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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마로 본 공직사회] (26) 개방형 직위

    [테마로 본 공직사회] (26) 개방형 직위

    개방형 직위제도가 도입된 지 12년째다. 개방형 직위제는 폐쇄적인 공직사회에 민간 전문가들을 투입해 공직사회의 경쟁력과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2000년 도입됐다. 아직은 ‘절반의 성공’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민간 출신 영입이 너무 적다는 비판을 받는 것이다. 개방형 직위를 거쳐 간 이들도 아쉬움을 토로한다. 민간 전문가를 더 많이 뽑고 싶지만 기존 공무원을 역차별할 수는 없다는 정부의 고충도 있다. 12년 운용에 대한 평가와 함께 보완책, 해법 등을 짚어본다. 임수경(50) 국세청 전산정보관리관은 2년 전까지 LG CNS 상무였다. 정보기술(IT) 전문가로서 탁월함을 선보이며 승승장구하던 그는 2009년 불현듯 잘나가는 대기업 임원직을 내던지고 공무원으로 변신했다. 주변의 만류도 무릅쓰고 ‘국세청 첫 여성 국장’이라는 화제를 뿌리며 개방형 직위 고위 공무원이 됐다. 그리고 지난달 1년 연장 신청이 통과돼 내년까지 더 근무하게 됐다. 그는 “기업에 있을 때는 신기술의 적용이 대단히 빠르게 될 수 있었는데, 여기선 국회와 다른 부처와의 관계를 고려해야 하고 예산, 인력 편성의 어려움이 너무 많아 까다롭다.”면서도 “또 다른 경험을 한다는 기쁨, 공직자로서 보람 등을 느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보수? 말할 수 없이 줄어들었다. 특히 기업 보너스는 한 번에 나와 짜릿함을 주는데 공무원 성과급은 12개월로 나눠지니 이게 보너스인가, 월급인가 싶은 밋밋함이 있어 좀 아쉽더라.”고 너스레를 부렸다. ●他 부처 출신 채용은 의미 있는 변화 임 국장의 사례는 개방형 직위제도 운영에서 비교적 성공한 축에 속한다. 현재 개방형 직위는 40개 중앙행정기관에 걸쳐 모두 248개가 있다. 고위 공무원단(1~3급) 166개 직위, 과장급(4급) 82개 직위다. 최근 5년 동안 개방형 직위 채용은 모두 339회에 걸쳐 이뤄졌다. 참여정부 시절에 비해 현 정부 들어선 민간 채용이 꾸준히 주는 추세다.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에는 58회의 개방형 직위 임용 중 민간인이 15명으로 민간 채용 비율이 25.8%였으나 2009년 17.1%, 2010년 17.5% 등 갈수록 감소하는 추세다. 올 상반기엔 54개 개방형 직위에 민간 수혈이 9명에 그쳤다. 김동극 행정안전부 인사정책관은 “현 정부 들어 작은 정부를 지향하면서 조직이 개편되고 국·실장 보직이 줄다 보니 부처마다 국장급 인원이 넘쳐나고 그에 따라 민간 출신이 들어오기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면서 “민간 전문가를 수혈받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정책 방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 정책관은 “공무원 비율, 민간인 비율로 보기보다는 자기 부처 출신을 앉히지 않는 측면 또한 의미 있는 변화라고 생각한다.”면서 “국장에 자기 부처 출신을 앉히면 과장, 계장 등등 여러 명의 승진 요인이 발생하기 때문에 부처별로 꺼릴 수밖에 없는데 이를 타파한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민간 출신으로 개방형 직위에 들어왔다가 계약 기간 2년 전에 그만두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적은 보수에 행정업무에 치여 전문성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기도 하며, 다음 직업을 위해 이력서에 공직 경력을 보태기 위해 살짝 들어왔다 나가기도 한다. 하지만 행안부에서는 민간 채용자가 공직에 들어오면서 했던 결심을 어떤 사유로 꺾었는지 체계적인 분석을 하지 않고 있다. 관련 통계자료도 없다. ●계약 2년 전에 그만두는 경우도 부지기수 행안부 관계자는 “계약 중간에 나가는 경우 기관마다 그냥 ‘의원해임’이라는 사유로만 들어오기 때문에 일일이 파악하기가 인력 구조상 쉽지 않다.”면서 “게다가 당사자들이 이직이 최종 결정되는 1~2주 전에 갑작스럽게 통보하는 것이 관행인 데다 구체적인 이유를 잘 말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어렵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지난 8월 개방형 직위를 마치고 강단으로 돌아간 최준호 한국종합예술학교 교수는 3년 10개월 동안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장을 맡았다. 최 교수는 “보고서 쓰고 회계 업무를 파악하는 등 행정업무에 시달리느라 전문성을 극대화시키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면서 “외부 전문가를 불러들였다면 최대한 써먹을 수 있도록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행정업무 많아 전문성 제고 역부족 학자들 역시 한목소리다. 서원석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무원이 민간 출신보다 경쟁력과 전문성이 더 있다고 판단될 경우 공무원을 뽑는 것이 당연하다.”면서도 “민간에 공직을 열어놓는 것과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느냐는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 선임연구위원은 “굳이 보수 문제가 아니라도 개방형 직위에 들어오는 민간인들에게 주어지는 긍지, 명예, 보람 등 무형의 인센티브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인 오성호 한국인사행정학회장도 “몇몇 부처에서 개방형 직위 심사를 한 적이 있는데 심사 과정이 불공정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공개경쟁처럼 100% 순수하게 뽑느냐하면 그것 또한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성한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직에 오래 몸담은 사람들은 자리를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측면에서 부정적인 반면, 젊은 공무원들은 아직 몸으로 체감할 때가 아니어서인지 능력별 경쟁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손학규·문재인, 목표 같지만 길은 제각각?

    범야권 통합의 두 주역은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다. 목표(통합)는 같지만 오르는 길은 각기 다르다. 손 대표의 나침반은 대선에, 문 이사장은 총선에 기울어 있는 듯하다. 통합 범위를 놓고도 손 대표는 기존 야당과 노동계, 비정치적 시민사회까지 범야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반면 문 이사장은 야당과 시민사회를 우선 참여 주체로 정했다. 손 대표는 ‘민주당 대 다자 구도’를 지향한다. 민주당 중심의 ‘수혈론’에 가까워 보인다. 손 대표는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합을 강조하면서도 “민주당은 60년 전통을 가진 민주진보 세력의 적통”이라고 못 박았다. 문 이사장은 ‘민주당 대 비민주 구도’를 세웠다. 범야권 지형을 ‘일대일’로 만들고 민주당을 바깥에서 견인하겠다는 의도다. 전날 “민주당은 통합의 주체이지만 기득권을 버리고 다른 정치 세력 및 시민사회와 결합해야 더 큰 힘을 갖게 된다.”며 민주당의 혁신을 촉구했다. 다음은 통합 시기의 차이다. 손 대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전체 통합 전당대회를 추진하려 한다. 문 이사장은 통합 전당대회가 필요하지만 통합추진위원회 구성을 통해 가능한 세력부터 합치자는 입장이다. 결론적으로 손 대표는 자신의 정치 일정(대권)을 염두에 둔 야권 통합을 노리는 것 같다. 그로서는 대통합이 유일한 승부처인 셈이다. 단계적으로 통합을 추진하면 민주당의 기득권을 차례차례 허물어야 한다는 것도 손 대표에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당 관계자는 “한 번에 통합 전당대회를 연 뒤 지분 확보가 가능한 지도부를 구성하고 기회(대선)를 노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래서 측근들은 ‘통합과 (대선) 불출마 연계설’에 대해서도 “손 대표의 생각이 아니다. 검토했다 하더라도 통합을 위한 진정성 차원”이라고 부인했다. 이에 반해 문 이사장은 통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야당은 각자 지분이 있지만 자신은 변방에서 이제 막 정치 무대로 입성했다. ‘안철수·박원순’의 세트 플레이가 민주당을 압도하는 상황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 ‘혁신과 통합’의 관계자는 “이달 내로 통합 문제를 매듭짓지 않으면 범야권 세력들이 각개 약진할 것”이라며 조바심을 냈다. 문 이사장은 진보정당에 지분을 나눠 주는 방안을 이미 제시했고, 새로운 정치주체를 대거 영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단계적 통합은 결국 민주당의 기득권(지분)을 무너뜨리는 과정이다. 여기에 2012년 4월 이후 개인 진로를 정하겠다고 한 것까지 더해지면 문 이사장의 시선은 2012년 총선을 향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한나라당 쇄신기류는 ‘세나라’… 권력게임으로 치닫나

