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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남을 아시아 실리콘밸리로” 벤처펀드 1360억원 조성

    지난달 아시아 실리콘밸리 비전을 선포한 경기 성남시는 7개 기업·기관이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KB디지털 이노베이션 벤처투자조합을 결성하고, 7일 서울 강남구 소재 KB인베스트먼트 사에서 ‘성남벤처펀드 창립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1360억원 규모의 성남벤처펀드가 조성됐다. 시는 조성된 출자금으로 혁신성장을 주도할 벤처기업을 지원한다. 성남시가 30억원을, KB인베스트먼트를 비롯한 KB금융그룹이 850억원, 한국모태펀드가 280억원, 우정사업본부가 200억원을 각각 출자했다. 출자금은 오는 2026년 11월까지 8년 동안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등 4차 산업의 원천기술과 융합 신산업 기업에 투자된다. 판교 제1~3 테크노밸리의 2500여 개 기업 활동을 지원해 성남을 아시아 최대 실리콘 밸리 조성하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성남시는 이날 조성된 성남벤처펀드를 오는 2022년까지 3000억원 규모로 확대해 기업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지난 10월 12일 성남시는 판교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아시아 실리콘밸리 비전 선포식을 했다. 선포식에서 은수미 성남시장은 수정 위례지구~판교 1·2·3 테크노밸리~백현 마이스 산업단지~분당 벤처밸리~성남 하이테크밸리로 이어지는 첨단기술 산업 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은 시장은 “성남벤처펀드 결성은 지역 기업들이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성남지역 전체가 경제적으로 활력이 넘치는 아시아 최대 실리콘밸리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열린세상] 북한의 미래개혁, 우회론적 중국 모델과는 다른 모습일 것/박두복 국립외교원 명예교수

    [열린세상] 북한의 미래개혁, 우회론적 중국 모델과는 다른 모습일 것/박두복 국립외교원 명예교수

    핵·경제 병진노선의 종결을 선언한 북한에 경제가 최대의 정치 문제로 부각되면서 국가 정책의 중심 과제가 되고 있다. 앞으로 북핵 문제가 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해 가면서 북·미 관계가 정상화돼 가는 경우 북한에서 경제 문제는 더욱 절실한 어젠다로 대두할 것이다. 경제발전에 대한 절실한 요구는 경제발전을 속박해 왔던 기존 체제에 대한 개혁으로 연결되면서 북한에서의 개혁은 하나의 시대정신으로 나타날 것이다.북한이 본격적으로 개혁을 추진할 때 과거에 경험하지 못했거나 기존의 이념이나 가치 체계와 모순되는 새로운 현상들이 불가피하게 출현할 것이다. 이러한 모순이나 문제들을 해결해 가는 데 중국에서 앞서 이루어져 온 선행 경험들은 훌륭한 방향타로서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래 북한의 개혁은 우회 전략에 기초한 중국의 개혁과는 다른 모습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그것은 지금 북한의 지도체제 등 국내 정치적 상황과 조건이 1970년대 말 개혁이 시작됐던 중국의 경우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북한에는 김정은이 개혁정책을 추진할 때 저항하는 보수세력이 기본적으로 존재하지 않은 반면 개혁 초기 중국의 개혁세력은 방대한 보수세력의 저항에 직면해 있었다. 무엇보다 북한에선 김정은이 김일성주의(주체사상)에 대한 절대해석권을 장악하고 있지만, 당시 덩샤오핑을 비롯한 개혁세력들은 마오쩌둥사상의 해석권을 확보하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사회주의 국가에선 이데올로기가 특수한 지위를 갖고 정책 결정 과정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개혁·보수 간에 심각한 노선 투쟁이 진행된다면 정책 결정 과정에서 이데올로기의 작용은 그만큼 민감하게 반응한다. 덩샤오핑은 ‘마오쩌둥사상’(마오사상)을 중국 현대화나 개혁개방의 가장 심각한 걸림돌로 보았기 때문에 마오사상의 수정이 없는 개혁개방은 불가능한 것으로 인식했다. 그러나 이데올로기의 해석권이 없었던 덩샤오핑에게 마오사상의 수정은 그만큼 어려운 과제였다. 따라서 덩샤오핑은 마오사상과 기존 정책 노선의 수정이나 조정에 대단히 신중하고 우회적인 접근이 불가피했다. 이념적·이론적 대응 장치 없이 기존 체제나 지도이념 및 정책 노선의 수정을 추진하는 경우 보수세력으로부터 치명적인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위험성이 있었다. 따라서 이러한 수정이나 조정에 앞서 이를 정당화하고 합법화할 수 있는 이론적 체계나 틀을 당의 결의로 확립해 가는 과정을 선행시키는 우회적 방식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덩샤오핑을 비롯한 개혁세력들은 마오사상의 수정에 앞서 마오사상을 ‘영원불변의 진리’에서 ‘일정한 역사조건(시간과 공간 개념)의 산물’로 규정하고 이데올로기도 역사 조건의 변화에 따라 부단히 변화해야 생명력을 갖고 발전할 수 있다는 ‘이데올로기의 생태학적 발전론’을 확립했다. 그리고 경제적 효율성과 생산성 증대를 위해 절실했던 비사회주의(자본주의) 요소의 도입을 위해 이를 합법화하고 정당화하는 논리로 ‘사회주의 초급단계론’과 ‘사회주의 시장경제론’을 확립해야 했다. 보혁의 갈등이 없는 북한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이데올로기의 작용은 민감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없고, 특히 이데올로기의 해석권을 김정은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자본주의 요소의 도입에 앞서 이를 정당화하고 합법화하는 과정을 선행시켜야 했던 중국의 우회 방식을 따를 필요가 없을 것이다. 북한의 김정은이 김일성주의의 계승자로 김일성주의에 대한 철저한 수정이나 부정은 자기 부정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상당한 한계성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러나 과거 김정일이 중국의 개혁방향과 성과를 이미 적극적으로 수용했고, 특히 21세기에 접어들면서 강조됐던 김정일의 혁신적 사고방식(신사고)과 실효성을 중시하는 새로운 가치 체계는 김정은의 실용주의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김정은의 실용주의가 이데올로기의 중요성을 약화시키면서 ‘발전’을 명분으로 김일성주의에 대한 수정이나 개혁이 가능해질 것이다. 북한의 미래 개혁은 우회 전략에 기초한 중국의 점진주의와는 다른 방향으로 보다 속도감 있게 전개될 것이다.
  • 제헌헌법 근간 ‘임시정부 건국강령 초안’ 문화재 된다

