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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탄소배출량 감축 안 하면 10년 뒤 금융 건전성 위태”

    신기술 개발 등으로 탄소배출량을 적극 줄이지 않으면 기업 부실을 넘어 금융 시스템까지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정부는 이런 내용을 토대로 정책금융기관의 녹색금융 지원을 늘리기로 했다. 금융위원회와 환경부 등은 25일 제3차 녹색금융 추진 태스크포스(TF) 회의를 비대면으로 열고 ‘2021 녹색금융 추진계획안’을 발표했다. ●“적극 대응 안 하면 은행 BIS 4.7%로 뚝” 이날 계획안에는 탄소 배출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때와 소극적으로 대응할 때 은행 등 금융기관이 받을 타격을 스트레스테스트(건전성 평가)한 결과가 포함했다. 금융감독원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의 보통주자본비율은 2019년 현재 12.4%인데 재생에너지 발전이나 전기차 양산 등 신기술 개발 등을 통해 탄소배출량을 줄이면 2029년에도 11.7%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탄소 저감 기술을 개발하는 대신 탄소배출권을 구입하거나 생산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면 보통주자본비율은 2029년 4.7%까지 떨어진다. 보통주자본비율은 보통주 대비 위험가중자산의 비율을 뜻하는데 이 비율이 낮아지면 그만큼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악화됐다는 의미다. 우리나라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따라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7년과 비교해 24.4% 줄여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탄소 저감 목표를 맞추기 위해 산업 생산량을 줄이면 국내총생산이 악화되고, 기업이 부실해져 결국 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녹색 기업엔 금리·보증료율 등 혜택 주기로 정부는 금융 측면에서 환경 문제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올해부터 다양한 정책을 추진한다. 우선 금융권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녹색금융 모범 규준을 만든 뒤 시범 적용을 거쳐 금융사 내규화를 추진한다. 또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은 녹색 특화 대출·보증 프로그램을 가동할 예정이다. 녹색기업에 금리와 보증료율 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정부는 녹색기업·사업참여자 간 정보 공유와 자금 중개 등을 원활히 뒷받침하기 위한 ‘녹색금융 플랫폼’ 구축도 검토하기로 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수출 어렵고 물가 오르고 금융강국 위상 흔들… ‘봉쇄’된 英

    수출 어렵고 물가 오르고 금융강국 위상 흔들… ‘봉쇄’된 英

    지난달 말 유럽연합(EU)과의 미래 관계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며 영국은 새해부터 마침내 브렉시트(EU 탈퇴)의 꿈을 이루게 됐다. 하지만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됐다는 기쁨은 잠시였고, 한 달도 안 돼 나타난 각종 사건사고와 국민들의 아우성으로 요즘 영국에서는 ‘브렉시트 3단계’를 겪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3단계 봉쇄령에 빗대 꽉 막힌 지금의 상황을 자조한 표현이다. CNN은 영국·EU 간 미래 관계 협상이 타결된 지 한 달째인 23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썩어 가는 생선과 실종된 비즈니스, 불필요한 요식행위와 같은 브렉시트의 현실이 영국을 강타하고 있다”고 전했다. ●“생선이 썩고 있다”… 수출 못 하는 수산업자 “예전엔 서류 한 장이면 스페인 마드리드에 신선한 수산물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거래 한 번에 대략 26번의 단계를 거쳐야 하는 것 같다.” 브렉시트가 시작되고 영국 국민이 겪는 위기감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 주는 업계는 바로 수산업이다. 유럽 입국을 위해 관세 신고와 원산지 보증 등 400페이지가 넘는 수출 서류를 구비해야 하는 복잡해진 통관 절차 탓에 수출이 어려워진 것이다. 이 때문에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일단 수출을 중단하기로 한 업체도 적지 않다. 제임스 위더스 스코틀랜드푸드앤드링크 최고경영자(CEO)는 CNN에 “제대로 작동하는지 테스트도 거치지 않고 수출업자들이 새로운 시스템을 쓰게 됐다. 기술적 결함 정도로 치부하고 해결될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스코틀랜드 수산업계는 1월 이후 매출 손실액이 하루 평균 100만 파운드(약 15억원) 수준인 상황이다. 수산업계는 어업 분야를 최우선 과제로 놓겠다며 브렉시트를 추진한 정부에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다는 분위기다. “이러다 생선을 어디 팔지도 못하고 썩히겠다”며 참다못한 이들은 지난 18일 총리 관저에서 멀지 않은 런던 웨스트민스터에 트럭을 일렬로 세우는 시위까지 벌였다. 트럭에는 ‘브렉시트 대학살’, ‘수산업을 파괴하는 무능한 정부’ 등의 구호가 붙어 있었다. 정부는 손실 보상을 위한 2300만 파운드의 지원책을 발표하며 수산업계 달래기에 나섰지만, 보리스 존슨 총리의 일부 발언은 오히려 업계의 화를 키운 모습이다. 존슨은 업계가 직면한 어려움을 이해한다면서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식당들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라고 사태의 책임을 전염병으로 돌렸다.●‘CBOE 유럽’ 회장 “이런 충격 본 적이 없다” 세계적인 금융 강국으로서 영국의 위상도 흔들리게 됐다. 브렉시트 이후 첫 거래일인 지난 4일 런던에서 EU 국가들로 옮겨간 주식 거래 자금은 60억 유로에 이른다. 런던의 대표적인 증권거래소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유럽의 데이비드 하우슨 회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20년 넘게 이 업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이런 정도의 충격은 본 적이 없다. 절대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브렉시트로 런던의 금융 허브 기능이 약해질 것이란 예상은 있었지만, 8조원이 한 번에 빠질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CBOE 유럽에 상장된 EU 기업 주식의 90%는 이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거래되고 있다. 영국과 EU는 3월까지 금융부문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지만, 현재 협상 분위기는 상생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경쟁을 위한 기싸움에 가깝다. EU는 유로화 표기 자산에 대해 런던에 쏠린 의존도를 줄여 나가겠다는 입장이 분명하다. 머이레드 맥기네스 EU 집행위 금융서비스 부문 집행위원은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영국이 단일시장에서 떠나기로 결정한 이상 금융 서비스를 위한 단일시장도 더이상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존슨 총리, 사태의 책임 코로나 탓하다 곤욕 위기에 봉착한 업종은 앞서 소개한 수산업계만이 아니다. 가축용 영양제를 수출하는 웨일스의 한 업체는 유럽에 보낸 물품 수십개 박스가 세관 시스템 결함으로 반송되는 일을 겪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영국 중소기업 5곳 가운데 1곳은 브렉시트로 시행된 새로운 통관 작업에 막혀 EU로의 수출을 일시 중단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수출 관련 통계를 봐도 업체들은 이제 코로나19보다 브렉시트 때문에 더 큰 위기를 겪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수출 감소가 보고된 제조업체 가운데 33%는 코로나19 대유행 때문이라고 답했고, 두 배 가까운 60%는 브렉시트로 원인을 돌렸다. 브렉시트로 인한 갑작스런 변화에 차차 적응해 나간다고 해도 부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기업들은 앞으로 선적당 20~150파운드의 관세 비용을 부담하게 되는데, 이는 영세 수출업체들에는 사실상 이윤을 ‘제로’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나 다름없다.이런 가운데 통상교섭을 관할하는 정부 부처인 국제통상부의 고문들이 중소기업들에 통관 절차와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EU 내 별도 회사를 설립하도록 장려했다고 가디언의 일요판 매체 옵서버가 보도했다. 해당 부처 대변인은 “정부 공식입장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이미 기업 2곳이 고문들의 조언에 따라 네덜란드 등에 새로운 법인을 등록했다. 옵서버는 “영국 내 직원을 일부 해고하고 유럽에서 새로운 직원을 채용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더불어 기업의 비용 상승은 일반 국민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미 유럽에서 수입하는 일부 상품은 벌써 가격이 상승한 상태다. FT는 영국인들이 좋아하는 포르투갈산 ‘비디갈 포르타6’ 와인의 가격이 기존 4.70파운드에서 7~8파운드로 오를 것이라며 브렉시트 이후 수입 와인의 가격이 오르게 됐다고 보도했다. 영국 정부는 지금의 혼란이 과도기이기 때문일 뿐이라며 국민들을 안심시키려고 하지만, 향후 상황은 더 좋지 않을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적지 않다. CNN은 전문가들의 향후 전망을 종합한 보도에서 “노딜 브렉시트에 대비해 당장은 정부가 상품을 비축해 놨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느끼는 혼란이 크지 않을 수 있지만, 향후 교역량이 늘어나면 국경 통관 시스템에 추가적인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면서 “영국민들은 앞으로 다양하고 신선한 농산물을 제때 살 수 없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젊은 층 57% “부모세대 때보다 삶 나빠질 것” 국민들 사이에서는 자신만만하게 EU 탈퇴를 외치던 정부가 어떻게 지금과 같은 상황에 준비 하나 제대로 못 했냐는 불만이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 모리에 의뢰한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65%는 현재 영국이 쇠퇴하고 있다고 답했고, 젊은층의 57%는 부모 세대 때보다 삶이 나빠질 것이라고 답했다. EU 잔류를 주장한 응답자는 76%가, EU 탈퇴에 찬성한 응답자는 54%가 각각 영국이 쇠퇴하고 있다고 답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3200선 뚫은 코스피… 코스닥도 ‘천스닥’ 눈앞

