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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미래·선거 예측은 쓸데없는 짓?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미래·선거 예측은 쓸데없는 짓?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재미 삼아 ‘토정비결’을 봅니다. 토정비결대로 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운이 좋다는 얘기가 나오면 자신감을 갖고 한 해를 보낼 수 있게 될 것이고 안 좋은 얘기가 나오면 몸조심하는 효과가 있기는 합니다.인류가 지구상에 나타나면서부터 ‘미래’는 중요한 관심사였습니다. 스페인에서 발견된 구석기 시대의 알타미라동굴 벽화는 물론 한자의 가장 오래된 형태로 알려진 갑골문자도 좀더 나은 미래를 기원하거나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신탁에 대한 내용이 많습니다. 과학이 세계 작동의 중요 원리로 자리잡은 현대사회에서도 미래에 대한 관심은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과거처럼 신비주의나 단순한 공상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좀더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시도되는 것이 다를 뿐입니다. 과학시대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이런 기대감은 과학자이면서 대표적인 SF 작가인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이라는 소설에서 수학적 방법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심리역사학’이라는 학문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과학계에서도 미래 예측은 주요 관심사인 듯싶습니다.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 최신호에는 ‘예측과 그 한계’를 주제로 한 특집(Special Section)이 담겼습니다. 기사 1편, 전문가 에세이 6편, 그리고 미국 휴스턴대 국제비교연구센터, 노스이스턴대, 하버드대 정량적사회과학연구소 연구진의 ‘국제 선거예측 개선’이라는 논문까지 실렸습니다. 지난 제45대 미국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미국의 거의 모든 매체는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다고 예측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었을 때는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와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여기에 취임 직후부터 황당한 정책들을 쏟아내 ‘위대한 미국’이 아닌 ‘반쪽 난 미국’을 만들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학계의 충격을 반영한 특집호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라이언 케네디 휴스턴대 교수가 이끈 연구팀은 1945년부터 2006년까지 86개국에서 시행된 493개 선거 결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예측 모델을 개발했다고 합니다. 이 예측 모델을 이용해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열린 128개 선거 결과를 예측해 본 결과 80~90% 정도의 정확도로 결과를 맞혔답니다. 지난 미국 대선 예측에선 여론조사와 마찬가지로 힐러리가 7% 포인트 정도 차이로 승리하는 것으로 나왔다네요. 역시 실제 대선이 ‘예측불허’에 ‘이변’이었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것 같습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대선을 비롯해 지방선거, 국회의원 선거 등의 예측 결과가 실제와 어긋나는 경우가 많아 과연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한 정량적 예측에 대한 불신이 높은 상태입니다. 그렇지만 연구진은 아직까지는 여론조사 형태가 가장 정확하게 선거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도구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 주목받고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포털 검색 횟수 같은 빅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모델이 개발된다면 예측의 정확도는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사실 선거 결과를 비롯해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기 위해서는 모든 변수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할 겁니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변수인 사람은 또 다른 다양한 변수를 내재하고 있기 때문에 ‘정확히’ 예측한다는 것은 무리일지 모릅니다. ‘열길 우물 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옛말이 과학에서도 적용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edmondy@seoul.co.kr
  • 스트레스도 못 느끼는 ‘낀 세대의 비애’

    스트레스도 못 느끼는 ‘낀 세대의 비애’

    “50대 되면 스트레스 덜 느껴” “실제 스트레스는 상당하지만 노화로 인지율 줄어드는 것” 폐경 여성, 남성보다 더 느껴 20~40대까지 스트레스를 크게 겪다가 50대가 되면 훨씬 덜 느낀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발표됐다. 이에 대해 50대들은 노후 불안, 명퇴 불안, 자식 걱정 등을 감안할 때 전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성공, 성취, 주변의 존경 등 긍정적인 의미에서 스트레스가 감소하기보다 인생의 여러 목표와 소망을 포기하면서 스트레스마저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 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6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의 ‘생애주기별 정신건강 수준과 정신건강 지원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대단히 많이’ 또는 ‘많이’ 느끼는 사람의 비율로 측정한 스트레스 인지율은 30대가 27.7%로 가장 높았고 20대(26.5%), 40대(25.0%) 순이었다. 반면 50대는 18.6%로 가장 낮았다. 학업 스트레스를 느끼는 10대(21.8%)나 노년 시기로 분류되는 60대(19.9%), 70대(22.4%), 80대 이상(20.7%)보다도 낮다. 성별로 볼 때 50대 남성의 스트레스 인지율은 16.1%로 50대 여성(21.0%)보다 크게 낮다. 하지만 50대들이 들려준 현실은 스트레스 요인으로 가득했다. 만년부장으로 불리다 지난해 11월 퇴직한 신모(57)씨는 “위·아래 세대에 도리를 다했지만 대접은커녕 존중도 받지 못한다”며 “까마득한 노후를 생각하면 하루하루가 극심하게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죽도록 일했는데 마치 시대를 잘 만나 무위도식한 세대로 치부되는 것도 심각한 스트레스”라고 덧붙였다. 30년간 건설업계에 종사하다 지난해 1월 퇴직한 이모(58)씨는 “그간 가족에게 돈 버는 기계 역할이라도 충실히 했는데 이젠 그것조차 못하게 돼 솔직히 자신감도 떨어진다”며 “자식들 결혼시키기 전까진 직장을 다녔어야 했는데 그 부분이 가장 미안하다”고 했다. 25년간 대형병원 경영실장으로 일하다 은퇴한 뒤 재수학원에서 통학 버스를 운전하는 정모(59)씨는 “한창 일할 나이인데 일할 곳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스트레스”라며 “결국 자존심을 내려놓고 일자리를 얻었지만 사실 그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해탈하는 마음으로 지내려 한다”며 “인생이라는 게 욕심대로 되지 않으니 포기하면 스트레스도 며칠만에 없어지더라”고 했다. 보사연의 ‘2015 보건복지정책 수요조사 및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삶에 대한 만족도는 20대 이후 나이가 들수록 점차 낮아져 50대에 최저점을 찍는다. ‘삶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20대가 82.6%인 반면 50대는 66.9%였다. 이런 면에서 신경학 전문가들은 50대가 ‘탈감작’(脫感作·desensitization), 즉 민감성 둔화 현상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생물학적으로 자율신경계가 노화되면서 스트레스의 상당 부분을 인지하지 못하게 된다는 의미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정신과) 교수는 “스트레스의 절대량이 감소한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성이 줄어든 것”이라며 “이런 이유에서 실업, 경제적 어려움, 가족 해체 등 50대가 받는 스트레스가 상당하지만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50대 스트레스 인지율의 성별 차이에 대해서는 “여성은 남성과 달리 50대에 폐경기라는 큰 사건을 맞기 때문에 외부 스트레스를 남성보다 더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이라크에서 온 편지] 과거로 여행… 그 어려운 걸 해내는 난 외무공무원

