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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안태근 유죄 선고, ‘미투’ 넘어 ‘위드유’로 연대해야

    서지현 검사 성추행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이 어제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안 전 국장은 2010년 서 검사를 성추행한 뒤 2015년에는 서 검사가 창원지검 통영지청으로 전보되는 과정에 부당 개입했다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안 전 검사장이 서 검사를 추행했다는 것을 알았다는 사실이 인정되고, 서 검사를 통영지청에 배치한 것은 형평성을 기하려는 인사제도를 실질적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서 검사가 지난해 1월 29일 검찰 내부 통신망에 성희롱 피해 사실을 올린 지 약 1년 만에 사법부가 ‘위드유’(with you)라는 연대감을 표시한 셈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은 우리나라에서는 서 검사의 증언을 계기로 폭발적으로 진행됐다. 정치·사회·문화·종교·체육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숨죽이고 있던 여성 피해자들의 절규가 터져 나왔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의 여성에 대한 차별과 억압이 극심하면서도 보편적이라는 방증이다. 앞으로의 과제는 권력형 성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를 완비하는 것이다. 국회에 계류 중인 미투 관련 법안이 하루빨리 통과돼야 한다. 20대 국회에 제출된 미투 관련 법안은 총 227개이지만, 본회의 통과는 11건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데이트폭력 등 피해자에 대한 정부 지원 근거를 담은 여성폭력방지기본법 제정안이 처리됐지만, 원안보다 후퇴했다는 지적이 많다. 또 미투 가해자들이 피해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이참에 형사법의 사실적시 명예훼손 처벌 조항 삭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왜곡된 가부장 문화를 개선해 양성평등적 사회로 탈바꿈하려는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미투가 필요했어?’라고 말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는 서 검사의 바람을 현실화하는 건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다.
  • “주민의 입장에서 삶의 질 혁신… ‘소확행’ 노원의 길 가겠다”

    “주민의 입장에서 삶의 질 혁신… ‘소확행’ 노원의 길 가겠다”

    “소확행으로 구민들의 삶을 바꾸고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어 가는 노원구를 만들겠습니다.” 오승록 서울 노원구청장이 22일 서울신문과 가진 신년 인터뷰에서 주민들의 소소한 행복에 천착하는 따뜻한 행정, 미래 성장동력의 토대를 만드는 성과를 만드는 행정 두 가지를 임기 2년차 구정 목표로 제시했다. 폭염 대책과 한파 대책 등에서 재기 넘치는 역량을 보여 준 오 구청장은 주민들에게 다가가는 정책을 구상하기 위해 신문을 꼼꼼히 챙기고 구청 직원과 주민들을 쉴 새 없이 만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해 임기를 시작하고 나서 이제 2년차를 맞는다. 새해 각오는. -올해 구정 슬로건을 ‘오늘이 행복하고 내일이 기대되는 노원’이다. 소확행을 통해 구민들의 삶을 바꿔 나가는 노원구를 만들자는 뜻을 담았다. 아울러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어 가는 가시적인 성과를 만드는 한 해가 되자는 의지를 표현했다. 그렇게 현재와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는 구정을 추구하고 싶다.→지난 한 해를 되돌아볼 때 가장 큰 성과로 무엇을 꼽고 싶나. -주민들이 기뻐하고 행복을 느끼는 게 멀리 있는 대단한 사업이 아니라는 걸 몸으로 느꼈다. 폭염과 한파에 힘들어할 어르신들을 위한 대책에 기뻐하고 예쁘게 심은 꽃과 그늘막 디자인을 좋아하신다. 6개월 동안 가장 보람 있었던 걸 꼽으라면 구청 직원들과 소통하며 호흡을 맞춰 나간 것이다. 구청장과 구청 직원들이 서로 생각을 이해하고 보조를 맞춰 가고 있다. 남은 임기 동안 더 잘해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동주민센터 업무보고를 비롯해 주민들을 계속 만나면서 노원의 미래를 함께 고민했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지난해 가장 아쉬웠던 건 어떤 것인가. -노원구의 오랜 숙원 사업인 창동차량기지와 도봉면허시험장 이전 부지 확정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노원구로선 10년 넘게 노력해 왔는데 아직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안타깝다. 올해 반드시 이뤄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올해는 이전 기지를 확정해 노원구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올해 주력하려는 핵심 사업 목표는 무엇인가. -창동차량기지와 도봉면허시험장을 이전하고 나서 개발 청사진을 만들어야 한다. 청사진이 있어야 어떤 시설을 포함하고 어떤 기업이 입주할지 결정할 수 있다.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강서구 마곡지구나 상암DMC 선례는 물론이고 해외 사례도 많이 연구하고 장점을 배우려고 생각 중이다. 광운대 역세권에 있는 시멘트 공장을 옮긴 뒤 어떤 방향으로 개발할 것인지도 중요한 과제다. →올해 예산안에서 가장 초점을 맞춘 것은 무엇인가. -자연·문화·복지라고 말할 수 있다. 특히 자연은 수락산 자연휴양림이나 불암산 힐링타운 등 주민들이 서너 시간 동안 맘 편히 놀 수 있는 녹지를 만들자는 뜻을 예산에 담았다. 영축산에는 무장애숲길을 조성하고 화랑대 철도공원에는 박물관과 야간경관 조명을 조성한다. 문화예술회관은 공연의 수준을 더 높일 예정이다. 특히 북서울미술관에서 천경자·이중섭 전시회도 열 계획이다. 주민들이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 문화재단도 설립하려고 한다. 공동육아방이나 초등돌봄센터, 고교 무상급식. 어린이집 보육교사 처우 개선도 중요한 과제다. 어르신 쉼터와 청소년 공간도 권역별로 추가하려 한다.→노원구는 다양한 주민 맞춤형 정책이 인상적이다. 참신한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는 비결은. -주민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가장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유심히 보고 놓치지 않고, 주민 입장에서 생각하는 게 핵심이다. 왜 낮에만 무더위 쉼터를 운영할까 밤에도 더운데 선풍기로만 열대야를 보내려면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다가 무더위 쉼터라는 폭염 대책이 나올 수 있었다. 겨울에 24시간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을 고민하다가 찜질방을 생각하게 되면서 한파 쉼터를 구상했다. 반려견 1000만 시대라고 하는데 반려견 걱정에 명절 귀향길을 망설인다는 신문 기사를 보다가 반려견 돌봄서비스를 내놓게 됐다. 구청장이 되니까 기사를 더 꼼꼼히 보면서 아이디어도 얻고 다른 지역 사례도 연구하게 된다. →구청장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구정 원칙은 무엇인가. -결국 관계가 핵심이다. 내가 최종 책임자이고 결정권자이지만 혼자 할 수 없다는 생각이 확고하게 있다. 노원구청 직원이 약 1500명이다. 과장만 40여명이다. 각 분야에서 직원들이 신나게, 자기가 구청장인 것처럼 일하도록 하면 구정은 자연스럽게 굴러간다. 구청장 혼자서는 결코 40개 부서 업무를 다 할 수가 없다. 권한을 많이 나눠주려고 노력한다. 일 잘하는 직원에겐 인센티브도 주고 휴가도 보내 주는 식으로 상벌제도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 사람과 사람으로서 친하게 지내는 것도 중요하다. 호프타임도 하고 산도 같이 오르면서 인간적인 교류에 신경 쓴다. →서울시에 제안하고 싶은 게 있다면. -서울시가 일자리 정책을 많이 하고 있다. 하지만 어르신 일자리 센터는 서울 전체에 하나밖에 없다. 장애인일자리센터도 하나뿐이다. 장애인일자리센터는 강남구, 노인일자리센터는 종로구에 있다. 노원구에서 가려면 몇 시간 걸린다. 여성발전센터가 서울시에 5개 있고 여성인력개발센터가 25개로 구마다 있는데, 장애인·노인 일자리도 여성 일자리 지원 기관 정도의 수준은 갖춰야 한다. 그러려면 장애인·노인 일자리지원센터를 권역별로 확대하는 게 필요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형 복지를 많이 강조하는데 좀더 과감한 투자가 아쉽다. 특히 고교 무상급식은 발표만 놓고 보면 서울시가 전액 책임지는 것처럼 돼 있지만 실제로는 시비보조사업이다. 논란 끝에 서울시가 70%, 구청이 30%를 부담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오승록 구청장은…노무현 前 대통령 도보 방북 기획한 靑 의전행정관 오승록 서울 노원구청장은 학생운동과 국회, 청와대, 지방의회를 두루 거치며 경험을 쌓은 끝에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당선됐다. 연세대 부총학생회장을 역임했으며, 2003년 2월부터 2008년 2월까지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의전담당 행정관으로 일하면서 비외교관 출신으론 최초로 대통령 해외 순방 행사를 총괄했다.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할 당시 노란색 군사분계선을 직접 건너는 행사를 기획한 공로로 훈장을 받았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시의원으로 일했다. 현장·주민 중심 행정으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소확행)을 실천하는 게 구정 목표다.
  • ‘대주주 견제’ 집중투표제 등 입법 추진… “경영권 침해” 반발도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공정경제추진전략회의’에서 공정경제 관련 법안의 조속한 입법화를 강조함에 따라 그동안 번번이 무산됐던 상법 개정안 처리 문제가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정부는 “소수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고 대주주의 경영권 남용을 견제해야 한다”며 입법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반면 재계는 “해외 투기자본에 무방비로 노출돼 기업의 경영권이 침해당할 수 있다”며 반대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법무부 등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감사위원 분리 선출, 집중투표제·전자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이다. 우선 집중투표제는 대주주를 견제하는 장치로, 주주총회에서 이사진을 선임할 때 1주당 선임되는 이사 수만큼 동일한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현행 상법에서도 집중투표제를 허용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이 정관으로 배제하고 있어 유명무실한 상태다. 정부는 집중투표제가 의무화되면 소액주주가 표를 특정 이사에게 몰아줄 수 있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재계는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과 같이 소수 지분을 가진 투기자본 세력이 경영권 위협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고 본다. 또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의 소수주주 권익을 보호하는 제도다. 모회사의 소수주주가 회사에 손해를 끼친 자회사 임원에 대해 대표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정부는 부당한 경영 행위를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재계는 소송 남발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은 감사위원이 될 이사와 다른 이사를 따로 뽑고, 감사위원 이사 선임 때는 대주주의 3% 의결권 제한 규정을 적용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감사가 대주주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도록 명문화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재계는 헤지펀드들이 경영권 공격을 목표로 연합해 대주주의 의결권을 과도하게 제약할 수 있다고 반발한다. 정부는 경영 투명성을 강화해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조속히 통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상법 개정안은 지난해 11월과 12월 연이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상정이 무산됐다.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논의할 예정이지만 재계와 야당의 반발은 풀어야 할 숙제다. 세종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태릉 합숙’ 싫어 뛰쳐나온 소녀…美서 공부·운동하며 변호사로

