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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젠 남이다”… 갈라서는 민주/DJ·KT회동 무산과 야의 앞날

    ◎괌구상 「KT 배제」… “대안 있다”/동교/대표사퇴→탈당 수순 “시간문제”/KT/지방선거 전후 정계개편 회오리 예상 김대중 아시아·태평양재단이사장이 15일 민주당 이기택대표의 면담제의를 거절했다.이로써 당내 갈등을 풀 수 있는 마지막 방안으로 기대되던 양자회동은 무산됐다.김이사장의 면담거부는 사실상 두사람의 결별을 선언한 것으로 해석된다.이제 서로가 제 갈길을 가는 수순만 남은 셈이다. 김이사장이 이대표와의 면담을 거부한 것은 우선 이대표의 최근 행태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느낀 까닭으로 여겨진다.공개적인 면담제의로부터 완전한 정계은퇴 요구와 세대교체론의 제기등이 모두 자기를 궁지에 몰아넣기 위한 것이며 명백한 「흠집내기」라고 여기는 듯하다.당내 문제에 내놓고 나서기 어려운 사정을 누구보다 잘아는 이대표가 이를 요구하는 것은 홀로서기를 본격화한 것이나 다름 없다는 판단이다.이와 관련,동교동계에서는 심지어 이대표의 세대교체론이 여권 핵심부와 깊은 교감을 갖고 나온 것이라는 의구심마저 품고 있다.김이사장의 한 측근은 조직과 자금등 신당 창당의 구체적인 어려움을 일일이 열거하면서 『이대표가 민주당을 깨면 갈데라고는 민자당 뿐이 아니겠느냐』라고 말한다. 김이사장의 면담거부는 그의 괌구상이 구체화되고 있음을 뜻한다.그리고 고심 끝에 이대표를 끌어안는 것을 포기하고 이대표를 배제하는 쪽으로 결심을 굳힌 것으로 풀이된다.즉 이대표와의 결별인 것이다.이와 관련해 주변에서는 김이사장이 신년정국부터 L·K·P의원등 구여권 중진인사들과 은밀히 접촉했다는 설이 파다하다.이대표의 대안을 모색한 것으로도 풀이할 수 있으며 지방선거후의 대대적인 정계개편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도 볼 수 있다.또한 이런 쪽으로 방향을 설정했다면 이대표의 대표직 사퇴에 이은 탈당등 최악의 상황을 상쇄할만 한 여러 카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김이사장의 면담거부에 대해 이대표쪽은 예상했던 결과라는 반응이다.어차피 회동 자체에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김이사장의 진심을 확인한 마당에 이제 남은 문제는 대표직 사퇴및 탈당,그리고 신당창당의 수순 뿐이라는 생각인 것이다.이대표는 이날 서울 근교의 한 호텔에서 칩거하며 측근들과 사퇴시기와 그에 따른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동교동계와의 협상창구역을 맡은 김정길전최고위원은 이와 관련,『이대표의 사퇴는 시간문제일 뿐』이라면서 그의 사퇴가 빠르면 16일에도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점쳤다. 이대표와 동교동계 두진영의 첨예한 갈등은 결국 3년9개월남짓 한 지붕아래 살아온 우호관계의 종결로 이어질 것이 명백해지고 있다.정치권에 또 다른 평지풍파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 새해 시단에 거센 여성파워/작가 나름대로의 독특한 시세계 구축

    ◎황인숙·정은숙·최정례·정화진씨 새시집 선보여/섬세한 감성·필력으로 다양한 삶 노래 새해 시단에 여성시인들의 시집이 대거 쏟아져 나왔다.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온 황인숙씨의 「우리는 철새처럼 만났다」와 민음사에서 각각 출간된 정은숙씨의 「비밀을 사랑한 이유」,최정례씨의 「내 귓속의 장대나무 숲」,정화진씨의 「고요한 동백을 품은 바다가 있다」가 그것으로 시단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이들 시집들은 여성시인들이 갖는 섬세함을 무기로 다양한 삶의 경험과 의식을 각자의 방식으로 변주하며 나름대로의 독특한 시세계를 구축해 보이고 있다.황인숙의 「우리는 철새처럼 만났다」와 정은숙의 「비밀을 사랑한 이유」가 현실세계와 맞부딪치면서 겪은 시인의 고통을 외부적으로 표출하며 세상과 끊임없이 교섭하고 있다면 최정례의 「내 귓속의 장대나무 숲」과 정화진의 「고요한 동백을 품은 바다가 있다」는 과거의 고통스런 기억을 시인의 내면에 침전시키고 이를 승화시키는 시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먼저 「우리는 철새…」는훼손된 바깥세상과 대결하는 시인의 치열함이 돋보이는 시집이다.『…/아,다시 봄이라는데/갈라진 마음은 언청이라서/휘파람을 불 수 없다』(「사랑의 구개」중) 척박하고 황폐한 세상과의 전면적인 대결 앞에서 시인은 때로 절망하고 좌절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우리」와 「내면」의 힘을 새로 깨닫고 꿈속에서도 세상과의 싸움을 그치지 않는 치열한 시정신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문학평론가 성민엽). 발랄함이 전편에 배어있는 「비밀을 사랑…」은 역시 세상과의 불화가 기본틀이지만 화해의 여지가 아직 남아있다.세상의 억압은 시인에게 자의식의 고뇌를 느끼게 하지만 시인은 때로 유부남과의 사랑 등 위반을 꿈꾸면서 현실을 견디어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시인 김승희).일탈을 꿈꾸지 않을 수 없는 삶을 통해 역설적으로 현실의 억압을 고발하는 시집인 셈이다. 늦깍이 시인 최정례씨(40)의 첫 시집인 「내 귓속의…」는 시골에서의 어린시절,언니의 죽음 등 시인의 과거와 밀착되어 있다.그 과거는 시인으로 하여금 순수에의 동경을 불러일으키는 한편현실적으로 삶의 고통과 연결되어 서글픈 인간의 실존을 노래하게 만든다.어디에도 희망은 보이지 않지만 그 노래는 부드럽게 들린다.이같은 부드러움이야말로 과거를 게워내고 시인의 새출발을 가능토록 한다는 게 평자들의 분석. 정화진의 「고요한 동백…」 역시 유년기의 상처를 보듬고 세상과 마주친 시인의 암울한 심정을 노래한 시집이다.대부분의 시편에서 시인의 절망과 막막함을 비·강·바다 등 비의 이미지를 빌어 표현하고 있다.그러나 『…/끼루룩 죽어간 혼들이 갈매기떼로/그 검은 무대 위에 뜬다/핏빛 동백 한 송이가 물의 끝가지 위에서 피어 올랐다』(「동백 그리고 기이한 바다」중)처럼 동백의 이미지를 빌어 시인이 결코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음을 암시하고 있다.
  • 삼성승용차 허용배경·파장

