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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18민주화운동 31주년] “아직도 술 마셔야 잠… 5월 트라우마에 관심을”

    [5·18민주화운동 31주년] “아직도 술 마셔야 잠… 5월 트라우마에 관심을”

    “악몽을 꾸지 않고, 편안히 잠들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김공휴(52)씨는 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30년이 넘은 지금도 ‘5월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잇다. 그는 “매년 이맘때가 되면 괜히 가슴이 뛰고 불안증에 시달린다.”면서 “요즘도 독한 술을 마신 뒤에야 겨우 잠을 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문을 당한 후유증 탓이다. 군화 소리 속에 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목을 짓누르고, 그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면 전신마비 증세가 오면서 병원 응급실로 실려가기 일쑤라고 한다. 김씨는 “가장으로서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으나 잦은 실직과 두 차례의 이혼을 반복하면서 ‘사회 부적응자’로 낙인 찍혔다.”며 “잠을 이루기 위해 과하게 마신 술과 신경질적으로 변한 성격 때문에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가곤 했다.”고 털어놨다. 최근엔 성년이 된 아들과도 함께 생활하지 못하고 셋방을 얻어 홀로 지내고 있다. 그는 “이런 상황을 이기지 못한 상당수 피해자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며 “우리 사회가 5월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를 겪는 피해자들에게 따뜻한 관심을 쏟아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의 불행은 1980년 5월 18일 우연히 시내에 나왔다가 ‘역사적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시작됐다. 그는 당시 수창초등학교 주변(금남로)에서 군중과 계엄군의 대치상황을 구경하다가 군인들에게 붙들려 소총 개머리판 등으로 무차별 구타를 당했다. 주민의 도움으로 겨우 집으로 피신한 그는 “왜 내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맞아야 했을까. 그것도 나라를 지키는 우리 군인들한테…” 이런 생각에 잠긴 그는 시민들이 탈취해 운행 중인 트럭에 올라 탔다. 평범한 나전칠기공이 목숨을 내건 ‘투사’로 변신하는 순간이다. 같은 날 오후 전남도청 앞에서는 첫 총성이 울리면서 시위 중인 시민들이 쓰러졌다. 그는 22일부터 26일까지 시민군 기동타격대로 편성돼 외곽 순찰과 도심 치안을 맡았다. 계엄군의 도청 재진입을 앞둔 26일 시민 50여명은 도청을 사수하기로 했다. 그 역시 운명을 함께하기로 결심했다. 27일 새벽 요란한 총소리와 함께 계엄군이 도청에 재진입하면서 일주일간의 ‘항쟁’은 막을 내렸다. 민원실 앞마당엔 주검이 쌓이고, 생존자는 밧줄로 묶였다. 그는 트럭에 태워져 상무대(현재의 광주 상무신도시) 영창으로 향했다. 고통의 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김씨는 “총기 휴대와 내란 혐의는 인정했으나 강도·강간 혐의까지는 도저히 인정할 수 없어서 버텼더니 무자비한 몽둥이세례가 이어졌다.”며 치를 떨었다. 혼절을 거듭하면서도 이런 혐의를 인정치 않자 수사관들이 막사 밖의 포플러 나무 근처로 끌고 가 손발이 묶이고 옷이 벗겨진 채 개미집에 던져졌다. “개미들이 온몸을 기어다니는 상황은 도저히 참을 수 없어 그들이 요구한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는 그는 결국 5개여월의 수감생활을 끝내고 같은 해 10월 형집행정지로 풀려났다. 그러나 몸은 만신창이가 된 뒤였다. 김씨는 “허리 통증을 덜기 위해 인분과 견분까지 먹었다.”고 했다. 김씨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피해자를 돕기 위해 최근 ‘5·18민주유공자회 설립추진위원회’ 대변인을 맡았다. 5월 단체(구속부상자회, 부상자회, 유족회)를 하나의 공법단체로 통합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후쿠시마 원전 주변 위생상 문제” 日 소 1300마리 등 살처분 지시

    “우리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나요.”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긴급 피난한 주민들이 두고 온 가축들이 살처분된다. 후쿠시마 원전 반경 20㎞ 권역에 남아 있는 소와 돼지, 닭 등이 그 대상이다. 간 나오토 총리는 후쿠시마 원전 경계구역에 있는 가축들을 소유주의 동의를 얻어 살처분할 것을 지난 12일 후쿠시마현에 지시했다. 이에 따라 수의사들이 다음 주 현장에 들어가 다음 달 말까지 해당 가축들을 살처분할 예정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 주변 20㎞ 권역은 일본 정부가 경계구역으로 정해 주민들의 출입을 막고 있는 지역이다. 경계구역으로 정했다고 해서, 그 구역 안에 있는 가축을 죽일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사람이 돌보지 않아 가축이 죽게 되면 위생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살처분을 결정했다. 건강한 가축은 축사에 돌려보낸다고 하지만, 방사선에 피폭되지 않은 가축의 숫자는 적을 것으로 보건당국은 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안락사시킨 가축에 대해서는 소유주에게 시가의 100%를 보상해 주기로 했다. 후쿠시마현이 최근 조사한 결과 현재 소 1300마리와 돼지 200마리가 경계구역 안에 생존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원전 사고가 나기 전 경계구역 안에는 소 3500마리와 돼지 3만 1500마리, 닭 68만 마리, 말 100마리가 사육되고 있었다. 하지만 원전 사고가 난 지 두 달이 넘도록 먹이나 물을 먹지 못해 대부분 아사한 것으로 보인다. 수의사들은 가축에게 진정제를 먹인 뒤 마취를 하고 근육 이완 주사를 놓는다. 도살 처분 이후에는 수산화칼슘을 뿌린 뒤 방수포를 덮을 예정이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Weekly Health Issue] (57) 대상포진

