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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습 주택침수지에 공무원 배치

    서울시는 서울시내 상습 침수지역에 공무원 1만명을 전담 배치해 장마철 전에 수해방지 시설을 점검한다. 시는 지난해 발생한 집중호우의 문제점을 토대로 현장 중심의 재난대응체계를 구축, 기상이변과 여름철 집중호우에 대비하는 ‘2011년 풍수해 대책’을 마련해 추진한다고 3일 밝혔다. 골자는 6월 15일까지 하수관거 954㎞ 준설, 광화문광장 배수능력 10년에서 30년으로 향상, 침수 우려 2만 2000여 가구에 담당 공무원을 배치하는 돌봄 서비스 시행, 재난 발생 초동대응과 신속복구 행정지원, 주요 취약시설 및 수방시설 사전 점검이다. 시는 우선 침수 취약지역의 주택과 상가 등 2만 2591곳에 전담 공무원 9749명이 배치돼 우기 전에 주민들과 배수펌프, 물막이판을 비롯한 수방시설을 점검, 개선한다. 집중호우 땐 세입자와 건물주에게 비상연락을 한 뒤 방문해 배수펌프 가동 여부를 확인하고 긴급인력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시는 또 이달 말까지 빗물받이 47만곳을 점검한다. 아울러 물막이판 772개와 수중 자동펌프 3402대를 추가로 설치, 지하주택 침수를 막는다. 지난해 집중호우로 피해를 본 광화문광장에는 지하 ‘C자형 하수암거’의 배수용량을 늘리는 공사를 하고 있으며 우기 중 2만 2000㎥의 빗물을 담을 수 있는 임시 빗물 저류조도 설치한다. 또 광장 지하 40m에 길이 2㎞의 ‘대심도 빗물배수터널’을 뚫는 공사도 2013년까지 마칠 예정이다. 시는 오는 15일부터 10월 15일까지 운영하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기존 4개 조 2교대 방식에서 6개 조 3교대 방식으로 확대 개편하고 재난상황팀을 신설했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
  • “은평 한옥마을에 뉴욕한인회 투자”

    “은평뉴타운은 교통문제를 먼저 해결해야지, 이대로 한옥 단지를 만들면 재산가치를 확보할 수 없다.”(지역 주민) “택지의 평당 가격을 1000만원으로 예상했는데, 70평이면 7억원이다. 너무 비싸게 판매하는 것 아니냐. 또 한옥 건축비가 1평당 900만원이면 부자들만 분양받을 수밖에 없다.”(일반 분양자) 지난달 25일 은평구청 대강당에서 은평뉴타운 내 단독주택지를 한옥 주거지로 조성하기 위한 설명회가 열렸다. 구민뿐만 아니라 한옥에 관심이 있는 참석자 300여명이 행사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시행사인 서울시 SH공사 관계자와 은평구 공무원에게 날카로운 질문이 쏟아졌다. 은평 진관사 부근의 뉴타운은 저층으로 조성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왕이면 생태공원과 저수지를 개발하고, 한옥박물관을 유치하는 등 전통의 멋이 살아 있는 한옥밀집 주거지를 만들자는 게 김우영 구청장의 구상이다. 그러면 북한산과 천년 사찰인 진관사 등이 어우러진 훌륭한 관광자원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 구청장은 “서울시와 SH공사가 한옥마을을 건설하기로 하면 뉴욕 한인회에서도 1인당 10억원씩, 50여명이나 투자할 의사가 있다는 내용의 의향서를 보내왔다.”고 밝혔다. 오랫동안 미국에서 이민자로 살아온 교포들은 귀국해서 고향집에 머물 듯 2~3개월쯤 거주하고, 다른 한편으로 임대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는 한옥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김 구청장은 “서울시에서 한옥 밀집 주거지 개발에 대한 견해를 늦어도 6월쯤 결정해 주면, 7월 초 뉴욕에 가서 정식으로 투자협정을 맺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뮤지컬 리뷰] ‘젊음의 행진’

    [뮤지컬 리뷰] ‘젊음의 행진’

    40~50대에게 추억의 ‘세시봉 다방’이 있다면 1980년대에 태어나 만화 ‘영심이’를 즐겨 본 20~30대에겐 ‘젊음의 행진’이 있다. 바투 잡아맨 머리에 빨간 리본 끈을 동여맨 채 붉은 동그라미 무늬의 노란색 티셔츠를 입었던 만화 속 영심이는 어느덧 ‘8090 콘서트 젊음의 행진’ 기획자로 성장했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아티움 현대아트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젊음의 행진’ 얘기다. 영심이를 졸졸 따라다니던 일편단심 ‘왕경태’는 의젓한 직장인이 됐다. 만화 속 못생긴 왕경태를 떠올린다면 오산이다. 그는 라식수술을 했고, 성형수술을 한 것처럼 미남이 되어 나타났다. 캐스팅 별로 편차는 있지만 평균 신장도 180㎝다. 서른세 살의 오영심. 천방지축에 정신없고 실수가 잦은 건 어린 시절과 다를 게 없다. 왕년의 유명 가수인 형부 ‘이상우’와 함께 기획한 콘서트 리허설 도중 대형 정전 사고를 겪는다. 이때 전력회사에 다니는 왕경태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그는 멋진 흑기사처럼 문제를 단숨에 해결해 준다. 이 과정에서 서로의 마음을 10년 만에 확인하게 되는데…. 전형적인 ‘주크박스(동전을 넣으면 노래가 나오는 기계) 뮤지컬’인 ‘젊음’은 1980∼90년대 히트곡들을 아낌없이 들려준다. 학창시절로 돌아가 영심이가 친구들과 함께 부르는 ‘공부합시다’(윤시내)를 비롯해 룰라의 ‘날개 잃은 천사’, 김건모의 ‘핑계’, 박미경의 ‘이유 같지 않은 이유’, 강수지의 ‘보랏빛 향기’ 등이 쉼 없이 무대를 달군다. 흥미로운 점은 주연보다는 조연이 무대를 장악하며 이끌어 간다는 데 있다. 얼마 전 종영한 KBS ‘드림하이’에 나왔던 전아민은 효성여고 퀸카 ‘이상남’으로 등장한다. 남자이지만 치골(골반뼈)을 자신 있게 드러내며 여자보다 더 섹시하게 춤을 춘다. 그가 한쪽으로 늘어뜨린 머리를 음악에 맞춰 상큼하게 뒤로 넘길 때마다 객석은 자지러진다. 그러다 보니 주연인 오영심과 왕경태가 묻히는 느낌이다. 연기와 가창력이 수준 이하인 몇몇 배우들도 아쉬움을 키웠다. 6월 26일까지. 3만~7만원. (02)738-8289.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경제 브리핑] 4월 수출액 497억弗… 月 최고기록

    지식경제부는 4월 수출액이 497억 73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6.6% 증가, 월간 수출액 최고기록을 경신했다고 1일 밝혔다. 수입은 439억 5100만 달러로 23.7% 증가했으며, 무역수지는 58억 2300만 달러 흑자로 파악됐다.
  • 달러 약세에 신흥국 통화 ‘중병’

