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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호텔 등 49% 개인정보 보호 위반

    118건은 안전조치 의무 안 지켜 지난해 대학과 호텔 등을 대상으로 개인정보 보호실태를 서면점검한 결과 절반 가까운 곳에서 위반사항이 확인됐다. 26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정보 보호실태 점검대상 총 300곳 가운데 281곳이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자료를 제출했고, 이 중 138개 기관에서 314건의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기관당 평균 2.4건 꼴이고 위반율은 49%였다.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미참여 업체에는 현장점검을 시행했고 위반사항에 대해 행정처분을 내렸다. 전체 314건 가운데 118건(42%)이 개인정보보호법 제29조 ‘안전조치 의무’ 조항을 지키지 않은 것이었다. 이어 개인정보처리방침 공개 미흡 45건(16%), 개인정보 수집 시 필수사항 미통보 4건(12%) 등이 뒤를 이었다. 개인정보 마케팅 시 별도의 동의 절차가 미흡했거나 개인정보 수집·이용 시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안전조치 의무 위반사항 118건을 세분화하면 320건의 기술적 조치 위반사항이 확인된다. 여기에는 개인정보 암호화 위반이 82건으로 가장 많았다. 비밀번호 작성규칙 수립·시행 미흡과 내부관리계획 수립 미흡도 각각 49건씩이었다. 이외에도 접근권한 관리를 소홀히 했거나 접속기록 보관 규정을 위반하기도 했다. 행안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전·의류·식품·대학 등 150곳을 대상으로 개인정보 보호실태에 대한 서면점검을 진행한다. 오는 4~6월 중 진행되는 서면점검에 참여한 업체에는 개인정보 관리실태 개선을 유도한다. 하지만 이를 거부한 업체에는 특별 현장점검을 실시해 위반사항이 발견되면 과태료 등의 행정처분이 내려진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단독]비밀 준수서약 안 하고 부패 신고 받은 권익위

    부패방지 업무를 담당하는 국민권익위원회 일부 직원들이 업무상 알게 된 정보를 외부에 발설하지 않겠다는 ‘비밀준수 서약서’를 써야 함에도 이런 의무를 전혀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권익위는 지난해 11월 6일부터 24일까지 부패방지국 소속 12개 과·센터 직원을 감사해 이런 내용이 담긴 2017년 하반기 자체 종합감사 결과보고서를 최근 공개했다. 25일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이들이 추진한 업무 전반과 회계 내용이 감사 대상이다. ‘부패행위 신고사무 운영지침’ 40조에 따르면 부패행위 신고의 접수·심사·확인과 보호 보상 관련 업무를 하는 권익위 직원은 신고자 등의 신분비밀을 보장하기 위해 ‘비밀준수 서약서’를 작성, 관리해야 한다. 서약서에는 “업무 수행 중 알게 된 부패행위 신고자 및 수사·감사·조사에 조력한 자의 인적사항, 신고내용 및 수집한 자료·정보 등을 일체 타인에게 누설하지 않을 것을 서약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신고사무 처리지침’ 제22조 역시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직원들이 의무적으로 비밀준수 서약서를 작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서약서 작성·관리 실태를 점검한 결과 2015년 10월부터 약 2년간 관련 지침 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부패방지국 심사기획과는 신규 채용 및 직원 파견 시 공무상 비밀누설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보안서약서’를 받고 있는 만큼 준법 서약서를 중복 작성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해명했다. 지침 개정 시 해당 조항을 삭제할 것이라는 내용도 덧붙였다. 그러나 권익위는 “보안서약서와 비밀준수 서약서는 관련 법령과 서약 내용, 대상자 등이 다르기에 현 규정에 따라 비밀준수 서약서를 작성, 관리해야 타당하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해당 부서에 ‘주의’ 처분을 내렸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친위세력 포진시켜 독주 체제를 구축한 시진핑 집권2기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친위세력 포진시켜 독주 체제를 구축한 시진핑 집권2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집권2기가 작년 10월 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 이어 지난 20일 폐막된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에서 지도부의 인선이 마무리되면서 공식 출범했다. 중국 정가의 태자당(최고위 관료의 자제그룹)과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상하이방(江澤民 전 주석 중심의 상하이지역 파벌) 등 3개 파벌이 분점하던 집권1기와는 달리 집권2기는 시진핑 주석의 최측근 인사그룹인 시자쥔(習家軍)이 요직을 장악해 독주 체제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이번 전국인대는 국가주석에 대해 연임 제한을 풀어 장기 집권의 길을 터주며 시진핑을 유임시키고 왕치산(王岐山) 전 당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을 국가부주석으로 선출했다. 시 주석은 반대와 기권 없이 만장일치로 국가주석에 연임됐고 왕 부주석도 반대 1표만 나와 그들의 완벽한 승리였다. 시 주석 ‘애장’(愛將)으로 알려진 리잔수(栗戰書) 전 당중앙판공청 주임이 서열 3위의 전국인대 상무위원장으로 뽑혔고, 시 주석의 경제 책사인 류허(劉鶴) 국가발전개획위원회 부주임이 부총리로 선임됐다. 왕양(汪洋) 전 부총리는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전국위원회 주석, 한정(韓正) 전 상하이시 당서기가 상무부총리에 선출됐다. 반면 공청단파의 수장격인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유임됐지만 지원세력이 완전히 몰락하는 바람에 정치적 식물인간이나 다름없는 만큼 권한이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특히 ‘7상8하’(67세 유임, 68세 은퇴) 연령제한 규정 때문에 물러났던 왕치산은 부주석으로 화려하게 복귀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시 주석 집권 1기때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 링지화(令計劃) 전 통일전선공작부장 등 거물 정적들을 쳐내는 등 반부패 운동을 주도하면서 시 주석의 권력기반을 공고히 한 일등공신이다.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에서 태어난 왕 부주석은 1969년 산시(陝西)성 옌안(延安)에 하방됐다. 이곳에서 시 주석을 만나 같이 하룻밤을 보내는 등 깊은 우정을 나눴다. 산시성 시베이(西北)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그는 산시성 박물관에서 일하다 사회과학원 근대역사연구소를 거쳐 당중앙서기처 농촌정책연구실 경제 간부로 공직에 발을 내디뎠다. 농촌문제 전문성을 인정받은 왕 부주석은 중국농촌식탄투자공사 총경리, 중국건설은행 부행장, 중국인민은행 부행장 등을 역임하며 금융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가 발발하자 당시 주룽지(朱鎔基) 총리의 부름을 받아 광둥(廣東)성으로 달려가 금융위기를 수습했다. 2003년에는 사스(SARS·중증호흡기증후군) 창궐로 혼란에 빠진 베이징의 사태를 처리하고 2008년 올림픽 준비를 진두 지휘했다. 경제금융 담당 부총리에 재임하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해 4조 위안(약 684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재정 지출을 주도해 이를 극복하는 등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 보수파 원로 야오이린(姚依林) 전 부총리의 사위로 시 주석과는 같은 태자당(太子黨) 출신이다. 위기관리 능력과 정책 실행력이 뛰어나 대미외교와 금융, 반부패 등 폭넓은 분야에서 강한 존재감을 발휘할 전망이다. 집권1기가 ‘시진핑-리커창’ 체제라고 불렸다면 집권2기가 ‘시진핑-왕치산’ 체제라고 불리는 이유다. 외교의 사령탑은 중앙외사공작위원회가 맡는다. 이번에 개편된 외사공작위는 당대외연락부와 중앙외사공작영도소조의 기능을 통합한 당 기구다. 중국 외교정책의 전체 기조와 부문 간 협의 등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여기에다 실무를 담당하는 외교부를 지도하는 역할도 맡아 명실상부한 최고 외교기구로 등장했다. 외사공작위의 인선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시 주석과 왕 부주석이 각각 위원장과 부위원장에 오르고 양제츠(楊潔?) 전 국무위원이 비서장에 오를 전망이다. 경제라인은 미 하버드대 출신 류허 부총리와 일리노이대 경제학 박사 출신의 이강(易綱) 인민은행장으로 확정돼 유학파 출신 학자형 관리로 구성됐다. 군부 인사의 장악도 두드러진다. 국방부장겸 국무위원에 웨이펑허(魏鳳和) 로켓군 사령관이 선출됐다. 중앙군사위는 시 주석을 정점으로 부주석에 유임된 쉬치량(許其亮)과 장유샤(張又俠) 전 장비발전부장, 위원에 웨이 부장, 리쭤청(李作成·65) 연합참모부 참모장, 먀오화(苗華) 정치공작부 주임, 장성민(張升民) 군사위 기율위 서기로 꾸려졌다. 웨이의 국방부장 임명은 시 주석의 군권 장악이 완성됐다는 것을 뜻한다. 그는 2012년 시 주석이 당총서기 취임 직후 단행한 첫 장성 인사에서 상장(上將·대장)으로 승진했다. 시 주석이 당시 웨이 부장만을 위한 상장 승진식에 직접 참석했을 만큼 총애한다. 리 참모장은 2012년 ‘싸워서 이긴다’는 시 주석의 군사철학에 따라 승승장구한 인물이고 먀오 주임은 푸젠(福建)성 샤먼(厦門)의 31집단군에서 근무할 당시 시 주석과 인연을 맺었다. 새로 선출된 장 부주석은 태자당 출신이고 시 주석의 군부 측근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장 부주석의 부친 장쭝쉰(張宗遜) 상장은 시 주석의 부친 시중쉰(習仲勳)의 산시성 고향 친구이자 혁명시기 야전군 전우였다. ‘중국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로 불리는 국가안전위원회 수뇌부도 시 주석을 정점으로 새로 짜였다. 신장(新疆)위구르와 시짱(西藏·티베트)의 주권과 영토 문제, 사이버 공격, 반체제 활동 등 중국 안전에 관한 정보수집과 대응을 위해 옛소련 ‘국가보안위(KGB)’와 체제로 꾸려졌다. 리잔수 상무위원장이 국가안전위 부주석을 겸임하고 시 주석의 정치비서 출신인 딩쉐샹(丁薛祥) 당중앙판공청 부주임이 안전위 판공실 주임을 맡을 예정이다. 실무 책임자인 판공실 부주임에는 류수칭(劉述卿) 전 외교부 부부장의 아들인 태자당 출신 류하이싱(劉海星) 전 외교부 부장조리가 임명됐다. 시 주석의 측근 인물들로 안전위 진영이 꾸려지면서 시진핑 ‘1인 체제’를 한층 강화할 전망이다. 새 권력기관으로 자리매김한 국가감찰위원회도 자오러지(趙樂際) 당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가 겸임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왕 부주석 측근으로 알려진 양샤오두(楊曉渡) 감찰부장이 초대 주임으로 선출됐다. 지방정부는 수장도 ‘시자쥔’ 일색이다. 허난(河南)성 당서기에는 왕궈성(王國生) 칭하이(靑海)성 당서기가 이동했고, 칭하이성 당서기에는 왕젠쥔(王建軍) 칭하이성장이 승진했다. 왕 당서기는 양회(전국인대와 정협)에서 티베트인들이 시 주석을 ‘활보살’(活菩薩·살아있는 보살)로 여기고 있다는 말로 화제가 된 인물이다. 쓰촨(四川)성 당서기는 펑칭화(彭淸華) 광시(廣西)장족자치구 당서기가, 광시자치구 당서기에 루신서(鹿心社) 장시(江西)성 당서기가 연쇄 이동하고 장시성 서기에는 류치(劉奇) 장시성장이 승진했다. 펑 당서기는 ‘시진핑 핵심’을 처음 건의해 시 주석의 눈에 들었고 루와 류 당서기는 그의 저장(浙江)성 인맥인 ‘즈장신쥔(之江新軍)’에 속한다. 왕원타오(王文濤) 산둥성 지난(濟南)시 당서기가 자연자원부장으로 옮긴 루하오(陸昊) 헤이룽장(黑龍江)성장의 후임으로 이동했다. 시 주석이 상하이 당서기 재직 당시 상하이시 황푸(黃浦)구 서기를 지낸 인연이 있다. 즈장신쥔의 대표주자인 천이신(陳一新)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 당서기도 중앙정법위원회 비서장으로 옮겼다. 시 주석의 저장성 당서기 시절 성 부비서장과 판공청 부주임, 정책연구실 주임을 맡아 비서겸 책사 역할을 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문 대통령, 베트남서 3800원 쌀국수로 아침 식사…시민들과 담소

