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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엎드려뻗쳐”, “머리 박아”…선배·코치 폭력에 시달리는 대학선수들

    “엎드려뻗쳐”, “머리 박아”…선배·코치 폭력에 시달리는 대학선수들

    33% 신체폭력 경험…9년 전보다 퇴보남녀 불문 합숙소에서 성폭력 피해 잦아전문가 “운동 중심 운동부 문화 해체해야” 대학교 운동선수 가운데 3명 중 1명꼴로 구타 등 신체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15% 정도는 일주일에 한두 번 이상 맞는 상습 폭력의 피해자였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7월 꾸린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은 102개 대학 소속 운동선수 4924명의 인권 상황을 점검한 결과를 16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대학교 운동선수의 33%(1613명)이 신체 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15.8%(255명)는 일주일에 1~2회 이상 상습적인 신체폭력을 당한다고 응답했다. 상습 폭력 경험 비율이 9년 전인 2010년 인권위의 같은 조사(11.6%)보다 높다. 체육계의 인권 실태가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퇴보한 셈이다. 신체폭력 중 가장 빈번한 행위는 ‘머리 박기, 엎드려 뻗치기’(26.2%)였다. 손이나 발을 이용한 구타행위도 13%에 이르렀다.신체폭력의 가해자는 선배 선수가 72%로 가장 많았고 코치(32%), 감독(19%)이 뒤를 이었다. 이 질문에는 중복 응답이 가능했다. 대학 선수들의 성폭력 피해도 심각했다. 전체의 9.6%인 473명이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는데 동성 성폭력도 빈번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정 신체부위의 크기나 몸매 등에 대해 성적 농담을 하는 성희롱(4%) ▲자신의 신체 일부를 강제로 만지게 하거나 주무르기 등을 시키는 행위(4%) ▲운동 중 불쾌할 정도의 불필요한 신체접촉 행위(2.5%) 등의 피해가 컸다. 성폭력은 남녀 모두 숙소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했다. 대학생 선수 31%(1514명)는 언어폭력의 피해도 호소했다.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이나 욕, 비난, 협박 등을 일상적으로 경험했으며, 주로 경기장(88%)과 숙소(46%)에서 선배 선수(58%), 코치(50%), 감독(42%) 등의 폭언을 들어야 했다. 이 밖에도 성인임에도 통금과 점호, 외출 및 외박 제한, 복장 제한 등 과도한 생활 통제로 자기결정권을 침해당하고 있다고 선수들은 전했다.이번 조사는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회원 대학 및 비회원대학 학생들을 상대로 조사했으며 남자선수가 82%(4050명), 여자선수가 874명(18%)으로 남자선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학년별로 보면 1학년(1877명) 2학년(1317명), 3학년(974명), 4학년(756명) 순이었다. 조사 결과를 분석한 이규일 경북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대학교 학생선수들의 자기결정권이 억압받고 있으며 성인 대학생으로서 누려야 하는 자율 대신 관리라는 명목으로 통제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운동 중심의 운동부 문화 해체 ▲자율 중심의 생활로 전환 ▲일반학생과 함께 생활하는 통합형 기숙사 운영 방식 도입 등을 개선안으로 제시했다. 인권위는 이날 대한체육회,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문화체육관광부 등과 정책 간담회를 열고 대학교 운동선수 인권상황 개선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소품실에 살던 ‘펭수’ 내집마련…포스코, 철로 만든 ‘펭숙소‘ 선물

    소품실에 살던 ‘펭수’ 내집마련…포스코, 철로 만든 ‘펭숙소‘ 선물

    그동안 소품실 구석에 살던 ‘펭수’가 철로 만든 튼튼한 집을 장만했다. 포스코는 전 세대에 걸쳐 인기를 얻고 있는 EBS 크리에이터 펭수에게 철로 만든 집 ‘펭숙소’을 선물했다고 16일 밝혔다. 펭숙소는 건설자재 브랜드인 이노빌트를 적용해 약 한 달의 제작 기간을 거쳐 완공했으며, 일산에 있는 EBS 사옥 로비에서 볼 수 있다. 펭숙소는 키가 210cm에 달하는 펭수가 안락하고 편안하게 지낼 공간을 짓는 데 주안점을 두고 녹슬 걱정이 없는 특수 철강제인 포스맥을 C모양으로 가공해 골조를 올렸다. 또 펭수의 개성이 잘 드러날 수 있게 철판에 펭수의 얼굴을 고해상도로 인쇄한 포스아트 외장재를 적용했다. 펭숙소 외부는 우주대스타를 꿈꾸는 펭수의 실제 사진을 인쇄해 제작했고, 내부는 펭수의 화보와 펭수를 형상화한 소품으로 꾸며졌다. 펭숙소 제작기와 새집에서 여는 펭수의 집들이 에피소드는 13일 EBS 방송과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에 공개됐으며, 포스코 유튜브 채널 ‘포스코TV’에서도 시청할 수 있다. 조현석 기자 hyun68@seoul.co.kr
  • 핵 카드 꺼낸 北… ICBM 2단엔진 시험한 듯

    핵 카드 꺼낸 北… ICBM 2단엔진 시험한 듯

    엿새만에 또… “서해발사장 중대시험” 비건 방한 앞두고 도발… 연말시한 압박 北 “美, 언행 삼가야 편해”… 대화 여지도북한이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방한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두 차례나 ‘핵’을 언급하면서 북미 비핵화 협상 최종 결렬 시 선택할 ‘새로운 길’이 핵 능력 고도화에 있음을 시사했다. 북한 국방과학원 대변인은 평북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13일 22시 41분부터 48분까지 중대한 시험이 또다시 진행됐다”고 발표하고 “전략적 핵전쟁 억제력을 더 한층 강화하는 데 적용될 것”이라고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4일 밝혔다. 이어 박정천 조선인민군 총참모장도 같은 날 밤늦게 담화문을 통해 “새로운 기술들은 미국의 핵 위협을 확고하고도 믿음직하게 견제·제압하기 위한 또 다른 전략무기 개발에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과학원은 지난 7일 진행한 ‘중대한 시험’과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사항은 밝히진 않았으나 두 번째 시험에선 ‘핵 억제력’을 강조하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미사일 엔진과 관련된 시험으로 관측된다. 15일 우리 군과 정보 당국은 북한의 두 차례 엔진 연소시험이 ‘신형 ICBM 2단엔진’을 개발하려는 목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북한이 연말 시한 이후 선택할 ‘새로운 길’은 핵 능력 고도화라는 점을 노골화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압박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자신들의 핵·미사일 실험이 미국의 ‘핵 위협’에 맞서 핵 억제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북한이 ICBM 등으로 미국 영토를 타격할 가능성이 있다면 미국이 쉽게 북한을 선제 공격하지 못할 것이라는 논리다. 박 총참모장이 “힘의 균형이 철저히 보장되어야 진정한 평화를 지키고 우리의 발전과 앞날을 보장할 수 있다”고 한 것도 핵 억제력 논리의 연장선상이다. 핵·미사일 실험의 중단은 지난해 4월 북한이 노동당 중앙위 7기 제3차 전원회의를 열고 선제적으로 밝힌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 성과로 자랑한 핵·미사일 실험 중단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위협한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핵 억제력 차원에서 미국을 위협할 ICBM의 성능 향상을 해왔으니 대화와 대결 모두 다 준비가 되어 있고 연말 시한 안에 미국이 선택하라는 경고”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ICBM 도발을 시도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연말 시한까지 대화를 통해 ‘새로운 길’의 수위를 조정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 총참모장이 미국을 향해 “그 어떤 언행도 삼가야 연말을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라며 대화 여지를 남겼다는 해석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핵 개발 재개 결정은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저버린 것으로 비난받을 소지가 있기 때문에 북한이 ‘자위적 국방력 차원에서 무기 개발에 역점을 두겠다’는 정도의 모호한 표현을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인 비건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를 접견한다. 문 대통령이 차관급 지명자인 비건 대표를 단독 접견하는 것은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하기 직전인 9월 11일 이후 두 번째다. 그만큼 한반도 정세가 중대 갈림길에 섰다는 의미다. 1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비건 대표는 ‘판문점에서 북한과 접촉할 계획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숙소로 떠났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슬리피, 본명으로 공개한 생활고 사진 “보고 판단해달라” [전문]

    슬리피, 본명으로 공개한 생활고 사진 “보고 판단해달라” [전문]

    가수 슬리피(본명 김성원)가 TS엔터테인먼트의 보도자료 내용을 반박했다. 10일 슬리피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어제 전 소속사에서 ‘단전·단수는 없었다’는 보도자료를 각 언론사로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현재 소속사 없이 혼자 일하고 있고, 어제 녹화가 있어서 바로 입장을 낼 수 없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그동안 내 집에는 차압 딱지가 붙듯이 전기공급 제한, 도시가스 중단 등을 알리는 공문이 붙거나, 이를 경고하는 문자가 수시로 왔다”라고 주장했다. 또 “그럴 때마다 전 소속사 측에 이를 호소해 겨우 막으며 살아왔다. 하지만 이런 공문이 붙거나, 문자 메시지를 받을 때마다 단전, 단수, 도시가스 공급 중단이 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한 마음으로 어찌할 바를 몰랐다”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위 사진들이 그 내용이다. 말로 어떤 설명을 더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보고 판단해달라”라며 “캡처 사진 속 ‘김성원’은 내 본명이다”라고 호소했다. 공개된 사진에는 TS 소속사 측에 단전을 막아달라고 호소하거나, 관리비를 부탁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한국전력공사로부터 받은 전기 요금 미납 문자나 예스코로부터 받은 가스 요금 연체으로 중단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앞서 TS엔터테인먼트 측은 슬리피가 주장한 숙소 단전·단수 등에 대해 “최근 언론과 방송으로 밝힌 슬리피의 주장이 거짓임을 말씀드린다. 소속 아티스트들이 사용하고 있는 숙소에 단전 또는 단수되었던 걸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슬리피 게시글 전문 안녕하세요 슬리피입니다. 어제 전 소속사에서 ‘단전 단수는 없었다’는 보도자료를 각 언론사로 보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 저는 소속사 없이 혼자 일을 하고 있고, 어제 녹화가 있어서 바로 입장을 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동안 저희 집에는 차압 딱지가 붙듯이 전기공급 제한, 도시가스 중단 등을 알리는 공문이 붙거나, 이를 경고하는 문자가 수시로 왔습니다. 그럴 때마다 전 소속사 측에 이를 호소해 겨우겨우 이를 막으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공문이 붙거나, 문자 메시지를 받을 때마다 단전과 단수, 도시가스 공급이 중단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한 마음으로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위 사진들이 바로 그 내용입니다. 말로써 제가 더 어떤 설명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보시고 판단해주시기 바랍니다. 캡처 사진 속 ‘김성원’인 제 본명입니다. 사진 = 서울신문DB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치정살인이 부른 ‘나비효과’… 홍콩, 中 일국양제에 반기 들다

