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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포털 빅4 수장, ‘4人 4色 리더십’ 눈길

    국내포털 빅4 수장, ‘4人 4色 리더십’ 눈길

    [서울신문NTN 김수연 기자] 한국 포털시장의 빅4가 검색 점유율 향상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향해 한 치의 양보없는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여름 휴가 재충전이 끝나고 최고경영자(CEO)들은 본격적인 사업전략에 나선다. 네이버, 다음, SK커뮤니케이션즈(이하 SK컴즈), 야후 코리아 등 주요 포털 CEO들은 하반기 경영대전을 맞아, 해법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포털시장의 지형을 바꿀 변화 요인들도 CEO들의 고민거리다. 포털업계가 급변하는 경영환경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4개 포털사 CEO들이 서로 다른 행보를 펼치고 있어 주목된다. ◆환골탈태(換骨奪胎)…NHN 김상헌 대표 NHN 김상헌 대표 취임 후 1년 5개월이 지난 현재, 회사는 내적 변화를 겪었다. 네이버 LSO(Let’s Speak Out, 홍보)실 한 관계자는 김 대표 취임 후의 1년을 ‘네이버의 체질개선기’라 불렀다. 네이버는 1998년, 삼성SDS의 정보기술연구소 웹글라이더팀이 만든 사내 벤처로 출발했다. 현재 네이버는 직원 수 3000여 명의 국대 최대 인터넷기업이다. 벤처에서 기업으로 급속 성장한 탓에 벤처와 기업의 성격이 혼재돼 있다는 게 네이버의 특징이다. 취임 후 1년간 김 대표의 ‘체질개선’ 작업은 혼재된 조직 정체성을 정리하는 것이었다. 겉모습만이 아니라 속까지도 기업다운 면모로 ‘환골탈태’하기 위한 체질개선이다. 이를 위해 김 대표가 직원들에게 취한 스탠스는 철저한 성과주의였다. 김 대표는 능력있는 사원에게 더 많은 인센티브가 돌아가는 문화를 조직 내에 정착시켰다. 이후 네이버는 모험심으로 사업 기회를 추구하는 ‘벤처’에서 엄격한 성과평가를 중심으로 업무 효율성을 추구하는 ‘기업’으로의 탈바꿈을 진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를 위해 업무환경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직원들이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성과가 올라간다는 지론에서다. 신사옥 ‘그린팩토리’ 건립도 그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일이다. ‘그린팩토리’는 직원들이 최고의 공간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으며 일할 수 있도록 해 주되 그 성과는 분명히 평가하겠다는 김 대표의 의지가 담겨있는 공간이라고 네이버 측은 밝혔다. 김 대표의 ‘효율성’, ‘전문성’ 중시는 사내 조직을 구성하는 데에도 적용된다. 김 대표는 광고 영업 부분의 ‘NHN비즈니스플랫폼’을 분사시켜 조직의 전문성을 강화했다. 그 결과는 검색 및 배너광고 부문의 성장세로 나타났다. 지난해 1분기 3224억을 기록했던 매출이 같은 해 4분기에는 3711억원까지 올랐고 올해 1, 2분기에는 각각 3788억원, 3813억원을 기록했다. 또 지난해 말에는 조직통합 작업을 단행, 각 사업부별로 흩어져 있던 인수합병(M&A) 관련 인력을 최고재무책임자(CFO) 직속으로 모았다. 신시장 개척과 사업 확장에 보다 효율적인 환경을 조성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M&A 전담조직은 국내외 검색 및 인터넷 서비스 관련 기업들을 공격적으로 끌어안으려는 김 대표를 전방위적으로 지원한다. 김 대표는 이 조직을 통해 지난 7월말 온라인 여행정보회사 윙버스를 흡수 합병, 이어 모바일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윙버스 모바일 버전을 내놓으며 모바일 서비스 강화에 불을 댕긴 바 있다. ‘네이버 10년’ 즈음에 들어온 새 대표의 ‘새로운 10년’을 위한 준비는 이렇게 주도면밀하게 진행되고 있다. ◆여어득수(如魚得水)…다음 최세훈 대표 최세훈 대표 취임 당시 다음은 21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었다. 최 대표는 다음다이렉트자동차보험 대표이사 재임 시 흑자전환을 달성했던 ‘재무통’. 최 대표는 적자로 돌아선 다음의 새 먹을거리를 찾아내 회사의 재무상태를 흑자로 돌려놓을 적임자로 여겨져 CEO로 내정됐다. 취임 후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 최 대표는 여어득수(물 만난 고기)마냥 기대역할을 수행해나가고 있다. 최 대표는 스마트폰으로 인해 변화하고 있는 시장을 다음이 놀 물로 만드는 데에 어느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 무엇보다 모바일 검색 시장의 초기 선점에 성공, 이를 다음의 새 먹을거리로 만들었다는 데에 업계는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웹검색점유율 2위의 다음이 모바일검색점유율 1위를 내다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미 음성 검색과 QR(Quick Response)검색을 도입한 다음은 하반기에는 사물검색과 허밍검색도 도입할 계획이다. 모바일 검색 방법의 다양성 면에서 보면 다음은 이미 네이버를 앞서가고 있다. 실제로 네이버가 지난해 12월에야 흩어져 있던 모바일 관련 인력을 모아 모바일 조직을 꾸린 것과는 달리 다음은 지난해 1월부터 모바일커뮤니케이션본부를 꾸리고 시장 변화에 대응했다. 웹에서 모바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는 검색시장에서 다음과 이를 이끄는 최 대표의 형세는 ‘여어득수’로 풀이된다. 검색광고 개편을 통한 머니타이징도 주목할 만하다. 최 대표는 지난 4월 국내 최대 검색광고 업체 오버추어코리아와 스폰서 검색제휴를 맺었다. 이에 따라 다음은 검색결과 첫 번째 단에 노출되던 5건의 스폰서링크 외에 네 번째 단에도 최대 10건의 스폰서링크 광고 결과를 추가 노출시키게 됐다. 기존 네 번째 단에 배치됐던 다음의 자체 CPC 검색광고는 두 번째 단으로 조정했다. 검색광고 개선은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다음은 지난 2분기, 검색광고 호조에 힘입어 분기 최대 실적인 매출 800억 원을 돌파했다. 검색광고 매출은 사상 처음 400억 원을 넘어섰다. 다음 측은 이에 대해 자사의 검색체질이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자평했다. ◆거두절미(去頭截尾)…SK컴즈 주형철 대표 검색점유율 3위, SK컴즈의 수장 주형철 대표는 경영상 불필요한 사업은 과감히 접고 핵심 사업에 집중하는 ‘거두절미’형 수장이다. 2008년 7월 취임 직후, 주 대표는 조직 ‘대수술’에 들어갔다. “한지붕 아래 두 개의 포털은 필요가 없다”며 네이트와 엠파스를 통합했고 온라인 교육관련 자회사 ‘이투스’ 등 시너지를 내는 데 불필요한 자회사는 과감히 정리했다. 지난해 말에는 네이트와 싸이월드의 통합사이트를 구현해 트래픽 분산을 막았다. 검색에는 ‘시맨틱 검색’을 도입해 검색점유율을 10%까지 끌어올렸다. 사용자의 검색의도를 파악해 검색결과를 보여주는 혁신적인 검색 서비스 ‘시맨틱 검색’을 통해 검색의 품질을 높였다는 평이 이어졌다. 검색 시장의 양대산맥 네이버와 다음이 SK컴즈에 움찔했던 것도 바로 이 시기였다. ‘시맨틱 효과’를 본 SK컴즈는 최근 ‘시맨틱 검색’을 검색 전 영역으로 확대했다. 주 대표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모바일 서비스다. 지난 1월 1일 단행한 조직개편도 이와 상통한다. 주 대표는 올초 200여 명으로 구성된 모바일 관련 조직 CCO(최고컨버전스책임자)를 신설했다. SK컴즈 박성우 홍보팀장은 “회사는 유선에서 이용 가능한 SK컴즈의 서비스를 모바일에서도 모두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연구하는 곳이 바로 CCO다. 이밖에 주 대표는 연내 ‘제2의 싸이월드’를 내놓겠다며 TF팀을 가동하고 있다. 앞으로 보여줄 것이 더 많은 포털 수장. 주 사장의 앞으로의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천지교태(天地交泰)…야후코리아 김대선 대표 지난해 초 야후코리아의 대표로 취임한 김대선 대표의 첫 직장은 제일기획이다. 그는 2005년 AE생활을 접고 오버추어 영업총괄 본부장으로 야후에 입사했다. 2년 후 야후 비즈니스 영업총괄 본부장 자리에, 그로부터 또 2년 후 야후코리아의 새 CEO 자리에 앉았다. 영업과 마케팅 실무에 능한 김 대표는 미국 본사와 야후코리아 간, 그리고 아시아 본사 간 ‘브릿지’ 역할을 하기에 적임자로 평가되고 있다. 외국계 기업의 특성상 야후코리아 수장에게는 본사, 아시아 시장과의 사업조율과 소통의 역할이 기대된다. 본사와 아시아 시장, 야후코리아 간 관계를 ‘천지교태(天地交泰)-하늘과 땅의 마음이 서로 화합하여 서로 상통한다’ 상태로 만드는 것, 이것이 김대선 사장에게 요구되는 역할이라는 것. 탄탄한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이 핵심 역할이라는 말이다. 이 때문에 김대선 사장의 업무성과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거론되는 것이 ‘지역화’다. 닷컴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신속하게 지역화해 한국 이용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야후코리아는 ‘지역화’가 원활히 이뤄져야만 토종 포털이 제공할 수 없는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다. 최근 개편한 야후코리아 사이트는 김 대표가 이룬 가시적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야후코리아 계정으로 로그인하면 페이스북, 트위터 등 제휴 사이트에 따로 로그인하지 않고 해당 페이지에 올라온 글을 확인하고 글을 올릴 수 있도록 한 것이 이번 개편의 특징이다. 개편된 사이트는 본사에서 먼저 기획, 시행한 것으로 인도, 싱가폴에 이어 이번에 한국에서 선보인 것이다. 김 대표는 새 홈페이지로 현재 4%인 검색점유율을 1년 안에 두 배 이상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외국계 기업의 수장에게는 치명적인 약점도 있다. 한국시장만을 위한 독자적인 행보를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보도자료 하나를 내보내도 본사의 컨펌을 받아야 한다. 국내 포털이 발빠르게 움직일 때 야후코리아가 한 박자 늦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표로서의 운신의 폭이 좁다는 것. 의사 결정 권한이 제한돼 있다는 것은 김 대표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김수연 기자 newsyouth@seoulntn.com
  • [열린세상] 일본의 잠수함 능력/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 교수