    ‘태릉 합숙’ 싫어 뛰쳐나온 소녀…美서 공부·운동하며 변호사로

    체육계의 ‘미투’ 폭로가 잇달아 터지면서 성적이 전부인 양 운영돼 온 한국 체육계의 낡은 관행들이 도마에 올랐다. 대표적 적폐로 지적받는 게 엘리트 선수들의 ‘합숙 훈련’ 문화다. 1960년대 이후 ‘선수촌에서 같이 먹고 자며 고강도 단체훈련을 해야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생각이 자리잡았는데 이 요람에서 지도자가 선수를 폭행하고 성폭행까지 한 의혹이 드러난 것이다. 이미 19년 전 합숙 관행에 작은 돌멩이를 던졌던 당돌한 중학생이 있었다. 전 수영 여자 국가대표 장희진(33)씨 얘기다. 50m 자유형 한국신기록 보유자였던 그는 중2 때인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앞두고 “태릉선수촌 입촌을 조금 미루고 싶다”고 했다. “기말고사 공부를 해야 해서”가 이유였다. 어른들은 여중생의 소신을 ‘장희진 파동’으로 규정했다. 대한수영연맹은 “나라를 생각하는 희생정신이 없다”며 대표 자격을 박탈했다. 이에 안민석(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 당시 중앙대 사회체육학부 교수 등 전문가들이 그를 돕고 나섰고, 우여곡절 끝에 올림픽에 출전하게 된다. 하지만 장씨는 이듬해 미국으로 향했다. 한국에선 수영과 공부를 둘 다 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였다. 이후 20년 가까이 지났다. 어찌 보면 예언자였던 그는 체육계 미투 바람을 어떻게 바라볼까. 미국에서 변호사가 됐다는 그와 23일 연락이 닿았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국가대표팀에서 제명됐을 때 상황이 어땠나요. -처음엔 이해가 안 됐어요. “선수촌에서 합숙은 할 테니 학교에서 7교시 수업까지 듣게 해 달라”고 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더라고요. “기말고사 때까지만이라도 수업을 듣게 해 달라”고 했는데도 안 된대요. 엄마가 “희진아, 그냥 집에 가자”고 하셔서 나왔는데 그걸 ‘무단이탈’이라고 하더군요. ‘무단이탈이라니… 선수촌이 감옥인가?’ 싶었죠. 결국 대표팀 탈락 소식을 듣고 엄청 울었어요. →성적 욕심이 없었나요? 수영이 정말 좋았다면 합숙 훈련을 할 법한데요. -단순히 말하자면 부모님과 떨어지기 싫었어요. 저는 지금도 집을 좋아하고 가족들과 아주 친해요. 어릴 땐 어땠겠어요. 아침에 일어났는데 부모님이 옆에 안 계신 상황은 상상하기 어려웠죠. 억지로 하는 합숙은 싫었어요. 우리나라에선 태극마크를 달면 학교 수업도 못 듣고 훈련만 해야 하잖아요. 저는 수영을 재미있어서 시작했어요. 그런데 억지로 훈련시켜서 운동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수영을 정말 좋아하지만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장씨에겐 수영만큼 학업이 중요했다. 그의 어머니는 당시 “우리 딸은 국가대표를 목표로 한 게 아니라 즐겁게 운동하다 성적이 잘 나온 건데 갑자기 태릉에서 종일 합숙하라고 했다”면서 “선수촌에선 소질 있는 선수를 데려다가 운동에만 모든 걸 쏟게 한다. 또 혹여나 대표팀에서 탈락하면 수영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을 만들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중학생의 ‘반기’에 체육계는 시끄러워졌다. 안민석 등 교수 200여명이 장씨의 뜻을 지지하며 서명운동을 벌였다. 예상 밖 역풍을 맞은 수영연맹은 징계를 철회했다. 이때 교수와 체육 지도자 등이 주축이 돼 ‘체육시민연대’라는 국내 첫 체육시민단체를 만든다. 이 단체의 창립 슬로건은 ‘공부하는 학생 선수, 운동하는 일반 학생’이다. 장씨는 올림픽이 끝난 이듬해 미국으로 떠난다.) →미국에 간 이유는 뭔가요. -미국 유학한 아버지 영향이 컸어요. 체육특기생이었던 아버지의 친구가 훈련 뒤 책가방을 메고 강의실로 달려가더래요. 특기생이라고 학점 관리를 소홀히 할 수 없는 분위기였대요. 저희 어머니는 고교 음악 교사였는데 원하는 대학 가려고 성악뿐 아니라 공부도 아주 열심히 하셨어요. 부모님들 보면서 자연스럽게 ‘공부와 수영 모두 잘하고 싶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한국에서는 쉽지 않아 보였어요. 그래서 부모님께 ‘미국으로 유학가겠다’고 먼저 말씀드렸죠. →직접 경험해본 한국과 미국의 가장 큰 차이는 뭔가요. -미국 고등학교에선 ‘운동 때문에 수업을 빠진다’는 게 없어요. 수업 출석과 시험 성적이 운동 기록만큼 중요해요. 미 프로농구(NBA)의 전설 마이클 조던 같은 천재라면 얘기가 다르겠죠. 하지만 대부분의 운동선수는 그렇지 않거든요. 엘리트 선수 대열에서 언제든 낙오할 수 있죠. 미국에선 공부 비중이 85%라면 운동 비중은 15%였어요. 미국에선 하루 1시간 30분씩 주 5회만 연습했는데 기록은 한국에서와 비슷했어요. 짧은 훈련시간에 목표량을 달성하려고 효율적으로 훈련한 결과죠. (장씨는 미국 메사추세츠주에서 ‘필립스 아카데미 앤도버’(고등학교)를 다니며 3년간 미 동부지역 고교연합 최우수선수(MVP)에 올랐고 지역 언론인 보스턴글로브가 선정한 ‘올해의 수영선수’가 됐다. 2005년에는 수영특기생으로 4년 장학금을 받으며 명문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에 입학했고, 2008년엔 금의환향해 베이징올림픽 한국 국가대표로 출전했다. 그는 2011년 전국체전을 끝으로 이듬해 은퇴했다. “이제 수영 실력은 동네 아줌마 수준”이라고 농을 던진 그는 2017년부터 텍사스주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왜 로스쿨에 갔나요. -어릴 때 대표팀에서 쫓겨나는 일을 겪다 보니 생각이 많아졌어요. ‘정부는 어떤 기능을 하지?’, ‘법은 무슨 역할을 하지?’ 같은 관심들이 생긴 거죠. 외교학 석사를 딴 뒤 로스쿨에 갔고, 로펌에서 일하면서 가정법원 사건을 주로 맡고 있어요. 선수 경험이 재판할 때도 도움이 돼요. 수영과 재판 모두 집요함이 중요하거든요. 운동선수들은 ‘대충 해야지’라는 생각을 절대 안 해요. →한국 체육계의 부조리한 관행은 어디서부터 시작됐다고 보나요. -소질 있는 아이들을 어렸을 때부터 운동밖에 모르는 사람으로 키우는 것이죠. 격리된 선수촌에서 온종일 훈련하다 지치면 다른 걸 배우거나 생각할 수 있겠어요? 미국에선 체육 특기생이라 해도 운동 끝나면 다 같이 숙제하러 도서관에 가는 게 일상입니다. 수영할 땐 수영만, 공부할 땐 공부만 생각하는 게 버릇이 됐죠. 물론 시합에서 좋은 결과를 얻고 메달을 따는 건 중요해요. 하지만 너무 성적에 매몰되다 보면 선수 이후의 삶을 고민할 겨를이 없어요. →체육계 미투 폭로를 어떻게 보나요.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 크지만, 문제 제기는 긍정적이라고 봐요. 고칠 기회니까요. 미국에서는 영화계를 시작으로 ‘미투’ 폭로가 나왔죠. 체육계뿐 아니라 힘과 권력의 차이가 존재하는 사회 모든 곳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라고 봐요. 쉬쉬하고 덮을 게 아니라 문제를 풀 수 있도록 다 같이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운동선수 가운데 ‘난 지금껏 운동밖에 안 했는데 공부가 될까’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인생에서 뭘 하기에 늦은 때란 없는 것 같아요. 미국 법대 동료 중 아버지뻘인 사람도 있었어요. 다른 일 하다가 늦게 입학했죠. 저는 미국 로펌 면접 볼 때 수영 국가대표 출신이라는 게 강점이 됐어요. ‘운동을 꾸준히 했으니 열심히 하는 게 뭔지 아는 사람’이라고 평가하더군요. →앞으로 뭘 하고 싶나요. -언젠가는 한국에 가서 선수들을 위해 일하고 싶어요. 금메달 못 따도 열심히 하는 선수 중에 폭력·성폭력 피해를 본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어요. 선수들의 권리도 찾아주고 싶어요. 운동만 하다 보면 자기 권리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제가 알려주고 싶어요. ‘자, 이게 네 떡이다’ 하고요.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금감원 ‘권역 파괴’ 인사… 떨고 있는 금융권

