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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스 재정긴축안 가결… 디폴트 일단 피했다

    그리스 재정긴축안 가결… 디폴트 일단 피했다

    그리스를 국가 부도의 늪에서 구해 낼 재정긴축안이 29일(현지시간) 통과됐다. 그리스 의회는 본회의에서 2015년까지 재정긴축, 증세로 286억 유로(약 44조원)를, 국유자산 매각 및 공기업 민영화로 500억 유로를 확보하는 중기재정계획을 찬성 155표, 반대 138표, 기권 5표로 가결했다. 이번 재정긴축안은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의 1차 구제금융 5차 지급분 120억 유로와 2차 구제금융을 수혈받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었다. “‘플랜 B’는 없다.”는 올리 렌 EU 경제·통화정책 담당 집행위원의 확고한 경고를 그리스 정치인들이 허투루 듣지 않은 셈이다. 헤르만 반 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국가적 책임감을 보여 준 투표”라고 환영했다. 30일에는 이 계획의 개별 이행법안을 표결에 부친다. 계획이 승인된 만큼 이 역시 통과될 전망이다. 중기재정계획이 통과되면서 다음 달 3일과 5일 EU 재무장관 회의와 IMF에서 각각 그리스에 대한 1차 구제금융 가운데 5차분 지급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또 다음 달 11일 2차 구제금융 프로그램(1100억 유로 규모)도 확정할 계획이다. 독일 은행들도 프랑스 정부가 제시한 민간투자자 참여안에 합의,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안이 성사될 가능성을 내비쳤다. 당장의 디폴트는 피하게 됐지만 아직도 장애물은 도사리고 있다. 이번 조치가 잘 이행되느냐가 다음 관건이다. 투자자나 경제학자 대부분은 여전히 그리스가 몇달 안에 결국 부도에 처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같은 시각 의회 밖 신티그마 광장은 전투 현장을 방불케 했다. 의회 주변에 배치된 5000명의 경찰이 최루가스로 해산에 나섰지만 성난 시민들은 재무부 청사로 몰려가 창문을 쇠막대기로 부수고 경찰에게 돌을 던지는 등 격렬한 시위를 이어갔다. 그리스 공공·민간부문을 대표하는 공공노조연맹(ADEDY)과 노동자총연맹(GSEE)도 48시간 총파업에 돌입, 육·해·공 대중교통이 모두 끊기고 전기가 두절되는 등 그리스 전역이 마비됐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삼부토건 2개월만에 법정관리 철회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신청했던 삼부토건이 2개월만에 이를 철회했다.  서울중앙지법 파산4부(지대운 수석부장판사)는 28일 삼부토건의 기업회생절차 개시신청 취하를 허가했다.  재판부는 “삼부토건과 대주단 등 주요 채권자 사이에 서울 서초구 헌인마을 개발사업, 김포 풍무지구 개발사업, 협조 융자 등 주요 현안에 대해 협상이 타결돼 경영 정상화가 가능해진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삼부토건에서 르네상스서울호텔을 담보로 제공받은 대주단은 금융기관을 상대로 헌인마을 개발사업에 7500억원의 신규자금을 지원하고 어음 등 채권 만기를 연장하는 방안에 대한 동의서를 받았다.  삼부토건은 수혈 자금으로 헌인마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 4270억원 중 1050억원을 상환했다. 동양건설이 빌린 1050억원을 포함한 나머지 3220억원에 대해서는 만기 연장을 받았다.  삼부토건은 그러나 “헌인마을 사업은 동양건설과의 연대보증 책임을 감수하고 계속 추진하는 반면 한화건설과 공동 시공사로 참여했던 김포 풍무지구 개발사업에서는 빠지기로 했다.”고 전했다.  삼부토건은 이날 김포 풍무지구사업 PF 보증 2750억원에 대해서는 한화건설과 합의를 통해 연대보증 및 책임 준공의무가 소멸됐다고 공시했다.  삼부토건 관계자는 “김포 건은 완전히 정리됐고, 헌인마을 사업은 동양건설의 법정관리 철회 여부와 관계없이 가지고 가겠다.”고 말해 필요하다면 단독으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삼부토건은 지난 해 기준으로 도급순위 34위에 해당하는 건설회사로 만기에 이른 PF 대출금 등을 변제할 수 없게 되자 지난 4월12일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신청을 냈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지금&여기] 자율과 규제의 단상/박승기 정책뉴스부 기자

    [지금&여기] 자율과 규제의 단상/박승기 정책뉴스부 기자

    증조부모와 조부모 산소가 있는 선산을 아이들과 함께 가끔 찾는다. 집에서 가까워 산소에 가서 풀도 뽑고, 가볍게 등산도 하고 내려온다. 어릴 적부터 다녔던 곳이라 찾아가는 길이 눈에 훤히 익었는데 요즘 산을 찾는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산속에 길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헷갈릴 때가 있다. 새로운 길이 생겨나면서 주변 생태계가 몸살을 앓는다. 뿌리가 허옇게 드러난 나무들과 인적이 드문 수풀 속에는 어김없이 음료수나 막걸리 병 등 쓰레기가 넘쳐난다. 이제 선산은 과거 모습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산의 통행을 막을 수도, 잠복(?)하면서 단속할 수도 없는 일이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린다.’는 속담이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그릇된 일인 줄 알면서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잘못된 행동에 가세한다. 산속에 버려진 쓰레기는 더럽고 보기에 흉해도 방치할 뿐 누구도 나서서 치우려 하지 않는다. 사회적으로 전관예우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정부가 공직자의 전관예우 근절 종합 방안까지 내놨다. 퇴직 공무원의 취업 제한을 강화하고 청탁·알선 등 부당 행위를 못 하도록 ‘행위제한’도 하고 있다. 공직사회에서 전관예우는 이른바 힘 있는 부처의 일부 공무원 얘기일 것이다. 전관예우 논란으로 퇴직 후 일자리 알선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중앙부처 간부들은 통상 정년을 2~3년 남기고 공직을 떠난다. 조직으로서는 수혈의 기회가 생기는 등 변화의 모멘텀이 된다. 법으로 보장된 정년을 채울 경우, 그 기관은 인사 동맥경화에 걸릴 게 뻔하다. 퇴직자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일면 타당하다. 이권이나 처우와 무관하게 자신의 수십년 공직 경험을 전수하고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현 시점에서 명예퇴직을 없애거나 로비스트를 양성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욱이 규제와 처벌이 능사는 아니다. 규제를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은 많다. 물욕은 사람을 비겁하게 만든다. 퇴직자의 성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skpark@seoul.co.kr
  • [영화프리뷰]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영화프리뷰]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마블코믹스의 인기만화를 원작으로 둔 ‘엑스맨’은 21세기 들어 가장 성공적인 시리즈로 꼽힌다. 영화 통계사이트 박스오피스모조에 따르면 ‘엑스맨’ 트릴로지(3부작)가 벌어들인 극장 흥행수익은 11억 6339만 달러에 이른다. 외전(外傳)인 ‘엑스맨 탄생: 울버린’(2009)까지 보태면 15억 3645만 달러(약 1조 6731만원)이다. 제작사 20세기폭스가 프리퀄(시간상으로 앞서 이야기를 다룬 속편)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6월 2일 개봉)를 만든 까닭이다. ‘유주얼 서스펙트’의 브라이언 싱어가 창조한 엑스맨 1·2편은 평범한 오락영화에 물린 비평가와 영화팬의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우월한 유전자를 지녔지만 차별받고 따돌림 당하는 돌연변이의 고뇌, 선악의 틀에 담을 수 없는 매그니토와 프로페서X의 관계를 흥미롭게 그렸기 때문이다. 팀 버튼의 ‘배트맨’과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처럼 고뇌하는 슈퍼히어로의 연장선에 있는 셈이다. 문제는 3편 이후다. 브렛 레트너의 ‘엑스맨: 최후의 전쟁’(2006)과 개빈 후드의 ‘엑스맨 탄생: 울버린’은 그냥 오락영화였다. 그럭저럭 흥행은 했지만 한껏 높아진 팬들의 눈높이를 맞추기엔 역부족. 20세기폭스사와 엑스맨에게 필요한 건 배트맨 시리즈를 되살린 크리스토퍼 놀란(‘배트맨 비긴즈’, ‘다크나이트’) 같은 능력있는 구원투수였다. 20세기폭스는 제법 머리를 썼다.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의 제작자로 브라이언 싱어를 불러들이는 한편, ‘킥애스: 영웅의 탄생’에서 재기발랄함을 뽐낸 매튜 본을 감독으로 기용한 것. 영화는 에릭 랜셔(마이클 파스빈더)와 찰스 자비에(제임스 맥어보이)가 각각 매그니토와 프로페서X란 이름을 얻기 전인 1962년을 배경으로 한다. 나치 장교 출신의 돌연변이 세바스찬 쇼(케빈 베이컨)는 미국과 소련을 오가며 쿠바 미사일 위기를 촉발시킨다. 어머니를 죽인 원수를 쫓던 랜셔와 유전자학 권위자로 미 중앙정보국(CIA) 자문을 해주던 자비에는 어린 돌연변이 초능력자들을 규합해 쇼를 막기 위한 전쟁을 벌인다. 영화는 프리퀄의 본분을 다한다. 절친이었던 매그니토와 프로페서X가 갈라선 이유와 셰리브로(프로페서X의 텔레파시를 증폭시키는 장치)와 엑스제트(엑스맨의 스텔스비행기), 매그니토 헬멧의 유래, 프로페서X가 휠체어를 타게 된 까닭이 밝혀진다. 새로 수혈된 젊은 피의 연기도 돋보인다. 특히 ‘제인에어’(2011)로 이름을 알린 파스빈더는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을 갖고 돌연변이들을 규합하는 매그니토의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완성했다. ‘윈터스본’(2010)으로 올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제니퍼 로렌스는 또래들은 원치 않았을 미스틱 역을 맡아 열연했다. 하지만 영화는 철저하게 ‘엑스맨’ 팬을 위한 애프터서비스란 점을 감안해야 한다. 1~3편을 보지 않은 관객에게 132분은 긴 시간이다. 엑스맨 시리즈의 매력인 참신한 돌연변이도 더는 눈에 띄지 않는다. 순간이동을 하는 아자젤이나 곤충 같은 날개가 달린 엔젤, 붉은색 플라스마 에너지파를 쏘는 하보크, 텔레파시 능력을 지닌 엠마는 1~3편에서 봤던 초능력의 재탕 혹은 유사품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전·현정권 실세 정조준… ‘게이트’로 번지나

