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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만弗 아래 미술품은 벽지와 같아”

    “2만弗 아래 미술품은 벽지와 같아”

    “수집가들은 2만달러(1800만원) 이하의 미술품엔 마치 벽지를 고르는 것처럼 쉽게 지갑을 열고 있습니다.” 최근 미술품 경매 결과를 보면서 40억원이 넘는 그림값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영국 파인아트펀드 대표 필립 호프만의 설명을 한번 들어볼 만한다. 케이옥션과 하나은행은 25일 ‘세계 미술시장 현황 및 전망’이란 주제로 회의를 열었다. 이날 호프만은 “ 지난해 미술시장은 최고의 해로 300억달러 규모로 성장했고, 올해는 420억∼500억달러 규모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호프만은 미술시장의 폭발적 성장은 인도, 중국, 러시아 등지의 신흥부자들이 미술품을 사들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들 신흥부호들은 자국 미술품 송환 및 자부심 과시 등을 위해 작품을 구매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의 기록적 작품값 상승은 오랫동안 시장에 나온 적이 없던, 미술관에 소장돼야 할 수준높은 작품이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호프만은 현재 4가지 종류의 펀드를 운영 중이다. 중국 미술품에 투자하는 펀드를 지난해 말 시작했으며, 인도 투자 펀드를 계획 중이다. 한국에서는 한두 재벌가가 참여 의사를 밝혀 논의 중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고려 중인 한국의 작가는 아직 없다고 밝혔다. 호프만은 작품에 투자할 때 “희귀성과 투자대비 가치,5년 안에 200% 수익을 낼 수 있는가 등을 고려한다.”고 말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남도 예술혼 고르기 고민되네

    남도 예술혼 고르기 고민되네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 전남 진도의 ‘운림산방’에서는 한국화에 대한 경매가 열린다. 운림산방은 영화 ‘스캔들’에서 배용준, 전도연 등이 연못에 배를 띄워놓고 놀던 장면을 찍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 조선 후기 화가 허유에서부터 미산 허형, 남농 허건 등 허씨 집안의 화실로 사용된 한국 남종화의 성지이기도 하다. 지난 19일 제41회 남도예술은행 토요경매가 열린 운림산방을 찾았다. 주말을 맞아 나들이를 온 관광객과 전국 각지에서 모인 미술품 수집가 50여명이 몰렸다. 남도예술은행(www.nartbank.co.kr)은 전라남도가 지난 2005년 10월 작가들의 생활기반 마련 등을 위해 설립했다. 지금까지 1억 7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568점의 한국화, 서예, 문인화를 구입했다. 구입한 작품은 인터넷을 통해 시중가보다 30% 이상 싸게 판다. 토요일 경매에는 인터넷보다 30∼50%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건전 투자자 몰려 매주 30점씩 경매에 나오는 작품의 가격대는 보통 10만∼40만원대이다. 가장 비싼 작품이 100만원을 겨우 넘는다. 경매 분위기도 서울에서 실시되는 서울옥션,K옥션과는 천양지차이다. 수십억원대의 그림이 거래되는 서울의 옥션은 건전한 미술투자자 외에도 대리인을 내세운 투기꾼들이 몰린다. 인기작가의 작품을 놓고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서울의 미술품 경매현장은 살벌한 싸움터다. 반면 남도의 혼이 담긴 소리 한자락으로 문을 여는 한국화 경매장은 웃음과 미술에 대한 애정이 오가는 정겨운 장터 같다. ●경쟁 땐 2만원 단위로 값 올려 마음에 드는 그림이 있으면 손을 들고 징이 울리면 낙찰이 된다. 경쟁자가 있을 경우 2만원씩 값이 오른다. 경쟁이 붙으면 경매 주최에서 고객들끼리 값을 조정하라고 맡겨버린다. 경매가 끝난 뒤 주문서를 제출한 다음 일주일 안에 대금을 계좌로 납입하면, 작품은 무료로 배송된다. 마음이 바뀌어 구입의사를 취소해도 별다른 책임은 묻지 않는다. 이날 정경호씨의 작품 ‘일출산 오월’을 낙찰받은 손길자(63·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씨는 “집은 서울인데 고향이 진도라 자주 내려온다. 가격도 저렴하고 월출산이 힘있게 그려져 샀다.”면서 “집 거실에 걸어놓고 그림을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국화 경매이지만 20대의 젊은 수집가도 있었다. 박인희씨의 ‘노송’을 21만원에 구입한 조규재(26·경기 수원시 인계동)씨는 “여행왔다가 집에 가는 길에 아버지께 선물하기 위해 그림을 샀다.”고 설명했다. 김용욱씨의 ‘마음이 머무는 곳’을 41만원에 낙찰받은 정성봉(29·전남 목포시)씨는 이미 집안에 한국화를 빽빽이 걸어놓은 미술투자자다. 주말이면 친구나 가족과 함께 자주 경매현장을 찾는데 이번이 7번째라고 밝혔다. ●지난해 8월 시작… 낙찰률 증가세 전라남도가 한국화를 되살리기 위해 마련한 경매제도는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됐다. 한 회 경매당 평균 3∼4점이 낙찰되지만 이날은 모두 8점이 팔려 총 낙찰금액이 270만원에 달했다. 낙찰율도 점차 오르는 추세다. 그동안 진도 신비의 바닷길축제 현장에서도 경매를 실시하는 등 여러차례 시행착오를 거쳤다. 그림이 한 점도 안 팔린 경우도 있었다. 올해 7∼9월에는 3억원의 예산을 들여 미술품을 더 구매할 계획이다. 전남도청 경매관계자는 “서울 인사동보다 싸게 좋은 작품을 살 수 있으니 진도 토요경매를 꼭 기억해 달라.”고 당부했다. 글 사진 진도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대서양 인양선박서 ‘5억弗 보물’

    대서양 심해에서 보물선 인양 사상 최대의 대박이 터졌다. 미국의 심해탐사 업체 오디세이 머린 엑스플러레이션은 18일(현지시간) 대서양 심해에서 5억달러(약 4670억원) 상당의 가치로 추정되는 영국 식민지 시대 금·은화 17t을 인양했다고 밝혔다고 AP 등이 19일 보도했다. 이 회사의 공동 회장인 그레그 스템은 이번 보물선 탐사와 관련,“50만개 이상의 동전은 수집가와 투자자들로부터 1개당 평균 1000달러 이상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희귀 동전 전문가인 닉 브루예르는 침몰한 선박에서 건져 올린 금·은화를 분석해 본 결과 “식민지 시대 동전이 이렇게 발견되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면서 “사상최대의 금·은화 인양일 것”으로 평가했다. 스템 회장은 “동전들이 기록으로 볼 때 400년 이상 된 선박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보안문제로 선박이나 침몰선박의 구체적인 위치에 대해 더 이상 언급하지 않은 채 추후 공식발표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비하인드 뉴스] 농촌公 사장 ‘박봉’ 에 부인 맞벌이?

    [비하인드 뉴스] 농촌公 사장 ‘박봉’ 에 부인 맞벌이?