    3200선 뚫은 코스피… 코스닥도 ‘천스닥’ 눈앞

    시장에 작은 호재만 감지돼도 오르는 코스피가 또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종가 기준 3200선을 처음 뚫었다. 삼성전자는 물론 항공주, 화장품주 등이 일제히 올랐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8.36포인트(2.18%) 오른 3208.99에 마치며 종가 최고 기준치를 2거래일 만에 경신했다. 코스닥도 전장보다 19.32포인트(1.97%) 오른 999.30에 마감돼 1000포인트 코앞까지 다가갔다. 이날 지수 상승은 기관과 외국인이 이끌었다. 코스피 시장에서 기관은 3590억원을 순매수했고 외국인도 2442억원을 사들였다. 개인은 5662억원을 순매도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금융투자사의 차익 매도 물량이 시장을 눌러 왔는데 현물과 선물 가격 차가 줄어 프로그램 매도를 하기 안 좋은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슈퍼사이클(업종의 초호황기) 진입 전망으로 최근 강세를 이어 온 반도체주는 이날도 강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인텔사의 칩셋 양산을 시작할 것이란 관측에 기관과 외국인 매수가 집중돼 3.00% 올랐고 SK하이닉스도 전날보다 5.06% 상승했다.항공주도 날아올랐다. 대한항공은 전 거래일보다 11.99% 올랐고 대한항공 우선주는 29.99% 오르며 상한가를 쳤다. 최근 유상증자를 한 대한항공은 권리락 효과(유상증자로 늘어나는 주식 수를 고려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것)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따른 기대감 효과를 누린 것으로 보인다. 또 저가항공인 티웨이홀딩스(11.30%)와 제주항공(5.15%), 진에어(3.24%)도 일제히 올랐다. 수출 물량 회복에 따른 화물 수요 증가 기대감도 대한항공 등 항공주 상승에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또 코로나19 종식 이후 여행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반영됐다. 노 연구원은 “국내 확진자가 300~400명대로 줄고 다음달부터 국내에도 백신 공급이 예상되면서 내수주를 미리 사두는 투자자가 늘어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국발 호재들도 투자심리를 끌어올렸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상원 예산위원장을 맡게 된 버니 샌더스 의원이 주말 CNN에 출연해 ‘바이든 행정부의 부양책 처리를 위해 예산조정권을 사용하겠다’고 말하면서 미국 시간외 선물 가격이 올라갔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中 ‘정보 빼돌리기’ 의혹에…일본, 외국 연구비 신고 의무화

    中 ‘정보 빼돌리기’ 의혹에…일본, 외국 연구비 신고 의무화

    中 인재 프로젝트 ‘천인계획’ 견제 중국이 인재 프로젝트 ‘천인계획(千人計劃)’을 통해 정보를 빼돌린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이를 견제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외국에서 연구비를 받은 경우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2021회계연도(2021년 4월∼2022년 3월)부터 일본학술진흥회가 주관하는 연구지원 사업인 ‘과학연구비조성사업’(과연비) 신청자가 외국으로부터 연구자금을 받는 경우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5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그 동안은 ‘과연비’ 신청자에 대해 일본의 다른 공적 연구비 지원 상황을 신고하게 했고 외국에서 받는 자금 지원을 따로 파악하는 절차가 없었는데, 금년도부터 국내외 연구 지원 상황을 모두 신고하도록 변경했다. 외국 자금을 받고 있더라도 과연비 지원을 받을 수는 있으나 사실과 다르게 신고하면 심사에서 탈락시키며 지원 대상으로 결정된 뒤라도 허위 신고가 드러나면 사후에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는 중국의 천인계획에 참여하는 학자들이 군사 목적으로 전용(轉用)될 가능성이 있는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중국 측에 민감한 정보가 흘러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와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과연비 신청자 외에도 일본에서 공적인 지원을 받는 모든 연구자에 대해 외국 자금 지원 상황의 공개를 요구할 방침이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인 연구자 중 44명이 천인계획에 관여된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의 인재 프로젝트에 참가한 외국인 연구자는 2018년 기준으로 7000명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여기에는 미국, 유럽, 일본 외에 한국 학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천인계획을 ‘교묘한 정보 훔치기’, ‘수출관리 위반에 보수를 지급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규제·감시하고 있다.국내에서도 한국과학기술읜(KAIST) 교수가 자율주행차량 관련 첨단 기술을 중국에 유출한 혐의(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등 위반)로 지난해 8월 검찰에 구속기소 됐다. 2017년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중국의 외국인 전문가로 선발된 이 교수는 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하고 자율주행차량의 눈으로 불리는 라이다 기술 연구자료 등을 중국 소재 대학 연구원에게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생선은 썩어가고, 비즈니스는 실종...브렉시트에 ‘봉쇄’된 英

