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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학 수업시간 줄었지만 학습분량 늘어나

    수학 수업시간 줄었지만 학습분량 늘어나

    교육부가 최근 공개한 2022 개정 수학 교육과정 시안에 대해 중·고교 수학 교사들이 “학생들 부담이 가중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수학 수업시간은 줄었지만, 배워야 할 양이 오히려 늘어났기 때문이다. ●“과거 교육과정 삭제했던 내용 복원”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수학교사모임연합은 새 교육과정 시안에 대해 전국 중·고교 수학 교사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8일 발표했다. 설문에는 3554명의 교사가 참여했다. 이 가운데 2708명(77.1%)이 새 교육과정 시안에 대해 ‘수학기초학력 개선에 도움이 안된다’고 응답했다. 3068명(87.0%)은 ‘사교육 경감에 도움이 안 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2022 개정 국가교육과정 총론 주요 사항을 확정 발표하면서 국가 교육과정을 축소하고 학교의 교과 운영 권한을 확대하는 ‘학교 교육과정 자율성 강화’를 강조했다. 교과 수업은 학기당 17주에서 16주로 축소됐고, 학교 자율 교육과정은 20% 늘었다. 그러나 각론에 해당하는 교육과정 시안에는 과거 삭제했던 내용이 복원되는 등 학습량이 오히려 늘었다. 예컨대 2009 개정의 고2 과정에서 삭제했던 행렬은 이번에 고1 공통과정에 추가됐다. 고1에서 가르치던 이차함수의 최대최소는 중3으로, 중3의 대푯값은 중1로 연쇄적으로 이동했다. 또 중2 교육과정에 2009 개정에서 삭제했던 증명 용어가 다시 도입됐다. 중3 통계 부분에서는 상자그림이 추가됐다. 고교 확률과 통계에는 2015 개정에서 삭제되었던 모비율, 기하에서는 2015 개정에서 없어졌던 공간벡터가 추가됐다. ●“성취기준 합치면서 학습량 늘리기도” 기존 성취기준을 합치는 방식이 동원되기도 했다. 새 교육과정을 만든 연구진은 교육과정을 공개하며 “중1에서 1개, 고1에서 성취기준 2개를 줄였고, 다른 학년은 현재의 개수와 동일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수학교사모임연합은 “두 성취기준을 하나로 합치는 꼼수로 마치 학습 부담을 줄인 것처럼 보이도록 했는데, 실제로 학습 내용은 늘어났다”고 반박했다. 예컨대 현재 교육과정의 문자와 식 단원에는 ‘다양한 상황을 문자를 사용한 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와 ‘식의 값을 구할 수 있다’는 식으로 성취기준이 분리돼 있다. 그런데 이번 시안에는 ‘다양한 상황을 문자를 사용한 식으로 나타내어 그 유용성을 인식하고, 식의 값을 구할 수 있다’는 식으로 성취기준을 합쳤다.수학교사모임이 새 교육과정에 맞춰 수업 시간을 계산해보니, 중1은 최대 43시간, 중2는 40시간, 중3은 12시간이 부족했다. 이를 따라잡으려면 결국 교사들이 진도를 빠르게 나가거나, 학생들이 별도로 공부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많이 가르치기보다 깊이 있게 가르쳐야” 전체 교사 1734명(48.8%)이 이와 관련 ‘학습 내용이 너무 많아 가르칠 시간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학년별로는 중3이 54.1%로 가장 많았고, 고1 1학기는 53.9%, 중1은 50.4%, 고1 2학기는 43.6%, 중2는 42.2% 순이었다. 연구진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어달라는 주관식 질문에도 “‘뺏다 넣었다 올렸다 내렸다만 하는’ 수학교육과정 개정은 이제 그만하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수학교사모임은 이와 관련 “‘성취기준 합치기’와 같은 꼼수는 국민을 속이는 행위”라 지적하고, “많은 양을 빠르게 학습하기보다는 적정한 양을 깊이 있게 배울 수 있도록 개정 교육과정을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우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교육혁신센터 연구원은 “교육과정을 만드는 교수진이 실제 중·고교 현장에 있지 않다 보니 많이 가르치면 수학에 대한 이해가 올라가고 흥미도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수학 학습량이 여전히 과하지만 대학에 진학하기 전 더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면서 “사교육에도 기대기 어려운 학생들은 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결국 수학 학습을 싫어하는 ‘수포자’도 급격하게 증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고1 수학시험 문제 4개 중 1개 교육과정 벗어나

    고1 수학시험 문제 4개 중 1개 교육과정 벗어나

    연립방정식의 최댓값을 구하도록 한 G고교 수학 문항을 풀려면 인수분해를 내림차순으로 정리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교수학습방법 및 유의사항에는 간단히 인수분해할 수 있는 사례만 다루게 돼 있다. 방정식을 나타내는 도형에 관해 묻는 J고교의 수학 문항은 y=-x대칭을 다룰 줄 알아야 풀 수 있다. 고교 교육과정상 대칭이동은 x축, y축, 원점, y=x 대칭만 다룬다. 여기에 더해 -|x|를 처리할 줄도 알아야 한다. 교육과정 성취기준과 평가기준에 명시되지 않은 내용을 출제한 사례다. 고교 1학년 기말고사 수학 문제 4개 중 1개꼴로 교육과정을 위반한 고난도 문제가 출제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과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10개 고교 1학년 수학 시험의 고교 교육과정 준수 여부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광주·대구·대전·부산·울산 총 5개 시·도에서 2개교씩 모두 10개 고교의 지난해 1학년 1학기 수학 기말고사 문항 216개를 대상으로 했다. 현직교사와 전문가 총 17명이 교차 분석과 2차례 내부 검토를 거쳐 교육과정 위반 여부를 따졌다. 그 결과 25%에 해당하는 54개 문항이 ‘교육과정 성취기준’을 벗어났다. 조사 대상 10개 고교에서 해당 문항이 모두 나왔으며, 최대 10개까지 나온 학교도 있었다. 가장 많은 위반 유형은 ‘교육과정 성취기준과 평가기준에 명시되지 않은 내용을 출제한 경우’로 교육과정 위반이 지적된 54개 문항 중 57.4%인 31개 문항(10개교)이었다. 사교육걱정과 강 의원실은 “교사들이 성취 평가기준을 참고하지 않고 관행대로 기출문제를 참고해 출제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사교육걱정과 강 의원실은 지난 6월 밝힌 설문조사에서 고교생 88.4%가 ‘지나치게 어려운 학교 시험이 수포자를 발생시킨다’는 응답이 나옴에 따라 고교 시험문제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사교육걱정과 강 의원실은 이에 대해 교사가 교육과정에 명시된 사항을 준수해 시험 문제를 내고, 학교는 다층적인 점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육부와 교육청이 ‘교육과정 맞춤 문항 출제 시스템’을 구축해 학교 현장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필즈상’ 허준이 교수 “미국 유학 한국 학생들 준비 덜 돼 있더라”

    ‘필즈상’ 허준이 교수 “미국 유학 한국 학생들 준비 덜 돼 있더라”

    “미국에서 스탠포드대를 거쳐 프린스턴대라는 최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다양한 문화권과 나라에서 우수한 학생들이 오는데 흔히들 생각하는 것처럼 한국 학생들이 준비가 잘 돼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좁은 범위에서 완벽하고 빨리 풀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넓고 깊게하는 공부는 덜 돼 있는 것 같다.” 지난 5일 한국계 첫 필즈상 수상자인 허준이(39)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고등과학원 수학부 석학교수)가 13일 서울 동대문구 홍릉에 위치한 고등과학원에서 ‘필즈상 수상 기념 강연 및 해설강연’에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밝혔다. 허 교수는 “한국에서 교육을 받을 때 수학은 충분히 매력을 주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며 “한국에서는 학생들이 소중한 학창시절을 공부하는데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잘 평가받기 위해 시간을 쓰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수학 자체나 교육과정 때문이라기보다는 경쟁에서 이겨야 하고 완벽하게 잘 해내야 한다고 압박하는 사회문화적 배경 때문으로 생각된다”며 “현실에 주눅들지 말고 정말 좋아하고 적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실수를 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보다는 자기 마음 가는대로 공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학생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고 그런 생각이 배신당하지 않도록 정책적 틀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허 교수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다름아닌 ‘포기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뭔가 문제가 안 풀리고, 어떤 것을 좋아하고 싶은데 좋아하기 어려울 때는 스스로를 놓아주고 여유를 주면 저절로 해결되는 경험을 많이 했다. 외부에서 독촉은 물론 스스로 독촉하면 어떤 대상을 순수하게 좋아할 수 없고 문제도 풀기 어려워진다. 포기할 때 포기할 줄 아는 것이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비결이다.” 한편 고등과학원 연구원과 허 교수의 수상 업적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기념 강연은 ‘경계와 관계’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허 교수는 경계와 관계는 스스로를 정의하고 다른 추상적 대상을 인식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한다고 전제하고 수학적 차원에서 경계와 관계에 대해 설명했다. 허 교수의 강연에 이어 서울대 수리과학부 김영훈 교수가 해설 강연을 했다. 김 교수는 허 교수가 서울대 수리과학부 석사과정 재학 시절에 지도교수였다. 김 교수는 허 교수가 호지이론의 아이디어를 조합론에 어떻게 적용해 다우링-윌슨 추측, 헤론-로티-웰시 추측, 강한 메이슨 추측을 증명하고 로렌츠 다항식 이론을 전개했는지 자세히 설명했다.
  • “동료와 함께 풀면 멀리, 깊이 갑니다… 그래서 수학엔 중독성 있죠”

