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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턱의 모양이 캐릭터를 결정한다

    턱의 모양이 캐릭터를 결정한다

    대학생인 A씨는 자신을 턱모양을 놀리는 조카들 때문에 집에 있는 것이 괴롭다.매일 “삼촌 악당!악당 대장인 삼촌이 나빠!”등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가뜩이나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주걱턱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유치원에 다니는 어린 조카들을 혼낼 수도 없어 고민에 빠진 것이다. 어린 조카들이 A씨를 놀리는 이유는 자신들이 보는 애니메이션 DVD 때문이었다.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악당 역의 캐릭터들은 모두 특징이 강한 턱 모양을 하고 있다. 주인공 캐릭터는 대부분 둥글고 부드러운 턱 선을 가지고 있지만,악당 캐릭터는 주걱턱이거나 무턱·사각턱이었다.영화 ‘슈렉’·‘알라딘’에 나오는 악당은 주걱턱,‘치킨런’에 나오는 나쁜 주인은 무턱,‘벅스라이프’에 나오는 악당은 사각턱이다.또 ‘백설공주’나 ‘백조의 호수’ 등에 나오는 마귀할멈 캐릭터 역시 주걱턱이다. 턱선이 강하면 이미지가 강해 보이고 캐릭터가 분명히 살아나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악당 캐릭터가 강한 턱선을 가지고 있다.따라서 현실에서 이같은 턱모양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콤플렉스와 주변의 평가에 의해 두 번 상처를 입고 있다. 턱모양 때문에 이런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면 수술을 고려해 볼만하다. 많은 사람들이 수술을 준비하고 있을 만큼 턱교정 수술은 안전하고 수술 후 만족도도 높다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턱교정 수술에는 주걱턱 수술·무턱 수술·돌출입 수술·안면비대칭 교정수술이 있다. 3차원 영상자료분석을 통한 턱교정 수술은 입체적인 측정을 통해 얼굴의 외부 뿐만 아니라 얼굴 내부 뼈의 해부학적 구조와 뼈 두께는 물론 신경과 혈관의 위치까지 파악이 가능하도록 해 보다 정확하고 안전한 수술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건국대학교병원 김재승(치과) 교수는 “많은 의사들의 노력으로 보다 나은 수술법이 끊임없이 개발돼,안전하고 만족도가 높은 수술이 이루어지고 있다.하지만 아무리 의학이 발달했다고 해도 기본적인 것은 변하지 않는 만큼 턱교정 수술을 받기 전에 의료진이나 치료방법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교수가 말한 수술 전 주의사항은 다음과 같다.▲턱 교정 수술은 인상을 바꾸는 수술이므로 수술 여부를 심사숙고해야 한다 ▲전신마취로 이뤄지는 수술이므로 안전을 위해 무엇보다 병원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턱은 씹는 기관이므로 심미적·기능적인 면을 고려해 반드시 수술 전·후에 교정이 이뤄진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한다 ▲턱 교정 수술은 뼈 수술이므로 골격의 성장이 완료되는 만 18세 이전에는 수술을 받지 않도록 한다.특히 주걱턱 수술은 골격의 성장이 완료되기 전에 수술을 받게 되면 재발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 [사설] ‘현장조사 없으면 금강산관광 재개없다’

    금강산 관광객 총격 사망 사건이 발생 일주일이 지났건만, 무고한 죽음의 진상이 여전히 안개 속에 묻혀 있다. 피해자와 사망원인 등 사건 개요가 분명한 만큼 최소한의 협조만 있으면 경위와 진상을 밝힐 수 있음에도 북측이 모르쇠로 버티는 탓이다. 그제 현대아산을 통해 전해온 사격횟수와 피격지점 등에 대한 북측의 추가설명은 의혹을 씻기는커녕 말바꾸기·짜맞추기라는 국민적 인식에 불을 질러 분노만 드높였다. 특히 경고사격 여부, 총격시점 등 핵심사항이 남측 목격자들의 진술과 정면으로 배치됐다. 피해자 정밀 부검 결과 또한 현장조사 없이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재삼 확인시켜 줬을 뿐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제 “진상규명을 위한 합동조사와 재발방지 대책, 확실한 관광객 신변안전 보장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한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수 없다.”고 못박은 것은 당연하고도, 불가피한 조치라고 여겨진다. 북측은 이런 단호한 요구에 대해 남측 국민 모두가 공감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누누이 강조했듯 사태의 엄중함을 진지하게 성찰하고 슬기로운 해법을 제시하길 바란다. 우리 정부도 냉철하게 향후 수순을 숙고해야 할 것이다. 당위와 현실간의 갭을 잘 헤아려야 한다. 현장조사가 당연한 요구이지만, 실제 한 나라의 당국자들이 다른 나라의 공권력이 미치는 곳에서 이런 사건에 대해 현장 조사를 진행한 사례가 국제적으로 거의 없고, 이를 강제할 국제법 규정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을 유념해야 한다. 진상조사 및 재발방지와 관련한 북의 협조 여하에 따라 개성관광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은 유감이다. 피격사건과 대북정책이 별개라는 원칙과도 배치된다. 강경이 초강경을 부르는 악순환도 걱정되고, 이러저런 전제조건들이 향후 정부 대북정책의 발목을 잡는, 자승자박의 덫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 신자유주의 경제정책 비판 구체적인 대안 매뉴얼 제시

