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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리 백화점’ 안양대 총장 구속

    ‘비리 백화점’ 안양대 총장 구속

    경기경찰청 금융범죄수사팀은 10일 폐광 부지를 자신이 총장으로 있는 대학이 감정가보다 3배 이상 비싸게 매입하도록 한 뒤 거액을 받은 혐의로 안양대 김승태(54)총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서울신문 4월 13일자 16면> 또 각종 편의 제공 대가로 김 총장에 금품을 건넨 무등록 건설업체 대표 27명 등 모두 3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총장은 지난해 1월 구체적인 활용 계획 없이 연수원 부지 용도로 강원 태백시 소재 임야 2만 7000여㎡를 감정가(15억 9000만원)보다 3배 이상 비싼 54억원에 교비로 매입하고, 매도자로부터 7억 8000만원을 받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총장은 또 2009년 10월 납품대금이 20억 4000만원인 대학 홍보 인쇄물 구매를 L업체로 변경하도록 교직원에게 지시하고 이 업체 대표로부터 1억 7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10년 1월에는 대학 건축물 증축 공사를 나씨 소개로 만난 ㈜S건설이 낙찰받도록 입찰서를 미리 뜯어 보고 가격을 변경시켜 대학의 공정한 입찰을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09년 7월에는 공사 대금이 11억 1000만원인 행정실 및 화장실 공사를 대학 동창 부인이 대표로 있는 ㈜H디자인이 경쟁입찰 없이 수주하도록 편의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 밖에 이모(53)씨 등 무등록 건설업체 대표 27명은 2008년부터 지난 2월까지 이 학교로부터 46건(20억원 상당)의 시설물 증축 및 보수 공사를 수주해 공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김 총장은 연수원 부지 고가 매입 대가로 받은 7억 8000만원 중 일부는 아버지로부터 증여받은 돈이라고 주장하는 등 혐의를 일부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사학 비리가 대학의 재정부실과 등록금 인상으로 이어져 학생들이 경제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수사 결과를 교육과학기술부에 통보해 관련 제도가 개선되도록 할 예정이다.한편 교과부는 지난 7월 안양대학에 대한 종합감사를 벌여 연수원 부지 고가 매입 사실 등을 밝혀내고 김 총장에 대한 수사 의뢰와 관련 교직원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었다. 한상봉기자 hsb@seoul.co.kr
  • 1조3000억 규모 컨테이너선 잡아라

    1조3000억 규모 컨테이너선 잡아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4개국 6개 조선사가 총 1조 3000억원에 이르는 컨테이너선 수주전에 나섰다. 장기불황 속에서 한 해 농사와 맞먹는 대규모 물량이 한꺼번에 발주돼 연말 조선업계를 달아오르게 하고 있다. ●일단 국내 조선사들이 유리 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타이완의 양밍해운은 1만 4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10척을 발주하면서, 곧 금융권을 포함한 컨소시엄의 입찰서 제출을 공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밍해운은 세계 15위급 선사로, 최근 인천항을 기점으로 한 컨테이너선 신규 항로도 개설했다. 12억 달러(1조 2984억원) 규모로 예상되는 연말 수주전에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3사와 타이완의 CSBC, 일본의 이마바리조선, 중국의 난통코스코KHI 등이 불꽃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컨테이선의 규모는, 지난 7월 현대중공업이 그리스 선사로부터 수주한 1만 3800TEU의 경우 길이 368m, 폭 51m, 높이 29.9m로 축구장 4배 크기이다. ●자국 조선사 외면 못할 수도 수주 경쟁에서는 일단 국내 조선사들이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계 대형 컨테이너선 건조시장은 국내사들이 거의 장악하고 있는 데다, 최근 수주 실적이 양호했고 환율도 수출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7월 1만 3800TEU급 컨테이너선 10척을 모두 수주하는 기염을 토했다. 삼성중공업은 2010~2011년에 8000TEU급 컨테이너선 20척을 따낸 바 있다. 그러나 앞선 수주 실적이 기술력과 신뢰성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납품 일정 등에서는 신규 물량을 추가로 확보하는 데 반드시 유리하지만은 않다. 아울러 국내 업체들끼리 출혈 경쟁을 하다 수익성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는 따가운 지적도 나온다. 양밍해운이 자국 조선사인 CSBC를 마냥 외면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전에도 타이완 정부가 나서 CSBC의 수주를 지원한다는 의혹을 받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초대형급 컨테이너선 경쟁에서 현대중공업에 밀렸던 일본의 이마바리조선은 한발 앞서 파트너 선주사를 영입하고 연비를 향상시킨 친환경 선박을 강조하고 있다. ●낮은 수준 입찰가 고집할 듯 양밍해운은 조선업계 불황을 핑계로 친환경 설비와 연비 절감 등 옵션을 많이 요구하면서도 지난 7월의 수주액 12억 달러보다 낮은 수준의 입찰가를 고집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국 조선사들이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강자임에는 분명하지만 경영위기의 숨통을 틀 수 있는 이번 수주전에서 다른 나라의 도전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농협 내부통신 오류… 기업 1000억 입찰 날렸다