    달러 약세에 신흥국 통화 ‘중병’

    중국과 브라질 등 신흥국의 달러 대비 환율이 약(弱) 달러와 풍부한 달러 유동성의 영향으로 기록적인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 위안화 환율은 1993년 이후 1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말레이시아 링깃화는 1997년 이후 달러화 대비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도 달러당 1060원대를 위협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 연말까지 신흥국 통화의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8일 1071.2원으로 마감해 2008년 8월 22일(1062.5원)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위안화 환율의 하락 속도는 더욱 가파르다. 그동안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달러당 6.5위안이 무너졌다. 위안화 환율은 지난달 29일 오전 한때 달러당 6.4962위안을 기록, 1993년 이후 가장 낮았다. 위안화는 지난해 6월 9일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 환율 변동폭을 확대한 이후 5%가량 떨어졌다. 브라질 헤알화 환율도 지난달에만 3.56% 하락해 지난해 9월(3.7%) 이후 7개월 만에 월간 최대폭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호주 달러화 환율도 지난달 27일 달러당 0.9262호주달러를 기록해 1983년 12월 변동환율제 도입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 말레이시아 링깃화 환율은 지난해 12월 말 대비 3.8%, 인도네시아 루피화는 4.6%, 태국 밧화 환율은 0.8% 하락했다. 국제금융센터 측은 “이미 역사적 강세 수준에 도달한 아시아 통화의 환율이 최근까지도 큰 폭의 조정 없이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흥국 통화의 동반강세 배경으로는 ▲미 달러화 약세와 풍부한 달러 유동성 ▲경기 회복세에 따른 외국자본의 유입 지속 ▲당국의 인플레 압력 대응을 위한 환율정책의 변화 등이 꼽혔다. 특히 아시아 통화의 초강세를 주도해온 국가 상당수가 대규모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어 이들 국가의 환율 하락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향후 환율 전망도 강세가 예측되고 있다. 이들 국가의 경상수지 흑자가 확대되고 있으며, 물가를 잡기 위한 당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저(低)환율 정책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다만 환율 조정 심리와 고(高)유가에 따른 경상수지 악화 가능성, 오는 6월 말 2차 양적완화 종료에 따른 미 달러화의 약세 둔화 등으로 신흥국의 환율 하락은 어느 정도 속도 조절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 달러의 유동성 축소 시기와 미 연준의 금리인상 시기에 따라 신흥국 통화의 약세 전환이 결정될 것”이라면서 “올해 말 미국의 출구전략에 대한 기대감이 점차 확산되면서 신흥국의 통화 가치가 꺾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우리나라 정부는 원화 강세와 고유가 등으로 지난해 말 5%로 제시했던 경제성장률을 4% 후반으로 낮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물가도 당초 3% 전망에서 3% 후반대로 수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인사]

    ■헌법재판소 ◇신규 임용 △헌법재판연구원 교수 이영민 (5월 1일 자) ■문화체육관광부 ◇과장급 파견 △국가브랜드위원회 이병국△2012세계자연보전총회조직위원회 김일환 ■국토해양부 ◇과장급 전보 △국토해양인재개발원 교육과장 유세형△국립해양조사원 해도수로과장 안영길△남해해양조사사무소장 최창섭△중앙해양안전심판원 조사관 김해광△부산지방해양안전심판원 수석조사관 심성태△공공주택건설추진단 파견 곽민희 ■법제처 ◇과장급 전보 △사회문화법제국 법제관 손대수△법령해석정보국 수요자법령정보과장 배지숙△제주특별자치도 파견 이정규 ■새마을운동중앙회 ◇승진 △기획조정국장 이종열△경영관리실장 박영묘△기획조정국 기획부장 홍지영△부산광역시지부 사무처장 이희영 (5월 1일 자) ■양산부산대병원 △원장 최창화△진료처장 이준우△중앙수술부장 신상욱△응급의료실장 류지호△교육연구〃 강대환△홍보〃 이창형 ■국민은행 ◇부점장급 승진 △수지상현지점장 이석배△아중〃 백진호◇부점장급 전보△내손동지점장 최병용△기업여신심사부 수석심사역 엄완용 ■한국씨티은행 ◇전보 △광명지점장 사공수△안산〃 조강섭△테헤란로기업금융〃 심삼수△한남동지점 개설준비위원장 정홍
  • 돈 드는 ‘선심성 일방 입법’ 막는다

    정부가 내년 총선과 대선 등 정치일정에 따라 예산을 동반하는 선심성 법률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일방적 입법 추진을 방지하는 노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내년 나라 살림은 ‘2단계 서민희망 예산’으로 편성, 일을 통해 빈곤에서 벗어나는 ‘일 친화적 복지체계’를 갖추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28일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내년 예산안 편성지침과 기금운용 계획안 작성지침을 의결하고 이달 말까지 각 부처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정부는 균형 재정 회복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 입법정책협의회’를 강화, 예산을 수반하는 법률의 일방적 추진을 적극 예방하기로 했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지방자치단체 보조사업 존치평가(보조금 일몰제)를 통해 성과가 미흡한 사업은 없애거나 예산을 깎을 방침이다. 내년에도 총지출 증가율을 총수입 증가율 보다 2~3%포인트 낮게 설정해 운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매년 관리대상수지(재정) 적자를 줄여 2013~2 014년에는 균형재정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그러나 내년에 4대강 사업 등 국정과제 마무리에 대한 지출소요 확대와 취득세 인하 보전, 구제역 매몰지 상수도 확충 등 돌발 요인이 발생해 상황이 녹록지 않은 상태다. 내년 예산 배분은 ▲일과 사람 중심의 삶의 질 선진화▲녹색 성장과 미래대비▲국민안전 및 국격 제고 등을 중심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예산에 중점을 뒀던 보육과 특성화고, 다문화 가족 등 서민희망 3대 과제를 완결(1단계)하고 서민과 취약계층에 대한 맞춤형 지원(2단계)을 보강할 방침이다. 장애인 등 취약계층별 맞춤형 일자리 제공을 확대하고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보육서비스가 확충된다. 일본 대지진과 금융회사 해킹 등을 계기로 국민안전에 대한 투자도 확대된다. 북한의 국지도발에 대응하는 전력투자를 강화하고 지진과 홍수 등 대형 재난에 대비한 예방투자가 확대된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경제브리핑]