    [열린세상] 일본의 잠수함 능력/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 교수

    일본은 1976년부터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잠수함 16척 체제를 유지해 왔다. 16척 체제지만 매년 1척씩 퇴역시키고 1척을 새로이 건조해 왔기 때문에 가능한 한 모든 첨단 기술을 적용하며 아시아 최강의 잠수함 국가로 발전했다. 한국이 보유한 잠수함 중 가장 큰 것은 1800t인데 일본은 4100t이다. 잠수함의 형태를 눈물방울형에서 담배모양의 형태로 바꾸면서 상대방의 음향추적을 피하기 위한 음향흡수장치를 외관에 붙여 ‘음향스텔스 잠수함’으로 무장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은 북한의 천안함 공격을 계기로 16척 체제에서 18척 체제로 군사전략을 수정하려 한다. 이번에도 북한이 일본의 군사력 증강을 돕고 있는 것이다. 통한의 식민지배를 당한 지 100년이 되는 해에 북한은 일본이 군사력을 증강할 수 있도록 빌미를 주고 있는 것이다. 1998년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실험을 구실 삼아 일본은 미사일방어체제(MD)를 미국과 마련했고 첩보위성 4기 체제로 인공위성을 군사용으로 사용하는 길을 마련했다. 자위대와 군사력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일본 헌법 제 9조 때문에 엄두도 못 낼 일들이었다. 일본이 18척이라고 하지만 퇴역한 잠수함을 연습함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정확한 숫자는 계상하기 쉽지 않다. 일본의 잠수함 전력을 아시아 최강이라고 평가하는 또 하나의 근거는 오래된 풍부한 경험이다. 제2차 세계대전 시기에도 잠수함 운용 경험이 많은 일본은 미국과 함께 동북아 해저에서 활동하는 상대방 잠수함의 음문(音紋)을 거의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음문이란 사람의 지문(指紋)처럼 잠수함마다 제각기 내는 소리의 특성이 있는데 이 데이터를 오랜 역사를 통해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 잠수함에 상대방 잠수함이 발각되면 어느 국가의 어떤 종류의 잠수함이라는 것을 식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섬나라인 일본은 오래 전부터 바다 밑 방어를 위해 해군력을 착실하게 증강시켜 왔다. 그러기에 상대방 잠수함 식별 능력뿐 아니라 대한해협, 동북아 해역, 동지나해, 남지나해까지 해군 능력을 키워 왔다. 연전에 중국 잠수함이 일본 영해에 들어가려다 발각된 것도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 그리고 일본 자체의 대잠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 공작선이 일본 영해에 침투하려다 발각되는 것도 일본의 해양감시 그리고 그들의 해상교통로를 지키기 위한 수단들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잠수함 킬러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대잠초계기 P3-C를 한국은 10여기 갖고 있는데 일본은 100여기를 보유하고 있다. 때로는 대잠 초계기가 잠수함 추적을 완벽하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의심되는 지역에 여러 대를 한꺼번에 투입하여 탐색에 나서는데 세계에서 작전 영역에 비해 가장 많은 대잠 초계기를 갖고 있는 이유를 알 만하다. 잠수함 전력은 군사전력 중에서 최후의 군사력이라 불린다. 그 이유는 은밀하기 때문이다. 수심 100m가 주 활동 무대이지만 해저 400m 아래로도 내려갈 수 있는 잠수함이기 때문에 바다 밑 어디에 배치되어 있는지 쉽게 알 수 없어 상대방에 몰래 접근해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그래서 가장 두려운 공포의 군사전력이 잠수함 전력이다. 천안함 사태가 잠수함 공격의 공포스러움을 실감하게 했다. 북한보다 한참 뒤진 한국의 잠수함 전력은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유비무환의 대비태세를 갖추지 않으면 언제 또다시 불행을 자초할지 모른다. 그동안 우리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다 밑 방어에 대해 소홀했던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3월26일 천안함에서 46인의 아까운 희생이 있었던 것을 계기로 방어태세에 대한 장비의 도입과 작전개발 등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해 보아야 한다. 지금까지 가장 걱정스러웠던 점은 국민의 안보불감증이었는데 천안함 사태로 안보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만큼 이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 한·일 강제병합 100년에 돌아보는 한국의 안보는 여전히 불안하다. 국력을 높이는 일에 온 국민이 노력할 때 역사의 불행이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다.
  • [8·8개각 지상청문회(5)] 이주호 교과부장관 후보자, 박재완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

    [8·8개각 지상청문회(5)] 이주호 교과부장관 후보자, 박재완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

    ■ 이주호 교과부장관 후보자 일제고사·교원평가 등 현안 공방 예고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후보자로 이주호 차관이 내정되면서 그동안 교육 정책을 둘러싸고 불거진 논쟁이 장기화·고착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 정부 교육정책을 총괄한 이 후보자와 이에 반대하는 진보 교육감의 대립이 더욱 첨예해질 것이라는 뜻이다. 1961년생인 이 후보자가 장관 후보자 가운데 나이가 가장 어린 ‘실무형’이라는 점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교과부의 또 다른 축인 과학계에서는 이 후보자가 교육 쪽에 치우쳐 에너지를 쏟지 않을까 걱정이다. 세종시 수정안이 무산될 때 자동폐기된 과학비즈니스벨트 설치 등 굵직한 현안이 남아 있어 과학계 대변자가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KDI 종신교수 보장 특혜 의혹 17대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을 지낸 뒤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공직에서 보냈기 때문에 이 후보자에 대한 재산 검증은 무난하게 넘어갈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인사 청문회를 앞두고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요청서에서 이 후보자의 재산은 본인 소유의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11억 1200만원)와 본인 예금(2억 7435만원), 배우자 예금(5억 2574만원) 등을 합쳐 21억 3339만원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 김유정 의원 측은 “2004년 이후 이 후보자가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직을 장기 휴직했는데, 그동안에 정년이 보장되는 종신 교수가 됐다.”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 측은 “종신 교수 보장을 받은 것은 청와대 사회문화수석에서 물러나 교수로 돌아간 2008년이었고, 정식 심사를 거친 결과”라고 일축했다. ●야당 밀어붙이기 정책집행 공격 정책 분야에서는 여야 간 공방이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일제고사·자율형 사립고·교원평가제 등 이 후보자가 주도한 정책을 놓고 진보와 보수 사이의 의견이 평행선을 긋고 있어서다. 이 후보자가 차관으로 있는 동안 교과부는 관련 논쟁을 형사고소와 같은 법적인 해법으로 돌파해 왔다. 최근까지 교과부는 일제고사 거부 교사의 징계를 유보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을 검찰에 고발하거나, 민주노동당 가입 혐의가 있는 교사에 대한 중징계를 지시하고, 자율고 지정을 거부한 전북도교육청에 직무이행 시정명령을 내리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역시 논란을 낳는 대목이다. 야당은 비슷한 사안을 끄집어내 이 후보자에게 역공을 취할 수도 있다. 예컨대 교사들의 민노당 당비 납부 혐의와 관련해서는 이 후보자 자신도 국회의원 시절에 현직 교사들로부터 후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어서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박재완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 타임오프제 등 정책대안이 검증 대상 ‘MB(이명박 대통령)의 남자’로 불리는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정책방향 검증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야당의 공격 포인트는 ‘회전문 인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재산·병역 등 사생활에는 별다른 쟁점이 없다는 분석이다. ●야당 전문성 부족 집중추궁 지난 4월2일 자 관보에 실린 ‘2010년 재산변동’(2009년 말 기준)에 따르면 박 후보자의 재산총액은 6억 93 25만원이었다. 예금과 증권 등 자산이 9100만원이었고 부동산은 경기 성남시 정자동에 139.13㎡ 규모의 아파트 한 채를 소유하고 있다. 박 후보자는 12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자료를 통해 현재 재산 총액을 7억 6817만원이라고 밝혔다. 병역은 1977년 2월 보충역으로 입대해 197 8년 3월 만기전역했다. 1981년생인 장남은 현재 경북 안동교도소에서 공중보건의사로 대체복무 중이다. 박 후보자는 1983년 감사원 부감사관으로 공직생활(행정고시 23회)을 시작한 뒤 대학교수와 국회의원 등을 지내며 행정 및 정무 능력을 쌓았다. 그러나 고용 및 노동 분야와는 별다른 인연이 없다. 야당에서는 박 후보자의 전문성 부족을 집중 추궁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특히 지난달 도입된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를 둘러싼 노사 갈등의 해결책과 내년 하반기 복수노조제 시행 관련 대책 등에 대해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고용정책 주무부처 수장으로서 청년실업 등 구조화된 일자리 문제를 풀어나갈 정책 복안도 집중 검증대상이다. 야당은 또 박 후보자가 ‘회전문 인사’의 대표적 수혜자라는 점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박 후보자는 지난달까지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으로 일하면서 세종시 수정안과 4대강 사업 등을 주도했다. 6·2 지방선거 패배 후 청와대 쇄신 인사로 관가를 떠났다가 한 달이 채 안 돼 국정 일선으로 돌아왔다. ●자녀의 미국 국적 논란 미국 유학 중이던 1987년에 태어난 딸이 미국 국적을 갖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한국과 미국 국적을 같이 갖고 있었는데 딸이 미국 유학 중 국적 선택시기를 놓쳐 한국 국적이 자동 상실됐다.”면서 “지난달 법무부에 (한국) 국적취득 신고를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검찰·경찰 수장 임기제 있으나 마나

    검찰총장·경찰청장 임기제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정치·사회적 변수에 따라 언제든 비워야 하는 ‘좌불안석’의 자리가 되고 말았다. 강희락 경찰청장이 5일 임기를 7개월여 앞두고 전격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검·경 총수의 임기제를 두고 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정기관인 검·경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법으로 임기를 정해놨지만 정작 임기를 지키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6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찰은 2003년에 임기 2년의 청장 임기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후 발령된 5명의 경찰청장 중 법대로 임기를 채운 사람은 이택순 전 청장이 유일하다. 첫 임기제 경찰 수장이었던 최기문 청장은 임기를 3개월여 남기고 “경찰 인사 주기와 청장 임기가 맞지 않다. 조직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사임한다.”면서 2004년 말 사퇴했다. 이듬해 취임한 허준영 청장은 그해 말 농민시위 참가자의 사망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이택순 청장에 이은 어청수 청장도 지난해 초 “이명박 정부 집권 2년차를 맞아 새 출발할 수 있도록 자진해서 물러나는 것”이라며 사퇴했다. 김석기 내정자의 낙마로 해양경찰청장에서 자리를 옮긴 강 청장도 “집권 후반기 국정쇄신을 위한 새 진용을 갖추는데 도움이 되기 위한 것”이라며 전격 사퇴를 선언했다. 1988년 검찰의 독립과 중립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검찰총장 임기제도 유명무실하기는 마찬가지. 김준규 현 총장을 빼고 임기제 적용을 받은 김기춘 전 총장부터 임채진 전 총장까지 15명 중에서 임기를 채운 사람은 김기춘·정구영·김도언·박순용·송광수·정상명 총장 등 6명에 불과하다. 1년 11개월을 재직해 임기를 거의 다 채운 총장도 있었지만 임명 3~4개월만에 경질된 경우도 있었다. 정권교체기에는 예외없이 임기를 못 채우고 물러났다. 임기제를 도입한 뒤 평균 재직기간이 오히려 줄었다. 임기제 도입 전 1년11개월이었던 평균 재직기간은 도입 뒤 1년4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 이처럼 임기제 근간이 흔들리면서 조직 내부의 불만도 적지 않다. 강희락 청장이 전격 사퇴한 뒤 한 경찰관은“외부 입김에 흔들리지 않고 보장된 임기를 확실히 지켜줘야 조직이 안정된다.”고 지적했다. 하태훈 고려대 법대 교수는 “정치적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 마련된 임기제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면서 “검찰이나 경찰조직의 안정을 위해서는 임기제를 지키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사설] 檢·警 총수 임기제 유명무실해선 안돼

    임기가 7개월 남은 강희락 경찰청장이 그제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강 청장은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국정쇄신을 위한 새로운 진용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해 용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경찰 후진들을 위해 조직이 안정된 지금을 (물러날) 적기(適期)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강 청장은 경찰청 대변인을 통해 이같은 사퇴 배경을 설명했지만 스스로의 뜻보다는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된 사의표명으로 보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강 청장의 사의표명을 다음 주로 예상되는 쇄신 개각의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강 청장은 지난해 3월 취임, 비교적 무난하게 경찰 수장으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경찰청장은 물론 한 조직의 장(長)은 부하직원들의 잘못으로도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최근에 문제가 된 대구 여대생 납치 살인사건에 대한 경찰의 무능한 대처, 서울 양천경찰서의 피의자 고문사건, 채수창 전 서울 강북경찰서장의 항명 등은 강 청장의 조기 사퇴로 연결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분위기 쇄신을 위한 인사, 조직에 새바람을 일으킬 인사도 필요하지만 임기제가 유명무실해지는 것은 곤란하다. 강 청장의 조기 사퇴로 경찰청장의 임기를 2년으로 보장한 경찰법 개정안이 통과된 2003년 12월 이후 5명의 청장 중 임기를 지킨 경우는 1명밖에 없게 됐다. 검찰총장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1998년 임기제가 도입된 이후 15명의 검찰총장 중 60%인 9명이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물론 법으로 2년의 임기가 보장됐더라도 조직과 본인의 커다란 잘못이나 친인척의 비리 등 책임질 일이 있으면 중도에 물러나는 게 맞다. 하지만 특별한 귀책(歸責) 사유가 없는데도 정권과의 코드가 맞지 않거나 정치권의 흔들기 등으로 경찰청장이나 검찰총장이 정해진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법에 따른 임기를 보장해야 조직 안정과 임기제를 도입한 취지인 정치적 중립에도 보탬이 된다. 강 청장이 물러나는 이유가 무엇이든 10만명의 경찰은 최근 추락한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각오를 다지기 바란다. 경찰은 해이해진 기강을 바로잡아 진정한 ‘민중의 지팡이’로 거듭나야 한다.
  • 비판과 찬사… ‘시대의 거인’ 조명