    이성재 부원장보 ‘즉시연금 칼잡이’ 전망 공공기관 지정 여부 윤석헌 원장 숙제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후 첫 임원 인사를 했다. 은행 담당 부원장보에 옛 보험감독원 출신을, 보험 담당 부원장보에 은행감독원 출신을 발탁하는 ‘권역 파괴’를 시도했다. 임원 인사는 마무리됐지만 공공기관 지정 여부는 아직 윤 원장의 숙제로 남았다. 인사 후폭풍도 만만찮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원장은 다음달 13일까지 팀장급 이하 실무진 인사를 마치기로 했다. 앞서 지난 18일 보험 담당 부원장보에 이성재(56) 전 여신금융검사국장이, 은행 담당 부원장보에 김동성(56) 전 기획조정국장이, 공시·조사담당 부원장보에 장준경(55) 전 인적자원개발실장이 임명됐다. 금감원에서 주도권을 쥔 은행권 임원에 다른 권역 출신이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험 담당에 은행권 출신을 내정한 데 대한 반발이 커지자 윤 원장은 은행 담당에 보험권 출신을 앉혀 내부 갈등을 잠재우려는 ‘묘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은 떨고 있다. 이번 ‘교차 인사’는 업계와의 유착을 경계하는 윤 원장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도 해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부원장보는 2016년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태 때 보험사들의 중징계를 이끌어 낸 인물이다. 보험업계에선 그가 즉시연금 사태를 해결할 ‘칼잡이’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새 팀을 꾸린 윤 원장 앞에는 오는 30일로 예정된 공공기관 지정 문제가 놓여 있다.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지난해 1월 공공기관 지정을 심의하면서 금감원에 대해 ‘지정 유보’ 결정을 내렸다. 당시 채용비리 근절 대책을 마련하고 비효율적 조직 운영 등에 대한 감사원 지적사항을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올해는 금감원의 방만 경영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감사원은 금감원의 3급(팀장급) 이상 상위 직급 비율이 전체 직원의 45%로 금융공공기관 평균보다 높다며 이를 낮추라고 권고했다. 금융위원회도 금감원의 올해 예산을 심사하면서 3급 이상 비율을 30%로 낮추라고 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대규모 명예퇴직이나 승진 누락 없이는 힘들다며 10년에 걸쳐 35%로 낮추겠다는 대안을 내놓았다. 금감원은 2007년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가 2009년 해제됐다.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금융위와 기재부에서 이중으로 예산 통제를 받게 돼 복지 혜택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5G 스마트폰 올해부터 본격 출시…관건은 ‘배터리’

    5G 스마트폰 올해부터 본격 출시…관건은 ‘배터리’

    출시를 앞둔 5G 스마트폰에 대해 사용자가 가장 우려하는 점은 배터리 사용 시간과 발열·내구성 등 안정성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LG전자는 최근 한국·미국 스마트폰 사용자 1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5G 스마트폰에 대한 우려로 가장 많은 65.3%(복수 응답)가 ‘배터리 소모량’을 꼽았다고 20일 밝혔다. 다음은발열 문제(44.6%), 성능·안정성(43%), 민감성·내구성(30.9%), 투박한 디자인(19.4%) 등 순이었다. LG전자는 “5G 전용 스마트폰의 핵심이 기존보다 뛰어난 배터리와 발열 완화장치를 기반으로 시스템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있다는 방증”이라며 “디자인도 5G 서비스의 다양한 부품을 탑재하면서 얇고 가벼운 외형을 유지하는 것이 숙제”라고 밝혔다. 응답자의 74.0%는 5G 서비스에 대해 ‘기대한다’고 답했다. ‘보통이다’는 20.9%, ‘기대하지 않는다’는 5.1%에 그쳤다. LG전자는 올해 한국·미국·유럽 등 프리미엄 수요가 높은 시장을 시작으로 5G 전용 스마트폰을 본격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올해부터 프리미엄 시장 위주로 5G 전용 단말기가 보급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힘입어 2023년에는 스마트폰 시장이 다시 성장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측됐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6년내 3000만원대 ‘반값 수소차’… 원전 15기급 ‘연료전지’ 띄운다

    6년내 3000만원대 ‘반값 수소차’… 원전 15기급 ‘연료전지’ 띄운다

    정부가 반도체를 이을 차세대 먹거리로 수소를 지목했다. 정부는 2025년까지 수소연료전지차(수소차) 양산 체계를 갖춰 현재의 ‘반값’ 수준인 3000만원대에 공급한다는 목표다. 또 연료전지를 수소 생산과 연계해 원전 15기 발전량과 맞먹는 15GW(기가와트)급까지 늘릴 계획이다. 비싼 가격과 부족한 인프라를 어떻게 해결할지에서 성패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 발 앞선 친환경 차량으로 평가받는 전기차에 비해 뒤처진 경쟁력도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정부는 17일 울산시청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이러한 내용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정부가 미래 먹거리로 수소에 주목하는 이유는 친환경 정책 수단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수소 경제를 놓고 미국과 일본 등 국가별 경쟁이 치열하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인 점도 감안됐다.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수소 경제를 통해 2040년에는 연간 43조원의 부가가치와 42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드맵에 따르면 2025년까지 수소차 연간 10만대 양산 체계를 구축해 가격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낮춘다. 2040년까지 수소차 620만대(내수 290만대, 수출 330만대)를 보급한다. 올해부터 수소버스와 수소택시를 각각 7개 도시와 서울에서 시범 도입하고, 수소트럭은 2021년부터 공공 부문의 쓰레기수거차와 살수차 등에 우선 적용한다. 또 발전용 연료전지 생산을 2040년까지 15GW로 늘린다. 이는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발전용량인 113GW의 7~8% 수준이다. 가정·건물용 연료전지의 경우 지난해 5㎿에서 2040년까지 약 100만 가구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인 2.1GW로 확대한다. 수소충전소는 현재 14곳에서 2040년까지 1200개로 확충한다. 이를 위해 기존 액화석유가스(LPG)·압축천연가스(CNG) 충전소를 수소 충전이 가능한 융복합 충전소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수소충전소 설치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정부는 수소차 양산 체제를 갖춰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면 수소 가격은 물론 수소차용 연료전지 생산원가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과거 포니나 브리사 같은 자동차가 집 한 채 값이었지만, 양산 체제를 갖춰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수소차 양산만으로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추기는 어렵다. 이에 산업부는 석유화학 공정에서 생산되는 부생수소 공급력을 최대한 확보해 전국에 깔린 액화천연가스(LNG) 공급망을 통해 공급한다는 복안이다. 현재 부생수소의 생산 여력은 약 5만t으로 수소차 25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이를 위해서는 민간 기업들의 참여가 필수다. 정 차관은 “전국적으로 일정한 수준의 수소 가격을 만들기 위해서는 유통 체계 정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수소 생산·저장·운송 기술이 발달한 해외 민간 기업으로부터 기술을 이전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수소 관련 기술을 발전시켜야 수소 가격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향후 약 2조원을 투입하는 수소 생산·저장·운송 기술 로드맵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세종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기묘한 가족’ 엄지원 “내 얼굴 버리려 뽀글머리+시장패션..대만족”

