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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형주 세상 속 수학] 미술 작품 위작 가려내기

    [박형주 세상 속 수학] 미술 작품 위작 가려내기

    요즘 미술 위작품 얘기를 부쩍 자주 접한다.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는 1991년 작가가 위작이라고 선언했지만 미술관 측은 진품이라고 믿고 있어서 분쟁 중이다. 이우환 화백의 경우는 반대여서 그가 진품이라고 믿는 작품 13개를 경찰은 모두 위작이라고 발표했다. 감정을 위해서는 먼저 전문가가 육안으로 원작자의 작품 기법이나 사용 재료의 특성 등을 면밀하게 분석한다. 원작자의 화풍이 시기에 따라 변해 온 이력을 꿰뚫어야 하는 건 기본이다. 제작 시기나 사용된 재료 등을 알아내기 위해 화학적 방식이나 엑스레이와 적외선 분석 등의 방법도 쓰인다. 제작된 시기의 안료나 도구가 쓰였는지도 꼼꼼히 점검한다. 드러난 그림 아래에 숨겨진 밑그림을 파악해 제작 시기의 상이함을 알아내기도 한다. 물론 위작자들도 허송세월하는 게 아니라서 이런 방식의 허점을 파악하고 이용한다. 점입가경이다. 모방작이 다 나쁜 것만도 아니라서 문외한에게 혼란을 더한다.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박물관은 모방작도 하나 보관하고 있다. 고흐 사망 2년 후에 제작된 이 모방작이 진품보다 더 고흐의 화풍을 잘 보여 주기 때문이다. 고흐가 재정적 궁핍함으로 인해 싸구려 물감을 사용하는 바람에 진품에서 주홍색이 변색됐지만 이 모방작은 그런 문제가 없어서 오히려 고흐의 스타일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위작 가려내기의 한계에 대해 획기적으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 건 놀랍게도 수학자였다. 2008년 미국의 방송 제작 업체인 노바는 고흐의 작품 6개를 제시하고 이 중에 숨어 있는 위작품 하나를 찾아내는 챌린지를 진행했다. 참가 팀들이 이에 도전하는 과정은 다큐로 제작돼 PBS에서 방송됐다. 노바는 이 챌린지를 위해 유명 화가인 샬로테 캐스퍼스를 초빙해 진짜와 같은 수준의 위작을 만들어 냈고, 참가 팀들은 이걸 찾아내야 했다. 당시 프린스턴대학의 수학자 잉그리드 도브시 교수가 이끄는 팀은 웨이블릿이라는 수학 이론을 무기로 이 챌린지에 참가했고 성공적으로 위작을 가려냈다. 지금은 듀크대에 재직 중인 도브시 교수는 한걸음 더 나가서 고흐 박물관이 보관하고 있는 ‘진짜보다 더 진짜 같다’는 모방작도 가려냈다.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 사이 화풍의 유사성을 측정해 화풍을 시기적으로 분류하는 작업까지 해냈다. 도브시 교수의 관점은 원작자는 자기 생각의 표현에 집중하지만, 위작자는 원작과 동일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모사 과정에서 구체적인 선과 곡선을 그려 낼 때 눈에 보이지 않는 ‘주저함’이 숨어 있을 거라고 추정했다. 그녀는 이 주저함을 수학적으로 정량화해 찾아냈다. ‘모방작에 숨어 있는 주저함의 정도’를 추적하다니, 놀라운 관점의 전환 아닌가. 수학적으로는 그림을 표현하면서 윤곽과 상세 정보로 나누어 표현하는 것인데, 이 방식은 1990년대 초반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수억 개의 지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때 이미 사용했다. 현장에서 수거한 지문 하나를 보관 중인 수억 개와 어느 세월에 하나하나 대조한단 말인가. 큰 윤곽만 비교해 아예 다른 건 배제하면 비교 대상이 수백만 개로 준다는 아이디어로 FBI는 이 난제를 해결했다. FBI의 지문 데이터베이스나 고흐의 위작품을 가려내는 수학은 단지 유용할 뿐 아니라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세간을 흔드는 미술품 위작 논란도 이제 수학의 힘을 빌려 보길 권한다.
  • 천문학자·물리학자… 세계 석학들이 풀어본 우주의 비밀

    천문학자·물리학자… 세계 석학들이 풀어본 우주의 비밀

    우주의 통찰/앨런 구스 외 지음/존 브록만 엮음/김성훈 옮김/와이즈베리/528쪽/2만 2000원 우주의 기원·구조·생성·변화에 대한 과학을 다루는 우주론은 1980년대부터 30년간 황금기를 이어오고 있다. 2000년대 후반 고감도 위성망원경 관측이나 대형 강입자 충돌기 실험과 같이 우주가설을 검증할 강력한 기기와 데이터가 등장한 데 이어 2012년 7월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가 대형강입자충돌기 실험으로 힉스 입자를 발견하면서 그 절정을 맞이하고 있다. ‘우주의 통찰’은 우주론의 황금기를 이어오고 있는 대표 석학들이 직접 자신들의 연구를 소개하고 우주 과학의 핵심 쟁점들을 논하며 여전히 풀리지 않는 우주의 난제 등에 대한 입체적인 지식과 통찰을 전해 주는 책이다. 인문과학 도서 편집인인 존 브록만이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1996년 창립한 지식공유모임 ‘엣지재단’의 지적 성과를 다룬 ‘베스트오브엣지’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이다. 책은 이론물리학, 천문학, 천체물리학, 응용수학, 양자공학 등 각 분야 21인의 주요 연구와 핵심 이론을 아우르면서 우주를 해석하는 다양한 결을 보여준다. 대표 저자 앨런 구스는 가장 강력한 우주론으로 주목받는 급팽창이론을 설명한다. 우주는 왜 지금의 모습이 됐으며, 우주의 구성법칙은 무엇인지를 설명하면서 현대우주론의 개념적 기둥을 세워 준다. 급팽창이론의 경쟁 이론으로 주목받은 순환우주론의 선구자 폴 스타인하르트와 닐 투록은 우주의 진화가 순환적으로 이뤄지는 원리를 설명한다. 물질의 최고 구성단위를 진동하는 끈으로 보고 우주와 자연의 원리를 밝히려는 끈이론의 선구자 레너드 서스킨드는 끈이론이 현대우주론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게 된 과정을 소개한다. 애리조나주립대학의 이론물리학자 로런스 크라우스는 급팽창이론과 순환우주론에서 우주가속팽창의 동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측되지만 실체가 파악되지 않은 암흑에너지 등 우주과학의 난제들에 대해 설명한다. 응용수학자이자 카오스이론의 거장인 스티븐 스트로가츠는 반딧불이 무리가 별다른 소통 수단도 없이 일사불란하게 동시에 빛을 내뿜는 현상을 수리생물학적으로 설명하면서 질서가 없던 자연계와 우주에서 자발적으로 질서가 나타나는 메커니즘을 설명해 준다. 우주론은 시간, 공간, 인류를 포함한 모든 것의 기원 문제를 내포하기 때문에 물리학, 생물학, 공학, 천문학 등 다양한 과학분야뿐 아니라 철학, 인류학, 종교학 등 인문사회 분야와의 통섭이 이뤄지는 학문이다. 통섭의 스파크가 튀는 책 속의 내용들은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신비롭고 아름다운 우주에 대해 눈을 뜨게 해주는 것은 분명하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달콤한 사이언스] ‘폭군’ 티라노사우루스렉스 28년 중 18년 ‘청소년’으로 산다

    [달콤한 사이언스] ‘폭군’ 티라노사우루스렉스 28년 중 18년 ‘청소년’으로 산다

    영화 ‘쥬라기 공원’에 나온 티라노사우루스렉스, 줄여서 ‘티렉스’로 불리는 이 공룡은 지구상에 존재했던 육식공룡 중 가장 힘세고 포악한 종으로 알려져 있다. 기원전 660만년 전에 멸종한 티렉스는 대중에게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공룡이면서 동시에 고생물학자에게는 영원한 호기심과 탐구의 대상이다. ●수학 지수함수 모델로 생존 패턴 등 분석 과학기술의 발달로 티렉스에 대한 많은 비밀이 풀리고 있지만 그들의 생존과 노화 등 생애주기의 규명은 줄곧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고생물학자가 아닌 공학자가 물질 특성을 분석할 때 이용하는 수학 모델을 통해 티렉스의 생애주기를 풀어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원병묵 교수는 사람의 노화 패턴을 해석하는 지수함수 모델을 이용해 티렉스의 생애주기를 분석한 결과 파충류의 조상으로 알려진 공룡의 생존 패턴이 파충류보다는 조류에 가깝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이를 자연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 21일자에 발표했다. 원 교수는 자신이 개발한 수학모델을 이용해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그레고리 에릭슨 교수팀이 2006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티렉스의 생존율 곡선을 다시 계산했다. 티렉스의 수명은 28년으로 알려졌는데 이번 연구 모델을 적용할 경우 유아기는 2년, 성년기는 8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청소년기는 무려 18년이나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청소년기 후반엔 하루 2㎏씩 ‘폭풍 성장’ 특히 청소년기 후반인 14~18세 때는 몸무게가 하루에 2㎏씩 꾸준히 증가해 덩치가 커지면서 다른 육식공룡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것은 생존에 매우 유리한 요소로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청소년기가 길어 새끼를 낳고 기르는 종족 보존의 기간도 길어졌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생존·노화 패턴 타조와 닮았네 티렉스의 노화 패턴은 타조나 매처럼 몸집이 큰 조류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파충류의 조상인 공룡이 해부학적으로는 조류와 가깝다는 사실은 밝혀진 바 있다. 그렇지만 생애주기나 성장 패턴이 비슷하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규명됐다. 이번 연구에 사용된 수학적 기법은 ‘수정된 늘어진 지수함수’다. 늘어진 지수함수는 치약이나 샴푸, 마요네즈, 액정과 같은 연성 물질의 성질과 특성을 분석할 때 사용된다. 원 교수는 “공룡이 왜 거대한지, 어떤 식으로 노화가 진행되는지 등 공룡에 대한 고생물학계의 난제를 푸는 데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과학인재 40만명 늘려… 1%급 과학자 300명 발굴

