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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형표 1심 유죄 판결은 엘리엇 유리… 이재용 무죄는 한국정부 유리

    엘리엇 “권력형 부패 인한 합병 피해” 재판 결과 지렛대 삼아 손해배상 요구 정부, ISD 중재 대상 부합하는지 검토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적폐 청산 수사·재판 결과를 지렛대 삼아 한국 정부에 6700억 달러(약 7200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면서 정부가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같은 정부 안에서 검찰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의 권력형 비리를 입증해 내야 하고, 법무부는 배상 책임을 질 만큼 당시 합병에 미국계 투자자 배제 의도가 불법성이 짙지 않았음을 입증해야 하는 입장에 처해서다. 검찰과 정부가 각각 국익 추구를 위해 상반된 논거를 채택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단 얘기다. 법무부가 11일 공개한 중재의향서에 엘리엇은 박근혜 전 대통령,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등의 실명을 적었다. 이들의 권력형 부패 범죄 때문에 기관 투자자인 국민연금이 합병 찬성 결정을 내려 합병에 반대하던 삼성물산 주주인 엘리엇은 손실을 입었다는 주장이다. 엘리엇은 또 “합병은 한 한국인 투자자 집단에 특혜를 주고 엘리엇과 같이 환영받지 못하는 외국인 투자자에겐 피해를 주고자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합병을 삼성 그룹 3세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보고 그 수혜자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지목한 검찰·특검의 논리를 떠올리면, 엘리엇이 지목한 ‘한 한국인 투자자 집단’은 삼성 총수 일가로 유추할 수 있다. 한국 정부와 엘리엇 간 국제분쟁이 진행된다면 검찰·특검의 기소를 수용해 유죄 선고를 한 재판 결과는 엘리엇이, 검찰·특검 기소를 기각한 재판 결과는 우리 정부 측에 유리하게 동원될 여지가 생긴다. 지금까지 나온 하급심을 보면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은 국민연금을 합병에 찬성하게 한 혐의로 유죄를,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은 삼성 승계를 부정청탁한 대가로 뇌물을 받은 혐의에 한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문 전 장관등의 유죄 판결은 엘리엇에, 이 부회장 등의 무죄 부분은 우리 정부에 유리한 근거인 셈이다. 하지만 한국 사법부 판단을 투자자·국가 소송(ISD) 청구 근거로 쓰는 것은 엘리엇의 일방 주장에 불과할 뿐 ‘정부 정책 변화로 손해를 입을 때’라고 규정한 ISD 중재 청구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다.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외교부, 법무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등이 함께 대응책 모색에 나선 가운데 정부 관계자는 “엘리엇 주장이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ISD) 제소 대상이 되는지 관할권 문제 등을 검토하고 엘리엇의 배상액 산출 근거 등을 확인하기 위해 엘리엇과의 협의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양측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엘리엇은 의향서 접수 90일 뒤인 7월 11일 이후 ICISD에 한국 정부를 제소할 수 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아는 형님’ 송소희 “나는 ‘스타킹’ 최대 수혜자” 왜?

    ‘아는 형님’ 송소희 “나는 ‘스타킹’ 최대 수혜자” 왜?

    ‘아는 형님’ 송소희가 과거 출연한 예능프로그램 ‘스타킹’의 최대 수혜자라고 밝혔다.지난 5일 오후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JTBC 예능프로그램 ‘아는형님’에서는 국악인 송소희와 래퍼 MC그리가 출연했다. 이날 송소희는 강호동에 대해 “SBS ‘스타킹’에서 처음 봤다”고 답했다. 송소희는 이어 “여기 나와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나는 ‘스타킹’ 최대 수혜자였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송소희는 “나의 최대 수혜는 무대 아래에서의 일이다. 녹화가 끝나고 인사를 드리려고 갔는데 그때 강호동이 아팠다. 그런데 아픈 와중에도 나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며 미담을 공개했다. 사진=JTBC ‘아는 형님’ 방송 캡처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퍼블릭 뷰] ‘여성이라서 못 한다’는 건 옛말…성평등 경찰로

    [퍼블릭 뷰] ‘여성이라서 못 한다’는 건 옛말…성평등 경찰로

    # 여경 1만3000여명… 아내도 30년간 현장 누벼 경찰은 업무적으로 여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조직이다. 여성 관련 업무가 방대하고 중요하다 보니 전국 경찰서의 여성청소년과는 업무량이 가장 많은 부서 중 하나로 꼽힌다. 현재 경기남부경찰청 전체 인원과 맞먹는 1만 3000여명의 여성 경찰관과 3000여명의 일반직 여성 공무원이 치안 현장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특히 경찰은 여성·아동·장애인·어르신 등 사회적 약자 보호의 소명을 맡고 있다. 여경의 섬세함은 보다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버팀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그렇다면 현재 경찰 조직 자체는 ‘양성평등’ 관점에서 만족스러운 수준일까. TV 토론을 볼 때나 여경으로 30여년 근무하다 퇴직한 아내를 생각하며 스스로 질문해 보지만, “크게 나아졌지만, 아직 만족스럽지는 못하다”는 결론에 이르곤 한다. 보다 높은 수준의 양성평등 구현은 시대적 과제이자 세계적 추세다. 정부에서도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사실 경찰에서는 여성의 손길이 필요한 업무에 견줘 성별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인식을 갖고 이미 2005년 ‘여경 채용목표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남성 경찰관과는 일과 삶에서 서로 다른 부분이 많이 있었고 지금도 후배 여경 대부분이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 신규 채용 중 20% 여경… 女관리자 확대 등 추진 이러한 고민들과 내부 논의를 거쳐 경찰은 지난해 10월 경찰개혁위원회에서 권고한 ‘경찰 조직 내 성평등 제고 방안’을 대부분 수용했다. 여성 관리자 확대 목표제, 양성평등 조직문화 조성, 일·가정 양립 지원, 조직 내 성희롱·성폭력 근절대책 마련 등 세부사항 이행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다만, ‘남녀 분리 모집 폐지를 통한 여경 비율 확대’의 경우 현장 치안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경찰대학과 간부후보생 등 우선 시행 가능한 부분부터 추진하고 있다. 신규 채용 인원의 20%가량을 여경으로 선발하고 있는데, 전체 경찰관 중 여경 비율(10.8%)도 2022년이 되면 해외 주요 국가 수준인 15% 선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 ‘라이브’ ‘작신아’처럼 여성이라 못하는 업무 없어 미국의 정치 철학자 존 롤스가 ‘최소 수혜자에게 최대의 배려가 실질적 정의’를 외쳤던 것처럼 여경 비율 확대에서 나아가 마음껏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방영 중인 드라마 ‘라이브’의 새내기 여경들은 민생 치안 현장에서, 최근 종영한 ‘작은 신의 아이들’에 나온 김단 순경은 광역수사대 형사로서 종횡무진 활약하면서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처럼 ‘여경이라서’ 못 하는 업무는 있을 수 없다. 편견이 있는 부분은 과감하게 개선해 나갈 것이다. # 첫 성평등위 발족… 더 잘할 수 있는 영역도 발굴 아울러 ‘여경이니까’ 더 잘할 수 있는 영역은 계속 발굴하는 한편 평등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관련 교육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들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중앙행정기관 중 처음으로 성평등위원회도 발족했다. 역량 있는 외부 전문가를 성평등담당관으로 초빙했고, 경찰 조직이 양성평등을 선도하는 데 적극적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경찰 창설 초기 서울·인천·대구·부산에 여경들만 근무하는 ‘여자 경찰서’가 있었고, 얼마 전까지 여경을 ‘경찰의 꽃’으로 부르기도 했는데 젊은 후배 경찰관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여경 비율 확대 논란도 “옛날에나 했던 얘기”가 될 수 있도록 경찰은 쉬지 않고 노력해 나갈 것이다.
  • [데스크 시각] 통일 대통령, 그리고 춘풍추상/이두걸 금융부 차장

