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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방에 최대 20명… ‘3밀 생활’이 부른 집단감염

    한 방에 최대 20명… ‘3밀 생활’이 부른 집단감염

    종교단체의 비인가 학교시설에서 코로나19의 집단감염 사례가 속출하면서 방역 당국이 초비상이다. 이들 시설의 소규모 기숙사 등은 3밀(밀폐·밀접·밀집)로 코로나19 방역의 사각지대로 떠오르고 있다.25일 대전시 등에 따르면 대전 중구 IEM국제학교에서 학생과 교직원 등 132명이 무더기로 코로나19에 감염됐다. 학생 120명 중 11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감염률은 무려 93.3%다. 원인은 집단생활과 방역불감증으로 드러났다. 시 조사 결과 이 학교 학생 120명은 지난 4일부터 15일 사이 중구 대흥동 IM선교회 건물에 입소했다.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인데, 3~5층이 기숙시설이다. 방마다 적게는 7명, 많게는 20명까지 배정돼 함께 생활했다. 일부 층은 샤워실과 화장실을 함께 사용했고, 지하 식당은 칸막이 없이 운영됐다. 보건 당국은 이런 조건에서 많은 사람이 모여 생활하다 전체 학생의 97%인 116명과 교직원 10명이 집단감염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지난 12일 첫 증상자가 발생했는데도 학교 측의 선제검사도 없었다. 시 관계자는 “건물 2층 예배시설 사용 시 거리두기 준수 여부 등을 조사해 위반사항 발생 시 법적인 조치를 할 방침”이라면서 “비인가 학교는 학교와 학원에 모두 해당되지 않는 사각지대라 정부에 미비 시항을 보완하도록 요청했다”고 말했다. 또 기독교 교육·선교시설인 광주 TCS 에이스국제학교와 같은 건물 교회에선 최근 3일간 국제학교 학생 10명 등 모두 27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에이스국제학교가 입주한 건물의 1층은 비인가 교육시설, 2층은 교회, 3층은 학생들과 교사 기숙사로 운영 중이다. 지난 18일 개교한 에이스국제학교 학생은 10대 12명이다. 학생들은 방이 4개인 3층 기숙사에서 한 방에 2~3명씩 생활했다. IEM국제학교와 TCS 에이스국제학교는 모두 대전에 본사를 두 IM선교회가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만 23개의 교육시설을 운영하는 단체지만 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 가입되지 않았다. 예상치 못했던 대규모 집단감염이 곳곳에서 발생하자 방역 당국은 오는 31일 종료 예정인 ‘거리두기 단계 조정 및 5인 이상 모임금지’ 조치의 연장 여부를 놓고 숙고에 들어갔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다중이용시설이나 종교시설 대면 활동이 재개되고 주말 이동량이 늘어나는 등 긴장도가 떨어져 3차 유행이 계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자체와 교육 당국도 비인가 교육시설 파악에 착수하는 등 비상이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서울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한 방에 최대 20명… ‘3밀 생활’이 부른 집단감염

    한 방에 최대 20명… ‘3밀 생활’이 부른 집단감염

    종교단체의 비인가 학교시설에서 코로나19의 집단감염 사례가 속출하면서 방역당국이 초비상이다. 이들 시설의 소규모 기숙사 등은 3밀(밀폐·밀접·밀집)로 코로나19의 방역 사각지대로 떠오르고 있다.25일 대전시 등에 따르면 전날 대전 중구 IEM국제학교에서 127명이 무더기 감염됐다. 원인은 집단생활과 방역 불감증으로 드러났다. 시 조사결과 이 학교 학생 120명은 지난 4일부터 15일 사이 중구 대흥동 IM선교회 건물에 입소했다.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인데, 3~5층이 기숙시설이다. 방마다 적게는 7명, 많게는 20명까지 배정돼 함께 생활했다. 일부 층은 샤워실과 화장실을 함께 사용했고, 지하 식당은 칸막이 없이 운영됐다. 보건당국은 이런 조건에서 많은 사람이 모여 생활하다 전체 학생의 97%인 116명과 교직원 10명이 집단감염 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지난 12일 첫 증상자가 발생했는 데도 학교 측의 선제검사도 없었다. 시 관계자는 “건물 2층 예배시설 사용 시 거리두기 준수 여부 등을 조사해 위반사항 발생 시 법적 조치할 방침”이라면서 “비인가학교는 학교와 학원에 모두 해당되지 않는 사각지대라 정부에 미비 사항을 보완하도록 요청했다”고 말했다. 또 기독교 교육·선교시설인 광주 TCS 에이스 국제학교와 같은 건물 교회에선 최근 3일간 국제학교 학생 10명 등 모두 25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에이스 국제학교가 입주한 건물의 1층은 비인가 교육시설, 2층은 교회, 3층은 학생들과 교사 기숙사로 운영 중이다. 지난 18일 개교한 에이스국제학교 학생은 10대 12명이다. 학생들은 방이 4개인 3층 기숙사에서 한 방당 2~3명씩 생활했다. 예상치 못했던 대규모 집단감염이 곳곳에서 발생하자 방역당국은 오는 31일 종료 예정인 ‘거리두기 단계 조정 및 5인 이상 모임금지’ 조치의 연장 여부를 놓고 숙고에 들어갔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다중이용시설이나 종교시설 대면 활동이 재개되고 주말 이동량이 늘어나는 등 긴장도가 떨어져 3차 유행이 계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자체와 교육당국도 비인가 교육 시설 파악에 착수하는 등 비상이다. 경남지역에만 인가를 받지 않은 학교가 15곳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비인가 교육시설은 정식으로 인가를 얻은 시설이 아니라 정확한 현황 파악이 어려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서울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울릉군, 코로나19로 설 귀성객 여객선 운임 할인 안해

    울릉군, 코로나19로 설 귀성객 여객선 운임 할인 안해

    경북 울릉군과 육지~울릉 간 여객선 운행 선사가 명절마다 해온 귀성객 여객선 운임 할인 지원을 하지 않기로 했다. 울릉군은 해마다 설과 추석 명절 기간에 내륙과 울릉을 오가는 여객선사 협조를 얻어 주민 8촌 이내 친인척에게 운임비 약 30%를 지원해줬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발생하고 정부가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2주 연장함에 따라 귀성객 운임을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 군은 지난해 추석 때도 코로나19 사태로 운임 지원을 하지 않았다. 울릉군 관계자는 “안전한 명절 나기를 위해 지난해 추석 명절에 이어 올해 설 명절 운임할인 지원 행사를 심사숙고 끝에 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울릉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이효석의 신호를 찾아서] 황금률과 마음의 진화

    [이효석의 신호를 찾아서] 황금률과 마음의 진화

    황금률이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성경에 나오는 말로 ‘자신이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원칙을 말한다. 황금률이라 부르는 것은 이기적이기 쉬운 인간으로 하여금 타인을 자신과 동등하게 대하도록 하는 것이 인간 윤리의 기본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상호성에 대한 강조는 다른 여러 종교와 문화에서도 보편적으로 발견된다. 그중 단순한 예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라’는 말이 있다.어린 시절, 자아가 막 형성되던 시기에 우연히 황금률을 접하고 강박적으로 매달린 경험이 있다.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은 그 자체로 흥미로운 사고 실험이다. 상대가 처한 특정한 상황에서 상대가 어떻게 느낄 것인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내가 저 상황에서라면 어떻게 느꼈을 것인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이는 곧 평소 자신의 반응을 일상적으로 관찰하는 습관으로 이어졌다. 매일 밤 하루를 반성하며 나는 왜 그때 그렇게 선택했을까, 그런 선택을 하게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를 숙고하게 됐다. 이런 훈련은 어느 정도의 범위 안에서 상대의 반응을 예측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이를 통해 나의 선택에 따른 상대의 다양한 반응을 마치 가지치기처럼 그려 가며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됐고, 이는 내가 원하는 상황이 되도록 상대를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게 됐음을 말한다. 물론 이 말이 어떤 초능력을 부려 상대를 내 마음대로 조종했다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차라리 일종의 설득의 방식으로 우리가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음을 이해시키거나, 혹은 주변 상황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해 무엇이 그 스스로에게도 최선인가를 암시하는 것과 비슷했다. 이 과정에서 재미있게 생각한 것은, 많은 경우 인간은 조종당하는 것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나의 의도를 들키지 않는 것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매우 중요했다는 것이다. 즉 상대가 내가 원하는 선택을 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그 선택이 스스로 찾아낸 최선의 선택이라 생각하게 하는 것이 중요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체화를 통해 얻은 삶의 교훈을 나중에 책으로 다시 접하게 됐다는 것이다. 하나는 설득 분야의 베스트셀러인 치얼디니의 ‘설득의 심리학’이다. 이 책 역시 인간의 상호성을 가장 중요하게 다루며, 인간은 호의에 대해 호의로 답하려는 본능이 있기 때문에 세일즈맨들이 이를 이용해 작은 호의를 먼저 베푼 뒤 물건을 판매하려 한다고 말한다. 치얼디니는 이런 세일즈맨의 전략에 대처하는 방법을 이렇게 제시한다. ‘상대의 호의가 내 보답을 노린 (가짜) 호의라면 이를 다시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조종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상대의 의도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다시 세일즈맨에게도 이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바로 ‘내 호의가 상대의 보답을 노린 호의라는 것을 들키지 않게 하라’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점점 더 고차원화된, 재귀적인 의심을 가져야 한다. 대니얼 데닛의 ‘마음의 진화’는 이런 자신에 대한 반성을 포함한 재귀적 추상화가 마음의 탄생을 이끌었다고 말한다. 생명체는 생존을 위해 상대의 전략을 파악해야 했고, 이를 위해서는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었으며, 이 과정에서 자신을 외부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바로 그들의 후손이고, 운 좋게도 나는 그 과정을 반복한 셈이다.
  • 이재명 ‘10만원 재난소득’ 회견 전격 취소 “방침은 변함없어”