    과학인재 40만명 늘려… 1%급 과학자 300명 발굴

    2020년까지 국내 과학기술 인재가 40만명 늘어난 220만명으로 확대된다. 과학기술인연금이 사학연금의 90% 수준까지 높아지는 등 종사자에 대한 처우도 개선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7일 ‘제10차 국가과학기술심의회’를 개최해 이런 내용을 포함한 ‘제3차 과학기술인재 육성·지원 기본계획’과 ‘제3차 연구성과 관리·활용 기본계획’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과학기술 인재 육성계획은 이공계 기피 현상을 누그러뜨리고 도전적 과제 해결에 나설 인력을 육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를 통해 지난해 180만명이었던 과학기술 분야 인재를 2020년까지 220만명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2017년까지 세계 톱 1% 정상급 과학자도 300명 발굴할 계획이다. 과학기술 인재의 취업과 창업 역량도 강화된다. 구인과 구직자 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일과 경험을 넓힐 수 있는 산업현장 실습 프로그램 시행대학도 지난해 13개에서 2020년 60개까지 늘리고 지역특화 산업학과 17개를 신설하고 창업 학위과정도 새롭게 운영한다. 이공계 대학의 교육과 연구역량 강화를 위해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인 ‘K-MOOC’나 산업연계 교육 선도대학 등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학제 간 융합전공 신설, 미래 난제 해결을 위한 도전적 연구, 소프트웨어(SW) 중심대학 육성 강화도 추진키로 했다. 해외 우수 연구자 유치를 위한 외국인의 기술 창업기반 확충과 외국인 유학생의 중소기업 인턴십 확대도 추진키로 했다. 2014년 956개였던 가족친화기업 인증을 2020년 2000개까지 늘려 여성 과학기술 인력의 경력 단절을 막는 데 활용키로 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과학기술인 재교육을 위해 과학기술인 경력개발센터를 설치한다”며 “미래 수학, 과학 교육 표준안도 개발해 초·중등 단계 때 받은 이공계 교육이 대학과 연계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제3차 연구성과 관리·활용 기본계획은 연구성과가 기업체나 산업 현장에 이전돼 상용화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우선 연구성과 확산을 위한 사업 예산이 전체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2014년 2.9%에서 2020년 4.5%까지 늘릴 계획이다. 2014년 기준 우리나라 총 R&D 비용은 63조 7000억원으로 미국의 8분의1, 일본의 4분의1 수준이다. 기본계획은 또 정부출연구기관이 보유한 연구 장비를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이 활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비율을 80%까지 높이기로 했다. 공공 연구성과를 활용한 연구소 기업은 2014년 53개에서 2020년 150개까지 늘린다는 목표도 세웠다. 고급 연구원의 연구역량 개발을 위해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KIRD)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한다. 미래부 관계자는 “특허기술을 국내에서 우선 사용하도록 한 국내 우선실시 제도나 공공 R&D 성과를 중소기업에 우선 이전하도록 한 제도를 활성화해 특허 및 기술의 해외 진출을 촉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이광식의 천문학+] 우주 구조 밝힌 ‘가난한 수학자’...100년 난제 풀고도 100만弗 거절

    [이광식의 천문학+] 우주 구조 밝힌 ‘가난한 수학자’...100년 난제 풀고도 100만弗 거절

    우주의 구조를 밝히는 데 중요한 이론 중의 하나인 수학 난제를 100년 만에 푼 수학자가 화제가 된 것이 지난 2010년이었는데, 이 수학자가 여전히 갖가지 기행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올해로 49살인 그레고리 페렐만이라는 러시아 수학자다. 그는 이른바 밀레니엄 문제를 푼 업적으로 100만 달러 상금의 수여자로 지명되었을 때부터 그 기이한 면모를 드러냈다. 무려 100만 달러에 달하는 거액의 상금을 헌신짝 차듯이 뻥 차버렸던 것이다. 이유는 '상 받으러 밖에 나가기 싫다'는 거였다. 한화로 12억 원이나 되는 돈이라면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그렇다고 12억을 필요없다고 차버린 그 친구가 무슨 재벌이나 억만장자도 아니다. 재벌은커녕, 바퀴벌레 기어다니는 콧구멍만한 아파트에 사는 노총각 수학자이다. 그런데, 그 아파트도 자기 것이 아니다. 교사를 하다가 퇴직한 후 쥐꼬리만한 연금으로 살아가는 노모의 아파트에 얹혀살고 있는 주제인 것이다. -노모 집에 얹혀사는 러시아 49세 페럴만 이런 인물이 12억이나 되는 돈을 받게 된 사연은 무엇이고, 또 그 돈을 뻥 걷어차버린 연유는 또 무엇일까? 먼저, 그에게 12억 원을 주겠다고 인심 후한 결정을 한 주체는 미국의 한 연구소다. 미국의 부호 랜던 클레이가 세운 클레이 수학연구소(CMI)는 2000년 수학 분야에서 이른바 밀레니엄 문제라고 불리는 중요한 미해결 문제 7개를 내걸고, 학력이나 경력도 상관없으니, 누구든 풀기만 하면 한 문제당 100만 달러씩의 상금을 주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밀레니엄 문제 중 페렐만이 푼 '푸앵카레 추측'을 제외한 6개 난제는 아직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으니, 당신도 머리에 자신만 있다면 그 문제들에 한번 도전해볼 수 있다. 누가 알겠는가, 당신이 그 문제들을 풀지? 초야에 고수 있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어쨌든, 그 일곱 문제 중 우리가 사는 이 우주의 구조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되는 ‘푸앵카레의 추측’이란 문제가 있는데, 이것은 프랑스가 낳은 불세출의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앙리 푸앵카레(1854-1912)가 1904년에 세상에 툭 내던진 것이었다. 그가 문제를 제기한 이래 100년간 수많은 수학자들이 매달려 씨름했지만 아무도 풀지 못한 난제 중의 난제였다. 도대체 무슨 문제길래 지구상의 기라성 같은 수학 천재들이 한 세기 동안 끙끙거리면서도 못 풀었단 말인가? 인간 지성의 무기력함에 한숨이 나올 법도 하다. 문제는 단 한 줄짜리다. 하지만 그 뜻은 심오하다. 이런 내용이다. "단일연결인 3차원 다양체는 3차원 구와 위상동형이다"라는 것이다. '다양체'란 임의의 점 근처의 공간은 유클리드 공간과 비슷하지만, 다양체의 전체적인 구조는 유클리드 공간과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을 일컫는다. 예를 들어, 구면은 충분히 가까이에서 보면 평면(2차원 유클리드 공간)처럼 보이지만, 전체는 구면이다. -"단일연결인 3차원 다양체는 3차원 구와 위상동형이다"...'푸앵카레 추측' 이른바 위상 기하학의 얘기인데, 좀더 풀어서 말하면, "어떤 닫힌 3차원 공간에서 모든 폐곡선(닫힌곡선)이 수축되어 한 점이 될 수 있다면, 이 공간은 반드시 3차원 구로 변형될 수 있다"는 뜻이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면, 만약 광속의 우주선 꽁무니에 무한 길이로 풀리는 끈을 하나 매달고 전 우주를 헤매고 다닌 후 지구로 귀환했다고 칠 때, 그 꽁무니 끈이 무엇에도 걸리지 않고 모두 회수될 수 있다면 우주선이 헤매다닌 공간은 3차원 구와 같다는 뜻이다. 이런 공간의 우주는 유한하지만 경계는 없다고 한다. 잘 이해가 안 가면 구면을 생각해보면 된다. 구면은 유한하나 경계가 없다. 개미가 한없이 그 위를 기어가도 끝에 다다를 수 없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4차원 시공간은 이보다 2차원 높은 것이기는 하지만, 유한하나 끝이 없는 공간인 것이다. '뫼비우스 띠의 4차원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이런 내용의 푸앵카레 추측을 증명해내면 12억 원을 주겠다는 것이고, 그것을 페렐만이 증명함으로써 클레이 수학연구소가 2010년 3월, 밀레니엄 상과 더불어 상금 수여 대상자를 페렐만으로 결정했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당사자인 페렐만은 수상 소식을 들고 집을 찾아온 기자들을 향해 현관문도 열지 않은 채 "나는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가졌다"고 외침으로써 상받기를 거부했다. 이 은둔의 천재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허름한 아파트 문 밖에 대고 기자들을 향해 이렇게 외쳤다고 한다. "나는 돈을 원치 않는다. 증명이 옳다면 남들의 인정은 불필요하다. 나는 아무것도 필요없다." 원래 천재 중에는 괴짜 아닌 사람이 드물다고는 하지만, 그 모든 등급을 뛰어넘는 그레고리 페렐만이란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 1966년 구소련의 레닌그라드에서 태어난 페렐만은 1982년 레닌그라드 중등학교 때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에 국가대표로 출전해 만점으로 금메달을 받았다. 이후 레닌그라드 대학교에 진학하여 수학 및 역학 학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페렐만은 러시아 일간신문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와 인터뷰를 가진 적이 있는데, 그는 학창 시절 ‘물 위를 걷는 예수’ 같은 성경 속 기적을 수학적으로 풀이하곤 했다고 회상하며, “예수가 물에 빠지지 않으려면 얼마나 빨리 걸어야 하는지 계산했다. 까다롭긴 했지만 풀 수 없는 문제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스테클로프 연구소에서 연구활동을 시작한 그는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까지 미국의 여러 대학을 방문, 연구하다, 1995년 스탠퍼드 대학과 프린스턴 대학을 포함한 미국 유수 대학들의 교수 영입 요청을 거절하고, 자기가 처음 연구를 시작한 스테클로프 연구소로 돌아갔다. 연구원이던 2003년, 페렐만은 푸앵카레 추측을 증명한 논문을 인터넷에 올린 결과, 국제적으로 엄청난 주목을 받았고, 복수의 연구팀이 검증한 결과, 그 증명이 참으로 밝혀지면서 세계적인 천재 수학자의 반열에 올랐다. 당시 연구팀은 페렐만이 단 3쪽으로 정리한 풀이법을 검증하기 위해 수백 쪽이 넘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페렐만의 기행은 밀레니엄 상 거부 이전부터 있었다. 2006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수학 분야의 노벨 상이라고 불리는 필즈 메달 시상식에도 수상자인 그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이다. 불참의 변은 이랬다. "나는 돈과 명예에 관심이 없다. 동물원의 동물처럼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고 싶지 않다." -"상금이나 상 보다 버섯 따는게 좋아" 그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석하는 대신 고향인 상트페테르부르크 외곽 집 근처의 숲으로 버섯을 따러 갔다. 그러면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아직도 상트페테르부르크 남부의 지저분하고 허름한 방 2칸짜리 아파트에서 77세의 노모와 단둘이 살고 있다. 그의 좁은 아파트는 바퀴벌레들이 우글거리고, 때에 절은 매트리스와 식탁 외에는 가재도구라고는 거의 없으며, 바깥 출입 하는 것을 보기 힘들다고 이웃들이 전한다. 페렐만은 2003년 스테클로프 연구소에서 해고된 후 현재까지 무직으로 지내며, 수학 연구도 완전히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학은 논의하기에 고통스러운 주제라는 걸 문득 깨닫게 됐다"는 게 친구들의 전언이지만, 자신의 업적을 폄하하려는 수학계 일부의 알력에 크게 상처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고정적인 직장이 없는 페렐만이 가끔 개인 과외로 버는 많지 않은 돈과 노모의 연금으로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페렐만이 가장 행복해하는 일은 숲속을 거닐며 버섯을 따는 것이라고 한다. 지난 2011년에는 과학자로서는 최고 영예인 러시아 과학 아카데미 정회원 추대를 거부해 또다시 세인의 주목을 받은 페렐만은 요즘도 가끔 근교의 숲으로 버섯을 따러 다니는 것 외에는 외출을 거의 하지 않는 은둔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마치 중세 고행 수도사의 DNA를 지닌 듯 은둔의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수학사 속에 괴짜 수학자들이 수두룩하지만,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초월수 파이(π) 같은 기인 그레고리 페렐만-. 그런 아들을 보는 엄마의 속은 어떨까 궁금하기는 하지만, 그가 행복하게 그리고 침해받지 않은 고요한 삶을 이어가길 바랄 뿐이다. 이광식 통신원 joand999@naver.com
  •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난제 풀려고 왜 일생을 바칠까

