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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 연휴 테마파크·리조트 행사

    설 연휴 테마파크·리조트 행사

    유독 짧은 설이다. 연휴 동안 가족들과 먼 여행지를 다녀오자니 부담스럽고, 집에만 있자니 아이들의 성화가 더 부담스럽다. 이럴 땐 테마파크와 리조트가 대안이 된다. 업체마다 민속놀이와 다양한 볼거리 등 참여형 체험 이벤트를 풍성하게 준비했다. [테마파크] 롯데월드는 8~11일 가든 스테이지에서 ‘까치까치 설날’ 공연을 펼친다. 100명이 넘는 연기자와 수백명의 관객이 함께 초대형 박을 터뜨리며 새해 복을 기원하는 퍼포먼스다. 흥겨운 사물놀이와 역동적인 상모 돌리기가 흥을 돋우고, 분위기가 절정에 이르면 모든 연기자와 관객들이 초대형 박을 터뜨리며 복을 기원한다. 매일 오후 3시에는 퓨전 마당극 ‘최진사댁 셋째딸’이 펼쳐지며, 제기 차기 등 ‘민속놀이 한마당’도 연휴 기간 내내 이어진다. 설날 당일 오후 6시에는 ‘외국인 장기자랑’이 펼쳐진다. 우대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연휴 기간에 한복을 입고 방문하면 동반 3인까지 자유이용권을 1만 5000원에 살 수 있다. 주한 외국인에게도 자유이용권을 최대 40% 할인해 준다. (02)411-2000. 에버랜드는 9~11일 ‘민속 한마당’ 행사를 연다. 카니발 광장에서 윷놀이 등 12종의 민속놀이를 체험할 수 있고 한복을 입은 에버랜드 캐릭터들과 사진도 찍을 수 있다. 전통 가오리연과 떡 등을 만드는 시간도 마련된다. 실내 공연장인 그랜드 스테이지에서는 태권 타악 퍼포먼스 ‘비가비’(飛歌飛) 특별 공연이 오후 1시 30분과 3시 30분 하루 2차례 열린다. 동물원 이벤트홀에서는 ‘뱀 특별전시’가 열린다. 길이 2.5m, 무게 15~20㎏에 이르는 ‘알비노 미얀마 비단구렁이’ 등과 만날 수 있다. 뱀띠 고객과 주한 외국인에게는 입장료를 55~60% 할인해 준다. (031)320-5000. 서울랜드에서도 설 연휴 내내 삼천리 동산에서 외줄 타기, 팽이 치기 등의 체험 행사가 풍성하게 차려진다. 가족이 퀴즈로 서로에 대해 알아보는 ‘우리 가족 한마음’ 등의 이벤트와 뮤지컬 ‘성냥팔이 소녀의 꿈’도 준비돼 있다. 서울랜드 캐릭터 인형들이 신명 나게 풍악을 울리는 풍물 로드쇼도 펼쳐진다. 뱀띠 고객과 주한 외국인에게는 자유이용권을 최대 50% 할인해 준다. (02)509-6000.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는 8~12일 ‘벨루가 윷놀이’를 진행한다. 마린라이프에서 커다란 윷을 수조에 던지면 흰 돌고래 벨루가가 물어오는 놀이다. (061)660-1111. 아쿠아플라넷 제주는 수조 안의 아쿠아리스트와 수조 밖의 관람객이 제기 차기 대결을 펼치는 ‘도전! 수중 제기 차기’ 이벤트를 진행한다. (064)780-0900. 코엑스 아쿠아리움은 9~11일 ‘정어리와 함께하는 수중 민속 놀이’를 딥블루광장 정어리 수조에서 진행한다. 공연은 낮 12시 30분, 오후 2시 30분, 오후 4시에 각각 진행된다. (02)6002-6230. 키자니아는 설 연휴 기간 어린이 1명당 어른 1명에게 무료 입장 혜택을 준다. 개관 3주년을 맞아 3월 3일까지 축하 글을 남기면 추첨을 통해 2인 가족 초대권을 준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어린이 300명에게는 팝콘도 준다. 1544-5110. 웅진플레이도시(경기 부천)는 ‘엄마 또는 아빠 공짜’ 이벤트를 마련했다. 3명 이상 가족이 워터파크·스파 혹은 스키·보드를 이용하면 한 사람은 무료다. 톨게이트, 철도, 버스, 항공 등 귀성 교통편 영수증을 제시하면 장당 2명까지 50% 할인된다. 1577-5773. 베어트리파크(세종시)는 설 연휴 동안 가족 방문객 중 60세 이상 어른 1명의 요금을 50% 할인해 준다. 입구에 마련된 복주머니에서 반달곰 인형, 뱀 인형, 쿠키 등의 선물도 고를 수 있다. (044)866-7766. [리조트] 한화리조트는 전국 12개 사업장별로 설날 이벤트를 벌인다. 설악에서는 가훈 써주기, 전통 떡메 치기, 돌고래 마라톤, 가족 장기자랑, ‘클래식 작은 음악회’가 펼쳐진다. 또 워터피아 이벤트홀에서는 매일 3회 타악 퍼포먼스인 잼스틱 공연도 열린다. 양평에서는 투호놀이 등 민속놀이와 떡메 치기 체험을 할 수 있다. 1588-2299. 대명리조트는 델피노, 쏠비치, 변산 등 전국 10개 사업장에서 민속놀이 체험, 가훈 써주기, 노래자랑 등 행사를 연다. 1588-4888. 제주에선 패키지 상품 2종을 한정 출시했다. 대명리조트 객실과 ‘아쿠아플라넷 제주’ 입장권(2장)을 묶어 최저 12만원에 파는 등 가격을 낮췄다. (064)780-5023. 곤지암리조트는 9~10일 죽마 타기 등 각종 민속놀이를 즐긴 뒤 스탬프를 모아 오면 객실 이용권과 미타임패스 리프트권 등 풍성한 경품을 준다. 1661-8787. 파인리조트는 9일 떡메 치기 체험 행사와 전통소리 공연을 연다. 10일엔 ‘토정비결 이벤트’를 준비했다. 설 연휴 내내 ‘느린 우체통’ 이벤트도 벌인다. 올 설날에 희망 엽서를 적어 보내면 내년 설날에 받아볼 수 있다. 1588-4888. 휘닉스파크는 설날 합동 차례를 진행한다. 제주 휘닉스아일랜드는 무료 숙박권, 식사권 등을 선물하는 ‘행운복권 이벤트’를 마련했다. 1577-0069. 하이원리조트는 설날 오전 11시~오후 5시 스키하우스와 강원랜드 호텔에서 토정비결과 타로점 이벤트를 마련한다. 1588-7789. 한국관광공사는 ‘내 고향 맛자랑’을 주제로 설 연휴에 가 볼 만한 곳을 선정했다. ‘한옥의 따사로움이 깃든 푸짐한 맛, 전주 한정식(전북 전주)’ ‘한 마리로 즐기는 다양한 맛, 창원시 진해 대구(경남 창원)’ ‘숯불에 구운 전통 소갈비와 삽다리 곱창(충남 예산)’ ‘서민 입맛 사로잡은 춘천 닭갈비(강원 춘천)’ ‘삶의 애환이 깃든 의정부 부대찌개(경기 의정부)’ ‘인절미처럼 차진 숭어회와 세발낙지(전남 무안)’, ‘복어 장인들의 손끝에서 태어난 새로운 맛(대구)’ ‘돼지가 간장 소스에 빠진 날(충북 청주)’ 등 8개 지역이다. 관광공사는 또 7~16일 서울 청계천로 본사 지하 1층 관광안내전시관에서 내·외국인 관광객이 함께 즐기는 문화체험행사를 개최한다. 민속놀이마당과 함께 한복 입고 사진 찍기 체험행사를 진행한다. 복된 새해를 기원하는 복주머니 접기 프로그램도 열린다. 11~16일엔 서예작가가 가훈을 붓글씨로 써준다. 참가비는 없으며, 현장등록 순서대로 진행된다. 손원천 여행전문 기자 angler@seoul.co.kr
  • 연구원은 외교관급 파격 지원… 우주 근원 찾아 수백개 연구 동시진행