    ◎「불허방침」 왜 바뀌었나/「세계화」 앞세워 방향 급선회/김 대통령 무역의 날 연설후 분위기 반전/「연말 유효기간」 고려… 업종전문화엔 흠집 삼성 승용차에 대한 정부의 시각이,종전의 불허에서 허용 쪽으로 급선회했다. 청와대는 「불허 소신」을 굽히지 않아 온 김철수 상공자원부장관을 설득 중이다.따라서 장관 설득과 여론 무마 등 모양 갖추기만 남았을 뿐 삼성의 진출은 기정사실이 됐다. 청와대 기류가 급선회하면서 내부적으로 불가방침을 정리했던 상공자원부 실무진은 매우 곤혹스러워한다.그러면서도 「청와대 생각」 때문에 나름의 논리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선회하기까지는 삼성 승용차가 부산정서와 맞물리며 지자제 선거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정치적 고려가 크게 작용했다.경제의 침체로 악화된 부산정서를 달래는 길은 무엇보다 「삼성 승용차」밖에 없다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내년으로 넘길 수 없다는데도 정부와 삼성의 생각이 같았다.기술도입 계약의 유효기간(연말)과 신고 및 처리시한(20일)도 제약요인이 됐다.산업정책 논리에정치적 고려라는 외생변수가 겹친 것이다. 정부방침의 선회는 지난달 30일 있은 「무역의 날」 대통령 연설에서 당초 상공자원부가 작성한 원고에 없던 표현이 삽입되면서 예고됐다.그 표현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국내 경쟁도 중요하지만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이 더욱 중요하다.전자·자동차·기계 등 우리의 주력 산업은 이제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산업정책도 좁은 시각에서 벗어나 세계시장에 도전하고 경영하는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세계화하자는 마당에 국내 시장 진입제한이라는 소극적 발상을 버리라는 「지시」나 다름 없었다. 대통령의 연설 이후 분위기는 급박하게 돌아갔다.청와대와 김철수 장관 사이에서 나름대로 해법을 모색해 온 상공자원부 실무진은 장관 설득과 삼성의 사업계획 수정 등 수위조절에 나섰다.박운서 상공자원부 차관도 2일 기자들과 만나 정책의 선회를 시인했다.승용차 시장진출을 놓고 삼성과 정부,기존 업계간에 벌여 온 5년여의 싸움은 우여곡절 끝에 삼성의 판정승으로끝나는 셈이다. 삼성 승용차는 과당경쟁과 중복투자를 우려한 기존 업계의 반발과 문어발식 기업확장,경제력 집중을 비난하는 여론에 밀려 한 때 물 건너갔던 사안이다. 김철수 장관은 지난 4월 산업정책연구원(KIET)의 연구보고서를 토대로 불허입장을 정리,대통령에게 보고했다.당시 박관용 비서실장 등이 대통령에게 허용을 건의했지만 대통령은 반대입장에 있던 김철수 상공부장관과 박재윤 전 경제수석(현 재무부장관),차동세 산업연구원장의 의견을 존중했다. 그러나 한이헌 경제수석이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청와대에서 각계 합의를 전제로 한 허용시사 발언이 나오는 한편으로 삼성의 여론달래기가 본격화됐다. 계열사 통·폐합 추진과 함께 21세기기획단(단장 이필곤)을 만들어 인력스카우트를 자제하겠다며 정면돌파를 피하고 변화구로 승부를 시도했다.승용차 공장의 신호공단 유치 등 부산정서를 활용하며 정치적 해법도 곁들였다. 정부의 방침선회가 잘 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기는 매우 어렵다.다만 정부가 외쳐온 업종전문화와는 분명 배치되는 결정이다.승기를 잡은 삼성이 기술도입 신고서를 내면서 어느 정도나 양보할 지가 관심이다. ◎박 상공차관 1문1답/“기존업계 피해 최소화에 역점” 박운서 상공자원부 차관과의 일문일답. ­허용 쪽으로 선회한 이유는. ▲아세안과 중국 등 이웃 시장을 미국과 일본 업체에 넘길 수는 없다.개별 기업의 투자계획을 허용해 주고 안 하고를 떠나,21세기 세계 시장을 어떻게 석권하느냐가 초점이다.산업정책의 기본은 경쟁촉진이다.석유화학도 애초에 과당문제가 제기됐지만 이제는 경쟁력을 갖추지 않았는가. ­지난 달 22일 김철수 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산업정책과 관련,최소한의 정부역할을 강조했는데…. ▲유치산업 보호나 전략산업 육성책 차원에서 말한 것으로 안다. ­청와대와 협의가 끝났나. ▲아직 안 끝났다.자동차 업계의 경쟁력 강화라는 대전제와 기존 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만 남았다. ­삼성과는 어떤 얘기가 오가나. ▲기존 업계를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계획을 바꾸도록 요구하고 있다. ­어떤 내용들인가. ▲기존 업체로부터 인력을 스카우트하지 않고 자체 훈련이나 닛산에 보내 훈련시키는 방안,부품업체 끌어들이기 자제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본다.세계화 전략과 기존 업체의 경쟁력 제고차원에서 플러스 섬이 되는 지 확인해 기술도입 신고서를 처리할 방침이다. ­김철수 장관이 지난 4월 불가방침을 밝혔을 때와 여건이 달라진 게 있는가.(당시 장관은 불허방침 피력) ▲공식적으로 정부가 불가라고 얘기한 적은 없다.신고서가 들어오면 그 때 검토하겠다고만 했을 뿐이다. ­당초 판단을 잘못한 차관보와 국장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 아닌가.그렇지 않으면 납득할만한 배경설명이 있어야 한다. ▲가부를 얘기한 적이 없다.정책에 변화가 없다고 생각한다.언론이 너무 앞서가지 않으면 좋겠다. ­업종전문화와 배치되지 않나. ▲대통령께서 세계화 구상에서 말씀하셨 듯 기술제휴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겠다는데 막을 명분이 없지 않나. ­현대 제철소도 허용해 주나. ▲일관제철소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낙후 기술이다.철강산업의 경쟁력 차원에서 도움이 안 된다.현대와 삼성의 싸움으로 봐선 안 된다. ◎기존업계 반응/“정치논리에 밀렸다…” 반발속 대책 숙의/“해외기술 도입땐 국내개발 기반 붕괴”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대우자동차 등 기존 승용차 3사는 국내 기술개발이 더뎌지는 등 부작용을 걱정했다.각 사마다 정부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분주한 가운데 대책회의를 가졌다. 기존 3사는 『기존 업체는 지난 30년간 자체 기술을 개발하며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힘써왔다』며 『삼성이 일본의 기술을 들여다 승용차를 만들게 되면 국내의 기술기반이 하루 아침에 무너진다』고 비판했다. 기아의 한 관계자는 『결국 국내 자동차 업계에,어려운 신기술 개발 대신 외국 업체의 기술을 들여오라는 얘기 아니냐』며 『결국 우리나라의 국제 경쟁력이 뒤지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3사는 『국내 업체들이 꾸준한 기술개발과 투자로,독자 모델을 개발하는 등 홀로서는 상황에서 일본의 기술로 신규 진출하는 것은 중복투자로,국익에 전혀 도움이안 된다』고 덧붙였다. 기존 3사는 『삼성이 해외에서 인력을 스카우트하겠다지만,해외 인력에 한계가 있어 결국 기존 인력을 빼 갈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또 『승용차 업계와 중소 부품업체의 계열 관계에도 큰 혼란이 빚어질 것』이라며 『정부의 정책전환은 경제논리보다 정치논리를 따른 것으로,명백한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기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은 6공에서는 경북에 상용차 공장을 세웠고,이번엔 부산에 승용차 공장을 세우려 하는 등 지나치게 정권에 밀착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한편 일본을 방문 중인 김선홍 기아그룹 회장은 삼성의 승용차 진출허용이 기정 사실화되자 예정보다 앞당겨 3일 급거 귀국키로 했다. ◎삼성 향후계획/부산 신호공단에 공장설립… 98년 생산/체제 안정후 호남에 제2공장 검토 삼성그룹은 잔칫집 분위기이다. 일단 정부의 방침이 허용 쪽으로 선회한만큼 상공자원부와 조율해가며 사업계획서를 작성,다음 주 제출할 예정이다.기술도입 신고서의 처리시한이 20일 이내이지만 현재로선 무난히 처리될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은 신고서가 수리되면 부산 신호공단에 공장을 착공,98년부터 생산에 들어가 초년도 5만대에서 점차 생산량을 늘릴 생각이다.부산시와 신호공단 50만평의 매입계약을 체결,2002년까지 4조3천억원을 들여 연산 50만대 규모의 공장을 완공한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여기서 닛산과 기술도입 계약을 맺은 2천㏄급 차세대 3개 승용차 모델을 기본형으로 삼아,양사가 공동 개발키로 한 수출형 고유모델을 생산하게 된다.신호공단의 제 1공장 체제가 안정되면 군장산업공단과 전남 대불공단 등 호남에 제 2공장을 짓거나 신호공단에 이웃한 가덕도에 1백만평의 부지를 조성,연산 1백만대 규모의 공장을 짓는 문제도 검토키로 했다. 기존 업계의 반발을 줄이기 위해 인력 스카우트와 부품업체 끌어들이기를 자제하겠다는 문구를 사업계획서에 명시하고 전자·전기,종합기술원,종합화학 등 그룹내 계열사에서 자체 양성한 연구인력과 미국과 일본 등 자동차 선진국의 교포 기술인력 및 현지 연구인력 1백여명을 확보할 계획이다. 부품업계의 교란방지를 위해 중공업이 확보하고 있는 부품업체를 대폭 지원해 육성하는 한편 신호공단에 부품 전용공단과 관련 연구소도 세울 방침이다.
  • 94년의 12월(외언내언)

    올해에는 12월 같은 것은 안올 것 같았는데 그래도 어김없이 왔다.썩고 곯고 병들어서 정상적인 한해의 구실을 할 수 없을 것같은 1994년.그래도 마감은 하라고,해야한다고,12월은 찾아왔다.그러니 이달을 잘 수습하면 올해를 버리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마지막 달은 그래서 중요하다. 따지고 보면 지금의 일들은 하루이틀에 생긴 일이 아니다.오래전부터 그래와서 더는 가려질 수 없을 만큼 팽배하여 터진 일들이다.그냥두면 영원히 고쳐지지 않았을 일들이기도 하다.그러니 안으로 잠복되어 빙산처럼 키워갔을 죄악이 표면화 하느라고 유혈이 낭자한 상처를 부른 셈이다.그만큼 치유의 가능성은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아주 송구스러운 말씀이지만 성수대교가 그래도 그 때 끊어지기가 천만다행이다.그렇지 않았다면 그 숱한 위험을 내장하고도 그걸 바로잡기 위한 정책을 그렇게 효과적으로 서둘 수 없었을 것이다』라고 말하는 고위 공무원도 있다.의미 있는 말이다. 올해에 드러난 그 어마어마한 사건사고는 그래도 우리를 염려한 어떤 힘이 예고를 위해 베풀어준 특별한 배려였다고 생각한다.쉬쉬하며 쓸어덮고 임시변통으로 눈가림만 하는 시대가 아닌 시절을 맞았으므로 지금쯤은 있는 그대로를 인식하여 바로 잡아나갈 수 있을 것을 기대하여 잇따라 내놓는 경고들이라고 할 수 있다. 12월은 이런 모든 일들을 수습하는 달이다.벌여서 흐트러뜨리는 비생산적인 일보다는 아물리는 달이다.튀어나가 큰소리로 외치기만 하기보다는 머리를 맞대고 숙의하여 가장 좋은 해답을 찾아내야 하는 달이다.미증유의 도세사건들로 살아가는 신명을 잃고 맥을 놓게 된 허탈함에서도 정신을 수습해야 하는 달이다. 그리하여 새해에는 이런 악과 부정과 어리석음을 활활 털어버릴 수 있는 지혜를 동원할 만반의 준비를 해야하는 달이다.그러기 위해 이웃과 따뜻한 마음도 나눠야 하는 달,12월은 유용한 달이다.
  • 여·야 막판절충… 큰 시각차만 확인/「영수회담」휴일접촉 결렬 안팎

    ◎민자/냉각기뒤 24일 재접촉… 단독국회 강행/민주/오늘 청와대오찬 불참… 투쟁강화 태세 여야는 일요일인 20일에도 김영삼 대통령과 민주당 이기택대표의 청와대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한 막후절충을 계속했으나 회담 의제에 대한 서로의 시각차이만 확인,사실상 무산됐다. ▷민자당◁ ○…민주당쪽과의 협상창구를 맡은 서청원 정무1장관은 이날 하오 이대표 측근의원과 만나 막판 의견조율을 시도. 이날 접촉에서는 그동안 회담 성사의 두가지 걸림돌 가운데 하나인 회담형식은 21일 김대통령이 순방외교를 설명한 뒤 이대표와 따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이날이 아닌 적당한 시기에 단독회담을 갖는다는데 의견을 접근. 그러나 정국 타개의 실질적인 열쇠인 회담 의제를 둘러싸고 이대표가 그동안 일관되게 주장해온 「12·12」관련자의 기소문제에 걸려 결국 합의에 실패.이대표쪽은 「12·12」만을 논의하는 자리여야 한다고 제의했으나 여권쪽은 이를 부분의제로 하고 전반적인 국정현안을 두루 논의하는 회담이 되어야 한다는 방침을 고수했기 때문. 서장관은 이날 접촉이 끝난뒤 기자들과 만나 어두운 표정으로 『무산됐다』고만 밝혀 아무런 성과가 없었음을 시사.이에 따라 민자당은 이틀 정도 냉각기를 가진뒤 상임위별 간담회와 예산심의 당정을 계속하는등 단독국회도 불사한다는 전략. 그러나 민자당은 오는 24·25일쯤 다시 여야접촉을 가질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협상의 여지는 아직도 남아 있는 셈.서장관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해 정상화를 위한 물밑접촉은 계속될 전망. ▷민주당◁ ○…이기택대표는 이날 개인적인 일로 두차례 외출한 것을 빼고는 계속 북아현동 자택에 머무르면서 막후접촉 결과를 수시로 보고받고 측근들과 수시로 대책을 숙의. 이대표는 이날 하오 8시쯤 협상이 결렬됐다는 소식에 접한뒤 기자들과 만나 피곤한 표정으로 『옛날 기준으로 보면 영수회담에 대해 별로 기대하지도 않았다』고 시큰둥하게 첫마디. 그는 『내가 항상 영수회담의 가능성은 반반이라고 얘기하지 않았느냐』면서 『김대통령이 귀국한지 얼마 안됐고 시간에 쫓겨야 할 이유가 없으니 지금은 소강상태로 봐야 한다』고 당분간 경색정국이 계속될 것임을 시사. 그는 또 『정국경색을 풀 열쇠를 가진 사람은 김대통령 뿐』이라면서 계속해서 여권 압박작전을 전개. 이대표는 그러나 『대통령의 처지를 감안해 이틀정도 더 기다려 보겠다』면서 『우리가 저쪽(청와대)에 공을 던졌으니 그쪽에서 어떻게 나오는지 지켜보겠다』고 여운.이날 이대표 자택에는 강창성·이해찬의원이 방문,지하서재에서 이대표와 밀담을 나눠 이들이 이번 협상에서 모종의 밀사 역할을 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대두되기도 했으나 정작 이대표는 『회담 성사가 중요하지 누가 접촉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우리측의 협상창구는 밝히지 않기로 했다』고 끝내 함구. 이대표는 「12·12」 해법으로 『법적으로는 고발인들의 헌법재판소 소원 신청과 함께 재판부에 대한 재정신청 방안도 가능하다』면서 이날 하오 9시쯤 율사인 박상천의원을 불러 자문을 구하기도.이대표는 21일 정상외교 설명 청와대 오찬에 불참하는 대신 최고위원회의를 주재,당차원의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며 여권의 태도변화가 없다면 23일쯤 기자회견을 통해 초강경투쟁을 선언한뒤 「김대통령 성토」에 초점을 맞춰 2단계 투쟁에 돌입한다는 복안.
  • 형수­시동생 교사­10대 애정행각/불륜의 성애영화 “봇물”

