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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만의 초록 샤워장… 제주도 ‘삼다수 숲길’

    나만의 초록 샤워장… 제주도 ‘삼다수 숲길’

    제주엔 숲이 많다. 엇비슷해 보여도 특징은 조금씩 갈린다. 삼나무, 편백나무 등이 잘 정비된 휴양림도 있고, 이 나무 저 나무가 이런들 저런들 어떠냐며 어지러이 얽힌 곶자왈도 있다. 잘 정돈된 숲과 곶자왈이 한데 어우러진 곳도 있다. 그중 하나가 조천읍 교래리의 삼다수 숲길이다. 이름 참 촌스럽다. 요즘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사려니 숲길 등에 견주자니 더욱 그렇다. 한데 이름만으로 숲의 깊이를 가늠해선 안 된다. 게다가 이름난 숲에선 그 유명세 탓에 나무들과 차분하게 대화하기가 쉽지 않다. 삼다수 숲길은 다르다. 언제 가도 인적이 드물다. 그래서 가능하다. 나만의 ‘초록 샤워’를 즐기는 것이. 교래리는 마을이 들어선 지 무려 700년이나 됐다는 곳이다. 다리 교(橋), 올 래(來)자를 써서 교래리다. 오래전 긴 다리 모양의 ‘빌레’(용암이 굳어져 형성된 너럭바위를 뜻하는 제주 사투리)가 이 일대 마을과 마을을 연결했는데 이 빌레를 다리 삼아 사람들이 오갔다고 해서 이 같은 이름을 얻게 됐다. 이 이름이 삼다수 숲길을 이해하는 키워드 가운데 하나다. 삼다수 숲길은 산과 들이 경계를 이루는 중산간 지역에 형성돼 있다. 높이는 440m쯤 된다. 삼다수 숲길엔 꼿꼿한 삼나무와 초록빛 난대림이 어우러져 있다. 저 유명한 사려니 숲길과 형태가 비슷한 편이다. 실제로 삼다수 숲길 끝은 사려니 숲길과 연결돼 있다. 하지만 찾는 사람은 사려니 숲길에 견주기 어려울 만큼 적다. 그 덕에 혼자 조용히 ‘초록 샤워’를 즐길 수 있다. 숲길로 정식 개장한 건 2010년이다. 더 오래 전엔 중산간을 호령했던 ‘테우리’(말몰이꾼)와 ‘사농바치’(사냥꾼)들이 이 길을 오갔다. 마을 주민들도 땔감과 식수 등을 구하기 위해 수시로 지나다녔다. 길 여기저기에 고단한 삶을 이어 갔던 선인들의 숨결이 배어 있는 셈이다. 숲 안에는 아직도 옛사람들이 거주했던 흔적이 남아 있다. 한데 왜 하필 삼다수 숲길일까. 시판되고 있는 생수 이름과 같다. 숲길이 펼쳐져 있는 곳도 생수 공장 위쪽이다. 오래전부터 이런 이름으로 불렸을 리는 없다. 필경 삼다수의 유명세에 기대자는 뜻이었을 텐데, 숲이 가진 무게감에 견줘 이름이 지나치게 가볍다는 느낌이 든다. 숲길은 두 코스로 나뉜다. A코스는 5.2㎞다. 2시간 남짓 소요된다. B코스는 8.2㎞다. 3시간 30분 이상 잡아야 한다. B코스의 중간쯤을 가로지른 뒤 돌아 나오는 게 A코스라고 보면 알기 쉽다. 거리는 짧지만 A코스만 걸어도 온몸에 초록물 들이기엔 충분하다. 두 코스 모두 들머리는 교래리 종합복지회관이다. 숲길 초입은 포장도로다. 1㎞ 남짓 딱딱한 시멘트 길을 걸어야 한다. 이 탓에 처음 가는 이들은 길을 잘못 들었나 오해하기 십상이다. 길은 말 목장을 지나면서 유순해지기 시작한다. 목장 초원 너머로 한라산이 넓게 자락을 펼치고 있다. 그제야 비로소 발 딛고 선 곳이 중산간이란 게 실감나기 시작한다. 목장길 옆으로는 시냇물이 흐른다. 안내판은 이를 ‘포리수’(파란물)라 적고 있다. 투명한 물에 맑은 하늘이 잠기면 파란빛이 감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1970년대 초반까지 인근 주민들이 마실 물로 이용했다고 한다. 목장을 가로지르면 본격적인 숲길이다. 초입부터 빼어나다. 포장도로를 걷는 내내 이게 무슨 숲길이냐며 구시렁댔던 말들을 신속하게 주워 담아야 할 판이다. 무엇보다 삼나무 군락이 인상적이다. 군더더기 없이 위로 뻗어 수직 세상을 펼쳐 놓았다. 1970년대 말 조성됐다니, 얼추 40년 가까이 지난 셈이다. 삼나무 군락지는 삼다수 숲길 초입과 끝자락에 각각 조성돼 있다. 숲길 초입은 산수국이 장식하고 있다. 푸른 이파리 위로 파란 꽃잎들이 나비처럼 내려앉았다. 푸른 이끼 낀 삼나무 몸통엔 흰 버섯이 별처럼 박혀 있다. 입에서 혼잣말이 삐져 나온다. “그래, 좋구나. 이 길.” 안으로 들어갈수록 숲 그늘은 더욱 짙어진다. 빽빽하게 난 삼나무 때문에 빛 한 줌 들어오기 어려운 모양새다. 온몸에 초록물이 들 지경이다. 이 길을 단풍 물든 가을에, 흰 눈 덮인 겨울에 걸으면 어떨까.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삼나무 군락지를 휘휘 돌아 가면 풍경이 바뀐다. 주변 나무들은 굽었고, 바닥은 제주조릿대 차지다. 삼나무가 만든 수직 세상의 조형미도 가뭇없이 사라졌다. 그 자리를 정돈되지 않은, 그러나 더없이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대신하고 있다. 고도를 높일수록 낙엽활엽수들도 늘어난다. 단풍나무와 때죽나무, 자귀나무 등 다양한 수종의 나무들이 뒤엉켜 있다. 숲길 바닥은 곶자왈이다. 곶자왈은 ‘화산 활동으로 분출된 용암류(熔岩流)가 분포한 지대에 형성된 숲’이다. 쉽게 말해 굳은 용암 위에 형성된 숲이다. 붉은 화산송이와 유난히 구멍이 많은 다공질 현무암이 지천에 널린 건 이 때문이다. 현무암의 작은 구멍은 용암 속에 있던 가스가 빠져나가며 생긴 것이다. 층층이 쌓여 있는 다공질 현무암은 빗물을 걸러 지하로 흘러들게 한다. 일종의 정수기 노릇을 하는 셈이다. 숲길에서 여과된 물은 아래쪽 공장으로 모여 생수로 팔려 나간다. 비만 오면 숲길은 개골창으로 변한다. 반환점을 지나면서부터 이 같은 현상이 부쩍 잦아진다. 숲길 여기저기 물이 고여 있거나 졸졸 대며 흘러간다. 물기 잔뜩 머금은 길은 진흙으로 변해 걷기조차 불편하다. 숲길 초입의 안내판에 비 오는 날 출입을 자제하도록 권고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삼다수 숲길은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길이라 주변에 편의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음식점은 초입에 하나 있고 편의점은 없다. 물, 간식 등은 미리 챙겨 와야 한다. 화장실도 사실상 없다. 안내판은 교래리종합복지회관을 이용하라고 돼 있지만 실제로 회관 건물은 문을 닫아걸었다. 렌터카를 이용할 경우 ‘교래리종합복지회관’이나 ‘삼다수 숲길’을 찾아가면 된다. 버스 정류장은 복지회관에서 10분쯤 떨어져 있다. 1시간 간격으로 제주 시티투어버스가 다닌다. 한 방향으로만 운행하기 때문에 목적지에 따라 시간 안배를 잘해야 한다. 1200원. 최근 제주에서 독특한 곳 하나만 덧붙이자. 세계 최대 착시 테마파크로 꼽히는 ‘박물관은 살아있다’(www.alivemuseum.com/branch/jeju) 제주 중문점이 대형 오르간을 들여왔다. 벨기에 모르티에사가 1920년에 제작한 ‘얼라이브 통 오르간’(Alive 通 Organ)이다. 독일, 네덜란드, 미국 등을 전전하는 동안 제2차 세계대전 등 난관도 겪었지만 별다른 하자 없이 한국 땅을 밟았다. 오르간 가격은 3억원, 미국에서 옮겨 오는 데만 2억원 가까운 비용이 들었다고 한다. 오르간은 101개의 키와 600여개의 파이프로 구성됐다. 첼로, 플루트, 카리용(종소리) 등 총 18개 음색으로 편곡돼 합주할 수 있다. 연주 형식은 전통적인 재생 방식인 ‘타공 종이 악보 연주’와 현대적 방법인 ‘미디파일 연주’ 2가지다. 박물관 측은 내부에 전용 뮤직홀을 갖춰 오는 10일 이를 선보일 예정이다. 글 사진 제주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가 프랑스풍의 정찬 레스토랑 ‘밀리우’를 새로 선보였다. 밀리우는 중심, 중앙이라는 뜻의 프랑스어로 12개의 바 좌석과 5개의 개별룸 등 총 32개 좌석만 운영된다. 주방은 윤화영 셰프가 총괄을 맡았다. 프랑스 국립고등조리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프랑스 요리 거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유명 셰프다. 밀리우가 내세우는 중요한 가치 중 하나는 제주산 식자재와 프랑스 전통 테크닉의 만남이다. 7, 8월이 제철인 제주산 광어와 농어, 각종 채소 등을 이용해 다양한 메뉴를 꾸린다. 오프닝 특선 디너는 6코스다. 가격은 8만 9000원이다. 오픈 초기에는 오후 6~10시에만 운영되며 17일부터 점심식사(낮 12시~오후 3시)도 준비된다. 이민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대표는 “제주의 알려지지 않은 다채로운 로컬 식재료와 조리법에서 영감을 받은 새로운 스타일의 프렌치 요리들을 선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 닮은 듯 다른 표정… 같은 듯 다른 깨달음

    닮은 듯 다른 표정… 같은 듯 다른 깨달음

    경기 용인에선 불상을 찾아가는 여정을 고려해 봄 직하다. 3000점의 이국적인 불상들이 모여 있는 와우정사, 푸근한 표정의 미평리 약사여래상,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는 용덕사 용굴(龍窟) 등 볼거리가 제법 많다. 해곡동에 있는 와우정사는 1970년대 중반에 실향민인 해월법사(속명 김해근)가 세웠다고 전한다. 대한불교 열반종의 총본산이다. 절집에 들면 먼저 돌탑 위에 놓인 황금빛 불두(佛頭)가 객의 시선을 잡아끈다. 높이가 무려 8m. 먼 거리에서도 확연히 보일 정도로 압도적인 자태다. 와우정사는 이국적이다. 전시된 불상이나 석탑 등의 형태가 우리 것과 사뭇 다르다. 불상의 수도 많다. 태국, 미얀마 등 세계 각지에서 들여온 크고 작은 불상들이 무려 3000여점에 이른다고 한다. 동남아 여러 불교국가의 관광객들이 한 해 30만명이나 와우정사를 찾는 이유다. 열반전에서는 저 유명한 와불(臥佛)과 만난다. 높이 3m, 길이 12m에 이르는 불상이다. 인도네시아에서 향나무를 통으로 들여와 이음매 없이 단번에 깎았다고 한다. 열반전 오르는 언덕에는 통일탑이 줄지어 서 있다. 역시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모양새다. 세계 각국의 불교 성지에서 가져온 돌로 통일을 염원하며 쌓았다고 한다. 열반전에서 언덕 하나를 더 오르면 대각전이다. 안에는 불상이 아닌 석가모니 고행상이 모셔져 있다. 갈라진 흔적 하나 없는 매끈한 옥으로 만들어졌다. ‘오백나한’ 조각들도 인상적이다. 열반전에서 오른쪽 언덕을 따라 오르면 ‘깨달음을 얻은’이란 뜻의 나한(아라한) 돌 조각 500여점이 산자락 한 면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다. 황동으로 10년 동안 만들었다는 장육오존불, 무게가 12t에 달하는 통일의 종, 우리나라 최대의 청동미륵반가사유상 등도 절집의 ‘명물 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원삼면 미평리엔 ‘의왕불’(醫王佛)이 있다. 화강암으로 만든 석불이다. 마을 사람들이 병의 치유를 기원하면 약을 준다고 해 ‘의왕불’이라 불린다. 공식 명칭은 ‘미평리 약사여래입상’(경기도 문화재자료 제44호)이다. 해마다 정월 초에 마을의 번영과 주민 건강을 기원하는 미륵고사제가 열릴 만큼 ‘영험함’을 인정받고 있다. 불상의 높이는 4.05m로, 용인 지역에서는 가장 큰 석불이라고 한다. 자연석을 이고 있는 머리, 뭉툭한 코, 위로 살짝 들린 입술 등에서 친근함이 느껴진다. 반달형 눈매도 인상적이다. 어느 방향에서 봐도 웃는 모습이다. 그 덕에 전체적으로 푸근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한데 석불의 발은 어디로 갔을까. 연화대좌 없이 바닥 위에 맨몸으로 서 있다. 양 손은 가슴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다. 왼손에는 물병을 들고 있는데, 필경 ‘만병통치의 영약’이 담겼을 터다. 불상 주변에는 돌기둥의 흔적도 남아 있다. 원래 불상을 모시던 건물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동면 묵리 용덕사 미륵전엔 석조여래입상(경기도 지방문화재 111호)이 모셔져 있다. 통일신라시대 제작된 불상으로 추정된다. 오른손의 수결이 연봉(蓮峯)을 감싸고 있는 모습은 드문 경우여서, 여래불이 아닌 미륵불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절집에서 석조여래불상보다 유명한 건 용굴이다. 승천하려는 용과 효심 지극한 여인의 전설이 깃든 동굴이다. ‘용의 공덕(龍德)이 서린 절’이란 뜻의 절 이름도 이 동굴에서 비롯됐다. 인근 주민들에게는 ‘한 가지 소원은 들어주는 동굴’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용굴은 절집 뒤편의 성륜산 중턱에 있다. 가파른 산자락을 10분 남짓 발품 팔아 올라야 만날 수 있다. 용굴은 산자락 암벽 아래 자연적으로 형성된 동굴이다. 굴 양옆으로는 석간수가 흐른다. 이는 백일 동안 용이 흘리던 눈물이라고 한다. 동굴 천장엔 구멍이 뚫려 있다. 용이 승천한 흔적이다. 이 구멍으로 빛이 쏟아져 들어와 주변을 은은하게 비춘다. 용굴은 낮고 좁다. 한두 사람 들어가면 꽉 찬다. 그 안에 관세음보살이 가부좌를 틀고 있다. 글 사진 용인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 →잘 곳: 옛 ‘한화리조트 용인’이 9개월간의 리뉴얼 공사를 마치고 새달 1일 ‘한화리조트 용인 베잔송’(이하 베잔송)으로 새롭게 선보인다. ‘베잔송’은 프랑스 최초의 녹색도시에서 따온 이름이다. 푸른 숲 속에 둘러싸인 용인의 이미지를 반영했다. 처인구 남사면에 들어선 베잔송은 지하 1층, 지상 6층 규모다. 패밀리형(5인실), 로열형(7인실) 등 총 261개의 객실을 갖췄다. 각기 다른 콘셉트의 레스토랑 세 곳과 150개의 로커를 보유한 사우나도 신설했다. 동화책으로 꾸민 객실 등 아이들 취향에 맞춘 4가지 콘셉트의 ‘뽀로로룸’도 새로 조성했다. 무엇보다 마이스(MICE) 관련 시설을 대폭 확충한 것이 눈에 띈다. 400석 규모의 아르모니실 등 크고 작은 세미나실만 총 15실에 달한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베잔송 오픈을 기념해 뽀로로 친구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7월 1일부터 8월 15일까지 무료 뽀로로 페이스페인팅, 깜짝 선물 증정 이벤트 등을 진행한다. (031)332-1122.
  • 한여름 억새는 억세다

