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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케미포비아’ 키운 정부

    가습기살균제 사고를 계기로 화학물질과 화학제품에 대한 공포감(케미포비아)이 확산되고 있다. 살균·항균제 등에 사용되는 살생물제(바이오사이드)에 대한 정부 관리의 사각지대까지 속속 드러나면서 불안과 불신을 키우고 있다.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차 환경독성포럼에서는 어린이를 포함해 우리나라 인구의 30%가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가습기살균제 조사·판정위원회 공동위원장인 홍수종 서울아산병원 의학 교수는 환경보건학회와 환경독성보건학회가 개최한 이날 포럼에서 “지난해 전국 만 7세 아동 약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11명이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보호자와 가족 등을 포함하면 독성물질인 살균제에 노출된 국민이 3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2015년 1t 이상 화학물질을 등록, 사용하는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이 시행돼 화학물질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기반은 마련됐지만 살생물질은 소량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환경부는 살생물제를 전수조사하고 사전예방 체계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시행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가습기살균제 원료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비롯해 현재 사용 중인 살생물질에 대한 파악조차 제대로 안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환경부가 관리하는 생활화학제품 중 살생물제품은 소독제·방충제·방부제 3종에 불과하다. 어떤 제품에 사용되느냐에 따라 관련 부처별 입장이나 판단도 달라질 수 있어 통합 관리체계가 갖춰지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때문에 유럽과 미국처럼 생활화학제품 관리대상 품목을 확대하고 원료물질의 유해성 평가와 안전·표시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유럽에서는 살생물제를 사용량에 관계없이 등록해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고, 미국에서는 살균·살충제를 정부가 통합관리하고 있다. 박광식 동덕여대(약대) 교수는 “다품목 소량의 살생물제가 난립하는 시장 구조를 바꿔 안전성이 확보된 제품만 유통시켜야 한다”면서 “독성자료의 생산과 독성기전연구 등 화학물질 사고 시 인과관계를 규명할 수 있는 선제적 연구기반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은 화학제품에 대한 공포심을 호소하고 있다. 직장인 채모(31·여)씨는 “가습기살균제에 쓰인 PHMG가 물티슈에도 사용돼 왔던 성분이라는 것을 안 뒤부터는 판촉 행사용으로 무료로 나눠 줬던 물티슈를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영리 사단법인 에코살림 김나나 대표는 “현재 운영 중인 친환경 살림 교실에 참여하고 싶다는 전화가 끊임없이 오고 있다”며 “탈취제, 항균제, 살균제, 표백제, 합성세제 등의 유해성을 설명해 주고 대체품을 만드는 내용의 강의를 해달라는 기업이나 주민단체 등도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서울 강신 기자 xin@seoul.co.kr 서울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임진강 군남댐 수위 늘어...北 ‘수공’ 의도?

    지난 16일 밤부터 17일 새벽까지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 군남홍수조절댐 상류의 수위가 급격히 늘어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따라 북한이 댐의 물을 의도적으로 방류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임진강 건설단은 “지난 15∼16일 북한지역에 100㎜가량의 비가 오며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16일 밤부터 17일 새벽까지 수위가 급격히 높아졌다”고 18일 밝혔다. 군남댐에서 남쪽으로 10㎞ 떨어진 필승교 횡산수위국 수위는 평소 30∼40㎝를 유지했다. 하지만 16일 오후부터 서서히 높아져 오후 10시쯤 1.0m를 돌파한 뒤 17일 오전 1시 20분께 1.97m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수위는 점차 낮아졌다. 군남댐 수위도 16일 오전 7시 31.26m에서 오후 9시 31.75m, 오후 10시 32.03m, 오후 11시 32.30m로 높아진 뒤 17일 오전 1시에서 2시 사이 32.71m까지 올라갔다. 이에 따라 임진강 건설단은 17일 오전 1시께부터 수문을 열고 초당 500t의 물을 방류했다. 앞서 연천군청과 군부대, 소방서, 연천 어촌계 등 유관기관에 통보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도록 했다. 다만 인명피해는 없었고 파주시와 연천군에 신고된 어민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 관계자는 “군남댐 상류 임진강 수위가 급격히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이 댐을 방류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면서 “물이 급격히 불어나 유관기관 통보 등 필요한 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독성 금지물질 든 세정제·탈취제… KC 마크도 못 믿는다

    독성 금지물질 든 세정제·탈취제… KC 마크도 못 믿는다

    세정제·문신용 염료 등 7개 퇴출기준 40배 넘긴 수입품 버젓이 통관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된 화학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함유된 신발용 스프레이 탈취제를 비롯해 금지물질을 함유한 생활화학제품 7개가 시중에 판매되다 적발됐다. 특히 신발용 탈취제는 국가통합인증마크(KC)까지 획득한 것으로 확인돼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관리 부재를 또다시 드러냈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국민들의 ‘화학물질 공포증’(케미포비아)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환경부는 17일 화학물질등록평가법 시행에 따라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시중에 유통되는 생활화학제품 331개에 대해 안전 및 표시기준을 조사한 결과 금지물질을 사용한 7개 제품을 적발해 시장에서 퇴출했다고 밝혔다. 기준을 위반한 제품은 탈취제 3개, 세정제 3개, 문신용 염료 1개 제품이다. 또 함유 성분과 사용 시 주의사항, 안전·품질기준 확인번호(자가검사번호) 표기 등 의무 표시를 위반한 제품도 62개나 됐다. 바이오피톤㈜이 생산한 신발용 탈취제인 ‘신발무균정’에서는 탈취제 원료로 사용이 금지된 PHMG와 염산폴리헥사메틸렌비구아니드(PHMB)가 검출됐다. 이 제품은 공산품안전법에 따라 KC 인증을 받은 제품으로 안전기준(PHMG 사용금지)을 위반한 것은 물론 성분표기조차 하지 않았다. 환경부는 지금까지 675개가 판매된 것으로 파악했다. ㈜필코스캠이 제조한 ‘에어컨·히터 살균 탈취제’는 트리클로로에틸렌(TCE)이 함량 제한 기준(0.1㎎/㎏ 이하)을 40배 초과했고 수입품인 ‘어섬 페브릭’은 폼알데하이드의 기준치(12㎎/㎏ 이하)를 27배 넘겼다. 또 수입 세정제인 ‘멜트’는 염산·황산이 기준(10% 이하)보다 7배 많았고, ‘퍼니처 크림’과 ‘레더 클린 앤 리뉴 와이프’는 폼알데하이드 기준(40㎎/㎏ 이하)을 각각 7배, 2배 초과했다. 위해우려제품으로 지정돼 무균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문신용 염료 가운데 미용닷컴에서 생산하는 ‘나노칼라 다크 브라운’에서는 균이 검출됐다고 환경부는 밝혔다. 스프레이 제품에는 PHMG와 PHMB,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의 사용이 금지돼 있고 탈취제에는 이들 화학물질과 염화비닐·붕소산 사나트륨염 등 5개 화학물질을 사용할 수 없지만 이번에 적발된 신발 냄새 탈취제에는 이들 물질이 함유돼 있었다. 환경부는 백화점과 마트, 온라인 마켓 등에서 판매되는 1만 5496개 제품의 표시사항 준수 여부를 조사한 결과 공인된 시험·분석기관에서 안전기준에 합격한 제품에만 부여하는 자가검사번호 부정 표시와 표시사항 누락 등 위반제품 62건을 적발해 개선명령을 내렸다. 이번 안전기준 조사는 다량 유통제품과 소비자 건강에 위해가 우려되는 스프레이형 제품, 시장 모니터링 결과 표시기준을 위반한 제품 등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홍정섭 환경부 화학물질정책과장은 “올해 방향제·탈취제 등 살생물질이 포함된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전수조사와 유해성·위해성 평가를 진행한다”면서 “부처 협의를 통해 일반 공산품에 대한 추가 조사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환경부는 이날 살생물질이 포함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는 섬유탈취제 ‘페브리즈’의 성분과 함량을 공개했다. 유해성 논란이 제기된 화학성분 중 미생물억제제(보존제)로 쓰이는 벤조이소치아졸리논(BIT)과 항균제인 디데실디메틸암모니움클로라이드(DDAC)는 각각 0.01%, 0.14%였다. 환경부는 국민의 우려를 고려해 흡입독성시험을 검토하고 있다. 양지연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교수는 “BIT는 위해도가 높지 않은 수준으로 평가되고 DDAC는 안전기준이 없어 독성을 재평가해야 한다”면서 “탈취제의 사용 빈도나 형태로 볼 때 즉각적인 위험이나 호흡기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하는 농도는 아닌 걸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사설] 생활 화학제품 유해성 심사 강화하라