    [이라크에서 온 편지] 과거로 여행… 그 어려운 걸 해내는 난 외무공무원

    “그 어려운 걸 자꾸 해냅니다. 제가….”드라마 속 유시진 대위가 아니더라도 이 멋진 대사를 누군가에게 자랑스럽게 건네고 싶은 바람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 않나 싶다. 유 대위가 파병되었던 가상의 국가 우르크의 모티브가 된 아프가니스탄에서 근무해서인지 나는 이 명대사가 더욱 와 닿는다. # “아프간 등 재건활동지는 한국의 70년대” 2007년 7월 탈레반에 의해 피랍돼 온 국민을 42일간 가슴 졸이게 했던 샘물교회 선교단 납치 사건 현장 대책반의 일원으로 처음 아프가니스탄을 찾았다. 같은 해 8월 31일 생존자 19명을 미군 헬기에 태워 보내고 대책반 다른 동료와 새벽 1시 마지막 헬기 편으로 가즈니 캠프를 떠나 카불로 돌아오던 때, 멀리서 아지랑이처럼 아른거렸던, 한 달여 만에 처음 본 도시의 불빛을 잊지 못한다.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에메랄드성 같은 그 불빛이 폐허로 얼룩진 카불의 모습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 무섭고 두렵기만 했던 그 나라가 언젠가 한국전쟁의 폐허를 극복한 우리처럼 아름다워질 수도 있겠구나 하는 희망을 보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카불은 전쟁이 계속되는 아픈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2010년 8월 외교부 입부 이후 첫 해외 임지였던 미국 워싱턴 근무를 마치고 두 번의 경유와 32시간의 여정 끝에 다시 찾은 나라 아프가니스탄. 두렵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나의 호기와는 달리 현지의 상황은 2007년보다 나빠져 있었다. 1년 2개월 재임 동안 적대 세력이 로켓포로 우리 PRT(지방재건팀)기지를 수시로 공격해 방공호로 대피하는 일이 다반사였고, 재건 지원을 위해 부임했지만, 치안 환경이 열악해 현지인들을 제대로 만날 수조차 없어 안타까웠다. 인터넷도 TV도 없는 곳에서 밤하늘의 별을 세며 과거를 회상하다가 문득 ‘우리의 과거가 아프가니스탄의 현재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카불대학에 가기 위해 운동장에서 나뭇가지로 수학 문제를 풀던 아이에게서 수학의 정석과 성문종합영어가 마치 대학 합격의 경전인 양 달달 외우던 우리의 옛날을 찾을 수 있었고, 외국 군대의 장갑차가 만들어 내는 흙먼지를 뒤따르며 초콜릿을 외치는 아이들은 영화 국제시장의 그 장면이었다. 난 21세기 초정보화사회인 대한민국을 떠나 타임머신을 타고 살아남으려 사력을 다하던 우리의 과거로 날아온 시간 여행자였다. # “선배들의 삶 회상하며 미래도 설계” 2017년 1월 나는 이라크의 바그다드에 와 있다.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300여㎞ 너머에서 이라크군은 이슬람 급진세력 IS로부터 모술을 탈환하기 위해 대공세를 펼치고 있다. 아직 전쟁 중인 나라. 유엔사무소에 따르면 바그다드에는 매일 크고 작은 폭탄테러가 일어나고 월평균 300여명을 넘는 사상자가 발생한다. 외교 활동도 경찰특공대의 경호 속에 이뤄진다. 다시 시간을 거슬러 나는 한국전쟁이 한창인 서울의 어느 지역을 이곳 바그다드에서 만나고 있는지 모른다. 대사관 현지인 직원들과 퇴근 인사를 하며 내일 그들을 다시 무사히 볼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도하는 것이 생활의 중요한 일부가 되어 버린 삶. 서울에서 공무원으로서 일할 때는 결코 상상할 수 없는, 주이라크 대한민국대사관의 외무 공무원이기에 경험할 수 있는, 삶의 소중한 의미를 되짚어 보게 하는 시간이다. 66년 전 대한민국 국민은 이런 아픔을 딛고 오늘을 이루어 냈고, 그때 우리의 선배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는지 그 어려운 걸 해 냈는지 나는 오늘 이곳 바그다드에서 생생하게 경험한다. 외무 공무원으로서 나는 앞으로도 몇 번의 시간 여행을 더 할지 모른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이제는 한국보다 살기 좋은 나라가 거의 없어서 모든 재외공관 근무가 과거로의 시간 여행이 될 것 같기도 하다. 이 여행을 통해 만나는 현지 사람들이 한국을 통해 자신들의 미래와 희망을 보게 한다면, 우리 외무 공무원들은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자꾸 해냅니다. 우리가….”
  • [아하! 우주] 영화 속 ‘웜홀 여행’ 정말 가능할까?

    [아하! 우주] 영화 속 ‘웜홀 여행’ 정말 가능할까?

    -두 세계를 연결하는 ‘시공간의 터널’​ 미국의 천체물리학자 폴 셔터 오하이오 주립대 교수의 ‘웜홀이 과연 있을까?(Could Wormholes Really Work? Probably Not)’라는 제목의 칼럼이 우주전문 사이트 스페이스닷컴에 지난 1일자(현지시간)로 게재되었다. 대중이 큰 관심과 흥미를 느끼는 내용을 재미있게 다룬 것으로 보여, 아래 기사는 이 칼럼 내용을 자료로 해서 약간의 가공을 해 소개한 것이다. 다른 은하계로 통하는 지름길, 웜홀이 과연 있을까? 대담한 우주 여행자가 광속 로켓을 타지 않고도 한 항성계에서 다른 항성계로 폴짝 뛰듯이 건너갈 수 있는 시공간 터널이라고 일컬어지는 웜홀. 이 웜홀이 특히 공상과학소설이나 영화에 곧잘 등장하는데, 이는 스토리를 흥미롭게 끌고갈 수 있는 편리한 장치이기 때문이다. 하긴, 순전히 과학적으로 입증된 물리법칙만이 가득한 소설이나 영화라면 그다지 재미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 웜홀이란 게 있기나 한 걸까? 시공간을 구부려서 다른 세계로 통하는 터널이란 게 과연 존재 가능한 것일까? 그런게 정말 있다면 우주를 탐험하고자 하는 인류의 꿈은 이루어질 것이다. 시공간의 터널 웜홀의 개념은 빈 대학의 물리학자 루트비히 플람이 최초로 주장했고, 뒤에 아인슈타인과 나단 로젠이 블랙홀이 길게 확장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것이 바로 웜홀로, ‘아인슈타인-로젠의 다리’라고도 불린다. 아인슈타인의 중력장 방정식을 풀어서 블랙홀에 대한 해를 구할 때 웜홀과 화이트홀 개념이 자연스럽게 예측되었다. 블랙홀이 사건 지평선 안으로 들어오는 모든 물질을 짐어삼키는 것과는 반대로 화이트홀은 모든 것을 뱉어내는 구멍이다. 말하자면, 블랙홀은 입구가 되고 화이트홀은 출구가 된다. 웜홀은 블랙홀이 회전할 때 만들어지며, 그 속도가 빠를수록 만들기 쉬워진다. 수학적으로만 웜홀을 통한 여행이 가능하다. 블랙홀은 빨리 회전하면 회전할수록 웜홀을 만들기 쉽고 전혀 회전하지 않는 블랙홀은 웜홀을 만들 수 없는 것으로 나와 있다. 웜홀(벌레구멍)이라는 이름은 벌레가 사과 표면의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갈 때 파먹은 구멍으로 가면 표면을 기어가는 것보다 더 빨리 간다는 뜻에서 붙여진 것이다. 수학적으로 도출된 블랙홀이라는 존재는 보너스까지 하나 덤으로 내놓았는데, 모든 블랙홀은 특이점을 경유해 화이트홀로 연결되어 있을 거라는 예측이다. 이것이 바로 시공간의 터널인 웜홀이다. 그런데 블랙홀이 존재한다는 증거는 넘치도록 많지만, 화이트홀은 순전히 수학적인 픽션으로, 그 존재가 증명된 바 없다. 처음에는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연결하고 있는 것이 웜홀이라고 추측되었으나, 화이트홀의 존재가 부정됨으로써 이제 그러한 의미로 쓰이진 않는다. 화이트홀이 부정되었다고 웜홀의 존재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론에서 유도되는 웜홀의 해가 아주 순간적인 부분에서만 존재하므로 불안정하다고 과학자들은 생각하고 있다. ​ 블랙홀의 기조력 때문에 진입하는 모든 물체가 파괴되어 무한도의 밀도로 특이점을 만드는데, 이러한 환경에서 과연 웜홀이란 게 존재할 수 있겠는가, 또한 존재하더라도 웜홀을 통한 여행이 가능하겠는가에 대해 많은 과학자들은 의문을 표하며, 다만 웜홀 여행이란 수학적으로만 가능할 뿐이라고 믿고 있다. 블랙홀이 만들어지는 메커니즘은 거대 질량의 별이 중력 붕괴를 한 결과, 모든 질량이 한 점으로 응축되는 특이점이 만들어짐으로써 가능한 것이다. 이 메커니즘의 진행과정에서 화이트홀이 형성될 수 있는 여지는 완벽히 제거된다. 만약 화이트홀이 어쩌다 형성된다 하더라도(그럴 리도 없지만) 극도의 중력을 행사하는 특이점이 그 즉시로 웜홀을 잡아채어 엿가락처럼 무한히 늘려버릴 것이다. 어떤 것도 웜홀을 통과할 수 없다. 웜홀로 가기 전에 죽는다 이처럼 웜홀 여행은 불가능하다고 과학은 판정을 내렸지만, 대중의 호기심까지 금지시킬 도리는 없다. 대중은 여전히 ‘만약 웜홀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만약 월홀을 통해 여행할 수 있다면...’, ‘만약 화이트홀을 블랙홀에다 부착해 웜홀을 만들 수 있다면...’ 등등 상상의 날개를 멈추지 않고 있다. 웜홀 여행이 불가능한 이유를 우선 하나만 들어보자. 일단 웜홀까지 접근해 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웜홀이 있다면 블랙홀의 사건 지평선 안쪽에 있을 텐데, 이 사건 지평선이란 게 무엇이든 게걸스럽게 집어삼키면 결코 뱉어내지 않는 성질을 갖고 있다. 만약 당신이 웜홀을 발견하고 거기로 들어가기 위해 사건 지평선을 넘었다고 치자. 그 즉시로 당신의 몸은 엄청난 블랙홀의 기조력에 의해 국수가락처럼 한없이 늘어나면서(‘스파게티화’라 한다) 특이점을 향해 떨어져내릴 것이다. 그리고 특이점은 극한의 중력으로 당신의 영혼까지 물질의 최소단위로 으깨어버릴 것이다. 그러니 웜홀에 들어가 다른 세계에서 온 외계인과 차를 한 잔 나눈다는 것은 숫제 꿈도 꾸지 못할 일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웜홀 여행이 여전히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일부 물리학자들이 있다.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킵 손으로, 특정한 조건에서 웜홀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고, 이것을 통해 우주여행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이론은 더욱 발전하여, 웜홀의 한쪽 입구를 아주 빠르게 이동시켰다가, 다시 돌아오게 하면 ‘시간지연 현상’이 발생하게 되어 웜홀을 통한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는 이론까지 나왔다. 현재 이론적으로 웜홀은 10-33㎝ 정도의 크기에서 존재하는 양자 웜홀로 밖에 존재할 수 없으며, 그것을 시간여행이 가능할 정도로 확대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많은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어쨌든 킵 손은 웜홀 여행에 관한 이론과 주장으로 유명해지면서 영화 ‘인터스텔라’ 제작에 자문을 맡기도 했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경기도 중등교사 최종 합격자 1202명 발표

