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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교와 서양의 만남’ 프레데릭 르누아르 지음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불교와 서양의 만남은 20세기 가장 의미심장한사건”이라고 단정했다.최근 들어 서양에서 불교는 일부 지식층의 지적 호기심 차원을 넘어 대중의 지대한 관심을 얻고 있다.평화로운 붓다의 미소가 고난에 찬 예수의 얼굴을 대신할 날이 올 것인가. ‘비트족의 우상’ 잭 케루악을 비롯해 톨스토이·보르헤스·헉슬리 등 불교의 가르침에 심취한 작가는 수없이 많다.작가들뿐만 아니다.철학자 쇼펜하우어 또한 유럽이 불교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구실을 했으며,할리우드 스타 리처드 기어는 불교를 전파하는 데 누구보다 열성적이다.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리틀 붓다’,장 자크 아노의 ‘티베트에서의 7년’,마틴 스콜세지의 ‘쿤둔’ 등 거장들은 앞다퉈 티베트 불교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만들었다.서양 사람들이 왜 이토록 불교에 관심을 보일까. 프랑스 주간지 ‘렉스프레스’의 칼럼니스트인 프레데릭 르누아르가 쓴 ‘불교와 서양의 만남’(양영란 옮김·세종서적 펴냄)은 고대 그리스시대부터현대의 ‘불교적 인본주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불교와 서양의 만남이 어떤역사적 장면과 일화를 남겼는가를 살핀 책이다.서양문화에 얽힌 불교 이야기가 만화경처럼 펼쳐진다. 고대 서양인들은 불교에 관해 거의 알지 못했다.알렉산더 대왕의 동방원정에 따라나선 이들이 불교 승려를 만나고,인도의 아소카왕이 붓다의 가르침을 전해 제자들이 생겨난 정도다.동양의 신비한 종교에 대해 어렴풋한 이미지만 갖고 있었을 뿐이다.중세에는 14세기 초 마르코 폴로의 여행기가 나옴으로써 불교 승려들과 붓다의 삶에 관해 더욱 많이 알게 됐다.그러나 불교에매료된 서구인들은 그것을 종교적 논쟁의 도구로 이용하는가 하면,기독교적으로 각색한 붓다 일대기를 지어내기도 했다.도미니크 수도사는 정적에게 일격을 가하려고 불교를 이용했으며,디드로·볼테르 등 백과전서파는 이 새로운 동양 종교를 이용해 진리의 유일한 수호자임을 자임하는 가톨릭 교회를굴복시키고자 했다. 이 책은 불교의 영향을 받은 사상가 중에서도 특히 쇼펜하우어에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톨스토이가 “가장 천재적인인간”이라고 부른 쇼펜하우어는 30세 되던 해인 1818년 역작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냈다.여기서 그는 불교 철학과 매우 비슷한 사상을 전개한다.‘고통이 모든 삶의 근본’이라는 허무주의적이고 염세적인 쇼펜하우어 철학은 불교 사상과 많은 부분에서 맥이 통한다.삶과 고통을 동일시하고 고통의 원인을 욕망으로 보는 점,자아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 집착을 버릴 것을 강조하는 점 등이 똑같다. 문제는 프로이트나 마르크스·니체 등 19세기 후반을 풍미한 유럽 지식인과 동시대 사람들이 불교와 쇼펜하우어 사상을 자주 혼동했다는 사실이다.젊은 시절 니체는 쇼펜하우어의 제자로 불교에 심취했으며,불교를 기독교보다 많은 장점을 지닌 종교로 이해했다.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는 불교를 염세주의의 가장 극단적인 표현이라고 여겼으며,유럽이 불교로 개종하게 될까염려했다.오늘날까지 통용되는 불교에 대한 서양의 몇몇 편견은 쇼펜하우어의 영향에서 비롯된 것이다. 19세기 말 불교가 서양인 마음을 사로잡게 된 데는 비교주의(秘敎主義)의역할이 컸다.무엇보다 서양의 비교주의와 불교를 접목시키려 한 신지학회(Theosophical Society)가 한몫 했다.1875년 헨리 스틸 올코트 대령과 러시아출신 여성 헬레나 블라바츠키가 뉴욕에서 만든 신지학회는 당시의 조류인 유물론과 교조주의적 종교들을 비판하며 세를 불려갔다.그러나 신지학회는 불교를 중심 교리로 삼는 과정에서 심각하게 왜곡했다.세상을 창조한 조물주의 존재를 부정하고 개인 영혼의 존재를 부정하는 붓다의 가르침이,유신론과개인적인 자아에 대한 믿음으로 둔갑한 것이 그 한 예다.양차 세계대전 사이 점차 늘어난 불교 신자는 대부분 신지학을 통해 불교를 접했다.신지학은 서양 철학과 신학을 불교개념에 입각해 재해석하려 한 최초의 시도였다. 이 책은 1989년부터 오늘날에 이르는 시기를 ‘불교적 인본주의’라는 범주로 묶는다.1989년은 서양과 불교의 만남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매우 상징적인 해다.프랑스를 비롯한 구미 지역에 널리 불교를 전한 칼루 린포체가 이해에 입적했고,서양인의 집단 무의식 속에 ‘반교황’ 또는 ‘현대판 교황’으로 새겨져 있는 달라이 라마가 노벨상을 받은 것도 이 때다.특히 전통 티베트 불교를 계승한 최후의 큰스님 칼루 린포체의 입적은 서양 불교사상 커다란 사건으로 기록된다.그의 입적 후 서양에서의 불교 전파는 새 장을 열게 된다. 붓다와 그의 가르침에 대한 관심은 1989년 20세기 최후의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상징인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한층 고조됐다.아울러 불교가 지닌‘현대성’도 새삼 조명받고 있다.불교는 아인슈타인이 지적했듯이 “현대과학과 양립 가능한 유일한 종교”다.모든 것이 불확실해진 현실에서 불교는서양인들에게 ‘실용적인’ 정신적 삶의 나침반이 되고 있다.스스로 고갈돼가는 서양의 정신에 깨달음의 빛을 던져 준 불교는 바야흐로 구미사회에서하나의 사회현상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다.1만 2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열린세상]시계추의 정치가 필요하다

    새는 좌우 날개로 난다는 말이 있다.어느 사회고 진보와 보수가 적절히 조화되어야 안정과 변화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뜻이다.일찍이 프랑스 혁명의회에서 급진파는 왼쪽,그리고 수구파는 오른쪽에 우연히(?) 앉다 보니그 이후 진보는 ‘좌’요,보수는 ‘우’라는 인식이 심어졌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인간의 양심을 상징하는 심장은 왼편에 있다.영어권에서는 오른편을 가리키는 ‘right’라는 단어는 옳다는 의미도 또한 지니고 있다.결국 양심과 정의가 같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좌우는 공존할 수밖에 없다.자본주의를 극복하려 했던 공산주의가 무너진 원인이 자유와 경쟁에 대한 경시에 있었다면,자본주의가 버텨온 배경은 사회주의적 요소까지도 배제하지않는 부단한 자기 개혁에 있다. 우리의 경우 선거,특히 대통령선거 때만 되면 좌우논쟁이 이뤄진다.문제는건강한 이념논쟁이 아니라 치졸한 색깔 칠하기라는 데 심각성이 있다.이런현실은 우리 사회의 자유주의 기반이 매우 취약하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서구사회에서 원래 자유주의란 자본주의의 주역인 부르주아를 위한 것으로출발했지만 노동계급이라는 피지배층과의 계급타협을 통해 민주주의를 만드는 데 기여해 왔다.그러나 우리의 경우 좌우이념의 도입이 과거 민족독립이나 국가건설을 위한 방법론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사상적·제도적인 합의공간으로서 자유주의는 설 땅을 갖기 어려웠다.게다가 남북은 좌우 이데올로기에 의해 첨예하게 갈려 왔다.이 와중에서 북한은 주체사상이라는 명분 아래 사회주의로부터 점진적으로 이탈하여 왔고,남한이 권위주의를 넘어 민주주의를 쟁취하게 된 것은 근래에 이르러서다.좌우이념으로 포장한 두 체제 사이에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는 민중보다 권력의 지배도구로 왜곡됐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남한의 경우 ‘보수’ 없는 극우나 반동이 나오게 된 것이나,현실을 수용하지 못하는 ‘교조적 마르크스주의’가 진보와 동일시된 것도 기형적인 남북분단체제의 당연한 귀결이기도 하다. 우리의 경우 좌우논쟁은 실체가 없다.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건전한보수’가 없는 가운데 일종의 극우내지 반동 세력이 자본주의의 개혁을 시도하는 ‘합리적 진보’마저 북한식 공산주의자로 내몰아 왔다.