    [데스크 시각] 통일 대통령, 그리고 춘풍추상/이두걸 금융부 차장

    역사에는 가정이 없을뿐더러 무의미하기도 하다. 하지만 가끔씩 ‘최순실 박근혜’ 게이트가 터지지 않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원래대로 올 2월 24일까지 임기를 마쳤다면 어떠했을까 떠올린다. 아마도 지난해 초부터 걸핏하면 불거졌던 ‘북핵 위기설’이 현실화되는, 모골이 송연한 상황이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박근혜 정부는 북폭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제거를 대놓고 언급하던 트럼프 행정부를 말리기는커녕 부추겼을 여지가 높다. 그런 면에서 2016년 촛불혁명의 최대 수혜자는 남북의 8000만 우리 민족이다. 오늘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우리 민족이 맞게 될 ‘봄바람’의 주역은 누가 뭐래도 문재인 대통령이다. 대북 제재 강화 추세 속에서도 남북 대결 구도는 최소화하고, 결국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및 북ㆍ미 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정착의 계기를 이끌어 낸 건 절반 이상 그의 공이다. 87년 6월 항쟁 이후 수많은 이들이 목놓아 외치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전환’이 실현되는 희년(禧年)의 시작을, 꿈이 아닌 현실에서 접하게 되는 순간이다. 후세의 역사가들은 문 대통령을 한반도 평화 정착과 냉전의 사실상의 종언을 이끈 주역으로 평가할 가능성이 높다. 남북 긴장 완화는 우리 경제에도 직접적인 호재다. 지정학적 위험을 중요 잣대로 삼는 해외 신용평가사들은 향후 우리나라 등급을 상향 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등급 상향은 조달금리 인하로 이어진다. 주가도 탄력을 받는다. 코스피 주가수익비율(PER) 기준으로 선진국 대비 40%, 신흥국 대비 27% 정도 할인 거래되는 ‘코리아 리스크’의 상당 부분이 해소되는 덕분이다. 문재인 정부의 다른 경제정책도 박한 점수를 줄 이유가 별로 없어 보인다. 최저임금 인상은 속도 면에서 이론의 여지가 있지만 ‘소득주도 성장’은 우리가 언젠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대안이다. 대기업과 수출 중심 경제 체제가 한계에 봉착한 만큼 서민 중산층의 구매력을 높여 내수 중심의 경제 구조로 개편하는 게 시급하기 때문이다. 한계 기업들의 구조조정도 진행되고 있고, 경쟁 당국과 금융 당국의 ‘재벌 바로 세우기’ 작업 역시 더디지만 진전하고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측근 관련 문제 대응과 관련해서는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여중생을 친구들과 공유했다’는 이(탁현민 행정관)를 곁에 두면서 어떻게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처할 수 있을까.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겠다’는 대통령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사(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를 했지만 사과는 없다. 양파처럼 들춰지는 드루킹 의혹과 명백한 초기 부실 수사에도 불구하고 특별검사제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여당의 결정은 문 대통령의 의견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드루킹 의혹을 빌미로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 가는 야당을 옹호할 생각은 눈곱만치도 없다. 하지만 ‘국가적 재앙을 막기 위한 청년 일자리 추경’(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보다는 지방선거와 정국 운영의 유불리를 더 중시하는 것처럼 보이는 행태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공자는 ‘논어 위령공편’에서 “군자는 (잘못을) 스스로에게 구하고 소인은 남에게 구한다”(君子求諸己 小人求諸人)고 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2월 청와대 비서관실에 액자를 돌린 ‘춘풍추상’(春風秋霜·남을 대할 때는 부드럽게, 자신에게는 엄격하게 대한다)이란 글귀와 일맥상통한다. 춘풍추상의 뜻을 다시 떠올릴 때다. douzirl@seoul.co.kr
  • 인도적 지원금 86억 마땅찮은 공여 시기

    이산가족 상봉 외에 인도적 교류 사안으로는 한국 정부가 국제기구의 대북지원 사업에 공여키로 한 800만 달러(약 86억원)의 집행 문제에 이목이 쏠린다. 정부는 지난해 9월 23일 지원 방안을 결정한 뒤 7개월간 공여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지난 23일 정례브리핑에서 “(대북 인도지원 800만 달러는) 국제기구와 계속 협의하고 있고 협의를 완료하는 대로 공여 시기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속내를 보면 통일부도 적절한 시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정부의 공여 결정에 대해 북한의 공개적인 호응이 있는 것도 아니고 국제사회에 비핵화 논의에 앞서 대북제재를 완화하겠다는 뉘앙스를 줄 수도 있는 탓이다. 북한은 정부가 대북 공여를 결정한 날부터 불과 20일 전인 9월 3일에 6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당시 통일부는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구분해 추진한다는 원칙하에 (지원 강행을) 발표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엔아동기금(UNICEF)의 아동 및 임산부 보건의료·영양실조 치료 등에 350만 달러, 세계식량계획(WEF)의 탁아시설·소아병동 아동 및 임산부 대상 영양강화식품 지원사업에 45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유엔에 따르면 2500만명의 북 주민 중 1000만명 이상이 식량 부족, 영양 결핍 등으로 문제를 겪는 취약인구로 추정된다. 5세 미만 아동 사망률은 1000명당 25명으로 한국(3명)의 8배가 넘는다. 타판 미슈라 북한주재 유엔 상주조정관은 최근 “매년 지원금이 줄어 지난해에는 인도적 프로그램을 위한 필요 자금 중 3분의1만 모금됐다”고 밝혔다. 또 긴급구호자금으로 1억 1100만 달러(약 1183억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 철저한 검증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그간 국제사회가 건넨 식량, 의료물품 등 인도적 지원 물품이 취약계층보다 핵심계층으로 흘러갔다는 의혹 때문이다. 국제기구가 직접 북한 내 인도적 지원의 분배 과정을 감독하고 실제 수혜자를 만나 지원 물품을 받았는지 확인토록 하자는 것이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값비싼 ‘불꽃놀이’였던 시리아 공습작전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값비싼 ‘불꽃놀이’였던 시리아 공습작전

