나갈지 주목된다. 녹실 회의는 1960년대 중반 당시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이었던 고(故) 장기영씨가 경제부처 장관들과 비공개로 현안을 논의하면서 시작됐다. 회의 장소의 카펫과 가구 색상이 녹색이어서 녹실 회의로 불렸다. 문재인 정부 들어 녹실 회의라는 명칭이 공개적으로 언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홍 부총리가 취임 직전인 지난 11일 6개 부처 장관과 ‘2019년도 경제정책방향’을 조율한 비공식 회의의 연장선으로도 해석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필요한 경우 홍 부총리가 주재하는 녹실 회의를 열어 경제팀 전체 의견을 모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녹실 회의가 문재인 정부 2기 경제팀 운용의 ‘키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녹실 회의는 박근혜 정부 당시의 ‘청와대 서별관 회의’와 비공식 협의 채널이라는 점에서는 같다. 녹실 회의 참석 대상은 부총리를 비롯한 관계부처 장관, 서별관 회의는 청와대 참모진까지 참석 대상을 넓혔다는 점에서 다르다. 서별관 회의가 법적 근거가 없는 밀실 회의라는 비판을 받았다는 점에서 녹실 회의가 차별화할 수 있느냐는 풀어야 할 숙제로 보인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태양광 발전비용 2023년부터 100원 아래로…입지 제약·폐패널 비용이 ‘발목’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하고 운영하는데 들어가는 총비용이 5년 후인 2023년부터는 1kWh당 100원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하락 속도는 주요 선진국보다 둔화될 것으로 보이고, 입지 제약이나 폐폐널 비용 증가 등이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3일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해 국내 사업용 태양광 발전의 균등화발전비용(LCOE)은 1kWh당 121원이었다. 균등화발전비용이란 설비투자비부터 운전 유지비, 연료비, 정책비용 등 발전에 드는 모든 비용을 발전량으로 균등화한 개념을 말한다. 국회 예산청책처가 분석한 결과, 2005년 태양광 균등화발전비용은 1kWh당 1144원으로 1000원이 넘었다. 하지만 이후 점차 떨어져 지난 2014년(171원)부터는 100원대로 진입했다. 국회 예산정책처 경제분석국 인구전략분석과 허가형 경제분석관은 “2005년부터 올해까지의 태양광 발전비용 경험 곡선을 추정한 결과, 2023년 이후 태양광 발전비용은 1kWh당 100원 이하로 낮아지고 2030년에는 84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태양광과 원전의 경제성 격차는 2030년쯤 좁혀지고 이후에는 역전될 수도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태양광 발전비용 하락속도는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볼 때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1kWh당 균등화발전비용이 100원 밑으로 떨어지는 시점이 한국은 2023년으로 예상됐지만, 미국과 영국은 이미 2020년에 각각 71.2원과 97.5원 수준으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현 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기 위해서는 토지비용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태양광 발전은 설치 과정에서 주민들과의 마찰도 빈번하다. 태양광으로 인한 전자파·반사광, 세척약품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에 대한 우려가 대표적이다. 또한 저수지에 설치하는 수상태양광도 전자파로 인한 생태계 교란, 경관 훼손 등의 우려로 설치가 어렵다. 실제 전북 진안군 연장리 태양광발전소나 안성 고삼저수지 수상태양광 발전소, 포천 금주저수지 수상태양광 발전소 프로젝트는 지역주민의 반대에 부딪혀 사업 추진이 지연됐다. 태양광 폐패널 처리 비용 상승도 해결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정부가 지난 10월 전자제품 생산자책임재활용(ERP) 대상 품목에 태양광 패널을 추가하면서 업계는 태양광 패널의 회수와 재활용 체계를 갖춰야 하는 상태다. 허 분석관은 “태양광은 입지 제약이 높은 발전설비이므로 지역수용성과 설치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경제성을 감안해 기존 시설물을 활용할 수 있는 입지를 선정해야 한다”면서 “태양광 폐패널의 재활용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세종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벤투호 UAE 아부다비 도착, 손흥민·기성용·황희찬 등 현지에서 합류

