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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쌀한’ 쿨 재팬의 속살

    ‘아쌀한’ 쿨 재팬의 속살

    유럽으로 여행을 가면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들르는 것은 필수 코스다. 그래서 유럽 미술관 기행을 다룬 책이 많이 나왔고 팔리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의 미술관이라 하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일본에서는 미술관을 가기보다는 쇼핑, 온천을 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아트, 도쿄’(최재혁·박현정 지음, 북하우스 펴냄)는 미술사를 공부한 부부가 7년 가까이 산 일본 도쿄에 바치는 애정 고백이자 헌사다. 일상의 도시 도쿄와 직업처럼 느끼게 된 전공 영역인 미술을 미술관이란 공간에 효과적으로 버무리고자 동원한 것은 ‘기억과 편애’라고 저자들은 밝힌다. 책은 부부가 거주했던 우에노의 한 고양이에 대한 기억으로부터 시작한다. 도쿄예술대학 대학원에서 미술사 석·박사 과정을 수료한 저자들은 미술관 최대 집결지인 우에노에 학교가 있는 덕분에 눈이 실컷 호강했다고 말한다. 미술사 전공자들이지만 책은 오히려 ‘도쿄에서 내가 반한 미술관 소개’에 가깝다. 미술사에 눈 밝은 이들의 소개이기에 더 신뢰가 간다. 세계적인 명성의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와 재개발 쇼핑몰 정도로만 인식됐던 오모테산도 힐스에 대해서도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하라주쿠와 아오야마를 잇는 거리에 80년 가까이 있던 ‘아오야마 도준카이 아파트’가 철거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은 자신의 일부가 사라지는 느낌을 받았고, 오사카 출신 건축가 안도도 마찬가지였다. 안도는 상업공간인 오모테산도 힐스 끝에 아파트 일부를 복원했다. “바보 같은 일”이란 세입자와 소유주들의 반대에 “공공에 대해 그 정도는 낭비할 책임이 있다.”고 안도는 맞섰다. 과거의 기억은 오모테산도 힐스 안쪽에도 남아 있다. 28년간 명맥을 유지했던 화랑 ‘갤러리 412’의 낡은 문이 아직도 화랑 입구에 걸려 관람객을 맞이한다. 작은 집의 한가운데에 지붕 없는 정원을 만들어 자연을 집안에 끌어들인 스미요시 주택을 설계하기도 했던 안도는 “춥다.”는 거주자들의 불평에 “옷을 더 껴입든지 운동을 하라.”고 했다. 책은 안도의 건축물에 대해 “그가 꿈꿨던 ‘재생’이 실현되고 있다.”고 평했다. 한류 이전에 일본인들은 ‘쿨 재팬’으로 세계인을 매료시켰다.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과 같은 대중문화를 비롯해 문학, 미술, 디자인, 패션, 건축, 음식에 이르기까지 외국을 겨냥한 문화 캠페인을 벌였다. 일본인들은 ‘쿨 재팬’의 출발을 프랑스 인상주의에 큰 영향을 미친 민속화 ‘우키요에’로 꼽았다. 우키요의 원래 의미는 근심 어린 세상(憂世)이었다고 한다. 어차피 힘든 세상, 즐겁게 살아보지 않겠느냐는 뜻에서 같은 발음의 우키요(浮世)로 바뀐 것. 서양인이 먼저 그 가치를 알아본 우키요에 미술관은 도쿄 중심가인 오모테산도와 하라주쿠로 건너가는 길목에 있다. 수수한 밤색 벽돌 건물 속에 1만 2000점에 달하는 화려한 우키요에를 숨겨놓은 오타 기념미술관에는 다다미 위로 올라가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도 있어 색다른 흥취를 느낄 수 있다. 책에 소개된 24곳의 특색있는 미술관과 별책부록으로 덧붙여진 무료로 즐길 수 있는 화랑, 카페 소개까지 합해서 총체적으로 뽑아낼 수 있는 일본의 미감은 뭘까. 저자는 ‘아쌀하다’(산뜻하고 시원스럽게라는 뜻이 있는 일본어 부사 ‘앗사리’가 변형된 속어)란 표현을 언급한다. 확 피었다가 순식간에 져버리는 벚꽃, 화려하게 장식한 접시 위에 정작 먹을 건 몇 점 안 되는 사시미에서도 아쌀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일본의 근대 미술사는 인상파 화가들이 반해 너도나도 베낀 유키요에에 비하면 초라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모성의 화가 이와사키 지히로(1918~1974)의 이름을 딴 지히로 미술관에서는 아쌀함과는 좀 다른 따뜻한 기운을 얻을 수 있다. 이와사키는 우리에게도 낯익은, 어린이를 주로 그린 수채화로 유명하다. 그의 수채화가 더욱 감동을 안겨주는 이유는 이와사키가 1946년 침략전쟁에서 큰 충격을 받고 공산당에 가입, 인민신문사에서 삽화를 그린 이력 때문이다. 이와사키는 아름다운 어린이의 모습을 그려낼 수 있었던 까닭에 대해 “공산당원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책은 화려하거나 쓸쓸하고 혹은 따뜻한, 다양한 일본 미술의 속살을 살뜰하게 일러준다. 2만 4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그림 팔아 ‘3억 상당 집’ 장만한 9살 소년 화가

    그림 팔아 ‘3억 상당 집’ 장만한 9살 소년 화가

    ‘꼬마 모네’라고 불리는 아홉 살 천재 소년 화가가 작품 수익금으로 가족을 위해 집을 장만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7일(현지시간) 영국 대중지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지난 2008년 가족 소풍 중 풍경화를 그리기 시작한 뒤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꼬마 화가 키어런 윌리엄슨(9)이 영국 노퍽 루드햄 지역에 집을 구매했다. 윌리엄슨은 지난해 7월 전시회를 열고 자신의 파스텔화와 수채화, 유화 작품 33점을 판매 시작 30분 만에 15만파운드(약 2억 7000만원)라는 거액에 모두 팔았고, 당시 수익금으로 이번 집 장만을 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윌리엄슨은 본래 부모님과 여동생과 함께 임대 아파트에서 살았으며, 이번에 구매한 집은 윌리엄슨이 성인이 되는 18번째 생일까지 부모가 관리할 예정이다. 부친 케이스(44)는 “아이가 나이 들어 전혀 다른 일을 하더라도, 융자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윌리엄슨은 올해 새로운 작품 12점을 노퍽 픽쳐크레프트 갤러리에 전시할 예정인데 이번에도 삽시간에 매진될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갤러리 소유주 역시 “그에게 경쟁자가 없다. 수채화, 유화, 파스텔 모든 분야에서 최고”라며 그의 재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사진=키어런윌리엄슨닷컴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입문 50여년 만에 내 법도가 보여”

    “입문 50여년 만에 내 법도가 보여”

    “몇해 전에 추사 김정희 서거 150주년이라 이런저런 기념행사가 많았는데, 그런 자리에서 들었던 말이 참 와닿는 거여. 입어유법, 출어무법, 아용아법(入於有法 出於無法 我用我法). 뭔 말인고 하니 입문할 때는 남의 법도를 따랐는데 나올 때가 되니 그 법도라는 게 별 소용이 없더라는 거여. 난 내 법도에 따를 뿐이라는 얘기지. 내가 요즘 기분이 좋은 게, 요즘 그게 좀 되는 거 같애. 50여년 동안 내가 뭘할 건가 고민하면서 세계미술사를 찾아 헤맸지. 머리 속으로는 조선에서 출발해서 중국, 일본, 중앙아시아, 서양 다 돌아다니는거여. 그런데 이제는 머릿속 세계여행이 덜 분주해. 그게 기뻐.” 충청도 사투리 섞어 느릿느릿 말을 이어간 이는 구상조각계의 거장으로 꼽히는 조각가 최종태(79)다. 4년만에 개인전 ‘구원의 모상’을 11월 23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연다. 여기서 구원은 흔히 쓰는 구원(救援)이 아니라 구원(久遠)이다. 몹시 오래된, 그래서 영원하다는 의미다. 몹시 오래됐으면서도 한결같아 영원한 것. 작가에게 그것은 어릴 적 기억들이다. 해서 눈에 띄는 것은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둔 고향 풍경을 그린 수채화다. 파스텔 작업을 선보여왔던 작가로서는 이채롭다. “글쎄, (파스텔은) 지겨웠다 해야 하나? 수채화는 어릴 적 제법 그렸는데, 조각허고 파스텔허면서 잊어버렸지. 그런데 어릴 적 했던 건 안 잊혀지나봐. 요즘 슬그머니 다시 나오더라고.” 조각상도 마찬가지다. 정한수 한 그릇 떠놓고 비는 조선의 처자 같기도 하고, 성모상 같기도 하고, 불상 같기도 한 표정과 모습들이 여전하다. 다만 채색 나무조각이 늘었다. 고향을 그린 수채화의 색이 흘러넘쳐 조각상을 적신 것 같다. 작업량이 만만찮다. 4년만이라곤 하지만 조각 20여점에 그림 40여점이다. “예전에 신문에다 장욱진 선생은 작업 욕심 때문에 밤에도 촛불 키고 자기 작품보러 갔다고 썼어. 그랬더니 부인께서 ‘아니 그건 나만 아는 얘긴데 어떻게 알았냐.’고 허시데. 근데 그거 그냥 추측해서 쓴 거야. 나도 몇번이나 뒤돌아서서 다시 가서 보고, 다시 가서 보는데 장욱진 선생은 오죽했겠냐고. 피카소도 그랬잖어. 붓 들기는 쉬운데, 붓 놓기는 어렵다고. 얼마나 재밌고 신나면 그러겄어. 나도 그래. 눈 뜨면 그냥 가서 하는 거지. 얼마나 재밌는데.” 김종영(1915∼1982), 장욱진(1917∼1990)은 서울대 미대 조소과 58학번인 그의 스승이다. (02)720-1020.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서호주 카리지니 국립공원 ‘아홉개의 붉은 협곡’