    지난 13일(현지시간) 밤,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를 비롯한 주요 도시와 군사시설 인근에서 연이은 폭음이 청취됐다. 곳곳에 배치된 시리아군 진지에서는 대공포탄과 지대공 미사일이 하늘로 솟구쳤고, 지상은 물론 공중에서도 폭음과 화염이 관측됐다.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응징으로 미·영·불 연합군이 공습에 나선 것이었다. 현지 시각으로 토요일 새벽 4시를 기해 일제히 실시된 공습에는 미·영·불 3개국의 해군력과 공군력의 최첨단 장비들이 대거 동원됐다. 가장 먼저 불을 뿜은 것은 홍해와 페르시아만에서 대기 중이던 미 해군 이지스함들이었다. 홍해에서 작전 중이던 이지스 순양함 몬터레이(USS Monterey), 이지스 구축함 라분(USS Laboon), 페르시아만에 있던 이지스 구축함 히긴스(USS Higgins) 등 4척의 함정에서 66발의 토마호크(Tomahawk) 미사일이 연달아 발사됐다. 지중해에서는 미 해군 최신예 공격용 원자력 잠수함 존 워너(USS John Warner)와 프랑스 해군 스텔스 구축함 아키텐(FS Aquitaine)이 토마호크와 스칼프(SCALP) 순항 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키프로스섬에서는 영국공군 토네이도 GR.4(Tornado GR.4) 전투기 4대가 최신형 공대지 미사일 스톰 섀도우(Storm Shadow)를 장착하고 이륙했고, 요르단에서도 프랑스 공군 라팔(Rafale)과 미라지 2000(Mirage 2000) 전투기가 공대지·공대공 무장을 장착하고 출격했다. 카타르의 우데이드(Udeid) 공군기지에서도 미 공군 B-1B 초음속 폭격기가 스텔스 순항 미사일인 JASSM을 가득 탑재하고 이륙했고, 시리아 국경 인근 상공에는 러시아·시리아군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연합군 전투기들을 보호하기 위해 EA-6B 전자전기가 대기했다. 구축함과 잠수함, 전투기와 폭격기에서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발사된 105발의 미사일은 타이밍을 맞춰 동시다발적으로 시리아 내 미리 설정된 표적으로 쇄도해 들어갔다. 대량으로 동시 발사된 이들 미사일이 향한 곳은 시리아의 화학무기 제조시설과 지휘통제시설이었다. 동구타 화학무기 공격에 사용된 신경가스를 생산한 것으로 의심되어온 바르자(Barzah) 과학연구센터에는 무려 76발의 미사일이 쇄도했고, 힘 신사르(Him Shinsar) 지휘통제소에는 22발의 미사일이 집중됐다. 공습 이후 케네스 메켄지(Kenneth McKenzie) 미 합참 전략기획부장은 “바르자에는 3개의 건물과 격납시설이 있었지만 지금 그것들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표적이 초토화되었다고 평가했다. 공습 다음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임무완수(Mission accomplished)”라며 작전이 성공적이었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연합군의 이러한 평가와 달리 공습 직후 시리아는 너무도 멀쩡했다. 공습 다음날 시리아 정부군은 동구타 지역을 비롯한 주요 전선에서 대규모 공습을 동반한 총공세를 펼쳤다. 그 결과 반군이 장악하고 있던 주요 도시 몇 개가 순식간에 정부군의 손에 떨어졌다. 바샤르 알 아사드(Bashar al-Assad) 시리아 대통령 역시 언제 공습이 있었냐는 듯 태연하게 공개석상에 나타나 러시아 의회 대표단을 접견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그는 “1970년대 개발된 러시아제 방공무기로 대부분의 미사일을 요격했다”며 여유 있는 모습까지 보였다. 휴일 새벽 연합군이 시리아를 향해 날린 약 2000억 원 어치의 미사일이 아사드 정권과 시리아 정부군에는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했던 것이다. 시리아는 공습 직후 연합군이 발사한 105발의 미사일 가운데 무려 67%인 71발의 미사일을 요격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를 부정했지만 그럴 개연성은 충분하다. 시리아 정부군은 토마호크나 드론과 같은 소형 표적 요격에 특화된 최신형 방공체계인 SA-22, 일명 ‘판치르-S1E‘ 시스템은 물론 저고도-중고도-고고도에 걸친 중첩 방공망을 다수 운용 중이며, 여기에 최신형 방공무기로 무장한 러시아도 이번 방공작전에 참가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미국은 공습에 나서기 전 전자전기 등을 동원해 적 방공망을 마비시킨 뒤 미사일 공격을 퍼붓는 전술을 구사해 왔지만, 이상하게도 이번에는 이러한 선제적 방공망 제압 작전에 매우 소극적이었다. 그 결과 2000억 원어치의 미사일을 쏟아 부었음에도 절반 이상의 미사일이 격추되고 고작 3개소의 표적 건물 몇 동만 파괴하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얻고 말았다. 이런 황당한 결과의 배경에는 ‘명분’은 필요했지만 ‘확전’이 두려웠던 트럼프와 푸틴의 복잡한 셈법이 작용했다. 트럼프는 국내 정치적으로 여러 복잡한 사건에 얽혀있고 11월 선거 이전에 대외적으로 뭔가 확실한 ‘한방’을 챙겨야 하는 상황이었다. 푸틴 역시 최근 재선에 성공했지만, 부정선거 시비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집권 초기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에 시동을 걸기 위해서 뭔가 강력한 ‘한방’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트럼프와 푸틴의 이해관계 접점은 시리아였다. 트럼프는 대대적인 시리아 공습을 통해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하며 인권을 유린하는 전쟁범죄자를 응징했다는 명분을 챙겼다. 최근 무역 분쟁으로 관계가 소원해진 영국·프랑스와 공동작전을 통해 돈독한 동맹관계를 재확인했다는 명분은 덤이다. 푸틴은 이번 공습의 최대 수혜자다. 핵심 동맹국인 시리아를 서방세계의 공격으로부터 지켜냈다는 명분도 챙겼고, 서방세계의 위협으로부터 우방국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추진되던 러시아 초음속 폭격기의 이란 공군기지 배치 협의도 급물살을 타게 됐다. 이는 중동 지역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아사드 대통령이 직접 나서 러시아제 무기의 우수성을 홍보해주는 홍보 효과는 덤이다. 이러한 전략적 이익을 위해 트럼프와 푸틴은 계획된 각본대로 움직였다. 미국은 러시아와 시리아가 공습 예정일을 예측하고 미리 대피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고 전투기와 군함을 눈에 띄게 이동시켰다. 표적 선정 과정에서도 러시아 관련 시설은 철저하게 배제됐다. 쇼맨십을 위해 대량의 미사일이 동원되었지만 대부분의 미사일은 동일 표적에 중복 사용되었다. 가장 많은 미사일을 얻어맞은 바르자 과학연구센터는 축구장 2개 정도 되는 면적 위에 고작 3개 동의 건물이 있었지만 여기에 무려 76발의 미사일이 날아갔다. 상당수는 요격되었지만, 집중 공격을 받은 바르자 연구센터는 잔해조차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초토화됐다. 연합군의 2순위 공습 표적이었던 힘 신사르 지휘소 역시 단 2개뿐인 강화 콘크리트 출입구에 무려 22발의 미사일이 집중되어 문자 그대로 잿더미만 남았다. 미군이 적의 지휘소를 공격할 때 통상적으로 퍼붓는 수준의 4~5배에 달하는 수준의 미사일이 불과 2개의 출입구에 집중된 것이다. 미·영·불 연합군의 공습이 시작되기 전 시리아군은 핵심자산을 타르투스와 흐메이님 등 러시아군 주둔 지역으로 대피시키는 한편, 야전군 부대들을 주둔지 밖으로 이동시켜 공습에 대비했다. 미군은 시리아군의 대피 상황을 위성과 정찰기를 통해 낱낱이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공격하지 않았다. 덕분에 연합군의 대규모 공습에도 불구하고 전력을 온전히 보전한 시리아 정부군은 공습 직후 반군을 향해 대공세를 펼 수 있었다. 이후 정부군은 연전연승을 거듭하며 반군을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는 중이다. 막대한 예산을 쓰며 시리아를 공습했지만 서방세계가 당초 예상했던 모습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영국 가디언(The Guardian)지의 지적대로 이번 공습은 값비싼 불꽃놀이(Expensive firework display)에 불과했다. 그 불꽃놀이의 수혜자는 푸틴과 아사드였고, 트럼프는 대통령의 군사력 사용권을 제한하는 전쟁권법 개정과 미국 안팎의 비판이라는 값비싼 청구서 앞에 내몰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일우 군사 전문 칼럼니스트(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 [생각나눔] 30일 시행 연체금리 인하 소급 적용 ‘시끌’

    [생각나눔] 30일 시행 연체금리 인하 소급 적용 ‘시끌’

