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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숀 음원 사재기 의혹 커지는데… 공공기관 ‘닐로 사태’ 조사 거부

    숀 음원 사재기 의혹 커지는데… 공공기관 ‘닐로 사태’ 조사 거부

    DJ 숀의 ‘웨이 백 홈’(Way Back Home)이 유례없는 속도로 역주행하며 음원 차트 1위에 오르면서 ‘닐로 사태’ 이후 불과 세달 만에 음원 사재기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하지만 닐로 사태를 조사하는 문화체육관광부에 공공기관들이 협조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차트 조작·음원 사재기 논란 조사가 길어지고 있다. 제2, 제3의 닐로 사태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0시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 멜론의 실시간 차트에서 인디밴드 칵스 멤버인 숀의 지난달 27일 발표한 솔로앨범 수록곡 ‘웨이 백 홈’이 처음 1위에 올랐다. 이 곡은 15일 지니 차트에서 첫 1위에 오른 뒤 여러 음원 차트에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대중적 인지도가 낮아 앨범 발매 직후 음원 차트 100위 안에 들지 못한 숀이 타이틀곡이 아닌 수록곡으로 열흘 만에 차트 진입에 이어 1위까지 오르자 네티즌들은 음원 사재기와 차트 조작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차트 그래프 추이 등을 제시하면서 지난 4월 같은 논란을 빚었던 가수 닐로와 흡사한 역주행 패턴을 보이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음원 서비스 이용자는 줄지만 대형 팬덤을 가진 아이돌 가수들이 상대적 강세를 보이는 새벽 시간대에 이해하기 힘든 상승세를 보이는 점도 의혹의 근거로 지적된다. 앞서 닐로의 소속사인 리메즈 엔터테인먼트 측으로부터 진정서를 접수받아 해당 사재기 의혹을 조사 중인 문체부는 세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본격적인 조사도 시작하지 못했다. 음원 사이트 등으로부터 확보할 스트리밍 데이터 등 분석을 위해 공공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한국인터넷진흥원 등에 협조 요청을 했지만 사안의 민감성 등을 이유로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석을 의뢰할 민간업체도 선정하지 못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공공연구기관들이 문체부 산하기관이 아니라 협조를 강제할 수 없고, (닐로 사태가) 처음 있는 이슈여서 데이터 분석을 해본 업체를 찾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조사 결과가 나오려면 최소 한달 이상은 걸릴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국내 공인음악차트인 가온차트를 집계하는 한국음악콘텐츠협회는 데이터 수집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데이터 양이 일반 컴퓨터로는 처리하기 힘들만큼 방대하고, 일부 데이터만 샘플로 뽑아 분석하면 의혹이 계속될 거라 보고 (닐로 음원을 들은 계정) 전수조사를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멜론은 해당 논란에 대해 “시스템의 비정상적인 이용은 없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멜론 관계자는 “특정 아이피에서 짧은 시간에 끊었다 다시 듣는 등 방법으로 집중적으로 음원 재생을 반복하는 등 비정상적인 패턴이 나타나면 일시적으로 락 조치를 취하는 등 조치하고 있다”며 “(닐로 사태에 대한) 내부 조사에서 비정상적인 패턴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가온차트정책위원회는 지난 11일부터 멜론, 지니, 벅스 등 6개 주요 음원 사이트에서 오전 1~7시 사이에 차트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차트 프리징’을 실시하고 있다. 위원회는 “심야 시간대를 노린 음원 사재기 시도를 차단하기 위해서”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닐로 사태 원인에 대한 조사가 진척되지 않은 상황에서 마련된 ‘차트 프리징’ 시행 직후 비슷한 사태가 재발하면서 오히려 사재기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김대영의 무기 인사이드] 최초 한국형 전차 ‘K-1’의 모든 것

    [김대영의 무기 인사이드] 최초 한국형 전차 ‘K-1’의 모든 것

    지상전의 왕자라 불리는 전차는 화력과 기동성 그리고 방호력을 겸비한 강력한 무기체계이다. 전차는 우리에게 뼈아픈 기억을 남겨준 무기이기도 하다. 1950년 6월 25일 북한은 소련제 전차 T-34 240여대를 앞세우고 전쟁 발발 3일만에 서울에 나타났다. 당시 이렇다 할 대전차 무기가 없었던 우리 군은 온 몸을 던져가며 전차를 막아보았지만 소용이 없었고, 지금도 북한군 전차에 대한 공포는 우리의 기억 속에 어렴풋이 남아 있다. 한때 88 전차로 불리던 K-1 전차 동서냉전이 한창이던 1970년대 초, 북한은 1,600여대의 전차를 보유했으며, 자체적으로 전차를 생산할 능력을 갖추었다. 반면 당시 우리 군은 전차 수량 면에서도 열세였고, 성능 또한 북한군 전차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우리 군은 1975년 7월 한국형 전차를 독자 개발하기로 결정한다. 한국형 전차 사업은 방호력, 기동성, 화력 면에서 최신예 전차였던 서독의 레오파르트2 전차나 미국의 M1 전차 수준의 고성능을 요구했다. 하지만 당시 국내 기술로는 이렇게 고성능의 전차를 만들 능력이 없었다. 결국 1976년 미 육군의 차기 전차인 M1 전차의 생산회사로 지정된, 크라이슬러 디펜스사 즉 현 GDLS사와 한국형 전차의 개발에 합의하게 된다. 이렇게 시작된 한국형 전차 사업은 이후 88 전차사업으로 불리게 된다. 여기서 88 전차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수행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1984년 4월 2대의 시험용 전차가 제작되었고, 미 디트로이트 셀프릿지 주 공군 기지에서 열린 축하식장에서 첫 모습을 선보이게 된다. 한반도 지형에 최적화된 전차 이렇게 탄생한 K-1 전차는 1,000여대가 넘게 1990년대 중반까지 생산되어, 육군의 주요부대에 배치된다. K-1 전차는 산악지형이 많은 한반도의 전장환경을 고려해 몇 가지 특수한 기능이 들어갔다. 대표적인 것이 헌터-킬러와 닐링 시스템이다. 헌터-킬러 기능은 포수가 사격하는 사이 전차장이 새로운 표적을 조준하면 사격이 끝난 즉시 주포가 전환되어 다시 사격이 가능하게 한다. 사격시간이 단축되고 다수의 적 전차와 교전이 가능한 것이다. 또한 닐링 시스템은 전차의 차체 높이를 낮추거나 높일 수 있어, 전차 주포가 사격할 수 있는 제한점을 극복할 수 있다. 1996년 4월 26일에는 K-1 전차의 105㎜ 강선포를 120㎜ 활강포로 업-건(UP-GUN)한 K-1A1 전차가 등장하게 된다. 2002년부터 총 480여대가 생산된 K-1A1 전차는 국내에서 개발한 신형복합장갑으로 방호력을 증가시켰고, 주간에만 헌터-킬러 기능이 있는 K-1 전차에 비해 야간에도 헌터-킬러 기능이 가능하게 되었다. K-1 전차를 기반으로 다양한 파생차량 개발 약 1,500여대에 이르는 K-1과 K-1A1 전차는 지속적인 성능개량을 통해 최상의 전력을 유지하고 있다. 2014년도부터 시작된 주요성능개량 사항으로는 디지털 전장관리체계, 피아식별장치 및 전후방 감시카메라 기능을 추가하였으며, 실시간 정보공유와 전투차량간 통합운용, 아군간 오인사격 방지 및 조종수 운용성 향상을 통하여 21세기 네트워크 전장환경에 부합하도록 전투능력을 향상시켰다. 이렇게 개량된 K-1 전차는 강화형(Enhanced)을 뜻하는 'E'가 붙어 K-1E1으로 불리며, 반면 K-1A1 전차 개량형은 K-1A2로 표기된다. K-1 전차가 본격적으로 배치되면서 K-1 전차를 기반으로 이를 지원하기 위한 구난전차와 교량전차 등도 개발되었다. 구난전차는 손상된 전차를 신속히 구난 및 정비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최대 25톤을 인양하고 70톤까지 견인할 수 있다. 교량전차는 K-1 전차의 차체 위에 가위형 교량을 탑재하고 있다. 이밖에 가장 최근에는 지뢰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장애물 개척전차가 개발되어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았다. K-1/K-1E1 전차 제원 (출처 현대로템) 납품년도 1986년/2014년 / 중량 53.1톤 / 기동력 엔진출력 : 1,200마력 변속기: 자동변속, 전진 4단, 후진 2단 / 화력 주포구경 : 105mm 강선포 / 탄약장전방식 : 수동장전 / 사격통제 포수조준경 : 2축안정, 주/야간 열상장치 전차장조준경 : 2축안정, 주/야간 열상장치, 360º 회전식 관측, 헌터킬러 / K-1E1(성능개량) 디지털 전장관리체계, 피아식별장치, 전후방 감시카메라 김대영 군사평론가 kodefkim@naver.com
  • 김정은 “말이 안 나온다…뻔뻔스러워” 현장 시찰 뒤 격노