    서호주 카리지니 국립공원 ‘아홉개의 붉은 협곡’

    척박하고 위험한 땅이 되레 아름다운 경우가 있습니다. 극한의 기후와 생존 여건이 빚어낸 극한의 풍경들. 호주의 ‘아웃백’(Out Back)이 그렇습니다. 아웃백의 사전적인 의미는 ‘건조한 내륙부에 사막을 중심으로 뻗어 있는 넓고 인구가 매우 적은 지역’입니다. 서(西)호주 사람들은 그 풍경을 ‘익스트로더네리’라고 표현합니다. 상식을 넘어서는, 기이한 풍경이라는 뜻이지요. 그 광활한 곳이 인간의 땅임을 설명해 주는 건 실핏줄 같은 길 하나뿐이었습니다.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길이었지만, 단언컨대 그 길에서 생략해도 좋을 풍경은 없었습니다. 팝업북처럼 책장을 넘기면 같으면서도 다른 풍경들이 튀어 나왔습니다. 우리가 시골이나 고향 등의 단어에서 먹먹한 느낌을 갖듯 호주 사람들도 아웃백에서 여러 감정들이 섞인 풍경을 떠올릴 겁니다. 붉은 암석과 흰 유칼립투스 나무, 그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들개 ‘딩고’와 수줍은 캥거루가 퍼뜩 떠오르겠지요. 브루스 산(1235m)에서 내려다보는 장쾌한 풍경도 빼놓을 수 없겠습니다. 거대한 철광석 광산과 수 ㎞에 달하는 화물열차가 평원을 오가는 그런 풍경 말입니다. 아웃백이란 이런 여러 느낌과 풍경들이 씨줄날줄로 얽힌 표현이지 싶습니다. 서호주의 대표적인 아웃백인 필바라 지역에 카리지니 국립공원이 있습니다. 아홉 개의 붉은 협곡이 인상적인 곳입니다. 각 지역을 색깔로 표시한 현지 지도조차 붉은 색으로 칠해 놓은, 척박한 미개척지입니다. 카리지니야 아무 때고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협곡 아래로 내려가 35억년 전의 세계를 맨살로 부대낄 기회는 늘 있지 않습니다. 우기가 시작되면 협곡 사이를 흐르는 물의 양이 많아지고 발 디딜 공간도 사라지기 때문이지요. 우기가 끝나고 여름이 시작된 요즘, 카리지니는 모험을 즐기는 세계인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노 폰, 노 인터넷, 노 스트레스”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아웃백. 사방이 붉다. 철광석이 함유된 토양이 산화되며 생긴 현상이다. 그리고 넓다. 홍두깨로 땅을 두들겨 편평하게 펼쳐 놓은 듯하다. 지평선을 접할 기회가 흔하지 않은 한국인에게 붉은 땅은 그래서 더없이 넓게 느껴진다. 그 땅 위로 드문드문 나무가 자라고 있다. 사방 몇백 리에 크기를 견줄 만한 대상이 없어 나무가 큰 건지 작은 건지 도무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서호주 주도(州都) 퍼스에서 두 시간 가까이 날아온 비행기가 붉은 먼지를 휘날리며 내려섰다. 활주로 하나와 간이 건물 하나 달랑 서 있는 황량한 땅, 파라버두 공항이다. 여느 공항처럼 탑승교를 통해 나가는 건 언감생심이다. 트랩에서 내려 곧바로 땅 위를 걸어가야 한다. 햇볕이 어찌나 강한지 모자와 선크림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구운 오징어가 될 판이다. ‘게이트 1’이라 적힌 철문이 유일한 출입구다. 그냥 게이트라고 하면 될 걸 굳이 ‘1’ 자를 붙여 멋을 냈다. 수하물이 자동으로 돌아 나오는 시스템도 당연히 없다. 철망 밖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짐차가 와서 짐을 내려놓는다. 거기가 곧 ‘수하물 찾는 곳’이다. 낯선 풍경에 웃음이 새어 나오고 가슴은 미지의 땅에 대한 기대감으로 두방망이질을 친다. 호주 원주민을 ‘애버리지니’라 부른다. 그 가운데 서호주 원주민인 눙아(Noongar)족은 일년을 6계절로 나눈다. 계절의 양태가 우리와 달라 4계절로 환치하긴 어렵지만 각 계절의 의미를 곱씹어 보면 그들의 생활 습관과 계절의 변화를 짐작할 수 있다. ‘서호주의 봄’은 ‘캄바랑’(Kambarang)이라 불리는 10~11월부터 시작된다. 따뜻하고 건조한 날씨가 시작되고 야생화들이 절정을 이룬다. ‘비락’(Birak)은 12~1월로 ‘첫 번째 여름’이다. 건조하고 뜨거운 계절이다. 아이들에게 사냥 기술을 가르치기 시작하는 것도 바로 이때다. ‘브누루’(Bunuru)는 2~3월이다. ‘두 번째 여름’으로 일년 중 가장 뜨겁다. ‘제란’(Djeran)은 4~5월이다. 슬슬 차가운 계절이 시작된다. 6~7월은 ‘마쿠루’(Makuru)라고 부른다. 비가 가장 많이 오는 계절이자 생식의 계절이다. 영어로는 첫 번째 우기라는 뜻에서 ‘First Rain’이라 쓴다. ‘질바’(Djilba)는 8~9월이다. ‘두 번째 우기’라 불린다. 수태의 계절이다. 종종 일년 중 가장 추운 날이 기록되곤 한다. 그들의 셈법에 따르면 지금은 ‘캄바랑’이다. 아쉽게도 아까시꽃 등 일부를 제외하고 야생화들은 상당수 자취를 감췄다. 그 빈자리는 스피니펙스가 채워준다. 열기가 더해질수록 성장하는 녀석으로 야생화처럼 들녘에 고르게 분포돼 있다. 사초와 닮았으나 가시는 여간 뾰족하지 않다. 스피니펙스 주변엔 유칼립투스 나무가 서 있다. 표피가 흰색이어서 현지인들은 ‘화이트 껌’이라 부른다. 나무는 저 하나가 생명이려니와 다른 생명을 보듬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유칼립투스 위엔 새가, 아래엔 흰개미가 집을 짓고 살아간다. 비포장길을 달려 얼굴이 붉은 먼지로 뒤덮일 즈음에야 카리지니는 이방인의 발걸음을 허락했다. 별이 총총한 밤, 팝송 제목처럼 그야말로 ‘스타리 스타리 나이트’(Starry starry night)다. 현지 가이드 피트 웨스트는 세 문장으로 카리지니를 설명했다. “노 폰, 노 인터넷, 노 스트레스!”(No Phone, No Internet, No Stress) ●맨발로 부대낀 35억년 전의 세계 카리지니의 외관은 참 독특하다. 너른 평지가 펼쳐지다 느닷없이 아래로 푹 꺼진다. 영화 ‘2012’에서 지각변동으로 갈라진 로스앤젤레스 시가지를 연상하면 알기 쉽다. 각 협곡 위의 전망대에서 보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땅이 갈라져 있다. 원주민의 전설대로 왈루(Wahlu)라는 거대한 뱀이 인도양에서 올라와 붉은 땅을 헤집으며 지나간 듯하다. 전체 면적은 약 63만㎢로 우리나라 충북도보다 약간 좁다. 아래서 보면 협곡은 100m에 달할 만큼 높지거니 솟아올랐다. 우사인 볼트라면 채 10초도 안 되는 시간에 주파할 거리지만 100m가 주는 위압감은 대단하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붉디붉은 협곡의 빛깔이다. 황토처럼 부드러울 것 같은데 만져보면 딱딱한 암석이다. 꼭 키 100m짜리 근육질 붉은 거인들이 어깨를 맞대고 서 있는 듯하다. 불퉁한 외모와 달리 카리지니는 원주민 말로 ‘만남의 장소’란 뜻을 갖고 있다. 건조하고 뜨거운 협곡 위에 견줘, 유칼립투스가 그늘을 만들고 군데군데 오아시스 같은 폭포와 연못들이 있는 협곡 아래야말로 사람들이 쉬고 모이기에 최적의 장소였을 것이다. 카리지니 방문객 센터 안내판 등에 따르면 45억년에서 35억년 전 사이 카리지니는 원시 지구의 바다 밑바닥이었다. 그러다 해수면이 급격히 낮아지면서 지상으로 드러났다. 이후 물과 비바람이 깎고 세월이 조탁해 오늘날과 같은 기이한 풍경이 만들어졌다. 시루떡같이 쌓인 협곡 층 사이사이 원시 지구의 정보가 빼곡히 담겨 있는 건 그런 까닭이다. 카리지니 안에는 모두 9개의 크고 작은 협곡이 있다. 해머슬리를 제외하면 핸콕, 조프리, 레드, 데일스, 위노, 녹스 등 사람들이 많이 찾는 협곡들이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몰려 있다. 깎아지른 벼랑을 어떻게 내려갈까 싶지만 절묘하게도 협곡마다 내려갈 만한 길이 하나씩은 꼭 있다. 협곡 트레일은 난이도에 따라 1~6단계로 나뉜다. 어느 단계든 조심해야 하지만 5~6단계는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각 협곡은 저마다 특징을 갖고 있다. 데일스 협곡은 평이한 난이도에 수채화 같은 유려한 풍경을 갖췄다. 계곡 물이 모여 서큘러 풀과 포테스큐 폭포 등 예쁜 풍경을 만들고 있다. 유칼립투스 나무 위에 조롱박처럼 매달려 낮잠을 자는 박쥐 등 이국적인 풍경과도 조우할 수 있다. 조프리 협곡은 거대한 원형 경기장을 연상케 하는 조프리 폭포가 매력적이다. 붉은 암석들이 엿가락처럼 휘어져 있는 녹스 협곡은 장엄미가 단연 돋보인다. 핵심은 핸콕 협곡이다. ‘지구의 중심’을 숨겨둔 곳. KBS 2TV ‘남자의 자격-배낭여행’ 편에 등장하며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다른 협곡과 달리 헬멧과 스위밍 수트, 암벽등반을 위한 하네스 등을 갖춰야 할 정도로 험한 편이다. 하지만 꼭 남자뿐이랴. 다소의 모험을 즐길 자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도전할 ‘자격’은 충분하다. 출발은 다른 협곡과 별반 다르지 않다. 전화번호부처럼 촘촘하게 쌓인 암석들을 딛고 내려간 뒤 계곡길을 따라 걷는다. 물에 잠겼거나 미끄러운 부분도 있지만 어려울 건 없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곳은 리건 풀 바로 앞까지다. 여기서부터는 장비를 갖춘 참가자(가이드 2명 포함 최대 10명)들만 갈 수 있다. 서로의 몸을 자일로 묶고 하켄 박힌 암벽을 따라 오르내려야 한다.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까닭에 적잖이 힘도 든다. 그러나 붉은 거인의 심장, ‘지구의 중심’이 멀지 않은데 예서 멈출 사람은 없다. 핸콕 협곡의 마지막 코스인 ‘지구의 중심’은 핸콕과 조프리, 레드, 위노 등 네 협곡이 만나는 곳이다. 당연히 물줄기도 합류돼 큰 호수를 이룬다. 핸콕 협곡의 묘미는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지구의 중심’이 전하는 풍광도 좋지만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만나는 근육질의 풍경은 그보다 몇 곱절 뛰어나다. 무엇보다 위험한 곳들을 참가자들이 합심해서 건너가는 과정이 정말 짜릿하고 즐겁다. 서호주 관광청이 내세운 슬로건 ‘기이함을 경험하라!’가 설득력을 갖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핸콕 협곡 위의 ‘옥서 전망대’는 반드시 들르길 권한다. 9개 협곡에 조성된 전망대 가운데 가장 도저한 풍광과 마주할 수 있는 곳이다. 발 아래 ‘지구의 중심’을 두는 맛이 각별하고, 네 협곡을 한눈에 담을 수 있어 경이롭다. 옥서 전망대 유칼립투스 나무 아래엔 십자가가 하나 세워져 있다. 핸콕 협곡의 아름다운 연못 ‘리건 풀’의 이름으로 남은 남자, 지미 리건의 묘다. 구조대원으로 자원해 활동하던 그는 2004년 안전장비 없이 협곡 위를 걷던 사람을 구하다 서른여섯의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었다. 스스로의 안위를 빚졌다는 기분으로 그의 묘에 돌 하나 얹어 놓고 오는 것도 좋겠다. 글 사진 톰 프라이스(호주)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이것만은 잊지 마세요 ▲싱가포르 항공(www.singaporeair.com)이 매일 3회 싱가포르를 경유해 퍼스까지 오간다. 총비행 시간은 11시간 남짓. 퍼스~파라버두는 국내선, 파라버두~카리지니는 지프 등 차량(약 3시간 소요)을 이용한다. 퍼스~카리지니 약 1600㎞ 거리를 4륜구동 차량으로 이동하는 여행객들도 많다. 운전석이 오른쪽이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서호주정부관광청 한글 사이트(www.westernaustralia.com), 호주정부관광청( www.australia.com) 참조. ▲카리지니 1일 패스는 차량 1대당 11호주달러(약 1만 2000원)다. 1호주달러=약 1150원. ▲하루 종일 따가운 햇살이 내리쬔다. 자외선 차단제, 선글라스, 모자 등을 챙겨 가는 게 좋다. 아울러 협곡마다 노천 풀이 형성돼 있으니 수영복을 준비해 가는 것도 좋겠다. ▲카리지니 국립공원 내 숙박업소는 에코 리트리트가 유일하다. ‘에코 텐트’ 안에 침대, 샤워기가 딸린 화장실 등 기본적인 시설만 설치했다. 취사는 불가. 식사는 사무실 겸 레스토랑에서 해결한다. ▲현지 ‘웨스트 오즈 액티브 어드벤처’(www.westozactive.com) 프로그램으로 핸콕 협곡을 돌아볼 경우 장비 일체가 제공된다. 215달러. 개별 여행자는 레스톡 투어(www.lestoktours.com.au/karijinipark)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퍼스 시내 국제선과 국내선은 터미널이 떨어져 있다. 오전 4시부터 50분 간격으로 셔틀 버스가 양 터미널을 오간다. 택시 요금은 25달러가량. ▲콘센트 형태가 일자형 세 개다. 별도 어댑터를 가져가야 한다. ▲퍼스 시내 팬 퍼시픽 호텔은 스완강에 인접해 있는 데다 시내 접근성이 좋다. 자전거를 빌릴 수도 있다. 1시간 6달러. ▲퍼스 관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프리맨틀이다. 고풍스러운 건물과 맛집, 시장 등이 잘 어우러져 있다. 애버리지니 문화센터에서는 풍속화와 민속악기 디저리두 등을 배울 수 있다. ▲워너투어(www.wannatour.com, 02-3477-7555)와 코코스여행사(02-318-1998) 등에서 서호주 아웃백 여행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 한국도자기 추석선물 세트 3종 출시