    영국 총리 시절, 마거릿 대처는 아예 못을 박았다.“대안은 없다.” 자신의 급진적 신자유주의 정책 추진에 비판이 쏟아지자 대처가 내놓은 선언적 답변이었다. 케인스의 수정자본주의가 폐기된 상황에서 향후 세계경제 발전경로는 신자유주의뿐이라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대안이 없다는 대처의 선언은 대안을 찾고 싶으나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이들에게서 패배주의적 방식으로 변주됐다. 신자유주의의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는 자괴감이었고, 신자유주의를 거스를 경우 영원히 낙오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장하준 교수가 최근 정반대의 선언을 내놨다.‘다시 발전을 요구한다’(이종태·황해선 옮김, 부키 펴냄)란 책을 통해서다. 장 교수 역시 간명하게 말한다.“대처는 틀렸다. 대안은 있다. 그것도 아주 많다.”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은 반드시 좇아야 할 유일 가치가 아니며, 공정하고 안정적이며 지속가능한 대안적 경제발전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무역과 산업정책·정부규제와 지적재산권 분야는 장 교수가 맡아 썼고, 금융과 통화 분야는 미국 덴버대 경제학과 교수 아일린 그레이블이 집필했다. 장 교수는 국내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론자’로 통한다. 재벌 개혁에 대한 관점차를 놓고 한성대 김상조 교수로 대표되는 ‘주주자본주의론자’들과 날카롭게 논쟁해왔다. 김 교수가 재벌해체론을 대변한다면, 장 교수는 재벌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다만 재벌을 위한 재벌존치가 아닌, 복지국가를 위한 사회적 대타협의 한 축으로서의 재벌옹호다. 책 제목에서 장 교수가 언급한 ‘발전’이란 단어도 같은 맥락이다. 선진국이 아닌 개발도상국 입장에서의 발전이다. 그가 차용한 ‘발전경제학’ 자체가 바로 저개발국의 경제발전 문제를 주로 다루는 분과학문이다. 2부가 책의 핵심이다. 무역정책과 산업정책, 민영화와 지적재산권, 외국인 직접투자, 국내 금융규제, 환율과 통화정책, 중앙은행 제도와 통화정책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실제 경제정책 입안자들이 참고할 수 있는 정책대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책 부제부터 ‘장하준의 경제정책 매뉴얼’이다. 각 주제별로 신자유주의적 관점을 설명하고, 이를 비판한 후, 다시 대안을 제시하는 형식으로 서술했다. 한국의 현실을 특정하고 쓴 책은 아니지만, 현재 한국 상황에서 숙고해볼 부분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정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공기업 민영화 문제다. 민영화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관점은 공기업이 만성적 비효율로 경제에 손해를 끼치고 있다는 시각이다.반면 장 교수는 프랑스, 오스트리아, 핀란드, 노르웨이 등지에서 공기업이 산업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반박한다. 상당한 공적자금 투입을 전제로 하는 민영화 대신 그가 내놓는 대안은 이렇다. 정부의 국영기업 사업목표 명확화 및 목표 달성 여부에 대한 경영진 책임성 강화, 효율성·생산성·고객만족도 제고 등을 통한 공기업의 질적 개선.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이주헌의 캔버스 세상] 마크 퀸, 죽음의 진정한 의미를 숙고하다

    [이주헌의 캔버스 세상] 마크 퀸, 죽음의 진정한 의미를 숙고하다

    우리는 삶을 사랑하고 죽음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때로는 우리가 죽음을 사랑하고 삶을 미워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삶을 사랑하는 마음이 지나쳐 우리 자신과 우리가 아끼는 대상에 영생을 불어넣으려 할 때 그것은 왠지 죽음을 향한 열망처럼 느껴진다. 이를테면 조화 같은 게 그렇다. 금세 시드는 꽃의 운명을 거부하려 애쓰는 그 몸짓에서 우리가 보는 것은 영원한 죽음이다. 마크 퀸의 서울 전시(8월3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갤러리)에서 우리는 조화에 못지않은, 아주 인공적인 색채로 반짝이는 꽃 그림을 볼 수 있다. 갖가지 원색으로 얼룩진 그의 꽃들은 매우 사실적으로 보여 감탄을 자아내지만, 색채 자체가 음식에 뿌려진 인공색소 같고 그 정교함과 치밀함이 비닐이나 플라스틱을 보는 것처럼 느껴진다. 우리가 그의 그림에서 보는 것은 그래서 꽃의 죽음이다. 인상적인 것은, 그의 꽃이 일반적인 조화처럼 영원한 삶의 표정을 담으려다 결국 노골적인 죽음의 표정을 띠게 된 게 아니라, 애당초 화가가 죽음을 의식하고 그려 그렇게 표현되었다는 것이다. 마크 퀸이 꽃을 통해 나타내고자 한 가장 핵심적인 주제는 인간의 욕망이다. 그의 꽃을 가만히 살펴보면 그것들은 피고 지는 시기를 달리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하지만 한자리에 모여 있다. 과학 기술의 진보 덕분이다. 그것은 인간의 욕망이 자연의 질서를 어그러뜨린 결과다. 과거에도 서양에서는 이처럼 다른 계절의 꽃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모습으로 그려진 전통이 있다. 그때 그 그림들은 그 집합의 불가능성으로 신의 섭리에 대해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제 마크 퀸의 그림은 그 집합의 가능성으로 인간의 욕망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공적인 색채나 플라스틱 같은 질감은 그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 부러 동원한 것이다. 인간은 욕망하는 만큼 진화할 것이다. 하지만 그 진화의 속도와 크기만큼 존재에 대한 허무감도 커질 것이다. 바로 그 허무감이 죽음의 본질이다. 허무감이야말로 진정한 죽음이다. 마크 퀸은 예전에 알코올 중독을 심하게 앓았다. 죽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친 끝에 마침내 알코올 중독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는데, 이때의 정신적, 정서적 경험을 이후 계속 작품에 담고 있다. 그를 유명하게 만들어준 90년대의 문제작들-이를테면 자신의 피 4리터가량을 부어 만든 자소상 ‘셀프’-에서 그 자취를 진하게 엿볼 수 있다. 이번 전시의 출품작 ‘환영에 대한 명상’,‘사느냐 죽느냐’ 등도 명상하는 해골의 이미지를 통해 죽음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숙고한다. 물론 그만큼 삶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도 숙고한다. 그는 어떤 도덕률도 말하지는 않는다. 그것을 극도로 피한다. 하지만 삶과 죽음 앞에서 우리가 택할 것은 항상 삶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기에 묻는다. 무엇이 삶이고 무엇이 죽음인가? 미술평론가
  • [서울광장] ‘오세훈식’ 리더십을 보고 싶다/노주석 논설위원

