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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벌을 깬 사람들] (4) ‘고졸 명장’ 임채식 포스코 공장장

    [학벌을 깬 사람들] (4) ‘고졸 명장’ 임채식 포스코 공장장

    “제 아무리 학력이 높아도 ‘열정’을 당해낼 수는 없을 겁니다.” 세계적인 철강기업인 포스코의 광양제철소 1열연공장장 임채식(55)씨는 고졸이지만 ‘열정’ 하나로 화려한 학력의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이 분야에서 손꼽아 주는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임씨는 최근 노동부가 선정한 ‘이달의 기능 한국인’으로 뽑혔고,2005년에는 각 분야 최고의 장인에게 주어지는 대한민국 명장(名匠)에 선정됐다. ●직업훈련소 거쳐 일반근로자로 입사 지난 1월 공장장이 된 임씨는 포스코 주요 공장 중의 으뜸으로 꼽히는 열연공장(자동차, 가전제품 등에 사용되는 엷은 철판을 생산)의 책임자이자 명장, 기능전승자, 기능장 등으로 추앙받고 있다. 전남 곡성의 한 실업고교를 졸업한 뒤 포스코 직업훈련소를 거쳐 1997년 2월 광양제철소의 일반 근로자로 정식 발령받은 지 꼭 30년 만이다. 그의 오늘이 있기까지는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이 원동력이었다. 그는 시키는 일만 하는 기계적인 직장 생활을 하지 않았다. 항상 남들보다 적극적이었고 철저했다. 맡은 일에 몰두하고 모르는 것은 물어 보고, 또 물어 보며 연구했다. 업무 특성상 종종 금속재료학이나 가공학의 지식이 필요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숨김없이 대학 출신의 엔지니어들에게 물어 봤다. 후배라도 개의치 않았다. 그는 “가방끈이 짧다고 부끄러워하기보다 내가 빨리 필요한 지식을 습득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다. 끊임없이 부딪치면서 실전 능력을 길렀고, 결국 자신의 가치를 높였다. 이런 노력 끝에 그는 “입사 3개월 만에 자신이 맡은 일에 자신감이 붙고 두려움이 사라지더라.”고 회고했다. ●“치밀한 메모 습관이 성공 비밀 병기” 물론 열정만으로 지금의 자리에 오른 것은 아니다. 치밀한 메모 습관이 또 다른 성공의 무기였다. 그는 무엇이든 빠뜨리지 않고 메모해 놓는 습관을 길렀다. 지금도 매일 현장에서 처리되는 업무와 관련된 것은 한 가지도 빼먹지 않고 기록한다. 평균 1년 동안 3권가량의 노트를 썼다. 업무량, 품질 불량의 원인과 문제점, 생산성, 목표량 등 조업 관련 데이터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일어나는 세세한 부분을 깨알같이 적어놨다. 잘못된 부분, 목표에 미치지 못한 분야는 빨간 글씨로 구분했다. 노트만 펼치면 지금의 공장이 어떻게 변해 왔고 앞으로 어떤 성과를 낼지 예측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가 여태껏 기록한 노트만도 100여권이나 된다. 업무용 노트 외에 1권의 수첩이 더 있다. 여기에는 업무상 만나는 사람들, 직원들의 인적사항 등을 메모해 뒀다. 메모 습관은 1986년 포항제철소에서 광양제철소로 옮긴 이후 빛이 났다. 현재의 1열연공장은 건설 단계에서부터 그가 그동안 메모해 둔 경험이 그대로 녹아 있다. ●정년 전 자신의 정보 회사 DB화 꿈 현장 경험으로 기록된 데이터들은 품질과 설비를 개선할 수 있는 아이디어로 창출돼 현장 작업률을 끌어 올리는 데 기여했고, 지난해 1열연공장 현장 작업률은 92.4%로 세계 신기록을 쌓았다. 작업공정의 효율 극대화로 지난해 614만 5000t을 생산, 전 세계 350여개의 열연공장 가운데 최대 규모를 달성했다.500만t 생산설비를 추가 투자 없이 작업공정의 개선만으로 이같은 업적을 일궈내 회사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광양제철소로 옮긴 이유가 고향이 가까운 것도 있었지만 주임이나 반장이 되고 싶어서였다. 포항제철소에는 선배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들보다 먼저 공장장이 됐다. 그는 2009년 3월이면 정년을 맞아 회사를 떠난다. 그때까지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데이터를 회사의 공용 데이터(EDMS)에 저장하고 자신은 후배 근로자들에게 희망을 심어 주는 전문강사가 되는 게 꿈이다.“열정과 좋은 습관으로 자기의 가치를 높이면 성공의 길은 열린다는 것을 전해 주기 위해서….” 광양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어린이 책꽂이]

    ●식민지 소년(김하기 지음, 청년사 펴냄)가난한 식민지 소년 ‘나’ 김덕경은 일장기가 걸린 학교에 다니게 된다.‘나’는 소 치고 고기 잡고 황새알 훔치며 놀던 시절이 그립다. 일본 사무라이로 만들어주겠다며 약장수가 씌워준 일본 삿갓은 눈앞의 세상을 캄캄하게 한다. 분단문학 작가로 잘 알려진 지은이가 담백한 웃음과 저릿한 아픔으로 그린 성장소설.8800원.●청소년 경제수첩(크리스티아네 오퍼만·한대희 지음, 신홍민 옮김, 양철북 펴냄)생산과 소비, 저축과 투자, 국가 경제와 세계 경제 등 경제 전반을 91가지의 물음으로 압축했다. 유명 연예인이 홍보하는 교복의 광고비는 누가 지불하는 걸까, 유명 브랜드의 청바지가 할인판매를 하는 이유는 뭘까 등 청소년들이 궁금해하는 생활경제 이야기를 담았다. 주식과 투자, 부동산 투기, 유럽연합과 지역화에 대한 이야기도 현장성이 강하다.9000원.●행복, 그게 뭔데?(베르트랑 페리에 지음, 이선주 옮김, 도서출판 낮은산 펴냄)겉보기에는 멀쩡한 가정이지만 주인공 소년은 가정폭력과 아동학대로 속이 곪아 들어간다. 부모와 자식 간에는 험한 말이 오가고 소년은 점점 자기만의 공간으로 침잠해 들어간다. 어른들은 불편해할 묘사가 많지만 작가는 여러 시민단체를 통해 수집한 아동학대 사례를 바탕으로 소년의 심리를 세밀하게 따라간다.9000원.●어른이 되면 괜찮을까요?(스티안 홀레 지음, 이유진 옮김, 웅진주니어 펴냄)여섯살 난 주근깨투성이 가르만. 이제 막 삶에 발을 내딛는 가르만은 자전거도 못 타고 글도 잘 쓸 줄 모른다. 그러나 여름이 되면 학교에 가야 한다는 사실에 겁이 난다. 그런데 어른인 할머니, 아빠, 엄마에게도 겁이 나는 게 있다는데…. 사진과 그림을 활용한 포토몽타주 기법의 그림이 환상적이다.9000원.
  • [한나라당 경선후보 정책 검증] 양캠프 공약수립 어떻게 하나

    [한나라당 경선후보 정책 검증] 양캠프 공약수립 어떻게 하나

    한나라당 이명박·박근혜 대선 경선 후보의 공약이 차이를 보이는 만큼 공약이 만들어지기까지의 메커니즘도 다르다. 공약을 만드는 스타일도 판이하다. ●이 캠프 ‘방사형(放射形)’, 박 캠프 ‘직선형’ 캠프의 구성부터 다르다. 이 캠프의 자문그룹이 후보를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퍼져 있다면, 박 캠프는 후보를 정점으로 경로가 단일화된 구조다. 이는 공약 작성 스타일의 차이로 이어진다. 이 후보의 공약이 ‘대운하’,‘747’ 등 프로젝트 식이라면, 박 후보의 공약은 ‘줄·푸·세’를 줄기로 잔가지를 뻗듯이 세분화됐다. 두 후보 캠프는 모두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사이에 정책팀을 본격 가동했다. 이 후보의 경우 국제정책연구원(GSI)과 바른정책연구원(BPI)이 양대 외곽 싱크탱크다. 이와 별도로 캠프 내 정책팀은 정책기획위원회와 정책자문위원회로 나뉜다. 윤건영 의원과 강만수 전 재정경제원 차관이 각각의 중심에 있다. 강 전 차관은 ‘747’ 아이디어를 낸 장본인이다.‘한반도 대운하’는 장석효 전 서울시 부시장이,‘국제과학기업도시’는 민동필 서울대 교수가 주도했다. 이 캠프의 장수만 정책기획단장은 13일 “초기에는 수많은 정책자문단이 있었고 심지어 후보와 ‘직거래’하려던 팀도 있었지만, 지금은 일원화됐기 때문에 정책의 일관성 유지에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비하면 박 후보 캠프의 자문그룹은 일찌감치 정리된 편이다. 올해 초 만들어진 정책자문회의는 개별 자문그룹별 견해차를 정리하기 위해 각 그룹의 대표가 모여 만들었다. 초기에는 경제 분야에 집중했으나 지금은 모든 분야의 정책을 만들어낸다. 자문회의 내 핵심 멤버들로 ‘정책기획총괄팀’이 구성돼 있고, 유승민·이혜훈 의원, 서강대 김광두 교수, 연세대 김영세 교수, 성균관대 안종범 교수, 이재만 보좌관이 참여한다. 캠프 안에선 정책메시지총괄단장을 맡고 있는 유승민 의원이, 캠프 밖에선 ‘서강학파’의 좌장격인 남덕우 전 총리와 김광두 교수가 정책을 조율하는 셈이다. ●이 후보 ‘공격형´, 박 후보 ‘신중형´ 후보의 공약에는 경험과 철학이 깔려 있다. 이 후보는 가난했던 유년기의 경험이 공약 수립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 캠프의 김영우 정책기획위 정책홍보단장은 “신혼부부에게 주택을 지원하겠다는 공약도 후보가 신혼시절 잦은 이사로 고생한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소개했다. 박 후보는 어머니를 대신해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던 경험이 ‘신중함’과 ‘꼼꼼함’으로 나타난다. 박 캠프측 김광두 교수는 “후보는 신뢰성을 중시해 실현 가능성 없는 공약은 마다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두 후보는 캠프의 정책팀과 토론할 때도 다른 스타일을 보인다고 한다. 이 후보는 공격적인 질문으로 토론을 주도한다. 캠프 관계자는 “후보가 신랄하게 비판할수록 관심있는 아이디어라고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박 후보는 주로 듣는 스타일이고, 꼼꼼하게 메모하다 부드럽게 의견을 개진한다. 박 캠프 관계자는 “언론에서 ‘수첩공주’라고들 하는데, 자신과 의견이 다르면 강하게 밀어붙이기도 한다.”고 전했다.
  • 여자들의 백 속엔 무엇이 들어있나