    벤투호 UAE 아부다비 도착, 손흥민·기성용·황희찬 등 현지에서 합류

    59년 만에 아시안컵 정상을 노리는 벤투호가 결전의 땅에 첫발을 내디뎠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3일 오후(한국시간)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캠프를 차리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도착했다. 소속팀 일정에 따라 나중에 현지로 합류하는 손흥민(토트넘), 기성용(뉴캐슬), 이청용(보훔), 구자철 지동원(이상 아우크스부르크), 황희찬(함부르크), 이재성(홀슈타인 킬) 등 7명을 빼고 17명이 도착했다. 예비 엔트리 이진현(포항)과 김준형(수원)도 동행해 부상자를 대비하는 것은 물론 유럽파 선수들이 합류하는 26일까지 훈련 파트너 구실을 한다. 전날 아부다비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3, 4위전에 나섰던 정승현(가시마 앤틀러스)도 합류했다.  24일 새벽 첫 적응 훈련을 실시한 대표팀은 다음달 1일 두바이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최종 모의고사를 치른 뒤 7일 필리핀과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른다. 2차전은 알 아인으로 이동해 12일 키르기스스탄을 상대하고 아부다비로 돌아와 16일 중국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지난 20일 명단을 발표하면서 자신감을 내비쳤던 벤투 감독은 출국 전 취재진을 만나 “개인적으로 느끼는 감동도 중요하지만 팀으로, 공통으로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큰 대회에는 어려움이 뒤따를 것”이라며 “이번 대회는 경쟁력 있는 상대가 참가하니 쉽지 않은 순간들이 발생할 것이다. 긍정적인 마인드로 최대한 성과를 내겠다”라고 말했다. 무더운 중동 날씨는 변수가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현지에서 열흘 동안 전지훈련을 하고 두바이로 이동해 나흘 동안 준비한다.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 다른 팀도 마찬가지이기에 우리의 것을 준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월드컵과 달리 아시아 무대에서는 상대의 밀집 수비를 뚫어야 하는 숙제가 늘 따라 다닌다. 벤투 감독은 “크게 두 가지를 잘 준비해야 한다. 첫째는 우리의 스타일을 유지하는 것이고 둘째는 모든 상대를 존중해야 하는 것“이라며 “모든 경기에 최대한 공격적으로 경기하길 원한다. 큰 대회에서는 공격만큼 수비도 중요해 잘 준비하겠다”고 설명했다. 대표팀은 조별리그 앞의 두 경기를 손흥민 없이 치러야 한다. 벤투 감독은 “손흥민은 차이를 만들 수 있는 중요한 선수다. 내가 부임하기 전에 결정된 부분이라 이제 와서 변경이 불가능하다”며 “두 경기에 못 나오는데 중요한 선수 없이 경기를 잘하도록 준비하겠다. 이후에는 손흥민과 함께 운영하는 고민을 하겠다. 오기 전까지 열정과 자신감으로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기성용은 영국 뉴캐슬 세인트 제임스 파크로 불러들인 풀럼과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홈 경기에 5-4-1 전형의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90분 그라운드를 누볐다. 두 팀은 0-0으로 비겼고,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한 기성용은 26일 UAE에서 대표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기성용은 경기 뒤 구단 홈페이지와 인터뷰를 갖고 “팀이 중대한 시기에 있는데 자리를 비우게 돼 팀원들에게 미안하다”며 “대표팀이 첫 경기 2주 전부터 선수를 소집할 수 있다는 게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이라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팀이 1월에 몇몇 강팀과 대결을 앞두고 있는데 다른 선수들이 잘 해내기를 바란다. 두바이에서도 팀을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라파엘 베니테스 뉴캐슬 감독은 풀럼전을 앞두고 기자회견에서 기성용의 대표팀 합류를 늦추려고 했으나 한국 대표팀이 수용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전하기도 했다. 벤투호에 승선하지 못한 석현준(스타드 드 랭스)은 오귀스트 들론 스타디움으로 불러들인 캉과의 프랑스 리그앙(1) 19라운드 홈 경기에 원톱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전해 전반 7분 선제골을 꽂았다. 킥오프 1분 만에 경고를 받은 석현준은 상대 수비진의 실수를 틈타 페널티 지역 정면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꽂았다. 지난 8월 랭스 유니폼을 입은 뒤 14경기 만에 뽑은 데뷔 골이었다. 랭스는 전반 28분 실점하며 석현준의 선제골을 지키지 못했고, 전반 45분 역전 골까지 내주며 끌려갔다. 석현준은 후반 시작과 함께 부상 때문에 셰이 오조와 교체됐다. 랭스는 후반 8분 비에른 엥겔스의 헤딩 동점 골로 승부의 균형을 맞췄지만, 재역전에는 실패하며 2-2로 비겼다. 역시 벤투호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이승우(헬라스 베로나)는 이탈리아 리보르노 아르만도 피키에서 열린 세리에B(2부리그) 리보르노 원정 경기에 네 경기 연속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지만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다. 두 팀 역시 0-0으로 비겼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금요칼럼] 20대 남성의 정치의식/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금요칼럼] 20대 남성의 정치의식/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20대 남성의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30% 아래로 떨어졌다. 여당에서는 비상등이 켜진 모양이다. 연일 언론 보도가 잇따르고 몇몇 여당 의원들조차 중요한 문제라는 데 공감을 표한다. 정말 20대 남성의 지지율은 문제일까? 그들이 왜 이런 정치적 성향을 갖게 되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20대 남성의 정치의식은 우리 사회의 숙제라고 할 수 있다. ‘숙제’라고 이름 붙인 이유는 우리 사회가 반드시 풀어야 한다는 의미에서다.20대 남성들이 대통령을 지지하거나 말거나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하지 않는 것은 사실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개별 정당이나 특정 정치세력들의 관심이지 사회 문제는 아니다. 대조적으로 20대 여성들의 대통령 지지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지만, 그 역시 명확한 근거를 찾기도 어렵다. 젊은 여성들의 처지가 그리 만족할 만한 상황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8년 말 20대 남성들의 정치적 성향은 중요한 사회 현상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 지지율이라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집약적인 기표에 포함된 이들의 정치적 의식은 단지 개인이나 정당에 대한 선호를 넘어 이 시대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조건 속에서 20대 남성들이 처한 위기적 상황을 드러낸다. 20대 남성들의 정치의식에는 취업난 등 경제적 어려움 이외에 두 개의 사회적 맥락이 교차하고 있다. 첫째는 군대다. 20대 남성들의 의식은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주목할 만한 일종의 정동(情動, 사회에서 영향력을 갖는 집단적 정서)으로 형성됐다. 계기는 군복무가산점제도의 폐지다. 한국 남성에게 주어진 병역의 의무는 이제 갓 스물이 되어 성인으로서 자유로운 삶을 꿈꾸는 이들에게 고통스러운 통과의례로 인식돼 왔다. 청춘의 황금기를 군대라는 규율체제 속에서 보내야 하는 남성들은 실제 군대 생활이 어떠하든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훨씬 더 많다는 피해의식을 공유해 왔다. 그리고 이런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보상으로 주어진 가산점제도가 폐지되자 분노를 여성에게 투사해 왔다. 여자는 군대도 가지 않으면서 권리 주장만 한다는 생각이다. 군복무에 대한 이들의 감정은 유명 연예인의 군복무 회피 사건이나 운동선수들의 입대 면제에 대한 폭발적인 분노에서도 엿볼 수 있다. 여성 혐오와 세월호 유가족 조롱 등 인권 침해적 행위로 비난을 받아온 인터넷 사이트 일베가 등장한 것도 이 시기다. 같은 맥락에서 2018년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판결이 내려진 사건은 이런 박탈감을 심화시켰을 것이다. 또 다른 맥락은 젠더다. 20대 남성들의 젠더 의식(남성으로서 갖는 정체성)에는 가부장적 권위주의, 남성 생계부양자 의식, 폭력적인 섹슈얼리티 등이 깔려 있다. 남자는 여자보다 지위가 높고 권한도 많아야 한다, 남자가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한다, 남자는 성적으로 주도적이고 공격적이어야 한다는 등의 오래된 의식이 젊은 남성들의 마음을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제는 낡은 규범인데, 현실에서는 여성을 문제적 대상으로 설정한다. 남성만큼 여성도 지위와 권한을 가질 수 있다는 주장, 여성도 경제적 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 여성이 누구와 섹스를 할 것인가는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귀를 닫고 마음을 닫는다. 역설적이지만 20대 남성들의 정치의식이 오히려 반가운 점도 없지 않다. 군복무 경험을 남성들만의 형제애로 미화하거나 여성은 아예 경쟁 상대조차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연스레 배제해 왔던 기성세대에 비하면 이들은 솔직하다.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이 젊은이들이 민주적 변화에 마음을 열고 그것이 자신에게도 유익한 방향이라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 과기부 제1차관에 文정부 과학계 ‘보이지 않는 손’ 문미옥 청와대 과기보좌관

