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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7일 TV 하이라이트]

    ●생방송 60분-부모(EBS 오전 10시) 어린이가 가진 다양한 도벽의 원인과 원인별로 다른 아이 지도법, 그리고 구체적인 예방법을 사례와 함께 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초등학교 6학년인 태주(가명)는 도벽이 있는 아이다. 아무리 혼내고, 달래도 도벽을 고칠 수 없었다. 과연 태주와 부모는 어떻게 이 난관을 극복했을까?   ●박주현의 시사 업 클로스(YTN 오후 3시5분) 성과 본을 같이하는 후손은 성년이 되면 남녀 구별없이 종중원이 된다는 지난 20일 대법원의 판결은 우리나라 여성사에 큰 획을 긋는 사건으로 기록될 듯싶다. 여성의 종중회원 인정이 갖는 의미와 파장을 짚어보고, 진정한 양성평등의 길이 무엇인지 이야기 해본다.   ●사과나무(MBC 오후 7시20분) 70년대를 대표하는 가수 양희은을 만나본다.‘늙은 군인의 노래’,‘상록수’가 담긴 음반이 당시 국방부장관 명령으로 금지곡이 되자 그녀는 이후 83년 ‘하얀목련’을 부를 때까지 5년 동안 노래를 부르지 않으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그 시대의 음악과 그녀의 ‘사과나무’는 무엇인지도 공개한다.   ●생방송 TV연예(SBS 오후 8시55분) 매력적인 미소의 톱스타 김태희. 홍콩의 연인으로 떠오른 그녀가 혼자만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연기파 배우가 되고 싶다는 그녀의 연기에 대한 고민은 물론 평범한 학생에서 톱스타로 떠오르기까지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남자 현빈의 팬미팅 현장도 찾아가 본다.   ●대추나무 사랑걸렸네(KBS1 오후 7시30분) 단옥과 순자는 우연히 산부인과에서 마주친다. 서로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두 사람의 반응은 정반대. 유산 경험이 있는 단옥은 어떻게든 이번만은 아이를 잘 낳겠다고 각오를 다지지만 세번째 아이를 임신한 순자는 원치 않은 아이라고 말해 주위의 사람들을 놀라게 만든다.   ●부활(KBS2 오후 9시55분) 경 반장의 병실에서 하은의 사진을 본 이화는 강혁의 죽음을 알게 되자 충격으로 쓰러진다. 수철은 가짜 양주를 유통한 혐의로 동찬의 사무실을 수색한다. 수철은 경 반장의 수첩을 찾지 못하자 동찬을 풀어주고, 상철이 국내에 있다고 알려준다. 진우는 비서에게 서하은 형사 살해사건에 대해 알아보라고 하고….
  • ‘안마=퇴폐’ 인식에 생계 위협

    지난해 9월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됐다. 한편에서는 성매매 여성의 인권을, 다른 한편에서는 생존권을 외치는 일도 일어났다. 특별법 여파로 문을 닫은 여관이 부지기수라고 하고, 숙박업 쪽으로 많은 대출을 했던 은행권도 골머리를 앓았다고 한다. 후폭풍에 휩쓸린 것은 안마업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게다가 스포츠 마사지나 발 마사지 등 최근 유사업종이 생겨나며 안마로 생계를 꾸리는 시각장애인의 삶은 더욱 어려워졌다. MBC ‘PD수첩’은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생존 위기에 몰린 시각장애인의 실태를 조명한다.26일 오후 11시5분 ‘벼랑에 몰린 시각장애인’을 방송하는 것. ‘안마’라는 명목으로 자행되는 퇴폐영업으로 인해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이 성(性)산업에 연관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짚어보고 이들에 대한 복지 정책도 함께 고민해 본다. 보건복지부령 제3조에 따라 안마사 자격은 시각장애인에게만 주어진다. 안마사를 직업으로 택한 시각장애인은 1만 명에 달한다. 현재 맹학교를 졸업한 시각장애인 가운데 80%가 안마업종으로 진출하고 있다. 이들이 안마업에 나선 것은 1913년부터. 종래 점술업이나 침술업에 종사했던 시각장애인들은 ‘제생원’에서 새로운 교육을 받으며 안마를 생계 수단으로 삼았다. 그 뒤 안마업은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독점적인 직업으로 보호됐다. 지금은 ‘퇴폐업’이라는 인식이 팽배하지만,1970년대까지만 해도 안마업은 성매매와 관련이 없었다. 하지만 80년대 들어 성산업이 급속도로 확산, 유흥자본이 안마업계를 장악하며 기형적으로 변했다. 이제는 성매매가 우선이고, 안마는 뒷전으로 밀려난 상황.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에 대한 대우도 형편없어 졌다. 그러나 생존 문제 때문에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은 기존의 영역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PD수첩’은 안마시술소 개업에 대해 사실상 허가권을 갖고 있는 안마사협회가 뒷돈 거래로 안마사들을 울리고 있는 실태도 고발한다. 또 퇴폐 없는 안마를 정착시킨 일본의 상황도 알아보며,‘안마 하나로 그만’ 정도에 그치고 있는 시각장애인 복지정책 현실에 대해 물음표를 던진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대법관출신 변호사 수임사건 해부

    사법개혁을 거론할 때 빠뜨릴 수 없는 주제 가운데 하나가 대법원의 개혁이다. 최근 들어 헌법재판소가 떴다지만 그건 국가적이고 정치적인 크나큰 이슈에 한정된다. 실제 국민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판결은 여전히 대법원이 내린다. 권위있는 최종심인데다 하급심 판례에 대해 지배적인 구속력까지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대법원이 그동안 인권에 충실했던가라고 묻는다면 선뜻 답하기 어렵다.19일 오후 11시5분 방영되는 MBC의 간판 시사프로그램 ‘PD수첩’은 바로 이 문제를 건드린다. 제목도 ‘대법원, 인권의 보루인가?’다. 우선 눈길을 끄는 대목은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이 대법원 사건을 주로 맡는다는 것이다.‘급’이 급이다 보니 변호사도 급이 맞아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전관예우인가라는 문제를 두고 이미 몇 차례나 문제제기가 있었다. 한겨레신문은 2003년 8월 그런 취지의 기사를 냈다. 의뢰인이 꼭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고 싶다고 하면 반드시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이름을 넣는다는 것이다. 이 기사에 대해 대법원 측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는 반론까지 실려 있다. 그러나 PD수첩에 따르면 얘기는 다르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 13명이 수임한 3741건을 분석한 결과, 이들은 퇴임 직후 2년 동안 1821건을 수임했고 그 가운데 1256건(69%)이 대법원 사건이었다. 어떤 변호사는 그 수치가 93%까지 올라갔다. 요즘은 그 기간이 많이 줄었다지만 법조계에서 전관예우는 보통 2년을 기준으로 잡는다. 내용을 따지고 들면 의문부호가 하나 더 늘어난다. 이들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맡은 형사사건 가운데 특가법과 특경법, 선거법에 대한 변호 비율이 46.5%에 이른다. 또 노동 관련 사건을 분석해 보면 해고무효 소송 20건 가운데 해고자측 편을 든 것은 단 1건, 임금 소송 53건 가운데서는 6건, 퇴직금 소송 18건 가운데서는 3건에 불과했다. 노동 관련 사건의 90%를 사측을 위해 변호한 것이다. 물론 대법관 출신답게 뛰어난 법률적 지식으로 승소 여부를 미리 판단했기에 이런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PD수첩은 여기서 재력과 권력을 갖춘, 거물급 반사회적 범죄자만 변호한 게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한다. 그리고 앞으로 바람직한 대법원의 모습까지 다룬다.PD수첩은 법률포털 로마켓을 통해 3741건의 수임건수를 입수했고,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실과 공동으로 자료를 분석했다.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어떻게 지내세요] 이달 신곡 발표하는 ‘돌아가는 삼각지’ 작곡가 배상태씨

    [어떻게 지내세요] 이달 신곡 발표하는 ‘돌아가는 삼각지’ 작곡가 배상태씨

    “우리 가요사에서 ‘목포의 눈물’처럼 심금을 울리는 곡은 없다고 봅니다. 요즘 트로트는 진지함이 없는 것 같아요. 가요는 100년이 지나도 불려져야 하거든요.” 작곡가 배상태(70)씨.‘돌아가는 삼각지’와 ‘안개 낀 장충단 공원’을 작곡했다. 이 노래는 올해로 발표된 지 꼭 4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심금을 울린다. 특히 29세에 요절한 저음 가수 배호가 불렀기에 더욱 안타까움으로 남는다. 1966년 4월 어느 비 오는 날이었다. 서울 노량진이 집이었던 배상태씨는 전차를 타고 삼각지를 지나던 중 창밖의 을씨년스러운 광경을 접하고 문득 우수에 사로잡힌다. 앞서 김포 해병대 군악대 시절 용산역에서 고향인 대구행 열차를 탔을 때의 광경도 스쳤다. 삼각지 일대의 허름한 선술집, 주변의 수많은 군인들…. 호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 악상을 메모했다. 며칠 뒤 인기 절정의 가수였던 남진과 남일해, 금호동 등을 섭외했으나 ‘바쁘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았다. 고심하던 배상태씨는 우연히 ‘두메산골’‘굿바이’‘황금의 눈’을 부른 배호의 음성을 들었다. 무릎을 탁 친 배상태씨는 그길로 청량리 단칸방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던 배호를 찾았다. 배호는 종로2가 궁전카바레에서 드럼을 치고 있을 때였다. 얼마 후 ‘돌아가는 삼각지’는 방송을 타기 시작하면서 국민적 애창가요가 됐다. 그해 8월이었다. 배상태씨는 ‘안개 낀 장충단 공원’을 작곡했다. 이때 배호는 병세가 악화돼 청량리 위생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그래서 노래 취입도 병원에서 이루어졌다. 이듬해였다. 배호의 노래는 태풍처럼 전국을 휩쓸었다.KBS 라디오 가요프로인 ‘전국가요 릴레이’에서 단일곡으로 20주 연속 1위를 차지하기에 이른다. 배호라는 이름은 한국 가요사에서 64년 이미자의 ‘동백아가씨’,66년 최희준의 ‘하숙생’에 이어 세 번째 대박을 터뜨린다. 하지만 배호는 71년 11월 애석하게도 나이 30을 못 넘기고 음성만 남긴 채 세상을 뜨고 말았다. 당시 배호는 약혼녀가 있었으나 죽기 며칠 전 억지로 이별했다고 전해진다. “배호는 고음과 저음이 아주 탁월한 천부적인 목소리를 지녔습니다. 배호한테만 170여곡을 주었지요.‘마지막 잎새’와 ‘0시의 이별’이 마지막 곡이었습니다.” 배상태씨는 경북 성주 출신으로 56년 대구 KBS 전속가수로 활동하다 서라벌 전문대에서 본격적인 작곡 공부를 했다. 이어 해병대 군악대 복무시절 작곡발표회를 가졌으며,63년 9월 송춘희씨를 통해 ‘송죽부인’을 발표하면서 데뷔했다.40여년 동안 창작곡은 모두 2000여곡. 지금도 저작권료로 1년에 7000여만원을 받는다.‘안개 낀 장충단 공원’과 ‘돌아가는 삼각지’가 대부분을 차지할 만큼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며 웃는다. 평소 자택(서울 중곡동) 주변의 아차산을 자주 오른다는 그는 이달과 다음달 ‘찾아온 서울거리’와 ‘향수’ 등 신곡을 잇달아 발표할 예정이다. 칠순기념으로 6년 만에 발표될 새로운 트로트풍이 어떤 반응을 얻을지 자못 궁금해진다.2녀1남 중 딸 둘은 결혼했고, 아들은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다. 글 김문기자 km@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MBC PD수첩-병역기피용 국적포기 25년 추적