    제헌헌법 근간 ‘임시정부 건국강령 초안’ 문화재 된다

    우리나라 제헌헌법(1948)의 근간으로 평가받는 ‘대한민국임시정부 건국강령 초안’이 문화재가 된다.문화재청은 독립운동가 조소앙(본명 조용은·1887∼1958)이 삼균주의를 토대로 독립운동과 건국 방침을 국한문 혼용으로 적은 친필 문서 ‘대한민국임시정부 건국강령 초안’을 문화재로 등록 예고했다고 6일 밝혔다. 임시정부가 광복 이후 어떤 국가를 세우려 했는지 알려주는 유물이자 조소앙이 고심하며 고친 흔적이 남아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소앙이 주창한 삼균주의는 개인·민족·국가 간 균등과 정치·경제·교육 균등을 통해 이상사회를 건설하자는 이론이다. 건국강령은 1941년 11월 28일 임시정부 국무회의에서 일부 수정을 거쳐 통과됐다. 강령은 총강(總綱), 복국(復國), 건국(建國) 3개 장으로 나뉜다. 개인이 소장한 건국강령 초안은 가로 36.9㎝, 세로 27.1㎝ 원고지 10장으로 구성됐다. ‘서울 경희대학교 본관’도 문화재로 등록 예고됐다. 1956년 건립된 경희대 본관은 고대 그리스식 기둥과 삼각형 박공벽을 사용한 서양 신고전주의 양식 건물로, 한국적 요소인 태극과 무궁화 문양을 가미한 점이 특징이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저탄소생활 경연대회, 환경부 최우수상 받은 송파

    저탄소생활 경연대회, 환경부 최우수상 받은 송파

    서울 송파구는 지난 3일 환경부가 주최한 ‘2018년 저탄소생활 경연대회’에서 국민실천부문 최우수상에 선정, 환경부 장관상을 받았다고 6일 밝혔다.저탄소생활 경연대회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민간기업 등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감축과 저탄소 사회 구현을 선도한 우수정책을 발굴·시상하는 행사로, 기후변화 대응 저탄소생활 국민실천, 교육·홍보, 온실가스 진단·컨설턴트 3개 부문을 평가한다. 구는 2016년부터 환경, 보건, 도시계획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기후변화적응대책 계획을 수립, 선도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해 온 점 등이 호평을 받았다. 박성수 송파구청장은 “온실가스 감축을 꾸준히 추진하고, 주민밀착형 에너지 복지와 정책들로 저탄소 녹색도시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이해찬 만난 염수정 추기경 “교황 방북하면 동행”

    이해찬 만난 염수정 추기경 “교황 방북하면 동행”

    염수정(왼쪽) 추기경이 6일 서울 명동 천주교 서울대교구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이 대표는 예방 뒤 기자들과 만나 “염 추기경이 평양교구장 서리를 맡고 있어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평양 방문을 적극 환영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염 추기경은 교황이 방북하게 되면 그때 같이 가겠다는 것이고 미리 방북할지는 아직까진 모르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숙명여고 쌍둥이 아버지 결국 구속…딸의 ‘수상한 오답’이 결정적

    숙명여고 쌍둥이 아버지 결국 구속…딸의 ‘수상한 오답’이 결정적

    임민성 영장전담 판사 “범죄 사실 소명, 증거인멸 우려”경찰, 결정적 물증 없이 정황증거만 제시…추가 조사 예정서울 숙명여고 문제유출 의혹 사건 핵심 피의자인 전임 교무부장 A(53)씨가 6일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A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이 있고, 범행의 특성과 피의자와 공범 관계 등에 비춰볼 때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영장심사에서 A씨는 “문제를 유출한 적 없고, 자택과 딸들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메모는 공부하면서 남겨둔 단순 메모이며, 경찰이 정황만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경찰은 이번 사건을 두 달 넘게 수사했지만, A씨가 시험지나 정답 자체를 오롯이 복사본이나 사진으로 유출한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 A씨가 학교에서 자료를 빼돌리는 결정적인 장면을 포착한 폐쇄회로(CC)TV도 없었다. 대신에 경찰은 A씨가 문제를 유출한 ‘정황’을 보여주는 증거를 다수 수집하는 전략을 택했다. 구속영장에 제시된 정황 증거만 18개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제시한 핵심 증거 중 하나는 A씨의 ‘수상한 야근’이다. A씨는 올해 1학기 중간고사 사흘 전인 4월 21일과 기말고사 닷새 전인 6월 22일에 교무실에 남아 야근했다. 두 번 모두 교무실 금고에 시험지가 보관되기 시작한 직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A씨는 서울시교육청 감사에서는 “금고 비밀번호를 모른다”고 말했지만, 경찰 조사에서는 “4월 21일 야근할 때 과거 적어뒀던 비밀번호를 찾아 금고를 열었다”고 말을 바꿨다. 다만 “결재가 완료되지 않은 시험지를 추가로 넣느라 금고를 연 것이고, 해당 과목 선생님도 함께 있었다”며 문제유출 혐의는 부인했다. 경찰은 A씨가 이외에는 시간 외 근무를 한 적이 없어 문제에 손을 대기 위해 일부러 야근한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또 경찰이 제시한 다른 핵심 증거는 쌍둥이 자매 중 이과인 동생의 ‘수상한 오답’이다. 이 학생은 화학시험 서술형 문제에 ‘10:11’이라고 적어냈는데, 이는 출제 및 편집 과정에서 잘못 결재된 정답이었다. 정답은 ‘15:11’로 수정돼 채점에 반영됐다. 정정 전 정답인 ‘10:11’을 적어 낸 학생은 쌍둥이 동생이 유일했다. 이 때문에 경찰은 문제·정답 결재라인에 있었던 A씨가 정정되기 전의 정답을 유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경찰은 쌍둥이 휴대전화를 디지털포렌식한 결과 영어시험 서술형 문제의 정답 부분만 적혀 있는 메모를 확인했고, 이들 부녀의 자택에서 시험 정답을 손글씨로 적어둔 종이도 확보했다. 문제유출 의혹이 불거진 후 A씨가 자택 컴퓨터를 교체한 사실도 확인했다. 경찰은 추가 소환조사 등으로 A씨 부녀 혐의를 더 구체적으로 입증한 뒤 조만간 수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여야 ‘임종석 DMZ 방문’ 공방…임종석 “옷깃 여미는 계기로 삼겠다”

