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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 참여형 정책협업 추진… ‘빅 이슈’ 시민 숙의정치로 풀어야”

    “국민 참여형 정책협업 추진… ‘빅 이슈’ 시민 숙의정치로 풀어야”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 양극화, 환경 오염 등의 사회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제기되면서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정부 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행정연구원은 국내 유일의 행정분야 국책연구기관으로 조직과 인사, 행정 관리와 규제 개혁, 정부 업무 평가, 갈등 관리, 재난 안전, 공적 개발 원조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수행하고 이를 통해 정부 정책과 제도 혁신에 도움을 주고 있다. 안성호 한국행정연구원장은 11일 취임 1주년을 맞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급변하는 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국민의 일상생활과 밀착된 정부운영, 국민에게 책임지는 정부 운영, 여러 사회계층이 수평적으로 참여하는 협력적 정부 운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국민의 목소리를 어떻게 국가 정책과 제도에 효율적으로 반영하고, 이들의 참여를 확대시키고 역량을 강화시킬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원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은. “정부 혁신, 갈등 관리, 리더십 관련 사업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정부 혁신은 정부 내부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 실현이라는 정책 과정 측면에서의 혁신에 초점을 맞춰 진행하고 있다. 특히 공무원 중심의 정부 혁신에서 탈피해 정책 수요자인 국민, 전문가, 공무원 등이 힘을 모아 정부 혁신을 이룰 수 있는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여러 사회문제가 뒤엉키다 보니 정책 효과를 내기 힘든 것 같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실업, 재난, 사회적 갈등 등 단일 부처가 단독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문제는 여러 문제가 중첩돼 정부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최근 영국과 덴마크 등 일부 선진국에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행위자들과 함께 공동으로 정책 실험을 하는 사례도 많다. 정부는 이런 정책 실험을 통해 정책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수정해 적절한 정책대안을 찾고 있다.” -이를 위해 연구원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지난달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산하 26개 국책연구기관이 모여 정책연구 성과를 국민에게 보고하는 행사를 열였다. 우리 연구원은 대표과제로 ‘시민 참여형 정책협업모델 연구: 열린정책실험 운영’을 발표했다. 이 과제는 우리나라에서 정부·기업·시민사회 간 협업과 상호작용을 통해 제기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실제로 정책 문제로 인지되고 정책 설계와 집행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열린정책실험’을 시도해 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이 방식은 정책 결정과정에 보다 많은 시민·기업·이해관계자 등 정책 대상자를 포함해 정책수용성과 체감도를 높일 수 있는 해결책을 찾기 위한 새로운 방법론이다. 앞으로 정부 혁신의 주요 수단이 될 수 있어 우리 연구원의 대표 브랜드로 발전시키려고 한다. ” -우리 사회의 여러 부문에서 갈등이 터져 나오고 있다. “급변하는 사회·경제 환경 속에서 정부 정책이나 사업에 발생할 수 있는 갈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통합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갈등관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참여적 의사 결정이나 공론화 등의 연구뿐 아니라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공공기관 실무자 등에 대한 다양한 갈등관리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들이 정책이나 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효율적으로 갈등을 관리할 수 있는 노하우를 알려주고 있다.” -최근 핫이슈로 등장한 정부의 규제 혁신도 이해당사자 간 갈등을 어떻게 푸는 가에 달려 있다고 본다. “특정 집단의 독점적 지위와 집단 간 갈등 때문에 우리 사회의 공동선과 공공가치를 실현하는 규제를 재정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경우 ‘시민정치토크’(civic political talks)를 통한 해결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신고리 원전 갈등의 경우 무작위로 선발된 시민으로 구성된 공론화위원회의 숙의 과정을 통해 갈등을 잠재울 수 있었다. 전 국민의 이해관계가 걸린 중대 사안의 경우 직접 민주제를 활용해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사회갈등을 시민발안투표로 해결한 스위스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위스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을 놓고 갈등이 있었나. “2014년 5월 스위스연방 수준에서 스위스노총이 발의한 세계 최고의 최저임금(시간당 22프랑)안이 국민투표에 부쳐졌다. 국민투표 결과 76%가 반대해 부결됐다. 찬성하는 측은 제네바 같은 도시의 높은 생계비를 감당하기 위해 이 정도의 최저임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스위스경영자연맹 등 반대 측은 이 국민발안이 채택될 경우 국제경쟁력이 저하되고 서비스업과 농업 부문을 중심으로 영세사업자들이 타격을 받아 저임금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반발했다. 스위스 연방정부는 투표자들에게 ‘구조적으로 취약한 지역과 오지에서 일자리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국민발안에 반대해 줄 것을 권고했다. 그 결과 최저임금정책은 전국적으로 실시되지 않고 캔톤(주)들의 사정에 따라 제각기 실시 여부와 최저임금 수준 등을 결정했다. 우리도 논란이 되는 사안을 집단지성이 발휘되는 시민의 숙의정치로 풀어 냈으면 한다.” -이런 갈등을 해결하는 데 리더십이 중요하지 않나. “공직자들의 리더십은 국가 발전의 중요한 요소다. 세종대왕이 위대한 것은 완전무결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신하들의 도움을 요청하고 그들과 함께 해결책을 모색했다는 데 있다. 책을 통한 공부 못지않게 대화와 토론을 통한 공부를 중시했다. 공직 리더는 겸손한 자세로 평생 배우는 자세가 필요하다. 원장으로 취임하자마자 한국형 공직 리더십 함양을 위해 세종국가리더십센터를 만들었다. 또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산하 26개 국책연구기관의 기관장이 참여해 발족한 세종국가리더십위원회에서 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정부는 지방분권의 실현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방분권에 대해 연구하며 느낀 점은 권력을 행사하는 곳과 권력의 영향을 받는 곳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면 권력이 겉돌거나, 일방적인 지배가 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권력은 중앙에서 지방으로, 관에서 시민으로 이동해야 한다. 정부 권력은 여러 부문으로 분산돼 공유되어야 한다. 어려운 과제이지만 앞으로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정부가 내세운 ‘포용국가론’에도 권력 공유가 나오던데. “문재인 정부는 나라 안팎의 위기 상황에서 ‘혁신적 포용국가’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추진 중이다. 포용국가의 궁극적인 목적은 공정한 경제와 사회의 기반 위에서 함께 번영을 누리는 국가를 만드는 것이다. 나아가 그런 번영을 다른 나라와도 나누려고 한다. 신북방·신남방 정책 등이 그런 맥락에서 나왔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평화와 번영의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구상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임기 중 꼭 마무리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정부가 혁신적인 포용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다양한 연구결과를 정책으로 연결하는 데 힘쓰겠다.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연구 역량을 최대한 키우겠다.” 최광숙 선임기자 bori@seoul.co.kr ■안성호 원장은 1953년 충남 대전 출생으로 대전고와 숭전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에서 행정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전대 행정학과 교수를 거쳐 대전대 부총장, 한국지방자치학회장, 행정안전부 자치분권전략회의 민간위원장, 정책기획위원회 분권발전분과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지방자치제도와 지방분권 분야 전문가다. 안창호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동생이다.
  • 몰카·주거침입 양형기준 만든다

    이른바 ‘정준영 단톡방’, ‘신림동 강간미수’ 등의 사건으로 관심이 집중된 디지털 성범죄와 주거침입범죄에 대해 양형기준이 새롭게 마련될 예정이다. 11일 대법원에 따르면 양형위원회(위원장 김영란)는 전날 전체회의를 갖고 향후 2년간 디지털 성범죄와 주거침입, 환경범죄, 군형법상 성범죄의 양형기준을 새로 설정하기로 의결했다. 특히 디지털 성범죄와 주거침입범죄는 최근 관련 사건들로 국민적 관심이 높고 실무상 필요성이 크다는 공감대에 따라 위원 13명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았다. 양형기준은 법관이 법률에 정해진 형에 따라 선고형을 결정하는 데 참고하는 기준이다. 양형위는 “몰카범죄가 급증하고 있는데도 양형 편차가 커 양형기준을 설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양형위는 주거침입범죄에 대해서도 “1인 가구가 증가한 현실에서 주거의 평온을 침해하는 주거침입범죄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이 커졌다”며 양형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형위는 또 미세먼지 등으로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만큼 대기환경보전법 위반죄,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 위반죄 등 환경범죄에 대해서도 양형기준을 새로 마련하기로 했다. 2014년 친고죄 폐지 이후 군사법원에서 가장 많이 선고되는 범죄가 성범죄인 점을 고려해 군형법상 성범죄에 대한 양형기준도 논의해 갈 계획이다. 양형위는 교통범죄와 선거범죄, 마약범죄, 강도범죄의 양형기준을 관련 법 개정사항을 반영해 수정해 가기로 했다. 오는 9월 열리는 다음 회의에서 디지털 성범죄의 양형기준안과 교통·선거범죄 양형기준 수정안이 심의될 전망이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권수정 서울시의원, ‘1보 전진과 2보 후퇴’ 민선 7기 1년 박원순 서울시정 평가 나서

