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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주 한강문화관으로 떠나는 봄 나들이

    여주 한강문화관으로 떠나는 봄 나들이

    경기 여주시 한강문화관에서는 따뜻한 봄 나들이 계절인 4월을 맞아 ‘제5회 여주장애인복지관 수채화, 서예작품 전시회’를 시작으로 다양한 장르의 작품전시와 ‘청소년을 위한 무료체험 교실’, ‘문화가 있는 날! 주말 거리공연’ 등을 진행한다고 4일 밝혔다. 4일부터 13일까지 열리는 작품전 ‘4월의 어느날’은 장애주간행사의 일환으로 복지관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장애인이 직접 창작한 수채화, 서예를 비롯한 예술작품 40여점이 전시된다. 13일부터 29일까지 박광천 도예명장의‘흙, 불을 만나다’라는 테마로 조선백자와 한국화의 만남전도 관심이다. 한국의 미를 고스란히 표현하고 있는 달항아리, 호리병, 접시 등 그의 작품에서는 전통과 현대를 담은 생동감이 넘치는 그림들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기간 중 주말에는 박광연 도예명장의 도자기 시연 및 만들기 체험도 열려 방문객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또한, 정미라 작가의 ‘내안의 뜰’ 수채화 개인전이 동시에 열려 봄의 화사함을 느끼게 한다. 한강문화관에서는 영화필름 아카데미 교실이 4월부터 개강해 스마트폰을 활용한 단편영화제작하기, 미니방송국 체험, 애니메이션, 웹툰, 만화디자인 체험에 이르기까지 청소년을 대상으로 다양한 진로탐색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한강문화관 관계자는“봄 나들이 계획을 준비하는 시민들에게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를 마련했다. 가족, 연인, 친구들과 함께 방문하신 모든 분들이 봄을 만끽하며 포근한 추억을 만들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91분 만에 합의 도출… 점심 거르고 속전속결 브리핑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29일 열린 2차 남북 고위급회담은 점심도 거른 채 4시간여 만에 속전속결로 끝났다. 양측 대표단이 회담 석상에 앉은 시간은 불과 91분에 불과했다. 모두 발언부터 밀고 당기기와 실랑이 없이 시종 화기애애했다.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모두 발언에서 “(남측 대표단) 표정을 보니 회담이 잘될 것 같다”고 말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도 웃으면서 “이미 마음을 다 들킨 것 같다”고 화답했다. 평창동계올림픽 전후 남북 고위급과 실무진 간 만남이 이어진 만큼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선 이견이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조 장관과 천해성 통일부 차관,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등 남측 대표단 3명은 29일 오전 7시 30분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를 출발해 1시간 13분 뒤 판문점 남측 지역 자유의집에 도착했다. 회담 직전 군사분계선을 넘어 통일각으로 이동한 대표단은 현관에서 리 위원장 등 북측 대표단 3명과 인사를 나눴다. 로비에는 북한 신진작가 5명이 지난 2월 완성한 13㎡ 크기의 백두산 풍경 수채화가 걸려 있었다. 80일 만에 다시 만난 리 위원장은 대표단의 개인적 신상까지 거론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리 위원장은 조 장관에게 “내 기억엔 통일각에 한 서너댓 번 오지 않았나”라고 말을 꺼냈다. 조 장관이 “그 이상 되고 마지막 왔던 게 2007년 8월 평양 올라가는 길에 잠시 있다가 올라간 것”이라고 답하자 리 위원장은 “10년이 넘었으니까 감회가 깊겠다”고 말했다. 리 위원장은 통일각이 1985년 8월 완공됐다는 점을 들어 “8월 15일은 우리 민족 해방의 날이 아닌가, 천 차관이 8월 15일 생일이니 남다른 인연을 맺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리 위원장은 “남측 대표 선생들의 표정이 밝은 것을 보고 통일각서 진행된 과거 회담을 봐도 오늘 회담이 잘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장관도 지난번 회담이 열린 남측 평화의집을 언급하며 “평화와 통일이 이렇게 연결되는 좋은 의미가 그 자체에서 있지 않겠냐”고 화답했다. 한편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고위급회담에 대해 “북남 수뇌 상봉과 관련한 실무적인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협의하고 공동보도문을 채택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매체가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언급한 것은 지난 6일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면담에서 합의한 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발표한 지 23일 만이다. 다만 통신은 정상회담의 구체적 장소와 시간은 밝히지 않았다. 통일부공동취재단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김응교 교수-작가의 탄생] 한 명의 독자 위한 성찰의 편지… 고흐의 ‘뿌리 깊은 고뇌’ 담겼네