    이재명 ‘10만원 재난소득’ 회견 전격 취소 “방침은 변함없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8일로 예정됐던 ‘전 도민 10만원 재난기본소득 지급’ 기자회견을 전격 취소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17일 “재난기본소득 지급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다만 18일 오전으로 예정됐던 이 지사의 회견은 사정상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추후 발표 일정과 방식은 여러 상황을 두고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도는 전날 “도의회 제안을 수용해 2차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기로 하고 18일쯤 이재명 지사가 직접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회견 하루 전 이를 취소한 것이다. 도는 기자회견 취소 배경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과 겹친데다 재난지원금 보편지급을 둘러싼 당내 반발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지사는 줄곧 경제방역 차원에서 재난지원금 보편지급을 주장해왔다. 지난 5일 여야 국회의원과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구조적 저성장과 코로나19 위기 극복, 양극화 완화, 경제 활성화를 위해 과감한 확장재정정책이 필요하다”며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역화폐로 지급할 것을 촉구했다. 이후 경기도의회가 지난 11일 “코로나19로 고통 겪는 도민을 위로하고 소비심리 회복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방역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는 것을 전제로 2차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해달라”고 제안하자 이 지사는 “지급 여부와 규모, 대상, 시기 등에 대해 도민과 공동체의 입장에서 숙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여당 일각에서는 이 지사의 보편지급론을 반대하는 의견이 나와 마찰이 빚어졌다. 김종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13일 “소비 진작을 위한 재난지원은 방역의 고비를 어느 정도 넘어 사회적 활동을 크게 풀어도 되는 시점에 집행하자는 게 민주당과 정부의 일관된 원칙”이라며 “방역당국과 조율되지 않은 성급한 정책은 자칫 국가방역망에 혼선을 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이런 지적에 대해 이 지사는 1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보편 지원을 하면 그 돈을 쓰러 철부지처럼 몰려다니리라 생각하는 자체가 국민 의식 수준을 너무 무시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김 최고위원은 다음날 “코로나 때문에 야당의 정치공세를 감당하는 것도 머리가 아픈데 같은 당에서 그렇게 정치적으로 공격하면 어떻게 하나”라고 다시 비판했다. 이에 이 지사는 15일 방송 인터뷰에서 “당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 최고위원직을 가진 한 개인 당원의 의견일 뿐”이라며 “자꾸 그렇게 말씀하시지 말고 당 지도부의 의견을 모아서 문제가 있다면 공식적으로 경기도나 전국 지자체가가 이런 거 하지 말라고 아예 공식 입장을 정해주시든지, 아니면 연기하라는 공식 입장을 정해주시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경기도 전도민에 설전 10만원씩 지급

    경기도 전도민에 설전 10만원씩 지급

    경기도가 전 도민에게 2차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16일 도 관계자는 “경기도의회 제안을 수용해 2차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기로 했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18일쯤 이재명 지사가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도는 2차 재난기본소득 지급계획이 포함된 추가경정예산안을 다음 주중 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앞서 도가 도의회에 보고한 검토안을 보면 1차 때와 같이 도민 1인당 10만원씩 지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2차 지급에는 인권단체의 요청과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하여 1차 때 제외된 외국인(등록외국인·거소신고자) 58만명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지급 시기는 방역 상황과 소비 진작 효과를 고려, 설 명절 전인 2월 초로 검토 중이나 확진자 추이와 당정 조율,도의회 의결 일정 등에 따라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지급 방식은 지역화폐 카드와 함께 신용카드 포인트 지급도 검토 중이다. 약 1조4000억원(부대비용 포함)의 재원은 지방채 발행 없이 지역개발기금,통합재정안정화 기금 등 경기도가 운용하는 기금만으로도 충당할 계획이다. 경기도 재난기본소득과 별도로, 지역화폐로 자체적인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시군에 대해서는 1차 때처럼 특별조정교부금(특조금)도 지원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9월과 11월 2차 지급한 연천군과 동두천시에 특조금을 지원한 바 있다. 그동안 이 지사는 재난지원금 보편지급 필요성을 주장하며 전 국민 대상 추가 지원을 요구해 왔다. 이후 경기도의회가 지난 11일 ”코로나19로 고통 겪는 도민을 위로하고 소비심리 회복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방역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는 것을 전제로 2차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해달라“고 제안하자 이 지사는 ”지급 여부와 규모,대상,시기 등에 대해 도민과 공동체의 입장에서 숙고하겠다“고 밝혔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사설] 코로나19로 900명 조기 가석방, 구금 위주 처벌 재검토할 때다

    정부가 교정시설의 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엇그제 900명 남짓한 수형자를 조기 가석방했다. 환자와 기저질환자, 고령자 등 코로나19에 취약한 사람들과 모범수형자 등을 대상으로 심사 기준을 완화했다는 것이다. 지난 14일 현재 전국 교정시설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모두 1249명으로, 집단 감염이 시작된 서울동부구치소 확진자는 1193명이다. 법무부는 조기 가석방이 이루어진 이후에도 오는 29일 정기 가석방을 예정대로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지하다시피 교정시설은 밀폐·밀접·밀집이라는 감염병의 3대 위험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지난해 교정통계연보를 보면 교정시설의 평균 수용률은 전국적으로 124.3%, 코로나19 감염이 촉발된 서울동부구치소는 116%에 이르렀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에 명시된 ‘수용자는 독거수용한다’는 조항을 지키는 어렵더라도 ‘인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법무부라면 감염병이 창궐하던 시기에 재소자 인권에 더 관심을 기울였어야 한다는 점에서 현 집단감염 사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가석방은 정기가석방과 기념일가석방으로 나뉘어 사실상 매달 시행되고 있지만, 교정시설에 갇혀있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도 우리 사회의 안전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없느냐는 의문을 국민이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이에 법무부는 이번 가석방에서 무기·장기수형자와 성폭력사범, 사망·도주·중상해 사고를 일으킨 음주운전 사범, 아동학대 등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사람은 제외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범죄에 따라 엄중한 처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법무부 설명처럼 잦은 가석방에도 사회 안전을 유지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역설적으로 가둬두지 않아도 될 사람들까지 가둔 것은 아닌지, 이번 기회에 숙고해야 한다. 인권의 문제를 거론치 않더라도 경범죄에는 구금형보다 벌금형을 늘리는 방안을 법원과 검찰 모두 고민해야 한다. 물론 반인륜범죄자나 파렴치범, 벌금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 경제사범은 당연히 지금과 다르지 않는 사회로부터 격리해 자유를 박탈하는 자유형(自由刑)으로 죄를 물어야 한다.
  • “내일 서울시장 출마선언” 나경원, 김종인·홍준표 만나 눈도장(종합)

    “내일 서울시장 출마선언” 나경원, 김종인·홍준표 만나 눈도장(종합)