    ◎「어린연인」이어 외화 「위험한 질주」「데미지」 대기/우리정서와 거리감… 전통윤리 파괴 등 악영향 우려 시아버지와 며느리 사이의 불륜,10대 여고생과 의붓아버지 그리고 스승과의 삼각관계,형수와 시동생간의 비정상적 애정놀음,심지어 시체를 능욕하는 변태성욕에 이르기까지 금단의 사랑을 주제로 한 영화가 봇물을 이루고 있어 영화계 전반을 황폐화시키고 있다. 그동안 이미 두차례에 걸친 공륜 수입심의에서 부결된 영화 「데미지」가 지난달 28일 1년여만에 재심의에서 전격 통과됨에 따라 관심을 끌게된 이들 「성파탄영화」는 12월 24일경 개봉될 「데미지」외에도 현재 상영중인 「어린 연인」「나이트 가드」,19일 개봉될 「위험한 질주」등 4∼5편.특히 이 영화들은 충격적인 성애장면도 문제지만 기존 윤리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와 부정의 눈길을 던지고 있다는 점에서 반사회적이고 파괴적인 악영향이 우려된다. 줄리에트 비노시 주연의 「데미지」는 아들의 연인과 뜨거운 사랑을 나누다 파멸해가는 예비 시아버지의 비극을 그린 에로티시즘 영화.『패륜적 소재임에는 틀림없지만 어디까지나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긴 하지만 「중요장면 7군데 삭제」라는 조건으로 작품성을 훼손시키면서까지 굳이 반사회적인 영화를 상영할 당위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데미지」의 루이말 감독은 이 작품의 한국상영을 위해 지난해 8월 직접 내한, 관계자들을 상대로 설득작업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수 필름의 「어린 연인」 역시 지극히 위험하고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17세 여고생(우희진)과 남자교사(이경영)의 눈먼 사랑,여기에 영혼이 병든 의붓아버지와의 근친상간이라는 인화성 강한 이야기까지 여과없이 덧칠된다.『10대여,위선의 가면을 벗고 너의 사랑에 당당하라』고 부추기는 것같은 이 영화는 한 사춘기 소녀의 통과의례로 보기엔 지나치게 광기어린 성숙의 아픔을 묘사하고 있어 섬뜩한 느낌마저 준다.최근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TV드라마 「고교교사」를 리메이크한 작품인만큼 일본 특유의 음습하고 왜곡된 성문화가 곳곳에서 느껴져 개운찮은 뒷맛을남긴다. 지난 88년「정복자 펠레」이후 오랜만에 선보인 덴마크영화「나이트 가드」는 병원 영안실을 배경으로 한 컬트호러 영화.94년 카느영화제 프랑스비평가협회 초청작품인 이 영화는 시체를 능욕하는 변태성욕자를 쫓는 사건을 다룬 것으로 선정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시체실에서 야간 경비원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한 법대생과 담당형사가 벌이는 숨막히는 대결이 잠시 눈길을 끌지만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나 히치콕류의 드릴과는 거리가 있는 거친 영화다. 이밖에 「위험한 질주」는 형수와 시동생 그리고 시동생 친구가 번갈아 가며 사랑의 도피행각을 벌이는 미국영화로 우리 정서로는 납득하기 어렵다.X세대 영화를 표방했던 「헤더스」나 「트루 로맨스」에서와는 또다르게 전개되는 대책없는 본능적 삶이 전망부재의 요즘 젊은이들을 나쁜 방향으로 자극할까 우려된다. 최근 금기시됐던 영화들이 속속 수입되거나 제작되는 것은 웬만한 성묘사에는 미동도 하지않게된 관객들의 충격영상에 대한 수요와 영화관계자들의 상업적 의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스크린은 언제나 압박받는 것의 분출구 역할을 해왔다.하지만 스크린속의 성묘사가 최근들어 갈데까지 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윤리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는것은 영화의 사회심리적 기능과는 별개로 대 사회적 책임을 망각한 일이란 지적이 높다.
  • 「해임안」 표결 앞둔 정치권 움직임

    ◎여 “집안단속” 야 “반란표 유도” 신경전/“국회정상화 계기”… 이탈 방지에 주력/민자/야권공조 강화… 여의원과 접촉 모색/민주 민주당이 낸 국무위원 전원에 대한 해임건의안의 표결처리를 하루 앞둔 27일 여야는 팽팽한 신경전 속에 각기 표단속과 이탈표유도를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민자당◁ 민자당 지도부는 『설마하니 본회의 표결에서 단 한명이라도 가결되는 불상사가 일어나겠느냐』고 겉으로는 낙관론을 펴면서 오히려 이를 계기로 공전되고 있는 국회가 정상화되게 되어 다행스럽다는 분위기.한 고위당직자는 『야당이 일부 국무위원에 대해 부표를 찍는 일은 나올지 몰라도 우리당에서 가결에 동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 그러나 가결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표결결과 가·부표의 편차가 심한 「인기투표」형태로 나타나게 되면 가표가 많이 나온 해당 국무위원의 타격은 물론 여권 안에 새로운 갈등요인이 될 우려도 없지 않아 내심으로는 노심초사하는 분위기.지도부는 특히 최근 잇따르고 있는 각종 사건·사고로 악화된 민심을소속의원들이 상당히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분위기인데다 성수대교 붕괴사고 직후 대폭개각을 요구하는 당내 목소리가 높았던 것이 사실이어서 집안단속에 온신경. 이같은 지도부의 걱정을 입증하듯 민자당은 이날 이례적으로 이른바 「인기상임위」 몇몇을 뺀 전체 상임위에 회식비를 지급,상임위별로 회식모임 또는 간담회를 열어 이탈표 방지를 다짐했으며 28일 본회의 직전에는 의원총회를 다시 열어 단합을 호소할 계획. 표결결과가 인기투표양상으로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조바심은 특히 민주계인사들쪽에서 강한 편.야당의 해임건의안 제출 목적이 여권을 교란시키는데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기 때문.그리고 그 타깃을 최형우내무부장관과 김우석건설부장관등 민주계출신 국무위원들에 집중,민정계와 공화계 의원들의 이탈을 유도하는 「공작」을 펼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의혹의 시선. 물론 이들 역시 해임안의 부결처리는 믿어의심치 않는다고 장담하고 있지만 과거 김종인전의원의 석방결의안 표결때 이탈표가 나온 적이 있어 경계심을 조금도늦추지 못하는 눈치. 그러나 원내대책 사령탑인 이한동원내총무는 여당의원들의 이탈가능성에 대해 『우리당 의원들은 모두 양식있는 분들인데 무슨 일이 있겠느냐』고 표결결과를 낙관적으로 전망. ▷민주당◁ 이날 상오 이영덕 국무총리를 포함한 국무위원 23명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한 민주당은 28일 하오 표결처리 때 민자당측에서 상당한 반란표가 나올 것으로 기대. 민주당은 이를 위해 신민당및 무소속 의원들과의 공조를 강화하는 한편 여당의원들과도 개별적으로 접촉,반발심리를 확산시켜 나간다는 전략. 신기하 원내총무는 『각료 23명 가운데 적어도 5명이상은 가결될 것으로 본다』고 장담하면서 『여당의원들도 이번만큼은 양심적으로 한표를 행사하리라 믿는다』고 분위기 조성에 온 신경. 박지원 대변인도 『반란표가 아니라 민주정의당을 했던 분들의 정의표가 상당수 쏟아질 것』이라고 큰 소리. 박대변인은 표결처리후의 국회운영 방침에 대해서도 『결과에 따라 국회 대정부질문과 상임위및 예결위 활동을 통해 김영삼정권의 총체적 실정에 대한 책임추궁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예고. 한편 이총리와 최형우 내무·최인기 농림수산부장관의 해임건의안은 민주당 의원 98명에다 이종찬 한영수 서훈 김진영 조순환 정태영 이자헌의원등 무소속및 신민·새한국당 의원 7명이 가세,모두 1백5명이 서명했고 나머지 각료들에 대한 해임건의안은 이자헌의원이 빠진 1백4명이 서명. 민주당은 이에 앞서 신기하총무 주재로 총무단회의를 열어 표결 전략을 숙의했으며 회의가 끝난 뒤 이윤수부총무를 통해 해임건의안을 국회사무처에 제출.
  • 성수대교 참사후 휴일 관정가 표정

