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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도옮긴 나라 58회 생일날 방문”

    |아스타나(카자흐스탄) 박정현특파원|노무현 대통령이 19일 국빈방문한 카자흐스탄은 노 대통령에게는 세가지 인연이 있다.첫째는 두 나라가 수교한 지 12년 만에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방문한 것이다. 둘째는 이날이 노 대통령의 58번째 생일(음력 8월6일)이다.노 대통령은 이날 아침 관저에서 미역국과 함께 아침 식사를 하고 서울공항으로 출발했으며,아시아나 특별기 기내에서는 조촐한 축하행사가 열렸다. 비행기가 이륙하자 기장은 이날이 노 대통령의 생일임을 알리는 방송을 했으며 곧이어 기자단 좌석을 방문한 노 대통령에게 기자단은 화환을 선물하면서 생일을 축하했다.노 대통령은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면서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셋째 카자흐스탄은 지난 97년 행정수도를 이전한 나라여서,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노 대통령에게 또다른 의미를 갖는다.노 대통령은 카자흐스탄의 대표적인 일간지인 ‘카자흐스탄스카야 프라우다’와 가진 이날자 인터뷰 특집기사에서 “카자흐스탄도 수도를 알마티에서 이전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이번 방문을 통해 양국간의 전략과 경험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한국의 신행정수도 건설은 2030년까지 추진하는 사업으로 2007년 상반기에는 본격적인 건설이 시작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카자흐스탄이 수도를 이전한 이유는 경제적,안보적,지리·인구적 등 세가지다.동남부 국경지대에 위치한 알마티로는 국토의 균형 발전이 어렵고 중북부 지역의 경제 개발이 낙후됐다는 게 경제적인 이유다.북쪽에 위치한 러시아의 접경 지역에서는 러시아계 주민들이 자치를 요구하고 러시아로 편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를 막기 위해서도 국경을 중북부인 아스타나로 옮겨야 했다는 것이다.알마티가 지진대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아스타나에 도착한뒤 2차 대전 승전을 기념하는 조국 수호자 기념비 헌화,민속 박물관인 문화센터 방문,고려인·교민대표 초청행사 등을 가졌다.특히 노 대통령 내외는 나자르바예프 대통령 부부와 넥타이를 매지 않고 친분을 다지는 다과모임을 예정에 없이 가져 관심을 모았다. jhpark@seoul.co.kr
  • [삼성하우젠컵 2004 프로축구] 울산 용병 카르로스 10분만에 해트트릭

    ‘삼바 용병’ 카르로스(울산)가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대역전승을 이끌어냈다. 카르로스는 4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우젠컵 부산전에서 후반 15분부터 단 10분 동안 3골을 몰아넣는 괴력을 과시했다.울산은 카르로스의 원맨쇼에 힘입어 5-2로 대역전승을 거뒀다.카르로스의 해트트릭은 대회 1호이자 시즌 3호. 유럽챔피언스리그 챔피언 FC포르투(포르투갈) 유소년팀에서 클럽생활을 시작한 카르로스는 올 시즌엔 CRB 소속으로 브라질 주 리그에서 득점왕을 차지했다.185㎝의 장신에 개인기와 헤딩력을 겸비한 카르로스는 월봉 1만달러에 울산 유니폼으로 갈아입자마자 돌풍을 예고했다.K-리그 데뷔 무대인 지난 1일 부천전에서 2골을 폭발시키며 화려한 신고식을 치른 데 이어 2경기 만에 무려 5골을 몰아넣으며 대회 득점 공동 선두에 올랐다. 울산은 먼저 2골을 내줘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곧 이어 수호자와 유경렬의 골로 균형을 맞췄다.이어 카르로스는 후반 15분 헤딩 패스를 받아 페널티 지역에서 수비수 2명을 제친 뒤 네트를 갈랐고,이후 2골을 몰아넣으며 팀에 짜릿한 승리를 안겼다.8위에 처져 있던 울산은 승점 11(3승2무2패)을 확보해 선두권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서울은 ‘삼바 듀오’ 푸마갈리,산타나와 ‘패트리어트’ 정조국이 3골을 합작해 광주를 3-2로 눌렀다. 연합
  • 野 “관련자 문책” 與 “그만 끝내자”

    사그라지던 정치권의 군(軍) 보고누락 논란이 조영길 국방장관의 돌출발언으로 다시 불 붙기 시작했다.열린우리당은 “그만 매듭짓자.”며 진화에 부심하고 있으나 한나라당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팔을 걷어붙였다.민주노동당도 26일 논전에 뛰어들었다. 사안의 복잡함만큼이나 보는 시각과 해법은 3당3색이다.한나라당은 ‘상부의 사격중지 명령을 우려하는 야전의 불신감’에 눈높이를 두고 현 정권을 공격했다.반면 한때 허위보고에 대한 엄중 문책을 주장하던 열린우리당은 경징계로 끝낸 청와대와 보조를 맞춘 채 파문수습에 부심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남북 핫라인 합의가 야전에서 무시되는 상황을 우려했다. ●“軍·靑 고위층이 책임져야” 한나라당 김형오 사무총장은 오전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이번 사태는 우리 국군이 정권의 국방의지를 얼마나 불신하고 있는지 분명히 보여줬다.”면서 “북한 눈치 살피기에만 급급한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국방시스템을 고장나게 한 것은 아닌지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합동조사단이 허위발표한 사실을 청와대가 사전에 알고 있었을 것”이라면서 “국방부 장관이나 청와대 고위층이 이에 책임을 져야 하고,대통령이 답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열린우리당에 대해서도 “군 관계자가 청와대에 허위보고했다며 문책하라고 난리를 쳤는데,국민에게 허위보고한 것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밝히라.”고 압박했다.전여옥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민들은 이번 사태로 청와대의 미숙한 대응과 군에 대한 갈지자형 대처를 보면서 정권이 얼마나 아마추어적인가 확인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는 “해군작전사령관이 남북 핫라인이 중요한지,북방한계선(NLL) 사수가 중요한지 헷갈린다면 국민은 누굴 믿고 생업에 종사하겠느냐.”면서 “남북대화가 중요하지만 궁극적인 목적이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더이상 정치쟁점화 말라” 이에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대통령이 모든 상황을 종합 판단하고 군의 사기를 고려해 관련자 경징계로 결론 내린 만큼 더 이상 이를 정치쟁점화하지 말라.”고 반박했다.신기남 의장은 상임중앙위 회의에서 “이번 사건은 매우 중대하고 재발되어서도 안 된다.”면서 “그러나 국군통수권자가 합동조사단 보고를 받고 최종 결단을 내린 이상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군은 평화의 수호자로,우리당은 군의 확고한 안보태세 유지와 사기앙양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해 군과 여권과의 갈등을 치유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뜻을 거듭 강조했다.임종석 대변인도 “야당이 정부와 군을 이간질해 정치적 이득을 챙기려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군통수권자가 이번 일의 심각성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군 사기를 감안,관대하게 조치하기로 결정한 만큼 더 이상 흔들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매서운 회초리로 기강 잡아야” 이에 비해 민주노동당은 해군작전사령관이 상부의 사격중지 명령을 우려해 교신여부를 보고하지 않은 사실에 주목하며 군 내부를 맹비난했다.김배곤 부대변인은 “각 방면에서 남북화해의 물결이 줄을 잇고 있으나 아직도 우리 군이 대결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이번 사건은 일부 군 상층부의 비뚤어진 애국심이 지휘체계뿐만 아니라 남북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로,매서운 회초리로 군기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경호 박지연기자 jade@seoul.co.kr
  • 해적과 제왕/노엄 촘스키 지음

