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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의 모든 상처받은 것 위로… 문단 보듬은 ‘큰 나목’

    세상의 모든 상처받은 것 위로… 문단 보듬은 ‘큰 나목’

    늘 수줍어하던 문학소녀였다. 가까운 후배들에게조차 제대로 곁을 주지 못할 정도로 부끄러움을 탔다. 하지만 후배들은 어려움이 있으면 늘 그를 찾곤 했다. 친정 어머니 같고, 큰누이 같던 그의 마음 씀씀이 한 자락을 살며시 내비친 것이 빈소 입구에 붙여진 ‘부의금은 정중히 사양한다.’는 글귀다. 생전에 했다는 “나 죽으면 가난한 문인들에게 부의금을 받지 말라.”는 말이 뒤늦게 전해지며 후배들을 더욱 사무치게 했다. 세상의 모든 상처받은 것들을 위로해 주던 ‘영원한 현역 작가’ 박완서는 그렇게 먼 길을 떠났다. 80세. 지난해 뒤늦게 발견된 담낭암으로 투병해 오던 그는 지난 22일 새벽 서울삼성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1970년 불혹의 나이에 늦깎이로 등단한 뒤 꼬박 40년을 한결같이 써온 글쓰기도 함께 끝냈다. 지난해 여름 펴낸 산문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와 같은 박완서 특유의 넉넉한 성찰과 위안의 글은 이제 활자로만 남게 됐다. ☞[포토] 한국 현대문학의 거목 박완서 타계●“6·25 없었으면 선생님 됐을 수도” 한국현대사의 굴곡은 그 시대 누구에게나 그러했듯 그에게도 굵직한 생채기를 남겼다. 서울 숙명여고를 졸업한 그는 1950년 서울대 국문과에 입학했으나 한국전쟁이 터져 곧바로 중퇴해야 했다. 의용군으로 나간 오빠는 부상을 입고 돌아온 지 여덟 달 만에 세상을 떠났다. 학교 중퇴 이후 미8군 PX에서 일하다 박수근 화백을 만나 등단작 ‘나목’(裸木)의 모티브를 얻기도 했다. 상처는 쉬 가시지 않았다. 197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나목’이 당선되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박완서는 일관되게 한국전쟁을 들여다봤다. 전쟁이 보통의 사람들, 특히 여성들에게 어떻게 억압이자 상처로 작용했는지에 대한 탐구였고 스스로 치유하는 과정이었다. 지난해 계간문예지 ‘문학의문학’과 나눈 대담에서 그는 “6·25가 없었으면 글을 쓰지 않고 선생님이 됐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전쟁·참척의 고통까지 관조 1980년대에는 ‘살아있는 날의 시작’(1980), ‘서 있는 여자’(1985),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1989) 등의 작품을 통해 작가 입지를 굳혔다. 특유의 부드럽고 다독이는 문체 속에 급속한 산업화 속에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소외감과 상실감에 시달리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문단으로 본격 호출한 것이다. 1988년 남편을 폐암으로 잃었다. 석달 뒤 외아들마저 떠나보내는 참척(慘慽)의 고통을 겪었다. 가톨릭에 귀의한 그는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1994),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1995), ‘너무도 쓸쓸한 당신’(1998) 등을 통해 개인적 상처마저 관조하는 힘을 보여 줬다. “경인년 꽃다운 20세에 6·25전쟁을 겪고 어렵게 살아남아 그 해가 회갑을 맞는 것까지 봤으니 내 나이가 새삼 징그럽다. 더 지겨운 건 육십년이 지나도 여전히 아물 줄 모르고 도지는 내 안의 상처다. 노구지만 그 안의 상처는 아직도 청춘이다.” 깊은 상처 속에서도 늘 글 속에 유머를 잃지 않았던 그는 가장 최근에 쓴 ‘내 식의 귀향’이란 글에서 이런 말을 한다. “남편과 아들이 잠들어 있는 천주교 공원묘지를 다녀왔다.…비석엔 내 이름도 생년월일과 함께 새겨져 있다. 다만 몰(沒)한 날짜만 빠져 있다. 멀지 않은 곳에 김수환 추기경의 묘소가 있는 게 저승의 큰 ‘빽’이다.” 이어지는 글. “다만 차도에서 묘지까지 내려가는 길이 가파른 것이 걱정스럽다. 운구하다가 관을 놓쳐 굴러떨어지면 늙은이가 살아날까 봐 조문객들이 혼비백산(하겠지)…실 없는 농담 말고 후대에 남길 행적이 뭐가 있겠는가.” ●유니세프 활동 ‘한국의 오드리 헵번’ 그는 소설 바깥의 활동도 소홀하지 않았다. 1993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친선대사를 맡은 이래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몽골, 인도네시아 등을 찾아다녔다. 암을 발견하기 직전인 지난해 9월에도 부산까지 내려가 유니세프 후원행사에 직접 참석했다. 유니세프 한국위 직원들은 “한국의 오드리 헵번 모습을 발견했다.”며 그 웅숭깊은 속내를 기렸다. 이제 지상에서 글쓰기는 끝났다. 그는 천상으로 자리를 옮겨 또 다른 소통과 위로의 글쓰기를 시작할 것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오이디푸스·카인·신데렐라·레드… ‘콤플렉스’ 관한 오해 풀기

    오이디푸스와 엘렉트라, 카인, 신데렐라, 그리고 레드…. 이 말들 뒤에 공통적으로 붙일 수 있는 단어가 콤플렉스다. 일상 속에서 대개의 사람들이 흔히 접하지만 뭔가 당당하게 말하기 어렵고, 그래서 더욱 피하거나 숨기고 싶은 ‘그 무엇’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일상생활에서는 친숙하지만 그 정체에 대해서도 우리는 정확히 알고 있을까. 혹시 콤플렉스란 단어에 대한 예단과 막연한 오해 때문에 보다 큰 ‘무엇’을 놓치고 있지는 않을까. ‘콤플렉스 카페’(가와이 하야오 지음, 위정훈 옮김, 파피에 펴냄)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콤플렉스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깨는 ‘매뉴얼’ 역할을 자처한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태어날 때부터 숙명적으로 콤플렉스를 안고 산다. 그러니 ‘피할 수 없다면 콤플렉스와 정면으로 부딪치라.’는 게 책의 일관된 주장이다. 대체로 콤플렉스는 열등감의 다른 이름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스위스의 의사이자 정신분석가인 카를 융은 콤플렉스의 실재(實在)와 가치를 동시에 인정했다. ‘콤플렉스는 넓은 의미에서 일종의 열등성’이지만, 동시에 ‘위대한 노력을 자극하는 것이며, 그러므로 어쩌면 새로운 일을 해낼 가능성의 실마리’의 가치도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콤플렉스를 숨기기에 급급한 나머지, 그것이 품고 있는 ‘아름다운 진주’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얘기다. 일본 ‘융심리학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저자는 카를 융의 논리를 기반으로 콤플렉스를 해체하고, 차근차근 극복해 나가는 방안을 제시한다. 저자가 수차례 강조했듯 그리 쉬운 과정은 아니다. 저자는 콤플렉스의 존재를 아예 무시하기보다 ‘의식과 무의식의 평등한 대결’을 지향하는 게 ‘보다 성숙한 나’를 위한 길이며, 자아 실현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충고한다. 우선 감정의 얽힘 없이 자신의 열등성부터 인식하라는 뜻이다. 책은 6장으로 나뉘어 있다. 1장은 콤플렉스의 정의를 다룬다. 망각, 무의식적인 실수 등 일상의 다양한 예를 통해 콤플렉스의 윤곽을 잡아 간다. 2장은 다중인격이나 도플갱어 등 콤플렉스가 자아를 억누르고 현실 세계에 등장한 예를 인용해 콤플렉스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3장은 히스테리 등 콤플렉스와 자아의 힘의 균형이 깨졌을 때 생기는 ‘이상’에 대해, 4장은 자아와 콤플렉스가 ‘대결’하고 ‘폭발’하고 ‘해소’되기까지의 드라마틱한 과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5장은 콤플렉스가 자아에게 보내는 메시지인 ‘꿈’을 해석하고, 6장은 콤플렉스 문제를 개인 차원에서 사회와 세계로 확장한다. 1만 30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부의금 받지 마라” 가는 길까지 ‘서민과 시대의 작가’

    “부의금 받지 마라” 가는 길까지 ‘서민과 시대의 작가’