    문 대통령, 베트남서 3800원 쌀국수로 아침 식사…시민들과 담소

    지난 22일부터 2박 3일간 베트남을 국빈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베트남에서의 마지막 일정으로 하노이 쌀국수집에서 아침 식사를 했다.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는 24일 오전 숙소 근처에 있는 ‘포 텐 리꾹수’ 쌀국수집을 방문했다. 하노이 시내 유명 쌀국수 체인점인 이 식당은 하노이를 방문하는 우리 관광객들에게도 ‘하노이 3대 쌀국수집’ 중 한 곳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문 대통령이 들른 식당은 소고기 쌀국수를 비롯해 차와 커피 등 간단한 음료를 판매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과 김 여사는 쌀국수집에 들어가 식사 중인 현지 시민들과 담소를 나누며 아침을 즐겼다. 식당에서 파는 쌀국수 가격은 우리나라 돈으로 3800원 정도로 알려졌다. 김 여사는 “쌀국수에 라임을 짜서 넣으니 참 맛있다”며 “우리나라 쌀은 너무 찰져서 쌀국수가 안 된다고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옛날에 (한국)외국어대에 월남어(베트남어)과가 있었는데 월남과의 관계가 75년∼92년에 단절돼 과가 제대로 유지되지 못한 것 같다”며 “중국어 (성조)가 4성인데 월남어는 6성이라 우리나라 사람들이 배우기 어렵다고 한다”고 언급했다. 식사 도중 식당을 지나던 교민들이 유리창을 통해 대통령 부부를 알아보고 모여 들었고 이를 본 문 대통령은 식당 밖으로 나가 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베트남 현지인들도 사진촬영 대열에 합류했다. 식당 주인은 문 대통령에게 나무젓가락이 들어있는 목재 곽을 선물했고, 이에 문 대통령은 “고맙다”면서 “이거 김영란법에 안 걸리는지 모르겠네”라고 농담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중국 방문 때도 김 여사와 베이징의 한 서민식당을 찾아 중국인들이 즐겨 먹는 꽈배기와 두유로 아침을 하는 등 소탈한 식사를 즐긴 바 있다. 식사를 마친 문 대통령은 베트남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다음 방문지인 아랍에미리트(UAE)로 출국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책꽂이]

    부디 계속해주세요(문소리 외 9명 지음, 마음산책 펴냄) 배우 문소리와 일본 영화감독 니시카와 미와, 소설가 김중혁과 일본 일러스트레이터 요리후지 분페이 등 한·일 문화인 10명이 자신의 작업 방식과 예술가로서의 고민에 대해 대담한 내용을 묶었다. 280쪽. 1만 4500원. 나는 계속 걷기로 했다(거칠부 지음, 궁리 펴냄) 서른아홉, 17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걷기 시작한 지은이가 183일간 네팔 히말라야 2165㎞를 한국인 최초로 횡단종주한 기록을 담았다. 396쪽. 1만 8000원. 그림으로 읽는 유럽의 난민(케이트 에번스 지음, 황승구 옮김, 푸른지식 펴냄) 유럽의 대표적인 난민촌인 프랑스 칼레 난민촌이 철거되기 직전까지 직접 자원봉사를 한 저자가 쓰레기가 가득한 열악한 위생 환경부터 전쟁으로 가족을 잃은 난민들의 아픈 과거 등을 옮겼다. 2016년 영국작가협회에서 수여하는 존 로런스 상 수상작이다. 184쪽. 1만 8000원. 음식과 전쟁(톰 닐론 지음, 신유진 옮김, 루아크 펴냄) 고문서 수집가인 저자가 레모네이드와 페스트, 카리브해의 식인 문화, 페이스트리를 둘러싼 멕시코와 프랑스의 갈등 등 인류 역사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음식 에피소드를 120여장의 일러스트와 함께 풀어낸다. 228쪽. 2만 4000원. 고문서 반납 여행(아미노 요시히코 지음, 김시덕 옮김, 글항아리 펴냄) 1950년대 일본 사회사 연구를 위해 전국 농어촌에 잠들어 있던 고문서를 수집했던 아미노 요시히코 전 가나가와대 교수가 50여년에 걸쳐 이 문서들을 반납한 여정을 기록했다. 264쪽. 1만 4000원. 아이는 누가 길러요(서이슬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선천성 희소 질환인 클리펠 트레노네이 증후군을 앓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아이를 관찰하며 얻은 깨달음과 ‘돌봄 책임’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관심을 촉구하는 글을 담은 에세이. 288쪽. 1만 4000원.
  • 15년 전 칠레 발칵 뒤집은 15cm ‘외계인’ 미라의 정체는