    전 세계적으로 화학물질의 종류는 모두 10만여종이나 되며 우리나라에서만 4만 4000여종의 화학물질이 사용되고 있다. 매년 400여종이 새롭게 출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화학물질 관리에 관한 한 걸음마 단계다. 언제든지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같은 유해 화학물질 사건이 재발할 여지가 있다. 화학물질 사고는 터졌다 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진다. 1991년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 2012년 구미에서 발생한 불소 누출 사건이 화학물질 자체의 위험성을 경고한 사건이었다면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화학물질에 대한 관리 부실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보여 준 사건이라 할 수 있다. 화학물질 관련법은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이하 화관법)과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이하 화평법)이 있다. 지난해부터 시행되고 있다. 화관법은 불소 누출 사고 이후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 유출 사고를 내면 해당 사업장 매출의 최대 5%에 이르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화평법은 유럽에서 시행하고 있는 리치(REACH) 규칙을 본떠 유해 물질의 등록·평가·허가·제한에 대한 규정을 담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시행에 들어갔지만 법제화 과정에서 업체의 반발에 밀려 누더기법이 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화학물질의 위험성이 얼마나 큰지 확인된 만큼 시간과 비용이 들더라도 유럽처럼 화학물질에 대한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 수십 년 동안 방치됐던 기존 화학물질에 대한 관리부터 시작하는 것이 시행착오를 줄이는 첩경이라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는 정부보다 업체에서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 정보 제출 범위를 더 구체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가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주방용품이나 소독제, 세제 등 각종 생활 화학제품에 대한 안전성 확보가 급하다. 벌써 주부들 사이에선 생활 화학제품에 대한 공포증이 번지고 있다고 한다. 이 제품들에 대한 정보도 제한적이고, 정보가 있더라도 유해 여부는 알 수도 없어 소비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화평법으로는 해결할 방법이 없다. 유해 여부를 검증하는 법규부터 가다듬기 바란다. 먼저 국회에 계류 중인 생활 화학제품의 모든 성분을 공개하도록 한 법안부터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예방할 수 있다.
  • [시론] 한국형 인공지능이 나아갈 길/정지훈 경희사이버대 IT디자인융합학부 교수