    연체자나 저신용자 등 금융약자를 보호하는 정책이 기존 사례에도 소급 적용되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다. 정책 효과를 높이고 수혜자를 늘리기 위해선 소급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하지만 법적 안정성을 위해 소급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불만도 나온다.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30일부터 시행되는 연체 가산금리 인하를 놓고 일부 업권에서 반발이 제기된다. 금융위원회가 기존 연체자에게도 인하된 가산금리를 적용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가산금리가 다른 업권에 비해 높은 수준인 보험과 카드사를 중심으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들은 은행권과 달리 연체이자로 인한 수입이 상당한 편이다. 현재 금융사들은 대출자가 연체 시 물리는 가산금리를 업권별로 달리 산정한다. 은행권은 가산금리를 6∼9% 포인트, 보험업권은 10% 포인트, 카드사 등은 22% 포인트 수준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에 금융위는 가산금리가 지나치게 높은 데다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이달 말부터 최대 3% 포인트 수준으로 낮추도록 일원화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금융사에 일방적으로 요구한 게 아닌, 업권별 표준약관 등에 근거해 추진되는 사안”이라며 “업권별 협회가 모두 참석한 간담회에서 이미 발표한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지난 2월 법정 최고금리가 기존 27.9%에서 24.0%로 인하됐을 때도 저축은행과 카드사, 대부업체 등은 기존 대출자에게 인하된 금리를 적용하는 등 소급을 단행했다. 금융당국이 직접적으로 인하를 요구한 건 아니고 금융사가 ‘자발적’으로 나선 형태였지만, 권고 형식의 ‘압박’이 있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은행권도 지난해 미소금융 등 서민금융 재원으로 출연한 미청구 자기앞수표 발행대금이 소급 적용된 측면이 있다며 불만을 제기한다. 은행은 자기앞수표 발행 시 해당금액을 내줄 수 있도록 발행대금으로 적립해 두는데, 5년간 청구되지 않으면 ‘미청구 발행대금’으로 분류하고 잡수익으로 가져갔다. 이에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이 미청구 발행대금을 서민금융진흥원 출연 대상으로 규정하는 법률(서민금융지원법) 개정안을 발의해 지난해 9월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후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은행들은 서민금융진흥원과 협약을 맺고 최근 5년간 미청구 발행대금으로 잡수익 처리된 4500억원을 출연했다. 은행권이 자발적으로 나서 소급한 모양새였지만, 금융당국의 무언의 압박이 작용했다는 뒷말이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청구 발행대금은 이미 당해연도 잡수익으로 결산이 끝났는데, 갑자기 5년치를 토해내게 됐다”며 “결국 지난해 결산에서 일괄적으로 제하면서 실적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이 같은 소급 적용을 위법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를 보면 금융위는 2015년 법무법인 2곳으로부터 최고금리 인하를 소급하더라도 “위헌으로 보기 어렵다”는 자문을 받았다. 오현종 법무법인 다감 변호사는 “아직 종료되지 않고 진행 중인 상태에 개입하는 ‘부진정소급입법’으로 볼 수 있는데, 이는 허용하는 게 원칙”이라며 “금융약자 구제라는 공익적 목적이 큰 만큼 소급입법에 따른 재산권 침해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상하이보다 더 개방적으로… 하이난 ‘자유무역항’ 건설 가능성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0일 하이난에서 열린 보아오포럼 개막연설을 “오랫동안 만나지 않고 오래도록 본 적이 없어 오랫동안 보고 싶다”(久久不見久久見 久久見想見)는 다정한 말로 시작했다. 40분간의 연설 동안 얼굴에 미소를 담은 시 주석은 개혁 개방 40주년의 성과를 과시하며 중국 시장의 개방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날 나온 개방 조치들에 대해 수입자동차 관세 인하만 빼면 그동안 발표된 것들의 ‘재탕’에 불과하고 구체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시 주석은 중국 시장개방의 상징과도 같은 자유무역항구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지난해 10월 19차 당대회 때 이미 발표된 정책이 지연된 상황이다. 상하이 자유무역지구보다 규제 완화 및 해외자본 유인정책에 대한 지방정부의 자율권 등이 진전된 자유무역항은 ‘중국의 하와이’로 불리는 하이난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시 주석은 지난 40년간 중국의 연평균 경제 성장률이 9.5%에 달했다며 앞으로 금융·자동차 시장 진입 조건 완화, 투자환경 개선, 지식재산권 보호, 적극적인 수입 확대를 통해 개방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연설에서 무역전쟁 중인 미국을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가 내놓은 개혁 조치는 대부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통상마찰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받아들인 것이다. 시 주석은 시장 진입 확대를 약속하며 “서비스업, 특히 금융업의 은행·증권·보험 등 외자 투자 제한 조치 완화를 구체화하는 동시에 외자 금융기구의 설립 제한도 완화하고 보험업의 개방 절차를 가속하겠다”고 말했다. 자동차 관세 인하와 자동차 공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지분 제한 완화는 미국의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가 첫 수혜자가 될 공산이 크다. 테슬라는 상하이에 독자 공장 설립을 추진하면서 어려움을 겪었고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가 불평등 관세를 지적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기도 했다. 또 미가입 상태인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GPA)에 서명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3조 위안(약 528조원)에 이르는 중국 조달물자 시장에 미국 기업의 진입을 제한할 수 있는 카드를 스스로 접은 것이다. 올 상반기에 투자환경 개선을 위한 외자 투자 네거티브 리스트에 대한 수정 작업도 마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식재산권 침해를 막기 위해 올해 ‘국가스마트재산권국’을 신설해 법적 집행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미국과 유럽 등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 첨단기술 제품의 진출을 막고 고율관세를 부과하는 것에 대해서 “선진국들이 중국의 첨단기술 제품 수출 통제를 완화하기 바란다”며 저자세로 응수했다. 중·미 무역전쟁에서 중국이 후퇴한 것이라는 시각을 의식한 듯 중국의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시 주석의 연설 직후 “미국의 압력으로 중국이 문을 열었기 때문에 미국이 이겼다고 보는 시각은 사실을 무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이승훈, ‘빙상 연맹 특혜’ 최대 수혜자로 지목

    이승훈, ‘빙상 연맹 특혜’ 최대 수혜자로 지목

    빙상연맹 내 절대 권력자인 전명규 한국체대 교수의 수혜자로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스타 이승훈이 지목됐다.7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서는 빙상연맹의 몰아주기 의혹에 대해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빙상연맹 관계자와 전·현직 선수들은 전명규에게 잘못 보이면 ‘없는 사람’ 취급을 당한다고 증언했다. 특히 이승훈의 경우가 대표적인 수혜자라고 밝혔다. 이전부터 빙상연맹의 파벌이 문제가 되었는데 ‘한국체대와 비(非) 한국체대’ 파벌로 선수들만 희생양이 된다는 것이다. 이승훈은 2018 평창 동계울림픽에서 금메달을 안겨 매스스타트 정상에 올랐다. 같은 경기에서 함께 뛴 정재원은 경기에서 조연에 머물렀다. 과거 매스스타트에 출전했던 한 선수는 “정재원이 4년 뒤 정상에 서고 싶다고 했었다. 나도 2011년 아시안 게임에 출전했을 때 그런 말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내가 1등을 했고 이승훈 선수가 3등이었다”며 “이후 전명규 교수에게 불려가 이승훈이 4관왕을 목표로 하고 있으니 너네는 이승훈 선수가 체력을 비축하게 도와야 한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 측은 전명규 교수의 입장을 들으려 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기고] 국가 수준 교육과정 시도에 이양해야/우동기 대구시교육감

