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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보통사람 시대의 역모/김민환 고려대 신문방송학 교수

    [열린세상] 보통사람 시대의 역모/김민환 고려대 신문방송학 교수

    커뮤니케이션 매체가 발전함으로써 선거전의 양상은 많이 달라졌다. 전통적인 선거운동은 광장에 유권자를 모아두고 후보자와 찬조연사가 유세를 하는 것이다. 자유당 시절의 장충단 유세나 80년대의 여의도 유세는 그런 전통적 선거유세의 전형이었다. 이 방식은 유권자가 유세장까지 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르지만 장점도 많다. 후보자의 자질을 쉽게 파악할 수 있고, 유권자가 청중의 반응을 직접 느끼면서 다른 유권자들과 심리적 유대나 공감대를 넓힐 수도 있다. 라디오가 등장하면서 선거운동은 변화를 겪었다. 라디오는 맥루한의 말을 빌릴 것도 없이 매우 정서적인 매체다. 따스한 목소리로 속삭이듯이 말하면 듣는 사람은 마치 친근한 사람과 마주 보며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그래서 거대 담론이 아니라 일상사에서 느끼는 자질구레한 이야기로 청취자의 마음 깊숙이 파고 들 수 있다.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1932년에 라디오의 이런 속성을 활용해 대선에서 이변을 만들어냈다. 텔레비전이 나온 뒤 선거운동은 엄청나게 달라졌다. 텔레비전은 영상을 보여준다. 바로 이런 특성 때문에 후보자의 자질이나 정강, 공약과는 상관이 없는 요인이 선거운동에 매우 큰 몫을 차지한다. 텔레비전 선거에서는 후보자의 이미지가 매우 중요하다. 스마트하게 생긴 후보가 대중의 지지를 쉽게 끌어 모을 수 있다. 얼굴이 깨끗하면 참신하고 청렴한 사람으로 각인되기 때문이다. 선거에서 텔레비전의 비중이 증가함으로써 정치 담론의 질은 오히려 떨어졌다는 정치학자 제미슨의 주장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인터넷이 등장하자 선거 판은 획기적으로 달라졌다. 와텐버그가 지적한 바 있지만 정치의 마니아들은 인터넷을 통해 엄청나게 많은 정치정보를 얻지만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얻을 수 있는 정보량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많다는 사실 때문에 차라리 정보탐색을 포기한다. 정보를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의 정보 빈부격차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인터넷 선거에서는 믿을 수 없는 정보가 나돌아 판세에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빚어지는 어쩔 수 없는 업보다. 후보자들은 이런 점을 악용해 상대방을 흠집 내는 네거티브 캠페인에 주력한다. 늘 새로운 미디어가 나와 선거 판에 여러 모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미디어 덕분에 현저하게 진전한 것이 있다. 정치가 말 그대로 대중의 것이 된 점이 그것이다. 이 점 때문에 미디어는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물론 정치의 대중화에 대해 볼멘소리를 토하는 학자가 없는 것은 아니다. 벤자민 바버 같은 이는 민주주의란 교양 있는 숙의(熟議)를 통해 진리에 도달하는 장치가 될 때라야 진가가 드러날 수 있다면서, 미디어가 무지한 사람들을 정치판에 마구잡이로 끌어들여 결과적으로 여론몰이가 판을 치게 만들었다고 개탄한다. 미디어가 매개하는 선거에서 상대적으로 우월한 후보가 낙선한 경우가 많다는 사실 때문에 바버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는다. 우리나라에서도 선거 결과가 자기 생각과 다르면 으레 미디어 탓을 한다. 지난 대선에서도 새로운 매체에 익숙한 철부지들이 일을 저질렀다고 해서 눈총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강점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있다. 교양 있는 유권자가 사려 깊은 숙고를 통해 합리적인 결론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유권자가 후보를 고르는 데 보다 많이 참여하는 것 그 자체다. 이건 보통사람 시대(age of the common man)의 기본 가정에 속한다. 대중참여를 두려워하는 것이야말로 기본을 거역하는 역모다. 김민환 고려대 신문방송학 교수
  • 朴캠프측 “결국 무리수 실패하고 원칙이 승리한 것”

    朴캠프측 “결국 무리수 실패하고 원칙이 승리한 것”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측은 14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경선룰 중재안의 쟁점이었던 ‘국민투표율 하한선 보장을 통한 여론조사 반영비율 확대’ 조항을 양보한 것과 관련,“사필귀정이자 만시지탄”이라며 일단 환영했다. 동시에 “결국 무리수가 실패하고 원칙이 승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전 대표 측은 이날 오후 6시20분쯤 이 전 시장의 기자회견 소식이 전해지자 내용 파악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어 기자회견 내용이 알려지자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대응 방안을 숙의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삼성동 자택에서 캠프 관계자들의 전화를 받고 “약속과 원칙을 지킨다는 의미에서 잘 판단하셨다.”고 담담하게 환영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은 긴급대책회의 직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강 대표의 중재안 중 (이 전 시장이 양보한 3항을 제외한) 1·2항은 원래 경선준비위원회 합의안에는 없던 것으로 박 전 대표가 당 화합 차원에서 대승적으로 받아준 것”이라며 “잘못하면 이 전 시장의 양보로만 비춰질 수 있는데, 박 전 대표가 경준위안에 없던 1·2항을 수용한 것도 큰 양보”라고 말했다. 그는 강 대표 체제에 대한 입장과 관련,“강 대표체제는 전당대회에서 당권과 대권이 분리된 상태에서 당원들의 뜻에 의해 선출됐고 두 주자도 (체제 유지에)원만히 합의를 봤기 때문에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유정복 캠프 비서실장은 “솔직히 얘기하자면 이 전 시장이 상식과 원칙을 깨고 무리한 방법으로 목적을 달성하려다 좌절된 것 아니냐.”며 “이번 일을 통해 배워야 할 교훈이 있다면 원칙을 깨고 무리하게 욕심을 채우려 하면 반드시 실패한다는 점”이라며 이 전 시장의 ‘결단’을 평가절하했다. 경준위 캠프 대리인인 김재원 의원도 “경준위 합의사안을 원칙도 없이 어떻게 건드려 보려고 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지적하면서 “앞으로 더 이상 경선룰을 가지고 국민을 실망시키지 말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 캠프는 이번 사태가 근본적으로 이 전 시장측의 ‘몽니’에서 기인했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이 전 시장이 양보했다는 쪽으로 세간의 평가가 흘러가는데 대한 불쾌감도 내비쳤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11일 TV 하이라이트]

    ●좋은 나라 운동본부(KBS2 오후 8시50분) 돈이 없어 세금을 낼 수 없다는 체납자들. 그러나 양심추적팀의 눈을 속일 수 없다. 국민이라면 반드시 내야 할 세금. 그 기본을 지키지 않는 체납자를 추적한다. 신개념 교통안전 캠페인 ‘신호등 불패’. 지난 4월 버스와 택시의 충돌로 대형사고가 발생했던 경기도 시흥을 찾아가 캠페인을 펼친다.   ●김미화의 닥터닥터(YTN 오전 10시30분) 성별이나 연령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흔한 질병 아토피. 완치가 침들어 환자들이 겪는 고통은 매우 크다. 발진과 가려움, 건조함 등의 증상과 방치하면 코끼리 피부 같은 각질 현상이 생긴다. 아토피를 이겨내려면 치료와 더불어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아토피에 대한 명쾌한 해결책을 찾아본다.   ●다큐 여자(EBS 오후 9시20분) 유리창을 깬 범인은 다름 아닌 5학년, 모세. 다행히 손은 다치지 않았지만, 문제는 유리창을 다시 끼워 넣으려면 배를 타고 나가야 한다는 것. 본교에 보고해야 할 사항이라 분교장으로서 혜령은 난감하기만 하다. 선생님들은 운동장에 축구골대를 만들기 위해 리어카를 밀며 뒷산으로 나무를 구하러 간다.   ●신동엽의 있다!없다?(SBS 오후 6시50분) 아줌마 탤런트 이숙의 S라인 사진. 조작이냐 실제냐로 인터넷을 종일 뜨겁게 만들었던 S라인 사진의 비밀 추적에 나섰다. 사람보다 큰 초대형 딸기, 초대형 치킨, 초대형 아이스바, 초대형 햄버거. 아이들이 꿈꾸는 초대형 간식 중 아이들이 진짜로 먹은 것은 하나. 아이들이 먹은 초대형 간식은?   ●꼭 한번 만나고 싶다(MBC 오후 6시50분) 16년 전 헤어진 어머니를 찾는 오진스란씨. 어린 시절 행복했던 어머니와의 추억도 잠시, 진스란씨가 6살이 되던 해 어머니와 아버지는 결국 이혼을 하게 된다. 얼마 전, 진스란씨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다시 어머니의 품에 안길 수 있다는 사실에 어머니를 불러 본다.   ●이영돈PD의 소비자 고발(KBS1 오후 10시) 활활 타오르는 불을 이용해서 살을 빼준다는 화주경락. 화주경락 업체들은 다이어트뿐만 아니라 각종 부인병, 체질개선, 관절통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광고하고 있다. 화주경락의 허위 과장광고와 위험성을 밝힌다. 또한 값비싼 수입명품 안경테의 거품을 알아보고 그 실체를 고발한다.
  • 친노·비노 그룹 ‘루비콘江’ 건너나

