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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봇·우주·바이오 새 꿈이… ‘미래의 窓’ 노원

    로봇·우주·바이오 새 꿈이… ‘미래의 窓’ 노원

    “과학에 관심이 많은 고등학생 아들이 하나 있는데 집 바로 앞에 서울과학관이 들어선대요. 그래서 혹시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싶어 아파트 주민들이랑 같이 왔어요.” 2일 오후 3시 노원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주민설명회에 참석한 정민금(54·하계동)씨는 “고등학생인 아들에게도 학습의 장이 되겠지만, 앞으로 노원 지역의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 과학과 더 친숙해질 기회를 마련해 줄 것 같아 기대에 부풀었다”고 말했다. 강당을 가득 메운 주민 500여명은 내년 1월 착공할 서울과학관 건립과 관련해 김성환 구청장과 우원식 국회의원 등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며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480억원이 투입되는 과학관 건립에 대해 김 구청장이 추진 과정 등을 허심탄회하게 소개하자 지역 주민들은 박수를 치는 등 크게 반기는 모습이었다. 현재 종로구 와룡동 창경궁 옆에 있는 과학관 이전을 놓고 노원구를 포함한 4개 자치구가 유치 경쟁을 벌였다. 주민 29만명이 서명 운동에 동참하는 등 노력한 결과 2011년 8월 29일 노원구가 유치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서울과학관은 2016년 2월 노원구 하계동 산 11 불암산 도시자연공원 일대 2만 5839㎡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들어설 예정이다. 이날 주민설명회에선 과학관 건설을 맡은 희림건축 손진욱 대표 등이 직접 사업 추진 현황과 건축계획, 전시 조성 계획 등을 자세히 브리핑했다. 건물 내부에 층별로 들어설 전시실에 대한 소개와 외부 공간 활용 계획 등이 이어지자 수첩에 메모까지 하는 주민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이전할 과학관 로비엔 ‘로봇 창’이라는 로봇시스템의 상징 조형물이 들어서고, 상설전시실 3개와 특화전시실 1곳이 마련된다. 상설전시관에는 서울의 역사와 문명, 문화, 세계 도시별 과학의 역사 등을 화려한 영상쇼로 배우는 시네마 시티를 비롯해 도시 과학, 미래 우주도시, 우주정거장, 우주 탐사의 기술, 도시 폐기물 에너지, 우주 실험실 등이 운영 및 전시된다. 인체의 세포 및 면역체계 등을 배우고 세균 검출의 모습을 연출해 전시하는 바이오 과학 전시도 곁들여진다. 관람객이 탐정으로 변신해 과학자의 연구 및 생애를 추리하는 체험관도 운영된다. 김정은 기자 kimje@seoul.co.kr
  • “RO 조직 구상 압수 수첩은 이석기 필적과 동일”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게서 압수된 수첩 등의 필적이 ‘이 의원의 것’이라는 대검 필적 감정관의 법정 진술이 나왔다. 29일 수원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 김정운) 심리로 열린 내란음모 사건 11차 공판에서 검찰 측 증인으로 나온 대검찰청 필적 감정관 윤모씨는 “검찰로부터 감정의뢰받은 6점의 필적이 민혁당 사건 당시 이 의원이 작성한 자필 진술서 사본 2장의 필적과 동일한 것으로 판단됐다”고 밝혔다. 이 수첩 및 메모에는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 구상과 혁명에 대한 내용이 담겨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 의원에 대한 내란음모 혐의 적용은 정당하다는 취지의 논지를 펼쳤고, 반대로 변호인단은 과거 민혁당 판결에 대한 개인적 소회를 적은 것이라거나 조작 가능성 등을 주장했다. 윤씨는 이날 진술에서 “일부 상이하게 보이는 부분도 있다는 취지의 의견도 냈으나, 같은 작성자의 필적도 경우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동일인이 작성한 글씨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윤씨가 지난 9월 23일 검찰로부터 감정 의뢰를 받고 나흘 만인 27일 감정결과를 검찰에 통보한 것은 일반적으로 감정에 10~20일 소요된다고 밝힌 점에 비춰 감정시간이 너무 촉박하지 않았느냐”며 오류 가능성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윤씨는 “긴급 사건은 우선 처리하기 때문에 시간이 부족하지 않았다”고 받아쳤다. 재판부는 윤씨의 증언에 따라 검찰이 제출한 필적감정결과통보서를 증거로 채택했다. 앞서 검찰은 이 의원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수첩과 메모 형태의 이적표현물 10건을 확보했으며, 일부 압수물에 북을 찬양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를 통해 이 의원에게 국가보안법상 찬양·선전·동조 혐의까지 적용했다. 한편 변호인단은 국가정보원이 최근 추가 압수수색을 벌이면서 소송 관련 변호인단의 회의자료까지 압수했다며 검찰에 항의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세상만사 온갖 시름 여기 물안개 품속에 살포시 놓고 가세요

    세상만사 온갖 시름 여기 물안개 품속에 살포시 놓고 가세요

    전남 나주(羅州)의 옛 이름은 금성(錦城)이다. 이게 고려 왕건 때 나주로 바뀐다. 이름은 바뀌었으되 뜻은 변한 게 없다. 금(錦)이든 나(羅)든 비단을 이르는 건 똑같으니 말이다. 대체 뭐가 그리 곱길래 비단 같다는 고을 이름을 늘 달고 다닐까. 나주는 어향(御鄕)이라 불린다. 임금을 낳은 고을이란 뜻이다. 여기엔 버들잎 전설이 깔려 있다. 목마른 남정네에게 버들잎 동동 띄운 물을 건넨 지혜로운 규수 이야기 말이다. 나주시청의 김종순 학예연구사가 전한 이야기를 정리하면 이렇다. 나라 안 몇몇 곳에 비슷한 내용의 버들잎 고사가 전하는데, ‘나주 버전’의 주인공은 고려 태조 왕건과 나주 호족 오다린의 딸이다. 무대는 현 나주시청 앞 완사천이다. 내용은 익히 알고 있으니 건너뛰자. 중요한 건 만남 이후다. 두 남녀는 필경 ‘선수’였던 게다. 만난 첫날밤에 오씨 처녀(훗날 장화왕후)와 왕건은 서둘러 ‘원인’을 만든다. 그로부터 열 달 뒤 ‘결과’를 얻는데, 그가 바로 고려 2대왕 혜종이다. 당시 왕건은 군사 3000여명을 이끌고 후백제의 후방 지역인 금성(나주)을 공략하러 온 참이었다. 주변 다른 지역과 달리 나주는 왕건의 편에 섰고, 이 공로로 고려 성종 때 목(牧)으로 승격된 뒤 일제강점기 전까지 1000여년간 전라도 지역의 핵심 도시로 번성할 수 있었다. 나주시가 내건 슬로건 ‘천년 목사(牧使) 고을’도 이 같은 역사에 기댄 표현이다. 나주의 풍경을 가르는 건 영산강과 금성산이다. 나주를 대표하는 명소들이 대부분 이 강과 산에 깃들여 있다고 보면 틀림없다. 도시 뒤엔 금성산이 우뚝하고, 가운데로 흐르는 영산강이 남북을 가르는 모습, 어딘가 익숙하지 않은가. 한양의 모습을 빼닮았다. 나주를 작은 서울 소경(小京)이라 부르는 이유다. 나주를 가르는 영산강은 전남 담양에서 발원해 광주와 함평, 무안 등을 두루 적신 뒤 목포에서 바다와 만난다. 길이는 136㎞. 한강(515㎞) 낙동강(522㎞) 등에 견주자면 보잘것없는 크기지만 교통로로서의 비중은 결코 뒤지지 않았다. 1970년대 말 강줄기 끝자락에 영산강 하구둑이 세워지기 전까지만 해도 뱃길은 목포항에서 강물을 따라 73㎞나 거슬러 올라갔다. 강줄기를 따라 수많은 나루터가 세워졌는데, 그중 하나가 영산포다. 흑산도 옆 영산도 주민들이 고려 조정의 공도정책에 따라 이주해 살면서 홍어 산지로 이름을 알렸던 바로 그 포구다. 영산포는 일제강점기 무렵 번성했다. 비옥한 나주평야의 쌀을 일본으로 내가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영산포 일대에는 대지주 구로즈미 이타로(黑住猪太郞)가 살던 집과 동양척식회사 문서고 등 일본풍의 건물들이 많이 남아 있다. 구로즈미의 집은 나주시에서 인수해 최근 보수를 마쳤다. 올해 말부터 숙소로 사용될 예정이다. 동양척식회사 문서고는 찻집으로 쓰인다. 아름드리 팽나무 아래서 커피 마시는 재미가 쏠쏠하다. ‘S라인’을 그리며 유장하게 흘러가는 영산강을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특급 포인트가 있다. 신곡리 봉곡마을 인근의 정자 금강정이다. 예서 샛길을 따라 10분 정도 오르면 사방이 툭 트인 강 언덕이 나온다. 물안개가 자주 끼는 이맘때면 발 아래로 영산강과 물안개가 함께 흐르는 ‘비단결 같은’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 너른 들녘을 하얗게 칠한 물안개는 희롱하듯 강변 산자락을 품었다가 떨쳐 내길 반복하는데, 단언컨대 이 풍경 앞에서 탄성을 내뱉지 않을 사람은 없다. 이 언덕은 가급적 이른 아침에 오르길 권한다. 물안개의 두께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선경은 대개 오전 9시를 전후해 홀연히 사라지고 만다. 이제 금성산을 밟을 차례다. 451m로 높지는 않으나 나주의 진산 대접을 받는 산이다. 제가 품은 고을은 진작 나주로 이름을 바꿨지만 스스로는 여태 옛 이름을 잃지 않고 있다. 금성산에 들면 먼저 다보사를 찾을 일이다. 산비탈을 따라 세워진 소담한 절집이다. 김종순 학예사는 “일제가 대처승 제도를 도입하는 등 조선 불교를 흠집 내고 탄압할 때 꿋꿋하게 이를 거부하며 한국 불교의 법맥을 이어 온 사찰”이라고 소개했다. 다보사에서 잊지 말고 봐야 할 게 대웅전과 명부전의 불단을 장식하는 조각품이다. 꽃병 등을 조각해 뒀는데 이게 한국식 꺾꽂이의 원형이라는 것. 이는 꽃꽂이가 일본에서 시작돼 전파됐다는 주장을 뒤집는 증거라고 한다. 수수하면서도 정교한 대웅전 꽃문살도 빼어나다. 보물(제1343호)로 지정된 괘불탱도 아름답다던데 아쉽게도 이를 직접 볼 기회는 없었다. 다보사 앞쪽의 금성산 둘레길을 따라 휴양림 방향으로 15분쯤 걸어가면 난데없이 초록빛 세상이 펼쳐진다. 야생 차밭이다. 사방이 단풍으로 불붙고, 흰 눈에 덮여도 늘 푸른 빛을 잃지 않는 공간이다. 고려시대 임금께 진상했던 뇌원차도 이곳에서 비롯됐다. 흰빛의 녹차꽃은 10월부터 피기 시작해 12월이면 대부분 진다. 면적은 8㏊에 이른다. 자박자박 걸으며 푸른 빛을 완상하기 좋다. 이맘때 볼거리 딱 세 가지만 더 얘기하자. 메타세쿼이아길, 쌍계정, 노안천주교회다. 메타세쿼이아길은 전남산림환경연구소 진입로에 조성됐다. 전남 담양 메타세쿼이아 숲길에 견줘 짧지만 폭이 좁고 안온해 ‘사진발’을 잘 받는다. 쌍계정은 영암의 구림, 정읍의 태인 등과 더불어 조선시대 호남의 3대 명촌으로 꼽혔던 노안면 금안 마을에 있다. 세월의 흔적 더께로 쌓인 정자도 좋지만, 건물 앞뒤를 지키고선 아름드리 푸조나무와 느티나무의 자태가 더없이 빼어나다. 노안천주교회는 쌍계정과 이웃했다. 나주 최초의 성당으로, 근대문화유산 제44호로 지정된 붉은 벽돌의 단층 건물이 인상적이다. 교회가 깃든 마을 이름은 ‘이슬촌’이다. 주민 대부분이 천주교 신자인 마을이다. 해마다 크리스마스 때 이색 마을 축제를 연다. 글 사진 나주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지역번호 061) →가는 길: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천안논산고속도로를 이용해 호남고속도로 광주요금소를 지난 뒤 광산이나 산월 나들목으로 나와 광주 제2순환도로를 탄다. 순환도로 요금소를 빠져나와 13번 국도를 타고 들어가면 나주에 닿는다. 서해안고속도로 함평나들목을 이용할 수도 있다. KTX를 타고 가는 방법도 있다. 용산역에서 나주역까지 3시간 걸린다. →맛집:영산포 홍어의 거리에 홍어집들이 늘어서 있다. 영산포 홍어(337-5000) 등이 이름 났다. 나주곰탕은 시내 목사내아 일대에 몰려 있다. 하얀집(333-4292), 노안집(333-2052), 남평식당(334-4682)이 유명하다. 구진포 쪽엔 장어거리도 조성돼 있다. 영산나루(332-2131)는 동양척식회사 문서고와 한 울타리에 있는 찻집이다. 영산포 등대 바로 뒤에 있다. →잘 곳:단연 ‘목사내아’다. 옛 나주목사가 기거하던 한옥집인데 리모델링을 마치고 곧 문을 열 예정이다. 330-8831. 나주시청 부근과 동신대 일대에도 깔끔한 모텔들이 몰려 있다.
  • 청풍호 너른 품에… 저 산도 섬이 되다