    한나라당 쇄신기류는 ‘세나라’… 권력게임으로 치닫나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한나라당이 쇄신을 놓고 들썩이고 있다. 수도권 20~40대의 성난 민심이 고스란히 드러난 이상 다양한 쇄신론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쇄신 대상과 방법에 대한 이견, 정파 간 이해관계 때문에 쇄신론이 ‘권력 게임’으로 치달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인적 쇄신론 여야를 막론하고 선거 패배는 곧 지도부 교체로 이어졌다. 하지만 지금 한나라당의 상황은 다르다. 현 지도부를 대체할 ‘대안’이 없다. 때문에 인적 쇄신론이 크게 분출되지 않는다. 유일하게 지도부 퇴진을 요구하는 이는 원희룡 최고위원이다. 그는 이미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친이(친이명박)계의 지원을 받았지만 대표가 되지 못했다. 때문에 이번에 판이 크게 흔들려야 자신의 공간이 넓어진다. 원 최고위원은 인적 쇄신을 주장하며 청와대와 당을 동시에 겨눈다. 그는 31일 최고위원회에서 “새롭게 태어난다는 각오로 보여 줄 것은 정치 변화이며, 중심은 청와대”라면서 “앞으로 청와대는 개편과 개혁에 대해 누적된 강도 높은 요구에 부닥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대통령과 청와대에 대해 더 이상 예의를 지키고 배려할 여유가 없다.”고도 했다. 이어 “국민의 목소리를 네거티브로 치부하고, 국민의 복지 요구를 색깔론으로 몰아간 당의 낡은 정치와도 단절해야 한다.”며 지도부 사퇴도 거듭 요구했다. 원 최고위원의 주장과 궤를 같이하는 이는 그동안 ‘정권 2인자’로 통했던 이재오 전 특임장관이다. 이 전 장관은 최근 내곡동 대통령 사저 논란 때 “잘못 보필한 책임을 누군가는 져야 한다.”며 임태희 대통령실장을 직접 겨냥했다. 이어 보궐선거 패배 이후에는 “땅을 갈아엎어야 한다.”며 ‘객토(客土)론’을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원 최고위원의 뒤에는 이 전 장관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특히 친박(친박근혜)계의 의구심이 짙어지고 있다. ●공천 개혁론 인적 쇄신을 먼저 외칠 것 같았던 소장파는 의외로 “지도부 교체는 실익이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대신 공천 개혁을 주장한다. 여의도연구소장인 정두언 의원은 “선거 패배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고, 지도부 사퇴가 능사가 아니다.”라면서 “기득권을 포기하고 신진 인사를 영입하는 등 새 피를 수혈해 당의 이미지와 내용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장파가 지도부 교체를 주장하지 않는 것은 현재의 ‘홍준표 대표-황우여 원내대표 체제’가 자신들의 주도나 암묵적 협조 속에서 세워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소장파 다수가 이미 지도부의 일원이 됐다. 대신 이들이 공천 개혁을 들고나온 것은 당장 내년 4월 총선에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소장파 대다수는 수도권 출신이어서 영남 중진의원 등을 대폭 물갈이해야 자신들의 입지와 당선 가능성이 커진다. 소장파가 “청와대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현 정권에 등을 돌린 수도권 민심에 부응하려면 청와대와 선명하게 대립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 나왔다. 정 의원 등이 연일 “박근혜 전 대표가 ‘부자 몸조심’ 자세에서 벗어나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압박하는데, 이 역시 총선에서 박 전 대표가 ‘바람막이’가 돼 주어야 당선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높아진다는 기대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정책 쇄신론 홍준표 대표는 정책과 당풍(黨風) 쇄신을 처방전으로 내놓고 있다. 그는 31일 쇄신·개혁 요구에 대해 “이른 시일 내에 천막당사 시절과 같은 파격적인 개혁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오후에는 홍대 입구에서 대학생들과 ‘청년공감 타운미팅’을 가진 자리에서 “한나라당 의원의 23.1%가 판·검사 출신이라 내년에 (19대 총선 공천에서) 판·검사 출신을 대폭 줄이고 청년 비례대표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자신이 중심이 돼 혁신을 이루겠다는 뜻이다. 홍 대표는 원 최고위원의 ‘인적 쇄신론’을 제외한 모든 요구를 두루 수용하며 모든 정파 사이에서 ‘줄타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를 공격하거나 두둔하는 일도 홍 대표가 직접 나설 가능성이 크다. 특히 현 국면에서는 홍 대표와 박 전 대표의 입장이 잘 맞아떨어진다. 여전히 보수파를 껴안고 가야 하는 박 전 대표는 당장 대통령과 대립하며 권력투쟁의 한복판에 서기가 힘든 상황이다. 또 험악한 수도권 민심을 절감한 터라 중도층에 호소할 ‘카드’도 내놓아야 한다. 친박계는 정책 차별화를 최선의 카드로 꼽고 있다. 친박계 최경환 의원은 ‘박근혜 전면등장론’에 대해 “박 전 대표는 당의 소중한 자산인데 전면에 나선 상태에서 당이 이전투구를 벌이고 삿대질을 한다면 총선에 도움이 되겠느냐.”고 했다. 총선을 자기 주도로 치르려는 홍 대표와 총선보다 대선에서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하는 박 전 대표가 당분한 한 배를 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시민단체 정치속으로] 시민단체·정치 ‘상생’ 할까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한국 사회 곳곳에 대전환의 서곡을 알렸다. 무엇보다 ‘박원순 변호사’의 서울시장 등극은 ‘시민 정치’라는 화두를 던졌다. 시민사회가 정치에 개입하는 현상이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이번 경우는 차원이 달라 보인다. 박 시장의 정치 진출은 기존 시민사회 인사들의 경로와 다르다. 정상호 서원대 교수는 “명망가들의 개별 입성이 아닌 시민사회의 정치적 욕구가 집단적으로 입성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정치권과의 관계 설정부터 달라졌다. 수혈의 대상이 아니라 참여의 주체가 된 것이다. 한국여성민우회 대표 출신으로 2008년 민주당 비례대표로 들어온 김상희 의원은 “당시 시민사회가 정치권의 혁신을 위해 노력했지만 실질적 세력이 없었기 때문에 지향했던 가치를 접목시키기 어려웠다.”고 돌아봤다. 시민사회의 정치 개입 방식도 달라졌다. 무상급식과 반값등록금 등 시민사회의 의제를 정치권이 받아안을 정도다. 2000년 총선 당시 낙천·낙선운동의 감시와 영향력 제공 차원을 넘어선 것이다. 박 시장처럼 의회 권력이 아닌 행정 권력을 차지했다는 의미는 더욱 크다. 하승창 ‘희망과 대안’ 운영위원장은 “정치적 중립을 지향하다 보면 아무리 시민사회가 좋은 가치를 제안해도 권력에 따라 후퇴할 수 있다.”며 시민정치의 진화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대표였던 최영희 민주당 의원은 “시민단체 활동은 문제를 해결할 때 주변을 고려하지 않고 그 문제만 보는 경향이 강했는데, 정치권에서는 종합적으로 조정해서 풀어야 하는 일이 더 많다.”고 비교했다. 전례 때문에라도 시민사회와 정치의 ‘아름다운’ 결합을 예단하긴 아직 이르다. ‘박원순 변호사’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으로 넘어가는 길이 정치와 시민사회의 첫 동행 길이다. 성공과 실패가 길목길목마다 놓여 있다. 정당이 시민사회 의제와 정치적 의제의 간극을 줄이는 일이 시급해졌다. 정 교수는 “여의도 정치가 파행을 겪는 대다수는 정무적 사안이다. 반면 삶의 질 문제로 마찰을 빚는 경우는 10% 안팎”이라고 지적했다. 직접 민주주의를 반영하려면 지역과 당원 중심의 기존 정당 구조에서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충고도 뒤따른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정권심판·安風·정치혐오… 뿔난 2040 ‘투표동맹’ 맺었다”

    “정권심판·安風·정치혐오… 뿔난 2040 ‘투표동맹’ 맺었다”