    여자들의 백 속엔 무엇이 들어있나

    『「핸드백」은 무조건 존경하라』- 죽어라 하고 벌어다 올리는 월급의 관제탑인 때문이다.「핸드백」이 요새 구설수를 입고 있다. 모모하는 양장점에서 날치기당한 어느 여성의「핸드백」에 수백만원어치가 들어있었던 것. 뿐만아니라 많은 여성들이 날치기당한「백」을 경찰이 압수해보면 신분에 어울리지 않게 어마어마한 내용들이었다는 사실이 새삼 고개를 들고 화제에 오르내리고 있다. 때로는 거액의 금품들어…오토바이 날치기도 등장 여성 필수용품 가운데「핸드백」을 빼놓을 수는 없다. 알쏭달쏭한 약품에서 (소화제·감기약·피임약 따위) 화장도구, 휴지,「메모」용지, 하루 용돈, 머리빗, 심지어는 땅콩,「검」, 오징어다리까지 먼지를 뒤집어 쓴채 뒹군다. 그런가하면 수백만원짜리 보증수표가 엎드린 당당한 금고가 되기도 하고 번쩍거리는 보석반지의 보관처도 된다. 반면 건실한 여성용품 구실을 제대로하는 경우가 물론 대부분. 말하자면「핸드백」은 소유자의 개성, 품위, 재산정도 등을 가늠할 수 있는「바로미터」인 셈. 밝혀진 바로는 우리나라 여성 가운데서 최고액「핸드백」은 지난달 2일 T미장원에서 털린것. 비취백금반지(싯가1백만원)와 현금·보증수표등 3~4백만원어치였다. 인기배우 문희(文姬)양은 30만원짜리 백금진주반지를 털렸고,「샤넬」양장점의 경우는 모두 3백15만원어치. 이쯤되면「핸드백」은 거액금고. 날렵한 솜씨로「핸드백」을 들치기했던 박정자(朴貞子·27) 채길자(蔡吉子·26)여인의 솜씨는 명성을 이미 획득했고, 그보다도 여성들이 주의할 것은「오토바이」날치기들. 요즘「오토바이」의 수요증가로 서울시내에 운행대수가 상당히 늘었는데 그들중에는 여성들의「핸드백」만을 노리는 고속 도둑들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된다. (1) 걸어갈 때는 절대로 차도쪽을 걷지 말고 안쪽으로 갈 것 (2) 건널목에서 신호대기중에는「핸드백」을 팔에 걸치거나 행인들의 뒤쪽에서 기다릴 것 (3)「핸드백」은 언제나 차도의 반대쪽 손에 들 것 (4) 한산한 큰길가를 걷지 말 것-어떤 여성이 들려주는 주의 사항이다. 또 호젓한 밤길을 노리는「핸드백」날치기는「백」만 빼앗는게 아니라 가냘픈 여성을 때려 뉘기까지 하니 무섭다. 요 조심!「핸드백」 손재수도 그렇지만「핸드백」은 여성의「프라이버시」-. 그 「프라이버시」를 날치기 당한다는게 더욱 부끄러운 일이다. 연예인「백」엔 거의 화장품…출연료등 수표있을 때도 그러나 악의에서가 아니라도 그속을 들여다보고 싶은 호기심이 없지도 않은데…. 다음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공개한 각계여성의「핸드백」목록…. 문희(24·영화배우)양= 대소 60여개의「핸드백」을 갖고있다. 이번「샤넬」양장점에서 잃어버렸던 진주반지(싯가 30만원가량)는 그날 영화촬영용으로 쓰고「핸드백」속에 빼넣었던 것.「액세서리」를 사랑은 하지만 달고다니는건 별로 좋아 하지않아 자연「백」속에 넣고 다닌다. 화장품은 화장「케이스」에 넣고 돈은 안가지고 다닌다.「백」속에는 손수건 2장, 안약(촬영용으로 우는 장면을 찍을 때 쓰는)정도가 상비품. 오현주(디자이너)씨= 그날의 기분이나「스케줄」에 따라「핸드백」의 모양은 달라지지만 내용물은 언제나 비슷하다. 「립·스틱」2개(자주색·분홍색)「아이·라인」「파운데이션」「마스카라」물연지「아이섀도」「그레이스·페인트」등 화장품 계통이 단연「톱」.「머플러」(나일론제품)손수건 2장, 가죽장갑, 수첩(단골 손님 전화번호가 까맣게 적힌)「볼·펜」2개, 명함 1개(그날 처음 온 손님에게 받은 것), 복권 1장, 현금 4천2백원, 그리고 못쓰게 된「거들」(?) 1개. 최지희(崔智姬·배우)양= 유행따라 산 것이 1백여개. 요즘은 까만 가죽의 끈이 긴「백」을 어깨에 걸치고 다닌다. 현금은 용돈으로 1만원쯤. 출연료가 수표로 나오니까 때에 따라서는 몇십만원 들어 있을 때도.「루즈」, 간단한 눈화장기구, 향수, 손수건이 내용물. 때에 따라서는 귤,「검」같은 식용품이 들어 갈때도 있는데 그만큼 큼직해서 편리하다. 미국서 사온「백」인데 장식이 좀 까다로와서 방범용으론 안성마춤. 이영숙(李英淑·가수)양= 악보와「레코드」를 넣을 수 있는「수트·케이스」가「핸드백」대용. 예쁜「백」이 나오면 사두지만 실용성이 없어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수트·케이스」속에는 화장품 일체가 구비돼 있다. 무대용 의상도 2,3벌. 돈은 손지갑에 넣는데 용돈 4,5천원. 이밖에 성대보호용 약품과 비상용 상비약 몇가지.「핸드백」이 의상실 약방 화장대를 모두 겸하고 있다. 신미림(辛美林·한식집「마담」)씨= 긴 끈이 달린 검정「핸드백」. 돈지갑 1개, 「콤팩트」1개, 향수 3병,「라이터」4개, 손수건 1장,「브로치」1개,「엑스포70」「메달」1개,「이어링」1쌍, 머리「핀」3개, 명함 20장 가량. 돈지갑속에는 10만원권 수표1장, 현금 5천원. 길을 다닐때 차도 가까이 다니거나 차도쪽 손에「핸드백」을 쥐지 말라는 당부. 왜냐하면 요즘「오토바이」타고「핸드백」날치기하는 불량배가 있다는 것. 박초선(朴招宣·국악인)씨= 길이 40cm가 넘는 검은색 대형「핸드백」. 안에는 화장도구, 손거울, 흰장갑, 손수건, 휴지 등. 특색있는 것은 창을 부를 때 손에 쥐는 큼직한 부채가 두자루. 소형「노트」가 두툼해서 살짝 펴보니까 할아버지가 전해주었다는 판소리 가사가「잉크」로 가득 쓰여있다. 제일 소중한 물건이「노트」여서 특별히 큼직한「나일론」보자기에 싸여 모셨고. 각계인사가 보내온「프로그램」과 초대장이 몇장.「핸드백」속에 들어 있는 조그만 돈지갑에는 돈이 4천7백원. 웬돈이냐니까 스승 김여란(金如蘭)선생을 찾아가는데 과일이나 좀 사가지고 갈 예정이라고. 그러나 보통때 용돈도 늘 이 정도는 되는듯한 눈치다. -피임약은? 혼자사는 사람이니까 그런 약은 필요없다면서 눈이 찢어지게 흘겨댄다. 여행원은 빳빳한 돈넣어…기자 백속엔 귀금속 없고 윤경희(尹京姬·은행원)양=「립·스틱」에서부터「콤팩트」그리고 머리「핀」3개, 빳빳한 새돈 5백원권이 7천원. 다음 10만원짜리 적금 통장이 1권. 엽서가 3장, 주민등록증과 행원증, 마지막으로「미니」옷솔과 까만 손도장 1개. 김재숙(金在淑·여기자)씨= 기자라는 직업 탓인지「백」이 크다. 안은 3칸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우선 좌·우칸부터 보면-「세므」장갑, 손수건,「머플러」,원고지(10장), 수첩,「검」봉지(알맹이는 없고 껍데기만), 모사회단체 행사안내「팸플리트」,휴지,「볼·펜」「헤어·브러시」동전 1개(10원짜리)등. 귀중칸인 가운데「지퍼」를 열면-작은 돈지갑(지갑 속에는 10원짜리 지폐 2장), 향수병, 화장「케이스」(속에는「루즈」,「콤팩트」,「콜드」,「파운데이션」)「샴푸」(치약형의「주브」로 된 것), 명함 4장(모두 저명인사), 열쇠 2개, 도장, 신분증, 지갑(속에는 주민등록증, 기자증과 일금 3천7백40원), 반지, 목걸이 등 값나가는 물건은 없다. 이상의 물건들이 5천원 주고 샀다는「핸드백」속에 차곡히 들어찼는데 돈으로 환산해보면 2만원미만. 이「핸드백」속에 최고로 담았던 돈은 20만원(곗돈 탔을 때) 평균 한달에 한번씩「핸드백」속을 정리한다는데 공개를 하고나서 『어휴! 굉장히 많이 들어 있구나!』하고 본인도 새삼 감탄. [선데이서울 70년 12월 20일호 제3권 51호 통권 제 116호]
  • [김미라교수의 부모들을 위한 교육특강] (15) 시간관리(하)

    [김미라교수의 부모들을 위한 교육특강] (15) 시간관리(하)

    할 일은 많고 시간은 적은데…. 그런데도 왜 자꾸 일을 뒤로 미루는 것일까요? 현대인들은 할 일에 비해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빨리 빨리’라는 시간 조급증을 나타내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이런 세태를 반영하는 것이 ‘속성’,‘단기완성’,‘한 달 만에 끝내는’ 등의 선전 문구일 것입니다. 물론 실제로 주어진 시간 내에 해 내기에는 무리인 과도한 업무 때문에 힘들어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만 짜임새 없이 일을 처리하기 때문에 시간이 부족한 경우도 상당수 있습니다. 시간을 밀도 있게 사용해 시간 조급증을 나타내지 않게 하려면 먼저 시간 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엉성한 시간 계획표가 아니라 제대로 된 시간 계획표를 작성해야 하겠지요. 요사이 시중에 나가보면 ‘플래너’라고 부르는 시간 관리를 잘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도구가 다양하게 나와 있습니다. 예전에는 수첩에 각자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시간 관리를 했다고 한다면 시간 관리를 잘 하는 것이 인생의 성공과 실패를 상당 부분 결정짓는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부터는 체계적이며 효과적으로 시간 관리를 가능하게 해주는 플래너가 널리 사용되고 있는 것이지요. 플래너 등의 도움을 받아 제대로 된 시간 계획표를 작성했다고 해서 시간 관리가 완성된 것은 아닙니다. 시간 관리의 최대의 적은 엉성한 시간 계획표가 아니라 ‘지연 행동’입니다. 지연 행동이라는 것은 제 시간에 해야 할 행동을 하지 않고 뒤로 미루는 미적거리기를 말합니다. 엉성한 시간 계획표라고 해도 중요하고 긴급한 것을 미루지 않고 할 수 있다고 한다면 시간 관리를 그렇게 못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미적거리는 것일까요. 지연 행동을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수면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입니다. 계획대로라면 아침 6시 기상인데 늦잠을 자 7시에 일어나게 되면 그 때부터라도 정해진 스케줄대로 일과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은 애초부터 틀렸으니 내일부터 계획대로 살아야지.’라며 대충 그날을 보내는 사람들이 지연 행동을 많이 합니다. 늦잠 다음으로 사람들이 미적거리는 지연 행동을 하는 이유는 사람들 각자가 자신의 마음속에 품고 있는 열등감 때문입니다. 열등감과 미적거리기, 미적거리기와 그에 따른 시간 관리의 실패 간에는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일까요. 사람들은 어떤 일을 수행할 때 실패가 필연적이거나,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그 사람만큼의 성과를 낼 수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될 때 지연 행동을 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일을 만족스럽게 진행할 수 없을 만큼의 시간이 될 때까지 일의 시작을 미룹니다. 즉 미적거리는 행동의 기저에는 자신의 능력에 대해 확신이 없거나 실패를 자신의 능력 부족이라고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열등감이 자리잡고 있는 것입니다. 마감 시간에 임박해서야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일을 처리해 놓고는 일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에 대한 그럴싸한 변명거리로 시간 부족을 이야기합니다. 제대로 일을 완수하지 못하는 것은 자신이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핑곗거리로 자신을 보호합니다. 더 나아가 비록 과업자체는 다소 질이 떨어지지만 시간 계획을 세워서 집중적으로 한 가지 일만을 완수한 사람보다 다양한 일을 더 많이 했다고 합리화하기도 합니다. 열등감과 관련된 지연 행동을 부모·자녀 관계와 관련시켜 살펴본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지나치게 허용적인 부모이거나 지나치게 엄격한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에게서 미적거리기가 더 흔하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자녀들이 시간 계획을 잘 못하거나 자꾸 미루는 행동을 한다면 그 행동 자체를 나무라기보다는 자녀들 마음 속에 어떤 열등감이 얼마만한 크기로 자리잡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세요. 그래야만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는 진정한 원인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 박채란 동화 ‘까매서 안 더워?’

