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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능 성적 안 따지는 대학 가기

    수시 모집이 석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택형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따른 교실의 혼란은 여전하다. 영역별로 쉬운 A형 수능과 어려운 B형 수능 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 여전히 고민이 깊다. 6월 모의평가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성적 수준을 정확히 알기도 어렵고 기대보다 성적이 안 나오는 경우도 많다. 수시 모집에서 합격해도 많은 대학이 최저학력기준으로 수능 성적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불안감이 커진다. 서울 소재 대학 중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대학을 공략해야 할지 판단해 볼 때다. 다만 수능 성적을 보지 않기 때문에 다른 전형에 비해 경쟁률이 높아질 수 있고 학교생활기록부 성적을 많이 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수능최저학력기준이 없는 입학사정관제에는 가천대 가천프런티어(264명), 가톨릭대 잠재능력우수자(294명), 단국대DKU인재사정관(294명), 서울과학기술대 전공우수자(186명), 세종대 창의인재(290명) 및 학교생활우수자(100명), 성신여대 성신체인지(220명), 숙명여대 숙명리더십인재(230명), 숭실대 SSU미래인재(374명), 아주대 아주ACE(237명) 등이 있다. 외국어 공인어학성적이 우수하다면 외국어우수자 전형을 눈여겨볼 만하다. 가톨릭대 외국어우수자, 단국대 영어·중국어특기자, 서울과기대 영어특기자, 성신여대 어학우수자, 숙명여대 숙명글로벌인재, 숭실대 국제화, 아주대 외국어특기자 전형 등이 해당한다. 숭실대를 제외한 대학들은 1단계에서 공인어학성적으로만 일정 배수를 선발한 뒤 면접 등 추가 전형을 실시한다. 적성검사를 실시하는 대학도 있다. 가천대, 강남대, 경기대, 명지대, 서경대, 성결대, 수원대, 을지대 성남, 한양대ERICA 등이다. 이 밖에 대진대, 안양대, 평택대, 호서대 등은 올해 처음으로 적성검사 전형을 실시하는데, 수능최저학력기준 적용 없이 적성검사 결과와 학생부 성적만 본다. 김희동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24일 “6회로 제한된 수시 지원 기회를 적절하게 활용해야 한다. 모의평가 성적이 좋지 않다면 수능최저학력기준 미반영 대학 전형에 맞춰 대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위기의 한국축구] 팬들의 독설, 얻는 것은?

    팬이 없으면 스포츠는 존재할 수 없다. 하지만 한국축구대표팀을 향한 팬심(心)은 원색적인 비난과 날카로운 인신공격으로 점철돼 있다. 그들은 당연한 권리인 듯 태극전사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대표팀은 숙명인 듯 가시돋친 말들을 묵묵히 견뎌낸다. 태극마크의 기본 자질 가운데 ‘의연함’이 으뜸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있다. 한 경기가 끝날 때마다 조급하게 성과를 재촉하면서 감독을 흔드는 건 익숙한 풍경이다. 건설적인 비판이나 애정 어린 질책이 아니라 다분히 악의적인 비난이 대부분이다. 선수 기용이나 전술·작전 등 감독 고유의 권한을 침범하는 장면도 다반사다.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놓치거나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선수들도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기사에 악성 댓글을 남기는 건 물론,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까지 찾아와 ‘테러’를 감행한다. 축구대표팀은 항상 ‘뜨거운 감자’다. 빛나는 역사를 쓴 거스 히딩크 감독도 2002년 한·일월드컵 직전까지 내내 시달렸고 후임으로 온 쿠엘류, 본프레레, 베어백, 아드보카트 감독 등도 긴 안목의 로드맵을 세우지 못하고 눈앞의 경기에만 연연하다 떠났다. 한국의 냄비 근성에 혀를 내두른 건 당연하다. 얄궂게도 무색무취하다고 깔아뭉갰던 허정무 감독은 조광래 후임 감독이 온 뒤 지략가로 위상이 높아졌고, 조 감독도 최강희 감독이 이어 받은 뒤 그리워하는 팬이 늘었다. 월드컵 ‘4강신화’는 기적인 동시에 저주였다. 축구팬들은 당시와 같은 최고의 경기력과 성적을 기대하게 됐다. 해외 리그에 우리 선수들이 진출, 안방 생중계로 빅클럽의 경기를 보면서 눈높이만 잔뜩 높아졌다. 기형적인 인터넷 댓글 문화까지 결합해 대표팀은 ‘동네북’이 됐다. 김호곤 울산 감독은 “평생을 축구만 해온 사람들에게 모욕적인 표현을 해서는 안 된다. 지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나. 팬들도 지켜야 할 선이 있다”고 일갈했다. 2007년 아시안컵을 지휘한 베어백은 떠나면서 한국 축구를 신랄하게 꼬집었다. “축구팬이라고 주장하는 몇몇은 말도 안 되는 환상에 젖어 있다. 그들은 평소 축구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대표팀은 언제나 브라질처럼 플레이하길 원한다. 자국리그는 외면하면서도 세계적인 선수가 나오길 갈망하고, 선수들이 목표점에 다다르지 못하면 범죄자보다 더 혹독하게 비난한다. 그리고 그 행동이 정당하다고 믿는다. 한국 감독으로 경험한 최근 1년은 괴롭기만 했다.” 유감스럽지만 이 독설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장바구니 넘보는 명문대

    장바구니 넘보는 명문대

    고려대 안암 캠퍼스 안에는 명소(?)로 불리는 ‘고대 빵집’이 있다. 이곳에선 100여종류의 ‘고대 빵’이 날개돋친 듯 팔린다. 맛도 좋고 가격도 저렴하다 보니 고대 학생들은 물론이고 근처 주민들도 빵을 사기 위해 학교를 찾고 있다. 수익도 상당하다. 연간 매출액이 4억 2000만원 수준이다. 고대 관계자는 21일 “빵을 팔고 얻은 수익금은 고스란히 학생 장학금과 실험실 지원비로 쓰인다”면서 “고대를 방문하면 고대빵을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명물이 됐다”고 전했다. 학교 이름을 딴 브랜드 상품이 상종가다. 저렴한 가격, 좋은 품질은 물론 학교 이름이 주는 신뢰감 때문이다. 학교들도 브랜드 이미지 상승 효과를 노려 상품을 적극 개발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근에는 빵, 초콜릿, 라면, 와인까지 다양한 대학 상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학교 관계자들은 “수익금은 보통 실험실 지원비, 학생 장학금 등으로 활용한다”면서 “외부 홍보용으로도 효과적”이라고 소개했다. 최근 황선혜 숙명여대 총장은 한 모임에서 “창학 107주년을 기념해 지난해 말 세 가지 종류의 숙대 와인을 만들었는데 맛이 괜찮다”면서 “빈번한 송년회나 신년모임 등에서 부담 없이, 품격 있게 소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숙대 와인은 지난해 9월 황 총장 취임식 때 반응이 좋았던 한 레드 와인과 비슷한 맛을 낸 제품으로, 와인 라벨은 숙명여대 미술대학 산하 디자인연구소의 이진민 교수가 재능을 기부했다. 이 와인은 출시 석 달 만에 2000병 넘게 팔리는 등 숙대의 히트상품이 됐다. 서강대에는 ‘서강 라면’이 있다. 서강대는 지난해 ‘알통통 스마트면’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 쇼핑몰에 저칼로리, 저나트륨 라면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유기풍 서강대 총장이 당시 산학부총장일 때 특허를 낸 ‘초임계 이산화탄소 유체 추출법’을 면발에 적용, 지방 함유량을 기존 제품보다 70% 이상 줄였다. 경희대는 대학 내 한방재료가공 실험실의 노하우를 살려 한방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고 서울대는 학교 이름이 새겨진 초콜릿을 판다. 고교 은사에게 보낼 선물로 숙대 와인을 구매했다는 이 대학 이보림(25·시각디자인학과 4년)씨는 “3만~4만원대로 저렴하지만 일단 맛이 좋다”면서 “또 학교 브랜드이다 보니 선물로도 제격”이라고 말했다. 고대 빵을 즐겨 먹는다는 김정민(32·여)씨 역시 “팥소가 다른 곳보다 많이 들어갔는데 가격도 저렴해 좋다”고 말했다.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다. 직장인 홍모(27)씨는 “대학들이 등록금 조정이나 교육 제도 개선 등에 힘쓰기보다 홍보 상품 개발에만 열을 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대학가 잇단 시국선언…오늘 저녁 광화문에선…