    “레이건은 용기와 자유의 승리를 믿었고 대통령이 어떠해야 하는지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가르쳐 줬다.”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최근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안장식에서 이렇게 회고했다.미국은 물론 세계 언론들은 레이건의 업적을 미화일색이란 비판을 들을 정도로 높이 평가했지만 그 그림자에 대해선 애써 외면했다. 그러나 ‘미국의 살아 있는 양심’으로 불리는 노엄 촘스키 교수(MIT대)는 자신의 저서 ‘해적과 제왕’(지소철 옮김,황소걸음)에서 다시 한번 쓴소리를 쏟아낸다.“레이건은 ‘힘 있는 자들’의 편에 서서 세계를 경영한 ‘빅 브라더’였을 뿐이다.침략과 테러를 총지휘하며 숱한 인명을 앗아간 테러범이고 늘 명분을 창조해 힘없는 적들을 괴롭힌 비겁자다.” 촘스키가 보기에 레이건은 더이상 ‘용감한 카우보이’도 ‘자유민주주의의 수호자’도 아니다. ‘해적과 제왕’은 촘스키가 지난 20여년 동안 발표한 글들을 모아 엮은 책.촘스키의 미 제국주의 비판정신의 핵심이 담겼다.국제테러리즘이 극심했던 1980년대를 중심으로 9·11 이후 미국의 테러전쟁,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근황 등 최근 흐름까지 망라했다.촘스키는 세계 곳곳에서 자행돼온 ‘제왕’과 ‘해적’의 만행을 파헤친다.여기서 해적이란 아랍국가들 같은 나라임을 어렵잖게 짐작할 수 있다.촘스키의 미국 행정부 특히 레이건 시절에 대한 비판은 혹독하다.촘스키는 1986년 리비아 시드라만 폭격 사건에 대한 미국의 한 저널리스트의 글을 인용,‘국제테러리즘 최고 사령관’ 레이건을 비판한다.“이 사건은 람보 스타일의 작전이라기보다 동네 깡패가 싸움을 거는 행태에 더 가깝다.전형적인 레이건다운 행동이었다.” 촘스키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진리부(眞理部) 건물에 내걸린 슬로건 ‘전쟁은 평화,자유는 예속,무지는 힘’을 상기시키며 미국의 위선을 신랄하게 꼬집는다.미국의 엘리트들은 ‘테러리즘의 병원(病原)’‘아랍의 미친 개(카다피)’‘악의 축’등 선동적인 조어들을 만들어왔고,‘평화’‘자유’‘민주주의’ 같은 숭고한 용어에 대한 왜곡도 일삼아왔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언론과 학계는 대부분 이에 동조해 정부의 주장을 되풀이할 뿐 아니라 경쟁적으로 뉴스피크(Newspeak,여론조작용 신어)를 창조해내고 있다는 것.촘스키는 경고한다.“우리가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제테러리즘에 대해 눈을 감는다면 언젠가는 그 제국의 발톱이 부메랑이 돼 우리를 엄습해올 것이다.” 1만 8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씨줄날줄] 솜방망이/우득정 논설위원

    지난 2002년 반부패국민연대는 9월의 부패뉴스 1위로 ‘비리공무원 처벌 솜방망이’를 선정했다.법무부 국정감사 자료에서 서울지검의 전체 기소율 49.7% 중 국가보안법 위반사범은 55%,폭력사범은 42.9%인 반면 공무원이 저지른 뇌물알선수재죄의 기소율은 9.6%밖에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이런 탓에 네티즌들은 우리나라의 법은 약자가 아닌 강자의 보호막일 뿐이라고 비아냥거린다.‘솜방망이 처벌’ 이면에는 ‘유권무죄 무권유죄(有權無罪 無權有罪)의 뿌리깊은 불신이 깔려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법관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단어가 ‘솜방망이’다.솜방망이 법관은 ‘돌팔이’나 ‘사이비’정도의 모욕으로 받아들여진다.법관들의 항변은 이렇다.국민의 감정이 아무리 들끓는다 하더라도 법관은 법률과 증거에 의거해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그래서 1차적으로 불만을 제기하는 상대가 검찰이다.검찰은 추상같이 단죄했다고 주장하지만 막상 공소장을 검토해보면 검찰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빠졌거나 미흡한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말하자면 검찰은 마치 정의의 사도인 양 나팔 불고 나면 법원만 덤터기쓰게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국민의 눈에는 오십보백보다.민주주의의 수호자로 자처하는 미국에서도 죄목은 같을지라도 백인보다는 흑인이,부자보다는 가난한 사람이,배운 사람보다는 못 배운 사람이 월등히 불이익을 받는다는 사실이 통계로 입증되었다.오죽했으면 법원과 검찰 앞에서 열리는 시위 현장에 ‘노동자에게는 쇠몽둥이,사업주에게는 솜방망이’라는 플래카드가 단골로 내걸릴까. ‘쓰레기 만두’에 ‘쓰레기 김치’가 우리 식단을 어지럽히면서 솜방망이 처벌이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행정관청부터 수사기관,법원에 이르기까지 악덕업자들을 숨기고 감싸는 인정을 발휘한 덕분에 서민들의 자녀들만 언제 식중독에 감염될지도 모를 지경이 됐다.그럼에도 또 그 법률 타령이다.마음같아선 삼족을 멸하고 싶지만 법률에 면봉으로만 치라고 돼 있단다. 봄이면 해바라기를 10분의 1쯤 축소한 듯한 타원형의 노란꽃이 저지대 습지를 수놓는다.꽃 주위를 흰 털이 감싸고 있다고 해서 솜방망이다.더 이상 솜방망이를 욕되게 하지 말자.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佛 르몽드 “홍상수를 주목하라” 집중조명