    한국도자기 추석선물 세트 3종 출시

    한국도자기(www.hankook.com)가 실용적이면서도 품격을 갖춘 다양한 추석선물 세트를 선보였다. ‘명보’ 다기 세트는 매화 꽃 향기를 찾아 날아든 나비의 모습을 황금색과 붉은색으로 표현해 우아함을 잘 살린 제품으로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에게 알맞다. ‘수렵’ 구첩반상기(왼쪽)는 포도덩굴 무늬를 본차이나 위에 새겨 넣고 동양적 펄 기법으로 처리해 고상함이 물씬 풍겨난다. 지출 많은 명절, 가격 부담 없이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도록 구성된 제품도 있다. ‘신시아’ 도자기 밀폐용기는 풍성한 꽃다발을 수채화 느낌으로 디자인해 주방에 활기를 불어넣어 준다. 도자기 밀폐용기는 냄새나 색이 배지 않아 깨끗하게 사용할 수 있어 친환경 식기로 주부 고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명절이 지나고 남은 음식을 냉장고에 보관하기 편리할 뿐만 아니라 식탁에 바로 내 놓아도 손색이 없다. ‘후로랄’ 뷔페 세트(오른쪽)는 꽃밭에서 나비가 날아다니는 듯한 느낌을 디자인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나의 큰 접시와 여러 개의 작은 접시가 한 세트로 다과나 앞접시용으로 사용하기 좋다. 한국도자기는 추석 선물세트를 전국 대리점에서 20~30% 특별 할인 판매한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기억은 스타킹처럼 따뜻하게 몸을 조인다”

    “기억은 스타킹처럼 따뜻하게 몸을 조인다”

    “다른 사람들의 인생 첫 기억은 뭘까 궁금해요.” 잠깐 뜸을 들이더니 고개 들어 반문했다. “기자님 인생의 첫 기억은 뭐죠?” ●인생의 첫 기억에서 출발 글쎄, 그늘진 데다 무덤이 많아서 무섭다고 아무도 안 가는 동네 뒷산에서 나무막대로 칼싸움했던 거? 작가의 ‘역습’에 엉거주춤 기억을 더듬고 있는데 이어 나온 얘기는 이랬다. “4살 때, 개구리 잡으러 다니다 유괴당한 적이 있었어요. 별일 없이 집에 잘 돌아오긴 했는데, 신기한 게 어린 마음에도 이 얘기는 부모님에게 하지 말아야겠다, 그 생각을 한 거예요. 그런데 기억이란 게 묘해서 좋았던 것보다 나빴던 것이 절대 잊혀지지 않아요. 그러면 기억이란 것을 다 드러내 보자고 했지요.” 그렇다고 작품이 어둡다거나 충격적인 것이라고 지레 짐작할 필요는 없다. 인생 첫 기억에서 출발했지만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익대 앞에서 살다가 경기 행주동과 파주시로 이사 간 뒤의 기억들을 담았다. 게다가 홍대 동양화과 출신임에도 진한 먹의 느낌보다는 맑은 수채화 느낌을 주는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아픈 기억을 고통스럽게 끄집어낸다기보다, ‘정말 그때 그랬나?’ 하면서 과거를 되돌아보는 호기심 어린 시선이 느껴진다. 다음달 11일까지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현대 16번지에서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전시를 여는 이진주(31) 작가 얘기다. ●앞뒤 없이 ‘툭’ 튀어나온 풍경들 그래서 눈에 띄는 건 지질학 책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단면도처럼 툭 잘려나온 풍경들이다. 앞뒤 맥락 없이 불쑥 떠오르는 것이 바로 기억임을 드러내는 장치이자 물과 땅의 레이어로 기억의 심층을 은유했다. 가끔 기억 자체가 자신이 연출한 하나의 무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지층의 단면 밑에다 전기코드 같은 것을 배치해뒀다. 이를테면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같은 선언이다. 선언이되, 폭로라기보다 바둑의 복기에 가깝다.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은 하얀 삼각팬티 위에 팬티스타킹만 겹쳐 입은 여성이다. “기억 앞에선 옷을 입을 필요가 없는 거지요. 다만 스타킹이란 것, 얇고 가볍고 따스하지만, 한편으로는 몸을 조여서 단단하게 해준다는 것, 그 느낌이 잘 어울린다고 봤어요.” 직접 한번 입어 보고 느껴 보라고 권하기까지 한다. 작가가 말한 스타킹의 물성은 다름 아닌 기억의 속성이다. 그 기억이 두 다리를 때로는 따스하게 감싸주고 때로는 옥죄면서 받쳐주는 덕분에 우리는 지금 앉고 서고 걷고 뛸 수 있을지 모른다.기억이 없다면 정신적 불구가 될는지 모른다. 작가 말처럼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사람들은 과거가 없어 현재를 살 수 없는 이들이다. ●과거 없이 현재 살 수 없어 제일 눈에 띄는 작품은 ‘검은 눈물’. 김장을 담그는 여성의 머릿속이 한폭의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그 머릿속엔 복잡한 심사를 나타내듯 자디잔 나뭇가지들이 이리저리 뻗쳐 있고 한쪽엔 ‘27’이란 숫자가 달려 있다. 이 그림 자체가 작가의 이번 전시 작품을 상징한다. “제 작품에 소소하게 등장하는 디테일들은 모두 제게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는 것들이에요. 그런데 그걸 하나하나 다 설명하기 시작하면 너무 낯간지럽고 재미없을 것 같아요. 보시는 분들이 의미를 부여해 보면 어떨까요.” (02)2287-3516.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19일 TV 하이라이트]