    “동료와 함께 풀면 멀리, 깊이 갑니다… 그래서 수학엔 중독성 있죠”

    “큰 상을 받은 데다 주위 분들이 함께 기뻐해 주셔서 기쁨이 배가됐다. 상 때문에 부담감이 생기기는 했지만 그에 눌리지 않고 찬찬히, 그리고 꾸준히 공부하도록 하겠다.” 허준이(39)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필즈상 수상 기념 원격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허 교수는 “국제수학연맹(IMU)은 수상 사실을 수상자에게 알리면서 수상식까지 주변 어느 누구에게도 알리지 못하게 하지만 와이프에게는 꼭 말해야 할 것 같았다”고 털어놓고는 “IMU 회장에게 연락받은 것이 한밤중이라 전화를 끊고 10분 정도 고민하다가 자고 있는 아내를 깨워 얘기했더니 ‘응, 그럴 줄 알았어’라며 다시 자더라”며 웃었다. 올해 국제수학자대회(ICM)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기로 돼 있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에 수학계에서 러시아 개최를 취소하고 핀란드 헬싱키로 장소를 바꿨다. 개최지 변경 탓에 홀로 ICM에 참석한 그는 가족과 한자리에서 기쁨을 나눌 수 없었던 게 아쉬웠다고 했다. 그의 수상을 두고 ‘수포자(수학 포기자)의 성공담’으로 표현한 데 대해선 “오해를 풀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 구구단을 외울 때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부모님께서 좌절하셨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이 부분을 부각시킨 듯하다”면서 “중학교 때까지는 관심이 없었지만 고등학교 때는 수학이 재미있어서 잘했기 때문에 이런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수포자까지는 아니더라도 한국에서 수학을 한 번이라도 공부했던 사람이라면 수학에 흥미나 관심을 갖기 쉽지 않은데 허 교수는 어떤 부분에서 수학의 매력을 느꼈던 것일까. “우선 수학은 인간 사고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라는 점이다. 현대수학에서는 공동연구가 활발한데 혼자 하는 것보다 다른 동료와 함께 문제를 생각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함께하면 멀리 가고 깊이 들어갈 수 있다. 그런 과정과 경험이 만족감과 함께 끊을 수 없는 중독성을 줘 수학에서 벗어날 수 없게 하는 것 같다.” 많은 사람이 필즈상을 수상한 세계 최고 수준의 수학자 일상은 어떤지에 대해 궁금해한다고 묻자 허 교수는 “특별한 취미도 없는 데다 지구력도 약해 공부를 오래 하지 못한다”며 “연구는 하루에 4시간 정도 집중해서 하고 그 외의 시간은 가족들과 함께 보낸다”고 말했다. 그는 “일곱 살 첫째가 초등학교에 들어갔고, 둘째는 이제 두 살이라 애들과 함께 놀아 주고 청소하고 집안일도 도와주면서 매일 같은 일상을 보낸다”며 “그런 보통의 일상이 연구를 지속할 수 있게 해 주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허 교수가 이야기하는 일상처럼 올해 여름방학 기간에도 서울에 있는 고등과학원(KIAS)에서 조용히 연구에 전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꿈꾸는 삶과 목표에 대해 그는 “특별한 목표를 갖기보다는 마음 가는 대로 하고 싶은 문제에 조금씩 관심을 갖고 연구해 나갈 계획”이라며 “조용히 공부하면서 아이들이 자라고 와이프와 함께 늙어 가는 과정을 천천히 느낄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고 답했다.
  • ‘필즈상’ 수상자 허준이 교수 “수포자는 과장...수학 좋아했다”

    ‘필즈상’ 수상자 허준이 교수 “수포자는 과장...수학 좋아했다”

    “큰 상을 받게되서 무엇보다 기쁘고 주위 분들이 함께 기뻐해 주셔서 기분이 배가됐다. 상 때문에 부담감이 생기기는 했지만 그에 눌리지 않고 찬찬히, 그리고 꾸준히 공부하도록 하겠다.” 허준이(39)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6일 오후 서울 강남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필즈상 수상 기념 원격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허 교수는 “국제수학자연맹(IMU)은 수상사실을 수상자에게 알리면서 수상식까지 주변 어느 누구에게도 알리지 못하게 하는데 와이프에게는 꼭 말해야 할 것 같았다”며 수상 사실을 알게된 당시를 회상했다. 허 교수는 “IMU 회장에게 연락을 받은 것이 한밤중이라서 전화를 끊고 10분 정도 고민하다가 자고 있는 와이프를 깨워서 얘기했더니 ‘응, 그럴 줄 알았어’라며 다시 자더라”며 웃었다. 올해 국제수학자대회(ICM)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기로 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에 수학계에서 러시아 개최를 취소하고 핀란드 헬싱키로 장소가 바뀌었다. 이 때문에 허 교수도 당초 가족들과 함께 ICM에 참석하려고 했지만 장소가 바뀌면서 혼자 참석하게 돼 가족과 한 자리에서 기쁨을 나눌 수 없었던 점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아쉬웠다는 반응을 보였다. 허 교수는 이번 기자회견에서 ‘수포자’라는 오해를 풀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과거 일부 언론과 인터뷰를 하면서 어린 시절 구구단을 외울 때 힘들어해 부모님께서 좌절했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이 부분을 부각해 수포자라고 제목을 뽑았던 것 같다”며 “초등학교, 중학교 때는 수학에 관심이 없어서 중간 정도 성적을 보였지만 고등학교 때는 수학을 재미있어하고 잘 했었기 때문에 수포자는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수포자까지는 아니더라도 한국에서 수학을 한 번이라도 공부했던 사람이라면 수학에 흥미나 관심을 갖기 쉽지 않은데 허 교수는 어떤 부분에서 수학의 매력을 느꼈던 것일까. “우선 수학은 인간 사고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라는 점이다. 또 현대수학에서는 공동연구가 활발한데 혼자하는 것보다 다른 동료와 함께 문제를 생각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함께 하면 멀리 가고 깊이 들어갈 수 있다. 그런 과정과 경험이 만족감과 함께 끊을 수 없는 중독성을 줘 수학에서 벗어날 수 없게 하는 것 같다.” 공동연구를 하면서 즐거움을 느꼈다는 허 교수에게 롤모델은 있을까. 허 교수는 “길지 않은 삶을 살았지만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수학문제를 풀 때나 삶에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필요한 것을 가르쳐주고 이끌어주는 스승과 친구들을 만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항상 작은 수첩을 가지고 다니는데 내 스스로 영웅이라고 생각하는 스승과 친구들의 이름과 배우고 싶은 것들을 적는다”며 “배우들처럼 그들의 행동과 말투, 생각까지 따라해보려고 하는데 내게는 주변 모든 사람이 롤모델”이라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필즈상을 수상한 세계 최고 수준의 수학자 일상은 어떤지에 대해 궁금해한다는 질문에 대해 허 교수는 “일반인과 다르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특별한 취미도 없고 지구력이 약해 공부를 오래 하지 못하는 스타일이다”며 “연구는 하루에 4시간 정도 집중해서 하고 그 외의 시간은 가족들과 함께 보낸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첫째가 7살로 초등학교 1학년이고 둘째는 이제 두 살이 되기 때문에 애들과 함께 놀아주고 청소도 하고 집안일도 도와주면서 매일 같은 일상을 보낸다”며 “보통의 일상이 연구를 지속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허 교수가 이야기하는 일상처럼 올해 여름방학 기간 동안에도 서울에 있는 고등과학원(KIAS)에서 조용히 연구에 전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꿈꾸는 삶과 목표에 대해서 허 교수는 “마음이 가는대로 하고 싶은 문제에 조금씩 관심을 가져 나갈 계획”이라며 “조용히 공부하면서 아이들이 자라고 와이프와 함께 늙어가는 과정을 천천히 느낄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고 답했다.
  • 구구단 겨우 외웠던 자퇴생, 독창적 해법으로 난제 풀고 세계적 수학자 반열 오르다