    |파리 함혜리특파원|프랑스 유력 일간 르몽드가 제 57회 칸 영화제 개막에 맞춰 한국영화와 홍상수 감독을 자세하게 다뤘다. 르몽드는 13일자에서 칸영화제 공식 경쟁부문에 초청된 ‘남자는 여자의 미래다’(홍상수감독)와 ‘올드보이’(박찬욱 감독) 등 2편의 한국 영화와 홍 감독의 작품세계를 집중 조명했다. 한국 영화 2편이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동시에 초청된 것은 처음이다.르몽드 이외에 권위있는 영화전문지 ‘영화수첩’이 최근 홍 감독을 소개하는 등 현지 언론들의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르몽드는 한국에서 “할리우드 영화의 시장 점유율이 43%인데 반해 자국 영화 점유율은 53%”라며 “한국 영화는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신문은 이어 “한해 최고 영화 10편 중 8편이 한국영화”라며 “10여년전부터 영화계에 진출해 위험을 감수하고 과감한 작품을 제작해온 젊은 제작자들에 힘입어 한국영화는 크게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르몽드는 “일부에서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는 스크린 쿼터제가 한국과 미국 사이에 불화의 씨가 되고 있지만 한국 문화 수호자들에게는 상징적 가치를 지닌다.”고 전했다. 르몽드는 홍 감독과 김기덕 감독이 각각 독자적인 방법으로 한국 대중에게 다가가고 있다며 “홍 감독은 지극히 정제된 구조속에서 성찰과 지성에 따라 행동하는 인물을 그리는 반면 김 감독은 가장 원초적인 충동과 부딪히는 인물의 묘사로 충격적인 작품을 제시한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한국에서 “파격적이고 과감한 작품의 개봉이 그리 많지는 않으나 새로운 연출방식을 추구하는 독창적인 작품과의 만남이 점차 늘고 있다.”며 “한국의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제작의 질적 향상뿐 아니라 관객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징조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홍 감독은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사고는 대중매체나 영화에 의해 여과된다.나는 다른 방향으로 시선을 집중하고자 하며 이미 조작된 것을 사용하지 않으려 한다.”며 “관객들을 설득할 의도가 없고 관객 각자 나름대로 수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lotus@
  • [사설] 갈등 접고 이제 국력 결집을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기각 결정을 내렸다.헌정사상 초유의 국정 불안과 사회적 갈등을 야기했던 63일간의 탄핵정국이 마침내 막을 내린 것이다.결론부터 말하자면 탄핵정국이 모두가 승복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로 마무리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그 시작은 어둡고 참담했으나 그 끝에 이르러서는 상생과 화합의 길을 제시했다는 점이 무엇보다 반갑다.탄핵사태는 진정한 승자도 없고,패자도 없다.또 승자와 패자가 있어서도 안 된다.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성숙 과정에서의 진통,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헌재의 탄핵소추안 기각 결정 의미는 크게 보면 의회민주주의의 절차 존중,법치주의 확립,국민이 부여한 대통령에 대한 민주적 정당성과 헌법 수호자로서의 책임을 들 수 있을 것이다.헌재가 헌법정신과 법관의 양심에 따라 내린 결론은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이 기꺼이 받아들이기에 충분하다.헌재의 결정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는 여야 각 정당들의 반응도 당연한 것이다.다만 헌재가 역사적 결정을 내리는 마당에 법률적 근거가 미약하다는 이유로 소수의견을 밝히지 않은 것은 다소 아쉬움으로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탄핵정국의 와중에서 우리 정치와 사회는 엄청난 변혁을 겪었다.국정은 불안했고,시민사회는 갈등과 편가르기로 뒤숭숭했던 것이 사실이다.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이러한 불안들을 성숙한 시민역량으로 극복했다.국민들은 총선을 통해 국가의 안정과 정치권의 반성을 강도높게 요구했다.또 차분히 기다렸다.청와대와 노 대통령측도 충분히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야당들도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국정공백을 최소화하려는 정부의 노력도 돋보였다.탄핵정국이 국정안정의 발목을 잡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로 인해 국정과 민생이 우려한 만큼 파탄지경에 이르지 않은 것은 우리 모두의 축복일 것이다. 이제 탄핵기각 결정 이후가 더 중요하다.대통령 직무정지 63일간이 헛된 시간이 아니라 국가발전을 위한 진통으로 승화시키려면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이 많다.대통령과 정치권,시민사회는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 지금보다 더 무거운 책임감으로 맡은 바 소임을 다해야 한다.노 대통령과 청와대는 헌법과 국익의 수호자로서의 그 자세를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지난날의 공과나,책임공방은 이제 의미가 없다.헌재의 결정에서도 드러났듯이 대통령은 국민들로부터 주권을 위임받아 나라의 중심에서 민주주의와 법을 수호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다.법과 질서의 토대위에서 국익을 챙기고 민생을 살리는 것이 바로 대통령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인기와 여론에 좌우되는 통치가 아니라,민심과 국익을 우선하는 정치를 펼쳐야 할 것이다. 여야 정치권도 탄핵정국이라는 수업료를 톡톡히 지불했다고 본다.탄핵정국과 총선에 이르는 과정에서의 민심은 한마디로 상생정치를 펼치라는 것이다.탄핵정국으로 국정을 불안하게 한 책임은 모두 정치권에 있다.인기위주의 정치,여론을 볼모로 한 편가르기와 힘겨루기 정치는 이번 결과를 교훈삼아 과감하게 추방해야 한다.민심과 민생을 살피는 정치여야지 여론을 좌지우지하려는 정치여서는 곤란하다.17대 국회에서는 대화와 타협,민생 우선의 정치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정부와 기업,근로자 등 경제주체들도 정치적 위기가 해소된 만큼 경제살리기에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지금의 경제위기가 탄핵정국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지만 국제경쟁에 발빠른 대처를 하지 못한 것은 정치불안에 그 원인이 있을 것이다.머리를 맞대고 경제살리기에 전념해야 한다.특히 정치권이 개혁의 방법론과 이념에 대한 논쟁으로 시간을 끌어 경제주체들의 발목을 잡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경제살리기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선 순위다.대통령과 정부는 과감하게 주도권을 쥐고 경제 국익을 챙겨야 할 것이다. 탄핵정국 이후 촛불시위와 반대시위에 따른 국론분열 등 시민사회가 보여준 태도는 다소 염려스러운 부분도 있었지만 충돌없이 잘 참아준 것은 성숙한 시민사회의 승리다.이제 이같은 자신감을 거울삼아 시민사회가 국익과 민생에 대한 감시자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이제 나아갈 길은 국민화합과 전진이다.˝
  • [탄핵기각] 각계 전문가·원로 반응

    각계 전문가와 원로들은 대통령 탄핵소추의 기각결정에 대해 한결같이 “당연하고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상생의 정치와 사회통합을 위해 힘을 모을 것을 당부했다. ●조정래(소설가) 국민의 뜻을 따른 현명한 결정이다.지난 총선을 통해 국민들은 혁명적으로 정치권을 물갈이했고 탄핵기각을 통해 대통령은 새롭게 지지와 신뢰를 얻었다.제2의 건국이라 할 수 있을 대변혁이다.국민과 정치권은 한마음으로 뭉치고,개혁과 안정을 동시에 이룩해 가는 정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 ●신경림(시인) ‘사필귀정’이라는 말을 자연스레 떠올렸다.국민 대다수의 뜻을 거스른 말도 안 되는 ‘소동’의 당연한 귀결이다.우리 사회의 성숙도를 정치가 따라잡지 못해 일어난 촌극이었다.어쨌든 결과가 나왔으니 이제 정쟁은 그만두고 화합과 진정한 평화로움을 구해야 할 때다. ●함세웅(신부·가톨릭대 부교수) 탄핵은 정치적·역사적으로 하나의 사건이었다.정치인은 정치인 대로,국민은 국민 대로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대통령도 여러가지 아픔이 있었을 것이고 배운 것도 있었을 것이다.민심이 천심이라는 말을 되새기고 잔잔한 삶 속에서 큰 목소리들이 아니라 작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가 필요하다. ●조희연(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 조·중·동 등 보수언론이 독점했던 여론 형성기능이 약화되면서 보수세력이 스스로 왜곡한 공간에 안주한 채 내렸던 오판이 부메랑이 됐다.대통령도 보수세력이 탄핵을 강행토록 잘못을 한 게 사실이다.전화위복으로 삼고,의회혁신을 통해 다수와 소수가 서로를 파트너로 존중하는 다원주의를 정착시켜야 한다. ●정현백(성균관대 사학과 교수·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이라도 국민의 의견에 반하는 것은 용납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셈이다.대통령의 지지는 낮았지만 탄핵 반대가 높았다는 것은 절차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국민이 지적한 것이다.이번 사태가 형식적 참여에서 실질적 참여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박홍(서강대 이사장) 헌재가 대통령의 잘못을 지적하면서도 공동선 차원에서 탄핵은 적절치 않다는 점을 잘 판단했다.대통령도 정치권도 겸허하게 수용하고 새로운 미래를 모색해야 한다.여야,노사,동서,남북,신구 모두 한쪽이 없으면 한쪽은 존재할 수 없다.이 모든 갈등을 국가 공동체를 위해 합쳐나가야 한다. ●박근(전 유엔대사) 민주주의 국가에서 임기를 보장받은 대통령도 헌법의 견제를 받으면서 통치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줬다.탄핵결과에 상관없이 가장 중요한 헌법상 견제수단인 탄핵이 헌정사상 최초로 발동됨으로써 대통령의 견제를 위한 실질적인 선례를 남겼다.헌법과 국민을 생각해 신중하게 통치하길 바란다. ●강문규(지구촌나눔운동 이사장) 여야는 물론 국민도 더이상 왈가왈부하지 말고 헌재 선고를 수용해야 한다.행정부가 명심할 것은 ‘면죄부’를 받았지만 이 사태가 국정운영에 대한 경고 성격도 띠고 있다는 점이다.보복사정은 금물이다.포퓰리즘의 유혹에 경도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기우이길 바란다. ●법장 스님(조계종 총무원장) 이번 사태는 각계각층에 상생의 정치가 얼마나 필요한 것인가를 깨닫게 했다.여야 정치권은 화합과 상생의 정치를 통해 국민에게 신뢰 받는 정치인으로 새롭게 태어나고,정부 당국도 심기일전하여 민생안정과 개혁을 위한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다는 각오로 국정에 임해주기 바란다. ●이춘연(영화인회의 이사장) 해묵은 체증이 싹 내려간 듯하다.지난 2개월 동안은 식사를 한 뒤 설거지를 하지 않은 것처럼 찜찜했다.‘탄핵’이란 별난 영화가 종영됐으니 영화인들도 더 훌륭한 작품으로 본격적인 관객사냥에 나서야 하겠다. ●박윤흔(국민대 객원교수·전 환경부 장관) 직무에 복귀하는 대통령의 1차적 임무는 사회통합이다.더 이상 편가르기식 논쟁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반대자까지도 끌어안아 국정에 참여시키는 결단이 있어야 한다.대통령의 발언이 갖는 중요성을 각인했으면 한다.대통령은 법치주의의 상징이자 수호자가 아닌가.그런 점에서 헌재의 지적은 적절했다.˝
  • 히스토리채널, 4부작 다큐 방송 “4대 야만족은 문화개척자였다”