    [Weekly Health Issue] (57) 대상포진

    최근 들어 대상포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주로 노약자에게서 발병해 ‘노인질환’으로 알려진 대상포진이 10∼40대에서 급증하고 있는 것. 전문의들은 이에 대해 젊은 층의 체력 저하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운동 부족으로 체력이 약해져 인체 면역력이 크게 떨어진 데다 일상적으로 강한 스트레스에 노출돼 체내에 잠복해 있는 수두바이러스가 다시 활동을 시작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재발이 잦고 평생 고통을 주는 후유증을 얻을 수도 있는 대상포진에 대해 서울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통증센타 문동언 교수로부터 듣는다. ●대상포진이란. 어려서 앓았던 수두의 원인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멸하지 않고 척수나 뇌신경절 등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지면 활성화해 피부발진과 통증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성 피부질환이다. 수두에 걸렸던 사람의 25%에서 나타나며 정상인 5명 중 1명이 일생에 중 한번은 감염될 만큼 유병률이 높다. 한번 걸린 사람이 또 걸릴 확률도 5%나 된다. ●유형별로 구분해 달라. 대상포진은 흉부신경의 피부분절에서 50∼70%가 발생하고, 이어 뇌신경·경부·요부 등에서도 흔히 발생한다. 이 밖에 드물지만 바이러스가 안신경에 침투한 안구대상포진, 람제이 훈트증후군, 천골대상포진, 제3 천골신경절, 전신에 수두형 발진이 돋는 범발성 대상포진 등이 있다. ●대상포진의 최근 유병률 변화나 발생 추이의 특이점은 무엇인가. 과거에는 나이 든 사람이 앓는 병으로 알려졌으나 최근에는 젊은 층은 물론 소아에서도 발병하고 있다. 2004년 조사에 따르면 대상포진 환자는 2000년에 비해 46%가 증가했다. 60세 이상에서는 발생률이 준 반면 10∼40대 환자는 50%나 늘었다. 젊은 층이 각종 스트레스와 과음, 운동부족에 노출되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원인은 무엇인가. 원인은 과거 수두를 앓았던 사람이 면역력이 떨어지면 체내에 숨어있던 바이러스가 활동을 시작하는 것이다. 따라서 노약자나 암·에이즈·당뇨환자, 항암·방사선치료 환자나 면역억제제(스테로이드)를 투여받는 사람, 장기이식 등 큰 수술을 받았거나 만성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 등이 취약하다. ●증상을 단계별로 설명해 달라. 가장 먼저 보이는 증상은 피부발진과 통증을 포함한 가벼운 감기증상인데, 이때 흔히 피부분절 통증·가려움증·저린감·이상감각·피로감·두통·전신쇠약 및 미열을 동반한다. 이 단계를 지나면 붉은 발진이 가슴이나 등에 띠 모양(대상포진)으로 나타나며, 이 띠를 따라 통증이 나타난다. 이어 12∼24시간이 지나면 수포가 생기고, 3일째가 되면 고름이 차며(농포), 7∼10일이 경과하면 딱지가 형성된다. 특히 1주일이 지난 후에 다시 새로운 물집이 잡히는 경우에는 면역 결핍을 의심할 수 있다. 통증은 대부분 발진이 없어지면 감소하지만 조기치료가 안 된 경우에는 피부발진이 없어진 뒤까지 통증이 남는 ‘대상포진후신경통’으로 발전해 평생 고통을 겪는다. ●일반인이 대상포진임을 알 수 있는 특징적인 징후나 증상은. 피부발진이 생기기 1주일쯤 전부터 통증을 동반한 유사 감기증상이 나타나고, 피부발진과 통증이 몸의 한쪽에만 보이며, 피부발진 부위에 옷깃만 스쳐도 발작적으로 통증이 느껴지는 이질통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면 수두와 대상포진은 어떻게 구분하는가. 수두와 대상포진은 같은 바이러스가 원인인데, 이 바이러스는 1차 감염 때는 수두를 일으킨다. 특징적인 증상은 양측성·대칭성 피부발진이 나타나며, 통증보다 가려움증이 심한 것이 특징이다. 이에 비해 대상포진은 수두에 한번 걸렸던 사람에게서 피부분절에 따라 몸통이나 안면의 한쪽에 띠모양의 발진과 통증을 보이는 것이 가장 큰 차이다. 또 수두는 쉽게 낫지만 대상포진은 간혹 난치성인 대상포진후 신경통으로도 이행하며, 수두는 3∼5세 유아에게 많지만 대상포진은 노약자에게 많다. 또 수두는 한번 감염되면 평생 면역이 되지만 대상포진은 5%가량의 환자에게서 재발한다. ●대상포진은 어떻게 검사, 진단하나. 앞서 말한 특징적인 증상이 중요하며, 판단이 애매하거나 발진이 없는 대상포진의 경우 바이러스 배양검사나 가장 정확한 검사로 알려진 PCR검사(유전자검사), 면역학적검사, 혈청검사 등을 통해 진단한다. ●치료 방법과 관련 합병증도 설명해 달라. 1차적인 치료 목표는 통증을 줄이고 대상포진후 신경통을 예방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조기치료가 중요하다. 특히 바이러스는 물론 통증도 신경 손상을 일으키므로 항바이러스제나 진통제 투여 외에 신경차단치료도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항바이러스제·항경련제·삼환계 항우울제와 국소마취제 등을 사용한다. 이런 치료를 3주 정도 지속하는데, 그래도 이 중 10∼20%, 특히 60대의 47%, 70대의 73%가량은 대상포진후 신경통으로 이행한다. 이 대상포진후 신경통이 가장 흔한 합병증이다. 또 증상이 눈에 나타나면 실명, 안면신경에 오면 안면신경마비, 골반에 오면 방광 기능이상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런 병증이 잘 나타나는 부위로는 흉부(55%), 뇌신경(20%), 요부(15%), 천추부(5%) 등의 순이다. 눈에서 발병하는 대상포진은 각막염·포도막염·녹내장·시신경염 및 시력 손실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안과 전문의의 자문을 받아야 한다. 또 천추부 대상포진은 빈뇨·요저류·변비·설사를 초래할 수 있고, 수의근에 침범하면 근력 감소와 복부팽만 등을, 안면신경·청신경에 침범하면 안면신경마비와 통증을 호소하는 람제이훈트(Ramsey Hunt)증후군을 초래할 수 있다. 또 드물게는 바이러스가 신경계와 내장계에 침범하여 척수염·뇌수막염·폐렴·간염·심내막염·방광염 등을 일으키는데 이 경우 사망률이 6∼17%에 이르므로 주의해야 한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Weekly Health Issue] 예방 위한 생활수칙

    대상포진 예방을 위해서는 노인이나 면역기능이 약화된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와 암 환자 등은 백신(Zostavax)을 접종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이 백신이 아직 국내에는 도입되지 않았다. 빠르면 올해 말부터는 일반인들이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백신은 주로 60세 이상의 면역결핍 환자에게 유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겔라틴과 네오마이신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나 다른 백신에 심한 알레르기를 보이는 경우, 또 백혈병·임파종 및 다른 혈액암·뼈종양에 의한 면역결핍환자는 사용해서는 안 된다. 고용량의 스테로이드(면역억제제)를 투여받고 있거나 임산부 역시 조스타백스를 접종해서는 안 되므로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해 접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대상포진으로 피부에 수포가 형성된 경우에는 2차 감염을 조심해야 한다. 물집에는 바이러스가 많으므로 다른 상처 부위에 물집 내용물 등이 닿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 밖에 대상포진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인체 면역력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인체의 저항력을 감소시키는 과음을 자제하고, 일상적인 스트레스를 줄이는 게 도움이 된다. 문동언 교수는 “평소 규칙적인 운동 등 건강한 생활습관이 예방의 지름길”이라며 “이를 위해 영양이 균형을 이룬 식생활은 물론 힘든 여행이나 과로를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영천서 또 구제역 확진

    경북 영천의 농가에서 지난 16일 돼지 6마리가 구제역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지 3일 만에 인근 농장에서 구제역이 또 발생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경북 영천 금호읍의 돼지 농장에서 19일 오후 8시 30분 새끼 돼지 2마리가 폐사하고 새끼 돼지 73마리의 발에 수포와 상처가 생기는 등 구제역 의심 증상이 나타나 역학검사를 실시한 결과 구제역으로 확진됐다고 20일 밝혔다. 이 농장은 지난 16일 구제역이 발생한 농가로부터 2.4㎞ 떨어져 있다. 정부가 지난 12일 구제역 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주의’로 하향 조정한 뒤 1주일 만에 두곳에서 구제역이 잇따라 발생한 것이다. 이 농장의 돼지들은 지난 1~2월 두 차례 백신 접종을 했다. 하지만 이번에 구제역 의심 증상을 보인 새끼 돼지는 태어난 지 40일 정도 돼 아직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다. 73마리가 집단으로 증상을 보이면서 일각에서는 백신 효능에 한계가 드러났거나 앞서 유행했던 구제역 바이러스가 유전자 변형을 일으킨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하지만 정부는 영천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에 유전자 변형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유정복 농식품부 장관은 이날 국회 농림수산식품위 전체회의에 출석, “구제역 예방을 위해 이달 말부터 가축을 거래할 때 백신 접종 확인서 휴대를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다시 고개 듭니다…라쿠텐, 日 쓰나미에 타 구단 구장 빌려 경기