    ●“군수보다 월급 적어 교사 남기로” 임수진 한국농촌공사 사장이 ‘적은 월급’ 때문에 부인 김영화씨와 떨어져 살고 있다. 공기업 CEO 자리는 억대의 연봉을 받는다고 알려져 부인 김씨는 진안에서의 초등학교 교사직을 정리하고 5월쯤 서울로 올라올 생각이었다. 하지만 임 사장이 보낸 월급을 보고는 맘이 달라졌다고 한다. 공기업 사장이라는 직함이 무색할 정도로 임 사장의 월급은 세금을 떼고 630만원에 ‘불과’하다. 김씨는 교사 월급과 큰 차이가 없어 사표 쓸 생각을 접었다는 것. 농촌공사 관계자는 “사장 연봉은 세전 9300만원이며 판공비도 한달에 300만원 정도”라고 말했다. 임 사장은 “솔직히 진안군수 시절보다 적은 월급이어서 깜짝 놀랐다.”면서 “하지만 우리 농촌의 현실을 생각하면 월급의 많고 적음을 따질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세청 제이유사건‘해명’고심 검찰이 제이유 그룹 불법 로비의혹 수사를 진행하면서 국세청 고위 간부 출신 인사를 최근 소환 조사한 사실이 알려지자 국세청은 제이유 로비사건 수사의 불똥이 튈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서울지방국세청 고위 관계자가 최근 서울중앙지검을 방문, 국세청의 과세전적부심사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혹사건에 대한 세무조사는 당사자들이 전혀 협조를 하지 않아 세금이 많이 부과되는 경향이 있고, 부과전과세적부심을 청구해 재조사 등을 거쳐 세금이 조정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는 것. ●우리은행, 미술계 지원방안 모색 우리은행이 최근 기업 메세나(문화예술·스포츠 등에 대한 기업들의 지원 활동)의 일환으로 미술계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미술 애호가이자 수집가로 알려진 박병원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취임 이후 지원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실제로 한 임원은 300만원을 주고 전시회 작품을 샀다고. 사실 우리은행은 소장 미술품의 처리를 두고 골치를 앓아오던 터여서 다소의 방향 전환을 하는 셈이다. 우리은행은 2004년과 2005년에 소장 미술품의 일부를 직원들에게 공매할 정도로 미술품 처리에 열을 올렸었다. 각 지점에서 그림을 걸어둘 장소가 여의치 않다고 본점으로 반납했기 때문에 보관·관리에도 적잖은 비용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현재 남아있는 미술품 2400여점을 도록으로 만들어 관리하고 있다. 경제부
  • ‘안정환 골든볼’ 먹칠

    경기도 산하 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이 2002년 한·일월드컵 때 사용된 ‘안정환 골든볼’을 거액을 주고 구입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8일 수원월드컵재단 등에 따르면 2004년 4월 축구사료수집가 이모씨로부터 이탈리아와의 16강 경기에서 멋진 골을 터뜨린 안정환의 헤딩 골든볼을 1억 5000만원에 구입했다. 재단은 당시 “수원시민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이씨로부터 안정환 골든볼을 무상 기증받아 수원월드컵경기장 축구기념관에 영구 전시하기로 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재단은 2005년에 안정환 부부를 초청해 손학규 당시 도지사, 김용서 수원시장에게 공을 기증하는 행사까지 벌였다. 안정환은 무상기증으로 알고 행사에 참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재단 관계자는 “재단이 실제로는 거액을 주고 안정환 골든볼을 샀지만 홍보를 위해 (무상기증이라고) 부풀려진 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정환 골든볼은 우리나라가 연장 끝에 2-1로 승부를 결정지은 피버노바 축구공으로 관례에 따라 당시 주심 비론 모레노(에콰도르)가 보관하다가 이씨에게 기증한 것으로 알려졌다.수원 연합뉴스
  • 세계적 수집가 김창일 ‘씨킴’전

    # 김창일 아라리오그룹 회장이 ‘씨킴’이란 이름으로 오는 20일∼5월27일 아라리오 천안에서 4번째 개인전을 연다. 그는 화랑경영자이자 세계적 미술수집가로 오는 11월 미국 뉴욕에 아라리오 전시장을 개장할 예정이다.(041)551-5100.
  • 한국 畵商, 中미술시장 주무른다?

    한국 畵商, 中미술시장 주무른다?

    “한국 화랑들이 중국에 진출함으로써 국제아트페어나 비엔날레에서 소개되던 작가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중국인에게 열렸다.” 지난해 11월 베이징에 문을 연 PKM갤러리의 중국 직원 거스 체(27)의 말이다. 지난 2005년 갤러리 이음을 시작으로 현재 중국에 문을 연 한국 화랑은 7곳에 이른다. 지난 15일 아트사이드는 한국의 인사동이라 할 만한 중국 베이징 다산쯔(大山子) 798지구 중심가에서 한국 작가 박선기의 개인전으로 개관식을 했다. 1999년 인사동에 문을 연 아트사이드는 2000년부터 장샤오강, 웨민준 등 중국의 블루칩 작가들을 한국에 소개해 왔다. 베이징 아트사이드는 그간 중국 화랑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아트상품으로 눈길을 끈다. 중국의 가장 유명한 현대미술 작가의 작품으로 수첩·가방·티셔츠·그릇 등의 아트상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230여개 화랑과 작가들의 아틀리에가 밀집한 798지구를 찾는 중국인과 해외관광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아트사이드가 중국 개관전으로 선택한 박선기는 숯을 이용한 설치작품을 만든다. 박선기는 지난 2월 스페인 아르코 아트페어에서 포르투갈 화랑이 그의 작품을 출품해 모두 판매될 정도로 세계적인 작품을 만들고 있다. ●한국미술수집가들 현지작품 싹쓸이 현재 베이징은 내년 8월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온 도시가 공사중이다. 새로 들어서는 호텔과 건물을 장식하기 위해 수많은 조형작품과 그림이 필요한 것은 당연지사다. 한국 화랑들로서는 큰 시장이자 기회인 셈이다. 아직 중국 화랑과 한국 화랑 사이에는 간극이 크다. 회화를 주로 전시하는 중국 화랑에 비해 한국 화랑은 비디오나 설치 작품으로 중국 미술계에 신선함을 주고 있다. 표갤러리의 경우 서울 화랑과 상하이 미술관의 전시를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현재 서울에서 전시됐던 스페인 여성작가 알리시아 프라미스의 작품이 베이징에서 전시중이다. 지난해 3월 표갤러리, 아라리오 베이징이 있는 주창(酒廠) 지역에서 개관한 문갤러리는 활발하게 중국 작가의 작품을 판매중이다. 박철희 대표는 “베이징 아트페어 등 전시가 많은 4∼5월에는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그림을 사러 오는 사람이 하루에 수십명씩이나 된다.”고 밝혔다.2×4m의 작품이 2억원 이상의 값으로 팔리는 인기작가 펑정제의 경우,1년 이상 기다려 겨우 작품을 얻어낼 정도라고 한다. 해외경매를 통해 명성을 얻은 소위 블루칩 작가들은 1년 사이 그림값이 3∼4배 오른 탓인지, 한국의 미술수집가들이 중국에 몰려오는 것이다. 이들 가운데는 20대의 젊은 컬렉터들도 있어, 한명이 자오넝즈 등 중국작가 작품 5점 이상을 한꺼번에 싹쓸이하는 경우도 있었다. 박 대표는 “그림을 사기 위해 기다리는 명단이 너무 길어 주문을 받지 못할 정도”라고 현황을 전했다. ●해외 진출하는 한국 미술의 미래 중국의 소호라 불리는 798지구에서는 국내 화랑 아트사이드와 이음이 독일, 이탈리아, 태국 등의 해외 화랑 및 중국 화랑과 경쟁중이다. 한국 화랑들의 주요 고객은 중국에 지사를 낸 다국적 기업과 6000만명으로 추산되는 중국인 수집가와 한국인들이다. 중국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은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으로 전망되지만 그림의 가치와 가격이 다르다는 중국 내부의 분석도 있다. 한국의 화랑들은 중국뿐 아니라 미국, 영국, 홍콩 등에도 지점을 내며 미술의 세계적 흐름을 함께하고 있다. 조각가 박성태씨 등 중국에서 작업장을 열고 작품활동을 하는 한국 작가들도 늘고 있다. 한국 화랑의 세계화가 한국 작가들의 세계화와 얼마나 같이 보조를 맞출지는 두고 볼 일이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대림미술관 ‘컬렉터의 선택전’

    # 대림미술관은 12일부터 7월8일까지 ‘컬렉터의 선택:컬렉션2’전을 연다. 한국, 일본의 미술품 수집가 5명의 소장품 70여점이 공개된다. 지난해에 이어 김선정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기획했다.(02)720-0667.
  • “가짜그림 터질게 터졌다”

