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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여자가 야하다고? 규범에 갇혀 있군요!

    이 여자가 야하다고? 규범에 갇혀 있군요!

    모더니즘/피터 게이 지음/정주연 옮김/민음사/816쪽/3만 5000원 우리에게 너무 익숙해서 막상 정의를 내리려면 막막해지는 것들이 있다. ‘모더니즘’이 그 대표적인 경우다. 유럽 근대사상을 연구한 저명한 문화사학자 피터 게이는 다양한 영역에서 수집한 증거들을 통해 다양성 속의 통일성, 단일한 심미적 사고 방식, 눈에 띄는 양식, 즉 모더니즘 양식을 발견하는 데 주력했다. 새 책 ‘모더니즘’은 지난 5월 뉴욕에서 눈을 감은 그가 평생의 연구를 집대성해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집필한 마지막 저작이다. ●性의 해방·개성 표현·솔직함 중시 모더니즘은 대략 1840년대 초부터 1960년대 초까지, 보들레르와 플로베르에서 베케트와 그 이후 잭슨 폴록, 앤디 워홀의 팝아트까지를 아우른다. 두 번의 세계 대전을 견디었고, 전체주의의 혹독한 적개심을 이겼으며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인물들이 나타나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그 시작은 프랑스 파리였지만 서서히 거점을 미국 뉴욕으로 옮겼다. 물질주의에 대한 반항, 부르주아들의 가식에 대한 혐오에서 시작된 모더니즘은 성의 해방, 솔직함, 자신만의 감정을 소중하게 여기는 정신과 연결된다. ●보들레르·모네 등 당대 미학 비판 저자는 모더니즘의 특징을 ‘이단의 유혹, 즉 관습적인 감수성에 저항하려는 충동’과 ‘철저한 자기 탐구에서 비롯된 개성적 표현력’이라고 정리한다. 모던 발레의 거목 세르게이 댜길레프는 안무가들에게 입버릇처럼 말했던 “나를 놀라게 하라!”, 에즈라 파운드가 제시한 “새롭게 하라”는 슬로건은 많은 모더니스트들의 열망을 반영한다. 저자는 시인 보들레르를 ‘모더니즘의 창시자’로 가장 자격이 있다고 지목한다. 독창적이고 자극적인 미술비평, 스스로에 대한 공정한 평가, 내밀한 시적 언어로 문학적 한계에 반항한 점, 탁월한 시적인 재능 등으로 보들레르는 모더니즘의 근본 원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보들레르와 같은 시대에 진보적 아웃사이더로 꼽혔던 또 다른 인물은 화가 마네다. 역사가들은 당대의 미학과 도덕적 규범을 가장 심하게 비웃은 마네의 작품 ‘올랭피아’(1863)를 최초의 모더니즘 작품으로 평가한다. 이어 클로드 모네와 뜻을 같이하는 반아카데미 화가 스물아홉 명이 1874년 4월 파리에서 공동 전시회를 열었다. 이때 전시된 모네의 작품 ‘인상, 해돋이’에서 유래해 훗날 인상파라고 이름 지어지는 이들을 어떤 비평가들은 ‘비타협주의자’라고 불렀다. “진정으로 아름다운 것은 전혀 쓸모없는 것이다”라며 ‘예술을 위한 예술’을 옹호했던 테오필 고티에의 신조는 예술가를 숭배하는 미학운동의 선구자 휘슬러를 거쳐 19세기 후반 유미주의자들로 이어진다. 대표적인 인물은 오스카 와일드. 인생의 목표가 세상이 아름다움을 사랑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공언했던 그는 결국 그 신념 때문에 파멸했다. ●그림·건축 등으로 자유 열정 증명 새로운 것을 추구하려는 시도는 언제나 험난한 여정이었다. 히틀러의 독일, 스탈린의 소련, 무솔리니의 이탈리아는 예술가와 지식인들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2차 대전이 끝난 후 살아남은 모더니스트 예술가들은 전체주의의 박해와 전쟁의 시련 속에서 살아남았음을 소설과 그림, 건축으로 증명해 보였다. 모든 노력은 결국 예술적 자유에 대한 열망으로 귀결된다. 책은 모더니즘의 발생부터 발전, 쇠퇴에 이르기까지를 구체적이고 명확한 사례들을 통해 소개한다. 산문과 시, 음악과 무용, 건축과 디자인, 연극과 영화, 아방가르드까지 각 장르의 모더니스트들과 예술가들의 상호교류, 시대적 배경을 설명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많은 도판을 곁들이고 있지만 자칫하면 모더니즘의 광대한 바다에서 파도에 휩쓸리기 쉽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삼성, 눈 찌푸리면 자막 키우는 스마트 TV기술 특허 신청

    삼성, 눈 찌푸리면 자막 키우는 스마트 TV기술 특허 신청

    삼성이 사용자의 시각적 불편사항을 자동으로 감지하고 이를 해결해주는 최신 스마트TV 기술의 특허출원을 신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27일(현지시간) 외신들은 삼성이 자사 스마트 TV에 탑재할 새로운 기술의 특허를 출원했다고 보도했다. 이 기술은 시청자의 표정 및 시선 움직임에 따라 TV 화면의 밝기 및 크기 등을 자동 조정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기술이 탑재된 스마트 TV는 전면카메라, 시선추적 소프트웨어, 안면인식 소프트웨어 등을 통해 시청자의 표정과 몸짓, 시선 등에 관련된 데이터를 자동 수집할 수 있다. 이 데이터를 분석해 얼굴에 드러나는 ‘시각적 불편함’의 정도를 수치적으로 종합하면 시청자가 실제로 어떠한 불편을 얼마나 겪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이에 맞추어 스마트 TV로 하여금 화면을 자동 조정하도록 하는 것이 이번 기술의 핵심 내용이다. 예를 들어 시청자의 눈 크기가 커진다면 화면의 밝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가 될 수 있고, 반대로 눈 크기가 작아지거나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있다면 화면이 잘 보이지 않아서일 수 있다. 따라서 이에 맞춰 TV가 자동적으로 화면 밝기를 조정하거나 화면을 확대하게 된다. 또한 시청자의 시선을 추적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히 시청자가 바라보고 있는 부분에만 화면 조정을 가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를테면 시청자가 화면 한 구석을 바라보며 눈을 찌푸린다면 해당 부위만 확대하게 된다는 것. 또한 하단의 자막을 읽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파악될 경우 자막의 글꼴, 크기, 굵기, 색상 등이 자동 조정된다고 삼성은 설명하고 있다. 만약 자동조정기능이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사용자 의향에 따라 설정을 달리하면 된다. 특허출원 신청서에서 삼성은 시청자의 불편함이 감지될 경우 “(자동조정을 즉각 실시하는 대신) 사용자에게 화면 조정 여부를 묻거나 화면설정 창을 자동으로 띄우도록 설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진=ⓒ삼성/미국특허청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단독] ‘北과의 43시간’ 틀어쥔 한국…미·일·중·러 順으로 정보 제공