    전국 15개 대학 총학생회와 100여개 단과대 학생회 등이 가입한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은 21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이 정치에 개입해 국정원법을 위반하고 학생들의 반값등록금 요구에 색깔을 덧칠해 대학생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면서 검찰에 국정원을 고소·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대련은 “국정원의 정치 개입은 우리나라의 헌법 질서를 훼손하고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드는 국기 문란 행위”라면서 “학생들의 절박한 반값등록금 요구를 종북 좌파의 파상 공세로 치부하고 이를 차단하라는 내용의 문서를 국정원이 작성, 실행해 대학생들이 보수 세력과 일부 언론 등으로부터 공격을 받았고 명예훼손 당했다”고 밝혔다. 한대련은 “반값등록금 촉구 활동을 하다 수사기관에 연행·기소된 학생이 150여명이고 확인된 벌금을 합하면 1억5000만원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서울 지역 50여개 대학 총학생회와 단과대 학생회로 이뤄진 ‘서울지역대학생연합’과 이화여대·경희대·동국대 총학생회도 이날 정오 광화문광장에서 시국선언을 했다. 이들은 시국선언문에서 “정치적 중립을 약속하고 뒤에서는 국민을 기만하는 국정원의 행태에 분노한다”면서 “경찰은 사건을 축소, 은폐하기에 급급했고 검찰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불구속 기소하며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은 “새누리당은 지난 3월 국정조사를 합의하고 이제 와서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국정조사 실시를 촉구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침묵으로 방관하지 말고 사태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라”고 요구했다. 학생들은 시국선언을 마친 뒤 국정원 직원에게 ‘정치개입 그만’ 등의 댓글을 전달하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벌였다. 숙명여대 총학생회도 이날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청파동 제1캠퍼스 순헌관 사거리에서 시국선언을 하고 국정원의 선거개입 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대련은 이날 오후 7시 광화문 KT 사옥 앞에서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규탄하는 촛불집회를 열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데스크 시각] 국제뉴스의 갑과 을/이종락 국제부장

    [데스크 시각] 국제뉴스의 갑과 을/이종락 국제부장

    우리나라 언론사의 국제부에는 기사 매뉴얼이라는 걸 회사마다 비치해 두고 있다. 지진, 태풍 등 자연재해나 테러가 발생했을 때 기자들이 기사를 판단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원활한 기사 작성을 돕기 위함이다. 자연재해에는 당연히 사상자가 많이 나와야 기사 가치가 올라간다. 선진국이거나 우리나라와 가까울수록 비중 있게 처리한다. 반대로 자연재해가 자주 발생하거나 우리와 먼 나라는 기사가치가 떨어진다. 쉽게 말해, 미국 뉴욕에서 허리케인으로 15명이 죽었다면 기사 가치가 높지만,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돌풍으로 30~40명이 죽었으면 단신으로도 처리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테러가 발생했을 때도 판단 기준은 비슷하다. 우리와 가깝거나 선진국에서 테러가 발생해 사상자가 나왔다면 1면 톱기사에다 별도 면을 할애해 기사를 게재한다. 그러나 테러가 빈번히 발생하는 국가에서는 애석하게도 십수명이 사상한 것으로는 기사가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인근에서 폭탄테러로 10명이 죽었으면 큰 뉴스가 되지만 아프가니스탄의 산악지역이나 파키스탄에서 테러가 발생해 10여명이 죽었다면 무시하기 일쑤다. 기사 유형도 차별이 심하다. 경제, 과학기술, 문화예술 등과 같은 긍정적인 주제는 서구 뉴스가 많다. 하지만 사건·사고, 정치적 갈등 등 부정적 뉴스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후진국 관련 뉴스가 많다. 선진국은 정보성이 강한 공공 뉴스가 많고, 후진국에는 선정적 뉴스 일색이다. 왜 이런 관례가 정착됐을까. 어쩌면 우문일 수도 있지만 서구의 영향력이 오랜 기간 끼친 결과다. 서구에 선진국들이 많아 배울 점이 더 많다는 식의 해명이 가능하다. 해방 이후 우리 사회가 서구식 경제발전에 매진하면서 서구 문화에 가까워졌다는 점도 꼽을 수 있다. 국제적 상업뉴스 가치 등이 한국신문의 국제뉴스 선택과정에서 영향을 많이 미쳤던 점도 거론할 수 있다. 미디어들은 국제뉴스를 보도할 때 자신이 속한 국가의 관점에서 주로 보도한다. AP, 로이터, AFP 등 세계 3대 뉴스통신사와 미국 CNN, 영국 BBC 등 글로벌 매체의 대부분이 서구에 있다. 국제뉴스가 서구 중심적으로 생산되고 유통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기자 숫자도 우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통신사의 경우 AP가 미국을 포함해 280여곳에 3200명의 기자를 두고 있다. AFP도 150개국 200개 지사를 두고 있다. 반면 서울신문을 비롯해 국내 신문이 특파원을 두는 곳은 최대 5곳을 넘지 못한다. 한국 언론이 거대 서구 언론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냉정한 현실이다. 이런 이유로 CNN과 BBC 등 서구의 글로벌 미디어들은 국제뉴스 생산과 유통에서 주도권을 쥐고 흔든다. 한국을 비롯해 주변부 국가들은 서구 언론을 베껴 보도하기에 급급하다. 서구 언론이 ‘갑’이라면 우리 언론은 ‘을’인 셈이다. 그러면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은 뭘까. 비용 문제로 국내 언론이 여러 국가에 특파원을 파견할 수 없다면 이들 국가의 목소리를 자주 듣는 게 중요하다. 이메일이나 전화 등을 통해 현지 전문가와 시민들을 간접적이라도 지속적으로 접촉할 수밖에 없다. 책상에 앉아 컴퓨터로 무엇이든 검색할 수 있지만 기자들은 발로 뛰어야 한다. 현장을 중요시해야 한다는 철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에도 기자의 숙명인 셈이다. jrlee@seoul.co.kr
  • [부고]

    ●이재건(예비역 육군 대령)씨 별세 송(캐나다 거주·사업)석(서울시경찰청 총경)은희(㈜갤러리온 대표)씨 부친상 강병길(숙명여대 미술대학 교수)씨 장인상 강민선(영국 거주)민재(주한르완다대사관 근무)씨 외조부상 15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18일 오전 11시 (02)2227-7580 ●박영기(일본 자코넷㈜ 이사)영철(동아일보 사진부 기자)지영(나주배농협 과장)씨 부친상 정영길(전남 서진도농협 차장)씨 장인상 16일 광주 그린장례식장, 발인 18일 오전 9시 (062)250-4409 ●손목헌(MBC 심의국 라디오심의부 국장)씨 장인상 16일 서울성모병원, 발인 18일 오전 7시 30분 (02)2258-5940 ●김성곤(사업)씨 부친상 임한순(TBC 경영이사)서영환(SL 근무)김재덕(사업)씨 장인상 15일 대구 모레아장례식장, 발인 18일 오전 7시 (053)801-9999 ●정은창(KBS 남북협력기획단장)상립(무주 효병원 원장)상조(한화의원 원장)씨 모친상 정기택(바로크 씨엔에프 고문)씨 장모상 16일 서울대병원, 발인 18일 오전 7시 (02)2072-2018 ●김대식(사업)대희(사업)씨 부친상 윤성복(삼정회계법인 부회장)이홍구(자영업)씨 장인상 16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8일 오전 8시 (02)3010-2295
  • [커버스토리] 문병·조문은 기본… 자녀 중매·단체 맞선… 1년6개월 공들이기도