    구구단 겨우 외웠던 자퇴생, 독창적 해법으로 난제 풀고 세계적 수학자 반열 오르다

    수학 답지 베끼다가 혼쭐 나던 아이 검정고시로 서울대 물리천문 입학 히로나카 강의 듣고 수학자 길로 美박사과정 1년차에 첫 난제 풀어 “수학자로서의 삶 행복” 수상 소감 父허명회 교수 “들뜨지 말고 정진”어려서는 구구단도 제대로 못 외우고 수학문제집 답지를 베끼던 ‘수포자’, 고등학교 때는 기형도를 좋아해 시인을 꿈꾸며 학교를 중도에 그만둔 학생. 대학 시절엔 좋아하는 수학자를 만나기 위해 과학기자를 꿈꿨던 사람이 수학계 최고 영예인 ‘필즈상’을 거머쥐며 세계적 석학으로 우뚝 섰다. 주인공은 한국계 미국 수학자 허준이(39·June Huh)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 수학부 석학교수다. 국제수학연맹(IMU)은 5일 핀란드 헬싱키 알토대에서 열린 국제수학자대회(ICM) 개막식에서 ‘2022 필즈상’ 수상자를 발표하면서 “그는 리드 추측을 비롯해 오랫동안 난제로 남아 있던 문제들을 독창적인 방법으로 풀어냄으로써 앞으로 수학이 나갈 방향을 제시해 수학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소개했다.허 교수는 IMU가 공개한 사전 인터뷰 영상에서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수학과 가족이며 그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다”며 “수학자로서의 삶이 행복하며 이대로 조용히, 그리고 열심히 공부하면서 살면 좋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허 교수는 리드 추측, 로타 추측, 다울링윌슨 추측 등 수학 난제들을 차례로 해결해 ‘난제 컬렉터’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리드 추측은 1968년 영국 수학자 로널드 리드가 제시한 채색다항식 관련 조합론 문제다. 중고등학교 수학 교과서에 나오는 ‘쾨니히스베르크에 있는 다리 7개를 반드시 한 번씩만 건너서 모두 지날 수 있는가’라는 문제와 같다. 허 교수는 이런 조합론 문제를 1차, 2차, n차 다항식으로 표현되는 대수기하학으로 풀었다. 세계적인 수학자 반열에 오른 허 교수의 학창 시절은 차라리 ‘수학을 포기한 학생’에 가까웠다. 초등학교 2학년 끝무렵에 구구단을 겨우 외우고 아버지인 허명회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가 낸 수학문제집 풀이 숙제에 답지를 베꼈다가 혼쭐이 나기도 했다. 어머니인 이인영 서울대 노어노문학과 명예교수는 아들에게 알파벳을 가르치다가 두 손을 들었다. 시인을 꿈꾸며 고등학교를 중퇴했다가 검정고시로 대학에 입학했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에 입학한 뒤 세계적인 과학자들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에 과학기자를 희망 직업으로 삼았다. 1990년대 국내에서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던 필즈상 수상자 히로나카 헤이스케 교수의 자서전 ‘학문의 즐거움’을 읽고 감동을 받았던 허 교수는 학부 4학년 때 서울대 초빙석좌교수로 온 히로나카 교수의 강의를 듣고 전공을 수학으로 바꾸면서 수학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허 교수는 서울대 수학과 석사 과정을 마치고 지도교수인 히로나카의 조언으로 박사 과정 유학을 위해 미국의 대학 12곳에 지원했지만 11곳에서 떨어지고 히로나카 교수 추천서 덕분에 일리노이대에만 겨우 합격했다. 허 교수는 박사 과정 1학년 말에 ‘리드 추측’을 증명했지만 자신이 푼 문제가 유명한 수학 난제였다는 걸 몰랐다는 사실도 유명하다. 허 교수의 수상 소식이 전해진 직후 학계에서는 축하가 쏟아졌다. 아버지 허명회 명예교수는 “통계학도 크게 보면 수학계에 포함되기 때문에 수학계 일원으로 가까운 가족에게서 큰 성취가 이뤄진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이번 수상으로 들뜨지 않고 꾸준히 정진했으면 한다”며 기쁨을 나눴다. 허 교수의 석사 과정 지도교수인 김영훈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는 “맹자가 이야기한 군자가 누릴 수 있는 세 가지 즐거움 중 하나가 천하의 영재를 얻어 가르치는 것이라는데 그 같은 즐거움을 누리게 돼 행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대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과 ‘스누라이프’에도 동문인 허 교수의 필즈상 수상 소식을 반기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 시인 꿈꾸던 수포자 ‘수학계 노벨상’ 품다

    시인 꿈꾸던 수포자 ‘수학계 노벨상’ 품다

    한국계 미국 수학자인 허준이(39·June Huh)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5일 ‘수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필즈상을 받았다. 국제수학연맹(IMU)은 5일 오전 10시(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 알토대 강당에서 허 교수와 위고 듀미닐 코팽 스위스 제네바대 교수, 제임스 메이너드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 마리나 비아조우스카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 교수 등 4명을 ‘2022 필즈상’ 수상자로 발표했다. 한국 고등과학원 수학부 석학교수이기도 한 허 교수는 한국계 첫 필즈상 수상자이며, 비아조우스카 교수는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필즈상 86년 역사상 두 번째 여성 수상자다. 필즈상 선정위원회는 “대수기하학의 도구를 사용해 다양한 조합론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기하학적 조합론을 발전시킨 공로를 인정해 허 교수를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대수기하학은 기하학적 대상을 방정식으로 이해하는 분야이며, 조합론은 경우의 수를 세는 것을 탐구하는 학문으로 허 교수 이전까지는 전혀 다른 연구 분야로 여겨져 왔다. 필즈상은 1936년 제정돼 수학계에서 가장 뛰어난 업적을 이루고 앞으로도 놀라운 성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40세 이하 수학자에게 수여하는 수학 분야 최고상이다. 4년마다 열리는 세계수학자대회(ICM) 개막식에서 수상자 발표와 시상이 이뤄진다.
  • 과학기자·시인 꿈꿨던 수포자, 세계 수학계 석학으로 우뚝…허준이 교수 ‘수학계 노벨상’ 필즈상 수상

