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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춤사위로 풀어낸 인생의 희로애락 / 24~27일 국립무용단 창작춤 ‘바다’

    국립무용단이 창작춤 ‘바다’(사진)를 24∼27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올린다.올초 김현장 신임 단장을 맞은 이후 첫 공연이다. 김 단장이 직접 안무한 ‘바다’는 그간 국립무용단이 고수해온 전통춤 중심의 춤극 형식에서 벗어나 상징과 이미지를 토대로 한 ‘이미지 댄스’를 추구했다는 점에서 새롭다. 3년 전 김 단장이 한국예술종합학교 크누아(KNUA)무용단에서 선보여 평단의 호평을 받았던 작품에 살을 붙여 다듬었다. 먼 바다,앞 바다,석양,파랑(波浪) 등 ‘바다’를 소재로 한 자연 풍광과 인생의 희로애락을 9개의 장면으로 구성했다.전체적으로는 ‘눈’에 보이는 바다와 ‘마음’으로 보이는 바다,두 부분으로 나뉜다는 게 김 단장의 설명. 1부에 해당하는 1∼5장은 이른 아침 눈앞에 펼쳐지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적 바다 묘사에 무게를 둔 반면,2부인 6∼9장은 파도와 맞서는 인간의 숙명,석양이 비치는 바다에서 느끼는 인생의 황혼 등 감정이입된 바다를 몸짓으로 풀어낸다. 살풀이로 먼 바다의 고요를,택견 동작으로 바다의 격동적인힘을 표현하는가 하면 시조창,전통민요,탱고 등 동서양의 음악으로 바다의 모습을 형상화한 점이 독특하다.무용단원들도 달라진 춤사위에 따라 한복을 벗어 던지고 타이즈를 입은 채 춤을 춘다.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특별상을 탄 전수천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가 무대미술을 맡아 간결하면서도 이미지를 극대화시킨 무대를 선보인다.2만∼5만원.(02)2274-3507. 이순녀기자 coral@
  • 대입 특집 / 1학기 수시모집 가이드 - 전국 88개大 1만 9676명 선발

    2004학년도 대학 입시는 이미 시작됐다.오는 6월3일부터 원서접수에 들어가는 수시 1학기 모집이 49일밖에 남지 않았다. 수시 1학기에 지원하려는 수험생은 대학별로 내놓은 전형방법 및 요소를 철저히 분석,유·불리를 따져 대학 및 학과를 선택해야 할 때이다. 특히 수시 모집에서는 학교생활기록부 성적과 함께 다양한 특기·소질·활동·경력 등을 중시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더욱이 올해는 수시 1학기의 모집인원이 크게 증가한 만큼 학생부에 자신이 있는 수험생은 과감하게 도전해볼 만하다는 게 고교 교사나 입시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전체 정원의 5% 뽑는다. 지난해에 비해 22개교 6831명이 늘어나 88개교에서 1만 9676명을 모집한다.전체 정원의 5%나 차지하는 수치다. 대부분 대학별 독자적 기준에 의한 특별전형으로 뽑는다.수시 2학기의 경우,전체의 34%인 13만 3783명을 선발한다. 수시 1학기 모집이 늘어난 것은 수험생의 부족 현상 속에서 조기에 우수 수험생을 유치하고 대학을 적극적으로 홍보,수시 2학기와 정시모집 때 미충원을 최대한 막기 위해서다. ●학생부 성적, 합격에 절대적이다. 수시 1학기에서 학생부를 70% 이상 반영하는 대학은 건국대·고려대(충남)·연세대·홍익대 등 41개교나 된다.70% 미만인 대학은 건양대·고려대·단국대·동국대·성균관대·아주대·이화여대 등 25개교이다. 반영방법은 전 과목 석차를 대부분 대학이 쓴다.하지만 과목별 석차와 평어를 동시에 반영하는 곳도 있다.일부 대학은 평어만 활용한다. ●면접·구술고사,무시할 수 없다. 면접과 구술고사의 반영비율이 30% 이상인 대학은 숙명여대·중앙대·한양대 등 26개교,30% 미만인 대학은 순천향대·아주대 등 15개교이다.논술고사는 5개교만 치른다.동국대·성균관대·중앙대 등 3개교는 30% 이상,고려대와 성민대는 30% 미만으로 논술을 적용한다. ●실업계 출신,동일계 진학 활용을 올해 처음으로 실업계 고교의 활성화를 위해 실업계 출신 수험생을 정원 외로 뽑는다.다만 동일계 진학에 한해서다. 수시 1학기 모집에서는 군산대·대불대·선문대·인하대 등 20개교가 1255명을 선발한다.또 정원 외로농어촌 고교의 수험생은 10개교에서 420명,특수교육대상 수험생은 2개교에서 21명,재외국민 및 외국인은 8개교에서 289명을 모집한다. 박홍기기자 hkpark@
  • 책 / 전형적인 미국인

    미국이 제1차세계대전에 참전하자 수많은 미국인들은 도덕적 결백성을 상실했다고 했으며,1929년 경제대공황이 일어났을 때는 더이상 아메리칸 드림은 없다고들 했다.뿐만 아니라 베트남 전쟁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무렵,미국인들은 한때 자랑스러워하던 국가의 모든 가치들이 더럽혀졌음을 안타까워했다.그러나 최근 발생한 9·11테러는 미국인의 가치를 짓밟지 않았고,오히려 국가의 가치체계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미국은 과연 어떤 나라이며 미국인은 누구인가. 최근까지 독일 베를린자유대 교수를 지낸 한스 디터 겔페르트가 쓴 ‘전형적인 미국인’(이미옥 옮김,에코리브르 펴냄)은 시대 분위기에 편승해 오만한 ‘아메리카 제국’과 그 국민을 무작정 비판하기보다는 그 실체를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춘다. 유럽 국가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거나 혹은 이를 거부하고 싶을 때는 으레 과거를 들여다보곤 한다.그러나 신생국 미국은 신세계의 하얀 종이와 같은 자화상밖에 볼 게 없었다.유럽에서는 보수와 진보 사이에서 경쟁을 벌이지만 미국에서는 하나의 자화상을 놓고 경쟁을 벌인다.그래서 미국은 한편으로 그 어느 나라보다 일치된 모습을 보여주지만,다른 한편으로는 독특하게도 보수적이면서 개혁적인 모습을 보인다.저자는 이런 점이야말로 미국인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인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지배해온 가장 오래된 전통은 청교도주의다.청교도주의에 바탕을 둔 미국인들은 죄의식을 갖고 있는 까닭에,인디언들도 그들보다 더 오래된 원시민족들을 쫓아버린 침략자였다는 사실조차 내놓고 이야기하지 못한다.하지만 그같은 의식도 이른바 ‘명백한 운명론’의 핵심을 이루는 신념을 흔들어놓지는 못했다.오늘날까지도 미국인들은 자신들이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특별한 임무,즉 암흑에 싸인 세계에 자유와 민주주의의 빛을 전해야 할 임무를 띠고 있다고 믿는다.미국인들은 인디언들에게 행한 부당한 행동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기는 하지만,국가의 집단적인 무의식 속에는 과거나 지금이나 자신들의 행동이 옳았다는 이데올로기가 살아 있다.비록 유대인들처럼 자신들을 ‘선택받은 민족’이라고 공공연하게 말하지는 못하지만,미국인들은 무의식적으로 점점 그 점을 확신하고 있다. 전체 미국인의 96퍼센트는 신을 믿거나 신적인 존재를 믿는다.15개의 침례교와 10개의 루터교,9개의 장로교 등 다양한 교파가 있다.그런 만큼 이들이 공유하는 것은 어차피 근본적인 것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때문에 미국인의 신앙에는 애초부터 근본주의 성향이 자리잡게 됐다.오늘날 기독교인들의 40%가 다윈의 진화론을 학교에서 추방하려 하는 창조주의자라는 사실은 미국이 과연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국가인지 의심스럽게 한다.더욱 우려할 만한 것은 숙명론을 믿는 핵심 근본주의자들 중에는 폭력 행사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미국인들은 기본적으로 권력을 가진 자를 불신한다.미래에 대한 청사진보다는 현 정부에 대해 비판을 가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조지 W 부시는 이런 점을 충분히 알고 활용했다.대통령 선거전을 펼치며 부시는 마치 믿을 수 없는 사기꾼 집단이라도 되듯 ‘워싱턴에 있는 사람들’이라는 말을 냉소적으로 내뱉곤 했다.그 자신도 권력의 핵심인 그곳의 수장이 되려는 싸움에 뛰어들었으면서도 말이다.보수주의자인 부시는 기독교 우파 쪽에 서 있으면서도 유권자들과 매스컴에 이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피하며 보수와 진보 사이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알토란처럼 챙기는 정치적 기술을 발휘했다. 권력을 쥔 자에 대한 미국인들의 불신은 퓰리처 상을 수상한 역사가 게리 윌스의 ‘필요악:정부에 대한 미국인의 불신의 역사’(1999)에 잘 드러나 있다.미국민들은 정치가들을 직업적으로 실패한 사람이나 부패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으로 간주한다.기본적으로 정부를 불신하고 경멸하기 때문에 정치에 무관심하다.그러나 그들은 국가적인 위기에 맞닥뜨리면 기꺼이 대통령의 뒤에 서고,성조기 아래 모인다.9·11사태 이후 거의 모든 집에 성조기를 달아놓은 것을 본 사람이면 1933년 이후의 독일을 떠올렸을지도 모른다.이같은 ‘국가적 최면상태’는 이라크전이 한창인 지금 미국 전역을 덮고 있는 노란 리본으로 재현되고 있다.미국에서 노란 리본은이제 애국심의 상징이 됐다.그러나 저자는 미국과 독일 두 나라 국민의 애국심은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독일의 애국심은 국가 지도자에 완전히 복종하는데 있었지만,미국의 애국심은 위기에 처했을 때 정부에 대한 불신을 접고 전체를 위해 노력할 준비가 돼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미국의 애국심에는 권위주의나 전체주의 같은 성향이 없다는 게 저자의 견해다. 이 책은 유럽인의 시각에서 씌어졌지만 반미적이라든가 반세계적,반제국주의적인 데 기울지 않는다.미국의 ‘자가당착’을 그 역사와 문화 등 무형적인 것을 통해 객관적으로 설명한다.자유·청교도주의·계몽주의·낙관주의·개인주의 등 미국인들의 본질적인 가치관이 역사 속에서 어떻게 형성됐고,그런 가치관이 현재의 모습에 어떻게 반영돼 있는가를 살펴보게 한다.1만1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전시용 제외한 동물 반입 대부분 불법경로 거친 것”/ EBS ‘종의 묵시록’ 이연규PD