    ●러브 인 아시아(KBS1 밤 7시 30분) 필리핀 또순이가 한국 노총각을 만났다.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11남매를 위해 고향을 떠나 레바논에서 일했던 필리핀 여인, 제니퍼. 그리고 오랜 선원생활로 혼기를 놓쳐버린 한국 남자, 석명철 씨. 필리핀 마닐라에서 이루어진 두 사람의 운명적인 만남, 떼려야 뗄 수 없는 환상의 짝꿍 제니퍼·석명철 부부를 만나본다. ●딸기가 좋아(KBS2 오후 4시 30분) 딸기는 복잡한 도시에서 조금 떨어진 한적한 마을에 살고 있다. 그런 딸기에게 날아온 한통의 편지. 곧 딸기마을로 돌아온다는 덩치미 아저씨의 편지다. 그 후 딸기는 덩치미 아저씨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친구들에게 덩치미 아저씨는 굉장히 멋진 분이라고 얘기한다. 딸기의 말을 들은 바나나는 덩치미 아저씨에게 질투를 느끼며 경계한다. ●불굴의 며느리(MBC 밤 8시 15분) 신우와 영심은 팀 야유회를 준비하느라 한껏 들떠있다. 하지만 이내 야유회는 취소되고, 신우는 영심과 오붓한 시간을 갖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 야유회가 취소됐다는 걸 안 영심. 그렇게 두 사람은 섬에서 행복한 한 때를 보내고 왠지 애틋한 감정이 생긴다. 한편 상우는 입대하고, 상우 어머니는 순정과 연정 자매를 찾아와 각서를 요구한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SBS 오후 6시 30분) 휴대 전화기에 세탁기, 그리고 카메라까지. 기계와 사랑에 빠진 아이가 떴다. 앉으나 서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사람보다 기계가 최우선인 서휘. 쓰다듬고 또 쓰다듬고 애지중지하기 바쁘다. 서휘는 어쩌다 그 많은 것들 중에 기계와의 사랑에 푹 빠지게 된 걸까. 엄마, 아빠보다 기계가 먼저인 서휘의 ‘사회성’ 끌어올리기 대작전을 공개한다. ●한국기행(EBS 밤 9시 30분)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강원도 홍천. 울창한 숲과 깊은 계곡은 수려한 경관을 품고 있어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시키는 고장이다. 굽이굽이 산허리를 감돌아 오르노라면 한적한 골짜기마다 초록이 지천인 싱그러운 자연의 합창이 들리는 홍천의 계곡. 용소계곡의 때 묻지 않은 비경에 반해 14년 동안 살아온 황병익 부부를 만나본다. ●멜로다큐 가족(OBS 밤 11시) 전남에 위치한 아름다운 땅 끝 마을 해남. 그곳에 이완열, 박은숙 부부가 산다. 아들 셋을 낳고도 딸을 포기 할 수 없어 줄줄이 낳은 게 어느덧 아들만 여섯이 되었다. 집안은 어딜 가든 시끌벅적, 잘 다투는 아이들 탓에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특히, 소시지 반찬을 사수하려는 넷째와 다섯째의 모습은 당연한 일이 되어 버린지 오래인데.
  • [저자와 차 한잔] 프랑스 소재 에세이 나란히 펴낸 이중수·강문정 시인 부부

    [저자와 차 한잔] 프랑스 소재 에세이 나란히 펴낸 이중수·강문정 시인 부부

    프랑스 파리에서 20년째 살고 있는 시인 부부가 나란히 책을 냈다. 남편 이중수(48)씨는 ‘그녀가 사랑한 파리’를, 아내 강문정(49)씨는 ‘그가 사랑한 베르사유’라는 제목이다. 샘터사 기획으로 나왔다. 남편의 책은 파리의 랜드마크 22곳에 담긴 이야기를 서정적인 수채화와 함께 소개한 여행 산문집이다. 아내의 책은 프랑스문화의 진수라고 하는 베르사유궁전을 중심으로 역사적 사건과 인물들의 삶과 사랑을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낸 문화에세이다. ●파리에서 20년째 생활… 함께 머리 맞대고 기획 책 출간을 위해 일시 귀국했던 부부를 지난달 19일 프레스센터에서 만났다. 중앙대 대학원에서 비교문학을 전공하면서 처음 만나 1995년 결혼했다는 이-강 부부. 살짝 들뜬 사춘기 소년 같은 남편, 문학소녀 같은 아내. 왠지 아직 아이가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혹시나 하며 물었다. 역시. 아내가 차분하게 말했다. “결혼할 때 아이는 낳지 말기로 약속했습니다. 대신 어려운 사람들을 돕자. 그리고 좋은 책을 많이 낳고 살자고 했습니다. 이번 책은 우리 부부가 낳은 자식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부부가 기획 출판으로 함께 책을 내기는 처음이다. 남편 이씨는 비교문학을 전공한 시인이자 번역가로 많는 시집과 산문집,번역서를 펴냈다. 프랑스문학을 전공한 아내 강씨는 2002년 동서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문단에 데뷔해 첫 시집으로 ‘양철가슴’을 펴낸 바 있다. 책의 내용이나 성격은 다르지만 부부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기획을 하고 아이디어를 주고 받으며 쓴 자식 같은 책이니만큼 네 책, 내 책이 없었다. ●랜드마크 22곳·베르사유궁 역사 인물 이야기 이씨는 아내의 책 ‘그가 사랑한 베르사유’에 대해 “‘로마인 이야기’를 쓴 시오노 나나미처럼 베르사유궁전을 중심으로 한 프랑스 역사를 서사로 풀어내는 게 어떻겠느냐고 조언했다.”면서 “초반은 문화에세이지만 3분의2가 역사소설”이라고 설명했다. 강씨는 3년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쓴 이 책에서 프랑스 왕조변천사에서부터 위대한 프랑스의 문화와 예술이 살아있는 베르사유 궁전을 거쳐간 역사 속 인물들의 삶과 사랑에 대해 얘기한다. 프랑스가 예술의 나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문화예술 분야에 적극적으로 지원했던 루이 14세, 사치와 허영에 들뜬 여인으로 치부되며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던 마리 앙투아네트, 슬픈 운명의 주인공 루이 16세, 마리 앙투아네트를 흠모했던 페르젠백작 등.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쉽고 생생하게 풀어내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하다. 베르사유 궁전을 장식하고 있는 그림과 조각, 유물들을 곁들여 다채롭고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던 인물들이 건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강씨는 “단순하게 역사적 인물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현실이 과거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녀가 사랑한 파리’는 남편이 아내에게 보내는 연서나 다름없다. 남편이 아내와의 추억이 깃든 장소들을 골라 그 역사와 배경을 문학적 감각으로 풀어냈다. 바스티유 광장과 생마르탱 운하 등. 조용히 미소 짓고 있던 부인 강씨는 “지금까지 나왔던 수많은 파리 관련 도서와는 전혀 다른 감성과 매력을 선사할 것”이라고 남편의 책을 평했다. 부창부수(夫唱婦隨)라더니. 함혜리 문화에디터 lotus@seoul.co.kr
  • 보릿고개 시절의 동화같은 사건들

    보릿고개 시절의 동화같은 사건들

    사라진 것의 소중함은 되돌려질 수 없는 상실로 인해서 더 간절하다. 다시 만날 수 없고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는 사람과 그 사람들에 얽힌 이야기라면 간절함의 깊이는 더하게 마련이다. 산업화 이전 대다수 민초들이 겪고 넘어야 했던 이른바 보릿고개의 추억은 어찌 보면 잊어야 더 좋을 아픈 경험일 터. 그런데 많은 이들이 어려운 그 시절의 보릿고개를 자주 입에 올리는 이유는 뭘까. ‘갯마을 하진이’(박형진 지음, 보리 펴냄)는 그 보릿고개를 힘겹게 넘으며 부대꼈던 어린시절의 기억을 정겹게 반추한 책이다. 고향 전북 부안군 변산 모항에서 농사를 짓고 사는 50대 중반 농사꾼 시인의 유년담. 들로 산으로, 바다로 어울려 쏘다니며 울고 웃던 고향 친구들과의 천진난만한 이야기들을 축으로 어렵던 그때 그 시절을 수채화처럼 풀어낸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구수한 호남 사투리로 끌어간, 동화 같은 사건들. 배 속의 회충 탓에 반복하던 배앓이, 명절에만 먹어보는 흰 쌀밥의 희열, 어른들의 눈을 피해 해대던 밭 서리…. 동네를 휘젓고 다니던 악동들의 천진한 놀이며 장난에 얹힌 추억들은 아련한 향수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40대를 넘긴 세대라면 너나 없이 겪었을 배고팠던 시절의 추억 여행을 따라가다 보면 그 공유의 시간들이 간절해진다. 책은 단순한 추억 건져내기에 머물지 않은 채 묘한 페이소스를 전한다. 무난하게 읽히는 낭만과 추억의 이야기들엔 시인 특유의 앙금들이 또렷하다. 찢어지게 가난한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고향을 등진 이웃들, 벌어먹고 살 거리를 찾아 도시로 떠나거나 가출한 친구들…. 편하게만 읽어도 좋을 어린시절의 추억 여행에 담긴 상실과 그리움의 메시지는 어른, 아이의 관심을 모두 잡아끄는 독특한 울림으로 살아난다. 고향을 떠나버린 친구들을 향해 저자인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집을 떠나 돈 벌어 오겠다는 동무들은 이제껏 단 한명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친구들이 보고 싶어지는 날이면 하진이는 갯벌로 나가 바다를 바라봅니다. 그 애들도 하진이를 그리워할까요?” 9500원.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복고열풍에 도전장” 아이돌 기지개…가요계 춘추전국시대

