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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범죄와의 전쟁, 기록하다 - 서울 경찰박물관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범죄와의 전쟁, 기록하다 - 서울 경찰박물관

    #서울경찰박물관 #시뮬레이션사격장 #사이드카탑승체험 “너 진짜 말 안 할 거지? 진실의 방으로!!” 영화 <범죄도시 (2017, 강윤성 감독)>에서 범죄자보다 더 무서운(?) 형사 ‘마석도’는 말 안 듣는 범인에게는 오토바이 헬멧을 건넨다. 그리고 ‘진실의 방으로’를 외친다. 물론 영화적 픽션이다.오직 주먹 하나로 도시의 평안과 안녕을 지키는 강력반 형사 ‘마석도’(마동석 분)가 악랄한 ‘장첸’(윤계상 분)을 때려잡는 장면은 영화의 압권이다. 실제로 영화 <범죄도시>는 2004년 가리봉동 차이나타운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조폭 14명을 구속한 사건을 각색한 영화로 당시 사건 현장은 영화보다 훨씬 더 잔혹했다고 전해진다. 우리가 모르는 시간, 대한민국의 밤과 낮을 든든히 지킨다. 서울 경찰박물관으로 가 보자.경찰박물관은 경찰 창설 60주년을 맞아 2005년에 서울, 부산, 강원 경찰청 및 경찰대학, 중앙경찰학교 등으로 분산되어 있는 경찰사료들을 체계적으로 수집 관리하게 위해 건립하였다. 현재 박물관은 서울 역사박물관과 경희궁 바로 옆에 위치한 서울지방경찰청 교통순찰대와 같은 건물을 사용하고 있는데 총 13층 건물 중에서 1층에서 6층까지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다.#거짓말탐지기 #서울역사박물관옆 #육모방망이 박물관 관람 동선은 입구 1층에서 6층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한 후 영상물을 관람하고 한 층씩 내려오면서 관람을 하면 된다. 현재 박물관은 4개의 전시실과 1개의 영상관, 교육공간, 사무실, 수장고로 구성되어 있다. 6층은 80석 규모의 ‘소개의 장’으로 구성된 영상관이 있다. 이 곳에서는 경찰박물관이나 교통안전과 관련된 영상물을 상영하고 있다. 5층으로 내려가면 본격적인 상설 전시관이 운영 된다.5층 ‘역사의 장’에서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경찰의 역사와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조선시대, 대한제국 경찰’, ‘일제강점기 경찰’, ‘미군정시대, 치안국시대 경찰’, ‘경찰청 시대 경찰’ 등 5개의 코너로 구성되어 경찰이 걸어온 길을 과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외에도 순직 경찰관 유물, 경찰 계급장 변천의 역사 등과 관련된 기록도 남아 있다. 4층 ‘이해의 장’에서는 경찰의 각 업무 분야에 따라 관련된 유물을 전시하여 현재 경찰의 역할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과학수사, 마약수사, 교통경찰, 생활안전경찰, 보안경찰, 외사경찰, 경찰특공대, 산악경찰, 항공경찰, 경찰악대 등의 활동과 관련 소장품을 보관 전시하고 있다.2층 ‘체험의 장’은 경찰의 장비와 업무를 실제 체험해 볼 수도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거짓말탐지기, 지문이야기, 몽타주만들기, 시뮬레이션 사격체험, 교통정리해보기, 유치 장체험, 수갑 채우기, 범죄 대처방법, 교통안전 OX퀴즈, 112신고센터 체험 등을 통해 경찰업무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마지막으로 1층은 ‘환영, 환송의 장’으로 박물관 관람을 마친 관람객들이 여러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경찰관 복장 체험, 사이드카나 순찰차 탑승 체험, 경찰청장 집무실 체험 등을 통해 박물관 견학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 <경찰박물관에 대한 방문 10문답> 1. 방문 추천 정도는? - ★★☆ (★ 5개 만점) 2. 누구와 함께? - 경찰관을 꿈꾸는 자녀들이 있다면, 어린 자녀들과 함께 3. 가는 방법은? -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4번 출구. 도보 7분 거리 380m에 위치 - 서울역사박물관 바로 옆. 5호선 광화문역 7번 출구. 630m에 위치. 4. 경찰박물관의 특징은? - 우리 나라 경찰의 역사를 시대순으로 잘 이해할 수 있다. 5. 유명도는? - 주말의 경우 관람객들이 많다. 6. 꼭 가 볼 장소는? - 5층 역사의 장, 2층 체험의 장 7. 토박이들로부터 확인한 추천 먹거리는? - 김치찜 ‘한옥집’, ‘둘리분식’, 라면 ‘오카와리’, ‘이천냥김밥’, 중국집 ‘복성각’ 8. 홈페이지 주소는? - http://www.policemuseum.go.kr/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 경희궁, 서울역사박물관, 농업박물관 10. 총평 및 당부사항 - 경찰박물관은 실제 규모가 그리 큰 박물관은 아니다. 하지만 소장품이나 전시 수준은 일반 사립박물관과는 비교할 수는 없을 정도이니 방문 가치는 분명히 있는 곳이다. 천천히 시간을 내어 우리나라 경찰이 걸어온 길을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데스크 시각] 빅뱅이론으로 보는 조국 사태/김상연 정치부장

    [데스크 시각] 빅뱅이론으로 보는 조국 사태/김상연 정치부장

    왕정인 조선에서 가장 특이한 관직은 이조전랑(정 5~6품)이었다. 직급은 이조의 중간 관료(현재의 중앙부처 국장급)에 불과하지만, 전체 관리에 대한 인사 추천권과 함께 핵심 권력기관인 3사(홍문관, 사헌부, 사간원) 관리의 임명권까지 가진 막강한 자리였다. 정승이나 판서 같은 고위관료들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조전랑에게 넘치는 권력을 준 것이 결과적으로 그 자리를 막후 실세로 만들었다. 개명한 나라에서의 권력은 곧 인사권이라고 한다면, 이조전랑의 권력이 얼마나 셌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민주공화정인 대한민국에서 이조전랑과 비슷한 직위를 찾으라면 청와대 민정수석을 꼽고 싶다. 직급은 국무총리나 장관보다 낮지만 그 권력의 크기는 1인지하(人之下) 모든 공직자의 오금을 저리게 할 만큼 서슬 퍼렇다. 대통령의 인사를 검증하거나 추천하고, 대통령 가족과 측근 등의 부정을 감시하는 한편 국가정보원 등 각 정보·사정기관에서 올라오는 고급 정보를 취합하고, 검찰 등 사정기관에 대해 인사권을 행사하는 식으로 간접 지휘(문재인 정부 등 역대 정권은 이 부분을 공식적으로 부인한다)하는 자리가 청와대 민정수석이다. 그런데 이 막강한 민정수석 권력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권력, 즉 역대 정권이 모두 부인해 온 그 권력이 지난 7월 16일부로 검찰총장에게 넘어간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웠던 윤석열 서울지검장이 일약 검찰총장에 임명된 날이다. 윤 총장이 임명된 이후 단행된 기수 파괴적인 검찰 인사로 70여명의 검사가 줄줄이 옷을 벗었는데, 이것은 사실상 ‘윤석열의 인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조선시대로 치면 사헌부 수장(대사헌) 내지 의금부 수장(판사)이 이조전랑의 권력까지 꿰찬 셈이다. 그리고 이후 검찰 개혁론자인 조국 전 민정수석이 검찰총장의 상전인 법무부 장관에 지명되면서 과거 대한민국 역사에선 볼 수 없었던 ‘사상 초유’ 시리즈가 시작된다.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지명한 장관 후보자에 대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인사청문회를 하기도 전에 검찰이 기습적인 압수수색을 단행하고,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인사청문회를 하는 도중에 장관 후보자 부인을 검찰이 전격 기소한 일 등은 모두 사상 초유다. 윤 총장이 살아 있는 권력에 칼을 들이댄 이유를 분석하는 정치학적, 사회과학적, 윤리학적 언설은 이미 차고 넘친다. 그런데 각도를 틀어 순전히 물리학적인 관점에서 분석한다면, 스스로도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너무 큰 권력을 갖게 된 검찰총장의 힘이 외부로 급속히 팽창, 폭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검찰 권력 내부의 밀도와 온도가 급상승하면서 국가 권력 전체에 빅뱅(대폭발)을 몰고 왔다는 얘기다. 조선시대 3사는 임금을 쥐고 흔들 정도로 권력이 강했다(사실 정도전이 설계한 조선은 왕권보다 신권이 강한 나라였다). 그런 3사의 핵심인 사헌부와 의금부에다 이조전랑 권력까지 합체가 돼서 왕에게 칼을 겨눌 때 임금은 ‘도대체 누가 이 나라의 임금인가’라는 생각이 들 것이고, 결국 사생결단의 대결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권력은 나눌 수 없고 대등할 수 없다. 대등해지면 다시 대등해지지 않을 때까지 싸운다. 영화 ‘관상’에서 수양대군(이정재)은 김종서(백윤식)에 대해 적의를 드러내면서 천재 관상가 내경(송강호)에게 이렇게 절규한다. “이 나라가 이씨의 나라인가, 김씨의 나라인가. 태조께서 피 흘려 세운 종묘사직을 가지고 노는 것들! 네가 손잡은 늙은 호랑이가 내일 당장 어린 왕을 밀어내고 권력을 잡을 수도 있어.” 여기까지 쓰고 보니 왠지 스티븐 호킹 박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carlos@seoul.co.kr
  • [법서라] 대법원에 ‘영장 결과’ 불만 쏟아내는 의원들… ‘재판개입’ 하라는 건 아니시죠?

    [법서라] 대법원에 ‘영장 결과’ 불만 쏟아내는 의원들… ‘재판개입’ 하라는 건 아니시죠?