      늘 수줍어하던 문학소녀였다. 가까운 후배들에게조차 제대로 곁을 주지 못할 정도로 부끄러움을 탔다. 하지만 마음 속엔 살가움 한가득임을 알기에 후배들은 어려움이 있으면 늘 그를 찾곤 했다. 친정 어머니같고, 큰 누이같던 그의 마음 씀씀이 한 자락을 살며시 내비친 것이 빈소 입구에 붙여진 ‘부의금을 정중히 사양한다.’는 글귀다. 생전에 했다는 “나 죽으면 가난한 문인들에게 부의금을 받지 말라.”는 말이 뒤늦게 전해지며 후배들을 더욱 사무치게 했다.  세상의 모든 상처받은 것들을 위로해주던 ‘영원한 현역 작가’ 박완서는 그렇게 먼 길을 떠났다. 80세. 지난해 뒤늦게 발견된 담낭암으로 투병해오던 그는 지난 22일 새벽 서울삼성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1970년 불혹의 나이에 늦깎이로 등단한 뒤 꼬박 40년을 한결같이 써온 글쓰기도 함께 끝냈다. 지난해 여름 펴낸 산문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와 같은 박완서 특유의 넉넉한 성찰과 위안의 글은 이제 활자로만 남게 됐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고인의 유해는 천주교식으로 장례를 치른 뒤 25일 오전 경기 용인 천주교 묘지에 안장된다.    ● 분열의 문단 어머니처럼 보듬어 안던 ‘큰 나목’  한국현대사의 굴곡은 그 시대 누구에게나 그러했듯 그에게도 굵직한 생채기를 남겼다. 서울 숙명여고를 졸업한 그는 1950년 서울대 국문과에 입학했으나 한국전쟁이 터져 곧바로 중퇴해야 했다. 의용군으로 나간 오빠는 부상을 입고 돌아온지 여덟 달 만에 세상을 떠났다. 학교 중퇴 이후 미8군 PX에서 일하다 박수근 화백을 만나 등단작 ‘나목’(裸木)의 모티브를 얻기도 했다.  상처는 쉬 가셔지지 않았다. 197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나목’이 당선되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박완서는 일관되게 한국전쟁을 들여다 봤다. 전쟁이 보통의 사람들, 특히 여성들에게 어떻게 억압이자 상처로 작용했는지에 대한 탐구였고 스스로 치유하는 과정이었다.  지난해 계간문예지 ‘문학의문학’과 나눈 대담에서 그는 “6·25가 없었으면 글을 쓰지 않고 선생님이 됐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1980년대에는 ‘살아있는 날의 시작’(1980), ‘서 있는 여자’(1985),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1989) 등의 작품을 통해 여성문학의 대표적 작가로 입지를 굳혔다. 특유의 부드럽고 다독이는 문체 속에 급속한 산업화 속에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소외감과 상실감에 시달리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문단으로 본격 호출한 것이다.  ● 전쟁·참척 고통까지 관조“내 나이 새삼 징그럽다”  1988년 남편을 폐암으로 잃었다. 석달 뒤 외아들마저 떠나보내는 참척(慘慽)의 고통을 겪었다. 가톨릭에 귀의한 그는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1994),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1995), ‘너무도 쓸쓸한 당신’(1998) 등을 통해 개인적 상처마저 관조할 수 있는 힘을 보여줬다.  “경인년 꽃다운 20세에 6·25전쟁을 겪고 어렵게 살아남아 그 해가 회갑을 맞는 것까지 봤으니 내 나이가 새삼 징그럽다. 더 지겨운 건 육십년이 지나도 여전히 아물 줄 모르고 도지는 내 안의 상처다. 노구지만 그 안의 상처는 아직도 청춘이다.”  늘 내면의 상처에 주목해왔기에 그의 문장은 섬세한 감정의 결을 놓치지 않았다.    ● 암 발견 직전까지 유니세프 한국위 친선대사 활동  한국문학작가상, 이상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호암상 예술상, 보관문화훈장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은 소설가로서 삶에 내려진 작은 상일 뿐이다. 소설 바깥의 활동도 소홀하지 않았다.  1993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친선대사를 맡은 뒤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몽골, 인도네시아 등 곤경에 처한 이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 따뜻하게 품어주었다. 몸 속의 깊은 병을 확인하기 직전인 지난해 9월에도 부산까지 내려가 유니세프 후원행사에 직접 참석했다.  유니세프한국위 평직원들은 ‘한국의 오드리 헵번 모습을 발견했다. 고귀한 이상을 가지신 분임을 새삼 확인했다.’라며 그 웅숭깊은 속내를 기렸다.  이제 지상에서 글쓰기는 끝났다. 그는 천상으로 자리를 옮겨 밤하늘 별로 반짝거리며 또 다른 소통과 위로의 글쓰기를 시작할 것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1일 영광뒤 ‘6년의 지옥’ 퇴임후 전관예우 ‘돈벼락’

    ‘하루의 영광, 그리고 6년의 지옥.’ 법조인의 ‘로망’인 대법관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법복을 입은 판사라면 누구나 꿈꿔 보는 자리인 만큼 대법관 후보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하지만 대법관들은 말한다. 임명장을 받는 날의 영광 뒤에는 치열한 격무와 고뇌가 기다린다고. 오죽했으면 최근 퇴임한 김영란(55) 국민권익위원장이 퇴임사에서 “고뇌의 자리였다.”고 6년간의 소회를 털어놓았을까. 하지만 영광과 지옥 말고도 추가할 게 하나 더 있다. 퇴임 후 ‘돈벼락’(수임료)이다. 돈보다는 명예라며 변호사 개업이나 대형 로펌행을 거부한 일부 인사를 제외하고 ‘전관예우’ 덕을 톡톡히 누린다. 대법관은 통상 30여년의 법조 경력을 가진 엘리트 법관들 중에서 나온다. 예우는 국무위원급이다. 3000㏄급 에쿠스 승용차가 기사와 함께 제공된다. 연봉은 수당을 합쳐 1억원이 조금 넘는다. 해외출장에선 국무총리급 의전을 받는다. 일단 대법관에 임명되면 빨간 카펫이 깔린 넓은 방에서 하루 종일 서류 더미에 묻혀 산다. 2009년 기준으로 대법관 1명이 1년에 처리하는 사건은 2176건이다. 하루 평균 6건에 가깝다. 이를 두고 전직 대법관은 “대법관은 숙명처럼 외롭게 살아 간다.”고 말한다. 빠르고 편하게 종이 서류를 넘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고무 골무’가 손끝에 항상 꽂혀 있다. 생지옥이 따로 없다. 일부 대법관은 퇴근할 때 서류 뭉치를 싸들고 집으로 간다. K 대법관은 “대법관에게 필요한 연구와 사색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하소연한다. 최종심이라는 정신적 스트레스도 무시할 수 없다. 대법원 판결이 나면 더 이상 하소연할 데가 없기 때문이다. 김 국민권익위원장은 대법관 퇴임사에서 “대법관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고 바람직한 최선의 길을 찾는 고뇌의 자리였다.”고 말했다. 중요 선고가 있으면 새벽 1, 2시까지 고민한다. 대법관 퇴직 이후 행보도 관심거리다.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 방순원·조무제 전 대법관은 ‘청빈’ 이미지로 각인돼 있다. 반면 변호사로 활동하면 수임료로 연간 10억원은 ‘누워서도’ 버는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전직 대법관들이 대형 로펌 등에서 일하고 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국내 인디음악 생존 방안은 있는가