    3월 경상수지 흑자 14억달러 3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14억 3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2월(-3억 6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한 이후 13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 갔다. 4월엔 외국인 배당금 지급으로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줄겠지만 적자를 기록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은행이 28일 내놓은 ‘3월 국제수지 동향’(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14억 3000만 달러로 전월보다 3억 달러 증가했다. 이에 따라 올 1분기 흑자 규모는 27억 2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흑자 규모가 늘어난 것은 수출 호조로 상품수지가 개선된 데 따른 것이다. 상품수지는 원유 등 석유 제품과 선박 수출이 증가해 흑자 규모가 28억 6000만 달러로 전월보다 13억 3000만 달러 확대됐다. 시중은행 1분기 실적 크게 늘어 시중은행들의 1분기 실적이 전분기보다 큰 폭 증가했다. 전분기 3409억원의 적자를 냈던 KB금융은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IFRS)으로 1분기 757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영업실적 개선과 함께 주택기금소송 승소에 따라 환급받은 수수료 1376억원이 반영됐다. 우리금융의 1분기 순익은 5407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 350억원의 15배를 웃돌았다. 우리금융의 3월 말 현재 자산은 지난해 말보다 20조원 늘어난 346조원으로 KB금융 자산규모 344조 8000억원을 앞질렀다. 앞서 실적 발표를 한 하나금융은 3895억원의 순익을, 기업은행은 5134억원의 순익을 1분기에 거뒀다고 공시했다.
  • 이재오 “강남 출신 분당주민, 용인수지 가는 통에…”

    이재오 “강남 출신 분당주민, 용인수지 가는 통에…”

    28일 오전 5시 45분 서울 은평구 구산동 주택가. 골목 막다른 집의 남색 대문이 열리더니 서류가방을 손에 든 이재오 특임장관이 걸어 나왔다. 이 장관은 지난해 8월 취임한 이후 매일 같은 시간 집에서 나와 연신내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세종로 정부중앙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40여분 동안 동행한 이 장관의 출근길은 어느 때보다도 무거운 분위기였다. 얼굴에는 트레이드 마크인 ‘함박웃음’보다 쓴웃음이 더 자주 스쳐 갔고, 가라앉은 목소리에서는 전날 재·보궐선거에서의 뼈아픈 패배감이 묻어나는 듯했다. 이 장관은 이번 재·보선 내내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거 초반에는 ‘정운찬 분당을 출마설’의 배후로 지목됐다. 막판에는 친이계 모임을 주도해 선거전략을 논의하고, 경남 김해을 지역의 동향을 파악한 특임장관실 직원 수첩이 발견되면서 선거개입 논란에도 휘말렸다. 그런 이 장관에게 “선거 결과가 생각대로 나온 것이냐.”고 어렵게 첫 질문을 던졌다. 대답 대신 한숨만 내쉰 이 장관은 “참, 우리 기초단체장은 어떻게 됐느냐.”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전날 격전지 결과를 주시하느라 다른 지역은 신경 쓸 여유도 없었던 것처럼 보였다. 김해을에서 당선된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의 ‘나홀로 선거운동’을 언급하자 “나처럼 선거운동을 한 사람만 됐네.”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당색’을 뺀 덕분에 당선될 수 있었던 아이러니를 지적하자 이 장관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특임장관실 수첩과 관련해 김 후보의 당선으로 책임론을 빗겨간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나도 이야기가 나온 뒤 출장부를 가져오라고 해서 확인하고 알았는데, 시민사회팀장이 원래 현안이 있는 곳에 가서 민심을 듣고 오는 일을 하는 자리”라면서 “선거에 개입한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야당에는 충분히 호재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분당을에서의 패인은 젊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분당의 주민 구조가 옛날 같지가 않다. 전에는 강남에 살던 사람들이 많이 와서 살았는데 이제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용인 수지 쪽으로 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이렇듯 지역구 유권자 구조에 큰 변화가 생기면서 40대 이하 젊은 사람들이 68%를 차지하게 됐다. 그 사람들 절반만 투표한다고 해도 34%인데, 못 당한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지금 서울도 40대 이하 유권자가 많다.”는 설명에서는 내년 총선에 대한 위기감도 느껴졌다. 이에 한나라당의 ‘젊은층 공포증’을 꼬집자 “당연히 같이 안고 가고 싶지만 쉽지가 않다. 싫어하는 이유가 있으면 그 이유를 찾아서 없애면 되는데, 젊은 사람들이 한나라당은 그냥 싫다고 하니… 이유를 찾아봐야지.”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을 분당을 후보로 염두에 뒀던 것으로 알려진 이 장관에게 강재섭 후보가 인물론에서 뒤진 것 아니냐고 ‘유도심문’을 던졌다. 수차례 질문에도 묵묵부답이던 그는 “분당을은 토박이 이런 것도 없으니까….”라고만 답했다.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언급하자 “지도부에서 적절히 알아서 대응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선거의 승자는 역시 손학규 대표인 것이냐.”는 질문에 이 장관은 “손 대표가 이제 완전히 민주당 사람이 된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로 인한 대권구도 변화에 대해서는 “대선이 아직 2년이나 남았고, 그 사이 또 정치지형이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라면서 “이번 선거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출근길 내내 이 장관은 “한나라당이 잘해야 한다. 정말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기든 지든 민심을 정말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도 했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되뇌이듯 같은 말을 몇번씩 반복했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 우리가 깨지고, 내가 들어온 선거에서 우리가 확 뒤집지 않았느냐. 그런데 1년 만에 또 이렇게 뒤집히고…. 민심이 참….” 이 장관이 지하철을 기다리며 푸념하듯 내뱉은 ‘민심’의 무게는 어느 때보다도 무거워 보였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직장인들은 건보료 인상 폭탄 맞았는데…

    4월 급여에서 직장인들의 4월 건보료 정산액이 1인당 평균 6만 7000원가량 추가 부과되면서 직장인들이 ‘건보료 폭탄’을 맞았다며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건보 재정이 당기 수지 균형(적자 0원)을 이룰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와 정부의 건보료 인상 논리가 무색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6일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올해 건보 재정 당기 적자가 513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지난해 기업들의 실적 호전으로 성과급과 상여금이 대폭 늘어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올해 직장 가입자의 성과급과 상여금으로 인한 건강보험 정산분은 1조 4500억원 수준으로, 정부 예상보다 2000억~3000억원이 늘어났다. 역대 최대 규모다. 공단은 적자를 줄이기 위해 3800억원의 지출을 줄이는 방안을 확정했다. 결국 건보료 추가 수입 2000억~3000억원과 3800억원대의 지출 억제 계획이 맞물리면 올해 당기 수지 균형도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정부 건보 예산지원 ‘발등의 불’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 대책의 핵심은 ‘누군가는 불이익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국민은 물론 의료계, 제약업계 등 모든 분야가 타깃이 될 수 있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정부 예산 지원 문제다. 2001년 건강보험 재정위기가 닥치자 국회는 ‘건강보험 재정건전화 특별법’을 통해 건강보험 재정의 50%를 국고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2006년 다시 법을 개정해 건보재정의 20%를 국가에서 지원하도록 했지만 국고지원 유효 기간이 올해로 만료된다. 법을 개정하지 않는다면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복지부와 건보공단은 지난해 술에 대한 ‘목적세’ 신설을 제안했다. 지난해 1조 3000억원 규모의 당기적자가 발생했지만 주류 목적세가 신설되면 당분간 재정 적자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계산에서다. 그러나 현재 건보재정에 투입하고 있는 담배부담금조차 본래 목적인 ‘건강증진’보다 ‘재정안정’ 목적으로 유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이어서 세목 신설에 따른 반발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건보공단이 추진하는 ‘피부양자 인정 개선’ 대책이나 연금과 금융 및 임대소득에 대한 건강보험료 부과 방안도 마찬가지다. 의료·제약업계와 관련된 재정안정화 방안은 더 강한 파열음을 낼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은 향후 5년간 단계적으로 건강보험 재정 절감을 위해 5대암(위암·간암·대장암·폐암·유방암)과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에 대한 의료기관별 진료 평가를 진행할 계획이다. 의료기관 질 평가에 따라 건강보험 진료비를 차등지급하기 위한 근거 자료를 확보하는 작업이다. 뿐만 아니라 연간 총진료비를 예상해 병·의원·약국 등과 수가계약을 맺는 ‘총액계약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런 방안은 의료계의 수입 감소와 직결될 수 있어 의료단체들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다. 특히 대한의사협회 등 병·의원 단체는 “총액계약제를 도입하면 작은 병·의원은 파산할 수밖에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제약업계도 최근 복제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약가가 품목에 따라 최대 20%까지 인하될 것이라는 관측을 두고 집단 반발할 태세다. 이런 가운데 건강보험 재정수지는 올 1월 2942억원의 적자를 낸 뒤 2월에는 1381억원, 3월에는 776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올해 재정적자 예상 규모는 지난해 1조 3000억원 수준에서 현재는 3000억원 수준으로 조정됐다. 지난해 기업들의 성과급 지급이 많아 건보료 수입이 늘었고, 재정위기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건보료 지출이 줄어든 것이 주요인으로 분석됐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도심속 허파를 찾아서] (2) 서울 숲 & 북서울 꿈의 숲