    경기도 중등교사 최종 합격자 1202명 발표

    경기도교육청은 2017학년도 공립 중등학교와 국립 중등 특수학교 교사 최종 합격자 31개 교과 1202명의 명단을 3일 발표했다.도교육청은 2차 전형 수업능력평가에서 수업 실연과 연계한 묻고 답하는 형식의 수업 나눔으로 수험생의 교육철학과 수업공감능력 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심층면접을 통해서는 교육현장에서 필요한 소통·협업능력, 문제해결능력, 교직수행계획 등에 관한 평가와 함께 교사의 자질·태도, 교직관 등을 평가했다. 공립 중등학교 교사 합격자 가운데는 지역 구분모집에 15명, 장애인 구분모집에 29명이 포함됐으며, 국립 특수학교 교사 1명도 합격했다. 성별로는 여성이 866명(72.0%), 남성이 336명(28.0%)이었다. 여성 합격자 비율은 지난해(74.0%)보다 조금 낮아졌다. 최종 합격자는 중등임용 온라인시스템(http://gosi.goe.go.kr)에서 수험생 본인이 확인할 수 있다. 도교육청은 이달 13~17일 합격자 직무연수를 거쳐 차례대로 신규임용할 예정이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변화된 교육 트렌드 ‘눈길’…‘창의력·이해력’ 바탕 놀이교육 ‘레고’ 인기↑

    변화된 교육 트렌드 ‘눈길’…‘창의력·이해력’ 바탕 놀이교육 ‘레고’ 인기↑

    스토리텔링 수학 등이 등장하면서 아이의 창의력과 이해력이 학업성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됐다. 때문에 요즘 부모들은 자녀가 어릴 때부터 미술교육, 공연관람 등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변화된 교육 트렌드 속에서 꾸준히 주목받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레고다. 레고는 아이들에게 교육이라는 부담을 주지 않고 만들고 노는 가운데서 자연스럽게 창의력과 이해력을 향상시켜 준다. 이와 관련 무제한 레고대여 전문점 ‘블럭팡’은 비용 부담 없이 아이에게 레고 조립을 마음껏 시켜주고 싶은 부모들의 니즈를 충족시켜 주는 곳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2월 4일 오픈하는 안양 비산점을 포함해 전국의 주요 도시에 다수의 매장을 갖추고 있는 유망 프랜차이즈다. 블럭팡이 2016년 3월 본점을 오픈한 이후 매주 2개 점포씩 빠르게 가맹점을 확산하고 있다. 한 달에 35,000원만 내면 최신 레고와 세계 블럭, 보드게임을 무제한으로 매장 안팎에서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시스템을 갖췄다. 기존 블록방이 1시간에 5천원으로 운영되는 반면, 블럭팡은 회원이용금액을 4천원으로 책정했다. 블럭팡의 각 매장이 보유하고 있는 제품 수는 약 400여 가지에 달한다. 신제품인 앵그리버드, 넥소나이츠부터 마인크래프트, 프렌즈, 디즈니, 닌자고, 테크닉, 시티, 크리에이터, 슈퍼히어로즈 등 20여 종의 레고 시리즈와 옥스퍼드 같은 세계블럭, 젬블로, 할리갈리, 카탄 같은 보드게임 등이 대상이다. 그 밖에도 매달 신제품이 업그레이드되기 때문에 기존 고객도 식상함 없이 블럭팡을 이용할 수 있다. 블럭팡 관계자는 “2017 소비자만족지수 1위에 뽑아주신 것에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보다 많은 지역에서 고객들을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초록우산, 굿네이버스를 통한 사회공헌 활동도 꾸준히 펼쳐 나가겠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열린세상]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앞서 나가려면/송경진 세계경제연구원장

    [열린세상]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앞서 나가려면/송경진 세계경제연구원장

    연초부터 다보스포럼을 필두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국내에서도 대선 주자들마저 나름의 4차 산업혁명 정책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이들 논의는 몇 가지 공통된 결론으로 귀결된다. 교육 개혁과 노동시장 개혁, 정부의 역할 개선, 기존 법·규제 완화 및 정비, 기업가 정신 함양, 스타트업 장려 등이다. 이러한 논의가 계속 반복되는 것은 이것들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제대로 이행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도 낡은 산업화 시대적 인식과 제도의 틀에 얽매여 있는 탓이다. 교육이 가장 큰 문제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스템(STEM: 과학, 기술, 엔지니어링, 수학)은 뒤로 밀려 있고 기계적 암기와 칸막이 교육을 통해 보편화된 인력을 생산하는 구태의연한 교육에 머물러 있다. 창의력 있는 인재 양성을 저해하는 구시대적 교육 체계와 방법에 따른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는 이미 글로벌 첨단 기업들의 한국 인재 기피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어느 다국적 헤드헌팅 업체 대표가 한국의 특수 인력을 찾는 글로벌 첨단 기업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4차 산업혁명에서 앞선 나라에서는 이미 끊임없는 기술 혁신과 새로운 고용 방식이 등장하면서 고정 직장 개념이 무너지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 있다. 또한 노동자의 새로운 직무 수행 능력 습득을 위한 평생교육이 일상화되고 있다. 최근 매킨지는 미국과 유럽 15개국 노동인구의 약 20~30%가 이미 독립형 고용계약 관계를 맺고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우리도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 걸맞은 노동시장 유연화가 시급하다. 물론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정부 역할의 큰 변화가 요구된다. 무엇보다도 정부는 기업의 혁신과 자율성을 보장해 줘야 한다. 동시에 자동화에 따른 일자리 감소와 실업의 증가 그리고 잦은 일자리 이동에 따른 사회·경제적 불안정성을 완화해 줄 수 있는 사회안전망의 강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국회와 함께 불필요한 규제의 철폐와 시대에 맞지 않는 법규의 정비를 시급한 정책 과제로 삼아야 한다. 그러나 아직도 ‘관치(官治)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해 기업 활동 영역을 지정해 주는 포지티브 규제 시스템이 여러 곳에 남아 있다. 이런 규제 체계는 창의성과 혁신을 옥죄는 결과를 낳게 된다. 국가의 안보를 해치거나 공익을 저해하지 않는 모든 기업 활동 영역은 기업의 자율에 맡기는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법·규제의 정착을 통해 공정 경쟁의 장을 마련해 기업가 정신이 활성화되도록 정부가 더욱 노력해야 한다.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최대 걸림돌 중 하나는 지나친 담보나 불필요한 연대보증 요구 등 아직도 존재하는 금융권의 바람직스럽지 못한 행태다. 물론 이는 창업을 힘들게 하고 실패한 젊은이들의 재기를 어렵게 하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 대기업과 시장 선도 기업의 중소기업, 창업 기업에 대한 소위 ‘갑질’을 차단하고 공정 경쟁의 장을 마련해 주는 것도 필수적이다. 창의력과 혁신을 가로막는 법·규제 체제의 정비와 함께 실패를 용인하고 ‘패자 부활’의 기회를 열어 주는 문화도 중요하다.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 알파벳그룹 회장이 학업을 계속해 박사 학위를 취득할 것인지 실리콘 밸리에서 창업할 것인지를 고민할 때 지도교수가 ‘창업하라. 만약 실패하거든 돌아와서 박사 학위 공부를 해도 늦지 않다’고 조언했다는 일화가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을 뿐 아니라 실패를 용인하는 실리콘 밸리의 풍토와 문화를 단적으로 말해 주는 좋은 사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신기술을 가진 스타트업도 짧은 기간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구글은 창업 후 10억 달러의 수익을 내는 데 겨우 5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실패를 금기시하는 풍토를 지양하고 창업과 기업가 정신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토양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새로운 시대에 맞지 않은 구시대적 문화와 관습 및 사고는 과감하게 버리고 바꾸자. 이것은 4차 산업혁명 시대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 나가기 위해 필수적인 일들이다.
  • [기고] 대학 학사제도, 혁신할 때다/허향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 겸 제주대 총장

    [기고] 대학 학사제도, 혁신할 때다/허향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 겸 제주대 총장