    열린우리당내 친노(親盧)그룹과 비노(非盧)그룹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사실상 당이 둘로 쪼개지는 수순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 지도부는 4일 정동영·김근태 전 의장의 탈당 움직임을 강하게 성토했다. 김영춘 최고위원은 “당이 어려울 때 자기 정치에 골몰하는 작은 정치인의 모습”이라며 비난했다. 반면 비노그룹인 정장선 의원은 “노 대통령과 친노그룹이 열린우리당을 지키고 가겠다는 본색을 드러낸 것”이라고 맞받았다. 김근태 전 의장은 이날 천정배 의원을 만나 향후 진로를 숙의했고, 손학규 전 경기지사에게도 연대 의사를 전달했다. 이런 가운데 열린우리당 김부겸 의원, 민주당 김효석·이낙연 의원, 민생모임 이종걸·정성호 의원 등 5명은 이날 회동을 갖고 대통합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親盧 “왜 굳이 신당을 만들려고 하느냐. 각당이 후보를 낸 뒤 단일화해서 선거연합을 하면 되는 것 아니냐.”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월22일 정세균 의장 등 열린우리당 신임 지도부와의 청와대 만찬에서 이렇게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4일 뒤늦게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어쩔 수 없이 ‘질서있는 통합신당’을 용인했으면서도, 마음 속엔 열린우리당을 지키고 싶다는 의지가 여전한 것 같았다.”고 회고했다. 그리고 두달여가 흐른 지난 2일 노 대통령은 청와대브리핑 기고를 통해 열린우리당 사수에 대한 의지를 다시 드러냈다. 노 대통령이 ‘본능에 충실’하기로 작정한 것은, 최근 몇가지 상황에 대한 자신감의 발로인 듯하다. 자신의 지지율이 상승세에 있고, 범여권의 유력 대선주자가 여전히 부상하지 않고 있으며, 통합작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을 말한다. 정동영·김근태 전 의장을 비롯한 당 해체파가 반발하는 것도 이런 대통령의 의중을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친노파인 김형주 의원은 이날 “6월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복귀하면 체제정비를 통해 우리당의 대선후보를 띄우면 된다.”고 했다. 이강철 대통령 정무특보 등이 정·김 전 의장 등을 겨냥해 “차라리 당을 떠나라.”고 담대하게 나오는 것은, 친노그룹이 이미 ‘계산’을 끝냈다는 방증일 수 있다. 어떤 모양으로든 ‘결별’은 불가피해 보인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非盧 열린우리당 김근태·정동영 두 전직 당의장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탈당 시사발언을 한 가운데 실제 탈당 가능성과 시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 전 의장측은 ‘탈당 카드’를 단순히 만지작거리는 수준 이상이다. 시기는 이달 말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출판기념일인 오는 22일 전후의 탈당설도 나돈다. 하지만 탈당 명분으로 삼을 만한 돌발 변수가 없는 한 5월 말 이전의 ‘전격 탈당’은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김 전 의장은 ‘국민후보 선출을 위한 국민경선준비위’ 구성에 역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한 핵심측근은 “함께 국민경선준비위를 통한 가설정당 창당에 동의하면 함께 (탈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추가 탈당이 파괴력을 가지려면 최소 30명의 의원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현재 채수찬·정청래·이용희 의원 정도가 정 전 의장의 탈당에 동조할 가능성이 높다. 김 전 의장측은 이인영 의원에 1∼2명이 추가되는 정도다. 물론 양대 계파에다 ‘앉아서 죽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의원들이 더해지면 30명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실제 탈당을 결행하려면 계파나 명분보다는 탈당 이후의 구체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 두 전직 의장 모두 현재 뚜렷한 복안이 없는 가운데 앞서 탈당한 의원들의 사례에 비춰 ‘늦봄에도 얼어죽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앞서면 의원들은 주춤할 수 있다. 구혜영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국악인] 평양사람들을 감동시킨 서울출신 서도 명창 김광숙

    [국악인] 평양사람들을 감동시킨 서울출신 서도 명창 김광숙

    글 최종민 철학박사, 국립극장예술진흥회 회장,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교수 1990년 10월, 평양에서는 남한에서 올라간 국악공연단이 여러 가지 종목을 멋지게 공연했다. 판소리도 하고 사물놀이도 하고 산조도 하고 서도소리도 하고 했다. 그런데 박수를 가장 많이 받은 것은 오복녀와 김광숙이 부른 서도소리였다. 수심가, 엮음수심가, 긴난봉가, 자진난봉가, 사설난봉가, 개타령 등을 불렀는데 개타령을 할 때에는 그 근엄하던 청중들이 모두 폭소를 터뜨리듯 웃어 제켰다. 평안도나 황해도에서 발달한 그네들의 민요를 오랜만에 남한의 명창들을 통해 들어보았기 때문이리라. 수십 년 잊고 지냈던 자기 고장의 민요를 오랜만에 들었으니 얼마나 감동적이었을까? 더구나 나이 많고 과거 그런 서도소리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들은 오랜만에 이산가족을 만난 것처럼 반가웠을 것이다. 그래서 박수가 한동안 계속되었다고 한다. 지금 북한에는 수심가나 난봉가를 옛날식으로 부르는 그런 노래가 없다. 공산당의 이념에 맞는 노래를 새로 만들어 새로운 창법으로 부르도록 했기 때문에 옛날식은 없어져 버렸다. 그래서 서도 현지에는 서도소리가 없어져 버린 멸종의 단계가 되었는데 다행히 이남에서 보호정책을 폈기 때문에 서도소리가 어느 정도 남아 있으니 다행이라 할 수 있다. 서도소리는 평안도나 황해도에서 발달한 민속노래이고 그곳에서 태어나고 그곳에서 자란 사람이어야 잘할 수 있는 노래들이다. 예로부터 “대동강 물을 먹고 자라야 수심가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말이 바로 그런 사정을 말하는 것이다. 서도소리의 목은 평안도 사투리의 목과 같은 그런 굵고 깊은 목이어야 하는데 그런 목은 단순한 발성법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가사 발음과 관련한 표현의 묘미 역시 평안도 사투리의 표현방법이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어서 그 지역의 사투리를 모르면 그 지역의 민요를 부를 수 없다는 말을 해도 지나친 말이 안 될 정도이다. 더구나 평양은 예로부터 풍류가 낭자하던 곳이고 황해도 역시 탈춤과 함께 민속노래가 풍성하게 발달한 지역이다. 이 평안도와 황해도의 민속노래가 서도소리인데 그 서도소리를 지금은 이남에서 전승하고 있다는 말이다. 수심가를 비롯한 서도민요는 김정연과 오복녀를 인간문화재로 지정하여 전승토록 했는데 두 분이 꽤 여러 명의 제자를 양성했다. 그러나 남자들은 모두 생업을 찾아 다른 길로 가버리고 김정연의 제자로는 이춘목이 인간문화재가 되었고 오복녀의 제자로는 김광숙이 인간문화재가 되었다. 이외에도 김정연의 제자 한명순·이문주 등과 오복녀의 제자 유지숙 등이 활동하고 있다. 김광숙은 스승인 오복녀와 함께 평양에 가서 공연을 했고 그 공연이 그렇게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 공연 때문에 북한에도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서도소리를 완전히 폐기처분한 것처럼 했기 때문에 일제 때 음반까지 출반한 김진명 같은 명창도 시골에서 할일없이 지냈다는데 남한의 서도 명창들이 북한에 온다하니까 그 김진명 씨를 평양으로 불러 올렸었고 다음번 서울공연에 출연시키기도 했었다. 김광숙은 그 김진명 씨에게 떠는 목에 대해 충고를 받기도 했다고 하니 김광숙 씨야말로 평양행에서의 소득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김광숙은 195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부모가 황해도 출신이어서 월남한 가정이긴 했지만 서울에서 나서 서울에서 자랐으니 서울 출신이라 할 수 있다. 김광숙이 국악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중·고등학교를 서울국악예술고등학교의 전신인 국악예술학교를 다녔기 때문이다. 1971년 고등학교에 다닐 무렵에는 국악예술학교에 성금련, 지영희, 박초월, 김소희, 한영숙, 신쾌동, 김윤덕, 임광식, 박헌봉 교장 등 기라성 같은 국악인들이 교사로 있어서 여러 가지를 열심히 가르쳤기 때문에 많은 것을 잘 배울 수 있었다. 김광숙은 고1 때 중요무형문화재 제29호 서도소리의 전수장학생이 되었고 1977년에는 이수자가 되었다. 그 후 1982년부터 전수조교로 있다가 2001년 11월에 예능보유자인 인간문화재가 되었다. 서도소리의 역정으로는 그렇지만 그 동안 많은 공부를 했고 많은 활동을 했다. 1974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때는 한국의 집(코리아 하우스) 공연무대에서 활동하기도 했는데 남도소리의 안행년 등과 함께 활동하면서 민속악에 대한 많은 것을 배웠다. 1982년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연주단원이 되어 서도민요와 함께 경기민요도 공연하게 되니까 경기민요에 대한 필요를 느껴 김옥심 명창에게 개인지도를 한 3년 받았다. 당대 최고 명창이면서 인간문화재가 되지 못해 한이 많았던 김옥심은 김광숙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열심히 가르쳤다. 그래서 경기소리도 잘 배울 수 있었다. 김광숙은 공부에 대한 욕심이 많은 것 같다. 국립국악원은 좋은 직장이었는데도 1986년 공부를 더 하기 위해 기쁜 마음으로 직장을 사직하고 중앙대학교 음악대학 국악과로 진학을 하게 된다. 4년 간 열심히 공부하고 그리고 다시 1990년 국립국악원에 자리를 잡고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다. 그러면서 대학원도 마치고 지금은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다시 공부를 하고 있다. 김광숙은 1994년부터 1997년까지 가사의 인간문화재 이양교를 사사하여 가사와 시조를 이수하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본인이 배울 수 있는 온갖 노래를 가능한 한 열심히 배워보았다. 그러나 그것이 다 본인이 전공하는 서도소리를 더 잘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을 지금은 확실히 느끼고 있다. 실제 그런 여러 갈래의 성악을 공부한 것이 서도소리 정립에 도움이 되고 있다. 서도소리는 평안도나 황해도 지방뿐만 아니라 서울에서도 인기 있는 소리였다. 과거 평양에 있는 기성권번 출신들이 서울로 진출할 수 있었던 것도 서울 사람들이 서도소리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요리 집에서 공연이 성행하던 일제 때만 해도 처음 경기소리를 한참 들은 다음 뒤에는 서도소리를 듣는 것이 통례여서 서도소리의 수요가 많았었다. 그런 서도소리가 지금은 그 소리를 발달하게 한 서도라는 땅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이북사람들이 옛날처럼 그런 소리를 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남에서 서도소리를 제대로 가꾼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우선 목이 잘 되지 않는다. 소리란 목으로 하는 것이고 성음이 제대로 돼야 소리가 되는 것이다. 소리목의 바탕인 사투리목이 없는 서울에서 서도소리를 제대로 가르치기 어렵기 때문에 늘 연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김광숙만 해도 그 동안 많은 서도 출신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그쪽 사투리를 들어왔었다. 그러나 지금 자라는 세대들은 그런 경험마저 거의 없다. 이들에게 서도소리를 가르치며 본인이 공부한 것을 종합하며 생각하면 세월과 함께 깨달음이 조금씩 축적되는 것을 느낀다. 그 깨달음의 분량이 어쩌면 서도소리를 서도소리답게 하는 관건이 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김광숙은 계속 공부하고 연구하며 그 깨달음의 도를 많게 하려 애쓰고 있다. 지금은 서울국악예술고등학교와 중앙대학교, 수원대학교 그리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등에 나가 가르치고 또 본인의 전수소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는데 매일 제자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게 제자들을 가르친 다음에는 함께 무대에 서서 공연을 하기도 하고 또 서도소리로 극을 만들어 공연하기도 한다. 그 동안 서도창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여 <배따라기>나 <황주골 심청>을 공연했는데 상당히 좋은 평을 받았다. 그래서 지금은 <황진이>를 공연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김광숙의 이런 노력은 멸종 위기에 있는 서도소리를 적극적으로 전수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통일이 되면 평안도와 황해도에 이 서도소리를 다시 옮겨 심어야 한다. 김광숙이 서도소리의 ‘불씨’를 잘 간직하고 있다가 서도에 다시 옮겨 붙였을 때 서도소리의 불길이 서도 전역에 활활 타오르며 퍼져가게 해야 한다. 그렇게 중요한 역할이 그에게 주어진 임무이기에 그가 잘하고 있는 것을 고맙게 생각하고 더욱 잘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월간 <삶과꿈> 2007.03 구독문의:02-319-3791
  • 뮤지컬 ‘달려라 하니’