    [도심속 허파를 찾아서] (2) 서울 숲 & 북서울 꿈의 숲

    2005년 문을 연 ‘서울 숲’과 2009년 개장한 ‘북서울 꿈의 숲’은 도심 내에도 대규모 숲 조성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이들 도시 숲은 낙후 지역의 새로운 활력소가 됐을 뿐만 아니라, 경마장과 놀이시설이라는 제한된 공간을 시민의 쉼터로 되돌려 놓았다. 서울 숲과 꿈의 숲은 목적은 같지만 형태는 전혀 다르다. 서울 숲은 인위적으로 숲을 조성한 평지형 생태공원인 반면, 꿈의 숲은 구릉(산지)형으로 다양한 문화·편의시설이 들어선 종합 레저공원이다. ●회색도시에 활력 주는 ‘서울의 센트럴파크’ 서울 숲(115㏊)은 추억이 깃든 곳으로 뚝섬유원지와 서울경마장, 체육공원 등의 이름을 달고 시민들과 호흡하며 변천해 왔다. 물놀이와 백사장을 제공했던 휴양지에서 고밀도로 개발된 회색도시에 활력을 주는 ‘센트럴파크’로 탈바꿈했다. 서울 숲은 2005년 6월 18일 개장했다. 주거업무 지역으로 개발시 약 4조원의 반사 이익이 기대되는 곳을 2352억여원을 더 들여 숲으로 만들었다. 사업비의 72%인 1698억원이 보상비로 들어갔다. 2004년 조성 당시 생명의 숲 공동대표로 사업에 참여한 이돈구 산림청장은 “지자체의 결단과 ‘시민의 힘’이 더해져 전례가 없던 역사를 만들어 냈다.”고 평가했다. 서울 숲은 시설물을 최대한 배제한 생태공원이다. 이곳에는 90여종 45만여 그루의 나무가 심어졌는데 소나무·느티나무·참나무·산벚나무 등 한국 고유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식물의 생장에 저해되지 않도록 가로등 조도 역시 최대한 낮췄다. 문화예술공원과 생태숲, 체험학습원, 습지생태원, 한강수변공원 등 5개 테마공원으로 구성돼 있다. 생태숲은 야생동물이 서식할 수 있도록 조성돼 꽃사슴과 고라니 등을 사육한다. 꽃사슴을 보며 472m의 보행다리를 걷다 보면 한강 선착장이 나온다. 방문객은 지난해 기준 주중 8만명, 주말 15만명 등 700만명이 찾았다. 입장료로 1000원만 받더라도 연간 70억원의 수익이 발생하는 셈이다. 서울 숲은 조성부터 운영까지 시민들이 참여했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 70여개 기업과 5000여명의 시민이 나무(12.2㏊)를 심었다. 지난해 태풍 곤파스로 수목이 쓰러졌을 때도 43개 기업과 단체, 18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해 정상화시켰다. 현재 시설 관리는 서울시, 이용 운영은 서울그린트러스트가 맡고 있다. 박양미 서울숲사랑모임 간사는 “10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가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면서 “올해부터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구대학 김인호(환경조경과) 교수는 “도시 숲은 토지매입비와 조성비가 들었지만 가치는 훨씬 크다.”면서 “서울 숲은 조성부터 운영까지 시민이 참여한 국가대표 모델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도시 숲의 새 모델 ‘꿈의 숲’ 2009년 10월 17일 개장한 ‘북서울 꿈의 숲’(66㏊)은 대도시의 새로운 도시 숲 모델이다. 강북지역 대규모 놀이시설인 드림랜드를 지자체가 매입해 도시 숲으로 만들었다. 비싼 땅값으로 부지 확보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숲을 조성한 것이다. 강북·성북·도봉·노원·동대문·중랑구 등 6개 지역은 서울 면적의 22.3%, 인구는 267만명으로 25.5%를 차지한다. 하지만 이 지역은 기존 도시 숲이 한강을 중심으로 동서축에 밀집돼 소외지역으로 꼽혔다. 꿈의 숲은 문화와 공연이 어우러진 숲을 컨셉트로 한다. 여가 공간 확충과 문화적 수요를 충족시킨다는 취지로 전체 65%를 차지하는 산림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놀이공원 부지에 다양한 시설물을 조성했다. 대형 잔디공원인 청운답원과 월영지(연못), 월광폭포, 단풍숲, 사슴동산 등 걸으면서 감상할 수 있는 조경시설이 즐비하다. 특이하게 미술관을 비롯한 공연장·아트센터·갤러리·레스토랑 등도 운영되고 있다. 숲 관리는 서울시, 공연시설 운영은 세종문화회관이 맡고 있다. 총사업비 3339억원 가운데 70.5%인 2356억원이 보상비로 들어갔다. 꿈의 숲은 주중 3000~1만명, 주말과 휴일에는 2만~5만명이 방문하는데 인근 주민이 대부분이다. 벚꽂이 만개한 지난 16~17일에는 12만명이 공원을 찾았다. 49.7m의 전망대는 특이한 구조와 드라마 ‘아이리스’ 촬영지로 입소문이 나면서 명소가 됐다. 꿈의 숲 관리사무소 서상길 팀장은 “수락·도봉·북한·불암산 등 강북의 4대 명산을 조망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며 “풍수지리의 교과서 같은 지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숲의 생태적 역할 아직은 기대 못미쳐 서울 숲과 꿈의 숲에 울창한 숲은 없다. 원시 형태의 숲을 기대했던 건 아니지만 시설물이 많아 숲보다 공원에 가까웠다. 휴식공간을 제외하고 맑은 공기와 물을 생산하는 숲의 생태적 역할과 목재생산 등을 기대하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편의시설 요구를 거부할 수 없는 한국 정서가 반영돼 숲과 나무가 적고 시설물들이 많아 숲치고는 너무 황량하다는 느낌도 든다. 접근성도 좋지 않은 데다 주차난도 심각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는 취지였으나 가족단위 이용객이 많아지면서 주말 도시 숲 주변은 주차장으로 변한다. 이와 함께 서울 숲은 토질문제가 제기되고 초기 양묘장에서 묘목을 옮겨와 생육상태가 좋지 않다. 꿈의 숲에는 나무를 심을 공간이 충분치 않다. 김인호 교수는 “우리나라의 도시 숲은 공원·경관적인 이미지와 이용자 편의가 부각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시설물이 많다.”면서 “현재보다 10년 후 더 아름다운 도시 숲의 형태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저자와 차 한잔] ‘빗물과 당신’ 펴낸 빗물 전도사 한무영 교수

