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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책 향기에 빠져볼까

    지구촌 책 향기에 빠져볼까

    ‘6월엔 책 향기에 한번 빠져 볼까’ 국내 최대 규모의 책 잔치인 ‘2007 서울국제도서전’이 1일부터 6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 태평양홀과 인도양홀에서 열린다.‘세계, 책으로 통하다!’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되는 이번 도서전에는 미국, 중국, 일본 등 전통적인 참가국 외에 러시아, 멕시코, 터키 등이 처음으로 참가했다. 지난해보다 4개국 늘어난 28개국 524개 출판사와 출판관련 단체가 각종 도서 전시와 저작권 및 도서 수출입 상담 계약을 한다. 관람객들을 사로잡을 이벤트도 풍성하다. ●활자 매력 느끼게 하는 도서전 눈길을 끄는 특별전시는 ‘한국 현대사와 함께 한 우리책 1945∼2007’. 주관 단체인 대한출판문화협회 창립 60주년 기념전으로 해방 이후 우리 책의 역사를 한 눈에 살필 수 있는 전시회다. 좌우 진영을 잊고 범문단적으로 해방의 감격을 노래한 해방기념 시집(1945년 12월)과 1947년 한글날 첫번째 책이 나와 1957년 완간된 ‘조선말큰사전’을 비롯해 국내 수필문학의 효시로 꼽히는 김진섭의 ‘인생예찬’, 박두진·박목월·조지훈 등 청록파 시인 3인의 동인시집인 ‘청록집’ 등이 원본으로 소개된다. 1950년대 전쟁 직후의 허무감과 상실감 속에 생긴 퇴폐주의 풍조를 적나라하게 묘사하며 서울신문에 연재된 정비석의 ‘자유부인’ 등 주요 작가들의 작품집 초판본도 볼거리다. 이밖에 60년대 이후 최근까지 우리 사회를 흔들었던 베스트셀러들이 전시장에 등장한다. 또 국내 최초의 수진본(袖珍本·좁쌀책, 소매속에 넣고 다닐 만한 작은 책이라는 뜻)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751년) 두루마리책 등 세계 각국의 수진본 80여점이 ‘특별전 속의 특별전’으로 전시된다. ●책과 함께 하는 생활 고은 시인, 이해인 수녀, 이경숙 숙명여대총장, 오세훈 서울시장, 김종민 문화관광부장관, 유홍준 문화재청장, 노회찬 국회의원 등 사회 각계 명사가 한 권씩의 책을 추천한 ‘나의 삶, 나의 책’ 전시회와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시인과 소설가의 작품들을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예술가들이 그림, 조각, 판화 등으로 표현한 ‘그림, 문학을 그리다’ 등도 관람객의 눈길을 끌 것으로 보인다.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미와 현재의 담론, 미래의 비전을 보여 주는 ‘인문학 카페’에서는 6월의 뜨거웠던 기억을 되살릴 수 있다. 민주화운동에 이론적 바탕을 제공했던 각종 인문사회과학 도서가 ‘아름다운 서재’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북한 출판물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코너도 마련됐다.‘황진이’(홍석중 지음)와 ‘군바바’(김혜성 지음) 등 북한에서 출판돼 한국에서 재편집해 발행된 장편역사소설, 스탕달의 작품을 ‘적과 흑’(한국)과 ‘붉은 것과 검은 것’(북한)으로 제목을 달리해 출판한 양쪽의 도서 등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저자와 사진 한 장´ 등 이벤트 풍성 개막식 당일 최근 ‘청소년 부의 미래’를 출간한 앨빈 토플러가 독자들과 사진을 함께 찍는 등 소설가 박완서, 시인 신현림, 과학자 조경철씨등 작가들과 만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저자와 사진 한 장’ 행사는 선착순이기 때문에 수많은 독자들이 몰려 혼잡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종환 시인의 시 배달’에 수록된 시를 시인 4∼5명이 낭송하는 시낭송 파티(3일),‘칼의 노래’ ‘남한산성’ 저자인 소설가 김훈 사인회(3일)도 마련돼 있다. ‘직지’ 금속활자판의 인쇄를 체험할 수 있는 코너와 가훈을 써주는 행사도 흥미를 끌 것으로 보인다. 행사는 모두 무료로 진행된다. 한편 대한출판문화협회는 내년부터 세계 주요 도서전과 마찬가지로 ‘주빈국’ 제도를 도입키로 하고, 중국을 첫 주빈국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씨줄날줄] 평화지수/육철수 논설위원

    “전쟁은 욕심과 자만에서 탄생하며, 눈물과 고통 그리고 피만 남는 비참한 것이다.” 19세기 프로이센의 장군 클라우제비츠는 저서 ‘전쟁론’에서 전쟁의 참상을 이렇게 꿰뚫었다. 그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지구촌에서는 세계 1,2차 대전과 한국전, 베트남전, 중동전, 이라크전 등으로 끊임없이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걸 보면, 인류는 철이 덜 들어도 한참 덜 든 것 같다. 역사상 나라간 크고 작은 전쟁이 4만 5000회나 벌어졌다니, 욕심이 사라지지 않는 한 전쟁은 숙명적으로 평화와 공존해야 할지도 모른다. 지난 100년동안 세계에서 2억명이 전쟁과 학살로 목숨을 잃었고 소중한 인류의 문화유산이 잿더미가 됐다. 그런데도 전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주먹은 가깝고 법은 멀다더니, 평화는 멀고 전쟁은 가까운 탓인가.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게 벌써 4년이 넘었다. 미국은 그동안 5000억달러를 전비로 쓸어부었다.1분에 2억 3000만원꼴이다. 전쟁 중 이라크 민간인 65만명이 희생되고, 미군 전사자도 3500명에 이른다. 이들의 고귀한 생명과 바꿀 만한 전쟁의 가치는 여전히 아리송하다. 그제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의 조사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발표한 ‘글로벌 평화지수’는 전쟁의 정당성을 굽히지 않는 미국에 엄중한 책임을 묻는 듯하다.EIU는 ▲최근 5년간 전쟁 횟수 ▲참전 중 사망 군인의 수 ▲무기 판매액 ▲폭력범죄 수준 ▲이웃 국가와의 관계 등 20여개 항목을 바탕으로 나라별 평화지수를 산출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미국은 121개국 중 96위로 나타났다. 알카에다가 암약 중인 예멘이나, 미국이 ‘평화의 훼방꾼’으로 지목한 이란과 비슷한 수준이다. 자칭타칭 ‘세계평화의 수호자’로서 국가적 자존심과 체면이 말이 아니게 생겼다. 더구나 이라크는 미국 때문에 가장 평화롭지 못한 나라로 평가됐으니 억울할 만도 하겠다. 이라크 침공 당시 미국은 “민주주의가 뭔지 한수 가르쳐 주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런데 살상과 파괴로 이라크 국민정신의 피폐화는 회복불능 상태다. 자고로 평화란 힘으로 심는 게 아니거늘, 뭘로 이를 보상할 것인가.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거꾸로 가는 정치

    참으로 혼란스럽다. 지금이 국민의 정부 때인지, 문민정부 때인지 헷갈린다. 김대중(DJ) 김영삼(YS) 두 전직 대통령, 특히 DJ의 활약상(?)이 두드러진다. 현직 대통령과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범여권의 대선주자군은 물론 정당 대표들도 너나 없이 동교동을 찾아간다.‘알현’이란 표현이 더 정확할 듯싶다. 어제도 박상천 민주당 대표와 정대철 열린우리당 고문이 동교동을 찾아 DJ로부터 범여권 통합의 방법론에 관해 ‘한 말씀’ 들었다. 이후로도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한명숙 전 총리 등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마치 릴레이 경주를 연상시킨다. DJ가 이처럼 발언 강도를 점차 높이면서 정치 전면에 나서자-그것도 범여권의 대선 구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려 하자-숙명의 라이벌 YS도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발언으로 DJ를 강하게 공격했다. 두 전직 대통령이 장외 대결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DJ의 통합 방법론 제시에 대해 ‘훈수 정치’라는 비판이 만만찮다. 지난달 재·보선을 통한 차남 홍업씨의 국회 입성 역시 호남에서조차 비판론이 있었던 터다. 이런 것을 모를 리 없는 DJ다. 그런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정치 전면에 나선 DJ가 지키고 싶어 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우선 누구나 짐작하듯 햇볕정책의 지속이다. 앞으로 5년만 더 지금의 기조가 유지된다면 남북 평화체제는 구축될 수 있다는 게 DJ의 생각인 것 같다. 햇볕정책은 노벨평화상까지 안겨준 DJ의 최대 업적인데, 한나라당은 ‘잃어버린 10년’이라며 남북관계의 재검토를 주장한다. 반(反)한나라당 단일정당 내지 단일후보에 집착하는 이유다.5년간 더 집권하면 보수세력이 당분간 정권을 잡기는 힘들 것이란 판단도 배어 있는 것 같다. DJ의 영향력 유지도 빼놓을 수 없다. 범여권의 유력 인사들이 찾아와 머리를 조아리고 사소한 것까지 상의하는 그런 구도가 계속됐으면 하는 바람일 것이다. 그러나 내부적으론 정권이 교체될 경우 전임자 평가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곤욕을 치를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 같다. 지금도 간간이 나오는 남북정상회담 리베이트설과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의 자살 미스터리, 대우그룹 해체와 론스타 사태에서 보듯 국제통화기금(IMF) 극복 과정에서 나타난 자본 유출과 잠식 상태, 막대한 재산 보유설 등 그동안 베일에 가려 있던 사안들이 봇물처럼 터질지도 모른다. 실제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사석에서 정권이 교체되면 이런 이슈들이 공식적으로 제기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말한다.DJ 입장에선 이런 일이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 최악의 경우 정권이 넘어가더라도 1990년 217석의 거대 여당인 민자당에 맞서, 고작 71석으로 정국 주도권을 쥐었던 평민당처럼 탄탄한 응집력을 갖춘 야당을 유지한다면 그런 일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동교동계가 재결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노 대통령과 함께 가는 게 필수조건이다. 지분 보장도 곁들여진다. 이런 관점에서 범여권의 대선주자도 노 대통령과 DJ가 선호하는 인물이 될 공산이 높다.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가 거기에 가깝다. 전투력을 감안하면 이 전 총리가 좀 더 앞서 있지 않을까. 대선만 생각하면 초조한 DJ다. 지키고 싶어 하는 가치가 너무 많은 것은 아닌지…. 이래저래 거꾸로 가는 정치다. 대선주자들이 미래 가치와 새 정치를 부르짖으면서 행동은 지역주의에 기대고 있다. 국민들이 범여권에 무관심한 것도 다 이유가 있다. jthan@seoul.co.kr
  • “직접 시공제 확대…불법땐 입찰 불이익 줘야”