    청풍호 너른 품에… 저 산도 섬이 되다

    청풍호(충주호)는 충북 제천과 충주, 그리고 단양 등에 걸쳐있는 거대한 호수다. 크기로는 소양호에 이어 국내 두 번째다. 호수가 넓으니 담긴 풍경 또한 헤아리기 힘들 만큼 다양할 터. 이 지역을 두루 꿰고 있는 한 지인이 호수 북쪽에 기막힌 풍경이 숨겨져 있다고 했다. 그는 인적 드문 옛길을 따라 수려한 경치가 이어지는데, 물안개가 자주 피는 늦가을엔 더 빼어난 자태를 선보인다고 했다. 김정희의 ‘세한도’ 닮은 소나무와 ‘그림 같은’ 자작나무 숲이 있다고도 했다. 게다가 이 모든 걸 굽어볼 수 있는 산도 있다는 거다. 서둘러 행장 꾸려 찾아 나선 길, 호수가 숨겨둔 풍경은 과연 빼어났고, 이를 굽어보는 비봉산은 청풍호 최고의 풍경 전망대였다. 청풍호 인근엔 이름난 풍경 전망대들이 많다. 제비봉, 옥순봉, 가은산 등 헤아리기가 쉽지 않다. 비봉산(531m)은 여기서도 앞줄에 선다. 우선 위치가 좋다. 청풍호 한가운데에 곶부리처럼 불쑥 튀어나와 있다. 그 덕에 정상에 서면 청풍호 인근을 죄다 굽어볼 수 있다. 하늘과 호수가 맞닿아 있고, 그 위로 산들이 섬처럼 떠있는 장쾌한 풍경이 두 눈 가득 담긴다. 오르기도 쉽다. 정상까지 모노레일이 오간다. 운행구간은 약 3㎞. 6명이 탑승하는 모노레일 7대가 번갈아 운행된다. 정상까지는 꼬박 23분이 걸린다. 모노레일은 단순한 탈것이 아니다. 시속 7∼8㎞로 천천히 달리다가도 급경사를 오를 땐 머리카락이 쭈뼛 설 만큼 스릴 넘친다. 어지간한 롤러 코스터는 댈 게 못 된다. 이렇게 가파른 구간을 여러 차례 지난다. 내려올 땐 더 짜릿하다. 건장한 남성도 새된 비명을 지르기 일쑤다. 모노레일 탑승장은 청풍면 도곡리에 있다. 인터넷(www.capirpa.co.kr) 예약과 현장 판매를 병행하는데, 워낙 인기가 많아 표 구하기가 쉽지 않다. 현장 판매분의 경우 이른 시간에 찾아가 표를 확보해야 한다. 모노레일은 11월 말까지만 운행되고 겨울엔 쉰다. 내년 3월 다시 운행된다. 왕복요금은 어른 8000원이다. 겨울철 설경을 즐기기 위해 걸어서 비봉산에 오르는 사람들도 많다. 등산로는 청풍면 연곡리의 봉정사나 광의리, 대류리 등으로 나 있다. 보통 3시간 안쪽에 오르내릴 수 있다. 하지만 산은 작아도 일부 구간은 로프를 잡고 올라야 할 정도로 가파르다. 특히 아이젠 등 등산장비를 착용해야 하는 겨울철엔 왕복 4시간 정도 예상해야 한다. 거리로는 광의리 코스가 1.4㎞로 가장 짧지만, 대부분 산객들은 좀 더 오르기 쉽고 볼 게 많은 연곡리 코스(1.8㎞)를 선호하는 편이다. 비봉산에서 장쾌한 풍경과 마주했다면, 이제 호숫가에 펼쳐진 소담한 풍경과 만날 차례다. 호수 북쪽의 대덕산, 수름산 등의 중턱을 따라 실핏줄처럼 이어진 옛길이 주무대다. 옛길은 금성면 소재지에서 월굴리와 황석리를 지나 부산리까지 이어진다. 길이는 15㎞ 남짓. 이 가운데 9㎞ 정도는 여전히 비포장길이다. 이 길은 이름이 없다. 현지 주민들은 그저 ‘저짝(쪽의 사투리)길’이라고 부른다. 왜 ‘저짝길’인가. 이는 ‘이쪽’에 대비되는 표현일 텐데, 금성면 시내를 벗어나면 왜 그런지 자연스레 알게 된다. 마을 끝자락의 구룡교차로에서 길은 둘로 나뉜다. 왼쪽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의 습관적으로 택했던 드라이브 코스, 그러니까 82번 지방도로다. ‘청풍호로’라는 번듯한 이름도 있다. ‘저짝길’은 교차로 오른쪽으로 난 길이다. 1985년 충주댐이 조성되면서 이 지역 대부분이 물에 잠겼고, 그 가운데 극히 일부의 수몰민이 황석리 등에 자리를 잡았는데, 이 마을들을 연결하는 길이 바로 이 도로다. 공식 이름은 532번 지방도로지만 워낙 드나드는 차들이 드문 탓에 이를 기억하는 이는 거의 없다. 이 길에 들면 청풍호로 주변의 금월봉, 청풍문화재단지 등 늘 가까이서만 봐왔던 관광 명소들을 한 발짝 떨어져서 볼 수 있다. 풍경 밖에서 풍경을 보는 셈이다. 호젓하게 경치를 완상하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구룡교차로에서 구불구불 비포장길을 6㎞쯤 달리면 황석리에 닿는다. 청풍호를 품에 안고, 대덕산 골짜기에 우묵하게 기댄 작은 마을이다. 문화 류씨 집성촌으로, 주민이라야 대여섯 가구가 고작이다. 마을과 청풍호가 만나는 곶부리 끝엔 소나무가 네 그루 서있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다. 그림과 다른 점은 소나무들이 이파리를 모두 떨군 채 고목이 되어 있다는 것. 주민들은 이른바 4대강 사업때문에 소나무가 생명을 잃었다고 했다. 사연은 이렇다. 충주댐 조성 이후 청풍호는 심심찮게 저수량 변동을 겪었다. 그때마다 이 소나무들도 물에 잠기곤 했다. 그러다 물이 빠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싱싱한 솔향을 내뿜었다. 한데 4대강 사업 가운데 남한강 하류의 경기 여주 지역 공사때는 달랐다. 당시 소나무들은 무려 1년 이상 물에 잠겨 있었다. 공사 뒤 물은 빠졌지만, 소나무들은 이미 생명을 다한 뒤였다. 길은 황석리를 지나 후산리와 사오리 등을 줄줄이 지난다. 하나같이 보석 같은 풍경을 매달고 있는 마을들이다. ‘노란 모피 코트’ 같은 낙엽송과 주홍빛 감나무 잎 등이 어우러져 단풍 명산에 못지않은 풍경을 펼쳐내고 있다. 황석리와 이웃한 후산리 사이엔 아스콘 포장공사가 한창이다. 내년에 예정대로 도로가 완공되고 나면 고즈넉했던 풍경들도 적잖이 달라질 터다. 길은 사오리를 지나며 다시 포장도로로 바뀐다. 이어 부산리 삼거리에서 충주 방면 532번 지방도로와 합류한다. 부산리 삼거리에선 자작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흰 수피에 황금빛 이파리를 반짝거리는 자작나무들의 자태가 인상적이다. 예서 좌회전하면 흰서덕돌, 벼락골, 웃오미, 진목치를 지나 충주시 동량면으로 이어진다. 역시 청풍호를 에두른 길인데 험한 비포장길이 대부분이다. 오른쪽으로 돌면 제천시 봉양읍 방향이다. 글 사진 제천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지역번호 043) →가는 길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중앙고속도로 남제천 나들목을 나와 금성면 소재지를 지나면 청풍호 드라이브길이 시작된다. 청풍호 북쪽길은 면소재지 끝의 구룡교차로에서 우회전해 들어가면 된다. 비봉산은 구룡교차로에서 좌회전해 청풍문화재 단지를 지난 뒤 청풍면 소재지에서 우회전해 간다. 중부내륙관광열차 등 열차를 이용할 경우 제천역 앞 남당초등학교 정류장에서 950번 버스를 타고 청풍농협 정류장에서 내려 951번 버스로 갈아탄 뒤 대류리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된다. 국도 나들이를 즐긴다면 38번 국도를 타고 경기 이천에서 장호원, 감곡 방향으로 가다 박달재를 넘어 597번 지방도를 타면 청풍호까지 갈 수 있다. 주말에는 38번 국도도 막히는 경우가 있지만 영동고속도로보다는 덜한 편이다. 제천시 관광과 641-6690. →맛집 청풍호 주변에 맛집들이 많다. 황금가든(647-6303)은 울금을 이용한 건강식 떡갈비를 잘한다. 교리가든(648-0077)은 민물 매운탕이 맛있는 집이다. 두 집 모두 청풍리조트 인근에 있다. 산아래(646-3233)는 유기농 야채를 곁들인 우렁쌈밥을 내는 집이다. 봉양읍에 있다. →잘 곳 청풍리조트(640-7000)가 ‘가격 대비 성능’이 좋다. 객실창 너머로 물안개 핀 청풍호와 월악산 영봉이 넘실대는 풍경이 펼쳐진다. 한국관광공사의 호텔 체인 ‘베니키아’ 가입 업체로 식사와 사우나 등 부대업장의 가격이 저렴하다. 국민연금 가입자는 20~40% 할인 받을 수 있다. 홈페이지 (www.cheongpungresort.co.kr) 참조. 숲 속에서 우아한 하룻밤을 보내고 싶다면 리솜포레스트(www.resomforest.com)가 제격이다. 옛 박달재의 깊은 숲 속에 있는 듯 없는 듯 세워져 있다. 노천스파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췄다.
  • [국가인권위원회 기사 관련 정정보도문]

    본지는 지난 10월 10일자 사회면 ‘또, 귀막고 입닫은 인권위’ 제하 기사 중 ‘현병철 위원장 취임 이후 민감 사안에 대한 처리’ 표에서 주요 인권 현안에 대한 처리 내용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위 표 중 ‘2011년 9월 한진중공업 관련 처리’ 부분은 “2011년 9월 19일 전원위원회에서 별도 조치나 의견 표명이 불필요하다고 판단”으로, ‘2010년 7월 PD수첩 방영 이후 민간인 사찰 관련 처리’ 부분은 “2009년 8월 23일 전원위에서 피해자 의사 감안 부결”로, ‘용산참사 관련 처리’ 부분은 “추후 논의하기로 하고 폐회 후, 2010년 1월 11일 전원위에서 법원에 의견 제출하기로 의결”로 바로잡습니다. 이 내용은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 억새 뒤덮여 늦가을이 한창인 경기 양평 마유산