    [저자와 차 한잔] ‘빗물과 당신’ 펴낸 빗물 전도사 한무영 교수

    지난 21일 서울신문사 1층 카페에서 만난 그와의 인터뷰도 차라리 빗물 전도에 가까운 자리였다. “빗물은 돈입니다. 천박하게 들릴지는 몰라도….” 잘만 쓰면 복이요, 행운인데 가치를 몰라 흥청망청 낭비하고 있다는 지론이다. 그 빗물 예찬의 바탕엔 중앙 집중식 물 관리의 모순과 위험에 대한 증오 수준의 반감이 있다. “강물을 모아 식수며 생활용수·산업용수를 대주는 댐 같은 집중식 물 관리는 천문학적 비용을 감수해야 함은 물론 붕괴 같은 큰 위험을 예고합니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는 말이지요. 빗물은 어디서든 모을 수 있고 간단한 시설만으로 손쉽게 쓸 수 있으니 이보다 더 큰 하늘의 선물이 어디 있습니까.” ●방사능비 우려는 시대착오적 오류 세상에서 가장 깨끗하고 맑은 물이라는 그의 빗물 예찬에 지금의 산성비며 방사능비는 큰 방해의 요인일 터. 한 교수는 그 산성비, 방사능비는 괴담 수준의 시대착오적 오류일 뿐이라고 잘라 말한다. “빗물에 먼지며 불순물 같은 성분이 섞여 있다 해도 땅에 떨어지면서 중성, 알칼리성으로 변하는 사실을 외면한 여론몰이에 불과합니다. 생태 환경과 오염에 일찍 눈떴던 서구며 이웃 일본조차도 산성비 운운하는 데엔 생뚱맞다는 반응인데….” 서울대 토목공학과 학사와 석사,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학 박사 학위를 받은 토목 전공자. 이력을 보자면 천연의 빗물 예찬이 아닌, 대규모 댐이며 토목사업에 더 천착해야 할 것 같은 인물이다. 수(물)처리 전문가로 살던 그가 생각을 바꾼 건 2000년 봄 큰 홍수가 났을 때였다. “여기저기서 홍수 대책을 요구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에 크게 좌절했습니다.” 논문 한편 쓰기보다 현실 문제를 푸는 생활 도우미로 살겠다는 생각에 빠져 있던 중 우연히 빗물에 눈을 돌리게 됐단다. ●서구식 중앙집중 물 관리 집착은 모순 사실 이 땅의 물 관리는 그 어느 나라보다 앞선 것으로 인정받는다. 멀리는 고조선의 홍익인간 이념이 그렇고 삼국시대 대형 저수지며 조선시대 측우기뿐 아니라 지금 행정단위인 동(洞)에도 다름 아닌 물의 공동 이용과 관리 개념이 배어 있다고 한 교수는 말한다. 연중 고르게 비가 내리는 지역과는 달리 단기간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한반도의 강수에 대비한 지혜다. 그런 탁월한 대비의 지혜를 제쳐둔 채 굳이 서구식 중앙 집중의 물 관리에 매달림은 모순이라는 말이 괜한 것일까. ●스타시티 빗물시설 각국에서 벤치마킹 그의 빗물 전도의 결실은 이미 곳곳에 스며 있다. 2002년 의왕시 갈뫼중학교에 설치한 빗물 수집·이용 시설이며 직접 설립한 서울대 빗물연구소를 통한 서울대 건물들의 빗물 시설 마련, 서울 광진구 주상복합 건물인 스타시티의 3000톤짜리 빗물 시설…. 스타시티엔 빗물 시설을 벤치마킹하려는 각국의 전문가가 몰려들고 있으며 그 성과는 2008년 국제물학회지 커버스토리에 ‘미래형 물 관리 모델’로 소개됐다. 47개 지방자치단체에선 앞다투어 빗물 관련 조례를 만들거나 설치할 움직임을 보인다. 그럼에도 우리가 받아들여야만 할 천혜의 자원이라는 빗물은 여전히 홀대와 기피의 대상이다. 이는 상식을 외면하는 태도와 물 처리 관련 이익집단의 ‘물의 장벽’이 큰 요인이라고 한 교수는 거듭 지적한다. “이제 불쏘시개는 마련됐고 불만 지피면 된다.”는 한 교수. 그의 ‘빗물 바이러스’는 언제쯤 폭넓은 결실을 볼 수 있을까.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美 신용등급전망 하향 파장] ‘美 신용등급’ 中에 달렸다

    지난해 타이완에 대한 미국의 군사무기 판매 등으로 미·중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중국의 국수주의 매체인 환구시보 등은 “당장 미국 국채를 내다 팔아 미국에 본때를 보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2월 말 현재 1조 1541억 달러로 세계 최대 미국 국채 보유국인 중국이 미국 국채를 대거 시장에 내놓으면 당장 미국은 큰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실제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이 한 걸음만 내디뎌도 세계의 미국 국채시장은 요동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미국의 재정 운명이 중국 손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최근 들어 중국의 움직임에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중국은 지난 2월 미국 국채 보유 규모를 6억 달러 줄였다. 지난해 11월 112억 달러, 12월 40억 달러, 지난 1월 54억 달러를 줄인 데 이어 연속 4개월째 시장에 내다 팔았다. 3월 말 현재 3조 447억 달러로 역시 세계 1위인 외환보유고 규모를 축소하려는 움직임도 엿보인다.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 저우샤오촨(周小川) 행장은 18일 칭화대에서 열린 금융고위포럼에서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합리적 수준을 넘어섰다.”며 외환보유고 과잉누적 현상을 바로잡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저우 행장은 “외환이 너무 많이 누적돼 시중 유동성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토로했다.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지난해 6월 말 2조 달러를 넘어선 지 1년도 채 안돼 1조 달러가 늘어나는 등 폭증 추세다. 무역수지 흑자와 외국인 직접투자 외에 위안화 가치상승 이익을 노린 국제 핫머니가 대거 유입되고 있는 탓이다. 중국의 외환보유고 가운데 달러화 자산은 미국 국채를 포함, 70%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중국이 미 국채를 한꺼번에 내다 팔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달러화를 대체할 투자 수단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중국은행 외환 애널리스트인 주칭푸(朱靑浦)는 “세계 최대 경제체인 미국의 채권시장은 규모도 가장 크고, 유동성도 가장 활발하다.”면서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미 국채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국 내부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비유해 “중국이 미 국채의 인질이 됐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美 신용등급전망 하향 파장] 한국재정 ‘양호’