    ‘기묘한 가족’ 엄지원 “내 얼굴 버리려 뽀글머리+시장패션..대만족”

    ‘기묘한 가족’ 엄지원이 파격적인 외모 변신에 대해 털어놨다. 15일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기묘한 가족(이민재 감독)’ 제작보고회에서 엄지원은 “시나리오를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출연 결정에 고민은 없었는데 숙제가 있었다. ‘엄지원이 아닌 다른 사람처럼 보였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번 영화에서 엄지원은 주유소집 맏아들 준걸(정재영)의 아내이자 맏며느리 남주로 분해 만삭의 몸에 뽀글머리, 꽃무늬 의상까지 그야말로 파격 변신을 꾀했다. 도시적이고 단아한 이미지가 강했던 엄지원은 “나도 나처럼 보이지 않기를 원했다. 외모가 확 바뀌지 않는 한 뭘 해도 엄지원으로 보일 것 같더라. 그래서 변화를 고심했고, 뽀글머리 등 도전을 감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꽃무늬 조끼는 주 촬영지였던 보은의 실제 시장에서 직접 사다 입었다. 만화 같은 캐릭터 설정에 리얼리티를 살리고 싶었다”며 “개인적으로 아주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기묘한 가족’은 조용한 마을을 뒤흔든 멍 때리는 좀비와 골 때리는 가족의 상상초월 패밀리 비즈니스를 그린 코믹 좀비 블록버스터. 정재영 김남길 엄지원 이수경 정가람 박인환 등이 출연하며 오는 2월 14일 개봉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와우! 과학] 음료수 시키신 분!…대학 내 자율 배달 로봇 등장

    [와우! 과학] 음료수 시키신 분!…대학 내 자율 배달 로봇 등장

    자율 주행 기술의 발전으로 전 세계 여러 기업이 무인 배달 로봇을 선보이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퍼시픽 대학에 등장한 스낵봇(snackbot) 역시 그중 하나다. 하지만 스낵봇을 도입한 기업은 자율 주행 기술 분야에서는 생소한 기업이다.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IT 기업도 아니고 자율 배달 관련 스타트업 기업도 아닌 펩시코(PepsiCo)의 자판기 관련 서비스 자회사인 헬로 굿니스(Hello Goodness)가 스낵봇 서비스의 주체다. 펩시콜라를 비롯해 여러 식음료 제품을 판매하는 이 회사가 자율 주행 드론 스타트업인 로비 테크놀로지스 (Robby Technologies)와 손잡은 이유는 기존의 자판기를 넘는 새로운 판매 방식을 개척하기 위한 것이다. 스낵봇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배달앱 서비스와 비슷하다. 사용자는 앱을 통해서 음료수와 과자를 주문할 수 있다. 주문과 동시에 대학내 배달을 받을 수 있는 50개 위치 중 하나를 선정하면 10분내로 로봇이 과자와 음료수를 싣고 달려온다. 퍼시픽 대학을 시범 서비스 장소로 선택한 이유는 교통량이 적은 평지로 서비스가 쉽고 안전하기 때문이다. 스낵봇은 평균 시속 9.7km, 높이 91cm로 보행자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크기와 속도로 이동할 수 있다. 물론 자율 주행 시스템과 안전장치가 보행자 및 주변 사물과 충돌하지 않고 이동할 수 있게 도와준다.헬로 굿니스는 올해 미국 내 5만 개 이상 장소에 자판기를 설치해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회사는 자판기만으로는 잠재적인 고객을 놓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편의점이나 슈퍼까지 접근성이 떨어지는 장소 곳곳에 자판기를 설치했지만, 그렇다고 모든 지역에서 간편하게 음료수나 과자를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더구나 자판기에 들어갈 수 있는 상품의 종류와 수량에는 한계가 있다. 스마트폰 배달앱과 자율 배달 로봇은 이 한계를 극복하고 매출을 늘릴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인 셈이다. 물론 무인 배달 로봇이 널리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차량 및 보행차와 사고를 일으키지는 않을지, 수많은 배달 로봇이 이동하는 경우 어디로 다녀야 할지, 그리고 도난 등 범죄 가능성은 어떻게 차단할지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비용 절감 효과는 물론 이번 사례처럼 이전에는 어려웠던 소규모 배달 서비스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몇 가지 문제를 극복하면 미래 배달 서비스의 대세가 될 가능성이 크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이종락의 재계인맥 대해부](42)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과제

    [이종락의 재계인맥 대해부](42)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과제

    신 회장, 국정농단 재판중 ‘오너 리스크’형 신동주씨와 경영권다툼도 부담롯데 갑횡포 논란 조기에 불식시켜야  신동빈(64)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 10월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수감됐다가 2심 재판에서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신 회장이 지난해 2월 법정구속된 지 8개월만에 석방된 것이다. 재판부는 신 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는 인정했지만 호텔롯데의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특허권을 다시 취득하는 데 부당이익을 받은 것은 없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는 상황이어서 신 회장은 완전한 ‘오너 리스크’를 극복하고 있지 못한 상태다.  형인 신동주(65)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끝나지 않은’ 경영권 다툼도 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의 경영권 다툼은 2015년 7월부터 시작됐다. 신 전 부회장은 2015년 1월 한일 롯데 지주회사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서 전격 해임됐다. 신 전 부회장은 같은 해 7월 27일 아버지 신격호 명예회장을 내세워 신동빈 회장을 롯데홀딩스 이사에서 해임하려다 실패했다. 그 뒤 경영권 복귀를 꿈꿨으나 번번이 신동빈 회장에게 무릎을 꿇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2014년 말 맡고 있던 일본 롯데 홀딩스 부회장직에서 해임된 이후 4년여간 다섯 차례나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통해 경영 복귀를 시도했지만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번번이 패했다. 최근 롯데지주 출범과정에서 롯데쇼핑을 롯데지주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롯데그룹의 지주사체제 전환에 제동을 걸었다. 신 회장이 지난해 2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되자 일본 롯데홀딩스의 이사회 개최를 요구했지만 표 대결에서 또 고배를 마셨다. 자신을 이사직에서 해임한 것이 부당하다며 일본 법원에 낸 소송도 각하됐다.  형제는 아버지 신격호 명예회장의 거처를 두고도 신 전 부회장과 갈등을 빚었다. 신 명예회장이 머물고 있는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이 개보수 공사에 들어가 신 명예회장이 거처를 옮겨야 하는 상황에 처하자 신 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은 각각 자신이 정한 거처에서 신 명예회장을 지내게 해야 한다고 대립했다. 결국 거처 문제도 법원이 신동빈 회장의 손을 들어줘 신격호 명예회장은 지난해 1월 잠실 롯데월드타워로 거처를 옮겼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4월 24일, 7월 6일, 8월 31일 3차례에 걸쳐 신동빈 회장에게 친필 편지를 보내 화해를 청했다. 형제의 경영권 분쟁을 멈추고, 일본 롯데 홀딩스가 한국 롯데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구조를 해소하도록 한국 롯데를 일본으로부터 독립시킨다는 내용이다. 결국 일본 롯데는 신 전 부회장이, 한국 롯데는 일본에서 분리된 형태로 신동빈 회장이 각각 맡자는 제안이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측은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이전부터 같은 내용으로 제안을 해왔는데, 그동안 (신동주 전 부회장의 행보로 봤을 때) 어느 정도 진실성이 있는지 가늠할 수 없어 뭐라 말할 단계가 아니다”면서 “일본 롯데 주주들 사이에서 신동빈 회장이 경영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상황이라, 신동주 회장이 그룹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는 것은 과한 우려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의 지주사체제 전환을 마무리짓고 한국 롯데그룹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금융 계열사를 매각하고 호텔롯데를 상장해야 한다는 과제도 안고 있다. 롯데그룹은 2018년 11월 지주사체제 전환을 마무리짓기 위해 금융계열사인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롯데캐피탈을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공정거래법이 일반 지주회사를 대상으로 지주회사 전환 또는 설립 2년 안에 금융 관련 회사 지분을 처분하도록 규정한 데 따른 것이다.  롯데그룹은 또 한국롯데의 지주사체제 안정을 위해 호텔롯데를 상장하겠다는 방침도 정했지만 현재 호텔롯데의 기업가치가 너무 낮아 사실상 상장계획을 중단한 상태다. 롯데그룹의 공식 지주사는 롯데지주지만 호텔롯데는 롯데손해보험, 롯데캐피탈, 롯데건설 등의 최대주주로서 롯데그룹 지배구조 상단에 있다. 그럼에도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일본 롯데홀딩스 등 일본 롯데그룹이다. 롯데지주가 출범했지만 그룹 지배력은 아직 반쪽에 그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롯데그룹은 호텔롯데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해 일본 롯데그룹의 영향력을 줄인 뒤 한국의 롯데지주체제에 넣어 한국 롯데지주체제를 안착하겠다는 계획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롯데의 지배력 강화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신 회장은 일본 주주들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한일롯데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서 지난해 2월 물러난 데다 지배력도 지분율 4.47%(우호 의결권까지 포함하면 12.61%)로 취약하다. 호텔롯데가 일본 롯데그룹을 최대주주로 두고 있는 만큼 일본 주주(53.33%)들의 지지를 잃는다면 신 회장도 경영권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의 이미지를 높여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롯데그룹은 정의당이 나서서 롯데갑질피해를 조사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감시를 요구할 만큼 갑횡포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으로부터 피해를 봤다는 민간기업들은 ‘롯데피해자연합회’를 결성해 롯데그룹에 항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그룹은 소비자 접점이 많아 여러 논란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면서도 “지금 국회에서 중재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데 이에 따른 결정을 최대한 존중하고 이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종락 논설위원 jrlee@seoul.co.kr
  • [2030 세대] 거가대교 통행료, 요술방망이는 존재하지 않는다/양동신 건설 인프라엔지니어

