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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타원형 감옥의 외부-백민석 소설 목화밭 엽기전과 그 맥락

    강 경 석 1.기율과 충동의 사이 백민석의 소설들은 낯설다.그래서 그는 활동 초기부터 비상한 주목을 받아왔다.그러나 그런 만큼 오해와 풍문속에 내버려져 있기도 했다.그에 관한 논의들 대다수가 “긍정과 부정의 양 극단에 서”(하상일)있다는 지적은 여기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작가 백민석은 과장된 지지와 일방적 폄하 사이에서도 소설적 기율에 대한 자의식과 하위문화적 충동 간의 길항을 꾸준히 보여주고 있어 문제적이다.이는 그의 소설을 전위주의(avant garde)나 키치적 신세대론으로 소급하게 만든 흔한 실마리이기도 했다.그러나 이 길항이 가지는 가시적 면모들은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그보다는 하위문화소들의 무잡한 전경화 뒤에 작가가 무엇을 배치해 놓았는가 하는 점이 더 중요하다.그는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이 90년대적 공통감각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 혹은 “억지로 깨워 불러들여”(261면)진 존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작가이다.그의 소설들이 가시적이고 합리적인 범주로의 손쉬운 편입을 수락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이들은버려지고 배제된 것들(abjection) 말하자면 “병원 수술실에서 나온 적출물더미”(74면)의 잡종교배를 통해 태어났다.하위문화적 기시감으로 얼룩진 “적출물더미”들이 작중현실을 대신하면서 이들을 단순한 상징이나 알레고리로 보이게끔 만들지만,백민석의 서사전략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바는 비유적 세계의 너머에 있다. 우리가 길어 올리고자 하는 주제들은 모두 그의 네 번째 장편 ‘목화밭 엽기전’(이하 엽기전)을 경유한다.‘헤이,우리 소풍 간다’(이하 헤이)로부터 본격화된 백민석의 소설 작업은 자못 활력적이었다.그리고 그 도정의 옥매듭을 이루는 작품이 바로 ‘엽기전’이다.이후 출간된 소설집 ‘장원의 심부름꾼 소년’(이하 장원)이나 장편 ‘러셔’도 이 텍스트의 장력 바깥은 아니다.‘엽기전’은 백민석의 성공과 실패를 입체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창이다. 2-1.기생(寄生)과 평질변이의 공간들 벤야민은 카프카의 작품을 분석하면서 그것을 “멀리 떨어진 두 개의 초점이 있는 타원과 같다.”라고 썼다.이처럼 ‘엽기전’ 또한 두 개의 초점을지닌 타원 구조를 띠고 있다.그러나 카프카의 작품이 현대사회의 알레고리적 재현이라면 ‘엽기전’은 그 ‘재현’의 재현이다.은폐된 두 개의 초점을 설명하기 위해 우리는 적절한 축척의 개략도 한 장을 준비하기로 한다. 주인공 한창림은 대학 강사이다.그에게는 수학과외 교사를 하는 아내 박태자가 있다.과천에 살고 있는 이들은 비교적 분명한 사회적 신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괴한 작업에 몰두한다.그것은 미소년들을 자신들의 집 지하실로 납치해 스너프필름을 찍는 일이다.이는 시종 “흰 연기”(281면)에 비유되는 공포스러운 존재 “펫숍삼촌”의 사주에 의한 것이다.‘펫숍의 영어표기 pet에’는 ‘성애의 개념도 포함되어’ 있으며 거기에서는 “도착적인 냄새”(128면)가 난다고 설명되듯 그가 한창림 부부에게 돈을 지불한 뒤 얻는 것은 관음증적 쾌락이다.이야기는 박태자의 제자이기도 했던 소년 윤수영이 이들 부부에게 납치·살해되는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이 과정에서 주인공은 생면부지의 한 회계사를 양담배를 피운다는 이유로 폭행하게 되고,그 때문에 오장근 형사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일이 “질서에서 어긋나”(188면)자 펫숍삼촌은 박태자를 살해한다.한창림은 오장근과 펫숍삼촌에 대해 복수를 꿈꾸지만 결국 실패하고 체포된다.이 파국의 막바지를 가파르게 추락하면서 그는 “모자이크 처리가”(280면)된 “목화밭”을 발견한다. 물론 이상과 같은 개략도만으로 우리의 목적지가 금세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그러나 도착적 수사들을 일단 괄호치고 나면 텍스트는 의외로 쉽다.그것은 실존공간에 틈입한 우발적 폭력이 파국의 빌미로 된다는,매우 익숙한 플롯을 배면서사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같은 맥락에서 “햇빛 때문에” 한 아랍인을 살해했다는 뫼르쏘(‘이방인’) 이야기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한창림과 뫼르쏘가 행사한 폭력은 부조리한 ‘충동’에서 비롯된 것이다.“양담배”나 “햇빛”은 사후에 조작된 것일뿐 폭력의 본질적인 동기는 아니기 때문이다.요컨대 ‘엽기전’은 지식인 주인공의 지리멸렬한 일상이 폭력적 충동 앞에 느닷없이 노출된 상황과 이질적이고 도착적인 수사들의 짜깁기로 구성되어 있다.이 발견을 열쇠로 삼아 텍스트에 좀더 가까이 가 보자. 우선 제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전(傳)이라는 이름의 작품 형식표지 때문이다.이것은 한 인물의 인생유전을 시간의 흐름에 입각해 서술하는,동아시아 고전문학의 대표적 형식 중 하나이며 다양한 방식으로 현대적 굴절을 거듭해왔다.인물의 궤적을 다룬다는 측면에서 그것은 ‘박씨부인전’‘홍길동전’ 혹은 ‘라울전’(최인훈)‘유자약전’(이제하)과 같이 인물 지시와 이어지게 마련이었다.필경 전 형식을 새롭게 전유하면서 그 스타일이 고안되었을 ‘한씨연대기’(황석영)도 사례에 포함시킬 만할 것이다.그러나 엽기(獵奇)는 인물이 아니라 어떤 사태를 지시하는 말이다.그로테스크(grotesque)의 일본식 번역어일 가능성이 높은 이것은,최근 폭발적인 유행과 함께 하나의 문화적 화두가 되기도 했다.그러므로 ‘엽기전’은 엽기라는 문화적 표상들의 탄생과 성쇠를 기록한 형식이다.그러나 텍스트에 파종된 엽기들은 발생·성장·소멸이라는 시간적 체험과는 무관하게비선형(非線型)적으로 뒤엉켜있다.이런 측면은 자연스레 공간적 상상력을 유도한다.텍스트의 문면에 돋을새김 된 모티프들이 “동물원”“펫숍 건물”“지하작업실”“서울랜드”“목화밭”“과천” 등의 공간 표상들임은 시사적이다.지하분묘(grotta)의 벽에 표현된 반인반수의 기괴한 신체들로부터 파생,매스미디어적 운반을 거치면서 그로테스크는 엽기로 굴절되었거니와 엽기는 먼 기원에서부터 이미 공간 자질(지하분묘/일그러진 신체)을 보유했던 것이다.그런 면에서 ‘엽기전’의 전(傳)은 교란부호 내지 착란이다.그것은 엽기가 전(傳)이라는 선형(線型)적 시간에 뿌리내리면서 빚어진 형질변이의 결과여서,결국 의식의 ‘적출물더미 하치장’을 표상하는 공간 기호로 작동한다.이것의 대표적 작중 용례는 일상의 표면에 묻힌 한창림 부부의 “지하작업실”일 것이다.이곳에서는 마치 무의식 속에서나 벌어질 법한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고 있다. 설정 자체는 나체의 주술사가,흰 피부의 사내애와 벌이는,섹스의 향연이다.신께 제를 올리는 것이다.제물은 섹스이고,체액이고,신체이다.(212면) 재갈과 가죽 끈으로 포박당한 희생자는 끊임없는 린치의 반복앞에 저항할 힘조차 잃고 있다.한창림 부부는 카메라를 설치하고 상황을 연출하면서 마치 마계의 제사장처럼 행동한다.악마숭배의 제의적 모티프는 하위문화의 단골 레퍼토리이기도 하다.헤비메탈 밴드의 라이브 공연장은 가장 적절한 참조 대상이다.이들은 “무시무시한 대형 두개골 모형이 놓여 있고,사방에 스티로폼으로 만든 시체 조각 뼛조각들”(‘장원’146면)이 널린 무대에서 연주하곤 했다.그들은 관중을 향해 “날엉덩이”까지 흔들어대는 퍼포먼스를 서슴지 않는다.작가가 여기에 깊은 공감을 보이는 이유는 “모든 가식을 뚫고 자신과 현실을 직시하는 추잡한 날엉덩이의 미학”(‘장원’ 147면)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비교(秘敎)적 무대공간은 한창림의 지하작업실과 유사한 공간 자질을 갖는다.성스러운 신의 전당들이 지상으로부터 영원을 향한 상승 이미지라면,엽기전적 공간은 지하로 숨어든 하강 이미지이며,그것은 서구 고딕(Gothic)소설들이 공간적 배경으로 흔히 채용했던 폐쇄공간들(외딴 성,숲속의 저택 등)과도 통한다.한창림의 지하작업실이 “서울랜드와 동물원이 지어질 때 고립”(18면)되었다고 진술되면서부터 이들과 일정한 상호텍스트성을 획득하기 때문이다.실제로 ‘오트란토 성’(H 월폴) 같은 작품의 경우와 비교해 보면,지하실이나 비밀통로,폭력적인 남성형상 등의 모티프들이 두루 겹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엽기전’이 일반적인 공포물이나 고딕소설로 분류되는 것은 아니다.그것은 소재주의에 함몰된 비약이다.상호텍스트성이 아무런 매개도 없이 동질성으로 전화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이를 과장하다보면 최인훈의 ‘웃음소리’나 박인홍의 ‘벽 앞의 어둠’,또는 이승우의 몇몇 근작조차 고딕소설의 일종으로 배분해야 지 모른다. ‘오트란토 성’이 봉건 이념의 종식을 징후적으로 포착한 경우라면,‘엽기전’은 근대 자본주의의 세포단위인 부르주아 핵가족의 내파(內破)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내력부터 다르다.이 앞뒤 사이에 가로놓인 역사의 심연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인데,그렇다고 텍스트에 드러난 고딕적 요소를 일방적으로 부정할 수만은 없다.그것은 ‘신체 상해’의 문학적 상관물들이 동시대의 한국문학에서 적지 않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이것이 도시 체험의 축적에서 유래하는 일탈의 감각과 깊이 연루된 것이고 보면 우리 사회 일각에서 나타나는 포스트모던 징후의 하나로 간주해도 좋을 것이다.그런데 테리 이글턴 같은 경우는 여기서 더 나아가 포스트모던 자체를 오히려 “고딕의 뒤늦은 부흥”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그에 따르면 고딕이란,“편파적 시선에 의해 내던져진 괴기스러움의 그림자이며,허구 속에 안전하게 봉인된 팬터지이자 분노이기도 한,중간계급의 정치적 무의식”이다.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한국사회의 포스트모더니티를 과장하는 일도,서구적 맥락에서 고딕을 규정하는 일도 아니다.고딕환상물들이나 하위문화 양식들이 다양한 방향의 역사적 분절과 매체 전이를 경험하면서도 “중간계급의 정치적 무의식”이라는 기원적 동질성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앞에서 말한 ‘재현(가상)의 재현’이란 무엇이 될 수밖에 없고 또 무엇이어야 하는가라는 물음이 더 중요하다.‘무의식”이라는 표현에서 예상되는 것처럼 하위문화적 충동의 1차적 재현이란 이미 “안전하게 봉인된” 저항에 불과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백민석이 수행하고 있는 ‘재현의 재현’ 전략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 것이다.버려지고 배제된 “적출물더미” 혹은 “쫓겨난 나쁜 냄새들의 익스트랙트들”(166면)은 “지하작업실”이나 “펫숍건물”에서 벌어지는 린치행위들(악마적 희생제의)과 함께 표면적으로는 위반의 정치학을 구사하면서도,내면적으로는 “사회체계”의 안전망 안에서 자기보존의 영속적 지위를 획득한 것들이다.그것은 또,하위문화 기제들의 비교(秘敎)적 무대공간과도 맥락을 같이 하는데,‘엽기전’은 이 점을 분명히 자각하고 있다.그리하여 텍스트는 반항의 에네르기를 통제하는 봉인,“과천의 위생 처리된 맨홀 뚜껑”을 해체하는 일대 모험을 감행한다.이때부터 텍스트 전개의 중심축은 지하작업실의 은폐된 사실들이 표층으로흘러넘치면서 발생하는,파국을 향해 이주한다.한창림이 지하작업실을 불태우는 장면(234면)은 그 전환점이다.이 상상적 봉인해체 작업을 통해 백민석은 중간계급의 이상(理想)이 얼마나 안일한 기초 위에 축조된 것인가를 묻는다.한창림은 이를 “몰락”(232면)이라고 말한다.이것은 그의 목소리를 빌려 미리 암시된 것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얼마나 세상의 위협적인 눈들로부터 폭넓게 노출되어 있는지 깨닫곤 놀랐다.사람들은 다만 망상증에 걸리지 않기 위해,자기가 안전하다고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것 같았다.(68면) 첫 장편 ‘헤이’의 “퐁텐블로”나 ‘엽기전’의 “좋은 냄새가 나쁜 냄새들을 죄다 몰아낸 과천”은 중간계급의 이상(理想)을 외화시킨 인공낙원이다.그리고 이 공간들의 질서를 교란시키는 작업은,그 전제에서부터 “사회체계”의 기초를 탐색하는 작업과 함께 갈 수밖에 없는 것처럼 보인다.그것은 ‘엽기전’의 전략을 논리적 비약에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럴 듯하다.이러한 종류의 탐색 작업은 늘 집 또는 가족의 문제와 관계 맺는다.근대문학의 전통이 끊임없이 물어왔고 또 동시대의 문학적 상상력들이 여전히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백민석 또한 가족이라는 공간에 대해 묻는다.그곳은 “우리의 지옥”(‘헤이’,244면)이다. 2-2.집의 포자(布子)들과 두 갈래의 초월 근대적 가족 이미지의 거처(topos)로 기능해온 ‘집’은 백민석에게 와서 다시 씌어진다.그는 가족 이념의 내파를 출산과 ‘배설의 이미지’를 오버랩시키는 실존주의 모티프를 통해 보여준다.임신 중인 박태자가 “가족 없이도(…)그럭저럭 결혼까지 하며 제법 꾸려져왔”(142면)던 자신의 삶을 강변하며 아버지의 방문을 거절하는 장면,그리고 화장실에서 사산(死産)하는 장면.이 두 장면의 연속배치는 결정적이다.자신의 기원을 부정하면서 재생산의 고리마저 끊어낸 ‘집’(또는 가족)이란 그 자체로 전복적인 하위문화 공간이자 “지옥”이다.이것은 매우 급진적인 강렬도에 의해 지탱되고 있어서 텍스트의 등장인물들은 아무도 이타카(Ithaca)의 회복을 욕망하지 않는다.이런 점에서 백민석의 인물들은 기억의 서사를 추구하는 윤대녕의 주인공들과 대조적이다.그곳에는 어떤 기억이나 회상도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다.부조리한 충동은 거의 언제나 우발적인,비가역적 동시성의 소산이기 때문이다.기억의 돌출은 기껏해야 한창림이 자기 어머니를 떠올릴 때처럼 파편적 이미지로 던져지거나(154면),박태자의 경우처럼 현실인지 꿈인지 모를 “암페타민의 환각”(99면)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할 것은 주인공들의 성격이나 행위가 작가의 궁극적 주제를 직접 매개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이는 작가가 한창림과 박태자의 교차진술을 통해 작중 상황을 반복 객관화시키면서 더욱 뒷받침되고 있는 것이다.주인공의 욕망이 작가론의 직접적 상관물로 환원될 수 없다는,일견 단순한 사실이 지금껏 무시되면서 ‘엽기전’은 냉소나 허무주의적 저항담론의 일방통행로에 갇혀 버렸다.물론 ‘헤이’와 같은 초기작의 경우,하위-충동의 허무주의를 준거점으로 삼으면서 결국 세대론적 인정투쟁에 희생된 측면이 없지 않다.그러나 충동의 무정부적 방출을 일삼는 주인공이란 하나의 설정일 뿐이지 궁극은 아니다.이들을 다루는 작가의 시선은 마치 스크린 속에서 만난 괴기사건을 독자들에게 전달,‘재현의 재현’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하는 듯 담담하다.작중인물들에 대한 연민이 없는 것은 아니나 근본적으로는 그 어느 누구에게도 우호적이지 않다.그러므로 허무주의적 세계관 또한 출발점 이상의 의미를 갖지 않는다.‘헤이’ 이후 작가에게는 단 두 가지 길밖에 없었다.출발점의 진화를 위해 망설임없이 밀고나가는 길,그리고 부조리한 충동들의 존재근거를 되짚는 길이 그것이다.앞의 것은 “목화밭”으로 가는 길이고 뒤의 것은 ‘내가 사랑한 캔디’,‘불쌍한 꼬마 한스’,‘이 친구를 보라’로 이어지는 자전적 소설의 길이다.그것은 단지 선택의 문제이다.“목화밭”으로 가는 길 끝에서 한창림 부부가 몰락한다는 것 또한 이를 뒷받침한다.자칫 이 끔찍한 존재들의 실패담이 무책임한 냉소로 비칠 수 있겠지만,하위문화의 봉인된 저항이 늘 그런 것처럼 그들은 자신들의 태생적 한계에 의해 몰락하는 것뿐이다.그것은 기원 혹은 자신의 존재근거(집)를 스스로 거절하면서부터 이미 예정된 것이었다.백민석은 이것을 “괴물들”의 숙명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그러나 그렇다고 해서,‘숙명’이라는 말에 이미 전제된 것처럼,한창림 부부의 몰락은 단지 기성질서나 사회체계의 견고함을 인정하고 확인하는 충격적 절차에 불과하다고 말해도 되는 것일까.아니 좀더 일반론적으로 말해서,주인공의 몰락은 늘 체제에 대한 굴복을 뜻하고 마는가.우리는 그 반대의 사례들을 분명히 알고 있다.쥘리앙 쏘렐((적과 흑))의 몰락이 단지 타락한 욕망의 몰락일 뿐이며 이동혁((객지))의 실패가 영웅주의의 실패에 불과한 것처럼,한창림의 파멸은 가상의 식민지 위로 흘러넘친 그 무정부적 충동의 패배 이상은 아무것도 아니다.(엽기전)에서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결정적 토대는,기억의 환원작용을 철저히 단속하면서 “훗날,그의 기억에 다시는 나타나지 않게끔”(234면) 집이라는 상징을 소각시켜 버린 데에 있다.그것은 다만 지하작업실의 끔찍한 린치와 패악들을 포장하는 초월적 가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위-충동의 공간으로 전락한 집(獵奇傳)은 단순한 상징이기를 멈추고 마치 암세포나 포자식물들이 그렇듯 확산 증식한다.지하작업실에서 “섹스”와 “신체”가 “제물”(212면)이 된다는 진술은 그래서 설명 가능해진다.근대적 주체 재생산의 전제가 되는 남녀간의 성적 교환을 악마적 제의로 탕진하면서,출산과 배설의 이미지를 등치시켰기 때문이다.이 공간이 지닌 능력은 통상적 상상을 넘는 것이어서,거의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에 필적한다.이 “지하작업실의 깜깜한 자궁”(91면)에서 길러져 나온 포자들이란 비정상적 과정을 통해 탄생한 비정상적 존재들이며 체계의 관리망 안에서 “도착적”으로 왜곡된 인공 “수컷성”의 담지자들이기도 하다.“학교 안의 새끼 수컷들”(69면)이나 “동물원의 독방에 갇힌 만드릴 육식원숭이”(175면),“정신병원의 조울증 환자들”(138면) 등은 바로 그 증식의 사례들이다.지하작업실의 포자들은 훈육시설 즉 사회체계의 관리 시스템에서 기생한다. 이것은 빅토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어두컴컴한 실험실이 괴물을 탄생시키는 하나의 자궁으로 기능한다는 지적(G 스피박)을 연상시킨다.그러나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1818년)이 여행(모험)의 구조를 통해 비정상적 존재(괴물)의 정신적 성숙 과정에 집중하고 있다면,‘엽기전’에는 성숙 혹은 교양(Bildung)의 과정이 삭제되어 있다.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 조화로운 가족서사에 대한 강렬한 향수(괴물은 빅토에게 아버지의 역할을 요구하지만 거부당한다)를 지닌 반면 후자는 가족서사 자체를 히스테리에 부쳐버린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이것은 전(傳)이라는 시간적 형식이 왜 엽기라는 그로테스크의 변종과 만나면서 공간화 되는지를 부연한다.가족은 주체의 인큐베이터이며 성숙이란 그 시간적 진화 과정이다.텍스트는 전통적인 소설의 중심축이라 할 성숙의 문제를 수락하지 않음으로써 시간성의 장력으로부터 이탈하려 한다.이 텍스트가 읽기의 습속에 저항하는 것은,한편으로 비선형적이고 공간적인 그래서 공시적 사유방식에 의해 지탱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서사의 절연과 접합된 공시적 사유방식은 의미심장하다.근대적가족 이미지가 학교나 군대와 같은 훈육시설들의 이미지와 함께 자본주의에 의해 수행되는 상징조작의 일환(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이었다는 성찰과 맞닿으면서,90년대에 등장한 이른바 신세대 작가들은 가족의 문제를 자신들의 중심 과제로 삼았던 것이다.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집단적 주제로부터 ‘엽기전’은 그러나 조금 더 전진해있거나 약간 비켜 서 있다. 약간의 비약이 허락된다면,분단 이후의 한국소설사는 가족의 균열을 중요한 축으로 설정해왔다고도 할 수 있다.이것은 주로 결손의 문제와 연루되어 있었으며 그중에서도 특히,이데올로기 갈등과 불가분의 관계에 놓이는 아비부재에 집중되어 있었다.이것은 김소진에 이르기까지 승계되었다.이 전통은 근원적 실향의식과 친족관계를 형성하면서 다양한 스펙트럼을 발산해왔다.그러나 90년대의 풍속 주체들은 그것을 냉소와 조롱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린다.이들의 공과를 떠나서라도,가장 급진적인 작가로는 배수아가 적임일 것이다.그는 동요하는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에 이미 파산선고를 내린 듯이,“어머니”를 새로운 해체대상으로 설정한다.그러므로 결손의 모티프를 구사하는 경우에도 그것은 아비부재가 아니라 어미부재로 나타난다.