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 복제를 보는 국내외 시각
◎인간에 적용땐 혼란·무질서 초래/김영진 인하대 교수·철학
근래 인간복제의 문제로 세계가 떠들썩하다.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 문제로 논란이 일기 시작하고 있으며 예상대로 빠르게 종교계,학계,언론계 등에서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필자는 의료윤리와 생명윤리를 전공하는 학자로서 도덕적 측면에서 양이나 소와 같은 동물의 복제에 대해서는 찬성하지만 인간복제에 대해서는 분명히 반대한다.이러한 반대입장은 공리주의 윤리설과 실용주의에 근거한다.
인간복제란 어떤 것인가?
금년 2월23일 영국 에든버러에 있는 로스틴 연구소의 아이반 월마트박사 팀은 6년생 암양의 DNA 유전자를 다른 양의 난자와 결합해서 암수간의 교배나 수컷의 정액이 없이도 미수정란 핵을 체세포 핵으로 바꾸어 유전학적으로 똑같은 양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유전학자들은 그 팀의 성공이 획기적이라고 말한다.
월마트 박사의 발표후 미국에서도 인간과 가장 가까운 원숭이의 복제가 성공했다는 발표가 나왔다.또 냉동상태의 인간도 복제가 가능하다는 보도가 있었다.
올더스 헉슬리는 그의 소설 「신나는 세상」에서 과학자들이 한번에 90명 이상의 똑같은 아기를 낳는 이야기를 쓴 바 있다.그의 소설은 공상적이었다.그러나 월마트박사팀의 연구결과는 헉슬리의 공상이 이제는 공상이 아니라 인간의 복제도 정말 가능하다는 것을 알리는 아주 획기적이고 혁명적인 것이다.
○헉슬리소설 현실로 나타나
이제 논의의 초점을 바꾸어 윤리적 차원에서 인간복제에 관한 논의를 전개해보자.
필자는 인간을 제외한 동물의 복제에 대해서는 조건부로 찬성한다.공리주의나 실용주의의 차원에서 볼 때 양이나 소와 같은 것을 많이 복제한다고 해서 그것들의 존엄성이나 정체성(Identity)에 관한 윤리적 문제가 생길리 없다.오히려 더 많이 복제함으로써 인간의 복지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예를 들면,인간과 비슷한 장기를 지닌 돼지에 사람의 유전자를 주입해서 이식에 지장이 없는 인간의 장기를 생산하는 등의 이점이 있다.
그러나 인간의 복제에 대해서는 반대한다.전문가들은 인간복제도 부분적으로는 유익하며 실용적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그러나 거시적 차원에서 볼 때 장점보다는 혼란,무질서,가치전도와 같은 나쁜 점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특히 인간의 존엄성과 정체성에 관련하여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은 뻔하다.양,원숭이 등과 달리 인간에게는 존엄성과 정체성이 매우 소중하고 필요하다.그런데 인간복제가 현실화되면 인간의 존엄성과 정체성에 커다란 혼란과 도착현상이 생길 것이다.그리고 그 결과 도덕적,종교적,법률적,문화적 가치 및 체계가 거의 송두리채 무너질 것이다.
○모든 가치체계 무너질듯
이러한 결과는 공리주의의 윤리설과 실용주의의 입장에서 볼때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인간복제가 허용되면 다음으로 새로운 종류의 인간소외 문제가 생길 것이다.즉 남자가 필요없어지기 때문에 남자가 소외되며 또 남녀가 서로 멀어지는 일이 생길 것이다.이것도 실용주의나 공리주의의 차원에서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남자에 의해 착취당한 여자들이나 성적인 억압을 당한 여자들에게는 남자의 역할이 필요없는 인간복제가 좋을지 모른다.그러나 대부분의 인간들은 안락한 가정,남녀가 영과 육을 합쳐 만든 자식을 갖길 원한다.그런데 인간복제는 이러한 소중한 것을 잃어버릴 위험성을 갖고 있다.따라서 좋은 것이 못된다.
언론의 자유에도 한계가 있는 것처럼 연구와 실험의 자유에도 한계가 있어야 하겠다.