    억새 뒤덮여 늦가을이 한창인 경기 양평 마유산

    가을이 농익었다. 이른 추위가 불붙은 단풍의 열기를 식힌 탓에 여기저기서 겨울을 외친다. 한데 아직은 가을이다. 낙엽이 길 위를 뒹굴 때 옷깃 여미고 먼 산 보며 폼 한번 잡는 낡은 정취가 아직은 어울린다. 늦가을이 한창인 곳을 찾았다. 경기 양평의 마유산이다. 유명산이란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이 산은 지금 무르익은 억새들이 한껏 서정적인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산기슭을 뒤덮은 억새 아래로 마루금을 좁힌 산들과 남한강 물줄기 그리고 그에 기댄 마을들이 오종종하게 어우러진 풍경은 나라 안 어디서든 쉽게 접할 수 있는 풍경이 아니다. 유명산(862m)에 오르면 다들 묻는 게 있다. 대체 뭐가 그리 유명하길래 산 이름이 유명산이냐는 거다. 거기엔 사연이 있다. 이 산의 본디 이름은 마유산(馬遊山)이다. 조선시대 말을 놓아기른 데서 비롯된 이름이다. 그러다 1970년대 초에 한 산악회에서 마유산을 오르게 됐다. 당시 산의 이름을 알지 못했던지, 이들은 일행 가운데 한 여성 회원의 이름을 따 유명산이라 불렀고 이후 일부 매체 등에 이 이름이 게재되면서 본명처럼 굳어졌다고 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이나 ‘양근읍지’ 등 대부분의 고문헌들은 이 산을 마유산이라 적고 있다. 지금도 이 일대의 지명 가운데 옥천면 신복리 ‘마골’ 등처럼 말과 관련된 이름을 곧잘 찾아볼 수 있다. 전인미답의 산에 처음 등반한 사람이나 산악회의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있다고는 하나 멀쩡한 이름이 있는 산을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건 온당치 않아 보인다. 마유산은 경기 양평과 가평 등에 걸쳐 있다. 오르는 방법은 대략 세 가지다. 가평 쪽 유명산 자연휴양림에서 짧고 가파른 산길을 올라 긴 계곡을 따라 하산하는 휴양림 코스, 산 서쪽의 고개인 농다치나 선어치(서너치)에서 소구니산(800m)을 거쳐 오르는 코스(이상 3시간 30분 정도 소요), 산 동남쪽 배너미재(600m)에서 완만한 임도를 따라 대부산 패러글라이딩 활공장과 정상을 돌아 원점 회귀하는 코스(3시간) 등이다. 이 가운데 이맘때 가장 적합한 코스를 꼽자면 단연 배너미재 코스다. 들머리인 배너미재의 고도가 높아 정상까지 오르는 데 어려움이 거의 없다. 거리는 3㎞ 정도다. 산책하듯 자박자박 걷다 보면 어느새 정상이다. 풍경도 빼어나다. 배너미재에서 마유산까지 가는 동안 산은 다락에서 곶감 꺼내듯 한 구비 돌 때마다 빼어난 경치를 발 아래 펼쳐놓는다.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뮤직비디오 등의 단골 촬영지 노릇을 한 것도 그런 이유다. 담긴 풍경에 견줘 이름이 덜 알려진 건 등산객 대부분이 유명산 휴양림 쪽에서 오르기 때문이다. 이 경우 마유산 정상을 찍고 원점 회귀하거나 소구니산을 거쳐 농다치 등으로 하산하게 된다. 배너미재 쪽에 펼쳐진 풍경은 보지 못하고 지나치게 되는 거다. 한때 오프로드 차량들로 배너미재 코스가 몸살을 앓기도 했지만 지금은 통제되고 있다. 다만 사륜구동차량(ATV)이나 산악자전거(MTB)를 즐기는 이들은 여전히 많다. 배너미재에서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고갯마루 즈음에서 하늘이 툭 터지며 장쾌한 풍경이 펼쳐진다. 하얀 억새들이 산기슭을 오르내리며 일렁이고 멀리로는 남한강 물줄기가 유장하게 흘러간다. 그 산길 모퉁이에 떡갈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느낌, 왠지 기시감이 드는 풍경이다. 어디서 봤을까. 억새밭을 헤치고 산 중턱에 오르면 의문은 저절로 풀린다. 영화 ‘관상’에서 내경(송강호)이 청운의 꿈을 품고 오두막집을 떠나는 진형(이종석)을 배웅했던 그 언덕이다. 언덕 위엔 오두막집도 세워져 있다. 여기 서면 풍경은 더욱 깊어지고 영화 내용도 또렷해진다. ‘관상’의 도입부, 그러니까 기생 연홍(김혜수)이 내경을 찾아오는 장면이 바로 이곳에서 촬영됐다. ‘관상’ 세트장은 원래 허름한 오두막 두 채였지만 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와 ‘구암 허준’ 등이 뒤이어 촬영되면서 옹기 가마 등의 세트가 추가로 설치됐다. 예서 다시 임도로 내려선 뒤 산길을 30분쯤 걷다 보면 산기슭 위로 드넓은 억새밭이 펼쳐진다. 조선시대 말 방목지였던 곳이다. 불과 20여년 전엔 고랭지 채소밭으로 쓰였다. 이러구러 채소밭도 자취를 감췄고 지금은 억새가 온 산자락을 점령했다.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에 오르면 시야가 탁 트인다. 땅과 하늘이 똑같은 비율로 나뉘어 있다. 사방은 ‘첩첩첩 산산산’이다. 용문산(1157m)과 어비산(822m), 백운봉(940m) 등이 어깨를 맞대고 늘어서 있다. 산과 산 사이로는 남한강이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흐른다. 활공장 옆의 소나무 너댓 그루가 고고한 자세로 이 모습을 굽어보고 있다. ‘당연히’ 이 나무 아래서도 몇 편의 영화와 드라마가 촬영됐다. 대표적인 게 ‘왕의 남자’다. 장생(감우성)과 공길(이준기)이 봉사놀이를 하며 서로의 정을 확인하던 장면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자연 속에 인간 둘이 있으면 서로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도시에서라면 둘은 경쟁을 했을 거다. 동성끼리 있으면 동성애가 생기고 이성끼리 있으면 이성애가 생길 만한 곳이 여기다.” 영화 개봉 당시 장소 선정을 두고 이준익 감독이 한 신문에 밝힌 내용이다. 혼자라면 어떻게 했을까. 스트레스 푼답시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다 그도 지쳐 목 놓아 울지 않았을까. 활공장에서 마유산 정상까지는 약 300m, 15분 거리다. 아무때나 찾아도 되지만 가급적 이른 아침이나 해거름에 오르길 권한다. 산이 주는 위로가 정말 남다르다. 글 사진 양평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31) →가는 길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6번 국도를 타고 양평읍 쪽으로 가다 옥천면 고읍교차로에서 좌회전한 뒤 옥천냉면마을 지나 직진해 설매재자연휴양림을 지나 좀 더 오르면 배너미재 정상이다. 차 댈 공간이 넉넉하지는 않은 편이다. 농다치는 옥천냉면마을 지나 백현사거리에서 한화리조트 쪽으로 좌회전해 37번 국도를 따라 가평 설악면 방향으로 가다 중미산삼거리 못 미처에 있다. 한화리조트양평 투숙객은 리조트에서 조성한 산길을 따라 농다치까지 쉽게 이를 수 있다. →맛집 옥천리 황해식당(772-9693)은 냉면과 돼지고기완자 등이 맛있다. 한화리조트양평의 뜨락(772-3811)은 곤드레돌솥밥을 잘한다. →잘 곳 마유산 들머리의 한화리조트양평은 최근 대형 스크린을 통한 영화 감상과 캠핑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무비 글램핑 빌리지’를 선보였다. 메가박스의 최신 영화와 빈폴의 글램핑 장비, 한화리조트의 식음료를 결합한 이색 캠핑 체험 프로그램이다. 너른 잔디밭에 20여 동의 텐트와 대형 캐노피, 화로, 테이블 등을 조성했다. 대형 스크린에선 최신 영화가 상영된다. 삼겹살과 오리, 수제 소시지, 쌈 채소 등도 제공된다. 쉽게 말해 몸만 가서 즐기면 된다. 글램핑과 바비큐, 영화 감상이 모두 포함된 주말 이용 요금은 2인 9만원, 4인 13만원. 일~목요일 캠핑 장비만 이용할 경우 4인 3만원이다. 11월 31일까지 오후 4~8시 운영한다. 772-3811.
  • [손현주의 계절 밥상 여행] 충남 태안 게국지와 내포 우거지김치

    [손현주의 계절 밥상 여행] 충남 태안 게국지와 내포 우거지김치

    간밤에 서리가 하얗게 내렸다. 농부들 맘은 조급해졌다. 뒤란에 와르르 쏟아진 은행은 물론이고 콩이며 감 등 남은 곡식을 거둬들여야 할 시기이기 때문이다. 속이 꽉 찬 김장배추를 얻으려면 날 잡아 짚으로 묶어주는 일도 잊지 말아야 한다. 무는 단맛을 채우면서 굵어가고 아낙들은 포구를 어슬렁거리며 젓갈준비를 한다. 황석어를 달여 놓고, 까나리액젓, 새우젓, 조개젓이 집안 물림대로 준비된다. 서리 두어 번만 더 내리면 김장을 해 부칠 참이다. 한데 태안 아낙들은 1년 내내 ‘겟국’을 모으며 ‘김장 그 후’를 기다렸다. ‘그 후’라는 것이 허접한 시래기뿐일 텐데 왜 사내들은 막걸리 잔을 상상하며 빈 밭에서 갈배추를 줍고 아낙들은 연중 겟국을 모을까. 태안이 감춰 둔 그 맛이 무엇일까. 그들에게 게국지는 과거부터 내려온 어머니의 향수이자 냄새로도 구별되는 유전자 같은 음식이다. 태안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사철 해산물이 풍부하다. 싱싱한 갯것을 즉석에서 굽거나 끓여 먹기도 하지만 냉장고가 보편화되지 않았을 때에는 천일염을 툭툭 뿌려 말리거나 염장을 했다. 그래서 태안에서 흔한 꽃게나 박하지, 능쟁이, 농게를 소금물에 담가 먹는 일은 흔한 일상이다. 살펴보면 이렇다. 본래 태안에서의 꽃게 장은 간장이 들어가지 않는다. 대체로 고춧가루를 빨갛게 이겨 즉석에서 담근 ‘무젓’을 즐긴다. 재료가 싱싱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꽃게는 간장게장 맛만 한 것이 없다. 하지만 양조간장이 나오기 전, 집 간장은 귀했다. 미역국을 끓이거나 나물을 무칠 때 아껴 넣을지언정 헤프게 게장을 담가 먹지는 못했다. 해서 태안에서는 천일염으로 소금 장을 만들었다. 짭조름하게 간을 맞춘 소금물을 설설 살아 움직이는 꽃게에 부었다. 사나흘 지난 후 게에 간이 배면 소금장을 따라내 와르르 끓였다. 완전히 식혀 다시 꽃게에 붓는다. 두어 번 반복하면 게장은 맛이 든다. 지금 간장게장에 비하면 짜고 비린 듯하지만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꽃게를 담갔던 소금장은 버리지 않고 다시 게장을 담글 때마다 소금 한 줌을 넣고 끓이기를 반복, 연중 사용했다. 그러니 10월 가을 꽃게 때부터 시작된 이 소금장은 달여서 다음 해 5월, 장이 노랗게 밴 암꽃게에도 부어졌다. 여름이면 꽃게 금어기다. 이때는 갯벌에서 잡은 황발이, 즉 농게에 이 겟국을 부었다. 밥맛이 없는 여름철 최고의 반찬이었다. 게 맛을 아는 태안 사람들에게 농게는 일품이다. 능쟁이, 칠게가 이품이면 꽃게는 미안하게도 삼품이다. 이렇게 달여 붓기를 반복하는 동안 소금장은 색이 검게 되며 게에서 빠져나온 온갖 미네랄과 칼슘, 아미노산이 소금장에 고스란히 녹아든다. 늦가을. 모양 좋은 배추는 포기김치를 담그고 우거지와 밭에 뒹구는 갈배추를 거둬들일 차례다. 갈배추는 머리만 툭툭 쳐서 함지박에 넣고, 노랗게 익은 호박을 착착 썰고, 덜 익은 끝물 고추와 마늘, 생강을 이겨 게국지로 간을 한다. 새우젓을 더 넣는 경우도 있으나 이렇게 허드레 배추와 겟국을 넣고 아무렇게나, 막 버무린 김치가 본래의 태안 게국지다. 사나흘 지나 간이 배면 냄비에 담아 보글보글 지져 먹는다. 짭조름한 게국지의 묵은 맛과 호박의 들큼함, 배추의 달게 씹히는 맛이 어우러져 기막힌 시절김치가 된다. 금방 먹어야 질기지 않으나 좀 짜게 담가 늦봄에 삭았을 때 지져 먹는 맛 또한 특별하다. 게국지는 냄비에 김치와 쌀뜨물을 부어 아궁이 잔불로 자글자글 끓이기도 하지만 향수를 떠올리는 옛사람들은 가마솥에 찐 게국지가 으뜸이라고 말한다. 밥이 우르르 끓으면 양재기에 이 김치를 담고 솥 귀퉁이에 넣어둔다. 그러면 밥물이 적당히 들어가 부드럽고 간이 잘 맞는 게국지가 된다. 밥 한 술 떠서 시래기를 쭉쭉 찢어 숟가락에 얹으면 천상의 음식이 부럽지 않다. 이 게국지와 비슷한 것이 내포 쪽 ‘우거지김치’다. 김장을 한 함지박에 시래기를 넣고 남은 양념으로 그릇을 씻어내듯 버무려 항아리에 넣어 둔 김치다. 좀 짜게 담가 봄에 먹는다. 봄볕이 들면 시래기는 하얗게 꽃가지가 핀다. 그런데 이 곰팡이 냄새가 지독한 시래기를 지져 먹는 맛이라니. 항아리 위쪽의 두어 포기를 걷어내고 폭 삭은 김치를 보시기에 꺼내면 이 ‘군둥내’로 온 동네가 소란스러웠다. 이 우거지김치는 사람 손이 닿으면 금방 삭아서 항아리를 여는 즉시 이웃들과 나눠 먹었다. 요즘 주거환경에서는 냄새 때문에 적응하기 힘들지만 옛사람들의 지혜가 담긴 건강한 발효식품이다. 어떤 음식이든 방송을 타면 소란스러워진다. 게국지도 마찬가지여서 태안, 안면도 권을 여행하다 보면 식당마다 게국지 간판이다. 김치에 꽃게나 대하를 넣어 김치찌개처럼 끓이거나 해물탕처럼 내놓는 ‘유사 게국지’가 많다. 1년 삭힌 게국을 구하기 힘들 뿐더러 요즘 사람들이 맛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치냉장고가 생기면서 김장이 빨라졌다. 그러나 여전히 서리 먹은 무와 배추가 달고, 김장은 추울 때 해야 제맛이다. 단맛이 밴 무를 채로 쳐서 그 해 해팥을 삶아 무시루떡을 하던 김장하는 날. 그리고 그 김장의 편린 태안 게국지. 삭혀 군둥내 나는 과거의 힐링 음식들이 식탁에서 사라져가니 아쉽고 그립다. 심하게 편두통을 앓던 어느 겨울날. 뜨끈하게 끓여낸, 짜디짠 할머니의 게국지 한 사발로 힘을 얻었던 적이 있다. 바닷바람이 허름한 천막을 들추며 솨솨 거리면서 들어왔고, 등이 굽은 할머니가 비척거리며 끓여 주던 영혼의 음식. 그 오랜 기억 속의 게국지가 그리운 만추다. 천일염과 가을 바람 태안의 우럭과 만나 시원한 젓국이 되니 우럭은 보리누름이 최고라는 말이 있다. 4~6월 산란기 때 살이 올라 달고 기름이 끼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닷가 사람들은 봄과 가을 두 철이라고 말한다. 교미기간인 가을 또한 영양분이 올라 살이 단단하고 달다. 게다가 갓 잡은 우럭을 찬바람에 두어 날 말리면 배때기에 기름이 노랗게 올라 찌거나 탕을 끓였을 때 감칠맛이 빼어나다. 생선은 갓 잡아 신선한 것도 좋지만 천일염을 뿌려 두어 날 바람에 말린 것이 가장 맛있다. 태안에서는 연중 우럭이 올라온다. 과거 우럭을 잡는 토속적인 방법은 독살이다. 바닷가에 오목하게 함정을 파놓고 돌로 담을 쳐 놓아 밀물 때 들어온 생선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전통 어로방식이다. 지금도 남면 등 해안가에 독살이 남아있다. 독살에서 우럭이 많이 잡히면 “진미 났다” “꽃이 난다”고 외치며 동네 사람들과 나눠먹었다. 이렇게 흔하니 태안의 제사상에는 우럭포가 올라간다. 포를 쪄 상에 올렸다가 음복 후 술안주로 살을 발라 먹는다. 이때 남은 머리와 뼈를 쌀뜨물에 넣고 팔팔 끓여내면 국물이 뽀얗게 올라온다. 제사상에 올렸던 두부부침을 넣기도 했는데, 다진마늘 정도만 곁들였다. 새우젓이나 천일염으로 간을 한다. 이렇듯 가을에 잘 말린 우럭포로 젓국을 끓이면 비리지도 않고 담백하여 그 시원한 맛이 속풀이로 일품이다. 태안 미식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침상 차림은 역시 우럭젓국이다. 글 사진 음식평론가 손현주 marrian@naver.com ●여행수첩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홍성 나들목으로 빠지면 철새들의 은신처인 서산AB지구를 지나 태안북부와 안면도로 빠지는 사거리를 만나게 된다. 어느 쪽으로 빠지든 태안여행은 바다와 소나무 숲을 낀 느린 성찰이 가능하다. 무작정 아무 포구나 숨어들어도 해산물이 풍부하여 식도락의 즐거움은 크다. 요즘 꽃게, 대하, 굴이 많다. 근래 저녁놀이 곱다. →제철 맛집(041) 솔밭가든(안면도 673-2034, 게국지, 우럭젓국 정식), 곰섬나루(남면 675-5527, 점심 예약제), 토담집(태안시내 674-4561, 우럭젓국, 간장게장), 향토꽃게장(태안시내 674-5591, 우럭젓국, 간장게장), 진국집(서산시내 665-7091, 게국지 백반)
  • 쉼을 품은 나… 가을의 선물 남도 단풍