    [김응교 교수-작가의 탄생] 한 명의 독자 위한 성찰의 편지… 고흐의 ‘뿌리 깊은 고뇌’ 담겼네

    알다 이전에 ‘본다’가 있다. 쓰다 이전에 ‘본다’가 있다. 세상을 바로 보는 시선은 너무도 중요하다. 김수영은 “이제 나는 바로 보마”(공자의 생활난)라며 ‘보다’라는 행동을 강조했다. 작가란 대상의 본질을 보는 사람이다. 보는 시선에 따라 표현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본다’라는 동사를 글과 그림으로 표현해 낸 작가를 떠올리면 단연 화가 빈센트 반 고흐를 떠올릴 수 있다.인물화나 풍경화에서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은, 감상적이거나 우울한 것이 아니라 뿌리 깊은 고뇌야. 사람들이 내 그림에 대해, 화가가 깊이 날카롭게 느끼고 있다고 말할 정도의 경지에 이르고 싶어. (1882년 7월 21일 / 반 고흐, 신성림 옮김, ‘반 고흐, 영혼의 편지’, 예담, 2005) 고흐는 자신이 본 풍경을 ‘뿌리 깊은 고뇌’로 새롭게 표현하고 싶어 했다. 그의 고뇌는 동생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에 써 있다. 그의 편지에는 자연과 종교를 대하는 태도, 안부를 묻는 내용이 가득하다. 에밀 졸라, 도스토옙스키 등 소설가에 대한 평과 렘브란트, 밀레 등 화가에 대한 간단한 인상주의 비평문도 들어 있다. 그는 화가이지만 ‘편지문학 작가’로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일기는 자기만 읽는 글이지만, 편지는 한 명의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독특한 문학 장르다. 한 명을 독자로 삼는 편지는 일기 못지않게 속내를 드러내는 솔직한 글이다. “그래, 내 그림들, 그것을 위해 난 내 생명을 걸었다. 그로 인해 내 이성은 반쯤 망가져버렸지. 그런 건 좋다.”(1890년 7월) 당찬 다짐이 들어 있는 편지글은 그림 속에 숨어 있는 열정을 느끼게 한다. 그림에 “생명을 걸었다”는 속내는 일기처럼 편지글에서도 드러난다. 정리되지 않은 감정을 맘대로 써도 되는 일기와 달리, 편지는 한 명의 독자를 위해 성찰하며 이야기를 정리해 보내야 한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1774)이나 도스토옙스키의 장편소설 ‘가난한 사람들’(1946) 등은 편지문학의 대표작이랄 수 있겠다. 편지작가인 고흐가 전하고 싶었던 것은 ‘뿌리 깊은 고뇌’였다. 영어로는 6권, 일본어로는 3권짜리 고흐 서간문 전집이 있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말로 고흐 편지 전체가 번역된 적은 없다.●고흐가 본 시엔 한 통계를 보면 미술관에 걸린 누드화의 85%가 여성 누드라고 한다. 누드를 주문하는 자도 남자요, 그림을 그리고 만든 이도 남자였다. 천사처럼 성스러운 존재만을 누드로 그렸던 미술사를 에두아르 마네가 ‘풀밭 위의 점심식사’(1863)를 그려 흔들어 놓았다. 벌거벗은 여성 곁에서 넥타이에 정장을 갖춘 두 사내가 편안히 정담을 나누는 상황은 황당하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누드의 여성은 그림 밖의 관람자를 태연하게 응시한다. 마네의 ‘올랭피아’(1865)는 더 도발적이다. 흑인 여성을 배경으로 하는 백인 여성의 흰 살은 조금은 외설적이다. 슬리퍼, 보석, 머리의 꽃 장식을 보자. 흑인 하녀가 든 향기로운 꽃다발은 누가 선물로 보냈을까. 고흐도 누드를 그렸다. 다만 고민 없이 혹은 그림을 팔려는 의도에서 그린 누드와 다르다. 고흐는 여성의 성적인 육체보다는 여성이 견딘 ‘뿌리 깊은 고뇌’를 그리려 했다. 고흐의 편지를 읽으면, 여성을 대하는 그를 화가로서뿐만 아니라 작가로서도 충분히 평가할 수밖에 없다. “지난겨울, 임신한 여인을 알게 되었어. 남자에게 버림받은 데다 그 남자의 아이를 배고 있었지. 겨울에 길을 헤매는 임신한 여자가 빵을 얻으려면 어떻게 했을지 너는 알겠지. 나는 그녀를 모델로 삼아 겨울 내내 그녀와 함께 일했어. 나는 그녀에게 모델료를 충분히 주지 못했지만 그래도 방세는 내 주었어. 그리고 다행히도 빵을 그녀에게 나누어 주어 그녀와 아기를 굶주림과 추위로부터 지켜주었어. … 그녀와 결혼하는 것보다 좋은 일이 있을까? 결혼은 그녀를 구제하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야.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다시 가난해지고, 과거의 구렁텅이로 내몰리는 생활로 돌아가야 해.”(1882년 5월 3~12일)매독에 걸린 채 임신해 있고, 딸까지 데리고 있는 세 살 연상 매춘부 시엔과 고흐는 1년 넘게 함께 살았다. 그녀 때문에 목사인 아버지는 고흐에게 다시는 오지 말라고 야단쳤다. 친척이자 존경하던 스승이었던 안톤 모베도 인연을 끊었다. 시엔을 모델로 그린 ‘슬픔’(1882)에서 고흐의 ‘뿌리 깊은 고뇌’를 만날 수 있다. 우키요에(일본 에도시대 화풍)의 영향을 받았으나 외설적이거나 에로틱한 면이 없다. 오히려 힘없이 헝클어진 머리카락, 볼품없이 나온 뱃살이 지저분하고 추한 느낌마저 든다. 앞서 본 마네의 여인들은 팽팽한 곡선, 탐스러운 머리칼, 풍요한 젖가슴을 갖고 있지만, ‘슬픔’에 앉아 있는 시엔은 전혀 반대다. 모든 것을 잃었다는 박탈감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다. 고흐는 37년을 살면서 많은 그림을 그렸지만 ‘슬픔’은 고흐 개인사를 넘어 여성의 누드를 ‘슬픔’으로 보는 전복적인 작품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그린 것 중 최고”라고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말했다. “나 같은 사람은 정말이지 아파서는 안 된다. …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그림을 그리고 싶으니까. ‘슬픔’은 그 작은 시작이다.”(1882년 7월 21일) 그가 편지에서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그림을 그리고 싶”은 바람을 뚜렷하게 나타낸다. 시엔은 60여점의 데생과 수채화를 위한 모델에 지나지 않았을지 모르나, 시엔을 그린 ‘슬픔’은 여성을 보는 전혀 다른 세계를 제시했다.●감자 먹는 사람들… 빈자의 성찬식 솔직히 이 작품을 처음 봤을 때 어두컴컴하고 지저분한 느낌 외에 달리 감흥은 없었다. 이상하게도 보면 볼수록 그 분위기에 점점 빠져들어 갔다. 집안은 온통 어둡고 감자가 놓인 테이블에만 빛이 모여 있다. 초라한 식탁에 등만 보이는 소녀 앞에 찐 감자의 김이 금빛으로 오르고 있다. 당시 유럽에서 감자는 가난한 사람들의 주식이었다. 왼편에 그려진 광대뼈가 나온 사내는 거칠게 살아온 황소를 닮았다. 고흐는 왼쪽 사내의 손을 가장 공들여 그렸다고 편지에 썼다. “나는 램프 불빛 아래에서 감자를 먹고 있는 사람들이 접시로 내밀고 있는 손, 자신을 닮은 바로 그 손으로 땅을 팠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 주려고 했다. 그 손은, 손으로 하는 노동과 정직하게 노력해서 얻은 식사를 암시하고 있다. … 언젠가는 ‘감자 먹는 사람들’이 진정한 농촌 그림이라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1885년 4월 30일 편지) 이 작품을 위해 고흐는 고향 누에넨에서 겨울을 보내며 농부들의 초상화 40여점을 그렸다. 고흐는 이 작품을 오랜 친구인 반 라파르트에게도 석판화로 보냈다. 걸작을 제작했다는 확신 때문에 고흐는 라파르트의 부정적인 반응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라파르트는 ‘감자 먹는 사람들’이 예술의 규범을 모두 훼손했다고 생각했다. 굴하지 않고 고흐는 이 작품을 자신이 그린 그림 중에 가장 독창적이고 뛰어난 작품이라고 테오에게 편지를 보냈다. “나는 ‘감자 먹는 사람들’이 아주 좋은 작품이 되리라 믿는다. … 너도 이 그림이 독창적이라는 걸 확실하게 알게 될 것이다.”(1885년 4월 30일) 인도 콜카타에서 태어난 가야트리 스피박 교수는 돈도 없고 배운 것이 없어 자신들의 아픔을 표현할 줄 모르는 이들을 하위주체, 즉 서벌턴(Subaltern)이라고 명명했다. 이들은 왜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을까. 스피박 교수는 구조적 문제에 주목하라고 요구한다. 고흐의 그림은 스피박의 서벌턴 이론에 호응한다. 고흐의 ‘슬픔’에 나오는 창녀 시엔이나 ‘감자 먹는 사람들’에 나오는 가난한 가족은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못하는 서벌턴들이다. 탄광 지역 보리나주에서 썼던 그의 편지를 읽으면 빈자에 대한 심려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예수 그리스도는 괴로운 생활을 보내는 노동자에게 힘을 주고 위로하며 계몽할 수 있는 주님이기 때문이라고. 왜냐하면 그 자신이야말로 우리의 병을 안 위대한 슬픔의 사람이고, 그가 신의 아들이기는 하지만 목수의 아들로 불린 존재이며, 병든 영혼을 치료하는 주님이기 때문이라고.”(1878년 12월 26일) 고흐의 편지를 읽는 독자나 그림을 보는 관객은 잠시라도 그가 제시한 슬픔과 가난을 만드는 메커니즘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의 편지와 그림이 따스한 이유는 낮고 천하고 볼품없고 쓸데없는 것들을 ‘보는’ 그의 시선이 우리를 따뜻하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쓸쓸하고 낮은 것과 같이하려는 시선에서 ‘편지작가’ 고흐는 탄생했다. 시인·숙명여대 교수
  • [수요 에세이] 수채화와 경제정책/문재도 무역보험공사 사장·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수요 에세이] 수채화와 경제정책/문재도 무역보험공사 사장·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2016년 1월 초순 30년 넘은 공직생활을 마무리했다. 숨가쁘게 달려온 직장 생활이어서 퇴직 후를 꼼꼼하게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그래도 무언가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것들을 하고 싶어 가족과 함께 여행 가고 싶은 곳, 읽고 싶은 책 등 몇 가지를 ‘위시 리스트’로 준비했다. 그중에 중학교 1학년 이후로 손을 놔버린 그림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어서 수채화를 시작하기로 했다. 공직을 그만둔 이후 생활은 무엇일까. 그 무렵 잡지에서 우연히 봤던 문구가 머리를 강하게 때렸다. ‘당신은 지금까지 내비게이터에 의존한 생활을 하였습니다. 이제부터는 나침반에 의존하여 생활하여야 합니다.’ 그렇다. 이제부터는 누구를 만날 것인지, 무엇을 할 것인지 등 모든 것을 나 스스로 판단해서 결정해야 한다. 공직을 하는 동안 개인생활이 거의 없이 살아왔던 입장에서 작은 일부터 일일이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한다는 것은 의외로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군가 말했던가. 고위직에 있다가 퇴직할수록 평범한 일상생활에 적응하는 데 그만큼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이런 가운데 나름대로 의미 있는 일을 빨리 찾고 싶었다. 퇴임식을 하고 돌아와 미술학원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다행히 서울 강남역 부근에 적당한 곳이 있었다. 다음날 학원에서 원장과 상담을 했다. “그림을 그려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아닙니다. 중학교 때 그려본 것이 마지막입니다.” “무슨 그림을 하고 싶으세요?” “수채화요. 유화는 전혀 해보질 않아서요.” “데생(소묘)은 해보셨나요?” “아닙니다.” “ 그러면 데생을 좀 한 후에 수채화를 배우도록 하지요.” 하얀 캔버스에 4B연필로 명암과 원근만을 이용해 사물을 그리는 데생을 시작했다. 몇 번의 수업을 거치는데 선생님이 그림을 그리는 내 옆에서 말을 던진다. “손이 빠르시네요.” “무슨 뜻인가요? 제가 대충 한다는 의미는 아니지요?” “아니요. 좋은 뜻입니다.” 그리고 한 달 정도 지나 수채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수채화란 여러 가지 물감을 물에 개거나 풀어서 그리는 그림이다. 유화와 비교할 때 맑고 투명한 느낌을 주나, 덧칠해 수정하기가 어려운 단점이 있다. 수채화는 나에게 잘 맞는 특성이 있었다. 그리기 전에 전체 구도에서 어디서 시작할지 그리고 무엇을 강조할지 등 전략이 필요했다. 그냥 사진처럼 자세하게 그리려고만 해서는 그림이 완성되지 않았다. 덧칠하면서 수정을 거듭하는 유화와 달리 한 번 시작하면 거의 마무리 단계까지 쉬지 않고 그려야 했다. 그만큼 짧은 시간 집중이 필요했다. 공직 생활 동안 수많은 정책 과제를 정해진 시간 내에 마무리하도록 훈련을 받아왔기 때문에 성향상 적합했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수채화를 시작한 후로 하늘, 산, 강, 바다, 나무, 도시의 거리 등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주변의 모든 것이 새롭게 다가왔다. 사실 그 전까지 하늘이 그렇게 변화무쌍한지 몰랐다. 하늘색이 그냥 파란 줄로만 알았는데 짙은 파란색에서 시작해 푸르스름해지다 무채색의 회색으로, 그러다가 어느새 산을 마주치는 곳에서는 연한 녹색으로 변했고, 석양 무렵에는 자주색과 붉은 선홍색으로 마무리됐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이제껏 전혀 느끼지 못하고 살아 왔다니…. 지금까지 바쁘게 살기만 했지 세상을 제대로 보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수채화를 그리면서 경제 정책 수립 과정을 다시 생각해 본다. 첫째, 현상을 잘 조감하고 관찰한다(관찰). 둘째, 작가 입장에서 강조할 부분을 정하는 등 현상을 잘 이해하도록 사물을 재구성한다(분석). 셋째, 우선순위를 정해 채색에 들어간 후 그림의 전체적 구도가 균형을 유지하도록 채도를 조정한다(대책 강구). 넷째, 원근과 명암 등에서 소외된 부분이 없는지 확인해 마무리한다(보완 대책). 최근 들어 세계 무역과 산업 환경이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지금 우리 세대는 커다란 변곡점에 서 있다. 수채화적 시각으로 새롭게 우선순위를 정한 후 정책을 개발하고 소외된 곳이 없었는지 살펴보았으면 한다.
  • [동호회 엿보기] 그려서 풀리네, 마음의 짐…그래서 꿈꾸네, 화가의 길