    [기고] 국가 수준 교육과정 시도에 이양해야/우동기 대구시교육감

    과거 우리나라는 정권 유지를 위해 언론과 교육을 통제 수단으로 활용했다. 교육 분야에서는 교육부가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시ㆍ도 교육청 및 학교교육을 관리·통제했다. 또한 모든 학교에서 획일화된 국가 수준 교육과정을 운영함으로써 현 정권에서 요구하는 인간을 양성하고자 했다. 하지만 매스컴의 발달과 국민의 정치 참여가 확대되면서 교육의 지방자치제도는 이전과 달리 시대 변화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개정됐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가 수준 교육과정은 크게 개정되지 않아 모든 학생들이 지역의 특성과 관계없이 획일적인 수업을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을 국정 목표로 삼고 지방분권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방분권 및 교육자치의 내실을 다지기 위해 지역 특성에 맞는 교육과정 편성·운영이 더 절실하다. 이와 관련해 정부에 몇 가지 제안하고자 한다. 먼저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교육과정이 운영돼야 한다. 그러면 학생들은 주변 환경 및 실생활과 밀접한 학습 내용에 흥미를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 학교에 교과 선택권을 부여해야 한다. 초등학교는 교과 선택권이 없고, 중·고등학교는 학교장이 학생·학부모·교사의 의견을 수렴해 선택 교과만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획일화된 교육과정 및 교과 선택권 제한으로는 최근의 사회 변화나 지역의 특성에 맞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기가 어렵다.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할 미래 인재 양성에는 더욱 한계가 있다. 따라서 급변하는 사회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고 변화를 선도하기 위해,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 편성ㆍ운영권의 일부를 시ㆍ도 교육감에게 이양해야 한다. 국가 수준 교육과정에서는 우리나라 교육의 전체적인 방향과 체제를 제시하고 시ㆍ도 교육청과 학교에서는 지역의 여건과 특색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영함으로써 학생들의 생활 관련성 및 시대 변화에 대응성이 높은 교육 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시·도 교육청에서 지역 특성 및 여건에 적합한 교과를 선택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육 국제화 특구 지역 중학교의 선택 교과로는 중국어, 베트남어 중 한 과목이 포함되도록 하고, 고등학교는 현행 제2외국어로 돼 있는 중국어와 베트남어 중에서도 한 과목을 영어 대신에 제1외국어로 선택해 편성·운영할 수 있게 돼야 한다. 마지막 학생 개개인이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선택 중심의 진로 맞춤형으로 교육 과정을 디자인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7차 교육과정 적용 이후 학생 선택 중심 교육 과정이 편성됐지만 제대로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최근 논의되고 있는 고교학점제와 병행해 학생의 진로 희망을 고려한 교과 선택제가 학교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교육 과정의 최종적이고 직접적인 사용자는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다. 교육 과정이 실현되는 곳은 학교이자 교실이다. 학생들은 교육 과정 수혜자 또는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지역과 학교의 특색을 살린 교육 과정이 필요한 이유다.
  • 트럼프에 ‘손가락 욕’으로 해고된 여성…회사 상대 소송

    트럼프에 ‘손가락 욕’으로 해고된 여성…회사 상대 소송

    지난해 10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차량 행렬을 향해 ‘손가락 욕설’을 한 사진 때문에 해고된 여성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장을 냈다.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 등 현지언론은 줄리 브릭스먼(50)이 전 직장인 아키마 그룹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세계적인 화제를 모은 이 사건은 지난해 10월 28일 트럼프 대통령이 탄 차량 행렬이 버지니아 주 스털링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을 떠나던 중 벌어졌다. 당시 사이클을 타고 도로를 달리던 브릭스먼은 트럼프 차량 행렬이 자신의 옆을 지나가자 가운뎃손가락을 들어올려 욕설했고 이 장면은 사진기자에 의해 포착돼 소셜미디어를 타고 퍼졌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브릭스먼은 일약 '용감한' 유명인사로 떠올랐으나 난감해진 것은 그녀가 다니는 회사였다. 아키마 그룹이 정부 조달사업자였기 때문으로, 결국 그녀는 3일 후 해고를 통보받았다. 명목상의 이유는 '선정적인 사진'을 게시할 수 없다는 회사의 소셜미디어 정책을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이렇게 사건은 일단락되는듯 했으나 이번에 브릭스먼은 전 직장을 상대로 소송장을 내며 '칼'을 빼들었다. 브릭스먼은 "자신의 신념과 급여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을 강요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면서 "대통령 차량을 향한 손가락 욕이 내 직업을 날릴 것이라 상상도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건 당시 나는 비번이었고 회사의 소셜미디어 정책을 위반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보도에 따르면 브릭스먼과 변호인 측이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의 핵심 내용은 버지니아 주 노동법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미국 수정헌법 제1조 위반이다. 한편 브릭스먼은 손가락 욕설을 한 이유에 대해 “트럼프 차량 행렬이 옆으로 오는 것을 보고 피가 끓었다”면서 "불법체류청소년 추방유예프로그램(DACA) 수혜자들이 쫓겨나고 태풍 피해를 입은 푸에르토리코 가구의 3분의 1만 전기가 들어오는 상황에서 또 골프장인가 생각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꿈도 못 꿨던 이름 ‘엄마’… 심장이식 이겨낸 ‘모정’

    꿈도 못 꿨던 이름 ‘엄마’… 심장이식 이겨낸 ‘모정’

    선천성 기형·유산 위험 높아 국내선 임신 시도조차 안 해 이은진씨 “엄마 되고 싶었다” 딸처럼 심장이식 환자인 친정엄마 전폭 지지가 큰 힘 “다른 환자들도 기쁨 누렸으면”국내에서 심장이식 환자가 처음으로 출산에 성공해 중증질환자들에게 큰 희망이 되고 있다. 심장이식 환자는 조산과 유산 가능성이 높아 임신조차 시도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울아산병원은 2013년 3월 심장이식 수술을 받은 이은진(37·광주시)씨가 지난 1월 9일 병원에서 몸무게 2.98㎏의 건강한 남자아이를 출산했다고 3일 밝혔다. 병원 측은 이씨와 신생아의 건강관리 등을 고려해 출산 사실을 바로 공개하지 않고 3개월이 지난 이날 공개했다. 그동안 국내에서 간이식, 신장이식 환자의 출산 사례는 있었지만 흉곽기관인 심장, 폐 이식 후 출산한 사례는 없었다. 선천성 기형과 자연유산 위험이 높다는 해외연구 결과 때문에 임신조차 시도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신 전 주치의와 함께 이식 장기 거부반응, 콩팥 및 간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임신 가능성을 판단하고 임신 기간에 집중 관리를 받으면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이씨는 10년 전 지역병원에서 심장근육 문제로 심장이 커지는 ‘확장성 심근병증’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 상태가 악화해 2013년 서울아산병원에서 심장이식 수술을 받았다. 그는 2016년 결혼 뒤 임신을 계획했다. 남편과 시댁은 이씨 건강을 염려해 만류했지만 엄마가 되고 싶다는 이씨의 뜻을 꺾을 수 없었다. 이씨는 “같은 심장이식 환자인 친정엄마의 전폭적인 지지가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해 3월 임신에 성공한 뒤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이식한 심장의 기능과 거부반응, 고혈압·당뇨병 발생 여부를 관찰했다. 다행히 임신 기간에도 약물 조절이 잘 됐고 건강에도 큰 문제가 없었다. 올해 1월, 출산을 앞둔 시점에 의료진은 제왕절개 수술을 권했다. 심장이식 수술 경험이 있어 전신마취가 필요하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그러나 이씨의 주치의인 김재중 심장내과 교수는 “척추마취로 제왕절개를 해도 될 것 같다”고 마취과 의사를 설득했다. 출산의 기쁨을 누리도록 한 큰 배려였다. 이에 이씨는 원혜성 산부인과 교수의 집도로 지난 1월 분만실에서 건강한 사내아이를 품에 안을 수 있었다. 안도와 기쁨이 눈물이 돼 흘렀다. 이씨는 “의료진에 대한 믿음이 있어 두렵지 않았다. 더 많은 심장이식 환자들이 엄마가 되는 기쁨을 누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원 교수는 “임신 기간 중 산모의 굳은 의지와 의학적 처치가 뒷받침돼 건강한 출산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심장이식을 한 가임 여성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국립장기이식센터(KONOS)가 2000년부터 지난달 30일까지 진행된 1391건의 심장이식 수술을 분석한 결과 수혜자의 32%는 여성이었고 3분의1은 가임기 여성이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GS칼텍스, 취업준비생들에게 9개월간 중식비 제공