    농협 내부통신 오류… 기업 1000억 입찰 날렸다

    농협은행이 기업의 입찰보증금을 은행영업 마감시간까지 처리하지 않아 해당 기업이 1000억원대 수주전에 참여하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금융사고가 터졌다. 거액 거래의 경우 다른 은행들은 일선 지점장과 담당 직원에게 따로 고지하는 등 이중삼중의 사고예방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농협에서는 이런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불안한 전산망이 또 사고를 야기했다. 금융 당국은 곧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지난 6일 시내버스 외부광고 대행 운영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을 실시했다. 사업자로 선정되면 내년 1월부터 3년간 7512대의 버스광고를 전담하게 되는 대형 수주전이었다. 서울신문사 등 총 7곳이 1200억~1300억원대의 금액을 써내며 입찰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응찰이 유효하려면 입찰가액의 5%를 입찰 마감시간 전까지 보증금으로 내야 한다. 입찰 마감은 통상 은행영업 마감시간인 오후 4시다. 서울신문사는 입찰가격이 새어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6일 오후 3시 35분에 61억원의 보증금을 우리은행 서울 무교지점을 통해 입찰보증금 계좌를 관리하는 농협은행으로 보냈다. 일반 자금이체는 은행 간 전산망을 통해 직거래가 가능하지만 10억원이 넘는 거액은 한국은행을 거치게 돼 있다. 따라서 일단 농협은행 본점 자금부로 돈을 보내면 본점에서 일선 지점으로 다시 보내주는 방식(지준 이체)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61억원의 입찰보증금을 건네받은 농협 자금부는 이를 3시 42분쯤 인천영업점으로 보냈다. 하지만 정작 인천영업점 담당자는 이 돈을 처리하지 않았다. 4시 3분쯤에야 농협 측은 실수를 깨닫고 부랴부랴 보증금을 전용계좌에 이체하려 했으나 이때는 이미 입찰시스템이 닫힌 뒤였다. 입찰은 정확히 4시에 마감됐다. 서울버스운송조합은 이튿날 낙찰 결과를 발표하면서 ‘서울신문사는 보증금 미납으로 무효처리됐다.’고 밝혔다. 안창섭 서울신문사 사업단 부장은 “서울신문사는 20년 넘게 시내버스 외부광고를 도맡아 해 와 이번 수주전에서 가장 강력한 낙찰 후보 중의 하나였다.”면서 “이런 기업이 은행의 어이없는 실수로 아예 입찰전에 참여조차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성토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30년 가까이 은행원 생활을 했지만 이런 황당한 사고는 처음 본다.”면서 “설사 창구직원이 실수하더라도 이런 사고를 막기 위해 거액 지준 이체 때는 반드시 해당 지점장과 담당 직원에게 알리도록 돼 있는데 농협은행에는 이런 시스템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태재 농협은행 부행장은 “일선 영업점 직원이 본점에서 돈(서울신문사 입찰보증금)이 들어온 사실을 몰랐던 데다 업무가 바빠 마감 전까지 처리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공교롭게 내부통신망 오류로 ‘자동알림’ 기능도 작동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양현근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장은 “농협은행 내부시스템의 문제이든, 직원의 업무처리 미숙이든 반드시 따져 봐야 할 사안”이라면서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으로 봐서는 있어서는 안 될 사고”라고 지적했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제과·전자업계 등 줄소송 가능성

    3일 CJ제일제당과 삼양사 등 가격을 담합한 밀가루 생산업체가 중간소비업체인 삼립식품에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에 산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웠다. 담합과 관련해 중간 소비자에 대한 책임을 최초로 인정한 사건인 만큼 파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당장 농심이나 롯데 등 밀가루를 많이 사용하는 다른 제과·제빵·라면업체 등에서도 비슷한 손해배상 소송을 낼 가능성이 있다. 한 제과업계 관계자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만큼 당장 줄소송이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유사소송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면서 “추가 소송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7년 설탕도 담합 판정을 받은 만큼 즉각적인 유사 소송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 지난해 샤니·파리크라상·삼립식품 등 3개 제빵업체는 CJ제일제당, 대한제당, 삼양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양측은 올 3월 상호합의를 통해 문제를 원만히 해결했다. 이번 판결은 최종 제품까지 중간 단계를 많이 거치는 전자, 자동차, 기계 등 산업에도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규모 공공 공사뿐 아니라 아파트 수주에서도 담합이 잦은 건설업계가 유독 긴장하고 있다. 전자업계도 마찬가지.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세탁기, 평판TV, 노트북PC 소비자 가격을 담합해 올려받은 사실이 적발돼 지난 1월 공정위로부터 총 400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담합 혐의로 이미 재판에 넘겨진 정유사들도 큰 의미를 두지 않으면서도 이번 사안이 소송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내심 긴장하고 있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밀가루는 특정 제품으로 가공·변형돼 최종 소비자에게 공급되는 반면 기름은 완제품이 대리점을 거쳐 그대로 소비자에게 공급되는 방식이라 단순 비교는 무리”라고 말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Weekly Health Issue] 술과 간 건강