    [동호회 엿보기] 그려서 풀리네, 마음의 짐…그래서 꿈꾸네, 화가의 길

    “붓과 캔버스에 집중하는 순간,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어느새 사라지고 힐링하게 되죠.”(서울 양천구청 총무과 류인정 주임) 바쁜 공직 일상을 쪼개 그림을 그리며 지역 주민들에게 문화의 향기를 전하는 공무원 동호회가 있어 눈길을 끈다. 양천구청 물빛사생회다. 공무원 하면 딱딱할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감수성이 가득한 물빛사생회의 그림을 보면 이러한 편견은 눈 녹듯 사라진다.# 10년 전 싹 틔운 이후 일곱 차례 정기 전시회 물빛사생회가 싹을 틔운 것은 2008년이다. 처음에는 미술에 관심 있는 서너 명이 모여 서양화가 조명호씨의 지도를 받으며 그림을 공부하는 정도였다. 동호회다운 모습을 갖춘 것은 2011년이다. 이름을 짓고, 회칙을 정하고 그리고 한 해 동안 열심히 그린 작품을 모아 창립전을 개최했다. 물빛동호회는 창립전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모두 일곱 차례 정기전을 이어 왔다. 해마다 회원 수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평소 미술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거나 학창시절 못다 이룬 꿈에 동호회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대략 30명 안팎이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이 가운데 10여 명은 매주 월요일 저녁 평생학습관 미술실에서 열리는 그림 교실에 개근할 만큼 열성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공직에 갓 입문한 20대부터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과장급까지 세대를 아우른다. 성별로 따지면 여성이 절대 다수. # 두 시간 남짓 그림에 몰두하면 스트레스 훌훌 2014년 여름 물빛사생회에 가입해 연재 총무를 맡고 있는 양천구청 총무과 류인정 주임은 “두 시간 남짓 그림에 몰두하면 스트레스를 날리는 것은 물론 삶의 활력소가 된다”고 귀띔했다. 구청 업무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림을 그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누게 되면 동료애가 쌓이고 이는 원활한 업무 협조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데생으로 시작해 유화와 수채화, 아크릴화 등 저마다 취향에 따라 풍경을 그리고 정물을 그리다 보면 어느새 작품이 쌓여 정기전을 열어야 할 때가 다가온다. 대략 30점 안팎의 작품을 전시한다고. 정기전이 열리는 양천문회회관 전시실을 오가며 작품을 감상한 지역 구민들이 대견해 하고 좋아해 주는 것 또한 보람이다. 물빛사생회의 작품은 문화회관 로비와 구 의회 사무국 등에 걸려 지역 구민들을 맞이하고 있다. 그림만 그리는데 그치는 것은 아니다. 2015년에는 가장 작은 크기(6호)의 그림 열 점을 판매해 모은 수익금을 불우이웃에게 전달하는 등 지역과 호흡하려고 애쓰고 있다. # 전시회 열고 주민과 호흡… 판매 수익금 기부도 자기 계발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현대조형미술대전, 겸재진경미술대전, 경기미술협회공모전, 정수문화예술대전 등 외부 공모전에서 입상하거나 개인전까지 열며 말년에 화가의 꿈을 활짝 피우는 경우도 있다. 2014년부터 3년가량 사생회를 이끌었던 유선희 전 회장은 지난해 37년 공직 생활 퇴직을 기념하는 개인전을 성황리에 열기도 했다. 물빛사생회는 올해 10주년을 맞는다. 류 주임은 “모든 것에는 힘들 때와 좋을 때가 있는데 그런 과정을 거치며 전시회를 치르고 났을 때의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신임 회장이 위촉되면 다양한 논의를 통해 올해는 무엇인가 특별한 것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경남스틸 운영 송원갤러리, 원로 수채화가 조현계 초대전

    경남스틸 운영 송원갤러리, 원로 수채화가 조현계 초대전

    포스코가공센터인 경남스틸㈜(경남 창원시 성산구 연덕로 15번길 10)는 28일 회사안 상설전시관 송원갤러리에서 오는 3월 5일부터 4월 30일까지 원로 수채화가 조현계 화백 초대 전시회를 연다고 밝혔다.조 화백은 종이가 아닌 순면(純綿)에 현장성을 살려내는 수채화를 그리며 독자적 예술세계를 추구하는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 조 화백은 최근 작품 ‘소매물도’를 비롯해 ‘적상산’, ‘성산일출봉’ 등 30여 점을 선보인다. 관람시간은 오전 9시~오후5시 이며 토·일·공휴일은 휴관한다. 관람은 무료다. 조 화백은 “저는 언제나 현장에서 그림을 완성한다. 그리고 자연의 색채를 그대로 그려내고자 흰색과 검정색은 쓰지 않는다”며 자신의 독창적인 작품성을 설명했다. 송원갤러리측은 생명의 수채화를 고집해오고 있는 조 화백이 이번 전시회에서 새 봄의 자연을 생생하게 보여줄 것 이라고 기대했다.조 화백은 대한민국 미술대전 수채화부 심사위원(2007년) 등을 지내고 경남미술인상(2011년)을 수상했으며 서울·일본·부산·창원 등지에서 개인전 20회를 여는 등 우리나라 수채화 화단을 이끌어 가는 대표 작가로 꼽힌다. 송원갤러리는 경남스틸 사옥 5층에 마련돼 있으며 면적은 450㎡ 크기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日, 진실 마주하길”… 화폭에 담은 전국 74곳 소녀상

    “日, 진실 마주하길”… 화폭에 담은 전국 74곳 소녀상

    “전국의 소녀상은 다양한 모습으로 다양한 장소에서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소녀상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은 바로 일본군 성노예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입니다.”경기 성남시청 공감갤러리에서 ‘소녀, 평화를 외치다’라는 주제로 소녀상 그림 전시회를 열고 있는 김세진(30·상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4학년)씨를 1일 만났다. 김씨는 ‘소녀상 농성 대학생 공동행동’ 회원으로 일본 대사관 앞 소녀상 철거 반대와 12·28 한·일 위안부 합의 폐기 운동을 하고 있다. 그는 2016년 겨울 ‘촛불’로 뜨거웠던 광화문에서 한 시민이 전국 어디에 몇 개의 소녀상이 있는지를 자신에게 물었을 때 답을 하지 못해 창피했다며 이를 계기로 소녀상을 그리게 됐다고 한다. 김씨는 전국 74곳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수채화 그리기 작업을 위해 휴학했다. 공사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1000만원에 이르는 비용도 마련했다. 지난해 5월 15일부터 8월 26일까지 104일간 폭염 속에서 노숙을 해 가며 전국의 소녀상을 찾아 화폭에 담았다. 지역마다 다른 표정과 배경의 소녀상 모습을 따뜻한 색채로 섬세하게 묘사했다. 김씨는 위안부 문제 합의와 관련해 한국 정부의 추가 조치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아베 신조 총리와 일본 정부에 대해 “일본은 역사와 진실에 고개를 돌리지 말고 똑바로 마주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은 인권변호사로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교류가 많아 고통을 모를 리가 없을 것인 만큼 재협상 요구가 아닌 파기를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졸업 후엔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웹툰 작가가 되고 싶다는 그는 “소녀상을 화폭에 담으면서 일본의 반인륜적 폭력에 희생된 할머니들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면서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과를 받기 위해 투쟁해 오신 할머니들 한 분 한 분이 인권운동가”라고 말했다. 전시장인 공감갤러리에는 학생들로 북적였다. 어머니 손을 잡고 온 어린이도 많았다. 성남여고 2학년 김혜령양은 “그림을 보고 그동안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해 무관심했던 것을 반성하게 됐다”며 “소녀상 하나하나의 의미를 알게 됐고 학생으로서 방관만 할 게 아니라 동아리 활동을 통해 일본의 부당함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올해 중학생이 되는 대일초등학교 6학년 황지은양은 “전국에 소녀상이 이렇게 많은 것을 처음 알게 됐다”면서 “관심을 갖고 친구들에게도 전하겠다”고 했다. 글 사진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전국 74곳 소녀상 수채화로 만난다