그러나 “어머니,나는 이제 죽을 때까지 어머니의 아이가 아니겠어요”(‘부주의한 사랑’)라고 외치는 배수아의 “아이들”마저도 기원에 대한 향수를 무의식적으로 드러낸다.강렬한 향수야말로 이 도저한 거부의 진정한 추동력인 셈이다.‘엽기전’을 동시대의 유사한 징후들 속에서도 분별하게 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텍스트는 가족서사의 부정적 연혁을 작성하면서도 기원에 대한 향수를 음각(陰刻)하고 마는 평균적 해체작업에 만족하지 못한다.그 거부의 의지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혹독한 양상을 띤다.텍스트는 가족서사에 대해 “너무나 흔해서 얘깃거리조차 안”(48면) 된다고 말하기를 서슴지 않는다.이미 논의한 바와 같이 주인공들의 이러한 진술 자체가 텍스트의 궁극적 주제로 환원되는 것은 아니다.이것은 잠정적으로 오이디푸스적 환원이라 부를 만한,근대적 가족제도의 구체적 질곡을 겨냥하는 것으로 보인다.작가는 이것을 요약하기 위해 “수컷성”이라는 특유의 조어를 반복 사용하고 있다. 그 외피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오이디푸스적 환원이란 심층에서 남성적 지배질서를 지속시키려는 “사회체계”의 작동 방식을 함축한다.‘아버지와 아들의 경쟁’으로 상징되는 오이디푸스적 세계 안에서 성숙이란 결국 남성적 성숙에 다름 아니며,이는 근대적 가족 제도를 경쟁 이데올로기의 기초로 삼는 자본의 요구이자 동력이기도 하다.텍스트의 전반에 걸쳐 반복되는 “수컷성”이란 “영역싸움”“패권주의”“위계질서” 등으로 예시되는데 이것들은 경쟁 구조의 자기보존 양식을 말하는 것 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이 질서에 붙들린 존재들은 어떠한 준거로도 윤리적 판단대상이 될 수 없다.이 세계에서는 선악의 이분 구도 따위가 처음부터 허락되지 않는다.충동적 가상들(수컷성)만이 거주하는 끔찍한 세계이기 때문이다.이는 전작(前作) ‘불쌍한 꼬마 한스’에서 오이디푸스적 성숙의 발생학을 탐사했던,백민석의 자연스러운 귀결이다.잘 알려져 있다시피 꼬마한스는 프로이트의 주력 개념인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전형적 사례이다.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아버지에 대한 공포를 낳고,그것이 다시 말(言)에 대한 공포로 전이되어 꼬마 한스의 신경증을 구성한 것이다.백민석의 주인공들도 공포의 기척 앞에서 실어증을 경험하곤 한다. 한창림은 공포에 전율할 때마다 “누군가 입 속에 비닐 빵봉지를 쑤셔박아넣은 것”같다고 느낀다.이 공포감은 “사회체계”로부터 주어지는 것이다.이는 백민석의 끈질긴 문제의식 중 하나인데,표현의 추상성을 넘어 은연중 역사적 환기력을 구체적으로 회복한 경우는 그에게 ‘엽기전’이 처음일 것이다.그는 ‘엽기전’의 후기에서 다음과 같이 쓴 바 있다. 이 소설을 구상한 건 이곳 안양 평촌으로 이사오고 나서,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그게 94년이니까 벌써,칠 년 전의 일이다.(…) ‘뭔가 된’ 것은 그로부터 수년이 지난 97년의 일이다.그저 엮어 놓는 것만으로는 아무래도 부족함이 컸던 것이다. 97년은 국내 경제를 준 공황시대로 내몰았던 IMF 외환위기 사태 혹은 신자유주의의전경화가 본궤도에 오른 시점이다.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엽기전’은 자본주의 사회체계의 가공할 위력에 대한 충격적 확인을 내면화한,우리들의 보고서다.한창림 부부와 그 혈육들이 하나같이 실업자이거나 비정규직이라는 것과 “뷰티풀 피플”의 남편이 파산한 사업가로 등장하는 것은 흥미로운 예증이 된다.“퐁텐블로”나 “과천”이 보여주는 위장된 혹은 상상적 안온함은 생산자본이 투기자본에 압도된 ‘거품경제’ 만큼이나 “텅 빈”,그리고 아슬아슬한 것이다.그가 작중현실로 설정하고 있는 하위문화적 충동의 세계가 그러한 것처럼 그것은 파국의 예감을 이기지 못한다.작품 구상 단계의 모호함이 명료한 의지를 얻게 된 것도,무정부적 충동의 발산에 기울어 있던 작품세계가 일정한 전환점을 획득한 것도 모두 동시대 감각의 소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엽기전’은 우리 시대의 집단신경증(부조리한 충동)이 자본주의의 세계적 관철 혹은 “수컷성”의 일방통행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암시적으로 보여준다.이는 백민석이 의도적으로 성숙의 문제를 삭제한 결과이다. 그런데 성숙의 문제를 괄호치는 것은 근본적으로 가능한 일인가.하위문화적 충동의 무잡한 전경화 뒤에는 이런 의문들이 도사리고 있다.성숙은 블랙홀의 심처와 같이 끊임없는 소환의 인력을 발산한다.성숙의 저 끝 간 곳은 초월의 영역일 것이며 이것은 텍스트 내부에서 두 갈래의 길을 연다.하나는 수컷성의 최상층을 차지하는 “펫숍삼촌”을 제거함으로써 빅 브라더(‘1984’)에 필적하는 질서의 지배자 혹은 신적인 관람자(펫숍은 모든 것을 알고,또 본다)가 되는 길이며,다른 하나는 무정부적 충동을 끝까지 밀고나가 죽음에 이르는 길이다.편의상 앞의 것을 상승초월,뒤의 것을 하강초월이라고 이름 붙여 본다면,텍스트는 이 두 개의 극점을 지닌 일종의 타원 구조를 갖고 있다.텍스트의 등장인물들은 모두,두 개의 극점이 발산하는 인력 사이에서 진동하는 존재들이다.이는 일반적인 성숙의 서사와 그 음각인 ‘프랑켄슈타인’류의 ‘하위-충동’ 서사를 양 극점으로 삼는 구조이기도 하다.앞에서 벤야민의 카프카론을 예시했던것도 이 때문이다. 하위문화적 충동의 포자들은 소설적 기율(또는 성숙의 플롯)에 기생하면서 ‘엽기전’이라는 변종을 만들어낸다.이 변종의 변종성은 텍스트 내부의 공간 배치,확산에 의해 이루어지며 두 갈래로 나뉘어 각각 상승초월과 하강초월의 공간으로 작동한다.이들의 공동 거처는 “제2정부종합청사”“서울랜드”,“동물원”이 있는 공간 과천으로 설정되어 있다.이곳은 “수도권에서 가장 살기 좋은 시로 뽑힌”(165면) 곳이며 그 이유는 “좋은 냄새가 나쁜 냄새들을 죄다 몰아”냈기 때문이다.이곳은 그러므로 엄연한 실재이기를 그치고 ‘헤이’의 “퐁텐블로”처럼 중간계급적 이상의 재현물로 전도된다.“냄새”나는 “적출물더미”들을 은폐하면서 보편적 행복을 가장하기 때문이다.여기서 “나쁜 냄새”란 “수컷성”의 기화작용 혹은 확산을 말하는 것이다.이데올로기의 상징 조작이 최고의 효율성을 발휘할 때 “살기 좋은” 계획도시 과천의 지하에서는 배제의 프로그램이 가동 중이었던 것이다. 이 배제의 희생물이 되지 않으려면 초월적 수컷이 되는 수밖에 없다.실제로 “펫숍삼촌”의 수컷성은 배제 프로그램(사회체계)을 넘어서 있다.“세상의 눈은 그걸 볼 수가 없”(125면)는 상승초월의 영역에 놓이는 것이다.“어디에도 없으면서 어디에나 있는”(117면) “펫숍 공간”은 삼촌이라는 이름의 친숙성과 결탁하면서,체계로부터 자유로워진다.그에 반해 한창림의 엽기전 공간은 “뷰티풀 피플(사업실패로 와해된 가족 형상)”과 함께 프로그램의 희생물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다.그들의 충동은 태생적 한계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그들은 그저 “쫓겨난 나쁜 냄새들의 익스트랙트”(166면)들이다.영역 싸움과 경쟁에서 밀려난 패배한 수컷들인 셈이다.‘엽기전’은 “흰 연기”(281면)로 표상되는 “펫숍삼촌”의 신적인 수컷성(상승초월)과 결국은 거름이 되고 말,야수의 수컷성(하강초월) 사이에서 전율하고 있는 텍스트다. 2-3.타원형 감옥에서 목화밭으로 ‘야수적 하강’과 ‘비교(秘敎)적 초월’의 두 갈래 길은 서로 다른 방향을 갖고 뻗어나가는 듯 보이지만 결국 동일한 장소-표면에서다시 만나기도 한다.그것은 타원 구조의 양 극점이 자신의 몸을 뒤틀어 다시 만나는 뫼비우스의 띠이다.그 장소란 린치의 장소-표면이다.거기에서는 감시와 처벌,혹은 임의적인 폭력이 끊임없이 미끄러진다.등장인물들의 모든 탈출 기도가 수포로 돌아가는 이유는 텍스트의 세계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벗어날 수 없는 순환의 세계이기 때문이다.마치 버튼만 누르면 언제라도 반복재생되는 스크린처럼,그들을 둘러싼 세계는 거대한 하나의 감옥이자 부서지지 않는 벽들이다. 작중 공간에서 가장 높은 위치인 펫숍공간은 가까이 다가가 “정체를 머릿속으로 짜맞춰보다가는,금세 덩치나 안전문이 떠올라 스스로 사고를 정지해버리”(123면)도록 만들면서 영역침범을 가로막는다.이것은 감시의 내면화라고 부를 만한 것이다.“태어나기 전의 공간”(122면)인 펫숍에 구체적 형상을 부여하는 것은 오로지 벽,“시멘트벽”이다.텍스트 내에서 하강의 경험적 한계인 한창림의 지하작업실 또한 피범벅의 벽들이다.거기서는 린치의 흔적이 끊임없이 번지고 미끄러지지만,벽면들에 안전하게 둘러싸인 채이다.그러므로 상승초월과 하강초월은 주인공들의 폭력적 도주를 이끄는 강한 유혹이자 인력의 중심이면서,동시에 막혀 있는 어떤 것이다.“사회체계”의 어두운 핵심으로 직핍하는 길은 아무 데도 없다.저항도 발악도 체계의 허가 범위 안에서 이루어질 뿐이다.이 출구 없음은 그들이 중심 혹은 주체가 아니라 ‘만들어진 존재’ 즉 “사회체계”로부터 호출받은 타자들이기 때문이다.그들은 한갓 게임속의 평면 캐릭터에 불과한 자신의 실존을 증언한다. 그도 아내도 이 사회에서,날 때부터 운명지어진 존재들이었다.(…)괴물스러운 위력이 얼마나 막강하든,바깥에 존재(타자성-필자)하는 한 아무런 영향도 미칠 수가 없다…… 그래서 괴물은 장난감 수준으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잠들어 있던 괴물을 억지로 깨워 불러들여 놓곤,재미로 쫓아다니며 괴롭히고,종국엔 괴물이 왔던 곳,사회 체계의 바깥으로 다시 쫓아보내는 악취미의 희생물로 전락하는 것이다.(261면) 그들이 줄곧 “내면 없는” 존재로 진술되는 이유가 그것이다.그들은 오직 표면만을 가질 뿐이며 마치 “뷰티풀 피플” 공간에 진열된 “웃는 플라스틱”(인형)들처럼 속이 텅 빈 존재들이다.신체상해 혹은 “린치”는 텍스트의 시작점에서 끝점까지 수도 없이 자행된다.“텅 빈 목소리” 혹은 “사색하지 않는”과 같은 수사들이 끈덕지게 달라붙는 린치 장면들.‘엽기전’의 등장인물들에게 있어 내면이란 기껏해야 히스테리나 조울증·분노 등으로 표면화된다.신체는 하나의 표면이고 그 내부는 또 다른 해부학적 표면에 지나지 않는다는 참혹한 인식이 텍스트를 무심히 곁눈질하고 있을 뿐인 것이다.“이 피비린내 나는 일상 어디에도 사색이란 물건은 없다.”(134면) 이것은 상승초월과 하강초월이 막힘 혹은 “육중한 안전문”,“지표면”과 같은 일종의 벽면(표면)으로 제시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이것들은 끊임없는 표면들의 연속체로 구성되어 있다.“펫숍의 공간 구조는 자연스레,네 번째 공간,다섯 번째 공간,여섯 번째(…)갈수록 안전문은 육중해지고 접근 불가능해”(123면)지는 것이며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바닥없는 심연으로 사라지는” 것이다.그것은 그들이 스크린의 격자에 갇힌 디지털 화소조합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견고한 감옥의 구조 안에서,한창림은 윤수영을 린치하고,펫숍삼촌은 한창림을 공포로 길들인다.여기서 초월의 전망은 ‘성숙한 깨달음’을 통해 생성되는 것도 아니고,절망적 추락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그것은 차라리 두 극단의 장력이 이루어내는 벡터 운동의 산물이다.실제의 공간 과천을 주무대로 배치하면서 실제의 실제성을 마음껏 왜곡하고 있는 ‘엽기전’은 표층 차원의 비현실성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현실주의의 산물이 된다.여기서의 현실은 고정된 무엇이 아니라,벡터운동이라고 했듯 생성과정 중인 어떤 것이다.그것은 근대적 가족이념의 이데올로기적 침윤 혹은 수컷성의 영역 분쟁으로 요약할 만한 자본주의 사회 시스템의 작동방식을 기괴하게 드러낸다.“현실을 직시하는 날엉덩이의 미학”은 여기서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그런 점에서 텍스트는 현실을 괄호안에 묶는 팬터지도 아니고 은연중에 독단적 현실을 들이대고 마는 낡은사실주의도 아니다.텍스트는 생성과정 중인 현실 자체이며 끊임없이 포자 증식하는 전경화된 공간 표면들의 연쇄이다.이것이야말로 비가역적 동시성의 산물이다.이 찢어지지 않을 것 같은 혹은 “육중한 안전문” 같은 표면들은 박태자가 늘상 바라보는 “텔레비전 화면”이기도 하다.이 표면들의 연쇄는 단지 화소조합에 불과했던 한창림이 스스로를 해방시키려들면서 파국을 맞이한다.이때 자신의 근원적 종속성을 지각한,이 불길한 주연배우의 두 눈 앞에 “목화밭”이 출현한다.“목화밭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3부 제목) 한창림은 파국의 절정을 가파르게 추락하면서 마치 우연인 듯,이 거대한 감옥의 바깥을 본다.그것은 초월이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표면들의 완고함 앞에서,마치 자유의 계시인 것처럼 나타난다.그것은 언어적 해석의 대상이 아니다.너무나 낯설어서 오히려 공포감을 일으키는 어떤 것이다.텍스트는 그것을 “목화밭”이라고 부르지만,이미 통상적 기호로는 지시할 수 없는 대상이다.마치 최초의 인간이 자신의 세계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떼듯,“목화밭”이라고 우연히 발음된 것뿐이다.그것은 숭고(崇高)한 대상이다.체계에 붙들린 어떤 의미도 허락하지 않은 채 그저 “거기 목화밭이 있었다.” 거기 목화밭이 있었다.(…) 그는 알 수 없었다.어째서 여기가 목화밭인가? 씨는 아직 뿌리지도 않았는데,언제부터 목화밭인가? 그는 볼 수도 없었다.둔덕 전체에 모자이크 처리가 돼 있었다.(…) 그는 목화밭이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다.그는 삽을 놓고,두 손을 들어 눈을 가린 다음 울기 시작했다.누군가 그의 입 속에 비닐 빵봉지를 쑤셔넣은 것 같았다.커다란 쇠뭉치를 그의 입에 처넣은 것 같았다.(280면) 파멸의 순간에 우발적으로 그리고 모호하게 던져진 ‘그것’은 그러나 ‘엽기전’을 허무주의로부터 구원하면서 동시에 미래로 운반해간다.이것은 획기적이다.백민석은 언어적으로 지시하지 않는다.다만 하나의 자족적인 사물을 생성시키고자 한다.그는 텍스트 위에 어쩌면 자기 자신과도 전혀 무관한 자유를 창조하려한 것이다.그러나 이것은 어느 누구의 승리도 견인하지 않는다.우리는 모두 참패한 것이다.작가도 독자도 또 그 사이의 주인공들도 이 무시무시한 자유의 숭고한 출현을 그저 흔적의 형태로 감지할 수 있을 뿐이다.그것은 “모자이크” 너머의 현실,진정한 현실이다.“목화밭”이라는 우발적이고도 가난한 기호가 ‘진짜 현실’의 숭고한 출현을 계시하고 있다.존재의 근본적 종속성을 깨닫는 순간 “아주 작은 한 구멍”으로 그것도 “모자이크”에 가려진 채로 그것은 나타났다.부서진 몸을 이끌고 나타난 벤야민의 “역사의 천사”처럼 자신의 가난함을 최대치로 드러내면서,이 타원형 감옥의 외부로부터 자유의 기억이 도래하는 것이다.그것은 “자유라는 이름의 형벌”(사르트르)일지도 모르지만,그 형벌은 해방의 약속과 함께 하는 형벌이다. 3.어쩌면 위험하기도 한 미래 이 스크린을 바라보는 우리들과 스크린 속의 괴물들은 서로를 되비추는 거울에 불과하다.‘엽기전’은 결국 한창림의 실패담이 우리 자신의 것일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어쩌면 우리들 관객조차도 스크린의 표면에 붙들린 디지털 화소조합에 불과할지도 모른다.“인간은 누구도 예외없이,아직 자기 자신이 되지 못했다”는 아도르노의 말처럼,우리는 하나이면서도 여럿인,전지구적 자본주의·수컷성의 경쟁 이념·패악의 은폐전략인 가족로망스·안전처리된 저항의 초월적 가상들에 중독된 채로,우리 자신의 근본적 존재구속성을 망각한 것인지 모른다.이 중독성은 그 바깥을 사유하지 못한다.‘엽기전’은 바로 이 가상의 세계에서 가상을 껴안으며,동시에 가상의 근본적 존재구속성을 뛰어넘으려는,우리들 모험의 기록이다.동시대의 소비적 재현들이 보여주는 무분별한 질주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청신하게 환기시키는 것,이 거대한 감옥에 길들지 않은 ‘고통스러운 자유의 감각’을 회복하는 것.이것은 ‘엽기전’이 ‘재현의 재현’을 전략적 준거로 삼으면서 얻어진 결론이며,어떠한 질서에도 구속되지 않으려는 간고한 투쟁의 결실이다. 그러나 ‘목화밭 엽기전’이 도달한 자유의 가능성은 매우 아슬아슬한 역학 장(場) 속에 놓여 있다.그는 알레고리적 재현 전략이 갖고 있는 근본적 허무감과 형이상학적 환원주의를 힘들게 벗어나면서,90년대의 평균서사를 딛고 새로운 미학적 가능성 중 하나를 열었다.그러나 또 다른의 수준의 위험 앞에 자신을 노출시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해체와 전도의 전략은 얼마든지 동어반복에 떨어질 수 있다.이제는 자신의 전제들조차 재구성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그가 출발한 전제들에 동의하지 않은 채로는 텍스트를 거의 읽을 수 없을 만큼 부자유스럽다.특히 그의 유난한 반인간주의가 그렇다.그가 그려내는 인간의 모습은 모두 알 수 없는 장력에 조종당하는 꼭두각시들이다.이것은 주체를 구조의 효과로 소급시키는,전형적인 구조주의식 사유법이다.반인간주의야말로 진정한 인간주의의 전제조건일 테지만,그것은 주장되고 선언되어야 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그것은 반인간주의가 지니는 미학주의적 성격 때문이다.계몽이성을 독단으로 몰아붙이면서,그 자리에 광기와 착란을 대신 들어앉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물론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서 숨쉬고 있는 n개의 가능성들을 하나하나 살려내는 가운데,그것은 소멸해갈 것이다.미래를준비할 시간은 아직 필요하지 않은가. 지면 관계상 당선자의 양해 아래 원고 일부를 줄였습니다. ■당선 소감 먼저 심사를 맡아주신 두 분 선생님께 감사드린다.그 분들은 내게 조그마한 오솔길 하나를 터 주셨다.다만 성실한 보행객이 되지 못할까 염려스러울 뿐이다.당선 소식을 접했을 때 당황했다.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세상을 보는 눈과 귀는 여태 어둡고 그것과 반드시 겹쳐져 있을 문학도,몸과 마음에서 아직 멀게만 느껴진다.그러나 이왕 엎질러진 물이니 헐거운 공부와 삶을 조금씩이라도 채워나가야 할 것이다.그것이 이 무책임을 모면하는 유일한 길이겠다. 이런 자리에서 문학에 관해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일은 내 깜냥도 깜냥이려니와 풋내기로서 주제넘은 짓이다.그러나 한 시대와 사회 전체가 참여하는 역동적 협업으로서의 ‘문학’이라는,큰 그림 하나는 잊지 않으려고 한다.이 협동작업의 작은 일원으로 미력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 돌이켜 보면 내게는 스승 아닌 분이 없다.은사님들은 물론이고 선후배 친구들,가족들까지도 모두 스승이었다.나는 그저 한 장의 백지가 된 것처럼 그들의 말없는 가르침에 어두운 귀를 기울였던 것뿐이다.그들의 빛나는 존재감이 나를 이리로 오게 했다.그래서 오늘의 이 고마운 자리는 영광이 아니라 갚지 못할 부채다.이 또한 잊지 않으려고 한다. 우선 고생하시는 부모님과 하나뿐인 내 여동생 경희에게 공을 돌린다.모자란 글줄이나마 더듬더듬 쓰는 법을 가르쳐준 인하대 국문과의 선생님들,선후배 동료 분들께는 소주라도 한 잔 올려야 할 것이다.학부 시절을 내내 함께 했던 청하 동인들에게는 무엇으로 보답해야 할지 아득하다.그리고 어려울 때마다 마음 뉠 곳을 마련해준 나의 든든한 후원자 금희에게는 사랑과 고마움을 함께 전해야 하리라. 약력 1975년 대구 출생. 인하대 국문과 대학원 재학 ■심사평 강정구씨의 ‘세상을 떠도는 목어들’은 차창룡의 시 세계를 풍자의 범주 안에 넣고 차창룡만의 특별한 풍자의 양식을 찾아내려고 애를 쓴 글이다.텍스트의 고유한 경험을 최대한 되살리는 방식으로 문학작품을 이해하는 것이 평론의 길이라면 강정구씨는 평론의 ABC를 안다고 할 수 있다.다만 문학의 고유한 경험은 무엇보다도 언어의 경험이지 주제의 그것이 아니다.주제를 가지고 경험의 세계를 휘젓다 보니 글이 겅중거리고 성길 수밖에 없다.김용하씨의 ‘비윤리적 세계의 재현과 윤리적 풍경의 기원’은 시적 직관을 통해 순간적으로 구현되는 창조적 공간으로서 시를 이해하고 그 창조적 공간에서만 가능한 인간 삶의 근원적인 조화의 경험을 읽겠다는 의욕이 두드러진 글이다.그러나 하나의 형식에 끈덕지게 매달렸다는 것이 개성의 표지가 될 수도 있지만,글을 도식적으로 만드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이원동씨의 ‘떠도는 가족,주변부 삶을 보듬는 결곡한 서사’는 공선옥의 소설을 길동무처럼 따라 읽으면서 공선옥 소설의 존재의의를 설득력있게 부각시킨 글이다.그럼으로써 이 글은 독자에게는 개안을,작가에게는 위안을,그리고 글쓴 이 자신에게는 텍스트와 더불어 살아보는 경험을 제공했다고 할 수 있다.텍스트에 충실한 것이 얼마나 큰 미덕일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글이다. 강경석씨의 ‘타원형 감옥의 외부’는 백민석 소설의 그로테스크한 세계를 통해 현대 사회의 문제와 미학적 경험 사이의 상관관계를 폭넓게 조망한 글이다.생의 적출물의 의미,폭력적 충동의 존재 형식,고딕의 정치적 무의식,가족 이념의 내파,세계의 남성적 지배와 타원형 감옥 구조,디지털 화소조합으로서의 삶의 경험 등등 현대성의 핵심적인 주제들을 망라하는 한편 문학의 글쓰기가 그 주제들과 동일체를 이루면서 또한 해체·변형을 행하는 가운데 도출되는 미학적 경험의 굴곡을 잘 보여주고 있다.당선을 축하하며 정진을 바란다. 김인환 정과리
  • [씨줄날줄] 후세인의 족보