    [편집자주] 전국 최대 법원과 최대 검찰이 몰려 있는 서울 서초동에는 판사, 검사, 변호사뿐만 아니라 그들을 취재하는 기자들도 있습니다. 일반 국민의 눈으로 보는 법조계는 이상한 일이 참 많습니다. 법조의 뒷이야기와 속이야기를 풀어드리는 ‘법조기자의 서리풀 라이프’, 약칭 ‘법서라’를 토요일에 선보입니다.“오늘은 대한민국 헌정사상 가장 치욕스러운 날(나경원 원내대표)”, “영장이 기각된 날은 대한민국 사법부 치욕의 날이자 사법부 통탄의 날(주호영 의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검은 상복을 입고 11일 대법원 앞에서 국정감사대책회의를 열었습니다. 이른바 ‘문재인 정권 사법농단 규탄’을 주제로 한 현장 회의로 발언대에는 ‘조국의 사법농단’, ‘사법부 치욕의 날’이라는 팻말에 붙었습니다. 판사를 지낸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한때 법복을 입고 이를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사법부 출신으로 이 자리에 오고 싶지 않았다”면서도 “그러나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자유·평등·정의가 짓밟혔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지난 9일 새벽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조국 법무부 장관의 동생 조모 전 웅동학원 사무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자유한국당은 ‘사법농단’이라는 단어를 붙여 법원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역시 판사 출신인 주호영 의원은 ‘문재인 정권 사법 장악 저지 및 사법부 독립 수호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이날 연단에 섰습니다. 주 의원은 “영장이 기각된 날은 대한민국 사법부 치욕의 날이자 통탄의 날, 통곡의 날”이라면서 “영장을 기각한 법원 내부 기준이 어떤 것이었는지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주 의원은 이후 조재연 법원행정처장과 약 15분간 면담하며 조씨에 대한 영장 기각을 항의했습니다. 주 의원의 항의에 조 처장은 “사법행정에 반영하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고 주 의원은 전했습니다. ●한국당 ‘조국 동생 구속영장 기각’ 항의…열흘 전 민주당은 ‘압수수색 영장 남발’ 질타 조 처장은 열흘 전에도 국회의원들에게 질타를 받았는데요. 그때도 영장때문이었는데 분위기는 사뭇 달랐습니다. 지난 2일 대법원 국정감사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조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검찰이 청구한 각종 압수수색 영장이 너무 많이 발부됐다며 조 처장에게 항의를 했습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의) 사법농단 사건에서는 75일 동안 압수수색이 23건이었지만 조 장관과 관련해서는 37일간 70곳 이상의 압수수색 영장이 집행됐다는 게 언론보도로 드러나고 있다”면서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 발부 기준이 고무줄 잣대”라고 지적했습니다. “조 장관 자녀가 지원한 모든 학교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이 남발되는 것은 법원에서 어느 정도 제어를 해야 되는 것 아닌가 싶다”고도 했습니다. 같은 당 이철희 의원은 “조 장관 자택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두 차례나) 바꿀 정도로 판사가 이렇게 허술했는지 성찰해야 할 대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압수수색 영장에 대한 불만이 나오자 조 처장은 “법관의 자세와 사법부 독립에 관한 말씀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면서 “여론에 휘둘리지 않고 다수로부터 소수를 보호하는 사법부의 사명에 대해 깊이 새기도록 하겠다”, “압수수색영장이나 구속영장 등 강제수사에 있어서 법원에 제 몫을 다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거듭 밝혔습니다. 그런데도 의원들의 법원을 향한 의구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는데 거기에는 특히 사법부가 정치적인 판단을 했다거나 정치권과의 유착관계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많았습니다. 국감에서 화제가 된 ‘전화 공방’이 있었는데요. 주광덕 한국당 의원이 조 처장에게 갑자기 “조 장관과 통화했느냐”는 질문을 한 것입니다. 주 의원은 지난달 2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조 장관에게 자택 압수수색 당시 현장에 있던 검사와 통화를 했느냐고 물어 조 장관이 압수수색 중인 검사에게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논란의 불씨를 키웠습니다. ●국감서 법원행정처장에 “청와대와 통화했냐”, “정치 처장” 지적도 그러다 이번에는 대법관이자 법원행정처장인 조 처장에게 조 장관과 전화를 한 적이 있냐고 물었습니다. 조 처장이 “전화한 적 없다”고 답하자 주 의원은 “몇 번 통화했느냐”고 계속 물었고 조 처장은 “통화한 사실이 밝혀지면 책임지겠다. 대법관으로서 명예를 걸겠다”고까지 말했습니다. 이후 주 의원은 조 장관 외에 청와대 민정수석실 인사들과 통화한 적 있느냐고도 물었습니다. 같은 당 이은재 의원은 최근 주말마다 서초동에서 열린 검찰개혁 관련 집회를 거론하며 조 처장에게 “사법부도 언제든 특정 정파의 시위 대상이 될 수 있다. 겨우 임기 2개월 지난 검찰총장을 집권 여당이 그만두라고도 하는데 적절한가“ 물었습니다. 조 처장이 대답을 못하자 이 의원은 “정치 처장님이시다”면서 “왜 소신껏 처장이 답을 못하느냐”고 화를 냈습니다. 국감 때는 압수수색 영장이 너무 남발된다고 여당이 항의를 한 데 이어 민주정책연구원은 영장 남발을 지적하는 내용을 포함해 법원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하게 주장하는 자료를 내기도 했습니다. 이를 두고 조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나오자 집권 여당이 법원을 압박한다고 한국당이 지적하기도 했죠. 그러나 한국당은 다음날 조 장관의 동생 조씨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곧바로 “청와대 맞춤형 기각”이라며 법원을 맹비난했습니다. 민주당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했고요. 누구든지 법원 판결에 대한 생각이 다를 수 있고 그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헌법의 가치에 따라 법관이 독립된 존재라고 해서 판결이 성역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법원에서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어떤 사건이든 어느 한 쪽은 꼭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기 마련이라 모두가 만족할 만한 판결이 나오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간혹 일부 판결을 두고 논란이 커지면서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이나 포털사이트에 해당 법관들의 이름이 여러 차례 오르내린 것도 그런 불만의 표시입니다. 영장 재판의 결과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몇 년만 되돌아봐도 국정농단 사건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을 때, 지난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수사과정에서 압수수색 영장이 줄줄이 기각됐을 때 해당 영장을 심사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법관들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로 뜨기도 했습니다. 판결은 물론 판사들에 대한 비판과 공격이 갈수록 즉각적이고 또 파장도 커지고 있습니다. ●영장심사도 재판…윗선이 ‘조언’해도 재판개입 가능성 그런데 정치권에서 나오는 비판들은 조금 더 신중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이 실시간 검색어나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반영된 여론을 전달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판결 자체가 아닌 판사 개인의 성향이나 이력을 공격하는 것, 특히 대법원을 상대로 이러한 비판을 하는 것은 과연 적절한가 의문이 듭니다. 지난해 검찰 수사를 통해 전직 사법부 수장을 비롯한 고위 법관들이 줄줄이 피고인이 되어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른바 청와대와 사법부가 ‘재판 거래‘를 했고, 그러기 위해 일선 법원의 재판 과정에 개입을 했다는 것이 핵심 혐의입니다. 헌법으로 법관의 독립이 보장된 가운데 재판 거래나 개입은 어떤 경우에서도 있어선 안 된다는 법원 안팎의 공감대가 수사의 동력이 되기도 했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을 포함해 모두 14명의 전·현직 법관들이 재판을 받고 있고, 8명이 징계가 의결됐고 또 다른 10명에 대해 징계가 청구된 상황입니다. 민주당에서는 징계범위가 너무 미흡하다고 꾸준히 지적을 했고 정의당 등과 함께 사건에 연루된 현직 법관들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기도 했습니다. 대법원의 진상조사 결과에 이어 검찰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각종 의혹과 피의사실만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사법행정권 남용을 법관들이 자행했다는 지적은 이제는 관심이 약간 떨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계속되는 지적사항입니다. 그런데 벌써 반년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는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관련 재판에서 피고인이나 증인으로 법정에 나온 전·현직 법관들이 자주 하는 나름의 ‘변명’이 있습니다. 왜 일선 재판부에 사건의 경과를 물었는지, 왜 윗선으로부터 이러한 지시를 받아 보고했는지(또는 왜 이런 지시를 해 보고받았는지). 그에 대해 많은 판사들이 “국회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는 답변을 내놨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을 지내면서 일선 재판부에 사건 관련 ‘조언’을 전달하고 또 이를 법원행정처에 보고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임성근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지난 2일 양 전 대법원장 등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서울중앙지법은 언론에 보도되는 중요 형사사건이 많고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 질문이 들어오면 답변을 해야하기 때문에 대비가 필요했습니다. 사법행정상 필요에 따라 확인한 것입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외부에서 관심갖는 사건들에 대해 사법부가 원할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알아보고 정리했다는 겁니다. 1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심준보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행정처가 특정 사건의 구체적인 경과와 관련돼 일선 법원에 질문하는 것에 대해 “행정처는 국회에 대응하기 때문에 그런 내용을 파악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라면서 “실제로 의원들은 특정 사건을 묻고도 정파적 이해에 따라 엄청 괴롭히거든요”라고 말한 것으로도 알려졌습니다. 각종 재판 거래 및 재판 개입의 핵심 실행자로 지목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사법부의 최대 과제였던 상고법원 도입을 위한 청와대와 국회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각종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그의 혐의 중에는 상고법원에 부정적인 의사를 표시한 의원들의 각종 ‘민원’을 들어줬다는 의혹도 있습니다. 자신이나 주변 인사들이 연루된 재판을 언급하며 도움을 청한 것이 민원의 내용인데 실제 재판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자체로도 심각한 문제로 치부됐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임 전 차장 등의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들을 최종 지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죠. 당시 사법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는 재판들은 주로 당시 청와대와 국회가 관심을 가질 만한 사안들이었습니다. 대표적인 게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이었고 재판지연의 피해는 고스란히 강제징용 피해자였던 할아버지들이 받으시게 되었습니다. 대법원을 상대로 ‘제어’나 ‘절제’를 주문하는 것이 실제로 대법원장이나 법원행정처장이 또는 일선 법원장이 영장전담 법관을 불러 “적당히 발부를 하라”거나 “너무 발부를 남발하는 것 아니냐”, 또는 “왜 그 사람만 기각을 한 것이냐”고 따져 묻는 것을 요구하는 것일까요? 진짜로 그러길 바라는 건 아닐 것으로 믿어봅니다. 그것이 곧 사법행정권 남용이고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재판 개입이라는 게 지난해 사법부로 온갖 질타가 쏟아졌던 이유였기 때문입니다. 법원장에게조차 해당 법원에서 어떤 사건이 접수돼 어떤 판결이 나왔는지 보고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여겨져 대법원은 중요사건 접수 및 종국보고 예규까지 없앴습니다. 실제로 징계를 받게 됐거나 징계절차에 넘겨진 판사들의 수가 매우 적다고도 평가되지만 지난해 100여명에 달하는 전·현직 법관들이 검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법행정권을 남용해선 안 되고 법관의 독립은 존중돼야 한다고 매섭게 지적한 것은 바로 국회였습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사설]“조국 장관직, 수사와 이해충돌한다”는 권익위원장

