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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이징 2008 D-8] 투혼의 복서, 베이징서 일낸다

    한국 복싱의 위기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홈그라운드의 이점(?)에 힘입어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두 개의 금메달을 수확한 뒤 줄곧 내리막길이다.92년 바르셀로나대회에서 동메달 3개,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선 은메달 1개를 따냈지만 2000년 시드니대회에선 노메달의 수모를 겪었다. 2004년 아테네대회에서 동메달 2개로 간신히 체면치레를 한 한국대표팀에게 이번 올림픽은 최대 위기다.11체급 가운데 고작 5개 체급의 출전권을 따냈을 뿐.76년 몬트리올대회 이후 가장 적은 숫자다. 이번 대회에서도 메달 사냥은 호락호락하지 않을 전망. 하지만 한국대표팀에는 ‘투혼의 복서’ 김정주(27·원주시청·69㎏급)가 있다.4년 전 아테네올림픽 69㎏급 준결승전. 김정주는 쿠바의 로렌소 아르멘테로스를 맞아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최종 스코어 10-38. 김정주는 당시 준결승에 오르기 전에 왼쪽 갈비뼈에 금이 간 상태에서 투혼을 발휘, 준결승까지 오른 뒤 숨통을 끊어놓을 듯 엄습하는 통증을 참아내며 한국 복싱에 8년 만의 올림픽 메달을 안겼다. 김정주의 투혼은 그의 삶의 궤적에서 비롯됐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를 간암으로 여의고, 중학교 3학년 때 어머니마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 누이의 보살핌 속에서 힘겹게 자랐다. 감량과 훈련의 고통이 찾아올 때마다 이를 악물고 버텨낼 수 있었던 버팀목인 셈. 같은 체급 선수들에 비해 10㎝가량 작은 170㎝의 작은 키는 치명적인 핸디캡. 하지만 빠른 발과 경쾌한 스텝으로 아웃복싱을 구사하다가도 폭발적인 스피드로 ‘사냥감’을 낚아채는 것이 그의 강점이다. 상지대 대학원을 졸업한 석사 복서로 지능적인 복싱을 구사한다는 평가다. 강자들이 즐비한 69㎏의 속성상 김정주의 메달 색깔을 점치기란 쉽지 않다.지난해 세계선수권 금메달리스트 드미트리어스 안드라이드(미국)는 물론이고 논 본줌농(태국), 안드레이 발라노프(러시아), 카를로스 수아레즈(쿠바) 등 숱한 강적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 하지만 초반 대진운만 따른다면 4년 전 보여줬던 투혼과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테크닉을 감안할 때 한국 복싱에 희망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된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민선4기 중간점검] 대구

    [민선4기 중간점검] 대구

    민선 4기 임기의 반환점을 돈 김범일 대구시장의 각오는 남다르다. 지난 2년이 지역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준비 단계였다면 남은 2년은 이를 토대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준비 단계였다고 하지만 굵직굵직한 성과들이 눈에 띈다.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 지정 등이 그것이다. 반면 대기업 유치 등 지역 발전과 직결되는 실질적인 성과는 남은 2년 동안 이뤄야 할 과제다. 대구시는 2011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를 가장 큰 성과로 꼽는다. 대회 유치를 계기로 패배주의에 젖어있던 시민들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하게 됐다는 것이 자체 평가다. 이러다 보니 시민들의 화합과 협력 분위기도 자연스럽게 조성됐다는 것이다. 물론 육상진흥센터 건립 예산 확보 등 부수적인 성과도 상당수 있다.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 지정은 대구의 중·단기 미래 동력을 찾아냈다는 의미를 갖는다. 내륙도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데다 21세기 지식기반사회의 토대를 마련하게 됐다. 또 ‘글로벌 지식경제자유도시 대구’ 프로젝트 중 20개 사업이 대선과 총선 공약으로 반영된 것도 긍정적이다. ●동남권 신공항등 가시화 중앙정부와 연계해 산업용지 공급을 확대하고 도심 공단을 재정비하는데 노력하는가 하면 국내·외 기업유치를 통해 성장 기반도 착실히 다졌다. 첨단섬유패션 신도시인 이시아폴리스를 올 1월 착공하는 등 지지부진하던 사업들이 궤도에 올랐다. 또 대구의 신성장동력이 될 국가과학산업단지와 동남권 신공항 등이 올 초부터 각 1·2차 타당성 조사용역에 들어가는 등 가시화되고 있다. 섬유산업 고도화 토대를 마련하고 차세대 산업인 건강의료, 지능형 자동차 및 로봇 등에 대한 투자를 강화했다. 덕분에 수출 실적이 7년 만에 증가세로 전환되는 등 지역경제가 점차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다. 과학기술산업을 측면 지원할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DGIST)도 학·석·박사 과정 개설이 확정되면서 지역 인재 유출을 방지하고 국토 동남권의 연구·개발 중심지로 거듭날 계기를 마련했다. ●시민 정주환경 개선 경부고속철도변 정비사업이 시작되고 대구선 철도 이설 사업이 마무리되는 등 시민들의 정주환경이 점차 개선되고 있으며, 대중교통 확충을 통해 일일 대중교통 이용자 120만명 시대를 열었다. 예술·문화도시를 지향해 뮤지컬·오페라 등 공연축제를 육성하고 아시아 첫 사진비엔날레를 개선한 점도 눈에 띈다. 도시디자인위원회를 구성해 도시공간 구조를 개편하고 도심 재창조 기본계획수립에 착수한 점도 새로운 시도로 보인다. 제2차 푸른대구 가꾸기 사업 추진, 지하철 2호선 경산 연장구간 건설, 도시철도 3호선 건설 추진, 동대구광역환승센터 건립 확정 등도 돋보이는 성과다. 금호강 수질 개선으로 UN산하 아시아·태평양환경개발포럼으로부터 국제환경상(은상)을 받은 것과 세계에너지총회 한국 유치도시로 지정된 것은 또 다른 수확이다. ●로봇랜드등 놓쳐 아쉬움 그러나 아쉬운 부분도 있다. 기업유치노력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유치가 부진했다. 자기부상열차, 로봇랜드 등 국책사업 유치에 잇따라 실패한 것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2011 세계육상대회를 유치한 것에 너무 도치돼 이를 지역발전 돌파구로 활용하지 못했다. 시민과의 대화, 각계각층 여론 수렴 미흡으로 대회 유치를 상승 분위기로 이어가는데 실패했다. 대구의 확고한 색깔과 미래 비전을 압축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경제·사회·체육·문화 등 여러 방면에 잡다한 프로그램을 남발해 대구시가 집약할 선택들을 잘 집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혁신도시 파동, 한반도 대운하 건설, 수도권 규제완화 등과 관련, 속시원한 문제 제기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국장 2명이 구속되는 등 일부 간부공무원의 비리문제도 대구시가 부담으로 떠안을 수밖에 없다. 경북도청 ‘안동·예천’ 이전에 따른 대구시 공동화 문제도 지금부터 준비할 과제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김범일 시장 “대구국가과학산단 임기내 착공” “침체됐던 대구의 경제에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민선 4기 전반기 시정을 이같이 자평했다. 그는 “지역 경제의 장기 침체, 수도권 경제·인구의 집중 현상 등 대내외적으로 어려웠지만 경제 살리기에 주력한 결과로 생각한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김 시장은 대형 국제행사인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유치하는 성과를 올렸고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 지정 등의 대형 프로젝트도 성사시켰다. 여기에는 “시민의 단합이 큰 힘이 됐고,‘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되찾은 게 겉으로 드러난 성과보다 값진 자산”이라고 밝혔다. 김 시장은 향후 시책에 대해서도 “2년 내에 동·북구 주민의 숙원인 K-2공군기지 이전 사업이 국방부의 계획에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대통령 공약사업이자 지역 핵심 현안인 대구국가과학산업단지와 영남권 신국제공항 조성사업도 임기 내에 첫 삽을 뜨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시장은 “앞으로 경제자유구역 조성 사업을 구체화하고 내년에는 지역의 미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대기업을 적극 유치하겠다.”고 덧붙였다. 최근 정부가 사실상 포기 방침을 시사한 한반도 대운하 건설과 관련해서는 “대구∼부산 낙동강운하 건설은 반복되는 홍수 피해, 수량 부족, 수질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대운하와 관계없이 추진돼야 할 과제로 생각한다.”며 “부산·경북·경남·울산 등 영남권 광역지자체장과 협의해 공식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발생한 시청 고위 간부 비리와 관련 “간부 공무원 전원이 자기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앞으로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시장은 “후반기에는 도약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지식기반산업 육성과 글로벌 도시환경 조성에도 더 많은 신경을 쓰겠다.”고 밝혔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명사들의 여름나기] 소설가 한승원씨