    여야 ‘임종석 DMZ 방문’ 공방…임종석 “옷깃 여미는 계기로 삼겠다”

    청와대를 상대로 한 6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최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비무장지대(DMZ) 방문으로 여야 간 공방이 벌어졌다. 앞서 임 실장은 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원장 자격으로 지난달 17일 남북 공동 유해발굴을 위해 지뢰 제거 작업이 진행 중이었던 강원 철원군 DMZ 화살머리고지를 방문했다. 서훈 국가정보원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도 함께 있었다. 이후 야권에서는 임 실장이 ‘자기 정치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도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 임 실장의 DMZ 방문을 비판하는 발언이 쏟아져 나왔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임 실장이 전방 시찰할 때 대통령이 유럽 순방을 가 있었다”면서 “대통령이 귀국한 이후에 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장관, 차관, 국정원장을 데리고 가서 폼을 잡더라도 잡았어야 한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대통령 비서실장이 정위치를 지켜야지”라고 쏘아붙였다. 같은 당의 성일종 의원도 “나라 운영을 어떻게 그렇게 하는가”라면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외국에 출타했는데 국방부 장·차관, 통일장관, 국정원장이 한꺼번에 DMZ에 들어가도 되느냐”고 거들었다. 이에 임 실장은 “국내에서 가까운 곳인데, 서울에서 가니 35분 걸리던데 연락이 완전히 이뤄지는 상황에서 자리가 비워졌다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맞섰다. 또 “남북합의 사업 중 가장 보람 있는 현장이 바로 유해발굴 사업 현장이라 위원회가 결정해서 갔다”면서도 “오해를 받는 데 대해서는 억울해하기보다는 자리가 갖는 특수성과 무거움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 옷깃을 여미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임 실장은 대통령이 임명한 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 위원장인데 국방·통일장관과 평양공동선언·판문점선언 이행 점검을 위해 공식적으로 지뢰제거 작업 현장을 점검했다”면서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근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임 실장이 DMZ를 방문한 영상이 공개됐다. 그런데 영상에 우리 측 전방감시초소(GP) 위치 관련 정보가 노출돼 논란이 됐다. 임 실장은 “국방부에 문의한 결과 이게 군사기밀에 속하는 사항은 아니지만 군사훈련상 비공개에 속한다는 답변을 들어 바로 수정하고 사과드렸다”면서 “그 점은 이 자리에서도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도 청와대 민정수석의 불출석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김성태 원내대표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불출석 문제를 지적하자 임 실장은 “국회의 오랜 관행을 잘 아실 것”이라면서 “부당한 측면도 있지만 관행도 있어서, 바꾸려면 국회 내부에서 조금 더 논의를 해주시길 바란다”고 맞받아쳤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염수정 추기경 “교황 방북시 동행하겠다”

    염수정 추기경 “교황 방북시 동행하겠다”

    염수정 추기경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이 성사되면 동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6일 명동성당에서 천주교 서울대교규장인 염 추기경을 예방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렇게 전했다. 염 추기경은 자신이 평양교구장 서리를 맡고 있다며 교황의 평양 방문을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함께 사니까, 서로 어려움을 나누고 함께 사는 게 중요하다”며 노숙자 문제 등에 대한 공동체 차원의 대책 마련 필요성을 언급했다. 염 추기경은 “교황께서 ‘찬미받으소서’라는 환경에 관한 회칙을 냈다”고 소개한 뒤 “창조물과 피조물이 서로 통합적으로 협력하지 않으면 해결이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사회에 그런 게 참 많이 필요한 것 같다”며 “한쪽 면이 아니라 온전하게 같이, 정부도 온 국민이 잘 살려면 함께하는 정책들을 많이 내놓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이에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요즘 전체를 포용하는 포용국가를 많이 강조하고 있다”면서 “실제로 우리 사회가 너무 양극화가 심한 사회다. 전체를 포용하는 기본 가치관을 많이 강조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번 방문을 시작으로 이 대표는 기독교와 불교, 원불교 등 4대 종단 지도자도 차례로 찾을 계획이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이범수의 시사상식설명서] 군대 간 난 비양심? ‘양심적 병역거부’ 파헤치기

    [이범수의 시사상식설명서] 군대 간 난 비양심? ‘양심적 병역거부’ 파헤치기

    지난 1일 대법원이 주목할 만한 판결을 내놨습니다. 14년 만에 ‘양심적 병역거부’를 형사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 건데요. 양심적 병역거부는 말 그대로 양심적 이유로 병역의무를 거부하는 걸 말합니다. ‘양심이 그럼 뭐야!’ 이런 생각이 바로 들죠. 대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이렇습니다. “옳고 그름을 판단할 때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 가치가 파멸되고 말 거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로서 절박하고 구체적인 것.” 저희가 일상에서 쓰는 착한 마음, 올바른 생각이라는 뜻과는 다릅니다. 정리해보면 단순히 착하고 안 착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궤적이 병역의무를 왜 질 수 없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럼 이번 대법원의 판결이 주목 받는 이유는 뭘까요. 제가 앞서 말한 양심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 할 수 있다고 처음 선고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차근차근 한번 풀어볼까요. 병역법 88조를 보면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정당한 사유 없이 군대에 안가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처벌 조항인데요. 여기서 주목할 건 ‘정당한 사유’라는 부분입니다. 2004년 대법원 판결 때만 해도 양심적 이유를 정당한 사유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질병 같은 객관적인 기준만 인정을 했죠. 그런데 14년이 흐른 지금 정반대의 판결이 나온 겁니다. 물론 앞으로 양심이라는 주관적 사유를 어디서, 어떻게 측정할지, 얼마나 엄격하게 할지에 대한 과제는 남아있죠. 대법원 판례에 대해 잠깐 짚고 가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법원장을 포함해 대법관 13명이 모여서 출석 인원의 과반수로 판결을 합니다. 그리고 이 판결은 1심, 2심과 같은 하급심 판단의 지침, 방향이 됩니다. 자연스레 대부분의 판사들이 판례를 따르게 됩니다. 강제성을 갖는 건 아니지만요. 앞으로의 판결에 끼칠 영향을 생각해보면 그만큼 이번 판결이 중요한 겁니다. 대체복무제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데요. 배경은 이렇습니다. 먼저 병역법 5조 1항을 보면 현역, 예비역 이런 식으로 병역의 종류를 나눠놨습니다. 근데 대체복무제는 여기서 빠져있습니다. 지난 6월 헌법재판소가 이 부분을 위헌으로 결정하면서 내년 12월 31일까지 대체복무제를 명시해 병역법을 개정하라고 했습니다. 뭐 이런겁니다. “헌법에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갖는다.’고 해놓고 왜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자가 택할 수 있는 대체복무제는 법에 없냐. 이건 기본권 침해야”라고 한 거죠. 그래서 지금 정부는 부랴부랴 안을 다듬고 있습니다. 현재는 ‘교정시설에서 현역병 18개월의 2배 수준인 36개월 합숙 근무하는 안’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유엔인권이사회는 1.5배(육군 기준 27개월)을 초과할 경우 징벌적 성격을 가진다고 밝힌 바 있어 더 논의가 필요할 듯 한데요. 앞으로 정부 안이 국회로 넘어갈 예정인데 입법 과정에서 수정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논쟁은 긴 시간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이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과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이상 대다수의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방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논의를 모아야겠습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이범수의 시사상식설명서> 팟캐스트는 ‘팟빵’이나 ‘팟티’에서도 들을 수 있습니다. - 팟빵 접속하기 - 팟티 접속하기
  • [길섶에서] 가을의 유산/황수정 논설위원