    생선은 썩어가고, 비즈니스는 실종...브렉시트에 ‘봉쇄’된 英

    지난달 말 유럽연합(EU)과의 미래 관계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며 영국은 새해부터 마침내 브렉시트(EU 탈퇴)의 꿈을 이루게 됐다. 하지만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됐다는 기쁨은 잠시였고, 한 달도 안 돼 나타난 각종 사건사고와 국민들의 아우성으로 요즘 영국에서는 ‘브렉시트 3단계’를 겪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3단계 봉쇄령에 빗대 꽉 막힌 지금의 상황을 자조한 표현이다. CNN은 영국·EU 간 미래 관계 협상이 타결된 지 한 달째인 23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썩어 가는 생선과 실종된 비즈니스, 불필요한 요식행위와 같은 브렉시트의 현실이 영국을 강타하고 있다”고 전했다. ●“생선이 썩고 있다”…수산업자들 ‘분통’ “예전엔 서류 한 장이면 스페인 마드리드에 신선한 수산물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거래 한 번에 대략 26번의 단계를 거쳐야 하는 것 같다.” 브렉시트가 시작되고 영국 국민이 겪는 위기감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 주는 업계는 바로 수산업이다. 유럽 입국을 위해 관세 신고와 원산지 보증 등 400페이지가 넘는 수출 서류를 구비해야 하는 복잡해진 통관 절차 탓에 수출이 어려워진 것이다. 이 때문에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일단 수출을 중단하기로 한 업체도 적지 않다. 제임스 위더스 스코틀랜드푸드앤드링크 최고경영자(CEO)는 CNN에 “제대로 작동하는지 테스트도 거치지 않고 수출업자들이 새로운 시스템을 쓰게 됐다. 기술적 결함 정도로 치부하고 해결될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스코틀랜드 수산업계는 1월 이후 매출 손실액이 하루 평균 100만 파운드(약 15억원) 수준인 상황이다. 수산업계는 어업 분야를 최우선 과제로 놓겠다며 브렉시트를 추진한 정부에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다는 분위기다. “이러다 생선을 어디 팔지도 못하고 썩히겠다”며 참다못한 이들은 지난 18일 총리 관저에서 멀지 않은 런던 웨스트민스터에 트럭을 일렬로 세우는 시위까지 벌였다. 트럭에는 ‘브렉시트 대학살’, ‘수산업을 파괴하는 무능한 정부’ 등의 구호가 붙어 있었다. 정부는 손실 보상을 위한 2300만 파운드의 지원책을 발표하며 수산업계 달래기에 나섰지만, 보리스 존슨 총리의 일부 발언은 오히려 업계의 화를 키운 모습이다. 존슨은 업계가 직면한 어려움을 이해한다면서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식당들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라고 사태의 책임을 전염병으로 돌렸다.●‘금융 허브’ 위상도 흔들 세계적인 금융 강국으로서 영국의 위상도 흔들리게 됐다. 브렉시트 이후 첫 거래일인 지난 4일 런던에서 EU 국가들로 옮겨간 주식 거래 자금은 60억 유로에 이른다. 런던의 대표적인 증권거래소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유럽의 데이비드 하우슨 회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20년 넘게 이 업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이런 정도의 충격은 본 적이 없다. 절대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브렉시트로 런던의 금융 허브 기능이 약해질 것이란 예상은 있었지만, 8조원이 한 번에 빠질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CBOE 유럽에 상장된 EU 기업 주식의 90%는 이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거래되고 있다. 영국과 EU는 3월까지 금융부문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지만, 현재 협상 분위기는 상생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경쟁을 위한 기싸움에 가깝다. EU는 유로화 표기 자산에 대해 런던에 쏠린 의존도를 줄여 나가겠다는 입장이 분명하다. 머이레드 맥기네스 EU 집행위 금융서비스 부문 집행위원은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영국이 단일시장에서 떠나기로 결정한 이상 금융 서비스를 위한 단일시장도 더이상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수출 감소 “코로나 아닌 브렉시트 때문” 위기에 봉착한 업종은 앞서 소개한 수산업계만이 아니다. 가축용 영양제를 수출하는 웨일스의 한 업체는 유럽에 보낸 물품 수십개 박스가 세관 시스템 결함으로 반송되는 일을 겪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영국 중소기업 5곳 가운데 1곳은 브렉시트로 시행된 새로운 통관 작업에 막혀 EU로의 수출을 일시 중단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수출 관련 통계를 봐도 업체들은 이제 코로나19보다 브렉시트 때문에 더 큰 위기를 겪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수출 감소가 보고된 제조업체 가운데 33%는 코로나19 대유행 때문이라고 답했고, 두 배 가까운 60%는 브렉시트로 원인을 돌렸다. 브렉시트로 인한 갑작스런 변화에 차차 적응해 나간다고 해도 부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기업들은 앞으로 선적당 20~150파운드의 관세 비용을 부담하게 되는데, 이는 영세 수출업체들에는 사실상 이윤을 ‘제로’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가운데 통상교섭을 관할하는 정부 부처인 국제통상부의 고문들이 중소기업들에 통관 절차와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EU 내 별도 회사를 설립하도록 장려했다고 가디언의 일요판 매체 옵서버가 보도했다. 해당 부처 대변인은 “정부 공식입장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이미 기업 2곳이 고문들의 조언에 따라 네덜란드 등에 새로운 법인을 등록했다. 옵서버는 “영국 내 직원을 일부 해고하고 유럽에서 새로운 직원을 채용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더불어 기업의 비용 상승은 일반 국민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미 유럽에서 수입하는 일부 상품은 벌써 가격이 상승한 상태다. FT는 영국인들이 좋아하는 포르투갈산 ‘비디갈 포르타6’ 와인의 가격이 기존 4.70파운드에서 7~8파운드로 오를 것이라며 브렉시트 이후 수입 와인의 가격이 오르게 됐다고 보도했다.영국 정부는 지금의 혼란이 과도기이기 때문일 뿐이라며 국민들을 안심시키려고 하지만, 향후 상황은 더 좋지 않을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적지 않다. CNN은 전문가들의 향후 전망을 종합한 보도에서 “노딜 브렉시트에 대비해 당장은 정부가 상품을 비축해 놨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느끼는 혼란이 크지 않을 수 있지만, 향후 교역량이 늘어나면 국경 통관 시스템에 추가적인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면서 “영국민들은 앞으로 다양하고 신선한 농산물을 제때 살 수 없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민 65% “영국 쇠퇴할 것” 국민들 사이에서는 자신만만하게 EU 탈퇴를 외치던 정부가 어떻게 지금과 같은 상황에 준비 하나 제대로 못 했냐는 불만이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 모리에 의뢰한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65%는 현재 영국이 쇠퇴하고 있다고 답했고, 젊은층의 57%는 부모 세대 때보다 삶이 나빠질 것이라고 답했다. EU 잔류를 주장한 응답자는 76%가, EU 탈퇴에 찬성한 응답자는 54%가 각각 영국이 쇠퇴하고 있다고 답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국립중앙박물관, 세계도자실·일본실 개관...세계문화관 조성 완료

    국립중앙박물관, 세계도자실·일본실 개관...세계문화관 조성 완료

    국립중앙박물관은 상설전시관 3층 세계문화관 내에 세계도자실과 일본실을 개관했다고 25일 밝혔다. 2005년 경복궁에서 용산으로 이전하며 ‘아시아관’을 신설했던 국립중앙박물관은 2019년 12월 이를 세계문화관으로 개편했다. 이집트실을 시작으로 중앙아시아실, 인도·동남아실, 중국실을 차례로 열었고, 이번 세계도자실 신설과 일본실 개편으로 세계문화관 조성이 완료됐다. 세계도자실은 동서교류의 대표적인 산물인 도자기 243점을 펼친다. 중국에서 처음 제작된 도자기는 한반도와 일본 등 동남아시아를 거쳐 아라비아반도까지 수출됐다. 16세기 해상 무역로가 개척되면서 동서양의 도자기 교류는 활발해졌고, 이후 산업혁명을 거치며 세계 자기 생산의 중심지는 유럽으로 옮겨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도자기 동서교류사를 담기 위해 네덜란드 국립도자박물관과 흐로닝어르박물관의 소장품 113점을 대여했다. 2019년 네덜란드 국립도자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에 박물관 소장품인 신안선 출토 도자기를 10개월간 출품하면서 쌓은 신뢰가 바탕이 됐다. 세계도자실은 내년 11월 13일까지 약 2년 간 열린다.일본실은 ‘무사’(武士)에 초점을 맞춰 전시 내용과 시설을 대폭 바꿨다. 귀족들에게 고용된 신분에 불과했던 무사들은 차츰 영향력을 키워 중앙 권력을 장악했다. 1192년 최초의 무사 정권인 가마쿠라 막부가 세워진 뒤 1868년 에도 막부가 멸망할 때까지 약 700년 동안 무사는 일본의 지배계급이었다. 일본 문화와 예술을 후원해 각 시대를 대표하는 문화 흐름을 만드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칼과 갑옷 등 무사를 상징하는 무구와 함께 무사 계급의 후원으로 발전했던 노(能), 무사의 미학을 반영한 다도, 무사 계급의 여성이 결혼할 때 지참하는 마키에 혼례도구, 고급자기 ‘나베시마’ 등 63건 198점이 전시됐다. 아울러 도자기 무역 역사와 일본 역사를 디지털 패널로 제작하고, 독일의 도자기 공방과 일본의 다실을 입체적으로 재현하는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도 마련했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미래형 지휘소 차량 개발… 천막 대신 이동 차량에서 전투지휘

    미래형 지휘소 차량 개발… 천막 대신 이동 차량에서 전투지휘

    보병부대에서 기존 천막형 지휘소를 대채, 기동 중 전투지휘를 가능하게 하는 ‘차륜형 지휘소 차량’이 개발됐다. 방위사업청은 보병대대급 이상 전방 부대에서 실시간 전투 상황을 파악하고 기동 중에 지휘통제가 가능한 ‘차륜형 지휘소 차량’을 성공적으로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차륜형 지휘소 차량은 육군의 AI(인공지능) 기반 지상전투체계인 ‘타이거 4.0’을 구현하는 핵심 장비 중 하나다. 이 차량에 탑승한 지휘관은 ‘AI 참모’(지휘결심지원 AI) 도움을 받아 전장을 지휘한다. 그동안 군은 천막형 야전 지휘소를 운용해 설치와 해체에 과다한 시간이 소요됐다. 적군의 화기를 비롯해 포탄과 화생방 위협으로부터 방호를 할 수 없아 생존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작전을 수행했다. 또한 전장환경 변화에 맞게 기동화된 전투부대를 근접하며, 네트워크 작전환경에서 효과적인 지휘통제를 위하여 전투지휘체계를 탑재한 이동형 지휘소 차량의 필요성도 대두됐다고 방사청은 설명했다. 차륜형 지휘소 차량은 적군의 화기와 화생방으로부터 방호가 가능한 장갑판과 양압 장치를 적용하여 생존성을 보장했다. 험로 주행이 가능한 전술 타이어를 장착하고 최신 지휘통제체계를 탑재해 기동성과 함께 지휘소 운용 능력을 향상했다. 차륜형 지휘소 차량은 2017년부터 현대로템 주관으로 연구개발에 착수해 군 요구조건을 모두 만족하고 이달 체계개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부품 국산화율도 98%에 달한다. 방사청은 “양산시에는 후속 군수지원이 용이하고 국내 방위산업 부문에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방사청은 올해부터 차륜형 지휘소 차량 양산 준비에 착수해 내년 양산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조현기(육군 준장) 방사청 기동사업부장은 “미래 전장환경에서 네트워크 지휘통제가 가능한 차륜형 지휘소 차량 개발 성공으로 보병부대 지휘소의 기동성과 생존성이 크게 향상됐다”며 “기술 경쟁력도 충분히 확보해 해외 수출 등을 통한 방위산업 경쟁력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리얼돌 ‘처녀막’도…인권침해”vs“전신인형에 불과”[이슈픽]