    미국 대통령 중 거짓말로 가장 유명한 이는 36대 대통령 린든 B 존슨이다.베트남을 공격하기 위해 지어낸 ‘통킹만 거짓말’때문이다.“질문:존슨 대통령은 언제 거짓말을 하나.답:입만 열면.”이라는 농담의 주인공이 된 그는 족보도 널름 미화했다.한국을 방문,미군 앞에서 연설하면서 그는 고조부가 알라모 전투에서 전사했다고 말했다.훗날 존슨의 전기를 쓴 도리스 굿윈이 거짓말을 한 이유를 묻자 알라모가 아닌 다른 전투에서 전사했다고 말했다.하지만 이것 또한 거짓말이라는 게 월스트리트저널이 2000년 10월11일자에 소개한 내용이다. 존슨 대통령이 거짓말까지 한 걸 보면 우리네만큼은 아니어도 서양 사람들도 족보나 가문을 꽤 챙기는 것 같다.그래도 역시 족보는 우리 것이 최고지.인터넷 시대에 걸맞게 사이버 족보 사이트도 엄청 많은 걸. 하지만 여기서 잠깐 우리 족보도 점검을 해볼 필요는 있다.영남대 명예교수인 이수건 박사는 “17세기까지 양반층은 10%에 그쳤다.”면서 “조선 후기로 내려올수록 본관을 바꾸거나 가계를 조작하는 일이 성했다.”고 말한다.금속활자 연구의 권위자인 손보기 교수는 “지게에 활자를 지고 다니면서 족보를 찍어주고 돈벌이를 하는 인쇄 행상이 19세기 성행했다.”고 말한다.‘재미있는 성씨·족보 이야기’의 저자 김정열씨도 조선시대 족보는 징집면제증빙서였기 때문에 뇌물로 족보를 첨삭하거나,남의 문중 족보에 이름을 올리는 투탁(投託),편법으로 만든 별보 등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투탁해서 만든 탁보에 이름을 올린 이들을 ‘붙인집’이라 했다. 이라크 후세인 전 대통령이 집권시 족보학자에게 명령했던 족보 투탁 공작이 마침내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고 외신은 전한다.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그는 언제부턴가 ‘신성한 운명’을 믿으면서 자신의 가계를 이슬람 예언자 마호메트의 딸 ‘파티마’에 연결시켰다.하지만 체포된 지 3일만인 17일 마호메트 족보를 관리하는 아슈라프 연합은 후세인이 족보를 위조했다면서 그를 마호메트의 제자에서 삭제한다고 발표했다.졸지에 마호메트 가문의 붙인집에서 ‘떨어진집’으로 전락한 것.사필귀정이지.제 조상 어디에다 팔아먹고 남의 조상밑에 억지로 끼어들어간 게 탄로나지 않으면 이상하지.그 힘센 미국 대통령도 거짓말로 가문 빛내보려다 죽어서도 욕보는데. 강석진 논설위원
  • “총선 때문에…” 서화·골동품 ‘1%과세’ 끝내 무산