    흔히 피에 굶주린 약탈자이자 야만족으로 인식돼 온 고트족,훈족,바이킹,몽골족.하지만 이들은 로마제국 못지 않은 대제국을 건설했고 상당한 수준의 문화를 갖고 있었다. 히스토리채널은 1000년에 이르는 네 민족의 역사를 새롭게 조명한 특집 다큐멘터리 4부작 ‘바바리안’을 7일부터 매주 금요일(오전ㆍ오후 10시)에 방송한다. 전세계 히스토리채널에 편성돼 ‘월드와이드’이벤트로 진행되는 이번 4부작 다큐에서는 역사가의 철저한 고증으로 중세의 성곽과 요새,바이킹 농장,마을 등을 생생하게 재현해 냈다.고고학을 바탕으로 다시 만들어진 3척의 바이킹 배도 웅장한 스케일을 자랑하고,스턴트맨을 동원한 실감나는 전투장면은 영화 같은 현장감을 살렸다. 1부 ‘고트족,찬란한 로마 문화의 수호자’는 고트족이 로마제국 붕괴 이후 프랑스와 스페인 일대에 문명국을 건설했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이후 이들은 로마제국의 문화를 보존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2부 ‘훈족,고대 세계 최고의 기병대’는 게르만족 대이동의 발단을 만든 훈족의 역사를 살펴본다.5세기 서구 문명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훈족은 전술의 대가였고 국제외교에도 능했다. 3부 ‘바이킹,바다의 정복자’는 해적으로 묘사돼 온 바이킹이 실제로 아이슬란드,그린란드 등을 개척한 탐험가이자 개척자였다는 사실을 조명한다.이들은 무역상인으로서 유럽 경제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마지막 4부 ‘몽골족,군사 전략의 선구자’에서는 세계 최대제국을 건설한 몽골족의 전술을 소개한다.몽골족은 기마술과 치밀한 전술의 조화로 유럽과 아시아를 아우르는 대제국을 건설해 냈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시론] 민주·한나라 위험천만한 도박/정해구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정치학 교수

    ‘위법’의 원인과 대통령 탄핵이라는 ‘책임’간에는 엄청난 불균형이 있다.도대체 거기에는 인과관계의 합리성이란 찾아볼 수 없다. 국민이 민주적으로 선출한 대통령을 끌어내릴 수 있는 경우는 언제인가? 그것은 두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는데,하나는 쿠데타가 성공한 경우이며 다른 하나는 국민의 혁명에 의해 그 정권이 무너지는 경우이다. 두 경우 모두 합법적이지 않다.혁명의 경우에도 사후적으로 합법적일 뿐이다. 대통령 탄핵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쿠데타나 혁명과 같은 헌정 단절의 방식이 아니라 헌정이 유지되면서 합법적인 방식으로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일이다. 그러나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에 대한 것인 만큼 대통령 탄핵의 추진은 매우 신중해야 하며 따라서 그것은 적어도 국민적 위임에 준하는 것이어야 한다. 우리 헌법은 재적 국회의원 3분의2의 찬성으로 대통령 탄핵의결을 할 수 있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의해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대통령 탄핵에 이같은 엄격한 조건을 다는 것은 그만큼 중대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헌법의 탄핵 규정은 정략적으로 악용되고 있다.그것은 단지 의원 숫자가 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공조 하에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내세우는 탄핵 사유는 대통령이 방송에 나가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 공무원의 선거 중립을 어겼다는 것이다. 물론 선관위의 유권 해석이 있었으니 일단 그것이 ‘위법’이라 치자.그러나 논란이 많은 그 ‘위법’ 결정이 대통령의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는가? ‘위법’의 원인과 대통령 탄핵이라는 ‘책임’간에는 엄청난 불균형이 있다.도대체 거기에는 인과관계의 합리성이란 찾아볼 수 없다.국정 중단을 가져올 대통령 탄핵의 중대사가 이런 식의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정확히 말해 그것은 ‘위법’의 이름 아래 자행되는 헌법의 악용이다. 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민주당이 대통령 탄핵에 나선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 하락 때문이 아닌가? 대통령 탄핵에 민주당의 운명을 ‘올인’하는 것이 아닌가? 한나라당 역시 이에 공조하고 나선 것은 ‘차떼기’ 정당을 모면하기 위한 정략적 공세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지역주의 정치에 의존하여 이제까지 버티어왔던 구정치는 이제 내리막길에 들어섰다는 것이 나의 솔직한 판단이다.더구나 대선자금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그 속도를 더해주고 있다.현재의 ‘막가파식’ 정치는 바로 그러한 위기의식의 역설적 반영이다. 그러나 이같은 무책임한 극단의 정치는 매우 위험한 헌정 유린의 도박이 아닐 수 없다. 사실 그동안 우리 헌법은 경시되고 무시당해왔다.독재자와 쿠데타 세력들이 그 내용을 이리저리 뜯어고쳐 엉망으로 만들었던 헌법의 역사가 우리의 헌정사이다. 헌법이 그나마 겨우 그 권위를 찾기 시작한 것은 1987년 민주화 이후였다. 그러나 그동안 헌법을 쳐다보지도 않던 정치세력들이 정략적 이해를 위해 헌법을 악용할 기회가 생기자,갑자기 헌정의 수호자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헌정의 수호자인가? 아니다.그들은 정략적 이유로 헌법을 악용하는 헌정의 유린자들이다. 특정 정당의 당리당략을 위해 어렵사리 쌓은 민주적 헌정을 통째로 무너뜨릴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위험천만한 헌정 유린의 도박은 중단되어야 한다. 정해구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정치학 교수˝
  • 김기덕 감독은 누구