    “직접 시공제 확대…불법땐 입찰 불이익 줘야”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은 불법 다단계 하도급 폐해를 막을 대안 중 하나로 직접시공제의 확대 도입을 주장한다. 신영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대 정책위원은 “원청업체인 대기업이 하도급업체를 거치지 않고 직접 시공참여자인 건설노동자들을 고용하도록 하면 기술력과 건축물 품질의 향상, 노동자 권익 보호를 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4만 5000개에 이르는 하도급업체 대표들은 반발할지 모르지만, 많은 건설현장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제대로 확보하는 혜택을 입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직접시공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독일의 경우 원도급자가 65%,1차 하도급자가 35% 정도 공사를 담당할 뿐 그 이하 하도급은 없다. 정부의 ‘솜방망이 처벌’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서구 대한전문건설협회 실장은 “과징금과 과태료를 법정 최고금액이나 계약금액의 2∼3배 수준으로 대폭 올려 ‘범법의 이익’보다 ‘준법의 이익’을 크게 해야 예방 효과를 거둔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정부 등 발주자는 하도급 금액을 높게 책정하는 원도급자에게 향후 입찰에 우선권을 주는 ‘인센티브제’ 도입도 필요하다고 이 실장은 강조했다. 박정구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불법 하도급이 ‘경영 관행’이 아닌 불법행위라는 인식이 확대되도록 엄격한 하도급법 및 공정거래법의 집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 교수는 “업체간 정보네트워크를 강화해 정부발주공사만이라도 불법, 비리를 저지른 업체는 다시는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페널티를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올 하반기 하도급법 전면 개편을 추진해 상습적으로 법을 위반하는 사업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도입할 방침”이라면서 “과징금 수준도 현실화하고 불공정 하도급 거래행위에 대한 신고포상금제 도입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 27일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부터 시행된다. 불법하도급에 대한 엄격한 처벌 등을 담고 있다. 건설현장 임금 체불의 수단으로 악용돼 온 시공참여자제도가 폐지된다. 건설 노동자에 대한 4대 사회보험 적용도 강화된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Seoul In] 노원문화예술회관 3주년 행사

    노원구(구청장 이노근) 노원문화예술회관 개관 3주년을 맞이해 26일 가야금 오케스트라인 숙명가야금합주단의 합주를 시작으로 다양한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다음달 8일에는 회관에서 연극 ‘신의 아그네스’를,16일에는 서울시 오페라단의 오페라 ‘까발레리아 루스티까나’를 각각 공연한다. 문의는 노원문화예술회관 3392-5721∼2.
  • [데스크시각] 도쿄대 몸부림의 교훈/이춘규 국제부 부장급

    도쿄대학은 요즈음 명실상부하게 일본은 물론 아시아 최고의 명문대학으로 손꼽히고 있다. 대학 평가기관들은 분야별로는 세계 6,7위권, 종합은 10위권 정도의 명문대로 평가한다. 급기야 개교 130주년인 올해 도쿄대는 ‘세계 최고 대학’을 목표로 내걸었다. 이런 도쿄대지만 수년전까지만 해도 “도쿄대가 일본을 망친다.”는 야유를 들으면서 뒤뚱거렸다. 도쿄대 출신 고위관료나 정치인 등 엘리트들이 일본의 좌표를 잘못 설정,1990년 이후 일본경제의 거품이 터지며 ‘잃어버린 10년’을 초래했다는 책임론과 함께다. 이런 도쿄대가 국립대라는 숙명에 따랐던 규제가 풀리면서 2004년 법인화 이후 변신을 시작했다. 그 변신은 2005년 4월 4년 임기로 취임한 고미야마 히로시 총장이 이끌고 있다. 고미야마 총장을 지난해 두 차례 개인적으로 만났다. 심포지엄에 참석, 연설을 듣고 한담을 나누거나 총장실에서 인터뷰를 하기 위해서였다. 두 차례 모두 고미야마 총장은 세계적 대학의 지휘자라는 ‘권위’는 벗어던지고 친한 후배를 대하듯 편하게 대해주었다. 고미야마 총장은 두 차례 만남에서 실험정신과 개혁을 강조했다. 도쿄대가 세계의 대학들과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위해서는 뿌리부터 변해야 하고,‘혁명에 가까운’ 개혁을 통해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오랜 공무원 체질이 문제라고 자성했다. 그는 대화를 통해 도쿄대가 세계 1위가 되기 위한 각종 아이디어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모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지구온난화·에너지 문제 전문가로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온통 ‘경영 마인드’로 중무장한 모습이었다. 고미야마 총장의 도쿄대는 체면도 벗어던졌다. 소자화(少子化)로 인해 누구든지 대학에 들어가는 새로운 환경에 맞게 전국을 돌며 우수학생 유치 설명회를 시작했다. 기업들이 ‘모셔가던’ 도쿄대였지만 시대 변화에 맞추어 대학내에서 취업설명회도 열어 인재를 세일즈하는 과감한 변신도 하고 있다. 교수나 학생 등 해외의 우수인재 유치를 위해 게스트하우스를 마련하고, 해외나 지방 교수 요원의 자녀교육환경 조성까지도 신경쓰고 있다. 재원확보 등을 위해서는 낡은 상식을 깨버리고 선진 경영방식을 도입했다.‘세계적인 교육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특히 고미야마 총장은 케케묵은 민족주의로 대표되는 일본의 보수주의를 도쿄대 발전을 막는 장애물로 봤다. 국제사회에서 일본이 소외되지 않기 위해 세계 표준에 가까운 생각을 하고,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상징적으로 동창회 활동을 들었다. 일본에서는 국내적 기준에 꿰맞춰 도쿄대가 동창회를 만드는 데 비판적이었다. 그래서 전체 동창회는 못 두었다. 하지만 동창들은 세계적인 경쟁의 선두에서 뛸 ‘프런트러너’들로 인적네트워크의 핵심이라며 동창회 활성화론을 펴며 지원을 시작했다. 고미야마 총장이 던진 도쿄대의 역할변화론도 시사점이 적지 않았다. 도쿄대는 개교 이래 일본을 빨리 강하게 해야 한다는 책임이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 아래, 관료와 정치지도자를 육성하는 역할에 집중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선진 경영기법 도입이나 창업을 통해 사회에 기여할 시대로 변했다고 강조했다. 도쿄대는 이처럼 치열한 개혁궤도에 들어섰다. 물론 성패 여부는 좀 더 두고봐야 할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대학 교육은 어떠한가. 유감스럽게도 세계적 평가기관이나 전문가들의 평점은 인색하다. 입시는 자율보다는 규제가 너무 우선한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문제가 되는 점은 대학 자율 논쟁이 세계화 시대의 국제적 기준보다는 분배가 중시되던 성장시절의 ‘평준화라는 국내적 기준’에 집착한다는 지적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 한국의 대학교육도 이제 좁디좁은 국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세계와의 경쟁에 대비하자. 이춘규 국제부 부장급 taein@seoul.co.kr
  • [22일 TV 하이라이트]

    ●인간극장(KBS2 오후 7시30분) 닮은 듯 다른 차보람, 차유람 자매의 꿈은 포켓볼 세계 챔피언. 같은 종목으로 같은 꿈을 꾸다 보니 자매간의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됐다. 연습 경기라도 할라치면 서로에게 지지 않으려는 승부욕이 극에 달한다. 매서운 눈빛과 감정을 들키지 않으려는 기나긴 침묵은 세계대회에 버금가는 긴장감이 감돈다. ●세계 세계인(YTN 오전 10시40분) 국토의 4분의1이 사막인 중국, 그 중 황사의 주요 발원지인 고비사막에 위치한 한 마을은 모래가 모든 것을 뒤덮고 있다. 주민들은 일주일에 몇 번씩 지붕 위에 있는 모래를 치운다. 그냥 두면 모래가 집을 덮기 때문이다. 중국정부는 초원을 살리기 위해 방목시기를 제한하고 나무도 베지 못하도록 했다. ●다큐人(EBS 오후 9시20분) 이대로 가면 개막 공연을 포기해야 할지 모른다. 정현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은 곳은 청계천의 드럼서클 현장, 수십 개의 아프리카 북 젬베이를 치는 사람들 가운데, 특이한 복장을 한 남자가 눈에 띈다. 하이 서울 페스티벌에서 드럼서클 공연을 맡은 이영용씨다. 다가가 무대에 같이 서기를 부탁한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SBS 오후 6시50분) 도무지 아이의 속내를 알 수 없어 답답하다는 엄마의 하소연. 귀여운 외모에 앙증맞은 눈웃음의 주인공은 안산에 사는 5살 여수아. 엄마의 말은 듣는 척도 안 하고 초지일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수아. 어쩌다 말문이 터진 수아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오로지 반말뿐. 미스터리걸 수아를 만나본다. ●TV 책을 말하다(KBS1 밤 12시35분)수많은 사람들의 삶에 있어 종교는 영혼의 동행자다. 오늘 영혼의 순례를 떠나는 시간. 당신의 종교와 믿음에 대담한 질문을 던져보자. 당신의 믿음은 당신을 자유롭게 하는가. 그 믿음이 마음의 빗장이 된 적은 없는가. 굳게 걸어 잠근 문을 활짝 열고 3권의 책을 통해 종교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내곁에 있어(MBC 오전 7시50분) 은주는 정자의 병원으로 가서 복직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고, 정자는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동건은 은주를 받아주지 않으면 자신도 병원을 나가겠다고 말한다. 덕분에 은주는 정자의 병원에서 일할 수 있게 된다. 슬비는 은호의 음악에 관심을 보이는 기획사의 실장과 함께 은호를 만나러 간다.
  • [일요영화]