    15일 고시엔 구장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정오 넘어 추적추적하던 비는 곧 장대처럼 쏟아졌다. 경기 시작 시간이 4시간여밖에 남지 않았다. 방수포를 깔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비옷 입은 라쿠텐 구단 직원들은 우왕좌왕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당분간 라쿠텐의 홈은 효고현 니시노미야시의 고시엔 구장이다. 센트럴리그 한신의 안방이다. 센다이의 라쿠텐 홈구장 크리넥스 스타디움은 쓰나미에 직격탄을 맞았다. 남의 집 살이. 모든 게 낯설고 익숙지 않다. 그래도 야구는 계속돼야 한다. 라쿠텐 사토시 고이케 홍보과장은 “어디가 됐든, 힘들고 낙담하고 있을 홈팬들에게 야구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했다. 이 비를 뚫고 라쿠텐 팬들은 속속 모여들었다. 자주색 유니폼에 모자를 걸쳤다. 센다이에서 신칸센을 타고, 다시 지하철을 갈아타고 고시엔에 도착했다. 6시간이 넘는 여정이었다. 24살 여대생 야노 게이코는 새벽 5시에 집을 나섰다고 했다. “왜 여기까지 힘들게 왔느냐.”고 물었다. 그는 “집 잃은 우리팀이 외로울까봐….”라고 대답했다. 말끝을 흐렸다. 눈가가 살짝 붉어졌다. 음식점을 하는 50세 히로 스즈키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고시엔에 도착했다. 바다 가까운 곳에 살던 스즈키 부모의 집은 쓰나미에 쓸려갔다. 둘은 대피소에서 새우잠을 자면서 아들을 기다렸다. 그래도 그는 웃었다. “우리 라쿠텐도 그리고 우리 고향 사람들도 모두 다시 일어설 거다. 나는 믿는다.”고 덧붙였다. 경기 시작 한 시간 반 전. 비가 그치기 시작했다. 햇살이 비쳤다. 양팀 선수들은 몸을 풀기 시작했다. 라쿠텐 호시노 센이치 감독이 천천히 그라운드로 걸어 들어 왔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살짝 쳐다보더니 한마디했다. “거 봐 갤 거라고 했잖아. 야구하기 좋은 날이야.” 재난이 덮친 와중에도 결국 야구는 계속된다. 니시노미야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한수원 이전 주민투표 무산

    경주시가 강한 의욕을 갖고 추진하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 본사의 도심권 이전 사업이 잇단 난관에 봉착했다. 11일 시에 따르면 양북면 장항리로 이전 예정인 한수원 본사를 도심권으로 다시 옮기기 위해 주민투표를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사실상 무산됐다. 최근 한수원 본사 이전지의 위치를 결정하는 사안이 주민투표 대상이 되는지를 행정안전부와 경주시선거관리위원회에 질의한 결과 “대상이 아니다.”는 답변을 받았다. ●도심이전 잇단 난관 봉착 결국 지난해 7월 최양식 시장 취임 이후부터 양북면은 물론 경주 전체의 발전을 도모한다는 명분으로 추진해 오던 한수원 본사 도심권 이전 사업이 중대 고비를 맞게 됐다. 최 시장은 이미 “한수원 본사 도심권 이전에 따른 양북 지역 대체 지원사업을 이행치 못할 경우 시장직을 사퇴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시는 행안부 등에 대한 질의에 앞서 한수원 본사 이전은 주민의 복리, 안전, 환경 등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결정 사항으로 주민투표 대상으로 여겼다. 하지만 행안부와 시 선관위의 판단은 달랐다. 한수원 본사 이전은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사무가 아니기 때문에 주민투표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것. 시는 또 방폐장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에도 같은 내용을 질의한 결과 ‘불가’ 답변을 받았다. 이처럼 한수원 본사 도심 이전을 위한 마지막 카드로 여겨졌던 주민투표가 수포로 돌아가자 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시는 자신들의 입장을 지지해 줄 것으로 여겼던 한수원마저 원론적인 말을 되풀이하자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본사의 위치 문제는 주민 합의가 전제돼야 하는데 양북 비상대책위원회가 장항리 사수를 주장하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며 “경주에서 원전 사업을 진행해야 하고 일본의 원전 사태도 있는 만큼 시의 편을 들어 줄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앞서 한수원은 최 시장이 도심 이전을 전제로 양북면에 제시한 2000억원 지원도 본사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상태다. ●“한수원마저 발빼는 분위기” 당혹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한수원이 본사 이전 문제에 대해 발을 빼고 주민투표도 불발된 상황에서 어떻게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경주시의회와 시 새마을협의회, 바르게살기협의회, 경주상공회의소, 시장번영회, 문화단체 등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최근 2014년까지 경주 장항리로 이전 예정인 한수원 본사의 도심 이전을 지지하는 내용의 성명을 잇따라 발표했다. 경주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프로농구] 끝까지 정신줄 잡은 전자랜드 선승