    뮤지컬 ‘달려라 하니’

    “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흥행 성공으로 (주인공처럼 광고를 찍는 등의) 물질적 축복은 못 받았지만, 연기자로 인정받았죠.” 개그 프로그램에서 ‘출산드라’ 역할로 유명해진 김현숙(29)이 뮤지컬 ‘달려라 하니’에서 고은애 역할을 맡았다. 만화가 원작인 이 뮤지컬에서 고은애는 주인공 하니의 육상선생님 홍두깨의 정혼녀. 홍두깨를 일방적으로 좋아하는 시골처녀로 뚱뚱하고 입술도 두껍지만 마음씨만은 비단결이다. 김현숙은 연극영화학과를 졸업한 데다 거창 국제연극제에 참여하는 등 학생 때부터 연극, 뮤지컬에 많이 출연해 왔다. 이번 고은애 역할도 유희성 서울시뮤지컬단 단장과의 개인적 인연으로 인해 맡게 됐단다. 학생 시절 뮤지컬 ‘넌센스’를 무대에 올리게 됐는데, 구하기 힘들어 애먹고 있던 반주음악 테이프를 유희성 단장이 빌려줬다는 것이다. 유 단장은 옛 비화를 굳이 꺼내 첫 드라마와 개그프로그램 출연으로 정신없는 김현숙의 출연을 성사시켰다. 김현숙은 “‘하니’의 출연 섭외전화를 받자마자 바로 ‘고은애죠?’라고 말했다.”며 고은애가 무척 귀여운 역할이라고 애착을 보였다. 고은애처럼 넉넉한 품성은 실제 김현숙에게서도 엿보였다. 2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오디션에서 선발된 하니 역할의 이찬미(24)를 여동생처럼 살뜰하게 대했다. 이찬미는 작은 체구에 커다란 눈망울이 만화책에서 쏙 뛰쳐나온 듯 하니를 닮았다. 전작인 창작뮤지컬 ‘천사의 발톱’에서 연기했던 당찬 소녀 희진 역할과 이번에 맡은 하니는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반항적인데다 자기세계에 갇힌 점을 든다. 하니는 육상선수 역할이라 항상 뛰어다녀서 힘들겠다고 했더니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이 22m인데 느린 동작으로 뛰는 게 대부분이라 그게 더 힘들다.”고 말했다. 게다가 홍두깨 선생님의 출연 분량과 노래 장면이 많아 뮤지컬 ‘달려라 하니’는 특이하게도 사제지간이 남녀주인공이라며 김현숙, 이찬미 모두 웃는다. 홍두깨는 ‘맘마미아’에 출연했던 이정열과 박봉진이 더블로 연기한다. ‘막무가내 중창단’이란 개그 프로그램에서 다양한 역할로 시민들을 놀래고 있는 김현숙은 “부의 양극화가 심각해서 그런지 거리에서 촬영하면 사람들의 반응이 살벌하거나 심각하다. 남자 분장을 하고 여성을 뒤에서 안았다가 그녀의 남자친구한테 맞을 뻔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가족뮤지컬 ‘달려라 하니’는 외롭고 모난 소녀가 홍두깨, 고은애 등 주변 어른과 친구의 도움으로 다시 달리기의 꿈에 도전한다는 따뜻한 이야기다. 김현숙이 거리에서 개그 프로그램을 찍으며 느꼈던 요즘 현대인들의 거친 성정을 부드럽게 다듬어줄 수 있는 뮤지컬인 셈이다.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를 작곡했던 차경찬씨가 만든 노래는 잘 다듬어진 가요풍이다. 만화로 하니를 보며 열광했던 20∼30대가 더 감동받을 수 있는 공연이다. 김현숙은 “어린이들이 보면 왜 이렇게 계속 슬프냐고 할 정도로 유치하지 않은 가족 공연”이라고 귀띔했다.28일∼5월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02)399-1111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어린이날 ‘하니’보고 깔깔·‘생상스’ 듣고 끄덕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연은 내용이 미덥지 못하고, 어른들이 보이고 싶은 공연은 아이들이 지겨워하기 일쑤다. 하지만 올해 어린이 날에는 이런 고민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 주요 문화공간들이 재미와 교육적 내용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며 다양한 어린이용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공연들을 소개한다. 어린이 날 당일은 이미 매진된 공연도 있는 만큼 예매를 서둘러야 한다.●국립국악원 전통문화 콘텐츠를 활용한 창작 어린이 음악극 ‘마고할미’를 5월3일부터 6일까지 우면당에서 공연한다. 제주섬을 창조한 여신 ‘선문대할망’의 설화를 모티브로 삼았다.‘크다’는 뜻의 ‘한’에서 비롯된 ‘할미’는 위대한 어머니라는 뜻을 품고 있다. ‘마고할미’는 우리 음악과 춤, 노래, 한지 조형물로 우리 창세신화가 어린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 류형선이 작곡했고, 젊은소리꾼 유미리가 극의 흐름을 이어갈 도창을 맡는다. 국악을 듣도록 강요하지 않고, 무대에서 벌어지는 극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소리가 귀에 들어오고 마음에 와닿을 수 있도록 했다.1만∼2만원.(02)580-3300.●국립극장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엄마와 함께하는 국악 보따리’를 5월3일부터 13일까지 달오름극장에 풀어놓는다. 객석에서 숨죽이지 않고 국악반주에 맞추어 마음껏 노래하며 즐기는 공연이다. 단원들의 도움으로 국악기를 직접 만져보고 소리도 내볼 수 있다. 국립창극단의 남상일과 서정금, 국립극단의 한윤춘과 이은희가 주인공으로 더블캐스팅됐다.48개월 이상.1만 5000∼3만원.(02)2280-4115.●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엄마, 아빠와 함께하는 모차르트 음악회’를 5월4∼6일 공연한다. 시나리오 구성작가 최빛나가 참여하여 개발한 음악교육 웹게임 ‘미션 모차르트’를 코리아 타악기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선보인다. ‘세계 타악기 전시 체험관’ 등 다채로운 이벤트도 벌어진다.3세 이상.3만∼5만원.1544-5955.●국립민속박물관 5월5일 오후 3시 강당에서 박경숙의 해금연주회,6일 오후 2시에는 야외마당에서 북청사자놀음이 펼쳐진다.5일 어린이박물관 앞마당에서는 단소 만들기 등 ‘어린이 민속 체험 한마당’도 펼쳐진다. 공연 관람 무료.(02)3704-3133.●세종문화회관 서울시뮤지컬단이 이진주 원작의 뮤지컬 ‘달려라 하니’를 28일부터 5월6일까지 대극장 무대에 올린다. 주인공 소녀 하니가 달리기로 어머니를 잃은 슬픔을 극복하고 성장하게 된다는 1980년대 만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고, 만화영화로도 제작되어 인기를 끌었다.6세 이상.3만∼5만원.(02)399-1772.●예술의전당 ‘어린이 음악회’를 5월5일 오후 3시 콘서트홀에서 연다. 방송인 신애라가 동화구연과 곡 해설을 맡는다. 이택주가 지휘하는 강남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프로코피예프의 ‘피터와 늑대’,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 등 교육용 레퍼토리의 고전들을 들려준다.5세 이상.1만∼1만 5000원.(02)580-1300.서동철 문화전문기자dcsuh@seoul.co.kr
  • [4·25 재보선] 각당 표정