    김정은 “말이 안 나온다…뻔뻔스러워” 현장 시찰 뒤 격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현장 시찰을 한 뒤 또 책임자들의 무능력을 호되게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은 함경북도 어랑군의 수력발전소인 어랑천발전소 건설 현장을 비롯해 염분진호텔 건설 현장, 온포 휴양소, 청진가방공장 등 함경북도의 경제 관련 현장 총 8곳을 돌아봤다고 17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어랑천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댐 건설을 시작한 지 17년이 되도록 총 공사량의 70%만 진행된 점을 지적하며 공사가 진척되지 않은 원인에 대해 호통을 쳤다. 김정은 위원장은 ‘내각 책임일꾼들이 최근 몇 해 사이 댐 건설장에 한번도 나와보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고 ‘대단히 격노’해 “도대체 발전소 건설을 하자는 사람들인지 말자는 사람들인지 모르겠다”고 질타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벼르고 벼르다 오늘 직접 나와 보았는데 말이 안 나온다”면서 “문서장만 들고 만지작거렸지 실제적이며 전격적인 경제조직사업 대책을 세운 것은 하나도 없다”고 하는 등 내각 관계자들의 ‘책상물림’식 업무 행태를 비판했다. 그는 “최근에 우리 당 중앙위원회는 내각과 성, 중앙기관들의 사상 관점과 소방대식 일본새(일하는 모습), 주인답지 못하고 무책임하며 무능력한 사업 태도와 만성적인 형식주의, 요령주의에 대해 엄한 시선으로 주시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더더욱 괘씸한 것은 나라의 경제를 책임진 일꾼들이 발전소 건설장이나 언제(댐) 건설장에는 한번도 나와보지 않으면서도 어느 발전소가 완공되었다고 하면 준공식 때마다는 빠지지 않고 얼굴들을 들이미는 뻔뻔스러운 행태”라고 직설적으로 지적했다. 또 “내각을 비롯한 경제지도기관 책임일꾼들도 덜돼 먹었지만 당 중앙위원회 경제부와 조직지도부 해당 지도과들도 문제가 있다”, “이렇게 일들을 해가지고 어떻게 당의 웅대한 경제 발전 구상을 받들어 나가겠는가”라면서 노동당의 업무 태도까지 거론했다. 이어 발전소 댐 건설과 관련해 “지금처럼 내각에 맡겨 놓아서는 대가 바뀌어도 결말을 보지 못할 것 같다”며 당 중앙위원회의 조직 지도 하에 내년 10월 10일까지 공사를 마치기 위한 대책을 제시했다. 중앙통신에 따르면 1981년 6월 5일 김일성 주석의 교시로 건설이 시작된 어랑천발전소는 13만 4000㎾의 총 발전능력을 보유할 계획이지만, 30여 년이 지나도록 완공이 되지 못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생산기지를 너절하게 꾸려 놓은’ 청진가방공장에서는 “당의 방침을 접수하고 집행하는 태도가 매우 틀려먹었다”며 함경북도 당 위원회를 질책했다. 특히 중앙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가방공장을 건설할 당시 도당위원장 사업을 하였던 일꾼과 도들의 가방공장 건설사업을 올바로 장악 지도하지 못한 당 중앙위원회 해당 부서들의 사업을 전면 검토하고 엄중히 문책하고 조사할 데 대한 지시를 주시었다”며 후속 문책이 뒤따를 것을 예고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함경북도 경성군의 온천 휴양소인 온포휴양소를 방문해서도 욕조가 “물고기 수조보다도 못하다, 정말 너절하다”고 지적하고, 염분진호텔 건설 현장에서도 “(건설을) 미적미적 끌고 있는 것은 대단히 잘못되었다”고 비판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달 초 북·중 접경 신의주의 화학섬유공장과 방직공장 시찰에서도 강도 높은 언사로 간부들을 질책한 바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2018 프랑스 혁명은 ‘스피드’였다

    2018 프랑스 혁명은 ‘스피드’였다

    음바페 평균 시속 38㎞ 역습·공수 전환 점유율 대신 효율 높여 상대 실수 유발 혼용 포메이션 구사해 스스로 문제 해결 157골 중 69골이 세트피스 상황 득점이변과 파란으로 점철된 러시아월드컵은 ‘점유율=승리’ 등식을 뒤안길로 보낸 대회로 기억될 것 같다. 우승국 프랑스의 대회 일곱 경기 평균 점유율은 49.6%로 본선 진출 32개 팀 가운데 중간 이하인 18위에 그쳤다. 16강전에서 탈락한 스페인이 69.2%로 가장 높았고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한 독일이 65.3%로 두 번째였다. 사상 첫 준우승의 영광을 차지한 크로아티아가 55.4%로 7위를 기록하며 4강 진출 팀 가운데 가장 높았다. 잉글랜드(53.5%), 벨기에(52.1%)가 각각 8위와 12위로 그 아래였다. 점유율은 그동안 승리의 필수조건인 것처럼 여겨졌다. 2010년 남아공대회에서 스페인, 4년 전 브라질대회에서 독일이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우승하며 부동의 공식처럼 여겨졌다.그러나 높은 패스 정확도를 앞세워 점유율을 높게 가져가면 스피드가 떨어지는 약점이 도드라진다. 스페인과 독일, 브라질의 조기 탈락이 방증한다. 반면 프랑스는 상황에 따라 점유율을 포기하고 빠른 역습과 공수 전환, 전방 압박으로 효율을 높였다. 16일 크로아티아와의 결승에서 프랑스는 점유율 39%-61%로 주도권을 내주는 것 같았지만 평균 시속 38㎞, 순간 최고 44㎞대를 자랑하는 킬리안 음바페의 속도 전개를 앞세워 4-2 대승을 거뒀다. 음바페뿐 아니라 프랑스 수비진은 공을 빼앗긴 뒤에도 득달같이 달려들어 되찾거나 숨막히게 압박해 상대 선수들의 실수를 유발했다. 크로아티아 선수들도 놀라운 순간 돌파력을 뽐냈다. 잉글랜드와의 4강전 동점골의 주인공인 이반 페리시치는 세 경기 연속 연장 승부로 체력이 바닥난 상태에서 오히려 전반 시속 27㎞, 후반 시속 29.48㎞, 연장 시속 30.17㎞로 속도를 높여 잉글랜드 수비진을 아연실색하게 했다. 동점골 장면에서는 수비수 등 뒤에서 한 박자 빨리 발을 들어올려 공에 맞히는 기민함을 과시했다. 여기에다 프랑스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자신들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대처하는 유연성이 돋보였다. 크로아티아전 전반 상대의 거센 압박에 갇히자 응골로 캉테 등 미드필더진은 롱패스로 상대 빈 공간을 찾아내는 영민함을 선보였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최근 유럽 명문 클럽에서 성행하는 4-2-3-1과 4-3-3을 혼용하는 하이브리드 포메이션을 프랑스 대표팀이 제대로 구사해 재미를 봤다”고 진단했다. 스피드와 함께 이번 대회 더욱 중요해진 것이 세트피스다. 대회 169골 가운데 자책골(12골, 1998년 프랑스대회 6골을 넘어 사상 최다)을 뺀 157골 가운데 69골이 세트피스 상황에서 나왔다. 잉글랜드는 12골 가운데 9골을 볼 스톱 상태에서 만들어 냈다. 오픈 플레이로는 유효슈팅 10개에 3골을 얻어 창의성과 파괴력은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스트레스 심한 소방관들 숲에서 ‘힐링’

    업무 스트레스가 심한 소방관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숲을 찾는다. 산림청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은 7월부터 11월까지 경북 영주 국립산림치유원을 비롯한 산림복지시설에서 소방공무원 1000여명을 대상으로 ‘산림치유를 활용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재난현장 수습 및 장기 교대근무로 각종 스트레스와 신체리듬 불균형을 겪고 있는 소방공무원에게 산림치유를 통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회복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각 복지시설은 지역의 환경적 특성에 맞춰 다양한 치유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국립국립산림치유원에서는 백두대간의 산림자원과 산림치유장비를 활용해 숲속 건강체크(HRV검사 등)와 내 몸 회복 숲치유, 치유명상, 수 치유밸런스 등이 제공된다. 국립횡성숲체원은 잣나무·자작나무 숲을 활용해 별 바라보기, 오감의 숲, 나이트워크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피톤치드가 풍부한 편백나무숲으로 유명한 국립장성숲체원에서는 편백 아로마테라피, 해먹 쉼, 오감회복 차(茶)테라피 등을 선보인다. 윤영균 한국산림복지진흥원장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소방관들이 산림치유를 통해 신체 회복과 정신 건강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2014년 소방관 정신건강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방관의 연 평균 외상사건 노출 경험이 7.8회에 달하고 연평균 15회 이상 경험자도 전체 14.4%에 달하는 등 심리안정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고대가요 ‘구지가’ 가르쳤다가 성희롱 징계받은 교사