    국내 미술시장이 10여년 만의 활황을 맞아 그림값이 치솟으면서 진작부터 서울 인사동 화랑가에는 ‘위작 주의보’가 내려졌었다. 작품값이 10억원을 넘은 박수근·이중섭·김환기의 그림을 소장하려는 마니아는 늘었으나 정작 작품 숫자는 한정돼 있다. 이 때문에 유명 화가의 작품을 찾는 이들에게 위작이라도 팔려는 군소 화랑이나 소위 ‘나카마(중간판매상)’가 생겨나는 것이다. 이번 위작사건에 연루된 복씨 형제와 ‘인사동 나카마’ 최모(47)씨는 각각 대구와 인사동에서 화랑을 운영한 경력이 있다. 복씨는 10여년 전에도 위작사건에 연루된 전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동의 화랑주들은 이들을 기억했다. 특히 변시지·이만익 화백의 작품을 도난당한 M화랑 주인은 “계단 밑 수장고에 있는 작품을 최씨가 들고 가버려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화랑 주인은 20개월 이상 최씨와 알고 지내 수장고를 열쇠로 잠그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미술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위작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사는 사람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미술품 수집가는 제값에 그림을 사야 위작에 속을 확률이 적다. 화랑에서 작품을 살 때도 중요 작가의 중요 작품을 취급하거나 화랑협회에 가입돼 있는 안전한 화랑과 거래해야 한다. 걸핏하면 문이 닫혀 있는 작은 화랑은 ‘나카마’들의 임시 사무실에 불과하다고 보면 된다. 보증서와 출처정보를 화랑과 경매회사로부터 확인하고 받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지난 2005년 이중섭의 대규모 위작사건이 터졌을 때 한국미술품감정발전위원회가 생기고 자료집이 발간됐다. 하지만 전문적인 미술 감정 인력을 양성할 구체적인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미술평론가 정준모씨는 “가짜 그림이라도 사서 상류층 흉내를 내려는 천박한 가짜 부자는 사라져야 하며, 미술 감정 인력을 키우고 대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무명화가 고용 108점 위조 유통

    무명화가 고용 108점 위조 유통

    이중섭(1916∼1956)과 변시지(81), 천경자(83), 이만익(69) 등 유명 화가들의 작품 90점을 위조해 유통시킨 미술품 전문 위조 조직이 적발됐다. 위조에는 전직 화랑 운영자와 미술품 중간도매상, 극장 간판을 그리던 무명 화가들이 조직적으로 동원됐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3일 국내 유명 화가들의 그림을 위조해 전국 화랑과 수집가 등에게 팔아온 미술품 중간 판매상 복모(51)씨를 서명위조 혐의로 구속하고, 복씨 동생(49)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위작에 사용할 그림을 수집한 최모(47)씨와 위작을 그린 전직 극장 간판 화가 노모(64)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유통책 김모(54)씨 등 4명을 쫓고 있다. ●유명 화가도 ‘혀 내두른’ 위조 솜씨 복씨 등은 지난해 10월 초 극장 간판 등을 그려 온 노씨 등 ‘위조 작가’ 4명을 고용해 경기 파주·안양·안산 등에 ‘위조 공장’을 차려놓고 이중섭과 변시지, 천경자와 이만익 등 유명 화가 24명의 그림 90점을 위조했다. 또 시중에 나도는 박수근(1914∼1965년) 등의 위작 38점 등 108점을 유통시켜 모두 1억 8000만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위조한 짝퉁 그림 108점의 진품 시가는 1000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복씨 등은 유명 화가의 진품 그림을 베끼는 위조책과 이들에게 작품 원본이나 도록을 제공하는 공급책, 위조된 그림을 시중에 판매하는 유통책 등으로 역할을 나눠 위작 만들기 작업에 들어갔다. 복씨 등은 화랑에 자주 출입하며 출입증까지 가지고 있는 최씨를 통해 지난해 12월 중순 서울 인사동 M화랑에서 변시지의 ‘해녀’, 이만익의 ‘가족-만남’과 ‘달꽃’ 등을 “대신 팔아 주겠다.”며 입수하거나 화랑의 도록과 팸플릿 등을 가져와 확대복사했다. 이후 파주(인물화), 안양(정물·풍경화), 안산(추상화) 등의 공장으로 그림의 전문 분야를 나눠 배급했다. 극장 간판 제작 40년 경력의 노씨 등 무명 화가들은 그림에 반투명한 습자지를 대고 선을 베꼈다. 이를 미리 준비한 캔버스에 먹지를 대고 밑그림을 그린 뒤 색깔을 입히고 작가의 서명까지 그려 짝퉁 명화를 완성했다. 오래된 그림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녹슨 못과 지저분한 천으로 캔버스를 제작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된 이만익 화백의 그림을 들고 이 화백을 찾았더니 ‘잘 그렸네. 미대 정도는 나온 실력’이라며 감탄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사망시 진품감정 쉽지 않은 고령 화가 작품 노려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화랑을 직접 운영하다 10년 전 부도를 낸 동생 복씨는 최근 유명 화가들의 그림값이 치솟자 형을 끌어들여 범행을 모의했다. 이들은 최근 뚜렷한 작품 활동이 없어 위조가 적발되기 어렵고, 작가가 사망하면 진품 감정이 더 어려워진다는 점에 착안, 주로 고령 화가의 그림을 위조 대상으로 삼았다. 특히 이들이 보유하고 있던 변시지의 ‘조랑말과 소년’이라는 제목의 짝퉁 그림은 (사)한국미술품감정위원회에서 진품으로 판명돼 수집가에게 900만원을 받고 팔렸다가 변 화백이 직접 위작이라고 판정해 돈을 물어 주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위작이라고 판명되면 ‘우리도 이름 모를 판매자에게 속았을 뿐’이라며 돈만 물어 주고 발뺌하는 수법을 썼다.”면서 “한국미술품감정위원회 외엔 뚜렷한 그림 감정 전문기관이 없다는 점도 이들의 범행을 도왔다.”고 말했다. 경찰은 전국의 화랑가와 미술품 수집가들을 대상으로 가짜 그림 유통 경로와 다른 미술품 위조 조직의 행방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여성&남성] ‘호모 컬렉터스’

    [여성&남성] ‘호모 컬렉터스’