    4·25 재·보선 결과는 연말의 17대 대통령 선거전 양상을 가늠해볼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나 다름없다. 한나라당 대 반한나라당 구도가 된 대전 서을, 김대중(DJ)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는 무안·신안 등의 국회의원 보궐 선거결과가 주목됐다. 열린우리당의 경우,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추가탈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나라당 지도부 책임론 대두… 강창희 최고위원 사의 25일 저녁 심대평 후보의 한나라당은 ‘재·보선 불패신화’가 4·25 재·보궐선을 끝으로 막을 내리자 망연자실해하는 분위기다. 특히 이번 선거가 연말 대선을 앞두고 실시된 마지막 선거라는 점에서 충격은 더 큰 것 같다.25일 밤 대전 서을 선거를 진두지휘한 강창희 최고위원이 사퇴 의사를 밝히는 등 ‘지도부 책임론’에 따른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침통한 분위기 강재섭 대표는 각 지역의 당락이 거의 확정될 무렵인 오후 10시20분쯤 이강두 중앙위의장, 박재완 비서실장 등과 함께 당사에 들렀으나, 침통한 표정으로 개표상황을 지켜봤다. 강 대표는 선거 결과에 대해 “선거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선거과정에서 국민들이 주신 조언을 가슴 깊이 새기고,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면서 “당은 쇄신과 새로운 각오로 새출발하겠다. 이런 위기를 성찰하고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정권 교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선주자들도 이번 선거 결과를 숙연히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인다. 저를 포함해 우리 모두가 반성해야 한다.”면서 “국민의 뜻에 따라 앞으로 당을 쇄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표도 “최선을 다했고, 유권자의 선택을 존중한다.”면서 “한나라당으로서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선거였다.”고 말했다. 이재오·전여옥·정형근·권영세 최고위원 등도 뒤늦게 당사를 찾아 긴급 대책을 숙의하는 등 이번 선거로 인한 정국 변화와 당내 후폭풍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강창희·한영 최고위원은 각각 대전·광주시당에 마련된 선거상황실에서 개표상황을 지켜봤다. 이에 앞서 김형오 원내대표와 황우여 사무총장, 김성조 전략기획본부장, 심재철 홍보기획본부장, 나경원·유기준 대변인 등 당직자들은 개표가 시작되기 전인 오후 8시쯤 서울 염창동 당사에 마련된 선거상황실에 잠시 들렀다가 이내 자리를 떴다. 당직자들은 개표가 시작되기도 전에 결과를 예측이나 한 듯 하나같이 굳은 표정이었다. ●대선에는 약? 이번 재·보선 결과가 연말 대선에서 한나라당에 독이 될지, 약이 될지에 대해서는 반응이 엇갈린다. 선거 참패로 당 안에선 지도부 책임론 등 후유증이 불가피하고, 밖에서는 범여권 통합작업이 속도를 내겠지만 대선을 앞두고 민심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했다는 이유에서다. 김창호 부대변인은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일시적으로 독이 되겠지만 대선을 생각하면 약이 될 수도 있다.”면서 “연이은 재보선 승리와 고공행진을 거듭해온 정당지지율을 믿고 오만하고 해이해진 당 분위기를 일거에 쇄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우리당 간부회의서 “대통합에 힘 보태자” 열린우리당은 25일 치러진 재·보궐 선거 결과에 대해 ‘한나라당의 일방독주를 경계하고 대통합의 계기를 만든 선거’라고 자평했다. 정세균 의장은 “이번 선거는 통합세력과 한나라당의 싸움”이라면서 “실질적 통합세력이 성공함으로써 이 여세를 몰아서 대통합을 잘 추진한다면 올해 대선에서 한나라당을 누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선거”라고 밝혔다. 비록 대다수 지역에서 후보는 내지 못했지만 ‘범여권’ 진영의 승리에 상당히 기여했다는 안도감이 배어 있다. 특히 한나라당의 ‘사실상 참패’ 원인을 ‘공천과정의 잡음과 비리, 대선주자들의 지나친 개입’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재·보선 ‘불패의 신화’가 ‘부패의 신화’로 남게 됐다는 우스갯소리도 나돌 정도였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참여정부 들어 2005년부터 치러진 네 차례의 재보선 결과인 ‘40대 0’의 악몽을 완전히 떨치지 못했다. 후보를 낸 14곳 가운데 이날 자정 현재 전북 정읍의 기초의원 당선을 제외하고는 당선자를 내지 못했다. 당 지도부가 총출동한 서울 영등포 중앙당사에는 이날 밤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았다. 정 의장과 원혜영 최고위원, 송영길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는 오후 8시쯤 중앙당사에 마련된 상황실에서 개표방송을 지켜보며 곧바로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향후 당의 진로를 숙의했다. 겉으로는 이번 선거결과를 대통합을 위한 ‘전화위복’으로 삼는 듯했지만 당 소속 의원들의 추가 탈당기류와 복잡해진 정계개편 문제로 속내는 편치 않아 보였다. 송영길 사무총장은 선거결과에 대해 “정치권은 물론 제3세력과 마음을 터놓고 논의해 열린우리당이 밑거름이 돼서 반드시 대통합 신당을 성공시키겠다.”고 다짐했다. 열린우리당은 26일 통합추진위원회와 의장 기자간담회를 잇따라 열고 이번 선거결과와 향후 대통합 추진방향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민주당 홍업 당선으로 중도개혁 통합 가속화될 듯 “호남이 민주당 텃밭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씨가 전남 무안·신안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이 확정되자 민주당은 잔칫집 분위기였다. 공천 과정에서 논란을 빚었고 선거 운동 초반에 냉담한 바닥 민심을 겪었던 터라 민주당에 이날 김 후보의 당선은 더욱 값진 것이었다. 이번 선거는 민주당은 물론 김 전 대통령까지 평가의 도마에 올랐던 선거였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자체 조사를 통해 김 후보의 당선을 예상했음에도 개표가 시작되기 전까지 민주당 상황실에는 기대감과 긴장감이 혼재했다. 상대적 열세지역으로 꼽았던 무안지역의 투표함부터 개표한 상황에서 김 후보가 앞서자 당 관계자들은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밤 10시30분쯤에는 당선을 확신, 선거상황판에 ‘당선’이라고 쓰여진 무궁화 그림을 붙이는 등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김 후보의 당선에 대해 박상천 대표는 “이번 선거를 기폭제로 삼아 중도개혁세력 통합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는 개표 상황을 관심있게 지켜봤으나 당선 후 별도의 축하 전화는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당선자는 26일 당사에 들러 당선 인사를 한 뒤 동교동을 찾아갈 예정이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국민중심당 한나라 꺾자 환호성… 정계개편 발언권 커질 듯 국회의원 당선이 확실시되자 국민중심당 선거 상황실은 환호성으로 가득찼다. 국중당은 이번 4·25 재·보궐선거에서 대전 서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심 후보를 내세우며 총력을 기울여 왔다. 선거 상황실도 중앙당이 아닌 대전 선거사무소에 마련하고, 정진석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당직자 전원이 일찍이 현지로 내려가 개표상황을 지켜봤다. 전통적 ‘표밭’인 충청권에서 한나라당의 추격을 뿌리치고 국중당 위치를 확고히 한 심 후보의 당선으로 국중당은 향후 정계 개편 과정에서 발언권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심 후보는 “여러분은 국회의원 한 명을 뽑은 것이 아니다.”라면서 “진정성을 갖고 대전·충청을 대변할 깨끗하고 능력있는 새로운 정치세력에 대한 열망을 보여준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20년만에 불러본 ‘가리봉동 아리랑’