    “너 때문이 아니야. 진짜 나쁜 건 모든 게 네 탓이라고 믿게 하는 사람들이야.” 성완이는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의 ‘국경없는 마을’에 산다. 하굣길에 같은 몽골인인 찌루를 만난 성완이는 몽골말로 수다를 떨 생각에 입이 벌어진다. 노는 데 정신이 팔린 두 아이를 낯선 남자들이 유심히 지켜본다. 그들은 때마침 집으로 들어가던 성완이네 엄마에게 신분증을 요구한다. 엄마는 죽을 힘을 다해 뛴다. 길가에는 ‘불법체류자 집중단속기간’이라고 쓰인 현수막만 펄럭인다. 성완이는 모든 게 자기 때문이라며 입을 닫고 만다. 아이들의 등하굣길을 미행해 불법 체류자를 단속하는 모습은 이주노동자 아이들에게 지워진 삶의 단면이다. ‘까매서 안 더워?’(박채란 글, 이상권 그림, 파란자전거 펴냄)는 생김새가 다른 친구와의 차이를 품어안으며 커가는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아이들 속에 자리잡은 편견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읽는 사람 스스로의 ‘인권 점수’를 매길 수 있게 한다. 검은 손 안에 하얀 만물수첩을 들고 다니며 너스레를 떠는 동규는 “넌 까매서 안 덥잖아.”라는 친구의 날선 말에도 화 대신 웃음을 보인다. 미국에서 살다온 민영은 누구보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상처를 잘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하루도 빠짐없이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티나가 따돌림을 당할 때도 선뜻 손을 내밀지 못하는 자신이 미워지곤 한다. 1년간 곳곳에 있는 외국인 마을을 드나들며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작가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시각도 바뀌고 정책도 만들어졌지만 마음의 장벽은 그대로이고, 그건 누구보다도 작가 자신의 문제일지도 모른다고 토로한다. 8500원.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신진작가 10명의 ‘열’전

    “학교에서 배운 것보다 훨씬 생동감 있고 실질적이어서 좋았어요.(권경환)”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운영하는 인사미술공간이 올해로 3회째 신진작가 10명을 배출했다. 서울 원서동 인사미술공간에서 열리고 있는 ‘열’전(8월26일까지)에는 1977년생부터 1983년생까지 그야말로 풋풋한 ‘새내기’ 작가 10명이 수줍게 열정을 드러낸다. 인사미술공간은 워크숍을 통해 2005년부터 ‘미술계에서 전업작가로 살아남기 위한 필수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미술대학과 큐레이터 등으로부터 추천받은 작가 25명 가운데 10명을 뽑아 넉 달간 ‘신진작가수첩’ 워크숍을 진행했다. 포트폴리오 작성법, 글쓰기의 실제, 국내외 레지던시(작가 입주 창작 프로그램) 활용, 지원금 신청서 작성요령 등 학교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살아 있는 교육이다. 인사미술공간의 강성은 큐레이터는 “인맥에서 벗어나 공공기관에서 제도적으로 작가들이 성장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한다는 취지”라고 프로그램의 의의를 설명했다.지난 2005년 신진작가수첩에 참여했던 김보민은 이제 홍콩 크리스티경매, 스페인 아르코 아트페어 등에서 활약하는 국제적인 작가가 됐다. 또 2006년 참가한 진기종은 아라리오 갤러리 전속작가가 됐고, 안정주는 핀란드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이제 막 미술계에 조심스레 발을 내딛는 작가들의 재기발랄한 작품은 한국 미술의 미래를 가늠해 보게 한다. 올해 신진작가수첩에 참여한 권경환(30)은 인터넷으로 내려받은 검은 화면에 흰색 연필로 미사일의 불빛과 하얀 연기를 그려넣은 사뭇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 바로 그 지점에서 작가의 상상력은 빛을 발한다. 이소정(28)은 한지 바탕에 수묵으로 그린 ‘나는 엄마에게 물었습니다’라는 작품을 냈다. 스스로 ‘마마걸’이라고 고백하는 작가는 이를 통해 한국 성인 여성이 겪는 억압을 표현한다. 이밖에 관광엽서나 관광객의 비디오를 편집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거나(함혜경), 아바타 그림 위에 불투명 유리를 씌운(손서현) 작품도 눈길을 줄 만하다.(02)760-4722.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불교계 불기 논란에 ‘끙끙’

    ‘받아들여야 하나, 무시해야 하나?’ 불교계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다름아닌 불교의 연대표시인 불기(佛紀)의 공용표기 채택 때문이다. ●한국만 세계공용불기보다 1년 빨라 한국 불교계는 올해까지 ‘불기 2551년’을 고집해왔으나 내년 5월17∼18일 세계 각국의 불교학자와 단체들이 총집결해 동국대에서 열리는 제4차 불교학결집대회가 세계 공용불기인 ‘2551년’을 공식 채택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혼란을 빚고 있다. 이에 앞서 세계불교도우의회(WFB) 한국지부는 오는 10월 개최할 올해 ‘WFB 국제콘퍼런스’의 불기를 ‘2550년’으로 이미 결정해놓았다. 불교계는 세계 공용불기보다 1년 앞선 불기를 써온 관행을 모두 없애고 새 공용불기를 사용할 경우 종단의 모든 행사와 문건을 비롯해 일반 신도들의 신행에서도 큰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에서 선뜻 공용불기 사용을 결정짓지 못하는 눈치이다. ●불교계 “달력·수첩 이미 주문해 놨는데…” 조계종을 비롯해 태고종 천태종 등 각 종단은 종회와 총무원 등의 의견 조정을 거쳐 공용불기 채택여부를 결정해야 하지만 아직 별 다른 움직임이 없다. 조계종 총무원의 관계자는 “새 불기 채택은 한국불교의 역사를 다시 써야 하는 중요한 문제인 만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세계 불교학결집대회에서 결정된다면 각 종단에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았다. 조계종을 비롯한 각 종단은 대부분 이미 제작에 들어간 달력·수첩이나 내년 행사의 불기를 기존 불기로 표기한 점을 볼 때 내년부터 당장 공용표기를 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학계 “명백한 잘못… 빨리 바로 잡아야” 그러나 학계는 이와 관련해 조금 다른 입장을 갖고 있다. 우선 세계 각 불교국가들과는 달리 한국이 유독 한 해 앞선 불기를 쓰고 있고, 이 잘못된 불기가 한 불교계 신문의 오기에서 비롯됐다는 점이 밝혀진 이상 공용표기 채택을 미룰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그동안 국내에서 열리는 불교관련 국제학술대회에서는 불기로 인한 해외학자들의 혼동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불기 아닌 서기를 써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중국을 비롯한 인접국가에서 한국의 불기를 그대로 따라 쓰면서 불기 오류의 악영향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제4차 불교학결집대회장인 이평래 충남대 명예교수는 “일부 종단과 사찰에서 이미 공용표기를 쓰는 만큼 더 큰 혼란을 막기 위해 불교종단협의회가 진지하게 의견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불기(佛紀) 부처의 열반 연도가 정확하지 않아 오랫동안 의견이 분분하다가 세계 불교국가들이 1957년 네팔 카트만두에서 개최된 WFB에서 1957년을 불기 2500년으로 계산하는 공통불기 사용을 결의했다. 한국도 1966년 조계종 임시중앙종회에서 ‘불기 2500년’설이 채택된 뒤 불교계 전체로 퍼졌다. 그러나 1970년 9월 한 불교 교계지가 1년이 더해진 불기를 잘못 쓰면서 지금처럼 다른 나라보다 한해 앞서가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최근 확인되었다.
  • 국정원,14개부처 정보접근可

    국정원,14개부처 정보접근可

    국가정보원은 17일 국정원이 정보 접근권을 갖고 있는 14개 정부부처의 17개 정보항목을 공개했다. 국정원이 확보할 수 있는 개인정보는 토지·건물·세금은 물론 병적 자료와 여권발급 기록, 전과기록까지 포함돼 있다. 국정원이 밝힌 14개 기관은 과학기술부, 건설교통부, 검찰청, 경찰청, 국방부, 국세청, 기상청, 법무부, 병무청, 소방방재청, 외교통상부, 중앙인사위원회, 해양수산부, 행정자치부 등이다. 이 가운데 과기부의 원자력재난관리 자료, 검찰의 공안사건 기록, 경찰청의 수배. 범죄경력 및 공안 보안사범 기록, 국방부의 대공인물 자료, 기상청의 국가지진정보 자료, 법무부의 출입국 기록, 소방방재청의 국가안전관리 자료, 외교부의 여권발급 기록, 해양수산부의 선원수첩발급자 및 선원선박 기록 등의 정보는 국정원이 해당 부처 ID를 이용해 직접 전산망에 접속할 수 있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대선주자 25시] 손학규 前지사