    18세기 후반 프랑스에서 젊은 여인들이 연이어 목졸려 숨진 채 발견된다. 천재적인 후각을 지닌 장 바티스트 그루누이가 최고의 향수를 만들기 위해 여인의 향기를 ‘수집(?)’한다는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주인공 그루누이의 광기는 도를 넘어섰지만 한번쯤 수집에 빠져 본 이들이라면 그루누이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우표 수집에 올인하던 구세대 컬렉터들과 달리 향수와 마우스, 구두,DVD, 밀리터리 피겨 등 훨씬 다양해진 ‘20&30’들의 컬렉션을 들여다봤다. ●향수 수집은 기억을 모으는 것과 같다 회사원 김지은(27·여)씨는 10여년째 향수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처음에는 언니가 가진 미니어처(소형 모형) 향수병이 예뻐서 모으기 시작했지만 어느덧 ‘향수 예찬론자’가 됐다. 돈이 생기면 가장 먼저 향수를 사고 그 향기에 대한 느낌을 일기장에 기록한다. “단순히 제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향기가 주는 분위기와 느낌을 모으는 거죠. 향수를 고를 때의 고민과 기다리는 설렘, 박스를 열어 처음 펌핑했을 때 풍기는 분자들을 보고 있으면 마치 천국을 엿보는 것 같아요.” 그의 향수 예찬론은 멈출 줄 모른다. 그는 “지난 기억들은 잊어 버리지만 코끝에서 맴돌았던 향기는 잊혀지지 않아요. 향수를 모으는 일은 기억을 모으는 것과 같죠.”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요즘도 특정 브랜드를 정해 놓고 꾸준히 사모으며 한달에 10만원 정도 투자한다. ●다운로드는 DVD진열의 기쁨 몰라 정석한(29·회사원)씨가 DVD광이 된 것은 좋아하는 영화를 곁에 두고 싶다는 욕망 때문.DVD 구입에 매월 20만∼25만원 가량을 아낌없이 쏟아붓는다. ‘다운로드를 받으면 공짜로 볼 수 있는데 왜 비싼 돈을 들여가며 DVD를 사냐.’는 비아냥따위는 신경쓰지 않는다. 그는 “정말 몰라서 하는 소리다. 좋아하는 감독의 영화를 소장해 진열해 놓으면 얼마나 뿌듯한지 말도 못한다.”고 말했다. 개봉작은 수집은 기본이고 40∼50년대 고전영화 DVD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발품, 손품(?)도 마다하지 않는다. 알음알음으로 중고시장을 뒤져 구하거나 해외 경매 사이트에서 건지기도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소장품은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작품 모음이다. 하나씩 사 모으다 보니 3년이 걸렸다. 정씨는 “힘들게 모아서 그런지 혼자서 히치콕 감독의 영화를 볼 때 기분은 정말 끝내 줍니다.”라고 말했다. ●우울할땐 와인코르크에 남은 추억을 회사원 강수정(31·여)씨는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와인 코르크 마개를 모으는 재미에 와인바를 찾는다. “누구와 어디서 마셨는지 기억을 남기기 위해 코르크마개를 하나 둘 가져오기 시작했어요. 알고 보니 와인 마니아들 사이에선 의식처럼 통하더라고요. 일부 마니아들은 와인병 라벨까지 떼어 모은다던데 ‘귀차니스트’라 그 수준까진 도달하지 못했죠.” 그는 기분이 우울할 때면 커다란 유리컵에 담아둔 코르크마개를 꺼내 코르크 껍질향과 다 날아간 듯하면서도 아련하게 남아 있는 와인 향을 맡으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보통 한 달에 두어 번 정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이나 강남의 와인바에서 친구들과 만나는데 요즘은 서로 코르크마개를 가져가려고 쟁탈전이 벌어진다고 털어 놓았다. ●전쟁모형 사는 과정이 진짜 전쟁 김병구(30·회사원)씨는 ‘밀리터리 피겨(병사나 병기를 실제 비율로 축소해 놓은 인형)’ 마니아다.2001년 우연히 12인치 군인 피겨를 보고 완전히 빠져 버렸다. 국내에서는 마음에 드는 아이템을 구하기 쉽지 않아 미국, 유럽, 일본에서 구해야 한다. 수입 사이트에 예약하고 바로 입금하지 않으면 ‘닭 쫓던 개’가 되기 쉽상이다. 그는 “피겨를 사 모으는 일이 제겐 피말리는 전쟁이죠. 전세계 쇼핑 사이트를 다 뒤져야 합니다.”라면서 “운송료, 관세 때문에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고 해외 경매 사이트에서는 한정 없이 가격이 올라가기도 합니다.”라고 귀띔했다. 그는 한동안 ‘미국 레인저(수색대) 우드랜드 버전’을 가지고 싶어서 전세계 쇼핑몰을 다 뒤졌다.“지방 출장을 갔다가 모형숍에 이 제품이 있는 걸 발견해 뛸 듯 기뻤는 데 꿈이더라고요.”라고 멋쩍어했다. 고진감래라고 했던가. 결국 외국 쇼핑몰에서 12만원에 ‘보물’을 얻었다. 그는 요즘도 한달에 20만원 정도를 투자한다. “주위에선 어른이 장난감 모은다고 타박하죠. 하지만 어렵게 피겨를 구입해 내가 원하는 분위기를 완성했을 때의 기분은 하늘을 나는 것 같답니다.” ●구두는 수선만 잘해도 저절로 모인다 패션 감각이 빼어난 미시족 박진혜(34·여·회사원)씨는 구두 수집광이다.“옷도 중요하지만 정작 신발에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한심해요. 패션의 마무리는 신발인데 그걸 몰라요.”라며 답답해 했다. 그렇다고 그가 충동구매나 분수에 맞지 않는 명품 수집을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꼭 맘에 드는 디자인 두 켤레, 유행을 타는 디자인 한두 켤레, 부담없이 신을 수 있는 싼 구두 한 켤레 등 4∼5켤레를 사는 게 ‘전부(?)’라고 설명했다. “구두도 다른 물건처럼 신는 사람의 정성이 중요해요. 아낌없이 막 신지만 수선도 정성스럽게 하죠. 굽은 한 달 반마다 갈아주고 긁히면 바로 구입한 상점에 수선을 맡긴 답니다.” 대학 신입생 때부터 구두를 모으기 시작한 그는 현재 60여 켤레를 소장하고 있다. 그나마 많이 구조조정을 한 덕분이다.‘말끔한 구두가 좋은 곳으로 안내해 준다.’는 징크스를 가진 박씨는 첫 월급을 타고 명동의 한 제화점에서 맞춘 검정색 수제 하이힐을 특별한 날 신는다고 말했다. ●마우스 마구 모으다 보니 얇아진 지갑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임모(33)씨의 짝사랑 상대는 컴퓨터 마우스다. 온라인게임 스타크래프트를 즐겨하던 그는 보다 좋은 감도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마우스를 찾다가 하나씩 모으게 됐다. 처음에는 용산전자상가에서 발품을 팔았지만, 요즘에는 인터넷 동호회나 온라인 매장에서 구입한다. 지금까지 그가 수집한 마우스는 400개를 훌쩍 넘는다. 가격도 천차만별이다.1만원짜리부터 10만원짜리 MX300까지 있다. 마니아들 사이에 ‘마구’로 불리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구형 볼마우스는 골동품으로 간주돼 6만∼6만 5000원에 거래된다. 경제적인 부담도 만만치 않다. 다른 수집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가여서 ‘가랑비에 옷 젖듯’ 지갑이 얇아진다. 임씨는 “대충 따져봐도 800만∼900만원 정도는 쓴 것 같다.”며 씁쓸해 했다. 그는 “처음에는 몰랐지만 갈수록 중독되는 느낌이다. 지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데 방해가 되는 것 같아 얼마전 가지고 있는 마우스를 모두 창고에 넣고 꺼내보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고백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카페 ‘수집본색’ 운영자 한주영씨 “지를땐 쾌감 모이면 행복 시세차익 덤” 도대체 ‘디나르’가 뭘까? ‘코루나’‘스토팅키’‘메티칼’‘탱게’는? 이 생경한 단어들이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불가리아, 체코, 모잠비크, 카자흐스탄의 화폐란 걸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는 걸로는 성에 안 차 수십개씩 모아 정성스레 닦고, 앨범에 꽂으며, 만면에 미소짓는 사람이 있다. 화폐 수집광 한주영(38)씨다. 그는 1만 3000여 수집 마니아들의 아지트인 온라인 카페 ‘수집본색’의 운영자다. “수집하지 않는 사람은 우리 마음을 이해 못한다.”는 한 마디에 수집광의 ‘본색’이 집약돼 있다. 그는 “수집에 열을 올리기 전엔 홈쇼핑에서 물건 사는 주부들을 이해하지 못했던 적이 있다.”면서 “그러나 요즘은 나도 마음에 드는 수집품을 만날 때면 ‘지름신’이 강림해 충동구매한 적이 많다.”고 고백했다. 그는 “요즘 수집의 대세는 화폐”라고 말한다. 수집가들마다 취향은 각기 다양하지만, 화폐가 구미를 당기는 까닭은 투자가치 때문이다. 아예 처음부터 시세차익을 노리고 화폐 수집을 시작하는 큰손도 적지 않다. 그는 이런 경향을 매우 경계한다.“수집은 취미로 할 때라야 즐거운 것인데, 돈벌이 개념이 끼어드는 순간부터는 더 이상 취미가 아닌 사업이 된다.”는 것이다. 한씨도 9000여개의 화폐로 컬렉션 리스트를 꾸민 화폐 마니아지만, 화폐를 모으는 이유는 “그저 행복하기 때문”이란다. 그는 “일로 힘들고 지쳐 있을 때 동전을 정리하면 마음이 가라앉고 기분이 좋아진다.”면서 “진정한 수집 마니아라면 돈벌이가 아닌 수집 자체에서 기쁨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5월 1500만弗 경매