    [명사들의 여름나기] 소설가 한승원씨

    “여름 휴가요. 뭐 특별한 게 있겠습니까. 글쟁이가 그저 열심히 글 쓰는 게 여름 나는 최고의 방법이죠.” 최근 조선 실학자 정약용의 삶을 파고든 장편 역사소설 ‘다산’(랜덤하우스)을 펴낸 소설가 한승원(69)씨.13년 전 서울을 떠나 전남 장흥군 율산리 아담한 언덕에 마련한 집필실 해산토굴(海山土窟)에서 창작에 몰두하고 있는 그의 여름 나기 비법은 한마디로 이열치열(以熱治熱), 즉 여름 사냥이다. 이글거리는 태양이 내리쬐는 여름에는 땀을 많이 흘려줘야 겨울철에 감기에 안 걸리고 몸도 건강해진다는 믿음에서다. “이렇게 시원한 데를 놔두고 어디로 피서를 떠나겠습니까. 아침 일찍 일어나 차밭에 나가 예초기로 풀을 깎는 것도 나에게는 좋은 피서법이죠. 차밭의 풀이 엄청나게 빨리 자라나 그때그때 깎아줘야 하거든요.”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굳이 피서를 가기보다 땀을 흠뻑 흘려 더위를 쫓아버린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한씨에게는 여름이 ‘수확의 계절’이나 다름없다. 무더위를 이기기 위해 글쓰기에 몰두하거나 차밭에 나가 풀을 깎기 때문이다. “이번에 펴낸 ‘다산’도 지난해 여름 집중적으로 쓴 것입니다. 글쓰기에 미치다 보면 어느새 더위는 저 멀리 달아나 있거든요.” 그래도 덥다고 느끼면 웃통을 벗고 시원한 물수건을 어깨에 걸치고 글을 쓴다고 한다. 그는 오래 전부터 조금씩 써오던 ‘글쓰기 비법’을 최근 탈고해 올여름을 시원하게 보내고 있다. 하지만 그에게도 여름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속이 너무 예민해 여름이 되면 배탈이 나곤 하기 때문이다. 그는 “서울에 있을 때는 배탈이 너무 심해 입원까지 했다.”면서 “늘 끓이고 익혀 먹다 보니 조금 번거로울 때도 있다.”고 했다. 한씨는 서울신문 독자들에게 ‘시경’과 ‘주역’ 두 권의 책을 추천했다. “‘경(經)’자가 들어가는 책이라고 무조건 근엄하고 어렵게만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사실 별로 어렵지 않아요.‘시경’의 경우 남녀의 사랑이 적나라하게 표현돼 있는 만큼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지요.” “‘주역’도 잘 풀이한 책을 사서 천천히 읽어내려가면 자신도 모르게 빠져드는 재미있는 책”이라는 그는 “동전 6개를 가지고 괘를 지어가며 읽으면 책을 놓기 싫을 정도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누구든 마음의 자양분이 되는 ‘시경’이나 ‘주역’에 한번 빠져들면 올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을 겁니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경남, 연해주 대규모 농장 개척

    경남, 연해주 대규모 농장 개척

    경남도가 지역 주민을 위한 안정적인 식량기지 확보 차원에서 러시아 연해주에 대규모 농장 개발을 추진한다. 중국, 인도 등 다인구 국가의 빠른 경제성장과 인구 증가, 지구 이상기후 등으로 국제 곡물가격이 상승하는 추세라 식량을 전략적으로 선점하려는 구상에서 나온 발빠른 행보다. 앞으로 식량 공급도 자치단체장의 중요한 업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남도는 27일 해외농장 타당성 등을 조사하기 위해 안상근 정무부지사를 단장으로 한 조사단이 28∼30일 러시아 연해주를 방문한다고 밝혔다. ●조사단 보내 타당성 검토 해외농장개발조사단은 8개 협동농장과 극동 최대의 사일로 공장 등을 둘러보고 협력체를 찾기로 했다. 중요한 임무인 만큼 경남도 출자·출연기관 관계자와 민간 통상전문가로 구성됐다. 하바롭스크 지역 통상자문관을 지냈던 박상제 도의원과 경남개발공사 신희범 사장, 경남무역 김인 사장 등이 동행한다. 연해주 등에 해외농장 개척 경험이 많은 김해 출신의 국제농업개발원 이병화 원장이 안내를 맡았다. 방문할 농장은 체르니코프카에 있는 곡물 사일로와 인근 3개 농장(1만㏊), 스파스크와 리얼바자 지역의 5개 농장(3만㏊) 등이다. 체르니코프카의 농장은 콩, 옥수수 등을 생산한다. 스파스크 등의 5개 농장은 벼, 보리, 밀, 건초 등을 생산할 수 있으며, 저습지 농지 1만 5000㏊를 방목지로 활용할 수도 있는 장점이 있다. ●경남 기술-자본·북한 노동력 접목 조사단은 집적 또는 위탁 투자가 가능한 농장 후보지, 생산물 처리방안 등 농장개발 여건, 사업성 등을 조사·분석하기로 했다.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와 연해주 정부 인사들도 만나 농장개발 방안 및 북한 노동력 고용문제 등도 논의할 예정이다. 연해주 지역은 농토가 광활하지만 국가 지원이 거의 없어 인력·장비·자금난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비옥했던 경지가 황무지로 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경남도는 연해주에 이른바 ‘경남농장’이 확보되면 농업 기술력과 자본, 북한의 노동력을 결합해 농사를 짓는 ‘남북 농업협력사업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남북 농업협력사업 새 모델로 수확된 식량은 단기적 방안으로 식량이 부족한 북한도 돕고, 장기적으로는 해외에 안정적 식량전진기지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연해주는 우리나라와 가깝고 땅 값도 자본투자 측면에서도 가치가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앞으로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식량공급 수출 거점으로도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앞서 경남도는 해외농장 개발과 관련, 실무진의 현지 실태조사를 마친 뒤 정부차원 정책제안서를 중앙 정부에 제출한 바 있다. 창원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민선4기 중간 점검] 경북 5조7000억… 최다 투자 유치