    “퇴근길은 몹시 춥다. 회사는 1공단에 있고, 그래서 다른 이들은 거의 1공단 근처에 방을 얻어 살고 있었으나 우리들의 외딴 방은 3공단에 있다. 그곳에 전철역이 있기에. 그 전철을 타고 큰오빠는 동사무소에 가야 하고 셋째오빠는 학교에 가야 하기에. 그날 따라 외딴 방으로 돌아가는 길은 멀고 춥다. 내일부터 노조원들은 잔업 거부인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외사촌과 나는 떨고 있다.”(신경숙의 ‘외딴 방’ 가운데) 지난 22일 오후 2시,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의 한 카페. 소설가 신경숙(사진 왼쪽)씨와 방현석(오른쪽)씨가 독자 30명과 함께 자신들의 작품배경이 됐던 가리봉동 일대를 둘러보고 자리를 잡았다. 이어 기타리스트 신해원씨의 연주를 배경으로 신씨는 ‘외딴 방’, 방씨는 소설집 ‘내일을 여는 집’ 가운데 ‘새벽출정’의 일부를 직접 낭송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뜨거운 토론. 독자들은 작품의 배경을 가리봉동으로 정한 이유와 작품 속에서 풀어내고자 했던 내면의 세계가 무엇인지 작가들에게 묻고, 작가들은 젊은 날 자신들에게 다가왔던 가리봉동의 의미를 진실된 목소리로 설명했다. 작품이 태어난 지 20여년이나 지난 뒤여서 이미 ‘구로공단’은 디지털단지로 ‘환골탈태’된 상태다. 하지만 작가와 독자들은 가리봉시장, 가리봉 5거리, 가산디지털단지역 등을 함께 걸으며 문학의 현장을 몸으로 느꼈다. 문학나눔사업추진위원회가 주관하는 ‘서울 속 문학투어’의 첫번째 행사인 ‘문학, 다시 가리봉동을 가다’는 이렇게 오후 5시까지 계속됐다. 문학적 배경이 되는 서울의 특정 지역공간을 작가와 독자가 함께 찾아 그곳의 문학적 의미를 되새기고, 작가와 독자가 문학의 현장에서 직접 소통함으로써 문학을 보다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행사이다. 인천에서 노동자 생활을 한 방씨의 등단작 ‘내딛는 첫 발은’은 구로공단을 배경으로 80년대 후반 노동자의 현실을 비장한 필치로 묘사하고 있다. 신씨의 장편 ‘외딴 방’에는 낮에는 여공으로 밤에는 산업체고등학교 학생으로 살아야 했던 작가 자신의 체험 등이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특히 ‘외딴 방’에서는 80년대 중반의 구로공단과 가리봉동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가리봉동과 구로공단은 두 작가에게 젊은 시절의 열정과 고통을 함께 앓게 한 공간인 셈이다.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가자! 문화축제 속으로”

    주말에는 훌쩍 문화여행을 떠나자. 21일 오후 5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인사동에서 ‘제3회 수로왕 서울행차’가 열린다.29일부터 5월6일까지 경남 김해에서 열리는 제31회 가야문화축제를 앞둔 ‘맛배기’ 축제이다. 2000여년전 인도 아유타국의 공주가 금관가야 김수로 왕의 비가 되는 과정을 재현한 이 행차는 김종간 김해시장을 비롯한 200여명의 남녀가 전통 가야옷을 입고 행차,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더불어 가야토기, 공주가 가져온 장군차, 전통악기 공연, 전통놀이 등 다양한 행사를 준비했다. 저녁에는 남인사마당 특설 무대에서 가무극 ‘가락국기 가무극’, 인도와 한국이 만나는 ‘가야의 소리’ 음악회가 펼쳐진다. 21일 오후 2시부터 오후 8시까지는 종로구와 SK커뮤니케이션즈(싸이월드) 주최로 ‘대학로 싸이데이’가 대학로 일대에서 열린다. 아마추어 감독, 음악인, 사진작가들이 참여해 일반인들이 문화 저변을 넓히고, 상업적이고 획일화된 대중문화와 차별화되는 다양한 예술 작품들을 선사한다.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앞에 영화관을 설치해 진행하는 거리영화제에는 애니메이션 ‘이상한 나라의 톰’과 ‘식인휴지’ 등 아마추어 감독들의 단편영화 23편이 상영된다. 음악 등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도 대학로 거리 곳곳에 전시된다. 서울문화재단은 세계 책의 날(23일)을 앞두고 22일 ‘서울 속 문화투어’를 준비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소설가 방현석의 ‘내딛는 첫 발은’, 신경숙의 ‘외딴 방’의 작품배경이 된 구로구 가리봉동을 찾는다. ‘서울 속 문학투어’는 문학 작품 속 배경을 작가와 함께 찾아가는 프로그램으로 공간의 문학적 의미를 되새기고 문학작품을 좀더 가깝게 느낄 수 있는 기회다. 이번 행사의 진행은 신예 문학평론가 이선우씨가 맡는다.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한·미 FTA 협상시한 D-1] 쌀 제외… 쇠고기 절충점 찾아

    [한·미 FTA 협상시한 D-1] 쌀 제외… 쇠고기 절충점 찾아

    협상 타결시한을 사실상 만 하루 남겨둔 29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장인 서울 하얏트호텔은 ‘정중동(靜中動)’ 그 자체였다. 이날 오전 전해진 양국 대통령의 압박성 발언들이 나온 직후 고조됐던 긴장감은 오후부터 긴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양국 협상단이 오전에 각각 관계장관회의와 본국과의 전화 협의를 마치고 협상장으로 돌아온 직후부터 감지되기 시작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카란 바티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오후에 2시간가량 고위급 협상 대표들과 핵심 협상 관계자들만 배석시킨 가운데 협상테이블에 오른 10여개 핵심쟁점들을 놓고 본격적인 주고받기에 들어갔다. ●숨막히는 마지막 24시간 서로의 마지노선을 확인한 뒤 한국과 미국 협상단은 흩어져 각각 호텔 2층과 지하 1층 호텔바에 임시협상본부를 차리고 최종 패키지딜 작성에 들어갔다. 수시로 전화로 본국과 협의해가면서 협상안을 손질했다. 미국측은 지하 1층 호텔바 출입문을 닫고 외부 접근을 통제한 채 내부 숙의에 들어갔다. 자동차·의약품 분과장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모습이 목격됐다. 미국측 대표단 숙소에서는 변호사 2명이 몇 시간째 컴퓨터 앞에 앉아 수시로 바뀌는 미측 협상안을 손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 협상단의 움직임은 이날 저녁 9시 조금 넘어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전화통화를 갖고 협상 타결을 위해 최대한 유연성을 발휘할 것을 지시키로 하면서 더욱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양측은 손질한 협상안을 수시로 통보해가며 입장차를 조금씩 좁혀가는 작업을 자정을 넘겨가며 계속했다.29일 오후 늦게 한국을 떠날 예정이었던 리처드 크라우더 USTR 수석협상관은 일정을 바꿔 계속 서울에 머물면서 농업 협상을 마무리짓고 있다. 하지만 쇠고기 검역과 관세철폐 기간은 가장 민감한 사안이어서 막판까지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스티븐 노튼 미 USTR 대변인은 “양측 협상단이 최종 협상안을 도출해낼 30일 점심 때까지가 가장 힘들고 숨막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 들어 타결 낙관론 확산 경색됐던 전날 분위기와는 달리 29일 오후 들면서 협상단 내에서는 조심스러운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빅딜 협상에 참여했던 민동석 농림부 통상정책관과 이재훈 산자부 제2차관은 오후 늦게 기자들의 질문에 잇따라 협상이 진전되고 있다고 밝혔다. 민 정책관은 “오전만 해도 꽉 막혀 있었는데 조금씩 숨통이 트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협상 실무 관계자들은 “지금까지 와서 결렬로 가겠느냐.”며 낙관론에 기대를 걸고 있는 분위기다. 양측 협상단은 30일 자정 전에는 협상 타결 여부를 미리 언론에 통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협상 타결을 위한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범여권, 손학규에 돌연 ‘견제구’