    과학기자·시인 꿈꿨던 수포자, 세계 수학계 석학으로 우뚝…허준이 교수 ‘수학계 노벨상’ 필즈상 수상

    어려서는 구구단도 제대로 못 외우고 수학문제집 답지를 베끼던 수포자, 고등학교 때는 기형도를 좋아해 시인을 꿈꾸며 학교를 중도에 그만 둔 학생. 대학시절엔 좋아하는 수학자를 만나기 위해 과학기자를 꿈꿨던 사람이 수학계 최고의 영광인 ‘필즈상’을 거머쥐며 세계적 석학으로 우뚝 섰다. 주인공은 한국계 미국 수학자 허준이(39·June Huh) 프린스턴대 교수이자 한국 고등과학원 수학부 석학교수이다. 국제수학연맹(IMU)은 5일 핀란드 헬싱키 알토대에서 열린 국제수학자대회(ICM) 개막식에서 허 교수를 포함해 4명의 수학자를 ‘2022 필즈상’ 수상자로 발표했다. 허 교수는 수상자 4명 중 두 번째로 호명됐다. IMU는 “허 교수는 리드 추측을 비롯해 오랜 동안 난제로 남아있던 문제들을 독창적인 방법으로 풀어냄으로써 앞으로 수학이 나갈 방향을 제시해 수학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허 교수는 한국인은 물론 한국계 수학자 중 첫 필즈상 수상자이다. 이번 수상자 중에는 고차원에서 케플러 추측이란 난제를 해결한 우크라이나 출신의 마리나 비아조우스카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 교수도 선정돼 필즈상 역대 두 번째 여성 수상자로 기록됐다. 필즈상은 4년에 한 번 열리는 ICM 개막식에서 40세 이하 수학자에게 수상한다. 2026년 열리는 ICM에서는 필즈상의 나이 제한 때문에 올해가 허 교수의 마지막 기회였다. 허 교수는 ‘리드 추측’을 비롯해 ‘로타 추측’, ‘다울링-윌슨 추측’ 등 수학 난제들을 차례로 격파해 ‘난제 콜렉터’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리드 추측은 1968년 영국 수학자 로날드 리드가 제시한 채색다항식 관련 조합론 문제이다. 채색다항식은 꼭지점과 변으로 이뤄진 그래프에 색을 칠할 때 이웃하는 면은 서로 다른 색으로 칠한다고 할 때 n개 이하의 색만 써서 칠하는 방법의 수를 나타낸 것이다. 중고등학교 수학 교과서에 나오는 ‘쾨니히스베르크에 있는 다리 7개를 반드시 한 번씩만 건너서 모두 지날 수 있는가’라는 문제와 같다. 허 교수는 조합론 문제를 1차, 2차, n차 다항식으로 표현되는 대수기하학으로 풀어낸 것이다. 세계적인 수학자 반열에 오른 허 교수가 처음부터 수학을 잘 했던 것은 아니다. 초등학교 2학년 끝날 때가 되서야 구구단을 겨우 외우고 아버지인 허명회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가 수학문제집을 풀라는 숙제를 내니 답지를 보고 베끼다가 혼나서 수학을 포기하기까지 했다. 어머니인 이인영 서울대 노어노문학과 명예교수가 알파벳을 가르치다가 포기하기도 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시인을 꿈꾸며 고등학교를 중퇴해 검정고시로 대학을 입학했다.대학 물리천문학부에 입학했지만 세계적인 과학자들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에 장래 희망을 과학기자로 바꿨다. 허 교수는 미국 시민권자로 군대를 면제받았지만 F학점이 너무 많아 6년만에 학교를 졸업했다. 1990년대 국내에서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던 필즈상 수상자 히로나카 헤이스케 교수의 자서전 ‘학문의 즐거움’을 읽고 감동을 받았던 허 교수는 학부 4학년 때 서울대 초빙석좌교수로 온 히로나카 교수의 강의를 듣고 전공을 수학으로 바꾼 ‘늦깎이 수학자’이다. 허 교수는 서울대 수학과 석사과정을 마치고 지도교수인 히로나카의 조언으로 박사과정 유학을 위해 미국의 대학 12곳에 지원했지만 11곳에서 떨어지고 히로나카 교수 추천서 덕분에 일리노이대에만 겨우 합격했다. 허 교수는 박사과정 1학년 말에 ‘리드 추측’을 증명했지만 자신이 푼 문제가 유명한 수학 난제였다는 것도 몰랐다는 사실도 유명하다. 엄상일 카이스트 수리과학과 교수는 “허 교수는 조합수학 분야의 오랜 난제들을 해결한 것도 좋지만 그 추측들을 해결할 때 다른 사람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한 대수기하학을 통한 접근방법을 제시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허 교수의 수상은 오히려 늦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평가했다.
  • 중고교생 10명 중 8명은 “어려운 수학시험 수포자 만든다”

    중고교생 10명 중 8명은 “어려운 수학시험 수포자 만든다”

    중고교생 10명 중 8명은 어려운 학교 수학 시험이 ‘수포자’(수학 포기자)를 만든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이런 내용을 담은 ‘수학 내신 평가에 대한 학생·학부모·교원 설문조사’를 함께 실시해 14일 발표했다. 설문은 지난 4월 1일부터 보름 동안 전국 90개 중고교생 4758명과 학부모 3136명, 수학 교사 194명 등 모두 8088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조사 결과 중고교생 60.5%와 학부모 63.4%는 학교 수학 시험 난이도에 대해 ‘수업에서 배운 내용보다 수학 시험 문제가 과도하게 어렵다’고 답했다. 수학 교사 64.4%도 ‘변별력 때문에 가르친 내용보다 어려운 내용을 문제로 출제한다’고 응답했다. 학생과 학부모는 수학 시험이 수학적 사고력을 묻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중고교생 75.4%와 학부모 75.3%가 ‘학교 수학 시험이 제한된 시간 안에 문제를 빨리 해결하는 것에만 몰두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학생과 학부모들 대다수가 어렵고 빨리 푸는 것을 강요하는 수학 시험을 준비하느라 사교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학생 81.5%와 고교생 90.5%, 학부모 90.7%가 ‘학교 시험을 대비하기 위해 사교육이 필요하다’고 응답했고, 수학 교사 68.6%는 ‘사교육이 학교 시험을 대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수학 시험 평가 기준 안내에 대해선 학생·학부모와 교사 간의 인식 차가 컸다. 중고교생 44.5%가 ‘평가 기준에 대한 사전 안내가 부족하다’고 응답했지만, 수학 교사 96.4%는 ‘평가 기준을 학기 초에 안내한다’고 답했다. 사교육걱정 측은 “정부가 수포자를 양산하는 학교 수학 평가를 개선해야 한다”면서 “변별만을 목적으로 하는 학교 시험 및 입시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학생들에게 교육과정 평가 기준에 대해 충분히 안내하고, 교육과정 평가 기준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교사 연수를 추진하라”고 주문했다.
  • “부모의 조바심과 선행학습이 수포자 더 양산”

    “부모의 조바심과 선행학습이 수포자 더 양산”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하면 일시적으로 성적을 잘 받을지 모르겠지만 장기적 차원에서는 수학을 어렵고 재미없는 과목이라고 느끼게 만듭니다. 수학포기자(수포자)를 양산하는 거죠.” ‘사교(斜交) 기하학’(Symplectic Geometry) 분야 세계적 석학인 오용근(61) 포스텍 수학과 교수는 한국 수학교육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꼬집으면서 부모의 인내와 격려를 주문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하학수리물리연구단을 이끄는 오 교수는 호암상 과학부문 물리·수학분야 수상자로 선정돼 31일 상을 받는다. 시상식에 앞서 지난 27일 만난 오 교수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선행학습으로 충분한 이해 없이 문제 푸는 알고리듬만 주입받아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지 못하고 부모의 조바심과 불안감까지 더해지면서 문제가 된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한국 수학 교과서는 아주 잘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자기 리듬에 맞춰 시간을 두고 문제를 스스로 풀어 보는 연습을 반복하면 고등 사고를 필요로 하는 수학도 쉽게 배울 수 있다”며 “어른들은 수학 성적 때문에 아이들이 자괴감을 느끼지 않도록 격려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오 교수는 “수학도 예체능과 같다”고 했다. 음치에게 노래를 못한다고 혼내지 않는 것처럼 수학적 사고력도 타고나는 부분이기 때문에 노력만으로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수학에 대한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줘 수포자를 만들지 말고, 학생들이 갖고 있는 다른 재능을 계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오 교수가 연구하는 사교 기하학은 현대 수학에서 급속히 발전하고 주목받고 있는 분야다. 간단히 말하자면 뉴턴 고전역학과 양자역학을 연결해 주는 가교 역할을 하는 수학이다. 오 교수는 “수학 분야는 모든 시도가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때가 많고, 좋은 논문을 내놓더라도 공감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이라면서 “인식의 지평을 넓혀 가기 위해 외로이 연구에 전념하고 있는 모든 연구자에게 희망이 됐으면 한다”고 호암상 수상 소감을 덧붙였다.
  • 사교기하학 세계적 석학 “선행학습, 부모 조바심이 수포자 만든다” 지적