    미국 팝아트의 거장인 앤디 워홀이 영화배우 마릴린 먼로를 그린 초상화 ‘레몬 마릴린’이 오는 5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소에서 추정가 1500만달러의 경매 물품으로 오른다고 BBC방송 인터넷판이 20일 보도했다. ‘레몬 마릴린’은 워홀이 1953년 먼로가 출연한 영화 ‘나이애가라’의 포스터를 토대로 그린 13장의 초상화 가운데 하나다.1962년 워홀의 첫 개인 전시회에서 미국의 개인 수집가에게 250달러에 판매됐다. 첫 구매자가 45년 동안 줄곧 소유해온 이 작품은 레몬 색 바탕에 머리카락을 노란색, 치아를 흰색으로 표현하고 있다. 같은 구도에 채색만 바꾼 ‘골드 마릴린’,‘그레이프 마릴린’,‘체리 마릴린’,‘민트 마릴린’,‘오렌지 마릴린’ 등이 있다. 지난해 11월 경매에서 ‘오렌지 마릴린’은 1620만달러에 팔렸다.크리스티 경매소는 5월16일 ‘레몬 마릴린’과 함께 추정가 200만∼250만달러인 워홀의 또 다른 마오쩌둥 초상화와 추정가가 350만∼400만달러인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조각상이 있는 정물’ 등도 경매에 등장할 예정이다.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책꽂이]

    ●근대 초기 매체의 역사(베르너 파울슈티히 지음, 황대현 옮김, 지식의 풍경 펴냄) 역사상 최초의 매체는 고대사회에서 신의 경고와 계시를 전해주던 신전의 제사장과 신녀였다. 독일 뤼네부르크대 응용매체학과 교수인 저자는 이를 ‘인간매체’라고 부른다. 근대 초기 300년 동안 ‘수기매체’로서의 서신은 그 어떤 매체보다 큰 영향을 미쳤다. 에라스무스, 토머스 모어, 교황 피우스 2세, 콜루치오 살루타티 등 인문주의자들이 의견과 경험을 교환하는 핵심매체로 서신이 이용됐다. 저자는 매체사의 관점에서 볼 때 르네상스는 근대의 시작점이자 고대의 종결점이었다고 주장한다.2만 5000원.●마르그리트 유르스나스, 영원한 방랑자(오정숙 지음, 중심 펴냄) 유르스나스는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프랑스에서는 그의 대표작 ‘하드리아누스의 회상록’이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잘 알려져 있다.1981년 프랑스 아카데미 프랑세즈는 학문과 문화 발전에 기여한 40석의 종신회원 자리에 346년의 전통을 깨고 이 여성작가를 처음으로 받아들였다. 볼테르, 위고, 발레리, 베르그송, 레비­스트로스 등이 스쳐간 이 지성의 전당에 처음 여성이 이름을 올린 것이다. 유르스나스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본격적으로 다룬 첫 연구서.1만 2000원.●나보코프 블루스(커트 존슨 등 지음, 홍연미 옮김, 해나무 펴냄) 러시아 출신 작가 나보코프는 1917년 볼셰비키 혁명으로 러시아에서 축출돼 독일과 프랑스 등지에서 젊은 시절을 보냈다.1945년 미국으로 귀화,‘창백한 불꽃’ ‘선물’ ‘말하라, 기억이여’ 등을 영어로 발표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나보코프는 유명한 나비 연구가이자 수집가이기도 했다. 이 책은 이처럼 인시류학에 열정을 품은 나보코프의 삶에 초점을 맞춘다.‘블루(blue)’란 나보코프가 주목한 나비 종류로, 남아메리카의 외진 지역에 서식하는 다양한 나비 무리를 뜻한다. 학계에서는 ‘부전나빗과’로 알려져 있다.2만 2000원.●마지막 토론(짐 레러 지음, 우정엽 옮김, 랜덤하우스 펴냄) 미디어와 이를 다루는 언론인이 그에 걸맞은 중립성과 객관성을 잃는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이 책은 미국 대선후보 TV토론회를 소재로 이같은 상황을 그린 정치소설이다. 저자는 미 공영방송 PBS의 기자이자 앵커로 1988년 미 대선후보 주자인 조지 부시와 마이클 듀카키스의 TV토론회 등의 사회를 맡았던 인물. 작가는 TV토론회에 참석한 언론인 출신 패널들의 공모로 공화당의 유력후보 메레디스가 선거에서 참패하고 당선 가능성이 없던 그린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사상 초유의 사건을 그렸다.1만 2000원.●지식의 통섭(최재천 등 엮음, 이음 펴냄) 통섭(統攝)은 2005년 미국의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의 저서 ‘통섭:지식의 대통합’에 나오는 ‘consilience’라는 말을 국내에 번역 소개하면서 만든 새로운 개념어. 윌슨은 인문학, 사회과학, 예술은 모두 인간에 대한 학문인 만큼 유전학, 진화학, 뇌과학을 기반으로 재해석하고 통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 책은 철학, 사학, 사회교육학, 경제학, 환경공학, 물리학 등 국내 연구자들이 역사 속 학문의 통섭을 지향한 사례들을 소개한다.1만 4500원.
  • [이 그림] 마리 로랑생의 ‘세여인들’

    회화, 조각 작품 800여점을 보유하고 있는 큰손 수집가 유상옥 코리아나 회장은 화장품 회사의 경영자여서인지 미인도를 많이 모았습니다. 달콤한 색깔로 꿈꾸는 듯한 소녀를 그려냈던 프랑스의 여성작가 마리 로랑생(1883∼1956)도 유 회장의 눈길을 비켜갈 순 없었나 봅니다. 그는 출장을 갈 때마다 파리, 일본, 뉴욕의 경매에서 로랑생 작품 16점을 사들였습니다. 이 가운데 12점이 4월28일까지 코리아나미술관 스페이스 씨(02-541-9177)의 ‘자인-마리이야기전’에서 일반 전시됩니다. 서울옥션을 통해 작품이 판매된 것을 제외하면 한국에서는 로랑생의 작품이 처음 소개되는 것이지요. 로랑생은 여성의 섬세한 관능을 파스텔조의 고운 색깔로 화폭에 담아냈지만 드라마틱한 일생을 살았습니다. 사생아로 태어나 피카소의 소개로 ‘미라보 다리’란 시로 유명한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를 만나 5년간 연애를 하죠. 하지만 아폴리네르의 비서 피에레가 루브르 박물관에서 ‘모나리자’를 훔쳐 공범으로 의심을 받습니다. 로랑생은 이를 계기로 아폴리네르와 헤어지고, 독일 귀족과 재혼했다가 이혼한 후에는 여성들로부터 위안을 찾습니다. ‘세여인들’ 역시 달콤하고 예쁘지만 깊이가 없다는 평가를 받은 로랑생의 전형적 화풍이 잘 드러납니다. 여성 예술가가 희귀한 시대에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쌓은 그녀에 대한 평가가 혹시 야박한 것은 아니었는지 이제 직접 보고 말할 수 있겠죠.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북한지폐 세뱃돈으로 확산