    연구원은 외교관급 파격 지원… 우주 근원 찾아 수백개 연구 동시진행

    스위스 제네바역에서 프랑스 국경 쪽으로 15분쯤 차를 달리면 소도시 메이런에 도착한다. 하얗게 눈으로 덮인 전원도시 한가운데에 나무로 만들어진 거대한 지구 모양의 ‘더 글로브’가 우뚝 솟아 있다. 지난해 ‘힉스 입자’(Higgs bosson·137억년 전 우주대폭발 직후 우주 만물에 질량을 부여한 것으로 알려진 신(神)의 입자)의 발견으로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상징이다. 글로브를 둘러싼 둥근 원형고리는 이 지역 일대 지하 50~100m에 묻힌 27㎞ 길이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 터널을 의미한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Where do we come from? What are we? Where are we going?) 지난 23일(현지시간) 글로브 내 전시관 초입에 들어서자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등으로 쓰여진 도전적인 질문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우주의 근원을 찾는 CERN의 존재 이유가 어렴풋하게 다가왔다. 글로브를 제외하면 메이런은 겉으로는 평범한 시골마을에 불과하다. 하지만 낮게 이어진 오래된 건물 사이를 거닐다 보면 노벨상 수상자 등 세계적인 물리학 석학들과 쉽게 마주칠 수 있다는 점에서 CERN이 가진 힘이 여실히 느껴진다. 1954년 설립된 CERN은 세계 초강대국 미국에 맞서온 유럽 과학의 상징이다. 메이런 일대에는 전 세계에서 온 1만여명의 물리학자와 가족 등 4만명이 거주한다. CERN 소속 과학자들에 대한 지원은 획기적이다.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등 어느 한 가지라도 구사할 수 있으면 연구와 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인프라가 구축돼 있다. CERN 소속 과학자들은 외교관 신분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다. 세금도 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전 세계 입자물리학자의 50%가 CERN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을 맺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본관 건물에 들어서자 역대 CERN 소장(디렉터)들의 사진이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이들 중 카를로 루비아, 펠릭스 블로흐, 시몬 판데르메르 등 상당수는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다. CERN에서 소장이 갖는 권한은 막강하다. 임기가 있지만 사실상 한번 맡으면 종신직으로 이어진다. 현재 소장인 롤프 디터 호이어 박사는 10조원 이상이 투입된 LHC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종신직을 예약한 상태다. CERN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박인규 서울시립대 교수는 “막대한 예산을 따오기 위해 정치적 수완을 발휘하고, 수많은 연구가 진행되는 연구소 내 팀 간 의사 소통을 조절하는 것이 소장의 역할”이라며 “유능한 과학자 중에는 유능한 정치가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존재들”이라고 밝혔다. CERN은 철저히 과학자들을 위한 도시다. CERN 내부 거리마다 마리 퀴리, 볼프강 파울리 등 유명 과학자들의 이름이 붙어 있다. 세계에서 몰려든 단기 체류 과학자들을 위해서는 연구소 내 숙소가 제공되고, 호텔과 콘퍼런스룸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식당은 각국 과학자들의 기호에 맞춰 요리사들이 눈앞에서 조리하는 10여 가지의 메뉴가 끼니마다 제공된다. 미래 과학자들을 위한 문도 열려 있다. 유럽 각지에서 견학 행렬이 끊이지 않고, 학생들은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방문 연구자 겸 학생으로 머물 수 있다. CERN을 소개할 때 관용어구처럼 쓰이는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지대’라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CERN 본부 내부로 국경선이 지나간다. LHC 역시 국경에 걸쳐 커다란 원을 그리고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LHC가 지나가는 3m 직경의 총 길이 27㎞, 지름 8㎞에 이르는 원형터널은 2008년 LHC 건설 훨씬 전부터 존재했다. 원래 거대 전자-양전자 가속기(LEP)가 설치돼 있던 공간을 재활용했기 때문이다. CERN에서 연구하고 있는 유희동 미국 퍼듀대 교수는 “LEP 역시 힉스 입자 발견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검출에 실패했고 그 뒤 LHC 프로젝트가 시작됐다”면서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훨씬 더 큰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과학계의 정신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페르미연구소 테바트론의 경우에는 지상에 가속기가 지나가는 흔적이 나타나지만, LHC는 주택가를 지나는 부분도 많아 겉으로 전혀 드러나지 않도록 설치돼 있다”고 덧붙였다. LHC에는 ATLAS, CMS, LHC-b, ALICE 등 4대의 대형 검출기가 있다. 이 중 ATLAS와 CMS는 힉스 입자 검출에 사용된다. 본부에서 5㎞가량 떨어진 CMS는 한적한 시골 연구소를 연상케 했다. 가건물 3개 동으로 이뤄진 CMS연구소는 지하 100m 깊이에 설치된 CMS를 모니터하는 10평 남짓한 주조종실과 압축기·통풍시설·전자제어·플랜트 냉각 등 보조시설로 구성돼 있다. 주조종실에는 미 페르미연구소, 독일 중이온가속기연구소(GSI) 등 전 세계 입자물리연구소 내부를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과 CMS 감시장치가 설치돼 있다. 빛의 속도에 가깝게 양성자를 가속하기 위해서는 여러 대의 가속기가 쓰인다. 1960년대부터 설치된 CERN의 소형 가속기 몇 대를 거치면서 서로 반대 방향으로 일정 수준 이상 빨라진 양성자들이 LHC로 들어오면 LHC 주조종실이 검출기 4곳에서 이들이 충돌하도록 미세조정한다. 충돌한 양성자들의 흔적은 눈이나 카메라로 추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자기를 띤 실리콘에 입자가 지나간 흔적을 살피거나, 바깥쪽 벽에 부딪힌 입자를 통해 충돌 직후의 모습을 거꾸로 구성하는 방식으로 연구가 이뤄진다. ATLAS와 CMS는 기본적으로 같은 구조를 갖고 있지만 ATLAS가 훨씬 크다. 당초 CERN은 힉스 입자 검출을 위해 ATLAS 1대만 설치할 계획이었지만, 정확성 확보를 위해 건설 과정에서 CMS가 추가됐다. 데이터양은 ATLAS가 많지만, 뒤늦게 설계된 CMS가 효율성에서 더 낫다는 것이 물리학계의 평가다. ATLAS와 CMS에는 각각 3000명 이상의 전세계 과학자들이 공동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90여명의 한국 연구진은 대부분 CMS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발표 이후 치열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힉스 검출은 확실한 것일까. 최종 검증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CERN 측 입장이다. 유 교수는 “지난해 말 ATLAS에서 힉스 입자 두 종류가 나왔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는데, CMS에서도 같은 현상이 있었지만 외부로 발표는 되지 않았다”면서 “전 세계 연구진이 모이다 보니 발표 여부나 발표문의 문구 하나까지도 치열한 토론이 일주일 이상 이어질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봄과 여름에 예정된 입자물리 관련 학회에서 결론이 내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CERN이 힉스로 유명해졌지만 사실 힉스는 CERN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CERN에서는 수백 가지 이상의 연구과제가 동시에 진행된다. 소설 ‘천사와 악마’의 소재가 됐던 반물질과 힉스는 CERN의 자금줄이다. 유 교수는 “입자물리처럼 실용성과 거리가 먼 연구에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대중성이 확보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면서 “힉스나 반물질은 CERN이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일종의 영업수단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유럽경제 위기로 매년 수조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한 CERN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09년에는 1959년부터 CERN에 참여해온 오스트리아가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가 전 세계 과학계의 탄원서를 받고 이를 철회하는 소동도 있었다. CERN은 근본적인 연구를 진행하기 때문에 인류에 기여하기는 쉽지 않은 한계가 있다. 오히려 CERN의 부산물들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인 것이 현재와 같은 인터넷의 원조인 ‘월드와이드웹’(WWW)이다. WWW는 영국의 팀 버너스 리가 CERN에서 쏟아져 나오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고 공유하기 위해 1989년 제안한 연구소 내 정보처리 시스템에서 출발했다. CERN은 최근에는 세계 각국에 데이터를 나눠 보관하고 접근하는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을 상용화하기도 했다. 세계 수천 개의 대학과 연구소에 LHC에서 얻어진 데이터가 보관된다. 한국에도 경북대와 대전 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LHC의 데이터가 보관된다. 유 교수는 “전 세계가 LHC 연구에 동참하고 있는 셈”이라며 “이렇게 큰 규모의 연구소에서 찾고자 하는 것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 아주 작은 입자라는 점이 과학의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글 사진 메이런(스위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사설] 저성장 탈출해야 복지·일자리 가능하다

    우리 경제가 본격적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어 걱정이다. 경제성장률은 지난 2011년 3.6%에서 지난해 2%로 뚝 떨어졌다. 잠재성장률을 훨씬 밑돈다. 지난해 4분기에는 전분기에 비해 0.4% 성장하는 데 그쳐 7분기 연속 0%대의 성장세에 머물고 있다. 글로벌 환경 악화로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살아나지 않는 데다 가계 부채와 부동산 경기 침체, 취업난 등의 여파로 내수마저 얼어붙어 있으니 성장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3%대 중반 정도로 예측되고 있는 잠재성장률이 올해부터 5년간 3%를 턱걸이하다가 2020년대는 2%대로 추락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오는 2017년을 정점으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서는 점도 경제성장엔 마이너스 요인이다. 새 정부는 성장이 사실상 정체하는 시기가 머지않아 온다는 인식을 하고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데 정책의 주안점을 두기 바란다. 우선 일본 아베 정부의 엔저 정책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상정하고 경제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할 조치부터 조속히 시행해야 할 것이다. 일본은 독일 등 선진국들의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엔저 정책을 노골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의 통화팽창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들에 중대한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는 만큼 이를 완화할 거시건전성 조치가 빨리 나오길 기대한다. 차기 정부도 성장을 하지 않고서는 복지 확대와 일자리 창출이 벽에 부딪힐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정부조직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경제 부흥을 국민 안전과 함께 국정운영의 2대 축으로 삼겠다고 밝힌 데서 그런 기류가 읽혀진다. 경제 뇌관이라 할 가계부채의 합리적인 해결로 소비가 살아나게 하고 기업의 투자 활성화로 수출과 일자리 창출이 이뤄져야 한다. 조세저항이나 기업의 투자 심리 위축 등의 변수로 미루어 볼 때 당분간은 법인세나 부가가치세 인상과 같은 증세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 성장을 통해 법인세 등 세수(稅收)와 일자리를 늘리는 경제정책은 불가피한 선택인 셈이다. 국내 기업들은 지난해 설비투자를 늘리기는커녕 되레 1.8% 줄였다. 세계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장 큰 요인일 것이다. 대기업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작용했을 수 있다. 투자 규모가 기업들이 가진 능력에 비해 낮았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투자가 부실해서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없기에 투자 유인책을 보강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잠재성장률을 1% 포인트 높이면 연간 6만개의 일자리와 수조원의 세수 확보 효과가 생긴다고 한다. 새 정부는 중소 수출기업 육성, 새로운 수출 상품과 시장 개척, 신성장동력의 추가 발굴, 경제체질 개선 등으로 저성장을 극복하기 바란다.
  • [주말 인사이드] “범죄자 딸이래”…예비 범죄자 낙인에 멍드는 수감자 자녀 7만명