    과기부 제1차관에 文정부 과학계 ‘보이지 않는 손’ 문미옥 청와대 과기보좌관

    과학기술계로부터 문재인 정부 과학기술정책의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불렸던 문미옥(50)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과학기술)에 임명됐다. 문 신임 1차관은 경남 산청 출신으로 포스텍 물리학과에서 학부, 석사, 박사 과정을 마쳤다. 포스텍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연세대 물리학과와 이화여대에서 연구교수로 잠시 몸담은 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기획정책실장, 과학기술인협동조합지원센터 기획정책실장을 지냈다. 이후 2016년 문재인 대통령의 추천으로 더불어민주당에 영입돼 제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7번을 받아 정치에 입문했다. 2017년 문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초대 대통령비서실 과학기술보좌관으로 자리를 옮겨 문재인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 전반을 주도했다. 지난해 문 신임 1차관을 과학기술보좌관으로 임명할 때 청와대는 “기초과학과 과학정책 분야를 두루 거친 손꼽히는 여성과학기술인 출신 의원으로 과학입국 미래를 개척할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그렇지만 과학기술계에서 문 신임 1차관의 보좌관 시절에 대한 평가는 후하지 않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사람 중심의 과학기술 정책이 현장에서 어떤 식으로 구현됐는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물리학 박사라는 타이틀 외에는 연구 현장 경험이 거의 없고 과학기술 관련 단체에서 활동한 것 이외의 경력이 없어 과학기술 행정가나 과학기술 현장활동가로써 역량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식으로 평가가 많다. 문 신임 1차관이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으로 임명된 뒤 박기영 과기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과 박성진 초대 중소기업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낙마사태를 비롯해 과기부 산하 기관장 사퇴 등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 과학기술계에서 주목한 일련의 사건들 뒤에 문미옥 제1차관이 있다는 뒷말이 돌기도 했다. 문 신임 1차관의 임명에 따라 정부출연연구기관을 포함한 과학계에서는 ‘정권 실세로 과학분야에 대한 확실한 그립감을 갖고 일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현장을 모르고 간섭만 늘어나는 관(官)이 중심이 된 과학정책이 펼쳐질 것’이라는 우려가 함께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실세인 문 신임 1차관이 임명되면서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는 비정규직 정규화를 둘러싼 과학계 내 갈등, 연구과제중심제도(PBS) 유지, 과학계 기관장들의 거취 등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과학계가 주목하고 있다. 특히 과기부 내 IT부분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과학부문에 어떻게 힘을 실어줄것인가도 문 신임 1차관에게 안겨진 숙제이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요리계의 슈퍼히어로, 소금에 절인 멸치 ‘앤초비’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요리계의 슈퍼히어로, 소금에 절인 멸치 ‘앤초비’

    초인적 영웅이 등장하는 슈퍼히어로 장르는 문화계에서 오랫동안 컬트 취급을 받아 왔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대중의 폭넓은 사랑을 받으며 당당히 주류로 올라섰다. 고난과 역경을 겪은 후 평범한 사람에서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영웅이 된다는 슈퍼히어로물의 서사와도 닮았다. 물론 날 때부터 능력을 타고난 슈퍼맨도 있지만 대부분의 인간 히어로들에게 있어 시련은 더 큰 능력을 얻기 위한 일종의 통과의례다.뜬금없이 슈퍼히어로물 이야기를 꺼낸 건 작은 유리병 속에 담긴 한 식재료 때문이다. 이탈리아어로는 아추가, 스페인에서는 안초아, 영어로는 앤초비라 불리는 이 작은 멸치 절임은 요리계에 있어 슈퍼히어로와 다름이 없다. 요리라는 행위는 날것의 식재료를 먹을 만한 것으로 바꾸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맛있는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음식에 어떤 요소를 넣어 줘야 한다. 바로 ‘짠맛’과 ‘감칠맛’이다.음식을 잘 만든다는 말의 이면에는 짠맛과 감칠맛을 적절히 잘 쓴다는 뜻이 담겨 있다. 대체로 음식이 맛없다고 느끼는 건 이 두 가지 중 하나 혹은 모두가 부족해서 생기는 비극이다. 그러니까 요리하는 사람에게 있어 짠맛과 감칠맛을 적절히 불어넣어 주는 것이 하나의 숙제인 셈이다. 반대로 이 두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 식재료를 사용하면 손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앤초비는 이 본질적인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 주는 힘을 갖고 있다. 앤초비는 생멸치를 소금에 몇 달간, 많게는 1년 반 정도 절여 만든다. 멸치에게는 힘든 시간이겠지만 인고의 과정이 지나면 멸치는 더이상 평범한 생선이 아니게 된다. 폭발적인 감칠맛과 짠맛으로 음식에 맛을 더해 주는 슈퍼히어로로 탈바꿈한다. 이런 능력을 가진 식재료는 앤초비 말고도 있다. 서양의 치즈, 동양의 젓갈이나 간장, 된장 같은 장류가 같은 역할을 한다. 음식에 깊은 감칠맛을 불어넣어 준다는 점에서 L글루타민산나트륨(MSG)도 ‘맛 어벤저스’에 포함된다.우리에게 멸치는 말려서 국물을 낼 때 쓰거나 볶아서 먹는 존재지만 유럽의 사정은 좀 다르다. 지중해와 대서양 연안에서 많이 잡히는 멸치는 우리나라 연안의 멸치와는 생김새부터 다르다. 유럽 멸치는 몸집이 더 크고 입이 뾰족하다. 대부분 소금이나 식초에 절이지만 바다를 끼고 있는 지역에서는 싱싱한 멸치를 튀기거나 구워 먹기도 한다. 유럽에서는 앤초비 이전에 생선 내장을 한데 모아 소금에 절여 발효시킨 ‘가룸’이 있었다. 고대 로마 시절 음식에 빠지지 않고 사용된 피시소스의 일종이다. 우리가 거의 모든 요리에 맛을 더하기 위해 간장이나 된장을 쓰듯 맛을 좀 아는 로마인들은 이 감칠맛의 정수를 즐겨 사용했다. 생선 내장을 소금에 발효시키면 비슷한 향취와 풍미를 보인다는 점에서 가룸은 우리의 갈치속젓이나 밴댕이젓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리라 추측해 본다. 지중해에서 지금은 가룸을 만드는 전통은 사라졌고 그 자리를 소금에 절인 앤초비가 대신하고 있다. 솔직히 소금에 절인 앤초비는 다 같은 맛을 내는 줄로만 알았다. 스페인 북부 칸타브리아 지방에서 프리미엄 앤초비를 생산하는 ‘엘 카프리초’를 방문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엘 카프리초는 2대째 앤초비와 참치 가공품을 생산하고 있는 소규모 가공업체다. 회사를 이끄는 세자르와 호세 형제는 대형 가공업체가 생산한 값싼 가공품에 밀려 지역의 해산물 가공산업이 쇠퇴하는 것을 안타깝게 본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았다. 그들은 현명했다. 대형 업체와 가격 경쟁을 하는 대신 품질로 승부하기로 했고 그 전략은 시장에서 먹혀들었다. 공장은 작지만 갖출 것은 모두 갖추고 있다. 1년 6개월간 상온과 냉장에서 번갈아 염장한 앤초비를 세척한 후 직원들이 일일이 손으로 뼈와 껍질 등 이물질을 정성스레 발라냈다. 말끔하게 손질된 앤초비는 오일과 함께 용기에 담겼다. 앤초비는 마치 쫙 빼입은 턱시도 같은 포장을 입고 세상에 나왔다. 일련의 장면을 보니 이들의 앤초비가 어째서 일반적인 제품과 다른 맛을 내는지, 왜 서너 배나 높은 가격인지 단번에 이해가 갔다. 이렇게 정성 들여 만든 고품질의 앤초비는 뭐 하나 더할 것 없이 그 자체로도 하나의 완전한 음식이었다.요리가 어렵다면 앤초비를 이용해 다양한 요리를 시도해 보자. 슈퍼히어로급 식재료의 힘은 잘 쓰면 인류를 ‘맛없음’이라는 악당의 손아귀에서 구원한다. 잘못 쓰면 그날의 식사가 엉망이 되는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지만 그래도 어떠랴. 시련 없이는 힘도 주어지지 않는 법이다.
  • [신가영의 장호원 이야기] 함께 살아가기