    박원순에 패배했던 羅, 10년 만에 재도전김종인·홍준표 잇따라 만난 羅 “덕담 해줘”안철수에 대한 언급 묻자 “노코멘트” 선거캠프는 여의도…야권 후보 대진표 완성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13일 올해 4월 7일 치러지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다. 2011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맞서 출마했다 패배한 지 10년 만의 재도전이다. 나 전 의원은 12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를 예방한 후 기자들과 만나 “내일 출마 선언을 하고, 경선 단계부터 차근차근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나경원 “내일 출마선언 한다…경선부터 차근차근 열심히 하겠다” 김종인 “열심히 하라” 나 전 의원은 김 위원장에게 출마 의사를 전달하고서 “열심히 하라는 말씀을 들었다”면서 “이번 선거에서 서울시민의 마음이 무엇인지 얘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대한 언급이 있었는지에 대해선 “노 코멘트”라고 답했다. 나 전 의원은 지난 5일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에서 김 위원장의 대여 투쟁 방식에 불만을 표시한 데 대해 “야당은 다양한 투쟁 방식을 택할 수 있고, 원내 투쟁이 어렵다면 때로는 장외 투쟁도 필요하다는 의미였다”고 설명했다.나 전 의원은 구체적인 출마 회견 장소와 내용을 숙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선거 캠프는 여의도에 마련했다고 한다. 단일화를 내세운 안철수 대표와 조건부 출마 의사를 밝힌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 이어 나 전 의원까지 출마를 공식화하면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 대진표는 사실상 완성된다. 17∼20대 국회의원을 지낸 나 전 의원은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동작을에 출마했다 낙선했다. 나 전 의원은 2011년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퇴로 치러진 보궐선거에 한나라당 후보로 나섰다가 무소속 야권단일후보로 나온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패했다. 4월 보궐선거는 여직원 성추행 사건이 불거진 뒤 하루 만에 극단적 선택을 한 박 전 시장의 후임을 뽑는 선거다.홍준표, 羅에 “꼭 당선되라 덕담 해줬다”“빅3 다 출마해 야당판 만들어야” 洪 “단일화는 2월말, 3월초 가서 생각할 문제” 나 전 의원은 이날 무소속 홍준표 의원도 만나 그간 쌓인 앙금을 털어냈다. 법조계 선후배인 두 사람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 의원이 나 전 의원에게 출마를 권유한 인연이 있다. 이후 나 전 의원이 원내대표를 맡은 2019년 홍 의원이 나 전 의원의 원정출산·아들 이중국적 의혹을 공개 거론하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나 전 의원은 한 시간여 오찬 후 기자들을 만나 “과거 당 대표였던 홍 의원이 당이 정말 어려운 상황에서 출마를 거의 강권했다”면서 “이번에는 꼭 열심히 해서 당선되라는 덕담을 해줬다”고 전했다.홍 의원은 “민주당의 조직투표를 돌파하려면 ‘빅3’가 다 출마해서 야당판을 만들어야 한다”며 나 전 의원과 안 대표, 오 전 시장의 출마를 독려했다. 이어 “단일화는 지금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2월말이나 3월초에 가서 생각할 문제”라고 말했다. 최근 세 사람을 잇달아 만난 홍 의원은 “안철수 대표가 지금 뜨고 있는 건 서울시민들이 서울시장 감으로 보기 때문”이라면서 “나 전 의원도 마찬가지로 서울시장감이 된다는 걸 시민들한테 인정받으면 충분히 돌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안철수 진정성 보이려면 입당해야” 나 전 의원은 지난 8일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와 관련, 야권단일화를 내세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향해서는 “진정성을 보이려면 우리 당에 입당하는 것이 맞다”면서 “합당을 전제로 한다든지 여러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시일 등을 고려할 때 국민의힘 자체로 경선 절차를 거친 뒤 100% 시민경선으로 안 대표와 단일화하는 ‘2단계 단일화’ 방식이 현실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 전 의원은 앞서 박 전 시장과의 선거에서 패배한 조연급으로 나 전 의원을 언급한 오신환 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 페이스북에서 “선당후사의 정신이 이렇게 매도되는 것이 참으로 가슴 아프다”고 반박했다.“‘安·오세훈 결자해지’ 묶는데 동의 안 해”“난 당이 어려울 때 당 위해 출마한 사람” 나 전 의원은 “당시 한나라당에서는 누구도 서울시장 선거승리를 기대하지 못했다”면서 “어느 후보를 넣고 여론 조사를 해봐도 박원순 후보에게 20%포인트 넘게 뒤처졌다. 그런 상황에서 당 대표가 제게 출마를 요청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 전 의원은 “보궐선거가 치러진 이유를 제공한 주체가 바로 한나라당이 배출한 시장”이라며 오세훈 전 시장의 중도사퇴로 화살을 돌렸다. 나 전 의원은 이날도 홍 의원을 만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안철수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함께 10년 전 박원순 전 시장 등장의 책임을 따지는 시각에 대해서는 “‘결자해지’로 같이 묶는 데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한 분(안철수)은 박 시장을 만들어주신 분이고 다른 한 분(오세훈)은 (시장) 자리를 내놓으신 분이지만, 저는 당의 권유에 의해 어려운 때 당을 위해 출마한 사람”이라고 반박했다.나경원, 종편 방송 출연해 딸 공개 호평 나 전 의원은 지난 주 종합편성채널 TV조선 예능프로그램 ‘아내의 맛’에 출연해 화장기 없는 민낯을 공개하는가 하면 다운증후군 장애를 가진 딸의 드럼 연주에 맞춰 탬버린을 치는 등 평범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며 새침한 이미지를 덜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나 전 의원의 출연에 해당 프로그램 시청률은 11.2%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나 전 의원은 지난 10일 페이스북에서 “진솔하게 저와 제 가족이 사는 이야기를 전해드리고자 했고 다행히 많은 시청자가 공감해주신 것 같다”면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어떤 이야기를 전해줄지 궁금하고 기대된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여권의 유력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유력 정치인의 예능 출연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대선을 앞둔 2012년 1월 박근혜 전 대통령(당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당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잇달아 SBS ‘힐링캠프’에 출연, 패널과의 대화를 통해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했다. 6개월 뒤 무소속 후보로 거론되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도 힐링캠프에 출연하며 화제 몰이를 했다. 앞서 2009년 MBC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것이 당시 ‘안철수 신드롬’에 촉매제 역할을 하기도 했다.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도 성남시장이던 2017년 부인 김혜경 씨와 SBS ‘동상이몽’에 출연, 사생활을 공개하며 대중에 가까이 다가갔다.우상호 “羅 출연, 방송 공공성 훼손”정의 “선거 90일에 편파적 선거운동” 그러나 방송 출연에서 소외된 정당이나 후보군에서는 “공정하지 않다”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재보선의 경우 선거일 60일 전부터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꾸려지기에 두 주자 모두 규정을 위반한게 아니라는 게 방송통신심의위 해석이지만, 사실상의 사전선거운동이자 ‘이미지 정치’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특정 서울시장 후보, 여야 후보들을 초대해 선거 홍보에 활용한 것은 방송의 공공성을 훼손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정의당도 논평에서 “선거일까지 90일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정치인의 예능 출연은 편파적인 방송으로 사전 선거운동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경기도의회, ‘전 도민 2차 재난소득 지급’ 전격 제안...이재명 “숙고하겠다”

    경기도의회, ‘전 도민 2차 재난소득 지급’ 전격 제안...이재명 “숙고하겠다”

    경기도의회가 11일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실질적 경기부양책으로 모든 도민에게 2차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안을 경기도에 공식 요청했다. 장현국 경기도의회 의장은 이날 오후 온·오프라인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로 고통 겪는 도민을 위로하고 소비심리 회복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방역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한 2차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도 집행부에 제안한다”고 밝혔다. 장 의장은 “지난해 지급된 1차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의 사례를 참고해보면, 약 1조4000억원(1인당 10만원씩 1300여만명+부대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며 재정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방채 발행 없이 지역개발기금, 통합재정안정화 기금, 재난관리기금, 재해구호기금 등 경기도 운용 기금만으로도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책 시행에 따른 소비 확대가 왕성한 외부활동으로 이어져 방역에 악영향을 미치는 일은 결코 일어나선 안 된다“며 ”집행 시기는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경기도의회 의장단과 대표의원 등은 코로나19 장기화로 2차 재난기본소득 지급의 필요성에 대한 도민의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 의회사무처 및 경기도청 관계부서와 재정현황을 분석하는 등 예산편성 가능성을 검토했다. 지난 8일에는 상임위원장단 및 교섭단체 대표단과 긴급 정담회를 소집해 의회 전체의 합의를 도출하며 이번 제안을 공식화하기로 결정했다. 도의회는 도가 지급 시기 등을 확정해 세부 지급계획을 담은 추가경정예산안을 제출하면 이르면 다음주 중 이틀간 원포인트 임시회를 열어 의결할 계획이다. 지급 시기는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지만 설 명절 전인 2월 초 지급 방안이 유력하다. 지급 수단은 지난해 4월 1차 지급 때와 같이 경기지역화폐 카드와 신용카드를 함께 사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박근철 대표의원은 ”하루 1000명대까지 육박하던 전국 하루 신규 확진자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금은 매우 위중한 상황“이라며 ”고통받고 있는 도민과 침체에 빠진 경기 부양을 위해 의회가 적극 나선만큼 도 집행부도 적극적으로 화답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이와관련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트위터를 통해 “도민을 위한 경기도의회의 깊은 고민과 결단에 감사드린다”며 “2차 재난지원기본소득 지급 여부와 규모, 대상, 시기 등에 대해 도민과 공동체의 입장에서 숙고하겠다”고 밝혔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나라 빼앗긴 왕의 눈물 이슬되어 참새 발 적신 곳 ‘노작’의 꿋꿋함 이곳에