    ◎이 총리,공관서 대국민 사과문안 검토/여·야,대정부 질의 수위조절에 신경 ▷총리실◁ ○…국무총리실은 휴일인 23일에도 대부분 직원들이 정상적으로 출근해 24일부터 시작되는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자료 준비 하느라 바쁜 일손. 이들은 김영삼 대통령이 24일 이영덕 총리와 조찬을 나누면서 이총리의 사직서를 반려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점차 평온을 되찾아가는 분위기. 총리실 직원들은 김대통령이 사표를 수리할 생각이라면 이총리와 식사를 나누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 한 직원은 『이총리가 사직서를 제출했던 21일 보였던 망연자실한 표정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고 전언. 이총리는 일요일마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상오 10시쯤 대신교회에 나가 예배를 드리고 하오 2시쯤 삼청동 공관으로 돌아와 늦게까지 예상되는 대정부질문에 대한 답변을 검토. 이날 총리실에서는 김시형 행정조정실장이 아침부터 직원들을 독려했고 이흥주 비서실장도 하오 2시쯤 나와 이총리의 국민에 대한 사과문안과 답변자료들을 미리 검토. 이총리는 2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앞서 사고경위를 보고하면서 「이번 사고로 귀중한 생명을 잃은 사람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는 요지의 사과를 할 예정. 총리실 직원들은 그러나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그 정도의 사과로 통할 것 같지 않은데다 몇몇 의원들이 총리실이 지금까지 입수한 것과는 다른 내용을 질문할 것이라는 정보 때문에 바짝 긴장. ▷정치권◁ ○…여야는 이날 성수대교 붕괴참사와 관련해 24일부터 시작되는 국회 대정부질문에 대한 발언수위등의 조절과 사고의 원인분석및 수습대책 마련에 고심하는 모습. 민자당의 김종필대표는 이날 청구동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이번 사고를 포함해 잇단 사건·사고등으로 불안해진 민심을 달래기 위한 방안을 구상. 민주당의 이기택대표는 경기도 양평에서 사조직인 통일산하회 행사에 참석한 뒤 부인 이경의여사가 입원해 있는 신촌세브란스병원에 들렀다가 자택에서 측근들과 함께 이번 참사에 따른 대응방안을 숙의. 민자당의 이세기 정책위의장은 이날 상오부터 성수대교 붕괴참사 현장과 동부경찰서 수사본부 성동구상황실등을 차례로 돌며 정부측의 사고원인 조사활동 현황을 점검. 이의장은 이어 평소 친분이 있는 토목전공 교수등 전문가들에게 전화로 자문을 구하는등 부실시공 근절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다음주부터 열리는 당정회의에 대비하느라 분주. 이와함께 24일 정치분야 국회 대정부 질문에 나서는 정순덕·정시채·이해구·강신옥(민자당)·한광옥·최재승·장영달(민주당)·이학원(무소속)의원등 8명은 질문내용에 이번 사고와 관련된 사항을 추가허면서 정부를 추궁할 수위를 조절하느라 바쁜 하루. 이날 여야 의원들의 상당수가 골프나 개인적인 모임등을 취소,이번사고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을 따갑게 느끼며 조심하는 분위기.
  • 「연극계 가수」 박정자·연극인 장두이/노래가 있는 창작극 꾸민다

    ◎중년여성의 일과 사랑과 고독 담아/「11월초 왈츠」 27일부터 「연극계의 가수」 박정자와 전천후 연극인 장두이가 손잡고 노래가 있는 창작극 무대를 꾸민다. 극단 실험극장은 「오늘의 명배우 시리즈」 제2탄으로 오는 27일부터 박정자의 「11월의 왈츠」(이충걸 작·장두이 연출)를 선보인다. 특히 이번 무대는 사실상 1인극에 다름없지만 피아노를 활용하는 등 물체극적 요소를 도입했으며 박씨가 직접 노래와 함께 왈츠도 곁들일 예정이어서 단조롭지만은 않은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년여성의 일과 사랑과 고독으로 압축되는 이 작품의 줄거리는 기존 멜로극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20년동안 무대에만 몰입해온 50대의 여배우가 주인공.그의 결혼생활은 한지붕 생활을 하지만 마치 투명인간처럼 서로를 못본채하며 지내는 남편과의 끝없는 신경전으로 하루도 편한 날이 없다.이들은 결국 갈라서게 되고,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진통제로 유지되는 삐걱거리는 육체와 빈둥지같은 허전함뿐.방황의 늪에 빠져 실의의 나날을 보내던 그에게 스무살연하의 남자(성기훈 분)가 신기루처럼 나타나면서 극은 일대 반전을 이룬다.너무나 오랜만에 느껴보는 솜사탕같은 사랑에 중년의 가슴은 사정없이 요동친다.하지만 남자는 운명처럼 멀어져가고,그는 세상이 끝난것 같은 절망감에 몸부림치지만 결국 자신의 유일한 귀의처는 무대임을 값비싸게 깨닫는다는 것이 기본 줄거리다. 지난 89년 「아직은 마흔네살」이라는 제목의 노래를 포함한 노래모음집과 시낭송 테이프를 내기도 한 박씨가 이번에 부를 노래는 끈적한 분위기의 트로트곡 「립스틱 짙게 바르고」를 비롯,「시노메모로」「4월이 가면」「허무한 그날」「페드라,사랑의 테마」등 모두 5곡. 국내정착후 처음으로 연출을 맡은 장두이씨는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연극적 이중구조를 통해 인간 내면에서 부글거리는 원초적인 욕망을 표현해내는데 연출의 역점을 두겠다』며 『피아노 클래식 기타소리가 들리는 한판의 라이브 공연같은 연극을 보여주겠다』고 의욕을 보인다. 손숙의 모노드라마 「셜리 발렌타인」으로 서장을 화려하게 장식한 「오늘의명배우 시리즈」는 앞으로 1년 3개월동안 계속되며 각 작품마다 3개월씩 공연된다.다음 작품으로는 이호재 전무송씨가 출연하는 「뗏목」(이만희 작·김아라 연출)과 「청바지를 입은 파우스트」(이윤택 작·연출)가 차례로 올려질 예정이다.화요일 하오7시,수∼금요일 하오3시·7시,토요일 하오3시·6시,일요일 하오3시 공연.515­7661.
  • “하고싶은 일 해 후회없다”/지존파 첫 공판 이모저모

    ◎두목 김기환 고개 꼿꼿이 세운채 진술/김현양,“사람들이 내마음 녹여줬다” 「지존파」일당 7명은 첫공판이 열린 18일 서울지법 311호 법정에 자해행위를 막기위해 팔목부분에 가죽띠를 끼고 수갑을 찬채 두목 김기환을 시작으로 강동은·김현양·강문섭·문상록·백병옥·이경숙의 순으로 들어섰다. 이들 가운데 김기환은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들어온 반면 강동은등 나머지는 다소 기죽은듯한 표정이었으며 특히 강동은의 애인 이경숙은 신문이 계속되는 동안 내내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쳐 옆에 앉은 여교도관이 가끔씩 달래주기도 했다. ○…두목 김은 검사신문에 앞선 모두진술에서 『나를 단죄하기에 앞서 사회의 모든 사람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해야 한다.피끓는 젊은이들이 왜 목숨을 던져 상상을 초월한 범죄를 저질러야 했는지 이 사회가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말하는등 전혀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아 방청객들은 『아』하고 깊은 한숨을 내쉬며 술렁. 김은 특히 『조직을 이탈한 송봉우를 죽인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죄가 가벼워 지옥에서도 제일 끝자리에 떨어질까 두렵다』,『조직을 떠나려면 자고 있는 내 가슴에 칼을 박고 떠나라.그렇지 않으면 지옥끝까지 따라가 보복을 할 것』,『죽을때까지 가진자들의 돈을 빼앗고 죽일 것』 등 평소 그가 조직원들에게 한 것으로 알려진 말들을 검사가 되묻자 모두 『그렇다』고 독기서린 목소리로 대답한 뒤 『하고자 했던 일을 했기 때문에 미련이나 후회는 없다』고 덧붙여 방청객들을 전율케하기도. ○…강동은은 『아직도 야타족들을 못죽인게 한이 되느냐』,『잡히지 않았다면 범행을 계속할 생각이었나』고 검사가 꾸짖자 『아니다』라고 대답하거나 묵묵부답의 태도를 보여 비교적 뉘우치는 모습. 김현양 역시 『이제는 사람들이 내 마음을 많이 녹여줘 잘못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반성의 빛을 보였다. ○…특히 두목 김은 조직원을 모집할때 「가진 자와 가난한 자의 차이」,「조직에 가입하려면 목숨을 내놓을 것」등을 설명한 뒤 한달가량 가입여부를 결정할 여유까지 주었다고 진술. 이들은 세번째 희생자인 악사 이종원씨를 납치살해한 뒤 교통사고로 위장하기 위해 미리 전북 장수의 외진 계곡을 답사했으며 실제로 승용차를 급제동,길바닥에 바퀴자국까지 내는등 치밀함을 보인 것으로 드러나기도. ○…김기환은 변호인 신문에서 『범행으로 강취하려 했던 돈은 10억이 아니라 그 이상』이라면서 『돈이 생기면 호의호식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제2,제3의 범행 자금에 사용할 생각이었다』며 상오의 검사 신문때보다 더 철면피하게 대답,방청석 곳곳에서 『저런 놈이…』라는 말이 터져나왔다. 김은 『맨처음 최미자씨를 살해한 것은 우리가 저지른 사건 중 가장 가슴 아픈 사건』이라면서도 『일을 하다보면 방향이 빗나가 소씨부부 같은 사람도 나올수 있다』고 태연하게 답변. 그는 『범행대상의 우선 기준은 최고급 그랜저와 외제차를 모는 사람들이었다.자금의 여유가 생기면 소씨부부같은 사람이 아니라 대상을 더 신중히 선정할 생각이었다』라고 거침없이 털어놓았다.
  • 한·미,「북핵」 결렬대책 협의/새달초 외무회담

    ◎한외무 새달 3일 유엔연설 한승주외무부장관은 북한핵 문제를 협의하고 유엔총회에서 연설을 하기위해 29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유엔과 일본을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다. 한장관은 다음달 3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핵 문제의 해결을 위한 우리정부의 방침을 밝히고 우리의 96∼97년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에 회원국들의 적극적 협조를 당부할 예정이다. 한장관은 특히 유엔본부에서 워런 크리스토퍼 미국국무장관과 외무장관회담을갖고 미국과 북한의 3단계회담 2차회의에 따른 대응책을 숙의한다. 두나라 장관은 또 핵협상이 결렬되는 최악의 사태에 대비,유엔 안보리 대책도 협의할 예정이다.
  • 여죄·공범 못밝힌채 “어정쩡한 종결”/경찰의 지존파 수사가 남긴것