    자신의 가족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의 직무 수행이 ‘공직자의 이해충돌’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국정감사장에서 나왔다. 그제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법무부 장관이 배우자의 검찰 수사와 직무 관련성이 있느냐”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은 “이해충돌로 볼 수 있으며 직무 배제도 가능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공무원 행동강령 집행을 총괄하는 정부 부처인 권익위의 수장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이런 견해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참여연대 공동대표를 지낸 박 위원장은 조 장관과 함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했다. 박 위원장은 “이해충돌 내지 직무 관련성이 있을 때는 신고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직무배제 내지 일시중지 처분이 가능하다”고 했다. “법무부가 검찰청과 기관이 달라서 신고 의무가 없다고 하지만, 권익위는 기관을 달리한다고 직무 관련자에서 배제되지는 않는다고 판단을 내렸다”고도 했다. 기관이 달라서 이해충돌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 법무부와 이견이 있었음을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다. 직무 관련성이 없다는 법무부의 주장은 백번 접어주더라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법무부 장관에게 엄연히 검찰 지휘권이 있는 데다 조 장관은 취임 이후 이해충돌로 의심받을 만한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자신이 발표한 검찰의 직접 수사 축소, 검사에 대한 감찰권 강화, 검사의 검찰 내·외부 파견 최소화 등이 모두 이해충돌 측면에서 자유롭지 못한 문제들이다. 자신의 가족 수사팀에 파견된 검사들을 원대 복귀시키거나 감찰에 대한 심리적 압박으로 수사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여지가 얼마든 있다. 실제로 조 장관 취임 직후 법무부 간부들은 아예 윤석열 검찰총장을 배제한 ‘조국 수사팀’을 제안한 적도 있다. 이대로는 ‘조국 사태’의 출구가 도무지 보이지 않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갈라진 민심을 “국론 분열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하니 국민들의 답답증은 갈수록 더하다. 이런 어정쩡한 상황에서 법무부와 검찰 조직 내부의 다수 구성원들도 소신있게 업무를 추진하기가 얼마나 난감할지 미루어 짐작이 된다. 거취 문제가 언제 어떻게 일단락되든 조 장관은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검찰 관련 업무만이라도 스스로 거리를 두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 빈라덴 은거지 파악에 도움 준 파키스탄 의사의 굴곡진 인생

    빈라덴 은거지 파악에 도움 준 파키스탄 의사의 굴곡진 인생

    파키스탄 페샤와르 고등법원이 지난 2011년 5월 2일(이하 현지시간) 알카에다 최고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의 은거지를 파악하는 데 결정적 도움을 준 의사 샤킬 아프리디에 대한 항소심의 공개 변론이 9일 진행된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정확한 나이조차 공개되지 않은 아프리디는 빈라덴이 사살된 같은 달 23일 체포됐는데 그의 재판이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파키스탄 검찰은 그가 빈라덴 체포 작전을 도왔다는 혐의로 기소하지 않았다. 그는 검거 후 한참이 지난 이듬해 5월에야 수감됐는데 라슈카르 이 이슬람이란 무장단체에 자금을 지원하고 전사들을 응급 치료하거나 자신이 운영하던 정부 병원에서 이들 단체의 회합을 열도록 주선한 혐의로 유죄가 선고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가족들은 그가 2008년 이들 단체에 납치됐다가 풀려나기 위해 몸값 100만 루피를 지불한 것일 뿐이라고 항변했다. 그 역시 줄곧 체포된 것은 부당하며 공정한 재판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1심에서 징역 33년형을 선고받고 항소해 23년형으로 경감됐다. 미국은 1심의 1년형을 100만 달러씩으로 계산해 3300만 달러의 연방 예산 원조를 삭감하겠다고 압박하는 등 강력히 항의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당시 당선되면 “2분 안에“ 아프리디 박사를 석방시킬 수 있다고 큰소리를 쳤다. 물론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는 미국에서 영웅 대접을 받지만, 파키스탄의 많은 이들은 조국에 굴욕감을 안긴 반역자로 본다. 미국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이 영공을 무단 침범했고 빈라덴의 주검을 당국에 알리지도 않고 아라비아해에 수장(水葬)함으로써 파키스탄 주권을 짓밟았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빈라덴이 자기네 영토에 숨어 지낸다는 사실을 모른다고 공언했던 정부와 군, 보안군의 위세를 땅에 떨어뜨린 셈이었다. 해서 그 전까지 돈독했던 미국과 파키스탄 사이는 지금까지 불편한 상태다. 아프리디 박사는 키버 부족들이 사는 지역의 보건 책임자로서 미국이 자금을 대는 여러 예방접종 프로그램을 총괄하고 있었다. 빈라덴이 아보타바드 군기지 코앞의 주택에 숨어 살았는데 마을 소년 가운데 빈라덴 친척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혈액 샘플을 검출해달라는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의 부탁을 받고 이 일대 소년들의 샘플을 수집해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이 빈라덴이 문제의 주택에 은거하고 있음을 확신하게 만든 결정적 증거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2012년 1월 미국 관리들은 아프리디가 CIA를 위해 일했음을 인정했다. 그가 자신의 역할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었는지, 또 아보타바드 시 위원회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그는 CIA 요원이 노린 타깃이 빈라덴인지도 몰랐다고 파키스탄 당국 조사에서 털어놓았다.아프리디가 검거됐을 때는 40대 중후반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을 뿐 그의 개인적인 삶에 대해선 알려진 게 적다. 변변치 않은 집안 출신이며 1990년 키버 의과대학을 졸업했고, 가족들도 그가 체포된 뒤 무장세력들에게 보복당할까봐 숨어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인도 아보타바드에서 교육자로 일했으며 두 아들과 딸 하나를 둬 이제 두 자녀는 성인이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대목에서 두 가지 의문점이 떠오른다. 첫째 왜 파키스탄 검찰은 빈라덴 체포와 관련한 혐의로 기소하지 않았는가, 둘째 왜 이제야 공개 변론이 이뤄지는가다. 첫째는 파키스탄 정부와 군, 보안 기관으로서야 떠들어봐야 유리할 것이 하나도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고, 둘째는 1심과 2심까지는 영국 통치 시절 접경지역 범죄 처리 방침에 따라 부족 재판으로 진행됐고, 지난해 이들 부족 지대가 키버 파크툰크와에 병합되면서 파키스탄 법원 관할이 됐다는 것이다. 검찰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형량이 더 감경될 수도, 늘어날 수도 있다. 주목할 점은 지난해 그가 페샤와르 교도소에서 펀잡주 교도소로 이감된 이후 그를 석방해 미국에 수감 중인 알카에다 지도자 아피아 시디퀴와 맞교환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떠돌고 있는 점이라고 방송은 덧붙였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수사 관행 갈아엎는 조국 일가 ‘침대 전술’

    수사 관행 갈아엎는 조국 일가 ‘침대 전술’

    여권·서초동 촛불 “무리한 수사” 성토 檢, 공개 소환·심야 조사 등 전격 폐지 “曺 일가 특혜” “피의자 인권 보장” 팽팽 검찰 수사가 집중되고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들이 검찰 수사 관행을 바꿔 놓는 이례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건강이 좋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수사 일정에 영향을 미치자 오히려 강도 높은 수사 방식이 논란이 되고 이를 검찰이 속속 폐지하고 있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수사를 지연·방해하는 조 장관 일가에 대한 특혜라는 주장과 함께 이제라도 피의자를 압박했던 수사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맞선다.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검찰에 처음 비공개 출석해 조사를 받은 다음날인 지난 4일 윤석열 검찰총장은 전국 검찰청에 피의자와 참고인 등 사건 관계인 공개 소환을 즉시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5일 정 교수가 밤 11시 55분까지 조서를 열람했고, 그 이틀 뒤인 7일에는 심야 조사가 전격 폐지됐다. 여기에 8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이 예정됐던 조 장관의 동생이 허리 디스크를 이유로 기일 변경을 요청하자 자유한국당에서는 “침대축구를 하는 것이냐”(주광덕 의원)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이번에 논란이 된 수사 방식들은 지난해도 크게 화제가 됐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지난 1월 검찰에 처음 출석하며 검찰청사 앞에 취재진이 마련해 놓은 ‘포토라인’을 거부하고 친정인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또 양 전 대법원장이 검찰 조사를 마친 뒤 총 36시간 동안 조서를 열람하자 전직 사법부 수장이 일반 피의자들은 할 수 없는 특혜를 누렸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대한변호사협회와 검찰, 언론이 모여 포토라인을 주제로 한 토론회도 가졌지만 그사이 참고인 신분이었던 현직 법관들까지 공개 소환돼 줄줄이 포토라인에 섰다. 당시 강민구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밤새워 묻고 또 묻고 하는 것은 ‘네가 네 죄를 알렷다’라고 고문하는 것과 진배없다”는 등의 글을 통해 밤샘 수사 관행을 지적한 데 이어 고위 법관들의 문제 제기가 잇따르자 ‘법잘알’(법을 잘 아는 사람)이 수사 대상이 돼서야 뒤늦게 인권을 거론한다는 역풍을 맞기도 했다. 조 장관은 당시 강 부장판사의 지적을 “사법농단 수사에 대한 조직 옹위형 비판”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조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자체가 무리하다는 지적에 뒤따라 청와대와 여권은 물론 대규모 촛불집회 등에서 검찰개혁 요구가 높아지자 검찰이 오랜 논쟁거리였던 수사 관행들을 없애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법조계에서는 “이제라도 피의자 인권이 보장돼야 한다”며 긍정적이면서도 시기가 절묘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앞으로도 건건이 검찰 수사 과정을 문제 삼아 결과적으로 재판이 지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 교수 측은 이날 법원에 오는 18일로 예정된 공판준비기일을 “수사기록을 다 못 봤다”는 이유로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첫 준비절차부터 기일 변경을 요청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심야조사 금지” “감찰권 회수”… 윤석열·조국 ‘檢개혁 주도권’ 신경전