    남북이 고위급 접촉을 통해 ‘물리적 충돌’ 위기에서 극적으로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면서 벌써부터 정부의 외교 레버리지(지렛대)가 상승하는 선순환 효과를 맛보고 있다. 미국을 포함해 일본,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국이 폐쇄적인 북한 고위층 관련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러브콜을 잇달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北 황병서 4일 내내 담배 물고 협상 주변국의 관심은 북한 권력 핵심부의 동태다. 북한의 2인자인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비롯해 김양건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 등 고위 인사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우리 대표단이 이들과 무려 43시간에 달하는 마라톤협상을 벌이며 그동안 인공위성 등을 통한 시긴트(SIGINT·통신정보)로는 접할 수 없던 수많은 휴민트(HUMINT·대인정보)를 획득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어떤 식으로든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대한 얘기도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주변국의 관심을 고려해 고위급 접촉 논의 내용을 공식 발표 전에 미국을 비롯해 중국, 유엔 등에 미리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협의 과정의 모든 얘기를 다 공유한 것은 아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7일 “우리가 일정 부분 협의 과정에 대한 얘기를 관련 국가에 설명하고 공유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얘기를 다 공유할 필요는 없다”며 “주변국에서 추가 설명 요청이 벌써부터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美엔 정보 많이 풀고 日엔 수위 조절 실제로 지난해 10월에 이어 이번에도 한국 땅을 밟은 황 총정치국장은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질문으로 자연스럽게 1940년생이라는 것이 확인됐다. 정부는 그동안 황 총정치국장이 1949년에 태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10월 인천 방문 당시에도 그렇게 파악했지만 김 실장이 직접 1940년생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해 나이를 확인했다. 또 황 총정치국장은 무박 4일간의 협의 과정에서 줄곧 담배를 피운 골초로 밝혀졌다. 고령인 황 총정치국장이 연신 담배를 피우면서 건강에도 조만간 이상이 있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총정치국장이 계속 담배를 피워 협상 파트너인 김 실장도 끊었던 담배를 다시 물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그래도 다른 국가보다 비교적 많은 정보를 획득했다. 지뢰 도발 사건 발생 초기부터 한·미연합 자산을 함께 동원하며 비교적 자세히 남북 협의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미국 역시 김 실장과 황 총정치국장 간의 긴밀한 얘기에 대해서는 궁금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도 비상한 관심을 보이며 정보망을 총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미국에 비하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부 관계자는 “관계가 ‘애매한’ 일본은 갈증을 풀어 주는 선에서 (정보를) 준다”며 “중국이나 러시아와는 아무래도 공유 내용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세계의 조형예술 龍으로 읽다] 파리 노트르담성당의 무량보주 /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세계의 조형예술 龍으로 읽다] 파리 노트르담성당의 무량보주 /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서양 미술에는 로제트(rosette)라는 국화같이 생긴 조형이 있다. 문양집에는 ‘장미’항(項)에 로제타 조형이 들어 있다. 실제로 로제트라는 말은 장미(rose)의 축소형이지만 무늬에만 쓴다. 그런데 장미와 로제트는 조형이 전혀 다른데 왜 이런 오류로 혼란을 일으킬까. 로제트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1. 장미꽃 모양의 다이아몬드 2. 땅 위에 붙어 방사상으로 퍼져 나는 잎. 또는 잎이 그러한 모양으로 나는 식물 3. 꽃잎을 방사상으로 그린 둥근 모양의 장식 등의 뜻이 있지만 장미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세계 학자들이 로제트라고 부르는 조형을 살펴보면 ‘꽃잎을 방사상으로 그린 둥근 모양의 장식’을 일컫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화나 연꽃 모양에 가깝다. 그런데 꽃의 모양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이 국화 모양이고 연꽃 모양이다. 그런데 왜 이런 조형이 세계 곳곳에 보편적으로 있을까. 그렇다면 로제트의 순수 조형은 어느 특수한 식물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어떤 보편적인 상징을 띠는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른바 로제트라는 조형은 고대 아시리아, 이집트, 그리스, 로마, 페르시아, 인도, 한국 등에 널리 퍼져 있다. 그 가운데 고딕 성당의 거대한 투명 원형 스테인드글라스 창을 ‘로제트 창’이라 부르지 않고 ‘장미 창’이라 잘못 부르고 있다. 즉 장미와 로제트는 전혀 다른데 이처럼 큰 오류는 어찌 된 것일까. 동양에 이르면 같은 조형을 보고 ‘국화’라고 부른다. 그 조형이 만일 보편적인 상징을 띤다면 특정한 장미가 아니듯 특정한 국화가 아닐 것이다. ●고대 아시리아, 이집트, 그리스에 널리 퍼진 ‘로제트’ 조형 어느 날 ‘꽃잎을 방사상으로 그린 둥근 모양의 장식 무늬’를 뚫어지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마침내 채색 분석을 하다가 이렇게도 시도할 수 있지 않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용기와 결단성이 없으면 어렵다. 위아래 조형은 다르나 같은 개념이다①. 즉 로제트나 국화 모양은 중앙에 보주가 있고 주변에 보주가 둘려 있는 무량보주가 된다. 그런데 동양에서와 마찬가지로 BC 700~600년 그리스 항아리에 그려진 신화 배경에 중앙에 보주가 있고 주변에 보주가 둘려진 무량보주들을 보고 놀랐다②. 조선 불화의 검은 하늘에 있는 무량보주와 똑같았기 때문이다③. 즉 로제트의 채색 분석에서 중앙의 보주와 주변의 보주들만 남기면 무량보주가 되는데 그저 정적인 상태가 아니고 주변으로 무한히 확산하는 역동적인 보주의 무량한 확산이 된다. ●채색 분석에서 중앙·주변 보주만 남기면 ‘무량한 확산’ 우리 교육 과정은 지식의 수집에 익숙해 인식의 문제는 등한시하는 것 같다. 인식은 끝없는 체험의 과정이다. 이 연재는 학교 교육 과정에 배우는 것처럼 지식을 전하는 것이 아니고 조형의 인식 과정을 쓰지 않을 수 없으므로 간혹 중대한 것을 발견할 때마다 감성적 표현을 아니 할 수 없다. 특히 조형예술 분야는 요즘 에피소드 중심의 답사기가 유행하면서 인식 면에서는 오히려 퇴보해 가는 것 같다. 위대한 조형예술 작품을 대하면 놀라기도 하고 감동을 느낀다. 인간은 삶을 풍부하게 만드는 감성이라는 것을 지니고 있지만, 상대 개념인 이성과 균형과 조화를 지키지 않으면 미술사학은 연구할 수 없다. 감성이 결핍돼 있는 사람은 작품 앞에서 아무 느낌이 없어서 감성적 표현을 부정하기까지 한다. 놀라거나 감동을 받지 않으니 작품의 진위를 구별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감성과 이성의 분별이 어디 있으랴. 만물생성의 근원인 ‘무량보주’라는 용어는 필자가 만들었으나 요즈음 ‘보주의 무량한 확산’이라고도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새로이 느낀다. 처음에 이른바 로제트의 조형언어를 채색 분석하기 시작하면서 직감이지만 방사선으로 뻗어나간 긴 잎은 잎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긴 잎 모양의 끝 부분 안에는 완벽한 원이 내재돼 있다는 확신이 들어 원을 그려 채색 분석해 보니 과연 완벽한 원이며 보주였다. 그리고 보니 중앙의 보주에서 많은 보주가 사방팔방으로 확산하는 조형이 아닌가. 그런데 과연 이렇게 해독해도 될까. 그러나 마음속으로는 경이를 느꼈다고 해도 증명을 하지 않으면 안 되며, 분명히 증명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서 있었다. ●크노소스 궁전 천장에는 백제 동하총과 똑같은 연꽃 크레타의 수도 헤라클리온에서 5㎞ 남동쪽으로 떨어진 곳에 위치한 크노소스 궁전은 BC 1700년 건축됐으며, BC 1400년까지 이용됐다. 그 스타코 천장에는 놀랍게도 백제의 수도 웅진(공주) 능산리 왕릉 군 가운데 하나인 동하총(東下塚) 천장과 똑같이 연꽃같이 보이는 무량보주가 영기문과 하나가 돼 소용돌이치고 있다④, ⑤. 그리스 것은 양식화됐고, 백제 것은 자유분방하고 역동적이되 영기문은 형태는 다르나 모두 제1영기싹의 변형일 뿐이다. 크노소스 궁전이나 백제의 무덤이 모두 영기문에서 무량한 보주가 확산해 소우주인 궁전에 대생명력이 가득하고, 역시 소우주인 백제 왕릉 안에서 우주의 대생명력이 보주로 형상화돼 가득 차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어 놀랍다. 고구려 무덤벽화 천장에는 대부분 큰 연꽃이 그려져 있다. 왜 천장에 연꽃이 그려져 있는지 그 까닭을 알 수 없었으며 아무도 의문을 제시한 사람도 없었다. 일본 학자들은 천장에 그려져 있으니 하늘에 있는 연화, 즉 천연화(天蓮花)라고 불렀고 아무 설명도 하지 못했으며 우리도 그 용어를 따랐다. 그러나 그 조형들을 수없이 그려 보고 채색 분석하면서 보주의 무량한 확산이라고 해독하고 나니 이 소우주인 무덤 안에 대우주의 대생명력을 보주가 가득하도록 천장에 조형화했음을 알 수 있었다. 연꽃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기와를 연구한 필자는 의문점이 많았다. 조형상의 연꽃잎에서는 한 개 혹은 두 개의 타원체 혹은 구체(球體) 모양이 생겨나고 있는데, 일본학계에서는 돌기가 하나 있으면 단판(單瓣·하나의 꽃잎)이라 부르고⑥, 두 개가 있으면 복판(複辦·많은 연꽃잎)이라 부른다⑦. 그런데 그 얇은 연잎에 그런 팽만감 있는 돌기가 따로 한 개 혹은 두 개가 있을 리 없으며, 그대로 쓸 것이면 복판도 쌍판(雙瓣)이라 불러야 한다. 왜냐하면 그런 돌기는 하나이거나 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본은 세계적으로 기와 연구가 가장 활발하다. 한국의 기와 전공자는 일본의 엄청난 연구 성과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그러나 기와의 조형과 상징의 본질이 새로이 밝혀진 지금 수백 년 연구 성과는 물거품이 돼 버리고 만다. 그런 가운데 한국의 와당 가운데 통일신라 월지 출토 수막새 조각은 연잎이 아예 없고 중앙에 보주가 있으며, 주변이 보주들로만 이루어진 것을 보고 놀랐다. 중국 북제의 와당을 보고는 더욱 그런 조형이 완벽해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이것은 불교미술 연구의 대전환점을 이루는 순간이었다. 이런 기와들로 단판이나 복판이라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게 됐다. 더 나아가 넓은 잎 전체가 풍만해지면서 보주화하는 조형도 눈에 새로이 인식하게 됐다. 연꽃의 씨앗들만 보주가 되는 것이 아니고, 뜻밖에 연잎들도 모두 보주화해 가는 과정을 찾아내면서 큰 놀라움에 흥분했다. 이것은 세계미술사학 연구사에서 중대한 발견이기 때문이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스테인드글라스에도 같은 조형 중국 수나라 석불의 연화대좌를 보면 넓은 연잎에서 각각 두 개의 보주가 생겨나는 듯하다. 이것을 복판이라 했으니 그 말 자체가 틀리다. 필자는 국립경주박물관에서 공부하면서 높이 5m에 이르는 드높은 석등을 매일 대하면서도 하대의 연잎에서 큰 반구형 보주가 생겨나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것이 보주로 보인 것은 보주가 무엇인지 밝히고 난 다음이었다. 지난봄 건축학회 발표차 프랑스에 갔을 때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보고 경악했다. 1190년 완성된 초기 고딕 양식의 웅장한 대성당 천장 바로 밑 부분에 화려하고 큰 영기창의 조형은 거대한 보주의 무량한 확산이었으며, 보주마다에서 성스런 조형들이 화생하고 있는 광경을 보았기 때문이다⑧. 그 조형을 단순화해 채색 분석하여 보니 와당에서 일어나는 보주의 무량한 확산과 똑같지 않은가⑨. 그 성당의 여러 장미창(Rose Window·실은 ‘보주창’이라 불러야 한다)은 조금씩 다를 뿐 모두가 보주의 무량한 확산을 보여 주는 조형이었다. ●그리스 문명 이전의 미케네 문명 발굴품, 한국 와당과 유사 그러면 서양에서는 언제부터 무량보주 혹은 보주의 무량한 확산의 조형이 만들어졌는가. 지난해 여름 아테네 국립박물관에서 그리스 문명 이전의 미케네 문명 발굴품을 보면서 완벽한 금제 무량보주 조형이 이루어진 것을 보고 놀랐다. 그런 금제 조형이 만들어진 곳은 그리스 남부 아르골리스의 선사시대 도시 티린스다. 이 문명은 BC 1400~1200년 절정을 이루었는데 출토품에서 눈을 의심할 만큼 우리나라 와당의 무량보주와 똑같은 조형을 보았다10. 연꽃의 꽃잎이 씨앗과 더불어 보주화돼 갈 뿐만 아니라 보주의 무량한 확산이라는 개념을 얻어 가는 과정과 이를 뒷받침하는 동서양의 작품들을 발견할 때마다 그야말로 놀라움의 연속이었고 세계 조형예술의 많은 부분이 풀리는 감동적인 시간들이었다. 대우주에 가득 찬 보주를 ‘보주에서 무량하게 확산하는 조형’으로 표현한 것은 동서양이 같았으나, 수천 년 동안 이 모든 무지와 오류들이 축적돼 온 것은 지금까지 보주의 개념을 알아낸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용에서 알아낸 보주이기에 용의 본질을 모르면 세계 조형예술은 풀리지 않는다. 서양에는 동양에서와 같은 용은 그리 많지 않으나 용성(龍性)을 지닌 조형들은 많기 때문에 ‘세계의 조형예술, 용으로 읽다’라는 연재의 표제가 가능했던 것이다. 서양에는 서양인들에게 보이지 않았던 용성을 지닌 조형들이 너무나 많아서 필자가 하나하나 소개해 나가는 동안 여러분은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놀라움이란 철학의 시작이며, 인식의 극치에서 큰 놀라움을 체험한다.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 볼트 “갈수록 달리는 게 재미없어진다”