    이맘때 떠나신 할머니는 아흔이 가까워 한글을 배우셨다. 꼭꼭 연필을 눌러 쓰면 어디 숨었다가 그렇게 동글동글한 글자들이 굴러 나오는지 신기했다. 글씨가 너무 반듯해서 되레 속이 먹먹하고는 했다. 일찍 글자를 깨치셨더라면 당신의 세상은 달랐을까 애틋해서. 고봉밥의 절반을 뚝 퍼내 주셨듯 할머니는 욕심 없이 글을 배우셨다. 자식손자 이름자를 겨우 읽고 쓸 즈음 “이만하면 나는 됐다” 하셨다. 그러고는 행여나 글자를 잊어버릴라 온 방안을 기억의 텃밭으로 일궜다. 큰딸 전화번호 쪽지는 꼬깃꼬깃 염주알 함지에, 둘째 아들 것은 문갑 서랍에, 막내며느리 것은 반짇고리에. 할머니의 베갯잇에 내 이름은 들어갔다. 모로 누워 밤낮으로 쓸어 주신 베개 속에 내가 깃들었던 기억은 영원히 나의 부적이다. 밤길을 걷다가도 발끝에 손전등 서너개쯤 대번에 켜진다. 마음이 먼저 깊어지면 까막눈 앉은뱅이라도 초라할 일 없는 것. 마당가에 늙은 저 은행나무. 제 품을 비워낸 잎으로 제 발등만 소복이 덮었을 뿐인데 천지사방을 노랗게 담갔다. 오래된 베갯잇에서 배부르게 자다 깨어나는 내 전화번호처럼. 늙지도 낡지도 않고 따듯하게 또 붐비는 가을. sjh@seoul.co.kr
  • [김금숙의 만화경] 나이 드니까 여자로 안 봐

    [김금숙의 만화경] 나이 드니까 여자로 안 봐

    “나이 드니까 남자들이 먹잇감으로 안 봐서 좋아.”일본군 성노예 피해자에 대한 그래픽노블 ‘풀’ 프랑스 출간을 기념해 작가와의 만남을 서점에서 가진 뒤 화가 A언니, 일인 출판을 하고 있는 B와 서촌의 수제 맥주집에서 한잔하던 중이었다. A: “나이 드니까 여자로 안 봐. 사람으로 봐. 그래서 좋아.” 나는 마시던 맥주잔을 내려놓으며 “아이고, 언니 나이 아직 50도 안 됐거든” 하고 발끈했다. A: “그래도 갱년기야, 나.” 그녀의 표정이 웃프다. 나: “갱년기면 뭐 여자 아닌가? 80 먹어도, 90 먹어도 여자야.” A: “그렇지. 하지만 남자들한텐 아니거든. 크크크.” A가 하던 말을 계속했다. “얼마 전엔 상 엎었어.” 놀라 쳐다보는 우리에게. “아니 글쎄, 내 엉덩이가 대문짝만 하다나 어쨌다나. 나도 애기 낳기 전에는 안 그랬거든. 그게 다 누구 때문인데? 그래서 그대로 상 엎어 버렸어.” 상 엎었다는 A의 말에 실은 조금은 충격이었지만 내색을 하지는 않았다. “와! 잘했다 언니. 절대 그냥 수긍하면 안 되지.” 옆에 있던 B도 한술 거든다. “설거지 좀 한다고 마치 지가 무슨 페미니스트 남편인 것마냥 거들먹거리는 남자들이라니. 아직 멀었어. 잘했다. 잘했어. 여성들을 위하여 건배!” 우린 쨍 소리가 나도록 힘차게 잔을 부딪쳤다. 하지만 곧 김빠진 맥주처럼 심드렁해졌다. “하긴 나도 절대 늙지 않을 줄 알았어. 난 나이 안 들을 줄 알았는데. 요즘엔 노안이 와서 눈이 정말 금세 피로해져.” 마음속에 있던 불안이 혼잣말처럼 튀어나왔다. “내가 언제까지 작업할 수 있을까….” 들릴 듯 말 듯 작은 소리였는데 들었나 보다.A: “나도 요즘 통 작업을 못 하고 있어. 1년 전 개인전 한 이후로…. 해야 되는데 이러고 있네. 후후…. 빨리 작업해서 그림을 팔아야 먹고사는데….” B: “형부는 뭐하시고? 일 안 하셔? 그림 팔아서 먹고살 수 있는 정도면 언니 잘 나가나 보네.” A: “그래도 한 점 팔면 몇 달은 생활이 되지. 그이는 집에 있은 지 오래됐고.” A의 남편 이야기를 더이상 자세히 듣고 싶지는 않아 화제를 돌렸다. “만화보다 훨씬 낫네. 우리 쪽은 나처럼 출판 만화만 하면 어렵거든. 지원 사업이라도 안 되면 방법이 없어. 그림책 쪽은 어때? 견딜 만해?” B를 향해 물었다. “난 뭐 괜찮아. 올해엔 책 6권이나 냈어.” 반지하에 월세로 살면서도 늘 긍정적인 B가 참 대단하다. “작가들은 힘들지. 어떤 그림 작가는 일 년 수입이 이백이래. 그림책은 그림 수정 요구도 많고. 물론 나는 엔간한 출판사보다 선인세를 더 줘.” 나: “물가도 땅값도 매일 오르는데 작가들 인세는 몇 년 전보다 훨씬 못 해.” B: “사람들이 책을 안 읽으니까.” 나: 왜지? B: “노력하기 싫은 거지. 책 읽는 건 노력이 필요하니까.” A: “쥐꼬리만 한 봉급에 몇 시간 되지 않던 강사 자리도 잘리고. S대나 H대를 나왔어야 했는데…. 아니 소설을 써야 했나? 크크크.” 나: “갑자기 웬 소설? 그리고 언니는 유학도 갔다 왔잖아?!” A: “소설가는 인세가 몇 천, 몇 억이래. 글고 미국을 갔다 왔어야 했지. 프랑스는 뭐 끈이 없어요. 차라리 독일 유학파는 더 나아.” 나: “소설가도 베스트셀러 작가나 그렇겠지.” B: “한국에서 책을 가장 많이 읽고 사는 사람이 누군지 알아? 20대에서 30대 초반 여성들이래. 인세 많이 받고 싶어? 독자들을 겨냥해 봐.” 나: “목적을 위해 의도적으로 쓰는 데 좋은 작품이 나올까? 난 먼저 자기 자신을 위해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인데. 여튼 괜찮아 뭐. 고흐는 살아생전 평생 작품 딱 하나 팔았대. 근데 봐. 지금 얼마나 비싸게 팔리냐?” 위로한다고 한 말이 위로가 될 턱이 없다.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로 눈이 마주치며 빵 터지고 말았다. “슬픈데 왜케 웃기냐? 오~ 가난한 중년의 여성 예술가들이여! 크크크.” “그래 그나마 고흐는 예술에만 집중했지. 여성을 이용하진 않았어. 봐. 세계의 거장들을. 피카소, 자코메티, 고갱, 드가, 에곤 실레…. 하물며 우디 앨런까지.” 우리의 대화는 예술 작품과 예술가 삶의 모럴로 옮겨 갔다. 어두워진 경복궁역 가로수길엔 여름 햇살에 노랗게 타 버린 은행잎들이 바람에 뒹굴며 너울댔다. 술을 마시면 조금 덜 추워야 되는 거 아닌가? 갑자기 너무 추워져 버린 날씨에 몸을 잔뜩 웅크리며 A와 B는 전철역 쪽으로, 나는 버스 정류장을 향해 바삐 걸었다.
  • [강남순의 낮꿈꾸기] 칸트마저 피할 수 없었던 인식의 사각지대… 당신은 어떤가요