    야생동물의 모습 한 컷을 찍으려 전문가들과 정글에서 몇 달씩 잠복해야 하는 것이 자연 다큐멘터리 PD의 숙명.하지만 이 희귀한 동물들이 지천에 널려있는 곳이 있다.호랑이든 표범이든 극락조든 상관없다.국내 동물원에서 오랑우탄을 정식으로 수입하려면 3000만원이 들지만,여기서는 400달러면 구할 수 있다. “우리가 동물을 찾아 헤매는 순간에도 다른 한쪽에서는 그 동물들을 너무도 쉽게 구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2월 ‘담비의 숲’으로 멸종되어 가는 담비의 세계를 포착했던 EBS 이연규(41˙사진)PD.생태나 자연의 아름다움에만 카메라를 들이대던 그가 지난해 8월 인도네시아의 프라무카 동물시장으로 발걸음을 돌린 데는 바로 이같은 이유가 있었다. “사람들은 동물을 보고 즐기고,심지어 TV프로그램에서는 장난까지 치지만,그 동물들이 어떻게 들어오는지는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학술·전시 목적을 제외하고 국내에 들어온 조류·포유류는 모두 불법 경로를 거친 것이죠.” 그는 한국인 상인의 도움을 받아 동물수집상으로 위장,동물시장에 ‘잠입’했다.희귀종 판매금지라는 간판이 입구에 버젓이 걸려 있었지만,뒷골목에서는 공공연히 거래가 이뤄졌다. “가격흥정을 하다가 사지 않고 돌아서면 뒤에서 칼로 찌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소문에 항상 신변의 위협을 느꼈죠.”그는 상인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실제로 동물을 사고 팔기까지 했다. 야생에서 훨훨 날고 뛰어다녀야 할 동물들은 작은 상자 속에 들어가 최소한의 먹을것으로 버티고 있었다.곳곳에는 수렵 당시 다친 상처로 죽은 동물들이 널려 있었다.애완용으로 팔기 위해 생이빨을 뽑히는 원숭이도 목격할 수 있었다. 제작진은 중간상인을 만나 밀렵현장까지 갔다.아이들까지 동원된 잔인한 현장.하지만 사냥이 생계의 수단인 그들에게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따위는 공허했다.“문제는 잡는 그들이 아니라 사는 우리들이죠.” 10·11일 방영될 ‘CITES 종의 묵시록’(오후 10시40분)에는 6개월간 촬영한 동물 밀거래 및 살륙의 현장이 속속들이 파헤쳐진다.이 PD는 “혐오스럽다는 이유로 보여주지 않는다면 진실을 가리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나아가 이 동물들이 국내에 버젓이 들어오는 현장과 밀수입을 낳을 수밖에 없는 국내 법의 문제점을 고발한다. 김소연기자 purple@
  • 책꽂이

    ●렘브란트와 혁명(존 몰리뉴 지음,정병선 옮김,책갈피 펴냄) 렘브란트의 반항성과 비판성에 주목한 평전.렘브란트는 초상화·역사화·동판화·누드화·풍경화 등 다방면에서 천재성을 드러낸 부르주아 작가로 알려져 있지만,소외된 사람들을 조명하고 부와 권력을 비판한 반자본주의적 속성도 무시할 수 없다.렘브란트는 빈민 이미지의 작품을 수십 점 제작했을 뿐 아니라 부르주아 화가들이 당연시했던 정물화는 거의 그리지 않았다.1만 3000원. ●마터호른 이야기(비트 트루퍼 지음,이병태 옮김,정상 펴냄) 스위스 알프스의 마터호른(4478m)은 우아하면서도 거친 피라미드 형태의 산이다.가파르고 폭이 좁으면서 빙하지대에 홀로 우뚝 솟아 있어 강렬한 인상을 준다.이 산의 북쪽에 자리잡은 휴양도시 체르마트는 산악인의 메카로 통한다.유럽 알프스를 상징하는 마터호른에 관한 본격 안내서.8000원. ●오페라의 여왕,마리아 칼라스(다비드 르레 지음,박정연 옮김,이마고 펴냄) 벨칸토 오페라의 새로운 장을 연 마리아 칼라스의 전기.무대 밖의 그녀는 수줍음 많고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여자였다.그러나 무대 위의 그녀는 배신한 사랑에 분노하는 여사제(‘노르마’)였으며,수수께끼를 풀지 못하는 남자를 사형에 처하는 잔인한 공주(‘투란도트’)였고,자신을 버린 남편에 대한 앙갚음으로 자식을 죽이는 비정한 어머니(‘메데’)였다.성악가인 동시에 뛰어난 연기자였던 것이다.1만 5000원. ●화학혁명과 폴링(톰 헤이거 지음,고문주 옮김,바다출판사 펴냄) 노벨화학상과 노벨평화상을 받은 미국의 과학자 라이너스 칼 폴링의 이야기.20대에 이미 칼텍의 교수가 된 그는 양자역학의 원리를 통해 화학결합의 비밀을 밝힌 인물로 ‘화학의 신’‘화학의 마술사’로 불린다.8000원. ●영화로 보는 세상(장재선 지음,책만드는공장 펴냄)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이 프리즘을 통해 무지개 빛깔로 사람의 눈에 비치듯,영화는 삶의 속내를 고스란히 드러내 보인다.문화일보 기자인 저자는 80여편의 영화를 통해 인생의 숙명,그 기쁨과 슬픔을 온전히 보여준다.1만 1000원. ●해인사를 거닐다(전우익 등 지음,옹기장이 펴냄) 해인사가 펴내는 대중 불교잡지 월간 ‘해인’의 칼럼 ‘유마의 방’에 실린 산문 중 24편을 골라 묶었다.9000원. ●나는 과학자의 길을 갈테야(송성수·이은경 글,정문주 그림) 19세기 소피 제르맹에서 오늘날의 제인 구달까지,세계를 주름잡은 여성 과학자 9인의 이야기.초등3년 이상.창작과비평사 7000원. ●미다스 왕과 황금 손길(샤를로트 크래프트 글,키누코 크래프트 그림,문우일 옮김) 손끝 하나로 뭐든 황금으로 만들 수 있는 미다스 왕은 행복할까.물신주의의 삭막함을 경고하는 그림동화.5세 이상.미래M&B 8000원.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마암분교 아이들 시,백창우 곡,굴렁쇠 아이들 노래,김유대 그림) 김용택 시인의 작품에 등장한 섬진강 아이들의 이야기가 노랫말.수수하고 익살스러운 그림에 악보,노래 CD까지.보리 1만8500원.테이프 세트는 1만 3500원.
  • [밀레니엄]미증시패턴 대공황 직전 상황과 유사