    [커버스토리] 문병·조문은 기본… 자녀 중매·단체 맞선… 1년6개월 공들이기도

    “어떤 사람들은 우리 같은 PB(고액 자산관리 전문가)를 ‘집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느 나라 집사가 주인을 놓치지 않으려고 이렇게까지 노력을 할까요. ‘슈퍼 리치’(거액 자산가)를 모시려고 회사 앞에서 한 달 동안 죽치고 기다렸다는 얘기는 무용담 축에도 못 낍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10억원이 넘는 금융자산을 보유한 부자는 16만 3000여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의 금융자산은 약 366조원으로 1인당 22억 4000만원 수준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이 수치가 맞는다면 인구 기준으로 상위 0.32%가 가계 부문 금융자산의 14.8%를 점유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사들이 거액 자산가 한 명을 유치하기 위해 눈에 쌍심지를 켜는 이유다. 시중은행 PB팀장 A씨는 최근 거액 자산가를 쫓아다닌 끝에 200억원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위해 공들인 시간이 장장 1년 6개월. 이 자산가는 부동산 부자로 애초엔 땅을 팔아 건설업에 뛰어들 생각이었다. 그러나 아들이 건설경기가 바닥이라는 이유로 반대했다. 아들은 부동산을 팔아 나온 현금으로 다시 재투자를 하고 싶어했다. “부자지간이지만 일이 잘못되면 원수가 되는 상황이었어요. 저는 아들 편에 가까웠죠. 부동산 판 돈을 제게 맡길 가능성을 기대했으니까요. 하지만 아버님께서 판단하실 수 있도록 사업에 대한 자료를 꾸준히 검토해 드렸어요. 아드님에겐 시장 상황에 대해 설명해 주었지요.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중개에 나섰어요. 물론 아버님이 땅을 팔아도 제게 자산관리를 맡기리란 보장은 없었죠.” 1년쯤 지나자 한 대기업이 이 땅에 관심을 두면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 덕에 예전보다 땅값이 많이 올랐다. A씨는 꾸준히 자산가에게 자료를 제공했다. 자산가는 결국 아들의 결정에 따랐다. 자산관리는 당연히 A씨에게 맡겼다. “아버님이 사업을 하기로 했다면 저는 얻는 게 없었겠죠. 또 땅을 팔아도 저 말고 다른 PB에게 돈을 맡겼을 수도 있고요. 두 분 사이에서 최대한 중립적으로 자료를 제시했던 게 유효했던 것 같아요.” 천신만고 끝에 고객을 유치해도 그게 끝이 아니다. PB들은 고객을 유지하는 게 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신뢰는 하루아침에 쌓이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자산 관리 능력은 기본이고 인간적으로 가까워져야 한다. “고객이 아프면 문병을 가는 건 기본입니다. 시골에 혼자 사는 고객들에겐 김장김치도 보내 드려요. 가족처럼 말이죠. 돈으로 살 수 없는 게 더 가치가 있잖아요. 전북 고창에서 직접 복분자를 재배해 원액도 보내 드립니다. 한 초우량 고객(VVIP)의 어머님께서 유명을 달리하셨을 때 문상뿐만 아니라 장지까지 따라간 적도 있습니다.”(배종우 하나은행 청담동 골드클럽 PB팀장) 외제차 구매를 대행해 주는 일도 다반사다. 요즘 부자들 사이에서는 BMW740 시리즈의 인기가 가장 좋다고 한다. 하나은행은 본점 차원에서 VVIP들에게 승마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고객들의 자녀에게 중매를 서기도 한다. 하지만 혼인이 성사되지 않았을 때의 위험 때문에 금융기관 차원에서 단체 미팅을 주도하는 식으로 바뀌고 있다. 실제로 결혼 적령기를 맞은 PB센터 고객 자녀의 단체 맞선은 반응이 좋다. 하나은행은 자산 10억원 이상인 고객의 자녀 100여명을 대상으로 매년 단체 맞선을 시켜 주고 있다. 신한·우리·외환은행 등에도 비슷한 행사가 있다. “중매 잘못 서면 뺨이 석 대라잖아요. 결혼하고 잘 사는 것을 보면 뿌듯하지만 상견례까지 갔다가 일이 틀어지는 일도 있어 쉽게 중매에 나서기는 부담스럽지요.”(박관일 신한은행 압구정PB센터 팀장) PB에게 있어 VVIP 고객은 그야말로 ‘슈퍼 갑’이다. 자산 규모가 클수록 더 그렇다. PB에게 ‘을(乙)의 애환’은 숙명과도 같다. 인격 모독은 물론 투자 손실금을 물어주는 일까지 있다. 하지만 고액 연봉을 받는다는 주변의 인식 때문에 어디에 하소연할 곳도 마땅치 않다. 한 시중은행 PB팀장 B씨는 지난해 투자 손실로 고객에게 2000만원을 물어줬다. B씨는 해당 상품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고 생각했지만 고객이 설명이 부족했다고 우기니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투자 손실분을 물어내니 아찔하더라고요. 그 이후 상품 설명을 할 때 한두 시간은 기본입니다. 하지만 파생상품은 워낙 어렵고 복잡하거든요. 사실 100% 이해하기란 불가능하지요. 투자 손실이 나면 곧바로 갑의 얼굴로 돌아서는 고객들을 볼 때마다 이 일에 대한 회의감이 듭니다.” 돈으로 인격을 평가당하는 것도 서럽긴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고객들은 매너가 좋아요. 거부(巨富)급으로 갈수록 더욱 그렇죠. 하지만 나이가 어릴수록, 쉽게 돈을 번 부자일수록 돈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게 느껴져요.”(한 증권사 PB팀장) 그래서일까. 고객으로부터 인간적인 신뢰감을 받았을 때 PB들은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2008년 리먼 사태가 터졌을 때였어요. 재산의 60%를 금융상품에 묻어두고 있던 고객이었는데, 재산이 거의 반토막이 났죠. 저에게 어떤 불호령이 떨어질지 몰라 조마조마하며 전화했는데 제게 왜 그렇게 목소리가 안 좋냐며 다독여 주시더라고요. 충분히 협의했기 때문에 본인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잘 이겨내 보자고 하시더군요. 그럴 때 신뢰가 주는 위로가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도움말 주신 분들 김선아 미래에셋증권 WM강남파이낸스 센터 수석 매니저 김용주 외환은행 스타타워WM센터 지점장 김용태 외환은행 스타타워WM센터 팀장 이수정 외환은행 스타타워WM센터 팀장 김인응 우리은행 잠실 투체어스 센터장 김창현 기업은행 반포자이 PB센터 팀장 김혜숙 국민은행 명동스타 PB센터 팀장 박관일 신한은행 압구정 PWM 팀장 박승안 우리은행 강남투체어스 부장 변주열 미래에셋증권 WM강남파이낸스센터 센터장 배종우 하나은행 청담동 골드클럽 부장 이상덕 삼성생명 패밀리오피스 팀장 이선욱 삼성증권 SNI강남파이낸스센터 지점장 이준호 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 이흥두 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팀장 허창준 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팀장
  • 자율규제 비웃는 막장·패륜 인터넷방송