    [주말 인사이드] “범죄자 딸이래”…예비 범죄자 낙인에 멍드는 수감자 자녀 7만명

    “배가 너무 아파요. 콕콕 쑤시고 조이고….” 6년 전 A(11)양은 유치원 차에서 내리다가 경찰에 잡혀 가는 아빠를 목격했다. 강도살인 혐의였다. 다섯살이던 A양은 그날 이후 급격히 말수가 줄었다. 유치원도 그만둬야 했다. 범죄자의 딸과 함께 내 아이를 공부시킬 수 없다는 다른 부모들의 민원 때문이었다. 몇 년이 지났지만 아빠가 체포되던 그날만 오면 A양은 심한 복통을 호소한다. 부모의 범죄로 인해 원치 않은 ‘주홍글씨’를 새기고 살아가는 수감자 자녀. 정부는 부모의 수감으로 가난과 심리적 고통을 떠안아야 하는 아이들을 약 7만명으로 추정한다. 정확한 통계는 없다. 법무부는 매년 200만건 이상의 범죄가 발생하며 이들 가운데 전국 50개 교정시설에 매년 10만명 정도가 새로 입소한다고 본다. 이들 절반 정도가 기혼으로 파악되며 기혼 수형자의 70%가량이 최소 1명 이상의 미성년 자녀를 둔다고 추정한다. 장기 수용자 자녀에 새로 입소하는 자녀들까지 더하면 수감자 자녀들은 나날이 증가하는 추세다. 7만명이면 미성년 인구 100명당 0.5명으로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문제는 사회의 차가운 시선 속에 아이들이 속수무책으로 방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방치되는 배경엔 사회의 편견도 한몫한다. 아이들은 부모가 교도소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예비 범죄자’, ‘나쁜 종자’라는 손가락질을 받는다. “‘범죄자의 딸’이래요. 내가 교도소 갈 짓한 것도 아닌데…왜 죄인 취급을 받아야 해요?” B(16)양은 지난해 아빠가 교도소에 갔다는 사실을 알고부터 삐딱선을 탔다. 사춘기 소녀는 세상의 편견도, 아빠에 대한 원망도 주체할 수 없었다. 결국 선택한 것이 ‘엇나가는 삶’이었다. 싸움박질도 했고 일진들과 어울리며 학교에서 도둑질도 했다. 같은 잘못을 해도 손가락질은 B양에게 쏠렸다. “애들이랑 다같이 지갑 한번 훔친 건데 걔네 엄마들이 제가 애들을 물들였다고 몰잖아요. 진짜 짜증났어요.” B양은 지난해 학교를 그만뒀다. 학자들은 부모에게서 받는 충격과 배신감에 사회적 편견이 화학작용을 일으켜 범죄가 대물림되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신연희 성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는 가족성원들을 단위로 보는 공동체 문화가 강한 까닭에 수감자의 범죄와 가족을 분리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면서 “이런 문화적 배경에서 가족들은 주위의 낙인을 피하려 숨어 버리려고만 한다”고 말했다. 수감자 자녀들도 죄를 진 부모와 자신을 분리하지 못했다. 신 교수는 “상담 결과 아이들이 ‘나는 범죄자 자식인데 뭘 할 수 있을까’ 등 병에 가까운 심리적 고통을 앓는다”면서 “불안정한 가정환경과 정서적 문제, 학교 부적응은 결과적으로 가출과 탈선, 비행으로 이어지는 일이 많다”고 했다. 부모가 수감됐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아이들은 저마다 큰 충격을 받고 있었다. 기혼 남녀수용자 56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수용자 가족방문 실태 및 그 효과· 2009)에 따르면 ‘아이가 말이 없어짐’, ‘매사에 의욕이 없고 기가 죽었다’는 응답이 각각 4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양육환경도 매우 불안정해진다. 수감자 자녀 중 30%는 부모의 입소 뒤 2번 이상 보호자가 바뀌었다. 보호자가 없어 아이 혼자 살고 있는 경우도 20%가 넘었다. 자연스럽게 공부와도 담을 쌓게 된다. 부모의 입소 후 공부에 관심이 없고 성적이 떨어졌다는 대답은 25%, 학교를 결석하거나 무단 이탈을 하는 아이도 11%를 차지했다. 학교를 중퇴해 버리는 아이도 7%에 달했다. “돈이 없어 학교를 못 다닐 것 같아요. 오빠는 가출했고 엄마는 매일 울어요.” 부도로 인해 아버지가 수감된 뒤 C(17)양의 가정은 붕괴됐다. 어머니 역시 건강 때문에 일을 할 수 없자 가세는 형편없이 기울었다. 한살 터울인 오빠는 옷가지만 챙겨 집을 나갔다. C양은 고등학교 등록금이 없어 학교를 그만뒀다. 수감자 자녀 대부분은 절대 빈곤 상태에 놓인다. 한쪽 부모가 남아 있다고 하더라도 가계소득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고 여기에 재판에 따른 비용, 수용생활 지원 등으로 인한 비용손실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직결된다. 한 수감자(50·무기징역)는 “가족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워 지원을 받았으면 하지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도, 주려는 곳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많다. 법을 잘 준수하고 사는 사람들도 경제적인 어려움이 큰데 세금으로 범죄자 자녀까지 도울 필요가 있느냐는 시각이다. 비슷한 이유로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수감자 자녀의 경제 지원 등은 민간단체가 맡는 일이 많다. 교정위원인 노병란 목사는 “부모의 죄값을 그 자녀까지 치르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면서 “아이들만 생각하는 인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관심도는 낮은 편이다. 지금껏 수감자 자녀 수조차 공식적으로 헤아려 본 적이 없다. 보고서도 2007년 ‘수형자 가족관계 건강성 실태조사 및 향상방안 연구’라는 이름으로 내놓은 단 1건이 전부다. 당연히 별도 예산도 없다. 수감자 자녀 지원 프로젝트인 ‘가족사랑캠프’는 소요 비용이 1일 기준으로 150만원 안팎이지만 별도 예산은 없다. 박선영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법무부 등에서 2011년 10월부터 위기가족 지원 등을 한다지만 수감자 자녀 대상으로 실질적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면서 “지금 위기청소년 지원 예산 안에 포함된 것만으로는 수감자 자녀 지원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가장 필요한 일은 수감자 자녀 통계를 잡는 것”이라면서 “수감자 자녀를 교정통계의 주요 항목으로 포함시켜 정기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정책 자료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감자 자녀들을 보듬어 줄 시설도 많지 않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생활이 어려운 아이들을 친인척이나 일반 가정에 위탁해 신체적 보호를 해주는 가정위탁 제도를 실시하고 있지만 수감자 자녀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일반 위탁이 보편화돼 있지 않아 대부분 양육시설로 보내지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박영숙 성산효대학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법무부는 수감자 교정만 신경을 쓰고 있다”면서 “복지 마인드를 가진 사회복지사를 많이 늘리고 수감자 자녀와 수감자가 관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미술·심리치료 등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D(30)씨는 가정폭력이 심한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술만 마시면 인사 불성이 돼 주먹을 휘둘렀다. 참다 못한 어머니는 잠자던 아버지의 목을 졸라 죽였고 7년형을 선고받았고 D씨는 홀로 됐다. 여든이 넘은 할머니는 D씨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인근 교회로 보냈고, 그곳에서 D씨는 원로목사의 지속적인 사랑 속에 자랐다. 그는 현재 인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국어 교사로 재직 중이다. 전문가들은 수감자 자녀를 위한 지원이 제대로 이뤄진다면 D씨와 같은 사례가 많이 나올 수 있다고 말한다. 김혜란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범죄자의 자녀가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식의 논의들이 이뤄지는 걸 많이 보는데 이조차 낙인이 될 수 있다”면서 “수감자 자녀 지원에 논의의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사람들은 위기와 시련의 상황에서 이를 극복해 내는 탄력성을 가지고 있다”면서 “스스로 일어서기 힘든 수감자 자녀에게도 사회가 사랑의 손을 내밀어 이들이 건강한 구성원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정부조직개편 입체 분석] “농장에서 식탁까지 식품업무 일원화해야”

    [정부조직개편 입체 분석] “농장에서 식탁까지 식품업무 일원화해야”

    그동안 식품안전관리가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 일원화돼야 한다고 주장한 이들은 농축수산물 등의 생산을 지원하고 진흥하는 측에 안전 관리를 담보할 수 없으며, 반드시 분리돼 상호 견제를 이뤄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반대하는 측은 농축수산물 생산 및 가공, 유통의 모든 과정은 따로 떼어놓을 수 없다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현재 식약청 안팎에서는 농림수산식품부가 담당하던 식품안전 업무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처(신설 예정)로 일원화되고 국무총리실 산하로 승격된 것은 ‘깜짝 선물’로 여기고 있다. 식약청 관계자는 “식품안전의 컨트롤타워라는 역할을 부여받아 책임감이 크다”면서도 “정부조직법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이라 앞으로 식약처의 업무 범위가 어디까지 될지 가늠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식약청은 위해식품사범에 부당이익의 10배까지 환수하도록 하는 등 한층 강도 높은 식품안전관리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농축산업 관련 단체들은 농축산물 안전 관리 체계가 이원화되면서 비효율적인 관리가 이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준봉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은 “농업인을 전혀 고려치 않은 부처 이기주의에 따른 조직개편”이라며 날 세워 비판했다. 또 김 회장은 “현재 농림수산식품부에 농축수산물에 대한 위생 안전 관리 시스템이 다 구축돼 있는데 식약처에는 그런 시스템이 없다”면서 “그런 시스템을 처음부터 다시 하나하나 만드는 것도 시간과 비용이 걸리는 일”이라고 반대했다. 이어 “식약처에는 약학과 관련된 전문가가 주로 있을 뿐 현재 농림수산식품부 수준의 전문가가 없다는 것도 농업인을 죽이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정식 낙농육우협회 지도부장도 “식약처가 선수도 심판도 다같이 하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배 부장은 “독일, 덴마크 등 해외 선진국 사례를 보면 농장에서 식탁까지 농업 생산부처 중심으로 식품업무를 일원화하고 있는데 우리만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라면 사태에서 식약청은 안전하다고 했다가 다시 회수조치하는 일관성 없는 모습을 보였고 그 결과 업체만 큰 피해를 입었다”면서 “식약청이 규제 기관이므로 규제만 할 뿐 농축산업 육성에 신경 쓸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한반도 정세 급랭… 종교계 “남북 교류 사업 어떡해”