    김기덕(43)은 논란을 몰고다니는 감독이다.‘아웃사이더의 수호자’로 떠받들어지는가 하면,‘여성비하와 폭력을 수단으로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라며 곱지않은 눈길로 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 1996년 주류 질서의 바깥으로 밀려난 밑바닥 인생을 다룬 데뷔작 ‘악어’ 이후 ‘섬’ ‘나쁜 남자’ ‘수취인불명’과 ‘사마리아’에 이르는 10편이 대부분 찬사와 함께 비난을 받았다. 이런 그이기에 지난해 구도(求道)를 다룬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 발표되자,“예전 작품과 다르다.”면서 `김 감독의 작품에 쟁점이 없다는 것이 장점이냐,단점이냐.’ 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그러나 그는 “관객을 불편하게 한다.’는 세간의 평가에 “무엇이 불편한지 모르겠다.”고 답한다. 김 감독은 베를린영화제 시상식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모두에게 감동을 주는 표준적 스타일의 영화를 만들지 않고 고유한 시각과 정체성,스타일을 드러냈다는 점에 심사위원들이 주목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독자적인 철학을 유지하겠다는 선언이자,앞으로 관객의 불편함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강력한 암시가 아닐 수 없다. 1960년 경북 봉화에서 태어난 김 감독은 한번도 정식 영화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 최종 학력이 중학교 졸업인 그는 해병대에 복무하고는 서양화 공부를 하기 위하여 1990년부터 3년 동안 파리에 머무르기도 했다. 1994년 ‘화가와 사형수’가 영화진흥공사의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으며 영화계와 첫 인연을 맺었다. 그는 “내 머릿속의 감독이란 시나리오도 직접쓰는 사람”이라면서 “무협지와 멜로물을 가지고 와서는 영화를 만들자는 사람도 있는데,남이 쓴 것은 소화할 능력도 없고 칼싸움 같은 데는 관심도 없다.”고 밝혔다.앞으로도 ‘사마리아’같은 저(低) 예산 영화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다음 영화는 유럽에 입양된 한국인들을 다룰 계획이다.독일과 프랑스에서 제작비를 모두 대겠다는 조건을 내놓아 최종 결심만 남아있다고 한다. 박상숙기자 alex@˝
  • '사마리아’ 김기덕씨 베를린영화제 감독상

    김기덕 감독이 제54회 베를린영화제에서 ‘사마리아’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회는 14일 영화 ‘사마리아’로 원조교제를 하는 두 소녀와 형사인 한 소녀의 아버지의 복수 과정을 통해 용서와 화해,원죄와 구원 의식을 독특한 방식으로 그린 김 감독에게 감독상(은곰상)을 수여한다고 발표했다.한국 감독이 베를린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관련기사 18면 최우수 작품상인 황금곰상은 터키계 2세 독일 감독 아티 아킴스의 ‘벽을 향해’가 차지했다. 황수정기자 sjh@ ■김기덕 감독은 누구 김기덕(43)은 논란을 몰고다니는 감독이다.‘아웃사이더의 수호자’로 떠받들어지는가 하면,‘여성비하와 폭력을 수단으로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라며 곱지않은 눈길로 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 1996년 주류 질서의 바깥으로 밀려난 밑바닥 인생을 다룬 데뷔작 ‘악어’ 이후 ‘섬’ ‘나쁜 남자’ ‘수취인불명’과 ‘사마리아’에 이르는 10편이 대부분 찬사와 함께 비난을 받았다. 이런 그이기에 지난해 구도(求道)를 다룬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 발표되자,“예전 작품과 다르다.”면서 `김 감독의 작품에 쟁점이 없다는 것이 장점이냐,단점이냐.’ 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그러나 그는 “관객을 불편하게 한다.’는 세간의 평가에 “무엇이 불편한지 모르겠다.”고 답한다. 김 감독은 베를린영화제 시상식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모두에게 감동을 주는 표준적 스타일의 영화를 만들지 않고 고유한 시각과 정체성,스타일을 드러냈다는 점에 심사위원들이 주목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독자적인 철학을 유지하겠다는 선언이자,앞으로 관객의 불편함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강력한 암시가 아닐 수 없다. 1960년 경북 봉화에서 태어난 김 감독은 한번도 정식 영화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 최종 학력이 중학교 졸업인 그는 해병대에 복무하고는 서양화 공부를 하기 위하여 1990년부터 3년 동안 파리에 머무르기도 했다. 1994년 ‘화가와 사형수’가 영화진흥공사의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으며 영화계와 첫 인연을 맺었다. 그는 “내 머릿속의 감독이란 시나리오도 직접쓰는 사람”이라면서 “무협지와 멜로물을 가지고 와서는 영화를 만들자는 사람도 있는데,남이 쓴 것은 소화할 능력도 없고 칼싸움 같은 데는 관심도 없다.”고 밝혔다.앞으로도 ‘사마리아’같은 저(低) 예산 영화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다음 영화는 유럽에 입양된 한국인들을 다룰 계획이다.독일과 프랑스에서 제작비를 모두 대겠다는 조건을 내놓아 최종 결심만 남아있다고 한다. 박상숙기자 alex@˝
  • ‘국참’ 발칵

    ■적법성 공방 與野 최근 결성된 친노(親盧)단체 ‘국민참여 0415’를 놓고 여야간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공동전선을 형성,“노무현 대통령의 홍위병”이라며 주동자 사법처리와 노 대통령의 개입 중단을 촉구한 반면 열린우리당은 “국민의 정치참여는 적극 권장할 일”이라고 반박했다. 한나라당 이상득 사무총장은 27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국민참여 0415’는 노 대통령이 ‘다시 뛰어달라.시민혁명은 계속돼야 한다.’는 발언에 고무된 친노세력들”이라며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불법선거운동은 어떤 경우를 막론하고 저지돼야 한다.”고 말했다.은진수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헌법과 법률의 수호자여야 할 대통령이 불법선거를 선동하는 나라,그 선동에 호응해 홍위병들이 불법선거를 자행하는 나라는 나라도 아니다.”면서 “노 대통령은 즉각 친노조직 및 단체의 불법 총선개입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박종희 의원은 “정치인들이 불법선거운동을 하면 참정권까지 박탈하는 만큼 불법선거운동을 벌이는 단체의 주동자에대해서는 징역형을 선고해 처벌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가세했다. 민주당 강운태 사무총장은 “대통령이 나서서 홍위병을 만들겠다는 발상으로,시민이라는 이름을 도용해 선거운동을 벌이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며 “문제의 심각성은 이 단체의 뒤에 나라의 최고 통치권자인 대통령이 있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김영환 대변인은 “율곡의 10만 양병설은 나라를 구하는 것이었으나 ‘국참0415’의 ‘10만대군 양병설’은 나라를 망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서영교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선거법 개정에 따라 시민단체도 토론회나 온라인상으로 의사표현을 할 수 있다.”면서 “특정정당 지지는 국민의 기본권인 참정권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장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진경호기자 jade@ ■긍정반응 시민단체 노사모,국민의 힘,서프라이즈 등 이른바 ‘친노’ 성향 단체들이 결성한 ‘국민참여 0415’의 당선운동 방침에 대해 대부분의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27일 “법적으로 금지할 명분이 없는 새로운 형태의 유권자운동”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경실련의 고계현 정책실장은 “특정 정파의 동원조직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유권자의 자발적인 정치참여를 확대한다는 긍정적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면서 “현행법상 막을 명분도 없는 만큼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운동이 진행되도록 단속·계도하면 충분하다.”고 밝혔다.그는 “서구의 경우 이와 유사한 ‘정치인 서포터스’ 조직이 점차 관료적 정당조직을 대체하는 흐름마저 나타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 선거에서도 이같은 서포터스 조직의 활동이 선거운동의 중요한 흐름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참여연대의 이태호 정책실장은 “돈으로 동원되지 않는 자발적인 유권자 조직이 생겼다는 것은 발전적 현상”이라면서 “운동 방식에 거친 면이 있더라도 그 자체를 홍위병으로 매도하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그는 이같은 형태의 서포터스 조직을 전근대적인 지구당 조직이나 사조직을 대체할 미래지향적 운동조직이라고 평가했다.함께하는 시민행동 정선애 정책국장도 “이들의운동도 부패정치를 넘어서고자 하는 유권자 운동의 큰 흐름 안에 있다고 본다.”면서 “돈 선거를 막고 참여를 확대한다는 차원에서 오히려 적극 장려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조중근 사무처장은 “서구에서는 일반화된 유권자 운동이라고 하지만 우리나라 풍토에서는 공명선거를 정착시키는 것이 급선무”라면서 “선거의 공정성을 저해하는 어떤 단체의 당선·낙선운동에도 찬성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세영기자 sylee@
  • “북한 건설적으로 포용을”동아시아포럼 참석 마하티르 前 말聯총리