    ■로버트 프렉터 e메일 인터뷰 경기침체속에서도 물가가 올라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거론되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세계 다른 나라들에선 디플레이션(경기침체와 물가하락의 동반현상)에 대한 이야기들이 심심치 않게 흘러 나온다.이미 일본과 홍콩은 디플레의 수렁에 빠져있고,싱가포르·중국 등도 디플레 조짐이 있다.이라크전 이후에도 세계 경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주가하락도 이어지고 있다.이런 가운데 ‘디플레 뛰어넘기’(Conquer The Crash)의 저자이자 시장분석가인 로버트 R. 프렉터(54)가 주가 대폭락과 세계적 디플레를 주장,눈길을 끈다.그는 “주식침체,경기불황에 따른 디플레는 불가피하며 이미 디플레에 접어들고 있다.”면서 디플레에 대비한 안전한 자산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다음은 프렉터와의 e메일 인터뷰 내용. 책 출간 이후 9개월이 지났는데 디플레가 발생할 것이라는 소신에는 변함 없나?그렇게 믿는 근거는. -그렇다.디플레 압력은 강하게 형성돼 왔다.미국에서는 현재 모든 투자등급 채권의 50% 정도가 ‘BBB’등급으로 평가받는데,이것은 가장 낮은 투자등급이다.여기서 한 단계만 떨어져도 이 채권들은 ‘휴지’로 전락할 것이다.책에서도 언급했지만 디플레는 빚(신용)의 위축이다.신용도가 떨어진다는 것은 시장이 ‘채무 불이행’에 더욱 취약해 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디플레보다 인플레 우려가 컸다.이라크전 이후 통화를 풀어 인플레 우려 의견도 있다. -투자자 및 애널리스트는 대체로 잘못된 것과 보통 과거에 일어났던 일에 대해 걱정한다.자연스럽게도 대다수가 1970년대의 문제였던 인플레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이같은 실수는 또 사람들이 좋은 일을 기대할 때 나타난다.10여년전 걸프전때 주식시장의 상승세가 있었고,사람들은 이라크전도 똑같은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생각한다.그러나 이번에는 그럴 가능성이 없다.이번에는 인플레가 아니라 디플레가 문제다.그리고 향후 주식시장은 시장분석에 따라 ‘위’가 아닌 ‘아래’로 움직일 것이다. 1930년대 대공황때는 각국의 협조가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다.중앙은행도 신속하게 대응한다.통화정책을 통해 디플레를 막을 수 있지 않나. -국가들이 어떤 일에서는 협조를 잘했다.미국은 영국 중앙은행의 부채 관련 처리를 돕기 위해 협조했다.나는 통화정책이 디플레를 막을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통화정책은 지난 수십년간 신용 인플레를 조장했다.신용팽창의 한계가 디플레로 반전될 것이다. 디플레때는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아 현금확보가 우선이라고 했다.그러나 한국은 부동산 경기가 좋았다.자산은 어떻게 갖는 것이 바람직한가. -부동산 경기의 호황은 팔 기회를 제공해왔고,또 여전히 처분할 기회다.나는 이 책을 주식·부동산을 처분할 때 썼다.그것이 포인트다.호황은 매도의 가장 좋은 기회다.호황과 랠리를 활용하려면 안전한 현금과 같은 스위스 국공채나 싱가포르 채권,미국 재무부 채권 등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 이라크전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세계경제가 침체되고 있다.전쟁이 끝난 뒤 세계경제의 상황 및 주식시장은 어떻게 될 것이라고 보는가. -모든 전쟁은 기대보다 항상 오래 갔다.향후 경제 전망은 심각한 위축과 침체가 될 것이다.예상컨대 주식시장은 2004년 하반기까지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이후 상황을 평가할 수 있는 정보가 더 생길 것이다. 김미경기자 chaplin7@ ■디플레 위험과 대책 로버트 프렉터는 자신의 책에서 증시붕괴에 따른 공황 및 디플레의 위험을 경고했다.1929년과 같은 대공황 직전의 상황은 이미 2000년에 도래했다는 것이다.필자가 이 책을 마지막으로 손질하고 있던 2002년 1·4분기말에 S&P500 지수는 1147.39에서 등락을 거듭하다 이달초 870선으로 내려왔다.디플레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일까?프렉터 저서의 주요 내용과 자산보호법을 간추린다. ●증시,이대로 주저앉나. ‘신(新)경제’에 대한 장밋빛 보고서가 넘쳤던 지난 90년대에 대해 프렉터는 다우지수가 걸어온 길을 살펴보면서 신경제의 허상을 꼬집는다.1932년 이후 다우지수의 다섯차례 파동에서 제5파동기(74∼2000년)의 실물경제가 제3파동기(42∼66년)보다 취약했다고 지적한다.주가상승률은 5파동기가 2배 정도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경제·금융의 건강성은 뒤떨어졌던 것이다. 영국·미국의증시흐름을 보면 장기간 상승한 뒤에는 폭락이 있었다.이어 실물경제의 하락이 찾아와 공황을 겪게 된다.프렉터는 증시패턴을 ‘엘리어트 파동원리’에 따라 5단계로 나누고,마지막 상승장에 초점을 맞춘다.현재 증시는 마지막 랠리를 하고 있지만 기간은 짧을 것으로 전망한다.2001년 9·11테러 이후 추락했던 증시는 이내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다시 대세하락으로 반전될 것으로 내다봤다. 제5파동기에는 주가가 고평가돼 거품이 금방 꺼질 수 있다.이런 상황에서 PER(주가수익비율)도 주가를 예측하는 유용한 지표가 된다.2000년들어 S&P지수와 PER를 살펴보면 주가가 정점을 지난 이후 기업실적도 하락하고 있지만 투자심리가 비정상적으로 낙관적이어서 PER는 역사상 최고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이는 곧 실물경제의 몰락을 의미하고 투자심리가 비관적으로 바뀔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디플레,벌써 시작됐다? 공황은 팽창한 신용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발생한다.이는 생산의 전반적인 위축으로 이어지며 생산위축은 채무상환 능력을 떨어뜨려 디플레를 유발,악화시킨다.미국은 1835∼42년,1929∼32년 사이에 신용팽창이 한순간 무너지면서 각각 디플레와 공황을 경험했다. 현재 전세계적인 신용팽창은 전례가 없다.미국은 거대한 ‘빚더미제국’이다.생산활동과 관계없는 카드빚이 폭발적으로 늘었다.이같은 신용팽창은 폭발 일보 직전에 놓여있으며 디플레가 발생할 경우 역사상 최악의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프렉터는 물가하락과 산업생산 급감이 뒤따른다면 경기변동 사이클에 따라 2004년쯤 공황 저점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그는 또 파동의 길이를 예측한다면 공황의 종말은 2011년에나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디플레에서 살아남으려면. 디플레에 따른 신용경색은 부동산·주식·채권시장의 폭락을 불러올 수 있다.그러나 치밀한 준비를 통한 올바른 자산선택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리스크를 줄이거나 적잖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디플레로 각종 자산가치가 폭락하면 매입 가능한 자산 리스트를 미리 작성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이후 대부분의 자산을 팔아 현금화하고 일부는 국채나 국채편입 펀드에투자하는 것이 안전하다.석유·철광 등 상품보다는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금이나 은에 투자하는 것도 고려할 만 하다. 세계적으로 우량한 은행·보험사를 찾아 자산을 맡기는 등 투자판단의 시야를 넓히는 것도 필요하다.스스로 판단하기 힘들다면 각종 투자자문 및 자산운용사 등의 정보를 활용하면 된다.프렉터는 자신의 조언을 따르지 않으면 파산을 피하기 힘들다고 지적한다.반면 자신의 말대로 행동할 경우 큰 수익을 놓칠 수는 있지만 파국으로부터 자산을 지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프렉터의 예측과 조언이 맞는지 두고 볼 일이다. 김미경기자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할 때를 디플레이션이라 하는 반면 디스인플레이션은 물가상승률이 낮은 상태를 말한다.이런 구분에서 본다면 현재 세계경제가 직면한 상황은 디플레보다 디스인플레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일부에서 물가하락이 나타나는 것이 사실이다.미국의 상품가격 상승률은 2001년 4% 상승에서 최근에 -6%로 낮아졌다.그러나 상품가격 하락은 최근의 독특한 현상이 아니다.90년대 초에도 비슷한 수준의 하락률이 나타났고,지난 12년간을 놓고 보면 연간 상품가격이 하락했던 때가 상승했던 때보다 훨씬 많았다.시장 진입이후 대량생산이 이루어지면서 상품 가격이 자연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따라서 아직까지 선진국 경제가 디플레에 빠질 가능성은 낮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을 예로 들면 상품 가격은 하락한 반면,서비스 가격은 여전히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지난 몇 년간 생산성이 높아졌기 때문인데 실업률이 추가로 급등하지 않는 한 서비스가격이 크게 하락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2000년 이후 경기둔화로 공급압력이 많이 줄어든 점도 디플레를 막는 역할을 한다.1930년 대공황은 경기가 호황을 지속하다 갑자기 불황의 늪에 빠진 것이 요인이었다.호황기간이 길수록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급증하는데 이때 불황이 갑자기 닥칠 경우,수요와 공급간의 괴리가 커져 디플레가 나타난다.이런 측면에서 지난 3년간 경기침체는 초과 공급을 줄이는데 일정한 역할은 했다고 할 수 있다. 정부의 정책적 대응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지금까지 10년 넘게 디플레를 겪고 있는 일본은 경기 둔화 후 긴축정책을 강화하는 우를 범했고,이런 정책적 실패가 사태를 악화시키는 단초가 됐다.반면 미국의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지난 2년간 12번의 금리인하를 단행했고,선진국 정부 역시 재정정책을 강화하고 있다.정부의 적절한 대응이 계속되고 월가의 예상대로 하반기 경기가 회복된다면 위험은 현저히 줄 것이다.
  • 그녀에게 - 식물인간 두여자 그를 사랑한 두남자

    인간이 살아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모든 신체기관이 제 구실을 하지만 의식이 없는 두 여자.이들을 사랑하는 두 남자.스페인의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그녀에게’(18일 개봉·Talk to Her)는 극단적인 상황에 빠진 두 커플을 통해,지독한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타인과의 소통을 시도하는 인간의 숙명을 슬프고도 아름답게 그려낸 작품이다. 발레리나 지망생 알리샤는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지 4년째.그녀를 짝사랑하던 베니그노는 간호사가 되어 밤낮으로 그녀를 돌본다.아무런 의식이 없는 그녀에게 책을 읽어주고 말을 걸면서.한편 옛 애인을 잊지 못하는 여자 투우사 리디아와,기자인 마르코는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주며 사랑을 키운다.하지만 리디아 역시 사고로 식물인간이 된다.다수의 유럽 예술영화와 달리,알모도바르의 영화는 일단 스토리를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흔치는 않겠지만 가능할 법한,비극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사랑.하지만 스토리를 곧이 곧대로 따라가다가 뭉클하게 감동을 느끼는 할리우드식 러브 스토리와는 다르다.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영화속 상황이 갖는 상징적인 의미들이다.베니그노는 알리샤를 너무도 사랑한 나머지 결혼을 꿈꾸고,그녀를 (아마도)임신시킨다.강간죄로 감옥에 들어간 베니그노.하지만 알리샤는 기적적으로 눈을 뜬다.현실에서라면 비난받아 마땅한 행동이지만,영화는 이 행위의 상징적 의미를 설명하는 장치를 곳곳에 심어놓는다. 우선 자체 제작된 7분 가량의 흑백 무성단편영화 ‘애인이 줄었어요’.베니그노가 알리샤에게 들려주면서 등장하는 이 영화는 과학자인 연인이 만든 약을 먹고 몸이 손가락 크기로 줄어든 남자에 관한 이야기다.남자는 결국 연인의 자궁 속으로 들어가 영원히 한 몸이 된다.타인과 하나가 되기를 소망하는 인간의 모습을 상징하는 것. 오프닝을 장식하는 피나 파우시의 현대 무용 역시 두 남자의 상황을 암시한다.앞을 못보는 두 여자가 아픈 듯이 춤을 추고 한 남자가 주위에 널린 의자를 치워주는 모습을 통해 인간의 슬픔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어하는 타인의 존재를 보여주고 있다. 영화는 상실감과 외로움 속에서도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말을 건네는,혼자이면서도 언제나 둘을 갈망하는 인간의 모습에서 희망의 단초를 찾고 있다.그리고 마르코는 죽은 베니그노를 대신해 알리샤에게 말을 건다.그들의 ‘말’은 고독,죽음 등에 대항하면서 인간이란 존재를 증명해주는 수단이다. 알모도바르 영화 특유의 감각적인 색채는 상실감에 빠진 인간의 표정을 더 극명하게 드러나게 한다.남미풍의 음악도 영화의 감성적인 결을 잘 살리고 있다.인간이란 존재의 깊이감을 느껴보고 싶다면 모처럼 찾아온 이 스페인 영화에 주목해보자.유럽영화로는 드물게 75회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했다. 김소연기자 purple@
  • 고려청자는 내 神이요 종교외다/ 전남 강진군 고려청자사업소 이용희씨