    나라 빼앗긴 왕의 눈물 이슬되어 참새 발 적신 곳 ‘노작’의 꿋꿋함 이곳에

    “할머니 산소 앞에 꽃 심으러 가던 한식날 아침에/ 어머니께서는 왕에게 하얀 옷을 입히시더이다/ 그러고 귀밑머리를 단단히 땋아 주시며 “오늘부터는 아무쪼록 울지 말아라.”/ 아-, 그때부터 눈물의 왕은!/ 어머니 몰래 남모르게 속 깊이 소리 없이 혼자 우는 그것이 버릇이 되었소이다//(중략)//어머니의 외아들 나는 이렇게 왕이로소이다.// 그러나 그러나 눈물의 왕!/ 이 세상 어느 곳에든지 설움 있는 땅은 모두 왕의 나라로소이다.” (홍사용, 시 ‘나는 왕이로소이다’ 중에서) 세상 어느 곳이든 설움이 있는 땅은 모두 눈물의 왕이 사는 나라. 어머니께서 그토록 울지 마라 당부했지만 끝내 흐르는 눈물에 어머니와 나를 모두 가두어버린 시인이 사는 나라다. 그리하여 이곳은 여 리고 가여운 왕이자 시인이며 또 ‘나’인 사람이 기어코 흘리고 마는, 아침 이슬 같은 눈물에 다리가 젖어버린 참새의 터다. 빼앗긴 나라의 왕이자 시인인 ‘나’는 혼자 우는 버릇이 단단히 들린 채로 어머니의 당부마저 눈물로 흘려보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이 시를 지은 홍사용 시인은 노작(露雀), 소아(笑啞), 백우(白牛)라고 지은 여러 호들 중에서 ‘노작’을 주로 사용했다. ‘노작’은 이슬 로(露)에 참새 작(雀)자를 쓴다. 선생이 살던 시대는 그를 시인이자 소설가, 극작가이면서 독립투사로 만들 수밖에 없던 일제강점기. 나라와 자신의 처지가 원통하여 밤새 흘린 눈물이 새벽이슬이 돼 가녀린 참새의 다리마저 젖게 한다는 뜻을 호로 삼을 수밖에 없던 이의 자리란 또 얼마나 외롭고 애달팠을 것인가.노작은 1900년 경기도 용인에서 태어났다. 부친의 사망 후 백부가 살고 있는 화성으로 이주해 서당에서 한학을 배우며 자랐다. 서울 휘문의숙을 졸업한 1919년에 기미독립운동에 가담했다가 체포되기도 했다. 휘문의숙 재학 시절에 교우들과 문집을 간행했고, 졸업 후에는 문예지 ‘백조’와 ‘흑조’ 등을 기획해 창간했다. 노작 외에도 박종화, 나도향, 현진건, 이상화, 김기진 등이 합류해 만든 ‘백조’는 3호까지 나왔다. 편집은 노작이 맡았지만 발행인은 일제의 검열을 피하기 위해 1호는 배재학당의 교장이었던 아펜젤러, 2호는 보이스 여사, 3호는 러시아에서 망명한 훼루훼로로 외국인들을 내세웠다.●박종화·나도향·이상 등과 ‘백조’ 발간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조선총독부에 의해 검열당한 채 간행된 문예지 ‘백조’ 곳곳에는 출판물에서 내용을 밝히지 않으려고 지운 자리에 ‘O’ 혹은 ‘X’로 표시한 복자(伏字)가 곳곳에 표시돼 있다. 작가의 사상과 문장을 검열한 뒤에 출간을 허가했던 당시의 모습이 고스란히 나타난 아픈 역사적 사료인 셈이다. 노작은 ‘백조’의 창간과 함께 작품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며 이때 ‘나는 왕이로소이다’, ‘묘장’, ‘그것은 모두 꿈이었지마는’ 등의 시를 발표했다. 선생은 시뿐만 아니라 소설 ‘저승길’, ‘뺑덕이네’, ‘봉화가 켜질 때’ 등을 썼고 희곡으로 ‘할미꽃’, ‘출가’, ‘제석’ 등의 희곡이 있다. 수필과 여러 비평문도 발표하면서 다방면의 글쓰기 작업들을 하는 동시에 1923년에는 토월회(土月會)에 가담해 문예부장을 맡기도 했다.“현실에 토착해 있되 이상은 명월같이 높게 가져야 한다”며 발족한 연극문화운동단체 ‘토월회’는 도쿄에서 유학 중이던 김기진, 김복진 등이 매주 한 번씩 모여 시를 낭송하고 그림을 감상하며 토론을 벌이는 것으로 시작됐다. 십일월(十一月)에 결성됐다는 뜻으로 토월회라 부른다는 말도 있다. 당시 조선의 연극은 주로 신파극이었고, 그마저도 제대로 된 극단이 없이 여기저기서 파편화된 채 단발성 공연으로 진행되기 일쑤였다.●‘나는 왕이로소이다’ ‘묘장’ 등 시 발표 노작은 대중 속에 파고들어 깨우치는 데 연극이 가장 빠르고 효과적이라고 생각해 1927년엔 산유화회를 조직해 연극 부흥 운동을 일으켰다. 대중적인 연극을 통해 민족의 아픔과 정한을 표출하고자 한 선생의 의도가 시대의 필요와 맞아떨어지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일제 검열로 대본 전체가 삭제, 압수되고 공연의 막을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 속출했다. 선생은 조선총독부에 끌려가 갖은 고초를 겪기도 했지만 끝내 연극운동의 의지를 꺾지 않았다. 번역극과 다채로운 신극 운동을 전개해 많은 인기를 끌었지만 토월회는 경영난으로 1931년에 해산하게 된다.노작은 일제에 항거하는 작품들을 활발히 썼지만 저돌적인 투사의 문장이 아닌 1920년대 초에 붐이 일었던 낭만주의운동에 힘입어 향토적 서정, 자전적 전기 등의 감상이 짙은 작품들을 주를 이뤘다. 대다수 낭만주의 시인들이 외국 풍조에 영향을 받은 시들을 쓸 때 선생은 민중의식이 깃든 민요에 관심을 갖고 민족적 서정성을 끝없이 탐구하고 형상화했다. 그런 이유로 민요시, 향토시로 분류되기도 하는 그의 시들은 주로 비애의 정서가 짙게 깔려 있어 ‘비애의식을 민족적 차원으로 끌어올린 시인’으로 불리기도 한다. 전통적인 맥락에서 시를 창작하고 민족적인 이념과 독립의 의지를 시와 희곡 및 소설 등을 통해 널리 알리고자 한 노력이 빛을 발한 것이다. 일제의 감시와 통제 속에서도 꿋꿋하게 독립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던 선생은 해방을 맞이해 근국청년당 운동에도 참여했다. 그러다 1947년에 폐결핵으로 사망했다. 생전에는 책을 출판하지 않았다가 1976년에 와서야 유족들이 시와 산문을 모아 ‘나는 왕이로소이다’를 세상에 내놓았다. 그로부터 한참이 더 지난 2010년에는 유년기를 보내고 그의 묘지가 있기도 한 경기도 화성에 노작 홍사용 문학관이 개관되기에 이른다. ●오늘날 토월극장 이름 ‘토월회’서 비롯 나는 홍사용 시인을 고등학교 3학년 때 언어영역의 지문으로 나왔던 시 ‘나는 왕이로소이다’로만 알고 있었다. 사는 곳의 지척인 화성 동탄 신도시에 문학관이 세워진다는 소식을 듣고서도 노작과 홍사용 그리고 시의 제목은 여전히 뇌리에서 각기 따로 놀았다. 그러다 몇 년 후에야 시와 시인, 문예지 ‘백조’와 지금의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이 ‘토월회’에서 비롯된 이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곳과 인연이 닿아 이 년 넘게 소설창작과 단편소설읽기 강좌를 진행하게 된 후에야 비로소 선생의 발자취에 대해 본격적으로 인지했다. 문학관의 지척에 살면서도 조금 더 빨리 선생의 자리에 대해 숙고하지 않은 것은 내 게으름의 탓일 것이다.오랜만에 그곳을 찾아가 보았다. 신도시의 유일한 문학관답게 문화적인 정취를 원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곳이었다. 시와 연극, 소설로 대중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서고자 했던 선생의 뜻에 걸맞게 매우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었다. 노작 출판학교, 노작문학제, 노작 문예지 ‘백조’의 발간, 작가의 방 대관사업, 노작홍사용단막극제, 노작문학상 등을 비롯해 문예강좌, 청소년 문예교실, 우리동네 작은 영화관, 문학이 함께하는 음악회, 시인과 함께 걷는 시숲 길, 문학현장답사, 산유화극장 정기공연 등과 시민극단 연극동아리까지 시와 희곡, 수필과 소설을 아우르는 프로그램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최근에는 유튜브까지 진출해 온오프라인을 종횡무진하는 프로그램들의 목록을 보며 1920년대 초에 낭만주의 문학의 선두주자이며 문학사를 주름잡던 선생의 활동을 겹쳐 보는 것은 비단 나만의 생각은 아니었을 터. 현존하는 여러 문학관 프로그램들 중에서도 가히 손꼽힐 정도로 체계적인 외향과 내실을 다져 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문학관 곳곳에서 선생이 살다 간 발자취와 시대정신, 문학에 대한 열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있는 시도들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이는 주변의 시민들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는 ‘홍사용’이라는 이름을 신도시의 문화거점으로 우뚝 서게 한 노력의 발로다. 문학관이 시민들과의 소통을 최우선하고 글자와 문장을 넘어서서 그것을 둘러싼 모든 것들을 아우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손택수 관장의 의지가 특히 돋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에 호응하듯이 주체적으로 문학관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모습이야말로 이 자리를 자리답게 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 문장’이 아닐까. 이 모든 일들이 한 세기 전에 노작이 행했던 시대정신과 민족의식에 대한 문학적인 물음에 대한 후대의 답임을 보여 주고 있는 공간이었다. 당대의 호명으로 박제된 이름만이 아니라 오로지 선생의 작품과 민족정신을 일깨우던 자리가 현대적으로 재해석돼 생생하게 사람들 곁에서 살아 있는 문장으로 다가서는 그 이름. 그리고 그것을 일깨우는 여러 사람의 땀과 마음들. 나라를 빼앗긴 왕의 눈물이 이제는 동이 틀 무렵의 이슬이 돼 참새의 발을 씻어 주는 곳, 노작 홍사용 문학관이다.소설가 이은선
  • 국민의힘, 보궐선거 본경선 100% 시민 여론조사 확정···여성 가산점 10%