    [Weekly Health Issue] 술과 간 건강

    술자리가 이어지는 연말이다. 우리의 집단문화를 감안하면 이 무렵엔 술을 피하기 어렵다. 자주, 많이 마신다. 지나친 음주가 주는 폐해가 적지 않지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역시 건강, 그중에서도 간 건강이다. 간은 감각이 없는 조직이어서 상당 부분이 손상을 입어도 모르고 지나치기 쉽다. 간의 문제가 증상이 심각해진 뒤에야 발견되는 사례가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술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간 건강 문제를 두고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배시현 교수와 얘기를 나눴다. ●간 건강에 술이 왜 문제가 되는가. 술을 마시면 장에서 흡수돼 간에서 대사가 이뤄지는데 이 과정에서 생기는 대사물질이 간 손상의 주범이다. 술을 지나치게 마시면 손상된 간세포가 회복할 여유를 갖지 못해 결국 간질환으로 진행된다. 물론 술로 인한 간질환은 개인차가 있지만 특히 여성이나 영양 상태가 나쁜 사람, 바이러스성 간염 환자는 소량으로도 심각한 간 손상이 올 수 있다. ●술이 유발하는 간 질환을 들어 달라. 술이 초래하는 대표적 간질환은 지방간과 알코올성 간염, 간경변증 등이다. 지방간이란 간에 지방이 과잉 축적되는 질환이다. 개인차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간에 이상을 초래하는 음주량은 성인 남자 기준으로 1일 30∼40g(여자는 20g)으로, 이는 소주 반 병 정도에 해당한다. 지방간 상태에서 계속 술을 마시면 약 20∼30%에서 알코올성 간염이 나타나고 그래도 술을 마시면 10%가 간경변증과 간암으로 발전하게 된다. 실제로 만성 간질환자의 약 20%는 술이 원인이다. ●급증하는 여성 음주도 문제가 될 텐데…. 여성의 신체는 남성에 비해 수분이 적고 체지방이 많은데 이 때문에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체내 농도가 진해져 훨씬 빨리 취한다. 술에 빨리 취한다는 것은 그만큼 술로 인한 손상을 많이 입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뿐만 아니라 여성은 알코올 분해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술로 인한 질환에 노출될 가능성도 남성보다 훨씬 높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간에서 이뤄지는 알코올의 대사 과정은. 섭취한 알코올의 20∼30%는 위 점막에서 흡수돼 혈관으로 유입된 뒤 체내로 분산된다. 위에서 흡수되지 않은 알코올은 대부분 소장에서 흡수된다. 대장이 알코올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렇게 소장에서 흡수된 알코올은 혈액을 통해 간으로 들어가 대사되는데, 알코올은 아세트알데히드가 되고 다시 아세트산으로 바뀌어 간장 밖으로 배출된다. 이 아세트산은 체내의 여러 세포에 퍼져 탄산가스와 물로 변해 배설되는데 이 과정에서 알코올양이 간의 능력을 초과하면 미처 분해되지 못한 알코올이 혈액을 타고 전신을 돌면서 인체의 여러 장기에 치명적인 해를 끼치게 된다. ●그렇다면 숙취는 어떤 현상인가. 숙취의 원인은 아세트알데히드다. 알코올은 간에서 알코올분해효소(ADH)에 의해 아세트알데히드로 분해되는데 유해물질인 이 아세트알데히드가 미주신경, 교감신경 내의 구심성신경섬유를 자극해 구토, 어지럼증, 동공확대, 심장박동 및 가쁜 호흡 등 이른바 숙취를 유발하게 된다. 결국 숙취란 체내에 알코올과 아세트알데히드가 남아 지속적으로 신경을 자극하는 상태라고 이해하면 된다. ●알코올성 간 질환은 어떤 증상을 보이나. 간질환의 가장 초기 형태인 알코올성 지방간은 증상이 거의 없으나 간혹 간이 비대해지면서 상복부 불편감이나 피로감을 호소할 수 있으며 대부분은 술을 끊으면 수주에서 수개월 안에 정상으로 회복된다. 간세포가 파괴되고 염증반응을 동반하는 상태인 알코올성 간염은 식욕감소·구역감·구토·체중 감소 등의 증상을 보이며 심하면 황달이나 복수가 생기기도 한다. 특히 중증의 알코올성 간염은 폭음 후 갑자기 생길 수 있고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으로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알코올성 간질환의 가장 심한 형태로, 정상 간조직이 지속적인 염증으로 반흔조직에 의해 결절로 대체된 상태인 알코올성 간경변은 알코올성 간염과 비슷해 초기에는 증상이 없다가 진행되면서 복수와 정맥류 출혈, 간성 뇌증 등 심각한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다. 간경변으로 딱딱해진 간조직은 회복이 어렵지만 금주만 철저히 하면 합병증의 진행을 늦춰 간기능 악화나 심각한 합병증과 이로 인한 사망률을 감소시킬 수는 있다. ●검사 및 진단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알코올성 간질환은 문진과 함께 혈액검사와 초음파검사 등을 통해 중증도를 평가하게 된다. 이런 검사로 부족할 때는 따로 간조직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간질환 확인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혈액검사를 통해서는 과거 GOT, GPT로 불렸던 AST, ALT 수치를 평가한다. AST와 ALT는 간세포 속의 효소로, 간세포가 손상되면 AST와 ALT가 세포 밖으로 퍼져 혈액에 유입되는데 이 수치를 혈액검사에서 측정해 간세포의 손상 정도를 파악한다. 일반적으로 만성 B·C형 간염 등은 AST보다 ALT 수치가 올라가지만 알코올성 간질환이라면 AST가 높아져 구별이 어렵지는 않다. 또 습관성 음주자의 90% 정도에서 감마-GTP(GGT)가 높게 나타나기도 한다. 초음파검사는 지방간이나 간경변증의 유무를 확인하는 검사이며 이런 검사로 분명한 결과를 얻지 못할 경우에 사용하는 중요한 방법이 간조직검사다. ●간 질환별 치료법과 예후를 짚어 달라. 알코올성 간질환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조치는 금주다. 알코올성 지방간의 경우 금주만으로도 호전될 수 있으며 알코올성 간염이나 간경변증도 금주 여부에 따라 간경변증으로의 진행이나 간질환 관련 사망률을 절반까지 낮출 수 있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금주 상태로 수주에서 수개월 안에 정상으로 회복된다. 알코올성 간염은 심각한 단백질 및 열량 부족이 동반된 경우 금주와 함께 충분한 열량과 단백질을 공급해야 하며 특히 엽산 보충이 중요하다. 알코올성 간경변증은 감염증이 흔한 사망 원인이 되기 때문에 세균성 복막염, 흡인성 폐렴, 하지 봉소염 등에 대한 치료와 함께 흔히 동반되는 문맥압 항진증의 합병증인 복수·정맥류 출혈·간성뇌증·간신증후군 등에 대한 치료를 병행하게 된다. 병증이 심한 경우에는 간이식을 고려해야 한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부고]

    ●황선태(덴소풍성 회장)씨 모친상 이상준(하림산업 회장)정병기(계양정밀 대표)이동훈(파인리조트 회장)씨 장모상 2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4일 오전 7시 20분 (02)3010-2230 ●임헌집(정임농장 대표)해룡(옥수주유소 대표)씨 부친상 유수남(전남대 교수)씨 장인상 30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4일 오전 8시 (02)3010-2295 ●심원섭(씨앤비뉴스 정치부 기자)씨 장인상 2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4일 오전 7시 (02)2227-7572 ●최순철(서울대 치의과대학원장)경호(고려B&P 직원)씨 부친상 송기연(고려B&P 대표이사)김숙(유엔 한국대사)이승훈(고려B&P 직원)씨 장인상 2일 서울대병원, 발인 4일 오전 7시 (02)2072-2011 ●명규환(수원시의원)노직(에릭슨LG 부장)창길(신영증권 IB사업본부 부장)씨 부친상 2일 수원 연화장장례식장, 발인 4일 오전 7시 (031)218-8781 ●정의욱(전 현대종합상사 전무)의연(전 코스콤 전무)의섭(자영업)씨 부친상 하윤호(천억상사 대표)씨 장인상 2일 경북대병원, 발인 4일 오전 7시 (053)200-6149 ●박승규(MBC 특보)씨 모친상 2일 서울성모병원, 발인 4일 오전 8시 30분 (02)2258-5940
  • ‘수뢰’ 한수원 간부 징역 5년

    울산지법은 2일 납품업체 등록과 납품 수주 과정의 편의 제공 등 대가로 원전 납품업체로부터 7000만원을 챙겨 구속기소된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김모(55·1급) 처장에 대해 징역 5년, 추징금 7000만원을 선고했다. 앞서 울산지검 특수부는 김씨에게 징역 7년, 추징금 7000만원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주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사적 욕망을 채운 만큼 원자력발전소를 관리, 운영하는 한수원의 고위 임원으로서 잘못이 크다.”며 “원자력발전소의 설비 안전에 문제가 생긴다면 후손들이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공공건설 낙찰률 해마다 ‘뚝뚝’

    공공건설 낙찰률 해마다 ‘뚝뚝’