    “심야조사 금지” “감찰권 회수”… 윤석열·조국 ‘檢개혁 주도권’ 신경전

    인권 무시한 채 압박하던 관행 개혁차원 “당청 등 압박에 밀린 임시방편” 지적도 법무부, 감찰 강화해 檢통제 강화 강구“내부 감찰은 제식구 감싸기” 비판 많아검찰이 ‘심야조사 폐지’라는 선제 개혁안을 발표한 7일,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감찰권 회수’ 카드를 꺼내 들며 본격적인 검찰 옥죄기에 들어갔다. 검찰 개혁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조국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신경전도 격화되는 분위기다.조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 “국민의 시각에서 법무부와 검찰의 현재를 살펴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면서 “법무부와 검찰은 그 조직 자체 또는 법조 카르텔을 위해 존재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며 사실상 검찰을 겨냥해 직격탄을 날렸다. 잠시 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대검 간부회의에서 윤 총장은 “인권 보장을 최우선 가치에 두는 헌법 정신에 입각해 검찰이 아니라 국민의 시각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양대 수장 모두 ‘국민의 시각’을 언급하면서 개혁 작업에 대한 당위성 확보에 나선 것이다. 윤 총장의 발언 이후 대검 인권부는 ‘오후 9시 이후 심야조사를 원칙적으로 폐지한다’는 내용의 개혁안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개혁안 마련 지시 이후 세 번째 개혁안이다. 검찰이 심야조사를 피의자 압박 수단으로 악용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에 오후 9시 이후 조사 금지는 인권 보호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동시에 검찰 수사의 적정성을 담보할 이중·삼중 안전장치 없이 조사 시간만 줄여서는 인권 보장이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공개소환 전면 폐지에 이어 심야조사 폐지를 발표한 것은 조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가 과도하다고 비판해 온 청와대와 여당, 여론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법령 개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총장 지시 형태로 시행하는 것이라면 ‘왜 이전에는 못 했느냐’는 비판이다. 검찰이 잘못된 수사 관행을 바로잡겠다고 하자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잘못된 감찰 방식을 꼬집으며 감찰권 실질화 방안을 내놓았다. 개혁위는 ‘법무부 감찰규정’(훈령)에 규정된 검찰의 1차적 감찰권 조항을 삭제하라는 내용을 권고안에 담았다. 법무부가 감찰권을 사실상 포기하고 검찰에 셀프 감찰을 허용하면서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반복되어 왔다고 본 것이다. 법무부의 감찰권 강화가 조 장관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개혁위의 한 위원은 “가능성은 낮다”면서 “즉시 개정을 권고했지만 (검찰 감찰전담팀) 조직, 인력 배치에 최소 6개월은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무부의 검찰에 대한 감찰권 행사가 현실화되면 검찰과의 전면전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개혁위는 법무부의 감찰권 남용 방지를 위해 법무부 감찰위원회의 독립성 방안도 함께 권고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레이 美 FBI국장 방한… 윤석열 검찰총장·민갑룡 경찰청장 예방

    레이 美 FBI국장 방한… 윤석열 검찰총장·민갑룡 경찰청장 예방

    미국 연방수사국(FBI) 크리스토퍼 레이(오른쪽) 국장이 우리 검찰총장과 경찰청장을 잇따라 만나 국제수사 공조와 협력 강화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FBI 국장이 한국 수사당국 수장들을 예방한 것은 1999년 11월 루이 프리 국장(5대) 이후 20년 만이다. 2017년 8월 취임한 레이 국장은 제8대 국장이다. 24일 대검찰청을 찾은 레이 국장은 윤석열(왼쪽) 검찰총장을 만나 한국 검찰과 FBI가 다양한 범죄 수사에서 긴밀하게 협력해 온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서로 감사의 뜻을 표했다. 윤 총장은 이 자리에서 가상화폐 피싱 사기 사건을 성공적인 공조 사례로 들며 “형사처벌뿐만 아니라 범죄수익을 끝까지 추적해 피해를 복구하는 데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동부지검은 지난해 9월 FBI와 공조해 9억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가로챈 혐의로 거래소 운영자를 구속기소했다. 앞서 레이 국장은 지난 23일 경찰청에서 민갑룡 경찰청장을 만나 양국 간 치안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테러와 사이버 범죄 등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레이 국장의 방문은 아시아 지역 첫 순방 일정으로 마련됐으며 한국과의 협력 관계의 중요성을 보여 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이국종 교수 “이재명 선처해달라” 대법원에 탄원서 제출

    이국종 교수 “이재명 선처해달라” 대법원에 탄원서 제출

    “그가 국민 생명을 수호할 수많은 정책을 추진해 우리 사회 발전에 밑거름이 되도록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이국종 아주대 의과대학 교수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항소심 당선무효형 판결과 관련, 탄원서를 19일 대법원에 제출했다. 이 교수는 10쪽 분량의 자필 탄원서에서 “이 지사에 대한 판결은 경기도민의 생명과 안전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깊이 헤아려 주셔서 도정을 힘들게 이끌고 있는 도정 최고책임자가 너무 가혹한 심판을 받는 일만큼은 지양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한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그는 “차가운 현실정치와 싸워가며 도민의 생명을 지키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선진국형 중중외상환자 치료체계’ 도입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현직 도지사에 대해 대법관분들이 베풀어 주실 수 있는 마지막 관용인 동시에 여러 중증외상환자를 위한 중단 없는 도정을 위한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라고 탄원 이유를 밝혔다.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 교수는 이 지사와 손잡고 24시간 닥터헬기 도입을 비롯한 중증외상환자 치료체계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이와 관련, 이 교수는 탄원서에서 “선진국형 중증외상 치료 제도 구축이 기존 체계와 이해당사자들의 반발로 방향성을 잃고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할 때, 이 지사가 생명존중을 최우선 정책순위에 올리고 어려운 정책적 결단과 추진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직설적인 업무 추진 방식과 빠른 실행력이 오히려 혐의 사실에 악영향을 줬을지 모른다는 추측을 하게 된다”면서 “(소년공 시절 부상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심하게 변형된 이 지사의 팔꿈치를 봐달라”고 호소했다. 이 교수는 이 지사의 재판상황을 김훈 소설 ‘칼의 노래’에서 이순신 장군이 압송돼 취조받을 당시의 한 장면을 인용했다. 종사관 김수철이 ‘전하, 이순신 제독(통제공) 죄를 물으시더라도 그 몸을 부수지 마소서, 제독(통제공)을 죽이시면 사직을 잃을까 염려되옵니다’라고 말한 대목을 인용하고 “‘몸’은 ‘이 지사에 대한 사법처리 결과’, ‘사직’은 ‘경기도정 전체에 해당한다”고 비유했다. 그러면서 이 지사를 “불가항력에 가까운 현실의 장애물을 뚫어내면서 도민을 넘어 대한민국 국민의 허무한 죽음들을 막아내고 있는 능력이 출중한 행정가이자 진정성 있는 조직의 수장이라고 믿는다. 국민 생명을 수호할 수많은 정책을 추진해 우리 사회 발전에 밑거름이 되도록 선처를 부탁드린다”고도 했다. 앞서 함세웅 신부(전 민주주의 국민행동 상임대표),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이부영 자유언론실천 재단 이사장, 박재동 화백 등 종교·정치·학계 인사들도 18일 “대법원을 통해 사법정의를 세우고 도정공백이 생기지 않게 현명한 판결을 희망한다”며 ’경기도지사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대책위‘ 구성을 제안하고 나섰다. 대책위는 동참 서명을 받은 뒤 25일(잠정) 국회 정론관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준비 중이다. 경기도의회도 여야 의원 120여명이 1심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한 데 이어 2차 탄원서를 대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염종현(부천1) 대표는 “2차 탄원서를 준비하고 있다”며 “10월 중순 회기가 시작되면 의원들과 함께 논의해 탄원서 서명을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친형 강제입원‘ 사건과 관련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가 지난 6일 항소심에서 유죄로 판단돼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고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세 옛 절의 향기는 여전… 정릉시대 구가하던 문예촌은 흔적만