    고대가요 ‘구지가’ 가르쳤다가 성희롱 징계받은 교사

    인천 한 고등학교 국어교사가 고전문학 수업 중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의혹으로 교체 조치됐다. 16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이 교사는 학교 측 조치가 부당하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다. ‘구지가’나 ‘춘향전’ 등 고전문학의 의미를 풀이하면서 특정 단어가 남근이나 자궁을 뜻한다고 설명했는데, 이를 한 학부모가 성희롱으로 봤다는 게 A 교사의 주장이다. ‘구지가’는 금관가야의 시조 설화에서 전해지는 노래로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 내놓지 않으면 구워서 먹으리’라는 내용이다. A 교사는 “고대가요 구지가 의미를 풀이하는 과정에서 ‘거북이 머리’라는 특정 단어가 남근을 뜻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는데 이를 한 학생 학부모가 성희롱이라며 민원을 제기했다”고 주장했다. 또 “교과서를 가르치던 중 수메르어에서 바다를 뜻하는 ‘마르(mar)’라는 단어가 자궁을 뜻하기도 한다고 했는데 이를 자궁 얘기를 했다고 치부했다”면서 “광한루에서 춘향이 그네 타던 곳은 멀리 떨어져 있어 이몽룡은 아마 춘향이 다리 정도만 보고 그에 반했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를 성희롱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수업의 전체적인 맥락을 배제한 채 성희롱을 했다고 주장한 것”이라며 “학교는 사안을 조사하는 성고충심의위원회에 조사 보고서를 내기 전 양측 의견을 충분히 들어야 하지만 그런 과정도 없었다”고 말했다. 앞서 학부모 민원을 받은 학교 측은 해당 학급 학생들을 상대로 전수조사하고 성고충심의위원회를 열어 A 교사의 발언을 성희롱으로 결론 낸 것으로 확인됐다. 또 학교폭력대책위원회를 열고 ‘피해 학생을 보호하기 위해 2학기 동안 해당 학급 국어교사를 다른 교사로 교체하라’는 조치를 내렸다. A 교사는 페이스북에 제자들에게 받은 격려글을 올리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A 교사는 15일 ‘졸업생 제자들이 보내준 편지’라며 “졸업생들이 저를 위해 위로의 글을 쓰고 저를 지키는 모임도 갖는다고 한다. 저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교사의 삶을 살고자 노력하는 사람이다. 제가 가르친 제자들이 이를 증명한다. 절대 물러서지 않고 꿋꿋이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한 동료 교사는 “구전으로 전해지는 고대가요나 설화는 대부분이 성적인 내용을 포함하는데 이를 가르칠 때마다 교사의 성희롱으로 받아들인다면 어떻게 수업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A 교사의 감사 요청이 들어오는 대로 학교 조처가 적법했는지 살펴볼 방침이다. 이혜리 기자 lee@seoul.co.kr
  • 가성비 벽에 막힌 ‘서해안 미세먼지 차단벽’ 실험

    가성비 벽에 막힌 ‘서해안 미세먼지 차단벽’ 실험

    과학기술연, 고압분사·대형송풍 모의실험 땐 저감효율 18~65% 월드컵 분수대 실험 땐 10% 로 뚝 해안선 확대 하면 설치비 수조원 투자 대비 효과 낮아 실행 못 옮겨국책연구기관이 서해안에 대규모 ‘미세먼지 차단벽’을 만드는 아이디어를 내 관심을 모은다. 중국발(發) 미세먼지를 막을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으로 모의실험까지 진행했지만 비용 대비 효과가 낮은 것으로 나와 결국 실행에 옮기진 못했다.15일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 따르면 미세먼지 집진기술 전문가인 박현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박사팀은 올 초 ‘중국발 미세먼지 차단벽 구축기술 개발’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미세먼지 차단벽은 대형 고압분사기(워터젯)로 바닷물을 쏘아 올리거나 바닷물을 작은 구멍으로 통과시켜 미세물입자로 만든 다음 대형 송풍기로 밀어올려 인공 구름을 만드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높이 20m짜리 긴 막대기 모양의 모의실험 기구를 만들어 미세먼지 제거 효과를 분석한 결과 먼지 저감효율이 18~65%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런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서울 영등포구 선유도공원의 ‘월드컵 분수대’를 미세먼지 차단장치로 설정하고 분석을 시작했다. 월드컵 분수대에는 소요 전력이 1.1㎿인 물펌프 3개가 설치됐고 분당 31t의 물을 높이 200m까지 분사한다. 건설 비용은 78억원이었다. 분석 결과 가로 200m, 세로 200m의 면적에 수분이 공급돼 높이 200m 아래를 통과하는 기류에 포함된 미세먼지 92%를 줄일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연구팀은 서해안에 월드컵 분수대와 같은 대형 고압분사기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계획을 구체화했다. 그러나 30㎞ 길이의 해안선에 분사기 150기를 설치하면 PM10(지름 10㎛ 이하의 미세먼지) 기준으로 서울지역 미세먼지 10%가량을 줄이는 것으로 예측됐다. 미세물입자를 대형 송풍기로 밀어올리는 방식도 50m 높이의 구조물을 사용해도 저감 효과가 7%에 그쳤다. 더 큰 문제는 비용이었다. 고압분사기 방식은 1조 8000억원, 미세물입자 송풍 방식은 2조 3000억원의 막대한 시설비가 들어갈 것으로 분석됐다. 필요 전력은 각각 330㎿, 750㎿였다. 330㎿는 중형 화력발전소 1기가 생산하는 전력량과 맞먹는다. 연구팀은 비용 대비 효과를 인정받으려면 시설비는 1500억원 이하, PM10 저감효과는 30% 이상이어야 한다고 봤다. 연구팀은 “미세먼지 저감 효과 대비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연구를 계속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면서도 “미세먼지 차단벽 기술은 환경안보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어서 향후 혁신적인 기술 방안을 확보했을 때 언제든지 재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외부에서 한반도로 유입되는 미세먼지의 68%는 중국발 미세먼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도 2000m에서는 외부 유입 미세먼지의 75%가 중국발 미세먼지였다. 서울은 외부 미세먼지 중 중국 영향이 70%, 북한은 11%였다. 광주도 중국발 미세먼지 비율이 69%나 됐다. 대체로 한반도 서쪽 지역이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부산은 중국발 미세먼지 비율이 57%로 가장 낮았다. 그러나 일본발 미세먼지가 29%로 일본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임세미, ‘미스터 션샤인’ 특별출연..유연석 母 역할 ‘빛나는 연기력’

    임세미, ‘미스터 션샤인’ 특별출연..유연석 母 역할 ‘빛나는 연기력’

    배우 임세미가 tvN ‘미스터 션샤인’에 출연해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임세미는 지난 14일 방송된 tvN ‘미스터 션샤인’에 출연했다. 잠깐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특별출연히 무색할 만큼 임팩트있는 연기로 눈길을 끌었다. 미스터 션샤인은 신미양요 때 군함에 승선해 미국에 떨어진 한 소년이 미국 군인 신분으로 자신을 버린 조국인 조선으로 돌아와 주둔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드라마로, 극에서 임세미는 백정의 아내이자 어린 유연석(동매 역)의 엄마인 ‘동매 모’역을 맡았다. 동매 모(임세미 분)는 평민에게 조차 구정물세례와 욕설 그리고 매질까지, 백정의 아내라는 이유만으로 갖가지 설움을 당했다. 이어 동네에서 겁탈을 당하지만 이를 아는 남편으로부터 보호받을 수조차 없는 기구한 삶의 그녀는 결국 자신을 욕보인 자를 살해하고, 급기야 동매에게도 악다구니를 썼다. 동매 모는 동매에게 “나가! 나가서 뒈지든 각설이로 팔도를 떠돌든 화적떼가 되든 다신 내 눈앞에 나타나지마. 가! 백정 종자 아주 지긋지긋해. 꼴도 보기 싫으니까 가라고! 죽여 버리기 전에 나가!”라며 칼을 휘두르며 위협했고, 동매가 집을 떠나자마자 주저앉아 오열했다. 이는 훗날 동매가 흑룡회가 되어 칼을 잡고 다시 조선에 돌아오기까지의 서사를 마련하기도. 이처럼, 임세미는 신분격차로 인한 말도 안되는 인간이하의 삶 속에서 온갖 수모를 겪는 아픔을 디테일한 감정선으로 표현했으며, 자식이라도 백정의 굴레를 벗길 바라며 친 자식을 제 손으로 쫓아낼 정도로 독기를 품을 수밖에 없었던 어미의 모성애까지 탁월하게 그려냈다. 한편, 임세미는 전설의 국정원 블랙 요원 김본이 남편을 잃은 여자를 도와 거대 음모를 파헤치는 이야기 MBC ‘내 뒤에 테리우스’(연출 박상훈, 극본 오지영)에서 현직 국정원 요원 ‘유지연’역을 맡아 소지섭과 호흡을 맞춘다. 방송은 오는 9월 예정. 사진=tvN ‘미스터 션샤인’ 방송 캡처 연예팀 seoulen@seoul.co.kr
  • [기고] 아일라, 전장에 뜬 달/ 신지영 국가보훈처 사무관