    [신가영의 장호원 이야기] 함께 살아가기

    한파가 맹위를 떨치는 나날입니다. 밖에서 놀던 고양이들 들어오기 바쁜 날들이지요. 집고양이들뿐만 아니라 길고양이까지 새끼 데리고 몰래 들어와 밥 먹고 가기 바쁜 날들입니다. 고양이들만 들어오면 좋으련만 새도 사냥해서 들어오고, 쥐도 물고 들어오고 얼마 전까지 뱀과 도마뱀까지 데리고 들어오곤 했습니다.기겁할 노릇이지요. 보통 이런 경우 보은했다고, 은혜 갑으려고 한다고도 하는데 자주 보다보니 과연 그런가 싶습니다. 살아있으면 계속 가지고 놀다가 죽으면 본체만체 다시 밖으로 나가버리고 맙니다. 덩그러니 놓여진 죽은 녀석들. 보는 것도 싫은데 처리하려니 처음엔 어찌나 끔찍하던지 집게로 집는데 그 촉감이 쇠붙이를 통해 전해지는 듯 했습니다. 이 혐오감은 고양이들이 던져주는 숙제가 되었습니다. 혐오감이란 대부분 학습된 것으로 대상을 잘 모르기에 두려움이 커진다 했습니다. 그래 우선 잡아오는 녀석들 이름과 생태를 알아가기로 했습니다. 집 주위엔 밤나무가 꽤 많은 편인데 밤나무가 많으면 뱀이 많다는 얘기가 있더군요. 밤과 도토리가 많으니 쥐뿐만 아니라 다람쥐 청설모 등 설치류가 많아지고 자연스레 그를 쫓는 족제비, 너구리, 뱀도 흔하다 합니다.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이 잘 이루어져 있는 장소인 셈입니다. 이해는 되지만 혐오감을 줄이기는 쉽지 않은데 여전히 쥐를 보면 때려잡기 바빴고 빗자루를 길게 잡고 쓸어 담으면서 보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했습니다. 쉽게 무뎌지지 않던 혐오감은 멀리 있는 걸 집기 위해 사 놓은 1m 되는 만능집게를 사용하며 사라졌습니다. 참 별스럽지요. 여전히 싫기는 해도 진저리 나거나 소름 돋는 일 없이 쥐를 잡아 들어 치우고 뱀도 척척 집어 들어 산으로 풀어주며 이제 고양이에게 잡히지 말고 어서 도망가라 합니다.왜 이렇게 바뀌게 되었을까요? 대상을 치우는 도구가 50㎝에서 1m로 좀 길어진 것뿐인데 마음이 이리 달라진 것이 참 신기합니다. 적정거리라는 게 있는 것일까요. 주변을 둘러보면 함께 살아가는 것을 결정할 권리가 우리에게 있는지 묻게 됩니다. 주인이 따로 없고 함께 어우러져 가는 것이 자연일텐데 그저 두렵다는 이유만으로, 혐오한다는 이유만으로 배척하고 없앨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존재를 허락받는 건 아니지요. 혐오는 혐오하는 사람의 것일 뿐. 그렇기에 어떻게 함께 살지 고민하는 것이 사람의 몫 아닐까요. 우리가 쉬이 혐오하는 대상이라 해서 존재 이유가 없는 건 아닙니다.
  • [사설] 홍남기호, 욕먹을 각오로 정책 펴야 성공한다

    문재인 정부의 2기 경제를 이끌어 갈 홍남기 신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어제 임명장을 받고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문 대통령은 임명장을 수여한 뒤 홍 부총리와 40여분간 환담을 하면서 “우리 기업의 활력과 투자의욕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현장과 직접 소통하며 기업의 투자 애로가 뭔지 그 해결책을 찾는 데 각별히 노력해 달라”고 주문한 뒤 “포용성장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경제사령탑으로서 소임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홍 부총리의 책무는 그야말로 막중하다. 문 대통령의 주문처럼 성장을 통해 파이를 키우면서 우리 사회의 사회·경제적 양극화를 해소해야 하는 난제가 앞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중요한 것이 경제 활력의 회복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어제 12월 경제동향에서 내수 부진과 수출 증가세가 완만해지면서 경기가 점진적으로 둔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대로라면 올해 2.7% 성장도 쉽지 않고, 내년에는 성장률이 2%대 초중반으로 떨어질 우려도 있다. 지표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국민은 이미 경제가 어렵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이제 2기 경제팀은 국민이 느낄 수 있는 실질적인 성과를 내야만 한다는 것이다. 홍 부총리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포용성장과 함께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을 시사하는 등 유연한 입장을 보였다. 최저임금 산정방식도 노사가 주장하는 값의 중간치가 아닌 지불 여력, 경제 파급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해 주목을 받았다. 노동의 유연성과 함께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도 조속히 매듭짓겠다고 했다. 이를 두고 “주 52시간 근무와 최저임금 도입의 취지를 망각한 것 아니냐”는 비난도 쏟아졌다. 무릇 새로운 제도나 개혁이 성공하려면 부작용을 개선하고, 고통을 나누는 것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 홍 부총리는 이 과정에서 여당과 노동계로부터 칭찬 대신 욕먹을 각오도 해야 한다. 홍 부총리의 숙제 가운데 하나는 규제 완화다. 올해 최초로 수출이 6000억 달러를 넘어설 전망이지만, 이런 지표가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은 성장이 반도체와 기계류 등 일부 업종과 일부 기업에 편중돼 있기 때문이다. 결국은 중소기업과 중견기업, 벤처 등으로 산업 주체가 분산돼야 하는데 이는 산업구조 재편과 함께 혁명적인 규제 완화가 필수다. 홍 부총리는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실용적인 ‘로드맵’을 신속히 제시하길 바란다. 아울러 “홍남기 부총리가 경제 원톱”이라는 청와대의 입장도 견지 되어야 할 것이다.
  • [사설] 임시국회 열어 선거제 개편·유치원 3법 통과시켜야