    ●MBC 스페셜-죽음, 아름다운 마침표를 위하여(MBC 오후 11시50분) 태어남과 죽음은 인간의 숙명이지만 우리는 죽는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한다. 아름답게 죽기를 원하지만 정작 죽음이라는 말 자체를 꺼내는 것도 금기시한다. 죽음을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숫자 4가 ‘死’를 연상시킨다며 엘리베이터에서까지 4층을 뺄 정도. 이 프로그램은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낯선 주제인 ‘삶의 완성’으로서의 죽음에 대해 살펴본다. 인생의 아름다운 마침표를 찍기 위해 어떤 준비와 실천이 필요한지 알아본다. ‘죽음’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스위스 출신 정신과 의사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에 따르면 죽어가는 환자들이 대체로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이라는 다섯 단계의 감정변화를 체험하게 된다. 죽음을 미리 생각하고 고민하면 자신에게 죽음이 닥쳐도 부정과 분노에 빠져 무기력해지는 상황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다. 췌장암 말기환자 송민순씨는 자신이 시한부 생명이라는 사실에 우울증까지 걸렸지만 이내 죽음을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였다. 사랑하는 가족과 헤어지는 게 슬프지만 남은 기간 만이라도 온 마음을 다해 가족을 사랑하기로 했다.48번째 생일을 맞은 민순씨.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이날 그는 눈물을 흘리며 고백한다.“사랑했었노라고…” 유방암 말기 판정을 받고 여생을 정리 중인 박인경씨는 자신의 영정사진을 찍기 위해 집을 나섰다. 젊은 시절을 모조리 투병으로 보낸 인경씨. 병상에서 쓴 일기만 몇 권이 되지만 이제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려 한다. 지난 날을 후회하며 지내기보다는 ‘고구마를 깎더라도 최선을 다해 깎는다.’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 일본에서는 80년대부터 죽음교육을 시작했다. 게이오 고등학교에서는 10년 전부터 죽음준비교육을 학교 교과과정에 넣고 학생들에게 죽음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가르치고 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문화마당] 꽃이 져야 열매가… /김명인 시인·고려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교정에 만발했던 철쭉조차 어느새 져버렸다. 이래저래 꽃 진 자리를 남기고 계절은 신록으로 무르익겠지만 꽃이 져야 결실의 시절이 다가오므로 분분하게 날리는 이 봄의 낙화가 늦가을을 휘몰아가는 낙엽처럼 쓸쓸하지만은 않다. 천체의 운행은 만고(萬古)에 변함이 없어, 때가 되면 풍화설월(風花雪月)을 어김없이 흩날려 변함없이 흘러가는 세월을 펼쳐 보이는 것이다. 옛 시에 “산중에 달력이 없어도 꽃과 잎이 봄 가을을 알린다.”고 했던가. 그리하여 꽃이 피고 지는 것은 자연의 섭리요, 그것을 수긍하고 받아들이는 일은 인간사의 질서조차 우주의 맥박에 실려 있음을 깨우치는 일이다. 낙화(落花)는 동백이나 능소화처럼 망울째 툭툭 꺾어져 버리는 것도 있지만, 목련이나 철쭉처럼 어질러진 꽃잎자리가 너저분해지는 경우도 많다. 꽃은 그 자체가 하나의 상징이므로 예로부터 시인 묵객들에게 무수한 찬탄을 받아왔다. 고려 말의 문신 이조년은 청초·결백·냉담·애상 등의 속성을 지닌 ‘배꽃’을 제재로 봄밤의 애상을 사무치게 노래했다.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라고 시작되는 그의 시조는 고독과 애련의 심리가 배꽃의 흰색에 표백되어 봄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시인의 심경을 그림이듯 환하게 펼쳐 보인다. 문득 이형기 시인의 ‘낙화(落花)’ 한 구절도 떠오른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 작품은 지는 꽃의 숙명을 노래한 것이지만, 인간사의 섭리로도 가슴 깊숙이 스며든다. 이별은 어느 누구도 회피할 수 없다는 것. 그리하여 낙화조차 여기서는 분별하며 떠나는 이의 뒷모습을 심미적 영상으로 아름답게 되비춘다. 꽃은 져야 하므로, 지기로서니 어찌 바람을 탓하랴. 꽃이 저렇듯 사람 사는 이치도 그러하리라. 대체 인품이란 놓인 위치에 따라 평가의 기준과 판단이 달라지겠지만, 그것도 겪어보아야 아는 것이라면, 그가 남긴 뒷자리로 그 됨됨이를 가늠할 수밖에 없다. 비운 자리가 깨끗하고 넓을수록 그는 인격이 남다른 사람이었을 것이다. 도량이 큰 그릇이었으리라. 그릇은 텅 비어야 수확물들을 다시 갈무리할 수 있다. 높은 공직을 살았거나 거나하게 한재산 모은 사람이라도 뒤가 너저분하다면, 그가 누린 평생은 오물(汚物)로 뒤덮였을 것이다. 꽃이 져야 비로소 열매가 맺힌다. 꽃이 열매를 갈무리하려 드는 모순을 본 적이 있느냐. 누려야 할 시절을 제대로 누린 뒤에 깨끗이 꽃자리를 비워줄 때, 비로소 나무는 튼실한 열매를 기약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 사는 이치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낙화가 없는 삶은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억지로 꽃 시절을 이어가려 한다면 결국 살아온 일생의 뒷자리마저 넝마로 만들 뿐이다. 다시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다. 어느새 대선의 파장이 시정(市井)에까지 소용돌이치고 있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분들은 말할 것도 없지만, 전·현직 대통령들까지 저마다의 정략으로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아 보려고 혈안들이다. 국민은 안다. 사욕과 책략으로 얼룩진 정치가 나라를 안락하게 이끈 적이 없다는 것을. 그리고 말로써는 누굴 위한다고 떠들어대면서도 정작 형편없는 궁리로 제 잇속을 차리거나, 언젠가는 탄로날 복심을 감춘 채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해대는 오합지중들이 자칭 지도자라며 횡행하고 있다는 것을. 무엇을 맺지 않아도 좋다. 한번 옹골차게 국민을 감동시키고 흔쾌히 물러나 앉는 배꽃 같은 지도자는 정녕 없는 것인가. 열매를 거두는 것은 꽃의 몫이 아니라 그 열매를 추수하는 농부, 곧 국민의 몫이다. 떠난 자리조차 오래 향기로운 나라의 사표(師表)가 진정 그리워지는 시절이다. 김명인 시인·고려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 [딸자랑] 천미산업(天美産業) 회장 서정호(徐廷浩)씨 두딸 계원(桂媛)·계령(桂玲)양