    [기고] 아일라, 전장에 뜬 달/ 신지영 국가보훈처 사무관

    ‘아일라’는 이름 그대로 은은한 달빛 같은 영화다. 영화를 보는 내내 잔잔한 감동이 달빛처럼 켜켜이 내려앉기 때문이다. 지난 봄, 기적 같은 남북정상회담과 연이은 북미정상회담의 개최로 한반도에 모처럼 평화의 훈풍이 불고 있다. 이런 시기에 전쟁영화를 본다는 것이 시의적절한지 의문이 들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그런 편견을 불식시키듯, 영화는 시작부터 숨 막히게 아름다운 한반도의 산하를 조망하며 의연한 장관을 연출한다. 손에 잡힐 듯 펼쳐지는 농가의 평화로운 일상은, 곧 깨어질 운명의 서막을 예고하는 것이어서 더욱 위태롭다. 평온하던 일상이 적의 포탄에 산산이 부서지는 순간, 마침내 전쟁의 참혹함이 온몸으로 훅 끼쳐온다. 6․25 전쟁은 비단 우리만의 아픔이 아니었다.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이 맺어지기까지 전장에 뛰어든 세계 21개국 젊은이들이 함께 짊어진 아픔이자 씻을 수 없는 상처였다. 전쟁과 함께 고국에 남기고 온 그들의 꿈과 사랑은 포말처럼 흩어진다. ‘아일라’는 그렇게 사라진 그들의 청춘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하지만 6․25를 다룬 숱한 영화들 가운데 이 영화가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건, 우리의 전쟁을 남과 북의 대립적 시선이 아닌, 이역만리 터키의 관조적 시선으로 응시하기 때문이다. 특유의 신파를 넘나들면서도 담백한 진정성을 담고 있어 오히려 애잔하다. 터키는 6․25전쟁이 나자 유엔결의에 따라 신속하게 파병결정을 하고 연인원 2만 명이 넘는 병력을 보낸다. 이들 가운데 우리의 주인공 ‘슐레이만’이 있다. 개미 한 마리 죽이지 못하는 그는 사랑하는 여인을 두고 거친 바다를 건너 이름도 모르는 낯선 항구, 부산에 도착한다. 그렇게 발 디딘 한반도는 이미 살육이 일상화 된 전장의 한복판이었고, 죽은 자에게도 살아남은 자에게도 이를 데 없이 처절한 비극의 땅이자 속절없는 혼돈의 땅이었다. 그 속에서 천여 명의 터키군이 목숨을 잃었고, 462명이 고국으로 영영 돌아가지 못한 채 부산에 잠들어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1950년 11월 평안남도 군우리도 중공군의 파상공세에 쑥대밭이 된다. ‘아일라’는 울 수조차 없는 극한의 공포 속에 덩그러니 남아 차갑게 식은 엄마의 손을 필사적으로 잡고 있다. 피붙이를 잃은 어린 짐승처럼 겁에 질린 눈이 어둠 속에서도 애처롭게 빛난다. 슬픔의 여운이 오래 남는 장면이다. 슐레이만은 그 죽음의 나락에서 하얀 박꽃 같은 아이를 건져 올리고는 ‘아일라’라 이름 짓는다. ‘아일라’는 터키어로 달을 뜻한다. 둘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전쟁 속에서도 차츰 웃음과 삶의 희망을 되찾는다. 전쟁이 끝나고 60여년의 세월이 흘러 헤어졌던 슐레이만과 아일라가 다시 만날 때, 그리고 그 모습이 실사(實寫)로 이어질 때, 먹먹한 감동과 함께 결코 가볍지 않은 역사의 무게가 오롯이 전해진다. 6․25는 우리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처참한 전쟁이었지만, 또한 도처에 크고 작은 기적들을 전설처럼 꽃피웠다. 흥남에서 메러디스 빅토리호로 무려 14,000명의 피난민을 구출한 알몬드 장군의 결단이나, 1․4후퇴를 앞두고 천명의 고아들을 무사히 남하시킨 딘헤스 대령과 블레이즈델 군목의 용기, 천막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학교를 지어주고 사단 첫 전사자인 카이저 중사의 이름을 따 가이사라 명명한 미40사단 장병들의 노고 등 눈물겨운 미담들이 곳곳에 스며있다. 영화 속 터키군 또한 수원에 앙카라 고아원을 세워 전쟁고아들을 돌본다. 우리정부가 유엔참전용사들에 대한 감사를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마침 다가오는 7월 27일은 유엔군 참전의 날이다. “평화야말로 진정한 보훈이고 진정한 추모”라고 대통령께서도 언급하셨듯이, 오늘의 이 평화를 잘 지켜나가는 것이 유엔참전용사의 희생과 헌신에 보답하는 최선의 길일 것이다. 전쟁의 상흔은 6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우리의 삶 속에서, 평범한 우리 이웃들의 긴 기다림 속에서 엄연히 진행 중이다. 이제는 끝내야 한다. 더 이상 이산의 아픔을 견딜 수도 길들일 수도 없다. “아빠는 아이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산다”는 슐레이만의 대사가 귓전을 울린다. 슐레이만과 같은 이 땅의 무수한 아버지들을 떠올리며, 다시는 전쟁의 아픔 없는 한반도, 평화와 공존의 미래를 기약해본다.
  • 중3들의 호소…“제 이란 친구를 난민으로 인정해주세요”

    중3들의 호소…“제 이란 친구를 난민으로 인정해주세요”

    ‘기독교 개종’ 이란 소년 구명 운동강제 출국시 종교 박해·차별 우려난민 지위 불인정…소송냈지만 패소학생들 국민청원 운동…피켓시위 계획교사들도 소송비용 모금 나서“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라는 대한민국이 제 친구 하나 품어줄 수 없는 건가요? 석 달 뒤면 대한민국에서 쫓겨나야 하는 제 친구를 제발 난민으로 인정해주세요.”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의 절절한 호소문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존경하는 문재인 대통령님”으로 시작하는 이 청원은 한국에 사는 이란 소년 A군(15)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03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태어난 A군은 어릴 적 부모님이 이혼해 아버지 B씨(52)와 함께 살았다. 한국에서 사업하려던 아버지를 따라 A군도 2010년 7월 한국에 입국했다. B씨는 한국인 여성과 결혼했지만 얼마 안 돼 헤어졌고 2014년부터 부자는 고시원에서 단둘이 살았다. 이란은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법’을 따른다. 무슬림 아버지에게 태어난 자녀는 무슬림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일찍 한국에 이주한 A군은 이슬람 성서인 쿠란을 읽은 적이 없다. 이슬람 교인의 신앙 의무인 하루 5차례 기도, 라마단도 지키지 않았다. B씨는 1979년 이란 팔레비 왕조가 몰락하고 이슬람 혁명 이후 엄격한 신정국가로 변모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종교의 이름으로 사람 목숨을 가벼이 여기는 이슬람에 회의를 품기 시작했다. 라마단 기간에 담배를 피웠다는 이유로 태형을 받자 B씨는 좋아서 선택한 종교가 아닌데도 사소한 실수조차 용납하지 않은 이슬람교에 반감이 커졌다. 그는 아들만은 스스로 원하는 종교를 갖기를 바랐다.A군은 초등학교 2학년, 친한 친구의 권유로 집 근처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B씨는 말리지 않았다. A군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3월까지 이 교회 주일학교에서 성경 공부를 하고 매년 두 차례 수련회와 각종 교육 모임에 참석했다. 2015년에는 교회 대표로 글짓기 대회에 나가 상을 받을 만큼 신앙 활동을 즐겼다. A군은 2015년에는 아버지인 B씨도 전도해 기독교 신앙으로 개종시켰다. A군 부자는 고시원 이웃의 줄기찬 권유로 성당에 다니게 됐다. 교회처럼 열정적이지 않지만 차분하고 경건한 가톨릭 분위기가 좋았다. 7개월의 예비신자 교리교육을 받고 지난해 11월 세례를 받았다. A군은 ‘안토니오’라는 세례명을 얻었다. A군은 기독교로 개종한 무슬림이 이란에서 박해와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2015년 무렵에야 알게 됐다. 이란은 법적으로 개종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란 헌법은 무슬림 시민의 개종 또는 (이슬람) 신앙의 공식적 포기 권리를 명시하지 않았다.이슬람교도가 99%인 이란은 특히 이슬람교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사람을 변절자로 취급한다. 2015년 영국 의회가 낸 ‘이란에서 기독교인 박해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의 기독교인은 신념과 관련한 활동 때문에 구금돼 신체적 심리적 고문을 받을 수 있다. 다른 종교로 개종한 사람을 정부기관과 고용주가 해고할 수도 있다. 이란 대학은 기독교 개종자에게 교육 기회를 주지 않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따라서 A군이 이란으로 돌아갈 경우 기독교 개종사실을 이유로 체포 구금돼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뿐만 아니라 공개적으로 기독교 신앙생활을 할 수 없고 대학 진학 및 진로 선택에도 상당한 제한을 받게 된다. 더구나 A군은 2011~2012년 무렵 기독교로 개종한 사실을 이란에 사는 고모에게 전화로 알렸다. 이후 고모를 비롯한 친가에서는 A군의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 A군은 이란의 친척들이 정부 당국에 자신과 아버지의 개종 사실을 알렸을 것으로 생각한다. 개종자는 가족에 의해 ‘명예살인’을 당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A군과 B씨 부자는 이란으로 돌아가지 않기로 결심했다. 지난 2016년 대한민국에 난민 지위를 신청했다. 그러나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이들의 난민 지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A군이 만 13살로 아직 종교적 가치관이 분명히 정립됐다고 보기 어렵고 ▲국내 체류 중 교회를 다녔다는 사정만으로는 귀국시 곧바로 체포돼 종교적 박해를 받을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는 이유였다. A군은 서울행정법원에 난민 불인정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다. 지난해 9월 1심 재판부는 A군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군이 이란으로 귀국하면 이란 당국에 의해 기독교 개종자라는 이유로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가 있다고 인정된다”면서 “A군은 난민협약 및 난민의정서가 정한 난민에 해당하므로 난민 불인정결정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지난 1월 서울고등법원의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었다. 박해를 받을 만한 우려가 없다고 본 것이다.재판부는 “기독교로 개종했더라도 적극적인 전도자가 아니고 다른 사유로 당국의 적대적인 주목을 받은 사실이 없다면 일반적으로 귀국해도 실제적인 위험에 처하지 않는다”면서 “기독교로 개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취업, 대학진학에 부당한 차별을 당할 수 있고, 이를 피하려 스스로 종교를 숨기는 게 부당한 사회적 제약은 될 수 있지만 난민협약에서 말하는 박해, 즉 난민 신청인에 대한 국제적인 보호를 필요로 하는 박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2심 재판부는 A군이 교회에 다니다 성당으로 옮긴 점, 나이가 14살에 불과해 확고한 신념으로 종교를 선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A군의 변호인 측은 “기독교는 개신교와 가톨릭을 아우르며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종교를 포괄한다”면서 “교회를 다니든 성당을 다니든 기독교인인 것은 변함이 없다”고 반박했다. A군이 어려서 종교적 신념이 확고하지 않다는 재판부의 판단에 대해서도 “종교를 선택할 때 나이는 전혀 고려요소가 될 수 없으며 미성년도 종교를 선택할 자유와 권리, 능력이 있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하지만 ‘심리 불속행 기각’으로 심리조차 열리지 못하고 기각됐다.2학년 때부터 2년 연속 학급 회장(반장)을 맡을 정도로 리더십이 있고 쾌활한 성격으로 친구들 사이에서 신임이 두터운 A군은 급속도로 의기소침해졌다. 외국인등록증을 빼앗기고 여권에는 10월까지 출국하라는 스탬프가 찍혔다. A군은 서울신문과 통화에서 유창한 한국어로 “나는 한국이 내 나라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란 국적이지만 이란어를 조금 말할 줄 알 뿐 읽거나 쓰지 못한다. 한국에서 종교의 자유를 누리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A군이 다니는 학교의 학생들과 교사들이 나섰다. A군과 같은 반으로 국민청원을 올린 여학생은 “아이들이 모두 분개했다. 풀이 죽어 있는 친구를 보며 가슴이 아팠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우리 처지가 너무 암울했다”면서 “친구가 왜 쫓겨나야 하는가. 본격적으로 난민 문제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문제는 법이 아니라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에게 있다는 것, 출입국관리사무소 조사관과 판사님들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적었다. 청원인은 이어 “선생님은 ‘품 안에 들어온 생명은 함부로 버리는 게 아니다’라고 하셨다. 하물며 그냥 생명이 아니라 사람의 생명이고, 우리와 중학교 시절을 같이 한 친구”라면서 “인권 변호사셨던 대통령님께서 난민 심사를 개선할 생각이 없으신지 묻고 싶다”고 했다. 청원인은 “친구가 그렇게 허망하게 가버리면 저희 반 27명, 우리 학교 600명 학생에겐 말로 못한 큰 상처가 될 것”이라면서 “정의가 있다면, 우리 국민 마음속에 정의가 남아 있다면 제 친구를 굽어 살펴줄 것이라 믿는다”라고 글을 맺었다. A군과 B씨 부자는 오는 9월 난민지위를 다시 신청할 예정이다. 하지만 3년간의 소송으로 1000만원의 빚을 떠안은 상황에서 경제적인 어려움마저 겪고 있다. 학교 교사들은 소송비용을 모으려고 자발적인 모금에 나섰다.학생들은 학교 페이스북과 카카오톡을 통해 국민청원 동참자를 늘리는 ‘청원 운동’을 벌이고 있다. 청와대는 한 달 동안 20만명 이상 참여한 청원에 공식 답변을 한다. 이 학교 학생들은 직접 만든 피켓을 들고 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서 단체 시위도 벌일 계획이다. 학생회 선도부장인 최현준군은 “A군이 있는 반 학생 27명 가운데 23명이 시위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3학년을 중심으로 각반에서 2~3명 정도 참여 신청을 받아 30~40명이 시위를 할 계획”이라며 “구체적인 시위 일정은 다음 주 초 확정된다”고 말했다. A군은 친구들과 선생님들에게 말로 다 할 수 없는 고마움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그는 “친구 한 명, 한 명의 손을 잡고 30번씩 고맙다고 말했지만 그걸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청소년 사용 색조화장품 ‘중금속 범벅’