    ‘끝내 실패한 1% 과세…’ 13년을 끌어온 서화·골동품에 대한 과세가 또다시 수포로 돌아갔다.과세 시기를 매번 연기해오던 종전과 달리,이번에는 아예 세금을 매길 수 있는 근거규정조차 날아가 버렸다.13년간 밑그림만 바라보다 이번만큼은 색칠을 하겠다며 덤볐던 정부는 아예 밑그림마저 사라져버리자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재정경제부가 서화·골동품에 대한 과세 규정을 맨처음 만든 것은 1990년.그러나 미술계의 격렬한 반대로 다섯 차례나 과세가 연기됐다.올해 말로 과세 연기시한이 끝나자 재경부는 “더이상의 연기는 없다.”며 서화·골동품의 양도차익에 대한 소득세 부과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세율은 고작 1∼3%.그것도 양도차익이 2000만원을 넘고,작가가 타계했을 때만 세금을 매기기로 했다.재경부 스스로도 국회 통과를 목적으로 한 ‘무늬만 과세’임을 시인했다.그러나 미술계는 이마저도 수용하지 않았다.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은 서화·골동품에 대한 과세근거를 아예 삭제한 또하나의 법안을 제출했고,내년 총선 등을 의식한 국회의원들은 동료의원의 법안에 표를 던졌다.재경부 관계자는 “저소득 근로자도 9∼36%의 양도세를 내고 있는 마당에,미술품 소장자들이 겨우 1%의 세금도 낼 수 없다고 버티는 것은 과세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며 아쉬워했다.문화 선진국이라는 프랑스도 미술품에 대해 이미 과세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안미현기자 hyun@
  • 용인에 東西관통 경전철/구갈~전대구간 2008년 완공