    비판과 찬사… ‘시대의 거인’ 조명

    역사의 복판에서 굵직하게 획을 그은 이들이 있다. 한 시대의 지도자였거나 어느 분야에서 혁명적인 진보를 이뤄낸 이들이다. 꼭 이들이 아니라도 별빛 하나 없이 칠흑처럼 어두운 밤길을 갈 때면 앞서 떠났던 이들의 발자국을 더듬거리게 마련이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나아갈 길이 보이지 않을 때 치열했던 이들의 삶을 더듬는 것 역시 마찬가지 이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물론, 영원한 혁명가를 자처했던 체 게바라, ‘원자폭탄의 아버지’로 통하는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삶을 총체적으로 다룬 평전이 잇따라 쏟아졌다. 긍정과 교훈으로 점철된 위인전류와는 차별된다. 평전은 이들 삶의 어두웠던 면까지 드러내며 객관적인 평가를 담았다. ■ 20~30대 글 발굴 ‘통념 너머의 DJ’ 조망 【김대중 평전】김삼웅 지음 시대의창 펴냄 너무 익숙한 것은 소중하지도 않을뿐더러 영 성에 차지도 않는다. 지난 50년 남짓 동안 한국 현대정치사에서 ‘김대중’(1924~2009)은 늘 비판과 찬사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비판하는 이에게도, 옹호하는 이에게도 굳이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기존에 알고 있던 만큼, 주장을 펼치면 그만이었다. 이는 그가 대통령을 지낼 때도, 퇴임한 뒤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서거 1주기를 맞아 출간된 ‘김대중 평전’(김삼웅 지음, 시대의창 펴냄)은 앞서 나온 자서전(‘김대중 자서전’)과 더불어 숨가쁜 현대사의 영마루를 오르내리며 ‘통념 너머의 김대중’을 조망한다. ‘김대중은’이라는 주어로 반복되는 평전은 언론인 김삼웅이 40년에 걸쳐 자료를 모으고 인터뷰한 결과물로, 그 꼼꼼함과 성실함 속에서 김 전 대통령의 삶이 더욱 입체적으로 두드러진다. ‘인물계’ ‘신사조’ ‘사상계’ 등에 실렸지만 자칫 묻혀질 뻔한 20, 30대 청년 김대중의 글을 발굴해 실었다. 발굴된 자료들은 김 전 대통령을 지긋지긋하게 괴롭혔던 좌경용공 공세라는 것이 아무 근거가 없으며 오히려 ‘반공주의자이자 민주주의자’임을 반증한다. 평전은 또 평생에 걸쳐 김 전 대통령에게 덧씌워졌던 색깔론의 굴레,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정치 공세, 현실과 절묘히 결합한 이상주의의 실천 사례들을 수많은 신문 기사와 인터뷰 등 각종 자료를 통해 보여준다. 김 전 대통령은 ‘혁명가 김대중’이 아니라 ‘정치인 김대중’이었다. 그래서 늘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선택했고, 현실과 소통하고 타협하는 원칙을 중심에 놓았다. 그가 자서전에서 자신이 존경해 마지않는 백범 김구에 대해 진한 아쉬움을 드러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한부 신탁통치를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했고, 단정 반대 등이 여의치 않았다 하더라도 총선을 치러야 했다는 게 김 전 대통령의 판단이다. 평생에 걸쳐 견지해온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 감각’이 투영된 결론이다. ‘사쿠라’라는 손가락질을 감수하면서까지 한·일 협정에 조건부 찬성 입장을 밝혔던 것이나, 노태우 정부의 중간평가를 반대한 일 역시 연장선상의 산물이다. 이러한 소신은 자서전에도 자세히 나와 있다. 평전과 자서전은 ‘시대의 거인’ 김대중을 더욱 풍성하게 읽을 수 있는 상호보완 텍스트다. 극단적 평가의 한복판에 있던 그는 떠났고, 책은 남았다. 이제는 우리가 바뀔 차례다. ‘김대중 평전’ 1·2권 4만원, ‘김대중 자서전’ 1·2권 5만 5000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불꽃처럼 산 혁명가 총체적 해부 【체 게바라, 혁명적 인간】 존 리 앤더슨 지음 플래닛 펴냄 에르네스토 게바라 데 라 세르나. 이 복잡한 이름의 사내는 1928년에 태어나 1967년 숨졌다. 아르헨티나에서 나고 자랐지만 쿠바·콩고에서 주로 활동했고, 볼리비아 시골의 한 학교에서 살해됐다. 총탄이 빗발치는 전장에서도 책 읽기를 즐겼고 시를, 특히 파블로 네루다의 시를 좋아했다. 두 살 때 이후 평생 동안 천식 발작으로 고생했다. 의대를 나왔지만 청진기가 아닌 총을 들고 남미, 아프리카 등 세계를 돌며 무장 혁명 봉기를 부르짖었다. 프랑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그 사내를 가리켜 ‘우리 시대 가장 완전한 인간’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불꽃처럼 살다간 그를, 가까운 이들은 ‘체 게바라’ 또는 그냥 ‘체’라고 불렀다. 체 게바라는 살아서는 제3세계 혁명의 실천자였고, 죽어서는 영원한 저항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헝클어진 머리와 다듬지 않은 수염에 검은 베레모를 쓰고서 먼 곳을 응시하는 얼굴 자체로 저항과 혁명을 얘기하고 있다. 이익의 흐름에 첨예한 자본은 그러한 이미지조차 상품화하여 소비하기 시작했다. 세계 곳곳에서 티셔츠, 스노보드, 맥주, 시계, 비키니, 유아복 등에 찍혀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체 게바라, 혁명적 인간’(존 리 앤더슨 지음, 허진·안성열 옮김, 플래닛 펴냄)은 이렇듯 영원한 혁명을 꿈꾸던 게바라의 삶과 그가 겪었던 당대의 세상을 총체적으로 복원해냈다. 그가 죽고난 뒤 서구에서는 그의 삶을 신화의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책, 또는 그의 잔인하고 냉정한 면모를 부각시키며 폄하하는 상반된 책이 횡행했다. 탐사보도 전문기자인 저자는 5년에 걸친 자료 조사와 다양한 인터뷰 등을 바탕으로 게바라에 관한 감상적인 대목은 걷어내고 삶의 실체에 접근한다. 때로는 현미경을 들이대듯 세세하고 구체적으로 게바라의 모습을 해부하는가 하면, 때로는 망원경으로 들여다보듯 지구사적 변화의 흐름 속에 있는 게바라를 조망한다. 연대기적으로 삶의 행적을 좇는 것이 아니라 삶의 미묘하지만 섬세한 결을 좇는 것이다. 게바라가 지내왔던 시기시기마다 당대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상세한 설명이 펼쳐진다. 게바라 인물 자체에 대한 직접적 궁금증을 풀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약간의 인내심을 요구하는 대목이다. 2차 세계대전 무렵 정치적 격변을 겪던 아르헨티나는 정치 투쟁과 학생 시위가 다반사였다. 그러나 10대의 게바라는 정치에 별 관심이 없고 고집이 세며 그저 충동적인 반항을 일삼았을 뿐이었다. 훗날 활동의 예후를 굳이 찾는다면 모험을 동경하고 즐겼다는 사실 정도다. 대학에 가서 ‘공산당 선언’, ‘자본’ 등 마르크스와 레닌의 저작을 읽고, 잭 런던을 찾아 읽으며 새로운 사상을 서서히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게바라는 오토바이를 타고 라틴 아메리카를 두루 둘러보며 원주민들의 비참한 삶을 똑똑히 목도한다. 모험을 즐기는 타고난 성격에 독서로 쌓은 마르크스 철학 체계가 더해지고, 민중에 대한 구체적 애정까지 보태지며 그는 제국주의를 반대하는, 실천하는 혁명가로 거듭나게 된다. 무려 1176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다. 10년 전 국내에 소개된 ‘게바라 전문가’ 장 코르미에가 쓴 ‘체 게바라 평전’이 게바라 입문서 정도라면, 이 책은 ‘게바라 대해부서’라 할 수 있겠다. 4만 8000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로버트 오펜하이머 영광과 몰락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카이 버드·마틴 셔원 지음 사이언스북스 펴냄 “겉보기에는 단 한 명의 과학자가 파문 당한 사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모든 과학자들은 앞으로 국가 정책에 도전하면 어떤 심각한 결과를 맞이하게 되리라는 점을 알아채게 되었다.”(본문 중에서) 서너 명이 뉴욕으로 폭탄을 몰래 가지고 들어와 도시 전체를 폭파시킬 수 있지 않을까에 대한 질문을 받자 그는 날카롭게 “물론 가능합니다. 그들은 뉴욕을 파괴할 수도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깜짝 놀란 상원의원들이 “도시 어딘가에 숨겨진 원자폭탄을 탐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기구를 사용하지요.”라고 묻자 오펜하이머는 “드라이버”(모든 상자와 서류 가방을 열어 보기 위한 도구)라고 짧게 대답했다. 과학과 권력이 불화를 빚을 때 과학자는 어떤 운명을 감수해야 할까. 핵 원조국 미국의 테러 위협은 낮아졌나. 1945년 미국이 일본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린 이래 우리 사회에는 이 두 가지 질문이 따라다녔다. 천안함 침몰처럼 과학자와 정부가 충돌하는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북한, 이란의 핵무기 개발이 ‘핵 없는 세상’을 추진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이상을 방해하는 형국이다. 이 해묵은 질문들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원자폭탄의 아버지’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삶과 몰락은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다. 그의 일대기를 다룬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최형섭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가 번역 출간됐다. 오펜하이머는 37살 젊은 나이에 일약 미국의 원자폭탄 개발 비밀계획인 ‘맨해튼 프로젝트’ 수장으로 발탁됐다.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해 조국 미국에 2차 세계대전을 종식시킨 원자폭탄을 선사했다. 대중적 인기와 명예를 누린 것도 잠시, 원자력이 인류 절멸의 위기로 이어질 것을 절감하고 핵무기에 대한 비판적 입장으로 돌아섰다. 히로시마 원폭 투하 이후 군부·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한순간에 요주의 인물로 전락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의 집요한 도청과 추적이 늘 뒤따랐다. 인간에게 불을 선사한 대가로 신에게 형벌을 받은 프로메테우스와 비견되지만 사실 오펜하이머는 ‘선물’을 준 조국으로부터 버림을 받았다는 점에서 프로메테우스보다 훨씬 비극적인 존재다. 그처럼 철저한 감시를 받은 공인도 드물었다. 그는 불행했지만 그의 궤적을 쫓은 책의 저자들(카이 버드·마틴 셔원)과 결과물을 손에 든 독자들에게는 다행일지 모른다. 수천 건의 자료들을 수집하느라 저자들은 무려 25년의 세월을 들였고, 덕분에 독자들은 FBI가 녹취한 그의 육성까지 생생하게 ‘듣는’ 기회를 갖게 됐다. 책은 5부로 구성됐다. 1부는 가족사와 어린 시절, 2부는 인생을 바꾼 결혼과 만남, 3부에선 맨해튼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는 활약상을 다루며, 4부는 히로시마 원폭 투하를 계기로 달라진 그의 심경과 입장이 집중 조명된다. 5부에서는 매카시즘에 희생된 그의 말년을 이야기한다. 일생 순간순간에 현미경을 들이댔으니 오펜하이머 평전의 결정체라 할 만하다. 잘 드러나지 않았던 연애사는 물론 평탄치 않았던 결혼, 가족 관계도 상세히 전해준다. 그가 문학을 사랑한 청년이었다는 점은 흥미롭다.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 교수에게 독이 발린 사과를 선물한 대목에서는 천재의 엉뚱한 학업 스트레스 해소법에 실소가 나온다. 본문만 1000쪽에 이르는 분량과 다큐멘터리식의 굴곡 없는 전개는 집중과 인내를 요한다. 위대한 인물의 삶을 들여다보는 데 이 정도 노력은 당연할 듯. 2005년 전미 도서비평가협회 전기 부문을, 2006년 퓰리처상 전기·자서전 부문을 수상했다. 4만원.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기로에 선 민주당-인물 포커스] ④ 박주선 의원