    10·26 재·보궐선거는 지금 정치판이 굳건한 바위가 아니라 부글부글 끓고 있는 용암 위에 있음을 보여 줬다. 그만큼 변화를 원하는 민심이 정치환경의 유동성을 한껏 키워 놓은 것이다. 재·보선이 한국 정치에 던진 화두는 무엇이고, 정치권은 무슨 답을 내놓아야 하는가. 정치평론가인 박상훈 후마니타스출판 대표와 김종배 시사평론가, 박호성 서강대 교수, 신율 명지대 교수, 김윤철 경희대 교수,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등 전문가들로부터 이번 선거의 의미와 전망을 들어봤다. ●서울시장 보선 몰표 왜 크게는 안철수 바람과 정권 심판론으로 압축된다. 김 평론가는 “박원순 승리의 일등공신은 물론 서울시민이다.”라면서 “안철수 바람도 무시할 수 없으며, 반이명박(MB) 정서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윤 실장도 “정권 심판 정서에 안철수 효과가 가세했으며, 기성 정치에 대한 혐오가 겹쳐 복합적인 작용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대표는 “이명박 정부 경제정책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20~30대가 집단적 목소리를 냈다. 이렇듯 계층적 투표 성향을 갖는 20~30대에 40대까지 1980년대에 보여줬던 정치적 열망을 일부 복원하면서 이들이 일종의 ‘투표 동맹’을 맺은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면서 “반면 한나라당의 네거티브 공세가 선거전 초기부터 이뤄지면서 정작 선거 막판에는 무전략 상태에 빠진 것은 패인”이라고 분석했다. ●‘숨은 표’ 또다시 위력 이번 선거에서도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투표 결과가 달랐다. 여론조사에서는 드러나지 않은 진보 성향의 ‘숨은 표’가 또다시 등장했다. 이 대표는 이번 선거의 숨은 표에 대해 “3~5% 정도”, 윤 실장은 “대략 7%”라고 각각 제시했다. 박 대표는 이러한 차이에 대해 “여론조사의 예측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우리나라 고유의 정당 지지 성향에 기인한다.”면서 “우리나라는 무당층이 가장 큰 세력을 형성하는 ‘제1당’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들은 투표 무관심층이 아니라 정치 비판층이기 때문에 예측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 평론가는 “여론조사 결과가 틀렸다고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면서 “유선전화·휴대전화를 혼용한 여론조사는 일정 부분 추이를 제대로 보여 줬다.”고 말했다. ●줄어든 강남권 보수층 신 교수는 “과거 선거 행태를 보면 보수층이 단합하면 투표율이 24% 정도는 나왔으나, 이번에는 이에 미치지 못했다. 강남권 득표율 격차도 대폭 축소됐다.”면서 “이번 선거는 보수층이 결집하지 않았거나 보수층이 줄어든 걸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도 “안철수의 등장으로 시민들이 스스로 움직인 것”이라면서 “한나라당은 체질 개선이, 야권은 통합 노력이 각각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김 평론가는 “이념 지형이 바뀐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선거 결과는 지난 4·27 경기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유사한 흐름을 띠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강남으로 대표되는 지역 중심의 계층 투표 성향은 이미 1997년 이후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이번 선거에는 계층 투표 양상이 변한 것일 뿐이다.”라면서 “지역은 물론 20~40대라는 세대 중심의 계층 투표가 나타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레임덕 늦추려면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를 통해 드러난 민심 이반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청와대가 변해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부호를 찍는다. 박 교수는 “(청와대가)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겉으로만 인적 쇄신, 말로만 하는 ‘수박 겉핥기’ 쇄신으로는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가장 큰 문제는 소통 부재다. 청와대와 여당 간 소통 부재는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국정현안을 정치권과 협력해 풀어가는 모습을 보여야 레임덕을 최대한 늦출 수 있다.”고 주문했다. 김 평론가는 “향후 정치 일정을 보면 청와대로서는 강수를 둘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도 강행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변화를 보여줄 여지가 많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박 대표도 “이미 레임덕의 심리적 기초가 너무 깊숙이 진행됐다.”면서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상처 난 한나라 물갈이? 한나라당 역시 변화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운신의 폭이 넓은 것은 아니다. 김 평론가는 “박근혜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지 않는 이상 지도부 개편의 의미가 없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나설 수 없다는 게 문제다. 박근혜 대세론에 상처가 난 상황에서 박 전 대표 본인도 숨고르기가 필요하다.”면서 “보수 진영의 대통합을 추진하더라도 진보 진영에 비해 파괴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좌클릭해야 하는 상황에서 우클릭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이번 선거 결과를 통해 지도부 체제가 바뀌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지역적으로 영남, 계층적으로 중·상층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확인한 이상 정책적 변화를 통해 지지 기반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수도권 민심을 확인한 만큼 물갈이를 해야 한다. 적극적으로 젊은 피를 수혈해야 한다.”면서 “총선·대선이 회고투표(심판)가 아닌 전망투표(인물)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민주, 야권 통합 선택? 민주당 등 야권은 이번 선거를 통해 가장 큰 생채기가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교수는 “민주당은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상품 가치가 떨어진 만큼 내부 쇄신이 아닌 야권 통합을 선택해야 한다.”면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통합 세력의 힘이 아직은 부족하지만, 대선주자로서 잠재적 능력과 기회 등 시너지 효과를 낼 여지가 많다.”고 강조했다. 김 평론가는 “이번 선거의 최대 피해자는 민주당이다. 외연을 넓히고 새로운 인재를 영입해 체질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다만 야권 통합 차원에서 난기류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야권 통합 과정에서 안철수 원장은 배제해야 한다. 당장 정치 전면에 나서거나 창당할 가능성은 적다.”면서 “민주당은 당권·대권 분리 규정에 따라 12월부터 본격적으로 대권·당권 레이스가 이뤄져야 하며, 여기에 야권 통합이라는 외부적 압박 요인도 있다. 조정이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총선 한나라 vs 反한나라 이 대표는 “한나라당 대 반한나라당 구도가 이어질 것”이라면서 “총선에서 야권은 단일 후보를 내야 하며, 한나라당은 최소한 40% 이상 물갈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내년 총선은 이번처럼 야권 후보 단일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각 계파 간 갈등이 어떻게 조정되고 안철수 바람 이후 내부 갈등이 조정될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신 교수도 “이번 선거에서는 기존 정치권 대 시민사회의 대결 구도였지만, 안철수 바람이 또다시 분다면 시민사회 바람은 묻힐 수도 있다. 안철수는 탈이념적 성격을 갖기 때문”이라면서 “야권 통합 과정에서 기존 야권 인사도 구식 정치인으로 밀릴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신생 정당이 독자 후보를 낼 가능성도 높다.”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한나라당의 경우 야권과 달리 외부로부터의 힘이 미약하고 신당 창당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전향적인 정책 전환을 통해 박근혜 대세론을 다시 띄울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대선 박근혜·안철수 대세? 박 대표는 “우리 정치에서는 무당층의 저변이 넓어 늘 새로운 후보를 정치권으로 불러들이려는 ‘아웃사이더 현상’이 있어 왔다. 안철수 역시 한국 정치가 불러내고는 있지만, 정치 영역에서 실력을 쌓을 필요도 있다.”면서 “박근혜 전 대표는 좀 더 적극적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선을 그어야 한다. 이번 선거를 통해 한계를 확실히 인식한 만큼 서민복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대표는 “안철수 원장이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상호 작용하면 단일화 효과가 크게 날 것”이라면서 “박 전 대표는 총선에서 적극적으로 선거 지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안철수는 파괴력을 공인받았다. 차기 대선·총선에서 상수가 됐다. 박근혜·안철수 양자 구도가 유력하다.”면서 “다만 상승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각 진영에서 다른 후보가 나와 각축을 벌이는 모양새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제시했다. 장세훈·강주리·이재연기자 shjang@seoul.co.kr
  • 밤새 승리찬가… 카다피 겨눴던 총탄, 축포 되다