    치정살인이 부른 ‘나비효과’… 홍콩, 中 일국양제에 반기 들다

    하나의 우연한 사건이 거대한 역사를 만들 때가 있다. 이른바 ‘나비효과’다. 1914년 6월 보스니아의 수도 사라예보를 찾아온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태자 부부에게 18세 청년이 총격을 가한 ‘사라예보 사건’으로 1차 세계대전(1914~1918)이 시작됐다. 2011년 4월 미국 백악관 연례만찬 행사에서 당시 오바마 미 대통령이 청중으로 온 부동산업자 도널드 트럼프에게 공개망신을 주자 트럼프가 이에 앙심을 품고 대선 출마를 결심했다. 지금 소개하려는 ‘찬퉁카이 사건’도 중국의 일국양제(한 나라 두 체제) 원칙을 흔들고 동아시아의 정치 지형을 바꾼 ‘역사의 방아쇠’로 기억될 것 같다. 9일로 정확히 6개월이 된 홍콩 시위 사태의 원인을 설명하는 프리퀄(본편보다 시간적으로 앞선 과거의 이야기)로 볼 수 있다. ●사법권 못 미치는 대만 사건 발생… 기소 불가 지난해 2월 8일 중국 광둥성 선전 출신의 홍콩인 찬퉁카이(21)가 동갑내기 여자친구 판샤오잉과 여행을 떠났다. 목적지는 대만이었다. 판샤오잉은 열흘쯤 뒤인 17일 자신의 어머니에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왓츠앱을 통해 “홍콩으로 돌아간다”고 메시지를 남겼다. 그 뒤로 연락이 끊겼다. 전 세계를 소용돌이에 빠뜨린 거대한 태풍의 시작이었다.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그때 두 사람은 타이베이의 한 호텔 방에서 심하게 다투고 있었다. 판샤오잉은 임신 중이었는데, 뱃속 아이 아빠가 자신이 아닐수도 있다는 사실을 찬퉁카이가 뒤늦게 안 것이다. 판샤오잉이 휴대전화에 저장된 동영상으로 새 남자친구의 존재를 확인해 준 뒤 “이 지경까지 왔으니 너와 헤어지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찬퉁카이가 순간적인 격분을 참지 못하고 판샤오잉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그는 여행용 가방에 시신을 담아 숙소를 빠져나왔다. 타이베이의 한 지하철역 부근 공원 풀밭에 암매장하고 홍콩으로 도주했다. 이 과정에서 판샤오잉의 신용카드로 돈을 찾아 자신의 은행계좌로 입금했다. 판샤오잉의 부모는 딸과 연락이 되지 않자 경찰에 신고했다. 찬퉁카이는 곧바로 체포됐고 범행 사실도 자백했다. 이 사건은 ‘단순 치정살인’으로 정리되는 듯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영미법을 채택한 홍콩은 영역 내 범죄에 대해서만 처벌하는 ‘속지주의’를 유지한다. 홍콩 당국 입장에서 찬퉁카이의 죄는 천인공노할 사안이지만 사법권이 미치지 않는 대만에서 벌어져 기소가 불가능했다. 다른 나라들과 그랬던 것처럼 미리 대만과 범죄인 인도협정을 맺었다면 찬퉁카이를 송환하고 사건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홍콩은 그러지 않았다. 대만과 정치·법률 분야에서 공조하면 대만을 보통국가처럼 보이게 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는 베이징 당국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어서다. 찬퉁카이가 법의 사각지대에 놓였음을 안 대만 정부가 그에 대한 신병 인도를 요청했다. 하지만 홍콩 당국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범죄인 인도협정이 체결돼 있지 않아 송환을 위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무리를 해 가며 반중 성향인 대만 정부를 도울 필요가 없다는 정치적 속내도 있었다. ●2047년 이후, 공포에 떨고 있는 홍콩 시민들 같은 해 4월 홍콩 사법당국은 찬퉁카이에 대한 살인 혐의 적용을 포기했다. 대신 여자친구의 카드로 돈을 인출한 것에 대해서만 절도죄 등을 적용해 29개월형을 선고했다. 그나마도 스스로 죄를 인정하고 모범수로 복역했다는 점을 들어 18개월로 감형했다. 그는 올해 10월 형기를 마치고 출소했다. 평생을 감옥에서 지낼 것 같던 찬퉁카이에게 상상하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비난 여론이 커지자 홍콩 정부는 “제2의 찬퉁카이가 생겨나지 않도록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고는 1년 가까이 지난 올해 2월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 개정에 착수한다고 선언했다. 홍콩 주민이 상대국법으로 징역 3년 이상 실형이 예상되는 범죄를 저지르면 용의자 송환 여부를 판단하는데, 대만처럼 범죄인 인도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국가·지역에서 발생한 범죄에 대해서는 사법 절차 없이 홍콩 행정장관이 송환 여부를 결정하게 한 것이 골자다. 여기서 논란이 불거졌다. 행정장관이 용의자 송환 여부를 정할 수 있는 지역에 대만뿐 아니라 중국 본토가 포함된 것이다. 중국 정부의 지시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법이 통과되면 중국은 홍콩의 반중 인사들에게 반분열국가법(우리의 국가보안법에 해당) 위반 혐의를 적용해 홍콩 정부에 송환을 요구할 수 있다. 친중 성향인 행정장관은 이를 승인할 가능성이 크다. 안 그래도 홍콩인들은 중국이 광범위한 자치를 약속한 시한인 2047년 뒤로 어떤 삶을 살게 될지 두려움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홍콩 반체제 서점 관계자 실종(2015)과 샤오젠화 밍톈그룹 회장 실종(2017) 등 중국 공권력에 의한 납치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신변 안전에 대한 우려가 더 커졌다. 이 때문에 송환법은 홍콩인들에게 ‘말 안 듣는 사람들을 중국으로 쉽게 보내려는 법’으로 여겨졌다. ●확산되는 반중 시위… 전 세계 정치지형 변화 홍콩 정부는 범민주 진영의 반발에도 입법을 강행했다. 3월 9일 이 법안이 입법회(우리의 국회 격)에 제출됐다. 여당인 민주건항협진연맹을 비롯한 친중파 의원들은 이 법안을 무조건 통과시키려고 나섰다. 민주당과 공민당 등 야당 의원들은 결사적으로 막았다. 70명으로 이뤄진 홍콩 입법회에서 친중파(41석)는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범민주 진영(29석)의 반대를 제압하고 5월 26일 이 법안을 법사위원회에 올려 가결했다. 해당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됐다. 형식적 통과 절차만 거치면 법이 발효될 순간이 코 앞에 왔다. 그러자 홍콩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자신들을 지켜야 할 정부가 되레 정상적인 사법체계가 작동하지 않는 본토로 내보내려 한다는 배신감이 이들을 거리로 내몰았다.이후부터는 잘 알려진 그대로다. 6월 9일 홍콩 시민들이 첫 번째 거리 시위를 열었다. 100만명이 넘게 참석했다. 이후 주말 시위는 6개월째 이어지며 홍콩인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꿔 놨다. 지난달 24일 범민주 진영은 홍콩특별행정구 구의회 선거에서 85%가 넘는 의석을 가져오며 사상 처음 과반의석을 차지했다. 친중 성향이 우세하던 홍콩의 시민들은 완전히 돌아섰다. 자신의 권리를 지키려는 ‘중국과의 전쟁’은 2047년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만도 이제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을 대놓고 말하고 있다. 차이잉원 총통은 2016년 1월 당선 뒤 잇따른 정책 미숙으로 내년 1월 총통 선거 패배가 확실시돼 왔다. 하지만 홍콩 시위 사태를 계기로 중국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이변이 벌어졌다. 올해 8월부터 차이 총통에 대한 지지율이 크게 올라 대선 승리를 눈앞에 두게 된 것이다. 이제 대만에서 ‘반중’은 국시가 됐다.이런 분위기는 최소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물러날 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홍콩 시위를 지지하기 위해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홍콩인권법안)을 통과시켰다. 내친김에 ‘중국의 아킬레스건’이라 할 수 있는 신장 위구르 인권법과 티베트 인권법도 제정할 모양새다. 인권 문제를 고리 삼아 패권 경쟁국인 중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다. 한 20대 홍콩인 커플의 애정여행이 동아시아의 정치 지형을 변화시키고 전 세계를 ‘친중 대 반중 구도’로 재편하는 결과를 낳았다. 앞으로 역사는 어떻게 바뀌게 될까. 전 세계가 이를 지켜보고 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태국서 한국 여성 흉기에 얼굴 찔려 중상…제3국 여성 체포

    태국서 한국 여성 흉기에 얼굴 찔려 중상…제3국 여성 체포

    태국 방콕을 여행 중이던 한국인 여성이 일면식도 없는 다른 외국인이 휘두른 흉기에 얼굴을 찔려 중상을 입었다. 7일 태국 방콕 주재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60대 한국인 여성 A씨는 지난 5일 오전 9시 50분쯤(현지시간) 태국 방콕 시내의 한 호텔 앞에서 다른 외국인 여성 B씨가 휘두른 예리한 흉기에 얼굴을 찔려 중상을 입었다. 범행에 사용된 흉기는 커터칼로 추정됐다. A씨는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 수술을 받아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경찰은 사건 발생 3시간 만에 현장에서 200m가량 떨어진 식당에서 B씨를 체포해 사건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30대인 B씨는 현지에 불법체류 하는 제3국 국적으로 A씨와 일면식이 없으며,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지난 2일 조카와 함께 방콕에 도착해 관광하다가 이날 숙소를 옮기는 과정에 변을 당했다. 주태국 한국대사관은 사건이 발생한 직후 사건 담당 영사를 현장에 파견해 경위를 파악하고 현지 경찰에 신속하고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민족민주 영령의 성지… 산 자에겐 치열한 정치공간