◎인간복제 두려워할 일 아니다/로버트 웨이크브로이트 미 메릴랜드대 철학연 연구원
양과 원숭이의 복제실험이 성공함에 따라 한발 앞으로 다가선 인간복제의 가능성을 놓고 종교계,과학계의 찬반논쟁이 서서히 뜨거워지고있다.미국 메릴랜드대 철학·공공정책연구소의 로버트 웨이크브로이트 박사는 종교계의 주장과는 달리 제대로 알고보면 인간복제는 그렇게 두려워할 일이 아니라고 주장한다.근착 워싱턴 포스트에 실린 그의 글 「인간복제는 그렇게 두려워할 일이 아니다」를 요약한다.
다 자란 양을 유전자결합을 통해 같은 유전자를 가진 양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는 뉴스때문에 윤리적인 우려들이 높아가고 있다.이 우려들은 양을 복제했다는 사실이나 이 성공으로 동물들을 대량복제할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복제의 가능성 때문에 생긴 것이다.그러나 지금까지 제기된 윤리적인 우려들은 대부분 과장되거나 근거없는 것들이다.유전자의 정체가 무엇인지 또한 유전자가 할수있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제대로 알게되면 불필요한 우려들이기 때문이다.
유전자 결합을 통해 인간을 복제하는 일은 공상과학소설에 나오는 것같이 인간을 복사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것과는 다르다.쉽게 말해 인간복제는 쌍둥이를 만드는 것과 같다.일란성 쌍둥이는 생물학적으로 심리학적으로 그리고 도덕적,법률적으로 두명의 개별 인격체다.유전자 결정론을 너무 과신할 필요는 없다.유전자 결정론은 유전자가 인간의 모든 것을 결정하며 환경적인 요인이나 여타 성장과정에서 생겨날 수 있는 여러 가능성들은 모두 무시한다.현재 많은 유전학자들은 이 유전자 결정론이 틀렸다고 주장한다.
○윤리적 우려 대부분 과장
즉 유전자는 키,머리칼의 색등에 영향을 미치지만 이 또한 환경적인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지능이나성격등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에 있어 유전자의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고 간접적이다.이런 주장이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에 있는 쌍둥이를 한번 살펴보면 유전자 결정론이 잘못된 것임을 쉽게 알수있을 것이다.
일례로 사고나 병으로 죽은 아이의 복제인간을 원하는 부모가 있다고 생각해보자.그러나 환경적인 요인 때문에 새로 얻은 아이는 쌍둥이 동생쯤 되지 죽은 아이가 살아온듯하지는 않을 것이다.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굳이 이런 일을 고집하지 않을 것이다.필요한 장기때문에 인간을 복제할 가능성도 있다.그러나 복제인간도 일단 만들어지면 완전한 인격체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그의 장기를 마음대로 처리할수는 없다.체외수정(IVF)이나 정자이식을 통해 태어난 아기를 인간보다 열등한 존재로 여겨 함부로 다루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또다른 예로 신디 크로퍼드나 엘리자베스 테일러처럼 매력적인 딸을 얻고 싶어하는 부모가 있다고 치자.아니면 노예나 애완동물처럼 자기 마음데로 부리고 이용하기 위해 복제인간을 만들려는사람이 있을수도 있을 것이다.하지만 복제인간을 비디오 가게에서 비디오 테이프을 사는 일처럼 쉽게 구할수 있는 세상이 오지는 않을 것이란 점을 염두에 두자.과연 인간복제는 반대해야 하는가.나는 유전자 결정론이 오류라면 굳이 인간복제를 금지하는 법률을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나는 인간복제 기술은 그렇게 어렵거나 거대한 시설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금지법이 효과적으로 시행될 것으로 생각지도 않는다.
거듭 말하지만 유전자 결정론은 오류일 뿐아니라 자칫 인종편견을 불러올 수 있는 주장이다.인간복제를 위험시하여 금지한다면 우리는 이 유전자 결정론을 결과적으로 인정하고 부추기는 셈이 된다.우리는 배란촉진제를 먹는 여성을 비난하지는 않는다.우리에게는 자녀를 언제 몇명이나 낳을지를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그렇다면 같은 시간에 태어나지 않았을뿐이지 쌍둥이나 다름없는 아기를 만드는 일을 굳이 비난할 이유가 있을까.
○악용막는 제도적 장치마련
물론 나도 인간의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일에 윤리적인문제가 전혀 없다고 생각지는 않는다.그렇지만 사악한 목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막을 제도적 장치를 만들고 인간에게 이득이 되게 운용한다면 인간복제는 그렇게 두려워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정리=이기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