    [대선주자 25시] 손학규 前지사

    17대 대선이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여야 대선 주자들의 비전과 자질을 진단해 보는 시리즈를 9일부터 연재한다. 출마 선언이 속출하고 있는 범여권의 경우 동선을 밀착 취재하는 방식으로 주자들의 면모를 알아본다. 반면 경선 구도가 일찌감치 정립돼 동정 보도가 상대적으로 많았던 한나라당 주자들은 심층 인터뷰 형식으로 다룬다. 일정한 순서 없이 주자들의 일정상 먼저 취재가 이뤄진 순으로 보도한다. “어제 탄광에서 진짜로 일을 할지 사진만 찍고 갈지, 거기 계신 분들끼리 내기했다는 얘기 들으셨나요?” “그랬대?그냥 그러려니 하지 뭐.” 지난 6일 한우 농가를 찾은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와 함께 축사 주변을 청소하면서 연방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농가 일손 돕기에 나선 그의 태도는 사뭇 진지했다. 질문에 대답할 여유는커녕 허리를 펴고 이마의 땀을 훔칠 시간도 없어 보였다. 결국 이날 오전에는 함께 말없이 소의 ‘그것’만 치울 수밖에 없었다. ●두번째 민심 탐방에 나서다 “막걸리는 안 주시나?” 전북 김제시 금구면 옹지리의 한 한우 농가에서 오전 내내 일을 한 손 전 지사는 농기계 창고 안에 차려진 밥상 앞에 앉자마자 막걸리부터 찾았다. 지난해 100일 민심대장정을 했던 터라 그런 모습이 어색하지 않았다. 어디선가 막걸리가 등장하자 이번에는 주민들을 하나하나 붙잡고 얘기를 듣고 받아 적기 시작했다. 어느새 수첩이 마지막 페이지를 드러냈다. 그가 이날 대충대충 일하지 않았다는 것은 밥을 먹는 순간 확실해졌다. 허옇고 가는 팔뚝으로 정신노동이 육체노동보다 힘들다고 ‘우겨대는’ 도시인들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꿀맛 같은 밥맛을 손 전 지사는 느끼고 있었다. 당초 손 전 지사와 함께 일도 하고 막걸리에 새참을 나눠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민심 탐방 때와는 분위기가 달라져 있었다. 하루 종일 무작정 일손만 돕고 있기에는 손 전 지사에게 쏠리는 관심과 기대치가 높아 보였다. 농장을 떠나 부안군민과의 대화, 이어 새만금을 돌아보는 공식 일정 이후에도 손 전 지사는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민주당 대표 만나는 게 잘못됐냐” 밤 9시가 다 돼서야 손 전 지사와 마주 앉을 시간이 생겼다. 시끄러운 범여권 대통합 논의를 피해서 지방으로 내려온 것 아니냐고 묻자 “작년에 대장정 하면서 틈틈이 민심과 국민 생활을 직접 나누는 걸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생활속에서 정치의 과제를 찾고 내 자신의 다짐을 하려는 것”이라며 지방 순회의 의미를 설명했다. 손 전 지사는 민심 탐험 중이었던 지난 4일 잠시 상경해 대선 주자 6인 연석회의에 참석하고 중도통합민주당 박상천·김한길 공동대표와 만났다. 이를 두고 ‘양다리’라고 보는 시각에 대해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대통합의 중요한 한 축이 될 수 있는 (통합)민주당 대표를 만나는 게 잘못됐다고 하는 건 무슨 논리냐.”고 항변했다. 또 그는 “(통합)민주당은 워낙에 대통합이란 단어를 쓰기 싫어했지만 나하고 얘기하면서 처음 대통합 얘기를 한 것”이라며 그날 만남에 대해 서로의 이견을 확인한 것 이상의 의미를 부여했다. 대통합이 잘 안 될 경우 통합민주당에 단독으로 입당할 수도 있냐는 질문에 그는 “쓸데 없는 소리하지 말라.”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어 그는 “내가 후보가 안 돼서 안달이냐. 후보 자체를 못 해서 기웃거리는 거냐.”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현재 범여권 통합의 핵심 쟁점인 열린우리당과 당대 당 통합에 대해서는 “내가 그런 것을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는 “뭐는 되고 뭐는 안 되고 누구는 되고 안 되고 하나하나 따지다 그게 뭐가 되겠냐.”라면서 배제론을 반대하는 듯했다가도 “과거의 기존 여권을 얼기설기 해서 대통합이라고 하면 국민들이 정권을, 나라를 맡기겠냐.”라고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 ●범여권 주자로 강한 자신감 손 전 지사에게 범여권 주자로서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탈당 문제에 대해서는 “(탈당한 게)뭐가 잘못됐냐.”고 오히려 되물었다. 그는 “이 나라를 선진국으로 만들고 한반도 통일의 길을 만드는 것을 한나라당의 지금 후보는 잘 못하고 내가 할 수 있는데, 한나라당은 나한테 기회를 안 주는데 어떡하냐.”면서 “(범여권 주자 중에서도)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손 전 지사가 범여권의 후보가 된다고 하더라도 결국 한나라당 1등과 3등이 대결하는 것 아니냐, 승산이 있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한나라당 후보와 선진평화세력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다른 것”이라면서 “씨름판에서 셋째, 넷째 했다고 컴퓨터 산업에서도 그러는 게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 오픈 프라이머리에 확실히 참여하냐는 질문에 “(경선룰 대리인 모임)합의서에 (그런 내용을)써 왔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전국 순회 일정 이후 향후 계획에 대해 묻자 “정치스케줄이 상당히 빡빡하게 돌아갈 테니까 내 개인적인 자유가 없을지도 모르겠다.”며 범여권 통합 과정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나갈 것을 시사한 뒤 다음 약속 장소로 이동했다. 부안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이하나 “벌써 종방 후유증 걱정”

    이하나 “벌써 종방 후유증 걱정”

    MBC 수목 미니시리즈 ‘메리대구공방전’이 이제 2회만을 남겨두고 있다.7월 5일이 마지막 방송. 청춘백수의 삶을 밝게 그린 이 드라마는 시청률은 높지 않지만, 마니아 팬을 형성할 정도로 젊은 층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주인공 메리역을 맡아 한껏 발랄한 매력을 선보이고 있는 이하나를 만나기 위해 지난 23일과 25일 이틀에 걸쳐 촬영현장을 찾았다. 이하나는 하루 25시간으로도 부족할 만큼 바쁜 일정이지만, 흔쾌히 쉬는 시간을 쪼개 인터뷰에 응했다. “니가 내 마음 속에서 없어지질 않아. 너무 보고 싶었어. 니가 너무 좋아.” 지난 21일 12회 방송에서 이렇게 울먹거리며 어렵사리 대구(지현우)에게 진심을 고백했던 메리(이하나)가 이제는 하늘로 날아갈듯 환한 웃음을 짓는다. 23일 오후 효창공원을 찾았을 때, 이하나는 13회 촬영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대구와 정식으로 사귀게 된 메리가 달리는 자전거 뒷좌석에서 대구의 넓은 등에 얼굴을 묻고 행복을 만끽하는 장면. 고동선 감독의 오케이 사인이 떨어질 때까지 자전거를 이끌고 언덕받이를 몇 번이나 오르락내리락 해야 했지만, 두 배우는 전혀 힘든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첫 주연 맡아서 힘든 점이요? 분량이 늘어나서 잠이 줄어든 거요. 밤을 꼬박 새우거나 2∼3시간밖에 못 자는 날이 많죠.” 하지만 처음 뮤지컬 배우 지망생인 메리역을 맡았을 때 수첩에 ‘이하나는 없고 메리는 있다.’는 말을 적어 넣었을 만큼, 단단한 각오로 시작한 작품이었다. 지금은 벌써부터 종방 후유증이 걱정될 만큼 메리와 이하나는 하나의 인물에 다름 없다. 슬픈 감정을 연기할 때도 정든 스태프와 헤어지는 장면을 떠올리면 금방 눈물이 흐른단다. “저와 메리가 닮은 점은 실수가 잦다는 거예요.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의욕이 넘치다 보니 창피한 일들을 많이 겪게 되죠. 다른 점은 제가 메리보다 ‘덜’ 낙천적라는 거예요. 늘 긍정적인 메리를 통해 제가 많이 배웠어요.” 메리가 자신에게는 참 감사한 존재라고 이하나는 말한다. 엄마와 싸워 펑펑 울음을 쏟다가도 “괜찮아. 하드 하나 사먹고 기운차리면 돼.”라고 말하는 메리의 모습이 마치 몸에 딱 맞는 옷인양 보이지만, 실제의 그는 사실 조용하고 말이 없는 편. “옛날에는 무대공포증이 있었어요. 남경읍 선생님의 도움으로 무대에 서는 연습을 하게 되면서 자신감을 얻게 됐지만, 처음에는 학생들 앞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어요.” 단국대 생활음악학과 2001학번인 이하나는 5년전 그때의 일을 아직 잊지 못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시련을 뛰어넘으면 인생에 작은 꽃이 피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이하나. 지금의 메리도 어쩌면 그때의 이하나가 피워낸 꽃망울인지도 모른다. 가수 오디션에서 숱하게 떨어졌던 그가 지난해 ‘연애시대’를 통해 배우로 데뷔한 뒤 3번째 작품만에 주역을 꿰차게 된 것도 이런 내공 덕분이었을 것이다. 25일 낮 남산 황제슈퍼 앞에서 이하나는 신나게 아르바이트를 하는 메리의 모습을 열연하고 있었다. 촬영 중간중간 함께 사진을 찍자는 팬들의 요구에도 선뜻선뜻 응하는 그의 모습은 전날 새벽 5시까지 강행군을 했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생기있어 보였다. “‘코미디의 왕’에 나오는 로버트 드니로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작은 목표지만 자신만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이 부러웠고 저도 꼭 닮고 싶어요.” 앞으로 코미디든 멜로든 진한 감동을 안겨 주는 영화를 찍어 보고 싶다는 그. 더 높은 곳을 바라보기보다는 그때그때 주어지는 현실에 충실하고 싶다는 이하나에게 마지막으로 꿈을 물어 보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말이 많지 않아도 취향이 비슷하고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이면 좋겠어요.(웃음)” 글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 너는 꼭 필요한 사람이다