    MBC PD수첩-병역기피용 국적포기 25년 추적

    ‘국적포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고위층의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 지난달 28일 국적포기자에 대해 재외동포로서의 혜택을 박탈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재외동포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부결돼 통과가 무산됐다. 인터넷 등에서 국적포기 관련 논란이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최근 두 차례에 걸쳐 국적포기자 면면을 추적, 반향을 일으켰던 MBC ‘PD수첩’이 이번에는 해외여행과 유학이 자유화됐던 1980년대 초반까지 범위를 넓혔다.5일 오후 11시5분부터 1시간 동안 ‘국적포기 25년, 병역기피의 역사’를 내보낸다. 조사 대상은 1980년대 초반부터 1994년 11월11일까지 국적을 포기한 4500여명. 이 가운데 사회 고위층의 가족으로 분류할 수 있는 사람 수는 약 1200여명에 이른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 오치성 전 내무부장관, 최각규 전 경제부총리, 정의화 국회의원 등 고위공직자 42명을 비롯, 국공립대 교수 255명 등 전·현직 공무원 363명이 포함됐다. 또 전·현직 언론계 인사도 18명 있었다. 이 가운데 학계 인사가 799명으로 국적이탈을 가장 많이 한 그룹으로 분류됐다. PD수첩은 국적포기가 본격적인 병역기피 수단으로 활용된 것은 1998년 6월부터라고 분석한다. 이전에는 매년 1∼2명이었던 만 17세 남성 국적포기자 숫자가 이 때부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기 때문. 98년은 해외여행 및 유학자유화 조치가 취해진 81년에 해외에서 태어난 이들이 만 17세가 된 시점이며, 이후 병역비리 사건이 터지며 불법적인 통로로 병역을 회피하기가 어려워지면서 국적 포기 쪽으로 병역기피가 본격화됐다는 것. 전쟁역사학자인 마이클 풋 옥스퍼드대 교수에 따르면 1,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고위층의 25%가 사망했다. 이에 반해 “베트남에서 4960명의 한국군이 숨졌지만, 장군이나 장관, 국회의원 아들은 한 사람도 찾아볼 수 없다.”는 전 예비역 준장의 증언은 씁쓸하기 짝이 없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낮은 소리] 차별·협박·폭력속의 레즈비언들

    ‘레즈비언’(여성 동성애자)은 우리 사회에서 이중으로 고통을 겪는다.‘동성애자’에 대한 정서적 거부감이 “아니, 여자가?”라는 편견과 맞물리면서 더욱 냉혹하게 증폭된다. 최근 레즈비언들이 따로 내던 목소리를 하나로 합쳤다. 지난달 국내 최초의 레즈비언 인권운동단체 연합체인 ‘한국레즈비언권리운동연대’가 발족됐다. 앞서 4월에는 ‘한국레즈비언상담소’가 문을 열였다. 레즈비언들은 “레즈비언 인권운동의 첫 단추를 끼웠다.”고 말한다. 인권 비하로 고통받는 레즈비언들의 현실을 살펴본다. 레즈비언은 사회적 차별과 편견 외에도 높은 범죄위험에 노출돼 있다. 동성애자 폭로를 빌미로 갖은 협박에 시달리고 성폭행을 당하기까지 한다.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히지 않는 이유가 되기도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레즈비언들의 인권은 사회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다. ●동성애 폭로 협박에 성폭행까지 4년 전 자신이 레즈비언임을 알게 된 대학생 김민정(가명)씨. 그는 지난해 다른 대학에 다니는 동갑내기와 사귀었고, 같은 과 남자 선배가 이를 알게 됐다. 김씨는 “그 선배가 학생수첩을 내밀며 ‘여기 나와 있는 너희 집에 전화해 네가 동성애자임을 알리겠다.’고 협박했다.”면서 “그 후 1년간 선배에게 강간을 당하고 있다.”고 상담소에 도움을 요청했다. ‘한국 레즈비언상담소’의 전신인 ‘여성 성적소수자 인권운동모임 끼리끼리’에 지난해 4월까지 접수된 상담사례를 보면 레즈비언의 4%가량이 폭력 등 범죄에 시달리고 있다. 동성애자임을 폭로하는 ‘아웃팅’ 협박이나 물리적 폭력은 레즈비언만 겪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협박의 수단이다. 지난해 인천에서는 기간제 교사 출신 김모(33)씨가 프리랜서 기자를 사칭해 10대 레즈비언들을 찾아낸 뒤 ‘주변에 알리겠다.’고 협박해 성폭행한 사건이 있었다. 김씨로부터 피해를 당한 여고생은 모두 4명이었다. 이 사건은 피해 여고생이 상담소에 적극적인 도움을 청해 경찰에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하지만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상담소에 하소연을 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상담소 관계자는 “동성애자가 아니어도 성폭행당한 사실을 신고하기는 쉽지 않은 것 아니냐.”면서 “여기에다 수사 과정에서 원하지 않게 동성애자임이 밝혀지는 게 두려워 그냥 참고 견디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실종된 10대 레즈비언의 인권 레즈비언 가운데 10대의 인권 문제는 특히 심각하다. 남학생과 달리 여학생들은 성 정체성과 관계없이 그룹을 지어 다니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쉽게 동성애자임이 드러난다. 이를 두고 학교측은 ‘풍기문란’ 등 이유를 들어 태도 점수를 깎거나 심지어 전학을 보내버리기도 한다. 상담소측은 “2002년 서울 D여고는 레즈비언이라는 이유로 한 학생을 강제 전학시켰다.”면서 “하지만 표면상으로는 학생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고 전했다. 또 친구들 사이에서 레즈비언이라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해도 학교에서 보호해주지 않는다. 지난해 서울 S여고에서 한 학생이 레즈비언인 친구의 사진을 찍어 전교 학급 게시판에 붙여 아웃팅한 사건이 있었다. 하지만 그 학생은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 지난달 20∼26일 열린 제9회 인권영화제에 국내 최초 레즈비언 인권영화인 ‘이반 검열’을 출품한 이영 감독은 “학교 내에서 레즈비언을 색출하고 블랙리스트를 만드는 것은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면서 “학교에서 10대 레즈비언의 인권은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현재 동성애자 인권운동을 하는 한 대학생의 경우 고3 발표 수업시간에 레즈비언임을 커밍아웃한 뒤 교무실 앞에서 친구들에게 집단 린치를 당했다.”면서 “하지만 교사들은 이를 못 본 척하는게 현실이다.”고 전했다. 영화 ‘이반 검열’은 실제로 현재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한 레즈비언의 생활을 담은 ‘셀프카메라’ 형식의 다큐멘터리다. ●가족의 폭력에서도 자유롭지 못해 레즈비언들은 가족에게 커밍아웃을 했을 때에도 무력하다. 게이에 비해 물리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힘이 부족해 가족들의 강압적인 행동을 그대로 참을 수밖에 없다. 동성 애인과 교제하는 사실을 부모에게 발각당한 한 상담자는 “부모님이 애인의 집에 찾아가 협박하고 심지어 때리기까지 했다.”면서 “헤어지지 않으면 유학을 보내겠다는 것이 부모님 생각”이라고 하소연했다. 레즈비언 상담소 김김찬영 소장은 “2002년에는 딸이 동성 애인을 데려오자 애인을 때려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을 만큼 레즈비언 중 가족한테 감금·폭력을 당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면서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한국레즈비언상담소 대표 김김찬영 “같은 동성애자인데도 게이보다 레즈비언에 더 큰 거부감을 갖는 게 우리 사회의 현실입니다.” 한국레즈비언상담소 김김찬영(25)대표는 우리나라에서 레즈비언의 위치를 이렇게 설명했다. 차별에 더해진 또다른 차별, 그것이 우리나라 레즈비언의 현주소라는 얘기다. “여성과 남성의 동성애자 인권모임끼리 힘을 합치면 분명 각자 활동하는 것보다는 낫겠죠. 하지만 가부장적 문화 때문인지 통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따로 활동할 계획입니다.” 상담소가 문을 연 첫 해인 올해의 중점 사업은 청소년을 상대로 동성애를 제대로 알리는 것. 오는 7월부터 9월까지 서울, 부산, 대구, 대전, 광주 등 5개 도시를 찾아가 ‘찾아가는 청소년 동성애 바로알기 강의(가칭)’를 가질 계획이다. 김 대표는 “청소년의 현실에 적합한 동성애 바로알기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있다.”면서 “강의 자체만으로도 10대 레즈비언으로부터 대화를 이끌어 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10대 레즈비언 인권 실태도 조사할 예정이다. 현재 상담소에 가입된 회원은 90여명. 이 가운데 활동가는 20명 정도다. 김 대표는 1994년 만들어진 국내 최초의 레즈비언 단체인 ‘여성 성적소수자 인권운동모임 끼리끼리’에서 활동하다 상담소가 문을 열면서 대표를 맡게 됐다. “아직은 회원수도 적고 회비로 겨우 꾸려나가지만 그게 어려운 건 아닙니다. 아직 가족들에게 커밍아웃을 못한 상태인데 남들처럼 취직 준비를 하지 않고 여기서 일한다는 말을 못하는 게 힘들죠.” 본격적인 상담 활동을 시작하고 단체간 연대까지 시작했지만 얼굴을 드러내놓고 활동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도 저희가 마음껏 얼굴을 드러내놓고 활동할 날이 오겠죠. 하지만 당장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가장 큰 어려움은 모든 동성애자들과 마찬가지로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다. 김 대표는 고등학교 시절 여자친구를 좋아하면서 혼란을 겪기 시작했고 2년간 고민 끝에 레즈비언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김 대표는 이렇게 혼자 고민하는 사람들이 상담소를 적극 이용해 주기를 당부했다.“분명 혼자서 고민하는 시간도 필요하지만 섣불리 이성애자다, 동성애자다 판단하지 말고 상담소 문을 두드리세요. 특히 아웃팅을 이용한 범죄의 피해자가 된 경우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길 바랍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동성애’와 ‘이반’ 포털 금칙어서 제외 최근 들어 레즈비언에 대한 인식 변화가 일부에서 감지된다. 아무래도 변화의 수용 폭이 넓은 사이버 공간이 그 출발점이다. 최근 인터넷 포털사이트들은 그동안 금칙어나 성인 키워드로 취급했던 ‘동성애’와 ‘이반’을 일반용어로 분류했다.‘이반(異般·二般)’이란 ‘일반(一般)’의 상대어로 국내 동성애자들이 자신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인터넷을 통해 많은 동성애자들이 이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한국레즈비언상담소는 “지난달 다음, 야후코리아 등 8개 주요 포털에 대해 동성애 관련 단어 분류의 시정을 요구한 결과 이달 14일까지 모두 받아들여졌다.”고 밝혔다. 이전에는 벅스, 인터넷한겨레, 인터넷세계일보에서는 ‘동성애’가 성인 키워드로 분류돼 주민등록번호 입력 후 성인인증을 해야 관련 자료를 검색할 수 있었다. 네이버, 야후 코리아, 엠파스는 ‘이반’이 성인 키워드에 속해 있었다. 또 다음카페와 엔티카 엔피(파일 공유 사이트) 서비스에서는 ‘이반’이 금칙어로 분류돼 검색 자체가 불가능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동성애나 이반에 대한 사전적 정의 등 일반적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성인 키워드에서 제외했다.”면서 “대신 이 키워드로 검색이 되는 성인 관련 콘텐츠는 따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담소 관계자는 “처음에는 대부분 업체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였다.”면서 “하지만 이러한 분류가 동성애에 대한 선입견 때문이라는 점을 설득하고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사항에 대해서도 설명했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청소년보호법 시행령의 개별 심의기준에 ‘동성애’가 명시된 것을 삭제하라고 청소년보호위원회에 권고한 바 있다. 청소년보호위는 이를 수용,2004년 4월 시행령을 개정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美장갑차 희생 여중생사건 재구성

