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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율 하락세… 車 ‘울고’·항공 ‘웃고’

    원·달러 환율이 5년 9개월 만에 최저치인 1020원대까지 내려오면서 자동차 등 수출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세계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수출 대기업은 채산성 악화를 우려하는 모습이다. 9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그룹 내부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현대와 기아차 매출이 연간 4000억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 고위관계자는 “내부에선 업계 예상치의 2배 정도 매출 감소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면서 “그렇지만 단기 변동 폭이 큰 만큼 당장 조치를 취하기보다 좀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올해 사업계획을 세우면서 평균 환율을 1050원 정도로 예상한 현대·기아차그룹은 한마디로 초비상이다. 이미 기아차는 지난달부터 급격한 환율 변동에 대비하는 비상계획을 가동하고 있다. 최근 1분기 실적발표에서 박한우 기아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원칙적으로는 판매 대수를 늘리고 원가를 절감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선물환 헤지 등을 통해 수익성을 보완하는 방법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수출 비중이 30%인 쌍용차 역시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루블화의 가치가 폭락하면서 피해를 봤다. 원·달러 환율을 1070원대로 추정했던 예상이 틀어지면서 쌍용차는 최근 올 해외 판매량 목표를 9만 1000대에서 8만1500대로 줄였다. 전자업계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휴대전화나 TV 등 가전제품 수출에서 얻는 수익 감소는 불가피하지만 부품 수입비가 줄어든다는 점에서 자동차 업계보다는 상황이 나은 편이다. 미래창조과학부 ICT수출입동향을 보면 지난해 전자부품 수입액은 489억 3900만 달러로 부품을 제외한 정보통신기기 완제품 수출액(458억 3600만 달러)보다 많다. 또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세계 금융위기 이후 결제통화를 달러·엔·유로 등으로 다양화했다. 결제통화의 환율이 ±5%까지 변할 수 있다는 점을 가정해 환헤지를 하는 등 환율 민감도도 크게 낮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지만, 부품 구매 비용은 줄어 득실이 상존한다”며 “환율이 매출에 미칠 영향을 점검 중”이라고 말했다 반면 철강과 항공업계는 느긋한 편이다. 항공업계는 달러화로 비행기를 구입하거나 빌려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유류비도 결제하기 때문에 원화가치가 상승할수록 비용이 적게 든다. 물론 부채 감소 효과도 본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외화 부채가 약 84억 달러인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약 840억원의 외화평가 손익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원재료 구입비용이 사업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철강업계에도 원화가치 상승은 호재다. 전문가들은 떨어지는 환율의 변동 폭만큼 속도도 유의 깊게 지켜볼 대목이라고 지적한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환율이 1050원대에서 1020원대까지 떨어지는데 한 달이 채 안 걸렸다”면서 “이런 속도라면 아무리 환 헤지를 잘해도 하반기 우리 수출기업들은 실적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세 자릿수 견딜 수 있다” vs “방어 못하면 기업 경쟁력 하락”

    “세 자릿수 견딜 수 있다” vs “방어 못하면 기업 경쟁력 하락”

    원·달러 환율이 1000원 밑으로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세 자릿수 환율’을 둘러싼 해묵은 논쟁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1050원대의 심리적 지지선도 내준 마당에 달러당 1000원의 마지노선을 방어해야 한다는 주장은 여전히 대세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국내 경제의 기초체력이 튼튼해지고 수출기업의 해외 현지생산이 늘면서 세 자릿수 환율도 감내할 수 있다는 낙관론 역시 힘을 얻고 있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하루 전보다 0.1원 오른 달러당 1022.6원에 거래를 마쳤다. 외환당국이 달러 매수에 나설 수 있다는 경계감에 이날 장중에는 달러당 1025원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오후 들어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상승폭이 꺾였다. 환율은 당분간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여전히 우세하다. 김정식 한국경제학회장은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고려할 때 연내 환율이 세 자릿수로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쓰비시도쿄UFJ 은행은 달러당 975원까지 급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출업계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050원 아래로 내려가면 수출 중소기업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1000원 선이 무너지면 대기업의 채산성이 나빠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기업은행이 최근 중소기업 105곳을 조사한 결과 40.8%가 달러당 원화 평균 1052.8원을 손익분기점으로 꼽았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한국 기업의 낮은 수익성을 고려해 볼 때 원화 가치가 높아지면 버틸 능력이 떨어진다”면서 “수출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은 엔저 추세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고 중국의 위안화는 하락이 멈췄기 때문에 국내 기업의 경쟁력 악화가 심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내 대기업의 해외 생산 비중이 늘어나면서 환율 변동에 따른 영향력이 이전보다는 줄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지난 3월 달러당 1070원대 이후 꾸준히 환율이 떨어지고 있지만 수출 실적은 오히려 늘고 있다. 4월 수출액은 503억 1500만 달러로 지난해 10월 월간 기준 사상 최고액(504억 8000만 달러)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실적을 기록했다. 허문종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원·달러, 원·엔 환율과 수출의 상관관계가 약해졌다”면서 “환율이 수출에 주는 타격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적정환율을 둘러싼 공방도 이어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내놓은 2013년 연례협의 보고서에서 원화값이 최고 8% 저평가돼 있어 지난해 12월 기준 달러당 968원이 적정하다고 분석했다. 반면 현대경제연구원은 원화값이 4.8% 고평가돼 있다며 달러당 1134원을 적정환율로 꼽았다. 두 기관이 평가한 적정환율의 차이는 166원이나 된다. 한 경제연구소의 연구위원은 “무역 가중치나 구매력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 적정환율은 주체에 따라 유리한 계산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수출기업의 입장에서는 원고 현상이 달갑지 않겠지만 생산 현지화 전략과 유동성 확보 등을 통해 환율 민감도를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신토불이를 세계로] 음식문화 제각각… 7대권역 맞춤형 접근을

    중국은 크게 7개 권역(화북, 화남, 화동, 서남, 동북, 서북, 화중)으로 나뉜다. 그중 우리나라가 농식품을 수출하기에 지리적으로 가장 편리한 지역은 화동권역이다. 화동권역의 상하이시, 장쑤성, 저장성, 산둥성 등은 경제 수준도 다른 지역에 비해 높다. 그만큼 수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내륙이다. 각 지역의 특성을 자세히 알지 못하면 한국 농식품 수출은 곧바로 한계를 맞을 수 있다. 8일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화동권역은 도시화율(67%)이 7대 권역 중 가장 높고 도시 인구도 1억 5655만명으로 가장 많다. 연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6만 7216위안(약 1118만원)으로 중국 평균(3만 8420위안·약 639만원)보다 75% 높다. 화동권역 내 상하이시의 1인당 GDP는 8만 5373위안(약 1420만원)에 달한다. 화동권역의 도시 주민 연간 1인당 식품소비지출액도 7267위안(약 121만원)으로 7개 권역 중 가장 많다. 중국 평균은 6041위안(약 100만 5000원)이다. 서해를 끼고 우리나라와 맞닿아 있어 빠른 통관으로 한국 농식품 진출이 가장 활발하다. 우유, 제과류의 소비가 특히 많으며 소득이 높은 만큼 유기농에 대한 관심이 많다. 이 지역은 대체로 음식이 달다. 꿀 유자차와 바나나우유가 유행한 이유다. 저장성에서는 한국 설탕의 점유율이 수입 식품 전체의 16.7%를 차지한다. TV홈쇼핑을 통한 한국 식품 매출 성장세도 높다. 화북권역은 인구가 2억 6277만명으로 가장 많지만 지역 간 경제 격차가 거의 3배에 이른다. 2012년 톈진의 1인당 GDP는 9만 3173위안(약 1549만원)이고 허난성은 3만 1499위안(약 524만원)이었다. 지난해 한국 농식품 수출액은 9800위안(약 163만원)으로 7대 권역 중 화동권역 다음으로 2위다. 하지만 설탕 및 과자류에 수출이 집중돼 있다. 서북권역은 인구(9784만명)도 가장 적고 경제력 및 1인당 식품소비지출액 수준 등도 최하위다. 식량, 감자, 과일, 우유 등의 소비 비중이 높다. 백화점 및 마트가 드물고 위구르족, 회족 등의 소수민족이 많아 식문화가 크게 발달하지 못했다. 지난해 한국 농식품 수출 실적은 ‘0’이다. 난징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신토불이를 세계로] (중) 제2의 유자차를 찾아라