    너는 꼭 필요한 사람이다

    글 정희재 모든 것은 완벽한 시간에 완벽한 방식으로 온다. 그 만남이 내 생애 몇 번째 면접이었을까? 학교를 졸업한 뒤 처음 가지는 자리였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직장 생활을 하다 또래들보다 2년 늦게 대학에 들어가, 1년의 휴학을 거쳐 졸업했으니 그해 봄 나는 나이가 어정쩡한 중고 사회 초년생이었다. 때때로 가슴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열기가 솟구쳤으나, 해질녘이면 막 진흙 반죽에 손을 담근 도예가처럼 난감하고 외로웠다. 내 손에 와 닿는 진흙의 감촉이 너무나 부드러워서 오히려 내가 빚어야 할 삶을 망쳐버릴 것 같아 불안했다. 그해 봄 어느 날, <샘이 깊은 물>이란 잡지에 인터뷰 기사를 써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았다. 졸업하고 처음 들어온 일이었다. 인터뷰를 진행할 유명인사는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단체의 수장이었다. 사진을 찍기로 한 최광호 선생님과 그날 처음 만나 인사를 나눈 뒤 약속 장소로 향했다. 비서의 안내를 받아 사무실로 들어설 때 긴장한 나머지 손바닥에 찐득한 땀이 배어나던 기억이 난다. 단체의 수장이었던 분은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들어가기 전 이른바 ‘얼음깨기’라고 부르는 대화 시간이 흘러가는 동안, 나는 가방에서 녹음기를 꺼내고 수첩을 무릎 위에 펼쳐 놓은 채 질문할 기회를 엿보았다. 그 분은 자신이 수학한 학교와 그 동안 사회에서 이룬 성취, 그리고 그 단체가 이룬 성과들을 들려주었다. 과연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단체를 성공적으로 이끌 만한 화려한 경력을 지닌 분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인터뷰 내용의 일부인지, 어떤 맥락에서 나오는 말들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더는 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해 수첩을 바투 끌어당기며 막 입을 열려고 할 때였다. 갑자기 그 분의 질문이 나를 향했다. “그런데 ○○씨는 어떤 글들을 썼죠?” 나는 세상 물정 모르는 젊은이의 천진함을 담아 대학을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럼 이게 ○○씨의 첫 인터뷰인가요?” 내가 그렇다고 답하자 실내에 정적이 흘렀다. 그 분은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책장에서 지금까지 자신의 기사가 실렸던 잡지를 몇 권 꺼내 해당 페이지를 펼쳐 보였다. 모두 이 나라를 대표할 만한 매체들이었다. 잡지를 뒤적이는 그 분의 손길이 친절함을 담고 있지 않다는 건 아무리 눈치 없는 나라고 해도 알 수 있었다. 그 분은 잡지를 탁, 소리나게 덮더니 말했다. “미안하지만 이 인터뷰는 할 수 없어요.” 나보다 더 당황한 사람은 최광호 선생님이었다. “경험은 없지만 잘하는 친구입니다. 한 번 기회를 줘보시죠.” 갑작스럽게 일어난 상황이기에 나는 마음이 얼어붙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분의 마음은 끝내 돌아서지 않았고, 이렇게 해서 나의 첫 사회 진입은 문턱을 넘기도 전에 좌절됐다. “선생님, 죄송해요. 괜히 저 때문에….” 나이보다 앳된 얼굴에 경험도 미미한 나야 그렇다 쳐도 최광호 선생님은 그런 홀대를 받을 분이 아니었다. 이미 일본과 미국에서 사진을 공부하고 돌아와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가진 사진가로 자리잡은 분이었으니까. 선생님은 자신도 몹시 언짢을 텐데 내 어깨를 툭툭 두들기더니 광화문의 한 찻집으로 데려가서 커피를 사주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잊히지 않는 질문을 던졌다. “문학을 공부했다고 했죠? 앞으로 어떤 글을 쓰고 싶어요?” 선생님은 정말 궁금하다는 듯 몸을 약간 기울여 내 대답을 기다렸다. 나는 고통이나 구원 같은 당시 몰두하던 문제들에 대해 말씀드렸다. 선생님은 따뜻하고 진지하게 한 젊은이의 말을 듣고 용기를 북돋워주었다. “꼭 쓸 수 있을 겁니다. 나는 믿어요.” 그날 나는 두 사람에게 질문을 받았다. “그동안 어떤 글을 써왔죠?”와 “앞으로 어떤 글을 쓰고 싶어요?” 라는 질문을. 비슷한 단어들의 조합인데도 그처럼 다른 에너지를 지녔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한쪽이 과거와 성취 중심이라면 다른 한쪽은 미래와 기대가 담겨 있었다. 사무실에서 퇴짜를 맞고 나와 바로 헤어지지 않고 커피숍으로 함께 가서 진심을 담아 물어주었던 일은, 과연 인간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긴 작업으로 유명한 최광호 선생님다운 배려였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이의 얼굴은 환하다. 그날 나는 최 선생님을 통해 인생에서 중요한 갈림길이 될 만한 ‘결정적 순간’이 존재한다는 오해를 풀었다. 인생이란 어느 한 순간에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다림이며, 가장 나다운 나와 만나는 먼 여정임을 이해한 것이다. 면접만 해도 그렇다. 면접장에 앉기까지 서류를 접수시킨 뒤 연락을 기다리고, 면접 날짜를 기다리고, 긴장한 대기자들과 함께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 설사 탈락하더라도 ‘완벽한 순간에 완벽한 방식’으로 다가올 기회를 기다릴 것. 새로운 것이 오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 법이니까. 최 선생님과의 만남이 준 선물 덕분에 그날의 일은 내 마음에 오래 그늘을 드리우지 않았다. 면접장. 그 장소만큼 우리가 간절히 뭔가를 얻기 위해 집중하는 곳이 있을까. 그곳처럼 내가 살아온 인생을 요약하기 쉬운 순간이 또 있을까. 선택과 배제의 권력을 가진 면접관 앞에서 나는 어느 하늘 밑에서나 있을 수 있으며, 내일은 내일 몫의 햇살이 비출 것이라고 믿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허점투성이 같은 내 자신을 사랑하기란 더더욱. 나의 스승은 말씀하셨다. 나에게서 받는 사랑이야말로 가장 크고 깊은 사랑이라고. 누군가에게 당신은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인정받아야 ‘쓸모’ 있는 인간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꼭 필요한 존재라는 확신이 있어야 ‘잘 쓰이는’ 삶을 살 수 있다고. 그 확신은 내 자신을 믿고, 재능이 꽃필 시간을 기꺼이 기다려주는 일부터 시작된다고. 이제는 면접장에 들어설 기회가 점점 드물어지겠지만, 꽃 피는 나무와 마주서거나, 몸을 부풀렸다 사라지는 구름장을 보거나, 누군가를 만나서 한 끼의 식사를 나누거나, 버스나 지하철에서 서로 발을 좁혀 설 때 나는 좀 더 확장된 면접장에 들어선 것임을 안다. 일상의 면접관들이 무엇보다 보고 싶은 것은 스스로를 사랑하는 이의 환한 얼굴이 아닐까. 자신에게 불친절한 순간과 마주칠 때마다 나는 면접관이 되어 묻는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어떤 삶을 살고 싶었는가.” 정희재 _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티베트인들과의 감동적인 만남을 경험한 후에 <티베트의 아이들> <나는 그곳에서 사랑을 배웠다> <당신의 행운을 빕니다> 등을 펴냈습니다. 월간샘터 2007년 6월호
  • [기획] 행복하세요

    [기획] 행복하세요

    [1] ‘나는 행복해’… 하루 3분 반복하라 글 최규상 한국유머전략연구소 소장 1991년 일본의 아오모리현은 연이은 태풍으로 사과가 90%나 떨어지는 큰 피해를 입은 적이 있었다. 너무나 큰 피해여서 거의 모든 농민들이 하늘을 탓하면서 한탄과 슬픔에 빠졌고 당장 먹고 살 문제에 직면한 농민들은 농촌을 떠났다. 하지만 오직 한 농민만이 “괜찮아, 괜찮아”라고 말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위로했다. 그는 아직도 떨어지지 않은 사과가 10%나 남았으니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매일 남아 있는 10%의 사과로 어떻게 이익을 남길까를 고민했다. 긍정적인 생각은 언제나 기적을 만들어내듯 그는 멋진 생각을 해냈다. 바로 사과들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번뜩 떠올랐다. 마침 대학시험 철이어서 그는 이 사과를 ‘떨어지지 않는 사과’라는 이름으로 수험생에게 팔기로 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태풍에도 떨어지지 않는 사과라는 홍보 문구는 기존 사과보다 10배나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날개돋친 듯 팔렸다. 후년에도 ‘떨어지지 않는 사과’라는 사과 브랜드로 수험생들에게 최고의 인기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이것이 바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합격 사과’의 전설이다. 태풍에 의해 떨어진 사과. 겨우 10%만 남은 사과는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 현실을 어떻게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이느냐가 행복과 불행을 결정짓는다. 헬렌 켈러는 행복한 인생을 위해서 “어두운 그림자를 보지 말고 등을 돌려 찬란한 해를 바라보라”고 말한다. 어두운 그림자는 제일 먼저 우리의 얼굴을 어둡게 만든다. “할 수 있다”, “잘 될 거야”라고 말하는 사람의 얼굴은 언제나 행복하다. 카네기는 매일 스스로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10초도 걸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나는 행복해, 나는 건강해, 나는 부자야”라는 말을 반복하기만 해도 행복감에 빠진다고 말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는 하루에 3분 정도 조용히 눈을 감고 이 말을 반복함으로써 행복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었다고 한다. 좋게 보는 것이 최고의 능력이라는 말이 있다. 이제는 좋게 보는 것이 최고의 행복의 조건이 되고 있다. 긍정적으로 좋게 좋게 세상을 바라보자. 그렇다면 내맘대로 행복해질 수 있다. [2] 남을 행복하게 하라 글 혜인스님 생활이 풍부하고 행복하게 사는 지름길은 모든 것에 감사하고 축복하는 마음이다. 마음의 눈을 열고 보면 이미 풍부하게 신덕 속에 살고 있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을지라도 과거는 이미 지나가 버린 것이다. 항상 지금이 시작이다. 때는 지금이다. 과거의 일에 연연해 하지 말고 항상 새롭게 시작하려는 마음이 중요하다. 행복은 밖에서 얻는 것이 아니고 안에서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자기의 마음에 달려 있다. 그렇다면 자기의 인생을 어떻게 빛나고 즐거운 것이 되도록 고무시킬 수 있을까. 아침에 일어났을 때 우선 감사 기도로 마음을 정화시키는 것이 좋다. 인간이 행복해지려면 좀더 자기 자신의 육체와 정신을 소중히 하는 데에 마음을 쓰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또한 정신을 맑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푸른 안경을 쓰고 보면 세계 전체가 푸르게 보이듯이 상쾌한 마음으로 인생을 보면 보이는 것이 모두 기쁘고 즐겁게 보이는 것이다. 행복은 결코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행복은 자기 자신의 마음에 달려 있다. 진실한 행복은 자기 자신의 참회를 통해 가능하다. 또한 행복해지는 비결은 사람을 기쁘게 하는 것이다. 타인을 행복하게 하려는 노력을 하다 보면 어느새 자기 자신이 행복해져 있는 것을 느낀다. 마찬가지로 타인을 불행하게 하려고 하다 보면 어느새 자기 자신이 불행해져 있다. 누군가를 희생시켜 취한 행복은 일시적인 것이고, 더 나아가 그 행복은 타인에게서 자기가 희생되고 짓밟혀서 되돌아오는 것이다. 그때는 타인에게 고통을 준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고통으로 자신에게 되돌아온다. 남의 행복을 시기해서는 안 된다. 당신에게는 반드시 당신의 행복이 있다. 또한 남의 연인을 빼앗아서도 안 된다. 당신에게는 반드시 당신만의 연인이 어딘가에 있다. 그 사람을 기도하고 기다리면 반드시 적당한 때에 나타날 것이다. 남의 행복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 빼앗아 취한 것은 반드시 어둡고 괴롭고 갈등이 생기고 순간적인 행복일 뿐 아니라 반드시 고통으로 되돌려 받는다. 사람이 행복에 도달하는 근원은 ‘끝까지 믿는다’는 이 한마디에 달려 있다. 끝까지 믿는다는 것은 믿되 조금의 의심도 품지 않는 것으로, 자기 자신을 믿어 의심치 않고 일편단심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인생의 불안, 초조, 갈등, 우울, 불행 따위는 생기지 않는다. 《오늘 내가 살아야 하는 의미》(삶과꿈) 중에서- [3] 인터넷으로 발견한 ‘행복 찾기’ 행복해지는 방법 15가지 ① 나무를 껴안고 ‘우리는 한결같은 친구’라고 속삭인다. ② 밤하늘을 우러러 별을 보고 ‘너를 잊지 않게 해줘’라고 얘기한다. ③ 혼자서도 큰 소리로 어린 날에 좋아했던 동요를 불러본다. ④ 찬물 한 잔에도 ‘아~!’하고 감탄사를 내놓는다. ⑤ 아이의 눈동자와 1분 이상 눈맞춤을 한다. ⑥ 수첩 속의 사랑하는 사람 사진을 하루 한 번 이상 들여다본다. ⑦ 하늘의 흰 구름한테 손을 흔들어준다. ⑧ TV·오디오 등 모든 전자음을 잠재우고 바깥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여본다. ⑨ 일주일에 한 번은 전깃불을 모두 끄고 촛불 아래에서 책을 본다. ⑩ 차를 마실 때 오늘 본 꽃을 화제로 삼는다. ⑪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으로 책상 밑에서 발장난을 건다. ⑫ 버려질 종이 위에 ‘사랑하는 어머니’라고 낙서해 본다. ⑬ 친구한테 전화를 걸어 감동받은 시를 읽어준다. ⑭ 어린이의 천진한 그림을 책상 유리 밑에 넣어두고 본다. ⑮ 지는 해한테 일어나서 ‘내일 또 뵙지요’하고 거수경례를 한다. 미국 미시간 호프대학의 데이비드 마이어 교수가 39개국 1만 8천여 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성별, 나이, 결혼 유무, 소득 수준 등 네 가지 변수에 따라 인간의 행복 유무를 조사했는데, 이 네 가지 변수는 행복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인생에 있어 행복을 만드는 건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의 생각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스스로 만들고 느낄 때야말로, 비로소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삶과꿈 4월호
  • [책꽂이]