    [시론] 한국형 인공지능이 나아갈 길/정지훈 경희사이버대 IT디자인융합학부 교수

    구글의 알파고, IBM의 왓슨 등 인공지능이 화제가 된 이후 우리 정부는 다양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역량을 단기간에 확보하고, 2020년까지 언어지능 지식 축적 세계 1위 등의 목표를 내세우며 5년간 3조 5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또 민관 합동으로 국가 연구역량과 데이터를 하나로 결집하기 위한 민간조직(기업형) 형태 연구소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데이터 분석 전문가,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의 전문인력 양성과 관련한 대책도 포함됐다. 여기에 슈퍼컴퓨터 개발을 위해 초고성능컴퓨팅(HPC)사업단(법인)을 설립하고, 사업단에는 매년 100억원 내외, 향후 10년간 1000억원 규모의 연구개발비를 지원한다는 발표도 있었다. 정부가 미래의 변화를 염두에 두고 대책을 세우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런데 다소 걱정되는 것은 단기적이고 졸속적인 정책 때문에 혈세가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고 이런 예산을 바탕으로 관료화만 진행되는 것이다. 과거에 각종 ‘한국형’ 사업을 하면서 기술개발은 성공했다고 하는데, 실제로 우리가 아는 것은 없는 상황이 또 재연될까 우려된다. 더는 생색내기에 가까운 정책이 나와서는 안 될 일이다. 인공지능과 같은 핵심 기술은 단기간에 개발될 수 없고 과거처럼 독점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제는 전 세계가 같이 연결돼 협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 이런 국제적이고도 개방적인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것이 훨씬 좋다. 또한 더 많은 젊은 학자들이 탄생할 수 있도록 ‘선택과 집중’을 하기보다는 참여자가 많아지도록 하는 게 ‘성공방정식’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미래지향적인 기술에 대해서는 무엇보다 단기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꾸준히 관련 연구가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중요하다. 특히나 국가가 지원하는 연구개발은 더욱 그렇다. 그런 측면에서 현재의 세계적인 인공지능 기술의 개발이 이루어지는 데 커다란 기여를 한 캐나다 정부의 사례를 새겨 볼 만하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인공지능 기술 개발은 기대했던 수준의 성능이 나오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소위 ‘인공지능의 겨울’이 꽤 오랫동안 지속됐다. 그러던 중 2004년 인간의 뇌와 유사한 신경망을 모델로 한 소프트웨어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기술 혁신을 하겠다는 학자들을 믿고 장기간 연구지원을 해 준 것이 캐나다 정부다. 이 분야의 선구자였던 토론토대학의 제프리 힌턴 교수, 몬트리올대학의 요슈아 벤조 교수, 뉴욕대학의 얀 르컨 교수 등에 대해 캐나다고등연구원(CIFAR)은 정부와 민간의 자금을 모아 10년 동안 120억원 정도의 연구자금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때부터 이들은 인공지능 관련 기술을 혁신해 나가기 시작했다. 2006년 힌턴 교수가 ‘딥러닝’ 개념을 정립하는 획기적인 논문을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의 알파고가 탄생할 수 있었던 다양한 기술들이 개발되고 학계에 발표됐다. 그러자 이들의 가능성을 알아본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기업들이 수조원의 돈을 투자하기 시작했는데, 그중에서 힌턴 교수는 구글로 자리를 옮겼고, 르컨 교수는 페이스북에 합류해 인공지능 연구를 이끌고 있다. 캐나다고등연구원은 조건 없이 도전적인 연구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후원하는 연구자의 절반은 국가를 따지지 않고 연구 내용만 좋으면 지원한다. 이런 중장기적인 비전이 있어야 획기적인 기술이 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환경은 우리나라와 같이 무조건 빠른 성과를 중시하는 문화와 큰 차이가 있다. 감사에 대비해 준비해야 할 서류만 많고, 실패하면 안 되기 때문에 반드시 성공할 만한 연구 주제를 제시하거나, 심지어는 이미 기술개발이 돼 있는 것들을 정리해 주제를 정하기도 한다. 이런 문화에서는 따라하기와 다를 바 없는 ‘한국형’ 기술들만 넘쳐나게 되고 기술 개발은 성공했지만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는 사례는 없는 현 상황만 반복될 뿐이다. 지금이라도 중장기적이고도 연구자들에게 초점을 맞춘 연구개발이 진행될 수 있도록 정책의 방향성이 결정이 되기를 바란다. 비록 느리더라도 그렇게 믿고 도전하는 게 미래를 바꾸는 힘이 된다.
  • 현대·한진 회사채 ‘폭탄 돌리기’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들어간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회사채가 ‘폭탄 돌리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가격이 급등락하고 있는 것이다. 만기가 얼마 남지 않은 회사채를 중심으로 투기성 매수세가 몰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만기가 다음달 27일인 ‘한진해운71-2’ 회사채(액면 1만원)는 자율협약이 신청된 지난달 25일 장내 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1557원(-26.8%) 급락한 4242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탄 이 채권은 지난 13일 5140원까지 올랐다. 오는 7월 7일 만기인 ‘현대상선 177-2’는 지난달 25일 4450원까지 떨어졌다가 지난 11일엔 5850원까지 치솟았다. 보름여 만에 30% 넘게 오른 채권 가격은 지난 13일 5530원에 마감됐다.일부 한진해운 회사채는 자율협약 신청 직전의 가격을 웃돌고 있다. 한진해운이 2012년 6월 발행한 5년 만기 회사채(한진해운76-2)는 지난달 25일 4130원까지 떨어졌다가 지난 13일 5132원까지 올랐다. 자율협약 신청 직전 가격(5051원)보다 높은 것이다. 투기등급인 이들 회사채 값이 오르는 것은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적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회사가 법정관리로 가지 않고 기사회생한다면 지금보다 비싼 값에 되팔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자율협약에 실패해 법정관리로 들어가면 원금 회복이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 있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법정관리 위험에도 이들 회사의 채권 가격이 오르는 것은 시장에서 일부 투자자들이 법정관리 가능성을 낮게 보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양대 국적선사 중 적어도 하나는 어떻게든 살리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방 연구원은 “다만 법정관리로 들어간다면 막대한 투자 손실을 입을 수도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금융당국은 이들 회사채의 가격 변동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에 나섰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최근 구조조정 대상 기업 회사채 중 만기가 얼마 남지 않은 회사채 가격이 급등하고 있어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일반 투자자에게 위험성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경보발령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과거 동양그룹 사태처럼 증권사 창구에서 위험성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불완전 판매가 이뤄졌는지를 알아보는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다만 그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강서 ‘물 샐 틈 없는’ 수방 대책

    강서 ‘물 샐 틈 없는’ 수방 대책

    재해 약자 1499가구 대상… 공무원 1인당 3.25가구 관리 여름철 집중호우와 태풍 피해에 취약한 이들이 홀로 사는 노인과 장애인이다. 반지하에 사는 주민들도 침수 피해를 많이 입는다. 강서구는 이런 상황에 놓인 사회적 약자를 꼼꼼히 챙기는 것으로 올해 수방 대책에 시동을 걸었다고 12일 밝혔다. 노현송 강서구청장은 “지하나 반지하 주택에 사는 장애인, 홀몸 어르신 등 사회적 약자들은 신속하게 대피하기 어려워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이런 재해 약자를 먼저 찾아다니면서 현황과 관리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침수돌봄서비스 대상을 전수조사하면서 재해 약자 385가구를 추가로 찾아냈다. 이들을 포함해 모두 1499가구를 관리 대상으로 정하고 담당 공무원 460명을 지정했다. 공무원 1인당 3.25가구꼴로 책임지고 담당하도록 한 것이다. 재해 약자들에게는 개별 방문으로 비상시 연락처와 수해 예방에 관한 사항을 안내했다. 이후 돌봄 공무원이 수시로 방문해 방수판, 자동모터 등 침수방지시설의 적정 설치와 가동 여부 등을 살피고, 집중호우가 발생하면 최우선으로 돌봄서비스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구는 항구적인 수해 예방을 위해 가양이마트와 가양빗물펌프장 간 하수암거 확대 개량 공사, 마곡빗물펌프장 증설 공사 등을 올해 안에 마치는 것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中, 동북3성 공업지대 살리기에 수조 위안 투입

    中, 동북3성 공업지대 살리기에 수조 위안 투입

     중국 정부가 낙후된 동북3성(랴오닝, 지린, 헤이룽장) 경제를 살리기 위해 수조 위안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0일 보도했다.  중국 국가발전계획위원회(발개위)는 향후 3년 동안 동북 지역 130개 사업에 수조 위안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인 사업이나 총액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석탄, 석유, 철 등 지하자원이 풍부했던 동북3성(東北三省)은 1949년 신중국(사회주의 중국) 수립 이후 1980년대까지 ‘중국의 공장’ 역할을 하며 중국 경제를 이끌어왔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자원이 고갈되고 중국 산업구조가 고도화되면서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단지)로 전락했다. 현재 중국 내 경제성장률 순위에서 이들 지역은 최하위권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랴오닝(遼寧) 성은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기도 했다. 접경인 북한마저 고립주의 경제 노선을 고수해 이렇다 할 성장 모멘텀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현재 이곳에는 조선족이 약 200만명 정도가 살고 있다.  FT는 중국 정부가 동북지역 경제 살리기에 나섰다는 것은 경제 정책의 주안점이 여전히 경기부양에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분명한 신호라고 풀이했다.  발개위의 동북지역 경제개혁 담당관인 저우젠핑은 기자회견에서 중앙정부는 더 많은 지원을 바라는 현지 사정을 잘 알고 있다고 밝히면서 자원 고갈을 포함한 문제들과 국유 기업의 사회적 부담을 줄이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북지역은 석탄과 석유, 인적 자원 등에서 국가에 크게 기여했기 때문에 중앙정부는 연금과 지속가능한 환경 조성을 통해 이 지역의 성장을 도울 것이라고 그는 약속했다.  저우젠핑은 중앙정부가 지원 대상 중 석탄 광산이 포함된다고 밝히면서 일부 광산은 1949년 공산당이 집권하기 전부터 조업했고 상당수 광산은 그 후로도 기술적으로 낙후된 상태였다고 평가했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왕젠궈 헤이룽장 성 기획위원회 부주임은 ”동북지역은 가장 먼저 계획경제를 도입한 지역이자 현재는 가장 심하게 타격을 받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발개위 관계자들은 동북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은 민간기업들을 위한 정책도 개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허당 미남’ 유연석, 말미잘 인증샷 공개? “저는 해파리인데요...”