    [서울광장] ‘오세훈식’ 리더십을 보고 싶다/노주석 논설위원

    오세훈 서울시장이 4년 임기의 반환점을 돌고 있다. 전임 시장인 이명박 대통령의 ‘CEO 리더십’이 촛불집회로 죽을 쑤다 궤도를 부분적으로 수정했지만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 중 한 사람인 오 시장의 리더십에 대해서는 별반 알려진 게 없는 것 같다.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물어봤지만 뜸을 들이다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규정짓고, 정의내리기 좋아하는 대학교수들도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뾰족한 해답을 내놓지 못한다. 오 시장의 리더십에 대해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는 이유는 뭘까. 일화가 있다. 지난 총선과정에서 한나라당 서울 강북지역 후보들은 너나없이 뉴타운 공약을 내놓고 오 시장의 입만 쳐다봤다.‘철옹성’ 울산을 버리고 동작 을에서 민주당의 거물 정동영 후보와 ‘맞짱’을 뜬 한나라당 정몽준 후보 역시 다급했다. 시장실을 찾아 뉴타운 추가지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지역구로 돌아간 정 후보는 오 시장이 추가지정을 확약했다고 알렸다. 얼마전 언론사 논설위원들과 오찬에서 오 시장은 당시 정 의원과의 면담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손윗분이 하시는 말씀이니까 열심히 들었죠. 그리고 동의의 뜻이라기보다 이해를 했다는 의미에서 머리를 몇 번 끄덕끄덕했습니다. 그게 수용으로 해석된 거예요. 나 원 참…” 설명을 들으면서 오 시장 성격의 일단을 엿볼 수 있었다. 오 시장은 자신을 서울시장으로 키운 ‘클린 이미지’처럼 반듯하고 차분하다. 하지만 ‘독종’이라고 할 만큼 끈질긴 외유내강형 속내를 감추고 있다. 이런 성격이 4만 8000명에 이르는 서울시 공무원을 적으로 돌리는 내부와의 불화를 감수하면서도 ‘3% 퇴출제’를 결행한 원동력이다.16대 국회 때 돈 안 드는 정치를 위한 정치개혁법, 이른바 ‘오세훈법’을 통과시킨 그 정신이다. “심사숙고해서 결정하면 뒤도 안 돌아보고 돌진하는 것이 모토”라는 그의 말마따나 정하면 물러섬이 없다.‘원칙의 리더십’이라 할 만하다. 오 시장은 변호사출신답게 상대방을 논리적으로 설득하기를 즐긴다.‘이게 아닌데’하는 공무원에게 ‘타협은 없다’며 밀어붙인다고 한다. 그러나 시장이 잘못 판단해도 설득할 수 있는 서울시 공무원이 거의 없다는 부정적인 얘기는 귀담아들어야 할 것 같다. 그런 오 시장이 재임 후반기도 여전히 ‘창의(創意)시정’에 승부를 건다. 창의시정이란 공무원들의 의식을 창의유전자로 개조시켜 시민고객에게 감동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청계천 복원처럼 눈에 보이지도 않는 의식개혁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행정사치’라고 지적하는 시민도 많다. 시민들은 말의 성찬이 아닌 생활밀착형 행정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받길 원할 뿐이다. 오 시장의 다음 행보는 서울시장 재선 혹은 한나라당의 차기 대권 주자로 선출되는 것이다. 요즘은 재선쪽에 무게중심이 기울었다. 장갑을 벗어봐야 알겠지만 2년 후 한나라당 서울시장 공천을 따내기란 만만찮아 보인다.4년 후 대권으로 가는 길은 더욱 첩첩산중이다. 다른 정치지도자에게선 찾을 수 없는 오세훈만의 색깔있는 리더십이 필요한 대목이다. 아직 ‘2년이나’ 남았다. 현재 갖고 있는 ‘끈기’와 ‘원칙’의 리더십에 ‘포용’과 ‘통합’을 조화시킨 새로운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2년이나 4년 후 시원한 9회말 역전 만루홈런을 날릴 수도 있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지방시대] ‘말을 거는 도시’를 디자인 하려면/원도연 전북발전연구원 지역발전정책연구소장

    [지방시대] ‘말을 거는 도시’를 디자인 하려면/원도연 전북발전연구원 지역발전정책연구소장

    서울에서 시작한 도시의 공공디자인이 지방도시로 전파되고 있다. 조만간 한국의 거의 모든 도시가 공공디자인이라는 말을 앞다퉈 사용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공공디자인 정책은 시각적 효과가 크고 다양한 분야로 파급되는 정책이다. 제대로 하자면 돈도 아주 많이 들어가는 사업이다. 도시 전체를 하나의 디자인으로 보면서 상점의 간판부터 시작해 공공전화 부스, 교통 표지판, 벤치, 버스정류장, 우체통은 물론 심지어 쓰레기통까지 바꾸는 생활밀착형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이 공공디자인 프로젝트는 정부의 ‘디자인 코리아’ 정책과 맞물려 지방도시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이 정책은 국토와 도시공간의 관리에 적극적으로 디자인개념을 도입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대단히 선진적이고 미래지향적이다. 아름다운 도시에 살고 싶다는 것은 모든 사람의 꿈과 희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두가 인지하다시피 공공디자인이 제대로 방향을 잡기까지는 갈 길이 너무 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디자인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도시디자인에 대한 철학을 바로 세우지 않으면 도시마다 획일적인 공공디자인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저 예뻐지기만 한다고 해서 도시의 공공디자인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말하자면 그 도시가 사람들에게 말을 걸 수 있도록 도시경관에 장소성을 부여하는 것이 디자인 정책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도시가 말을 걸 수 있기 위해서는 그 도시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깊은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탈리아의 베로나에는 로미오와 줄리엣이 있고, 로마에는 포로 로마노가 있으며, 한국의 남원에는 춘향이가 있다. 베로나와 로마가 다르듯 남원과 서울의 공공디자인은 서로 달라야 하고 그 ‘다름’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야말로 도시디자인의 본질에 가장 적합하다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문화적 접근과 함께 그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편안함과 행복을 추구하는 ‘살기 좋은 도시’에 대한 애정이 결합되어야 한다. 그래서 도시의 공공디자인은 궁극적으로 도시를 혁신시키는 프로젝트로 발전하게 된다. 그러나 지금의 공공디자인은 자칫 이전의 문화도시 열풍의 재판이 될 수 있다. 수많은 지자체가 10여년 이상 문화도시를 꿈꾸었지만, 지금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도시가 만들어졌다거나 성공적인 과정을 밟고 있다는 평가는 들리지 않는다. 문화도시 정책이 전반적으로 실패한 것은 건설의 개념으로 접근했기 때문이다. 유럽의 도시들은 이제 문화도시에 창조도시로 관점을 전환하고 있다. 문화도시는 도시의 문화적 자원과 예술적 기풍으로 도시의 정체성을 세우고, 이를 관광 자원화해 수익 모델로 발전시킨 것이다. 반면에 창조도시는 도시의 문화적 에너지와 예술적 창의성을 산업발전의 에너지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문화도시가 보이는 것의 자원화에 집중했다면, 창조도시는 보이지 않는 것을 자원화하여 더 큰 에너지로 바꾸는 문화와 산업의 통섭(通涉) 모델인 셈이다. 한국의 도시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공공디자인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것은 창조도시의 성립 과정이다. 도시의 공공디자인에서 핵심은 공무원들이 세우는 정책이 아니라, 그 도시가 가진 문화력과 예술인들이다. 공공디자인을 성공시키고 싶거든 그 도시가 무엇을 갖고 있는지를 숙고하고, 그 도시에 어떤 예술가들이 살고 있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도시 공공디자인 사업은 생각보다 엄청나게 많은 이권 사업을 파생시킬 수 있다. 공공디자인 개념과 원칙을 분명하게 세워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도 있다. 문화는 건설이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원도연 전북발전연구원 지역발전정책연구소장
  • EU, 10월까지 리스본조약 유예