    사교기하학 세계적 석학 “선행학습, 부모 조바심이 수포자 만든다” 지적

    “호기심과 열정, 나 자신에 대한 믿음만으로 남들이 하지 않은 주제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해왔습니다. 다른 분야들도 그렇지만 수학은 특히 모든 시도가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때가 많고 좋은 논문을 내놓더라도 공감하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이번 수상은 인식의 지평을 조금씩 넓혀가기 위해 외로이 연구에 전념하는 모든 연구자에게 희망이 됐으면 합니다.” 올해 호암상 과학부문 물리·수학분야 수상자로 선정된 오용근(61) 포스텍 수학과 교수는 27일 서울신문과 만나 수상소감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하학수리물리연구단을 이끌고 있는 오 교수는 ‘사교(斜交) 기하학’(Symplectic Geometry)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다. 이번 호암상도 사교기하학과 사교위상수학의 교과서적 연구성과로 한국 수학의 위상을 국제적으로 드높인 점을 높이 평가받아 수상하게 됐다. 20세기 초 양자역학이 등장하면서 뉴턴 고전역학이 풀기 어려운 문제들이 제기됐다. 연구자들은 기하학적 구조를 끌어들여 고전역학을 재구성해 문제 해결을 시도했는데 이렇게 등장한 것이 사교 기하학이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고전역학에서 양자역학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한 것이 사교기하학이다. 현대 수학에서 급속히 발전하고 주목받고 있는 사교기하학 분야에서 오 교수는 그동안 풀리지 않고 있던 여러 가지 중요한 문제들을 해결한 세계적인 수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20년 넘게 외국에서 연구자 생활을 했던 오 교수가 보는 한국 수학연구 수준은 어떨까. 오 교수는 “한국 수학 연구수준은 지난 30년 동안 엄청나게 발전해 현재는 세계적 수준에 근접했다”고 평가했다. 국제수학연맹(IMU)은 회원국들의 수학 수준을 1~5등급으로 나누고 있는데 한국은 지난해 4등급에서 최고 등급인 5등급으로 상향 조정됐다. 현재 80개 회원국 중 5등급으로 분류된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12개국 뿐이다. 2014년에 2등급에서 4등급으로 단번에 2등급이 상향된 것도 수학연맹 사상 처음으로 기록됐다.어려서부터 가장 좋아했던 과목이 ‘수학’이어서 대학에서도 수학을 전공으로 결정하고 평생 수학만 연구해왔던 오 교수에게 ‘수포자’(수학포기자)와 초·중·고교 수학교육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오 교수는 “학원에서 선행 학습을 하는 것이 일시적으로 성적을 잘 받을 수 있게 해줄지는 모르겠지만 장기적 측면에서는 수학을 어렵고 재미없는 과목이라고 느끼게 만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수학으로 인한 불필요한 스트레스가 수포자를 양산한다는 지적이다. 오 교수는 “선행학습으로 충분한 이해 없이 문제 푸는 알고리듬만 주입받아 문제 해결능력을 초등학교 시절 키우지 못하는데다가 부모들의 조바심과 불안감이 수포자를 양산하는 것”이라며 “한국 수학 교과서는 아주 잘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자기의 리듬에 맞춰 차분히 수학의 기초를 쌓고 스스로 생각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하는 것 중요하다”며 고 조언했다. “시간을 두고 문제를 스스로 풀어보는 것을 충분히 반복한다면 그 기초 위에 고등 사고를 필요하는 수학도 배울 수 있게 됩니다. 수학도 음악이나 미술, 체육 같은 예체능 분야처럼 노력만으로 모두가 다 잘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수학적 사고력을 타고난 사람이 있다는 것을 부모들이 받아들여 합니다. 음치에게 노래를 못한다고 혼내지는 않잖아요. 수학 역시 노력만으로 안 될 수 있습니다. 그걸로 자괴감을 느끼지 않도록 어른들이 격려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앞으로 계획에 대한 질문에 오 교수는 “그동안 연구해왔던 사교 기하학의 이론을 더욱 확장·발전시켜 열역학이나 양자얽힘 같은 물리학 이론에도 적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호암재단은 오 교수를 비롯해 올해 호암상 수상자로 선정된 화학·생명과학, 공학, 의학, 예술 분야 5명과 사회봉사 분야 단체 1곳에게 오는 31일 서울 중구 호암아트홀에서 시상식을 열어 상장과 메달, 상금 3억 원을 수여한다.
  • 수학神 가능해, 포기만 안 하면[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수학神 가능해, 포기만 안 하면[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부모님들은 모르겠지만 학생이라면 누구나 현재 성적과는 상관없이 공부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수학을 포기한 ‘수포자’가 많다고들 하지만 학생들 스스로는 학원도 다니고, 과외도 받고 교육방송을 보는 등 시간 투자를 많이 해도 여간해선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고 호소합니다. 공부 방법이 잘못됐을 수도 있지만 노력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수포자의 길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이겠지요. 수학이 어렵고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아 던져 버리고 싶겠지만 꾸준히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미국, 중국, 프랑스 과학자들은 뇌 신경회로의 연결 강도가 수학 성적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샌타클래라대·럿거스대, 중국 저장대·중산대, 프랑스 파리 사클레대 소속 뇌신경과학자, 행동과학자, 심리학자, 물리학자들이 참여한 이 연구 결과는 뇌신경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신경과학저널’ 4월 12일자에 실렸습니다. 어려서 수학적 감각을 제대로 익히지 못하면 학창 시절엔 수포자가 되기 십상이고 평생 수학적, 논리적 능력이 손상될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실제로 수학적 감각은 학업 성적은 물론 향후 직업적 성공과 연결된다는 연구 결과도 많습니다. 연구팀은 7~10세 초등학생 96명을 대상으로 수학 성적과 뇌 연결성의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1만 4371건의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뇌 분석 사례와 89건의 수학과 인지기능 관련 연구를 메타 분석했습니다. 분석 결과 수학 성적이 좋은 아이들은 뇌 신경회로가 강하게 연결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후두정엽 ‘두정엽내고랑’이라는 영역이 숫자와 기호를 처리하는 수학적 능력에 관여하는 것으로 이미 알려져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두정엽내고랑이 잘 발달돼 있더라도 기억과 학습 중추라는 해마와 강하게 연결되지 않은 경우엔 수학적 감각이 떨어지고 성적이 좋지 않다는 점을 새로 찾아낸 것입니다. 그렇다면 두정엽내고랑과 해마의 연결이 약한 아이들은 수포자가 될 수밖에 없을까요. 연구팀은 한 걸음 더 나갔습니다. 연구팀은 뇌 연결성이 약하고 수학 성적이 좋지 않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수학 개념을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프로그램을 4주 동안 운영했습니다. 기초부터 차근차근 이해할 수 있게 도왔다는 것입니다. 4주 뒤 연구팀이 이들을 대상으로 다시 시험을 치게 하고 fMRI로 뇌를 촬영해 보니 뇌 신경 연결성이 이전보다 강해지고 성적도 오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해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도 아동·청소년기에 수학 공부를 포기하거나 중단하면 인지기능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PNAS’에 발표했습니다. 이런 연구들을 종합해 보면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수포자가 되게 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단순히 성적을 높이겠다고 학원에 보내 문제풀이나 반복하게 하는 것은 수학에 흥미를 잃고 수포자가 되게 하는 지름길이라는 연구 결과도 많습니다. 새로운 개념을 정확히 가르치고 현실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다양한 사례를 제시해 흥미와 학습 동기를 이끌어 수학을 못하더라도 관심을 갖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 수학, 때론 정답보다 과정이 중요… 인생도 그렇다

    수학, 때론 정답보다 과정이 중요… 인생도 그렇다

    여기 높이 6, 밑변 10인 직각이등변삼각형이 하나 있다. 이 삼각형의 넓이는 얼마일까? 넓이를 구하는 공식(6×10/2)에 따라 30이라고 답했다면 땡, 오답이다. 이유는 직각이등변삼각형이므로 밑변의 길이가 10이라면 높이는 5가 될 수밖에 없어서다. 처음부터 문제가 잘못됐다는 뜻이다. 9일 개봉한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감독 박동훈)는 탈북 천재 수학자 이학성(최민식)과 고등학생 지우(김동휘)의 관계를 다룬 휴먼 드라마다.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이자 ‘사배자’(사회적 배려자)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인 지우는 전학을 권유당할 만큼 명문고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다. 그러던 중 신분을 숨기고 학교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 학성의 수학 실력을 우연히 알게 되며 ‘비밀 과외’가 시작된다. 둘의 첫 수업 날, 직각이등변삼각형 문제에 지우가 막힘없이 ‘30’이라는 답을 내뱉자 학성은 이렇게 탄식한다. “야, 너 심각하구나야.” 단순히 문제 풀이만을 시키는 학교, 학원과 달리 학성은 지우에게 “정답보다 중요한 건 제대로 된 질문”이라고 강조한다. 그저 성적을 잘 받기 위해 기계적으로 공식을 외우는 대신 수학이라는 학문을 똑바로 바라보고,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수학을 넘어 인생 전체에 적용할 수 있는 교훈이기도 하다. 최민식은 “학성이 지우에게 가르치는 건 표면적으로 수학이지만, 그 아래엔 인생의 교훈이 있다”며 “미완의 학생들뿐 아니라 성인이 된 우리가 과연 어떤 가치관에 따라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 하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삶의 방식엔 여러 갈래가 있고 거기에 정답은 없다. 그중 내 길은 괜찮은지, 계속해서 질문을 던져야 한다. 김동휘는 “나 역시 학창 시절 수포자였는데, 영화를 찍으면서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됐다”며 “어릴 때의 나에게 결과만 따지기보다 풀이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를 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스토리는 다소 상투적이고 뻔하다. 명문고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 탈북민 등 수많은 캐릭터가 전형적이고 얄팍하다는 점도 아쉽다. 대신 영화는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전기차가 굴러갈 때 등 일상 곳곳에 숨은 수학의 원리를 아기자기하게 표현한다. 원주율에 음계를 붙여 피아노를 합주하는 ‘파이송’ 신은 동화 같은 분위기까지 풍긴다. 연일 이어지는 사건사고, 끝 모를 고자극 콘텐츠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인간에 대한 따스함을 불어넣는다는 게 장점이다. 117분, 12세 관람가.
  • [서울광장] 동의와 승복 가능한 수능을 위해/전경하 논설위원