    [민선4기 중간 점검] 경북 5조7000억… 최다 투자 유치

    경북도는 민선 4기 전반기 동안 ‘지역경제 살리기’에 모든 행정력을 쏟아 부었다. 산업 체제를 재편하고, 일자리를 늘리는 등 ‘웅도 경북’ 신화 재창조를 위한 기틀을 다졌다. 도는 이 기간 무려 5조 7000억원의 사상 유래없는 투자유치 성과를 올렸다.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 유치, 경북도청 새 도읍지(안동·예천) 결정 등 현안을 무더기로 해결했다. 하지만 이같은 사업을 추진하면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역의 반발도 컸다. 지역간 균형발전과 특정 지역의 악화된 민심을 수습하는 것도 ‘발등의 불’이다. 도는 지난 2년 동안 가장 큰 성과로 괄목할 기업 투자유치를 꼽는다. 쿠어스텍, 아사히글라스, 오릭스 등 14개 외국계 기업으로부터 1조 7000억원의 투자를 이끌어 냈다. 소디프신소재, 포스코연료전지, 현대모비스 등 50개 국내 기업은 이 지역에 무려 4조여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투자 유치 출장 거리 41만㎞ 이런 성과는 김관용 지사의 공격적 마케팅 전략에서 비롯된다. 김 지사는 침체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 지구촌 곳곳을 누볐다. 거리로 환산하면 지구 10바퀴인 41만㎞를 오간 셈이다. 외국계 기업으로부터 돈을 끌어 들여 생산기반을 확충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다. 그는 도지사 공관을 해외 투자 유치와 통상 교류를 위한 전초기지로 탈바꿈시켰다. 외국 바이어를 접대하고 투자양해각서를 교환하는 장소로 활용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엔 산업자원부로부터 ‘외국인 기업유치 최우수상’과 ‘지역산업정책 대상’을 받았다. 김 지사의 이같은 노력은 한국언론인연합회로부터 ‘올해의 자랑스러운 한국인 대상’을 받을 정도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자리도 3만 5000여개가 새로 생겼다.2006년 2.4%였던 실업률도 2.1%로 뚝 떨어졌다. ●전통산업, 첨단산업으로 재편 도는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FEZ)을 유치, 재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이를 바탕으로 ▲구미 디지털산업 ▲경산 학원연구 ▲영천 하이테크파크 ▲포항 융합기술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한다. 전통산업을 첨단산업으로 재편하는 사업이 활발히 펼쳐질 전망이다. 이를 위해 대구시와 공동으로 조만간 경제자유구역청의 문을 여는 등 관련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실시된 대통령 업무보고 때는 구미 국가산업 5단지, 포항 부품산업단지 조성 등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약속을 이끌어 냈다. 산단 확충은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에 필수적 요건이기 때문이다. 도는 지난 6월 새 도청 이전지로 안동·예천을 결정했다.1981년 대구광역시가 경북도에서 분리된 지 27년 만에 해묵은 숙제를 해결한 셈이다. 김 지사 특유의 ‘결단’과 ‘뚝심’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도 관계자는 “지난 2년간은 ‘부자경북’ 건설과 ‘경북 백년대계’의 초석을 놓은 중요한 시기였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300만 도민과 함께 경북의 자존심과 영광을 재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소외지역 민심 수습 등 과제도 많아 그러나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새 도청 유치 탈락지역에 대한 보상대책 마련과 주민화합을 이끌어 내는 것이 급선무다. 도는 그동안 도청 이전이라는 ‘치적’ 쌓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도청 유치 탈락지역을 배려하는 노력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지역 균형발전 정책은 실패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경제자유구역 유치와 동해안 에너지클러스터 구축 등 굵직한 사업이 일부 지역에 국한된 탓이다. ‘동서 6축 고속도로’‘영남권 신공항’ 등 지난 10년간 지지부진했던 사회간접자본시설(SOC) 확충도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이제 시작에 불과한 국가산업단지 조성과 도청 이전, 낙동강·백두대간 프로젝트, 동해안 해양 개발 등 난제도 많다. 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경북 이전 기업 감세등 인센티브 확대” “앞으로 경북에는 거대한 투자의 물결이 몰려 올 것입니다.” 김관용 경북지사는 “지난 2년 동안 국내·외 곳곳을 찾아 다니며 투자유치를 위한 씨를 뿌려 놓았다.”면서 “이제는 ‘수확’을 지역 발전의 동력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최근 LCD 생산업체인 LG디스플레이㈜와 구미에 1조 3000억원을 투자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며 “이를 계기로 국내·외 투자 유치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수한 기업 유치를 위해 조세 감면, 세제지원 확대 등 금융·세제 보완 등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지방 이전 기업에 각종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는 도청 이전과 관련, 반발을 의식한 듯 “이 사업은 선거 공약이자 300만 도민과의 약속”이라며 “그런 만큼 도청이전이 차질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낙후지역 개발계획 수립 등 후속 조치에 소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낙동강운하 건설에 가장 큰 기대를 걸었던 그는 “중앙정부가 여론에 떠밀려 사업 추진을 못한다면 지방정부가 예산을 투입해서라도 관련 용역을 실시하겠다.”며 “운하 사업은 낙동강의 준설과 물관리,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균형발전협의체 공동의장이기도 한 김 지사는 “때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가 수도권에 비해 지방발전을 우선하는 지역발전 정책 추진에 대해 환영한다.”면서 “정부는 이를 위해 재정 과 세제 측면의 지원을 확대하고, 각종권한을 지방에 대폭 위임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긴급점검-바이오연료의 두 얼굴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긴급점검-바이오연료의 두 얼굴

    서울신문은 ‘한국의 미래, 위기를 희망으로’라는 연중 기획물의 일환으로 지난 한 달간 ‘석유 이후 영원한 에너지를 꿈꾸다’편을 마련, 지구촌 곳곳의 신재생에너지 현황과 그것의 한국 적용 가능성을 살펴봤다. 이를 통해 미래 에너지원으로서의 태양광과 풍력, 바이오연료, 자원 재활용 등의 다양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한정된 지면 탓에 취재 내용을 모두 소개하지는 못했다. 차세대 유력 에너지원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바이오연료를 둘러싼 논란의 이면을 조명해본다. |상파울루·피라시카바(브라질) 오상도특파원|“바이오연료 생산 확대는 인류에 대한 범죄행위다.”(유엔인권위원회 식량특별조사팀) 청정에너지로 각광받던 바이오연료가 세계적 식량위기가 도래하면서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할 운명에 놓였다. 옥수수, 밀, 대두 등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야 할 식량이 자동차 주유구로 흘러들고 있다는 비난 때문이다. 지난달 초 로마에서 열린 유엔 식량안보정상회의에서는 이런 분위기가 그대로 반영됐다. 바이오연료가 식량가격 폭등에 미친 영향을 놓고 각국 정상과 전문가들 사이에선 의견이 엇갈렸다. 주요 생산국인 미국과 브라질, 유럽연합(EU)도 첨예한 이해관계를 드러냈다. EU측 최대 생산국인 독일은 오히려 “음식을 공급받을 권리가 자동차 연료에 대한 권리보다 앞선다.”면서 미국과 브라질을 압박하고 나섰다. 하지만 미국 측은 “식량가격 폭등에 바이오연료가 미친 영향은 3% 미만”이라고 반박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5%, 국제 민간연구소는 30%라고 보는 등 천양지차다. ●바이오연료의 정치학 바이오연료는 식량 생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식량안보정상회의 기간 브라질 상파울루에 체류 중인 취재진은 “식량위기의 원인은 선진국의 보호무역주의와 메이저 석유기업에 있다.”는 룰라 브라질 대통령의 발언을 접했다. 이는 바이오연료를 둘러싼 헤게모니 싸움으로 번져 ‘EU·기타 국가 대 미국·브라질’이란 대척점을 만들었다. 내면적으론 다시 미국 석유자본에 대한 남미 좌파정부의 반감이 섞여 복잡한 양상을 띤다. 브라질은 바이오연료를 앞세워 온두라스, 니카라과 등 중미통합체제(SICA) 회원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룰라 대통령은 최근 “식량위기는 오히려 중남미 국가에 기회가 된다.”면서 “넓은 토지, 풍부한 인력과 강우량을 곡물과 바이오연료 생산에 활용하면 경제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미 국가에 바이오연료 제조기술을 전수하는 곳도 바로 브라질이다. 이 때문에 EU와 미국의 드센 견제도 받는다.EU는 현재 바이오연료를 생산하는 데 ㏊당 45유로의 보조금을 주는 반면, 브라질산 에탄올에는 ℓ당 0.19달러의 관세를 부과한다. 미국도 브라질산 에탄올에 갤런(3.8ℓ)당 0.54달러의 관세를 부과하는 대신 자국 생산업체에는 갤런당 0.51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바이오연료의 경제학 브라질이 에탄올을 생산하는 비용은 미국의 2분의1,EU의 3분의1에 불과하다. 사탕수수밭 1㏊당 6800ℓ의 에탄올을 생산해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바이오에탄올과 바이오디젤을 더한 전세계 생산량은 미국이 43%로 브라질(32%)과 EU(15%)를 크게 앞지른다. 상파울루대 마르시아 모랄레스(농경제학) 교수는 “유류값 상승에 따른 유통비용 증가야말로 곡물가격 상승의 주요 요인”이라며 “미국이나 EU와 달리 곡물이 아닌 사탕수수로 에탄올을 생산하는 브라질에 대한 비난은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코트라 브라질지사의 김건영 관장도 “브라질에는 경작 가능한 미경작 유휴지가 90%나 남아 있다.”면서 “아마존 파괴나 노동착취와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공개한 바이오에탄올의 지난해 전세계 생산량은 520억ℓ로 7년 전보다 3배나 늘었다. 에탄올 생산에 사용하는 곡물은 국가별로 다르다. 미국은 옥수수를, 브라질은 사탕수수를,EU는 밀과 사탕무우를 주로 쓴다. 브라질의 경우,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하기 위한 사탕수수 재배는 전체 경작지의 0.5%(320만㏊)에 불과하고, 에너지 균형 비율(투입된 에너지량과 산출된 에너지량의 비율)도 8.3으로 밀(1.2), 옥수수(1.3∼1.8), 사탕무우(1.9)에 비해 월등히 높다. 미국의 대선 주자인 매케인 공화당 후보도 미국에서 값비싼 옥수수로 에탄올을 생산하기보다 브라질에서 사탕수수 에탄올을 수입하는 게 좋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여전히 바이오연료의 식량위기 연관설은 결론짓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기준으로 바이오연료 생산에 투입된 곡물은 세계 전체 생산량의 5% 수준”이라며 “동물사료에 들어간 36%와 비교하면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최근 “바이오연료가 없었다면 2005년 이후 세계는 하루 100만배럴의 원유를 더 필요로 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부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바이오연료 생산을 위해 늘어난 옥수수 생산이 오히려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일반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에 완충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FAO도 애그플레이션 유발과 관련,“일부 신흥 개발도상국들의 급속한 경제성장과 식량수요 증가, 식량재고 감소, 주요 식량수출국의 저조한 수확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어느 한 요인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sdoh@seoul.co.kr ●바이오연료란 식물이나 농작물의 추출물, 동물 배설물로 만든 연료를 일컫는다. 휘발유를 대체하는 바이오에탄올(80%)과 경유를 대체하는 바이오디젤(20%)이 주류를 이룬다. 바이오에탄올은 옥수수, 사탕수수, 사탕무우, 고구마, 카사바 등에서 녹말 성분을 발효시켜 생산한다. 휘발유에 에탄올을 10%만 섞은 E10의 경우 기존 자동차 엔진에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기존 화학첨가제인 MTBE가 발암물질로 판명되면서 대체 첨가제로도 각광받고 있다. 바이오디젤은 유채(기름을 짜는 채소류), 콩, 해바라기씨, 팜유, 자트로파 등 지방 성분을 지닌 작물이나 폐식용유 등에서 추출한다.
  • 나라 망친 지도자의 참모들