    볼트 “갈수록 달리는 게 재미없어진다”

    ‘아유 시시해’ 우사인 볼트(29·자메이카)는 이런 말이 하고 싶었는데 차마 그러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볼트는 지난 27일 밤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끝난 2015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세계육상선수권 남자 100m 결선에서 19초55로 대회 4연패를 달성한 뒤 2017 런던세계선수권에 출전할지를 묻는 영국 BBC 기자에게 “(출전할 확률이) 50-50”이라고 답했다. 2009년 베를린부터 이번 대회까지 4연속 금메달을 따내 세계선수권 통산 최다 금메달 10개, 남자 최다 메달 12개를 수집했다. 볼트는 내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100m와 200m, 4x100m 계주 3관왕 3연패란 불멸의 업적을 염두에 뒀을 것이다. 하지만 런던세계선수권 출전 여부를 묻자 “뛰고 싶지만 내 생각에 예전보다 이 종목이 재미가 없어지고 성가셔지는 것 같다”며 “갈수록 희생하는 일이 많아 원하는 만큼 즐기고 있지 못하다”고 말했다. 볼트는 29일 4x100m 계주에 자메이카 대표팀의 일원으로 세계선수권 11번째 금메달 도전에 나선다. 이 종목마저 우승하면 2009년 베를린, 2013년 모스크바에 이어 개인 세 번째 대회 3관왕의 영예를 차지한다. 예선은 오후 1시 20분, 결선은 오후 10시 10분 시작하는데 아직 IAAF 홈페이지의 경기 일정에는 주자 명단이 공표되지 않았지만 그가 출전할 것은 분명하고 미국 대표팀의 일원으로 저스틴 개틀린과 다시 마주칠 가능성이 있다. 지난 5월 IAAF 월드 릴레이에서는 미국이 자메이카를 눌렀다. 볼트는 “월드 릴레이에서는 개틀린이 승리에 한몫 했어요. 하지만 이제 지쳤을 것으로 짐작해요. 우리가 계주에서도 이기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흘 전 100m 결선에서 0.01초 차로 볼트에게 금메달을 양보했던 개틀린은 200m 결선에서는 0.19초 차로 더 확실히 뒤처졌다. 실망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전혀, 지금 경쟁에서 밀려났다. 내 나이 서른셋”이라며 “많은 이들이 지금 얼마나 내가 힘들게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보았으 것이다. 100m에서 스스로를 이겨냈다. 200m에서는 기술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뛰었다”며 홀가분해 했다. 이어 두 번의 금지 약물 복용 혐의로 징계를 당했고 두 번째 징계 후 4년 만에 세계선수권에 돌아온 자신을 악당으로, 부상 후유증으로 훈련도 제대로 못하고 시즌 최고 기록이 20초대에 머물렀던 볼트를 육상계를 구할 영웅으로 묘사했던 언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잠금(shutdown) 모드로 들어간다. 미디어가 뭐라 하는지 걱정하지도 않겠다. 당신네는 때때로 얘기를 선정적으로 만들어낸다. 그게 당신들 일이고, 난 경쟁하기 위해 레인에 서는 것이 일”이라고 답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인기 높아지는 국회직 공무원