또한 일부 급진적 세력은 마르크스주의의 고전적 계급혁명의 이상에 빠져 자유민주주의를 확립하려는 ‘건전한 보수’를 인정하기 보다 부르주아와 자본주의의 수호자로 볼 뿐이다.결국 좌우극단은 있어도 두 가지를 균형지을 중도좌우는 입지가 매우 약하다. 한국사회에 진정 필요한 존재가 건전한 보수와 합리적 진보다.이들은 좌우극단 사이의 대립을 완충시켜 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서구사회가 만들어 놓은 자유민주주의도 결국은 이들 사이의 타협의 산물이다.정당정치가 좌우정책의 틀에서 이뤄지고 국민들은 경제·복지·교육·실업 등 사회현안에 대해 나름대로의 선택을 한다.유럽에서 1990년대 중도좌파 정당의 득세가 2000년대에 와서 중도우파 정당에 의해 교체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바로 시계추의 정치다.기득권은 없다.좌우는 모두 기회를 갖는다.결국은 이념의 포장보다 현실의 성과가 중요하다.수시로 좌향좌와 우향우를 통해 목표에도달하는 실용주의 정치다.색깔도 중요하지만 정책이 보다 중요해지는 이유다. 멕시코의 경우는 더욱 흥미롭다.지난날 멕시코는 일당독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좌파 대통령이 집권하면 그 다음은 우파 대통령이 집권하는 방식으로 정책의 균형을 맞추려 했다.그 시계추의 움직임이 줄어들면서 멕시코는더욱 어려워졌고 결국 재작년 여야 사이의 수평적 정권교체가 혁명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지역과 세대 사이의 단층이 이미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이러한 균열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민생동기에 입각한 생산적 좌우 정책대결이필요하다.이 과정에서 우리 정당정치도 지역주의,계층대립,세대격차를 넘어정책에 충실함으로써 보다 성숙할 수 있는 계기를 찾을 수 있다.시계추의 정치는 좌우를 포용해야 된다는 강한 의미를 담고 있다. 임현진 서울대 교수 미 듀크대 초빙교수
  • 김대통령 “폭행치사 통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5일 ‘검찰청사 내 피의자 구타·사망 사건’과 관련,“참으로 통탄할 일”이라면서 “진상을 철저히 밝혀 책임질 사람에 대해선 책임을 철저하게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오전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법의 수호자이자 인권의 파수병인 검찰이 피의자를 고문해 죽음에 이르게 한 일이 일어났다.”면서 이같이 사과했다고 박선숙(朴仙淑)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와 관련,김 대통령은 이르면 6일중 후임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을 임명할 것으로 알려졌다.앞서 김 대통령은 김정길(金正吉) 법무장관과 이명재(李明載) 검찰총장이 전날 제출한 사표를 수리했다. 김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아직도 수사기관에서 정신적·육체적으로 고통을 가하는 나쁜 관행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상기시킨뒤 “이런 일들은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특히 “장시간에 걸쳐 여러 사람이 한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라면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법의 파수꾼이자 인권의수호자인 검찰에서 일어날 수 있겠는가.”라고 거듭 개탄했다.이어 “검찰 스스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대통령은 이와 함께 최근 군과 경찰 관련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데 대해서도 언급,“관계 장관은 엄중히 반성하고 내부에서 책임을 철저히 물어야할 것”이라고 지시했다. 한편 대검 감찰부(부장 朴泰淙)는 이날 이 사건 주임검사인 서울지검 강력부 홍경영(洪景嶺·37) 검사를 재소환,보강조사를 벌였으며 6일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홍 검사와 담당부장이었던 노상균(魯相均) 전 강력부장은 이날 사표를 제출했다.검찰은 이날 홍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었지만 홍 검사가 혐의를 강력히 부인,밤새 진통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풍연 장택동기자 poongynn@
  • 이런책 어때요/ 모든 시작은 신비롭다-환경운동가·종교인으로의 헤르만 헤세

    독일 작가 헤르만 헤세(1877∼1962)평전.그의 작품에는 동양사상에 대한 통찰,자연친화적인 사상,억압에 대한 저항정신,공동체에 대한 개인 각자의 책임의식 등이 그대로 드러난다.또한 평화의 수호자,환경운동가,참된 종교가의 면모도 발견할 수 있다.저자는 12세때 이미 시인이 되겠다는 열정에 사로잡힌 헤세의 모습을 다양한 시각에서 보여준다.어린 시절,성숙 과정에서 겪은 위기와 도주,헌신적인 현실참여,모든 삶의 토대를 포기하고 창작에 몰두하려고 몬타뇰라라는 작은 마을로 은둔하는 헤세의 모습 등을 이야기한다.1만 5000원.
  • 위기의 부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잇따른 부패 스캔들로 인한 미국 기업의 신뢰도 추락과 미국발 경제위기 돌풍에 휘말려 취임 후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테러전 이후 90%를 웃돌던 부시 대통령에 대한 국민 지지도는 현재 70% 수준으로 떨어졌다.집권 공화당 역시 정당 지지도가 46%로 떨어져 민주당에 1%P차로 뒤지기 시작했다.특히 경제문제가 오는 11월5일 치러지는 중간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름으로써 테러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중간선거를 무사히 넘기려던 부시 행정부의 복안 자체가 크게 흔들리게 됐다. ◇부시 경제팀 신뢰도 급락- 부시 대통령 자신은 지난 90∼93년 하켄 에너지에 중역으로 재직할 때 주식 내부자거래로 부당한 이득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딕 체니 부통령 역시 핼리버튼사의 회계조작을 알고도 이를 묵인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도중하차설’이 나돌고 있다.이 문제는 중간선거 과정에서 부시 정부의 신뢰도에 상당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중간선거 쟁점 급부상- 워싱턴 포스트는 21일 이번 중간선거의 최대 쟁점은 경제이며,유권자들은 상황이 지금보다 더 나빠지면 누군가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지적했다.이달 초 갤럽 여론조사에서는 경제를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꼽은 의견이 한달 전 24%에서 35%로 크게 늘어나 테러를 앞질렀다고 보도했다. 민주당은 공화당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죄기 위해 애쓰는 반면,공화당은 국민들이 여전히 자신을 경제의 수호자로 보고 있다고 기대섞인 전망을 하고 있다.여기에 지난 대선에서 부시와 맞붙었던 앨 고어 전 민주당 후보가 부시에 대한 직접 공격에 나서는 등 이번 중간선거는 2004년 대선의 전초전 성격까지 가미돼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임병선기자 bsnim@
  • NYT “美, 차베스 축출 사전동의”