    한여름 억새는 억세다

    예년과 달리 장거리 여행은 다소 삼가는 분위기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도 꺼린다. 가뭄에 메르스가 겹친 탓이다. 그렇다고 집에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 가까운 산을 찾아 맑은 공기로 머리와 가슴을 씻는 것도 좋겠다. 수도권 명산으로 꼽히는 명성산을 찾은 건 그 때문이다. 사람들은 흔히 억새꽃 필 무렵의 가을 명성산만 기억한다. 하지만 명성산을 잘 아는 이들은 여름 풍경도 그에 못지않게 아름답다고 입을 모은다. 능선 전체를 푸르게 붓질하는 억새의 기교가 남다르다는 것이다. 억새가 만든 초원, 그 모습 보자고 행장을 꾸린다. 명성산(923m)은 경기 포천과 강원 철원의 경계를 이루는 산이다. 정상 부분은 철원 지역에 속해 있지만 대부분의 등산로는 포천 쪽 산정호수 주변에서 시작된다. 명성산(鳴聲山)은 궁예(?∼918)의 한이 서린 산이기도 하다. 왕건에게 패해 진한 울음을 울었다고 해서 산 이름도 울 명(鳴)자에 소리 성(聲)자를 쓴다. 궁예의 흔적은 곳곳에 이름으로 남았다. 궁예가 적의 동정을 살폈다는 산정호수 뒤편의 ‘망봉’(望峯), 패한 궁예의 군사들에게 항서를 받았다는 ‘항서받골’, 패주하던 궁예가 지나갔다는 ‘가는골’(패주골), 궁예가 흐느끼며 넘었다는 ‘느치고개’(눌치), 궁예가 은신했다는 ‘궁예왕굴’ 등이 대표적이다. 심지어 등산로 주변 샘물도 ‘궁예약수’다. 억새밭은 삼각봉 아래 능선에 걸쳐 있다. 억새밭까지는 산정호수 주차장에 차를 두고 등룡폭포 방향으로 오르는 게 일반적이다. 명성산 등산로는 모두 4개다. 1코스는 주차장에서 시작해 비선폭포와 등룡폭포, 억새밭을 지나 팔각정까지 간다. 명성산의 급경사 지역을 크게 우회하는 코스라 비교적 완만한 편이다. 주차장에서 팔각정까지 3.5㎞,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어린이가 있는 가족들의 산행이라면 1코스를 권할 만하다. 2코스는 1코스와 같이 주차장에서 시작해 비선폭포에서 갈라진다. 책바위를 올라 팔각정에 이른다. 거리는 짧은 대신 처음부터 끝까지 급경사다. 게다가 암릉을 오르락내리락해야 하는 구간도 있어 보통 힘든 게 아니다. 가급적 하산 코스로 잡길 권한다. 3코스는 자인사에서 출발해 팔각정까지 간다. 돌계단을 따라 급경사 구간을 올라야 해 힘든 코스로 분류된다. 4코스는 산안고개에서 시작해 정상을 찍고 삼각봉과 억새밭을 지나 주차장까지 가는 코스다. 거리가 길어 최소 6시간 이상 소요된다. 팔각정에서 내려가는 코스는 여러 갈래다. 2코스인 책바위 코스를 택할 경우 발 아래 산정호수를 두고 걸을 수 있다. 삼각봉, 책바위 등 거대한 암벽들의 암릉미를 감상하는 재미도 각별하다. 3코스 자인사 구간은 거리가 짧다. 하지만 경사는 급해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산행의 들머리는 산정호수 주차장이다. 답답했던 포장도로는 금세 끝나고 길은 곧 조붓한 산길로 올라붙는다. 이어 선녀가 노닐었다는 비선(飛仙)폭포를 지나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군데군데 너덜이 깔린 비탈길을 한참 오르면 산은 또 하나의 폭포를 펼쳐 놓는다. 등룡폭포다. 폭포 아래 소에 살던 용이 물안개를 따라 하늘에 올랐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암벽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가늘다. 가뭄 탓이다. 물색도 맑지 않은 편. 하지만 졸졸대는 물소리마저 없었다면 산행은 몹시 힘들었지 싶다. 암벽 위 철제 다리를 오르면 물소리는 점점 가늘어지고 계곡도 끝이 난다. 이어 또다시 너덜길. 오른쪽으로는 철망이 이어진다. 군 사격훈련장을 알리는 경고판도 철망 곳곳에 붙어 있다. 숲엔 야생동물이 흔하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은 것에 견주면 뜻밖의 현상이다. 다람쥐는 지천이고 겅중대며 뛰는 족제비도 눈에 띈다. 초록빛 이파리에 숨은 파란 깃털의 큰유리새, 계곡물에서 첨벙대는 물까마귀 보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 등룡폭포를 지나 30분쯤 오르면 땀범벅이 된 머리 위로 느닷없이 하늘이 열린다. 그 아래로 초록빛 너른 능선이 펼쳐져 있다. 명성산을 명산 반열에 오르게 한 억새군락지다. 삼각봉 아래쪽 능선 전체를 점령한 억새가 시나브로 제 키를 키워 가고 있다. 억새밭은 가르마를 탄 듯 양 기슭으로 갈라졌다. 면적은 20㏊(약 6만평)에 이른다. 초원 군데군데 물 좋아하는 버드나무가 서 있다. 이곳이 습지라는 증거다. 버드나무 가지엔 ‘울음터’ 푯말이 걸려 있다. 바로 이 자리에서 왕건에게 패한 궁예가 목놓아 울었다는 뜻일 터다. 언덕 오른쪽엔 ‘천년수’(궁예약수) 푯말이 서 있다. 안내판은 “이 약수는 궁예왕의 망국 한을 달래 주는 듯 눈물처럼 샘솟아 예로부터 극심한 가뭄에도 마른 적이 없었다”고 적고 있다. 오래전 궁예는 이 능선에 임시 거처를 만들고 왕건과 대적했다고 한다. 사방이 트여 조망이 좋고, 식수 조달이 쉬웠기 때문이다. 바람이 능선을 스칠 때마다 여린 억새들이 가늘게 흔들린다. 손 뻗어 보듬어 주고 싶은 장면이다. 한데 부디 조심하시라. 한여름의 억새는 억세다. 잎새의 날도 서슬 퍼렇다. 스치기만 해도 살갗을 찢고, 붉은 피를 탐할 만큼 혈기방장하다. 줄기엔 작은 가시들이 나 있다. 여기에 베면 으악 소리 난다. 억새의 다른 이름은 ‘으악새’다. 옛노래 ‘짝사랑’의 첫 구절에도 나온다. “아 아 으악새 슬피우니…”라고. 울음산과 억새와 ‘짝사랑’은 그래서 잘 어울린다. 억새 군락지 정상은 팔각정이다. 정자 옆에 빨간 우체통 하나가 서 있다. 1년 뒤에 편지를 배달해 주는 느린 우체통이다. 하산은 책바위 쪽으로 내려선다. 우람한 자태의 암릉들을 보며 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거대한 암릉을 딛고 서니 발 아래 산정호수가 손거울처럼 작다. 수량도 바짝 줄었다. 40년 만이라는 최악의 가뭄이 그제야 실감난다. 포천에선 현무암들이 만든 풍경을 반드시 돌아봐야 한다. 아주 오래전, 북한 땅에서 분출된 용암이 흘러내리며 조탁한 풍경들이다. 이처럼 용암이 만든 풍경들만 모아 따로 ‘한탄 8경’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 가운데 으뜸은 역시 비둘기낭(천연기념물 제537호)이다. 검은 현무암 주상절리들이 만든 폭포다. 폭포수가 고인 비췻빛 소와 이를 감싼 검은 주상절리 절벽이 기이한 풍경을 펼쳐 낸다. 구라이골도 매우 독특하다. 창수면을 흐르는 운산천이 한탄강과 몸을 섞는 끝자락에 형성된 현무암 협곡이다. 구라이골은 둥근 공동(空洞)의 형태를 하고 있다. 평지 아래로 용암이 흐르며 파 놓은 흔적이다. 길이는 1㎞ 남짓하다. 글 사진 포천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31) →가는 길:의정부역 앞에서 138-6번 버스가 산정호수까지 오간다.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외곽순환고속도로 퇴계원나들목으로 나와 내촌을 거쳐 가는 게 가장 알기 쉽다. 43번 국도~의정부~포천~성동리~문암리 우회전~78번 지방도로~산정호수 순으로 갈 수도 있다. →맛집:포천 하면 이동갈비다. 이동리 일대에 20여곳의 갈비집이 몰려 있다. 샘물매운탕(533-6880)은 메기매운탕만 파는 집이다. 재료가 떨어지면 문을 닫기 때문에 저녁에는 맛보기 쉽지 않다. 관인면 냉정리에 있다. 모내기(535-0960)는 쌈밥으로 이름났다. 포천시내 청성체육공원 앞에 있다. →잘 곳:가족 단위로 간다면 한화리조트 산정호수 안시(534-5500)가 제격이다. 온천수를 이용한 사우나 등 부대시설도 잘 갖춰졌다. 산정호수 바로 앞에 있다. 국립운악산자연휴양림(534-6330)도 예약이 쉽지 않을 만큼 사람들이 몰리는 숙소다. 산행의 피로는 온천욕으로 푸는 게 좋겠다. 일동제일유황온천(536-6000), 일동용암천(534-5500) 등이 널리 알려졌다. 온천수에 유황 성분이 많아 퀴퀴한 냄새는 나지만 수질은 좋은 편이다.
  • “메르스 겁나 병원 가기가” 만성질환자들을 위한 조언

     메르스 사태가 이어지면서 당뇨병·고혈압·천식·신부전 등 만성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병원을 기피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약 복용 기한이 지났거나 신장 투석 일정이 지나도 환자가 병원을 찾지 않아 의료진이 애를 태우고 있는 것.  이런 만성질환자들은 평소 앓던 질환을 꾸준히 관리하는 것과 함께 감염성 질환 예방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전문의들은 “대부분의 만성질환은 꾸준히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병이 악화되기 쉽고, 치료 시기를 놓치면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예정된 일정에 맞춰 의료진을 만나 상태를 확인하고, 적절한 처방을 받는 것을 기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런 만성질환자들이 병원을 찾을 때 주의해야 할 점들을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의 도움말을 참고 삼아 정리했다.  질환의 종류에 관계없이 만성질환을 가진 환자는 병원을 찾는 등 외출을 할 때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고, 수시로 손을 씻는 습관을 생활화하면 감염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당뇨병  당뇨병 환자가 약을 꾸준히 복용하지 않거나 인슐린 주사를 자주 거를 경우 혈당치가 높아져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물론, 몇 회 정도 약을 거른다고 당장 큰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평소 혈당 조절이 잘 안되거나 인슐린을 사용 중인 환자는 단기간 약을 인슐린 투여를 중단해도 혈당이 급격히 치솟아 ‘당뇨병성 케톤산증’이나 ‘고삼투압성 혼수’와 같은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하기 쉽다.  이런 당뇨병 환자는 자신이 사용하는 약이나 인슐린의 이름 등 평소 사용하는 약의 정보가 적힌 처방전을 잘 보관해 둬야 한다. 당뇨병을 집이 아닌 병원에서 받고 있는 환자의 경우 처방전을 잘 보관해 두면 요즘처럼 전염성 질환 등으로 병원을 찾기가 어려울 때 집 근처 병원에서 일정 기간 약을 처방받아 복용할 수 있다.    -당뇨병 환자가 지켜야 할 일상적인 생활수칙  1.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특히 약 복용시간, 인슐린 주사를 맞는 시간, 식사시간을 매일 일정한 시간에 하도록 한다.  2.식사요법과 운동요법을 철저히 해 표준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3.규칙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정기적으로 혈당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래야 합병증을 조기 발견하거나 예방할 수 있다.  4.의사의 처방을 받지 않은 약물은 함부로 복용하지 않아야 한. 특히, 인슐린 주사나 경구 혈당강하제를 복용하는 환자는 임의로 복용하는 약물 중에 인슐린과의 상호작용으로 혈당치를 크게 떨어뜨리거나 높일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5.당뇨병 환자가 저혈당 증세를 느낄 때는 절대 운전을 금해야 한다. 인슐린 주사요법으로 치료 중인 환자는 자신이 사용하는 인슐린 제재의 최고 효과시간을 미리 알아둬야 한다.  6.당뇨병 환자는 진료카드나 수첩을 항상 휴대해야 한다.  [내분비내과 이우제 교수]    ■고혈압  순환기질환 중 가장 발생 빈도가 높은 질환이 고혈압니다. 고혈압은 일반적으로 성인의 경우 안정 상태에서 두 번 이상 측정한 혈압이 140/90mmHg를 넘는 경우를 말하는데, 국내 성인의 약 25%가 여기에 해당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고혈압 환자들은 증상이 없기 때문에 실제로 혈압을 측정해보지 않고서는 자신이 고혈압인지도 모르고 있다. 흔히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고, 뒷목 부위가 뻣뻣하다든지 하는 증상을 호소하면서 혈압이 오르는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제로 혈압을 측정해보면 대부분의 경우는 혈압과 이런 증상들이 아무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즉, 단순한 증상으로 고혈압 여부를 가늠하려 해서는 곤란하다는 뜻이다.  이런 고혈압을 방치하면 여러 가지 심각한 합병증이 생기기 때문에 정기적인 검진과 적절한 치료가 필수적이다. 고혈압을 방치하면 우리가 심각하게 여기는 대부분의 순환기 질환, 예컨대 협심증·심근경색증·심부전증·동맥경화증·뇌졸중(중풍) 등의 질환이 잘 발생한다.  신장도 고혈압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고혈압과 신장의 관계는 상관성이 높아서 고혈압이 신장병을 유발하는가 하면 대부분의 신장병이 고혈압을 일으키기도 한다. 눈의 망막 출혈을 유발, 시력장애를 가져오는 것도 고혈압의 흔한 합병증이다.  이런 고혈압은 완치보다 평생 조절해야 하는 병으로 인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혈압 약은 한 번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환자마다 맞는 약이 따로 있고, 한 가지 약제만 먹어야 한다.  치료약은 워낙 종류가 많고, 약에 따라 다양한 효능과 부작용이 있으므로 환자의 고혈압 상태와 환자가 가진 질병, 환자의 직업이나 연령 등을 고려해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일단 약제를 선택하면 꾸준히 복용해야 하고, 식이요법을 병행해야 효과적이다.  약물요법으로 치료하는 환자들의 경우 약의 반응도를 높이고 혈관합병증의 위험요인을 줄이기 위해 식이요법 등 비약물요법도 매우 중요한데, 특히 저염식을 잘 지켜야 한다. 특히, 우리 나라 음식은 비교적 짜기 때문에 가능한 염분 섭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적당한 운동과 체중조절, 금연, 절주 또는 금주, 스트레스 해소 등이 혈압의 조절에 중요할 뿐 아니라 동맥경화증의 위험요인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고혈압 환자들이 병원을 방문할 때 주의할 점  고혈압 환자들은 본인에게 맞는 특정 약을 꾸준히 먹어야 하므로, 약이 떨어진 경우 병원 방문을 미루지 말아야 합니다. 특히, 평소 다니던 병원으로 약을 타러가기 어려운 상황에 대비해 평소 복용하던 약의 정보가 기록된 처방전을 잘 보관해 놓는 것이 좋다.  [심장내과 박덕우 교수]    ■호흡기질환  대표적인 호흡기질환은 비염·후두염·인후염·만성기침·기관지 천식·기관지확장증 등이며, 기침과 함께 가래, 호흡곤란 등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질환이 호흡기의 가장 깊은 곳에 도달하면 폐세포가 손상되거나 파괴되는데, 이렇게 발생하는 질환들로는 폐섬유화·간질성폐질환·COPD(만성폐쇄성폐질환)·만성기관지염 등이 있다. 이 경우 폐실질이 파괴되는 만큼 가스교환에 문제가 생겨 대부분 호흡곤란 증상이 발생하며, 한번 진행되어 손상된 폐세포는 다시 복구되지 않는다.  호흡기질환 역시 꾸준한 치료가 중요하다. 호흡기질환은 수술 한번으로 완치되는 병이 아니기 때문에 꾸준한 치료로 증상을 호전시키거나 진행을 막아야 한다. 환자 대부분은 처음 치료를 시작하면 비교적 짧은 시간에 증상이 많이 호전되는데, 이 때 병이 나은 것으로 여겨 임의로 치료를 중단하면 상태가 악화되기 쉽다.  호흡기질환의 원인·증상·치료 경과 등이 환자마다 다르므로 개인별로 치료 방침이 다르며, 각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방법으로 증상을 조절하게 된다. 특히 천식은 매우 역동적인 병이어서 순간적인 기도 수축으로 심각한 호흡곤란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환자 스스로가 악화 증상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항상 준비를 해둬야 한다.  이런 경우 쉽게 방문할 수 있는 거리에 있는 병원을 선정해 꾸준히 다니는 것이 중요하며,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개인 상태에 대해 효과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방법과 개개인에게 적합한 치료 방침을 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호흡기질환자가 병원을 찾을 때 주의할 점  천식·COPD 등의 질환자들은 폐를 공격하는 바이러스에 취약하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와 경계가 필요하다. 이런 만성 폐질환자들은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 염증으로 인한 기도수축 등으로 극심한 호흡곤란을 겪게 된다. 따라서 이런 환자들은 요즘처럼 바이러스가 유행할 때는 외출을 자제하고, 손위생을 철저히 해 감염을 예방해야 한다. 또 병원을 찾을 때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호흡기내과 이세원 교수]    ■만성신부전 -  만성신부전은 노폐물을 제거하는 신장의 기능이 쇠퇴해 정상으로 회복될 수 없는 단계를 말한다. 최근에는 당뇨병에 의한 신부전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데,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감각 및 운동장애, 피로, 졸음, 의식장애, 혼수 등 신경계 증상이나 고혈압, 동맥경화증 등 심혈관계 증상, 폐부종 등 호흡기계 증상, 식욕감퇴, 구역질, 구토 등 소화기계 증상이나 면역기능 저하 등 전신에 걸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신부전 환자들은 육류 섭취를 줄이고, 싱겁게 먹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단백질이 신장 부담을 키우고, 염분이 고혈압을 악화시키고, 폐부종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양상태가 나쁜 환자들은 식이제한이 오히려 위험할 수 있으므로 전문의의 지시를 따르는 것이 좋다.  특히, 만성신부전의 경우 투석 전이라면 고혈압 치료와 식이요법이 매우 중요하며, 신장기능이 10% 이하로 떨어지면 투석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만성신부전 환자들이 병원을 찾을 때 주의할 점  투석이 필요한 만성신부전 환자들은 주기적으로 병원에 내원해 같은 공간인 투석실에 5~6시간씩 머물게 된다. 따라서 환자와 보호자 모두 손씻기, 마스크하기 등의 감염관리 예방이 중요하며, 발열이나 기침, 가래 등의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의료진에게 알려야 한다.  [신장내과 김순배 교수]  심재억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어서 들어오시게, 내려놓을 것이 있다지?