    GS칼텍스, 취업준비생들에게 9개월간 중식비 제공

    GS칼텍스가 취업준비생들에게 9개월간 ‘따뜻한 밥상’을 제공한다. 지난 27일 김성민 GS칼텍스 설비안전공장장은 주철현 여수시장에게 따뜻한 밥상 사업을 위한 후원금 1000만원을 전달했다. 회사측은 이후에도 지속적인 후원을 약속했다. 따뜻한 밥상 사업은 시립도서관을 이용하는 저소득 취업준비생에게 중식을 지원하는 일이다. 지난해 첫 운영해 높은 호응을 받았다. 수혜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 99%에 가까운 만족도를 보였다. 시민들이 제안한 민관협력 사업으로 소통과 공감 행정의 우수사례로 꼽히고 있다. 올해는 4월부터 12월까지 추진된다. 지원대상자로 선정된 취업준비생들은 이 기간 하루 4000원 상당의 쿠폰을 지원받아 도서관 구내식당이나 인근 식당을 이용할 수 있다. 김 공장장은 “지역과 기업이 함께 동반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사회공헌을 끊임없이 실천하는 따뜻한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주 시장은 “취업준비생에게 점심을 제공하는 일로 청년층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고 복지개념을 확대하는 시책으로 평가되고 있다”며 “전 연령층의 보편적 복지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GS칼텍스는 여수산단 최초로 여수시민 채용 가점제 적용 방침을 정하고 올해부터 실행하고 있다. 여수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청소년 2만 6000여명 ‘총기’ 희생… NRA 힘에 밀린 규제

    [글로벌 인사이트] 청소년 2만 6000여명 ‘총기’ 희생… NRA 힘에 밀린 규제

    지난달 14일 17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국 플로리다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의 총기 참사 이후 미국 사회 전역에 ‘총기 규제 강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미 정치권은 시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사망통계 자료에 의하면 1999년부터 2016년까지 각종 총기 사건으로 희생된 청소년(18세 이하)은 2만 6000여명에 이른다. 해마다 1000명이 넘는 청소년이 총기 사건으로 희생된 셈이다. 특히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의 총기 참사 이후 미국 고등학생들이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넘어 직접 거리로 뛰쳐나와 ‘총기 규제 강화’를 외치고 있다. 지난 24일 미국 800여개 도시에서 청소년과 학부모, 교사 등 80여만명이 ‘총기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에 참가했다. AP통신 등은 1960년대 베트남 참전 반대 시위 이후 가장 많은 청소년들이 참가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총기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이들의 아우성에도 미국의 정치권은 ‘침묵’하고 있다. 이는 1400만명에 이르는 회원과 연간 수억 달러의 막대한 자금으로 무장한 ‘총기관련 이익단체’인 미국총기협회(NRA)의 로비력 때문으로 풀이된다. 워싱턴 정가의 주류 정치인 중 NRA의 도움을 직간접적으로 받지 않은 정치인이 거의 없을 정도로 NRA는 미 정치권을 주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존경받는 대통령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NRA의 조직력과 자금력에 ‘총기 규제 강화’ 목소리를 낮췄다. 2012년 12월 14일 코네티컷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로 어린이 등 모두 26명이 숨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재선에 막 성공한 오바마 전 대통령은 ‘총기 규제 강화’를 밀어붙일 태세였다. 하지만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 사건 며칠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NRA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NRA는 우리의 부모님들을 회원으로 가지고 있다”면서 “NRA도 이번 사건을 성찰하는 계기로 삼을 것을 희망한다”며 두루뭉술한 답변을 내놨다.재선 임기를 시작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이상을 마음껏 펼칠 수 있었던 오바마 전 대통령도 이렇게 NRA의 눈치를 봤던 판에, 초선인 데다 NRA에서 막대한 후원금은 받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민들의 총기 규제 강화 목소리를 외면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NRA의 파워는 돈과 회원수를 바탕으로 한다. 1871년 창립된 NRA는 1930년대 중반부터 정치권을 대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1968년 ‘총기규제법’(Gun Control Act)이 만들어지면서 본격적인 정치권 ‘로비 단체’로 자리매김했다. NRA 회원수는 여느 이익단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2017년 기준 1400만명(퓨 리서치 센터 조사)으로 추정된다. 이는 미국 전체 인구의 4% 정도이며, 단일 단체로는 최대 규모다. 또 이들 회원은 연간 40달러씩 회비를 낸다. 평생 회원의 회비는 1500달러다. NRA 전체 회원 중에서 회비를 내는 회원을 500만명으로 추산하면 연간 회비 수입은 2억 달러(약 2158억원)이다. 여기에 각종 무기와 탄약 기업의 후원까지 더해지면 NRA엔 미 정치권을 주무를 엄청난 ‘실탄’이 생긴다. NRA의 2015년 예산은 3억 3670만 달러(약 3632억원)이다. 회비 수입이 1억 6570만 달러(약 1791억원), 나머지는 각종 기업의 후원금이다. NRA가 이 해에 입법 로비(410만 달러)를 포함해 정치권에 뿌린 돈은 1억 116만 달러(약 1079억원)로 집계됐다. 이 외에 총기 사용확대를 위한 교육·홍보 등에 썼다. NRA는 대통령·상하원 선거에서 힘을 제대로 과시한다. 이들은 총기 확대나 유지를 주장하는 정치인들을 지원하고, 반대편에 선 후보들의 낙선 운동을 펼친다. NRA는 2016년 선거의 정치광고 등에 무려 5430만 달러(약 585억원)를 쏟아부었다. NRA에 동조하는 후보자 44명을 지원하는 데 1440만 달러(약 155억원), 총기 규제 강화를 주장하는 후보자 19명의 ‘낙선’을 위해 3440만 달러(약 371억원)를 썼다. 특히 대통령 선거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총력전에 나선다. NRA는 2012년 대선 때 오바마 후보를 떨어뜨리려고 1060만 달러(약 114억원)를 뿌리고, 2016년에는 힐러리 클린턴 후보 낙선에 1970만 달러(약 212억원)를 투입했다. 그리고 트럼프 후보의 당선을 위해 980만 달러(약 100억원)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NRA의 외각 그룹, 즉 무기회사들이 대선 후보에게 지원한 자금은 천문학적이라고 워싱턴 정가는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기간 동안 NRA에서 3119만 달러(약 336억원)를 받은 가장 큰 수혜자로 꼽힌다. 연방의원 선거에도 깊숙이 관여한다. 지역구별로 당선과 낙선 운동을 동시에 펼친다. 2016년 상원 중간선거에서 리처드 버(공화당) 의원이 629만 달러(약 67억원), 마코 루비오(공화당) 의원이 329만 달러(약 35억원), 로이 블런트 의원이 310만 달러(약 33억원)를 받았다. NRA는 상원의원 54명, 하원의원 249명의 선거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 NRA의 지원은 공화당에 집중돼 있다. 2016년 선거에서 후원금 상위 20위까지 모두가 공화당 출신이었다. 재정적으로 어려운 이들 후보에게 NRA의 자금은 가뭄의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한다. 워싱턴 정가의 한 관계자는 “지방도시의 연방 의원 후보에 대한 NRA 지원금은 후보자 전체 선거 예산 중 20~40%를 차지하기도 한다”면서 “선거에 나선 후보들에게 NRA는 최대 자금줄이고, NRA는 이를 토대로 연방 의원들에게 족쇄를 채운다”고 말했다. 또 1000만표에 가까운 NRA 회원들의 표심도 정치인들에게는 ‘필요악’이다. 세계 최고의 스트롱맨이라는 미국의 대통령 후보들도 선거 때마다 NRA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막강한 자금력에 한국식 시민단체처럼 ‘당선과 낙선’ 운동까지 더해지자, 워싱턴 정가에서 NRA의 존재감은 결코 무시할 수 없게 됐다. NRA가 현지 언론에 뭇매를 맞으면서도 굳건한 이유는 아직 많은 미국인이 ‘총기 소지 허용’에 대한 ‘찬성’ 입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퓨 리서치 센터 조사에서 총기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의 절반이 ‘NRA의 영향력’이 ‘적당하다’고 응답했고, 나머지 절반만 ‘과도하다’고 부정적으로 답했다. 하지만 총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70%가 NRA의 영향력이 ‘적당’하다고 답했다. 또 NRA 회원들의 91%는 NRA의 영향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록 미 사회에 ‘총기 규제 강화’의 목소리가 커지고는 있지만, 아직도 과반이 넘는 미국인은 NRA 활동과 총기 소지에 긍정적이다. 1400만명의 회원을 가지고 있는 NRA는 일반 기업들도 무시하지 못한다.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 총기 참사 직후인 지난 5일 유나이티드 항공사와 자동차 렌트 업체인 아비스와 허츠, 보험사인 메트라이프 등이 NRA 회원에게 제공했던 각종 혜택과 후원을 끊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미 언론은 총기 규제 강화를 주장하는 회원들의 압력으로 NRA에 등을 돌리는 기업들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 예상은 빗나갔다. NRA가 관계 중단 기업에 불매운동으로 맞서면서 정치권뿐 아니라 일반 기업도 섣불리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NRA가 미 정치권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상 미국의 총기 규제는 쉽지 않을 것으로 워싱턴 정가는 보고 있다. 워싱턴의 한 총기 규제 전문가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정치권의 누구도 총기 규제 강화에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총기 소지’를 보장하는 미국의 수정헌법 2조와 함께 ‘총기 규제 강화’ 논란은 영원한 미국의 숙제로 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오늘의 경제 Talk 톡] 연금충당부채