    고려청자를 상징하는 상감운학문 매병(국보 68호·간송미술관 소장).누군가는 이렇게 적었다.‘(여인의)풍만한 어깨에서 유연하게 흘러내려오다 굽에서 약간 밖으로 벌어지는 곡선,당당하면서도 안정감 있는 세련미의 극치,흑·백 두겹의 원을 엇갈리게 배치해 가을하늘 구름을 벗삼아 비상하고 곤두박질치는 학들의 군무….’ “고려청자는 내 신이요 종교”라고 말하는 도공 이용희(65)씨.27살에 도공의 길로 들어서 지문이 닳도록 흙을 만져온 그는 41살 때인 78년 2월,600여년동안 맥이 끊겼던 고려청자를 재현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고려청자의 산실이 바로 전남 강진군이 운영하는 고려청자사업소다.행정기관에서 운영하는 마지막 남은 관요(官窯·가마)로도 유명하다.그는 분신이나 다름없는 이곳에서 3년 전부터 계약직 연구개발실장으로 청자연구를 계속하고 있다.청자사업소 김한성(50) 서무계장은 “청자사업소는 이용희씨가 있기에 존재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24개의 공정을 거쳐서 70일만에 가마에서 나오는 청자는 굽는 과정이 피를 말리는 인내력 시험과정이나 마찬가지다.고려청자는 이씨에게 어쩌면 숙명이었던 셈이다.64년 3월,집 뒤뜰에서 밭일을 하다 삽날에 뭔가가 걸렸다.파내려 가니 문헌에서나 존재한다던 청자기와가 500여점이나 쏟아졌다.고려 의종11년 개성에 세운 양이정(전각)에 이 기와를 덮었다는 기록이 처음 확인되는 역사적 순간이었다.“이 집에서 살았던 먼 조상도 고려청자를 빚던 도공이었을 것이고 내 몸속에도 그 피가 흐를지 모른다.”는 생각이 스치자 신내림하듯 정신이 혼미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지금도 그는 이 집을 지키며 산다.68년에는 갈라진 논바닥에 물을 대다 가마터를 발견했다.청자자료박물관이 들어선 곳이다. 청자사업소가 자리한 강진군 대구면 일대는 고려시대 청자문화를 꽃피운 중심무대였다.9세기에 시작된 청자는 14세기에 국운쇠퇴와 함께 맥이 끊긴다.조선시대에는 분청사기를 거쳐 백자가 청자를 대신한다.이 일대는 63년 사적지(68호)로 지정됐고 가마터 188기가 확인됐다.바닷길인 강진만을 통해 송나라의 선진 도자기 기술이 들어온 것으로 짐작된다.대구면 일대는 도요지 요건인 흙과 땔감·인력·기후·운송수단 등을 두루 갖췄다.12세기 중엽에 생산된 국보급 청자들이 강진산인 연유를 여기서 찾는다.전문가들은 “기법과 문양으로 미뤄 국보 10개 가운데 9개는 강진산”이라고 말한다.이씨는 “고려청자는 외형적인 아름다움에서가 아니라 청자를 빚으려고 일생을 걸었던 장인 정신이 있기에 아름답다.”고 말했다. 흔히 우리는 고려청자를 ‘비색’이라 부른다.중국인들은 딱히 표현할 수 없는 감춰진 색이란 뜻으로,우리 조상들은 비취 옥돌과 같다 해서 이렇게 표현했다.실제로는 고려청자는 회색·녹색·감청색·청녹색·담청색 등 5가지다.초벌구이한 뒤 바르는 유약은 모두 똑같지만 가마속 온도에 따라 색이 다르게 나온다.사업소 직원들은 “이씨는 얼마 전까지도 가마에 불을 붙일 때는 혼자 들어가 문을 걸고 꼬박 이틀동안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유약에 특별한 비밀이 있는 게 아니라 1300도 고열을 유지하는 도공의 땀방울에 비례해 비색이 창조되는 셈이다.이씨는 “가마에 빨려들어가는 공기량과 땔감의 재질,계절별 습도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차이에 따라 색이 달라진다.”고 귀띔했다. 이씨는 자신이 만든 유약 재료를 공개했지만 정작 중요한 배합 비율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말로 해서는 안 되고 도공 스스로 체득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유약개발에 미쳐 있을 때는 꿈에서도 현몽하더라.”며 웃었다.2년 전 전남대와 공동 학술연구에서 고려청자와 재현된 강진청자를 정밀 분석한 결과 재현한 청자의 재질과 강도,푸른색을 발하는 색도 등이 고려청자와 완벽하게 일치했다.하지만 그는 “역시 고려청자가 안정감이 있더라.”며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업소 안팎에서는 이씨를 두고,“고려청자를 위해 하늘이 보내준 사람”이라고 치켜세운다.청자 이외에는 할 줄 아는 것도,관심도 없다.담배도 못하고 술도 가마를 식힐 때 기껏해야 한두잔이다.작업하던 옷차림으로 툭툭 털고 외출하지만 훤칠한 키에 빚은 듯한 이목구비는 ‘옷이 날개’라는 말을 뒤엎는다.학력이라야 초등학교 졸업이 전부다.역사를 일목요연하게 꿰는 조리있는 말솜씨에서 그의 성실함이 묻어난다. 그는 요즘 생활도자기 제작에 바쁘다.해마다 주문받은 찻잔세트와 주전자 등 생활용기 1만여점을 만드는 데 다시 찾아낸 고려청자의 재료인 태토(흙)와 유약에서 찾아낸 신소재(세라믹)를 활용한다.10월쯤 있을 강진 고려청자 서울 전시회에 출품할 60여점을 준비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다. 피는 못속이는지 얼마 전부터 이씨의 두 아들(34·32살)도 자청해서 사업소에서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다.일평생 고려청자를 재현했지만 그 흔한 무형문화재 간판조차 없다.“죽기전에 제대로 된 작품하나 남기고 싶다.”이씨의 소망이다. 강진 남기창기자kcnam@
  • 새영화/ 새달 4일 개봉 ‘하늘정원’ 시한부 환자 사랑… 뻔한 스토리

    ‘하늘정원’(제작 두손드림픽쳐스·새달 4일 개봉)은 한류 열풍의 주역 안재욱과 이은주가 짝을 이뤘다는 대목에서부터 눈길을 모으는 청춘멜로다.안재욱의 동남아 팬들까지 ‘원정’온 통에 지난 25일 시사회장은 마치 팬클럽 모임 같았다. 영화는 요즘 한국멜로의 공식을 빼고 보탬 없이 그대로 따랐다.시한부 인생인 여주인공이 우연히 인연이 닿은 남자와 숙명적인 사랑을 나누게 된다는 줄거리.빤한 이야기 얼개로 드라마의 매듭을 얼마나 솜씨좋게 묶었다 풀었다 할지,감독의 연출역량에 영화의 성패는 달린 듯하다. 쾌활하고 당당한 성격의 분장사 영주(이은주)는 위암말기 환자.불치병을 후반부에 깜짝카드처럼 들이밀지 않고 처음부터 드러내는 의도가 의아할 만하다.그러나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호스피스 병원을 운영하는 젊은 의사 오성(안재욱)이 등장하면서 이내 필연의 끈이 남녀를 묶게 되리란 예감이 든다. 시한부 생명이라는 사실을 스스럼없이 밝히며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영주에게,오성은 처음엔 연민을 느낄 뿐이다.그러다 혈혈단신인 영주가고통과 외로움을 못이겨 자신의 병원으로 찾아오자 조금씩 사랑의 감정을 느껴간다.둘의 감정변화에 초점을 한정할 듯하던 영화는,죽음을 기다리는 그곳 환자들의 다양한 모습들을 끼워넣어 단조로움을 피했다. 호스피스 병원이 주요무대인 덕분에 고즈넉한 시골정취(경남 사천)가 멜로의 감성을 한층 북돋운다.그러나 조금만 논리를 따지는 관객이라면 물음표를 찍을 대목들이 많다.설명부족인 사건전개와 성급한 감정변화는 ‘이 영화,속편이야?’싶게 당혹스럽다.부모를 일찍 잃고 외롭게 자랐다는 닮은꼴 환경에서 동류의식을 느낄 만하나,이렇다 할 동기 없이 오성이 영주를 숙명적 사랑으로 받아들이는 설정은 요령부득이다.오성이 “떠나는 슬픔보다 남겨지는 슬픔이 더 가혹하다.”며 그토록 외로움을 못 견뎌하는 숨겨진 사연이 뭔지,설명을 싹독 자른채 감상적인 대사만으로 눈물나는 로맨스를 어물쩍 엮으려 했다.CF감독 출신인 이동현 감독의 데뷔작. 황수정기자 sjh@
  • [여성으로 살기 엄마로 살아가기] 2부 좋은 엄마 콤플렉스