    아시아의 ‘쓴소리’ 모하마드 마하티르 전 말레이시아 총리가 16일 한국 기자들과 만나 미국 등 서구 강대국 주도의 안보 정책과 시장개방 정책에 대해 예의 날카로운 비판을 쏟아냈다.동아시아포럼(EAF) 창립총회 참석차 방한한 마하티르 총리는 “건설적인 포용정책으로 북한을 국제사회에 편입시켜야 한다.”고 말했다.마하티르 총리는 또 “일률적인 세계화는 공평한 개방이 아니며 빈곤 국가도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세계화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아시아적 가치’의 수호자로 불리고 있는데. -‘아시아적 가치’는 2차대전 후 아시아의 경제성장과 산업화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97∼98년 이 지역 금융 위기는 ‘아시아적 가치’로 생긴 게 아니라 ‘탐욕’이라는 서구적 가치 때문이다. 서구적 가치는 생산 자체보다 외환 매매를 통한 시세차익을 통해 이득을 추구하는 것이다.외환조작을 통한 돈벌이다.돈 자체가 목적이다.하지만 ‘아시아적 가치’는 건전한 생산활동과 무역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정직한 시스템이다. 아시아 지도자로서 북한과의 협력방안에 대한 견해를 밝혀 달라. -북한을 우선 건설적으로 포용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이를 통해 국제사회가 북한과의 접촉 포인트를 설정하고 북한을 이해해야 하고 문제의 근원과 해결책을 포용정책을 통해 찾아가야 한다.말레이시아는 미얀마에 대해서도 그런 정책을 취한다.북한을 동남아국가연합(ASEAN) 회의에 초청하고 싶은데,다른 나라 생각은 모르겠다. 선제공격 정책 등 미국을 비롯한 초강대국의 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높였는데. -초강대국이 예방적 조치,즉 선제 공격을 한다면 우리는 독립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우리 같은 약소국은 늘 공포에 떨어야 할 것이다.선제공격 정책은 또 다른 이름의 침공이다.미국의 이라크 침공도 한 예다. 반(反) 세계화 및 반 신자유주의,반 신제국주의 대변인으로 불리는데 -나는 절대 반 세계화론자가 아니다. 반대하는 것은 강력한 부자 국가들이 이해하고 해석하는 세계화다.각 국가는 모든 면에서 능력의 차이가 있다.일률적인 세계화는 공평한 개방이 아니고,착취로 이어질 수 있다. 빈곤국가도 이득을 얻는 세계화라야 한다. 한국의 박정희 전 대통령을 존경하는 것으로 안다.민주주의와 개발독재는 상충되지 않는가. -민주주의는 실천도 어렵고 한계도 많다.무정부 상태와 구분이 힘들 때가 있다.영국은 너무 많은 자유가 산업 쇠퇴를 불러왔다.서구 국가를 따라잡아야 한다.민주주의는 국민이 정부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 경제를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나는 선거를 통해 22년간 총리로 재임했다.만약 여러분들이 나를 독재자라고 생각한다면,정부내 자리 하나도 맡지 않고 자발적으로 퇴임한 최초의 독재자란 표현이 맞을 것이다. 한국과 일본을 경제발전의 모델로 삼는 ‘룩 이스트(look east)정책’을 취했는데. -모델의 부정적인 측면에서도 배울 점이 있다.예컨대 금융위기 이후 한국은 우리와 달리 IMF 방식을 따랐다.그로 인해 향후 한국이 경제발전의 통제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한국의 재벌문제도 부정적인 요소다.반면 시장경제를 채택하되 정치는 개방하지 않는 중국의 경우 경제발전을 효과적으로 컨트롤할수 있다고 본다. 김수정기자 crystal@
  • 책 / 대지의 수호자 잡초

    조지프 코케이너 지음 / 양금철·구자옥 옮김 우물이 있는 집 펴냄 얼마 전 ‘야생초 편지’라는 책이 나와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천덕꾸러기 잡초가 약재도 되고 식량도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사람들에게 신선한 깨우침을 줬다.하지만 이러한 ‘잡초의 진실’은 인디언들 사이에서는 이미 오래된 상식이다. 북미 포니족 인디언은 야생 나팔꽃과 야생 순무,그리고 그 씨앗을 먹었다.인디언 여자들이 채집한 비름과 명아주 씨앗은 빻아서 빵이나 포리지(채소나 고기 따위로 만든 잡채식 죽)를 만들 때 함께 넣었고,비름은 끓인 뒤 돼지기름에 튀겨먹기도 했다.그들은 고기를 요리할 때 거의 예외 없이 잡초를 넣었다.잡초는 오늘날 문명인의 식탁에까지 오른다.뿌리에 특히 영양분이 많은 달맞이꽃은 영국과 네덜란드에서는 특선 채소로 재배되기도 한다. ‘대지의 수호자 잡초’(조지프 코케이너 지음,양금철·구자옥 옮김,우물이 있는 집 펴냄)는 이처럼 잡초의 생태와 효용가치를 상세히 다룸으로써 잡초라는 이름에 깃든 인간의 오만과 편견을 일깨워준다.1940년대 말에 씌어진 이 책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잡초를 옹호한 선구적인 저작으로 서구의 생태주의자들에게는 고전으로 통한다. 세상에 잡초란 없다.제자리를 벗어나 자라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부정적인 식물’이라는 낙인을 찍어 잡초라 부를 뿐이다.잡초는 우리가 아는 것처럼 쓸모가 없거나 해롭지 않다.오히려 생태적으로 이로울 뿐 아니라 인간이 키우는 작물에도 도움이 된다.잡초는 엄청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그 생명력은 강인한 뿌리의 힘에서 나온다.잡초는 대부분 자신 키의 수백 배에 달하는 거리까지 뻗어나갈 수 있는 뿌리를 갖고 있다.그 뿌리는 지하 깊은 곳에서 양분을 빨아 올려 표토를 기름지게 하며,땅을 스펀지처럼 만들어 그 속에서 수많은 미생물들이 살아 숨쉬도록 한다.잡초전문가인 저자는 잡초는 토양의 상태를 알려주는 지표이며 농작물의 친구라고 말한다. 잡초는 너무 빽빽하게 자라지 않도록 관리만 해주면 농작물에 매우 긴요한 일을 한다.한 예로 털비름은 중점토에서도 당근이나 무,비트 같은 뿌리채소가 잘 자랄 수 있도록 토양을 탄력있게 바꿔준다.그런가 하면 옥수수는 한해살이 야생나팔꽃 덩굴 속에서 더 잘 자란다.이처럼 잡초는 ‘모성식물’로서 다른 작물의 성장에 적잖은 도움을 준다.이른바 ‘어머니 잡초(mother weed)’ 구실을 하는 것이다. 미국의 사상가이자 시인인 랠프 월도 에머슨은 “잡초란 그 숨겨진 가치들이 아직 발견되지 않은 식물”이라고 했다.잡초는 이제 더이상 인간에게 버림받는 식물이 아니다.선진 외국에서는 잡초에 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하지만 우리는 아쉽게도 농작물을 위해 잡초를 어떻게 해치울까 하는 데만 골몰한다.‘잡초학’은 없고 ‘잡초방제학’만 있는 셈이다. 이 책은 아직 걸음마 단계인 우리 잡초학의 현 수준을 되돌아보고 잡초의 정당한 생태학적 지위를 찾아주는 자극제가 될 만하다.1만 2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열린세상] 한미관계 현실적 접근