    국민의힘, 보궐선거 본경선 100% 시민 여론조사 확정···여성 가산점 10%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8일 4·7 재보궐선거 후보 본경선에서 시민 여론조사 비중을 100%로 하기로 확정했다. 예비경선은 당원 투표 20%, 시민 여론조사 80% 비율로 진행된다. 여성 가산점 비율은 본경선에서는 10%, 예비경선에서는 20% 반영한다. 이날 정진석 공관위원장은 국회에서 공관위 회의를 마친 뒤 이와 같은 방안에 공관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 선거 경선룰은 분리하지 않는다”면서 “여성 가산점의 경우 예비경선 때만 20% 반영하고 본경선에서는 경쟁력을 감안해 10% 반영하는 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당내 일각에서 서울과 달리 부산시장 공천을 위한 본경선에서는 당원 투표를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데에 대해서는 “당원들이 서운함을 느낄 수 있을지 모르나 당원들 역시 이번 보궐선거가 가진 대의가 어디 있는지 정확히 인식할 것”이라면서 “대의를 쫓아가겠다는 다짐으로 공관위를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 대표를 향해 ‘선(先)통합, 후(後)단일화’를 제시한 데에 대해서는 “안 대표의 입장은 범야권 단일후보가 돼 기호 4번으로 출마하겠다는 것이라면 다른 지지자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좀 더 폭넓은 숙고와 안 대표의 용단을 기대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김진욱, 대치동 아파트 전세 12억·코로나株 9400만원 투자(종합)

    김진욱, 대치동 아파트 전세 12억·코로나株 9400만원 투자(종합)

    무주택자, 재산 총 18억 신고1억 넘는 주식 신고…주로 바이오·IT文 “부패 통제 등 법치주의 실현 적임자”문재인 대통령이 4일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요청안을 국회 제출한 가운데 김 후보자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12억 5000만원의 아파트 전셋집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신속진단용 제품을 개발해 몸값이 치솟은 기업 주식 9400만원 등 총 18억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김 후보자는 현재 무주택자에 해당한다. 예금 3억 6000만원 등 본인 명의 재산만 11억 6000만원 문 대통령이 보내온 국회 인사청문요청안을 보면 김 후보자는 아파트 전세권 6억 6500만원(2건), 2015년식 제네시스 자동차 2598만원, 예금 3억 6347만원 등 본인 명의 재산 11억 6219만원을 신고했다. 본인과 배우자, 아버지, 두 아들의 재산으로는 총 17억 9660만원을 신고했다. 김 후보자는 무주택자로 현재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다. 부부 공동명의로 12억 5000만원의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또 여동생과 공동계약한 서울 노원구의 아파트 전세권 7000만원 중 4000만원이 김 후보자 명의다.‘코로나 신속진단 제품’ 개발 기업에주식 9385만원 투자…WHO 첫 허가 김 후보자는 1억 675만원 상당의 주식도 신고했다. 김 후보자는 코로나 신속진단용 제품을 개발해 국내 처음으로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긴급 사용허가를 받은 미코바이오메드 주식에 9385만원을 투자했다. 또 삼성전자(526만원), 유한양행(232만원), 피엔케이피부임상연구(207만원), 네이버(58만원) 등 바이오·IT 종목에 주로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발표한 장·차관급 인사 중 처음으로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안을 이날 오후 국회에 제출했다. 문 대통령은 청문요청안에서 김 후보자에 대해 “권력 남용 방지, 부패에 대한 통제 장치 확립이라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원리를 실현하는 막중한 과업을 수행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김진욱 “공수처 권한, 국민께 받은 권력”“중립성 훼손? 인내심 가지면 불식할 것” 김 후보자는 지난달 31일 기자들을 만나 “공수처가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이 권한도 국민께 받은 권력”이라면서 “공수처의 권한을 국민께 어떻게 되돌려줄지 심사숙고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공수처의 중립성 훼손 우려와 관련해 “국회와 청와대의 검증을 받았고 마지막으로 국민의 검증이자 가장 중요한 인사청문회 과정이 남아 있다”면서 “이제 막 시작이니 인내심을 갖고 하면 불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후보자는 “헌법을 보면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면서 “그런 권력이 국민 위에 군림하면 안 되며, 우리 헌법상 존재할 수도, 존재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이르면 다음주 청문회 열릴 듯 與, 이달 내 공수처 출범…野 느긋 국회는 요청안을 접수하고서 20일 안에 인사청문회를 마친 뒤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문 대통령에게 제출해야 한다. 문 대통령 재가와 송부가 예정대로 이날 이뤄지면 국회는 오는 23일까지 절차를 마무리해야 하는 셈이다. 국회가 기한까지 경과보고서를 보내지 않는다면, 문 대통령은 10일 이내의 범위의 기한을 정해 재송부 요청을 할 수 있으며, 국회가 응하지 않는다면 문 대통령은 그대로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 이달 안으로 공수처 출범을 목표로 하는 여당은 최대한 빨리 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열고자 하지만, 야당은 급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야당 측이 공수처장후보추천위를 상대로 낸 공수처장 후보 추천 의결 집행정지 신문이 오는 7일 열리지만, 인용될 가능성이 적다는 게 정치권의 전망이다. 이에 따라 김 후보자 청문회는 다음 주쯤 열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회 법사위 관계자는 “여야 간사가 5일 법안소위에서 만나 청문회 날짜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공수처 성공 3대 조건… ①정치 중립성 ②실무형 차장 ③민주적 통제