    “리얼돌 ‘처녀막’도…인권침해”vs“전신인형에 불과”[이슈픽]

    법원 “전신인형에 불과…수입 허용”‘처녀막’ 있으면 더 높은 가격“단순한 성기구가 아니잖아요” 반발 ‘리얼돌’(사람의 신체를 본뜬 성인용품)이 풍속을 해친다고 볼 수 없어 수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온 가운데 일부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25일 서울행정법원에 따르면 행정5부(박양준 부장판사)는 최근 성인용 여성 전신인형의 수입통관을 보류한 김포공항 세관장의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성인용품 수입업체 A사는 지난해 1월 김포공항세관을 통해 성인용 여성 전신인형인 ‘리얼돌(real doll)’을 수입하려 했지만 보류당했다. 관세법은 ‘풍속을 해치는 물품’을 수입·수출하지 못하게 하는데 리얼돌이 이에 해당한다는 세관 판단 때문이다. A사는 이에 불복해 관세청장에게 심사청구를 했고, 결정 기한이 지나도록 결론이 나오지 않자 법원에 보류 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A사 측은 “리얼돌은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볼 수 없어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 아니다”며 “기존 법원 판결에도 어긋나는 세관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서울행정법원도 A사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물품이 지나치게 정교하다’는 피고의 주장에 재판부는 “특수한 상황이 아닌 이상 실제 사람과 혼동할 여지도 거의 없고 여성 모습을 한 전신인형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는 “이 물품은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한 것이라 볼 순 없다.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성 기구는 매우 사적인 공간에서 이용된다. 은밀한 영역에서의 개인 활동에는 국가가 되도록 간섭하지 않는 것이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실현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또 “성 기구는 성적 만족감 충족이라는 목적을 가진 도구로서 신체의 형상이나 속성을 사실적으로 구현할 수밖에 없다. 표현이 구체적이고 적나라하다는 것만으로 성적 도의관념에 반할 정도에 이른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고 했다.일부 리얼돌, 여성 ‘질막’ 옵션으로 넣고 판매 이 같은 법원 판단이 나오자 일부 여성단체들은 리얼돌에 관해 ‘역겹다’,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일부 리얼돌 판매 업체에서 여성의 ‘질막(처녀막)’까지 리얼돌에 만들어 판매하면서 여성들 사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질막이 있는 리얼돌을 구매하는 경우 제품의 가격은 더 올라간다. 업체는 이 질막을 ‘처녀막’이라고 설정, 판매하고 있다. 여성들 사이에서는 리얼돌 자체도 문제지만 소위 ‘처녀막’이 있는 리얼돌의 경우 극단적 성적 대상화라며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전문가는 리얼돌은 남성들의 환상을 위한 도구라고 비판했다. 20대 여성 A씨는 “결국 여성의 질막까지 돈을 받고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며 “리얼돌이 성기구가 아닌 남성들의 잘못된 여성관을 채워주는 도구인 증거다. 명백한 여성 인권 침해”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30대 여성 B씨는 “(일부여성)리얼돌 질투하나”며 “남자, 여자 모두 성생활에 관련해서 자유가 있지 않을까? 아동 리얼돌만 아니면 괜찮을 것 같다”고 주장하기도 했다.“리얼돌 수입 및 판매 금지하라” 靑 국민청원도 앞서 대법원도 2019년 6월 한 리얼돌 수입사가 세관을 상대로 낸 수입통관 보류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이 판결을 비판하며 ‘리얼돌 수입을 금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20만 명 이상이 참여하기도 했다. 해당 청원에서 청원인은 “대법원은 리얼돌이 인간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 왜곡하지 않는다면 수입을 허용했다”면서 “리얼돌이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인간이 아니라 남자의 존엄성을 훼손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리얼돌이 남성의 모습을 본떴으면 과연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한 것이 아니라고 할지 궁금하다. 여성의 얼굴과 신체를 가졌지만 움직임이 없어 성적으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실제 여성들을 같은 인간으로 볼 수 있겠느냐.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하라”고 촉구했다.리얼돌은 판매 과정에서 각종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과거 한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한 A 업체는 120cm 수준의 리얼돌을 판매하다 초등생과 유사한 리얼돌이 아니냐는 항의를 받고 판매를 중지한 바 있다. 그런가 하면 일부 리얼돌 업체에서는 구매자의 지인과 닮은 일종의 ‘맞춤형 리얼돌’ 제작이 가능하다고 홍보를 해, 비난을 받았다. 전문가는 리얼돌은 결국 남성 중심 사회에서 통용되는 여성상이라고 지적했다. 건국대 부설 몸문화연구소 윤지영 교수는 ‘리얼돌, 지배의 에로티시즘’ 논문을 통해 “여성과 닮아 보이긴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남성의 성적 환상을 충실히 담아내는 남성 욕망의 빈 그릇”으로 규정했다. “남성들의 치료와 성욕 해소를 위한 도구적 존재로 여성 신체가 형상화되는 일이 여성들에게 어떤 인격침해나 심리적·신체적 훼손을 유발하는지, 어떤 측면에서 트라우마적 요소가 될 수 있는지는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리얼돌, 전신인형에 불과”…법원 판단 나왔다

    “리얼돌, 전신인형에 불과”…법원 판단 나왔다

    “리얼돌, 음란물 아닌 성기구”“전신인형에 불과…수입 허용” ‘리얼돌’(사람의 신체를 본뜬 성인용품)이 풍속을 해친다고 볼 수 없어 수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5일 서울행정법원에 따르면 행정5부(박양준 부장판사)는 최근 성인용 여성 전신인형의 수입통관을 보류한 김포공항 세관장의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성인용품 수입업체 A사는 지난해 1월 김포공항세관을 통해 성인용 여성 전신인형인 ‘리얼돌(real doll)’을 수입하려 했지만 보류당했다. 관세법은 ‘풍속을 해치는 물품’을 수입·수출하지 못하게 하는데 리얼돌이 이에 해당한다는 세관 판단 때문이다. A사는 이에 불복해 관세청장에게 심사청구를 했고, 결정 기한이 지나도록 결론이 나오지 않자 법원에 보류 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A사 측은 “리얼돌은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볼 수 없어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 아니다”며 “기존 법원 판결에도 어긋나는 세관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서울행정법원도 A사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물품이 지나치게 정교하다’는 피고의 주장에 재판부는 “특수한 상황이 아닌 이상 실제 사람과 혼동할 여지도 거의 없고 여성 모습을 한 전신인형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는 “이 물품은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한 것이라 볼 순 없다”며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성 기구는 매우 사적인 공간에서 이용된다”며 “은밀한 영역에서의 개인 활동에는 국가가 되도록 간섭하지 않는 것이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실현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성 기구는 성적 만족감 충족이라는 목적을 가진 도구로서 신체의 형상이나 속성을 사실적으로 구현할 수밖에 없다. 표현이 구체적이고 적나라하다는 것만으로 성적 도의관념에 반할 정도에 이른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고 했다. 한편 앞서 대법원도 2019년 6월 한 리얼돌 수입사가 세관을 상대로 낸 수입통관 보류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이 판결을 비판하며 ‘리얼돌 수입을 금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20만 명 이상이 참여하기도 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사설] 한국, ‘기후변화 4대 악당’이란 질타 새겨 들어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지만 정부의 실천의지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상향 조정해야 하는데 유보했다. 이윤추구가 우선인 기업들을 어떻게 설득할지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탄소중립을 위한 지방정부 실천연대가 출범했지만 전담 인력과 조직도 갖춰지지 않았다. 게다가 석탄발전소를 동남아시아 국가에 수출하는 데 국책은행들이 동원되는 등 국제사회에 엇갈린 신호를 내고 있어 문제다. 한국의 탄소 배출량 증가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첫 번째이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꼴찌에서 두 번째에 머무르고 있다. 오죽하면 영국의 비정부기구인 기후행동추적(CAT)은 한국을 “기후변화 해결에 전혀 노력하지 않는 기후악당”이라고 비판했고, 영국 기후변화 전문지 ‘클라이밋 홈’도 한국을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뉴질랜드와 함께 ‘4대 기후악당’으로 지목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한국 정부의 에너지 발전 계획에 따르면 석탄발전은 2050년 이후에도 진행하게 돼 있고 내연 기관차의 퇴출 시점에 대한 논의 역시 부족하다”고 짚으면서 전반적으로 실행 계획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바람도, 태양광도 부족해 녹색 재생에너지를 활성화하는 데 적합하지 않은 측면이 없지 않다. 그렇다고 기후변화에 역행하는 석탄발전 등에 투자해서는 안 된다. 지난해 11월 ‘그린뉴딜 기본법’을 대표발의해 2월 제정을 목표로 하는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는 탄소중립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고 입법할 것”이라고 한다. 탈탄소사회 국가전략 수립, 국가기후변화위원회 설치, 기술육성 및 일자리 전환 대책 등이 들어 있다. ‘한국은 기후악당’이란 비판을 피하고,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 [인사]