    전자랜드와 KCC의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PO·5전 3선승제)는 전문가들도 섣불리 예상하지 못했다. 그저 “절대 일방적으로는 안 끝날 것 같다.”고 애매하게 답할 뿐이었다. 그만큼 어려웠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들이 쟁쟁했다. 전자랜드는 서장훈·문태종·허버트 힐로 이어지는 노련한 ‘서태힐 트리오’를 앞세웠다. KCC는 ‘괴물센터’ 하승진(221㎝)과 ‘PO의 사나이’ 추승균, ‘테크니션’ 전태풍을 믿었다. 두팀 다 빨랐고 높았다. 내로라하는 ‘농구 타짜’의 대결이었다. 우세를 점치기 힘든 팽팽한 매치업. 5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1차전은 결국 집중력이 갈랐다. 4쿼터(40분)로 부족해 2차 연장까지 10분을 더했다. 3쿼터 중반까지는 KCC가 16점(55-39)을 앞섰다. 너무 싱거웠다. 2주간 휴식기를 가졌던 전자랜드는 실전 경기에 들어서자 허둥댔다. 들어갈 슛이 계속 림을 외면했다. 큰 경기 경험이 없는 선수들은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서태힐 트리오가 분전했지만 이들을 받쳐주는 선수가 아무도 없었다. 슛을 쏘는 자체를 주저했다. 3쿼터 종료 3분 50초를 남겼을 때에야 서장훈·문태종·힐이 아닌 다른 선수에게서 첫 득점이 터졌다. 박성진의 3점포. 점수는 이미 13점(42-55) 뒤진 상태였다. 하지만 이게 반격의 신호탄이 됐다. 전자랜드는 내내 침묵하던 박성진·문태종·정영삼 등의 슈팅이 봇물처럼 터지며 단숨에 점수 차를 좁혔다. 74-75로 뒤진 4쿼터 종료 10.1초 전에는 문태종이 자유투 2개를 얻어 역전 찬스까지 잡았다. 이날 성공률 100%였던 자유투가 림을 외면했고 역전은 수포가 됐다. 2구째는 성공. 마지막 공격에서 KCC 하승진·임재현의 슛이 연달아 림을 벗어나 승부는 연장으로 돌입했다. 연장 5분도 부족했다. 힘의 균형이 팽팽했다. 또 동점(85-85)으로 끝났다. 2차 연장. 전자랜드는 신기성이 중거리슛과 과감한 돌파슛을 연달아 성공, 4점 차(91-87)로 리드를 잡았다. 2월 말 전역한 ‘예비군’ 정병국은 불안한 자세로 던진 미들슛을 성공시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결국 2차 연장 끝에 전자랜드가 94-91로 이겼다. 무려 2시간 42분이 걸렸다. 역대 PO 중 가장 길었던 경기. 문태종이 27점(8리바운드 4스틸), 힐이 24점(12리바운드 3블록)을 넣었다. 서장훈도 18점을 넣어 KBL 네 번째로 PO 통산 1000점을 돌파했다. 전자랜드로선 정규리그에서의 ‘절대 우위’(5승 1패)를 이어가는 기분 좋은 승리였다. KCC 추승균(12점)은 KBL 최초로 PO 100경기 출장 기록을 세웠지만 팀 패배로 아쉬움을 삼켰다. 나란히 17점을 넣은 하승진과 에릭 도슨도 빛이 바랬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日 방사능 공포] 원전 1~4호기 전체 특수포로 덮는 방안 논란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의 방사성물질이 지속적으로 유출되고 있는 가운데 원전 전체를 특수포로 덮는 방안이 추진된다. 하지만 실효성 여부를 놓고 원전 전문가들 사이에 견해가 엇갈리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의 원자로 1~4호기 건물을 특수한 천으로 덮는 공사를 하기로 방침을 굳히고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에 가부를 검토하도록 지시했다고 교도통신이 4일 보도했다. 이 방안은 높이 약 45m의 원자로 건물 주위에 골조를 세워 특수천을 펼치고 내부에 관측기기를 설치하는 방식이다. 1~4호기 전부를 특수천으로 덮을 경우 1~2개월 공기에 약 800억엔(1조 426억원)의 공사비가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로와 사용후 핵연료 저장조의 온도가 안정되지 않은 건물을 특수포로 덮으면 추가로 방사성물질이 확산되는 것을 억제할 수 있다는 기대를 낳고 있다. 총리실 원전대책팀 가운데 마부치 스미오 총리 보좌관이 이끄는 팀에서 이 방식을 제안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원자로 건물 안에서 나오는 방사성물질의 양이 폭발로 퍼진 것에 비해 적고 “차폐가 시급한 일도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어 이 방식이 확정될지는 다소 유동적이다. 대부분의 원자력 전문가들은 원전을 특수포로 덮는 방식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방사성물질의 확산을 억제하는 효과가 한정적이고 리스크가 크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특수포로 원자로 건물을 밀폐하면 방사선량이 늘어나 작업이 어려워지는 데다 내부압력이 상승해 재폭발을 일으킬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원자로 ‘특수천’… 오염수 유조선 회수 검토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방출되는 고농도 방사성물질로 인한 문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는 가운데 해결책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원전 주변 상황은 간단치 않다. 원자로를 냉각시키기 위해 물을 주입하면 온도는 내려가지만 손상된 격납용기를 통해 방사성물질이 든 오염수가 외부로 누출돼 주변 바다와 토양을 오염시키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원전 폐쇄의 전 단계로 우선 원자로를 냉각시켜 추가 폭발을 막고 방사성물질의 누출을 차단하기 위한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다. 가장 유력시되는 방안은 파손된 원자로 건물에 코팅된 특수천을 씌우고 유조선 등으로 오염된 물을 회수하는 것이다. 에다노 유키오 일본 관방장관은 30일 기자회견에서 “파손된 건물에 특수천을 덮어 방사성물질의 비산을 막고 오염된 물을 유조선 등으로 회수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은 원전 1~4호기 건물 내에 붙어 있는 방사성물질에 특수 도료를 뿌려 접착시킨 뒤 건물 상부를 특수포로 만든 가설 건물로 덮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폭발을 방지하기 위해 필터가 있는 환기설비를 설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터빈 건물 지하에 고인 고농도 방사성물질을 처리하는 방안도 다양하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대형 유조선에 오염된 물을 옮겨 담는 방안과 사고 원전 옆에 지하 저수조를 파 오염된 물을 보관했다가 원전 냉각수로 재활용하는 방안, 다량의 저장 용기를 들여와 오염된 물을 보관하는 방안 등이 고려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물을 옮기는 과정에서 오염 확대를 막기 위해 활성탄 등 흡착제로 고농도 방사성물질을 여과하는 새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원전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 후쿠시마 원전의 폐쇄 방법이 보다 심도 있게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도쿄전력 가쓰마타 쓰네히사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방사성물질이 계속 누출되고 있는 상황을 볼 때 제1원전의 1~4호기 원자로를 폐기시키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에다노 장관은 제1원전의 1~6호기 원자로를 모두 폐쇄할 수도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폐쇄 방법도 여러 가지가 거론된다. 일본의 원전 전문가들은 최선의 방법으로 원자로를 냉각시켜 5~10년 반감기를 거쳐 하나씩 해체해 드럼통에 넣어 저장하는 미국의 스리마일섬식 방안을 꼽는다. 냉각된 원자로를 반감기를 거치지 않고 해체하는 방법도 가능한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악의 방법은 체르노빌 방식으로 원자로를 콘크리트로 덮어 방사성물질의 추가 유출을 막는 것이다. 하지만 폐쇄 과정에서 원자로 건물 등이 파손돼 방사성물질의 유출이 우려되고 해당 지역은 죽음의 땅으로 변해 접근조차 불가능해진다. 이런 후유증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체르노빌식 폐쇄법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해법을 선택하든 시행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시로야 세이지 위원은 “핵연료는 냉각에 이르기까지 1년 이상 걸린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3~5년 정도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지역 염원 외면… 정책 불복종·낙선운동 할 것”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발표에 대구, 경북, 부산, 경남 등 해당 지역 시·도민들이 모두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주민들은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며 강력 투쟁을 예고했다. 신정택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은 30일 “한계에 직면한 김해공항의 독자적인 가덕도 이전을 위해 민자와 외자 유치가 필요하면 온 힘을 다해 부산시를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신공항유치 범시민비상대책위원회 등 시민단체들은 촛불 시위와 총선 낙선 운동 등 대정부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박인호 가덕도유치범시민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대국민 사기극을 벌인 정부 당국에 분노와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면서 “앞으로 대규모 규탄대회와 촛불 집회, 각종 정책 불복종 운동, 책임 추궁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대정부 강경 투쟁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부산자갈치시장의 상인 윤재웅(55)씨는 “20년 전부터 사업을 추진해 왔으며 대통령이 공약한 신공항 건설이 정치권 논리에 밀려 백지화된 것은 정부가 지역민을 상대로 사기를 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회사원 김진헌(52)씨는 “이럴 거라면 무엇 때문에 수백억원을 들여 용역을 하고 입지 평가 실사를 하는 등 부산을 떨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20년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데 대한 보상을 누가 해줄 것인가. 선거 때 표로 심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과 경쟁을 했던 엄용수 밀양시장도 “국민을 우롱한 정부에 대해 믿음도 없고 지방자치도 말살돼 더는 일할 수 없기 때문에 시장직을 사퇴하겠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엄 시장은 동남권 신공항 밀양 유치에 시장직을 걸겠다고 여러 차례 선언한 바 있다. 다만 그의 주변에서는 전격 사퇴라기보다 정부에 대한 항의 발언으로 이해한다. 박광길 신공항밀양유치추진단장은 “각본에 맞춘 짜맞추기식 정부 발표는 국민의 수준을 낮춰 본 것으로, 말문이 막히게 하는 충격”이라면서 “공항문제연구소 설립, 신공항건설 모금운동 전개 등 전략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시의회 오철환·경북도의회 박기진 동남권신국제공항유치특별위원장은 “한마디로 황당하고 정부의 대국민 사기극에 놀아나 광대 노릇을 한 것이 부끄럽다.”면서 “정부가 지역민의 염원을 외면한 채 신공항을 백지화하는 것은 영남권의 생존권을 짓밟는 것으로, 이런 정부를 어떻게 믿고 살아야 할지 서글프다.”고 비난했다. 강주열 밀양유치시·도민결사추진위원장도 “100점 만점에 40점도 안 나오는 국책사업은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외면한 채 의문투성이 결과를 내놓은 정부에 맞서 4개 시·도 시민단체는 대규모 궐기대회를 비롯해 정책 불복종 운동을 벌여 밀양공항을 반드시 찾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울산시, 경북·경남도 의회는 신공항 건설 백지화를 즉각 철회하고 동남권 신공항을 조기에 건설할 것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4개 시·도 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183명의 의원과 영남권 1300여만 주민은 신공항 건설 백지화라는 사기극을 결코 용납할 수 없으며 신공항 건설이 이루어질 때까지 투쟁할 것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이들 시·도 의회는 정부가 뒤늦게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한 사유를 국민에게 공개하고 책임자는 사죄하라고 주장했다. 창원 강원식기자·전국종합 kws@seoul.co.kr
  • 美, 대북화해 ‘마지막 초청장’… 3차 핵실험 등 차단 ‘당근’