    리비아를 42년간 통치한 무아마르 카다피가 고향 시르테에서 20일(현지시간)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전국 각지에서 이를 축하하는 민간인들과 과도국가위원회(NTC) 소속 군인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카다피가 2개월 넘게 항전했던 시르테는 이날 승리를 자축하는 광란의 도가니로 변했다. 병사들은 남은 총알을 모두 다 써버리겠다고 마음먹은 양 허공에 쉴 새 없이 기관총을 쏘아대며 환호했다. 총소리가 요란해 NTC에서 확성기를 들고 자제를 촉구해야 했을 정도다. 시르테 시내의 차량 스피커마다 NTC의 국가와 혁명가들이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이들은 “우리가 해냈다.”며 서로 악수하고, 부둥켜안는가 하면 일부는 땅에 키스를 하고 감사 기도를 했다. 카다피 시신을 운구하는 장면으로 보이는 동영상은 현지 병사들의 휴대전화를 통해 들불처럼 퍼져 나갔다. NTC 간부인 압델 하페즈 고가는 “우리는 세계에 카다피가 혁명의 손에 죽었음을 선언한다.”며 취재진에게 그의 사망을 거듭 확인했다. 카다피가 42년을 거주했던 수도 트리폴리 역시 기뻐하는 사람들로 넘쳐났다고 BBC방송은 전했다. 이들이 깃발을 흔들며 차량 경적을 울리는 통에 밤늦게까지 극심한 교통체증이 일어났다. 로이터는 카다피와 함께 사망한 넷째 아들 무타심의 시신이 미스라타에 있는 한 민가에서 일반인들에게 공개됐다면서 현지 주민들이 무타심 시신 옆에서 휴대전화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며 승리를 기뻐했다고 전했다. 상반신을 드러낸 시신은 바닥에 놓여 있었고, 가슴과 목 부위에 입은 부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올해 초 ‘아랍의 봄’이 촉발된 튀니지에서도 많은 시민이 수도 튀니스 거리로 몰려나와 카다피 사망을 축하했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차량에 탄 시민들은 경적을 울리거나 경쾌한 음악을 크게 틀고 리비아 국기를 흔들었으며, 수백명은 리비아 대사관 앞으로 몰려가 승리의 구호를 외쳤다. 기쁨에 넘치기는 외국에 거주하는 리비아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인터넷에는 리비아는 물론 각국에 흩어져 있는 리비아인들이 카다피 통치 당시 사용한 녹색 국기가 아니라 초승달과 별이 있는 옛 국기를 높이 들고 흔들거나 함성을 지르는 사진이 올라왔다. 카다피 정권 시절 에이즈 바이러스(HIV)에 감염된 혈액을 어린이들에게 수혈했다는 혐의로 사형선고까지 받았다가 프랑스의 중재로 2007년 풀려났던 불가리아 간호사들도 새 리비아 정부가 자신들의 무죄를 밝혀 줄 것을 기대하며 희망을 감추지 않았다. 당시 고초를 겪었던 발리아 체르베니아카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카다피를 ‘개’에 비유하며 극도의 혐오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반면 간호사들 가운데 세자나 디미트로바는 “그가 생포됐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으며 크리스티안나 발체바도 자신은 비록 적이라도 다른 사람의 죽음에 행복해할 수는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열린세상] 직장, 희망 그리고 주머니를 향한 절규/문명재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직장, 희망 그리고 주머니를 향한 절규/문명재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애플 신화를 만든 스티브 잡스의 충격적인 사망소식이 전해지자 인터넷에서는 가슴 아픈 유머가 등장했다. “10년 전에는 스티브 잡스(Steve Jobs), 코미디언 밥 호프(Bob Hope), 그리고 가수 조니 캐시(Johnny Cash)가 있었는데 이제는 더 이상 직장(Jobs)도, 희망(Hope)도, 돈(Cash)도 없다.”는 탄식이다. 이미 고인이 된 세 사람의 독특한 이름을 빗대어 젊은이들의 좌절과 상실감을 뼈아픈 한마디에 담았다. ‘월가를 정복하자’며 미국의 젊은이들이 거리에 나섰다. 금융위기의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탐욕스러운 보너스 잔치를 벌이자 젊은이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정의에 목마른 젊은이들이 느끼는 배신감이 클 수밖에 없다. 불만의 목소리에는 날이 서 있다. 점령(occupy)이라는 슬로건도 도발적이다. 전략적으로 99대1로 피아(彼我)를 구분해 잠재적인 폭발력을 극대화했다. 세계 금융권의 심장부인 뉴욕에서 시작된 시위는 사회연결망을 타고 80여개국으로 확산되었다. 거리시위의 열기는 당분간 식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취업난으로 인한 젊은이들의 절망감과 상대적 박탈감이 폭약이었다. 공적자금을 수혈받아 구사일생한 금융권의 이중성에 대한 분노가 폭약에 기름을 붓고 불씨를 댕긴 꼴이다. 사회적 책임과 고통 분담에는 소극적이면서도 자신의 이익에는 극도로 탐욕스러운 모습에 뿔이 난 것이다. 공정과 변화를 요구하며 거리에 나선 젊은이들의 외침은 순식간에 중요한 정치적 의제로 부상했다. 경기 부양을 위해 묘수를 찾아 헤매던 국가들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취업난과 경기침체로 희망의 불씨를 살리지 못하고 좌절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가진 자의 사회적 책임과 고통 분담에 대한 요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안타깝게도 청년실업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발을 동동거리며 취업문을 두드리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도 전에 인생의 쓴 맛을 보는 젊은이들이 늘어가고 있어 가슴이 아프다. 직장인들도 언제 닥칠지 모르는 실업에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자녀들이 커가면서 씀씀이는 커지고 살림살이는 하루가 다르게 팍팍해진다. 늘어나는 가계부채로 한숨 쉬는 가정도 많아졌다. 더 큰 문제는 나아질 기미를 좀처럼 찾지 못하는 희망 상실증이다. 끊임없이 제기되는 정치권 로비와 특혜시비 속에서 불공정 관행과 양극화 현상을 체감하는 국민은 맥이 풀려 주저앉는다. 최근 금융권의 자성과 함께 따뜻한 금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공정과 배려에 소극적인 기업과 금융권을 보는 시선이 싸늘하다. 며칠 전에는 음식점 주인들이 잠실종합운동장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대형마트에 비해 턱없이 높은 불공정한 신용카드 수수료에 대한 불만을 성토하는 자리였다. 정확한 원가계산 없이 부가되는 각종 금융수수료에 대한 불만도 거세다.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채 땅 짚고 헤엄치는 수수료 장사에 열중한다는 비난이 들끓고 있다. 사회적 정서를 반영해 최근 기업이나 금융권도 배려와 나눔을 통한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고자 노력해 보지만 아직도 멀었다. 재벌 총수도 사재를 출연해서 나눔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하지만 아직 따뜻한 진정성이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자본주의 4.0 주장에 대한 공감도가 높아지고 있다. 새로운 자본주의로의 진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져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경쟁과 혁신이라는 세로축에 공생과 동반성장이라는 가로축을 엮어서 새로운 경제생태계를 만들라는 시대적 요구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배려와 나눔을 찾는 과정을 미움과 분노의 방정식이 아닌, 희망과 배려의 방정식으로 풀어야 한다. 이제 정치권과 정부도 제대로 나서야 한다. 젊은이의 좌절과 서민의 절망을 풀어줄 방법을 찾아야 한다. 표 계산을 위한 장밋빛 약속이나 무책임한 반짝 정책은 아니함만 못하다. 희망의 불씨가 완전히 꺼질까 걱정이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시민사회가 상생적 경제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직장과 희망 그리고 주머니 사정이 좋아질 때까지.
  • [사설] 금융권 고임금 비판에 반발할 명분 없다

    상당수 금융회사들은 1997년 말의 외환위기와 3년 전의 글로벌 금융위기 때 공적자금을 지원받아 살아남았으면서도 탐욕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런데도 제대로 자성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 주말 82개국에서 금융권의 탐욕에 분노하는 시위가 벌어졌지만 국내 금융회사들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미국과 한국은 다르다.”, “임직원들의 월급이 많은 게 아니다.”라는 식으로 반발하고 있다. “다 비슷한 월급을 받으라는 것은 공산주의가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고 한다. 금융회사들이 고임금 비판에 반발할 명분은 별로 없어 보인다. 미국의 금융회사나 한국의 금융회사들은 돈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는 하등 다를 게 없다. 더구나 은행을 비롯한 상당수 국내 금융회사들은 외환위기 때 공적자금을 지원받아 회생할 수 있었다. 국민의 세금으로 살아난 금융회사들이 국제 경쟁력은 갖추지도 못하면서 임직원들의 월급·보너스 잔치를 벌이는 것은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처럼 공적자금이 투입되지 않은 회사에서, 더구나 세계적인 기업과 경쟁을 하는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월급이나 성과급을 많이 주는 것에 대해 왈가왈부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공적자금을 수혈한 금융회사들이 돈잔치를 벌이는 것은 분명히 양심과 염치가 없는 짓이다. 어려울 때에는 세금으로 살아남고 돈을 벌면 대폭적인 월급 인상과 성과급 잔치를 한다는 것은 국민의 분노를 자초하는 일이다. 올해 18개 은행의 순이익은 20조원으로, 종전에 가장 많았던 2007년의 15조원보다도 5조원이나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과 예금이자의 차이가 벌어진 게 순이익이 불어난 으뜸 요인으로 꼽힌다. 2008년의 예대마진 평균치는 2.61%였지만 올해 6월 말에는 2.91%로 더 높아졌다. 은행의 땅 짚고 헤엄치기식, 전당포식 영업으로 서민들은 피해를 보고 은행만 배 불리는 구조는 시정돼야 한다. 금융회사들은 국민의 비판에 조목조목 반박하고 합리화할 게 아니라 서민·고객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좀 더 고민해야 한다. 보다 따뜻하고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할 때다. 금융회사의 깊은 자기 성찰과 자제가 절실하다.
  • 순수 민간 경력자 원활한 수혈 아직 ‘먼길’