    ◎허술한 초동수사 관할다툼 여전/무기밀거래단 규명 과제로 남아 「지존파」의 연쇄납치살인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은 사건을 27일 검찰에 송치함으로써 지난 19일 범인검거이후 1주일간에 걸친 수사에서 공범이나 여죄를 밝히지 못한 채 사실상 수사를 종결한다. 경찰은 이날 지존파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범인들에 대한 분리심문등을 통해 공범이나 여죄여부를 집중추궁했지만 뚜렷한 혐의점을 찾아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그동안 두목 김기환(26)등 지존파가 지난해 7월 조직결성이후 15개월남짓 소윤오씨부부등 5명을 연쇄살해한 사실을 밝혀내고 일당 7명을 구속한데 이어 이들에게 백화점고객명단과 가스총등을 팔아 넘긴 이주현씨등 2명을 추가로 구속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수사를 통해 자칫 대량살상으로 이어질 뻔한 조직범죄를 뒤늦게나마 차단했으나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돼온 공범과 여죄여부에 대한 의문점들을 속시원히 밝히지 못한 채 수사를 종결해 한계를 드러냈다. 경찰은 또 피해자 소씨의 실종당시부터 수사관할을 서로 떠넘겨공조수사에 허점을 드러냈고 「지존파」로부터 압수한 승용차를 닷새동안이나 방치해 결정적인 증거물들을 뒤늦게 찾아내는등 초동수사에 문제점을 드러냈다. 당초 이들에게 납치됐다가 풀려난 이모씨(27·여)로부터 「지존파」에 대한 행각을 신고받은 서울 서초경찰서는 이들의 전남 영광군 아지트에 도착하기까지 만49시간여나 영광경찰서에 협조나 수사공조요청을 하지 않아 신속한 현장수사가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비난을 샀다. 일부에서는 경찰의 해묵은 공다툼으로 인한 늑장수사로 희대의 연쇄납치살인행각을 벌인 범인들을 놓칠 뻔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경찰수사가 초기부터 이러한 문제점들을 노출시킨 가운데 경찰은 범인들의 자백내용을 토대로 한 짜맞추기식 수사에 급급함으로써 이들의 행적이나 범죄공백기간에 대한 의문등을 속시원히 풀지 못했다. 당초 93년8월의 2차범행과 지난 8일의 3차범행 사이의 1년2개월의 기간에 이들이 여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됐지만 경찰은 이들이 대전과 분당에서 집단으로 막노동을 한사실만 확인했을뿐 당시 이들의 구체적인 행적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내지 못했다. 이와 관련,당시 이들을 목격한 근처 인부들이 구속된 일당외에 40대남자등 1∼2명이 함께 어울려 다녔다고 제보함으로써 공범가능성에 대한 단서를 제공했으나 경찰은 송치날짜를 의식,수사종결에만 급급한 인상을 남겼다. 또 「지존파」에게 범행물품을 제공하는등 이들의 범죄에 깊이 연루된 것으로 밝혀진 브로커 이주현씨의 진술이 계속 엇갈리는 부분도 이들이 드러나지 않은 공범을 숨기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씨가 물품구입장소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며 정확한 진술을 회피하고 있는 점이나 당초 지난 8월 명단을 건네줄 당시 「지존파」의 범행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가 지난해 6월부터 이들의 정체를 어느정도 파악하고 있었다고 진술을 번복하는등 진술에 일관성이 없는 부분등은 또다른 공모자나 여죄의 개연성을 더욱 짙게 하는 부분들이다. 특히 이씨의 동거녀 강모씨의 통장에 「지존파」일당이 영광아지트를 건축한 시기인 지난5월 중순 무기밀매지역으로 의혹을 사고 있는 부산등지에서 양모씨등 2명의 명의로 모두 6백여만원이 입금됐다가 다음날 바로 인출된 사실은 또다른 공모자의 자금공급가능성을 가장 강하게 제기하고 있는 부분인데도 경찰은 이를 도외시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지존파」 두목 김에게 김현양을 소개해준 인물의 신원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점도 의문으로 남아 있다. 결국 지난 1주일동안 국민들을 충격과 경악속에 몰아넣은 「지존파」의 연쇄살인사건에서 의문점으로 남은 공범및 여죄부분,전문무기밀매단의 실체등은 검찰에서 풀어야 할 과제로 넘겨지게 됐다. ◎지존파수사 이모저모/길가다 희생 최미자씨가족 “망연자실”/제보 이양에 서초서통해 금일봉 전달/강동은 “이제 후회”… 뒤늦게 삶에 애착 ○…지존파 일당의 검찰 송치를 하루 앞둔 26일 낮 일당 중 한명인 강동은의 형(27)과 누나,매형 김모씨(35) 등이 서초경찰서로 찾아와 면회. 처음 검거됐을 당시 『야타족 등 아직도 죽이지 못한 사람이 많다』고 하는등 살의에 가득찬 말을 거침없이 내뱉었던 강은 이날 10여분동안의 면회에서 가족들에게 『살아나갈 수만 있다면 신부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등 처음과 달리 생에 대한 강한 집착을 드러냈다. 강은 또 형과 누나에게 『엄마와 애인 이경숙을 잘 보살펴달라』면서 『어린 마음에 엄청난 일을 저질렀지만 이제는 후회된다』고 말해 심경의 변화를 크게 일으키고 있다는 것. 또 이경숙의 친척오빠인 박모씨(34),백병옥의 아버지(54),이주현의 아버지(58)와 어머니등도 각각 범인들을 면회. 특히 백의 부모는 면회를 마치고 나와 『지난해 7월 돈을 많이 벌어오겠다며 집을 나가더니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면서 『공부를 제대로 못시키고 어릴적 배부르게 못해준 것이 한』이라고 눈물. ○…이주현씨와 김현양이 학교 선후배사이로 친하다는 사실을 숨기는 등 범인들이 이씨를 감싸고 돈 점을 경찰이 제대로 추궁하지 않은 것도 수사를 더이상 확대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주변의 분석. 이미 중형을 각오한 범인들이 이씨를 보호하려 한 것은 이씨가 공범 또는조직원이거나 다른 공범자가 있을 가능성을 시사해주는 것인데도 경찰은 이 부분에 대해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지적. ○…지존파의 「살인실습」 첫번째 희생자였던 20대 여자의 신원이 최미자양(당시 23세·충남 논산군 두마면 두계리)으로 밝혀지자 최양의 아버지 최모씨(48)등 가족들은 믿어지지 않는듯 충격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 최씨는 『미자에게 설마 큰일이야 있겠느냐는 생각에 지금까지 연락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려 왔다』며 망연자실한 표정. ○…김화남경찰청장과 박일용서울경찰청장은 이날 「지존파」일당으로부터 필사적으로 탈출,결정적 제보를 한 이모씨(27·여)에게 감사와 위로의 뜻을 전하고 서초경찰서장을 통해 금일봉을 전달. ○…이주현씨가 지난 8월부터 일해왔던 세운상가 G오락기판매점 주인 김모씨(24)는 『주현이는 서울에 친구가 별로 없었고 평소 말수도 적었지만 성실했으며 술도 잘 못했고 일이 끝나면 곧바로 집으로 가는 등 착실한 사람이었다』며 이씨가 무기브로커였다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
  • 13회 미술대전/대상 정석수의 「남부정류장」

    ◎우수상 하연수(한국화)·최활영(양화)·백승관(판화)·전종무(조각)씨/모두 1천9백9점 응모… 3백25점 입상/입상작은 새달부터 「과천미술관」서 전시 제13회 대한민국미술대전(2부 구상계열)에서 영예의 대상은 양화부문에 「남부정류장」을 출품한 정석수씨(30·대구시 남구 대명2동 1900의36)가 차지했다. 26일 상오 심사결과를 발표한 한국미술협회(이사장 박광진)는 이번 구상부문 미술대전에는 모두 1천9백9점이 응모한 가운데 양화부문의 대상을 포함,4개부문(양화 한국화 조각 판화)에서 3백25점(한국화 1백37점,양화 1백22점,판화 25점,조각 41점)의 입상작을 냈다고 밝혔다. 우수상 수상자는 ▲한국화부문에 「여인­향기」를 출품한 하연수씨(26·서울 마포구 창전동 6의151) ▲양화부문에 「청적 Ⅱ」를 출품한 최활영씨(27·부산시 영도구 청학1동 389) ▲판화부문에 「진화­Ⅲ 94­10」을 출품한 백승관씨(34·서울 양천구 신정동 신시가지아파트 905­1204) ▲조각부문에 「황후의밥 걸인의찬」을 출품한 전종무씨(33·서울 중구 신당3동 349의224 다세대201호)가 각각 결정됐다. 이종무 심사위원장은 『이번 미술대전에서는 지난해에 비해 출품수가 많이 준 반면 뛰어난 작품이 적지않게 눈에띄었다』면서 『출품작의 감소는 미술대학의 지도계획과 교수분포에 큰 원인이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입상작은 10월1일부터 18일까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 전시되는데 이어 수원(11월13∼18일 경기도문화예술회관)부산(11월20∼29일 부산문화회관)제주(12월3∼12일 제주문예회관)에서 순회전시된다. ◎대상받은 정석수씨/사실화의 새로운 의미 표출에 노력 『사실화의 새로운 의미를 보여주겠다는 일념으로 작품을 내왔는데 이렇게 큰 상을 받게돼 영광입니다』 제13회 대한민국미술대전(2부 구상계열)에서 영예의 대상을 수상한 정석수씨(30)는 지난해 미술대전에서 겪었던 낙선의 아픔을 깨끗이 씻은듯 앞으로 계속 정진할 각오를 밝혔다. 수상작 「남부정류장」은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어머니와 동생의 모습을 거의 사진에 가까운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그린 그림. 계명대서양화과 재학시절부터 주로 인물화에 치중해오던중 세대간의 갈등을 다룬 연작 4부작을 구상,이번 수상작은 그 첫번째 작품으로 화면구성과 색감처리에서 높은 작품성을 일구어냈다는 평을 받았다. 『인간의 생활속엔 수많은 갈등이 내재돼있고 진정한 의미의 삶이란 갈등마저도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를 의미한다고 본다』는 정씨는 사실적인 기법이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가장 직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대학시절 은사들로부터 부분적인 영향을 받기도 했지만 가장 보탬이 됐던 스승은 「명화집」이라고 귀띔하는 그는 그림공부를 시작하는 이들에게 이 화집을 자주 볼 것을 권하기도. 아직 미혼으로 현재 대구의 미술학원강사로 일하는 그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사람사는 모습과 그 진정한 의미를 담아내기 위한 고민이 가장 큰 고민이 될 것 같다』며 웃는다. ○입상자 명단 ▷특선◁ ◇한국화=박순철 박진순 김옥경 김정숙 주영옥 최광석 서일석 김경희 조현동 홍소안 송환아 이관성 조용백 김범수 ◇양화=박혜경이명수 김윤택 주영웅 김태균 서중규 이팔용 이점실 박봉춘 고기범 박 용 송하준 ◇조각=배승현 전덕제 조숙의 이기수 ◇판화=엄대상 박 훈 ▷입선◁ ◇한국화=이현아 최한용 서태섭 최기성 문운식 유흥수 구본순 서성기 박봉열 이서정 윤덕자 이은영 임명숙 노윤경 오유진 최원석 박혁기 박선진 이청초 박무길 김길동 김남주 조남윤 진인범 이화길 이남미 윤경옥 김동환 곽수봉 장현재 이은영 유영열 양동언 임갑재 유기종 이의재 배석미나 이진심 이만식 고선희 김인선 홍푸르메 장 철 김창웅 김현주 이혜연 우승현 정영미 김재구 박영일 김영권 백현호 김영주 성민홍 최전숙 강남곡 이승철 장희영 최승규 함용식 정동복 최진호 유철수 하영준 이은호 김명연 최은미 박태홍 문제성 장안순 모용수 박찬석 김호중 백동칠 임녕하 정영남 김희남 이경모 박계수 강상복 김미경 오숙인 임상빈 이은경 이영환 윤의중 정선심 박운용 정성봉 윤경숙 남학호 이정선 이미자 유광덕 손성완 최명순 김충식 정형열 구경회 황규덕 박완용 권영주 서수령 차연우 이철규 양명이 임소형 송민섭 정근호 박정환 이송아 정난옥 김의신 송현정 김은경 안용철 사지혜 박수인 최정도 박윤호 정성태 조 선 ◇양화=임흥빈 유성복 서송숙 장미혜 김대필 고진오 이정희 박근희 임현규 박상덕 정종기 이경준 김종한 권영술 예양해 권순교 이길성 김복남 엄윤숙 이승봉 이재용 김대하 박만수 김원중 지태섭 문명호 김봉진 유봉현 김예순 김도영 손영선 정계령 최경옥 정청향 김장혁 전태영 김광강 정태영 김형돈 박희옥 이동숙 황경원 김영대 소영욱 박성민 이창규 곽동경 안정균 박계현 하명수 김광수 조몽룡 송길호 박수남 안창표 이봉수 윤장렬 민경숙 정창기 양환태 김명수 이구일 김종길 김순영 맹문주 배수봉 김종한 모종애 황 란 신은봉 조경자 이근복 김인배 박경민 이강미 소순희 최성배 윤석수 김정숙 문춘길 장동문 지창림 최경철 강금석 남기종 한혜영 강연태 조순미 여재식 김은희 김경란 심유림 권진용 전용훈 강승완 조 헌 박천복 김홍렬 유영복 오효석 이형삼 문정애 임정렬 송상섭 한송철 유재하 신홍직 문정호 ◇조각=전용환 박민섭 안철영정두진 노정용 이교동 이상근 이규동 전상욱 방주혁 이상호 조성재 박상희 이경순 송바우 노세주 최부윤 백승업 김동숙 윤기호 최진수 배정길 백은하 박정용 김봉균 김형득 이상춘 송광희 지헌명 천종권 김용진 박영선 고갑주 국경오 최정유 임종필 ◇판화=이숙영 오기옥 조은휘 전종수 노현임 민경희 최수진 전영근 박정호 정기준 조혜경 최병구 박구환 조용훈 유재웅 서정봉 임병중 백성혜 한소영 김예영 정희경 신승균
  • 현대백화점/회원 “카드취소” 전화 빗발