    ‘허당 미남’ 유연석, 말미잘 인증샷 공개? “저는 해파리인데요...”

    배우 유연석이 ‘허당’ 면모로 웃음을 유발했다.   11일 유연석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Aquarium of the Bay in Pier 39. 말미잘이 참 이뻐보였던ㅋㅋㅋ”이라는 글과 함께 사진 한 장을 올렸다.   그런데 유연석의 설명과는 달리 사진에는 파란 수조 안을 유유히 헤엄치는 ‘해파리 떼’의 모습이 담겼다.   이에 네티즌들은 “유배우님이 말미잘이라면 말미잘이죠”, “밑에 예쁜 말미잘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제부터 저것은 말미잘로 부릅시다”등 반응을 보였다.   한편 유연석은 최근 개봉한 영화 ‘해어화’ 활동을 마무리하고 휴식기를 갖고 있다. 이선목 인턴기자 tjsahr@seoul.co.kr
  • [구조조정 Q&A] 조선·해운 어쩌다 이렇게 됐나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후폭풍이 거세다. 이대로 놔두면 몇몇 기업은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정부도 팔을 걷어붙였다. ‘고용 효자 기업’으로 불리며 국가 경제 발전에 한 축을 담당했던 조선·해운업체는 어쩌다 부실기업이 됐을까. ‘수주 강국’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나. 해운사는 왜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장기 용선료 계약을 맺어 스스로 ‘덫’에 걸렸을까. 수조원대 국민 혈세를 쏟아부은 정부와 채권단은 부실 책임에서 자유로울까. 이 같은 궁금증을 문답 형식으로 풀어 봤다. Q. 수주 강국이 부실로 이어진 까닭은. A. 선박 수주 잔량만 놓고 보면 세계 1~4위 업체가 모두 국내 조선사다. 외견상 수주 강국이다. 하지만 질보다 양을 택한 대가는 혹독했다. 국내 업체 간 ‘제 살 깎아먹기’ 경쟁에 해외 발주처만 배불리고 적자는 심화됐다. 2011년 ‘빅3’보다 더 높은 수주목표(128억 달러)를 제시한 STX조선해양은 저가 수주 탓에 이듬해 곧바로 자금난에 처했다. 현재 법정관리 문턱에 서 있다. 선가를 끌어올리는 데 앞장서야 할 ‘맏형’ 현대중공업도 저가 경쟁에 뛰어들면서 2014년부터 2년 연속 조 단위 손실을 냈다.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도 마찬가지다. 건조 능력을 넘어선 무리한 일감 확보가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Q. 왜 장기 용선료 계약을 맺었나. A. 컨테이너선은 ‘버스’처럼 같은 노선을 계속 돈다. 물동량이 늘어나면 선박을 늘려야 하는데 배를 살 수 없다면 빌리는 방법(용선)밖에 없다. 1~2년 단기로 계약을 맺기도 하지만 안정적인 영업을 위해 대체로 10년 이상 장기로 묶어 둔다. 문제는 용선료를 시황 변동에 관계없이 고정으로 계약하면서 시작됐다. 업황이 좋을 경우 운임에 비례해 용선료가 계속 오르기 때문에 고정 계약이 유리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해운사가 ‘독박’을 쓴다. 올 초 용선료가 8000달러(컨테이너선 8000TEU급)까지 떨어졌지만 2010년 당시 5만 달러 용선료를 지급하면서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었다. Q. 정부와 채권단은 책임 없나. A. 정부는 해운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부채비율’이라는 일률적 잣대를 들이댔다. 외환위기 당시 부채비율을 200% 밑으로 낮추라고 하면서 해운사들이 갖고 있던 배를 내다 판 일화는 유명하다. 2000년대 해운업 호황일 때 국내 선사들이 선박금융을 이용해 선박을 사들이지 못하고 장기 용선을 한 것도 이 때문이다. 10조원 가까운 공적자금을 투입한 대우조선해양을 제때 매각하지 못하고 16년간 방치한 것도 조선업 위기를 불러온 원인이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열린세상] 20대 국회, 권력 재분배 정책을 기대한다/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20대 국회, 권력 재분배 정책을 기대한다/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자본주의는 선량한 시민에게 건강한 몸으로 열심히 일하면 부자가 된다고 약속을 한다. 그 말을 믿고 열심히 일했으나 부자가 될 수 없었던 선량한 시민은 다시 자본주의를 찾아가 항변한다. 그러자 자본주의는 소득재분배를 하고 있으니 기다리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달랜다. 선량한 시민은 다시 삶의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며 기다렸으나 부자는 꿈이었을 뿐 그를 찾아오지 않았다. 가난은 그를 떠나지 않았고, 자녀에게 물려줄 수밖에 없는 유산이 됐다. 한국과 같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선량한 시민이 부자가 되기란 쉽지 않다. 국가의 부가 쌓이면 개인도 부자가 될 기회가 있는데 한국은 반대로 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소득 비율은 1995년 69.6%에서 2014년 64.3%로 5.3% 포인트 떨어졌다. 그 낙폭은 OECD 회원국 중 오스트리아의 5.8% 포인트에 이어 두 번째다. GDP 대비 가계소득 비율 하락은 정부, 기업, 가계의 비중에서 가계의 몫이 줄어들고 기업의 몫이 늘었다는 의미다. 가계를 희생으로 기업이 배를 불린 결과다. 한국에서 선량한 시민이 부자가 되기 어려운 이유다. 가난하면 오래 살지도 못해 억울한 일이 많다. 부자는 오래 살고, 가난한 사람은 명도 짧다는 건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미국인은 소득 상위층 10%가 하위 10%보다 7년이나 더 산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 결과도 비슷하다. 하위 소득층에 비해 상위 소득층이 오래 살고, 삶의 질도 더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국민연금에는 소득재분배 기능이 있어 월액을 기준으로 가난한 사람은 덜 내고 더 받고, 부자는 더 내고 덜 받는다. 그러나 일생 받는 총액 기준으로 하면 정반대다. 하위 소득자는 생존 기간이 짧아 연금 수령 기간도 짧고, 일생 받는 총액이 그만큼 줄지만, 상위 소득자는 수령 기간이 길어 총액이 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연금의 평균 소득대체율은 45%이지만 상위 소득층의 소득대체율은 30% 선, 하위 소득층의 그것은 60% 선이어서 저소득층의 억울함이 조금이나마 차감된다. 한국은 미국처럼 이 해소 장치도 없다. 국민연금에는 소득이 올라가더라도 일정 수준까지만 보험료를 내는 장치가 소득 상한인데 현재 421만원으로 소득 10분위 중에서 6분위 평균소득 419만원 수준이다. 7분위 평균소득 477만원보다 낮다. 소득 6분위 이상의 연금 보험료가 같은 구조에서는 소득재분배 기능은 없다. 소득 8, 9, 10분위가 보험료를 더 내야 소득재분배 기능이 산다. 그런데 보험연구원의 한 보고서는 소득 상한을 올리면 재분배가 오히려 약화된다고 주장한다. 한국의 소득재분배 기능은 소득세에서도 취약하다. 누진제의 불평등 완화 효과가 약하다. OECD 회원국 24개국을 대상으로 누진제의 소득재분배 효과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 23위다. 금융연구원에서도 소득불평등을 완화하려면 소득세의 최고세율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누진제 강화를 주장할 정도다. 한국도 소득세 최고세율이 70%였던 적이 있었다. 50% 이하로 하락한 것은 1994년 이후였음을 고려하면 되돌려 놓는 정책이 필요하다. 현재대로라면 한국에서 소득재분배 기능으로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기 어렵다. 에드워드 로이스가 말했듯이 부자들에 의한 조종 때문이다. 기업이 이익을 독식하고 나누지 않으려 한다고 비판하면 서민들이 앞장서서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를 만든다고 기업을 대변한다. 분배를 경제의 중심에 두고 가계소비가 기업소득을 늘려 성장을 이끌어 가는 분수효과 성장론을 제시하면 서민이 먼저 사회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한다. 부자들의 조종 탓일 가능성이 크다. 조종당하지 않으려면 권력의 재분배가 필수조건이다. 권력의 재분배는 정책결정 과정에 건전한 시민 참여의 길을 확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20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야당이 다수당이 되는 정치지형의 변동이 생겼다. 여당은 협치를 선언했다. 시민사회에도 좋은 기회다. 건전한 시민사회 활동과 더불어 권력 재분배를 요구할 절묘한 시점이다. 조종받지 않는 권력 재분배만이 서민이 부자가 될 수 있는 사회를 건설하는 길이다.
  • “주민증 같은 기업등록부 만들어 ‘치킨공화국’ 같은 오명 씻을 것”