    ■감사원 ◇고위감사공무원 승진△비서실장 황해식△심사관리관 장병원 ◇3급 승진△재정·경제감사국 제4과장 남가영△행정·안전감사국 제5과장 김만석△지방행정감사2국 대전사무소장 김태성△지방행정감사2국 대구사무소장 전우승△운영지원과장 최익성 ■법무부 ◇고위공무원 승진△국방대학교 하영훈△대전교도소장 서호영△부산구치소장 김영식 ◇고위공무원 전보△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김승만△교정정책단장 신경우△보안정책단장 신용혜△법무연수원 교정연수부장 정병헌△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박호서△서울지방교정청장 이경식△대구지방교정청장 오홍균△대전지방교정청장 김진구△광주지방교정청장 구지서△서울구치소장 유병철△안양교도소장 최제영△수원구치소장 김명철△서울동부구치소장 우희경△인천구치소장 김동현△대구교도소장 정유철 ◇부이사관 승진△교정기획과장 최규철△화성직업훈련교도소장 이언담△부산교도소장 김도형 ◇부이사관 전보△의정부교도소장 오광운 ■행정안전부 ◇실장급 전보△세종특별자치시 행정부시장 류임철 ■산업통상자원부 ◇국장급 승진△KOTRA 방산물자교역지원센터장 이귀현 ◇과장급 전보△무역정책과장 나성화△산업일자리혁신과장 김재준△바이오융합산업과장 김영만△자유무역협정상품과장 권혜진 ■환경부 ◇국장급 전보△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장 서흥원△수도권대기환경청장 안세창 ■고용노동부 ◇국장급 전보△고용서비스정책관 김성호△청년고용정책관 권창준△경북지방노동위원회 위원장 장근섭 ◇과장급 전보△청년고용기획과장 이지영△부산북부지청장 정윤진 ◇3급 승진△노사협력정책과장 조오현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임명△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이명순 ■방송통신위원회 ◇국장급 전보△대변인 김영관 ■공정거래위원회 ◇과장급 전보 및 파견△지주회사과장 신용희△고용노동부 파견 정보름 ■인사혁신처 ◇고위공무원(국장급) 파견△교육훈련(국방대학교) 파견 박용수 ◇고위공무원(국장급) 승진 및 파견△교육훈련(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파견 박행열 ■법제처 ◇서기관 파견△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이상민 ◇서기관 전보△법제정책총괄과 서홍석 ■농촌진흥청 ◇일반직고위공무원 신규 선임△국립농업과학원 농업생명자원부장 박수철 ◇일반직고위공무원 승진△국립축산과학원 축산생명환경부장 강민구 ■산림청 ◇고위공무원 전보△산림복지국장 이상익△산림보호국장 김용관△동부지방산림청장 최재성 ◇과장급 전보△혁신행정담당관 임영석△목재산업과장 정종근△국립산림과학원 연구지원과장 한동길 ■기상청 ◇3급 전보△기상서비스정책과장 유상진 ◇4급 전보△총괄예보관 김동준△영향예보추진팀장 선지홍△정보보호팀장 홍성대△지진화산감시과장 이호만△수도권기상청 예보과장 윤기한△부산지방기상청 관측과장 박종찬△국가기상위성센터 위성분석과장 송병현△기상레이더센터 레이더분석과장 박영연 ■우정사업본부 ◇전보△우정사업본부 우편사업단장 조해근△우정사업본부 예금사업단장 송관호△서울지방우정청장 송정수△경인지방우정청장 신대섭△충청지방우정청장 김종호△전남지방우정청장 정창림△전북지방우정청장 허원석 ■한국수출입은행 ◇상임 감사△김종철
  • ‘바이드노믹스’에 한국 수출 탄력… 환경·노동 기준 강화는 걸림돌

    ‘바이드노믹스’에 한국 수출 탄력… 환경·노동 기준 강화는 걸림돌

    다자주의 복원에 美 경제 성장세 확대韓 수출 증가로 0.4%P 추가 성장 기대‘탄소 조정세’ 도입에 관세 장벽 커질 듯임금 등 현지 공장 운영비도 상승 부담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경제정책 ‘바이드노믹스’(Bidenomics)는 양날의 칼로 평가된다. 대규모 경기 부양과 동맹 강화, 보호무역 완화, 다자주의 복원은 수출 중심의 우리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반면 환경·노동 기준 강화, 미중 통상 갈등 지속 등은 위기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든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미국 중심 보호무역주의와 양자 협상 전략에서 벗어나 우방국과 결속을 강화하고 다자 체제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0조원 규모의 경기 부양책도 펼친다. 국제 무역 질서에서 불확실성이 걷히고 경기 부양으로 미국 소비가 늘면 한국의 대미 수출이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바이드노믹스가 추진되면 미국 경제 성장세 확대와 세계 교역 질서 회복에 따른 교역량 증가로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0.6~2.2% 포인트, 경제 성장률은 0.1~0.4% 포인트 추가로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환경·노동 기준 강화는 위험 요소로 꼽힌다. 바이든 정부의 강력한 환경·노동 규제가 국내 기업들에 비용 상승 유발 요인이 될뿐더러 또 다른 형태의 무역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바이든 정부는 ‘탄소 조정세’를 도입할 예정이다. 제품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로, 중국 기업들이 당장 큰 피해를 보겠지만 세계 9위의 탄소배출국인 우리나라도 철강·석유화학 등 탄소배출량이 많은 업종에서 타격이 불가피하다. 탄소 관세를 물게 되면 제품 가격이 오르는 데다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추가 설비 투자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노동자 보호법 강화 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어 현지 공장 운영 비용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문종철 산업연구원(KIET) 연구위원은 “바이든은 후보 시절부터 석유자원 의존에 부정적이었다”며 “에너지·자원·교통 등과 관련한 환경 문제를 강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정훈 코트라 경제협력총괄팀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친환경·노동·소비자 보호 조항부터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정부에 이은 바이든 정부의 대중(對中) 견제 기조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미중은 우리 수출의 40%를 넘는 양대 수출 산맥이다. 미국과 중국의 통상 마찰 문제가 지속되면 경기 회복과 경제 성장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바이든 정부에서 미중 갈등이 상시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문 연구위원은 “중간재를 중국에 공급하고 완제품을 수출하는 기존 전략을 수정해 대중 무역 의존도를 줄이고 통상 관계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통상 여력을 확대하는 측면에서 트럼프가 2017년 탈퇴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중국보다 먼저 가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일본 수출규제 3대 품목 공급 안정화 이뤘다

    2019년 일본이 반도체 핵심부품 수출을 규제하면서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던 3대 소부장 품목이 공급 안정화를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년 6개월간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경쟁력 강화 대책을 시행한 결과 핵심 품목의 생산시설 확대와 수입 다변화 등으로 공급망이 안정되고, 사업화도 자리를 잡았다고 24일 밝혔다. 산업부가 내놓은 ‘소부장 기업현장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수출규제 3대 품목(액체 불화수소(불산액)·극자외선(EUV)용 레지스트·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은 국내 생산이 확충돼 수급이 안정됐다. 솔브레인이 12N급 고순도 불산액 생산시설을 2배 확대, 생산하고 SK머티리얼즈는 5N급 고순도 불화수소가스 제품 양산에도 성공했다. EUV레지스트는 유럽산으로 수입처를 다변화했고 미국 듀폰과 일본 TOK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국내 A사는 파일럿 설비 구축 및 시제품 테스트를 하고 있다. 불화폴리이미드는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양산설비를 구축해 중국에 수출할 정도로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대(對)일본 100대 수출 품목은 수입처를 유럽연합(EU), 미국 등으로 다변화하는 한편 품목별로 평균적인 재고 수준을 기존 대비 2배 이상으로 키웠다. 효성(탄소섬유 생산설비 증설), SKC(블랭크 마스크 공장 신설) 등 23개 기업이 새롭게 생산시설을 구축했다. SK실트론은 듀폰 실리콘 웨이퍼 사업부를 인수하고, KCC는 실리콘 소재기업 MPM를 인수했다. 소부장 수요·공급기업 간 협력도 확대돼 수요기업 참여 기술개발 지원을 받은 25개 품목 중 23개 품목은 시제품이 개발됐고 434건은 특허가 출원됐다. 정부는 올해도 다양한 소부장 경쟁력 강화 대책을 추진해 핵심품목과 차세대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에 2조 2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첨단산업 투자 유치를 위해 5년간 1조 5000억원의 재정도 지원한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코로나 보다 무섭다…멕시코 범죄카르텔, 하루 68명꼴 살인