    ◎고객들,“유출명단에 나도 있나” 우려­질책/백화점,자체감사팀 편성 유출경로 추적 「지존파」가 지니고 있던 백화점 고객명단이 서울 강남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의 「우수고객명단」으로 밝혀지면서 현대백화점 본사와 지점에는 고객들의 항의와 회원카드를 취소하겠다는 전화가 쇄도,업무가 마비상태이다. 40∼50대층이 주류를 이루는 항의전화는 『밝혀진 고객명단에 내 이름이 포함돼 있느냐』는 우려섞인 질문에서부터 『어떻게 회원들의 명단이 공공연히 나돌아 다닐 수 있느냐』는 질책 등 대부분 이번 사건과 관련,자신의 신분이 노출됐는지의 여부에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며 분개하는 목소리다.항의전화가 특히 밀려들고 있는 곳은 본점 보안실이나 압구정점 신용판매부 교환대등.현대백화점에는 23일 아침부터 쉴새없이 걸려오는 전화폭주로 신용판매부 교환대의 경우 6명의 여직원들이 하루종일 시달리고 있었으며 같은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는 신용판매부직원들 조차 일손이 잡히지 않는 듯 어수선한 분위기. 현대백화점측은 고객명단 유출사태와 관련,22일 하오 긴급회의를 소집한 데 이어 이날 아침에도 김영일사장 주재로 한차례 회의를 더 갖고 대책마련을 숙의하는 등 고심하는 모습. 백화점측은 경찰의 조사와는 별도로 2개의 자체감사팀을 편성,유력한 유출경로로 지목되고 있는 전산실과 신용판매부 직원 50여명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신용판매부 감사를 책임지고 있는 정모과장(36)은 『사내에서 유출시킨 자가 있다면 전산실보다는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고객명단이 필요한 신용판매부쪽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책임의 일부를 인정. 그는 『고객의 이름이나 신원 등에 대한 파악은 외부를 통해서도 가능하나 사은품증정을 위해 매출규모순대로 명단을 작성한 우수고객 매출액규모까지 함께 실려있다는 점에서 내부자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고 털어놓았다.
  • 태연하게 토막내고 태우고…/최치봉 전국부기자(현장)

    ◎소름끼치는 번행 재연에 “아연” 「공포의 지하실」­지존파의 엽기적인 범행현장엔 범행당시의 상황을 말해주듯 시체탄 냄새가 코끝을 진동했다. 21일 하오 전남 영광군 불갑면 금계리 회산마을 입구에 자리잡은 범인들의 아지트에선 경찰의 현장검증이 진행되고 있었고 집주변엔 끔직한 장면의 재연모습을 본 주민들이 몸서리를 치고 있었다. 인간살육이 이뤄졌는데도 이웃 주민들이 전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철저한 보안속에 범행이 이뤄졌으며 이를 위해 대문에 조직원들끼리 연락하는 비밀 초인종 2대를 달아놓은 모습이 보여 범인들의 주도면밀한 계획범행의 실체를 증명해 주고 있었다. 대문에서 20m쯤 떨어진 30여평건물본채는 거실과 방 3개,부엌,보일러실등으로 이뤄졌고 집바로 뒤편은 야산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출입문 우측 첫번째 방에는 함께 기거한 이경숙의 옷가지가 걸려 있고 방바닥에는 「야인」 「뼁끼통」 「꿈의 해몽」등 소설책과 피묻은 수건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유리창이 깨진 바로 뒷방과 옆방에는 범인들의 옷가지와 화투짝등이 나뒹굴고 있었다.거실에는 TV 1대와 소윤오씨의 몸값으로 받은 돈으로 구입한 새 주방용품과 살림살이가 흩어져 있고 검거당시 반항한 흔적으로 거실문의 유리창이 산산조각 나있었다. 김현양과 강문섭은 서울지검 강력부 김홍일검사의 지휘로 실시된 감금실에 대한 현장검증에서 태연하게 살해상황을 재연했다.김등은 소씨는 공기총으로,소씨부인 박미자씨는 식칼과 도끼로 무참히 살해하는 장면을 생생하게 재연했다. 이들은 먼저 소씨를 살해한뒤 『살려달라』며 부들부들 떠는 박씨를 흉기로 배를 찔러 그자리에 쓰러 뜨렸다.그들은 이어 사체를 토막내고 이를 소각로로 옮겨 불을 붙여 태우는 소름끼치는 행동을 거리낌없이 재연했다. 3평크기의 소각로는 송풍기와 기름보일러 연통이 집뒤 산쪽을 향해 나있어 연기가 나도 이곳 주민들의 눈을 피할 수 있도록 제작되는등 사전에 치밀한 계획에 따라 설계돼 있었다. 두시간여동안 현장검증작업을 마친 한 수사관은 『30여년을 범죄와 함께 뒹굴었지만 이같은 끔찍한 사건을 접하기는 처음』이라며 수사관생활에 회의를 느낀다고 말했다.
  • 정·관가인사들 추석연휴에 뭘했나

    ◎자택 머물며 독서·정국구상 몰두/김종필대표/부산·영일 오가며 지자선거 “숙고”/이기택대표/북한산 등산,「제2사정」대책 구상/이감사원장/최기선시장 사퇴 후속대책 분주/서 정무장관 정치권과 관가의 주요 인사들은 「정중동」의 추석 연휴를 보냈다.이들 대부분은 차분한 명절 지내기를 솔선수범한다는 의미에서 자택이나 고향,지역구에 머물며 차례를 지냈으며 정치권 인사들은 지역주민들과의 접촉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이들은 또 추석 연휴를 전후해 계속된 인천 북구청 세금 비리사건 수사와 이에 따른 최기선인천시장의 사의표명,전남 영광의 엽기적 연쇄살인사건등에 대한 깊은 우려와 함께 대책 수립을 위한 준비에 골몰하기도 했다. ○…이영덕국무총리는 추석날 엽기적인 연쇄살인 사건 소식을 전해듣고 충격과 함께 안타까움을 표시했으며 국민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의식개혁운동의 세부적인 추진대책을 구상하기도 했다고 비서진들이 전언.이총리는 이에 앞서 지난 17일 서울시청 추석종합대책 상황실을 방문,교통소통 대책과 추석 성수품공급상황등을 점검하고 서울 강동구 등촌동 보훈병원 입원환자들을 위문했으며 18일에는 경기도 남양주군 별내면 선영에 성묘하고 삼청동 공관에 줄곧 머물렀다. 이시윤감사원장은 연휴동안 주로 구기동 공관에 머물며 다시 흐트러져 가는 공직사회를 바로잡기 위한 「제2의 사정」이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이에 따른 감사원의 감사방향을 깊이 있게 숙고했다고 한 측근이 설명.이원장은 20일 안산 선산을 찾아 성묘했고 21일에는 서울고 동창들과 북한산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19일 육순 생일을 맞은 최형우내무부장관은 서울에 손님이 몰릴 것을 우려,21일까지 지역구인 부산에 머물며 친지와 당직자들로부터만 축하인사를 받았다. ○…김종필민자당대표는 20일 세검정 큰집에 차례를 지내러 다녀온 것 말고는 청구동 자택에 머물며 주로 독서로 소일.김대표는 연휴동안 다음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등 정기국회 대책과 최근 제기되고 있는 제2의 사정 움직임등 정국에 대한 분석과 구상에도 몰두했다고.측근들은 22일로 예정된 청와대 주례보고가 당 운영의방향을 새롭게 하는 전환점이 될수도 있을 것 같다고 설명. 민자당의 문정수사무총장은 지역구인 부산에 머물며 고아원·양로원 방문,환경미화원과의 만남등 그늘진 곳을 찾아 위로했으며 이한동원내총무도 지역구인 경기도 포천·연천에서 정기국회 대책을 구상하고 21일 면민체육대회에 참가하는등 주민들과 시간을 함께 했다. 이세기정책위의장은 일본 요코하마대학에서 오는 26일 북한핵과 동북아의 안정에 대한 특강을 해 달라고 요청해와 원고준비에 몰두했으나 오는 27일 김영삼대통령이 주재하는 신경제추진회의에 참석하느라 강연을 포기,조금 김이 빠진 모습. 서청원정무1장관은 고향인 충남 천안에서 휴식한 뒤 연휴 마지막 날인 21일에는 서울에 돌아와 당정 인사들을 접촉하며 최기선시장 사퇴에 따른 후속대책등을 숙의. ○…민주당의 이기택대표는 지난 17일 부산으로 내려가 심장마비로 별세한 고 최달웅해운대지구당위원장 빈소를 위로하는 것으로 연휴를 시작.이대표는 이어 고향인 경북 영일에 들러 친지들을 찾아본 뒤 주로 부산과 영일에 머무르며 임시국회와 최근 제기되는 제2의 사정,내년 지방자치선거 대책등 등 정국을 구상. 김상현고문은 지난 18일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 등지에서 교분이 있는 학자들과 만난뒤 21일 하오 귀국했다.
  • 로마/테르미니역(아랍서 지중해까지:16)