    [2030 세대] 거가대교 통행료, 요술방망이는 존재하지 않는다/양동신 건설 인프라엔지니어

    예전에 거제도에서 부산을 가려면 통영을 돌아 창원을 통과해 약 140㎞를 갔어야 했다. 2010년 거가대교가 개통되자 이 길이는 약 60㎞로 줄었다. 거제~부산을 오가는 시민의 효용을 증가시켰지만, 높은 통행료라는 숙제를 남기고 있다. 혹자는 길이가 두 배인 인천대교보다 통행료가 더 높은 거가대교가 이해되지 않는다고도 한다.거가대교는 총길이가 8.2㎞인데 공사비가 많이 드는 사장교와 해저터널 구간이 88%를 차지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선박은 물론 잠수함까지 건조하는 거제의 특수성을 고려해 건설된 것이다. 반면 총연장 21.4㎞인 인천대교는 사장교 구간이 7%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전체 교량 길이는 두 배 이상의 차이가 나지만, 공사비 자체는 약 1조 5000억원 규모로 비슷하다. 여기에 통행량은 인천대교가 두 배가량 많다. 통행료 수입은 통행량과 통행료의 함수이니 손익분기점을 맞추려면 거가대교의 통행료가 인천대교보다 두 배 높을 수밖에 없다. 거가대교를 운영하는 지케이해상도로(주)는 수익 대비 비용이 높아 계속 당기순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그나마 2017년에는 국고보조금 560억원가량을 투입해 손실을 면했다. 하지만 현재 미처리결손금 규모를 감안하면, 국고보조금은 매년 수백억원 규모로 투입돼야 한다. 애초 사업자가 통행량 리스크를 감당하는 기존 사업구조였다면 2030년부터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부담은 없고 2050년에는 기부채납이 됐을 텐데, 해당 지자체는 이를 비용보전방식으로 재구조화해 2050년까지 재무 리스크를 혼자 짊어지게 됐다.거가대교 통행료는 개통 후 9년간 한 번도 인상된 적이 없다. 소비자물가는 꾸준히 상승했다. 계약상 통행료는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하기로 했지만 지자체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통행료조정권한을 갖고 오고자 재구조화를 실시했다. 하지만 재구조화 권한을 가져온다고 재무구조가 스스로 개선될 리 없다. 이미 수익과 비용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이제 모든 리스크를 지자체가 가지고 왔다. 유일한 수익원인 요금을 인상하지 않는다면, 지자체가 예산으로 메워야 한다. 기본적으로 거가대교와 같이 특정 사용자만 이용하는 민투사업 시설은 사용자부담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해당 시설을 이용해 혜택을 얻는 사람들이 적정 통행요금을 내야 지자체의 예산투입이 최소화될 것이다. 또 통행료 인하가 아니라, 오히려 물가상승에 맞춰 올려야 문제가 해결된다. 40년 전 새우깡 가격이 100원이었는데 왜 지금은 1000원을 훌쩍 뛰어넘느냐고 항의하지 않는다. 고속도로 통행료도 이런 물가상승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요술방망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낮은 요금을 누리면 어딘가에서는 그것을 메우는 것이 상식적인 사고다. 지속가능한 재무 모델을 만들 수 있는 거가대교를 기원한다. 적자 누적으로 사업자가 파산한 의정부 경전철 사례는 우리에게 한 번이면 충분하다.
  • 어린이·청소년 중심 특성화된 김포 장기도서관 문열었다

    어린이·청소년 중심 특성화된 김포 장기도서관 문열었다

    경기 김포시는 9년간 표류했던 주민 숙원사업인 장기도서관 개관식을 개최했다고 9일 밝혔다. 정하영 시장은 이날 개관식 환영사에서 “장기도서관이 개관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으나 지역 국회의원 등 많은 분들이 도와줘 시민염원이 이뤄진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정 시장은 “청년실업 등과 연계해 도서관이 큰 역할을 하기 기대하며, 앞으로도 시민의견을 적극 수렴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개관한 장기도서관은 연면적 5865㎡에 지하 1층, 지상 4층으로 총 사업비 154억원이 투입됐다. 1층에는 어린이자료실, 유아자료실, 수유실, 어린이 문화교실, 문화교실, 동아리실이 갖춰져 있다. 2층에는 디지털자료코너와 연속간행물자료코너, 그룹 토의실종합자료실, 청소년자료실이, 3층에는 다목적강당과 전산실이, 4층에는 북카페와 옥상정원 등으로 꾸며져 있다. 장기도서관은 풍무도서관·고촌도서관과 함께 어린이와 청소년을 중심으로 한 특성화 도서관으로 운영된다. 청소년’을 주제로 특성화한 장기도서관은 청소년의 창의성 개발과 인성 함양에 중점을 두고 운영할 예정이다. 2부 부대행사에서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동심을 즐길 수 있는 어른동화콘서트와 청소년들에게 인기 있는 크리에이터북튜버이자 저자인 겨울서점의 미니 북토크가 이어졌다. 또 JTBC의 ‘어쩌다 어른’ 출연으로 유명한 정재찬 한양대 교수의 북토크콘서트가 진행됐다. 더불어민주당 김두관(김포시 갑) 의원은 개관식 환영사를 통해 “김포의 대표적인 밀린숙제 중 하나인 장기도서관이 문을 열게 돼 시민삶의 질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장기도서관은 당초 2007년 LH가 건립해 시에 기부체납하기로 했으나, 감사원의 LH 감사로 철회와 국민권익위 권고에 따른 재추진, 부담금 협약 문제 등으로 9년째 지지부진했었다. 그러다 2016년 8월 김 의원이 LH를 설득해 112억원 부담에 합의, 김포시와 협약을 체결해 착공된 사업이다. 개관식에는 김두관 국회의원을 비롯해 정하영 김포시장과 도서관 관계자·학교장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장기 도서관 개관됨으로써 시는 중봉·통진·양곡·고촌을 포함해 모두 5개 도서관을 확보하게 됐다. 오는 5월에는 풍무도서관이 개관될 예정이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퇴직연금 수익률 1%대…금감원 “디폴트옵션 도입해야”

    퇴직연금 수익률 1%대…금감원 “디폴트옵션 도입해야”