    최근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한 일자리 미래보고서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2020년까지 노동시장에서 710만개의 직업이 사라지고 200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지며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의 65%는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직종에서 일할 것이라고 한다.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만남,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우리의 가까운 미래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의 도래로 디지털, 물리학, 생물학 등의 경계가 없어지고 융합되는 기술혁명, 공유 경제 및 수요자 중심의 온디맨드 경제를 이용한 산업의 부상, 전문 기술직에 대한 수요 증가 등 산업 전반에 걸쳐 다양하고 엄청난 변화가 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이러한 4차 산업혁명의 도래에 대비해 대학을 중심으로 이미 상당한 준비에 들어가 있다. 전통적으로 인문 사회과학 중심이던 미국의 프린스턴대, 하버드대 등도 컴퓨터과학, 로봇공학, 생명공학 등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분야를 집중 육성하고, 창업과 일자리로 연결되는 새로운 지식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스탠퍼드대는 공학, 인문학 및 사회과학 분야와 공동 연구를 활성화하고, 미래의 문제 해결을 위한 학문 분야 간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애리조나주립대는 10년 동안 69개 학과를 폐지하고 30개의 새로운 융합 전공을 만드는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새로운 혁신 전략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 진보, 파괴적인 기술에 의한 산업 재편, 전반적인 시스템의 변화 등이 가져올 변화에 대한 준비가 여전히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한다. 대학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지성의 전당이나, 이러한 사회 변화에 발맞추려면 다양하고 유연한 학사제도의 자율성이 담보돼야만 한다. 이를 위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교육부를 상대로 유연한 교육과정 운영, 5학기 이상 다학기제 허용, 대학 자율로 전공 개설, 집중이수제, 외국대학과의 공동 복수학위 과정 등 대학 학사제도 운용의 자율성이 법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건의해 왔다. 그 결과 정부는 지난해 12월 대학 학사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고등교육법시행령’ 일부 개정을 준비 중이다. 앞으로 대학은 학사 운용에서 기본 학점당 15시간 이상을 준수하면, 나머지 부분은 학칙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전망이다. 즉 각 대학 여건에 맞는 혁신을 추진할 수 있는 것이다. 대학 위기의 시대다. 지금 변하지 않으면 대학은 도태된다. 4차 산업혁명의 속도와 파급 범위를 따라잡아야만 한다. 각 대학의 설립 이념, 목적, 그리고 여건에 맞게 자신만의 고유한 혁신 모델을 창출하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힘써야 할 때다. 다른 국내외 대학을 단순히 모방할 필요도 없이 오로지 학생의 입장에서 어떤 인재로 키울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자율적인 혁신을 위해 정부도 각종 대학평가와 연계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 대학은 자율성과 책무성을 바탕으로 학과 및 대학 간 장벽을 넘어서 공유·소통하며 미래 사회에 대비할 수 있는 적극적인 변화와 혁신을 시도할 때다.
  • OBS 대표이사에 최동호씨

    OBS 대표이사에 최동호씨

    OBS 이사회는 2일 최동호(55) OBS 총괄본부장 겸 사장직무대행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최 신임 대표이사는 중앙대 예술대학원 및 일본 와세다 대학원에서 수학 후 iTV경인방송에서 편성·교양팀장, 리얼TV팀장 등을 거쳤다. 이후 개국 멤버로 참여한 OBS에서 편성국장, 방송본부장 등 제작의 요직을 두루 거친 후 최근까지 총괄본부장을 역임했다.
  • [문화마당] 왜 나는 그 서점의 단골이 되었는가/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문화마당] 왜 나는 그 서점의 단골이 되었는가/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내 인생에서 책을 가장 많이 읽었던 시기는 언제였던가. 아마도 고등학생 무렵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수학능력시험으로 입시가 바뀌면서 “다양한 지식을 섭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식의 지침이 언론에 보도되고 난 이후부터다. 학교에서는 교과서 이외의 책 읽기를 권했지만 우왕좌왕하는 분위기였다. 혼란을 틈타서 나는 좋아하는 소설을 잔뜩 읽을 수 있었다. 이런 걸 들여다봐야 입시에 도움이 될 리 없겠다 싶어도 ‘어쨌거나 지식은 지식이니까’라는 마음가짐으로 책을 샀다. 물론 엄마한테 돈을 타내면서 양심의 가책은 느꼈지만. 우리 집 근처 대능극장 삼거리에는 조그만 책방이 있었다. ‘삼거리 서점’이라고 다들 불렀다. 동네마다 심심치 않게 서점이 눈에 띄던 시절이다. 당시에는 ‘필요한 책을 사러 간다’가 아니라 ‘가서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른다’는 여유로운 입장이었기 때문에 굳이 단골 서점 같은 걸 만들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삼거리 서점에서는 나이 지긋한 아저씨가 늘 카운터를 지켰는데 묘하게 쌀쌀맞아서 살가운 구석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나는 어쩌다가 이 서점의 단골이 되었을까. 중간고사 준비로 친구들이 분주한 와중에 나만 한가롭던 어느 날의 일이다. 대능극장 맞은편 건물에 있는 독서실에서 ‘장길산’ 5권을 읽는데 포도대장 최형기가 한참 끗발을 날리던 시점에 페이지가 끝나 버렸다. 당장 6권을 읽지 못하면 시험에 대한 공포로 질식할 것 같았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공부하기는 싫지만 덮어 놓고 놀자니 불안할 때는 소설을 읽는 게 최고다. 공부를 하는 건 아니지만 그에 버금가는 위안을 얻을 수 있고 심지어 재미있기까지 하다. 현암사판 장길산 6권의 정가는 3900원이었다. 삼거리 서점으로 뛰어간 나는 지갑에서 4000원을 꺼내 주인아저씨에게 건넸다. 거스름돈으로 ‘뽑기’나 한판 할까 생각하면서. 그런데 아저씨가 대뜸 200원을 거슬러 주는 거다. “어, 100원을 더 주셨는데요?” 했더니 이 양반이 돋보기안경 너머로 나를 빤히 보면서 “7권 사러 또 올 거잖아”란다. 다정한 목소리로 “또 오너라”가 아니라 상당히 무뚝뚝한 어조의 “또 올 거잖아”였다. 그 말이 묘하게 가슴을 쳤다. 뭔가 존중받은 기분이었다. 그 뒤로 7권을 살 때도 8권을 살 때도 아저씨는 항상 100원을 더 거슬러 주었다. 요즘으로 치면 일종의 마일리지 개념이었겠다. 주인아저씨가 되돌려준 100원이 고작해야 얼마 되지도 않을 마진을 고려하면 얼마나 큰 금액인가는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그러나 마일리지로 인해 내가 계속해서 삼거리 서점을 찾은 건 분명하다. 어찌 보면 작은 배려지만 ‘그 서점’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이기에 나는 두말없이 단골이 되었던 것이다. 독일 뒤셀도르프의 구시가에 위치한 서점 메이어체에 들렀을 때 나는 25년 전의 기억을 문득 떠올렸다. 이 서점의 1층에는 두 갈래 길이 있다. 몸이 자랄 대로 자란 나는 한쪽 길로밖에 가지 못하는 걸 안타까워하며 층계참에 서서 아동 코너로 향하는 또 다른 길을 한참 바라보았다. 그것은 테마파크에서나 구경할 수 있을 법한 대형 미끄럼틀이었다. 흡사 ‘호그와트’나 ‘나니아’로 안내해 줄 통로처럼도 보였다. 그 미끄럼틀을 타기 위해 이곳을 방문했을 수많은 아이들 중 누군가는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지금의 나처럼 추억을 되새기며 이렇게 얘기할지도 모르겠다. 책방에 마법의 통로 같은 길이 있었고 그것이 자신의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그렇다면 제군! 내가 중간에 포기한 프루스트의 소설은 훗날 그대가 꼭 정복해 주길. 다소 어렵긴 하지만.
  • [씨줄날줄] 초등교과서 한자 표기/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초등교과서 한자 표기/황성기 논설위원