    [신토불이를 세계로] (중) 제2의 유자차를 찾아라

    “한국 식품은 유자차, 우유, 김 정도만 알았는데 선식은 아침 대용으로 좋겠습니다. 봉지보다 바로 물을 부어 먹을 수 있게 컵에 담아 주면 좋겠어요.” 지난달 18일 중국 장쑤(江蘇)성 난징(南京)에 위치한 쑤궈(蘇果)마트 본사에서 만난 저우옌(周燕·35) 구매부 총괄 부장은 이날 선보인 11개 지역 농협의 한국 농식품 10여개에 대해 바로 수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쑤궈마트는 중국 내 240개 대형 마트와 1200개 편의점 등을 운영해 작년에 매출 8조원을 올린 대형 유통상이다. 중국 전체 마트 중 최근 10년간 매출 10위 안에 포함됐다. 그는 “현재 한국 농식품으로는 유자차와 김 정도만 팔고 있는데 아직 전 세계 수입품 매출이 전체 매출의 1%밖에 안 된다”면서 “선식, 두유, 1회용 떡볶이 등에 관심이 크고 특히 튜브형 고추장이 잘 팔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간 유자차, 김 등의 낱개 품목이 중국에서 인기를 끌었지만 한국 농식품이 전체적으로 수출되는 경우는 적었다. 백화점, 마트 등에서 한국 식품전 등을 열어 낱개 품목이 아니라 한국 농식품 전체에 대한 소비를 늘리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저우옌 부장이 관심을 두는 한국 농식품 홍보 방식은 역시 한류다. 하지만 아시아 문화권이라는 동질감이 없었다면 한류는 바람에 불과했을 거라고 했다. 그는 “상하이 등과 달리 내륙지역에서는 아직 피자나 파스타가 가진 특유의 맛과 향을 매우 생소하게 생각한다”면서 “반면 한국 드라마를 보고 호기심에 맛본 고추장, 유자차 등의 한국 농식품에는 쉽게 동질감을 느끼기 때문에 한국 농식품 수입을 늘리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쑤궈마트는 계층별 전략을 쓰고 있다. 리터당 7000원 선에 달하는 한국산 우유는 상류층에 팔고 스낵으로 분류되는 김은 모든 계층을 대상으로 판다. 지난달에 연 ‘치맥 특별전’ 등과 같이 한류에 따라 식품 특별전을 연다. 한국 식품을 들여오기만 하면 팔리던 시절은 끝나고 세밀한 마케팅 전략이 필요한 시기가 된 것이다. 유자차는 성공적으로 중국에 수출한 1세대 품목이다. 당도가 높은 한국 유자를 원료로 한 유자차는 중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았지만 최근 들어 유자가 거의 함유되지 않은 중국산 유자차와 경쟁하면서 고전하고 있다. 보따리상들이 30% 정도 싸게 들여오는 유자차도 늘어나는 추세다.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2010년 중국 수출 품목 중 14위(1390만 달러·약 144억 7000만원)에서 2012년에는 19위(1780만 달러·약 185억 3000만원)로 밀렸다. 품질을 중요시하는 상류층의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고민도 많다. 제2의 유자차로 각광받는 것이 분유, 우유, 김, 과일음료 등이다. 중국인들이 자국 분유를 신뢰하지 못하게 되면서 2012년 3910만 달러(약 407억원)였던 한국 분유 수출 규모는 지난해 5640만 달러(약 587억원)로 44.2% 증가했다. 지난해부터 대도시뿐 아니라 중소도시로까지 판매가 확대되는 모양새다. 우유 역시 중국산 불량 우유로 인해 한국산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 2012년 3800만 달러(약 395억 5000만원)에서 지난해 9100만 달러(약 947억원)로 139.4%가 늘었다. 김은 인터넷과 TV홈쇼핑으로 빠르게 퍼지면서 지난해 3300만 달러(약 343억 5000만원)어치가 수출됐다. 과즙음료도 2012년보다 13.7% 수출이 늘면서 지난해 수출액이 1970만 달러(약 205억원)에 달했다. 바나나우유의 열풍이 컸다. 문제는 이들 품목 외에 아직 특별히 두각을 나타내는 수출품이 없다는 점이다. 제2의 유자차를 찾아내기 위해 중국의 수입 식품 소비문화를 세밀하게 관찰해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최근 들어 중국에서는 전통 음식의 소비가 둔화되고 이를 대체하는 수입 식품의 소비가 늘고 있다. 예를 들어 2011~2012년 중국의 밀크티 판매액은 105% 증가한 반면 전통차 판매량은 5% 하락했다. 유산균 음료 판매액도 같은 기간 43% 높아진 반면 중국 요구르트인 쏸나이(酸?)는 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유기농 식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월마트, 까르푸 등의 중국 내 대형 마트들은 모두 유기농 식품 코너를 따로 마련했다. 유기농 식품이 중국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0.2%에 불과하기 때문에 세계 평균인 2%를 달성할 때까지 유기농 식품은 연평균 30~50%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구마, 밤, 대추 등으로 만든 웰빙 스낵도 전망이 좋다. 2009년 90억 위안(약 1조 5000억원)이었던 시장 규모는 올해 말까지 363억 7000만 위안(약 6조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1990년대 이후 출생한 ‘주링허우 세대’가 수입 농산물 소비를 선도하고 있다. 시리얼, 열대 과일, 커피 등이 주요 소비 품목이다. 한국 농식품이 향후 안전, 유기농, 신선, 한류 등 4가지 전략을 바탕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유식, 유기농 야채, 어패류, 전통 기호식품 등으로 수출 저변을 넓힐 수 있다는 의미다. 강인호 농협중앙회 식품사업지원단장은 “최근 잘 팔리는 품목을 중심으로 여러 제품을 한꺼번에 수출하고 매장에 진열하는 전략을 통해 제2의 유자차를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한국 농가가 생산한 원료를 바탕으로 만든 식품의 안전과 고품질을 알리는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난징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연내 1000원선까지? 세 자릿수 진입?

    연내 1000원선까지? 세 자릿수 진입?

    올 들어 달러당 1050~1060원선을 오르내리던 원화 환율이 아래쪽으로 확실하게 방향을 튼 것은 지난달부터다.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지던 1050원선이 지난 4월 9일(1041.4원) 속절없이 무너지자 그로부터 불과 이틀 뒤인 11일(1035.0원) 1040원선마저 힘없이 내줬다. 지켜보던 외환 당국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엄포(구두 개입)와 실탄(물량 개입)을 교대로 투하했다. 당국과 시장의 힘 겨루기 속에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던 환율은 기어코 1030원선도 7일 뚫었다. 시장에서는 1050원선이 무너지는 순간, 1000원까지는 갈 수 있다고 대체로 내다봤다. 무엇보다 국내에 달러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환율 하락에 따른 가격 경쟁력 약화 우려에도 수출은 여전히 견고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4월 수출액은 503억 달러다. 월간 기준 역대 두 번째 최고 기록이다. 증가율로 따져도 지난해 4월 대비 9.0%다. 이에 힘입어 경상수지도 25개월째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연간 흑자액이 68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에도 경상흑자액은 국내총생산(GDP)의 6.1%나 됐다.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제조업이 발달한 독일을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미국 등은 원화 환율이 더 떨어져야 한다고 본다. 한국 정부가 외환시장에 의도적으로 개입해 환율 하락을 막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은근슬쩍 내비친다. 외환 당국이 섣불리 시장에 개입하지 못하는 것은 그래서다. 하지만 세 자릿수까지는 당국도 용인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오석 부총리는 이날 경제장관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환율이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달 10일 “환율 변동성이 너무 커져 쏠림현상이 생기면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수 있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외환 당국 관계자는 “글로벌 달러 약세 등으로 원화가치가 강세를 보이고 있으나 지금의 (환율 하락) 속도가 적정한지는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급격한 하락을 보고만 있지는 않겠다는 의지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오늘(7일)은 연휴 동안의 달러 매도 수요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외환 당국도 억지로 돌려세우기 어렵다고 판단해 (시장 개입에) 적극 나서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앞으로도 환율이 좀 더 하락할 요인은 있지만 1000원선으로 떨어지면 당국이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세 자릿수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국인이 증권시장에서 채권을 사고 있지만 주식은 순매도로 전환한 것도 환율 추가 하락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지금의 경상흑자 추세나 국제사회의 원화 절상 압력 등에 비춰볼 때 올해 안에 원화 환율이 세 자릿수로 떨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안미현 기자 hyun@seoul.co.kr
  • [신토불이를 세계로] 중국인 3명 중 1명 “한 달에 1회 이상 한국산 농식품 구입”

    현재 우리나라의 농식품 중국 수출 현황은 미약하다. 아시아 평균보다 증가세가 더디고, 주요 수출품이 가공식품이기 때문에 국내 농업과 실질적인 연계가 부족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중국인은 3명 중 1명꼴로 월 1회 이상 한국산 농식품을 구입한다는 조사도 나온다. 점점 시장의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달 27일 코트라에 따르면 중국의 농식품 수입액은 200억 달러(약 20조 7000억원)에서 지난해(12월 제외) 844억 7000만 달러(약 87조 7000억원)로 증가했다. 연평균 증가율이 23.2%에 이른다. 특히 2005~2012년 아시아의 수입 증가폭은 4.3배로 대륙별로 볼 때 가장 많이 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중국 농식품 수출은 2.4배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중국 농식품 수출액은 6억 3300만 달러(약 6572억원)로 총수출액(1625억 달러·약 169조원) 중 단 0.4%를 차지했다. 또 대중국 농식품 수출의 3대 주요 품목은 2006~2013년 수출 물량이 46.1% 늘어난 제과·제빵류, 채소 및 과일 조제품(38.3%), 육류 및 어류 조제품(30.8%) 순이다. 기업들의 매출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국내 농업의 수익은 크게 늘어나지 않는 셈이다. 그럼에도 중국에서 한국산 농식품의 저변은 넓어지고 있다. 지난 1월 코트라가 중국 전역에서 35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월 1회 이상 한국산 농식품을 구매한다고 답한 이들은 36.1%(127명)이었다. 10.2%(36명)는 매주 구입한다고 답했다. 또 구매처에 대한 질문에는 백화점 식품 매장 등 고급마켓에서 구매한다고 답한 이들이 32.3%(170명)로 가장 많았다. 다소 비싼 가격에도 중상층 이상에서 수요를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한국 농식품 구입의 결정 요인은 한류에 대한 호기심이 24.7%로 가장 높았다. 외국농산품과 비교해 한국산의 품질 수준이 비슷하다고 답한 이들은 57.6%였다. 38%는 한국산이 더 낫다고 했고, 4.4%만이 한국산 품질이 더 낮다고 했다. 향후 한국산 농식품의 구매를 줄이겠다고 답한 이들은 단 6.3%에 불과했다. 단, 한국 농식품을 사기 위해 중국산 농식품보다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겠다는 이는 57.4%였지만 더 높은 가격을 쓰지 않겠다는 답변도 42.6%에 달해 홍보 및 판촉의 필요성을 보여줬다. 상하이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원화가치 상승률 3.05%… 40개국 중 1위