    15년 전 칠레 발칵 뒤집은 15cm ‘외계인’ 미라의 정체는

    15년 전 남미 칠레 아타카마 사막 광산마을 노리아에서 발견된 몸길이 15.2㎝의 미라가 사산(死産)된 여자아이로 밝혀졌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이 미라가 처음 발견되자 틀림 없는 외계인이라는 주장이 들끓었다. 미라는 스페인의 개인 수집가에 팔렸다. ‘아타’(Ata)로 이름 붙여진 이 미라의 뼈에서 DNA를 추출해 분석한 과학자들은 아타가 사산(死産) 여자아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사산된 여아가 아니면 태어난 뒤 곧바로 죽은 여아일 것이라는 게 이들의 추정이다. 미라는 보라색 리본에 묶인 흰옷에 감싸인 채로 발견됐다. 과학자들은 아타가 매우 특이한 돌연변이를 지닌 것으로 판단했다. 통상 12쌍의 갈비뼈를 지닌 사람에 비해 아타는 갈비뼈가 10쌍 뿐이다. 또 두개골은 비정상적으로 가늘고 긴 모양을 하고 있었다. 미국 스탠퍼드대 미생물학자 겸 면역학자 개리 놀란 교수는 이 미라를 접하고 연구 제의를 받자마자 연구에 착수했다.그는 2013년 아타가 인간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타의 심각한 기형에 대해서는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다. 캘리포니아대로 자리를 옮긴 그와 동료들은 아타의 유전자 구성을 완전히 분석해 발표했다. 아타의 뼈에서 뽑아낸 DNA를 토대로 골격 기형을 일으키거나 기형을 재촉한 것으로 알려진 최소 7개의 유전자를 발견해 냈다. 아타의 신장과 비정상적인 갈비뼈 및 두개골 모양 등을 자세히 규명해 냈다. 횡경막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선천성 이상증세 ‘선천성횡경막탈장’에 시달렸을 것으로 추정했다. 아타의 DNA가 다른 칠레인들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도 밝혀냈다. 놀란 교수는 “아타가 사산아이거나 출생 후 곧바로 죽었을 것으로 믿고 있다”면서 “심한 기형으로 제대로 먹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타는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어야 했지만 발견된 지점으로 미뤄 그럴 형편이 못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내용은 유전체학 분야 학술지 ‘게놈리서치’(Genome Research) 최신호에 게재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英 13세 소년, 고장난 청소기 수리 사업으로 대박

    英 13세 소년, 고장난 청소기 수리 사업으로 대박

    진공 청소기에 집착하게 된 한 10대 남학생이 고장난 청소기만 사들여 고친다음 재판매하는 방식으로 수천만 원을 벌어들이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잉글랜드 머지사이드주 출신의 매튜 로크(13)가 어떻게 150대가 넘는 진공청소기를 대량으로 수집해 팔게 됐는지 소개했다. 로크는 2살 때 처음 청소기 장난감 헨리(Henry)를 선물받은 후, 진공 청소기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5살 즈음 그는 온 집을 청소기로 훑고 다녔고, 이제 낡은 청소기를 수리해 판매하는 경지에 올랐다. 그는 “4~5살 때 청소기 부품 분해 방법을 대략 파악하고 있었고, 어떻게 작동하게 만들어야하는지 주의 깊게 살폈다. 수집한 청소기 부품들을 조립한 다음 새로운 청소기로 만들기도 했다”고 전했다. 고장난 청소기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냥 집 밖에 버려지는 청소기도 허다했기 때문이다. 로크는 인터넷 쇼핑몰 이베이나 페이스북 판매 사이트에서 약 5파운드(약 8000원)에 고장난 기계를 사들여 그것을 고친다음 10배의 가격에 판매한다. 대신 청소기를 수리하는데 일주일에 약 10시간 정도를 보낸다. 그렇게 고친 청소기가 어림잡아 약 500개, 판매한 청소기는 300개 정도다. 재판매해 벌어들인 돈은 다시 고장난 청소기의 투자금이 된다. 한정판이거나 희소성이 높은 청소기도 최소 100개나 가지고 있다. 그는 “더 나은 상태로 만들어서 새로운 브랜드에 대항할 만 성능인지 시험도 해본다”며 “후에 나만의 진공청소기를 디자인하고 만들어 발명가인 제임스 다이슨에 필적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외계인 닮은 수수께끼 ‘15cm 미라’ 알고보니 어린 소녀

    외계인 닮은 수수께끼 ‘15cm 미라’ 알고보니 어린 소녀

    2003년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에서 발견된 기이한 형태의 미라 정체가 밝혀졌다고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해외 매체가 22일 보도했다. ‘아타’(Ata)라는 별칭으로 불려 온 이 미라는 완벽한 인간의 신체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크기(길이)가 15㎝에 불과하다. 아타 미라는 칠레 아타카마 사막 북부를 여행하던 한 여행가가 우연히 발견한 뒤 개인 수집가들 사이에서 은밀히 거래돼 왔다. 당시 이 미라를 본 사람들은 사산된 태아이거나 인간의 사체를 교묘하게 조작해 만든 ‘가짜’라는 주장 뿐만 아니라, 외계인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쏟아냈다. 이후 2012년 미국 스탠포드대학과 캘리포니아대학 공동 연구진이 해당 미라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진은 해당 미라에서 총 64개의 변이 유전자를 찾아냈다. 그중 10개는 골격에 심각한 문제를 유발할 수 있는 유전자였다. 이러한 변이 유전자는 평균보다 매우 작은 키와 늑골 개수의 부족 등의 장애를 유발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또 다른 변이 유전자들은 왜소증을 가져올 수 있는 유전자로 알려졌다. 횡격막 부위의 이상으로 위장 등의 장기 일부분이 횡격막 위쪽 흉부로 올라가는 선천성 횡격막탈장 증상이 보이는 것도 변이 유전자의 영향으로 추측됐다. 이밖에도 유전자 분석을 통해 해당 미라가 발견되기 40년 전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는 결과도 내놓았다. 2012년부터 이를 연구해 온 스탠포드대학의 개리 놀란 교수는 “아타 미라에게서 발견된 변이 유전자가 부모 중 누구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유전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아마도 아타 미라는 사망하는 순간까지 누군가의 간호와 보호를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매우 조심스럽게 바닥에 눕혀진 채 매장됐고, 가죽으로 몸이 감싸져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타 미라는 유전적 기형을 겪는 여자 아이였을 뿐 외계인이 아니다”라면서 “마치 외계인처럼 보이는 뾰족한 머리 형태는 일명 첨두증(유전자의 영향으로 머리 부분이 뾰족하거나 원추형인 상태)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금요 포커스] 공공데이터 표준화가 시급하다/황수경 통계청장

    [금요 포커스] 공공데이터 표준화가 시급하다/황수경 통계청장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선수들이 함께 훈련과 경기를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 중 하나가 서로 다른 아이스하키 용어였다고 한다. 북한 선수들은 패스를 ‘연락’으로, 리바운드 슛을 ‘돌입 쳐넣기’라고 불러 소통에 혼선이 있었다는 것이다. 통계조사를 할 때도 지역마다 용어가 달라 조사원들이 애를 먹기도 한다. 방언이 많이 사용되는 수산물 통계조사가 대표적이다. 예컨대 ‘농어’의 경우 경기 강화 및 경남 삼천포 지역에서는 ‘깔때기’, 전남 여수·완도 지역에서는 ‘깔따구’, 부산·경남 지역에서는 ‘깡다구’, 강원 속초 지역에서는 ‘스쯔끼’로 불린다. 조사원들은 정확한 통계조사를 위해 수산물 방언집을 참고해 조사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처럼 표준화는 스포츠에서는 경기력 향상을, 통계조사와 데이터 수집에서는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핵심 키워드가 된다. 공공데이터 분야는 표준화가 시급한 또 다른 영역이다. 공공데이터란 공공기관이 만들어내고 관리하고 있는 텍스트, 수치 및 통계자료, 이미지, 동영상, 오디오 등 다양한 형태의 자료 및 정보를 말한다. 공공데이터는 정부의 정책결정이나 민간의 의사결정에서 중요하고 신뢰할 수 있는 자료이기 때문에 타 기관이나 민간으로부터 지속적으로 공유 및 개방 요구가 있어 왔다. 2013년 10월 공공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법이 제정된 이래 정부가 공공데이터 개방을 크게 확대하면서 2017년 우리나라의 공공데이터 개방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로 평가됐다. 하지만 기업과 정부부처의 실제 공공데이터 활용수준은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2016년 기준 정보화통계조사에 따르면 공공데이터를 활용하는 기업 비율은 12.4%에 불과했다. 정부·지자체의 공공데이터 활용 비율도 43.7%에 그쳐 2014년의 47.2%에서 오히려 하락했다. 공공데이터 개방이 대폭 확대됐음에도 이처럼 활용 실적이 여전히 저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공개되는 공공데이터의 활용 가능성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점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특히 개별 데이터가 수요자가 원하는 정보인지를 판단하기 위한 상세정보가 부족하고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아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예를 들어 국세청의 ‘사업자’,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업체’, 통계청의 ‘사업체’ 간의 개념 차이가 존재해 각각의 정보를 결합하고 연계해 활용하는 데 장애가 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제3기 공공데이터전략위원회를 출범시키고 국민 삶과 밀접한 공공데이터의 경우 국가안보·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데이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국민에게 전면 개방하기로 했다. 민간 부문이 개방된 공공데이터를 자유롭게 활용해 혁신적인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는 공공데이터의 소재와 연관관계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국가데이터 맵(지도)을 구축하기로 했다. 맵 작성과 더불어 공공데이터의 확장성을 제고하기 위한 공공데이터 표준화 작업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 국가데이터 맵은 원하는 데이터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려줄 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용어와 개념을 쓰고 있는 데이터에 대한 비교 정보가 파악될 수 있어야 한다. 이처럼 비교가 가능한, 충실한 기초자료가 있어야 다른 데이터와 연계하고 융합하기 용이한 표준화된 공공데이터를 작성해 나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활용성이 큰 통계데이터를 연계·통합해 이용자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통계빅데이터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다. 통계빅데이터센터는 다양한 통계데이터와 민간데이터를 안전하게 연계·활용하고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 샌드박스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통계청은 공공데이터를 적극 활용한 인구주택총조사와 경제총조사를 실시해 통계작성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통계품질을 향상시킨 경험이 있다. 통계청의 공공데이터 활용 확대를 위한 제안과 노력이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의 의사결정을 지원해 경제성장과 국민 삶의 질 향상의 결실로 이어지길 바란다.
  • [고전의 향연-옛 선비들의 블로그] 평생 ‘울울한 삶’을 산 지식인… 생육신으로 절개를 지키다