    한반도 정세 급랭… 종교계 “남북 교류 사업 어떡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속만 타는 종교계.’ 새 정부 출범과 맞물려 대북 교류 재개에 한껏 기대를 품었던 종교계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 2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와 그에 대한 북측의 한반도 비핵화 포기며 6자회담 및 9·19공동성명 사멸 운운 등의 강경 대응에 따른 것이다. 종교계는 종단별 혹은 연합 차원의 대북교류 재개를 위해 북측 종교계와 접촉을 계속해 온 상황에서 돌발 변수를 맞아 새 정부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종교계는 이명박 정부 들어 경색된 남북관계 탓에 사실상 북측 종교계와의 실질적인 교류를 중단한 상태다. 그러면서도 개별 종단 차원에서 북측 종교 관계자들과의 직접적인 접촉과 우회적인 협의를 통해 교류 재개를 추진해 왔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구축’과 관련한 장밋빛 공약에 따라 최근 들어 대북 교류에 한층 박차를 가해 왔던 게 사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종교계가 올해 추진 중인 크고 작은 교류 사업이 적지 않다. 종교인평화회의(KCRP)의 3·1민족대회 10주년 남북 공동 행사, 개신교계의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부산 총회(10월) 중 평화열차 운행, 불교계의 평양 불교회관 건립, 원불교의 평양 국수공장 가동, 천도교의 개성 남북 교도 공동 시일식 개최 등등. 이 가운데 불교, 개신교, 천주교 등 7대 종단 모임인 KCRP의 3·1민족대회 10주년 남북 공동 행사는 코앞에 닥친 종교계의 현안이다. 2003년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KCRP와 북측 조선종교인협의회가 공동 주관하고 북측 대표 105명이 참석해 열린 3·1민족대회는 참석자 중 절반가량이 종교인이었던 만큼 사실상 남북 종교 교류의 첫 장을 연 행사로 평가된다. KCRP는 이 행사 10주년 행사를 남북이 공동으로 서울에서 치른다는 계획을 세워 북측 종교인들과의 1차 협의를 거친 뒤 정부 관계 부서와 행사 개최를 협의해 왔으나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사태 이후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WCC 부산 총회 때 운행 예정인 평화열차도 종교계, 특히 개신교계의 각별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행사다. 부산 총회에 참가하는 세계 기독교 대표들이 평화열차를 타고 독일을 출발해 러시아 모스크바, 중국, 평양을 거쳐 부산에 도착한다는 야심 찬 프로젝트다. WCC 총회와 관련한 정부 예산이 책정된 데다 유럽, 러시아 교회들이 비상한 관심을 갖고 중국과 북한 측에 열차 통과 성사를 독려하고 있어 평화열차를 주관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측이 한껏 고무된 상태지만 이 프로젝트도 남북관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불교계 역시 지난해 북측 조선불교도연맹(조불련)과 실무회담을 해 중장기 공동 사업 추진에 합의한 상태다.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으로 중단된 내금강 불교 유적 공동 조사 재개와 북한 불교 문화재 공동 전수조사, 남북 사찰 간 결연을 통한 교류와 평양 지역 불교 유적 발굴·복원 후의 평양불교회관 건립은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할 사업으로 정했다. 그러나 남북관계 변화에 따라 막히고 풀렸던 과거 교류를 볼 때 이번 중장기 사업 추진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라고 조계종 관계자는 귀띔했다. 원불교는 10년 전 평양에 설립한 빵 공장을 5년 전 국수공장으로 전환했으나 남북관계가 경색돼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지난 연말 북측 관계자들과 공장 재가동을 협의했으며 이와는 별도로 옛 개성 교당 복원을 추진 중이다. 이 밖에 천도교는 올해 하반기 중 개성에서 남북 교도들이 천도교 종교 행사를 함께 여는 것에 대해 북측 천도교 관계자들과 협의 중이며 개신교는 평양 장충성당과 봉수교회 건립 25주년을 맞는 올해 기념 행사를 성대하게 치를 계획이다. 종교계는 일단 새 정부의 대북관계 변화에 기대를 모으고 있는 눈치다. 특히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에 북측이 성명을 통해 밝힌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대화는 있다”고 한 대목에 주목하고 있다. 변진흥 KCRP 회장은 “남북 종교 교류는 정치적 상황에 관계없이 민간 교류 차원에서 지속돼야 할 사안”이라며 특히 “새 정부의 대북관계 지표가 될 남북 종교 교류가 먼저 물꼬를 틀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강제 북송 반대하는 캠페인 펼치고 국내 입국 절차 간단하게 개선해야”

    “정말 상황이 어려운 중국 내 탈북 2세들은 이미 사망했거나 상당수 중국 고아원에 있을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해외 체류 북한이탈주민 아동 인권 상황 실태조사’ 내용에 대해 탈북자 문제 전문가들은 21일 “면접 대상이 된 아동들은 상황이 그나마 나은 편으로 보이며 전문가의 접근이 불가능한 아이들이 많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어머니와 이별한 아이들은 대부분 꿈과 정체성을 잃은 채 방황한다. 미국 등 국제사회는 이미 중국 등을 떠도는 탈북 2세를 “가장 위험한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어린이들”로 규정하고 지원에 나섰으나 우리는 대북 관계 및 대중 관계 등을 고려해 관련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인권위 보고서는 북한 출신 생모와 사실상 강제 분리돼 보호받지 못하는 아동이 확인된 만큼 정부 등이 전략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권고했다. 우선 탈북 2세 아동들이 국내에 쉽게 들어올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를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전문가는 “자녀를 중국에 남겨둔 채 국내에 입국한 탈북 여성 중 아이를 데려오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하지만 중국 내 한국 공관에 탈북 2세 아동의 출생 등록을 하려 해도 여러 절차상 어려움 때문에 접수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한다. 외교통상부가 탈북 2세의 인권 문제에 주목해 아동의 입국 절차를 간단하게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고서는 또 법무부 등은 탈북 2세 아동이 국내에 입국한 탈북 여성의 친자녀임을 쉽게 입증할 수 있도록 유전자 검사 등의 제도를 보완하라고 제안했다. 정부가 4000여명으로 추산되는 중국 내 요보호 탈북 2세 아동에 대한 생활비와 교육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시민사회단체들이 전 세계 인권단체와 함께 중국의 탈북자 강제 북송 정책에 반대하는 운동을 확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탈북 2세들이 어머니와 생이별하는 가장 큰 원인이 중국의 강제 북송 방침 때문이라서다. 한편, 미국에서는 지난 14일 탈북 어린이의 미국 가정 입양을 미 정부가 지원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효돼 시행 중이다. ‘북한아동복지법’이라는 이름의 이 법은 북한을 탈출해 중국 등 제3국에 거주하는 어린이의 복지와 인권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 국무장관이 재외 북한 어린이의 실태와 이익 증진 방안, 입양 전략 등을 담은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작성해 의회에 보고해야 하며 미 정부가 재외 북한 어린이들이 거주하는 국가를 상대로 무국적 문제를 해결하도록 권고하고 한국 정부와 공동으로 이들의 가족 상봉 등을 지원하는 시범 사업을 진행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열린세상] 박근혜 당선인, 성공한 대통령 되려면/한희원 동국대 법대 교수