    희생과 봉사만으론 좋은엄마 될수 없어 아이들에 매달린건 ‘스스로 친 덫' 깨달아 여성으로 사는 큰 기쁨 가운데 하나가 어머니가 되는 것이라면,여성으로 사는 어려움 가운데 하나 역시 ‘아이키우기’다.요즘은 부모 노릇도 배워야 하는 시대다.부모의 역할에 대해 교육받은 어머니 넷이 ‘좋은 엄마 되기’의 어려움과 교육 후 달라진 자녀교육,가정의 모습 등에 대해 백현정씨의 사회로 이야기를 나눴다. ●백현정 원래 어떤 어머니셨던지부터 얘기할까요? ●고경숙 나는 제도권 교육에 갑갑해하고 음악을 공부하겠다는 딸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도 않고,‘잘못하다가 애 다 버린다.’는 생각만으로 충고하고,야단치는 옛날식 엄마였어요.공부해야 할 시기를 놓치면 안된다는 생각만으로 그 ‘때’를 지켜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 생각했지요. ●김영아 대학원을 졸업한 후 결혼했고 바로 미국 유학을 떠났지만 나는 아이 키우고,집안에만 있었어요.우선 남편이 먼저 학위를 밟아야 한다는 현실적인 생각에다 아이들을 잘 키우는 것이야말로 가치있는 엄마의일이라고 저 자신을 세뇌시켰죠.그러나 인간으로서 여성으로서의 나 자신과 엄마의 역할은 늘 부딪혔고 ‘내가 희생하고 있다.’는 생각은 나 자신을 혼돈에 빠뜨렸어요.좋은 엄마가 되려고 했지만 오히려 그 반대였어요. ●조정옥 남편에게 정말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참고 대충 넘어갔어요.‘나 하나 조용하면 그만’이란 생각이었고,그런 인내로 인해 나는 꽤 괜찮은 아내이고 엄마라는 생각을 했었어요.그런데 문제는 얌전하고 착하기만 한 딸에 대해서 담임교사가 ‘아이 표정이 너무 어둡다.가정에 문제가 있는 줄 알았다.’고 말해서 좋은 엄마의 역할에 대해 알고 싶었고 교육을 받기 시작했어요. ●팽혜숙 결혼전 교사생활을 했는데, 결혼과함께 남편의 권유로 그만뒀어요. 그때는 나도 아이들을 잘 키우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었지만 그 생활이 20년이 되니 답답해졌어요.아이들도 법대와 의대로 진학을 하고 나니 ‘내 할일 다했다.’는 생각에 제 목소리를 내고 싶어졌기도 했고요.그러던 차에 부모교육을 받게 됐는데 제가 인생을 보는 눈이 달라졌어요.희생한다는 생각이 있는 한 ‘완전한 행복’과는 좀 거리가 있는 것 같아요. ●백 하기는 저는 부모교육을 하는 입장이면서도 집에서는 때때로 비교육적인 태도를 보일 때가 있어요.그러면 아들이 오히려 ‘엄마가 소리쳤지?’라고 제 잘못을 일러줘 번쩍 정신을 들게 하지요.부모노릇은 정말 어려워요.참,부모교육을 받으면서 가장 달라진 점이 무엇인가요? ●조 역설적인 표현인데요,억지로 참지 않게 됐어요.나 자신을 알게 되니까 구태여 교양으로 화를 억누르고,꾸미지 않게 됐어요.남편에게도 해묵은 감정까지 토해내고 솔직해지니까 스트레스가 풀렸고 마음이 편해져 부부 사이도 좋아졌어요.아이에게도 그전처럼 잘하려고 노력하지 않지만 오히려 서로 편안해졌어요.딸애가 “엄마,그전에는 화가 나면 이를 악물고 말해서 미웠다.”고 말했어요.물론 아이도 표정이 밝아졌고,아이다워졌어요. ●고 그전에 우리 딸도 “엄마,차라리 화를 내!”라고 말한 적이 있었어요.소리지르거나 야단치는 게 나쁘다는 생각만 했지 화를 꾹꾹 눌러 참는 것이나쁘다는 생각은 안 했지요.부모교육을 받고난 후 아이에게 오빠와 비교만 했던 점에 대해 미안하다고 말했어요.그러자 “엄마가 일부러 그렇게 하려고 하신 것은 아니잖아요.”라고 선뜻 나를 이해해주고,“그래도 좋은 엄마”라고 인정해줬어요.검정고시 준비하는 딸애를 세상의 기준에 맞추지 않는 당당함도 생겼어요. ●팽 단지 참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서로 대화를 나누고,공유하는 것이 인생임을 깨닫게 됐다는 사실입니다.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나 자신이 행복하고,부부가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요. ●백 실제로는 좀 ‘나쁜 엄마’가 되신 것 아니세요? ●김 물론 겉으로는 가족들의 생활이 좀 불편해졌지요.그러나 그동안 내가 좋은 엄마 되려는 욕심에 가족들에게 가족공동체로서의 역할분담을 맡기지 않고,힘들어도 나 혼자 일하면서 가족들에게 결국 가족됨의 행복감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지요.독립적으로 설 수 있는 가족들을 무기력하게 하면서 스스로 좋은 아내,좋은 엄마라고 오해했지요. ●팽 맞아요.좋은 엄마란 가족들이 귀가할 때에 반드시 집에서 기다렸다가 따끈한 밥 해먹이고,시중드는 그런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이 바로 좋은 엄마가 되는 출발선에 선 셈이라고 봐요.희생과 봉사만으로는 좋은 엄마는 못되는 것 같습니다. ●조 집안 일에 매달려 살았던 것이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내 스스로 친 덫이었음을 깨달았어요.바깥 일 때문에 집안 일에 좀 소홀해지니까 오히려 남편이 아이들과 시간을 갖고,제가 못해주는 부분을 해주기도 해요.집안일을 ‘내 책임’이라고만 생각하지 않으니까 억눌렸던 화가 봄눈 녹듯 사라졌어요. ●백 좋은 엄마가 되려는 욕심을 버리면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다는 말은 역설적인 것 같지만,건강한 사람이 좋은 부모가 된다는 진리와 궤를 같이 합니다.물론 서로 감정을 공유하려는 노력은 해야겠지만 말입니다. 정리 허남주기자 hhj@ ◆자리 함께 한 어머니들 ●사회 백현정 (31·동서심리상담연구소 상담실장) 25개월된 아들. ●팽혜숙 (45·경기 부천시 원미구) 대학 2,4학년 두 아들.20년 경력의 전업주부,현재가톨릭대학교 심리상담대학원에서 공부중. ●고경숙 (45·경기 성남시 분당구) 재수생 아들,검정고시 준비중인 딸. ●김영아 (37·서울 송파구 문정동) 초등학교 5학년 쌍둥이 형제.10년만에 공부시작,현재 숙명여대 박사과정 중. ●조정옥 (36·인천시 계양구 용종동) 초등학교 1,3학년 남매.문학회 활동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글쓰기 지도.
  • [씨줄날줄] 인샬라

    이탈리아의 여류작가 오리아나 팔라치(73)는 중학생 시절 반파시스트 레지스탕스 활동에 뛰어든 이래 1990년대 초반까지 베트남전,중동전,남미 내전 등 전 세계의 전쟁터를 누빈 종군기자 출신이다.그녀는 무수한 생명들이 ‘전쟁의 개들’에게 희생되는 광경을 지켜보며 삶의 방정식을 찾으려고 고뇌했다.그녀는 마침내 90년대 초반 신의 아들들인 아말의 자살테러로 수백명의 미군과 프랑스 군인들이 학살된 베이루트 참사를 소재로 ‘인샬라’를 출간하면서 평생 찾아헤매던 삶의 방정식 해답을 제시했다. ‘삶은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살면서 체험해야 할 신비이다.그 말은 바로 인샬라,신이 원하는 대로,신의 뜻대로,인샬라인 것이다.’이 해답을 던진 니네트는 삶의 경계선을 넘기를 거부하고 발길 닿는 대로 헤매다가 ‘전쟁의 개’에게 잔혹하게 살해된다.삶의 방정식을 찾아 베이루트 파견근무를 자원했던 안젤로 역시 니네트가 남긴 해답을 음미하는 순간 자살 보트의 공격을 받아 동료들과 함께 수장(水葬)된다.지난 1966년 샹송 가수 아다모가 이스라엘을 방문했다가 순간적으로 느낀 착상을 노래말로 옮긴 ‘인샬라’처럼 진혼곡이 울렸던 것이다. 미국의 침공으로 이라크전쟁이 발발하자 혈혈단신 서울에 와 있던 한 이라크인은 고국의 부모 형제들에게 전화를 걸어 ‘인샬라’라는 말로 끓어오르는 슬픔을 대신했다고 한다. 아랍어로 ‘신의 뜻대로’라는 뜻인 인샬라는 무슬림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다.‘아무리 짧은 미래라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어떻게 아느냐.모든 것은 신이 계획하고 의도한 대로 이루어진다.’는 일종의 숙명론이다.그래서 인샬라는 ‘예스(Yes)’가 되기도 하고 ‘노(No)’가 되기도 한다.지난 2001년 9·11테러를 감행한 테러범들도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에 충돌하기 직전 ‘인샬라’를 외쳤을 것으로 추정한다. 미국은 9·11테러를 ‘진주만+가미카제’의 21세기 버전으로 보고 있다.하지만 미사일이 쏟아지는 바그다드에는 ‘인샬라’를 주문처럼 외며 무기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는 수많은 민간인들이 있다.이들의 삶의 방정식이 ‘인샬라’라면 거대한 화력을 앞세우고 진군의 나팔을 불고 있는 미군과 영국군의 삶의 방정식은 무엇일까.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
  • 이사람/하나은행 파견근무 중국인 첸제“한국의 유교관습 신기해요 ”