    [고전의 향연-옛 선비들의 블로그] 평생 ‘울울한 삶’을 산 지식인… 생육신으로 절개를 지키다

    생후 8개월 만에 글을 알고 세 살에 시를 짓고 다섯 살 때 ‘중용’, ‘대학’에 통달해 신동으로 불렸던 사람. 이런 기이한 재주를 세종 임금이 전해 듣고 직접 불러 시험하고 ‘뒷날 크게 쓰겠노라’ 다짐했던 사람. 그러나 평생 울분과 방랑으로 전국을 떠돌아다니다 충청도 허름한 절간에서 생을 마감했던 사람. 우리 한문소설의 명편 ‘금오신화’(金鰲新話)를 지은 김시습(金時習·1435∼1493)이다.그가 쓸쓸한 삶을 살게 된 계기는 거듭된 가정사의 참극으로 지쳐 가던 중 접한 수양대군의 왕위 찬탈 사건이었다. 불의의 소식을 들은 젊고 순수했던 21세 김시습은 문을 걸어 잠근 채 몇 날 며칠을 통곡했다. 그러다 돌연 서책을 모두 불태워 버리고 나서 승려의 행색으로 전국을 떠돌기 시작했다. 어린 조카의 왕위를 빼앗은 것도 모자라 영월로 쫓아 보낸 뒤 죽음으로 내몰았던 그의 반인륜적 행위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다. 전국을 방랑하던 끝자락, 경주 금오산 용장사에서 한동안 지내며 금오신화를 지었다. 그리고는 “뒷날 반드시 나, 김시습을 알아줄 자가 있으리라”면서 그 책을 석실에 감췄다. 당대 현실과 화해할 수 없던 자신의 고뇌, 그리고 한번도 펼쳐보지 못했던 자신의 꿈을 기이한 이야기에 은밀하게 담아두었음을 짐작게 하는 일화이다. 그런 점에서 금오신화는 울울한 삶을 살아간 한 중세 비판적 지식인의 소설적 독백이라 일컬을 만하다. 우리는 지금 그의 바람처럼, 그의 이름과 삶을 뚜렷하게 기억한다. #산사를 전전하던 자의 자기 초상 평생 전국을 전전하며 지내던 김시습은 충청도 홍산 무량사에서 59세를 일기로 쓸쓸하게 생을 마감했다. 이런 최후는 자신이 젊은 시절 썼던 ‘금오신화’에 등장하는 주인공과 너무도 닮았다. 소설 속 주인공들도 모두 깊은 산속으로 홀연 자취를 감춰 버리거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삶을 마감했는데, 김시습은 자신의 비극적 최후를 젊은 시절부터 그렇게 예감했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그는 궁벽한 산사에 몸을 의탁하고 지내며 자신의 초라한 몰골을 직접 그림으로 그린 뒤, 거기에 다음과 같은 찬시를 적어두기도 했다. 나의 초상에 쓰다(自寫眞贊) 俯視李賀(부시이하) 이하(李賀)도 내려 볼 만큼 優於海東(우어해동) 조선에서 최고라고들 했지. 騰名譽(등명만예) 높은 명성과 헛된 칭찬 於爾孰逢(어이숙봉) 네게 어찌 걸맞겠는가. 爾形至(이형지묘) 네 형체는 지극히 작고 爾言大閒(이언대동) 네 언사는 너무도 오활하네. 宜爾置之(의이치지) 너를 두어야 할 곳은 丘壑之中(구학지중) 이런 산골짝이 마땅하도다. 흔히 이백을 ‘적선’(謫仙)으로 부르듯, 당나라 시인 이하는 ‘귀재’(鬼才)로 불리던 천재 시인이었다. 김시습은 찬시 첫머리에서 당시 사람들이 자신을 ‘오세 신동’으로 부르며, 그런 이하와 견주었던 어린 시절을 회고한다. 아름다운 과거였다. 하지만 이하가 27세라는 젊은 나이에 요절한 것처럼 그 자신도 뛰어난 재주를 타고났음에도 세상에 한번도 쓰이지 못한 자신의 현실에 몸서리치고 있다. 깊은 자괴, 아니 자조와 자기 경멸이 뼛속까지 배어들었다. 실제로 김시습의 문집 ‘매월당집’에는 이런 소외된 자의 울울한 심경을 담아낸 작품이 많다. 자신의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져 줄 것이라고는 오로지 시밖에 없었던 셈이다. 그의 “마음이 세상살이와 어긋나기만 하니, 시를 빼놓으면 즐길 것이 없다네(心與事相反, 除詩無以娛).”라는 고백은 결코 허투가 아니었다. 불의에 영합하지 않고 평생 방외인, 곧 ‘아웃사이더’로 살아간다는 것은 혹독한 일이었다. 물론 그런 대가를 치러낸 덕분에 지금 우리는 그를 생육신(生六臣)이라는 이름으로 기억하고 있지만.#서울로 복귀한 또 다른 삶의 면모 김시습을 기억하는 우리 대부분은 머리를 깎고 승려의 복색을 한 채, 평생 산사를 전전했던 행적만을 주목한다. 그러나 김시습은 삶의 가장 중요한 장년기에 서울의 저잣거리를 누비며 다니기도 했다. 그가 38세 때인 성종 3년(1472년) 경주에서 서울로 올라오고 나서 49세 때인 성종 14년(1483년) 다시 관동으로 떠날 때까지다. 이 12년 동안 수락산에 거처를 정해 놓고 종종 도성으로 내려와 당대 인물들과 교유했다. 어린 시절 교분이 있던 서거정, 김수온과 같은 고관대작도 만났지만, 진정 마음으로 교유한 부류는 자기보다 스무 살쯤 어린 젊은 선비들이었다. 그들 중 가장 절친했던 남효온은 그런 사실을 ‘사우명행록’에서 이렇게 증언하고 있다. “사람들은 김시습의 행동을 위태롭게 여기고는 교유하던 자들이 모두 절교하고 왕래하지 않았다. 그러자 홀로 저잣거리의 미치광이 같은 자들과 놀다가 술에 취해 길가에 쓰러져 자기도 하고, 바보처럼 웃고 돌아다니기도 했다. 뒤에 설악산에 들어가기도 하고 춘천 산에서 살기도 하여 드나듦에 일정함이 없었으니 사람들이 그 종말을 알지 못했다. 그가 좋아한 사람은 이정은, 우선언, 안응세 그리고 나 남효온이다.” 남효온은 김시습이 영의정 정창손의 행차를 만나자 길거리에서 “너 같은 놈은 벼슬을 그만두어야 한다”고 소리쳤다는 일화를 소개한다. 모두 위태롭게 여겨 절교할 만하지만, 이정은, 우선언, 안응세, 남효온 등과는 절친하게 지냈다. 이들은 모두 20대의 젊은이들이다. 수양대군 왕위 찬탈을 용납할 수 없어 서울을 떠났던, 바로 그 혈기 왕성한 나이들이었다. 김시습은 그런 맑고 순수한 그들에게 자신이 20대 때 목도한 반인륜적인 비화를 들려줬다. 성종대의 젊은 신진사류들이 세조대의 일그러진 역사를 바로 세우려는 분투를 시작하는 결정적 계기도 생겼다. 김시습보다 스무 살 어린 남효온은 성종 9년(1497년) 스물다섯 나이에 단종의 생모인 소릉을 복위해야 한다는 상소를 올림으로써, 모두 침묵하고 있던 세조의 행태를 역사 무대 위로 끄집어냈다. 또한 역적의 이름으로 죽어간 인물들을 충절의 인물로 복권하기 위해 ‘육신전’을 짓기도 했다. 그 대가로 남효온 또한 김시습처럼 평생 전국을 떠돌며 울울한 삶을 살게 된다. 이처럼 김시습은 승려의 행색으로 산사에 숨어 살며 은둔의 길만 걸었던 것은 아니다. 잘못된 과거를 바로 잡아 바른 세상을 만들기 위한 시대정신을 당대 젊은이들과 함께 벼려가기도 했다. 뒷날, 선조 임금의 분부를 받아 ‘김시습전’을 지은 율곡 이이는 그런 면모를 다음과 같이 기록한다. “그는 절의를 세우고 윤기를 붙들어서 그의 뜻은 일월과 그 빛을 다투게 되고, 그의 풍성을 듣는 이는 나약한 사람도 용동하게 되니, ‘백세의 스승’이라 한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애석한 것은 김시습의 영특한 자질로써 학문과 실천을 갈고 쌓았더라면, 그가 이룬 것은 헤아릴 수 없었을 것이다.” 율곡은 김시습을 미친 자가 아니라 ‘백세의 스승’으로 마음에 간직했다. 실제로 김시습은 서울로 복귀해 지내다 환속해 머리를 기르고 결혼도 하며, 유자의 삶을 살아가겠노라고 굳게 다짐도 했다. 그러나 세상은 그런 그를 받아들여 주지 않았다. 김시습은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다시 승려의 행색으로 관동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가 보여준 꼿꼿한 삶의 자세 덕분에 그가 서울을 떠났다 해도 결코 감춰질 수 없었다. 그 뒤로도 많은 지식인이 그를 추모했던 까닭이다.#마음은 유자, 자취는 불자(心儒跡佛) 율곡은 김시습의 삶을 ‘심유적불’(心儒跡佛)이라는 네 글자로 집약했다. 마음은 유자였지만, 불자의 행적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 실제로 김시습은 승려 생활을 하면서도 머리는 깎았지만, 수염은 깎지 않았다. 그 이유를 “머리를 깎은 것은 세상을 피하기 위함이요, 수염을 남겨둔 것은 장부의 뜻을 드러내기 위함”이라 설명하기도 했다. 김시습은 유교와 불교의 삶을 함께 살았다고 할 수 있지만, 도교의 세계에도 조예가 깊었다. 유·불·도에 정통했기에 많은 사람이 그를 다양한 사유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 자유인으로 치켜세우기도 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김시습의 그런 삶은 그 어디에도 심신을 잠시도 누이지 못했던, 극심한 방황의 흔적으로 읽는 게 올바른 독법일 것이다. 정출헌 한국고전번역원 밀양분원장·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매월당집’은 김시습 사후 이자가 첫 유고 수집…선조의 명으로 총 23권 9책 발간 남효온은 ‘사우명행록’에서 “그가 지은 시문은 수만 편이 되는데,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바람에 거의 모두 흩어져 없어졌다. 조정의 신하들과 선배들이 혹 그의 글을 절취해 마치 자신의 작품인 양 하기도 했다”고 증언한다. 작품을 도적질해 갔던 것이다. 실제로 김시습의 시문을 그의 사후, 그를 존중하던 이자가 중종 16년(1521년) 여기저기 흩어진 유고를 수습해 겨우 3권으로 묶을 수 있었다. 그 뒤에도 박상, 윤춘년 등이 꾸준히 모아 가며 정식 간행했다고 하는데, 현재 그 매월당집은 사라지고 없다. 지금 전해지는 매월당집은 선조 16년(1583년) 임금의 명을 받아 경진자 활자로 간행한 중간본이다. 분량은 총 23권 9책으로, 시집이 15권이고 문집이 8권이다. 매월당집 서두에는 이산해가 쓴 서문과 이이가 쓴 ‘김시습전’이 실렸다. 1927년 후손이 김시습 관련 기록을 부록으로 덧붙여 신활자로 간행하기도 했다. 1979년 세종대왕기념사업회에서 5책으로 번역·출간했다.
  • 우리나라도?…정보보호법 강하지만 실효성이 문제