    극심한 교통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경기 용인시를 동서로 관통하는 경량전철이 2008년 완공된다.개통초기에는 1편성당 2∼4량의 경전철이 투입되며 1량당 정원은 70명 안팎이다.총사업비는 6970억원으로 2005년에 착공된다. 건설교통부는 9일 용인시 기흥읍 구갈리와 포곡면 전대리(에버랜드 지역)를 잇는 18.46㎞ 구간의 용인 경전철 건설사업에 대한 정부와 우선협상대상자인 캐나다 봄바디㈜ 컨소시엄간의 협상이 타결됐다고 밝혔다.이에 따라 이달중 기획예산처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를 거쳐 실시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사업계획에 따르면 총사업비 가운데 43%인 2997억원이 국고로 보조되고 나머지는 민간투자 사업자가 부담한다.사업에는 봄바디사가 60%,대림산업이 28%,한일건설이 12%씩 지분 참여한다. 운행구간은 구갈∼강남대∼어정∼동백∼초당곡∼삼가∼시청∼명지대∼용인∼공설운동장∼고진∼보평∼수포∼둔전∼전대 등으로 수도권 남부지역의 교통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운행간격은 정확한 수요를 봐가며 추후 확정키로 했다.김문기자 km@
  • 러 교토의정서 비준 거부/美에 동조… 사실상 효력발생 어려워져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교토의정서’ 발효의 열쇠를 쥐고 있는 러시아가 2일(현지시간) 비준 거부 의사를 표명했다.미국에 이어 러시아도 거부 입장을 밝힘에 따라 교토의정서 발효를 위해 국제사회가 펼친 수년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하게 됐다. 뉴욕 타임스는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교토의정서를 비준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고 그의 경제보좌관의 말을 인용,보도했다.안드레이 일라리오노프 보좌관에 따르면,푸틴 대통령이 2일 유럽의 기업가들을 만난 자리에서 교토의정서는 러시아의 국익에 반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일라리오노프 보좌관은 기자들에게 이같이 전하면서 “현재의 형태로는 ‘교토의정서가 러시아 경제 발전에 중대한 장애를 준다.’는 말은 비준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발언은 앞서 비준 연기 방침과 교토의정서에 대한 회의론을 연거푸 제기했던 러시아 정부가 반대 입장을 확실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1997년 12월 일본 교토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제3차 당사국총회에서 채택된 교토의정서는 2012년까지 온실가스 총 배출량을 1990년 대비 평균 5.2% 감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이산화탄소(CO(F)),메탄(CH(H)),아산화질소(N(F)O),불화탄소(PFC) 등 온실가스의 의무 감축 목표치를 정한 것이다.하지만 의정서가 공식적으로 발효되기 위해서는 1990년을 기준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의 55%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대국들의 비준이 필요하다.지금까지 교토의정서를 비준한 나라는 120여개국에 달하지만 전체 배출량의 36%를 차지하는 미국과 17%를 배출하는 러시아가 비준을 거부하고 있어 발효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미국은 자국의 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기후변화협약을 탈퇴했다. 현재 유엔기후변화협약 제9차 당사국 총회가 지난 1일부터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개최되고 있지만 교토의정서 발효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편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온실가스 감축량도 교토의정서에 따른 목표치를 크게 미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BBC가 3일 유럽환경청(EEA)의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EEA는 ‘유럽에서의 온실가스 배출 동향과 예측’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지난 2001년까지 EU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난 1990년 수준보다 불과 2.3% 감축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특히 “현재의 정책과 수단으로는 오는 2010년 유럽연합의 온실가스 총 배출량이 지난 1990년 대비 불과 0.5%만이 감축될 것이라는 최근 예측이 나왔다.”고 경고했다. EEA는 이같은 추정도 이미 약속한 수준 이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있는 스웨덴과 영국이 최선을 다할 것을 가정해 이뤄졌다면서, 만일 이 두 국가가 단순히 자국의 목표치만 달성할 경우 EU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예상치는 불과 0.2%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강혜승기자 1fineday@
  • 정부 경수로 중단 책임 떠안나

    대북 경수로 건설 중단의 책임은 누가 지나? 지난 9년간 1조 2000억원이 넘는 정부 예산을 투입,34%의 공정을 마친 대규모 프로젝트가 사실상 수포로 돌아갔지만 정부는 사과 한마디 없고 책임지는 당국자도 없다. ●경수로 사업은 사실상 종료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는 경수로 사업을 다음달 1일부터 1년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지난 21일 공식 발표했다.정부 당국자들은 “완전종료가 아니라 일시중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그러나 1년 뒤에 공사가 재개될 것으로 믿는 당국자는 거의 없는 것 같다.“닦아놓은 부지 위에 통일기념비나 하나 짓자.”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공사재개가 어려운 것은 미국이 반대하기 때문이다.북한이 핵 무기를 개발하고 있는데 플루토늄 추출이 가능한 원자력 발전소를 지어줄 수는 없다는 것이 미국의 논리다.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이 바뀐다고 할지라도 이같은 기본입장이 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부내에서는 경수로 건설을 KEDO에서 떼어내 남북 경협사업으로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한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경수로 건설의 핵심기술인 발전기 작동기술은 미국의 GE가 특허권을 갖고 있다.전체 공정의 1%에 불과한 이 기술이 없기 때문에 남한은 단독으로 경수로를 건설할 수 없다.6자 회담을 통해 북한 핵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도 경수로 건설 대신 화력발전소를 지어주거나 가스 등 에너지를 지원하는 방식의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 ●책임은 미국과 북한이 져라? 경수로 건설은 지난 1994년 제네바 북·미 협상에서 강석주 북 외교부 부부장이 로버트 갈루치 미 핵대사에게 요구해 결정된 사안이다.결정은 북한과 미국이 하고 우리는 비용만 떠안았던 것이다. 어쨌든 정부는 ‘한국형 경수로’라는 명분을 내세워 사업을 시작했고,공사는 나름대로 순조롭게 진행돼왔다.그러나 지난해말 북한 핵 문제가 터지면서 미국측에서 경수로 건설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경수로 건설의 시작이나 끝이나 우리 정부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결정된 것이다.그렇다고 정부가 책임을 면할 수 없다.오히려 그같은 상황을 초래한 우리 정책담당자들의 철저한반성이 필요하다. ●복잡한 사후처리 일단 1년의 유예기간이 있지만,경수로 건설이 중단되면서 적지 않은 사후 처리 문제가 남아 있다.북한은 벌써부터 경수로 건설 지연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경수로 건설 완전중단이 결정되면 KEDO는 주계약자인 한국전력에 3억∼5억달러의 위약금을 물어야 하며 대부분 우리 정부가 책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경수로 건설현장인 금호지구에 남아 있는 359명의 한국인 근로자와 4000만달러에 이르는 자재·장비의 철수도 근심거리다.북한은 이미 자재·장비 반출 불허 조치를 취했다. 이도운기자 dawn@
  • 韓中화단 두 거장 미술관서 만나다/한 중대가전 장우성 리커란 19일부터

    한국 화단의 최고 원로인 월전(月田) 장우성(사진 왼쪽·91) 화백과 20세기 중국 회화의 거장 리커란(李可染,1907∼1989) 2인 합동전이 19일부터 내년 2월 29일까지 서울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린다.올 겨울 가장 묵직한 전시로 기록될 ‘한·중대가전-장우성ㆍ리커란’에는 두 작가의 대표작 60여점씩이 각각 출품된다.19세기 후반 이후 한·중 양국의 화단은 전통과 혁신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이해할 수 있다.전통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혁신을 이룰 수 있을까.이 문제는 근대 이후 한국과 중국 두 나라 화단의 커다란 화두였다.이번에 선보이는 두 작가의 작품들에서는 한국과 중국이 처한 시대상황과 그 속에서 작가가 선택하고 지켜나간 것,나아가 그 과정을 통해 작가가 대변하고자 하는 시대상을 그대로 읽을 수 있다. 韓/‘월전화풍' 창조 월전은 해방 이후 일본화풍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변신을 시도했다.그 작업의 하나로 중국 남화의 수묵담채와 선묘적 골법을 바탕으로 형상의 단순화와 선조(線條)의 직선화를 꾀했다.이른바 ‘월전화풍’을 창조한 것이다.월전은 80년대 이후 비판적 현실인식을 토대로 한 문인화 세계를 펼쳤으며,90년대 이후에는 한층 깊고 유려한 맛의 먹과 선으로 선(禪)의 정적과 탈속의 경계를 보여줬다. 이번에 출품되는 작품들은 주로 초기작과 90년대 이후에 그린 것들이다.‘태풍경보’‘비’‘가을밤’‘적광(寂光)’등 풍경화와 ‘황소개구리’‘적조(赤潮)와 백어(白魚)’‘낚시를 문 고기’‘가을부엉이’등 동물화,조선 화가 오원 장승업의 술 취한 모습을 그린 ‘오원대취도’ 등의 인물화가 전시된다.또 ‘단군일백오십대손’은 선글라스를 끼고 휴대전화를 손에 든 젊은 여성의 모습을 담은 색다른 작품이다.이중 ‘태풍경보’는 작가 스스로 가장 특징적인 그림 가운데 하나로 꼽는 작품으로,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을 형상화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이 작품에 대해 월전은 “세기말에 무엇인가 세상을 한차례 휩쓸고 지나갈 것만 같은 느낌을 담았다.”고 말한 바 있다.월전은 이처럼 작가로서 단순한 탐미의 세계에 머물지 않고 세상에 대한 부단한 관심을 통해 현실을 비판하고미래를 내다보는 눈을 밝혀왔다. 이번에 공개하는 최근작 ‘아슬아슬’(2003년)도 그러한 맥락에서 읽힌다.달리는 버스를 그린 이 작품에는 “무심코 새 차를 탔더니 갈지자로 운전하더라.승객들이 깜짝놀라 간이 콩알만해져 누가 운전하느냐 물었더니 초보운전자라 하더라.이러다 낭떠러지에 떨어지면 어떡하나.”라는 자작 해설이 붙었다.오늘의 어지러운 세상에 대한 비유일까. 中/그림에 현실 반영 리커란은 평생 중국 전통회화의 혁신을 추구한 인물이다.리커란은 “회화는 전통에 뿌리를 내려야 할 뿐 아니라 당대의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항일선전화 제작 활동을 벌였으며,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설립된 후에는 서양화 기법과 인체관을 바탕으로 사실적인 작품을 그려냈다.문화혁명기에 리커란의 그림은 ‘흑화(黑畵)’로 지목돼 비판을 받았다.이어 창작활동을 금지당했다. 리커란은 인물화나 동물화도 많이 그렸지만 그의 회화의 중심은 단연 산수화다.리커란에게 산수가 조국산하에 대한 송가였다면,그의 그림에 나타나는 소는 어린아이에게조차 순종하며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인민들에 대한 예찬이라 할 수 있다.이번 전시에는 ‘만산홍편'(萬山紅遍,온산이 두루 붉다)을 비롯한 풍경화 30여점과 ‘부채를 든 여인’등 인물화,소그림,서예 등 다양한 작품이 소개된다.특히 눈길을 끄는 작품은 전형적인 리커란풍의 산수포치에 먹과 주사(朱砂)만을 사용해 그린 ‘만산홍편’.마오쩌둥이 지은 ‘장사(長沙)’라는 시의 한 대목을 그림으로 옮긴 것으로 중국 인민의 혁명정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마음은 당에,예술은 인민에게 바칠 것’을 주창한 대약진운동이 실패로 돌아간 뒤 그린 이 작품에는 대약진운동 실패 후 힘을 얻은 수정주의 노선에 대한 경고의 의미도 담겼다.(02)779-5310. 김종면기자 jmkim@
  • 철도공무원, 시설공단 지원 쇄도/1923명 몰려 평균 2.15대1