    세 옛 절의 향기는 여전… 정릉시대 구가하던 문예촌은 흔적만

    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9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21차 정릉천 따라’ 편이 추석 다음날인 지난 14일 성북구 정릉동 일대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서울미래유산을 사랑하는 참석자 40여명은 추석 연휴 주말을 북한산의 맑은 계곡물이 쏟아지는 정릉천에서 보냈다. 참가자들은 이날 오전 10시 우이신설선 북한산보국문역에 집결, 경국사에 들어가 고찰의 향기를 즐겼다. 주말이라 문을 열지 않는 명원민속관(한규설 가옥)을 보지 못한 게 아쉬웠다. 정릉천변은 1950~1970년대 쟁쟁한 문인·예술가들이 ‘정릉시대’를 구가하며 살던 ‘문예촌’이었다. 화가 이중섭·박고석·한묵·박세원·김병기, 소설가 박경리·박화성·박연희·박계주·최정희·계용묵, 시인 고은·조영암·신경림, 조각가 최만린, 작곡가 금수현·김대현, 극작가 차범석, 시사만화가 김성환 등의 흔적이 남아 있다. 최서향 서울도시문화지도사는 명절증후군에 시달린 주부 참가자들에게 피로를 씻어 주는 해설을 들려주기 위해 애썼다.정릉 박경리 가옥으로 가는 골목 어귀에는 ‘박경리 가옥’이라고 쓰인 표지판이 있고, 담벼락에 그려진 해바라기 그림과 책 표지가 길손을 안내한다. 그러나 ‘보국문로 29가길 11’이라는 도로명주소판이 붙은 집엔 서글프게도 ‘박경리’ 문패가 아니라 ‘서울 정릉 발도르프학교’라는 낯선 대안학교 간판이 걸려 있다. 2013년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됐지만 서울시가 예산 부족으로 매입하지 못한 까닭이다. 참가자들은 안타까움에 발길을 돌리지 못하고 문 앞을 자꾸 서성거렸다. 정비석의 ‘자유부인’ 속 댄스장이자 고급 요정이었고, 한때 신혼여행지였던 옛 청수장을 개조해 사용하는 북한산탐방안내소에 들어가 과거의 영화를 떠올렸다. 북한산 정릉골은 1971년 북악터널이 개통된 뒤 2007년 내부순환도로 국민대입구 램프가 추가 개통되기 전까지도 백악산~보현봉 자락이 장벽처럼 막아서서 개발의 손길을 거부하는 청정의 숲이었다. 청수장으로 대표되는 정릉유원지는 추억과 안식의 공간이었다. 정릉천을 따라 청수장으로 가노라면 경국사가 나타난다. ‘경국사적기’에 따르면 1325년(고려 충숙왕 12년) 자장율사가 창건할 당시 청봉 아래에 있다고 해서 청암사라는 이름을 얻었다. 정릉의 옛 지명이 ‘살을 에듯 추운’ 사을한리이고, 정릉천이 청수라고 불리고, 청수장이 정릉유원지의 랜드마크가 된 배경에는 모두 청봉이라는 자연 지명의 힘이 작용했다. 청암사는 1546년(명종 1년) 문정왕후가 사찰을 중창하면서 ‘부처님의 가호로 국가에 경사스러운 일이 있기’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경국사라고 개명했다. 1669년(현종 10년) 태조의 계비 신덕왕후 강씨의 정릉을 복원하면서 흥천사, 봉국사와 함께 능을 수호하는 원찰로 지정돼 부흥했다. 우연의 일치일까. 정릉이라는 능이 사라졌다가 260년 만에 부활한 것처럼 능을 지키는 3개 원찰의 이름이 모두 바뀌는 변고를 겪었다. 봉국사는 본래 약사여래를 모시는 약사사였지만 현종 때 ‘나라를 받든다’는 봉국사로 개명해 명맥을 이었다. 또 1409년 정릉이 정동을 떠나 정릉동으로 이장됐을 때 신흥암이라는 암자를 신흥사로 개창, 원찰로 삼았는데 1865년 흥선대원군이 흥천사라는 휘호를 내리면서 이름을 바꿨다.조계종 본산 흥천사는 신덕왕후가 처음 묻혔던 지금의 중구 정동 영국대사관 자리에 있던 170여칸 규모의 대가람이었다. 태조가 죽은 지 9년 만에 능이 지금의 정릉동으로 이장되고, 1510년 유생들이 이단을 없애 버린다며 불을 질러 폐사의 비운을 맞았다. 흥천사 종은 덕수궁에 남아 있다. 태종 이방원은 종묘에 신주를 모실 때 친어머니 신의왕후 한씨만 모시고, 계모 신덕왕후는 후궁으로 격하시켰다. 이방원의 앙갚음에 정릉동 정릉은 황폐화했다. 172년이 흐른 1581년(선조 14년) 신덕왕후의 후손인 강순일이 군역을 면제받고자 상소를 올린 것을 계기로 조정에서 정릉의 위치를 백방으로 수소문한 끝에 겨우 찾았다. 1669년 송시열의 상소에 의해 종묘에 배향되고, 능의 위상을 되찾았다. 정릉을 개수하고 제사를 지내는 날 소낙비가 내려 정릉골을 흠뻑 적셨는데, 마을 사람들은 그 비를 신덕왕후의 원한을 씻어 준 ‘세원우’라고 반가워했다. 조선의 사실상 첫 왕후인 신덕왕후를 모신 정릉 흥천사에는 조선의 마지막 왕비인 순종 비 순정효황후 윤씨가 한국전쟁 때 거주했던 기록이 남아 있다. 흥천사는 조선 첫 왕비와 마지막 왕비가 동시에 깃든 기구한 운명의 장소다. 정릉의 터줏대감은 서양화가 박고석이었다. 1955년 정릉에 자리잡은 박고석을 따라 부산 피난 시절 삼총사를 이뤘던 이중섭, 한묵이 가세했고, 청수장 물줄기를 따라 김병기, 김대현, 최정희, 박경리, 금수현 등 수많은 문인과 예술가가 집을 지으면서 형성됐다. 이중섭이 죽자 유골은 삼등분됐는데 일부는 일본의 부인(이남덕)에게 보내고, 또 일부는 시인 구상에 의해 망우리 묘지로 갔다. 나머지는 박고석이 보관하다가 정릉에 뿌려졌다. 북한산행의 기점 청수장은 1910년대에 세워져 일본인 별장으로 이용되다가 1945년 해방 뒤 민간인이 인수해 사용했다. 한국전쟁 발발 후엔 특수부대 훈련 숙소로 사용됐다. 그 후 고급 요정 ‘청수장’으로 탈바꿈하면서 정비석 소설 ‘자유부인’의 댄스홀로 등장한다. 1974년 이후 제법 기품 있는 음식점, 여관으로 운영되다가 1983년 4월 2일 북한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여기에 편입됐다. 개축 공사를 거쳐 2001년부터 북한산탐방안내소로 바뀌었다. 유럽풍 카페를 연상케 하던 청수장 본관만 남겨 두고 등산로와 맞닿아 있던 담과 부속 건물은 허물어 아담한 정원으로 꾸몄다.1950년대 후반 돈암동 셋방에 살던 박경리(1926~2008)는 1965년부터 2002년까지 정릉동 골짜기 집에 머물렀다. 이 집에서 1969년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이후까지 대장정을 담은 장편 대하소설 ‘토지’ 집필을 시작했다. 1980년 사위 김지하의 옥바라지를 위해 강원 원주로 이사할 때까지 삶의 터전이었다. 이웃사촌 박고석이 삽화를 그린 ‘노을진 들녘’은 1961년 10월부터 연재를 시작해 총 250여회를 이어 나갔다. 장편 ‘김약국의 딸들’을 출간한 뒤 대표작 토지 1부 집필에 들어갔다. 정릉은 그의 대표작들이 잉태되고, 외동딸 김영주의 연애와 결혼이 이뤄진 행복한 장소였지만 고통도 담긴 곳이다. 피신해 있던 사위가 체포된 정릉 집은 차라리 유배지였다.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에서 선생은 “박정희 군사정권 시대/사위는 서대문 형무소에 있었고/우리 식구는 기피 인물로/유배지 같은 정릉에서 살았다/천지간에 의지할 곳이 없이 살았다/수수께끼는/우리가 좌익과 우익의 압박을 동시에 받았다는 사실이다/그리고 인간이 얼마만큼 추악해질 수 있는가를/뼈가 으스러지게/눈앞에서 보아야 했던 세월/태평양 전쟁 육이오를 겪었지만/그런 세상은 처음이었다/악은 강렬했고 천하무적이었다/아 참, 그 얘기는/저승에나 가서 풀어놔야지/그 끔찍한 사실들을/측천무후인들 믿을 것인가”라고 절규했다. 정릉시대의 쓰라린 편린이다. 선생의 무덤에는 비석이 없다. ‘이 나라에 이런 사람들이’(기파랑, 2017년 간)에 실린 김형국의 ‘박경리, 포한이 원력이던 소설문학’에 따르면 “이전에 무덤 앞 상석에 당신 필체로 ‘박경리’라고 성명 석 자만 달랑 새겼다던데 나중에 다시 가족이 당신 이름도 빼고 그냥 민짜 상석을 놓아 달라 했단다. 고사로 치면 아무 글자도 새기지 않는 백비(白碑)를 말함이었다. 더 할 말이 없다는 뜻이었다”고 썼다. 실제 통영 박경리기념관 선생의 묘소에는 상석 하나만 달랑 놓여 있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장 사진 김학영 연구위원 ■다음 일정 : 제22차 서울의 문학3(윤극영의 반달) ■일시 및 집결장소 : 9월 21일(토) 오전 10시 우이신설선 4·19민주묘지역 2번 출구 구내 ■신청(무료) :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futureheritage.seoul.go.kr) ■문의 : 서울도시문화연구원(www.suci.kr)
  • [흥미진진 견문기] 고려 때부터 시작된 동네 역사… 곳곳서 느껴지는 예술혼 숨결

    [흥미진진 견문기] 고려 때부터 시작된 동네 역사… 곳곳서 느껴지는 예술혼 숨결

    추석 연휴인 토요일, 시원한 물줄기와 푸른 북한산 산등성이를 바라보며 정릉천 문학과 예술의 여정을 시작했다. 정릉에 사는 사람들은 정릉동이라는 명칭 대신 ‘정릉 산다’, ‘정릉 살아요’라는 말로 자부심과 상징적 의미를 드러낸다는 해설을 들으며 고려시대부터 역사를 함께해 온 경국사로 향했다. 정릉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정릉천의 물소리를 들으며 걷다 보니 ‘삼각산경국사’ 현판이 눈에 들어왔다. 가을장마가 살짝 가셔서 그랬을까, 안개가 자욱이 앉은 경국사의 모습은 시내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고즈넉했다. 은은한 목탁 소리와 함께 일행은 목각탱화를 간직한 대웅전과 목각 관세음보살을 모신 관음성전 구석구석을 돌아봤다. 정릉천을 따라 얼마쯤 걸었을까. 초가을 날씨가 무색하게 살짝 더위가 느껴질 때쯤 정릉은 역사적 공간만이 아닌 음악, 미술, 문학에 이르기까지 예술혼이 깃든 장소임을 눈치챌 수 있었다. 박경리, 최만린, 이중섭, 김대현 등 문화예술인들이 정릉에 자리잡고 주변의 다른 이웃 문화예술인들과 교류를 했다 하니 그들이 산책하면서 얻었을 영감에 정릉천이 새삼스레 멋있게 느껴졌다. 소설가 박경리의 집터가 눈에 들어왔다. 지금은 대안학교로 쓰이고 있지만, ‘토지’를 집필한 이곳에서 하나밖에 없는 사위인 시인 김지하가 옥살이했을 때 지었던 시 한 편을 듣고 나니 작가의 한이 느껴졌다. 정릉천의 막바지를 따라가니 이번에는 정릉 촬영장과 영화배우 김지미의 옛집이 근처에 있음을 알게 됐다. 한국영화에 한 획을 그었던, 영화보다도 더 영화 같은 그녀의 이야기에 다시 열기를 되찾고 마지막 코스인 옛 청수장 자리로 향했다. 1950~1960년대 신혼여행지였다는 청수장이 지금은 북한산국립공원탐방안내소로 바뀌어 있었다. 가수 조동진이 청수장에서 고은 시인을 만나 ‘작은 배’라는 노래를 만들었다는 이야기에 정릉은 처음부터 끝까지 문화예술적으로 버릴 곳이 하나도 없는 곳이라고 느끼며 여정을 마무리했다. 김미선 책마루연구회 연구원
  • 원불교 100주년, 서울시대 열린다