    원화가치 상승률 3.05%… 40개국 중 1위

    한국의 원화 가치가 최근 세계 주요 통화 중 가장 많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한 달 동안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3.05% 올라 주요 40개국 통화 중 가치상승(환율하락)률 1위를 기록했다. 이 기간 원·달러 환율은 1064.70원에서 1033.22원으로 30원 이상 하락했다. 지난 4일 현재 1030.33원까지 추가 하락해 5년 9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같은 기간 동안 콜롬비아 페소화 가치 상승률은 1.80%, 브라질 헤알 1.77%, 터키 리라 1.55%, 영국 파운드는 1.07%로 각각 2~5위를 차지했다. 원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 기조 등 원화 강세의 요인이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3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73억 5000만 달러로 전월 대비 63% 급증했다. 3월 기준 경상수지 흑자로는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지난달 수출도 월간 수출액으로는 역대 두 번째로 많은 503억 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세계 금융시장에서는 원화 강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해외 기관들은 원화 가치가 달러당 1030원을 깨며 환율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올 4분기 원·달러 환율 전망치로 1025원, JP모건체이스·바클레이즈·크레디아그리콜은 1020원, 웰스파고는 1010원을 제시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원화가치 상승률 3.05%… 40개국 중 1위

    원화가치 상승률 3.05%… 40개국 중 1위

    한국의 원화 가치가 최근 세계 주요 통화 중 가장 많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한 달 동안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3.05% 올라 주요 40개국 통화 중 가치상승(환율하락)률 1위를 기록했다. 이 기간 원·달러 환율은 1064.70원에서 1033.22원으로 30원 이상 하락했다. 지난 4일 현재 1030.33원까지 추가 하락해 5년 9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같은 기간 동안 콜롬비아 페소화 가치 상승률은 1.80%, 브라질 헤알 1.77%, 터키 리라 1.55%, 영국 파운드는 1.07%로 각각 2~5위를 차지했다. 원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 기조 등 원화 강세의 요인이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3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73억 5000만 달러로 전월 대비 63% 급증했다. 3월 기준 경상수지 흑자로는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지난달 수출도 월간 수출액으로는 역대 두 번째로 많은 503억 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세계 금융시장에서는 원화 강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해외 기관들은 원화 가치가 달러당 1030원을 깨며 환율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올 4분기 원·달러 환율 전망치로 1025원, JP모건체이스·바클레이즈·크레디아그리콜은 1020원, 웰스파고는 1010원을 제시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지난달 수출 역대 두번째 500억弗 돌파

    지난달 우리나라의 수출이 사상 두 번째로 5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4월 수출이 503억 1500만 달러, 수입이 458억 52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각각 9.0%, 5.0% 증가했다고 1일 밝혔다. 지난해 10월 수출액이 504억 8000만 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지역별로는 미국과 아세안 수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올 1월 -2.0%로 마이너스 성장을 한 뒤 2월 -6.7%까지 내려갔던 대미 수출 증가율은 지난달 19.3%를 기록했다. 무선통신기기(54.6%↑), 자동차(26.1%↑), 가전(25.7%↑)이 효자 노릇을 했다. 아세안 수출 증가율도 전년 동월 대비 17.0%를 기록했고 일본 수출도 12.2% 늘었다. 품목별로는 선박(22.7%), 자동차(18.9%), 석유제품(17.2%), 철강(16.8%), 무선통신기기(14.4%), 반도체(12.3%) 등이 전년 동월 대비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지난달 시추선 3척 등 고부가가치 선박을 인도한 덕에 선박 부분이 높은 상승세를 탔고, 현대기아차가 제네시스와 소울 등 신차 판매를 시작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가 전 세계 125개국에서 스마트폰 갤럭시 S5를 출시한 것 역시 호재였다. 반면 유럽연합(EU)에 대한 수출은 선박 수출 감소의 영향으로 3.2% 줄었다. 중국 수출 증가율도 2.4%로 3월 4.4%보다 다소 둔화했다. 산업부는 “미국 경기 회복에 따른 대미 수출이 많이 늘어난 반면 부진했던 지난해 4월의 수출 성적의 기저 효과도 작용했다”면서 “다만 5월은 긴 연휴 영향으로 기업 조업 일수가 감소해 수출이 둔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국내車 엔저 속 수출단가 1년새 5.8% 상승

    국내車 엔저 속 수출단가 1년새 5.8% 상승

    불리한 환율 조건 속에서도 국내 자동차 완성업계의 자동차 수출단가가 최근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자동차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 5개사의 올 1분기 평균 자동차 수출단가는 1만 4900달러를 기록했다. 수출량은 78만 6605대, 수출액은 117억 3207만 6000달러였다. 대당 평균 1550만원에 수출한 셈이다. 지난해 1분기 평균 수출단가가 1만 4100달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1년 새 5.8% 상승했다. 수출단가 증가는 완성차 5개사 모두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쌍용차가 1만 6700달러로 수출단가가 가장 높았고, 르노삼성 1만 6600달러, 현대차가 1만 6100달러, 한국GM 1만 4000달러, 기아차 1만 3900달러 순이었다. 전년 동기대비 수출단가가 많이 오른 제조사는 한국GM(10.7%), 기아차(8.7%), 르노삼성(5.9%), 현대차(1.1%), 쌍용차(0.2%) 순으로 나타났다. 수출액과 수출량이 모두 늘어난 가운데 평균 자동차 수출단가가 올랐다는 것은 중·대형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이른바 ‘비싼 차’를 더 많이 수출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올해 1∼3월 현대차의 중형 SUV 싼타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9.9% 늘어난 2만 2250대가 수출됐고 기아차의 대형 세단 K9은 무려 136.8%나 증가한 1693대가 해외로 팔려 나갔다. 또 해외에서 이른바 ‘제값 받기’가 자리를 잡고 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 하락과 엔저 등 악조건 속에서 평균 수출단가가 높아진 점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산림경영 길을 찾다] (하) 뉴질랜드 목재수출 전략 및 국내 원목수급 파장