    청소년들이 주로 쓰는 생활용품점 등에서 판매하는 얼굴 색조화장품에서 기준치 10배를 웃도는 중금속이 검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해당 제품을 전량 회수해 폐기하고, 판매중지 조치를 내렸다. 10일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연구원은 지난 2~4월 문구점과 편의점 등 6곳에서 판매되는 색조화장품 49개 제품과 눈화장용 화장품류 10개 제품을 수거해 중금속 함량을 조사환 결과 미니소코리아색조화장품 블러셔(볼 터치) 제품 퀸 컬렉션 파우더 블러셔 오렌지(제조번호 DDL2202DF, 유통기한 2020년 2월 8일)와 핑크(제조번호 DDK0608DF, 유통기한 2020년 2월 9일)에서 기준치(10㎍/g)의 9~10배인 ‘안티몬’이 검출됐다. 또 블러셔 오렌지 제품에서 g당 106㎍, 핑크 제품에서 96㎍이 검출됐다. 두 제품은 모두 중국 광둥에센스데일리케미컬에서 비슷한 시기에 생산된 것이다. 안티몬은 금속원소의 하나로, 광물성 원료를 사용하는 화장품에 의도치 않게 혼입될 가능성이 있어 원료단계부터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중독 시 급성으로는 구토, 설사 등을 유발할 수 있고, 만성적으론 심장·폐·간·신장 등에 이상을 일으키거나 암을 발생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티몬은 지난 3월 ㈜아모레퍼시픽 위탁 생산업체가 자가 품질 검사에서 g당 10.1~14.3 ㎍ 검출되자 자진 회수조치를 내리면서 일반에 알려졌다. 자세한 내용은 식약처 홈페이지(www.mfds.go.kr) 분야별정보→바이오→위해정보공개 코너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연구원 관계자는 “화장품 유해물질은 피부나 점막, 호흡기를 통해 인체로 쉽게 유입될 수 있다”면서 “특히 청소년기엔 피부 장벽이 어른보다 얇고 약하기 때문에 색조화장품을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정수기 품질 검사·위생 안전 강화한다

    내년 설립 ‘물기술인증원’서 전담 제품 재질·표시사항 등 이중 심의 부가기능 별도 품질검사 의무화 부품교체·세척 쉽게 구조도 개선 정수기의 품질 검사를 전문기관이 담당하고 정수기의 부가 기능에 대한 별도의 품질 검사도 이뤄진다. 환경부는 정수기의 품질 검사부터 사후 관리까지 전 과정에 안전 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정수기 안전관리 개선 종합대책’을 1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안전대책은 2016년 7월 발생한 얼음정수기 니켈 검출 사건을 계기로 마련됐다. 정수기 품질 검사 체계가 전면 개편된다. 현재 품질 검사는 제조업체가 회원사인 한국정수기공업협동조합에서 실시해 공정성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이에 따라 내년 6월 ‘한국물기술인증원’을 설립해 품질 검사를 전담키로 했다. 물기술인증원은 수도용품 위생안전 인증도 담당하는 등 전문성을 제고할 방침이다. 정수기의 품질 검사 적합 여부를 결정하는 정수기 품질심의위원회의 심의 기능도 강화한다. 구조·재질, 사후 관리, 표시 사항 등 분야별로 전문가를 2명에서 4명으로 확대한다. 특히 분야별 사전 심의를 통과한 제품에 한해 종합 심의를 실시하는 이중 심의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정수기 성능의 핵심이자 수시 교환이 이루어지는 필터는 흡착·여과 등 기능별, 활성탄·역삼투막 등 종류별 표준 교환 주기를 마련한다. 기존엔 제조업체가 임의로 실험한 결과를 활용해 표준 교환 주기를 표시했다. 최근 판매가 증가하고 있는 복합정수기의 얼음·음료 제조 등 부가 기능에 대한 위생 안전도 강화된다. 현재는 본체의 정수 기능만 품질 검사를 받았지만 앞으로는 부가 기능도 별도의 품질 검사를 받은 제품만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국회 계류 중인 ‘먹는물 관리법’ 개정안 통과에 대비해 부가 기능에 대한 세부 품질 검사 체계를 준비하고 있다. 소비자의 자가 관리와 위생 관리에 대한 관심 증가에 따른 규정도 마련한다.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표준 안내서(매뉴얼)를 제작하고 소비자가 직접 부품을 교체·세척·살균할 수 있도록 필터·저수조·접속부 등 주요 부품을 쉬운 구조로 개선한다. 박용규 상하수도정책관은 “국민들이 안심하고 정수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위생 안전을 강화하고 소비자의 알권리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 “선교사 알렌 콜렉션, 반환 위해 긴밀 협의 중”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 “선교사 알렌 콜렉션, 반환 위해 긴밀 협의 중”