    전·현정권 실세 정조준… ‘게이트’로 번지나

    부산저축은행이 청와대 수석급 인사까지 구명 로비 대상에 올렸던 것으로 밝혀져 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대검 중수부는 부산저축은행 구명 로비를 벌인 관계자 조사 때 이런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에 하나 향후 수사 과정에서 청와대 고위 인사를 직접 만나 청탁한 게 확인될 경우 이번 수사는 누구도 제어하기 힘든 초특급 태풍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구명로비 관계자 관련진술 확보 특히 검찰이 29일 친정 식구인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을 긴급체포해 구속 수감했고, 청와대 고위 인사까지 조사할 경우 검찰의 사정 칼날은 파죽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제 식구 팔다리부터 자른 만큼 정·관계 수사는 한층 크고 깊을 수밖에 없다. 현재 검찰 수사가 현 정권 핵심 인사들을 대상으로 한 것도 예의주시해야 할 대목이다. 부산저축은행의 탄생부터 수사하지 말란 법이 없기 때문이다. 구명 로비가 현 정권 인사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면 부산저축은행의 인·허가 과정이나 확장 과정은 전 정권과 관련이 있다. 검찰이 읍참마속의 결기를 보인 만큼 전·현 정권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이래서 나온다. 검찰의 전방위 수사의 귀착지는 정치권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미 검찰 안팎에서는 부산저축은행이 급성장했던 참여정부 때의 인사(현재 야당 정치인)들 이름이 여럿 오르내리고 있다. 부산저축은행이 정권이 바뀐 뒤에는 참여정부 때의 영화를 이어가기 위해 대통령 인수위원회 위원들과 여당 의원들을 중점적으로 접촉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장인환 KTB자산 대표도 수사선상 검찰은 김양 부산저축은행그룹 부회장의 측근이자 정·관계 로비 창구로 알려진 브로커 윤여성(구속)씨에게서 “은 위원에게 억대의 금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때맞춰 청와대 고위 인사의 이름도 거론됐다. 윤씨가 P씨를 통해 청와대 수석급 인사에게 청탁을 하려 했다는 진술이다.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1라운드 수사는 윤씨와 P씨의 진술이 하이라이트다. 사정의 칼끝이 여의도를 정조준하는 방향타가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검찰은 삼성꿈나무장학재단 500억원, 포스텍장학재단 500억원 등 1000억원의 사모펀드를 조성해 부실 운영된 부산저축은행에 맡긴 장인환(53) KTB자산운용 대표도 수사 선상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이 자본 잠식 상태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에 미달됐으나 지난해 6월 장학재단의 돈 1000억원을 수혈받아 BIS 기준을 맞춰 퇴출 위기에서 벗어난 점을 유심히 보고 있다. 당시는 퇴출 위기를 맞은 부산저축은행이 정·관계 등에 구명 로비를 필사적으로 진행할 때였다. 검찰은 이날 소환 조사를 받은 은 전 감사위원과 장 대표와의 관계 및 역할 규명에 주력하고 있다.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 [데스크 시각] 의학은 어떻게 진보하는가/심재억 의학 전문기자

    [데스크 시각] 의학은 어떻게 진보하는가/심재억 의학 전문기자

    아스클레피오스는 의사였습니다. 그리스 신화 속의 ‘반신반인’인 그는 의술로 수많은 사람을 구했습니다. 얼마나 대단했느냐 하면, 그가 병자를 치료하자 저승의 신 하데스가 할 일이 없을 정도였는데, 이를 안 제우스가 격노해 그를 죽이고 말았습니다. 그때 아스클레피오스가 사용한 뱀 지팡이는 지금도 세계보건기구(WHO)는 물론 미국·영국·한국 등 각국 의사단체들이 상징 문장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생명의 가치를 옹위하는 의술의 신성성이 함축돼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신성성의 이면에는 숱한 의료 선각자들의 탐구와 고뇌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결코 오만하지도, 안주하지도 않았습니다. 병자의 피를 바꿔 질병을 치료하고자 했던 무모한 시도는 수혈의 시작이 되었고, 두개골을 쪼개거나 심장을 바꿔 죽은 사람을 살려내려 했던 시도는 외과학의 출발이었습니다. 이런 시도가 더할 수 없이 신성했던 것은 당시의 질병관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질병의 실체를 몰랐던 암흑의 시대에 모든 병은 천형이었습니다. 이런 미혹 속에서 누군가 나서 “아니다.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목숨을 건 이단적 도발이었지만 의학자들에게 그것은 지적 확신이었기에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그 외침은 다름이 아니라 “그래도 의학은 진보해야 한다.”는 신념이었습니다. 요즘의 의료를 이런 시시콜콜한 역사적 기억으로 환치하기는 어렵습니다. 거대한 의술의 진보가 있었고, 과학기술의 역할이 극한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의료가 천박한 상업주의에 결박되면서 신성성의 자리에는 보란 듯 ‘돈’과 ‘퇴행적 권위의식’ 그리고 ‘조작된 허명(虛名)’이 똬리를 틀고 있습니다. 언제부턴가 의사들은 자신들을 ‘선생님’이라고 부르던 환자들과 멀어졌고, 의학의 진보는 그 지점에서 발목이 묶이고 말았습니다. 이런 ‘불편한 진실’은 의료계 전반에 촘촘하게 그물을 드리우고 있는 거대한 상업주의의 획책이 낳은 결과이며, 어떤 진보도 이런 상업주의와 야합하지 않고는 가능하지 않다는 예단은 우리를 우울하게 합니다. 적지 않은 의료인들이 이런 상업주의와 결탁하려고 기를 쓰는 판국에 함부로 의학의 진보를 말하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물론 누구도 진보의 가치를 본질적으로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그랬기에 가능해 보이지 않던 시도들이 의학의 전범(典範)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고, 치료 영역은 확대됐으며, 의사들의 권위는 강화됐습니다. 그런데 알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건국대병원 송명근 교수의 대동맥 판막질환 근치술인 ‘카바 수술’ 논란이 그것입니다. 다양성의 사회에서 논란은 피할 수 없으며, 논의는 중요한 검증의 절차입니다. 그러나 논란과 논의가 공정한 논리 대결이 아니라 증오와 배제의 배설구여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도 신성성의 후예인 의학자들이 나서 ‘카바’를 죽이려 하고, 복지부는 뒷짐을 진 채 눈만 찡긋거립니다. 의학사를 바꿀 씨앗 하나 싹 틔우기가 참 어려운 나라, 한국의 의료계에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진보의 수난사가 새로 쓰여지고 있고, 국민들은 이런 상황을 밥그릇 때문에 중요한 의학적 성과를 짓밟으려 한다고 읽고 있습니다. 의학 진보의 주체는 의사입니다. 오늘날의 눈부신 의학적 성과가 온전히 의학자들 공로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의학적 퇴보 역시 의료인들의 선택입니다. 의학자들이 냉철하고, 지혜로워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이 기술력을 인증했고, 의료 기준이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다는 일본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의사들이 배우겠다고 줄을 서는 ‘카바’가 유독 국내에서만 이런저런 시비에 내몰리는 상황이 난감해 보입니다. 물론 모든 의사들이 아니라 소수의 획책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물어야 합니다. 그것이 정말 선각자들이 그랬듯 지적 확신에 따른 도발인지, 아니면 시비의 배후에 국민의 생명과 국가경쟁력까지도 방기해야 할 만큼 중요한 그 무엇(?)이 따로 있는지를 말입니다. jeshim@seoul.co.kr
  • 전남대 헌혈의집 폐쇄 논란 법정가나