    [강남순의 낮꿈꾸기] 칸트마저 피할 수 없었던 인식의 사각지대… 당신은 어떤가요

    합리적 존재 범주에 여성은 포함 안시켜 흑인의 인종적 열등성 믿어 의심치 않아 한 종류의 차별에 민감성 높다 치더라도 다층적 차별 따른 인식 사각지대 불가피 지속적인 학습 과정 통해 인지 확장 필요대학원 세미나 시간에 한 흑인 학생과 백인 학생 사이에 논쟁이 붙었다. 흑인 학생은 반인종차별을 위한 비정부기구(NGO)에서 활동해 온 인권운동가이다. 백인 학생은 성소수자 인권 문제를 위한 활동을 해 오던 사람이다. 발제 시간에 섹슈앨러티에 대한 주제가 나왔는데, 발제 후 흑인 학생의 코멘트가 논쟁의 발단이다. 흑인 학생은 자신이 이 대학에서 공부하기 시작한 지난 한 학기 동안 ‘섹슈앨러티’와 ‘성소수자’라는 단어를 들은 횟수가 평생 들은 것보다 더 많다는 말을 했다. 그러면서 발제자에게 ‘당신 같은 백인이 도대체 흑인들이 당해온 인종차별에 대해 무엇을 아는가’라며, ‘성소수자 문제 같은 사소한 문제를 가지고 큰 문제인 양 과장하는 것을 듣는 것이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자 한 백인 학생이 ‘당신은 얼마나 많은 성소수자들이 혐오 때문에 자살을 시도하고 파괴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도대체 아는가?’라며 대응했다. 급기야 이 두 사람은 언성을 높이며 상대방의 인식 한계를 지적하였다. ●인식론적 사각지대에 대한 성찰 필요 누가 개입할 여지도 없이 격한 논쟁을 하게 되었고, 급기야 백인 학생이 ‘더이상 이런 분위기를 참을 수 없다’며 일어서서 책가방을 싸기 시작했다. 나는 그 학생의 이름을 부르고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아직 안 끝났다’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가방을 싸던 학생은 나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다시 자리에 앉았고, 나는 예정에 없던 즉흥 강의를 해야 했다. 첫째, 각자가 지니고 있는 ‘인식의 사각지대’의 문제, 그리고 둘째, 다양한 종류의 억압과 차별들의 위계를 설정하는 것이 지닌 다층적 위험성에 관한 것이었다. 인종차별과 같은 한 종류의 차별구조를 잘 안다고 해서, 다른 종류의 차별에 대한 인지가 자동으로 형성되지 않는다. 성 차별, 장애 차별, 계층 차별, 인종 차별, 나이 차별, 종교 차별, 외모 차별 등 현실세계에서 작동되고 있는 다양한 얼굴의 차별들은 각기 독특한 양상을 띠며 매우 복합적인 구조로 형성되고 유지된다. 상식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지극히 표피적인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반드시 학습해야만 한다. 다층적 차별에 대한 복합적인 이해는 지속적인 학습 과정을 통해서 비로소 조금씩 형성되기 때문이다. 논쟁을 하던 두 학생은 격했던 감정을 가라앉히고, 세미나가 끝난 후 서로 악수하며 미안하다는 사과를 나눔으로써 상황은 매듭지어졌다. 그런데 이 두 학생의 경우가 강의실에서만 있는 것인가. 아니다. 곳곳에 있다. 우리는 각기 다른 인식의 사각지대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마누엘 칸트는 코스모폴리턴 사상을 사회정치영역으로 확장하면서 모든 인간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는 ‘목적의 왕국’(Kingdom of Ends)을 설파한 철학자다. 칸트의 코스모폴리터니즘은 세계화 시대에 국경을 넘어서는 세계 정의, 환대, 권리를 상기시킴으로써 세계 평화를 이루기 위한 정치 철학적 토대를 놓은 중요한 공헌을 한다. 그런데 그 위대한 사상을 확산시킨 칸트도 인식의 사각지대를 분명하게 지니고 있었다. 그는 인간됨을 구성하는 ‘합리적 존재’의 범주에 여성을 포함하지 않는다. 또한 그는 인간 지리학(human geography)을 가르치면서 열대지방에서 태어난 흑인의 인종적 열등성을 의심치 않는다. 칸트가 중요한 철학적 공헌을 했다고 해서, 그가 지닌 여성 혐오 사상과 인종차별과 같은 인식의 사각지대의 문제들이 덮여서는 안 된다. 예술, 문학, 철학의 이름으로 또는 종교나 정치의 이름으로 타자에 대한 혐오와 경시를 정당화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인류의 역사가 이러한 인식의 사각지대에 대한 비판적 인식 확장의 역사이기도 한 이유이다. ●차별·혐오에 관한 ‘인지 확장의 역사’에 희망 지난 10월 L 작가가 ‘단풍’이라는 제목의 글을 발표했다. 