    [열린세상] 박근혜 당선인, 성공한 대통령 되려면/한희원 동국대 법대 교수

    팍타 순트 세르반다(pacta sunt servanda)!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는 라틴어 법률 격언이다. 신의성실의 원칙(bona fide)의 터전이다.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요건이 있지만, 국민들이 약속이나 사회질서를 잘 지키는 것은 핵심 가운데 핵심이다. 민주법치주의는 약속을 지키기로 하고 체결한 사회계약의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명한 경제 사학자들도 약속을 유인책으로 여기는 중국은 국민성의 한계로 높은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초일류 선진국은 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렇듯 약속은 소중하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그 어떤 정치인보다도 약속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대통령 당선 후에도 국민께 드린 공약을 잘 지켜서 모든 국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여러 차례 다짐했다. 그렇다면 선거공약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약속일까? 약속은 거울의 법칙(Mirror Image Rule)에 따라서 청약자와 승낙자 사이에 한 치도 어긋남이 없는 의사의 합치이다. 반면에 선거공약은 유권자에게 자신의 미래 비전을 개괄적으로 제시한 일방적인 의사표시일 뿐이다. 인류에게 자유와 이성의 소중함을 알려준 이마누엘 칸트의 도덕법칙을 배우는 시간에 논의되는 사례이다. 대통령이 진실을 말하는 것이 국민들에게 아주 커다란 고통을 가져온다. 예컨대 국가재정이 거덜났다거나, 어제 동맹국이 우리에 대한 지지를 포기했다거나…. 그럴 경우 거짓말을 하거나 침묵하는 기만이 국민 대다수의 고통을 회피할 수 있는 길임에도, 그래도 대통령은 국민에게 진실만을 말해야 할까? 선거공약을 지키려고 최선을 다하는 것은 주권자에 대한 도리로 소중하다. 하지만 공약 이행에만 집착하고, 신뢰의 상징이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는 순간에 대통령으로서는 많은 난관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단순한 국내정치를 상대하던 국회의원 신분과는 달리, 청와대에 입성하여 글로벌 무한경쟁 환경에 대한 정보보고를 듣고 복잡한 대외관계에 맞닥뜨리는 순간, 공약 집착만으로는 대한민국이 행복한 나라가 될 수 없음을 알게 될 것이다.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불가피한 경우에는 국민에게 솔직하게 설명하고 또 다른 길을 갈 수밖에 없음을 납득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법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약속도 사정변경의 원칙에 의해서 변동될 수 있음을 이해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모든 국민이 참여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국정지표를 참여정부라고 했다. 그러나 오히려 대한민국을 지역, 구획(강남, 강북), 세대, 빈부 등으로 더욱 분열시켜 그 약속은 지키지도 않았다. 국민들은 그분이 평범한 필부와 같이 내뱉는 투정 섞인 말투에 현혹되어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을 기억도 못한다. 이명박 현 대통령은 선거공약을 지키지 못하는 것을, 대외적인 실적과 경제 살리기로 만회하면 국민들이 알아서 이해해 줄 것으로 생각하고 소통에 소홀했던 것으로 사료된다. 극명한 전직 대통령들의 사례는 ’박근혜 대통령’ 시대의 성공에 대한 방향을 제시한다. 대통령이 신뢰를 주는 것은 소중하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국가최고통수권자로서의 지도력이다. 지도력은 변화를 읽는 선견력, 넓은 도량과 사회통합능력, 새로운 추세나 외부충격을 해석하는 세계관, 전체적으로 볼 수 있는 깊은 인식능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변신과 적응력 등이다. 오늘날 한반도는 물론이고 우리 기업과 국민이 진출한 전 세계에는 대한민국을 향한 협박이 소위 초국가적 안보위협세력이라는 이름으로 지천에 널려 있다. 대통령은 국내적으로는 치안질서를 확고히 하고, 대외적으로는 경쟁세력으로부터 국가안보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책무이다. 이를 위해 단순한 과거의 경험자가 아니라 그 분야를 충분히 연구한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서 현재의 매우 비효율적인 수사체계와 정보체계를 통합적으로 재편, 국가안보 체계를 혁신하는 것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대통령이 행복해지는 것이 바로 국민 행복의 길이다!
  • 서울시, 시내버스 재정지원 전면 대수술

    서울 시내버스 업체 대표들이 적자 경영 속에서도 평균 2억원 이상의 고액연봉을 받는 등 ‘방만 운영’ 논란이 거세지자 서울시가 시내버스 재정 지원을 전면 손보기로 했다. 시는 업체의 지출 비용과 시의 지원 내역을 분석해 재정 지원 기준이 되는 표준운송원가를 새로 책정키로 했다. 시는 ‘시내버스 표준운송원가 검증 및 산정’ 용역을 통해 시내버스 회사의 지출 비용 등을 분석해 2013년도 표준운송원가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17일 밝혔다. 이번 용역에는 서울 시내버스 회사 총 66개를 대상으로 지출 비용을 전수조사하고, 회사의 원가 요소 및 시 지원금 기준의 적절성을 분석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2004년 시내버스 준공영제 도입 후 시가 총 1조 8100여억원의 버스 회사의 적자를 보전해 왔지만 정작 업체 대표들이 고액 연봉을 챙겨 가는 등 방만 경영을 관리감독할 방법이 없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시에 따르면 총운송비용에서 수입금을 제외한 만큼 지원되는 적자보전금은 2010년 1900억원, 2011년 2224억원, 지난해 2654억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반면 업체 대표 평균 연봉은 2009년 1억 8699만원, 2010년 2억 244만원, 2011년 2억 815만원으로 증가해 적자보전을 위한 세금이 사실상 업체 대표 주머니로 들어간 꼴이 됐다. 시는 상반기 중 용역 결과를 받아 검토한 뒤 이를 바탕으로 올해 시내버스 재정지원 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합리적 근거에 의해 지원 기준을 새로 마련하면 적자보전금을 현실화하고 버스 업체의 방만 운영을 견제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시는 보고 있다. 한편 현재 서울의 시내버스는 66개 회사가 366개 노선, 총 7534대를 운행하고 있다. 이 중 흑자노선은 69개(19%)이며 나머지 297개(81%)는 적자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사설] 대선공약 구조조정 지역공약서 출발하라

    김용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어제 “새 정부가 시작도 되기 전에 공약에 대해 지키지 마라, 나라 형편이 어려워진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며 공약의 철저한 이행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일각의 공약 수정론에 대해 쐐기를 박고 나온 것은 새 정부 출범 전부터 국민들의 신뢰를 저버릴 수 없다는 판단에서일 게다. 그러나 여권 내부에서조차 ‘대선 공약 출구 전략’이나 ‘공약 속도 조절론’이 나오고 국민들 상당수가 이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공약 이행에 필요한 막대한 예산 조달 방안에 대해 뾰족한 해답을 찾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공약을 이행하는 데는 모두 135조원이 들어간다고 한다. 하지만 복지 공약 중 기초연금 등 핵심 공약만 해도 당초 액수보다 무려 15조원이 더 들어간다는 통계 등을 감안하면 전체 공약을 이행하는 데 훨씬 더 많은 재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나라 곳간에 돈이 철철 넘친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은데도 모든 공약을 한꺼번에 ‘천금’(千)같이 지켜야 한다는 주장은 합당하지 않다는 게 우리의 시각이다. 공약 이행을 위해 새 정부가 증세나 재정적자 감수를 밝힌 바 없으니, 남은 방법은 세출 구조조정이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공약의 구조조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공약 전부를 폐기하자는 것이 아니다. 꼭 필요한 공약부터 이행하되 그렇지 않은 공약은 후순위로 돌리고, 혹여 순전히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 공약이 있다면 이를 선별해 유보하자는 것이다. 박 당선인이 전국 각지를 돌며 대선 기간 막바지에 무더기로 쏟아낸 지역개발 공약이 바로 유보해야 할 사업일 것이다. 박 당선인은 현 정부가 백지화했던 ‘신공항 개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개발’ 도 구체성 있는 재원 마련 방안 없이 부산과 대전에서 재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어디 이뿐인가.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및 충청권 광역철도망 구축, 호남 KTX 건설, 구미·포항 정보기술(IT) 융복합 신산업벨트 조성 등도 약속했다. 하나같이 수백억원에서 수조원에 이르는 엄청난 예산이 들어가는 지역사업들이다. 벌써부터 강운태 광주시장이 김용준 위원장과 면담을 갖는 등 각 지역에서는 약속 이행을 위한 압력을 넣고 있다고 한다. 돈 만드는 도깨비방망이가 없는 한 모든 지역공약까지 다 이행하려면 나라 살림은 거덜날 수밖에 없다. 불요불급한 지역공약도 약속한 만큼 무조건 지켜야 한다는 식이어선 안 될 일이다. 대선 공약에 대한 전면적 ‘가지치기’가 필요하다. 그 출발점을 지역공약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국민과의 약속, 신뢰가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국가가 있어야 약속도 지킬 수 있는 것임을 명심하라.
  • 미래부, 초대장관·조직통합·부처 간 역할조정이 성공 열쇠

    지난 15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차기 정부 조직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유일한 신설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래부는 창조경제라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가치를 실현할 주무부처이자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아우르는 거대 부처다. 특히 해양수산부가 부활인 데 반해 미래부는 처음부터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 과학·정보통신계 관계자들은 물론 편입 대상 부처 공무원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래부 신설 과정의 핵심과제는 3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초대장관을 누가 맡느냐가 초유의 관심사다.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이라는 이질적인 성격의 업무를 ‘창조경제’라는 슬로건 아래에 묶으면서 장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 정부 출범 당시 교육과 과학기술 분야를 묶어 교육과학기술부가 출범했지만, 장관들이 뚜렷한 철학을 제시하지 못하고 조직논리에 휘말리면서 단명하고 결국 부처 내 혼란으로 이어진 교훈도 있다. 초대장관은 인수위가 미래부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달려 있다. 미래부의 개념을 잘 이해하고 혼란을 줄일 수 있는 ‘실용형’ 장관으로는 김창경 전 교과부 2차관이 거론된다. 김 전 차관은 박 당선인 캠프에서 미래부 구상 단계부터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창조경제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과 과학기술의 산업화를 중시하는 ‘성장동력형’ 장관으로는 산업계 출신인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이나 이석채 KT사장이 물망에 오른다. 마지막으로 과학기술 중심의 국정운영을 보여줄 수 있는 ‘상징성’ 측면에서는 오세정 기초과학연구원장이나 강태진 전 서울공대 학장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박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낸 최경환 의원과 이주영 새누리당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조직통합 역시 중요한 과제다. 미래부는 구 과학기술부, 방송통신위원회,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물론 지식경제부 등 다른 부처의 연구개발(R&D) 조직 등이 결합하는 형태다. 주도권 다툼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구 과기부와 방통위가 150~200명 수준이고 나머지 조직은 30~80명 규모다. 단순한 부처 재배치가 아니라 융합을 전제로 부처 밑그림을 처음부터 그리려면 기존 조직에 손을 댈 수밖에 없다. 통합대상인 한 부처 공무원은 “기획조정실이나 전략기능 등 요직에 누구를 배치하느냐에 따라 미래부에서의 위상이 결정될 것 같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원자력안전위원회 이외에는 부속기관이나 외청이 아직까지 정해지지 않은 미래부의 역할 조정도 관전 포인트다. 교육부와의 의견 조율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대학교육 및 기초연구 지원을 놓고 볼썽사나운 부처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높다. 특히 수조원 이상의 예산을 맡고, 대학에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대학지원 기능의 향배가 주목된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지방시대] ‘대전토피아’에서의 삶/서정욱 배재대 심리철학과 교수