    국회가 지난 8일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정기국회를 마무리했다. 여야는 법정 처리시한을 엿새나 넘겨 ‘지각 처리’ 시켰다. 이런 와중에 국회의원 세비를 ‘셀프 인상’하고 지역구 예산을 챙긴 대신,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유치원 3법과 선거제 개혁 등의 숙제는 외면했다. 후안무치를 떠올리게 하는 행태다. 유치원 3법 개정이 무산된 건 자유한국당의 책임이 크다. 한국당은 국가지원금은 국가지원회계로, 학부모 분담금은 일반회계로 이원화하는 안을 고수했다. 사립 유치원이 분담금을 유용해도 제대로 된 처벌이 어려운데도 ‘유치원의 사적 재산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구실을 내세웠다. 바른미래당의 조정도 거부하면서 끝내 사립 유치원의 ‘방패막이’ 역할에 충실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 개혁이 이뤄지지 못한 것은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 등 원내 1·2당의 공동 작품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전국 단위의 비례대표 후보 명부를 작성해 정당 득표율과 연동시켜 전체 의석수를 결정하는 제도다. 민주당은 2012년 18대 대선 이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당론으로 채택하고, 문재인 대통령도 불과 한 달 전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 제도가 도입되면 지역구 의석이 감소할 것을 우려해 ‘100% 연동형’에는 난색을 보이지만,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태도일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유치원 3법’도 해를 넘기지 말고 처리해 학부모가 안심하는 등의 유종의 미를 거두”라고 주문했고,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임시국회를 열어 유치원 3법 통과를 위해 당이 각별히 노력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오늘 꾸려질 한국당의 새 원내지도부와 협의해 임시국회 일정을 하루빨리 잡고 선거제 개혁과 유치원 3법 통과에 힘을 써야 한다. 거대 양당들이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개혁·민생 입법에 소극적으로 대처한다면 더 큰 역풍에 부딪힐 것이다.
  • 힘들고 지칠 땐, 내 몸과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자

    힘들고 지칠 땐, 내 몸과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자

    뭇사람들의 각박한 마음을 다정하게 어루만지는 혜민 스님이 약 3년 만에 신작을 냈다.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수오서재)이다. 2012년 선보인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과 2016년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에 이은 세 번째 행복지침서다. 책은 12일간의 예약 판매 기간을 거쳐 출간 3일 만에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혜민 스님이 이번에 꺼낸 키워드는 ‘고요함’이다. 그는 책에서 “어쩌면 지금 우리가 힘들고 지친다고 느끼는 이유 중 하나가 내 삶의 고요함을 잃어버리고 살아서 그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며 “이번 책에는 우리 안에 있는 고요함과 만나시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다. 혜민 스님은 먼저 고요함 속에서 자신을 톺아보라고 말한다. 자신의 몸과 마음이 무슨 말을 하는지 귀 기울이라는 것. 여러 마음이 부딪칠 때도 마찬가지다. 마음이 고요해졌을 때에야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으며 ‘나는 못 한다’, ‘내 길이 아닌 것 같다’는 말도 용기 내 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사회가 만든 획일화된 행복과 성공 기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는 일의 중요함도 역설한다. 마음의 여유, 생각의 쉼, 하루를 마치고 편안히 잠드는 시간 등이 이들 ‘소확행’의 영역이다. 현대인들의 영원한 숙제인 관계. 여기서도 다른 사람과 부딪칠 때 내 마음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부터 자세히 관찰하라고 조언한다. 이는 가족에서부터 친구, 회사 동료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이다. 2장 ‘가족이라 부르는 선물’에서는 스님의 속가 어머니, 할머니, 어린 시절 기억 등을 전하기도 한다. 그는 자녀를 컨트롤하려는 부모의 마음, 그 속박이 버거운 자녀의 마음을 함께 보듬으며 가장 친밀한 관계 속에서 깊고 안정적인 유대감을 쌓으라고 말한다. 관계에 있어서도, 세상살이에 있어서도 고요함 가운데 깨어 있음을 뜻하는 ‘적적성성’(寂寂惺惺)의 지혜를 발휘하라는 얘기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골목식당’ 홍탁집 아들의 변신, 닭곰탕 맛 본 어머니 “맛있어요”

    ‘골목식당’ 홍탁집 아들의 변신, 닭곰탕 맛 본 어머니 “맛있어요”

    ‘골목식당’ 홍탁집 아들이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5일 방송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는 홍탁집 아들이 닭 전문 음식점으로의 변화를 앞두고 노력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백종원은 홍탁집 아들에게 닭곰탕 레시피를 알려주며 연습하라는 숙제를 냈다. 며칠 동안의 연습 결과, 홍탁집 아들은 혼자 닭곰탕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이에 백종원은 가게 오픈 하루 전, 주변 상인들을 상대로 시식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백종원은 그에 앞서 홍탁집 아들이 만든 첫 번째 닭곰탕을 어머니께 대접하자고 말했다. 홍탁집 아들은 정성껏 닭곰탕을 끓여 냈다. 아들이 끓인 닭곰탕을 맛 본 어머니는 “국물이 어제보다 간이 딱 맞다. 어제는 심심했는데 오늘은 딱 맞췄다”고 말했다. 백종원이 “아들이 이렇게 닭곰탕을 스스로 끓여내는 모습을 상상이나 해보셨냐”고 묻자, 어머니는 “무슨 그런 생각을 했겠냐. 빨리 장가나 가서 밥 안 차려주게 되면 다행이다 속으로 빌고 빌었다”고 답했다. 이가 안 좋으신 어머니는 닭곰탕 국물만 계속 마셨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백종원은 “어머니가 기다려주셨으니까 아들이 정신차리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아들이 끓인 닭곰탕에 대해 합격 평가를 내렸다. 사진=SBS ‘골목식당’ 방송 캡처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광주시와 현대차간 광주형 일자리 투자협상 사실상 타결

    광주시와 현대자동차가 6개월 넘게 끌어온 ‘광주형 일자리 완성차 공장 설립사업’ 협상이 사실상 타결됐다. 광주시 협상단을 이끌고 있는 이병훈 광주시 문화경제 부시장은 4일 “큰틀에서 합의가 이뤄졌고, 마지막 세부 조항을 조율하고 있다”며 “6일쯤 투자협약 조인식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광주시협상단은 이번 투자협약 내용을 5일 광주지역 노사민정협의회에서 추인을 받은 뒤 다음날인 6일 광주에서 정부 고위관계자·현대차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공식 투자협약 조인식을 갖는다. 이번 협상 타결로 오는 7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완성차 공장이 들어설 빛그린산단 진입로 개설비 등 광주형 일자리 관련 예산 2912억원이 통과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고임금의 대기업 노동자 임금의 절반 수준인 노사 상생형 ‘광주형 일자리’ 실제 모델이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민선 6기때 고안해 협상을 거듭한 지 4년만이다. 광주형 일자리사업은 노동자의 평균 초임을 3500만원 정도로 정하고, 주택·육아 등을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는 지역의 노사민정 합의에 따라 성사된 새로운 일자리 모델인 만큼 산업 전반에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노조의 반발 등은 숙제로 남는다. 정부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성공적으로 정착할 경우 이를 군산·거제 등 조선과 자동차산업 쇠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에 적용해 일자리 문제를 해결한다는 구상이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은 광주시와 현대차가 합작법인을 설립해 빛그린산단 내 62만8000㎡ 부지에 자기자본 2800억원, 차입금 4200억원 등 총 7000억원을 투입, 연간 10만대 규모의 1000cc 미만 경형SUV 공장을 세우는 프로젝트다. 정규직 근로자는 신입 생산직과 경력 관리직을 합쳐 1000여명이다. 협력업체 등 간접고용까지 합치면 1만∼1만2000명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추산된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성사되도록 최선을 다해왔다”며 “이 사업이 하루 빨리 정착될 수 있도록 노사민정이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씨줄날줄] 김동연과 홍남기/김성곤 논설위원