    내년 1월 설립되는 한국철도시설공단에 철도 공무원들의 지원이 예상 밖으로 쇄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3일 철도청에 따르면 직원들을 대상으로 지난달 말까지 시설공단 지원서를 접수한 결과 공단의 정원 892명에 1923명이 지원해 2.1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직렬별로는 행정(운수포함)이 161명 대상에 501명이 지원해 3.1대 1을 기록했고 기술직은 1422명으로 1.95대 1을 기록했다.기술직종중 기계직은 347명이 공단 근무를 희망해 3.7대 1로 최대 경쟁률을 기록했다. 철도청 관계자는 “연금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여서 공단근무 지원자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하지만 철도공사에 대한 불확실한 미래와 신분 불안 때문에 공단지원자가 예상보다 많았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군 입대자와 철도대 졸업예정자의 지원 집계까지 포함하면 실제 경쟁률은 훨씬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행정에서는 6∼7급이 상대적으로 많았고 5급 이상은 관리본부 및 기획조정실 근무 희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공단은 철도 경력을 인정,기능직을일반직으로 편입 운영한다는 방침에 따라 현장 하위 기능직들이 대거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난 92년 설립된 고속철도공단과 비교해 철도청 직원들의 경력이 평균 5∼7년 길어 공단 전입시 현 직급을 반영한다는 방침을 놓고 직제와 보수 적용 등에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관계자는 “공단 조직 및 정원이 확정되면 내부 선발 기준을 만들어 최종 확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철도청 내에서는 공단으로 우수한 인력이 내년부터 빠져나가면서 업무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
  • 문화예술계 保革대결 조짐

    차범석 대한민국 예술원 회장을 비롯한 100명의 연극인들이 19일 성명을 내고 진보적 인사를 중심으로 꾸려나가는 정부의 문화예술 정책에 반기를 들었다.‘전국 대학 국악과 교수포럼’이 지난 5일 김철호 국립국악원장의 임명을 취소하라고 요구한 데 이은 문화예술인들의 집단행동이다.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 중심으로 문화예술계가 급격히 재편되고 있는 데 따라 기존 문화예술인들이 본격적으로 세력을 결집하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명한 연극인은 이태주 단국대,서연호 고려대,김문환 서울대,김미도 서울산업대 교수 등 원로에서 중견 평론가들이 망라되어 있다.정진수 성균관대,윤호진 단국대교수와 손진책 극단 미추 대표 등 연출가와 박정자,유인촌,송승환 등 배우도 대거 참여했다. 이들은 민예총 구성원들을 최근 문화예술진흥원장,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장,한국영상자료원장,국립현대미술관장 등으로 잇따라 임명하는 배경을 밝히고,문화예술계에 문예진흥기금을 배분하는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을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 바꾸는 절차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예술인의 참여를 확대한다는 표면적인 취지에도 불구하고,‘자리’에 이어 ‘자금’까지 독점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으냐는 것이 이들의 의구심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문화예술계라 할지라도 정부 교체에 따른 인적 구성의 변화는 당연하다는 지적도 있다.김대중 정부 시절에도 문화예술 관련 단체장은 대폭 물갈이 됐다.당시에도 국립극장장과 중앙박물관장,문예진흥원장,예술원 회장 등이 크든 작든 정치적 입김을 타고 대거 새로 임명됐다. 다만 당시에는 상대적으로 홀대받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호남 출신 문화예술인들이 대폭 기용된 반면 이번에는 ‘지역’보다는 ‘이념’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것이 다르다.따라서 연극인을 비롯한 기존 문화예술인들이 반발하는 기저에는 자리나 자금의 문제라기보다는 자신들이 추구하는 전통적인 문화예술장르를 인정하지 않는 정부에 대한 반감이 담겨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에서는 기본적으로 예술은 단체가 아니라,개인이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민예총이라는 조직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민예총이 문화예술인들의 힘을 모아 권위주의 정부에 저항하여 민주화를 이루는 데 큰 역할을 했지만,이후의 순수한 문화예술활동에도 과연 이러한 방대한 조직이 필요한지는 생각해 볼 문제라는 것이다. 서동철 이순녀기자 dcsuh@
  • LG, 하나로 외자유치 막기 배수진

    LG가 다음 달 하나로통신의 외자유치를 위한 주총을 앞두고 ‘주식매입 카드’로 정보통신부와 정면 승부에 돌입했다. 하나로통신의 1대 주주인 LG는 지난 4일 주식시장에서 LG투자증권을 통해 하나로통신 주식 500만주(지분 1.8%)를 매입했다.이로써 LG 지분은 15.9%에서 17.7%로 높아졌다. LG의 지분매입은 최근 정통부가 사실상 SK텔레콤이 제안한 외자 유치안에 손을 들어줌으로써 더이상 기댈 곳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주식 매입으로 외자 유치안을 부결시키겠다는 것.진대제 정통부 장관은 4일 외자유치가 무산되면 법정관리 등을 두고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논의할 것이라며 LG를 압박했다. LG는 그동안 하나로통신의 경영권을 장악,통신사업에 대한 의욕을 보였다. 현재로선 LG가 유리한 입장이다.다음 달 21일 주총은 특별결의 형태여서 참석 주식의 3분의 1이상,총 주식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즉 주총에 50% 주주가 참석한다고 가정하면 지분을 17.7%로 높인 LG로선 지분 16.7%만 갖고 있으면 외자 유치안을 부결시킬 수 있다. 또한 주식을 사들여 주총 때까지 주가를 올려 놓으면 그동안 가격대가 맞지 않아 실패했던 삼성전자 소유주식(8.5%)도 쉽게 사들일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고 있다. 정통부는 LG의 이같은 배수진에 못마땅해 하면서도 긴장하는 모습이다.외자 유치안이 수포로 돌아가면 유선통신판이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LG가 획기적인 통신사업 계획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져 이를 갖고 또다시 정통부를 압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기홍기자 hong@
  • [폴리시 메이커] 오종극 환경부 유역제도과장

    수도권 주민들의 젖줄인 한강 상류와 낙동강·금강·영산강(섬진강 포함) 등 4대강 유역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상수원 보호구역인 이곳에는 수질보전을 위한 특별종합대책이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책이 마련되기까지는 환경부 유역제도과 오종극(吳鍾極·기술고시 24회) 과장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환경부에서 ‘기획맨’‘물박사’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오 과장은 지난 98년 환경부의 ‘쪽방’에서 상수원 종합대책의 틀을 마련했다.당시 그의 직속 상관인 수질보전국장은 곽결호 현 차관.두 사람 모두 일 욕심이 많았기 때문에 어려운 일을 무난히 해낸 것이라고 환경부 직원들은 입을 모은다. 상수원 보호구역의 특별대책구역과 수변구역 지정,물이용 부담금과 오염총량제 등은 그의 아이디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종합대책이 마련되기 전까지 팔당 상수원은 환경정책을 비난하는 언론의 단골메뉴였다.수질악화에 따른 대책수립 촉구와 함께 정부의 직무유기마저 거론될 정도였다. 오 과장은 “상수원구역의 수질개선을 위해서는 환경부의규제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여러가지 환경변화로 새로운 오염원들이 생겨나고 있는 만큼 국민들의 환경의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98년 8월 환경부의 팔당종합대책안이 발표되자 팔당지역 주민들은 집단반발,대책안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당시 그는 직접 상수원지역 주민들을 만나 대책 시행의 불가피성을 설명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결국 장·차관과 수질보전국 직원들이 총동원돼 지역주민 설득작업에 나섰다. 이런 노력 끝에 같은 해 11월 팔당종합대책이 확정됐고 2002년에 ‘3대강수계특별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4대강 유역관리체제의 기틀이 마련됐다. 오 과장은 관련 부처와의 협의과정에서도 논리를 갖춰 설득한다.건설교통부가 “환경부가 동강댐,경인운하 등 개발사업에서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난하자 그는 “국토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건교부의 국토계획기능 등 토지이용제도와 수자원관리 기능이 환경부로 이관돼야 한다.”는 의견으로 맞서기도 했다.오 과장은 요즘 지역주민·전문가 등이 함께 참여하는 ‘유역참여센터’ 설립을 구상 중이다.유역민의 참여없이 맑은 물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생각에서다.이를테면 ‘참여환경정책’인 셈이다.그는 2005년까지 전국 4대강 수질을 1∼2급수로 개선한다는 목표를 세웠다.이를 위해 연말부터 한강 수계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오염총량제가 도입될 예정이다. 유진상기자 jsr@
  • [사설] ‘U대회 파문’ 되풀이 안돼야

    북한이 노무현 대통령과 정세현 통일부장관의 유감표명을 받아들여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에 선수단과 응원단을 파견하기로 결정한 것을 환영한다.북한의 트집이 적절한 것인지,또 행동이 국제 기준에 어울리는 것인지 여부를 떠나 불참시사 발언 철회 결정은 일단 평가할 만한 일이다.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하며 대구 U대회를 정성들여 준비해온 대구시민들과 대회 성공을 바라는 국민 여망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서 벗어난 때문이다. 북한의 U대회 참가는 국내 보수단체가 지난 8·15 국민대회 때 인공기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화를 불태운 것에 대한 노 대통령의 유감표명이 주효했다.그러나 우리는 대통령이 너무 성급하게 반응을 보인 것 아니냐는 다소 다른 의견도 있음에 유의하고자 한다.세계 젊은이들의 스포츠 축제마저 도구화하는 북측의 태도는 청산돼야 할 구태임이 분명하다.그렇다고 대통령의 유감표명을 둘러싸고 보·혁갈등이 재현되어서는 안될 것이다.대구 U대회의 성공과 남북경협을 바라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지금은 경제회생과 한반도 평화정착에 국민적 에너지를 하나로 모아야 할 때다. 따라서 우리는 대구 U대회를 남북간 화해협력의 장으로 삼고자 한 노 대통령과 정부의 충정을 이해한다.북한은 U대회 불참 위협 말고도 4대 경협합의서 발효 통지문 교환과 제6차 남북 철도·도로 연결을 위한 사전 접촉 등도 응하지 않았다.우리 정부를 압박하려는 북의 속셈을 모르는 바 아니나,6·15 공동선언의 실천과 남북경협 확대를 약속한 노 대통령의 8·15 경축사가 발표된 지 나흘만에 표류 위기에 봉착하는 일은 막아야 할 국가과제였다. 다만 이런 ‘억지 춘향이’식 파문은 이번으로 끝내야 한다고 본다.남북 교류협력의 범위와 폭에 맞게 남북간 문제 해결방식도 진일보해야 할 때이다.북한의 생트집에 휘둘려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후진적 관계에서 벗어나야 한다.북한이 앞으로는 좀 더 ‘통 큰’ 행동을 보여주길 촉구한다.
  • 장바구니