    ‘골드바흐의 추측’을 수학적으로 증명한다고 해서 도움 되는 건 별로 없다. 이 추측을 증명하지 못해서 비행기가 추락하는 것도 아니고 우주선이 궤도 밖으로 벗어나는 것도 아니다. 또 이 추측이 증명된다고 하여 엄청난 수학적 발전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수학자들은 이런 난제 하나를 풀기 위해 평생을 바친다. 왜 그럴까. 그 답을 프랑스의 변호사이자 수학자인 피에르 드 페르마(1601~1665)가 남긴 정리, 이른바 ‘페르마의 대정리’(‘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라고 부르기도 함)의 300년이 넘는 증명 과정에서 엿볼 수 있다. 페르마가 증명 없이 남긴 여러 정리 가운데 대부분은 그의 사후 증명됐지만 마지막까지 대정리는 해결되지 않았다. 수학자들이 대정리 때문에 얼마나 골머리를 썩였는지 문제를 푸는 사람에게 거액의 상금이 걸렸고, 증명에 도전했다가 자살했거나 미쳐 버린 사람들도 있었다. 심지어 페르마를 비난하는 수학자가 나오기도 했다. 이렇게 대정리가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을 즈음인 1997년 마침내 영국의 수학자 앤드루 와일스가 증명에 성공했다. 10세 때 ‘대정리를 풀어야겠다’고 결심했던 와일스는 44세에 문고판 서적 1권 분량으로 페르마가 남긴 수수께끼를 증명해 냈다. 와일스가 증명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꾸준한 노력과 천재성 덕분이기도 했지만 페르마 이후 수학에서 많은 발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구는 둥글다’, ‘지구는 태양 주위를 돌고 있다’는 등의 지금의 상식 역시 등장 당시에는 실생활에 별 도움 될 것 없는 소모적인 논쟁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를 증명하고 논쟁하고 사실로 인정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지성은 발전을 거듭해 왔다. 그리고 그 바탕 위에서 인류는 달을 밟았고 뉴허라이즌스호는 명왕성까지 날아갈 수 있었다. 수학자 및 과학자들은 “난제를 풀고자 하는 인간의 이성적 욕구는 후대의 발전에 바탕이 될 뿐 아니라 그 자체로 완벽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골드바흐의 추측과 유사하게 아직 증명되지 않은 대표적인 수학 난제로는 ▲3n+1 문제 ▲쌍둥이 소수 ▲메르센 수 ▲제곱수 사이의 소수 ▲홀수 완전수 ▲푸앵카레의 추측 등이 있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골드바흐의 추측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골드바흐의 추측

    “2보다 큰 모든 짝수는 두 소수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 위 명제는 얼핏 보면 단순하고 명확해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270여년 동안 많은 수학자들을 도전하게 하고 절망에 빠뜨린 수학계의 풀리지 않는 난제, 이름하여 ‘골드바흐의 추측’이다. 1742년 독일 출신의 수학자 크리스티안 골드바흐는 당시 최고의 수학자였던 레온하르트 오일러에게 ‘2보다 큰 모든 정수는 세 소수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내용이 적힌 편지를 보낸다. 당시 골드바흐는 1을 소수로 간주했기 때문에 3=1+1+1, 4=1+1+2, 5=1+1+3, 6=1+2+3, 7=2+2+3과 같이 2보다 큰 모든 정수를 세 소수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편지를 받은 오일러는 이 내용을 ‘2보다 큰 모든 짝수는 두 소수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와 ‘5보다 큰 모든 홀수는 세 소수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의 두 가지로 나눠 정리했는데 이 중 전자를 가리켜 ‘골드바흐의 추측’이라고 한다. 오일러는 골드바흐의 추측이 옳다고 생각했으나 안타깝게도 이를 수학적으로 증명하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컴퓨터가 발달하면서 실제 이 명제에서 어긋나는 짝수를 현재까지는 찾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커다란 수를 대입해 가며 확인한다고 해도 이는 수학적 증명은 될 수 없다. 하나라도 예외가 나타나면 이 명제는 거짓이 되고 마는데, 무한한 수를 두고 언제까지나 대입만 하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가 미친 단 하나의 문제, 골드바흐의 추측’은 이러한 골드바흐의 추측을 소재로 한 소설로서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한 천재 수학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지은이는 그리스 태생의 수학 천재 소설가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62)다. 작품 속 화자인 ‘나’는 집안의 골칫거리라 여겨지는 페트로스 삼촌이 사실은 뛰어난 수학자였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아버지로부터 삼촌이 골드바흐의 추측을 증명하는 데 매달려 자신의 천부적인 재능과 인생을 탕진해 버렸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은 ‘나’는 오히려 삼촌이 자랑스럽게 느껴지고 자신도 수학자가 돼야겠다는 꿈을 갖게 된다. 여기까지 보면 이 작품은 삼촌의 뒤를 이은 ‘나’의 골드바흐의 추측을 증명하기 위한 도전기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이 작품의 주인공은 페트로스 삼촌이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나’는 수학에 별 재능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수학자의 꿈을 접게 되는데, 대신 삼촌이 어떠한 인생을 살아왔기에 세상에서 잊히고 실패한 인생의 대변자처럼 돼 버렸는지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일찍이 수학적 천재성을 인정받은, 아테네 출신의 페트로스는 24세에 독일 뮌헨대의 정교수가 된다. 그에게는 사랑하던 여인이 있었는데, 그녀가 자신을 떠나 다른 사람과 결혼한 것 때문에 커다란 마음의 상처를 갖게 된다. 결국 그는 그녀가 그를 처음 만났을 때 ‘내가 너에게 끌린 건 네가 소문난 천재이기 때문이야’라고 했던 말을 떠올리며 지금까지 그 누구도 풀지 못했던 수학 문제를 풀어 자신의 천재성을 입증해 보이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그리고 선택한 것이 바로 골드바흐의 추측이었다. 결과적으로 그는 골드바흐의 추측을 증명하는 데 성공하지 못한다. 대신 이 문제에 집착하면서 본의 아니게 은둔자가 되어 혼자만의 연구실에 틀어박히게 되고 결국 친구도 가족도 수학자로서 촉망받던 장밋빛 미래도 다 잃게 된다. 수학자와 수학 문제를 다룬 소설답게 이 작품 속에는 수학사를 수놓은 천재 수학자들이 대거 등장한다. 물론 페트로스는 가상의 인물이지만 그 또한 모델이 된 인물이 있다. 바로 그리스 출신의 수학자, 흐리스토스 파파키리아코풀로스. 이름이 너무 길어 파파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그는 골드바흐의 추측과 더불어 수학계의 난제라고 꼽혔던 ‘푸앵카레 추측’을 풀기 위해 수도승이란 별명까지 얻으며 연구에 매진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젊은 날에는 부모의 반대로 사랑하는 여인과 헤어졌던 경험이 있고 미국에 온 뒤 빨리 푸앵카레 추측을 증명하고 고국으로 돌아가 자기에게 어울리는 여성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사람, 그가 바로 페트로스의 모델이다. 그 밖에도 정수론의 대가라 불리는 영국의 G H 하디와 J E 리틀우드, 그리고 32세의 젊은 나이에 숨졌으나 ‘분할 이론’으로 초끈 이론의 기반을 마련한 인도의 천재 수학자 라마누잔이 페트로스의 절친한 동료 수학자로서 지면을 장식한다. 또한 ‘참명제라고 항상 증명 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는 불완전성 원리의 괴델과 ‘어떠한 명제가 선험적으로 증명 가능한지 불가능한지는 증명해 보기까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을 밝혀낸 앨런 튜링까지, 이 작품은 페트로스가 골드바흐의 추측을 증명하는 데 매달렸다가 결국 이를 포기하기까지의 과정 속에 적절하게 실존 수학자들을 등장시켜 작품의 허구성을 빛바래게 만드는 효과를 낳고 있기도 하다. 이 작품의 매력은 수학에 문외한인 사람들에게도 수학적 흥미를 불러일으키며 순수 수학에 대한 감탄과 호의를 이끌어 낸다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작품 여기저기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수학자들의 모습과 그들이 추구하는 수학의 세계는 분명 순수하고 아름다워 보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페트로스의 삶은 그 자체로 인생의 여러 단면들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실연당한 여인에게 보란 듯이 내세우고 싶은 성공에 대한 열망, 절친한 동료였지만 라이벌이기도 했던 라마누잔의 죽음에 남모르게 느꼈던 안도감, 생각처럼 풀리지 않는 수학 문제를 움켜쥐고 있는 데 대한 초조함과 불안감, 잠깐 동안이었지만 문제를 해결했다고 확신한 데서 오는 성취감과 희열감 등 우리가 희로애락이라고 부르는 것들의 면면을 치밀한 구성과 유머러스한 문체로 그려 내고 있다는 데 이 작품의 또 다른 진가가 숨어 있다. 작품 속에서 페트로스는 누가 뭐라든 자신의 인생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나는 실패한 게 아니야. 그저 운이 없었을 뿐이지’라는 그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어쩌다 보니 운 나쁘게도 참이란 것을 증명할 수 없는 문제에 매달리게 된 것뿐이다. 어쩌면 생각하기에 따라 그의 인생은 성공한 인생일 수도 있다. 자신의 모든 재능과 열정 그리고 젊음을 한 가지 목표만을 향해 바칠 수 있는 삶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골드바흐의 추측을 증명하는 것이 삶의 목표였던 페트로스처럼 우리는 누구나 자신만의 꿈을 가지고 산다. 증명하기 전까지는 그것이 증명 가능한 명제인지 불가능한 명제인지 알 수 없다는 튜링의 확인처럼 그 꿈을 이루는 것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알아내기 위해서는 일단 최선을 다해 그 꿈을 향해 밀고 나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도전은 아름답다고 말하지 않는가.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선택한 것에 대해 절망할 권리가 있다. 권경주 한우리독서토론논술 책임연구원
  • 책을 뛰쳐나온 수학, 현실 문제 방정식 풀다