    [산림경영 길을 찾다] (하) 뉴질랜드 목재수출 전략 및 국내 원목수급 파장

    뉴질랜드 타우랑가 항구에는 규격에 맞춰 잘라진 원목들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쌓여 있다. 마치 ‘나무로 만든 성’을 연상케 한다. 타우랑가 항구는 뉴질랜드 최대 원목 수출항으로 목재를 실은 트럭의 행렬이 끊이질 않는다. 북섬에 산재한 목재생산 경영림(산판)과 철도로 연결돼 각 지역에서 운송된 나무들을 기차에서 내려 배에 선적하는 작업이 진행된다. 철도로 수송되는 목재는 경영림 주변에 있는 야적장에서 나무의 이력 등이 입력된 바코드 부착작업이 이뤄지는 반면 차량으로 운송되는 목재는 항구 주변 검사소에서 이런 작업을 거친 뒤 항으로 들어온다. 항구와 인근 바다에는 뉴질랜드산 원목을 세계 각지로 실어나르기 위한 배들이 선적을 기다리며 정박하고 있다. 목재 수출국의 면모가 느껴진다. 축구장 크기만 한 파나마 국적의 원목 운반선인 ‘울트라 트레디션호’(5만 6000t급)에 올랐다. 뉴질랜드의 대형 목재수출업체인 PFP가 중국으로 수출하는 원목을 옮길 수송선이다. 배 한 척에 실리는 목재가 자그마치 13만개에 달한다. 기스본에서 30%를 선적한 가운데 타우랑가 항구에서 원목을 싣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선적이 마무리되는 데 꼬박 6~7일이 소요될 예정이다. 대형 크레인으로 옮겨진 원목을 배 안에서 차곡차곡 쌓는 지게차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모든 작업은 기계화로 진행돼 엄청난 크기의 중장비만 움직일 뿐 작업자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원목 운반선은 바닥부터 갑판까지 목재를 쌓는데, 선적이 끝난 배는 컵 위에 볼록한 크림을 올려놓은 듯한 모습이 된다. 수출되는 원목에는 업체 로고와 바코드 등 원목의 신분을 알 수 있는 표식이 붙어 있어 뉴질랜드 수출업체 현황을 가늠해볼 수 있는 현장이기도 하다. 뉴질랜드의 주요 목재 수출국(수출액 기준)은 중국(33%), 호주(17%), 일본(12%), 한국(10%), 인도(6%) 등이다. 한·중·일 3국이 55%를 차지한다. PFP의 피터 클래이턴 매니저는 “현재 세계 목재시장은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면서 “한국이 안정적 목재 수급 기반을 마련하려면 국내뿐 아니라 해외 조림지를 확보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목재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목재의 이용, 가공 등 현장을 아는 전문가 양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가장 많은 원목을 수입하는 뉴질랜드가 최근 자국의 목재산업 발전과 목재의 부가가치 제고를 위해 가공 수출을 확대할 계획으로 알려지면서 비상이 걸렸다. 국내 수입 원목(375만 7000㎥) 중 68.4%(256만 9000㎥)이 뉴질랜드에서 수입된다. 목재 수입국에서는 원목을 들여와 용도에 맞춰 제재해 사용하는 것이 경제적이다. 뉴질랜드가 원목 수출을 줄일 경우 우리나라의 비용 부담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뉴질랜드의 경우 목재 수출에서 원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58%에 달한다. 이어 제재목(17%), 목재펄프(12%), 종이와 판지 및 판자제품(각각 6%) 등의 순이다. 그러나 수출금액을 보면 원목 비중이 32%에 불과하다. 오히려 종이와 판지가 19%로 급상승하고 제재목(16%), 목재펄프(12%), 기타(10%) 순으로 역전된다. 원목을 수출하는 것보다 가공해 시장에 내놓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 큰 이득을 가져다 준다. 뉴질랜드 국립산림연구소의 존 무어 박사는 “과거 뉴질랜드 임산업은 원목 수출에 집중됐지만 최근 바이오소재 개발과 재생가능한 바이오매스 이용 활성화, 바이오 연료 개발 등에 대한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목재 산업의 경제적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고부가가치 산업과 연계시키는 데 예산과 인력 투입을 확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글 사진 타우랑가(뉴질랜드)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산림경영 길을 찾다] (상) 세계 최대 단일조림지 뉴질랜드 카인가로아 경영림을 가다

    [산림경영 길을 찾다] (상) 세계 최대 단일조림지 뉴질랜드 카인가로아 경영림을 가다

    우리나라는 산림 면적이 전 국토의 64%(637만㏊)에 달하는 산림국가다. 2012년 기준으로 임목 축적(나무의 양)이 1㏊당 126㎥로 산림 녹화 시작 전인 1960년대 초반(10㎥)과 비교할 때 12배 이상 성장했다. 산림의 공익적 가치는 총 109조원, 국민 1인당 연간 216만원의 ‘무형의 혜택’을 제공한다. ‘숲’이라는 건강 자산을 활용한 산림복지가 실현되는 등 선진국 수준의 그린 인프라도 갖췄다. 숲의 기능과 역할은 확대됐지만 경제성은 상대적으로 외면받았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목재 수요량(2815만㎥)의 83%(2325만㎥)를 수입했다. 목재 자급률이 하위국 수준인 17%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수요 증가와 자국 산업 보호, 원목세 도입, 수입 쿼터제 등 환경의 변화로 해외에서 목재를 들여오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목재 자립을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목재 공급이 가능한 ‘비축 기지’(경제림) 확보가 시급하다. 다행히 우리 산림은 60% 이상이 30~40년생의 성숙기 나무들이라 자원화 기반은 마련돼 있다.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가 과제인 셈이다. 임업을 기반 산업으로 육성한 뉴질랜드의 산림경영을 2회에 걸쳐 조명한다. 뉴질랜드 최고의 관광도시인 로토루아 인근에는 단일 조림지(라디에타 소나무)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카인가로아 경영림(19만 7000㏊)이 있다. 제주도 면적(18만 4800㏊)에 가까운 평지에 숲이 조성돼 장관을 이룬다. 한국에서 50년 이상 키워야 가능한 지름 40㎝ 이상의 라디에타 소나무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숲을 통과하는 도로와 임도가 셀 수 없이 많은데 도로 곳곳에서는 벌채한 나무를 싣고 어딘가로 향하는 대형 화물차들이 끊임없이 나타난다. 뉴질랜드의 산림경영 방식은 다양하다. 카인가로아는 땅 주인(마오리족)과 투자자, 관리 운영자가 서로 다르다. 운영 관리는 숲 관리 전문 기업인 ‘팀버랜드’가 맡고 있다. 카인가로아에서 생산되는 목재는 연간 400만㎥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원목 생산량(490만㎥)과 맞먹는다. 1년 평균 재조림 면적이 6000㏊인 점을 감안할 때 숲 전체 벌채가 이뤄지려면 30년이 소요된다. 목재 1㎥란 가로와 세로, 높이가 각각 1m인 나무인데 지름이 46㎝, 높이가 15m 되는 나무를 벌채해야 생산할 수 있다. 30년생 라디에타 소나무는 직경이 최대 70㎝, 높이가 45m에 이른다. ‘돈이 되는 목재 생산’으로 관련 산업이 발전했고 750~1000명의 고용도 창출됐다. 평지이고 면적이 넓다 보니 나무를 자르고 운반하는 과정이 기계화됐다. 팀버랜드는 자체 양묘장과 나무공장(KPP), 생산된 목재를 철도로 인근의 타우랑가 항구까지 이동시키기 위한 야적장을 보유하고 있다. 숲을 중심으로 한 경영단지가 형성돼 있는 것이다. KPP는 1990년대 만들어진 세계 유일의 나무공장으로 나무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한다. 현장에서 가지치기한 목재가 이곳으로 옮겨지는 순간 운명이 결정된다. 컨베이어벨트에 올려진 나무는 나무껍질이 제거된 뒤 레이저로 형상과 밀도를 측정하고 등급·길이별로 절단하는 과정을 거쳐 자동 분류된다. 가장 좋은 나무는 현장에서 방부 처리하고 용도가 떨어지는 목재는 톱밥, 제거된 껍질은 파쇄해 합판이나 바닥용으로 재분류해 가공공장에 보내진다. 벌채된 나무에서 버려지는 게 하나도 없다. 앤드류 패디 팀버랜드 부사장은 “목재산업은 생산 및 물류 비용을 낮추는 것이 경쟁력”이라며 “카인가로아에서 생산된 목재가 항구로 이동해 수출 선적되는 데 7일이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으로는 한솔이 뉴질랜드에서 처음 조림사업을 시작했다. 한솔은 마오리족과의 합작 사업을 통해 1996년부터 2003년까지 기스본의 마오리족 토지(1만㏊)에 260만 그루의 라디에타를 조림했다. 한솔이 목재 생산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하고 벌채 수익을 나누는 방식이다. 벌채 가능 지역은 8000㏊로 올 하반기 시범 벌채가 예정돼 있어 관심이 높다. 본격적인 벌채는 2017년부터 2031년까지 진행될 계획인데 2017년 9만㎥를 시작으로 총 550만㎥를 생산할 계획이다. 우리나라 원목 수입량(375만㎥)의 1.5배에 달한다. 특히 카인가로아와 달리 일부 산악 지형에 조림이 이뤄져 간벌과 가지치기, 벌채 과정이 우리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수 있다. 석필선 한솔홈데코 뉴질랜드 법인장은 “기스본 지역은 한국에 비해 나무 성장 속도가 5배 이상 빠르고 우수한 육종 기술과 선진화된 임업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면서 “30년 이상 장기 투자로 국내 목재 자원 및 탄소배출권 확보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이 기대된다”고 소개했다. 뉴질랜드의 산림산업이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오랜 연구와 투자, ‘선택과 집중’에 의한 결과다. 목재 수출액은 연간 45억 달러(이하 뉴질랜드 달러·약 4조 1364억원)로 뉴질랜드 전체 수출액의 10%를 차지한다. 2012년 기준 목재 생산량이 2745만 3000㎥로 우리나라의 1년 수요와 맞먹는다. 이 중 50%는 원목으로 수출하고 나머지는 뉴질랜드에서 가공해 소비하거나 수출한다. 2025년까지 연간 3500만㎥로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목재 생산은 전체 산림(812만㏊)의 21.2%인 인공림(172만㏊)에서 이뤄진다. 보존 산지는 철저히 관리하되 목재 생산을 위한 경영림은 최적의 생산이 가능하도록 체계화했다. 연간 5만㏊ 조림이 이뤄지는데 4만㏊는 벌채지 조림이고 1만㏊가 신규 조림이다. 조림 수종은 라디에타 소나무가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라디에타는 원래 미국 캘리포니아가 원산지로 1860년에 도입됐다. 형태가 좋지 않고 가지와 송진이 많아 경제성이 떨어지는 수종이라 용재수가 아닌 방풍림으로 심었다. 이 과정에서 직경이 크고 빨리 자란다는 점에 주목했다. 뉴질랜드는 1950년대 라디에타 개량을 위한 육종 연구에 나서 ‘뉴질랜드산 소나무’를 탄생시켰다. 이를 발판으로 뉴질랜드는 세계 최대 라디에타 생산국이자 임업 선진국으로 도약했다. 벌채가 가능한 라디에타의 ‘벌기령’은 30년으로 26~32년 사이에 벌채한다. 산림청 산하 녹색사업단의 공영호 글로벌사업본부장은 “뉴질랜드 임업은 정부가 육종 연구와 조림 등의 기반을 갖춘 뒤 민간에서 경영하는 방식으로 관련 시설이 집적화돼 있다”면서 “삽목이나 클론묘목 조림이 이뤄지면서 생산량을 예측할 수 있는 과학적 임업 체계도 갖춰졌다”고 평가했다. 뉴질랜드는 육종부터 조림, 가지치기 등 전 과정이 우리나라와 차별화된다. 팀버랜드 양묘장(20㏊)에서는 1년에 700만 그루의 묘목을 생산하고 있다. 70%는 우수한 어미목에서 올라오는 새순을 잘라 땅에 심는 삽목 방식으로 생산하고 30%는 씨를 뿌려 묘목으로 키운다. 1000그루 기준 씨앗 식재 때 600~700달러(55만~64만원)가 들지만 삽목은 300~400달러로 경제성이 높다. ‘클론묘’는 품질을 담보할 수 있지만 비용이 높아 별도 관리한다. 양묘장에서 1년을 키운 묘목들은 조림목으로 사용하는데 삽목은 수직근이 없는 대신 좋은 목재의 조건인 굵은 근원경과 여러 개의 뿌리를 가지고 있어 이식을 하더라도 협착력이 뛰어나다. 조림 후에는 나무 주위에 스프레이형 제초제(릴리스)를 뿌린다. 풀이 자라 어린 나무의 성장을 방해하는 걸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초기 관리 부담을 최소화했다. 우리나라는 환경 논란 속에 조림 후 3년간 사람이 투입돼 풀베기를 해 주는데 비용과 시간이 엄청나기 때문에 “조림보다 관리가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환경에 대한 규제가 심한 뉴질랜드에서 문제 제기가 없는 것을 고려할 때 검토해 볼 만한 과제다. 목재 품질 향상을 위해 나무가 어릴 적에 가지치기를 한다. 옹이가 생기는 것을 차단해 수형이 곧고 성장이 잘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기후 조건 등을 감안하더라도 1㏊당 연간 목재 생장량(MAI)이 24㎥로 우리나라보다 최대 8배나 많다. 산림과 목질계 재료 및 바이오 소재 등을 연구하는 사이언의 존 무어 연구원은 “나무를 심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형질이 좋은 육종을 생산하는 것이 핵심 가치였다”면서 “라디에타 육종 연구과 함께 조림, 간벌, 생산까지 일련의 과정이 체계화됐다”고 소개했다. 국립산림과학원 황재홍 박사는 “여건과 환경이 우리와 다르지만 (뉴질랜드는) 연구 개발 성과가 현장에 그대로 적용되는 등 유기적인 네트워크가 구축돼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산림의 생육 환경이 좋아졌기에 목재 생산을 위한 ‘한국형 나무’ 개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 사진 로토루아(뉴질랜드)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對日 막걸리 수출 2년새 3분의1로 줄어