    연금 가입자가 따로 운용지시 안 내려도 고수익 상품으로 포트폴리오 구성 가능 금감원 “가입자 무관심에 수익률 쥐꼬리” 손실 책임 규정·국회 입법 절차 ‘걸림돌’ 상품제안서, 물가 반영 실질 수익률 제시예·적금 이자에도 못 미치는 ‘쥐꼬리 수익률’을 올리고 있는 퇴직연금의 운용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디폴트 옵션’(자동투자) 제도가 도입될지 주목된다. 디폴트 옵션이란 가입자가 따로 운용 지시를 내리지 않아도 연금사업자가 가입자의 투자 성향에 맞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뒤 자산을 알아서 굴리는 제도다. 금융감독원은 7일 ‘퇴직연금 가입자의 상품 운용 행태 개선을 위한 행태경제학적 연구 결과’에서 “디폴트 옵션을 제공할 때 고수익 상품으로 포트폴리오가 구성되는 것이 관찰됐다”며 “가입자의 무관심에 의한 불합리한 선택을 막기 위해 제도 도입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퇴직연금 적립금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172조 1000억원으로 불어났지만 운용 수익률은 연 1.9%에 그치고 있다. 웬만한 예·적금 상품의 이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노후 대비 소득의 또 다른 축인 국민연금의 운용 수익률(2017년 연간 7.3%)과 비교하면 4분의1에 불과하다. 가입자의 무관심이 이러한 낮은 수익률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확정기여(DC)형이 도입됐지만 확정급여(DB)형과 큰 차이가 없이 운용되는 실정이다. 실제 상품 운용을 지시할 수 있는 DC형을 선택한 전체 가입자의 91.4%가 1년 동안 한 번도 운용 지시를 바꾸지 않았으며, 적립금의 83.3%를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투자하고 있다. 연구에 참여한 김동하 금융감독연구센터 팀장은 “디폴트 옵션은 연금 가입자의 관심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서 “호주 등 해외에서도 저조한 퇴직연금 가입률, 수익률을 개선하기 위해 디폴트 옵션을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금융투자 업계는 디폴트 옵션 도입을 꾸준히 건의했다. 다만 디폴트 옵션 상품을 선택한 뒤 손실이 발생했을 때 책임 문제를 어떻게 규정할지는 풀어야 할 숙제다. 또 디폴트 옵션을 도입하려면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 개정 등 국회 입법 절차도 거쳐야 한다. 앞서 퇴직연금의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가 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지금은 답보 상태다. 금감원은 디폴트 옵션 도입에 앞서 퇴직연금 가입자의 주의 환기를 위해 상품 제안서에 물가 상승률을 함께 제시하는 방안도 확정했다. 명목 수익률, 물가 상승률을 동시에 파악해 실질 수익률을 알 수 있게끔 한 조치다. 또 고금리 상품 순으로 배열하고 총수수료액도 추가 기재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러한 내용은 올해 1분기 도입되는 ‘퇴직연금 상품제안서 표준서식’에 담긴다. 김 팀장은 “명목 수익률이 1~2%라고 하면 소비자들은 그냥 넘어가지만 이 중에서는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경우도 적지 않다”면서 “실질 수익률을 알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면 상품 선택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년] 해방구 佛조계지서 태동한 상하이 정부… 대한민국 국호 첫 명시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년] 해방구 佛조계지서 태동한 상하이 정부… 대한민국 국호 첫 명시

    1부 새 역사 임시정부의 형성 ② 중국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중국 상하이는 명나라 말기부터 성장해 1880년대에는 동북아시아의 최대 상업 도시가 됐다. 1910년 대한제국 국권을 빼앗긴 뒤로는 독립운동가들에게 주목받았다. 영국과 미국, 프랑스 등이 독자적 주권을 행사하는 ‘조계’(외국인 자치구역)를 설치해 일본을 비롯한 다른 제국주의 국가로부터 간섭을 피할 수 있었다. 특히 프랑스는 외국인에게도 건국이념인 자유·평등·박애 정신을 보장해 한국인에게는 말 그대로 ‘해방구’였다. 이런 배경에서 우리 민족의 두 번째 임시정부가 상하이에서 태동했다.●“첫 번째 ‘임정 터’ 못 찾아…대한민국의 숙제”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년’ 취재를 위해 지난달 중순 찾아간 상하이 최대 번화가 화이하이중루 일대. 사람과 차들로 거리가 넘쳐나고 전 세계 패션 브랜드가 건물마다 즐비했다. ‘자본주의 최전선’인 이곳이 정말 사회주의 국가의 도시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기자와 동행한 이원규(72) 작가는 고층빌딩이 가득 찬 서금이로(옛 김신부로) 지역을 바라보며 “100년 전 이곳 어딘가에서 독립운동가들이 프랑스 정부의 도움을 받아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선포했다”고 말했다. 우리가 TV에서 보는 상하이 임정 기념관은 ‘보경리 청사’로 1926~1932년에 썼던 곳이다. 이 작가는 “최근 중국인 학자가 첫 번째 임정 터를 찾았다고 간략히 발표했지만 이에 대한 고증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시원(始原)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이곳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1919년 3월 17일 러시아 고려인들이 프리모르스키(연해주)에서 대한국민의회(노령정부)를 선포했다는 소식이 퍼졌다. 때마침 서울에서도 임정 수립을 논의 중이라는 이야기가 들렸다. 상하이 독립운동가들은 마음이 급해졌다. 같은 달 26일 프랑스 조계의 한 예배당에 모였다. “조선총독부에 맞서 서둘러 임시정부를 조직하자”는 의견과 “대표성을 갖기 위해서라도 국내 지도자들의 뜻을 들어 보고 정하자”는 반론이 맞섰다. 하지만 3·1운동 직후부터 중국과 러시아에서 거물급 인사들이 상하이로 모여들고 있어 정부 수립을 더는 늦추기 어려웠다. 앞선 노령정부에다가 서울에 임정(한성정부)이 또 생기면 독립운동의 주도권을 놓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퍼졌다. 4월 10일 이동녕(1869~1940)과 이광수(1892~1950), 여운형(1886~1947) 등은 우리 역사 최초의 의회인 임시의정원을 꾸리고 첫 번째 회의를 가졌다. 밤을 새워 토의하던 중 신석우(1894∼1953)가 “임시정부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고종 황제가 선포한 대한제국에서 ‘대한’을 따오고 공화제 국가인 중화민국에서 ‘민국’을 가져온 것이다. 여운형이 “이 나라가 ‘대한’이라는 이름으로 망했는데 또다시 ‘대한’을 쓸 필요가 있느냐”고 묻자 신석우는 “대한으로 망했으니 대한으로 다시 흥해 보자”고 재치 있게 응수했다. 의원 다수가 이에 공감해 상하이정부의 이름이 정해졌다. 다음날 이들은 국무총리에 이승만(1875~1965)을 추대하고 내무 안창호(1878~1938), 재무 최재형(1860~1920) 등 6부 총장(장관)을 임명했다. 우리가 국가기념일로 기리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4월 11일)은 여기서 유래됐다.●왕 아닌 인민이 주인인 민주공화정 첫 공식화 그렇다면 두 번째 임정은 왜 상하이에 세워졌을까. 독립운동가 양우조(1897~1964)·최선화(1911~2003) 부부의 임정 기록을 외손녀 김현주씨가 정리한 ‘제시의 일기’(1999년)를 보면 여기가 왜 임정의 적지인지 잘 묘사돼 있다. “중일전쟁(1937~1945) 전 상하이는 서양 문물의 향기가 가득한 곳이었다.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자기 나라와 똑같이 살 수 있도록 조계지로 분할돼 있었다. 그중에서도 프랑스 조계지가 시설이 가장 좋았다. 프랑스는 자유를 사랑하는 나라답게 망명객들에게 호의적이었다. 조선에서 온 이들이 다른 조계지에 숨으면 곧 붙들려 갔지만 프랑스 조계지에서는 안전했다. 설사 끌려간다고 해도 프랑스 정부가 항의하면 다시 풀려나올 수 있었다.”(1946년 2월 21일) 상하이정부는 우리 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노령·한성정부와 달리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명시하고 한국사 최초로 민주공화정 국가 건설을 공식화한 것이다. 새 나라가 대한제국(조선)을 계승하면서도 국가의 주인은 왕이 아니라 인민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3·1운동 전까지 이어져 오던 복벽주의(나라를 되찾아 왕을 다시 세우겠다는 주장)를 완전히 단절시킨 것이다. 다만 상하이정부가 추구한 ‘외교독립론’은 훗날 임정이 끊임없이 갈등과 내분에 빠지는 단초가 됐다. 외교적 방법론은 당시 우리 민족의 현실적 역량을 반영한 전략이기는 했다. 그럼에도 (이기든 지든) 일본과의 전쟁을 수행하지 않고는 나라를 되찾을 수 없다고 믿는 무장투쟁론자들을 설득하진 못했다.●쑨원의 부인 추모 능원에 신규식 등 만국공묘 상하이지하철 10호선 쑹위안루역 2번 출구로 나오니 말끔하게 정돈된 공원이 있었다. ‘중화민국의 아버지’ 쑨원(1866~1925)의 두 번째 부인이자 ‘중국의 국모’로 불리는 쑹칭링(1893~1981)을 추모하는 곳이다. 공원 한쪽에 외국인 묘지를 모아 놓은 ‘만국공묘’가 나타났다. 묘비를 하나씩 더듬다가 낯선 한국인 이름 하나를 찾아냈다.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을 기획해 ‘대한민국 임시정부 설계자’로 인정받는 신규식(1880~1922)이었다. 나라를 위해 세 번이나 자살을 시도했을 만큼 불 같은 성격으로 유명했다. 특히 한쪽 눈을 가린 채 카이저 수염을 기른 외모는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하지만 그가 초기 임정을 상하이에 뿌리내리게 하는데 누구보다 크게 기여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충북 청원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신채호(1880~1936), 신석우와 함께 ‘산동삼재’(산동신씨 가문의 3대 수재)로 불렸다. 대한제국에서 군 장교로 활동하다가 1905년 11월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첫 번째 음독자살을 시도했다. 가족에게 발견돼 목숨은 건졌지만 오른눈 시력을 잃었다. 지인들이 ‘애꾸눈’이라고 놀리자 신규식은 스스로를 ‘예관’(睨觀·한쪽 눈으로 흘겨봄)으로 불렀다.●신해혁명 경험삼아 민주공화정 개념 전파 1910년 8월 경술국치 소식을 듣고 두 번째로 집에서 독을 마셨다. 때마침 대종교 종사 나철(1863~1916)의 눈에 띄어 다시 한 번 구조됐다. 마음을 다잡은 그는 이듬해 상하이로 망명했다. 중국의 공화주의 노력을 한반도에 적용하겠다는 생각에 쑨원과 천두슈(1879~1942), 천치메이(1878~1916) 등 혁명가 그룹과 친분을 맺었다. 쑨원이 이끄는 ‘중국동맹회’(1905~1912·중국 국민당의 전신)에 가입하고 청 왕조를 무너뜨린 신해혁명에도 직접 참여했다. 1912년 국내 독립운동 세력을 결집하고자 ‘동제사’를 조직했다. 총재 박은식(1859~1925)을 비롯해 김규식(1881~1950), 신채호, 조소앙(1887~1958) 등 동제사 출신은 후일 임정의 초창기 멤버로 활동했다. 이들은 1917년 7월 임시정부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대동단결선언’을 발표했다. 당시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2년 뒤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을 촉발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두 번째 임정이 상하이에 자리잡은 건 신규식의 노력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김주용(53) 원광대 교수는 “1919년 4월 10일 임시의정원 회의에서 대한민국 국호를 제안한 신석우가 바로 신규식의 조카”라며 “신규식은 자신의 신해혁명 경험을 독립지사들에게 소개해 대한민국의 토대가 된 민주공화정 개념을 설파했다”고 설명했다. 1921년 11월 쑨원이 이끄는 중국국민당이 베이징 군벌정부에 대항해 광둥에 호법정부를 세웠다. 신규식은 국무총리·외무총장 자격으로 그를 찾아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정식 국가로 승인해 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쑨원은 혁명동지 신규식을 극진히 예우했다. 호법정부의 정치·재정 상황이 여의치 않았음에도 그의 부탁을 일부 받아들였다. 이는 국제적으로 정식 주권기구로 인정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던 임정이 국민당의 후원을 받아 다소나마 활로를 찾는 계기가 됐다. ●해외서 문전박대 뒤 임정 외교독립론 도마에 1922년 대통령 이승만이 조선 독립의 당위성을 알리고자 워싱턴회의에 갔다가 개최국인 미국으로부터 문전박대 당해 쫓겨났다. 임정의 외교독립론이 논란이 됐다. 신규식은 이런 임정의 처지를 비관해 25일간 단식하다가 같은 해 9월 25일 세상을 떠났다. 일각에서는 그가 1921년 쑨원을 만났을 때 황제에게 예를 표하는 ‘만세’를 외친 것을 두고 사대적 자세를 지적한다. 하지만 대의명분을 누구보다 중시하던 신규식의 평소 성격에 비춰 볼 때 그런 굴욕을 참아내며 쑨원을 대한 건 오로지 조선 독립에 대한 열망 때문이었으리라. 상하이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특파원 생생리포트] 개혁개방 40년 전시 줄 잇는 관람객… 中 과제도 ‘긴 줄’