이 글에서 단풍은 ‘저 년’이라는 비하된 ‘여자’로 호명된다. 더 나아가 그 ‘저 년’은 남자를 유혹하는 ‘화냥기’를 지닌 여자로 재호명된다. ‘화냥기’ 있는 ‘저 년’을 ‘절대로 거들떠보지 말’라고 경고한다. 여성 비하는 물론 노골적인 자연 비하까지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글이 전제하는 세계는 남자들의 세계이다. 단풍을 바라보는 주체가 여자이기도 하다는 상식조차 전적으로 배제된 서사이다. 이 글에서 남성은 이 세계에서 ‘발화(speaking)의 주체’로서만이 아니라, ‘보기(seeing)의 주체’이며, ‘쓰기의 주체’로 자연스럽게 호명되고 각인된다. 남성이 모든 것의 중심이 되는 남성중심적 발화, 보기, 그리고 쓰기 행위를 통해서, 단풍을 ‘화냥기’를 지닌 ‘저 년’이라고 한 표현이 담고 있는 여성 혐오와 자연 비하는 마치 숨 쉴 때 들이마시는 공기처럼 자연화된다. L 작가는 자신이 “여성을 비하할 의도나 남성 우월을 표출한 의도는 추호도 없었다”고 강변한다. 그런데 우리가 분명하게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차별, 폭력, 혐오 행위는 행위주체의 ‘의도성’ 여부에 의해서 그 부당성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시어라고 해서 또는 은유라고 해서 여성, 인종, 장애, 나이, 성적 지향, 특정 종교 등 어떤 특정한 사회적 소수자 그룹에 대한 비하와 혐오를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공적 세계에 발표되는 글들은, 그 장르가 무엇이든 그 글이 담은 가치를 확산하는 정치적 공간이다. 이런 의미에서 공적 세계에서의 글과 말이란 이미 ‘정치적 행위’의 의미를 지닌다. L 작가의 비성찰적 변명과는 달리, 어느 시인은 자신의 시에 대한 비판적 수정작업을 한다. 시집 ‘여수’로 2018년 20회 천상병시문학상 수상자가 된 서효인 시인은, ‘여수’를 출간하면서 과거에 썼던 시에서 여성 혐오적 표현들을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서 ‘공장에 다니는 여공들’이 아니라, ‘공장에 다니는 젊은이들’로, ‘우리 모두 아줌마가 되면’을 ‘우리 모두 학부모가 되면’으로 바꾸었다(그런데 이러한 표현들이 왜 ‘여성혐오적’인가 라는 의문이 든다면, 젠더 문제에 대한 학습이 필요하다는 신호이다) . ●다층적 혐오 넘어 모든 생명 존중하는 세계로 또한 여성 혐오적 표현이 있는 시들 몇 편은 시집에서 아예 빼기도 했다고 한다. 문학작품이라고 해서 차별과 혐오의 면책 특권 영역이 되는 것이 아님을, 또한 어떠한 종류의 글이든 이러한 비판적인 수정 작업의 대상임을 이 시인은 보여준다. “그때는 몰랐던 여성 혐오가 지금은 보여”서 빼거나 수정하는 비판적 인식 확장 작업은 문학, 종교, 철학, 정치 등 모든 영역에서 지속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그는 ‘여수’에서 “문학의 이름을 빌려 자행되는 모든 위계와 차별 그리고 폭력에 반대합니다” 로 ‘시인의 말’을 매듭짓는다. 인류의 역사는 차별과 혐오에 관한 ‘인지 확장의 역사’임을 서효인 시인의 수정 시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희망적이다.인류의 역사에서 분야를 막론하고 ‘발화의 주체’(speaking subject)는 남성이었다. 여성은 오직 ‘발화의 객체’(spoken object)로만 존재해 왔다. 사회의 중심부에 있는 이들은 자신보다 열등하다고 간주하는 주변부인들을 향한 언사가 비하적이든 혐오적인 것이든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어떤 종류의 글이든, ‘좋은’ 글이란 지금을 넘어서는 새로운 세계를 담고 있는 글이다. 그 글이 전하는 새로운 세계가 지금보다 나은 세계라는 것은, 다층적 차별과 혐오, 불평등과 배제를 넘어서서 보다 평등하고 정의로운 세계, 모든 종류의 생명이 존중되는 세계, 그리고 나이, 계층, 생김새, 성별, 장애 여부, 피부색, 교육 배경, 또는 종교 등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이 고귀한 생명임을 의식 속에, 그리고 제도 속에 담아내는 세계이다. 글 텍사스 크리스천대, 브라이트 신학대학원 교수 그림 김혜주 서양화가
  • “2024년, 우주에서 아이 출산할 산모 모집합니다”

    “2024년, 우주에서 아이 출산할 산모 모집합니다”