    나라 망친 지도자의 참모들

    ‘측근의 수준이 곧 지도자 수준’이란 말이 있다. 주변에 어떤 사람을 두고 무슨 이야기와 조언을 듣느냐에 따라 지도자의 능력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 인터넷판은 22일 잘못된 조언으로 국정을 혼란에 빠트린 최악의 참모 5명을 소개했다. 지도자의 철저한 신임 아래 권력을 쥐었으나 무능력과 독선, 의욕과잉으로 지도자를 잘못된 판단으로 이끌어 나라를 망친 이들이다. 짐바브웨의 조지프 메이드 전 농촌개발부 장관은 2004년 국제구호단체가 식량원조를 제안했을 때 곡물 수확량을 잘못 계산해 수많은 국민을 아사 위기에 빠트렸다. 당시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은 곡물 수확량이 240만t으로 충분하다는 메이드의 말만 믿고 식량원조를 거절했으나 실제 수확량은 70만t에 불과했고, 이로 인해 인구의 12%인 150만명이 기근에 시달렸다. 프랑스 전 노동부장관 마르틴 오브리는 2000년 ‘오브리법’으로 불리는 주 35시간 노동시간 단축법을 시행했다. 그는 70만명의 추가 고용효과를 장담했으나 노동강도 증가와 실업률 상승 등의 부작용으로 지금까지 프랑스 경제에 깊은 주름을 안기고 있다. 조지 부시 행정부의 대표적 네오콘인 더글러스 페이스 전 국방차관도 실패한 조언자로 꼽힌다. 그는 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장관, 폴 울포위츠 전 국방 부장관 등과 더불어 이라크전쟁을 기획했다.2003년 전후 이라크 상황을 안이하게 생각해 미국과 중동지역을 긴 전쟁의 수렁으로 끌어들였다. 내전과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발호에 대해서도 수수방관했다는 지적이다. 무능력한 면에선 타이완 전 부총리 추이런(邱義仁)도 만만치 않다. 타이완 정부는 2006년 파푸아뉴기니와의 수교를 위해 2명의 외국인에게 3000만달러를 건넸다가 사기를 당했다. 추이런 전 부총리가 파푸아뉴기니 정부에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라며 외무부에 추천한 이들이 사기꾼이었다. 만토 차발랄라 음시망 남아프리카 공화국 보건부장관은 국제행사에서 상식을 뛰어넘는 황당한 발언과 발상으로 나라 망신을 톡톡히 시켰다.2006년 토론토 국제에이즈회의에서 에이즈 바이러스를 레몬과 마늘로 치료해야 한다고 주장해 비웃음을 샀다.2001년 24%였던 임신 여성의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율이 2006년 29%로 증가한 배경에는 이런 보건부장관의 엉뚱한 소신(?)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한국의 토종] (10) 한산모시

    [한국의 토종] (10) 한산모시

    찌는 듯한 무더위가 초여름부터 계속되고 있다. 에어컨도 없던 시절, 그저 부채바람으로 땀을 식히던 때에 옛 어른들은 무슨 옷을 지어 입고 어떻게 더위를 견뎠을까.‘입고 있어야 오히려 시원하다’는 전통 옷감이 있었으니 바로 토종 ‘삼베’와 ‘모시’다. 삼베는 대마(大麻)의 껍질을 벗겨 삼은 올이 굵은 직물로 서민들이 주로 즐겨 입었다. 삼베보다 올이 가늘고 촘촘한 모시는 저마(苧麻)의 껍질을 벗겨서 만든다. 모시는 결이 곱고 부드러운 만큼 만들기가 까다롭고 값이 비싸 지위가 높은 층이 사용했다. 속이 비칠 듯 말 듯하면서 바람이 잘 통하는 모시옷을 입고 체면도 지키고 맵시를 뽐내면서 여름 한철 더위를 난 것이다. 하늘하늘 잠자리 날개처럼 속살을 내비치는 모시옷 한 벌은 당시엔 최고의 ‘명품(名品)’이었다. ●모시의 역사는 삼국시대 이전까지 올라가 이 땅에서 모시의 역사는 삼국시대 이전까지 올라간다.‘삼국지’나 ‘후한서’ 등의 기록에 보면 삼한시대부터 마섬유를 재배하였던 것을 알 수 있다. 삼국사기에는 “신라 문무왕 32년에 ‘30승포(升布)·40승포’의 극세포(極細布)를 중국에 공물로 보냈다.”는 기록이 보인다.“세(細)모시 옥색치마 금박물린 저 댕기가…” 김말봉이 쓴 우리 가곡 ‘그네’의 한 소절이다. 장마가 소강상태로 후텁지근한 날씨가 계속 이어진 이달 초순, 노랫말에 나오는 ‘세모시’로 이름난 충남 서천군 한산(韓山)면을 찾았다.“예부터 한산모시를 최고로 쳤어요. 임금님 진상품으로 올라갔으니까요.” 모시수확이 한창인 밭으로 안내를 하던 장정수(69·서천군 모시재배회장)씨의 말이다. 수확한 모시풀에서 옷감이 나오기까지는 공이 많이 들어간다. 모시짜기의 제작과정은 재배와 수확, 태모시 만들기, 모시째기, 모시삼기, 모시굿 만들기, 모시날기, 모시매기, 모시짜기, 모시표백 등 그 공정이 까다롭기 그지없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4호인 ‘한산모시짜기’의 기능보유자 방연옥(61)씨.“옛날에는 집집마다 베틀에서 모시짜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지요.” 워낙 손이 많이 가고 수익은 적어 현재는 겨우 몇집만이 전통적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단다.“입을수록 제 살갗처럼 윤기가 나는 것이 모시”라며 섬세하고 단아한 토종모시가 사라지는 것을 아쉬워했다. ●디자인·직조기술 개선 세계화 사업 추진 정성어린 손길을 거친 모시섬유는 순백색에 비단 같은 광택이 난다. 옷도 해 입고 방석이며 이불도 했다. 예전에 대갓집에서 모시로 수의를 했는데 나라에서 금했다고 할 만큼 사치스럽기까지 하다. 서천군은 쇠퇴하는 모시산업을 육성 발전하기 위해 ‘세계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나철순(52·한산모시세계화사업단장)씨는 “토종 한산모시를 세계적인 명품으로 만들어 보겠다.”며 자신의 포부를 밝힌다.“작년부터 지리적 표시 인증제도를 시행하는 한편 현대적 감각에 맞는 디자인과 직조기술의 고급화 교육 등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우수한 ‘토종모시’를 지키는 작업은 단순히 ‘전통을 보존하자’는 감성적인 차원에서만 접근할 일이 아니다. 멋스럽고도 실용적인 옷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활성화되고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흰 모시적삼에 한 손엔 부채를 든 여유 있는 모습을 여름철 곳곳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계절에 순응하며 살았던 옛 조상의 지혜를 보듯이. 글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임동균 한화석유화학 과장 영어공부 비결