    ●애경산업은 기존 제품에 녹차와 자스민 허브민트를 첨가해 구취 제거에 좋은 한방치약 ‘동의생금 골드(사진)’를 출시했다.125g 1300원선,175g 1700원선,기획세트(215g 2개+100g) 4200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14일까지 9층 이벤트홀에서 ‘LG휘센 에어컨 최종가 기획전’과 ‘한여름 속의 겨울상품 대전’을 열고 에어컨·스키용품 등을 저렴하게 판다. ●롯데백화점은 8월 한달간 롯데시네마가 입점해있는 점포에 한해 롯데시네마 영화티켓을 소지한 고객에게 잡화 제품을 20∼50% 할인판매한다.1인 1장,당일 티켓에 한정. ●갤러리아백화점 수원점은 14일까지 ‘수예 소품 할인판매전’을 열어 침대 전체를 덮는 모기장을 9000원,삼베 쿠션 커버를 1만원,삼베 방석을 7000원,면 식탁보를 1만원에 판매한다. ●LG백화점 구리점은 14일까지 ‘방학특집 서적코너 2대 기획전’을 열어 아동도서를 10% 할인판매하고,참고서 5만원이상 구입시 사은품을 증정한다. ●한국존슨은 차량용 방향제 ‘그레이드 스포츠’ 출시 기념으로 31일까지 ‘향기드라이브 대축제’를 연다.홈페이지(www.gladekorea.co.kr) 온라인 퀴즈 행사에 참가하면 추첨을 통해 현대차 투스카니,카오디오,SK주유 5만원권 등을 경품으로 준다. ●파스퇴르유업은 비타민 미네랄 칼슘 인 등 이유기 필수 영양분이 들어있는 3단계 어린이 두유 ‘아기사랑 영재두유(사진)’를 출시했다.7겹 특수포장으로 방부제 없이도 장기보존이 가능하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200㎖ 800원. ●이마트는 전국 54개 점포에서 10일까지 ‘쿨 서머 바캉스 용품 파격가전’을 열어 행사 상품을 30%이상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LG마트는 선풍기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선풍기 초특가전’을 10일까지 펼친다.발전용 선풍기는 1만 9900원,에어컨 선풍기는 3만 2000원 등이다. ●한화마트 부평점은 10일까지 ‘여름침구·돗자리판매전’을 연다.삼베패드(퀸사이즈) 2만 9000원,인조패드 1만 9000원,‘발만’ 삼베 베개커버 5000원 등이다. ●코리아텐더(www.koreatender.com)는 이달 말까지 ‘아로마용품 특별기획전’을 실시한다.에센셜오일은 1만∼5만원,전용램프는 2만∼3만원.20% 특별할인된 세트상품을 구매하면 5% 적립금도 지급된다. ●Hmall(www.Hmall.com)은 24일까지 ‘여름상품 창고대방출’ 행사를 열어 여름 침구,패션의류 등을 최고 50% 할인판매한다. ●엠파스(www.empas.com)는 고가의 외국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해외 공동구매를 실시한다.배송기간은 2∼3주 정도.‘마이 어카운트’ 코너를 통해 실시간 배송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인터파크(www.interpark.com)는 18일까지 막바지 여름상품과 가을·겨울 이월상품을 최고 80%까지 저렴하게 판매하는 ‘여름 대바겐세일’을 실시한다. ●농심은 인공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녹차음료 ‘순녹차(사진)’를 내놓았다.0.5ℓ 1500원,2ℓ 4000원. ●행복한세상은 13일까지 ‘명품가전 특별기획전’을 마련,소니 60인치 LCD-TV를 882만원,GE냉장고(812ℓ)를 227만 8000원,장수돌침대 취옥선을 280만원 등에 판매한다. ●우리닷컴(www.woori.com)은 8월말까지 이벤트화면을 클릭하는 모든 고객에게 최고 10% 할인 쿠폰을 주고,구매고객에게는 적립금 5%를 증정한다.
  • “9·11테러 징후포착 정보기관 대처 실패”

    미국 의회는 24일(현지시간) 2001년 9·11일 테러를 충분히 막을 수 있었으나 정보기관의 종합 대처 소홀로 막지 못했다는 내용을 담은 진상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조사를 맡았던 상·하원 합동 정보위원회는 900쪽 분량의 이번 보고서에서 중앙정보국(CIA),연방수사국(FBI),국가안보국(NSA) 등 주요 정보기관이 정보를 입수하고도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테러 차단에 실패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또한 9·11테러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연계설도 다시 제기돼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정보기관간 정보공유 안돼 이날 공개된 9·11테러 진상조사 보고서는 알 카에다가 미국 본토에 대한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는 징후가 충분했으며, 정보기관들이 이 계획을 수포로 돌릴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NSA는 테러 당시 항공기를 납치했던 범인 2명이 중동의 알 카에다 조직과 연관돼 있었다는 정보를 지난 99년 초에 입수했으나 다른 정보기관에 이를 통보하지 않았다.이는 미국이 입수한 첫 9·11테러 관련 정보였으나 참사가 발생하고 의회가 조사를 착수한 2002년 초기까지 중요정보로 인식되지 못했다. 2000년 초 CIA 역시 알 카에다와 이들 여객기 납치범의 연계망을 독자적으로 감지했지만 테러위험인물 리스트에 이들을 등재시키지 않아 미국 입국을 막지 못했다.그 결과 FBI도 알 카에다 활동 범위를 효과적으로 감지하지 못하고 정보 수집에도 실패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FBI와 CIA 등이 많은 단편적인 정보를 가지고도 테러를 막지 못한 것은 이들 정보기관의 조직간 공조체계 결함,종합분석능력 결여를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사우디 테러 연계 의혹 증폭 사우디아라비아의 9·11테러 지원설도 언급되고 있다.보고서는 28쪽에 걸쳐 사우디의 연관 가능성을 지적하며 “테러범들이 미국에 머무르는 동안 외국 정부로부터 의미있는 지원을 받았다.”고 결론지었다. 특히 부시 행정부가 사우디와 외국 정부에 대해 언급된 내용을 삭제할 것을 강하게 요청한 사실이 알려져 더욱 주목받고 있다.조사위원회가 지난 7개월 동안 수집한 사우디 관련 자료는 따로 분류돼이번 보고서가 공개되기 직전까지 공개여부에 대해 논란이 벌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혜승기자 1fineday@
  • [사설] 신선한 지방 국립대 연합체제

    광주·전남 지역의 5개 국립대학들이 ‘연합 대학’을 추진해 궁극적으로 통·폐합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5개 대학이 시설의 상호 개방,제한적 학점 인정 등으로 긴밀한 관계를 갖고 나중엔 5개의 캠퍼스를 둔 하나의 거대 대학으로 환골탈태한다는 것이다.미국의 주립대학식 운영방안을 도입하는 셈이다. 5개 대학의 재원을 통합 운영함으로써 재원 빈곤을 극복하고 학사 운영의 긴밀도를 높여 경쟁력을 높인다는 것이다. 광주·전남 지역의 연합 대학 구상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대구·경북에선 이미 2001년부터 역시 5개 국립대학이 교류 협력체제를 구축했지만 연합 대학 혹은 통·폐합으로 한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부산·경남지역 역시 올해 초 교류 협력체제를 다짐했지만 내세울 만한 성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광주·전남 국립대의 다짐에 관심을 갖는 것은 현실적으로 절실하면서도 바람직한 대학 개편 방안이기 때문이다. 지금 지방 국립대학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교수 1인당 학생 수가 35명에 이른다.콩나물 대학이다.취업률은 39.1%로 대학원 진학이나 군 입대 등을 감안하면 20%대를 맴돈다.열악한 형편은 ‘빈곤’의 악순환을 불러왔다.우수한 학생, 심지어 교수도 지방을 외면한다.지방 발전을 위해 경제적 부담을 줄이면서 양질의 고등 교육을 제공하겠다는 당초 의도는 공염불이 되고 있다. 광주·전남지역 국립대학들은 이번 ‘연합체제 구축을 위한 총장 합의’를 수포로 만들어선 안 된다.먼저 상대적으로 입지가 약하다고 생각하는 대학들의 대승적 판단과 실천이 있어야 한다.행여 교수 사회에 보직을 염두에 둔 나머지 문제를 위한 문제를 제기하는 행태가 있어선 안 될 일이다.또 대학 전통에 연연한 나머지 탈바꿈에 엉뚱한 고집을 부리는 것도 비판받아 마땅하다.지방 국립대가 처한 절박한 처지를 직시해야 한다.아무쪼록 광주·전남 지역 국립대학의 다짐이 결실로 맺어지길 기대해 본다.
  • 오피니언 중계석/ 盧정부의 개혁과 사회통합

    고려대 김호진 교수는 30일 민족통합개혁연대 주관으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민대토론회에서 ‘노무현 정부의 개혁과 사회통합’이란 주제의 논문을 발표했다.주요 내용을 간추린다. ●개혁의 성공 조건 개혁에는 언제나 비판과 저항이 따른다.대부분의 사람들이 변화를 두려워하고,특히 잃을 것이 많은 기득권층은 개혁을 자기들의 신분과 지위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하고 있다.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개혁을 성공시킬 수 있는가. 첫째,개혁정책의 패러다임과 브랜드를 선명하게 부각시켜야 한다.노무현 정부는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비전과 추진전략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개혁담론을 논리정연하게 다듬어 내야 한다.물론 시대변화와 역사성을 반영하는 것이어야 한다. 둘째,개혁의 무게중심을 가치창조에 두어야 한다.김영삼 정부가 개혁에 실패하고 경제 환란을 초래한 것은 파괴적인 과거청산에 너무 치중했기 때문이다.노무현 정부는 창조지향적인 개혁에 역점을 둬야 한다.과거를 부수는 게 개혁이 아니라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 개혁인 것이다.셋째,실사구시의 관점에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정부가 개혁목표로 내세운 평화와 번영은 너무 멀리 느껴지고 동북아경제중심론은 구체성이 없다.또 국가개조론은 너무 담대하고 자칫하면 제2건국처럼 정치쟁점으로 비화될 우려가 있다.이런 점에서 개혁은 실현 가능성을 전제로 해야 하며 누구나 수긍하는 시대적 과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넷째,개혁적 리더십과 통합적 리더십을 병행해야 한다.개혁 마인드가 강한 인사를 기용한다거나 각 부처에 업무혁신팀을 만드는 것이 개혁적 리더십이라면,지역과 이념,성과 연령을 초월하여 필요한 인재를 기용하는 것은 통합적 리더십이다. 다섯째,시행착오를 극소화시켜야 한다.국가경영의 암적 요소는 낭비다.시행착오에 수반되는 국정에너지의 낭비는 더 큰 문제다.노무현 정부의 임기가 5년이라지만 시스템 안정과 정책구상을 위한 준비기간 1년과 임기 마지막 1년을 빼면 일할 수 있는 기간은 3년밖에 되지 않는다. 여섯째,선택과 집중이다.일에 과욕을 부려 너무 많이 벌이면 아무 일도 못 한다.꼭 해야 할 몇 가지만 선택해서 에너지를 집중해야 한다.교육정책을 예로 든다면 NEIS갈등 해결과 공동체 복원,공교육 살리기와 사교육비 줄이기,대입제도의 선진화와 대학의 경쟁력강화만 제대로 해도 성공적이다. 일곱째,갈등조정과 사회통합이 성공의 디딤돌이다.노사갈등 해소와 협력이 중요한 과제이다.만약 이에 실패한다면 개혁도 경제도,삶의 질도 수포가 된다.2002년도 우리나라 노사관계 경쟁력이 조사 대상국 49개 국가 중에서 47위를 기록하고 있다.분규로 인한 근로손실 일수는 조사대상국 30개 중에서 30위로 최하위를 보이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가능성과 한계 노무현 대통령 리더십의 장점으로는 절차적 정당성이 강하다는 점과 탈권위주의,승부사형,지지세력의 강한 연대성 등을 꼽을 수 있다. 반면 정서적 정당성이 취약하다는 점은 약점이다.아직도 일부 수구세력과 영남정서는 노 대통령을 ‘절반의 대통령’이라고 부른다.또 일부 언론과의 관계가 비우호적인 점과 여소야대 구조 등도 한계로 꼽힌다. 이럴 때는 비판과 저항이 심한 분열성 정책보다는 많은 사람이 기대하는 통합성 정책을 선택해야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노 대통령이 임기중에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연다면 역사에 남는 지도자가 될 수 있다.이게 경제 환란을 겪은 국민들이 한강의 기적을 다시 연출하고 싶어하면서 갖고 있는 일종의 보상심리다.노 대통령은 이 점을 감안해 경제 리더십에 승부를 거는 CEO로 변신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국정시스템의 효율적 가동은 필수적이다.이것을 뒷받침하는 게 책임경영체제이다.부서장에게 자율을 주되 국정성과를 내지 못하면 철저히 책임을 묻는 게 곧 책임경영체계다. 또 언론과의 대외적 긴장보다는 시스템을 역동적으로 작동시키는 대내적 긴장이 더 시급한 문제다.이것이 전제돼야 개혁과 동북아중심구상이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정리 조승진기자 redtrain@
  • [씨줄날줄] ‘몰카 치안’