    최근 7년 동안 국내 공공건설 공사의 낙찰률이 2.7% 포인트 하락하고 공사 이윤율도 4분의1로 떨어졌다. 대한건설협회는 29일 공공공사 낙찰률이 2005년 82.9%에서 지난해에는 80.2%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건협은 낙찰률 하락 원인을 2006년 말 최저가 낙찰제 적용 대상공사가 500억원 이상 공사에서 300억원 이상 공사로 확대된 데다 90%대를 유지하던 턴키대안공사 낙찰률이 2010년 이후 80%대로 하락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낙찰률 하락은 공사 수주 경쟁이 치열하고 건설사들의 수익성은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이를 반영, 공사 이윤율도 크게 떨어졌다. 건협이 3억원 이상 완성공사의 원가를 분석한 결과, 2007년 이윤율은 8.3%였지만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해에는 2.2%에 그쳤다. 발주기관별 낙찰률은 적격심사 공사의 비중이 큰 지방자치단체는 84.4%로 지난해 유일하게 80%를 넘었다. 중앙정부 발주 공사는 79.1%, 공공기관 발주 공사는 78.6%, 지방 공기업 발주 공사는 77.2%에 각각 머물렀다. 공사 규모로는 지난해 100억원 미만 공사의 낙찰률이 87.0%로 가장 높았고 100억~300억원 공사가 82.2%, 300억~1000억원 공사가 77.0%, 1000억원 이상 공사가 76.6%로 집계됐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실적부진 현대중공업 임원수 10% 줄인다

    실적 부진에 빠진 현대중공업이 임원 수를 10%가량 줄인다. 2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30일쯤 단행될 예정인 임원 인사에서 임원 수를 10% 정도 줄일 예정이다. 10% 감축 때 현대중공업 임원은 223명에서 201명으로 감소한다. 업계에서는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최근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처음 시행한 데 이어 ‘조직 슬림화’를 이어 가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로 조선·중공업 시황이 악화되면서 현대중공업은 올해 1~10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8% 감소한 172억 6800만 달러를 수주했다. 조선과 해양 부문 수주액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47.8%, 53.7%로 급감했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이달 초까지 만 50세 이상 사무기술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고 100여명이 신청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멕시코만 원유 유출한 BP社, 美 ‘안전 미흡’ 공급계약 중단

    미국 정부가 영국 석유회사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과 신규 공급 계약을 잠정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미 환경보호청(EPA)은 28일(현지시간) BP가 2010년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를 처리할 당시 보여준 태도에 ‘사업 충실도’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뉴욕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EPA는 “BP와 그 계열사들이 미 연방정부가 규정하고 있는 사업 기준을 충족한다고 판단할 수 있는 충분한 증거를 제공하기 전까지 신규 계약 체결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EPA가 BP에 요구한 것은 벌금 지불 외에 시추작업 감독요원 고용, 사고지역 환경 모니터링 강화, 시추 요원 및 장비 안전검사 등이다. 다만 EPA는 이번 결정은 기존에 BP가 미 정부와 맺은 계약과는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EPA의 이번 결정은 BP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BP의 최대 수주국으로서 지난해 약 14억 7000만 달러(약 1조 5900억원) 상당의 원유 납품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이날 조치에 따라 BP는 신규 계약뿐 아니라 미국 내에서 석유 시추작업을 위한 원유 지대를 빌리는 것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조희선기자 hsncho@seoul.co.kr
  • “日 우경화, 국력 약화의 증거”

    “日 우경화, 국력 약화의 증거”

    최근 일본 사회의 우경화 현상은 약화된 국력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안보 전문가인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는 28일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진정한 문제는 일본이 지나치게 강력해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너무 약해지고 국내 지향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분석했다. 나이 교수는 현재의 여론조사 결과가 정확하다면 총선에서 노다 요시히코 총리가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에게 자리를 내줘야 할 것이라며 “일본의 대중 정서가 점점 더 국수주의적인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의 일본은 1930년대의 군국주의 사회와는 전혀 다르다.”면서 “문제는 일본이 강대국으로서의 입지를 지킬지, 아니면 2군으로 밀리는 것에 만족할지”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이 세계 2위 경제국 자리를 중국에 빼앗긴 데다 200%를 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과 인구 노령화, 출산율 하락 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바라봤다. 또 정치가 지난 20년간 정체 양상을 보이면서 젊은 층 사이에서 더욱 편협한 태도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이 교수는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대신 국내로 몸을 돌려 반동적·대중영합적 국수주의를 추구한다면 이는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도 더 나쁜 일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이어 “온건한 민족주의가 제어를 통해 정치 개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좋겠지만 국수주의적 분위기가 상징적이고 대중영합적인 입장으로 귀결되면서 주변국들의 적대감만 불러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또한 자국 내에서 국수주의의 부활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양국의 극단적 민족주의자들이 서로를 먹여 살리면서 번영을 저해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금융특집] 신한금융그룹

    [금융특집] 신한금융그룹

    “신한과 협력회사에 갑을 관계란 없다.” 27일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신한금융의 따뜻한 온기를 고객에서 협력업체로 확대하겠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따뜻한 금융을 통해 동반성장하는 것이 곧 사회공헌 중 하나라는 게 한 회장의 지론이다. 이를 위한 ‘4가지 기본원칙’도 세웠다. 우선, 상생 원칙이다. 입찰 때 업무수행과 직접 연관이 없는 조건에 대해서는 일절 차별을 두지 못하도록 했다. 그룹 측 관계자는 “특별한 기술력이 필요하거나 계약의 중요성, 리스크 헤지(회피) 차원에서 꼭 필요하지 않으면 시설이나 인력, 규모 등 외형상의 차이로 입찰자격을 제한하거나 평가상의 차등을 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는 적정가격 보장 원칙이다. 협력업체의 정당한 대가를 인정해 주겠다는 의도다. 보통은 구매비용 절감을 원칙으로 삼지만, 협력회사가 재무적으로 안정돼야 결과적으로 신한금융도 이익이라는 ‘역발상’에서 도출한 원칙이다. 비용뿐 아니라 서비스에 대해서도 적절한 대가를 지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세 번째는 거래관계 불합리성 제거 원칙이다. 굳어진 검수·대금지급을 신속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마지막은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추진 원칙이다. 협력회사를 대상으로 CSR을 추진하고, 나아가 CSR 활동을 함께 하겠다는 취지다. 협력회사가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발전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예컨대 수주한 작업이 끝났을 경우, 검수가 아직 안 됐더라도 자금 사정이 어려운 영세기업에는 잔금의 60%까지 대금을 먼저 지불할 계획이다. 입찰 때 이행보증서 면제도 검토 중이다. 한 회장은 “단순한 지원보다는 미래 동반성장을 위한 파트너십 강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구호로만 그치는 것을 막기 위해 한 회장은 각 계열사 대표들로 구성된 ‘따뜻한금융추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위원회는 분기별로 ‘따뜻한 금융’ 추진실적을 점검한다. 올 3분기에도 계열사별 33개 선정과제에 대한 이행실적을 점검하고 향후 계획을 세웠다. 가계와 기업의 대출 최고금리를 3% 포인트씩 인하하기로 한 결정도 여기서 나왔다. 소비자 보호지수를 영업점 KPI(핵심성과지표)에 도입하기로 한 것도 신한이 앞서가는 대목이다. 지금까지 장기 거래고객 회생지원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총 2603건, 233억원을 지원했다. 해외펀드 손실고객 대안상품 지원을 통해서도 1만 1163건, 1758억원을 지원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여론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해 고객정보 수집 때 사회적 가치에 반하는 항목과 관행적으로 수집하던 정보도 삭제했다. 불합리한 차별행위는 지속적으로 ‘퇴출’한다는 방침이다. 신한카드는 지난 7월 시각장애인용 점자카드를 개발하는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특별 지원 프로그램 발굴에 힘쓰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시각장애인에 대한 수수료 우대서비스를 도입했다. 신한생명은 ‘오프라인 고객패널단’에 이어 온라인 패널단도 50명 선발해 고객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할 계획이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MB “원전, 핵심적 미래 먹거리”

