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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朴대통령, 덴마크·파키스탄 정상과 경협 논의

    朴대통령, 덴마크·파키스탄 정상과 경협 논의

    박근혜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부터 시작되는 미국 뉴욕 방문에서 유엔 개발정상회의, 유엔 평화활동정상회의 등의 일정을 소화하고 파키스탄, 덴마크 등 2~3개국 정상들과도 양자회담을 갖고 경제협력 등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23일 밝혔다. 박 대통령은 첫 일정으로 26일 오전 유엔 개발정상회의 본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오후에도 글로벌교육우선구상(GEFI) 고위급 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한다. 이어 새마을운동 고위급 특별 행사를 갖는다. 정부는 유엔개발계획(UNDP) 및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공동으로 이번 행사를 열고 새마을운동이 국제적 차원의 개발 프로그램으로 발전되는 계기를 마련하려 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는 UNDP 및 OECD 수장과 새마을운동을 성공적으로 도입한 국가들의 정상들도 참석한다. 저녁에는 미국의 외교 관련 주요 협회 및 연구기관 대표들과 간담회를 하고 우리의 핵심 외교·안보정책 및 한반도·동북아 정세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27일 오전에 박 대통령은 이번 개발정상회의의 6개 상호대화 세션 가운데 ‘지속 가능 개발 달성을 위한 효과적이고 책임 있는 포용적 제도 구축’ 세션을 칠레의 여성 대통령인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과 공동으로 주재한다. 이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주최하는 ‘기후변화 주요국 정상 오찬’에 참석한다. 주 수석은 “박 대통령은 이번 뉴욕 방문 기간에 반 총장과 공식·비공식으로 여러 차례 만날 예정”이라고 전했다. 28일 유엔 총회에서는 기조연설을 한 뒤 오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반 총장이 공동 주재하는 유엔 평화활동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오후에는 주뉴욕 한국문화원을 방문, 국가 브랜드 전시회와 케이컬처 체험관 개관 행사 등에 참석한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인재경영 특집] 한국수자원공사, 통합·융합 교육… 물 절약 등 국민적 캠페인

    [인재경영 특집] 한국수자원공사, 통합·융합 교육… 물 절약 등 국민적 캠페인

    2012년 국가 물 전문 교육기관으로 지정된 한국수자원공사(K-water)는 국가 물 산업 발전에 디딤돌 역할을 하고 있다. 연간 직원 1만 5000명을 대상으로 직무교육을 하는 것은 물론 연간 2000여명의 공무원, 기업체 직원 등 물 관련 분야 종사자들에게 교육을 실시한다. 올해는 미래 물관리 실행을 가속화하기 위해 통합·융합형 교육을 확대하고 고품질 콘텐츠 개발과 글로벌 역량 강화 교육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래 대비 핵심기술 확보와 물 시장 확대에 대비해 ‘물·에너지·식량 넥서스’ 과정 등 106개 과정을 운영 중이다. 고졸 직원들의 성장 욕구를 충족하고 조직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사내 대학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수자원공사는 1996년부터 ‘물 절약 홍보 캠페인’ 등 국민 물 교육을 해 왔다. 정수장과 물 문화관을 체험하는 교육 기부 프로그램인 ‘물 드림 캠프’에는 초·중등생 4000여명이 참가했다. 외국인 대상 국제 교육도 이뤄져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85개국 2700여명에게 물 교육을 진행했다. 2011년에는 아시아개발은행 등으로부터 우수 교육기관으로 선정됐다. 2013년에는 중국 옌볜주 수도공사 직원들에 대한 교육을 계기로 유수율 제고 기술을 중국에 수출, 해외 사업을 확대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이인제 “일반해고 절차·기준 엄격히 할 것” 추미애 “사용자 맘대로 언제든 해고할 것”

    이인제 “일반해고 절차·기준 엄격히 할 것” 추미애 “사용자 맘대로 언제든 해고할 것”

    여야 노동 개혁 기구의 수장들이 23일 정치·사회 현안으로 떠오른 노동 개혁 문제를 놓고 서울 광화문에서 한판 ‘일기토’를 벌였다. 새누리당에서는 당 노동시장선진화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이인제 최고위원이,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당 경제정의노동민주화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추미애 최고위원이 각각 출격했다. 이날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두 사람의 맞짱 토론은 TV로 생중계됐다. 노동 개혁의 전반적인 방향성부터 두 사람의 입장이 엇갈렸다. 이 최고위원은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4대 개혁을 추진하기 위한 선결 과제가 바로 노동 개혁”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추 최고위원은 “재벌 개혁 없는 노동 개혁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며 “대한민국 경제에서는 재벌 개혁과 노동 개혁이 반드시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의 대타협안 결과에 대한 평가도 극명하게 갈렸다. 이 최고위원은 “타결된 합의문은 역사적인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우리가 당면한 사회·경제적 위기를 선제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중대한 의미가 있는 합의”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추 최고위원은 “합의문 어디에도 재벌과 대기업이 분담한다는 내용은 없고 임직원의 임금동결과 임금피크제 도입만 있다”며 “한국노동조합총연맹만 불러서 한 게 어떻게 대타협이냐. 소타협도 안 된다”고 깎아내렸다. 노사정 합의의 핵심으로 꼽히는 저성과자 등의 일반해고에 대한 입장도 첨예하게 달랐다. 이 최고위원은 “쉬운 해고라고들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아주 신중하고 엄격하게 해고 절차와 기준을 마련해 사용자가 임의로 부당하게 해고하지 못하도록 하는 절차를 만드는 것이며 그 요건과 절차는 앞으로 노사정위에서 충분한 협의를 해 마련하도록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추 최고위원은 “새로운 해고제도는 마음대로 해고제도다. 사용자가 언제나 마음대로 해고를 하겠다는 신(新)해고제도”라며 “우리나라에는 직무분석제도나 근무 성과를 알 수 있는 지표가 없기 때문에 이 제도(일반해고)가 도입되면 윗사람의 비위를 못 맞추는 사람, 애를 낳고 업무에 복귀하거나 시부모가 아파 병가를 내는 여성 근로자 등은 불안하다”고 반박했다. 기간제 근로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데 대해서도 이 최고위원은 “정규직을 찾기 어렵고 고용 불안정이 심화되고 있는데 기간제 일자리에 숙달되고 신뢰가 쌓이면 정규직으로 전환될 기회가 확대되지 않겠느냐”고 평가했다. 하지만 추 최고위원은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는 게 아니라 비정규직화하는 것이다. 비정규직이 600만~1200만명으로 늘어나 우리나라는 비정규직 공화국이 된다”면서 “35세는 애 낳고 살아가기 벅찬 나이인데 이때 비정규직 4년을 월급 135만원으로 어떻게 감당하느냐. 35세 이상이 비정규직을 전전하며 인생 끝내라고 하는 것이냐.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것”이라고 따졌다. 두 사람은 새누리당이 당론 발의한 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재보험법·기간제근로자법·파견근로자법 개정안 등 ‘노동 개혁 5대 법안’을 놓고도 대립각을 세웠다. 이 최고위원은 “노동 개혁의 마지막 물꼬는 국회에서 터야 한다”며 “정기국회 회기 내에 법안이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추 최고위원은 “사내유보금이 설비투자 등 생산적 투자로 이어지는 개혁이 진짜 개혁”이라고 맞섰다.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청년희망펀드를 놓고도 신경전이 벌어졌다. 이 최고위원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금 모으기 운동처럼 국민의 긍정 에너지를 모으는 계기”라고 주장했지만 추 최고위원은 “청년희망펀드로 대통령과 국무위원을 다 모으면 재직 기간을 모두 합쳐도 41억원인데 이것으로 청년 고용을 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청년의무고용할당제 도입과 관련해 이 최고위원은 “현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추 최고위원은 “사내유보금을 활용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맞받았다. 대타협 기구 구성 문제에 대해 이 최고위원은 “노동시장에는 이미 노사정위가 법으로 있기 때문에 별도 특별위원회나 대타협 기구는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한 반면 추 최고위원은 “노사가 모여 있다 해도 한국노총은 노동자의 5%도 대표하지 못하고 있고 그 안에서도 3분의1은 반대하고 있다”며 기구 구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위·변조 모조리 잡아낸다”