    4남4녀, 적지않은 8남매를 슬하에 두었지마는 모두들 외국에 나가 공부를 하고, 결혼해서 분가해 사는 까닭에, 늘 조용하기만 하다는 서정호(徐廷浩)씨(59)댁. 그런 집안이 오랜만에 활기를 띠게 되었다. 「프랑스」에서 「하프」를 전공하는 둘째따님 계원(桂媛)양(30), 「프랑스」를 거쳐 미국에서 「피아노」를 공부하던 네째따님 계령(桂玲)양(17)이 한때 귀국을 했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어른들만, 일하는 아이를 데리고 사는 까닭에 적적할 정도로 집안이 조용 했어요. 이번에 계원이도, 계령이도 귀국을 해서 오랜만에 사람이 사는 집같이 떠들썩하니까 여간 마음이 좋지 않군요』 어머니 정지자(鄭智子)여사(57)는 오랫동안 외국에 떨어져 공부하던 두 따님을 대하니 우선 반갑고, 따님들의 대화하는 목소리며 웃음소리를 들으니 흐뭇하기기만 하다는 표정이다. 4남4녀중 네따님 모두가 음악을 공부한 음악가족. 맏따님 계숙(桂淑)씨는 「피아노」를, 둘째따님 계원양은「하프」를, 세째따님 계선(桂仙)양 또한 「피아노」가 전공으로 현재 도미 유학중. 막내이자, 이 집안의 귀염둥이가 계령양. 『저희 집의 딸아이들은 어려서부터「피아노」를 배우도록 했어요. 애초에는 전공을 시킬 생각은 전혀 없었고, 단지 여자의 교양의 하나로 가르쳤던 것입니다. 그러나 어쩌다 보니까 모두들 음악이 전공이 되고 말았군요』 음악가족을 만들 생각도 없었고 막내따님 계령양이「천재 소녀 피아니스트」란 소리를 들으리라곤 전혀 기대 밖이라는 어머니의 설명. 『더구나 둘째아이 계원이가「하프」를 하게 된 것은 너무 엉뚱한 것이었어요. 국민학교, 중·고등학교때「피아노」와 「바이얼린」을 공부하기는 했지만 대학에서의 전공은 전혀 다른 문과(文科)계통이었거든요』 숙명(淑明)여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계원양이「프랑스」로 떠난 때가 63년 10월. 불문학을 공부하기 위한 목적에서 였다. 『제가 원래 음악을 좋아했거든요. 불문학을 공부하는 틈틈이「하프」에 매력을 느껴 개인지도를 받았어요 』 그때 「베르사이유」국립음악학교 교수인「러담티」부인을 만났고 그의 추천과 권유로「하프」를 본격적으로 배우게 되었다한다. 『계원이는「센시티브」하고 상냥하지만 욕심도 많아 공부라면 남에게 질세라, 열심이랍니다』 이런 성질은 단 1명의「하프」전공 외국인으로 「베르사이유」국립음악학교를 다니게 했고, 69년 졸업때에는 영예의 1등상을 수상했다는 어머니의 자랑이다. 63년 이화(梨花)여중 3년생이던 계령양은 둘째언니 계원양의 주선으로 「프랑스」에 가게되었던 것이라고. 『「프랑스」에 가자 곧 1개월만에 「파리」국립 음악원 입학 시험에 합격을 했다는 소식을 전해 왔더군요. 하루 7,8시간 맹연습을 해서 남들은 3,4년에도 끝내지 못하는 과정을 2년만에 끝내버렸어요』 68년5월 졸업때에는 특등상까지 받아 부모님들을 또한번 기쁘게 했다. 학교를 졸업하고서 미국으로 다시 건너간 계령양은 「뉴요크」에서 잠시 「줄리어드」에서「레슨」을 받았다. 그는 9월 12일의 독주회가 끝나면 곧「프랑스」로 떠나, 내년 6월에 있을「유럽」무대의 등용문격인 「롱티부」국제음악「콩쿠르」를 위한 준비를 하겠단다. [선데이서울 70년 9월 20일호 제3권 38호 통권 제 103호]
  • 한꺼번에 눈뜬 장님형제

    한꺼번에 눈뜬 장님형제

    장님 4형제가 한꺼번에 눈을 떴다. 눈을 뜬 형제들에게 맨처음 비친 모습은 어머니의 주름진 얼굴. 그 가슴에 함께 매달려 벅찬 기쁨에 눈물로 범벅이 되었다. 빛을 찾아준 의사와 간호원의 눈에서도 뜨거운 눈물이 흘러 내렸다. 참으로 흐뭇하고 인간애 넘친 이야기가 여기 있다. 전남 승주(昇州)군 별양(別良)면 두고(斗庫)리 박영순(朴永順)씨 (42)의 다섯아들중 네형제에게 4대째 만에 광명을 찾아준 이는 순천(順天)시 매곡(梅谷)동 민(閔)안과원장 민경봉(閔庚峰)씨(45)-. 성용(成容)(20) 성곤(成坤) (14) 성문(成文)(11) 성인(成仁)군(2)등 형제에게 민원장의 인술(仁術)의 손길이 뻗치게 된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들 장님일가의 생활의 기둥이었던 아버지 이정수(李正洙)씨(46)의 죽음때문이었다. 지난달 13일 새벽 이웃마을에서 독경을 해주고 번 쌀 5되와 보리쌀 2말을 짊어지고 돌아오던 이씨가 앞을 못본 탓에 열차에 치여 숨져버린 것이다. 쌀과 보리쌀이 섞여 마구 흩어진 철길위에서 피투성이가 된 이씨를 부둥켜 안고 몸부림치는 박여인과 눈먼 아들들의 통곡은 너무나 처절한 것이었다. 어느덧 몰려든 마을사람들도 오열을 참지 못했다. 눈먼 시아버지와 남편, 아들들을 거느리고도 한마디의 불평없이 살아온 박여인의 슬픔은 온 마을의 슬픔이었다. 동네 아낙네들이 쌀과 보리쌀을 보내 치른 장례식에서도 온 마을이 통째 통곡에 잠겼다. 이 슬픈 장님 가족들의 이야기가 전해지자 (서울신문 8월 22일 충남판 삼거리등) 도내 곳곳에서 온정의 밀물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광주맹아학교에서 사람이 달려와 장님 형제를 맡겠다고 나섰다. 어떤 공무원은 박봉을 쪼개 보냈으며, 이웃마을 사람들은 쌀과 보리쌀을 보내줬다. 이런가운데 이들 형제를 무료로 수술해 주겠다고 나선 사람이 바로 민원장-. 정밀한 진찰끝에 『수술을 받으면 눈을 뜰 수 있겠다』 고 진단했을 때 박여인은 하늘같은 남편을 잃은 슬픔도 잊은채 어쩔줄 몰라했다.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26년전 16살 때 장님 이정수씨에게 시집온후 오직 성한 눈을 가진 아들 낳기만을 소원으로 한결같이 살아온 박여인이었다. 둘째아들 성찬(成燦)군(16·별양중1)을 빼고 4형제를 모두 장님으로 낳았을 때마다 몸부림치고 싶은 마음을 가까스로 달래며 숙명이라고 체념해버린 그녀였다. 증조할아버지 진석(鎭錫)씨가 어릴때 홍역을 앓고난 후 눈이 멀어버리자 할아버지, 아버지 형제를 거쳐 4대째를 이어 장님으로 태어났던 불운의 가족. 이씨가 독경으로 생활비를 벌어 들이기 시작한 것도 불과 5년전의 일. 생활을 도맡아야 했던 박여인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산과 들을 헤매며 품을 팔아 땔감과 먹을 것을 벌어들여 억척스럽게 장님 가족의 생활을 꾸려나가야 했었다. 효부 열녀로 아낌없는 칭송을 받기도 했다. 남편이 독경을 배워 판수가 된 후부터는 생활이 좀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우울한 그녀의 마음은 조금도 밝아질 수 없었다. 그러나 효심과 공경으로 시부모와 남편을 극진히 섬기고 아들들을 끔찍이 사랑하여 불평없이 살아온 갸륵한 여인-. 이러한 그녀 앞에서 아들 4형제가 모두 눈을 뜰 수 있다는 것은 기적같은 일이었으리라. 4형제를 선천적인 백내장(白內障)으로 진단한 민원장은 『처음에는 주저했으나 꼭 한번 불쌍한 형제들에게 광명을 찾아주자는 결심으로 수술을 했읍니다』고 말한다. 민원장은 지난달 28일부터 4일동안 하루 1명씩 수술을 했다 하루 3시간씩의 어려운 수술에도 피로를 느끼지조차 않았지만 수술 결과에 애가 타서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었다는 얘기-. 9월 4일 낮2시 숨막히는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다. 민안과의 입원실은 쥐죽은 듯 고요했다. 민원장의 떨리는 손이 성용군의 눈에서 붕대를 벗겨 나갔다. 천천히 천천히…. 마침내 『보이느냐』는 민원장의 애타는 목소리에 성용군은 의사옆에서 초조히 지켜보던 어머니의 품속으로 뛰어들어 흐느끼기 시작했다. 민원장은 안도의 한숨과 함께 오열을 깨물며 이튿날부터 4형제의 붕대를 차례로 모두 풀어냈다. 수술은 모두 성공이었다. 4형제는 난생 처음 보는 어머니의 얼굴이었다. 아들4형제가 눈을 뜨게 된 기적이 일어났다. 다섯 모자는 얼싸안고 한 덩어리가 되어 벅찬 희열을 주체할 줄 몰랐다. 이 정경을 지켜보던 원장도 간호원도 뜨거운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평생 처음 의사로서의 보람을 맛보았어요』라고…. 민원장은 또 할아버지 이상덕(李相德) 노인(62)의 수술도 해보자고 했으나 노인은 『너무나 염치없고 이제 다 늙어 수술하면 뭣하겠느냐』고 한사코 사양. 전남 해남군 마산면 화내리 출신인 민원장은 51년 전남의대를 나와 군의관 생활을 거쳐 61년 순천(順天)에서 개업했다. 4형제의 첫 시력은 0.5정도. 오는 15일까지 치료를 하면 0.8정도로 시력이 좋아지겠으며 안경을 끼면 생활에 지장이 없으리라는게 민원장의 말이다. 강렬한 우성유전에 의해 장님이 된 이들은 비록 눈을 떴지만 다음대에서 장님이 나오지 않는다고는 장담할 수 없다는 것. <순천> [선데이서울 70년 9월 20일호 제3권 38호 통권 제 103호]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청자의 거장’ 도예가 혁산 방철주 옹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청자의 거장’ 도예가 혁산 방철주 옹