    한글 전용과 국한문 혼용. 과장을 섞으면 정부 수립 이래 극명하게 찬반이 엇갈리지만 70년이 지나서도 결론이 나지 않는 영원한 논쟁거리다. 물론 한국의 법률은 한글 전용 편을 들고 있다. 국어기본법 제14조 1항은 “공공기관 등의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교과서를 포함한 공문서의 한글 전용 규정인데, 이를 두고 위헌입네 해서 한자도 써야 한다는 쪽에서 헌법소원을 잇달아 제기했다. 최근의 헌법재판소 결정으로는 어제 퇴임한 박한철 소장이 이끄는 9인의 재판관이 지난해 11월 24일 전원일치 의견으로 국어기본법 14조 1항을 합헌이라 판단한 것이 있다.요새 국정 역사 교과서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교육부의 지난해 12월 29일자 보도자료 하나가 ‘한글 전용, 국한문 혼용’ 논쟁에 불을 질렀다. 제목은 ‘필요한 경우, 초등 교과서 한자 표기 이렇게’. 요약하면 “초등학생 5~6학년 학습 용어 이해에 도움이 되는 기본 한자 300자를 선별하고, 국어 이외의 도덕, 수학, 사회, 과학 교과서에 300자 이내에서 한자의 음과 뜻을 표기할 수 있도록 한다. 단 한자 시험은 보지 않는다”이다. 그런데 전국의 교원대학 교수 199명이 지난달 24일 반대하는 성명을 냈고, 25일에는 전국교육대학생연합회도 동참했다. “한글 전용으로 만든 교과서에 한자를 표기하면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사교육 부담을 안긴다”는 게 반대 주장의 요지다. 한국교원단체총연회는 “의사소통과 사고력 증진을 위해 한자 교육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며 용어 이해를 돕는 것이라 사교육을 유발할 것 같지 않다”고 교육부 편을 들고 나섰다. 두 자녀를 둔 어느 학부모의 한자 교육 경험담. ‘한글 전용’ 소신에 의해 한자 교육을 시키지 않은 첫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급격히 늘어난 교과서의 한자용어 때문에 내용 파악에 애를 먹어 고등학교를 졸업하기까지 힘들어했다고 한다. 그래서 둘째 아이에겐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한자 교육을 시켰더니 정반대의 학습 효과를 봤다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고진감래(苦盡甘來)가 뭐냐고 물어보면 “고생을 진탕하면 감기가 온다”거나 졸부(猝富)는 “졸라 부자”, 맥콜은 “보리 맥에 콜라 콜”이라고 대답하는 게 한자 교육을 받지 않은 요새 아이들이다. 헌재의 2016년 11월 24일 결정에는 5대4의 아슬아슬한 합헌 판단도 있었다. 한자를 교과목에서 배제하거나 필수과목으로 넣지 않은 교육부의 초·중학교 교육과정 고시에 관한 것인데, 위헌이라 판단한 4인은 “우리말은 한자어와 고유어로 구성돼 있어 한자 교육은 필수 불가결”이라는 의견을 냈다. 교과서를 포함한 공문서에 등장하는 어려운 한자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풀어 쓰는 등의 노력을 하지 않는 한 ‘한자 교육은 필수가 아니다’라는 위헌 의견이 헌재에서 다수가 되는 날이 머지않았다는 경고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 공개] ‘김구 선생 암살’ 추가… “반민특위, 친일 청산 미흡” 서술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 공개] ‘김구 선생 암살’ 추가… “반민특위, 친일 청산 미흡” 서술

    교육부가 31일 발표한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은 ‘일부 표현만 수정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현대사 관련 서술이 상당 부분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날 교육부가 함께 발표한 검정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에서 ‘대한민국 수립’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는 표현을 함께 쓸 수 있도록 한 것은 그동안의 행보로 미뤄 볼 때 크게 물러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교육부가 이날 발표한 검정교과서 집필 기준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국정교과서에서 논란이 됐던 ‘대한민국 수립’ 표현이다. 검정교과서 집필 기준(성취 기준)과 집필 방향에는 ‘8·15 광복 이후 전개된 대한민국의 수립 과정을 파악한다’고 돼 있다. 이는 국정교과서의 편찬 기준 내용과 같다. 그러나 하위 항목인 ‘집필 유의사항’에 ‘대한민국 출범에 대해 ‘대한민국 수립’, ‘대한민국 정부 수립’ 등으로 표현하는 다양한 견해가 있음에 유의한다’는 문구를 추가했다. 이영 교육부 차관은 “의견 수렴 과정에서 가장 많이 제기된 것이 이 부분(대한민국 수립)에 대한 논쟁이었다.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는 차원에서 검정교과서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는 표현이 가능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용한 교육부 학교정책실장은 “대학수학능력시험에는 집필 기준을 중심으로 출제한다”고 덧붙였다. 상위 항목인 집필 기준과 집필 방향은 그대로 두고 하위 항목인 유의사항에 반영한 일종의 ‘절충안’인 셈이다. 이날 함께 발표한 국정교과서 완성본도 지난해 11월 28일 발표했던 현장검토본에서 진보진영 의견이 일부분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학교 역사는 310건, 고교 한국사는 450건에 이른다.개항기 및 일제강점기 관련 부분에서는 친일 반민족 행위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예컨대 중학교 역사②에서는 최근 일본과 논란을 빚었던 위안부 소녀상 서술이 들어갔다. ‘일본이 위안부 모집에 관헌이 직접 가담하기도 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는 서술도 새로 들어갔다. 현대사 관련 서술도 강화됐다. 김구 선생 암살이 새로 들어가고, 반민특위에 관해서는 ‘친일파 청산이 미흡했다’는 식의 부정적 서술이 덧붙여졌다. 제주 4·3 사건 관련 부분은 고교 한국사에 제주 4·3 관련 서술에서 오류가 있었던 특별법 명칭을 정정하고, 제주 4·3 평화공원에 안치된 희생자 위패 관련 내용도 들어갔다. 다만 재벌과 박정희 전 대통령 미화 관련 서술은 크게 변동이 없다는 게 진보진영 측의 주장이다.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과 관련해 대규모 조선소 건립 자금을 마련하려고 거북선 지폐를 영국 투자 은행에 보여 주었던 영웅적 일화는 ‘국내 최초의 고유 모델 자동차 포니 개발을 추진하는 등’으로 고쳐졌다. 새마을운동에 대해서도 ‘농촌 개발 사업으로 출발했지만 관 주도의 의식 개혁 운동으로 나아갔다’는 서술을 추가하는 수준에 그쳤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 부분은 9쪽 내용 모두 그대로였다. 진재관 국사편찬위원회 편사부장은 “박 전 대통령의 집권 기간이 18년으로 다른 대통령에 비해 상대적으로 길었고, 기존 검정교과서에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내용이 적지 않다”고 반박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용어 클릭] ■‘대한민국 수립’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의 차이 언뜻 보면 같은 말처럼 보이지만,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대한민국 공식 정부로 인정하느냐 아니냐의 차이를 품고 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1919년 3·1 독립선언에 기초해 일본 제국주의의 대한제국 침탈과 식민통치를 부인하고 한반도 내외의 항일 독립운동을 주도하고자 중화민국 상하이에서 설립됐다. 1945년 8월 15일 해방을 맞은 뒤 꼬박 3년이 지난 1948년 초대 대통령 이승만이 취임하기 전까지를 임정 시기로 보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8월 15일을 ‘광복절’ 대신 ‘건국절’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대한민국 수립’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의 논쟁이 붙었다. 건국절을 주장하는 쪽에서 말하는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표현은 임정을 하나의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이런 경우 일제강점기 한반도는 국가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일본 통치는 정당하고 독립운동가의 항일 투쟁은 일종의 테러 행위로 왜곡될 수 있다. 교육부는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단어를 쓰는 대신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를 전제로 깔아 우려를 희석시켰다.
  • 2018년도 수능 준비 도약 위한 수험생들의 재도약, 2·3월 재수학원 정규반 모집 시작

    2018년도 수능 준비 도약 위한 수험생들의 재도약, 2·3월 재수학원 정규반 모집 시작

    2018학년도 수능에서 다시 한번 도약하기 위한 수험생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3월부터 재수생활을 시작하지만, 일찍이 상위권을 선점을 위해 이미 재수준비에 시동을 거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수원 재수전문 MK정진학원에서는 Pre정규반과 재수정규반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2018학년도 수능 준비생을 대상을 모집하며 Pre정규반은 2월 13일, 정규반은 3월 2일 개강한다. MK정진학원은 개인별 학습능력을 고려한 선택형 맞춤수업인 S.I.M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을 관리한다. S.I.M(Selection, Immersion, Master)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은 영어 성적이 최상위권인 경우 영어를 제외한 취약과목을 선택하여 자기주도학습과 함께 해당과목을 집중관리 받을 수 있다. 전체적인 성적이 최상위권인 학생이라면 과목별 멘토링을 통한 목표설정 이후, 자기주도학습을 중심으로 취약과목들을 집중관리 받는다. 또한 국·영·수 각 과목의 등급이 중.하위권인 학생은 고득점을 목표로 기본개념부터 쌓는 학습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실질적으로 종합반 형태의 프로그램이 적용된다. MK정진학원 홍성복 실장은 “SIM프로그램은 학생의 학습능력과 성적향상도에 맞춰 최적화된 학습전략으로 집중관리 할 수 있도록 기획된 프로그램이다”며 “기숙학원, 재수종합반, 독학재수 등의 재수전략에 관한 고민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MK정진학원은 다양한 약점 보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수학의 경우 개인별 취약부분을 파악하여 약점 보완 프로그램을 지원하며, 국어는 문제 출제 비중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비문학을 극복하기 위한 특화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이 밖에도 개별 심층 1:1 멘토링을 통해 학습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한다. 기숙학원식 관리로 철저한 면학분위기를 조성하며, 무엇보다도 기본개념부터 심화·실전·파이널에 이르는 체계적인 커리큘럼 구성과 논술·입시컨설팅까지 대입전형에 관한 모든 부분을 원스톱으로 관리 가능할 수 있다. 한편 MK정진학원은 수원지역뿐 아니라 병점, 동탄, 용인, 수지 등에 거주하는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셔틀버스를 제공한다. 오는 3월에는 신학기를 맞아 중. 고등부 단과반 프로그램을 진행할 방침이다. 이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MK정진학원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트럼프 ‘反이민 행정명령’에 호주 이란계 학생 美수학여행 무산 위기