    전남대 구내의 ‘헌혈의 집’ 폐쇄 여부를 둘러싸고 대학 측과 대한적십자사가 팽팽히 맞서며 논란을 부르고 있다.전남대는 23일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혈액원에 헌혈의 집을 지난 22일까지 철거할 것을 통보했으나 이에 응하지 않아 불가피하게 예고한 대로 법적 절차를 밟기로 했다.”고 밝혔다.대학 측은 “혈액원이 지난해 시민과 학생들이 헌혈한 혈액을 팔아 197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그 중 30%에 가까운 57억 7000만원을 인건비와 기관 운영비로 썼다.”며 “전체 직원 122명의 평균 인건비가 4600여만원이라는 점을 헌혈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고 주장했다. 대학 측은 “특히 전남대병원에서만 연간 55억원을 혈액값으로 받아가면서도 혈액원 측은 그동안 임대료는 물론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조차 한푼도 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이에 대해 혈액원 측은 “전남대가 위급 환자들의 수혈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한 사회적 역할 분담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며 헌혈의 집 사수를 위한 10만명 서명운동에 돌입했다.혈액원은 1997년 전남대 후문 인근에 132㎡ 규모의 건물을 짓고, 지금까지 무상임대해 사용해 왔다. 이 헌혈의 집은 유동인구가 많아 하루 평균 84명, 연간 2만 9000여명이 헌혈해 전국 21개 대학 헌혈의 집 가운데 1위, 전체 헌혈의 집 114개 중 6위를 차지할 만큼 헌혈량이 많다.이에 따라 혈액원 측은 이곳이 지역 혈액 공급의 20∼30%를 차지할 만큼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다른 곳으로 절대 옮길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열린세상] 진정한 정당개혁이란/ 김용호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진정한 정당개혁이란/ 김용호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난달 재·보궐 선거에 참패한 한나라당이 당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당을 개혁하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수도권에서 30석을 차지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노무현 정부 말기부터 한나라당의 지지도가 야당보다 계속 높았으나 최근 들어 역전되는 현상이 발생했으니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당명도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다. 한나라당은 내년 총선에 대비하여 과거 공천심사위에서 하던 국회의원 후보 공천을 국민참여형으로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는 현행 제도 대신에 과거처럼 대선 후보가 당 대표를 맡을 수 있도록 바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물론 친박은 이 제도가 박근혜 전 대표를 불러내어 정치적 책임을 지우려는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젊은이가 당대표를 맡아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새로 선출된 황우여 원내대표는 감세정책 철회, 대학 등록금 반액 추진 등 서민의 입맛에 맞는 새로운 정책을 내놓고 있다. 이처럼 한나라당이 인물 교체, 제도 개선, 정책 변화를 통해 거듭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과연 우리들은 이러한 개혁 노력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나. 우리들은 민주화 이후 정당들의 개혁 경쟁을 여러 차례 보았으나 기대가 실망으로 변하였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 지지 세력은 새천년민주당을 뛰쳐나와 국민 참여의 진정한 손발이 되겠다고 열린우리당을 만들었으나 실패하였다. 당시 강준만 교수는 신당 창당을 위해 국민개혁당을 해체하는 것을 준열하게 비판했으나 유시민 대표는 갖은 교언영색으로 창당을 정당화했고 그의 열린우리당 프로젝트는 실패로 끝났다. 새천년민주당은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정당 개혁의 기치 아래 소위 국민참여경선제를 도입하여 흥행에 성공하였으나 이 제도를 통해 대선후보가 된 노무현 대통령이 새천년민주당을 버렸다. 이뿐이 아니다. 2000년 총선을 앞두고 김대중 대통령은 ‘젊은 피 수혈론’을 앞세우고 자신이 창당한 새정치국민회의를 없애고 천년 가는 정당을 만든다며 새천년민주당을 창당했으나 10년도 못 가고 해체되었다. 그런데 오늘날의 한나라당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신한국당의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의 조순 후보가 후보 단일화를 하면서 탄생하였다. 사실 신한국당은 김영삼 대통령이 1995년 지방선거 패배 후 1996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전략상 간판을 바꾸었다. 이처럼 민주화 이후 지난 20여년간 한국의 정당은 다가오는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당 개혁의 깃발을 내걸고 창당을 하거나 당명을 바꾸었다. 그 결과 한국 정당은 파리 목숨처럼 단명하였다. 그리하여 한국의 여당은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면 반드시 없어지는 매우 신기한 법칙이 등장하였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각각 공들여 만들었던 민자당, 신한국당, 새천년민주당, 열린우리당은 예외 없이 대통령의 임기 이후에 사라졌다. 이제 한나라당의 운명도 과거 여당과 똑같은 신세가 될 것인지, 예외가 만들어질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우리들은 정당이 진정으로 개혁되기를 바라기 때문에 한나라당의 개혁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정치인들이 정당 개혁을 수없이 외쳤으나 아직도 한국 민주주의의 최대 문제점은 정당이라는 점에 많은 이들이 동의하고 있다. 왜 아직도 한국 정당은 개혁의 대상으로 남아 있는가. 그것은 한국 정당이 근본적인 개혁을 하지 않고 삐딱한 얼굴에 분칠만 한 탓이다. 다가오는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1년 정도 효과가 나는 화장품이나 덕지덕지 바르기 때문이다. 진정한 정당 개혁이란 지도자의 손에서, 정치인들의 손에서 놀아나고 있는 정당을 주권자인 국민의 손에 되돌려 주는 일이다. 그래서 자발적으로 당을 위해 일하는 국민들이 많아져 아무도 함부로 당을 해체하거나 다른 당과 통합하거나 간판을 바꾸는 일이 일어나지 않고 수백년을 견디어 나가도록 하는 것이다. 이제 한나라당이 진정한 당 개혁을 통해 미국의 민주당이나 공화당, 영국의 보수당이나 노동당처럼 반석 위에 우뚝 서기를 바란다.
  • 금감원 ‘낙하산 감사’ 개선 선언하자 증권사 6곳 기존 금감원출신 재선임

    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 ‘낙하산 감사’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선언하자 증권업계에서는 기존 금감원 출신 감사들이 재선임되는 사례가 빚어지고 있다. 기존 감사들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것이다. 2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차기 감사를 선임한 증권사는 10개사다. 이 가운데 현대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SK증권, 동부증권, 신영증권 등 6개사는 기존 금감원 출신 감사의 재선임을 결정했다. NH와 SK는 이사회를 한 차례 연기한 끝에 재선임 안을 의결했다. 금감원 출신 감사에 대한 비난 여론 때문에 고심을 거듭했지만 현실적으로 마땅한 대안이 없어 연임 결정을 내렸다는 공통된 항변이다. 금감원도 이미 감사로 갔던 금감원 출신 인사의 연임 문제는 직접 개입하기 어렵고 금융회사의 신중한 결정을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나머지 4개 증권사는 상근감사를 비(非)금감원 출신으로 바꾸거나 상근감사를 없애고 감사위원회를 구성했다. 한화증권은 내부 수혈했다. 금감원·증권감독원 출신 감사위원 대신 사외이사인 강효석 한국외대 교수와 사내이사인 손승렬 상무에게 감사위원 자리까지 새로 맡겼다.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은 나홍문 전 산은캐피탈 검사실장을 상근감사로 영입했다. 대신증권은 금감원 출신 감사가 연임을 고사하자 김경식 메릴린치증권 상무이사를 후임으로 내정했다. 이트레이드 증권은 상근감사 대신 비금감원 출신 사외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이런 분위기를 고려하면 앞으로 감사 임기가 만료되는 증권사 가운데에서도 금감원 출신 감사를 재선임하는 경우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저축은행의 낙하산 감사는 물론 학연·지연이 얽힌 사외이사 임명을 제한하는 방안도 일부에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7월 상호저축은행법 개정을 추진하며 사외이사의 자격요건·선임절차·역할 등이 규정된 저축은행중앙회 모범규준 가운데 일부를 반영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하지만 정부나 금감원 등에서 5년 이상 근무해야 사외이사 선임이 가능하게 한 조항을 뒤집어 관료나 금감원 직원 등의 재취업을 제한하면 다른 집단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반론도 강하게 나온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1년간 원내정치 이끌었던 김무성·박지원 의원 인터뷰