    “복고열풍에 도전장” 아이돌 기지개…가요계 춘추전국시대

    ‘세시봉 열풍’에 주춤하던 아이돌 그룹이 반격에 나섰다. 젊은 솔로 가수들도 가세하는 양상이다. ‘복고’로 급격히 방향을 틀던 가요계가 모처럼 다양한 음악으로 분할되며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세시봉 콘서트’와 ‘나는 가수다’ 등 예능 프로그램의 흥행 성공은 그동안 방송에서 소외됐던 ‘7080 가수’(1970~80년대 주로 활동했던 가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고, 이는 이들의 가요계 컴백으로 이어졌다. ‘나는 가수다’를 통해 재조명된 90년대 가수들의 앨범도 줄을 잇고 있다. 가요계 전반에 가창력을 중시하는 풍조가 퍼지면서 한풀 꺾이는 듯싶던 아이돌의 기세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신-구 아이돌의 신보가 음원 차트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 아이돌 밴드인 씨엔블루는 정규 1집 타이틀곡 ‘직감’으로 각종 가요 프로그램 순위 집계와 음원 차트 1위를 휩쓸고 있다. 걸그룹 정상을 노리는 포미닛과 에프엑스도 속속 방송 전면에 나서고 있다. 걸스데이, 브레이브 걸스, 달샤벳 등 신인 아이돌 그룹의 약진도 눈에 띈다. 여기에 휘성, 김태우, 케이윌 등 가창력이 뛰어난 남자 솔로 가수들도 잇따라 신곡을 발표하고 있다. 그렇다고 복고 열풍이 꺾인 것은 아니다. 민해경, 이치현, 강인원, 권인하 등 중견 가수 4명은 지난 11일 프로젝트 그룹 ‘더 컬러스’를 결성했다. 이들은 1980~90년대 이름을 날렸던 가수들이다. 민해경의 ‘그대 모습은 장미’와 강인원의 ‘비오는 날의 수채화’는 ‘나는 가수다’에서 김범수와 박정현이 각각 리메이크해 인기를 끌었다. ‘더 컬러스’ 측은 “포크, 록 발라드 등 우리가 추구하는 음악을 좋아하는 팬들이 아직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우리를 원하는 곳이라면 전국 어디든지 달려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1978년 데뷔해 그룹 ‘송골매’의 리드 싱어로 인기를 누렸던 가수 구창모도 5월 디너 콘서트로 20년 만에 가요계에 복귀한다. 80년대를 풍미했던 ‘원조 댄싱퀸’ 김완선도 6년 만에 새 앨범을 내고 본격적인 활동을 재개했다. 실력파 여가수 장혜진은 지난 12일 리메이크 앨범을 내고 복고 대열에 합류했다. 윤도현의 2집 수록곡을 재편곡한 ‘사랑했나봐’는 벌써 각종 온라인 음원 차트 상위권에 진입했다. 가요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추세를 반기는 모습이다. 대중의 다양한 기호를 반영한 것으로 가요계에 다양한 음악이 자리잡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워너뮤직의 임승채 홍보팀장은 “요즘 가요계는 한마디로 뚜렷한 강자가 없다.”면서 “이는 대중의 다양한 기호를 반영한 것으로 가요계에 다양한 음악이 자리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 음반기획사의 이사도 “국내 가요계도 이제 한 장르 위주의 쏠림 현상보다는 외국처럼 다양한 음악이 공존하는 분위기가 정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제주 보석 ‘우도의 빛’…봄이 그린 수채화

    제주 보석 ‘우도의 빛’…봄이 그린 수채화

    소를 닮아 우도(牛島)라 합니다. 제주 동부해안에서 보면, 꼭 소가 바다 위에 앉아 있는 형상이라지요. 해안선 길이가 17㎞에 불과한 작은 섬이지만 풍광만큼은 옹골찹니다. ‘하늘과 땅, 낮과 밤, 앞과 뒤, 동과 서가 두루 아름다운 곳’이라는 상찬이 줄곧 따라다닙니다. 봄이면 우도는 빛깔로 말을 건넵니다. 노란 유채꽃이 흐드러지고, 보리는 푸름을 자랑합니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검은 돌담, 원색의 지붕이 명징한 경계를 이루며 유채색 산수화를 그려냅니다. 우도는 지금이 가장 예쁠 때입니다. ●눈의 황홀경 유채밭 절정 우도에 들면 인상적인 까만 돌담이 외지인을 맞는다. 돌담의 종류도 여러 가지. 집 울타리 역할을 하는 울담, ‘올레’를 따라 이어진 골목담, 묘 주변에 두른 산담, 밭의 경계를 이루는 밭담, 물고기 잡는 원담 등 7가지나 된다. 특히 밭담 안에는 연초록 보리와 더불어 유채꽃이 절정의 빛깔을 뽐내고 있다. 유채기름을 짜던 예전과 달리 요즘의 유채꽃은 거의 관상용이다. 볼거리를 위한 꽃에 섬주민들의 애면글면한 손길이 머물지는 않을 터. 아름답기는 하나 어딘가 사람 냄새가 나지 않는 것도 그런 까닭이겠다. 우도 여행의 첫걸음은 ‘우도8경’이다. 우도의 풍경을 낮과 밤(주간명월·야항어범), 하늘과 땅(천진관산·지두청사), 앞과 뒤(전포망도·후해석벽), 동과 서(동안경굴·서빈백사)로 나누어 선정한 것으로, 제주 동부 해안에서 바라본 우도를 가리키는 전포망도(前浦望島)를 제외하면 모두 우도 내에 흩어져 있다. 주간명월(晝間明月)은 우도봉 남쪽의 ‘광대코지’ 절벽 밑에 형성된 해식동굴을 가리킨다. 공식 명칭은 ‘어룡굴’(魚龍窟). 하지만 주민들은 ‘달그린안’이란 예쁜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우도지(誌)는 이에 대해 ‘오전 10~11시 햇빛이 동굴 안의 바닷물을 비추면 물빛이 천장 주변의 철분과 유황성분에 반사돼 보름달이 뜬 듯한 형상을 보여준다. 11월 20일을 전후해 가장 아름다운 주간명월을 볼 수 있다.’고 적고 있다. 인근 검멀레해수욕장에서 배를 타야 둘러볼 수 있다. 우도의 적요한 밤 풍경도 이국적이다. 여름이면 비양도 등의 앞바다에서 어선들이 고기를 잡느라 불야성을 이룬다. 야항어범(夜航漁帆)은 어선들이 밝히는 불빛들이 별꽃처럼 반짝이는 풍경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시계가 또렷한 날 천진항에서 제주 쪽을 보면 바다 건너 우뚝 선 한라산과 봉긋봉긋한 오름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여찬현 우도면장은 이곳에서 제주 368개 오름 가운데 3분의1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천진관산(天津觀山)은 바로 이 경치를 일컫는다. 여 면장은 “이곳에서 맞는 해넘이 풍경은 평생 잊지 못할 장관”이라고 자신했다. ●우도8경을 따라 봄을 좇다 우도의 대표 아이콘 중 하나가 우도봉(132m)이다. 소 머리를 닮았다 해서 우두봉(牛頭峰) 혹은 소머리오름이라고도 불린다. 우도봉은 주변에 높이를 견줄 산이 없어 전망이 탁월하다. 우도봉 정상에서 굽어보는 풍광이 지두청사(地頭靑莎)다. 곱디고운 잔디 너머로 우도의 들녘과 원색의 지붕을 인 집들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펼쳐지고, 바다 건너 성산일출봉과 한라산까지 두 눈에 꽉 찬다. 동안경굴(東岸鯨窟)은 우도봉 동쪽 절벽 아래 있다. ‘고래가 살 수 있을 만큼’ 규모가 커 동굴음악회가 열리기도 한다. 썰물 때 걸어서 돌아볼 수 있다. 후해석벽(後海石劈)은 시루떡이 켜켜이 쌓인 듯한 우도봉의 기암절벽을 일컫는다. 우도봉 정상의 우도등대는 잊지 말고 찾을 것. 지두청사에 견줄 만한 장쾌한 풍경을 내어준다. 세계 각국의 등대 모형이 전시된 등대박물관도 조성해 뒀다. 아이들의 현장학습장으로 맞춤하다. 우도봉을 에둘러 돌아가는 산책로도 마련돼 있다. 우도의 해안도로 길이는 13.2㎞. 자전거로 돌면 2시간 정도 걸린다. 싱그러운 바다 향기를 맡으며 페달을 밟다 보면 한쪽으론 에메랄드빛 바다가, 한쪽으론 파릇파릇 보리밭이 이어진다. 우도 올레를 따라 자박자박 걷는다 해도 4시간이면 충분하다. 하우목동항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가다 보면 눈부실 정도로 새하얀 모래 해변이 펼쳐진다. 서빈백사(西濱白沙)다. 바다풀의 일종인 홍조류가 돌멩이처럼 딱딱하게 굳어져 형성됐다. 천연기념물 제438호. 하고수동 해수욕장도 예쁜 에메랄드빛 바다색이 인상적인 곳이다. 바닷물이 얕고 모래가 고와 가족 단위 물놀이객들이 즐겨 찾는다. 우도봉 아래 검멀레 해수욕장은 이름처럼 검은 모래 해변이 독특하다. ●검은 돌담이 전하는 풍경들 돌담과 해안가를 따라 숨겨진 섬 풍경을 좇는 것도 좋겠다. 톨칸이는 그중 앞줄에 세울 만하다. 표지판이 작다고 그냥 지나쳤다간 두고두고 후회할 곳이다. 톨칸이는 소의 여물통을 뜻하는 먹돌(차돌)해안이다. ‘촐칸이’라고도 한다. 소꼴이나 건초를 뜻하는 ‘촐’에 여물 주는 통 ‘까니’가 결합됐다. 한데 톨칸이의 위치가 절묘하다. 주민들은 우도봉을 소의 머리, 울퉁불퉁한 기암절벽은 소의 광대뼈라고 본다. 우도봉 남서쪽 식산봉은 촐눌(건초더미)이다. 그 사이에 여물통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 먹돌해안이 여물통 구실을 하는 셈이다. 이곳에서 보는 우도봉 풍광이 자못 장쾌하다. 톨칸이 뒤쪽은 ‘비와사 폭포’다. 이름처럼 비가 와야 폭포가 만들어진다. 섬 곳곳에서 방사탑도 볼 수 있다. 사악한 기운을 쫓기 위해 세운 돌탑으로, 뭍의 장승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마을 북쪽은 하르방(할아버지)탑, 남쪽엔 할망(할머니)탑을 세웠다. 탑 위에는 새를 닮은 돌을 올렸다. 김철수 문화관광해설사는 이를 “잡귀를 쪼아 내쫓으란 뜻”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7기가 남아 있다. 주흥동과 하고수동에 각각 한쌍의 방사탑이 온전하게 남았다. 해안선 곳곳엔 해녀들이 물질을 마친 뒤 불을 쬐며 언 몸을 녹이거나, 옷을 갈아 입던 ‘불턱’도 있다. 우도와 다리로 연결된 비양도는 해녀마을로 알려진 곳. 제주 한림의 비양도와 이름이 같다. 우도에는 약 330명의 해녀가 있고 이 가운데 약 50명이 비양도에 산다. 예전 포구로 사용되던 자그마한 석축 사이에 ‘손톱만 한’ 해수욕장도 있다. 14~16일엔 ‘우도소라축제’가 열린다. 글 사진 제주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64) ▲가는 길 제주 성산항 여객터미널에서 오전 8시~오후 6시 매시 정각에 우도도항선이 운항한다. 15분 소요. 어른 5500원(왕복). 승용차는 운전자 1인 포함 2000원(5월부터 4000원). 성산대합실 782-5671. 우도 천진항, 하우목동항 등 주변에 자전거와 ATV, 전동카트 등 탈것을 대여해 주는 곳들이 많다. 자전거는 3시간 5000원, ATV·전동카트 2시간 3만원선이다. ATV는 주민들이 시끄러워해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 우도8경을 중심으로 도는 관광버스도 있다. 25대가 운행된다. 우도관광 782-6000. ▲맛집 우도 면사무소 인근 소섬반점(782-5683)은 해물짬뽕, 해물자장면으로 유명한 집. 전흘동 등대 앞 우도자연횟집(784-9911)은 산호문어가 맛있다. 1만 5000원. 우도 특산물인 땅콩으로 반죽한 붕어빵도 별미다. 두 ‘마리’에 1000원. ▲잘 곳 서귀포 표선의 해비치호텔&리조트는 성산항에서 약 20분 거리다. 최근 패키지 상품을 대대적으로 리뉴얼했다. 숙박+조식(2인)+디너 뷔페 할인권으로 구성된 플러스 패키지가 실속 있다. 리조트 21만원, 호텔 28만원. 유아용 여행키트 등을 제공하는 아이앤아이 패키지는 24만~29만원, 아이들을 위한 키즈킹패키지는 24만~29만원. 17~18세기 프랑스 상류사회의 사교모임을 테마로 한 성인대상 프로그램 ‘살롱 드 해비치’도 오픈했다. 요일별로 커피, 와인, 제주 전통주 오매기술 등 제조법을 전문가와 함께 배우고 시음할 수 있다. 클래식 콘서트도 열린다. 780-8000. 우도 내에 펜션과 민박집도 많다. 우도면사무소 783-0004.
  • 벚꽃구경 아파트단지로 가볼까