    “한국 여성들에 비해 결혼생활에서 운이 좋은 것 같아요.” 첸제(陳潔·29) 하나은행 글로벌뱅킹팀 직원의 소감이다. 한국 여성들은 맞벌이를 하더라도 집안일과 육아까지 해야 하지만 첸제가 태어나고 자란 상하이에서는 그런 일이 거의 없다고 한다.한달에 5만원 정도면 가정부를 구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을 경우 세끼를 대부분 밖에서 해결하기 때문이다. 첸제는 지난해 5월 한국에 왔다.상하이대 영문과를 졸업한 뒤 98년 하나은행 상하이지점에 입사했다가 1년 동안 본점 파견근무를 왔다.덕분에 한국내 하나은행의 유일한 외국인 직원이 됐다. 하나은행은 상하이 홍콩 도쿄 싱가포르 뉴욕 등 5개 해외지점을 갖고 있다.상하이지점의 직원수는 15명 내외다. 한국에 왔을 당시 첸제는 한국말을 한마디도 못했다.일이 끝난 뒤 숙명여대 야간과정에 등록하면서부터 한국말을 익혔다.요즘은 상대방이 천천히 이야기해주면 웬만한 이야기는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다.그래도 여전히 한국어의 다양한 어미 변화,쌍자음 등은 어렵다.첸제의 한국말 배우기에는 은행 동료들의 도움이 컸다.중국어를 잘 하는 여자 동료와 중국어연구회가 많이 도와줬다. “동료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매우 친절하다.”는 게 첸제의 한국인에 대한 평가다.지금도 숙대 전철역에서 받은 호의는 잊지 못하고 있다.비는 오는데 우산이 없어 망설이자 어떤 여자가 우산을 씌워줬다.본인을 숙대까지 바래다 주고 자신은 반대방향으로 가는 것을 보고는 너무 고마웠다고 한다. 첸제가 서울에서 가장 놀란 것은 물가다.서울에서 제일 싼 가격은 상하이에서 가장 비싼 가격보다도 비싸다.쌀값은 열배 정도다.그리고 한국에 혼자 머물고 있는 첸제는 음식점에서 2인분 이상 시켜야만 하는 음식이 있는 것이 다소 불만이다. 그리고 결혼여부를 첫 대면에 스스럼 없이 물어오는 것도 처음에는 이상했다.중국에서는 처음 만난 사람에게 나이 정도는 묻지만 결혼여부나 남편에 대해서는 묻지 않는다.또 젊은이들 사이의 결혼이 가족들 소개로 이뤄질 때도 있다는 점이 의외였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유교가 다 사라졌는데 한국에는 유교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것 같다.”며 나름대로 원인을 설명했다.어른 앞에서 맞담배를 안 피우는 것,상사와의 관계가 중요한 것도 첸제가 꼽는 대표적인 ‘유교적’ 사례들이다. 또 한국 사람들은 너무 열심히 일한다.중국의 춘절이나 노동절과 같이 7일 이상의 연휴가 없어 해외여행을 가기가 힘들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첸제는 5월 초면 중국으로 돌아간다.이번 1년동안 한국어는 물론 한국 문화도 배웠고 한국 친구가 생긴 것이 가장 소중한 경험이라고 평가했다.특히 너무 아름다운 한국의 가을 풍경이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경하기자 lark3@
  • [씨줄날줄] 십자가論

    대북 송금 특검법 처리를 앞두고 ‘십자가론’이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유인태 청와대 정무수석이 일반론으로 거론했다고 하나,특검법의 해법으로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이름을 들먹이면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말이 십자가론이지 희생양이라는 표현이 보다 적확한 게 아닌가 싶다.‘십자가를 지게 한다는 것은 사실 어느 특정인에게 모든 책임을 덮어쓰도록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십자가론은 한국정치 문화가 안고 있는 숙명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왕조가 바뀌거나,새 왕이 등극할 때면 늘상 있어왔던 일이다.전 정권과의 단절이나,대중적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위정자들이 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활용해온 것이다.어렵사리 왕위에 오른 조선조의 태종도 즉위하자 처가인 민씨 형제 4명을 모두 내쳐버리고,공신인 이숙번마저 귀양보내 민심을 얻었다. 우리 정치사에서만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구 소련의 스탈린 격하운동,중국 천안문 사태 이후 자오쯔양(趙紫陽)의 실각 등도 이 범주에 속한다.클린턴 대통령의 고향친구이자 법률 부보좌관이었던 빈센트 포스터가 지난 1993년 워싱턴 정가와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고 권총 자살한 것도 따지고 보면 낯선 아칸소주 출신 인사들의 워싱턴 입성을 완결짓기 위해 십자가를 졌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정치도 이제 직선으로 뽑은 4번째 대통령을 맞고있다.그러나 여전히 전근대적인 후진성을 청산하지 못하고 있다.새 정부 출범 때마다 전 정권과의 단절과 차별을 위해 십자가를 멘 희생양들이 줄을 이었다.노태우 전 대통령 때는 전두환 전 대통령을 백담사로 보냈고,문민정부 때는 첫 공직자 재산공개로 전 정권 지도층의 토사구팽(兎死狗烹)을 불러왔고,국민의 정부 때도 외환위기에 대한 책임을 따지기 위해 경제청문회를 개최해 정책책임자를 구속했었다.표현과 내용이 약간씩 달라졌을 뿐,본질은 십자가론이다. 이런 역사성 때문인지,참여정부가 출범하기 전부터 시중에는 ‘국민의 정부 실세들도 아마 구속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밑도 끝도 없는 소문들이 나돌았었다.결국 ‘박지원’‘임동원’ 등의 이름이 특검이 시작하기도 전에 인구에 회자하고 있다.권력의 생리는 늘 같은 것인가. 양승현 논설위원 yangbak@
  • [길섶에서] 산사의 봄

    산사의 봄은 조금 늦게 오는 듯하다.꽃샘추위로 속세의 봄도 아직 실감하지 못하지만 지난 일요일 찾아간 청계사의 공기는 더 차가웠다.청계사 앞산은 눈으로 덮여 있다.대웅전 뒤뜰에는 잔설이 남아있다.응달에 남아있는 잔설이 봄의 길목을 잠깐 막는 걸까. 황혼이 물들며 사람들로 붐비던 산사에 호젓함이 내려앉았다.저녁 풍경소리에는 애잔한 그리움이 배어 있었다.풍경소리를 들으며 합장하는 여인의 뒷모습은 경건했다.그러나 돌아서는 그녀의 얼굴에는 번뇌의 흔적이 잠깐 스쳐지나갔다.세속의 번뇌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숙명인가.그러나 해맑은 스님의 미소에는 물질적 소유의 욕망은 없어보였다. 스님의 따스한 미소처럼 산사에도 곧 봄의 따스함이 찾아올 것이다.길가에 작은 목을 내민 들풀의 파란 생명력이 봄이 가까워졌음을 알려주고 있다. 엄혹한 겨울 추위를 견뎌내고 봄이 온다는 것은 인간에게 얼마나 큰 위안인가.오늘의 삶이 고달플수록 희망의 봄은 더 가까이 와 있으리라. 이창순 논설위원
  • 이색직업/우리는 기적 낳는 소리꾼...음악치료사 김진아씨,사운드디자이너 김영씨

    ◆음악치료사 김진아씨 환자와 노래 부르며 병 말끔히 외국선 조산아·에이즈도 치료 “대구 지하철 참사로 말 못할 마음의 상처를 입은 사람들에게 음악 치료는 마음의 문을 열어줄 것입니다.” 음악치료사 김진아(35)씨는 대학교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영국에서 음악 치료를 배웠다.2년간 영국에서 음악으로 환자들을 치료한 뒤 96년 한국으로 돌아와 숙명여대와 원광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서울 장애인 종합복지관에서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김씨가 음악치료사의 길을 선택하게 된 것은 중학생 때 프로이드의 ‘꿈의 분석’을 읽는 등 심리학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음악치료는 음악뿐 아니라 정신분석학적 측면도 중요하다. 음악치료사로 일하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일은 아버지에게 성학대를 받은 자폐아의 닫힌 마음을 음악을 통해 서서히 열게 했던 것이다.음악치료를 할 때는 환자가 가만히 누워 음악만 듣는 것이 아니라 치료사와 함께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도 부르면서 감정을 전달한다. 음악치료는 세계적으로 1940년대 후반에 등장했다.2차 세계대전으로 상처입은 환자들을 위해 병원에서 음악을 연주한 것이 시작이다.우리나라는 40∼50년쯤 역사가 짧다. 현재 국가공인 자격증은 없다.이화여대,숙명여대,한세대,명지대,원광대 등 5개 대학원에서 매년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다.우리나라의 1세대 음악치료사들이 외국에서 공부해야만 했던 것에 비하면 상황은 좋아진 셈이다. 직업으로 따지면 아직은 개척 단계다.졸업 후 진로도 스스로 ‘발굴’해야 한다.음악치료사가 되기 위해서는 임상 실습이 필수적인 과정이지만 실습 기관도 학생들이 찾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음악치료사는 개인병원처럼 개인의 이름을 걸고 음악치료소를 내거나 병원,기관 등에서 근무할 수 있다.보수는 그리 많지 않다.김씨는 “돈을 잘 버는 직업은 아니다.”고 전제한 뒤 “사람들을 돕고 싶고 봉사하는 마음이 강한 분들이 할 일”이라고 말했다.현재 서울에 있는 개인 음악치료소는 3개 정도다. 외국에서는 음악치료사가 하는 일이 다양해 에이즈 환자,인큐베이터의 조산아 등도 음악치료를 받는다.치료의 모든 분야에 음악치료가 들어간다. 우리나라는 앞으로 음악치료사가 진출할 분야가 많이 남아있는 셈이다.음악치료를 포함한 물리치료,놀이치료 등의 광범위한 치료 분야는 외국에서는 매우 전망좋은 직업으로 꼽히고 있다. 김씨는 “20년쯤 지나면 음악치료사가 안정된 직업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창수기자 geo@ ◆사운드 디자이너 김영씨 사운드 디자이너 김영(30)씨는 영화,광고,게임,연극,무용 등 소리가 필요한 곳에 꼭 들어맞는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영화 속에서 공이 날아가는 장면이 있다면 관객의 왼쪽 귀에서 오른쪽 귀로 ‘슈욱∼’하는 소리가 지나가는 느낌이 나도록 만드는 일을 한다. 영남대 작곡과를 졸업한 김씨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의 영화음악을 만들었던 진규영 교수로부터 작곡과 전자음악을 배웠다.연극,무용 등의 음악 작곡을 하다가 사운드 디자인을 하는 스튜디오에서 일을 배운 뒤 광고음악,어린이 영어교재,휴대전화 벨소리,선거방송 등의 다양한 사운드를 제작하고 있다. 사운드 디자이너란 직업이 국내에 등장한 것은90년대 중반 이후다.영화,광고 분야에서 세련된 영상과 함께 고급스러운 소리가 필요해지면서 나타난 직업이다. 사운드 디자인이란 용어는 미국 할리우드의 조지 루카스감독이 영화 ‘스타워즈’를 제작할 때 사운드 부문에 많은 인력과 예산을 쏟아부으면서 쓰이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씨가 사운드 디자인을 공부할 때의 일화 한가지.풀밭을 걷는 소리를 만들어 오라는 과제를 받고,밤에 몰래 한강둔치에 가서 진짜 잔디를 훔쳐 왔다.그런데 아무리 잔디 위를 걸어도 영화에서 듣던 소리가 안 나더란다.결국 신문을 잘게 찢어서 바닥에 널어 놓고 녹음을 했는데,그 소리가 바로 영화에서 듣던 잔디 위를 걷는 소리였다고 한다. 사운드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컴퓨터음악과 음향에 대해 학원이나 관련 학과가 설치된 대학에서 배우는 것이 좋다.본격적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스튜디오나 업체에서 도제식으로 배우는 것이 낫다고 김씨는 추천한다. 나중에는 스튜디오나 업체에서 근무하거나 컴퓨터,프로그램,악기 등을 갖추고 프리랜서로 일할 수 있다.김씨는 현재 대구시 수성동에서 프리랜서로 뛰고 있다.혼자 일하려면 최소한 2000만∼3000만원어치의 장비를 갖춰야 한다.대구에 ‘첨단의 예술적인’ 직업의 수요가 있을까 싶지만 서울은 이미 포화상태여서 지방에 잠재적인 수요가 많다고 한다.한달 수입은 200만∼300만원. 김씨는 직업 전망을 아주 밝게 보고 있다.DVD가 많이 보급되고,디지털 방송이 시작되면서 입체음향이 보편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의 꿈은 영화 ‘마지막 황제’와 같이 괜찮은 사운드를 만드는 것.영화 장면과 딱 맞아떨어지는 소리를 만들고 싶다는 얘기다. 윤창수기자
  • [스포츠 라운지] 코트의 제갈공명 삼성화재 신·치·용감독