    네덜란드의 한 회사가 이르면 2024년 우주에서 아이를 출산할 산모를 모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드니모닝헤럴드 등 해외 언론의 3일 보도에 따르면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스페이스라이프 오리진(Spacelife Origin)은 인류의 우주 이주를 앞두고, 우주에서 아이를 출산하는 프로젝트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이 업체는 해당 프로젝트에 자원한 산모가 지구에서 약 403㎞ 떨어진 상공에 떠 있는 우주선 안에서 함께 탑승한 의료진의 도움 하에 무사히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또 산모는 임신 8.5개월 정도에 우주로 향하며, 우주선 내에서 유도분만이 실시된다. 산모와 신생아의 안전을 위해 우주방사선이 최대한 차단되도록 제작된 우주선 내 특별 공간을 분만실로 쓴다. 인류가 우주로의 이주를 꿈꾸는 만큼, 이번 프로젝트의 성공이 실제 우주로 이주한 후의 삶을 연구하고 대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게 업체의 설명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명칭을 ‘크래이들’(Cradle, 요람 또는 아기침대라는 뜻)이라고 소개한 업체는 “아기에게는 작은 걸음마의 시작이, 인류에게는 거대한 걸음마의 시작이 될 것”이라며 “만약 인류가 여러 행성에서 생존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인류가 어떻게 우주 공간에서 자손을 늘려갈 수 있을지 알아야 한다”고 전했다. 업체는 2021년 난자와 정자를 실은 인큐베이터를 우주 공간으로 보낸 뒤 그곳에서 수정시키고, 수정 후 4일 동안 우주공간에서 생존하게 한 후에 다시 지구로 가져오는 프로젝트도 계획하고 있다. 한편 지원자 선발은 2022년부터 시작되며 자세한 지원 요건은 발표되지 않았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서울포토] 국방부 앞에서 열린 ‘징벌적 대체복무제안 반대’ 기자회견

    [서울포토] 국방부 앞에서 열린 ‘징벌적 대체복무제안 반대’ 기자회견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열린 ‘정부의 양심적 병역거부 징벌적 대체복무제안 반대’ 기자회견에서 사회단체회원들이 대체복무 제안 수정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 [서울포토] ‘양심적 병역거부 징벌적 대체복무제안 반대’

    [서울포토] ‘양심적 병역거부 징벌적 대체복무제안 반대’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열린 ‘정부의 양심적 병역거부 징벌적 대체복무제안 반대’ 기자회견에서 사회단체회원들이 대체복무 제안 수정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 성남시 “라돈 측정기 무료로 빌려 쓰세요 ”

    경기 성남시는 라돈측정기 대여 서비스를 무상으로 전환했다고 5일 밝혔다. 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1일 “환경보건법에 따라 지역 주민에게 라돈 측정기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은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 예외 조항에 속한다”는 유권 해석을 내린 데 따른 조치다. 기존의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는 의견을 뒤집는 유권 재해석이다. 환경보건법 20조 1항은 ‘국가와 지자체는 환경 유해인자로 인한 국민의 건강 피해를 예방·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행·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의 라돈측정기 무료 대여 분량은 104대다. 그동안 1000원을 받고 라돈 측정기를 빌려줬다. 빌려 쓰려면 성남시청 홈페이지를 통해 대여 신청하면 된다. 받아갈 곳은 시청 환경정책과나 수정·중원·분당구청 환경위생과, 50개 동 주민센터 등이다. 대여 기간은 2일이다. 라돈 측정기는 일정 장소에 놔두면 24시간 후에 농도 측정값이 화면에 표시된다. 다중이용시설 실내공기질 라돈 권고 기준은 148베크렐(Bq/㎥)이다. 라돈은 암석이나 토양 등에서 주로 발생하는 무색·무취·무미의 방사선 기체다. 주로 건물 바닥과 하수구, 콘크리트 벽의 틈새를 통해 생활공간으로 침투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라돈을 흡연에 이은 폐암의 주요 원인으로 분류한다. 시는 지난 7월 25일부터 라돈측정기 대여 서비스는 시작해 현재까지 3800명이 신청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근태관리의 중요성 높아져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근태관리의 중요성 높아져

    종업원 300인 이상인 사업장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가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된 지 약 세 달이 지났다. 이를 두고 사업장과 근로자들의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공통적인 목소리는 ‘근태관리의 중요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주 52시간 근무제에 따르면 하루 최대 8시간, 휴일 근무를 포함한 연장근로를 총 12시간까지만 허용한다. 때문에 많은 직원들의 근태를 철저하게 체크하지 않으면 사업장과 근로자 모두 손해를 볼 수 있다. 아직까지 전문 솔루션을 도입하지 않은 기업이라면 다양한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알아보는 것이 좋다. ㈜도너츠가 선보이는 ‘JOBCAN’은 전 세계 30,000 여개의 기업이 선택한 근태관리 전문 솔루션이다. 주요 기능으로는 △주 52시간 초과 근무 방지 △출·퇴근 관리 △외근·출장 근태 확인 △사후 수정 이력 확인 △유연근무·교대근무 일정 관리 △휴가 신청·관리 △그룹·직원 관리 등이 있다. 출·퇴근 관리의 경우 IC 카드부터 지정맥 인식, PC IP, 모바일 GPS 등 다양한 방법으로 체크가 가능하여 편리하고, 근로자의 근무시간을 자동으로 집계하여 주 52시간 근무제에 따라 관리할 수 있다. 기본 근무 시간이나 야근, 철야, 휴일 근무와 같은 유형 별 근무 시간을 설정하거나 추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근무 스케줄은 1일이나 시간 단위로 작성할 수 있고, 일정한 패턴을 등록해두면 더욱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직원의 희망 근무 시간대를 반영하거나 스케줄을 공유하는 기능, 직원 및 조직도 관리 기능 등도 지원된다. 다양한 휴가 타입을 설정하여 사내 메일을 통하여 신청을 받고 승인을 하는 것도 매우 간단하다. 추후에는 프로젝트 및 과업을 등록하고 내역을 입력, 집계할 수 있는 공수 관리 기능도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관계자는 “JOBCAN은 투명한 근태관리를 위한 전문 솔루션으로, 주 52시간 근무제와 기업 별 내규에 따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며 “공공기관이나 공기업부터 제조업, 서비스업, 판매업, IT 등 다양한 업종의 일반 기업에서 JOBCAN을 사용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JOBCAN은 필요한 경우 추가 장비를 활용한 IC 카드, 카드리더기, 지정맥 인식기 등 다양한 플랜을 선택해 이용이 가능하고, 홈페이지에서 30일 무료 체험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플레이어’ 송승헌-정수정-이시언-태원석에 무슨 일? ‘한방 맞은 표정’

    ‘플레이어’ 송승헌-정수정-이시언-태원석에 무슨 일? ‘한방 맞은 표정’