    어서 들어오시게, 내려놓을 것이 있다지?

    ‘한섬지 천리길’(로고). 국립공원관리공단(이하 관리공단)이 조성한 걷기 길이다. 한려해상, 섬진강, 지리산의 앞글자만 따서 만든 표현이다. 말 그대로 산과 강, 바다를 잇고, 영남과 호남을 씨줄날줄로 엮는다. 그 길이가 얼추 1000리를 훌쩍 넘는다. ‘한섬지 천리길’을 조성한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지역 경제 발전, 둘은 국립공원 탐방객 분산 유도다. 한 해 국립공원을 찾는 탐방객 4700만명 거의 전부가 정상 정복을 노리는 수직탐방형이라고 한다. 이를 평탄한 길을 도는 수평탐방형으로 분산시키겠다는 것이다. ‘한섬지 천리길’ 가운데 경남 남해의 바래길과 전남 구례의 지리산 둘레길 일부 구간을 돌아봤다. ‘한섬지 천리길’은 지리산 국립공원과 섬진강, 그리고 한려해상 국립공원을 이어 주는 길이다. 새로 만든 길이 아니라 있던 길을 재정비해 조성했다. 관리공단 산하 5개 국립공원사무소와 지자체, 사회단체가 연계해 운영한다. 길은 크게 세 코스로 나뉜다. 지리산 둘레길이 중심이 된 지리산길, 섬진강을 따라 걷는 섬진강길, 그리고 남해 바래길과 이순신 바닷길, 바다백리길 등 남해안 일대에 조성된 길을 이은 한려해상길이다. 현재 조성된 구간은 42개로, 총 52개 구간 조성이 목표다. 거리는 450㎞쯤 된다. 지리산 국립공원 코스가 270㎞로 가장 길고, 경남 남해와 통영 일부를 포함한 한려해상 국립공원 코스가 130㎞, 섬진강 구간이 50㎞ 정도 된다. 개별적으로 ‘한섬지 천리길’을 돌아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관리공단에서 운영하는 탐방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게 좀 더 효율적이다. 프로그램은 10월까지 8회에 걸쳐 운영된다. 지역 예술인의 문화공연, 가이드 해설 등 다양한 이벤트가 곁들여진다. 이번 여정에선 남해바래길 2코스인 앵강다숲길과 지리산 둘레길 화엄사~운조루 구간 중 일부를 걸었다. 앵강다숲길의 들머리는 남해 가천의 다랭이마을(명승 제15호)이다. 논 갈던 소가 한눈팔면 곧바로 바다에 떨어진다는 말이 있을 만큼 가파른 설흘산 자락 위에 고만고만한 논들이 층계를 이루고 있는 마을이다. 길은 다랭이마을에서 시작해 바닷가를 따라 원천마을까지 14.6㎞ 구간에 펼쳐져 있다. 한데 아직 주변 산길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걷는 데 어려움이 많다. 가급적 구간 정비가 완전히 끝난 뒤 찾거나, 다랭이마을 주변만 돌아보는 게 좋겠다. 구례 화엄사~운조루 구간의 들머리는 ‘지리산에 깃든 꽃’ 화엄사다. 544년 인도 승려 연기가 세운 이후 여러 차례 중창을 거쳐 현재 이른다고 ‘사적기’는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 절집 대부분의 가람 배치가 대웅전 중심인 것에 견줘 화엄사는 각황전(국보 제67호)이 중심이다. 그 탓에 ‘국보급’의 규모와 건축미를 가진 대웅전이 ‘여러 전각 중의 하나’로 저평가되는 상황까지 빚어졌다. 일주문, 금강문, 천왕문을 차례로 지나면 보제루다. 단청이 없는 소박한 건물이다. 무엇보다 외벽을 떠받치고 있는 기둥이 이채롭다. 하나같이 이리 휘고 저리 굽었다. 리듬에 맞춰 춤이라도 추는 듯하다. 기둥은 키가 작다. 1층의 기둥 높이를 낮게 만들어 탐방객들이 건물 옆으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기둥을 높이고 아래 공간을 개방해 대웅전으로 가는 통로 역할을 하는 여느 절집의 보제루와 사뭇 다르다. 이는 절집의 내밀한 공간을 가벼이 드러내지 않고, 중심 영역인 각황전과 대웅전, 그리고 석탑들이 펼쳐 내는 장엄한 경관을 보다 극적으로 보여 주기 위한 건축적 배려라고 한다. 어느 선인이 이 같은 심모원려의 한 수를 펼쳐 놓았는지 알 길은 없으나, 그의 의중이 적중한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보제루를 끼고 돌면 너른 마당이다. 뒤로는 지리산이 너른 품을 벌려 대가람을 감싸고 있다. 마당에는 두 개의 탑이 서 있다. 동쪽 탑 너머는 대웅전이, 서쪽 탑 위쪽엔 각황전이 그림처럼 앉아 있다. 각황전은 현존하는 전통 목조건물 가운데 최대 규모다. 정면에 매달린 ‘각황전’ 현판은 1702년 중건 당시 숙종이 이름을 지어 하사했다. 건물은 그 자체로 깊은 울림을 안겨 준다. 거대한 규모에서 우러나는 장중함으로 먼저 객을 압도한 뒤, 목조건물 특유의 소박하고 단아한 자태로 객의 놀란 가슴을 어루만진다. 밖에서 보기에는 2층 건물이지만, 내부는 툭 트여 있는 통층 구조다. 이런 양식의 사찰 건물은 속리산 법주사 대웅보전, 부여 무량사 극락전, 공주 마곡사 대웅전 등 몇 개에 불과할 정도로 귀하다고 한다. 각황전 앞에는 국보 제12호로 지정된 석등이 있다. 높이 6m가 넘는 거대한 석등이다. 각황전 위쪽의 사사자삼층석탑(국보 제35호)은 수리 중이어서 볼 수 없다. 화엄사를 나와 상사마을을 향해 걷다 보면 ‘쌍산재’란 현판을 내건 솟을대문과 만난다. 대문이라고는 하나 권문세가의 그것처럼 크고 고압적이지는 않다. 늘씬하면서도 단아하다. 멋을 아는 고졸한 선비가 세웠을 법한 자태다. 쌍산재는 현 해주 오씨 주인장의 6대조 할아버지가 처음 터를 잡은 뒤, 보수와 증축을 거쳐 오늘에 이른 고택이다. 햇수로는 200년쯤 됐다. 고조부 때 서당채인 쌍산재가 세워진 이후 현재의 이름을 갖게 됐다. 1만 6500㎡(약 5000평) 남짓한 터에 살림채와 별채, 서당채 등 부속 건물, 대숲, 잔디밭 등이 들어서 있다. 쌍산재 대문 오른쪽엔 당몰샘이란 우물이 있다. 지리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모인 샘으로, ‘지리산 산삼 썩은 물’이라고도 불린다. 가뭄에도 늘 일정한 수위를 유지하며, 맛이 달기로 유명하다. 당몰샘에서 물 한 모금 들이켠 뒤 대문 안으로 들어서면 안채와 사랑채가 마주 보고, 오른쪽에 건너채가 있다. 안채 한편에 있는 뒤주는 이웃에 대한 배려의 흔적이다. 지금은 그리 쓸모가 없지만 예전엔 이웃들이 춘궁기 때 필요한 만큼 곡식을 꺼내 가고, 가을에 수확해 가져간 만큼 되돌려 놓는 식량 창고로 쓰였다고 한다. 물론 이자는 넣지 않았다. 쌍산재 최고의 볼거리는 집터 가장 높은 곳에 숨어 있는 서당채다. 가는 길부터 운치가 남다르다. 안채와 별채 사이의 돌계단을 지나는데, 대숲과 동백숲이 우거져 대낮인데도 어두컴컴하다. 동백숲 짙은 그늘을 빠져나오면 빛의 세상이다. 오솔길 좌우의 텃밭과 잔디밭이 파란 하늘과 조화롭게 어울렸다. 가정문(嘉貞門)이란 중문을 지나면 놀라움은 찬탄으로 바뀐다. 동백나무가 정돈된 좁은 길 끝에서 서당채가 정갈한 자태로 객을 맞고 있다. 한때 서당으로 쓰였던 건물인데 널찍한 대청마루가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대청마루 위에는 쌍산재라 쓰인 현판이 선명하다. 서당채 오른쪽으로 난 샛길을 따라 밖으로 난 작은 문을 나서면 사도지라 불리는 저수지와 만난다. 맑은 날엔 물빛이 푸른 비취빛으로 빛난다고 한다. 저수지로 난 문의 이름도 그래서 영벽문(映碧門)이다. 팁 하나. 구례까지 간 김에 노고단(1507m)도 빼놓지 말고 돌아보자. 천왕봉(1915m)·반야봉(1734m)과 함께 지리산 3대봉으로 꼽히는 곳이다. 구례에서 뱀사골로 이어지는 지방도로 정상인 성삼재(1090m)에서 1시간 정도면 오를 수 있다. 7~8월이면 원추리 등이 만개해 천상정원을 이룬다. 글 사진 구례·남해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가는 길: 관리공단은 한섬지 산, 바다 문화주간을 7~8월 중 운영한다. 산은 지리산 달궁야영장, 바다는 거제 학동야영장에서 열린다. 기타 한섬지 프로그램은 홈페이지 참조(www.knps.or.kr). ‘한섬지 천리길’을 총괄 운영하는 곳은 지리산 국립공원 남부사무소다. (061)780-7700. →잘 곳: 관리공단에서 지리산 생태탐방연수원을 운영하고 있다. 연수원에서 운영하는 생태탐방 프로그램에 참여할 경우에만 숙박할 수 있다. 가격도 4인실 5만~6만원 선으로 저렴한 편이다. 화엄사 초입에 있다. 연수원 운영관리부 (061)780-8700. 쌍산재도 모든 건물이 숙소로 꾸며져 한옥 체험을 할 수 있다. 개별 화장실과 샤워 시설도 갖췄다. 홈페이지(www.ssangsanje.com) 참조. (061)782-5179, 010-3635-7115.
  • [독박(讀博) 육아일기](13) 온종일 놀면서 왜 어린이집에 맡기냐구요?

    [독박(讀博) 육아일기](13) 온종일 놀면서 왜 어린이집에 맡기냐구요?