    우리나라의 재정 상태는 현재는 양호한 수준이다. 다만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 늘어나는 복지 관련 비용 등으로 재정건전화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는 것이 국제기구의 지적이다. 1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재정적자(관리대상 수지 기준)는 13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1.1% 수준이다.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을 포함한 통합재정수지는 16조 7000억원(GDP 대비 1.4%) 흑자다. 올해 정부의 예상치는 관리대상 수지는 25조원(2.0%) 적자, 통합재정수지는 5조 3000억원(0.4%) 흑자다. 전통적으로 흑자를 보이는 사회보장성기금은 정부 재원으로 쓰일 수 없다는 점에서 관리대상 수지가 정부의 재정 상태를 보다 정확히 보여 준다. 재정통계에 대해 새 통계방식을 적용하는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2.4% 재정흑자, 올해 2.5% 재정흑자다. 반면 주요 선진국들은 재정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재정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그룹에 속해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다음 해인 2009년 우리나라의 재정적자는 GDP 대비 5.0%였다.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재정을 대규모로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류성걸 재정부 2차관은 이날 서울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중남미 고위공무원 대상 국제세미나에서 “한국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개방경제로 외부 충격에 매우 취약하다.”며 “경제의 최후 버팀목으로 재정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웅기 상명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적자나 나랏빚은 현재가 아닌 미래를 위해 벌이는 논쟁”이라며 “복지 수요 증가로 사회보장성기금도 적자가 예상되는 만큼 재정건전성을 위한 노력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금강 바닷물 유통 갈등

    해상경계 조정에 따른 조업권을 놓고 대립각을 세웠던 충남과 전북이 이번엔 금강하굿둑 철거 문제로 또 충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09년 3월 정부의 입장 정리로 잠잠해졌던 금강하구의 해수(바닷물) 유통 논의가 최근 충남이 ‘금강비전기획위원회’를 출범시킨 데 이어 홍문표 농어촌공사 사장이 두 자치단체 입장을 동시에 반영시킨다는 것을 전제로 가능성을 내비쳐 다시 점화됐다. 충남도는 지난 12일 금강의 장기적인 발전정책을 기획하고 연구할 ‘금강비전기획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 위원회는 토목 및 환경공학, 사학, 행정학 등 이론 전문가 11명과 시민사회단체 등 현장 전문가 7명, 산하기관 관계자 4명 등 모두 22명으로 구성됐다. 금강하굿둑 해수유통을 집중 논의한 뒤 이를 다시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민 충남도 정무부지사는 “금강비전기획위원회가 금강하굿둑 개선 등 금강의 생태환경 보전과 발전방향을 제시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해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홍 사장도 지난 14일 충남도와 서천군이 정부에 건의한 ‘금강하굿둑 개선’과 관련, “공정성과 전문성을 가진 기관에 의뢰해 충남과 전북의 입장을 동시에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터라 전북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홍 사장은 대전 서구 둔산동 한국농어촌공사 충남지역본부에서 열린 ‘저수지 청정용수 확보와 수변개발 병행 성공 추진방안 토론회’ 참석에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같은 상황에선 충남·전북 간의 공방만 있을 뿐 해결방안을 찾기 어렵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어 “충남과 전북 양쪽이 추천하는 기관에 관련 내용의 연구를 맡기면 이 문제가 합리적으로 풀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전북도는 즉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전북은 금강하굿둑 건설로 생긴 금강호에서 농·공업용수를 취수하고 있어 해수유통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금강의 수질 악화 주요인은 상류인 대전~서천 간 금강 본류와 지류로 유입되는 생활오·폐수”라며 “해수유통으로 수질개선 해답을 찾으려는 것은 논리상 맞지 않다.”는 게 전북도의 주장이다. 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금강하굿둑은 정부가 1990년 농·공업용수의 원활한 공급과 홍수예방을 위해 충남 서천과 전북 군산 사이 금강 하구에 축조한 방조제로, 30m짜리 배수관문 20개를 갖추고 있다. 충남도는 하굿둑 일부를 헐어 바닷물을 드나들 수 있게 해야 금강을 살릴 수 있다며 하굿둑 개선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반면, 전북도는 철거하면 금강호 물을 지역의 농·공업용수로 조달하는 데 차질을 빚게 된다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편, 정부는 2009년 3월 금강호 관리개선방안 간담회에서 “금강에서 공급되는 농·공업용수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 없이 해수유통을 관철시킬 수는 없다.”면서 “충남도의 주장은 더 이상 논의 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이순신 장군 전사후 84일만에 장례…16년 후 이장했다”

    “이순신 장군 전사후 84일만에 장례…16년 후 이장했다”

    교육공무원이 이순신 장군의 장례 과정과 묘역에 관한 연구를 통해 ”전사후 84일만에 장례를 치렀고 16년 후 이장했다.”고 주장했다. 홍순승 충남도교육청 장학관은 16일 순천향대 이순신연구소가 펴낸 이순신연구논총에서 “이 충무공은 1598년 11월19일 노량해전에서 전사한 뒤 남해 고금도에 안치됐다가 고향인 충남 아산으로 운구돼 다음 해 2월11일 금성산에 안장됐다.”고 밝혔다. 장례가 늦게 치러진 것은 사후 선조로부터 우의정 벼슬을 받아 당상관에 오르면서 당시 법도(三月而葬)에 따라 3개월 후에 장례를 치렀기 때문이다. 첫 묘자리는 임진왜란때 명나라 장군 이여송의 참모로 왔다가 돌아가지 않고 귀화한 두사충(杜師忠)이 잡았다. 두사충은 박상의와 함께 조선시대 풍수지리의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홍 장학관은 “이 충무공이 이후 재평가를 받아 1604년 좌의정에 오르며 선무공신 칭호를 받자 후손들이 조정에 첫 장례가 전란 직후 예우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치러졌다며 이장을 상소했다.”면서 “첫 장례가 이뤄진지 16년 후인 1614년 일등공신에 걸맞은 크기와 이장절차를 거쳐 지금의 묘역인 어라산으로 옮겨졌다.”고 말했다. 이어 “정조(1793년)대에 이르러서는 영의정으로 또다시 오르면서 묘역에는 상석 및 향로석, 장명등을 비롯한 다양한 석물이 설치되고 정조가 친히 지은 글로 어제 신도비가 세워지면서 격이 한껏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그는 “근대에 이르러서는 이 충무공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더욱 활발해져 1908년 단재 신채호 선생에 의해 ‘성웅(聖雄)’ 칭호가 붙여진데 이어 제3공화국 시절 역사상 최고조의 평가에 오르며 묘역에는 나지막한 담(곡장)이 처지고 홍살문이 세워지는 등 왕가의 무덤(園) 수준에 이르게 된다.”고 밝혔다. 홍 장학관은 이 연구에 대해 “자료가 얼마 남아 있지 않아 초장과 이장의 정확한 내용을 규명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면서 ”이장과 확장 등 모두가 당 시대의 이 충무공에 대한 평가 실상이 그대로 반영돼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물가 올 3.9% 상승”…한은, 물가불안 내년까지 지속 전망