    손학규 전 경기지사에 대한 훈수와 비판이 정치권에 봇물을 이루고 있다. 여야 의원들은 손 전 지사의 한나라당 탈당과 향후 행보에 대한 엇갈리는 평가를 내리는 등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범여권 주자군들은 환영 일색이던 기류에서 벗어나 견제구를 날리는 등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범여권의 잠재적 대선주자로 꼽히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22일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러브콜’에 대해 “결심이 서면 나는 내 갈 길을 간다.”며 손을 잡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기자들에게 “손 전 지사와는 개인적으로 못 만날 이유는 없지만 정치적으로는 만날 이유가 없다.”고 했다.국민중심당 이인제 의원은 22일 SBS라디오 ‘김신명숙의 SBS전망대’에 출연해 손 전 지사의 향후 행보와 관련,“큰 길에서 같이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 의원은 전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손 전 지사는 그의 말대로 한국정치의 낡은 틀을 깨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 위해 어려운 결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적극 옹호했다.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은 당 홈페이지에 “학규형 도대체 왜 그랬소. 형 때문에 고생한 그 착한 형수도 탈당에 동의합디까.”라며 손 전 지사의 탈당에 대한 아쉬움을 표시했다. ‘민생정치모임’의 천정배 의원은 전날 CBS 라디오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에 출연,“손 전 지사가 우리쪽 후보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고, 되어서는 안된다고 본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서울대 재학시절 손 전 지사와 같이 학생운동을 한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도 “손 전 지사는 민자당에 참여했고, 나는 정통야당인 민주당에 참여했다.”며 ‘뿌리’가 다르다며 선명성을 강조했다.이종락 나길회기자 jrlee@seoul.co.kr
  • 이명박 검증공방 다시 격화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대한 검증과 관련해 공세가 거세지면서 공방이 격화됐다. 박근혜 전 대표의 측근인 유승민 의원은 22일 이 전 서울시장 비서 출신인 김유찬씨의 ‘위증교사’ 주장과 관련, 새로 구성될 검증위에서 재검증을 주장했다.유 의원은 이날 ‘김신명숙의 SBS전망대’에 출연해 “한나라당 검증위가 지금까지 했던 것은 ‘사실 확인을 할 수 없었다.’는 정도”라며 “새로 구성될 당 검증위에서 철저한 검증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이어 김유찬씨가 최근 제기한, 지난 96년 이 전 시장의 국회의원 선거 당시 기자들에 대한 ‘성접대’ 의혹에 대해서도 “그런 의혹이 제기됐다면 당연히 검증대상”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열린우리당 홍미영·신명 의원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나라당이 ‘새로운 한나라당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성 접대 의혹에 대한 진상을 명백히 밝힐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측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조해진 공보특보는 “아직도 김유찬씨의 말을 믿고 그말을 근거로 정치공세를 벌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고 개탄스럽다.”면서 “김유찬씨를 먼저 검증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측은 또 MBC ‘PD수첩’이 지난 20일 위증교사와 관련해 방송한 것에 대해 반론보도 청구를 검토키로 했다.김기용 나길회기자 kiyong@seoul.co.kr
  • [손학규 탈당 파장] “이 길이 ‘죽음의 길’ 알지만 나 자신 버려”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19일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낡은 정치구조를 깨고 새 정치질서를 창조하겠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회견장은 제3의 정치세력 ‘전진코리아’가 창립대회를 가진 곳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그는 자신이 정치권에 들어와서 받았던 국민의 사랑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북받치는 감정을 억제하지 못한 듯 한동안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다음은 손 전 지사의 일문일답. ▶무능한 진보와 수구보수가 판치는 정치를 고쳐야 한다고 했다. 중도(中道)를 표방한 것으로 보이는데 중도가 집권할 수 있다고 보나. -중도정치 어렵다. 내가 말하는 중도정치세력은 그저 가운데 서 있는 중도가 아니다. 미래를 향해 세계로 나가는 선진화 개혁세력이다. 낡은 좌파는 국정 운영 능력이 없고 수구보수는 우리가 60∼70년대에 사는 것으로 착각한다. ▶창당한다면 얼마나 많은 의원들이 동참할 것으로 예상하나. 실제 동참 의사를 밝힌 의원은 있나. 또 범여권 후보설에 대한 입장은. -지금 우리가 가야 할 길에 대한 공감대가 널리 펼쳐져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폭넓은 참여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범여권 후보설에 대해서는 이미 드린 답이 있다. 이 정권은 실정에 대해 분명히 사과하고 그런 가운데 여권과 한나라당, 새로운 정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크게 새로운 이념적 정책적 좌표를 설정해서 같이 앞으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창조적 세력을 만드는데 주력하겠다는 말은 신당 창당을 의미하나. 또 ‘전진코리아’가 신당의 모태가 되나. -‘전진코리아’도 충분히 새로운 정치세력의 한 바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전진코리아’는 386 세대 중에서 기존 386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인식을 극복할 수 있는 적극적 사회참여 세력이다. ▶대한민국 드림팀을 만드는데 밀알이 되겠다고 했는데. -정운찬 전 총장은 서울대 경영을 통해 교육에 대한 훌륭한 비전과 경영능력을 보여줬고 진대제 전 장관은 미래 산업의 상징이다. 이런 분들이 대한민국 선진화와 미래의 중요한 힘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경선결과에 승복하겠다고 했는데 탈당을 결심한 구체적인 계기는. -나는 나 자신을 버리기로 했다. 이 길이 죽음의 길인 것을 잘 안다. 그러나 나의 명성과 명예, 영광을 지키기 위해 빤히 보이는 자신의 안위만을 지킬 수는 없다. 회견뒤 손 전지사의 참모들도 “이젠 우리는 험난한 길로 들어섰다.”며 결연한 의지를 비쳤다. 그러나 일각에선 한나라당에서 일정부분 ‘수혜’를 입은 손 전지사가 경선 승리 가능성이 적어지자 탈당을 강행한데 대해 비판도 제기됐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중도 성향 표 이탈 대선 3수 악몽 우려 한나라당은 19일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결국 탈당을 선언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대책마련에 나섰다. 당내 경선이 이념적 반쪽 선거로 전락하면서 ‘대선 3수’의 악몽이 현실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터져나왔다. 강재섭 대표는 이날 손 전 지사의 탈당과 관련해 “애석하다.”면서 “이유가 무엇이든 탈당선언을 철회하고 정권교체의 한 길에 힘을 합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나경원 대변인이 전했다. 대선주자 중 한명인 원희룡 의원은 “중도개혁 성향의 국민 지지를 위한 둑이 무너진 셈”이라며 아쉬워했다. 나 대변인은 “새로운 시작을 청하는 악수(握手)를 청하길 기다렸지만, 장고 끝에 탈당이라는 악수(惡手)를 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반면 전여옥 최고위원은 “자신에게 기회와 애정을 줬던 한나라당에 이런 식으로 등을 돌리고 무능한 진보에 명분없는 합류를 함으로써, 손학규에 대한 수많은 기대를 저버렸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책임론 차단’ 조심스런 李 이명박 전 서울시장측은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탈당에 대해 극도로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특히 최근 손 전 지사와 ‘빈둥빈둥 발언’,‘시베리아 발언’등으로 여러차례 날선 공방을 벌였던 ‘전비(前非)’때문에 더욱 곤혹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에서 제기하는 책임론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차단에 나서는 등 ‘공세적 방어모드’를 취했다. 이 전 시장은 손 전 지사의 탈당 소식이 전해진 직후 “(손 전 지사가)국민의 염원인 정권교체를 목전에 두고 당을 떠나게 돼 매우 아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당은 힘을 모아서 정권교체에 차질 없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측 조해진 공보특보는 “당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같은 어려운 시기에 (책임을 전가하며)다른 사람들에게 손가락질해서는 안 된다.”면서 책임론 예봉을 피한 뒤 “(손 전 지사 탈당)책임 공방 자체가 정략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당초 이날 오전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고 손 전 지사 탈당에 대한 대책을 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텃밭 다지기 나선 朴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탈당을 선언하면서 당내 완충지대가 사라진 상황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텃밭다지기에 나섰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김천지역 당직자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끝까지 같이 갔으면 했는데 떠나게 돼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애당초 합법적 절차를 거쳐 공정하게 만들어진 경선 룰 원칙을 바꾸려 했던 게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나라당은 그동안 굉장히 많이 변했는데 당내 사정을 잘 모르고 계신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며 손 전지사의 회견 내용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손 전 지사가 ‘군사독재잔당과 개발독재잔재들이 주인행세를 하고 있다’고 말한 데 대해서 “그것도 사실이 아니다.”면서 “국민들이 한나라당을 바라보는 눈이 바뀌었기에 50%에 육박하는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고 경선 룰 때문에 나가는 것인데 안 하던 말을 하니까 이해가 잘 안 된다.”고 꼬집었다. 박 전 대표는 19일 고령을 시작으로 구미, 안동, 예천, 경주 등 경북 15개 지역을 2박3일의 일정으로 방문한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이인제 학습효과’ 왜 무시했나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한나라당 탈당은 이른바 ‘이인제 학습효과’를 일축한 나름의 승부수다. 이인제 현 국민중심당 의원은 지난 199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경선결과에 불복, 탈당한 뒤 국민신당 후보로 나섰다가 김대중·이회창 후보에 이어 3위에 머물렀다. 한나라당은 이 의원의 탈당이 지지층 분열과 정권교체의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탈당=대선 패배’라는 공식을 곱씹어왔다. 그럼에도 손 전 지사가 ‘이인제 효과’를 무시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정치지형의 변화가 손 전 지사의 마음을 움직였을 것이라고 분석한다.‘김대중’이라는 막강한 상대 정당후보가 존재했을 당시 ‘이인제의 탈당’과 여권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현 상황에서 ‘손학규의 탈당’은 파괴력이 다를 것이라는 계산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19일 “대선 2,3개월을 앞두고 한나라당 후보가 검증과정에서 흔들린다면, 손 전 지사는 한나라당과 범여권 양쪽에서 러브콜을 받을 수 있다.”고 가정했다. 그는 “손 전 지사에게는 이인제 효과 보다는 2002년 후보단일화 효과가 더 강력하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현재 거론되는 범여권의 주자와 외곽지역의 제3후보들이 ‘진보·평화세력 결집’을 기치로 후보 단일화를 시도할 때 ‘손학규 카드’가 먹혀들 수 있다는 것이다. 대선 이후 불과 4개월 만에 총선이 열리는 정치일정도 탈당 배경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손 전 지사가 관심을 보여온 ‘전진코리아’참여인사들의 ‘총선출마 의지’가 손 전 지사의 권력의지와 맞아떨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의 평가는 냉담하다. 이 의원은 10년전 ‘여론조사 1위’와 ‘국민 후보’를 카드로 내밀었지만, 손 전 지사는 명분이 약하다는 것이다. 정치컨설턴트인 박성민 민기획 대표는 “한나라당이 대북정책에서 유연성을 보이겠다고 선언했고, 당내 경선룰 싸움이 일단락된 상태에서 지지율이 미약한 손 전 지사의 탈당은 명분도 약한데다 타이밍도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文人들 역할론? 한나라당 탈당을 선언한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향후 행보와 관련, 황석영(64), 김지하(66)씨 등 손 전 지사와 가까운 문인들의 역할이 주목되고 있다. 손 전 지사와 30년 이상 친분을 쌓아온 황씨는 손 전 지사에게 ‘제3세력’ 통합에 나설 것을 수차례 권유해 왔다. 프랑스 파리에 체류 중인 황씨는 올초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3 세력이 기존 정당의 틀을 깰 것”이라며 “역할이 있다면 나도 총대를 멜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연말 대선을 앞두고 모종의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일각에선 손 전 지사가 설악산 봉정암에서 내려온 지난 17일 오후부터 다음날까지 황씨와 함께 지내며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는 얘기도 있다. 이에 대해 캠프 관계자는 “손 전 지사가 황씨와 가까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 기간에 함께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평소 손 전 지사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시인 김지하씨도 나름의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내비쳐 주목된다. 김씨는 “손 전 지사에게 탈당을 권유하지는 않았지만 역사적으로 짓밟힌 중도를 살리기 위해 그가 중요한 결단을 내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정·김 관계 미스터리?