    임동균 한화석유화학 과장 영어공부 비결

    “하루 7시간보다 일주일에 한 시간씩이라도 매일 매일 하는 게 중요해요. 빨리 결과가 나오기를 바라는 조급함도 버려야 하고요.” 한화 석유화학 기획실 임동균(34) 과장이 꼽는 영어 잘하는 비결이다. 듣고 보면 너무 단순하지만 따라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임 과장은 회사 내에서 영어를 가장 잘하는 사원으로 통한다. 해외 IR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카투사로 군복무를 했다는 것을 빼면 ‘영어’와는 별다른 인연이 없다. 대학 때도 남들 하는 리딩 위주의 공부를 했던 게 전부다. 다만 전공(고대 무역학과)과 관련한 영어과목을 찾아다니면서 들었고 어학에는 원래 관심이 많았다. “카투사에 들어가면 다시 배치시험을 보는데 성적이 나빴어요.‘듣기’가 취약했기 때문이죠. 대구에서 헌병으로 근무했는데 처음에는 말을 못 알아들어 정말 고생했죠. 다행히 제대할 때쯤에는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로 자신감이 붙은 게 군대에서 얻은 수확이라면 수확이었죠.” ●같은 내용 반복해서 읽으면 속도 빨라져 제대 후에는 미국 오리건주 코발리스에 있는 오리건주립대에서 4개월간 어학연수를 한 게 해외경험의 전부다. 미국에 있을 때는 영어공부를 하려고 일부러 미국인 목사가 있는 교회를 다녔다. 본격적으로 영어실력이 늘어난 것은 해외영업을 맡고 출장을 자주 다니며 실전경험을 쌓으면서부터다.IR를 맡으면서 영어를 쓸 기회가 많아졌다. “처음 IR팀에 와서는 미국 등 네이티브 스피커가 오면 바짝 긴장을 했어요. 원어민의 특유한 발음 때문에 ‘리스닝’이 쉽지 않은 데다, 열심히 얘기했는데 두서 없이 말한 것 같기도 하고, 상대방이 못 알아듣는 것 같기도 했죠. 또 투자자들은 정부정책뿐 아니라 우리 그룹과 관련된 얘기, 건설분야 등 관심의 폭이 방대한데 이를 일일이 영어로 설명하기가 쉽지 않더군요.6개월 정도 지나니까 그제서야 어느 정도 갈피가 잡혔죠.” 임 과장은 영어실력을 키우기 위한 첫번째 방법으로 꾸준히 공부할 것을 추천했다. “영어실력은 점진적으로 계단식으로 느는 것 같아요. 어느 정도 수준이 돼 유지만 해주면 그 다음부터는 잊어버리지 않으니까요. 다만 학습자들이 너무 조급하게 결과를 원하는 게 문제일 뿐이죠.” 구체적으로 말하기와 듣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말하기 공부를 위해서는 수필류 같은 쉬운 책부터 소리 내서 읽어보면 좋습니다. 너무 어려우면 내용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죠. 같은 내용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 한국말과 비슷한 빠르기의 수준까지 속도를 점차 높여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런 식으로 하루 30분씩이라도 꾸준히 해나가면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것을 스스로 느낄수 있을 겁니다.” 말하기보다 더 강조하는 것은 듣기다. “일단 못 알아들으면 말할 수가 없죠. 저도 누군가 해준 ‘무조건 들어라. 그러면 거짓말처럼 어느 순간 귀가 뚫린다.’라는 말을 믿고 CNN 뉴스를 한 달간 뜻도 모르면서 넋 놓고 들은 적이 있어요. 하지만 제 경험으로는 안 되더군요. 일정 수준에 오를 때까지는 차라리 지문과 해설이 나와 있는 교재용 영어가 훨씬 도움이 됩니다. 그 다음에 자신감이 붙으면 CNN보다는 속도가 느린 VOA 뉴스나 우리가 이미 내용을 대충이라도 알고 있는 국내 영어방송 뉴스를 듣고, 그 다음에 실력이 더 쌓이면 CNN을 듣는 식이죠.” ●말하기·듣기 가장 중요…조급함 버려야 그 역시 요즘도 경제분야의 새로운 정보를 얻기 위해 CNN 경제뉴스나 블룸버그 뉴스 등을 챙겨 듣는다. 임 과장은 “아직도 실력이 많이 모자라서인지 요즘도 그날그날 컨디션에 따라 (영어실력의) 기복이 심하다.”면서 “기회가 되면 해외지사에서 일해 보고 싶다.”고 밝혔다. 글 김성수·사진 류재림기자 sskim@seoul.co.kr
  • [서울신문 창간 104주년 특집-베이징 올림픽] ‘수영황제’ 올림픽史 고쳐 쓸까

    [서울신문 창간 104주년 특집-베이징 올림픽] ‘수영황제’ 올림픽史 고쳐 쓸까

    올림픽 사상 최다관왕은 1972년 뮌헨올림픽 7관왕에 오른 미국의 수영영웅 마크 스피츠.6관왕은 3명 있었다.88년 서울올림픽의 크리스틴 오토(당시 동독·수영)와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의 비탈리 세르보(러시아·체조),2004년 아테네올림픽의 마이클 펠프스(미국)가 주인공. 이미 올림픽사에 족적을 남긴 ‘수영황제’ 펠프스(23)가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 스피츠의 전설에 도전한다.193㎝에 88㎏의 탁월한 하드웨어를 지닌 펠프스는 지난해 멜버른 세계선수권대회 7관왕에 올라 ‘베이징 신화’의 가능성을 비쳤다. 최근 미국 대표선발전에서 9개 종목에 출전을 신청했던 펠프스는 자유형 400m 등 4개 종목을 과감하게 포기했다. 불확실한 종목에 출전하는 대신 체력안배를 확실히 해 금메달 개수를 늘리겠다는 계산. 이에 따라 펠프스가 출전 가능한 종목은 8개(개인 5개·계영 3개)로 줄었다. 물론 펠프스가 스피츠의 기록을 깨지 못하더라도 개인 최다 금메달을 수확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을 전망이다. 라리사 라티니나(구 소련,56·60·64년)와 파보 누르미(핀란드,20·24·28년), 스피츠(68·72년), 칼 루이스(84·88·92·96)가 9개의 금메달로 공동 선두지만, 펠프스가 4개만 보태면 새로운 전설이 된다. 펠프스의 도전에 대해 스피츠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하면서도 “세계선수권과 올림픽은 부담감 자체가 다르다.”고 충고했다. 펠프스가 중압감을 이겨내고 112년 올림픽 역사를 고쳐쓸지 스포츠팬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프로야구] 김광현 150km ‘11승 컴백쇼”

    [프로야구] 김광현 150km ‘11승 컴백쇼”