    국내 인디음악 생존 방안은 있는가

    “30대에 (인디) 음악 활동을 한다면 딱 세 종류입니다. 미쳤거나, 집에 돈이 많거나, 실력이 엄청 좋거나….” 서울 홍익대 앞 클럽에서 10년가량 밴드 활동을 해온 한 드러머의 푸념이다. 음악이 좋아 달리지만 먹고살 길은 막막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사각지대에 놓여진 인디 음악인들. 그저 숙명이거니 체념하며 살던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국내 인디 음악의 자생력을 키우는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11월 서른일곱의 나이에 뇌출혈로 허망하게 꺾여 버린 1인 밴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본명 이진원)의 죽음이 계기가 됐다. 19일 서울 서교동 상상마당에서 열린 ‘한국 인디 음악의 미래는 있는가-자생적인 음악 시장을 만들기 위한 대안 찾기’ 토론회. 문화운동시민단체인 문화연대와 당사자인 인디 음악인들, 정계·학계·문화계 인사 등이 머리를 맞댔다. 토론회에서는 대안으로 삼을 만한 국내외 사례가 구체적으로 소개됐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1500여 농촌 가구와 5만여 서울 시민 공동체인 한살림운동을 예로 들며 인디 음악인들의 ‘문화생활협동조합’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인디 음악 시장의 불균형은 인디 음악에 대한 문화적 이해와 담론 확산 정도에 비해 음악을 생산하고 유통하고 소비하는 주체들이 서로 연합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면서 “인디문화생협을 통해 인디 밴드 간 선의의 경쟁, 제작과 배급에서의 전문적 비즈니스, 인디 음악 시장을 키워 나가기 위한 독립적 의식 등 삼박자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유럽의 자멘도(Jamendo)를 벤치마킹 사례로 제시했다. 자멘도는 뮤지션들이 음원 공개, 홍보, 상업적 사용 및 재판매 가능 여부 등에 대한 계약 내용을 직접 작성하고 방문객들은 게재된 음원을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뮤지션별로 페이지 방문자 수와 그들이 맺은 상업적 이용 계약의 내용에 따라 수익을 정산한다. 최 의원은 “자멘도 같은 디지털 음원 유통 플랫폼을 개발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안했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는 ‘공연지역 로컬화 확대’를 거론했다. 김작가는 “인디 문화를 논하기에는 공연 무대의 장이 ‘홍대 앞’ 하나밖에 없다.”면서 “영화 관람은 멀티플렉스(복합상영관) 등장으로 일상이 됐지만 공연은 아직도 특별한 이벤트이다. 인디음악 활성화를 위해선 지금의 공연 인프라 및 클럽 지역의 로컬화 확대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기업의 역할도 주문했다. 인디 밴드로는 꽤 유명한 D밴드의 한 보컬은 “대관료가 비싸고 공연 세금이 턱없이 높아 적자가 날 줄 뻔히 알면서도 공연을 한다.”고 토로한 뒤 “정부가 전문 라이브 공연장을 건립해 저렴하게 공연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 준다면 언더그라운드의 판이 달라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동연 교수도 “아이돌 그룹으로 재편되다시피 한 국내 가요계 현실을 감안할 때 문화적 다양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인디 시장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 지원이 요구된다.”면서 ▲음악 저작권 시장 개방 ▲정식 문화공간으로서의 클럽 인정 ▲이벤트성 무료 공연 적극 개최 ▲클럽공연 관람비 지원 ▲인디 공연 인프라 지원 등을 주문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인디문화생협 인디 클럽과 레이블(음반사), 인디 밴드들의 연합을 뜻한다. 인디 음악인들이 가진 문화적 자원과 트렌드를 대중에게 통합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생산·유통·소비자 공동체를 만들자는 것.
  • [유가의 진실은] “원화 절상 용인해야 가격 불투명성 개선을”

    전문가들은 인위적인 ‘가격 억제’ 정책보다는 원화절상, 유류세 인하 등 정부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국제 유가와 국내 기름값 간의 비정상적 가격 차이 등 불투명한 유통 구조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제 유가가 오를 땐 국내 기름값이 빨리 오르는 반면 내릴 땐 천천히 내리는 비대칭성이 존재한다.”면서 “석유제품에 대한 정제·유통마진이 불투명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장경제 체제에서 대통령이 일일이 기름값, 밀가루값, 설탕값을 언급해 가격을 인하할 수 있겠느냐.”며 “국제 유가뿐 아니라 해외 원자재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해 이제는 원화절상을 용인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외환위기 이전의 원화 환율이 900원대였고 현재 1120원 안팎으로 외환위기 때보다 20% 넘게 절하됐다.”면서 “경쟁국인 중국 위안화, 일본 엔화도 절상이 돼 원화를 100원 절상한다고 해도 수출경쟁력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광우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국제 유가와 환율 변동 등 대외적 요인에 따라 소매 공급 단가도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 “정유업계의 마진을 줄여도 인하폭은 20~30원에 그쳐 국민의 체감 효과는 미미하다.”고 말했다. 그는 “원화 절상이 더디게 이뤄져 원유의 수입 부담이 크고 유류세 비중도 높다.”고 지적했다. 김창섭(석유시장감시단 부단장) 경원대 에너지IT학과 교수는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2008년 고유가 때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내린 것처럼 정부가 유류세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 [2011년 빛낼 스포츠 스타] 롯데 황재균-넥센 강정호

    [2011년 빛낼 스포츠 스타] 롯데 황재균-넥센 강정호

    모두가 둘을 라이벌이라고 불렀다. 그럴 만했다. 공통분모가 많았다. 1987년생 동갑이다. 지난 2006년 함께 현대 유니폼을 입었다. 키도 183㎝로 같다. 좋은 체격을 가졌고 더 좋은 운동신경을 자랑했다. 데뷔 초부터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다. 유격수 한 자리를 놓고 경쟁했다. 한명이 치고 나가면 다른 한명이 기회를 잃었다. 묘하게 서로 한해씩 번갈아가며 가능성을 보였다. 숙명. 2009년 유격수와 3루수로 역할 분담이 될 때까지 이런 구도가 계속됐다. 둘은 그저 친구였을 뿐이다. 그런데 어느새 라이벌이 돼 있었다. 주변에서 그렇게 규정해 버렸다. 프로야구 팬이라면 이쯤 되면 누구 얘기인지 다들 안다. 넥센 강정호와 롯데 황재균 얘기다. “우리는 라이벌이 아니라 친구일 뿐”이라던 둘은 2011년, 이제 진짜 라이벌로 만나게 됐다. 팀은 달라졌고 둘 다 주전 유격수로 뛴다. 승부를 가릴 때가 됐다. 강정호와 황재균을 12일 각각 만나 서로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명실상부 한국 최고 유격수 강정호 현재 유격수로서 한발 앞선 건 강정호다. 지난해 최고 성적을 거뒀다. 타율 .301에 12홈런 58타점을 기록했다. 아시안게임에서 맹활약했고 유격수 골든글러브도 차지했다. 명실상부 한국 최고 유격수가 됐다. 한발 뒤처진 황재균, 제대로 도전을 선언했다. “솔직히 강정호에게 유격수 자리를 뺏기기 전까지는 제가 유격수를 봤어요. 이제 기회가 왔으니 한국에서 제일 잘하는 유격수가 되고 싶어요.” 표정이 단단했다. 해내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강정호는 뭐라고 답했을까. 슬쩍 웃었다. “3루 서다가 유격수로 옮기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유격수 황재균은 아직 한번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도전을 하더라도 골든글러브는 지켜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번 정상에 서 본 자의 여유였다. 황재균은 “그게 그렇게 말처럼 쉽지 않을 거다.”라고 맞받았다. ●넘치는 의욕 vs 넓은 수비 폭 유격수로서 자신과 상대를 평가해 달라고 부탁했다. 강정호는 자신을 ‘욕심 많은 유격수’로 규정했다. “못 잡을 것 같은 타구도 꼭 잡아야 하고, 안 던져도 될 타구를 꼭 던지고야 마는 유격수”라고 했다. 그래서 화려하고, 화려한 만큼 실책도 많다. 강정호는 “올해는 화려한 것보다 좀 더 안정감 있는 유격수가 되고 싶다. 그게 진짜 좋은 유격수의 덕목인 것 같다.”고 했다. 황재균에 대해서도 평가했다. “어깨가 강하고 단단하다. 타자 스타일이나 투수의 공을 보고 미리 머리를 잘 쓰면 수비 폭도 넓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전제가 붙었다. “아직은 내가 확실히 앞섭니다.” 황재균은 “그래도 강정호보다는 실책을 덜하는 유격수가 될 것 같다.”고 농담했다. “강정호보다 다리가 빠르니까 수비 폭을 더 넓게 가져가는 유격수가 될 거다. 그걸로 밀고 나갈 생각이다.”라고도 했다. 둘의 판이한 유격수 수비 스타일도 올 한해 프로야구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둘 다 뼈를 깎는 훈련 중 둘은 지난해, 약속이나 한 듯 서로를 부러워했다. 황재균은 아시안게임에 나간 강정호를 보면서 씁쓸함을 달랬다. “처음엔 내 일처럼 기뻤지만 그다음엔 부럽고 씁쓸했다.”고 했다. 강정호는 황재균의 포스트시즌 활약을 텔레비전으로 지켜봐야 했다. “나도 저런 데서 뛰어봐야 할 텐데…” 혼자 속을 끓여야만 했다. 토끼띠 동갑 친구는 “올해는 상대를 부러워하지 않고 꼭 나의 해로 만들겠다.”고 입을 모았다. 각자 앞에 있는 목표가 조금씩 달랐다. 강정호는 내년 시즌 팀의 4번 타자로 뛴다. 넥센 김시진 감독은 “홈런 30개까지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장타율을 올리는 게 지상과제다. 그래서 스윙 궤적을 바꾸고 몸을 불리고 있다. “정확히 맞히기보다는 멀리 보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플로리다에서 손이 벗겨질 정도로 방망이를 휘두를 것”이라고 했다. 황재균은 일단 수비가 우선이다. 지난 연말부터 공필성 수비코치와 함께 하루 3~4시간씩 수비훈련을 했다. 스프링캠프에선 그 이상을 소화할 예정이다. “스프링캠프에서는 죽었다고 생각하라더라고요. 저도 한번 죽어보자는 생각입니다.” 두 라이벌의 2011 시즌이 곧 시작된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박근혜 싱크탱크 ‘국가미래연구원’ 가보니