    美장갑차 희생 여중생사건 재구성

    2002년 6월13일 신효순·심미선양이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졌다. 당시 사고를 일으켰던 미군들은 통신 장애가 주된 사고 원인이었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수사기록은 외교 등 국가의 중대한 이익과 관련됐다는 이유로 공개가 거부되다가 3년이 흐른 지난 5월 말에야 대법원 판결로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 MBC ‘PD수첩’은 1000쪽이 넘는 당시 수사기록과 비공개 증거사진 등을 바탕으로 28일 오후 11시5분 ‘최종분석, 미군 전차 사건의 내막’을 방송한다. 사건의 실체를 정밀하게 추적하는 한편, 이 사건이 우리 사회에 남긴 의미를 되짚어본다. 수사 당시 페르디난도 니노 사고 장갑차 전차장은 “사고 발생 15초 전까지도 교신이 가능했지만, 사고가 난 그 순간에 이유 없이 통신 장애가 발생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운전병 마크 워커와의 사이가 82㎝에 불과해 손으로 워커의 어깨를 칠 수 있었음에도, 니노는 “너무 당황해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마주 오던 장갑차의 승무원들은 “사고 발생 30m 전방에서부터 멈추라고 고함을 치고 수신호를 보냈다.”고 진술했으나, 워커는 “그들의 수신호를 보았으나 멈추라는 뜻인지 알아채지 못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PD수첩’ 제작진은 미국으로 건너가 워커와 니노 등 사고 관련자들의 소재를 추적, 인터뷰를 시도했다. 워커는 신경안정제를 복용할 정도로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교도소 교도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니노는 인터뷰 대가로 1000달러를 요구하기도 했다. 워커의 변호사 가이 워맥은 인터뷰를 통해 “전차장 니노의 과실은 명백한 유죄이며, 메이슨 중대장도 지휘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책꽂이]

    ●연을 쫓는 아이(칼레드 호세이니 지음, 이미선 옮김, 열림원 펴냄) 아프가니스탄인이 쓴 최초의 영어소설. 굴곡의 아프가니스탄 역사와 고질적인 인종간의 갈등을 소재로 예민하고 불안정했던 소년 아미르가 어린 시절의 잘못을 바로잡으면서 자신과 화해화는 과정을 그렸다.1979년 소련군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기 전부터 2002년 9·11테러 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하는 시점까지가 시간적 배경이다.1만 2000원. ●험준한 사랑(박철 지음, 창비 펴냄) 도시 주변부 사람들의 소외된 삶과 애환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온 시인의 여섯번째 시집.‘외길’‘칡넝쿨’등 이웃의 아픔을 함께하는 자로서의 시인의 운명을 전하는 시들이 실려있다.6000원. ●땅끝 연대기(폴 스튜어트 지음, 이무열 옮김, 문학수첩리틀북 펴냄) 땅끝 나라에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모험과 환상적인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팬터지 소설. 이상한 나무와 동물들이 가득한 신비로운 숲에 버려진 아이 트위그가 땅끝 세계를 지키는 하늘해적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전 2권.8500∼9000원. ●나는 전설이다(리처드 매드슨 지음, 조영학 옮김, 황금가지 펴냄) 1954년 발표된 이래 전세계 공포소설과 영화, 게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책이 국내 첫 번역출간됐다. 핵전쟁 이후 변이된 바이러스에 감염된 인류가 모두 흡혈귀가 되고 유일하게 인간으로 남은 주인공이 이들과 사투를 벌인다.1만 1000원. ●한권으로 읽는 셰익스피어(미하엘 쾰마이어 지음, 김희상 옮김, 작가정신 펴냄) 독일 신화작가 미하엘 콜마이어가 셰익스피어의 희곡작품 가운데 가장 드라마틱하면서 사랑받는 11편을 골라 현대적 감각으로 재구성했다. 원전에 충실하면서도 핵심은 살리고, 반복되는 부분은 과감히 압축함으로써 속도와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작가 특유의 간결하고 명쾌한 문장도 돋보인다.1만원.
  • ‘金메시지’ 비공개 교환 가능성

    노무현 대통령은 23일 오후 5시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제15차 남북 장관급회담에 참석 중인 권호웅 단장을 비롯한 북측 대표단 일행을 45분 동안 접견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노 대통령의 특사자격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예방하고 돌아온 지 6일 만에 노 대통령이 참여정부 들어 처음으로 청와대에서 북측 관계자를 접견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으나 청와대 발표로는 덕담만 나눴다고 한다. 하지만 정 장관이 특사자격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듯이 이번에도 공개되지 않은 메시지 교환이 있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권 단장 등 북측 대표단 일행은 당초 예정보다 10분가량 이른 오후 4시50분쯤 청와대에 도착, 본관 현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권진호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과 인사를 나눴다. 노 대통령은 접견실 안쪽 입구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소개로 권 단장 등 북측 대표단 일행과 차례로 악수했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접견이 이뤄졌다.”고 소개했다. 접견에는 권 단장을 비롯해 최영건 건설건재공업성 부상, 김만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부국장, 신병철 내각 참사, 전종수 조평통 서기국 부장 등 5명의 대표단이 참석했고,3명의 북측 지원요원도 배석했다. 노 대통령은 자리에 앉은 뒤 북측 대표단 일행에게 “수고가 많았습니다. 어서오십시오. 반갑습니다.”라고 인사한 뒤 “귀한 손님이 오셨다.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환대했다. 노 대통령은 “이번 손님들은 자질구레한 문제는 안 따지고 회담에서 시원스럽게 해준 것 같다.”면서 남북 장관급회담 합의내용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번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동영 특사를 접견하고 뜻깊은 만남을 가져준 데 대해 감사하고 기뻐하고 있다.”면서 김 위원장에게 안부 인사를 전해달라고 당부했다. 노 대통령이 전한 메시지는 안부밖에 없었다고 김만수 대변인은 전했다. 노 대통령과 북측 대표단 일행은 녹차를 들면서 달라진 남북 장관급회담 분위기, 회담 성과, 남북관계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회담에 배석한 북측 대표단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언급한 내용을 준비해 온 수첩에 꼼꼼히 메모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환담이 끝난 뒤 노 대통령은 북측 대표단 일행과 본관 1층으로 내려와 기념촬영을 했으며 권 단장은 “바쁘신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드린다. 건강하시라.”고 인사했다.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여풍당당 홀로 길을 떠나 볼까?

    여풍당당 홀로 길을 떠나 볼까?