    김광현(SK)의 승수 쌓기가 거침 없다. 어깨 통증으로 엔트리에 빠졌다가 17일 만에 선발 등판한 김광현은 5연승을 달리며 시즌 11승(3패)으로 다승 1위를 굳게 지켰다. SK는 9일 문학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과의 경기에서 김광현이 7이닝 동안 삼진 3개를 곁들이며 3안타 4볼넷 무실점으로 역투한 덕에 3-0으로 승리했다. 김광현은 최고구속 시속 150㎞의 강속구에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조합, 상대 타선을 요리했다. 방어율도 2.56에서 2.38(1위)로 끌어내렸다. 위기 관리 능력도 돋보였다.5회 1사 뒤 볼넷을 내줬지만 후속 타자를 병살로 잡아냈고,6회에도 선두 박한이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김재걸을 병살로 처리, 점수를 주지 않았다.‘욕설 파문’ 뒤 세 번째 등판한 윤길현은 3-0으로 앞선 9회초 1사 1,2루에서 세 번째 투수로 나와 타자 2명을 뜬공과 삼진으로 돌려세워 시즌 첫 세이브를 올렸다. 타선도 집중력을 발휘, 김광현의 연승 행진을 거들었다.0-0으로 맞선 5회 타순이 한바퀴 돌며 안타와 볼넷 3개씩을 뽑아내 3점을 수확했다. 두산은 잠실에서 선발 김선우가 7이닝을 3안타 무실점으로 역투한 데 힘입어 5-1로 승리,LG를 3연패로 몰아넣으며 3연승했다. 김선우는 3연패 뒤 3연승을 질주했다.LG 선발 정찬헌은 4와3분의2이닝 동안 8안타 4실점, 시즌 최다패인 11패(3승)의 수모를 안았다. 우리 히어로즈는 목동에서 선발 장원삼이 6이닝을 6안타 3실점으로 쾌투하고 전준호가 3안타의 맹타를 휘두른 데 힘입어 롯데를 9-4로 제압,2연승했다. 히어로즈의 다카쓰 신고는 4연속 세이브에 성공, 팀 상승세의 주역이 됐다. 한화는 광주에서 홈런 타자들이 대포 대신 빠른 발로 승부한 데 힘입어 6연승을 노린 KIA에 7-4로 역전승했다. 더그 클락이 2개, 김태균과 이범호가 1개씩 도루를 성공시킨 것. 한화는 2연패를 끊으며 롯데를 1경기 차로 밀어내고 3위로 복귀했다. 김영중기자 jeunesse@seoul.co.kr
  • 김숙-김계관 전격 회동

    |베이징 김미경특파원|10일 개막하는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회의에 앞서 남북 수석대표가 9일 오후 5시30분(현지시간)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회동, 비핵화 2단계 마무리 및 3단계 진입 등에 대한 서로의 입장에 대해 탐색전을 벌였다. 남북 수석대표 회동은 이명박 정부 들어 우리측 수석대표가 바뀐 뒤 지난 5월30일 같은 장소에서 처음 열린 후 5주 만에 이뤄진 것이다. 우리측 수석대표인 김숙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오후 북측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1시간여 회동한 뒤 브리핑을 갖고 “이번 회담의 의제별 서로의 입장을 설명하고 의견을 교환했다.”며 “중요한 문제에 대한 인식이나 우선 순위에 있어 서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다시 느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이어 “참가국 모두가 회담에 대해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는다.”며 “이번 회담이 열매를 수확하게 될지, 익지 않은 열매를 기다려야 할지는 내일 수석대표회의가 열린 후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간 검증방안에 대한 이견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북측이 검증문제에 있어 우리측에 충실히 협조하겠다는 일반 원칙을 밝혔지만 회담을 열어봐야 안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미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도 이날 북측 김 부상과 양자회동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번 회담에서 검증체계에 대해 합의해야 한다.”며 “대북 에너지 지원 문제에 대해서도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또 “검증에 몇 주가 걸릴지, 몇 달이 걸릴지 모른다.”며 “먼저 검증체계가 어떤 모양을 갖추게 될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chaplin7@seoul.co.kr
  • [병자호란 다시 읽기] (79) 남한산성의 나날들 Ⅲ

    [병자호란 다시 읽기] (79) 남한산성의 나날들 Ⅲ

    왕세자를 보내지 않으면 화친은 꿈도 꾸지 말라는 청군 지휘부의 요구가 있은 직후 성안의 분위기는 복잡했다. 여전히 화친을 시도해야 한다는 부류와 화친은 이미 물 건너갔으니 최후의 결전을 벌여야 한다는 부류로 나뉘었다. 결단은 쉽지 않았다.1636년 12월17일 청군이 성을 향해 올라오고 있었음에도 도체찰사 김류는 발포하지 못하게 했다. 행여 청군을 자극하여 화친 시도를 망칠까봐 그런 것이었다. 하지만 시간은 결코 조선 편이 아니었다. 화친이든, 결전이든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계속 갈팡질팡할 경우 얼어 죽거나 굶어 죽기 십상이었다. ●군량 고갈·동상환자 속출로 지구전 불가 포위가 길어지면서 남한산성의 형세는 날이 갈수록 고단해졌다. 성을 에워싼 청군의 압박도 문제였지만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여러 가지 물자들이 고갈되고 있었던 점이었다. 남한산성에 몰아친 한파는 혹독했다. 갑자기 소집되어 들어왔던 병사들이 방한(防寒) 장구를 제대로 갖췄을 리 없었다. 그저 빈 가마니 하나를 방한복 삼아 두른 채 밤새도록 살을 에는 추위와 싸워야 했다. 이미 12월17일 성첩을 지키는 병사들이 추위 때문에 손과 발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동상에 걸리는 병사들이 속출했다. 군량이 고갈되는 와중에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동상에 걸리는 병사가 속출하자 사기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군량을 비롯한 물자가 부족해지자 후유증이 여기저기서 불거져 나왔다. 당장 먹이를 제대로 얻어먹지 못해 전마(戰馬)들이 축축 늘어지기 시작했다. 굶주려 늘어져 버린 말을 타고 무슨 전투를 치를 것인가? 성으로 들어온 지 닷새도 되지 않아 극심한 추위와 물자 부족 때문에 전쟁을 치르기가 도저히 곤란하다는 한탄이 나오고 있었다. 지구전을 벌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분위기가 퍼져가자 결전론(決戰論)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김상헌(金尙憲)을 비롯한 일부 신료들은 적과의 화친을 성공시키려면 전투를 치러 아군의 힘을 보여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맞는 말이었다. 시간은 이미 홍타이지와 청군 편이었다. 제대로 된 전투를 치러 어느 정도 타격을 주어야만 청군도 화친을 고려할 것이고, 화친의 조건 또한 우리 쪽으로 유리하게 이끌 수 있었다. 청군과의 화의(和議)를 주도하던 최명길도 비슷한 주장을 했다. 그는 은을 상으로 내걸어 용사들을 모집한 뒤, 그들을 시켜 적을 기습하자고 주장했다. 타격을 주어 곤혹스럽게 만들어야만 청군이 다시 강화를 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명길은 더 나아가 적정을 세밀하게 정탐한 뒤 광주(廣州)와 이현(梨峴)에 있는 청군 주둔지를 급습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팎으로 퇴로가 막힌 상황에서 인조는 두 사람의 건의를 받아들였다. 그는 기습작전을 벌일 장사들을 빨리 모집하라고 지시했다. ●규모 작지만 수성 뒤 첫 승리 거둬 사기↑ 싸우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는 판단이 서자 인조는 성을 사수하며 결전을 벌이기로 마음을 다잡았다.12월18일 인조는 친히 산성을 순시하면서 방어 태세를 점검했다. 서장대(西將臺-守禦將臺)까지 돌아본 인조는 성첩을 지키는 병사들을 위로하는 조처를 내렸다. 엄동설한에 분투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중군(中軍) 이하 장졸 가운데 6품이 안 된 자는 6품 실직(實職)을 주고,5품 이상은 순서대로 승진시키라고 지시했다. 또 성첩 수비군들에게 향후 10년 동안 전세(田稅)를 면제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인조는 이어 행궁(行宮) 주방에서 사용하던 은기(銀器)를 모아 병사들에게 상을 내리는 데 쓰라고 지시했다. 인조는 남문으로 거둥하여 대소 신료들과 장졸들, 그리고 백성들에게 유시문을 내렸다.‘정묘년에는 종사(宗社)와 생령(生靈)들을 위해 임시로 화친을 허락하고 치욕을 감수했다. 지금 오랑캐가 황제를 참칭(僭稱)하고 우리나라를 업신여기므로 천하의 대의를 위해 그 사신을 배척했다가 이 같은 환란을 만났다. 이제 화의는 이미 끊어졌고 오로지 결전이 있을 뿐이다. 이기면 상하가 모두 온전할 것이요, 이기지 못하면 상하가 모두 망할 것이다. 저 오랑캐가 외로운 형세로 깊숙이 들어왔으니, 사방의 원병이 이어 달려오고 하늘이 돕는다면 우리는 이길 것이다. 아비가 자식을 구하고 자식이 아비를 구하는 마음으로 싸운다면 병력이 비록 적어도 적을 물리칠 수 있나니, 하물며 지금 우리는 많고 적들은 적음에랴!’ 인조는 유시문에서 결연한 자세를 드러냈다. 참으로 오랜만의 일이었다. 그런데 의지는 결연했지만 청군에 대한 인식은 정확하다고 할 수 없었다. 적군이 깊숙이 들어온 것은 맞지만 그들의 병력이 조선군보다 적은 것은 결코 아니었다.12월15일 남한산성 부근에 도달했던 마부대 일행의 병력은 4000여명 정도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산성으로 몰려드는 적병의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조선 조정은 청군이 증강되고 있던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다. 고립된 상황에서 적정(敵情)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인조가 유시문을 내린 것을 계기로 성안의 분위기는 결전의 방향으로 돌아선 것 같았다. 더욱이 인조가 남문으로 갔을 때 전 참봉(參奉) 심광수(沈光洙)가 ‘최명길을 참수하여 화의를 끊고 백성들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입장이 곤란해진 최명길은 거둥 행렬에 있다가 자리를 피했다. 이날 어영부사(御營副使) 원두표(元斗杓)가 정예병 50여명을 이끌고 북문을 열고 나아가 적을 기습했다. 청군은 당황했고 조선군은 처음으로 적 6명을 살해했다. 산성으로 들어온 이후 거둔 첫 번째 승리였다. 아쉬운 것은 그들의 수급(首級·적군의 머리)을 획득하지 못한 점이었다. 당시 청군은 전사한 동료들의 시신을 수습하여 가져가는 데 결사적이었다. 동료의 시신을 적에게 넘겨주지 않는 것은 그들에게 일종의 불문율이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원두표 군의 승리는 성안의 침체된 분위기를 바꾸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 ●청의 대군 몰려와도 깜깜한 조정 12월19일부터 23일까지 조선군은 성밖으로 나가 기습작전을 벌이는 등 소소한 전투를 계속 치렀다. 총융사(摠戎使) 구굉(具宏)과 어영별장(御營別將) 이기축(李起築) 등이 출전하여 전후로 청군 100여명을 죽였다.23일에는 어영군이 청군의 수급을 가져와 성 안에 높이 매달기도 했다. 사람들은 환호했다. 청군에 비해 조선군의 피해는 미미했다. 전후의 전투에서 10명 이내의 전사자와 부상자가 각각 발생했을 뿐이었다. 인조는 수시로 성을 순시하며 장졸들을 위로하고, 전사한 장졸에게 휼전(恤典)을 베풀 것과 그 자손들에게 벼슬을 주라고 지시했다. 몇 차례의 작은 승리를 통해 청군과 싸워 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은 분명 큰 수확이었다. 또 몇 차례 당한 기습에 영향을 받았는지 12월20일과 22일에는 청군 지휘부가 역관 정명수(鄭命壽) 등을 보내와서 다시 화친을 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이미 12월19일 오후, 청군의 좌익(左翼) 주력군 2만 4000명이 남한산성에 도착했다. 성안의 조선 조정은 이 같은 바깥의 변화를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했다. 다만 산성 주변에 포진한 청군 진영에서 불길이 오르고, 산성 서쪽의 먼 곳에서도 불길이 오르는 모습을 보고 상황을 그저 추측할 뿐이었다. 조선 조정은 여전히 근왕병이 오리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이시백(李時白)은 인조에게 열흘 정도만 버티면 희망이 있다고 강조했다. 지방에서 근왕병이 올라올 것이라는 믿음에 근거한 발언이었다.12월19일 인조는 강화유수(江華留守) 장신(張紳)과 강화도 검찰사 김경징(金慶徵)에게 납서(蠟書·밀랍으로 감싼 비밀 문서)를 보냈다. 도원수와 여러 지방의 관찰사, 병사(兵使)들에게 연락하여 근왕병을 이끌고 빨리 산성으로 오게 하라고 지시하는 내용이었다. 강화도는 남한산성과 달리 물길을 통해 다른 지역과 통신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한 조처였다. 근왕병은 과연 올 것인가? 추위와 배고픔과 싸우며 근왕병을 학수고대하는 사이 어느덧 병자년이 저물고 있었다.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
  • 김진수 사장 “식품은 싸다는 인식 버려야”