    순수 민간 경력자 원활한 수혈 아직 ‘먼길’

    ‘고시’로 통칭되는 공무원 시험제도가 생긴 이래 60여년 만의 대수술 끝에 생겨난 민간 경력자 5급 일괄 채용에 대한 첫 성적표가 나왔다. 최종 합격까지 서류 전형 및 면접 시험이 남아 있어 최종 평가는 달라질 수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서울신문이 민간 경력자 5급 일괄 채용 시험의 첫 관문인 공직적격성평가시험(PSAT) 합격자 943명을 응시 자격 요건별로 분석한 결과다. 경력 요건으로 합격한 수험생은 243명, 25.8%였다. 경력 요건이라 함은 ‘관련 분야 10년 이상 재직 또는 관련 분야 관리자 3년 이상 재직’이다. 석·박사 등 학위 요건을 갖춘 합격생은 494명(52.4%), 자격증 요건을 갖춘 합격자는 206명(21.8%)이었다. 1차 합격생 비율은 응시자 비율과 비교해 큰 차이점을 찾기 어렵다. 8월 27일 치른 필기시험에 응시한 2354명 가운데 경력 요건 응시자는 609명(25.9%), 학위 요건은 1309명(55.6%), 자격증 요건은 436명(18.5%)이었다. 자격증 요건합격자가 응시 비율에 비해 조금 많은 것을 제외하고는 응시 요건에 따른 큰 차이는 찾기 어렵다. 1차 합격자는 언어논리, 자료해석, 상황판단 등 3개 응시 과목마다 만점의 40% 이상을 득점한 사람 중 점수가 높은 순서대로 선발 예정 인원의 10배 범위에서 뽑았다. PSAT가 경력자든 학위소지자든 응시 유형에 따른 유불리는 크게 없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하지만 ‘민간 현장 경력을 지닌 다양한 인재 유치’라는 민간 경력자 일괄 채용 제도의 취지에 비춰서는 미흡해 보인다. 합격생 중 학위 소지자 비율이 52.4%인 반면 경력자는 25.8%에 그치고 있어서다. 제도의 취지대로라면 순수 경력자가 절반 이상이어야 이상적이다. 이에 대해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지난 5월 채용 공고에서 응시 자격을 경력 요건, 학위 요건, 자격증 요건으로 편의상 나눴을 뿐 학위 요건에 ‘석사 학위+관련 분야 4년 이상 경력자’, 자격증 요건에 ‘자격증+관련 분야 재직’ 등 민간 경력자들이 사실상 포함돼 있다.”면서 “학위 요건, 자격증 요건의 민간 경력자까지 모두 더하면 경력으로 합격한 사람은 613명으로 전체의 65%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행안부는 1차 합격생들을 놓고 다음 달 21일부터 12월 2일까지 서류 전형을 한다. 이 서류 전형 과정에서 응시 요건별 비율이 어떻게 바뀌는지가 지켜볼 대목이다. 박제국 행안부 인력개발관은 “서류 전형에서는 직무 연관성의 배점이 높기 때문에 민간 경력자가 (단순 학위 소지자 등에 비해) 사실상 유리할 수밖에 없으므로 걱정할 것 없고, 채용 이후에도 민간에서 쌓은 경력을 사실상 모두 반영하는 쪽으로 방향이 잡힌 상태”라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계좌 전환의 날’ 주도한 크리스천 페이스북 인터뷰

    ‘계좌 전환의 날’ 주도한 크리스천 페이스북 인터뷰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작은 갤러리를 운영하던 20대 여성이 대형은행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소비자들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대형은행의 계좌를 없애고 중소은행이나 신용조합으로 돈을 이체하자는 ‘계좌 전환의 날’을 주도한 크리스틴 크리스천(27)이다. 지난 5일 그녀가 개설한 ‘계좌 전환의 날’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월가 시위대를 포함, 12일 현재 2만 6000명 이상이 동참 의사를 밝혔다. 서울신문이 페이스북 쪽지를 통해 단독 인터뷰한 크리스천은 “구제금융을 수혈받은 대형은행들이 빈곤층을 괴롭히는 데 분노했다.”고 밝혔다. →‘계좌 전환의 날’을 시작한 계기는. -수년간 미국 최대 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높은 수수료와 형편없는 서비스에 좌절해 왔다. 최근 BoA는 계좌에 2만 달러(약 2300만원) 이하를 보유하고 있는 모든 고객들에게 직불카드 수수료를 매달 부과하겠다고 선포했다. 내가 맞서야 할 때라는 걸 깨달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고 살아난 대형은행들이 빈곤층과 노동자 계층을 타깃으로 괴롭히고 있다. →1605년 영국 국왕 제임스 1세를 살해하려던 가이 포크스가 체포된 11월 5일을 ‘D데이’로 택한 까닭은. -영화 ‘브이 포 벤데타’(2005)가 나온 이후 미국인들은 가이 포크스를 영웅으로 여기고 있다. 나는 ‘사람들의, 사람들을 위한 평화로운 운동’을 통해 11월 5일이라는 날짜와 가이 포크스의 가면에 새로운 생명력과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다. →이번 캠페인이 대형은행에 던지는 메시지는. -은행뿐 아니라 모든 기업을 향한 메시지다. 오늘날 전 세계 사람들은 ‘새로운 시대’에 눈뜨고 있다. 우리가 기업의 편에 서고 기업들의 횡포에 당하던 시대는 끝났다. 우리 돈을 원한다면 먼저 존중하는 마음으로 소비자와 고객들을 대하고 윤리적인 기업 관행을 만들어 가야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행동이 또 다른 경제위기나 금융시스템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데. -내가 내 나라 경제를 망하게 하려고 한다니, 그건 어리석은 생각이다. 이 캠페인이 제2의 금융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두려워하는 이들은 2008년 금융위기의 원인이 뭔지, 우리가 왜 이런 어려움에 처했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15일 한국에서도 시위가 열린다. 시위에 참여하는 한국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내 마음도 한국의 시위대와 함께할 것이다. “증오는 증오를 몰아낼 수 없다. 사랑만이 가능하다.”던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메시지를 기억해 달라. →‘계좌 전환의 날’과 ‘월가 점령 시위’가 미국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고 갈까. 미국식 자본주의가 변할까. -이 캠페인은 반역도 아니고 무정부주의 운동이나 테러도 아니다. 비윤리적 관행으로 운영되는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보이콧)이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태극 형제, 7일밤 ‘두 토끼’ 다 잡는다