    규제 사각지대에서 패륜과 막장을 넘나드는 인터넷 개인방송의 선정성에 대해 강력한 제재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운영자의 자율 규제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하나의 인터넷 방송에서 무려 3500개 이상의 채널을 갖고 있음에도 이를 점검할 전담 요원은 15명에 불과하다. 혐오스러운 콘텐츠들이 빠른 속도로 유통되고 있지만 당국이 따라가지 못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13일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 사이트의 블로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김밥천국 패륜남’이라는 방송 녹취가 일주일째 유포돼 네티즌들을 경악하게 하고 있다. 실시간 인터넷 방송 ‘팝콘TV’에 올라온 콘텐츠를 편집한 45초 분량의 이 통화 녹취에는 신태일이라는 이름의 젊은 방송진행자(BJ)가 분식업체인 김밥천국에서 어머니 연배의 종업원 아주머니에게 김밥과 돈가스 등 여러 음식을 주문한 뒤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과 성적으로 모욕적인 막말을 내뱉는 내용이 담겨 있다. 문제의 인물은 지난 1일과 5일에도 이 방송에서 남의 집에 소변을 보고 도망가는 장면 등 엽기적인 내용들을 내보냈다. 패륜과 막장 행위를 일삼는 인터넷 개인방송의 선정성은 하루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팝콘TV와 아프리카TV 등 대부분의 인터넷 방송들은 사이트 회원인 시청자들이 ‘팝콘’ 등으로 불리는 유료 아이템을 현금으로 결제해 마음에 드는 BJ에게 선물하고 여기서 나오는 수익을 사이트 운영자와 BJ가 나눠 갖는 구조로 운영된다. 인터넷 방송 BJ들은 아이템을 얻고 주목을 받고자 선정성을 높여 가고, 알몸 노출이나 자해 퍼포먼스 등 엽기적이고 자극성 있는 동영상을 끊임없이 내보낸다. 하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자율적 규제를 강조하고 사후 문제가 생겼을 때만 사업자에게 시정 요구를 내려 ‘막장 콘텐츠’에 대한 단속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허가받은 사업자로서 공익성이 강한 지상파 방송과 달리 인터넷 방송은 통신의 일종으로 최소 규제의 원칙이 적용된다”면서 “저장되지 않고 쉽게 사라지는 인터넷 콘텐츠의 속성상 모두 제재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한 인터넷 방송의 경우 3500개의 채널을 운영하는데 이를 15명의 전담 요원이 일일이 감시하고 단속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방통심의위가 지난 4월 인터넷 방송 사업자와 협력회의를 열어 사업자의 자체 모니터링 강화와 불법 유해정보 유통 방지를 위한 조치를 요청했음에도 달라진 것이 없어 권고 위주의 규제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심재웅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자유로운 인터넷 공간에서 콘텐츠 자체를 막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이용자의 자발적 신고를 활성화시키고 인터넷 개인방송을 중심으로 윤리지수를 매기는 등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서울 마포·용인·김포… ‘위례’ 안 부럽네

    서울 마포·용인·김포… ‘위례’ 안 부럽네

    상반기 분양 시장의 최대 이슈로 평가받는 위례 신도시에 맞서,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에서도 대규모 단지를 앞세운 분양이 줄을 잇고 있다. 올해 초 몸을 움츠렸던 대형 건설사들이 6월 분양을 서두르며 승부수를 띄우는 모양새다. 이는 취득세 감면 혜택이 이달 말 종료되고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에 접어드는 새달부터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관심이 낮아질 가능성 있기 때문이다. 달아오른 6월 분양시장의 ‘빅매치’ 지역을 꼽아 봤다. 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6월 분양 시장의 유망 물량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이달 일반분양 예정인 전국 4만 3245가구 가운데 서울의 일반분양 물량은 11곳의 3592가구, 경기 19곳 1만 6346가구, 인천 3곳 2434가구 등이다. 올해 서울에서 분양을 준비하고 있는 사업장은 마포구, 서대문구, 종로구 등 주로 서북부 지역에 몰려 있다. 마포 일대는 기존 서울지하철 2·5·6호선 이외에 최근 경의선 복선전철, 공항철도 등이 확충되면서 교통 여건이 한층 좋아졌다. GS건설은 현재 마포로1-55구역을 재개발하는 ‘공덕 파크자이’를 분양 중이다. 지하 3층~지상 23층 4개 동, 총 288가구의 주상복합 아파트로 분양가는 3.3㎡당 평균 1760만원가량이다. GS건설은 공덕파크 자이에 이어 아현4구역을 재개발한 ‘공덕 자이’를 이달 중에 분양한다. 전용면적 59~114㎡ 총 1164가구로 이 가운데 212가구가 일반에 공급될 예정이다. 삼성물산은 현석2구역을 재개발하는 ‘래미안 마포 웰스트림’을 선보인다. 지하 3층∼지상 35층 8개 동 규모로 마포구 내 일반 아파트 가운데 가장 높게 지어진다. 전용면적 59~114㎡ 총 773가구 가운데 일반분양 물량은 267가구다. 특히 단지 바로 옆에는 구립어린이집이 하반기에 신설될 예정이다. 수도권에서는 경기 용인시 수지구에서 오랜만에 분양 소식을 전해 왔다. 이 지역은 2000년대 중반 주택시장에서의 인기를 등에 업고 건설업체들이 잇따라 분양에 나섰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미분양이 대거 발생하기도 했다. GS건설은 수지구 신봉지구에 전용면적 78~102㎡형 445가구짜리 ‘광교산 자이’를 내놓는다. 실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중소형 위주로 주택형을 구성했다. 전 가구의 분양가가 6억원 이하로 책정될 예정이어서 ‘4·1 부동산 대책’으로 향후 5년간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분양가가 3.3㎡당 1200만원대로 2008년과 2010년에 공급한 신봉동·성복동의 최초 분양가(3.3㎡당 1300만~1500만원대)보다 싸다”고 강조했다. 포스코건설은 용인시 기흥구에 ‘기흥 더샵 프라임뷰’(용인 신갈 주공 재건축아파트)를 지난 7일부터 선착순(계약금 1000만원) 분양하고 있다. 기흥 더샵 프라임뷰는 지하 3층, 지상 23~26층 8개 동 규모에 총 612가구로 구성됐다. 이 중 일반 분양은 전용면적 ▲58㎡ 1가구 ▲84㎡ 46가구 ▲116㎡ 50가구 등으로 총 97가구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기흥 더샵 프라임뷰는 신갈지구에서 8년 만에 공급되는 브랜드 아파트”라며 “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하인 가구가 생애최초로 6억원 이하 주택을 구입할 때 취득세 면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5000여가구에 달하는 대규모 미니 신도시급 아파트가 들어서는 김포 풍무지구도 눈길을 끈다. 대우건설과 동부건설은 이달 중 경기 김포시 풍무2지구 도시개발사업구역에서 ‘김포풍무 푸르지오 센트레빌’을 공급한다. 총 5000여 가구 중 1차로 공급될 물량은 23개 동, 전용 59~111㎡ 2712가구로 구성된다. 전용 85㎡이하 중소형 아파트의 비율은 약 90%에 달한다. 특히 김포풍무 푸르지오 센트레빌은 단지 내 국내 최대 규모의 어린이집이 들어설 예정이다. 지하 1층~지상 2층 1715㎡ 규모로, 220명 이상의 아이들을 수용할 수 있다. 이 시설은 숙명여대에서 직접 운영할 예정이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커버스토리-甲 중의 甲 국회의원] 공무원·기업인이 토로하는 행태