    “박근혜 전 대표는 우리가 벌이는 갑론을박에 뛰어들어 자신의 판단에 맞는 정책을 취사선택할 겁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이 10일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이날은 첫 순서로 국토·부동산·해운·교통 분야의 김정훈(영남대)·전준수(서강대) 교수가 연구원 이사인 김광두(서강대)·신세돈(숙명여대) 교수와 만나 향후 연구 과제를 의논했다. 국제운송경영학 박사 출신으로 항만운송 전문가인 전준수 교수는 영국에서 돌아오자마자 회의에 참석했고, 도시 및 지역계획학 박사로 국가균형발전 연구가인 김정훈 교수는 대구에서 올라왔다. 서울 마포대교 북단의 한 빌딩에 입주한 연구원은 132㎡(40평)로 조촐하고 조용했다. 20여명이 한꺼번에 모여 토론할 수 있는 세미나실 1개와 4~5명이 차를 마실 수 있는 작은 방 2개가 고작이다. 한국은행에서 퇴직한 자원봉사자와 행정업무를 보는 여직원이 상근한다. 사무실 임대료와 운영비는 원장인 김광두 교수가 우선 사재로 충당했고, 나중에 회비에서 돌려받을 것이라고 한다. 연구원은 이날 기획재정부에 사단법인 등록을 했다. 김 교수는 “교수들이 모여 연구를 한다는데 언론과 정치인들이 너무 큰 관심을 보여 부담스럽다.”고 운을 뗐다. 그러나 향후 연구원이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해서는 비교적 자세하게 밝혔다. 우선 분과별로 빠른 시일 내에 연구 주제를 정해 토론에 들어가기로 했다. 분과별 연구는 철저하게 수평적으로 진행되고, 멤버라면 누구든 참여할 수 있다. 박 전 대표에게 제공되는 연구물은 분과별 교차 검증도 이뤄질 전망이다. 김 교수는 외교·안보 분야에서 어떤 토론이 벌어질지 관심이 많다고 했다. 이 분야에 참여한 학자들의 성향이 보수에서 진보까지 폭이 넓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연구원 차원의 일치된 입장이 나오는 경우는 드물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돈 교수도 “저마다 연구 성과와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연구물이 발표되고, 박 전 대표는 자기 판단에 따라 적절한 정책을 채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참여 교수들 중 나중에 대선캠프에 가담하는 사람도 있고, 그러지 않을 사람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박근혜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또 최근 박 전 대표의 복지론에 대한 비판을 놓고도 “내용부터 살펴보고 비판했으면 좋겠다.”면서 “현 정부의 복지정책보다 시스템적으로 더 정교하게 가다듬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고전 톡톡 다시 읽기] ‘인도주의자’ 위고 사형폐지를 논하다

    [고전 톡톡 다시 읽기] ‘인도주의자’ 위고 사형폐지를 논하다

    ‘파리의 노트르담’은 인간의 숙명에 대한 고찰이며, 파리시와 그곳의 아름다운 건축물에 대한 송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프랑스의 부조리한 사법제도에 대한 맹렬한 비판이기도 했다. 자유를 부르짖는 낭만주의자, 인도주의자였던 빅토르 위고(그림)에게 사형제도는 도덕을 후퇴시키고, 민중의 미덕을 해치는 악습으로 여겨졌다. 작품에 등장하는 루이 11세는 위고에 의해 비쩍 마르고 성질 급한 노인네로 묘사된다. 그런데 이 왕의 경악스러운 지점은 다름 아니라 여기다. 왕의 일행이 감옥을 시찰하던 중 창살 저 너머에서 찢어지는 비명 소리가 들린다. 보이지 않는 죄수는 자신이 무고하다며 제발 자비를 베풀길 간청하지만, 왕의 귀에는 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신하들이 모두 그 소리에 소름이 끼쳐 얼어붙어 있는데도 왕은 하던 말만 계속 하고, 신하들에게 질문하고, 문서를 읽으며 감옥 안을 거닌다. 아름다운 노트르담 대성당과 루브르궁이 있는 이곳 프랑스에는 비세트르 성과 그레브 광장이 함께 존재한다. 강도와 살인자들은 비세트르 성에 감금되었고, 사형수들은 마차를 타고 그레브 광장에 도착해 처형된다. 비정한 왕과 재판관들은 가난한 민중들이 못 배우고 굶주려 도둑질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보지도 듣지도 않는다. 15세기로 날아간 위고가 열여섯 살의 가녀린 소녀 에스메랄다를 목매달게 한 것은 그의 나이 29세 때의 일이다. 그러나 그는 그보다 2년 전 이미 ‘사형수 최후의 날’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통해 사형 및 사법제도의 기만성을 주장한 바 있다. 이 짧은 소설에서 위고는 사형을 언도받은 한 남자의 고독과 상념을 그린다. 이 작품을 통해 그는 “단두대의 붉은 받침대 아래 흥건히 고인 피 속에서 꼼짝 않고 누워 있는” 죽은 자의 영혼을 읽어보길 독자에게 권한다. 사형 당하기 1분 전까지도 오감으로 세상을 느끼고 숨 쉬는 젊은 남자의 입장에서 쓰여진 이 글은 다른 어떤 호소문보다 강렬하고 소름 끼친다.
  • [고전 톡톡 다시 읽기] (50) 빅토르 위고의 ‘파리의 노트르담’

    [고전 톡톡 다시 읽기] (50) 빅토르 위고의 ‘파리의 노트르담’