    對日 막걸리 수출 2년새 3분의1로 줄어

    막걸리의 일본 수출량이 2년 새 3분의1로 줄었다. 일본 내 한류 열풍의 퇴조, 장기적인 엔저(円低)현상, 극저도수 술을 찾는 경향 증가 등이 원인이다. 대신에 정부는 최근 저도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중국 수출 활성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3일 발표한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보고서(인삼·홍삼음료, 전통기름, 탁주편)’에 따르면 전체 탁주 출고량(막걸리와 동동주 등)은 2011년 45만 8000t에서 2012년 44만 8000t으로 줄었다. 국내 수요보다 일본의 막걸리 열풍이 식어버린 것이 주원인이다. 지난해 일본 막걸리 수출액은 1362만 5000달러(약 144억원)로 2011년(4841만 9000달러·약 512억원)의 28% 수준이 됐다. 3분의1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일본 내 한류 열풍은 반한 감정으로 급격히 시들고 있다. 또 엔저 현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이번 달부터 소비세를 올렸다. 가계가 소비를 줄이고 경기둔화로 이어질 경우 엔저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일본 내 막걸리 가격은 더 인상될 수밖에 없다. 막걸리 열풍을 일으키던 일본 내 젊은 여성들이 4도 이하의 극저도수 술을 찾으면서 막걸리 수출의 퇴조는 더 심해졌다. 막걸리 평균 도수는 6~8도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알코올 도수를 더 낮춘 막걸리를 개발 중이지만 이보다는 이제 막 저도수 술에 관심을 갖는 중국 수출에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중국 3개 도시에서 324명에게 설문한 결과 선호 주류는 우리나라 술(58.6%·중복응답)이 맥주(63.3%)에 이어 2위였다. 일본 청주 및 양주뿐 아니라 중국 술보다 높다. 한편 지난해 인삼·홍삼 음료의 소매시장 규모는 2896억원으로 2012년(3251억원)보다 10.9% 줄어들면서 2010년 이후 3년 연속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효과가 즉시 나타나는 에너지 드링크, 카페인 음료 구입 등이 많아지면서 홍삼 드링크의 매출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교역량 71억弗… 10년새 4.5배↑

    교역량 71억弗… 10년새 4.5배↑

    2004년 4월 1일 우리나라와 첫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칠레와의 교역 규모가 10년 사이 4.5배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청이 31일 발표한 ‘한·칠레 FTA 발효 10년’ 자료에 따르면 2003년 16억 달러이던 교역량은 지난해 71억 달러로 4.5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에 우리나라 전체 교역량 증가(2.9배)나 칠레와의 교역 구조가 유사한 일본의 칠레 교역 증가 폭(2.6배)을 훨씬 웃돌았다. 칠레 수출은 2003년 5억 달러에서 2013년 25억 달러로 4.8배 증가했고, 특히 2005년 이후 한국의 수출량이 일본을 추월했다. 수입은 11억 달러에서 47억 달러로 4.4배 이상 늘었다. 1만 달러 이상 수출품목은 670개에서 1118개로 66.9% 증가하면서 수출품목이 다변화되고 있다. 주력 수출품은 단연 자동차다. 2003년 수출액이 1억 6000만 달러로 칠레 수출액의 31.3%를 차지했지만 지난해는 비중이 52%에 이르는 12억 8000만 달러로 최대 수혜 품목으로 평가됐다. 석유제품과 합성수지, 무선통신기기 등도 최대 4배 이상 수출이 증가했다. 칠레에서 들여오는 주력 수입품은 동(銅)제품(16억 5000만 달러)과 동광(16억 2000만 달러), 제지원료(2억 9000만 달러) 등의 순이다. 기호식품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포도주는 2003년 300만 달러에서 3600만 달러로, 과일주스는 10만 달러에서 3000만 달러로 급증했다. 특히 포도주는 전체 포도주 수입에서 금액에서는 한국이 프랑스에 이어 2위, 중량으로는 1위로 사실상 최대 수입국이다. 지난해 한국의 대 칠레 100대 수출품목 중 수입시장 점유율에서 1위를 차지하는 품목은 22개, 2위 33개, 3위 13개 등 5위 이내 품목이 84개로 집계됐다. 이로써 중국(68개), 미국(64개)을 넘어 FTA가 양국 간 교역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됐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기고] 한류로 희스토리 만들기/박성현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조사연구팀장

    [기고] 한류로 희스토리 만들기/박성현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조사연구팀장

    ‘별에서 온 그대’ 열풍이 중국 대륙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한 지인에 따르면 만나는 사람들마다 “김수현을 아느냐, 전지현을 봤느냐”라고 물어보는 통에 ‘별그대’ 현상이 마냥 신기했단다. 드라마의 인기로 중국에 진출한 의류, 화장품, 음식 업계는 유례없던 매출 상승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야말로 ‘별그대’가 가져다준 희(喜)스토리다. 중국 매체들은 이상열기에 가까운 이 현상을 보도하기 위해 한국을 찾고 있다. 필자도 중국 유명잡지인 ‘와이탄 화보’의 인터뷰 요청에 응했다. 기자는 김수현이 왜 인기가 있는지, 85년생 배우들이 기존 배우들과 다른 점은 무엇인지부터 시작해 우수한 드라마를 생산해 낼 수 있는 한국의 드라마 제작시스템을 무척 궁금해했다. 원론적인 이야기로 한국 드라마 제작시스템의 우수성을 나름 잘 포장해 넘어갔지만 사실 내가 바라본 드라마 생태계는 희(唏)스토리다. 치솟은 드라마 제작비는 광고수입을 초과한다. 자료에 따르면 2012∼2013년 방송사 회당 광고수입은 평균 3억 2000만원 정도인데 드라마 제작비로 회당 평균 3억 6000만원 지출됐다. 드라마를 제작하는 외주제작사는 보통 절반에 못 미치는 제작비용을 방송사로부터 받고 나머지 절반 이상의 제작비는 일본 콘텐츠 유통업자와 기업 광고협찬인 PPL로 충당한다. 여기서 막장드라마는 탄생한다. 제작사는 부족한 제작비를 메우기 위해 기업의 PPL 유치에 열을 올린다. 보통 PPL은 시류에 민감한 제품들로 채워지기 때문에 몇 개월 혹은 몇 년 후에 방영될지 모를 사전제작 작품에 투자를 꺼린다. 또한 방송사는 완성된 작품을 방송할 경우 시청률이 나오지 않아도, 광고물량이 떨어져 나가도 조기 종영이라는 강수를 둘 수도 없다. 그래서 사전제작은 허황된 이야기일 뿐이고 쪽대본을 날려 그날 제작해 그날 방송하는 드라마 생태계가 조성된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방송사의 충분한 제작비 지원이 필요하고 높아진 배우와 작가들의 몸값을 낮춰야 안정적인 제작 기반이 형성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방송사들은 광고가 완판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며 현재 외주제작사에 지급하는 제작비도 적자를 감수하며 지원하고 있다며 볼멘소리다. 배우와 작가들은 출연료·작가료의 상한선을 정하는 것이 창의성을 요하는 드라마 산업에 맞지 않다고 지적한다. 제작비의 절반을 충당해 줬던 일본시장은 반한감정으로 설 자리를 점점 잃어가고 중국에서 인기가 뜨겁다고 하나 콘텐츠 수출액 자체는 초라하다. ‘별그대’ 21편이 대략 5억원 정도에 팔렸으니 2편의 제작비용도 안 된다. 어느 한쪽의 이야기만 들어서는 답이 없다. 메이저 제작사부터 중·소 제작사에 이르기까지, 지상파 방송국부터 케이블 방송국까지, 스타급 작가와 배우부터 최저생계비를 보장해줘야 하는 작가와 배우까지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정책토론 자리가 마련되면 정부 관계자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피하기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답을 찾아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것이 모두 다 즐거운 희(喜)스토리를 만들어가는 첫 단계다.
  • 1984년 카폰으로 이동통신 첫발… LTE-A 등 ‘세계 최초’ 기술 선도