    “위·변조 모조리 잡아낸다”

    22일 서울 중구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2회 위·변조방지 신기술 설명회에 참가한 위·변조 방지 업체가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정품 마크를 식별할 수 있는 특수장치를 선보이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 3군총장 4시간 대기… 질문은 달랑 1개

    21일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방부 군사법원 국정감사에서는 최근 단행된 군 인사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야당 의원들은 정부가 지난 14일 발표한 대장급 군 수뇌부 7명 가운데 호남 출신이 한 명도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김관진(현 국가안보실장) 전 국방부 장관 재임 때도 호남 출신 육사 졸업생 장군 진급이 한 명도 안 돼 이를 지적했더니 반드시 시정하겠다고 했다”면서 “최근 군 장성(대장) 인사에서도 호남 출신은 한 명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서영교 의원도 이순진 합참의장 후보자가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대구고 1년 선배임을 지적하며 “탕평인사인가 혹은 최경환 라인 인사인가”라고 물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호남에 많은 훌륭한 인물들이 있지만 이번 대장 인사에서 대상자가 없었다”고 답변했다. 한편 이날 국정감사에 출석한 장준규 육군참모총장과 정호섭 해군참모총장, 정경두 공군 참모총장은 4시간 동안 군 사법개혁에 대한 질문 1개만 받고 자리를 떴다. 가뜩이나 바쁜 각 군의 수장들을 마구잡이식으로 국감에 출석시키는 의원들의 구태가 재연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장 육군총장과 정 공군총장은 지난 17일 취임해 업무 파악도 제대로 안 된 상황이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기고] 방산업체가 보여준 희망의 씨앗/장명진 방위사업청장

    [기고] 방산업체가 보여준 희망의 씨앗/장명진 방위사업청장

    지난 3일 중국은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최신 무기들을 공개했다. 중국 무기의 발전 수준을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앞으로 중국을 포함해 방위산업의 글로벌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우리 방위산업은 내부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부터 불거진 방위사업비리로 수사가 지속되고 있으며, 수출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방산비리는 철저히 규명돼야 하지만 그것이 방산업계의 위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방위산업 활성화를 위한 계책이 필요한 시기다. 최근 구미, 창원에 위치한 대중소 방산업체를 방문하고 점심과 저녁으로 나눠 중소업체 및 대기업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번 현장 방문에서 어느 정도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더불어 새로운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첫째, 작지만 강한 강소기업의 도전 정신을 볼 수 있었다. 고속무선통신장치를 개발하는 한 중소업체는 자력으로 수출 활로를 개척해 미국 국방부에 진출했다. 쉽지 않았던 도전이었지만 품질에 대한 자신감과 민수 기술을 활용한 강소기업이기에 가능했다. 둘째, 방산 전문업체가 가진 세계적인 기술력과 연구개발 능력이다. 레이더나 유도무기를 개발하는 이 업체는 실패 위험을 무릅쓰고 기술력과 자본을 투자해 유도무기의 핵심인 탐색기 개발에 성공했다. 부족한 예산, 시간에도 불구하고 사명감과 연구개발에 대한 끈기 있는 열정으로 노력한 결과였다. 셋째, 간담회 때 보여 준 성숙된 업계 분위기를 들 수 있다. 애초 불만을 토로하는 장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달리 간담회에서는 방산 활성화 방안이 논의됐다. 대중소 업체에 따라 고충은 있었지만, 상생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업계 발전을 위한 의미 있는 이야기가 오갔다. 특히 한 대기업이 중소업체와 상생하기 위해 사내에 제도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는 대목에서는 상생의 청사진을 봤다. 이번 방문 지역은 40년 전 국방과학연구소 시절 의지와 열정으로 시작한 백곰, 현무 체계를 개발할 때 자주 갔던 곳이다. 그 시절 함께한 동료가 방산업체의 임원이 되어 자리해 만감이 교차했다. 그래서인지 안보에 기여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개발했을 때의 결연한 의지가 현장에서 오롯이 느껴졌다. 이번 방문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적지 않다. 도전 정신, 세계시장에서 통할 기술에 대한 자신감, 업체의 편협한 이기주의가 아닌 국가 안보사업 발전과 궤를 같이하고자 하는 성숙한 업체 의식을 보면서 방위사업을 이끌어 나가는 수장으로서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돌아왔다. 수사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도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방산업체가 보여 준 모습은 그동안의 우려를 불식하고 새로운 방산 환경을 구축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에 충분했다. 방위사업청은 방산업체가 보여 준 희망의 씨앗을 제도적으로 보완하고 결합해 튼튼한 안보에 기여하는 방위사업을 이끌어 갈 것이다. 또한 민수 분야와 활발하게 교류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장착해 창조경제에도 이바지할 것이다. 이번 방문은 이러한 여정의 의미 있는 첫걸음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임진강 물 부족으로 민물고기 급감

    댐 건설과 강수량 부족으로 임진강에 서해 바닷물이 흘러들어 어민과 농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찬열 의원은 21일 한국수자원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현재 임진강은 북한에 건설된 5개 댐과 40년 만에 찾아온 극심한 가뭄 탓에 물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2004년 중단된 남북임진강수해방지실무협의회가 재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1996~2013년 북한의 황강댐 담수 전후 임진강 수위를 비교한 결과 갈수량(1년 중 강물이 가장 적을 때 잰 물의 양)이 44% 감소했고, 올 8월 기준 경기도 누적 강수량은 548㎜로 지난 10년 동안 평균 누적 강수량 대비 51.4%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한국농어촌공사 파주지사도 “북한이 임진강 상류에 댐을 만들고 지난해부터 계속되는 극심한 가뭄으로 파주시 파평면 장파리까지 바닷물이 밀려들고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민물고기 어획량이 줄고 농업용수와 상수도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파주 문산읍 임진나루 부근 어민들은 “민물고기인 쏘가리·모래무지 등의 어획량이 60%가량 급감하고, 임진강 특산물인 장어와 참게는 30% 감소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민들은 “남북한이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상류지역 댐 담수량을 점진적으로 늘리는데다 강수량도 줄어 나타난 현상”이라면서 “하류지역 어민들의 입장도 헤아려 줘야 한다”고 말했다. 강물 염도가 높아지면서 농업용수 공급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농어촌공사 파주지사는 올 들어 파평면 율곡리에 설치된 임진양수장 일대 염분이 높아져 고양·파주 일대 농업용수 공급을 여러 차례 중단하기도 했다. 임진강은 함경남도 덕원군 마식령산맥에서 발원해 황해북도 판문군과 경기 파주시 사이에서 한강과 합류돼 서해로 흘러든다. 총연장 273㎞ 중 67%가 북한 관할이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이념 아닌 사람을 섬기라” 쿠바에 직언한 교황, 美도 놀래키나