    책을 뛰쳐나온 수학, 현실 문제 방정식 풀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동독과 서독으로 갈라졌던 독일은 1990년 10월 3일 갑작스레 통일을 맞게 됐다. 통일 수도가 베를린으로 결정되면서 베를린시 당국은 예상치 못한 일로 골머리를 앓게 됐다. 동베를린과 서베를린으로 나뉘어 있다가 하나로 통합되면서 교통난이라는 복병을 만난 것이다. 만원 버스에, 버스 한 대를 보내고 나면 다음 버스가 언제 도착하는지 알지 못한 채 정류장에서 하염없이 차를 기다리는 긴 줄은 통독 직후의 혼란스러움을 대표하는 풍경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시 당국은 버스를 증차하고 버스노선을 늘리는 대책을 마련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원점으로 돌아가는 일이 반복되자 대중교통 문제 해결방안을 공모했다. 베를린공대에서 수학을 가르치던 마르틴 그뢰첼 교수는 ‘정수계획’이란 수학의 최적화 이론으로 이 문제를 간단하게 해결했다. 교통 현황을 반영해 버스노선을 변경하고 교통 상황에 따라 가변적으로 배차시간을 조정토록 한 것이다. 그 결과 1800대의 버스를 1300대로 줄이고도 버스 승차 대기시간은 물론 도로 혼잡 문제까지 해결했다. ●美, 선거예측·양극화 분석에도 수학 알고리즘 “기하학을 모르는 자, 들어오지 말라.”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이 세운 학교 ‘아카데미아’의 입구에 적힌 문구다. 당대 최고의 철학자를 양성하기 위한 기관에서 집중적으로 가르친 과목은 기하학과 대수학이었다. 논리적 사고를 필요로 하는 철학자에게 수학만큼 적절한 도구는 없었다. 수학은 철학·천문학과 함께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학문임에도 불구하고 그리스 자연철학의 전통 때문에 일반인들에게 논리적 사고 배양에나 도움이 되거나 이미 정해져 있는 해답을 찾는 문제풀이 방식 정도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수학이란 자연이나 우주의 법칙을 찾는 것뿐만 아니라 인간관계나 사회적 현상 등에서 나타나는 문제에 대한 해법을 알려주는 실질적 학문”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최근 미국을 비롯한 기술 선진국들은 정보기술(IT)·생명공학(BT)·금융·우주항공·교통 등 기술 분야는 물론 선거예측·정책효과, 사회 양극화 문제 분석 등 사회과학 분야에서도 수학적 논리와 알고리즘이 쓰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인공신장 제작용 ‘신장 모델’ 생물학 난제 도전 최근 수학이 많이 활용되는 곳은 생명과학 분야다. 생명과학은 밝혀지지 않은 복잡한 생명 현상을 규명하는 학문 분야로, 물리학이나 화학 등 자연과학뿐만 아니라 유체역학, 컴퓨터과학 등 공학분야와도 밀접한 연관을 갖고 연구되고 있다. 특히 21세기 생물학의 바탕에는 수학이 자리잡고 있다. 의생명공학 분야는 인체에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고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인공 장기를 만드는 데 관심이 많다. 체내 노폐물을 제거하는 신장을 대체할 수 있는 인공신장을 만들기 위한 ‘신장 모델’은 수학을 이용해 생물학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대표적인 시도 중 하나다. 건국대 수학과 정은옥 교수는 “수학은 전염병 확산 과정 예측뿐만 아니라 인공장기 개발 등 바이오 산업계에서 고민하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대표적인 수단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무인(無人) 진단도 수학을 이용해 의료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 중 하나다. 애플 워치와 같은 개인용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생체 데이터를 받아 이전 환자들에게 수집한 생체 데이터와 비교해 상호 유사성이 높을 경우에만 병원을 방문해 정밀검사를 받도록 유도하는 기술이다. 무분별한 정밀검진이나 병원 방문을 줄여 의료비로 들어가는 개인적·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 기술은 환자와 기존에 수집된 생체 데이터값을 비교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신상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고도의 통계 및 정보처리 수학기법이 적용된다. ●유체역학 적용한 ‘캐리비안의 해적’ 특수효과상 최근 개봉되는 애니메이션이나 판타지·SF영화 등에서 특수 시각효과는 빠질 수 없는 요소다. 미국 스탠퍼드대 응용수학자 론 페드키우 교수는 유체역학 방정식을 이용해 ‘해리 포터’, ‘스타워즈’, ‘터미네이터’, ‘캐리비안의 해적’ 등 영화에 나오는 특수효과를 실감나게 만들었다. 특히 조니 뎁이 주연한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나온 거센 폭풍우와 파도는 실제보다 더 실감난다는 평가를 받으며 2007년 아카데미상 특수효과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3년 겨울 개봉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에서도 수학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 영화 상영 내내 스크린을 채웠던 눈은 미국 UCLA 수학과 조지프 테란 교수의 컨설팅으로 탄생했다. 눈은 물 같은 유체와 달리 고체와 유체 상태가 섞여 있기 때문에 좀더 복잡한 수학적 기법이 필요했다. 테란 교수는 유체역학과 고체역학을 결합시켜 실감나는 눈 장면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정보통신 분야에서도 수학은 필수적이다. 미국 알카텔 루슨트사의 벨연구소 수학자들은 역행렬 알고리즘을 이용해 구리선으로도 광섬유에 버금가는 데이터 통신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구리선을 광섬유로 한꺼번에 바꿀 때 발생할 수 있는 수조원 이상의 교체 비용을 줄이는 데 한몫을 하기도 했다. 포스텍 수학과 박형주 교수는 “최근 수학은 학문이 아닌 대중들의 삶과 직접 관계된, 사회적 혹은 산업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실제로 미국과 유럽은 물론 이웃 일본과 중국도 21세기 산업 경쟁력이 수학 수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고 산업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산업수학 연구소 설립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소설처럼 팔린 자본론이 온다

    소설처럼 팔린 자본론이 온다

    21세기 자본/토마 피케티 지음 장경덕 외 옮김/이강국 감수/글항아리/864쪽/3만 3000원 부와 소득의 분배는 중요한 문제임에 틀림없지만 지금까지 지적·정치적 토론의 결과는 공허했다. 소득 불평등의 심화는 풀어야 하는, 그러나 풀 수 없는 난제로 받아들여져 온 게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이런 마당에 프랑스의 소장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43)는 “소득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글로벌 자본세를 물리자”는 도발적인 제안을 한다. 논리적 근거도 없이 넘치는 편견을 바탕으로 제기됐던 기존 경제학자들의 주장과 달리 광범위한 역사적 비교 자료에 바탕을 둔 실증적 제안은 경제학의 패러다임을 바꿀 정도의 충격을 던졌다. 전 세계적으로 ‘피케티 신드롬’을 일으킨 책 ‘21세기 자본’이 프랑스(2013년 8월), 미국(2014년 3월)에 이어 다음달 초 한국어로 번역·출간된다. 피케티의 이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월가의 탐욕과 도덕적 해이, 그리고 소득 불평등 문제가 핫이슈로 부각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특히 미국에서의 반응은 뜨거웠다. 지난봄 영어 번역본이 출간된 뒤 지금까지 50만부 이상 팔리면서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국내에서도 경제민주화 논쟁과 맞물려 일찌감치 불어닥친 피케티 열풍 덕분에 출판사에 번역본 예약 판매 신청만 3000권을 넘었다. 피케티는 경제적 불평등을 야기하는 자본주의의 작동 원리를 명료하게 설명한다. 그는 책에서 소득 불평등의 근본 원인으로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다는 점을 부각시킨다. 자본가는 일반 서민보다 항상 더 높은 소득을 갖게 되고 부자와 가난한 사람 간의 소득 불평등은 계속 커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부동산 임대료, 주식배당, 금융상품의 이자 등 자본이 스스로 증식해서 얻는 소득은 노동으로 벌어들이는 임금을 늘 웃돌기 때문에 소득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진다는 것이다. 발자크의 열렬한 팬인 그는 책에서 ‘고리오 영감’을 빗대어 19세기 프랑스 사회에서 고착화된 불평등을 설명한다. 불평등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목도되는 일이라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그는 1700년 이후 최근(2010년)까지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20개국의 납세자료를 근거로 보여 준다. 실제로 그가 제시한 통계자료를 보면 소득에서 자본이 차지하는 비율은 19세기 말~1차대전 시기에는 높다가 1914~1945년에 급격히 떨어진 이후 다시 증가해 최근에는 19세기 수준의 턱밑까지 도달했다. 자본시장이 완벽할수록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을 초과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그는 확신한다. 그는 한 발짝 더 나아가 소득 불평등을 해소할 방안을 제시한다. 바로 세금이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그 이후 나타난 공공정책들이 20세기에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 중심 역할을 했음을 설명하고, 양극화의 주된 요인을 상쇄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극소수의 최고소득층에 현 수준보다 훨씬 더 높은 세율로 과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부자들이 높은 세금을 피해 다른 나라로 국적을 옮기면 실효성을 거둘 수 없는 만큼 전 세계 국가가 동시에 실시하는 누진적인 글로벌 자본세를 부과하자는 그의 제안은 세계의 부유층을 패닉에 몰아넣은 반면, 중산층을 열광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책은 4부 16장으로 구성돼 있다. 1부 소득과 자본에서 기본 개념 소개와 함께 세계적으로 소득과 생산의 분배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거시적인 시각에서 돌아본다. 2부 자본/소득 비율의 동학에서는 자본과 소득 비율의 장기적인 변화에 대한 전망을 검토하고, 3부 불평등의 구조에서는 데이터를 확보한 나라에서 전개된 불평등의 역사적 동학을 살펴본다. 4부는 규범적이고 정책적인 대안을 도출하기 위한 결론에 해당한다. 숫자와 도표로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경제학 이론서를 피케티는 논리정연하고 부드러운 인문학적 글쓰기로 훌륭하게 처리해 읽는 재미를 준다. 피케티의 이론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치밀한 실증 연구를 통해 찾아낸 실질적 해법에 대한 반박 논거를 찾는 일은 쉽지 않은 작업임이 분명해 보인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젊은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1971년 파리 인근 클리시에서 태어났다. 1987년 바칼로레아(프랑스 대학수학능력시험)를 통과하고 최고 명문 프랑스 고등사범학교에서 수학과 경제학을 공부했다. 22세에 프랑스 사회과학 고등연구원과 영국 런던정경대학에서 부의 재분배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MIT 경제학부에서 2년간 조교수로 재직한 뒤 1995년 프랑스로 돌아와 국립과학연구소(CNRS) 연구원을 지냈다. 2000년부터 파리경제대(EHESS) 교수로 재직 중이다. ‘자본의 귀환:1700~2010년 부유한 국가들에서의 부-소득 비율’, ‘세계 최상위 소득계층 데이터베이스’, ‘20세기 프랑스의 고소득층: 불평등과 재분배’ 등 소득 불평등과 분배에 관련한 다수의 이론서와 논문을 집필했다. 2013년 경제이론 및 응용연구에서 탁월한 기여를 한 45세 이하 경제학자에게 수여하는 위뢰 얀손 상을 수상했다. 피케티는 다음달 18일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는다.
  • [사설] 수학 저변 넓어져야 선진국 도약 가능하다