    |파리 이종수특파원|유럽연합(EU) 회원국 정상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EU 27개 회원국은 19일(현지시간)부터 이틀 동안 벨기에 브뤼셀에서 정상회의를 열었지만 뾰족한 해법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아일랜드가 지난 12일 국민투표에서 EU의 정치적 통합을 높이는 리스본 조약을 부결함으로써 좌초 위기에 놓인 유럽 통합 해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논의했다. 이틀 동안 심사숙고한 결과는 ‘시한 유예’였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등 통합론자들은 ‘아일랜드의 재투표’를 역설했다. 그러나 브라이언 코웬 아일랜드 총리는 “나아갈 방안을 제시하기엔 너무 이르다.”며 “앞으로 수개월 동안 가능한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집중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주제 마누엘 바로수 EU집행위원장은 “리스본 조약에 대한 결정을 10월까지 연기하자.”면서도 “아직 비준을 마치지 않은 7개국은 비준 절차를 계속 밟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결국 27개국 정상들은 오늘 10월 다시 정상회의를 열 때까지 아일랜드에 부결 원인 분석과 해법을 제시하기 위해 숙고할 시간을 주자는 데 공감했다. 동시에 아일랜드가 리스본 조약을 재투표할 수 있도록 ‘옵트-아웃’(새 조약의 특정 조항들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는 권리)을 확대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전망이 밝은 편은 아니다. 마이클 마틴 아일랜드 외무장관은 “10월에 진전된 보고서를 제출할 수는 있겠지만 해법을 제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토로했다. 코웬 아일랜드 총리도 재투표 카드가 정치적으로 부담이 커서 결정이 쉽지 않다.vielee@seoul.co.kr
  • MB “이런 하마평 어디서 만드나” 역정

    MB “이런 하마평 어디서 만드나” 역정

    이명박 대통령이 개각을 앞두고 한나라당에서 이런저런 하마평이 흘러나오고 있는 데 대해 13일 아침 역정을 냈다고 한다. 아무 것도 정해진 것이 없는데 마치 누가누가 유력하다는 식으로 몇몇 한나라당 인사들이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개각과 관련해 이런저런 인물들이 유력한 것처럼 최근 보도되는 데 대해 이 대통령이 오전 한 회의에서 ‘대체 어디서 이런 얘기들을 만드는 거냐.’며 강한 어조로 불쾌감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인사권자인 자신이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는데 마치 여권 주변에선 이미 누구를 내정해놓은 것처럼 언론에 흘리면서 인사에 개입하려 든다는 게 이 대통령의 생각인 듯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대통령실장 교체설과 함께 유력 주자로 한나라당에서 거명되고 있는 Y씨에 대해 “비서실장은 누구보다도 대통령과 철학을 같이하는 인물이어야 하는데, 그분은 이 부분에 있어서 전혀 이 대통령과 교감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해 발탁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또 이 대통령이 청와대 밖 비선조직을 통해 개각 및 수석 인선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서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외부로부터 이 대통령이 이런저런 추천을 받을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외부에 별도 팀을 두고 인선작업을 벌이는 것처럼 알려진 건 사실과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외부 추천의 경우에도 결국 청와대 민정·인사팀에서 실무적으로 검증 작업을 벌일 수밖에 없으며, 실제로 그런 방식으로 인선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박영준 기획조정비서관을 경질한 데 대해 “계속 그 자리에 두면 본인이 더 힘들어질 것 같아 물러나도록 한 것”이라고 말해 여전히 그를 신임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대통령은 인사 폭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뜻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장관 4∼5명, 청와대 수석 4∼5명이다. 그동안 언론에 알려진 대상자들이다. 다만 국무총리와 대통령실장에 대해서는 아직도 결심을 굳히지 못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만 “총리와 대통령실장을 모두 유임시킨다면 제 아무리 인사 폭이 크더라도 민심을 달래기 힘들다는 점에서 최소한 두 분 중 한 분은 교체가 불가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개각 시기도 유동적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음주 초 한·미 추가협상 결과가 나오면 청와대 인사부터 단행하지 않겠느냐.”면서도 “다만 숙고를 거듭하는 이 대통령 스타일을 감안할 때 개각 시점을 가늠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김연아 대학 러브콜에 고민

    김연아 대학 러브콜에 고민

    김연아(18·군포 수리고 3년)가 고민에 빠졌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쇄도하는 여러 대학의 ‘러브콜’ 때문.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IB스포츠는 12일 “김연아가 현재 서울 소재 6개 대학으로부터 입학을 권유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학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는 건 전형 과정에서의 혼선은 물론 불필요한 오해까지 발생할 수 있다.”며 거부했다. 김연아가 대학 선택의 가장 큰 기준으로 삼는 건 졸업 이후의 진로.IB스포츠의 김영진 국장은 “김연아와 어머니 박미희씨가 졸업 이후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심사숙고하고 있다.”면서 “일단 목표를 정해놓고 이에 걸맞은 대학과 학과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수 생명이 유난히 짧은 피겨의 특성상 대학을 졸업할 때 쯤이면 선수 생활 지속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지도자가 될지, 혹은 연기자가 될지, 아니면 토리노겨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아라카와 시즈카(일본)처럼 아이스쇼를 전문으로 하는 프로 선수로 돌아설지 등에 대해 김연아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 정원내 체육특기생 선발이 포함돼 있는 대학 수시 1학기 모집은 다음달 14일부터. 하지만 지난해 박태환이 지리한 억측 속에 단국대를 선택한 것이 9월 초였다. 이를 감안하면 김연아도 시즌 개막을 앞두고 귀국하는 9월이 돼야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연아는 이날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캐나다로 전지훈련을 떠나기 앞서 “전지훈련에서 새 프로그램 안무를 짜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면서 “지난해 쇼트프로그램을 완벽하게 해내지 못했지만 새 시즌에는 실수 없이 소화하고 싶다. 지난 시즌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김연아는 캐나다 토론토를 본거지로 9월 초까지 석 달 동안 하루 7시간 정도 트레이닝을 하며 새 프로그램에 적응하고 컨디션을 끌어 올릴 예정이다.2시간 동안 간단한 운동으로 오전 훈련을 시작해 2시간은 스케이팅,2시간은 스핀과 스텝을 집중적으로 연습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세웠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사설] 야당 언제까지 등원 외면할건가