    원불교 100주년, 서울시대 열린다

    익산에서 이관은 변화의 상징 의미 직사각 업무동·솥 모양 종교동 조성 행정기구 교정원 서울사무소도 개설 종법사와 의결기구는 익산에 그대로 정신개벽 바탕한 사회 교화 터전으로국내 최대의 신흥 민족종교 원불교가 본격적인 서울시대를 연다. 숙원 사업이던 원불교소태산기념관 공사를 마무리해 오는 21일 개관식을 갖는 데 이어 행정총괄기구인 교정원 서울사무소도 개설, 행정업무를 대폭 서울로 이관한다. 이에 맞춰 국제화와 원불교의 으뜸 사상인 정신개벽을 통한 대사회 교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원불교는 일반인들에겐 전북 익산의 종교로 널리 알려져 있다. 최고 웃어른인 종법사(불교의 종정 격)와 종법사를 중심으로 한 최고 의결기구인 수위단회, 행정총괄기구 교정원이 모두 익산에 포진해 있다. 원광대를 비롯한 교육시설과 각급 의료·사회·봉사시설은 모두 익산총부와 연결돼 익산 주민들에게도 원불교는 무시할 수 없는 종교로 각인돼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양상이 사뭇 달라진다. 우선 21일 동작구 현충로 한강변에 개관하는 원불교소태산기념관은 그 변화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2016년 건축을 시작해 3년여 만에 완공된 소태산기념관은 이름 그대로 원불교 창교자인 소태산 박중빈(1891~1943) 대종사의 사상과 삶을 고스란히 담은 원불교의 아이콘으로 떠오를 전망이다.‘일원을 담아 은혜를 짓다’라는 슬로건 아래 완성된 기념관은 직사각 형태의 비즈니스센터인 업무동(지상 10층)과 솥 모양의 종교동(지상 2층)으로 돼 있다. 종교동에는 지하층에 대각전과 선실, 지상층에 534석 규모의 소태산홀과 사무공간, 8실의 숙소동이 자리한다. 종교동 옥상에 마련한 원형 정원은 명상과 행선은 물론 소규모 공연장으로 두루 활용할 계획이다. 종교동을 상징하는 둥근 솥에는 세계시민이 함께 사용할 600~800석의 다목적홀과 교당의 대각전이 될 300석 규모의 전용법당, 100여명이 사용할 선실(禪室), 청소년홀과 각종 회의실이 자리한다. 비즈니스센터에는 교육연구와 근린생활시설 등이 들어선다. 지하 1층에는 원불교 역사문화체험관을 운영해 시민들이 원불교 문화를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사람, 평등, 몸을 상징하는 업무동과 ‘정신’, ‘포용’, ‘우주’를 뜻하는 종교동은 음양 조화를 뜻하는 태극으로 연결돼 두 건물이 하나로 완성되면 온전한 사람 모형이 된다는 게 원불교 측의 설명이다. 소태산기념관 개관에 맞춰 행정총괄기구인 교정원 서울사무소도 문을 연다. 원불교 교정원의 7부 3실 가운데 교정원장 부속실과 국제부, 문화사회부, 청소년국 등 1실 2부 1국이 서울에 새로 둥지를 틀게 된다. 재가단체인 원불교 봉공회와 여성회, 청운회, 청년회 사무실도 입주한다. 행정 수장인 교정원장은 주 절반 정도 서울에 머물며 행정 업무를 총괄할 예정이다. 종법사와 종법사를 축으로 한 최고의결기구인 수위단회는 종전대로 익산에 머물게 된다. 창교자인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는 원불교 개교 초창기 다른 도반들과 서울 총부를 세울 것을 여러 차례 논의했다고 전해진다. 실제로 원불교는 소태산기념관 건립을 창립 100주년 기념사업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 추진해 왔다. 기념관 건립과 교정원 서울사무소 개설에 맞춰 원불교는 다양한 사업을 벌여 나갈 계획이다. 기념관을 정신개벽에 바탕한 사회 교화의 터전으로 삼아 세계를 향한 교화와 교육 자선의 새 도량으로 키워 나가겠다고 벼르고 있다. 원불교 문화사회부 조경원 교무는 “소태산기념관은 창교자 박중빈 대종사로부터 시작된 원불교의 사상과 종교적 실천을 반영한 사실상의 총부인 셈”이라며 “원불교 교도들의 신앙·수행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을 향한 성숙한 교화와 봉사의 터전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LG·SK 배터리 갈등 대화 물꼬 텄지만…

    양측 “만남 자체로 의미”… 성과는 없어 재계 “소송비 쓰기보다 화해가 합리적”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두 회사의 소송전 이후 처음으로 단둘이 만나 갈등 봉합을 시도했으나 입장 차이만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및 특허 침해 소송이 폭로·비방전으로 번지는 가운데 각사 최고경영자(CEO)가 16일 서울 모처에서 단독 회담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두 CEO가 진정성 있는 대화를 나눴다. 만남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대화 내용에 대해선 함구했다. 업계에 따르면 신 부회장과 김 사장은 그간 평행선을 그려 온 각사의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양측 간 갈등의 골이 너무 깊었다. 오늘 만남 분위기는 썩 좋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간 LG화학은 진정성 있는 사과, 재발 방지 약속, 손해배상 제시 등 3개 조건을 SK이노베이션에 요구해 왔고, SK이노베이션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해 왔던 만큼 이날 신 부회장과 김 사장 간에 신경전이 오갔을 가능성도 있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산업통상자원부 중재로 마련된 자리다. 산업부 관계자도 배석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첫 회동에서 어떤 성과가 나오기 어렵다고 보고 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단 양측이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추후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재계 관계자는 “결국 기업은 합리적 선택을 하게 돼 있다. 소송전에는 천문학적인 돈이 든다. 그 돈을 쓰는 것보다는 화해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면서 “일단 한 번 만났으니 2차, 3차로 만나면 입장 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조선 지방통치행정기구’ 전라감영, 내년 3월 옛 모습 되찾는다

    ‘조선 지방통치행정기구’ 전라감영, 내년 3월 옛 모습 되찾는다

    현 공정률 85%… 국내산 자재만 사용조선시대 호남을 관할했던 전라감영 복원 사업이 내년 3월 마무리될 전망이다. 전북 전주시는 현재 공정률이 85%라고 16일 밝혔다. 104억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현재 감사가 집무를 보던 정청인 선화당, 누각인 관풍각, 감사 가족의 처소 내아, 내아행랑, 감사의 처소인 연신당 등 5개 건물이 수장공사(한옥의 마지막 공정)를 마치고 담장과 마당 정비공사만 남겨놨다. 전라감영 복원 공사는 모두 국내산 자재만 사용해 전통 제작기법으로 추진됐다. 건축물은 철저하게 고증에 따라 복원됐다. 모든 나무에는 갈라짐을 막기 위해 들기름을 듬뿍 칠했다. 그러나 이번에 복원된 전라감영은 애초 25개의 시설이 있었지만 부지와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3분의1 규모에 머물렀다. 글 사진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文대통령, 최기영 과기·이정옥 여가 등 장관급 5명 임명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조국 법무부 장관 외에도 5명의 장관급 후보자들을 임명했다. 지난달 30일 임명된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이날 다른 후보자들과 함께 임명장을 받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이끌어 갈 최기영(64) 신임 장관은 저전력 반도체시스템 연구에 집중해 2016년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 석학회원이 되는 등 반도체 분야에서 국제적 명성을 떨친 연구자다. 그는 지난해 역대급 폭염이 찾아왔을 때 자신이 사는 아파트의 경비실에 에어컨을 자비로 설치해 화제가 되는 등 사회 현안에 적극 참여하는 과학자로도 알려져 있다. 이정옥(64) 신임 여성가족부 장관은 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를 지냈고 평생을 여성과 국제사회 관련 교육연구에 매진한 원로 사회학자다. 이 장관은 취임사에서 “최근 청년층에서 나타나는 성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청년세대가 경험한 성차별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겠다”면서 “여성폭력 피해 예방과 피해자 지원을 위해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여성폭력방지위원회를 통해 정책을 체계화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의 새 수장이 된 은성수(58) 금융위원장은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과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으로 일한 국제금융 전문가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재정경제원(현 기재부)과 청와대 구조조정기획단에서 64조원의 공적자금 조성 계획을 세우는 데 참여했다. 기재부 국장 시절 여러 국제회의에서 장관 수행을 빈틈없이 해 ‘의전의 달인’이라고 불렸다. 은 위원장은 취임식에서 “금융사가 혁신기업을 지원하면서 손실이 발생해도 고의·중과실이 없으면 면책될 수 있게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조성욱(56)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은 재벌개혁 관련 연구를 진행해 온 재벌 전문가다. 그는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일하던 2003년 ‘기업지배구조 및 수익성’ 논문을 통해 외환위기가 재벌의 취약한 지배구조 때문에 발생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 논문은 세계 3대 재무전문 학술지인 ‘금융경제학 저널’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한상혁(58)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은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출신으로 미디어 전문 변호사의 길을 걸어 왔다. 2000년대 초부터 ‘삼성X파일’ 사건 등 MBC의 자문역을 맡았고 2009년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를 역임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조국 “가족 관련 수사 보고 금지할 것”…공정성 논란 불식

    조국 “가족 관련 수사 보고 금지할 것”…공정성 논란 불식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장관으로 임명되더라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된 검찰 수사에 대해 일절 보고받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수사 공정성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조 후보자는 2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만약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되면 가족과 관련된 수사에 대해 보고를 금지하도록 지시하겠다”며 “어떠한 보고도 받지 않을 것이고, (법무부 장관) 지시가 없어도 윤석열 검찰총장님이 보고하지 않고 열심히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제 가족이 수사받는다고 해도 수사의 엄정성은 검찰이 판단할 부분”이라며 “검찰은 검찰의 일을 하고 법무부는 법무부 일을 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권력기관 개혁 핵심이 검찰은 검찰 일을 하고 법무부는 법무부 일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조 후보자를 둘러싸고 진행되는 검찰 수사를 놓고 “수사 대상자가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장관으로 임명될 경우 ‘수사 대상자인 법무부 장관’ 또는 ‘피의자 신분 법무부 장관’이 나올 수 있다며 수사 공정성 논란을 이유로 특검 도입론까지 거론된 상태다. 이처럼 조 후보자가 ‘수사 관련 보고 금지’를 공언한 것은 법무부의 수장으로서 자격 논란을 최소화하고, 수사 중립성을 둘러싼 시비를 차단해 보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때문에 수사 관련 사안에 대한 질문이 나오면 구체적 답변을 자제하는 태도를 보였다. 특히 조 후보자는 “제 입으로 ‘처남이 피해자다’라고 하면 검찰 수사에 지침을 주게 된다. 피해자라고 말할 수 없다”고 강조하며 “피해자라고 말하는 순간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방침을 줬다고 (보도가) 나지 않겠냐”고 설명했다. 아울러 “장관으로 임명돼도 이 문제에 일절 개입하지 않을 것이고 검찰의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조 후보자가 장관에 임명되면 어떤 방식으로든 수사에 직·간접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으므로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는 임명을 보류해야 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이준형 서울시의원, 개교 100주년 이상 학교 기록물·자료 관리 시급 지적