    우리나라도?…정보보호법 강하지만 실효성이 문제

    2016년 스마트폰 접근 권한 강화 3자 공유 동의 구해도 확인 못해 EU 5월 개인정보보호법 변수로 ‘2011년 네이트(포털 사이트) 3500만명 개인정보 유출, 2012년 KT 873만명 가입자정보 해킹…’페이스북(페북)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일파만파 번지자 우리나라에서도 이른바 ‘정보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정보의 자기결정권은 ‘내 정보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디지털 인권’으로 이어지는 개념이다. 정보기술(IT) 최강국으로 불리는 우리나라에서 앞서 문제가 됐던 개인정보 유출은 대부분 해킹에 의한 것이었다. 하지만 고객 빅데이터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면서 페북 사태처럼 기업 간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성이 심각해지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개인정보 관련 법은 유럽에 비해 결코 낮지 않아 페북 같은 사태가 날 가능성은 일단 적다”면서도 “문제는 법 적용의 실효성 여부”라고 입을 모았다. 현재 개인정보 보호 관리는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등으로 나눠서 규제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사용자의 동의가 없는 한 기업이 제3자에게 개인정보를 넘기는 행위는 불법이다. 주요 통신사와 금융사는 최고정보책임자(CIO), 최고보안책임자(CSO)를 지정해야 하고 문제가 생길 경우 이들에게 책임을 지운다. 2016년 개정된 정보통신망법은 스마트폰의 접근 권한에 대한 이용자의 동의권을 강화하는 등 한층 수위를 높였다. 방통위는 법규를 위반한 기업 대표자, 임원에 대한 징계를 권고할 수도 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디지털 정보는 흔적이 거의 남지 않아 적절히 관리되고 있는지 확인이 중요한데 법과 현실의 괴리가 크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고객이 동의해 넘겨준 개인정보를 기업이 또 다른 제3자에게 넘길 때 추가 동의를 구하도록 하고 있지만 제대로 확인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이 오는 5월 25일 개인정보보호법(GDPR)을 시행하는 것도 변수다. 우리 기업도 EU 거주자의 개인정보를 다룰 경우 제약을 받게 된다. 사용자 이름, 성별, 주소 등은 물론 개인 성향, 인터넷 검색 기록 등을 수집, 보관하거나 해외 이전할 때 본사나 자회사 관계라도 ‘정보 이전 계약’을 맺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유럽에서 수집된 개인정보는 유럽을 떠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기업보안업체 SK인포섹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개인정보보호법상 벌금이 최대 5000만원에 불과하지만 GDPR은 최대 2000만 유로(약 263억원)”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벌금 액수의 문제보다 기업들이 사용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정보 보안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방통위, 페북에 4억 과징금…美·EU도 스캔들 조사

    방통위, 페북에 4억 과징금…美·EU도 스캔들 조사

    정보유출·美대선 개입 파문 확산 FTC ‘사전동의 위반 여부’ 조사 시총 이틀새 무려 54조원 증발 페이스북 이용자의 개인정보 불법 유출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2016년 미 대선 당시 데이터 분석기업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가 페이스북 회원정보를 도널드 트럼프 후보 캠프에 넘겼다는 의혹과 관련해 미국, 영국 등이 관련업체 조사에 착수했다. 우리 정부는 이와 별도로 페이스북이 접속경로를 임의로 변경해 국내 이용객들에게 불이익을 줬다며 과징금을 부과했다.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20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이 CA에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받아볼 수 있도록 허용했는지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FTC는 페이스북이 5000만명의 이용자 정보를 CA에 넘길 때 사전 동의에 관한 규정을 위반했는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다. 페이스북은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이를 다른 업체와 공유할 때 사용자 동의를 받도록 한 규정을 두었다. 이 규정을 어겼다면 거액의 벌금 부과가 불가피하다. 영국은 CA 본사에 대한 수색 영장을 신청했고, 유럽연합(EU)도 자체적으로 페이스북 스캔들을 조사하기로 했다. 미 상원 법사위원회 소속 다이앤 파인스타인 의원은 페이스북 파문을 “위험한 신호”로 규정하고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의 의회 출석을 요구했다. 영국의 하원 미디어위원회는 저커버그 CEO에게 의회에 출석해 달라는 요청서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참모였던 스티븐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CA의 초기 정보 수집 과정을 감독한 실권자였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배넌은 2014년 6월부터 CA 부사장 등으로 근무하다 2016년 8월 트럼프 후보 캠프로 옮겼했다. CA의 전직 리서치 담당관인 크리스 와일리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회사의 모든 사안은 배넌의 승인을 거쳐야 했으며 배넌이 CA 최고경영자 알렉산더 닉스의 사실상 상관이었다”고 증언했다. 개인정보 유출 파문으로 뉴욕 증시에선 페이스북의 주가가 지난 19일 6.8% 급락한 데 이어 20일에도 2.6% 하락했다. 페이스북 시가총액은 이틀 새 무려 500억 달러(약 54조원)가 날아갔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는 21일 전체회의를 열고 페이스북에 과징금 3억 9600만원을 부과하고 시정조치 명령을 내렸다. 방통위는 페이스북이 SK텔레콤(SKT), SK브로드밴드(SKB), LG유플러스(LGU+)와의 접속경로를 임의로 변경해 SKB와 LGU+ 망을 통해 페이스북에 접속하는 이용자의 접속 속도를 떨어뜨려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렵도록 했으며 이는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된 ‘이용자 이익저해 행위’라고 판단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CA “페북으로 대중선동·선거조작 했다”

    CA “페북으로 대중선동·선거조작 했다”