    현재 수급자 및 장래의 연금 수혜자들에게 장기간에 걸쳐 지급해야 할 연금액을 기대수명 등 조건에 따라 현재 가치로 산출한 부채. 지출 시기와 금액이 불확실한 잠재 부채다. 국민 부담과 직접 연계되는 국가채무(차입부채)와는 성격이 다르다. 퇴직률, 사망률, 연금선택률, 물가상승률 등을 적용해 산출한다.
  • 전태일재단 천번째 후원회원…세월호가족 영석아빠 오병환씨

    전태일재단은 1000번째 후원회원으로 세월호참사의 영석아빠 오병환씨가 가입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날 전태일재단과 오씨는 재단 사무실에서 감사와 연대의 마음을 확인하는 조촐한 기념식을 하고, 따뜻한 밥 한 끼를 나눴다. 이 자리에는 전태일의 친구들과 이수호 재단 이사장이 함께 했다. 후원금은 주로 전태일재단에서 운영하는 풀빵나눔사업에 쓰일 예정이다. 전태일재단은 2015년부터 개인 후원회원과 노동조합 단체 후원금을 바탕으로 풀빵나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중 장학사업은 전태일의 친구이자 청계피복노동조합의 모태라 할 수 있는 삼동회 회원으로 함께 활동했던 최종인 청우회 회장이 10년간 모은 1억원의 기탁금을 마중물로 시작했다. 올해까지 장학금 수혜자 65명에게 9800여만 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전태일 장학금은 과거 전태일과 전태일의 친구들처럼 가난으로 학업을 잇기 어려운 이들에게 지원할 뿐만 아니라 사회활동가와 그 자녀, 봉제노동자 가구, 해고 노동자, 이주 노동자 등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이들이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한부모 가정의 고등학생 4명에게는 학비 걱정 없이 고등학교 과정을 마무리 할 수 있도록 3년 동안 지급하고 있다. 앞서 지난 1월 전태일재단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주축이 돼 설립하는 4·16재단의 국민발기인으로 참여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주민의 이름으로… 아주 특별한 ‘소행성’ 광진

    주민의 이름으로… 아주 특별한 ‘소행성’ 광진

    “주민센터 등 공공기관에 어린이집처럼 아이들을 돌봐주는 공간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우리 마을 소식이 주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중곡4동만의 마을신문을 만들었으면 합니다.”지난 20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광진구 중곡4동 주민센터 1층 새마을문고는 토론 열기로 가득했다. 중곡4동 ‘마을계획단’ 문화예술·어린이가족 분과 주민 10여명이 지역 발전 방안을 놓고 의견을 주고받았다. 마을계획단은 가장 작은 행정단위인 동(洞) 주민들이 주인이 돼 직접 마을의 발전 방안을 계획·실행하는 사업이다. 이날 회의에선 마을 사각지대 폐쇄회로(CC)TV 설치, 포토존·조명 조성을 통해 긴고랑체육공원을 새로운 문화자원으로 만들기, 폭설 대비 비탈길 열선 처리 등 여러 안이 나왔다. 사업비·사업 주체와 향후 구체적 실행 계획도 논의했다. 한 주민은 “우리 스스로 마을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 사항을 마련해 마을 혁신을 이끌고 있다”며 “진정한 의미의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토대를 구축하는 것 같아 보람이 크다”고 했다. 다른 주민은 “마을 단위에서 정책결정권과 재정운영권을 갖고 마을 문제를 주민들 스스로 해결해 나간다면 더불어 사는 마을공동체 형성에도 크게 기여할 것 같다”고 했다. 광진구가 마을계획단을 중심으로 풀뿌리 지방자치 구현에 나섰다. 주민들이 행정기관에서 추진하는 사업의 수혜자가 아니라 사업을 기획·운영하는 주도자로 나서면서 마을의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다. 마을계획단은 현재 중곡4동과 구의3동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중곡4동은 주민 219명이, 작년 11월 발족한 구의3동은 주민 190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어린이가족·문화예술·교육·주민소통 활성화·아름다운 우리 마을 환경·안전복지 등 6개 분과로 나눠 한 달에 2번 분과별 모임을 갖는다. 주민 스스로 마을 발전 의제를 발굴하고 계획을 수립·실행하는 게 핵심이다. 마을계획단은 7월 열리는 총회를 주도한다. 총회에선 마을 발전을 위한 마을 의제를 발표하고, 주민 투표를 통해 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한다. 구는 우선순위로 선정된 사업에 대해 시·구비를 지원한다.마을계획단은 봉사활동도 한다. 중곡4동은 바자회를 통해 거둔 수익으로 저소득층 중·고교 학생들에게 외국 문화를 체험할 기회를 주는 ‘소행성’ 사업을 한다. 지난해 12월엔 중·고교 학생 12명을 선발해 5박 7일 일정으로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프랑스 등지를 돌며 현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한 학생은 “유럽에 꼭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마을 주민들께서 도와주셔서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을 쌓을 수 있었다”고 했다. 중곡4동은 소행성 사업으로 보건복지부 산하 사회보장정보원 사례관리정책지원센터에서 진행한 ‘2017년 민간자원 발굴 및 지원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전국 대상을 받기도 했다. 구의3동은 ‘청소년 마을 에코(ECO) 기자단’을 꾸려, 독거노인과 장애인 등 지역 내 저소득가정을 찾아 겨울철 단열시트 설치, 도배, LED 전등 교체 등 집수리 봉사 활동을 한다. 김기동 광진구청장은 “마을 일을 주민이 스스로 정하고 해결해 나가는 마을계획단은 지방자치의 축소판”이라며 “지역 내의 전 동으로 확대해 주민이 주인이 되는 진정한 지방자치를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이명박 구속영장 청구 이유는?…“최종지시자·중대·증거인멸·형평성”