    무릇 수학은 모든 학문의 어머니로 통한다. 여타 과학과 공학은 물론 사회과학, 심지어 문화 예술에 이르기까지 수학이 응용되지 않는 분야가 없을 뿐더러 실질적으로 이들 학문의 발전에 밑바탕이 되는 까닭이다. 일상생활에 있어서도 수학 원리가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없을 만큼 인간의 삶에 직접적이고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컴퓨터 발명 이후 첨단고도 산업이 급속히 발달해 가는 상황에서 수학의 활용 범위와 수학인력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어제 전 세계 수학자 50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막을 올린 세계수학자대회(ICM)는 수학 저변이 넓지 못한 우리나라에 의미 있는 변화의 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수학의 올림픽이라 불리며 4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 ICM은 전 세계 유수의 수학자들이 대거 한자리에 모여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아직 인류가 풀지 못한 수학 난제들에 대한 공동의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다. 1897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처음 개최된 뒤 올해 27번째를 맞기까지 대부분 수학 강국인 유럽과 미국에서 대회가 개최돼 왔다. 아시아 국가로는 일본, 중국, 인도에 이어 네 번째인 이번 ICM을 성공적으로 마쳐야 함은 물론이겠으나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수학 역량을 한 단계 도약시킬 지혜를 모으는 일이 중요하다. 지금 지구촌엔 수학 르네상스라 불릴 만큼 수학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구글과 애플은 물론 미국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IT) 벤처기업과 할리우드 영화업계는 수학자 모시기에 혈안이 돼 있다. 뉴욕 금융가 또한 수학자들의 주무대가 된 지 오래다. 미국의 취업정보 사이트 커리어캐스트닷컴의 ‘2014년 최고의 직업’ 1위에 ‘수학자’가 오른 것은 수학이 더 이상 기초과학의 단계에 머물지 않고, 첨단 응용과학의 첨병으로 도약했음을 말해준다. 수학적 발견 하나가 엄청난 부를 안겨다 주는 것은 물론 인류 문명의 발전을 크게 앞당기는 세상이 된 것이다. 각종 국제 올림피아드에서 우리 학생들이 상위권을 휩쓸면서도 정작 고등수학 분야에서는 별다른 업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우리로선 냉정하게 우리의 수학 현실을 돌아봐야 한다. 1981년 국제수학연맹에 가입한 뒤로 10년 넘게 최하 등급인 1군(群)에 머무르며 수학 후진국으로 취급돼 온 우리다. 1993년 2군에 오른 뒤 2007년 차상위 등급인 4군으로 두 단계 뛰어올랐으나 여전히 국제적 수학자는 손에 꼽을 만큼 부족하다. 국가 차원의 체계적 지원이 없었기 때문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수학에서 뒤진 선진국은 없다. 이제라도 5군 세계 10대 수학강국으로 도약할 종합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 13일 ‘수학 노벨상’ 수상자 4명 나온다

    ‘수학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서울 세계수학자대회(ICM)가 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다. ‘나눔으로 희망이 되는 축제 : 후발국에 꿈과 희망을’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대회는 오는 21일까지 전 세계 120여개국 5000여명이 참석해 역대 최대 규모로 기록될 전망이다. 특히 개막식에서는 ‘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수학계 최고 권위의 상인 필즈메달 수상자가 발표된다. 필즈상은 캐나다 수학자 존 찰스 필즈가 제1차 세계대전 후 분열된 수학계의 단합을 위해 주창했으며 1936년 처음 도입됐다. 수학계의 난제를 풀어내는 등 업적이 뚜렷한 학자에게 주어지며 노벨상 등 다른 상과 달리 40세 이하여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4년마다 열리는 대회 개막식에서 수상자가 발표되는 것이 전통이고 대회마다 2~4명의 수상자가 배출된다. 현재까지 모두 52명이 수상했다. 서울대회에서는 4명의 수상자가 발표된다. 아쉽게도 한국은 이번에도 필즈메달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할 전망이다. 한편 이번 대회 참석을 위해 에볼라 바이러스 환자 발생국 중 나이지리아에서 수학자 4명이 입국했다. 나이지리아는 총 37명이 사전에 등록했지만, 이 중 25명만 비자를 발급받았고 현재까지 3명은 참가 취소 의사를 밝혔다. 최대 18명이 더 입국할 수 있다. 대회조직위원회는 법무부 출입국관리소,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등과 협조해 이들 입국자에 대해 철저한 검사는 물론 휴대전화 통화 등을 활용해 동선을 확인하기로 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한국 수학 세계 4등급… 최고 단계 문턱

    한국 수학 세계 4등급… 최고 단계 문턱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한국 학생들의 수학 성적은 최상위권이지만 한국은 아직 세계 최고의 수학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중·고교생 천재들의 경연장인 수학올림피아드에서도 한국은 10년 넘게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대학 이후에는 감감 무소식이다. 수학을 학문이 아닌 입시 도구로 여기는 풍조 탓이다. 그러나 한국 수학의 국제적 위상은 일반적인 시각과 달리 상당히 높은 편이다. 국제수학연맹(IMU)은 각국의 수학 등급을 5등급으로 분류한다. 숫자가 클수록 선진국이다. 최고 단계인 5등급은 미국, 일본, 독일, 러시아, 중국, 이스라엘 등 10개국이다. 한국은 1993년 2등급에 오른 뒤 2007년 4등급으로 승급해 인도, 브라질 등과 함께 수학 최강국의 문턱에 서 있다. 박형주 서울세계수학자대회 조직위원장은 11일 “연맹 창설 이후 국가의 등급이 한꺼번에 두 단계가 오른 것은 한국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금종해 고등과학원장은 “수학은 장비가 좋거나 사람이 많다고 해서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라며 “한 사람이 1년에 논문 한편을 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높은 수준의 수학자가 많아야 논문이 많이 나오고 국가 순위가 올라간다는 뜻이다. 한국은 ‘노벨상’에는 목을 매면서도 ‘수학의 노벨상’인 필즈메달에는 큰 관심이 없다. 하지만 한국 수학계는 노벨 과학상보다 필즈메달 수상자가 먼저 나올 것으로 자신한다. 13일 개막하는 서울대회를 계기로 한국 수학의 위상은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중국은 2002년 베이징대회 이후 논문이 급증해 세계 2위의 수학 대국이 됐고, 스페인도 2006년 마드리드대회 이후 7위까지 올랐다. 필즈메달 수상 요건인 ‘난제 해결’ 역시 최근 활발해진 추세다. 고등과학원은 ‘수학난제연구센터’를 설립해 몇 년 전부터 난제 해결에 도전하고 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서울 세계수학자대회 D-2] 풀이과정 결과물들 경제·금융·공학 등 다양한 분야 응용