    권수정 서울시의원, ‘1보 전진과 2보 후퇴’ 민선 7기 1년 박원순 서울시정 평가 나서

    지방정부로서 상당한 업적을 쌓고 있는 박원순 시장의 시정 이면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 마구자비 설립한 서울시 자회사 문제, 여의도 통개발 발언 논란, 현장의 목소리가 사라진 서울시 성평등 정책 등 진지한 고찰과 방향성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1일 서울시의회 제2대회의실에서 서울시의회 주관, 시민재정네트워크,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본부, 서울시투자출연기관 노동조합협의회, 녹색당 서울시당, 정의당 서울시당 공동주최로 ‘박원순 민선7기, 서울시정1년 평가토론회’가 개최됐다. 6/11~12일 개최하는 시정평가 토론회는 서울시정 평가기준을 복지, 노동, 교통, 젠더·인권, 거버넌스, 문화, 소상공인, 주거, 도시개발 등 9개 분야로 세분화해 진행된다. 서울시가 발표한 ‘서울시정4개년계획(2019~2022)’과 그간 사업 추진 내용과 방향성을 살펴보고 실질적인 현장요구를 고찰하는데 주력한다. 권 의원은 “‘노동존중특별시’를 표방한 서울시가 중앙정부에서 추진하지 못하고 있거나 감수성 부족으로 다가가지 못했던 상당 분야에서 선도적으로 정책을 수립·추진하고 있다”며 “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서울시 정책에 대해 활발한 벤치마킹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노동관련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노동존중특별시’, ‘유니온시티’를 표방했음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정규직화 과정에서 특정 직무만을 관리하는 자회사들을 설립했다”며 “이는 정규직화 수치는 높이는 차별과 온전한 대우가 부재한 꼼수로 지적됐으며 이것이 지자체로 파생해 지방정부발 자회사 설립이 자행되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어서 권 의원은 “뉴타운 지구 해제를 성공한 박원순 시장이 여의도 통개발 발언 등을 통해 부동산 투기를 조장한 것 또한 괄목한 성과와 대비된 이중적 태도이다”라고 말했다. 젠더분야의 경우 “곳곳에 만연한 성차별적 구조와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이 갈급하지만 관련 정책생산의 주체인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조직 역시 낮은 성인지 감수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서울시 역시 성평등과 여성안심 서울시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성평등 사업 추진에 있어 예산 확보조차 준비 미흡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등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11년 ‘시민 중심’ 기조로 재보궐 선거를 통해 서울시장이 된 박원순 시장은 3선 기간 중 ‘내 삶을 바꾸는 10년 혁명’을 완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1보 전진의 성과와 대비되는 2보 후퇴의 서울시는 ‘시민중심’이라는 초심을 흔들고 있다. 시민단체, 서울시, 학계 등에서 참여한 토론회 참석자들은 “‘서울시민 삶을 위한 10년 혁명’ 완성을 위해 느리지만 담대한 1보 전진들이 이어져야 한다”며 “박원순 시장 3기는 이러한 담대함이 모여 궁극적으로 서울시민 속한 현장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오로지 시민을 위한 시정활동이 펼쳐지길 바란다.”며 의견을 모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한여름을 러블리즈와 함께… 8월 ‘올웨이즈 2’ 콘서트 개최

    한여름을 러블리즈와 함께… 8월 ‘올웨이즈 2’ 콘서트 개최

    그룹 러블리즈(베이비소울, 유지애, 서지수, 이미주, 케이, 진, 류수정, 정예인)가 한여름 콘서트를 열고 팬들과 만난다. 11일 소속사 울림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러블리즈는 오는 8월 2일부터 4일까지 사흘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러블리즈 2019 콘서트 올웨이즈 2’를 개최한다. 러블리즈는 앞서 공식 SNS에 2017년 ‘올웨이즈’ 첫 번째 공연에서 팬들에게 보냈던 메시지를 담은 영상을 올리고 ‘올웨이즈 2’로 찾아올 것을 알렸다. 러블리즈는 지난달 20일 6번째 미니앨범 ‘원스 어폰 어 타임’을 발표하고 청량하고 상큼한 사운드가 매력적인 타이틀곡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우리’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어 2년 만에 같은 장소에서 여는 ‘올웨이즈 2’를 통해 팬들에게 또 한 번의 추억을 선사할 예정이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로맨티시스트 무왕의 정원… 1500년 만에 깨어나는 서동요