    [씨줄날줄] 김동연과 홍남기/김성곤 논설위원

    홍남기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경제관이 속속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4일로 예정된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에 제출한 답변서를 통해서다. 당초 그에게 꼬일 대로 꼬인 우리 경제에 대한 획기적인 처방전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는 의욕이 묻어났으면 했는데 아직은 ‘NO’다. 김동연 부총리의 청문회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각종 현안에 대한 의견이 흡사하다. 하기야 김 부총리와 일하던 공무원이나 홍남기 부총리 후보자의 답변서를 만드는 데 조력한 공무원이 같은데 애초에 다른 것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인지도 모른다.홍 후보자는 합리적이고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침이 없다. 일을 할 때도 한 자락을 깔아서 역풍을 경계한다. 그러니 개성이 없다는 얘기도 듣는다. 청문회 답변서가 이를 제대로 보여 준다. “최저임금 인상은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하고, 속도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알고 있으며, 이에 대해 고려도 필요하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필요하지만, 고용안정성을 토대로 사회적 논의를 통해….” “승차 공유(카풀) 서비스 등 공유경제에 대해서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의견을 수렴 중이다.” 답이 없기로는 1기 경제팀과 마찬가지다. 이 밖에 부동산 보유세 강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단기 일자리의 필요성 등도 대동소이하다. 굳이 다른 점을 찾자면 법인세 인상 대목이다. 그는 “법인세 인상이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이며 인하 문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행 법인세 최고세율은 25%(지방세 포함 27.5%)인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국민소득 2만 달러, 인구 2000만명 이상 10개국의 23.1%(지방세 포함 27.6%)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인상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인 점이다. 그동안 여당 일각에서 법인세 인상을 주장한 것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정도의 인식 차이라면 굳이 사람을 바꿔서 얻어지는 것이 무엇일까 싶을 정도다. 우리 경제는 고용참사로 불리는 고용지표와 더딘 규제완화, 점차 심화되는 경기 침체, 극한으로 치닫는 노동계의 반발 등 풀어야 할 숙제가 한둘이 아니다. 그렇다고 뾰족한 해법이 있을 리도 없다. 고금을 통틀어 인사는 적임자를 찾기보다 분위기 쇄신용이 많았다. 무능한 사람을 내치고, 유능한 사람을 앉혔다고 꼭 성공한 것도 아니고, 유능한 사람 뒤에 덜 유능한 사람이 간다고 실패만 한 것도 아니다. 인사는 정치의 산물이고, 이를 통해 분위기를 바꾼다면 성공한 것이다. 어려운 시대 홍남기 후보자가 진정한 ‘원톱’ 경제사령탑의 리더십을 보여야 할 시점이다.
  • [월드피플+] 어두운 빌딩 계단 앞서 공부하는 초등학생의 사연

    [월드피플+] 어두운 빌딩 계단 앞서 공부하는 초등학생의 사연

    어린 초등학생이 빌딩 계단 입구 어두운 곳에서 공부를 하는 모습이 영상으로 공개돼 잔잔한 감동을 주고있다.   최근 중국 온라인 뉴스포털 인민망(人民網)은 산시성 시안의 한 빌딩 입구에서 공부하는 10살 초등학생의 사연을 보도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를 통해 큰 화제가 된 소년은 초등학교 4학년 생으로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다. 소년은 매일 저녁이 되면 이 빌딩 입구 계단에 마련된 간이 책상에 앉아 숙제를 한다. 주위 여건 상 시끄러운 것은 물론 너무 어두워 글자도 잘 보이지 않지만 소년에게 이같은 환경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소년은 "학교에서 내준 숙제가 많아 보통 저녁 9시~10시까지 공부한다"면서 "시험을 보면 90% 이상은 맞추는데 내 스스로도 좋은 학생이라 생각한다"며 웃었다.그렇다면 왜 소년은 집을 놔두고 이곳에서 공부하는 것일까? 보도에 따르면 소년이 공부하는 장소 바로 앞에서 그의 부모가 먹거리를 파는 노점을 한다. 소년은 "부모님이 저녁 늦게까지 일하느라 바쁘기 때문에 내 스스로 모든 것을 해야한다"면서 "저녁 10시 경 장사를 마친 부모님과 함께 집에 간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연이 알려지자 인터넷에는 소년을 칭찬하는 글들이 넘쳐났지만, 농민공들 대부분이 겪는 씁쓸한 현상이라 점에 입을 모았다. 곧 소년의 부모가 농민공으로 어린 자식을 돌보기 힘든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은 급속한 산업화, 도시화를 겪으면서 일자리를 찾아 수많은 농민공들이 도시로 몰려들었다. 이에 농촌에 남겨진 농민공들의 자녀를 ‘유수아동'(留守儿童)이라 부르는데 이는 ‘남겨진 아이들’이라는 의미다. 부모가 도시로 떠나면서 농촌에 남겨진 유수아동은 조부모, 친인척 등에게 맡겨지거나, 기숙학교에 보내지거나 혹은 보호자 없이 생활하기도 한다. 이 소년처럼 부모와 함께 도시로 오는 경우도 있으나 적절한 보살핌을 받기 어렵다. 현재 중국의 유수아동은 1억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서울광장]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두 가지 방식/김성곤 논설위원