    영국 방송서 ‘SNS 심리전’ 실토 전 세계 불법 정치공작 등 관여 페북 하루 새 시총 39조원 증발 ‘충격’ 이용자들 대거 탈퇴 조짐페이스북 이용자 5000만명의 개인정보를 빼내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 당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캠프에 흘려 트럼프 측이 선거 심리전을 벌일 수 있게 한 데이터 분석회사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대중을 선동해 온 사실을 시인했다.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둘러싸고 페이스북의 책임론이 불거지는 가운데 페이스북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367억 달러(약 39조 2763억원)가 날아갔다. 충격을 받은 사용자들의 대규모 페이스북 탈퇴 움직임도 감지된다.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는 모양새지만,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왼쪽)는 침묵하고 있다. 영국의 채널4 뉴스는 19일(현지시간) CA 고위 관계자가 페이스북 등 SNS 심리전에 대해 실토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채널4는 스리랑카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당선시키고 싶은 재력가 등 고객으로 위장해 CA에 접근했다. 공개된 영상에서 마크 턴불 CA 글로벌 담당국장은 “우리는 상대에게 불리한 정보를 ‘인터넷의 핏줄기’에 주입한 뒤 어떻게 커 가는지 지켜보고, 리모컨을 조작하듯 조종한다”면서 “SNS 공작은 사람들이 ‘선동’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게 은밀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털어놓았다. CA가 성 성납, 뇌물 등 각종 불법적 수단을 동원해 정치공작을 벌인 사실도 드러났다. CA의 CEO 알렉산더 닉스(오른쪽)는 신분을 속인 취재진에게 “우리는 전 세계 각지에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비밀리에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면서 “후보 주변에 여성을 보낸다. 우크라이나 여성이 매우 예쁘고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또 다른 CA 고위관계자는 “나이지리아, 케냐, 체코, 인도, 아르헨티나 등에서 200여 차례 정치 공작을 벌였다”고 했다. 이 보도와 관련, CA 대변인은 “우리는 함정이나 뇌물과 같은 수법을 절대 쓰지 않는다. 잠재적 고객이 비윤리적·불법적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떠보려고 한 통상적인 대화”라고 밝혔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페이스북의 주가는 6.77% 급락했다. 최근 4년간 하루 낙폭으로는 최대치다. 저커버그는 자산 가치 60억 6000만 달러를 잃었다. 미국, 유럽 등 이용자 사이에서는 ‘페이스북 탈퇴·비활성화’ 캠페인이 진행 중이다. 미 연방 상원의원들은 이날 “페이스북, 구글, 트위터 등 막대한 개인정보를 모아 판매하는 기업에 대한 감시와 규제가 없으면, 사생활뿐 아니라 미국 선거의 신뢰에도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저커버그는 그러나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016년 러시아의 미 대선 의혹이 불거졌을 때 페이스북 내부에서 보안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으나 저커버그가 ‘미쳤냐’며 일축했다”고 전했다. 전날 NYT와 가디언은 CA가 페이스북에서 얻은 개인정보를 분석한 데이터를 트럼프 캠프에 제공했으며, 트럼프 캠프가 이를 바탕으로 선거 심리전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CA는 영국 케임브리지대 심리학 교수 알렉산드르 코건이 개발한 성격 검사 애플리케이션(앱) ‘디스이즈유어디지털라이프’를 받도록 유도하고, 이 앱을 통해 사용자의 위치 정보, 친구, ‘좋아요’를 누른 자료 등을 수집했다. 앱을 내려받은 사용자는 27만명으로 이들과 연결된 사용자까지 5000만명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이대호의 암 이야기]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장기 칩’

    [이대호의 암 이야기]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장기 칩’

    ‘장기 칩’은 최근 가장 각광받는 바이오 기술 중 하나다. 첩보 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칩은 보통 전자회로가 놓여 있는 작은 기판을 말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전자회로 대신 살아 있는 세포들을 올려놓고 마치 인공장기처럼 만든 칩이 등장했다. 장기 칩은 특정 장기를 구성하는 세포를 배양해 단순히 올려놓은 간단한 도구가 아니다. 해당 장기의 해부학적, 생리학적 특성을 흉내 낼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처음 만들어진 장기 칩은 ‘폐 칩’이다. 자랑스럽게도 한국인 과학자인 허동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가 주도해 개발한 것이다. 허 교수는 칩에 폐와 모세혈관 세포를 배양해 올려놓았다. 폐 세포에는 가느다란 진공펌프를 연결해 마치 폐가 숨쉬는 것처럼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도록 했다. 모세혈관 세포는 혈관과 비슷한 구조로 혈액이 통하도록 만들었다. 실제 폐처럼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환하고, 영양소를 공급하며 노폐물을 배출하도록 했다. 장기 칩은 어떻게 보면 매우 작은 인공장기라고 할 수 있다. 전자장치와 연결해 정밀한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데 도움이 된다. 처음 폐 칩이 만들어진 이후 심장이나 망막 등 다양한 장기를 흉내 낸 장기 칩이 계속 개발되고 있다. 장기 칩을 이용하면 미세 환경에서 세포의 작동기전이나 세포들 사이에서 이뤄지는 상호작용을 연구할 수 있다. 만약 여러 장기 칩을 연결할 수 있다면 우리 몸 전체를 보다 가깝게 흉내 낼 수 있게 되고 장기들 사이에서 이뤄지는 영향도 함께 연구할 수 있다. 정상적 장기뿐만 아니라 기능이 손상되거나 약화된 장기를 이용할 수 있고 ‘암(癌) 모형’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를 통해 치료법 개발에 큰 도움을 주게 된다. 장기 칩은 신약 개발 방법으로도 매우 유용하다. 신약은 효과와 독성을 파악하기 위해 인간에게 쓰기 전 동물실험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인간 몸에서 효과가 있을지, 어떤 부작용이 나올지 예측하기에는 너무 불충분하다. 실제 동물실험에서 효과가 있는 많은 약제들이 임상시험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고 동물실험에서 나타나지 않았던 많은 부작용이 임상시험에서 확인된다. 이런 점에서 인체를 가능한 한 가깝게 흉내 낸 장기 칩은 매우 유용하다. 또 시간이나 비용을 크게 줄일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동물실험에 따른 윤리적 문제를 극복할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이다. 최근 영국 과학자들은 ‘간 칩’을 이용해 세계 최초로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인간 간세포를 어떻게 감염시키는지, 면역 세포나 다른 세포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연구해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보고했다. 이런 장기 칩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발전 속도는 매우 빠르다. 지난해는 ‘장(腸) 칩’을 만들어 아스피린 등 다양한 약제 부작용을 예상할 수 있다는 보고가 나오기도 했다. 또 정상 세포가 아닌 암세포 칩을 이용한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이미 이전에 폐 칩을 성공적으로 만들었던 연구진이 이번에는 폐 선암 조직이 자라는 ‘폐암 칩’을 만들었다. 흥미롭게도 연구진은 폐 호흡이 암세포 성장과 전이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밝혔다. 이런 연구 결과는 장기 칩이 아니면 밝혀낼 수 없었을 내용이다. 장기 칩 기술은 아직은 초기 단계다. 그렇지만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많은 국내 과학자들이 장기 칩 연구를 이미 하고 있거나 새롭게 시작하고 있다. 장기 칩을 이용하면 앞으로 더욱 효과적인 신약 항암제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적으로도 더 많은 관심과 지원,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 소방용품 품질 선진국 기준으로 강화

    소방용품 품질 선진국 기준으로 강화

    ‘불량 용품 리콜제’ 12월 시행 주요 8개 품목 기술기준 신설 소화기 등 소방용품에 대한 품질관리가 대폭 강화된다. 불이 나지 않았는데도 소방력이 출동하는 상황에 대한 개선책이 마련된다.소방청은 19일 소방용품의 기술기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고, 불량 소방용품에 대해서는 리콜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최근 발생한 제천·밀양 화재사건 이후 소방용품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진 데 따른 대책이다. 그동안 소방용품 형식승인 기술기준은 국제수준에 미치지 못해 신뢰성이 떨어지고, 소방산업의 해외 진출을 저해하는 원인이 돼 왔다. 소방청은 형식승인과 우수품질인증을 통합해 소방용품 품질의 전반적인 향상을 꾀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5월까지 31개 소방용품을 4그룹으로 분류하고, 10월까지 통합안을 마련해 내년부터 본격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부정기 시험으로 걸러내지 못한 불량 소방용품을 근절하기 위해 ‘소방용품 리콜제’가 오는 12월부터 도입된다. 제품 수집검사와 수집경로를 다양화하고, 리콜을 하지 않을 경우 제재하는 방안도 추가 마련할 방침이다. 또 소방전원 공급장치, 내진설계 관련 흔들림 방지 버팀대 등 주요 8개 품목에 대해서는 기술기준을 신설한다. 오는 6월까지 제조업체 등으로부터 의견 수렴을 받고 나서 7월까지 제정안을 마련해 올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할 전망이다. 아울러 소방력을 낭비해 실제 화재 발생 현장에 출동하지 못하도록 하는 비화재 경보에 대한 출동 사례를 면밀히 조사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선다. 내용연수가 지난 노후 분말 소화기가 제때 교체될 수 있도록 자체 점검을 강화하고 적극적인 홍보에도 나설 계획이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가축 분뇨 100% 퇴비화…‘녹조라테’ 대청호 살린다