    공수처 성공 3대 조건… ①정치 중립성 ②실무형 차장 ③민주적 통제

    “공수처가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이 권한도 국민께 받은 권력입니다. 공수처의 권한을 국민께 어떻게 되돌려 드릴 수 있을까 심사숙고하겠습니다.” ●김진욱 후보자 “공수처 권한 국민께 돌려드릴 것”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초대 처장으로 지명된 김진욱(54·사법연수원 21기) 후보자의 첫 메시지는 공수처의 헌법적 가치 수호와 중립성 확보였다. 김 후보자는 31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이마빌딩에 처음으로 출근하면서 취재진에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런 권력이 국민 위에 군림하면 안 되며 우리 헌법상 존재할 수도, 존재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여당 주도로 탄생하는 공수처의 중립성 훼손 우려와 관련해서는 “국회와 청와대의 검증을 받았고 국민의 검증이자 가장 중요한 청문회 과정이 남아 있다”며 “인내심을 갖고 하면 불식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후보자도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했듯 법조인들은 ▲정치 중립 ▲수사 실무형 조직 구성 ▲민주적 통제 장치 확보 등을 공수처 순항의 선결 조건으로 꼽았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장을 지낸 양홍석 변호사는 “공수처장이 수사 대상 선정 및 진행 등 과정에서 적법성과 적정성을 지키는 데 먼저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사 경험 풍부한 차장 임명해 수사 이끌어야” 김 후보자를 충실히 보좌하고 수사진을 이끌 수 있도록 수사 경험이 풍부한 실무형 차장이 지명되는 것도 관건이다. 차장은 처장이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공수처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대법원장 및 대법관, 검찰총장과 경무관 이상 경찰, 3급 이상 고위 공직자 등을 수사 대상으로 하는 것에 비해 김 후보자의 수사 경력은 1999년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 특검팀 특별수사관으로 참여했던 2개월이 전부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김 후보자도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이를 차장으로 제청할 것”이라며 “부장검사급 이상 출신 인사를 차장으로 앉히지 않으면 처장이 공수처 검사들에게 휘둘릴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현 정부 검찰개혁위원으로 활동했던 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김 후보자는 공수처의 중립성만 강조하는데 그것보다 수사 능력이 중요하다”면서 “과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와 같은 큰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역량이 있을지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공수처 차장은 중량감 있으면서도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검찰 출신 인사가 맡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운영자문위 등 외부 인사 의견 제시할 장치 필요”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를 두고 외부 인사로 구성된 법무부 감찰위원회가 ‘부적정’ 의견을 내며 견제한 것과 같이 공수처를 통제할 외부 견제장치 필요성도 제기된다. 검찰도 민간 위원이 참여하는 수사심의위원회 등을 운영하고 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인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운영자문위원회 등 외부 인사들이 모여 공수처 수사에 의견을 제시하고 감시하는 민주적 통제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진선민 기자 jsm@seoul.co.kr
  • 윤영관 “김여정, 북미협상 전면에 나서야”

    윤영관 “김여정, 북미협상 전면에 나서야”

    북 당대회서 자력갱생 노선 변화 주목美, 싱가포르 선언 존중 메시지 던져야바이든, 동맹 강조…미중 갈등 지속한미 군사 목표가 중국 아니라고 설득 북한이 5년 만에 당 대회를 열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새로 출범하면서 올해 한반도 정세는 정초부터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대북 제재·수해라는 ‘삼중고’ 속에서 북한이 군사 도발을 취할 수 있다는 비관론도 제기된다. 남북 대화의 불씨를 살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시켜야 하는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노무현 정부에서 초대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윤영관(69)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명예교수는 북한의 무력 도발을 억지하려면 바이든 정부가 북미 싱가포르 공동선언을 존중한다는 메시지를 선제적으로 보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대북 제재로 막혀 있는 남북 경제협력보다 코로나19 방역 협력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윤 교수와의 인터뷰는 31일 서울 중구 서울신문사에서 진행됐다. -북한이 이달 초순 당 대회에서 대내·대외 전략을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은 대북 제재, 코로나19, 수해 삼중고에 시달리고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이다. 통계에 의하면 지난 3년 동안 북한 경제가 15% 축소했다. 북한 정권의 핵심 지지층인 평양 주민들의 불만도 팽배하다고 한다. 당 대회에서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을까 싶다. 핵심 관전 포인트는 자력갱생 노선을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변화를 줄 것인가이다. 자력갱생의 지속은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상황과 지금의 상황이 다르기에 힘들 것이라고 본다. 그때는 시장화가 진행이 안 됐고 폐쇄적인 경제였다. 지금은 준시장경제, 준개방된 상황에서 제재와 같은 국제적 압박에 취약하다. 당 대회가 굉장히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 같다.” -북한이 자력갱생 노선을 버리고 개혁·개방에 나설 수 있을까. “북한에서는 1990년대 중반 이후 30년간 시장화가 확산·심화되고 개방화가 진행됐다. 지금 북한 경제는 무역 없이 버티기 힘들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원해서가 아니라 북한의 시장화와 개방화의 결과로 리더십 스타일을 바꿀 수밖에 없다. 전체주의적 절대권력자에서 한국의 박정희, 중국의 덩샤오핑과 같은 권위주의적인 개발독재자로의 변화를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북미 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중장기적으로 어떤 함의를 주는지 중요하다.” -바이든 정부는 대북 정책에서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의 차별화를 시도할까. “바이든 당선인이 지난 3월 기고에서 북한 문제를 다루는 데 협상팀에 권한을 상당히 위임할 것이고, 동맹뿐만 아니라 중국과도 함께 노력하겠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처럼 협상팀 간 조율이 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정상들이 만나는 건 지양하겠다는 기조는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가장 바람직한 건 톱다운(하향식)과 보텀업(상향식) 방식을 적절하게 조화시키는 것이다. 하향식만 고수하면 북미 간 협상에 굉장히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북한의 2인자라고 알려진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협상 전면에 나서는 것도 바람직하다. 실질적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도 협상하는 데 어려움에 봉착한다면 정상이 만날 수 있다는 여지를 줘야 한다.”-싱가포르선언 등 북미 간 합의는 어떻게 될까. “싱가포르선언은 북미 관계 개선의 기본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는 합의였다. 미국도 정부가 바뀌어도 존중했으면 좋겠다. 바이든 정부가 싱가포르선언을 존중한다, 북미 협상에 진지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메시지를 북한에 공개적이든 비공개적이든 먼저 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바이든 정부는 올해 국내 문제가 산적하기에 외교 문제에 전념하기 힘들다. 외교 문제 중 북한 문제는 우선이 아닐 수 있다. 그러면 북한이 경제 문제 때문에 하루가 급한 상황에서 계속 인내해 줄 것인가, 도발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를 고려해야 한다. 북한도 조금 더 절제하고 신중하게 말하고, 미국도 유화 메시지를 보내 바이든 정부 시대 북미 관계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 협력에 속도를 내고 싶어 하는데 미국을 어떻게 설득해야 하나. “미국과 공조하면서 남북 관계를 풀어 나가려면 미국에 북핵 문제 접근법을 보완해야 한다고 충분히 설명·설득해야 한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제재라는 압박도 중요하지만 압박이라는 한 가지 수단만 가지고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북한은 극심한 안보 불안감을 갖고 있다. 1990년대 초 냉전이 끝났을 때 대미 관계를 개선하려고 노력했지만 긍정적인 반응을 얻지 못 했다. 그런 상황에서 체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핵 개발로 나아갔다. 안보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에 핵부터 폐기하라고 하면 북한이 받아들이기 어렵다. 북한의 안보 불안감을 해소하고 협상을 위한 정치적 분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포용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종전선언이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고,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남북미 3자 간 전문가위원회를 구성하는 것도 정치적 포용이 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종전선언을 비핵화 협상의 입구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북한 문제를 푸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대북 안전보장이다. 종전선언은 대북 안전보장의 초기 단계 중 한 방안이다. 종전선언 외에도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 평화협정, 북미 외교관계 개선 등 후속 조치가 있다. 한미 당국자들이 비핵화와 평화구축을 위한 공동의 로드맵을 작성해야 한다. 한미가 대북 안전보장 차원에서 종전선언을 할 때 북한에 무엇을 요구할 수 있는지, 다음 단계로 연락사무소 개설은 비핵화의 어느 단계에서 해야하는지 등을 담은 로드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한미가 우선 신뢰를 쌓아야 한다. 클린턴 정부 때 한미가 함께 했기에 한반도 평화 정착이 눈앞에 왔었지만, 조지 W 부시 정부 때는 한국 정부가 대북 포용정책을 추진했지만 북미 관계가 나빴기에 제대로 진행하기 어려웠다.”-남북 협력 어떻게 추진해야 하나. “우리가 국제적인 대북 제재 연대에서 이탈하는 건 어렵고 이에 금강산 관광 등 남북 경협을 재개하기 힘들다. 대북 정책에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제재 범위 바깥에 있는 협력 분야에 집중적으로 올인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남은 1년여 동안 보건의료, 코로나 방역에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여 협력을 이끌어 낸다면 굉장히 중요한 업적으로 남을 것이다.”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며 클린턴-김대중 정부 이후 20년 만에 한미 양국에 진보 정부가 들어섰다. 바이든 시대 한미관계는 어떻게 전개될까. “트럼프 정부 때와 전혀 다른 한미관계가 될 것 같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의 가치를 중시하지 않았기에 한미동맹 자체가 불안했던 측면이 있었다. 동맹관계를 거래적 관계로 바꿔나갔다. 방위비 분담금도 다섯 배 올려달라고 하지 않았나. 트럼프 정부 때는 돈에 대한 압박이 강했다면, 바이든 정부는 민주주의 동맹 외교, 가치 외교에 동참하라는 요청이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1998~2001년 김대중 정부와 클린턴 정부 간 협력이 잘됐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에게 대북 정책과 관련해 당신이 운전수를 하면 나는 조수를 하겠다는 얘기를 했을 정도로 공조가 잘됐었다. 2000년 미국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되지 않았다면 한반도와 동북아 상황이 상당히 바뀌었을 텐데 조지 W 부시 정부가 들어서면서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 아쉽다. 20년 만에 다시 한 번 한미 간 공조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문재인 정부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대북전단살포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에 대해 미국 의원들이 비판하며 청문회까지 준비하고 있다. 한미 관계에 영향 미칠까. “우리 정부 입장에선 북한이 전단을 타격하겠다 위협을 했었고 타격이 현실화되면 양측 간 의도치 않은 무력 충돌로 비화할 수 있기에 접경 지역 주민의 안전을 고려했어야 했다.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이러한 어려움을 미국 당국자에게 충분히 설명을 해야 한다. 미국 내에선 문재인 정부가 진보 정부이기에 무조건 북한 편을 든다는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아울러 미국은 북한 주민의 알 권리를 위해 북한에 정보 유입을 원하고 있는데, 가장 효과적인 유입 방법은 북한을 정치적으로 포용해서 외부 세계와의 접촉면을 늘려주는 것이다. 근본적인 조치를 취할 생각은 안하고 북한을 고립시켜 외부와의 연결고리가 전혀 없게 한 상태에서 압박만 하는 것은 효과가 아주 제한적이라는 점을 미국 측에 잘 설명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도 한미 동맹을 경시한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제가 보기엔 트럼프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보조를 잘 맞췄다. 우리 정부가 대미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국내정치적인 공방에서 비롯된 것 같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남북 모두에게 좋은 해결책을 찾으려면 미국과 긴밀하게 협력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문제를 동맹이냐 자주냐 이분법적 논리로 보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 동맹과 자주는 동전의 양면이고 분리될 수 없는 문제인데 분리해서 생각해 정부 정책에 투영되면 엉뚱한 결과가 나온다.” -바이든 시대 미중 갈등 양상은. “바이든 정부 외교정책의 키워드는 민주주의, 동맹, 다자주의다. 트럼프 정부가 훼손한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주의 국가, 동맹 국가들과 연합해 중국, 러시아 등 권위주의 국가들이 불안정하게 만든 국제질서를 안정시키겠다는 노선이다. 반면 중국은 상승하는 경제력에 상응하는 정치군사적 영향력을 국제적으로 증대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중국은 아시아에서 패권국이 되기 위해 미국의 영향력을 밀어내려고 하는데 미국은 동북아 정치에 계속 개입하고 자국의 전략을 추구하려 할 것이다. 미중 경쟁이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에서 계속 진행될 것 같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는 민주주의 외교에 적극 동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의 국가 정체성이 민주주의, 시장경제, 다자주의이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에 한국의 지정학적 특수성을 이해시켜야 한다. 한반도에서 강대국 간 충돌이 벌어질 때마다 재난이 있었다. 한국이 분단된 상황에서 반도의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고통을 받은 역사가 있기에 한국의 특수성을 반영해 일종의 맞춤형 동맹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중국에게도 한미가 군사적 목표를 중국으로 설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해시키며 미국과 중국을 함께 아우르며 가야 한다.” -악화된 한일 관계 어떻게 개선해야 하나. “한일 관계를 개선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편익을 진지하게 분석했으면 좋겠다. 한일 관계가 지금 상태로 머물러 있으면 우리가 손해를 보는 측면이 있다. 일본은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에서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에 대해, 그리고 한국의 G7 가입에 대해 반대하지 않았나. 이런 식의 어려움이 한 두 개가 아니다. 바이든 정부도 한일 관계 개선하라는 요청을 할 것이다. 우리가 바이든 정부의 요청을 소홀히 했을 때 감수해야 할 비용도 있다. 이런 비용 측면과 이득 측면들을 비교 계산해 무엇이 국가이익인지 숙고해야 한다. 저는 미래지향적으로 한일 관계를 회복시키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한일 간 정경분리 원칙을 우리는 지켰는데 아베 신조 총리가 한국 수출 규제 조치를 취하며 먼저 깨서 한일 관계에 어려움이 생겼다. 다시 정경분리 원칙으로 돌아가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 강제징용 배상 등 한일 간 현안에 법보다는 정치적인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 우리 국내법과 일본의 국내법, 국제법이 부딪칠 때 정치적인 차원에서 해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경제 배상은 해주되, 일본 정부가 도덕적인 책임을 인정하고 진실된 사과를 하는 게 정치적 타결의 방식이 될 수 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지하철 출근, 김진욱 공수처장 후보자 “1호 수사대상 없다”