    로맨티시스트 무왕의 정원… 1500년 만에 깨어나는 서동요

    ●서동요의 주인공으로 알려진 백제 무왕의 신수도 선화공주님은 남몰래 정을 통해두고 맛동도련님을 밤에 몰래 안고 간다 이 유명한 신라 향가, 서동요의 주인공은 백제 30대왕 무왕(재위 600~641)으로 알려져 있다. 서동요가 실려 있는 삼국유사 기이편은 무왕의 남다른 출생부터 왕위에 오르는 과정까지 한편의 드라마를 전한다. 그의 모친은 과부로 궁의 남쪽 못에 사는 용과 정을 통해 무왕을 낳았고, 무왕은 어려서부터 마를 팔아 가족을 부양해서 서(맛)동이라 했다. 신라 선화공주가 아름답다는 소문을 듣고 경주로 가서 위와 같은 서동요를 유포시켜 결국 결혼에 성공한다. 백제로 돌아와 공주의 지참금과 그동안 모았던 큰 재력으로 민심을 얻어 왕이 되었다. 정사인 삼국사기는 다른 면모를 소개한다. 그는 법왕의 아들로 풍채와 거동이 빼어났고, 뜻이 호방하며 기상이 걸출했다. 즉위 이후 십수차례에 걸쳐 신라와 전쟁을 벌였고, 중국 수와 당나라에 적극적인 조공 외교를 펼쳐 고구려를 치도록 공작했다. 국토 곳곳에 전쟁용 성곽을 쌓았고, 사비성의 궁궐을 수리했으며, 국가 사찰인 왕흥사를 중건하는 등 대대적인 토목 건설 사업을 일으켰다. 이름에 걸맞게 부국강병을 꾀해 쇠락하던 백제를 다시 일으켜 세운 영웅적인 왕이었다. 우리가 가진 최고의 역사서들은 같은 인물의 모순된 양면을 그리고 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서동은 사랑을 위해 적국의 수도까지 잠행하는 희대의 낭만주의자다. 그러나 삼국사기의 무왕은 조국을 위해서 처가 나라인 신라를 끈질기게 공격하는 냉철한 제왕이다. 어찌 장인인 진평왕을 공격할 수 있는가 등의 이유를 들어 삼국유사의 기록을 허구적 설화로 치부하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정원을 만들고 절경에서 풍류를 즐겼다는 삼국사기의 말년 기사들은 철혈군주 무왕이 로맨티스트 서동으로 다시 회귀했음을 보여준다. 상충되는 두 역사서가 모두 사실이길 바란다면, 이 정도로 절충해서 이해하고 넘어가자. 서동의 고향으로 알려진 익산은 부여, 공주와 함께 백제역사유적지역으로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익산에는 왕궁리, 왕평뜰, 고도리, 궁성로 등 지명이 전하고, 무왕이 창건했다는 제석사와 미륵사 터, 왕궁 터, 그리고 무왕과 선화공주의 무덤이라는 쌍릉이 남아 있다. 남겨진 유적의 거대한 흔적들만 보아도 무왕의 호방한 뜻과 걸출한 기상이 보인다. 이를 토대로 익산이 일시적인 백제의 수도였다는 주장들이 힘을 얻었다. 입증할 기록도 남아 있다. 일본 교토의 사찰인 쇼오렌인에서 발견된 ‘관세음응험기’에 “백제의 무광왕(무왕)은 지모밀지(왕궁)로 천도하여 새로이 사찰을 경영했다”라고 적혀 있다.기록은 계속된다. “639년 큰 벼락이 치고 비가 내려 제석정사가 화를 입어 불당과 7층목탑, 회랑과 승방이 모두 불탔다.” 무왕이 새로이 경영했다는 사찰은 왕궁리 궁평마을에 위치한 제석정사(제석사)이다. 1993년부터 발굴 조사해서 ‘제석사’라는 명문이 쓰인 기와를 발견했고, 여러 건물 터도 찾아냈다. 가람 전체를 관통하는 남북 중심축 위에 정문-목탑-금당-강당 터들이 위치하고 그 외곽을 회랑과 승방들이 감싸는 모습이다. 모두 ‘관세음응험기’의 기록과 일치하는 유적이다. 제석사는 불타기 이전인 600~630년 사이에 창건됐고, 무왕의 익산 천도도 그 시절에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 정도 사찰이면 수백 승려들이 거주하고, 수천의 신도들이 출입하게 된다. 주변에는 시장이 형성되고 민가들이 들어선다. 목탑지의 아래층 기단은 2m가 넘는 높이다. 높은 기단 위에 우뚝 솟은 목탑은 당시 초고층 건물로, 신도시의 랜드마크가 되었을 것이다. 천도를 위해서는 인구를 유입할 수 있는 도시의 기반시설이 필요하다. 왕실이 운영하는 제석사는 익산 천도를 위한 중요한 선행 시설이었다.●제석사지·왕궁리유적… 455m 길이 운하형 연못 수도 익산의 중심은 왕궁이었다. 현재 ‘왕궁리유적’이라는 애매한 명칭으로 불리지만, 1989년부터 발굴 조사 결과 확실한 백제의 왕궁 터임을 확인했다. 일대는 넓은 평야지대지만, 남북으로 길게 솟은 언덕을 찾아 그 위에 터를 잡았다. 남북 490m, 동서 245m의 완벽한 직사각형 궁성을 쌓고 그 안에 여러 전각을 지었다. 조선시대 경복궁 면적의 4분의 1 정도로 일시적인 행궁으로 쓰기에는 충분한 규모다. 무왕 이후에 익산은 결국 수도의 지위를 잃어 왕궁은 폐지되고 사찰로 바뀌었다. 지상에 남아 있는 구조물은 ‘왕궁리5층석탑’이 유일한데, 사찰로 바뀐 백제 말 작품이라는 설과 고려 초라는 설이 팽팽하다. 왕궁 건물 터 위에 사찰 건물들을 세웠고, 그 시기 사찰에 필수적인 회랑이 없는 등 특별한 기능의 사찰이었다. 무왕이 사후에 익산쌍릉에 모셔짐에 따라 그의 명복을 비는 왕실 원찰이었다는 주장이 그럴싸하다. 뒤편의 볼록 솟은 언덕에 정원을 조성하고, 가운데 정상부에는 큰 정자를 세워 경치를 감상했다. 정원의 가장자리에는 말굽형 환수구를 파서 운하 형태의 기다란 연못을 만들었다. 폭은 3~7m, 전체 길이는 455m에 달한다. 정원에 물을 공급하는 집수시설인 동시에 자체로서 훌륭한 조경시설이 되었을 것이다. 지그재그 모양으로 판 곡수로는 더욱 창의적이다. 환수구에 연결된 지류로 조성된 물길이며, 전체 길이 685m에 달한다. 마치 커다란 물결과 같은 모양으로 조성한 곡수로는 한국은 물론 세계 어느 곳에서도 발견하기 어려운 조경시설이다. 기이한 동식물을 키우고 독창적 정원을 만들어 경치를 즐겼다는 무왕의 풍류와 창의성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대단한 정원유적이다. 삼국유사에 실린 미륵사의 창건 설화는 특별하다. 무왕 부부가 왕궁 인근의 사자사로 행차할 때 연못에서 미륵3존이 나타나 왕비의 청탁으로 미륵사를 창건하게 되었다. 늪을 메운 후 3곳에 각각 불당과 탑을 만들었다. 신라 진평왕이 공인을 보내 공사를 도왔다니 당연히 왕비는 선화공주일 것이고, 당탑을 3곳에 세웠다니 통상적인 사찰 3개가 연립된 초대형 규모였다.●20년간 보수한 미륵사지석탑 주인은 사택왕후 오랜 기간의 발굴조사를 통해 미륵사의 전모가 드러났다. 400만평에 달하는 거대한 면적의 절터는 동아시아 최대로 추정한다. 3개의 당-탑, 다시 말해 3개의 사찰이 나란히 놓여 동-중-서의 3원을 형성했고, 각원은 회랑으로 분리됐다. 중원에는 목탑을 세웠고 동원과 서원에는 각각 석탑을 세웠다. 중원의 목탑을 비롯해 목조 건물은 물론 동원의 석탑도 조선 후기에 이미 사라졌다. 다행히 서원의 석탑은 반파된 부분이나마 기적적으로 남았다. 6층 일부까지 남았음에도 현존 석탑 중 가장 오래되고 가장 커서 국보 중의 국보인 미륵사지석탑이다. 이 석탑은 기둥과 보 등 수천개의 부재들을 정교하게 깎아 조립한, 마치 목탑과도 같은 석탑으로 백제계 석탑의 원형이다. 일제기인 1915년, 붕괴 직전의 석탑에 185톤의 시멘트 덩이를 발라 흉측하나마 응급 보존공사를 했다. 거의 한 세기가 지난 1999년, 응급용 시멘트마저 수명을 다해 완전 해체 보수 정비를 결정하게 된다. 정교한 조사와 연구 끝에 드디어 2019년 5월 재조립 공사를 마쳤으니 꼬박 20년이 걸려 문화재 보수 정비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이 석탑의 원형이 7층인지 9층인지 아직 결론을 못 냈다. 1993년 확정된 결론 없이 동원에 높이 27.7m의 9층 석탑을 세웠다. 세부적인 모습도 어색하고, 전체 석재를 기계로 가공하여 정교한 백제건축의 미를 잃어버렸다. 20세기 최악의 문화재 복원이라는 오명까지 쓴 시행착오를 교훈 삼아 이번 보수정비에는 엄격한 원칙들을 세웠다. 추론 복원을 하지 않고, 직전 모습인 6층 일부까지만 복원 보수한다. 문화유산의 진정성을 최대한 존중한 결과다. 총 1627개의 부재 가운데 원래의 것을 최대한 보강 활용하여 재사용률을 81%까지 높였다. 석탑의 해체 과정에서 사리봉안기가 출현했다. 여기에는 “우리 백제 왕후께서는 좌평 사택지적의 따님으로…가람을 세우시고…”라 새겨져 있다. 미륵사의 주인공이 선화공주가 아니라 사택왕후라는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다시 여러 가설이 등장했다. 왕비가 여럿이라는 설, 선화와 사택의 역할 분담설 등. 익산 쌍릉 중 대왕릉의 재발굴조사 결과 그 주인공이 무왕일 확률이 대단히 높아졌다. 현재 소왕릉 발굴 중인데, 제발 이 주인이 선화공주이기를 고대한다. 1500년 전, 무왕의 도시와 건축을 재구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사료와 다소 황당한 설화뿐이다. 그러나 그것들이 사실은 아닐지라도 일말의 진실은 품고 있다. 미완성 복원된 미륵사지석탑이 아직은 부분적인 진실만을 이야기하는 것과 같이. 건축학자·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 ‘천렵질’ 논란 민경욱, 이번엔 靑 경제수석 향해 “그래서 우짤낀데?”

    ‘천렵질’ 논란 민경욱, 이번엔 靑 경제수석 향해 “그래서 우짤낀데?”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이 10일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이 경기 하방위험 장기화 가능성을 언급한 것과 관련 “그래서 우짤낀데(어쩔건데)? 그래서 우짤낀데?”라고 했다. 민 대변인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드디어 청와대 경제수석이 나서서 우리 경제 큰일 났단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민 대변인의 페이스북 글은 지난 7일 윤 수석이 국회에 조속한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요구하며 “세계 경제의 둔화와 함께 우리 경제의 성장세도 하방 위험이 커졌다”고 발언한 데 대한 반응이다. 당내 막말 논란에 대한 황교안 대표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민 대변인의 거센 수위 발언은 이틀 연속 이어졌다. 민 대변인은 ‘우짤낀데’라는 표현을 두고 비판이 일자 글을 수정해 “(우짤낀데) 이렇게 썼더니 막말이라고 한다. 앞으로 이렇게 써야 되겠다”며 “기체후일향만강하오신지요. 제번하옵고 드디어 대한민국 청와대 경제수석께서 손수 나서 우리 경제가 큰일났다고 진심에서 우러나는 우려를 담아 말씀하셨습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저는 여쭙습니다. 이제는 대체 어찌하려 하시옵니까? 정녕코 앞으로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하면 좋단 말이옵니까?”라며 “답변을 해주시면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하겠사옵나이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전날에도 민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의 북유럽 순방에 대해 “불쑤시개 지펴 집구석 부엌 아궁이를 있는대로 달궈놓고는 천렵질(냇가에서 고기를 잡으며 물놀이 하는 것)에 정신 팔린 사람마냥 나홀로 냇가에 몸담그러 떠난 격”이라는 논평을 내 논란을 불렀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 순방을 수행 중인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현지 브리핑에서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대변인이셨기 때문에 순방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모든 순방은 숨 쉴 틈 없이 돌아가고 있다”고 반격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봄밤’ 정해인X한지민, 화제성 정상 탈환… ‘아스달 연대기’ 송중기는 3위에