    인기 높아지는 국회직 공무원

    국회직 5급 공무원이 되는 입법고등고시(입법고시)의 인기가 상승하고 있다. 행정고시(국가직 5급 공채)나 사법시험을 준비하면서 경험 쌓기 차원에서 입법고시를 본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이런 추세는 경쟁률만 비교해도 드러난다. 올해 치른 입법고시는 선발 예정인원 15명에 모두 4891명이 지원해 326대1의 경쟁률(실질경쟁률 233대1)을 보였다. 올해 5급 공채 및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 경쟁률은 36대1, 법원직 5급 공무원을 선발하는 법원행시는 251대1, 사법시험 경쟁률은 16대1이었다. 선발 예정 인원과 시험별 특성 등을 감안하면 단순 경쟁률으로만 선호도를 파악할 수는 없다. 하지만 수험가에서는 국회직이 갖는 장점과 주요 행정부처의 세종시 이전, 2017년 사법시험 폐지 등을 이유로 입법고시를 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아울러 다른 행정부처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른 승진과 좋은 근무 여건도 선호 이유로 작용한다. 수험생 이모(31)씨는 “입법고시 출신은 보통 5급에서 4급으로 승진하는 데 5~6년 정도 걸리고, 업무도 독립적이라고 알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입법고시 법제직은 선발 예정 인원이 2명이었지만 지원자는 810명에 달했다. 지난해 696명보다 114명이나 증가한 수치로, 경쟁률도 232대1에서 405대1로 뛰었다. 선발 인원 감소에도 법제직 지원자가 늘어난 것은 사법시험 준비생의 상당수가 지원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에서 일하는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는 국회사무처에서 실시하는 공개경쟁 채용시험을 치러야 한다. 국회사무처에서는 입법고시 말고도 8급, 9급 시험을 주관한다. 올해 입법고시와 국회직 8급 시험은 이미 치렀고, 다음달 19일 9급 시험이 예정돼 있다. 지난 3월 1차 시험을 시작으로 진행된 입법고시에서는 1차 시험에서 모두 219명이 합격했고, 2차 시험 관문은 20명이 통과했다. 국회사무처는 올해 일반행정직 6명, 법제직 2명, 재경직 6명, 사서직 1명 등 모두 15명을 채용할 예정이었지만, 지방인재 채용목표제에 따라 재경직에서 1명을 추가로 선발했다. 입법고시에 합격하면 기본 교육인 ‘신임 관리자 과정’을 거쳐 위원회, 사무처, 예산정책처, 입법조사처 등에 배치돼 예산안 및 결산심사에 필요한 자료의 수집·분석, 의사진행 보좌 및 일반 행정사무 등을 담당하게 된다. 입법고시는 국가직 5급 공채시험과 마찬가지로 총 3개 시험으로 구성돼 있다. 1차 시험은 선택형 필기시험인 공직적격성평가(PSAT)로 언어논리·자료해석·상황판단 영역으로 나뉜다. 2차 시험은 논문형 필기시험으로 수험생은 본인이 선택한 직렬별(일반행정, 법제, 재경, 사서) 필수과목 4개, 선택과목 1개를 치러야 한다. 3차는 면접시험이다. 국가직 5급 공채보다 PSAT 난도가 높고 선발 인원이 상대적으로 적다. 2차 시험 난도와 수준은 국가직 5급 공채와 비슷하다는 평가다. 행정직 공무원을 선발하는 국회직 8급 시험은 다른 공무원 시험에 비해 문제가 까다롭다는 평가를 받는 데다 소수 인원을 뽑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다. 올해 시험에서는 선발 예정 인원 14명(장애 구분 모집 1명 포함)에 모두 8080명이 지원해 577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시험 과목은 국어, 영어, 헌법, 행정법, 행정학, 경제학 등 6과목이다. 국어는 독해 부문의 출제 비중이 높고 상대적으로 지문이 길어 다른 공무원시험에 비해 체감 난도가 높은 편이다. 헌법은 최신 판례와 헌법 조문, 그리고 국회법은 세부법령까지 출제되는 편이고, 경제학은 국가직 7급 공채 시험보다 훨씬 더 까다롭게 출제된다. 영어, 행정학, 행정법도 다른 공무원시험과 비교했을 때 까다로운 문제 비중이 높다. 8급 시험에 합격하면 국회사무처, 국회도서관, 국회예산정책처, 국회입법조사처 등의 각 부서에 배치돼 전반적인 행정업무를 담당한다. 국회직 9급은 부정기적으로 뽑는다. 다음달 19일 시험을 앞두고 있다. 행정직을 제외한 속기직, 사서직, 경위직, 전산직 등의 직렬을 선발한다. 국어·영어·한국사를 제외하면 직렬별 준비과목이 일반공무원 시험과는 다르다. 올해 9급 시험에서는 속기직 8명(일반 7명, 장애 1명), 경위직 2명, 전산직 3명, 방송직(방송기술) 1명, 토목직 1명, 전기직 2명 등 모두 19명을 뽑는다. 필기시험 합격자 발표는 10월 8일로 예정돼 있다. 이후 10월 14일과 21일로 예정된 실기시험(속기직, 경위직의 경우)을 거쳐 11월 10~11일 면접까지 통과하면 국회에서 일하게 된다. 사서직은 국회도서관의 사서로 근무하게 되고, 속기직은 의정기록과에 근무하면서 국회의 각종 회의록 작성 및 발간·보존 등의 업무를 맡게 된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첫째가 둘째보다 뚱뚱할 확률 더 높다”

    “첫째가 둘째보다 뚱뚱할 확률 더 높다”

    당신의 동생 또는 언니는 당신보다 날씬한가요, 뚱뚱한가요? 최근 해외 연구진이 둘째가 첫째에 비해 날씬한 몸매를 가질 확률이 더 높고, 첫째는 둘째에 비해 건강에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더 높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공개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뉴질랜드의 오클랜드공과대학교와 스웨덴의 웁살라대학교 공동 연구진은 자매 1만 3400쌍을 대상으로 태어날 당시와 현재의 몸무게와 키 등 건강 자료를 수집‧분석한 결과, 언니가 동생에 비해 과체중이 될 가능성은 29%, 과체중을 넘어 비만이 될 가능성은 40%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태어날 당시의 평균 몸무게는 첫째가 둘째에 비해 조금 낮았지만 성인이 된 뒤 임신을 할 경우 첫째의 몸무게와 체질량지수가 둘째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1991~2009년 임신‧출산한 스웨덴 여성을 대상으로 임신 10~12주차의 몸무게를 비교한 결과, 첫째로 태어난 여성은 둘째로 태어난 여성에 비해 같은 시기 평균 몸무게가 약 0.6㎏ 더 나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질량지수(BMI)는 2.4% 더 높은 반면, 평균 키 차이는 1.2㎜에 불과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번 연구가 과거 성인 남성 및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와 같은 결과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형제‧자매를 대상으로 몸무게와 체질량지수를 비교한 결과 첫째로 태어난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서 비만이 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첫째가 둘째에 비해 뚱뚱할 확률이 높은 정확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연구진은 태아 시절 엄마 뱃속에서 받았던 영향 때문인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연구를 이끈 오클랜드공과대학의 웨인 커트필드 박사는 “첫 임신한 여성은 두 번째 임신한 여성에 비해 혈관이 비교적 좁고 혈류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 이런 증상은 태반으로의 원활한 혈액 및 영양 공급을 방해하고, 태아는 이 과정에서 성장을 위해 더 많은 지방과 글루코오스(포도당)를 몸에 저장한다”면서 “이 과정에서 첫째 태아는 체내 인슐린 수치가 높아지며, 이는 출생 이후 성인이 되면서 점차 당뇨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커트필드 박사는 이밖에도 소가족화가 보편화되면서 가족 내에서 첫째 자녀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진 것도 원인 중 하나로 추측했다. 즉 대부분의 가정에 첫째 자녀만 있기 때문에, 첫째 자녀가 비만이 될 확률이 높아질수록 전체 가정의 첫째가 둘째보다 뚱뚱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 다만 연구진은 첫째가 둘째에 비해 비만이나 당뇨에 노출될 확률이 반드시 높은 것은 아니며, 어린 시절부터 몸에 베인 생활습관이나 식습관 등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역학·공동체건강저널’(Journal of Epidemiology and Community Health) 최신호에 실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드론보다 한수위...바람·햇빛 힘으로 바다 누비는 ‘무인 선박’

    드론보다 한수위...바람·햇빛 힘으로 바다 누비는 ‘무인 선박’

    요즘 하늘에는 소형 무인기를 뜻하는 드론이 큰 화제다. 지상에서도 무인주행 차량에 대한 연구가 뜨겁다. 물론 바다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세계 각국이 바다 위나 혹은 바닷속에서 자율적으로 움직이면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무인 선박이나 무인 잠수정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소형 무인 선박은 비용이 매우 저렴할 뿐 아니라 위험한 상황에서도 승무원의 인명 피해를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장시간 감시나 관측이 필요한 지루한 임무에서 인간을 해방한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이런 이유로 군사적인 목적은 물론 기상 정보 수집, 과학 연구, 불법 어로 및 밀수 감시 등 여러 분야에서 무인 선박을 응용하려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영국의 국립 해양학 센터(National Oceanography Centre) 역시 무인 선박을 연구 중에 있는데, 이 중에서 독특한 개념을 가진 선박이 있다. ASV C-엔듀로(ASV C-Enduro)가 그 주인공으로 350kg에 불과한 소형 무인 선박이지만, 풍력 발전기와 태양전지를 탑재하고 있다. 대체 이런 소형 선박에 발전기를 탑재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친환경 선박이라는 이상의 의미가 있다. 소형 무인 선박은 상대적으로 큰 유인 선박을 대신해서 바다를 감시하고 정보를 수집할 수 있지만, 본래 작은 배인 만큼 많은 연료를 실을 수 없다. 따라서 자주 기지로 귀환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이는 임무 수행에 큰 제한점이다. 그런데 만약 바다에서 직접 동력을 조달할 수 있다면 어떨까? 주 임무가 해상 감시나 수온, 기온, 풍향 등 기상 정보 수집이라면 굳이 빨리 움직일 필요는 없다. 대신 장시간에 걸쳐 임무 수행이 필요한데 이 동력 중 상당수는 태양 전지와 풍력 발전기로 해결할 수 있다. 밤이나 바람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는 내장된 소형 디젤 엔진을 사용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연료비 절감은 물론 연료 보충과 수리를 위해서 기지로 귀환하는 횟수가 줄어 무인 선박의 효율성이 많이 증가하게 된다. 물론 개념상으로는 훌륭하지만, 실제로도 잘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역시 테스트가 필요하다. C-엔듀로는 현재 영국 남쪽 바다에서 테스트 중이다. 만약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면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에서도 주목할 만한 형태의 무인 선박일지 모른다. 고든 정 통신원 jjy0501@naver.com
  • 오바마도 잡고싶은 신종 ‘스노든 가재’ 발견 (獨 연구)

    오바마도 잡고싶은 신종 ‘스노든 가재’ 발견 (獨 연구)