    식물국회가 계속되고 있다.18대 국회 원구성은 물론 개원식조차 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야당의 장외투쟁이 이어지면서 앞으로의 정국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는 동안 서민들의 고통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고유가·고물가에 신음하고 있는데도 정치권은 여전히 제갈길이다. 정략만 번득인다. 야권의 등원거부는 ‘촛불시위’라는 국민정서에 편승해 정국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심산이다. 그러나 부메랑으로 돌아올 공산이 크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국민들도 야당의 장외투쟁에 큰 박수를 보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야당의 등원을 여러차례 촉구한 바 있다. 지금 거리투쟁을 할 만큼 여유롭지 못한 까닭이다.17대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민생법안은 차치하더라도 당장 해결해야 할 것들이 목전에 있다. 당장 그제 정부가 발표한 민생안정대책을 마련하려면 민생국회를 열어야 한다. 법적·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것은 국회의 몫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국회에 들어갈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오죽했으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원내투쟁을 권유했을까. 심사숙고하기 바란다. 당내 일각에서 등원한 뒤 병행투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심심찮게 들린다. 야당 지도부가 특히 귀담아들어야 할 대목이라고 본다. 국회의 권한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입법(立法)권이다. 헌법 개정 제안·의결권, 법률 제·개정권, 조약체결·비준동의권 등이 그것이다. 모두 국민생활과 직결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대의민주주의에서는 국민 모두가 참여할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이 뽑은 국회의원으로 하여금 권한을 행사토록 위임하고 있다. 거듭 강조하건대 야당 의원들이 등원을 거부하는 것은 명분이 약하고, 직무유기다. 등원은 권한을 행사하기 위한 최소한의 의무다.
  • [제18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8강전 1국] 다카오신지,본인방전 도전기 2연승

    [제18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8강전 1국] 다카오신지,본인방전 도전기 2연승

    제2보(35∼50) 다카오 신지 9단이 본인방전 4연패에 한걸음 다가섰다.5월27∼28일 일본 효고현에서 열린 제63기 본인방전 도전7번기 제2국에서 다카오 신지 9단은 도전자 하네 나오키 9단을 백불계로 물리쳐 2연승을 거두었다. 만일 다카오 신지 9단이 본인방전 4연패를 달성할 경우, 이는 역대 본인방전 5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본인방전 최다 연패 기록은 조치훈 9단이 보유하고 있는 10연패이다. 흑35로 벌린 것이 마지막으로 남은 큰 자리. 여기서 잠시 숙고를 하던 김승재 초단은 백36으로 저공비행을 하며 흑의 동태를 살핀다. 흑37로 치받은 것은 가장 일반적인 응수. 그러나 백40의 응수타진에 흑41로 빠진 것이 약간 독특하다. 대개의 경우 귀의 뒷맛을 고려해 가로 이어주는 것이 보통이다. 즉,<참고도1>에서 보듯 백돌이 △의 곳에 놓일 경우 백1,3,5로 넘는 수단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흑의 생각은 흑43으로 가일수하는 것이 자체로 한수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백44는 좌변 백의 두터운 세력을 배경으로 한 적극적인 침투. 흑이 45로 씌웠을 때 백46으로 붙인 것이 타개의 맥점. 흑이 47로 젖히지 않고 50의 곳을 늘어둔다면 백은 49로 붙여 중앙진출을 한다. 실전 흑49다음 백은 <참고도2>백1로 젖히는 것이 일반적인 행마법. 백3까지 백이 안정을 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런데 마치 하수의 행마와 같이 50으로 끊은 백의 뜻은 무엇일까? 최준원 comos5452@hotmail.com
  • [열린세상] 스토킹 권하는 나라?/한상희 건국대 헌법학 교수

    [열린세상] 스토킹 권하는 나라?/한상희 건국대 헌법학 교수

    “누군가 당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말은 이제 진부하다.“모두가 당신을 쳐다보고 있다.” 당신이 누구며 어떤 일을 하건 당신의 모든 생활은 모두에게 노출되어 철저히 스토킹당하고 있다. 조지 오웰은 전체주의 정권이 만든 단 하나의 ‘빅 브러더’를 걱정하였지만, 현대 정보사회에서는 시장이 만든 수많은 빅 브러더들이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그들은 당신을 감시하면서 당신의 생활패턴이나 취향까지도 알아낸다. 당신이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였는지를 넘어 그 이유까지도 포착해 낸다. 당신의 감각과 무의식까지도 읽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당신의 생활이 자신의 상품으로 가득하도록 유도한다. 당신이 원하는 것을 파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팔기를 원하는 것을 당신이 사게 만든다. 그래서 마치 사이보그처럼 당신의 생활은 그들의 상품과 프로그램들로 채워지며 종국에는 그들의 생활로 변형되어 버리고 만다. 정보화가 ‘사’생활의 종말을 넘어서 ‘생활’ 자체의 종말을 야기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은 이를 의미한다. 최근 인터넷쇼핑몰에서 10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하나로텔레콤이 600만명의 개인정보를 불법처분한 사태는 이런 묵시록을 더욱 현실화한다. 믿고 맡긴 당신의 정보가 도용·남용되어 스팸으로 되돌아오는 수준을 넘어 보이스 피싱과 같은 각종 범죄행위의 수단으로 전용된다. 미국인 해커가 어떤 상호저축은행의 전산망 자체를 완전히 장악한 사건은 자칫하면 우리나라의 신용체계 전반을 뒤흔들어 놓을 만한 사건이기도 하였다. 개인의 모든 금융정보와 신용정보가 일거에 노출되어 악용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이같은 스토킹을 아예 방조한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주민번호를 사용하면서 이를 통해 당신의 모든 정보를 한꺼번에 연동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번호는 생체정보처럼 일생동안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주민번호 하나에 당신의 일생 모두가 연동된다. 주민번호만 알면 당신의 모든 것을 다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당신의 금융·신용정보든 건강·의료정보든, 혹은 사상이나 신념, 정치적 이념에 관한 것이든, 혹은 가장 은밀한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사생활이든 주민번호와 약간의 기술과 약간의 대담함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당신의 정보를 손에 넣을 수 있다. 그래서 개인정보를 쫓아다니는 범죄자들은 주민번호를 제1의 표적으로 삼는다. 과거 권위주의체제가 국민통제의 수단으로 만든 이 제도가 이제는 이윤에 목매다는 자본에 의해 남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아이 핀과 같이 인터넷상에서 주민번호를 대체할 실명확인수단을 만들어 시행하겠다고 공언한다. 하지만, 이는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 아이 핀의 생성 자체가 주민번호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정부는 개인정보를 유출한 인터넷사는 엄벌하겠다고 협박한다. 그러나 원천적인 과오는 그 기업이 아니라 주민번호가 기업이나 학교 등 도처에서 너무도 쉽게 수집, 유통됨에도 이를 방임하고 심지어 실명제 등의 방법으로 조장하기까지 한 정부에 있다. 부연하거니와 오늘날 정보사회에서 개인정보는 우리의 생활이자 안전이며 나아가 우리의 모든 것이다. 정부는 이제 이 무한반복의 스토킹 사태를 끝내야 한다. 주민번호의 폐지는 가장 시급한 과제다. 외국처럼 목적에 따라 각각 다른 인식번호를 부여하면 충분하다. 아울러 개인정보가 관리되는 과정을 시민사회가 역감시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 최근의 개인정보 유출사건은 이런 정부의 혁신을 불가피하게 만든다. 정부는 끝없이 스토킹당하는 국민들 앞에서 무엇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일인지 재삼 숙고해 보아야 할 것이다. 한상희 건국대 헌법학 교수
  • 靑 “대표직 제의” 朴측 “금시초문”