    [기로에 선 민주당-인물 포커스] ④ 박주선 의원

    9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쟁투를 벌이고 있는 민주당의 시선은 정세균 전 대표, 정동영 의원, 손학규 전 대표 등 이른바 ‘빅3’에 쏠려 있다. 그러나 반드시 3파전 양상으로만 치닫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른바 ‘다크호스’ 부상론이다. 정 전 대표가 이끈 지도부에서 ‘비주류 목소리’를 대변해온 박주선 전 최고위원이 유력한 다크호스다. 4일 의원회관에서 만난 박 의원에게 “대표가 될 가능성이 정말로 있다고 보느냐.”고 물었더니 한 여론조사기관의 최근 자료를 보여줬다. 당 대표 선호도가 손학규(26.9%), 정동영(18.9%), 정세균(15.8%), 박주선(15.3%), 천정배(9.4%) 순이었다. “이 정도면 ‘빅4’로 분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게 박 의원의 설명이다. 박 의원은 7·28 재보선 패배 직후 지도부 내에서 유일하게 지도부 총사퇴와 비대위 구성을 주장했다. 당에선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왜 자꾸 다른 소리를 내느냐.”는 비판이 많았다. 그는 “반드시 이겨야 할 선거에서 졌고, 이명박 정부에 면죄부를 줬으며, 한나라당 견제의 동력을 떨어뜨린 뼈아픈 패배였기 때문에 총사퇴는 당연했다.”면서 “패배의 책임이 아니라 공정한 전당대회 관리 때문에 퇴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정 대표는 끝까지 진정성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특히 ‘물레방아식’ 대표는 안 된다며 ‘빅3’를 싸잡아 견제했다. “당의 수장을 맡다가 문제가 생기면 잠시 물러나고, 기회가 생기면 다시 나오는 인사들로는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 지도급 인사의 임무교대가 반드시 필요하며, 대선에 도전할 사람보다는 당을 수권정당으로 만들 관리형 대표가 필요하다는 논리로 박 의원은 대의원 표심을 파고들 생각이다. 박 의원의 강점은 옛 민주계의 지원으로 대의원 수가 가장 많은 광주·전남에서 상당한 세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역으로 광주·전남을 넘어서기가 힘들다는 뜻이기도 하다. 박 의원은 “2년 전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나의 당선을 점친 사람은 별로 없었다.”면서 “남들이 끝났다고 했을 때 다시 일어선 ‘스토리’를 갖고 있는 나를 통해 민주당의 새 희망을 꿈꾸는 대의원들이 다른 지역에도 많다.”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최종원 민주당 의원 “연예인의 정치 참여 자유로워야”

    최종원 민주당 의원 “연예인의 정치 참여 자유로워야”

    일요일이던 지난 1일 오후. 뙤약볕이 내리쬐는 대학로는 젊은이들의 열기로 더욱 뜨거웠다. 왁자지껄한 카페 한구석에 앉아 있는 그에게선 아직 ‘배우’의 모습만 보였다. 대학로에서 40년을 보낸 연극인 최종원이 이제 여의도로 둥지를 옮긴다. 강원 태백·영월·평창·정선 지역을 대표하는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말이다. 지난 4월 무대에 올렸던 ‘포옹 그리고 50년’이 당분간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될 것 같다. 그는 듣던 대로 직설적이었다. 정치 의식도 확고한 듯 보였다. ‘정치 새내기’ 최종원은 “나이 60에 신념 꺾고 눈치 보며 정치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국회의원 재·보선에 나간다고 했을 때 반응은. -가장 존경하는 신구·임동진 선배가 ‘너는 정치를 잘할 것이다. 도전해 보라.’고 권유했다. 후배들도 출마를 반겼다. →여전히 연예인들의 정치 참여를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누구를 지지하느냐와 별개로 국민의 한 사람으로 연예인도 당연히 정치적 견해를 밝힐 권리가 있다. 이를 나쁘게 생각하는 시선이 문제다. 개그맨 김제동이 전 대통령 장례식에서 사회를 본 게 무슨 잘못인가. 정치적인 소신을 밝힌 연예인의 활동 공간이 좁아진다면, 그게 바로 민주주의의 후퇴다. →예전에도 많은 연예인들이 국회의원을 지냈다. 어떻게 평가하나. -연예인이 직접 정치에 참여하는 것도 문제가 되진 않는다. 정치를 잘했냐, 잘못했냐가 중요하다. 이해랑, 신영균, 신성일, 최무룡, 강부자 등 많은 선배들이 국회의원을 지냈지만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다. 그나마 이순재 선배가 소신껏 정치를 한 것 같다. →정치에 관심 있는 연예인이 많은가. -잘 모르겠다. 예전과 달리 정치에 선뜻 나서는 분위기가 아닌 건 확실하다. 이번에 나를 도와주고 싶어했던 후배들이 많았지만 결국 아무도 나서지 못했다. →정치를 잘할 것 같은 후배 연예인이 있나. -역시 잘 모르겠다. 문성근, 권해효, 김제동 정도면 잘 하지 않을까? 남을 속이지 않고, 남의 상처를 보듬을 만한 사람들이다. →연예인 출신인 유인촌 문화관광부 장관은 어떻게 평가하나. -이창동·김명곤씨는 그나마 틀에 박힌 관료 체계를 고치려고 노력했고, 선·후배들의 고언을 잘 받아들였다. 유 장관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모든 예술 분야에서 비판이 나온다. 문화 분야의 수장으로 100년 대계를 고민했어야 하는데, 문화예술계를 좌파와 우파로 가른 뒤 능력과 상관없이 좌파로 분류된 인사들을 쫓아냈다. ‘연기자 유인촌’을 좋아했던 국민들도 ‘장관 유인촌’에 대해서는 실망했을 것 같다. →연극이 정치에 도움이 될까. -연극은 수없는 연습을 통해 다른 사람의 인생을 구현하는 예술이다. 살인자의 모습도 아름답게 연기해야 한다. 살인할 수밖에 없는 당위를 충분히 객석에 전달해야 아름다운 연기가 된다. 가슴속에 진실을 안고 연기한 것처럼 정치도 진실되게 하면 될 것 같다. →의원에 당선돼 보니 어떤 작품이 특히 기억에 남나. -1980년대 출연했던 ‘리어왕’이다. 우리 지역구에는 어렵게 사는 노인들이 참 많다. 아들은 돈 벌러 도시로 나간 뒤 연락이 끊기고, 며느리는 다른 남자와 결혼해 어쩔 수 없이 어린 손자들을 키우는 분들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주고 광야에서 쓸쓸히 죽어간 리어왕의 모습이 현실로 와 닿는다. →언제부터 정치를 꿈꿨나. -1967년부터 1년 동안 태백 탄광에서 일했다. 그때 경험이 사회적인 의식을 결정하는 계기가 됐다. 대학 진학 당시 연극과와 정외과를 놓고 고민한 적이 있다. 만약 연기자가 되지 않았다면 정치인이나 노동운동가가 됐을 것이다. →출마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이었나. -이광재 강원지사의 직무정지가 결정적이었다. 애초 이 지사가 국회의원에 출마할 때 내게 찾아와 도움을 청한 적이 있다. 그때 나는 ‘한 번만 한다고 생각하고, 주민들이 원할 때 스스로를 던져라.’고 말했다. 이 지사가 추진했던 일을 내가 마무리 짓고 싶었다. 나보다 어리지만 정치적으로 지향해야 할 모델이다. →어떤 정치를 하고 싶나. -나는 정치를 잘 모른다. 그러나 옳고 그름은 안다. 권모술수, 당리당략과 타협하지 않고, 휩쓸리지 않겠다. 지위와 명예는 40년 연극무대에서 다 이뤘다고 생각한다. 환갑 이후 ‘인간 최종원’이 이웃을 위해 뭘 해야 할지 생각하고, 그대로 밀고 나가겠다. →머릿속에 그렸던 정치와 ‘현실 정치’는 다를 텐데. -정치인으로 사는 것에 약간의 불안감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부터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강한 애착을 느낀다. 선거운동할 때도 동네 어르신들께 ‘자주 찾아오지 못할 것이다. 또 당선되기 위해 경·조사 찾아다니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시류에 오락가락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내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고 검증받고 싶다. →박근혜 전 대표를 높게 평가한다고 했는데. -세종시 논란에서 소신을 굽히지 않는 모습이 좋았다. 천재지변이 발생하지 않는 한 자기 말에 책임지는 게 바로 정치인의 신뢰라고 본다. →국회 상임위가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로 정해졌다. 특별히 관심 갖는 분야가 있나. -종편채널 문제를 좀 짚고 싶다. 대형 신문사가 방송을 소유하고, 방송이 난립하는 게 과연 옳은지 의문이다. 할아버지와 손자가 함께 볼 드라마가 없다는 것도 큰 문제다. 시·군·구마다 모두 근사한 문화예술회관은 갖췄는데, 그 공간을 채울 콘텐츠가 턱없이 부족하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최종원 의원은 익살스러운 연기로 사랑을 받은 명배우 출신이다. 1970년 ‘콜렉터’를 시작으로 연극 무대에 데뷔해 영화 ‘투캅스’, KBS 드라마 ‘왕과비’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다. ▲강원 태백, 60세 ▲태백공고·서울연극학교 ▲연극연기자그룹 회장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열린우리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 위원장 ▲백제예술대학, 대구과학대학 겸임교수 ▲광주영화제 집행위원장 ▲환경부 홍보대사 ▲한국예술산업진흥회 이사장 ▲부인 정영애씨와 2녀
  • “약탈문화재 돌려받으려면 소재부터 파악해야”

    “약탈문화재 돌려받으려면 소재부터 파악해야”