    [글로벌 인사이트] “이념 아닌 사람을 섬기라” 쿠바에 직언한 교황, 美도 놀래키나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 후 처음으로 최강대국 미국과 유엔을 방문한다. 쿠바를 방문 중인 교황은 22일부터 27일까지 미국 상·하원 합동 연설, 유엔 총회 연설, 뉴욕 ‘그라운드 제로’ 방문 등을 한다. 교황으로선 29번째 미국 방문이지만 일정만 보면 정치인처럼 보인다. 이번 방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의 단골 주제인 기후변화, 사회 불평등, 교회 개혁 문제 등에 대해 강도 높은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기대된다. 쿠바의 마지막 날 교황은 앞서 20일(현지시간) 쿠바 혁명의 주역인 피델 카스트로(89) 전 국가평의회 의장과 40분간 만나 환담했다고 교황청 대변인이 밝혔다. 카스트로 전 의장은 와이셔츠 위에 체육복을 걸친 상태로 교황을 맞았다. 교황은 70년 전 카스트로 전 의장이 다닌 가톨릭 예수회 고교의 교사인 아르만도 로렌테 신부의 책과 관련 CD 등을 전달했다. 카스트로 전 의장은 답례로 브라질의 대표적 해방신학자인 프레이 베투 신부와 자신의 대화를 담은 책 ‘피델과 종교’를 증정했다. 교황으로선 세 번째 쿠바 방문이다. 교황은 이날 오전 수도 아바나의 중심부인 아바나 혁명광장에서 미사를 집전하며 인간 존중의 메시지를 전했다. 교황은 “이념이 아니라 섬기는 마음으로 서로 아끼라”면서 “섬김은 결코 이데올로기가 아니니 이념이 아닌 사람을 섬기라”고 강조했다. 교황이 이데올로기보다 이념을 강조한 것은 쿠바가 사회주의 국가인 점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날 저녁 미사에서는 원고 대신 즉흥 연설로 “신은 교회가 가난해지기를 바란다”며 성직자들이 돈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빈자와 약자를 돕는 데 노력할 것을 주문했다. 美 파격 의전 22일 쿠바 일정을 마친 교황은 미국 워싱턴 근교의 앤드루스공군기지에 도착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부부, 조 바이든 부통령으로부터 영접받는다. 다음날 교황은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서 1만 4000여명의 손님과 함께 오바마 대통령이 주최하는 환영식에 참석한다. 환영식 전에는 백악관 집무실에서 오바마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이 계획돼 있다. 순방 셋째 날인 24일에는 교황으로서는 최초로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을 한다. 뉴욕으로 이동한 교황은 25일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고 9·11테러가 발생한 ‘그라운드 제로’에서 다(多)종교 예배를 집전한다. 순방 마지막 날인 27일에는 필라델피아에서 1만 5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이번 순방의 마지막 미사를 집전한다. 가톨릭 신자인 바이든 부통령은 27일 교황 환송식을 여는 등 교황이 참석하는 대부분의 행사에 동행할 예정이다. 79세의 교황은 미국에서 열여덟 번의 크고 작은 연설을 하는 강행군을 한다. 쿠바에서 한 여덟 번의 연설과 합하면 이번 순방에서 한 연설은 모두 스물여섯 번에 이르지만 영어 연설은 네 번뿐이다. 기후 회담 오바마 대통령이 교황에게 최고의 영전을 베푸는 이유는 그가 12억 가톨릭 신자의 수장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바마 정부가 임기 후반 핵심 정책으로 추진하려는 기후변화 방지, 사회 불평등 해소, 사법 개혁 등에 대한 교황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다. 미국 퀴니피액대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9월 미국 내 교황의 지지도는 66%로, 오바마 대통령은 물론이고 유력 대권 주자인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보다 높다. 교황과 오바마 대통령 간 양자 회담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주제는 기후변화다. 최근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청정전력계획’을 발표한 오바마 대통령은 오는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를 앞두고 교황의 지원을 고대하고 있다. 교황도 지난 6월 기후변화 문제에 강력 대처할 것을 주문하는 회칙을 발표하는 등 오바마 대통령과 기후변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교황의 미국 방문 목적은 미국 내 가톨릭 인구의 중요성과 두 세계 정상의 가치관 공유를 인정하는 것”이라면서 “기후변화와 같은 문제에 대해 정책적 대화가 오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교황은 또 사회 불평등 등에 대해서도 메시지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바티칸 관계자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유엔 총회 연설에서 교황이 지속적으로 제기했던 문제인 “세계 금융시장의 독재성”, “일회용 소비문화의 유해성”을 비롯해 인신매매, 실업, 전쟁, 소수 종교 및 인종의 박해 등을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교회 개혁 등의 종교 문제도 빠지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15년간 미국 가톨릭계는 교회 성범죄 스캔들과 이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 그리고 교리의 보수화 등으로 인해 신자의 급감을 겪어 왔다. 퓨리서치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4년까지 300만명의 신자가 교회를 떠났으며 같은 기간 전체 인구 대비 가톨릭 신자 비율은 23.9%에서 20.8%로 감소했다. 미국 가톨릭 관계자들은 개혁적인 교황의 순방으로 쇠퇴하던 미국 가톨릭이 회복하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교황은 순방 전에 두 가지 중대한 개혁 즉, 신부가 낙태한 여성을 사면할 수 있도록 허가하고 결혼 무효화 절차를 간소화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시카고의 세인트메리성당 부제인 케이트 보하릭은 “교회로부터 추방당했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이번 조치를 환영하며 교회로 돌아올 것”이라면서 “그들은 원래 가톨릭 신자였으나 이혼 또는 낙태했다는 이유만으로 교회로부터 지옥을 선고받았다고 느꼈던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인류 향한 메시지 그러나 교황의 메시지를 접할 미국민은 점점 비우호적으로 변하고 있다. 지난 7월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교황 지지도는 59%로 지난해 2월의 76%에 비해 17% 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보수층의 지지도는 지난해에 비해 27% 포인트 급락한 45%를 기록했다. FT는 지난 7월 교황이 남아메리카 국가들을 순방할 때 “규제받지 않는 자유시장은 악마의 배설물이며 교묘한 독재정권”이라고 말하며 반자본주의적 태도를 보인 것이 미국 보수층이 돌아서게 된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지난 6월 교황이 기후변화에 관한 회칙을 발표하며 “자연을 약탈하는 거대 기업”들을 비난한 것도 환경규제에 반대하는 미국 공화당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주장이다. 가톨릭 신자이자 공화당 대선 경선에 나선 젭 부시 후보는 “종교를 정치적 논쟁거리로 삼아선 안 된다”고 했으며 릭 샌토럼 후보 또한 “과학은 과학자들에게 맡기고 교회는 신학과 도덕에 집중해야 한다”며 교황과 각을 세웠다. 미국 가톨릭 내 보수파도 교황의 교회 개혁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하고 있다. 결혼 무효화 간소화 조치가 발표된 뒤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미국의 보수파 성직자인 레이먼드 버크 추기경은 “교회 내에서 결혼제도를 무자비하게 공격한 것에 통탄한다”면서 교황의 개혁 조치에 대해 “감정에 치우친 것”이라고 반발했다. 보수파는 또 교황이 이란 핵협상을 지지하고 미국과 쿠바 간 관계 정상화를 물밑에서 도왔다는 점에서 공산주의자이자 반미주의자라는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교황의 메시지를 보수, 진보의 이분법적 프레임으로 분석하기는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교황에 대한 평전을 쓴 폴 발레리는 AP와의 인터뷰에서 “교황이 진보적 경향을 갖고 있을 수 있지만 보수적 경향 또한 있다”면서 “다만 교황은 교리 문제보다는 빈곤 문제에 더 집중하고 싶어 할 뿐”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의 닉 미로프 칼럼니스트는 “교황은 진보주의자도 보수주의자도 아닌, 다양한 소수 계층을 교회로 끌어들여 가톨릭의 저변을 넓히고자 하는 복음주의자”라고 평가했다. 교황이 이번 미국 순방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하든 특정 교인이 아닌 전 인류를 향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AP는 분석했다. AP는 교황이 유머감각을 갖고 있으며 청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교황은 가톨릭 교리를 알지 못 하는 비교인에게도 자신의 메시지를 알기 쉽게 전달한다고 덧붙였다. 뉴욕 대교구의 티머시 돌런 추기경은 “교황은 단순함, 겸손, 진실함만으로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면서 “교황의 연설에는 대본도, 홍보도, 마케팅도 없다. 오직 교황 그분만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KT&G 차기 사장 백복인 부사장 내정