    부시 행정부의 고위 관리들이 최근 수개월 동안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축출 기도에 가담했던 세력들과 차례 회동, 차베스를 제거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미 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16일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의 고위관리들이 반(反) 차베스 세력에게 차베스 축출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방안들을 제시했는지에 대해서는 증언이 엇갈리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 회동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한 고위관리는 “베네수엘라인들이 국민투표와 같은 합법적인 수단으로 차베스를몰아낼 것을 주문했다.”고 말하며 미국의 차베스 퇴진 음모 연루의혹을 일축했다. 그는 그들(반 차베스 그룹)이 차베스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러 이곳에 왔었다면서 “우리의 메시지는 아주 명확했다.‘헌법적 절차가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그들에게 윙크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對)베네수엘라 정책 입안에 관여했던 국방부의 한 관리는 미 정부의 메시지가 그렇게 직설적이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리는 “우리는 그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면서 ‘우리도 그 친구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비공식적이고,은근한 신호를 보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마라.”고 말린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여기 무기가 있다.그 녀석을 넘어뜨리는 것을 돕겠다.”라는 식으로도 얘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같은 폭로는 미국이 쿠데타 음모를 묵인 내지 더 나아가 부추겼다는 비난이 중남미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뉴욕 타임스는 미국이 이번 사건으로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의 전복을 비난하는 내용을 헌장에 명시하고 있는 미주기구(OAS)의 다른 회원국들과 불편한 관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차베스 대통령 축출 직후 “차베스 정부가 국민들의 평화적 시위를 탄압했다.”면서 그의 퇴진에 만족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것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의 축출을 비난한 미주 지역 여타 국가들과 전혀 다른 반응이었다. 미국은 차베스 대통령이 취임 후 친쿠바정책을 펴온 데 대해 불편한 입장을 가져왔다. 뉴욕 타임스는 비판론자들의 말을 인용, 미국이 차베스 대통령 제거를 열망한 나머지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의 수호자로서 신뢰성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면서 미국 관리들이 차베스의 복귀에 대해서 실망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클린턴 행정부 시절 남미 담당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아르투로 발렌수엘라 조지타운대 남미학과장은 이번 사건이 “남미의 합헌 정부 존중 원칙에 있어 매우 부정적인 상황전개”라면서 “이 문제가 우리 모두를 괴롭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OAS를 중심으로 그동안 아이티,과테말라,페루 등지에서 민주정부 선출 존중 원칙이 큰 성과를 거뒀으나 미주지역은 미국의 이번 행동을 정권이 쿠데타로 계속 뒤바뀌는 지난 60∼70년대 상황의 재연을 용인하는 신호로 간주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 백문일특파원 mip@
  • [매체비평] 탐사 저널리즘이 부족하다

    14년만에 밝혀진 진실,‘수지 김 사건’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의 감시견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이 땅에 확인시킨 언론사적 사건이었다.국가정보원이라는 국가공조직이 한인간의 불행한 죽음을 어떻게 날조시키며 간첩으로 몰아갔는가를 밝혀낸 것은 정보기관도 수사기관도 아니었다.이정훈이라는 한 민완저널리스트의 끈질긴 기자정신이 밝혀낸 탐사저널리즘(investigative reporting)의 개가였다. 국민의 기억속에 잊혀졌던 ‘수지 김 간첩사건.’ 믿었던남편에게 살해당한 한 불우한 여인을 부도덕한 국가기관은간첩으로 조작했고 그 가족들은 피눈물의 세월을 살아야했다.분단의 현실에서 간첩이라는 낙인이 찍히게 되면 살아도 이미 죽은 목숨이다.한국언론들은 당시 안기부의 발표만 충실하게 보도했을 뿐이다.그렇게 잊혀져 갔을 뻔했다.그러나 이 기자는 취재의 어려움을 무릅쓰고 끝까지 추적해서 마침내진실이 조작됐음을 주장하게 됐고 그 결과 현재 새롭게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유린당한 인권수호에 앞장서지 못했던 대다수 언론을 부끄럽게 한 사건이자 묻혔던 진실을 파헤쳐 수사기관을 움직이게 하는 언론의 힘을 입증한 사건이다. 그동안 한국언론이 발표저널리즘에 과다하게 의존하는 사이 탐사저널리즘은 제대로 활성화되지 못했다.속보성에만 함몰되는 사이 정확성과 심층성은 뒤로 밀려난 것이다.그 결과인권의 수호자는커녕 오히려 인권을 유린하고 신용권을 훼손하는 일이 속출했다.민사소송 1심에서 해당 언론사는 비록무죄판결을 받았지만 무지한 언론의 ‘포르말린 보도’는 무고한 번데기 회사를 파멸시켰다.소외되거나 억울한 사람의하소연을 들어주고 국가의 주요정책을 감시하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위해서 탐사저널리즘의 활성화는 필수적이다. 특히 한국 정부의 최대 취약분야이자 감시의 사각지대인 외교와 해외주재 한국대사관 문제는 발표내용조차도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다.21세기는 국가간 교류도 활발해지고 외교력이 곧 국력이라고 할만큼 외국은 외교력을 보강하는 형편이다. 그런데 한국은 중국에서 마약범죄자가 사형당한 사건에서 보여준 한국외교부의 거짓말·무능만 한풀이하듯 몇차례 보도하고 이미 끝난 것처럼 별다른 추적도 하지않고 있다.어떤조사결과가 나왔는지 관련자에 대해 어떤 조처를 취했는지간단하게 넘어가고 있다.이 부분이야말로 언론의 탐사보도를 필요로 하고 있다. 주중대사관의 한심한 일처리 사건은 우연이 아니다.이미 그 전 해에 과테말라 한국대사가 현지 교민의 사기사건과 횡령에 휘말려 한국으로 ?i겨온 일이 있다.그리고 불과 한두달사이에 이스라엘 주재 한국대사가 팔레스타인 금지구역에서상습도박을 하다가 사실상 한국으로 추방당한 사건도 있었다.국가적 망신차원을 너머 이런 일부 대사들의 행태가 한국외교력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그 결과 국제협상이니 국제회담이니 ‘국제’말만 나오면 항상 불평등,불이익이라는말이 따라다닌다.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뒤집어 쓴다. 탐사저널리즘은 끈기와 시간을 요구한다.때로는 효율성 차원에서 뒤로 밀릴 수도 있다.그러나 권위지의 탐사저널리즘은 개인의 인권을 수호하고 국가의 주요정책을 바꾸기도 한다.이정훈 기자의 탐사저널리즘은 높?? 평가돼야 하고 외교분야에 대한 무심한 한국언론의 보도태도는 비판받아야 한다. 김창룡 인제대교수 언론정치학?