    1년간 원내정치 이끌었던 김무성·박지원 의원 인터뷰

    김무성 한나라당·박지원 민주당 전 원내대표는 여러모로 닮은꼴 정치인이다. 18대 국회 때 당의 공천을 못 받고 무소속으로 당선됐고, 당으로 돌아와 원내대표를 하며 비상대책위원장도 같이 맡았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서울신문과의 퇴임후 인터뷰 날짜도 공교롭게도 18일로 함께 잡혔다. 지난 1년 “정치를 복원했다.”고 자평한 두 전직 원내대표의 소회와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들어 봤다. ■ 박지원 前 민주당 원내대표 “난 리더로 끼는 있지만 당대표 도전은 아직…” →지난 1년을 자평한다면. -야당다운 모습으로 민주당의 존재감을 확인했던 것, 6·2 지방선거와 4·27 재·보선에서 승리한 것이 가장 보람 있었다. 4대강 예산이 날치기 처리된 점과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때 기업형 슈퍼마켓(SSM)법, 농·어업인 지원법을 숙제로 남겨 둔 점은 아쉽다. →누구에게 미안하거나 아쉬웠던 점은. -김 전 원내대표가 많이 양보했는데 협상할 때 믿지 못하고 ‘뭐가 더 있지 않으냐. 더 내놓으라.’고 요구한 것이 미안하다. →어떤 부분을 믿지 못했나. -예를 들어 김 전 원내대표가 이명박 대통령과 가깝다고들 했는데 “대통령을 1년 동안 한번도 독대한 적이 없다.”고 하기에 거짓말인 줄 알았다. 그런데 퇴임 기자회견에서도 그리 말하기에 정말 놀랐다. ‘저런 상태에서 친이·친박계를 아우르면서 일했구나, ‘대통령이 그 정도까지 했을까.’라고 생각하니 너무 미안했다. →‘이제야 밝히는’ 뒷얘기가 있다면. -세종시 수정안 부결 때다. 박근혜 전 대표를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그의 측근들과 적극적인 접촉에 나섰다. 나는 친박이 좋아하는 ‘개헌 반대’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수정안 부결에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봤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반대토론을 할 줄은 몰랐다. ‘박 전 대표에게 한 방 맞았구나.’ 싶었다. 모든 과실은 박 전 대표에게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날 박 전 대표가 본회의장에 나타났다는데 ‘찾아도 없다.’고들 했다. 그러나 나는 평소 박 전 대표의 동선을 유심히 살펴왔기에 알고 있었다. 종종 본회의장 입구 오른쪽 남자 화장실 앞 휴게실에서 측근들과 얘기를 한다. 그 날도 거기에 있는 걸 확인하고 안심했었다. →손학규 대표와는 어떤 관계인가. -14대 국회 때 나는 민주당 대변인을 했고 손 대표는 재·보궐선거로 들어와 한나라당 대변인을 했다. 당시 여당을 세게 공격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내 뒷조사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당시 김대중 총재에게 보고했더니 “박 대변인, 손톱 깎지 마.”라고 했다. 손톱을 깎지 말라는 건 같이 ‘공세를 늦추지 말라.’는 뜻이었다. 그래서 더 세게 공격했다. 그러면서도 손 대변인과는 술자리를 자주 했다. 내게 늘 “너무 심하게 하지 말라.”고 했다. 손 대표는 경기지사 시절 가장 많이 동교동을 찾아왔다. 내가 감옥에 있을 때도 가장 많이 면회왔다. 햇볕정책을 지지했다. 그래서 내가 “김대중 대통령 이후 당신 같은 사람이 대통령 된다면 지지하고 싶다.”고 했다. →손 대표와 좋기만 한 사이였나. -18대 총선에서 목포 공천을 다섯 번이나 약속했다. 김홍업 전 의원도. 그런데 공천 대상에서 탈락시키더라. 엄청난 배신감을 느꼈지만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나중에 손 대표가 사과했다. →현재 손 대표가 가장 유력한 야권 주자인가. -손 대표는 꾀를 안 부리고 진실성이 있는 사람이다. 현재로는 가장 유력하다. 분당을에서 당선됨으로써 지도자 반열에 올랐다. 손 대표는 김대중의 희생정신과 노무현의 구당정신을 구현했다. →당 지도부 모두 수도권 출신이다. 호남 물갈이론이 현실화될까. -선거 때가 되면 호남 표를 구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호남색을 탈피하자고 한다. 공천 때가 되면 호남 물갈이론을 얘기한다. 호남 사람들의 자존심을 꺾는 일이다. 우선 집토끼를 잡고 산토끼를 잡아야 한다. 전국 정당은 인적 쇄신을 통해 이뤄야 한다. 전국적으로 젊은 피를 수혈하면서 노·장·청의 조화를 이뤄야 한다. 쇄신의 의미를 호남이라는 지역에 국한하면 안 된다. →당의 정체성은. -원칙과 정체성을 지키면서 야당다워야 한다. 그래야 중도를 포용할 유연성을 갖게 된다. 중도, 유연성부터 잡게 되면 무너진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서 찍은 후보가 당선됐나. -됐다. 1, 2차 투표에서 지지한 후보는 다르다. →야권 연대, 시기와 내용은. -빨리 1대1 구도로 만드는 게 좋다. 올해 안으로 하는 게 좋다. 안 되면 구동존이하자. 산술적 연대는 안 된다. 각 지역구에서 후보를 선정할 때 권력의지와 당선 가능성을 봐야 한다. →이른바 김대중 정신과 노무현 가치 사이에서의 위치선정은 어떻게 해야 하나. -김대중 5년, 노무현 5년 구분하지 말아야 한다. 굉장히 성공한 정부다. 그런데 왜 업적을 자랑하지 않나. 한나라당은 나쁜 역사·정체성·업적을 자랑한다. 친노와 친DJ가 합쳐야 한다. 두 분의 정신을 계승하는 게 관건이지 차이를 강조하면 안 된다. →당 대표에 도전하나. -(말하기) 아직은 빠르다. 인터뷰에서는 재미있게 얘기하는 것뿐이다. →총선 공천은 어떻게 해야 하나. -선거는 미인대회가 아니다. 철저하게 승리작전으로 가야 한다. 지역구별로 정밀하게 검토해 이길 사람을 공천해야 한다. →인재 영입에 적극적으로 움직일 생각이 있나. -지금은 겸손·조용 모드로 가려고 한다. 그걸 하자고 했고 하려고 한다. →마음에 둔 사람들이 있나. 조국 교수도 마찬가지인가(박 전 원내대표는 재임시 조 교수의 ‘진보집권플랜’을 기자들에게 나눠 줬다). -(고개를 끄덕) 4·27 재·보선에서 분당을에 나오라고 할 때 “조국을 위해서 조국이 나와야 한다.”고 했는데….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강하게 공격했다. -현재 우리나라 대통령은 두 사람 아니냐. 현 정권의 실정에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왜 박 전 대표는 혼자 고고한가. 박정희 대통령 시절 퍼스트레이디였다. 검증을 받아야 한다. →당 대표를 지내지 않았나. -물론 감동의 정치를 보여 주기는 했다. 그러나 검증 과정은 없었다. 언론이 “대전은요?” 같은 말만 자꾸 미화하면 되겠나. →한나라당 차기 주자로 박 전 대표가 가장 유력하다고 보나. -지금까지는 그렇다. 하지만 역대 모든 선거에서 1등 했던 사람이 당선된 적이 없다. 내년 4월 총선 결과에 따라 요동칠 것이다. →5·18 기념식에 대통령이 3년 연속 불참했다. 비서실장이라면 어떻게 하겠나. -대통령의 덕목은 국민통합이 가장 우선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나라당·영남 출신 대통령이기 때문에 반드시 가셔야 한다고 했을 것이다. 구혜영 허백윤기자 koohy@seoul.co.kr ■ 김무성 前 한나라당 원내대표 “친이·친박 대결 구도엔 당대표 더러운 게임 안해” →원내대표 퇴임 이후 평가는. 어떻게 지냈나. -원내대표 끝나고 각계각층으로부터 칭찬 많이 들었다. 그러나 부산이 (내년 총선에서) 위험하다고 해서 지역구에 자주 내려간다. TV에 자주 나와 좋았다는 분들도 있고, TV에만 나오고 지역구는 잘 안 왔다고 하는 분들도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지난해 예산안을 약속한 날(12월 8일)에 처리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런데 템플스테이 예산이 빠지는 바람에 많은 비판을 받았다. 억울했다. 군 공훈자를 위해 600억원을 올려 배정했는데, 템플스테이에 60억원을 안 쓰겠나. 사전에 아무도 얘기해 주지 않았다. 한·EU FTA 처리도 기억에 남는데, 내 임기 중 처리를 못하면 한·미 FTA와 엮여서 둘 다 안 된다고 생각했다. 민주당의 반대파를 제압할 능력이 있는 사람은 박지원 대표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비록 민주당이 본회의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적기에 비준한 것이 큰 보람이다. →아쉬운 점은. -그래도 예산안 처리를 일주일 정도 늦췄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박지원 대표가 일주일만 연기해 달라기에 ‘연기해 주면 표결에 참여하겠느냐.’고 했다. 확답이 없었다. 그래서 단독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결심했다. 회기 내에 처리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해 여유를 보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당내는 의원총회를 생각만큼 자주 하지 않은 게 아쉽더라. 누구보다 의총 많이 해야겠다고 했는데.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양보를 많이 했다는 비판이 있다. -지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얻어 낼 것은 다 얻어 냈다. 그나마 상대를 청산의 대상으로 보는 대결의 정치에서 서로를 파트너로 인정하는 상생의 정치로 일정 부분 복원해 놓았다고 생각한다. →정말 대통령과 독대를 한번도 안 했나. -독대한 적이 없다. 데리고 온 자식 취급받는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기도 했다. 참 힘든 입장이었다. 친박근혜계는 내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붙었다고 비난하고, 친이명박계는 굴러온 사람이 측근 행세를 한다고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갑자기 실세가 돼 대통령과 수시로 만나고 전화한다는 소문이 어느 순간에 퍼졌더라. 그래서 나한테 줄을 서려 하고, 인사청탁을 하려는 사람도 많았다(웃음). 나를 청와대 거수기라고 욕하는 사람도 생기더라. 그래서 내가 화나서 공개한 거다. 거짓말이면 어떻게 공개하나. 청와대 가면 기록이 다 있는데. 누구누구 만났다는 말 다 들어온다. →대통령과 독대할 생각은 왜 안 했나. -우선 소신껏 일하고 싶었다. 개헌과 관련해서는 꼭 한번 만나고 싶었다. 대통령의 진짜 의중이 궁금했다. →당이 시끄럽다. 어떻게 보나. -나는 당에서 쫓겨났던 사람이다. 그래도 한나라당 대통령이 성공해야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다고 믿는다. 대통령과 가장 가까이 있던 사람들이 대통령과 차별화하는 게 과연 옳은가. 실패한 대통령을 만들면 자기들은 살 수 있나. 정권의 핵심들이 이제 와서 이러면 안 된다. 그들이 대통령을 멀리할 게 아니라 수시로 만나면 되지 않나. →대통령과 의견이 다른 적이 많았나. -사실 인사 때 반대를 많이 했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이나 정진석 정무수석에게 “민심이 돌아섰다. 걷어들여라.”라고 매몰차게 대한 적도 있다. 정 수석이 서운하다고 연락을 끊은 적도 있다. 청와대에 끌려다니지 않았다. →공천은 어떻게 해야 하나. -선거는 미인대회가 아니다. 이길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꿩 잡는 게 매다. 좀 떨어지는 것 같아도 특정인에게 강한 사람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상대를 보고 기술적으로 해야 한다. 나아가 이런 모든 기술을 뛰어 넘는 게 주민들의 여론이고, 지금까지의 가장 좋은 방법은 여론조사다. 서푼어치 권력으로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하는 엉터리 공천을 막아야 한다. 공천권은 지역 주민에게 줘야 한다. 한나라당이 비민주적이라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총선은 ‘바람’의 영향이 크지 않나. -예전엔 그랬지만, 지금은 모든 정보가 열려 있어 바람이 불 가능성이 별로 없다. 다만 비민주적인 공천 등 심하게 잘못하면 바람이 불 수도 있다.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해서 뽑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찬성한다. 1년 동안 최고위원을 해 보니까 지금 체제로는 일이 하나도 안 되더라. 경선 때 생긴 감정 때문에 사사건건 반대만 한다. 당 수뇌부들이 모여서 나눈 의견이 5분도 안 돼 다 공개된다. →무엇을 쇄신해야 한다고 보나. -지금 나오는 쇄신론은 당이 민주적으로 운영되지 않은 것에 대한 반발일 것이다. 당과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위기감이 조성되고, 그동안 (특정인들이) 해오던 드라이브가 먹히지 않는다. →여전히 실세들의 공간을 인정해 줘야 한다고 보나. -그렇다. 실체니까. 그러나 그들도 잘못을 자각해야 한다. 자기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 →실세들이 무엇을 잘못했나. -공천은 다 실세들이 하지 않았나. 강원도지사 후보로 엄기영씨를 데려왔는데, 안 데려오면 민주당을 가고, 그러면 필패라는 논리로 영입한 것 아니냐. 어떻게 정권 초기 촛불시위로 국정을 마비시킨 방송사 사장 출신을 공천할 수 있나. →적극적으로 제동을 걸 수도 있지 않았나. -(창문 너머를 바라보며) 딱 움켜쥐고 내놓지 않더라. →민심이 멀어진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서민경제에 실패했다. 정부가 외형적인 성장률을 자랑했지만, 대다수 국민은 ‘헛소리 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우선 수출대기업에만 유리한 고환율 정책을 조정해서 물가를 잡아야 한다. →보수대연합이 필요한가. -반드시 필요하다. 역대로 연대한 세력이 집권했다. 보수와 중도 그리고 충청권이 뭉쳐야 한다. →당 대표에 도전하나. -당이 비대위 체제로 온 것은 원내대표로 최고위원회에 참여한 나에게도 책임이 있기 때문에 내 진로를 말하기 어렵다. (사무실 ‘네 덕 내 탓’이라고 쓰인 액자를 가리키며) 자숙하고 있다. →출마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지켜보고 있다. 그런데 친이·친박 대결 양상으로 가면 출마 안 한다. 더러운 게임을 하기 싫다. →차기 대표는 어떤 사람이 맡아야 하나. -당이 이렇게 어려워진 것은 분열 때문이다. 친이·친박 갈등 때문에 아무것도 못했다. 당을 화합시킬 대표가 필요하다. 오랜 경륜과 사심이 없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가 마음을 열고 화해해야 한다. 이창구·허백윤기자 window2@seoul.co.kr
  • [5·16 50돌] 또 한명의 개발독재 신화 주역 아듀!