    쉼을 품은 나… 가을의 선물 남도 단풍

    여기저기서 단풍 예찬이 한창이다. 일상이 바쁜 당신, 어떻게든 시간을 내 가 보고는 싶은데 명소가 너무 많다 보니 정작 어디로 가야 할지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때 고민을 덜어 주는 단풍 명소들이 있다. 언제 가도 아름답고 단풍철이면 더 고혹적인 곳, 전북 고창의 선운사와 전남 장성의 백양사다. 명소를 넘어 ‘단풍의 전설’이 돼 가는 두 절집을 다녀왔다. 지난주에도 절정은 아니었다. 절집 안팎을 둘러친 ‘애기단풍’들은 이제야 발그레해지기 시작했다. 두 절집 간 거리도 멀지 않아 1박 2일로 묶어 돌아볼 수도 있다. ‘애기단풍’들은 이번 주말부터 다음 주까지 한껏 무르익은 자태를 선보일 듯하다. 남도 단풍은 이제부터가 절정이다. ‘구름 속에서 참선하기’(선운·禪雲)란 애당초 글렀다. 사방을 둘러친 단풍 숲의 자색이 이리 고우니 참선은 고사하고 정신줄 놓지 않게 꽉 붙들어 매야 할 판이다. ‘호남의 내금강’ 선운산 이야기다. 선운산은 낮다. 최고봉이 불과 336m다. 그 주변으로 300m 안팎의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이 ‘크레용팝’의 춤사위처럼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고 있다. 그런데도 근동에선 내금강 운운하며 제법 명산 대접을 받는다. 수려한 산세와 웅장한 암벽 등 산에 깃든 옹골찬 풍경 덕이다. 산의 원래 이름은 도솔산이었다. 불가의 시선으로 보자면 미륵보살이 머무는 정토(淨土)다. 산 아래로 흐르는 개천은 도솔천, 그 주변은 도솔계곡이다. 이게 선운산으로 바뀌었다. 도솔산 들머리를 타고 앉은 절집 선운사가 명찰의 반열에 오르면서 주변 산의 이름마저 바꿔 놓은 거다. 높이로만 따진다면 선운산의 체급은 경량급이다. 한데 사람을 놀라게 하는 재주는 중량급이다. 계절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절정은 역시 단풍철이다. 선운사 주변 도솔계곡 일대가 물감을 칠한 듯 붉고 노랗게 변한다. 이 장면을 도솔천이 또 한번 비춰 낸다. 감동 두 배의 풍경이다. 산이 높지 않으니 오르는 것에 대한 부담도 덜하다. 동네 야산을 산책하는 것보다 조금 더 힘을 쓰는 정도다. 예닐곱 시간씩 걸리는 선운산 일주산행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선운사에서 도솔계곡 안쪽으로 들어가 도솔암~내원궁~낙조대~천마봉을 거쳐 다시 도솔암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선호한다. 풍경과 역사를 고루 엿볼 수 있는 핵심 코스다. 거리는 주차장에서 천마봉까지 약 4.7㎞. 빠른 걸음으로 3시간 안팎에 오갈 수 있는 거리다. 선운사와 도솔암, 내원궁 등을 천천히 돌아본다 해도 4~5시간이면 충분하다. 개중엔 도솔암 내원궁까지만 보고 되돌아가는 경우도 흔하다. 한데 천마봉 오르는 길에서 굽어보는 풍광을 놓친다면 단언컨대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다. 도솔암 뒤편 산자락을 10분 남짓 오르면 낮은 산이 선사하는 큰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 도솔계곡이 왜 국가 지정 명승이 됐는지도 여실히 알게 된다. 선운사 주차장에서 보행자 전용 통로를 따르면 곧 일주문이다. 여기 단풍도 좋다. 노란 은행나무와 애기단풍 등이 잘 어우러졌다. 길은 도솔계곡과 절집 담장 사이로 이어진다. 울긋불긋 제 빛깔을 내는 단풍나무도 있긴 하나 선운사 단풍의 백미로 꼽히는 도솔계곡 주변의 거목들은 여태 푸른빛을 띠고 있다. 이번 주말쯤 완전히 붉어진 뒤 이달 중순까지는 절정의 자태를 이어 갈 것으로 예상된다. 선운사의 아침은 사진작가들이 연다. 단풍이 절정에 이를 때면 이를 카메라에 담으려는 작가들로 도솔계곡 주변은 발 디딜 틈이 없다. 사진작가들 가운데는 홍콩, 중국 등에서 온 외국인도 있다. 남도 단풍의 빼어난 자태가 인근 나라들에도 알려진 것. 바야흐로 ‘단풍 한류’가 도래하려는 게다. 사진작가들처럼 특정한 시간대에 선운사를 찾지 않아도 되는 여행자라면 점심 무렵 방문하기를 권한다. 머리 위까지 올라온 해가 도솔계곡 이곳저곳에 고르게 볕을 비출 때라야 단풍의 제 빛을 감상하기 좋다. 느릿느릿 선운산 단풍을 눈에 담은 뒤엔 낙조대에 오른다. 물론 해 지기 전에 올라야 한다. 운이 좋다면 멀리 서쪽 바다 너머로 펼쳐지는 기막힌 저물녘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 선운사를 휘휘 돌아 계곡 옆으로 나오면 도솔암으로 향하는 길과 만난다. 길은 평탄하다. 야트막한 오르막은 있지만 된비알은 없다. 무엇보다 단풍 든 풍경과 동행할 수 있어 좋다. 도솔암까지 줄곧 이런 길이 이어진다. 선운사길은 보은길 혹은 소금길로도 불린다. 여기엔 사연이 있다. 백제 위덕왕 24년(577) 검단선사가 선운사를 창건할 당시 선운산 주변엔 산적들이 들끓었다. 검단선사는 이들에게 소금 굽는 법을 가르쳐 도적질을 그만두게 했다. 양민이 된 산적들은 해마다 봄, 가을 두 차례 검단선사에게 보은염(報恩鹽)을 보냈다. 그때 소금을 운반했던 길이 바로 선운사길이라는 거다. 지금도 선운사 일대에선 이를 기리는 축제가 열린다. 선운산은 문화재를 여럿 품고 있다. 동백나무숲(184호), 장사송(354호) 등은 천연기념물이고 선운사 대웅전(290호)과 도솔암 마애불(1200호) 등은 보물이다. 도솔계곡 자체가 ‘보물’이기도 하다. 국가지정 명승(54호)이다. 이 모습은 계곡 밖에서 봐야 한다. 도솔암에서 천마봉 쪽으로 난 철제 계단 옆의 무명 바위가 전망 포인트다. 벼랑 위에 아슬아슬하게 기댄 도솔암 내원궁과 늙은 호박처럼 동글동글하게 어깨를 마주한 암벽들, 그 아래로 이제 막 물들기 시작한 도솔계곡 단풍들이 눈에 들어찬다. 절정의 풍광이다. 예서 천마봉까지는 20분 정도면 오를 수 있다. 천마봉 정상은 너른 너럭바위다. 다리쉼하기 딱 좋다. 내원궁은 도솔암 위쪽, 천마봉 맞은편에 있다. 이번 단풍 여정에서 가장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곳이기도 하다. 내원궁은 수령이 오래된 단풍나무들이 에워싸고 있는 작은 암자다. 단풍나무 잎은 어린아이 손톱만 하다. 이른바 애기단풍이다. 한데 나뭇잎들이 파랗다. 저 나무들이 죄다 붉은 옷으로 갈아입었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객이 쏟아내는 탄식으로 암자 앞 뜨락이 가득 찰 판이다. 내원궁까지는 161개 계단을 올라야 한다. 108번 참회하고 53번 선지식을 친견하는 심정으로 디뎌야 마음이 정갈해진다는 뜻에서다. 내원궁에서 마주하는 천마봉과 낙조대 등의 풍광도 제법 옹골차다. 도솔암의 자랑은 마애불이다. 내원궁을 떠받친 암벽 칠송대(七松臺)의 한쪽 벽면에 조각돼 있다. 높이는 13m, 너비는 3m다. 고려 초에 유행한 거불 양식이 잘 살아 있는 미륵불이다. 여태 선명한 얼굴과 두 손을 보자니 수백년 세월이 새삼스럽다. 불상의 배꼽에는 검단선사가 봉해 둔 비결이 숨겨져 있다는 전설이 전해 온다. 미당시문학관이 있는 선운리 돝움볕마을(안현마을)도 둘러볼 만하다. 마을 뒤편 산자락이 국화와 구절초 등으로 화사하게 단장됐다. 시인 서정주의 묘도 이 산기슭에 있다. 온통 샛노란 국화꽃밭에 서면 벽화마을로 이름난 돝움볕마을과 그 너머 하전갯벌 등이 아슴아슴 펼쳐진다. 선운사에서 8㎞쯤 떨어져 있다. 대산면 성남리 일대에서도 오는 18일까지 국화축제(063-564-9779)가 열린다. 그야말로 수억 송이의 국화와 만날 수 있다. 입장은 무료다. 글 사진 고창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선운산 나들목으로 나가 선운사 방면으로 좌회전하고 다시 삼인교차로에서 좌회전해 곧장 가면 선운사다. 선운산관리사무소 (063)560-8681. 백양사는 호남고속도로 백양사 나들목으로 나와 담양 방면으로 9.6㎞를 달리다 장성군 북하면 소재지에서 891번 지방도로를 타고 4㎞ 정도 더 가면 된다. 국립공원관리공단 백양사무소 (061)392-7288. →맛집 선운사 주변은 죄다 장어구이집이다. 어림잡아 40곳은 족히 넘는다. 연기식당, 할매집, 신덕식당, 산장회관, 명가풍천장어 등이 알려졌다. 백양사 초입 별궁민속식당은 산채정식이 유명하다. 풍미회관은 한정식, 단풍두부는 두부전골, 산골짜기는 꿩샤부샤부로 각각 이름났다. →잘 곳 선운사 초입에 선운산 관광호텔(063-561-3377)과 선운사 유스호스텔(063-561-3333)이 있다. 송악모텔, 청원모텔 등도 깔끔하다. 백양사 쪽에선 백양관광호텔(061-392-2114), 은혜가족호텔(061-392-7200) 등이 깨끗하다.
  • 법원 “박근혜 대선후보 비방글 네티즌 무죄”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박근혜 당시 후보를 비방한 혐의로 기소된 네티즌들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 김동오)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모(29)씨와 공모(34)씨에게 원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이씨는 지난해 11월 한 인터넷 사이트에 ‘박근혜님은 한 게 뭐가 있죠’라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고, 공씨는 이 글을 다른 사이트에 옮겼다. 이 글에는 “결혼 안 해봄, 직장 생활 안 해봄, 수첩 없인 말도 못함, 5·16은 어쩔 수 없다함” 등의 문장이 포함돼 있다. 재판부는 이씨가 쓴 글이 박 후보를 깎아내리거나 헐뜯는 것이라면서도 “선거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일부 과장된 표현이 있다고 해도 내용의 전체 취지가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고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같은 글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다카키 마사오’로 호칭한 것도 선거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커버스토리] 간헐적 단식 No! 유산소 운동 No! 근력 운동은 Yes!

    [커버스토리] 간헐적 단식 No! 유산소 운동 No! 근력 운동은 Yes!