    김진수 사장 “식품은 싸다는 인식 버려야”

    “‘저렴한 식품’의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젠 식품은 싸다는 인식을 버려야 합니다.” 김진수 CJ제일제당 사장은 7일 “식품 가격이 연일 올라 큰 일이라고 하면서도 음식 쓰레기는 왜 그리 많은 것이냐.”며 이렇게 말했다. 김 사장은 “잦은 기상이변으로 곡물 수확량이 줄고 있고, 중국·인도 등 세계 식량창고 역할을 하던 국가들도 자국 소비증가로 더 이상 다른 나라에 싸게 농산물을 공급할 수 없게 됐다.”면서 “우리 기업과 소비자 모두 이제 더 이상 싼 식품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식품=싼 것=낭비해도 괜찮은 것’이라는 인식을 깨야 한다.”고 강조했다. CJ제일제당이 소재 식품회사에서 가공·신선식품을 주력으로 하는 종합식품회사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필요하다면 직설화법도 마다하지 않는 김 사장의 ‘투지’와 ‘근성’이 바탕이 됐다는 평가다. 실제로 그는 지난 2006년 1월 사장 취임 이후 가공·신선식품 부문 확대에 힘을 쏟아 정착시켰다. 특히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에 집중했다. 다시다, 게토레이, 컨디션 등 CJ제일제당의 히트 상품을 성공시킨 마케터 출신인 김 사장은 CJ제일제당 마케터들에게 ‘적당한 만족’을 경계한다. 자신의 제품을 꼭 성공시키겠다는 열정과 몰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 사장은 지난 1977년 제일제당에 입사했다. 이후 SC존슨, 한국존슨 등을 거쳐 1999년 CJ제일제당 식품본부장(부사장)으로 CJ와 다시 인연을 맺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오디’ 전남농가 효자작목

    최근 웰빙 바람을 타고 뽕나무 열매인 오디가 새로운 농가 소득작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6일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해 영광 34.5㏊, 장성·순천에서 각각 20㏊, 보성 15㏊, 화순 10.7㏊ 등 도내 5개 시·군 145㏊에서 뽕나무 오디를 수확했다. 이들 지역의 올 오디 재배 면적은 245㏊로 1년 새 100㏊가 늘었다. 가격은 ㎏당 4500∼8000원으로 10a(300평)당 순소득이 250만∼390만원에 이른다. 같은 면적에서 생산되는 쌀과 복분자는 각각 54만여원,264만여원이다. 이처럼 고소득 작목으로 알려지면서 전남·북 지역을 중심으로 뽕나무 재배면적이 크게 늘고 있다. 뽕나무는 양잠업이 성행했던 1960∼1970년대 농가의 주 소득원이었으나 사라졌다가 다시 ‘건강식품’ 바람을 타고 살아나고 있다. 특히 다른 작목에 비해 일손이 적게 들고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재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수확기인 5월 하순∼6월 중순 노동력이 집중적으로 투입돼야 하고 보관이 어려운 만큼 음료나 술, 잼 등 다양한 가공식품 개발이 시급한 실정이다.전남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오디가 농가의 소득작목으로 각광 받고 있다.”며 “이를 이용해 다양한 기능성 식품을 개발하고 판로 및 보급 방안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윔블던테니스]비너스 “동생아 미안해…”