    또 한 명의 아시아 ‘개발독재’ 신화의 주역이 무대 전면에서 사라졌다. ‘싱가포르의 국부(國父)’로 불리는 리콴유(李光耀·88) 전 총리가 14일 선임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자신의 뒤를 이은 고촉동(吳作棟·70) 전 총리와 공동으로 발표한 성명을 통해 리 전 총리는 “보다 어렵고, 복잡한 상황 속에서 젊은 세대가 싱가포르의 계속적인 전진을 이끌어 나갈 때가 됐다.”면서 사퇴결정 사실을 밝혔다. 이로써 리콴유의 아들인 리셴룽(李顯龍·59) 현 총리는 곧 젊은 인사들을 수혈해 새로운 내각을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리콴유의 ‘퇴장’은 최근 실시된 총선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집권 인민행동당은 87개 의석 가운데 81석을 차지했지만 지지율은 60.14%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리콴유가 실제로 사퇴 후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지 않을 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하지만 그의 사퇴는 한국의 박정희 전 대통령에서 시작된 아시아 개발독재 시대의 종언이라는 의미가 적지 않아 보인다. 실제 리콴유는 총리 재임기간(19 65~1990년) 강력한 리더십으로 싱가포르를 이끌며 연평균 10%가 넘는 경제성장률로 작은 도시국가에 불과한 싱가포르를 ‘아시아의 네 마리 용’ 반열로 끌어올렸다. 총리에서 물러난 뒤에도 ‘상왕’(上王) 격인 선임장관을 맡아 싱가포르의 끊임없는 전진을 견인했다. 리콴유는 박 전 대통령이 생애 마지막으로 만난 외국 정상이기도 하다. 1979년 10월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리콴유는 ‘개발독재 동료’인 박 전 대통령과의 만찬에서 “어떤 지도자들은 관심과 정력을 언론과 여론조사로부터 호의적인 평가를 받는 데 소모하고, 어떤 지도자들은 오직 일하는 데만 집중하고… 평가는 역사에 맡긴다.”면서 ‘일하는 지도자’로서의 동질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태형 등을 동원해 강력한 통치력을 발휘한 리콴유에 대한 평가는 역사에 남겨지겠지만 싱가포르를 세계 최고 수준의 금융과 물류의 중심지로 탈바꿈시키고, 부패가 없는 세계 최고의 깨끗한 정부로 만드는 데 절대적 역할을 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5·16 50년] 다시 불붙은 역사 전쟁… 20일 출범 ‘한국현대사학회’ 해부

    [5·16 50년] 다시 불붙은 역사 전쟁… 20일 출범 ‘한국현대사학회’ 해부

    다시 역사 전쟁이다. 독도를 둘러싼 한·일 관계나 동북공정을 둘러싼 한·중 간 갈등 얘기가 아니다. 역사 교과서를 매개로 벌어지는 한국 내부의 ‘전쟁’이다. 2005년 한 차례 맞붙었으니 이번엔 2차전이다. 오는 20일 내로라하는 학자들로 짜여진 한국현대사학회가 출범한다. 좌·우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세계사적 흐름 속에서 한국 현대사를 바라보겠다는 게 출사표다. 새 역사 교과서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출범일에 맞춰 서울 서초동 서울교대에서 첫 학술대회를 연다. 주제는 ‘한국의 현대사학 무엇이 문제인가’. 하지만 기존 역사 교과서 진영에서는 새 현대사학회가 6년 전의 ‘교과서포럼’ 복제판이라고 비판한다. 새 얼굴을 몇몇 수혈했으되 구성원들도 대부분 ‘겹치기 출연’이라는 지적이다. 교과서포럼은 2005년 권철현(현 주일대사)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기존 역사 교과서의 좌편향을 공격한 뒤 우익 인사들이 만든 단체다. 기존 역사 교과서 진영은 16일 서울 흥사단 강당에서 ‘한국사 교육과정 논란과 역사교육 정상화’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연다. 현대사학회의 20일 학술대회를 겨냥한 맞불 성격이다. 이래저래 역사 전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2013년 9월 교과서 검증 목표 한국현대사학회 초대 회장을 맡은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인문학부 교수는 “그간 한국사 전공자들이 너무 이념적으로 편향돼 대한민국을 폄하하고 국가 정체성에 혼돈을 가져왔다.”면서 “이런 문제의식에 공감한 이들이 많아 학회 구성이 손쉽게, 빨리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노무현 정권 때 만들어진 역사 교과서가 좌파들의 자학사관(자기학대적 역사관)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인한다고 공격했던 교과서포럼의 주장과 맥을 같이하는 대목이다. 권 회장은 “첫 학술대회를 마무리하는 대로 교과서 편찬위원회를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3년 9차 교육과정 때부터 중고등학생용 역사 교과서를 만들어 검정 신청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진용도 화려하다. 학회에 명단을 올린 교수(명예교수 포함)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안병직·이인호·박효종·이영훈·전상인(이상 서울대), 유영익·유석춘(이상 연세대), 김영호(성신여대), 강규형(명지대)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학자들이다. 교과서포럼에도 고문이나 정회원 등의 직함으로 모두 참여했던 사람들이다. 하지만 100여명이 넘는 구성원 가운데 한국 현대사 전공자가 많지 않다는 사실은 약점으로 지적된다. 권 회장은 “중요한 것은 학문적 다양성과 성실성”이라면서 “우리 학회의 자랑거리 가운데 하나는 이념적 스펙트럼을 확장했다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우익 학자들뿐 아니라 중도파까지 끌어안았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2의 교과서포럼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는 지적에 권 회장은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공격하는 분들도) 다 함께 참여해 당당하게 논쟁했으면 좋겠다.”고 응수했다. ●주진오 교수, “교과서포럼 회전문 인사” 기존 역사 교과서 진영은 현대사학회의 ‘출사표’와 달리 정체성에 의심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교과서포럼, 나아가 일본 역사 왜곡의 주범인 ‘새역사교과서를만드는모임’(새역모)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며 냉소적이다. 한국사 교과서 집필진 37명을 모아 ‘한국사교과서집필자협의회’를 구성한 주진오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는 “학문적으로 연구하겠다는 것은 반길 일”이라면서도 “출범 과정이 교과서포럼 닮은꼴이어서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극단적 우파 학자나 정치인이 앞장서 얘기하면 이를 토대로 보수 여론을 조성한 뒤 교과서 문제로 옮겨 가는 행태가 똑같다는 지적이다. 주 교수는 “안병직, 유영익, 이인호, 김종석, 전상인, 차상철 교수 등 현대사학회 고문이나 발기인 멤버들은 대부분 교과서포럼에 얼굴을 내밀었던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2007 교육과정에 맞춰 2년 동안 만든 역사 교과서를 한순간에 뒤집어 한달 만에 새 교과서를 내놓으라고 앞장서 목소리 높였던 주체도 현 정권과 교과서포럼이었다.”고 비판했다. ‘현대사’를 간판으로 내걸었음에도 정작 현대사 전공자가 드문 것도 교과서포럼과 닮은꼴이라고 주 교수는 꼬집었다. 그는 “기존 역사 교과서 검정 때 근현대사 전공자들은 좌편향이라는 이유로 검정위원에서 배제하고 서양사 전공자들을 무리하게 끼워 넣었다.”면서 “결국 검정할 능력이 안 되니까 국사편찬위원회에 떠맡긴 게 그들의 서글픈 현 주소”라고 진단했다. ●현대사학회는 촛불시위 트라우마 산물? 현대사학회의 출범을 ‘촛불시위 트라우마’로 보는 시각도 있다. 김한종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광우병 파동 등 촛불시위에 중고등학생들이 대거 참여한 것을 보고 보수 진영은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면서 “그 원인을 추적해 가다 보니 교과서가 문제라는 진단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김 교수는 교과서포럼의 집중 포화를 받았던 금성사 교과서 집필자로, 현재 교과서 수정 문제를 두고 교육부와 민사·행정 소송을 벌이고 있다. 김 교수는 새 교과서 제작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현대사학회에 대해 “역사학이 역사학자들만의 것이 아니라거나 비교사적 관점을 수용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한다.”고 전제한 뒤 “다만 기세등등했던 교과서포럼이 왜 사실상 활동 중단에 들어갔는지, 그들의 주장을 옹호했던 목소리가 시안 공개 이후 왜 눈에 띄게 잦아들었는지 한번쯤 곱씹어 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자학사관 탈피를 내걸었던 교과서포럼은 2006년 11월 자체 역사 교과서 시안을 공개했다. 이승만·박정희 정권을 중심에 둔 역사 해석이 두드러졌다. 예컨대 5·16은 군사쿠데타가 아닌 ‘혁명’으로, 10월 유신은 ‘국가의 자원 동원과 집행 능력을 크게 제고하는 체제’로 각각 규정했다. 아울러 4·19혁명은 ‘학생운동’으로 격하시켰다. 4·19 관련 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했음은 물론이다. 교과서포럼 공동대표였던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관련 심포지엄에서 4·19 단체 회원들과 드잡이하는 불상사까지 연출했다. 앞서 이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를 가리켜 ‘상업 공창’이라고 했다가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사과하기도 했다. 교과서포럼 측은 “시안일 뿐”이라며 수습에 나섰으나 역풍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사설] 정치권 쇄신경쟁 국민 눈높이에 맞춰라