    ●그리운 건 언제나 문득 온다(정끝별 지음, 이레 펴냄)작가가 지난 4년간 낡은 자동차를 끌고 14곳을 여행하며 느낀 감동을 한데 묶은 여행산문집. 작가는 자신을 들뜨게 했던 시의 한 모퉁이에서 새어 나오는 한줄기 빛을 따라 충남 춘장대, 강화도, 옐로하우스(인천의 집창촌), 전남 신안군 압해도, 전주 화암사 등으로 정처없이 돌아다니며 시인들을 만났고, 그 감동을 따뜻하게 적고 있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앓다 지난 2월 세상을 떠난 오규원 시인이 살았던 강원도 무릉리를 찾아 생전 고인의 삶을 추억해 보기도 하고,‘달랑 시집 한 권’만을 낸 뒤 시인의 궤도를 이탈해버린 김중식씨의 시 ‘식당에 딸린 방 한 칸’을 읽다 돌연 시의 배경이 된 인천 ‘옐로하우스’를 찾아가기도 했다.1만 1000원.●우리의 죽은 자들을 위해(창비 펴냄)중견시인 이시영(58)씨가 2년여만에 발표한 열한번째 시집. 일찍이 언어 생략의 묘미를 던져주는 단시에 정통했던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더욱 더 정제된 단시를 통해 역사의 폭력 앞에 선 개인의 운명을 통찰한다.10·26 당시 올곧은 신념을 견지하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박흥주 대령(‘고 박흥주 대령’), 억울한 죽음의 대표적 사례인 인혁당 사건(‘젊은 그들’), 군사정권의 불의에 항거하다 실종된 아르헨티나 젊은이들(‘5월 어머니회’) 등 폭력 앞에서 스러지고, 잊혀져가는 개인들의 초상을 담고 있는 시들은 죽은 자들에겐 헌사요, 살아남은 사람들에겐 역사의 교훈이다.1969년 등단, 정지용문학상, 동서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백석문학상 등을 수상했다.6000원.●공항에서(무라카미 류 지음, 정윤아 옮김, 문학수첩 펴냄)영화감독·공연 기획연출가·화가 등 1인다역의 삶을 살고 있는 작가의 새 소설집. 저마다 다른 희망과 고독 등을 품고 사는 현대인의 모습을 담은 8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각각의 소설은 공항, 편의점, 노래방, 공원, 피로연장, 술집, 역 등 특정 공간을 배경으로 삼았다.8500원.●버드나무는 하룻밤에도 푸르러진다(장주경 지음, 뿔 펴냄)2004년 ‘세계의 문학’을 통해 등단한 작가의 첫 장편소설. 기원전 10세기쯤 마한 땅에서 살아가는 아로와 21세기 현대인인 야진, 두 여인의 시각에서 슬픈 비극의 역사를 환상적으로 풀어냈다.3000년이라는 장구한 세월을 넘나드는 광대한 스케일이 돋보인다. 강원도 양구에 있는 선사시대 고인돌을 소재로 삼았다.9800원.
  • [석면의 공포 (하)] 피해자 집단 소송사태 오나

    [석면의 공포 (하)] 피해자 집단 소송사태 오나

    석면의 위험성이 점차 알려지면서 석면으로 인한 직업병과 산재 인정 여부를 둘러싼 법정공방이 증가하고 있다. 현재는 주로 산업재해 인정 여부를 놓고 법정 다툼이 벌어지고 있지만 관심은 미국·일본처럼 기업을 상대로 피해자의 대규모 피해보상 소송으로 이어지느냐에 모아진다. “1976년부터 1982년 사이 부산 연제구 연산동 옛 제일화학에서 일하신 분들을 찾습니다. 석면에 의한 악성중피종으로 진단이 나와 회사를 상대로 손해보상소송을 낼 예정입니다. 이 회사에서 일하고 폐암에 걸리신 분이나, 폐암으로 돌아가신 분들의 가족들이 충분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이 공장에서 일했던 부인을 악성 중피종으로 떠나보낸 A씨가 인터넷에 올린 글이다.A씨는 이 글을 보고 참여 의사를 밝힌 수십 명의 전직 근로자·유족들과 함께 피해보상 소송을 진행 중이다.A씨는 “회사가 석면의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고지하지 않았다. 석면에 노출된 노동자에게 발급하게 돼 있는 건강관리수첩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석면과 관련된 요양불승인처분취소소송은 석면과 질병의 연관성을 입증하는 것이 어려워 산업재해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법원에 따르면 석면·폐암 관련 판결은 총 23건이나,14건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지 않았다.20여년간 흡연을 했더라도 근무했던 지하철 역에서 석면 노출로 인해 폐암이 발생해 악화됐다면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의 지난 13일 판결은 재해인정에 고무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손해보상소송은 사업주의 고의과실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는 점에서 직업병과 관련한 요양불승인처분 취소소송과 다르다. 사업주가 석면의 위험성을 미리 알리지 않았다는 게 소송의 핵심이다. 노동건강연대 대표인 강문대 변호사는 “사업주는 안전한 근로환경을 만들 의무가 있으므로 석면의 위험성을 몰랐다고 면죄부가 주어지진 않는다.”면서 “근거 법령은 없지만 당연하고 내재적인 조건이기 때문에 고의과실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승소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 석면 질병의 잠복기가 20년 이상이고, 발병 후 곧바로 사망할 가능성이 많아 석면과 질병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대법원의 한 판사는 “질병에 걸린 원인이 환경적인 것인지, 유전적인 것인지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다.”면서 “석면과의 연관성을 제대로 입증하지 않고서는 승소가 힘들 것”이라고 내다 봤다. 근로자뿐 아니라 일반인이 석면으로 인한 손해보상소송을 낼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석면의 공포 (하)] [서울신문 탐사보도] 건축땐 권장… 철거땐 ‘엉성한 폐기’

    [석면의 공포 (하)] [서울신문 탐사보도] 건축땐 권장… 철거땐 ‘엉성한 폐기’

    정부의 석면 대책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석면의 수입·제조·사용에서 건축물의 철거에 이르기까지 석면 관리에 관련된 부처는 노동·건설교통·환경·문화관광·교육인적자원부 등이다. 그러나 부처간 협조체계가 없고 범정부적인 석면 관리 시스템도 없다. 현재로서는 석면을 직접 다루는 근로자들의 피해가 가장 심각하기 때문에 노동부가 석면관련 업무를 주로 맡고 있다. 그래서 노동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석면 규제가 이뤄진다. 석면이 공기중에 비산(飛散)되면 근로자뿐 아니라 일반 시민도 피해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환경부 소관의 대기환경보전법에는 대기중의 석면 관련 기준이 없다. 일본은 대기 중의 석면 입자수를 1㏄당 0.01개 이하로 규제한다. 한국환경사회정책연구소 신예섭 사무국장은 14일 “공사장 안에는 석면 농도의 기준이 있고, 바깥에는 없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석면 가루가 공사장 안에서만 머물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법령간, 부처간 좌충우돌 법령간 충돌 현상도 심각하다. 건축법 시행규칙 24조에서는 건물주나 해체업자는 건축물 철거시 시·군·구에 통보해야 하며, 기초단체장은 신고서를 검토해 석면이 함유된 것으로 확인되면 지방노동관서에 통보해야 한다. 하지만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은 화재에 대비해 석면시멘트판(석면과 시멘트를 섞어 만든 내벽재)을 쓰도록 권장한다. 건물을 지을 때는 석면 사용을 권장하고, 철거할 때는 석면을 철저히 없애라는 충돌과 모순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석면을 규정대로 해체해도 폐기가 문제다. 현행 폐기물관리법은 제조·해체 현장에서 나온 비산 위험이 있는 석면 제품만 지정폐기물로 관리한다. 딱딱하게 굳어져 있는 석면 제품은 일반 건설폐기물과 함께 처리된다. 한 해체업체 사장은 “우리가 아무리 잘 처리해도 최종 폐기업체가 다른 폐기물과 마구잡이로 합쳐 매립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1980년대 이후 석면 채광이 끊겼고, 석면 사용의 전면금지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9개 업체가 석면채광을 목적으로 광업권을 갖고 있다. 그만큼 정부가 석면 폐해에 무감각하다는 방증이다. 충남의 S광산 소유주 이모씨는 “석면과 유사한 해포석을 채굴하려고 광산을 개발했다.”면서 “석면과 비슷한 광물은 무조건 석면 광산으로 등록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규제 실효성도 떨어져 석면 관련 규제는 실효성을 상실했다. 노동부가 국회에 제출한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해 노동관청으로부터 석면 제거 허가를 받고 철거된 건물은 749곳에 불과하다. 한 해 8만∼10만동의 건축물이 철거되는 것을 감안하면 극소수의 건물만 석면제거 허가를 받고 철거되는 셈이다. 환경부는 석면 함유 건물을 600만채(2005년 기준)로 추정한다. 정부는 1993년부터 석면 원료를 취급하는 근로자가 퇴직할 경우 건강 관리수첩을 교부하고, 퇴직 후 매년 무료 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2005년까지 관리수첩을 교부받은 근로자는 558명 뿐이다. 강남서초환경운동연합 김경란 사무국장은 “철거 신고 의무를 위반해도 30만원 이하의 과태료만 물면 되는데 누가 규정을 지키겠느냐.”면서 “석면 철거를 감독하는 근로감독관도 전국에 230명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 차원 관리 시스템 만들어야 석면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우선 사용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범정부 차원의 관리 시스템 및 석면 제거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원진노동환경건강연구소 최상준 책임연구원은 “국무조정실 등이 부처별 협력체계를 구축해 석면 사용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고, 석면 질병의 역학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아대 김정만 교수는 “석면 조사인력 및 분석기관, 전문철거업체, 이들을 관리·감독할 인력을 키워야 한다.”면서 “석면 관리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법령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피해자 보상과 관련해 가톨릭의대 김형렬 교수는 “석면에 의해서만 발병되는 악성 중피종은 일본처럼 무조건 국가가 배상하고, 폐암은 노출이 가능한 직업에 종사했고 잠재기간이 충족된다면 산재로 인정해야 한다.”면서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 환경보건법에 근로자뿐 아니라 일반 국민의 피해보상을 명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창구 김민희기자 window2@seoul.co.kr
  • 카~~약에 몸을 맡겨봐