    코로나 보다 무섭다…멕시코 범죄카르텔, 하루 68명꼴 살인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모든 게 위축된 2020년이었지만 멕시코의 카르텔 범죄엔 변한 게 없었다. 멕시코 범죄카르텔에 살해된 사람이 지난해 2만500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멕시코의 범죄학전문가 에두아르도 게레로가 최근 낸 보고서를 보면 2020년 범죄카르텔에 피살된 사람은 최소한 2만4807명이었다. 극악 행위를 서슴지 않는 범죄카르텔이 하루 68명꼴로 살인을 저지른 셈이다. 2019년과 비교하면 범죄카르텔에 의해 목숨을 잃은 사람은 3.5% 늘어났다. 코로나 사태로 경제와 사회 각 부문에서 마이너스 기록이 속출했지만 범죄카르텔의 살인은 오히려 증가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사건, 과학수사 감식이 끝난 사건 등을 종합해 통계를 냈다. 단순 추정으로 범죄카르텔의 소행으로 보도된 사건 등은 포함하지 않았다. 현지 언론은 "조사 기법으로 볼 때 지금까지 발표된 보고서 중 가장 신뢰도가 높다"면서 "때문에 카르텔 범죄의 심각성을 더욱 정확히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범죄카르텔의 살인이 늘어난 건 이른바 영토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멕시코에서 영토전쟁을 벌이는 범죄카르텔은 최소한 7개 조직에 이른다. 멕시코 국내 마약시장, 마약수출을 위한 루트, 양귀비나 대마 재배지 등을 놓고 이들 7개 조직은 혈투를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애꿎은 일반 주민들까지 목숨을 잃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코로나19가 유행하고 있지만 범죄카르텔의 조직력이나 자금력엔 큰 타격이 없었다고 한다. 보고서를 책임 작성한 범죄학전문가 게레로는 "범죄카르텔들이 마약사업으로 여전히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며 "자금력이 넉넉해 조직관리에 어려움이 없고, 실제로 조직이나 규모가 위축된 범죄카르텔은 없었다"고 분석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범죄카르텔 간 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살해되는 피해자 중 청년들의 비중이 높아졌다는 사실뿐이라고 한다. 보고서는 "지난 10년간 미국이나 브라질과 비교할 때 멕시코의 살인사건 피해자는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높은 편이었지만 지난해부터 피살자 중 청년의 비율이 높아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고서는 "코로나 사태로 취업실패와 좌절 등으로 범죄카르텔 밑으로 들어가는 청년이 늘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예전의 바이든이 아니다”…‘바이든 시대’ 미중관계와 경제는

    “예전의 바이든이 아니다”…‘바이든 시대’ 미중관계와 경제는

    지난 20일(현지시간) 바이든 미국 대통령 시대의 막이 올랐다. 취임 초반부터 ‘트럼프 지우기’에 나선 바이든의 정책은 10년 전 오바마 정부 부통령 시절과 얼마나 같고 다를까. 전문가들이 “예전의 바이든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으는 가운데 미중 관계, 한반도 정책 등 바이든 정부에 대한 전망과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짚는 방송이 마련된다. 삼엄했던 취임식 현장…험난한 ‘통합의 길’23일 밤 9시 40분 KBS 1TV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은 예년과 달랐던 취임식 당일 현장의 모습을 담는다. 코로나19와 의회 난입 사태 여파로 삼엄한 경계 속에 진행된 취임식에서 바이든은 ‘통합’(Unity)을 열 한 번 외쳤다. 바이든 정부 앞에는 기세가 꺾이지 않는 코로나 19 유행과 경기침체, 그리고 극우 세력의 부상까지 험난한 상황들이 펼쳐져 있다. 취임식 날까지도 의회 인준을 받은 장관 후보자가 없는 상황에서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낼 수 있을까. 바이든 시대에 대한 전망과 함께 취임식의 생생한 모습을 담는다. ‘바이든의 제갈량’ 제이크 설리번 보좌관 분석 이날 저녁 8시 5분 KBS 1TV ’시사기획 창‘은 ’바이든 시대, 불붙은 미중 패권경쟁‘을 주제로 추후 미중 관계를 내다본다. 방송은 특히 ‘바이든의 복심’, ‘바이든의 제갈량’으로 불리는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 보좌관에 주목하고, 최근 중국 관련 발언과 기고문을 조사해 이를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 등과 분석, 향후 대중정책을 내다본다. 10년 전 바이든 당시 부통령은 중국을 건전한 경쟁상대로 규정했다. 반면 최근 발언에서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중국을 권위주의 정권으로 못박고, 민주주의에 기반한 자유주의 세계질서에 대한 위협으로 바라본다. 제2의 냉전까지는 아니지만 ‘냉전 1.5 버전’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이 상황에서 한국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는 분석이다. 중국 견제를 위해 동맹을 재건해 지렛대로 삼아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정상회담’을 열겠다는 공약, G7에 한국과 호주, 인도를 포함시켜 G10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경기부양·보호무역 완화…“한국 경제 기회 요인”오후 4시 아리랑TV ‘더 포인트’는 바이든 시대 경제를 다룬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김민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바이드노믹스’가 한국 경제에 대체로 기회 요인으로 작용하리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대규모 경기 부양책과 보호무역 완화, 다자주의 부활 기조가 수출 주도형 한국 경제에 긍정적이라는 기대다.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경제학과 교수도 출연해 “미국 연방정부의 역할을 확대하고 친환경 정책을 통해 탄소제거 프로젝트를 가동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한국 경제에 “그린 뉴딜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밀어 붙여야한다”고 조언한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내달까지 미주·유럽·동남아항로에 국적선사 5척 이상 긴급 투입

    해상 운임 급등에 따른 수출 기업의 선복 수급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내달까지 미주, 유럽, 동남아 항로에 국적선사 5척 이상이 긴급 투입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2일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해양수산부·중소벤처기업부·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와 한국무역협회·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등 유관기관, 국적선사, 주요 물류사와 함께 ‘수출입물류 현안 점검 회의’를 개최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수출 물량이 지난해 9월부터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미주항로 운임이 유럽과 동남아항로까지 확대되는 등 높은 운임이 지속되고 있다. 세계 해상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대표 지수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해 1월 1023에서 올 1월 15일 기준 2885까지 올랐다. 해수부는 국적선사와 협조해 주요 항로에 대한 임시선박을 1~2월에도 계속 투입하기로 했다. 미주항로에는 이달 23일 HMM 4600TEU급 1척, 2월 중 SM상선 3400TEU급과 6500TEU급 2척을 긴급 투입한다. 유럽항로에는 이달 31일 HMM 5000TEU급 선박 1척을, 동남아항로에는 이달 30일 남성해운 700TEU급 1척을 투입한다. 해수부는 국적선사를 비롯해 외국적선사와 임시선박 추가 투입을 협의하는 한편 현재 건조 중인 국적선사 1만 6000TEU급 8척(4~6월 순차 인도 예정)을 조속히 투입할 계획이다. 해수부와 중기부는 선적공간 확보가 어려운 중소화주를 대상으로 매주 북미항로 350TEU를 전용으로 배정하는 기간을 당초 1월에서 2월까지로 연장한다. 추가 기간 연장도 적극 고려할 방침이다. 산업부와 중기부는 수출 중소기업의 운임 급등 관련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국제운송비 지원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 올해 지원 예산은 55억원이며 기업 수요, 운임 상황 등에 맞춰 예산액을 추가로 확대할 계획이다. 기업당 지원 한도는 지난해 500만원에서 올해 1000만원으로 늘렸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앞이 안보여” 어제자 발리 바닷속…플라스틱 쓰레기 가득 (영상)