    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이 보면 매우 잡아먹고 싶은 가재일지도 모르겠다. 최근 독일 베를린 훔볼트 대학 연구팀이 '크레이피시'(Crayfish)라 불리는 신종 민물 가재를 발견해 관심을 끌고있다. 특히 이 신종 가재가 미국 주요 미디어의 주목을 받은 이유는 미국 정부의 '악몽'이 된 전 중앙정보국(CIA)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30)의 이름을 따 지었기 때문이다. 녹색과 주황색으로 도색한 듯 컬러풀한 외모를 뽐내는 이 신종 가재의 정식이름은 '체렉스 스노든'(Cherax snowden). 몸길이는 수컷이 7.6∼10㎝, 암컷은 7.6㎝ 가량으로, 집게발 끝이 오렌지색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인도네시아에 주로 서식하는 스노든 가재는 지금까지 외모가 비슷한 동족과 같은 종으로 취급받다가 이제서야 신종 임이 확인됐다. 독일 연구팀이 이 가재를 스노든이라고 명명한 이유가 재미있다. 먼저 이 가재는 다른 이름으로 위장(?)한 채 독일로 건너왔다. 또한 이 가재종은 화려한 외모 덕에 주로 북미 수집가들의 표적이 되고 있는데 박해를 피해 현재 러시아에 망명 중인 스노든의 처지와 비슷하다는 해석. 연구를 이끈 크리스티안 루크하우프는 "신종이 발견된 경우 유명인사들의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그들이 인류에 공헌한 바가 별로 없다" 면서 "이에비해 스노든은 매우 특별한 일을 해냈고 그를 지지한다는 뜻으로 이렇게 이름을 지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몇 년 사이 스노든 가재가 수집가들에 인기를 끌어 개체수가 점점 줄고있으며 이에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고 덧붙였다.     한편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삶을 살고있는 스노든은 지난 2013년 국가안보국(NSA)의 도·감청 프로그램이 담긴 극비 문서를 폭로해 세계적인 파문을 일으켰으며 현재 모스크바에서 망명 생활 중이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길섶에서] ‘맛집’ 유감/최광숙 논설위원

    얼마 전 방송에서 ‘맛집’으로 소개된 막국수집을 찾았다. 이 집은 기계로 메밀국수를 뽑는 것이 아니라 옛날 전통 방식으로 국수를 나무로 만든 분틀에서 뽑아내 가마솥에서 삶는 곳으로 유명하다고 했다. 여기에 주인장이 손수 담갔다는 동치미 국물까지 환상적이란다. 그런데 웬걸, 먹어 보니 이 맛도 저 맛도 아니다. 같이 간 이들도 “무슨 맛이 이러냐”고 나직하게 한마디씩 한다. 국수가 덜 익은 것 같기도 하고, 간도 안 맞고…. 주인장이 부랴부랴 “우리 집은 100% 순메밀을 쓴다”고 자랑을 했지만 맛에 대한 냉정한 평가는 이미 끝난 뒤다. 그 집 벽면에는 한 곳도 아닌 여러 방송사에서 이곳을 찾았다는 증거물들이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유명 인사가 주인과 함께 찍은 사진도 있다. 사람 입맛이야 제각각이지 싶어 나중에 인터넷으로 그 집을 찾아보니 우리처럼 낭패를 봤다는 이가 적지 않다. 아무리 재료를 국산을 쓴들 맛이 없다면 맛집이 아니다. 하지만 방송사에서는 국수를 만드는 방식이 특이해 소개한 것 아닐까 싶다. TV를 켜면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맛집’을 봐도 눈길이 가지 않고 씁쓸한 느낌만 든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인간 대신 SNS 포스팅, 댓글까지...’인공지능 분신’ 화제

    인간 대신 SNS 포스팅, 댓글까지...’인공지능 분신’ 화제

    2014년 국내 개봉한 영화 ‘트랜센던스’에서 인공지능 전문가인 주인공 윌 캐스터 박사는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자의식’을 컴퓨터에 업로드 해 인공지능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이렇듯 자신을 꼭 닮은 사이버 분신을 만들어 사이버 공간에서 ‘영생’을 누리도록 한다는 발상은 그동안 많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해 왔던 아이디어다. 2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은 이처럼 사용자가 사망한 뒤에도 사용자의 SNS 생활을 그대로 ‘계승’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 중인 인공지능 SNS 서비스 ‘이터나인’(Eter9)을 소개했다. 이터나인은 기본적으로 페이스북과 흡사한 SNS 사이트다. 사용자들은 페이스북의 ‘뉴스피드’ 페이지와 유사한 ‘코텍스’라는 개인 페이지에서 다른 사용자들의 포스트를 확인할 수 있고, 포스트들에 ‘좋아요’ 대신 ‘스마일’을 남길 수 있다. 반면 이터나인이 페이스북과 다른 점은 사용자가 업로드 하는 사진, 링크, 댓글 등에서 나타나는 패턴을 분석, 그의 ‘인격’을 학습해 일종의 ‘사이버 분신’을 만들어 낸다는 점. 이 분신은 사용자가 오프라인 상태일 때도 사용자 대신 포스팅을 올릴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스마일’을 남기고 댓글을 다는 등 다른 사용자들과 의사소통도 대신 할 수 있다. 분신의 활동 빈도는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조정 가능하다. 이터나인을 개발한 포르투갈 소프트웨어 개발자 엔리키 조지는 이러한 기능이 곧 ‘사이버 영생’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홈페이지를 통해 그는 “(이터나인은) 사용자를 영원한 존재로 만들어 24시간 내내 네트워크와 상호작용하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터나인은 자체 가입자들의 사용패턴뿐만 아니라 여타 SNS의 데이터도 수집해 스스로 인공지능을 강화할 예정이다. 조지는 “현재 Eter9에 축적된 정보는 한정적이기 때문에 페이스북 등 기타 네트워크를 통해 빠르게 학습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시도가 사실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지난 2010년 서비스를 시작했던 SNS 사이트 ‘버추얼 이터니티’ 역시 사용자의 ‘분신’을 제공했었다. 이 사이트는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성향조사를 실시해 그 정보를 각자의 분신에 학습시키는 등 참신한 노력을 했지만 결국 1만 명 정도의 이용자만을 확보하며 문을 닫고 말았다. 그러나 세계적 전문가들이 보는 ‘인공지능 분신’의 등장 가능성은 결코 낮지 않다. 일례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또한 ‘eterni.me’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거의 동일한 아이디어를 시험 중이다. MIT는 이 프로젝트가 “개인의 생각, 과거, 기억을 모아 그를 꼭 닮은 지적인 분신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공표한 바 있다. 사진=ⓒ이터나인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희대의 문제작 왕시우잉作 ‘량첸살인기’, 숱한 소문과 궁금증만 자아내

    희대의 문제적 작품으로 낙인 찍힌 뒤 모든 것이 베일에 감춰져 있던 한 소설이 최근 국내 소설 애호가들을 통해 회자되며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그 소설작품은 바로 ‘량첸살인기’이다. 1938년 출간되자마자 길림성 정부 최고 문예상인 장백산 문예상을 수상한 ‘량첸살인기’는 중국의 대문호 왕시우잉의 소설이다. 살인자의 심리 묘사에 집중, 모방범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전량 회수 결정 ‘량첸살인기’는 연쇄살인마 ‘량첸’ 대령의 일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자전적 서술 형식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주인공의 심리를 가감 없이 그대로 담아내 출간 당시 뜨거운 논란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중국 내에서 소설을 모방한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고, 극중 연쇄살인마인 ‘량첸’ 대령을 추종하는 독자들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대두되자 중국 정부는 소설 절판과 전량 회수를 결정한 바 있다는 후문이다. 때문에 현재 ‘량첸살인기’는 소설에 대한 그 어떠한 내용과 자료도 남아있지 않으며 이후 작가의 행보 또한 자취를 감춰 중국 문학사에서 잊혀진 비운의 소설로 남아있어 실체가 확인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소설의 일부 발췌본 입수? 수집가들 사이 거래? 숱한 소문과 궁금증 속 여전히 베일 속에 가려진 문제적 소설 ‘량첸살인기’는 한국에서도 1980년도 출판됐으나 출간과 동시에 절판 및 전량 회수가 결정된다. ‘량첸살인기’는 현재 소설 자체를 알고 있는 전문가와 독자조차 극히 드문 상황이다. 때문에 실제 소설이 존재했었는지조차 믿기 어려웠던 것은 물론 국내에서 구할래야 구할 수 없었던 ‘량첸살인기’ 소설이 최근 10권 가량의 소수 수량이 남아있다는 설과 함께 일부 수집가들 사이에서 고가의 거래가 대두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또한 소설의 일부 발췌본이 입수됐다는 소문이 온라인을 통해 급속히 퍼져 나가며 소설 애호가들 사이에서 ‘량첸살인기’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무엇보다 숱한 모방 살인 범죄를 불러일으킨 만큼 생생하고 탁월한 묘사와 문체, 추종 세력을 불러모았던 량첸 대령 캐릭터에 대한 궁금증, 그리고 소설의 비운적인 행보가 더해져 국내 네티즌들 사이에서 ‘량첸살인기’ 이슈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연쇄살인범들의 바이블로 일컬어진 문제적 소설로 알려져 있지만 과연 어떤 내용인지, 그리고 실제 존재했는지조차 베일에 싸여있는 ‘량첸살인기’는 출간 이후 줄곧 화제를 불러모았으며 현재는 미궁으로 남겨진 소설인 만큼 소설의 발췌본과 10여권 수량의 진위를 떠나 ‘량첸살인기’에 대한 네티즌들과 애호가들의 궁금증과 조사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내가 죽어도 SNS는 계속된다...포스팅, 댓글 다는 ’사이버 분신’ 개발