    빅토르 위고의 장편소설 ‘파리의 노트르담’(Notre-Dame de Paris)은 국내에 ‘노틀담의 꼽추’라는 제목으로 익히 알려진 이야기다. 영화로도 유명한 이 작품은 곱사등이 종지기 카지모도와 아름다운 집시 에스메랄다의 러브 스토리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원작에서 이는 주제를 떠받치는 다양한 소재 중의 하나일 뿐이다. 19세기 프랑스에서 자유와 낭만을 외치던 스물아홉의 위고는 15세기로 거슬러 가 복잡하게 얽힌 하나의 세계를 구축하게 된다. 그곳에는 아름답고 정교한 노트르담 대성당이 있고, 성당의 닫힌 문을 두드리는 이교도들이 있으며, 광장 한가운데 서 있는 교수대와 지하 감옥이 있다. 인간들은 그곳에서 나고, 자라고, 죽고, 미친다. 위고는 15세기 노트르담 아래에서 일어나는 이 모든 일을 조감하듯 그려냄으로써 자신의 세기의 진통을 고찰하고자 했던 것이다. 작품 첫 장은 1482년의 ‘광인절’ 묘사에 할애된다. 그레브 광장에서는 광인들의 교황을 선출하는 일이 한창이고, 파리 재판소에서는 한 판 풍자극이 벌어진다. 이런 날이면 학생들과 장사꾼, 거지들이 한마음이 되어 귀족과 성직자들을 조롱하기에 여념이 없다. “타도하라, 앙드리 나리를, 교회지기들과 서기들을, 신학자들을, 의사와 교회법 박사들을, 소송대리인들을, 선거인들과 총장을!” 이 소리에 불쾌해진 대학 서적상이 말한다. “이 시대의 빌어먹을 발명품들이 모든 걸 망쳐놓고 있다 이겁니다. 대포며 세르팡틴 포며, 구포, 그리고 특히 저 독일에서 온 또 하나의 가증스러운 발명품인 인쇄술 같은 것 말이지요. 이젠 수사본도 없어지고 서적도 없어졌소! 인쇄술이 서점을 죽이고 있어요. 말세가 왔어요, 말세가.” ●‘마녀사냥’ 유행한 15세기 프랑스 배경 1450년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세상에 내놓은 이래 이렇게 ‘말세’가 왔다고 누군가는 말했다. 그러나 또 한편에서는 이렇게 외치는 이들도 있었다. 혁명이 왔다, 해방이 왔다! 위고는 거리의 시인 그랭구아르, 곱사등이 카지모도, 거지들의 왕초 클로팽 등을 통해 노트르담 뒤편에서 꿈틀거리는 이 기운을 포착해낸다. 신에게 바치는 숭배의 표현이었던 노트르담 대성당은, 실은 신에게 보일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등 뒤에 가리고 있었다. 미로처럼 얽힌 골목길 끝에 ‘기적궁’이라는, 이름과 맞지 않는 거지들의 아지트도 수많은 은폐물 중 하나다. 도시에 더럽게 얹혀 사는 이들이야말로 광인절에 가장 적합한 주인공들이며, 아름다운 도시와 성당을 의도치 않게 위협하는 세력이었을 것이다. 15세기에 사람들은 이들을 광인, 이교도라 불렀다. 프랑스 대혁명과 7월 혁명을 거친 뒤 프롤레타리아트 계급을 이루게 되는 것 역시 그들이다. 그곳은 예외지대로, 국가의 통치권은 결코 거기까지 닿지 못한다. 헝가리, 스페인, 이탈리아 등지에서 온 인간들은 프랑스 국민도, 파리의 시민도, 성당의 신도도 아니다. 영토 안에 있지만 사실상 외부에 존재하는 그들은 모두 집시이고, 일종의 디아스포라(Diaspora, 離散)이며, 현대식으로 말하자면 불법체류자들이다. 그런데 작품 초반 비럭질과 사기를 일삼는 존재들에 불과했던 이들의 양상이 후반부에 이르러 바뀌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들은 에스메랄다를 구출하고 동시에 못마땅했던 성당을 노략질하기 위해 기적궁을 나선다. 그리고 진입 시도 중 나이 어린 학생 하나가 무참히 살해당하자, 그 분노에 힘입어 미친 듯 전진하기 시작한다. 광인절에 광장 위를 시궁창처럼 흐르던 이들이 바야흐로 거센 급류가 된 것이다. 이것이 ‘파리의 노트르담’의 시작이고 어쩌면 모든 것이다. 위고는 어떤 문이 아주 잠깐 열리려는 바로 그 순간을 그려냈다. ●개인의 욕망이 모두의 혁명으로 이어진다 잠재되어 있던 것들이 어떤 촉발에 의해 느닷없이 발현될 때가 있다. 결과가 어찌되었든 그때 혁명계수는 최대치가 된다. 아름다운 여성을 욕망하면서 이루어진 카지모도의 변신을 보자. 그는 눈물과 슬픔을 알게 되고, 난생 처음으로 자신이 인간임을 느낀다. 그런데 이때의 변신은 그 자신만이 아니라 주변까지 변화시킨다. 희희낙락 교수형을 구경하던 군중들은, 교수형에 처해지기 직전 에스메랄다를 구출한 뒤 노트르담을 오르는 카지모도에게 환호와 박수갈채를 보낸다. 이 순간 카지모도는 왕과 사법에 저항하는 민중 영웅이 되고, 구경꾼들은 그에게 동조함으로써 평범했던 어느 날을 광인절로 되돌려버린다. 귀족과 성직자를 흉내내며 한껏 비웃는 불경한 날로. 이렇듯 혁명은 다른 삶과 다른 나를 욕망하기 시작한 누군가가 다른 이들의 잠들어 있던 욕망을 깨어나게 하는 순간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혁명의 지속성은 누구도 보장할 수 없다. 혁명이 모든 사람들을 영원히 안락하고 행복하게 해준다는 것도 허상이다. 잠시 왕을 위협하는 세력이었던 거지들은 이내 흩어지고, 카지모도는 무지 속에서 아군인 기적궁 거지들을 죽인다. 잠시 일어났던 소요로 성당이 무너지거나 파리가 함락될 턱이 없다. 위고가 보여주는 건 여기까지다. 작품은 교수형 당한 에스메랄다의 시신을 껴안은 채 아사한 카지모도의 백골을 보여주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어쩌면 작품 전체는 서문에서 언급된 ‘숙명’(ANAΓKH)이라는 단어에 대한 긴 주석일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위고는 숙명 안에서 펼쳐지는 인간들의 헛된 시도와 미망을 보여주기 위해 펜을 들었던 게 아니다. 기적궁 거지들과 카지모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생명이 본능적으로 만드는 혁명의 기운 그 자체다. ●존재의 생사·존재의 변신 모두 숙명 존재의 생사가 숙명이라면, 존재들의 변신 또한 숙명 아니겠는가. 사랑이 본능인 한 혁명은 언제까지고 그와 함께한다. 마구잡이식으로 마녀사냥을 하던 15세기, 혁명과 반혁명이 이어지는 어지러운 19세기에도 사람들은 그렇게 살고 싸웠다. 1789년의 프랑스 대혁명, 박애사상의 대두, 그러나 곧바로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 1830년 7월 혁명과 영광의 3일, 다시금 왕의 부활…. 구체제와 혁명의 끊임없는 갈등과 긴장관계, 그 한복판에서 위고는 무지하고 추한 인간들을 대거 등장시킨 이 작품을 집필했던 것이다. 그에게는 쓰는 행위가 곧 싸움이고 숙명이었던 셈이다. 오늘도 시궁창은 도시를 가로지르고 호텔과 백화점들 뒤에는 기적궁이 엎드려 있다. 하지만 거기에도 사랑이 있고, 하루하루 만들어지는 삶이 존재한다. 21세기에도 화려한 빌딩숲 뒤에 사는 수많은 존재들이 언제 어디서 더 나은 생을 위해 성문을 부수려 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 순간이 오면, 사랑과 혁명의 에너지가 폭발하듯 솟구칠 것임은 물론이다. 안명희 수유+너머 남산 연구원 서울신문 · 수유+너머 공동기획
  • [부고]

    ●김용환(동북관세법인 회장)종환(영화학 사장)장환(쌍용제지 〃)정옥(미국 거주·사업)정희(이비인후과 원장)정애(사업)정진(나사렛대 교수)씨 모친상 윤지문(미국 거주·사업)황적준(고려대 교수·법의학연구소장)이병운(사업)김홍섭(인천대 교수·항만경제학회장)씨 장모상 김기찬(고신의대 학장)기진(네모아이씨피 사장)기호(플라마트 사장)기준(LG생활건강 대리)씨 조모상 6일 서울성모병원, 발인 10일 오전 8시 (02)2258-5971 ●석효성(공무원)효식(사업)씨 부친상 최동민(사업)장원석(성보종합건설 대표)최영(NICE그룹 부사장)씨 장인상 6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9일 오전 8시 (02)3410-6903 ●배은구(SK이노베이션 TAC/FCCL 사업본부장)씨 모친상 남영규(법무법인 민주 고문)이상헌(SK브로드밴드 CR전략실장)박성조(메이요클리닉)씨 장모상 7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9일 오전 9시 (02)3010-2295 ●김성진(전 KBS 영상제작국장)씨 부친상 7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9일 오전 6시 (02)3010-2291 ●권오진(YTN 사회2부장)씨 장인상 7일 수원 아주대병원, 발인 10일 오전 8시 (031)219-4115 ●주진걸(교통방송 대전본부 기자)씨 장인상 7일 서울성모병원, 발인 9일 오전 7시 (02)2258-5965 ●김종완(KMI 대표이사)종헌(대우엔지니어링 부장)씨 모친상 김태식씨 장모상 이영선(질병관리본부 약제내성팀장)씨 시모상 7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9일 오전 5시 30분 (02)2227-7580 ●이규옥(한국고전번역원 책임연구원)씨 모친상 6일 강북삼성병원, 발인 9일 오전 7시 (02)2001-1096 ●곽현진(KTV 기획편성과)씨 부친상 7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9일 오전 8시 (02)3010-2261 ●이안기(대산MMA 대표이사)씨 모친상 7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9일 오전 6시 (02)3010-2230 ●김정훈(체육과학연구원 연구원)씨 부친상 강인수(숙명여대 경상대학 교수)이재현(BNP파리바 상무)씨 장인상 7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9일 오전 8시 (02)3010-2262 ●남호기(한국남부발전 사장) 원기 형기 도기씨 모친상 7일 부산의료원, 발인 10일 오전 7시 (051)507-3000
  • 설산의 여운, 카메라로 그렸다