    이명박 대통령은 26일 라디오연설에서 “앞으로 우리나라가 성장을 지속하려면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하고, 원전도 핵심적인 미래 먹거리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바라카에 우리가 건설 중인 한국형 원전 1·2호기 착공식에 참석했다.”면서 “지난 2009년 프랑스와 막판까지 불꽃 튀는 경쟁을 벌여 역사상 최초로 한국형 원전을 수출하게 된 것은 지금도 기적같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전 수주로 우리가 얻는 경제적 효과는 공사비 200억 달러만이 아니다.”면서 “준공 후 60년 동안 원전 운영을 한국이 맡기로 했고, 그 운영비만 해도 200억 달러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연간 운영 인력도 1년에 1400명에 달하기 때문에 60년간 수만명에 이르는 안정된 고급 일자리가 생기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인구 7000만명의 태국은 지난해 홍수 이후에 우리나라 4대강 살리기와 같은 사업을 국가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면서 “그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한국, 중국, 일본이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내년 車 ‘흐림’ 석유화학·IT ‘맑음’

    올해 호황을 누렸던 자동차 업계는 내년 경기후퇴에 직면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면 석유화학 산업은 유일하게 호조를 누릴 것으로 예상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5일 ‘글로벌 위기 이후 산업 활력의 복원이 시급하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2013년 주요 산업별 경기 국면을 진단했다. 보고서는 내년 석유화학 산업이 호황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경기가 회복하며 내수 증가세가 유지되고, 중국 등 신흥시장의 수요 증대 역시 기대된다는 것이다. 더불어 정보기술(IT) 산업도 내년 본격적인 회복세에 들어서며, 해운업도 개발도상국 중심의 수출이 늘어나 튼튼한 성장세를 보인다고 예상했다. 반면 자동차 산업은 경기 후퇴기에 들어간다고 내다봤다. 경기침체로 미국·유럽뿐 아니라 신흥국까지 신차 수요가 제한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포드, 크라이슬러, 제너럴모터스(GM) 등 ‘빅3’의 회복에 따른 경쟁 격화도 자동차 산업 위축의 요인으로 꼽혔다. 특히 건설과 조선업은 공급 과잉 문제로 신규 수주가 제한되며, 철강산업도 국내외 시장의 경쟁 심화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지적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특혜’는 없다… 스스로 돈 버는 美 대통령들