    “주민증 같은 기업등록부 만들어 ‘치킨공화국’ 같은 오명 씻을 것”

    오는 27일 취임 1년을 맞는 유경준(55) 통계청장이 지난 1년 동안 가장 많이 공을 들인 부분은 ‘빅데이터’다. 유 청장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통계생산’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정착을 위해 취임 후 통계데이터허브국과 빅데이터통계과를 신설했다. 통계청과 관세청, 국세청, 보건복지부 등 정부 행정기관이 각각 쌓아둔 자료를 활용하면 따로 큰 돈을 안 들여도 정책 수립에 필요한 통계자료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일 통계청에서 만난 유 청장은 “사생활·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공공기관 행정자료를 공유하고 민간자료를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통계청장답게 기관이 추진하는 일들뿐만 아니라 그동안 발표했던 주요 통계의 구체적인 수치와 특징까지 정확하게 꿰고 있었다. 다음은 유 청장과의 일문일답. →취임 뒤 새롭게 내놓는 통계는 어떤 것들이 있나. -공공과 민간 빅데이터 연계 시범 사례로 개인신용평가기관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의 부채 정보와 통계청의 인구 및 가구 정보를 연계한 가구별 부채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있다. →신혼부부와 관련된 다양한 통계도 발표한다고 들었는데. -올 12월에 나온다. 별도의 방문조사 없이 각각의 기관이 이미 갖고 있던 자료를 서로 연계·결합해 만든다. 혼인 1~5년차의 신혼부부 가구의 나이, 직업, 자녀수 등은 인구주택총조사(센서스) 결과를 토대로, 경제활동은 국세청이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로, 자녀 보육형태는 복지부 및 교육청을 통해 각각 확인하는 식이다. 신혼부부의 삶이 실제로 어떤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한 뒤 이 같은 통계를 토대로 정책을 내놓는다면 효과가 더 클 것으로 본다. →주민등록과 비슷한 기업등록부(BR)를 만든다고 들었다. 왜 만드나. -최근 ‘치킨공화국’ 논란이 있지 않았나. 지난해 12월 자영업자 통계를 시범 작성하면서 퇴직자 등의 창업에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산업 및 생존기간별 규모, 종사자 및 매출액 규모별 통계 등 자영업의 속살까지 보여줄 수 있는 내용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하지만 개인사업자가 대부분인 자영업이 창업과 폐업을 되풀이하다 보니 통계 작성이 어렵다.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현장 조사자료와 행정자료를 융합한 기업등록부 작성을 추진하게 됐다. 기업등록부에 추가 및 보완해 확장된 개념의 자영업 통계까지 작성·발표할 계획이다. →다음달부터 5년 만에 경제총조사가 시작된다. 어떤 특징이 있나. -경제총조사는 지난 5년간의 경제구조 변화를 보여줌으로써 나라 전체의 산업구조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온라인쇼핑, 프랜차이즈, 사회서비스(돌봄, 재활) 등 국민들의 생활과 직결되는 항목과 지역 및 기업체 단위별 맞춤형 세부통계도 제공할 계획이다. 정부3.0 기조에 부응해 국세청 등 8개 기관과 협업으로 사업체 응답 부담과 조사예산을 줄이는 저비용·고효율의 방식으로 진행된다. 기업등록부 구축을 위한 기초자료 확보에도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중앙과 지역의 통계 격차에 대한 지적이 적지 않은데 대책이 있나. -지방자치단체의 통계 인력이 매년 줄어드는 등 인프라가 열악하다. 중앙과 지역의 격차 때문에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한국은행이 작성하는 국내총생산(GDP)과 통계청의 지역내총생산(GRDP)의 전국 합계가 수조원의 차이가 날 정도로 안 맞고, 2013년 GRDP 추계 결과가 지난해 12월에야 공표될 정도로 지역이 처져 있다. 지역 주민들 입장에선 지자체장이 어떤 정책으로 얼마만큼의 효과를 냈는지를 알지도 못한 채 투표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단 가능한 범위 내에서의 협업, 구체적으로는 통계청이 행자부, 지자체와 연계해 1인가구, 다문화가구, 미혼모가정 등 우선 필요한 지역단위 통계를 행정자료를 활용해 신규 개발해 제공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GDP와 GRDP 조사의 일원화가 필요하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당정 “가습기 살균제 국회 진상조사·청문회”