    [서울광장]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두 가지 방식/김성곤 논설위원

    비판에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다. 직설적으로 “잘못됐다”고 하는 경우도 있고, “총론은 좋은데 각론이 문제다”라고 에둘러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이다. 드러내 놓고 “경제가 이 지경인데 무슨 놈의 포용성장이냐”는 비판은 직설적이다. 반면에 “포용성장은 좋은데 소득주도성장이나 주 52시간 근무 등의 과속이 문제”라고 지적하는 경우도 있다.얼마 전 여권의 한 인사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나는 당신네 정책이 싫소’라는 직설적인 비판이 낫다. ‘포용성장은 찬성하지만…’으로 시작되는 ‘비판적 지지’로 포장된 경우는 정말 얄밉다”고 털어놓았다. 동의할 수는 없었지만, 그의 기준으로 보면 필자는 욕먹어도 싼 후자에 속한다. 전 세계는 지금 소득 불평등 해소가 화두다.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학 교수와 게이브리얼 주크먼 UC버클리 경제학 교수 등 세계 저명한 경제학자 100인이 펴낸 ‘세계 불평등 보고서 2018’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민소득(NI) 중 상위 10% 소득자에게 돌아가는 몫은 유럽 국가는 37%, 중국은 41%, 러시아는 46%, 미국과 캐나다는 47%, 중동은 61%라고 한다. 우리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3분기 가계동향을 보면 소득 하위 20%의 소득은 131만 800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7%가 줄었지만, 상위 20%(973만 6000원)는 8.8%나 증가했다. 어느 나라나 불평등은 존재하고, 국가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갖은 애를 쓴다. 경제학자들에게도 이 문제는 숙제다. 그렇게 보면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나 포용성장도 세계적 흐름인 셈이다.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법은 명쾌하다. 세금을 더 걷는 것은 기본이다. 누진세나 종합부동산세, 최근 거론되고 있는 국토보유세 등 자산세는 그 가운데 하나다. 진보학자들은 나아가 교육과 정규직 등 양질의 일자리에 기회균등이 해답이라고 주장한다. 다만, 효과가 쉽게 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수십 년 쌓여 온 불평등을 하루아침에 해소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공정경제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등 3축 경제를 내세우고 있다. 문 대통령은 누차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은 같이 가야 한다고 했지만, 최근 들어 공정과 소득주도성장으로 대표되는 포용성장만 눈에 띈다. 혁신성장은 그냥 구색 맞추기용으로 비쳐진다. 기업에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요구하며 소득주도성장에 동참하라는 목소리도 잠잠해졌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교체가 결정된 뒤로 이런 현상은 더 심화되는 느낌이다. 현장 곳곳에서는 “힘들다”는 소리가 나온다. 규제도 많고, 기업의 의욕을 꺾는 일들은 하루가 멀다 않고 벌어지고 있다. 노조는 자기 소속 근로자를 고용하라고 공사장 통로를 막아 버리는가 하면, 회사 임원을 상대로 폭력도 휘두른다. 이런 판국에 전 정권 때부터 미뤄져 온 구조조정과 산업구조 재편은 언감생심이다. 미국 GM처럼 미래차에 투자하기 위해 1만 7000명을 줄이는 일은 우리 사회에서는 기업이 망하기 전에는 볼 수 없는 현상이다. 많은 이들이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지역·노사·내외국인 간의 경제민주화와 소득불평등 해소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독일형 사회적 시장경제’와 흡사한데 기업 하기는 훨씬 어렵다고 한다. 기업이 일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성과물에 대해서는 세금을 거두면 되는데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규제 완화를 핵심으로 하는 혁신성장은 인공지능(AI)과 바이오 등 4차 산업 관련 기업들을 육성해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것이다. 그런 규제완화도 목소리만 크고 제자리걸음 중이다. 김대중 정부 때 벤처 붐이 있었다. 신기술을 내세우며 희대의 사기극도 있었지만, 그때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오늘날 한국을 정보기술(IT) 강국으로 이끄는 초석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 정부·여당의 행태를 보면 “하나가 무너지면 다 무너질 수 있다”는 조바심이 엿보인다. 하지만 포용성장으로 가는 데 너무 원칙만 따져서 될 일은 아니다. 포용성장을 위해서라면 제3의 길도 택할 줄 알아야 한다. 원칙만 고집하다가 포용성장 자체를 죽이는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대놓고 하는 비판이든 에둘러 하는 비판이든 어떤 비판도 새겨들어야 한다. 대통령도 정부 각료들에게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라고 독려할 게 아니라 대통령 스스로도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sunggone@seoul.co.kr
  • 겨울에도 25~28도 유지… 사계절 나비 일생 한눈에

    겨울에도 25~28도 유지… 사계절 나비 일생 한눈에

    불암산 힐링타운에서 가장 핵심 시설이라고 할 수 있는 불암산 나비정원이 기대 이상의 인기를 누리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개관 두 달 만에 누적 관람객 3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서울 노원구에선 나비정원 인력 충원으로 생태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지난 25일 현재 나비정원을 찾은 관람객은 3만 3818명이다. 지난 9월 18일 문을 연 나비정원은 하루 평균 주말에는 1500여명, 평일에는 700여명이 찾는다. 겨울철이라 관람객이 다소 감소한 게 이 정도다. 불암산 나비정원은 누구나 나비를 눈앞에서 관찰하고 생태교육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건립됐다. 노원구 중계동 노원자동차학원 옆 도로에서 오솔길을 따라 100m 올라간 불암산 자락에 자리잡은 나비정원은 서울 도심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 곤충 생태 체험학습장이다. 시비 10억원과 구비 약 32억원을 들였으며 1448㎡ 규모다. 나비정원을 가장 즐겨 찾는 건 동심 가득한 어린이 손님들이다. 어린이들은 나비온실에서 나비 수백 마리가 눈앞에 날아다니고 손등과 발등에 앉는 모습에 열광한다. 자연스레 어린이를 데리고 온 가족 단위 관람객도 줄을 잇는다. 겨울에도 25~28℃ 기온을 유지해 사계절 내내 산란부터 번데기, 나비로 성장하기까지 나비 일생을 체계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것도 인기만점이다. 인기가 높아지자 고민도 늘었다. 무엇보다 부족한 주차 공간을 늘리는 게 당면 과제다. 나비정원 관리를 맡은 오창종 노원구 주무관은 “임시주차장을 만들었지만 최대 55대밖에 주차하지 못한다”면서 “아이를 데려오려는 부모들한테 주차 문의전화가 올 때마다 지하철 4호선 상계역에서 나비정원까지 걸어서 12분이라는 얘길 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아쉬워했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편의시설을 늘리는 것도 숙제”라며 “현재 다양한 대안을 고민 중이다”고 밝혔다. 글 사진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우리 곁, 수많은 ‘유미씨’에게 희망이 생겼습니다