    ‘조지 워싱턴부터 아들 부시까지 퇴임 후로 본 미국 대통령의 역사’(레너드 버나도·제니퍼 와이스 지음, 이종인 옮김, 시대의창 펴냄)는 낄낄거리며 읽어나가기 좋다. 일단 다루는 대상이 온 국민의 안줏거리, ‘정치’와 ‘대통령’이다. 거기다 퇴임 뒤 얘기다. 고뇌에 찬 결단을 내리기 바빴던 현역 때와 달리, 권력의 금단증상을 겪던 시절 얘기니 그 얼마나 인간적(?)이겠는가. 그 깨알 같은 재미에다 서양인 특유의 유머러스한 필체가 뒷받침됐다. 그래도 역시 눈에 띄는 건 한국 상황과 겹치는 부분이다. 그전에 차이점은 감안하고 봐야 한다. 미국은 대통령에게 대중의 포퓰리즘에 휘둘리는 의회의 독재를 막으라는 사명을 줬지만, 그렇다 해서 왕이 될 빌미만큼은 한사코 주지 않으려 들었다. 정치인을 싸잡아 비난하는데 일가견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포퓰리즘에 대한 저항은 쉽게 인정한다. 그러나 왕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부분은 비교적 약하다. 아니, 약한 걸 넘어서 은연중에 왕이길, 그것도 성왕(聖王)이길 바란다. 시대에 뒤떨어진 보수진영이야 말할 것도 없고, 개명했다는 진보 진영도 매한가지다. 제왕적 대통령이 그렇게 싫다면서도 분권형 총리 정도만 얘기하지 의회 권한 강화는 잘 얘기하지 않는다. 의회 권한 강화가 보수 대연합으로 귀결될 가능성과 강력한 개혁정책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이유로 든다. 이런 주장에 동의하건 반대하건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제왕이건 성왕이건 왕은 왕이라는 점이다. 이런 차이를 감안하면 재미는 배가된다. 일단 미국은 19세기 말까지 대통령에게 월급이나 비용을 제대로 주지 않았다. 대통령은 백악관 입성과 동시에 땅 팔고 집 팔아 직원 채용하고 만찬을 차려야 했다. 재테크에 능한 대통령이야 버텨낸다. 재주 없는 대통령들은 재임 기간 전 재산을 탕진했다. 작은 정부, 균형 예산을 강조한 버지니아주 출신 대통령들, 그러니까 오늘날 미국 보수주의의 정신적 고향이라 부를 만한 대통령들의 눈물겨운 사연이 나열되어 있다. 연방파와 공화파의 대비가 빼어나 흥미롭게 읽힌다. 그 가운데 우리 귀에 익숙한 사람 하나 고르라면 역시 토머스 제퍼슨이다. 세계 최고 도서관 가운데 하나인 미국 의회도서관은 지금도 도서관 설립 초기 제퍼슨의 기여를 기리고 있다. 영국군이 도서관을 불태웠을 때 책을 채워준 이가 제퍼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공화주의 계몽의 이상을 널리 퍼뜨리기 위한 제퍼슨의 결단 덕분이 아니다. “1814년 재정 상태가 너무 위태로워지는 바람에 애지중지하던 장서 6000권을 미 의회에 팔아야” 했다. 그 대금 2만 4000달러는 “당시 시세의 절반”이었고 이 돈은 빚잔치에 쓰였다. 장서가였던 제퍼슨은 그 책들이 아까워 몇 해를 끙끙 앓았다 한다. 한 술 더 떠 연금도 없었다. 국회의원이나 법관들, 장군들에겐 혜택을 주면서 대통령만큼은 단 한 푼도 안 줬다. “왕족의 특혜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그 덕에 퇴임 뒤 고향에 갈 기차 삯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거나, 죽어서 장례 치를 돈도 없거나, 죽은 뒤에도 자식들이 몇 년 간은 빚잔치를 벌여야 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보다 못한 철강왕 카네기가 1912년 전직 대통령이나 그 미망인에게 사비를 털어서라도 연간 2만 5000달러를 주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왕 대접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굳은 신념(?) 덕분에 반세기 가까이 흐른 1958년에서야 연금지급 방안 등이 담긴 전직대통령법이 만들어졌다. 요즘 분위기는 역전됐다. TV출연이나 자서전 출간 등으로 떼돈을 버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 때문에 스스로 이런저런 혜택을 반납하는 대통령들도 나왔다. ‘4년 중임제’ 논쟁도 흥미롭다. 미국에서는 19세기 중반 이미 6년 단임제 주장이 나왔다. 원래 4년 중임제는 미국 헌법에 정해진 게 아니다.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 3선 제안을 물리치고 낙향함에 따라, 위대한 공화주의 전통 운운하면서 굳어진 일종의 관례다. 그러던 것이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4선을 하자, 1951년에서야 헌법에 중임제 조항이 들어갔다. 이것 역시 왕의 출현을 막으려는 조치다. 중임제에 대한 비판의 요지는 첫 1년은 바짝 일하지만, 나머지 3년은 다음 선거를 준비하는 데 몰두하더라는 것이다. 18년 집권을 막겠다며 7년 단임제로 갔다가, 7년은 너무 길다고 5년으로 줄였다가, 레임덕 등을 감안해 4년 중임제로 바꾸려는 한국 상황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전직 대통령 기념관 문제도 비슷하다. 미국에서도 늘 미화 논란이 따라붙는다. “레이건기념도서관에서는 이란-콘트라사건이 언급되지 않고, 클린턴기념도서관에는 르윈스키 성추문은 논외 사항이고, 닉슨기념관에서는 워터게이트 범죄를 다루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통치사료에 기반을 둔 엄정한 연구센터라기보다 관광객 유치사업으로 취급받는다. 이에 대한 찬반논란도 소개해뒀다. 그럴 바에야 객관적 사료만 추출한 종합적인 대통령 박물관을 만들자는 주장과 불만족스럽지만 그래도 지금 같은 방식이 풀뿌리 민주주의에 도움된다는 반론이다. 저자가 전직 대통령의 긍정적 모델로 꼽는 이들은 민주당의 지미 카터, 빌 클린턴 정도다. 이런저런 논란에도 카터는 전직 대통령들의 모임 ‘디 엘더스’를 통해, 클린턴은 ‘클린턴 글로벌 이니셔티브’를 통해 나름의 활동영역을 개척하고 있어서다. 저자가 결론부에 이들을 내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한국의 열악한(?) 전직 대통령 문화 덕에 그보다는 공화당의 허버트 후버와 리처드 닉슨 얘기가 더 솔깃하다. 후버는 대공황으로 나라를 말아먹었고, 닉슨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내쫓겼다. 퇴임 뒤 조롱받았고, 공화당 정치인들조차 유령 취급했다. 이들에게 발언권을 되돌려준 건 묘하게도 민주당 대통령들이었다. 성급하게 한국 상황을 대입할 필요는 없다. 그러고 보니 후버는 비록 적국이라도 인도적 차원의 식량 지원만큼은 아낌없이 추진했고, 닉슨은 중국 따윈 깔아뭉개 버리자고 으르렁대다가 막상 집권하고서는 중국과 관계개선을 이뤄냈다. 역시 개인적 캐릭터, 이데올로기적 성향을 넘어 대통령의 가장 큰 미덕은 책임 있는 행동이다. 아무리 큰 오점이 있어도, 그래야 훗날 찾는 사람이 생긴다. 2만 5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사설] 日 자민당, 역사의 수레바퀴 뒤로 돌릴텐가

    일본 차기정권을 담당할 것으로 보이는 자민당이 마치 제국주의 시대로 돌아간 듯한 내용의 선거 공약을 발표해 주변국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12월 총선을 앞둔 자민당은 전쟁과 군대 보유를 금지한 평화헌법의 개정과 집단적 자위권 도입, 국방비 확충과 같은 극우적이면서 자극적인 공약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또 자민당은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표기)의 날’ 행사를 정부 행사로 열기로 하고,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담은 역사 교과서를 ‘자학 사관’으로 규정해 전면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자민당이 이처럼 국수주의적인 공약을 쏟아내는 것은 장기화된 경제침체 등의 영향으로 우경화된 유권자들의 분위기에 적극 편승한 탓으로 보인다. A급 전범의 외손자인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는 물론이고 ‘자민당의 2중대’로 불리는 민주당 출신 노다 요시히코 총리와 제3세력의 중심이라는 일본유신회의 이시하라 신타로 대표,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 등 일본의 정치 지도자들이 대부분 극우 성향이다. 따라서 일본은 차기 정부에서 자민당의 공약들을 현실화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중심축 이동 정책으로 동북아시아는 글로벌 정치·경제의 중심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동북아 지역의 모든 국가들이 올해 선거 등을 통해 지도부를 교체하거나 개편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동북아의 정세는 매우 유동적이고, 그만큼 지역 내 국가들 간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동북아의 중요한 일원인 일본이 주변국과의 갈등을 유발하는 방향으로 외교정책 기조를 잡는다는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자민당이 발표한 공약집의 제목은 ‘일본을 되찾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 정치 지도자들의 행태를 보면 외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경제뿐만 아니라 외교 분야까지 전이될 것으로 우려된다.
  • [씨줄날줄] 대통령 순방외교/육철수 논설위원