  • 오페라로 보는 또 하나의 아프간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국의 보복공격이 날로 강해지는 가운데 주 피격지의 한 곳인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를 배경으로한 오페라가 오는 17일 오후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선보인다. 예술의전당이 오페라 페스티벌 기획의 하나로 공연하는 바로크 오페라 ‘미리바이스’.미리바이스는 18세기 페르시아에속한 칸다하르의 영주로서 전 페르시아 국민에게 영웅으로추앙받는 귀족인데 그는 페르시아의 평화를 위하여 왕좌를포기한 소피 왕자에게 정략 결혼을 제안한다.사랑과 국가 사이에서 고민하던 왕자는 결국 나라를 떠날 결심을 하지만,정략 결혼의 상대가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으로 미리바이스의딸인 베미라였음을 알고 하늘의 축복을 받는다는 이야기이다. 이 작품은 동양을 배경으로 한 최초의 오페라로 알려져 있으며 이번 공연은 세계적으로는 세 번째,아시아권에선 첫 공연이다.1722년의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독일 함부르크 출신의 각본 작가 요한 사무엘 뮬러가 가사를 쓰고 게오르그 필립 텔레만이 곡을 붙여 1728년 옛 함부르크 오페라극장에서초연됐다. 바로크 음악의 대가 라인하르트 괴벨이 발굴해 1992년 텔레만의 고향인 독일 콩롱과 멘데버그에서 연주된 바 있다. 바흐와 같은 시대에 활동한 텔레만은 일반 서민들이 좋아하는 대중적인 작품을 많이 작곡하여 생전에는 보수적인 바흐보다도 훨씬 큰 인기를 얻은 작곡가.600여 개의 모음곡과 170여 편의 협주곡,25편의 오페라 등 860여 곡을 작곡하였지만 현존하는 작품은 그리 많지 않다.오페라는 단 6편이 전하고 있으며 ‘미리바이스’는 가장 수작으로 꼽힌다. 이번 공연은 예술의전당이 지난 봄 기획해 성악가 오디션,무대 제작 작업을 하던 중 연출을 맡은 문호근 예술의전당 감독이 타계하면서 무산될 위기에 처했으나 출연진의 노력으로 오페라극장에서 콘서트홀로 무대를 옮겨 ‘콘서트 오페라’로 올려지게 되었다. 지난 73년 원전 연주의 최고 앙상블인 무지카 안티쿠아 쾰른을 창단한,독일 바로크 음악 분야의 최고 권위자 괴벨이 지휘를 맡았으며 무지카 안티쿠아 쾰른의 쳄발로,오보에 주자와 국내 유일의 바로크 음악 전문 단체인 서울 바로크 합주단이 연주한다. 페르시아의 수호자이며 칸다하르 영주인 주인공 미리바이스역엔 바리톤 최현수가 캐스팅됐고 미리바이스의 애인 사미샤 역은 알토 안현경,미리바이스와 사미샤 사이에서 태어난 딸 베미라는 소프라노 김혜란,페르시아의 왕자 소피는 소프라노 최윤정,페르시아의 왕 체미르는 소프라노 김유경,타르타르의 영주 무르챠는 바리톤 박흥우가 맡았다. 독일어 공연이지만 관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오페라의 줄거리를 이어가는 레치타티보를 한국어로 해설한다. 김성호기자 kimus@
  • [데스크칼럼] 질풍노도시대의 자기반성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본다.언론사 세무조사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에서,소설가들의 기고에서,또 언론사간 논조에서 질풍 노도의 시대를 읽는다.일부는 이미 금도를 넘어선 격문(檄文)이다.국정홍보처장이 ‘독일의 괴벨스’가되고,야당 총재가 아무데나 찌르는 ‘죽창(竹槍)’의 주인공에 비유되기도 한다.하루아침에 대통령은 ‘사건의 총지휘자’로,언론에 관해 입바른 소리를 잘하는 민주당의 한상임고문은 ‘광기어린 상습 폭언가’로 전락해 버린다.‘잘못 걸리면’ 너나 할 것 없이 반대진영에서 무자비하게날아오는 십자포화로 만신창이가 될 수밖에 없다.폭격은 현재진행형이다. 나라 전체가 언론개혁과 언론탄압으로 양분된 이 싸움의끝은 어디일까.정치권의 색깔논쟁으로 ‘극좌는 언론개혁,수구는 언론탄압’이라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마저 횡행한다.‘(나와)같지 않으면’ 누구든 적이다.그러나 언론사 세무조사는 정치쟁점화한 순간부터 어느 일방의 완승(完勝) 가능성은 사라지고 없다.국세청이 아무리 그 순수성을 강변하더라도 조사의혹은 의혹대로,탈세비리는 비리대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숱한 국회 청문회와 국정조사가 있었으나 무엇하나 시원스럽게 밝혀내지 못한 것도 정치공방의 속성에서 기인한다.야당이 “언론사주의 비리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세무조사 동기가 언론 길들이기에 있기 때문”이라며분리대응을 하는 것도 이 공방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래도 정치권은 여야를 떠나 언론자유의 수호자처럼 얘기한다.어느 대목이 진실이고,어디까지가 정략인지 분간하기어렵다.언론사마다 제각각 입맛대로 팩트를 골라 크게 키우거나 아예 깔아뭉개 버린다.민주당 추미애 의원의 곡학아세(曲學阿世)건,소설가 이문열씨가 비유한 중국 문화대혁명의‘홍위병론’이건, 또 술좌석이건,사석이건 자기가 세운 논조에 어긋나면 언론자유라는 미명 아래 가차없이 피바람이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그러나 언론자유의 역사는 정치권력과의 긴장과 거리유지의 기록이다.남의 나라가 아닌 조선시대때 사초(史草)를 쓰던 사관들의 자세도 그랬다.끝없는 자기반성과 혁신의 결과물이지,정치권에 기대어 얻어지는 게 아니다.민심이 세무조사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면서도 한편으로 박수를 치는 까닭은 “대통령도 우리가 만든다”는 투의 거대언론의 오만에대한 반감이다. 대한매일은 언론개혁이라는 시대요청에 맞춰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재산가치에 대한 정밀 실사작업이 진행중이다. 소유구조 개편은 기존체제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것을 의미해,우리에겐 혁명적 상황이라 할만하다.세금추징 통보에 이은 검찰수사라는 외환(外患)까지 겹쳐 모두 불안해하고 있다.편집국장 직선제등 편집권 독립을 위한 여러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터이지만,그래도 우리는 철저한 반성과 함께고통을 분담하며 이 길을 가고자 한다.이번 세무조사의 출발은 자기반성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또 언론개혁을 지지한다고 해서 우리 신문을 “정부의 사랑을 받으려는 처(妻)”로 매도한 한 야당의원의 천박한 ‘처첩(妻妾)론’의 대상물로 오르내리지 않기 위해서다. 양승현 정치팀장 yangbak@
  • 새 만화영화 ‘무지개 요정 통통’

    KBS 2TV는 ‘환상마을 토포토포’후속으로 장편 만화영화 ‘무지개 요정 통통’(금 오후6시)을 23일부터 방송한다. 애니메이션 전문회사인 무한엔터테인먼트(대표 변강문)가 제작한 순수 국산 만화영화 ‘무지개 요정 통통’은 총 65편으로 국내 최장편작중 하나로 꼽힌다.이중 방송되는 것은 26부작 분량이다. 일곱명의 무지개 요정이 마법의 힘을 지닌 요정의 수호자 ‘통킹’과 함께 온갖 모양으로 변신해 악당을 물리치는 모험담이다. 천진스러운 어린이의 표정을 기본 모델로 해 캐릭터들을 접목해 만든 요정들이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 [여성 선언] 대법원이 국민을 외면하는가

    지난 26일 대법원은 총선시민연대의 두 활동가에게 벌금 300만원이라는 최종판결을 내렸다.사안 자체가 특별히 지닌 개별적 범법행위-예컨대 활동 중에 주먹질이 오갔다든지 기물을 부수었다든지-가 혹시있었는지는 모르나,이 판결은 그 자체로 총선시민연대의 활동 전체에대해 대법원이 위법 판결을 내린 것으로 해석돼 격렬한 비판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부패경찰도,인종차별도,억울한 혐의자도 마지막에 가서 단죄되고 누명을 벗고 구원을 받는 곳은 법정에서였다.숱한 우여곡절을 겪고,심지어 판사 자신이 부패 혐의를 받기도 하지만마지막에는 정의와 진리의 편에 서는 것이 할리우드의 판사 이미지다. 그런 영화를 너무 보아서 그런지 모르겠으나,대법원이라면 보통사람들에게는 단순한 실정법의 수호자가 아니라 법의 정신 그 자체를 지키는 위대함으로 인식되는 것이 상식이다.법관이라면 적어도 자기 지역·계급·이익을 넘어서는 공정한 판단기준을 지녔으리라고 믿는다. 더구나 대법관이라면 일반 판사보다 훨씬 더 판결이사회에 미칠 영향을 고뇌해야 한다.이는 우리가 그들에게 바치는 존경과 신뢰에 대한 마땅한 대가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한 대법원이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얻으며 활동한 총선시민연대에 유죄판결을 내리다니,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그것도 위헌법률 심판 제청이 제기된 상태인 바로 그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죄목이라는사실은 최소한 세가지 점에서 국민 의혹을 받아 마땅하다. 첫째 대법원은 현행선거법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전제 하에 내려야 하는 판결을,바로 그 법률 자체에 대한 위헌심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내림으로써 위헌 심사에 악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의혹을 받게 되었다.고깃간에 가서 쇠고기 한 근을 살 때도 저울이 고장났다는 의심이 들면 그 저울에 달지 않는 법이다.하물며 그런 이치를 모를 리 없는 대법관들이 왜 그런 판결을 내렸을까? 