    북한의 연이은 대형 도발(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사건)과 추가 도발 협박(서울 불바다 발언)에도 불구하고,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북한과의 타협에 여전히 기대를 걸고 있음이 확인됐다. 스티븐 보즈워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등이 1일(현지시간) 의회에서 쏟아낸 말들을 종합하면, 미국은 북한을 향한 대화의 문을 연평도 사건 직후에 비해 더 열어젖혔을 뿐 아니라 아예 손짓까지 보내는 분위기다. 물론 보즈워스 등의 언급은 그동안 미 정부 당국자들이 줄곧 해오던 발언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북한이 좀처럼 개과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임을 감안하고 보면 의미가 없지 않다. 특히 식량 지원 가능성을 언급한 대목은 화해의 손짓으로 비치기까지 한다. 이런 제안은 천안함 사건이나 연평도 사건 직후라면 나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연평도 사건 직후 한국 정부가 인도적 차원의 식량 지원까지 일절 끊은 사실을 상기하면, 한·미 정부의 대북 전략에 변화의 기류가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결국 위성락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이 최근 잇따라 미국을 방문한 주목적은 북한의 태도 변화 유도를 위한 식량 지원 재개 방안 논의였을 가능성이 높다. 한·미 입장에서 인도적 식량 지원은 대북 입장 변화의 명분으로서 부담이 적고, 북한으로서도 절박한 식량난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에 솔깃한 측면이 있다. 이날 북한을 향한 보즈워스의 손짓은 전방위적이었다. 그가 던진 “북한의 정권 교체는 미국의 정책 목표가 아니다.”라는 말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향한 최고의 ‘립 서비스’다. 지금이 북한의 잇단 도발로 한반도 정세가 험악한 상황인 데다 최근 중동에서 독재자들이 줄줄이 철퇴를 맞는 시점이라는 측면에서 이는 김정일의 귀에 크게 울릴 법하다. 미국 정부가 이처럼 북한을 적극적으로 유인하려는 것은 내년 대선 때문이다. 미국 선거에서 북한 문제가 결정적 변수는 아니지만, 북한이 3차 핵실험 등 추가 도발을 저지르기라도 한다면 공화당으로부터 외교정책 실패 공세를 받을 소지가 다분하다. 한국 정부 역시 내년에 잇달아 치러지는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안보 불안 심리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적극적인 대화 의지를 천명한 것도 이런 배경을 깔고 있다. 한·미 정부의 손짓이 효력을 발휘한다면, 키 리졸브 훈련과 중국 양회(兩會) 일정이 마무리되고 비정부기구(NGO)들의 쌀 식량 평가 보고서가 나오는 3월 하순 또는 4월 초순에 북한이 ‘도발에 대한 사과’와 ‘핵개발 중단 약속’ 등으로 화답하면서 화해 무드가 조성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1일 “우리는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다.”고 여지를 둔 것이 긍정적 해석을 낳기도 한다. 하지만 한·미 정부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개연성도 작지 않다. 최근 북한의 도발은 외부적 요인이라기보다는 권력 승계 등 내부 요인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천안함 사건도 물밑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터졌다. 시기적으로 봤을 때 한·미 정부의 이번 화해 신호는 김정일에게 건네는 ‘최후의 초청장’이라 할 만하다. 양국 정부 모두 임기 말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강풍에 최고 80㎜ 호우… 구제역 매몰지 2차 피해 대비 총력전

    강풍에 최고 80㎜ 호우… 구제역 매몰지 2차 피해 대비 총력전

    27일 전국에 강풍을 동반한 많은 비가 내리면서 중앙 부처 공무원과 구제역 매몰지의 지자체 공무원들이 침출수 유출 등 매몰지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경기도는 전 공무원에게 비상 대기 명령을 내린 상태에서 매몰지 유실·붕괴, 침출수 유출 등 비 피해에 대비했다. 김문수 지사는 남양주시 와부읍 월문리 돼지 매몰지 등 도내 4곳 매몰지 현장을 잇따라 방문해 호우 대비 상황을 점검했다. ●농민들도 삽 들고 일손 도와 파주시는 적성면 적암리 일대 10여곳에 공무원들이 아침 일찍부터 출동해 긴급하게 움직였다. 오후 들어 빗줄기가 굵어지면서 매몰지 주변의 깊이 파인 배수로로 흘러내리는 빗물 양도 불어났다. 우비 차림의 공무원들은 혹시 발생할 수 있는 침출수 유출에 대비해 비닐막이 제대로 쳐졌는지, 비가 새는 곳은 없는지 꼼꼼히 점검했다. 빗물로 침출수가 흘러넘칠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특수 천막까지 제작해 이중, 삼중으로 방수막을 둘렀다. 파주시는 앞서 지난 25일과 26일 이틀간 200여명의 공무원을 투입해 관내 238개 구제역 가축 매몰지에 미리 방수 작업을 했다. 공무원 1인당 4~5개의 매몰지를 전담해 실시간 점검에 나섰고, 인근 군부대와 협력 체계도 구축했다. 가축 농가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적암리 일대 농민들은 삽자루를 들고 매몰지 관리에 일손을 도왔다. 농민 조기형(64)씨는 “주말 새 비가 많이 온다고 해서 비닐을 깔고 배수로 파느라 전쟁이 따로 없었다.”면서 “마을 안전을 위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하고 나와 봤다.”고 전했다. 파주시 가축방역담당 이병직 팀장은 “아직까지 많은 비가 내리지 않았고, 빗물을 차단하기 위한 방수포 등을 덮었기 때문에 우려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밤이 고비가 될 수도 있어 배수로 점검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이 밖에 여주군은 200개 매몰지당 1명씩 담당 공무원이 순찰했고 읍·면마다 굴착기 2대씩을 동원해 정비 작업을 벌였다. 이천시도 395개 매몰지에 환경업체 8곳, 20여명의 긴급 복구 인력이 투입됐다. ●행안부 24시간 비상근무체계 행정안전부도 주말 강우로 매몰지에 비상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 중앙재해대책본부 상황실을 포함해 주요 간부, 관련 부서 직원이 모두 24시간 비상 근무 체계에 돌입했다. 환경부도 지방·유역환경청장과 실·국장들이 매몰지 책임 관리제에 따라 해당 지역을 점검했다. 지자체에서도 부단체장을 중심으로 중대본과 비상연락 체계를 구축하고 비상 근무를 했다. 한편 중대본과 농림부는 전국 소·돼지에 대한 구제역 2차 예방접종이 26일 완료됐다고 27일 밝혔다. 농림부는 신규 출생 가축에 대한 예방접종 등을 위해 올 하반기 예방백신 소요 물량 중 1555만 마리분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앞서 26일 중대본은 강원 횡성군 갑천면과 횡성읍의 상수원 보호구역에 위치한 구제역 매몰지 2곳에 대해 이전 작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횡성군은 바이러스 차단 조치 후 ‘가축 매몰지 환경 관리 지침’에 따라 갑천면 매몰지에서 70m 바깥 지점으로 이전했다. 이재연·장충식기자 oscal@seoul.co.kr
  • [사설] 폭우 온다는데 구제역 매몰지 안전한가