    태극 형제, 7일밤 ‘두 토끼’ 다 잡는다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 한지붕 밑에서 기묘한 동거를 하던 A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이 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더블 헤더’로 평가전을 치른다. 홍명보(오른쪽)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대표팀이 오후 5시 30분 우즈베키스탄과 격돌하고, 이어 8시부터 조광래(왼쪽)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이 폴란드와 맞선다.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조광래호와 내년 런던올림픽 출전권을 노리는 홍명보호 모두 ‘필승’을 다짐했다. ●조광래호, 11일 월드컵 亞최종예선 모의고사 ‘동유럽 복병’ 폴란드와는 2002년 한·일월드컵 조별리그 이후 두 번째 대결이다. 당시 황선홍·유상철의 연속골로 이겼던 기분 좋은 기억이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한국(29위)보다 낮은 65위. 하지만 6월 아르헨티나를 2-1로 꺾었고, 9월 독일과 2-2 무승부를 거두는 등 최근 상승세가 뚜렷하다. 현재 A대표팀의 시선은 오직 이동국(32·전북)에게 쏠려 있다. 조광래 감독은 골 결정력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올 시즌 K리그 16골-15어시스트로 펄펄 날고 있는 ‘사자왕’ 이동국을 호출했다. 1년 3개월 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이동국의 특성을 살린 맞춤전술까지 준비했다. 이동국이 원톱으로 중심을 잡고 좌우 날개에 지동원(선덜랜드)-박주영(아스널)을 포진시켜 측면에서 숨통을 틔우겠다는 복안이다. 오른쪽 측면에서 합격점을 받았던 남태희(발랑시엔)는 이번에는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이동국의 뒤를 받친다. 폴란드와의 평가전에서 ‘이동국 카드’를 시험하고 그 기세를 몰아 11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의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까지 치를 것으로 보인다. 이동국에게도 놓칠 수 없는,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르는 찬스다. 19살부터 국가대표, 올림픽대표, 청소년대표의 세 집 살림을 병행하며 한국축구를 이끈 이동국에겐 잔인한 기억이 더 많다. 2002년 한·일월드컵 엔트리 탈락, 2006년 독일월드컵 직전 십자인대 부상, 그리고 지난해 남아공월드컵 우루과이전에서 아슬아슬하게 골대를 벗어난 슈팅까지. 롤모델로 꼽았던 황선홍 포항감독이 2002년 한·일월드컵 폴란드전 골로 영웅이 됐듯 이동국도 폴란드전에서 브라질을 향한 화려한 포효를 시작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홍명보호, 앙꼬 없는 찐빵 속 백업요원 전력 극대화 A대표팀은 치열한 주전경쟁과 다양한 조합으로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지만 올림픽대표팀은 ‘흐림’이다. 핵심 전력이 모두 빠졌다. 지난달 오만과의 올림픽 최종예선 1차전에서 1골1어시스트로 톡톡히 이름값을 했던 윤빛가람(경남)을 비롯해 구자철(볼프스부르크), 지동원, 김영권(오미야), 홍정호(제주) 등 ‘홍명보의 아이들’이 모두 A대표팀에 차출됐다. 김민우(사간 도스), 조영철(니가타), 하강진(성남) 등도 소속 구단이 협조하지 않아 이번 소집에서 제외됐다. 사실상 1.5군도 안 되는 전력인 셈이다. 하지만 벤치 멤버들의 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새달 카타르(23일), 사우디아라비아(27일)와 런던올림픽 최종 예선을 앞둔 상황에서 숨은 보석을 발견하고, 돌발상황에 대비한 여러 전술을 테스트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8월 20세 이하(U-20)월드컵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던 백성동(연세대)·김경중(고려대) 등 ‘젊은 피’들이 수혈돼 연착륙을 노리고 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유로존, 구제금융 지급 11월 연기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무장관들이 그리스에 대한 지원사격을 재천명하면서 3일 패닉에 빠졌던 시장이 안정을 찾을지 주목된다. 3~4일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유럽 경제·재무장관 각료이사회(ECOFIN)에서 장 클로드 융커 유로그룹 의장은 “유로존 누구도 그리스가 디폴트(채무불이행)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으며, 디폴트를 피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라면서 그리스 수호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이를 위해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올해와 내년 재정적자 목표 이행에 대한 심사를 당초 기준대로 따로 평가하지 않고 통합해 평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4일 보도했다. 지난 2일 그리스가 올해와 내년 재정적자 목표치 달성에 실패할 것이라고 인정하면서 나온 결정이다. 그리스가 이달 중순까지 구제금융 6차분(80억 유로)을 수혈받지 못하면 디폴트에 빠진다는 우려 때문에, 디폴트를 피하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재정적자 평가방식을 바꾸기로 한 것이다. 대신 유로존 고위급 관료들은 그리스에 구제금융 6회분을 지급하기에 앞서 수일 내 그리스에 2013년, 2014년도 재정적자 감축에 대한 새 양보안을 요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융커 의장은 “새 조치가 이뤄지면 구제금융 지급이 11월까지 연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13일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는 취소되고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6차분 지급 여부는 11월 중순으로 미뤄졌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그는 또 지난 7월 21일 유로존 정상들이 합의한 그리스 2차 구제금융(1090억 유로)도 다시 논의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당시 민간채권자들은 그리스 국채에 대해 21%의 손실을 부담하기로 했으나 새로 논의될 안은 민간채권자들의 손실 비율을 더 높이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와 내년 그리스의 재정 적자는 더 늘어나고 경제 성장은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적자 목표달성 실패한 그리스… “살 길은 긴축”

    적자 목표달성 실패한 그리스… “살 길은 긴축”

    그리스가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이 2차 구제금융을 수혈하는 조건으로 제시한 올해와 내년 재정 적자 목표치 달성에 실패하자 시장이 요동치면서 3일 아시아 증시는 최대 5.7%가량 폭락했다.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그리스 재무장관이 2일 구제금융 6차분 지급을 결정하는 EU, IMF, 유럽중앙은행(ECB) 등 ‘트로이카 실사단’과 3일간의 협상을 끝낸 뒤 그리스 정부는 내각 회의를 열어 66억 유로(약 10조 5000억원) 상당의 긴축 조치를 담은 2012년도 예산안 초안을 승인했다. 이번 예산안은 새로 수정한 재정 적자 목표치에 따른 것으로, 그리스 재무부는 올해 재정 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8.5%(186억 9000만 유로)로 당초 목표치인 7.6%를 초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2년 재정 적자도 6.8%(146억 5000만 유로)로 목표치인 6.5%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그리스 GDP가 각각 올해 5.5%, 내년 2~2.5%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는 전제 아래 나온 수치다. 트로이카도 새 적자 목표치에 따른 예산안에 동의했다고 그리스 정부는 밝혔다.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1090억 유로)을 결정하던 지난 7월만 해도 내년 경제의 0.6% 성장을 예상한 점을 감안하면 재무부의 전망은 대폭 후퇴한 것이다. 재무부는 성명에서 “2011년이 마무리되기까지 3개월이 남은 만큼, 정부와 국민이 적절히 대응하면 올해 최종 재정 적자가 GDP 대비 8.5%를 기록할 수 있다.”며 긴축 이행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공무원 3만명 1년 뒤 해고키로 올해 적자 목표치 달성 실패는 그리스에 20억 유로를 추가로 투입해야 하며, 세금 인상과 임금 삭감 등의 긴축 조치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로이터통신은 지적했다. 내년도 예산안 초안에는 공무원 3만명을 예비인력으로 배치, 기존 임금의 60%를 지급하며 이들이 1년 안에 새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 해고한다는 방침 등이 포함됐다. 예산안 초안은 3일 의회에 제출해 이달 말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3~4일 룩셈부르크에서 열리는 EU 경제·재무장관 각료이사회(ECOFIN)에서도 그리스 개혁 이행에 대해 논의한다. 하지만 6차분 지급 여부는 오는 13일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에서 결정된다고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가 2일 밝혔다. 6차분 80억 유로를 받지 못하면 그리스 현금 보유량은 이달 중순 바닥나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게 된다. ●예산안 초안 이달 말 표결 그리스가 재정 적자 목표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소식에 이날 아시아, 유럽 주요 증시는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도쿄 증시의 닛케이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78%, 타이완 증시의 자취안지수는 2.93% 하락했고 홍콩 증시의 항셍지수, H지수는 각각 전날보다 4.38%, 5.71% 폭락했다. 또 4일 0시(한국시간) 현재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30지수는 전날보다 2.68%,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지수는 2.29% 급락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아시아신탁이 고양터미널 사업 관리