    내가 죽어도 SNS는 계속된다...포스팅, 댓글 다는 ’사이버 분신’ 개발

    2014년 국내 개봉한 영화 ‘트랜센던스’에서 인공지능 전문가인 주인공 윌 캐스터 박사는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자의식’을 컴퓨터에 업로드 해 인공지능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이렇듯 자신을 꼭 닮은 사이버 분신을 만들어 사이버 공간에서 ‘영생’을 누리도록 한다는 발상은 그동안 많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해 왔던 아이디어다. 2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은 이처럼 사용자가 사망한 뒤에도 사용자의 SNS 생활을 그대로 ‘계승’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 중인 인공지능 SNS 서비스 ‘이터나인’(Eter9)을 소개했다. 이터나인은 기본적으로 페이스북과 흡사한 SNS 사이트다. 사용자들은 페이스북의 ‘뉴스피드’ 페이지와 유사한 ‘코텍스’라는 개인 페이지에서 다른 사용자들의 포스트를 확인할 수 있고, 포스트들에 ‘좋아요’ 대신 ‘스마일’을 남길 수 있다. 반면 이터나인이 페이스북과 다른 점은 사용자가 업로드 하는 사진, 링크, 댓글 등에서 나타나는 패턴을 분석, 그의 ‘인격’을 학습해 일종의 ‘사이버 분신’을 만들어 낸다는 점. 이 분신은 사용자가 오프라인 상태일 때도 사용자 대신 포스팅을 올릴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스마일’을 남기고 댓글을 다는 등 다른 사용자들과 의사소통도 대신 할 수 있다. 분신의 활동 빈도는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조정 가능하다. 이터나인을 개발한 포르투갈 소프트웨어 개발자 엔리키 조지는 이러한 기능이 곧 ‘사이버 영생’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홈페이지를 통해 그는 “(이터나인은) 사용자를 영원한 존재로 만들어 24시간 내내 네트워크와 상호작용하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터나인은 자체 가입자들의 사용패턴뿐만 아니라 여타 SNS의 데이터도 수집해 스스로 인공지능을 강화할 예정이다. 조지는 “현재 Eter9에 축적된 정보는 한정적이기 때문에 페이스북 등 기타 네트워크를 통해 빠르게 학습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시도가 사실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지난 2010년 서비스를 시작했던 SNS 사이트 ‘버추얼 이터니티’ 역시 사용자의 ‘분신’을 제공했었다. 이 사이트는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성향조사를 실시해 그 정보를 각자의 분신에 학습시키는 등 참신한 노력을 했지만 결국 1만 명 정도의 이용자만을 확보하며 문을 닫고 말았다. 그러나 세계적 전문가들이 보는 ‘인공지능 분신’의 등장 가능성은 결코 낮지 않다. 일례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또한 ‘eterni.me’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거의 동일한 아이디어를 시험 중이다. MIT는 이 프로젝트가 “개인의 생각, 과거, 기억을 모아 그를 꼭 닮은 지적인 분신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공표한 바 있다. 사진=ⓒ이터나인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사설] 강간미수 여성 무죄 이끌어낸 국선 변호인

    국내에서 여성으로서는 처음 강간미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이틀간의 ‘마라톤’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9명이 모두 무죄로 평결했고, 재판부가 이 의견을 적극 받아들인 결과다. 여론재판을 통해 이미 ‘주홍글씨’가 새겨져 자포자기했던 피고인은 무죄가 선고되자 법정 바닥에 엎드려 한참 동안 소리 내어 흐느꼈다. 현장에서 함께 눈물을 쏟아 낸 사람들이 있다. 적극적이고 당당한 변론을 통해 배심원들과 재판부의 마음을 움직여 무죄를 이끌어 낸 2명의 국선 변호인이다. 그들은 체념 상태의 피고인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휴일조차 반납한 채 가족들까지 동원해 증거를 수집하는 등 거액의 성공보수를 약속받은 ‘사선’(私選) 변호인 못지않게 변론 활동에 강한 집념을 보였다고 한다. 시간 날 때마다 구치소를 찾아가 피고인을 접견하는 등 국선 변호인이 봉착하게 되는 시공간적 한계도 거뜬히 극복했다니 일그러진 법조계 풍토에서 대견하고도 신선할 따름이다. 국선 변호인들의 이런 노력으로 자칫 억울한 누명을 쓰고, 평생 주홍글씨에서 벗어날 수 없을 뻔했던 한 여인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국선 변호인들의 분투기(奮鬪記)는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영화 ‘소수의견’ 등으로 잘 알려져 왔다. 그럼에도 “국선이 사선만 하겠느냐”는 의구심이 여전한 것도 사실이다. “관대한 처분을 바랍니다”라는 ‘10자 변론’에 그쳤던 옛 국선·관선 변호인들의 무성의·불성실한 이미지가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고정관념을 이번 강간미수 여성 사건을 맡은 국선 변호인들이 일거에 날려 버렸다. 거액의 수임료만 받고 수박 겉핥기식 변론만 하는 무성의한 일부 사선 변호인들과도 대비된다. 사법부가 2004년 법원이 배정하는 형사사건만 맡는 국선전담변호사제도를 시행한 지 11년이 지났다. 현재 국선전담변호사는 전국 각급 법원에서 229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한 달 평균 30건의 신규 형사사건을 맡고, 월 600만~800만원을 지원받는다. 성실한 국선 변호인들의 활약상이 지금보다 더 두드러진다면 ‘전관예우’ 같은 사법악습도 상당 부분 사라질 것이다. 무엇보다 돈 없고 백 없는 사법 약자들이 좀더 많은 국선 변호인들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전담변호사제도의 확대 실시 등을 사법부는 진지하게 검토해 보기 바란다.
  • “장기 흡연자 10명 중 8명, 정자 기능에 이상”

     남성의 흡연 기간이 길수록 생식 기능에 문제가 많아 정액 이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하루 1갑씩 10년 이상 흡연을 한 남성의 경우 10명 중 8명이 정액검사상 비정상 소견을 보여 장기간의 흡연이 난임 유발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일병원(병원장 민응기) 비뇨기과 서주태 교수팀은 2010년 7월부터 1년간 난임 때문에 이 병원 비뇨기과를 찾은 남성 환자 1073명의 정보를 수집, 정액지표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 연구했다.  연구팀은 특히 전체 난임 환자 중 193명을 따로 선정해 정액검사 정상군 72명과 비정상군 121명으로 나눠 비교했다.  그 결과, 비정상군의 흡연 기간이 월등히 길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난임 환자들의 흡연량을 하루 1갑으로 산정했을 때 정상군이 평균 3.53년간 담배를 소비한 것에 비해 비정상군은 6.16년으로 흡연 기간이 약 1.74배 길었다.  또, 대상 환자들을 비흡연자 그룹, 하루 1갑을 기준으로 흡연 기간 5년 이상~10년 미만인 그룹, 10년 이상인 그룹으로 나누어 정액검사를 실시, 정상여부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흡연 기간이 길수록 정상 비율이 급격히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비흡연자 그룹은 42.8%, 5년 이상~10년 미만 그룹은 46.4%가 정상이었지만 10년 이상 흡연을 한 환자들 그룹에서는 20.7%만이 정액검사상 정상 소견을 보였다.  흡연기간 외에 환자들의 질병력, 과거 수술력, 키와 몸무게, 고환 검사결과, 성병 여부 및 체질량지수 등에 대한 분석에서는 정상군과 비정상군 사이에 큰 차이점이 나타나지 않았다.  서주태 교수는 “흡연은 정액의 사정량을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하루 20개비 이상 흡연량이 많아질 경우 정자의 밀도와 운동성까지 감소시키는 등 남성 생식기능 저하의 대표적 위험요인”이라면서 “여기에서 나아가 장기간의 흡연이 난임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서주태 교수는 이어 “임신을 계획하고 있거나 난임으로 고민하는 남성이라면 습관적인 흡연을 줄이거나 아예 금연을 해야 한다”면서 “난임의 원인이 남성에게 기인하는 경우가 전체의 절반이나 되기 때문에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저널인 ‘남성건강지(World Journal of Men’s Health) 최신판에 게재 됐다.  심재억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0.01초 먼저 친 ‘번개’