    지하철 출근, 김진욱 공수처장 후보자 “1호 수사대상 없다”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최종 후보자가 31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에 나서면서 “공수처의 권한은 국민에게 받은 권한이며, 어떻게 돌려드릴지 심사숙고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이날 오전 9시44분 서울 종로구 이마빌딩에 마련된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초대 공수처장 후보자로 첫 출근인데 각오의 말씀 해달라’는 취재진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김 후보자는 이어 “국민 위에 군림하면서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권력이 무소불위의 권력이라면 그런 권력은 우리 헌법상 존재할 수 없고, 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수사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차차 보완될 것이다고 생각하며, 혼자 운영하는 기관이 아니다”고 부연했다. ‘1호 수사 사건’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없다”면서 말을 아꼈다. 국회에 청문요청안이 접수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열려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새해 1월 열릴 예정이다. 이날 김 후보자는 지하철로 추정되는 대중교통을 이용한 뒤 도보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편 공수처장 추천위원회가 김 후보자 추천 사유로 “부동산을 소유하지 않아 청렴하다”고 했지만, 그는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로 꼽히는 강남구 대치동의 한 아파트에 보증금 12억 5000만원의 전세를 살고 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백지 구상 위해” 靑 노영민·김상조·김종호 동반사의…文 “숙고”(종합)

    “백지 구상 위해” 靑 노영민·김상조·김종호 동반사의…文 “숙고”(종합)

    靑·내각 인적쇄신 시작…1월도 계속될 듯文, 추미애 사표 수리, 박범계 후임 내정김진욱 공수처장도 지명… 검찰개혁 재확인추미애 “공수처 야당 우려, 근거 없다”한정애 환경, 황기철 보훈 등 내정김종호 민정, 임명 넉달 만에 사의청와대 노영민 비서실장과 김상조 정책실장, 김종호 민정수석이 3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데 이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후임으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정되는 등 청와대와 내각의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시작됐다. 문 대통령은 사의 표명을 한 청와대 3인에 대해 “숙고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어수선한 정국을 조기에 수습하고 집권 5년 차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다음달 초 이들 전원을 교체하는 인적 쇄신을 단행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靑 “文, 백지 위서 국정 구상 할 수 있게” 정만호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정 일신의 계기로 삼고, 어려운 시기에 대통령이 백지 위에서 국정운영을 구상할 수 있도록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부담을 더는 차원에서 이뤄진 동반 사의로 받아들여진다. 이번 인사는 청와대 참모진의 대폭 개편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청와대 ‘투톱’인 노영민·김상조 실장은 오랜 기간 몸담은 만큼 물러날 때가 됐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노 실장은 2년 가까이, 김 실장은 1년 반 동안 문 대통령을 보좌했다. 또한 노 실장은 최고위 참모로서 국정 상황 전반에 대해, 김 실장은 부동산 파동과 코로나19 백신 확보 논란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불거진 상태다. 김종호 수석은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논란 등과 관련해 주무수석으로서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감사원 출신인 김 수석은 불과 넉 달 전인 지난 8월 임명됐다.秋 후임 법무장관에 박범계 내정한정애 환경·황기철 보훈처장 내정 문 대통령은 연내 예고된 소폭 개각도 이날 마무리했다. 문 대통령은 윤석열 총장과 갈등을 빚어온 추미애 장관의 사의를 수리하고, 후임에 박범계 의원을 내정했다. 또 환경부 장관에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 국가보훈처장에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을 발탁했다. 문 대통령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 내정과 동시에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에 김진욱 헌재 선임연구관을 지명해 검찰개혁 의지를 재확인했다. 박 후보자와 김 후보자는 모두 판사 출신이다.추미애 “공수처, ‘수사의 전범’ 될 것” 추 장관은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수처는 ‘수사의 전범’이 되도록 운영될 것”이라며 공수처 출범과 관련한 야당의 우려를 일축했다. 이어 “공수처 준비기획단은 지난 6월 공수처 내에서 수사부와 공소부를 분리해 내부에서도 상호 견제의 원리가 작동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면서 “따라서 공수처에 대한 막연한 야당의 우려는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추 장관은 전날 저녁에도 SNS에 “(윤 총장 측이 요청한) 검사징계위원회의 기피 신청 기각 절차는 적법했다”면서 “법원의 판단에 큰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는 게 소송 대리인과 다수 법률전문가의 의견”이라고 밝혔다.내년 1월 등 내각 개편 순차적으로 정총리 대선·박영선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 12·4 개각을 시작으로 한 내각 개편은 내년 1월, 그리고 3월 또는 4월 재보선 후 순차 개각으로 이어지며 완성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정세균 국무총리의 차기 대선 출마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가능성 등도 제기돼 인사 변동 폭이 작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1월 초 인적 쇄신을 통해 집권 5년 차 국정 구상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정 총리 “누적 확진자 40% 지난달 발생..이번 유행 최대 고비”