    민족민주 영령의 성지… 산 자에겐 치열한 정치공간

    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9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32차 국립서울현충원’ 편이 지난달 30일 동작구 상도동과 동작동 일대에서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서울미래유산을 사랑하는 참석자 40여명은 이날 오전 10시 지하철 7호선 상도역 4번 출구를 출발했다. 구립 김영삼도서관을 거쳐 김영삼 전 대통령 가옥에 방문했다. 김영삼 기념도서관은 내년 3월쯤 개관할 예정이어서 외관을 살펴보고 경과에 대한 설명을 듣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현대정치사에 ‘상도동’이라는 뚜렷한 족적을 남긴 김 전 대통령 가옥 응접실에서 차를 대접받으며 김상학 비서관으로부터 목숨을 건 23일간의 단식투쟁과 연금생활 등 ‘그때 그 시절’ 이야기를 듣고 눈에 익은 사진과 기념품, 휘호, 단풍나무를 즐겼다. 가옥에는 손명순(92) 여사가 기거하고 있다.서달산 명물로 떠오른 숲속도서관 가는 길은 11월의 마지막 단풍으로 불타고 있었다. 현충원에서 호국지장사(옛 화장사)~박정희~김대중~임시정부 및 애국지사 묘역 순으로 둘러봤다.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앞에 화환이 즐비했는데 마침 전날이 고 육영수 여사의 94번째 생일이었다고 한다. 상도동에서 이동하는 시간이 길다 보니 현충원에 머무는 시간이 짧아 다들 아쉬워했다. 묘역 곳곳에 깃든 숱한 사연들이 저마다 앞다퉈 얘기를 속삭이는 듯했다. 이날의 서울미래유산은 김 전 대통령 가옥과 국립서울현충원이었다. 해설을 맡은 엄태호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연구원은 이야기가 있는 현충원의 만추 속으로 참가자들을 안내했다.동작은 서울과 과천을 연결하는 한강 남쪽의 중요 나루였다. 사람과 물자가 드나들던 동작진(銅雀津)이자 병선 6척이 주둔하던 군사기지 동작진(銅雀鎭)이기도 했다. 우리말로는 동재기나루라고 불렀다. 1954년 이곳에 국군묘지가 세워졌다. 풍수지리상 장군대좌형의 명당이므로 군인과 인연이 있는 땅이다. 본래 동작이란 무덤을 장식한 구리봉황을 뜻하므로 땅 이름과 땅 주인이 서로 들어맞았다. 삼국지의 영웅 조조의 성이자 무덤이던 동작대에서 딴 동작이라는 지명이 조선 한양의 한강변 나루터 마을에 붙고 그곳이 현대 서울의 동작구와 동작동이라는 지명으로 이어졌다가 결국 국립묘지가 들어섰기 때문이다.국군묘지에서 1965년 동작동 국립묘지로 승격됐다가 1996년부터 국립현충원이 됐다. 국립묘지라는 명칭은 그대로 사용하되 묘역 관리기관의 명칭만 바꿨다. 2006년 국립대전현충원 등과 구별하기 위해 국립서울현충원이 됐다. 144만㎡의 부지에 무명용사 11만여위를 비롯해 모두 17만 9000여기의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이 잠들어 있다. 신라를 통일한 문무대왕이 “아! 산천은 변천되고 세대는 바뀌기 마련이다. 저 오왕 합려의 북산 무덤에 색칠한 금오리가 남아 있지 않고, 위왕 조조 서릉의 망지는 동작이라는 명칭만 남았을 뿐이다…”라며 “내가 죽으면 동해바다에 장사 지내라”고 유언했다. 이 세상 영웅과 화려한 무덤이 다 사라지고 결국 ‘동작’이라는 이름만 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조의 무덤에 구리로 만든 거대한 새를 세운 동작대에서 이름을 이어받은 동작구와 동작동에 국군묘지와 국립묘지가 세워지고 독립지사와 임정요인, 전직 대통령 등을 모신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장소인문학에서 말하는 땅의 내력이다.조선시대 한강이 오늘의 철도와 고속도로를 합친 물류의 중심지 역할을 할 때 왼쪽 서빙고나루, 오른쪽 노량나루의 중앙에 놓인 동작나루는 남대문을 나서서 용산 청파역을 거쳐 경기도 과천으로 가는 길목이었다. 김정호는 ‘대동여지도’ 중 ‘경조오부도’에 이 길을 과천로라고 이름 붙였다. 청파역에서 노량나루를 건너면 시흥으로 향했다. 동작진을 건너 과천으로 가거나 노량진을 건너 시흥으로 가는 두 길은 수원에서 만나 삼남(충청도, 전라도, 경상도)지방으로 이어졌다. 1899년 노량진~제물포 간 경인선과 1900년 노량진~용산 간 제1한강교(한강대교)가 놓이면서 동작진은 노량진에 밀렸다. 조선시대 가리기 힘들었던 두 나루의 우열은 근대기 들어 노량진이 앞섰다. 그 덕분에 비어 있던 동작진에 국립묘지가 깃들 수 있었다.옛 동작나루를 그린 실경산수화 2점이 전한다. 겸재 정선(1676~1759)의 ‘동작진’과 장시흥(1714~1789)의 ‘동작촌’이다. 동작진이 나루터를 포함한 마을 전체를 그렸다면 동작촌은 동작나루의 솟은 암산과 나루에서 사당, 과천으로 이어지는 길가에 즐비한 기와집을 클로즈업했다. 정선이 1744년에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동작진’은 오늘의 현충원을 중심에 두고 멀리 관악산과 청계산을 배경 삼았다. 동작나루 일대 한강을 동작강이라고 불렀다. 권문세가의 별서(별장)가 자리잡았다. 인조반정의 공신 이귀가 세운 창회정이 정선의 그림에 엿보인다. 광해군 때의 권신 박승종의 별서 퇴우정이 이름을 바꾼 것으로 짐작된다. 인조의 동생 능봉군이나 남용익, 이세필, 윤두수 등 문신의 별서도 상지동에 있었다. 조선시대 현충원 일대를 상지동이라고 했다. 현충원의 터줏대감 호국지장사는 신라 고찰 화장사다. 삼성동 대부분이 봉은사 땅이었듯 현충원 대부분이 화장사 소유였다. 선조의 조모 창빈 안씨 묘도 널찍하게 자리를 잡았다.동작나루에는 시인묵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다산 정약용은 31세 때 ‘동작나루에서 진주로 가시는 부친을 송별하며’란 제목의 시를 남겼다. “나루터에 저 멀리 떠나가는 배/모래밭에 말 세우고 바라본다네…”로 시작하는 효심 어린 시를 썼다. 그러나 이 시를 쓴 해 부친이 진주에서 숨졌으니 마지막 이별 인사가 된 셈이다. 이덕무의 ‘청장관전서’에도 동작나루 풍경을 그린 ‘동작진’이라는 시가 전한다. 동작나루는 정치의 공간이기도 했다. 숙종 때 남인의 영수 윤휴는 왕의 부름을 받자 “신의 애초의 뜻은 전하가 계시는 궁전의 뜰에 나아가 하직하려는 것이었습니다…”라면서 동작나루의 숙소에 3달을 머물며 출사 거부의 사직상소를 올렸다. ‘정치 쇼’였다. 그러나 1680년 경신환국으로 세상이 바뀌고, 남인이 제거되면서 윤휴는 죄인이 돼 국문을 당한 뒤 사약을 받았다. 동작나루에서 여유작작하며 석 달을 버티다 동작강을 건넌 뒤 한 달 만에 저세상 사람이 된 것이다. 국립서울현충원은 민족민주영령들의 성지이자 국가 정통성의 뿌리다. 죽은 자의 공간이지만 산 사람들을 위한 정치공간이기도 하다. 혁명이나 변환의 시기나 행사 때마다 주요 인사들이 얼굴을 내미는 정치무대이기 때문이다. 246만명의 전사자와 전범자를 합사한 일본 야스쿠니신사가 국립묘지로 성지화되면서 참배 여부를 놓고 나라 안팎에서 논란이 빚어지는 까닭이기도 하다. 조조의 무덤 동작대에서 전래된 동작나루의 전설이 동작동 국립묘지로 이어진 것은 거부할 수 없는 땅의 숙명이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원장 사진 김학영 연구위원 ■다음 일정:제33회 양천고성 ■집결 장소:12월 7일(토) 오전 10시 양천향교역 2번 출구 ■신청(무료):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futureheritage.seoul.go.kr) ■문의:서울도시문화연구원(www.suci.kr)
  • 아프간 나환자와 난민 살리는 데 앞장 선 日 의사 나카무라 총격에 희생