    1984년 카폰으로 이동통신 첫발… LTE-A 등 ‘세계 최초’ 기술 선도

    1984년 차량전화서비스(카폰)로 이동통신 시장의 포문을 연 SK텔레콤(SKT)이 29일 창사 30주년을 맞는다. 그동안 SKT는 세계 최초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상용화(1996년), 롱텀에볼루션-어드밴스드(LTE-A) 상용화(2013년) 등 대한민국 이동통신 역사의 흐름을 크게 바꿔 왔다. 하성민 SKT 사장은 27일 서울 중구 을지로 SKT 본사에서 30주년 기념행사를 갖고 “SKT의 성장은 고객, 사회, 비즈니스 협력사와의 지지와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면서 “도전과 혁신으로 새로운 미래 30년을 준비하자”고 말했다. 하 사장의 목소리에는 이동통신 발전을 이끌어온 1위 사업자로서의 자신감이 묻어났다. SKT의 사사(社史)는 이동통신의 발전과 궤를 함께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SKT의 전신인 한국이동통신은 1996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 방식의 휴대전화 기술인 CDMA 상용화에 성공했다. CDMA 개발은 유럽 장비 등 수입에 의존했던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흐름을 바꾸고 세계 이통시장의 주도권을 완전히 뒤집은 일대 사건이었다. 그 이후 정보통신산업(유무선 통신 기기 및 서비스 등)은 지난해 기준, 국내 국내총생산(GDP)의 약 9.9 %를 차지할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유무선 통신 기기 수출액은 지난해 273억 4251만 달러로 CDMA 상용화 첫해인 1996년(18억 7321만 달러) 대비 약 15배 늘었다. SKT는 그 외 데이터 다운로드 속도도 획기적으로 줄여나갔다. CDMA 시대 800MB 용량의 영화를 받는 데 11시간 51분이 걸리던 것을 SKT는 2002년 3세대 CDMA 2000 1x 시대를 열어 속도를 44분 27초로 줄였다. 2013년 선보인 LTE-A 기술로 43초까지 줄였다. 이 모든 기술은 SKT가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 우리나라의 LTE 데이터 평균속도는 다운로드 30.9Mbps, 업로드 17.3Mbps로, 해외 7개 대도시(시애틀,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도쿄, 홍콩, 런던, 스톡홀롬)보다 다운로드는 1.4배(해외 평균 22.4Mbps), 업로드는 1.6배(11.1Mbps) 빠르다. 여기에 SKT는 올해도 기존 LTE보다 3배 빠른 ‘광대역 LTE-A’, 4배 빠른 ‘3Band LTE-A’ 등 선진기술의 상용화를 코앞에 두고 있다. SKT를 선두로 한 이동통신의 발전이 삼성·LG전자 등 단말기 시장의 성장을 견인했다는 평가도 있다. SKT 관계자는 “독일 자동차 산업이 세계 일류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속도 무제한의 자동차 전용 고속도로인 아우토반의 역할이 컸다”면서 “대한민국 단말기 산업의 발전은 이동통신의 빠른 네트워크 발전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통일독일에서 배운다] 총수출액 2% 규모 외화 송금… 한국 경제성장 ‘종잣돈’