    KT&G 차기 사장 백복인 부사장 내정

    “담배를 끊는 스트레스보다 담배를 사랑하는 길을 택했다”는 ‘애연가’가 담배회사 수장이 됐다. KT&G 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차기 사장 후보로 백복인(51) KT&G 부사장을 18일 단독 추대했다. 이로써 KT&G는 1998년 시작된 ‘내부 승계’ 전통을 이어가게 됐다.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KT&G는 ‘외풍’을 타지 않고 지배구조 독립성을 지킨 데 크게 안도하는 모습이다. KT&G 전신인 전매청과 담배인삼공사 등을 통틀어 공채 출신 첫 최고경영자(CEO) 배출 기록도 세웠다. 사원에서 사장이 돼 또 하나의 ‘샐러리맨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낸 백 부사장은 다음달 7일 열릴 주총에서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 이준규 사추위원장은 “(지속 성장을 이끌) 경영리더십을 찾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면서 “담배사업에 대한 전문성과 장기 비전 및 전략, 혁신 의지, 글로벌 마인드 등을 종합 심사한 결과, 백 부사장이 최적임자라는 데 뜻을 모았다”고 추대 배경을 설명했다. 백 내정자는 경북 경주고 출신으로 영남대 조경학과를 나왔다. 1993년 담배인삼공사에 공채로 입사해 23년 동안 전략, 마케팅, 글로벌, 생산·R&D 등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11년 마케팅본부장 재임 시절에는 58%까지 떨어졌던 KT&G 내수시장 점유율을 62%로 끌어올렸다. 담배를 만든 직원의 이름과 날짜를 담뱃갑에 표시하는 ‘품질 실명제’를 세계 최초로 도입한 주인공도 그다. 강력한 업무 추진력과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많아 일찌감치 내부에서는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꼽혀 왔다. 하지만 이번 CEO 공모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고 혼탁한 양상을 보여 최종 뚜껑이 열리기까지 몇 번의 ‘반전’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공모에는 현 정부 최고 학맥으로 꼽히는 미국 위스콘신대 출신의 손원익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R&D센터 원장을 비롯해 14명의 내·외부 인사가 지원했다.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사추위는 내정설, 외압설 등으로 적잖이 마음고생을 했다는 후문이다. 백 내정자는 “어려운 시기에 CEO 후보로 추대돼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면서 “(주총에서 선임되면) 과거의 적폐와 공기업 DNA를 과감히 걷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서울광장] 야당은 나라 걱정하지 마라/진경호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야당은 나라 걱정하지 마라/진경호 편집국 부국장

    3년 전 오늘이다. 새내기 정치인 안철수가 무소속 후보로 18대 대선 출마를 선언한 날이 2012년 9월 19일, 3년 전 오늘이다. 혀 짧은 발음이지만 또박또박, 수줍으면서도 단호하게 ‘새정치’를 외치는 이 ‘엄친아’를 보며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잠시나마 정치적 순결이 안겨 주는 설렘을 새삼 느꼈다. 긴가민가하면서도 ‘그래, 차라리’를 되뇌기도 했다. 닳고 닳은 기성 정치인들보단 안철수처럼 때묻지 않은 사람이 정치를 하고 대통령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때지만 그래서 ‘안풍’(安風)은 매서웠다. 순식간에 새누리당 후보 박근혜를 여론조사 지지율 2위로 끌어내렸고 야권은 환호했다. 안풍에 돛만 달면, 민주통합당 후보 문재인과 안철수가 손잡고 2대1로 싸우면 정권 탈환은 따 놓은 당상이라 여기며 대선 후보 단일화가 만들어 낼 흥행몰이의 꿈에 한껏 부풀었다. 안철수는 정치가 바뀌어야 우리 삶이 바뀐다고 했고, 이런 안철수를 향해 문재인은 정치쇄신 경쟁으로 승부하자고 화답했다. 시대적 과제인 ‘정치혁신’은 그렇게 후보 단일화라는 선거공학을 포장할 기제로 손색이 없었다. 3년이 흐르고 이들이 다짐했던 정치혁신의 결산서가 지금 참담한 형태로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계파 갈등을 끝내고 민의에 부응하는 정당이 되겠노라며 만든 ‘김상곤 혁신안’ 앞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친노(親)와 비노(非) 두 진영은 농익은 계파 갈등의 정점을 찍기 시작했다. 한때 손을 맞잡고 정치쇄신을 외쳤던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은 이 갈등의 선봉에서 서로를 향해 삿대질을 시작했다. 김상곤 혁신안의 혁신성과 현실성을 국민들이 따져 볼 틈도 없이 새정치연합 스스로 채널을 ‘혁신’에서 ‘내분’으로 돌려 버렸다. 최고위원회 대신 대표위원회를 두고, 국민공천단에 후보 공천을 맡기는 등의 혁신 내용이 얼마나 당을 바꾸고 민심을 끌어모을 것인지 등은 뒤로한 채 혁신안이 내년 4월 총선 공천에서 누굴 살리고 죽일 것인지, 그 결과 후년 대선 후보는 누가 되는 것인지만을 따지며 요란스레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문 대표가 거취에만 관심이 있지 혁신에는 관심이 없다”(안철수)는 비난과 “(나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통해) 끊임없는 분란을 해소하지 못하면 우린 힘을 쓸 수 없다”(문재인)는 윽박은 3년 전 자신들이 내세웠던 정치혁신이라는 구호가 유통기한을 다했음을 알리는 고백이자 문재인-안철수 연대의 파산을 선언하는 포고로 들린다. 안 의원은 얼마 전 “이제야 정치를 알 것 같다”고 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 안부를 묻는 여당 의원에게 한 말이다. 그가 새삼 깨달은 정치가 무엇인지는 알 길이 없으나 그의 눈빛이 달라졌다는 ‘증언’이 국회 주변에서 잇따르는 걸 보면 이제 본격적으로 이전투구의 권력 싸움에 뛰어들어 한껏 나뒹굴겠다는 자기 부정의 다짐은 아닌지 적이 민망하다. 그가 지금껏 정치를 모른 채 혁신을 부르짖어 온 현실도 끔찍하거니와 그로 하여금 정치가 뭔지를 알게 해준 문 대표 등 친노 진영의 배타적 리더십 또한 안타깝기 짝이 없다. 정권을 내준 것도 모자라 선거란 선거는 죄다 패하고, 지난 8년간 당 대표가 17차례 바뀌면서도 늘 ‘그 나물에 그 밥’이고, 혁신의 아이콘조차 혁신의 대상으로 내달리는 정당에 희망을 구할 순 없다. 해묵은 새정치연합의 계파 갈등이 김대중 정부 대북송금 특검수사와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서 비롯된 당내 영·호남 세력의 골 깊은 불신에 뿌리를 둔 것이든, 오로지 내가 있고 당이 있을 뿐이라는 선사후당(先私後黨)의 염량세태로 무장한 장삼이사의 집단이기 때문이든 계파 갈등 근절을 위해 혁신하자면서 혁신을 놓고 또 대립하고 싸우는 지금 상황은 이들이 지금껏 쇄신을 외면해 온 게 아니라 쇄신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 제가(齊家) 불능의 집단임을 의심케 한다. 새정치연합은 나라 걱정할 때가 아니다. 나라 걱정하지 말기 바란다. 제 한 몸 바로 세워 여당과 균형을 이루는 것, 그게 새정치연합이 할 애국이다. 문 대표 재신임 투표를 통해 일렬종대로 복속하든, 문 대표와 안 의원을 포함해 계파 수장 모두가 3선으로 물러서든, 이도저도 아니면 발전적 해체를 통해 야권 전체를 재구성하든, 이제 결론을 내릴 때가 됐다. 총선·대선 승리의 길은 그래야 열린다. jade@seoul.co.kr
  • [정현용 기자의 밀리터리 인사이드] 미군이 20년 전 버린 전차가 서해를 지키는 이유