    아프간 나환자와 난민 살리는 데 앞장 선 日 의사 나카무라 총격에 희생

    아프가니스탄 구호 활동에 앞장 선 일본인 의사 나카무라 테쓰(73)가 4일 차량에 탑승한 채로 총격을 받고 숨졌다. 차량에 동승한 현지인 동료와 운전사, 경호원 셋 등 모두 여섯 명이 숨졌다. 이날 오전 아프가니스탄 동부 낭가르하르주 잘랄라바드에서 나카무라 박사가 탑승한 차량이 무장 괴한들의 공격을 받았다. 나카무라 박사는 숙소에서 20㎞ 떨어진 관개공사 현장에 가던 길이었다. 다른 다섯 명은 곧바로 숨졌고, 나카무라 박사도 가슴 오른쪽에 총상을 입고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돼 응급 처치를 받은 뒤 수도 카불 병원으로 옮겨지기 위해 간 공항에서 끝내 숨을 거뒀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1946년 후쿠오카에서 태어난 고인은 1984년 의사 자격을 따자마자 파키스탄 페샤와르에서 나병 환자를 돕기 시작해 2년 뒤 아프가니스탄으로 넘어가 두 나라 국경을 오가며 의술을 펼쳐왔다. 낭가르하르에서 처음 클리닉을 설립한 뒤 비영리 기국 평화 일본 메디컬 서비스(PMS)를 설립했다. 1998년에는 페샤와르에 병원을 설립했다. 절정에 이르렀을 때 PMS는 열 군데 클리닉을 운영했으며 나병 환자들과 난민들을 돌봤다. 아프가니스탄에 심각한 가뭄이 닥친 2000년부터는 관개용 수로 건설과 나무 심기 활동에도 앞장섰다.그는 2003년 아시아인들이 노벨상과 동급으로 여기는 막사이사이상을 받았고, 지난해는 아프간 정부로부터 공로를 인정받아 명예 시민권을 받았다. 고인의 구호 활동을 기록한 서적 ‘의술은 국경을 넘어’는 국내에도 번역, 출판됐다. 나카무라 박사가 속한 일본 구호단체 ‘페샤와르-카이’(Peshawar-Kai) 측은 “단순 강도인지,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지 이번 테러의 동기가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탈레반과 이슬람국가(IS)가 활동 중인 아프간에서는 때때로 구호 기관과 비정부기구(NGO) 활동가들이 공격의 표적이 되고 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자신들은 무관하다고 밝혔다. 고인은 2014년 재팬 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안전을 도모하려고 매일 출근 길을 달리해 한다고 밝혀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적을 만들지 않고 모든 이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사람들이 날 보고 원칙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게 만들더라도 사람들이 내가 그곳에서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실 대변인 세디크 세디키는 “정부는 가장 위대한 친구인 나카무라 박사에 대한 극악무도하고 비겁한 공격을 통렬히 비난한다”며 “고인은 아프간 사람들의 삶을 바꾸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고 애도를 표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고 카불 주재 미국 대사관은 구호 활동가가 공격의 타깃이 되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엔 아프간 지원 임무(UNAMA)는 이런 공격에 “메스꺼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청사진 공개된 ‘해운대 MICE 벨트’, 해변도시 특성 반영

    청사진 공개된 ‘해운대 MICE 벨트’, 해변도시 특성 반영

    ‘아시아 최고의 전시·컨벤션 허브’를 지향하는 해운대 BEXCO(벡스코)를 중심으로 센텀시티와 마린시티에서 엘시티를 잇는 부산시 국제회의 복합지구 계획안이 지난달 나왔다. 해운대 해변 일대를 연결하는 ‘해운대 MICE(마이스) 벨트’의 청사진이 공개된 것이다. MICE는 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 trip), 컨벤션(Convention), 전시 및 이벤트(Exhibition&Event)의 앞 글자를 딴 말로서, 국제회의 등 전시∙컨벤션을 주축으로 한 관광산업을 뜻한다. 부산시는 (사)한국경제개발연구원을 통해 지난 5월부터 6개월간 국제회의 복합지구 지정 기본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시는 이달 안으로 문화체육관광부에 국제회의 복합지구 지정을 신청한다면, 문체부는 내년 3~4월 경 현장실사 등 심사과정을 거친 후 지구 지정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지구 명칭은 ‘해운대 국제회의 복합지구’로 제안됐다. 부산의 대표 해변관광지인 해운대의 브랜드를 강화할 수 있는 명칭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국제회의 복합지구 범위는 ‘센텀시티(벡스코)~마린시티~누리마루 APEC하우스~엘시티’ 구간으로 제안되었다. 약 239m2의 면적 내에 쇼핑시설 4개, 호텔 10개, 공연장 3개 등 마이스 관련 핵심시설이 모여 있다. 실제 국제회의가 개최되면 벡스코에서는 회의를, 누리마루에서 VIP 만찬을 열고, 해운대의 특급호텔을 회의 참가자 숙소 및 본부로 삼는 식으로 연계하여 진행할 수 있다. 해운대시장이 위치한 구남로 일대까지 포함하는 안(315만 m2)은 범위가 넓어 지구 승인이 쉽지 않을 수 있고, 센텀시티로 한정하는 안(91만m2)은 마린시티와 해운대해수욕장변의 특급호텔들이 제외돼 지구 지정에 따른 긍정적 파급효과가 제한된다는 점이 감안됐다. 문체부는 2023년까지 10개 복합지구를 지정할 계획인데, 현재 인천 송도와 경기도 고양시와 광주3곳이 지정되어 있다. 국제회의 복합지구로 지정되면 회의시설과 숙박, 쇼핑, 문화 등 관련 산업을 연계하여 시너지효과를 일으키는데 필요한 재원의 일부를 중앙정부의 국비 지원으로 충당할 수 있다. 개발부담금과 교통유발부담금 등 5개 법정부담금이 감면되며 용적률 완화 등의 혜택도 있다. 관광진흥개발기금 지원도 받는다. 부산 해운대의 경우 장기적으로 국내외에 마이스 대표도시로서 그 위상이 강화되는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시는 최근 벡스코 제 3전시장 부지 논의가 마무리되면서 올해가 지구 신청의 최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시개발 전문가들은 ‘해운대 국제회의 복합지구’가 지정된다면 벡스코 일대 지하공간 개발사업,해운대 인근 특급호텔 신축 및 리모델링 등 인프라 개발과 맞물려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관광업계에서는, 내년 6월에 호텔과 전망대, 워터파크 등 관광상업시설을 모두 오픈할 계획인 엘시티 등 지역의 랜드마크를 활용한 관광마케팅을 펼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쇼핑 및 MICE의 중심 센텀시티, 특급호텔과 식음시설이 활성화된 마린시티, 부산 최고층 복합건물 엘시티, 동부산 레저휴양단지 오시리아 등을 엮어 마이스 관광객들을 끌어들일 연계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연철 통일장관 “금강산 컨테이너 시설 340개 정비 필요성”

    김연철 통일장관 “금강산 컨테이너 시설 340개 정비 필요성”

    금강산 관광-원산·갈마 연계 논의 제안 우리 국민 北관광 항공·육로로 갈 수도 北 별도 계획 있어 수용 여부는 불투명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2일 금강산 남측 시설 중 컨테이너 시설 340개의 정비 필요성을 인정했다. 이에 북측이 시설 정비를 계기로 한 대면협의를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현재 북측은 일방적인 철거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은 반면 우리 정부는 금강산과 원산·갈마 지구가 포함된 동해 관광특구를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한 9·19 남북 정상회담 합의 등을 바탕으로 협의를 이끌어 내겠다는 입장이다. 김 장관은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금강산에서 숙소로 쓰인 컨테이너 340개를 언급하며 “(이 시설들은) 관광 중단 이후 관리되지 못한 채 방치됐다. 사업자들도 초보적인 형태의 정비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이야기한) 정비라는 것을 북한은 철거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은 최근 강제 철거 시한을 지난주 초로 정한 통지문을 보냈고 통일부는 이와 같은 내용의 답신을 북측에 보냈다. 여기에는 9·19 남북 정상회담 합의 등을 바탕으로 금강산 관광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역점 사업인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를 연계시키는 등 남북 관광 협력 필요성을 논의하자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당초 기업의 재산권 보호 차원에서 철거는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시설 정비를 계기로 대면협의가 이뤄져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물러선 것으로 읽힌다. 다만 북이 이에 응할지는 불투명하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컨테이너 정비 과정에서 만남이 이뤄질 수도 있지만 북한의 금강산 개발 계획이 서 있는 이상 발전 방향에 대해 의미 있는 논의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김 장관은 “금강산 관광의 미래는 두 가지 차원이 있다”며 우리 국민의 개별관광을 위해 교통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입장과 관광 산업 투자의 경우 제재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북한이 원산·갈마부터 금강산까지 자체 개발을 했을 때 대한민국 국민이 어떤 식으로 관광할 것인가. 육로로 갈 수도 있고 항공으로 갈 수도 있다”고 했다. 또 그는 “(북한 관광지구에) 실질적 투자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대북 제재 완화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부·경 경마장 기수 극단적 선택 …경찰 수사 착수

    경찰이 마사회가 운영하는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소속 기수가 비리 의혹을 담은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수사에 착수했다. 부산 강서경찰서는 지난달 29일 숙소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문모(40) 씨와 관련해 고인이 남긴 유서를 토대로 2일부터 수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마사회 측 수사 의뢰로 정식 수사에 들어갔다”며 “유서에 제기된 모든 의혹을 대상으로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수사 의뢰를 한 한국마사회 부산·경남본부 관계자를 불러 참고인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씨는 ‘조교사의 부당한 지시로 인해 기수로서 한계를 느꼈고,이에 조교사가 되기 위해 면허를 취득했지만 부조리한 선발 과정으로 인해 마방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취지의 메모를 남긴 채 극단적 선택을 했다. 한국마사회 부산·경남본는 유서에 언급된 부정경마 및 조교사 개업 비리 의혹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해주도록 지난달 30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 했다. 문 기수가 유서에 남긴 의혹은 부정 경마와 조교사 개업 비리 등 크게 2가지다. 경찰은 유서를 토대로 면허를 취득한 조교사가 마방을 받는 과정을 전반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문 기수는 2015년 조교사 면허증을 땄지만,5년 동안 마방을 받지 못했다. 문 기수는 유서에서 마방 임대에 마사회 특정 직원과의 친분이 가장 중요하다며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부산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김연철 통일부 장관 “갈수록 남북관계 하강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 “갈수록 남북관계 하강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있다”