    [서울 세계수학자대회 D-2] 풀이과정 결과물들 경제·금융·공학 등 다양한 분야 응용

    수학은 변하지 않는 학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5원소설,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 등 위대한 학자들의 과학적 이론 대부분은 인류가 과학을 연구하고 많은 것들을 알게 되면서 변했고 틀린 것으로 판명됐다. 하지만 오늘날에도 절대 명제로 남아 있는 것들이 있다. ‘두 개의 점을 잇는 가장 짧은 거리는 직선’ ‘삼각형의 세 각의 합은 180도’ 등 유클리드의 기하학이 만들어진 것은 기원전 200년 무렵이었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다룬 아이작 뉴턴의 ‘프린키피아’는 유클리드 기하학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피타고라스의 정리, 아르키메데스의 ‘부력의 원리’ 등도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다. 수학이 ‘불멸의 학문’으로 불리는 이유다. 수학시험의 문제는 매년 조금씩 바뀌지만, 그 문제를 풀기 위해 알아야 하는 원리는 결코 변하지 않는다. 세상에 나온 지 수십년이 넘은 ‘수학의 정석’ 시리즈가 별다른 개정 없이도 지금껏 가장 많이 팔리는 참고서라는 것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수학은 절대적인 가치를 추구한다. 수학은 끊임없이 ‘증명’을 요구한다. 세상 만물에 두루 미치거나 통하는 보편적 성질을 밝혀내는 것이 수학의 근본적인 목적이다. 이처럼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얻어진 결과물은 다른 분야에서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철저한 검증을 마친 내용이기 때문이다. 산수에서 수학으로 넘어가는 순간 한국의 학생들은 수학을 기피 대상으로 인식한다. 많은 이들이 수학을 단순히 ‘어렵다’고 생각하고, 어떤 사람은 ‘돈 세는 법’만 알면 세상 사는 데 지장이 없다고 한다. 이는 수학이 모든 것을 만들고,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치면서도 절대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유클리드 이후에도 수많은 수학자들이 인류사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1500년대의 지롤라모 카르다노는 확률론의 기초를 확립했고, 1600년대 르네 데카르트는 방정식을 처음으로 사용했다. 레온하르트 오일러가 발표한 ‘오일러의 공식’은 전기, 전자의 발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1800년대 앙리 푸앵카레는 현재 증권시장의 운용 원리를 수식으로 제안했고, 존 벤은 벤다이어그램을 만들어 집합을 집대성했다. 20세기에 들어선 뒤에도 컴퓨터와 로봇에 활용되는 벡터의 개념을 정립한 헤르만 베일, 게임 이론을 만들어낸 존 내시 등이 등장했다. 수학자들은 수학의 중요성을 물으면 ‘수학 없이는 세상이 돌아가지 않는다’라고 잘라 말한다. 예를 들어 물리학이나 화학은 물론 공학 등 대부분의 이공계는 모두 수학에서 출발해 계산과 수식으로 표현된다. 우주선을 발사하거나, 미사일을 만들고, 심지어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서도 수학이 사용된다. 로켓이 날아가는 궤도, 로켓을 발사하기 위해서 넣어야 하는 적절한 연료의 양, 로켓이 대기권에 진입할 때 받는 힘, 그 안에 타고 있는 우주인이 견딜 수 있는 적절한 압력과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장치의 구조 등 어느 곳 하나 수학으로 풀어내지 않는 것이 없다. 경제와 경영학, 금융, 사회학 역시 수학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경제·경영학이 본격적으로 발달한 것은 미분방정식이 등장한 이후다. 사실 미분방정식이 등장하기 전, 경제학은 학문으로 분류되지도 못했다. 경제학의 역사는 300년이 채 되지 않는다. 파생상품이나 수익률, 주식시장 등 금융계를 움직이는 근간 역시 수학이라고 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을 만들거나, 영화 컴퓨터그래픽(CG) 작업에도 수학자가 참여한다. 프로야구 리그의 각 팀들이 골고루 이동할 수 있도록 시즌 일정을 짜는 것도 수학 덕분이고, 버스나 지하철 노선을 만드는 것도 수학이다. 기상청에서 날씨 예측을 하는 슈퍼컴퓨터가 하루 종일 하는 것도 사람 대신 방정식을 푸는 일이다. 서울 세계수학자대회(ICM)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형주 포스텍 수학과 교수는 “수학계 최고의 난제로 불렸던 페르마의 마지막 문제가 1994년 앤드루 와일스라는 수학자에 의해 풀렸는데, 이 문제를 풀어낸 타원곡선이론은 현재 인터넷 상거래에 사용되는 암호의 원리”라며 “수학자들이 풀려고 노력하는 문제들이 곧 새로운 기술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때 기피 학문이었던 수학은 21세기에 새롭게 도약하고 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벤처가 급성장하고, 금융시장이 새로운 상품을 개발해내는 데 수학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학의 중요성과 수학자의 가치 역시 재조명받고 있다. 서울 ICM 첫날 대중강연을 하는 제임스 사이먼스는 현재 수학계 최고의 스타이자 유명인사다. 1974년 기하학적 도형을 측정하는 ‘천-사이먼스 이론’을 발표한 그는 금융계에 투신해 해지펀드 투자사인 르네상스 테크놀로지를 세웠다. 2005년, 2006년, 2008년 전 세계 펀드매니저 중 연봉 1위를 차지한 금융계의 전설이기도 하다. 수학 이론을 주가 변동 흐름 파악에 적용한 덕분이었다. 순자산은 13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2007년 기준 미국 27위 부자다. 미국 월가에서는 1000명이 넘는 수학자들이 활동하고 있고, 한국 금융계에서도 수학 전공자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미국 커리어캐스트닷컴이 근무환경, 수입, 스트레스 등을 기준으로 지난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수학자는 미국 최고의 직업 1위다. 3위 통계학자, 4위 보험계리사, 7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역시 수학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서울 세계수학자대회 D-2] ‘리만 가설’ 같은 난제들 해법 찾아라… ‘수학계의 올림픽’

    [서울 세계수학자대회 D-2] ‘리만 가설’ 같은 난제들 해법 찾아라… ‘수학계의 올림픽’

    인류가 수를 세고 숫자를 적기 시작한 이후 수천년 동안 수학은 ‘외로운 학문’이었다. 칠판과 분필, 또는 연필과 공책, 이마저도 없으면 땅바닥과 해변의 모래가 수학자들이 사용하는 유일한 도구였다. 하지만 19세기에 접어들면서 수학은 계산을 하는 ‘수’와 도형을 연구하는 ‘기하학’의 틀을 깨고 나오기 시작했다. ‘x’ ‘y’처럼 문자를 쓰거나 수학 법칙을 간단하게 나타내는 ‘대수학’과 함수를 다루는 ‘해석학’이 급속도로 발전했다.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교통의 발달이었다. 뛰어난 수학자들이 의견을 나누기 위해서 보내던 편지는 몇 달에서 며칠로 빨라졌고, 서로 만나서 머리를 맞대는 일이 빈번해졌다. 수학자들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개인의 호기심’을 해결하던 기존의 연구방식 대신 ‘우리는 무슨 문제를 풀어야 할까’라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그 결과가 1897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처음 열린 ‘세계수학자대회’(ICM)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회 대회에 나선 당대 최고의 수학자 다비드 힐베르트는 ‘수학의 미래’라는 강연을 통해 23개의 난제를 제시했다. 이른바 ‘힐베르트의 문제’로 불리는 이 난제들은 이후 전 세계 수학계와 수학자들이 도전해야 할 대상이자 꿈이 됐다. 그 후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힐베르트의 난제는 ‘리만 가설’(소수의 패턴 연구)로 불리는 한 문제를 제외하고 모두 풀렸다.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얻어진 각종 이론과 계산법들은 경제, 금융, 공학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현대 사회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됐다. ICM은 4년마다 전 세계를 돌며 개최되고 있다. ‘수학계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이유다. 오는 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27회 ICM에는 130여개국에서 5000여명의 수학자가 참석한다. 서울 대회는 아시아에서는 네 번째 개최다. 21일까지 이어지는 서울 ICM은 13일 개막식과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메달 수상자 발표를 시작으로 21회의 기조강연, 179회의 초청강연, 6회의 패널토론 등이 이어진다. 황준묵 고등과학원 교수는 한국인 최초로 ICM 기조강연자로 나선다. 르네상스테크놀로지를 창업한 미국 수학자 제임스 사이먼스, 필즈메달 수상자 세드리크 빌라니 교수 등의 강연이 관심을 모은다. 또 이창호, 유창혁 9단 등 프로 바둑 기사들이 중국, 일본 등의 수학자 18명과 1대6으로 바둑을 두는 ‘다면기’ 등 일반인과 학생을 위한 다양한 행사도 준비돼 있다. ICM조직위 측은 대회를 앞두고 서아프리카에서 창궐하는 에볼라 바이러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ICM조직위는 당초 초청 대상이었던 기니 출신 학자 1명의 초청을 취소했다. 또 9일 경주에서 열린 국제수학연맹 총회에서는 참가가 확정됐던 나이지라 수학자 12명에 대해 불참 권고 통보를 보내기로 했다. 다만 나이지리아 학자들이 참가를 강행할 경우에는 이를 강제로 막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진경호의 시시콜콜] 지구촌 수학천재들이 몰려온다

    [진경호의 시시콜콜] 지구촌 수학천재들이 몰려온다

    지하철 노선도엔 수학이 담겨 있다. 늘리거나 줄여서 공이나 점으로 만들 수 있으면 같은 것으로 간주하는 ‘위상수학’의 개념이 녹아 있다. 위상수학에선 하나의 구멍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머그잔과 도넛을 같은 것으로 친다. 2002년 은둔의 러시아 수학자 그리고리 페렐만이 증명해 내기까지 우주가 하나의 커다란 공처럼 생겼을 것이라는 가설로 100년간 세계 7대 난제의 하나로 군림해 온 ‘푸앵카레의 추측’이 이 위상수학의 영역이다. 미적분 얘기만 나와도 머리가 지끈거리지만 사실 수학은 이처럼 우리 일상의 모든 영역에 녹아 들어 있다. 인류의 역사를 만들고, 미래를 여는 게 수학이다. 2차 세계대전을 연합군이 승리할 수 있었던 건 해독하는 데 몇 달 걸리던 독일군 암호를 몇 분 만에 풀어버린 영국의 천재수학자 앨런 튜링이 있었기 때문이고, 136억년 전 우주의 탄생에 다가갈 수 있었던 것도 물리학적 발견을 ‘참’ 아니면 ‘거짓’인 수학적 분석이 뒷받침했기 때문이다. 인류 문명을 이끈 천재 수학자들의 얘기는 수학 자체만큼이나 고독하고, 그래서 더 신비롭기만 하다. ‘Xⁿ+Yⁿ=Zⁿ에서 ⁿ이 3 이상이면 이를 만족시키는 양의 정수 X, Y, Z는 없다’는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는 350년 뒤인 1995년 영국 수학자 앤드루 와일즈가 책 한 권 분량으로 증명하기까지 숱한 천재들을 좌절로 몰아넣기도 했다. 인류 최고의 수학자로 불리는 가우스는 이 문제를 두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문제”라고 일축했다지만 실리콘밸리를 넘어 할리우드에까지 수학자들이 몰리는 현실은 수학이 기초과학의 울타리를 넘어 응용과학, 심지어 첨단산업기술과 문화예술의 중심으로 자리했음을 말해준다. 현대수학의 천재들이 서울로 몰려든다. 다음달 13일부터 21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리는 세계수학자대회(ICM)에 세계 100개국 5000여명의 수학자들이 참여한다.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수학 월드컵’이다. 수학의 노벨상인 필즈상과 울프상, 아벨상 등 최고 권위의 수학상을 휩쓴 존 밀노어와 ‘쌍둥이 소수’ 전문가 장 위탕 등 유수의 석학들이 18번째 필즈상 수상자의 탄생을 지켜보게 된다. 수학의 난제들만 집중 연구하는 세계 유일의 수학난제연구센터(CMC)가 지난해 11월 고등과학원(KIAS)에 들어섰건만 정작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는 이를 모르고 있다. 수학올림피아드에서 어린 학생들이 상위권을 휩쓸면서도 필즈상 수상자는 내지 못한 수학 개발도상국이다. 건국 이후 처음 맞는 지구촌 수학축제가 모쪼록 과학입국의 새로운 디딤돌이 되길 빈다. jade@seoul.co.kr
  • [사설] 학원가 규제없이 선행학습 금지 헛일이다