    정치권에서 쇄신 회오리가 몰아치고 있다. 바뀌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회오리의 진원지다. 특히 한나라당은 재·보선 패배 뒤 신주류와 구주류로 나뉘어 쇄신 경쟁을 선도하고 있다. 하지만 당권 투쟁으로 비화돼 난타전을 하는 것으로 비쳐져 민망하다.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역풍을 맞은 민주당도 쇄신바람으로 위기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손학규 대표가 개혁을 명분으로 비주류의 견제를 뛰어넘으려 하지만 민심과는 거리가 먼 집안싸움이다. 충청권 기반의 자유선진당도 이회창 대표가 대표직을 내던지며 생존 공간 확보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지역 맹주를 노린 수로 비쳐지고 있다. 쇄신 경쟁에 진정성, 감동이 부족해 아쉽다. 정치권 쇄신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야 성공할 수 있다. 그래야 관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당 체질을 확 바꾸고 선거·공천제도도 전면 손질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쇄신 경쟁은 아전인수식의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위기 모면용이란 인상이 짙다. 쇄신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있으나 국민들의 눈에는 당리당략과 계파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꼼수로 비쳐지고 있다. 생색내기용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런 식으로 쇄신해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과거 정치사를 돌이켜보면 국민들은 기득권 지키기식 쇄신에 대해서는 선거 때 단호하게 심판했다. 한나라당이 물꼬를 튼 당 쇄신 경쟁이 정치권 전체로 확산되는 것은 일단 바람직하다고 본다. 한나라당이 계파별 이해타산도 있다지만 국민경선에 의한 상향식 공천을 실천하려 하는 등 개혁조치를 수반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민주당도 손 대표가 새로운 피 수혈과 기득권 포기 등을 통한 공천개혁을 약속하고 있어 일말의 기대감을 갖게 한다. 이런 식의 경쟁은 확산되고 권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쇄신운동이 정치공학적 세 규합 경쟁으로 귀결된다면 국민들은 언제든지 고개를 돌리게 될 것이다. 이번에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진정성이 담보된 쇄신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내년 4월 총선과 12월 대통령선거에서 냉엄한 민심의 심판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시복식] 선종 6년만에 복자 반열… 가톨릭 사상 ‘최단’

    요한 바오로 2세가 선종한 지 6년 만에 복자(福者)의 반열에 올랐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1일(현지시간) 오전 10시 바티칸의 성베드로 광장에서 150여만 가톨릭 신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대한 시복 미사를 집전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이제부터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복자로 불리리라.”고 선언하는 것과 동시에 성베드로성당 외벽에 자애로운 미소를 띤 요한 바오로 2세의 대형 초상화가 드리워졌고, 광장과 주변 도로를 가득 메운 신도들은 환호와 박수로 시복을 축하했다. 일부는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선종 6년 만의 시복은 가톨릭교회 역사상 가장 빠른 사례다. 시복 선언 직후 요한 바오로 2세의 기적으로 파킨슨씨병에서 회복된 프랑스 수녀 마리 시몽 피에르와 마지막 순간까지 간호했던 폴란드 수녀 토비아나가 요한 바오로 2세의 혈액이 담긴 은제 성유물함을 봉헌했다. 선종 전 수혈에 대비해 채혈된 것으로, 요한 바오로 2세의 혈액 공개는 시복식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다. 베네딕토 16세는 시복 미사 집전을 마친 뒤 성베드로 성당 안 제대 위에 안치된 요한 바오로 2세의 관을 참배했다. 요한 바오로 2세의 유해가 든 관은 지난달 29일 안장돼 있던 성베드로 성당 지하에서 시복식을 위해 옮겨졌다. 교황청은 시복식에 참가한 모든 신도들의 참배가 끝난 뒤 관을 성베드로 성당 내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상 근처인 성세바스티아노 경당에 안치할 예정이다. 시복 미사에는 16개국 정상들과 스페인 등 5개국 왕실을 포함해 90개국 대표들이 참석했다. 바티칸은 인권 유린 혐의로 유럽 여행이 금지된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에게 가톨릭 신도라는 점을 감안해 특별히 시복식 참석을 허가했다. 한국 순례단을 비롯해 전 세계의 가톨릭 신자 300여만명이 사흘간 진행된 시복식에 참석한 것으로 바티칸과 외신들은 전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요한 바오로 2세 시복식에 대한 축하 서한을 보냈다. 이 대통령 교황 베네딕토 16세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동서 냉전 타파와 세계 평화 정착에 기여한 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시복을 축하한다.”면서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교황청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용어 클릭] ●시복(諡福) 가톨릭에서 성덕이 높은 사람이 선종한 뒤 공적인 공경을 바칠 수 있도록 복자로 추대하는 것을 이른다. 일반적으로 5년의 유예 기간 뒤 생애와 저술, 연설에 대한 검토, 기적 심사 등을 거쳐 복자로 추대한 뒤 추가 심사를 통해 성인으로 추대한다.
  • 삼부·동양 끝내 법정관리行?

    정부와 대주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산업이 기업회생(옛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6일 금융권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산업이 헌인마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중 21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회생의 새로운 걸림돌로 떠오르고 있다. 두 건설사가 절반씩 지급 보증한 헌인마을 PF 대출 4270억원 중에서 2100억원어치가 ABCP로 조달돼 개인투자자들에게 판매됐다. 따라서 두 건설사는 ABCP 가운데 절반을 상환해 주고 나머지는 1년간 만기 연장을 해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일반 투자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삼부토건은 지난주 ABCP의 50%만 상환해 주고 나머지는 동양건설산업이 책임지는 방안을 마련해 개인투자자들로부터 동의서를 받기로 했다. 투자자들이 이러한 방안에 대한 동의서를 제출하면 삼부토건은 이날까지 회생절차 신청을 철회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담보 등의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동양건설산업으로부터 ABCP를 상환받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 개인 투자자들이 이러한 방안에 난색을 보이자 절반의 ABCP에 대해 만기 연장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 수가 300 0명에 육박해 일일이 설득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또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산업의 신규 자금 수혈 문제도 협상과정에서 난제로 꼽히고 있다. 삼부토건은 대주단에 르네상스서울호텔을 담보로 제공하고 70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받기로 해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동양건설산업은 채권금융회사들로부터 1000억~2000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을 예정이지만 담보제공 등에 쓸 마땅한 자산이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이들 기업의 기업회생절차 신청 철회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WHO&WHAT] “B형보다 O형이 더 좋다고? 당신 속았어”