    [커버스토리-甲 중의 甲 국회의원] 공무원·기업인이 토로하는 행태

    울트라 슈퍼갑(甲)인 국회의원들의 1차적 을(乙)은 공무원들이다. 행정부 감시라는 1차적 소명감이 근원적인 갑을 관계를 형성해 왔다. 예산권을 쥐고 휘두르면서 부처 인사에 때로는 조용하게, 때로는 시끄럽게 영향력을 행사했다. 공무원들은 국회 문턱이 닳도록 드나든다. 여당과는 주요 정책마다 당정협의를 거쳐야 하고 법안 통과 등의 과정에서 일을 쉽게 하려면 야당 의원들과의 스킨십도 절대적이다. 그래서인지 국회는 공무원을 시도 때도 없이 불러 댄다. 서류를 보내고 전화로 설명해도 충분한 것도 “심도 있는 토론이 필요하다”며 불러들인다. A국장은 “일종의 ‘군기 잡기’라고 보면 된다. 민감한 일이 생길 때면 장차관이나 국장급 이상은 국회로 출근하는 날이 더 많을 정도”라고 말했다. 공포의 국감 시즌… 1명당 1.5t 트럭 분량 서류 요구 국회로 불러들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공무원들과 협의하고 다그치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지역구 민원이 상시 대기하고 있다. 정부의 입법안은 봉이다. 논의 단계부터 쏟아지는 상임위원회 위원들의 각종 지역구 민원을 받을 준비를 해야 한다. 민원 없이 법안 통과를 기대했다가는 낭패 보기 십상이다. 상임위는 온갖 트집을 잡아 통과를 지연시킨다. 올 초 법안 처리를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중앙 부처 B과장. 모 의원이 부르더니 “지역구 복지시설에 가보니 시설이 낡았더라. 고쳐 달라”고 요구했다. 관련 입법이 걸려 있다 보니 무시할 수 없었다고 B과장은 토로했다. 결국 다른 예산을 빼다가 요구 사항을 들어줬다. B과장은 “유권자 눈에는 그 의원이 훌륭해 보일지 모르지만 큰 틀에서 보면 누군가의 피해를 전제로 한 것이고, 전체적인 시스템이 훼손되는 결과를 낳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렇게 성공한 민원은 의원의 의정활동보고서에 자랑스럽게 올라갔다. 군기 잡기의 절정은 국정감사 때다. 국회의원들의 자료요청 욕구는 끝이 없다. 10년치 자료는 물론이고, 수십년 전 개청·개원 자료를 모두 달라는 의원도 있다. 지나간 일이지만 모 부처는 한 의원에게 각종 요청 서류를 1.5t 트럭 한 대에 꽉 채워 전달한 사례도 있다. 중앙 부처의 C과장은 “피감 기관과 의원실의 갈등 원인은 자료 제출 문제가 거의 대부분”이라면서 “국정감사 일정이 임박하면 일부 의원실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수정된 자료를 요구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요청한 자료를 하루 만에 달라는 주문은 그나마 ‘양반’이다. C과장은 “의원실에서 언론 등에 배포한 자료에 수치나 내용이 틀릴 때가 더러 있는데, 이를 알려 줘도 수정하지 않고 버틸 때는 정말 당혹스럽다”고 하소연했다. 국회 입법조사관들이 입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작성할 때는 해당 부처 공무원들이 야근하는 날이다. 검토보고서는 상임위에서 작성하도록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공무원들이 초안을 만드는 ‘관행’ 때문이다. D과장은 “우리 입장에서는 좀 더 긍정적인 검토보고서가 나와야 하기 때문에 그런 요청이 있으면 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유불문 길들이기… 불쑥 호출했다 도로 취소 정부세종청사에 입주한 부처 공무원들은 더 고된 육체 노동이 필요해졌다. 국회의 호출 한 번에 왕복 6시간 거리를 오가야 하기 때문이다. ‘세종청사 과장은 길바닥에서, 사무관은 세종청사에서 서울 간 국장을 기다리다 시간 보낸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얼마 전 세종청사의 한 부처 장관은 황당한 경험을 했다. 오후에 세종청사에서 집무를 보다가 국회 측으로부터 “상임위 소위 회의가 두 시간 뒤에 열리니 꼭 참석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어쩔 수 없이 오후와 저녁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충북 청원군 오송역에서 KTX에 몸을 실었다. 그러나 잠시 뒤 국회에서 또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회의가 연기됐으니 올라올 필요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어떻게 할까를 고민하던 중 열차에서 안내 멘트가 나왔다. “잠시 뒤 도착할 역은 서울역입니다.” 한 부처 E국장은 “최고위직에게도 ‘오라 가라’ 할 정도인데 일반 공무원들에게는 어떻겠느냐”면서 “낭비되는 행정 비용은 결국 국민들이 고스란히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세종청사에서 근무하는 경제 부처 F국장은 지난 3일 임시국회가 열린 뒤 줄곧 ‘3분 대기조’ 생활을 하고 있다. 국회의원 비서관들이나 전문위원들이 언제 호출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지난 4일에도 20분 법안 설명을 위해 4~5시간을 길에서 허비했다. 과장을 대신 보낼 수도 없다. “‘급’이 맞지 않는다”고 야단을 치기 때문이다. 명문화되진 않았지만 수석전문위원이 부르면 부처 국장급이, 의원 비서관이 호출하면 과장과 담당 사무관이 간다는 것은 일종의 ‘불문율’이다. F국장은 “국회 대응을 잘못해서 법안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거나 검토보고서가 부정적으로 나오면 법안 통과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에 비위를 맞춰 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어떤 때는 설명이 부족하다며 돌아가라고 한 뒤 다음 날 다시 부르는 일도 허다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회가 세종시로 옮기겠다고 공언하지 않는 한 세종시의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오락가락을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한탄했다. 골치 아픈 취업 시즌… 은근슬쩍 이력서 보내 압박 국회의원들에게 목줄을 잡힌 또 다른 대표적인 을은 기업이다. 과거 기업들은 영향력 있는 주요 의원들을 주로 상대했지 이름 없는 초·재선 의원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보좌관들의 경우 거물급 보좌관들만 관리해 왔다. 그러나 요즘은 달라졌다. 계파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만나고 상대해야 할 인사들이 크게 늘었다. 정책이 중요시되면서 언제부턴가 중진 의원실에서도 자료 요구와 함께 담당 임직원을 찾는 보좌관들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각종 민원이 정비례해 늘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취업철은 가장 대표적인 민원 시즌이다. 이력서가 쌓이기 시작한다. 선거를 앞둔 출판기념회 때는 의원들의 책을 사 줘야 한다. 먼저 요구하는 의원실도 많다. 대기업들은 책을 대량으로 사들여 자체 소화를 하거나 기증하는 일도 많다. 모 대기업 임원 G씨는 “사실 정치인이 선거철에 맞춰 쓴 책들은 남 주기도 뭣할 정도여서 처치하기 곤란한 경우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지역구 의원들은 지역 예술행사를 두고 민원을 하기도 한다. 자신이 후원하는 콘서트의 표를 좀 사달라는 식이다. 그는 “기업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 한번은 2장(2000만원)을 요구하기도 했다”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행사를 후원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표만 사 주는 거면 사실 ‘절 모르고 시주’하는 격”이라고 말했다. 의원들이 특정 하도급 업체를 선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일도 있다. 큰 건도 있지만 하청과 재하청을 주는 과정에서 지역구 민원을 건설업체에 요구하는 경우다. 민원을 다 들어주지 못할 사정에 놓인 담당자의 입장이 무척 곤란해지는 것은 물론이다. 학연이나 지연, 친분관계 등에 따라 의원들이 직접 최고경영자(CEO)에게 전화하는 일도 있다. 또 다른 대기업 임원 H씨는 “통상 이런 경우에는 이른바 큰 건이라 잘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에도 국정감사는 피곤한 때다. 해당 기업과 정책적 연관성이 큰 정부 부처를 통해 우회적으로 자료를 압박해 올 때가 많다. 한 이동통신사의 I씨는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를 할 때 이동통신 관련 원자료는 업체에서 나오는 게 대부분이다 보니 한 다리 건너 각종 요청이 들어온다”면서 “자료 요청이 일시적으로 몰리다 보니 담당 부서는 다른 일을 못 할 정도”라고 전했다. 기업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건 ‘총수 소환’이다. 국감이 시작되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의원들이 그룹 오너를 증인으로 채택해서 불러들이는 경우가 많다. 기업 입장에서는 논란이 되는 사안과 크게 관계가 없고, 실무진 선에서 처리가 가능한데도 굳이 오너를 증인으로 채택하는 건 의원들의 ‘기업 길들이기’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지난해 국감에 그룹 회장이 증인으로 채택됐던 한 대기업 임원 I씨는 “여야 협상 과정에서 대기업 회장과 사장 수십 명의 이름이 거론됐다”면서 “다 부르려 한 게 아니라는 건 누가 봐도 분명한데 기업의 신뢰와 명예는 아랑곳하지 않고 동네 강아지 부르듯 하는 건 너무한 것 아니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의원들의 영향력은 지방의회 의원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의 인사에서 각종 관변단체 인사에까지 미친다. 여기에 국립대와 산하기관 수장부터 비서까지 인사 청탁을 하기도 한다. 여당 의원들은 지역구 활동에 장차관 등을 부르기도 한다. 지역 주민들에게 자신의 ‘파워’를 우회적으로 보여 주는 셈이다. 부처종합
  • [기고] 자유학기제 성공하려면 취지 이해해야/김봉환 숙명여대 교수·한국진로교육학회장