    “(남북관계의) 하강 국면에 취임했고 시간이 갈수록 하강이 심해지고 있다. 애는 쓰는데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도와달라.”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진행된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청문회를 방불케 하는 질문 공세에 시달리다 내뱉은 일종의 고백이다. 솔직한 반면, 굳이 그런 표현까지 동원해야 했느냐는 심경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거의 난타를 당하다시피 했다. 김정은 정권이 생각보다 강건하게 제재 국면을 견뎌내고 있으며 미사일 실험을 계속하며 비핵화 협상 의지를 의심받는데 우리 정부만 비핵화 의지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며 낙관하는 것 아닌가, 금강산의 남쪽 시설을 일방적으로 철거하는데 우리는 원산, 갈마 지구 협력을 구걸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는 것 아닌가 등등 질문 공세가 쏟아졌다. 해상에서 16명을 살해한 북한 선원 둘을 너무 서둘러 북한에 되돌려 보낸 것 아닌가 지적하면서 우리 정부의 매뉴얼에 잘못된 것은 없는지 따지는 질문도 빠지지 않았다. 최근 미국을 다녀왔는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면담을 신청했다가 퇴짜 맞은 것 아닌가, 워싱턴 교민 간담회 도중 탈북자들에게 항의를 받은 일 등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이날 토론회를 마친 뒤 일부 탈북자들이 피켓 등을 들고 몰려와 정부의 탈북자 정책을 전면 수정할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는 등 볼썽사나운 장면도 연출됐다. 김 장관의 표정을 1시간 40분 내내 살폈는데 곤혹스러움과 그래도 의연하게 헤쳐나가야 한다는 결기 같은 게 매순간 교차했다. 그는 북한이 금강산 내 남측 시설물 철거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과 관련, 관광 중단 이후 “(이 시설물들이) 관리되지 못한 채 방치됐다”며 사업자들도 “초보적인 형태의 정비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가 거론한 컨테이너 숙소는 온정리에 있는 구룡마을과 고성항 주변 금강빌리지를 의미한다. 김 장관은 “금강산관광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남북 간 입장 차가 있다”며 “북한은 일관되게 철거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이에 대해) 우리는 정비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정도”라고 강조했다. 또 ‘정부가 원산·갈마 공동개발 의사를 북한에 전달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는 “원산-갈마 투자 문제는 전망, 조건, 환경이 마련돼야 논의가 가능한 것”이라며 “우리가 (북한에) 제안한 것은 구체적인 것이 아니다. 대략 여러 가지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동해 관광특구 공동개발은 9·19 정상회담 합의사항 중 하나”라며 “금강산-설악산 권역을 연계해 발전시켜나가자는 것은 남북관계에서 오래된 공통의 목표로 통일부도 강원도와 긴밀하게 협의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 장관은 ‘북한이 최근 남측시설 철거 시한을 지난주 초로 못 박은 통지문을 보내온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북한 입장이 완고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부분을 포함해 계속 의견을 나누고 있다”며 구체적인 접촉 경로를 밝힐 수 있는지에 대한 즉답을 피했다. 내년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한일 간 ‘올림픽 휴전 결의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설명했다. 김 장관은 “올림픽 휴전은 올림픽 주최국에서 휴전결의안을 유엔총회에 제출하고 만장일치로 채택하는 게 관례”라며 “아마도 지금 올림픽 결의안의 내용을 협의하고 있고 이달 중순 유엔총회에서 관례대로 채택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앞서 기조연설을 통해 “금강산 외에도 아직 남아있는 남북 협력의 공간들을 적극 발굴하고 넓혀 나가겠다”며 “북한이 호응만 해온다면 당장 실천 가능하면서도 남북 모두에 도움이 되는 협력 분야가 많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남북관계의 독자적 역할을 찾고, 확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북미관계의 돌이킬 수 없는 전환을 위해서도 남북관계가 할 수 있는 역할들이 분명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거론한 ‘남북협력의 공간’은 유엔안보리 대북제재의 제약을 받는 대규모 경제협력보다 ‘겨레말큰사전’ 편찬이나 개성 만월대 발굴, 국제 스포츠대회 공동 참여 등과 대북 인도적 지원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대북 저자세’ 비판을 적극 반박하기도 했다. 김 장관은 “우리도 북한과 똑같이 대응해야 한다, 북한이 무엇을 해야만 우리도 무엇을 할 수 있다는 식의 엄격한 상호주의를 외치는 목소리도 있다”며 “그러나 이런 접근은 현상을 유지하거나 악화시킬 수는 있어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좁은 눈이 아니라 넓은 눈으로 지금의 상황만이 아닌 역사의 연장선 위에서 남북관계를 바라보면 해답이 있다”며 “남북관계의 역사를 돌아보면 언제나 부침이 있었다. 전진과 후퇴를 거듭하면서도 점진적 발전으로 나아간 경험을 복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언론과 기자도 국민과 정부를 연결해야 하는 책무 때문에라도 쓴소리, 좁은 시각을 전달할 수도 있고, 그런 역할이 강조될 때도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한반도의 평화와 공존이란 목표에 부합하는 목소리를 낼 필요도 있다고 본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신의 직장’ 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선 무슨 일이…

    한국마사회 부산·경남지역본부는 숙소에서 지난달 29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기수 A씨가 남긴 유서에 언급된 부정 경마 및 조교사 개업 비리 의혹과 관련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1일 밝혔다. 한국마사회는 이날 입장 자료를 내고 “수사기관 조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엄정하고 적극적으로 취할 예정이며 경마 시행에 관여하는 모든 단체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마사회는 “조교사는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일부 언론에서 사용한 채용 비리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마사회는 내·외부 심사위원이 함께 참여하는 마사 대부심사위원회에서 선발한 조교사에게 마방을 임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2005년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기수 일을 시작한 A씨는 조교사의 부당한 지시 때문에 기수라는 직업에 한계를 느끼고 조교사가 되려 했지만 불공정한 과정 때문에 마방을 받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내용의 문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A씨는 유서에서 조교사 자격을 얻고 싶었지만 불공정한 환경 때문에 좌절됐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만 일부 조교사의 부당한 지시에 놀아나야 했다. 그게 싫어서 마음대로 타 버리면 다음에 말도 안 태워 주고 어떤 말을 타면 다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목숨 걸고 타야 했다”고 썼다. 이어 그는 “그래서 하루빨리 조교사를 해야겠단 생각으로 죽기 살기로 준비해서 조교사 면허를 받았다”며 “그럼 뭐하나. 마방을 못 받으면 다 헛일인데. 면허 딴 지 7년이 된 사람도 안 주는 마방을 얻기 위해서는 높으신 양반들과의 친분이 필수”라고 폭로했다. 한편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는 지금까지 마필관리사 3명, 기수 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나타났다. 양정찬 공공운수노조 부산경남경마공원 지부장은 “고인이 남긴 유서에 구체적인 비리 내용이 들어 있다”면서 “조교사의 갑질과 비리 등으로 2017년 마필관리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공권력에 가정 파괴됐지만… 노동운동 밀알 된 누나 자랑스러워”

    “공권력에 가정 파괴됐지만… 노동운동 밀알 된 누나 자랑스러워”