    [특파원 생생리포트] 개혁개방 40년 전시 줄 잇는 관람객… 中 과제도 ‘긴 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가 총출동해 지난달 13일 개막식에 참석했던 베이징 국가박물관의 ‘위대한 변혁’ 전시에 단체 관람이 줄을 잇고 있지만 화려한 전시 이면에는 중국의 숙제가 담겨 있다. 중국의 개혁개방 40년 역사를 압축해 보여 주는 이번 전시는 지난 20일 총 관람 인원이 170만명을 돌파했다.기자가 최근 국가박물관을 찾은 날은 평일 오후였지만 입장하려면 한 시간 동안 줄을 서야만 했다. 관람객은 대부분 군인, 경찰, 학생 등 단체 방문이 많았다. 전시 한복판에 자리잡은 것은 목숨을 걸고 땅을 나눠 가졌던 안후이성 샤오강촌 농민 18명의 동상이다. 아직 10명이 생존해 있는 농민들의 동상 아래에는 ‘농토를 집집이 나눈다. 만일 주동자가 감옥에 갇히거나 처형되면 남은 사람들이 그의 자녀가 18세가 될 때까지 돌봐 준다’고 적힌 각서와 지장이 그대로 재현돼 있다. 마오쩌둥이 벌인 10년간의 극좌 사회주의 운동인 문화대혁명이 끝난 직후 농민들이 땅과 이익을 나눠 갖는다는 것은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위험한 일이었다. 토지 공동소유와 공동분배는 공산당의 핵심 강령이었기 때문이다. 개별 영농을 통해 샤오강촌 소출량이 늘어나자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 등 중국 지도자가 즐겨 찾는 개혁개방 1호 현장이 됐다. 하지만 샤오강촌은 잠시 반짝했을 뿐 여전히 가난한 농촌에 머물러 있다. 원래 안후이성은 명나라를 세운 주원장이 농민운동을 일으킨 곳이다. 샤오강촌 역시 포도주를 생산하며 노력했지만 탈빈곤은 했을지 몰라도 부를 이루지는 못했다. 관람객의 관심을 끄는 또 다른 전시물은 한때 ‘인터넷 차르’로 불리며 악명 높은 인터넷 검열 정책을 주도했던 루웨이 전 중앙선전부 부부장의 반성문이다. 자필로 쓴 두 장짜리 반성문은 시 주석 집권 1기 동안 벌인 반부패 투쟁의 성과를 과시하고자 전시됐다. 전시에서는 지난 5년 동안 440명의 당 간부가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지만 하위직까지 합하면 100만여명이 부패 혐의로 공직 및 당적을 박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이 반부패를 내세우며 정적을 처리했기에 쉽사리 권좌에서 내려오지 못한다는 관측도 있다. 휘황찬란한 입체 조명과 증강현실 등 첨단기술을 이용한 전시 뒤에는 공산당이 풀어야 할 산적한 과제가 숨어 있었다. 글 사진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5 빼기 3은 뭐야?’…인공지능 스피커에 수학 문제 물어보는 6살 꼬마

    ‘5 빼기 3은 뭐야?’…인공지능 스피커에 수학 문제 물어보는 6살 꼬마

    수학 문제를 풀기 싫었던 6살 아이가 인공지능 스피커에 답을 물어보는 꼼수를 부렸다가 엄마에게 그대로 딱 걸렸다. 미국 뉴저지에 사는 예린 쿠에바라는 여성은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신의 아들 자릴이 겨울방학 숙제를 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책상에 앉은 자릴이 수학 문제를 푸는 모습이 담겼다. 당시 자릴은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 문제를 풀기로 엄마와 약속했던 상황. 그런데 쿠에바는 얼마 지나지 않아 놀라운 모습을 발견했다. 자릴이 인공지능 스피커에 수학 문제 답을 물어보고 있었던 것이다. 영상 속 자릴은 인공지능 스피커를 향해 “알렉사, 5 빼기 3은 뭐야?”라고 묻는다. 인공지능 스피커가 “5 빼기 3은 2입니다”라고 대답해주자 자릴은 얼른 답을 공책에 적어 넣는다. 아들의 귀여운 꼼수에 쿠에바가 “아들!”하고 소리치는 모습으로 영상은 끝난다. 6살 꼬마가 귀여운 꼼수를 부리는 모습이 담긴 이 영상은 820만 명이 시청하며 많은 화제를 모았다. 쿠에바는 뉴욕 포스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인공지능 스피커를 산 지 겨우 일주일이 됐는데 아들이 사용법을 알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고 말했다. 그는 “재밌는 것은 자릴이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 바로 수학이다”라면서 “아들은 그저 빨리 숙제를 끝내고 싶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쿠에바는 “인공지능 스피커는 정말 훌륭한 장비이지만, 아들이 공부하는 동안은 멀리하도록 할 것”이라며 “아들이 숙제할 때마다 부정행위를 하지 않도록 인공지능 스피커를 꺼놓아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사진·영상=THATS THE BREAKS TV/유튜브 김민지 기자 mingk@seoul.co.kr
  • [뉴스 in] 대검, 김태우 해임 징계 청구