    “3개월만 있다 가려고 했는데 이렇게 오래 있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사람은 계획을 세우고 신은 파괴한다더니 그 말이 맞네요. 마음은 하루라도 빨리 (프랑스로) 돌아가고 싶지만 병원에서 6개월은 더 요양해야 한다니 어쩌겠어요.” 두 번의 수술과 항암 치료를 견뎌낸 팔순의 작은 체구는 한없이 가냘퍼 보였다. 체력이 약해 걸을 때 주위의 부축을 받아야 하지만 다행히 입맛도 되찾고, 조금씩 기력을 회복해가는 중이라고 했다. 프랑스가 우리나라에서 가져간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과 외규장각 의궤의 존재를 처음 발견해 ‘직지 대모’로 불리는 재불(在佛) 학자 박병선(82) 박사. 지난달 말 퇴원해 경기 용인의 지인 집에 머물고 있는 박 박사는 지난 22일 집으로 찾아간 기자를 반갑게 맞았다. 집 앞의 정자 그늘로 기자를 이끈 박 박사는 긴 시간 인터뷰에도 지친 기색 없이 또렷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정부서 문화재 산다고 하면 가격 치솟을 것” 약탈 문화재 얘기부터 꺼내지 않을 수 없었다. 최근 일본 정부가 한·일 강제병합 100년에 맞춰 조선왕실의궤 등 약탈 문화재를 반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일본뿐 아니라 해외 정부가 불법으로 약탈해간 문화재를 되찾아오자는 문화재반환운동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박 박사의 첫마디는 다소 의외였다. “해외에 있는 문화재를 무조건 (우리나라로) 들여오는 게 능사는 아니에요. 우리 정부에서 산다고 하면 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갈 텐데 천문학적 액수에 이르는 예산을 무슨 수로 감당하겠어요. 물론 들여올 수 있으면 가장 좋겠지만 그 전에 누가, 어디에, 어떤 물건을 갖고 있는지부터 정확히 파악해서 목록을 만드는 게 우선이에요. 그 목록만 있으면 아무 때나 소유자와 협상할 수 있고, 전시회 때 빌려올 수도 있잖아요. ” ‘명성황후 표범 카펫’만 하더라도 명성황후와의 관련 여부를 떠나 그런 카펫이 수장고에 있다는 사실조차 40년 넘게 몰랐던 우리의 문화재 관리 현 실태를 신랄하게 지적하는, 아픈 얘기였다. 우리 정부와 프랑스 정부가 진행 중인 외규장각 반환 협상 문제를 본격 꺼내자 박 박사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지금 양국 간에 영구대여 방안이 논의 중인 모양인데 그건 말도 안되는 얘기에요. 우리나라 문화재가 분명한데 왜 그걸 빌려와야합니까? 소유권이 우리나라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여론에 밀려 임시로 국내에 들여온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에요. 다만 이동과 보존의 어려움 등을 고려해 지금처럼 프랑스에서 보관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서울대에서 역사를 공부한 박 박사는 스물일곱살이던 1955년, 한국 여성 최초로 프랑스 유학을 떠났다. 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던 1972년 구텐베르크 성서보다 70년이나 앞선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 직지를 발견해 세상에 알렸고, 1979년에는 베르사유별관 창고에 있던 외규장각 도서를 찾아냈다. 은사인 이병도 전 서울대 교수가 “프랑스가 병인양요때 약탈해간 물건이 많으니 꼭 찾아보라.”고 했던 당부를 잊지 않고 지킨 것이다. 풍문으로만 나돌 뿐 실체를 알 수 없는 약탈 문화재의 흔적을 이국 만리에서 찾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프랑스에선 반역자 소리를 들었고, 한국에서도 질시의 시선이 없지 않았다. 한국에 오기 전까지 그는 병인양요에 관한 책을 쓰고 있었다. 지난해 서울에 온 목적도 병인양요 관련 자료를 찾기 위해서였다. 1886년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 해군들의 일기, 함대장이 프랑스 정부에 보낸 공문, 규장각의 역사 등 양국의 자료를 집대성한 책이 될 전망이다. “중간에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골백번도 더 했어요. 이걸 왜 하고 있나 싶어 자료를 다 찢어버린 적도 많아요. 그러고선 다시 그걸 붙이느라 생고생하고.(웃음)” ●작년 9월 직장암 수술 뒤 국내서 요양 중 지난해 9월 자료 조사를 위해 3개월 일정으로 서울에 온 그는 건강검진을 받으러 병원에 갔다가 직장암 말기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다. 그 길로 수원 가톨릭의대 성빈센트병원에 입원했다. 11월 말로 예약해둔 비행기표는 무용지물이 됐다. 박 박사의 투병 소식은 뒤늦게 알려졌다. 타국에서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찾기에 평생을 바친 사학자가 암치료비도 없이 외롭게 투병 중이라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했다. 모교인 서울대와 청주시, 문화재청, 문화유산국민신탁, 기업 등에서 성금과 후원금이 답지했다. 병문안 오는 사람들도 줄을 이었다. “은인이 너무 많아요.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병원에 찾아와서 위로해주고, 기도해주는 걸 보면서 정말 고마움을 많이 느꼈어요. 강원도 강릉의 어떤 분은 밥을 못 먹으면 죽이라도 꼭 먹어야 한다면서 쌀을 보내기도 하고, 홍삼이 몸에 좋다며 선물로 주시는 분들도 어찌나 많은 지.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이들이 없었다면 지금쯤 어떻게 됐을까 싶어요.” ●“같이 공부해 줄 젊은이들 옆에 있었으면…” 몸은 한국에 있지만 마음은 벌써 파리에 가 있는 듯했다. 프랑스국립도서관을 그만둔 뒤 박 박사는 프랑스 정부가 주는 연금으로 생계를 꾸리고 있다. 결혼을 하지 않은 그는 파리 시내에서 한시간 남짓 떨어진 교외의 한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다. “아무리 여기에 있는 분들이 잘해 준다고 해도 내 집이 아니잖아요. 일도 밀려 있고 하니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에요. ” 할 일은 산더미인데 몸이 따라주지 않는 현실에 그는 조바심을 냈다. 지금까지 혼자서 많은 작업을 하느라 힘들었지만 다행히 기업에서 연구원 2명의 인건비를 지원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 프랑스로 돌아가면 서둘러 작업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후학에 대한 안타까움도 전했다. “나는 이제 말년인데 누구든지 같이 공부해줄 젊은이들이 옆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 일이 힘만 들고 돈은 안되다 보니 일주일도 못돼 도망가는 젊은이들이 태반이에요. 자기가 좋아서 해야지 의무감이나 남이 시켜서는 못할 일이에요.” 그는 “지금도 나보고 ‘연금 받으면서 그냥 편하게 살면 되지 왜 고생하냐’, ‘저렇게 어리석은 사람이 어딨냐’ 그래요. 하지만 어디에 뭐가 있는 지 현지 사정을 내가 제일 잘 아는데 여기서 그만둘 수는 없어요. 하루라도 빨리 가야 해요.” 바람결에 정자 옆 나무에서 잎이 떨어졌다. 박 박사는 “작년 가을, 저렇게 잎이 떨어질 때 이곳에 왔는데 아직도 못 가고 있으니…”라며 말끝을 흐렸다. “원래 홍삼이 잘 안 맞는데 이번엔 웬일인지 잘 넘어가네요. 많은 분들이 걱정해 주시는 걸 몸이 아나봐요. 프랑스 보험회사에서 보험금이 나오면 병원비 다 갚을 거예요. 최대한 많이 받아내야 할 텐데….(웃음)”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박병선 박사는 ▲1928년 서울에서 출생. 5남매 가운데 셋째딸 ▲서울대 사범대 사회생활학과(현 역사교육학과) 졸업 ▲1955년 프랑스로 유학, 소르본대학에서 석·박사 ▲1967년 파리국립도서관 사서 재직시 ‘직지’ 발견 ▲1972년 파리 ‘책의 역사 종합전람회’에 직지 출품,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임을 세계에 알림 ▲1979년 베르사유 별관 창고에서 외규장각 도서 발견, ‘비밀을 누설했다’는 질책과 함께 파리국립도서관 사직 ▲2007년 국민훈장 동백장, 제7회 비추미여성대상 특별상 ▲2009년 제26회 가톨릭대상 특별상
  • 국내 첫 민간지하철 개통1년… 9호선 운영㈜ 최재숙 사장

    국내 첫 민간지하철 개통1년… 9호선 운영㈜ 최재숙 사장

    서울 강남과 여의도를 잇는 ‘황금노선’ 서울 지하철 9호선이 24일로 개통된지 1년을 맞는다. 9호선은 급행열차를 운행하고 매표소를 없애는 등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로 서울시민의 발길을 이끌었다. 9호선의 운영을 맡은 서울9호선운영㈜의 최재숙 사장은 이력이 독특하다. 1967년 철도청 공채 1기로 입사해 서울지하철공사(현 서울메트로)에서 기관사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7200명의 업무를 관장하는 운영본부장까지 지냈다. 관제, 승무, 영업 등 40년간 서울 철도의 곳곳을 누빈 그가 국내 첫 민간지하철 운영회사인 서울9호선운영㈜의 사장이 된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최 사장이 “철도 운영체계의 혁신이 필요하다.”라고 느낀 것은 현장이 아니라 오히려 운영본부장으로 근무할 때였다고 한다. 최 사장이 9호선 수장을 맡아 맨 처음 한 일은 불필요한 숙직제도를 없앤 것이다. 기존 철도회사는 오후 근무조의 경우 새벽 1시쯤 일을 마치면 숙직실에서 잠을 자고 다음날은 쉰다. 하지만 9호선 오후 근무조는 새벽 1시에 일을 마치면 퇴근한 뒤 다음날 늦게 출근한다. ●무숙직제도 역무인력 효율적 활용 그는 “무숙직 제도로 승무와 역무분야에서 인력의 3분의1 정도를 줄이는 효과가 있었다.”면서 “숙직이 없어지니까 불필요한 공간이 줄고 여성 인력을 더 채용하게 되는 등 장점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처음 그가 ‘무숙직 제도’ 와 같은 획기적인 제도를 9호선에 도입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는 우려섞인 시선을 보냈다. ‘급행열차를 운행하다가 일반열차와 사고가 나면 어떻게 하느냐.’, ‘적은 인력으로 안전사고에 대비할 수 있겠냐.’는 등의 걱정과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9호선은 운영 1년 동안 경미한 지연사고 1건 외에는 큰 탈 없이 운영되고 있다. 당초 1일 이용인원(환승인원 제외)을 16만 5000명으로 잡았지만 현재 매일 26만명 이상을 수송하는 등 목표치를 웃돌고 있다. 그 밖에도 ▲1인 멀티플레이어 시스템 ▲급행열차 운행 ▲무노조 등 그가 도입한 철도 운영기법은 다른 철도 운영회사를 긴장하게 했다. 현재 9호선의 ㎞당 운영인력은 22명이다. 서울 메트로(68명)의 3분의1, 도시철도(44명)의 2분의1밖에 되지 않는다. 그는 “9호선의 등장으로 기존 공기업들이 경쟁체제에 돌입하면서 조직을 슬림화하고 비용을 줄이는 등 경영효율 측면을 고민하기 시작했다.”면서 “민간기업이 운영능력을 충분히 보여줬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경전철사업 진출·무인 전동차 검토 9호선은 내년 10월 전동차 48량(12편)을 추가로 들여와 열차를 50% 늘릴 계획이다. 이렇게 하면 러시아워 시간의 열차를 현재 5분 간격에서 3분 간격으로 편성할 수 있게 된다. 또 2013년까지 신논현~잠실운동장까지 4.5㎞를 연장해 운영할 계획이다. 그는 지난 1년간의 운영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추가 사업에 진출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2013년에 개통하는 우이~신설 경전철이 첫 진출 대상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무인 전동차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9호선 운영주식회사의 모기업인 프랑스 베올리아사가 무인 전철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면서 “무인 전철을 받아들일 사회적인 준비가 필요하겠지만 운영에 필요한 노하우는 충분하다고 본다.”고 자신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용어 클릭] ●서울 9호선운영㈜ 프랑스의 교통운영전문회사인 베올리아 트랜스포트와 전동차 제조사인 현대로템이 각각 80%, 20%를 투자해 설립한 국내 첫 민간 운영전문회사. 열차운영, 역사관리, 유지보수 등을 담당하며 9호선과 10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한다.
  • [서울광장] 교육, 침묵하는 다수의 딜레마/김성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교육, 침묵하는 다수의 딜레마/김성호 논설위원