    “누가 그러더라고요. 70년대 노동 운동의 시작은 전태일 열사, 끝은 김경숙 열사라고. 자랑스럽지만, 그래도 언제나 누나 생각이 납니다.” 1979년 8월 11일 새벽 2시, 서울 마포구 신민당사 옥상에서 생존권 보장을 부르짖으며 경찰 진압에 저항하던 한 여성 노동자가 건물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스물한 살, 김경숙 열사다. 한때 국내 최대 가발수출업체였던 YH무역의 부당 폐업에 맞서 벌이던 농성 과정에서 발생한 첫 희생이었다. 서슬 퍼런 유신 정권은 ‘경찰 진압과 무관하게 스스로 동맥을 절단한 후 투신 자살했다’고 거짓 발표를 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믿지 않았다. 김경숙 열사의 죽음은 ‘나비 효과’처럼 같은 해 10월 부마민주항쟁으로 이어졌고, 10·26 사건이 일어나 유신 정권은 종말을 고했다.40년이 흐른 지난달 28일 서울신문은 김 열사가 가족 생활비와 하나뿐인 동생의 학비를 벌기 위해 떠나온 고향인 광주를 찾아 동생 준곤(58)씨를 만났다. 평범한 직장인이자, 평범한 가장인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는 처음이라고 했다. 또 “누나의 뜻을 이어가지 못해 늘 죄송한 마음”이라고, 경찰의 방해를 받으며 누나를 제대로 떠나보내지도 못했다며 지금도 누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린다고 말했다. -1979년 8월, 당시 상황이 듣고 싶습니다. “전 고3이었어요. 어느 날 갑자기 형사들이 집에 찾아와선 누나가 죽었다면서 당장 서울에 올라가야 한다더라고요. 형사과장이라는 사람이 경황이 없는 어머니와 외삼촌, 저를 차에 태워 무조건 이동했어요. 그런데 바로 병원에 가지 않고 수원의 한 여관으로 데려가더라고요. 누나를 보지도 못하고 3~4일 동안 수원에 머물렀어요. 숙소도 4~5번은 옮겼어요. 제대로 이유는 말해 주지 않고 ‘누나 상태가 좋지 않다’는 핑계만 댔어요. 어린 나이에 제대로 대꾸도 못했어요. 경찰이 멋대로 결정해서 누나가 화장되기 직전에야 시립병원으로 가 누나를 처음 볼 수 있었지요. 화장이 끝나자마자 다시 경찰차에 실려 광주로 돌아갔습니다.” -경찰이 가족을 감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죠. 나중에 병원에서 마주친 기자가 ‘그동안 대체 어디에 있었느냐’고 묻더라고요. 알고 보니 이미 누나 사건을 알고 있던 기자들이 광주에서 서울로 오는 톨게이트 길목을 무작정 지키고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이를 알아챈 경찰이 일부러 수원으로 경유한 것이죠. 누나를 화장한 직후에 병원 앞에서 잠깐 기자들과 공식 만남을 가졌지만 주변에 경찰 간부들이 포진해 있어서 제대로 말할 수도 없었어요.” 당시 경찰은 ‘경찰 진압과 무관하게 스스로 투신 자살했다’고 발표했다가 이후 ‘경찰이 진입하기 30분 전 추락해 사망했다’고 정정했다. 모두 거짓 발표였다. 시신을 화장해버렸기 때문에 사인(死因)을 규명할 수도 없었다. 진실이 밝혀진 것은 30년 가까이 흐른 2008년 3월 대통령 직속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발족하면서다. 위원회는 “주검에 동맥 절단 흔적이 없고, 손등에 쇠파이프로 가격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상처가 있다. 후두정부에서는 모서리진 물체로 가격당한 치명적인 상처가 있다. 김경숙은 경찰 진압 과정에서 사망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당시 경찰 발표를 믿었나요? “전혀 믿지 않았죠. 누나 친구도 그러더군요. ‘경숙이가 무슨 자살을 하냐. 스스로 뛰어내릴 사람이 아니다.’ 저도 동의했어요. 삶의 의욕이 강한 사람이었어요. 제가 아는 누나는 목숨을 끊을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고3이었던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어요. 사건 때 붙잡혔다가 이듬해 출소한 누나 동료들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지요.” 1979년 YH무역 투쟁을 이끈 최순영 지부장을 비롯한 노조원들은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김경숙 열사가 화장되던 순간도 지켜보지 못했다고 한다. 1980년 1월 출소한 최 지부장은 곧장 광주로 향해 김경숙 열사의 가족을 만났고, 지금까지도 준곤씨와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어렸을 때 김경숙 열사는 어떤 누나였나요. “지지 않으려는 성격이었습니다. 일찍 아버지를 여의었고, 어머니는 장사를 하셨습니다. 자연스럽게 누나가 절 업어 키웠죠. 동네 형들한테 맞아 코피라도 흘리고 오는 날엔 먼저 찾아가서 싸워주곤 했어요.” -상경은 언제 했나요. “누나는 초등학교만 나오고, 중학교에 다닐 나이에 봉제 공장이나 누에고치 농장을 다녔어요. 그러다 돈을 더 벌려고 서울로 옮겼어요. 누나가 없었다면 전 고등학교도 다니지 못했을 거예요.” -상경한 누나는 자주 보았는지요. “거의 보지 못했어요. 서울에 있는 3~4년 동안 한두 번 봤나 싶어요. 워낙 쉬기도 어렵고, 차비도 비쌌던 시절이니까요. 아버지 기일에도 거의 내려오지 못하고, 두 달에 한 번씩 편지만 오갔어요. 편지에서도 일이나 서울 생활 얘기는 거의 하지 않고, 가족 얘기만 가득 적었습니다. 미주알고주알 하는 성격은 아니었으니깐요.” -마지막으로 누나를 만난 게 언제였나요. “사건 넉 달 전인 1979년 4월에 오랜만에 집에 내려와 이틀 정도 머물렀어요. 평소 자기 얘기를 안 하던 누나인데, 야학을 다닌다고 하더라고요. 한문이 어렵다며 저랑 같이 한자 공부도 하던 기억이 나요. 원래 공부를 하고 싶어했는데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일찍 일을 시작한 거라 미안한 마음이 컸지요.” -누나가 노동 운동을 한다는 사실은 알았나요. “어렴풋이 알았어요. 집에 내려왔을 때 YH무역 노동자들의 호소문을 가져와서 보여줬어요. 사장이 돈을 가지고 도망쳐 버리고, 공장 문은 강제로 닫혔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8월 10일 집에 누나 편지가 도착했어요. 노동자들이 똘똘 뭉쳐 회사 정상화를 외치며 싸우고 있다고. 또 저를 대학까지 보내는 게 본인이 살아가는 이유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누나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경찰이 사과를 한 적은 없었죠? ”전혀 없었죠. 공권력이 우리 가족의 행복을 파괴했지만 아무런 사과도 없었습니다. 저희 가족을 서울로 데려갔던 형사과장은 이미 세상을 떠난 지 오래고, 다른 경찰들도 아무 소식이 없었습니다. 공권력 때문에 우리 누나가 세상을 떠난 건데.” -누나가 많이 그립겠습니다. “누나가 살아 있었다면 제가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하는데, 그럴 수 없다는 게 너무 미안해요. 조금 적게 먹고, 더 가난하게 살더라도 우리 가족은 행복했을 텐데. 아옹다옹 잘살아갔을 텐데. 늘 누나가 맴돌고, 언제나 아른거려요. 누나 때문에 결국 대학교에도 진학했어요. 원래 공고만 마치고 취업할 생각이었는데, 마지막으로 보낸 편지에서 제가 대학에 가는 것이 살아가는 이유라고 해서….” -최근 들어 김경숙 열사가 다시 알려지는 것 같습니다. “사실 그 당시 누나와 YH무역만 있던 것은 아니에요. 이전에도 핍박받은 여성 노동자들이 있었고, 그들을 위해 싸운 사람들이 있었어요. 대표적으로 YH무역과 함께 활동하던 동일방직 노동조합이 있죠. 그분들도 여성 노동자들을 위해 열심히 싸워나갔어요. 모두 기억되길 바랍니다.” -누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는지요. “지금도 그렇지만 노동 환경이 지금보다 더 열악했을 시절 조그만 밀알이 됐던 사람이에요. 모든 것은 씨앗에서부터 시작하니깐요. 우리 노동사에서 기억됐으면 좋겠습니다.” 글 사진 광주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SBS 샘 해밍턴 등 금강산 관광 다큐로 방영, 북한의 속내 뭘까

    SBS 샘 해밍턴 등 금강산 관광 다큐로 방영, 북한의 속내 뭘까

    SBS TV가 샘 해밍턴 등 국내에서 방송인으로 활약하는 외국인들이 금강산을 찾아 관광하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12월에 방영한다고 30일 밝혔다. ‘SBS 8뉴스’는 해밍턴을 비롯해 아히안 르클레흐, 엘로디 스타니스라스 등 외국인 방송인 다섯 명이 지난달 16∼17일 금강산을 방문한 내용의 다큐멘터리 ‘경계를 넘다 2019’ 3부작의 첫 편을 12월 7일 오후 8시 30분에 방영한다고 미리 소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 내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하기 일주일 전에 북한에 도착한 이들은 평양 순안공항을 거쳐 금강산으로 떠났는데 길이 좋지 않아 7시간이나 걸렸다고 했다. 이들은 고성항의 펜션에서 하룻밤을 보냈는데 여기저기 남한 제품들이 남아 있는 것을 확인했다. 해금강 호텔 등 일부 남측 시설은 외벽 페인트가 떨어지는 등 방치된 흔적을 보기도 했다. 금강산 산행에 나선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북한 안내원은 “너무 깨끗해서 고기가 못 자랍니다. 미생물이 없어서”라고 말하는 장면도 나온다. 해밍턴은 옥류동 계곡과 구룡폭포까지 둘러본 뒤 “남쪽에서 금강산. 금강산 노래(를) 부르는 이유가 뭔지 알 것 같다”는 소감을 들려주기도 한다. SBS는 기자 멘트로 “북한이 외국인 방송인들에게 금강산을 보여준 건 금강산을 자체적으로 개발하더라도 여전히 홍보는 남측에 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해밍턴 등의 방문을 허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우리 정부는 북한이 남측에 금강산관광 시설물 철거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과 관련, 재사용이 불가능한 일부 시설물의 정비를 검토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김은한 통일부 부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통일부는 시설 철거를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것인지 궁금하다’는 기자의 질문에 “현재 우리 측은 재사용이 불가능한 온정리라든지 아니면 고성항 주변 가설시설물부터 정비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며 이 문제에 대해 사업자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어 “앞으로 북한이 제기한 문제를 포함해 향후 금강산관광지구의 발전 방향에 대해 폭넓게 논의해 나간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온정리에는 이산가족면회소, 온정각 동관·서관, 구룡마을, 문화회관 등이 자리잡고 있고, 고성항 주변에는 금강카라반, 금강빌리지, 선박을 활용해 만든 해금강호텔 등이 있다. 이들 시설물은 2008년 금강산 관광이 전면 중단된 이후 10여년 방치돼 왔다. 특히 대부분 컨테이너 시설로 이뤄진 금강빌리지와 구룡마을은 곳곳에 녹이 슬어 흉물스러운 상태다. 현대아산은 관광지구 조성 당시 금강산 현지에 기존 시설이 없고 물류비용이 많이 드는 상황에서 개관을 서두르고자 컨테이너를 숙소로 개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달 23일(북한 매체 보도 날짜) 시찰하면서 “무슨 피해지역의 가설막”, “건설장의 가설건물”로 묘사한 바 있다. 김 부대변인은 ‘가설시설물 정비 방안에 대해 북측과 어느 정도 공감을 이룬 것이냐’는 질문에는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고, 현재 시점에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기 어렵다”고 대답했다. 또 금강산 관광 문제를 둘러싼 남북의 입장 차는 여전히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통일부 “금강산 일부 시설 정비 방안 구상중”

    북한이 금강산 관광 지구의 남측 시설을 철거하라고 요구하는 것과 관련해 통일부가 일부 가설 시설물을 정비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은한 통일부 부대변인은 29일 “금강산 관광 문제와 관련해 남북 간에 여전히 큰 입장차가 유지고 있다”며 “우리 측은 재사용이 불가능한 온정리나 고성항 주변 가설시설물부터 정비하는 방안을 구상중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김 부대변인은 “이것을 가지고 사업자와 긴밀히 협의중”이라며 “앞으로 북한이 제기한 문제를 포함해 향후 금강산 관광지구의 발전 방향에 대해 폭넓게 논의한다는 입장이다”고 했다. 다만 가설시설물을 정비한다는 방안에 대해 북한과 공감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금강산 관광 문제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협의중에 있다”며 “협의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현재 시점에선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온정리에는 이산가족 면회소, 온정각, 문화회관 등이 있고 고성항 주변에는 금강카라반과 선박을 활용해 만든 해금항 호텔이 있다. 사업자 측에선 컨테이너 등을 활용해 만든 시설의 경우 정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컨테이너를 개조한 숙소들은 관광지구 조성 당시 현대아산이 물류비용을 고려해 개관을 서두르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북측이 지난 11일 마지막 경고임을 밝히면서 시설 철거 의사를 재확인하는 통지문을 보낸 이후 남북 사이엔 통지문이 오갔지만 입장 차이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관계자는 “우리 측은 금강산 관광지구 시설의 정비와 발전 방향 차원에서 북측에 이야기하는 반면 북한은 철거만 이야기하는 입장 차이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경마 기수 숙소서 숨진 채 발견

    29일 오전 5시 20분쯤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렛츠런파크) 소속 기수 A(40) 씨가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동료가 화장실 안에서 숨져 있는 A 씨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방안에서 유서가 발견된 점을 미루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A 씨가 남긴유서에는 자신의 직업에 대한 불안감 등 신변을 비관하는 내용이 담긴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 씨가 남긴 유서를 토대로 사인을 조사하고 있다. 부산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경마 기수 마사회 비난 유서 쓰고 숨진 채 발견