    카~~약에 몸을 맡겨봐

    제주도를 즐기는 또다른 방법, 다양한 해양 레포츠에 도전하라!부드러운 손길로 모래밭을 어루만지는 파도에 몸을 던질 때, 비로소 나와 제주바다는 하나가 된다. 카약킹(Kayaking)과 스노클링, 스킨 스쿠버 등이 제주도에서 많이 이루어지는 해양 레포츠. 특히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카약킹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제주시 조천읍 함덕해수욕장의 제주카약체험(www.Jejukayak.com)을 찾았다.12일 동안 카약으로 제주도를 일주해 화제가 된 서상만(49)씨가 운영하는 카약 클럽이다. 여기가 도대체 어딘가. 작렬하는 태양빛에 반사된 하얀 모래밭, 에메랄드빛 바다를 가르고 있는 검은 현무암 위로 놓여진 구름다리, 그리고 빨간 무인등대. 눈이 부실 만큼 아름다운 함덕해수욕장 풍경이다. 제주의 바다색이 연한 에메랄드빛을 띠는 이유는 모래에 규소성분이 많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 석영이 많이 함유된 육지의 모래와는 다르다. 바다빛 곱기로는 협재해수욕장이 첫손 꼽히지만, 서우봉을 바람막이 삼고 있는 함덕해수욕장 또한 아기자기한 모양새가 그에 뒤처질 까닭이 없다. 성급하게 물에 뛰어든 아이들의 웃음소리, 파도 부딪치는 소리 등이 꿈결처럼 아련하게 들려온다. 서 대표가 한낮의 백일몽을 흔들어 깨웠다.“카약은 에스키모들이 수렵과 운송용으로 사용했던 카누에서 유래됐습니다. 생존을 위해 타고 다니던 야성적인 탈 것이 이젠 가벼운 ‘에코 투어’수준에서 즐길 수 있는 놀이기구로 변모한 셈입니다. 국내에 보급된 지는 5년쯤 됐고요.” 5분 정도 서 대표의 노 젓는 강의가 이어졌다. 바다로 뛰어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강의 내용이 귀에 들어올 리 없다. 구명복을 입자마자 바닷물로 뛰어들었다. 차지 않다. 발바닥에 부딪히는 모래의 느낌은 부드럽기 그지 없다. 바닷물 빛깔과 잘 어울리는 연주황색 2인용 카약을 타고 노젓기를 시작했다. 노가 물 위를 스칠 때마다 카약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주먹만 한 해파리 몇마리가 동행하자며 따라 나섰다. 해변에서 멀어질수록 물빛깔도 짙어졌다. 처음엔 모래를 닮아 연한 살색이던 것이 연두색, 그리고 코발트색으로 바뀌어 갔다. 빨리 가기 위해 노를 물속 깊은 곳에서 젖지 않는다면 그다지 힘이 들 까닭도 없다. 잠시 노젓기를 멈추고 큰 대자로 누운 채 파도의 흐름에 몸을 맡겼다.‘두둥실∼’이란 상투적인 표현이 이처럼 잘 어울릴 수 없다. 파란 하늘위에는 뭉개구름이, 코발트빛 바다위에는 조각배 하나가 떠간다. 무념무상(無念無想)의 세계다. “동서로 바람의 방향이 바뀌어도, 구름다리를 경계로 어느 한쪽은 잔잔하기 때문에 카약을 즐기기 안성맞춤인 곳”이란 것이 서 대표의 설명이다. 바람이 심한 날엔 파도타기를 즐기는 웨이브 카약킹도 인기다. 연인끼리는 서우봉 너머 무인도인 다려도까지 다녀오기도 한다.1시간 남짓 걸리는 코스. 서우봉을 살짝 돌아서면 거추장스러운 타인의 시선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 둘 만의 로맨틱한 시간을 원한다면 도전해 볼 만하다. #여행수첩 ▲구명조끼와 바지, 티셔츠 등은 물론, 필요할 경우 바지장화도 대여해 준다. 선블록, 모자, 선글라스 등은 개별 지참. ▲1인승 7대,2인승 5대 등 모두 12대가 구비되어 있다. 피싱 카약은 1,2인승 각각 1대. 요금은 카약 1인 1만 3000원(1시간). 피싱카약 1인승 3만원,2인승 5만원. ▲구명조끼, 숨대롱, 수경 등 스노클링에 필요한 장비도 대여해 준다. 요금은 카약과 같다. ▲일몰 전 30분, 일몰 후 30분까지 운영한다. 일출·석양·명상 카약 프로그램도 운영 중. ▲문의전화 (064)711-1786,(011)697-4466. #투어익스프레스(www.tourexpress.com)는 제주 함덕해수욕장에서 스킨스쿠버, 스노클링, 바나나보트, 요트 세일링 등 다양한 해양레포츠를 즐기고자 하는 고객을 위해 ‘호텔+항공+렌터카 에어카텔 2박3일’ 상품을 마련했다. 여행자보험 포함, 성인 22만 3000원, 소아(출발일 기준 12세 미만)는 15만원부터.(02)2022-6638. 글 사진 제주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현장행정] 도봉구 ‘병원 네트워크’

    [현장행정] 도봉구 ‘병원 네트워크’

    도봉구가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등 성인병으로 고생하는 주민들을 위해 ‘병원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등록 질환자는 지역의 모든 병원으로부터 똑같은 수준의 질병관리와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자치구 차원에서 처음 시도하는 의료협력체계라 관심을 끈다. 12일 도봉구 보건소에 따르면 뇌출혈 치료를 받은 병력을 가진 고혈압 환자 김모(61·방학동)씨의 병력과 진료 기록은 빠짐없이 ‘건강관리수첩’에 기록된다. 이 수첩은 보건소와 지역 병·의원이 네트워크를 만들어 공동으로 관리하는 환자기록이다. ●병원 바꿔도 검사받을 필요없어 네트워크에는 한일병원·한사랑 의원·훼밀리 의원 등 29개 민간 의료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지역에 대형종합병원이 없는 점을 감안해 곧 상계 백병원도 끌어들일 예정이다. ‘만성질환자’로 분류된 김씨는 수첩만 갖고 가면 어느 병원에서든 자유롭게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병원을 바꿀 때마다 진단서, 진료기록, 촬영기록 등을 다시 만들어야 하는 불편과 낭비가 없어진 셈이다. 김씨가 ‘고위험군 환자’라면 전문진료를 우선적으로 받을 수 있다.‘취약계층’이라면 방문진료를 신청하고 일부 검사와 진료, 투약 등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김씨는 매주 목요일 오후에 1시간씩 보건소 등에서 열리는 건강교육에 참석해야 한다. 만성질환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과 상식을 키우기 위해 질환 관리, 약품요법, 합병증 등을 배운다. 불참하면 독촉을 받는다. 출석 우수자가 되면 주민자치센터 체력단력실 3개월 이용권을 받는다. 서울시가 지난해 만든 시민보건지표조사에 따르면 도봉구 주민들의 만성질환 유병률(질환보유율)은 서울시 전체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유병률이 높다. 고혈압의 경우 서울시는 인구 1000명당 52.6명인 데 반해 도봉구는 76.9명이나 된다. 당뇨병은 서울시가 24.6명, 도봉구가 39.5명이고 고지혈증은 서울시 6.3명, 도봉구 8.5명이다. 그러나 질환자가 많은데도 병·의원 치료비율은 고혈압의 경우 서울시 평균(86.6명)보다 적은 81.3명에 그친다. ●30세 이상 주민 무료 검진도 최선길 도봉구청장은 “건강도시를 꿈꾸면서 주민들의 만성질환을 모른척 할 수 없다.”며 관련 직원들에게 ‘특명’을 내렸다. 직원들은 병·의원을 찾아다니며 네트워크 구성을 설득했다. 구청이 특별히 줄 인센티브는 없지만 ‘네트워크 의료기관’이라는 명패를 만들어 주었다. 건강관리수첩을 갖고 있는 주민은 현재 고혈압 577명, 당뇨병 86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2010년까지 고혈압 3만 2239명, 당뇨병 1만 4192명, 고지혈증 9957명 등 모든 질환자를 등록시킬 계획이다. 일반 주민들을 위한 건강교육도 1년에 두 차례씩 갖기로 했다. 의료진이 15개 동사무소를 돌면서 30세 이상 주민을 대상으로 무료 검진을 실시하는 ‘환자조기발견 사업’도 하고 있다. 취약계층 방문진료를 위한 의료진도 의사, 간호사 등 8명을 확보했다. 네트워크 참여기관의 의료진은 정기적인 회의를 갖고 환자 정보교환 및 사업평가를 하는 ‘만성질환 관리위원회’도 만들었다.. 도봉구보건소 유정애 과장은 “평균수명은 늘어도 건강수명은 줄고 있는데, 이는 병을 안고 사는 노인들이 많아진다는 의미”라면서 “주민 모두가 건강한 것이 병원네트워크의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서울시 3급이상 공무원도 상시평가

    서울시 3급이상 공무원도 상시평가

    서울시가 3급 이상 간부에 대해 수시로 업무역량 전반을 평가받도록 했다. 개방형 직위, 전문계약직 등 민간에 대한 문호 개방도 확대한다. 이는 5급 이하 직원을 대상으로 ‘3% 퇴출제’를 적용한데 이어 상위직급에 대한 강력한 인사평가 조치다. ●상시평가로 보수, 승진 결정 서울시는 7일 이같은 내용의 인사쇄신안을 발표했다. 오세훈 시장은 “인사쇄신안의 핵심은 성과와 역량을 중심으로 한 조직의 경쟁력 확보”라면서 “매월 실시하는 상시기록평가를 바탕으로 승진과 전보, 보수를 결정하고, 무능하고 불성실한 공무원을 걸러내는 현장시정추진단의 구성 근거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다음달 1일부터 3급 이상에 대해 매월 오 시장과 행정1·2, 정무부시장 등 시장단이 ‘고과자(考課者)수첩’ 형태의 상시기록평가를 한다. 업무 추진실적, 조직관리 역량, 대외협조·협력 사항 등 간부로서 자질과 역량 전반을 평가하겠다는 취지다. 지금까지 간부직은 실·국 단위 사업을 1년 단위로 평가받고 개인별 목표관리제 등을 통해 평가받았다. 따라서 일을 못해도 정기인사 대상으로서 자리만 옮길 뿐 평가에서 벗어나 있었다. 더불어 4급 이하 직원도 전산기록 방식의 상시평가제도를 도입한다. 매달 업무추진실적을 스스로 입력하면, 평가자가 의견을 단다.3개월 단위로 상사와 성과 면담을 한다. 장점은 격려하고 단점은 보완하는 자리이다. 승진대상자에게만 실시했던 ‘다면평가’를 전 직원에게 확대하고, 기존의 근무성적평점과 함께 6개월마다 진행한다. 이 평가 자료는 성과상여금, 승진, 전보, 현장시정추진단 배속 등의 근거가 된다. ●산하기관 임원도 공개경쟁 서울시는 또 외부 전문가를 채용하는 개방형 직위를 현행 16개에서 41개로 대폭 확대했다. 우선 올해 안에 법무담당관, 세무과장을 공모하고, 나머지 23개 직위는 조직진단 용역 결과에 따라 연차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다. 일반직 공무원의 10% 수준인 전문계약직 공무원은 채용 규모를 2010년까지 20%로 끌어올린다.2008년 1월 정기인사부터는 ‘한강 르네상스 사업’ 등 20대 핵심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국·과장급에 대해 ‘내부 직위 공모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정년을 앞둔 공무원의 배려성 파견, 낙하산 인사라는 논란이 따라다니던 투자·출연기관의 임원 인사는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충분한 검증을 거쳐 결정하기로 했다. 산하기관 사장만이 아니라 임원도 공개경쟁을 원칙으로 하겠다는 취지다. 서울시 투자기관은 서울메트로 등 5개, 출연기관은 서울문화재단 등 10개다.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경력개발제도, 개인별 맞춤형 교육제도 등 내부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도입해 전문성을 키우는 환경을 만들 방침이다. 김광웅 인사쇄신자문위원회 위원장은 “신분과 계급을 바탕으로 한 공무원 조직을 업무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면서 “쇄신안 초점은 능력 없는 공무원의 퇴출·배제가 아니라, 인재를 보호·육성하고 경쟁력 확보에 걸림돌이 된 제도를 보완하는 데 맞췄다.”고 설명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사법연수원 24시] (중) 변화의 바람 부는 연수원