    오늘 오후부터 사흘 동안 전국에 많은 비가 내리겠다고 기상청이 예보했다. 대부분의 지역에는 강수량이 30~60㎜에 그치겠지만 많은 곳에서는 80㎜ 이상 내릴 것이라고 한다. 게다가 최근 몇년 새에는, 지역에 따라 예보치를 훨씬 웃도는 국지성 호우가 빈발하고 있다. 그러므로 구제역 여파로 전국 곳곳에 널려 있는 매몰지 4600여곳이 이번 폭우를 무사히 넘길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행정당국이 두손 놓고 있는 건 아니다. 중앙재해대책본부는 매몰지를 비닐·방수포 등으로 덮고 배수로를 추가 설치하는 등 만전을 기하라고 엊그제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긴급 지시했다. 각 지자체 역시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나섰다. 예컨대 김관용 경북도 지사는 지방채를 발행해서라도 관련 비용을 마련하라고 지시하면서 간부들에게 자리를 걸고 임하라고 주문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성패는 일선 현장에서 이같은 지시를 얼마나 강도 높게 실행하느냐에 달려 있다. “설마 우리 동네에서야 무슨 일이 벌어지겠나.”하는 식의 안이한 의식이 이번에도 작동한다면 전국토는 가늠하기조차 싫은 환경 재앙에 빠져들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아울러 우리는 매몰지 관리에 근본적이고 정밀한 대책을 세울 것을 다시 한번 행정당국에 촉구한다. 이번 폭우를 피해 없이 넘긴다고 해서 매몰지 문제가 다 해결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땅에 묻힌 동물들이 자연의 일부로 완전히 녹아드는 그 긴 세월 동안 큰비 오고 강풍 불 때마다 허겁지겁 나설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임시로 흙을 쌓아 둑을 만든 곳은 돌·콘크리트 축대로 보완하고, 정 관리하기 힘든 매몰지는 이장하는 등으로 완벽한 처리를 해야 하겠다. 땅에 묻은 돼지의 사체가 노출됐다느니, 매몰지에서 33m 떨어진 메기 양식장에서 메기 3만 5000여 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느니 불길한 소식이 여기저기서 많이 들려온다. 구제역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귀한 생명 341만 마리를 살처분하는 비극을 우리사회는 이미 경험했다. 그런데도 환경 오염이라는 예견된 2차 재앙을 다시금 겪는다면 행정 당국과 관계자들은 결코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최선을 다해 매몰지를 관리해서 이 땅의 안전을 지켜주기를 거듭 당부한다.
  • 구제역 사체 땅에 안 묻고 멸균

    앞으로 소규모 구제역 감염에 사체 멸균이나 소각, 발효 등 비매몰 방식이 도입된다. 행정안전부는 구제역 2차 백신접종이 25일 끝나고 감염 규모가 줄면서 침출수로 인한 환경오염 우려가 없는 비매몰 방식을 병행할 계획이라고 24일 밝혔다. 앞으로는 매몰지가 더 늘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비매몰 가축 사체 처리 방식에는 스팀 멸균기 방식과 원통형 저장조 방식, 랜더링이 있다. 스팀 멸균기 방식은 사체를 고온·고압 스팀으로 멸균, 수분을 빼는 원리로 일부 대규모 돼지 사육 농가에서 폐사 처리에 사용하고 있다. 원통형 저장조 방식은 원형 저장 탱크에 가축 사체, 생석회를 넣어 발효시킨 뒤 액체 비료로 활용하는 것이다. 랜더링은 사체를 고온에서 가열해 멸균 처리한 뒤 압력을 가해 기름 성분은 짜내고 잔존물은 퇴비로 쓰는 방식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대당 3억원에 이르는 스팀 멸균 방식의 이동식 처리기를 구제역이 발생한 8개 시·도에 1대씩 보급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원통형 저장조 방식은 효과가 높다고 평가되면 전국으로 확산하고 랜더링 처리 시설까지 안전하게 운송하는 특수차량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한편 중대본은 이번 주말 전국에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가축 매몰지를 비닐이나 방수포로 덮고 배수로를 추가로 설치하는 등 매몰지 빗물 유입 차단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긴급 지시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0.03초 차’ 이승훈 4관왕 불발 파벌 탓?

    ‘0.03초 차’ 이승훈 4관왕 불발 파벌 탓?