    ‘봄밤’ 정해인X한지민, 화제성 정상 탈환… ‘아스달 연대기’ 송중기는 3위에

    MBC ‘봄밤’의 ‘이유 커플’ 정해인과 한지민이 드라마 화제성 출연자 부문 정상을 탈환했다. ‘봄밤’도 드라마 화제성에서 다시 상승세를 보였다. 10일 TV 화제성 조사업체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6월 1주차 ‘TV 화제성 드라마 부문 톱10’에서 ‘봄밤’은 지난주보다 한 계단 상승한 2위에 올랐다. 점유율은 지난주 9.95%에서 이번주 13.25%로 올랐다. 이번주 점유율 28.31%를 기록한 1위 ‘아스달 연대기’(tvN)와의 격차를 1.73%p 좁혔다. 정해인과 한지민은 지난주 출연자 부문 1위로 진입했던 송중기를 3위로 밀어내고 다시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굿데이터코페레이션은 “음주 장면에서 정해인이 보여준 현실적이고 섬세한 감정 연기에 네티즌의 호평이 이어졌다”며 ‘이유 커플’의 이유 있는 화제성을 분석했다. ‘아스달 연대기’의 송중기와 장동건은 출연자 부문 화제성 3위와 7위를 차지했다. 지난 5일 첫 방송한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가 3위로 진입했다. 주인공 임수정은 출연자 부문 화제성 4위에 올랐다. 드라마 부문 화제성 4~10위에는 ‘퍼퓸’(KBS), ‘보이스 3’(OCN), ‘단, 하나의 사랑’(KBS2), ‘검법남녀 시즌2’(MBC), ‘녹두꽃’(SBS), ‘어비스’(tvN), ‘구해줘 2’(OCN)가 차례로 이름을 올렸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임정욱의 혁신경제] 혁신이 없는 공무원의 일하는 방식

    [임정욱의 혁신경제] 혁신이 없는 공무원의 일하는 방식

    기술의 발전은 우리가 일하는 방식을 크게 바꾸고 있다. 특히 지난 10여간 등장한 스마트폰, 태블릿컴퓨터, LTE 등 고속이동통신망은 우리를 사무실 책상에 묶여 있는 것에서 해방시켜 줬다. 이제는 랩톱컴퓨터나 아니면 스마트폰으로도 어디서든 일할 수 있게 됐다. 모바일 메신저로 실시간으로 연락하고 정보를 공유한다. 필요하면 화상회의로 어디서나 연결해 회의한다. 아예 사무실 자체가 없이 전 직원이 재택으로만 일하는 회사도 등장하고 있다. 온라인 교육 스타트업 스터디파이는 전 직원이 재택으로 근무한다. 아예 사무실이 없다. 그리고 매년 전 직원이 다같이 해외로 한 달 동안 가서 일한다. 그렇게 회사를 운영해도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10여년간 하나도 변하지 않은 곳이 있다. 바로 정부를 비롯한 공공부문이다. 이제 많은 정부 부처들이 세종시, 대전 등에 분산돼 있다. 공공기관, 공기업도 전국 혁신도시에 산재해 있다. 이들 공무원은 마치 유목민처럼 거의 매주 서울에 왔다가 볼 일을 보고 간다. 그런데 이들이 일하는 방식은 10년 전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편리하게 쓸 수 있는 온갖 화상회의 제품이 넘쳐나는 시대에 공무원이 화상회의로 만나자는 얘기를 들어 본 일이 없다. 화상으로 조금만 얘기하면 될 것을 하루 종일을 소비해 직접 대면으로 보고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잊을 만하면 정부가 “공무원의 화상회의를 장려한다”는 보도가 나온다. 하지만 간편하게 쓸 수 있는 민간 화상회의 서비스는 다 막혀 있고 화상회의 절차가 복잡해 실제로는 쓸 수 없다고 한다. 온라인 공유 기능이 없는 불편한 문서 편집기를 사용하는 것도 문제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못 쓰니 온라인으로 문서를 실시간 수정하고 서로 공유하는 것도 안 된다. 문서 파일을 수정할 때마다 끝없이 파일 이름을 바꿔 가며 메일에 첨부해 보낸다. 수십 번 이상 고치면서 메일로 계속 주고받다 보니 문서 관리도 어렵다. 보안 때문에 외부에서는 이메일을 접속하기 어려운 것도 문제다. 공무원에게 이메일을 보냈는데 함흥차사인 경우가 많다. 답을 재촉하는 문자를 보내면 외부에서는 확인이 어렵다고 “세종 사무실로 돌아가면 답장을 드리겠다”는 답변이 온다. 공공기관 내부망은 클라우드서비스 등 외부의 인기 있는 인터넷 소프트웨어 서비스가 다 막혀 있다. 외국 사람들과 교류해야 하는 부서에서 구글클라우드나 드롭박스가 막혀 있어서 곤란을 겪는 것을 본 일이 있다. 외국에서 온 메일에 달려온 중요한 파일이나 정보를 볼 수 없는 것이다. 이래서 어떻게 글로벌 비즈니스를 할까. 필자가 2006년에 다음커뮤니케이션에 입사했을 때 전 직원이 다 랩톱컴퓨터를 쓰는 것을 보고 놀란 일이 있다. 회의를 할 때도 다 자신의 랩톱컴퓨터를 들고 간다. 이제는 거의 모든 민간 회사에서는 일상적인 모습이다. 그런데 정부 부처는 아직도 육중한 데스크톱컴퓨터만 쓴다. 사무실에서는 무선 인터넷이 아예 안 되는 곳도 많다고 한다. 문제는 이런 공공의 불편한 시스템을 민간에도 강요하는 것이다. 정부 지원을 받으려는 스타트업은 이런 구식 시스템에 맞춰 문서를 준비하고 지원해야 한다. 액티브X를 계속 설치하고 쓰다 보니 컴퓨터가 느려져서 정부 지원 서류용 컴퓨터를 따로 준비했다는 회사도 있었다. 보안 때문에 그렇다는 것은 물론 이해한다. 하지만 직원들을 신뢰하고 일할 수 있도록 좀 풀어 줘야 하지 않을까. 세상은 광속의 속도로 변하는데 정부만 제자리걸음이다. 일하는 방식의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데 공무원들은 “이건 원래 어쩔 수 없는 거야”라며 자포자기 중이다. 하지만 그래도 일은 해야 한다. 정부 이메일을 쓰면 일을 빨리 할 수 없다. 그렇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공무원들은 민간 서비스에 의존한다. 카톡이나 네이버메일, 지메일에 온갖 정부 중요 서류가 둥둥 떠다닌다. 4차 산업혁명은 꼭 인공지능, 로봇, 자율주행차 등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5G, 클라우드, 사물인터넷 등 신기술을 이용해 우리가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는 것도 포함된다. 5G가 보급되면 화상회의도 어디서나 더욱 생생하고 실감나게 할 수 있다. 또 어떤 상상하지 못하던 혁신적인 서비스가 나올지 모른다. 이런 시대의 변화에 맞게 정부의 일하는 방식도 좀 바꿀 때가 됐다. 제발 민간을 위해서도.
  • [길섶에서] 마음이 놓이는 소리/황수정 논설위원

    어쩌다 얻어 키우는 난초 한 포기가 책상 귀퉁이에서 근 삼년째 살고 있다. 어설피 곁에 놓은 화분에 물을 줄 때마다 즐거움이 별스럽다. 마른 화분이 물 먹는 소리는 귓바퀴를 감아 마음 안쪽 깊숙이 잔무늬들을 파놓는다. 자식 목구멍에 밥 넘어가는 소리처럼 흐뭇했다가, 갈라진 논에 물 들어가는 소리처럼 배가 불렀다가. 화분의 흙이 물에 젖을 때의 그 냄새에도 상념은 스무고개를 넘는다. 빗금을 그어 마당을 두들기면 사방에 흙내를 뿜어 올리던 여름날의 소나기, 소나기 소리 같은 대밭의 바람, 쏴쏴 흔들리는 댓잎 같던 누에들의 뽕잎 갉는 소리. 아 모르겠다, 누에들의 합창은 내 귀로 정말 들었던 것인지 꿈속의 환청인지는. 화분 흙이 물을 먹는 낮은 소리가 말 못하게 좋아서 나는 새벽에 깨어 있다. 발소리 숨소리 한 가닥 들리지 않는 고요를 기다리면서. 아이들이 이어폰으로 귀를 틀어막고 길을 걷고 있다. 제 발자국 소리를 제 귀로 듣지 못한다. 바람 속에 잠겨만 있어도 마음이 놓이는 소리들은 들리는데. 우물만큼 깊은 이야기가 쏟아지는데. 들을 줄 모르는 저 귓바퀴들, 칠엽수 너른 이파리 사이를 혼자 물처럼 흐르는 아까운 이 바람 소리. sjh@seoul.co.kr
  • “원하는 시기에 임신”… 美 여성들 ‘난자 냉동’ 열광