    국민의 정부 출범과 아울러 본격화된 대북포용정책과 이를 계승한 참여정부의 평화번영정책은 다양한 차원에서 남북관계의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다.동해에서는 금강산관광유람선이 오가고,북한의 미녀 응원단이 남한에서 인기몰이를 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변화는 이에 맞는 새로운 질서의 형성을 요구하는 관성을 지니며,이는 종종 과거의 질서와 충돌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은 역사의 평범한 상식이다.남북관계의 변화는 냉전적 패러다임속에서 안주했던 우리에게 새로운 질서의 구축과 적응을 요구하고 있으며,이는 우리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한반도 평화의 의미와 미국의 역할에 대한 인식의 변화이다.한·미관계는 2차세계대전의 종식과 분단,그리고 한국전쟁이라는 일련의 역사적 과정에서 그 기원이 형성되었다.이 과정에서 한국과 미국은 한·미동맹이라는 긴밀한 협력관계를 형성했다.이유야 어떻든 미국은 한반도에서 자신들의 피를 흘렸으며,우리의 젊은이들은 미국의 전쟁인 베트남에서 피를 흘렸다.이렇게 본다면피로 맺어진 동맹의 의미를 지니는 ‘혈맹’이라는 한·미관계의 상징 용어가 그리 어색한 것은 아니었다.이와 같은 끈끈한 한·미동맹은 냉전기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처하는 핵심적 수단이었다.따라서 과거 냉전기의 경우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유일한 문제아는 북한이었으며,‘전쟁=북한의 남침’이라는 등식은 남한사회의 삼척동자도 다 아는 상식에 해당했다.이 과정에서 미국은 한반도에서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를 지켜주는 ‘수호자’였으며,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국민정서상 용납되기 어려웠다. 냉전의 해체는 이와 같은 한·미관계에도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그러나 한반도 문제를 보는 미국의 시각은 아직 과거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없다.부시행정부의 출범이후 미국은 북한에 대해 압박정책을 구사했으며,이 과정에서 미국에 의한 군사적 수단의 사용가능성도 공공연하게 제기되었다.특히 북한 핵문제가 부각되면서 군사적 해법에 대한 논의도 가속화되는 경향을 보인 바 있다.다자회담 등으로 북핵문제에 대한 해법이 평화적인 방식으로 해결될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이 과정에서 우리는 과거 인지하지 못했던 평범한 상식 하나를 얻었다.그것은 미국도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다.미국의 관료나 정치지도자들의 입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평화적 해결이라는 단어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오늘의 현실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물론 미국의 군사적 행동가능성은 불량국가에 대한 응징이라는 명분을 지닌 것이지만,북한은 우리의 잘려진 반쪽인 동시에 한반도의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각별한 의미를 지닐 수밖에 없다. 한·미관계의 변화는 주한미군의 감축가능성과 후방배치라는 문제의 제기에서도 부각되어 나타나고 있다.영원한 혈맹으로 한반도의 보루가 되어줄 것으로 믿어졌던 미국에 있어서도 국익은 핵심적 요소이며,국익에 따라 주한미군의 위상도 변화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이는 단순히 미국에 대한 흑백논리차원의 가치판단을 요구하는 문제가 아니라 2003년의 한반도의 현실을 직시해야 함을 의미한다. 한·미동맹은 역사적인기원과 명분을 가지고 있으며,양국간의 협력관계에서도 방기되어서는 안 될 의미를 지니고 있다.그러나 역사적 기원과 명분 때문만으로 새로운 한·미관계의 구축이 제약될 수는 없다. 지금 우리 앞에는 한·미관계가 새로운 상황에 맞게 발전적으로 변화되어야 한다는 숙제가 놓여있다.이라크 추가파병과 관련하여 관료와 정치인들이 입만 열면 국익을 외치고 있다.그러나 국익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적 선택에 의해서 추구될 수 있는 것이다.한·미관계에 대해 감정이 아니라 냉정한 이성에 기초한 현실적 접근이 필요한 이유이다. 조 한 범 통일연구원 북한기초연구사업 본부장
  • [녹색공간] 카산드라,그 외침의 뜻

    지식의 사람은 권력자의 심복이었다.왕의 시중을 들면서 녹을 챙겼던 자다.그리하여 오늘도 지식인은 권력의 주변을 맴돌며 산다. 사회가 분화하고 지식이 전문화하면서 권력도 더욱 전문화된 지식을 필요로 한다.이 상황에서 지식의 값은 증식한다.지식 세력이 오름세를 보이게 된 까닭이다.지식이 지식 자본이 되고 지식 소유자가 지식 자본가가 된 것이다.이들은 언제이고 지식을 미끼삼아 권력에 줄을 댄다. 이들은 체제 지향적이다.반체제 지식인도 근본에서는 다르지 않다.가까이 체제의 중심부로 진입하게 되리라 믿으며 그 일을 위해 일하는 체제의 사람이다.이러한 점에서 모두가 체제를 일구어 그 안에서 이익을 챙기고자 하는 기회주의자다.지배 세력이건 대항 세력이건,오늘의 권세이건 내일의 권세이건 상관이 없다.어떤 권력에든 지식은 유착한다.권력을 보위하며 권력의 자리에 오른다.체제의 수호자이자 옹호자로 득세한다. 지식의 사람은 파국을 모른다.파국은 그들의 인식 지형에 떠오르지 않는다.정권의 교체,기껏 체제의 개혁에 익숙해져 있을따름이다.체제의 수리와 수선에 필요한 넉넉한 전문 지식이 있다며 거드름 피우며 뽐낸다.체제의 파국을 아는 사람이 있다.카산드라다. 카산드라는 희랍 신화에 나오는 여신이다.그는 미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뭇 사람들에게 다가오는 파국 상태를 알려주었다.사람들이 비웃고 무시한다 하더라도 타고 난 ‘경고와 예언의 능력’을 주저 없이 펼쳐내었다.위험과 파멸의 불길한 사태가 밀어닥친다고 알려주는 일이 그의 사명이었다. 파국을 앞질러 일러주는 카산드라의 역할,오늘날 이 일은 ‘지성의 사람’에게 맡겨져 있다.지성의 사람은 체제의 중심부를 향하여 기교 부리며 알랑거리지 않는다.지배 세력과 한통속이 되어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체제 변호에 푹 빠져 있는 지식의 사람을 경멸한다.지성의 사람은 다가올 무서운 파국 사태를 경고하는 일을 꿋꿋하게 수행한다.이것이 오늘의 카산드라로 사는 지성인의 역할이다. 지성의 사람은 전문 기술 지식을 휘두르며 으스대지 않는다.거대한 기업체와 막강한 정부의 힘을 빌려 축적해 놓은 전문 지식정보도 없고 거기에 익숙하지도 않다.도리어 그 지식의 테두리 너머 상상의 대안을 꿈꾸며 살고 새로운 삶의 세계를 그리며 산다. 지성의 사람이 생명과 평화를 주장하며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면 펜타곤의 전문 지식 세력은 전략과 전술의 전문 지식으로 응수한다.반전 지성 세력을 돌출 인물이자 무책임한 선동가 집단으로 몰아세운다.지성의 사람이 자연 생태계를 지키자며 간척 사업과 건설 계획을 반대하고 나오면 개발부서와 엉겨붙어 사는 지식 세력은 두꺼운 보고서를 내흔들며 불가피한 선택이자 최선의 방안이라고 내뱉는다.그러고는 대안 없이 반대만을 일삼는 고집불통의 한심한 집단이라며 이들을 몰아붙인다. 그럼에도 지성의 사람은 침묵하지 않는다.평화를 외치며 끊임없이 군사주의 체제를 교란시키고,녹색 세상을 새기며 생태계 파괴 행위가 낳을 비참한 파국 상태를 소리쳐 알린다.끝내 지식의 우리 안에 갇혀 있기를 거부하고 상상과 비전의 사람으로 살고자 한다. 카산드라로 부름 받은 사람은 별스러운 사람이다.파국을 외치며 살아야 할운명을 타고났기 때문이다.그만큼 거북살스러운 사회 세력이기도 하다. 박 영 신 연세대사회학과 명예교수 녹색연합 상임대표
  • [사설] 이라크 전후처리 美 독주 안된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결국 바그다드의 함락으로 이어졌다.미국의 작전 과정에서 수많은 이라크인들이 사망하고 부상했으며 난민들이 속출했다.미국과 국제사회는 복구사업에 먼저 눈독들이기보다는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전후처리는 우선 이라크인들을 위한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그러나 미국은 이라크의 미래가 아니라 미국의 이익을 위해 전후처리를 독점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미국은 군정·과도정부·새정부 출범을 미국의 시나리오대로 밀고나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이는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책략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미국은 이미 명분없는 전쟁을 일으켜 국제적 신뢰를 잃었다.미국이 전쟁의 주요 명분으로 내세운 대량살상무기는 이라크에서 발견되지 않았다.테러예방을 핑계 삼은 예방전쟁론도 힘있는 나라의 일방적인 침략을 정당화하는 위험한 강대국의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이제 와서는 후세인 압정의 해방군으로 억지 명분을 찾으려는 듯하다.우리는 미국이 세계평화를 지키고 국제적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전후 처리를 유엔 중심으로 할 수 있도록 협조하는 일이라고 믿는다.미·영 정상들은 지난 8일 회담에서 유엔의 ‘중추적 역할’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그러나 중요한 것은 구체적 행동이다. 미국은 이라크 전쟁을 통해 평화의 파괴자로 비난받고 있다.미국이 평화의 수호자가 되려면 국제사회와 협조해야 한다.그 첫발은 이라크에 친미정권이 아니라 이라크인들의 지지를 받는 정부를 세우는 일이다.이라크에 반미분위기가 없어야 중동평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중동평화는 세계평화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 미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 NO WAR/ 美반전단체, 새달7일 시민불복종의날 선언