    13·14일 전국에서 치러진 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는 미응시자의 수치만 보면 일단 진보 교육감과 전교조의 패배로 끝난 것처럼 보인다. 학부모와 학생이 응시 여부를 선택하게 한 결정과 학교별 대체 프로그램을 마련하라는 지시는 별 호응을 얻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엄연히 미응시자가 생겼고 이들의 처리를 둘러싼 진보 교육감들의 입장과 교육부의 방침이 엇갈려 일선학교에선 혼란을 면치 못할 판이다. 특히 진보 교육감들이 포진한 시·도교육청의 미응시율이 높았다는 점은 향후 교육정책의 충돌이 잇따를 것임을 넉넉히 예고한다. 이번 일제고사는 6·2지방선거에서 약진한 진보 교육감들의 행보가 현실의 국가정책에 미칠 영향 측면에서 관심이 컸다. 얼핏 봐선 이른바 진보 교육감들의 행보에 첫 제동이 걸린 듯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교원평가며 학생인권조례, 혁신학교, 무상급식과 같은 첨예한 사안들이 도사리고 있다. 16개 시·도에서 포진한 진보 교육감은 불과 6명이지만 이들 휘하에 든 초·중·고생은 서울·경기 42.2%를 포함해 전체적으로 57%에 달한다. 이들의 결정과 행보가 얼마만큼 큰 폭발력을 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교육정책이 경쟁과 평가에 초점을 맞춘다고 할 때 진보 교육감들의 입장과 지향점은 정반대에 있다. 학교·교사의 서열화와 줄세우기, 인권 침해의 현상을 걷어내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혁신의 공약, 날 선 구호, 그리고 이에 대응하는 교육부 사이엔 대결의 전운이 감돈다. 여기에 전교조와 전교조의 교육이념에 공감하는 학부모, 심지어 학생단체까지 정부정책에 반기를 들고 나선 형국이다. 우리 교육계가 이처럼 혼란과 갈등을 겪었던 적이 있었을까. 혼돈의 교육이다. 지금 우리 교육계의 혼돈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들자면 단연 역발상과 역주행이 꼽힐 것이다. 진보교육감의 포진 이후 급속히 진행되는 상황의 반전이다. 혹자는 이를 놓고 ‘코페르니쿠스적 전회’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교육계의 충돌을 주도하는 진보의 역발상엔 위험성이 적지 않다. 현실의 모순을 뒤집어 발전을 이루자는 미래지향의 실질적 대안 부재가 큰 문제다. 세상과 사람들의 인식을 바꾼 역발상의 전회는 먼 후대의 평가로 성패가 나뉘곤 한다. 하루아침에 천지개벽의 반전과 변화를 이룬 예는 드물다. 우주 천체의 이동설을 뒤집은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만 해도 뉴턴의 만유인력으로 확고해질 때까지 숱한 논란과 부작용을 몰고오지 않았는가. 이제 숨을 고르고 가자. 현실을 보지 않는 고집과 협의를 무시한 일방의 독주는 파국을 부를 게 뻔하다. 굳이 소크라테스의 ‘악법도 법’이라는 외침을 들지 않더라도 법과 원칙의 중시는 교육의 큰 가치가 아닐 수 없다. 소크라테스는 그리 말하지 않았다고 많은 사가들이 평가하지만 적어도 질서의 유지와 법적 결정의 존중을 강조한 소크라테스의 원칙은 부인할 수도, 무시할 수도 없는 것이다. 침묵하는 다수를 두려워하고 섬겨야 한다. 더구나 교육자치의 큰 가치를 솔선해야 할 수장들이라면 말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진보성향 시·도 교육감 6명은 평균 30%대의, 높지 않은 지지를 받았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30%의 득표율은 현 교육정책에 불만을 품거나 개선의 바람을 담은 표심의 결집일 수 있다. 4년 뒤 교육 수요자들이 대안 교육을 표방한 진보 정책과 지금까지의 보수정책을 비교 평가할 수 있는 기회의 마련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표를 주지 않은 70%의 침묵의 의미를 더욱 겸허하게 헤아려야 한다. 경쟁력 있는 인재를 키우자는 학생 중심의 교육을 말하자면 진보나 보수의 선긋기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지금 우리 교육계는 공허한 실험을 감내할 만큼 여유롭지도 한가하지도 않다. 침묵하는 다수의 고통과 인내를 통렬하게 살펴가야 한다. 요즘 우리사회에서 그 흔한 소통과 협의가 왜 교육계엔 없는가. 먼저 일제고사 거부 파동의 후유증부터 없애는 게 어떨지. kimus@seoul.co.kr
  • 靑·내각 인적개편 4대 변수는

    청와대 수석 인사는 한나라당 전당대회(14일)가 끝난 직후인 15일쯤 단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초 이번주 초쯤으로 예상했던 것에 비해 2~3일 늦춰졌다. 인사문제에는 특히 신중한 이명박 대통령이 ‘장고’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최종 결정은 당연히 이 대통령의 몫이지만, 이번 청와대 개편과 이어질 개각에서는 4대 변수가 인선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의외의 인물 발탁 가능성 첫번째는 ‘소통’과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임태희 대통령 실장의 내정이다. 정정길 실장이 기왕에 짜놓은 인사안을 바탕으로 청와대는 이미 검증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향후 대통령실을 이끌어갈 임 내정자의 의견이 상당 부분 반영될 수밖에 없다. 정무수석에 당초 김두우 메시지기획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정종복 전 의원이 거론됐지만, 임 내정자의 의사를 반영해 지금껏 전혀 하마평에 오르지 않았던 의외의 인물이 발탁될 것이라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총리도 ‘실무형참모’인 임 내정자와 조화를 이루기 위해 호남·충청출신의 경륜을 지닌 ‘화합형’ 인사쪽에 방점이 찍혀 있다. 강현욱 전 전북지사, 심대평 국민중심연합 대표가 후보군이다.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 40대 중반인 김태호 전 경남지사의 낙점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박영준 국무차장 靑입성 좌절될 듯 공기업 인사 등과 관련한 월권의혹을 받고 있는 선진국민연대 및 ‘영포(영일·포항)라인’ 관련자들의 처리도 여권 인적개편의 또다른 변수다. 논란의 꼭짓점에 있는 총리실의 박영준 국무차장과 공기업 인사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청와대 정인철 기획관리비서관의 거취다. 이영호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은 11일 사표를 제출했다. 박 차장은 청와대 수석으로 갈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지만, 여권내 반대세력으로부터 “국정농단세력”이라는 비난까지 듣고 있어 청와대 입성은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정 비서관도 권한이 대폭 확대된 신임 기획조정실장이 유력했지만 변화가 예상된다. 청와대 민정수석실(공직기강팀)은 이미 이들의 월권 의혹 등에 대해 면밀하게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대통령도 “어설픈 사람들이 권력을 남용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불편한 속내를 드러낸 만큼 월권행위가 확인되면 연쇄 문책이 이어지고, 분위기 쇄신을 위해서도 전체 청와대 개편 폭도 예상보다 커질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벌써부터 청와대 수석인사도 지난 4월 임명된 최중경 경제수석을 포함한 1~2명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전부 바뀔 수 있다는 새로운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나경원 전대 출마… 입각 가능성 무산 오는 14일 열리는 한나라당 전당대회와 7·28 재·보선도 인적쇄신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당장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유력하게 거론됐던 나경원 의원은 전당대회 출마로 방향을 바꾸면서 입각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지는 분위기다. 7·28 재보선은 인적개편의 시기를 조정하는 변수로 작용했다. 개각을 분위기 전환의 카드로 사용하고, 하반기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당초 8월초쯤 단행될 개각시기도 7·28 재보선 직전으로 당겨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명환·전재희 장관 재신임 관심 ‘장수장관’중에서 ‘일 잘하는’ 장관들의 거취는 마지막 변수로 남아 있다. 이번 개각 대상은 교육과학기술부, 문화체육관광부, 농림수산식품부, 보건복지부, 환경부, 국토해양부, 외교통상부 등 통상 취임 3년차를 맞는 7개 부처의 장관이 대상이다. 여기다 임태희 장관의 대통령실장 내정으로 공석이 된 고용노동부와 국방부까지 포함하면 최대 9개 부처의 장관이 바뀌는 대폭적인 개각이 예상된다. 반면 ‘일 잘하는 장관’으로 평가를 받는 사람들까지 단지 오래했다는 이유로 교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어 개각폭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유명환 외교통상·전재희 보건복지·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등은 업무 처리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부처 안팎에서 평가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마평은 이와는 무관하게 나오고 있다. 교과부 장관에는 이주호 1차관이, 환경부 장관에는 김영순 전 송파구청과 박태주 한국정책평가연구원(KEI) 원장이 거론된다. 복지부 장관에는 진수희 의원과 박재완 국정기획수석의 이름이 나오고 있다. 외교통상부 장관이 바뀐다면 후임으로는 김성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 이태식 전 주미대사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국방부 장관에는 안광찬 전 국가비상기획위원장, 이희원 대통령실 안보특별 보좌관 등이 후보군에 들어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부처별 개각 요인 분석·전망

    부처별 개각 요인 분석·전망

    7·28 재보궐선거 이전 개각설이 힘을 얻으면서 개각의 폭과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 정국과 전망 등을 기초로 각계 전문가 의견 등을 들어 부처별 구체적인 교체·유임 요인과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후임자 후보들의 특성 등을 분석했다. ■ 외교 안보 - “교수출신보다 경험풍부한 관료 바람직”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에 대해서는 최장기간 재임으로 외교부 내부 인사가 적체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성환 외교안보수석, 이태식 주미대사, 김종훈 외교통상교섭본부장, 천영우 외교부 제2차관 등이 후임자로 거론된다. 한 외교 전문가는 “경직된 조직에서 오래 생활한 외교부 관료나 현실성이 부족한 교수 출신보다는 정치인이나 과거 관료 등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이 중용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대형 외교행사를 준비하는 데 있어 연속성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국제정치 전문가라서 통일분야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 왔지만, 대북정책의 계속성 측면에서 유임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차기 장관으로 언급되는 홍양호 전 통일부 차관은 전문성이 있고 대통령과 대북정책의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구경북 출신이라는 점이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또 다른 후보로 남성욱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도 거론된다. 한 남북관계 전문가는 “현 장관은 남북관계에 있어 아무것도 안 한다고 낙인찍혔기 때문에 뭔가 남북관계를 풀려는 의지가 있어 보이는 인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취임 9개월째인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천안함 침몰사건이 발생한 뒤 이미 사의를 표명한 상태다. 후임자로는 안광찬 전 국가비상기획위원장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천안함 사건 관련 조치가 마무리되지 않은 데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연기에 따른 후속절차가 남아 있어 유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제 - 정책의 지속성 중요… 큰 인사요인 없어 경제 부처 장관들은 큰 인사 요인은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개각에서 유임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장관 중 하나다. 취임 뒤 지속적으로 계속된 경제위기 국면에서 특유의 리더십으로 무난하게 시장을 컨트롤했다는 평가다. 윤 장관이 물러나게 된다면 후임으로 이석채 KT 회장이 거론되기도 하지만 내부승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취임한 지 2년 가까이 되어 가지만 큰 잡음 없이 부처를 이끌어왔다는 장점이 있다. 개혁 노력도 꾸준히 하고 있어 개각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농업정책의 공공적 기능을 외면해 일부 농민단체와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 교체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친박계 핵심으로 역시 눈에 띄는 교체 요인이 없다. 재임기간이 짧지만 업무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따라서 정책의 지속성 측면에서도 장관직을 계속 수행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명박 정부 최장수 장관 가운데 하나인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냉혹한 평가를 받은 4대강 개발 사업의 주무부처이자 세종시 문제의 관련부처 수장이라는 점에서도 교체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후임자로는 백용호 국세청장과 한나라당 신영수 의원 등이 거론되는데, 부동산정책과 대규모 국책사업 등을 관장하는 부처의 수장답게 전문성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사회 문화 - 비리척결·쇄신 중시 장기재임 부처 대상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최근 잇따라 불거진 교육비리, 학교 내 성폭행 사건 등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명박정부의 교육정책을 완수해야 한다는 명분이 있지만, 지방선거에서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대거 당선되면서 교체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분위기다. 후임자로는 이주호 차관과 설동근 전 부산시교육감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과학계의 한 인사는 “소외되고 있는 과학쪽에서 장관이 나올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취임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데다 호남 출신으로 무난하게 법무행정을 이끈 점에서 유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하지만 최근 스폰서 검사 의혹 등이 불거져 검찰조직을 쇄신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후임자로는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과 신상규 전 광주고검장 등의 이름이 나온다. 불과 2개월여 전 입각한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의 교체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이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고 여당의 패배로 끝나긴 했지만 지방선거도 큰 탈 없이 치러 합격점을 받았다. 재임 기간이 긴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개각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취임 뒤 적지 않은 설화에 휘말린 것도 교체요인으로 꼽힌다. 후임으로는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경험을 쌓은 나경원 의원이 언급된다. 한성대 행정학과 이창원 교수는 “성격이 이질적인 문화, 체육, 관광을 한 군데에 묶어놓은 부처인 만큼 장관의 균형감각과 갈등조정 능력이 필수”라고 조언했다.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은 신종플루 발생 상황을 무리없이 진정시키는 등 탁월한 정책운영능력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고 있지만, 장기 재임한 데다 본인도 당으로 돌아가길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임으로는 진수희 의원과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등이 언급되는데, 보건복지분야의 전문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장수 장관인 이만의 환경부 장관의 후임으로는 충남 음성 출신이라 지역 안배 차원에서 유리한 김영순 전 송파구청장이 거론된다. 전문성을 갖춘 박태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장의 이름도 나오는데, 학자 출신이라 정치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타임오프제 시행 등 현안과 직결되는 노동부는 정치적 고려 요인이 많아 개각 대상에 포함될지 쉽게 가늠할 수 없다. 임태희 장관에 대해서는 노동관계법 개정 과정에서 노동계의 신뢰를 잃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교체된다면 후임자로는 노·사·정 간 갈등 조정능력을 발휘할 중량급 정치인이 임명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백희영 여성가족부 장관의 경우 여성가족부 자체의 요인보다는 개각 폭과 수준 등에 따라 교체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또 취임한지 1년이 채 안됐다. 정책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도 나온다. 유지혜·강주리·허백윤기자 wisepen@seoul.co.kr
  • 수장 바뀐 지자체 ‘인사 태풍’ 분다