    ‘플레이어’의 송승헌, 정수정, 이시언, 태원석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플레이어들의 표정이 3단으로 변화하는 모습이 공개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OCN 토일 오리지널 ‘플레이어’(연출 고재현, 극본 신재형, 제작 아이윌 미디어, 총 14부작)가 오늘(3일) 밤 11화 방송을 앞두고 예측불가 스틸 컷을 공개했다. 즐거운 표정으로 요트를 타고 떠나던 플레이어들의 표정이 급격히 굳어졌기 때문. 특히 하리(송승헌)가 어딘가를 응시하며 점차 얼굴이 굳어져,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지난 방송에서, 추원기(이재구)와의 접선장소에 나타난 천회장(곽자형) 때문에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진 하리. 먼저 공개된 예고 영상(https://tv.naver.com/v/4380405)에서는 검찰부터 천회장, ‘그 사람’까지 서로를 쫓고 쫓기는 모습이 그려져 과연 팀 플레이어가 추원기 비자금 500억 환수 작전에 성공할 수 있을지, 자신들을 조여 오는 천회장과 ‘그 사람’에게 어떤 방법으로 통쾌한 복수를 보여줄 것인지 기대와 추측으로 열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추원기와 함께 자신들을 쫓는 모든 이들을 따돌린 듯 손까지 흔드는 여유로움을 보이며 요트를 타고 가는 플레이어 4인방의 모습이 포착됐다. 그러나 바로 아래로 이어지는 사진에서는 180도 달라졌다. 충격에 빠진 표정으로 바다 건너편을 바라보고 있고, 특히 하리의 얼굴에는 복잡 미묘한 감정이 담겨 있다. 제작진은 “오늘(3일) 밤, 추원기와 동행하던 플레이어들에게 반전 사건이 벌어질 예정이다”라고 예고하며 “이 다섯 사람의 아슬아슬한 동행과 숨겨진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 남은 4회에서 과연 하리가 ‘그 사람’을 응징할 수 있을지, 본방송과 함께 해달라”고 전했다. 예측불가 전개 속에서도 한 발 앞선 계획과 업그레이드된 기술 아이디어로 위기를 극복하며 통쾌한 작전을 펼쳐왔던 플레이어들의 마지막 한방이 기대되는 ‘플레이어’ 오늘(3일) 밤 10시 20분 OCN 방송.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국악방송, ‘고전의 숨결’ 공개방송 진행

    국악방송, ‘고전의 숨결’ 공개방송 진행

    국악방송은 2017년 8월부터 매달 첫 번째 월요일을 24시간 전통음악 듣는 날로 지정해, 명품 고전인 우리의 전통음악을 깊이 있게 조명하는 특별기획 ‘고전의 숨결’을 마련하고 있다. 국악방송의 모든 프로그램이 정통 국악만을 선곡하여 방송하는 것은 물론, 국악의 전통을 오롯이 지켜온 명인 명창들의 예술혼을 되짚어보는 특집 프로그램도 마련하여, 국악의 원형을 돌아보는 의미있는 시간으로 평가받아 왔다. 2018년 11월의 고전의 숨결은 ‘강도근 탄생 100주년 기념 - 이난초 전인삼의 동편제 흥보가’로 마련된다. 고(故) 강도근(姜道根, 1918∼1996)은 전라북도 남원 출신으로 김정문, 송만갑, 유성준 등 동편제 최고 명창에게 소리를 익혔다. 해방 전후 여러 창극단에서 활동하다가 1970년대 고향인 남원에 정착했으며, 1988년 중용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예능보유자로 지정됐다. 타고난 성량에 쇠처럼 단단한 철성을 갖고 있어서 동편제 소리에 가장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특히 농사꾼이었던 자신의 우직한 삶을 닮은 소리, 흙내음 폴폴 나는 흥보가가 최고의 장기였다. 1996년 타계할 때까지 남원 땅을 지키며 동편제 판소리의 맥을 이은 동편 소리의 마지막 적자이다. 강도근 명창 탄생 100주년을 맞아 국악방송은 강도근 명창의 예술세계를 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한다. 채수정(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국악방송 “채수정의 판소리 유람” 진행)의 사회로 진행되는 이번 프로그램은 강도근 명창의 소리를 잇는 이난초(강도근 동편제 판소리보존회 이사장), 전인삼(전남대 국악학과 교수) 명창이 출연해 스승 강도근의 삶과 그가 남긴 발자취 등을 돌아보며, 강도근 명창의 동편제 흥보가의 눈대목을 선보인다. 북장단은 임현빈, 윤호세가 맡는다. 본 프로그램은 11월 5일 월요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2시간 동안 생방송으로 펼쳐지며, 국악방송 웹TV, Facebook live를 통해서는 영상으로도 만날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포용적 경제 강조한 시정연설 실행방안 부재는 아쉬워

    문재인 대통령이 1일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했다. 문 대통령의 국회 연설은 지난해 6월 12일 추경예산안 처리를 당부하는 내용의 시정연설과 같은 해 11월 1일 2018년 예산안 제출에 따른 시정연설에 이어 세 번째다. 대통령이 국회를 자주 찾는 것은 의회 민주주의 지표의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문 대통령이 이날 연설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부분은 경제였다. 연설 중 ‘경제’라는 단어를 총 27번 언급했다. ‘포용’(18번), ‘함께’(14번)보다 더 많이 언급했다. 그 기저에는 지금껏 숱한 정책 드라이브에도 해소되지 않는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인식이 깔려 있다. 문 대통령은 최근 들어 더욱 심각해진 양상을 보이는 민생, 경제 문제의 해법으로 “국민 단 한 명도 차별받지 않는 나라가 돼야 한다”며 ‘함께 잘사는’ 포용 국가의 비전을 제시했다. 포용 국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으로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언급, 경제기조 수정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가운데서도 기존 방향을 꿋꿋이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특히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혁신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경제 체질과 사회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성과가 나타날 때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불평등이라는 토양을 바꾸지 않는 이상 어떤 경제정책도 무위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인식인 셈이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발전된 나라 중 경제적 불평등의 정도가 가장 심한 나라가 됐다”고 말해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경제 분야의 급선무임을 부각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미국의 금리 인상과 미·중 무역분쟁, 금융시장 동요 등 안팎의 경제환경이 엄혹한데도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 것이다. 총체적 난국에 대한 총체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이 제시돼야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잠재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문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에 국회의 동참을 요청하는 한편 민생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과 국정원법 처리에 국회의 초당적 협력을 요청했다. 집권 내내 적폐청산을 추진할 뜻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오는 5일 열리는 여야정 협의체 첫 회의에서 야당으로부터 경제 활성화를 위한 초당적 협력을 구해야 한다. 경제를 살리는 데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는 점에서 청와대와 여당은 야당과 적극 소통하면서 타협해야 한다. 여야는 민생문제 해결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경제 살리기에 적극 나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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