    “물가 올 3.9% 상승”…한은, 물가불안 내년까지 지속 전망

    물가 불안이 내년에도 계속된다. 내년엔 ‘근원인플레이션’(곡물을 뺀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핵심 물가)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앞지르는 보기 드문 역전 현상도 나타날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은행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당초 전망치(3.5%)보다 0.4%포인트 높은 3.9%로 상향 조정했다. 내년 물가도 지난해 12월 전망(3.2%)보다 높은 3.4%로 예상했으며, 근원인플레이션도 올해 3.3%, 내년 3.6%로 예측됐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는 110억 달러로 당초(180억 달러)보다 축소될 것으로 전망됐다. 경제성장률은 4.5%로 당초 전망치를 유지했다. 한국은행은 13일 이같은 내용의 ‘2011년 경제전망’을 발표했다. 경제 전망치가 대폭 수정된 배경에는 ▲미국 경제의 호조 ▲중동 불안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 ▲동일본 대지진 ▲국내 구제역 파동 등이 꼽혔다. 내년 물가도 심상찮다. 기조적인 물가 추이를 가리키는 근원인플레이션이 내년에도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이는 전반적인 물가 오름세가 올해보다 더 확대된다는 의미다. 근원인플레이션율은 보통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밑돌고, 변동성도 상대적으로 작은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두 지수가 올 4분기에 역전되고, 내년까지 이같은 추세가 이어진다. 한은은 근원인플레이션율이 올 상반기 3.1%에서 하반기 3.6%로 상승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같아진 뒤, 내년엔 연간 3.6%를 기록해 소비자물가 상승률(3.4%)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상우 한은 조사국장은 “우리나라는 그동안 근원인플레이션율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쫓아가는 모습을 보였는데 올 4분기부터 전세가 바뀔 것으로 본다.”면서 “국제유가 상승 등 공급적 충격이 일반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2차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종전 전망치인 180억 달러보다 축소된 110억 달러로 예상됐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4.5%로 유지했다. 상반기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8%에서 4.0%로 높였지만, 하반기는 5.0%에서 4.9%로 하향 조정했다. 한은 측은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이 3.0%로 종전보다 0.6%포인트 상향 조정되겠지만 국제유가 상승과 구제역 사태에 따른 부정적 영향 등으로 긍정적 효과를 상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간소비는 물가 상승에 따른 구매력 저하 등으로 증가 폭이 종전 4.1%에서 3.5%로 하향 조정됐다. 올해 취업자 수는 종전 전망과 같은 26만명 증가로 예상됐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우리처럼 작은 민족 뭉쳐야 살 수 있다”

    “우리처럼 작은 민족 뭉쳐야 살 수 있다”