    설산의 여운, 카메라로 그렸다

    5m 길이의 초대형 화면에 가득찬 설산(雪山)의 풍광이 시야를 압도한다. 흑백의 대비와 전통 산수화 같은 익숙한 구도로 인해 얼핏 수묵화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헐벗은 나뭇가지에 내려앉은 잔설의 무게감과 눈에 채 가려지지 않은 갈색 숲의 색감까지 디테일하게 살아 있는 풍경 사진이다. 휘날리는 눈발 아래 온몸을 뒤채는 격정의 파도를 포착한 해변 사진은 또 어떤가. 아무도 밟지 않은 순백의 눈밭 위에 펼쳐진 거센 바다 풍경은 초현실적인 느낌마저 자아낸다. ●전통 수묵화 색감 살린 풍경 돋보여 중견 사진작가 권부문(56)의 ‘산수’ 연작과 ‘낙산’ 연작이다. ‘산수’는 설악과 홍천· 평창 등 강원도 산야의 설경을, ‘낙산’은 눈내리는 동해안 낙산의 해변을 촬영한 것이다. ‘산수’ 12점과 ‘낙산’ 22점을 한자리에 모은 권부문의 개인전 ‘산수와 낙산’이 오는 12일부터 2월 27일까지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린다. 본관과 신관을 통째로 사용하는 대형 전시다. 2007년 아르코미술관 전시 이후 이처럼 큰 규모의 개인전은 3년 만이다. ‘낙산’ 연작은 2007년 소개된 적이 있지만 ‘산수’ 연작은 처음 선보이는 신작이다. 10년 전 강원도 속초에 둥지를 튼 작가가 지난 한해 집 근처 겨울 설산을 누비며 찍은 것들이다. ‘산수’란 제목은 촬영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전통 산수화가 지향하는 태도를 닮고자 하는 의미에서 따왔다. “풍경은 바람 속의 구름 같은 것으로 보는 자의 마음 상태에 따라 드러난다.”고 말하는 작가는 사진 안에 어떤 메시지나 이야기도 담으려고 하지 않는다. 눈앞의 대상이 본연의 모습을 가장 잘 드러내는 순간을 포착한 뒤 그 재현의 기록을 관객 앞에 내놓을 뿐이다. 작가는 이를 통해 옛 사람들이 전통 산수화를 수기(修己)의 도구로 삼았듯 관객이 자신의 사진 앞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발견하는 경험을 하길 바란다. 때문에 그의 카메라는 절경이나 명산을 따로 찾지 않는다. 설악산이라 해도 남들이 눈여겨 보지 않는 평범한 곳에 시선을 둔다. 작가는 “그 앞에서 오래 시간을 보내다 보면 산이 자신의 진면목을 보여주려고 기막힌 이미지를 만들어낸다.”고 귀띔했다. 사진 속 풍경 안에 등산로 같은 인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점도 흥미롭다. ●절경 아닌 평범한 곳의 진면목 조명 미대 진학을 꿈꾸다 고교시절 사진에 빠져 중앙대 사진학과에 진학한 작가는 1970년대 급격한 근대화에 놓인 사회상을 반영한 거칠고 어두운 사진들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1980년대에 이르러 사진을 재현의 역사, 즉 소재나 이야기를 담아내는 이미지보다 자기 성찰의 방법으로 삼는 길에 주목하게 된다. 이 같은 작업 방식을 굳히게 된 계기는 2000년 북유럽 여행이다. 시베리아를 거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와 핀란드, 노르웨이 등 삭풍과 동토의 땅에서 느꼈던 감성은 아이슬란드와 그린란드를 주요 배경으로 한 ‘북풍경’ 연작으로 남았다. 그후로도 프랑스, 스위스, 사하라의 여러 지역을 여행하며 풍경에 대한 정신적 탐험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을 자기 성찰의 방법으로 삼아 그의 작업은 미국과 영국의 출판사가 작품집으로 발간할 정도로 해외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오는 10월에는 일본 요코하마에서 개인전을 열 예정이다. “현장에 있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사진작가의 숙명”이라는 그는 “본 것을 재현하는, 사진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작업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02)720-1524.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관훈클럽 2011년도 임원 선임

    관훈클럽(총무 정병진 한국일보 수석논설위원)은 5일 편집위원에 문소영 서울신문 사회2부 차장을 임명하는 등 2011년도 임원을 선임했다. 다음은 임원 명단. ▲서기 강효상(조선일보 편집국 부국장) ▲기획 권순택(동아일보 논설위원) ▲회계 최명길(MBC 논설위원) ▲편집 노응근(경향신문 논설위원) ▲편집위원 문소영(서울신문 사회2부 차장) 배정근(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조복래(연합뉴스 정치부장) 남정호(중앙일보 국제선임기자) 서정희(매일경제 경제부장) 이강덕(KBS 정책기획본부 대외정책부장) 최승욱(한국경제 오피니언부장) 정재권(한겨레 사회부문 편집장)
  • [사설] 여성ROTC 확대 개인·국가차원서 모두 바람직

    국방부가 올해부터 여성 학군사관(ROTC)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군내에서 여군의 역할이 점차 높아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오히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여군이 창설된 지 60년이나 됐지만 여성 ROTC제도가 도입된 것은 불과 한달여 전이다. 숙명여대가 여대 가운데 유일하게 시범 여성 학군단으로 지정돼 지난달 10일 창단식을 가졌다. 오죽하면 이명박 대통령이 “국방부가 남성과 여성이 대등하게 기능을 발휘하면 우리 사회가 굉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른 것 같다.”고 지적했겠는가. 시범대학에는 7개 여대가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30명을 뽑는 숙대 학군 후보생 경쟁률도 4.2대1이나 됐다. 이는 대학 졸업 후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상대적으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 외에도 직업군인이 안정적인 직업으로도 손색이 없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 사회가 여성들의 적극적인 군 활동을 맞이할 준비가 돼 있는 만큼 군도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여성인력 활용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여군은 지난해 7월 말 현재 6162명으로 부사관 이상 간부의 3.5%에 불과하다. 2020년 1만 1600여명, 6.3%로 끌어올린다고 한다. 목표치 달성을 앞당길 필요가 있다. 모병제인 미국의 경우만 보더라도 직업으로 군인을 택한 여성들의 비율이 우리보다 몇배 높은 것을 보면 앞으로도 군에 지원하는 여성들은 점차 증가할 것이다. 여군 전투병과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별을 단 송명순 준장의 말처럼 현대전에서는 여군들의 역할이 점점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산·어학·경리 등 행정파트에서 여군을 적재적소에 잘 활용하면 군은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우수한 여성 인력을 군에서 제대로 활용하는 것은 개인이나 국가의 역량 강화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 [사설] 무능·권위적·비리 1위 국방부 심기일전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사건을 경험한 서울시민은 국방부를 정부 부처 중 가장 문제가 많은 곳으로 여기고 있다. 숙명여대 조정열 교수 등이 17개 정부 부처의 업무처리 방식과 능력 등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다. 조사대상의 18%가 국방부를 ‘가장 무능한 정부부처’ ‘가장 권위적인 부처’로 각각 꼽았다. 15%는 ‘가장 비리가 많을 것 같은 부처’로 국방부를 지목했다. 국방부는 불명예 3관왕에 올랐다. 국방부에 이어 통일부와 외교통상부가 무능한 정부 부처 2, 3위를 차지해 외교·안보분야에 대한 국민적 불신감을 반영했다. 치욕적이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나.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에서 국방부와 군 수뇌부가 보여준 우왕좌왕과 우유부단함이 ‘무능’이라는 낙인을 찍게 했을 것이다. 국방부 정책이 일선부대와 따로 노는 사례가 다반사다. 정치군인·행정군인이 독식하고 있는 우리 군의 유전자를 바꾸지 않고선 부정적 인식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국방부의 엉성한 대처는 연평도 포격으로 산화한 해병 2명의 영웅적인 죽음마저 빛이 바래게 만들었다. 우리의 대응포격으로 사망한 인민군 5명에게 김정은이 직접 영웅칭호를 수여한 것과 대조적이다. 자고 나면 터져 나오는 군수비리와 엉터리 무기개발, 정비불량은 ‘국방부=비리’라는 등식을 성립시켰다. 권위적 병영문화는 잦은 군기사고의 주원인으로 작용했다. 일반 국민의 평가가 부처의 실제 업무능력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심각한 국면이다. 구제역 방역에 군 병력을 동원하는 문제와 관련한 국방부의 반대의견은 옹색하기 짝이 없다. “군대에 자식을 보낸 부모들의 반대가 심하다.”라는 것이다. 언제 우리 군이 병력동원 때 부모 의견을 들었는가. 전장에 내보낼 때도 부모들에게 물어볼 참인가. 이명박 대통령도 “국방과 안보에 대해 국민 불안과 실망을 가져온 점은 반성해야 한다.”면서 군 개혁 필요성을 다시 강조했다. 최악의 한해를 보낸 국방부는 명예회복의 기치를 높이 들어야 한다. 우리 군부모는 구제역 방역 동원이 아니라 무능하고, 권위적이고, 비리로 가득찬 국방부를 반대한다.
  • 박근혜 “대한민국의 미래 바뀔 것”

    27일 오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 총회는 다소 어색한 분위기로 시작했다. 78명의 발기인 가운데 참석한 50여명은 행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곳곳에서 명함을 주고받으며 자기 소개를 했다. 평소 교류가 잦지는 않았다는 방증이다. “전문 분과가 15개로 나눠질 만큼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모이다 보니 서로 얼굴을 익히는 데도 한참이 걸렸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표와도 얼굴 한번 안 본 교수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발기인으로 참여한 박 전 대표는 행사장을 돌면서 참석자들과 악수를 나눴고, 10개의 테이블 가운데 1번 테이블에 이한구 의원과 서강대 김광두 교수, 서울대 최성재 교수, 숙명여대 신세돈 교수, 조대환 변호사 등과 자리를 함께했다. 원장으로 선출된 김 교수는 창립 배경에 대해 “2008년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현상을 볼 때 모든 것을 종합적 시각에서 봐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가졌다.”면서 “올해 북한 문제가 등장하면서 주변의 불확실성 요인이 더 커졌고, 추진동력이 좀 더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박 전 대표와 이한구 의원을 놓고 “똑같이 한달 회비 5만원을 낼 것”이라면서 발기인의 일원으로 동등하게 참여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지금이야말로 국가발전을 위해서 훌륭한 전문가들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한 때라고 보고 그렇기 때문에 오늘 이 모임이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발기인 명단에는 박 전 대표의 전문분야가 ‘거시금융’이라고 나왔다. 박 전 대표에게 이유를 묻자 “잘못 나온 것”이라면서도 자신의 구체적인 역할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박 전 대표는 중요 이슈 및 관심 분야가 있을 때마다 자유롭게 참여할 것으로 전해졌다. 발기인 중 한명인 안명옥 전 의원은 “어떤 정책이든 현실과 맞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게 우리의 지론”이라면서 “그런 점에서 정치인인 박 전 대표와 이한구 의원의 역할이 크다.”고 말했다. 비공개 총회를 통해 확정된 정관에는 ‘서울에 사무실을 두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필요한 경우 주요 도시 및 주요 국가에 연락사무소를 둘 수 있다.’고 명시됐다. 대규모의 네트워크를 지향한다는 의미다. 향후 대선 캠프가 가동될 때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마포역 인근에 개소할 예정인 사무실은 60대의 한 독지가가 자원해 제공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가 끝날 무렵 눈이 내리자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 격인 이학재 의원이 “좋은 일이 있으려나 봅니다.”라고 하자 박 전 대표도 말없이 웃음을 지어 보였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박근혜 싱크탱크 오늘 뜬다