    젊은 여성들이 혼자 훌쩍 떠난다. 낯선 이국땅으로 지도 한 장에 수트케이스 하나 끌고 간다. 불과 1∼2년 사이에 부쩍 많아진 여행 풍속도다. 혼자 갔다온 이들은 말한다. 여행의 참맛을 느꼈노라고. 색다른 재미가 쏠쏠하다고. 여성들이 혼자 여행을 가는 이유도 갖가지다. 친구들과의 일정을 맞추기가 어려워서, 여행 동반자와 사소한 말다툼이 싫어서…. 나홀로 여행은 더 이상 한낮의 꿈이 아니다. 올 여름 똑같이 되풀이되는 일상에서의 일탈을 꿈꾸는 여성들이여, 떠나라. 서울신문 주말매거진 We는 최근 일본과 홍콩을 갔다온 김지은·정지수씨의 과감한 나홀로 여행 도전기를 싣는다. 2003년 3월 실습과 동시에 취직을 했다. 그동안 비용이나 시간적 여유가 없어 여행은 남의 일로 치부해 왔다. 내 주변 사람들이 여름휴가나 해외여행을 갈 때면 그저 부러움의 눈길을 보냈을 뿐. 그러기를 2년이 훌쩍 지났다. 업무상 알게 된 홍콩, 이국적이면서도 동질감이 느껴지는 홍콩, 사진으로 본 현란한 거리 조명이 나를 부르는 듯했다. 내겐 꿈의 여행지로 다가왔다. 지난 4월30일, 여느 때와 다름없이 출근해서 책상에 앉았다.‘이렇게 꿈만 꾸다가는 여행은 평생 단 한번도 못할 거야.’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곧바로 인터넷으로 비행기표를 알아보자 나를 기다리기라도 한 듯 할인티켓이 나와 있었다. 망설임도 없이 ‘구매하기’ 버튼을 클릭했다. 드디어 ‘사고’를 친 것이다.5월13일자 비행기표를 알아보고 사는 데까지는 단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러고는 호텔 예약 완료. 무엇에 홀렸는지 그냥 밀어붙였다. 나 혼자 여행을 결정한 이유는 스케줄을 맞출 친구를 찾기가 어려웠다. 또 혼자만의 자유도 만끽하고 싶었다. 또 매일 되풀이되는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었던 욕구도 적잖았다. 프랑스에서 대학을 다니던 시절 친구들과 여행을 갔을 때, 화장실 사용과 같은 사소한 일로 친구와 신경전을 벌였던 적도 있었다. 서로 보고 싶은 곳, 하고 싶은 일, 먹고 싶은 것으로 인한 말다툼도 있었다. 누구에게도, 그 어떤 것에도 구속받고 싶지 않았던 것이 나홀로 여행의 가장 큰 이유다. 회사에 혼자 여행을 간다고 하니 “왜 혼자가냐?”는 질문이 가장 많았다.“청승맞다.”,“혼자 가면 심심할 텐데….”,“쇼핑하러 가요?”,“5일씩이나 뭐해요?”…. 시샘어린 동료들의 질문이었다. 5월13일 드디어 출발. 홍콩에 도착하는 순간 조금 두려웠다. 학창시절 이후 처음 맞는 해외여행이었기에…. 하지만 입국 심사통로의 책상에는 한국말로 된 홍콩 여행 가이드 책자와 지도가 비치되어 있었다. 안내 표지들이 잘 되어 있어 첫 방문자도 쉽게 찾을 수 있는 배려가 고마웠다. 여행 첫날밤, 투숙한 셰라톤홍콩의 스카이 라운지로 올라갔다. 칵테일 한잔을 마시면서 그 유명하다는 홍콩 야경을 감상하려고. 내가 굉장히 멋져보인다는 상상의 날개를 펴면서 분위기를 잡았다. 그런데 잡념을 떨치려 했는데 오히려 생각이 많아졌다. 갑자기 엄마가 보고싶어졌다. 메모지를 꺼내 엄마에게 편지를 썼다.“나중에 꼭 같이 오고 싶다고….” 5월이 여행하기 좋은 날이라고 하지만 홍콩의 날씨는 거의 살인적이었다.‘끈적끈적’이라는 말이 정말 어울렸다. 평소 아무리 운동을 해도 땀을 흘리지 않는 체질인데 그냥 걷기만 해도 땀이 주르륵 흘렀다. 소매 없는 옷을 준비한 것이 그래도 다행이었다. 빅토리아 피크·소호 등 홍콩의 관광명소를 둘러봤다. 교통이 잘 발달되어 있었다. 전철도 노선이 복잡하지 않고 택시 요금은 우리보다 비싸지 않았다. 친구를 만나 저녁 먹고 수다 떤 하루를 제외하고는 내내 혼자였다. 자고 싶으면 자고, 가고 싶으면 가고, 자유가 넘치는 시간, 휴식을 만끽했다. 혼자 여행에서 불편한 점. 디카를 완벽하게 충전했지만 혼자 사진 찍는 게 한계가 있었다. 셀카라고 찍어봤지만 내 얼굴은 대문짝만하게 나오고 배경은 보이지도 않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찍어달라고 하기엔 너무 쑥스럽고, 사진 찍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또 하나. 정말 맛있는 음식을 그냥 두고 지나칠 때 혼자 온 게 후회스러웠다. 아무리 내가 얼굴이 두껍다고 해도 혼자 그 많은 음식을 먹을 수 있겠는가? 연인이랑 올 수 있다면 더 좋겠지?  혼자 여행을 하면 생각이 넓어지는 듯했다.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작은 부분까지 미치는 것 같았다. 가장 큰 소득은 미지의 세계에서 생긴 두려움을 이겨낸 자신감 아닐까 생각한다. ●홍콩 여행을 하기 전에… 여행 가이드 책자:사지 않고 인터넷에서 정보를 수집해도 충분하다. 현지에 도착하면 여행 가이드 책자와 지도가 곳곳에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날씨:습도가 높고 더운 열기가 우리나라 열대야는 저리가라다. 휴대용 선풍기를 가지고 가도 좋으며, 땀 흡수가 잘 되는 옷을 택할 것. 그러나 실내는 에어컨이 엄청 세게 나오므로 위에 걸칠 수 있는 옷 하나 정도는 준비하는 센스를 갖출 것! 정지수(26·웨스틴조선호텔 마케팅 담당) ■ 길치女, 도쿄거리 접수하다 모든 길은 통한다. 서울에서도 길을 잃어버리는 것으로 악명높은 ‘길치’인 내가 혼자여행을 떠난다? 지도 한장 달랑 들고.‘농담하냐?’‘국제미아 나오는군.’‘다시 만날 수 있을까?’ 주위 사람들의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일본 도쿄에 있는 친구와 전화통화를 하다가 5월 초 그냥 일본을 가기로 맘먹었다. 휴식과 재충전의 5월 황금연휴, 친구들은 이미 수첩에 스케줄이 꽉 찼다. 몇몇은 도쿄를 몇차례 갔다온 터여서 같이 가려는 자가 없었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발동이 걸리면 무조건 밀어붙이는 막무가내. 저렴한 가격으로 다녀올 수 있는 에어텔 예약을 마쳤다. 혼자 떠나는 여행은 ‘귀차니스트’에게는 힘든 일이었다. 계획을 세우고 정보도 모으고…. 일단 서점에서 ‘아이 러브 도쿄’라는 가이드북을 샀다. 이 책에는 테마별, 하루씩 여정을 소개해 놓아 관심있는 코스를 선택해 따라다니기만 해도 좋았다. 또한 중간에 길을 잃었는지 여부를 체크할 수 있는 리스트이자 나침반으로 활용할 수 있다. 사실 여행의 주 목적지 중 한 곳은 지브리 스튜디오. 미리 입장권을 사야 하는 인기있는 장소였다. 일본도 연휴 기간이라 도쿄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매진된 상태였고 친구들이 백방으로 알아보았지만 정문을 넘을 순 없었다. 좌절에 빠진 나를 위로해준다고 친구들은 ‘짝퉁 지브리’라고 놀리며 들르는 장난감 가게마다 셔터를 눌러줬다. 또 야경으로 유명한 오다이바로 갔다. 오다이바까지 운행하는 유리카모메(모노레일)를 타고가면서 빌딩 사이의 일몰이 서울과는 또 다른 향수를 자아낸다. 단, 맨 뒤 차량을 타야 한다. 이틀째는 혼자서 움직여봤다. 전철타는 법 등을 알려주면서 친구는 못내 불안한지 휴대전화 번호도 알려준다. 하지만 신주쿠에서 이미 ‘호텔 찾아 삼만리’를 찍었으므로 배짱도 두둑해졌다. 도쿄의 전철역은 어찌나 출입구가 많은지 친구가 알려준 대로 나온 것 같은데 있어야 할 광고 간판이 보이지 않았을 때의 낭패감이란…. 몇군데 더 들락거리다가 포기하고 전단지를 돌리던 여자에게 더듬거리며 물어보니 모르겠단다. 혼자 여행이 여기서 마침표를 찍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건물 경비원 아저씨에게 손짓 발짓을 하니 친절하게 알려주신다. 살았다. 다음날부터는 전철역 개찰구의 할아버지, 아저씨들에게 지도를 들고 다니며 이것 저것 물어보았다.‘남자는 말을 듣지 않고, 여자들은 지도를 읽지 못한다.’고 했던가? 그럼 지도를 대신 읽어줄 사람을 찾으면 된다. 공항, 전철, 도쿄 거리로 이어지는 질문은 이젠 머뭇거림도 없었다. 어차피 언어란 의사소통을 위한 수단일 따름. 굳이 완벽한 문장을 만들 필요는 없었다. 키워드만 알고 있으면 된다. 그리고 풍부한 표현력! 살인적인 물가의 도쿄는 택시비가 너무 비싸서 현지인들도 큰 마음을 먹어야 탈 수 있다. 주머니 사정이 뻔한 여행객은 튼튼한 다리가 무기다. 가이드 북과 지도를 펼쳐 들고 일정에 따라 걸어다녔다. 특히 에도성에 갔을 때는 거리 계산을 잘못해서 성벽을 따라 하루종일 걸었다. 비까지 맞아 생쥐 꼴을 하고 친구를 만났더니 불쌍해 보였던지 양말도 사주고 따뜻한 국물이 있는 ‘찬코’라는 음식도 소개해 주었다.3박4일간 열심히 걸었던 여파로 서울에 돌아와 한방 병원을 들락거려야 했다. 여전히 나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길치이지만 도쿄의 거리를 혼자 찾아 다녔다는 사실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 친구들의 도움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어차피 지구는 둥글고, 모든 길은 통하는 것 아닌가? 혼자 떠나는 여행은 꼼꼼한 사전 준비가 없으면 넘치는 시간을 주체할 수 없거나 엉뚱한 곳에서 시간 낭비하기 일쑤이다. 스스로 공부하고 결정하고 계획하게 되므로 살아있는 지식을 챙기게 되고 현지인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면서 느끼는 교감도 무시할 수 없는 재미다. 김지은(34·JW메리어트서울 마케팅 실장)
  • “구타 두려워” 휴가나온 일병 자살

    부대내 총기 난사 사건으로 전국이 어수선한 가운데 휴가 나온 군인이 부대내 구타가 두려워 귀대하지 않다가 자살했으며 훈련소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훈련병 2명이 탈영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19일 오후 7시15분쯤 충북 청주시 상당구 서문동 모 여인숙에서 경기도 양주시 육군 모 부대 소속 김모(21) 일병이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주인 윤모(83)씨가 발견했다. 윤씨는 경찰에서 “4일째 묵고 있었던 김씨가 보이지 않아 방에 들어가 보니 벽에 박힌 못에 군화끈으로 목을 매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김 일병은 치아 치료를 받기 위해 지난 13일 3박4일 휴가를 나왔으나 16일 부대로 복귀하지 않은 채 집 근처 여인숙에서 지내왔다. 김 일병이 갖고 있던 수첩에는 “맞는 것이 두렵다. 사람들 앞에서 맞는 게 창피하다.” 등 부대내 구타행위를 암시하는 글이 여러번 써 있었다. 군헌병대는 김 일병이 부대내 구타행위가 두려워 복귀하지 않고 고민하다 자살한 것으로 보고 부대원들을 상대로 가혹행위 여부와 자살동기를 조사하고 있다. 한편 부산 사상경찰서는 20일 오전 2시 10분쯤 부산 사상구 감전동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경남 창원시 육군 모 부대 신병훈련소에서 탈영한 훈련병 김모(19)씨와 또 다른 김모(20)씨 등 2명을 붙잡아 헌병대에 인계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김 훈련병 등은 지난 16일 신병교육대에 입소한 내무반 동기들로 군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이같은 짓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김 훈련병 등은 경찰에서 “훈련소에 들어온 뒤로는 여자 친구와 연락을 할 수 없고 군 생활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들어 탈영하게 됐다.”고 진술했다.부산 김정한·청주 이천열기자 jhkim@seoul.co.kr
  • [책꽂이]

    ●41년생 소년(문순태 지음, 랜덤하우스중앙 펴냄) ‘내 삶의 중심에는 굶주리고 나약한, 상처투성이 소년이 살고 있다. 소년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의 공포에 떨고 있다’.6·25전쟁 마지막 체험세대인 41년생 저자가 오래 벼르고 별러 떠나는 과거로의 여행길. 전쟁의 상처가 절망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9000원.●오메르타(마리오 푸조 지음, 이은정 옮김, 늘봄 펴냄) ‘대부’의 작가 마리오 푸조(1920∼1999)의 마피아 3부작 완결편. 미국 마피아 패밀리 돈 코를레오네가를 다룬 1969년작 ‘대부’는 전세계적으로 2100만부가 팔렸다.1996년 발표한 ‘마지막 대부’에 이어 생애 마지막 3년간 집필한 ‘오메르타’는 마피아 조직원들의 생리와 계율을 파헤친다.9800원.●알쏭달쏭 소녀백과사전(이기인 지음, 창비 펴냄) 2000년도 신춘문예 당선작 ‘ㅎ방직공장의 소녀들’로 등단한 시인의 첫 시집. 외설적이고 엽기적인 코드로 자본주의의 폭압적인 구조를 정조준하는 품새가 사뭇 도발적이면서 묘한 비애를 느끼게 한다.장석남 시인은 ‘쇠잔해가는 한 왕국을 들여다보는 매우 희귀한 발견이고 고백’이라고 평한다.6000원.●세상을 다 가진 남자(미겔 앙헬 아스투리아스 지음, 송병선 옮김, 문학수첩 펴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과테말라 작가의 청소년과 성인을 위한 동화.잠을 자는 동안 몸안의 자석이 작동해 금속을 끌어당기는 마술적 힘을 가진 남자가 온갖 금은보화를 끌어당겨 부자가 되지만 아들이 원하는 아보카도나무의 씨앗을 구하려다 아보카도 나무로 변해버린다는 환상적 이야기.8500원.●톨킨의 환상 서가(더글러스 앤더슨 엮음, 김정미 옮김, 황금가지 펴냄) ‘반지의 제왕’의 작가인 톨킨에게 영향을 준 19·20세기 환상문학을 가려뽑았다.스코틀랜드 작가 조지 맥도널드는 ‘호빗’에 영향을 주었고, 영국 작가 허거슨의 ‘새끼 고양이 뮤’에 등장하는 나무도깨비 삽화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엔트족의 모델이 됐다.1만 9000원.
  • 병역기피용 국적포기 5년새 2만명