    전국 74곳 소녀상 수채화로 만난다

    전국 74곳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을 수채화로 만나는 전시회가 경기 성남에서 열린다. 성남시는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시청 2층 공감 갤러리에서 ‘소녀, 평화를 외치다’는 주제로 소녀상 그림 전시회를 연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전시회는 상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4학년 김세진(30)씨가 104일간 전국을 다니며 화폭에 담은 소녀상 그림 74점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김씨는 지역마다 다른 표정과 배경의 소녀상 모습을 따뜻한 색채로 섬세하게 묘사했다. 전시작 중 성남시청 광장의 소녀상을 그린 작품은 30여개의 태극기가 달린 나무가 소녀상을 지키는 모습을 표현했다. 작품 속 태극기는 민중의 항일 정신을 의미한다. 전시회 기간 매일 오전 11시, 오후 3시 김씨가 관람객에게 작품을 설명하고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김씨가 전국에 소녀상이 설치된 곳을 찾아가 수채화로 남기는 작업을 한 것은 서울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지킴이 활동을 하던 지난해 5월부터다. 한 시민이 전국 어디에 몇 개의 소녀상이 있는지 물었는데 답을 하지 못했다. 이를 계기로 그림을 그렸다. 그동안 전국 여러 곳에서 소녀상 그림들을 전시했다. 성남시와는 지난해 7월 성남시청 광장 평화의 소녀상을 그리러 온 게 인연이 됐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눈 오는 날의 수채화

    눈 오는 날의 수채화

    8일 눈이 내리고 있는 대전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모녀가 눈싸움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대전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대전 2.1㎝, 부여 3.5㎝, 세종 3.1㎝, 공주 3㎝, 계룡 2.3㎝의 눈이 내렸다. 대전 연합뉴스
  • 벼룩시장서 단돈 1000원에 산 그림 알고보니 히틀러作

    벼룩시장서 단돈 1000원에 산 그림 알고보니 히틀러作

    우리 돈으로 1000원 정도 주고 벼룩시장에서 산 그림이 알고보니 아돌프 히틀러(1889-1945)가 직접 그린 그림으로 밝혀졌다. 최근 더치뉴스 등 네덜란드 언론은 히틀러의 사인이 새겨진 수채화 한 점이 몇달 간의 감정 끝에 진품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세간에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한 때 히틀러는 화가가 되기를 꿈꿨던 평범한 청년이었다. 1909~1913년 사이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살았던 히틀러는 꿈을 위해 비엔나 미술학교의 문을 수차례 두드렸지만 실력이 평범하다는 이유로 낙방했다. 이후 히틀러는 그림 엽서를 그려 관광객에게 팔며 거리의 화가 생활을 했다. 이렇게 히틀러가 남긴 그림이 2000장 이상으로 추정되지만 대부분 사라졌으며, 남아있는 일부 그림은 독일, 영국, 미국 등지로 흩어져 개인들이 소장하고 있다. 이 수채화가 세상에 알려지게 된 계기는 극적이다. 올해 초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한 남자가 벼룩시장에서 단돈 75센트를 주고 이 그림을 샀다. 비엔나 구시가에 있는 건물을 그린 평범한 그림이지만 그 아래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던 사인이 새겨져 있었다. 바로 아돌프 히틀러를 의미하는 'A.Hitler'. 이에 역시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남자의 딸이 이 그림을 '네덜란드 전쟁 증거자료연구소'(NIOD)에 감정을 맡겨 정체가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이 그림이 시장에 나올 일은 없을 전망이다. 당초 여성이 이 그림을 경매에 내놓을 계획이었으나 경매사들이 나치 물건은 거래하지 않는다고 손사래쳤기 때문. 이에 여성은 그림을 NIOD에 기증했다. NIOD 측은 "히틀러의 수채화가 경매에 나오지 않아 다행"이라면서 "앞으로 이 작품은 교육과 연구목적으로만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동호회 엿보기] ‘좋은 벗’ 붓 삼아…매주 월요일 그녀들은 꿈을 색칠한다

    [동호회 엿보기] ‘좋은 벗’ 붓 삼아…매주 월요일 그녀들은 꿈을 색칠한다

    “그림을 그리면서 팔레트에 짜 놓은 물감들을 보면 녀석들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축소해 놓은 것 같이 느껴집니다. 나는 어떤 색깔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까? 내가 아는 그 사람은 어떤 색깔일까? 아무것도 없는 하얀 캔버스에 스케치하고 붓을 들어 색칠할 때면 벅차오르는 기분에 심장 소리가 바깥까지 들리진 않을까 걱정도 해 봅니다.”# 가락지처럼… 15년간 女공무원들 끈끈한 우정 그림 그리기를 통해 자기계발과 힐링을 하는 사람들의 모임. 경기 이천시청 그림 동호회 ‘가락지’다. 가락지는 여성들이 장식으로 손가락에 끼는 두 짝의 고리를 말한다. 이름 그대로 회원들 간의 영원한 우정을 뜻하기도 한다. 이천시청의 여성공무원만으로 출발했다. 가락지회의 역사는 2003년 시작돼 15년 전통을 자랑한다. 최근에는 남성들도 관심을 많이 가져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모든 공직자에게 문이 열려 있다. 근래에 신입회원이 많이 들어오고 있어 동호회의 인기를 보여 주고 있다. # 퇴직 기념전시회 ‘전통’… 낙후지역 벽화 동참도 15명이 활동하고 있는 가락지회는 매주 월요일 퇴근 후 데생·수채화·유화 등 그림을 그린다. 학교에서 받던 미술수업이 아니라 자유로운 창작 활동의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처음 시작하는 회원이나 그림 그리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회원들은 지도 선생님의 도움도 받기도 한다. 그냥 그림이 좋다는 이유로 10여년 세월을 넘기면서 그림 작업으로 친목과 정을 나눈다. 전시관, 미술관을 찾아다니기도 하고, 그림의 소재를 얻기 위해 함께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전문적인 미술교육을 받지는 않았지만 회원 모두가 저마다 꿈을 그려 가는 곳이다. 박경미(여성가족과) 회장은 “직장을 인연으로 만난 좋은 벗들과 그림 그리는 여유로움으로 행복을 공유하며 자유롭게 작업한다. 지친 일상의 활력소가 되기도 하고, 완성된 작품을 보면서 뿌듯한 성취감도 느낀다”며 “자기계발에 한몫하고 있다는 게 이 동호회의 가장 큰 자랑”이라고 말한다. # “취미로 시작했다 출품… 화가 꿈 이룬 회원도” 15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퇴직하는 회원들을 위해 후배들이 퇴임기념 전시회를 열어 주는 게 전통이 됐다. 2012년 서광자(전 상수도사업소장) 회원과 지난 6월 말 박회자(전 예산공보담당관) 회원의 퇴임기념 전시회를 했다. 2010년 이천시청직장동호회전시회, 여성문화대학 전시전 등 수차례 초청돼 작품전을 갖기도 했다. 경로당 어르신들과 대화의 시간을 갖고 어르신들의 고충의 소리를 귀에 담기도 하며, 낙후된 요꼴마을 담벽에 벽화 그리기에 동참하는 등 재능 기부로 행복한 동행을 실천하기도 한다. 이미연(민주화공원사무소) 총무는 “취미로 시작한 일이지만 매년 작품전과 공무원 미술대전, 기예경진대회에 출품도 하고 달력을 제작하는 등 전문가의 반열에 들어 퇴직 후 예술가의 길을 걷는 분도 있다”고 귀띔한다. 어릴 적 화가의 꿈을 꿨던 이들에게 잃어버렸던 꿈을 찾아 주는 동심의 공간인 가락지회 방에는 매주 월요일 저녁 회원 모두가 각자의 꿈에 색칠을 하는 열기가 가득 찬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가을여행은 국화꽃과 단풍으로 물든 서울랜드로 가자