    [기고] 자유학기제 성공하려면 취지 이해해야/김봉환 숙명여대 교수·한국진로교육학회장

    새 정부의 주요 교육 정책 가운데 여론의 화두가 되는 것이 ‘자유학기제’이다. 필자가 이해하기에 자유학기제는 암기식 공부와 시험 부담에 젖어 있는 학생들에게 적어도 중학교 시기의 한 학기 정도는 이런 중압감에서 잠시 벗어나도록 해주자는 것이다.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고 앞날에 대한 그림도 그려 보면서 다양한 체험 활동과 독서를 통해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을 주자는 취지다. 이와 같은 자유학기제의 근본 취지에 크게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지금까지 우리는 학생들에게 생각하고 성찰하며 탐색하고 경험할 기회를 거의 주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우리 학생들은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많은 시간을 공부에 매달리지만 정작 그 내용을 왜 배우고 익혀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할 기회는 별로 없다. 단지 열심히 공부해서 성적을 잘 받고 그것을 토대로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인생의 최종 목표인 양 조련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자기 자신에 대해 깨어 있고 진로에 대한 의식이 성숙해 있는 학생들은 공부를 왜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스스로 알기 때문에 학습 동기가 유발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학생들이 많아진다면 교실 붕괴와 같은 우리 교육의 아픔이 조금이라도 줄어들 것이다. 아울러 진로에 대한 밑그림이 그려져 있는 학생들은 일탈하거나 비행을 저지를 가능성도 적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무턱 대고 대학에 진학하기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취업의 길을 선택해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학생들도 늘어날 것이다. 대학에 진학할 때에도 분명한 목표를 갖고 현명하게 판단할 것이므로 입학 후에 방황하거나 전공과 적성의 불일치 문제로 흔들리는 경우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자유학기제의 취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유념해야 할 부분이 있다. 첫째, 자유학기제에 대한 근본 취지를 이해해야 한다. 산적한 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통로가 마치 자유학기제인 것처럼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자유학기제가 잘 운영돼 근본 취지가 충분히 발현된다면 그것이 기폭제가 되어 중학교 교육 전체가 좋은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고, 그것이 지속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면 우리나라 교육 전체를 혁신할 수 있는 하나의 지렛대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둘째, 자유학기제가 실시되는 동안 학생들이 자신의 꿈과 끼를 발견할 수 있도록 기업체의 적극적인 지원 등 사회적 여건 조성도 빼놓을 수 없다. 자유학기제는 이처럼 평생 지속되어야 할 진로개발 역량의 불씨를 댕기는 시기로 봐야 한다. 그러한 불씨가 잘 타올라 평생 지속되도록 이끌어 주고 촉진시키는 일은 그 이후의 모든 교육 단계로 확산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자유학기제가 안정적으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긴 호흡을 갖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자유학기제에 대한 학교 경영자의 철학을 정립하고 진로 진학 상담교사의 선도적 역할을 촉진하면서 학부모들의 일부 우려도 불식시켜야 한다. 자유학기제가 우리 교육을 혁신하여 새로운 지평을 여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해 본다.
  • [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대회] 한국 - 일본 첫 판 격돌

    [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대회] 한국 - 일본 첫 판 격돌

    세계 최고의 남자배구팀을 가리는 2013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대회가 두 달간의 열전에 돌입한다. 한국은 ‘숙명의 라이벌’ 일본과 1주차(1~2일) 경기를 시작으로 캐나다·포르투갈을 오가며 한 팀당 두 번씩, 총 10경기를 치른다. 총 18개팀이 3개조로 나뉘어 대륙간라운드를 하고 상위팀들만 아르헨티나에서 결승라운드(7월 17~21일)로 월드챔피언을 가린다. 강호들이 모인 A·B조는 2위까지 아르헨티나에 갈 수 있지만, C조는 딱 한 팀만 결승에 오른다. 세계랭킹 24위 한국은 캐나다(18위), 일본(19위), 핀란드(30위), 네덜란드, 포르투갈(이상 공동 36위) 등 상대적으로 약한 팀들과 함께 C조에 속했다. 이번 월드리그는 3년째 지휘봉을 잡고 있는 박기원 감독의 ‘빠른 배구’의 색깔이 대표팀에 얼마나 스며들었는지 가늠할 대회다. 가까이는 내년 인천아시안게임의 메달색, 멀리는 2016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진출 가능성을 엿볼 기회이기도 하다. 여자배구가 지난해 런던올림픽 4위로 진한 감동을 안겼던 반면 남자팀은 최근 이렇다할 승전보가 없었다. 작년 런던행에 실패하며 국제무대에서 약체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분위기 반전을 위해서는 첫 단추가 중요하다. 탄탄한 조직력을 앞세운 ‘숙적’ 일본과의 첫 경기는 조별리그 성적을 가늠하고 대표팀의 분위기를 좌우할 분수령. 역대 상대전적에서는 66승47패로 한국이 앞서지만, 지난해 올림픽 예선전과 아시아배구연맹(AVC)컵에서 잇달아 패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믿을 건 역시 화끈한 공격력. 부상으로 한동안 태극마크를 내려놨던 문성민(현대캐피탈)이 스파이크 태세를 마쳤다. 지난 2008년 대륙간라운드에서 득점 1위-공격 2위에 올랐던 짜릿한 기억이 여전하다. ‘무늬만 대학생’ 전광인(성균관대)도 패기를 앞세워 레프트를 지킨다. 베테랑 여오현(현대캐피탈)이 빠진 리베로 자리는 이강주(삼성화재)가 연착륙해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일본과의 두 차례 맞대결에는 두둑한 포상금도 걸려있다. 일본전 1승에 1500만원의 보너스가 주어진다. 2승을 챙기면 3000만원. 대회 국내경기의 타이틀스폰서를 맡은 아프로파이낸셜그룹(브랜드명 러시앤캐시)의 최윤 회장은 “한·일전을 앞둔 선수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필승 의지를 다지기 위해 특별히 승리 수당을 준비했다”고 웃었다. 월드리그 결승행도 18년 전으로 아득한 만큼 아르헨티나 티켓을 확보하면 별도의 포상금을 주기로 했다. 선수들의 승부욕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자연과 인간의 거리, 문학으로 좁히자”

    자연과 인간의 공존과 문학의 역할을 모색하는 제7차 한중작가회의가 26일 중국 푸젠성 샤먼(廈門)시에서 열렸다. ‘자연과 인간, 아름다운 공존의 방식’을 주제로 한 이번 행사에는 양국 작가 40여명이 참석했다. 김주연 숙명여대 석좌교수는 기조발표에서 “오늘날 자연을 노래하는 일은 부질없는 시대착오적 여가로 밀려나고 있고 (모두) 주머니에 담긴 스마트폰을 꺼내 연신 게임을 하는 일에만 열중한다”면서 “오늘의 문학은 기계가 차단시킨 자연과 인간 사이의 거리를 회복시키는 일을 사명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측 기조발표자로 나선 난판 푸젠성 사회과학원장은 “우리는 한때 혁명으로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지금은 혁명이 지나간 후에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면서 “중국의 당대문학은 새로운 해석과 탐구, 사상, 지혜, 용기, 통찰력을 필요로 하는 영역에 투입된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난판 사회과학원장은 “중국 당대문학의 급선무는 진지하게 이 세대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것이고 주변의 역사와 전방위적인 대화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행사에 한국에서는 소설가 김주영·박상우·서하진·전경린·천운영, 시인 황동규·정현종·이시영·나희덕·김민정 등 약 20명의 문인이 참석했다. 중국에서는 아라이 쓰촨성작가협회 주석, 리숭타오 중국시가학회 부회장, 양커 광둥성작가협회 부주석, ‘신세기 10대 청년 여류시인’ 칭호를 받은 안치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작가들은 26, 27일 이틀간 시와 소설 분과로 나뉘어 각자의 작품을 낭독한 뒤 작품의 의미와 배경, 양국의 문학이 자연과 인간을 그리는 방식 등에 대해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가진다. 샤먼(중국 푸젠성)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일감 몰아주기 30% 룰’ 철회될 듯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안 가운데 ‘30%룰’이 6월 임시국회에서 철회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여야뿐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와 전문가들도 30%룰이 과잉입법이라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어서다. 30%룰이란 ‘기업의 지분이 30% 이상인 계열사와의 부당 내부거래가 적발될 경우 직접적 증거가 없어도 총수가 거래에 관여하거나 지시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규정으로 공정위가 ‘대기업의 사익 편취’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했다. 24일 국회 정무위 새누리당 간사인 박민식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끝장토론, 일감 몰아주기 핵심쟁점’ 전문가 토론회는 그 일단을 내다보게 했다. 대기업의 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서 그 제재 수위를 어디에 둘 것이냐를 놓고 논의가 집중됐다. 이기종 숙명여대 법과대학 교수는 “경제력 집중의 억제에 초점을 맞춘 규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총수 지분이 30% 이상인 경우 관여를 추정하는 규정은 삭제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지분 보유율이 높은 계열사와의 장기적 거래가 보장될 경우 대규모 투자를 통해 거래 계열사도 합당한 이익을 얻었다면 문제 삼아서는 안 된다”면서 “총수일가의 지분이 몇 % 이상인 경우 부당하다고 추정하는 방식의 접근법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처음 이 안을 제시했던 공정위는 이미 해당 안을 삭제하기로 했고, 야당에서도 이 대목에는 반대 의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국회 정무위 법안소위에 계류 중인 30%룰은 변형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문화마당] 시인의 몸은 곧 시(詩)다/백가흠 소설가