    0.01초 먼저 친 ‘번개’

    시즌 내내 헤매던 우사인 볼트(29·자메이카)가 올 시즌 계속 앞섰던 저스틴 개틀린(33·미국)을 앞질렀다. 남자 100m(9초58)와 200m(19초19) 세계기록 보유자인 볼트는 23일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제15회 세계육상선수권 대회 남자 100m 결선을 9초79에 마치며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올 시즌 1~4위 기록을 휩쓸었던 개틀린은 세계선수권 등 메이저대회에 약한 면모를 다시 드러내며 9초80에 그쳤다. 개틀린은 출발 반응속도에서 뒤졌으며 마지막에 스퍼트를 다해 볼트와 거의 동시에 결승선을 들어왔으나 어깨가 약간 뒤처졌다. 이로써 볼트는 100m는 물론, 200m와 4X100m 계주까지 세계선수권 3관왕 2연패(2013년 대회를 건너뛰고 3관왕은 3회째)를 바라보게 됐다. 또한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9개로 늘리면서 칼 루이스(미국·8개)를 따돌리고 가장 많은 대회 금메달을 수집한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2006년 금지약물 검출로 출전 정지 징계를 받고 2010년 돌아온 개틀린은 메이저대회에 약한 것이 흠으로 지적됐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9초79에 결승선을 통과, 볼트(9초63)와 요한 블레이크(자메이카·9초75)에도 밀려 동메달에 그쳤고, 이듬해 모스크바세계선수권에서도 볼트(9초77)에 이어 9초85로 은메달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 9초7대를 기록한 선수는 개틀린뿐이고, 볼트는 모스크바대회에서 9초77을 찍은 뒤 2년 동안 한 번도 9초7대 기록을 세우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 대회에서는 개틀린이 메이저 징크스를 털어내지 않을까 기대됐는데 볼트가 여지없이 짓밟아버렸다. 남자 200m 결선은 27일 오후 9시 55분, 4X100m계주 결선은 29일 오후 10시 10분 시작한다. 볼트가 두 종목 결선까지 우승하면 대회 11개의 금메달, 13개의 메달을 수확함으로써 최다 금메달은 물론, 남자 선수 최다 메달의 영예를 누리게 된다. 남녀 통틀어 최다 메달의 주인공은 자메이카 대표로 뛰다 2002년 슬로베니아로 국적을 바꾼 여자 스프린터 멀린 오티로 모두 14개의 메달을 수집했다. 2017년 런던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은퇴 무대로 예고한 볼트가 그곳에서 둘 이상 추가하면 육상 역사가 또 바뀐다. 한편 앞서 준결선 1조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결선 진출의 기쁨을 누린 중국의 스프린터 쑤빙톈(26)은 10초6에 그쳤다. 지난 5월 순수 동양인 혈통으로는 처음 9초대에 진입했던 그로선 다소 창피한 결과였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인간이 망치는 바다...NASA, 세계 ‘해상 쓰레기섬’ 지도 제작

    인간이 망치는 바다...NASA, 세계 ‘해상 쓰레기섬’ 지도 제작

    -15년간 버린 플라스틱, 전세계 해안 ‘30m벽’ 쌓을 정도 매년 전 세계 해양에 방류되는 막대한 양의 플라스틱 쓰레기들은 모두 어디로 흘러가고 있을까? 미 항공우주국(NASA) 과학자들이 전 세계 해상에 버려진 쓰레기들이 모여 만든 거대 ‘쓰레기 섬’들의 위치를 보여주는 지도를 만들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연구를 위해 NASA는 35년 전부터 바다에 연구용 부표를 흘려보냈다. 이번 지도는 이 부표에서 수집된 자료를 종합해 만든 것으로, 지난 35년간의 시간 경과에 따른 쓰레기들의 해상 이동 경로를 확인할 수 있다. 지도상에서 각 부표는 하얀색 점으로 표시되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의 개수가 줄어드는 것은 부표들 중 일부가 시간 경과를 오래 견디지 못하고 파손됐기 때문이다. 지도를 직접 확인해 보면 쓰레기들이 해류를 타고 흘러 가다가 해류 흐름이 가장 약한 환류(해류가 원형을 그리며 도는 큰 흐름)의 중심부로 모여 쓰레기 섬을 형성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환류 지대는 북태평양, 남태평양, 북대서양, 남대서양, 인도양에 각각 하나씩 총 다섯 군데 존재한다. NASA 과학자들은 가상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서도 동일 위치에 쓰레기들이 모여든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NASA 산하 ‘과학 시각화 스튜디오’(Scientific Visualisation Studio) 소속 그렉 시라는 “ECCO-2라고 불리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모델을 통해 전 세계 해안에 가상의 입자를 방류해본 결과, 연구용 부표가 모여들었던 지점에 해당 입자들이 집중되는 현상이 관찰됐다”고 설명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쓰레기 섬의 규모는 과연 어떠할까? NASA는 지난 2010년 전 세계 해안 인접 국가들의 쓰레기 생산량과 쓰레기 처리 효율성을 조사해 전 인류의 한 해 플라스틱 쓰레기 해안 방류량을 산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0년 한 해에만 플라스틱 쓰레기 약 470만~1,270만 톤이 바다에 흘러들어간 것으로 추산된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쓰레기량이 점점 늘어나 2010년에서 2025년 사이 해양 쓰레기 총량은 1억5500만 톤에 달할 것으로 본다. 이는 전 세계 해안을 따라 두께 30㎝, 높이 30m의 ‘쓰레기 벽’을 쌓을 수 있는 규모라고 과학자들은 전했다. 대처 방안은 없을까?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산업 생태학 조교수 롤랜드 가이어는 “이미 바다에 방류된 쓰레기를 대규모로 수거하는 것은 비용대비 효율이 좋지 못한 방법”이라며 “따라서 애초에 쓰레기 재활용 및 분리수거 등 쓰레기 처리법을 개선해 바다로 투기되는 쓰레기양을 줄이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사진=ⓒNASA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배신자’의 특징…더 공손하고 긍정적으로 대화

    ‘배신자’의 특징…더 공손하고 긍정적으로 대화

    믿었던 친구, 연인, 동료의 배신은 결정적 순간까지 알아챌 수 없기에 몇 배나 충격적이기 마련이다. 그러나 아무리 진의를 숨기려 해도 무의식중에 드러나는 속마음까지 감추기는 어려운 법. 미국의 과학자들이 배신자들의 발언 속에서 그들이 미처 숨기지 못한 배신의 징조를 어느 정도 포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흥미를 끌고 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20일(현지시간) 미국 코넬 대학교, 메릴랜드 대학교, 콜로라도 대학교 공동 연구팀이 배신을 앞둔 인물들의 언어 사용에서 나타나는 미묘한 패턴을 찾아냈다고 보도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컴퓨터 온라인 게임 ‘디플로머시’(Diplomacy)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본래 보드게임(말판을 사용, 참가자들이 직접 대면해 플레이하는 게임)인 디플로머시는 참가자들이 유럽 각국의 지도자가 됐다고 가정하고 각자 세계 영토를 전부 차지하기 위해 서로 협상 및 전쟁을 벌이는 게임이다. 이 게임의 핵심은 두 명 이상의 참가자가 연합해 다른 한 나라를 압도하는데 있다. 승리를 위해서 각 참가자는 다른 참가자와 밀약을 맺어 협조해야만 한다. 그러나 결국엔 한 참가자가 전 영토를 차지해야 최종우승할 수 있는 만큼 게임이 종국으로 치달을수록 참가자들 사이에는 배신이 계속 이루어지게 된다. 연구팀은 249회의 온라인 디플로머시 게임에서 참가자들이 주고받은 14만5000건의 메시지 데이터를 수집했고, 이 중 배신이 벌어진 플레이어들 사이의 대화와 그렇지 않은 플레이어 사이의 대화를 서로 비교분석했다. 이 분석을 위해 연구팀은 과거 개발했던 대화분석 알고리즘을 사용했다. 이 알고리즘은 긍정적 표현과 부정적 표현, 공손한 표현과 그렇지 않은 표현을 찾아낼 수 있다. 또한 미래계획에 관련된 표현(‘이후에는’, ‘그 다음에는’ 등), 자기주장에 관련된 표현(‘내 생각엔’, ‘내가 보기엔’ 등), 시간에 관련된 표현(‘아직’, ‘그 동안에’ 등), 비교에 관련된 표현 (‘그만큼’, ‘~다음으로’ 등)을 찾아내는 것도 가능하다. 분석 결과 가장 두드러진 사실 중 하나는 과도하게 예의바른 표현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일수록 배신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배신자들은 배신 직전에 긍정적 표현을 더욱 많이 사용해 상대를 방심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였다. 또 다른 흥미로운 현상은 피해자들의 경우 미래계획에 관련된 표현을 많이 사용한 직후 배신을 당할 확률이 높다는 것. 반면 이 때 배신자들은 계획에 관련된 어휘를 상대적으로 적게 사용했다. 각각 독일과 오스트리아 지도자 역할의 두 참가자 사이에 오고간 다음 실제 대화에서 이러한 특성이 한꺼번에 드러난다. 독일 참가자는 먼저 “병력을 먼저 동쪽으로 옮기신 다음 제가 추후 지원해도 될까요? 제가 영국과 프랑스를 상대하겠으니 이탈리아를 맡아주시면 됩니다”라며 장황하고 상세한 계획을 말한다. 그러자 오스트리아 참가자는 “완벽한 전략이네요, 기꺼이 따르겠습니다. 고마워요 친구”라고 정중하고 긍정적인 대답을 내놓는다. 대화 직후 오스트리아는 독일을 배신했다. 연구팀은 더 나아가 해당 컴퓨터 알고리즘을 통해 참가자들 사이의 배신 가능성을 계산해보았고 그 정확도는 57%에 달했다. 이는 대단한 수치가 아닌 것 같지만 인간의 예측 능력과 비교해 보면 월등히 높은 확률이라고 연구팀은 전했다. 사진=ⓒ포토리아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배신 앞둔 사람, “더 공손하고 긍정적으로 말한다” (연구)