둘째 대법원과 그 하급법원들이 현행 선거법을 위반한 다른 피의자들,곧 현역 국회의원들에게 똑같이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다는점에서 대법관들은 시민을 외면하고 정계 인물들을 옹호한다는 혐의를 벗기 어렵다.소위 ‘사’자 달린 사윗감 가운데 1순위로 꼽히던호시절은 아니라 해도 여전히 판사는 사회적으로 명망높은 신분이다. 그가 기득권층이 아니라 시민 일반을 보호하는 의무를 지닌 ‘공인된권력’이란 점을 잊는다면,그때부터 거꾸로 ‘위험인물’이 되고 만다는 것은 상식 아닐까? 셋째 대법원은 고정된 법조항을 시대정신에 입각해 해석함으로써 정의가 언제나 올바로 실현되도록 해야 하는 법원 본래의 사명을 저버린 점에서,국가기관에 대한 국민 신뢰를 훼손시켰다. 법을 만드는 것은 입법부라도 그 법을 해석하고 집행하는 곳은 사법부다.따라서 사법부는 잘못된 법률을 집행하는 데 신중함으로써 그법의 개정을 촉구하고 도와야 할 의무를 당연히 갖는다.그런데 국민의 압도적인 항의와 요청에도 불구하고 도무지 법을 개정하려 하지않는 국회를 사법부가 압박하기는커녕,정반대로 기성 정치권의 이익에 발맞춘 판결을 내리다니 어떻게 우리 대법원이 이럴 수가 있나?준법이 아니라도 합헌이라면,대법원은 그를 도울 의무가 있다.지금은더욱이 목에 총을 들이대는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다.대법관쯤 되면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 앞에서 국가의 올바른 진로를 고민하는 것이당연하거늘, 헌법과 천부인권이 보장하는 권리를 하위법이 제한하는데도 그에 대해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는 말인가?대법관께 말한다. ‘어쨌거나 실정법을 위반하지 않았느냐’는 주장말고,국민을 설득할 다른 논리를 내놓아라.그 판결이 우리 정치발전에 큰 도움이 되며 법을 지키는 깨끗한 선거풍토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고 국민을 납득시켜야 한다.이번 판결은 법의 집행이 아니라 새로운 문제거리를 만든 데 불과하다.과연 그 판결로 누가 기뻐하는가를보고,국민이 던지는 무수한 물음표와 느낌표에 답해주기 바란다. ■노혜경 · 시인
  • 부시, 10%P차이 고어 따돌려

    [워싱턴 최철호특파원] 미 대선을 2주일여 앞둔 20일 공화당의 조지W 부시 텍사스 주지사의 여론상승세가 가속되고 있다. 부시 후보는 CNN과 USA투데이,갤럽이 공동조사,19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49대 39로 무려 10%포인트 차이로 민주당 앨 고어 부통령과의간격을 벌렸다. 고어 후보가 부시 후보에 5%포인트 이상 뒤쳐진 것은지난 1일 이후 20일만에 처음이다. ABC가 조사한 결과에서도 부시는48대 43으로 5%포인트의 격차를 보여 오차범위를 벗어났다. 부시는또 MSNBC가 추산한 획득 예상 선거인단 수에서도 209대 208로 고어를앞질렀다.MSNBC의 선거인단 획득 추산에서 부시가 고어를 앞선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게다가 부시의 지지도는 상승 여력을 가진 반면 고어는 하향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어는 지난 9일 이후 계속 하향 직선을 보이고 있어민주당 진영에서는 위기감마저 느끼고 있다. 유권자 성향을 분석해 보면 부시는 공화당 진영의 88%가 지지하는반면 고어는 민주당 진영에서 80%만이 지지,민주당내 이탈표가 늘어나는 것으로 드러났다.특히여성표에서 한달만에 18%의 급격한 감소세를 보였다. 여성표의 두드러진 이탈은 고어가 줄곧 주장해온 ‘든든한 경제수호자’로 비쳐지지 못해 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여성들의 심리에 불안을 던져주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최근 미 경제의 둔화 조짐으로 경제문제가 대선의 새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어 고어에게는 더욱타격이 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연일 커다란 사진과 함께 쏟아지는 미 구축함 콜호 사상자 보도까지 민주당 대외정책의 연약함을 부각시켜 민주당 지지를깎아내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3번의 토론에서 고어가 지지율 상승을 이끌어내지 못해손해를 봤으며 부시는 상대적 이득을 보았다고 진단한다.특히 공격성향의 고어 모습이 중산층에게 “고어는 표만 의식하지만 부시는 삶을 염려한다”는 인식을 심어줘 고어가 부시에게 10%포인트 차이로뒤지는 결과를 불렀다고 말했다. 여론전문가들은 “막판 여론조사는 그동안 마음을 결정하지 못했던부동층에 영향을 크게 주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하다”면서 “가뜩이나 민주당쪽의 투표율이 낮은데다 표심마저 고어를 떠나고 있어 이것이 마지막 추세로 여겨진다”고 진단했다. hay@
  • 金大中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자 선정발표문 전문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김대중(金大中) 한국 대통령이 일반적으로는한국과 동아시아에서의 민주주의와 인권, 특별히 지적하자면 북한과의 평화와 화해를 위해 노력한 점을 인정해 2000년 노벨 평화상을 그에게 수여하기로 결정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한국에서 수십년간 독재통치가 계속되는 동안 여러차례 생명의 위협을 받고 오랜 기간 국외생활을 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조국의 민주주의를 위한 지도적인 대변자로 점차 부상했다. 1997년 김대중의 대통령 당선으로 한국은 세계 민주국가의 대열에결정적으로 합류했다.김대중은 대통령으로서 민주적인 정부를 강화하고 한국 내부의 화해를 촉진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동아시아의 지도적인 보편적 인권의 수호자로서 김대중 대통령은 강력한 도덕적 힘으로 아시아에서 인권을 제한하려는 시도에 맞서왔다. 그는 또 미얀마의 민주주의와 동티모르에서의 탄압 반대를 위해서도상당히 노력했다. ‘햇볕정책’을 통해 김대통령은 남북한간의 50년 이상된 전쟁과 적대감 극복을 추진했다.김대통령의 북한 방문은 두국가간의 긴장완화과정의 촉진제가 됐다. 이제 한국에서도 냉전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생겨났다. 김대통령은 한국과 특히 일본 등 이웃국가와의 화해를 위해서도 노력했다.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한반도 화해 진전과 재통일을 위한 북한과 다른 국가 지도자들의 기여에 대해서도 감사의 뜻을 밝히고자 한다. 2000년 10월13일 오슬로
  • [여성 선언] 외롭고 쓸쓸한, 죽은 문인의 사회

    소설가 이문구 선생이 ‘동인문학상’ 수상을 허락했다는 소식은 나를 우울하게 한다.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와 했던 대담에서,선생은 수상을 기꺼워하는 한편 동인문학상을 둘러싸고 벌어진 안티조선 공방에 대한 간략한 견해를 피력하기도 했다.그 기사를 읽으면서 나의 우울함은 쓸쓸함으로 변해버렸다. 상을 타고 안 타고가 개인의 결정이요 영광일 뿐이라면,나의 우울함은 지극히 오지랖넓은 일이 될 것이다.그러나 실천문학사의 제1호 사원이었던 나는 결코 그렇게 생각할 수가 없다.나는 이문구 선생이 의장으로 있는 민족문학작가회의의 전신인 자유실천문인협의회 회원들로부터 시가 ‘가진 자들의 파적거리나 자기만족을 위한 것이 아니라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변혁의 무기’라는 것을 배웠고, 그로 인해 오래 아프고 오래 힘들어 했었다. 문학을 나의 사적 경험의 형상화라고 생각했던 어린 마음이 분질러지고,문인이란 어떤 방식으로든 당대의 억압에 직면하는 존재라는 깨달음을 얻을 때까지.그러니 적어도 나에게 ‘이문구’라는 이름은,조태일이나 박태순이나 김남주라는 이름과 마찬가지로,절대로 양보해서는 안되는 문인의 사회적 책무가 있음을 알게 해준 이름 가운데 하나이다. 내가 특별히 조선일보라는 권력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에 서게 된 것도 그러한 배움과 절대로 무관하지 않다.거대권력의 억압이 사라진지금 언론이라는 미시권력의 횡포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나의 성정은저 80년대가 남긴 작은 열매일 뿐이다. 