    당정 “가습기 살균제 국회 진상조사·청문회”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8일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가 끝나면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와 청문회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대책 당정 협의회에서 “관계부처는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자체 조사와 감사를 실시, 진솔하게 보고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 달라”며 이렇게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 관련 청문회는 국정조사와 함께 야당이 요구해 온 것이다. 새누리당 환경노동위원회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협의회를 마친 뒤 “청문회가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수사가 끝난 뒤에 청문회를 해야 한다”면서 “(청문회 뒤에도) 국민적 의혹이 해소되지 않으면 국정조사를 하는 것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당정에서는 ▲현재 서울아산병원뿐인 피해 조사기관을 국립의료원 등으로 확대 ▲폐 이외의 장기 손상도 역학조사 ▲치료비, 장례비 이외 생활자금 지원 방안 마련 ▲철저한 검찰 수사 ▲2017년 말까지 옥시래킷벤키저 제품 외 유통 중인 소독, 살균제 전수조사 ▲환경부에서 총리실로 대책 마련 중심 이동 등의 사항이 결정됐다. 새누리당은 야당이 주장하는 가습기 살균제 대책 특별위원회는 여야 3당 원내지도부 구성이 끝난 뒤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관련 법안 손질도 여야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모여 논의할 때 반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피해자 조사에 대한 판정을 신속하게 제시하고 피해 인정 기준을 확대해 지원하는 한편 유사사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당정, ‘가습기 살균제 사망’ 청문회 검토…정진석 “비장한 각오로 임할 것”

    당정, ‘가습기 살균제 사망’ 청문회 검토…정진석 “비장한 각오로 임할 것”

    정부와 새누리당은 8일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마친 뒤 국회 차원의 청문회를 개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또 청문회에서 진상 규명이 불충분할 경우 국회 국정조사를 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기로 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윤성규 환경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당정협의를 갖고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고 김광림 정책위의장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이 밝혔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국회는 진상 조사에 착수하고, 청문회도 하겠다”면서 “필요한 법 개정 준비도 서두르고, 정부·여당은 비장한 각오로 사태 수습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청문회 개최를 검찰 수사 이후 검토키로 한데 대해 권 의원은 “수사받는 사건 관계인이 국회로 와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수사에 혼선을 줄 우려가 있다”면서 현 단계에서 진상 규명은 국회 차원의 조사보다 검찰 수사가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권 의원은 “검찰 수사 결과에도 재발 방지책이나 원인 분석의 필요성이 있다면 청문회를 우선적으로 하고, 그래도 의혹이 해소가 안 된다면 국정조사 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당정은 이번에 문제가 된 옥시레킷벤키저사의 살균제 외에 국내에 유통 중인 살생물제에 대한 전수조사를 내년 말까지 실시하기로 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위해성이 큰 제품은 단계적으로 시장에서 퇴출시키고, 안정성이 입증된 제품만 시장에 진입하도록 미국과 EU(유럽연합)에서 실시하는 선진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또 이번 사태에 대한 추가 대처는 기존의 환경부 중심이 아닌 국무총리실 중심으로 격상, 신속하고 종합적인 대책을 즉시 마련하도록 했다. 정부는 기존의 치료비·장례비 외에 생활비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하는 한편, 가습기 살균제 사용에 따른 폐질환의 역학관계 조사에 나서고, 피해 진단을 위한 판정 기준도 조속히 만들기로 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야당에서 주장하는 ‘피해보상 특별법’ 제정과 관련해 “근본적이고 실효적인 방안을 담는 속에 같이 논의될 수 있다”면서도 “그 부분만 떼서 따로 특별법을 만드는 것은 현재 논의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환노위는 오는 10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야당 의원이 발의한 특별법을 심의할 예정이지만, 이달 말 종료되는 19대 국회에서 특별법 제정이 구체화하기는 어려운 만큼 20대 국회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권 의원은 전망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광장] 차라리 사시를 존치하라/박홍기 논설위원

    [서울광장] 차라리 사시를 존치하라/박홍기 논설위원

    로스쿨이 개원한 지 7년 만에 민낯을 드러냈다. 입학 전형에 대한 교육부의 전수조사를 통해서다. 지금껏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그러나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나마 공식적으로 ‘생얼’을 내보이긴 처음이다. 교육부는 자율이라는 명목으로 로스쿨을 관리·감독하지 않았다. 뒷짐만 졌다. 국회의 지적에도, 시민단체들의 요구에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 말 한 국회의원이 로스쿨 졸업시험에 떨어진 아들을 구제하기 위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교육부가 결국 25개 로스쿨 전체를 대상으로 마지못해 전수조사에 나선 이유다. 세간의 의혹은 일부 사실로 확인됐다. 합격자 중 24명이 대법관, 검사장, 법원장, 법무법인 대표, 단체장 등 부모나 친인척의 신상·지위 등을 자기소개서에 보란 듯이 적었다. “입학만 하면 그 이후는”이라는 복안 아래 ‘금수저’를 내세웠다. 뻔뻔했다. 면접이 공정했을까. 면접관은 내로라하는 법조인 등 사회지도층의 자녀를 다른 지원자와 차별 없이, 선입견 없이 평가했을까. “최대 피해자는 ‘흙수저’ 학생”이라는 게 한 로스쿨 교수의 고백이다. 문제의 합격자들은 부모의 배경을 통해 특혜를 받은 것과 다름없다. 법조계는 다른 직역에 비해 한두 다리만 걸치면 알 수 있는 좁은 사회인 까닭에서다. 이들은 위법이 아니라고 강변할지 모르겠지만 부정행위를 했고 편법을 썼다. 로스쿨의 당락을 좌우하는 학벌과 스펙, 가정환경 등을 십분 활용한 셈이다. 시작부터 출발선이 달랐다. 부모의 신상 기재와 합격과의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법적 제재가 불가능하다는 교육부의 결론에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는가. 석연찮다. 로스쿨은 노무현 정권에서 추진한 사법개혁이다. 고시 낭인(人)을 줄이고 다양한 소양과 경험을 가진 법조인을 선발·양성해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그렇지만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했다. 2007년 7월 3일 임시국회 마지막날 사립학교법 재개정안과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 법률이 한꺼번에 통과됐다. 이른바 사학법과 로스쿨법이다. 종료 3분 전이었다. 당시 한나라당은 사학법 재개정안을, 열린우리당은 로스쿨법을 처리하는 데만 급급했다. 로스쿨은 교육위와 법사위 심의도 생략됐을 만큼 제대로 논의조차 거치지 않았다. 정치적 야합의 결과물이다. 로스쿨은 2009년 문을 열었고, 사법시험은 2017년 폐지되는 수순을 밟는 배경이다. 로스쿨 출신의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매우 높은 편이다. 2012년 1회 땐 전체 합격률이 87%, 2013년엔 75%를 기록했다. 대학에 따라 100%도 나왔다. 로스쿨에 ‘입학만 하면’ 법조인의 길이 열린 격이다. 도입 취지대로 ‘고시 낭인’도 사실상 거의 없다. 일본의 변호사시험 첫해인 2006년 합격률 48%, 2013년 26%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다. 로스쿨 논란은 입학을 넘어 취업 과정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대형 로펌도 자기 능력이 아닌 부모의 후광에 좌지우지되는 경향마저 나타나서다. 한때 서초동 법조타운에서는 이름을 대면 알 만한 사회지도층 로스쿨 출신 자녀들의 취업 명단이 나돌았다. 채용 과정이 불투명한 탓에 “시험에 통과만 하면 이제부터” 부모의 몫이 된 셈이다. 오죽하면 ‘현대판 음서제’라는 말이 입길에 오르내리겠는가. 최근 ‘학벌 없는 사회’라는 시민단체가 해산했다. 18년 만이다. 학벌 위력이 여전하지만 학벌을 통한 권력 이동보다 부와 권력의 대물림이 더 공고화된 까닭이다. 자본이 학벌을 넘어선 것이다. 출신 계층에 따른 삶이 대를 이어 지속되는 사회의 도래다. 로스쿨의 일각에서 비쳐지는 사회다. 더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는 사회가 아니라는 얘기다. 사시는 따져 보면 사회적 낭비는 많았을지언정 객관적인 스펙을 넘어설 수 있는 도전이었다. 계층의 사다리였다. 인간 승리의 감동도 줬다. 로스쿨은 대수술이 불가피하다. 입학과 교육을 총괄하는 교육부, 변호사시험을 총괄하는 법무부는 로스쿨의 대대적인 정비에 나설 수밖에 없다. 로스쿨도 학사 행정 전반에 대한 투명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법조계 전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쇄신하지 않으면 로스쿨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로스쿨 폐지 여론마저 막기 어렵다. 사법시험 존치에 대한 목소리가 퍼져 나가고 있다. hkpark@seoul.co.kr
  • 부모가 한달 내 출생신고… 누락·허위 등 ‘구멍’