    경마 기수 마사회 비난 유서 쓰고 숨진 채 발견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의 기수가 부정경마 의혹과 불공정한 조교사 채용 시스템 등을 비난하는 유서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29일 오전 5시 20분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렛츠런파크) 소속 기수 A(40) 씨가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동료가 화장실 안에서 숨져 있는 A 씨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방안에서 유서가 발견된 점을 미루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A 씨가 남긴 유서를 토대로 사인을 조사하고 있다. 유서는 컴퓨터로 작성됐으며, 자녀들이 그린 그림 카드와 함께 발견됐다. 유서의 말미엔 “내가 쓴 것이 맞다”, “진짜 행복하게 살고 싶었는데 부디 날 아는 사람들은 행복하면 좋겠다” 등의 내용이 수기로 적혀 있다. 해당 유서에서 A 씨는 일부 조교사들이 기수를 동원해 부정경마를 벌이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조교사 면허를 취득했지만, 친분관계 등으로 조교사 활동에서 배제되는 등 조교사 운영 전반에 문제제기를 했다. 올 7월에도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경마공원 내 도로에 정차된 승용차에서 기수 B(37) 씨가 성적하락 등을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한 일이 있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뭐든지 다 이상한, 그래서 멋진… 첫사랑 닮은, 그래서 신기루 같은