    저축은행으로부터 대규모 불법대출 자금이 수혈된 경기도 고양시 백석동 고양터미널 사업을 아시아신탁이 관리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아시아신탁은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직전 유상증자에 90억원을 투자해 공모 의혹을 받은 회사로,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이 설립 초기 사외이사로 재직한 것으로 밝혀져 관심을 모았던 곳이다. 금융감독원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신탁은 일산 백석동 고양터미널 부지 2만 9000㎡와 터미널 준공시 상업시설 분양 수익권에 대한 신탁관리(대출 담보물 관리) 계약을 맺고 있다. 부지에 대한 형식적 소유권도 아시아신탁이 갖고 있다. 아시아신탁 관계자는 “고양터미널 사업 부지에 대해 발행한 수익증권서를 담보로 받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신탁은 2008년 4월 25일부터 신탁관리를 시작했고, 그전까지는 KB부동산신탁이 관리업무를 맡았다. 고양터미널 사업장에 한도를 넘긴 대출을 할 수 있었던 이유로 저축은행들이 금융감독원의 묵인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전직 금융 관료들이 포진한 아시아신탁이 자금흐름 상에서 모종의 역할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아시아신탁 관계자는 “(부산저축은행 수사에서도) 김종창 전 원장과 관련된 문제는 모두 해소된 것 아니냐.”면서 “불법적인 정황은 없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고양터미널 건설 사업에는 18일 영업정지된 에이스·제일·제일2저축은행이 6100억원이 넘는 한도초과 대출을 집행했을 뿐 아니라 영업정지되지 않은 소형 저축은행도 수십억원대 공사대금을 투입했다. 제일저축은행 등이 사업부지 매입자금과 운영자금을 대출했고, 동일차주 대출한도를 넘게 되자 각종 특수목적법인(SPC)이나 개인, 관계회사를 차명으로 내세워 우회 대출한 것으로 적발됐다. 이 밖에 인성저축은행과 늘푸른저축은행은 공사대금 명목으로 각각 32억원과 14억원씩 대출했다. 한편 고양터미널 공정률과 관련해서 아시아신탁 측은 “90% 넘는 공정률을 보이고 있지만, 분양시장이 워낙 안 좋다 보니 다음 달 말 예정대로 준공돼도 제대로 분양이 이뤄질지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문화계 블로그] ‘강호동 공백’ 예능프로 틀까지 바꾸나

    [문화계 블로그] ‘강호동 공백’ 예능프로 틀까지 바꾸나

    강호동(41)이 잠정 은퇴를 선언한 지 10일이 지났지만, 방송가는 여전히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강호동이 진행을 맡은 프로그램은 대부분 사전 녹화분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이달 말까지는 당장 그의 공백에 따른 직접적인 여파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 이후다. 기획 단계부터 강호동의 카리스마와 캐릭터에 기댄 프로그램이 많아 후임 MC로 교체하기도 쉽지 않고, 후속 프로그램을 준비하기에는 2주 남짓한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MBC ‘무릎팍도사’는 폐지설이 강하게 대두됐으나 제작진은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MBC 예능국의 고위 관계자는 “단발성 특집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데도 한달 넘게 걸린다.”면서 “현재 코너 폐지, MC 교체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놓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SBS ‘강심장’은 프로그램을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강심장’의 연출자인 박상혁 PD는 “폐지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새 진행자를 물색 중이지만, 강호동씨의 비중이 워낙 컸기 때문에 후임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진행자에 따라 프로그램 성격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포스트 강호동’ 시대에 대한 전망도 엇갈린다. 세대 교체를 앞당겨 젊은 스타 MC들을 적극 발굴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지만, 대안 부재 속에 예능계가 당분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한 지상파 방송사의 예능 PD는 “TV의 주된 시청층이 점점 고령화되고 있기 때문에 젊은 피가 수혈된다고 해서 다양한 나이대의 시청자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일본의 경우 예능 MC의 나이대가 대부분 50~60대인 점을 감안할 때, 강호동의 존재감을 대체할 만한 국민 MC가 바로 등장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예능 프로그램의 트렌드가 아예 바뀔지 모른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강호동·유재석이 이끌던 리얼 버라이어티쇼 전성시대가 막을 내리고 새로운 예능의 틀이 유행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미 예능의 축이 오디션과 리얼리티쇼로 옮겨 가고 있는 상황에서 예능의 틀이 바뀌면 그에 맞는 진행자의 역할과 캐릭터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혼란스러운 양상이 강호동의 복귀를 앞당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관계자는 “방송가가 지난 10년간 ‘포스트 강호동·유재석’을 찾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지만 실패했다.”면서 “평소 강호동이 자기 관리에 철저했다는 점, (잠정 은퇴) 기자회견 이후 여론이 옹호론으로 돌아선 점,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점 등에서 그의 복귀 시점이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종합편성채널 개국을 앞둔 언론사들이 ‘훗날의 영입’ 등을 의식해 우호적인 여론 조성에 앞장서고 있는 점도 강호동에게는 유리한 요소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유럽은 재정전쟁] 스위스 UBS銀 “직원 부정 20억弗손실”

    스위스 최대 금융그룹인 UBS가 직원의 임의매매 탓에 20억 달러(약 2조 2000억원)가량의 손실을 봤다고 15일(현지시간) 밝혔다. 이 은행은 불과 3년여 전 정부의 구제금융을 수혈받았다. 유럽 은행들의 위험 관리가 여전히 허술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신뢰도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UBS는 성명을 통해 “한 직원이 승인되지 않은 거래를 해 은행에 손실을 입혔다.”면서 “아직 조사 중이지만 손실액이 20억 달러 정도일 것으로 추산한다.”고 말했다. 은행 측은 이 거래로 인한 손실 때문에 올 3분기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고객의 자금에는 영향이 없다고 덧붙였다. UBS가 피해 사실을 공식 발표하기 앞서 영국 경찰은 이날 새벽 31세 남성을 직위 남용을 통한 사기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금융권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체포된 남성이 UBS의 런던지점에서 상장지수펀드(ETF) 관련 업무를 맡아 온 크웨쿠 압도볼리라는 인물이라고 전했다. 그는 2006년 3월 이후 이 회사의 보안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승인받았으며 그동안 ETF 책임자로 일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현지 언론들은 그가 투자자에게 부적당한 정보를 제공했거나 투자자 동의 없이 매매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대규모 손실 사실이 전해진 뒤 UBS 주가는 이날 오전 6.1% 급락했다. ZKB 은행의 애널리스트인 클라우드 젠더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은행의 위험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 주는 것으로 UBS의 신뢰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UBS는 투자은행 부문의 악성 자산 탓에 2008년 정부의 구제금융이 투입됐었다. UBS는 비용 절감을 위해 세계 6만 5000명의 직원 가운데 3500명을 감원한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프랑스 핵시설 폭발…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논란 점화?

    프랑스 핵시설 폭발…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논란 점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도 친원자력 정책을 고수해온 프랑스에서 원전 관련 시설 폭발 사고가 발생해 세계가 또다시 핵 공포에 잠겼다. 이번 사고는 방사능 세기가 낮은 저준위 핵폐기물을 처리하는 소각로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고준위 폐기물인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에 대한 논란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프랑스 남부도시 님 인근의 마르쿨 원자력 단지 옆 상트라코센터의 소각로에서 폭발이 일어난 것은 12일 오후 1시 36분(현지시간). 이 사고로 근로자 1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했다. 부상자 가운데 1명은 심각한 화상을 입어 중태에 빠졌다. 프랑스 핵재처리산업의 심장인 마르쿨 원자력 단지는 아비뇽에서 남서쪽으로 25㎞ 떨어진 지점에 있으며 유명한 와인산지 코트뒤론과도 인접해 있다. 사고 소각로는 원전에서 사용된 펌프나 밸브 등의 고철이나 원전 직원의 작업복, 장갑 등 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용해하는 데 쓰여 왔다. 프랑스 원자력안전청(ASN)은 사고 이후 “소각로 주변에서 매우 낮은 수준인 ㎞당 17㏃(베크렐)의 방사성물질이 검출됐다.”면서 “방사능 누출 위험은 없다.”고 밝혔다. 자회사 소코데이를 통해 상트라코센터를 운영하는 프랑스전력(EDF) 측은 “핵 사고가 아닌 전형적인 ‘산업재해’이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원전 사고 등급으로 따지면 1단계 정도에 불과하다.”며 진화에 나섰다. 1단계는 기기 고장이나 절차의 결함 등으로 운전 요건을 벗어난 비정상적인 상태를 가리킨다. 회사 측은 현재 마르쿨 원자력 단지 내에 원자로는 없다고 덧붙였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우려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우려하는 과학자연맹(UCS)’의 에드 라이먼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고는 저준위 핵폐기물을 처리하는 과정도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면서 “향후 미국에서 사용후 핵연료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에 대한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데다 위험이 더 크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58기의 원자로를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의 원전 규모는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지만, 전력의 80%를 원자력에서 수혈받고 있어 공급 비중으로 따지면 세계 1위의 원자력 의존국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독일 등 주변국의 탈원전 행보와 전국적인 반핵 여론에도 불구하고 지난 6월 원자력 산업에 13억 7000만 달러(약 1조 4000억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한편 IAEA 이사회는 13일 외국 전문가들의 방문을 통해 각국이 원전 안전에 대해 자발적인 ‘동업자 평가’를 받도록 함으로써 원전 안전성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은 실행계획을 채택했다. 이는 앞으로 3년 이내에 전 세계 440개 원전 가운데 10%에 대해 강제적으로 평가를 받도록 한 애초 계획에서 후퇴한 것이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여야 10·26 서울시장 보선 후보 향배] 한나라당, 나경원? 외부 수혈?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물색 작업을 놓고 한나라당이 장고(長考)를 거듭하고 있다. ●나 “당이 하나되는 게 우선” 핵심은 ‘박원순 대항마 찾기’다. 한명숙 전 총리의 보궐선거 불출마 선언으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야권 통합 후보로 가시화되면서 여권 내 지명도 1위를 달리고 있는 나경원 최고위원을 내세울지 아니면 당내 경선이나 외부 영입을 할지 고민이다. 나 최고위원은 당내 지지가 전폭적이지 않다는 데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중 지지도는 높지만 ‘안풍’(안철수 바람)을 등에 업은 박 상임이사를 꺾기에 역부족이라는 당내 부정적 여론도 있기 때문이다. 나 최고위원은 13일 “국민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고 당이 하나 되는 게 우선이다.”라면서 출마 여부를 최종 저울질하고 있음을 밝혔다. 이어 “정당의 주인은 당원과 정치인만이 아니라 그 정당과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이라면서 “당이 하나가 돼 뜻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與 “15~17일 절차 확정” 한편 김기현 대변인은 13일 여의도 당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번 주 중 후보 선출 절차를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라면서 “15일부터 17일 사이에는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후보군에 대해선 “현재 당내외 유력한 후보들을 계속 접촉하고 있다.”면서 “기업인도 포함해 다 접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당내에선 강동구청장을 지낸 재선 김충환 의원이 유일하게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곽노현 개인돈? 외부자금 수혈?