    [문화마당] 시인의 몸은 곧 시(詩)다/백가흠 소설가

    시인의 ‘몸’은 역사 안에서 시간성과 시대성을 안고 있다. 시인의 개인사는 개인 안에 머물지 않으며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역사의 실증이다. 시인의 ‘몸’은 그리하여 시대에 민감하게 사람들의 감성을 시로 기록한다. 시는 시인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언어의 비늘(鱗)’이 분명하지만, 시인의 ‘몸’을 만들어 내는 것은 자기 자신이 아니다. 시인의 ‘몸’은 현재라는 시대와 시간을 영유하는 독자, 혹은 동시대인으로부터 기인한다. 이는 시인의 ‘몸’이 우주적 시간 안에서 시대성을 초월함과 동시에 역사 안에서 한 시절을 대변하는 ‘말’(語)을 습득한 유일한 몸, 위대한 소명인 것이다. 시인을 꿈꾼다는 것은 이러한 우주적 실체에 한 걸음 다가서는 것이나, 시대의 말을 습득한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시인의 몸이, 시인의 말이 아무 일이나 될 수 없는 이유이다. 우리는 이 땅에 있었고, 역사에서 사라진 수많은 시인을 기억하면서 이들이 부여받은 시간과 시대의 숙명이 얼마나 숭고한 일인지 잘 알고 있다. 반대로 시대로부터 만들어지지 못한 시인의 ‘몸’이 실패한 ‘말’을 습득하는 것을 우리는 오랜 시간 지켜봐 왔다. 시대에 거슬러 실패한 말의 역사로 남은 시인들을 기억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시절의 실패한 말의 몸을 가진 시인들로 우리 문학사는 채워져 있고, 군부독재의 역사 안에서 시민들의 바람이나 열망과는 반대로 진행되는 말에 우리는 시의 역사를 빼앗겼다. 시인의 말이 현재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역사는 증명하고 있다. 시인의 현재와 시대는 우주적 시간 안에서 행해져야 한다. 대부분의 시인은 이 사실을 몸으로 알고 있으나, 일부의 시인들은 그런 것과는 상관없는 현재의 시간을 사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서정주라는 역사가 있다. 그는 유일하게 완성된 시인이다. 모자란 시적 감수성으로 그의 시를 논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는 소년기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시가 어떻게 변모되고 완성되어 가는지 보여주는 유일한 시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의 시는 위대한 것이 사실이지만, 말의 비늘이 떨어져 나온 ‘시인의 몸’이 위대하다고는 말할 수 없는 사람이다. 시인의 ‘몸’이 없고 ‘말’만 있는 시인은 시인인가 아닌가. 시인의 몸이 가진 우주적 초월에는 실패한 것이 아닐는지. 최근에 한국시인협회에서 기획한 시집 ‘사람-시로 읽는 한국 근대인물사’(민음사)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시인이 되지 못하고, 부여받지 못한 숙명을 한탄하며 저잣거리 군상의 얘기나 다루는 소설가 나부랭이가 되어버린 필자의 감상이 뭐 대수로울까마는, 가슴 밑바닥까지 내려앉는 침울함이 크다. 정말, 가슴이 아프다. 논의의 대부분은 ‘누가, 누구’에게로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만, 그것은 중요한 논제가 아닐 것이다. 우리의 숙명은 ‘왜’인가 하는 것이다. 참여한 시인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대부분은 이 시집이 ‘왜’ 만들어졌는지 몰랐을 가능성이 크다.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시집 발간의 이유와 실체로 의심되는 사이의 괴리감이 크기 때문이다. 몇몇은 ‘왜’ 이러한 논쟁이 생길 것임을 예상했음에도 책을 발간해야만 했는지, ‘왜’ 시인이 시대적 소명을 모른 척하면서까지 논쟁의 중심에 서야만 했는지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 정반대로 시집 출간이 시대적 소명이라 여긴다면 그것마저 뚜렷하게 밝혀야 하는 것이 아닐까.
  • 건강한 가족문화 확산 모범가정 27명에 표창

    서울시는 가정의 달인 5월을 맞아 건강한 가족문화 확산에 기여한 시민들에 대해 표창한다고 17일 밝혔다. 시는 18일 오후 숙명여대 백주년기념관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2013년 서울가족한마당’ 행사에서 모범가정 대표 13명, 우수 가족봉사단 5가족, 건강가정 지원센터 유공자 5명 등 총 27명에게 시장상을 수여한다. 2009년부터 마을문화나눔장터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지역사회 공동체 형성에 가족봉사단이 이바지할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한 구로구 박대진씨 가족 등이 상을 받는다. 유연근무제, 안식년제도 등으로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한 환경 조성에 앞장선 가족친화기업에 대한 시상도 이뤄진다. 올해는 교보문고, 무역투자진흥공사, 대한무역진흥공사, ㈜마크로밀엠브레인 등 4개 기업이 받는다. 한편 행사에서는 부모와 자녀 댄스 콘테스트 등 가족 단위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컨벤션센터 앞에서는 자치구 건강가정지원센터 가족봉사단이 함께하는 가족체험부스도 마련된다. 야외마당에서는 해피페인팅, 아트풍선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김민희 기자 haru@seoul.co.kr
  • 대기업 인사팀, 취업강의서 막말

    한 대기업 인사팀 관계자가 여대 취업 강의에서 학생들의 외모를 평가하고 특정 학교를 비하하는 발언을 해 빈축을 사고 있다. 학생들은 “취업의 칼자루를 쥔 갑(甲)의 발언이라고 해도 정도가 지나친 것 아니냐”며 반발했다. 지난 10일 숙명여대 ‘성공취업실전’ 강사로 초청된 애경(AK)홀딩스 인사팀 A차장은 수업 시간 중 특정 학생을 가리키며 “과거에 예쁜 학생을 지도한 적이 있었는데 당신보다 예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대생은 피해 의식이 심하다”면서 “여대생들이 사회생활을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남자들이 자기를 좋아하는 줄 알고 착각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강사는 개인적인 편견을 인사에 반영하곤 한다는 발언도 이어 갔다. 그는 “카메라를 좋아해 중고거래를 몇 번 했는데 외대 근처 대학생들에게 사기를 당한 적이 있다”면서 “서류 볼 때 그 학교에 불이익을 준다. 입사하면 ‘그 학교 나왔으니 너흰 사기꾼’이라고 괴롭힌다”고 말했다. 그는 수업 마지막에는 “수업 태도가 안 좋으면 회사에 가서 숙대생들은 절대 뽑지 말자고 하겠다. 다른 회사 인사팀 모임에서도 말하면 안 듣겠냐”고 밝혔다. 수업에 참가한 한 학생은 “강사가 말한 대로 우리가 ‘피해 의식 심한 여대 출신’이라 예민하게 생각하는 건지 황당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강생은 “정식으로 항의하고 싶었지만 혹시 해당 회사에 지원할 친구들이 취업하는 데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돼 문제 제기는 못 했다”고 밝혔다. 강의 후 학생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학교 측은 13일 AK홀딩스에 해당 내용을 통보하고 다음 학기에는 다른 인사담당자를 섭외하기로 했다. 애경 측은 “담당 상관이 직접 학교를 찾아 사과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제2의 장예원? 숙명여대 새 홍보모델 3인 3색 매력