    가을여행은 국화꽃과 단풍으로 물든 서울랜드로 가자

    서울랜드에 별 모양의 정문 대형화단을 시작으로 노랑, 빨강, 분홍 등 오색 국화가 따스한 가을 햇볕 아래 화사한 자태를 뽐내는 세계의 광장 국화거리까지 가을향기를 가득 품은 국화꽃이 만발했다. 동문 앞과 빨간 풍차지역 등 서울랜드 곳곳에는 수만 송이의 국화가 대향연을 펼치고 있다. 오색찬란한 국화는 수려한 청계산의 풍경과 어우러지며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며 여기에 가을바람을 타고 전해지는 그윽한 국화향기까지 더해져 한껏 깊어진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본격적인 단풍 시즌을 맞아 서울랜드 외곽순환길에서 국립현대미술관으로 이어지는 4km 드라이브 도로와 과천 저수지 산책길, 서울랜드 놀이기구를 타면서 즐기는 방법까지 단풍나들이 코스 3가지를 추천한다. 청계산을 등지고 있는 서울랜드는 산에서부터 공원까지 형형색색 물든 단풍을 한눈에 볼 수 있어 놀이기구를 타며 단풍구경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50m높이에서 활강하는 놀이기구 스카이엑스를 타면 청계산의 단풍 숲으로 날아가 하늘 가까이에 다다르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빠른 속도로 레일을 질주하는 롤러코스터 ‘은하열차888’을 타면 얼굴 가까이 스쳐가는 단풍들을 만날 수 있고 ‘무지개자전거’를 타면서는 여유로운 단풍을 감상할 수 있다.서울랜드 외곽순환길에서 미술관으로 이어지는 길은 알록달록한 단풍이 절경을 이뤄 드라이브 코스로 제격이다. 네비게이션에 국립현대미술관 또는 서울랜드 동문을 검색하거나 안내표지판을 따라 달리면 도로 양쪽으로 단풍이 물든 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선 단풍터널을 만날 수 있다. 과천 저수지 산책길을 따라 단풍을 구경하는 방법은 저수지를 따라 걷거나 코끼리열차를 타고 앉아서 구경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일반 어른의 걸음걸이로는 약 20분정도 소요되고, 코끼리열차를 이용하면 5분이면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다. 저수지를 따라 단풍 든 나무가 드리워지고 눈 앞에는 저수지가, 뒤편에는 서울랜드와 청계산 일대가 펼쳐져 가을 나들이 장소로 인기가 좋은 곳이다. 11월 초 절정을 이룰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랜드의 단풍놀이는 볼거리뿐 아니라 다양한 먹거리와 파워풀한 퍼포먼스도 만날 수 있다. 오는 11월 5일까지 매주 주말에는 깊어가는 가을밤과 음악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옥토버 비어 파티’와 시원한 생맥주와 참나무 훈연으로 완성한 할로윈 스페셜 바베큐 메뉴가 준비되어 있으며 라이브 음악 공연 ‘할로윈 비어 콘서트’는 황홀한 가을밤을 선사할 예정이다. 또한 빨간풍차 무대에서 열리는 옥토버 비어 파티의 하이라이트 ‘DJ쇼! 옥토버 온 에어’에는 추억을 담은 90년대 가요부터 힙합, 펑키 일렉트로닉까지 온 가족이 함께 들썩일 수 있는 야외 패밀리 EDM 파티가 펼쳐지는 가운데 아이들을 위한 꼬꼬마 나이트컨셉의 이색 무대가 마련되어 있어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 시키고 있다. 또한 고스트들과 코믹한 만남을 즐기는 로드 퍼포먼스 ‘호러 부킹 타임’도 준비되어 있다. 야간에는 파워풀한 퍼포먼스와 화려한 볼거리로 가득찬 야간공연 ‘애니멀킹덤 2017’이 가을밤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서울랜드는 나들이하기 좋은 계절 10월을 맞이해 한 달간 대대적인 할인혜택도 제공한다. 신한카드 고객은 실적에 상관없이 자유이용권을 70% 할인된 12,000원에 이용할 수 있으며 동반 3인 40% 할인혜택도 추가로 제공하며, 서울랜드 SNS와 홈페이지를 통해 국화 나들이를 위한 특별할인도 받을 수 있다. 또한 인근지역 전계층 자유이용권 50% 할인혜택도 제공된다. 서울시에서는 동작구, 관악구, 서초구, 강남구 총 4개구, 경기도에서는 과천시, 안양시, 군포시, 의왕시, 수원시, 안산시, 시흥시 총 7개시가 해당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붉은 절정, 일러 무삼하리오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붉은 절정, 일러 무삼하리오

    꼭 높은 산에 올라야 예쁜 단풍과 마주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눈부신 가을빛은 들녘에도, 두메의 야트막한 산자락에도 고르게 내려앉습니다. 어르신, 장애인 등 여행 약자들도 차를 이용한다면 얼마든지 자연이 벌이는 빛의 축제에 참여할 수 있는 거지요. ‘과로 사회’를 살아가는 대다수의 직장인 역시 그럴 것이고요. 그렇게 단풍이 걸개그림처럼 걸려 있는 곳들을 찾아 나선 길입니다. 차문만 열면 단풍이 훅하고 밀려들 만한 곳들을 겨눴습니다. 목적지는 설악산과 오대산. 두 단풍 명산을 휘휘 돌아오는 여정입니다. 이번 주말께 설악이 먼저 절정에 이를 듯하고, 오대는 비로소 흐드러지기 시작할 것으로 보입니다.서울양양고속도로 동홍천 나들목으로 내려선다. 이어 속초·인제 방면 44번 국도로 갈아탄 뒤 약 6㎞ 정도 직진하면 철정교차로다. 한계령을 겨냥해 가는 이들은 대부분 여기서 직진한다. 인제를 거쳐 한계령까지 빠르게 연결되기 때문이다. 한데 가을 단풍철엔 제법 차량 통행량이 많다. ‘단풍 정체’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국도 따라 빠르게 가는 길이라 단풍 물든 풍경과 제대로 마주하기도 쉽지 않다. 해결책은 우회다. 이번엔 경로를 달리해 철정교차로에서 451번 지방도 상남·내촌·국군홍천병원 방면으로 우회전한다. 홍천을 우회해 한계령까지 가는 길이다. 길 이름은 아홉사리로. 홍천과 인제가 경계를 이루는 아홉사리고개에서 이름을 따온 도로다. ●홍천 우회 구곡치… 수수한 단풍 레이스 아홉사리는 한자로 구곡치(九曲峙)라 쓴다. 이름 그대로 길이 구절양장 휘돌아 간다. 아홉사리로에서 만나는 단풍들은 수수하고 곱다. 아찔하거나 현란하지는 않아도 나름의 깊은 맛이 있다. 아홉사리로를 따라 인제 상남면 소재지까지 간 뒤 31번 국도로 갈아탄다. 이쯤에서 내비게이션 목적지를 필례약수로 바꿔도 좋겠다. 이어 기린면 진방삼거리에서 좌회전해 가다 진다리 방면으로 우회전한다. 땅이 기름지다 해서 진다리다. 여기서부터는 산길이다. 외길이나 다름없는 산길을 구불구불 넘어간다. 산길이라 해도 포장이 잘돼 있어 어려울 건 없다. 곳곳에서 만나는 두메의 가을 소경은 그야말로 풍경의 덤이다. 야트막한 고개를 넘으면 곧 귀둔리. 저 유명한 홍천의 ‘삼둔’처럼 인제의 ‘깡촌’으로 통하는 곳이다. 다시 고개 넘어 하추리 갈림길과 군량밭 등을 줄줄이 지난다. 군량밭은 조선말 의병들의 양식을 조달하는 밭이 있었던 데서 비롯된 이름이다. 계곡 주변의 단풍이 곱다. 필례약수는 한계령 바로 아래 있다. 길섶으로 단풍나무가 줄지어 서 있다. 완연히 물들지는 않았지만, 그마저도 빼어나다. 필례는 약수터 주변 지형이 베 짜는 여자, 필녀(匹女)와 닮았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1900년대 초 심마니들이 발견했다고 전해진다. 약수는 위장병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필례약수에서 한계령 휴게소까지는 5.4㎞ 정도다. 한 작가가 필례약수에 머물며 소설을 썼다고 해서 이 구간을 따로 은비령이라 부르기도 한다. 옛사람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 길의 아름다움은 그야말로 ‘일러 무삼하리오’(굳이 이야기해 봐야 무엇하겠는가)다. 중언부언할 것 없이 여기서부터 입이 딱 벌어지는 풍경이 펼쳐진다. 특히 한계령 정상에서 굽어보는 양양 쪽 풍경이 빼어나다. 단풍 물든 암릉이 구름과 만나 희롱하는 모습이 압권이다. 자연이 만든 거대한 분재를 보는 듯하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인제 방향 44번 국도를 되짚어 장수대까지 다녀오길 권한다. 암봉과 단풍이 어우러진 풍경들이 즐비하게 펼쳐진다. 한계령 정상에서 오색약수 쪽으로 내려가는 길도 ‘불길’이다. 거리는 대략 8㎞ 정도. 내려가는 동안 단풍 곱기로 소문난 흘림골 들머리와 주전골 들머리를 차례로 만난다. 이 길 중간쯤에 만경대가 있다. 지난해 46년 만에 개방하면서 밀려드는 등산객들로 홍역을 치른 곳이다. 올해는 탐방예약제로 운영된다. 평일 2000명, 주말과 공휴일엔 5000명으로 등산객을 제한한다. 탐방 예약은 국립공원관리공단예약통합시스템 홈페이지에서 받는다. 개방은 오는 11월 14일까지다. 체력이 된다면 만경대 아래 주전골은 꼭 걸어 보길 권한다. 설악의 험준한 암봉 사이사이로 붉게 물든 단풍을 감상할 수 있다. 들머리인 오색약수에서 주전골까지 2시간 정도면 오를 수 있다.●계곡물 따라 수채화 풍경 속에 들어간 선재길 이제 오대산권으로 넘어간다. 산정의 단풍은 이미 절정을 넘어섰고 산 아래는 이제 물들고 있다. 이번 주와 다음주 사이 절정에 이를 듯하다. 첫손 꼽히는 곳은 선재길이다. 단풍철에 한한다면 ‘오대산의 진리’라 해도 틀리지 않을 길이다. 선재길은 오대천 옆으로 446번 지방도가 나기 전, 스님들이 월정사와 상원사를 오가던 옛길이다. 거리는 9㎞. 길은 평탄하다. 일반적인 산행에 견줘 그렇다. 걷기 불편한 이들이라면 목재데크가 깔린 무장애 탐방로를 걷는 게 좋겠다. 순환형 구간으로 거리는 약 1㎞ 정도다. 해탈교, 금강교, 월정사 전나무 숲 등을 돌아볼 수 있다. 선재길은 혼자는 넓고, 둘이라면 딱 좋을 너비다. 숲길을 걷다 징검다리를 건너고, 다시 숲길에 드는 과정을 반복하며 상원사까지 이어진다. 숲속 옛길은 조붓하다. 나뭇잎이 켜켜이 쌓여 푹신하고, 졸졸대는 계곡물 소리와 산새 소리도 정겹다. 숲에 깃든 공기 역시 청량하기 그지없다. 길섶에는 다양한 수종의 나무들이 늘어섰다. 단풍나무는 붉게 물들었고, 자작나무는 흰 수피를 드러내고 있다. 여태 초록빛의 나무가 있는가 하면, 거무튀튀한 고목도 있다. 노란 잎의 활엽수도 드문드문 섞였다. 해마다 가을철에 오대산이 펼쳐 보인다는 ‘오색단풍’의 자태가 여기에 있다. 오대산 비로봉(1565m)에서 내려온 불길은 진고개를 거쳐 남하하는 중이다. 고도가 얼추 1000m에 달하는 진고개 휴게소에 서면 겹겹이 늘어선 산등성이와 오대산 다섯 봉우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붉게 물든 오대산 단풍과 햇빛에 비친 산이 만들어 내는 음영이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무엇보다 좋은 건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이처럼 수려한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진고개 휴게소는 노인봉을 거쳐 소금강으로 내려서는 등산로의 들머리다. 거리가 제법 길어 예닐곱 시간은 족히 걸린다. 이 구간의 단풍은 아직 영글지 않았다. 10월 하순부터 제 모습을 보여 줄 것으로 예상된다. 진고개에서 동대산을 거쳐 오대산 선재길까지 가는 등산로도 있다. 다만 제법 발품을 팔아야 한다. 오대산은 크게 월정사 지구와 소금강 지구로 나뉜다. 소금강 지구는 암봉으로 이뤄진 산을 단풍이 뒤덮고 있는 곳. 대한민국 명승 1호다. 금강산과 견줄 만큼 빼어나다고 해서 이름도 소금강이다. 산 이름은 율곡 이이가 지었다고 전한다. 소금강에서 노인봉까지 오르는 구간도 제법 험하다. 소금강 들머리의 단풍만 감상해도 충분하지 싶다. 오대산을 먼저 본 뒤 설악산 쪽으로 짚어 올라가겠다면 영동고속도로 진부 나들목으로 나오는 게 빠르다. 홍천·인제·양양 angler@seoul.co.kr■여행수첩(지역번호 033) →맛집:필례약수터 앞 필례식당(463-4665)은 산채비빔밥을 낸다. 고향집(461-7391)은 두부전골이 맛있다. 기린면 진방삼거리 오른쪽에 있다. 피아시 매운탕(462-3334)은 잡어 매운탕이 맛있다. 양념이 강하지 않아 약한 불로 끓여 가며 먹어야 맛있다. 인제 쪽 내린천변에 있다. 한계령 너머 범부리의 범부막국수(671-0743)는 이른바 ‘가성비’ 뛰어난 맛집이다. 막국수와 메밀만두를 잘한다. 외양은 투박하지만 맛은 차지고 부드럽다. 오대산 진고개 일대에선 꾹저구탕을 맛볼 수 있다. 꾹저구는 한국 특산 어류로 영동 지역 수계에서 주로 발견된다. 꾹저구를 갈아 추어탕처럼 걸쭉하게 끓여 낸다. 연곡꾹저구탕(661-1494)이 알려졌다. 오색약수 등산로 주변의 식당들에선 제철 맞은 도루묵구이를 판다. 막걸리 한 사발 곁들여 얼요기하기 딱 좋다. 양양에선 홍합을 ‘섭’이라 부른다. 이 섭으로 전골, 칼국수 등을 끓이는데 칼칼하면서도 개운한 맛이 별미다. 양양군청 인근의 수라상(671-5857)이 알려졌다.
  • 국내 클래식 팬들 ‘조성진 계’ 탄다