    “앞이 안보여” 어제자 발리 바닷속…플라스틱 쓰레기 가득 (영상)

    인도네시아 발리의 해양폐기물 문제가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현지에서 쓰레기 수거작업 중인 사회적기업 ‘포오션’은 21일(현지시간) 발리 바닷속 상황을 공개하며 우려를 표했다. 이날 촬영한 6초짜리 짧은 동영상에서는 시야가 흐릿할 정도로 많은 양의 폐기물이 떠다니는 발리 바닷속을 확인할 수 있다. 비닐봉지부터 음료수 용기, 빨대 등 각종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닷 속을 가득 메우고 있다. 포오션 측은 “인도네시아는 폐기물 처리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길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든다”고 설명했다. 또 “해외에서 반입되는 쓰레기도 상당량”이라고 덧붙였다.인도네시아 발리섬은 우기마다 바다로 밀려드는 쓰레기로 골머리를 앓는다. 이달 초 꾸따, 르기안, 스미냑 해변에서 이틀간 수거한 쓰레기는 90t에 달했다. 하지만 몬순 기후 영향으로 강수량이 많아지면서, 치우기가 무섭게 쓰레기가 쌓이고 있다. 일단 현지 폐기물 처리 기반이 열악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포오션 측 설명대로 쓰레기 관리 시스템이 미약하다 보니 폐기물 대부분이 적절한 처리 없이 그냥 버려진다. 2010년 바다로 유입된 플라스틱 쓰레기 1270만t 중 129만t이 인도네시아발이었다. 전 세계에서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이 가장 많은 미국이 바다에 버린 쓰레기는 111만t 수준이었다. 2019년부터 비닐봉지와 스티로폼, 플라스틱 빨대 등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했음에도 바다 쓰레기는 매년 증가 추세다.우다야나대 해양과학센터 소장인 게데 헨드라완 박사는 “사실 가장 큰 문제는 인도네시아의 쓰레기 처리시스템”이라면서 “시스템을 손보기 시작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와얀 코스테르발리 주지사도 “적절한 장비와 인적 자원을 갖춰 쓰레기 수거 시스템을 정비해야 할 것”이라면서 “특히 우기에는 24시간 내내 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원인은 외부에 있다. 전 세계 폐기물 대부분을 수입하던 중국이 2018년 폐플라스틱 등 24종류의 폐기물 수입을 중단하면서 갈 곳을 잃은 선진국 쓰레기는 동남아시아로 몰렸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중국의 쓰레기 수입 중단과 함께 플라스틱 쓰레기 반입 양이 3배 이상 증가했다는 국제환경단체의 조사 결과가 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연간 300만t 이상이 동남아 국가로 유입되고 있다. 재활용 명목으로 정식 절차를 밟아 동남아로 유입된 컨테이너 안에는 각종 쓰레기가 꽉 차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 쓰레기들은 매립장에 방치되거나 불법 소각돼 또 다른 환경으로 이어졌다. 소각 시 발생하는 유독성 매연 등 관련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에게 전가됐다.문제가 커지자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말레이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스리랑카 등은 2019년부터 자국으로 밀반입된 쓰레기 컨테이너를 찾아내 반출국으로 돌려보내기 시작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2019년 자카르타 인근과 수라바야, 바탐섬 항구에서 컨테이너들을 조사해 쓰레기 컨테이너 2000여 개를 적발해 순차적으로 돌려보냈다. 지난해 말에는 미국과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 4개 선진국에서 반입된 유해 폐기물 컨테이너 107개를 압류해 순차적으로 반송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우리나라 역시 동남아 쓰레기 수출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나라는 2018년 필리핀 민다나오섬으로 6500t 규모의 쓰레기 컨테이너를 불법 수출해 뭇매를 맞았다. 당시 한국-필리핀 합작기업이 합성 플라스틱 조각이라고 신고하고 수입했지만, 사용한 기저귀와 배터리, 전구, 전자제품, 의료폐기물 등 쓰레기가 다량 포함돼 곧바로 필리핀 당국에 압류됐다. 이후 필리핀 당국은 한국 정부에 쓰레기를 다시 가져가라고 요구한 바 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인도 세계 최대 백신 공장에 화재 5명 사망 “생산 차질은 없어”

    인도 세계 최대 백신 공장에 화재 5명 사망 “생산 차질은 없어”

    세계 최대 백신 제조회사인 인도 세룸 인스티튜트(SII)의 공장에서 21일(현지시간) 화재가 발생, 5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NDTV 등 인도 언론과 외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화재는 서부 마하라슈트라주 푸네의 SII 공장 단지에 신축 중인 건물에서 발생했다. 현지 뉴스 채널의 영상을 살펴보면 화재가 발생한 건물 위로 거대한 연기구름이 치솟아 올랐다. 구조 당국은 소방차와 국가재난대응군(NDRF) 등을 급히 현장으로 보냈고, 3시간가량 진화 작업 끝에 불길을 잡았다. 화재 원인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무르리다르 모홀 푸네 시장은 “불을 끈 후 잔해 속에서 시신 5구를 발견했다”며 “희생자들은 건설 노동자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아다르 푸나왈라 SII 최고경영자(CEO)는 “인명이 희생돼 매우 슬프다”고 말했다. NDTV 등은 애초 화재 현장에 5명이 갇혔지만 모두 구조됐다고 밝혔다가 나중에 바로잡았다. 푸나왈라 CEO는 “백신 생산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며 “회사는 가동 가능한 다른 설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신축 건물은 모두 8∼9개 동이라고 NDTV는 설명했다. 기존 코로나19 백신 생산공장에서는 차량으로 몇 분 가야 하는 거리에 자리잡고 있다. SII 측은 신축 설비들은 미래에 닥칠 수 있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어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화재가 SII의 코로나19 백신 생산 증대 계획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SII는 인도에서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학이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코비실드)을 생산하고 있다. SII는 이미 5000만 도스(1도스=1회 접종분)를 생산해뒀고 3월까지 월 1억 도스 규모로 생산량을 늘릴 방침이다. 생산된 물량은 지난 16일부터 접종을 시작해 오는 8월까지 3억명의 접종을 완료할 계획을 갖고 있는 인도는 물론 방글라데시, 네팔 등 주변국으로도 공급되고 있다. SII는 코로나19 백신 공동 구매 및 배분을 위한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에도 2억 도스를 공급할 예정이다. SII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에도 해마다 15억 도스 규모의 각종 백신을 생산해왔다. 푸네의 SII 공장 단지 규모는 100에이커(0.4㎢)에 이른다. 푸나왈라 CEO는 최근 AP 통신과 인터뷰에서 “올해 말까지 백신 생산 규모를 연 25억 도스로 늘리려 한다”고 말했다. 인도는 세계 최대 복제약 수출국이자 세계 백신 생산의 60%가량을 맡은 핵심 제약 공급국이다. 이 나라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060만명으로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많고, 누적 사망자는 10만 3000명이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거침없는 위안화 몸값…웃을 수 없는 ‘초강 위안’

    거침없는 위안화 몸값…웃을 수 없는 ‘초강 위안’