    [사법연수원 24시] (중) 변화의 바람 부는 연수원

    5일 찾은 경기도 일산 사법연수원에서 말쑥한 정장 차림의 연수원생들을 만나리라는 기대는 빗나갔다. 강의실과 도서관에는 야구모자에 면 티셔츠, 청바지와 운동화 차림의 연수원생들이 대부분이라 연수원이라기보다는 대학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다. ●복장 자유화에 짧은치마·청바지 유행 “요새 여성 연수원생들의 치마가 자꾸 짧아지는 통에 부장 판·검사까지 지낸 점잖은 교수님들이 꾸짖지도 못하고 얼굴만 벌개지는 경우가 있어요.” 연수원에서 만난 2년차 남성 연수원생의 말이다. 연수원생들의 복장이 완전 자유화된 것은 지난해. 원래는 정장 차림이 원칙이었지만, 지나친 규제라는 비판에 자유화된 것이다. 그는 “연수원 과정이 시작된 3월까지는 눈치를 봐가면서 정장을 입지만,4월로 접어들면서 대부분 청바지, 면바지로 바꿔 입었다.”고 말했다. 프린트 티셔츠에 무릎 위로 올라오는 면 스커트를 입은 여성 연수원생의 모습은 연수원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대한민국 최고의 공부벌레’라는 딱딱한 이미지의 사법연수원생들에게 이같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윤성식 교수는 “연수원생들이 너무 대학생 차림을 하고 다녀서 제발 공무원증이라도 패용하고 다니라고 잔소리를 할 정도”라며 웃었다. ●남다른 승부욕…체육대회 때는 부상자도 속출 연수원에 가까운 지하철 3호선 역이 마두역. 그래서 붙여진 사법연수원의 별칭이 ‘마두고등학교’다. 고3이나 마찬가지로 빡빡하게 공부를 해야 하는 데다 담임선생님에 해당되는 지도교수가 정해져 있다.4월이면 체육대회도 갖고,2학기에는 수학여행과 엠티도 떠난다. 이윤식 기획총괄교수는 “공부에 다른 활동까지 하려면 스트레스도 받겠지만 사회 경험이 없는 연수원생들에게는 이런 경험이 예비 사회인으로서 소양을 쌓는 과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체육대회에서는 연수원생들의 남다른 승부욕 때문에 부상자가 나와 휴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외교통상부에 근무중인 이지형(32·여·34기) 변호사는 “축구 시합을 하다 사람에 깔려 갈비뼈가 부러진 동기생도 있었다.”면서 “남성 연수원생들은 같은 반 여성 연수원생들이 발야구에서 지는 걸 참지 못해 응원석에서 훌리건처럼 흥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부상과 시비가 잦아 올해부터는 국제공인심판제가 도입됐을 정도다. 축구·농구·발야구 등 구기종목 예선경기는 원래 한 달 동안 토너먼트로 진행됐지만 일부 팀이 “그 시간에 공부나 더하자.”면서 일찌감치 일부러 탈락하는 현상이 빚어지자 올해부터 리그전으로 바뀌었다. 연수원생 1000명 시대이지만, 교수와 연수원생들의 관계는 전보다 훨씬 친밀해졌다고 한다. 이윤식 교수는 “분위기가 자유로워지면서 교수를 스승이라기보다는 법조계 선배나 멘토(조언자)처럼 스스럼없이 대하는 연수원생이 많아졌다.”면서 “많은 연수원생 사이에서 자기 존재감을 느끼기가 어렵고, 장래에 대한 불안도 커지면서 지도교수에게 의지하려는 분위기도 많다.”고 말했다. ●5급 공무원…월급은 150만원 연수원생들은 5급 공무원 신분이다.15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아 자치회비·동창회비·세금 등을 떼고 나면 실제 손에 쥐는 것은 100만원 남짓. 연수원생은 기본적으로 국가공무원법의 적용을 받으며, 품위손상 행위 등으로 연수원 규정을 어기면 징계대상이다. 수업에 빠지면 결석이 아니라 결근 처리가 되고, 근무태도 평정 점수도 깎인다.50점 만점의 근무태도 평정 점수에서 무단 결근 한 번에 2점, 무단 지각·조퇴는 1점씩 감점된다. 지난 2005년 수료한 연수원 34기 출신의 변호사는 “2003년 노동법학회 동기 회원들이 연수원생 500명으로부터 이라크 파병 반대 서명을 받아 청와대에 제출한 적이 있다.”면서 “공무원의 집단행동 금지 규정 위반 등으로 1명이 3개월 감봉의 징계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지난 2003년에는 휴대전화 통화로 알게 된 여성의 나체사진을 찍은 뒤 협박, 금품 등을 빼앗은 혐의로 한 연수원생이 구속됐다. 연수원 사상 최초의 파면이다. 윤성식 교수는 “연수원생들이 월급을 받으며 공부하는 혜택을 받고 있기 때문에 공무원으로서 지켜야 할 의무도 많다.”고 말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연수원생의 ‘사랑이야기’ “저희 정보업체에 괜찮은 신부감이 많은데 관심 없으세요?” “전 결혼했는데요.” “결혼 생활은 행복하세요?저희가 재혼도 전문인데요.” 실제로 한 연수원생이 결혼정보업체로부터 받은 전화 내용이다. 예전처럼 ‘열쇠 3개’를 들먹이면서 노골적으로 접근하는 ‘뚜쟁이’는 거의 없지만, 사법연수원생은 여전히 제1의 신랑감·신부감이다. 수백만원씩 하는 일류 결혼정보업체 특별 회원 가입비도 연수원생들에게는 몇십만원 수준으로 대폭 할인된다. 연수원생들의 이름과 사진, 연락처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연수원생 수첩이 나오는 날이면 자치회 사무실에 전화가 빗발친다. 맞선 시장에서는 수첩이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 이상의 가격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래서 연수원생 1인당 수첩 1부의 원칙이 세워져 있지만, 수첩은 어떻게든 유출되고야 만다고 한다. 과거와 달라진 점은 연수원생들이 맞선에 당당하게 나가기가 쉽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맞선 자리에서 상대방이 연수원 성적까지 꼼꼼하게 따지고 드는 경우가 많아 맞선 자리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한다. 변호사로 활동 중인 한 35기 수료생은 “보통 1학기가 끝나면 벌써 대형 로펌 등 쟁쟁한 곳으로 갈 사람이 정해진다.”면서 “그 시점에서 진로가 확정되지 않거나 성적이 상위권이 아니면 맞선 시장에서 등급도 내려간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최근 들어 연수원 커플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새로운 현상이다. 반·조 모임을 하면서 늘상 붙어지내는 데다 사시 합격자 1000명 시대의 치열한 취업전선을 함께 헤쳐나가는 입장에서 서로의 처지를 가장 잘 이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일의 경우 헤어지기라도 하면 남은 연수원 생활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커플 선정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자치회 이정원 사무국장은 “연수원 커플을 두고 ‘총알은 한 방’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라면서 “보통 1학기는 사귀어도 절대 티내지 않는 커플 잠복기이고,2학기가 되면 공식 커플이 서서히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한다.”고 전했다.‘총알은 한 방’이란 표현은 커플이 됐다 헤어지기라도 하면 남은 연수원 기간동안 여간 불편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편 한 결혼정보회사가 올해 초 미혼 남녀들이 선호하는 배우자 직업을 조사한 결과, 남성의 경우에는 1위가 판사·고위공무원·해외스포츠선수로 나타났고 검사는 4위, 변호사는 14위였다. 여성의 경우에는 판사 8위, 검사 14위, 변호사 15위였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자치회’ 이야기 사법연수원에서는 기수별로 ‘자치회’가 구성된다. 자치회란 후생 복리 문제 등을 다루는 학생회 성격의 자율적인 모임이다. 체육대회, 수련회 등 연수원생 친목 도모를 위한 행사를 주관하고, 학회활동 지원 및 학회 세미나 자료집 발간도 자치회의 역할이다. 연수원생들의 경조사를 챙기는 것도 자치회 몫이다. 자치회 회장·부회장 등의 간부진은 나이순으로 정해진다. 최고령자가 회장을 맡고 다음 고령자가 부회장을 맡는 식이다. 연수원의 전통이다. 조·반장 등 다른 팀 리더도 나이순으로 뽑는다. 그러다 보니 자치회 등의 간부는 나이만큼 늦어진 이색 경력의 ‘늦깎이 예비 변호사’들이 많다. 올해 연수원에 발을 디딘 38기 자치회장은 최고령자인 김재용(47)씨. 그는 전남대 80학번으로 대학 1학년때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겪은 뒤 노동운동에 투신, 인천에서 위장취업을 했다가 구속됐다. 조원룡(46) 부회장은 한국해양대 81학번으로 소위 임관까지 두 달을 남겨놓고 반강제로 학교를 자퇴해야 했다. 서울대 학생회에서 활동하던 형이 프락치 사건에 연루돼 지명수배가 내려진 것. 조 부회장은 일반 사병으로 군생활을 한 뒤에도 대학 중퇴의 학력으로 제대로 된 직장을 잡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포장마차에서부터 유흥업소 종업원까지 닥치는 대로 일을 하다 대입학원에서 강사로 일하게 됐고, 이를 계기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봐서 서울대 법대 99학번으로 입학했다. 박성구(39) 기획실장은 지상파 방송사 PD출신이고, 정영선(36) 언론매체실장은 6년 동안 변리사로 일하다 진로를 바꿔 1년 반 만에 사법시험을 통과했다. 사회생활을 하다 사시에 합격한 이들은 임관보다는 경력과 관련있는 분야에서 일하는 쪽으로 이미 진로의 가닥이 잡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유있게 자치회 활동을 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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