    `북한 돈이 설날 복돈?’100원짜리 북한 지폐 등 북한 돈이 설을 전후해 세뱃돈과 복돈으로 확산되고 있다. 일부 수집가들 사이에서 팔리던 북한 돈이 최근 중국 등을 통해 ‘기념품(?)’으로 국내에 들어와 암암리에 퍼지고 있다. 화폐 가치가 거의 없는 북한 돈은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기는 어렵지만 약 150∼200원이 1달러 정도(암시장 거래환율)로 평가된다. 북한 돈을 소지하는 것이 현행법에 저촉되지는 않지만 김일성 초상화와 주체사상탑 등 혁명사상을 담은 지폐들이 호기심 차원을 넘어 널리 확산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설인 지난 18일 대학생 박모(24)씨는 중국 여행 중에 구입한 북한돈을 조카들에게 세뱃돈으로 나눠줬다. 그는 “지난달 중국 패키지 여행 중 기념품점에서 북한 지폐를 판매하는 것을 보고 신기해서 샀다.”면서 “함께 여행을 간 10여명도 ‘세뱃돈으로 주겠다.’며 북한 돈을 3∼4장씩 구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조카들이 안보기념관 등에서만 보던 북한 돈을 받아들고 무척 신기해했고,‘북한에서 한달 월급이 100원’이라고 전하자 마치 큰 돈을 받은 것처럼 좋아했다.”고 말했다. 설을 이틀 앞둔 지난 16일 회사원 안모(36)씨는 거래처에서 온 연하장을 뜯어보고 깜짝 놀랐다. 연하장에 새해 인사와 함께 100원권 북한 지폐가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연하장에는 “구하기 힘들었던 만큼 지갑 속에 ‘복돈’으로 간직하시고 항상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란다.”고 적혀 있었다. 안씨는 “처음 보는 북한 돈이 신기하기는 했지만 북한 돈이 기념품으로 전락해 남한 사회에 퍼지고 있다는 게 씁쓸했다.”고 말했다. 회사원 오모(47)씨는 지난해 10월 중국 출장을 갔다가 베이징 공항 택시 정류장에서 조선족으로 보이는 한 남자에게서 북한돈 3세트를 1만원에 구입, 최근 지인들에게 선물했다.그는 “북한 돈 100원이면 북한 근로자 한달 월급과 맞먹는 돈이라고 하는데 의심스러웠지만 재미삼아 바꿨다.”면서 “아직도 진폐인지 위폐인지는 모른다.”고 전했다. 여대생 소모(25)씨도 백두산 여행을 갔다가 국경도시 투먼의 기념품 가게에서 북한 돈을 구입해 친구들에게 선물했다.고 전했다. 경찰 보안과 관계자는 “중국 공항 매점과 기념품 판매점 등지에서 기념품으로 판매되는 것이 국내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국가보안법상 찬양 및 고무의 목적이 없다면 북한 화폐를 소지한다는 이유만으로 법률에 저촉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북한 돈에는 김일성 초상화와 만경대 김일성 생가, 주체사상탑, 천리마 동상 등 이념적인 것이 새겨져 있어 수집 차원을 넘어 확산될 경우 아이들에게 왜곡된 역사 의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임일영 류지영기자 argus@seoul.co.kr
  • “한국 젊은 작가들 에너지 느껴져요”

    |마드리드 윤창수특파원|“에너지가 넘치는 한국의 젊고 떠오르는 작가들이 유럽에 부각될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스페인의 아르코(현대미술) 아트페어를 주관하는 루데스 페르난데스조직위원장은 14일(현지시간) 마드리드 이페마 전시장에서 한국 미술에 대한 호감을 표시했다. 올해 26회를 맞은 아르코는 유럽의 가장 중요한 미술품 시장 가운데 하나로 올해는 29개국에서 271개의 화랑이 참여했다. 20여년간 재임했던 전임 조직위원장의 후임으로 올해 처음 아르코를 꾸린 페르난데스는 “남아메리카와 아시아의 새로운 작품을 적극적으로 소개할 것”이라며 “올해 주빈국인 한국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미술에도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한국에 이어 내년에는 브라질이 아르코의 주빈국이다. 이날 오전 10시에 일부 초대받은 미술품 수집가들을 위해 전시장이 열리지마자 한국 작가들의 작품에는 팔렸다는 붉은색 스티커가 붙기 시작했다. 버려진 자동차 타이어로 용인 듯 괴물인 듯 괴생명체를 만든 지용호의 ‘돌연변이’ 시리즈, 강익중의 지구촌 시대의 조화로운 세계상을 지향한 콜라주 ‘행복한 세상’ 등을 스페인 수집가들이 선점했다. 안성하의 극사실주의 사탕 그림, 배준성의 화가의 옷 연작도 제일 먼저 팔려나간 작품들이다. 독일 하인즈 홀트만 갤러리를 통해 출품된 한국 작가 김인숙의 도발적인 사진작품도 2만 5000달러에 판매됐다. 역시 독일 마이클 슐츠 갤러리에서는 한국작가 세오(서수경)의 회화가 6만 5000달러에 팔렸다. 피카소, 바스키야 등 타계한 작가가 아닌 젊은 작가들을 내세운 한국 화랑들의 작품은 아르코의 성격과도 걸맞는다. 현대 미술계 최신의 시각들을 최대한 소개하기 위해 아르코는 올해 프로젝트와 블랙박스라는 새로운 전시관을 만들었다. 프로젝트는 세계의 떠오르는 작품들을 홍보하는 전시관이며, 블랙박스는 이 가운데 특히 비디오 작품을 소개한다.14일 VIP 오픈에는 특히 노무현 대통령 내외가 후안 카를로스 스페인 국왕 부부와 함께 한국 전시장을 둘러보며 전통을 살리면서도 첨단기술을 융합한 한국 현대미술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geo@seoul.co.kr
  • ARCO서 다시 주목받는 ‘백남준 아트’

    |마드리드 윤창수특파원|스페인 왕가가 수집한 8000여점의 작품을 소장한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은 세계 3대 미술관이다. 일요일에는 6유로의 입장료가 무료다 보니, 관람을 하기 위해 기다리는 줄이 1㎞ 가까이 미술관을 돌고 돈다. 미술에 대한 애정이 깊은 스페인 사람들에게 요즘 화제는 단연 15일 정식 개막하는 국제 아트페어 아르코(ARCO). 엘 파이스, 엘 문도,ABC 등 스페인 3대 일간지는 아르코 주빈국으로 참가하는 한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기사를 앞다퉈 실었다. 특히 ABC는 10일자 문화지면에서 ‘아버지의 이름으로’란 제목으로 “비디오아트의 창시자 백남준의 대규모 전시회는 작고 이후 처음 있는 일로, 주빈국 행사중 최고의 기대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환상적이고 하이퍼리얼한 백남준의 한국비전’이란 제목의 전시회는 스페인 최대 통신회사 텔레포니카의 전시장에서 이뤄진다. 전시회는 오는 5월20일까지 계속된다. 금박으로 장식된 높은 천장의 바로크식 전시장에 들어서면 전자 말이 한국적 마차를 끄는 작품 ‘소통-운송’이 관람객을 맞는다. 전시장 왼쪽에는 율곡·단군·백제무령왕 등 역사적 인물 로봇이, 오른쪽에는 가족 로봇이 위치한다. 경주엑스포 창고에서 사장중이던 ‘백팔번뇌’도 먼지를 털고 관람객을 맞는다. 서태지의 노래가 나오는 경쾌한 작품이다. 머리를 붓삼아 그린 백남준의 1962년작 ‘젠 포 헤드’를 1985년 전위예술집단 플럭서스의 작가 벤 보티에가 재연한 작품도 전시된다. 머리로 그린 먹물그림을 내려다보는 것은 ‘TV부처’다. 전시장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작품은 네 발가락이 움직이는 전자 ‘거북’. 전시를 기획한 김홍희 경기도 미술관장은 “백남준은 갔어도 그의 예술정신은 장수한다는 의미”라고 작품을 배치한 뜻을 설명했다. 백남준이 가고 난 뒤의 문제는 이제 그의 작품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는 것.1988년 ‘다다익선’부터 백남준의 50여점에 이르는 비디오 아트 작품을 제작해 온 이정성(63·아트마스터 대표)씨는 “백 선생은 작품이 고장나면 당대 최고의 부품으로 교체하라는 편지를 수집가들에게 보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수적인 한국 수집가들은 브라운관을 디지털 모니터로 교체하는 작업에 부정적이다. 이씨는 “현재 4:3비율의 LCD가 2∼3년안에 모두 와이드 스크린으로 바뀌기 전에 작품을 디지털로 교체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지금은 고장나면 이씨가 수리하지만, 그마저도 가고 나면 백남준의 작품은 그야말로 고물이 되고 마는 것이다. 백남준전을 필두로 “한국 사회의 엄청난 압력을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은 안규철의 ‘49개의 방’, 한국 디자인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리셋’전 등이 아르코 주빈국 행사를 장식한다. geo@seoul.co.kr
  • 서기원 소설 ‘사금파리의 무덤’ 36년만에 다시 세상에