    곽노현 개인돈? 외부자금 수혈?

    ‘두 달 만에 2억원 마련’ 검찰이 서울시교육감 후보 단일화 돈거래 의혹에서 자세하게 들여다보는 핵심 사안이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부인 정모씨는 31일 검찰 조사에서 자신과 언니 등이 박명기 교수에게 건넨 2억원을 주도적으로 마련했다고 주장했다. 이 진술대로 돈의 성격이 곽 교육감 측의 자체 자금으로 밝혀질 경우 교육감 후보 사퇴 대가가 아닌 ‘선의’라고 주장한 곽 교육감의 말에도 어느 정도 무게가 실리게 된다. 검찰은 그동안 정씨가 인출한 3000만원 외에 나머지 1억 7000만원의 행방을 두고 제3자나 시민단체 같은 ‘외부 수혈론’ 쪽에 중심을 두고 조사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검찰은 곽 교육감이 박 교수 측에 전달된 2억원에 대한 대가성을 의심하는 만큼 돈의 출처와 관계없이 유죄 판단에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검찰의 수사 방향은 자연스레 ‘단일화 합의에 따른 대가’ 입증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31일 “(돈의 출처와 상관없이) 2억원의 (후보 사퇴에 대한) 대가성을 증명할 자료는 충분하다.”면서 “박 교수 측의 진술 외에도 (물적) 증거가 많은 만큼 재판으로 넘어가면 (대가성 등 범죄 혐의 부분이) 확실히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돈의 출처보다 대가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하고 있음을 강하게 시사하는 대목이다. 검찰은 그동안 자금의 출처를 쫓는 한편 박 교수의 사무실과 자택에서 대가성 입증을 위한 자료를 확보하고 이를 뒷받침할 진술을 얻는 데 집중해 왔다. 검찰은 나아가 자금 중 일부라도 외부 유입이 있었다면 대가성 입증과 함께 곽 교육감을 옭아매는 또 다른 증거가 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검찰은 ▲돈이 6차례에 걸쳐 쪼개져 송금된 점 ▲정씨의 계좌에서 직접 빠져나간 돈이 3000만원뿐인 점 ▲자금이 박 교수 동생의 부인과 친인척 등에게 나눠 전달된 점 등에 여전히 의문 부호를 달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3000만원을 제외한 일부가 지난해 교육감 선거에서 남은 비용 등에서 나왔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제3자로부터 자금을 융통했을 가능성을 두는 한편 선거 캠프 관계자와 후보 단일화 협상에 참여한 시민단체 관계자 등을 차례대로 불러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자금을 전달받은 사람이) 여러 명 관계돼 있고, 조사에서 다른 계좌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건형·이영준·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벤 존슨 도핑 확인 경험 살리겠다”

    “벤 존슨 도핑 확인 경험 살리겠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막이 열리기 전부터 분주한 곳이 있다. 바로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도핑컨트롤센터. 1900여명이나 되는 선수들의 혈액 시료를 짧은 시간 내에 분석해야 하는 센터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밤낮없이 돌아가는 연구실은 25명의 연구원을 제외한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도핑테스트 공인 기관인 이곳은 1988 서울올림픽과 2002 한·일축구월드컵, 이번 대구육상대회까지 국내에서 열린 크고 작은 대회에서 도핑테스트를 담당해 왔다. 88 올림픽에서는 남자 100m 금메달리스트였던 벤 존슨의 약물 복용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권오승(51) 도핑컨트롤센터장은 “20여년 전 존슨의 도핑을 걸러낸 것처럼 이번 대회에서도 철저한 검사를 통해 단 한명의 선수도 도핑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권 센터장을 지난 24일 오후 KIST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구 대회 준비는 어떻게 돼 가나. -센터에서는 이미 선수들의 시료 분석이 한창이다. 보통 약물 복용을 숨기려는 선수들은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약을 먹는 경우가 많아 선수들이 경기를 시작하기 전부터 시료를 채취해 도핑 테스트를 한다. 선수가 선수촌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반(反)도핑을 위한 노력은 이미 시작되는 것이다. 시료는 48시간 안에 분석해야 하기 때문에 연구원들이 밤낮없이 쉬지 않고 일하고 있다. →클린대회를 선언한 이번 대회에서 특별히 마련한 도핑방지 계획은. -대회에서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주관하는 국제대회 중 처음으로 모든 참가선수들의 생체여권을 만든다. 보통은 순위권의 선수들을 지목하거나 참가 선수 중 무작위로 선정해 도핑테스트를 한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모든 선수에 대한 도핑테스트를 실시해 꼴찌를 한 선수라도 약물의 힘을 빌렸는지 미리 걸러낼 수 있다. 대구 현지에서도 경기장 옆에 설치된 부스에서 실시간으로 도핑 테스트를 한다. 자동혈액분석기를 이용해 1시간에 60~70여개의 시료를 빠르게 분석해 낼 수 있다. →테스트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 -간단히 말해 선수의 혈액 등 시료를 채취해 성분을 분석하고,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규정한 250여가지 이상의 금지약물 표준품과 비교하는 과정이다. 1차 스크리닝 과정에서 의심소견이 나오면 2차로 확인작업을 거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양성시료로 확인된 경우에는 의심선수 본인이나 대리인이 직접 입회한 자리에서 새로운 시료를 개봉해 검사하는 과정을 다시 한번 거친다. 세 차례에 걸쳐 철저한 검증을 하므로 결과가 틀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선수들이 빠져나갈 구멍은 없나. -도핑 방법이 진화하는 만큼 검사 방식도 발전한다. 이번 대회에서는 생체여권을 도입했기 때문에 블러드 도핑(자가수혈·적혈구 농도를 높여 산소운반능력을 끌어올리는 도핑 방식)이나 유전자 도핑까지 모두 걸러진다. WADA에서도 선수들이 복용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약물과 도핑 방법이 밝혀지는 대로 포괄적인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선수들이 도핑을 피할 길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이번 대회에 최초로 도입되는 생체여권이 도움이 되나. -물론이다. 생체여권처럼 한 선수에 대한 고유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선수생활 기간 받았던 모든 도핑테스트 결과를 기록하면 추적이 쉬워진다. 기록을 꾸준히 모니터링하다가 어느 순간 결과가 변하면 도핑을 의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년 넘게 도핑센터에서 일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88올림픽 당시 센터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벤 존슨의 시료를 분석한 일이 기억에 남는다. 당시 존슨이 스테로이드 스타나조롤을 투여한 사실을 밝혔는데 금메달리스트의 도핑 결과가 잘못 나오면 큰일 난다는 부담감에 떨리기도 했다. →대회 개막을 앞둔 각오는. -국내에 도핑센터가 처음 설립될 당시에는 기술력이 부족해 독일의 분석 기술을 도입해야 했다. 그러나 20여년 만에 우리만의 독자적인 방식을 갖춘 센터로 성장했다. 그동안 발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무엇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해서 대회가 성공적으로 치러지는 데 일조하겠다. 글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사진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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