문인으로서 나는 조선일보가발생시키는 문제가 지극히 단순하다고 생각한다.바로 ‘말의 왜곡’이다.우리 사회의 보통사람들에게는 신문의 언어는 불편부당과 공정성이라는 규약을 지킨다는 암묵적 전제가 있다.신문이 어떤 사실을보도할 때 사용되는 언어를 두고 우리는 그것이 자의적 해석이자 왜곡일 수도 있음을 결코 의심하지 않는다.오히려 그 언어들을 최대한공정하고 사심없는 것으로,다시 말해 사실 그 자체로 받아들인다. 조선일보는 이러한 순진한 믿음을 배반하고,오히려 그 믿음을 빌미로 순수한 독자들의 판단을 지속적으로 호도하는 습관이 있다.더구나그 호도의 내용이 다른신문과는 달리 지나치게 정치적이고 기득권옹호적이라는 것도 내가 조선일보를 거절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 중의하나이다. 왜냐하면,자유실천문인협의회의 끄트머리에서 나는,문인이란 단순히 언어적 진실의 수호자일 뿐 아니라 진정으로 가진 것 없는자들의 뭉개진 입을 대신하는 기드온의 나팔이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나는 이문구 선생이, 동인문학상의 후보작이 되는 것까지 거절하는것은 좀 지나치더라도 수상은 거부할 줄로 대단히 ‘순진하게’ 생각했었다.자기가 사용하는 언어가 민족어이며 공동체를 위한 소통의 도구라는 인식이 없이 소설가가 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수상이결정된 후 오마이뉴스와 했던 대담에서 90년대 이후 젊은 작가들의일인칭 소설을 탓하는 이문구 선생의 말 또한 나는 그러한 맥락으로알아듣는다.그렇다면,그 민족어를 생산하는 주체인 소설가가,말을 왜곡하고 공동체의 화합을 깨뜨리는 일을 자꾸 하는 거대언론이 주는상을 아무 거리낌없이 받아들이는 모순은 어떻게 해서 옹호될 수 있을까?더구나 말로써 세상의 불의를 질타하던 자유실천문인협의회의적자인 이문구 선생이? 내 마음에 자잘한 빗금같은 균열이 인다.내가 세상을 바라보던 위대한 거울은 이미 깨져 버린 모양이다.내가 믿고 따라온 등불은 실은유령의 불이었던 모양이다.젊디 젊은,그리하여 세상이 우습게 보일수도 있었던 촌발날리던 한 문학소녀를 회의와 죄의식의 수렁에 빠뜨려도 좋을 만큼 문학은 찬란한 것이었다.문학이 사회변혁의 다만 한수단이 되어도 어쩔 수 없다고 이를 악물 만큼 시대의 불의를 두고볼수 없다는 결의는 막강한 것이었다. 그런데,그 날들이 오늘 우리가 누리는 이만큼의 개인적 자유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했다고 바로 그 스승이 강변한다.역사는 죽은 자들의 것이 아니다.말하라,80년대의 문학이여!문인들이여!살아서 바로내가 이루지 못한 정의가,그 어떤 낯선 후손들에 의해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고 마음 편하게 세상을 살아가도 될 만큼 당신들은 이미 기득권자요 귀족인가? [노혜경 시인·부산대 강사]
  • [대한시론] 낡은 생각의 굴레를 벗어라

    세상은 변했다. 계속 변하고 있다. 예전같으면 빨갱이라고 할 체 게바라의평전이 날개 돋친듯 팔려나간다.이렇게 세상 돌아가는 것을 불안해하고 걱정하는 이들에겐 김일성 사망 당시에 미국정부가 조의를 표한 것이 께름칙했다.그런데 김대중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회담한 것을 잘한 일이라고 오키나와 G8회담에 모인 지도자들이 지지하고 아세안 외상회의도 똑같이 장단을 맞춘다.그런가 하면 법원은 유물사관적 경제분석이란 혐의로 기소한 대학교재인 ‘한국사회의 이해’의 이적 표현성을 무죄로 판결했다.우익을 자처하는 일부 사람에겐 분통이 터질 일이리라. 그렇지만 그러한 기분과 안목으로 당면 문제에 대처해 나갈 수 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낡은 사고방식의 독단과 경직성을 깨지 못하면 낙오가 되는엄연한 현실이 있을 뿐이다. 우리는 이제까지 왜소하고 근시안적 안목과 인식으로 스스로의 눈을 가려냉전시대의 도깨비 귀신에 홀린 것에서 정신을 차려 깨어나야 한다.학설과교리는 권력이 심판할 수 없다는 자유의 제1의 원리를 거부해 온 시대착오적인 망령된 고집을 버리지 못하면 눈뜬 장님과 다를 것이 없다. 일본의 어느평론가는 한국재벌의 총수가 자기 회사가 무너져도 제 돈을 한 푼도 안내놓는 것을 비평하길,한국은 죽었다깨어나도 일본을 못따라온다고 했다.한국의벼락부자 재벌들이여,공금과 국민부담으로 축재하는 놀음일랑 그만둬라.어리석게도 국민의 분노가 폭발할 때까지 그 짓들을 할 것인가? 정치인들은 정치를 패거리 싸움을 통한 이권 갈라먹기로 언제까지 끌고 갈것인가? 공직자가 공직을 사유물시하고 공사를 혼동해 이득을 챙기는 일을그대로 지속하려하는가? 정치의 본래기능인 이해 갈등의 올바른 조정을 회복하지 못하면 정치에 신물이 나고 질린 국민 마음에 ‘정치꾼 무익론’ 내지‘정치 유해론’이 자리잡게 될 것이다.결국 정치인들 스스로가 제 목조르는올가미를 쓰게 될 일을 하게 되는 것을 모르는가? 우리사회에서 정신과 지식을 관리해 온 책임있는 직업인으로서 사회에서 대접받고 있는 것은 성직자나 교육자 및 언론인들이다.그런데 이러한 고등 전문직종에서는 체질상 정치인처럼 거금의 돈을 벌어들이는 직종이 아닌데,현재 돌아가는 판세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분명히 무엇인가 잘못되어 있다. 종교계 성직자가 떼돈을 굴리고 종교시설이 매매 또는 상속된다고 하는 것은무슨 일인가? 교육사업이란 명목 아래 공금을 횡령 착복하는 일이 끊이지 않는데 무슨 교육개혁을 어떻게 한다는지 알 수 없다.여론형성의 공기를 기득권 변호를 위한 사사로운 괴물로 전락시켜도 건드릴 수 없는 막강한 세력으로 되어 버렸다.어느 누구가 탄식하길,‘이 세상에 믿을 놈 한놈도 없다’고했다던가? 몇 사람의,어느 누구만의 탄식과 원망의 소리일까? 결국 지금의 국가제도하에서는 부조리의 시정은 혁명을 하지 않는 한에서는,법률로서 바로 잡아야 한다는 약속으로 사회의 제도장치가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이 제도장치를 가동 운전하는 법적 정의의 수호자가 법률기술자로 전락된지 오래다.얼마전 대법관 임명예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운영의 미숙이나 심사의 부실보다 그 행사자체에 대한 국민의 냉정한 무관심이나 체념에가까운 기대 포기가 더욱 심각한 문제로 숙제를 남겼다. 우리는 사법권의 독립을 말하지만,이 문제는 법제도 이전에 법관 스스로가목숨을 걸고 지켜낼 일이다.영국의 에드워드 코크가 왕명을 어기고 ‘왕도법 아래 있다’한 판결 때문에 추방당해 온갖 박해를 당했다.영국의 법의 지배는 에드워드 코크의 그러한 수난의 피눈물로 이룩된 것을 왜 똑바로 못보나? 그리고 거기엔 그러한 수난을 감수한 용기있는 법관에 대한 국민의 지지와 신뢰가 법을 바로 세우는 바탕이 된 것을 우리는 백번,천번이고 되새겨봐야 하지 않겠는가? 솔직히 말해 이대로 놔두고선 망한다.달라지는 세상에 올바르게 적응할 수있는 생각과 안목 및 신념이 있어야 한다.지금 정보기술혁명을 말하지만,이세상은 인류문명이 이룩한 최량의 정신과 제도를 이어가며 살릴 수 있는 자질과 능력 및 의욕을 갖춘 개인이나 민족만이 살아 남게 되어 있다.낡은 기성관념과 시류를 거역하는 기득권에 집착해 자기 변신을 거부하는 자에겐 설자리가 없다. 한상범 동국대 교수·법학
  • 6·25 50주년 특집프로 다채

    6·25 50주년과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다양한 특집 프로그램들이 선보인다. 케이블TV Q채널(채널 25)은 5일부터 3회에 걸쳐 ‘6·25특선-통일을 말한다’(밤9시)를 내보낸다. 5일 방영되는 ‘판문점은 말한다’에서는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을 통해 분단 50년의 역사를 되짚어본다.판문점을 찾는 관광객과 대성동 주민의 안전을책임지고 있는 최전선 정예부대 JSA을 방문,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군화도 벗지 못한 채 잠드는 장병들의 긴장된 생활을 소개한다.지난 72년 적십자 회담이후 도끼 사건,남북회담 등 피와 눈물,화해로 얼룩진 판문점의 역사를 20여년 동안 남북회담에 참여한 김달술,UN군으로 판문점의 역사를 지켜봤던 제임스 리(한글이름 이문항) 등의 증언을 통해 알아본다.남북연락사무소와 대성동의 모습도 함께 담는다. 12일 방영되는 ‘유.에스.에프.케이’에서는 45년부터 주둔하고 있으면서때론 안보의 수호자로,때론 끔찍한 범죄의 주역으로 두 얼굴을 갖고 있는 주한미군의 빛과 그늘을 조명한다.전국 98개 기지에 주둔하고 있는 3만5,000명의주한미군과 한국인이 공존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한다. 19일 ‘임수경’에서는 평양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가했던 임수경의북한 파견 과정,임수경의 북한 행적,판문점 귀환을 둘러싼 삶과 죽음의 공방전,남북한과 유엔사령부의 숨겨진 이야기 등이 공개된다.문규현 신부의 입북과정과 임수경이 북한 사회에 미친 충격도 소개된다. 한편 KBS는 5일부터 11일까지 모두 11차례에 걸쳐 ‘분단을 넘어 통일로 가는 길’ 특집을 준비했다.정상회담이 열리기까지 숨겨진 뒷이야기와 남북교류 50년 비사,통일을 일궈낸 독일의 사례,현재 북한의 모습 등을 살펴본다. 아울러 ‘우리도 통일합시다’,‘온겨레 평화 대행진’ 등을 통해 통일 열기를 높이고 통일로 나아가기 위한 남북관계의 역사적 전환과 발전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다. 장택동기자 taecks@