    송암 김용섭(80) 전 연세대 사학과 교수가 자신의 삶과 철학을 정리한 회고록을 냈다. ‘김용섭 회고록-역사의 오솔길을 가면서’(지식산업사 펴냄)다. 학술원 회원인김 전 교수는 널리 알려졌듯 ‘자본주의 맹아론’ 혹은 ‘내재적 발전론’의 대부로 꼽힌다. ‘미디어를 통해 부풀려지지 않고서 스스로 일어선 우리 학계의 몇 안 되는 이론’이라는 극찬과, ‘한국 역사 학계의 숨은 신(神)’이라는 다소 부정적 평가가 공존한다. 어느 쪽이든 한번은 거쳐 가야 할 거대한 저수지임은 인정하는 셈이다. 그의 회고록이 학계의 지대한 관심을 끄는 이유는 간단하다. 김 전 교수는 학술이 아닌 다른 활동에는 인색하기 그지없다. 자신을 알리는 일은 더더욱 질색이다. 이런저런 공식석상에 얼굴 비추기를 극도로 꺼린다. 학술상 받는 것도 탐탁지 않아 한다. 언론 인터뷰는 당연히 사절이다. ●“대외활동은 賣名행위” 질색 문화공보부 장관을 지낸 사진작가 윤주영(83)씨가 각 분야 전문가 100명의 얼굴을 담아 사진집을 낼 요량으로 김 전 교수를 섭외했을 때 “딱 한장만”이라는 애원에도 매몰차게 거절한 일화는 유명하다. 논문 발표 외에 다른 곳에 이름이나 얼굴을 내미는 것 자체를 매명(賣名) 행위처럼 여긴다. 논문이나 책에 엄격하긴 매한가지다. 그러다 보니 논문은 한평생 70여편만 썼고, 저서도 그런 논문을 모아서 낸 8권의 책이 전부다. 학자들에게 흔히 지적되는 ‘자기표절’ 논란은 전혀 없다. 노() 학자에게 으레 있기 마련인 회갑이나 고희 논문집 같은 것도 없다. 제자인 김도형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외국 강연 기회도 숱하게 많으셨는데 일절 응하지 않으셨다.”면서 “만들지 말라고 말리시는 걸 억지로 만들어드린 게 정년논문집 딱 하나다.”라며 웃었다. 그런 그가 ‘맨얼굴’의 회고록을 냈으니 학계가 ‘사건’으로 부를 만하다. 하지만 막상 책을 펼쳐 들면 “김용섭답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회고록 2장 ‘해방세대의 역사공부’에서는 무려 30쪽에 걸쳐 참고 문헌 목록을 늘어놓았다. 일반 독자들에게는 ‘만행’에 가깝다. “내가 이런저런 자료를 봤으니 후학들도 한번 참고하라.”고 정색하고 말하는 모양새다. 김도형 교수는 “독자들은 아마 회고록 하면 수필 같은 것을 연상했을 텐데, 책을 펴보면 그동안 빠뜨린 부분을 보완한 논문집 같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책은 회고록임에도 1인칭 ‘나는’이 아닌, 3인칭 ‘김용섭은’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마저도 대상화시키고 객관화시켜 버린 셈이다. 풍문으로 전해 듣던 고집의 실체가 느껴져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용기를 내 인터뷰를 시도했다. 어렵사리 연결된 전화통화인데 “나설 만한 사람이 안 되고, 별 재미도 없는 사람이라…”며 금세 끊을 태세다.‘회고록까지 낸 마당에 기자와 인터뷰하는 사고도 한번 쳐야 하는 것 아니냐.’며 짐짓 호기 있게 공격했지만 “선배들은 예전에 어떻게 연구하고 살았는지 후학들에게 설명하는 것이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주변에서 하도 강권해서 어쩔 수 없이 쓴 것”이라며 “소개할 가치가 있다 싶으면 책을 다루시든가…”하는 답이 돌아온다. ●‘조선 후기 농업사 연구’ 압권 그의 대외활동 기피증에는 학문적 요인도 있다. ‘자본주의 맹아론’은 한국민의 자존심을 돋우어 준다는 점에서 인기가 있었을 법한데 그렇지 못했다. 선배 학자들의 연구가 ‘일제 관학(官學)식 실증주의(식민사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을 수반했기 때문이다. 비판 대상에는 내로라하는 한국사 대가들뿐 아니라 은사인 신석호(1904~1981) 선생마저 포함된다. 그럼에도 ‘한국 사학사’ 강좌를 열어 이런 비판적 주장을 펼치다 보니 길 가다 우연히 만난 선배 학자에게 외면도 당하고, 연구실에 도둑이 들기도 하고, 심지어 몇몇 선배들에게서는 “당신 민족주의와 내 민족주의는 다른 것 같다.”거나 “김 선생, 우리 이제 민족사학 그만하자.”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스스로도 회고록에 “대인 관계에서는 ‘조심조심’ 원칙을 잘 지켰으나 강의와 주장은 그렇지 못했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괘씸하고 방자하기 그지없었을 것…. 학문적 대의를 위해 보신의 지혜를 지키지 못했다.”고 썼다. “이후 사학사 관련 발언을 그만두고 농업사에만 집중하게 됐다.”고도 했다. 김 전 교수가 벌인 연구활동의 절정은 1970~71년 두권으로 나온 ‘조선 후기 농업사 연구’가 꼽힌다. 1960년대에 발표한 논문 18편을 묶은 책이다. 조선 후기 토지 대장인 양안과 호적등본에 대한 실증적 분석 결과를 통해 일제가 주장한 조선 타율성론과 정체성론을 비판했다. 컴퓨터도 없던 시절 일일이 모든 자료를 확인해서 분류한 뒤 다시 통계작업을 해야 하는 고된 과정이었다. “그때 함께해 준 대학원생들에게 미안하고 또 고맙다.”고 했지만 정작 그 자신도 20대 때부터 설과 추석 빼놓고 1년 363일 도시락 2개 싸서 연구실로 출근해서는 이를 싹 비우고서야 연구실을 나섰다. 1997년 연세대에서 정년 퇴임한 뒤에도 여전히 대학 부근 연구실에 도시락 출근을 하고 있다. 나이 탓에 다리가 불편해 요즘은 도시락이 한개로 줄었을 뿐이다. 탈민족주의와 식민지근대화론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논리를 펴는 진영은 김 전 교수의 논리가 치밀한 실증 작업에 기초하고 있되, 조선 후기 역사를 지나치게 도식화 혹은 과대포장했다고 비판한다. 의외로 대답은 선선했다. “그래서 회고록 부제가 ‘해방세대 학자의 역사연구 역사강의’잖아요. 저 같은 해방세대에게는 거기에 맞는, 또 필요한 관점이 있는 것이지요. 시대가 변했으니 그에 따라 또 다른 주장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겁니다. 다양한 문명의 교류를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지요. 다만, 우리처럼 자그마한 덩치의 민족일수록 뭉쳐야 살 수 있어요. 우리는 누구이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 질문을 놓치면 안 돼요.” 딸깍발이 노학자는 더 말할 게 뭐가 있냐는 듯,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용어 클릭] ●자본주의 맹아론(내재적 발전론) 일제 식민사학이 남긴 타율성론, 정체성론을 반박하기 위해 나온 주장. 식민사학은 조선에는 봉건제가 없었고 따라서 토지의 사적 소유나 화폐의 유통, 시장의 성장과 같은 현상이 확인되지 않기 때문에 근대 자본주의로 이행할 동력 자체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자본주의 맹아론은 조선 후기에도 토지의 사적 소유와 시장·상인·화폐 발달이 확인된다고 반박했다. 독자적인 자본주의 발전 가능성이 충분했는데 일제 침략에 의해 싹이 꺾였다는 주장이다.
  • 현대제철 “2013년 조강능력 세계 10위”

    현대제철 “2013년 조강능력 세계 10위”

    현대제철이 충남 당진 일관제철소 3고로 건설 공사에 본격 돌입, 연간 1200만t의 조강 생산을 위한 닻을 올렸다. 2고로 완공 3개월 만의 ‘초스피드 행보’다. 이를 통해 세계 10위권 제철업체로 도약하고, 최근 인수한 현대건설과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복안이다. 12일 현대제철은 박승하 현대제철 부회장 등 임직원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당진제철소 3고로 건설부지에서 ‘제철소 3기 건설 기공식 및 안전 선포식’을 가졌다. 현대제철 3고로는 연간 400만t의 조강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이다. 현대제철은 3조 2550억원을 투자, 2013년 9월 완공할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2고로를 완공하면서 연간 조강 생산능력을 800만t으로 확대한 데 이어 3고로가 완성되면 연간 1200만t의 쇳물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전기로 생산분 1200만t까지 합치면 전체 생산능력은 2400만t으로 확대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현재 생산 능력은 글로벌 제철 업계에서 20위권에 해당하지만 3고로가 완성되면 10위권으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또한 2고로를 완공한 지 불과 4개월 만에 3고로 공사에 착수하는 등 빠르게 생산 능력을 늘려 가고 있다. 이는 1·2고로를 조기에 안정화시킴에 따라 일관제철 사업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 그룹의 해외 공장이 신·증설되고 글로벌 철강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점도 생산시설 확충의 배경이다. 컨설팅회사 딜로이트 분석에 따르면 2008년 12억t 수준이었던 세계 강재 소요량이 2020년 18억t 정도로 확대된다. 특히 동남아 지역은 2015년 4600만t의 철강재를 수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3고로 건설에 따른 부수 효과도 상당하다. 현대제철은 3고로 건설에 따른 생산유발 효과는 7조 3840억원, 완공 뒤 운영에 따른 효과는 매년 8조 2790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7만명의 고용창출 효과도 기대된다. 여기에 3고로 생산 물량으로 연간 120억 달러 수준의 철강재 수입대체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현대제철은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열연강판 720만t, 후판 390만t 등 모두 1640만t의 철강 소재가 수입됐다. 특히 고급 철강 소재는 주로 일본에서 수입하면서 대일 철강무역 수지는 2008년 78억 달러, 2009년 64억 달러, 2010년 60억 달러 등 지속적으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현대차그룹의 일원이 된 현대건설과의 시너지 증대 역시 3고로 완공 효과로 빼놓을 수 없다. 현대건설은 최근 플랜트 수주 때 설계와 자금조달, 시공 등 전 과정을 도맡는 글로벌 설계·조달·시공(EPC) 업체로의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우수한 품질의 철강재 공급이 필수적인 만큼, 3고로 완공이 해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초고층 빌딩용 강재로 사용되는 후판과 열연강판 등 건재용 판재류의 수요 증가 역시 시너지 효과를 확대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 부회장은 “‘철강 현대’의 완성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2013년 현대제철은 글로벌 철강사로 도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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