    이상근 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이 말하는 불법 문화재 환수운동이란 ···●사무실 한쪽 벽에는 환수 대상의 문화재 사진 빼곡 도배 “문화재는 그동안 소수 엘리트의 전유물이었습니다. 권력이나 학문, 부를 가진 이들만 향유했죠. 이 굴레를 벗겨 모두에게 돌려주는 게 무엇보다 큰 문화유산 회복 운동입니다. 문화유산 회복 운동은 이야기의 주인공을 찾아가는 과정이죠.” 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만난 이상근(55) 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은 “시간을 초월한 가치를 지닌 문화재를 모두에게 돌려준다는 것은 문화유산의 이야기 즉 스토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여의도의 한 빌딩 10층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는 문화재 관련 책들과 함께 그가 반환 대상으로 삼고 있는 부여 금동관음보살입상(일명 백제 미소불), 정조의 해시계와 간평의(별자리 관측기구), 태종의 혼일강리역대국도(세계지도), 세종의 원각경 변상도(불경) 등의 사진들이 벽에 도배되다시피 촘촘하게 붙어 있었다. 이들은 일본의 기업인과 대학, 프랑스 파리 천문대와 박물관 등이 소장하고 있다. 외국에 불법적으로 반출된 우리 문화재를 환수해오고자 하는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요즘 어떤 일을 주로 하느냐’고 묻자 이 이사장은 기대했던 문화재 환수 운동보다는 ‘수집’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그는 “거북 등 껍질만 모으는 사람, 도장만 모으는 사람, 병 뚜껑만 모으는 사람, 가짜 금제만 모으는 사람 등 별의별 사람이 다 있습니다”며 “이들을 한데 모으는 작업 즉 ‘별의별 이야기 마을’을 만드는 구상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근황을 말했다. ●“문화재는 소수 엘리트 전유물 아냐···모두의 것” 이 이사장은 이런 수집가들이 평생 애써 모은 것들에 대해 부인이나 자녀 등 가족들이 무시하거나 그 가치를 등한시한다며 “이들을 한 곳에 모아 보여주면 새로운 가치가 창출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런 것들이 역사의 기록이고 가치를 만들어줍니다”. 10여 개의 작은 박물관이 있는 스페인 그라나다 박물관 마을을 모델로 삼은 듯 여러 차례 강조하며 “세계적 명소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미국 워싱턴 D,C의 스미스소니언도 17개 박물관과 미술관 등이 연합해서 하나의 ‘박물관 마을’을 만든 것도 예를 들었다. 그는 이를 위해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와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요즘 그가 환수에 애쓰는 것은 선교사를 겸했던 미국 외교관 호러스 뉴턴 알렌(1858~1932)의 수집품이다. 그의 후손들이 현재 소장한 문화재는 50여 점으로 추정된다. 당시 알렌이 주고받은 편지 100여 통도 갖고 있다. 그의 후손들은 미국 오하이오주 버펄로라는 시골 마을에 살고 있단다. “작년에 황사손(이원·고종의 증손자로 제5대 대한제국의 황실 수장)과 같이 가보니 저녁 7시만 되면 마을 전체가 불이 꺼져 컴컴하고, 기름 한번 넣으려면 5km 떨어진 주유소를 가야 했습니다.” “알렌이 나름대로 한국 독립을 위해 일하다 1905년 본국으로 송환됐습니다.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몰랐던 그가 한국 독립에 관한 글과 편지를 자꾸 쓰자 당시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1858~1919)에게 미운 살이 박혀 어떤 직책도 받지 못했죠. 알렌은 여생을 가난하게 보냈고, 그 후손들도 궁핍하게 살아 시골마을을 벗어나지 못했지요. 그 후손들이 수집품 150여 점을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 기증하기도 했습니다.” ●“가난했던 알렌, 친구들에게 고려청사 팔려고 편지도” 이 이사장은 그러면서 100여쪽의 복사 묶음인 ‘알렌 콜렉션 목록’을 내밀어 보여줬다. A4용지 크기의 종이에는 그림과 도자기, 의상 등의 흑백 사진과 함께 영어로 적힌 손편지들과 명성황후와 관련된 자료들이 복사돼 있었다. “알렌이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보낸 일본의 내정 간섭에 관한 편지, 친구들에게 ‘생활비가 없다’며 고려 청자를 사달라고 부탁하는 편지 등이 있습니다” 그는 이 편지들을 통해 당시 시대상과 대한제국의 역사를 새롭게 써 볼 대목이 많다고 설명했다. “다음달에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후손들과 반환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협의할 계획입니다. 그때는 전문 감정사와 같이 가서 알렌 수집품을 평가할 것입니다.” 그는 “필요하다면 그 후손들에게 적절한 보상도 해야 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반환 후 서울역사박물관이나 조선 왕실 전문인 국립고궁박물관에 기증하는 문제를 두고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문화재 환수 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2006년 조선왕실의궤 환수운동을 하면서부터다. 2010년 당시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왕실의궤 1205권을 반환했다. 일본 왕실 궁내청 서능부에는 조선에서 약탈해간 서책 5만여권의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일본 당국이 서고의 문을 열어주지 않아 뭐가 있는지 제대로 조사가 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대통령 전용기 편으로 환국한 문정왕후 어보와 현종 어보 환수에도 그가 간여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조선왕실의궤 환수였죠. 당시 일본 총리가 사과도 했고···요즘엔 당연히 부석사의 금동보살좌상 환수 문제죠” 이는 일본 쓰시마 관음사에 있던 불상으로, 일본이 반환을 요구하면서 소송이 진행 중이다.●‘문화재 왜 환수하냐’ 도발에 “과거 상처 치유 과정” 이 이사장에게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 굳이 환수해야 하나요’라고 도발성 질문에 “우리의 ‘고아 문화재’를 되찾는 것은 과거 나라를 잃은 아픔의 상처를 치유하고 공동체의 기억을 되살리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문화재가 해외 현지에 있음으로 해서 우리 역사와 문화를 더 잘 알리는 측면이 분명히 있기는 하다”면서도 “그것도 어디 있는지 알아야 가능하다 “고 설명했다. 우리 문화재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거나, 녹슬거나 훼손된 채 방치되고 있고 중국이나 일본 문화재로 잘못 표기돼 있기도 하다며 이런 오류들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잘못을 모르고 지나가면 결국 훼손되고 망실된다는 것이다. 이는 문화재가 돈으로 치환되는 ‘괜찮은 물건’이거나 공동체의 기억 즉 역사를 삭제당하는 연장선이라고 강조했다. ●“문화유산 회복 운동은 이야기 주인공 찾는 일” 이 이사장은 해외에서 우리 문화재를 보유한 상당수 소장가는 수집가의 손자쯤 된다. 그리고 이들 소장가의 나이도 70~80대로 연로하다. “수집가의 후손들이 (우리 문화재에 대해) 어쩔 줄을 모릅니다. 일부는 박물관에 기증하기도 하고, 또 일부 후손들은 되돌려주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화재들이 돌아오면 ‘보물급이다, 아니다’의 가치를 논하기 이전에 우리의 역사와 시간을 담고 있기에 돌아올 공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창고가 쳐박아두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언제든지 볼 수 있도록 전시해야 한다는 의미다. 소장가가 마음 놓고 신탁할 수 있도록 하는 차원에서 ‘조선을 수집한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 마을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정부 조사에 따르면 우리 문화재는 20개 국가의 582곳에 흩어져 있다. 한국의 학자나 전문가들이 일일이 나가 확인하는데 비용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문화재 회복 네트워크 설립이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현지의 교민이나 유학생, 한국 교수들을 중심으로 우리 문화재의 전수조사를 하고, 추적하는 것이지요. 현지를 활용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출 계획입니다. 어디에 뭐가 있는지 알아야 환수운동을 펼치든 현지 활용을 하든 하지요” 그의 사무실 한켠에는 ‘야전 침대’가 놓여 있었다. ‘야전침대가 왜 필요하냐’고 물었더니 이상근 이사장은 “해외 네트워크와의 긴밀한 연락을 위해서죠. 시차가 안 맞으니 여기 사무실서 잠자며 기다리는 날도 많거든요. 간혹 밤새워 원고도 쓰고···”라며 책상에 도로 앉았다. 사진 김명국선임기자 daunso@seoul.co.kr글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월요 정책마당] 노사정,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힘을 모을 때다/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