    [지방시대] ‘대전토피아’에서의 삶/서정욱 배재대 심리철학과 교수

    영국 철학자 토머스 모어는 1516년 ‘유토피아’를 서술하면서 고대 그리스의 플라톤에서 시작된 이상국가 사상을 가시화했다. 플라톤이 살던 당시 고대 그리스는 도시인 폴리스가 하나의 국가단위였다. 폴리스의 면적과 인구에 대해서는 분명하지 않지만, 약 400㎢ 크기에 인구 2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플라톤이 원했던 이상국가의 유형을 우리나라에서 찾아볼 수 있을까? 모든 자치단체가 시민이 잘사는 도시, 즉 유토피아를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플라톤의 이상국가와 면적 및 인구가 일치하는 도시는 없다. 당시 교통망이나 통신망을 오늘날과 비교해 본다면 같은 면적에 100배 이상의 인구가 살아도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플라톤은 이상국가를 위해서 통치방법도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다. 정치가의 역할은 시민들이 필요한 곳에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으로 여겼다. 모든 시민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을 때, 그 사회는 통치가 필요 없는 사회가 될 것이다. 이것을 토머스 모어는 ‘유토피아’에서 범죄 없는 사회로 표현하고 있다. 폴리스는 적의 공격으로부터 방어가 쉬운 산을 중심으로 건설됐다. 신전, 경기장, 아고라, 그리고 야외 음악광장은 필수조건이었다. 플라톤의 이상국가를 우리나라에서 찾는다면, 결론은 대전광역시다. 먼저 인구와 면적에 있어서 플라톤이 말한 이상국가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또 대전시는 폴리스에 필요한 네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신전은 곧 종교 활동을 의미한다. 예부터 계룡산은 종교 활동의 성지로 인정받고 있다. 한밭종합경기장을 중심으로 월드컵 축구경기장에 이르기까지 대전에는 운동시설도 충분하다. 대전문화예술의 전당과 야외 음악광장은 물론 주변에 미술관을 비롯해 드넓은 수목원과 하천변까지 갖춰 규모나 환경이 어디를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플라톤의 아고라는 단순한 시장이 아니라 열린 토론이 가능한 장소를 뜻한다. 대전은 선거결과가 매번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았다. 시민 토론의 장이 열려 있다는 증거다. 여기에 출신지도 다양해 지역색이 없는 소통의 도시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검찰청의 전국 범죄율 발표에서 대전은 인구 10만명당 2673건으로 전국 광역시 중 가장 낮았다. 가장 높은 광역시의 4567건에 견줘 보면 대전이 얼마나 살기 좋고 안전한 도시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대전은 플라톤이 주장한 이상국가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유토피아의 ‘토피아’는 ‘장소’를 뜻하고 ‘유’는 ‘없는’(ou)과 ‘좋은’(eu)이라는 두 가지 뜻을 동시에 갖고 있다. 즉, ‘없지만 좋은 곳’이 바로 이상국가요 유토피아다. 이런 몇 가지 이유로 대전을 ‘대전토피아’라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대전에서 살고 있는 필자부터 곧 유토피아에서 살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 “통증 참으며 죽는가보다 했는데 내게도 척추·관절염 치료 행운이…”

    “통증 참으며 죽는가보다 했는데 내게도 척추·관절염 치료 행운이…”

    혹한이 매서운 지난 9일 오후 2시.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서울나은병원에서 윤광원(가명·66·경기 수원시 팔달구)씨가 수술대에 올랐다. 윤씨는 3년 전부터 고질인 척추디스크와 척추관협착증이 심해져 아예 바깥 출입조차 못하고 지내는 형편이었다. 한국전쟁 와중이던 여섯 살 때 전쟁 고아로 내버려진 윤씨는 이후 60년을 가족 없이 살아온 독거노인. 평생을 홀로 살아 일점 혈육도 두지 못한 그는 건설현장 일용직 등으로 어렵게 생계를 꾸려 왔다. 그러다 15년 전에 허리를 크게 다치고도 제대로 치료를 못 받은 게 화근이 됐다. 괜찮다 싶던 허리가 5∼6년 전부터 말썽을 일으켰다. 정부 보조금에 의지해 사는 그가 선뜻 병원을 찾는다는 것은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 수백만원이나 드는 수술비를 마련할 길이 없어서였다. 도리 없이 참고 지냈지만 갈수록 고통이 심해졌다. 급기야 왼쪽 무릎 윗부분과 장딴지에 마비증상이 왔고, 채 10분도 걷지 못해 길바닥에 주저앉아야 했다. 그런 그에게 믿기지 않는 희소식이 전해졌다. 서울신문과 서울나은병원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퇴행성 관절염과 척추디스크 환자에게 최신 줄기세포 치료를 무료로 해주는 공익사업을 펼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이웃에게서 그 소식을 듣는 순간, 내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뿐이었어요. 물리치료나 통증주사도 안 들어 이대로 죽을 수밖에 없겠더라고요. 빨리 몸을 추슬러 뭐라도 해야 목에 풀칠이라도 할 수 있으니까요.” 그는 바로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검사 결과, 척추 상황이 말이 아니었다. 척추디스크에 척추관협착증까지 더해져 의료진들조차 “어떻게 버텨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 관절 퇴행으로 무릎 연골도 모두 닳아 제대로 걸을 수조차 없었다. 상태가 심해 척추 부위에 대한 최소절개 현미경수술과 줄기세포 치료가 동시에 이뤄졌다. 줄기세포란 인체의 다양한 조직으로 분화하는 만능세포로, 이 줄기세포를 정제해 손상된 디스크나 연골에 주입해 새로운 디스크나 연골로 자라도록 하는 최신 치료법이 줄기세포 치료다. 단일질환 치료에만 1800만원이나 들어가는 최첨단 수술법이다. 수술을 집도한 공병준 원장은 “수술 경과는 좋다. 그러나 무릎도 당장 수술이 필요한 상태인 데다 생계 때문에 수술 후 재활이 제대로 이뤄질지 걱정”이라며 “기본적인 재활프로그램은 병원에서 제공하지만 그 후에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나은병원은 지난해 말부터 나눔의료사업을 시작해 벌써 전국의 저소득층 관절염 및 척추질환자 6명에게 줄기세포 치료 등을 무료로 제공했다. 지난해 12월에 사업을 시작한 이래 전국에서 200여명에 이르는 환자들의 치료 요청이 줄을 이었다. 의료진은 이들을 대상으로 문진을 실시한데 이어 직접 환자를 대면해 치료의 적정성을 살펴 치료 대상을 엄정하게 선별했다. 올해까지 이 같은 방식으로 모두 20명에게 새로운 삶을 선사할 계획이다. 이 병원 남기세 원장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퇴행성 관절염이나 척추질환을 가졌으면서도 병원을 찾을 엄두를 못 내는 의료 사각계층이 생각보다 많다”면서 “치료 의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형편이 어려워 방치되고 있는 그분들에게 이번의 나눔의료사업이 작으나마 희망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사한 질환자들임에도 지금까지 무료 수술 혜택을 받은 환자들의 사연은 제각각이었다. 생활 능력이 없는 남편과 10여년 전에 헤어진 뒤 지적장애(1급) 아들과 3년간 모자원에서 생활하기도 했던 여모(58) 환자가 있는가 하면 올해 아흔여덟으로, 폭력성 치매를 앓아 요양원에도 갈 수 없는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고모(61) 환자는 10년 전 교통사고로 골절과 함께 연골이 망가지는 사고를 당하고도 여지껏 변변한 치료조차 못 받고 있다가 이번 나눔의료사업 대상자로 선정돼 관절염 치료를 받았다. 고씨는 “지병인 고혈압이 있는 데다 5년 전에 식당에서 일할 때 허리 골절상까지 입어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었다”면서 “치료를 마치면 남은 삶을 정말 열심히 살겠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양모(63) 환자의 사연도 기구했다. 15년 전에 남편과 헤어진 뒤 두 아들과도 연락이 끊겨 생사조차 모른 채 생활하고 있다. 기초생활연금 30만원이 수입의 전부인 그는 척추디스크가 심각하게 손상돼 그동안 일하던 일용직 일자리조차 잃고 말았다. 40대 때 자궁근종 수술을 받았던 양씨는 이후 고혈압과 고지혈증으로 초기 뇌경색이 온 상태. 병원 측은 그에게 줄기세포치료 외에 척추 신경성형술까지 더해 병마의 고통을 덜어주었다. 양씨는 “좋은 꿈을 꿨는지 내게 이런 행운이 올 줄은 생각도 못 했다”면서 “몸이 나아지면 어디에서 사는지 모르는 두 아들을 찾아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안양나은병원 한영미 원장은 “치료 대상 환자들이 하나같이 어려운 계층이어서 더 마음이 아팠다”면서 “앞으로도 어려운 이웃들에게 인술을 베푸는 의료인으로서의 소명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서울신문과 척추·관절질환 전문 나은병원은 지난해부터 척추디스크와 퇴행성 관절염을 앓고 있으면서도 형편이 어려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검사는 물론 줄기세포를 이용한 수술과 재활치료를 무료로 제공하는 나눔의료사업을 펴오고 있다. 전문 의료진이 치료의 적정성을 가려 1차로 20명의 환자에게 무료치료의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치료는 서울나은병원과 안양나은병원에서 이뤄진다. 무료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서울나은병원(02-6714-9556)으로 문의하면 상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커버스토리-짝퉁 코리아] 벌금 내고도 남는 장사… 짝퉁 산 사람도 유럽처럼 처벌해야