    “1㎏의 무게도 안 되는 물병을 들고 팔을 앞뒤로 흔들면 과연 팔뚝 살이 빠질까.” 대답은 ‘아니오’다. 호주 모던 필라테스 협회의 한국 지부 수석강사이자 지난 10년간 연예인과 일반인 수백명의 개인 트레이너로 활동해 온 고병준(37)씨. 그는 “예쁜 몸은 결코 예쁘게 운동해서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살빼기에 관한 한 전문가인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다이어트에 대한 몇 가지 오해들을 털어놨다. 그는 가장 먼저 “다이어트에는 왕도가 없는데, 사람들은 자꾸만 왕도가 있을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를 갖는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 덴마크 다이어트, 간헐적 단식, 핫요가, 필라테스 등 특정 식이요법이나 운동이 반짝 인기몰이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살을 빼고 유지하려면 고강도의 운동, 식이요법, 생활패턴 조절 등 3박자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고씨는 “전교 1등을 하는 학생들이 공부를 하는 노하우가 있는 것처럼 다이어트도 노하우가 있는 것이지 노력 없이 하는 경우는 없다”며 “힘든 노력을 들이지 않고 살과의 전쟁을 벌이려는 유혹을 뿌리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점에서 그는 최근 유행하는 간헐적 단식에 대해 반기를 들었다. 운동을 안 하고 12~24시간 굶기만 해도 살이 빠진다는 간헐적 단식은 최근 몇몇 방송 매체에 소개되면서 서점에는 관련 서적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공복을 유지하는 상태가 주기적으로 반복되면 그만큼 위의 크기가 줄어들고 자연스레 음식물에서 나오는 독소도 적어져 다이어트 및 건강 개선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고씨는 “간헐적 단식의 효과가 나타날 수는 있지만 장시간 공복을 유지한 후 어떤 음식을 어떻게 섭취해야 하는지 소개된 적이 없다”며 “이는 오히려 심각한 폭식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체질적으로 위가 약한 사람들의 경우 위산이 분비될 확률이 높아 건강에도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살을 빼는 데 효과적인 운동으로 손꼽히는 유산소 운동에 대해서도 그의 생각은 달랐다. 고씨는 “한국인들 사이에서 저강도 유산소 운동인 파워워킹이 퍼진 지 꽤 오래됐지만 단순히 걷는 것만으로는 심박수가 빨라지지 않는다”며 “심폐기능 개선 효과도 미미하고, 체지방 연소율이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생활 속에서 이미 저강도 유산소 운동이 이뤄지고 있으므로 별도의 운동 시간에는 차라리 뛰거나 근육량을 늘릴 수 있는 운동을 하는 것이 낫다”고 밝혔다. 최근 필라테스를 가르치는 데 주력을 하고 있다는 그는 “필라테스를 요가의 한 종목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실제로 몇몇 스트레칭 동작이 비슷할 뿐 전혀 다른 운동”이라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호흡법에 따라 매트 위에서 동작을 하는 요가와 달리 필라테스의 경우 요가, 웨이트트레이닝, 발레 등의 원리가 합쳐진 운동이다. 필라테스는 1900년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의 한 포로 수용소 병원에서 근무하던 독일인 요제프 필라테스가 당시 수용소 안에 있던 침대와 매트리스를 이용해 고안한 근육 강화 운동이다. 전쟁이 끝난 후 미국으로 건너간 필라테스가 무용수들의 재활 치료에 이 운동을 보급했다. 1980년대부터 마돈나, 제니퍼 로페즈, 줄리아 로버츠 등 미국의 유명 연예인들이 필라테스로 몸매를 가꿔 온 것으로 알려졌다. 고씨는 대한민국의 수많은 ‘다이어터’들에게 “2주 동안 자신이 무엇을 먹었는지 상세히 수첩에 기록하고, 무엇이 살을 찌게 하는 요인인지 자각하는 게 가장 첫 번째 할 일”이라며 “근력 운동에 초점을 두되 운동의 강도를 서서히 높여 가야 흥미를 잃지 않고 다이어트 과정을 즐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상앗빛 외투 녹색 모자로 ‘유혹의 코디’

    상앗빛 외투 녹색 모자로 ‘유혹의 코디’

    ‘발트해의 아가씨’.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를 일컫는 표현이다. 그만큼 단정하고 경쾌한 인상을 주는 해양 도시다. 도보여행자의 천국이기도 하다. 만네르헤이민 거리를 중심으로 60여개에 달하는 각종 박물관과 핀란디아 홀 등 공연장, 중앙역, 올림픽 경기장 등이 몰려 있다. 핀란드를 세계 디자인의 중심지로 일으켜 세운 ‘헬싱키 디자인 디스트릭트’도 이 거리에 있다. 주요 볼거리 간 거리는 멀지 않다. 걷거나 트램을 타고 두어 시간이면 돌아볼 수 있다. ‘헬싱키 시민들의 부엌’이라 불리는 헬싱키 항구 앞 재래시장에서 전통음식으로 배를 채운 뒤 자박자박 시내를 걷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핀란드의 역사와 문화는 우리와 닮은 데가 있다. 주변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휘둘리고 침략받으며 살아왔다. 스웨덴 속국으로 659년을 보낸 뒤 곧바로 108년간 러시아의 지배를 받았다. 1917년 독립하긴 했지만 과거를 완전히 털어내진 못했다. 핀란드 내 각종 안내판엔 여전히 핀란드어와 스웨덴어가 병기돼 있고 대통령의 연두교서도 두 언어로 발표된다고 한다. 그러니 주변국에 대한 감정이 좋을 리 없다. 국가대항 스포츠 경기가 열릴 때면 그게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현지 가이드 김미경씨는 “특히 스웨덴과 아이스하키 경기를 벌일 땐 (경기력 차이와는 무관하게)‘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했다. 우리가 일본과의 경기에서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스웨덴과 러시아의 지배는 도시 풍경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건축가 승효상씨 등이 지은 책 ‘북위 50도 예술여행’은 헬싱키를 “러시아 시대의 신고전주의 양식과 스웨덴 양식, 그리고 건축가 알바르 알토로 대표되는 20세기 기능주의적 건축물들이 서로 미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이라고 적고 있다. 특히 신고전주의 건물들이 밀집된 거리는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 등과 흡사한 분위기를 풍겨 1970~80년대 냉전시대에 옛 소련과의 암투를 그린 미국 할리우드 영화의 촬영지로 종종 이용됐다고 한다. 그 탓에 소련으로부터 외교적 압력을 받기도 했다는 것. 헬싱키를 찾은 여행자들이 빼놓지 않고 찾는 곳이 시벨리우스 공원이다. 교향시 ‘핀란디아’를 작곡한 국민 음악가 얀 시벨리우스(1865∼1957)를 기리는 곳이다. 공원의 상징은 파이프오르간 형태의 조형물이다. 강철 24t으로 600여개의 파이프를 만든 뒤 이어 붙였다. 이 조형물 아래서 입맞춤을 하면 불멸의 사랑을 얻는다는 속설이라도 있는지, 진한 입맞춤을 나누는 커플들이 곧잘 눈에 띈다. 알바르 알토의 자취를 좇는 여정도 권할 만하다. 음악가 시벨리우스와 더불어 핀란드를 대표하는 세계적 건축가다. 그가 설계한 건축물 가운데 핀란디아홀이 첫손 꼽힌다. 단아하면서도 웅장한 파사드(정면)가 인상적인 건물이다. 헬싱키 중앙역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걸린다. 핀란디아홀 옆은 호수공원이다. 큰고니 등 물새와 사람이 거리를 좁힌 채 어우러진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 호수는 바닷물이지만 염도가 낮아 갈대 등 수초가 무성히 자라고 물새들도 곧잘 쉬어간다. 알토 공과대학의 본관 건물도 알바르 알토의 작품이다. 이 대학의 대학원에 재학중인 김원재씨는 “알토의 디자인은 겉모습 못지않게 내부 설계가 빼어나다”며 겉만 보지 말고 단순하면서도 인간미 넘치는 건물 안쪽도 둘러보라고 권했다. 알토 공대 옆 ‘오타니에미 채플’도 잊지 말고 들르시라. 시렌 형제가 설계한 작은 교회로 철제 프레임과 붉은 벽돌 등 인공적인 소재들이 주변 자연과 하나처럼 어우러져 있다. 건물 외벽은 통유리로 둘러쳤다. 십자가는 유리창 밖에 세웠다. 그 덕에 실내는 빛으로 가득 찬 공간이 됐고, 예배당은 자연으로 확장됐다. 시내 스토크만 백화점 별관 서점과 ‘카페 알토’도 알바르 알토의 설계로 만들어졌다. 특히 ‘카페 알토’는 일본 영화 ‘카모메 식당’에 등장한 이후 일본 여행자들이 순례하듯 들르는 명소가 됐다. 헬싱키 대성당은 상앗빛 벽과 녹색의 돔이 인상적인 건물이다. 핀란드 루터파 교회의 총본산으로, 수십만 개 화강암이 깔려 있는 원로원 광장과 1800년대 고색창연한 건물들이 에워싸고 있다. 템펠리아우키오 교회도 경이롭다. 1969년 바위산의 가운데를 파낸 뒤 세웠다. 흔히 ‘암석 교회’라 불린다. 시내 중심부의 ‘헬싱키 디자인 디스트릭트’는 170여개의 디자인 관련 상점들로 빼곡한 거리다. 핀란드엔 섬이 많다. 무려 17만 9584개나 된다고 한다. 그중 가장 널리 알려진 섬은 수오멘린나다. 스웨덴 지배 시절 러시아의 침략에 대비해 세운 요새로, 여섯 개의 섬을 연결해 조성했다. 헬싱키항에서 배로 15분 거리다. 섬엔 현재도 주민이 산다. 거주지로 인기가 높다. 섬 안엔 옛 조선소와 교회, 박물관 등 볼거리가 많다. 교도소와 해군사관학교도 있지만 일반인은 출입금지다. 옛 성벽을 따라 한 바퀴 도는 데 한 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뱃삯은 왕복 4.4유로. 평일엔 한 시간에 한 번꼴로 운항되지만 휴일엔 운항편수가 줄어든다. 글 사진 헬싱키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유로타임여행사(02-778-3933)가 다양한 북유럽 자유여행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유럽 여행시장의 강자로 꼽히는 현지 랜드사의 한국 본사로, 최근 오로라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지면서 핀란드 등 북유럽 지역 여행 상품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핀에어(www.finair.com/kr)가 인천~헬싱키 직항편을 운용한다. 11월 이후 인천 출발은 월·화·목·토·일요일, 헬싱키 출발은 월·수·금·토·일요일이다. 여름 성수기엔 매일 운항한다. 로바니에미 등 라플란드 지역으로 가려면 헬싱키 공항에서 국내선으로 갈아타야 한다. 로바니에미 공항까지는 1시간 20분쯤 걸린다. 이나리 호수 등 핀란드 최북단 지역을 돌아본 뒤 귀국하려면 이발로 공항을 이용하는 게 낫다. →통화는 유로다. 북유럽 4개국 가운데 가장 물가가 싸다고는 하는데, 로바니에미의 경우 햄버거 하나가 5.8유로(약 8500원)일 만큼 ‘체감물가’는 높은 편이다. 전원은 220V다. →어지간한 호텔마다 대중 사우나를 갖추고 있다. 투숙객은 무료인 경우가 보통이다. 사우나 시설은 단순하다. 가스 보일러처럼 생긴 스토브와 물이 담긴 통, 국자가 전부다. 먼저 스토브를 예열한 뒤 발열판 위에 물을 뿌리면 사우나 온도가 급상승한다. 필요시 반복해서 물을 뿌려 주면 적정 온도가 유지된다. 글라스 하우스를 운영하는 산타 리조트의 경우 별채 형태의 캐빈(통나무집)마다 사우나를 두고 있다. →산타클로스 중앙우체국 한국사무소(소장 최보순)를 통해서도 ‘산타 레터’를 보낼 수 있다. 주로 기업체에서 고객에게 보낼 이색 선물로 이용되는데, 원하는 문구나 로고를 한글로 적은 뒤 지정한 날짜에 배달해 준다. 홈페이지(www.santaletter.or.kr) 참조. 070-4323-2561.
  • [열린세상] 베를린, 드레스덴, 그리고 서울/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

    [열린세상] 베를린, 드레스덴, 그리고 서울/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

    독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통일 전후 사회보장제도 통합 과정을 살펴보면서부터다. 그 많은 통일비용 중 50%가 사회보장 관련 비용이었고, 연금이 전체 통일비용의 25%였다는 것을 알고서다. 만약 우리에게 유사한 일이 벌어졌다면 하는 생각이 들면서부터는 더욱 그렇다. 통일 이전에 구 동독지역을 방문했던 구 동유럽 국민들이 천국과도 같은 곳에서 잘 산다고 감탄했다는 동독과 통일했는데도 이처럼 많은 비용이 들었다니 말이다. 통일부와 독일 내무부의 인적 교류 네트워크인 ‘한독통일 자문위원회’의 전문가 회의는 독일에 대한 이해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 회의 참석차 베를린에 도착한 지난 9월 22일은 독일 총선 날이었다. 메르켈의 기민당이 압승했음에도 연정 구성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는 독일에 대한 관심을 배가시켰다. 40%가 넘는 지지를 얻은 기민당이 군소정당과 제휴하면 연립정부 구성이 수월할 것 같은데 생각처럼 쉽지 않다고 해서다. 특정 가치를 표방하는 정당에 투표한 유권자의 심판이 두려워서란다. 섣부른 연정을 통해 정당의 정체성이 약화될 경우 유권자 심판이 엄중하기 때문일 것이다. 독일 국민이 군소정당과의 연정보다 다수당과 제2당의 연장을 의미하는 ‘대연정’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원활한 국정수행 때문일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지 분위기는 다수당인 기민당과 제2당인 사민당이 대연정을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한 달이 지나자 예상대로 크리스마스 이전까지 대연정 협상을 마무리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독일 내무부는 통일과 관련된 1년 365일 기록 모두를 담은 수첩을 기념품으로 제공했다. 2014년용 수첩에는 2015년 달력도 있었다. 2013년 9월에 이미 2015년 달력이 수록된 수첩을 건네주는 주도면밀한 나라 독일, 그러한 독일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 통일 시점이었다. 통일 3개월 전까지는 대다수 독일 국민이 생전에는 통일을 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이러한 독일 정부가 통일의 상징으로 안내한 곳이 구 동독지역에 속했던 드레스덴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엄청난 비극을 겪었던 도시, 대공 방어망이 붕괴된 상황에서 대규모 폭격으로 엄청난 수의 민간인이 희생되었고, 건물 90%가 파괴된 드레스덴이 역사의 아픔 속에서 다시 일어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무차별 폭격으로 인한 파괴와 분단의 아픔을 이겨내고, 철저한 고증을 통해 남아있는 흔적들을 연결해 옛 모습을 찾으며, 지나온 역사와 화해하는 상징으로의 드레스덴을 보여주고자 했던 것 같다. 통일이 더 늦었더라면 구 동독지역에 속해 있던 문화유산 상당수가 역사에서 완전히 사라졌을 가능성이 높았다는 설명과 함께. 과거 역사와의 화해 상징으로 드레스덴의 복구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는 상황에서 서울로부터의 기초연금 관련 소식이 날아왔다. 논란이 많던 기초연금 정부안이 발표되던 날이었기 때문이다. 정부안이 발표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 서울에서는 기초연금이 모든 복지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어 가고 있다. 기초연금을 보는 시각들이 너무도 다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세계에서 처음으로 연금제도를 도입했고, 두툼한 연금 급여가 특징인 비스마르크형 공적연금제도의 원조국가인 독일이 ‘어젠다 2010’을 내세워 30년에 걸쳐 왜 연금 급여의 40%가 깎여 나가고 있는지를 되돌아 보아야 할 때인 것 같다. 기초연금이라는 블랙홀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향후 급속하게 도래할 초고령 사회는 어찌 대처하고, 통일이 된다면 북한 주민의 연금 문제는 어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함께 기초연금을 통해 달성하려는 비전과 제도 운영 원칙을 명확히 해야 할 것 같다. 독일이 채택하고 있는 각종 제도의 외형을 단순히 모방하기보다는 어떤 고민을 통해 어떤 가치관이 형성되었으며, 어떤 시스템으로 각종 제도가 움직이고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국민의 행복을 위해 도입하려는 복지제도가 오히려 사회 갈등을 유발하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 결혼 준비의 A to Z, 서울웨딩페어 웨딩박람회에서