    [WHO&WHAT] “B형보다 O형이 더 좋다고? 당신 속았어”

    4월의 화창한 봄날.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4층 서울신문사 편집국. 두 젊은 남자 기자의 푸념이 이어졌다. 훤칠한 키에 준수한 외모로 나름 ‘킹카’를 자부하는 편집부 김민석 기자와 강신 기자. 두 사람은 솔로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봄이라고 부쩍 늘어난 주변의 결혼 소식은 두 사람의 우울함만 부추길 뿐이다. 작심하고 원인 분석에 들어간 두 사람. 이상형과 최근 자신들이 했던 소개팅을 되짚어 보던 그들은 공통점을 발견했다. 바로 ‘B형 남자’라는 것. 소개팅을 하자면 꼭 혈액형부터 물어보는 주선자들. B형 남자라고 대답하면 “성급하고 단순하며 자기중심적”이라며 거부당하기 일쑤다. 두 사람은 B형 남자가 ‘최악’이라는 ‘통념’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솔로를 벗어나기 위해선 반드시 깨야 할 잘못된 상식이야.” 머리를 맞댄 두 사람은 가장 기자다운 방법으로 사태를 해결해 보기로 뜻을 모았다. 전문가를 초청해 기자회견을 하자는 것. 하지만 전문가를 찾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혈액형과 성격에 관한 책들은 대부분 일본 책을 번역한 것이었고, 상당수 이론들이 출처가 불분명했다. “전혀 근거 없는 얘기”라며 무시하는 과학자도 많았다. 결국 두 사람은 이 모든 사태의 출발점인 ‘혈액형’의 아버지 카를 란트슈타이너(1868~1943·오스트리아 병리학자)에게 직접 따져 묻기로 했다. 가상 인터뷰 ‘Who&What’의 이번주 주인공은 란트슈타이너다. ABO식 혈액형, MN식 혈액형, Rh식 혈액형을 구분한 란트슈타이너는 그 공로로 1930년 노벨상을 받았다. 유로화 등장 이전 오스트리아 지폐 도안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의학사에서는 그를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해 낸 인물”로 표현하고 있다. 과연 란트슈타이너는 ‘인류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연구의 산물인 혈액형이 100년 후 성격과 연관 지어질 것임을 짐작이나 했을까. →김민석 아주 기초적인 질문부터 시작하자. 혈액형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란트슈타이너 (웃음) 말 그대로 피의 종류, 혈액형(Blood type)이다. 내가 한창 연구활동을 하던 19세기 말에는 수혈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피를 많이 흘려 죽는 사람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이 컸지만, 죄 지은 사람의 피를 바꾸면 악함이 사라진다는 생각도 있었고 심지어 류머티즘이나 결핵이 있는 사람의 피에 특수한 물질이 생긴다는 가설도 있었다. 난 서로 다른 사람의 피를 섞으면 응고되는 경우와 그렇지 않다는 경우가 있다는 데 착안해 피의 종류 자체가 다를 것으로 판단했다. 수많은 실험을 거친 결과 마침내 A 또는 B라는 항원과 이에 대응하는 혈청 속의 항A, 항B라는 응집소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항원의 종류에 따라 A, B, O, AB형 등 네 가지로 나누는 것. 이게 바로 ABO식 혈액형이다. →강신 혈액형이 ABO식만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란트슈타이너 그렇다. 나는 1901년에 ABO식 혈액형을 발견했고, 27년이 지나서 MN식 혈액형을, 1940년에는 Rh형 혈액형도 찾았다. 나의 세 가지 혈액형 구분이 일반적이기는 하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혈액형 감별 방식은 150가지가 넘는다. 이것만 조합해도 사람이 가질 수 있는 혈액형은 수백조(兆) 가지가 넘는다. 물론 아직도 혈액형의 모든 것이 밝혀진 것은 아니다. →김민석 당신의 원래 의도와 달리 혈액형 이론이 처음으로 널리 활용된 것은 인종 간 우열을 가르는 ‘우생학’(優生學)이었다. -란트슈타이너 ABO식 혈액형이 등장한 이후 1910년대 독일에서 “유럽에 A형이 많고, 아시아에 B형이 많은 것은 백인이 아시아인보다 우월하다는 증거”라는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몰지각한 백인 우월주의가 내 발견과 맞물리면서 잘못된 인식으로 굳어졌다. 유감이다. →김민석 혹시 ABO식 혈액형이 사람의 성격과 관련 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나. -란트슈타이너 혈액형과 성격의 상관관계는 애초에 발생 자체가 위에 언급한 우생학과 맞닿아 있다. 처음으로 혈액형과 성격의 상관관계를 언급한 사람이 우생학이 유행하던 당시 독일에 있던 일본학자 후루카와 다케지였다. 후루카와는 고작 주변 사람 319명을 조사해 지금 유행하는 것과 거의 흡사한 ‘혈액형에 따른 기질 연구’라는 책을 펴냈다. 물론 당시에는 관심조차 받지 못했다. →강신 결국 정확한 과학적 근거나 통계학적인 조사가 뒷받침되지 않은 것인가. -란트슈타이너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알려 주겠다. 혈액형과 성격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학술논문을 찾아봐라. 거의 없을 것이다. 그나마 대부분 일본에서 나온 것이다. 일본에서 유행한 것은 1970년대 일본 저널리스트 노오미 마사히코가 후루카와의 연구로 창작에 가까운 책을 써내면서부터다. 실제로 전 세계에서 혈액형과 성격에 대해 별자리 이상의 관심을 보이는 건 일본과 한국뿐이다. →김민석 하지만 과학적으로 혈액형과 성격이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다는 연구 또한 이뤄진 적이 없지 않은가. -란트슈타이너 주요한 연구 결과는 아니지만 사람의 성격을 구분하는 심리학 검사인 MBTI 결과와 혈액형별 유형은 상관관계가 없다는 조사는 있다. 몇 가지 과학적 예도 들어 보자. 인구 분포로 보면 한국은 A형 37%, O형 28%, B형 27%이고 일본 역시 A형 37%, O형 31%, B형 22%다. 비교적 고른 분포다. 반면 프랑스는 A형이 44%, O형이 42%이고 미국은 A형 40%, O형 45%다. 그럼 프랑스는 한국에 비해 소심한 사람이 많고, 미국 사람들은 고집이 세다는 얘기다. 동북아시아는 다른 지역보다 B형이 월등히 많은데, 그렇다고 다른 곳보다 자유분방한가. 한국이나 일본에서 혈액형과 성격이 유행하는 건 이렇게 혈액형 분포가 다양해서 설명 가능한 성격의 가짓수가 많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 특히 혈액형이 성격에 선천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면 유전적으로 성격을 규정짓는 유전자와 혈액형을 결정하는 유전자가 동일한 위치에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강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혈액형과 성격을 믿을 뿐 아니라 상당히 정확하다고 느끼고 있는 건 사실 아닌가. -란트슈타이너 기자에게 묻겠다. 당신은 좋아하는 일에는 적극적이지만, 하기 싫은 일에는 소극적인가. →강신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란트슈타이너 이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더 이상한 거다. 이런 애매한 질문이나 ‘자유분방’,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 ‘생각이 많다’, ‘주변 사람들의 일에 관심이 많다’는 식의 모호한 표현을 모은 후에 이걸 각각 ABO식 혈액형에 맞춰 나눠 보자. 그럼 대부분 자신도 그렇다고 느끼지 않겠나. 그게 아니라고 주장하면 “당신은 전형적인 그 혈액형 타입이 아니군요.”라고 말하면 그뿐이다. 이걸 심리학에서는 ‘바넘효과’(Barnum effect)라고 한다. 일반적이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평범한 현상을 정작 듣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딱 맞는 얘기라고 생각하는 거다. →김민석 혈액형과 성격의 관계는 허무맹랑한 얘기라고 단언해도 되는가. -란트슈타이너 그런 얘기를 계속 듣다 보면 실제로 성격이 바뀌지 않더라도 무의식 중에 비슷하게 행동하게 될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결국 성격은 결정된 것이 아니라 본인의 의지에 달린 것이 아닐까. 당신들도 혈액형과 성격 같은 ‘훌륭한 심심풀이’를 절대적이라고 믿지 않는 현명한 여자를 만나길 기대한다. 성공을 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도움말 주신 분들 ●한규섭 서울대 의대 진단검사의학과장 ●권석운 울산대 의대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란트슈타이너가 들려주는 혈액형 이야기 저자)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손영우 연세대 인지과학연구소장(심리학과 교수)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WHO&WHAT] ‘美우주왕복선은 초대형 폭탄이나 마찬가지’ 물리학자 파인먼의 폭로 [WHO&WHAT] 외규장각 도서 귀환으로 본 약탈문화재의 ‘수구초심(首丘初心)’ [WHO&WHAT] “재능만 주고 사랑은 주지 않던 나쁜 부모들” 유명 인사들의 회상기 [WHO&WHAT] 인류역사를 바꾼 ‘억세게 운 좋은 사내들’ 서바이벌 현장…과연 승자는? [WHO&WHAT] 소설 속 영국인 주인공 폴 웨스트 “파리서 1년 살아보니” [WHO&WHAT] 인류 첫 셀레브러티 ‘클레오파트라’… 베일 속의 그녀의 얘기 들어보니 [WHO&WHAT] 유전학의 창시자 수도사 멘델의 고백… “저, 유전학의 아버지 아니에요”
  • [메디컬 팁]