    “원하는 시기에 임신”… 美 여성들 ‘난자 냉동’ 열광

    비용도 40% 낮춰 시술 문의 크게 늘어 “불임 불안감 악용 돈벌이” 규제 목소리미국 사회도 결혼과 출산 연령이 높아지면서 난자를 냉동 보관하려는 여성이 급격히 늘고 있다. ‘카인드보디’ 등 첨단 기술로 무장한 ‘난자 냉동’ 스타트업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비용이 낮아진 것도 인기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생명의 잉태를 돈벌이 수단으로 하고 성공 확률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즈더피플은 8일(현지시간) “자신이 냉동 보관한 난자로 임신에 성공할 확률은 21%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난자 냉동 업체가 임신까지 책임져 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여성의 계획 임신과 가임력 보존을 위한 난자의 냉동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지적에도 2018년부터 미 사회에 카인드보디 등 난자 냉동 관련 스타트업이 자리잡으면서 여성들의 관심이 더욱 커지고 난자 냉동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레베카 실버 카인드보디 마케팅 디렉터는 한 매체에 “그동안 체외수정과 불임치료, 난자 냉동은 (소수의) 1%를 위한 것이었다”면서 “카인드보디는 인종·사회·경제적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여성이 원하는 시기에 임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항암 치료를 앞둔 암 환자들이 난소 기능 상실에 대비해 주로 난자 냉동 시술을 받았지만 스타트업의 공격적인 마케팅과 과학의 발전 등으로 20~30대 여성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카인드보디는 인스타그램 등 SNS 마케팅뿐 아니라 ‘이동식 클리닉’ 차량을 이용해 길거리에서 직접 여성들을 만나고 있다. 노란색 이동식 차량 클리닉에서는 가임력 판단 지표인 AMH 호르몬 수치 측정을 위한 혈액검사를 무료로 해 준다. 결과에 따라 카인드보디가 운영하는 부티크 스타일 병원에서 난자 냉동 시술을 받을 수 있다. 비용도 낮아졌다. 1만 달러(약 1178만원)에서 6000달러대로 40% 이상 떨어졌다. 업체들이 또 ‘당신의 미래를 소유하세요’, ‘시간을 얼리는 것과 같습니다’, ‘가임력은 결코 오늘날의 당신처럼 젊지 않을 것이다. 왜 주저하나’ 등 여성의 모성 본능과 불안감을 조성하면서 여성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스타트업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난자 냉동이 100% 임신과 출산을 보장하는 것은 아닌데 난자 냉동 전문 스타트업들이 불임에 대한 두려움을 악용해 돈벌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인권단체 관계자는 “난자 냉동은 여성의 신체에 절대 이롭지 않다”면서 “암 수술 등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난자 냉동 스타트업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여성의 불안감을 조장하고 있는 만큼 광고를 제한하는 등 정부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2주 남았다 유치원 3법 논의할 시간

    2주 남았다 유치원 3법 논의할 시간

    학부모들의 여망을 담아 사립유치원 비리를 막기 위한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이 천신만고 끝에 지난해 12월 27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다. 일부 사립유치원의 반대와 자유한국당의 비협조로 지난해 마지막 본회의에 올리는 데는 실패했지만 패스트트랙을 강행하면서 유치원 3법은 올해 말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하지만 유치원 3법은 패스트트랙 지정 이후 100일 넘게 단 한 번도 논의되지 못했다. 이 와중에 비리 사립유치원을 비호한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설립허가가 취소된 데 반발해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5일 각하했다. 하지만 한유총은 7일 재신청하는 등 여론이 잠잠한 틈을 타 반격에 나서고 있다. 유치원 3법은 과연 올해 안에 빛을 볼 수 있을까.●국회 정상화 계속 지연 될 경우 6월 25일 교육위서 법사위로 패스트트랙 지정이 곧 법이 통과됐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만 그것은 패스트트랙 제도를 잘못 이해한 것이다. 패스트트랙 제도는 여야 합의로 법안 처리가 어려운 것을 대비해 상임위원회에서 재적의원 5분의 3 찬성으로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지정해 일정 기간 후 본회의에 자동 상정해 표결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상임위에서 120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90일을 심사한 뒤 본회의에 부의되어 60일을 거쳐 모두 330일이 지나면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한다. 유치원 3법은 지난해 12월 27일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이후 교육위에 오는 24일까지 머문 뒤 다음날인 25일 법사위로 넘어가게 된다. 이어 9월 22일까지 법사위를 거친 뒤 9월 23일부터 본회의에 부의돼 11월 21일까지 60일을 거친 뒤 11월 22일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고 그때 이후로 열리는 본회의에서 표결된다. 유치원 3법이 소관 상임위인 교육위에서 논의될 수 있는 시간은 2주가량밖에 남지 않았지만 이렇다 할 진전이 없다. 가장 큰 원인은 국회가 열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 정상화가 계속 지연되면 유치원 3법은 단 한 차례도 논의되지 못한 채 법사위로 넘어가게 된다. 법사위는 법안의 체계 및 자구를 심사하는 상임위이기 때문에 유치원 3법을 체계적으로 논의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교육위 관계자는 9일 “법사위 위원의 유치원 3법에 대한 전문성은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국회가 열리지 않는 한 논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우려했다. ●발의한 의원·학부모들 “체계적인 논의·수정 필요한데 국회 멈춰” 일부 사립유치원이 교비로 명품가방, 성인용품 등을 구매한 사실이 알려진 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기간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을 폭로하면서부터다. 여론이 들끓자 박 의원은 당론으로 유치원 3법을 발의했다. 지원금 명목으로 각 유치원에 주는 누리과정 예산을 보조금 형식으로 변경하고 보조금을 교육 목적 외에 쓰면 횡령죄로 처벌하도록 했다. 형법상 횡령죄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하지만 사립유치원 원장의 사유재산을 인정해야 한다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반대에 박 의원의 유치원 3법은 합의 처리가 어려웠다. 결국 임재훈 바른미래당 의원이 중재안으로 발의한 3법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 임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지원금을 유지하되 교비를 교육 목적 외에 쓰면 형사처벌하도록 했다. 처벌 수위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해 박 의원의 3법보다 수위가 약하다. 또 유치원 3법이 실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문제를 저지른 사립유치원 원장에 대한 처벌은 약 2년 뒤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유치원 3법에서 처벌규정을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패스트트랙이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기까지 330일이라는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실제 법이 적용되는 시기는 최소 2020년 11월 21일 이후가 될 수 있다. 학부모들이 하루빨리 법이 시행되는 것을 바라는 여론과도 배치되는 상황이다. 박 의원은 “형사처벌 강화 여부는 앞서 합의해 임 의원 안으로 하기로 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며 “유치원 3법 패스트트랙 처리 이후 사립유치원에서 교비 사용 등에 좀더 주의하는 등 예방적 효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유예기간을 1년으로 둔 것은 법의 시행이 늦어지는 문제가 있으니 6개월 정도로 조정하는 안을 논의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임 의원은 “지금 당장 법안심사소위를 열어서 공포 기간 축소 등 법안을 다듬어야 할 부분이 꽤 있다”며 “여야가 협상을 해야 하는데 지금 대화가 전혀 안 되고 있으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처벌 수준이 약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한메 전국유치원학부모비대위 위원장은 “유치원 3법을 어떻게든 처리하는 게 중요한 걸 알지만 지금 올라와 있는 3법은 앙금 없는 찐빵 수준”이라며 “누리과정 예산을 보조금으로 변경해 횡령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그 부분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지금은 교비를 다른 목적으로 쓰면 사기죄를 적용하는데 재판에서 무혐의 처분을 내리는 일이 많다”며 “사립유치원 감사를 해봤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데 법을 만들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나”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정치권이 제자리걸음만 반복하는 동안 한유총은 설립허가 취소로 표면적 행동력만 위축됐을 뿐 “사립유치원의 자율성을 국가가 침해하고 있다”는 기존의 입장에서는 한 발도 물러서지 않은 채 판세 역전을 노리고 있다. 한유총 관계자는 소속 사립유치원 원장을 포함한 167명이 에듀파인의 위법 행정소송을 낸 것과 관련해 “한유총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소송 취지는 한유총의 입장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한유총은 지난 3월 에듀파인을 전면 수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한유총 소속 사립유치원이 소송을 낸 것은 유치원 3법에 대한 법적 갈등을 만들어 위법 소지가 있다는 여론을 조성해 국회에서 법 통과 자체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유치원 3법이 끝내 오는 24일까지 상임위에서 논의되지 못하고 법사위로 넘어간다고 해도 법안 수정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9~11월이 정기국회 기간이기 때문에 반드시 국회가 열리게 되는 만큼 현재의 유치원 3법이 본회의에 올라가게 되면 그때 수정안을 내서 바꾸는 방법도 있다. 박 의원은 “수정안으로 바꾸게 되면 별도 심사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며 “끝까지 유치원 3법이 수정되지 않는다면 여야가 논의해 수정안을 만들어서 제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가장 우려스러운 건 실제 통과 여부… 총선 전 처리해야 그나마 안심” 유치원 3법이 본회의에서 표결된다 하더라도 본회의 문턱을 넘는 것은 현재로서는 장담할 수 없다. 11월 21일 이후 열리는 본회의는 내년 총선을 4개월여 앞두고 열리기 때문에 지역구 내 힘 있는 사립유치원 원장의 눈치를 보게 돼 의원들이 무더기로 반대표를 던지게 되면 힘겹게 올라온 유치원 3법이 부결될 가능성도 크다. 그동안 일부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가 암암리에 알려졌지만 공론화되지 못했고 또 공론화된 이후에도 법안 마련과 심사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도 사립유치원 원장의 지역 내 영향력이 컸기 때문이다. 심지어 최근 경기도에 있는 한 대형 사립유치원에서 교비 20억원을 빼돌린 사실이 교육청 감사에서 드러나 검찰에 고발당했지만 해당 유치원이 있는 지역구 국회의원실에서 교육청에 연락을 하기도 해 압력을 행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의 장하나 활동가는 “패스트트랙 법안 자체가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이라면서도 “애초에 한국당 등의 반대가 컸던 법안이었기 때문에 패스트트랙 처리 이후에도 논의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장 활동가는 “가장 우려스러운 건 실제 통과 여부”라며 “지난해 말 여론에 이끌려 찬성했던 것과 달리 총선을 앞두고 입장을 바꾸는 의원들이 있을 수 있고 또 올해 말 또 다른 주요 법안에 묻혀 흐지부지되는 것은 아닐지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경기 지역 사립유치원 문제 등을 감사한 내용을 발간한 최순영 전 대표시민감사관(현 경기도민관협치 부위원장) 역시 “현재의 유치원 3법이 완전히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나마 차선책이기에 통과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최 전 감사관은 “총선을 앞두고 실제 부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고 이탈 움직임도 있는 것 같다”며 “결국 여론에 기댈 수밖에 없는데 여성단체들과 대책 항의 집회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무역전쟁 쇼크’에 불확실성 커진 한국 경제… 정부, 추경처리 압박