    트럼프 ‘反이민 행정명령’에 호주 이란계 학생 美수학여행 무산 위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 이민 행정명령’으로 호주에 거주하는 이란계 청소년들의 미국 수학여행도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호주 APP 통신 등 현지 언론들은 맬버른에 사는 푸야 가디리안(15)이 오는 3월 미국 남동부 앨라배마 주에서 열릴 ‘우주 캠프’ 등의 행사에 동료 학생 60명과 함께 참가하기 위해 지난 30일 오전 미국 총영사관을 찾아 여행 비자를 신청했으나 거부당한 일을 31일 보도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호주 내 미국 총영사관이 푸야의 여행 비자 신청을 거부한 이유로 푸야가 호주와 이란 이중국적자라는 점을 들었다. 푸야는 총영사관 직원으로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 때문에 비자가 거부됐다’는 말을 듣고 처참하다는 생각과 함께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호주에서 거의 20년을 산 자신의 아버지도 당혹해 하기는 마찬가지였다며 아버지가 “우리가 전과도 없고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다”는 말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7일 발동한 반 이민 행정명령은 이라크·시리아·이란·수단·리비아·소말리아·예멘 등 7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90일 동안 금지하고 난민의 미국 입국 프로그램을 120일 간 중단하는 조치를 담고 있다. 푸야는 앨라배마를 비롯해 워싱턴과 올랜도 등 미국 내 여러 도시를 10일간 방문하는 이번 여행에 이미 6개월 전에 예약한 상태라며 난감해 했다. 그는 “이런 식의 차별은 좋지 않다. 미국에는 지금과 같은 미국이 되도록 기여한 많은 성공한 이란인들이 있고, 이란인들이 미국에 위협이 된다고 믿을 만한 증거도 없다”고 강조했다. 진위 파악에 나선 호주 정부는 이날 호주 내 이중국적자들의 미국 방문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IT 신트렌드] 뉴로모픽칩, 컴퓨터와 뇌의 만남/추형석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IT 신트렌드] 뉴로모픽칩, 컴퓨터와 뇌의 만남/추형석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현대의 컴퓨터 역사는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의 주인공으로 유명한 앨런 튜링으로부터 시작한다. 튜링은 ‘수학적 계산에 대한 알고리즘이 존재한다면 기계적으로 계산할 수 있다’는 명제를 증명함으로써 ‘튜링 기계’를 고안했다. 이 체계를 더욱 구체화해 실제 응용한 사람은 헝가리 출신의 미국 수학자인 존 폰 노이만이다. 폰 노이만은 인간의 뇌 구조에서 영감을 얻어 현대 컴퓨터의 구조를 정립했다. 폰 노이만 구조는 개인컴퓨터부터 슈퍼컴퓨터에 이르기까지 70여년 동안 지속돼 왔다. 그 배경에는 컴퓨터 성능의 지속적인 성장과 대중화에 있다. 그럼에도 컴퓨터는 여전히 인간의 뇌 기능과 거리가 멀다. 현대의 컴퓨터는 단순히 고속으로 연산하고 비교하는 계산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을 극복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최근 각광을 받는 ‘딥러닝’은 인간의 뇌 구조를 모사한 알고리즘인데, 그렇다고 딥러닝으로 구현한 인공지능이 사람과 같은 지능을 가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알파고는 바둑을 잘 두지만 장기는 전혀 두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인간의 뇌를 모방한 컴퓨터인 ‘뉴로모픽칩’을 개발하고 있다. 뇌의 연산능력 자체는 컴퓨터와 비교하면 매우 낮다. 일반인에게 세 자릿수 곱셈 문제를 낸다면 종이에 써서 계산을 해야겠지만, 컴퓨터는 밀리세컨드(1/1000초) 내에 결과를 보여 준다. 그러나 인간의 뇌는 학습에 의한 정보의 추론이 가능하다. 개와 고양이를 구분하는 문제는 컴퓨터보다 인간이 훨씬 더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또한 인간의 뇌는 20와트(W) 전력을 소모하는 반면 알파고의 컴퓨터는 70킬로와트(㎾)의 전력이 필요하다. 비교 자체가 무색할 정도의 수치다. 뉴로모픽칩은 저전력으로도 대용량의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인간의 뇌 구조를 물리적인 반도체 형태로 구현한 것이다. 현재 뉴로모픽칩의 연구 개발은 아직 도전적인 영역에 머물러 있다. IBM은 최근 양산이 가능한 뉴로모픽칩인 ‘트루노스’를 개발했다. 이것은 약 2억 6000만개의 인공 신경세포를 갖고 있다. 인간의 뇌가 1000억개의 신경세포로 구성된 것에 비하면 아직 초기 단계라고 볼 수 있다. 뉴로모픽칩은 국내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뉴로모픽칩 제작을 위한 설계를 시작한다고 밝혔고 SK하이닉스는 미국 스탠퍼드대와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했다. 이처럼 뉴로모픽칩에 대한 기업의 적극적인 행보는 그만큼 잠재력이 큰 분야임을 시사한다. 개발에 성공한다면 바로 인공지능 기술력과 이어지기 때문이다. 뉴로모픽칩이 차세대 컴퓨팅 체계로 대체될지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 ‘학원 6곳’ 스트레스에 설 앞두고 가출한 초등생 ‘부산행’

    ‘학원 6곳’ 스트레스에 설 앞두고 가출한 초등생 ‘부산행’

    학원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초등학생이 설을 앞두고 가출했다가 택시기사와 경찰의 도움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29일 부산 사상경찰서 감전지구대에 따르면 설 연휴 하루 전인 26일 오후 10시 10분쯤 경기도 모 초등학교 6학년 A(12)군이 택시를 타고 지구대로 왔다. 엄마가 사용을 정지시킨 체크카드로 택시비를 결제하려는 것을 택시기사가 수상하게 여겨 온 것이었다. 조사 결과 A군은 26일 오전 엄마의 체크카드를 들고 가출한 뒤 서울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부산 사상터미널로 왔다. A군은 “학원 6곳을 다니는 게 싫었고, 수학 숙제도 안 해서 가출했다”며 “가족여행을 간 적이 있는 해운대에 가고 싶어서 부산에 왔다”고 진술했다. 찹쌀떡 몇 개를 먹은 것이 이날 유일한 끼니였던 A군은 경찰관의 추천을 받은 돼지국밥 식당에서 늦은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다음날인 27일 오전 2시가 조금 넘어 지구대로 찾아온 아버지를 만났다. 감전지구대 장준혁 경사는 “돼지국밥을 먹고 싶다고 해서 순찰차에 태워 식당에 데려갔더니 남김없이 다 먹었다”면서 “아버지와 함께 해운대로 갔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기중 기자의 교육 talk] 설에 조카 만나면 ‘공통 관심사’ 물어보자

    한 유명 어학원은 설 연휴기간인 27일부터 나흘 동안 ‘명절대피소’를 운영합니다. 서울 종로, 부산 서면 등 5개 지점에서 학원 공간 일부를 열어두고 공부하러 오라는 겁니다.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고 ‘비상식량’이란 간식과 음료도 주니 인기가 많습니다. 담당자에게 물으니 지난해 추석에 대피소에 무려 1100여명이 왔답니다. 공부도 이유지만, 명절 스트레스를 피하고자 하는 것도 있다고 합니다. 몇 년 전 한 교육업체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벌인 ‘명절에 스트레스받는 잔소리’ 설문조사가 떠오릅니다. 가장 듣기 싫었던 잔소리는 ‘넌 반에서 몇 등 하니’였습니다. 3명 중 1명쯤(36%)이 이 잔소리를 꼽았습니다. ‘살 빼야겠다’나 ‘키가 작구나’가 28%였고, ‘이성친구는 있니’가 16%였습니다. 이 기사에 한 누리꾼이 달았던 댓글도 기억납니다. “우리 삼촌은 명절 때마다 저를 보면 ‘넌 반에서 몇 등 하냐. 생긴 것도 별로인데 공부도 못하니 여자친구가 있을 리가 없지’라고 하는데요.” 이번 설에도 이런 비수 같은 말들이 쏟아지리라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공통 관심사가 적다 보니 그럴 테지요. 그래서 센스 있는 ‘아재’가 돼보시라고, 교육기자로서 조카와 이야기 나눌 몇 가지 주제를 정리했습니다. 조카가 초등학생이면 “올해부터 초등학교 들어갈 때 한글 몰라도 된다면서?”란 질문을 추천합니다. 입학 전 한글을 떼고 오는 것이 상식처럼 여겨졌지만,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한글 교육이 올해부터 2.5배로 늘어납니다. 서울시교육청은 나아가 올해 신학기부터 초등학교 1∼2학년에게 기초 한글과 수학은 학교에서 책임지고 숙제도 없앤 ‘안성(안정과 성장)맞춤’ 교육도 합니다. 중학생 조카에게는 “자유학기제는 재밌을 거 같아?”라고 물어보세요. 중학교 한 학기를 정해 오전에는 수업하고 오후에는 각종 동아리 활동을 비롯한 체험활동을 합니다. 학교 수업도 토론식, 그룹형으로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조카나 부모에게는 “자유학기제 때문에 공부 안 하는 거 아닌가”라고도 슬쩍 물어보고요. 만약 이 질문에 불만을 토로한다면 “공부도 좋지만 중학교 때에는 좀 돌아다니고 그래야지”라고 덧붙여 주는 것도 좋습니다. 조카가 고교생이라면 “요새는 학종(학생부 종합전형)이 대세라면서?“라고 물어봐 주세요. 조카는 긴 한숨을 내면서 힘들다고 불평하겠지만, 그래도 자신이 하는 각종 활동에 대해 반짝이는 눈빛으로 이야기해줄 겁니다. 10년 전에는 수능이 대세였지만 요즘은 학종이 대세니까요. “역시 학력고사가 최고지”라고 하시면 얘기가 길어지니까, 워워, 자제하세요. gjkim@seoul.co.kr
  • 고입·대입 준비 수험생 ‘합격시간표 짜기’