    사교육을 줄이려는 ‘선행학습 금지법’ 시행을 앞두고 오히려 학원가에서 선행학습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관련 한 시민단체는 그제 중대형 학원 10곳에서 중·고교의 수학·과학 교과 과정보다 평균 4년 앞선 내용을 가르치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지난해의 평균 3.8년보다 그 정도가 심해졌다. 오는 9월 시행되는 선행학습 금지법이 일반 학교에만 적용되고 학원이 빠진 맹점을 악용하는 것이다. 관련 법의 시행으로 학생들이 학원으로 몰릴 것이란 예상이 ‘풍선효과’로 현실화하는 게 아닌가 심히 우려된다. 내용을 보면 학원가의 사교육 실태가 아연 놀랍다. 중학교 1학년 과정에 ‘의대 진학반’을 만들어 고교 2학년 과정을 가르치고, 올림피아드 대회를 준비한다며 대학의 수학과에서 배우는 ‘정수론’ 과목을 가르친다는 홍보를 하고 있다. 교육 당국의 선행학습 금지 의지를 비웃는 도 넘은 상술이고, 사교육 희소성에 따른 학부모의 불안심리를 교묘히 이용한 악덕 행위다. 20조원에 이른다는 우리의 사교육 시장의 힘을 증명해 보이는 듯해 씁쓸하다. 그동안 사교육의 폐해를 줄이려는 정책은 숱하게 많았다. 중·고교에서 선행학습을 유도하는 문제를 내거나, 대학 입시에서 고교의 교과 범위를 넘는 내용을 출제하면 불이익을 주었다. 사교육을 부추긴다며 논술고사를 치르는 대학에 예산과 정원을 줄이겠다는 엄포성 정책도 내놓았다. 성과를 거두기 쉽지 않은 궁여지책이지만 이들 외엔 마땅한 대안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교육 문제가 난제인 건만은 분명하며, 교육 당국도 정책과 현장과의 괴리감을 익히 아는 바다. 이는 학벌주의가 만연한 교육 현장의 구조적 문제이기도 하다. 선행학습 금지법의 시행이 반쪽의 성과도 내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이런 이유에서 나온다. 보다 나은 대학을 위해 학원으로 달려가지 않을 학생과 학부모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이 제도의 시행 효과와 별개로 학원가의 도 넘은 홍보 행태를 그냥 둬선 안 될 일이다. 비뚤어진 사교육의 온상이 학원임은 분명하다. 현행 규정엔 학원 등 사교육 기관은 선행학습을 광고하거나 선전하지 못하게 돼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학원이 처벌 수위를 감내할 정도라는 데 있다. 이러한 학원가의 위법 행위를 줄이려면 처벌을 강화하는 길밖에 없다. 학원법을 개정하는 방안까지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학원가의 자정이 따르지 않으면 선행학습 금지법의 시행은 혼란만 남기고 만다.
  • “‘웜홀’로 미래 혹은 과거로 메시지 전송 가능”

    “‘웜홀’로 미래 혹은 과거로 메시지 전송 가능”

    이른바 시간여행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웜홀’ 을 통해 과연 미래 혹은 과거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을까? 최근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물리학자 루키 버처 교수가 웜홀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내놔 관심을 끌고있다. 그간 SF영화의 단골 소재로 등장해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한 웜홀(worm hole)은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연결하는 우주의 시간과 공간의 벽에 생긴 구멍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를 통과하면 적어도 수학적으로는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는 것이 관련 학자들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웜홀이 존재한다고 해도 가장 큰 난제는 바로 인간은 물론 작은 물질 자체도 통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무엇인가를 통과 시킬만큼 웜홀이 길지않고 금방 붕괴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버처 교수는 이에대한 새로운 주장을 제기했다. 바로 웜홀이 그 넓이만큼 길다면 펄스(pulse) 정도는 통과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은 과거 미국의 이론 물리학자 킵 손 박사의 이론에 근거한다. 손 박사는 음에너지인 카시미르 에너지를 사용하면 매우 불안정한 터널같은 웜홀을 보다 안정되게 만들 수 있다는 이론을 발표한 바 있다. 버처 교수는 “만약 카시미르 에너지의 양이 웜홀 내부에 충분히 존재한다면 웜홀이 그 넓이만큼 길 수 있다” 면서 “내 계산으로는 일부의 웜홀 내부에 충분한 카시미르 에너지가 존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같은 조건이 구비된 웜홀이라면 펄스에 메시지를 담아 과거 혹은 미래로 웜홀이 붕괴되기 전에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웜홀’ 로 과거 혹은 미래로 메시지 전송 가능” (英 연구)

    “‘웜홀’ 로 과거 혹은 미래로 메시지 전송 가능” (英 연구)

    이른바 시간여행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웜홀’ 을 통해 과연 미래 혹은 과거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을까? 최근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물리학자 루키 버처 교수가 웜홀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내놔 관심을 끌고있다. 그간 SF영화의 단골 소재로 등장해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한 웜홀(worm hole)은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연결하는 우주의 시간과 공간의 벽에 생긴 구멍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를 통과하면 적어도 수학적으로는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는 것이 관련 학자들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웜홀이 존재한다고 해도 가장 큰 난제는 바로 인간은 물론 작은 물질 자체도 통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무엇인가를 통과 시킬만큼 웜홀이 길지않고 금방 붕괴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버처 교수는 이에대한 새로운 주장을 제기했다. 바로 웜홀이 그 넓이만큼 길다면 펄스(pulse) 정도는 통과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은 과거 미국의 이론 물리학자 킵 손 박사의 이론에 근거한다. 손 박사는 음에너지인 카시미르 에너지를 사용하면 매우 불안정한 터널같은 웜홀을 보다 안정되게 만들 수 있다는 이론을 발표한 바 있다. 버처 교수는 “만약 카시미르 에너지의 양이 웜홀 내부에 충분히 존재한다면 웜홀이 그 넓이만큼 길 수 있다” 면서 “내 계산으로는 일부의 웜홀 내부에 충분한 카시미르 에너지가 존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같은 조건이 구비된 웜홀이라면 펄스에 메시지를 담아 과거 혹은 미래로 웜홀이 붕괴되기 전에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노주석의 서울택리지 테마기행] (2) 아파트(중)

    [노주석의 서울택리지 테마기행] (2) 아파트(중)