    ’육아’라는 공통점 만으로도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는 것이 엄마들이지만, 대화를 하다 꼭 편이 갈려 부딪히는 사안들이 있다. 자연분만 vs 제왕절개, 모유수유 vs 분유수유, 전업맘 vs 직장맘. 육아 관련 커뮤니티에서도 폭발적인 댓글을 통해 논쟁을 불러 일으키는 내용들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핫’한 게 전업맘과 직장맘인 것 같다. 옳고 그름을 정할 수 없는 문제인데도 이상하게 꼭 감정적으로 어긋난다. 특히 어린이집을 보내는 문제에서 그렇다. 솔직히 아이를 낳기 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왜 전업주부들이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는지. 그래서 입소 1순위 맞벌이인데도 임신한 상태에서 태명으로 국공립 어린이집에 대기를 걸어야 하고 그렇게 했는데도 언제 보낼 수 있을지 모르겠을 때까지만 해도 불만이 튀어나왔다. 그나마 400번대에 머물던 대기번호가 이제서야 100번대 후반으로 당겨졌다. ●전업맘도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는 이유 비록 1년 남짓에 불과했지만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육아를 하다 보니 어린이집에 대한 이런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아니, 거의 어린이집 예찬론자 수준이다. 육아나 보육 관련 기사에 꼭 등장하는 댓글들, “하루종일 집에서 노는 엄마들이 왜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느냐?”거나 “어린이집에 보내놓고 엄마들이 커피나 마신다”는 등의 내용을 보면 격한 거부 반응이 든다. 항변할 말들이 줄줄 새나온다. 전업맘들이 왜 어린이집에 보내냐는 생각 자체가 육아의 ‘ㅇ’자도 모르고 하는 말 같다. 물론 아이를 엄마가 보살피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사정이 녹록치 않은 경우가 많다. 겨우 여자 아기 한 명이었지만, 이 아기를 낳고 돌쟁이를 만들기 까지 얼마나 많은 눈물이 필요했는지 모른다. 친정 엄마는커녕 그 어떤 ‘찬스’도 쓰지 못하고 24시간 내내 아이와 함께했다. 물론 정말 사랑스럽고 행복했지만 몇 달 만에 극심한 우울감에 시달렸다. 그 상황에서는 아이도 예뻐보이지 않는다. 스스로에게 나는 화를 아이에게 풀게 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앉아 있는 몇 분 동안 해방감을 느끼기도 했다. 이런 일상이 매일, 그것도 혼자. 숨통이 필요했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혼자 보낸 첫 날, 처음으로 집에 혼자 있게 되자 묘한 기분이 들었다. 너무 어린 아기를 보내기 시작한 죄책감에 당분간 딱 한 시간만 보냈는데, 한 시간 내내 거실 쇼파에 드러누워 TV의 아무 채널이나 틀어놓고 넋을 놓고 봤다. 처음으로 엄마와 떨어져 있는 아기가 무척 걱정이 됐다. 그런데, 정말 기분이 좋았다. 한 시간 뒤에 만난 아기는 더 반가웠고, 그래서 더 많이 안아주고 애정을 표현했다. 출퇴근 시간도 없는 전업 육아의 삶에 단 몇 시간의 쉬는 시간을 용납하지 않은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엄마도 사람인데, 자유를 허락받지 못할 이유는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기도 더 행복하다. 그렇다고 어린이집에 단순히 엄마가 쉬기 위해 보낸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낸다고 해서 엄마들이 ‘논다’는 것은 더 큰 오산이다. 아이를 등원시키고 집에 돌아오면 그동안 아이와 함께 있느라 미뤄두었던 집안일이 산더미였다. 복직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한 시간에서 두 시간, 그 다음 네 시간. 이런 식으로 시간을 늘렸는데 사실 네 시간의 자유시간이 생겼다 해서 마음이 편하거나 실컷 놀았던 적은 하루도 없다. 아이를 데리고 가기 어려웠던 병원 진료, 은행 및 관공서 업무도 처리해야 했고, 장도 봤다. 아이의 식사와 간식, 남편의 저녁식사 준비 등 오후 내내 일정이 빡빡했다. 매일 밤 그렇게 잠을 못자 피곤하고 힘들었으면서도 아이가 어린이집에 간 시간 동안 늘어지게 자보지도 못했다. 할 일은 많고 마음도 마냥 편하진 않았다. ●전업맘에게도 ‘커피 한 잔’의 여유를 허(許)하라 그리고 많은 전업맘들이 아이를 어느 정도 키워놓고 다시 일을 하기 위해 그 시간에 학원을 다니거나 재취업 교육에 몰두하고 있다.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한다. 전업맘에게 어린이집에 아예 보내지 말고 애만 보라는 것은, 전업맘은 직장맘이 될 기회, 아르바이트를 할 기회 조차 갖지 말라는 소리로까지 들린다. ’엄마들이 모여 커피를 마시고 수다나 떤다’는 흔한 댓글에 특히 불만이 많다. 내게는 엄마들과 어울려 커피 한 잔 마시는 것도 육아였다. 친정이 멀리 있는 내가 가장 힘들었던 것은 외로움이었다. 비슷한 또래를 키우는 친구들이 없어서 만나기가 어려웠다. 육아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인터넷 카페 뿐이었다. 그러다가 아이 돌을 앞두고 드디어 어린이집 엄마, 동네 엄마들과 커피 한 잔을 하게 된 날은 저녁까지 충전이 된 기분이었다. 무엇보다 이유식, 발달상황 등 아이에 대한 생생한 정보를 들을 수 있었고 내가 고민하던 아이의 문제를 다른 아이들도 다 겪었다는 걸 알고 위안을 삼았다. 혼자서만 끙끙대던 문제들이 풀리면서 스트레스도 풀렸다. 육아 기간에는 같은 아이 엄마들 말고는 딱히 만날 사람도, 친구도 없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동료들과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갖는다. 친구들과 맛있는 것을 먹으며 피로를 풀기도 한다. 왜 유독 엄마들의 수다에는 날이 서야 하는지 모르겠다. 단지 엄마의 즐거움만을 위한 것도 아니다. 어린이집의 가장 큰 장점은 말 그대로 ‘보육 기관’이라는 것이다. 아는 것도 별로 없고 물어볼 데도 마땅치 않았던 초보 엄마에게 보육교사들은 든든한 전문가였다. 혼자였기에 아무리 엄마라도 부족할 수밖에 없던 점들을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채워주었다. 어린이집에서는 아이의 발달 과정에 맞춰 잘 짜여진 프로그램으로, 집에서보다 훨씬 다양한 놀잇감으로 아이를 자극시켜 주었다. 아무리 머리를 굴리고 노력해도 삼시 세 끼 식사와 간식까지, 매일 다른 메뉴에 영양가 있는 식단을 만들어 먹이기가 쉽지 않았는데 적어도 어린이집에서 점심 한 끼는 다양한 반찬들을 먹어볼 수 있다. 규칙적인 생활방식도 잡혀갔다. 아직 아기이지만 친구들, 언니오빠들과 어울리며 놀고, 친구에게 장난감을 나누어주는 모습은 하루종일 나와 단 둘이 있었을 때보다 즐거워 보였다. 어린이집은 엄마인 나에게 더 의지가 되었다. 전업맘의 자녀라고 해서 이런 보육 기관의 도움을 받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어떻게 나오는 것인지 모르겠다. 물론 아이에게 가장 좋은 것은 엄마의 양육이다. 그렇지만 어린이집에 보낸다고 해서 마치 양육을 포기한, 소홀한 엄마처럼 생각하는 것은 또다른 횡포라고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맞벌이를 하다 보니 어린이집 문제에 있어서 안타까움이 아예 없을 순 없었다. 회사 동료들끼리 “어린이집에선 맞벌이가 을(乙)”이라는 말을 손뼉을 쳐가며 주고 받다 보면 괜한 서운함 마저 든다. 분명한 건 안타까움과 서운함의 대상이 전업맘은 아닌데도 알 수 없는 박탈감이 든다. 여러 경험들을 통해 직장맘들은 차별대우를 받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일을 하러 나가기 위해서는 당장 아이를 맡겨야 하는데 보내고 싶은 어린이집에 자리가 없다.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어린이집 정원이 현원보다 많아…국공립은 5.7%에 불과 그런데 숫자상으로는 어린이집 정원이 아이들의 수보다 훨씬 많다. 지난해 전국 어린이집은 모두 4만 3742곳. 정원은 총 180만 659명이었다. 실제로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은 149만 6671명이었다. 통계상으로는 전국 시·도 지역에서 모두 어린이집 정원이 현원보다 많았다. 이렇다 보니 대기 400번대에 머물러 있는 엄마들의 목소리가 들릴 리가 없다. 전체 어린이집 4만 3742곳 중에 국공립 어린이집은 2489곳(5.7%)에 불과했다. 가정 어린이집이 2만 3318곳(53.3%)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민간 어린이집(1만 4822곳·33.95%)였다. 지금도 집 근처 가정 어린이집에 문의하면 곧바로 입소할 수 있는 곳들이 상당수이다. 그럼 왜 그렇게 국공립 어린이집에 집착할까. 그나마 직장맘이 눈치를 덜 보고 아이를 맡길 수 있을 것 같아서다. 급한 대로 집에서 가까운 가정·민간 어린이집에 보내다 보면 절반 이상이 전업맘의 자녀들이다. 전업맘 자녀들이 많은 게 문제가 아니라, 전업맘 자녀들이 많으니 거기에 맞춰지는 어린이집의 일정이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우선 가장 기본적인 등하원 시간부터 그렇다. 국공립 어린이집의 경우 법정 보육시간에 맞춰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문을 연다. 그러나 복직을 앞두고 여러 가정·민간 어린이집에 상담을 갔을 때 마치 정해진 대본이라도 있는 양 똑같은 설명을 들었다. 오전 10시 전후로 아이들이 등원을 한다는 것과 법적으로는 오후 7시 30분까지지만 오후 3, 4시가 넘으면 아이들이 없다는 말이었다. 그런 말을 듣고도 내 아이만 끝까지 남아 봐달라고 말할 용기는 나지 않았다. 내가 보육교사라도 늦게까지 남아 있는 아이 한 명 때문에 매일 퇴근이 늦어진다면 곱게 봐지지 않을 것 같다. 해 뜨기 전에 등원해 해 떨어질 때까지 내 아이 혼자만 남아 있는 장면도 걱정스럽지만, 같은 직장맘인 보육교사를 괴롭혀 그들이 또 내 아이에게 눈칫밥을 먹일까 두렵다. 아이를 가장 보편적인 등하원 시간(오전 10시~오후 4시)에 보내느라 앞 뒤로 나의 출퇴근 시간에 맞춰 아이를 봐줄 베이비시터 이모님도 구해야했다.오후 4시에 데려와도 남아 있는 아이들이 몇 명 안 된다. 나 하나 일을 하기 위해 아이를 맡기는 비용만 어린이집 40만 6000원(0세·정부 지원)에 이모님 월급으로 내 월급의 절반 정도가 든다. 이번 메르스 사태에도, 나를 독박육아 직장맘으로 만들어 버린 친정 엄마를 또 다시 원망했다. 어린이집이 휴원을 결정하기 전부터 휴원을 하지 말길 기도했고, 휴원 통보가 나오자 막막했다. 다행히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를 배치해 맞벌이 자녀들을 봐주겠다고 배려했는데도 마음은 무거웠다. 매일 “오늘은 과연 몇 명이나 등원할까”를 걱정했다. 혹시 우리 아이만 나올까봐였다. 어린이집 수첩에는 계속해서 죄송하다는 말을 남겼다. 앞으로 어린이집의 여름·겨울방학, 교사들의 교육·연수기간, 부모 참여수업 등 어린이집과 회사, 베이비시터 이모님까지 모두에게 미안해 하며 마음 졸일 날들이 수도 없이 남아있다. ●전업맘·직장맘 편 가르고 싸우게 하는 보육정책 올해 초 어린이집 폭행 사건이 잇따라 드러나자 지난 1월 22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엉뚱한 발표를 했다. “전업맘들의 어린이집 이용을 줄이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그런 발표가 어떻게 나왔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도,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전업맘들이 너도 나도 어린이집에 보내서 어린이집에 자꾸 폭행 사건이 발생하고, 또 직장맘들에게 여러 어려움이 따르는 게 아닌데도 마치 ‘나 편하자고’ 아이를 떠맡긴 전업맘들이 잘못한 것처럼 몰아 세웠다. 맡길 수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과 직장 어린이집이 턱 없이 부족한 것이 문제다. 민간이나 가정 어린이집이더라도 완전히 믿고 맡길 수 있는 기관이 되도록 제도가 확실히 마련되고 또 제대로 지켜지도록 해야한다. 보육 기관들이 부모의 취업 여부와 관계 없이 법정 보육시간을 무조건 지키도록 하려면 그 시간 동안 일을 할 수 있는 인력과 비용이 충당돼야 한다. 화장실에 못 가 방광염에 시달릴 정도로 바쁘게 아이들을 돌보면서 한 달에 겨우 100만원 안팎의 돈을 받는 보육교사들에게 내 아이를 12시간 내내 붙잡고 있어 달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런데 지난 1월 보건복지부 장관의 발표는 앞으로 계속 기관에 의존해야 하는 직장맘의 기대를 무너뜨렸다. ‘나’대신 ‘엄마’라는 이름을 택하고 아이들을 보살피는 전업맘들의 기회를 박탈하고 영원히 ‘집에서 아이나 보며’ 살라고 낙인을 찍어버리는 것 같았다. 전업맘이든 직장맘이든 아이를 맡기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 놓고 정작 전업맘과 직장맘을 서로 싸우게 만드는, 그래서 모두에게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무슨 주문처럼 외치지만 “전업맘은 무조건 아이를 집에서 돌봐야 한다”는 인식이 기본 바탕인 곳에서 그 길은 멀어 보인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이 기사의 관련기사 (1)나홀로 육아 1년…외로움을 말한다 (2)엄마들은 왜 ‘토토가’를 보고 울었나 (3)엄마가 될수록…엄마만 필요했다 (4)세월호 참사가 초보 엄마에게 가르쳐준 것들 (5)내 아기가 타고났기 바라는 한 가지 (6)CCTV 단다고 걱정 사라질까 (7)“아기 왜 없어?”묻지 못하는 이유 (8)모유, 엄마의 눈물을 아기는 먹고 자란다 (9)잘하는 것도 없이 모두에게 미안한 삶 (10)나는 아이를 키우고 아이는 나를 키운다 (11)’아빠 육아’ 예능을 끊은 이유는 (12)엄마들은 왜 찌라시를 퍼다 날랐나
  • 옥빛의 물결 태초의 살결 낙원의 숨결

    옥빛의 물결 태초의 살결 낙원의 숨결

    팔라완.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서 남서쪽으로 600㎞ 떨어져 말레이시아를 향해 길게 내리뻗은 섬. 길이는 서울에서 제주에 이르는 거리와 비슷한 460㎞지만 폭은 평균 40㎞, 가장 좁은 곳은 5㎞에 불과하다. 그 섬이 때 묻지 않은 천혜의 원시 자연환경을 앞세워 에코 자연치유 여행의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열악한 교통 환경과 편의시설이 부족한 것은 아쉽지만 웅장한 대자연의 감동은 불편함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세계 7대 경관’ 지하강 하루 1200명만 허락 팔라완의 푸에르토프린세사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북쪽으로 2시간가량 거친 길을 달리면 사방 비치에 이른다. 이어 선착장에서 양쪽에 날개를 단 필리핀 전통배 ‘방카’에 올라 20분여 바닷길을 가르면 지하강 국립공원에 닿는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될 만큼 수려한 자태가 인상적인 곳이다. ‘팔라완 여행의 1번지’로 꼽히는 지하강은 세인트폴산 내부가 녹아 형성된 석회동굴 속 강이다. 동굴은 산 중턱까지 총 8.2㎞에 이르지만 인간에게 허락된 구간은 1.5㎞ 남짓이다. 하루 1200명만 미지의 세계에 들어갈 수 있다. 현지 가이드 겸 뱃사공의 도움을 받아 7~8명씩 한 배로 1시간 정도 둘러보는 방식이다. 방카에서 내려 왕도마뱀이 서식하는 숲을 지나면 어두운 회색빛의 거대한 절벽이 앞을 막는다. 그 아래 어두운 동굴이 커다란 입을 벌리고 강물을 뱉어낸다. 지하강이다. 바다로 향하는 물빛은 여태 경험하지 못한 신비한 색이다. 투명한 연녹색은 마치 동굴이 삼키고 있던 거대한 에메랄드를 녹여 낸 듯 맑고 영롱하다. 배를 타고 녹색의 물빛을 거슬러 지하강에 들어선다. 암흑 속 박쥐들의 날갯짓과 기괴한 소리는 여행객을 오싹하게 만든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세례를 받으면 달아올랐던 몸도 서늘해진다. 작은 조명을 비추니 어둠 속에 거꾸로 매달린 수많은 박쥐들과 오랜 시간이 빚어낸 종유석, 석순들의 기기묘묘한 형상들이 나타난다. 촛농처럼 흘러내린 60m 높이의 조각품들과 거대한 수직동굴 등은 인간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자연예술 걸작이다. 그 장엄한 비경에 “와” 하며 탄성이 절로 터져 나온다. ●맹그로브 숲의 밤, 하늘엔 별 곁에는 반딧불이 맹그로브. 열대 강이나 갯벌을 터전으로 지구의 허파 역할을 하는 생명의 나무. 바다와 강, 물과 땅의 경계를 이어주는 공존의 나무다. 긴 뿌리를 물속에 박고 서서 탄소는 들이마시고 산소를 뿜어낸다. 무수히 뻗은 뿌리는 물을 정화시킨다. 물고기들의 산란과 휴식처가 되기도 한다. 숲은 태풍을 막는다. 맹그로브 숲이 엄격히 관리되고 있는 이유다. 맹그로브 숲은 공정여행의 실험장이기도 하다. 유람선의 운영권을 마을에 줘 주민들의 수익을 보장하고 숲은 유지, 보존하도록 유도하는 구조다. 산카를로스강은 넉넉하고 여유롭다. 유람선에 올라 맹그로브 숲을 양쪽에 끼고 유유히 바다로 향한다. 세상과 완벽하게 차단된 고요함. 신선한 원시 공기를 깊숙이 들이마시면 어느새 여행의 피곤함도 잊는다. 카약을 타고 숲 가까이 다가가면 맹그로브의 맨살과 만날 수 있다. 해가 지면 맹그로브 숲은 또 다른 세상이 된다. 어둠 속 이와히그강에서는 경이로운 세 가지 빛을 접할 수 있다. 칠흑 같은 어둠, 잔잔한 강에 배를 띄우면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진다. 하늘은 촘촘히 박힌 별들로 눈이 부시다. 은하수가 흐르고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남십자성도 가까이서 빛난다. “아! 별이….” 입에선 탄성이, 하늘에선 별들이 쏟아진다. 그 모습에 취해 한참을 바라보게 된다. 맹그로브 숲에는 그 별들이 내려앉았다. 반딧불이다. 여기저기서 군락을 이뤄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점멸한다. 배 가까이 반딧불이가 섬광처럼 내려오면 나도 모르게 손을 내밀며 환호한다. 강물도 빛을 낸다. 물속에서 손을 저으면 영화 ‘아바타’의 숲처럼 물결이 알록달록 형광빛을 뿜어낸다. 물을 한줌 던지면 별무리가 되어 허공에 환상적으로 흩어진다. 배가 강을 가르며 만드는 물결도 작은 빛덩이로 번진다. 발광 플랑크톤과의 신비한 만남은 강렬한 인상으로 남는다. 별무리와 반딧불이, 그리고 발광 플랑크톤이 만들어내는 빛의 향연은 찬란하고도 압도적이다. 보면서도 비현실로 느껴질 만큼 몽환적이다. ●혼다만의 무인도, 스노클링 등 레포츠 천국 푸에르토프린세사는 팔라완의 주도로, 섬 동쪽 술루해의 항구도시다. 시의 북부지역에 수심이 깊은 혼다만이 있다. 혼다만에는 판단섬과 카우리섬, 스네이크섬 등 15개의 크고 작은 섬이 있다. 코발트빛 바다가 감싸고 있는 무인도들은 스노클링을 비롯한 해양레포츠의 최적지로 꼽힌다. 혼다만 선착장에서 방카를 이용하면 20~30분 만에 섬에 오른다. 섬으로 가는 도중 아름다운 산호초 군락으로 유명한 바지선 팜바토 리프에 들러 바닷속 풍경을 즐길 수도 있다. 작열하는 태양과 파란 하늘, 잔잔한 바다와 야자수, 드넓은 백사장, 그리고 비키니…. 섬에 오르면 상상했던 열대휴양지 모습이 드러난다. 바다는 투명하다. 황금빛 모래밭을 헤엄치는 물고기가 손에 잡힐 듯하다. 빵조각으로 유혹하면 형형색색의 열대어들이 손끝을 간질인다. 스노클링으로 화려한 산호초를 둘러보고 한적한 백사장에 누워 본다. 우리의 해수욕장처럼 북적임이 없다. 야트막하고 잔잔한 바다와 고운 모래밭의 해수욕은 평온하고 여유롭다. 어디를 둘러봐도 한 폭의 그림이다. 여기에 야자수 그늘에서 망고주스의 달콤함을 즐기고 신선한 시푸드와 과일로 출출해진 배를 채우는 호사까지 누리자니 이곳이 바로 열대의 낙원인 듯하다. 글 사진 팔라완(필리핀) 길종만 기자 kjman@seoul.co.kr [여행수첩] →팔라완의 푸에르토프린세사는 멀다. 인천공항에서 마닐라까지 4시간, 마닐라에서 다시 국내선을 이용해 1시간 30분을 더 가야 한다. 필리핀 국내선은 예상치 못한 연착이 잦으므로 여유 있게 스케줄을 짜야 한다. 7월 이후 예정된 인천~팔라완 직항로가 열리면 접근성이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푸에르토프린세사 시내 숙소로는 지하강과 가까운 사방비치의 셰리단 리조트와 공항 근처의 아지자 파라다이스 호텔 등이 있다. 마닐라에서 하루를 묵는다면 에자 샹그릴라 호텔을 추천한다. →달러를 쓸 수 없는 곳이 많으므로 페소로 환전하는 게 좋다. 필리핀 내 전압은 220V이나 콘센트 모양이 11자형이라 멀티어댑터를 준비하는 게 좋다. 수돗물은 석회질이 많아 식수로는 부적합하다. →팔라완 패키지 상품을 가진 여행사는 많지 않다. 하나투어(www.hanatour.com)에서 팔라완 반딧불이 투어, 지하강투어, 혼다만 호핑투어 일정 등이 포함된 마닐라·팔라완 5일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1577-1233.
  • “도사 손잡은 형사… 온기 담은 스릴러”

    “도사 손잡은 형사… 온기 담은 스릴러”