    [커버스토리-짝퉁 코리아] 벌금 내고도 남는 장사… 짝퉁 산 사람도 유럽처럼 처벌해야

    지난달 6일 서울본부세관은 해외 유명브랜드를 위조한 가방과 구두, 액세서리 등 ‘짝퉁’을 판매한 가정주부와 골목상인을 적발했다. 7살과 9살 두 아이를 둔 가정주부 A(35)씨는 지난 2008년부터 소일 삼아 유아용품 인터넷 공동구매 카페에서 아동복을 팔기 시작했지만 경쟁이 심해지면서 운영이 어려워지자 짝퉁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그는 4년간 동대문시장 등에서 짝퉁 2만점(정품 시가 150억원 상당)을 가져다 판매해 2억원의 이익을 남겼다. 장사가 잘되자 서울 양천구 주택가에 빌라 한 채를 빌려 보관 창고로 사용했다. 판매 대금은 자녀와 친정어머니, 시어머니의 차명 계좌로 받아 관리하는 등 단속을 피하기 위한 수법도 과감해졌다. 동네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B(40·여)씨 역시 매출이 줄자 손님을 끌기 위해 짝퉁에 손을 댔다. 그는 동대문시장에서 구입한 루이비통 등 짝퉁 800점(정품 시가 16억원)을 팔다 적발됐다. 조사 결과 B씨는 지난해 4월 같은 혐의로 적발돼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위험 대비 고수익, 걸리지만 않으면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짝퉁의 유혹’이 서민들에게까지 확산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짝퉁의 진화 속도도 빠르다. 해외 유명 브랜드에 집중됐던 짝퉁에 국산 아웃도어 브랜드가 등장하고, USB·헤드폰 등 인기가 있는 품목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제품 고유번호와 카탈로그 제작, 애프터서비스까지 제공하는 등 분업화, 체계화되는 경향도 나타난다. 짝퉁은 국내 산업 및 기업을 무너뜨리는 독버섯 같은 존재다. 명품의 틈새시장을 국산 브랜드가 아닌 짝퉁이 차지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판현기 특허청 특별사법경찰대장은 ‘쌈지’를 거론하며 “짝퉁의 품질이 떨어진다는 것은 옛말”이라며 “최고 품질의 짝퉁이 국산 브랜드와 가격대가 겹치면서 스스로 브랜드를 접은 사례”라고 말했다. 단속이 강화되고 있지만 짝퉁은 줄지 않는 것으로 관계 당국은 보고 있다. ‘수요가 있기에 공급이 있다’는 경제원리의 단면을 보여 준다. 중국에서 제조, 공급되는 짝퉁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수출입 컨테이너와 특송화물·소포 등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지만 물류 흐름과 직결돼 있어 실행이 불가능하다. 품명 위장과 은닉 등 수법이 치밀해지면서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짝퉁 판매·유통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유럽과 같이 구매자도 처벌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현행법에서 제조·유통·판매자에 대해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미만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적발이 제작, 유통을 계획한 배후세력이 아닌 소매·중도매상이다 보니 ‘생계형’으로 분류돼 벌금형에 처해진다. 벌금을 내고도 남는 장사니 손을 떼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짝퉁 제보의 대부분이 피해를 본 구매자”라며 “국민 의식이 우선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인수위 자문위원단 부활? 朴의 보은?

    인수위 자문위원단 부활? 朴의 보은?

    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분야별 외부 전문가 35명이 추가로 합류했다. 대선 캠프에 몸담았던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인수위 측이 출범 당시 폐해와 부작용 때문에 설치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자문위원단이 부활한 것 아니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인수위원에 포함되지 못한 인물들을 챙겨 주기 위한 일종의 ‘보은 인사’ 성격이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1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분야별 전문가 35명을 전문위원과 실무위원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이날 추가 임명된 위원들은 김용준 인수위원장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분과별로 3∼4명씩 배치돼 정부 부처 업무보고에 참석했다. 이에 따라 18대 대통령직인수위의 전체 규모는 지난달 27일과 지난 4일 1, 2차 인선 발표 때 포함된 인수위원 26명과 정부 파견 공무원 53명, 정당 파견자 등에 이날 추가로 임명된 35명을 합쳐 모두 152명이 됐다. 추가로 임명된 인사들 가운데는 박근혜 당선인의 대선캠프 출신인 국민행복추진위원회에 몸담았던 인사가 14명이다. 당선인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출신도 14명이다. 행추위와 미래연에 모두 참여했다가 이번에 인수위에까지 합류한 인사도 9명이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과 손수조 미래세대위원장도 인수위에 합류했다. 하 의원은 국민대통합위원회 간사로 임명됐다. 이로써 국민대통합위는 6명으로 늘었다. 손 위원장도 이날 임명장을 받고 청년특별위원회에 합류했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 [프로야구] 2013 시즌은 벌써 시작됐다… 7개 구단, 시무식 뒤 훈련 ‘스타트’

    [프로야구] 2013 시즌은 벌써 시작됐다… 7개 구단, 시무식 뒤 훈련 ‘스타트’

    프로야구의 2013시즌은 벌써 시작됐다. 공식 개막일은 3월 30일이지만 삼성과 두산을 제외한 7개 구단이 7일 일제히 시무식을 갖고 본격 담금질에 들어갔다. 1군 무대에 데뷔하는 NC는 7일 경남 창원 마산구장에서 올해 첫 소집돼 각오를 다졌다. 김경문 감독은 “목표는 5할 승률과 4강”이라고 밝혔다. NC는 지난해 퓨처스 남부리그에서 60승5무35패를 기록, 리그 우승과 통합 승률 1위(.632)를 달성했다. 김 감독은 자신감에 넘쳐 “형님 구단들에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초반부터 다른 팀들에 잡히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선수들의 분발을 자극했다. 10년 내리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LG는 서울 잠실구장에서 시무식을 가졌다. 김기태 감독은 “팬들에게 항상 빚지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팀은 혼자 돌아가는 것이 아니니 마지막까지 웃을 수 있는 한 해가 될 수 있게 잘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종합운동장에서 체력 테스트를 했다. 김 감독이 부임한 지난해부터 생긴 체력 테스트는 비활동 기간 선수들을 점검하는 것으로, 결과에 따라 해외 전지훈련 참가 여부가 갈린다. 4㎞ 달리기가 과제로 주어진 가운데 나이를 따져 3개조로 제한시간이 다르게 주어졌다. 이병규(9번), 최동수, 류택현은 트랙을 7바퀴 도는 것으로 ‘노장 대우’를 받았지만 이를 마다하고 8바퀴나 10바퀴를 돌아 후배들에 모범을 보였다. 20분 안에 들어오지 못한 투수 이동현과 우규민이 불합격 판정을 받아 당분간 사이판과 오키나와 전지훈련 대신 진주구장에서 훈련한다. 염경엽 감독이 새로 지휘봉을 잡은 넥센은 목동구장에서, SK는 인천 문학구장에서 첫 공식 훈련에 돌입했다. 광주 무등구장에서는 KIA가 지난 4일 소집됐던 투수조와 재활조에 이어 이날 야수들이 가세한 가운데 첫 합동훈련을 했다. 부산 사직구장에서는 롯데가, 대전구장에서는 한화가 시무식과 합동 훈련을 가졌다. 삼성은 9일 시무식을 갖는다. 두산은 코칭스태프 워크숍에 이어 9일 선수단을 소집, 10일부터 훈련에 들어간다. 중순부터는 해외 전지훈련이 이어진다. NC가 가장 먼저 15일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으로 떠나는 것을 비롯, 9개 구단이 미국과 일본으로 떠난다. 김민희 기자 haru@seoul.co.kr
  • [영화 프리뷰] ‘더 임파서블’

    [영화 프리뷰] ‘더 임파서블’