    지난 5년 동안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외국국적을 취득해 병역을 면제받은 사람이 2만 2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방위 소속의 한나라당 송영선 의원이 병무청으로부터 제출받아 14일 공개한 ‘국적상실 및 회복자 현황’에 따르면 한국국적을 포기하고 다른 국적을 선택해 병무청으로부터 병역면제 조치를 받은 병역의무자는 2003년에 7174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지난해에는 6771명이었다. 한국국적을 회복해 병역의무를 이행한 이들은 2만 2482명 중 0.1% 정도인 23명에 불과했다. 한편 MBC는 이날 밤 방영된 ‘PD수첩’을 통해 새 국적법이 발의된 이후 올 5월까지 손자·녀가 국적을 포기한 사람들 중 전직 고위급 인사들의 실명을 공개했다. 방송에 거명된 사람은 김계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 정구영 전 검찰총장, 김영섭 전 청와대 경제수석, 안응모 전 내무부 장관, 장승태 전 체신부 장관, 김경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다. ‘PD수첩’이 밝힌 사람 중엔 또 전 H자동차 사장,G건설 대표,S전자 전무,S생명 상무 등 경제계 인물 75명이 포함되어 있으며, 국공립대 및 사립대 교수가 각각 29명,154명이었다. ‘PD수첩’ 제작진 중 한 사람은 “이들은 자신들이 고위층이라 해서 손자와 아들이 한국 국적을 따르라는 법이 어디 있냐, 자신들에 대한 비판은 선택권이 없는 데서 오는 한풀이라고 항변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심지어 한 국방 관련 연구자는 우리사회는 타인을 관용하는 톨레랑스가 없다고 개탄까지 했다.”며 “이들에게는 고위층인 자신들의 손자·녀의 국적포기가 다른 국민에게 줄 수 있는 영향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PD수첩’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새 국적법이 발의된 이후 5월까지 국적을 포기한 사람들은 총 1678명이며, 이중 올해 1∼5월 중 국적 포기자는 1288명에 이른다.전광삼 홍지민기자 hisam@seoul.co.kr
  • 가수 박미경 매니저 이도진씨의 ‘25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연예인의 그늘진 이면에서 고군분투하는 매니저들의 하루 24시는 어떻게 돌아갈까. 최근 새 앨범을 내고 가요계에 복귀, 가장 바쁜 연예인 중 한 명인 가수 박미경의 현장 담당 매니저 이도진( 27)씨를 지난 5일 하루 동안 밀착 동행 취재했다.23살 때 군에서 제대하자마자 말단 로드 매니저 부터 시작했다는 이씨는 현재 ‘현장 매니저’. 로드 매니저와 PR(홍보)매니저의 중간급으로 두 가지 역할을 모두 담당한다. #오전 5시30분-기상 이씨는 평소보다 30분 빨리 눈을 떴다. 그리고는 곧장 스케줄이 빼곡히 적힌 검은 수첩부터 집어 든다. 오늘은 서울 등촌동 공개홀에서 SBS ‘생방송 인기가요’의 출연과, 전남 여수시에서 진행되는 MBC ‘해양EXPO 특집’ 녹화가 있는 날. 이씨는 함께 기거하는 로드 매니저를 깨워 오늘 스케줄을 하나하나 주지시키고, 박미경이 타고 갈 비행기 표 예약 시간도 다시 확인한다. #오전 7시-박미경 집 아침을 거르는 것은 이젠 습관. 대충 세수만 한 뒤 밴을 타고 한남동 박미경 집으로 향한다. 앞서 ‘모닝콜’을 했지만,‘혹시나’하는 생각에 도착 30분 전부터 다시 박미경에게 전화를 거는 이씨. 이런, 조금 늦는단다. 이씨의 표정이 굳어진다.“생방송은 시간 엄수가 생명이지요. 리허설 때도 절대 늦으면 안돼요. 생방송이 있는 날은 하루종일 제 속이 타들어 간답니다.” #오전 7시30분-청담동 미용실 박미경이 밴에 오르자, 그의 ‘스케줄 브리핑’이 시작된다.“누나, 오늘은 생방송에다 여수에서 녹화가 있는 날이라 무척 바쁠 거야. 기존과 다른 컨셉트의 무대 의상을 준비했고, 평소 혼자 하던 랩하는 친구와도 오늘은 함께 공연해야 돼.” 30분만에 청담동 J미용실에 도착. 박미경이 머리를 손질하는 1시간 남짓한 동안에도 그의 휴대전화는 쉴 틈이 없다. 자신의 바로 위 실장급 매니저에게 현재 상황을 보고한다. 그리고는 박미경을 뒤로한 채 택시를 타고 먼저 등촌동으로 향한다. #오전 9시-등촌동 SBS 공개홀 박미경이 노래를 부를 현장 무대부터 점검하는 이씨. 오늘은 ‘강풍효과’를 내야 하는 컨셉트의 무대라 이씨는 ‘강풍기’부터 유심히 살핀다. PD와 작가를 만나 인사하고, 출연 순서와 내용이 적힌 ‘Q시트’와 반주가 담긴 테이프 ‘MR’(Music Records)의 정상작동 유무를 확인하는 것은 기본. #오전 10시-1차 리허설 박미경이 도착하고,1차 ‘드라이 리허설’(의상을 완전히 갖추지 않고 카메라 앵글만 확인하는 정도의 리허설)이 끝난 뒤 박미경, 코디 등 스태프와 함께 구내 매점에서 사온 김밥과 컵라면으로 ‘아점’(아침 겸 점심)을 먹는다. #오전 11시-여수로 출발 게눈감추듯 부리나케 식사를 마친 이씨. 혼자 밴을 몰고 여수로 향한다. 박미경은 생방송을 마친 뒤 비행기로 여수에 도착할 예정.“비행기를 타지 않고 밴으로 움직이는 이유는 현지에서 미경 누나를 태우고 움직일 차량이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오후 4시30분-여수 공항 5시간 남짓을 달려 여수 공항에 도착.30분쯤 지난 뒤 박미경이 공항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자 그녀를 태우고 여수 오동도에 마련된 특설무대로 향한다. #오후 8시-오동도 특설무대 박미경이 신곡 ‘섹시 레이디’로 오프닝 무대를 장식하고 내려오자, 그는 일단 한숨을 돌린다. 오늘의 중요한 일정은 모두 소화한 것. 하지만 박미경의 피로를 덜어주기 위해 한 시간이라도 빨리 서울로 올라가야 한다. 현지 식당에서 간단히 저녁을 때운 이씨는 오후 10시쯤 서울로 향한다. #새벽 4시-개봉동 집 새벽 3시쯤 박미경을 집에 데려다주고, 잠자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귀가. 오늘도 새벽 3시를 넘겼다. 오늘 있을 새로운 스케줄을 챙기고 새벽 5시가 다 돼서야 잠자리에 드는 이씨.“내일 오전 특별한 스케줄은 없지만,3시간밖에 자지 못할 것 같아요. 미경 누나가 개인적으로 현충일날 국립묘지에 참배를 하고 싶다네요.‘그림자’가 안 따라갈 수 있나요.(웃음) 글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前대통령비서실장·검찰총장 자녀도 국적 포기

    지난해 11월 새 국적법이 발의된 이후 올 4월까지 국적 포기자들이 총 1678명에 달한 가운데 전 대통령 비서실장, 전직 장관 등을 포함한 고위 공무원, 정ㆍ재계 고위층 인사 자녀가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MBC ‘PD수첩’은 14일 오후 11시5분 방송할 ‘전격 분석, 국적 포기 1678명’(가제) 편에서 지난해 11∼12월 390명과 올 1∼4월 1288명의 국적 포기자 명단이 등재된 5월 관보를 토대로 모두 1678명의 신상에 대해 분석했다. 이 분석에 따르면 전직 장관 3명, 전 대통령 비서실장, 전 청와대 수석, 전 검찰총장, 전 도지사, 전 군 고위장성 등 상당수 고위층 자녀들이 포함돼 있다. 또 모 자동차회사 사장, 프로축구 구단주,G건설 대표,S전자 전무,S생명 상무 등 경제계 인사가 75명으로 학계의 뒤를 이었다. 학계에서는 서울대 5명, 카이스트 5명, 전북대 3명 등 국공립대가 29명이었고, 한양대 11명, 연세대 9명 등 사립대 교수 자녀가 154명에 이르렀다. 법무부는 5월 국적 포기자 부모 중 공무원이 11명이라고 발표했으나 ‘PD수첩’의 확인에 따르면 공무원으로 분류되는 인사가 40명으로 조사됐다. 홍지민기자 icurus@seoul.co.kr
  • “불륜몰카 찍었다” 한마디에…

    “불륜몰카 찍었다” 한마디에…

    ●1억3000만원 뜯어낸 40대 검거 간부급 공직자들이 “불륜 현장을 찍었다.”는 낯선 남자의 전화 한 통화에 두말 않고 거액의 돈을 갖다바쳤다. 이들을 협박,1억여원의 돈을 뜯어낸 40대 남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충남 논산경찰서는 10일 김모(49·광주시 농성동)씨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씨는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 전화번호부를 보고 전국 시·도지사, 시장·군수, 기관장 등에게 전화를 걸어 “여자와 여관에 가는 모습을 촬영했다.”고 협박, 임모(57·5급)씨 등 53명으로부터 1억 3000만원을 뜯어낸 혐의다. 김씨는 경찰과 검찰 등 힘있는 기관장은 빼고 전국 시·도지사와 시장·군수, 읍·면장 등을 협박했다. ●단체장·기관장에 전화 … 성공률 5% 김씨에게 돈을 바친 기관장은 농업기반공사 지방소장, 조달청 및 통계청 지방출장소장, 시·군 국장과 읍·면장 등 모두 5급 이상 공직자들이다. 김씨는 자치단체장과 기관장에게 1068통의 협박전화를 걸었다.5% 정도는 성공한 셈이다. 그는 지난해 1월부터 전화번호부에서 지자체와 관공서 간부급 공직자의 전화번호를 발췌해 수첩 2권에 정리한 뒤 범행에 착수했다. 김씨는 이들이 전화를 받으면 다짜고짜 “여자와 여관 가는 모습을 찍었는데 돈을 안 주면 공개하겠다.”고 협박, 상대가 무시하면 전화를 끊었지만 “돈이 별로 없다.”거나 “어떻게 알았느냐.”는 등 관심을 보이면 물고늘어졌다. 김씨는 상대방이 물어볼 틈을 주지 않았고, 협박전화를 받은 기관장은 1∼2일 사이에 100만∼500만원을 입금했다. 김씨는 이전에 대포폰을 불법 판매하면서 전단지를 뿌리기 위해 고용했던 고교 1∼2년생 명의로 통장 4개를 개설, 돈을 받아 챙겼다. 김씨는 범행이 성공한 뒤 다시 전화를 걸어 “테이프를 폐기했다.”면서 피해자를 안심시켰다. ●“확인않고 바로 돈 보내 범행 계속했다” 김씨는 협박전화를 받은 논산 모기관장이 신고해 꼬리가 잡혔다. 김씨는 전과 11범으로 2002년에도 공무원 30여명에게 같은 수법으로 100만원 정도씩 뜯어낸 혐의로 징역 1년6월의 형을 살고 2003년 8월 출소했다. 김씨는 경찰에서 “예상 외로 비디오 테이프를 요구하는 등 확인절차 없이 바로바로 돈을 보낼 만큼 잘 먹혀 범행을 계속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자치단체장을 포함해 피해자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김씨를 상대로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 논산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Q여사에게 물어보셔요 (4)