    1978년 부산. 한 초등학생 여자아이가 학교 앞에서 유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이 사건은 경찰이 범인을 검거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 해결한 이는 따로 있었다. 18일 개봉하는 영화 ‘극비수사’는 1978년 일어난 부산 초등학생 유괴 사건의 실화를 다룬 작품이다. 당시 수사가 워낙 극비로 이뤄졌기 때문에 이 사건을 해결한 형사와 도사의 이야기는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다. 곽경택 감독은 이 사건을 맡은 공길용 형사에게 직접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했다.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공 형사 역할의 배우 김윤석(47)은 “제가 살던 부산 서구에서 일어난 사건이라 기억이 생생하다. 하지만 그 사건에 도사가 도움을 줬다니 처음엔 거짓말인 줄 알았다”며 말문을 열었다. 김윤석은 동향 출신인 곽 감독과 언젠가 함께 작업을 할 생각은 있었지만 막상 ‘극비수사’의 시나리오를 받고는 출연을 망설였다. 곽 감독 영화의 마초적인 성향과 수사물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실제로 그가 주연을 맡아 유행시킨 한국형 스릴러 ‘추격자’ 이후 비슷한 수사물이 많이 나왔다. 하지만 휴머니즘이 강조된 수사물이라는 점이 그를 이끌었다. “최근 몇 년간 한국 스릴러가 굉장히 셌잖아요. 범인도 대부분 상종 못 할 사이코 패스였구요. 하지만 이 작품은 무조건 장르에 기댄 것이 아니라 드라마를 담백하게 풀어냈고 스토리와 캐릭터로 정면 돌파한 정통파라는 점이 좋았어요.” 사실 이 영화는 결말이 알려진 이야기라는 점 때문에 초반에 투자가 수월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잔인함만 강조된 기존의 스릴러와 달리 아날로그적인 ‘따뜻한’ 스릴러라는 점이 차별성을 지닌다. 극 중 공 형사와 김중산(유해진) 도사는 외부의 방해에도 아이를 찾겠다는 소신 하나로 뭉쳐 직진한다. “기존 곽 감독 영화의 남자 주인공은 비주얼이 뛰어났는데 아마 제가 가장 옷을 못 입는 배우일 거예요. 공 형사는 겉멋 들지 않은 평범한 40대 가장으로 늘 점퍼 차림으로 등장하죠. 김 도사도 박수무당처럼 요란하지 않고 수학자처럼 청빈해요. 곽 감독도 이번에 마초성에서 벗어나고 유해진씨도 기존의 코미디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줬죠. 저 역시 외형적으로 강함을 드러내기보다는 본질에 충실하려 애썼어요.” 그는 전작 ‘거북이 달린다’에서도 한 차례 형사 역할을 맡았었다. 그는 “그때는 게으른 형사였고 사명감을 제대로 갖춘 형사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웃었다. 곽 감독이 “김윤석이 워낙 디테일하게 준비해 와서 따로 지시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할 정도로 리얼리티를 강조했다. 그는 늘 수첩을 들고 다니던 공 형사를 표현하기 위해 윗옷에 수첩을 꽂는 주머니를 만들었다. 혹시 자신의 부산 사투리를 일반 관객들이 못 알아들을까 봐 동향인 곽 감독이 아닌 유해진에게 사전 테스트를 받았다. 그가 가끔 촬영장에서 불협화음을 빚는다는 오해를 받는 것도 이런 완벽주의와 무관하지 않다. “저는 오늘 놓쳐서는 안 될 정서나 대사가 무엇인지를 늘 생각해요. 하지만 시간만 낭비하고 겉만 빙빙 도는 느낌이 들거나 맥을 못 짚는다는 생각이 들 때는 감독과 상의를 하죠. 현장에서 하는 토론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공동 작업인 연극을 할 때부터 생긴 습관이에요.” 1988년 연극배우로 데뷔한 그는 최동훈 감독의 영화 ‘타짜’(2006)의 아귀 역으로 주목받기 전까지 15년 가까운 무명 생활을 거쳤다. 초창기에는 연기에 회의를 느껴 고향 부산으로 가 재즈 카페에서 일한 적도 있었다. “연기 욕망은 계속 있었지만 한번씩 일탈하고 싶은 적도 있었죠. 사실 그때는 주머니 사정도 넉넉지 않았고 명절이면 친척들 볼 면목이 없어 제발 공연이 있기만을 바랐죠. 그래도 대학로에 가면 늘 어울리는 동료 선후배들이 있어 즐거웠어요.” ‘추격자’ ‘완득이’ ‘황해’ ‘남쪽으로 튀어’ ‘쎄시봉’ 등 야수처럼 포효하는 악역과 소탈한 이웃 역할을 번갈아 했음에도 아직도 대중은 그를 센 이미지의 배우로 기억하는 듯하다. 하지만 배우로서 그의 소신은 뚜렷하다. “사실 저는 누아르를 좋아하지 않아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영화를 좋아하고 나이가 드니 휴먼 드라마가 좋더라고(웃음). 그래서 일상의 감정을 놓치지 않고 관찰해 뒀다가 연기할 때도 평범하고 사소한 모습을 강조하죠. 훗날 나이가 들어서도 부끄럽지 않은 필모그래피를 남기고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작품만 좋다면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출연할 생각입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저 너른 바다에 온몸을 맡긴다

    저 너른 바다에 온몸을 맡긴다

    경북 울진 하면 흔히 대게와 송이버섯의 산지로 꼽힌다. 가을부터 늦은 봄까지 나라 안 식도락 기행의 정수를 이루는 식재료니 그럴 법도 하다. 한데 울진에 어디 대게와 송이뿐이랴. 바다에 접한 도시답게 여러 해양 레포츠 체험시설도 잘 갖춰놨다. 바다를 위, 아래에서 두루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다. 특별히 준비해야 할 장비는 없고, 그저 몸만 가면 된다. 명성은 익히 들었다. 벌써 몇 해 전 겨울부터다. 현지인들은 초보자도 스쿠버 다이빙을 즐길 수 있는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당시엔 한 귀로 흘려 들었다. 초보자가, 그것도 한겨울에 스쿠버 다이빙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한데 경험해 보니 알겠다. 바닷속 풍경은 외려 겨울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말이다. 울진 남쪽의 해양스포츠센터를 찾았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스킨-스쿠버 다이빙 전문교육시설이다. 풍경 예쁜 오산항 인근. 눈요기만으로도 배가 부른 듯하다. 앞서 교육을 받고 있는 119 구조대원들을 보니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시설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겼다. 울진해양스포츠센터는 2011년 문을 열었다. 수심 5m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다이빙 전용 풀장과 교육 중 발생할 수 있는 잠수병을 신속하게 치료할 수 있는 챔버 치료실 등을 갖추고 있다. 체험 다이빙 프로그램도 운영중이다. 초보자도 기초 이론 등을 배운 뒤 잠수풀에서 체험다이빙을 즐길 수 있다. 개방수역 체험 다이빙은 강사 인솔 아래 5~10m 수심의 바다 수중세계를 탐험한다. 숫자는 책임강사 1명에 체험 다이빙 교육생 4명으로 제한한다. 수중 시야가 5m 이상 확보되지 않거나 파도가 높으면 책임강사 판단에 따라 개방수역 체험다이빙을 실시하지 않을 수도 있다. 거대한 잠수풀에 담긴 물을 보니 더럭 겁부터 났다. 세계 3대 잠수풀 중 하나로 꼽힐 만큼 큰 규모란다. 물 위에서 스노클링 몇 차례 즐긴 게 고작인 초보자가 산소통 매고 저 거대한 수조 속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된다. 다만 스쿠버 다이빙에 앞서 기본 이론 정도는 달달 외워야 한다. 아울러 안전이나 장비 사용과 관련된 대목은 사소한 것이라도 강사 지시를 잘 따라야 한다. 교육에 앞서 잠수복으로 갈아입었다. 3㎜ 두께의 웨트슈트(Wet suit)다. 방수 형태의 드라이슈트(Dry suit)와 달리 슈트 사이로 들어온 물을 체온으로 덥혀 따뜻하게 유지하는 게 웨트슈트의 원리다. 얼굴엔 물안경(마스크)을 썼다. 보통의 물안경과 달리 코까지 덥는 게 특이하다. 물속에선 입으로 호흡해야 하기 때문이다. 허리엔 4㎏짜리 웨이트(Weight) 벨트를 맸다. 윗몸에 걸친 부력조절재킷(BCD·Buoyancy Control Device)의 주머니에도 4㎏짜리 웨이트를 넣었다. 총 8㎏의 웨이트를 몸에 두른 셈이다. 이는 가라앉기 위해 몸에 무게를 더하는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위급 상황 시 웨이트 벨트만 풀어도 몸이 저절로 물 위에 뜬다는 얘기다. 이어 핀(오리발)을 신고 산소통이 달린 BCD를 맸다. BCD 내부는 공기가 들고 날 수 있는 구조다. 상승할 때는 공기를 넣고 하강할 때는 빼는 식이다. 이어 입으로 호흡기를 물었다. 호흡기는 주 호흡기 외에 하나가 더 달려 있다. 주 호흡기에 문제가 생겼을 때 쓰는 보조 호흡기다. 이제 잠수 준비 완료다. 강사 손에 이끌려 잠수 시작. 2m 쯤 내려갔을까. 귀에 통증이 느껴졌다. 수압 때문이다. 이때 반드시 ‘이퀄라이징’(압력평형)을 해야 한다. 손으로 코를 꽉 막은 채 코를 풀듯 힘을 줘 귓속을 누르는 압력을 뚫어 내는 것이다. 귀에 압력이 느껴질 때마다 이퀄라이징을 해주면 편안한 상태가 된다. 사실 ‘마린 보이’가 되느냐 마느냐를 가르는 기본 요건 가운데 하나가 이퀄라이징이다. 이퀄라이징만 잘 되면, 그 순간부터 바다는 자신의 놀이터가 된다. ‘마린 보이’의 필수 요건 하나 더. ‘침착’이다. 이퀄라이징이 잘 안 되거나 불안감이 느껴지면 곧바로 잠수풀 위로 오르면 된다. 굳이 서둘러 수면 아래로 내려갈 필요는 없다. 이런 적응 과정을 몇 차례 반복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잠수할 수 있게 된다. 잠수풀에서 기본기를 다진 뒤 울진 바다 체험에 나섰다. 몇 차례 이퀄라이징을 하고 나니 어느새 목표 수심층이다. 한데 시계가 불량했다. 삭기 시작한 수초와 바다 생물 몇 개 본 것이 전부다. 교육생들을 태우고 간 선장의 설명은 이랬다. 바닷속은 바깥 세계에 견줘 한 계절이 늦다. 밖이 초여름이면 바다는 늦겨울이다. 그러니 지금의 바다 밑 풍경이 황량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맘때 20여일 정도는 물색이 매우 탁하다고 한다. 가장 최악의 계절에 스쿠버 다이빙에 도전한 셈이다. 그렇다고 아쉬울 건 없다. 다이빙 포인트로 유명한 거북초와 왕돌초를 ‘버킷 리스트’로 남겨뒀으니 말이다. 요트, 윈드서핑 등 해양 레저스포츠에 관한 한 울진 바다는 세계 최상급의 장소라는 평을 곧잘 듣는다. 해마다 국제 규모의 코리아컵 국제요트대회가 열리는 것도 그런 이유다. 요트대회 개최 장소는 일반인들이 해양스포츠를 즐기는 장소로도 활용된다. 후포항의 울진요트학교에서 6~9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수영복과 아쿠아슈즈, 세면도구, 여벌 옷 등은 각자 준비해 가야 한다. 윈드서핑도 즐길 수 있다. 3시간 강습을 받으면 기본적인 세일링이 가능하다. 가족 단위로 바다낚시를 즐길 만한 공원도 만들어 뒀다. 울진 북쪽의 나곡리엔 바다낚시공원이 있다. 350m 길이의 해안데크가 바다까지 이어져 있다. 해안 옆으로 조성된 목재 데크를 따라가면 기암절벽 아래로 바다낚시터가 조성돼 있다. 물고기 대신 해안절벽의 절경만 건져도 ‘남는 장사’지 싶다. 남쪽의 평해읍 거일리에도 ‘울진 바다목장 해상낚시공원’이 조성돼 있다. 낚시 잔교와 해상산책로 등 총연장 470m로 나곡리보다 다소 길다. 낚시공원이 들어선 거일리는 울진대게 원조마을로 알려져 있다. 이를 기념하는 조형물들이 바닷가 쪽에 세워져 있다. 글 사진 울진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54) →가는 길: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영동고속도로, 동해고속도로를 거쳐 7번 국도를 타고 가는 게 알기 쉽다. 구불구불한 국도 여행을 즐기겠다면 중앙고속도로 영주나 풍기 나들목으로 나와 36번 국도로 갈아타면 된다. 울진해양스포츠센터와 요트학교 모두 울진 남쪽에 있다. 어느 도로를 이용하든 울진읍내를 지나 영덕 경계까지 내려가야 한다. 해양스포츠센터 잠수풀은 오전 9시부터 낮 12시 30분, 오후 1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성수기에는 오후 6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야간에도 이용할 수 있다. 체험 다이빙은 잠수풀 이용 시 6만원(공기탱크, 장비, 강습비 포함), 잠수풀과 바다 다이빙을 동시에 할 경우 12만원이다. 강사 면허 과정은 별도의 비용이 책정된다. 781-5115. 울진요트학교는 후포항 아래 있다. 크루저 요트 1일 항내체험 2만원, 연안 세일링 3만원이다. 윈드서핑은 1일 체험 5만원, 4일 정규반은 18만원이다. 788-4771, www.uljinyacht.com →맛집:붉은대게(홍게)는 6월까지 맛볼 수 있다. 7~8월 금어기를 거친 뒤 9월부터 다시 어로작업이 개시된다. 후포항의 왕돌회수산(788-4959)은 홍게 정식을 잘 한다. ‘우럭지리탕’(맑은탕)도 별미다. 울진읍내 칼국수식당(782-2323)은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칼국수와 회무침으로 이름난 집이다. 점심 무렵엔 자리 잡기 어렵고 재료가 떨어지는 오후 2~4시엔 영업을 하지 않는다. 망양정횟집(783-0430)의 해물칼국수도 별미다. 칼국수의 양이 적게 느껴질 정도로 가리비 등의 해산물을 듬뿍 넣는다. →잘 곳:울진해양스포츠센터에서 숙박 시설을 운용하고 있다. 50인까지 수용할 수 있는 단체실을 비롯해 오션뷰와 마운틴뷰로 나뉜 8인실, 18명을 한꺼번에 수용하는 이층침대 등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다. 스킨 스쿠버 동호인들뿐 아니라 가족 단위, 혹은 단체의 해양캠프로 맞춤이다. 한화리조트 백암온천(787-7001)도 묵어 가기 좋은 곳이다. 여름이면 평해읍내부터 백암온천 입구까지 8㎞에 걸쳐 백일홍 꽃길이 펼쳐진다. 후포항 쪽에선 지앤미(788-8885) 모텔이 깔끔한 편이다.
  • 與 대선캠프 관계자 피의자 소환… ‘成리스트’ 6인 서면 조사

    與 대선캠프 관계자 피의자 소환… ‘成리스트’ 6인 서면 조사

    ‘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이 2012년 새누리당 대선 캠프 주요 인물의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하고 그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또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제외한 리스트 속 나머지 정치인 6명에게 서면 질의서를 보냈다. 수사팀은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수사 마무리 국면으로 갈지, 불법 대선자금으로 수사를 확대할지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팀은 29일 검사와 수사관을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부대변인을 지낸 김모씨의 대전 집으로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 이동식 저장장치(USB), 수첩 등을 확보했다. 앞서 수사팀은 경남기업 재무 담당 한모 전 부사장으로부터 대선을 앞두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지시에 따라 현금 2억원을 마련했으며 이 돈이 경남기업 회장실을 찾아온 김씨에게 전달된 것으로 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의 소환 통보에 난색을 드러내던 김씨는 이날 저녁 무렵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김씨는 “한 전 부사장을 알지 못하며 2억원을 받은 사실도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경남기업 자금과 관련된 장소도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수사팀은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 김기춘·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각자 의혹을 해명하라는 서면 질의서를 우편으로 발송했다. 또 새달 4일까지 답변과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수사팀은 질의서에서 성 전 회장과의 관계, 전화 통화 등 시기별 접촉 여부, 자주 만난 장소, 청탁을 받았는지 여부, 성 전 회장 폭로에 대한 입장, 의혹이 제기된 시기의 보좌진 명단 등을 물었다. 일부 인사에게는 지난 대선 당시 직책과 캠프 비용 조달 경로, 김씨와의 관계 등을 추가로 질의했다. 수사팀은 답변서와 자료를 받아 검토한 뒤 그간 파악한 정황과 큰 차이가 있는 해명을 한 정치인은 직접 조사할 방침이다. 서면 질의서 발송을 놓고 수사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서면 조사는 직접 소환할 정도의 범죄 단서를 찾지 못한 경우에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수사팀 관계자는 “수사 단계를 판단하는 징표가 아니라 수사 기법으로 이해해 달라”며 “수사팀 나름의 일정과 계획을 갖고 그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성 전 회장의 ‘비밀 장부’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수사팀 관계자는 “상상할 수 있는 장소를 다양한 방법으로 모두 확인했지만 비밀 장부나 그에 준하는 자료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경남기업에 대한 금융권 특혜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임관혁)는 조영제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조 전 부원장이 2013년 4월 경남기업의 유동성 위기를 덜어주기 위해 농협은행, 국민은행, 신한은행 등에 700억원을 새로 대출하라고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포스코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이날 새벽 포스코플랜텍(옛 성진지오텍) 자금 65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전정도 세화엠피 회장을 구속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i@seoul.co.kr
  • 우리는, 대한민국 새내기 공무원이다