    [서울광장] 동의와 승복 가능한 수능을 위해/전경하 논설위원

    2022학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4과목을 풀어 봤다. 학창 시절 ‘수포자’(수학 포기 학생)는 아니었지만, 고등학교 졸업 이후 수학과는 먼 삶을 살았으니 수학 문제들은 그저 숫자와 기호의 조합으로 보인다. 문과생이었으니 과학탐구는 더욱 언감생심. 상대평가인 국어와 사회탐구에 이르러선 ‘무엇을 측정하려는 거지?’, 짜증이 난다. 절대평가인 영어 문제만은 제대로 실력을 측정한다는 생각이 든다. 갈고 닦은 실력을 재는 ‘수학’(修學)이어야 할 시험이 배배 꼬인 문제를 손으로 풀어야 하는 ‘수학’(手學)이 된 듯싶다. 1994학년에 도입된 수능은 올 11월 17일 2023학년 수능을 치르면 서른 살이 된다. 30여년 동안 부분 개편을 통해 일부 과목이 절대평가로 바뀌었다. 올해 교육과정이 개정되면 2028학년에 또 한 차례 바뀌어야 한다. 올해 중학교 신입생이 치르는 2028학년 대입 제도는 2024년 발표된다. 이들은 전면적인 고교학점제 적용을 받는 세대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자유롭게 과목을 골라 듣고 학점을 채우면 졸업하는 제도다. 국영수 공통과목 평가 중심인 지금의 수능과 양립할 수 없다. 수능 강의의 ‘1타 강사’들은 지난해부터 ‘수능 붕괴’를 말하기 시작했다. 입시업체 메가스터디의 수학 1타 강사인 현우진은 “앞으로 7~8년 안에 수능 체계가 붕괴할 조짐을 보이면서 10년 뒤면 평가 양식이 완전히 바뀔 것 같다”고 했다. 교육당국도 안다. 한국교육개발원은 지난해 ‘공정하고 미래 지향적인 대학입학전형제도’ 보고서에서 수능의 3가지 개편안을 제시했다. 첫째 필수·일반선택 과목을 정한 뒤 절대평가를 해 학력을 점검하는 안, 둘째 필수 과목만 있는 절대평가 수능Ⅰ을 치르고 정시로 대학 가려는 학생들은 논·서술형 수능Ⅱ를 치는 이원화한 안, 셋째 수능을 졸업자격시험으로 바꾸고 대학이 다양한 전형을 통해 신입생을 뽑는 안이다. 수능 개편안이 2024년에 발표될 수 있을지조차 회의적이다. 지난해 11월 2022학년 수능은 문·이과 통합 첫 수능이었다. 원래 2021학년 시행 계획이었으나 2017년 발표된 개편안에 대한 반발이 심해 한 해 늦춰졌다. 2024년 개편은 대대적 변화가 필요한 만큼 땜질만 하지 않게 지금부터 논의를 시작해도 늦다. 수능 과목에 무엇을 넣고 뺄지, 절대평가를 할지 상대평가를 할지가 아니라 미래에 뭘 가르쳐야 할지에 대한 논의부터 해야 한다. 미래 교육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도 입시 제도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를 것이다. 교육 수요자인 학생·학부모는 수능 중심의 정시를, 공급자인 교사는 내신 중심의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선호한다. 학생·학부모는 학교나 교사에 따라 들쭉날쭉인 생활기록부, 숙명여고 쌍둥이 사건으로 드러난 내신 부정 등을 우려한다. 학교의 정상적 운영을 위해 학종은 필요하니 학종 일부를 외부 공적 기구에 맡기는 방안을 과감하게 도입했으면 한다. 교육지원청이 중간·기말고사를 문제은행 형식으로 관리하는 방안은 어떤가. 학교별 학생의 성적 순서에 영향은 없을 것이고 교사의 출제·관리 부담도 줄어든다. 대신 학교별, 교사별 실력이 그대로 드러나니 경쟁할 수밖에 없다. 교사라고 경쟁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다. 나아가 수능도 문제은행 방식으로 하자. 매년 문제 출제를 위해 출제·검토위원 수백 명을 한 달 이상 합숙시키는 구태의연한 방식을 언제까지 해야 하나. 일정한 난이도 이상의 문제를 축적해 두면 매년 되풀이되는 난이도 논란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그래야 개념을 숙지하고도 비비 꼬아 놓은 문제를 풀기 위해 사교육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 교육, 특히 입시제도는 난제 중의 난제다. 공공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더 많은 사람들을 참여시키는 방향으로 개혁을 추진하자. 그래야 동의와 승복이 가능하다.
  • 고2 셋 중 한 명 “나는 수포자”

    고2 셋 중 한 명 “나는 수포자”

    고교생 10명 가운데 3명은 스스로 ‘수포자’(수학포기자)라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에서 나온 수학 과목 기초학력수준미달 비율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학교급이 높아질수록 수학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급격히 상승했다.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은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스스로 수포자라 생각하는가’ 질문에 초등 6학년 학생 11.6%, 중학 3학년 22.6%, 고교 2학년 32.3%가 ‘매우 그렇다’ 또는 ‘그렇다’라고 응답했다. 최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에 따르면, 수학 기초학력수준미달 비율은 중학교 3학년이 13.4%, 고교 2학년이 13.5%였다. 이 조사에는 전국 초중고교생 3707명, 초중고 수학교사 등 390명이 참여했다. 사교육걱정은 국회 소통관에서 결과를 발표하면서 “매년 발표하는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서 수학 기초학력수준미달 학생 비율이 점차 증가하는 점을 고려하면 자신을 수포자라고 여기는 학생의 증가 추이는 이보다 훨씬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학에 대한 스트레스 비율도 높아진다. ‘수학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가’라는 질문에 초등 6학년은 44.9%, 중학교 3학년은 60.8%, 고교 2학년은 72.4%가 ‘그렇다’고 답했다. 학생 설문 문항 중 ‘학교 성적을 올리기 위해 수학 사교육이 필요하다 생각하느냐’에 초등학교 6학년 75.8%, 중학교 3학년 83.8%, 고교 2학년 86.7%가 ‘매우 그렇다’ 또는 ‘그렇다’고 응답했다. 수학 교사들은 학생들이 수학을 포기하는 주요 원인으로 ‘누적된 학습결손’을 꼽았다. 특히 다수의 교사가 수포자 발생 초기 시점으로 초등 3학년 나눗셈과 분수, 5학년 분수의 사칙연산을 꼽았다. 사교육걱정은 “이 시기에 이해가 부족한 학생이 생기면 학교가 지원에 나서야 학습결손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교 수학교사의 51%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출제하는 ‘킬러 문항’이 수포자를 양산한다고 봤다. 또 이들 수학교사의 81%는 ‘수능 평가방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들 중 ‘수능 시험을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꿔야 한다’고 꼽은 비율이 55%로 가장 높았다. 사교육걱정 측은 이번 설문결과에 대해 “차기 정부가 수능 수학 과목 출제의 문제를 인식하고, 수포자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절대평가 도입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고교생 10명 중 3명 “나는 수포자”

    고교생 10명 중 3명 “나는 수포자”