    그에게 전화를 걸면 “신치용입니다.”라는 투박한 경상도 억양이 들리기 전까지 프랭크 시내트라가 부른 팝송 ‘마이 웨이’가 잔잔히 귀를 간질인다.‘코트의 제갈공명’ ‘냉혈의 승부사’로 불리는 삼성화재 남자배구팀 신치용(48) 감독의 애창곡이다. 지난 1일 끝난 슈퍼리그에서 7연패와 함께 2년 연속 전승 우승,창단 이후 200승 돌파(201승23패) 등 대기록을 쏟아낸 그는 승리를 향해 ‘마이 웨이’를 꿋꿋이 걸어왔다. “삼성의 독주가 배구판을 망친다.”는 코트 주변의 비난도 만만치 않지만 그는 별로 개의치 않는다. ●피도 눈물도 없다 “(김)세진이도,(신)진식이도 믿지 않습니다.오직 연습만을 믿습니다.” 신치용의 훈련은 혹독하기로 유명하다.창단 초기에는 대학선수들이 강훈이 두려워 입단을 꺼릴 정도였다.게다가 이기면 이길수록 훈련의 강도는 더해진다.이 때문에 올 슈퍼리그 우승 직후 벌인 뒤풀이에서 선수들이 “선생님 그만 이길래요.”라고 어리광 섞인 ‘불평’을 하기도 했다. 신 감독은 훈련량보다는 태도에 무게를 둔다.“배구가 직업인 선수들이 건성으로 훈련한다면 그것은 곧 직무태만”이라고 강조한다.시간 때우기식 연습은 당연히 통하지 않는다.태도가 불량한 선수는 코트 밖으로 쫓겨나 하루종일 운동장을 돌아야 한다.물론 스타도 예외가 아니다. ●아직도 승리에 목마르다 “저도 질 만큼 져본 사람입니다.” 신 감독은 현역 시절 레프트 공격수와 세터를 두루 경험했다.‘멀티 플레이어’가 아니라 그의 자평처럼 여러 포지션을 전전하는 ‘그저 그런 선수’였기 때문이다.특히 지난 80년부터 선수와 코치로 15년간 몸담은 한국전력 시절 그는 패배의 아픔을 뼈저리게 맛봤다.슈퍼리그 우승은 고사하고 4강에 드는 것이 소망일 정도로 패배를 밥먹듯 했다.“그 때 먹은 눈물젖은 빵이 지금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면서 “우승 행진을 여기서 멈출 수 없는 이유”라고 강조한다.지난해 부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움켜쥔 신치용 감독은 슈퍼리그 10연패 가시권에 진입한 상태다.프로화 이후 우승컵을 안아보는 것도 꿈이다.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슴 한구석에서 꿈틀거리는 것은배구계의 숙원이기도 한 올림픽 메달 획득. 그의 승리에 대한 집착은 남다르다.삼성의 최대 무기인 ‘스파이크 서브’도 사실은 취약점인 왼쪽 블로킹을 보강하기 위한 연습의 결과로 얻은 것이다.강서브로 상대팀의 리시브를 흔들어 왼쪽으로 넘어오는 속공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 생각해낸 전술.지난 97년 센터 신정섭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당시 한양대 송만덕(현재 현대캐피탈 감독) 감독을 1주일 내내 밤낮으로 ‘접대(?)’한 사실에서도 승부근성을 엿볼 수 있다. ●승부사의 그늘 “우승이 늘 행복한 것은 아닙니다.저와 우리 팀은 왜 항상 시기와 비난의 대상이 돼야 하나요.” 신 감독의 승리에 쏟아지는 비난도 찬사에 못지않다. “그 정도 멤버면 허수아비가 감독을 해도 우승한다.”는 비아냥을 들었고,“혼자 다 해먹는다.”는 불평도 샀다.그러나 그는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은 문제”라면서 “우리 팀의 독주가 배구 발전에 도움이 됐으면 됐지 결코 해는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슈퍼리그의 열기가 휩쓸고 간 배구코트는 요즘 고요하다.하지만 ‘승부사’ 신치용은 벌써부터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여전히 승리에 대한 배고픔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창구기자 window2@ ◆선수들이 말하는 신치용 12년째 신치용 감독의 지도를 받고 있는 ‘월드스타’ 김세진(30)은 “한마디로 완벽한 지도자”라고 말했다.“선수들의 의견을 무시하지 않고 끈질기게 설득해 팀을 이끄는 능력이 탁월하다.”면서 “감독님의 카리스마 앞에서 선수 개인의 인기는 한없이 작아질 뿐”이라고 토로했다.‘갈색 폭격기’ 신진식(29)은 “세진이 형과 함께 일궈낸 97∼99년 슈퍼리그 3연패가 선수들의 몫이었다면,이후 4연패는 감독님의 힘”이라고 주저없이 평가했다. 신 감독은 아내와 두 딸에게 항상 미안하다.83년 지도자로 나선 이후 가장 노릇을 제대로 한 적이 한번도 없기 때문이다.특히 큰딸 혜림(20)이가 신경마비 증세로 휠체어를 타고 초등학교에 다닐 때가 그에게는 가장 가슴아픈 시기였다.완치돼 이제 어엿한 대학생이 된 딸이 그저 고마울 뿐이다. 그러나 가족들은 의외로 신 감독에게 후한 점수를 줬다. 부인 전미애(43)씨는 “남편이 가족과 많은 시간을 갖지는 못했지만,치밀하게 준비해 세밀하고 화끈하게 베푸는 자식사랑은 프로급”이라고 말했다.전씨는 여자농구 국가대표 출신으로 80년대 한국화장품에서 ‘미녀 포워드’로 이름을 날렸다.숙명여고 농구선수인 둘째딸 혜인(17)은 “아버지가 말없이 보여주는 스포츠인의 자세를 항상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 탈북자 서경희씨 숙명여대편입 합격

    북한에서 유치원 교사를 지낸 탈북동포가 남한에서 아동복지학을 공부하게 됐다. 숙명여대는 6일 2003학년도 전기 편·입학 전형에서 탈북동포 서경희(31)씨가 아동복지학과에 합격,3학년에 편입했다고 밝혔다. 함경북도 경성 출신인 서씨는 함북 청진의 김정숙교원대학교 학전과(유아교육)를 졸업한 뒤 4년 동안 북한에서 유치원 교사를 지냈다. 지난 99년 탈북한 뒤에는 한국에서 케이블 방송과 라디오 리포터 등으로 활동해왔다. 서씨는 2000년 숙대 아동복지학과 대학원에서 ‘북한 어린이들의 실상’에 대해 강의를 하게 된 인연으로 ‘아동복지학’이라는 학문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고 마침내 대학의 문을 두드렸다. 서씨는 앞으로 북한의 아동복지에 대해 계속 연구를 하고 싶은 욕심을 갖고 있다. “선진화된 한국의 아동복지환경과 교육정책을 북한에 알리고 북한의 열악한 교육환경을 개선하고 싶다.”는 것이 그녀의 바람이다. 장택동기자 taecks@
  • ‘한낮의 꿈’展 여는 한지작가 함 섭 .흠씬 두들겨서 그리는 그림