    [정현용 기자의 밀리터리 인사이드] 미군이 20년 전 버린 전차가 서해를 지키는 이유

    1995년 8월 우리 군은 주한미군이 운용하던 ‘M48A5’ 전차를 도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실전에 투입한 지 20년이 넘은 낡은 전차 275대와 탄약 4만t을 받는 대신 주한미군의 탄약 관리비용 6700만 달러를 면제해주기로 했죠. 하지만 전차 도입을 결정한 지 채 두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미군은 이 전차를 ‘물고기집’으로 바다에 수장한다고 했습니다. 이미 380대가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주 앞바다에 수장됐고, 2년 전부터 폐기장비로 목록에 올랐다는 사실이 뒤늦게 국내에 알려졌습니다. 미군은 M48 계열 전차와 M60 계열 전차 6000대를 폐기하기로 결정한 상태였죠. 왜 이런 이야기를 꺼냈는지 궁금하다고요? 당시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이 별로 변한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미 20년 전에 미군이 물고기집으로 수장하거나 폐기한 전차. 군이 저렴하게 도입했다고 자랑한 그 낡은 전차가 아직 우리 국토를 수호하기 위해 배치돼 있습니다. 북한의 도발로 서북 도서 지역의 긴장감이 크게 높아졌지만, 이 전차들은 여전히 퇴역하지 못하고 섬을 지키고 있습니다. 군 최강 전력으로 꼽히는 해병대도 이 전차를 운용하고 있죠. 연평도 포격사건 직후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언론의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금방 묻혔고, 군은 늘 ‘예산 부족’을 내세우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올해부터 K1 전차나 주포 구경이 120mm인 K1A1 전차로 일부나마 교체작업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2.5t 수송용 트럭 약 23%가 사용 수명 20년 넘겨 이 문제는 우리 기술로 개발한 차세대 전차 ‘K2 흑표전차’의 완전 국산화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요. 전차의 심장인 ‘파워팩’을 국산화한 전차는 2017년에 본격적으로 보급될 것으로 보여 노후 전차의 전면 교체는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K2 전차 파워팩을 최근 우리 기술로 개발했지만, 국산 파워팩을 장착한 전차의 첫 생산은 빨라야 올 하반기에나 이뤄질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최신 전차를 전방 기갑부대에 우선 배치한 뒤 전력 효율성을 고려해 밀어내기 방식으로 교체가 이뤄지기 때문에 이런 구형 전차도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런데 군 장비 노후화 문제, 전차만 해당될까요. 군 생활을 한 예비역이라면 이구동성으로 ‘아니오’를 외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른 노후 장비 문제도 짚어봤습니다. 육군본부의 ‘육군전력운용 실태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현역병과 예비역들에게 흔히 ‘두돈반’으로 불리는 가장 일반적인 수송차량 2½t 트럭 가운데 사용 수명을 초과한 차량 비율은 2013년 기준으로 23%에 육박했습니다. 올해 기준으로 1990년대에 도입해 수명 20년을 넘긴 차량만 4000대가 넘습니다. 일반적인 사용 수명은 20년이지만 노후 차량 상당수를 폐차하지 못하고 정비해서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1¼t 차량과 5t 트럭도 1990년대에 도입한 것이 많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군은 가격이 60~80% 저렴한 민간차량 도입률을 현재 45%에서 2020년까지 60%로 올릴 계획입니다. 하지만 규모를 유지하는데만 치중하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교체해야 할 물량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입니다. 야외 훈련 필수품인 ‘천막’은 어떨까요. 2012년 기준으로 분대용 천막 9000여개 가운데 노후 장비가 58%에 달했습니다. 군데군데 해지고 구멍이 나 임시로 손질한 천막 많이 보셨을 겁니다. 군은 지난해 가로 4.5m, 세로 5m로 각각 0.7m, 1.3m 넓힌 신형 분대용 천막을 보급했습니다. 무게가 가벼운데다 팩이나 연결 끈이 필요하지 않아 2명이 30분이면 설치할 수 있고, 따로 비닐을 칠 필요가 없도록 방수기능을 강화했습니다. 그렇지만 해마다 50억원씩 편성하는 예산으로는 이런 신형 천막으로 모두 교체하는 데 무려 11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10년 된 위장막 77%… 도입 예산 70% 수리비로 적의 눈을 피해 장비를 숨기기 위한 장비인 ‘위장막’은 더욱 문제가 심각합니다. 상당수 부대에서 비를 피하는 데 사용하는 ‘우의’의 위장무늬로 위장막을 대신하고 있는 실정인데요. 2013년 기준으로 보급한 지 10년이 넘은 낡은 위장막이 전체의 77% 수준이었습니다. 당시 위장막 도입 예산 35억원 가운데 70%를 ‘위장막 수리비’로 배정했을 정도로 장비보급이 열악한 실정입니다. ●전방 장병 대다수 방탄복 없고 전투기 40% 노후 군은 예비군 총격 사건이 벌이진 지난 5월 예비군 조교에게 신형 방탄복을 착용하도록 하는 대책을 마련한 바 있는데요. 사실 많은 장병과 예비역들은 보도를 접한 뒤 실소를 참지 못했습니다. 전방 사단 장병들조차 여전히 개발한 지 15년이 넘은 구형 방탄복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죠. 아니, 구형 방탄복조차 구경하지 못한 장병이 대다수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겠습니다. 2010년 이전까지는 특전사나 특공대, 수색대, 헌병, 검문소 등 특수임무 부대에만 구형 방탄복 2만벌을 보급했습니다. 2010년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GOP 대대, 해안 경비부대, 5분 대기조, 기동타격대를 추가해 총 10만벌을 확보할 계획이었지만 2013년 기준으로 3만벌 밖에 보급하지 못했습니다. 군은 2018년까지 부족한 10만벌을 모두 확보한다는 계획이지만, 일부 업체의 방탄복이 북한의 AK-47 소총에 뚫린다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계획이 차질 없이 추진될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실전 경험이 많은 미군은 미국 국립사법연구소(NIJ) 레벨 4급으로 7.62mm 철갑탄 방호능력을 갖춘 방탄복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국산 신형 방탄복은 9mm 권총탄과 AK-47의 7.62mm 소총탄을 방호할 수 있는 NIJ 레벨 3A급입니다. 군은 올해 초 격오지 장병들에게 원격진료를 제공한다고 거창한 포부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당장 급한 것은 전방 사단급 이하 의무대의 노후화된 장비 개선으로 보입니다. 골절 등의 부상 환자가 대부분인 전방 의무대는 낡은 엑스레이(X-ray) 장비밖에 없어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공군 장비의 노후화 문제는 심각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우리 공군이 보유한 전투기 430여대 가운데 40%가 노후 기종인 F4 팬텀과 F5 제공호로, 구형전차와 마찬가지로 폐기하는 전투기를 분해해 재사용하는 ‘돌려막기’가 일상일 정도입니다. 국산 차세대 전투기 개발사업(KFX)과 F35A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차기 전투기 사업(FX)이 계속 미뤄지면서 퇴역 시기가 늦춰졌죠. F4E는 2019년까지 30대 전량을, F5 E/F는 2019년까지 90대, 2025년 50대를 퇴역시킬 계획입니다. ●軍은 예산 타령만… 장비 교체 결과로 보여줘야 군 장비 노후화 문제와 관련해 군은 줄곧 예산 확보의 어려움을 주장했습니다만, 무슨 일이든 적당한 시기가 있는 법입니다. 저렴한 비용으로 성능 좋은 장비를 운용하는 것은 마땅히 칭찬받을 일입니다. 하지만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며 단 한 대의 장비도 외면하지 않고 알뜰하게 사용한 장병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하려면 장비 교체 주기가 명확해야 하는 데 그렇지 못한 사례가 많았습니다. 장비의 국산화와 교체 사업이 지연된 사례가 많았고, 그 공백을 군은 장병들의 땀으로 메웠습니다. 일부 군 관계자가 방산비리에 엮이기도 했고 납품 일자 지연, 시험성적서 조작, 정비대금 편취 등의 문제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이젠 부족한 예산 문제를 거론하며 국민들에게 읍소하는 것도 염치가 없어 보입니다. 단 한 가지라도 분명하고 명확하게 결과로 보여줄 때입니다. junghy77@seoul.co.kr
  • ‘사회 안정’ 우선시하는 대법원장… “사회적 다양성은 수용해야”