    자신을 ‘수포자’(수학포기자)라고 생각하는 고교생 비율이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 결과에서 공개한 수학 과목 기초학력수준미달 비율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은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5일 국회 소통관에서 전국 초중고교생 3707명, 초중고 수학교사 등 39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를 5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스스로 수포자라 생각하는가’ 질문에 초등 6학년 학생 11.6%, 중학 3학년 22.6%, 고교 2학년 32.3%가 ‘매우 그렇다’ 또는 ‘그렇다’라고 응답했다. 최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에 따르면, 수학 기초학력수준미달 비율은 중학교 3학년이 13.4%, 고교 2학년이 13.5%였다. 이번 조사에서의 응답 비율이 중학교 1.69배, 고교 2.39배 더 높았다. 사교육걱정은 이를 두고 “매년 발표하는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서 수학 기초학력수준미달 학생 비율이 점차 증가하는 점을 감안하면 스스로 수포자라고 여기는 학생 증가 추이는 이보다 훨씬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수학 스트레스 비율도 더 높아졌다. ‘수학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가’라는 질문에 초등 6학년은 44.9%, 중학교 3학년은 60.8%, 고교 2학년은 72.4%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학생 설문 문항 중 ‘학교 성적을 올리기 위해 사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문항에 초등학교 6학년 75.8%, 중학교 3학년 83.8%, 고교 2학년 86.7%가 ‘매우 그렇다’ 또는 ‘그렇다’고 응답했다. 초중고 수학 교사들은 학생들이 수학을 포기하는 주된 원인으로 ‘누적된 학습결손’을 꼽았다. 특히, 다수의 초등 교사가 초등 3학년 나눗셈과 분수, 이어 5~6학년으로 이어지는 분수의 사칙연산을 문제로 지적했다. 고교 수학교사의 51%가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킬러 문항’이 출제돼 수포자가 많이 발생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설문에 ‘매우 그렇다’ 또는 ‘그렇다’라고 응답했다. 킬러 문항은 변별을 위해 의도적으로 어렵게 출제하는 문항을 가리킨다. 수능 평가 방법 개선에 대해서 고교 수학교사의 81%가 ‘수능 평가방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들 중 ‘수능 시험을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꿔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55%로 가장 높았다. 사교육걱정 측은 이번 설문결과에 대해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사교육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데, 변별을 위한 고난도문항 출제와 무관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가 학교 내신 수학시험 문제와 수능 출제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수포자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절대평가의 전면적인 도입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2025년 고1부터 수학 ‘행렬’ 필수 추진… “AI 시대 대비” “수포자 양산” 찬반 논란

    2025년 고1부터 수학 ‘행렬’ 필수 추진… “AI 시대 대비” “수포자 양산” 찬반 논란

    2025년 고등학교 1학년부터 수학에서 ‘행렬’을 필수로 배우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찬반양론이 대립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에 필요한 기초 소양이라는 수학·과학계의 목소리가 높지만 이공계열을 지망하지 않는 학생에게 학습 부담을 가중시켜 ‘수포자’(수학 포기자)를 양산한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24일 교육계에 따르면 2022 개정교육과정의 수학 과목을 연구하고 있는 ‘역량 함양 수학과 교육과정 재구조화 연구팀’은 고등학교 1학년이 배우는 공통 과목인 ‘수학’을 ‘공통수학 Ⅰ·Ⅱ’로 나누고 ‘행렬’ 단원을 추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대신 기존 고1 수학에 있던 ‘경우의 수’ 단원은 일반선택과목인 ‘확률과 통계’로 이동한다. 행렬은 2007 개정교육과정까지 고등학교 2학년에서 배우는 ‘수학Ⅰ’에 포함돼 대학수학능력시험에도 출제됐다. 그러나 2014년 고1부터 적용된 2009 개정교육과정에서 보통교과(공통·일반선택·진로선택과목)에서 삭제되고 전문교과인 ‘고급 수학Ⅰ’으로 옮겨 가 과학고 등 특수목적고 학생들이 배우고 있다. 이런 방안이 확정되면 행렬은 11년 만에 보통교과에서 부활하게 된다. 이 같은 구상은 차기 교육과정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초 소양을 핵심 기조 중 하나로 내세운 데 따른 것이다. 행렬은 ‘벡터’와 함께 이공계열 학문의 바탕이 되는 ‘선형대수학’(線型代數學)의 기초 개념이다. 연구진은 “AI 시대에 미래지향적 수학교육을 위한 필수 내용 요소로 강조되는 행렬을 고1 단계에서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학생이 자신의 진로에 맞는 과목을 이수하는 ‘선택형 교육과정’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AI 분야를 지망하지 않아도 행렬을 배워야 하느냐는 반론도 나온다. 최수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교육혁신센터장은 “고교 교육과정에서 행렬은 학생들이 수학적 사고력을 함양하기보다 단순 연산에 치중하도록 했다”면서 “모든 학생이 배워야 할 공통수학의 내용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성수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은 “행렬이 보통교과에서 제외된 것은 학습의 의미는 없이 이른바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을 출제하는 데에만 주로 활용돼 왔기 때문”이라면서 “공학에 필요한 수학은 고교 진로선택과목인 ‘인공지능 수학’에서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수학·과학계에서는 고교 교육과정에서 수학을 강화해야 한다고 꾸준히 요구해 왔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기초과학학회협의체가 지난 3월 개최한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현행 교육과정에서 행렬과 벡터 등 AI의 핵심 분야가 빠져 있다”(백란 호남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인문·사회 분야 대학생들도 과학·수학이 필요하다”(조형희 연세대 기계공학부 교수)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상대평가가 유지되는 고교 1학년 공통과목에서 하위권 학생들의 ‘학습된 무기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맞선다. 김 정책위원은 “학교 현장에서는 AI 시대에 대비하는 것보다 학생들의 70% 이상이 잠을 자는 수학 수업의 현실을 개선하는 게 더 시급하다”고 비판했다.
  • 2025년 고1 수학에 ‘행렬’ 필수 되나 … AI 시대 대비 vs 수포자 양산

    2025년 고1 수학에 ‘행렬’ 필수 되나 … AI 시대 대비 vs 수포자 양산

    2025년 고등학교 1학년부터 수학에서 ‘행렬’을 필수로 배우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찬반양론이 대립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에 필요한 기초 소양이라는 수학·과학계의 목소리가 높지만, 이공계열을 지망하지 않는 학생에게 학습 부담을 가중시켜 ‘수포자(수학 포기자)’를 양산한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24일 교육계에 따르면 2022 개정교육과정의 수학 과목을 연구하고 있는 ‘역량 함양 수학과 교육과정 재구조화 연구팀’은 고등학교 1학년이 배우는 공통 과목인 ‘수학’을 ‘공통수학 Ⅰ·Ⅱ’로 나누고 ‘행렬’ 단원을 추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대신 기존 고1 수학에 있던 ‘경우의 수’ 단원은 일반선택과목인 ‘확률과 통계’로 이동한다. 행렬은 2007 개정교육과정까지 고등학교 2학년에서 배우는 ‘수학Ⅰ’에 포함돼 대학수학능력시험에도 출제됐다. 그러나 2014년 고1부터 적용된 2009 개정교육과정에서 보통교과(공통·일반선택·진로선택과목)에서 삭제되고 전문교과인 ‘고급 수학Ⅰ’으로 옮겨가 과학고 등 특수목적고 학생들이 배우고 있다. 이런 방안이 확정되면 행렬은 11년 만에 보통교과에서 부활하게 된다. 이 같은 구상은 차기 교육과정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초 소양을 핵심 기조 중 하나로 내세운 데 따른 것이다. 행렬은 ‘벡터’와 함께 이공계열 학문의 바탕이 되는 ‘선형대수학(線型代數學)’의 기초 개념이다. 연구진은 “AI 시대에 미래지향적 수학교육을 위한 필수 내용 요소로 강조되는 행렬을 고1 단계에서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이 고등학교 수학 교사 823명과 수학교육 연구자 49명, 수학 및 타전공 교수 8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수학 공통과목에서 행렬 단원을 편성한 것에 대해 고교 교사 65.0%과 수학교육 연구자 77.6%, 수학 및 다른 전공 연구자 89.5%가 ‘적절하다’고 응답했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덧붙였다. 그러나 학생이 자신의 진로에 맞는 과목을 이수하는 ‘선택형 교육과정’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AI 분야를 지망하지 않아도 행렬을 배워야 하느냐는 반론도 나온다. 최수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교육혁신센터장은 “고교 교육과정에서 행렬은 학생들이 수학적 사고력을 함양하기보다 단순 연산에 치중하도록 했다”면서 “모든 학생이 배워야 할 공통수학의 내용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성수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은 “행렬이 보통교과에서 제외된 것은 학습의 의미는 없이 이른바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을 출제하는 데에만 주로 활용돼왔기 때문”이라면서 “공학에 필요한 수학은 고교 진로선택과목인 ‘인공지능 수학’에서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고교 교육과정에서 수학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은 수학·과학계의 꾸준한 요구다. 이공계열 대학생들이 전공에 필요한 수학을 고교 과정에서 충분히 학습해야 하고, ‘학문 융합’의 시대에 인문·사회계열 대학생도 AI의 기초 소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기초과학학회협의체가 지난 3월 개최한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현행 교육과정에서 행렬과 벡터 등 AI의 핵심 분야가 빠져있다”(백란 호남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인문·사회 분야 대학생들도 과학·수학이 필요하다”(조형희 연세대 기계공학부 교수)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교사들 사이에서는 AI 시대를 이유로 한 수학 교육 강화가 학생들의 수학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고 ‘학습된 무기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경계론이 나온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전국수학교육교사모임, 좋은교사운동이 중·고교 수학교사 16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고1 수학에 행렬이 포함되는 것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19.4%에 그쳤다. 연구진의 설문조사에서도 2022 개정교육과정 수학 공통과목의 학습량에 대해 고교 수학교사의 52.7%가 “2015 개정 교육과정보다 같거나 적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절반에 가까운 47.3%이 “학습량이 많다”고 응답한 셈이다. 김 정책위원장은 “고1 공통과목은 상대평가가 유지되는 탓에 수학에서 한번 뒤쳐진 학생이 ‘수포자’가 되기 쉽다”면서 “학교 현장에서는 AI 시대에 대비하는 것보다 학생들의 70% 이상이 잠을 사는 수학 수업의 현실을 개선하는 게 더 시급하다”고 비판했다.
  • ‘경제’ 교과 밀려나고 고1이 ‘행렬’ 배우나 … 2022 교육과정 개정 갑론을박