    [뉴스 in] 대검, 김태우 해임 징계 청구

    청와대 특별감찰반 재직 당시 확보한 첩보 내용을 언론에 폭로한 김태우 검찰 수사관에게 해임 중징계가 청구됐다. 청와대가 검찰에 징계를 의뢰한 의혹 대부분이 사실로 확인됐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27일 김 수사관이 민간 업자에게 골프 접대를 받고, 지인에 대한 수사를 무마하려고 시도했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셀프 인사 청탁’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형사 처벌 사안이 아니라며 수사의뢰는 하지 않았다. 특감반원이 되기 위해 건설업자 지인에게 인사청탁을 한 사실도 새로 밝혀졌다. 김 수사관은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로 중징계 결론을 내렸다며 반발했다. 민간인 사찰 의혹은 향후 검찰 수사로 밝혀내야 할 숙제로 남았다. 민간업자에게 골프 접대를 받은 다른 전직 특감반원 수사관 2명에 대해서는 견책이 청구됐다.
  • “포기할 수도” 백종원, 피자집 사장님에 경고 “절실해보이지 않아”

    “포기할 수도” 백종원, 피자집 사장님에 경고 “절실해보이지 않아”

    백종원이 ‘포기’를 언급하며 피자집 솔루션에 대한 고충을 토로했다. 지난 26일 오후 방송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는 청파동 하숙골목 편 두 번째 이야기가 그려졌다. 이날 백종원은 피자집을 재방문했다. 그는 피자집 사장님에게 “피자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며 “장사하면 안 되는 모든 걸 다 갖고 있다. 개업을 하면 안 되는 거다. 사장님은 전무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가장 자신 있게, 맛있게 만들 수 있는 메뉴를 준비하라”며 숙제를 줬다. 하지만 피자집 사장님이 계속해서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자 백종원은 “내게서 해답을 얻으려고 하지 말고 고민해라. 고민도 일이다. 기본적인 고민도 없이 장사 준비한 것 아니냐. 나 중간에 포기할 수도 있다”고 최후 통보를 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결국 백종원의 숙제를 받아든 피자집 사장님에게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다. 하지만 숙제보다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는 데 더 몰두했다. 숙제를 확인하는 날, 백종원은 피자집 사장님이 제대로 메뉴 연습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눈치 채고 안타까운 눈빛을 보냈다. 이후 피자집 사장님은 칠리 덮밥을 선보였다. 백종원은 “아는 체한다고 생각했지만 솔직히 칠리는 인정한다. 지난주에는 사장님이 하는 말과 음식이 서로 안 맞아서 신뢰도가 떨어졌는데 칠리는 의외”라고 칭찬했다. 이날 백종원은 피자집 사장님에게 “장사를 통해 하고 싶은 게 뭐냐. 사람들과의 교류, 수입, 요리 연구 중 가장 하고 싶은 게 뭐냐”고 물었다. 이에 피자집 사장님은 요리 연구를 선택했다. 하지만 백종원은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건 사장님이 장사하는데 최적의 메뉴를 연구하고 고민해서 장사가 잘되게 하는 게 나의 역할이다. 근데 장사가 중요한 게 아니고 창조가 목적이라면 난 헷갈리는 거다. 뭐가 1순위 인지”라고 말했다. 그러자 피자집 사장님은 “돈을 버는 방향으로 하겠다. 돈이 많아지면 개발을 그때 해도 되니까 지금은 돈이 없으니까 일단 돈을 벌겠다”며 말을 바꿨다. 이를 들은 백종원은 하염없이 여유를 부리던 피자집 사장님의 모습을 지적하며 “절실해 보이지가 않는다. 진짜 절박하냐”고 물었다. 이에 피자집 사장님은 “돈 벌어서 다시 프랑스 요리학교 수료하고 싶다. 돈이 없어서 사실 그만둔 거다”라고 답했다. 백종원은 “약속해야 한다. 내가 어떤 주문, 숙제를 내줘도 끝날 때까지 무조건 따라와야 한다. 실패할 수도 있다. 여기서 실패한다는 건 내가 사장님을 포기하는 거다. 그건 사장님이 어길 때다”라고 말했고, 피자집 사장님은 “돈이 제일 필요하다. 하겠다”며 내 가게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맹세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더 이상 노동자 죽지 않게 해달라”…고 김용균씨 부모의 호소

    “더 이상 노동자 죽지 않게 해달라”…고 김용균씨 부모의 호소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가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벨트에 몸이 끼어 사망한 채로 발견된지 2주가 넘는 시간이 흘렀다. 고인의 부모는 아들이 사고를 당한 작업 현장이 얼마나 열악한지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고심 끝에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 싸우기로 결심했다. 고 김용균씨 부모는 충남 태안과 서울을 오가며, 그리고 청와대 앞과 국회, 광화문광장을 다니며 “더 이상 노동자들이 죽지 않게 해달라”고 외치고 있다. 고인의 어머니 김미숙씨와 아버지 김해기씨는 25일 JTBC ‘뉴스룸’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적어도 노동자들의 목숨을 앗아가지 않는 환경 속에서 노동자들이 일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호소했다. 김미숙씨는 아들의 작업 현장이 위험 투성이였다고 증언했다. 고 김용균씨는 태안화력발전소 9·10호기에서 컨베이어운전원으로 홀로 일하면서 평소 석탄을 운반하는 컨베이어벨트의 작동 상태를 점검하고 낙탄을 제거하다가 지난 11일 숨진 채로 발견됐다. 김미숙씨는 “(지난 13일 현장에 갔을 때) 탄가루가 바닥에 많이 쌓여 미끄러웠고 (컨베이어벨트가 있는 좁은 공간으로 들어가기 위해) 문을 열어서 일을 하는데, 저렇게 머리를 쑥 집어놓고 손을 집어넣고 일을 하다가 옷깃, 살집이라도 집히면 (회전하는 벨트에) 바로 딸려가서 죽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잠깐의 실수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일터였던 것이다. 김해기씨는 “(아들과 함께 일한) 동료들이 27~28번 정도 그렇게 (안전조치를 해달라고) 건의를 (회사에) 했는데도, 그렇게 위험인자들이 많은데, 그렇게 많이 건의를 했는데도 무슨···. 본인들도 자식들이 있을텐데, 생명의 소중함을 잘 못 느끼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고 김용균씨가 속한 회사는 한국발전기술로, 태안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서부발전의 협력업체다.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발전기술은 원·하청 관계다. 국회에서는 현재 ‘위험의 외주화’(또는 ‘죽음의 외주화’) 방지법, 지금은 ‘김용균법’이라고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놓고 논의 중이다. 그러나 여야 이견으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 통과조차 현재 이뤄지지 않고 있다. 소위가 열렸던 전날 김미숙씨가 직접 국회를 찾아 국회의원들에게 개정안 통과를 눈물로 호소했지만, 여야는 오는 26일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김미숙씨는 “저, 진짜 (국회를) 못 믿는다. 앞서 (아들이 다닌) 회사에서 노동자 12명의 죽음이 있었고, 우리 아들이 죽었다”면서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에 제대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국회를) 믿게끔 해달라”고 호소했다.고 김용균씨는 지난 1일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인증샷 릴레이에 동참해 인증사진을 찍고 우리 곁을 떠났다. 김미숙씨는 ‘만일 대통령을 만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를 물은 손석희 앵커의 질문에 “저는 아들이 숙제를 남겨 놓고 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통령을 만나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싶다. 또 이렇게 나라기업이 엉망인 현실을 대통령께서 책임을 지고 바꿔달라고 부탁하고 싶다”고 말했다. 손석희 앵커가 인터뷰 말미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를 묻자 김해기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들이 일했던 회사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문제가 너무 많습니다. 정치인들이 꽃다운 청춘들의 생명을 소중히 여겼으면 좋겠습니다. 목숨, 적어도 목숨은 앗아가지 않는 환경 속에서 (노동자들이) 일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길섶에서] 원죄/이두걸 논설위원

    병상에서 사투 중인 부친과 오랜 대화를 나눈 건 거의 20년 전이다. 대학 한국현대사 과목의 구술사(口述史) 숙제를 해야 했다. 구술사는 특정 사건이나 시대에 대한 개인의 주관을 기록한다. 당신은 ‘월남에서 돌아온 이 병장’이었다. 당시 시민사회 진영에서 제기하기 시작하던 한국군의 베트남 양민 학살에 대해 물었다. “당시 전장에서도 ‘국군이 베트남 민간인을 몰살했다’는 소문이 돌았다”는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유월남을 수호해야 한다’는 생각 대신 ‘이들은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우는 게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커졌다. 나중엔 ‘기독교인인 내가 여기에 있는 게 맞을까’라는 회의감을 지울 수 없었다.” 당시를 떠올리는 표정에는 회한이 가득했다. 평생 고엽제 후유증에 시달렸으면서도 참전용사회 등과는 담을 쌓고 살아온 것도 그런 까닭일 것이다. 베트남에서 ‘박항서 신드롬’이 한창이다. 현지에서의 ‘메이드 인 코리아’의 입지가 더욱 확고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를 바라보는 마음은 편치 않다. 일본에 ‘강점 당시의 만행을 사과하라’고 요구하면서도 우리는 베트남에 한 번도 민간인 학살에 대해 공식 사과하지 않았다. 원죄를 언제쯤 씻을 수 있을까. douzi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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