    배신 앞둔 사람, “더 공손하고 긍정적으로 말한다” (연구)

    믿었던 친구, 연인, 동료의 배신은 결정적 순간까지 알아챌 수 없기에 몇 배나 충격적이기 마련이다. 그러나 아무리 진의를 숨기려 해도 무의식중에 드러나는 속마음까지 감추기는 어려운 법. 미국의 과학자들이 배신자들의 발언 속에서 그들이 미처 숨기지 못한 배신의 징조를 어느 정도 포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흥미를 끌고 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20일(현지시간) 미국 코넬 대학교, 메릴랜드 대학교, 콜로라도 대학교 공동 연구팀이 배신을 앞둔 인물들의 언어 사용에서 나타나는 미묘한 패턴을 찾아냈다고 보도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컴퓨터 온라인 게임 ‘디플로머시’(Diplomacy)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본래 보드게임(말판을 사용, 참가자들이 직접 대면해 플레이하는 게임)인 디플로머시는 참가자들이 유럽 각국의 지도자가 됐다고 가정하고 각자 세계 영토를 전부 차지하기 위해 서로 협상 및 전쟁을 벌이는 게임이다. 이 게임의 핵심은 두 명 이상의 참가자가 연합해 다른 한 나라를 압도하는데 있다. 승리를 위해서 각 참가자는 다른 참가자와 밀약을 맺어 협조해야만 한다. 그러나 결국엔 한 참가자가 전 영토를 차지해야 최종우승할 수 있는 만큼 게임이 종국으로 치달을수록 참가자들 사이에는 배신이 계속 이루어지게 된다. 연구팀은 249회의 온라인 디플로머시 게임에서 참가자들이 주고받은 14만5000건의 메시지 데이터를 수집했고, 이 중 배신이 벌어진 플레이어들 사이의 대화와 그렇지 않은 플레이어 사이의 대화를 서로 비교분석했다. 이 분석을 위해 연구팀은 과거 개발했던 대화분석 알고리즘을 사용했다. 이 알고리즘은 긍정적 표현과 부정적 표현, 공손한 표현과 그렇지 않은 표현을 찾아낼 수 있다. 또한 미래계획에 관련된 표현(‘이후에는’, ‘그 다음에는’ 등), 자기주장에 관련된 표현(‘내 생각엔’, ‘내가 보기엔’ 등), 시간에 관련된 표현(‘아직’, ‘그 동안에’ 등), 비교에 관련된 표현 (‘그만큼’, ‘~다음으로’ 등)을 찾아내는 것도 가능하다. 분석 결과 가장 두드러진 사실 중 하나는 과도하게 예의바른 표현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일수록 배신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배신자들은 배신 직전에 긍정적 표현을 더욱 많이 사용해 상대를 방심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였다. 또 다른 흥미로운 현상은 피해자들의 경우 미래계획에 관련된 표현을 많이 사용한 직후 배신을 당할 확률이 높다는 것. 반면 이 때 배신자들은 계획에 관련된 어휘를 상대적으로 적게 사용했다. 각각 독일과 오스트리아 지도자 역할의 두 참가자 사이에 오고간 다음 실제 대화에서 이러한 특성이 한꺼번에 드러난다. 독일 참가자는 먼저 “병력을 먼저 동쪽으로 옮기신 다음 제가 추후 지원해도 될까요? 제가 영국과 프랑스를 상대하겠으니 이탈리아를 맡아주시면 됩니다”라며 장황하고 상세한 계획을 말한다. 그러자 오스트리아 참가자는 “완벽한 전략이네요, 기꺼이 따르겠습니다. 고마워요 친구”라고 정중하고 긍정적인 대답을 내놓는다. 대화 직후 오스트리아는 독일을 배신했다. 연구팀은 더 나아가 해당 컴퓨터 알고리즘을 통해 참가자들 사이의 배신 가능성을 계산해보았고 그 정확도는 57%에 달했다. 이는 대단한 수치가 아닌 것 같지만 인간의 예측 능력과 비교해 보면 월등히 높은 확률이라고 연구팀은 전했다. 사진=ⓒ포토리아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데스크 시각] 정책의 체감도를 높이려면/전경하 경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정책의 체감도를 높이려면/전경하 경제부 차장

    이달 초 발표된 정부의 세법 개정안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은 ‘만능통장’이라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였다. 내년부터 도입될 해외 투자 전용 비과세 펀드가 이 만능통장과 함께 재테크의 필수 아이템이 될 것이다. 이 발표를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국민들이 언론 보도만큼, 정부가 원하는 만큼 잘 알까’였다. 이 의구심은 퇴직연금을 둘러싼 질문에서 시작한다. 최근 참석자 대부분이 50대 이상인 모임에 참석한 적이 있다. 퇴직했거나 퇴직이 다가온 만큼 자연히 퇴직에 대해 이야기했고 퇴직연금도 주제였다. 그러나 회사가 퇴직연금에 가입했는지는 물론 퇴직금과 퇴직연금의 차이를 솔직히 모르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퇴직연금이 도입된 지 10년이 지났고 나름 퇴직연금 기사를 많이 써 왔다고 생각했는데 당혹스러웠다. 올 2월 금융감독원은 ‘금융이해력 조사 결과 분석 및 시사점’이라는 보도자료를 내놨다. 우리 국민이 물가, 이자, 분산투자 등 핵심적인 금융 개념에 대한 지식은 높은데 재무상황 점검이나 금융정보 수집 노력 등 금융행위에 대한 점수는 낮다는 내용이었다. 금융행위는 물건을 사기 전에 지불 능력을 점검해 봤는지, 은퇴와 노후 대비를 하는지 등이다. 이런 금융행위를 개인의 금융복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행동방식이라고 했다. 지식은 있는데 행동방식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니 헛똑똑이인 셈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초중고를 대상으로 ‘1사(社) 1교(敎)’ 금융교육을 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의 헛똑똑이를 막는 방법 중 하나일 거다. 근로자들에게는 독립투자자문업(IFA)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정부가 올 하반기에 법으로 만들겠다는 IFA는 특정 금융사에 소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자문, 상품 추천, 체결 대행 등을 해 주는 서비스다. 중요한 노력이긴 한데 금융이해력은 20대와 65세 이상 고령자에서 낮았다. 이들이 초중고에 금융교육을 받으러 갈 일은 없다. 취업이 어려워 ‘삼포세대’(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가 된 20대나 세계 최고 빈곤율을 기록하는 고령자가 IFA를 찾아 상담을 받겠다는 생각을 할지는 미지수다. 이들에게는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 사망보험금을 주는 한 생명보험사가 TV 광고를 많이 하는 것은 고령자의 여가 활동에서 TV 시청이 절대적이기 때문일 거다. 20대가 모여 있는 대학은 1사 1교 금융교육에서 왜 빠졌을까. 캠퍼스에 자리잡은 금융사가 알아서 하라는 걸까. ISA나 해외 비과세 펀드는 ‘종잣돈’ 통장을 만들면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즉 금융에 대한 투자다. 그러면 금융교육도 같이 가야 한다. 2013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저서 ‘새로운 금융시대’에서 ‘금융은 돈을 버는 것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다른 목표를 지원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능적 과학’이라고 썼다. 다른 목표의 지원 수단인 금융이 발전할수록 금융 지식 격차가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정부의 정책 발표는 큰 틀만을 제시한다. 다양한 사례와 변하는 상황을 발표에 다 담을 수는 없다. 해서 세부 규정인 시행령, 시행규칙, 규정, 고시 등이 중요하고 관련 기업들은 이 문구에 사활을 건다. 국민의 체감도를 높이는 것도 발표 이후의 눈에 안 띄는 후속 작업에 달려 있다. 발표 이후의 정부 움직임이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lark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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