    헨리(이완 맥그리거)와 마리아(나오미 왓츠)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세 아들을 데리고 태국 카오락으로 여행을 떠난다. 리조트에 도착한 이튿날, 헨리는 아침부터 세 아들과 물놀이를 즐긴다. 아내 마리아는 풀장 옆에 누워 책을 읽고 있었다. 순간 알 수 없는 진동이 전해진다. 굉음과 함께 야자수들이 쓰러지고 빌딩만 한 파도가 밀려온다. 마리아가 정신을 차렸을 땐 급류에 휩쓸려 가고 있었다. 저만치 큰아들 루커스가 떠내려가는 것도 보인다. 둘은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다. 하지만 마리아는 다리와 가슴을 나뭇가지에 찔려 피를 쏟아낸다. 서둘러 치료받지 않으면 목숨을 건지기 힘든 상황이지만 눈에 보이는 건 거대한 폐허뿐이다. 2004년 12월 26일, 인류는 전례 없는 재앙을 봤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인근 해저에서 발생한 규모 9.1의 강진으로 생긴 ‘쓰나미’가 동남아시아 8개국을 강타한 것. 사상자는 30만명에 이르렀다.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의 ‘더 임파서블’은 끔찍한 쓰나미의 한가운데 놓인 가족의 실화에서 출발한다. 동남아 쓰나미를 다룬 영화가 처음은 아니다. 쓰나미에 휩쓸려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한 여자와 사후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히어애프터’나, 소재만 취한 윤제균 감독의 ‘해운대’가 있었다. ‘더 임파서블’이 이 두 영화는 물론, 다른 재난영화와 차별성을 지니는 것은 실존인물 알바레즈 벨론 가족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바요나는 서두에 자막을 통해 허구가 아닌 실화임을 관객에게 알린다. 묵직한 잽 한 방 던지고 시작한다. 한국의 재난 블록버스터였다면 헨리-마리아 부부와 아이들, 주변 인물들의 사연을 40분쯤 늘어놓았을 것이다. 감초 연기자들을 동원해 코믹 양념도 적당히 뿌렸을게다. 하지만 바요나의 방식은 좀 달랐다. 영화가 시작한 지 20분도 채 안 돼 쓰나미가 몰아닥친다. 당시 상황을 오롯이 재연하려고 컴퓨터그래픽(CG) 대신 100m짜리 수조를 만들고, 하루에 약 13만ℓ의 물을 공수해 거대한 파도를 만들어냈다. 쓰나미가 휩쓸고 간 모습 역시 특수효과에 의존하지 않고, 축구장 여덟 개를 합친 넓이를 직접 표현했다. 물론 재난에 대한 묘사도 영화의 주인공은 아니다. 서로 생사를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엄마와 큰아들, 아빠, 어린 둘째 아들까지 뿔뿔이 찢어졌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가족애, 생전 처음 보는 사이지만 서로를 보듬어주는 숭고한 휴머니즘이 영화를 관통한다. 배우들의 연기도 돋보인다. 한 달 반을 흙탕물 속에서 촬영할 만큼 고생한 나오미 왓츠는 13일 열리는 제70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후보로 올랐다. 엄마를 지켜주는 든든한 큰아들로 나온 루커스 역의 톰 홀랜드는 ‘빌리 엘리엇’의 제이미 벨과 묘하게 닮았다. 공교롭게도 홀랜드는 연극 ‘빌리 엘리엇’에 2년 동안 출연했다고 한다. 17일 개봉.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외유성 출장’ 예결위 일부 의원 귀국

    헌정 사상 최초로 해를 넘겨 예산안을 처리한 직후 ‘외유성’ 해외 출장을 떠나 비난을 받았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장윤석 위원장과 일부 위원들이 6일 급히 귀국했다. 새누리당 소속인 장 위원장은 당초 11일까지 뉴욕과 멕시코 등지에 머물 예정이었으나 외유성 출장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남은 일정을 취소하고 이날 새벽 인천공항을 통해 들어왔다. 아프리카로 떠났던 민주통합당 최재성 간사, 홍영표 의원도 이날 귀국했다. 장 위원장은 귀국 직후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며 “예산안이 해를 넘겨 처리된 직후 예산 심사에 관여했던 계수조정 소위원회 위원들이 한꺼번에 해외 출장에 나선 점 등은 여러 모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을 비롯한 국민 여러분의 엄한 질책은 달게 받겠다”고 밝혔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아낌없이 쓰는 국회의원 9명, 1억5000만원 외유

    아낌없이 쓰는 국회의원 9명, 1억5000만원 외유

    여야가 지난해 총선과 대선 과정에서 ‘특권 폐지’ 경쟁을 벌였지만 정작 선거가 끝나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모르쇠로 돌변했다. 새해 예산안에 국회의원 연금과 민원성 ‘쪽지 예산’을 슬그머니 끼워 넣는 등 정치 쇄신에 역주행하는 모습도 서슴지 않고 있다. 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따르면 새해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4조원이 증액됐지만 이를 위한 회의는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예결위 계수조정소위는 대신 지난해 12월 21일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김학용, 민주통합당 최재성 의원에게 증액 심사를 위임했으며 이들은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 머물며 편법으로 ‘밀실 담합 심사’를 했다. 공식 회의가 아닌 탓에 기록조차 남기지 않았다. 여야 의원들의 민원성 예산이 담긴 쪽지를 바탕으로 주먹구구식으로 예산을 짤 수 있도록 방조한 셈이다. 이는 계수조정소위가 감액 심사를 위해 모두 6차례 회의를 열고 속기록까지 남긴 것과 대비된다. 특히 계수조정소위 소속 여야 의원 9명은 법정 시한(12월 2일)은 물론 헌정 사상 최초로 해를 넘겨 예산안을 처리한 직후 외유성 해외 출장까지 떠나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예결위원장인 장윤석 새누리당 의원을 비롯해 김재경·권성동(이상 새누리당), 안규백·민홍철(이상 민주당) 의원 등 5명은 지난 1일 오전 6시쯤 국회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처리한 뒤 9시간 만인 같은 날 오후 3시쯤 10박 11일 일정으로 중남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김학용·김성태 새누리당 의원과 최재성·홍영표 민주당 의원 등 4명은 다음 날인 2일 아프리카로 향했다. 이들은 “예산 심사 시스템 연구”를 출장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행선지가 연관성이 낮은 남미와 아프리카라는 점에서 외유성 출장이란 지적이 나온다. 1억 5000여만원의 출장 경비 역시 모두 혈세로 충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이 일자 멕시코에 머물고 있는 장 위원장은 “공식 일정을 최대한 단축해 조기 귀국하려 한다”고 밝혔다. 예결특위는 오는 20일에도 아시아·태평양 지역 출장을 준비하다 논란이 일자 보류했다. 비난 여론이 확산되자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는 3일 소속 의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해외 출장과 외유 자제를 당부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도 “예산 증액 심사권의 간사 위임 금지, 증액 심사 속기록 작성 의무화 등을 국회법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새해 예산안에 의원 연금 관련 예산 128억원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여야는 의원들의 외교활동비(1억 80 00만원)와 집기 구입비(2억원) 등을 삭감했지만 정작 의원들의 과도한 특권의 상징인 ‘헌정회 지원금’은 손대지 않았다. 의원 연금은 전직 의원들의 모임인 헌정회가 만 65세 이상 회원들에게 매달 120만원씩 지급하는 지원금이다. 재원은 회원들이 미리 낸 적립금이 아니라 모두 국민 세금이다. 단 하루만 의원 신분을 유지해도, 재산이 아무리 많아도, 다른 정부 지원금이나 연금에 상관없이 꼬박꼬박 지급돼 ‘퍼주기 연금’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여야는 지난해 의원 연금을 폐지하겠다고 한목소리를 냈지만 ‘공염불’이 된 것이다. 지난 대선에 후보로 나섰던 강지원 변호사는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개인 돈벌이를 하려면 사업을 하지 왜 국회의원을 하느냐. 사고 방식부터 뜯어고쳐야 한다”고 비판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사설] 연금 철폐 팽개치고 단체외유 떠난 의원들

    국회 예산결산특위 소속 여야 의원 9명이 새해 벽두부터 1억 5000만원짜리 해외 시찰에 나섰다고 한다. 예결특위 위원장인 장윤석 새누리당 의원과 간사인 같은 당 김학용·민주통합당 최재성 의원, 그리고 계수조정소위 위원인 새누리당 김재경·권성동·김성태 의원, 민주통합당 홍영표·안규백·민홍철 의원이 이들이다. 외국의 예산심사 시스템을 연구한다는 게 명목이다. 5명은 10박 11일 일정으로 멕시코·코스타리카·파나마 등 중남미 3개 나라를, 4명은 비슷한 일정으로 케냐·짐바브웨·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3개국을 돈다. 경비는 전액 국회 예결특위 예산이다. 국민 세금이다. 이들이 누군가. 국회 옆 호텔 방에 모여 빈곤층 의료비 지원예산 2824억원과 방위력 강화를 위한 국방예산 2898억원을 삭감하는 대신 수천 건의 민원성 지역구 예산 5574억원을 앞다퉈 새해 예산안에 끼워넣은 주역들이다. 겨울철 적도와 남반구의 따뜻하고 울창한 삼림의 나라에서 대체 무슨 예산심의 제도를 배우고 오겠다는 건지 분노를 넘어 허탈과 체념의 실소만 나온다. 지난해 총선과 대선 때 그토록 외쳤던 새 정치가 바로 이런 것이었는지, 이제 선거도 끝나고 표를 구걸할 일도 없으니 국민들이 개탄하든 말든 내 알 바 아니라는 것인지 이들의 후안무치한 작태에 말문이 막힌다. 강창희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는 즉각 이들을 귀국시키고, 다른 상임위의 외유성 해외시찰 일정도 전면 중지시켜야 한다. 지금은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온 나라가 통합을 위해 합심하고 양보하고 배려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이다. 정치권력처럼 가진 자들의 우월적 지위 남용이 스스럼없이 자행되는 일이 결코 용납돼서는 안 되는 시점이다. 힘 있는 자일수록 더 고개를 숙여야 할 시점이다. 예정돼 있던 외유든,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것이든 그런 지엽말단의 구실을 따질 계제가 아니다. 이제부터라도 부디 겸손한 국회가 돼야 한다. 지난해 눈에 불을 켜고 제 잇속을 챙겼다면 올해부터는 스스로 내려놓는 정치권이 돼야 한다. 그게 새 정치다. 총선과 대선 때 철석같이 약속한 국회의원 연금 폐지와 면책·불체포 특권 축소 등부터 실천하라. 어제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국회 정치쇄신특위 구성을 언급했으나, 이를 구실로 또 시간을 끌 상황이 아니다. 구체적 내용까지 다 제시된 만큼 소관 상임위별로 법안만 만들어 처리하면 된다. 새 정부 출범 전 2월 국회에서 매듭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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