    우리는, 대한민국 새내기 공무원이다

    지난달 13일부터 행정고시(행시)와 5급 경력 공채에 합격한 수습사무관 500여명의 22주간의 연수원 생활이 시작됐다. 각종 과제가 폭풍처럼 몰려오고 있지만 이제 막 한 달을 넘긴 아직까지는 ‘봄날’이다. 선배들은 이들에게 “생애 마지막 봄이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1년 뒤 공직에 나와 각 부처에서 실무를 담당하게 될 수습사무관들. 그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국가공무원이 되는 것일까. 수습사무관들의 연수원 생활을 들여다봤다. 현장에 답이 있다 “아주머니, 요즘 장사는 어떠세요.” 지난 18일 수습사무관들은 충남 서산의 한 전통시장을 찾았다. 현장에서 실제 행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살피기 위해서였다. 수습사무관 김회성(29)씨가 시장을 한 바퀴 돌아본 뒤 한가해 보이는 틈을 타 상인에게 물었더니 대뜸 “어디서 나왔수” 하고 경계부터 한다. 취지를 설명하고 인터뷰를 청했지만 핀잔만 돌아온다. “보면 몰러유, 사람이 있어야지. 노다지 있어 봐야 팔지도 못허고….” 수습사무관들은 전국의 전통시장을 방문해 현대화 사업의 실제를 살피고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라는 과제를 받고 국토 순례에 나섰다. 18일부터 4박 5일간 전국의 유적지, 시장, 중소기업 등 20여곳을 방문했다. 정책이 전시행정에 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에서다. 시장에서 옷을 사며 2000원을 깎기도 한 김씨는 “시장에 와 본 지 꽤 오래됐는데, 한 시장 안에서도 한쪽에서는 쿠폰을 사용하고, 한쪽에서는 에누리 흥정이 이뤄지는 모습을 보면서 전통시장의 구조와 실제 거래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정책에 대한 현장감을 익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체력은 국력이다. 이들은 국토 순례를 하며 매일 10㎞씩 40㎞를 걸어 이동했다. 체력은 수년간 행시를 준비할 수 있게 한 바탕이 됐다. 이런 차원에서 병영 체험도 두 차례 진행한다. 지난달 29일 특전사 훈련을 다녀온 수습사무관 김나승(29·여)씨는 “힘들긴 했지만 평소 틈틈이 운동하면서 체력을 다졌던 덕분에 어렵지 않게 해냈다”며 “짧은 기간이지만 국토 수호에 대한 의지를 다지는 시간이 됐다”고 밝혔다. 공무원은 문서를 남긴다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공무원은 죽어서 문서를 남긴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공무원 업무 중에선 문서 작업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얘기다. 각종 정책보고서는 기본이고 국회 요청 자료, 정보공개 청구 자료 등 하루에도 정리하고 결제받아야 할 서류가 수십 가지다. 이런 훈련은 연수원에서도 이뤄진다. 수습사무관들은 연수 기간 동안 매일, 매주, 그리고 분임별로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현장을 다녀오면 이에 대한 정책 분석과 대안 등을 반드시 보고서로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수습사무관 차정현(37)씨는 “보고서는 단순히 문서를 작성하는 일이 아니다. 하나의 보고서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많은 자료 수집과 공부, 토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공직자가 남긴 문서 하나하나가 나중에 중요한 역사적 사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험은 2주에 한 번씩 친다. 공부라면 한가락 한다는 사람들만 모였지만, 공부만 잘해서는 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대부분의 과제가 분임별로 함께 수행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수습사무관 가순봉(30)씨는 “혼자만 잘한다고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함께 모여서 토론하고 역할을 나눠 정책 사례 등을 분석해야 하기 때문에 독불장군은 공무원이 될 수 없다”며 “일단 동료들의 의견부터 경청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두근두근 연수원 연수원의 활동과 성적은 연수가 끝나고 부처를 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정부 부처가 세종시로 대거 이전한 뒤 연수생들의 부처 선호도도 달라지는 추세다. 예전에는 가장 전형적으로 행정자치부와 기획재정부를 선호했다면, 최근에는 서울에 청사가 남아 있는 금융위원회가 상대적으로 인기가 높아졌다. 하지만 금융위나 기재부는 일이 많기로 유명해 출퇴근 시간이 비교적 정확하다고 알려진 국방부나 국세청, 문화부로 가려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여기서도 사랑은 꽃핀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이면 연수원 주변을 함께 거니는 남녀가 종종 눈에 띈다. 아직까지 공식적인 커플은 안 나왔지만 매 기수마다 30~40명이 이곳에서 짝을 만난다고 한 수습사무관은 귀띔했다. 수습사무관들과 현직에 있는 선배 사무관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해마다 ‘연수원 커플’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여성 합격자의 비율이 늘어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전체 연수생 520명 가운데 여성은 179명(34.4%)이다. 행시 합격과 함께 ‘마담뚜’의 공세가 시작되기도 한다. 매해 동기 수첩이 만들어지면 하루에도 수차례 결혼전문업체의 전화를 받는다. 국민이 보고 있다 연수원 입교식 때 수습사무관들은 애국가를 1절부터 4절까지 부른다. 이어 “나는 대한민국 공무원이다”를 선서하고 공직 가치와 윤리가 늘 몸에 밸 수 있도록 ‘공직 가치 송’을 노래로 만들어 부른다. 이때가 사명감과 의지가 가장 충만한 시점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공직자가 되지만, 공직 생활 중에 각종 비리에 연루돼 중도 하차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김회성씨는 “연수를 시작할 때 ‘국민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말을 마음에 깊이 새겼다”며 “그동안 공무원 비리 문제나 청문회 과정 등을 지켜보면서 괜찮은 것에 집중하기보다 괜찮은 행동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전했다. 가순봉씨는 “소통은 공직자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면서 “연수 기간 때 했던 현장 체험을 잊지 않고 국민 생활에 꼭 필요한 정책을 만들고 싶다”고 의지를 다졌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물길 따라 예술이 흐른다… Norway 또 다른 물의 도시 ‘올레순’

    물길 따라 예술이 흐른다… Norway 또 다른 물의 도시 ‘올레순’

    예이랑에르와 직선 수로로 연결된 산간 마을 헬레쉴트 인근에서 655번 도로를 타면 웅장한 노랑스달과 만난다. 렌터카 여행의 묘미는 바로 이런 점에 있을 터다. 가고 싶고 보고 싶은 곳을 제 마음대로 갈 수 있다는 것. 이름에서 눈치챘겠지만, 노랑스달은 빙하가 흘러간 흔적을 제대로 살필 수 있는 거대한 협곡(달)이다. 노랑스달에서 시작된 피오르는 외예를 거쳐 우르케 선착장까지 이어진다. 이 길에서 호텔 유니온을 만난 건 뜻밖의 소득이었다. 19세기에 지어진 호텔은 고풍스럽다. 노르웨이의 극작가 헨리크 입센, 탐험가 로알 아문센, 영국의 추리소설 작가 아서 코난 도일 등이 이 호텔에서 묵어갔다고 한다. 방문마다 묵었던 인사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여정의 마지막 목적지는 올레순이다. ‘올레’는 노르웨이 말로 장어를 뜻한다. 그러니 이름을 풀자면 장어 형태의 좁고 굴곡진 수로를 끼고 있는 마을쯤 되겠다. 올레순은 아르누보(신예술) 양식의 건축물이 아름다운 항구도시다. 모두 7개의 섬에 마을이 형성돼 있다. 악슬라 산 전망대에 오르면 도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레고 블록 같은 고풍스런 건물들과 좁은 수로를 오가는 크고 작은 배들, 그리고 넓게 펼쳐진 주변 섬들이 ‘북유럽스러운’ 풍경을 펼쳐낸다. 올레순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아틀란테하브스파르켄(대서양 수족관)이다. 주변 바다 지형을 건물 안으로 끌어들인 친환경 수족관으로 유명하다. 건물 안팎으로 다양한 체험, 관람시설이 조성돼 있다. 올레순은 흔히 ‘아르누보의 도시’라 불린다. 도심의 건축물들이 아르누보 양식으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엔 사연이 있다. 1904년 겨울, 화마가 도시를 휩쓸었다. 당시 건물 대부분이 목재로 지어져 피해가 더 컸다. 이때 아르누보 양식에 영향을 받은 젊은 건축가들이 도시 재건에 나섰다. 이들은 3년에 걸쳐 대리석과 벽돌로 건축물을 지었다. 20세기 중반 들면서 아르누보 양식은 본거지인 서유럽에서조차 영향력을 급속히 잃었지만, 올레순은 유럽 전체에서도 보기 드문 아르누보 건축 양식이 밀집한 도시로 남게 됐다. 올레순 중심가에 들면 둥글고 뾰족한 첨탑, 건물의 벽면과 출입구를 다양한 문양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건축물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아치형 창문들과 층별로 다른 모양의 창문들도 아르누보 건축 양식의 특징이라고 한다. 1907년 지어진 시내 중심가의 아르누보 센터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주변 섬을 돌아보는 맛도 각별하다. 바람에 몸을 누이는 사초와 바다 위에 견고하게 선 빨간 등대, 그리고 그 너머 웅장한 자태로 서 있는 설산까지, 그야말로 이국적인 풍경이 한가득이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섬 주민들과 눈인사라도 나눌 때면 가슴이 저릿해진다. 올레순에서 엘링쇠위아 섬과 발데뢰위아 섬, 이스케 섬을 거쳐 고되위아 섬까지 갈 수 있다. 3개의 해저터널과 1개의 연도교를 지난다. 4㎞ 안팎의 해저터널은 내리막 구간과 굽잇길이 많아 운전에 조심해야 한다. 특히 내리막의 경우 저단 기어로 엔진 브레이크를 걸어도 금방 시속 100㎞에 달할 만큼 경사가 급하다. 해저터널에서 빠져나올 때마다 섬들은 다양한 풍경을 선사한다. 고되위아 섬의 호그스타이넨 등대가 특히 인상적이다. 섬에서 바다로 돌출된 곶부리 끝에 홀로 서 있다. 북대서양의 변화무쌍한 날씨를 이겨내고 있는 모습에서 강인함이 잔뜩 묻어난다. 등대 주변엔 옛 고분 흔적과 두 개의 커다란 빗돌도 남아 있다. 마지막 밤. 숙소 맞은편의 빨간 등대가 눈에 띈다. 지어진 지 150년이 넘었다는 등대는 객실 1개짜리 실제 호텔이다. 이웃한 호텔에서 운영하고 있는 특별 객실이다. 1층은 침실, 2층은 욕실이라는데 하루 묵는데 550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그 붉은 등대 너머로 백야의 해가 저문다. 글 사진 올레순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한진관광이 6월 20일~7월 11일 매주 토요일, 총 4회(6월 20·27일, 7월 4·11일) 인천~오슬로 직항 대한항공 전세기를 운항한다. 일년 중 피오르가 가장 아름다운 시기에 국적기를 타고 방문할 수 있는 기회다. 환승 없이 오슬로까지 곧장 날아가는 덕에 비행시간도 대폭 줄어든다. ■인천~오슬로 상설 직항 편은 없다. 카타르 항공에서 인천을 출발해 카타르 도하를 경유, 오슬로까지 가는 항공 편을 운항하고 있다. ■본격적인 백야는 6월부터 시작된다. 밤 10시 무렵까지 훤하다. 시차는 한국보다 7시간 늦다. 서머타임은 10월 25일까지다. 평지 기온은 우리의 늦은 봄쯤에 해당되지만 산 꼭대기는 여전히 눈이 쌓여 있다. 늘 겉옷 하나쯤은 준비해야 한다. ■화폐는 노르웨이 크로네다. 1크로네는 약 150원. 전압은 한국과 같은 220V다. ■렌터카 비용은 오슬로 수령·반납의 경우 중형 경유차가 1일 180달러(볼보 S60 기준)다. 크리스티안순 수령, 올레순 반납의 경우 비용이 추가돼, 1일 276 달러다. 내비게이션 13달러는 별도다. 한데 스웨덴에서 만든 차라 탑재된 내비게이션 지도 또한 스웨덴 중심이다. 노르웨이에선 다소 불편하다. 구글 맵과 병행해 사용하길 권한다. ■올레순에 간다면 꼭 바칼라우를 맛볼 것. 소금에 절여 말린 대구를 요리한 것으로, 우리의 황태 비슷한 식감을 준다. 곁들인 소스도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다. 시내 중심부의 ANNO 식당이 잘 한다. ■오슬로 시내 관광 때 ‘오슬로 패스’를 구입하면 편리하다. 버스·트램 등과 박물관·전시관 등 다양한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24시간권 어른 320크로네, 48시간권 470크로네. 오슬로공항·철도역 등의 관광안내소에서 살 수 있다.
  • [사설] 황교안 총리 후보자 국민통합 지도력 발휘하겠나

    박근혜 대통령이 장기간 공석이었던 국무총리 후보자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어제 지명했다. 황 후보자가 국회의 인사청문 절차를 무사히 통과한다면 정홍원·이완구 전 총리에 이어 현 정부 세 번째 총리로 박 대통령 임기 후반부 국정을 통할하게 된다. 이 전 총리가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거명돼 낙마한 이후 국정은 표류했다. 지난 한 달여간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등 파행이 계속돼 왔다.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했던 현직 총리가 ‘사정 대상 1호’로 지목돼 비리 혐의로 물러나는 웃지 못할 상황극을 지켜본 국민들은 후임 총리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됐다. 그런 점에서 박 대통령의 황 후보자 지명은 국민들의 일반 정서와는 다소 동떨어진 선택이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후임 총리의 덕목과 관련해 높은 국민통합 능력과 도덕성을 이미 꼽은 바 있다. 꼭 ‘수첩’에 올라 있는 인사가 아니더라도 안목을 넓혀 다양한 스펙트럼을 적용해 신중하면서도 신속하게 후임 총리를 선임하길 제언하기도 했다. 이 전 총리가 비리 혐의로 낙마한 점을 감안해 도덕성을 1순위에 두고 진영 논리를 극복할 수 있는 국민통합 적임자를 찾아내길 바랐다. 하지만 청와대는 “경제 재도약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 부정과 비리, 부패를 척결하고 정치 개혁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며 예상 후보 가운데 한 명이었던 황 후보자를 적임자로 내세웠다. 법조인 출신인 황 후보자를 통해 임기 후반부 국정 운영의 방점을 개혁과 법치(法治)에 찍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황 후보자도 “나라의 기본을 바로잡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법치 확립을 다짐했다. 통합진보당 해산을 이끌어 낼 때 밝혔던 소신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으로 법치에 대한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황 후보자는 검찰 재직 시절 공안 요직을 두루 거친 대표적인 ‘공안통’이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정 전 총리 등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구공안’의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미스터 국가보안법’이라는 별칭도 따라붙는다. 일각에서 국민통합은 고사하고, 공안몰이가 더 거세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즉각 “공안통치의 노골적 선언”이라고 비판하며 혹독한 인사청문회를 예고하고 나섰다. 그 자신 과거 교회 발언을 통해 “김대중·노무현 같은 분들이 대통령이 되니 나라 꼴이…”라며 노골적인 보수 성향을 드러내기도 했다. 청와대는 장관 후보자 시절 한 차례 인사청문회를 경험한 황 후보자의 낙관적인 청문절차 통과를 기대했겠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병역면제, 전관예우 수임료, “5·16은 혁명” 발언 등 이전 이슈에 더해 이번엔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수사 편법 개입, 채동욱 전 검찰총장 찍어 내기, 정당 해산 심판, 성완종 리스트 수사 가이드라인 등 몇 가지 대형 사안이 더 기다리고 있다. 청문회 과정에서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과연 황 후보자가 총리가 된다면 국민화합과 사회통합의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국민들의 의구심이 큰 만큼 국민통합을 위한 획기적 복안도 밝혀야만 한다.
  • 황교안 총리 내정, 6번째 총리 후보 “황교안 법무부 장관 결정” 여야 반응 보니