    결혼 준비의 A to Z, 서울웨딩페어 웨딩박람회에서

    최근 한국소비자원의 발표에 따르면 주택 마련 비용을 제외하고도 1인당 평균 결혼 비용이 5,198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 비용에는 혼수와 예물, 스튜디오와 웨딩홀, 신혼여행 등 결혼 준비 자금이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결혼에 적지 않은 비용이 들다 보니, 조금이라도 비용을 아끼기 위해 결혼박람회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결혼박람회는 한 곳에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맞춤 결혼 상담이나 무료 체험, 경품 혜택까지 누릴 수 있어 예비 부부라면 필수로 들러야 하는 장소로 여겨지고 있다. ㈜웨딩아이엔씨 관계자는 “결혼 비용과 준비 기간을 줄이기 위해 결혼박람회에 방문하는 예비 부부들이 점점 늘고 있다”며 “최근에는 정보만 제공한다는 단순한 목적을 넘어서, 즐거운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결혼박람회가 인기다”고 전했다. 2011년과 2012년 2년 연속 가장 많은 고객이 이용한 ㈜웨딩아이엔씨는 지난 한 해 동안 7천 쌍 이상의 결혼식을 진행한 웨딩 컨설팅 기업이다. 더불어 109회 서울웨딩페어 웨딩박람회 개최를 앞두고 있기도 하다. 11월 2일과 3일 양일간 섬유센터 3층에서 개최되는 서울웨딩페어 웨딩박람회서는 스튜디오와 드레스, 메이크업, 웨딩홀, 한복, 예물, 폐백, 예단, 웨딩 이벤트, 부케, 인테리어, 가전, 허니문 등 결혼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전문 컨설턴트의 맞춤 상담도 받을 수 있다. 또 아로마 핸드 파라핀 및 블랙헤드 제거 프로그램 등을 무료로 체험할 수 있다. ㈜웨딩아이엔씨는 다양한 경품 이벤트로 예비부부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예정이다. 박람회에 방문하는 모든 사람에게 마스크 팩을 증정하며, 매일 선착순 50명에게는 선크림을 증정한다. 또 부스에서 상담을 받은 뒤 스티커를 모아 빙고 2줄을 완성하면 젤리 에센스를 제공한다. 웨딩 계약을 하면 웨딩수첩과 테디베어를, 선착순 100쌍에게는 필립스 커피메이커와 전기 토스터를 증정하고, 업체 별 경품으로는 신혼 침구 세트나 고급 여행용 가방, 브러시 세트, 블렌더 세트, 패션 주얼리 세트 등을 마련해 놓고 있다. 109회 서울웨딩페어 웨딩박람회 무료 참가신청은 홈페이지(www.seoulweddingfair.net)에서 가능하고, 문의는 전화(1599-3676)로 하면 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보험가입·자녀 장학금… “이·통장 할 만하네”

    보험가입·자녀 장학금… “이·통장 할 만하네”

    이·통장들의 근무여건이 좋아지고 있다. 단체 상해보험 가입과 자녀 장학금 지급은 기본이 돼 가는 추세이고, 여기에다 각종 장비 지원과 해외연수 등 다양한 지원책들이 덤으로 제공되고 있다. 충북 괴산군은 이장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각종 행정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인 ‘이장넷’을 개발해 내년부터 운영할 예정이라고 28일 밝혔다. 이장들은 앞으로 읍·면사무소를 방문하지 않고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재해나 재난 발생 시 현장보고도 가능하다. ‘알림마당’, ‘의견나눔’ 등의 코너를 통해 마을 소식을 알리고 정보도 교류할 수 있다. 김전수 군 정보통신 담당은 “이장들의 절반가량이 스마트폰을 쓰고 있어 이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면서 “이장들의 업무용 앱을 개발하는 것은 전국에서 처음”이라고 말했다. 보은군은 지역 247개 마을 이장 집에 팩스를 설치해 줬다. 각 읍·면 사무소가 팩스로 이장에게 행정문서를 전달, 행정정보를 빠르게 알리게 됐고 이장들의 업무부담도 크게 줄었다. 예전에는 읍·면사무소 직원이 이장을 찾아가 문서를 전달하거나 이장이 읍·면사무소를 방문해야 했다. 울산 울주군 언양읍 사무소는 37개 마을 이장 전원에게 태블릿PC를 지급, 이장회의 때 활용한다. 종이자료는 모두 사라지고 회의 자료는 며칠 전에 이메일로 전송된다. 심지어 해외연수를 보내 주기도 한다. 충북 영동군은 각 읍·면에서 추천받은 이장 15명을 지난달 4박 5일 일정으로 중국 연수를 보내줬다. 지난해 일본에 이어 두 번째다. 개인당 140만원이 들었다. 김해용 군 민간협력담당은 “이장들의 사기진작과 견문을 넓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충북 청주시는 업무에 유용한 정보를 수록한 ‘이웃의 수호천사’ 수첩을 제작, 통장 1008명에게 배포했다. 수첩에는 시청 각 부서 전화번호, 관할 경찰서 및 지구대 전화번호, 복지사업 등이 담겼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시간을 쪼개 최일선에서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이·통장들의 어려움을 감안할 때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나친 지원책은 선심성 논란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있다. 충북NGO센터 관계자는 “이·통장 구하기가 어려운 마을도 있어 어느 정도의 지원책은 필요하다”면서 “그러나 해외연수 등은 마을에서 영향력이 있는 이장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단체장의 술수로 오해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통장들의 지원책이 쏟아지면서 지원자가 많아 선거하는 마을까지 등장하고 있다. 영동군 영동읍은 선거로 인한 잡음 등을 없애기 위해 임기를 1년으로 제한, 여러명에게 기회를 주고 있다. 이·통장들은 매달 20만원의 활동수당과 회의 참석수당 4만원, 설과 추석에는 상여금으로 각각 20만원을 받는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어린이 책꽂이]

    [어린이 책꽂이]

    꼴뚜기(진형민 지음, 조미자 그림, 창비 펴냄) ‘꼴뚜기’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가 하면 새끼 고양이를 던지며 놀다 닭장을 돌보게 된 아이들. 위기에서 빠져나오려 좌충우돌하는 아이들의 속마음이 경쾌한 필치, 기운찬 결말로 그려진다. ‘기호 3번 안석뽕’으로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을 받은 진형민 작가의 첫 번째 동화집이다. 9500원. 그날, 어둠이 찾아왔어(레모니 스니켓 지음, 존 클라센 그림, 김경연 옮김, 문학동네 펴냄) 낮에 어둠은 옷장 안에 숨어 있다가 저녁이 되면 계단과 창틀, 지붕을 타고 온 집안으로 쭉쭉 몸을 뻗는다. 어둠을 무서워하는 라즐로에게 어둠은 말을 건다. “네가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 볼 때 어둠은 너를 내려다본단다.” 아이는 어둠과 화해하게 될까. 빛과 어둠의 경계, 그림자의 깊이를 세련되게 연출한 그림책. 1만 1000원. 가면(정해영 지음·그림, 논장 펴냄) 죽은 사람의 영혼이 자신의 몸을 잘 찾아갈 수 있도록 이집트 사람들이 미라에 씌운 가면, 적을 압도하기 위해 아스테카 왕국의 전사들이 뒤집어쓴 재규어 가죽 등 세계 각지의 가면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는 인류 문화 그림책. 한지에 곱게 색을 입히거나 구기고 꼬아가며 개성 있는 가면을 꼼꼼하게 재현해 낸 작가의 솜씨가 빛난다. 1만 3000원. 수요일의 기차 여행(실비아 하인라인 지음·그림, 안케 쿨 그림, 김세나 옮김, 문학수첩리틀북 펴냄) 사라는 엄마, 아빠보다 지적장애가 있는 이모 훌다를 더 따른다. 둘을 떼어 놓으려는 부모님에게 화가 난 두 사람은 가출을 감행한다. 소심쟁이 소녀와 괴짜 이모의 가출 소동은 롤러코스터처럼 유쾌하게 내달리며 삶은 스스로 이끌어가는 것이라는 교훈까지 안긴다. 1만원.
  • 가을 향한 일편단심