    국내 클래식 팬들 ‘조성진 계’ 탄다

    국내 클래식 팬들이 ‘조성진 계’를 타게 됐다. 조성진 세례가 쏟아진다.다음달 1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세계 톱 클래스의 오케스트라 베를린 필하모닉의 내한공연에서부터다. 베를린 필 내한은 6번째이지만, 2002년부터 이 악단을 이끈 사이먼 래틀이 마지막으로 지휘하는 무대라 올해 국내에서 열리는 클래식 공연의 하이라이트로 꼽혀왔다. 그런데 최근 베를린 필과의 협연 피아니스트가 중국이 배출한 톱스타 랑랑(35)에서 조성진(23)으로 변경됐다. 2년 전 한국인 최초로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뒤 국내에서 여는 공연마다 단숨에 매진시키는 등 유례없는 클래식 팬덤을 일으키고 있는 조성진이라 국내 팬들에게는 꿈의 무대가 된 셈이다. 랑랑이 왼팔 건초염 증상으로 연주가 힘들어지자 베를린 필은 당초 협연자 없이 공연을 하려 했다. 하지만 한국 공연을 주최하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대체 연주자로 조성진을 제안했고, 이를 래틀과 베를린 필이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조성진은 같은달 4일 독일 베를린 필하모니홀에서 베를린 필과의 공식 데뷔 무대를 갖고, 프랑크푸르트, 홍콩을 거쳐 한국 무대에 오른다. 조성진은 베를린 필과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G장조를 선보인다. 조성진은 “랑랑을 대신해 베를린 필과 연주를 하게 돼 영광스럽고 기쁘다”며 “이번 연주를 할 수 있게 도움을 준 많은 분들께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특히 “래틀 경이 조성진이라는 피아니스트를 알 수 있게 도와주신 존경하는 나의 멘토 크리스티안 짐머만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무엇보다 친애하는 랑랑의 빠른 쾌유를 마음 속 깊이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조성진 스케줄과 맞지 않는 베를린 필의 중국, 일본 공연은 중국의 여성 피아니스트 유자 왕(30)이 협연자로 나선다. 이번 협연은 조성진에게도 세계에서 급이 다른 피아니스트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전망이다. 콩쿠르 커리어가 있지만 20대 초반에 베를린 필과 협연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야구 선수로 치면 메이저리그 무대에 서는 셈이다. 앞서 베를린 필과의 협연을 경험한 국내 연주자로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과 정경화, 사라 장 등 소수에 불과하다. 한국 피아니스트로는 처음이다.베를린 필 협연에 이틀 앞서 조성진의 두 번째 정규앨범 ‘드뷔시’가 전 세계 발매된다. 1년 만의 새 앨범은 프랑스 인상주의 음악 시조인 드뷔시 서거 100년을 기념하는 앨범이다. 지난 6월 베를린에서 녹음했다. 조성진이 앙코르로 자주 연주하는 ‘달빛’을 비롯해 ‘영상’ 1·2집,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어린이 차지’, ‘기쁨의 섬’ 등이 수록된다. 유니버설뮤직은 “조성진 특유의 서정성과 다채로운 음색이 드뷔시 작품들과 만나 한 폭의 수채화처럼 펼쳐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성진은 드뷔시 작품에 대해 “파리에서 배우고 느낀 것을 잘 담아낼 수 있는 곡”이라고 부연했다. 내년 1월에는 조성진의 첫 투어 공연이 이어진다. 7일 부산, 10~11일 서울, 13일 전주, 14일 대전에서 같은 프로그램으로 독주회를 여는 것. 1부에서는 베토벤 초기와 후기를 대표하는 소나타 8번과 30번, 2부에서는 새 앨범에 수록된 드뷔시 ‘영상’ 2집과 공식 무대에서는 거의 연주한 적이 없는 쇼팽 피아노 소나타 3번을 연주한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가을, 그리움에 물들다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가을, 그리움에 물들다