    [월요 정책마당] 노사정,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힘을 모을 때다/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연장 근로를 포함한 최대 노동시간을 주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된 지 일주일 남짓 지났다. 현장의 노동자들은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이 있는 삶’, ‘휴식 있는 삶’을 실현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동시에 월급이 줄어드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많을 것이다. 사업주들은 신규 채용에 따른 비용 증가와 함께 사업 차질이 발생하지는 않을까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하지만 우리나라보다 연간 750시간을 덜 일하고도 경제 강국의 위상을 보여 주는 독일을 보면 오래 일한다고 해서 성과가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님을 보여 준다. 노동시간 단축을 현장에 잘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노사정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현장의 준비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자 300인 이상 3627개 사업장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기업과 대기업 계열사, 공공부문은 상당 부분 준비가 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중소·중견 기업은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례도 있었다. 또한 사업주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확인한 결과 기업은 신규 채용에 대한 인건비 부담을, 노동자들은 초과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감소를 가장 우려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정부는 지난 5월 17일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현장 안착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주 52시간 시행에 따라 신규 인력을 채용하면 300인 이상 기업은 1인당 월 최대 80만원까지 지원한다. 300인 미만 기업은 월 최대 100만원까지 지원하고, 기존 노동자 임금 감소에 대해서는 1인당 월 최대 40만원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근로기준법이 지난 3월 20일 공포되고 시행까지 3개월 남짓의 기간 탓에 중소·중견 기업을 중심으로 준비 기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기업들이 신규 인력 채용을 비롯해 충분히 준비할 수 있도록 6월 20일 당·정·청 협의를 통해 오는 12월까지 처벌 유예라는 계도 기간을 두기로 했다. 6개월이라는 계도 기간 동안에 교대제 개편, 추가 인력 채용 등 장시간 노동의 원인을 해소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컨설팅 지원과 지도를 병행할 계획이다. 다만 현재의 정부 지원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아직 준비를 제대로 못 했거나 준비에 애로를 느끼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현장 점검 등으로 면밀히 살펴 추가적인 지원 방안도 관계 부처들과 계속 협의할 예정이다. 노동시간 단축은 우리의 노동시장 관행을 바꾸는 중요한 변화로서 현장의 불안과 우려가 있는 것이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시간 단축의 안착을 위해서는 현장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노사 스스로도 부담을 나누고 힘을 모아야 한다. 6개월 동안의 계도 기간이 법 시행을 유예하는 것은 아니다. 노동시간 단축에 여력이 있는 기업은 즉시 시행하고, 어려움이 있는 기업은 계도 기간 동안 착실히 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노동시간 단축을 계기로 사업장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노동시간이 1% 감소할 때마다 노동생산성이 0.79%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실제 독일 사례를 보면 연간 노동시간이 1298시간으로 우리나라의 연간 노동시간인 2052시간보다 무려 750시간 적다. 하지만 생산성은 우리나라보다 두 배 가까이 높다. 따라서 불필요한 업무를 과감하게 줄여 나가고 작업 공정 개선이나 업무 집중도 향상 등을 통해 노동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과거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할 때도 많은 우려와 걱정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슬기롭게 새로운 제도를 안착시킨 경험이 있다. 지금 추진하는 노동시간 단축도 노·사·정 모든 주체들이 힘을 모아 안착시켜 나갈 때, 노동자는 저녁이 있는 행복한 삶과 건강이, 기업은 생산성 향상이, 청년들에게는 일자리 확대가 이루어질 것이다.
  • 자유형 물장구, 빨라지는 효과 없다?…오히려 물 저항력 ↑(연구)

    자유형 물장구, 빨라지는 효과 없다?…오히려 물 저항력 ↑(연구)

    수영에서 자유형은 이름 그대로 영법에 제한을 두지 않아 경기 도중 영법을 바꿀 수 있지만, 대부분 수영 선수는 현재 가장 빠른 ‘크롤 영법’을 쓴다. 크롤 영법은 몸을 펴 저항을 덜 받는 자세로 양팔을 끊임없이 교대로 움직이며 물을 저어가고 양다리는 물장구를 치듯이 끊임없이 상하로 움직여 물을 뒤편으로 밀어냄으로써 계속해서 추진력을 얻는다. 그런데 이때 수영 속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발차기 동작 이른바 물장구가 오히려 추진력을 방해한다는 사실이 새로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4일 일본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쓰쿠바대와 도쿄공업대 공동 연구팀은 자유형의 크롤 영법에서 초속 1.3m(100m 시간으로 76초 92에 해당)보다 빨라지면 발차기 동작으로 발생하는 물의 저항력이 많이 늘어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그동안 크롤 영법에서 발차기 동작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가라앉아 버리는 양다리를 들어 올려 수평에 가까운 자세를 만들려면 꼭 필요하므로 저항을 줄이는 데 기여한다고 생각돼 왔다”면서 “하지만 진행 방향에 대해 상하로 움직이는 양다리가 추진력에 기여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일정한 견해를 얻지 못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일정한 유속을 설정할 수 있는 회류수조를 사용한 새로운 측정법을 이용해 수영선수의 발차기 동작에 관한 역할을 검토하기로 했다. 실험에서는 우선 수영선수에게 임의의 유속이 설정된 회류수조 안에서 일정한 위치에 머물며 자유형으로 수영하도록 하고 이때 양팔의 회전 속도를 기억하게 했다. 이후, 수영선수는 앞뒤 방향에서 와이어로 신체를 고정한 상태에서 앞서 기억한 수영 템포를 재현하고 유지하면서 자유형으로 수영하도록 했다. 이때 수영선수가 양팔과 양다리를 모두 사용해 헤엄치는 것부터 양팔만 사용해 헤엄치고 몸을 똑바로 뻗은 채 나아가는 자세까지 3가지 패턴으로 수영할 때 신체에 걸리는 물의 저항력을 측정했다. 그 결과, 크롤 영법의 발차기 동작은 초속 1.1m(100m 시간으로 90초 91에 해당)의 저속 구간에서 추진력으로서 기여했지만, 초속 1.3m를 넘는 중속 구간에 들어가면 오히려 물의 흐름을 방해해 저항력은 속도의 3제곱으로 비례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존 정설인 속도의 2제곱보다 훨씬 큰 것이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자유형 영법에서 속도를 높이려면 저항 증대로 이어지더라도 발차기를 할 수밖에 없어 그것이 결과적으로 수영속도의 3제곱에 비례해 저항이 증가하는 현상을 낳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이에 따라 빨리 헤엄치려면 추진력의 대부분이 나오는 팔에 의한 추진력의 증대를 꾀하고 발차기 동작의 저항력을 어떻게 줄이느냐가 기술적인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연구에 교신저자로 참여한 타카기 히데키 츠쿠바대 교수는 “진동 폭이 작고 유연하게 발차기를 하며 팔로 물을 잡아 당기는 기술을 갈고 닦으면 기록 향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역학 분야 최고 저널인 ‘생물기계학 저널(Journal of Biomechanics) 온라인판 6월15일자에 실렸다. 사진=일본 쓰쿠바대학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이이제이(以夷制夷)? 박테리아로 만성질환 잡는다

    이이제이(以夷制夷)? 박테리아로 만성질환 잡는다

    국내 연구진이 적을 이용해 적을 제거하는 ‘이이제이’(以夷制夷) 전술을 이용해 만성질환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 화제다.울산과학기술원(UNIST) 생명과학부 로버트 미첼 교수팀은 포식성 박테리아로 잘 알려진 ‘벨로’로 각종 질병을 유발시키는 그람균을 잡아먹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5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국제 미생물생태학 저널’ 최신호에 실렸다. 일반적으로 세균은 그람염색을 통해 구분하는데 염색 후 보라색을 띄는 것은 그람양성균, 붉은색을 띄는 것이 그람음성균이다. 그람양성균은 그람음성균보다 세포벽이 두꺼운데 디프테리아균, 파상풍균, 폐렴균, 포도상구균, 탄저균이 여기에 속한다. 그람음성군은 살모넬라균, 이질균, 티푸스균, 대장균, 콜레라균, 수막염균, 스피로헤타 등이 있다. 우리 몸에 상처가 나거나 감염이 진행될 때 세균들은 생물막을 형성한다. 세균 생물막은 항생제 내성을 높여 만성질환을 일으키기 때문에 감염성 질환의 효과적 치료를 위해서는 생물막 제거가 필수적이다. 포식성 박테리아 벨로는 그람음성균을 잡아먹으면서도 인체에는 무해해 ‘살아있는 항생제’로 주목받고 있지만 그람양성균의 세균막은 제거하지 못해 잡아먹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활용가능성이 떨어졌다.연구팀은 각종 염증질환과 식중독을 일으키는 원인인 대표적 그람양성균인 포도상구균을 이용해 벨로의 포식성을 확인했다. 그 결과 벨로 중 ‘델로비브리오 박테리오보루스 HD100’이 단백질 분해효소를 분비해 그람양성균인 포도상구균이 만들어 낸 생물막을 분해시킬 수 있으며 그람음성균도 더 활발하게 포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그람양성균에 대한 생물막 분해효과가 확인됨에 따라 벨로의 활용범위가 넓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로버트 미첼 교수는 “박테리아의 생물막은 인체 내 감염 뿐만 아니라 수도관이나 수조 같은 일상생활 속에서도 다양하게 발견된다”며 “이번에 발견한 벨로의 미생물막 분해 효과를 이용하면 친환경적으로 생물막을 제거함으로써 살균효과는 물론 질병 예방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진짜 난민 울리는 가짜 난민 대행 변호사 적발