    사연 : 미스 K가 미워… 직원 40명쯤의 작은 회사에 다니고 있는 노총각「샐러리·맨」입니다. 내가 있는 사무실은 열 명쯤 직원이 있고 여자는「미스」K라고 하나 뿐입니다.「미스」K는 이 회사의 터줏대감 격인 모양인데 이 방 안에서는 과장 다음쯤으로 행세하고 있습니다. 29살이래요. 외모만 보아서는 별로「올드·미스」티가 나지 않는 이 여자가 하는 짓만은 여간「올드·미스」가 아닙니다. 나이는 나보다 겨우 한 살 더 먹은 처지에 어른 행세가 대단하거든요. 전화를 실수로 잘못 받는다든지 장부정리에「미스」가 있으면 일일이 타내서 망신을 주는 겁니다. 아무리 직위는 위라지만 그래도 여자인데 그럴 수가 있습니까. 요즘은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기도 싫고 그 여자만 옆에 있으면 가슴이 답답할 지경입니다. 속 시원하게 분을 풀어 볼 길은 없을까요. <서울 태평로 박생(朴生)> 의견 : 욕을 마구 해대세요 얼마든지 있지요. 「미스」K가 듣는 앞에서 욕을 마구 해대는 것은 어떨까요. 이를테면『내 친구 녀석의 사무실에는 말야 되게 똑똑한 여자가 한 명 있는데 말야』로 시작해서 그 여자의 죄상을 낱낱이 들어가며 빈정거리는 겁니다. 유치하다구요? 이런 때는 한껏 유치해져야 합니다. 게다가「올드·미스」아가씨 하나쯤 매혹시켜 꼼짝 못하게 하는 솜씨도 없는 당신이라면 그런 유치한 짓이 썩 잘 어울릴 것만 같은데요. 좀 덜 유치한 방법도 있지요. 수첩 하나를 마련하세요. 그리고 틈틈이 그 수첩에다가「미스」K의 욕을 잔뜩 써대 보시죠. 속이 좀 후련해질 걸요. 당신이 다른 곳에서 분을 풀고 나면「미스」K가 좀 덜 미워질 게고 또 그러면「미스」K의 태도도 조금은 달라지리라고 나는 믿습니다. 안 그럴까요. <Q> [ 선데이서울 68년 10/13 제1권 제4호 ]
  • 쓰레기소각시설 70%는 ‘휴업중’

    쓰레기소각시설 70%는 ‘휴업중’

    서울시는 지난 1991년 그동안 매립 위주로 진행된 쓰레기 처리정책을 소각 위주로 전환했다. 이후 지난달 준공된 마포 자원회수시설(소각장)을 포함해 양천·노원·강남 등 4곳에 총 3781억원을 투입해 자원회수시설을 건설했다. 이곳에서 하루에 소각할 수 있는 생활쓰레기량은 모두 합해 2850t. 여기에다 경기도 광명자원회수시설에 건설비 일부를 지원,150t을 추가로 소각할 수 있도록 협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서울시가 소각할 수 있는 생활쓰레기 총량은 1일 3000t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현재 서울시가 소각하고 있는 쓰레기량은 1일 770∼840t에 불과하다. 거액을 들여 건설한 자원회수시설이 놀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자원회수시설이 위치한 강남·노원·양천구에서 다른 자치구의 쓰레기를 전혀 받지 않고 ‘독점이용’하는 데 있다. 이 때문에 태울 수 있는 쓰레기조차 매립지로 향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서울시는 자원회수시설을 공동이용하는 것이 서울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1차 요건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서울에서 하루에 발생하는 생활쓰레기는 1만 1000∼1만 2000t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가운데 55%가량은 재활용되고 있으며 나머지 45%인 4950∼5400t가량이 매립이나 소각처리되고 있다. 현재 서울시에 있는 4곳의 자원회수시설(쓰레기 소각장)에서 소각처리되는 쓰레기는 770∼840t이며 수도권매립지로 향하는 쓰레기가 4180∼4560t이다. 시는 이대로라면 불과 15년 뒤에 수도권매립지가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매립지행 쓰레기 가운데 2000여t은 소각처리가 가능하다는 데 있다. 가연성 쓰레기조차 매립지에 묻히고 있는 상황이다. 자원회수시설을 보유한 노원·양천·강남구에서 다른 자치구의 쓰레기를 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자치구 쓰레기는 받을 수 없어” 노원·양천·강남은 ‘주민반대’와 ‘서울시와 맺은 협약’을 근거로 다른 자치구 쓰레기는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 자치구들은 “더 많은 쓰레기가 반입될 경우 주변 생활환경이 나빠지고 집 값 등이 하락할 것을 우려한 주민들의 반대가 크다.”고 항변하고 있다. 그러나 시는 지난달 완공된 마포 자원회수시설처럼 다른 곳도 공동이용을 지속적으로 유도할 계획이다. 마포 자원회수시설은 공동이용을 달성한 첫 사례로 지난 1997년 서울 마포구와 용산구, 중구 그리고 경기도 고양시가 함께 이용하기로 광역처리협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마포 자원회수시설에서는 4개 자치구에서 모인 쓰레기 500t가량을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포 자원회수시설은 1일 처리용량이 750t이다. 한상렬 시 청소과장은 “마포 자원회수시설이 완공된지 며칠 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활용률은 더 높아질 것”이라면서 “다른 자치구들도 공동이용을 통해 이용률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례 개정 통해 공동이용 유도 시는 양천·노원·강남에 건설된 자원회수시설 공동이용을 유도하기 위해 지난해 5월 사용료를 가동률에 연동시킨 ‘서울시 자원회수시설 설치 촉진 및 주변지역 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개정했다. 이 조례에 따르면 가동률이 40% 미만인 자원회수시설은 t당 최고 8만원까지 사용료를 받고, 가동률이 40% 이상인 소각장은 t당 1만 6320원의 사용료를 받는다. 시는 자원회수시설을 보유한 자치구들이 이용률을 40% 이상 높이기 위해 인접 자치구로부터 쓰레기를 받기를 기대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공동이용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강남구는 지난해 12월 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강남구 관계자는 “시와 구, 주민협의체 3자가 2001년 12월 맺은 ‘강남 자원회수시설 가동에 관한 협약서’에 따라 오른 쓰레기 처리비용을 납부할 수 없다.”면서 “이 협약서를 근거로 시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협약서를 보면 쓰레기소각장에서 우리 구의 쓰레기만 처리하고(제2조), 적자액은 시가 감당한다는 내용(제3조8항)이 분명히 있다.”고 주장했다. ●“공동이용은 상생의 길” 한상렬 과장은 “자원회수시설 공동이용은 상생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지금처럼 다른 자치구의 쓰레기 반입을 막다보면 결국 ‘부메랑’처럼 문제가 커져 되돌아오게 된다는 것이다. 4000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들여 건설한 시설의 이용률이 20%에 불과해 전국평균(약 77%)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또 일종의 기피시설을 유치한 데 대해 상당한 ‘인센티브’를 받으면서도 시설은 활용하지 않겠다는 모순을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서울시에서는 노원·양천·강남자원회수시설 인근 주민들에게 287억원을 난방비 지원 등 인센티브 성격으로 지출했다. 시 청소과 관계자는 “강남구와 진행중인 소송에서 서울시가 이기면 공동이용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쓰레기문제만큼은 지역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큰 틀의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자원회수시설 역사와 현황 서울시에는 가장 최근 완공된 마포 자원회수시설을 비롯해 양천·노원·강남에 자원회수시설이 건설돼 있다. 지난 1996년 2월 가장 먼저 만들어진 양천 자원회수시설은 318억여원을 들여 1일 처리용량 400t 규모로 지어졌다. 이어 1997년 2월 건설된 노원 자원회수시설은 규모가 두 배로 커졌다.1일 처리용량은 800t에 이르며 건설비로 742억여원이 투입됐다. 강남 자원회수시설은 지난 2001년 12월 가동을 시작했으며, 서울시 자원회수시설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1일 처리용량은 900t이며 공사에 1010억여원이 들었다. 시 최초로 4개 자치구가 함께 이용하는 광역자원회수시설로 가동을 시작한 마포의 경우 지난달 5월 완공됐으며 1일 처리용량은 750t이다.1711억여원이 들었다. 시는 지난 1991년 쓰레기 소각정책을 도입할 당시에는 2∼5개 자치구가 공동으로 소각장을 사용하는 광역시설을 건설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시 전역에 11곳의 자원회수시설을 건설할 계획이었다. 양천과 노원, 강남 자원회수시설도 이 방침에 따라 출발했다. 그러나 지역주민들의 격렬한 반대로 결국 1995년 8월 ‘1구 1소각장’으로 정책을 선회하게 된다. 자원회수시설 공동이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단초를 제공하게 된 것이다. 결국 양천·노원·강남에 건설된 자원회수시설에서는 자기 지역 쓰레기만 처리하도록 규모를 축소했다. 그러나 1995년 실시된 쓰레기 종량제가 정착되고, 분리배출과 재활용이 자리잡으면서 쓰레기 발생량이 크게 줄어들게 됐다. 양천구의 경우 1997년 하루에 267t 발생하던 쓰레기가 2004년에는 140t에 불과하게 된 것. 이 때문에 ‘1구 1소각장’원칙에 따라 축소된 소각장 조차도 용량이 남게 됐다. 이 결과 1일 처리 용량이 400t인 양천 자원회수시설에서는 130t만 소각하고 있으며, 노원은 800t 가운데 145t, 강남은 900t 가운데 163t만 소각하는 등 세 곳의 이용률이 평균 20%를 겨우 웃도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이용률이 20%임에도 불구하고 이웃 자치구의 쓰레기를 반입하지 않아 태울 수 있는 쓰레기가 수도권매립지로 향하고 있다. 이는 또 자원회수시설의 적자가 누적되는 요인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자원회수시설이 있는 3개 자치구에서는 서울시와의 당초 협약을 들어 다른 자치구의 쓰레기는 받을 수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이 와중에 지난달 마포 자원회수시설이 광역화 시설로 완공됐다. 마포 자원회수시설은 마포구·용산구·중구와 경기도 고양시가 공동이용하기로 협약을 맺었으며 총 750t의 이용량 가운데 현재 시험가동이 막 끝난 상태임에도 약 500t에 이르는 쓰레기를 소각하고 있다. 이용률이 66%에 이르고 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공동이용 집념 한상렬청소과장 서울시 한상렬 청소과장은 지난 2001년 7월 부임 이후 줄곧 자원회수시설 공동이용에만 몰두해 왔다. 벌써 햇수로 5년째다. 그동안 한 과장은 자원회수시설이 있는 강남·양천·노원구의 공무원들이나 구청장, 지역 주민들 심지어 국회의원과도 숱하게 싸웠다. 그와 자원회수시설 공동이용 문제로 대립했던 한 국회의원은 지금까지도 공공연하게 ‘한 과장 죽이기’를 시도하고 다닌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도 그의 신념을 꺾지 못한다. 그는 서울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은 자원회수시설을 공동이용하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자원회수시설 공동이용은 반드시 실현돼야 합니다. 시의 엄청난 예산을 들여 건설한 시설을 일부 자치구가 ‘독점이용’한다는 것은 지역이기주의의 극단적 모습입니다.” 그는 자원회수시설을 일부 자치구가 ‘독점이용’하는 현 상황을 두고 “서울시 22개 자치구가 세금을 걷어 자원회수시설이 있는 강남·양천·노원구를 지원하는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3개 자치구는 자원회수시설을 유치한 덕분에 난방비 지원과 더불어 지역환경개선 및 주민복지증진 사업에 서울시로부터 거액의 예산지원을 받고 있다.”면서 “인센티브만 챙기고 의무는 이행하지 않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한 과장은 지난 4년 동안 청소과장으로 일하면서 기술직답지 않게 언어사용 능력이 크게 늘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그는 “자원회수시설에 대해 반대하는 주민들을 설득하다 보니 자연스레 표현력이 좋아진 것 같다.”면서 “이제는 누구에게라도 자원회수시설 공동이용의 필요성을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해서는 철두철미하면서 저돌적이기도 하다. 그의 수첩에는 그동안 서울시를 출입했던 기자들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빼곡한데 모두 그와 한 번 이상 마주했던 사람들이다. 한 과장은 처음 청소과장에 부임해 ‘소각장’이라는 표현을 ‘자원회수시설’로 바꾸기 위해 신문기자들을 먼저 공략했다고 한다. “‘소각장’이라고 쓰는 기자들을 기록해 뒀다가 일일이 전화해서 ‘자원회수시설’ 로 바꿔 달라고 부탁했죠. 안되면 반협박도 서슴지 않았습니다(웃음).” 한 과장은 지금 이 순간에도 15년 뒤인 2020년을 걱정한다. 그는 “자원회수시설이 ‘독점이용’되면 15년 후에는 수도권매립지가 포화상태에 이른다.”면서 “그 사실만 생각하면 지금 편하게 있을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두려운 것은 후배일 뿐입니다.2020년 서울시 청소과장이 된 후배가 저를 두고 ‘복지부동했던 공무원’이라고 욕하게 되는 일은 없게 할 생각입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길섶에서] 형님들과 따꺼따/김용수 지방자치뉴스부 차장