    우리나라는 세계 190개국과 수교 중이다. 나라마다 우호관계를 증진하고 국익을 창출하려면 대통령이 해야 할 외치(外治)는 산더미 같다. 대통령의 외교 역량에 따라 국부(國富)와 나라의 안위가 좌우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자원분야는 정상(頂上) 외교가 중요하다. 자원 부국들은 중동·중앙아시아·중남미·아프리카에 많은데, 자원 관련 국책사업은 대개 그 나라 최고위층이 결정한다. 따라서 대통령이 직접 담판을 벌이는 게 효율적이다. 단순한 친선 방문이라 해도 국가원수가 움직이면 우호증진 효과는 대단하다. 세금만 쓰고 다닌다고 비난할 일만은 아니다. 대통령의 해외순방에는 사실 돈이 꽤 들어간다. 거리·일정·목적에 따라 한 차례 순방비용이 적게는 5억원에서 많게는 80억원이나 든다. 북방외교에 힘을 쏟은 노태우 전 대통령은 재임 중 11차례 순방에서 452억원을 썼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3차례 나가면서 495억원을 사용했다. 실사구시 외교를 펼친 김대중 전 대통령은 23차례에 546억원, 자원외교에 전념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27차례에 700여억원을 각각 썼다고 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해외순방을 줄이고 경제인을 대동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나 가끔 호화 수행단을 꾸려 야당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여러 면에서 기록적이다. 이 대통령은 이번 동아시아 정상회의(캄보디아) 참석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방문을 끝으로 재임 중 해외순방을 마무리했다. 그는 49차례에 걸쳐 84개국을 방문했다. 임기의 8분의1인 232일(기내 포함)을 외국에 머물렀다. 비행거리는 75만 8478㎞. 지구 열아홉 바퀴를 돈 셈이다. 다자회담을 포함한 정상회담을 170차례나 했다. 2년 전 순방길에는 딸과 외손녀를 데려가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5년간 순방 비용은 곧 계산서가 나오겠지만 만만찮을 것 같다. 이 대통령은 최고경영인(CEO) 출신답게 ‘세일즈 외교’를 활발하게 펼쳐 ‘결코 손해보지 않는 외교력’을 발휘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핵안보정상회의를 개최하고, 평창동계올림픽과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유치하는 데 업적을 남겼다. UAE에서는 400억 달러 규모의 원전사업을 수주했다. ‘20년 지기’인 카자흐스탄 대통령과는 정상 외교사(史)에 사례가 드문 ‘사우나 외교’로 화력발전소 프로젝트를 따오기도 했다. ‘글로벌 코리아’를 이룬 이 대통령이 내치(內治)에서는 빛을 잃은 게 못내 안타깝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MB “경제민주화, 너무 나가버리면 기업들 불안”

    MB “경제민주화, 너무 나가버리면 기업들 불안”

    이명박 대통령은 21일 대선 후보들의 경제민주화 공약에 대해 “너무 나가 버리면 (기업들에게) 불안을 주니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수도 아부다비에서 청와대 출입기자단과 오찬간담회를 갖고 “(후보들은) 누구든 정권을 잡으면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생각하며, 선거 때야 그럴 수도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기업하는 사람들이 세계 경제가 어렵고 선거철이 되니까 (투자를) 주저하고 멈칫하고 있다.”면서 “결국 기업들이 투자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또 “대선 후보들이 원전 건설에 대해 부정적으로 공약하는데 걱정스럽다.”면서 “(경쟁자인) 일본과 프랑스가 속으로는 매우 반가워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할리파 빈 자이드 나하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원전 건설과 유전개발 및 석유 공동 비축 등 관련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논란을 빚었던 10억 배럴 규모의 UAE 유전 개발 계약과 관련해 우리나라는 내년 중 본계약 체결을 추진키로 했다. 양국은 또 석유 공급 위기 상황이 발생할 때 아부다비 원유 600만 배럴을 우리나라가 우선 구매할 수 있는 권리를 골자로 하는 한·UAE 원유 공동 비축 계약도 체결했다. 이 대통령은 오후엔 세이크 모하메드 빈 자이드 나하얀 아부다비 왕세자와 함께 바라카의 원전 부지 착공식에 참석했다. 바라카 원전 수주 금액은 186억 달러(약 20조원)로, 2009년 한국이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한편 이번 UAE 방문으로 이 대통령은 임기 중 49차례 84개국을 방문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많은 해외 순방 횟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7차례 55개국, 김대중 전 대통령은 23차례 37개국, 김영삼 전 대통령은 14차례 28개국을 방문했다. 이 대통령이 순방을 위해 해외에 체류한 시간(기내 포함)은 모두 232일이며 비행 거리도 75만 8478㎞에 이른다. 지구 19바퀴를 돈 셈이다. 아부다비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LS전선, 카타르 해저케이블 수주

    LS전선은 19일 카타르 석유공사가 발주한 4억 3500만 달러(약 5000억원) 규모의 해저 전력 케이블 프로젝트를 따냈다고 밝혔다. 이는 해저전력 케이블 수출 규모로 국내 최대일 뿐 아니라 전체 전력 케이블 수출로도 사상 최대 규모다. 이 프로젝트는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북쪽으로 80㎞ 떨어진 라스 라판 산업단지와 하룰섬 사이에 132㎸급 케이블을 왕복으로 설치하는 것이다. 총 길이는 약 200㎞이며, 100㎿의 전력을 전송하게 된다. LS전선은 라스 라판 지역 육상공사, 해저 케이블 납품과 시공, 하룰섬 내 신규 변전소 건설과 기존 변전소 연결 등 모든 공사를 일괄 수주했다. LS전선은 “제이피에스, 비스카스 등 해저 케이블 분야에 오랜 노하우를 지닌 일본 업체는 물론 글로벌 1, 2위 업체가 뭉친 프리즈미안-넥상스 컨소시엄까지 제치고 수주했다.”면서 “LS전선의 기술력과 노하우가 세계 최고임을 인정받았다.”고 자평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혁신’의 경제학자 슘페터도 궁금해했다…그래서, 혁신이 뭔데?