    靑 “대표직 제의” 朴측 “금시초문”

    ‘이명박(얼굴)-박근혜 회동’의 여진(餘震)이 증폭되기 시작했다.12일 청와대가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에게 대표직을 제의했었다.”며 회동 ‘뒷얘기’를 공개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박 전 대표측은 즉각 “금시초문”이라며 “당원들이 선출하는 대표직을 마치 선물 주듯이 대통령이 제의할 수 있는 것이냐.”고 반박에 나섰다.‘준비 안 된 회동’이라는 비판여론을 의식한 청와대의 ‘항변’에 친이-친박 두 진영이 더욱 갈등의 날을 곧추세우는 형국이다. ●靑 “당 대표직 朴이 거부” 청와대는 이날 오후 2시 류우익 대통령실장 주재로 수석회의를 가졌다. 그러고는 오후 4시 회의에 참석했던 핵심 관계자가 기자실을 찾았고, 곧바로 ‘이-박 회동’, 특히 대표직과 관련해 오갔던 발언들을 꺼내놓았다. 이 관계자는 “사실은 회동 중에 이 대통령이 ‘당의 구심점이 돼 달라. 그러면 친박 복당 문제를 포함해 여러가지 문제를 처리할 수 있지 않겠느냐.’라는 취지로 말을 했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발언은 사실상 당 대표를 맡아달라는 의미”라고 말하고 “그러나 박 전 대표가 ‘이미 대표를 맡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맡을 수 있느냐.’며 고사했다.”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당 대표직을 맡아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준비가 안 됐다, 선물이 없었다 등의 지적이 나오지만 ‘거부감을 갖고 있지 않다.’고 이 대통령이 말한 것은 어쨌든 여러 현실적 한계 속에서 고리를 풀어준 것 아니냐.”면서 “이 대통령도 나름대로 심사숙고해 성의를 갖고 회동에 임했다는 점을 말씀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이 대표직을 제의했다는 말은 회동 직후 ‘대표직 논의가 없었다.’고 한 박 전 대표의 말과 배치된다.‘구심점이 돼 달라.’는 말이 대표직 제의라는 청와대측 사후 해석과 달리 회동 당시 박 전 대표가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도 별개 문제다. 분명한 점은 청와대가 수석회의 끝에 ‘이 대통령이 대표직을 제의했고, 박 전 대표가 거절했다.’는 구도의 회동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기로 한 점, 그리고 친박 진영이 이에 극히 차가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친박 “왜 뒤늦게 딴소리 하나” 청와대측 주장에 친박 진영은 “책임을 떠넘기자는 거냐.”“복당은 당이 알아서 할 일이고, 대표직은 대통령이 주는 선물이냐.”며 불쾌감을 가차없이 쏟아냈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의원은 “밖으로는 당·정 분리라면서 당원이 선출하는 당 대표를 무슨 권한으로 맡아달라고 했다는 말이냐. 그렇게 관여할 것이라면 복당 문제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반박했다. 다른 측근은 “지난번 총리직 제의 얘기가 나왔을 때에도 이런 식이었다. 진정성이 없는 행동”이라고 비난했다.“박 전 대표에게 회동내용을 발표토록 하고는 여론이 좋지 않으니까 이제 와서 책임을 떠넘기려 든다.”는 소리도 나왔다. 청와대측 발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박 전 대표가 회동 전날인 9일 “대표직을 맡지 않겠다.”고 천명한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박근혜 대표 체제에서의 복당 문제 해결’을 제의했다는 얘기가 된다. 박 전 대표가 회동 직후 “이 대통령의 생각은 나와 조금 다른 것 같다.”고 한 것은 바로 이 대목에서의 시각차 때문으로 해석된다. 다른 구멍에 단추를 꿰맞추기 시작한 양측의 손놀림이 빨라지는 모습이다. 진경호 이영표기자 jade@seoul.co.kr
  • 靑 “쇠고기 협상 실패 아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8일 정치권에서 15일로 예정된 쇠고기 협상과 관련한 장관 고시의 연기를 요구하고 있는 것과 관련,“그럴 만한 사안은 아닌 것 같다. 재협상을 해야 한다면 모르지만 양국간의 신뢰문제도 있기 때문에 계획대로 가는 것이 옳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에 선물을 주기 위해 급하게 합의가 이뤄졌다는 의구심이 드는데. -협상은 미국이 요청하는 것이지 우리가 원하는 게 아니다. 지난 정부에서 사실 5월까지 끝내겠다고 했다가 올 4월에 미국이 우리나라의 대선, 총선 등 정치상황을 고려해 다시 협상을 요청한 것이다.2003년 12월까지 개방했다가 검역조건을 다시 검증한 것이어서 당초 2∼3일이면 끝날 줄 알았지만 오히려 협상을 끈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 순방은 오래전에 결정된 것이라 무관하다. ▶이 대통령은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수입을 중지하겠다고 했는데 협상 내용을 보면 그럴 수 없게 되어 있다. -광우병이 발생하면 미국이 역학조사를 한 결과를 우리측에 통보해 협의절차를 거치며, 국제수역사무국(OIE)이 광우병 관련 지위를 변경하면 수입이 중단된다는 뜻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 사안이 통상마찰의 요인이 되더라도 GATT 20조를 원용해서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광우병 발생 가능성이 낮다고 하지만 국가란 0.01%의 국민생명도 보호해야 하는 것 아닌가. -0.01%의 확률이지만 국민 건강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은 절대적으로 옳은 말이고 그걸 간과하지 않고 충분히 숙고했다고 본다. 나름대로 규정을 만들었다고 생각했으나 그걸 다 막지 못했기 때문에 어제 (광우병 발생시)수입중단 얘기까지 나온 것이다. ▶5월15일 예정된 장관 고시를 연기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나. -고시연기를 할 만한 사안은 아니다. 재협상을 한다든지 하면 연기하겠지만 현재로서는 국제적 신뢰도 있기 때문에 현재는 계획대로 가는 것이 옳다. ▶협상에 실패했다는 의견에 동의하나.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국제적인 기준에 따라 미국이 광우병 위험통제국가로 지정된 이후 체결된 협정 어떤 것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타결했기 때문에 실패한 협상이라는 데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MS, 야후 인수 포기