    ‘무역전쟁 쇼크’에 불확실성 커진 한국 경제… 정부, 추경처리 압박

    윤종원 수석 “경기 하강국면 바닥 다지기 대외 여건 따라 추가 하락·반등 가능성” 지난달까지 “경제 회복 추세” 낙관하다 무역전쟁 장기화되자 靑 상황 인식 전환 적극적 정책 강조… 이달 제조업전략 발표청와대가 9일 그동안의 경제 낙관론에서 한 발 물러선 진단을 내놨다. ‘미중 무역전쟁’을 불확실해진 대외 여건의 주요인으로 꼽으며 우리 경제의 하방 위험 장기화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적극적인 정책 대응으로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강조하며 한편으로 국회에 조속한 추경 처리를 압박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 가격이 당초 기대보다 크게 하락했고 최근 나타난 통상마찰이 글로벌 백본(기간망) 경쟁과 결부돼서 조금 더 장기화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 경제 흐름에 따라 국내 경제가 출렁이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했다. 올 들어 청와대는 우리 경제가 건실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9일 취임 2주년 방송 대담에서 “(경제가) 서서히 회복되고 있고 지금 좋아지는 추세”라며 “2분기부터 좋아져서 하반기에는 (경제성장률이) 2% 중후반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주요 2개국(G2)인 미중 간 무역마찰이 예상보다 심화돼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청와대도 상황 인식을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다만 윤 수석은 현 경기 상황과 관련해 “하강 국면에서 바닥을 다지고 있는 국면이 아닌가 한다”면서 “대외 여건에 따라서 추가적으로 하락할 수도 있고 반등할 수도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경제 전망을 낙관하느냐는 질문에는 명확한 답변을 유보했다. 소득주도성장 등 경제 정책 수정도 언급하지 않았다. 윤 수석은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0.4%,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7% 하락한 데 대해 “대외 여건 영향이 60~70%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7년 만에 적자를 보인 지난 4월 경상수지(-6억 6000만 달러)에 대해서는 “수출이 부진했고 배당금 지급 등 일시적 요인이어서 5월에 당장 흑자로 돌아설 것이고 연간 600억 달러 내외 정도 흑자를 보여 크게 우려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했다. 경상수지 적자, 디플레이션 등 우려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청와대는 이런 상황 진단을 토대로 추경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국회를 다시 압박하는 모양새다. 윤 수석은 “경제가 여러 어려운 상황에 있으니 국회에서 이른 시일 내에 추경을 심의해 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다. 문 대통령이 확장 재정을 강조하며 “(기재부가 강조하는) 국가채무비율 40% 기준에 얽매이지 마라”고 지시한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 추산 추경 효과가 실제로 0.1% 포인트 상승에 불과하지만 그만큼 절실함을 강조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다만 일각의 우려를 의식한 듯 윤 수석은 “향후 경제 상황을 감안해 재정 증가 속도를 적절히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달 중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 발표를 시작으로 미래차, 섬유패션,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 제조업종별 혁신 방안 및 서비스업 혁신 방안, 포용금융 비전을 차례로 발표할 예정이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고교급식왕’ 백종원, 1000인분 대결에 현실 조언

    ‘고교급식왕’ 백종원, 1000인분 대결에 현실 조언

    ‘고교급식왕’에서 1000인분 급식 대결이 펼쳐졌다. 8일 방송된 tvN 예능 프로그램 ‘고교급식왕’에는 총 지원한 234팀 중 3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8팀의 정체가 공개됐다. 도합 자격증 15개에 빛나는 요리 인재들로 구성된 ‘한국조리과학고등학교’, 다국적 학생들이 모인 ‘대경상업고등학교’, 외식조리학과로 유명한 ‘서울컨벤션고등학교’, 톡톡 튀는 개성을 보유하고 있는 ‘유성여자고등학교’, 한 살 차이 아빠와 아들 케미를 보여주는 ‘진관&환일고등학교’, 열정 넘치는 ‘부산조리&해운대관광고등학교’, 도제학습 경험으로 요리 실력이 출중한 ‘순천효산고등학교’, 김장에 궁중요리까지 가능한 ‘전주 한국전통문화고등학교’가 그 주인공이다. ‘고교급식왕’ 8강 첫 대진조로 꼽힌 팀은 ‘유성여고’와 ‘서울컨벤션고’. 두 팀은 경상북도의 자율형 사립고 김천고등학교에서 첫 급식 대결을 펼친다. 총 1000인분의 급식을 만들어야 하는 대결이 예고되면서 긴장감을 더했다. 특히 오리엔테이션 장면에서는 메뉴 구성부터 단가와 영양소 계산 등 그간 알지 못했던 급식의 준비과정과 다양한 정보들이 눈길을 끌었다. 무엇보다 ‘급식멘토’ 백종원은 본 대결에 앞서 각 팀의 급식 구성을 살펴보고 조리 시간과 단가 등 현실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실제 급식 메뉴로 활용할 수 있는 레시피 꿀팁까지 전수하며 고등셰프들을 독려했다. 이 외에도 급식 경험이 전무한 은지원, 초기 급식세대인 문세윤, 그리고 가장 급식에 친숙한 이나은의 케미도 앞으로의 방송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임수정PD는 “앞으로 첫 급식대항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고등셰프들의 우여곡절과성장과정이 보여질 예정”이라며 첫 방송 소감을 전했다. ‘고교급식왕’은 매주 토요일 밤 10시 50분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반도체 가격 하반기도 하락세 전망… 하반기 수출 반등도 빨간불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으로 올 하반기에도 반도체 가격의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하반기 수출 전선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8일 글로벌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3분기 D램 가격 하락 예상폭을 기존 10%에서 최대 10~15%로 조정했다. 4분기 하락 예상폭 또한 기존 2~5%에서 최대 10%로 수정했다. D램익스체인지는 미국이 중국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서 반도체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 봤다. 앞서 반도체업계는 D램을 비롯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올해 하반기부터 상승세로 전환한다는 이른바 ‘상저하고’론을 펼쳐왔다. 하반기는 전통적인 메모리 반도체 성수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하반기 D램 수요가 예상치를 하회하면서 지난해말부터 시작된 메모리 가격 폭락세가 당초 예상보다 깊고 길게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D램익스체인지는 D램 가격이 올해 안에 반등하기는 힘들다고 보고 있다. 보고서는 “통상갈등이 격화하면서 하반기 D램 가격이 당초 예상보다 심하게 요동칠 것”이라며 “내년에는 D램 가격이 반등하면서 점차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 가격이 하반기에도 약세를 보일 경우, 지난해 12월부터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는 수출 전선의 비상도 장기화 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수출은 483억달러로 전년동월(515억1000만달러)대비 6.2% 감소했다. 특히 반도체 수출액은 86억8000만 달러로 전년동월(99억4000만 달러) 대비 12.7% 하락했다. 반도체는 지난해 평균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9%를 차지한 바 있다. 지난해 말부터 국내 반도체 산업의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강 국면에 접어들면서 수출 부진이 시작됐다. 반도체 단가 하락으로 수출액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당초 업계는 하락세로 접어든 반도체 가격이 2분기 부터 서서히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계절적 비수기 영향과 글로벌 데이터센터 업체의 재고 소진으로 전형적인 상저하고 패턴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 되고, 미국이 화훼이에 대한 갈등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예상에 따라 반도체 경기가 하반기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미국 정부가 시작한 화웨이 제재가 IT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침체가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화웨이 제재가 시작되면서 글로벌 반도체 경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반도체는 5월 수출액 75억3700만 달러를 기록해 전월 대비 10.6%, 전년 동월대비 30.5% 감소했다. 정부 관계자는 “다른 수출 산업에 대한 지원방안을 진행하고 있지만, 효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결국 반도체 등 주요 수출품목의 반등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상황으로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세종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임수정 “날 지킬 수 있는 사람은 나”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임수정 “날 지킬 수 있는 사람은 나”