    총알에 날개를 달았다. 날카로운 부리도 있다. 어떤 계략이나 은폐·엄폐가 필요없다. 잔잔한 호숫가를 그저 바라보는가 싶더니 ‘쉬익∼’ 하고 날아가 눈 깜짝할 사이에 물고기를 낚아챈다. 하늘로 치솟는 모습이 예술이다. 햇빛에 반사되는 파문과 현란한 날갯짓에서 펼쳐지는 청록색 향연은 그야말로 눈이 부시다. 이 광경을 보고 아마 ‘비(翡)’라고 했을 터.0.002초의 승부사 물총새, 바로 그 색깔(翡)에 우리 조상들은 넋을 놓았을 것이다. 천년 세월을 이어온 ‘고려청자’가 세계의 으뜸인 까닭은 무엇일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한결같이 형언할 수 없는 천하제일의 비색(翡色)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보석의 비취색보다 더 고운, 태고의 신비감이 자랑이다. 그 비색을 좇아 살아온 40년 세월이다. 고려인의 비색청자를 가장 가깝게 재현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울러 생동감 있는 문양창조로 청자의 품격을 한층 세련되게 끌어올려 한국을 방문하는 각국의 정상들로부터 ‘보물급’이라는 찬사를 듣는다.‘청자의 거장’이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美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 작품 영구전시 혁산(赫山) 방철주(85)옹. 경기도 이천의 ‘동국요’에서 나이를 잊은 채 여전히 ‘작업중’이다. 선생은 요즘 어느 때보다 ‘청자인생’에 보람을 느낀다. 다름 아닌 다음달 7일 선생의 작품 ‘지구무늬 항아리(Global Jar)’가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 영구 전시(등록번호 2043527)된다. 1998년 제작된 이 ‘지구무늬 항아리’ 표면에는 물방울 모양이 점점 확대되거나 축소되면서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듯한 현대적인 문양이 그려져 있다. 스미스소니언 측은 고려청자의 고전적인 아름다운 비색을 바탕으로 현대적인 디자인을 표현한 최고의 작품이라고 극찬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선생은 2000년 일본 도자기상이 연출한 희대의 고려청자 사기극을 밝혀내 국내외 언론에 대서특필이 된 바 있다. 지난 9일 도자기 축제가 벌어지는 경기도 이천시내를 거쳐 신둔면 수하리에 위치한 ‘동국요’를 찾았다. 마당 한가운데 오래된 느티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지금까지 선생과 동고동락을 같이해 온 세월의 버팀목인 듯했다. 그 주위로 전시장, 작업실, 사무실 등이 그림처럼 이어진다. 낯선 기척에, 수제자이자 딸인 방문숙(43)씨가 먼저 손님을 맞이한다. 이어 선생이 “멀리서 왔다.”며 손을 내밀었다.85세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얼굴피부가 무척 젊고 고왔다. 아름다운 비색과 함께 살아서 그럴까. ●수제자인 딸과 함께 작업 작업실에 들어섰더니 마침 딸과 함께 작업중인 ‘지구무늬 항아리’가 있었다.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 보관될 작품과 똑같은 크기로 전체 작업단계 중 약 80%라고 선생은 설명했다. 이어 전시실로 들어섰다.40평 남짓한 공간에는 온통 비색으로 가득찼다. 가장 아낀다는 ‘벚꽃무늬 항아리’를 비롯한 각종 꽃들이 비색과 절묘하게 어우러진 공간이다. 또 주병(酒甁), 장경병(長頸甁) 등 여러 가지 병류와 매병(梅甁), 각종 주전자 등이 저마다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특히 진열대 중간 중간에 찰스 영국 왕세자, 미테랑 전 프랑스대통령,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일본의 나카소네·후쿠다·호소가와, 고이즈미 전 총리 등 혁산의 비색청자를 선물받은 각국 정상 12명의 사진과 관련 기사들이 액자로 쭉 놓여져 있었다. 그의 작품이 세계 정상들의 안방에 놓여져 있다는 생각에 경외스럽게 느껴진다. 잠시 그의 도록집을 살폈다. 도자사학가 강경숙씨는 “선생의 작품세계는 절정기의 비색청자의 모방과 재현에서 출발했으나 현대의 미감이 충분히 발현돼 있다.”면서 “기형은 전통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무늬는 젊고 생동감이 넘치며,4월의 등나무 꽃을 연상시키는 연이은 구슬무늬 등 현대인의 감각에 잘 와닿는다.”고 평가했다. 또 정양모 전 국립박물관장은 “비색을 빚어내는 오묘한 기술은 단절되고 그 영롱한 아름다움을 깊이 이해하는 사람도 찾아보기 어려운데 지금 같은 경지에 이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의미부여를 했다. 기법 또한 상감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 문숙씨는 “조선시대의 분청사기에 주로 사용된 박지기법(백토를 문양 위에 바른 후 다시 얇게 벗겨내는 것)이 상감과 어우러지며 진사채(辰砂彩)와 함께 고고(孤高)하면서도 화사하게 아롱진다.”고 설명했다. ●계룡산 점술가 “평생 깨지는 물건 취급할 팔자” 선생의 도예인생은 어쩌면 숙명적이었다. 충남 논산 출생인 그는 27세때 우연히 계룡산 근처의 노(老) 점술가를 만난다. 이때 점술가한테 “자네는 평생 깨지는 물건을 취급할 팔자야.”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로부터 얼마 안 돼 정말로 우연하게 유리사업을 하는 사람을 만나게 됐다. 같이 일하던 중 1954년 서울 을지로2가에 ‘유리상회’를 차렸다. 이어 대전에 3000평 규모의 유리가공 공장을 설립했다. 일본을 오가며 기술개발도 하며 나름대로 번창했다. 그러던 어느날 건강이 악화되자 문득 “돈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 다 때려치우고 건강하게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때 이상하게도 어린 시절 옹기그릇을 잔뜩 이고 있던 할머니 모습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그 할머니는 우리 집에 와서 그릇을 다 줄 테니 곡식과 바꿔달라고 했거든요. 그 모습이 얼마나 애절하던지….” 1967년,45세 나이에 유리사업가에서 도예의 길로 뛰어든 계기가 됐다. 일본에서 4년 동안 유약과 흙을 다루는 법을 배우고 1971년 귀국해 현재의 ‘동국요’를 만들었다. 이후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청자재현에 매진했다.1973년, 일본에 사는 지인이 가끔 왔다 가곤 하더니 하루는 5만달러를 불쑥 보내왔다.“부담없이 받고, 혹 (도자기)구워지는 거 있거든 하나 둘 보내달라.”는 짤막한 서신도 동봉했다. 빚 아닌 빚이 된 셈. 이후 일본으로 완성품 청자를 몇번 보냈다. ●1974년 고 이병철 회장과의 만남 1974년 봄이었다.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갑자기 사람을 보내 잠시 만나자고 해 이 회장 집무실로 찾아갔다. 셋째 아들 이건희씨와 그의 장인이자 당시 중앙일보 사장인 홍진기씨 등도 함께 있었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지금 국내 어디에서 도자기를 팔고 있느냐.”고 물었고, 혁산은 단 한점도 없다고 대답했다. 이어 이 회장은 “도자기는 여러 사람한테 보여주는 것이다. 신세계백화점에 장소를 내줄 터이니 그곳에 전시하면 어떻겠느냐.”고 권유했다. 극구 사양하고 돌아왔지만 며칠 동안 사람이 찾아와 설득하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신세계에 직매장을 설치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일본의 지인에게 보냈던 작품이 도쿄시내에 전시됐고 이 회장이 이를 우연히 보고 혁산을 부르게 됐다. 선생은 평소 ‘도자기의 생명은 흙이라는 단미(單味)에 있다.’는 말을 항상 가슴에 품었다.1975년 전남 강진군 일대를 샅샅이 답사하던 중 또 한번 숙명적으로 고려시대의 ‘태토’와 만났다. 고려청자에 가장 근접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미 800년의 긴 세월 동안 단절돼 버린 그 전통기법의 맥은 과연 무엇이며, 과연 이를 살려낼 수 있는 것인가 하는 것이 저를 괴롭힌 숙명적 화두였지요.”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22년 논산 출생 ▲65∼70년 일본의 세토(瀨戶), 교토(京都), 마쓰자카(松阪) 등지에서 도예 수학 ▲71년 경기도 이천시 신둔면 수하리 현 위치에 ‘동국요’ 설립 ▲73∼2007년 일본에서 개인전 80여회 ▲73년∼현재 12개국 정상들에게 해외 수교예술품으로 증정 ▲75년 전남 강진에서 최고의 청자용 태토 발견, 채취에 성공 ▲76∼79년 신세계백화점 내 미술관에서 개인전(4회) ▲84∼88년 미국, 남미 등지 순회그룹전 ▲85년 한국의 전승공예도예 5대 작가 초대기획전 ▲97년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대학 주최 한국 전승 도자전(한국학과 설립 100주년 기념) ▲97∼2002년 한국 이천 도자기 축제에서 한·중·일 작가 특별전 ▲02년 프랑스 파리 한국도자전 ▲05년 청자 초대전(롯데 에비뉴엘 갤러리) ▲06년 한국도자기 런던 특별전 ▲07년 6월 ‘지구무늬 항아리’ 스미스소니언박물관 영구전시
  • 대학가 멘토링 열풍