    마이크로소프트(MS)가 3일(현지시간)야후 인수를 최종적으로 포기했다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MS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발머는 야후의 CEO 제리 양에게 보낸 편지에서 “심사숙고한 결과 인수 제안을 철회하는 것이 MS의 주주와 직원들의 이익에 가장 부합하는 것이란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야후가 스스로의 가치를 과대평가하는 실수를 저질렀다면서, 5일 나스닥이 개장하면 야후의 주가가 현재의 70% 수준인 주당 20달러선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유전자변형농산물 홍수(上)] “GMO먹인 동물자손 불임가능성 높아져”

    [유전자변형농산물 홍수(上)] “GMO먹인 동물자손 불임가능성 높아져”

    현대사회의 빈곤과 굶주림 문제에 천착해온 미국의 사회활동가 프랜시스 무어 라페(64)는 서울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GMO는 ‘커다란 실기(Gigantic Missed Opportunity)”라며 “현명한 소비자와 농부의 힘으로 지속가능한 식량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에도 소개된 저서 ‘희망의 경계(2005)’와 ‘굶주리는 세계(2003)’에서 일관되게 주장한 내용이다. 라페의 근간 ‘Getting a Grip(한국판 제목 미정·이후출판사)’은 6월 초 출간된다. 다음은 일문일답. ▶GMO를 반대하는 이유는. -GMO가 우리 세계의 빈곤을 해결할 것이라는 믿음은 잘못된 것이다. 지난해 미국 미시간대는 전 세계의 경작 방식이 다품종화·소량화되면 곡물 생산량이 50% 이상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게다가 GMO는 인체에 미치는 장기적 효과에 대한 실험 없이 대규모로 쏟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우리의 건강은 위험에 처해 있다. ▶GMO 문제에서 가장 큰 논란은 안전성이다. -GM콩을 먹인 동물에 대한 한 연구는 자손에게서 높은 치사율과 불임 경향이 있음을 밝혀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유일한 연구에서 GMO 유전자는 알 수 없는 과정을 거쳐 장 박테리아로 변환됐다. 더 심각한 것은 지난 10년간의 경험을 통해 한 번 변형된 유전자를 다시 되돌리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밝혀진 점이다. ▶한국은 올해 LMO법이 발효되며 GM식품이 급속히 확산되는 시점이다. 이 시기를 거쳤던 미국에서는 어떤 문제가 있었나. -거대기업과 정부가 사람들에게 GMO의 위험성에 대해 심사숙고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충분한 실험을 거치지도 않은 과학기술을 밀고 나갔다. 이로 인해 북미 지역에서는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비판까지 제기됐다. 다수의 미국 국민들은 음식에 GMO표시를 철저히 하기를 원했지만, 정부는 거대 기업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그것을 꺼렸다. ▶한국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소비자와 농부들의 각성이 가장 중요하다.GMO가 환경과 우리 건강, 나아가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심사숙고하기를 권한다. 오늘날 정부와 미디어에 의해 과장된 ‘식량난’은 유기농, 지속가능한 재배방법으로 타개할 수 있다. 조현석 김민희기자 hyun68@seoul.co.kr
  • 박미석수석 사표수리 지연 왜?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의 사표를 받아든 이명박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 가는 눈치다. 박 수석이 사의를 밝힌 지 30일로 나흘, 사표를 낸 지 이틀이 지났건만 이렇다 저렇다 말이 없다. 이날만 해도 태릉선수촌을 방문하고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2차 회의를 주재하는 등 공식일정만 셋을 소화했으나 박 수석 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가 없었다. 이 때문에 ‘인사에 관한 한 우유부단하다 싶을 정도로 숙고하는 이 대통령의 햄릿형 스타일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청와대 주변에서 나돈다. 물론 박 수석의 사표를 수리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상황이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조만간 사표를 수리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미 결심을 굳히고도 이 대통령이 이를 실행에 옮기지 않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정국 상황이다. 박 수석의 사의 표명에도 불구하고 일부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의 투기 논란이 가라앉지 않으면서 사표 수리 시점을 잡기가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야당이 마치 ‘한 사람 보냈으니 다음 사람도 보내자.’는 식으로 공세를 펴고 있으니 대통령으로서도 운신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수석 후임 인선을 비롯해 청와대 조직 정비도 이 대통령의 고민거리다. 무엇보다 마땅한 후임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박 수석이 논문표절 논란에다 투기 의혹으로 물러나는 만큼 능력 외에 법적·도덕적 흠결이 없는 인사를 발탁해야 하는데 여의치가 않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언론에 몇몇 분들이 거명되던데, 솔직히 아직 윤곽을 잡지 못한 실정”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박 수석 후임 인선에 이어 그동안 계획했던 청와대 내부 조직 정비도 이 대통령의 당면 과제”라면서 “5월 중반까지는 조직개편과 부분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구안숙 사무총장 내정자 사의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의 대립과 갈등에 빌미가 됐던 구안숙 체육회 사무총장 내정자가 결국 스스로 물러났다. 구 내정자는 24일 오후 ‘대한체육회 이사회에 드림’이라는 제목의 서한을 통해 “숙고 끝에 사무총장직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했지만, 본인의 경력이 체육회 현안을 처리하기에 부적합하여 인준 거부 사유가 된다면 더 이상 체육회에서 역할이 없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올림픽 등 체육계의 산적한 현안을 해결해야 할 중차대한 시기에 논쟁의 중심에 놓인 당사자로서 논란을 종식시키고자 사무총장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구 내정자가 사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25일 오후 2시 열리는 체육회 긴급이사회에서 새로운 사무총장 내정자 선임을 논의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하지만 구 내정자의 재임명 강행을 들먹이면서 ‘즉각 사퇴’ 엄포까지 놓았던 김정길 회장이 긴급 이사회에서 어떤 식으로 거취를 표명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체육회 관계자는 전했다. 체육회 안팎에선 최소한 8월 베이징올림픽이 폐막할 때까지, 또는 임기를 채우고 김 회장이 물러나길 바라는 이들이 많다. 이를 위해 유인촌 장관이 먼저 타협의 손을 내미는 제스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美쇠고기’ ‘친박복당’ 정면돌파