    tvN 수목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배우 임수정이 시청자들의 워너비로 등극했다. 지난 6일 tvN 수목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이하 검블유)’ 2회에서 임수정은 솔직하고 당당한 워커홀릭 ‘배타미’역으로 분했다. 이날 타미는 청문회에서 폭탄 발언을 터트려, 대표이사 송가경(전혜진 분)의 호출을 받았다. 그의 행동이 잘못이었다고 말하는 가경의 말에 타미는 “회사한테 내가 몸빵 대신해주는 부품인진 몰라도 난 내가 소중해요. 날 지킬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고, 그 쇼를 한 건 내가 내 편들어 준 거예요”라고 거침없이 자신의 소신을 드러냈다. 그러나 타미는 곧 열린 징계 위원회에서 해고를 당하게 됐다. 사유는 서비스 전략본부장으로서 카페 관리에 책임을 다하지 않아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것. 유니콘에서 20, 30대 청춘을 보낸 타미에게 황당한 해고 통보는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에 분노한 그는 안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놓으며 “혹시나 해서 가져온 건데 진짜 쓰일 줄은 몰랐네요. 제 스스로 퇴사합니다”라고 말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 긴장감을 더했다. 타미는 위기에 주저앉지 않고, 다시 일어섰다. 포털사이트 경쟁사 바로 대표 민홍주(권해효 분)의 스카우트 제안을 받아들인 것. 타미는 팀원을 꾸려 바로로 입성했고, 그를 중심으로 서비스 개혁 TF 팀을 꾸려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 바로 소셜 본부장 차현(이다희 분)은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타미는 6개월 안에 유니콘을 누르고 1위를 하지 못하면 퇴사하라는 차현의 파격적인 제안을 받아들여, 팽팽한 신경전을 선사했다. 이처럼 임수정은 어떤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쿨한 ‘배타미’를 매력적으로 그려내며, 많은 시청자들의 워너비 여성으로 등극했다. 특히 그의 소신 있는 발언과 주저함 없는 행동들은 보는 이들에게 통쾌함과 유쾌함까지 선사했다. 뿐만 아니라 임수정은 이다희, 전혜진과 함께 극의 긴장감과 쫄깃함을 더해 앞으로의 전개에 궁금증을 자아낸다. 임수정이 ‘검블유’를 통해 보여줄 모습에 관심이 쏠린다. ​ 임수정을 비롯해 장기용, 이다희, 전혜진 등이 출연하는 tvN 새 수목드라마 ‘검블유’는 매주 수, 목요일 밤 9시 30분에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차명진 “문재인은 빨갱이” 또 막말…민주 “당에서 축출하라”

    차명진 “문재인은 빨갱이” 또 막말…민주 “당에서 축출하라”

    ‘세월호 막말’ 논란을 일으킨 차명진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번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빨갱이’라고 지칭해 또다시 막말 논란에 휩싸였다. 차 전 의원은 지난 6일 문 대통령이 현충일 추념사에서 이념과 정파를 뛰어넘는 애국심을 강조하며 약산 김원봉(1898∼1958)을 언급하자 페이스북에 이런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전날 처음 올린 글에서 문 대통령에 대해 ‘탄핵 대상’이라고만 썼다가 수정을 거쳐 ‘문재인은 빨갱이’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차 전 의원은 이 글에서 “김원봉이 누구인가. 김일성 정권 권력 서열 3위, 6·25 남침 최선봉에 선 그놈이다. 그런 놈을 국군 창설자라고 하다니 이보다 반 국가적, 반 헌법적 망언이 어딨는가? 그것도 현충일 추모사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이란 자가”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내가 더이상 이 나라에서 살아야 하나? 한국당 뭐하나? 이게 탄핵 대상이 아니고 뭔가”라며 “우선 입 달린 의원 한 명이라도 이렇게 외쳐야 한다. ‘문재인은 빨갱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5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인 전광훈 목사가 문 대통령을 ‘종북’으로 규정하며 하야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차 의원까지 원색적인 단어를 써가며 비난하고 나서자 여권이 즉각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문 대통령은 약산 김원봉 선생의 월북 전후 행적을 구분해 공은 공대로 인정해줄 수 있는 애국에 대한 통합적 관점을 말한 것”이라며 “이를 이념 갈라치기로 활용해 대통령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비난을 퍼부은 차 전 의원의 입장은 자유한국당의 공식 입장인가”라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그렇지 않다면 지난 번처럼 면죄부주기식 징계로 막말 경쟁을 부추기지 말고 이번 기회에 차 전 의원을 당에서 영구히 축출하길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차 전 의원은 세월호 막말 논란으로 당원권 3개월 정지 징계를 받은 바 있다. 그는 세월호 참사 5주기를 앞둔 4월 15일 페이스북에 “세월호 유가족들.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처먹고, 찜 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 먹고 진짜 징하게 해 처먹는다”라는 글을 써 비난 여론이 크게 일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부산 수자원...뱀장어 인공 종자 생산

    부산시 수산자원연구소는 국립수산과학원이 공모한 ‘환경인자 제어를 통한 뱀장어 수정란 생산·보급’용역에 선정됐다고 7일 밝혔다. 수산자원연구소는 이번 공모 선정으로 8000만원의 사업비 확보는 물론, 실뱀장어 대량 생산 연구에 기틀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 수산자원연구소는 이에따라 이달부터 관련 전문가 자문과 그동안의 연구경험을 토대로 국내 최초로 뱀장어 인공 종자 생산을 위한 본격적인 연구개발에 들어갈 예정이다. 수산자원연구소는 앞으로 뱀장어의 성숙과 산란에 미치는 최적의 염분 조건을 규명하고, 산란 유도 방법 등을 통해 우량 수정란을 생산해 올 연말까지 관련 단체와 민간업체에 제공할 방침이다. 수산자원연구소는 2013년부터 자연산 뱀장어를 인공수정해 ‘렙토세팔루스’라는 뱀장어 유생을 부화시키는 데 성공해 뱀장어 수정란 대량 생산에 기여해왔다. 렙토세팔루스는 어린 시기에 몸이 투명하고 버드나무 잎사귀 모양의 실뱀장어를 뜻한다. 부산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심현희 기자의 맛있는 술 이야기] 동치미·곶감·깻잎…K칵테일의 세계