  • 金대통령 기념식 연설문 요지

    내가 광주의 비극을 처음 알게 된 것은 5·18 항쟁이 일어난지 40여일이 지나서였다.5·18 하루 전 군사정권에 연행되어 40여일 동안 모진 박해를받던중 당시 군부의 실력자 한사람이 전해준 묵은 신문을 보고서야 비로소 광주에서 있었던 천인공로할 참상을 알게 되었다. 감당할 수 없는 충격과 슬픔으로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난 후 나는 아무것도할수 없다는 무력감 속에 피눈물을 흘려야 했다.나는 그 때 결심했다. 가신임들을 위해서,그리고 이 나라 민주주의를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분들의 뒤를 따라 정의롭게 죽는 것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후 20년이 지났다.줄기찬 민주화의 불길은 87년 6월 전국적인 시민항쟁으로 번져나갔고,마침내 97년 12월 헌정사상 최초의 여야간 정권교체를 이루는민주주의의 커다란 성취로 이어졌던 것이다.위대한 광주의 정신이 살아서 승리한 것이다. ‘폭도’로 몰렸던 그날의 광주시민은 이제 민주주의의 위대한 수호자로서전 세계인의 추앙을 받고 있다.또한 무도한 총칼 아래 짓밟혔던 광주는 이제민주주의의 성지로서 역사 속에 우뚝 솟아 있다. 5·18에서 우리가 보았던 첫번째 정신은 인권정신이었다.불의한 권력의 무자비한 폭력에 맞서서 광주는 인간의 소중한 권리를 지키고자 싸웠다. 둘째는 비폭력의 정신이었다.광주시민은 맨손으로 잔혹한 총칼에 맞섰다.자유와 정의와 민주주의의 깃발 아래 온몸을 던져 자신을 희생했던 것이다.무기를 손에 넣고도 결코 이를 사용해서 누구에게도 살상을 가하지 않았다.철저한 비폭력의 정신이었던 것이다. 셋째는 성숙한 시민정신이었다.공권력의 공백 속에서도 광주에는 단 한건의약탈이나 방화도 없었다.그 어떤 혼란이나 무질서도 없었다. 시민 모두가 동지애와 높은 질서의식을 가지고 서로를 보살피고 치안을 지켰다.이것은 세계에서도 유례없는 일이다. 넷째는 평화의 정신이었다.시민자치가 이루어진 열흘동안 어떠한 보복도 없었으며,광주시민들은 진압군 측과 대화를 시도하는 등 항쟁의 평화적 해결을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 인터뷰/ 96년 노벨평화상 수상 동티모르 벨로주교

    지난 96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동티모르의 세계적 인권지도자 카를로스 필리페 기메네스 벨로 주교(52)가 전남대 5·18연구소 초청으로 16일 한국을방문했다.벨로주교는 이날 정진석(鄭鎭奭)가톨릭 서울대교구장과 면담한 뒤기자들과 만나 동티모르 상황을 설명하고 한국에 진정한 의미의 인권이 정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민주화에 대한 갈망으로 촉발된 5·18광주 민주항쟁은 독재자에 의한 살해와 수많은 젊은이들의 희생 측면에서 지난해 9·10월 동티모르 사태와 연결된다고 봅니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5·18항쟁은 한국민주화의 문을 여는 계기가 됐다고 믿습니다”벨로 주교는 동티모르 사태때 한국 정부와 천주교주교회의가 보내준 지원과협력에 감사한다면서 새천년엔 국제사회가 소수민족의 더 많은 배려와 이해가 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동티모르는 겉으론 평온한 상태지만 여전히 물질적인 어려움과 정신적인 황폐화에 시달리고 있습니다.재건을 위해 국제사회의 도움이 절실합니다”지구촌 곳곳에서 인권에 대한 말과 행사가 무성하지만 정작 어떻게 실천하느냐가 중요하다는 벨로 주교는 새천년기 교회가 인권수호자로서 이론이 아닌적극적인 실천자로서 역할을 다할 것을 거듭 요청했다.벨로 주교는 17일 전남대에서 ‘제3의 천년의 인권운동의 방향’이란 주제로 특강을 하며 18일 5·18기념식에 참석한 뒤 김대중(金大中)대통령도 예방할 계획이다. 김성호기자 kimus@
  • [새세기를 새롭게 비전’한국21’](15)정보화사회의 지식인상

    21세기 정보화사회에서 요구되는 지식인의 대표적인 덕목은 도전의식과 창의력이다. 급속하게 진행되는 지식기반형 사회에서는 지식인의 모습도 바뀔수 밖에 없다.‘사회에 대한 비판과 경고’라는 전통적 개념은 물론,‘도전과 창의’라는 새영역까지 추가돼야 한다.이를 통해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야 하고 그 것이 바로 지식인의 소명인 것이다. 구한말 실학파부터 개발독재기를 거쳐 ‘신지식인’의 개념까지 나온 2000년까지 지식인은 사회변화를 이끄는 데 주도적인 몫을 해왔다.그러나 지식인들에 대한 이같은 평가는 때로 엇갈리는 게 사실이다. 시대별로 구한말 혼돈기에는 “기존 세계관 붕괴 등에 맞서 새로운 세계관을 구축하는데 앞장섰다”는 긍정론이 펼쳐지기도 했지만 군부정권과 권위주의 통치때는 “정권을 지나치게 미화했으면서도 자신들의 발언을 적극 설명하거나 사과한 일이 없다”는 폄하를 받기도 했다. 이같은 사회일반의 태도는 지식인의 엘리트적인 역할을 강조하는 것으로 볼수 있다.그러나 첨단기술과 정보가 주도하는 지식산업이국부 창출의 원천으로 바뀌고 있는 외부환경의 변화는 지식인의 변신을 부추기고 있다. 고전적인 개념의 토지 노동 자본 등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줄어든 반면 이미지식은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정보를 공유할수 있게 된 것도 과거처럼 지식인이 계몽가적역할만 하도록 놔두지 않고 있다.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정보화 사회에서는 누구나 클릭 한번만으로 원하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수많은 정보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기 때문에 독점적인 정보소유권을 지녔던 지식인의지위도 함께 허물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쉽게 얻은 정보도 새로운 아이디어와 창의력을 바탕으로 재가공돼야비로소 참된 지식으로서 빛이 난다. 21세기형 지식인이 적극적으로 떠맡아야할 부분이다. 때문에 지식인의 모습도 바뀔수 밖에 없다.과거처럼 지식을 수동적으로 습득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나서 자신의 것으로 찾아가는 과정이 필연적으로 요구된다. 성균관대 정외과 김일영(金一榮)교수는 “전통적인 의미의 '지식인'이라는 용어 자체도 이제 걸맞지 않다”면서 “21세기에는 새로운 분류의 지식인층이생겨 또다른 불평등 영역을 만들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으로 국가간의 경쟁도 지식인들을 얼마나 활용하느냐에 성패가 달려있다. 국가는 이들 지식인들이 창의적으로 일을 찾아내도록 하고 또 도전하는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지식과 정보를 이용해 다양한 부가가치를창출하도록 여건을 만들어줘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면서도 새로운 지식을 만들수 있는 시스템 변혁이 필연적이다.획일적인 주입식 교육으로 틀에 박힌 학생만을 양성하는 학교부터 변해야 한다. 한글과 컴퓨터 전하진(田夏鎭)사장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제한적이었던 과거와 같은 수동적인 교육은 21세기에는 백해무익하다”면서 “자신의 분야에서 주어진 정보를 바탕으로 창의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새로운지식계층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수기자 sskim@. *학자서 기업가 변신 嚴峰成사장. “새시대에는 지식인들이 좀더 적극적으로 현실에 참여해 목소리를 분명히내야 합니다” 인터넷 금융서비스업체인 ‘아이낸스’의 엄봉성(嚴峰成·47) 사장은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맞게 변화하지 않으면 지식인들도 살아남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엄 사장은 금융·거시경제 분야의 대표적인 전문가이다.