    가을이 시나브로 깊어 갑니다. 북적대는 본격 단풍철보다 외려 요즘이 나들이하기에 더 낫지 싶습니다. 도심에서 그리 멀지 않으면서도 오지의 풍모를 가진 곳을 찾는다면 강원 횡성이 어떨까요. 봉황의 울음소리 들린다는 봉명폭포까지 짧은 산행을 즐겨도 좋겠고, 백덕산의 옛 42번 국도를 따라 산길 드라이브를 즐겨도 좋겠습니다. 안 가면 손해인 태기산, 물안개로 수채화 같은 풍경을 펼쳐내는 횡성호도 있지요.먼저 봉명(鳳鳴)폭포부터. 발교산 자락에 깃든 폭포다. 횡성에서 가장 큰 폭포라는데, 과문한 탓에 여태 이름을 들어보지 못했다. 한자를 알면 이름 풀이는 쉽다. 계곡수 흐르는 소리가 봉황(鳳)의 울음소리(鳴)를 닮았다는 폭포다.●봉황 울음소리 닮았다는 봉명폭포… 걷다 보면 야생화 천지와 조우 폭포의 들머리는 고라데이 마을이다. 고라데이는 골짜기란 뜻의 사투리다. 오래전엔 한국전쟁도 모르고 지낼 만큼 오지였다는 마을이다. 이런 곳이 서울에서 불과 1시간 40분 남짓한 거리에 있다는 게 놀랍다. 도로가 사통팔달로 뚫린 요즘엔 알음알음 찾는 도시인을 상대로 화전민, 심마니 등 산촌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폭포로 오르는 길섶은 야생화 천지다. 벌개미취가 어린아이 이처럼 가지런한 꽃잎을 선보이고, 물봉선과 산괴불주머니 등도 뒤질세라 제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숲에 들면 곧 휴대전화가 불통이다. 그러니 휴대전화 배터리를 아낄 요량이라면 숲에 들기 전에 전원부터 꺼 둘 일이다. 제비 닮은 명맥새가 슬피 울었다는 ‘명맥바위’를 지나면 길은 곧 계곡과 능선으로 갈라진다. 왼쪽은 계곡, 오른쪽은 능선을 따라 걷는다. 어느 곳으로 가도 봉명폭포에 닿지만, 계곡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게 다소 수월하다. 숲은 활엽수 일색이다. 늦가을이면 불붙는 듯한 단풍을 선보이지 싶다. 들머리에서 봉명폭포까지는 30분 정도면 족하다. 천천히 걸어도 그렇다. 이끼 낀 작은 폭포 몇 개를 지나면 곧 봉명폭포다. 멀리서 거대한 암벽을 타고 폭포수가 쉼 없이 떨어져 내린다. 횡성에서 가장 큰 폭포라더니 과연 명불허전이다. 작은 숲이 숨겨둔 폭포치고는 제법 기골이 장대하다. 폭포 옆으로는 불퉁한 암벽이 병풍처럼 둘러쳤다. 암벽 표면은 초록빛 이끼 일색이다. 봉명폭포를 달리 이끼폭포라 부르는 건 저 모습 때문일 터다. 폭포의 높이는 30m 정도다. 폭포수가 3단으로 굽이치며 쏟아져 내린다. 수량은 많지 않다. 가을철 갈수기에 접어든 탓이다. 하지만 폭포수의 소리는 더없이 청량하다. 크지도 작지도 않게 숲의 나뭇잎들을 흔든다. 누군들 봉황의 울음소리 들어봤으랴. 저마다 마음에 담아 두는 게 봉황의 소리일 터다. 이제 가을이 내려앉은 횡성의 옛길을 찾아나설 차례다. 대표적인 곳 중 하나가 옛 42번 국도다. 옛길은 백덕산 자락에 남아 있다. 백덕산은 횡성과 평창, 영월 등 3개 군에 걸쳐 있다. 높이는 1350m. 제법 큰 산이다. 가을 단풍과 겨울 설경으로 이름난 산이기도 하다. 능선 곳곳에 단애를 이룬 기암괴석과 단풍이 제법 잘 어우러진다.●42번 국도 옛길 8㎞ 명품숲길선 소나무·낙엽송 어우러진 풍경 반겨 옛 42번 국도는 한때 강릉과 서울을 잇는 가장 빠른 길이었다. 더 이전엔 ‘관동대로’라 불리기도 했다. 안흥은 둘 사이의 중간쯤에서 번성했다. 지금은 안흥의 명물이 된 찐빵 역시 당시엔 여행자와 인근 주민들이 즐겨 먹던 먹거리였을 터다. 그러다 1975년 영동고속도로가 뚫렸고, 새 길에서 나앉은 안흥도 급격히 쇠락의 길을 걸었다. 옛 42번 국도는 숲 사이에 겨우 명맥만 남아 있다. 이 길을 따라 한때 시외버스가 평창까지 오갔다는 게 좀체 믿기지 않는다. 그 흔적이 평창과의 경계 지역 고갯마루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옛길 중간쯤에 ‘명품숲길’이 있다. 상찬의 표현이 아닌 실제 이름이 명품숲이다. 산림청이 솔숲 사이 능선을 따라 조성했다. 숲길은 얼추 8㎞ 거리다. 대개 평탄한 길이어서 걷기는 수월한 편이다. 전 구간을 도는 게 가장 좋지만 초입까지만 가도 소나무와 낙엽송이 어우러진 빼어난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 횡성 동북쪽의 병지방 계곡 임도도 가을 산책에 딱 좋다. 각종 낙엽활엽수와 낙엽송 우거진 숲길이 줄곧 이어진다. 무엇보다 적요해서 좋다. 여름철이면 제법 많은 피서객이 계곡을 찾지만 임도까지 들어오는 이는 드물다. 들머리에서 2㎞ 남짓 들어가면 나무 위에 ‘마음이 다한 곳 나!!’라는 이정표가 매달려 있다. 여기를 반환점 삼는 게 무난하다.●오르기 수월한 태기산에서 만나는 ‘인생 풍경’ 해넘이 횡성에서 태기산(1261m)을 빼놓으면 손해다. 가을에는 더욱 그렇다. 일교차가 큰 가을 아침이면 태기산 주변으로 구름바다가 펼쳐진다. 넘실대는 구름을 뚫고 정상까지 솟구쳐 오르면 발아래로 강원의 산들이 섬처럼 떠 있다. 비 갠 오후라면 더 좋다. ‘인생 풍경’이라 할 만큼 멋진 해넘이 장면과 마주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좋은 건 오르기가 쉽다는 것이다. 국도 6호선 양두구미재에서 임도를 타면 정상까지 단박에 오를 수 있다. 거리는 약 4㎞다. 임도 곳곳에서 만나는 전망도 빼어나다. 태기산 주변으로 탐방로가 조성됐다. 올가을에 처음 선보인 길이다. 12.4㎞ 길이의 탐방로는 3개 구간으로 나뉜다. 풍력발전6호기에서 시작되는 1코스(2.5㎞) 청정자연체험 구간, 태기분교터에서 출발하는 2코스(4.5㎞) 역사문화체험 구간, 송덕사가 들머리인 3코스(6.9㎞) 자연명소 트레킹 구간 등이다. 구간마다 목재 데크를 깔아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다. 데크 주변에 가을 야생화도 심었다.●물안개 어우러진 횡성호 산책 즐기기 딱 좋아 물안개와 호수가 어우러진 수채화 같은 가을 풍경과 만나려면 포동교를 찾으면 된다. 횡성호를 따라 놓여진 여러 다리 가운데 하나다. 가을 아침이면 거의 예외 없이 다리 주변으로 물안개가 영근다. 호수를 에두른 소로를 따라 산책을 즐기기 좋다. 포동교 인근에 ‘망향의 동산’이 있다. 횡성댐 수몰민을 위해 조성된 공간이다. 횡성호 둘레길 가운데 가장 풍경이 빼어나다는 5구간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9세기 말께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중금삼층석탑 2기도 이곳에 있다. 한 곳만 더 덧붙이자. 청일면 고시리에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2014) 촬영지가 있다. 다큐멘터리로는 드물게 480만여명의 관객을 모은 영화다. 주인공은 무려 76년 동안 해로한 고 조병만 할아버지와 강계열 할머니다. 노부부는 어딜 가든 ‘커플룩’(한복)을 입었고, 두 손 꼭 잡고 다녔고, 앞서거나 뒤처지지 않으며 걷는 모습으로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촬영지 풍경은 수수하다. 아마, 사랑도 그럴 것이다.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33) →가는 길:봉명폭포 들머리는 고라데이 마을(344-1004)이다. 이정표를 따르면 길 찾기는 어렵지 않다. 고라데이 마을에서 숙박 시설도 운영한다. 백덕산 옛 42번 국도는 상안리가 들머리다. 내비게이션에 횡성군 서동로상안10길이나 소나무낙엽송명품숲을 입력하면 찾을 수 있다. 옛 국도 주변으로 임도가 실핏줄처럼 나 있다. 주로 산악자전거 동호인들이 즐겨 찾는 산길이다. 사륜구동 차량이라면 도전해 볼 만하지만 임도가 워낙 길고 되돌릴 곳도 마땅하지 않은 만큼 초행자라면 옛 국도 주변만 편하게 돌아보길 권한다. 병지방 계곡 임도는 오토캠핑장 못 미처 시작된다. 이정표가 작아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임도가 매우 좁아 차는 주변에 세워 두는 게 좋다. →맛집:횡성 하면 역시 한우다.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곳은 횡성축협에서 운영하는 축협한우프라자다. 횡성 읍내의 본점(343-9908)과 새말점(342-6680), 둔내점(345-8888) 등이 있다. 운동장해장국(345-1770)은 한우 해장국을 잘한다. 횡성종합운동장에 있다. →축제:제11회 안흥찐빵축제가 13~15일 안흥면 안흥찐빵마을 일원에서 열린다. 찐빵을 주제로 안흥찐빵 주제관과 찐빵 만들기 체험, 찐빵 많이 먹기 대회 등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 놀거리를 준비했다. 안흥찐빵을 무료로 시식할 기회도 마련했다. 안흥찐빵은 막걸리로 발효해 차지고 구수하다. 특히 대부분 업소들이 여태 손으로 빚는 전통방식을 고수하고 있어 맛과 풍미가 깊다. 안흥찐빵축제위원회 340-2703.
  • [책꽂이]

    [책꽂이]