    중국 사람들은 이전에 휴대전화를 ‘따꺼따’(大哥大)라고 불렀습니다. 암흑가의 ‘형님(大哥·보스)들이 사용하는 큰(大) 것’이라는 뜻입니다. 휴대전화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크기가 현재보다 엄청 컸었고 또 주먹계의 보스들이 주로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보스들의 한 손에는 언제나 모토로라 제품의 검은색 ‘따꺼따’가 들려 있었지요. 그러나 기술 발전에 힘입어 휴대전화는 점차 크기가 작아지기 시작했고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가 됐습니다.‘따꺼따’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됐지요. 그래서 1990년대 후반부터 중국의 관련 업계와 언론들은 고심 끝에 ‘손기계’(手機)라는 새로운 이름을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휴대전화는 이제 이름만 휴대전화지 전화기 이상의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전자수첩 기능은 물론이고 MP3, 게임, 위성방송, 전자화폐, 비디오 등 많은 것을 즐길 수 있는 ‘손기계’로 변했습니다. 휴대전화는 이제 더 이상 전화기가 아닙니다. 더욱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우리도 이제 휴대전화라는 이름을 바꿔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일찍이 ‘손기계’라 명명했던 중국 사람들은 휴대전화의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미리 알았던 것일까요? 아니면 우연의 일치일까요? 김용수 지방자치뉴스부 차장 dragon@seoul.co.kr
  • 대사와 함께하는 요리COOK 조리TALK