    외톨이 생활, 자살 충동 등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대학생들이 정신적·심리적인 위기를 겪는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대학생의 정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멘토링(Mentoring) 프로그램이 대학가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멘토(Mentor·상담자) 혹은 멘티(Mentee·상담을 받는 사람)로 참가하는 대학생들은 동문 선배들에게서 진로상담을 받거나 혹은 중·고생을 대상으로 직접 고민상담·학습지도 자원봉사를 하면서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에 대한 자신감을 얻어가고 있다. 숙명여대 취업경력개발센터는 2003년부터 국내 대학으로는 처음으로 교수·자문위원 멘토프로그램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교수 멘토프로그램은 한 학기 15시간 수강에 1학점으로 인정되며 올해는 47개 강좌가 개설됐다.‘법학전공을 살리는 취업준비’,‘영화 공부와 영화 페스티벌 준비’등 전공과 취업을 연계한 과목들이 많다. 자문위원 멘토 프로그램에는 외부 인사나 동문들이 참여한다. 대기업 임원이나 전문직에 종사하는 동문 선배가 멘토가 되어 3∼6개월 동안 개인 상담을 해주는 것은 물론 현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현재 모두 60여개팀에 1000여명의 멘티가 참가하고 있다. 기업탐방이나 보고서 작성 등 실무교육을 체험하고 마케팅 공모전, 기업 인턴십에도 참가하는 등 변화된 채용시장에서 남보다 앞서가는 체험을 하는 점이 특징이다. 외부 인사로 김순진 ㈜놀부 회장, 민병진 서울치과병원 원장, 동문으로는 방송인 이금희 아나운서, 임영신 전 HSBC은행 전무 등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2학기에 스탭스 주식회사 박천웅 대표이사의 ‘물고기 잡는 법’을 수강한 수학과 문숙영(22)씨는 “예전에는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겁부터 먹었지만, 멘토링을 받은 뒤부터 이제는 도전을 즐기게 됐다. 번지점프, 지하철에서 자기소개하기, 강남역에서 헌팅하기 등을 통해 많은 추억을 쌓은 것은 물론 자신감도 생겼고 이력서에 쓸거리도 풍부해졌다.”며 뿌듯해했다. 강좌를 함께 들은 10여명의 학생들은 강좌가 끝난 뒤에도 온라인 모임을 통해 정보도 나누는 등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한신대는 멘토링을 학생 자원봉사 프로그램으로 연계시켜 운영하고 있다. 대상은 종합사회복지관이나 건강가정지원센터, 주몽사회복지관 등 오산과 군포 지역 사회복지시설이다. 학생들은 멘토링 자원봉사자로서 저소득층이나 맞벌이 가정, 새터민, 장애인 가정 자녀들에게 공부를 가르치고 있다. 오산종합사회복지관 백민례(26) 복지사는 “학생들이 공부방 교사로 참여하면서 ‘스스로에 대해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된다.’며 보람을 느끼더라. 학교에서는 개별적인 관심을 못 받던 아이들이 대학생 선생님과 친밀하게 지낼 수 있어 매우 즐거워하고, 부모들도 만족해한다.”고 말했다. 연세대도 지난해부터 리더십 개발원을 통해 ‘리더십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연세대가 세운 가양4종합사회복지관과 연계, 재학생들이 사회복지 서비스가 필요한 청소년들에게 공부는 물론 문화활동 등을 함께 즐기고 있다. 올해에도 벌써 60여명의 학생들이 활동하고 있다.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패션·보석으로 부활하는 조각가 문신

    조각가 문신은 1995년 세상을 떴지만 그가 남긴 2000여점의 드로잉은 옷, 스카프, 넥타이, 보석 등으로 재탄생했다. 회화와 조각 작업을 주로 해온 문신이 남긴 드로잉은 개미, 사마귀, 나비의 날개 등과 한국적인 문양이다. 최근 파리에서 열린 텍스월드에서 문신의 문양으로 만든 패션작품은 지난달 세계 최고상을 수상했다. 한복업체 칸과 신소재 섬유업체 닥센은 문신의 문양으로 길이 10m의 스카프 등 섬유·패션작품 100여점을 제작했다. 특히 영국 최대 의류업체인 막스&스펜서사가 문신 패션작품을 소장품으로 구입하기도 했다. 자연 속의 식물, 곤충, 혹은 새를 닮은 듯한 좌우대칭의 생명체를 표현한 그의 조각은 보석 작품으로도 거듭난다. 문신의 조각에 보석을 붙여 최고가가 7억원이 넘는 작품들이 다음달 가나아트센터에서 전시된다. 문신의 여러 조각작품 가운데는 서울 올림픽공원의 묵주알을 연상시키는 25m의 스테인리스 스틸 조각 ‘올림픽의 단합’이 유명하다. 파리에서 전시해 큰 호평을 받은 ‘조각가 문신-패션으로의 부활전’은 이달 31일까지 숙명여대 문신 박물관에서 열린다.(02)710-9280.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감자탕엔 과일향 풍부한 와인이 딱이죠”

    “감자탕엔 과일향 풍부한 와인이 딱이죠”

    “감자탕에는 과일향이 풍부하고 타닌 성분이 적은 와인이, 고추장 듬뿍 넣은 돌솥비빔밥에는 당도 높은 와인이 딱입니다.” 숙명여대 와인클래스 강의를 맡은 크리스티앙 시구앵(32)은 2년전 한국에 온 뒤 가장 가장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캐나다 퀘벡 출신으로 캐나다 특급 레스토랑에서 소믈리에로 명성을 쌓은 그는 세계 최고의 요리학교 ‘르 코르동 블루’와 숙명여대가 손잡은 ‘르 코르동 블루 숙명아카데미’에서 지난달 27일 개강한 와인클래스를 맡았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 음식과 와인의 궁합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쏟아냈다. “한국에서 레스토랑 직원들에게는 많은 강의를 했지만 일반인을 상대로 강의하기는 처음입니다. 배우고 싶은 욕구는 큰데 적극성이 좀 떨어집니다.” 첫 강의를 할 때 ‘누구 해볼 사람 있어요.’라고 했을 때 아무도 나서지 않아 그를 당황하게 만들었다.“말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수줍어하는 것 같아서 그 뒤로는 일부러 수업 방향을 액티브한 형태로 잡았습니다.”라고 귀띔했다. 그의 강의는 다른 와인아카데미 수업과는 다르다. 일방적으로 강의하고 잔에 담긴 와인을 ‘테이스팅(맛보기)’하는 것이 아니라 퀴즈를 풀고, 직접 코르크 마개를 따서 시음하고 맛에 대해 토론하는 방식이다. 젊은 나이지만 그의 ‘와인 내공’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대학에 들어갈 때부터 부모에게 독립한 그는 집세와 학비, 용돈 등을 스스로 벌어야 했다. 월급 외에 두둑한 팁까지 만질 수 있는 레스토랑에서 머무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길어졌다. 콩코르디아 대학에서 문화인류학 석사 학위까지 받았지만 와인의 매력에 사로잡힌 그는 평생의 ‘업’으로 와인을 택했다. 그는 학교가 아닌 현장에서 홀서빙을 거쳐 와인 담당 웨이터, 헤드 웨이터, 매니저까지 차곡차곡 단계를 밟아 올라갔다.2년전 한국에서 와인의 가능성을 보고 제 발로 찾아 왔으며 지난해 10월부터 300년 전통의 와인회사 ‘피어르스’의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내년 봄 쯤 와인바를 열 계획도 가지고 있다. 10여년을 와인과 동고동락한 그가 생각하는 와인의 장점은 무엇일까. 그는 “대화에 곁들이기에 가장 좋은 친구죠. 소주는 원샷하다 보면 금방 취하지만, 와인은 천천히 음미하며 나누는 술”이라고 설명했다.“‘와인 한 잔 하자.’는 의미는 술을 마시자는 것보다는 대화를 나누자는 의미에 가깝죠.”라고 덧붙였다. 와인을 즐기는 방법을 고수에게 청해 봤다.“가장 좋은 방법은 자주 마시되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며 한 두 잔 소량으로 끝내는 겁니다. 혼자서 한 병을 따서 다 비우는 건 미련한 짓이죠. 사랑하는 이와 와인을 함께 나누는 순간이 행복한 순간이고 인생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죠.” 글 임일영 정서린기자 argus@seoul.co.kr
  • [서울 4色 탐험-박물관 천국] (1) 숙명여대 자수 박물관

    [서울 4色 탐험-박물관 천국] (1) 숙명여대 자수 박물관

    세계적인 여행 가이드북 ‘론니 플래닛(Lonley Planet)’에서 서울을 소개한 마틴 로빈슨은 숙명여대 자수박물관을 “반드시 방문해야 할 서울의 숨은 명소”라고 추천했다. 서울에서 한국·중국·일본 등 동아시아 자수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유일한 박물관이기 때문이다. 이곳은 관복·갑주·병풍·혼례복·흉배 등 다양한 의복과 복식장식구 800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세계적인 자수연구가 정영양 박사가 기증한 유물들이다. ●한국의 숨은 명소 정 박사는 세계 최초로 자수를 학문적으로 연구하면서 자수예술가, 직물역사가로 명성을 얻었다.1976년 뉴욕대학에서 논문 ‘중국·한국·일본의 자수역사와 기법’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동아시아 자수의 역사와 가치를 전세계에 널리 전파했다. 자수박물관은 정 박사가 평생 모은 자수작품을 전시하기 위해 2004년 5월 개관했다. 박물관은 매년 기획전을 통해 소장유물을 일부 선보인다. 첫 번째 전시회 ‘히든 스레드(Hidden Thread)’에서는 중국 자수 예술과 기법을, 두 번째 전시회 ‘디자인:선과 선이 만날 때’에서는 자수장식의 기원 의미 지역적 해석 등을 소개했다. 현재는 ‘수실로 짓는 천상:동아시아 의례복식’전을 열고 있다. ●자수를 통해 신앙체계 이해 26일 숙명여대 정문 르네상스 플라자에 위치한 자수박물관에는 한국 중국 일본 몽골 티베트의 의례용 직물들이 한자리에서 전시되고 있었다. 전시회는 도교 불교 유교 등 동아시아에 큰 영향을 미친 신앙별로 꾸몄다. 정혜란 큐레이터는 “박물관이 소장한 유물 중에서 가장 시각적이고 기술적으로 화려한 유물을 공개했다.”면서 “자수예술을 통해 동아시아 신앙체계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입구에 걸려 있는 황금빛 용이 수놓인 방장(房帳:벽에 장식용으로 걸어 놓았던 커튼)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도교의 영향을 받은 중국 청대 작품. 위쪽에는 푸른 하늘 위로 붉은 태양과 하얀 달, 북두칠성이, 아래쪽에는 두 마리 용이 승천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불교에서도 용은 단골 소재였다. 중국의 부유한 시주가 사찰에 헌납했다는 황룡포(黃龍袍)에도 용이 등장한다. 중국 명말∼청초 때 제작된 이 의복은 용·구름·파도·산 등을 강하게 표현했다.17세기 중국에서 유행하던 직물 디자인을 엿볼 수 있다. 특히 공작의 깃털로 실을 뽑은 공작사(孔雀絲)로 용의 몸을, 금으로 만든 금사(金絲)로 용의 머리와 비늘을 극세화처럼 표현했다. ●화려한 혼례복이 인기 인기 있는 전시품은 중앙에 자리한 한·중·일 혼례복이다. 우리나라 의복에는 봉황이, 중국에는 용이, 일본에는 학이 수놓아진 것이 이채롭다. 혼인날에는 신분과 상관없이 부귀영화를 상장하는 온갖 무늬를 사용할 수 있었다. 특히 일본 기모노 위에 입었던 겉옷 우치카게에는 붉은 바탕에 금빛 거북, 흰 학 등 장수를 상징하는 길조 문양이 혼합돼 있다. 상설 전시작품으로는 견사자수(絹絲刺繡)을 놓은 기원전 3∼4세기 청동거울이 눈에 띈다. 중국 전국시대 청동거울 뒤면을 사슬수로 꾸민 것이다.2000년의 세월이 흘렀는데도 자수의 흔적이 남아 있다. 꽃모양의 자수를 붙인 여자 신발도 전시돼 있다. 중국 원대(13∼14세기)로 추정되는데 닳고 닳아 신발 형태는 무너졌지만, 꽃모양 자수만은 뚜렷하다. 아름다운 자수로 체험하는 동아시아의 역사가 흥미롭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U네트워크’ 첫 구축 건국대 가보니