    ‘혁신’의 경제학자 슘페터도 궁금해했다…그래서, 혁신이 뭔데?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1883~1950)의 일생을 다룬 ‘혁신의 예언자’(토머스 매크로 지음, 김형근·전석헌 옮김, 글항아리 펴냄)에서 눈에 띄는 점은 세 가지다. 하나는 1942년 내놓은 슘페터의 말년 대작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에 대한 해석 문제다. 이 책은 흔히 슘페터와 마르크스주의의 대결로 꼽힌다. 마르크스주의가 폭력 혁명을 통한 사회주의로의 이행을 말했다면, 슘페터는 폭력 혁명보다 고도의 관료화와 비판적 사회여론에 따른 점진적 사회주의로의 이행을 내세웠다고 해석된다. 역사의 무대에서 자본주의는 마침내 비참하게 살해당하는 배역이 아니라, 악전고투 끝에 문득 자신의 얼굴이 사회주의로 이미 바뀌어 있음을 깨닫게 되는 배역이라는 것이다. 가령 1947년 슘페터는 바실리 레온티예프의 사회 아래 폴 스위지와 자본주의 미래에 대해 논쟁을 벌인다. 이 논쟁을 지켜본 폴 새뮤얼슨은 이렇게 정리해 뒀다. 스위지가 마르크스 이론에 따라 “자본주의라는 환자가 암으로 죽어 가고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슘페터는 “자본주의라는 환자가 죽어 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게 인정”했지만 “그 병은 암이 아니라 노이로제”라고 반박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자기 혐오로 가득 찬 자본주의라는 이름의 환자는 사실상 삶의 의지를 잃었다.”는 주장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저자는 이런 유의 해석은 슘페터 특유의 아이러니한 어투와 풍자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오는 오해라고 비판했다. 저자는 사회주의에 대한 미묘한 환상이 있던 시절 슘페터가 ‘걸리버 여행기’의 조너선 스위프트처럼 아주 세련된 풍자 기법을 구사했다고 본다. 슘페터가 책이나 이런저런 주장에서는 ‘민주주의적 사회주의’가 가능하다고 했지만, 실상 엄청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었음을 유심히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니까 “할 수 있다면야 좋겠지만…” 뒤에는 “이걸 정말 할 수 있기는 한 거냐?”라는 반문이 생략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아예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를 읽은 사람 가운데 한 비평가는 슘페터를 사회주의자라고 결론 내렸을 정도다. 그리고 분명 사회주의를 찬양하는 이들은 이 책을 흥미롭게 읽었을 것이다. 그들은 책을 자본주의에 대한 정면 공격이라고 여겼을 것이다.”라고까지 해 뒀다.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좌파의 오독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다. 다른 하나는 ‘혁신’, ‘창조적 파괴’, ‘기업가 정신’ 같은 용어들이다. 슘페터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들은 이 구호를 말 그대로 조금 ‘색다르게’ 활용한다. 시기와 질투로 범벅된 반기업 정서, 포퓰리즘, 종북 좌파를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슘페터를 활용하는 것이다. ‘경제민주화’가 대선 이슈로 떠오르는 게 못마땅한 이들은 이미 ‘경제도 어려운데 돈 벌어다 주는 사람 기 좀 그만 죽이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이 입들은 대선이 끝나자마자 ‘대선 공약 따위는 잊으라.’고 속삭이기 시작할 것이다. 슘페터가 말한 ‘기업가 정신’은 정말 그런 것이던가. 슘페터가 대기업을 옹호한 것은 사실이다. “대기업은 그들이 벌어들인 이윤으로 기본적인 총액을 부담할 수 있고, 외부 금융시장으로의 접근이 더 쉽기 때문에 은행 대출은 덜 중요하게 된다.”고 했다. 선단식 경영을 했기에 모험적 분야에 엄청난 자본 출혈을 감당하면서 진출할 수 있었다는, 보수주의자들의 재벌옹호론이 떠오를 법하다. 또 케인스가 대공황의 해법으로 총수요를 강조한 데 비하자면,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는 분명 기업가들에게 힘을 실어 주는 측면이 있다. 그런데 정작 슘페터는 자신의 보수적인 측면을 지지하는 이들에게 냉소를 보냈다. “나는 내 생각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오히려 내 입장이나 생각이 과연 정말로 타당한 것인지 다시 의문을 갖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 무슨 차이인가. 그가 말하는 기업가는 ‘4227개 기업이 인수합병을 거쳐 257개의 대기업으로 재편’되던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그 시절의 기업가다. 그래서 슘페터는 “19세기 중반 사회를 이끌던 부유한 가문 대부분이 3세대 이상 지탱하지 못하고 무너졌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경제는 세습 계급을 적대시하는 능력주의로 진입”했고 “기업가 정신은 계급의 표시가 아니라 기능”이 됐으며 따라서 “거대한 회사의 기업가들은 가족이 더 이상 회사 경영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막고, 대신에 전문성을 갖춘 인재에게 기대게 된다.”고 해 뒀다. 그래서 슘페터는 기업가 정신을 잘 발휘한 인물들로 구성된 상류층의 상황을 ‘호텔 로비’에 비유했다. 자신이 거둔 성공에 자부심 넘치는, 잘 차려입은 교양 넘치는 신사숙녀들이 오가는 곳이지만, 주의해서 봐야 할 점은 그곳의 화려함이 아니라 드나드는 사람이 늘 바뀐다는 점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니까 ‘창조적 파괴’라 하면 다들 창조를 쳐다보지만 그보다 먼저 봐야 할 것은 파괴이고, 그 파괴의 대상은 다름 아닌 기득권층인 것이다. 마지막은 저자의 이런 관점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는 대목이다. 저자는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다. 2007년 출간된 이 책은 2007~2008년 미국에서 이런저런 출판상을 휩쓸었다. 책을 읽어 나가다 보면 상 받은 이유가 느껴진다. 슘페터처럼 학계의 중심에서 역사적 급변을 겪었던 사람이라면 주변 인물들 얘기만도 무궁무진하다. 대가를 다루는 책들은 대개 중심을 한두 번쯤 잃고 다른 얘기에 빠졌다가 비틀대며 본론으로 되돌아 오기 마련인데, 이 책은 그런 법이 없다. 슘페터와 주변 인물들의 일기와 편지, 연방수사국(FBI)의 슘페터 내사자료 등 1차 사료에 충실하면서도 문체는 간결하고 이야기 전개 속도는 빠르다. 저자는 중부유럽(오스트리아) 귀족 스타일의 수려하고 장황한 문체 때문에 슘페터가 실력에 비해 영미권에서 비교적 덜 주목받았다고 지적하는데, 그런 지적을 할 만한 솜씨를 보여 준다. 670여쪽의 본문이 술술 넘어갈 뿐만 아니라 각주까지 읽는 맛이 쏠쏠하다. 그런데 이 책이 그토록 박수받는 것은 정말 이런 이유뿐일까. 책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에 출간됐다. 그리고 책을 읽어 나가는 내내 ‘슘페터의 기업가 정신’이라 쓰고 ‘미국의 프런티어 정신’이라 읽으려는 저자의 모습이 엿보인다. 이 책이 서 있는 정확한 맥락은 어디쯤일까. 판단은 독자 몫이다. 4만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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