    ‘美쇠고기’ ‘친박복당’ 정면돌파

    한·미, 한·일 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이명박 대통령의 미소가 이틀만에 싹 가신 듯하다. 여권 안팎의 크고 작은 논란과 불협화음이 점점 몸피를 불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정상외교에서 국정현안으로 눈을 돌린 이 대통령 앞에는 ▲미국산 쇠고기 전면개방 갈등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추경예산 편성을 둘러싼 당·정 갈등 ▲뉴타운·혁신도시 논란 ▲청와대 정무기능 보완 논란 ▲친박(친박근혜)인사 복당 논란 등 5대 난제가 놓여 있다. 한나라당 내 친이(친이명박)·친박 갈등에 대해 이 대통령은 지난 22일 한나라당 당선자들과의 만찬에서 “내가 대통령이 된 이상 국내에는 경쟁자가 없다.”고 못박았다. 계파를 내세운 갈등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히면서 일각에선 친박 당선자들의 복당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23일 “제가 (대표로) 있는 동안은 무조건 못한다.”며 복당 불가의 뜻을 거듭 밝힌 것도 이같은 이심(李心·이 대통령의 의중)이 뒷받침된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당내 문제는 나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최대한 친이 진영으로 국정을 끌고 간다는 기조를 견지하되 여의치 않으면 친박 진영을 끌어안기 위한 여지를 남겨놓은 셈이다. 여권 내 권력다툼 양태로 번져가는 청와대 정무기능 보강 논란도 이 대통령의 고민거리다. 청와대 관계자는 23일 “현재로선 어떤 결정도 내려진 바 없다.”고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사실상 청와대가 정무기능을 현 체제로 두기로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지만 청와대 내부의 동요를 막기 위한 뜻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이 대통령은 당분간 여론수렴과 숙고의 과정을 밟은 뒤 이달 말 청와대 조직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결단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며칠 사이 당·정간, 당과 서울시간 쟁점으로 떠오른 추경예산 편성 논란, 뉴타운 및 혁신도시 추진 논란도 교통정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 대통령은 뉴타운 논란에 대해 22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서울시는 정치적으로 말려들 필요가 없다. 원칙대로 하면 된다.”고 오세훈 서울시장의 손을 들어줬다. 혁신도시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5대 광역경제권 중심의 지역발전계획을 세운 터에 지난 정부가 마련한 방안을 그대로 이어받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사실상 정부 손을 들어줄 공산이 큰 셈이다. 당·정 갈등을 빚은 추경예산 편성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은 일단 정부 쪽으로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내수 진작을 위해서는 5조원에 가까운 지난해 세계잉여금을 추경예산으로 편성해야 한다는 인식이다. 미국산 쇠고기 개방에 따른 야당의 반발과 한·미 FTA 국회 비준은 난제 중 난제다. 당장 통합민주당,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등 야 3당은 이날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을 ‘조공외교’라고 비난하며 국회에서 ‘쇠고기 청문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이 사안은 한·미 FTA 비준과 사실상 한 묶음으로 엮여 5월 임시국회의 최대 쟁점이 될 공산이 크다. 이 대통령은 정공법을 택했다.24일 한나라당 지도부와 함께 민주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 오찬 간담회를 통해 야당의 ‘대승적 결단’을 요청할 방침이다. 그러나 모처럼 공세모드로 전환한 야당이 즉각 화답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전광삼 이영표기자 hisam@seoul.co.kr
  • [지방시대] ‘생각하는 사람’을 기르는 것이 교육/김준태 조선대 교수·시인

    [지방시대] ‘생각하는 사람’을 기르는 것이 교육/김준태 조선대 교수·시인

    영국의 시인 바이런이 말했던가. 하룻밤을 자고 일어나 보니 자신도 세상도 달라져 있었다는 말을. 그런데 그 말은 좋은 뜻에서 하는 말이고, 이명박 정부는 정말 하루가 멀다 하고 연일 납득하기 어려운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열성을 내는 것은 좋은데 ‘너무 성급하게’ 국가정책 혹은 국가시책을 여론수렴도 거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발표,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적어도 100보,200보 앞을 내다보고 ‘국가 중대사’를 결정해야 하는데 그런 여과 과정도 거치지 않고 정책을 발표해 참으로 당혹스럽다. 지난 15일 교육과학부(교과부)가 발표한 ‘학교자율화추진계획’부터가 국민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내용인즉 전국 초·중·고교가 새벽같이 아침 7시에 등교해 공부하게 한다는 0교시 수업을 비롯해 우열반 편성, 오후 7시 이후부터 강제보충학습 등을 전면 자율화하도록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말이 학교자율화추진계획이지 상당 대목에서 거의 강제적인 ‘학교타율화추진계획’으로 받아들여진다. 교과부는 ‘교육의 자율과 밑바탕을 마련하고 학교 교육의 다양화를 유도하려는 이명박 정부의 국정 방향에 따른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위험한 발상으로 비쳐진다. 적어도 교육부문에 있어서만은 ‘당의 정강정책’과는 다른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린 학생들을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공부 감옥 속에 묶어두려는 나라가 지구상에서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교육은 한때 북쪽에서 행한 ‘천리마운동’이 아니다. 학교는 그리고 ‘바보들을 길들이는 정신 병동’이 아니다. 무한한 상상력, 무한한 꿈을 가지고 새처럼 자유스럽게 날기도 하고 꽃처럼 향기를 내뿜으며 살아가야 할 학생들을 이른바 ‘실용주의 교육의 틀’ 속에 가둬두어야 한다는 것은 일종의 ‘죄악’과 같은 것이다. 정말 누가 지난 15일 교과부의 발표를 ‘자율화’라고 믿고 있겠는가. 교과부에서 정책 입안을 내놓는 사람들의 머리와 사고, 가치관과 철학관 그리고 국가관이 심히 의심스러울 정도다. 교육을 받는 학생들은 먼저 인간이다. 한 숟갈의 밥도 중요하지만 한 시대를 ‘사람으로서 살아가야 하는 인간’이다. 그런 점을 도외시하고 기성사회,‘한물간 성인들’의 판단과 가치에만 준거하는 ‘사회적 메커니즘’ 속에 그대로 집어넣었을 경우 그 다음에 일어나는 불행한 일들을 과연 누가 책임질 것인가. 미국유학 갔다 온 대학교수가 보험금을 노려 친부모를 살해한 뒤 집 마당에 파묻은 일, 대구지하철에 불을 질러 무고한 수많은 시민들을 죽게 한 사건, 매일 셀 수도 없이 발생하는 친모·친부 살해사건, 어린이 유괴, 유부녀 성폭행, 단돈 몇 만원을 빼앗기 위해 영업용 택시 운전사를 살해한 사건 등 실로 상상을 초월하는 사건들은 예의 그릇된 교육 풍토에서 비롯된 것임을 우리 모두 심사숙고해 봐야 할 시점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철학과 명상을 중요하게 여기는 학교 ‘리케이온(Lykeion)’을 만들며 이렇게 말했다.“가장 좋은 학교는 건물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 있다. 이 자연 속에서 마음껏 사유하고 스스로의 생각을 즐길 때 바른 인간으로 성장한다.”그렇다. 교육은 ‘생각하는 사람을 기르는 것’이다. 호랑이나 사자, 늑대들에게나 적용되는 정글의 법칙을 가르치는 게 아니다. 또 교육은 가르침만이 아니라 기르는(feeding) 것에 더 초점을 맞출 때 자연스럽게 그 진가와 열매가 맺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김준태 조선대 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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