    미국 샌프란시스코 반전단체들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항의하는 의미로 다음달 7일을 ‘미국 시민 불복종의 날’로 선언하기로 했다. ‘전쟁 중지를 위한 신속한 행동’ 등 반전단체들은 26일 기자회견에서 “시민 불복종 운동은 우선 이라크전쟁으로 이득을 보려는 석유회사·무기제조업체 등을 상대로,이들이 문을 닫거나 친환경적·친인류적 기업으로 거듭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가 벡텔·시티그룹·칼라일 그룹 등 거대기업들에 집중하는 이유는 이 기업들이 이라크전쟁을 통해 수익을 올릴 뿐 아니라 그들이 투자·공작·무기제조·정치적 기부행위 등을 통해 이번 전쟁을 가능하게 만든 장본인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샌프란시스코의 반전단체들은 개전 이후 거리를 점거한 채 반전구호를 외치고,석유회사·건설회사 등 전쟁 특수 업체들 건물 앞에서 ‘인간방패’로 나서 항의시위를 벌이다 지금까지 1700여명이 체포됐다. 민간인 사망자 수가 늘어나고 전기·수도·식량이 끊겨 고통받는 이라크인들의 소식이 알려지면서전 세계의 반전 시위도 더욱 격렬해졌다. 인도네시아의 과격 이슬람단체인 ‘이슬람 수호자 전선’은 26일 이미 500여명의 이라크 전쟁 자원병을 모집했으며 이들을 최전방으로 파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이라크 공격이 멈출 때까지 미·영국 영화 상영을 중단하라는 위협과 미국 상품 불매 운동을 벌이자는 목소리도 터져나왔다.맥도널드,KFC 등 미국을 대표하는 패스트푸드점들도 수난을 겪었다. 호주 시드니에서는 초등학생을 포함한 반전시위대와 경찰이 물리적 충돌을 빚은 뒤 경찰관 3명이 부상을 입고 골프공과 돌,의자,병 등을 던진 혐의로 13세 소녀를 포함한 수십명의 시민들이 체포됐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이라크전쟁은 인류의 양심에 의해 거부됐다는 메시지를 가톨릭 군인들에게 보냈고,후진타오 중국 주석도 이라크에 대한 군사행동을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류길상기자 ukelvin@
  • 켈리·통외통위 간담회 대화록 “美·南·北 공동 협상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방한한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14일 미 대사관저에서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들과 가진 조찬간담회에서 “북핵문제를 유엔 안보리에서 처리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미국과 남·북한이 주체가 돼 협상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다음은 이부영(한나라) 의원이 전한 대화록. ●켈리 특사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와 만나 정말 미국인들이 들어서 즐거운 얘기를 들었다.부시 대통령의 초청을 기꺼이 수락해 준 것도 고맙게 생각한다. ●최병렬(한나라) 의원 지난 대선과정에서 미묘한 시기에 여중생 사망사건과 군 재판 처리과정이 유감스러웠다.그것이 선거 결과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한국 정부가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한다는데 적절치 못한 것 아니냐. ●켈리 한국이 중재자란 단어를 쓰기는 어려울 것이다.노 당선자도 북한의 핵보유는 용납하지 못한다고 언급했다.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모임에서도 구체적인 한·미·일간 논의내용이 있었고,북한에 대해서도 공동으로 설득하자는 입장을 정리했기 때문에 한국이 중재자를 한다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아니냐.노 당선자가 솔직담백한 점을 알 수 있게 됐고,오해를 풀도록 자주 대화하겠다. ●이부영 의원 반미감정과 미군철수 주장이 한국 국민 대다수의 주장처럼 과장된 측면이 있다.미국이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일 필요가 없다.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당선자로 이어지는 민주당 정권에 대해 미 행정부가 자주 견해의 차이를 보였는데,초당적으로 국민여론 수렴과정을 거쳐서 노 당선자의 대미·대북정책에 반영토록 할 것이다. ●김종호(자민련) 의원 현재 문제는 북한은 체제보장을 먼저 해 줄 것을 요구하고 미국은 북한의 핵포기를 먼저 선언할 것을 요구한다는 것이다.즉 서로 먼저 조치를 취해 줄 것을 기대한다.미국이 민주주의와 세계평화의 수호자로서 역할을 하고 있으므로 북한체제 인정을 먼저 해 주고 대화에 나서도 미국의 체면에 손상을 주지 않을 것이다.우리의 입장은 북의 핵보유는 절대 인정을 못한다.그러나 체제를 먼저 인정해 주고 대화에 나서되 확실한 검증장치,이러한 것을 세워서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해 나간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켈리 북한은 국제적 의무를 준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과거에는 합의해 놓고 보상을 해줬더니 뒤에서 핵무기 비밀개발을 해오지 않았느냐.그것을 막을 장치가 없는 협상은 무의미하다.완전히 검증하는 방법이 전제되지 않고는 협상이 가능하지 않다.이 과정에 한국이 절대 소외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창복(민주)의원 북한이 핵문제 개발 능력이 있다고 보나.SOFA를 한국민 요구대로 개정할 필요가 있지 않나. ●켈리 북한은 핵무기 개발능력을 지난 20여년에 걸쳐 해왔고 능력도 보유하고 있다고 본다.일부에서는 유엔 안보리에서 이 문제를 처리하자는 요구가 있으나 핵확산금지조약(NPT) 문제는 안보리에서 처리할 수 있지만,북핵문제를 실제로 협상하는 문제를 안보리에 맡겨서 처리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이 문제는 미·한·북이 주체가 돼서 협상을 벌여야 된다. ●서정화(한나라)의원 한국 국민들은 미국의 대이라크전이 끝나면 한반도에 대해서 미국이 무력을 사용한 해결방식을 택할지도 모른다는 깊은 우려를 가지고 있다. ●켈리 악의 축 국가들에 대해서는 어떤 확정된 공식이 없다.이라크전이 끝나도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계속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리처드 롤리스 국방부 차관보 및 라포트 사령관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운영개선은 노력할 수 있으나 개정은 좀 어렵지 않으냐.여중생 사망사건에 대해서는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다시는 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다.장갑차 이동시 절대로 교차하는 작전운영이 없도록 모든 조처를 훈련과정시 강구하도록 하겠다. 김경운기자 kkw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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