    아동학대, 불법 입양 문제가 잇따라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출생신고 의무를 부모뿐만 아니라 의료기관에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주요 선진국들은 출생신고 의무를 의료기관에 직접 부여해 신고 누락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은 물론 출생신고 기간도 10일 이내로 짧아 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는 점을 보여줬다. 6일 송효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출생신고 개선, 아동보호 첫걸음’ 보고서에서 “줄 이은 아동학대 사건을 계기로 시행된 미취학 아동 전수조사 결과, 출생신고가 아예 누락되거나 허위 출생신고된 사례가 적지 않게 발견되면서 어이없는 차질을 빚곤 한다”며 “예방접종 등 의료 혜택 및 의무교육을 받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는 아동이 없도록 출생신고체계의 취약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호주·뉴질랜드·영국·미국·캐나다 등은 출생신고 의무를 의료기관에 둬 신고 누락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 신고 기간도 10일 이내다. 독일은 부모와 의료기관 모두에 출생신고 의무를 지웠다. 반면 한국은 현행 가족관계등록법상 출생신고 의무자를 부모로 규정했다. 출생 사실 통보 기한도 1개월 이내로 다른 국가에 비해 뚜렷하게 길다. 또 출생신고서 없이도 2명이 보증하면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인우보증제’를 시행 중이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따르면 아동이 출생하는 즉시 신고해야 하고 협약국은 이를 국내법으로 보장해야 한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1년새 5조 줄인 5대銀… 대기업 대출 고삐 더 죈다

    1년새 5조 줄인 5대銀… 대기업 대출 고삐 더 죈다

    우리銀, 5개월새 9000억 줄여 농협, 부실기업 채권 전수조사 조선·해운업종에 대한 구조조정 여파로 은행들이 대기업 여신에 점점 깐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거 회사 이름이나 규모만 믿고 비교적 쉽게 대출을 해 줬다면 시장 상황과 성장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등 선별적 대출을 하는 모습이다. 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1분기 NH농협은행은 지난해 4월 13조 5603억원이던 대기업 여신 잔액이 올 4월 13조 109억으로 5500억원가량 줄었다. 최근 농협은 지주사 차원에서 향후 2년간 부실 위험에 빠질 수 있는 기업 채권을 전수조사했다. 대기업 대출에 더 세밀한 잣대를 들이대기 위해서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4분기 2174억원이라는 적자를 낸 데 이어 올 1분기엔 전년 동기보다 35% 줄어든 실적(894억원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조선·해운업종과 관련해 대규모 대손충당금을 쌓은 탓이었다. 앞서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조선·해운에 대한 구조조정이 정리될 때까지 대기업 신규 취급은 어려울 것이며 대출을 최대한 감축할 예정”이라고 말한 것을 고려하면 감소 폭은 더 가팔라질 전망이다. KEB하나은행도 통합 후 대기업 여신 줄이기를 추진 중이다. 외환은행과의 통합 후 의도치 않게 위험 부담이 커진 대기업 여신의 비중을 줄여 보겠다는 의지에서다. KEB하나은행은 통합 이후인 지난해 9월 초부터 올해 4월 말까지 대기업 대출을 4조 2212억원 줄였다. 국민은행은 조선·해운업을 특별관리산업으로 분류해 여신심사를 강화하고 이미 취급된 여신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점검을 하는 등 사전적으로 리스크 관리도 하고 있다. 단, 경영 정상화 가능성이 있으나 일시적 유동성 문제가 생긴 기업은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4월 말 현재 국민은행의 대기업 여신은 17조 2487억원으로 지난해 11월 17조 8344억원보다 5857억원이 줄었다. 대기업 거래 비중이 높은 우리은행의 대기업 여신도 지난해 11월 22조 9725억원에서 올 4월 22조 9억원으로 9000억원 넘게 줄었다. 신한은행도 역시 같은 기간 3000억원가량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5대 대형은행의 대기업 여신은 지난 1년간 4조 8194억원이 줄었다. 최근 경기 상황과 구조조정 일정 등을 고려하면 은행들의 옥석 가리기 대출 행태는 적어도 내년 초까지는 이어질 전망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 참석 중인 조용병 신한은행장은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때문에 (은행들의) 자산 건전성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면서 “충당금을 더 쌓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제에 민감한 건설업 등은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을) 해야 하고, 1~2차 업종들은 영향을 봐 가면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사설] 이제라도 화학성분 생필품 피해 없도록 하라