    수장 바뀐 지자체 ‘인사 태풍’ 분다

    “정치적 인사는 (해당) 시장과 임기를 같이해야 한다.” 염홍철 대전시장은 당선 직후 시 공기업 및 산하기관 임직원에 대해 이같이 경고했다. 이 발언이 ‘보복인사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는 듯하자 염 시장은 “보복인사는 없다.”고 약속했지만 반신반의하는 사람이 지금도 적지 않다. 새 단체장이 취임하면서 ‘인사태풍’이 몰아치고 있다. 재선된 단체장도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생각에서 대대적인 인사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는 1일 민선 5기 오세훈 시장과 보조를 맞출 부시장 3명을 임명한 데 이어 1·2급 주요 간부에 대한 승진 및 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시는 국가고위직 임명직위인 경영기획실장에 김상범(53) 도시교통본부장을 직무대리로 임명해 정부 임용제청 절차를 밟고 있다. 경쟁력강화본부장에는 정순구(56) 행정국장을 1급으로 승진 임명했다. 또 도시교통본부장에는 김기춘(55) 시의회 사무처장, 행정국장에 정효성(53) 대변인, 시의회 사무처장에 최항도(51) 경쟁력강화본부장을 각각 배치했다. 김상범 내정자는 행정고시 24회 출신, 정효성 신임 행정국장 등은 모두 행시 25회 출신이다. 그러나 이날 임기를 시작한 제8대 서울시의회 민주당 측이 시의회 사무처장 임명 절차를 놓고 반발하고 있다. 시는 전날 임기가 끝난 제7대 시의회 동의를 얻어 의회 사무처장을 임명했다. 시의회 민주당 관계자는 “제8대 서울시의회와 함께 일할 시의회 사무처장을 7대 시의회 동의를 받아 일방적으로 임명한다는 것은 불통 수준을 넘어 시의회를 무시한 처사”라고 지적하고 “절차에 문제가 있는 만큼 신임 사무처장을 거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남도는 한나라당 김태호 전 지사와 정당이 다른 무소속 김두관 지사가 취임하면서 조직개편과 함께 대폭적인 인사가 예상된다. 김 지사는 취임식에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1~2개월 안에 조직진단 및 개편을 끝내고 이에 따른 인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취임 직후에는 빈 자리만 소폭으로 단행하고 추석 전에 인사를 끝내 승진을 하든 못하든 직원들이 편안하게 추석을 맞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대변인을 통해 구체적인 시기를 못 박지 않은 채 “순리대로 인사를 하겠다.”고 언급했지만 도정업무 파악이 끝나면 대대적인 인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조직개편안이 마련된 뒤 인사를 단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지사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남부와 북부에 도청출장소를 만들고, 서민정책 개발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겠다고 밝혀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인사폭을 예고했다. 다만 공석인 정무부지사는 조만간 인사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내부 승진과 외부 발탁을 모두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염홍철 대전시장은 시기를 밝히지 않았지만 “소폭 또는 상황에 따라서는 중폭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다음주 중 첫 인사를 단행할 전망이다. 이번 인사는 중폭으로 국장급을 비롯한 이동이 크지 않을 뿐 아니라 승진요인도 많지 않아 제한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공석인 4급 비서실장은 외부 인사보다 내부 발탁인사로 결정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감사관과 보건복지여성국장은 개방직을 도입해 공모 절차를 밟기로 했다. 울산시는 하반기 중에 조직개편에 나설 계획이지만, 박맹우 현직 시장이 3선에 성공해 큰 변화와 인사 태풍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종합·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지자체 너도나도 슬로건 교체

    지자체 너도나도 슬로건 교체

    ‘새 시대는 새 분위기로 출발’ 6·2 지방선거에서 수장이 바뀐 지방자치단체마다 새 수장의 슬로건과 취향에 맞춰 청사 분위기도 새로 단장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단체장 바뀌자 도정 구호 새 단장 1일 김두관 지사가 새로 취임한 경남도청에는 현관 1층 정면에 김태호 전 지사 재임시절 걸려 있던 ‘세계로 미래로 뉴 경남’의 도정 슬로건 간판이 내려졌다. 대신 ‘대한민국 번영1번지 경남’이라는 새 구호가 내걸렸다. 대한민국 번영 1번지 경남은 김 지사가 도지사 선거 때 들고 나온 구호다. 김 지사가 당선됨에 따라 앞으로 경남도정 방향을 나타내는 슬로건이 됐다. 도청 1층과 2층사이 중앙현관 벽면에 걸려 있던 지리산 위를 고니가 날아가는 배경으로 ‘사람만이 희망이다’라고 적혀 있던 대형 사진도 바뀌었다. 김 지사의 고향인 남해를 배경으로 ‘대한민국 번영 1번지 경남’의 슬로건을 담은 사진이 걸렸다. 김태호 전 지사는 지리산 자락 거창이 고향이다. ●경남 ‘번영1번지’ 충남 ‘행복한 변화’ 남해안 시대에 전력을 쏟았던 김 전 지사 시절 집무실에 걸려 있던 남해안의 소매물도 배경으로 ‘경남이 대한민국의 중심입니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던 대형 사진도 김 전 지사의 퇴임과 함께 자리를 비켰다. 대신 1일부터 그 자리에는 푸른 우포늪 배경에 슬로건을 적은 사진으로 바뀌었다. 김태호 전 지사가 강조하던 역발상의 상징으로 오랫동안 지사실에 걸려 있던 거꾸로 된 대한민국 지도도 김 전 지사와 퇴임을 같이했다.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 있는 남해안시대를 나타내는 배경사진은 오는 연말 별관이 완공된 뒤 본관 리모델링을 할 때까지 그대로 쓸 계획이다. 충남도는 전임 이완구 지사시절의 도정 구호이던 ‘한국의 중심 강한 충남’의 간판을 내렸다. 대신 안희정 지사의 도정 슬로건인 ‘행복한 변화 새로운 충남’으로 바꿔 달았다. 강원도도 김진선 전 지사시절의 ‘강원도 중심 강원도 세상’의 도정 구호 간판을 내렸다. 이광재 지사의 임기가 시작되면서 ‘행복한 대한민국 강원도에서 시작합니다’라는 새로운 도정 구호가 걸렸다. 인천시는 시장이 바뀌었음에도 이례적으로 시정 구호는 안상수 전 시장 때의 ‘세계 일류 명품도시 인천’을 그대로 쓴다. 따라서 도정 구호간판은 바꿔달 필요가 없게 됐다. ●인천 “내실 중요해 그대로 쓸 것” 인천시가 전임 시장 시절 구호를 그대로 쓰는 것은 신임 송영길 시장의 시정 방침에 따른 것이다. 송 시장은 “인천은 화려한 모습을 갖추었지만 내실이 없고 구호만 요란하다.”면서 “구호만 내세우기보다는 내실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국종합·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뉴스&분석] ‘40~50대 靑·내각’ 집권 2기 주역으로

    [뉴스&분석] ‘40~50대 靑·내각’ 집권 2기 주역으로

    여권의 핵심부가 젊어진다. 청와대 참모진과 내각의 중심축은 40~50대로 이동이 예상된다. ‘쇄신정국’의 한복판에서 정치권의 새로운 화두로 ‘세대교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14일 “청와대와 내각의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개편하고, 준비되는 대로 새로운 진용을 갖추겠다.”고 말했다. TV와 라디오, 인터넷으로 생방송된 국정연설을 통해서다. 조만간 청와대 인적쇄신과 개각이 있을 것임을 이 대통령이 처음으로 밝힌 셈이다. ●후반기 국정 포석·젊은층과 소통 이동관 홍보수석은 “청와대와 내각의 인사개편과 관련해서는 ‘젊은 세대’ 인재를 상당폭 기용하는 방안을 (대통령이)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40대 중반에서 50대 초반의 젊은 인재를 대폭 기용해 ‘젊은 내각’, ‘젊은 청와대’로 집권 후반기 국정을 이끌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여당도 마찬가지다. 이 대통령은 “지금이 여당도 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면서 “시대를 주도하는 젊고 활력 있는 정당으로 변모할 수 있도록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의 쇄신과 돌파구를 ‘젊은 세대’에서 찾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 대통령이 ‘세대교체’를 국면전환의 카드로 들고 나온 것은 선거 패배가 민심 이반, 특히 20~40대 젊은 층의 여권에 대한 외면이 주요 원인이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젊은 세대와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방법도 새롭게 찾아볼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얘기다. 실제로 여권 안팎에서도 현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을 ‘젊은 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지난 9·3개각으로 현재 내각의 평균 연령은 59.1세로 지난 내각(62.4세)보다는 크게 낮아졌지만 여전히 내각은 60대, 청와대는 50대가 주축이다. 세대교체를 통해 젊은 인재를 요직에 과감하게 임명해야 한다는 주장은 6·2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등 야권 출신 인사의 ‘선전’과도 관계가 있다. 김두관(51) 경남지사 당선자, 이광재(45) 강원지사 당선자, 안희정(46) 충남지사 당선자가 열세를 딛고 승리한 것은 행정안전부 장관, 청와대 국정상황 실장 등 젊은 나이에 요직을 두루 거친 행정 경험이 중요한 밑거름이 됐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여권으로서는 차기와 차차기 대선을 염두에 둘 때도 인물을 더 많이 키워 놔야 한다는 주장이다. ●남경필·원희룡 등 새 카드로 때문에 능력 있는 젊은 정치인이나 관료를 ‘전진배치’해서 정치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쪽으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집권 후반기에는 친서민 중도실용 정책을 더 강화하는 ‘따뜻한 국정’ 쪽에 방점이 찍혀 있는 만큼 행정 능력을 갖춘 젊은 인사가 대거 발탁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당에서는 대통령 실장 후보로 거론되는 임태희(54) 노동부 장관을 비롯해 남경필(45)·원희룡(46)·권영세(51)·나경원(47)·이성헌(52) 의원 등이 모두 당·정·청 어느 곳이든 즉각 쓸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권의 ‘대권후보’중 한 명인 김태호(48) 경남지사도 이번 개각 때 입각할 것이라는 전망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 개편이나 개각의 시기와 폭은 여전히 유동적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다음달 중순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끝난 뒤 청와대 참모진 개편이 이뤄지고 7·28 재보선 이후 개각을 할 것이라는 시각이 유력하다. 이어 8·15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집권 후반기 국정 운영의 상세한 틀과 내용을 이 대통령이 밝힐 계획이다. 물갈이 폭은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중폭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대통령실장을 비롯해 대다수 수석이 바뀌고, 내각도 정운찬 총리의 거취가 불분명해지면서 집권 3년차를 맞는 6~7명의 ‘장수장관’을 비롯해 업무능력의 한계가 확인된 몇몇 장관들까지 개편폭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MB·鄭총리 ‘靑쇄신’ 한마음?

    MB·鄭총리 ‘靑쇄신’ 한마음?