    ●박정희·전두환 정권이 만든 ‘아파트 공화국’의 흑역사 풍수학자 최창조(전 서울대 교수)가 “이제 모든 국토는 도시다”라고 선언하자 사회학자 전상인(서울대 교수)은 “사실인즉 우리나라 모든 도시는 아파트이고 따라서 모든 국토가 곧 아파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화답했다. 산비탈과 논두렁, 밭두렁 일색이던 우리 땅이 ‘아파트 천지’로 변했다. 서울을 찾은 외국인의 눈에 처음 들어오는 경관은 산이나 강이 아니라 아파트가 됐다. 상전벽해(桑田碧海)에서 ‘상전금지’(桑田地)가 됐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좋든 싫든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군 출신 독재자, 박정희와 전두환 두 대통령의 의지가 그렇게 만들었다고 본다. 작금의 아파트공화국은 박정희·전두환의 의지와 그를 맹신하는 추종자들이 내놓은 합작품이다. 박정희가 기획하고 전두환이 연출했다. 박정희가 ‘아파트지구 지정’을 통해 서울 강남을 아파트 숲으로 변하게 했다면 전두환은 ‘택지개발촉진법’으로 대한민국을 아파트 밀림으로 만들었다. 아파트 발전사와 주거사회학, 아파트 문화사를 두루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주거혁명은 5·16 쿠데타에 성공한 박정희가 국가재건최고회의 부의장에 오른 1961년 시작돼 5~9대 대통령을 지내고 1979년 10·26사건으로 시해된 18년 동안 진행됐다. 그의 경제이데올로기는 ‘건설입국’(建設入國)이었고 그에 편승해 아파트는 지배적 주거 형태로 등극했다. 보릿고개에서 막 벗어난 신생 대한민국의 목표가 ‘먹는 것’에서 ‘사는 곳’으로 전환된 시기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쥔 독재자의 선택이었다. 관계 당국의 조건 없는 정책지원과 아파트 건설 업체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수직 폭발을 일으켰다. “우리나라의 의식주생활은 너무나도 비경제적이고 비합리적인 면이 많았음은 주지하는 바입니다. 여기에 생활혁명이 절실히 요청되는 소이가 있으며 현대적 시설을 완전히 갖춘 마포아파트의 준공은 이러한 생활혁명을 가져오는 데 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되는 것입니다.…인구의 과도한 도시집중화는 주택난과 더불어 택지가격의 앙등을 가져오는 것이 오늘의 필연적인 추세인 만큼 이의 해결을 위해선 앞으로 공간을 이용하는 이러한 고층아파트 주택의 건립이 절대적으로 요청되는 바입니다.” 1962년 국내 최초 단지형 아파트인 마포아파트 준공식에 참석한 국가재건최고회의 박정희 의장의 치사 중 일부다. 박정희의 ‘생활혁명론’은 앞으로 집권기간 동안 그침 없이 추진될 ‘아파트 입국’의 미래를 웅변한다. 육사 8기생으로 혁명주체세력의 한 명이었으며 대한주택공사(지금의 LH) 총재를 두 번 지낸 장동운이 아파트 전도사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장동운은 미국 군사학교 유학시절 잡지에서 본 대단지 아파트 사진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뭔가 새로운 것’을 찾던 김종필 등 혁명세력에 알렸다. 아파트에 대한 낮은 인지도와 ‘빈민굴’이라는 인식 탓에 그의 추진력과 혁명세력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마포아파트 부지 확보와 건설자금 마련 등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장동운은 두 번째 주공 총재 임기 중이던 1968년 동부이촌동 한강맨션이라는 우리나라 아파트건설사에 획을 긋는 대표 작품을 남겼다. 일본신문 광고의 80%를 주택광고가 차지하는 것을 보고 중산층 아파트의 성공을 확신했다고 한다. 사상 첫 모델하우스의 등장과 아파트 분양제도의 도입이라는 신기원을 기록했다. 이후 현대건설 등 민간 건설사들이 뛰어들면서 아파트 건설시장은 비등점을 향해 치달았다. 1994년 폭파된 남산 외인아파트도 장동운의 작품이었다. 1970년 박정희에게 외국인 바이어 거주용 아파트의 필요성을 건의하자 박정희는 지도 위에 한남동 외인주택에서 남산공원까지 줄을 쫙 그으면서 “이 선 안쪽으로 아파트를 세우시오”라고 분부했다는 것이다. 남산 중턱에 16층, 17층짜리 초고층 아파트 2개 동 450가구가 들어섰다. 남산 하얏트호텔(지금의 그랜드하얏트서울)은 어부지리로 생겼다. 1972년 외인아파트 준공식에 참석한 박정희가 건물 옥상에 설치된 대피용 헬기 포트를 시찰하다 눈에 거슬리는 군사시설이 보이자 “철거하고 호텔을 지으라”고 지시한 것이 하얏트호텔의 탄생 비화이다. 개발연대 남산에는 ‘3대 흉물’이 있었다. 외인아파트와 남산맨션, 하얏트호텔이 그것이다. 외인아파트는 남산 제모습찾기 사업으로 사라졌지만, 남산을 병풍처럼 막아선 하얏트와 남산맨션은 건재하다. ●김현옥·양택식·구자춘 3인 ‘아파트 도시’ 밑그림 혁명세력을 등에 업은 주공이 마포아파트와 동부이촌동 한강맨션의 성공으로 서울에 아파트의 싹을 틔웠다면 꽃은 세 명의 서울시장이 피웠다. 주공은 주공아파트, 서울시는 시민·시범·시영아파트로 독재자의 입맛을 돋웠다. 박정희의 전폭적 신임을 바탕으로 서울에 건설바람을 일으킨 김현옥(1966~1970), 양택식(~1974), 구자춘(~1978) 등 세 명의 시장이 재임한 12년 동안 ‘아파트 도시’의 밑그림이 그려졌다. 김현옥의 시민아파트, 양택식의 여의도 시범아파트와 잠실주공아파트, 구자춘의 반포아파트가 대표적이다. 김현옥은 판잣집을 철거하고 철거민을 근교로 집단이전시킨 뒤 철거 터에 시민아파트를 지었다. 1970년 와우아파트 붕괴와 1971년 광주대단지 폭동사건의 원인을 제공했지만, 한강변을 아파트 택지로 조성했다. 한강상류에 소양강댐이 건설돼 물난리 걱정이 사라지고 북한과의 체제 경쟁으로 강북지역에 대한 안보불안감이 높아진 게 일조했다. 양택식은 김현옥이 벌려 놓은 난제를 꼼꼼히 처리했다. 여의도개발과 시범아파트의 분양 성공은 서울시의 만성적인 재정난을 타개했을 뿐 아니라 아파트에 대한 선입견을 해소시켰다. 구자춘의 뚝심이 강남을 아파트로 뒤덮게 했다. 1975년 3월 4일 서울시 연두 순시에서 박정희는 강북 인구의 강남 분산을 지시했다. “영동이나 잠실을 막연하게 개발하는 것은 서울시의 인구증가 정책밖에 안 된다. 획기적인 방안을 내놔라”라는 것이었다. 구자춘은 시내에 흩어져 있던 고속버스터미널을 반포로 옮기고 주변에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조성할 것을 결심한다. 관료 출신으로 매사 신중했던 양택식과 달리 군 출신인 김현옥, 구자춘은 대통령과 국무총리 이외에 상전이 없는 듯 행동했다. 관계부처 장관과의 협의나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 관련 절차를 아랑곳하지 않았다. ‘허허벌판’ 강남을 아파트지구로 지정하는 일도 그렇게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권력자의 지시를 받은 지 1년여 후인 1976년 7월 5일 구자춘은 천호대교 준공식에 참석한 박정희를 구획정리가 한창인 영동지구로 안내한 자리에서 아파트지구 지정계획을 보고했다. 개인의 건축허가 행위가 금지되고 아파트만 지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설명이 끝나자 대통령은 아파트지구 지정계획이 그려진 도면 위에 특유의 사인을 했다. 이른바 윤허였다. 이때 반포·압구정·청담·도곡·이수·잠실·이촌·서빙고·원효·여의도·화곡 등 11개 지구 236만평이 아파트지구로 지정됐다. 개인의 재산권 침해에 대해 누구도 가타부타할 수 없었고 나머지는 통과의례였다. 10여년 후 11개 지구에는 680개동 5만 가구분의 아파트가 들어섰다. 강남은 아파트 쑥대밭이 됐다. ●탈아파트 시대 성큼… 아파트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박정희의 시대가 지고 전두환의 시대가 왔다. 박정희와 추종자들의 아파트 입국 노력은 1980년대 전두환 시대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다. 12·12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은 서슬 퍼런 국보위를 통해 주택 500만호 건설이라는 경천동지할 공약을 내놓았다. 1981년부터 10년간 3조 6000억원을 투입해 아파트 151만호 등 주택 500만호를 짓겠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존재하던 대한민국 주택의 총량이 500만호였으니 그 배포를 짐작할 만하다. 공약을 시행하는 수단인 택지개발촉진법이 1981년 시행됐다. 전두환·노태우 시대를 관통한 아파트를 위한, 아파트에 의한, 아파트의 시대가 막이 올랐다. 손정목 전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는 “택지개발촉진법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제정 공포된 6000여개의 법률 중 가장 무시무시한 위력을 가진 법률”이라고 평가했다. 택지개발예정지구라는 이름으로 어떤 땅이나 수용해 택지로 개발할 수 있고, 다른 법과 처분의 적용이 일체 배제되는 법이다. 이후 20년 동안 1억 1380만평이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됐다. 이 시기 남아 있던 모든 녹지는 택지로 변했다. 개포·고덕·목동·상계·중계지구가 아파트 단지로 변했다.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등 수도권 신도시가 건설된 것을 비롯해 전국 방방곡곡에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전두환의 ‘주택 500만호 건설’과 노태우의 ‘주택 200만호 건설’ 공약에서 ‘주택’이란 아파트의 다른 이름이었다.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정권도 예의 ‘아파트 해법’으로 주택수요를 충족시켰다. 나아가 부의 축적과 차별적 지위를 제공함으로써 중산층의 욕망을 채워줬다. 아파트 건설 업체들도 재벌그룹으로 성장하도록 배를 불렸다. 그 결과 우리나라 주택 열 채 중 여섯 채가 아파트로 둔갑했다. 고밀도 초고층 아파트 덕분에 2008년 주택보급률 100%를 넘어섰다. 단군 이래 처음으로 집 부족에서 벗어나는 대역사가 이룩된 셈이다. 아파트는 고질적인 주거문제를 해결했지만 저출산·고령화와 나홀로 가구의 증가 등 산적한 문제 앞에 노출돼 있다. 아파트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선임기자 joo@seoul.co.kr
  • [당신의 책]

    위대한 수학문제들(이언 스튜어트 지음, 안재권 옮김, 반니 펴냄) 최소한의 색깔을 사용해 구역이 구분되도록 지도를 색칠하려면 몇 가지 색이 필요할까. 답은 네 가지다. 4색이면 어떤 복잡한 지도도 구별해서 그릴 수 있다는, 유명한 ‘4색 정리’다. 간단해 보이지만 증명이 어려워 오랫동안 난제(難題)로 여겨졌다. 1976년 어펠과 하켄 교수가 1000시간 넘게 컴퓨터를 활용해 수학적 귀납법으로 증명해냈다. ‘케플러 추측’은 제한된 공간에 공을 가장 조밀하게 쌓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증명하는 데 400년이나 걸린 이 문제의 답은 과일가게 주인의 과일 쌓기 방식이었다. 영국 수학자이자 대중과학 저술가인 저자는 이처럼 수학사를 뒤흔든 14가지 난제를 소개한다. 492쪽. 2만 3000원. 빅 히스토리(데이비드 크리스천· 밥 베인 지음, 조지형 옮김, 해나무 펴냄) 가장 큰 규모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빅 히스토리’(거대사) 입문서로, 2011년 빌 게이츠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설립된 ‘빅 히스토리 프로젝트’의 핵심 강의 시리즈를 묶은 것이다. 데이비드 크리스천이 처음 고안한 ‘빅 히스토리’ 개념은 과학과 인문학을 결합시킨 융합학문으로,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선 인간의 역사를 넘어 우주 전체의 역사를 바라볼 것을 강조한다. 책은 빅뱅에서부터 별의 탄생, 태양계와 지구의 탄생, 생명의 기원, 인류의 등장, 문명의 출현, 현대사회로의 발전 등 137억년의 역사를 광범위하게 펼쳐 보여준다. 432쪽. 1만 5000원. 이매진, 초일류들의 뇌 사용법(조나 레러 지음, 김미선 옮김, 21세기북스 펴냄) 글로벌 기업 P&G의 밀대형 청소용품인 ‘스위퍼’는 먼지를 손쉽게 닦아내는 혁신적 기술로 주부들의 열렬한 환호를 이끌어냈다. 이런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왔을까. 한 할머니가 부엌 바닥에 쏟은 커피 가루를 빗자루로 쓸어낸 뒤 종이 행주를 물에 적셔 커피 알갱이 한 알까지 깨끗이 닦아내는 장면에서 착안했다. 창의성은 이처럼 우리가 날마다 하는 일을 다른 방법으로 생각해낼 때 발현된다. 이 책은 밥 딜런, 3M, 픽사 등의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개인과 집단의 창의성이 어떻게 발휘되는지를 면밀히 추적함으로써 창의적 재능이 몇몇 예외적인 인물에게만 있다는 선입견을 깨뜨린다. 328쪽. 1만 6000원. 인디고 서원에서 정의로운 책읽기(인디고 서원 엮음, 궁리 펴냄) 학업에 치여 책조차 마음대로 읽지 못하는 청소년들을 위해 전문가나 어른의 시각이 아닌 또래의 눈높이로 선정한 독서 길라잡이다. 부산에 있는 청소년인문학서점 ‘인디고 서원’의 아이들이 다양한 책을 읽으며 기록해 두었던 좋은 책들의 목록과 현실을 향해 던지는 질문들을 모아 책으로 펴냈다. 삶이 지루한 친구들에게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 궁금한 친구들에게는 ‘노인과 바다’를, 경쟁이 지긋지긋한 친구들에게는 ‘이타주의자가 지배한다’를 추천하는 등 상황과 관심사에 따른 맞춤형 책 80여권을 소개한다. 368쪽.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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