    고입·대입 준비 수험생 ‘합격시간표 짜기’

    새 학기를 기다리는 마음은 설레지만 진학이 마냥 즐겁지 않은 아이들도 있다. 고입과 대입을 준비해야 할 중3·고3 수험생이다. 새 학기 시작 전인 다음달까지를 원하는 학교에 입학하는 준비기간이라 생각해야 한다. 전기모집 고교에 지원하려는 중3 학생은 진학하려는 고교 유형에 맞춰, 대입을 준비하는 고3 학생은 시기별로 계획을 세워 공부하면 효과적이다.■ 중3, 고입기본계획 체크… 월별·학교별 전형 준비를 ●고교 입시 준비 이렇게 3~4월 전국 시·도교육청은 올 3월 고입기본계획을 발표한다. 자율형사립고, 특수목적고교인 외국어고와 과학고 입시 변동을 이때 확인할 수 있다. 과학예술영재학교 2곳을 포함한 영재학교 8곳의 전형도 3월에 나온다. 원서접수는 4월에 하며 학생부, 자기소개서, 영재성 평가, 과학캠프 등 단계별 전형이 7월까지 이어진다. 1학기 중간·기말고사 기간과 맞물려 진행되기 때문에 계획을 잘 세워 준비하도록 한다. 7~9월 지난해 7월 중순 이틀간 원서신청을 받은 충북과학고처럼 접수기간이 2~3일로 짧은 과학고가 많다. 자기소개서와 교사추천서 등 서류 양식은 학교 홈페이지에 나온다. 미리 확인하고 이에 맞춰 준비한다. 9~11월 민족사관고를 비롯한 전국단위 자사고가 11월까지 원서를 받는다. 대체로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 등 주요교과 3학년 1학기 성적까지 반영한다. 하지만 지난해 민사고, 북일고는 전 과목 성적을 반영했다. 외대부고, 인천하늘고는 3학년 2학기 중간고사 성적도 포함했다. 자신의 교과성적에 맞춰 지원하는 것도 전략이다. 10~11월 10월에는 마이스터고가 원서를 받는다. 중학교 성적과 학업계획서, 적성·소양검사, 면접 등으로 선발한다. 마이스터고에 지원해 떨어지더라도 특성화고에 한 번 더 지원할 수 있다. 마이스터고 중 공군 기술 부사관으로 임관하는 공군항공과학고만 7월에 접수한다. 외국어고와 국제고, 지역별로 선발하는 광역단위 자사고를 비롯해 전국에서 지원 가능한 예술고, 체육고도 이때 모집한다. 11~12월 거창대성고, 공주사대부고, 안동풍산고, 한일고 등 후기모집 전국단위선발 자율학교 원서접수가 진행된다. 중학교 성적과 면접으로 선발한다. 합격선이 대체로 높은 게 특징이다. 후기모집 일반계고 접수는 12월 중순 접수를 시작한다. 예술·체육·과학 중점학교를 비롯해 올해부터 추가 지정된 인문·사회·기술·제2외국어 등의 교과중점학교는 희망자에 한 해 1개교를 우선 선택할 수 있다. 허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연구원은 “진학하려는 고교를 결정하고 나서 반영 교과 성적관리, 자기소개서 작성, 면접 준비 기간 등을 따져 월별 계획을 세우라”고 조언했다. ■ 고3, 모의수능 치르면서 약점 보강·대학맞춤 공부 ●대학 입시 준비 이렇게 1~2월 지난 20일이 수능 D-300이었다. 장기전인 수능에 대비해 2월에는 연간 학습계획 수립을 마무리한다. ‘겨울방학’, ‘1학기’, ‘여름방학’, ‘2학기’로 크게 잡은 뒤 세분화한다. 다소 여유 있는 1~2월은 모든 영역을 골고루 학습하는 것을 중심으로 하되 성적대별로 공부하는 게 좋다. 최상위권은 신유형이나 고난도 문항을 많이 풀어보고, 중상위권은 취약부분을 보완하는 데 집중한다. 중하위권이라면 교과서에 나온 문제를 풀면서 기본 개념을 탄탄히 다진다. 3~6월 올해 수능 모의고사 일정에 따라 고3은 5월과 8월을 제외하고 매달 수능 모의고사를 치른다. 교육청이 출제하는 3·4월 모의고사는 자신의 약점을 파악하고 보완하는 시험으로 활용한다. 다만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하는 6·9월 수능 모의평가는 수능 방향과 난이도를 점검할 수 있는 중요한 시험이다. 이를 중심으로 자신의 취약 부분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하반기 계획을 세우도록 한다. 4년제 일반대학은 올해 수시모집에서 무려 73.7%를 선발한다. 수시를 준비한다면 이때 계획을 세워야 한다. 주요 대학들이 3학년 학생부 성적을 비중 있게 반영하는 점에 유의하자. 7~8월 고3 수험생활 중에서 실질적으로 가장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시기이자, 반대로 느슨해지기 쉬운 시기다. 비슷한 성적도 이때 어떻게 공부하느냐에 따라 막판 성적이 갈린다.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가능한 다양한 문제를 풀어보는 게 좋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자신에게 최적화된 공부방법에 맞춰 계획을 세우는 게 효과적이다. 9월부터 시작하는 수시 지원 대학을 이때 결정해야 한다. 지원하려는 대학이 대학별 고사를 치른다면 이에 맞춰 준비한다. 9~11월 자신의 지원 가능 대학을 정확히 파악해 전형에 맞는 학습 전략을 세운다. 9월 모의평가를 토대로 대학별 수능 반영 방법 등을 고려해 효율적으로 공부하도록 한다. 다만 새로운 내용을 공부하는 것보다 그동안 공부했던 책을 정리하면서 문제풀이를 병행하는 게 효과적이다. 틀린 문제는 재점검해보고 실수를 줄여 나가도록 한다. 수시에 집중하려는 수험생은 대학별 고사 준비 기간을 고려해 수시와 수능 준비 배분을 적절히 안배해야 한다. 수능이 가까워질수록 수능 시험 시간에 맞춰 매주 모의고사를 치르는 연습도 한다. 이는 실전 적응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효율적인 방법이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무턱대고 공부할 게 아니라 시기별 전략을 먼저 세우고 이에 맞춰 내신, 수능, 대학별 고사 등으로 나눠 차근차근 준비하라”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황야도 천국이 되리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황야도 천국이 되리