    스피드스케이팅 이승훈(23·한국체대)의 동계아시안게임 4관왕은 불발됐다. 금메달을 3개나 땄기에 팀추월 2등도 잘했다고 손뼉 쳐 줄 수 있다. 그러나 이면을 알면 속이 쓰린다. 한국은 의도적으로 ‘최상의 금메달 조합’을 버렸다. 한체대 고병욱(21)을 출전시키기 위해 팀추월 선수구성 공고까지 바꾸면서 꼼수를 썼지만, 결국 자가당착에 빠졌다. 1등이 확실시되던 팀추월 금메달과 한국의 종합 2위는 수포가 됐다. 지난 4일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 1500m에서 동메달을 딴 이규혁(33·서울시청)은 말했다. “팀추월은 후배를 위해 양보하고 싶지만, 내가 타야 되면 타겠다.”고. 이 말에 의미를 부여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이 말엔 이승훈이 4관왕에 오르지 못한 이유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규혁은 단거리 전문 선수다. 2003·2007년 동계아시안게임에서 1500m 2연패를 할 정도로 중거리도 잘 탔지만 근래에는 단거리에 매진해 왔다. 최근엔 1000m조차 레이스 막판엔 페이스가 눈에 띄게 떨어진다. 그런 이규혁이 8바퀴(3200m)를 도는 팀추월을 타야 했다. 선수 생활 중 팀추월에 나선 건 처음이었다. 시간을 되돌려 보자. 빙상연맹이 지난해 10월 20일 발표한 팀추월 선발 기준은 이렇다. ‘1500m 1·2위, 5000m 1위로 구성한다.’ 그 기준에 따라 10월 29~31일 종목별선수권대회를 치렀고, 모태범(22·한국체대)·이규혁이 1500m 1·2위를 차지했다. 팀추월은 모태범·이규혁으로 확정됐다. 경기심판위원회는 31일 회의를 열고, 선수 유고 시에 대비해 1500m 3위에 오른 이종우(25·의정부시청)를 예비 선수로 추천했다. ●단거리 이규혁 양보·번복 끝에 출전 그러나 두 달 뒤인 12월 8일 변경된 선발 기준이 다시 공고로 떴다. ‘1500m 1·2위와 5000m 1·2위 중에서 팀추월 선수를 구성한다.’였다. 이미 1500m 선수 선발이 끝난 뒤 갑작스럽게 공지가 변경된 것. 뚜렷한 이유도, 설명도 없었다. 20~21일 치러진 종합선수권에서 이승훈·고병욱이 5000m 대표로 정해졌다. 두 번째 공고에 따른다면 팀추월은 이규혁·모태범·이승훈·고병욱 중에 결정돼야 했다. 예비선수로 추천돼 팀추월을 연습하던 이종우는 졸지에 ‘낙동강 오리알’이 됐다. 이후 빙상연맹 강화위원회(경기심판위원회)가 세 번이나 열렸다. ‘이규혁이 안 탄다는데 그러면 이종우냐, 고병욱이냐.’가 문제였다. 고성이 오갔다. 한 경기이사는 사퇴했다가 번복했다. 좋은 마음으로 후배에게 양보했다가 더러운 꼴(?)을 본 이규혁은 결국 “그냥 내가 타겠다.”고 나섰다. 팀추월 외에도 장거리에 출전하는 고병욱은 카자흐스탄으로 향했고, 출전 종목이 없는 이종우도 팀추월 예비 엔트리 자격으로 비행기를 탔다. 팀추월에 5명의 선수를 파견한 강화위원회는 엔트리의 모든 권한을 윤의중 감독에게 위임했다. 그러나 혼란은 링크에서도 계속됐다. 이종우도, 고병욱도 ‘러브콜’을 기다렸다. 경기 전날 윤의중 대표팀 감독은 “(두 번째 공고에 따라) 승훈·태범·규혁·병욱이 중 셋이 탄다. 엔트리는 30분 전에 알려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경기 당일 오전까지 팀추월을 훈련했던 고병욱이 빠졌다. ●이승훈 혼자 8바퀴 이끌어… 체력부담 커 6일 팀추월 레이스는 악전고투였다. 3명이 함께 달리는 팀추월은 보통 구간을 분담해 선행 주자로 팀을 이끈다. 선행 주자가 공기저항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세계빙상연맹이 출간한 교본에 따르면 “선행 주자 뒤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선수는 400m 트랙 한 바퀴당 0.5초의 이득을 본다.”고 돼 있다. 그만큼 맨 앞에서 끄는 선수의 체력 부담이 크다는 얘기. 그래서 팀추월에서는 세 선수가 번갈아 선두에 서며 체력을 비축한다. 기본이다. 이번 대회 팀추월에서 일본·카자흐스탄·중국이 모두 그랬다. 한국은 이승훈이 처음부터 끝까지 8바퀴를 끌었다. 이승훈은 “달리다 처지는 선수가 있으면 내가 빠져서 그 선수를 밀어 주기로 작전을 짰다. 끝까지 아무도 안 처져 레이스를 잘 마쳤다.”고 말했다. 또 “모태범·이규혁은 장거리 선수가 아니라서 일본 등 경쟁국에 비해 우리가 처음부터 불리했다.”고도 했다. 이승훈은 마음껏 치고 나가기보다 뒤 선수들이 무사히 따라올 수 있도록 ‘바람막이 역할’을 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작전과 조직력이 중요한 팀추월에서 경기 직전까지 멤버를 몰랐다는 것 자체가 비상식적이다. 금메달을 딴 일본과 0.03초의 미세한 차이가 났다는 걸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이승훈·이종우·고병욱은 올 시즌 월드컵 때 처음 호흡을 맞췄음에도 3분 49초 89로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겨뤘던 카자흐스탄(3분 52초 19), 일본(3분 56초 77) 등에 월등히 앞섰다. 빙질에 따라 기록은 달라지지만 한국의 ‘최상 조합’이 분명히 있었다는 얘기다. 빙상 관계자는 “이종우를 의도적으로 제외시키다 제 꾀에 넘어간 꼴”이라고 말했다. ●전명규 , 한체대 승훈·태범·병욱 원했다? 그렇다면 이종우는 왜 ‘미운털’이 박혔을까. 이종우는 서울대학교 04학번이다. 한체대에서 “6년 장학금을 줄 테니 오라.”고 했지만, ‘공부하는 선수’를 꿈꾸며 거부했다. 이후 눈 밖에 났다. 스피드스케이팅 판에서 ‘비한체대’는 힘이 별로 없다. 한체대의 독주다. 지난해 밴쿠버올림픽에서 ‘한체대 3인방’이 금메달을 따면서 더욱 탄력이 붙었다.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 때 쇼트트랙에서 불거졌던 ‘파벌 싸움’이 스피드로 고스란히 옮겨진 꼴이다. 그 중심에는 쇼트트랙 파벌의 중심이었던 전명규 전 빙상연맹 부회장이 있다. 한체대 빙상부 교수에 대한체육회 경기력향상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지만, 연맹에서는 현재 아무 직함이 없다. 지난해 쇼트트랙 짬짜미 사건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그러나 20년 가까이 얼음판을 주름잡은 위력은 여전하다. 한 관계자는 “연맹 이사들은 물론 대표팀 감독과 선수들까지 다 휘두를 수 있다. 강화위에 입김을 넣어 이종우가 팀추월에 뛸 수 없도록 힘을 행사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전명규씨는 한체대 이승훈·모태범·고병욱 조합을 원해 입김을 넣었는데 결국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전명규 교수는 이런 의혹에 대해 7일 “일고의 가치도 없는, 너무나 일방적인 주장이다. 난 이런 의혹에 답변할 위치도 아니다.”고 말했다. 빙상연맹도 “모든 공고를 만족시키는 선수들이 탔기 때문에 원칙상 전혀 문제가 없다. 과정상 갑론을박은 언제나 있는 일”이라고 했다. 한편 전 교수는 오는 10일 빙상연맹 조직 개편에 맞춰 연맹 수뇌부로 복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용어 클릭] ●팀 추월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팀당 3명이 직선주로 반대편에서 동시에 레이스를 시작한다. 남자는 8바퀴(3200m), 여자는 6바퀴(2400m)를 뛴다. 상대 팀의 맨 뒤 선수를 추월하거나 3명 중 가장 늦게 들어온 선수의 기록을 비교해 승리 팀을 가린다. 선수들은 매 바퀴를 돌 때마다 선두를 맞바꾸며 스피드를 끌어올린 뒤 마지막 직선 주로에서 경쟁하듯 스퍼트를 해 기록을 단축한다.
  • 해외 ‘시민 영웅’과 닮은꼴… 비교해 보니