    ‘언니 흑진주´ 비너스 윌리엄스(미국·세계 7위)가 8년 만에 윔블던테니스 여자 단·복식을 제패했다. 비너스는 6일 영국 윔블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단식 결승에서 동생 세레나 윌리엄스(6위)를 2-0으로 꺾고 우승했다. 지난 2000년과 2001년,2005년, 지난해에 이어 개인 통산 5번째 단식을 제패한 비너스는 이로써 US오픈 2회를 포함, 개인 통산 7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수확했다. 윔블던 단식에서 5차례 우승한 여자선수는 비너스가 10번째. 최다 우승 기록은 나브라틸로바의 9승이다. 비너스는 또 세레나와 함께 나선 여자복식 결승에서도 리사 레이먼드(미국)-사만다 스토서(호주) 조를 2-0으로 가볍게 따돌리고 윔블던 세 번째 복식 타이틀을 거머쥐었다.2관왕에 오른 비너스는 단식 우승상금 75만파운드와 복식 우승상금의 절반인 11만 5000파운드를 합해 86만 5000파운드(약 18억원)의 ‘돈벼락’을 맞았다. 2002년과 03년 결승에서 동생 세레나에 져 준우승에 그쳤던 아쉬움을 턴 비너스는 그동안 메이저 대회 결승에서는 늘 동생에게 약한 모습을 보였던 게 사실.2002년 프랑스오픈부터 2003년 윔블던까지 5개 대회 연속 세레나를 넘지 못하고 준우승에 머물렀다. 그러나 비너스는 이날 최고시속 209㎞의 강서브로 윔블던 대회기록을 세우는 등 111분 내내 경기를 압도하며 ‘세레나 콤플렉스’를 털어버렸다. 비너스는 “5번째 우승이라니 믿을 수 없다.”면서 “특히 세레나와 결승에서 만나 우승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언니다운 모습도 잃지 않았다. 비너스는 우승 세리머니를 비교적 조용하게 치른 뒤 “하나가 이기면 하나는 지게 돼 있기 때문에 이겨도 그렇게 기쁘지만은 않았다.”면서 “윔블던 우승은 정말 대단한 일이지만 동생의 기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5년 만의 정상 탈환에 실패한 세레나는 “언니의 서브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던 것이 패인”이라면서 “우리 중 한 명이 우승해 만족한다. 또 만나게 되면 준비를 더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산나물 뜯고 물장구 치고…산촌마을 체험하기

    산나물 뜯고 물장구 치고…산촌마을 체험하기

    산림청은 본격 휴가철을 앞두고 15개 산촌마을을 피서지로 선정,‘산촌에서 여름휴가 보내기’ 캠페인에 나섰다. 산림청이 추천한 산촌마을은 전통적인 산간마을의 정취가 살아 있고 물놀이, 산나물 채취, 자연관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숙박시설도 갖춰져 있고 인근에 다양한 관광지가 있어 체험과 관광이 가능하다. 산림청이 여름 휴가지로 추천한 ‘객현리’ 마을은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에 있다. 휴전선과 불과 4㎞ 거리로 감악산 정상에 오르면 비무장지대와 개성을 한눈에 굽어 볼 수 있다. 물놀이와 목공예 체험(사전예약)이 가능해 어린이들에게는 흥미와 자연학습의 기회도 제공한다. 강원도 영월군 ‘동강마을’은 전통적인 나룻배 체험이 가능하고 래프팅을 통해 영월의 명소인 어라연 계곡을 감상할 수 있다. 동강에서 나는 다양한 민물고기 요리를 맛볼 수 있으며 복분자 수확(7월 초까지)도 체험할 수 있다. 충북 괴산군 연풍면 ‘원풍리 마을’은 백두대간 조령산 자락에 자리해 자연 그대로의 울창한 숲이 있는 산촌마을. 한지와 도자기, 목공예 염색, 금속활자, 자연공작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공예촌이 조성돼 있다. 피서지 산촌 정보는 산림휴양문화 포털인 ‘숲에 on’(foreston.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박인비 랭킹 30계단 훌쩍… 12위

    수많은 골퍼들이 메이저대회에 잔뜩 공을 들이는 건 상금 외에도 세계 랭킹 포인트의 배점이 워낙 많은 덕에 상위 랭커의 반열에 축지법 쓰듯 일거에 오를 수 있다는 매력 때문이다. 지난 30일 US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승을 수확한 박인비(20)의 경우도 마찬가지다.박인비가 1일 발표된 여자골프 세계 랭킹에서 총점 227.69점을 기록, 지난주에 견줘 무려 30계단이나 뛰어오른 12위에 이름을 올렸다.LPGA 투어 입문은 이제 2년차. 당연히 자신의 최고 랭킹이다. 공동 3위로 대회를 마감한 안젤라 박(LG전자)과 김인경(하나금융·이상 20)은 각각 9계단과 13계단을 단숨에 뛰어 20위와 34위에 올랐다.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지치지 않는 지존’ 신지애

    ‘지존의 귀환.’ US여자오픈 출전을 위해 2주 동안 ‘외도’에 나섰던 국내 여자프로골프의 ‘지존’ 신지애(20·하이마트)가 돌아왔다. 지난달 15일 BC카드클래식 우승으로 시즌 4승째를 수확한 신지애는 당초 “US여자오픈 준비와 출전 때문에 국내 3개 대회에 출전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지만 일정을 앞당겼다. 2일부터 사흘간 경기도 용인 레이크사이드골프장(파72·6533야드)에서 열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MBC투어 레이크사이드여자오픈에 5승을 위한 출사표를 던진 것. 1일 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신지애는 만 하루도 지나지 않은 2일 오전 9시51분 대회 1라운드를 시작해야 하는 만큼 목표를 이뤄낼지는 미지수다. 쉴 틈이 없었던 데다 연습라운드와 프로암대회를 모두 그런 바람에 코스조차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추격자들의 기세가 만만치 않게 등등한 상황. 특히 지난주 롯데마트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컵을 들어올린 최혜용(LIG), 그와 불꽃 튀는 신인왕 경쟁을 벌이고 있는 유소연(하이마트·이상 18)이 시즌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 샷을 날카롭게 갈고 있다. 또 신지애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2승을 거둔 김하늘(20·코오롱)도 ‘지친 지존’을 넘보고 있는 터.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니냐.”는 주변의 걱정에도 “내가 대회에 안 나갔으면 좋겠냐.”고 넉살 좋게 웃음으로 받아넘긴 신지애는 “하루만 쉬면 금방 좋아진다.”며 상반기 마지막 대회에 대한 각오를 다졌다. 사실 신지애는 지난해에도 US여자오픈을 끝내고 들어오자마자 출전한 코리아골프 아트빌리지오픈에서 공동 5위에 오른 적이 있어 우려는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US여자오픈 공동 19위의 성적표를 받아든 신지애의 복귀가 썩 화려한 모양새가 아니라는 것. 가뜩이나 지친 심신이 지금도 끈질기게 따라붙고 있는 ‘첫날 징크스’에 무너질 경우 전혀 예측하지 못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대회 1라운드는 MBC ESPN과 J-골프가 오후 2∼4시에,2∼3라운드는 MBC가 같은 시간에 생중계한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하동 천년 차나무 最古 最高

    경남 하동군에 있는 천년된 녹차나무와 차(茶) 시배지가 한국기록원으로부터 우리나라 최고(最古) 녹차나무 및 최초 시배지로 인증받았다. 사단법인 한국기록원은 26일 한국차학회와 차문화연구회, 한국양명학회 등의 실측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하동군 정금리 도심다원에 있는 천년된 녹차나무가 국내 최고인 것으로 인증됐다고 밝혔다. 한국기록원은 차 시배지도 삼국유사와 신라본기를 근거로 국내 최초 시배지임을 공식 인정했다. 기록 인증서는 다음달 1일 하동군 차 문화센터에서 전달할 예정이다. 이 녹차나무의 제원은 높이 4.2m, 나무둘레 0.57m, 수관폭 5.6m다. 학회 등 전문기관에서는 오래 전부터 국내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차나무로 인정했으며 ‘한국 최고 차나무’ 또는 ‘천년 차나무’로 불렸다. 하동차문화센터측은 이 녹차나무에서는 매우 적은 양이지만 찻잎을 수확하고 있으며 수확된 차는 나무 가치와 희소성, 차의 품질을 감안해 100g에 1300만원에 거래된다고 밝혔다. 인증서 수여식은 최고 차나무 헌다례 및 시배지 다례식, 시배지 헌무, 다례시연, 제다명인 박수근 명인의 제다시연 등으로 다양하게 진행된다. 하동차문화전시관 개관식도 함께 열린다. 하동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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