    정·김 관계 미스터리?

    지난달 발생한 골프장 사장 일행 납치사건에 전직 부장판사 출신의 김모(40·구속) 변호사와 3공화국 ‘의문의 여인’ 정인숙(당시 26세)의 친아들 정모(39·수배)씨 등 의외의 인물들이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의문이 커지고 있다. 특히 H골프장 강모(56) 사장 납치를 위해 강씨의 외삼촌 윤모(66·구속)씨와 범행을 함께 모의한 것으로 전해진 김 변호사가 오히려 정씨로부터 협박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사건에 대한 의혹도 끊이지 않고 있다. ●납치범 정씨,3∼4개의 가명 사용 14일 인천공항경찰대와 수배 중인 정씨 주변 인물에 따르면 정씨는 전과 3범으로 3∼4개의 가명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평소 자신이 정인숙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꺼려왔으며, 이 때문에 만나는 사람에 따라 3∼4개의 다른 이름과 대포폰을 사용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정씨의 소재 파악에 애를 먹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정씨는 고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1985년 미국으로 건너간 뒤 1991년 6월 고위 공무원을 지낸 유력인사를 상대로 친자확인 소송을 냈다가 1개월만에 취하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인천공항경찰대 수사본부 관계자는 “정씨의 연고지와 배회처를 중심으로 탐문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정씨가 자신 명의의 휴대전화를 모두 꺼놓은 상태여서 검거에 애를 먹고 있다.”고 밝혔다. ●범행 가담 인물 일본어로 대화 경찰은 김 변호사와 정씨가 친분 관계를 바탕으로 이번 사건을 모의했다고 보고 있지만 김 변호사 측은 “김 변호사는 결코 정씨와 범행을 모의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김 변호사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정씨로부터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의 한 측근은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김 변호사는 지난해 정씨가 벌이고 있던 풍력발전소 사업 내용을 확인한 뒤 ‘정씨는 믿을 수 없는 사람이다.’라고 생각해 거리감을 두기 시작했다.”면서 “특히 납치사건 전부터 정씨로부터 ‘만약 이번 사건에 당신을 통해 내 이름이 거론되면 가족을 해치겠다.´는 협박을 수차례 해와 고민이 많았다.”고 밝혔다. 또 납치 당일인 지난달 26일 납치 차량 안에서 정씨와 납치된 강 사장이 짤막하게 일본어로 대화했다는 점도 김 변호사측이 정씨를 강하게 의심하는 대목 중 하나다. 다른 사람이 알아들을 수 없도록 정씨와 강 사장이 일본어를 사용한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낳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강 사장이 일본에서 나고 자라서 우리 말보다 일본어가 더 편하다.”면서 “당시 대화 내용도 ‘목적지에 거의 다 도착했다.’는 정도의 단순한 이야기였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범행을 모의할 당시 강 사장을 납치한 뒤 살해할 계획까지 세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가 지난달 20일 서울의 한 일식집에서 윤씨와 김 변호사 등과 납치 계획을 논의하던 중 “강씨를 살해하겠다. 가급적 발견되지 않도록 일본에서 수장시켜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실행으로 옮기려고 했는지 여부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으며, 정씨 등을 붙잡아 조사해 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오늘의 눈] 엘리트들의 대박에 대한 환상/김학준 지방자치부 차장

    경기도 H골프장 사장 납치사건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복잡하게 얽혀 마치 영화의 장면들을 연상케 한다. 우선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가 납치현장을 지휘했다는 점이 충격적이다. 검사나 변호사 등이 강압수사나 비리 등에 연루된 적은 있어도 강력사건의 범인으로 직접 등장한 것은 역설과 반전이 난무하는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다. 가짜 체포영장, 정보기관 사칭 등이 동원되고 공모자들이 수천억원을 나눠갖기로 한 점 등도 마찬가지다. 극적인 요소는 제3공화국시절 최대의 스캔들을 일으킨 뒤 1970년 한강변에서 피살된 정인숙의 아들이 등장하면서 절정을 이룬다. 경찰에 따르면 정인숙의 아들로 밝혀진 정모(39·수배)씨는 이번 사건의 시나리오를 짜고 행동대원들을 끌어들이는 등 핵심 역할을 했다. 정씨의 ‘묘한 등장’은 또 다른 얘깃거리를 제공하기에 충분하다. 출신과 배경이 다른 이들을 범죄라는 테두리로 묶은 것은 ‘대박’에 대한 환상이었다. 골프장 사장의 외삼촌인 윤씨는 2002년 골프장 경영에서 손을 뗀 뒤 지분도 없으면서 골프장 매각을 시도해 왔다. 이번 사건을 저지른 것도 골프장 명의를 자신으로 바꿔 팔려는 의도였다. 김 변호사는 “300억원을 주겠다.”는 윤씨의 제의를 받고 고심한 흔적도 없이 범죄자로 돌변했다. 미국에서 명문대를 졸업하고 2005년 귀국해 기업 인수·합병 전문회사를 운영해온 정씨는 “골프장을 뺏으면 1500억원을 달라.”며 적극성을 보였다. 그런데 이들은 의욕과는 달리 이번 사건에서 비상식적인 범죄행태를 보였다. 행동대원 도피자금을 은행계좌로 입금시키는 등 엘리트들이 공모한 범죄치고는 엉성하기 그지없다. 마음이 너무 앞섰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사건은 납치 과정이나 감금 등이 일반 강도범들의 수법과 거의 일치한다. ‘대박’이라고 판단되면 지위에 상관없이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우리 사회의 병리현상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김학준 지방자치부 차장 kimhj@seoul.co.kr
  • 완창 판소리 9차례 공연