    해외 ‘시민 영웅’과 닮은꼴… 비교해 보니

    그들이 없었으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고 더 큰 비극이 올 수도 있었다. 영웅은 위기에서 태어난다고 했던가. 지난 21일 성공적으로 끝난 청해부대의 ‘아덴만 여명작전’을 도운 선원들의 용감한 행동이 우리 사회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선 삼호주얼리호의 리더였던 석해균 선장. 그는 해적의 총구 앞에서도 배를 지그재그로 몰며 시간을 지연시켰고, 내부상황과 정보를 우리 군에 상세히 전달했다. 특히 작전 중 해적들의 총에 맞아 중상을 입으면서 그의 존재감은 더욱 부각됐다. 이어 24일에는 1등 기관사 손재호씨가 작전이 시작되자 목숨을 걸고 엔진을 정지시키는 기지를 발휘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스스로 죽음의 공포와 마주한 해적들이 무슨 해꼬지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보여 준 지혜로운 용기였다. 국민들은 이들에 대해 ‘영웅’ 칭호를 부여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삼호주얼리호 선원들의 영웅담은 지금까지 국내에서 화제가 됐던 ‘미담의 주인공’ 또는 ‘의인(義人)’과는 사뭇 다른 양상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선뜻 용기를 낸 것이 아니라 극한의 상황에서 자기 목숨을 내놓고 감행한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모습은 테러와 전쟁이나 대형 화재 등 각종 대형 사건·사고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미국식 ‘소시민 영웅’의 모습과 닮아 있다. 지난 8일 가브리엘 기퍼즈 연방 하원의원을 노린 미국 애리조나 총기난사 사건 직후 현지 언론들은 61세 할머니 파트리샤 마이시와 74세 할아버지 빌 배저를 앞다퉈 조망했다. 범인 제러드 리 러프너의 탄창을 빼앗은 마이시와 몸을 던져 그를 제압한 배저에게는 ‘작은 영웅’이라는 호칭이 붙여졌다. 지난해 말 디트로이트에서 벌어진 알카에다의 여객기 폭탄 테러 기도 때에는 범인을 제압한 한인 승무원 조승현씨가 주목받았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영웅은 특수한 상황에 놓인 일반인 중에서 나오는 것이 보편적”이라면서 “사람들은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그 일을 해낼 수 없을 것 같은 소시민 영웅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는 ‘소시민 영웅’이 나오기 힘든 구조였다. 목숨을 걸고 다른 사람을 구한 사람들도 ‘영웅(히어로)’보다는 ‘의협심 강한 사람’쯤으로 포장되곤 했다. 그들에 대한 고마움도 오래가지 않았다. 잠시 떠들썩하다 말았다. 지난해 6월 서울 역삼동의 한 정류장에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시내버스를 들어올렸던 시민들, 11월 서울 삼성동 5층 건물 화재 당시 위기 속의 여성들을 구해낸 이름 모를 남자는 화젯거리 정도로만 짧게 다뤄졌다. 보상체계도 매우 박하다. 미국에서는 이타적인 행동을 한 소시민 영웅들에 대해 각종 법안을 도입해 법적·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지만 한국에서는 기초적인 보상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차이의 원인을 문화적 배경에서 찾는다. 전상진 서강대 심리학과 교수는 “미국은 역사적으로 길지 않고, 혁명을 통해 만들어진 나라인 만큼 일종의 ‘정통성’, ‘국가적 당위성’ 등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영웅을 만들어 낸다.”면서 “이에 반해 한국은 영웅적인 행동을 하지 못하는 자기 자신이 초라해 보일 수 있다는 방어심리 때문에 ‘나라도 저렇게 했을 것’이라는 식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강하고 이 때문에 별도의 혜택이나 조망 자체에 거부감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박건형·최영훈기자 kitsch@seoul.co.kr
  • 경남서 첫 구제역 의심신고

    주말 사이 경북 상주, 문경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가운데 경남 김해 주촌면의 한 양돈농가에서 구제역 의심신고가 처음으로 접수돼 축산 농민들이 긴장하고 있다. 특히 의심신고가 돼지농가에서 나와 현재 36%에 불과한 저조한 돼지 백신 접종률과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국에 걸쳐 한우에는 백신 예방접종이 완료됐지만 ‘종돈’(種豚)을 제외하고 ‘모돈’(母豚)과 비육돈(일반돼지)에 대한 접종률은 강추위와 폭설 등으로 인해 현저히 낮다. 23일 경남도에 따르면 해당 농가에 대한 임상 관찰 결과 사육되는 돼지들이 수포가 생기고 일어서지 못하는 증세를 보였으며, 39마리의 새끼 돼지가 집단 폐사했다. 이에 따라 도는 농장주 등 관련자와 가축의 이동 제한 조치를 내리고 긴급 방역을 하는 한편 이날 밤늦게 반경 500m 이내 농가의 돼지 6500여 마리에 대해 예방 살처분을 실시하기로 했다. 또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정밀 검사를 의뢰했다. 검사 결과는 24일 오후에 나올 예정이다. 경남도는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서도 지난 22일까지 청정지역으로 남아 있었다. 창원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교도소 안으로 마약 나르던 비둘기 체포

    남미 콜롬비아에서 비둘기 몸에 마약을 매달아 교도소 안으로 몰래 반입하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계획은 완벽했지만 비둘기의 체력이 문제였다. 콜롬비아 산탄데르 주 북부에 있는 교도소에서 최근 마약을 옮기던 비둘기가 경찰에 체포됐다. 비둘기는 콜롬비아에서도 모범시설로 이름이 알려져 있는 부카라맘가 교도소 주변에서 이상한 행동을 하다 발견됐다. 비둘기는 교도소 외곽 철망을 넘으려 안간힘을 쓰면서도 좀처럼 뜨지 못하고 철망에 부닥치기를 반복했다. 순찰을 돌던 경찰이 이를 이상하게 여기고 애처럽게 날개짓을 하는 비둘기를 들어올렸다. 비둘기의 몸에는 마약이 묶여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비닐포장된 마약은 마리화나, 무게는 45g이었다. 경찰은 “그렇게 무거운 게 아니지만 비둘기가 나르기엔 상당히 벅찼던 모양”이라며 “비둘기가 무게를 못이겨 날지 못하다가 경찰에 발각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통신원 손영식 voniss@naver.com
  • 亞 축구무대 중동중심 재편

    亞 축구무대 중동중심 재편

    16년간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을 맡았던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6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총회에서 연임에 실패하며, 이제 아시아 축구는 ‘오일머니’를 앞세운 중동판이 됐다. FIFA 부회장직과 집행위원직을 동시에 잃은 정 회장은 올 6월 치러지는 FIFA 회장직에 도전할 의사를 내비쳤다. 지난해 12월 한국과 일본이 야심 차게 뛰어들었던 2022년 월드컵 유치가 카타르에 돌아간 것은 예고편이었다. 이제 동아시아에 FIFA 집행위원은 단 한명도 없다. AFC 회장직은 무함마드 빈 함맘(카타르)이 연임에 성공했고, 아시아 대륙에 한 장 배정된 FIFA 부회장도 알리 빈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 차지가 됐다. FIFA 집행위원은 베르논 마닐랄 페르난도(스리랑카)와 우라위 마쿠디(태국)가 됐다. AFC 집행부가 중동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된 것. 정 명예회장은 한국의 아시안컵 1차전(11일·바레인전)을 보이콧하고 귀국할 만큼 충격에 휩싸였다. 1993년 대한축구협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대한민국은 물론 아시아 축구계를 주름잡았던 그였기에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였다. 그동안 정 회장이 쌓아온 노하우와 인적 네트워크는 여전하지만, 직책을 잃은 이상 예전의 강력한 파워는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 정 회장은 FIFA 회장에 욕심을 보이며 위기에 정면으로 맞섰다. 정 회장은 7일 인천공항으로 귀국하면서 오는 6월 치러지는 차기 FIFA 회장 선거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FIFA 회장 선거는 경쟁체제로 치러지는 게 옳다고 본다. 내가 벌써 불출마를 선언하면 블라터 회장이 너무 좋아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AFC 총회 전에 국제축구계 지인들에게 출마를 권유받았다는 뒷얘기도 전했다. 6월 선거에는 현 수장인 제프 블라터 회장이 재선에 도전한다. 블라터 회장은 연임을 위해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에게 힘을 실었다고 할 만큼 정 회장을 견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정 회장은 이제 ‘야인’이 됐다. 2022년 월드컵 유치가 수포로 돌아간 데다 FIFA 부회장직까지 잃으면서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개혁 목소리도 높아졌다. 정 회장이 한국 축구사에 한 획을 그은 것은 인정하되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정몽준 1인 체제’에서 벗어나 경쟁력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만큼 축구계의 대변신이 예고된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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