    폐쇄회로(CC)TV가 우리 생활의 일부분이 돼버린 지 이미 오래다.현대인은 잠에서 깨어나 잠자리에 들 때까지 CCTV의 포로 신세라고 표현할 수 있다. 지난해 여름,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만든 SF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2054년을 가상한 이 영화에서 주인공 톰 크루즈는 최첨단 범죄예방 시스템에 의해 ‘미래의 살인자’로 지목된다.크루즈는 경찰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써보지만 수포로 돌아간다.신호등,상가,지하철 등 곳곳의 감시카메라가 눈의 홍채로 그를 인식하고 경찰에 실시간으로 통보하기 때문이다.조지 오웰이 소설 ‘1984년’에서 경고한 ‘빅 브러더’가 영화속에서 소름끼치는 소재로 현실화한 것이다. 강력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서울 강남구 주택가 도로에 연말까지 방범용 CCTV가 340여대 설치된다.올해 말까지 동마다 평균 16대의 CCTV를 설치할 계획이다.지난해 말부터 5대의 CCTV를 시험가동중인 논현1동은 300m에 1대꼴로 CCTV가 빽빽이 들어설 것이라고 한다. 이를 놓고 ‘범죄예방’과 ‘사생활 침해’라는 상반된 시각의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문제는 ‘CCTV 설치지역’이라는 표지판을 달지 않고 ‘몰카’(몰래카메라)식으로 운영한다는 데 있다.경찰의 ‘몰카 치안’이라고 할까.범인 검거의 효율성을 감안한 조치겠지만,개인의 인격권이 침해될 소지가 크다.화면이 유출돼 악용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몰카’공포증을 부채질하는 결과도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호주는 최근 CCTV를 설치할 때 설치목적을 밝히는 안내문을 의무적으로 부착하도록 했다.사생활 침해가 걱정될 때는 설치 자체가 불허된다.캐나다와 덴마크에서도 촬영사실을 알리지 않고는 CCTV를 운영할 수 없게끔 돼 있다. 세계는 지금 사생활 보호를 위한 ‘반(反)감시권 운동’이 확산일로다.가족간에도 사생활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사생활 침해를 뒤늦게 깨달은 강남구민들이 CCTV 제거를 다시 요구하지나 않을는지….하루종일 ‘몰카’,‘폰카’에 시달리다 집으로 오면 골목길 CCTV가 또 노려본다? 지혜로운 CCTV 운영을 기대해 본다. 이건영 논설위원
  • 읍·면·동 자치센터로 기능전환 / 도시는 원활… 농촌 삐걱

    읍·면·동사무소의 인력과 업무를 줄이고 이를 주민자치센터로 바꾸는 ‘읍·면·동 기능전환’작업에 대한 도시와 농촌지역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도시에서는 원활한 추진이 이루어지는 반면,농어촌에서는 주민의 불만으로 전환자체가 수포로 돌아가는 사례도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도시는 원활 읍·면·동 기능전환은 2단계로 실시됐다.지난 99년부터 추진된 1단계 기능전환은 전국 94개 시·구 지역의 1664개 동을 대상으로 했다. 그 결과 동사무소 인력이 99년 기준 2만 4350명에서 지난해말 1만 7324명으로 7026명(28.9%)이 줄었다.업무도 동사무소 업무 655건 가운데 456건을 이관,199건만이 남았다.또 동사무소를 주민자치센터로 바꾼 동은 1638개에 이른다.이들 주민자치센터에는 모두 1만 3589개의 각종 문화·교양프로그램이 마련돼 하루 평균 15만 8363명의 주민들이 이용하고 있다. 서울의 한 구청 직원은 “동사무소의 사무와 인력을 재배치해 중복행정으로 인한 번거로움을 해소하고 주민편의와 행정의 질 향상을 꾀했다.”고 말했다. ●농어촌은 부진 반면 지난 2001년부터 전국 138개 도·농복합시와 군에 속한 1863개 읍·면·동 지역에서 추진된 2단계 기능전환은 일부 농어촌지역의 경우 지역 주민과 의회의 반발로 전환이 무산되기도 했다.주민불편이 이유다. 특히 경북의 11개 시·군과 강원 4개 시·군,충남과 경남 각 1개 시·군에서는 기능전환을 위한 조례 제정조차 성사되지 못했다. 주민자치센터는 설립대상 725개 읍·면·동 중 341개 지역에서만 설치됐다.또 주민자치센터에서 운영중인 문화·교양 프로그램은 1051개,1일 이용 주민수도 1만 498명에 그치고 있다. 강원도 한 시의 관계자는 “주민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건축과 세무업무 등을 이관한 결과 주민불편이 나타나자 반대한 것”이라면서 “또 지역적으로 협소한 도시지역과는 달리 이동에 따른 불편이 큰 농어촌지역에 동일한 기능전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다소 무리”라고 말했다. 그는 “일괄적 기준이 아닌 지역특성에 맞는 기능전환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행자부 관계자는 “기능전환은 각 읍·면·동의 자율권을 최대한 존중하고 있다.”면서 “이관사무를 종합분석한 뒤 주민불편을 야기하는 비능률적 사무에 대해서는 인력과 업무를 재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세훈기자 shjang@
  • 중동 평화 로드맵 ‘험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과격세력의 테러공격이 계속되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평화정착 방안을 협의할 수 없다고 실반 샬롬 이스라엘 외무장관이 12일 경고했다. 샬롬 장관은 이날 대니얼 커처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와 회동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테러 공격이 계속되면 어떠한 평화과정도 없을 것”이라며 “한편에서는 테러,다른 한편에서는 평화회담이라는 2개의 길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팔레스타인 과격 무장단체 하마스는 이에 맞서 외국인들에게 안전을 위해 이스라엘을 떠나라고 경고했다.하마스는 이날 성명을 발표,11일 예루살렘에서 발생한 통근버스에 대한 자살폭탄 공격은 이스라엘에 대한 일련의 보복조치의 시작이라고 말해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이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미국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정상들이 요르단 아카바에서 모여 중동평화 로드맵에 합의한 지 불과 1주일만에 버스 자살폭탄 테러와 헬기를 동원한 보복 공습으로 중동 평화에 대한 기대가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미국은 로드맵이 무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오는 22일 요르단에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 주재로 유럽연합(EU)과 유엔·러시아 등이 참석한 가운데 중동평화를 위한 회담을 갖고 수습에 나선다.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무력충돌은 아카바 중동평화 3자회담 다음날인 지난 5일부터 시작됐다.이스라엘군은 5일 요르단강 서안 툴카렘에서 하마스 조직원 2명을 사살했다.8일 하마스는 가자지구의 이스라엘군 주둔지에 침입,이스라엘 병사 4명을 사살했다.10일 이스라엘은 헬기를 동원해 하마스 지도자 압델 아지즈 알 란티시가 탄 차량에 미사일 공격을 발사,란티스가 부상당했다. 하마스는 이에 대한 보복으로 11일 예루살렘에서 버스 자살폭탄테러를 감행,최소 17명이 숨지고 20여명이 부상했다.자폭 테러 발생 한 시간 뒤 이스라엘은 아파치헬기를 동원 가자시티 인근 한 차량에 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6시간 뒤 2차 보복 공습을 감행,최소 9명이 숨졌다고 팔레스타인 소식통들이 전했다. 양측의 잇단 피의 보복으로 미국이 제시한 로드맵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태를 맞았다. 김균미기자 kmkim@
  • 야구장뒤 또다른 전쟁 진흙속 진주찾기 15년 / 프로야구 현대유니콘스 스카우트 김 진 철

    “내가 뽑은 선수가 우승의 주역이 됐을 때는 대박을 터뜨린 것 같은 희열을 느낍니다.” 해마다 6월이 다가오면 프로야구 현대 유니콘스의 김진철(45) 운영지원팀 차장은 긴장하기 시작한다.미래에 팀을 짊어질 ‘미완의 대기’를 서로 영입하기 위해 8개 구단 스카우트들이 격돌하는 달이기 때문이다. 그는 프로야구선수 출신 1호 스카우트로 진흙 속에서 진주를 찾는 일을 15년째 해온 ‘최장수’지만 여전히 신경이 곤두선다.올해부터 고졸 지명선수가 대학에 들어가면 지명권이 상실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올 1차 지명은 다음달 5일로 팀 연고지별로 1명씩 지명한 뒤 6월 30일 전년도 성적 역순으로 1명씩 9명까지 모두 10명의 신인을 우선 지명한다. 숨은 보석을 찾기 위해서는 ‘스파이’ 못지 않은 활동으로 부상 여부,가족 관계 등 선수에 대한 모든 것을 꿰뚫어야 한다.특히 고교선수들은 기복이 심하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난 성적으로는 가능성을 알기 어렵다.노트북과 스피드건 등으로 무장한 채 경기장과 연습장을 일년 내내 따라다니며 일거수 일투족을 기록하고 분석해야 한다. 또 지명제도 아래에서는 팀에 필요한 선수를 다른 팀에 빼앗기지 않도록 순번도 잘 정해야 한다.다른 팀이 어떤 순서로 지명할 것인가도 예상해야 한다.그는 “선수를 지명하는 현장에서 남들이 보기에는 각 구단의 스카우트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일하지만 지명할 선수에 대한 정보가 새나간다면 몇년간 들인 공이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에 보안에 상당한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확률 50%의 도박 성공과 실패 확률 모두 50%의 도박을 할 수밖에 없는 스카우트에게 기쁨과 괴로움은 엇갈려 찾아 올 수밖에 없다.김 차장은 97년 김수경과 2000년 조용준을 입단시켜 성가를 높였다.인천고 졸업반 당시 김수경은 몸이 마르고 직구 최고 구속도 시속 135㎞에 불과했지만 98년 신인왕을 움켜쥐며 팀의 첫 우승을 이끌었다.2차지명 5번으로 영입한 조용준은 올해 각종 세이브기록을 갈아치울 기세다.그는 “조용준은 키가 작아 다른 팀에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지만 손이 크고 골격이 좋아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는 몸이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반면 좋은 선수라고 데려온 고졸선수가 안 풀리고 조기방출될 땐 직업에 대한 회의까지 들며 괴롭단다.“그대로 놔뒀다면 대학에 진학해 체육교사라도 했을 것”이라는 후회가 든다는 것. 또 몇년씩 공들인 끝에 지명한 선수가 “큰 물에서 놀겠다.”며 미국 프로야구로 가버리면 ‘닭 쫓던 개 먼산 보는 격’이 되기도 한다. ●‘0점’ 가장 사생활을 아예 포기한 사람이 바로 스카우트다.선수들의 장·단점을 완벽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경기가 열리는 봄부터 가을까지 전국 각지의 경기장을 제집 드나들듯 하며 연간 수백 경기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겨울 훈련지도 빼놓지 않는다.서울에서 경기가 있을 땐 인천이 집인 김 차장은 오전 6시30분이면 집을 떠난다.미리 동대문구장에 도착해 선수들이 연습하는 것도 눈여겨 보며 기량을 점검한다.야간경기가 있는 날은 밤 12시가 훨씬 넘어야 집에 돌아갈 수 있다.지방경기를 보려고 1주일씩 집을 비우는 것도 예사다. 그는 “아이들과 함께 놀이공원 한번 제대로 가지 못해 가족을 생각하면항상 미안함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관중의 환호와는 거리가 먼 무대 뒤에서 늘 마음고생을 해야 하는 직업이 스카우트이지만 팀에 ‘젊은 피’를 수혈한다는 책임감과 ‘될성부른 떡잎’을 키운다는 보람에 후회는 없다고 한다.“스카우트는 생선을 고르는 사람입니다.아무리 주방장이 실력이 좋아도 한물 간 생선을 갖다 주면 좋은 회를 뜰 수 없습니다.” 김영중기자 jeunes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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