    대사와 함께하는 요리COOK 조리TALK

    반도의 기질일까? 우리나라와 이탈리아는 공통점이 많다. 노래부르기 좋아하고, 쉽게 흥분하며, 정이 많은 것이 그렇다. 함축한다면 ‘화끈하다.’는 것이리라. 음식에서도 뇨키는 수제비, 라비올리는 만두, 코테키노는 순대, 카르파초는 우리의 육회와 비슷하다. 이래서 입맛에 맞는 까닭일까. 서울과 근교에서 성업 중인 이탈리아 음식점이 6000∼7000곳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처음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에 이탈리아 음식에 관해 취재하고 싶다고 제안하자 대사관측은 5월26일로 날을 잡고 아예 프란체스코 라우지 대사의 만찬을 보여주겠다고 회신했다. ■ 이탈리아 와인의 숨겨진 진실-모든 포도주는 Vino로 통한다? 만찬에서 처음 선보인 포도주는 베네토의 소아베. 이탈리아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드라이한 맛의 백포도주다. 로미오가 줄리엣을 만나기로 약속한 다음 하인이 가져온 와인을 맛보고 ‘Soave(향기로운)’라고 말한데서 유래됐다는 전설같은 이야기가 전한다. 이탈리아에서 음식을 말할 때 ‘아비나멘토(Abbinamonto)’라는 말이 있다.‘음식과 와인’의 궁합을 가리킨다. 안토니오 파텔리는 “이탈리아 사람들은 식탁에서 와인을 빼놓는 법이 없고 음식에 어울리는 와인 고르는 일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금치 스파게티와 작은귀 모양의 파스타는 토스카나의 베르나치아 디 산 지미냐노와 궁합을 맞췄다. 이탈리아 최초의 DOC(원산지통제와인) 와인이며, 최고급인 DOCG(DOC 가운데 최고)로 승격됐다. 역대 교황들이 즐긴 것으로 알려져있다. 화이트 드라이지만 깊은 맛이 났다. 농어요리에는 캄파니아의 그레코 디 투포를 맞췄다. 역시 화이트. 기원전 1세기에 그려진 폼페이 프레스코의 벽화에서도 발견된 고고학적인 와인이다. 주요리 소고기 안심구인엔 역시 토스카나의 로소 디 몬테풀치아노가 나왔다. 레드, 드라이하지만 약간의 신맛이 돌았다. 이탈리아 와인의 자존심이다. 달콤한 디저트엔 백포도주 베르나치아 디 오리스타노가 달콤한 맛을 강조했다. 기포(스파클링)로 상큼하면서 개운하게 했다. 오랜 옛날, 사르데냐의 전염병을 퇴치한 건강에 좋은 와인으로 전해온다. 거듭되는 와인 건배 속에 흥겨운 만찬 분위기, 우리의 잔치와 닮은 듯 낯설지가 않았다. 글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이탈리아 대사가 콕찍은 맛집 ●푸치니 대사의 만찬 메뉴를 짜고 와인을 구성했던 안토니오 파텔리가 총지배인으로 있는 이탈리아 음식점. 서울 강남역 7번출구와 나와 시티극장과 아트박스 사이의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하얀색 건물에 통유리문이 예쁘게 달린 푸치니가 보인다. 안토니오는 우리말도 곧잘 한다. 대사와의 만찬에선 김원기 조리사가 작은 귀모양의 오레키에테 파스타를 냈다. 푸치니는 ‘정통을 알고 즐기자.’는 게 모토. 국적불명의 요리가 아닌 정통 이탈리아 음식을 표방하고 있다. 대표 메뉴는 푸치니 스페셜(1만 8000원), 이탈리아 산간 고지대에서 먹는 토속 스파게티로 큰 북모양의 레지아노 치즈를 이용한다. 가운데를 파낸 치즈안에 럼주를 붓고 불을 붙여 주위 치즈를 녹인 다음 스파게티와 야채를 섞는다. 국내에서 보기 힘든데 요리사가 직접 테이블에 와서 만든다. 식사중에 들려오는 피아노에 고개를 돌려보면 안토니오가 연주한다. 단순히 식사만 하는 공간이 아니다. 철갑옷의 중세 병정, 청동조각품과 명화들, 지중해빛 통유리문…. 인테리어가 아주 좋다. 요즘은 감나무가 있는 파티오에서 식사해도 그만이다. 메뉴의 가격은 일품은 1만∼2만원선이고, 코스는 가격대가 다양하다.552-2877 ●토스카나 르네상스서울호텔의 이탈리아 음식점으로 외국인이 많이 찾는 곳. 이유는 테이블 간격이 고 손님들의 방해를 적게 받으며 대화할 수 있기 때문. 만찬에서 디저트로 대미를 장식한 사르데냐출신 알렉산드로 파치는 홍콩, 일본 등을 거쳤다. 토스카나는 르네상스의 발상지이자 이탈리아의 맛을 대표하는 곳. 입구에 들어서면 매콤한 고추향과 친근한 듯한 마늘향이 식욕을 일으킨다. 점심으로 비즈니스 맨들을 위한 런치(2만 4500원)을 준비한 것이 특징. 주방장이 매일 12가지 이상의 메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2222-8647 ●일폰테 호텔업계 최초의 이탈리아 식당으로 최고의 맛을 자부한다. 오픈키친 시스템으로 요리 전과정이 공개된다. 콧수염으로 옆집 아저씨 같은 분위기의 클라우디오 쿠키아렐리씨가 주방장. 만찬에서 송로버섯향의 시금치 스파게티로 진한 여운을 남겼다. 로마 중심가에서 아버지가 운영하던 식당에서 자라 자연스럽게 조리장돼 전세계를 누볐다. 밀레니엄 서울 힐튼 일폰테는 수제 파스타, 장작에서 금방 구워내는 피자, 신선한 샐러드가 가장 큰 특징이다. 생선과 소고기의 이탈리아식 요리로 단골 고객도 확보하고 있다. 로마 출신의 조리장 클라우디오가 매일 새롭게 선보이는 조리장 추천 메뉴가 인기.10명까지 식사가 가능한 별실과 50명 규모의 행사까지 치를 수 있는 리알토가 마련돼 있다.317-3270 ●라스텔라 대사의 만찬에서 농어요리와 쇠고기 안심구이·레몬 셔벗을 책임진 마우리지오 세카토가 부조리장. 그는 이탈리아의 유명음식점을 거쳐 미슐랭스타 출신으로 해산물 요리에 특히 자신있다고 한다. 그의 부인은 한국인.1996년 부인의 나라 한국에 와서 신라호텔·워커힐호텔 등을 거쳤다. 라스텔라는 별이 빛나는 아름답고 은은한 밤과 같은 낭만적인 분위기다. 월∼금 점심은 뷔페(1만 8000원)로 운영된다. 저민 소고기 안심, 올리브 오일에 절인 문어, 모차렐라 치즈를 곁들인 토마토, 시푸드 샐러드, 훈제 연어 등 각종 샐러드와 과일 및 요구르트 등 요리 30여 가지가 마련된다. 또 채식을 즐기는 이들을 위한 새송이 버섯구이, 가지, 파프리카 등의 야채구이 및 랍스터 다리찜 메뉴 등 담백한 메뉴도 나온다. 주말 뷔페(2만 5000원)에는 알래스카연어를 비롯해 요리가 더욱 풍부해진다.710-7276 ●보나세라 서울 도산공원 맞은편에 위치한 이탈리아 레스토랑. 미식가들의 수첩에 이미 전화번호가 상위에 적힌 음식점이다. 건물 가운데 아담한 정원이 있어 시골같은 운치를 더한다. 대사의 만찬에서 발사믹소스를 곁들인 쇠고기 카르파초와 토마토·모차렐라치즈 테린을 낸 마시밀리아노 산니노가 요리하고 있다. 요즘엔 시금치와 리꼬타치즈로 속을 채운 토르텔리와 당근 크림의 토마도가 요름 메뉴로 나온다. 정통 요리뿐만 아니라 창의적인 이탈리아 요리까지 선보인다. 일품으로 보통 2만∼3만원선이다. 이탈리아 와인리스트도 방대하다.543-6668 ■ MENU ●발사믹소스를 곁들인 쇠고기 카르파초 재료 쇠고기 홍두깨살 3㎏, 꽃소금 360g, 설탕 150g, 각종 다진 허브(세이지·로즈마리·타임 등)50g,서빙(1인분·크레송 60g, 발사믹식초 1큰술, 엑스트라버진 올리브기름 1큰술) 만드는 법 (1)쇠고기를 얇게 저민 다음 허브와 소금·설탕으로 절이는 마리네이드로 7일간 냉장고에 보관한다.(2)냉장고에서 꺼낸 다음 흐르는 물에 고기를 살짝 씻어내고 통풍이 잘되는 곳(12∼15도)에서 3∼4일간 말린다.(3)접시에 담아 낼 때 크레송을 놓고 (1)의 슬라이스를 한장씩 얹는다.(4)발사믹 식초와 올리브 기름을 뿌려낸다. ●송로버섯을 곁들인 스파게티 재료 생파스타 100g, 베이컨 50g, 트뤼플 크림 50g, 후추 5g, 파르메산치즈 15g, 올리브 기름 적당량 만드는 법 (1)파스타를 끓는 물에 삶는다.(2)팬에 올리브 기름을 두르고 다진 베이컨을 트뤼플 크림과 섞고 볶다가 (1)의 삶은 파스타를 넣고 같이 요리한다.(3)접시에 담고 파르메산치즈를 뿌린다. ●오레키에테 파스타 재료 밀가루 400g, 소금 10g, 미지근한 물 1/2컵, 토마토소스 1kg 만드는 법 (1)밀가루에 소금을 뿌려 미지근한 물에서 반죽한 다음 공처럼 둥글게 뭉쳐 1시간 가량 숙성한다.(2)(1)의 반죽을 떼어내 손으로 비벼 길게 만든다.(3)과일칼로 (2)를 손가락 마디보다 조금 작게 잘라 엄지손으로 눌러 작은 귀 모양을 만든다. 모두 이렇게 한다.(4)끓는 물(4ℓ)에 소금 25g과 (3)의 오레키에테를 넣고 5분 정도 삶아 건져 물기를 뺀다.(5)삶은 오레키에테에 토마토소스를 끼얹고 섞어 먹는다. 염소젖으로 만든 페코리노치즈가 있으면 뿌려낸다. ●야채를 곁들인 농어요리 재료 농어 150g, 가지 100g, 체리토마토 50g, 양파·다진 마늘 10g씩, 호박·샐러리 30g씩, 올리브 7.5g, 케이퍼 베리 7.5g, 토마토소스 50g, 파프리카 5g, 조개 50g, 통마늘 2개, 올리브 기름 12.5g 만드는 법 (1)팬에 올리브 기름과 다진 마늘을 넣고 볶는다.(2)양파, 호박, 가지, 샐러리는 작게 썰어 넣고 볶는다.(3)녹색 올리브, 다진 바질, 체리 토마토, 토마토 소스, 케이퍼 베리를 넣고 볶아 접시에 둥글게 담는다.(4)팬에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통마늘을 으깨 넣고 타임, 소금, 후추로 농어살 껍질쪽을 먼저 볶는다.(5)다시 뒤집어서 껍질이 위로가게 하여 굽는다. 껍질을 바삭하게 굽는 것이 중요. ●쇠고기 안심구이 재료 쇠고기 안심 150g, 데미글라스소스 38g, 발사믹 식초 10g, 메시 포테이토 100g, 파르메산치즈 5g, 루콜라 10g, 포치니버섯 20g, 소금·후추 약간씩 만드는 법 (1)쇠고기 안심을 석쇠에서 굽는다.(2)메시 포테이토를 접시에 담고 구운 안심을 올린다.(3)발사믹 식초를 곁들인 데미글라스 소스를 뿌린다.(4)고기 위에 루쿨라 야채를 올리고 그 위에 파르메산치즈를 올린다. ●올리베라 사이다스 재료 반죽(밀가루 300g, 소금 2g, 올리브기름·미지근한 물 50㎖씩, 달걀 흰자 1개),소(리코타치즈 400g, 설탕 50g, 레몬껍질),소스(꿀 200g, 오렌지 1개, 샤프란 1g) 만드는 법 (1)모든 반죽 재료를 섞어 반죽해 냉장고에 30분 가량 둔다.(2)리코타치즈를 꽉 짜서 말린 다음 레몬 껍질·설탕과 함께 잘 섞는다.(3)사이다스 반죽을 위해 얇게 펴서 수제비처럼 방망이로 밀어 동그랗게 자른다.(4)(3)의 안에 리코타치즈 40g씩을 넣고 만두처럼 반죽 껍질을 붙인다.(5)(4)를 뜨거운 올리브 기름에 잠기도록 넣어서 튀긴다.(6)샤프란과 꿀, 잘게 다진 오렌지 껍질을 뜨겁게 데워 섞은 다음 (4)에 끼얹어 차려낸다. ■ 이탈리아 대사와 함께한 만찬 미켈레 사바티노 상무관은 “한국에선 이탈리아 음식 하면 피자와 스파게티가 전부인 줄 아는데, 사실은 오늘날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음식의 기초”라고 자랑했다. 그는 “이탈리아 요리는 고대 로마제국까지 기원이 거슬러 올라간다.”며 “르네상스시대 피렌체의 공주 카트린 데 메디시스가 프랑스로 시집가면서 요리사와 조리법, 재료 등을 가져갔다.”고 설명했다. 라우지 대사는 “이탈리아 음식은 올리브 기름, 곡류와 야채, 치즈와 과일, 허브를 많이 써 건강에 이상적인 식단”이라며 “이탈리아 요리는 지방마다, 집집마다 맛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탈리아가 통일된 지는 불과 130여년. 지방마다 특유의 향토요리가 발달했다. 겨울이 긴 밀라노·베네치아를 비롯한 북부지방은 진한 맛의 요리가 발달했고, 파스타와 크림도 풍부하다. 로마·피렌체의 중부지방은 파르메산치즈와 햄이 유명하다. 시칠리아와 나폴리를 비롯한 남부지방은 올리브와 토마토, 건면 파스타, 모차렐라치즈가 널리 알려졌고 해산물을 이용한 요리도 발달했다. 대사의 만찬은 이탈리아 전역의 음식을 조금이라도 맛보게 하기 위해 식단을 짰다. 우리의 반찬에 해당하는 요리로는 식초에 절인 작은 양파, 절인 버섯, 햄 2종류, 칼라브리아(소금간으로 햇빛에 말린 토마토 슬라이스)를 큰 접시에 내놓았다. 필요한 만큼 덜어 먹도록 했다. 만찬 메뉴를 짠 안토니오 파텔리는 “이탈리아 음식은 기본적으로 전채·첫번째 코스(파스타·리조토), 두번째 코스(생선요리), 메인요리(육류), 디저트와 커피의 순으로 구성된다.”며 “소스나 재료가 겹치지 않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탈리아에선 첫번째와 두번째 코스를 함께 먹어야 ‘식사다운 식사’라고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전채는 북쪽 피에몬테지역의 카르파초와 토마토·모차렐라치즈 테린, 남쪽 풀리아의 해물요리를 냈다. 문어와 조개·멸치·새우 등을 데쳐낸 해물 모둠데침이다. 첫 코스는 중부 라치오의 송로버섯(트뤼플)으로, 향을 낸 시금치 스파게티. 이탈리아의 한적한 시골집에서 만들어 먹는 스타일이다. 세계 3대 진미인 송로버섯을 갈아 넣어 특유의 신비한 향이 오래도록 남았다. 여기에다 잘게 다진 베이컨을 넣어 같이 익혀냈다. 풀리아의 오레키에테(작은 귀 모양의 파스타)도 나왔다. 씹는 느낌은 쫀득쫀득했다.“수백가지의 파스타를 만들 수 있다.”는 상무관 부인 로자는 “한국에서 가장 맛있는 이탈리아 음식점은 우리집”이라며 은근히 요리 실력을 자랑했다. 두번째 코스는 시칠리아 농어요리. 살코기를 토마토를 넣고 삶은 것이 이색적이었다. 그린빈을 비롯해 여러 야채와 주꾸미도 들어 있었다. 시칠리아를 비롯한 남부에서는 거의 모든 요리에 토마토를 넣는단다. 다음은 레몬 셔벗. 부드럽게 얼려 그냥 마실 수 있게 했다. 레몬의 상큼한 향이 입 안에 남은 생선과 토마토의 냄새를 말끔하게 씻어줬다. 주요리는 북동지역 에밀리아 로마냐의 파르메산치즈와 신선한 루쿨라를 곁들인 쇠고기 안심구이가 나왔다. 보통 파르메산치즈를 파스타에 넣지만 쇠고기 요리에도 얹어냈다. 신선한 루쿨라 향이 고기요리와 잘 어울렸다. 디저트로는 서쪽바다 섬인 사르데냐의 올리베라 사이다스로 대미를 장식했다. 리코타치즈를 넣고 감싸 튀겨낸 다음 잘게 채썬 오렌지와 꿀을 넣고 섞어 만들었다. 황금보다 비싸다는 샤프란 향이 입안을 맴돌며 긴 여운을 남겼다. 글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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