    ◎로마 관문… 영화 「종착역」의 주무대/광장 주변의 소나무에선 로마인처럼 올곧은 기상이… 명화「길」,「카비리아의 밤」,「달콤한 생활」등으로 우리에게도 익히 알려진 이탈리아 영화의 세계적 거장 페데리코 펠리니의 수필영상풍의 작품 「펠리니의 로마」에는 실제 로마 명소들의 모습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기껏 허름한 술집이라든가 싸구려 야외 카페,짐작이 가지도 않는 광장과 건물 모퉁이,비가 퍼붓는 어느 거리 복판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로 죽어넘어진 동물들과 그것을 찍어대는 촬영팀의 차량 정도나 보여주다 끝날 뿐이다.관객들이 장난치고 와글대는 3류무대 위에서 브루투스가 시저를 암살하는 엉터리 장면을 잠깐 카메라가 잡으며 로마의 역사를 대변하고,매춘숙의 여인들이 로비에 앉은 손님들과 희희낙락 흥정을 하며 몸매를 자랑하는 익살스런 장면들이 후반부에는 또 꽤 중요한 비중으로 끼어들어 있다.이 작품은 틴에이저로 보이는 수십명의 오토바이족 커플들이 옛 원형경기장인 콜로세움을 질주해 빠져나가면서 어둠속에 묻히는 것으로 끝이 난다.불빛이 휘황한 콜로세움도,여기 나오는 다른 장면들도 거의 모두가 금방 알아볼 수 있는 세트다. ○요상한 화면에 당혹 이 토박이 대가가 자신의 근거지를 말하려 하면서 왜 이런 어설픈 세트처리를 고집했을까 하는 의문은,로마에 여장을 풀고 맨 먼저 무심코 TV를 켰을 때 맞닥뜨린 요상한 채널의 화면 보다는 덜 당혹스럽다.토플리스 여인의 라이브 쇼를 한동안 보여주면서 플레이 보이 사회자와의 인터뷰가 잠깐 나오고 「저를 불러주세요」어쩌고 하는 식의 캡션과 함께 여인의 얼굴과 전화번호의 클로즈업이 되풀이 되는 프로인데 필자의 어눌한 소견으로도 영락없이 공공연한 매춘채널이다.유료도 아닌 이 채널은 두어 시간을 그러다 딴 채널로 옮겨가 심야까지 계속된다.하긴 콜걸이 떳떳하게 국회의원 출마도 하고있는 나라니까 그런 것을 당혹스럽게 여기는 쪽이 오히려 어색하고 이상할지도 모른다.모르긴 해도 언뜻 납득키 어려운 로마의 이런 표면적인 진풍경의 바닥에는 카톨릭 종주국으로서의 종교적인 고뇌와 세속윤리와의 마찰 같은 혹종의갈등들이 얽혀 있을 것이다.세칭 네오리얼리즘에서 출발했던 펠리니의 상기 필름만 해도 후기작품에 속하는 것이어서,그러니까 그의 로마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실경산수의 의미가 아니라 보다 개인적이고 내면적인 꿈과 원망이 모티브가 되고 있어 그같은 기법은 당연한 일이었을지 모른다.인간의 죄의식을 옭아매고 억누르는 신적인 윤리와 그것을 풀어 흩뜨리려는 세속적인 쾌락 사이의 고통을 은근히 내비치면서 이 작품에서도 그는 삶의 공허감을 아닌듯이 말하고 있다.이와 관련이 되는지 어떤지는 모르지만 지금 세상을 뒤덮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하는 의문을 필자도 이번 여행 중에 문득 떠올린 적이 있다.그동안 거쳐온 나라들을 근거로 하면 그것은 이념도 철학도 무슨 정신적인 고뇌같은 것도 아니고 한마디로 청바지와 전자제품과 할리우드 영화였다.팝송과 비디오테이프와 음담패설이라고 해도 마찬가지고 인스턴트 식품과 광고와 싸구려 베스트셀러와 차량의 매연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그러므로 이 세계는 희망이 없다든가 혹은있다고 해봤자 그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일제 자동차로 뒤덮여 있던 이라크와 요르단의 우스꽝스런 풍경은 차치하고라도,할리우드 영화만 해도 떠날 무렵의 서울프로와 한달 남짓 사이를 둔 종착지까지의 모든 나라들의 그것이 약속이나 한듯이 똑같았던 것이다.「쉰들러 리스트」,「필라델피아」그리고 여분으로 「쥬라기공원」.세계가 획일화되어 똑같은 하나의 깡통속에 들고만것 같아 기묘한 기분이 되었다 하더라도 물론 이것은 그 나라의 중앙통쯤 되는 거리에서 금방 눈에 들어온 표피적인 광경에 지나지 않는다. 도시전체가 그대로 박물관인 로마에서 어딜 새삼 찾아보고 말고할 필요가 어디 있겠느냐는 생각까지 든 것도,비슷한 맥락의 심사 때문이었을지 모른다.너무 볼거리가 많아 지레 나가 떨어진다는 격이랄까. 10여년 전 처음으로 이곳을 밟았던 기억까지 겹쳐 로마에 대한 필자의 선입견 역시 할리우드 영화의 그것처럼 그닥 밟은 것이 못된다.이 도시의 뿌리가 된 옛 로마제국이 아테네와는 달리 철저하게 무력의 힘으로 건국되고 변천해왔다는선입견이나,허다한 영화들에서 보아온 그 무렵 타락상의 고정관념들이 그렇다.난교도중 화산재에 매몰된 듯한 인간의 처참한 미라를 폼페이 박물관에서 보았던 기억같은 것도 함께 가세를 했을 것이다. ○볼것 너무많아 질려 이 도시의 관문이 되는 테르미니 역 근처에 짐을 풀자 그 앞의 친쿠에첸토 광장이나 우선 어슬렁거리기 시작한 것도 좀처럼 트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 그 답답함 때문이었을지 모른다.「5백인 광장」으로도 불리는 이곳은 에티오피아 정복전쟁때 목숨을 바친 5백명의 병사를 기념해서 만들어졌다는 유래를 갖고 있다.로마에 살고있던 친구를 만나 맥주잔을 기울이며 이 광장 한쪽 가설무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연주와 노래들을 들었던 옛 기억을 필자는 더듬었다.오래전 일이어서 그런지 부근의 풍경들이 너무 아슴하다.유적과 역사와 명소들로만 빼곡 들어찬 이 도시,조각과 걸작건축물들과 절묘하게 설계된 분수들과 미칼란젤로,레오나르도,라파엘로의 명화들이 너무 많아 오히려 발기불능의 무력감부터 먼저 일으키는 이 도시,인근과 시내 한복판으로 빠지고 들어가는 지하철과 수많은 버스의 노선들,벤치에 앉은 히피차림의 나그네들,일자리를 얻으러 온 듯한 동남아 여인들,그 저쪽으로 산타 마리아 마조레 교회를 바라보며 부근의 액세서리,옷가게들을 필자는 하릴없이 기웃거리고 있었다.밤이 늦어도 광장의 잡답은 좀처럼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테르미니 역은 「자전거 도둑」으로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의 대표주자의 하나가 된 거장 비토리오 데시카가 「종착역」을 만들면서 주 배경으로 잡았던 곳이다.흑백필름인 이 작품은 그 때문이 아니라 내용 탓인지 대부분의 장면들이 암울했던 것같은데,지금 그 대합실은 휘황한 불빛으로 대낮처럼 밝다.쓰리꾼과 집시들이 득실대는 것같아 도저히 발을 들여놓을 수없노라고 일행 하나가 뒷걸음을 친 것도 무리가 아니다.예의 집시들이 문제라면 연전에 개봉돼 우리에게도 익히 알려진 유고의 현역감독 에밀 쿠스트리차의 저 유명한 필름 「집시의 시간」에도 그 행태가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다. ○대합실 불빛 휘창 찢어지게 가난한 현실에 떠밀려 이탈리아 뿐아니라 프랑스와 유럽 각지로 흩어져 들치고 훔치는 것이 본업이 돼버린 그들의 습성이란 것도 영화에 나오는 아이들의 그런 이미지는 너무 애잔해서 도저히 미워할 수가 없고 그 때문에 되레 구원을 받는 계기와 상징으로 설정이 돼있다.감독은 무너진 동구 공산체제의 그 끔찍함 못지않게 악랄한 돈의 논리와 거기 끌려다니는 인간이라는 부르주아사회의 치부를 꿰뚫어보고 있는 것이다.환전소 좌우에 도열한 수많은 가게와,역을 들고나며 와글대는 승객들과,연쇄식당가에서 풍겨오는 스파게티 냄새로 시장통을 방불시키는 대합실 한복판에서 필자는 「종착역」속의 그 로맨스를 억지로 더듬어보았다.유부녀가 된 옛 애인을 찻간에서 만난 남자가 기차가 떠나는 순간까지 수기한 곡절과 감정의 격렬한 기복을 내보이면서 애절한 이별을 하는 과정이 그 내용이었던 것같은데,시종일관 플랫폼이 거의 배경이 되고 있었다는 것 외에는 스토리가 확실치 않다. 공화국 광장 뒤쪽 부근이었던가,처음 이 도시로 들어서면서 택시가 신호에 걸렸을 때 우연히눈에 띈 소나무 한 그루가 그제야 문득 저절로 생각나고 있었다.옛 건물의 현관 옆쪽으로 짙푸르고 올곧은 자세를 하고 정원에 처연히 서 있던 그 나무의 모습이 어째서 그처럼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것일까.로마에 있는 건물 틈틈이에서 가장 흔하게 눈에 띄는 이 나무들은 외래객이 설사 아무리 뒤틀린 선입견을 갖고 들어오더라도 이 도시는 절대로 풀죽을 수 없다고 우정 무언가를 호소하고 있는 것같았다.이곳 출신인 레스피기의 교향시 「로마의 소나무」나 비슷한 제목의 몇개 노래들을 필자는 도리없이 떠올렸다.슬픔을 말하든,환희를 말하든 그런 작품들은 어쨌든 로마라는 도시의 축이 되는 정신이나 그 체취같은 것과도 무관치 않은 내용이었을 것이다.어디선지 갑자기 들려온 사이렌 소리와 함께 광장 저쪽으로는 떠들썩하고 활기에 넘치는 예의 낙천적인 이탈리아인 특유의 그 잡담이 여일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 정기국회 「1백일 장정」 전략 숙의/민자 의원세미나 스케치