    황교안 총리 내정, 6번째 총리 후보 “황교안 법무부 장관 결정” 여야 반응 보니

    황교안 총리 내정, 6번째 총리 후보 “황교안 법무부 장관 결정” 여야 반응 보니 ‘황교안 총리 내정’ 황교안(58) 법무부 장관이 총리 후보자로 내정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신임 국무총리 후보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내정했다. 황교안 총리 내정에 새누리당은 “총리에 적합한 인물”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은 “공안통치를 하겠다는 노골적 선언”이라며 비난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황교안 총리 내정에 대해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장관 재임시 언행이 신중하고 여러가지 면에서 훌륭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평가한다. 박 대통령께서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우리 사회를 청렴한 사회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이 역할을 충실히 할 사람으로 잘 된 인사로 평가한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이어 특정 직업군이 계속 총리 후보자가 된다는 지적에 대해선 “깨끗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법무부 장관 때 아주 장관 역할을 잘 수행했기 때문에 발탁된 것”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황교안 총리 내정에 대해 “황교안 장관을 개인적으로 잘 모르지만 잘 해주길 기대한다. 청문회 과정에서도 별 문제 없이 잘 통과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영우 수석대변인도 국회에서 브리핑을 갖고 “새누리당은 황교안 후보자가 경험과 경륜이 풍부한 만큼 국무총리에 적합한 인물이라 평가한다”고 밝혔다. 김 수석대변인은 “후보자는 박근혜 정부에서 법무부장관을 지내며 헌법의 가치를 지키고 법질서를 세우는데 앞장서왔다. 지금껏 보여준 뚝심과 추진력 그리고 소통으로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4대 개혁’ 등 국정 과제를 잘 수행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종훈 원내대변인 역시 “황교안 총리 내정 후보자는 박근혜 정부의 최장수 장관을 역임하면서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실천해온 분이다. 또 법무부 장관 임명 당시 인사청문회를 거친 만큼, 이미 도덕성과 자질·능력 등이 검증된 바 있다”고 평했다. 이어 야당을 향해 “정치공세성 청문회를 지양하고 청문회 본연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공안통치에 나서겠다고 노골적으로 선언한 것”이라고 비난하며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박 대통령에게 정말 큰 실망”이라며 “야당과 다수 국민들의 바람을 짓밟는 독선적인 인사”라고 비판했다. 문 대표는 “황교안 총리 내정자는 법무부 장관으로서도 자격 없다는 평가를 받아온 분”이라며 “대통령에게 국민 통합의 의지가 그렇게도 없는 것인지 또 사람이 그렇게 없는지 정말 실망을 금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김영록 수석대변인도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의 불통정치로 인한 국론 분열을 치유하고 국민통합의 국정운영을 펼쳐야 할 때 황교안 총리 내정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회전문 인사”라며 비난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황 내정자에 대해 “국정원의 대선 댓글사건 때 검찰 수사를 방해하고, 간첩증거조작사건으로 국제적인 망신을 초래하는 등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책임자다. 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과 친박실세 비리게이트에 대한 수사가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을 철저하게 따르도록 만든 장본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언주 원내대변인 역시 “이번에는 수첩인사를 벗어날 것으로 기대했는데, 결국 김기춘 아바타인 황교안 장관을 공안총리로 한 것을 보니 여전히 수첩인사를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며 비난했다. 이어 “이번 인사는 불통 대통령, 공안정부라는 단점을 보완할 책임총리, 통합과 소통의 총리를 기대한 국민들에게 크나큰 실망을 안겨줬다. 황교안 총리 내정자는 국정원 댓글사건 축소은폐 의혹으로 야당이 최초로 두 번씩이나 해임건의안을 제출한 사람이다. 이 분을 총리로 내정한 것은 야당에 대한 선전포고이자 국민을 무시한 처사”라고 강조했다. 정의당 김종민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법무부 장관에서도 경질돼야 할 사람을 총리로 내정했다. 이번 총리 내정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내정 철회를 촉구했다. 김 대변인은 “공안검사 출신을 정부의 수장에 앉히겠다는 것은 집권 후반기 공안통치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어 정권의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강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서울신문DB(황교안 총리 내정) 뉴스팀 seoulen@seoul.co.kr
  • [총리공백 한달] ‘총리의 자질’ 전문가 제언

    새 총리 후보자 지명을 위한 박근혜 대통령의 구상이 막바지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국민 통합과 갈등 관리 능력이 후보자의 최대 덕목이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수첩 인사’에서 벗어나 도덕성과 개혁성을 갖춘 인물에 대한 갈증도 내비쳤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 통합을 위한 지도력’을 중요한 자질로 거론했다. 그는 “경제 분야 전문가 등 총리가 갖춰야 할 자질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지금은 일단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는 자질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어느 때보다 사전 검증이 중요하다”면서 “후보자를 지명하고 나서 검증을 통과하지 못한다면 민심을 되돌리지도 못하고 공직사회에서 영이 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가장 중요한 건 청문회 통과가 가능할 정도로 도덕적으로 흠결 없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개혁성을 갖추고 내각을 통할할 수 있는 총리가 필요하다”면서 “너무 도덕적 흠결에만 집착하다 보면 간판 총리라든지 대독 총리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보수 색깔이 지나치게 강한 인물보다는 중도 성향 인물이 국민 통합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근용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공직 윤리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게 필요하다는 점에서 도덕적 청렴성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삼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입법팀장은 “수첩 인사에서 벗어난 총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총리 지명이 늦어지는 게 박 대통령이 믿을 만한 사람을 찾는 것 때문이라면 그건 또 다른 실패한 인선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총리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헌법이 보장하는 총리 권한을 제대로 구현하도록 총리 위상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의견과 ‘대통령제에서 책임총리라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는 의견으로 갈렸다. 김 교수는 “대한민국 헌법 제86조 제2항을 보면 총리가 내각을 통할하게 돼 있다”면서 “대통령이 총리를 임명해 놓고 아무런 권한도 주지 않는다면 총리 자리가 의미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반면 최 교수는 “지금 같은 대통령제에서는 책임총리라는 게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현 시점에서 새 총리가 주력해야 할 분야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국민 통합과 갈등 관리를 꼽았다. 박 처장은 “총리가 청와대를 견제하고 쓴소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국민의 다양한 생각을 정부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조정 통합력을 발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정치적 공정성을 거론했다. 그는 “편향된 시각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주류에서 소외된 시민들까지 포괄할 수 있는 민주적인 지도력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원다연 인턴기자 panda@seoul.co.kr
  • 눈 돌리면 볼거리 ‘11만t 수상 호텔’

    눈 돌리면 볼거리 ‘11만t 수상 호텔’

    크루즈는 배 자체가 여행지다. 바다 위를 떠다니는 특급호텔이니만큼 보고, 먹고, 즐길 것들이 수두룩하다. 선내 시설들을 빠삭하게 꿰고 있어야 보다 효율적으로, 재밌게 놀 수 있다는 뜻이다. 사파이어 크루즈는 프린세스 크루즈라는 미국 회사에 속한 배다. ‘7080’ 세대라면 귀에 익은 이름일 수도 있겠다. 우리나라에서 ‘사랑의 유람선’이란 제목으로 방영됐던 미국 ABC 방송사의 TV 시트콤 촬영지가 바로 프린세스 크루즈다. 현재 운용 중인 선박은 모두 18척. 이 중 아시아 지역에 주로 투입되는 사파이어·다이아몬드 프린세스 두 배만 영국 선적이다. 기항지에 입항할 때마다 선수에 영국기 ‘유니언 잭’을 내거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먼저 배의 제원부터 살피자. 거대함을 숭배하는 사람이라면 이 거구의 선박은 자체로 호기심의 대상이 된다. 배의 총톤수는 11만 5875t이다. 우리가 낚시 갈 때 흔히 타는 약 8t짜리 어선 3만 9000대와 맞먹는 무게다. 가늠조차 쉽지 않다. 길이는 291m다. 63빌딩(249m)을 옆으로 누인 것보다 길다. 갑판은 18개 층. 호텔 18층 규모다. 이 거대한 구조물에 승객 2670명과 승무원 1100명이 타고 바다 위를 설렁설렁 떠다닌다. 올 3월 대규모 시설 개보수도 마쳤다. 크고 작은 정찬 식당과 뷔페, 수영장(4), 월풀 스파(8), 라운지(4), 나이트클럽, 피트니스 센터 등 각종 시설물을 말끔하게 새로 단장했다. 크루즈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는 역시 먹고 마시는 것. 다양한 레스토랑과 바에서 아침, 브런치, 점심, 오후 차, 저녁, 야식, 24시간 룸서비스 등 매일 끊임없이 식사를 제공한다. 룸서비스를 이용하면 매일 아침 선실에서 아침밥을 먹을 수도 있다. 소비되는 식재료의 양도 어마어마하다. 대략 살펴도 소고기 30t, 돼지고기 7.8t, 생선 15t, 닭고기 11t, 과일 22t, 우유 30t, 계란 26만 5000개, 맥주 2만 4000병 등이다. 기항지에서 멀어지면 선내 카지노가 문을 연다. 10달러만 들고 가도 몇 시간 게임을 즐길 수 있다. 5~7층 가운데의 중앙 라운지에서는 파티와 이벤트 등이 주로 열린다. 선내 여러 바와 라운지, 극장 등에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선상 카드는 선실 도어키, 신용카드, 신분증의 역할을 한다. 늘 소지하고 다녀야 한다. 특히 기항지에서 선상 카드를 잃어버리면 승선 시 절차가 매우 복잡해진다. 매일의 일정은 선내 신문인 ‘프린세스 패터’에 게재된다. 날씨와 기항지 안내, 익스커션 예약 등 모든 정보가 담겨 있다. 매일 아침이나 저녁 무렵 선실 앞에 배달된다. 온 보드 크레디트라는 것도 있다. 배 위에서 쓸 수 있는 돈이다. 흔히 현금이 아니니 돈이라 생각하지 않기 십상이다. 한데 배 위에 올라 보면 다르다. 이 녀석 참 쓸 만하다. 현금과 다름없다. 100달러만 있어도 단번에 어깨에 힘이 확 들어간다. 이번 여정에선 상하이 1박의 식사비 조로 100달러가 지급됐다. 크루즈 여행 경비엔 기본적으로 모든 식사가 포함돼 있다. 레모네이드와 커피 등의 음료도 무료로 제공된다. 다이닝(정찬)까지 무료다. 물론 줄은 좀 서야 하지만. 한데 콜라(약 4달러) 등의 음료수와 맥주, 와인 등 알코올이 포함된 음료는 유료다. 특히 와인은 애호가의 입맛을 만족시킬 정도로 수준급이다. 비용은 병당 35달러 안팎. 봉사료까지 포함하면 40달러 정도다. 잔술로도 판다. 한 잔에 대략 6~8달러 선이다. 좀 더 품격 있는 식사를 원하는 이들을 위해 식당도 따로 마련해 뒀다. 물론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예컨대 스털링 스테이크하우스에선 최고급 스테이크가, 사바티니에선 고급 이탈리안 요리가 코스로 나온다. 추가 비용은 봉사료 등을 포함해 30~40달러쯤 된다. 배멀미를 우려하는 이들이 있다. 한데 그리 걱정할 건 못 된다. 어지간한 파도는 사파이어 프린세스의 거대한 덩치에 눌려버린다. 배가 바다 위를 ‘미끄러지듯’ 달리는 듯한 느낌을 받는 건 이 때문이다. 큰 파도가 이는 날엔 스테빌라이저라는 장치가 흔들림의 80%까지 감쇠시킨다. 그런데도 예민한 사람은 멀미를 느낄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멀미약을 붙이거나 복용하는 것이다. 푸른색 사과나 생강을 먹는 것도 좋다고 한다. 둘 모두 선내 식당에서 아무 때나 구할 수 있다. 손목 안쪽 중앙 부분을 지속적으로 눌러 주는 지압법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객실의 경우 배의 중앙 쪽이 흔들림이 덜하다. 발코니나 유리창이 있는 선실을 예약하는 것도 방법이다. 안전에 대한 대비는 철저한 편이다. 승선 첫날 대피훈련이 열리는데, 승객은 누구나 의무적으로 참가해야 한다. 선실 카드에 참가 여부를 체크한다. 불참자는 여러 제약이 생길 수 있다. 훈련은 단순하다. 경보를 듣고 객실 내 구명동의를 챙긴 뒤 구역별로 지정된 장소를 찾아가는 것이 전부다. 이후 승무원의 지시에 따르면 된다. 한국어 승무원이 없는 점은 다소 아쉽다. 드물게 운항 스케줄이 어긋나는 경우도 생긴다. 이번 여정에선 배가 제 시간에 상하이 크루즈터미널에 입항하지 못했다. 짙은 안개로 항구 자체가 폐쇄됐기 때문이었다. 이런 경우 다소의 혼란은 불가피하다. 여정 중 나머지 일부 코스가 생략되는 ‘비극적인’ 사태도 맞는다. 따라서 여러 경우의 수를 준비해 가는 게 좋다. 글 사진 상하이·홍콩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프린세스 크루즈는 4일부터 111일에 이르는 150여개의 크루즈 일정을 운영하고 있다. 각자 취향과 일정에 맞게 항해 일정을 조정할 수 있다. 한국지사 홈페이지(www.princesscruises.co.kr) 참조. (02)318-1918. ■선실 내 전원은 110V다. 일(一)자형 콘센트에 맞는 어댑터를 준비해야 한다. ■수영복은 반드시 가져간다. 선내에 빌려주거나 파는 곳이 없다. ■칫솔 등 세면도구, 선블록과 화장품 등 일상용품은 개인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기항지에서의 여행은 선사 측에서 준비한 익스커션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게 보통이다. 현지 관광버스를 타고 돌아보는데, 가보고 싶은 곳을 미리 선정한 뒤 반드시 안내데스크에 가서 예약해야 한다. 개별 여행을 원한다면 현지 교통정보를 한국에서 미리 확인해 가는 게 좋다. 대만의 경우 택시요금은 협상을 잘해야 한다. 현지 항구에 내리면 택시요금 등의 교통정보가 제공되는데, 여기 적힌 금액에서 최대한 깎는 게 좋다. 예컨대 대만 지룽에서 지우펀까지 택시요금이 1000대만달러라고 적혀 있지만, 항구 밖에 줄지어 선 택시는 800달러 안팎이면 충분하다. 버스는 788번이 지우펀까지 간다. 편도 30달러. ■신용카드가 통용되지 않는 곳도 있다. 특히 대만이 그렇다. 지우펀, 야시장 등에서 현금만 받는 곳이 많다. 다만 유명 관광지인 지우펀의 경우 한국 돈도 통용된다. ■사랑의 유람선(www.lovecruise.co.kr)은 크루즈 전문 여행사다. 전 세계에서 운항되는 유명 크루즈 상품은 빠짐없이 갖췄다. 1599-1659.
  • ‘청풍호’ 충북 제천 ‘내륙의 바다’

    ‘청풍호’ 충북 제천 ‘내륙의 바다’