    정 총리 “누적 확진자 40% 지난달 발생..이번 유행 최대 고비”

    정세균 국무총리가 “연말연시 이동과 모임이 증가하면 확진자가 급증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특별대책 기간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종료되는 이번 주말 이후 방역전략을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0일 오전 정 총리는 서울시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정부는 확진자 추세, 검사 역량, 의료대응 여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방역대책을 심사숙고하겠다. 중수본은 각 부처, 지자체 전문가와 심도있게 논의해 대안을 마련하라”며 이같이 말했다. 실내 5인 이상 모임 금지, 겨울철 스포츠시설 운영 중단, 관광명소 집합 금지 등을 담은 연말연시 방역대책은 내년 1월 3일 종료된다.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비수도권의 2단계도 같은날 종료된다. 이에 정부는 이번 주말까지 확진자 추세 등을 고려해 거리두기 단계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정 총리는 “코로나가 처음 발생한 지 불과 1년 만에 전 세계 확진자 8000만명이 넘어 세계인구 1%가 감염됐다. 우리의 경우 인구 대비 확진자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누적 확진자의 40%가량이 지난 한달 새 발생해 이번 유행이 최대 고비가 되고 있다”며 철저한 방역을 주문했다. 또한 정부가 전날 소상공인, 고용취약계층 등을 대상으로 하는 9조3000억원 규모의 피해 지원대책도 언급했다. 정 총리는 “이번 대책에는 코로나 대응에 힘을 보태주는 민간병원과 의료인을 지원하기 위한 8000억원 규모 예산도 포함됐다”며 “국난이 닥쳤을 때 손해를 감수하고 의로운 일에 발 벗고 나서는 분들을 정부가 외면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어 “예산집행에서 소홀함을 느끼게 해서는 안 된다. 재정당국과 관계부처는 최대한 신속하게 지원대책을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끝으로 “오늘부터 중부지방 중심으로 영하 20도까지 떨어지는 한파예보가 있다. 악조건 속에서도 방역 현장에서 의료진, 군인, 경찰, 소방관, 공직자 등 수많은 분이 헌신하고 있다. 깊이 감사드린다”며 “방역당국과 각 지자체는 현장 근무자가 방역에만 전념하도록 충분한 지원에 나서 달라”고 말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그날이 쉽게 오지 않음을”…추미애의 ‘검찰개혁’ 의지(종합)

    “그날이 쉽게 오지 않음을”…추미애의 ‘검찰개혁’ 의지(종합)

    “그날이 와야 한다는 것 절실 깨달아”윤석열 징계 집행정지 결정후 공식발언 법원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집행을 정지한 이후 공식 발언을 내놓지 않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마침내 심경을 드러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추 장관은 전날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날이 쉽게 오지 않음을 알았어도 또한 그날이 꼭 와야 한다는 것도 절실하게 깨달았습니다”고 적었다. 추 장관이 언급한 ‘그날’이란 검찰개혁을 염두에 둔 표현으로 보인다. 또 윤 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징계가 중단되고, 윤 총장이 업무에 복귀하는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낸 것으로도 풀이된다. 법원이 지난 24일 윤 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징계 조치의 효력을 중단한 이후 추 장관이 공식 발언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추 장관은 SNS에서도 열흘 넘게 침묵을 이어왔다. 법무부 검사 징계위원회가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결정한 지난 16일 정호승 시인의 ‘산산조각’이라는 시를 올린 것이 마지막이다.추 장관은 윤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명령에 이어 징계까지 두 차례나 법원에서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추 장관은 지난 16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윤 총장 징계를 제청하면서 사의를 표명했다. 그날 추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산산조각이 나더라도 공명정대한 세상을 향한 꿈이었다”고 적었다. 이후 추 장관은 페이스북에 아무 글도 올리지 않았다. 당시 추 장관이 사의를 표명하자 문 대통령은 “앞으로 숙고해 판단하겠다. 맡은 소임을 다해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한 만큼 추 장관이 조기 퇴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한편 추 장관은 28일 국회에서 열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추천위원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에게 올릴 최종후보 2명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윤석열 업무 복귀 결정…靑 “오늘 입장 발표 없다”

    윤석열 업무 복귀 결정…靑 “오늘 입장 발표 없다”

    법원 ‘尹 징계 30일 효력 정지’文대통령 재가 ‘타격’강민석 대변인 “오늘 입장 발표 없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청구한 법무부 징계 처분 효력정지 신청을 법원이 24일 인용하자 청와대 내부에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한 것으로 파악됐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25일 “법원 판단이 늦은 시간에 나왔다”며 “오늘 청와대 입장 발표는 없다”고 밝혔다. 법원이 윤 총장의 법무부 징계안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수용할 가능성에 대비해 사전에 준비해 둔 정리된 입장이 없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법원의 인용 결정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윤 총장의 징계 효력정지 소식이 언론 보도를 통해 전해지기 시작한 상황에서 법원의 정확한 결정과 취지를 확인하기 어려운 만큼 신중을 기하는 모습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이미 법무부 징계위원회가 결정한 윤 총장의 정직 2개월 처분을 재가(裁可)한 상황에서 법원이 이를 뒤집는 결정을 내린 결과만으로도 적잖은 타격이 됐다는 평가다.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윤 총장에 대한 법무부 징계위원회의 정직 2개월 처분을 재가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그동안 갈등을 야기한 책임으로 사의를 표명했고, 문 대통령은 “숙고하겠다”며 사표 수리를 보류한 상태다. 한편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홍순욱)는 본안 소송 판결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그 효력을 정지한다며 윤 총장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정직 2개월 징계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팬 사찰 의혹’ 키움 징계 또 연기…처벌 더 강해지나

    ‘팬 사찰 의혹’ 키움 징계 또 연기…처벌 더 강해지나

    팬 사찰 의혹 논란이 불거진 키움 히어로즈에 대한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징계 결정이 또다시 연기됐다. KBO는 23일 “정운찬 총재는 상벌위원회 결과를 보고받고 검토했으나 해당 사안에 대해 조금 더 숙고한 뒤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전날 키움의 소명 기회 요청을 KBO가 받아들이면서 이례적으로 결정이 하루 연기됐지만 이날 또다시 연기되면서 최종 징계안은 24일 나올 예정이다. 상벌위는 키움의 소명을 바탕으로 징계 수위를 결정해 총재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정 총재가 상벌위의 징계안에 대해 조금 더 강한 징계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KBO 관계자는 “상벌위는 규약에 근거해 징계를 내리고 법리를 따지다 보면 소극적이게 될 수 있다”면서 “누가 봐도 잘못됐고 비상식적인 일인 만큼 총재님이 징계에 대해 조금 더 의지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KBO 상벌위는 독립된 별도의 기구인 만큼 KBO가 의사결정 과정에 관여할 수 없다. 지난 5월 강정호의 복귀와 관련해 ‘유기 실격 1년, 봉사활동 300시간’의 솜방망이 처벌이 나왔던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징계가 최종 확정되려면 총재의 승인이 필요하다. KBO 규약 제151조 품위손상행위 제재규정에 따르면 ‘제재에 관한 모든 결정과 관련하여 총재는 경중과 심각성에 따라 제재를 추가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어 정 총재의 의중에 따라 징계내용이 달라질 수도 있다. 정 총재가 고민하는 이유는 키움이 이미 3월에도 한 차례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시 KBO는 이장석 전 대표의 옥중경영 의혹에 대해 ‘리그의 가치와 품위를 손상한 행위’로 판단해 제재금 2000만원을 부과했다. KBO는 리그의 가치를 훼손하는 중대 사안이 또 발생할 때는 신인 지명권 박탈, 리그 제명 등 강력한 대응책을 내겠다고 이미 밝혔다. 키움 측도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키움 관계자는 “아직 상벌위 결과에 대해서 모르는 상태”라며 “내용에 따라 대응을 어떻게 할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키움은 허민 이사회 의장이 지난 6월 퓨처스 선수를 상대로 투구를 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며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여기에 이택근이 구단 측이 제보한 팬을 사찰했다며 녹취록을 공개해 파장이 커졌다. KBO가 키움에 대한 리그 제명과 같은 강력한 제재를 하게 되면 키움으로서도 물러설 수 없다. 특히 징계의 정당성을 둘러싸고 법정싸움으로 가면 허 의장에 대한 대면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은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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