    정운찬 국무총리가 9일 청와대에서 주례회동을 가진 뒤 이명박 대통령과 독대하고, 청와대의 인적쇄신을 강도 높게 요구할 계획이었지만, 막판에 ‘독대’는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소식통과 총리실에 따르면 정 총리는 이날 오전 11시쯤부터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과 주례회동을 갖고 오찬을 함께했다. 대통령과 총리의 주례회동은 통상 화요일에 있지만, 이 대통령의 일정 등으로 이날로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주례회동에는 정정길 대통령비서실장 등 청와대 고위관계자들이 배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정 총리는 당초에는 회동이 끝난 뒤 이 대통령과 독대를 하고 지방선거 참패와 관련해 청와대의 대폭적인 인적쇄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할 계획이었다.”면서 “막판에 따로 시간을 잡기 어려워 결국 독대는 불발됐지만, 정 총리는 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에서 청와대 주요 참모진의 교체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 총리까지 인적쇄신에 가세하는 형국을 보이면서 이 대통령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지난 6일 “청와대 개편은 7·28 재·보선 이후 이뤄질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발언과 관련, 이 관계자는 “대통령이 (개편)시기까지 거론하며 구체적으로 말했을 리는 없으며, 대통령의 속뜻도 그런 것은 아닐 것”이라면서 “당에서도 저렇게(쇄신을 요구하고) 나오는데 언제까지 (인적쇄신을) 미루기만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언급으로 볼 때 조만간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7월1일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예정대로 열린다면 전당대회 직후 청와대 인적쇄신이 대폭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새롭게 힘을 얻고 있다. 이 관계자는 또 “지난 3일 이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정 총리가 사의 표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상 재신임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이 대통령은 정 총리가 세종시 문제를 전담하면서 보여준 추진력 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 인적 쇄신 이후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개각에서 업무능력에 한계를 보인 장관과 취임 3년차를 맞는 ‘장수장관’ 중 일부가 바뀔 것으로 예상되지만, 총리는 제외되면서 ‘전면개각’ 수준은 아닐 것이라는 짐작을 가능케 한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선거후 수도권 부동산 정책은

    선거후 수도권 부동산 정책은

    6·2 지방선거가 끝나면서 수도권 부동산정책에 변화가 예상된다. 잠복한 민감한 사안들이 신임 자치단체장의 정치적 노선에 따라 수면으로 드러나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3일 건설·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경기·인천 중에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곳은 광역자치단체의 수장이 바뀐 인천이다.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는 “송도·영종·청라 경제자유구역이 당초 계획과 달리 주거타운으로 전락했다.”며 선거기간 쟁점으로 삼아 왔다. “현행 개발계획이 아파트 건설에 따른 개발이익 환수만 기대할 수 있어 정작 기업과 외국인투자 유치에 실패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송 당선자는 경제자유구역의 아파트 건립을 유보하고 상대적으로 격차가 벌어진 구도심 지역 개발에 무게중심을 둘 전망이다. 공약대로라면 도시재생·재개발 등 정비사업이 탄력을 받게 된다. 재개발사업에 서울시의 ‘공공관리자제’가 도입된다. 송 당선자는 공약을 통해 이에 대한 도입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또 재개발 폐해를 막기 위한 ‘공동체 개발방식’도 채택된다. 이는 도시개발사업에 합리적 보상을 추구하고 장기임대아파트를 다수 확보함으로써 전세난을 예방한다는 시책이다. 경기는 김문수 도지사의 재선에도 불구하고 12개 시·군 23개 지구에 걸친 뉴타운사업지구에서 일부 차질이 예상된다. 김 도지사와 소속당이 다른 시장, 군수들이 다수 포진하면서 과거 뉴타운지구 지정과 관련된 행정소송 문제가 자칫 원만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소속 시장·군수들은 곧 김 도지사에게 이와 관련한 재협의를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경기 북부의 29곳 미군반환기지 개발과 파주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과천 재건축 용적률 조정, 성남·수원 고도제한 완화 등은 그대로 추진될 전망이다. 시장이나 군수들도 주민 이해가 걸린 지역 현안의 해결에 대해서는 서로 동조하는 분위기를 보이기 때문이다. 서울에선 뉴타운이나 ‘시프트’ 등 공공임대주택 10만가구 건설계획이 무난히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25개 구청장 가운데 21명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소속당이 다르지만 이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이 없기 때문이다. 또 오 시장이 새롭게 들고 나온 저소득 세입자를 위한 ‘순환용 임대주택’ 건설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문제가 됐던 뉴타운의 원주민 보호대책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민선4기에 시작한 한강르네상스 33개 프로젝트를 새 임기 동안 모두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부동산업계에서는 합정·이촌·여의도·압구정의 한강변 4개 구역 정비사업에도 주목하고 있다. 박상언 유엔알 컨설팅 대표는 “인천은 구도심 위주의 재개발로 자칫 경제자유구역 개발정책에 탄력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면서 “서울과 경기도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의 당적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아 섣불리 향후 시장상황을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우리고장 최고] 예산 수덕사 선(禪) 미술관

    [우리고장 최고] 예산 수덕사 선(禪) 미술관

    충남 예산군 덕산면 수덕사 입구에 ‘선(禪)미술관’이 있다. 사찰에서 운영하는 국내 최초 미술관이다. 첫 불교 전문 미술관이기도 하다. 백제 위덕왕(554∼597) 때 창건돼 국보 49호 대웅전이 있고, 한국 불교의 선이 있게 한 1400여년 역사의 수덕사 위상으로 보면 최초의 불교 미술관이 들어선 것은 당연하다. 정암 수덕사 총무스님은 “평일 400여명, 주말에는 하루 1500여명이 미술관을 찾는다.”고 말했다. ●일주일 5000명 방문 이 미술관은 지난 3월26일 문을 열었다. 수덕사가 군 지원 예산 등 16억원을 들여 지었다. 410㎡의 서양식 단층 건물이다. 수덕사 대웅전 지붕을 형상화하고 선의 의미인 단순함을 최대한 살렸다. 내부에는 100㎡ 안팎의 전시실 2개가 있다. ‘고암’과 ‘원담’이란 이름을 붙였다. 고암은 한국 현대 미술계의 거장인 이응로(1904~1989) 화백의 호이고, 원담(1927~2008)은 수덕사 방장(方丈)을 지낸 큰 스님이다. 원담은 국내외에 이름을 떨친 서예가다. 그는 경허·만공 스님의 한국근대 선불교사(禪佛敎史)의 맥을 잇는 중심 인물로 평가받는다. 정암 총무스님은 “수덕사가 선미술관을 지은 것은 원담 스님도 있지만 이응로 화백과의 인연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바로옆엔 나혜석 살던 수덕여관 미술관 바로 옆에 고암이 머물며 작품활동을 했던 수덕여관이 있다. 이곳은 한국 최초의 여류 서양화가 나혜석(1896∼1946)이 5년간 살았던 곳이다. 나혜석은 만공 스님으로부터 “너는 스님이 될 재목이 아니다.”고 거부당하자 수덕여관에 묵으면서 그림을 그렸다. 이 여관은 나혜석의 영향을 받은 고암이 1944년 매입, 1958년 프랑스로 유학가기 전까지 살았다. 그는 1967년 동백림간첩단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뒤 이곳에 잠시 묵기도 한다. 그가 새긴 암각화 2점과 현판이 있다. 수덕사는 원담 스님 입적 2주기 때 선미술관을 개관하면서 첫 전시회로 고암과 원담 스님의 작품을 선보였다. 고암전시실에서는 이 화백의 후손과 제자, 지인들이 기증한 15점과 수덕여관 수리 때 발견한 습작 50여점 등 모두 65점의 고암 작품이 전시됐다. 원담전시실에서는 원담 스님이 그린 달마도와 서예작품 등 40여점이 선을 보였다. 두 번째 전시회로 5월29일까지 계태사 혜담 스님의 ‘고려화불 전시회’가 열린다. 전시회가 없을 때는 선미술관 수장고에 있는 경허·만공 등 수덕사와 인연이 있는 스님들과 고암의 작품이 전시될 예정이다. 예산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데스크 시각] 검찰 개혁, 포퓰리즘을 경계한다/이기철 사회부 차장

    [데스크 시각] 검찰 개혁, 포퓰리즘을 경계한다/이기철 사회부 차장

    부산발 ‘스폰서 검사’ 의혹으로 검찰의 권위와 위신이 끝없이 추락했다. 의혹 자체만으로도 ‘공익의 대표자’로 불려온 검찰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배반당했다. 아무리 어려운 시험을 뚫고 임용됐어도, 황금색 검찰 배지가 아무리 찬란하게 빛나도,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겠다.’는 검사선서가 아무리 울컥해도, 며칠씩 날밤을 새우며 초췌한 얼굴로 수사에 아무리 매달렸어도 국민적 상실감은 보상받을 수가 없다. 검사의 명예와 사명을 술 몇 잔, 밥 몇 그릇과 바꿔 먹으리라고는 젊은 검사 대부분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그들은 선배 검사들을 철석같이 믿었다. 그러나 그들의 믿음은 배신당했다. 간부급 선배 검사들은 그간 후배들에게 입버릇처럼 “처신 잘하라.”고 되뇌어 왔다. 젊은 검사들은 검찰 전체가 매도당하는 데 얼굴을 들지 못한다. 그래도 그들의 서슬이 시퍼렇게 살아야 국가의 미래가 밝다. 강직하고 패기가 살아 있는 검사들은 당당히 고개를 들고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를 내라. 검찰을 모든 악의 근원처럼 몰아붙이는 것도 마땅히 경계해야 한다. 검찰 수장은 매몰차야 한다. 내부 비리는 무자비하고 몰인정하다고 할 정도로 잘라내야 한다. 일벌백계로, 열린 자세로 비난의 화살을 감내해야 한다. 검찰에 대한 국민의 애정과 기대가 살아 있기 때문에 오는 화살이다. 검찰은 이참에 드러난 문제점들을 확 뜯어고쳐야 한다. 논의 중인 검찰개혁 방안이 백가쟁명식이다. 진정성 없이 6·2 지방선거와 맞물린 포퓰리즘적 발상도 적지 않다. 실례로 정치권은 툭하면 주장하는 특별검사제를 이번에도 들이댔다. 지금까지 파업유도 발언, 옷 로비 등 8차례 특검이 실시됐다. 기존의 수사결과를 뒤엎을 정도의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특검 원조 미국은 1978년 10월 도입했던 특검제를 20년 만인 1999년 폐기했다. 권한남용과 예산낭비, 비효율적 수사 등의 문제 때문이었다. 대표적으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부부의 부동산 사기사건에서 출발한 특검을 들 수 있다. 케네스 스타 특검은 사기사건 수사가 부진하자 결국 1998년 9월 인턴직원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파헤쳤다. 스타 특검은 5년간 4000만달러를 썼지만 무용론을 촉발시켰다. 실패가 입증된 특검을 상설화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야 한다. 또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고비처)를 창설하자는 법안이 지난달 국회에 제출됐다. 취지는 그럴듯하다. 대통령의 친·인척, 차관급 이상 고위 공무원, 국회의원, 판·검사 등의 비리를 척결하자는 것이다. 법안에 따르면 고비처는 입법부·사법부·행정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된 기관으로 수사권과 기소권도 부여된다. 고비처장과 이를 맡은 검사는 대법원장이 추천하고, 국회의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절차를 거치도록 한다. 고비처장은 국무회의 및 국회 출석 발언권과 국무회의에 의안제출 권한도 부여돼 있다. 검찰과의 상호 경쟁으로 견제 작용을 할 것이라는 게 주요 주장이다. 하지만 뜯어보면 문제점들이 제법 발견된다. 고비처장은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핵심 권한을 보유한다. 기존의 3부 외에 고비처는 ‘제4부’에 해당한다. 이는 삼권분립을 채택한 우리 헌법정신에 어긋난다는 시비에 시달릴 우려가 높다. 위헌 논란에 휘말리면 제대로 작동되기 어렵다. 프랑스의 법무부 산하 부패방지위원회에 부여된 조사권 규정은 “개인의 자유와 소유권을 부당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1993년 자국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결정을 받았다. 사회적 계층에 따라 수사를 차별하는 것은 평등권 침해 소지도 있다. 그렇다고 검찰을 그대로 둘 수는 없다. 현재 검찰의 문제점은 피의사실공표죄를 비롯한 내부 비리를 단죄하지 못하고,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 소신껏 수사하지 못하는 데 있다. 열린 자세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를 해결하려는 고민과 노력이 필요할 때다. chul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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