    가을 향한 일편단심

    먼저 선글라스부터 벗을 일입니다. 아니, 누가 일러주지 않더라도 저절로 그리될 겁니다. 그래야 오대(五臺)의 고운 산색을 온전히 볼 수 있을 테니까요. 오대산 정상을 물들였던 단풍이 산 아래로 짓쳐 내려 왔습니다. 상원사와 월정사 등 어디라 할 것 없이 현란한 빛깔 일색입니다. 오대산을 일러 다섯 봉우리가 만든 연꽃 봉오리라 한다지요. 그러니 가을 오대산을 붉은 연꽃이라 해도 틀리지는 않겠습니다. ‘첫 단풍 보려면 오대산으로 가라’고 했다. 애초 산사람의 입에서 나왔을 법한 이 말. 요즘은 거의 관용구처럼 여행책자 등에 쓰이고 있다. 지금 단풍 행렬이 오대산을 지나고 있다는데, 그 말뜻 헤아릴 겨를이 있으랴. 무턱대고 오대산을 찾을밖에. 오대산 단풍과 만나는 방법은 다양하다. 이는 단풍 산행에 앞서 여러 변수들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뜻이기도 한다. 예컨대 단풍이 월정사까지 내려온 이맘때라면 굳이 오대산 주봉인 비로봉(1565m)까지 힘들여 오를 필요가 없다. 비로봉 부근은 이미 겨울 문턱에 들어섰고, 단풍은 산 아래 상원사 일대에서 절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만 다녀와도 훌륭한 단풍 테마 여정이 된다. 좀 더 걷겠다면 상원사를 지나 두로령 정상까지, 혹은 두로령 7부 능선쯤의 북대 미륵암까지 다녀오는 방법도 있다. 월정사에서 상원사를 거쳐 북대 미륵암까지 오가는 것만으로도 예닐곱 시간은 족히 걸린다. 등산 자체가 목적이라면 상원사까지 버스 등 차량을 이용해 오른 뒤 두로령길~북대암~상왕봉(1491m)~비로봉을 거쳐 상원사로 내려오거나, 상원사에서 곧장 비로봉으로 오른 뒤 원점회귀하면 된다. 가장 일반적인 코스는 ‘선재길’이다. 오대천 옆으로 446번 지방도가 나기 전, 스님들이 월정사와 상원사를 오가던 옛길이다. 거리는 9㎞. 단언컨대, 단풍 감상에 ‘최적화’된 길이라 보면 틀림없다. 오대산 국립공원 매표소를 지나면 울창한 전나무 숲길이 시작된다. 이른바 ‘천년의 숲길’이다. 1㎞ 남짓한 숲길 주변엔 아름드리 전나무 1700여 그루가 수직세상을 펼쳐내고 있다. 선재길은 월정사 부도밭을 지나 포장도로가 끝나는 곳부터 시작된다. 오대천 위를 가로지르는 돌다리를 건너면 본격적인 숲길이다. 들머리 안내판에 따르면 ‘선재’는 ‘동자’(童子)를 뜻한다. 깨달음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이 ‘화엄경’에서 말하는 ‘선재’라는 것. 그러니 이 길 따라 자박자박 걷다 보면 누구라도 ‘선재’가 될 수 있을 터다. 숲 속 옛길은 조붓하다. 나뭇잎이 켜켜이 쌓여 푹신하고, 졸졸대는 계곡물 소리와 산새소리도 정겹다. 숲의 향기는 싱그럽다. 그 속에 깃든 공기 또한 청량하기 그지없다. 선재길은 혼자 걷자니 넓고, 둘이라면 딱 좋을 너비다. 숲길을 걷다 계곡으로 내려서 징검다리를 건너고, 다시 숲길에 드는 과정을 반복하며 상원사까지 이어진다. 여기에 사이사이 섶다리와 나무다리도 놓여졌다. 길섶에는 다양한 수종의 나무들이 늘어섰다. 단풍나무는 붉게 물들었고, 자작나무는 흰 수피를 드러내고 있다. 여태 초록의 기운 여전한 젊은 나무가 있는가 하면, 고목들은 세월이 더께로 쌓여 검은 빛을 낸다. 노랗게 잎을 물들인 활엽수도 드문드문 섞여 있다. 해마다 가을철에 오대산이 펼쳐 보인다는 ‘오색단풍’이다. 그 위로 돌 던지면 쨍~하고 부서질 것 같은 파란 하늘이 펼쳐져 있다. 더없이 완벽한 산의 자태다. 상원사 앞에서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왼쪽은 상원사로 드는 길, 오른쪽은 두로령으로 향하는 길이다. 상원사 들머리의 관대걸이는 이곳을 즐겨 찾았던 조선의 임금 세조가 의관을 걸어두었던 곳이다. 관대걸이에서 상원사까지는 5분 거리다. 상원사 주변 계곡의 단풍도 빼어나다. 주로 노란빛 단풍이 산죽나무 군락지와 계곡 사이에 펼쳐져 있다. 본격적인 오대산 산행은 상원사를 지나면서 시작된다. 사자암과 적멸보궁을 지나 비로봉까지 다녀온다. 두로령길로 향하는 등산객들도 적지 않다. 원점회귀하는 상원사 코스보다 볼거리가 많은 까닭이다. 거리는 13㎞ 정도다. 북대 미륵암 못 미쳐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상왕봉과 비로봉을 지나 상원사로 내려선다. 소요시간은 4시간 이상. 선재길에 이어 걷자면 7~8시간 이상 잡아야 한다. 두로령길에서 만나는 단풍은 선재길과 다소 다르다. 선재길 단풍이 강렬한 빛깔과 또렷한 자태의 도회지 여성을 닮았다면, 두로령은 채도가 낮고 수수한 민낯의 시골 아가씨에 가깝다. 드러내는 방식도 마찬가지. 선재길 단풍은 거리낌이 없다. 어디서든 도도한 자태를 뽐낸다. 이에 견줘 두로령 단풍은 보일 듯 말 듯 애간장을 태운다. 이맘때 평창을 찾아야 할 또 하나의 이유, 불발령(1052m)이다. 지난여름 다녀온 이후, 줄곧 단풍 추이를 지켜봤던 곳이다. 불발령은 불발현 혹은 불바래기 등으로 불린다. 일부 현지 주민들은 옛 진한(辰韓)의 마지막 임금이었던 태기왕이 “불을 밝히라” 명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믿고 있다. 산 중턱 마을의 이름이 ‘화명동’(火明洞)인 걸 보면 전혀 근거가 없는 건 아니지 싶다. 불발령길은 줄곧 흥정계곡을 따라간다. 길이는 약 16㎞. 여기도 불이 붙었다. 불발령의 주인은 붉은 단풍이다. 흥정계곡을 따라 크고 작은 단풍나무들이 얼굴을 붉히고 섰다. 흥정계곡엔 유난히 낙엽송 군락이 많다. 오래전 화전민들이 살았던 흔적이다. 1968년 이 일대에 소개령이 내려지면서 계곡 여기저기 마을을 이루고 살던 화전민들도 뿔뿔이 흩어졌는데, 정부가 그들이 살던 마을과 밭 등에 죄다 낙엽송을 식재했던 것이다. 노랗게 변하는 낙엽송 단풍도 볼 만한데, 아직은 이른 편이다. 평창군청의 최일선 문화관광해설사는 “입동 무렵 김장을 담글 때면 노란 낙엽송 잎이 양념 노릇하듯 절인 배추 위로 툭툭 떨어진다”고 했다. 입동이 새달 7일. 그때쯤이면 불발령은 다시 한번 노란 불을 피울 터다. 글 사진 평창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 (지역번호 033)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 진부 나들목을 나와 국도 6호선으로 갈아탄 뒤 월정사 삼거리에서 좌회전해 곧장 가면 된다. 주차요금을 내면 상원사(332-6666) 앞까지 승용차로 갈 수 있다. 문화재관람료는 3000원, 주차료는 5000원이다. 하지만 선재길을 걷기 위해선 국립공원 매표소나 월정사에 차를 두고 가는 게 낫다. 선재길을 걸은 뒤엔 상원사에서 진부터미널로 가는 군내버스를 이용해 되돌아 나가면 된다. 군내버스는 하루 아홉 차례 진부와 상원사를 오간다. 평창운수 335-6963. 오대산국립공원(odae.knps.or.kr) 관리사무소 332-6417. 불발령을 먼저 들르려면 영동고속도로 장평 나들목으로 나가는 게 수월하다. →잘 곳 태기산 아래 깨끗한 펜션들이 몰려 있다. 불발령 쪽에선 허브솔 펜션이 깨끗하다. 복층식 구조의 목조 가옥으로 가족들이 묵어 가기에 맞춤하다. 334-4445. 흥정계곡 초입의 붓꽃섬 캠핑장도 추천할 만하다. 캠핑 사이트 외에서 펜션 11개 객실을 운영하고 있다. www.irispension.co.kr, 336-1771. →맛집 평창한우마을에서 비교적 싼값에 질 좋은 한우를 맛볼 수 있다. 봉평점 334-9777, 오대산점 332-8311. 메밀요리는 미가연이 널리 알려졌다. 봉평읍에 있다. 335-8805~6. 토담숯불구이는 주인이 직접 기른 한우를 잡아 판다. 아침에 맛보는 백반도 정갈하다. 336-2227.
  • [지상파 하이라이트]

    ■러브 인 아시아(KBS1 밤 7시 30분) 베트남 내 한국 기업에서 함께 일했던 지예우씨 부부. 지예우씨를 향한 남편의 지극정성 구애 덕분에 결혼까지 하게 됐다. 두 사람은 부모 없이 외롭게 자란 상처를 가졌지만 서로 상처를 보듬어 주면서 사랑은 더욱 깊어졌다. 한편 하우스나 축사 짓는 일을 하는 남편 오명환씨는 1년 전 사고로 어깨를 다치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초한지(KBS2 밤 12시 45분) 진평은 기신을 불러 유방을 가장해 형양성의 포위를 뚫어 달라고 요구한다. 기신은 이를 받아들여 유방 앞에서 유방을 위해 희생할 테니 형제들의 안위를 돌봐줄 것을 부탁하며 장렬하게 전사한다. 한편 항우가 형양성을 공격하자 유방은 기신을 이용한 위장전술로 포위를 뚫고 나가 한신 군영으로 달려간다. ■PD수첩(MBC 밤 11시 15분)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한 대학병원의 부당청구를 고발하는 글이 올라왔다. 불법행위를 주도한 의사와 물리치료사 등 4명의 혐의를 증명해낸 단서는 다름 아닌 진료내역서였다. 글과 함께 게재된 진료내역서에는 병원이 허위 작성한 질병 코드와 치료들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프로그램은 종합병원의 부당청구 실태를 파헤친다. ■심장이 뛴다(SBS 밤 11시 20분) 뛰어난 운동신경과 강철 체력으로 ‘정글 여전사’라 불리는 전혜빈이 촬영 도중 응급실에 실려갔다. 남자들도 해내기 힘든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며 강인한 모습을 보였던 전혜빈은 급격한 컨디션 저하를 보이더니 열까지 올라 응급실을 찾았다. 그런데 그녀는 누워 있는 와중에도 사건·사고에 투입된 동료를 걱정해 작은 감동을 선사하는데…. ■생방송 톡 톡 보니하니(EBS 오후 6시 30분) 플링고는 배구와 같이 공을 주고받는 네트형 경기이다. 하지만 배구에는 없는 특별한 용구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바운스다. 플링고는 스펀지 재질의 작은 공을 바운스로 통통 튀겨 상대방 진영으로 넘겨 득점하는 매우 쉽고 간단한 경기이다. 과연 천하무적 팀은 인천삼산초등학교 대표 4인과 벌이는 경기에서 우승할 수 있을까. ■멜로다큐 가족(OBS 밤 11시 5분) 충북 영동군 황학산 깊은 골짜기 새막골. 황학산 가장 높은 곳에 오르면 호두나무로 둘러싸인 낡은 집을 지키는 조분순씨가 있다. 8년 전 남편이 세상을 뜬 후 혼자 살아오고 있지만 분순씨는 별로 외롭지 않다. 노래가 흐르면 덩실덩실 춤 출줄 알고, 혼자 사는 즐거움을 제대로 아는 무적의 농사꾼 분순씨를 만나본다.
  • 구멍 뚫은 수첩에 스마트폰 숨겨 몰카 촬영

    수첩에 구멍을 뚫고 그 안에 스마트폰을 숨겨 여성들의 치맛속을 몰래 촬영하던 40대 남성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부동산 임대업체 직원 김모(47)씨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8일 밝혔다. 조사 결과 김씨는 지난 16일 오전 8시 20분쯤 서울 강남구 대치동으로 가던 버스 좌석에 앉아 속을 파낸 수첩 안에 숨겨둔 스마트폰 카메라로 앞에 서 있던 여성의 치마 속을 찍다가 적발됐다. 김씨는 수첩 겉표지에 작은 구멍을 뚫고 그 안에 스마트폰을 숨긴 채 구멍을 통해 카메라 렌즈로 여성들의 치맛속을 촬영했다. 김씨는 몰래카메라 의심을 피하기 위해 다른 스마트폰으로 DMB 방송을 시청하는 척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출근길 버스에서 수첩을 여성 쪽으로 들이미는 남성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잠복한 끝에 범행 현장에서 김씨를 붙잡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씨가 최소 2개월 이상 치맛속 ‘몰카’ 촬영을 해온 것으로 보고 추가 수사를 할 방침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손현주의 계절 밥상 여행] 부산 짚불 곰장어와 고갈비