서울대와 미국 코넬대에서 경영학과 경제학을 공부했고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17년간 근무하며 부원장까지 지냈다.경제기획원 장관과 재무부 장관의 자문관으로 정책형성에 직접 ‘훈수’를 두기도 했다. 이런 엄 사장이 지난 2월 직장을 그만두고 벤처기업을 세워,‘전쟁터’에뛰어들었다.“한 자리에 너무 오래 있다 보니 타성에 젖는 것 같아 새로운분야에서 일해보고 싶었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이다.그러나 대기업 간부나 정부산하단체의 관리자 등 ‘일신이 안락한 자리’를 뿌리치고 벤처기업을 창업한 데에는 엄 사장의 고민과 철학이 배어 있다. “편안한 것 보다는 도전적인 것,노력한 만큼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자리”를 엄 사장은 원했다.기존 개념의 지식인이 아닌 도전하는 새 지식인이 되고 싶었다는 것이다. 엄 사장은 이미 지식인의 개념이 변화하고 있고 서서히 정착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그는 “지식인이라고 하면 고루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사람들이라는선입견이 아직 남아있다”면서 “그렇지만 현실 관련 학문을 연구하는 지식인들 가운데는 실무자 못지 않은 현실 감각을 지닌 사람이 적지 않다”고 말한다. 엄 사장은 현재 임시홈페이지(www.inance.com)를 열어 회사 홍보와 함께 인재를 모집하고 있다.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금융 컨설팅과 금융거래 중개 사업을 하고 내년 중반쯤 코스닥에 상장할 계획이다. 엄 사장은 “그동안 익힌 이론과 실무를 접목시켜 기업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시스템 컨설팅을 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사이버 공간에서 증권,보험,채권은 물론 은행까지 만들겠다”고 포부를 펼친다. 장택동기자 taecks@. [기고] “지식인 성격 시대따라 변모”. 지식인은 어떤 시대,어떤 사회에도 존재해왔다.그것은 ‘지식’ 혹은 ‘지혜’가 인간이 생활을 영위해나가면서 후대에 그 유산을 물려줌에 있어 필수불가결의 요소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사회가 요구하는 지식의 종류는 변화하며,그에 따라 지식인의 성격도 역사를 통해 바뀌어 왔다.예컨대,원시사회에서 지식인들은 신관이나 예언자의 역할을 담당하며 위계질서의 수호자 노릇을 하였고,고대의 그리스나로마에서는 정치가,웅변가,학자로서 자신의 정략과 철학을 대중들에게 설파했다. 중세 유럽에서는 성직자들이 문자를 독점하며 기독교왕국의 정신적인 지배자로 군림하면서 세속계의 군주들과 권력 다툼을 벌일 정도로 세력을 확장시켰다. 물론 한 시대의 지식인들이라고 하여 동일하게 성격을 규정지을 수는 없다. 고고하게 학문에 정진하는 지식인이 있는 반면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자신의 뜻을 현실에 적용시키려는 지식인도 있다.기존의 체제를 옹호하는 보수적 지식인이 있는 한편으로는 개혁을 넘어 목숨까지 걸고 혁명을 추진시키려는 급진파의 지식인도 있다.자신의 출신 성분의 이해관계에 충실한지식인이 있는가 하면 러시아의 인텔리겐차처럼 귀족 출신이되 숙명적으로자신의 출신 배경을 파멸시켜야 하는 비극적 지식인도 있다.그러나 지식인의성격 규정이 아무리 어렵다 할지라도 하나의 자유롭고 자율적인 집단으로서지식인이 새롭게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 18세기의 계몽사상가들로부터 비롯된다고 보는 견해에는 큰 이견이 없는 듯하다.그 이전까지 지식인들은 아무리 개혁적이라 할지라도 외부적 권위의 규범이나 전통의 유산을 무시할 수있을 정도까지 도덕적·이념적 혁신을 부르짖을 수는 없었다.그러나 계몽사상 이후 지식인들은 자유로운 정신의 소유자,지적인 모험가가 되었다.그들은감히 사회의 악폐를 진단하고 자신들의 지성을 사용하여 그것을 치료하겠다자신감과 용기를 갖게 되었다.18세기 지식인들은 '백과전서'를 통해 스스로 지식을 새롭게 편성하여 성직자들로부터 빼앗아 오려고 하였던 것이다. 계몽사상가들이 성직자를 대신하여 새로운 종류의 정신적 스승으로 떠오른 이후 지식인들은 꾸준히 영역을 넓혀왔다.사회의 기능이 분화되면서 지식의분야 역시 세분화되고,당연한 결과로서 그 세분화된 영역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의 숫자가 증가하였다.미립자 속의 미립자를 탐구하고 우주의 팽창을 논하며,생명과 유전의 물질적인 조건을 밝힘으로써 금기의 영역을 축소시키는 가운데 과학자의 숫자는 유례없이 급증하였다.이렇듯 첨단적인 과학의 발전은예측할 수 없었던 철학적,윤리적 문제를 야기시켜 인문학의 분야에 있어서도 새로운 성격의 논쟁으로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과연 정보화의 시대에 정보를 소유하고 있는 지식인들은 사회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그러나 정말로 그럴까.모든 것을 물질적 재화의 가치로 환원시켜 평가하면서 ‘신지식인’을 찾으려는 몰지성적인 행태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우리의 상황에서 지식인들은 오히려 또 다른 하나의 전문적인 이익집단의 일원으로 강등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현실적인 세계에서의 성공이 보장되는 대중매체나 상업계에서의 유혹이 강력하게 존재하는 곳에서 지식인들만 초연한자세를 유지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오늘날 지식인의 위상을 만들어준 기본적인 덕목이 그들이 소유한 비판 정신에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오늘날의 상업주의적,물질주의적 세태에 대해서도 비판적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평생 자신의 마을을 떠나지 않았던 칸트가 철학에 있어서의 ‘코페르니쿠스혁명’을 주도했고, 유럽의 뒷골목 나폴리에서 연구에 전념했던 비코가 탄생300주년을 맞는 국제학술대회로 새롭게 발견되면서 사람들의 지성과 감성과상상력을 자극했다는 사실은 21세기의 세계를 이끌어갈 지식인이라면 되새겨봐야 하지 않을까. 조한욱 교원대 교수·서양사
  • “독도 영주자로 뽑아주세요”

    “독도에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나를 정주자로 꼭 뽑아주세요” 독도 유인도화 계획이 알려지면서 울릉군청과 언론사 등에 문의전화가 전국으로부터 쇄도하는 등 독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7일 울릉군에 따르면 5가구 10명의 독도 정주 희망자를 모집해 연간 2,000만원씩의 정착금을 무상지원하겠다고 지난 25일 발표한 이후 최근 하루 평균100여통씩의 문의전화가 걸려온다. 이들은 언제쯤,몇명을 뽑으며 지원절차 등이 어떤지를 묻는가 하면 경력과장점을 앞세워 자신을 선발해줄 것을 호소하기도 한다. 강원도 동해시에 사는 박모씨(53)는 자신의 주민등록등본,이력서,병적증명서 등 관련서류 4통을 팩시밀리로 보내면서 “두 차례 월남전 참전으로 전술교리에 밝아 독도 수비대의 선봉장이 될 수 있다”고 자천했다. 대구에 사는 박모씨(51)도 “예비군 중대장까지 역임해 독도 수호자로 적임자”라고 했고,포항시 해도동의 김모씨(57)는 “독도가 국가주권의 상징적인섬이 되어야 한다”며 구체적인 절차를 물었다. 서울시립대 학생이라고 밝힌 이준희씨(23)는 “독도 유인도화 계획을 자세히 알고 싶다”며 E-메일을 통해 대한매일신보사에 문의했다. 이에 대해 울릉군은 “독도 유인도화 사업이 최종 확정된 상태가 아니어서답변하기가 곤혹스럽다”며 “정부의 승인이 나야 이주 대상자 선정 절차를밟을 것이고 독도가 섬인만큼 어업인이 우선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포항 이동구기자 yidongg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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