    황야도 천국이 되리 -오마르 하이얌 새해가 되니 옛 욕망이 되살아나, 생각에 잠긴 영혼은 고독을 찾아 숨어드네, 거기는 모세의 하얀 손이 나뭇가지에서 뻗어 나오고 예수가 땅속에서 한숨 쉬는 곳. Now the New Year reviving old Desires, The thoughtful Soul to Solitude retires, Where the WHITE HAND OF MOSES on the Bough Puts out, and Jesus from the Ground suspires. *설을 앞두고 페르시아의 시인 오마르 하이얌의 루바이야트(아랍어로 ‘4행시들’을 뜻한다)를 읽고 있다. 새해가 되어 옛 욕망이 되살아난다니. 얼마나 절묘한 표현인가 감탄하면서 T S 엘리엇의 시 ‘황무지’에 나오는 “추억과 욕망을 뒤섞고”(mixing Memory and desire)라는 구절이 연상되었다. 엘리엇도 오마르 하이얌의 시를 읽었음이 틀림없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꽃잎을 보며 모세의 하얀 손을 생각하고, 대지에서 예수의 숨결을 느끼며 들판을 거니는 시인. 페르시아에서는 새해가 춘분에 시작되었다고 한다. 꽃이 피기 시작하는 계절, 대기에 충만한 봄기운을 받으며 욕망이 다시 꿈틀댔으리. 왜 인류는 새해를 기념했을까. 우리의 몸과 영혼은 오래되었으나, 마음은 새순처럼 젊어지기를 소망해서가 아닌지. ‘모세의 하얀 손’은 구약의 출애굽기 4장 6절에 나오는 기적을 일컫는다. “여호와께서 또 그에게 이르시되 네 손을 외투에 넣으라 하여 그가 손을 품에 넣었다 꺼내 보니 그의 손에 나병이 생겨 피부가 눈같이 하얗게 된지라.” 내가 페르시아어를 배웠다면 원문을 더 깊이 이해하련만. 저 훌륭한 영국인 에드워드 피츠제럴드(1809~1883)가 영어로 옮긴 것을 다시 한글로 번역하려니 정말 힘들다. 루바이야트에는 제목이 달려 있지 않다. 번역본마다 엮인 순서대로 번호를 붙여 놓았다. 앞에 소개한 시는 ‘루바이 4’다. 피츠제럴드가 번역한 ‘오마르 하이얌의 루바이야트’를 뒤적이다가 압운을 발견하고 놀라 기절할 뻔했다. Desires, retires, 그리고 한 행 건너 suspires. ‘-ires’로 끝나는 AABA의 각운을 만들려 얼마나 머리가 아팠을까. 피츠제럴드를 만나 오마르 하이얌은 다시 태어났다. 구글에서 ‘Omar Khayyam’을 치면 위키피디아에 아주 기다란 글이 딸려 있다. 시인을 소개하는 글에 웬 포물선과 원이 나오나 의아해하면서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이며 철학가인, 그리고 어쩌다 시도 썼던 오마르 하이얌의 생애를 따라가 보았다. (세계의 명시를 소개하며 내가 그 골치 아픈 3차 방정식을 다시 공부하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 다재다능했던 하이얌은 이슬람의 셰익스피어이며 또한 아이작 뉴턴이었다. 오마르 하이얌(1048~1131)은 페르시아의 북동부 지역 거점도시인 니샤푸르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직업에서 따온 하이얌이라는 성은 ‘천막 제조업자’를 뜻한다. 어린 오마르는 사마르칸트의 학교를 거쳐 부하라로 옮겨 이슬람 문화의 황금기를 이끄는 학자가 되었다. 그는 당시로서는 굉장히 새로운 발견을 담은 수학 논문들을 썼고 그중 일부가 서양에 전래돼 근대과학을 낳는 토대가 되었다. 셀주크의 술탄 말리크샤 1세의 요청으로 1079년에 그가 만든 새로운 달력은 16세기에 나온 그레고리 달력보다 더 정확했다. 지금도 이란과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하이얌의 달력에 기초한 ‘이란 달력’을 사용한다. 그는 원과 포물선을 교차시켜 3차 방정식을 푸는 기하학적 방법을 연구한 최초의 수학자였다. 그리고 그는 천 편의 시를 쓴 시인이었다. 한 사람이 어떻게 그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업적을 남길 수 있는지. 그의 시를 읽으며 게으른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 여기 나뭇가지 아래 빵 한 덩이, 포도주 한 병, 시집 한 권- 그리고 당신이 내 옆에서 노래 부르니- 황야도 천국이 되네. Here with a Loaf of Bread beneath the Bough, A Flask of Wine, a Book of Verse - and Thou Beside me singing in the Wilderness - And Wilderness is Paradise enow. * 빵과 치즈, 포도주 한잔, 그리고 재미난 읽을거리가 있으면 당신이 내 옆에 없어도 천국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틀렸나. 하이얌의 4행시에 보이는 현실주의. 어디까지나 여기 이곳에서, 먹고 마시고 즐기라는 현세주의는 고대 수메르인의 길가메시 서사시와 일맥상통하지 않나. * 황금의 알갱이를 아껴 썼던 사람이나, 비처럼 바람에 날리게 마구 뿌렸던 사람이나, 황금빛 대지로 돌아오지는 못하지 죽어 묻히면, 누가 다시 파 보기나 할까. And those who husbanded the Golden Grain, And those who flung it to the Winds like Rain, Alike to no such aureate Earth are turn‘d As, buried once, Men want dug up again. * 조금의 감상도 허용하지 않는, 번뜩이는 허무에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이런 시가 있는데 내가 뭘 더 보태나, 참담한 마음에 그만 은퇴하고픈 충동이 일어난다. 새해에 절대로 읽어선 안 되는 시를 괜히 집적거렸다.
  • [박형주 세상 속 수학] 죄수의 고민에 얽힌 오해

    [박형주 세상 속 수학] 죄수의 고민에 얽힌 오해

    초유의 일이 일어나는 혼란기에 서로를 불신하는 등장인물까지. 이런 때면 약방의 감초처럼 ‘죄수의 딜레마’ 비유가 등장한다. 얼마 전 어느 경제학자 칼럼이 죄수의 딜레마를 언급하며 서로 못 믿는 불신 사회를 개탄한 것도 비슷하다. 협력을 통해 공동체의 이익을 늘일 수 있다는 게임이론 개념인 ‘죄수의 고민’을 엉뚱하게 신뢰의 문제에 적용한 몰이해다. ‘모두가 패자’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한 오류까지 똑같다. 게임이론은 애초에는 수학자들에 의해 연구됐다. 지금은 경제학이나 사회학 등에서 광범위하게 쓰이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도 다수 배출했다. 경쟁사회의 특징인 제로섬 사회는 하나가 많이 가지면 다른 이는 덜 가질 수밖에 없는 사회다. 베이징대의 진징이 교수는 남북한의 대립 과정도 제로섬 게임으로 설명한다. 이 틀로 접근할 수 없는 비제로섬 사회 개념의 대표적인 예가 죄수의 딜레마 문제다. 유럽연합(EU)이 좋은 예다. 최근 영국의 브렉시트도 혼란스러웠지만, 처음 EU가 만들어질 때도 첩첩산중이었다. 통화 주권까지 포기해야 하니(일부 예외는 있지만), 거시경제정책의 주요 도구를 잃고 경제 종속을 우려하는 반발과 갈등이야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다고 각자도생하다가는 보호무역주의와 군비 경쟁의 심화로 다 망하는 공포 시나리오에 직면한다. 각자의 이익을 조금 내려놓으면 유럽 전체의 이익이 올라가는 죄수의 딜레마 상황. 누군가가 배신하고 등에 칼을 꽂을지 모르는 국제 관계 속성 때문에 망설인다. 결국 유럽연합이라는 강력한 기구를 만들어서 배신을 응징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유일한 논리적 대안이 되고, 이는 실제로 구현됐다. 그러니 EU는 게임이론의 산물이려나. 핵무기 개발에 열을 올리는 국제사회도 또 다른 예다. 타국이 핵무기를 늘리면 자기도 늘려야 하지만, 상호 협력해서 적절한 수준으로 조정하면 세계로는 이익이다. 노동자와 사용자를 구성원으로 한 사회도 각자의 이익만 극대화하면 사회 전체는 잃는 게 더 큰 대표적인 비제로섬 사회다. 제로섬 사회에서는 구성원이 각자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해도 얻는 자와 잃는 자가 있어서 사회 전체의 이익은 같다. 하지만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서는 구성원의 협력 때문에 사회 전체의 이익이 증가할 수 있다. 애초의 문제 설명은 죄수 두 명이 격리 심문 중에 제안을 받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자신이 자백하고 공범이 자백하지 않으면, 자신은 풀려나고 공범은 10년형을 선고받는다. 반대의 경우는 거꾸로다. 모두 자백하면 정상 참작으로 각각 5년형씩 받는다. 아무도 자백하지 않으면 증거가 없으니 다른 잡범 혐의로 각각 6개월형이다. 고민에 빠진다. 무조건 자백하면 풀려나거나 5년형이니 최악 10년은 면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두 죄인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사회를 생각한다면 다른 얘기가 된다. 협력해서 버티면 사회 전체의 총형량은 1년에 불과하다. 각자도생하면 사회 전체의 형량이 10년이다. 개인 이익을 조금 손해 보는 게 사회 전체의 이익을 늘리는 상황이다. 모든 것을 경쟁 논리로 보고 제로섬 사회의 시각으로 접근하면 사회 구성원의 반목이 심화하고 사회 전체의 이익은 감소한다는 것을 게임이론은 명쾌히 설명한다. 경쟁보다 협력이 이익이라는 죄수의 고민 개념을 엉뚱하게 불신 사회를 얘기할 때 적용하는 건 오해다. 감옥에 갇힌 죄수로 설명하지 말고 ‘유럽 국가의 딜레마’라고 부르면 나아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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