    이준형 서울시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강동1)은 8월 26일(월)에 열린 서울시의회 제289회 임시회 시정 질문에서 조희연 교육감 및 박원순 시장을 대상으로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개교 100주년 이상의 학교 기록물 및 자료 관리의 중요성’을 지적하고 고증과 자료 관리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날 시정 질문에서 이 의원은 서울시내 3개 학교(배화여고, 경기상업고, 교동초)를 직접 현장 방문해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자료들의 관리실태 및 보존의 노력이 제각각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하고 행정의 소홀함을 지적했다. 1898년 설립돼 120여년이 지난 오랜 역사를 지닌 배화여자고등학교의 경우 교육청 차원의 예산 지원이 이루어진 적이 없음에도 졸업생 및 적극적인 역사의식을 지닌 선생님들의 의지로 자료 관리 및 보존이 비교적 잘 되어 있었으며, 향후 역사관을 조성할 계획까지도 준비하고 있었다. 반면, 1894년 개관해 만세보(1906년), 대한매일신보 등 일제 강점기 자료를 상당량 보유하고 있는 교동초등학교의 경우 보존상태가 매우 취약하고 재정비 담당자의 전문성이 확보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재정력이 있는 몇몇의 사립학교들에서는 별도의 수장고를 마련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빈 교실에 학교의 각종 기록물, 상패, 교육자료 등을 한데 모아 보관만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고문서 및 골동품의 경우 상태 보존을 위한 적절한 온도 및 습도의 조절 등 보전처리가 시급하나, 환경적 여건을 갖춘 곳은 거의 없었다. 많은 학교에서 소장하고 있는 자료들이 역사적, 문화적, 예술적 가치를 감정 받지 못한 채 버려지거나 방치되고 있었다. 이에 기록연구사 등과 같이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투입돼 자료를 목록화·현행화하고, 체계적으로 분류하여 보존해야 할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지난 2월 27일부터 10일간 서울시청 시민청갤러리에서 <3월의 그날, 서울학생! 뜨거운 함성이 되다>를 개최한 바 있다. 3·1만세시위를 독립만세운동으로 확산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음에도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서울 학생, 교사들의 활약상과 역사적인 학교 현장 자료를 발굴·수집하여 공개했다. 이를 위해 서울시교육청은 기록연구사 13명을 포함해 실무추진단을 구성해 개교한지 100년이 넘은 71개 학교의 기초자료를 분석하고, 3·1운동 관련 자료를 소장하고 있는 21개 학교를 현장 방문해 3·1만세시위에 참여한 학생과 교사들의 학적부, 졸업명부, 학적기록 등 70점, 수형기록표 73점, 판결문 138점, 사진 96점, 재감인명부, 신문조서, 성향조회서 등 기록물 100여점, 기타 태극기, 교복, 교지 등 실물자료를 발해 정리해 전시했다. 행사가 끝난지 5개월여 지난 지금 <3월의 그날, 서울학생! 뜨거운 함성이 되다> 전시에 활용되었던 자료들은 현재 어디에 어떻게 보관되고 있는지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에게 질의하고,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의 무관심 속에서 훼손되고 망실된 자료들에 대한 행정의 관리 부재실태를 지적했다. 이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그 필요성과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그동안 예산의 범위 내에서 교육행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우선순위에 밀려 추진되지 못했음을 인정했다. 이 의원은 “최근의 한일관계와 맞물려 서울학생독립운동의 역사적 가치가 재조명되는 이 시기에 기억하고 보존해야할 역사기록물에 대해 서울시교육청과 학교의 역할 재정비가 시급하며, 이를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관리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홍콩 反中시위 장기화… 람 장관 ‘사면초가’ 차이 총통 ‘어부지리’

    홍콩 反中시위 장기화… 람 장관 ‘사면초가’ 차이 총통 ‘어부지리’

    홍콩의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지난 주말을 기해 12주차에 접어들었다. 시위대는 송환법 완전 철폐와 더불어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하나의 중국’을 옹호하며 중국의 든든한 지원사격을 받았던 람 장관은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반면 ‘탈(脫)중국화’로 총통 자리에 올랐다가 이로 인해 지난해 총선에서 참패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홍콩 시위를 계기로 지지율이 반등하는 등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지난 2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4일 오전 정부청사에서 19명의 지역 유력 인사 및 정치인 등과 만난 람 장관이 “송환법을 완전히 철회하라는 시위대의 요구를 수용하라”는 이들의 주장에 “나는 그 발언을 내뱉을 수 없다”고 대답했다고 전했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송환법 철회 선언이 람 장관의 통제 밖에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법안의 배후에 중국 중앙정부가 있음을 짐작게 했다. ●‘철의 여인’ 캐리 람, 민주화 억압 아이콘 되나 람 장관을 옥죄고 있는 송환법은 람 장관의 머릿속에서 나왔으나 중국 정부가 이를 강력하게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정부가 중국을 포함해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지 않은 국가에 범죄 용의자를 넘겨주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이 법안은 지난 4월 발표와 동시에 반발에 부딪혔다. 홍콩 내 반중국 인사를 합법적으로 본토로 잡아가려는 중국 정부의 의도가 반영됐다는 이유에서다. 2017년 취임한 람 장관은 대표적인 ‘친(親)중국’ 인사다. 홍콩의 행정장관은 선거인단에 의한 간선제로, 입후보자는 1200명으로 구성된 지명위원회에서 과반수 동의를 얻은 2~3명으로 제한돼 있다. 중국 공산당은 입후보자가 ‘애국애항’(중국과 홍콩을 사랑한다는 뜻) 인사여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어 사실상 반중(反中) 인사의 출마는 원천 봉쇄돼 있다. 람 장관은 이러한 선거제도를 적극 두둔한 이력 덕분에 당선됐다. 2014년 홍콩 도심에서 79일 동안 벌어진 ‘우산혁명’은 소수의 선거위원회가 행정장관을 뽑는 이른바 ‘체육관 선거’에서 벗어나 행정장관 완전 직선제 실시를 촉구하는 민주화 시위였다. 당시 정무사장(정무장관)이던 람 장관은 홍콩 시민들의 열망을 무시한 채 시위대를 강제 해산시켰고, 1000명에 달하는 시위 참여자를 체포했다. 이때 ‘홍콩의 철의 여인’, ‘홍콩의 마거릿 대처’ 등의 별명과 함께 중국 정부의 마음을 얻어 2017년 7월 행정장관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홍콩의 반정부 시위가 중국 공산당에 저항하는 대규모 민주화 시위로 발전하며 ‘톈안먼 시위’에 비견되는 상황에서 임기를 절반 이상 앞둔 람 장관은 스스로 물러나고 싶어도 물러날 수 없는 신세가 됐다. 지난 7월 파이낸셜타임스는 람 장관이 이번 사태를 책임지겠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으나 중국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당시 중국 정부는 “당신이 벌여 놓은 일이니 당신이 수습하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람 장관은 “송환법은 죽었다”는 식의 비법률적 언어를 사용하며 더욱 격렬한 사퇴 요구에 직면하기도 했다. 람 장관은 이후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하며 강경 진압을 이어 가는가 하면 사퇴 불가 선언을 내놓는 등 강경한 행보를 보이며 중국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싱가포르 CNA는 “람 장관의 임기는 중국이 람 장관을 대체할 차기 행정장관 물색을 끝내자마자 종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콩 시위 기회 삼아 재선 노리는 차이 총통 2016년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총통직을 거머쥔 차이 총통은 올 초까지만 해도 내년 대선을 위한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당내 경선 승리조차 장담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지방선거 당시 수도 타이베이를 비롯한 22개 광역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제1야당 국민당이 15석을 얻은 반면 민진당은 6석을 얻는 데 그치며 대참패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만 민주주의의 성지’로 불리는 등 민진당의 철옹성이었던 남부도시 가오슝에서 국민당 한궈위 후보가 선출되자 차이 총통은 1996년 총통 직선제 도입 후 재선에 실패하는 첫 총통으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됐다. 정치적 위기에 직면한 차이 총통에게 홍콩의 시위는 더할 나위 없는 호재였다. 양안(중국·대만)관계가 악화일로를 거듭하며 대만 경제가 둔화되자 시민들은 탈중국화를 외치던 차이 총통에게 책임을 물었다. 그러나 시민들은 홍콩 사태를 통해 중국이 대만에 요구하는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알게 됐다. 중국의 막강한 자본은 곧 지금까지 대만이 누리던 자유의 종말을 뜻했다. 차이 총통도 이런 흐름을 십분 활용했다. 홍콩 시위가 확산하자 “대만은 송환법 입법에 반대한다”며 홍콩 정부와 곧장 선을 그었다. 앞서 람 장관은 지난 2월 대만에서 일어난 홍콩인 살인 사건이 송환법 발의의 계기라고 말해 왔다. 당시 20대 홍콩인 남성이 대만에 같이 갔던 홍콩인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홍콩에 돌아왔으나 속지주의(영외 발생 범죄 불처벌)를 따르는 홍콩은 대만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지 않고 있어 이를 처벌할 수 없었다. 그러나 당사국인 대만이 이를 반대하자 송환법 추진 동력은 더욱 힘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에도 차이 총통은 홍콩 시위를 지지함으로써 중국에 반기를 들며 반중 정서 결집에 힘을 쏟았다. 차이 총통은 “일국양제하에서 22년 만에 홍콩인의 자유는 더는 당연한 것이 아닌 게 됐고, 과거에 자랑하던 현대적 법치제도도 점차 무너지고 있다”며 “대만이 이에 깊은 경각심과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6월 차이 총통은 민진당의 2020년 1월 11일 차기 총통 선거 후보 경선에서 승리하며 재선 도전에 나서게 됐다. 국민당 총통 후보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한 가오슝 시장으로 차이 총통과 비교하면 친중 노선에 가까워 이번 선거도 친중 대 반중의 대결 구도로 점쳐진다. 홍콩 시위가 지속되면서 한 시장의 지지율은 떨어지는 반면 차이 총통의 지지율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대만이 이렇게 반중 기조를 유지할 수 있는 건 대만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고자 하는 미국의 영향이 크다. 미국은 1979년 단교 이후 대만의 안보를 지원하는 국내법인 대만관계법을 근거로 대만이 필수적인 국방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각종 무기를 수출할 수 있었다. 특히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당선인 시절부터 차이 총통과 통화하며 대만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유지해 왔다. ●中과 무역전쟁 중인 美, 대만에 무기 수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대만에 M1A2 에이브럼스 전차의 대만형인 M1A2T 전차와 스팅어 미사일 등 22억 달러(약 2조 6000억원) 이상의 무기를 판매하는 계획을 승인한 데 이어 지난 20일에는 록히드마틴의 F16 전투기 66대를 판매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미 군사전문매체 디펜스뉴스는 “국방력을 강화하려는 대만과 중국과의 무역갈등에서 무기 판매를 협상용 카드로 쓰려는 트럼프 정부의 계산이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만의 홍콩 시위 지지와 미국의 대만 무기 수출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단호하다. 대만은 물론 미국 또한 홍콩 시위에 ‘간섭 말라’는 입장이며, ‘무기 판매를 자제하지 않으면 중국도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태도다. 차이 총통은 중국의 위협에도 홍콩 입법회를 점거했다가 수배령이 내려진 시위자 30여명의 정치적 망명 신청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조국 촛불집회’ 고대에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등장