    ‘경제’ 교과 밀려나고 고1이 ‘행렬’ 배우나 … 2022 교육과정 개정 갑론을박

    차기 교육과정인 2022 개정교육과정 총론의 뼈대가 다음달 공개되는 가운데, 개별 과목의 교육과정 개정 방안을 놓고 진통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회과에서는 고교 일반선택과목에서 ‘경제’와 ‘정치와 법’이 제외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또 고등학교 1학년이 배우는 공통수학에 ‘행렬’을 추가하는 방안을 놓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한다는 찬성론과 ‘수포자’를 양산한다는 반대론이 대립하고 있다. 교육과정 개정 논의에서 진통을 겪고 있는 대표적인 과목은 사회 교과군이다. 국가교육과정 개정추진위원회는 지난 7월 제4차 회의와 지난 9월 제8차 회의에서 “사회교과군의 고등학교 일반선택 과목을 현행 9개에서 4개 이내로 개발할 것”을 권고했다. 고교학점제 체제에서 학생들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과목 선택권을 실질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초 및 탐구 영역의 일반선택 과목 수를 적정화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현행 고교 사회교과군 일반선택과목은 총 9과목(생활과 윤리·윤리와 사상·한국지리·세계지리·동아시아사·세계사·경제·정치와 법·사회문화)이다. 일반선택과목에서 제외된 과목은 융합선택과목이나 진로선택과목으로 배치될 수 있다. 일반사회와 지리, 역사, 윤리 등 네 영역에서 각각 1과목을 일반선택과목으로 남길 경우 일반사회에서는 ‘사회문화’와 ‘경제’, ‘정치와 법’ 중 한 과목만 남게 된다. 결국 학생들이 ‘쉬운 과목’으로 여기는 ‘사회문화’가 일반선택과목으로 남고 ‘경제’와 ‘정치와 법’은 융합선택 또는 진로선택으로 옮겨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일반사회과 교수들과 교사들 사이에서는 “민주시민 교육의 근간인 경제와 정치, 법 교육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강대현 전북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육과정에서 일반사회 교과의 수업 시수가 부족해 민주주의와 인권, 시장경제 등 필수 내용을 가르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고교 교육과정에서 민주시민교육과 경제교육이 필수 교육 내용이 아닌 소수의 학생들만 배우는 내용으로 축소되고, 해당 진로를 탐색하는 학생들조차 정보가 부족해 경제와 정치, 법 과목을 제대로 듣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과정 개정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일반사회 영역 정책 연구진과 한국사회과교육학회는 사회교과군 네 영역에서 각각 1과목씩 감축해 일반선택과목을 총 5과목으로 줄이자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일반사회 교과의 일반선택과목으로 ‘사회와 문화’, ‘정치와 경제’를 개설한다는 구상이다. 수학 교과에서는 고등학교 1학년이 ‘행렬’을 필수로 배우도록 하는 방안을 놓고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수학과 교육과정 재구조화 연구진은 고등학교 1학년이 배우는 수학을 ‘공통수학1’과 ‘공통수학2’로 나누고 ‘행렬’ 단원을 추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의 기본이 되는 행렬에 대한 교육을 고교 단계에서 강화해야 한다는 게 연구진이 설명이다. ‘행렬’이 추가되는 대신 ‘경우의 수’는 일반선택과목으로 옮겨간다. 행렬 단원은 2007 개정교육과정까지 ‘수학1’에 포함돼 인문계열 학생들도 배웠으나, 2009 개정교육과정에서부터 고급수학으로 변경돼 현재는 과학고 등 특수목적고에서만 배우고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 분야를 전공하지 않을 학생들까지 행렬을 필수로 배우도록 해 학습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최수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교육혁신센터장은 “행렬은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수학적 사고력보다 연산에 가깝다”면서 “인공지능 분야를 전공할 학생들이 아닌 모든 학생들이 배워야 할 보편 소양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고교 수학 교육과정에 도입된 선택과목인 ‘인공지능 수학’에서 충분히 다룰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와 국가교육과정 개정추진위원회는 22일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 마련을 위한 공청회’를 열어 교육과정 개정 방향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다. 온라인으로 생중계되는 공청회에는 연구자들이 총론의 주요사항과 초·중·고등학교의 교육과정 개선 등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초·중·고 교원 5명과 학생·학부모, 전문가들이 지정토론을 벌인다. 교육부는 각계 의견을 수렴해 다음달 2022 개정교육과정의 총론 주요사항(안)을 발표한다.
  • [기고] 모든 학생들이 행복한 교육을 바란다/이윤경 참교육학부모회 회장

    [기고] 모든 학생들이 행복한 교육을 바란다/이윤경 참교육학부모회 회장

    교육부가 올해 처음으로 교육과정 개정을 국민 참여형으로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전담했던 교육과정 수립에 학생과 학부모, 시민들의 의견을 듣는 것은 큰 개혁의 시도다. 10만명 이상이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는 우리의 교육관이 달라졌음을 보여 준다. ‘우리 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과 가치’ 문항에서 ‘개인과 사회 공동의 행복 추구’가 1위를 차지했고, ‘자기주도 학습’과 ‘책임 있는 시민’이 뒤를 이었다. 반면 ‘국가에 이바지할 인재 육성’과 ‘상급학교 진학 준비’가 최하위를 기록했다. 교육의 목표가 더이상 인재 육성이나 상급학교 진학이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교육의 목표는 인재상이 아닌 인간상이어야 한다. 중요한 키워드로 선택된 ‘배려’와 ‘책임감’은 인재상이 아닌 인간상이며, ‘이런 인성을 갖춘 사람이길 바란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더 강화돼야 할 교육 영역으로 ‘인성 교육’과 ‘인문학적 소양’이 1·2위를 차지했는데 진로·직업, 인공지능(AI)보다 응답률이 두 배 이상 높았다는 것에도 주목해야 한다. 또한 ‘기후환경 변화 등 생태전환 교육’은 5순위로 선정되긴 했지만 결코 소홀해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영역이다. 우리는 그동안 기후위기와 공공성을 해치는 사건들을 겪으면서 이기심을 뛰어넘는 협력만이 생존의 필수 조건임을 깨달았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갖춰야 할 역량도 달라졌다. 공식 암기 위주의 주입식 교육으로는 주어진 상황에 대처하고 가치를 판단하는 능력을 기를 수 없다. 줄 세우기 경쟁 교육에서 낙오된 ‘수포자’의 좌절감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악영향을 끼친다. 설문 참여자의 66.4%가 ‘학생 주도성’이 확대돼야 한다고 했다. 국가교육회의 포럼에서 한 고2 학생은 “‘주관을 바탕으로 스스로 배움을 이끌어 가는 것’이 학생 주도성이며 자신이 선택한 배움에 책임감이 더 생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을 가르쳐야 할 대상으로만 여기지 말고 공동체에서 꼭 필요한 사람으로 인정하고 자기 삶의 주체로 설 수 있게 해야 한다. 우리 교육에서 또 중요하게 다뤄야 할 것은 민감한 감수성이다. 지금은 환경, 차별, 인권, 노동 등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고 실천해야 하는 시대다. 부모 세대가 무딘 감수성을 지닌 결과 사회 곳곳에서 참아 왔던 억압들이 세대 간, 주체 간 갈등으로 분출되고 있다. 이제는 교실과 마을, 가정이 “하면 안 돼”라는 훈계와 통제가 아닌, 화두를 던지고 고민하며 스스로 깨치는 ‘학습’의 장이 돼야 한다. 모든 학생이 자기 삶의 주체로, 평등한 시민으로 상호 존중하며 공동의 행복을 추구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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