    중국 위안화 가치가 연초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초강세 현상을 지속하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은행이 고시하는 기준환율이 30개월 만에 정신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달러당 6.5위안(약 1107원) 선이 맥없이 무너진 것이다. 중국 런민은행은 지난 5일 달러당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날보다 1% 떨어진 6.4760위안으로 고시했다. 이에 따라 위안화 환율은 6.4위안 선으로 주저앉으며 2018년 6월 25일(6.4893위안) 이후 2년 반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005년 달러 페그제(고정환율제) 폐지 이후 하루 최대폭의 위안화 평가절상을 단행한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런민은행의 위안화 환율 인하폭은 중국이 2005년 7월 22일 달러 페그제를 폐지하면서 한 번에 2%를 인하한 이후 최대 폭”이라고 전했다. 위안화 환율 1% 하락은 위안화 가치가 그만큼 상승했다는 의미한다. ●미중 갈등땐 달러당 7.1316위안까지 올라 위안화 가치는 2018년 7월 미국의 고율의 보복관세 부과로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한 이후 6위안 후반에서 움직이는 약세 현상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초부터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바람에 위안화 환율은 3월 들어 달러당 7위안 선이 힘없이 붕괴됐다. 특히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으로 미중 갈등이 격화한 5월 29일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7.1316위안까지 치솟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2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 충격에서 먼저 벗어나는 모습을 보인 5월 이후 위안화 가치는 강세로 돌아선 뒤 하락 폭을 키웠다. 중국 위안화의 초강세 현상은 중국 경제가 빠른 속도로 회복하는 가운데 수출 호조와 글로벌 자금 유입, 달러화 약세 현상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까닭이다. 이 가운데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에 강타당한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의 경제활동이 마비된 사이 중국이 가장 먼저 코로나 사태의 수렁에서 빠져나오면서 경제가 회복되고 있는 점이 위안화 초강세의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경제 충격을 방어하기 위해 헬리콥터로 달러를 뿌리듯 시중에 돈을 풀어 달러화 가치가 곤두박질친 것도 위안화의 상대적 강세를 이끌었다. 여기에다 선진국의 ‘제로 금리’로 투자처를 잃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중국 자산을 많이 사들인 것도 위안화의 ‘몸값’을 높였다. 비교적 높은 금리를 노린 외국인 투자자금이 많이 유입된 것이다. 미국·유럽 등의 중앙은행은 코로나발 경제 위기에 대처하려 기준금리를 ‘제로’로 낮췄지만, 중국 인민은행은 금리를 거의 손대지 않아 자산의 투자 매력도가 높아졌다. 10년 만기 국채를 비교해 보면 중국 금리는 연평균 3.2%, 미국은 연평균 0.9% 수준이다. 외환시장에서는 올 한 해 내내 위안화 강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연말 위안화 환율을 6.3위안 선으로 제시했으며 BNP파리바는 6위안 초반 선으로 내다봤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런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경우 ‘달러당 5위안대 시대’, 즉 ‘초강(超强) 위안’ 시대가 올 수도 있다고 다소 극단적인 전망도 나온다. 씨티그룹은 지난달 위안화 전망을 통해 “2021년 위안화 가치가 10% 정도 더 올라가, 환율이 달러당 5위안대까지도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점쳤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위안화 초강세가 마냥 반길 일만은 아니다. 수출 주도형 국가인 중국은 위안화 강세가 그만큼 수출 채산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같은 제품을 수출하고 손에 쥘 수 있는 돈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10달러짜리 제품을 수출하고 지난해 5월의 경우 71위안을 받았지만 지금은 65위안도 제대로 손에 쥐기 힘든 형편이다. 6위안 차이가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기업이나 국가 단위에서 보면 엄청난 규모다. 미국으로부터 ‘환율조작국’이라는 불명예를 쓰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중국이 위안화 약세를 유지하려는 이유이기도 하다.●中당국, 수출 경쟁력 등 부작용에 고심 물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쌍순환론’(雙循環論)을 언급하면서 중국 정부의 입장이 바뀐 측면도 있다. 쌍순환론은 제조·수출과 함께 내수 활성화에 방점을 두고 중국 경제를 이끌고 가겠다는 정책이다. 경제정책의 큰 축이 내수로 이동한 것이다. 위안화 초강세는 수출 채산성을 떨어뜨리지만 수입 채산성은 그만큼 좋아진다. 위안화 초강세로 얻은 환차익을 반영해 제품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같은 제품을 보다 저렴하게 공급함으로써 소비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설사 그렇더라도 위안화 초강세는 중국 정부로서는 큰 부담이다. 중국의 수출 경쟁력을 저해하는 등 여러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중국 위안화 환율이 6.5위안 아래로 떨어지면서 초강세를 이어 가자 중국 정부가 곧바로 중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적용하는 제한 조치를 일부 완화하고 나선 것이 이를 방증한다. 런민은행은 지난 7일 밤 낸 공고를 통해 중국 기업의 해외 융자 규모 상한을 산출할 때 적용하는 ‘해외융자 조절지수’를 기존의 1.25에서 1.00으로 내린다고 밝혔다. 런민은행은 지난해 12월 11일 기업을 뺀 은행·비은행 금융기관의 해외 융자 조절 지수를 1.25에서 1로 내렸는데 당시 제외된 일반 기업에 대한 제한도 이번에 함께 완화한 것이다. 자기 자본과 해외 융자 규모 등을 넣어 계산하는 해외융자 조절지수가 내려가면 중국 외부에서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은행의 경우 지수 1이 적용되면 해외융자를 통해 운영자본의 최대 0.8배까지 조달할 수 있다. 인민은행이 해외융자 조절지수를 내려 중국 기업과 금융기관의 해외 자금 조달을 더 쉽게 만들어 준 것은 위안화 강세 흐름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런민은행은 앞서 코로나19의 충격파로 위안화 약세 현상이 나타난 지난해 3월에는 해외 융자 조절 지수를 1에서 1.25로 올린 바 있다. 중국 금융 당국의 이 같은 조치는 최근 이어지고 있는 위안화 강세 기조에 대해 서서히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는 신호라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저우하오(周浩) 코메르츠방크 신흥국시장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이는 해외에서의 위안화 사용을 촉진함으로써 빠른 위안화 절상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며 “위안화 가치는 이제 더이상 싸지 않으며, 추가적인 위안화 절상은 경제 여건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예측했다. 런민은행과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상무부 등 6개 부처는 다음달 4일부터 시행되는 위안화 역외 결제와 관련한 새 규칙에 서류업무 간소화 등을 통해 무역업체나 다국적 기업, 대외 투자자들이 역외에서 위안화로 손쉽게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회람을 금융기관에 보냈다. 또 글로벌 다국적 기업이 중국에 투자하거나 중국 국내 기업을 인수합병(M&A)하려고 할 때 그 대금을 특별 은행계좌 대신에 직접 자금을 이체하는 방식으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외국 자본의 송금과 위안화 역외 결제를 촉진하기 위한 시범 프로그램도 가동하고 중국 은행들에 대해 홍콩과 마카오 주민들을 위한 계좌 개설도 허용하기로 했다. 중국 런민은행의 이 같은 추가 조치는 위안화를 해외로 내 보냄으로써 위안화 강세를 제어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khkim@seoul.co.kr ■이 기사는 서울신문 홈페이지에 연재 중인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goo.gl/sdFgOq)의 전문을 만날 수 있습니다.
  • 억 소리 나는 농부… 나도 돼볼까 부농

    억 소리 나는 농부… 나도 돼볼까 부농

    성주 1230가구 참외 농사로 억대 매출택배 물량도 작년보다 30% 이상 증가 청송사과 지난해 전체 매출 1500억원코로나 여파로 상자당 3만원 가격 상승“억, 억~, 요즘 지방에는 억대 농부(農夫)가 넘쳐나요.” 젊은이들이 떠난 농촌에서 연간 억대 고소득을 올리는 부농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판매 급증과 해외 과일 수입 감소 등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경북 성주군은 지난 한 해 동안 성주참외 농사로 억대 매출을 올린 농가가 1230가구로 조사됐다고 21일 밝혔다. 전년 대비 30가구(2.5%) 증가한 것이다. 필요경비를 빼지 않은 것이라 순소득 1억원의 농가는 다소 줄 것으로 보인다. 전국 참외 재배 면적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참외 최대 생산지인 성주의 택배 물량은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었다. 명품 사과 생산지로 유명한 청송군에서도 지난해 전체 4300여개의 사과 재배 농가 가운데 14% 정도인 600여개 농가가 억대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청송사과 총매출은 1500억원으로 전년 1200억원보다 25% 정도 증가했다. 윤백(44) 청송 현서농협 판매 담당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2월 상자당(18㎏들이) 5만원에 거래되던 청송사과가 코로나19 확산 이후 8만원으로 60% 정도 크게 올랐으며, 지금까지 물량도 계속 달린다”면서 “외국산 과일의 수입량 감소와 함께 사과에 코로나19 면역력을 높여 주는 항산화물질인 폴리페놀이 다량 함유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소비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북의 ‘억대농’은 2015년 4788명에서 2016년 5673명, 2017년 6433명, 2018년 7277명으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는 경북도가 농가 수입 확대를 위해 직거래 장터와 ‘사이소’를 통한 온라인 판매를 활성화하고 해외 농식품 수출 확대를 통해 신규 시장을 개척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국적으로 억대농이 급증하고 있다. 전남도의 억대농은 2017년 4562개 농가에서 2019년 5166개 농가로, 전북도도 같은 기간 3170개 농가에서 4645개 농가로 늘었다. 경북도 관계자는 “사과와 포도, 복숭아, 자두, 참외, 한육우 등 고소득 작목을 중심으로 억대농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며 “앞으로 젊은 신세대 농부들을 중심으로 고소득 작물 재배와 농산물의 브랜드화 등이 더욱 활성화된다면 농촌이 도시의 평균 가계소득을 추월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안동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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