    ■신약개발 협력 MOU 교환 글로벌 제약기업 아스트라제네카(회장 데이빗 브레넌)는 보건복지부와 국내 신약 개발 역량 향상 및 보건의료 분야 연구 협력 확대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Partnering with Korea’로 명명된 이 MOU에 따라 아스트라제네카와 복지부는 ▲신약 개발의 초기 연구 협력 강화 ▲연구인력 교류 프로그램 시행 ▲신약 개발 연구 기반 확립을 위한 협력 ▲임상시험(R&D) 활성화 등에 나서게 된다. ■‘예쁜 눈 모델 콘테스트’ 개최 서울밝은세상안과와 부산밝은세상안과는 오는 30일까지 ‘예쁜 눈 모델 콘테스트’를 진행한다. 남녀노소, 직업 제한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1차 내부심사에서 선정된 50명을 대상으로 네티즌 공개투표를 통해 최다 득표자를 가리게 된다. 투표 결과는 새달 2일 병원 이벤트 게시판에 공지되며, 1000만원의 상금과 함께 밝은세상안과 메인 눈 모델로 광고 제작에도 참여하게 된다. ■국내 첫 아연음료 ‘ZMD’ 출시 광동제약은 중장년 남성들을 겨냥한 국내 최초의 아연 음료 ‘ZMD’를 최근 출시했다. ZMD는 한병에 아연 12㎎과 마그네슘 66㎎ 등을 함유, 1일 필요량 기준 각각 100%, 30%의 아연 및 마그네슘을 공급할 수 있다. 회사 측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건강기능식품 허가를 받은 ZMD는 중장년층의 아연 보충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혈 대체’ 고용량 철분주사제 JW중외제약(대표 이경하)은 무수혈 수술이 가능한 고용량 철분주사제 ‘페린젝트’를 출시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 제품은 한번에 최대 1000㎎의 철분을 투여해 체내 헤모글로빈 수치를 높여줌으로써 기존의 수혈을 대체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고용량의 철분을 한번에 보충하기 때문에 단시간에 헤모글로빈 수치 상승이 필요한 수술 환자나 출혈이 발생한 산모의 수혈 대체요법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 207곳서 번역 오류… 누더기 FTA 협정문

    207곳서 번역 오류… 누더기 FTA 협정문

    외교통상부가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의 협정문 한글본을 재검독한 결과 207곳의 오류가 발견됐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 제기한 오류 160개보다 많은 것이다. 김종훈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4일 이 같은 내용의 한·EU FTA 협정문 재검독 결과를 발표하면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매우 송구스럽고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번역 오류의 책임을 물어 국·과장급에게 징계를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본부장은 “한글본 번역 오류와 관련, 감사가 진행 중”이라며 “감사 결과 책임의 경중에 따라 관계자에 대한 문책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협정문에서 무더기 오류가 최종 확인된 만큼 5일 국무회의에서 국회에 이미 제출한 비준동의안을 철회하고 수정안을 다시 심의할 예정이다. 협정문은 한글 번역 오류로 인해 국무회의 의결 세번, 국회 제출 세번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김 본부장은 “올해 들어 대외 무역여건이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우리 업계가 기대하는 대로 오는 7월 한·EU FTA가 잠정 발효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추후 10여개의 관련 법률을 개정해야 하는 점을 감안할 때 4월 국회에서 협정문이 통과돼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2월 중순 송기호 통상전문변호사가 협정문 번역 오류를 처음으로 지적했을 때 바로 수정을 했어야 했다는 질문에는 “당시 협정문 영문본을 공개한 지 1년 4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지적이 나왔기 때문에 지적한 부분만 고치면 될 줄 알았는데 오류가 계속 나오면서 (번역 전체를 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통상교섭본부에 따르면 총 15개의 장(chapter), 1279쪽 분량의 협정문에서 총 207건의 번역 오류가 발견됐다. 잘못된 번역 128건, 잘못된 맞춤법 16건, 번역 누락 47건, 번역 첨가 12건, 고유명사 표기 오류 4건 등이다. ‘이식(transplant)’은 ‘수혈’로 잘못 번역됐고, ‘광택재’를 ‘고아택재’로, ‘공작기계’를 ‘공자기계’로 표기하는 등 한글 오타도 있었다. 특히 고유명사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경제개발협력기구’로 잘못 옮기기도 했다. ‘즉시 포장(immediate packings)’을 단순히 ‘포장’으로 잘못 번역한 경우는 83곳에 달했다. 외교부는 EU 측과 한글본 오류를 잡는 것을 협의문의 ‘개정’이 아닌 ‘정정’으로 합의한 외교공한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또 ▲번역 인원과 작업 시간 부족 ▲외부 전문가 검증 과정 생략 ▲체계적인 검독시스템 미비 등을 번역 오류의 원인으로 꼽았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자존심 없냐” “자격 없다” ‘미운오리’ 비례대표

    #1. 지난 3일 한나라당 허태열 의원의 딸 결혼식. 여성 비례대표 의원 서너 명이 떼를 지어 중진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인사를 했다. 박근혜 전 대표가 나타나자 우르르 몰려갔고, 악수를 하지 못한 한 의원은 발을 동동 굴렀다. 지역구 의원들은 “자존심도 없냐.”며 수군거렸다. #2. 지난 10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석패율제 토론회. 전문가들이 “석패율은 영·호남에서 아깝게 떨어진 이들을 비례대표로 구제하는 장점이 있지만, 소외계층 및 직능대표 수혈이라는 비례대표 고유의 의미를 퇴색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지역구 의원들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자격 있는 비례대표가 얼마나 되냐.”는 반응이었다. ●지역구 의원, 경계·비난 총선이 가까워지면서 비례대표 의원들이 ‘미운 오리’ 취급을 받고 있다. 저마다 지역구를 탐내고 있어 지역구 의원들의 경계 심리가 발동한 것이다. 교수 출신의 한 비례대표는 “처음에는 학교로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욕심이 생기더라.”라며 “모든 비례대표들이 지역구를 노린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한나라당 비례대표들은 영남과 서울 강남 지역을, 민주당 비례대표들은 호남과 서울 강북 지역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기존 지역구 의원들은 “공짜로 배지를 단 사람들이 과욕을 부린다.”고 비난하고, 비례대표들은 “공천이 곧 당선인 지역에서 재선·3선 하는 게 말이 되냐.”고 맞선다. ●미래희망연대 ‘집단 따돌림’ 분당을 보궐선거 공천을 놓고 내홍에 휩싸인 한나라당에선 “배은희·정옥임·조윤선 등 경쟁력 있는 비례대표들이 미리 출사표를 내고 현장을 누볐다면 지금 같은 혼란은 없었을 것”이라는 책임론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의원들은 “아무런 전략 없이 판만 키워놓고 상황이 악화되자 우리에게 화살을 돌린다.”며 억울해 한다. 소속 의원 8명 전원이 비례대표인 미래희망연대는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한나라당과 합당하면 영남권 공천을 희망하고 있다. 지금도 치열한 당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영남권 의원들이 이들을 반길 리가 없다. 지난해 양당이 결의했던 합당도 이런 이유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노쇠한 포백수비 젊은피 수혈 시급

    ‘부익부 빈익빈’이라 했던가. 조광래호도 마찬가지다. 공격과 수비의 양극화가 뚜렷하다. 센스 있고 감각적인 선수들이 포진한 공격진과 달리, 노쇠한 포백 수비라인은 뒤를 이어 줄 이렇다 할 ‘젊은 피’가 없다. 성적표는 괜찮았다. 축구 대표팀은 지난 25일 온두라스와의 A매치에서 4-0 대승을 거뒀다. 이튿날 파주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대구FC와의 연습 경기에서도 2-0으로 승리했다. 윤빛가람(경남)과 조찬호(포항)가 골맛을 봤다. 그러나 해외파가 대거 빠진 데다 박기동(광주), 김성환(성남), 고창현(울산) 등 새 얼굴이 주축으로 뛴 까닭에 ‘조광래 만화축구’의 구현은 어려웠다. 교체 선수도 많아 유기적인 플레이도 없었다. 이겼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조광래 감독은 “경기 내용이 만족스럽지 않다. 새로운 선수들이 많이 합류했지만 내가 원하는 경기를 소화하기엔 무리가 있었다.”고 고개를 저었다. 특히 수비 라인에 노골적인 쓴소리를 퍼부었다. “양쪽 풀백과 수비수에 영리한 선수가 더 필요하다. 백업 요원 가운데 아직 마음에 와 닿는 선수가 없다.”면서 “대표 선수라면 자신만의 장점이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정수(알 사드), 곽태휘(울산), 황재원(수원) 조합으로 이뤄지는 ‘센터백 콤비’는 노쇠한 만큼 세대교체가 필요하다. 좌우 풀백을 담당했던 이영표(알 힐랄)-차두리(셀틱)의 백업 요원도 절실하다. 당초 이번 소집을 끝으로 월드컵 예선(9월 시작)에 나설 정예 멤버를 추리기로 했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조 감독은 “온두라스전에 뛰었던 선수들은 훈련을 많이 해 어떤 식으로 경기를 풀어야 할지 이해하는데, 대구전에 뛴 선수들은 걱정이 앞선다. 새 선수를 더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나마 공격진을 생각하면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공격의 핵’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떠났지만 팀플레이로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박주영(AS모나코)이라는 걸출한 스트라이커가 있고, 아시안컵을 통해 이청용(볼턴), 지동원(전남), 구자철(볼프스부르크)이 공격의 선봉을 꿰찼다. 하지만 수비가 무너지면 이길 수 없다. 조 감독의 시름이 깊어지는 이유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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