    ‘사회 안정’ 우선시하는 대법원장… “사회적 다양성은 수용해야”

    ‘잘못을 저지른 배우자가 제기한 이혼소송을 허용할 것인가’를 놓고 지난 15일 열린 대법원 전원합의체 재판에서 ‘캐스팅보트’는 양승태(67·사법연수원 2기) 대법원장이 행사했다. 자신을 뺀 12명 대법관의 의견이 6대6 동수로 갈리자 ‘불허’ 쪽에 표를 던졌다. 이런 가운데 과거 양 대법원장이 캐스팅보트를 통해 ‘마지막 한 표’를 던진 사건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 대법원장은 2011년 9월 27일 취임한 이후 4차례에 걸쳐 전원합의체 선고 캐스팅보트를 행사했다. 결과들을 종합하면 사회 변화보다는 현상을 유지하는 안정 지향적인 판결을 내린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과거 대법관 시절부터 이어졌던 ‘보수적 법관’의 기조가 대법원장 임기 중에도 유지되고 있다는 얘기다. 16일 대법원에 따르면 대법원장은 일반적인 대법원 상고 사건의 심리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전원합의체가 열려도 다른 대법관들과 달리 ‘본심’을 여간해서는 드러내지 않는다. 대법관의 자유로운 토론 보장을 위해 말석(취임 순서)부터 의견을 밝히지만 대법원장은 관행적으로 대법관 다수 의견에 자신의 의견만을 더할 뿐이다. 전원합의체의 의결정족수는 전체 대법관 13명의 최소 과반수인 7명이다. 특정 사안에 대한 대법관들의 ‘찬반’, ‘유무죄’ 의견이 6대6으로 맞서면 그제야 대법원장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다. 양 대법원장 취임 이후 캐스팅보트를 행사한 재판은 지난 15일 유책 배우자 이혼청구 사건 외에 ▲2012년 4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시국선언 사건 ▲2014년 8월 강원랜드 카지노 이용자의 손해배상 청구 사건 ▲올해 6월 국립대학 기성회비 반환 청구 사건 등이다. 양 대법원장은 이들 판결에서 모두 안정 지향적인 의견을 냈다. 2009년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시국선언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전교조 간부 이모(57)씨 등 3명에 대한 상고심의 쟁점은 1·2차 시국선언의 불법성과 해산명령 불응에 따른 법 위반 여부 등이었다. 이 중 검찰이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기소한 2차 시국선언 부분에 대한 유무죄 판단은 대법관 의견이 6대6으로 맞섰지만 양 대법원장이 ‘유죄 의견’을 밝히면서 유죄가 확정됐다. 카지노 측이 한도액 초과 베팅과 출입 제한 규정을 엄격히 적용하지 않아 231억원을 잃었다며 한 중소기업 대표가 강원랜드 측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일부 배상 책임’을 인정했던 원심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관들은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의견과 배상 책임이 없다는 의견으로 양분됐고 양 대법원장이 배상 책임이 없다는 쪽에 합류하면서 원심이 파기됐다. 양 대법원장은 또 국립대학 기성회비 반환 청구 사건에서는 학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대학 측 손을 들어줘 학생들에게 기성회비를 돌려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양 대법원장의 이러한 판결 성향에 대해 상당수 사람들은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최대한 많은 사람의 권리를 보장하는 대신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일선 지법 부장판사는 “양 대법원장은 평소에도 안정적이면서도 온건한 판결을 내리는 편”이라며 “사회 안정을 가장 우선시해야 하는 법원의 수장으로서는 당연한 자세”라고 밝혔다. 반대 의견도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사법부의 최고 기관이라면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우리 사회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하는데 양 대법원장은 자신의 보수적인 신념만으로 대법원을 이끌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미모의 여성 입수 실수 外

    미모의 여성 입수 실수 外

    ‘왜 그랬어?’ 이 말이 절로 나오는 영상이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유튜브에 올라온 해당 영상은 모닥불에 뛰어드는 남성의 아찔한 실수장면부터 물속에 고꾸라지는 남성, 트램블린에서 점프를 하다 친구에게 봉변당하는 남성 등 다양한 실수 장면들이 담겨 있습니다. 또 물로 뛰어내리려다 발이 미끄러져 고꾸라지는 여성, 스마트폰을 보려다 애써 잡은 물고기를 놓치는 강태공, 인간 탑을 쌓다가 실수로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이들의 아찔한 모습 등을 볼 수 있습니다. 해당 영상을 보고 있자니 ‘왜 그랬어?’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사진 영상=FailArmy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서울광장] 외과수술과 부패척결/박홍환 논설위원

    [서울광장] 외과수술과 부패척결/박홍환 논설위원

    김현웅 법무장관은 지금까지 만난 많은 검사 중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을 만큼 출중하다. 중국 베이징대 유학파로 국제 감각까지 갖췄고, 강단 또한 만만치 않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시절 대형 법조비리 수사를 지휘하면서 굳건한 성벽 너머에서 버티던 고법 부장판사를 끌어내 단죄했을 정도다. 당시 “법원의 저항이 완강한데 (잡아넣을) 자신이 있느냐”며 걱정스럽게 물었을 때 “좌고우면하지 않겠다”고 자신 있게 얘기하던 김 장관의 모습이 확연히 기억난다. 아니나 다를까. 김 장관은 그 후 법무부 감찰기획관, 서울서부지검장, 부산고검장, 법무부 차관, 서울고검장 등 요직을 섭렵하면서 어떤 잡음도 없이 깔끔하게 일을 처리했다. 청와대가 김 장관을 내정하면서 “부패척결의 적임자”라고 논평한 것도 이런 강단과 조직 장악력을 높이 산 까닭일 것이다. 그런 그가 마침내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그는 이달 초 “부패와 부조리의 악순환을 차단하지 않고서는 경제 재도약과 지속 가능한 성장은 요원하다”며 검찰에 부정부패 사범 단속을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공직비리, 기업인 상대 범죄, 국가 재정낭비 비리, 직역비리 등을 척결 대상 범죄로 꼽았다. 특수 수사에 밝은 법무장관의 부패척결 주문이 이상할 리 없고, 이미 내정 때부터 예상됐지만 뜨악한 면이 없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검찰이 이미 방위사업 비리, 포스코 비리 등의 수사에 전력했고, 평가하기에 따라서는 일부 성과도 있기 때문이다. 검찰에 대한 채찍 정도로 넘기기에는 발언의 강도가 남달랐던 탓도 있다. 김진태 검찰총장의 반응도 이상하다. 김 장관의 사법시험 2년 선배이자 서울대 법대 선배, 나이도 7살이나 많은 김 총장은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다. 대검 반부패부가 전국 특수부장검사 화상회의를 열어 부패척결 방안을 논의하고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검사들을 보강 배치하는 등 외견상으로는 김 장관 주문에 부응하는 듯 보이지만 정작 검찰의 수장인 김 총장의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잘 알려졌듯이 김 총장은 부패 수사에 관한 한 환부만 도려내는 ‘외과수술’을 중시한다. 다른 부위는 건드리지 않고, 암 덩어리만 제거하는 외과수술처럼 정교한 특수 수사를 취임 직후부터 요구해 왔다. 지난 3월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부정부패와의 전면전’을 선언했을 때에도 이 같은 외과수술론을 고수했다. 자원외교 비리를 수사하면서 전임 정권들의 전면적 지원을 받았던 경남기업을 표적 삼은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결과적으로 이 같은 외과수술식 부패척결 작업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과 이 전 총리의 낙마 등으로 사실상 실패했다. 포스코 비리 수사도 동력을 잃은 지 오래다. 특수부 요직을 두루 거친 한 변호사는 “예상된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낙마 이후 특수 수사 역량이 크게 약화된 상태에서 한정된 인력으로 부패 수사에 나설 수밖에 없었고, 때마침 ‘하명’이 내려오자 김 총장으로서는 어쩔 수 없이 환부만 도려내는 외과수술식 부패척결을 주문했는데 서투른 집도의의 칼질에 오히려 환부가 덧났다는 해석이다. 하명 수사, 기획 수사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임은 물론이다. 외과수술을 주창했던 김 총장은 이제 임기가 석 달밖에 남지 않았다.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의 ‘기수 역전’은 김 총장 퇴임 이후 바로잡힐 것이다. ‘부패척결 시즌2’는 사실상 후임 검찰총장이 지휘하게 된다. 문제는 ‘하명’의 여운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야권 등 일각에서 ‘공안통’인 황교안(사시 23회) 국무총리와 특수부장 출신인 김현웅(사시 26회) 법무장관 체제의 부패척결이 결국 야권 인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공안 특수’ 수사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까닭이다. 부패척결은 수십 년 동안 정권마다 내놓는 레퍼토리다. 그런데도 여전히 부패척결은 우리 사회의 숙제다. 외과수술식, 거악(巨惡)척결식, 정권하명식 부패수사의 한계다. 외과수술로 암 덩어리를 도려낸 뒤 본격적이고도 협업적인 항암 치료를 계속해야 하는 것처럼 부패척결 역시 일과성 구호와 표적 수사로는 절대 완성되지 않는다. 거악은 물론 주변의 작은 부패까지 깨끗이 하는 치료가 이젠 정말 필요하다. 김 장관과 차기 검찰총장의 역량을 두고 볼 일이다. stinger@seoul.co.kr
  • 文·安 대타협 불발