    충북 제천은 산악도시라 부를 만하다. 시 경계를 따라 월악산 등 20여개 산들이 험준한 자태로 서 있다. 산이 높으면 계곡이 깊고, 계곡을 따라 흐른 물은 강으로 이어진다. 물길이 막힌 자리엔 호수도 생긴다. ‘내륙의 바다’ 청풍호(충주호)도 그중 하나다. 제천은 물론 단양과 충주까지 넓게 자락을 펼쳤다. 산군의 중심부에 고인 호수이니만큼 주변에 빼어난 경승지들도 잔뜩 매달고 있다. 새 명소로 떠오른 청풍호 전망대에서 굽어본 풍경은 장쾌하고, 용담폭포의 옹골찬 모습도 인상적이다. 벚꽃이 진 요즘엔 신록이 꽃 보다 더 예쁜 풍경을 펼쳐 내는 중이다. 청풍호 주변엔 짙푸른 초원지대 망덕봉 초입엔 옹골찬 용담폭포 박달재엔 못다 이룬 사랑의 전설이 청풍호 일대는 요즘 초록이 지천이다. 대한민국에 이만한 초원이 있었던가 싶을 만큼 너른 초원지대가 곳곳에 펼쳐져 있다. 이 풍경, 아무때나 볼 수 없다. 초봄, 꼭 이맘때만 드러나는 ‘희귀 아이템’이다. 대부분의 호수들은 봄철 농경을 위해 물을 뺀다. 여름 장마철을 앞두고 저수용량을 높이려는 뜻도 있다. 이때를 놓칠세라 잡초들이 왕성하게 자라 호숫가 전체에 짙푸른 초원을 펼쳐 낸다. 올해는 극심한 봄 가뭄이 더해졌다. 그 ‘덕’에 초원의 폭이 조금 더 넓어졌고, 깊이 또한 깊어졌다. 따지고 보면 생명력 넘치는 듯한 초원은 사실 극에 달한 물 부족이 빚어낸 역설의 풍경인 셈이다. 여기서 짚고 갈 게 있다. 제천을 처음 찾는 이들은 꼭 묻는다. 왜 공식 명칭인 ‘충주호’가 아니고 ‘청풍호’냐고. 충남 부여 앞을 지나는 강을 금강이라 부르는 이는 없다. 대개는 백마강이라 부른다. 경기 여주를 지나는 강을 한강이 아닌 여강이라 부르는 것도 같은 이치다. 굳이 제천시 측에서 내세우는 공식 논리를 들먹일 것 없이 ‘청풍호’가 지역의 특징과 자존심을 살린 이름이라 이해하면 될 듯하다. 청풍호 일대에서 요즘 주목받고 있는 곳이 청풍호 전망대다. 제천시에서 조성한 ‘자드락길’ 제7구간인 ‘괴곡성벽길’의 중간쯤에 있는 고갯마루에 조성된 쉼터다. 원래 괴곡성벽길은 옥순봉쉼터에서 출발해 괴곡리, 다불암을 거쳐 고수골에 이르는 9.9㎞ 길이의 난코스다. 소요 시간도 4시간을 훌쩍 넘긴다. 하지만 일반 관광객의 경우 들머리에서 청풍호 전망대까지 한 시간가량 오른 뒤 하산하는 게 보통이다. 옥순봉쉼터에 차를 두고 걸어서 옥순대교를 건너 5분쯤 걸으면 오른쪽으로 이정표가 보인다. 이곳이 들머리다. 전망대까지는 제법 품이 드는 편. 40분 남짓 땀깨나 쏟아야 한다. 전망대에 서면 나무 솟대 너머로 옥순대교와 옥순봉, 말목이산 등 청풍호 북쪽의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청풍호 전망대에서 위로 100여m 떨어진 곳에 백봉전망대가 새로 조성됐다. 여기 서면 청풍호 주변 풍경을 360도 돌아가며 감상할 수 있다. 하산 길에 산마루주막에 들러 막걸리로 목을 축여도 좋겠다. 갈림길에서 300m 정도 떨어져 있다. 수산면 상천리 망덕봉 초입의 용담폭포는 한여름 물맞이 폭포로 유명하다. 옛날 중국의 주나라 왕이 세수를 하다가 대야에 비친 폭포를 보고 신하들에게 찾아오라고 명령했다는 바로 그 폭포다. 폭포수가 30m 절벽 아래로 떨어지며 물보라를 일으키는 모습이 승천하는 용을 닮았다고 해서 용담폭포라 불린다. 폭포의 묘미는 주변의 바위들이다. 선 굵은 암릉이 폭포 좌우를 굳건하게 에워싸고 있다. 폭포 위는 선녀탕이다. 물이 오랜 세월 바위를 파 만든 세 개의 작은 소를 일컫는다. 물줄기는 ‘선녀의 요강’을 닮은 세 개의 소를 돌아 30m 아래 소(沼)로 떨어져 내린다. 용담폭포와 선녀탕을 한눈에 조망하려면 폭포 맞은 편의 바위전망대에 올라야 한다. 암릉은 급경사 구간이라 곳곳에 철계단과 로프가 설치돼 있다. 암벽 등반하듯 10분 정도 기어올라 바위전망대에 서면 장엄한 용담폭포와 선녀탕이 자태를 드러낸다. 눈을 돌리면 청풍호 뒤로 월악산 영봉의 날카로운 능선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제천 남쪽의 박달재는 꼭 들르길 권한다. 1948년 발표된 유행가 ‘울고 넘는 박달재’로 유명세를 얻은 곳이다. 얼마 전까지도 38번 국도가 지나던 곳이었으나, 재 아래로 터널이 뚫리면서 지금은 고개로서의 역할을 잃었다. 정상 부근에 휴게소만 달랑 있던 예전과 달리 요즘엔 조각공원과 휴양림이 조성되는 등 볼거리가 제법 많아졌다. 특히 박달과 금봉의 조각상이 풍경의 ‘갑’이다. 낭패한 표정으로 금봉을 잡으려는 박달과 그의 손이 닿긴 했으되 속은 뻥 뚫린 모습의 금봉이 세워져 있다. 한 편의 신파극을 보는 듯해 얼핏 실웃음도 터져 나오지만, 얽힌 내용을 곱씹어 보면 그리 웃을 일만은 아니지 싶다. 둘의 사연은 사실 뻔하다. 한양으로 과거 보러 가던 경상도 선비 박달이 고개 아랫마을에 살던 금봉과 사랑에 빠졌고, 과거에 낙방한 박달을 기다리다 금봉이 세상을 뜨자 뒤늦게 제천을 다시 찾은 박달도 시름시름 앓다 금봉의 뒤를 따랐다는 게 얼개다. 러브 스토리만큼이나 조각상에 담긴 뜻도 뻔해 뵈지만, 박달이 가졌을 허망함과 회한을 곱씹어 보면 몸 전체에 구멍이 뚫린 금봉의 조각상이 더할 수 없이 애잔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제천 여행 팁 하나. ‘관광 마일리지’는 꼭 챙기시라. 제천시가 관광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독특한 마케팅 전략으로, 관광안내소에서 마일리지 카드와 가이드북을 받아 제천 여행 애플리케이션에 등록한 뒤 제천의 관광지나 체험 여행지에 있는 QR 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인증하거나 스탬프를 찍으면 마일리지를 적립해 주는 제도다. QR 코드 인증 시 최소 500원에서 최대 5만원까지 복권 방식으로 마일리지를 적립받을 수 있다. 스탬프 북에 스탬프를 찍으면 5000원에서 1만원까지 현금 기프트카드를 지급받는다. 적립한 마일리지는 제천 시내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제천역, 박달재, 청풍호 전망대 등 주요 관광지 18곳과 체험 여행지 28곳에 QR 인증코드 안내판과 스탬프가 설치돼 있다.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은 45개다. 제천시청 문화관광 홈페이지(tour.okjc.net) 참조. 글 사진 제천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지역번호 043) 약선 떡갈비에 매운탕 한 그룻, 유기농 야채 우렁쌈밥까지…먹는 재미도 쏠쏠 →가는 길:제천의 명소들은 대부분 시내 남쪽, 그러니까 청풍호와 인접한 지역에 몰려 있다.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간다면 중앙고속도로 남제천 나들목으로 나오는 게 좋다. 여기서 82번 지방도로 갈아탄 뒤 금성면 소재지를 지나 청풍대교 삼거리에서 왼쪽 20번 지방도로 바꿔 타고 금수산 입구 삼거리까지 간 다음 왼쪽 도로로 접어들면 상천리 금수산 주차장이다. 단양 나들목으로 나올 수도 있다. 이 경우 단성면 소재지→36번 국도 충주 방향→원대삼거리→옥순대교→금수산 입구 삼거리→우회전→주차장 순으로 간다. 어느 길을 택하든 늦봄의 정취 가득한 청풍호를 차창에 매달고 달릴 수 있다. 제천의 대표 아이콘인 의림지를 먼저 보겠다면 제천 나들목으로 나와 의림지와 ‘울고 넘는’ 박달재, 배론성지 등을 묶어 둘러본 뒤 남제천 방향으로 내려가는 게 순서다. 국도 나들이를 즐긴다면 38번 국도를 타고 경기 이천에서 장호원, 감곡 방향으로 가다 박달재를 넘어 597번 지방도를 타면 청풍호까지 갈 수 있다. 주말에는 38번 국도도 막히는 경우가 있지만 영동고속도로보다는 덜한 편이다. 청풍호리조트 인근의 청풍힐호텔 한방 사우나는 산행 뒤 피로를 풀기 좋은 곳이다. →맛집:청풍호 주변에 이름난 집들이 많다. 황금가든(647-6303)은 건강식 떡갈비로 근동에서 대단한 명성을 날리는 집이다. 울금으로 맛을 내는 게 독특하다. 교리가든(648-0077)은 민물 매운탕이 맛있는 집이다. 닭볶음탕 등도 끓여 내지만 주메뉴는 역시 청풍호에서 잡은 빠가사리 등 잡고기로 만든 매운탕이다. 두 집 모두 청풍리조트 인근에 있다. 꽃피는산골은 토속적인 향이 물씬 풍기는 된장국과 보리밥이 맛있는 집이다. 수산면 능강리 솟대문화공간 인근에 있다. 산아래(646-3233)는 유기농 야채를 곁들인 우렁쌈밥을 내는 집이다. 봉양읍에 있다. 외진 곳인데도 점심 시간엔 제법 붐빈다. 제천 시내에선 명가 박달재(070-8825-1501)가 약선 떡갈비로 이름난 집이다. 천연 재료로 만든 조미료만 써 맛이 담백하다. 화사한 맛에 길들여진 도시인들에겐 다소 텁텁하게 느껴질 수 있다. 장락동에 있다. 간식거리로는 ‘빨간 오뎅’이 이름났다. 매콤한 고추 양념에 어묵 꼬치를 적셔 낸다. 화산동에 있다. →잘 곳:제천 주변에 이름난 리조트가 많다. 박달재 인근엔 리솜 포레스트 리조트가 있다. 깊은 숲 속에서 우아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청풍리조트(640-7000)는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곳. 객실창 너머로 물안개 핀 청풍호와 월악산 영봉이 넘실댄다. 한국관광공사의 호텔 체인 ‘베니키아’ 가입 업체로 식사와 사우나 등 부대업장의 가격도 저렴하다. 충주 쪽에선 수안보 한화리조트를 추천할 만하다. 제천 수산면과 가깝다. 단양 쪽에선 대명 리조트가 첫손에 꼽힌다. 단양 한복판에 있어 단양 8경 등과의 연계 관광이 수월하다. 제천 시내에선 서울관광호텔(651-8000)이 비교적 깔끔한 편이다.
  • 홍준표 8일 소환, 작심한 듯 檢 비판 “윤씨 통제, 진술 조정…납득 안 돼”

    홍준표 8일 소환, 작심한 듯 檢 비판 “윤씨 통제, 진술 조정…납득 안 돼”

    홍준표 8일 소환, 작심한 듯 檢 비판 “윤씨 통제, 진술 조정…납득 안 돼” 홍준표 8일 소환, 홍준표 홍준표 경남지사가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관련, 8일 소환 조사를 앞두고 작심한 듯 심경을 토로했다. 홍 지사는 특히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전달한 것으로 지목되는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과 검찰을 향해 비판을 쏟아냈다. 홍 지사는 6일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윤 부사장은) 경남기업의 업무 부사장이 아니라 정무 부사장이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로비 창구”라면서 “(윤씨가) 심부름을 이것만 했겠느냐. 대선, 총선 때도 똑같이 심부름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마 이번 의혹건 외에 (윤씨가) 대선, 총선 때도 심부름을 많이 했을 것이다. 그 중 배달사고도 있을 것이고”라고 덧붙였다. 홍 지사는 “나에게 돈을 전달한 것이 확실하다면 성 전 회장이 왜 자살 전에 측근들을 데리고 전달 사실을 확인하고 녹취까지 했을까요”라고 반문하며 “그것은 늘상 정치권에 있는 배달사고를 염두에 두고 다시 확인하러 간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분석했다. 또 “성 전 회장이 자원외교 비리와 관련해 검찰에서 진술할 때 ‘윤씨에게 생활자금으로 1억원을 줬다’라고 했는데, 그 생활자금이 2, 3일 사이 나에 대한 불법 정치자금으로 둔갑했다”며 “생활자금이 불법 정치자금으로 둔갑하는 과정을 밝혀보면 이 사건의 진상이 드러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 지사는 특히 “검찰이 유일한 증인인 윤씨를 한달 동안 통제 관리하고 10여 차례 조사하면서 진술 조정을 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검찰 수사를 향해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내 상식으로는 납득하기 어렵다. 사법 절차에서 증인을 이렇게 통제 관리한 사례가 없다”고 비판했다. 홍 지사는 검찰이 윤씨 병상 심문을 포함, 10여 차례 조사하고 4차례 조서를 작성하면서 ‘윤씨가 일관되게 진술했다’는 등 수사 상황을 언론에 흘리면서 (금품 수수 의혹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홍 지사는 또 “(증인이) 일관되게 진술했다면 한나절 조사하면 끝난다. 아니 한나절도 안 걸리죠”라며 “검찰이 이례적으로 증인을 한달 이상 관리 통제하면서 진술을 조정하고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홍 지사는 윤씨의 진술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짚었다. 그는 “모든 증거가 윤씨 입으로부터 비롯됐다. 윤씨가 성 전 회장과 한 얘기를 녹취하고 20년 지기와의 통화도 녹취하는 비정상적인 일을 했다”며 “그것은 자기 진술의 신빙성을 높이기 위한 작출(사건의 진상과 다르게 꾸미거나 변형시켜 드러낸 것)한 증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홍 지사는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한 뒤부터 계속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났고, 지난 4일 언론사에 공문을 보내 출근길 취재에 더 이상 협조하기 어렵다며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은 자신의 집무실까지 데려가 수첩에 적은 내용을 조목조목 읽어 가며 작심한 듯 검찰에 대한 불만과 윤씨에 대한 주장을 쏟아냈다. 홍 지사는 “(이번 사건을) 망자와의 진실게임으로 본다”면서 “윤씨는 ‘사자(死者)의 사자(使者)’일 뿐이다. 내가 이례적으로 (이렇게) 말씀드리고 부득이 설명할 수밖에 없는 것은 검찰이 일방적 주장을 언론에 흘리고 마치 언론이 기정사실화해 혐의가 있는 것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가 보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홍준표 8일 소환, 검찰 정면 비판 “윤씨 진술 조정…납득 안 돼”

    홍준표 8일 소환, 검찰 정면 비판 “윤씨 진술 조정…납득 안 돼”

    홍준표 8일 소환, 검찰 정면 비판 “윤씨 진술 조정…납득 안 돼” 홍준표 8일 소환, 홍준표 홍준표 경남지사가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관련, 8일 소환 조사를 앞두고 작심한 듯 심경을 토로했다. 홍 지사는 특히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전달한 것으로 지목되는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과 검찰을 향해 비판을 쏟아냈다. 홍 지사는 6일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윤 부사장은) 경남기업의 업무 부사장이 아니라 정무 부사장이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로비 창구”라면서 “(윤씨가) 심부름을 이것만 했겠느냐. 대선, 총선 때도 똑같이 심부름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마 이번 의혹건 외에 (윤씨가) 대선, 총선 때도 심부름을 많이 했을 것이다. 그 중 배달사고도 있을 것이고”라고 덧붙였다. 홍 지사는 “나에게 돈을 전달한 것이 확실하다면 성 전 회장이 왜 자살 전에 측근들을 데리고 전달 사실을 확인하고 녹취까지 했을까요”라고 반문하며 “그것은 늘상 정치권에 있는 배달사고를 염두에 두고 다시 확인하러 간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분석했다. 또 “성 전 회장이 자원외교 비리와 관련해 검찰에서 진술할 때 ‘윤씨에게 생활자금으로 1억원을 줬다’라고 했는데, 그 생활자금이 2, 3일 사이 나에 대한 불법 정치자금으로 둔갑했다”며 “생활자금이 불법 정치자금으로 둔갑하는 과정을 밝혀보면 이 사건의 진상이 드러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 지사는 특히 “검찰이 유일한 증인인 윤씨를 한달 동안 통제 관리하고 10여 차례 조사하면서 진술 조정을 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검찰 수사를 향해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내 상식으로는 납득하기 어렵다. 사법 절차에서 증인을 이렇게 통제 관리한 사례가 없다”고 비판했다. 홍 지사는 검찰이 윤씨 병상 심문을 포함, 10여 차례 조사하고 4차례 조서를 작성하면서 ‘윤씨가 일관되게 진술했다’는 등 수사 상황을 언론에 흘리면서 (금품 수수 의혹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홍 지사는 또 “(증인이) 일관되게 진술했다면 한나절 조사하면 끝난다. 아니 한나절도 안 걸리죠”라며 “검찰이 이례적으로 증인을 한달 이상 관리 통제하면서 진술을 조정하고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홍 지사는 윤씨의 진술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짚었다. 그는 “모든 증거가 윤씨 입으로부터 비롯됐다. 윤씨가 성 전 회장과 한 얘기를 녹취하고 20년 지기와의 통화도 녹취하는 비정상적인 일을 했다”며 “그것은 자기 진술의 신빙성을 높이기 위한 작출(사건의 진상과 다르게 꾸미거나 변형시켜 드러낸 것)한 증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홍 지사는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한 뒤부터 계속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났고, 지난 4일 언론사에 공문을 보내 출근길 취재에 더 이상 협조하기 어렵다며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은 자신의 집무실까지 데려가 수첩에 적은 내용을 조목조목 읽어 가며 작심한 듯 검찰에 대한 불만과 윤씨에 대한 주장을 쏟아냈다. 홍 지사는 “(이번 사건을) 망자와의 진실게임으로 본다”면서 “윤씨는 ‘사자(死者)의 사자(使者)’일 뿐이다. 내가 이례적으로 (이렇게) 말씀드리고 부득이 설명할 수밖에 없는 것은 검찰이 일방적 주장을 언론에 흘리고 마치 언론이 기정사실화해 혐의가 있는 것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가 보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나진석 선생 유품 양산박물관에 기증

    경남 양산시립박물관은 4일 양산시 출신 국문학자 고 나진석 선생의 한글 연구 저서 등 유품을 최근 선생의 유족들이 박물관에 기증했다고 밝혔다. 나 선생은 1917년 양산시 상북면에서 태어나 경성사범학교를 졸업한 뒤 부산·경남 지역 중·고등학교에서 교직생활을 하며 한글을 지키고 연구하는 데 일생을 바쳤다. 기증받은 나 선생의 유품 중에는 희귀자료로 우리나라 최초의 신체시인 ‘해에게서 소년에게’가 실려 있는 계몽잡지 소년 초간본(1908년 최남선 발간)이 포함돼 있다. 이 밖에 나 선생의 한글 관련 연구 저서 초간본과 수첩, 학창시절 성적표 등이 있다. 유족 측은 평생 한글 연구에 매진했던 선생의 뜻이 유품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나 선생은 경남방언학회 회장, 부산국문법연구회 회장 등을 지냈으며 ‘우리말 쓰기본’(1948년), ‘우리말 때매김 연구’(1971년) 등 여러 권의 저서와 논문을 펴냈다. 1972년 부산대학교 사범대 부속고등학교 교장으로 취임한 뒤 다음해 별세했다. 양산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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