    두 해 전 75세를 일기로 타계한 소설가 서기원씨의 작품 ‘사금파리의 무덤’이 36년 만에 다시 선보였다. 청소년들이 읽어야 할 소설이라며 출판사 ‘세상모든책’이 출간에 앞장섰다. ‘사금파리의 무덤’은 서씨가 1971년 발표한 중편소설이다. 지금의 청소년들이야 제대로 뜻을 알 까닭이 없을 테지만 ‘사금파리’에서 암시하듯 도자기와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다. 1992년에는 문여송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비황’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돼 DVD로도 감상할 수 있다. 소설의 시간적 무대는 일제시대다.‘조선의 마지막 도공(陶工)’인 이 노인과 그 아들 창길이, 일본인 도자기 수집가 타케야마간 조선백자를 둘러싼 애증과 갈등이 주 테마다. 3·1운동 직후인 1920년, 조선말 폐지된 광주 분원에서 조선백자를 재현하려는 타케야마의 시도에서부터 소설은 시작된다. 이 노인으로 하여금 조선백자를 재현하려던 타케야마는 그것이 실패하자 창길이를 이용해 도굴한 조선백자들을 수집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호의에 끌려 타케야마의 요구에 오히려 적극적으로 도자기를 대주던 창길이는 안목이 틔어 가면서 그의 속셈을 알아차리게 된다. 여기에는 “땅속에 있는 것까지 모조리 팔아먹다니, 그렇게 되면 우리 조상들이 만든 그릇일랑 하나도 남지를 않겠구나. 좋은 물건이 나오면 일인에게 넘기지 마라. 그게 조선사람으로서 할 도리”라는 아버지 이 노인의 당부도 컸다. 이후 조선백자를 둘러싼 창길이와 타케야마의 경쟁과 갈등으로 소설은 박진감을 더해 간다. 도자기에 대한 작가의 식견은 그의 아들인 서동철 서울신문 문화전문기자가 쓴 ‘서문’에서 어렴풋이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 서 기자는 아버지가 자식들을 데리고 겨울마다 경기도 광주와 계룡산 일대의 폐허가 된 가마를 찾았던 기억을 떠올렸다. 서 기자는 “우리 형제들에게는 그저 소박한 유적 탐방에 불과했던 가마 순례가 아버지에게는 대단히 중요한 취재여행이었던 사실을 깨달은 것은 한참 뒤의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 소설이 발표됐을 때 서 기자의 나이는 고작 열두 살이었다. 청소년들이 알기 쉽게 책 말미에 단어풀이도 돼 있다.191쪽,9000원.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주말탐방] 밀리터리 마니아의 세계

    [주말탐방] 밀리터리 마니아의 세계

    남성 트리오 ‘별 셋’이 부르던 드라마 ‘전우’의 주제가를 기억하는가. 빅 모로 주연의 외화물 ‘전투’는 또 어떤가. 어느새 맘 속으로 멜로디 한 소절을 흥얼거리고 있다면 당신 역시 밀리터리 마니아의 기질이 농후한 사람이다. 전쟁을 반대하는 평화주의자라고? 흥분할 것까진 없다. 활 잘 쏘고 말 잘 타는 동이족의 후예 아닌가. 전쟁 좋아하는 유전자 한쌍쯤 가지고 있다고 해서 크게 부끄러워할 일은 아니다. 이번 주말탐방에서는 총과 무기, 군(軍)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밀리터리 마니아의 세계를 엿보았다. 마니아(mania). 말 그대로 ‘미친’ 사람들이다. 병리학적 ‘광인’과 다른 점은 ‘미침(狂)’의 대상이 명확하다는 것이다. 이 점에선 ‘노빠’,‘황빠’ 등 21세기 벽두에 등장한 ‘토종 신인류’와도 유사하다. 하지만 ‘∼빠’라는 호명에 담긴 경멸과 혐오감이 마니아에선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속물적 다수와 구별되려는 엘리트 집단의 오만과 권력의지가 묻어난다고 할까. ●“우린 미쳤다. 그래서 왜?” 밀리터리 마니아는 어떤가. 기실 이들은 마니아 세계에서도 이단적인 비주류에 속했다. 각종 총기류와 무기 제원을 줄줄 읊어대고, 본드냄새 나는 골방에 처박혀 플라스틱 병기를 조립하거나, 교외의 야산과 폐건물을 찾아 ‘패거리 총질’을 일삼는 이들에게서 바로크 마니아, 누벨바그 마니아에서와 같은 고상함을 기대하는 건 애초부터 무리였는지 모른다. 사람들의 시선도 차갑기만 했다. 범속한 ‘교양인’들이 볼 때 이들은 총과 무기에 정신 팔린 ‘철부지 전쟁광’이거나 군 가산점 폐지 주장에 발끈해 여자대학 홈페이지에 사이버 테러나 일삼는 ‘마초집단’이었고, 치안을 걱정하는 경찰에겐 고성능 ‘유사총기’로 무장하고 언제든 은행으로 돌진할 수 있는 ‘잠재적 범죄집단’일 뿐이었다. 결국 이들은 새천년의 문턱에 들어서도록 ‘문화적 시민권’을 획득하지 못한 채 언더그라운드를 포복하는 슬픈 운명을 감내해야 했다. 그런데 모든 것은 변했다. 마니아 특유의 ‘전투적’ 학습열 덕에 유통되는 정보의 양과 질은 놀랄 만큼 깊고 풍부해졌고, 마니아 출신 평론가들의 약진에 군과 전문가들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한편으로 인터넷의 등장은 이들이 고립된 ‘오타쿠’로 전락하는 것을 막았다. 온라인을 매개로 한 활발한 오프 활동이 이들로 하여금 음습한 지하세계를 탈출해 지상으로 귀환할 수 있는 비상구를 제공한 것이다. ●“서바이벌은 ‘애국 스포츠’” 중견 제약회사 과장인 강양수(34)씨도 인터넷을 통해 서바이벌 세계에 입문한 경우다.4년전 컴퓨터 슈팅게임을 즐기다 자연스럽게 총기로 관심이 옮아왔다. 인터넷에서 총기류를 검색하다 동호회를 알게 됐고 지금은 한달에 1∼2차례 필드를 찾는다.‘총 가지고 노는 어른’이란 주변 시선이 부담스럽지 않으냐는 질문에 “서바이벌이 골프나 산악자전거와 다를 게 무엇이냐.”고 반문한다. 서바이벌 게임이 체력은 물론 국방에 대한 관심도 키울 수 있는 ‘애국 스포츠’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서바이벌 게임용 총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건숍’들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현재 전국에서 영업중인 건숍은 30여곳. 이 가운데 10여곳이 서울에 있다. 서울 충무로에서 건숍을 운영하는 최범석(35)씨는 “인터넷 동호회 활동이 활발해진 2002년을 전후로 시장규모가 커지기 시작했다.”면서 “대형 매장은 연 매출이 10억원을 넘는다.”고 귀띔했다. 매장에서 취급하는 총은 대부분 일제 전동총이다. 외양과 무게만으로는 진짜 총과 구분이 어려울 만큼 정교하다. 총알은 흔히 알려진 페인트탄이 아닌 6㎜ 비비탄을 쓴다. 페인트탄총은 모양이 투박한 데다 게임을 할 경우 박진감도 떨어져 이벤트 업체가 아니면 좀체 사용하지 않는다. ●무기제원? 나한테 물어봐 이들 서바이벌 게이머 대부분은 열정적 모형총 수집가이거나 해박한 총기 지식의 소유자들이다. 이범석(34)씨가 그런 경우다. 서바이벌 마니아가 되기 전 그는 인터넷 군사무기 카페에서 필명을 날리던 총기 전문가였다. 아직까지 세계 각국에서 만든 총기 대부분에 대해 개발과정과 제원은 물론 장단점까지 줄줄 꿰고 있다. 고등학생 시절 명동 헌책방을 드나들며 ‘건’같은 일본 군사잡지들을 닥치는 대로 사모았고 대학에선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을 플라스틱 모형 총기를 조립하는 데 몽땅 쏟아부은 덕분이다. 그는 “과거 외국잡지 등으로 제약됐던 정보습득 채널이 인터넷 덕분에 놀랄 만큼 다양화됐다.”면서 “요즘은 중학생이라도 맘만 먹으면 미국에서 개발중인 신형 소총의 제원과 가격을 찾아 한국 사이트에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상을 보여주는 것이 인터넷의 밀리터리 카페들이다.3년전 만들어진 네이버의 밀리터리 카페는 회원수가 7만에 육박한다. 하루 평균 300개 정도 올라오는 글마다 댓글이 빼곡하다. 글의 종류도 단순한 국방기사 스크랩을 넘어 동호회 활동에서 외국 군사 사이트와 무기회사 홈페이지에 실린 최신 무기정보까지 다양하다. 조선일보 유용원 군사전문기자가 운영하는 ‘유용원의 군사세계’는 방문자 수가 4900만명을 넘어섰다. 일일 평균 접속자가 5만명으로 국방부와 군 공식 홈페이지 방문자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문화 소비자 아닌 정책 생산자를 꿈꾼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들의 활동이 단순한 정보의 교환과 소비단계를 넘어 국방정책의 수립과 집행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실제 각종 밀리터리 사이트에서는 국방개혁이나 차기 전투기 사업, 해군의 이지스함 도입 등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첨예한 논쟁이 벌어진다. 홈페이지를 통해 국방예산 증액이나 차세대 무기 도입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는가 하면, 오프라인 상에서 릴레이 1인시위를 벌이기도 한다.2005년 일군의 마니아들이 벌인 제주 해군기지 건설 지지 시위가 대표적이다. 서명·시위 같은 압력행사 단계를 넘어 정책 입안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국회활동을 통한 개입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주변에서는 국정감사나 예산안 심의 때 보좌진으로 들어가 국방관료들을 능가하는 전문지식으로 현안들을 송곳처럼 파고드는 일급 마니아들이 여럿 있다. 마니아 출신으로 의원 비서관 경험도 있는 A씨는 “군 출신이 아니면 이해하기 힘든 현안들이 많기 때문에 ‘시즌’이 되면 여러 경로를 통해 질의서 작성 의뢰가 들어온다.”고 귀띔했다. 문화평론가 정윤수씨는 “음악이나 영화 등 과거 마니아의 영역에 속했던 고급정보들이 인터넷의 활성화로 인해 교양지식 수준으로 평준화되고 있다.”면서 “정체성 위기를 겪고 있는 다른 마니아 집단과 달리 전문·세분화를 통해 마니아적 정통성을 유일하게 보존하고 있는 분야가 밀리터리 영역”이라고 평가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밀리터리 마니아 계보학 1990년대 초반 국내에 도입된 서바이벌 게임은 10년새 기업의 신입사원 연수나 각종 청소년 캠프의 단골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군에서도 예비군 훈련과목의 일환으로 적극 장려되고 있다. 하지만 서바이벌 게이머들은 밀리터리 마니아 중에서도 소수그룹에 속한다. 필드에 나가기 위해선 적잖은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 하는 데다, 게임에 사용되는 총의 가격이 30만∼80만원에 이르는 등 금전적 부담도 적지 않은 탓이다. 이 때문에 정기적으로 게임을 즐기는 서바이벌 마니아는 30∼40대 직장인들이 많고, 그 수도 2만명이 넘지 않을 것으로 추산된다. 일반적으로 밀리터리 마니아는 서바이벌 마니아와 무기모형의 제작과 수집을 즐기는 플라모델 마니아, 군사지식을 수집·탐구하는 지식 마니아층으로 나뉜다. 이 중에서는 시·공간적 제약이 따르지 않고 돈이 들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군사지식 마니아층의 저변이 가장 넓다. 연령대도 10대에서 장년층까지 다양하다. 관심사도 다양해 총기 정보를 전문적으로 수집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전차·장갑차·야포 등 지상군 무기에 관심있는 사람, 함정이나 항공기가 주 관심사인 사람들이 있다. 일각에선 이들이 군의 2급비밀 사항인 육상·해상전력을 정확히 알고 있고, 공군전력도 80% 이상 파악하고 있다고 본다. 글의 게시와 열람이 자유로운 군사지식 사이트가 사실상 정보의 ‘허브’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1970년대부터 본격등장한 플라모델 마니아는 10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주로 제작하는 것은 전차와 전투기, 함정이다. 이 가운데 축소비율이 크고 부품이 많은 함정류가 가장 제작이 어려운 작품으로 꼽힌다. 이밖에 군장 마니아, 전쟁영화 마니아, 전략 시뮬레이션과 슈팅 게임 마니아 등이 밀리터리 마니아의 범주에 들어간다. 마니아 세계에선 플라모델 마니아→군사지식 마니아→서바이벌 마니아로 이어지는 단계를 통상적인 마니아의 진화경로로 본다. 물론 변수는 ‘나이’와 ‘돈’이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이건호의 뷰티풀 샷] 여행지서 사진찍기