    벚꽃구경 아파트단지로 가볼까

    “올봄엔 벚꽃 구경하러 진해까지 내려가지 마시고 저희 아파트단지로 놀러 오세요.” 이인원(56) 강동구 명일동 삼익그린2차단지 관리과장이 벚꽃축제 준비에 들어가면서 4일 이같이 말했다. 서울시가 가장 아름다운 벚꽃이 피는 아파트단지 5곳을 추천했다. 꽃망울을 터트리는 4월을 맞아 25개 자치구에서 벚꽃 장관을 이루는 아파트단지를 둘러봤다. 특히 자동차와 사람에 치이기 십상인 벚꽃 구경과 달리 호젓하게 즐길 수 있는 숨은 명소들이어서 눈길을 끈다. 2400여 가구가 사는 삼익그린 단지는 4월만 되면 정문 입구에서부터 30년 이상 된 연분홍 벚꽃나무 300그루가 흐드러지게 꽃을 피워 눈부신 꽃터널을 이룬다. 올해로 16회째인 벚꽃축제는 예년 같으면 8일 열리지만 올해는 늦게 ‘봄처녀’를 맞이한 탓에 일주일 뒤인 오는 15~16일 열린다. 주민 노래자랑, 관현악 공연, 초등학생 사생대회, 벚꽃 사진전, 먹거리장터 등 축제 한마당은 꽃향기만큼이나 상큼하다. 강동구 상일동 고덕주공6, 7단지도 볼 만하다. 100그루 조금 못 미치지만 자태만큼은 둘째 가라면 서럽다. 그러나 내년 가을 단지가 재건축으로 철거될 예정이어서 아름드리 나무들도 사라질 처지다. 권진수(60) 관리소장은 “환경영향평가와 시공사·재건축조합 협의를 거쳐야 하지만 주민들은 태풍 피해지역에 ‘강동 아름숲’이란 이름으로 나무를 기증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강남지역에선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벚꽃이 인기 ‘짱’이다. 주민들은 오는 13~14일 축제를 마련한다. 이곳에는 30여년 된 500그루가 봄바람에 살랑살랑 춤을 춘다. 하얀 꽃비가 내리는 날엔 한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서예, 사군자, 동양화 등 그림 전시회와 바자회, 실버악단 연주회 등 다채로운 행사도 곁들인다. 벚꽃 나무에 청사초롱으로 불을 밝힌 한밤엔 아줌마들의 벨리댄스에 취해도 좋다. 광진구 워커힐아파트 벚꽃길엔 낭만이 넘실거린다. 1978년 심은 300여 그루가 멋을 뽐낸다. 아파트에 들어와 산책하는 이들만 하루 평균 300여명에 이른다. 20년 전만 해도 워커힐호텔과 연계해 아파트에서 관람객에게 음식을 대접하기도 했지만 고성방가와 쓰레기 문제를 지적받아 호텔에 벚꽃축제를 넘겨줘야만 했다. 동대문구 군자교에서 배봉산 육교를 잇는 중랑천 뚝방길 산책로 3.4㎞에는 왕벚꽃나무 378그루, 산벚나무 149그루 등 550여 그루가 여심을 뒤흔든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권진원, 햇살 가득한 봄 ‘분홍 자전거’ 타고 5년 만에 짠~

    권진원, 햇살 가득한 봄 ‘분홍 자전거’ 타고 5년 만에 짠~

    ‘살다 보면’, ‘해피 버스데이 투 유’(Happy birthday to you)를 부른 가수 권진원(45)이 ‘분홍 자전거’를 타고 5년 만에 대중 앞에 다시 섰다. 7집 앨범 ‘멜로디와 수채화’를 내놓은 것이다. 타이틀 곡인 ‘분홍 자전거’는 종전 히트곡 ‘해피 버스데이 투 유’를 연상시킨다. 그만큼 경쾌하고 예쁜 동화 속의 한 장면 같다. 햇볕이 한결 따뜻해진 지난달 31일 서울 태평로의 한 카페에서 권진원을 만났다. “일곱 번째 앨범이니 이젠 담담해질 때도 되지 않았나 싶은데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설레요. 5년이란 긴 시간 끝에 준비한 앨범이라 더 그런가 봐요. 브로콜리너마저 등 후배 가수들이 트위터에 제 앨범에 관한 이야기를 남기는 걸 보면 뿌듯하기도 해요.” ●대학생 딸 생각하며 만든 ‘예쁜 걸음마’ 얼굴에 행복한 표정이 가득하다. 권진원은 1985년 강변가요제로 데뷔했다. 1988~1991년 노래를찾는사람들에서 활동하다가 1992년 솔로 1집 ‘북녘 파랑새’를 내면서 홀로서기를 선언했다. 올해는 솔로로 데뷔한 지 딱 20년 되는 해다. 그래서인지 7집 앨범은 ‘봄날’ 느낌을 물씬 풍긴다. 악기 구성은 단출하고 노래는 대부분 3분을 넘기지 않는다. 권진원 특유의 힘 있고 깊이 있는 음색도 여전하다. 군더더기 없는 노래들이 한폭의 깔끔한 수채화를 만들어낸다. ‘멜로디와 수채화’라는 앨범 제목이 딱 맞아떨어지는 느낌이다. 10곡의 자작곡 가운데 2곡은 보컬 없는 반주곡이다. 그중 ‘예쁜 걸음마’는 대학생 딸을 생각하며 만들었단다. “지금은 대학생인 딸아이가 돌을 갓 지나서 걸을 때가 떠오르더라고요. 정말 예뻤거든요. ‘이리 온’ 하면 뒤뚱거리며 걸어오는 게 얼마나 사랑스럽던지…. 그때를 생각하며 멜로디를 만들었습니다.” ●세곡 노랫말 남편이 쓰고… “부부는 일심동체” 남편(유기환 한국외국어대 불어과 교수)이 앨범 작업에 참여한 것도 흥미롭다. ‘멜로디와 수채화’ ‘첫사랑’ ‘분홍자전거’ 세곡의 노랫말을 유 교수가 썼다. “부부가 일심동체이긴 한가 봐요.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아는지라 자연스럽게 곡 작업을 함께 하게 됐어요.” 권진원은 지난해부터 대학 강단에도 서고 있다. 서울예대 실용음악과 교수다. 제자들은 새 앨범이 나오자마자 “교수님, 자랑스러워요.”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며 든든한 팬을 자처한다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도 음악 작업의 연장선이에요. 그래서 그런지 노동이란 생각이 전혀 안 들어요. 늘 즐겁고 몰입하게 됩니다.” 한국 포크록의 대표 주자답게 최근의 ‘세시봉 열풍’에 대해서도 반색했다. “이야기가 많이 담긴 포크 음악이 재조명되고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게 반가워요. 다만, 잠깐의 열풍이 아닌 지속적인 사랑으로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후배들도 포크 음악을 계속 지켜줬으면 좋겠고요.” 그는 오는 5월 ‘친정’ 같은 대학로 학전 무대에서 단독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나는 가수다’스포일러 100% 일치 논란...재미반감에 제작진 비상