    [손현주의 계절 밥상 여행] 부산 짚불 곰장어와 고갈비

    그때도 깊숙한 가을날이었지 싶다. 친구와 난 무작정 부산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목표는 바다와 자갈치시장이었고, 더 큰 목표는 연탄불에 뭔가 냄새를 피우며 노릇노릇 굽는 것이었다. 젊은 우리 눈에 비친 부산은 생각보다 어수선하고 넓었다. 우산이 애매할 만큼 가랑비가 어설프게 뿌렸다. 버스를 타고, 걷고, 어렵게 찾아간 자갈치시장의 오후는 비린내가 진동했다. 기웃거리다가 인심 좋아 보이는 아주머니 포장마차로 숨어들었고, 우린 굶주린 짐승처럼 주문을 외치기 시작했다. “아지매, 곰장어도 굽고요, 고등어도 굽고, 오뎅 국물은 무료죠? 일단 소주 한 병!” 연탄불에 곰장어가 요동을 치고 연기는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둘이 소주를 두 병 동내며 말도 안 되는 스무살 갓 넘은 지지배들의 인생 얘기가 해운대 푸른 바다처럼 때론 가볍고 때론 심오하게 넘실댔다. 그런데 나이 들어도 그때 하얗게 피어올라 연신 기침을 불러내던 생선 굽는 연기가 잊히지 않았다. 그러니 음식은 향수인 것이 분명하다. 해서 작정하고 그 냄새의 근원을 찾아 떠난 가을날 부산 ‘노릇노릇 연기여행’. 부산은 이미 그때의 부산이 아닌 게 분명하다. 탄 기름에 튀겨내는 생선조차 그 맛이 아니고 곰장어는 가스불판 위로 올라간다. 하지만 여전히 부산은 몇 가지 코드로 미식가들을 불러 모은다. 짚불에 요란하게 던져 굽는 곰장어와 지금은 거의 사라진 고갈비 골목 생선구이, 과일향이 나는 밀면, 아침 해장으로 기막힌 돼지국밥과 비빔잡채, 어묵, 유부주머니, 단팥죽, 씨앗호떡 등 시장통 간식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1970, 80년대까지 광복동 일대에는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서민과 학생들이 고등어 한 마리 구워 소주잔을 기울이던 고갈비골목이 형성되어 있었다. 용두산의 그림자가 길어지면 청년들은 약속이나 한 듯 연기를 따라 골목으로 숨어들었다. 갈비 대신 고등어를 뜯으며 시대의 울분을 토하고 호기를 사르던 애수의 골목이다. 지금은 ‘남마담’과 ‘할매집’ 단 2곳만 남아 있다. 1974년 문을 연 남마담 집은 7080세대에는 여전히 향수 가득한 청춘의 아지트다. 어머니는 타닥타닥 소리만 들어도 고등어 익은 상태를 안다. 큼지막한 고등어를 껍질은 바삭하고 속은 야들야들하게 구워내는 노련한 솜씨는 시대를 뛰어넘어 사랑받아 왔다. 흰 살점을 뜯다 보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 달랑 미역냉국 한 가지로도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게 된다. 지금 고갈비집은 자갈치시장에 더 많다. 시장통 생선전으로 들어가면 고등어며 갈치, 빨간고기 눈뽈대 등을 수북이 쌓아 놓고 허기진 배를 유혹한다. 가격이 싼 편이 아닌 데다 기름이 깨끗하지 못하고 미리 구워놔 딱딱하니 맛과 만족도를 거론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불판에 빨갛게 구워주는 곰장어와 함께 허출한 시장통의 한 끼로는 제법 낭만적이다. 곰장어는 죽은 듯이 가만히 있다가도 손으로 집으면 꼼작꼼작 움직인다고 하여 이곳 사투리로 ‘곰장어’다. 여름부터 10월 중순까지 맛있는 철이라고는 하지만 사철 불판은 돌아간다. 어쩌면 날이 선선해지면서 ‘굽는’ 행위가 더 탄력을 받는지도 모른다. 해서 날 저물면 곰장어 애호가들은 기장 쪽으로 넘어간다. 불내 확확 번지는 짚불 곰장어 집들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기실 짚불 곰장어는 징그럽다. 손질하여 양념구이로 불판에 내오면 모른 체하고 여성들도 집어 먹지만, 짚불 곰장어는 살아서 날뛰니 경악한다. 구워서 둘둘 말아 내온 생김새를 봐도 영 눈과 손이 안 간다. 그래도 굽는 모습이 보고 싶어 주방을 기웃거리다가 들킨 강아지처럼 어색하게 ‘기장곰장어’ 주인 김영근씨와 마주쳤다. 김씨는 가문 대대로 120년간 곰장어 요리를 해 왔다며 자부심이 컸다. 그는 직접 구워 맛을 보여주겠다며 연기 그을린 부엌으로 안내했다. 예전에는 마당에 짚으로 모닥불을 피워 곰장어를 던져 구워냈다. 지금은 굽기 좋도록 석쇠를 얹은 전용 아궁이를 만들었다. 슬쩍 둘러보니 고무 대야에 곰장어가 한 가득이다. 짚가리가 차곡차곡 쌓여 있다. 김씨는 능숙하게 볏짚을 내려 불을 붙였다. 대야에서 딱 먹기 좋다는 ‘돌돌 말아 한 입 크기’의 곰장어가 순식간에 김씨 손에 잡혔다. 불은 활활 타오르고 곰장어가 던져졌다. 요동을 친다. 지옥이다. 음식이라지만 차마 제대로 볼 수가 없다. 한소끔 불길이 지나가고 움직임이 멈췄다. 김씨는 애벌 익은 곰장어를 손으로 돌돌 말아 똬리처럼 모양을 잡았다. 그리고 다시 짚불을 붙여 더 익혔다. 새까맣다. 훈기로 익었다고 했다. 김씨가 한 마리를 잡더니 가운데를 툭 분지르듯 휜다. 슬쩍 당기니 껍데기가 고스란히 벗겨지고 속살이 나온다. 넋 놓고 있는 사이 곰장어 한 마리가 내 입으로 쑥 들어왔다. 엉겁결에 받긴 했는데 아찔하다. 눈을 꼭 감고 씹었다. 쌉싸래하고 해초의 짠맛이 입 안 가득 고인다. 오도독오도독 씹힌다. 정신없이 씹어 꿀떡 삼키고 나니 김씨가 “맛있죠” 하며 웃어 젖힌다. “곰장어는 생김새가 뱀을 닮았어요. 눈이 없고 몸 양 옆에서 자신의 몸을 보호하는 흰 진액을 뿜어냅니다. 다른 생선이 곁에서 같이 살 수가 없어요. 흉물스럽다고 양반들에게 천대받았으니 오히려 서민들에게는 고마운 생선인 거죠.” 조선시대 말, 극심한 흉년이 들고 보릿고개가 찾아왔다. 서민들은 허기졌다. 생김새가 요상하여 부자들은 거들떠보지 않으니 곰장어는 고맙게도 그들 차지였다. 산과 들 아무데서나 볏짚에 불을 피워 곰장어를 던졌다. 껍질 벗겨 깨끗한 속살 서너 마리만 먹으면 탈이 나지 않고 며칠 굶어도 배가 고프지 않았다. 한국전쟁 때도 부산으로 피란 온 사람들 허기를 달래준 고기가 짚불 곰장어다. 삶아도 먹고 방아 잎을 넣어 된장국과 매운탕을 끓여낸다. 귀한 영양식이다. 불을 피워 연기를 내는 음식은 뭐든 맛있다. 건강에 안 좋다고 소란을 피우지만, 다 따지고 떼어내면 먹을 것 없는 세상이다. 아궁이 잔불 꺼내 시커먼 천일염 툭툭 뿌려 굽는 생선 맛을 어찌 외면할까. 연탄불이며 짚불이 주는, 적당히 태워진 음식이 주는 냄새는 과거로 이어지는 통로이며 우리를 다시 젊은 날로 돌아가게 하는 시간여행이다. 마침 부산에서 고등어축제가 열린다. 푸른 바다 한 잔 술 삼아 푸른 등 뒤적거리며 불을 피우러 부산에 가자, 당신과 나 단 둘이서. 글 사진 음식평론가 marrian@naver.com 여행수첩 →가는 길 전국을 일일 생활권으로 만들어 놓은 KTX는 당일치기 부산 여행을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부산은 2박 3일 알차게 둘러봐도 볼 것과 먹을 것이 너무나 많은 도시다. 짝퉁과 불량식품이 혼재하는 시장과 다국적 거리들. 카메라 들고 감천마을 골목길을 둘러보는 재미도 좋다. 오는 25일부터 27일까지 사흘간 송도해수욕장 인근에서 고등어축제가 열린다. →제철 맛집(051) 남마담(246-2148, 고갈비구이), 기장곰장어(721-2934, 곰장어 짚불구이, 매운탕), 마산식당(631-6906, 돼지국밥)
  • 기차로 돌아본 일본 남쪽의 가장 작은 섬 ‘시코쿠’

    기차로 돌아본 일본 남쪽의 가장 작은 섬 ‘시코쿠’

    일본 열도를 이루는 4개 섬 중 남쪽의 가장 작은 섬 시코쿠(四國). 도쿠시마, 가가와, 에히메, 고치 등 네 개의 현으로 구성됐지요.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진 시코쿠를 기차를 타고 돌아봤습니다. 4개의 현은 따뜻하고 호탕하며 편안하고 생기 넘치는 미인의 모습과 닮아 있었습니다.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도 함께 담아 왔습니다. >>가가와현 여정의 들머리는 가가와현. 전통과 현대가 잘 어우러져 ‘따도녀’(따뜻한 도시 여자)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다. 시내 다카마쓰역에서 특급 시만토 3호 기차를 타고 40여분 걸려 고토히라역에 도착했다. ‘우동현’이라 불릴 만큼 사누키 우동이 유명한 곳이다. 직접 발로 밟아 반죽을 쫄깃하게 만든 뒤 시식까지 해볼 수 있는 우동학교가 이곳에 있다. 손수 만든 면발을 즉석에서 끓여 먹는 맛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즐비한 우동집과 상점을 지나면 고토히라궁이 나온다. 약 3000년 전에 지어진 일본의 대표적 신사 중 하나다. 고토히라궁에 오르는 1368개 계단 가운데 맨 뒤쪽의 본궁에 가려면 계단 785개를 올라야 한다. 원래 786개였는데 ‘786’이 일본어로 ‘곤하다’는 뜻의 ‘나야무’와 발음이 유사하다 해서 하나를 줄였다고 한다. 현 내 또 하나의 명소가 리스린공원이다. 일본 3대 정원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공원은 모두 6개의 작은 정원으로 이뤄졌다. 야구장 3개 면적에 달할 만큼 넓다. 적송과 흑송을 비롯해 사각 병풍처럼 주위를 둘러싼 소나무 하코마쓰, 학 모양의 나무와 거북 모양 암석이 어우러진 쓰루가메 소나무 등이 눈길을 끈다. 공원에서 가장 높은 히라이호에서 나무와 정자, 물이 어우러진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고치현 고치현은 여장부의 모습이 절로 떠오르는 곳이다. 고치역에서 ‘호빵맨’ 열차를 타고 한 시간쯤 달려 구보카와역에 도착해 가이요도 호비관으로 걸음을 옮겼다. 폐교 건물을 피규어(모형 장난감) 박물관으로 만든 곳이다. 온갖 프라모델과 피규어가 호비관에 모여 있다. 박물관을 오가는 길 옆으로는 시만토강이 흐른다. 고치현에서 가장 긴 196㎞의 S자형 강으로 단연 으뜸가는 경관을 자랑한다. 강 위로는 ‘침파교’란 다리가 놓여 있다. 한데 다리에 난간이 없다. 현지 관계자는 “비가 오면 순식간에 강물이 불어나는데, 이때 떠내려가는 나무에 다리가 파손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쓰이가와역에서 호비관을 본뜬 하비 트레인을 탔다. 기차는 달랑 1량이 전부다. 객차 안팎엔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고 내부에 아기자기한 피규어가 전시돼 눈길을 끈다. 고치현은 시코쿠 안에서도 가장 더운 지역이다. 분지와 바다를 모두 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지형의 영향인지 고치현 여성들은 대부분 여장부 기질이 다분하다. 직경 50㎝쯤 되는 큰 접시에 음식을 푸짐하게 차려 두루 나눠 먹는데, 여성들도 남성들과 똑같이 술을 마시고 즐기기 위해서라고 한다. >>에히메현 마음 한 자락 내려놓고 쉬어 갈 수 있는 곳, 에히메현은 참한 숙녀의 이미지였다. 현 내 도고온천은 30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황실의 온천으로 유명하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속 실제 모델이 된 곳이기도 하다. 내부엔 일왕이 온천을 이용했던 흔적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온천수의 효용이야 두말하면 잔소리일 터. 온천 주변에는 도고 기야만 유리미술관, 대북 공연 같은 볼거리는 물론 족욕탕도 곳곳에 마련돼 있다. 도고온천역에서 장난감 같은 ‘봇찬열차’를 타고 마쓰야마역으로 갔다. 이름의 유래가 된 소설 ‘봇찬’의 지은이 나쓰메 소세키가 ‘성냥갑 같은 기차’라고 표현해 유명세를 얻었다. 증기기관차 형태를 한 채 도심을 달리는 기차는 봇찬열차 한 대뿐이다. 마쓰야마성은 전망대로 손색없는 곳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산 중턱까지 오른 뒤 30분 정도 걸어가면 만날 수 있다. 마쓰야마성에 서면 시가지가 한눈에 담긴다. 희미하지만 멀리 바다 건너 히로시마까지 보인다. >>도쿠시마현 스릴 넘치는 체험 프로그램이 많았던 도쿠시마현은 활력 넘치는 민낯 소녀 같았다. 오보케역에서 20분쯤 걸으면 오보케협곡을 만난다. 암석이 강물에 침식되면서 ‘V’자 형태의 협곡을 이룬 곳이다. 유람선을 타고 협곡을 둘러보는 동안 오랜 인고의 시간이 만들어낸 기이한 암벽 등 대자연의 아름다움과 마주할 수 있다. 이웃한 이야협곡의 자태도 빼어나다. 협곡을 오가려면 넝쿨다리 ‘가즈라바시’를 건너야 한다. 이리저리 흔들거리는 다리를 건너다 발 아래 계곡을 보면 모골이 송연해질 만큼 아찔하다. 800년 전 두 무사가 싸우다 진 쪽이 도망치면서 상대방이 쫓아오지 못하도록 다리를 잘라버린 게 이 다리의 시작이라고 전해진다. 구불구불한 S자 협곡길을 오르다 보면 200m 높이에 세운 오줌 누는 아이 조각상과 만난다. 예전엔 담력 테스트를 하던 곳이다. 이만한 높이에서 겁 없이 ‘볼일’을 볼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담력도 인정하는 게 마땅할 터다. 이야협곡에서 오보케역까지는 택시를 이용하는 게 효율적이다. 2시간 정도 가는 데 9360엔(약 10만 1100원)쯤 나온다. 오보케역에선 기차가 한 시간에 한 대씩 정차한다. 도쿠시마현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게 있다. 나루토해협의 소용돌이다. 이를 ‘우즈시오’라 부르는데, 조수간만의 차로 인해 생기는 현상이다. 최대 직경 20m에 달하는 큰 소용돌이도 생긴다고 한다. 크고 작은 소용돌이가 눈앞에서 끊임없이 생기고 사라지는 것이 그저 놀랍고 신기하다. 보는 이들마다 굉장하다는 뜻의 “스고이”를 연신 외쳐댔다. 초승달과 보름달이 뜨는 시기에 우즈시오를 가장 잘 볼 수 있다. 매일 두 번 우즈시오와 마주할 수 있는데 시간대는 매일 다르다. 유람선을 타고 바다에서 직접 볼 수 있고 45m 전망대에서 내려다볼 수도 있다. 도쿠시마 특유의 ‘아와오도리’춤도 이채롭다. 400년째 전해져 오는 전통 춤으로 등불을 들고 일정한 동작을 반복하며 흥을 돋운다. 매년 8월이면 한 달 내내 이 춤을 추는 축제가 열릴 만큼 이 지역의 춤에 대한 열정이 뜨겁다. 글 사진 시코쿠(일본) 한세원 기자 won@seoul.co.kr [여행수첩] →올 시코쿠 레일 패스(JR시코쿠 shikoku-railroad.com)는 총연장 1100㎞에 이르는 시코쿠 내 모든 철도를 탈 수 있는 외국인 여행자 전용 티켓이다. 2일 6300엔, 3일 7200엔, 4일 7900엔, 5일 9700엔(이상 어린이는 반값) 등 총 4종으로 구성됐다. 현지 관광안내소는 물론 국내에서도 살 수 있다. 지정석과 자유석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일본의 기차는 중간 정차역에서 객차를 분리해 동과 서로 갈라져 운행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효율적으로 운행하는 방법의 하나지만 초행길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시코쿠는 남쪽에 위치해 따뜻한 편이다. 겨울에도 영하로 떨어지는 일은 드물다. 같은 시기 한국에서보다는 가벼운 옷차림으로 나서도 좋다. →현마다 로컬 푸드로 차린 제철 밥상(보통 정식 1200엔)을 먹어 보길 권한다. 또한 가가와현의 우동, 고치현의 고기만두, 에히메의 남도식 도미덮밥, 도쿠시마의 고구마와 닭다리 요리도 별미다. →아시아나 항공이 인천에서 다카마쓰까지 매주 화·목·일요일 출발한다. 귀국편은 화·금·일요일에 있다. 비행 시간은 1시간 30분. →브라이트 스푼(www.japaninside.co.kr)에서 시코쿠 관련 여행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02)755-1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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