    [통일독일에서 배운다] 총수출액 2% 규모 외화 송금… 한국 경제성장 ‘종잣돈’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하게 되면서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인 1960~1970년대 독일에 갔던 광부와 간호사들의 경제적 기여가 재조명되고 있다. 1년 6개월간 성실하게 외화를 송금해 서울 미아리 등지에 주택을 마련했던 파독(派獨) 노동자들은 당시 수출 규모의 2%에 가까운 외화벌이를 하면서 우리나라가 후진국을 벗어나는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이들이 독일 경제에도 도움을 주었다는 주장이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25일 문화체육관광부의 용역보고서 ‘광부·간호사를 통해 본 파독의 역사적 의미와 영향’에 따르면 파독 노동자의 한 해 송금액은 연간 국가수출액의 1.78%에 이른다. 1965년 송금액은 273만 4000달러로 총수출액(1억 7508만 2000달러)의 1.6%였고, 1966년에는 477만 9000달러로 총수출액(2억 5033만 4000달러)의 1.9%였다. 1963년 12월 22일 123명의 광부가 처음으로 독일행 비행기에 올랐다. 광부는 1977년까지 7936명이, 간호사는 1966년부터 1976년까지 1만 1057명이 독일로 건너갔다. 파독 근로자의 송금액은 1964년 국민총생산(GNP)의 0.003%(11만 2000달러)에 불과했지만 1975년 0.13%(2768만 달러)까지 늘어났다. 1인당 GNP가 100달러도 안 되는 최빈국인 한국의 근로자들은 일본, 터키, 유고슬라비아 등 다른 국가 근로자보다 절박했다. 외화 송금이 강제적인 조항은 아니었지만 이들에겐 외화벌이만이 목표였고, 전체의 60%가 국내에 자신이 번 외화를 송금했다. 김영환 한국파독광부간호사 간호조무사연합회 사무총장은 “3년 계약이었기 때문에 최소한의 생계비를 빼고 월급의 80%를 본국으로 송금하는 이도 많았다”면서 “잘살고야 말겠다는 절박함이 다른 선진국 노동자들과 달랐다”고 말했다. 이들이 벌어들인 외화는 국내 가족의 소비를 통해 경기 활성화에 기여했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4~1957년 미국에서 받은 연간 약 3억 달러의 무상 원조를 정부는 전쟁 복구와 생필품 구입에 사용했다. 이후 1961년까지 받은 연간 2억~3억 달러의 미국 원조는 소비재 수입에 사용됐다. 1962년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이 시작되면서 막대한 자금이 필요해졌고, 정부는 외화가 절박했다. 정부는 파독 근로자의 송금에 우대 환율을 적용했고 이자가 붙는 외화정기예금으로 송금할 수 있게 했다. 파독 광부의 경우 당시 국내 실업 해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탄광 노동에 대졸 출신의 고학력자가 몰리는 상황이었다. 1973년 국내에서 실직한 광부는 8898명이나 됐다. 1974년 892명의 광부의 서독으로 취업했다. 최근에는 파독 근로자들이 독일 경제에도 기여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서독은 1950년대에 부족한 노동력을 동독 탈출자로 메웠지만 1961년 장벽을 설치하면서 다른 공급처가 필요했다. 이 자리를 기술연수생 신분의 한국인 파독 광부가 메웠다. 직업기술교육은 계약 만료 후 독일에 남은 경우만 해 줬다. 독일에 다녀온 광부 중 단 2명만이 국내 광산에 취업했다. 기술연수생이 아닌 독일의 근로자였던 셈이다. 윤용선 한성대 역사문화학부 교수는 “서독의 입장에서 기술연수생제도는 저개발국가에 대한 기술 원조가 아니라 부족한 노동력을 유연하게 충원할 수 있는 경제적으로 유용한 수단이었다”며 “결국 노동시장에서 한국과 독일 간에 최대의 이익을 추구하는 경제적 과정이었던 셈”이라고 설명했다. 노명환 한국외국어대 사학과 교수는 “한국 경제성장에 기여한 것을 넘어서 파독 근로자들은 한국의 국제화와 세계화에 분수령을 이루는 중대한 역할을 수행했다”며 “외국인 노동자 유입 시대를 맞은 지금 우리는 이 경험을 성찰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열린세상] 미디어, 아프리카 재현방식 바꿔야 한다/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열린세상] 미디어, 아프리카 재현방식 바꿔야 한다/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지난해 한 구호개발단체로부터 한국의 미디어들이 아프리카를 어떻게 묘사하고 있는지를 분석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언론의 사회적 현실 구성에 관한 연구가 전공이기도 하지만, 집의 아이들이 해외와 국내 구호단체에 정기적으로 후원금을 보내고 있는 터라 선뜻 받아들였다. 먼저, 다국어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를 뒤졌다. 아프리카는 지표 표면의 6%와 육지면적의 20.4%를 점유하고, 54개의 자치 국가에 세계 인구의 15%인 11억명 이상(2013년 기준)이 살고 있는 거대한 대륙이었다. 하지만 관련 자료에 따르면 한국과 아프리카의 교류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전체 교역규모에서 아프리카 지역 수출액(111억 달러)과 수입액(57억 달러)이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1.99%와 1.12%(관세청·수출입무역통계 자료)였고, 아프리카 대륙 출신 등록외국인 숫자는 6382명으로 전체의 0.68%(출입국·외국인 정책본부 ‘2012년도 출입국 통계연보’)에 불과했다. 아프리카를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매우 제한된 현실에서 대개의 한국인들은 미디어를 통해 관련정보를 학습한다. 그리고 미디어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아프리카에 대한 특정한 이미지를 갖게 된다. 우리의 머릿속에 형성되는 아프리카의 모습은 미디어의 묘사 방식에 의해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미디어가 아프리카의 객관적 현실을 충실히 전달한다면 실제의 아프리카와 머릿속에 그려진 아프리카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미디어가 특정 측면에만 주목할 경우 우리는 왜곡된 이미지를 가질 수밖에 없다. 2012년 9월부터 2013년 8월까지 신문과 방송의 뉴스를 분석해보니 아프리카 국내 정치상황이나 외교문제를 다룬 기사가 70%에 달했다. 정치의 경우 쿠데타, 내전, 폭동, 정부군과 반군의 무력 충돌에 관한 내용이, 그리고 외교는 외국인 인질 참사, 리비아 사태에 대한 유엔 제재, 나이지리아 한국인 납치 사건, 유럽의 아프리카 정치 개입, 소말리아 해적 등이 주요 뉴스로 다뤄졌다. 전근대적인 정치체제와 권력자의 독재, 내전으로 인한 불안정, 이로 인해 고통받는 국민 등 우리 미디어에 비추어진 아프리카는 폭력과 갈등으로 가득한 위험사회였고, 아프리카인들은 서방세계의 지원 없이는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존재였다. ‘갈등·폭력·배고픔으로 가득한 아프리카’, ‘외부의 도움 없이는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무능력한 아프리카인’이라는 이미지는 뉴스와 광고 그리고 모금방송에 의해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아프리카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도 미디어 묘사와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초등학생·중고등학생·대학생·성인들을 대상으로 초점집단인터뷰를 진행했더니 서두에 언급한 아프리카 관련 기초 정보를 알고 있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아프리카를 실제 경험하지 못한 이들은 마치 직접 체험한 것처럼 머릿속의 이미지를 현실로 인식하고 있었다. 초점집단인터뷰 참가자들의 답변은 연령층에 관계없이 유사했다. 그런데 아프리카 지역을 방문한 경험이 있거나 다큐멘터리와 같은 진지한 프로그램들을 많이 시청한 이들 혹은 아프리카 문화를 체험한 학생들의 인식은 상대적으로 긍정적이었다. 이들에게 아프리카는 폭력과 배고픔이 만연한 검은 대륙이 아닌 다양성이 가득하고 발전 가능성이 무궁한 푸른 대륙이었다. 전문가들은 언론인들의 무지와 자민족 우월주의가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적 관점을 확대 재생산하는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갈등과 인간적 흥미에 높은 뉴스가치를 부여하는 언론의 관행 또한 아프리카 묘사에서도 그대로 재현된다. 소말리아의 기근과 수단의 난민이 아프리카 전체의 문제가 아니듯이, 일부 지역의 사건을 일반화하는 오류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프리카 개별 국가의 정치·사회적 배경과 역사적 맥락에 관심을 갖고 외부 관찰자 관점이 아닌 내부자 관점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이 당면한 문제들을 조명하려고 노력할 때 미디어는 아프리카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확산시키는 주범이라는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있다.
  • [커버스토리-한국 방위산업 현주소] 대한민국 ‘명품 무기’ 안녕하십니까

    [커버스토리-한국 방위산업 현주소] 대한민국 ‘명품 무기’ 안녕하십니까

    극한 기후에서 실력을 입증한 한국형 헬기 ‘수리온’은 국내 민·군 기술협력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수리온의 개발비용으로 1조 2950억원이 투입됐지만 민수헬기 개발 기반까지 고려하면 경제적 파급효과는 13조 8000억원, 고용창출 효과는 5만명에 달한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압축성장에 따른 취약한 기초 기술과 낮은 국산화율, 당국의 원칙 없는 방산정책 등 걸림돌도 많아 우리 방위산업의 ‘하부기반’은 여전히 취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형 헬기 ‘수리온’·FA50 등 해외수출 날개 군이 자랑하는 국산 명품무기는 수리온 이외에도 K9 자주포, T50 고등훈련기, 함대함 유도미사일 ‘해성’, 지대공 미사일 ‘천궁’ 등이 있다. 이 밖에 아직 전력화되지 않은 K2 차기 전차, K11 복합소총, 대잠수함 유도미사일 ‘홍상어’ 등이 시험평가 등을 거치고 있다. 특히 10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1999년 전력화된 K9 자주포는 국산 명품 무기 1호로 꼽힌다. K9 자주포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연구개발을 주도하고 삼성테크윈이 생산했으며 2001년 독일의 판저하이비츠(PzH2000), 미국의 팔라딘 등을 제치고 10억 달러에 터키로 수출됐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KT1 훈련기를 인도네시아와 터키, 페루에 수출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T50훈련기를 경공격기로 변환시킨 FA50을 이라크에 판매하는 계약을 성사시켰다. 계약금액은 수출액 11억 3000만 달러와 후속 군수지원 10억 달러를 합쳐 21억 달러(약 2조 2100억원)에 달해 방위산업 분야 단일 계약으로는 최대 규모다. ●결함투성… 소형차 만들 수준인데, 경주용 요구 하지만 ‘명품무기’란 이름이 무색했던 사례도 적지않다. 현대로템이 K2 차기전차를 개발하면서 2008년 터키의 방산업체 오토카르에 4억 달러 규모의 기술협력 계약을 맺고 전차 기술을 전수해주기도 했지만 정작 핵심 부품인 파워팩(엔진+변속기)을 국산화시키지 못하면서 우리 군의 전력화가 지체됐다. 대잠수함 유도미사일 ‘홍상어’는 잦은 시험발사 실패로 성능 결함 논란을 불러일으켜 다음 달 최종 시험평가를 앞두고 있다. 국산복합소총 K11은 장애물 뒤에 숨은 적군의 상공에서 탄을 폭발시켜 파편으로 적을 제압하는 기능으로 주목받았지만 2011년 폭발 사고 이후 개선 절차를 거쳤음에도 지난 12일 다시 폭발사고를 일으켜 보급이 중단된 상태다. 방산업체 관계자들은 군 당국이 우리 국방기술능력에 비해 조급하게 과도한 성능 발전을 요구한다고 항변하기도 한다. 국내 국방기술로 소형 자동차 정도를 만들 수 있는 수준인데 경주용 자동차를 요구한다는 의미다. 한 방산 전문가는 21일 “전차의 핵심부품인 1500마력의 파워팩을 만드는 데 독일은 2차대전부터 노하우가 쌓여온 반면 한국은 짧은 시험평가와 시제기로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해왔다”라고 말했다. ●국산화율 높이려면 연구개발 투자 축적돼야 우리 무기의 국산화율 제고도 과제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K9자주포의 국산화율은 77.2%, 해성 미사일은 83.05%, 천궁 미사일이 78.5%로 집계됐지만 T50 항공기와 수리온 헬기는 60.6%, 63.25%에 그친다. 이는 고부가가치의 엔진 등 핵심기술 개발과 기술의 완전한 자립이 아직 먼 길임을 보여준다. 특히 방산 부문은 수요도 한정돼 있고 전반적으로 매출 규모에 비해 많은 설비와 연구개발 투자가 축적되어야 한다. 업체들도 정부 지원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2년 주요 방산업체들의 자체 연구개발(R&D)투자는 1952억원으로 자동차 산업의 4%, 기계의 7.2% 수준에 불과하다. 안영수 산업연구원 방위산업실장은 “업체들이 방산 수요자인 군 당국의 전력화 시기에 무조건 납기를 맞추려다 보니 새로운 부품을 개발하려 하기보다 리스크가 적은 해외 제품들을 수입해 쓰기도 한다”면서 “이는 중소협력업체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사건 터질때마다 땜질식 처방… 도덕적 해이 야기 무원칙의 정부정책도 방산업체들의 도덕적 해이를 일으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군은 지난 2006년부터 낭비를 줄인다는 이유로 군납품 가운데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위험도가 낮은 품목들의 품질관리는 계약업체에 위임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납품업체들이 규격 미달의 부품을 납품하고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규격 미달의 제품을 납품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방사청이 지난해 도입해 업체들에 적용하는 ‘사업수행 성실도 평가’ 제도는 여타 규제와 중복되고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될 소지가 커 업체들을 옭아맨다는 불평도 나온다. 한 방산업체 관계자는 “필요한 규제는 줄이고 불필요한 규제만 양산하는 원칙 없는 규제개혁”이라면서 “기존 제도를 잘 활용하기보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땜질식으로 제도를 신설하는 식의 대응으로는 산업구조를 선진화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장은 “방위산업은 일반 시장에서 거래하는 민수제품과 달리 수요가 많지 않고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 시장의 경제성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이 과제”라면서 “연구개발 등 곳곳에 내재된 ‘손톱 밑 가시’를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사청 KFX사업, 창조경제 날개 달까 방위사업청은 지난 1월 한국형 전투기 120여대를 국내에서 개발하는 보라매 사업(KFX) 체계개발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2023년을 목표로 현재의 KF16 전투기보다 뛰어난 초도기를 생산할 계획이다. 항공산업이 창조경제의 효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넘어야 할 벽도 만만치 않다. 항공산업은 기계, 전자, 소재 등 분야별 첨단기술이 복합된 종합시스템 산업이자 다른 첨단산업의 기술개발을 선도하는 ‘선진국형 산업’이다. T50 훈련기 1대가 쏘나타 1250대와 맞먹는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평가다. KFX사업의 산업파급효과는 약 19조원에서 24조원, 고용효과는 4만~9만명으로 추정된다. 민간산업이나 항공우주산업 등에의 기술파급효과도 약 4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항공산업은 천문학적 연구개발비에 비해 고객이 국가나 소수의 항공사로 한정돼고 대규모 투자비를 회수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려 정부의 의지가 관건이다. 정부는 KFX 개발 비용이 최소 6조 4000억원에서 최대 16조 9000억원까지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국방부는 이를 2015~2019 국방중기계획에 반영하고 관련기관과 협의를 통해 예산을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6조원이 넘는 예산을 조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 세계 전투기 시장 전망도 변수다. KFX 사업은 미국의 최첨단 F35 스텔스기와 같은 ‘하이(High)급’이 아닌 그보다 한 단계 낮은 ‘미들(Middle)급’ 전투기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미국의 군사정보 분석기관 IHS 제인스사는 한국형 전투기가 생산될 무렵인 2025년부터 2040년까지 이스라엘,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핀란드, 싱가포르 등에서 220~676기의 수요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202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현재 세계적으로 운용되는 미국의 FA18, F16, 프랑스의 라팔, 러시아의 MIG29 등은 단종이 예상돼 우리보다 앞서 개발 중인 중국의 J20이나 인도의 AMCA 전투기 등이 경쟁 기종이 될 것 같다.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들 전투기보다 낮은 획득 단가와 운용유지비가 관건이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김규환 선임기자의 차이나 로드] 꺾인 中 성장세…꺼져 가는 버블