    ‘나는 가수다’스포일러 100% 일치 논란...재미반감에 제작진 비상

    최근 인기몰이 중인 MBC ‘나는 가수다.’ 프로그램이 스포일러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나는 가수다.’는 13일 7명의 가수에게 80년대 명곡 재해석이라는 미션을 주고 이를 수행하는 과정을 담았다. 일곱 명의 미션 수행곡은 앞서 온라인 등에서 일부 네티즌이 밝혔던 미션 수행곡들과 정확히 일치한 것. 방송에서 가수들은 룰렛을 돌려 미션곡을 선택했다. 김건모는 임주리의 ‘립스틱 짙게 바르고’, 김범수는 민해경의 ‘그대 모습은 장미’, 박정현은 강인원·권인하·김현식의 ‘비오는 날의 수채화’, 백지영은 나훈아의 ‘무시로’, 윤도현은 이선희의 ‘나 항상 그대를’, 이소라는 변진섭의 ‘너에게로 또다시’, 정엽은 주현미의 ‘짝사랑’을 부르게 됐다.  방송이 끝나고 나서 네티즌 들은 “스포일러의 내용과 내용이 같다 보니 기대감이 반감됐다.” “내용을 유출한 사람도 문제지만 제작진도 시청자들을 생각한다면 대책을 마련해야 할 듯”이라는 반응을 올렸다.  이런 가운데 관심은 1차 탈락자가 누구인지로 쏠리고 있다. 방청객 중 하나로 보이는 네티즌은 온라인동아리에 게재한 스포일러에 1~2명의 가수에 대해 “노래가 겉돌았다.” “기교가 너무 들어갔다.” 등의 표현을 쓰며 “탈락 위험”이라고 적었다.  인터넷서울신문event@seoul.co.kr
  • “스타시스템 한국관객에겐 안 먹혀”

    “스타시스템 한국관객에겐 안 먹혀”

    2004년 스타급 연예인은 아니었지만 충무로에서 연기 기대주로 주목받던 조승우란 배우가 있었다. 조승우는 그해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를 만난 뒤 ‘조승우 신드롬’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무서운 티켓 파워를 보여줬다. 그의 뛰어난 연기가 입소문을 타면서 당시 한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선 조승우 출연 ‘지킬 앤 하이드’ 티켓이 상당한 웃돈을 얹은 가격에 팔리는 기현상도 벌어졌다. 조승우의 티켓 파워는 2011년에도 현재진행형이다. 조승우란 보석을 찾아내 뮤지컬계에 파란을 일으킨 인물은 ‘지킬 앤 하이드’를 제작한 신춘수(44) 오디(OD)뮤지컬컴퍼니 대표다. 그는 지킬이란 캐릭터가 젊고 잘생긴 의사라는 점에서 획일적인 연기를 타파한 배우를 쓰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당시 24살의 조승우였다. 당시 뮤지컬계는 주역 배분이 일명 ‘짬밥’ 순으로 이뤄졌다. 지금이야 조승우, 김무열, 홍광호, 정상윤 등 20~30대 젊은 배우들이 주연을 꿰차며 무대를 거닐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20대 배우들은 앙상블이나 조연 정도에 머물렀다. 주연은 40대 선배들의 몫이었다. 그러한 뮤지컬계의 오래된 캐스팅 관행을 깨뜨리고 20대 초반의 조승우를 주연으로 발탁하는 도전정신을 보여준 사람이 바로 신 대표다. ‘뮤지컬계의 승부사’, ‘돈키호테’라 불리며 10년째 뮤지컬 제작 및 연출에 힘쓰고 있는 신 대표를 지난 3일 서울 역삼동 그의 사무실에서 만나봤다. 신 대표는 요즘 한국과 호주를 오가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호주의 존 프로스트, 미국의 아니타 왁스먼, 랠프 브라이언 프로듀서와 함께 공동 참여한 글로벌 뮤지컬 ‘닥터 지바고’ 때문이다. 시드니를 시작으로 멜버른, 브리즈번을 거친 뒤 올해 말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투어 공연에 나설 예정이다. 신 대표는 이미 2006, 2007년 ‘지킬 앤 하이드’와 ‘맨 오브 라만차’의 일본 공연으로 ‘뮤지컬 한류’를 이끌며 한국 프로덕션의 해외 진출 가능성을 가늠해 본 바 있다. 2009년에는 ‘드림 걸즈’로 미국 브로드웨이와의 공동작업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는 한국에서 작품을 만들어 해외에 진출시킨 제작자 1호다. ‘드림 걸즈’ 제작 과정을 이야기하며 그는 해외 스태프들과 문화적인 차이를 몇 차례 경험하며 진땀을 흘린 적이 수차례 있었다고 소개했다. 배우, 스태프 간의 공감과 감정을 중시한 신 대표와 달리 해외 스태프들은 숫자로 이야기했고, 그들의 제작 방식을 중시했다고. ‘드림 걸즈’를 제작하며 미국의 제작패턴을 나름대로 체득할 수 있었다. ‘닥터 지바고’ 제작 과정에서 이 같은 시행착오는 큰 자산이 됐다. 불필요한 해외 스태프와의 갈등과 충돌은 줄이고, 아시아 시장에서의 제작 방식에 대한 의견은 적극적으로 제시하며 주도권을 잡아가고 있단다. 한국 뮤지컬계를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하는 그에게 한국 뮤지컬 시장에 대한 질문을 빼놓을 수 없었다. 그는 “배우와 스태프, 전문 공연장과 같은 인프라가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작품이 과열되고 있는 것이 한국 뮤지컬의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지킬 앤 하이드’에서 조승우가 회당 1800만원을 받는 사실이 알려지며 스타마케팅 논란의 한가운데 섰던 그는 “스타시스템은 모든 세계에서 통할 정도로 매력적이지만 유일하게 한국 관객들에게는 먹히지 않는다.”면서 “유명한 스타를 작품에 써도 그 배역을 훌륭히 소화해 내지 못하면 한국 관객은 누구보다 냉정한 평가를 한다. 프로듀서도 바보가 아닌 이상 그런 친구들은 다음에 캐스팅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몸값은 떨어지고 거품은 빠진다.”고 말했다. 이어 “공연은 예술이지만 산업이기도 하다. 영화에서도 스타를 안 쓰면 투자를 못 받지 않나. 똑같이 봐달라.”고 덧붙였다. 그는 뮤지컬 제작자이기 이전에 영화 ‘비 오는 날의 수채화’ 조감독으로 사회 첫발을 내디뎠다. 엽기적인 그녀를 제작한 곽재용 감독 밑에 ‘올드보이’의 박찬욱 감독이, 그 밑에 신 대표가 있었다. 30대 들어 진정 사랑하는 여자를 만난 뒤 뮤지컬이란 세계에서 성공해 그녀에게 인정받고 싶었다는 신 대표. 그렇게 맘먹고 나서 34살에 지금의 뮤지컬 회사를 설립했다. 10년째 성공 가도를 걷고 있지만 쓰라린 실패도 몇 차례 있었다. 하지만 늘 긍정적인 그는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 새로운 도전을 꿈꾸고 있다. 앞으로 더 잘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크단다. 잘나가는 프로듀서이지만 지금이 가장 슬럼프라고 고백하는 신 대표. 남다른 패션감각과 ‘절대 동안’(童顔)으로도 유명하다. 그의 일본 및 한국 팬들에겐 다소 슬픈 소식이지만, 그는 일 뿐만 아니라 한 남자로서 행복하고자 올해 결혼을 생각하고 있단다. ‘뮤지컬계의 미다스 손’이라 불리는 그가 보여줄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꼬마 니콜라’를 만난다