    [이건호의 뷰티풀 샷] 여행지서 사진찍기

    2005년 ‘보그’ 10월호. 패션사진가는 수도 없이 여행을 다닌다. 그들은 언제나 새롭고 아름다운 촬영장소를 갈망하기 때문이다. 낯선 곳에서는 낯선 사람들과 환경들을 마주하게 된다. 때로는 이러한 상황들이 필자를 한없이 당혹스럽게도 만들고 때로는 한없이 행복하게도 만들어 준다. 마음이 맞는 좋은 사람들과의 해외촬영은 언제나 좋은 결과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슴을 설레게 만든다. 막연했던 영국출장에 별 기대도 하지 않고 찾아 갔던 그곳에는 아름다운 천사들이 사는 집이 있었다. 수지 아주머니와 그녀의 딸 제이드, 사위 레이나, 손녀딸 넬이 함께 사는 곳 코츠월드의 수지의 집. 지금도 그녀를 떠올리면 마음 한구석부터 따뜻한 미소가 번져 올라온다. 생경한 외지인에게 선뜻 집과 캐러밴을 내주고 십년지기처럼 마음편히 촬영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 그녀가 점점 이해관계에 얽혀 속물이 되어가는 나를 볼 때마다 몹시 그리워진다. 수지의 집. 마음 한쪽에 숨겨 놓은 보물처럼 고향에 대한 향수와도 같은 감정을 몰래몰래 감추고 혼자서 그리움에 빠져 보는 비밀스러운 즐거움을 주는 곳. 사실 지난 여름에도 그녀와 가족들이 보고 싶어 핑계김에 촬영여행을 다녀왔다. 예의 커다란 웃음으로 우리를 환대해준 수지는 이번에도 기꺼이 먹을 것과 잠자리를 내주었다. 갈 때마다 행복이 충전되는 그곳을 생각하면 흐믓해진다. 코츠월드는 런던에서 2시간 남짓 떨어진 바스 근처의 구릉이 아름다운 시골마을로 왕세자 찰스의 별장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수지는 또한 캐러밴 수집가이기도 하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그녀에게 매우 어울리는 취미가 아닐 수 없다. 그녀는 5대의 캐러밴을 가지고 있는데 거울로 장식되어 있는 아르데코풍의 아름다운 캐러밴을 비롯하여 50년은 족히 넘은 소박하고 아름다운 캐러밴도 가지고 있다. 사진은 1952년도에 만들어진 것으로 기억되는 녹색의 캐러밴이 말성꾸러기 강아지 안트와 함께 촬영되었다. 캐러밴은 목재로 만들어져 있고 내부에 설치된 귀여운 난로로 난방을 하게끔 되어 있다. 배경은 수지의 집 뒷동산.5마리 말가족의 집이다. 떠나온 고향처럼 늘 생각이 나는 곳, 내 친구 수지의 집 영국에 그녀의 집이 있어서 나는 행복하다.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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