    ‘U네트워크’ 첫 구축 건국대 가보니

    U캠퍼스(Ubiquitous-campus)가 손안에 들어왔다. 최근 건국대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U캠퍼스를 구축하면서, 첨단 캠퍼스가 학생들 사이로 한 걸음 더 바짝 다가왔다. 봄비가 내리던 지난 20일 오후,PDA형 와이브로폰 하나로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건대 U캠퍼스 현장을 찾았다. 학생들은 첨단 기술과 콘텐츠에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 1. 전철 안에서 “어이쿠, 지각이네.” 늦잠을 잔 대학생 준상이. 얼른 와이브로폰을 챙겨 학교로 나선다. 전철 안에서 전자 다이어리로 하루 일정을 점검하고, 학교 네트워크에 접속해 첫 수업을 실시간 동영상 강의로 듣는다. 이어 집 컴퓨터에 접속, 어제 쓴 보고서를 내려받아 수업 온라인 게시판에 올려 놓는다. 웹캠을 통해 조별 영상회의에도 참여한다. # 2. 캠퍼스에서 학생회관 앞에서 한 뮤지컬 동아리의 퍼포먼스가 한창이다.“나만 보기 아까운 걸.” 대학생 미진이는 얼른 와이브로폰을 꺼내 촬영했다. 폰에 내장된 프로그램으로 편집하니 그럴듯한 손수제작물(UCC)이 됐다. 포털 블로그에 올리자 금세 조회수가 수백회를 웃돈다. 강의시간 사이 남은 빈 시간은 디지털 멀티미디어방송(DMB)을 시청했다. ●KT·삼성전자와 협력… 와이브로폰 3000여대 보급 곧 현실로 다가올 U캠퍼스 가상 시나리오다. 대학 캠퍼스 풍경을 크게 바꿔놓을 U캠퍼스의 모습이지만 더이상 미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일 오후,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찾은 서울 화양동 건국대에서 그 가능성을 경험했다. 건대는 최근 와이브로 기반 시설을 구축, 콘텐츠를 확보하고 이용자를 확대하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마련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건대의 유비쿼터스 네트워크는 KT, 삼성전자와 산학협동을 통해 거둔 성과다. 수천명의 학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와이브로망 휴대인터넷을 통해 각종 학사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건대가 처음이다. 건국대는 동문들의 지원으로 삼성전자의 PDA형 와이브로폰(SPH-M8100)을 대당 10만원대 가격에 모두 3000여대를 나눠주고 있다. 이홍천 정보전략팀장은 “고정형 무선인터넷인 네스팟이 이동성에 제한이 있었다면 와이브로는 캠퍼스 구석구석, 건물 내부까지 터지지 않는 데가 없어 진정한 의미에서 유비쿼터스 생활을 꾸려나갈 수 있게 한다.”면서 “지금까지 600대 정도 신청이 들어왔는데,5월 축제기간을 이용해 전면적인 홍보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KT의 와이브로 기술은 기존의 고속하향패킷접속(HSDPA) 서비스에 비해 콘텐츠를 올리는 속도가 10배 이상 빨라 이용자 중심의 모바일 2.0시대에 가장 알맞은 환경을 마련해 준다고 한다. 내려받기도 초당 1.8메가비트(Mbps)인 HSDPA에 비해 2∼3배나 더 빠른 초당 3Mbps이다. 고화질 대용량의 UCC를 언제 어디서나 쉽게 올리고 받아볼 수 있어 그야말로 ‘움직이는 1인 미디어’인 셈이다. KT 휴대인터넷사업본부 고형규 마케팅 과장은 “이달 초까지 서울 전 지역 대학과 수도권 7개 도시 17개 대학, 지하철 1∼4호선에 와이브로망을 이미 구축했고, 다음달 초에는 5∼8호선까지 최적화 사업을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와이브로폰을 통해 이동 중 원격강좌, 강의자료 실시간 내려받기, 전자책 열람, 학사관리 등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명사 100인 초청 100분 강의´ 등 콘텐츠 풍부 건대 전자공학과 2학년 김모(22)씨는 “긴 통학 시간을 이용해 전철에서 좋아하는 미국 드라마를 보면 좋을 것 같다.”며 큰 관심을 나타냈다. 컴퓨터공학과 2학년 백모(24)씨도 “학교가 제공하는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해 보다 풍족한 대학생활을 누릴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대했다. 조용범 정보통신처장은 “유명인 100명을 초청해 100분씩 강의하는 동영상 서비스(100분 100강) 등 알찬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면서 “앞으로 명실상부한 U캠퍼스로 거듭나기 위해 서비스 품질 안정화는 물론 강의 시스템 변화, 콘텐츠 확충, 교직원 연수 등에도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서울대 등도 구축 서둘러 건국대 외에도 적지 않은 학교들이 U캠퍼스 구축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는 무분별하게 널린 각종 벽보와 현수막을 없애는 ‘클린 캠퍼스 캠페인’의 하나로 U캠퍼스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벽보 등을 대체할 대안 매체로 10개 학내 건물에 LCD 미디어게시판(LMB), 인터넷 키오스크,T페이퍼, 옥외 LED 전광판, 신문 통합배포대 등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전남대는 내년 3월부터 차세대 통합정보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180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U캠퍼스를 구축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규·비정규 교과과정에 대한 통합 관리를 위한 혼합형 강의(B-Learning) 시스템, 업무분석 및 절차 개선을 통한 학사행정 정보시스템 재구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 무엇보다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학생증을 대체하는 스마트 카드를 도입할 예정이다. 카드 한 장으로 학생증·출입 보안통제·교통카드·금융결제·전자출결관리·열람실 예약 등을 모두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숙명여대는 모바일 학사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1999년 3월 국내 대학으로는 처음으로 무선 랜망을 구축한 경험을 바탕으로 언제 어디서든 휴대전화와 PDA나 PMP 등을 통해 학사정보 서비스를 오프라인과 똑같은 수준에서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 학사행정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 대부분의 주요 대학들이 U캠퍼스를 위한 콘텐츠 도입과 인프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화여대는 지하에 짓고 있는 이화삼성캠퍼스센터(ESCC)에 유비쿼터스 개념을 구현할 방침이다. 오는 12월 완성되면 방문 차량에 빈 주차공간을 자동 안내하는 U드라이브, 책상마다 개인용 터치스크린 모니터를 장착해 자동 출석체크는 물론 강의 내용을 자동 전송할 수 있는 U강의실이 실현된다. 서울대는 ‘혼합형(Blended)’ e러닝 방식으로 차별화된 e캠퍼스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세계 각 대학 교재를 출판사별로 열람할 수 있는 e팩 서비스를 비롯, 온라인 과제 제출 및 휴대전화 공지 문자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정종욱 월드포커스] 中·日간 얼음이 녹으면 한국은?