    文·安 대타협 불발

    혁신안 의결을 위한 중앙위원회 개최를 하루 앞둔 15일 오후,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는 80여분간 배석자 없이 만났지만, 극적 타협은 없었다. 다만 재신임 투표와 혁신방향에 대해서는 중앙위 이후 다시 의견을 조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중앙위는 16일 예정대로 열린다. 김성수 대변인은 회동이 끝난 뒤 브리핑에서 “오후 6시부터 1시간 20분간 격의 없는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면서 “문 대표는 혁신안 의미와 중앙위 개최의 불가피성을 말하며 협조를 구했고, 안 대표는 중앙위 표결을 보류하고 충분한 혁신토론의 장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또한 안 의원은 재신임 투표 철회를 요청한 반면 문 대표는 추석 전까지 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는 게 김 대변인의 설명이다. 김 대변인은 “(재신임 투표에 대해) 추후 의견을 나누기로 했고, 안 의원이 제기한 혁신방향(낡은 진보 청산, 부패 척결, 인재 영입)에 대해서는 문 대표도 공감을 표시하고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문 대표는 안 전 대표의 혁신제안을 듣고서 문재인-안철수-박원순 등 당내 대권주자가 함께하는 ‘희망스크럼’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희망스크럼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사안이어서 말씀드릴 것이 없다”고 했다. 비공개회동은 극적으로 이뤄졌다. 그동안 중앙위 연기와 재신임 투표 취소를 주장해온 안 전 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를 갖고 문 대표와 담판 의사를 밝혔다. “언제든지 만날 용의가 있다”고 화답한 문 대표는 해병대 연평부대 시찰을 떠났다가 헬리콥터를 타고 급하게 돌아왔다. 양측은 시간과 장소를 철저하게 비밀에 부치는 등 보안에 신경을 썼다. 비주류의 집요한 ‘흔들기’에 꿈쩍하지 않던 문 대표가 담판에 응한 것은 다른 비주류 계파의 수장들과 달리 안 전 대표의 정치적 위상을 인정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문 대표 측 핵심관계자는 “두 분이 충분한 이야기 나누셨고 같이할 부분에 대한 의견을 모았다. 특히 안 전 대표가 제안한 혁신방향 등을 함께 논의하자고 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재신임의 1차 관문인 중앙위를 앞두고 소통하는 모양새를 보이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됐다. 비주류 의원들은 이날도 중앙위의 의결 방식을 문제 삼으며 비판을 이어갔다. ‘민주당의 집권을 위한 모임’ 소속 의원 7명은 중앙위에서 혁신안 의결을 무기명 투표로 하지 않으면 집단 퇴장하겠다고 압박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포토] 물속 잃어버린 폰에 ‘되찾는 과정이 모두 다~’

    [포토] 물속 잃어버린 폰에 ‘되찾는 과정이 모두 다~’

    ‘영화 속 한 장면이 아니예요~’ 지난 5월 28일(현지시간) 미국 허핑턴포스트는 최근 샌디에이고 그레고리 파파딘(Gregory Papadin)이란 남성의 휴대전화에 우연히 찍힌 영상을 기사와 함께 소개했다. 미국 뉴스 및 엔터테인먼트 웹사이트 버즈피드에 따르면 파파딘 형제가 휴가 차 찾은 스페인 메노르카의 한 해안에서 방수케이스에 담겨 있는 촬영 중인 휴대전화를 건네다 해저 깊숙이 떨어트린 사고가 발생했다. 휴대전화가 있는 곳은 마치 얕은 물속에 빠진 것처럼 보였으나 실제로는 파파딘 형제가 잠수해 쉽게 도달할 수 없을 만큼 깊은 곳이었다. 결국 임대 보트 선장이 다이빙을 위한 특별한 호흡법을 사용해 물속 깊숙이 잠수해 휴대전화를 찾았다. 놀라운 장면은 다음에 이어진다. 수장(?)된 그레고리의 휴대전화 카메라에는 물 위 일렁이는 태양 빛 아래 휴대전화를 찾으려고 애를 쓰는 파파딘 형제의 모습과 해저에 있는 휴대전화를 찾기 위해 물속에 뛰어든 보트 주인의 모습, 깊은 바닥까지 잠수해 휴대전화를 손에 넣는 과정이 고스란히 잡혀 있었던 것. 영상 말미에는 휴대전화를 되찾은 그레고리 파파딘의 환한 모습과 함께 “내 휴대전화를 찾아 준 보트 선장님께 감사드린다”는 자막이 이어진다. 사진·영상= Gregory Papadin youtube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정경두 공참총장 내정자는… KFX사업 이끌 적임 꼽혀

    정경두 공참총장 내정자는… KFX사업 이끌 적임 꼽혀

    공군 전력 건설 분야에 능통한 전문가. 공군의 차기 한국형 전투기 개발사업(KFX), 일명 ‘보라매 사업’을 이끌 적임자로 꼽힌다. 공군본부 전력기획참모부장과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본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합동전력소요 최적화에 필요한 전문적인 식견을 갖췄다. 기본과 원칙을 중시하는 온화한 성품의 소유자로 한 기수를 건너뛰어 공군의 수장을 맡게 됐다. 부인 김영숙씨와 1남. ▲경남 진주(55) ▲대아고 ▲공사 30기 ▲제1전투비행단장 ▲계룡대 근무지원단장 ▲공군본부 전력기획참모부장 ▲남부전투사령부 사령관 ▲공군 참모차장 ▲합참 전략기획본부장
  • 제대로 체면 구긴 ‘금갑원’

    제대로 체면 구긴 ‘금갑원’