    우리 곁, 수많은 ‘유미씨’에게 희망이 생겼습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백혈병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보상을 약속하면서 이른바 ‘반도체 백혈병’ 분쟁이 11년 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2007년 3월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일했던 황유미씨가 백혈병으로 사망한 이후 지속된 갈등이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마무리 됐다는 큰 성과를 남겼다. 그러나 피해자들에 대한 순조로운 보상과 다른 계열사의 유사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았다.김기남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 2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중재 판정 이행 합의 협약식’에서 “소중한 동료와 그 가족들이 오랫동안 고통받았는데 이를 일찍부터 성심껏 보살펴드리지 못했다”며 “그 아픔을 충분히 배려하고 조속하게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며 사과했다. 이어 “지원보상위원장이 정하는 세부 사항에 따라 2028년까지 보상이 차질없이 이뤄지도록 최대한 지원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재계 안팎에서는 올해 초 항소심 집행유예로 석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 마련을 밝히면서 삼성전자가 해묵은 난제를 사회적 합의를 통해 풀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삼성은 삼성전자서비스의 협력사 직원 직접 채용, 노동조합 활동 보장과 함께 그룹 계열사 간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한 데 이어 난제였던 반도체 백혈병 분쟁도 마무리 지었다. 앞서 지난 1일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위원장 김지형 전 대법관)는 중재안을 삼성전자와 피해자 대변 시민단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에 각각 전달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보상 과정에서 빚어질 수 있는 갈등은 숙제로 남았다. 중재안에 피해 보상의 범위(삼성전자 기흥사업장의 제1라인이 준공된 1984년 5월 17일 이후 반도체·LCD 생산라인에서 1년 이상 근무한 현직자와 퇴직자 전원)와 보상액(최대 1억 5000만원) 등이 명시돼 있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할 수 있고, 지원보상위원회가 개별 피해자들을 상대로 판정을 내리는 과정도 간단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500억원 규모의 산업안전보건발전기금의 활용 방식 등에 대해서도 아직 완전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삼성전자 외에 다른 삼성 전자계열사에서 발생한 피해에 대한 보상과 삼성 계열사의 해고자 문제 등도 불씨로 남아 있다. 반올림의 황상기 대표는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SDI 등 다른 계열사에서도 유해 물질을 사용하다가 병든 노동자들이 있고, 국내뿐 아니라 해외 사업장에서도 비슷한 피해자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지형 위원장은 “앞으로 국가와 사회가 노동자 건강권이라는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면서 “정부를 대표하여 고용노동부, 국회를 대표하여 환경노동위원회가 ‘시즌2’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아홉살 소년이 숙제 안한다고 버티자 네 가족 택한 체벌은

    아홉살 소년이 숙제 안한다고 버티자 네 가족 택한 체벌은

    아홉살 소년이 숙제를 하지 않겠다고 떼를 쓰자 가족들이 구타해 숨지게 하는 끔찍한 일이 프랑스에서 일어났다. 형과 누나, 의붓여동생과 어머니 등 4명이 경찰에 체포했다. 프랑스 동부 뮐루즈 경찰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18일(이하 현지시간) 아침 일찍 소년이 숙제를 하지 않겠다고 버티자 형이 빗자루 등으로 때려 사망에 이르게 했으며 언니와 의붓언니는 현장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어머니는 일하러 나갔지만 형에게 동생을 혼내주라고 부추겼던 것으로 보여 아이들과 함께 이틀 뒤 체포됐다. 어머니는 소년이 죽은 날 시내에서 열린 추모식에 주민들이 몰려들자 남편과 함께 참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가족들의 초기 진술에 석연찮은 점이 많다고 판단한 경찰은 부검 결과 심장마비를 겪긴 했지만 다리에 구타 흔적이 선명하게 나타나 결국 체포하기에 이르렀다. 조만간 법원 인정 심리에 출두하면 얼굴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일단 19세의 형이 살인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검찰은 더욱 철저하게 수사하겠다는 방침이다. 마침 프랑스 의회에는 교육 현장에서의 체벌을 금지하는 법률안과 부모가 어떤 체벌도 할 수 없게 막는 법률안이 제출된 상태라고 22일 영국 BBC는 전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데스크 시각] 의무 방어전과 연금 개혁/김경두 정책뉴스부장

    [데스크 시각] 의무 방어전과 연금 개혁/김경두 정책뉴스부장

    ‘의무 방어전’이란 게 있다. 하기 싫어도 맡은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으려면 무조건 해야 한다. ‘19금 보따리’를 풀어놓으려는 건 아니다. 정권마다 한 번씩 맞닥뜨리는 연금 개혁이 그렇다는 얘기다. 대통령 인기가 치솟을 땐 지지율을 업고 정면 돌파라도 하겠지만 그렇지 않을 땐 미루고 싶은 일이다. 자칫 잘못 건들면 치명상을 입거나 조기 레임덕에 빠져들 수 있다.2014년 말 박근혜 정부 때다. 공공부문 개혁의 첫 주자로 공무원연금 카드를 빼들었다. 그런데 다음해 국가 주요 경제정책을 소개하는 경제정책방향 보도 참고자료에 공무원연금뿐 아니라 사학연금(2015년 6월)과 군인연금(10월) 개혁 추진 시점이 담겼다. 하나도 힘든데 세 개의 직역연금을 순차적으로 개혁한다고 하니 ‘빅뉴스’였다.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방송에 출연해 “(군인·사학연금도) 자연스레 검토해야 되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 소식을 접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은 불이 난 호떡집이었다. 하루 만에 ‘없던 일’이 됐다. 이튿날 기획재정부는 “실무자가 문구를 확인하지 않고 그대로 내놓은 실수를 했다”며 해프닝으로 돌려세웠다. 이후 기재부는 경제정책 방향 보도자료 외에 더이상 두꺼운 보도 참고자료를 뿌리지 않는다. 어쨌든 박근혜 정부는 2015년 5월 최대 우군인 공무원과 척을 지면서도 ‘더 내고 덜 받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이뤄 냈다. 돌이켜보면 박근혜 정부의 최대 치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도 현재 국민연금 개혁이라는 의무 방어전을 치르고 있다. 그러나 주변 여건이 좋지 않다. 경기 하강과 ‘일자리 쇼크’ 여파로 대통령 지지율이 8주째 떨어져 50%선(리얼미터 기준)에 턱걸이하고 있다. 정권 탄생의 한 축인 민주노총은 이탈 조짐을 보이고,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인상을 놓고 야당과 보수세력의 집요한 공격도 이어지고 있다. 여론마저 이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지난 21일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권고안과 22일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결과는 꽤 아픈 대목이다. OECD는 공식적으로 한국의 최저임금 인상 속도에 문제가 있다며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올 3분기 저소득층 소득은 1년 전보다 더 줄어 소득 양극화가 더 심해졌다.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이 취약계층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게 일정 부분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운 털이 박힐 수밖에 없는 연금 숙제를 풀어야 하니 발을 빼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현행 보험료율 9%를 12~15%로 올리는 정부안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퇴짜를 놨다. 하지만 골든타임이란 게 있다. 지금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지 못한다면 현 세대가 미래 세대의 몫을 빼앗는 것이나 다름없다. 서울신문이 이번주 국민연금 전문가 1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조금 더 내고 훨씬 많이 받는’ 방식에 동의한 전문가는 한 명도 없었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은 현행 45%인 소득대체율을 유지하려면 당장 내년부터 보험료율을 2% 포인트 올리는 게 수익비(1.7배) 측면에서 가장 낫다고 분석했다. 최소 비용 대비 최대 효과를 보려면 내년이 개혁의 마지노선이라는 얘기다. ‘문재인 정부가 왜 악역을 맡아야 하느냐’고 물으면 딱히 드릴 말은 없다. 이 시점에 정권을 잡았으니 무조건 해야 하는 의무 방어전이라는 말밖에는. 다만 ‘촛불혁명’으로 막을 내린 박근혜 정부도 지난했던 공무원연금 개혁에 성공했다고 말하면 없던 힘도 생기려나. 대국민 보고도 좋고, 국민과의 대화도 좋다. 문 대통령이 ‘국민 부담이 아닌 현세대의 책임’을 들어 직접 설득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선택은 대통령의 몫이다. golder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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