    제2의 장예원? 숙명여대 새 홍보모델 3인 3색 매력

    대학가 최초로 재학생 홍보모델을 도입했던 숙명여대가 올해 새 얼굴들을 소개했다. 숙명여대는 조소혜(22·미디어학부), 배혜지(21·멀티미디어학과), 유지혜(20·영어영문학부)씨 등 3명을 2013년 숙명여대 재학생 홍보모델로 선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에 선발된 홍보모델들은 150여명의 지원자 중 서류, 면접, 카메라테스트를 거쳐 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됐다. 특히 각각 지성, 인성, 건강을 앞세운 매력을 나타낸다고 학교 측은 설명했다. 조소혜씨는 아나운서를 꿈꾸는 언론인 지망생이다. 학부 수석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재학기간 내내 우수한 학업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교내 뮤지컬, 기타 동아리 등의 활동을 해왔다. 3명의 모델들은 올 한해 숙명여대에서 제작하는 광고와 소식지 모델로 활동하게 되며 소정의 장학금이 지급된다. 배혜지씨는 모 대기업의 시리즈 이미지광고에 학생모델로 출연해 대중들에게 친숙한 얼굴이다. 배씨는 숙명여대 홍보대사와 대학생 봉사단 등 다양한 대외활동을 경험하며 사회 공헌에 힘써온 인성을 갖췄다는 평을 받았다. 배씨는 전공을 살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 및 마케팅에 참여한 이력을 갖고 있기도 하다. 유지혜씨는 우리나라의 안보를 책임질 장교를 꿈꾸는 예비 여성 리더다. 유씨는 지난해 국내 최초 여대 학군단인 숙명여대 ROTC 후보생으로 입단, 고된 기초군사 훈련을 우수한 성적으로 마쳤다.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좋은 점수를 받았다. 삼성그룹 대학생 기자단과 한국장학재단 앰배서더 등의 경력도 있다. 숙명여대 관계자는 “역대 숙명여대 홍보모델들은 지상파 최연소 아나운서 합격 등 큰 화제가 됐다”면서 “올해 선발된 이들도 전통과 명성에 걸맞은 역할을 잘 해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한-중·일 클럽축구 빅매치

    날개 꺾인 독수리가 베이징 보약을 먹고 살아날 수 있을까. 최용수 감독이 이끄는 FC서울이 14일 오후 8시 30분 베이징 궈안(중국)을 상대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을 치른다. 조별리그 6경기에서 11골(5실점)을 퍼부어 E조 선두(3승2무1패)를 꿰찼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지난해 중국 슈퍼리그 3위 팀 베이징은 조별리그에서 2승3무1패(승점 9)로 포항을 따돌리고 16강에 올랐다. K리그 클래식 무패행진 중인 포항에 올 시즌 유일한 패배를 안긴 팀이기도 하다. 유고 출신의 알렉산더 스타노예비치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뒤 펼친 ‘실리 축구’의 결과다. K리그 디펜딩챔피언 서울은 2009년과 2011년 대회 8강에 올랐던 게 최고 성적일 정도로 아시아 무대와는 인연이 없었다. 데얀, 몰리나, 에스쿠데로로 이어지는 ‘외국인 공격 3인방’의 발끝과 하대성, 윤일록 등 젊은 피를 앞세운다. K리그 클래식에서 초반 4무3패로 바닥을 찍었던 서울은 최근 4경기에서 3승(1패)을 거두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자신감과 경기력이 치솟았다. 전북은 15일 오후 7시 안방에서 가시와 레이솔과 ‘숙명의 한·일전’을 치른다. 가시와는 H조에서 무패(4승2무)를 달리며 6경기 14골을 뽑아낸 화력이 강점이다. ‘닥공’(닥치고 공격)이 트레이드 마크였던 전북은 그러나 정인환·김정우·정혁·임유환 등 부상자가 속출해 K리그 클래식 최근 4경기에서 1승2무1패로 주춤하고 있다는 게 영 찜찜하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생명의 窓] 오월이 오면/보경 송광사 서울분원 법련사 주지

    [생명의 窓] 오월이 오면/보경 송광사 서울분원 법련사 주지

    이제 봄은 바통을 건네받으며 달리기를 하는 계주 선수의 바쁜 발과 손처럼 연이어 여러 꽃들을 피워 올리고 있다. 우리 절만 해도 산수유부터 시작하여 흰 목련이 얼굴을 내밀었고, 이제 보랏빛 라일락이 피어나는 중이다. 나는 라일락이 피어나는 이즈음부터 재채기가 발동하기 시작하면 기온이 완전하게 올라서기 전까지 계속되기 때문에 제법 애를 먹어야 한다. 그리고 오월이 되면 ‘광주’를 잊을 수 없다. 1980년 봄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군중들의 분노가 절정으로 치닫던 시점에 광주시민회관에서 법정 스님의 강연회가 열렸다. 그날 강연회에서 “원한을 원한으로 갚으면 그 원한은 쉬어지지 않는다. 반대로 원한을 버리는 게 갚는 길이요, 영원한 진리이다”라는 법정 스님의 법문은 적잖은 충격이었다. 그날 이후 오월의 봄이 되면 여전히 가슴이 뜨거워짐을 느낀다. 그때가 고등학생이었으니까 말귀가 열릴 나이는 아니다. 그런데 원한에 대한 보복은 인과(因果)의 악순환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원한을 소멸시키려면 나에게서 그 원한을 멈추라는 법정 스님의 말씀이 잊히지 않는다. 이는 인과관계의 숙명을 깊이 깨닫지 못하면 말하기 어려운 법칙이기도 하다. ‘세상에, 이런 법도 있구나!’ 난 그렇게 불교를 만났다. 이제 더 큰 지혜로 세상을 보고 깨달아 가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지만, 세상은 여전히 완고한 고집쟁이처럼 그 문을 잘 열어 보이지 않는다. 불교에서는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은 것을 세 가지 독(三毒)이라 하여 잘 다스리도록 가르친다. 이 삼독 중에서 탐내고 어리석은 것은 각자 내면의 문제지만, 성내는 것은 대상을 향한 것이라서 반드시 폐해를 낳고 감정의 악순환을 만든다. 최근에도 미국 보스턴 마라톤대회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하여 세계를 놀라게 했다. 폭탄테러의 위협 못지않게 한반도 주변으로는 중국과 일본의 군사적 긴장이 빈번히 일어나는 실정이고, 당장의 남북 대치국면은 점점 그 위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어떻게 하면 이 같은 반목을 해소할 수 있을까? 상대에 대한 적개심과 분노가 쉽게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다음의 우화에서 배울 수 있다. 뱀 한 마리가 농부의 아들을 물어 죽였다. 그러자 분노에 꽉 찬 농부는 도끼를 들고 뱀 굴 입구를 단단히 지키고 섰다. 뱀이 나오면 단숨에 내려칠 속셈이었다. 마침내 뱀이 굴 밖으로 고개를 내밀자 농부는 있는 힘을 다해 도끼를 내려쳤다. 그러나 너무 긴장한 탓인지 근처의 바위만 쪼개고 말았다. 굴을 빠져나온 뱀이 농부를 노려봤고, 뱀의 독기가 두려운 농부의 몸은 얼어붙었다. 이윽고 겁에 질린 농부가 뱀에게 화해를 요청했다. 뱀이 농부의 제안을 단호히 거절하며 말했다. “당신은 자식의 무덤을 볼 때마다 내 생각이 날 테고, 나 또한 저 바위의 무시무시한 자국을 볼 때마다 당신을 생각할 테지. 괜히 맘 좋은 척해도 소용없네” 개인과 개인, 집단과 집단, 국가와 국가 간에도 이런 감정의 악순환이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화해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정말로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 내몰릴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부처님 오신 날’이라 하여 삭막한 도심의 가로수를 따라 오색 연등이 내걸려 불을 밝히고 있다. 자신의 어떤 이익일지라도 남을 해롭게 하고서 얻는 이익은 무의미하다는 부처님의 말씀을 새기며 오월을 나자. 세상이 보다 평화롭기를,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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