    뒷북도 뒷북 나름이다. 환경부의 뒷북은 참고 봐주기가 어렵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악화되자 정부는 살균·항균 기능의 살생물제(바이오사이드) 제품을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만시지탄이 절로 터지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환경부는 살생물제품 허가제를 추진하겠다고도 밝혔다. 앞으로는 환경부의 검사를 통과한 살생물제로만 2차 생산품을 만들 수 있도록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현은 이럴 때 써야 한다. 멀리서 따질 것도 없다. 동네 마트의 생활용품 코너만 가도 널린 게 살생물 제품들이다. 항균 물티슈, 방향제, 탈취제, 손 소독제 등을 온갖 업체들이 내놓고 판매 경쟁을 하는 현실이다. 단돈 1000원도 안 하는 초저가 물티슈들이 쏟아져 나와 께름칙해도 소비자들은 설마 했다. 환경·보건 당국이 기초 생활용품의 유해성조차 감독하지 않았을 리는 없다고 철석같이 믿었다. 그랬는데, 뭔가. 이제와 허가제를 도입하겠다니 지금껏 미허가 물질로도 제품을 만들어 팔 수 있었다는 얘기다. 생필품처럼 쓰는 다림질 보조제에도 가습기 살균제의 독성물질이 있다는 분석이 뒤늦게 나왔다. 탈취제와 방향제에 쓰이는 주요 화학물질도 유럽연합(EU)에서는 진작 사용금지됐다. 우리만 괜찮다고 방치한 까닭을 납득할 수 없다. 정부만 믿고 앉았다가 가습기 살균제 같은 피해를 당하지 않을까 국민 불안이 심각하다. 가습기 살균제 파동이 정부의 태만으로 더 커졌다는 것은 온 국민이 아는 사실이다. 등 떠밀려 내놓다시피 한 후속 대책도 실효성이 의문이다. 일부 살생물 제품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서 관리하니 또 책임 소재 탓을 하지나 않을지 걱정스럽다. 전수조사를 한다지만 제조업체에 성분 자료를 강제로 요구할 법령도 없다. 가습기 사망 피해가 속출했는데도 그동안 기초적인 관리감독망조차 손질하지 않고 있었던 셈이다. 정부의 실책이 명백하고도 무거운데 누구 한 사람 책임을 진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누가, 어떤 이유로 책임을 방기하고 사태 확산 방지에 실기(失機)했는지 조목조목 따져 문책해야 한다. 지금에라도 정부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려면 그래야 할 것이다. 간판을 내릴 수도 있다는 각오로 재발 방지 대책에 범부처가 힘을 모아야 하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 환경부, 뒤늦은 ‘옥시 대책’

    3차 피해신청자 752명 조사 1년 앞당겨 내년 말까지 확정 관련업체엔 37억 구상권 청구 환경부가 가습기 살균제 사고 재발방지를 위해 살균·항균제로 사용하는 살생물제(바이오사이드) 전반에 대한 관리체계를 도입하기로 했다. 위험성을 반영해 물질뿐 아니라 제품에 대한 관리 및 사전예방 체계로의 전환을 뜻한다.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호중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관은 “가습기 살균제와 같은 사고를 막기 위해 EU·미국처럼 살생물제를 목록으로 정리하고 위해성 평가를 실시하겠다”며 “살생물제품 허가제를 도입해 허가가능 물질만 제품을 제조하고 비허용 물질은 퇴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올해부터 내년까지 살생물질과 살생물제품에 대한 전수조사 계획도 덧붙였다. 생활화학제품 관리대상 품목을 확대하고, 사용되는 원료물질의 위해성 평가와 안전·표시기준도 강화한다. 환경부는 살균제 피해 조사·판정도 신속하게 진행하기로 했다. 지난해 마감한 3차 피해신청자 752명에 대한 결과를 당초보다 1년 앞당겨 내년 말까지 확정할 생각이다. 지난달 25일부터 진행 중인 4차 피해신청자에 대해서는 국립의료원 등을 조사기관으로 추가해 4분기에 조사를 착수해 내년 말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비염과 기관지염·피부 및 안과질환과 같은 경증과 폐 이외 장기 등 피해 인정범위 확대와 관련해 이 정책관은 “지원대상에서 빠진 3~4등급 피해자들로 인과관계 규명 등 기준이 마련되면 추가 지원할 것”이라며 “대형병원 등을 대상으로 조사기관 참여를 요청했지만 병원들이 꺼리면서 확대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가습기 살균제 제조·유통업체 13곳에 대해 구상권 청구소송을 진행 중이다. 피해인정자 203명에게 지급한 병원비와 장례비 등 37억 5000만원을 10개 제품 15개 제조·유통업체에 구상권을 행사했지만 2개 업체만 납부했기 때문이다. 살균제 피해자 조사·판정자 530명 중 정부지원이 확정된 1~2등급 피해자 221명 중 95명이 사망했고 지원비 대상인 3~4등급자 가운데 사망자는 48명으로 집계됐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사설] 공정성 보장하도록 로스쿨 선발 방식 고쳐야

    교육부가 최근 3년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시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일부 합격자들이 전형 과정에서 부모나 친인척의 신상을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자기소개서에 ‘아버지가 ○○지방법원장’, ‘법무법인○○ 대표’, ‘○○시장’ 등 로스쿨 전형에 영향을 미칠 만한 부모의 스펙을 내세운 것이다. 어떤 합격자들은 이름은 특정하지 않았지만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대법관, ○○법원 판사 등을 지냈다고 기재하기도 했다. 그동안 고위층 자녀들이 로스쿨 입시에서 부모의 후광을 노골적으로 내세운다는 세간의 의혹이 일부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그러나 애초 우려했던 만큼의 대규모 입시 부정은 발견되지 않았다. 교육부는 자소서에 부모 스펙을 밝혔다는 것만으로 입학 취소 조치는 사실상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고 한다. 합격 여부와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없었고, 상당수 대학들이 자소서 기재금지 규정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 대학은 기재금지 규정을 두었지만, 어길 경우에 대한 조치를 명시하지 않아 역시 합격을 되돌리기엔 법적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교육부는 기관경고나 주의, 관계자 문책 등 행정처분으로 이번 사태를 마무리 짓기로 했다. 하지만 로스쿨 특혜 입학 의혹에 대한 따가운 시선을 고려한다면 정부의 조사와 조치가 소극적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3년 동안 6000여건을 전수조사했다고 하지만, 발표를 보면 단순히 지원자의 부모나 친인척 신상 기재 여부만 파악한 것으로 판단된다. 교육부가 발표한 24건의 신상은 상당히 구체적이어서 누구든 쉽게 알 수 있는 것들이다. ‘밤늦게까지 소송 서류를 검토하는 아버지를 보면서…’ 유의, 로스쿨측이 마음만 먹으면 면접에서 신상을 알아낼 수 있는 내용까지 모두 잡아냈다면 이보다 훨씬 많았을 것이다. 자소서 관련 질문이 오가는 면접 과정에 대한 조사도 빠졌다. 부모 스펙을 쓰지 말라는 규정이 있음에도 이를 어긴 지원자와 해당 로스쿨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정밀조사가 필요하다고 본다. 로스쿨들이 공정한 입시를 위해 금지 규정을 두고도 위반자들을 합격시킨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교육부는 이제야 시정 조치를 내린다며 로스쿨들을 감쌀 게 아니라 엄정하게 책임을 묻는 게 옳다. 차제에 입시의 공정성을 확보하도록 제도를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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