    박근혜 싱크탱크 오늘 뜬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싱크탱크가 27일 발족한다. 가칭 ‘국가미래연구원’이다. 오전 10시 강남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리는 발기인대회는 박 전 대표의 대권 행보에 본격적인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여권 내 대권 경쟁을 앞당겨 촉발할 것으로 관측된다. 박 전 대표는 국가미래연구원에 발기인 형태로 참여한다. 박 전 대표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정책을 발표함으로써 책임 있는 정치를 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가미래연구원에는 학계 인사들을 포함해 전직 관계 인사들과 현역을 포함한 재계 인사까지 두루 망라돼 있으며 규모는 80명 안팎으로 알려졌다. 국가미래연구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경선 전 조직했던 안국포럼이나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가 한국의 최고 싱크탱크를 목표로 설립한 아산정책연구원과 유사한 성격을 갖는다. 박 전 대표의 향후 대권행보에서 생산해 낼 각종 정책을 생산해 내는 산실의 역할을 맡는다. 지난 3년 잠행을 유지해 온 박 전 대표도 정책 발표 형식으로 좀 더 적극적으로 유권자 앞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인력은 지역과 세대가 골고루 안배됐고 전공 분야 역시 경제를 비롯해 외교·안보, 국방, 문화, 언론, 복지, 보건·의료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했다. 연구원은 박 전 대표가 지난 2007년 경선 패배 이후 격주에 한번씩 만나 분야별 정책에 대해 연구하고 조율해 온 ‘5인 스터티 그룹’의 멤버인 안종범(성균관대) 신세돈(숙명여대) 김영세(연세대) 김광두(서강대) 최외출(영남대) 교수 등 5명이 산파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은 박 전 대표와의 긴밀한 의견 교환을 한 끝에 싱크탱크의 전체적 그림을 그린 뒤 분야별 담당을 인선한 것으로 알려진다. 연구원은 사단법인 형태로, 발기인 등이 내는 운영비나 회비 등으로 운영될 계획이다. 박 전 대표가 평소 강조해 온 돈이 없어도 할 수 있는 ‘투명한 정치’라는 원칙이 반영된 셈이다. 연구원에는 국회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박 전 대표와 함께 활동 중인 3선의 이한구 의원이 박 전 대표를 제외하고는 현역 의원으로는 유일하게 참석한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고전 톡톡 다시 읽기](48) 라블레의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

    [고전 톡톡 다시 읽기](48) 라블레의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

    1. 라블레와 반(反)영웅의 계보학 ‘오디세우스’나 ‘일리아드’는 고대의 영웅들이 독점 출연하던 모험담이었다. 그들은 원대한 소명을 안고 태어났고, 근엄한 표정으로 놀랄 만한 위업을 추구했다. 건국과 구국(救國), 최고의 목적을 위한 희생 등은 아무나 할 수 없기에 영웅의 삶도 평범할 수 없다. 아서왕 전설과 롤랑의 노래, 이고리 원정기 등 중세 기사 무훈담도 비범한 영웅들을 찬양했다. 어릴 적부터 주변을 놀라게하는 총명함과 신앙심, 용맹함이 그들의 자질이었다. 모험담이 화려하고 감동적일수록 민중의 일상과는 한참 동떨어져 있음은 당연하다. 중세의 끝무렵, 그토록 존귀하던 영웅의 족보에 난데없는 돌연변이들이 등장한다. 어리석고 우스꽝스러우며 엉뚱한 행동을 일삼는 광대와 난봉꾼들이 나타났다. 신화와 서사시를 패러디하며 튀어나온 그들은 단숨에 민중의 상상 세계를 사로잡는다. 위대한 업적과 아름다운 덕행 대신, 그들은 끝모를 난장(場)과 황당한 우스개를 벌였다. 평범하고 무지한 민중에게 다가와 때론 치고받기도 하고 때론 농담도 주고받는 친구가 된 것이다. 16세기 프랑스의 작가 프랑수아 라블레의 소설에 나오는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이 그 최초의 주인공들이었다. 2. ‘지금 여기’의 삶과 ‘위-대한’ 영웅 소설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바보 같지만 온유하고 게으른 왕 가르강튀아의 나라에 탐욕스러운 이웃나라의 군주 피크로콜이 시비를 걸어 벌어진 전쟁 스토리가 전부다. 하지만 두 나라, 두 왕의 다툼은 엄숙하고 비장한 숙명의 대결이 아니다. 전쟁은 어리석음의 경주이자 황당함의 극치를 다투는 놀이로 바뀐다. 피크로콜이 세상 모든 것에 대해 분노하며 파괴의 욕망에 사로잡혀 있는 데 반해, 가르강튀아는 좋은 음식을 먹으며 즐겁게 사는 걸 원한다는 게 요점이다. 두 욕망이 빚어내는 두 가지 다른 삶의 양상. 우리는 새로운 영웅의 풍모와 삶의 방식, 그 세계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르강튀아는 키가 산만큼 크고 몸집은 대궐만 한 거인이지만 생각은 단순하기 짝이 없다. 가령, 그가 나라를 다스리는 방식은 이렇다. 먼저, 낮잠을 즐긴다. 그러다 누군가 싸움을 벌이면 술과 고기가 가득한 잔치를 벌이고 놀이를 제안한다. 끝! 국부를 증진시키려고 고민하거나, 영토를 늘리려고 전쟁을 벌이는 일, 책략을 짜서 정적(政敵)을 제거하는 따위는 그가 가장 귀찮아하는 짓들이다. 그저 배불리 먹고 등따뜻하게 한세상 사는 게 삶의 목적이라면 목적. 하긴 이런 천성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었나 보다. 그는 엄마가 순대를 지나치게 먹던 날 ‘똥싸듯’ 태어났으며, 세상에 나오자마자 “응애, 응애, 술줘! 너희도 한잔 마셔!”하며 소리쳤다니까! 출생부터 기이한 가르강튀아의 행적이 범상할 리 없다. 오줌을 누면 강이 만들어져 마을이 떠내려가고, 똥을 누면 산이 몇 개 생겨날 지경이다. 먹고 마시는 스케일은 또 얼마나 큰지! 전투 후 벌어진 연회에서 그가 먹어치운 짐승들이 얼마인지 셀 수도 없다. “우선 소 16마리를 굽고, 암소 3마리, 송아지 32마리, 염소 63마리, 양 95마리, 양념을 친 돼지 300마리, 메추리 220마리, 도요새 700마리, 수탉 400마리와 다른 닭 1700마리, 암탉 600마리와 비둘기, 토끼 1400마리, 병아리 1700마리. 또 산돼지 11마리, 사슴 18마리, 꿩과 산비둘기 140마리, 오리, 물떼새, 왜가리, 황새, 칠면조….” 황당해 보이지만, 영웅이란 본래 위대(偉大)한 존재 아닌가? 그러니 좀 ‘위-대’(胃大)한들 어떠리! 피크로콜과의 전쟁도, 정처없는 모험도 모두 위-대함의 산물이며 이야기다. 위대한 영웅은 신화에나 있지만, 위-대한 영웅이라면 민중의 밥상머리나 술자리, 놀이판에서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 단지 웃기는 코미디일까? 그 시대를 지배하던 교회는 라블레에게서 신이 주신 언어와 사물에 대한 허황된 요설, 신성모독적인 패설을 읽어냈다. 특히 가르강튀아와 그의 아들 팡타그뤼엘이 수도사들과 어울려 취하도록 마시고 난폭하게 다투며 불경한 욕설을 퍼부을 때, 교회는 분노했고 유죄를 선고했다. 위엄과 경건함을 상실했다는 죄목이다. 하지만 삶에서 먹고 마시는 것, 육체를 살찌우고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초인적인 업적이나 덕행보다 중요하다는 게 라블레의 생각이었다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먼 신화 속의 영웅이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의 삶이라는 사실! 3. 풍요롭고 자유로운 삶에 대한 비전과 웃음 라블레 시대의 민중은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을 읽으며 이 세상을 상상했다. 그것은 비장하고 엄숙한 소명의 세계도 아니고, 금욕을 통해 힘겹게 버텨야 할 불가피한 현실도 아니다. 라블레의 소설은 삶은 먹고 마시며 놀이하고 사랑하는 과정이라는 걸 보여주었다. 삶에는 병마와 고통, 죽음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괴로움에 초점을 맞출 때 삶은 그 자체로 무거운 짐이 된다. 신화와 서사시는 그런 현실을 잠시 잊게 해 주지만, 그만큼 이 세계는 갑갑하고 살아갈 ‘맛’을 잃고 만다.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이 보여주는 세계엔 어떤 비밀스럽고 신성한 목적이 없다. 대신 주린 배를 채우고 힘겨운 노역에서 벗어난 풍요롭고 자유로운 삶에 대한 비전이 있다. 마음껏 먹고 실컷 잘 수 있는 세상, 삶의 간난신고를 잠시 잊은 채 즐겁게 웃을 수 있는 세상이란 민중이 역사 이래로 늘 염원하던 세상이 아닌가? 그 출발점은 현세의 삶, 온갖 어리석음과 우스꽝스러움이 넘치는 ‘지금 여기’를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데 있다!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은 라블레라는 천재가 혼자 쓴 작품이 아니다. 그것은 수천년간 쌓여온 민중적 삶의 흔적과 소망, 비전이 집대성되어 표현된 산물이다. 어리석고 바보 같은, 하지만 너무나도 친근한 반(反)영웅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의 웃음이 평범한 민중의 웃음과 뒤섞여 들리는 이유도 아마 그래서일 것이다. 최진석 서울신문·수유+너머N 연구원 서울신문·수유+너머 공동기획
  • [2010 베스트&워스트 어워즈] (8·끝) 문학