    진짜 난민 울리는 가짜 난민 대행 변호사 적발

    한 법무법인 대표 변호사가 가짜 난민신청을 대행해주다 당국에 적발됐다. 이 변호사는 국내 체류를 원하는 외국인들에게 본국에서 종교 박해를 받았다는 허위 사실을 적게 하는 수법으로 가짜 난민을 양산한 것으로 드러났다. 난민 지위 인정을 간절히 바라는 진짜 난민들에게 피해를 줬다는 비판이 나온다. 3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법무부 산하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이민특수조사대는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Y 법무법인 대표 변호사 강모(46)씨 등 3명을 불구속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강씨는 2016년 4월부터 최근까지 외국인들이 허위 사유를 들어 난민신청을 하도록 알려주고 서류접수를 대행한 혐의를 받는다. 중국인 184명을 인터넷 광고로 모집해 강씨의 법무법인에 난민신청 대행을 알선한 브로커 등 5명은 앞서 구속됐다. 강씨는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인근에 법무법인 지소 사무실을 내고 브로커가 난민신청을 원하는 외국인들을 데려오면 허위 사실을 신청서에 쓰도록 하는 방식으로 ‘가짜 난민’을 양산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파룬궁’, ‘전능신교’ 등 특정 종교를 신봉하다가 본국에서 박해를 받았다고 허위 사실을 신청서에 쓰도록 하는 게 주된 수법이었다. 강씨는 중간 브로커들이 가짜 난민 신청자들로부터 500만원 안팎의 알선료를 받으면 이 가운데 200만원 정도를 소송비 등 명목으로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대는 파악했다. 허위 난민 신청자들이 “행여나 난민 인정을 받고 본국에 돌아가지 못하면 어떡하느냐”면서 걱정하면 강씨는 “절대로 난민 인정을 받을 일이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라고 상담해주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허위 난민신청을 한 외국인들은 통상 8개월가량 걸리는 난민 심사에서 불인정 결과를 받으면 이의신청과 행정 소송 제기 등을 통해 국내 체류 기간을 늘렸다. 허위 난민신청 남발로 난민 심사 기간이 늘면서 박해와 내전 등을 피해 한국에 입국한 선량한 신청자의 피해는 가중되고 있다. 법무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1∼5월 한국에 난민 인정을 신청한 외국인은 7737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3337명)에 비해 132% 늘었다.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이들은 전체 누적 신청자 가운데 4.1%(839명) 수준에 불과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성폭력 은폐·축소 공무원 엄중 징계

    성폭력 은폐·축소 공무원 엄중 징계

    성희롱·성폭력 사건을 은폐하거나 축소한 공무원에 대해 엄중 징계하고, 민간에선 근로감독관을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다만 대책이 실효성을 갖추려면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들이 통과돼야 한다.여성가족부는 3일 청와대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성희롱·성폭력 근절 보완 대책’을 발표했다.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 5개월간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이번 대책은 여가부와 교육부, 고용노동부, 문화체육관광부, 인사혁신처, 경찰청 등 관계 부처가 합동으로 마련했다. 우선 공무원징계령 시행 규칙을 개정해 성희롱·성폭력 사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관리자 등을 징계한다.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수사기관 교육 과정에 성인지 감수성을 위한 교과목을 신설하는 안도 포함했다. 근로 감독이 미비하다는 지적에 따라 민간사업장은 성희롱·성차별 감독을 강화하기 위해 근로감독관을 늘리고, 남녀고용평등 전담 근로감독관 배치를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소규모 사업장은 외부 전문가가 명예고용평등감독관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위촉 대상 범위를 늘린다. 지방고용노동관서엔 ‘성희롱·성차별 전문위원회’를 운영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대학 내 성폭력 담당기구 설치를 의무화하고, 초·중·고교에선 성폭력 사건으로 징계가 발생하면 전수조사를 의무화한다. 징계권자 재량이었던 사립학교 교원에 대한 성희롱·성폭력 징계 기준을 국공립 교원만큼 높이도록 관계법도 개정한다. 교육대와 사범대에선 성희롱·성폭력 예방과 피해자 보호 관련 내용을 필수 이수하도록 교육과정을 개편한다. 새로운 시행규칙 개정과 법안 마련 등이 제안됐으나 실효성을 갖추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 계류 중인 미투 관련 법안만 19개나 된다. 성희롱·성폭력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 예방교육 강화 등이 담긴 개정안이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성희롱·성폭력 보완대책 발표...문 대통령 “성폭력 강력대응 필요”

    성희롱·성폭력 보완대책 발표...문 대통령 “성폭력 강력대응 필요”

    공공부문, 부실 처리 징계기준 마련민간부문, ‘근로감독관’ 단계적 확대수사기관 및 교대·사대 ‘성평등 교육과정’ 마련성희롱·성폭력 사건을 은폐하거나 축소한 공무원에 대해 엄중 징계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민간에서는 성희롱·성차별 감독 강화를 위해 근로감독관이 확대된다. 여성가족부는 3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성희롱·성폭력 근절 보완 대책’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미투 촉발 이후 5개월 간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마련된 이번 대책은 교육부와 고용노동부, 문화체육관광부, 인사혁신처, 경찰청 등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추진한다. 우선 공무원징계령 시행규칙을 개정해 성희롱·성폭력 사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관리자 등을 징계한다. 지난 4월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온라인 조사 결과 직장 내 성희롱 발생 때 10명 중 3명(29.4%)은 적절히 처리되지 않을 거라고 응답한 바 있다.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경찰교육원(4개)과 경찰수사연수원(2개), 중앙경찰학교(1개) 등 각 교육기관에 성인지 감수성을 위한 교과목을 신설하는 안도 포함됐다. 민간사업장은 성희롱·성차별 감독 강화를 위해 근로감독관을 늘리고, 남녀고용평등 전담 근로감독관 배치를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소규모사업장은 외부전문가가 명예고용평등감독관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위촉대상 범위를 확대한다. 직장 내 성희롱 신고사건 처리·판단의 내실화를 위해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성희롱·성차별 전문위원회’를 운영키로 했다. ‘스쿨 미투’와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으로 대책 마련이 시급했던 교육부와 문체부는 각각 성희롱·성폭력 신고 활성화와 처벌 강화, 피해자 지원체계 내실화 방안을 추진한다. 교육부는 대학 내 성폭력 담당기구 설치를 의무화하고, 성폭력 사건으로 징계가 발생하면 의무적으로 전수조사하도록 한다. 징계권자 재량이었던 사립학교 교원에 대한 성희롱·성폭력 징계 기준을 국공립교원만큼 높이도록 관계법도 개정한다. 교원 양성 기관인 교대와 사대에선 성희롱·성폭력 예방과 피해자 보호 관련 내용을 필수 이수하도록 교육 과정을 개편한다. 문체부는 한시적으로 운영되던 문화예술계 특별신고·상담센터를 상시 운영한다. 예술인의 성희롱·성폭력 피해를 막고자 ‘예술가의 지위 및 권리보호에 관한 법률’(가칭)도 제정할 방침이다.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우리 사회 전반에 깊숙이 자리 잡은 성차별과 성폭력을 근절하고 성평등한 민주사회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국민의 기본적 요구에 답하지 못하는 것”이라면서 “발표된 대책이 현장까지 제대로 스며들어 철저히 이행되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사설] 막 오른 주 52시간 시대, 노동자 삶 실질적 개선으로

    주 52시간 근로 시대가 마침내 열렸다. 어제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의 노동자는 법정 근로 40시간과 연장 근로 12시간을 합해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할 수 없다. 이를 어긴 사업주는 근로기준법 위반의 책임을 지되 다만 6개월의 처벌 유예 기간이 적용된다. 노동환경의 패러다임이 바뀐 것은 주 5일 근무제가 도입된 2004년 이후 14년 만이다. 한마디로 다른 세상의 문이 열렸다. 근로시간 단축의 취지는 첫째도 둘째도 일과 삶의 균형을 되찾자는 이른바 ‘워라밸’이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노동시간이 2007년까지 가장 길었지만, 2008년부터 멕시코에 오명의 1위 자리를 넘겨주고 10년째 2위인데 생산성은 여전히 바닥권이다. 기업과 노동자 모두 비효율적 근로 관성에 오랫동안 무감각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주 52시간제 도입의 시대적 요구와 당위성은 분명하지만 갈 길은 멀다. 산업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해야 하는 과제는 발등의 불이다. 근로시간 단축 시행은 지난 2월 말 국회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급물살을 탄 결과다. 국민 일상의 풍경을 뒤바꿀 제도가 4개월 만에 혁신됐으니 혼돈은 뒤따를 수밖에 없다. 어떤 업무까지 근로시간의 범위에 넣어야 할지, 계절산업 등 특정 시기에 업무가 몰리는 직종의 특수성은 감안될 여지가 없는지 산업 현장이 해법을 몰라 답답한 사안은 여전히 많다. 고용노동부가 300인 이상 사업장을 전수조사했더니 59%가 이미 주 52시간제를 시행하고 있었다. 문제는 기동성과 자금력이 있는 대기업들이 아니라 중소·중견기업 쪽이다. 정부는 근로기준법 위반 업주를 처벌하지 않고 6개월 계도 기간을 주지만, 중소·중견업체들 처지에서는 6개월 뒤라고 인력 충원에 뾰족한 방도가 생길지 속이 탄다. 노동자들도 노동시간 단축이 형식에 그쳐 일은 일대로 하고 임금은 감소해 ‘저녁 있는 삶’이 아니라 ‘저녁 굶는 삶’이 되지나 않을까 우려한다. 정부의 안이한 대응은 여러 차례 비판을 받았다. 6개월 처벌 유예, 탄력근로제 활용 권장, 특별연장근로 업종별 확대 검토 등은 졸속으로 쏟아낸 대책들이다. 게다가 현행 최대 3개월인 탄력근로제 기간을 확대하는 방안을 놓고도 당·정은 엇박자를 내고 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6개월로 늘려 혼돈을 최소화하자는데, 김영주 고용부 장관은 노동시간 단축의 의미가 없다며 반대한다. 한심한 혼선이 아닐 수 없다. 처벌 6개월 유예 기간에 정부는 ‘워라밸’의 현장 안착을 위한 제도 보완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특별연장근로 업종은 사업장 특성을 반영해 확대하되 제도의 근본 취지를 후퇴시켜서도 안 된다. 그야말로 정책 운용의 묘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정부는 현장이 부딪치는 예상치 못한 난관이 무엇인지 진단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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