    가축 분뇨 100% 퇴비화…‘녹조라테’ 대청호 살린다

    분뇨 수거 후 농가에 퇴비쿠폰 오염물 유입 소옥천 감시 강화 가축 분뇨가 방치돼 대청호 오염의 주원인으로 꼽힌 소옥천 일대에 ‘퇴비 쿠폰’ 제도가 도입된다. 축산농가는 축분을 처리하는 동시에 퇴비로 교환할 수 있는 쿠폰을 받는다. 대청호는 대전·충청 지역의 식수원이지만 ‘녹조라테’라는 오명이 붙어 있다.환경부는 다음달 2일부터 충북 옥천군에 ‘퇴비나눔센터’가 문을 연다고 19일 밝혔다. 대청호에 유입되는 9개 하천 중 녹조를 유발하는 총인(T-P) 부하량의 72%가 소옥천(충북 옥천~충남 금산)에서 유입된다는 연구를 바탕으로 이 지역에 방치된 가축 배설물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주민, 시민단체, 전문가 등으로 꾸려진 ‘소옥천 유역 정밀조사단’이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1월까지 조사한 결과 소옥천 유역에서 방치된 축분이 오염 부하의 42%(총인 기준)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 축산농가 입장에선 퇴비로 쓸 분량 이외의 가축 분뇨를 마땅히 처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옥천군과 시민단체에서 운영하는 퇴비나눔센터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모든 농가를 방문해 가축 분뇨를 모두 수거한다. 이를 퇴비로 만들어 가축 분뇨를 제공한 농가에 제공량에 맞게 퇴비 쿠폰을 지급한다. 축분 이외에도 비점 오염원(배출원이 넓어 특정하기 어려운 오염원)을 줄이고자 퇴비나 비료 등 양분의 투입·산출량을 분석하는 기반을 올해까지 마련한다. 논·밭 홍수조절지 경작 관리도 강화해 오염 물질을 미리 차단한다. 아울러 소옥천 유역 내 하수처리 구역을 현재 94.6%에서 98.2%까지 끌어올린다. 특히 비가 오면 오염 물질이 다량 유입되는 소옥천과 금구천 상류 지역에 대한 감시 활동을 지속적으로 시행한다. 여기서 수집된 자료를 바탕으로 유역 특성에 적합한 비점 오염 저감사업 발굴을 위한 기초 자료를 만들 방침이다. 수질뿐만 아니라 지하수, 토양 등 다른 매체에 대한 오염 조사도 시행한다. 소옥천에 대한 사업 외에도 대청호의 녹조를 줄이고자 인위적인 제어가 가능한 영양염류를 줄이는 오염원 관리 작업이 병행되고 있다. 또 하수도 같은 환경기초시설을 늘림과 동시에 대청댐 유역 내 토지를 사들여 수변생태벨트를 조성하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세종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분홍 꽃무늬 옷에 덜미 잡힌 60대 살해범 여성

    분홍 꽃무늬 옷에 덜미 잡힌 60대 살해범 여성

    빚 독촉이 심하다며 80대 할머니를 무참히 살해하고도 발뺌하던 60대 여성이 살해 당시 입었던 분홍색 꽃무늬 옷에 덜미를 잡혀 구속됐다.광주에 사는 여성 손모(67)씨는 지난 10일 오전 9시 50분, 피해자 A(81)씨가 사는 광주 북구의 한 아파트를 찾아갔다. 손씨는 A씨와 돈 문제로 다툰 끝에 둔기와 흉기를 휘둘러 A씨를 무참히 살해했다. 손씨는 A씨에게 다섯 차례에 걸쳐 10만원씩 총 50만원을 빌렸는데, 10일에 5만원씩 이자 독촉을 받다가 홧김에 살해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A씨가 숨진 뒤 시신을 훼손한 손씨는 다음날 새벽 4시 40분 할머니의 아파트 현관문을 잠그고 도망쳤다. 손씨는 범행에 사용한 둔기와 함께 A씨가 서랍 밑에 숨겨둔 금장 시계, 팔찌, 목걸이 등 귀금속 등을 훔쳐 달아났다. 범행 후 지인들에게 현금을 보낸 것을 볼 때 경찰은 손씨가 돈도 훔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손씨에게 살해당한 지 엿새 뒤인 지난 16일 연락이 닿지 않아 찾아 나선 사회복지사의 신고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손씨는 노령에도 불구하고 치밀하게 범행을 은폐하려 했다. A씨의 집에 찾아갈 때부터 지문을 남기지 않기 위해 장갑을 꼈다. 나오면서도 홀로 사는 할머니를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는 점을 의식해 현관문을 잠그고 나왔다. 도주할 때는 자신의 신원을 들키지 않기 위해 할머니의 보라색 모자를 훔쳐 쓰고 나왔고, 엘리베이터도 2층에서 내려서 계단으로 걸어 내려왔다.그러나 손씨의 범행은 경찰의 압박수사로 들통났다. 경찰은 A씨에게 최근 연락한 30여명의 지인을 대상으로 탐문 수사를 벌이며 손씨를 임의동행해 조사했다. 경찰서에 출석한 손씨는 태연하게 A씨 집 근처도 간 적이 없다고 발뺌했다. 그러나 6일 치 폐쇄회로(CC)TV를 뒤지는 과정에서 용의자 옷에 그려진 분홍색 꽃무늬를 발견하고 손씨를 용의자로 특정했다. 증거를 수집하고 경찰이 검거하기 위해 집에 찾아오자 손씨의 표정은 사색이 돼 있었다. 뻔뻔하게 거짓말을 이어가다 집안 옷걸이에 걸린 꽃무늬 상의를 가리키며 증거를 하나씩 제시하는 경찰의 추궁에 손씨는 눈물을 쏟으며 경찰의 손을 양손으로 잡고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며 죄를 털어놨다. 경찰은 손씨에게 강도살인을 적용할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커버스토리] 女공무원 10명 중 5명 “성추행당했다”… 그런데 왜 조용하지?

    [커버스토리] 女공무원 10명 중 5명 “성추행당했다”… 그런데 왜 조용하지?