    [2010 베스트&워스트 어워즈] (8·끝) 문학

    엇갈린 칭찬, 모아진 눈초리.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해마다 수천권의 소설과 시집이 쏟아지는 현실 속에서 호불호(好不好)의 엇갈림은 자연스럽다. 지난해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가 서점가를 휩쓸었던 것과 달리 올해는 문학 작품들의 명멸이 반복됐다. 그 와중에도 황석영이 새로 내놓은 장편소설 ‘강남몽’에 대한 비판은 빠지지 않았다. 대가(大家)에 대한 높은 기대는 그만큼의 실망을 품고 있었다. 베스트와 워스트에는 많은 작품들이 다채롭게 꼽혔다. 평단의 시선과 대중의 시선에 어느 정도 간극이 있음을 새삼 확인시켜준 대목이었다. 폭발적 관심을 받지는 못했지만 여전히 주목할 만한 작품이 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소설은 한강, 박민규… 시는 송경동, 정수복 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는 한강의 신작 소설 ‘바람이 분다, 가라’(문학과지성 펴냄)에 대해 “추리소설적 기법으로 자신만의 언어와 문체로 삶과 죽음이라는 문제를 밀도 있게 다뤘다.”고 호평했다. 고명철 광운대 국문과 교수는 이시백의 소설집 ‘갈보콩’(실천문학 펴냄)과 송경동의 시집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창비 펴냄)을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 꼽았다. 고 교수는 “이시백의 소설집은 최근 한국 사회의 문제점에 대해 농촌을 중심 삼아 리얼리즘 방식으로 파헤치고 있고, 송경동의 시집 역시 노동 현장 속 서정성을 절묘하게 형상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괴짜 작가’ 박민규 베스트 이름 올려 눈길 문학평론가 고봉준은 박민규의 소설집 ‘더블’(창비 펴냄)을 주저 없이 올해의 베스트로 꼽았다. “이 한권의 소설로 한국 단편소설의 장르적 경계가 확장된 느낌”이라는 극찬도 아끼지 않았다. 유성호 한양대 국문과 교수는 오봉옥의 시집 ‘노랑’(천년의시작 펴냄)과 은희경의 소설 ‘소년을 위로해줘’(문학동네 펴냄)를 주목했다. 권성우 숙명여대 국문과 교수는 정수복의 에세이집 ‘파리의 장소들’(문학과지성 펴냄)을 올해 최고의 저작으로 들었다. ●황석영, 작품성·정직성 모두 쓴맛 기대 이하의 작품을 꼽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었다. 황석영의 ‘강남몽’은 표절 시비가 붙으며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강남몽’은 황석영이 십수년 동안 붙잡고 있었다는, 서울 강남 형성의 역사를 통해 한국 사회 건설 개발 시대의 문제를 풀어냈다는 점에서 문단 안팎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드라마 ‘자이언트’와 맞물린 것도 화제를 키웠다. 하지만 출간 이후 “미학적 결핍”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급기야 한 언론 매체의 기사 내용을 표절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워스트의 불명예를 안았다. 권 교수는 “강남 형성사라는 대단히 흥미로운 주제에 대해 좀 더 세밀한 공력과 철저한 자료 조사, 팽팽한 구성이 필요했다.”면서 “작품에 쏟는 공력과 구성의 묘미가 다소 떨어지는 느낌”이라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문 교수는 “인터넷에 연재된 탓인지 흥미 중심으로 전개됐다.”면서 “인물과 사건이 자연스럽게 용해되지 않는다.”고 평했다. ●조정래, 신경숙, 고은 ‘베스트셀러’도 평단 냉랭 또 다른 유명 작가들의 성과물도 도마 위에 올랐다. 자본과 권력의 유착을 파헤치며 화제를 모았던 조정래의 장편소설 ‘허수아비춤’, 30권으로 완결된 고은의 연작 시집 ‘만인보’, 번민과 고뇌로 점철된 청춘의 기억을 되짚은 신경숙의 장편소설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등은 불티나게 독자들의 손에 오르내렸음에도 일부 평자들은 그다지 좋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 이 작품들 역시 ‘태백산맥에서 보여주던 한국 현대사의 구조적 모순에 대한 총체적 인식을 읽을 수 없다.’(‘허수아비춤’), ‘상투적 센티멘털리즘으로 작품성을 훼손하고 있다.’(‘어디선가’), ‘대작을 완성했으나 정작 대중과의 교감 능력이 결여됐다.’(‘만인보’) 등과 같은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심사위원 고명철 광운대 교수 고봉준 문학평론가 권성우 숙명여대 교수 문흥술 서울여대 교수 유성호 한양대 교수
  • “박근혜式 복지는 신자유주의 탈피…선택적 복지 한계 극복에 방점”

    “박근혜式 복지는 신자유주의 탈피…선택적 복지 한계 극복에 방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20일 공청회에서 내놓은 ‘한국형 복지국가’ 담론이 주목받고 있다. 서울신문은 23일 박 전 대표의 핵심 브레인으로 이번 사회보장기본법 전부개정안을 설계한 안종범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에게 ‘박근혜식 복지’의 개념과 전문가 그룹에 대해 물었다. 2005년부터 박 전 대표와 스터디를 해온 안 교수는 “박 전 대표의 시야가 무척 넓고 깊어졌다.”면서 “요즘은 오히려 내가 배우는 게 많다.”고 운을 뗐다. 또 “전문가 그룹이 진보와 보수를 넘나들 정도로 다양해졌다.”고 소개했다. 안 교수는 이번에 제안한 한국형 복지국가를 ▲전 국민의 생애 주기별 맞춤형 복지 ▲복지 패러다임 및 전달 체계 변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 개입으로 정리했다. 안 교수는 특히 “한국형 복지를 야당이 주장하는 보편적 복지나 가난한 사람을 골라내 현금을 지원하는 기존의 선택(잔여)적 복지 중 하나로 규정할 수 없다.”면서도 “선택적 복지의 한계를 극복하자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또 “박 전 대표가 신자유주의처럼 시장만 중시했다면 ‘원칙이 바로 선 자본주의’를 언급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신자주유주의 극복에도 무게를 뒀다. 현 정부가 강조해온 대기업 성장을 통한 ‘낙수(水·트리클 다운) 효과’와의 관계를 묻자 “다르지만, 그것도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고용, 복지재정, 주택, 교육 등 핵심 문제들이 빠졌다는 비판에 대해 안 교수는 “사회서비스의 확대 및 공적영역의 강화가 비정규직 문제를 푸는 열쇠”라면서 “기본법은 밑그림만 그린 것이고, 향후 개별법 개정을 통해 세부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핵심 브레인으로 자신 이외에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김광두 서강대 교수, 김영세 연세대 교수를 꼽았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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