    뭐든지 다 이상한, 그래서 멋진… 첫사랑 닮은, 그래서 신기루 같은

    인도는 정말 묘한 곳이다. 한 번 다녀온 사람들은 절대로 가지 말아야지 하면서 인도 쪽으로 쳐다보지도 않는 반면 또 어떤 사람들은 인도만의 매력에 빠져 인도만 찾아 간다. 인도에 한 번 다녀오면 그곳에 놓인 마음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인도를 정의하자면…‘인크레더블’ 우리의 상식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들, 강한 향신료가 들어간 음식, 천연덕스럽게 되새김질을 하며 태연하게 소가 누워 있는 거리, 여행자를 속이고 또 속이는 오토릭샤꾼들, 끊임없이 나타나 목덜미를 괴롭혀 대는 파리떼…. 인도를 여행하다 보면 이 세상 모든 괴로움을 모아 놓은 곳이 인도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인크레더블 인디아’. 인도를 홍보하는 캐치프레이즈는 정말이지 절묘하다. 이토록 절묘하게 인도를 정의할 수 있다니. 인도에 갈 때마다 느낀다. 인크레더블 인디아! 시인 김태형도 그의 인도 여행기 ‘아름다움에 병든 자’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곳에선 뭐든지 다 이상했다.” 여담이지만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 인도 여행의 에피소드 하나. 기차역에 내렸는데 어디선가 터번을 쓴 인도인 짐꾼들이 나타나 일행의 짐을 들고는 성큼성큼 앞서 가더니 정확하게 우리 자리에 갖다 놓는 것이었다. 우리 일행은 여행사에서 보낸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들은 그 역에 있는 ‘프리랜서’ 짐꾼들이었다. 물론 짐을 좌석 선반 위에 올려 둔 짐꾼들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수고비를 요구했다. 일행 중 그 누구도 이 짐꾼들이 우리 자리를 어떻게 정확하게 찾았는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어떤 선배 여행자의 전설적인 에피소드도 있다. 사진작가인 그는 역에서 멋진 인도인과 만났고 그를 따라 급히 카메라를 들고 가며 그의 짐을 옆자리 소년에게 맡겼다. 물론 그 소년은 모르는 사람. 두 시간 동안 정신없이 촬영을 하던 그는 문득 가방을 역에 두고 왔다는 생각이 났고 황급히 돌아갔더니 소년이 그 자리에 앉아 짐을 지켜 주고 있더라는 것. 아무튼 인도 라자스탄의 사막을 여행하다 보면 이 인크레더블 인디아의 실체를 약간이나마 만날 수 있다. 공유와 임수정이 주연했던 로맨틱 코미디 영화 ‘김종욱 찾기’의 무대가 됐던 곳으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다. 주인공 지우(임수정 분)가 첫사랑 찾기 사무소를 차린 기준(공유 분)과 함께 10년 동안 잊지 못했던 첫사랑을 찾아내는 과정을 그린 영화로 이 영화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거기 사람들은 어떻고, 그 냄새는 어떻고 분위기는 또 어떻길래 대체 못 잊겠다는 건데요? 대체, 그게 뭐길래 십년 씩이나 잊혀지질 않냐구요!” 인도를 여행해 본 사람들은 이 대사에 격하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대체, 그게 뭐길래 십년 씩이나 잊혀지질 않냐구요!”●사막 위 우뚝… 불가사의한 메헤랑가르 파키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라자스탄 지역은 인도에서도 가장 이국적이고 신비로운 모습을 간직한 땅이다. 광대한 타르사막에 둘러싸인 척박한 땅이지만, 메마른 사막 위에 서 있는 거대한 성과 투명한 호수는 여행자들에게는 인도의 어떤 지역보다 화려하고 강렬한 인상을 심어 준다. 라자스탄은 ‘라지푸트들의 땅’이라는 뜻이다. 라지푸트는 라자스탄을 지배했던 전사 집단이다. 이들은 승리하지 못할 때에는 차라리 죽음을 택하는 ‘조하르’의 전통을 가지고 있었다. 여성과 아이들은 화장용 장작 더미에 몸을 던지는 ‘사티’ 풍습을 지켰다. 라지푸트족의 이러한 용맹 때문에 인도 전역을 통일했던 무굴제국도 라자스탄 지역만은 무력에 의한 점령 대신 혼인 등을 통한 타협책으로 그들을 끌어안았다고 한다. 라지푸트들은 라자스탄의 수많은 성채와 전설의 주인공들이다. 라자스탄 지역은 인도와 주변 국가로 통하는 군사적 요충지였기 때문에 이곳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전투가 빈번하게 일어났다. 라지푸트들은 평지에 성을 세웠던 인도의 다른 지역과는 달리 절벽에 성을 쌓고 자신들의 소왕국을 세워 군림했다. 자이푸르의 자이가르성, 조드푸르의 메헤랑가르성, 자이살메르의 자이살성 등이 모두 적이 침범하기 힘든 천혜의 절벽에 만들어진 성들이다. 라자스탄 지역에서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도시는 조드푸르다. 영화 ‘김종욱 찾기’에서 온통 푸른빛으로 가득한 낭만적인 도시로 우리에게 소개된 적이 있다. 조드푸르에서 가장 먼저 찾아야 할 곳은 메헤랑가르성이다. 여전히 조드푸르의 마하리자가 소유하고 있는 이 거대한 성은 15세기 중엽에 착공하기 시작해 19세기 초에 완성됐다. 125m의 높은 언덕에 웅장하게 선 이 거대한 성은 한눈에 보기에도 인근 왕국들의 침략을 방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고개를 180도 꺾어야만 바라볼 수 있는 이 성은 사막에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불가사의하게 다가온다. 물론 유네스코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번제물로 바쳐진 왕후들의 손자국 메헤랑가르성에 들어가기 위해 반드시 지나야 할 곳이 자야폴이라 불리는 정문이다. 1806년 마하라자 만 싱이 자이푸르와 비카네르 왕국의 공격을 막아 승리한 것을 기념해 세운 승전문이다. 성문 앞에는 15개의 손바닥 자국이 찍혀 있다. 이것들은 마하라자의 왕후들이 남긴 것으로 왕의 장례식 때 자신의 몸을 왕의 번제물로 바치는 사티 의식에 참여한 흔적이다. 남편인 왕의 죽음에 동참하는 일종의 순종의식 사티는 인도를 식민 통치한 영국 정부에 의해 100년 전부터 근절됐다고 한다. 메헤랑가르성은 여러 개의 안뜰과 궁정들로 이루어져 있다. 대부분 왕의 행차에 사용되던 소품과 초상화, 풍속화 등을 전시하고 있으며 궁정 모습과 왕의 행차 모습을 섬세하게 그린 세밀화도 만날 수 있다. 라자스탄은 인도의 다른 지방보다 세밀화가 발달한 곳이기도 한데, 조드푸르를 비롯해 라자스탄의 각 도시에는 세밀화를 배울 수 있는 학교들이 있다. 메헤랑가르성 곳곳이 아름답지만 가장 아름다운 곳은 왕의 침소다. 갖가지 색을 칠한 유리가 방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방을 보고 있노라면 한번쯤은 이런 방에서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슬그머니 든다. 미로처럼 뒤엉킨 성채의 내부를 구석구석 돌아본 뒤에는 성채의 꼭대기로 올라가 보자. 커다란 대포가 구시가지를 향하고 있다. 무시무시한 대포의 모습과 달리 이곳에서 바라보는 조드푸르의 풍경은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다. 벽이 푸른색으로 칠해진 도시는 말 그대로 푸르고 푸르다.●신분 상승의 염원 담긴 ‘블루시티’ 사막 위의 도시 조드푸르가 푸른색에 집착한 이유는 푸른색이 인도의 최상위 계급인 브라만의 고유 색깔이기 때문이다. 1459년 조드푸르가 마르와르왕국의 수도가 되면서 당시 브라만 계급이 다른 계급과의 신분 차이를 나타내기 위해 집에 파란색을 칠했다고 한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다른 계급들 역시 신분 상승에 대한 기대감과 염원으로 자신들의 집을 푸른색으로 칠했고, 도시 전체가 푸른색으로 칠해졌다고 한다. 이 때문에 조드푸르는 ‘블루시티’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메헤랑가르성에서 좁은 골목길을 따라 내려가면 구시가지에 닿는다. 골목은 술래잡기를 하는 아이들과 담배를 피우는 노인들, 소떼들과 오토릭샤,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여행자들로 북적인다. 그리고 이 골목을 계속 따라가면 사르다르 마켓에 닿는데 야채와 향료, 인도과자, 직물, 은, 수공예품을 파는 상점들로 가득하다. 이곳에서 차이를 마시며 바라보는 메헤랑가르성의 야경도 꼭 한 번 볼만하다.‘김종욱 찾기’에서는 공유와 임수정이 메헤랑가르성이 보이는 노천 카페에서 차를 마시기도 하고 메헤랑가르성에 올라 도시를 굽어보기도 했다. 오랜 시간 동안 임수정의 마음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특별한 첫사랑의 추억을 만들기 위해 영화 제작진은 국내 최초로 인도를 찾아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했다고 한다. “아침에는 짙은 안개에 뒤덮여 보이지 않다가 안개가 걷히면서 드러나는 인도의 모습이 마치 첫사랑에 대한 이미지와 같았다”는 것이 장유정 감독이 인도를 촬영 장소로 고집한 이유다.●인도 건축의 정교함 담은 ‘우다이푸르’ 우다이푸르는 ‘동양의 베니스’ 또는 ‘라자스탄의 보석’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거울처럼 맑은 피촐라 호숫가에 지어진 이 도시는 도시를 외부 침입자로부터 지키기 위해 댐을 건설해 인공호수를 만들고, 산 위에 9㎞ 정도의 산성을 쌓아 도시를 철옹성처럼 만들었다. 시티 팰리스는 라자스탄에서 가장 큰 궁전군이다. 우다이푸르를 건설한 우데싱 2세가 처음 지은 후 여러 마하라자가 건물들을 덧붙였다. 궁전의 주요 부분은 박물관으로 개방되는데 한 해에 수십만명이 다녀갈 만큼 인기를 모으고 있다. 네 개의 큰 건물과 작은 건물로 이루어진 궁전은 지붕과 발코니에서 피촐라 호수, 아라발리산맥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고, 반대편으로는 시가지를 포함한 주변 경관을 볼 수 있다. 시티 팰리스에서 바라보면 호수 한가운데 하얀색 케이크를 닮은 건물이 떠 있는 것이 보인다. 이곳이 레이크 팰리스로 원래는 왕실의 여름 궁전이었지만 지금은 호화 호텔로 이용되고 있다. 대리석 건축물과 내부를 치장한 화려한 실크, 형형색색의 벽화, 화려한 목재 가구 등은 이국적이면서도 화려하기 그지없다. 1983년 제임스 본드 영화인 ‘옥터퍼시’의 주요 무대로 사용되면서 영화 마니아들 사이에 명소로 자리매김했다.라자스탄 여행의 마지막 종착지는 푸슈카르다. 푸슈카르 호수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아담한 이 도시는 힌두교의 성지로 천지창조의 신 브라흐마의 손에 들린 연꽃이 지상에 떨어져 호수가 생겼다는 신화를 간직하고 있어 인도 각지에서 수많은 순례자가 찾아든다. 또한 매년 낙타 축제가 성대하게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도시 가운데 자리한 호수를 따라 돌다 보면 가트가 나온다. 성스러운 물에 영혼의 때와 마음의 죄를 씻어 버리려는 힌두인들이 말없이 의식을 행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들은 조용히 꽃을 물에 띄워 보내고 물에 몸을 담그며 기도를 올린다. 이곳에서 많은 여행자들이 가짜 수도승을 만난다.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푸자’(기도)를 해주겠다고 접근한다. 수도승은 꽃과 빨간 가루, 쌀알이 담겨진 작은 쟁반을 들고 옆에 앉는다. “아버지의 건강을 빌고, 어머니의 건강을 빌고, 동생의 건강을 빌고, 나의 건강을 빌고….” 그러고는 쌀알 몇 톨을 섞어 이마에 찍어 주고는 돈을 내라고 한다.●영혼을 씻는 순례자의 쉼터 ‘푸슈카르’ 호수를 나오면 좁은 골목이 이어진다. 오래됐거나, 오래된 것처럼 보이는 물건들을 파는 작은 가게들이 숨어 있고, 아이들은 깔깔거리며 뛰어다닌다. 릭샤가 이리저리 사람들을 피해 다니고 장작으로 쓸 나뭇가지를 머리에 인 여인들이 빠른 걸음으로 지나쳐 간다. 인도를 물씬 느끼기에 모자람이 없는 골목이다. 인도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나라다. 수많은 종교와 이해불능의 사람들로 가득한 나라, 천년 전의 생활방식과 첨단 정보기술(IT) 문화가 공존하는 나라, 뜨겁고 건조한 사막과 코뿔소와 하마가 살아가는 열대우림이 공존하는 나라가 바로 인도다. 인도의 이런 불가사의함을 느껴 보고 싶다면 라자스탄주로 가보시길. 메마른 모래바람이 불어대는 황폐한 대지 위에 눈부신 성이 우뚝 서 있는 풍경을 직접 확인해 보시길. 신기루처럼 보이는 그 풍경은 직접 보는 그 순간에도 도저히 믿을 수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거나 손으로 촉감할 수 있는 실재다 ■ 여행수첩 아시아나항공과 인도항공이 델리까지 직항으로 운행하고 있으며 타이항공이 방콕을 경유해서 델리로 취항한다. 델리에서 각 도시들은 기차로 연결돼 있어 이용하는 데 어렵지 않다. 야간열차의 침대칸을 이용하면 숙박비도 절감된다. 6~9월은 우기.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가 여행하기 좋다. 일교차가 심하기 때문에 긴소매 셔츠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시차는 한국보다 3시간 30분 늦다. 통화는 루피. 1루피는 약 16원. 공항과 호텔, 은행, 시내의 환전소에서 환전이 가능하다. 라자스탄의 주요 도시들은 관광도시라 숙소를 찾는 데 어렵지 않다. 다만 숙소의 스타일을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옛 궁을 호텔로 개조한 곳이 있는가 하면 아주 저렴한 게스트하우스까지 도시마다 자리하고 있다. 호텔은 크게 성 내와 성 밖의 호텔로 분류할 수 있는데, 성 안에 있는 호텔들은 위치 때문에 비싸다는 것을 알아두자. 달이라고 불리는 인도식 수프는 삶은 콩에 향신료 마살라를 가미해 만드는데 밥을 먹을 때 섞어서 먹는다. 화덕에 구운 둥근 빵 ‘난’은 얇고 큰 호떡같이 생겼는데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는 편이다. 소고기나 돼지고기 요리를 구경하기 힘든 인도지만 요거트에 절인 닭고기에 향신료를 가미해 구운 탄두리 치킨은 쉽게 만날 수 있다.
  • [세종로의 아침] 비밀주의 관행에 젖어 있는 중국/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비밀주의 관행에 젖어 있는 중국/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중국 베이징 창안제(長安街) 서쪽 끝자락에 자리잡은 징시빈관(京西賓館)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신비한 느낌을 준다. 흔한 잿빛 건물에 민간인의 접근이 철저히 차단된 까닭이다. 이 빈관(호텔)이 유명한 것은 공산당중앙위원회 전체회의(중앙전회)가 이곳에서만 열려서다. 중앙전회는 장관급인 성장(省長) 이상의 중앙위원(204명)과 공상(工商)은행 등 차관급인 국유대기업 회장이 포함된 후보위원(172명)이 해마다 모여 국가 중대 현안을 논의하며 ‘비밀회의’로 진행된다. 중앙군사위원회 소속인 징시빈관은 중국군이 운영하는 만큼 ‘가장 안전한 호텔’로 꼽힌다. 지도부 거주지 중난하이(中南海), 외국 정상의 숙소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과 같이 보안등급이 최고다. 비밀회의로 진행되는 중앙전회의 관행은 1921년 창당과 맥이 닿아 있다. 당국의 감시를 피해 대회 장소를 갑자기 바꿔야 했던 공산당이 1949년 집권 때까지 지하당으로 전전한 이력 때문이다. 중앙전회가 비밀리에 열리다 보니 징시빈관은 중국 역사의 흐름을 바꾸는 ‘역사적 산실’이기도 하다. 1978년 개혁·개방을 천명한 11기 3중전회가 열려 덩샤오핑(鄧小平)시대의 서막을 올렸다. 1989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운동 유혈 진압 직후 소집한 13기 4중전회에서는 ‘무명’의 상하이시 당서기 장쩌민(江澤民)을 총서기로 뽑아 3세대 집단지도체제가 출범했다. 비밀주의 관행은 이뿐 아니다. 전·현직 지도부의 휴가를 겸한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도 기간이나 결과 모두 깜깜무소식이다. 이 회의에서 권력투쟁이 결판나는 만큼 중앙전회를 ‘거수기’로 만들기도 한다. 공산당에만 비밀주의가 있는 게 아니다. 미국 제재를 받는 화웨이(華爲)도 언론에 일절 응하지 않는 ‘신비주의’로 기술력과 사업규모가 베일에 가려 있다. 민영이지만 ‘중국을 위하여’라는 이름부터 민족주의 색채가 짙은 회사의 창업자 런정페이(任正非)는 군 장교 출신의 홍색자본가다. 관급 공사를 독점 수주한 덕에 급성장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비밀주의가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큰 재앙을 부른다는 데 있다. 불과 17년 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도 당국은 쉬쉬했다. 몇 달 뒤 사스로 베이징 시민들이 목숨을 잃자 뒤늦게 진상을 공개했지만 초기 대응 실패로 22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며칠 전 흑사병 발병 때도 사실 공개는커녕 온라인 통제에 나섰다. 20일이 지나 당국이 발표한 내용은 이렇다. “베이징은 흑사병 환자 2명을 적절히 치료 중이다. 격리 치료와 접촉자 추적관찰, 예방 조치 중이다.” 질병예방통제센터 발표는 더욱 가관이다. “흑사병은 예방·치료할 수 있다. 흑사병 발생 지역이 아니라면 걱정할 필요 없다. 마스크 착용 등 개인위생에 신경 쓰는 게 좋다.” 이런 무성의한 발표에 ‘괴담’이 순식간에 퍼져 민심이 뒤숭숭해졌다. 뼈아픈 기억은 오래가는 법인데도 이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한 것 같다. 미국에 “태평양을 나눠 갖자”고 호기 부릴 만큼 성장한 중국이 ‘차이나드림’을 앞세우기보다 ‘비밀주의’부터 청산해야 한다.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난해 6월 북한 최고지도자 비밀방중 관행도 70년 만에 깨뜨리지 않았는가. k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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