    ‘꼬마 니콜라’를 만난다

    ‘꼬마 니콜라’로 유명한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 장자크 상페와 ‘일본 만화의 신(神)’ 데즈카 오사무의 원화를 국내에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처음으로 마련됐다. 오는 3월 20일까지 경기 고양시 고양아람누리 갤러리누리와 아람미술관에서 열리는 제1회 국제만화예술축제(ICAFE)를 통해서다. 전국시사만화협회가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경계를 뛰어넘은 만화와 예술의 소통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박재동, 이희재 등 국내 작가를 비롯해 터키 출신의 시사만화가 셀축 데미렐, 그래픽 노블 ‘브로즈’의 작가 애드리안 스미스 등 해외 작가의 작품 330여점이 전시되고 있다. 일본의 디즈니로 추앙받는 데즈카의 시사 만화 원화 2점을 비롯해 그의 캐릭터를 모은 대작도 국내에 처음 선보인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의 4컷 만화가로 유명한 전철의 작품이 통일부의 정식 허가를 받아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점도 눈길을 끈다. 장자크 상페 특별전은 부대 행사다. 정치적인 이슈나 시사적인 사건들 대신 주변의 소소한 일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은 소묘화, 수채화 등 120여점의 원화와 100점의 복제화, 꼬마 니콜라 인형 등을 만날 수 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책꽂이]

    ●친구가 죽어서 기뻤다(김웅 지음, 나남 펴냄) 현직 방송기자인 저자가 기자 특유의 철저한 핍진성 위에 판타지적인 영역까지 접목시킨 장편소설을 내놓았다. 제목이 사뭇 도발적이다. 내용도 시공을 넘나드는 상상력을 발휘했다. 일기 형식으로 풀어간 자전소설이다. 1만 2000원. ●씩씩한 아기 토끼-이제 밤이 무섭지 않아!(에밀리 호킨스 지음, 존 버틀러 그림, 노은정 옮김, 아이즐 펴냄) 어두운 밤을 지나치게 무서워하는 아이, 혹은 밤에 잠을 안 자고 놀려고만 하는 아이 모두에게 읽히면 좋은 책이다. 호기심 많은 아기토끼 버니가 캄캄한 밤이 좋은 이유를 발견해 가는 과정을 담았다. 책장을 넘기면 그림이 스르륵 바뀐다. 1만 6000원. ●환속하는 물레새(이전안 지음, 신아출판사 펴냄) 예순 나이에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시조시인으로 등단하더니 71살이 된 올해 경상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작가가 내놓은 두 번째 시조시집이다. 연륜이 묻어나는, 정갈하면서도 토속적인 시어들이 시편 곳곳에 흩뿌려져 있다. 9000원. ●오른손 왼손(맥스 루케이도 지음, 개비 핸슨 그림, 권기대 옮김, 베가북스 펴냄) 모든 생활에서 한시도 쉴 틈 없이 사용하는 손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두손의 구체적인 사용이 주는 행복감은 나를 위한 일일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을 돕고 배려하는 데 있다는 가르침을 평범한 일상 속에서 생각하게 한다. 따뜻하고 편안한 수채화풍의 그림이 어우러져 있다. 1만원.
  • 5만원에 산 액자 속 8000만원 수채화 ‘횡재’

    5만원에 산 액자 속 8000만원 수채화 ‘횡재’

    영국의 중년 남성이 값싼 액자를 구입했다가 그 안에 숨겨진 수천만 원짜리 수채화를 발견하는 뜻밖의 횡재를 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국 대중지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이런 행운을 얻은 사람은 데번 주에 사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남성. 그는 몇 달 전 집근처 골동품 상점에서 가격은 30파운드(5만 3000원)정도에, 가로 50cm인 평범한 디자인의 나무 액자 하나를 구입했다. 액자를 집에 가져와서 이리저리 보던 이 남성은 액자 안에 숨겨진 민속적인 느낌의 수채화 한 장을 발견했고 종이에 써진 작가의 이름을 인터넷에 검색했다. 그리고 이 그림이 20세기 초반 캐나다를 대표하는 화가 월터 J. 필립스(1884-1963)의 것이란 걸 알고 깜짝 놀랐다. 지난 1일(현지시간)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고미술 경매장에 오른 이 작품의 가격은 무려 4만 8000파운드(8600만원)이 책정됐다. 이 그림은 필립스가 1920년 대 후반 태평양을 여행하면서 그린 작품으로, 캐나다와 인도 민속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남성은 그림을 팔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는 “이 그림의 가치를 알게 된 이상 우연으로 얻었더라도 평생 간직할 생각”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한편 이 그림의 작가인 필립스는 영국에서 태어나 남아프리카와 프랑스 등지에서 목판화가로 활동하다가 1913년 캐나다 매니토바 주로 건너갔으며, 이후 캐나다에서 28살면서 동양 민속에 영향을 받은 판화와 그림을 남기고 1963년 향년 79세로 세상을 떠났다. 사진=The Hoh-Hok Houseposts at Karlukwees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40인치 가슴으로 그림 그리는 여성

    러시아의 한 아마추어 여성 화가(26)가 1년째 자신의 가슴으로 직접 그림을 그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23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더 선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슈 미술관에서 사이즈 40E의 큰 가슴으로 그림을 그리는 빅토리아 로마노바를 소개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로마노바는 1년여 전부터 자신의 가슴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지금까지 25점 이상의 그림을 그렸다. 로마노바가 그림을 그리는 방법은 붓이나 나이프 대신 자신의 큰 가슴에 수채화 물감이나 유성 페인트를 바른 후 캔퍼스나 종이에 칠하는 것이라고. 로마노바는 그림을 시작한 계기에 대해 “어느 날 갑자기 이 풍만한 가슴으로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녀는 “작업하는 과정을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다. 나는 처음에 몇 송이의 장미를 그렸고 좋은 결과에 놀랐다. 결과물에는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로마노바는 최근 런던에 있는 종탑시계 ‘빅벤’을 배경으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인물화를 완성했다. 그녀는 정물화, 초상화, 추상화 등 다양한 화풍의 그림을 그려왔다. 또한 그녀는 미술관에서 작품 전시회를 열어 세 점의 그림을 팔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에 팔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로마노바는 “여성의 가슴은 그 자체로 아주 아름다운 윤곽을 가지고 있다. 캔버스에 가슴을 대고 부드럽게 그리면 독특한 효과가 나타난다.”며 “내 그림들은 여성스럽고 아름답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사람의 몸과 꽃·나무·자연이 서로 엉기며… ‘나’의 숲은 희망을 꿈꾼다

    사람의 몸과 꽃·나무·자연이 서로 엉기며… ‘나’의 숲은 희망을 꿈꾼다

    소설가 박완서가 ‘인정머리라고는 손톱만큼도 없이 냉정한 단문이 날이 선 얼음조각처럼 내 살갗을 저미는 것 같았다.’라고 평했던 김훈(52)의 문장이 신작 ‘내 젊은 날의 숲’(문학동네 펴냄)에서는 훨씬 누그러진 느낌이다. 주인공인 화자가 1인칭 여성이어서일까. 디자인회사에 다니는 미혼인 ‘나’(조연주)의 아버지는 교도소에 있다. 하위직 공무원이었던 아버지는 그 작은 직권으로 성병에 걸린 접객업소 여종업원을 협박하거나 검진증을 팔아먹는다. 단속정보를 미리 빼돌려 영업정지 처분을 막아주거나 풀어주면서 벌어온 돈으로 미술대학 디자인과에 합격해 서울에 올라온 연주에게 방 두칸짜리 아파트를 구해준다. 4년간에 걸친 등록금, 미술 재료비, 용돈 그리고 첫 직장에 취직했을 때 출퇴근용으로 쓰라고 소형 자동차도 마련해준다. 6급 지방 공무원인 아버지가 뇌물죄로 구속 수감되면서 더 이상 이 세상과 부딪치거나 비비적거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연주는 편안해한다. 밀린 임금과 퇴직금을 받지 못하고 회사를 사직한 연주는 계약직 공무원 공채 선발과정을 거쳐 최북단 민간인 통제선 안 국립 수목원의 세밀화가로 채용된다. 민통선 검문소에서 연주는 김민수 중위를 처음 만난다. 연주가 수목원에서 패랭이꽃, 목련, 작약꽃, 서어나무, 겨울눈 등의 세밀화를 수채화로 그리는 동안 아버지는 가석방으로 출소한 지 일곱달 만에 뇌일혈 발작으로 세상을 뜬다. 김 중위의 부탁으로 정전 50주년 기념 전사자 유해발굴단이 찾아낸 뼈 그림도 그린다. 수목원의 예산 부족으로 재계약이 되지 않은 연주는 서울로 돌아온다. 연주의 핸드백에는 제대하고 건설회사에 취직한 김 중위의 명함 한장만이 들어 있다. 김훈은 작가의 말에서 “돌이켜보니, 나는 단 한번도 ‘사랑’이나 ‘희망’ 같은 단어들을 써본 적이 없다.”고 고백한다. ‘내 젊은 날의 숲’에서도 김 중위는 연주에게 사랑한다거나 좋아한다는 고백조차 없이 자신의 개인사를 술술 말한 뒤 뼛조각 이야기를 하고 명함을 건넨다. 주인공이 수목원에서 일하는 화가인 만큼 소설에는 사람의 몸과 꽃, 나무, 숲 그리고 자연이 서로 엉기어 드는 풍경이 잘 그려져 있다. 하지만 미술학원 원장의 자살이나 공무원의 비리 구조, 연주 아버지의 병세, 유해발굴단의 작업을 묘사할 때는 잠시 소설 주인공이 화가에서 사회부 기자로 바뀐 듯한 착각이 든다. 6·25전쟁에 참전한 병사의 편지와 삐라의 내용은 자세하게 인용한 출처를 밝혀놓았다. 최근 작가들이 소설에 다른 책이나 기사의 내용을 인용했다가 표절로 곤욕을 치른 사례가 있어 무심하게 보아 넘겨지지 않는 대목이다. 단편 ‘언니의 폐경’을 제외하면 여성 주인공이 1인칭 화자로 등장하는 일이 흔치 않은 김훈의 소설 ‘내 젊은 날의 숲’은 “여생의 시간들이, 사랑과 희망이 말하여지는 날들이기를 나는 갈구한다.”라는 작가의 희망이 담겨 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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