    몇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의 베이징에는 동서 양쪽에 서로 대조되는 두개의 건물이 있었다. 서쪽에는 항일전쟁기념관이, 동쪽에는 21세기 중·일청년우호교류센터가 있었다. 항일전쟁기념관에는 일본이 중국을 침략했을 때 일본 군대가 자행했던 끔찍한 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중국 사람들을 상대로 한 생체 실험과 임신부의 배를 칼로 찌르는 참혹한 장면들이 생생하게 재연되어 있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주로 중국의 어린 학생들이었다. 버스를 타고 온 학생들이 성지 참배를 온 것처럼 숙연한 표정으로 한 시간 이상 각종 전시물들을 참관했다. 이에 비해 21세기 중·일청년우호센터에는 찾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일본 정부가 양국 청소년들 간의 우호증진과 교류협력을 위해 많은 돈을 투자해서 지은 현대식 건물들이지만 대개는 텅텅 비어 있었다. 중국과 일본의 과거와 미래 사이에는 이렇게 메우기 힘든 공간이 있었다. 지난주에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일본 방문이 있었다. 그동안 고이즈미 전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 등 여러 가지 문제들로 양국 관계가 악화되었기 때문에 과연 그의 방문이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그런데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원자바오 총리의 말을 빌리면 이번 방문은 양국 간에 ‘얼음을 녹이는 여행’(融氷之旅)이었다. 지난 10월 아베의 중국 방문이 ‘얼음을 깨는 여행’(破氷之旅)이었다면 원자바오의 방문으로 깨어진 얼음이 녹아버렸다는 것이다. 자민당 간사장 나카가와 히데나오(中川秀直)가 “이로써 중·일 간의 얼음이 완전히 녹았다.”고 말하자 원자바오는 “양국 관계에 겨울은 가고 봄날이 왔다.”고 화답했다. 그가 중국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일본 국회에서 행한 연설에서 이제는 “역사를 직시하며 양국 간에 아름다운 미래를 함께 열어가자.”고 역설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일본과 중국의 언론들도 대체로 원자바오의 일본 방문이 양국 관계에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물론 중·일 간에 얼음이 녹고 봄날이 오려면 많은 문제가 남아있다. 양국이 원자바오 방문을 계기로 하루아침에 불행한 과거의 참담한 기억을 잊고 밝은 미래를 함께 열어갈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항일전쟁기념관의 악몽이 갑자기 지워지지는 않을 것이다. 원자바오도 앞으로 일본 정부의 태도를 지켜볼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전략적 호혜관계를 수립하기로 합의했고 경제각료회의를 매년 개최하기로 했지만 양국 관계는 협력보다 경쟁의 측면이 강하다. 앞으로 더욱 그러할 것이다. 국민투표법이 일본 중의원을 통과함에 따라 일본 헌법이 개정되고 일본이 본격적인 군사대국화의 길을 걷는 시점이 임박했다는 게 중국의 시각이다. 이미 중국과 일본 사이에는 아시아 패권을 향한 숙명적 경쟁이 본격화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문제는 우리의 처지이다. 이제 한국은 중국에 더 이상 과거의 한국이 아니다. 중국에는 좋든 나쁘든 일본이 한국보다 훨씬 중요한 파트너가 되었다. 처음부터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우리는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일종의 자기최면에 빠져 있었다. 중국이 우리에게는 호의적이고 일본에는 적대적일 것이라는 생각 자체가 착각이었다. 우리가 앞서가는 일본과 뒤에서 쫓아오는 중국 사이에 끼여 샌드위치가 될 것을 걱정할 게 아니라 저만치 앞서가는 중국과 일본 뒤에서 아무도 쳐다 보지 않는 외롭고 미운 오리의 신세가 될 가능성을 이제부터라도 직시해야 한다. 중국에 대해 보다 현실적 인식을 가져야 하며 일본과의 감정이나 기 싸움도 이제는 끝내야 한다. 그런 토대 위에서 보다 균형 잡힌 새로운 한·중·일 삼각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 꽃같은 시어로 인간의 내면 보듬어

    “더 멀리/떠나왔나 보다/밀교(密敎)의 단호한 문을 여러 겹 건너/비바람과 눈보라 사이를 숨차게 헤쳐/바위처럼 금 간 상처 내려다보며/그래도 두렵지 않다, 두렵지 않다, 서로/위로하면서/몇백 날을 그렇게 달려왔지/은닉한 쾌감에 메마른 주둥이를 대고 싶어/피 흐르는 육체의 윤곽을 덮어 지우면서/저 감옥 속으로,/감옥 속으로.”(‘꽃나무 아래의 키스’ 전문) ‘우울한 샹송’ 등 우수 어린 아름다움을 노래해온 중견시인 이수익(65)씨가 새 시집 ‘꽃나무 아래의 키스’(천년의시작 펴냄)를 발표했다. 이번 시집에는 표제작을 포함한 61편의 근작시를 담았다. 그의 시는 생의 본질을 밝히고자 태어난다. 삶에 대한 깊은 응시를 통해 사물과 현상의 내면에 숨어있는 움직임과 고요함을 빨아들여 그것으로 한송이 꽃과 같은 시를 피워낸다. “안락한 일상의 유혹을 침 뱉고 저주하라, 그대/불행의 작두 위를 걸어야 할 시인이여.”(‘또 다른 생각’ 부분) 시인에게 있어 ‘시인’이란 ‘불행의 작두’를 타야할 숙명을 지닌 사람들이다.칼날 같은 현실을 비켜가지 않고 당당하게 그 위를 걸을 수 있고, 자신의 상처로 세상이 치유되지 않으면 기꺼이 죽음에도 키스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시집은 이런 그의 ‘시인론’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사소한 것에서부터 아주 거대한 것까지 두루 소재로 쓰고 있지만 그것들은 모두 인간의 아픈 흉터를 어루만지고 있다.시인은 “시는 현실적 삶의 풍경과 체온을 떠나서 생각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196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은 ‘우울한 샹송’ ‘눈부신 마음으로 사랑했던’ 등의 시집을 냈고, 현대문학상, 정지용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등을 수상했다.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한·미 FTA 시대] 복제약이 매출 절반 “업체 90% 문 닫을 판”

    [한·미 FTA 시대] 복제약이 매출 절반 “업체 90% 문 닫을 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9개 분야 가운데 의약품도 수비에 치중했던 대표적인 분야로 꼽힌다.“3골 먹을 것을 대부분 지켜냈다.”는 정부측 평가와 달리 국내 중소 제약업계를 중심으로 “발가벗겨졌다.”는 자조 섞인 탄식이 흘러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의약품 협상은 애초 ‘얼마나 잃지 않느냐.’가 관건이었다. 미국계 다국적 제약사의 오리지널 신약 특허가 연장되고, 신약 관련 자료 독점권이 인정되면 제네릭(복제약)과 개량신약(성분을 조금 달리한 약)에 의존한 국내 제약사는 타격을 받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현재로선 FTA 협정 발효 이후 소비자들이 입을 피해액을 추정하기가 불가능하다. 제약업계 안팎에선 “소비자의 의료비 부담이 늘어난다는 점에 이견이 없지만 피부로 느끼기 위해선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정확한 피해규모 산출은 2∼3년 더 걸릴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부 “신약최저가 보장등 최소 3골은 막아” 한·미 FTA를 전기로 의약품 분야는 어떤 운명을 맞을까. 전화위복이 될지, 쓰나미에 휩쓸려 추락할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제약회사들이 다 망할 판”이라는 푸념 뒤에는 제약산업이 원래 ‘고위험 고수익’ 특성을 지닌 만큼 경쟁력을 높이고 해외진출에 일조할 기회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우선 협상 결과를 냉철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 협상단은 ▲신약의 최저가 보장 ▲물가인상에 따른 약가 연동조정 ▲등재평가와 약가결정 분리 등 정부의 ‘약가 적정화 방안’을 무력화할 수 있는 미국측 요구를 대부분 막아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민단체·제약업계의 평가는 다르다. 핵심인 ▲신약의 특허기간 연장 ▲신약 자료독점권 인정 ▲의약품 허가와 특허 연계 등 중요한 부문에서 미국측 주장이 관철됐다는 혹평이다. ●값싼 복제약 금지로 의료비 부담 늘듯 이는 ‘신약의 특허권 강화’로 귀결된다. 미국계 제약회사는 한국에서의 특허기간(약 17년)에 더해 품목 허가기간까지 특허기간을 최대 5년까지 연장시키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아울러 품목허가 때 제출한 자료는 최소 5년간 국내 제약사가 원용하지 못한다. 제네릭은 물론 부속성분을 조금 달리한 개량신약도 적용 대상이다. 허가와 특허가 연계돼 신약 개발 회사는 특허 소송(특허청)과 함께 품목허가정지 가처분신청(식약청)을 밟을 수 있다. 내용을 조금 달리해 소송을 반복할 경우, 그만큼 값싼 제네릭과 개량약 출시는 늦춰진다. 이는 비싼 외국 신약 의존도를 높여 의료비 상승을 가져올 전망이다. 신약의 건강보험 등재, 가격결정에 이의를 신청할 수 있는 독립기구와 양국 의약품 문제를 논의할 위원회 설치도 부담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국내 제약업계는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 업체 대부분이 영세한 자본, 기술력으로 버텨온 데다 미국측의 ‘윤리적 영업행위’ 요구가 받아들여져 리베이트 관행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현재 의약품 시장에서 복제약은 매출액 대비 49%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최대 미국계 제약회사가 지난해 45조원의 매출을 올린 데 반해 국내 최대 제약사인 동아제약은 5712억원에 그쳤다. 제약계 안팎에선 결국 200여 제약업체(제약업계 회원사 기준) 가운데 신약개발 능력이 있는 20여군데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본다. 실제로 2004년 체결된 미·호주 FTA 이후 살아남은 호주 제약사는 10개에 못 미친다. ●업계 해외개척·정부 조세지원 필요 이의경 숙명여대 임상약학대학원 교수는 “국내 제네릭 기업들이 복제약품 중심의 내수시장을 탈피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면서 “제약시장에서 다국적 기업 매출 비중이 커지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국내 제약기업은 고부가가치 개량신약과 신약을 개발해 인도나 이스라엘처럼 해외시장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조세정책 등을 통해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의료서비스 시장 개방은 감춰진 또 다른 시한폭탄으로 남아 있다. 시작 단계부터 의제에서 제외됐지만 일단 협정이 발효되고 교류가 늘어나면 추가개방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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