    ◎예산·WTO비준안 등 쟁점 “이론무장”/의원들 관심 행정구역 개편에 쏠려 민자당은 정기국회 개회를 하루 앞둔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소속의원세미나를 열어 예산안 심의등 국회 운영방향을 논의하며 앞으로 1백일 동안 계속될 「대장정」의 출전채비를 갖췄다. ○…이날 세미나는 김종필대표가 지난달 2일의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강원도 영월·평창의 김기수의원과 무소속에서 입당한 김정남 김효영 차수명 윤영탁 변정일의원등 6명을 연단 위로 불러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 김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만남』이라면서 『대한민국을 위해 봉사하는데 함께 뜻을 모은 이들과의 만남을 소중한 결실로 가꿔가자』고 격려.김대표는 또 『이번 정기국회는 무려 1백70여개 법률안을 다뤄야 한다』고 말하고 『가뭄을 극복하기 위해 귀향 활동하던 정열을 모아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국회활동을 해달라』고 당부. 이어 진행된 당3역 보고에서 이한동원내총무는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비준동의안,국가보안법 개폐,선거구 획정,국정감사,예산안 처리,추곡수매,주사파,북한 핵문제,법안처리등 이번 정기국회에서 예상되는 쟁점 하나하나에 대한 총무단의 처리방침을 설명하며 의원들에 대한 이론무장에 진력.이총무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야당은 「꺼리」만 있으면 물고늘어지려 할 것』이라면서 『야당의 정치공세에 대해 어정쩡하게 대응할 것이 아니라 역으로 당당하게 우리당의 뜻을 밝히는 홍보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주문. 이에 앞서 이세기정책위의장은 정책보고를 통해 『경기도 분할은 당의 반대로 백지화 됐지만 울산시의 직할시승격은 반대 이유도 충분하고 승격에 대한 소망도 절실해 당론을 정하기 어렵다』면서 『처음부터 문제제기를 서투르게 해 혼선을 빚어 유감』이라고 언급.이의장은 또 『행정구역 개편은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아 순리에 따라야 한다』고 지적하고 『행정비용의 절감과 주민의견을 존중하는 민주원칙에 따라 공론화 과정을 거친뒤 가급적 빨리 매듭짓겠다』고 보고. ○…이날 95년도 예산안에 대한 설명을 맡은 김용태국회예산결산위원장은 『대도시 교통,사회간접자본 확충,중소기업 육성,환경,영세민 대책등에 우선적으로 예산이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보고. WTO협정안 비준에 대한 당위성을 강의한 고려대의 박노형교수는 『UR협상이 우리에게 완전한 성공이라고 인정하지는 않지만 비준반대론처럼 현실적이고 타당한 대안없이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우리에게 더 큰 손해를 자초할 것』이라고 강조. 또 황인정한국개발연구원장은 「WTO체제출범과 한국경제의 과제」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정부는 세계경제질서가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형성되도록 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국제협력체제의 형성에 참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 ○…이날 상오 9시에 소집된 세미나는 회의시작 직전까지 1백76명의 소속의원 가운데 80여명만이 참석한데다 세미나 도중에도 의원들의 이석이 잦아 권해옥수석부총무가 각 상임위 간사를 통해 의원들을 불러모으는 산만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 의원들은 세미나보다는 각 지역의 이해가 걸린 행정구역 개편쪽에 관심이 큰듯 주변지역의 의원들과 삼삼오오 모여 개편의 향방을 전망하기도.
  • 영변원자로 과거기록 요구키로/사찰형식은 IAEA일임

    ◎한 외무·갈루치/연락사무소 설치의 전제조건/북·미2차회담때 「평화협정」 논의않기로 【워싱턴=양승현특파원】 한국과 미국 두나라는 6일(한국시간) 미국과 북한의 연락사무소 설치에 앞서 남북대화와 북한의 핵투명성 보장을 위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구체적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는 원칙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두나라는 특히 핵투명성의 보장을 위한 구체적 조치로 영변 5Mw급 원자로의 과거 가동기록의 제공및 영변 미신고 시설 두곳에 대한 환경평가 수용,방사화학실험실의 폐쇄등을 북한에 요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승주외무부장관은 이날 하오 워싱턴 워터게이트호텔에서 로버트 갈루치 미국 국무부차관보 및 레이니주한미국대사등과 조찬회동을 갖고 미국과 북한의 3단계회담 2차회의 전략을 숙의,이같은 방침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나라는 그러나 특별사찰의 명칭이나 형식등에 대해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판단에 맡기기로 하는등 신축적인 자세를 취하기로 해 주목된다. 두나라는 또 최근 중국의 군사정전위철수로 2차회의에서 북한의 「평화협정 체결」 공세가 높아질 것에 대비,현재의 정전체제가 유효함을 재확인하고 평화체제로의 전환은 남북당사자의 대화를 통해 해결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정부의 한 당국자는 『북한이 2차회의에서 평화협정 문제를 들고 나오더라도 논의하지 않는다는 게 한미두나라의 기본방침』이라고 밝히고 『미국은 이에 대해 북한이 어떤 요구를 해도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두나라는 또 워싱턴과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설치에 앞서 최소한 한반도비핵화 실천을 위한 남북협의와 방사화학실험실의 폐쇄,폐연료봉의 영구폐기등을 북한으로부터 얻어내야 한다는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오는 10일부터 베를린과 평양에서 나누어 열리는 미국과 북한의 전문가회담에 대한 우리 정부의 뜻을 미국측에 설명했다. 한편 한장관은 7일 상오 탈보트국무부 부장관,윈스턴 로드국무부차관보등과도 만나 미국과 북한의 관계개선을 포함한 2차회의 전략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다.
  • 소설·시 영역의 한계는 어디까지…/시같은 소설이 늘고 있다

    ◎최인훈 「화두」 이청준 「가위…」 오정희 「불망비」 박상우 「샤갈…」등 분석/「현대시학」 특집/작품속의 사건,이미지 흐름으로 부각/상징·압축 가득… 한편의 시 읽는 느낌 최근 문학 창작에서는 시와 소설의 장르를 뛰어넘는 경우를 흔히 찾아볼 수 있다.인접 장르의 자유로운 넘나듦이 예사로운 창작의 흐름으로까지 인식되는 추세다.시인이 시작에서 소설적인 구성과 테마를 택해 쓰는 시 소설이 한 흐름인 것처럼 소설속에서도 시적표현이나 분위기를 갖추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는 것. 현대시학 8월호가 기획해 실은 「시가 있는 우리소설」은 이같은 인접 장르간 영역트기를 다룬 흥미있는 기획으로 문단에서 눈길을 끌었던 화제소설의 시적인 경향과 분위기를 찾아내 눈길을 끈다. 이 기획은 특히 젊은 시인들이 화제작을 시적인 관심에서 해부한 것으로 최인훈의 「화두」를 비롯해 이청준의 「가위밑 그림의 음화와 양화」,오정희의 「불망비」,박상우의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신경숙의 「풍금이 있던 자리」등 모두 16편의 소설속에 나타난 시적인 부분과 분위기를 꼼꼼이 들여다보고 있다. 이가운데 전미정시인은 이청준씨에 대해 그가 자주 소설 전체를 비유나 알레고리로 삼았다는 점에서 이미 시적인 소설의 징후를 내재하고 있는 작가로 판단,그의 소설 「가위밑 그림의 음화와 양화」는 소설을 시적으로 변용시킨 훌륭한 본보기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전시인은 그 예로 「이미지 탐색」을 연상시키는 제목이 시적이고 소설에서 어두운 그림과 밝은 그림,즉 희미한 이미지와 명백한 이미지를 통해 기억의 명암을 이미지화하고 있다는 점을 든다.소설의 사건이 행위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의 흐름에 의해 떠오르고 있으며 이미지에서 이미지로 움직이는 이미지의 변주에 의해 얼굴 모르는 아버지의 이미지가 더 강렬하게 되살아나고 있는 한 편의 시라는 것이다. 전시인은 『이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서 산문언어를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어느새 서정적인 언어로 탈바꿈해버린 소설의 공간에 익숙해지게 됐다』면서 『소설속에서 시적 언어가 낯설지 않음은 시에 대한 경종이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이인순시인은 오정희씨의 작품에 대해 세계에 접근하는 방법이 서사적이기보다는 서정적이어서 시적인 맛이 나며 시가 지녀야할 상징과 압축에 능한 작가여서 작품 전체를 다읽고나면 시적인 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다고 풀이한다. 이시인은 불망비중 「숫자정도야 읽혔지만…자신만의 기호와 계산법을 고집했다.다른 사람은 결코 해독할 수 없는 자신만의 기호로…곳간의 문을 여는 마법의 주술…해독할 수 없는 기호만을 발견할 수 있을 뿐이었다…오직 그와 대상간의 비밀한 약속이었기 때문이었다」부분을 인용하면서 『시적 언어란 쌀이 가득찬 곳간의 열쇠를 여는 마법의 주술이며 세계에 대해 자신만의 기호를 갖는 일인만큼 오씨가 자신의 문학관을 이야기한듯한 이 부분이야말로 가장 시적인 셈』이라고 풀어냈다. 한편 김철주시인은 박상우의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중 「내앞에서 정치의 정자도 꺼내지마.그런 얘기를 꺼내는 새끼는…그런 새끼는 그냥 두지 않겠어」부분을 들며 『그의 소설속에는 한 낭만주의자의 서늘한 눈(목)과 눈(설)이 함께 뭉쳐 시적 감성의 향기를 뿜어내고 있다.그것이 비록 시 그 자체는 아니지만 한 예술가로서의 근원적인 감성이 그의 소설 행간사이마다 웅크리고 앉아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고 단정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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