    [심현희 기자의 맛있는 술 이야기] 동치미·곶감·깻잎…K칵테일의 세계

    해외 여행 중 현지의 유명 레스토랑에 들러 전통 로컬 음식을 맛보는 일은 큰 기쁨입니다. 그 지역에만 있는 생소한 식재료로 만든 요리들은 우리의 미각과 호기심을 동시에 충족시켜주죠. 특히 밤에 조용한 분위기에서 ‘혼술’을 즐기는 바(Bar) 문화가 발달한 서양 여행객들은 인기 레스토랑뿐만 아니라 지역을 대표하는 바를 찾아가 ‘로컬 칵테일’을 마시며 낯선 곳에서의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을 찾은 관광객들은 어떤 칵테일을 마실까요? K팝, K패션, K푸드처럼 외국인들이 사랑하는 ‘K칵테일’도 있는 걸까요?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엘리스 바’에서 만난 김도형(29) 헤드바텐더는 “한국에서도 5~6년 전부터 간판이 없는 스픽이지 바를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바 문화가 형성되면서 K칵테일이라는 장르가 생겨났고, 메뉴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바텐더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바텐더 대회인 디아지오 월드클래스 2016년 대회에서 최연소 한국인 대표로 선정된 이후 여러 국제 바텐더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쥔 촉망받는 바텐더입니다. 지난 3월에는 프랑스에서 열린 레미마틴 글로벌 바텐더 대회에서 전체 1위를 차지하면서 급성장 중인 한국의 바·칵테일 문화를 세계에 보여줬습니다. 그가 개발한 대표적인 K칵테일은 한국의 곶감을 활용한 ‘코리안 올드패션드’입니다. 올드패션드는 미국 위스키를 베이스로 해 각설탕과 소다수 등을 첨가해 만든 유명한 칵테일이죠. 그는 위스키 대신 코냑 레미마틴에 곶감주스, 시나몬, 진저시럽을 섞어 올드패션드를 재해석했습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한국적인 재료인 곶감과 세계인들이 좋아하는 계피향의 조화는 외국 심사위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결국 그가 우승 메달을 거머쥐었죠. 그는 이 ‘코리안 올드패션드’를 현재 일하는 바 메뉴에 추가했고, 외국인 손님들 사이에서도 인기 메뉴로 자리잡았다고 하네요. 그는 “최근 한국 음식이 인기가 많아져 K칵테일에 들어가는 재료를 이해하는 외국인 손님이 부쩍 늘었다”면서 “한번은 칵테일에 깻잎을 넣는 시도를 했는데 손님들이 코리안바비큐 먹을 때 들어가는 채소 아니냐면서 거부감 없이 칵테일을 즐기더라”며 웃었습니다. 동치미 국물과 김치를 사용해 해장 칵테일을 만들기도 했는데 이 또한 ‘코리안 블러디매리’(미국의 해장용 칵테일)라며 반응이 뜨거웠다고 하네요.한국은 바 문화를 일찍 받아들인 일본, 싱가포르, 홍콩에 비해서는 아직 칵테일 저변이 얕은 편입니다. 하지만 열정적인 한국 바텐더들이 이색적인 K칵테일로 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 바텐더들 사이에서는 상대적으로 비자를 받기가 쉽고, 글로벌 회사들이 많아 아시아에서 바 문화 수준이 가장 높은 싱가포르에 진출하는 것이 트렌드인데요. 싱가포르 페어몬드 호텔 헤드바텐더로 일하는 강수진(30)씨는 “2010년부터 한국인 바텐더들이 오기 시작해 현재 20여명의 바텐더들이 활약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K팝과 한국 드라마 인기 덕분에 오미자, 둥굴레, 누룽지, 막걸리, 수정과 등 한국 재료를 응용한 칵테일을 내놓으면 반응이 좋다”면서 “한국 바텐더들이 더 열심히 활약해서 올드패션드처럼 한국에서도 세계 어느 바를 가든 먹을 수 있는 칵테일이 곧 나왔으면 한다”고 바랐습니다. macduck@seoul.co.kr
  • [박성민의 게임체인저] 수집하듯 무더기로 최고 수재 유치…인재전쟁은 ‘포로 늘리기’가 아니다

    ‘인재전쟁’(War for Talent). 1997년 맥킨지가 이 같은 제목으로 낸 보고서는 곧 닥쳐올 고급 인재 부족 현상을 예견해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고, 최근까지 후속 연구 및 관련 논쟁을 낳고 있다. 20여년이 흐르는 동안 인재전쟁을 반박하는 연구도 나왔다. 말콤 글래드웰은 미국 에너지기업 엔론의 2001년 도산 사례를 앞세워 반박 연구의 최전선에 섰다. 엔론엔 ‘최고의 수재’가 넘쳤지만, 엔론은 수재들의 업무 실패와 도덕적 약점을 인정하지 않다가 부실을 쌓고는 도산했다는 결론이다. 인재전쟁 보고서에서 간과한 이 같은 오작동 가능성에 새로운 세대의 특성과 성향, 기술·기업환경 변화까지 감안하면 ‘최상위 인재 확보가 능사’라던 20년 전 보고서의 결론을 지금 그대로 대입하는 것의 위험성을 알 수 있다. 지난 4월 29일 LG화학은 미국 법원 등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했다. 2017년부터 2년 동안 SK이노베이션이 차세대 전기차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연구원을 비롯해 LG화학 직원 76명을 대거 스카우트했다고 주장했다. 정면 대응 방침을 밝힌 뒤 반소를 제기한 SK이노베이션은 자발적 이직일 뿐 기술 빼오기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엔 2012년으로 가보자. 현대차그룹이 현대오트론을 설립해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진출할 때에도 다른 기업 인력을 끌어온 일이 있었다. 2011년 현대차 계열사 경력연구원 채용에 이어 2012년 현대오트론이 출범한 전후로 특히 LG전자에서의 이직이 많았다. 당시 LG전자 임직원 퇴사율은 25.6%에 달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퇴사율은 9.8%에 불과했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선 ‘현대차 스카우트는 LG전자 침체와 맞물려 탄생한 작품’이란 비아냥이 나왔지만, 당시 현대차 측은 개인이 선택한 이직이라고 일축했다. 두 개의 장면은 한국 기업이 인재전쟁을 이해하는 방식을 드러낸다. 기술력을 지닌 핵심 인재부터 조직의 시스템을 구축할 관리형 인재까지 사업 목표에 맞춰 적절한 팀을 구성하는 일은 도외시한 채 과거 실적과 명성만 전해 듣고 수집하듯 무더기로 유치하는, 그것도 한국 기업들끼리의 쟁탈전에 국한된 전쟁이다. 모셔온 인재들은 새로운 조직의 기업문화, 사업시스템을 수정할 권한 없이 요구받은 업무를 쥐어짜듯 해낸다. 핵심 인재들의 뛰어난 역량은 단기적인 사업 목표를 달성하는 데 효과적이겠지만, 이 과정에서 비효율적인 조직문화나 구태적 시스템이 교정되는 일까지 기대하기는 어렵다. 인재전쟁에 들이는 노력과 자원의 측면에서 구글, 아마존, 시스코 같은 기업들이 뒤지지 않는다. 이들이 가진 무기가 천문학적인 인재 유치 비용뿐이라는 짐작은 오진이다. 구글은 독립적인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사업부나 회사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최고 인재의 자율성을 보장한다. 시스템적인 지원이 절실한 인재라면 전담팀을 구성해준다. 생애주기상 육아에 마음을 빼앗긴 여성 임원이라면 탄력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업무 범위와 근로계약을 수정한다. 인재 유치 자체가 끝이 아니고, 인재에게 가용 자원을 더 배치해 그 인재로 인해 더 좋은 업무 시스템이 구성되는 단계에 이르러야 ‘해피엔딩’으로 보는 관점이다. ‘인재 포로 늘리기’를 넘어서 인재공급망, 인재 가치 분석, 미래 필요 인재 예측, 분석적 인사관리를 통해 인재 육성 사다리를 구축하고 채용된 인재와 기존의 인재 모두를 성장시키고 유지하는 게 지금 인재전쟁이란 말에 함축된 미션이다. 배화여대 교수
  • 범죄 방지와 조리돌림 사이… 범인 신상공개 ‘고무줄 잣대’

    범죄 방지와 조리돌림 사이… 범인 신상공개 ‘고무줄 잣대’

    찬성측 “피해자 인권 더 중요” “알권리” 반대측 “판결 전까지 무죄 추정 적용” 부실수사 국민분노 피하려 악용 지적도 “공개 통한 예방효과 아직 입증 안 돼” “기준 구체화 하거나 위원회 통일 필요”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의 신상이 공개되면서 강력범 신상공개의 기준과 효과를 두고 논란이 다시 뜨거워졌다. 6일 경찰에 따르면 고유정은 올 들어 3번째 강력범 신상공개에 해당한다. 앞서 경찰은 ‘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씨 부모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김다운(34)과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사건 피의자 안인득(42)의 신상을 공개했다. 현행법에는 신상공개 기준으로 ▲범행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강력범죄 사건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 ▲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의자가 청소년에 해당하지 아니할 것 등 4가지를 규정하고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나 영향력, 물적 증거, 범죄의 잔혹성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하지만 기준이 모호하다 보니 경찰 3명과 외부전문가 4명으로 구성된 강력범죄 피의자 신상공개위원회(위원회)의 구성이나 여론의 동향에 따라 공개 여부가 자의적으로 결정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부실한 수사와 초동 대처 미흡으로 경찰이 비판을 받게 되면 국민의 분노를 피의자에게 돌리기 위해 신상공개 카드를 악용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범 안인득이다. 같은 아파트 주민들이 안인득의 위협적인 행동을 계속 신고했는데도 경찰이 이를 무시해 결국 참극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그러자 경찰은 사건 하루 만에 안인득의 신상공개를 결정했다. 강신업 변호사는 “지방경찰청마다 신상공개 심의위원회가 열리지만, 위원들의 성향에 따라 비슷한 사건도 다르게 판단할 때가 있다”면서 “기준을 구체화하거나 위원회를 통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관성 없는 신상공개로 인해 제도 자체에 대한 찬반 여론도 갈린다. 피의자보다 피해자 인권이 중요하고, 국민의 알권리가 존중되어야 한다는 게 찬성 측 논리다. 직장인 안모(28)씨는 “신상공개 반대론자들은 본인의 가족이 피해를 당해도 ‘피의자의 인권을 존중해주자’는 말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은 신상공개의 근거로 범죄 예방 효과를 제시한다. 이에 대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여죄가 있다면 신상공개가 도움되겠지만 공개를 통한 범죄예방 효과는 아직 명확히 입증된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법원 판결 전까지 무죄추정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모(28)씨는 “공개의 기준이나 효과를 알 수 없는데 현대판 ‘조리돌림’을 위한 조치인 것 같다”고 말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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