    [김규환 선임기자의 차이나 로드] 꺾인 中 성장세…꺼져 가는 버블

    지난 18일 오후 중국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중국 저장(浙江)성 펑화(奉化)시 소재 부동산 개발 회사인 저장싱룬즈예(興潤置業)가 35억 위안(약 6095억원)의 채무를 갚지 못해 부도를 내는 등 연일 부도 소식이 전해지면서 중국 금융시장이 ‘채무 불이행(디폴트) 공포’에 휩싸였다. 7일에는 태양광 업체 상하이차오르(上海超日)가 10억 위안의 회사채 이자 8980만 위안을 지급하지 못해 디폴트를 선언했고, 12일에는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허베이(河北)성 소재 태양광 패널 업체 바오딩톈웨이바오볜(保定天威保變)의 채권과 주식 거래가 일시 정지됐다. 14일에는 산시(山西)성 윈청(運城)시 소재 산시하이신(海?)철강도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해 디폴트 위기를 맞았다고 관영 통신사 중국신문망이 19일 보도했다. 중국 증시에서 디폴트가 우려되는 기업은 55~60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즈웨이(張智威)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에 대한 지나친 투자가 중국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라며 “저장싱룬즈예는 그동안 파산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부동산 개발 업체로 지목돼 왔다”고 밝혔다. ●2월 수출액 작년比 18% 곤두박질 ‘차이나 리스크’가 세계 경제의 화두로 등장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8%대 안팎의 고도성장을 지속하며 세계 경제를 주도하던 중국 경제가 올 들어 급격히 둔화세를 보이며 빨간불이 켜졌다. 1~2월 수출 및 산업 생산이 목표치를 크게 밑돌았고 부실 금융과 기업 부도까지 겹치는 등 ‘트릴레마’(삼중고)를 겪고 있다. 21일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2월 수출액은 1140억 9400만 달러(약 123조 4382억원)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8.1%나 곤두박질쳤다. 시장 전망치는 5% 증가였다. 무역수지도 흑자를 예상했지만 오히려 229억 8900만 달러 적자로 나타났다. 1~2월 산업 생산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8.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시장 전망치 9.5%는 말할 것도 없고 지난해 12월(9.7%)에도 크게 못 미쳤다. 2009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중국 국가통계국이 밝혔다. 소매 판매와 사회간접자본(SOC) 등에 투입되는 고정자산투자도 부진했다. 소매 판매 증가율은 지난해 12월보다 1.8% 포인트 하락한 11.8%에 불과하다. 고정자산 투자 증가율도 17.9%로 2001년 이후 가장 낮다. 다리우시 코발치크 프랑스 크레딧 아그리콜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지표가 이례적으로 큰 폭으로 떨어졌다”면서 “경기 모멘텀이 크가 악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부동산 시장에도 불안감이 뚜렷해지고 있다. 저장성 항저우(杭州), 장쑤(江蘇)성 창저우(常州) 등의 부동산 가격은 최근 30% 이상 급락하면서 부동산 거품 붕괴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중국경제주간(中國經濟周刊)이 12일 보도했다. 대도시 부동산은 불패 신화를 이어 가고 있지만 지방 부동산은 대폭 하락하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유령도시를 뜻하는 ‘구이청’(鬼城)은 부동산 시장이 처한 현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구이청은 개발업자가 수요를 무시하고 건설을 강행해 발생한 미분양 아파트 단지다. 올 들어 장쑤·허난(河南)·허베이(河北)·랴오닝(遼寧)·윈난(雲南)성,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등에서 개발된 12개의 신도시가 구이청으로 전락했다. ●항저우 등 부동산 가격 30% 이상 급락 인구 100만~500만명 규모의 2~3선 도시에서 개발업자가 수요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싼값에 땅을 받아 지은 개발구는 중국 부동산 거품을 부추겼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중국의 1인당 부동산 면적이 30㎡를 넘어서 일본 부동산 거품 붕괴 당시인 1988년을 추월했다며 부동산 개발의 몰락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주택투자비율이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당시 미국이나 거품 논란을 겪은 한국, 일본보다 높은 16%에 이르는 만큼 부동산 개발 업체들의 파산은 중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지적이다. 부동산 관련 세금에 의존하는 지방 정부의 재정도 악화될 수밖에 없다. 경기 둔화→부동산 거품 붕괴→기업 부도 및 지방정부 파산 등으로 이어지는 위기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림자 금융(금융당국의 감독, 관리를 받지 않는 비제도권 금융) 부실 문제도 표면화되고 있다. 지난 1월 중국 최대 공상(工商)은행을 통해 판매된 30억 위안 규모 신탁상품이 투자자들에게 원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돈을 가져다 쓴 석탄회사가 부도 난 까닭이다. 중국 그림자 금융의 70%는 은행→신탁회사→기업으로 연결되는 자산운용상품(WMP) 형태로 판매된다. 실물경제가 악화되면 그림자 금융 상품의 부도 위험도 커지게 된다. 그림자 금융 비중은 2009년을 기점으로 급속히 확대됐다. 그림자 금융 총액은 지난해 말 30조 5000억 위안(GDP 54%), 올해 말에는 39조 6000억 위안에 이를 것이라고 인민은행이 추정했다. 앤디 셰 전 모건스탠리 아·태 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8일 “그림자 금융 차입 금리가 높아지면서 이자를 갚기 위해 돈을 다시 빌려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앞으로 수개월 동안 이 문제(그림자 금융 부실화)가 늘어날 것이고 어느 선에서 (지방정부의) 구제금융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리커창 “통제력 갖고 있다” 위기 가능성 일축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인민은행은 그림자 금융의 규모를 줄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유동성을 조여 왔다. 1~2월 중국 신규 대출 중 그림자 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절반인 5% 수준이다. 규모도 GDP의 50%대로 선진국에 비하면 훨씬 낮은 편이다. 중국 정부는 올해 대규모 적자재정을 편성할 정도로 재정이 탄탄하고 외환보유액(지난해 말 기준)도 세계 최대인 3조 8200억 달러나 된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13일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 기자회견에서 “중국 정부는 부채와 그림자 금융에 대한 통제력을 갖고 있다”며 차이나리스크 가능성을 강하게 부인했다. 리 총리는 “중국 정부 부채의 상당 부분은 투자성 부채”라며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나 아시아 외환위기 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부채 규모를 제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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