    ‘조국 촛불집회’ 고대에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등장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고교 재학 시절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6년 전 고려대 후문 게시판에 붙은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가 같은 자리에 다시 등장해 눈길을 끈다. 23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날 고려대 후문 앞 게시판에는 ‘그래서,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의 2장짜리 대자보가 ‘14(학번) 컴퓨터(학과) 명훈’ 명의로 붙었다. 대자보 게시자는 “불과 두 주 전, 대한민국 법무부의 새로운 수장이 내정되었다”며 “물론 다른 누구보다도 정의롭고, 권력에 굴복하지 않으며 조국의 안녕을 위해 거침없이 대검을 뽑을 수 있는 사람일 것”이라고 비꼬았다.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새벽 공기를 마시며 논문을 써내려가는 대학원생들이여, 도대체 당신은 고작 2주짜리 랩 인턴은 왜 안 했느냐”며 조 후보자 딸의 논문 관련 의혹을 꼬집었다.이어 “준법정신은 크게 어기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며 “법을 제대로 닦아놓지 않은 입법기관 탓을 하노라면 차마 그 끝을 볼 자신이 없어 그만두겠다”고 적었다. 게시자는 “우리는 부패한 권력을 끌어내린 역사의 현장에 당당히 자리했고, 촛불로 쌓아올린 이 세상이 적어도 한 걸음쯤은 나아갔다고 믿었다”며 “이제 그럴 수는 없을 것 같다. 앞서 말한 권력이 지금과 별반 다를 바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아울러 독자들을 향해 “그저 묻고 싶다. 6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안녕들 하시지 못한지요”라며 “그래서, 모두 안녕들 하십니까”라고 끝맺었다. ‘안녕들 하십니까’는 약 6년 전인 2013년 12월 고려대생 주현우씨가 고려대 후문 게시판에 붙인 대자보다. 주씨는 당시 대자보를 통해 철도민영화에 반대하던 노동자들이 대거 직위해제된 사태를 거론하며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해 온·오프라인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날 고대 후문 게시판에는 조 후보자 딸 관련 의혹을 비꼬는 다른 대자보도 붙었다. 작성자는 가수 싸이의 노래 ‘아버지’ 가사 일부를 인용하며 “아버지 이제야 깨달아요, 어찌 그렇게 사셨나요”라는 문구를 강조해 놓고 끝부분에 ‘자랑스러운 고대 딸이’라고 덧붙였다. 대자보 하단에는 “법무부장관 후보자 자녀의 고려대 입학과정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한다”는 문구가 적혔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진경산수화 품은 선유정에 서니, 절두산 순교의 아픔 아스라이

    진경산수화 품은 선유정에 서니, 절두산 순교의 아픔 아스라이

    서울신문이 서울특별시,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9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17회 양화진과 선유도’ 편이 지난 17일 오후 6시부터 2시간여 마포구 합정동과 영등포구 양화동 일대에서 진행됐다. 혹서기 야간투어 프로그램 네 번째 순서였다. 서울미래유산을 사랑하는 참석자 40여명은 절두산 가톨릭 순교성지와 양화진 역사공원을 거쳐 양화진 외국인선교사 묘원을 둘러봤다. 이동시간을 단축하려고 시내버스를 이용, 양화대교를 건너 선유도공원에 내렸다. 수질정화원-선유정-녹색기둥의 정원-수생식물원-시간의 정원-전망대 순서로 어둠이 내려앉은 한강 한가운데 섬을 걸었다. 이번 코스의 서울미래유산은 양화대교와 선유도공원 2곳이다. 가까이 있지만 먼 양화진과 선유도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참석자들의 기대와 호응이 높았다. 선유정과 전망대에서 바라본 야경은 18세기 겸재 정선이 그린 진경산수화의 야간 버전인 듯했다. 선유도라는 거대한 배를 타고 양화대교~서강대교~성산대교 사이에 펼쳐진 서울의 서쪽을 맘껏 조망했다. 해설을 맡은 황미선 서울도시문화지도사가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 새 답사코스를 개발한 덕분이다.양화진은 기독교를 양분하고 있는 가톨릭과 개신교 양대 종파의 공동 성지다. 우리나라 가톨릭교회의 박해와 수난을 상징하는 절두산 순교자기념관과 개신교 개척 선교사들의 요람인 양화진 외국인선교사 묘역이 있다. 양화진 역사공원은 두 성역의 중심부에서 절묘한 균형추를 잡고 있다. 양화진 역사공원은 양화나루터를 지키던 옛 군사기지 터에 조성됐다. 본래 양화진은 서울~인천, 서울~강화도 두 바닷길을 잇는 길목이었다. 또 세금으로 바친 곡식을 실은 세곡선의 검문소이자 선유봉과 잠두봉이 연출하는 절정의 뱃놀이 명소이기도 했다. 새남터(이촌동)와 함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였기에 죄인을 처형하거나 죄인의 시신을 전시했다. 1884년 갑신정변 ‘삼일천하’의 주인공 김옥균이 능지처참을 당한 바로 그곳이다.1866년(고종 3) 제1차 병인양요 때 서울을 침범한 프랑스 함대가 정박한 양화진에서 천주교 신자들의 처형이 이뤄졌다. 이때부터 잠두봉은 ‘머리를 자른 산’이라는 뜻에서 절두산이라는 섬뜩한 이름이 붙었다. 무려 2000여명이 이때 순교한 것으로 추정된다. 가톨릭교회에서는 1966년 병인 순교 100주년을 기념해 이곳을 매입한 뒤 잠두봉을 중심으로 성당과 순교기념관을 건립, 사적지로 조성했다. 1976년 이래로 한국 성인들의 유해를 옮겨 와 안치했다. 절두산성지 내에는 관련 사료와 유물, 유품전시관, 28위의 성인 유해를 모신 유해실, 순례성당, 순교자 교육관, 김대건 신부 동상을 비롯해 야외 전시관이 있다. 절두산 성당은 혜화동 성당, 아현동 성당 및 국립극장, 경주박물관 등 종교건축과 문화시설을 주로 지은 건축가 이희태의 작품이다. 기념관은 우뚝 솟은 절벽 위에 세워졌는데 원반 모양의 지붕은 선비의 갓을, 6m 높이의 종탑으로 구멍이 뚫린 벽은 순교자들의 목에 채워졌던 목 칼을, 그리고 지붕 위에 늘어뜨린 사슬은 족쇄를 상징한다. 성당은 부대시설과 장식을 일절 배제했다. 언덕 위 양화진 외국인선교사 묘역은 언더우드, 아펜젤러, 스크랜턴 등 3인이 묻힌 한국 개신교의 성소다. 서울시내에 유일한 이국적 풍경의 외국인 묘역이다. 1885년 4월 5일 개신교 선교사 호러스 그랜트 언더우드와 헨리 아펜젤러를 태운 배가 인천 제물포항에 도착했다. 이틀 전 일본 나가사키를 출항, 부산에 도착한 뒤 남해안과 서해안을 돌고 돌아 제물포에 도착한 것이다. 이날은 한국 개신교의 공식 선교일이다. 갑신정변 직후여서 파란 눈을 가진 목사의 서울 입성은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결국 아펜젤러 부부는 일본으로 되돌아갔고, 독신 언더우드는 서울에 들어온 첫 목사로 기록됐다.언더우드는 제물포선착장(올림푸스호텔)-인천도호부(문학초등학교)-성현(근로복지공단 인천병원 앞)-성곡(부천시 여월동)-고음월리(신월IC)-양화진(인공폭포)-애오개(아현감리교회)-돈의문(강북삼성병원 앞)-제중원(을지로입구)을 거쳐 사대문 입성에 성공했다. 직선거리 45㎞에 이르는 이동경로는 오늘의 경인로라고 보면 된다. 최초의 여선교사 메리 스크랜턴은 6월, 아펜젤러는 7월 뒤이어 입경했다. 언더우드는 새문안교회와 경신학교, 연세대의 전신인 연희전문학교를 세웠다. 아펜젤러는 배제학당과 정동교회, 스크랜턴은 이화학당을 각각 설립했다. 이들 외에도 한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한 호머 헐버트, 대한매일신보 설립자 어니스트 베델, 한국에서 태어난 최초의 서양인으로 결핵요양원을 세우고 크리스마스실을 발행한 셔우드 홀, 삼일만세 사건을 처음 보도했고 행촌동에 딜쿠샤를 남긴 앨버트 테일러 등 모두 14개국에서 온 415명의 선교사와 가족이 잠든 곳이다. 양화대교 중간에 배 모양으로 길게 누워 있는 선유도는 원래 40m 높이의 선유봉이었고 주변은 더 넓은 모래벌판이었다. 선유봉의 운명은 기구했다. 네 번의 윤회를 통해 변신을 거듭했다. 우뚝 솟은 봉우리에서 채석장으로 변했고, 다시 정수장으로 바뀌었다가 지금은 생태공원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첫 변화는 1925년 을축년 대홍수 이후 한강변에 둑을 쌓으면서 골재 채취용으로 크게 훼손당됐다. 두 번째는 여의도비행장 건설 때 모래와 자갈을 내어 주는 골재 공급처로 쓰여 망가졌다. 1945년 해방 이전에 봉우리의 절반 이상이 희생됐다. 해방 이후 도로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또 선유봉 암반을 깎았는데 이때 선유봉은 평지로 변했고, 1965년 이 자리에 제2한강교(양화대교)가 놓였다. 1968년 시작된 제1차 한강개발사업은 선유봉을 섬으로 만들었다. 주변에 7m의 옹벽을 치고, 섬과 한강 남단 사이에 있던 모래를 모두 퍼내 강변북로를 만들었다. 결국 1978년 영등포 공단지대의 식수공급용 정수장으로 둔갑했다. 2002년 4월 정수장을 재활용한 한강 최초의 섬 공원이자 국내 최초의 산업시설 재활용 생태 공원이 돼 시민 곁으로 되돌아오기 전까지 당인리발전소와 함께 개발시대 한강의 대표적인 산업시설로 존재했다. 조선시대 뱃놀이 명소, 일제강점기의 골재 채취장, 1970~90년대 정수장이라는 변신을 겪은 공간은 생태공원으로 네 번째 삶을 맞았다. 선유도 전망대에 올라서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한강을 가로지르는 붉은 아치의 성산대교가 나타난다. 다리 너머엔 난지 하늘공원, 남쪽에는 목동, 북쪽에는 상암 월드컵경기장이 펼쳐져 있다. 오른쪽에는 양화대교와 합정동의 마천루가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한강공원에서 선유교 무지개다리를 건너면 선유도공원으로 들어올 수 있고, 선유정 정자 맞은편은 누에머리 모양의 옛 잠두봉 절두산 성지다. 조명을 받은 망원정도 눈에 들어온다.자갈과 모래로 채워졌던 제2여과지는 상판을 들어내고 주차장으로, 약품침전지는 부레옥잠이나 연꽃 같은 수생식물을 키우는 식물원이 됐다. 제1여과지는 선유도공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한다. 하천이나 늪지에서 자라는 습지식물이 콘크리트 그릇에 담겨 있다. 시간의 정원은 제1침전지였고, 침전지의 상부 수로는 수생식물 정원으로 물을 실어 나르는 물길로 꾸며졌다. 취수펌프장은 한강을 조망하는 카페테리아 나루가 됐고, 전망대를 뚫고 나온 미루나무는 생명과 바람의 존재를 실감 나게 한다. 선유도공원은 물과 회색 콘크리트와 녹색식물의 합작품이다. 우리가 잃어버린 선유봉의 네 번째 환생이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장 사진 김학영 연구위원 ■다음 일정:제18차 서울의 영화3(이만희 감독의 귀로) ■일시 및 집결 장소:8월 24일(토) 오후 5시 시청역 2번 출구 ■신청(무료):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futureheritage.seoul.go.kr) ■문의:서울도시문화연구원(www.suc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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