    이명박 구속영장 청구 이유는?…“최종지시자·중대·증거인멸·형평성”

    이명박 전 대통령에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한 이유에 대해 범행의 최종 지시자이며 수혜자에게 더 큰 책임을 묻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검찰은 밝혔다.검찰 관계자는 19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의 형사사법 시스템은 범행의 최종적 지시자이자 수혜자에게 더 큰 책임을 묻는 것을 원칙으로 해 왔다”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받는 개별 혐의 하나하나만으로도 구속 수사가 불가피한 중대 범죄 혐의에 해당한다”면서 “그런 중대 혐의가 계좌 내역, 장부, 보고서, 컴퓨터 파일 등 객관적인 자료와 핵심 관계자들의 여러 진술로 충분히 소명됐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14일 소환 조사받았을 때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한 점도 크게 고려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기초적인 사실 관계도 부인하는데다 2007년 BBK 특검 이래 그의 절대적 영향력 아래 있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최근까지도 증거 인멸과 말 맞추기가 계속된 점을 고려할 때 증거 인멸 우려도 높다고 봤다”고 말했다. 앞서 구속기소된 다른 관련자들과의 ‘형평성’도 고려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은 대단히 중요한 사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통상의 범죄 수사이고 통상의 형사 사건”이라면서 “똑같은 기준에서 똑같은 사법시스템에 따른 절차를 거쳐 처리돼야 한다고 봤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의 형사사법시스템은 지금까지 이런 사안을 구속 수사해왔다”고 덧붙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혐의 중 일부와 관련돼 지시를 받은 종범이 구속돼 있고, 수사 과정에서 핵심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실무자급 인사가 구속된 상황을 고려할 때 지시자인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으면 동일한 사건 내에서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국정원 특활비 상납에 관여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방조범(종범)으로 구속기소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산관리인인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 역시 증거인멸 등 혐의로 이달 초 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의 적용 혐의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당시 적용한 혐의와 비교해 양과 질이 가볍지 않다고 볼 수 있는 점도 고려했다”라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메디컬 라운지] 혈액형 다르면 간이식 못한다?

    간이식은 간경변증, 간암 등 중증 간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최적의 치료술이지만, 수술 조건이 까다롭다는 인식 때문에 선뜻 선택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실제로 과거에는 기증자와 수혜자의 혈액형이 같고 키와 몸무게 등 신체 조건이 비슷할 때만 수술을 해 이런 오해가 널리 확산됐다. # 간 기능 정상·크기 비슷땐 이식 가능 18일 중앙대병원에 따르면 간 기증은 혈액형이 달라도 건강상태가 좋고 간기능이 정상이며 이식할 간의 크기가 수혜자의 몸무게와 비교해 적합한 크기면 가능하다. 간은 오른쪽 간엽과 왼쪽 간엽 등 2개의 큰 조직으로 나뉘는데 이식에는 대부분 오른쪽 간엽을 사용한다. 간의 일부를 잘라내도 6개월~1년이 지나면 저절로 재생해 거의 원상태로 회복되기 때문에 기증자에게는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된다. 서석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혈액형이 다르면 수혜자 몸에 있는 항체가 거부반응을 일으켜 사망할 수 있지만 최근에는 이식 기술 발달로 수술 3주 전에 미리 항체 생성을 억제하는 약을 투여한다”며 “수술 1주 전에는 기존에 만들어진 혈액형 항체를 없애는 ‘혈장교환술’로 면역학적 부작용 없이 혈액형 부적합 간이식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 혈액형 달라도 수술 성공률 100% 중앙대병원이 2015년 첫 혈액형 부적합 간이식에 성공한 이후 최근까지 수술 성공률은 100%에 이른다. 또 지난해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코호트(KOTRY) 연구에서 장기이식 수술을 위해 자신의 간을 제공한 기증자들을 2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생체 간이식 수술로 인한 주요 합병증 발생률은 2% 미만에 그쳤다. 서 교수는 “국내에서 간이식을 필요로 하는 중환자는 매년 5000~6000명에 이르는데 사체 간기증은 1년에 300~400건, 생체 간이식도 1000건으로 공여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라며 “간기증 후 사망했다는 보고가 없을 정도로 안전한 수술이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공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간암은 절제술을 시행해도 재발할 확률이 높게는 50%를 넘는 것으로 보고돼 있지만 간이식을 시행하면 재발 확률이 크게 낮아진다. 간 기증자는 수술 후 1주일 정도 입원하고 퇴원 후 2~3주 정도 요양하면 직장생활을 포함한 정상적 생활이 가능하다. # 이식 전 감염 취약… 8주 요양 필요 다만 이식을 받는 환자는 8주가량 요양해야 하는 등 절대 안정이 필요하다. 감염에 취약하기 때문에 3개월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공공장소를 피해야 하고 특히 감기에 걸린 사람과의 접촉을 주의해야 한다. 서 교수는 “회, 굴, 껍질째 먹는 과일 같은 날음식과 김치, 상하기 쉬운 우유, 요구르트는 수술 후 6개월까지 먹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정해진 시간에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고 병원에서 정기적으로 혈액검사를 받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청년내일채움공제, 실제 취준생들의 생각은

    청년내일채움공제, 실제 취준생들의 생각은

    정부가 청년내일채움공제 확대 등 특단의 일자리 대책을 제시한 가운데 이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15일 정부 발표에 따르면 중소기업 신규취업자의 경우 청년내일채움공제, 세금 감면, 주거비 지원 등으로 연 최대 1000만원 이상을 더 받을 수 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노동자 임금 격차를 한시적으로나마 줄이는 방안이다. 청년 일자리 대책 세부사항 가운데 특히 관심을 끄는 건 청년내일채움공제다. 기존 제도를 보다 확대했다. 신규 취업자가 600만원을 3년 동안 분할 납부하면, 정부와 기업의 공제금 2400만원을 더해 총 3000만원의 목돈을 만들어주는 제도다. 그러나 공제 제도의 수혜자인 청년들의 태도는 다소 냉담했다. 1년간 중소기업에 다니다 2년 전에 퇴사한 이태성(27)씨는 청년내일채움공제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미 중소기업 현장에서 내일채움공제의 적용 대상이 됐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내가 일할 당시에도 내일채움공제 제도가 있어 혜택을 받는 줄 알았지만 기업이 온갖 편법을 써서 신입사원 대상 지원금에 공제금까지 가져가버렸다”면서 “공제제도 수혜 범위를 늘리고 액수를 늘려봤자 현 상황에서는 신입사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 4년제 대학교에 재학 중인 권경훈(26)씨는 “정부가 스스로 ‘한시적’이라는 단서를 달았기 때문에 이 제도가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세금이 늘어날 것도 걱정되고, 위장취업 등 제도의 헛점을 노리는 행태가 많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 준비 중인 홍민재(26)씨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연봉부터 복리후생까지 모든 게 하늘과 땅 차이”라면서 “대부분 취업준비생들은 돈 2000만원 정도로 중소기업 취직을 선뜻 결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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