    서양화를 전공했지만,함섭(61)은 좀처럼 서양화가라는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다.대신 한지작가라는 꼬리표가 숙명처럼 따라다닌다.“유화로는 아무리 해도 이 세상 다른 예술가들과 유사한 그림밖에 그릴 수 없었다.”는 ‘한계’에 이르러 발견한 것이 한지작업이라는 작가의 설명은 조금은 공허하게 들리지만 어쨌든 그는 한지작가로 이름을 얻었다. 국내에서보다는 해외 아트페어에서 값을 쳐주는 작가가 바로 함섭이다.그가 한지작업에 관심을 가진 것은 70년대 초부터.이미 3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그의 예술세계는 한결같다.닥섬유,오방색,기(氣) 같은 것이 그의 작품을 규정하는 키워드다. 작가 함섭의 최근작들을 선보이는 개인전이 6∼15일 서울 청담동 박영덕화랑에서 열린다.출품작은 ‘한낮의 꿈’연작.멀리서 보면 유화 같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면 ‘종이부조’같다.닥종이와 식물성 풀,그리고 넓적한 풀붓이 이뤄낸 앙상블이다.때문에 미술재료학에 대한 이해 없이는 그의 작품을 온전히 알기 어렵다. “종이도 숨을 쉬어야 한다.”고 믿는 그는,알려진대로 전통 한지를 바탕재로 사용한다.보통의 한지는 닥나무 껍질을 양잿물로 삶지만,그는 볏짚 재와 함께 삶은 한지만을 고집한다.양잿물을 사용한 한지는 산도가 너무 높아 오래가지 못한다.볏짚 재로 삶아야 산도 35% 이하의 질긴 닥종이가 나온다.이렇게 탄생한 닥종이를 황백이나 치자 등으로 만든 천연안료에 담그면 알록달록한 오방색 종이가 된다. 함섭의 작업은 적지않은 완력을 필요로 한다.삼겹지를 깐 사각의 화면 틀에 풀 먹인 종이를 내던지거나,일정한 길이와 형태로 오리고 꼬아 올린다.때로는 글자가 꽉 들어찬 고서의 낱장이 펼쳐지기도 한다.그런 다음 솔로 힘차게 두들겨주면 표면이 반반해지면서 깊은 질감의 작품이 태어난다.100호 크기의 작품은 솔로 1만번 이상 흠씬 두들겨 맞아야 비로소 완성된다는 게 작가의 말.요컨대 함섭의 작품은 멍들어야 새 살이 돋는 그림,죽어 거듭 나는 묘한 그림이다.거기에서 생명의 기를 느끼는 것은 어디까지나 관람객의 몫이다.(02)544-8481∼2. 김종면기자 jmkim@
  • ‘보수와 진보 대립 어떻게 풀 것인가’ 시민단체 토론 “시민이 나서 완충지대 만들어야”

    70,80년대 마르크스 주의는 이념이라기보다는 신앙이었다. 완고한 국가권력에 대항하는 대학가와 진보적 지식인 계층이 정신적 탈출구로서 마르크스 주의를 적극 수용했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우리 사회가 민주화의 길로 접어들면서 민주 대 반민주의 틀에서 벗어나 환경과 여성,교육 등 미시적인 주제가 부각됐다. 최근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이같은 미시적인 사고의 흐름에 반작용하는 사회 저변의 문제제기일지도 모른다.분명한 것은 노무현 정부의 출범을 계기로 진보와 보수의 ‘숙명적인’ 충돌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새 정부의 태생적인 과제일 수도 있는 이 시대 보수와 진보의 대립을 어떻게 인식하고,풀어나갈 것인가.이 같은 문제의식을 담은 토론회가 ‘성숙한 사회가꾸기 모임’(상임공동대표 김태길) 주최로 2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대체로 연세대 행정학과 안병영·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김학수 교수 등이 보수를,고려대 경영학과 이필상·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조기숙 교수 등이 진보 논리를피력했다. ●진보와 보수,윈윈으로 나가야 안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1일 서울의 한쪽에서 반핵·반김정일 자유통일대회가 열리고,다른 쪽에선 3·1민족대회가 북측 참석자 100명과 함께 진행된다.”면서 “해방 직후 좌·우파의 대결이 재판되는 분위기”라고 우려했다.그는 “보수와 진보는 ‘완승’을 기하기보다 함께 이기는 ‘윈윈 게임’을 겨냥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 교수는 “재벌·금융·노사 등 경제개혁에는 보수와 진보가 따로 없어야 한다.”면서 “선진강대국의 힘의 논리에 따르는 신자유주의의 사회파괴 현상은 국민이 함께 대응해야 하는 국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특히 보수와 진보가 경제 개혁을 놓고 싸운다면 외국자본에 어부지리를 제공해 함께 쓰러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경제개혁이 국민적 합의과정을 거치지 않고 진보와 보수간 힘의 대결구도 하에서 추진되면 개혁은 파괴로 변질되어 엄청난 불안과 혼란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토론자들은 ‘중간지대’,‘완충지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강지원 변호사는 “이론적으로는 중간지대가 옳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제로는 진보와 보수 양극단이 서로의 존재조차 참지 못하고 있다.”며 갈등의 이유를 분석,제거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언론의 역할 김 교수는 “‘다름’의 인정이 풍부한 사회가 성숙한 사회의 조건이라면,언론이 ‘다름’들의 전달과 교환에 기여할 때 성숙한 사회를 만드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언론에 대한 가장 잘못된 이해는 언론의 공익성이 지나치게 강조되고,심지어 언론기관이 정부나 국민들에 의해 공공기관으로 취급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갈등을 해소하고 조율하기 위해 언론은 서로 다른 의견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불행히도 언론은 편향된 입장을 대변해 언론사간 갈등이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안 교수는 언론매체의 지나친 이념적 편향성이 합의문화 형성에 큰 장애가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몇몇 강력한 보수언론과 진보언론·인터넷 신문간의 대척적·대결적 관계는 국론을 분열시키고,중도적 여론형성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언론의 정론(正論)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토론에 나선 이형모 시민의 신문 사장은 “대선을 계기로 국민이 정부·법조·언론·종교 등 거대 권력에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기대가치를 품게 됐다.”면서 “언론은 보수·진보에 관계없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사회비판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갈등에서 통합으로 이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중산층이 붕괴되면서 부유층에 대한 증오가 쌓여 경제범죄가 증가하는 등 경제와 사회의 자생적 복구능력이 상실되고 공동운명체로서 사회 질서의 파괴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그는 정치 낙후,관료주의,재벌체제를 건전한 경제와 사회발전을 가로막는 비리의 삼각축으로 규정,이를 개혁하는 것이 새 정부의 시대 과제라고 역설했다. 조 교수는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집단주의적 공동체주의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주의를 존중하는 미래지향적 의미의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면서변별력이 높은 시민계층이 새 공동체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세영 박지연기자 sylee@
  • 우리소리 가슴으로 느껴보세요/‘국악전도사’ 음악평론가 송혜진

    *숙명여대 전통예술대학원 교수로 국악FM 편성팀장까지 ‘종횡무진' “지금은 평론 앞서 알려야하는 단계” 송혜진(42)은 국립국악원에서 학예연구관으로 일할 때만 해도 국악평론가로 불리기를 좋아했다.그는 1987년 한 일간신문 신춘문예에 음악평론이 당선됐고,이후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음악평론가의 한 사람이다. 그런가 하면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음악학자이기도 하다.‘한국아악사연구’나 ‘한국악기’같은 무게있는 저작도 펴냈다.참 골치아파보이는 일을 하는 사람 같다. 그런데 요즘 송혜진이 활동하는 모습은 전과는 조금은 거리가 있는 것 같다.그는 “대쪽 같은 평론을 하고 싶지만,지금은 평론에 앞서 알려야하는 단계”라면서 “어려운 국악을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도록 쉽게 ‘해석’하는 것이 요즘 제가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그에게서 평론가나 교수,학자의 말투가 느껴지지 않은 이유도 알 만하다. 송혜진은 현재 국악FM방송의 편성제작팀장도 맡고 있다.국악이라는 어려운 언어를 쉬운 말로 해석하고있는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국악방송은 쉽게 옮긴 국악을 많은 사람들과 만나게 해주는 ‘마당’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들의 의지가 현실화된 것이다.송혜진도 그런 뜻을 가진 사람의 하나였고,새달 2일이면 출범 2주년을 맞는 국악방송의 자라나는 모습이 그래서 더욱 대견하다. 그런 그에게 “방송을 듣는 사람이 그동안 좀 늘었느냐.”고 물었더니 “아직 청취인구를 말할 수준은 아닌 것 같다.”는 솔직한 대답이 돌아온다.그는 “그렇지만 조사를 해보면 시민 10명 가운데 4명은 이런 방송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출발은 희망적”이라고 했다. ‘해석’하여 ‘알려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음에도,송혜진이 ‘온 국민에 사랑받는 방송’을 목표로 하지 않는 것은 조금은 뜻밖이다.그는 “국악은 그동안 문화재라는,전통음악이라는 이유로 수준에 상관없이 통할 수 있었다.”면서 “그래서 경쟁이 없었고,한해에 수백개의 신작이 초연됨에도 어떤 음악적 흐름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런 만큼 신작이 자주 전파를 타면서 청취자에 의해 선호되는 작품과 선호되지 않는 작품,선호되지 않지만 좋은 작품이 자연스럽게 가려지는 것은,국악방송이 음악계에 기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능이라는 것이다. 그는 “지금은 작품을 걸러가는 과정”이라면서 “이렇게 10년쯤 성과를 쌓아가 비평 기능까지 갖추면,독자적으로 ‘올해의 최고작품’‘올해의 음악가’를 당당하게 선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온 국민의 사랑을 받으면 바랄 것이 없지만,이런 단계만 되어도 청취율에 관계없이 음악계에는 꼭 필요한 방송이 된다는 설명이다. 송혜진이 펼쳐놓은 또 하나의 마당은 물론 강의실이다.음악전공이 아닌 일반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한 ‘전통음악의 이해’는 지난 학기에 200여명이 수강했다.‘수제천’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학생들이라 어렵고,지루하다는 선입견을 갖기 마련이다.그는 “학생들에게 알려고 하지 말고 느껴보라.”고 강조한다.국악만 좋아하라고 강요하지도 않는다.학기말 숙제도 “좋아하는 국악 작품이 무엇인지를 말해보라.”는 것.무엇 한가지라도좋아하는 취향이 생겼다면 성공한 강의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어쩔 수 없는 연구자로서 요즘 그의 화두는 ‘국악은 왜 아름다운가.’라고 했다.국악의 아름다움을 구석구석을 살펴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미학적 작업이지만,이 역시 보통사람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석하는 과정을 한 단계 더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그에게 “그래서 국악이 왜 아름다운대요.”하고 장난끼 섞어 물었더니 “아직은 선생님들이 하신 말씀을 확인하고 있다.”며 웃었다. 국악FM방송은 서울·경기지역에서는 91.9㎒,전북 남원에서는 95.9㎒로 들을 수 있다. 서동철기자 dcsu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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