    국세청은 정의로운가(안원구·구영식 지음, 이상 펴냄) 최순실 일가의 해외은닉 재산을 추적하는 일에 매진한 안원구 전 대구지방국세청장이 권력과 재벌, 세금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을 밝힌다. 336쪽. 1만 5000원.별 헤는 밤(윤동주 지음, 곽효환 엮음, 교보문고 펴냄) 윤동주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가 남긴 모든 시, 산문과 함께 박영근·김선두 등 국내 대표 화가 6인의 그림을 더했다. 294쪽. 1만 5000원. 인섬니악 시티(빌 헤이스 지음, 이민아 옮김, 알마 펴냄) 미국 뇌신경학자 올리버 색스의 연인이 그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암 선고, 그리고 마지막 며칠까지의 과정을 생동감 있게 그려냈다. 352쪽. 1만 7500원. 자유의 비극(유진수 지음, 한길사 펴냄) 경제학자인 저자가 자유가 비극이 될 수 있는 열두 가지 이유를 구체적 사례를 통해 경제학적 관점에서 분석한다. 244쪽. 1만 5000원. 카메라와 부엌칼을 든 남자의 유럽 음식 방랑기(장준우 지음, 글항아리 펴냄) 신문기자 생활을 하다 이탈리아로 요리 유학을 떠난 저자가 주방에서의 경험과 유럽을 거닐며 찍은 사진을 한데 엮었다. 328쪽. 1만 5000원. 바람이 그리움을 안다면(강원석 지음, 구민사 펴냄) 공직자 출신 시인의 두 번째 시집으로 사랑과 행복을 주제로 수채화를 그리듯 쓴 시 77편을 담았다. 134쪽. 1만 2000원.
  • 정영수 CJ고문 부부, 새달 1일 출판기념회

    정영수 CJ고문 부부, 새달 1일 출판기념회

    CJ그룹 고문인 정영수 세계한인무역협회 상임고문과 부인 강안나 여사가 9월 1일 서울남산힐튼호텔 그랜드볼륨에서 ‘강안나 시집 출판 기념회’를 연다. 리셉션은 오후 2시 30분부터 시작된다. 부부는 초대의 글에서 “해외생활 40년의 체험을 아이들에게 글로 남겨두고자 틈틈이 글을 썼다”며 “빛이 야위어갈 때 잠시 잠시 뒤에서 잊고 살었던 무수한 그늘, 한폭의 수채화 같은 아련한 기억의 보따리를 펼쳐 놓는다”고 밝혔다. 강 여사는 올해 봄 ‘문학나무’ 신인추천 작품상 시 부문에 당선되면서 이번에 첫 시집 ‘눈부신 그늘’을 발표하게 되었다. 정 상임고문은 2012년 수상집 ‘멋진 촌놈’에 이어 2015년에 수필집 ‘70 찻잔’을 펴내 부부동반 출판기념회를 마련했다. 정 고문은 1981년부터 싱가포르에 거주한 동남아 전문가로 현재 싱가포르 한국 상공회의소 명예회장, CJ그룹 글로벌 경영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싱가포르 한인회 회장, 한인상공회의소 회장을 지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새 영화] 애니메이션 ‘소나기’

    [새 영화] 애니메이션 ‘소나기’

    고즈넉한 우리 시골 풍경을 담은 아름다운 수채화에 이리저리 몸을 흠뻑 적셨다가 나온 느낌이다. 우리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황순원의 단편소설을 애니메이션으로 옮긴 ‘소나기’가 그렇다.시골 소년과 도시 소녀의 순수하고 아련한 첫 사랑을 어루만진 황순원의 시적 문장들이 색채와 형체를 입고 되살아나 잔잔하게 흘러간다. 소년과 소녀가 마주치는 징검다리가 놓인 개울, 눈이 온 듯 흰 갈대밭, 막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 산과 숲, 일렁이는 논과 밭, 심지어 냇가의 조약돌과 냇물 위를 떠가는 단풍잎 하나에도 감탄사가 나온다. 인물을 클로즈업하기보다 수채화를 크게 펼쳐 놓고 풍경의 일부분처럼 인물들을 배치하며 풍광에 집중한 점이 돋보인다. 대사도 그다지 많지 않은데, 이 때문에 여백의 미가 느껴지기도 한다. 애니메이션 ‘소나기’는 안재훈(48) 감독이 연출했다. 2011년 첫 장편 ‘소중한 날의 꿈’이 애니메이션계의 칸영화제로 통하는 안시 페스티벌 경쟁 부문에 초청돼 대중적으로 알려진 감독이다. 그의 작품에선 아날로그, 느림, 그리고 한국적인 서정성이 잔뜩 묻어난다. ‘소나기’의 원화는 연필로 그려지고 색이 입혀졌다. ‘소나기’는 약 2년간 200∼300명이 그린 약 3만장의 원화로 만들어진 2D 애니메이션이다. 그림 자체에 따뜻함이 배어 있는 이유다. 영화 ‘가려진 시간’에서 강동원의 상대역을 연기한 신은수와 아역 배우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노강민이 소녀, 소년의 목소리를 맡았다. 디지털 작업이 넘쳐나는 요즘 모든 작품을 연필로 그리는 것을 고집하는 안 감독은 ‘연필로 명상하기’라는 이름의 스튜디오를 만들어 2014년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이라는 작품을 선보였다. 우리 단편 문학을 바탕으로 한 최초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이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과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김유정의 ‘봄봄’을 만화적 상상력으로 이은 작품이다. ‘소나기’는 연필로 명상하기의 두 번째 프로젝트. 한국 영화사에 문예 영화가 두드러지던 시절이 있었던 것처럼 우리 애니메이션시장이 활발했다면 이미 있어야 마땅했던 작업들이다. 우리의 주옥같은 소설을 애니메이션으로 옮기는 안 감독의 프로젝트는 계속된다. 이상의 ‘날개’, 나도향의 ‘벙어리 삼룡이’, 주요섭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등을 계획 중이다. 안 감독은 창작품으로 인간과 도깨비가 함께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천 년의 동행: 살아오름’도 준비하고 있다. 31일 개봉. 전체 관람가.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서울포토] ‘가을이 그려낸 수채화 같은 풍경’

    [서울포토] ‘가을이 그려낸 수채화 같은 풍경’

    더위가 한풀 꺾여 선선한 가을날씨를 보인 27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한 어린이가 활짝 핀 코스모스를 휴대폰에 담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 6살 그림 신동 ‘미니 모네’, 30억원 수입 예술가로 성장

    6살 그림 신동 ‘미니 모네’, 30억원 수입 예술가로 성장

    9년 전 영국 언론으로부터 ‘미니 모네’라고 불리며 첫 수채화 전시회를 열었던 6살 꼬마는 훌쩍 자라 작품 판매를 통해서만 200만 파운드(약 30억원)를 벌 정도로 대중과 컬렉터의 사랑을 받는 예술가가 됐다. 영국 BBC는 10일(현지시간) 다큐멘터리 ‘백만장자 미니 모네’를 통해 키어런 윌리엄슨(14)의 이야기를 공개했다. 방송에 따르면, 영국 노퍽주 루드햄에 거주하는 키어런은 2008년 콘월주로 떠난 가족여행에서 처음 풍경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취미로 시작한 그림을 정식으로 배운지 1년 남짓 되지 않아 그는 신동이라 불리며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고, 6살에 첫 전시회를 열면서 예술 비평가들에 의해 거장으로 평가됐다. 그의 첫 작품은 1만4000파운드(약 2100만원)에 팔렸으며, 가장 비싸게는 5만5000파운드를 호가했다. 덕분에 8살에 현재 가족과 살고 있는 집을 장만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키어런의 성공이 단지 그의 재능 덕분만은 아니었다. 부모의 헌신과 노력이 있어 가능했다. 이들은 아들의 재능과 그 결과물을 뒷받침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었다. 키어런의 엄마아빠는 회사 경영에 아무런 경험도, 지식도 없었고, 처음엔 아들 회사에서 뭔가 중요한 업무를 맡는다는 것도 썩 내키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회사를 운영하면서 가능한 아들이 평범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리고 타인의 지나친 관심으로부터 보호해왔다. 그러다 자신들이 아들의 가장 좋은 보호자가 될 수 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키어런의 아빠는 “우리는 사업 경험이 전혀 없어서 스스로 모든 것을 배웠다. 모든 것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법적, 재정적 관련 조언을 구하고 있으며, 삼성이나 닌텐도, 갭(GAP)과 같은 브랜드의 상업적 출연 요구를 거절하며 아들의 예술활동을 지지해왔다”고 언급했다. 아들의 열정이 돈으로 거래될 위험에 처해있다며 많은 이들이 우려해, 가족이 발벗고 나섯 것이다. 이에 키어런은 “그럴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난 내 영혼을 팔지 않는다. 내게 흥미를 불어넣는 것을 그린다.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난 그림을 그리지 않으며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두세 번씩 그려낸다”고 설명했다. 올해 14살이 된 키어런은 천재 소년에서 성인 예술가로 넘어가는 과도기이자 가장 중요한 순간에 서게 됐다. 그는 “풍경화에서 구상미술로 진화해 최근 전시회를 열었다. 대중들의 반응이 좋지 않을까봐 걱정된다. 풍경화보다 더 많은 초상화가 전시되어 있어 다들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일지 확신하지 못하겠다”고 겸손함을 표했다. 그러나 그는 걱정할 필요가 전혀없다. 그의 작품 중 다섯 점이 이미 10만 파운드(1억 4840만원)에 팔렸다. 이 돈은 홈스쿨 비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키어런은 18살이 되서 부모님과 함께 사업을 관리할 때까지는 그림에 집중할 생각이다. 그는 “돈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일단 내년 전시회를 목표로 나아가고 있다. 좋든 싫든 간에 내 피 속에 그림에 대한 열정이 흐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림 그리는 것을 중단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림은 내 가장 친한 친구와 마찬가지기 때문이다”라며 그림에 대한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사진=BBC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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