    완창 판소리 9차례 공연

    판소리 완창이 공연 형식으로 처음 무대에 오른 것은 1968년 박동진 명창의 ‘흥보가’가 처음이었다고 한다. 판소리 역사에 이름을 남긴 옛 명창들도 짧으면 3∼4시간, 길면 7∼8시간에 이르는 완창판소리에 도전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완창판소리는 옛 공연문화의 재현이라기보다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가는 무대라고 할 수 있다. 국립극장은 1985년부터 190차례에 걸쳐 완창판소리 공연을 이어왔다. 그동안 웬만한 공력으로는 불가능한 완창이 소리를 공부하는 이들에겐 당연히 도전해야 할 과제로 자리잡았다. 이렇게 22주년을 맞은 국립극장의 완창판소리가 올해는 3월18일 조통달의 ‘수궁가’로 막을 올린다.12월31일 안숙선의 심야 완창판소리 ‘흥보가’까지 모두 9차례 펼쳐진다. 올해 완창 무대에서는 다양한 소릿제(制)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3월엔 임방울에서 시작된 조통달의 ‘박초월제 수궁가’,4월엔 김여란에게 물려받은 최정희의 ‘정정렬제 춘향가’,5월엔 김일구의 ‘박봉술제 적벽가’가 올려진다.8월엔 성창순의 ‘보성소리 춘향가’,11월엔 염경애의 ‘유성준제 수궁가’,12월엔 안숙선의 ‘강도근제 흥보가’를 감상할 수 있다. 올해는 특히 국립창극단의 초대 단장이었던 동초 김연수의 탄신 100주년이다. 동초의 애제자인 오정숙이 6월 ‘동초제 춘향가’, 오정숙의 애제자인 김성예가 11월 ‘동초제 심청가’로 동초소리의 진수를 펼치는 것은 어떤 기념행사보다 의미있는 일이다. 올해는 또 ‘국악계의 프리마돈나’ 안숙선의 판소리 입문 5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제야완창으로 소리인생 50주년의 마지막 날을 장식하게 됐다.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박행자·유복지 공무원연금개혁 놓고 이번엔 ‘라디오 공방전’

    박명재 행정자치부 장관과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공무원연금 개혁 문제로 또다시 치열한 ‘장외 공방전’을 벌였다. 박 장관과 유 장관은 지난달 말 국무회의에 앞서 같은 문제로 언성을 높인 바 있다. 유 장관은 27일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에 출연해 “공무원 연금은 공무원들이 이해집단이기 때문에 반발이 강하고, 행자부에서는 이를 원만하게 하기 위해 시간을 가지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행자부에서 끝내 입법안을 내지 않는다면, 국회로 돌아가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제 손으로 처리할 생각”이라고 종전 언급을 되풀이했다. 박 장관도 이날 SBS 라디오 ‘김신명숙의 SBS 전망대’에 출연,“(유 장관이) 잘 모르고 한 말”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국회에 가면 국회의원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고, 지금은 (의원이 아닌) 국무위원 입장에서 말해야 한다.”며 유 장관에 대한 불편한 심기도 드러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세상으로 唱을 열다

    민주화운동 시대에만 재야인사가 있는 것이 아니다.21세기 국악계에도 재야인사들이 있다. 세상의 변화에 맞춰 새로운 흐름을 타기보다 스승으로부터 물려받은 법통을 올곧게 지켜가면서 제 갈길을 가는 명인·명창들이다. 흔히 인간문화재라고 일컬어지는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라는 ‘제도권’에 속하지는 않았지만, 한국 음악사를 쓰면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이 있다. 이런 ‘거물급 재야명창’ 세 사람이 한자리에 모인다. 주인공은 바로 판소리의 박초선과 시조의 서현숙, 경서도소리의 남혜숙. 이들은 3월15∼16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리는 ‘우리가 기억해야 할 3인의 가인(歌人)’에서 만날 수 있다. 재능을 묻고 살아온 명창들의 예술세계를 재조명하여 우리 소리의 다양성을 보여주자는 것이 국립국악원의 기획 취지이다. 이른바 주류 소리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같고도 다른 멋과 깊이를 비교할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한다. 세 사람은 다른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질 두 차례 공연에서 각자의 장기를 펼쳐놓게 된다. 특히 진도아리랑과 밀양아리랑·정선아리랑을 판소리, 경서도소리, 시조의 세 명인이 함께 피날레를 장식하는 진귀한 장면을 연출하게 된다. 박초선(76)을 재야인사로 분류하는 것은 조금 민망한 일이다. ‘애기명창’으로 자라 김소희, 박록주, 김여란 등 당대 명창에게 두루 배운 뒤 탁월한 기량으로 소리판을 주름잡은 대표적 명창의 한 사람이기 때문. 그는 1960년대 완창 판소리를 음반으로 내자는 제의에 “전통예술을 상품화해서는 안 된다.”며 거절한 것으로 유명하다. 여성국극이 관객을 불러모을 때도 “판소리 대중화에는 기여할 수 있겠지만, 쉽게 소리를 하는 탓에 목 쓰임새와 타는 길이 변질된다.”고 주장해 논쟁을 불렀다. “소리꾼은 실력으로 승부해야 한다.”면서 “권력주변을 기웃거리며 아부하지 말고 고개를 숙이지 말라.”고 후배들을 다그친다. 그는 정정렬제 춘향가의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가 아닌 보유자 후보로 22년을 보내고 있다. 남혜숙(65)은 경기민요의 전설적인 명창 김옥심의 제자이다. 김옥심이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 지정에서 탈락한 뒤 제자들의 ‘줄서기’가 벌어지는 상황에서도 “다른 욕심 없이 그저 선생님의 소리가 좋아 배웠을 뿐인데 왜 떠나겠느냐.”며 곁을 지켰다. 남혜숙은 크고 높은 소리를 배에서 바로 위로 뽑아내는 덜미청과 비단실을 뽑아내듯 가느다란 속청이 뛰어나고 방울목으로 소리를 굴려서 내는 김옥심의 기교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남혜숙의 경서도잡가와 민요가 중요성을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현숙(67)은 임춘앵 일행의 여성국극 ‘열녀화’를 보고 국악에 입문한 뒤 23세에 마산 전국시조경창대회 명인부에서 1등을 차지했다. 같은 해 전국의 시조경창대회를 모조리 휩쓸다시피 했다. 이듬해에는 스승인 유종구와 가곡·시조를 담은 음반을 펴냈다. 하지만 단시간에 명창의 반열에 오른 것이 부담이었는지, 한동안 경남 남해에서 두문불출했다. 다시 무대에 오르면서 1985년에는 부여백제문화제 시조가곡 경창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등 녹슬지 않은 실력을 과시했다. 정경태와 유종구를 거쳐 서현숙에게 이어진 향제 시조는 아기자기한 맛이 매력이다. 서현숙의 타고난 성음은 편안하고 단아함을 느끼게 한다. 공연시작은 오후 7시30분.1만∼2만원.(02)580-3333.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한국 젊은 작가들 에너지 느껴져요”

    |마드리드 윤창수특파원|“에너지가 넘치는 한국의 젊고 떠오르는 작가들이 유럽에 부각될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스페인의 아르코(현대미술) 아트페어를 주관하는 루데스 페르난데스조직위원장은 14일(현지시간) 마드리드 이페마 전시장에서 한국 미술에 대한 호감을 표시했다. 올해 26회를 맞은 아르코는 유럽의 가장 중요한 미술품 시장 가운데 하나로 올해는 29개국에서 271개의 화랑이 참여했다. 20여년간 재임했던 전임 조직위원장의 후임으로 올해 처음 아르코를 꾸린 페르난데스는 “남아메리카와 아시아의 새로운 작품을 적극적으로 소개할 것”이라며 “올해 주빈국인 한국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미술에도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한국에 이어 내년에는 브라질이 아르코의 주빈국이다. 이날 오전 10시에 일부 초대받은 미술품 수집가들을 위해 전시장이 열리지마자 한국 작가들의 작품에는 팔렸다는 붉은색 스티커가 붙기 시작했다. 버려진 자동차 타이어로 용인 듯 괴물인 듯 괴생명체를 만든 지용호의 ‘돌연변이’ 시리즈, 강익중의 지구촌 시대의 조화로운 세계상을 지향한 콜라주 ‘행복한 세상’ 등을 스페인 수집가들이 선점했다. 안성하의 극사실주의 사탕 그림, 배준성의 화가의 옷 연작도 제일 먼저 팔려나간 작품들이다. 독일 하인즈 홀트만 갤러리를 통해 출품된 한국 작가 김인숙의 도발적인 사진작품도 2만 5000달러에 판매됐다. 역시 독일 마이클 슐츠 갤러리에서는 한국작가 세오(서수경)의 회화가 6만 5000달러에 팔렸다. 피카소, 바스키야 등 타계한 작가가 아닌 젊은 작가들을 내세운 한국 화랑들의 작품은 아르코의 성격과도 걸맞는다. 현대 미술계 최신의 시각들을 최대한 소개하기 위해 아르코는 올해 프로젝트와 블랙박스라는 새로운 전시관을 만들었다. 프로젝트는 세계의 떠오르는 작품들을 홍보하는 전시관이며, 블랙박스는 이 가운데 특히 비디오 작품을 소개한다.14일 VIP 오픈에는 특히 노무현 대통령 내외가 후안 카를로스 스페인 국왕 부부와 함께 한국 전시장을 둘러보며 전통을 살리면서도 첨단기술을 융합한 한국 현대미술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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