    본지 ‘늘공’ 549명 대상 설문조사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해 10월 미국 할리우드에서 시작된 듯하지만, 전문가들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 갑자기 돌출된 것이 아니라 계속돼 온 여성인권운동의 일부라는 것이다. 실제 미투의 원조격인 고 김학순 할머니는 1991년 8월 14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일본의 성노예제 실상을 폭로했다. 1993년에는 대학가를 중심으로 반(反)성폭력운동이 있었고, 최근엔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 성폭력 필리버스터 등이 이어졌다. 지금은 서지현 검사가 안태근 전 검사장의 성추행을 폭로하면서, 미투는 문화계를 넘어 정치권까지 확산했다. 미투가 우리 사회 이슈의 블랙홀이 됐지만 어제도 오늘도 무풍지대가 있다. 바로 공직사회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수행비서였던 김지은씨의 성폭행 폭로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지만, 그는 ‘어공’(어쩌다 공무원)이어서 정치인에 더 가깝다. ‘늘공’(늘 공무원·직업 관료를 빗댄 말) 세계에서 여전히 미투는 다른 나라의 혁명과도 같다.공직사회가 청렴해서 폭로될 만한 성폭행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서울신문이 국가공무원노동조합과 함께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설문조사를 한 결과 성폭행은 분명 존재했다. 여성 공무원 10명 중 6명은 언어적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고, 10명 중 5명은 신체적 성추행까지 당했다고 답했다. 성폭행은 만연했지만, 미투는 언감생심이었다. 공직사회 특유의 폐쇄성과 어차피 해결되지 않을 거라는 낙담에 그들은 침묵하고 있다. 여성 공무원에게 공직 입직 후 상급자나 주위 동료로부터 언어적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1~5회 당했다는 응답이 44.1%였다. 6~10회가 6.6%, 11~20회가 7.2%였다. 수시로 당하고 있다는 응답도 4.8%나 됐다. 응답자의 62.8%가 성희롱을 당했다고 답한 것이다. ‘신체적 성추행’을 당했다는 응답은 46.5%였다. 1~5회가 36.6%, 6~10회가 5.9%, 11~20회가 3.8%였다. 수시로 당하고 있다는 응답도 0.3%였다. ‘신체적 성폭행’(강간 또는 강간미수)을 당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4.9%가 그렇다고 답했다. 1~5회가 4.5%, 6~10회가 0.4%였다.# 84.3% “성폭력 당해도 알리거나 신고 안 해” 한 중앙부처 10년차 여성 공무원 A씨는 “몇년 전 친근감의 표시로 부하 여직원들을 공개적으로 포옹하는 고위직 간부가 있었다”며 “문제는 포옹 도중 그 부분이 느껴졌다는 건데,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를 할 수도 없고, 매우 당황스러웠다”고 털어놨다. 지방자치단체에서 근무하는 5년차 여성 공무원 B씨는 “공직사회는 다른 민간 기업보다는 성추행 정도는 심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도 “회식 자리나 노래방에서 술에 취한 간부들이 성추행을 했다는 얘기는 너무 많이 들었지만, 이를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하는 사람은 한 명도 못 봤다”고 말했다. 실제로 성희롱 등 성폭력을 당했을 때 주위에 알리지 않고, 신고하지도 않은 이들은 84.3%였다. 대부분 혼자서 참으며 조용히 넘어간 셈이다. 주위에 알리지 않은 가장 큰 이유로는 ‘어차피 해결되지 않을 것’이 34.3%로 가장 많았다. ‘튀면 안 되는 공직사회 특유의 폐쇄적 분위기 때문에’가 21.7%, ‘조직 내 왕따, 인사상 불이익 등 2차 피해가 두려워서’가 15.4%, ‘피해 사실 입증이 어려워서’가 12.6%로 뒤를 이었다. 중앙부처 여성 공무원 C씨는 “예전에는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장난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고,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하는 분위기여서 말로 제재하는 정도로 마무리지었다”며 “주변 사람들은 그 정도는 농담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해 문제 제기를 할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최고 보수집단 사회에서 누가 공론화하겠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위 동료로부터 성폭력 피해 사실을 들었다’고 답한 사람은 26.8%에 그쳤다. 동료로부터 피해 사실을 듣고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도 많지 않았다. ‘피해 여성 곁에서 문제를 공론화하고 적극적으로 도왔다’는 응답은 11.0%였다. ‘피해 사실을 간접적으로 전해들었을 뿐 그 동료와 얘기를 나눈 적 없다’는 46.6%, ‘이야기만 나누고, 공론화하는 데 참여하지 않았다’는 28.8%였다. 중앙부처 여성 공무원 D씨는 “포옹이나 농담처럼 건네는 말 자체를 성폭력이라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보수집단의 최고봉에 있는 공직사회에서 누가 공론화하겠느냐”며 “가까운 직원이 아닌 이상 개입하는 데 한계가 있고, 가해자가 상사인 만큼 더 힘들어질 게 뻔하니까 없던 일처럼 넘기게 됐다”고 회고했다. 공직사회 내에 미투 운동이 일어나면 참여하겠다고 응답한 이들은 51.0%였다. 참여하겠다고 응답한 중앙부처 여성 공무원 E씨는 “심각한 성추행이 아니더라도 한 번 당하고 나면 수치심이 너무 심해 기억에서 지워 버리고 싶은 마음밖에 없다”며 “내 피해를 공론화해야 마음의 부담이 줄어들 것 같고, 또 다른 피해자를 막기 위해서는 참여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이에 반해 참여하지 않겠다고 답한 지자체 여성 공무원 F씨는 “아무리 피해를 당해도, 인사상 불이익, 주변의 부정적 인식, 소문 등으로 피해 사실을 공개하기엔 어려울 것 같다”며 “튀는 행동으로 주목받는 것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설문 자체를 거부하는 男공무원도 다수 남성 공무원들은 미투를 어떻게 바라볼까. 응답자의 91.2%가 미투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매우 공감’이 46.9%, ‘대체로 공감’이 44.3%였다. ‘대체로 공감하지 않는다’ 7.5%, ‘매우 공감하지 않는다’ 1.3%였다. 다만, 남성 공무원은 설문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았다. 공감 이유로는 ‘단 한 사람이라도 피해자가 나와선 안 되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48.0%로 가장 많았다. 또 ‘공직사회 내 권위적 문화를 청산해야 하기 때문’이 44.6%였다. 다만 ‘권위에 의한 성폭력이 공직사회 내에 만연하기 때문’이 5.9%, ‘성폭력 피해로 힘들어하는 동료들을 자주 접했기 때문’이 1.0%였다. 공감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선 ‘미투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가 30.0%, ‘공직사회 내엔 권위에 의한 성폭력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가 25%, ‘성폭력 피해를 당한 동료 여성을 본 적 없어서’가 20.0%, ‘여성의 피해 호소가 과장돼 있어서’가 10.0%였다. #男공무원 7.6% “상사에게 나도 당했다” 남성 공무원의 7.6%도 권위에 의한 성폭력을 당한 적 있다고 답했다. 1~5회가 6.3%, 6~10회가 0.9%, 11~20회가 0.5%였다. 이 가운데 11.8%만 주위에 적극적으로 알렸고, 나머지는 알리지 않았다. 알리지 않은 이유로는 ‘유별나다고 생각하고, 어차피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이 33.3%, ‘공직사회 특유의 폐쇄적 분위기 때문’이 26.7%였다. 성추행을 당했다고 응답한 남성 공무원 G씨는 “성추행을 저지른 직장 상사와 사이가 나빠질까봐 주변에 알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남성 공무원의 96.4%는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될까 하는 불안은 느끼지 않았다. 불안하다고 답한 경우 그 이유로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성추행을 저질렀을까봐’(중복응답)가 75.0%로 가장 높았고, ‘과거 실수했던 상황들이 떠올라서’와 ‘사내 정치에 악용될까봐’가 각각 12.5%였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설문조사 어떻게 서울신문은 국가공무원노동조합과 함께 3월 9일부터 15일까지 일주일간 중앙부처·지방자치단체 공무원 549명을 대상으로 ‘공직사회 미투 설문조사’를 했다. 설문 서비스 업체 ‘서베이몽키’를 통해 온라인 설문을 했다. 설문은 공통 질문과 성별 질문으로 구성됐다. 모든 질문에 답한 공무원은 468명이었다. 성별로는 남성 236명(43.5%), 여성 307명(56.5%)이었고, 응답자 평균 나이는 41.5세였다. 기관별로는 중앙부처 392명(72.6%), 지자체 148명(27.4%)이다. 직급별로 보면 7급이 201명(37.0%)으로 가장 많았고, 8급 101명(18.7%), 6급 93명(17.2%), 5급 65명(12.0%), 9급 28명(5.2%), 4급 20명(3.7%), 3급 5명(0.9%) 순이었다. 무기계약직과 임기제는 28명(5.2%)이었다.
  • ‘성폭력’ 안희정, 19일 오전 10시 소환 통보···치열한 법리 다툼 예상

    ‘성폭력’ 안희정, 19일 오전 10시 소환 통보···치열한 법리 다툼 예상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2라운드에 들어갔다. 18일 검찰 등에 따르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오정희 부장검사)는 안 전 지사 측에 19일 오전 10시 출석하라고 소환을 통보했다.검찰은 지난 6일 충남도 전 정무비서 김지은씨의 고소장을 접수한 데 이어 14일 ‘제2 폭로자’ A씨의 고소장도 받아 내용을 검토했다. 검찰은 고소 내용을 토대로 지금까지 범죄 장소로 지목된 서울 마포구 한 오피스텔을 비롯해 충남도청 도지사 집무실과 비서실, 도지사 관사, 안 전 지사 자택 등을 광범위하게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오피스텔의 폐쇄회로(CC)TV 영상과 도청 비서실 직원들의 컴퓨터 등 기록물을 압수했다. 또 비서실 직원 등 안 전 지사와 김씨의 평소 관계를 증언해줄 수 있는 주변인들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제반 상황을 확인했다. 검찰은 안 전 지사 싱크탱크인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연구원으로만 알려진 A씨의 신원 폭로 등 2차 피해를 방지하고자 그에 대한 조사 여부마저 극비에 부치는 등 신중을 기하고 있다. 검찰은 A씨 고소장 접수 이후 안 전 지사 소환 시기를 저울질하기 시작했다. 고소인들은 안 전 지사의 지위 때문에 성폭력을 당했다며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 혐의를 제기했고 안 전 지사 측은 “자연스러운 관계였다”고 주장하는 만큼 검찰 조사의 초점은 안 전 지사가 업무 관계를 악용했는지에 맞춰질 전망이다. 앞서 안 전 지사는 김씨가 검찰에서 조사받던 지난 9일 예고 없이 검찰에 나와 9시간 30분가량 조사를 받았다.그러나 검찰은 안 전 지사가 조율 없이 ‘기습 출석’해 사전에 피의자를 들여다볼 준비를 미처 하지 못했던 데다가 이후 수집한 증거와 참고인 진술이 축적됐고 새로운 고소인까지 등장한 이상 안 전 지사에 대한 재조사는 꼭 필요하다는 태도다. 안 전 지사가 두 번째 조사를 받고 나면 검찰은 그의 신병 처리 방향 검토에 들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서부지검 관계자는 “아무래도 (안 전 지사가) 공인인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비공개 소환’ 가능성은 작게 봤다. 안 전 지사에게는 김씨가 제기한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A씨가 주장한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 및 강제추행 혐의가 걸려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전남선관위, 전국 최초로 ‘정책개발지원단’ 발족

    전남선관위, 전국 최초로 ‘정책개발지원단’ 발족

    전남선거관리위원회가 공정 선거를 위해 전국 최초로 지역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정책개발지원단’을 발족했다. 전남도선관위는 지난 13일 오는 6월 실시하는 제7회 동시지방선거와 관련해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정착을 위해 9개단체로 참여한 ‘우리전남 정책개발지원단’ 출범식을 가졌다. 대한노인회전남도연합회, 전남도농업인단체연합회, 한국수산업경영인전남연합회, 목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전남도지체장애인협회, 전남도청소년미래재단, 전남도문화관광해설사협회, 전남다문화가족지원센터협회, 광주·전남총학생회협의회로 결성됐다. 이들은 지역의 현안문제와 주민 의견을 반영하는 정책과 공약을 적극 수집해 나가기로 했다. 결과물을 정당과 후보자에게 전달해 정책 선거를 약속받고 촉구의 장을 마련해나간다는 취지다. 김정곤 전남선관위 사무처장은 “정책개발지원단은 올바른 선거문화 정착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 각종 공직선거에서도 지속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무안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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