    금융감독원의 무리한 ‘제재 채찍’이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법원에서 잇달아 취소 처분이 나오고 있어서다. 전임 원장의 ‘과욕’과 금감원의 ‘코드 맞추기’가 빚어낸 결과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박동창 전 KB금융지주 부사장은 최근 대법원에서 ‘징계 취소소송’ 확정 판결을 받았다. 박 전 부사장은 2012년 12월 ING생명 인수 안건을 부결시킨 사외이사에게 반발해 이듬해 3월 해외 주총안건분석전문기관인 ISS에 내부 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감봉 3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박 전 부사장은 금감원의 제재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고 법원은 그의 손을 들어 줬다. 이로써 당시 어윤대 KB금융 회장에게 내려진 징계(주의적 경고)도 조만간 취소될 예정이다. 이 징계로 인해 어 전 회장은 지금껏 10억여원의 성과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ISS 사태’는 제재 당시에도 무리수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금융권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현 정부 출범 직후 ‘ISS 사태’가 터졌는데 최수현 원장 취임 후 첫 대형 스캔들이기도 했다”면서 “어 회장 등 이명박(MB) 정부 색채가 강했던 금융권 수장 물갈이를 유도하기 위해 징계 카드를 무리하게 꺼내 들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금감원의 체면이 구겨진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윤종규‘(전 국민은행 부행장) KB금융 회장과 김정태(작고) 전 국민은행장은 올해 초 10여년 만에 명예회복했다. 금감원이 2004년 당시 국민·주택은행 합병 과정에서의 회계 처리를 문제 삼아 두 사람을 중징계하고 옷을 벗겼지만 대법원이 사실상 무죄라고 판결한 것이다. 2009년 황영기(현 금융투자협회장) KB금융 회장도 우리금융 회장 시절의 파생상품 투자 손실 건으로 중징계 처분을 받았지만 지루한 법정공방 끝에 승소했다. 지난해 전국을 흔든 ‘KB 사태’도 예외는 아니다.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싸고 임영록 당시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집안 싸움을 벌이자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는 두 사람에게 ‘경징계’(주의적 경고)를 내렸다. 하지만 최 원장은 이를 뒤집고 ‘중징계’(문책경고)로 올렸다. 임 회장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자진 사퇴를 거부하자 금감원은 ‘검찰 고발’로 맞섰다. 임 회장을 ‘배임’ 혐의로 고발한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끝내 혐의를 찾아내지 못했고 결국 올해 1월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최 원장 시절 금감원은 유난히 ‘칼’을 많이 휘둘렀다. 징계 대상에 오른 금융권 직원만 200명이 넘는다. KT ENS 대출 사기, 국민은행 국민주택채권 횡령, 카드3사 고객정보 유출 등 사건사고가 많은 탓도 있었지만 정치적 색채가 짙었던 최고 수장의 특성에서 원인을 찾는 시각도 있다. 금감원의 ‘갑’ 의식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 교수는 “금감원이 ‘금갑원’으로 군림하는 이상 제재권 남발을 막기 어렵다”면서 “제재심의위원회를 별도 기구로 독립시키고 (위원회에) 금융권 인사도 참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웅섭 원장이 취임하면서 제재보다는 지도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지만 여전히 금융사 직원들의 ‘항변권’ 보장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개인보다는 기관 제재를 강화하고 나선 진 원장의 ‘방향 선회’는 바람직하다고 전 교수는 덧붙였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역사·영토 갈등에도 한·중·일 협력…3국 정상회의 통해 새로운 길 열 것”

    “역사·영토 갈등에도 한·중·일 협력…3국 정상회의 통해 새로운 길 열 것”

    한·중·일 3국 협력사무국(TCS)의 양허우란(楊厚蘭) 신임 사무총장은 10월 말~11월 초쯤 개최될 것으로 전망되는 한·중·일 정상회의에 대해 “3국 협력의 새로운 길을 열 것”이라면서 “3국 협력은 역사에 대한 관점과 영토 갈등으로 일부 도전을 맞고 있지만 3국 협력이 정상 궤도로 가고 있으며 3국 정상회의가 열리는 것은 매우 기대되는 소식”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부터 일본의 이와타니 시게오 전 사무총장에 이어 TCS를 이끌고 있는 그는 13일 언론 인터뷰에서 “신뢰 구축을 위해 우리가 어떻게 노력하느냐가 관건이며 특히 정치적 신뢰가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TCS의 첫 중국 출신 수장인 그는 주한 중국대사관에서 6년간 근무하고 중국 외교부에서도 한반도 및 북핵 문제 전권대사를 지낸 한국 전문가다. TCS는 2010년 5월 한·중·일 3국 정상회의의 합의로 2011년 9월 출범했으며 세 국가가 돌아가며 2년씩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양 사무총장은 “서울에 다시 돌아오게 돼 아주 기쁘다”면서 “서울에서의 좋은 기억이 많으며 한국 근무 경험이 사무총장 역할에 도움이 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역사를 직시하는 관점을 갖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야 한다”며 “좋은 3국 협력은 양자 협력을 증진하고 좋은 양자 협력은 3국 협력을 증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서울 핫 플레이스] 요리 보고~ 조리 보고~ ‘둘리’ 집에 놀러와요

    [서울 핫 플레이스] 요리 보고~ 조리 보고~ ‘둘리’ 집에 놀러와요

    서울의 최북단 도봉구. 도봉에는 연간 1000만명이 찾는 도봉산이 있다. 도봉구에는 ‘도봉산이 있고, 도봉산이 있고, 도봉산이 있다’고 할 만큼 도봉산만 있었다. 이 때문에 ‘도봉산을 타고 내려와 막걸리 한잔하고 돌아서면 땡인 동네’였다. 그러나 이동진 도봉구청장이 2010년 7월 취임한 뒤 구에 꼭꼭 숨어 있던 근현대 역사·문화 자원을 차근차근 발굴해 개발하면서 도봉은 온 가족이 즐길 만한 동네로 변모했다. ●‘조선 최고 부자·문화재 지킴이’ 간송 전형필 가옥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산도 타고 아빠·엄마의 어렸을 적 이야기도 들려주고 근현대사에 대한 교육도 하고 싶다면 ‘도봉역사관광문화벨트’를 추천한다. 먼저 북한산 둘레길을 가볍게 산책한 뒤 도봉산 옛길과 방학동길을 따라 쭉 내려오면 처음 만나는 곳이 간송 전형필의 가옥(시루봉로 149-18)이다. 간송은 1906년 종로4가에서 태어났다. 그의 증조부인 전계훈이 종로4가의 거의 모든 상권을 장악했고 왕십리, 답십리, 청량리까지 확장한 덕에 말 그대로 ‘금숟가락을 물고 나온 아이’였다. 일본 와세다대 유학생이던 그는 23살의 나이에 당대 최고 한학자로 불리는 위창 오세창 선생을 만나 민족 문화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24살 때 막대한 유산을 받은 뒤로 헐값에 일제로 흘러가던 우리 문화재를 사 모으게 된다. 간송이 사재를 털어 지킨 문화재는 훈민정음 해례본, 고려청자, 추사 김정희의 글씨, 겸재 정선과 단원 김홍도의 그림 등이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기와집 10채 값을, 고려청자 20여 점은 기와집 400채 값을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복원된 가옥 옆에는 간송과 그의 아버지 전영기의 묘가 나란히 있다. 1900년대 초반 지어진 뒤 제대로 개·보수가 이뤄진 적 없었던 이 집은 2011년 이동진 도봉구청장이 산행 중 주민들과 함께 발견했다. 이후 구가 유족 등과 함께 문화재청에 문화재 지정신청을 한 뒤 최근에야 제 모습을 되찾았다. 간송 가옥의 첫인상은 “애걔”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올 만큼 별 볼일이 없다. 조선 최고 부자가 살았다고 하기에는 안방과 마루, 사랑채로 구성된 구조가 너무 단출하다. 간송의 본가는 서울 종로이고 도봉의 집은 땅을 관리하기 위해 전국에 지어 놓은 집 중 하나였다고 한다. 간송 시절에 도봉은 경기도 땅이었다. 종로 본가와 다른 가옥은 한국전쟁 등을 거치며 다 소실됐고 현재 이 집만 남았다. 규모는 작지만 향나무와 소나무, 자작나무를 재료로 ‘한 일(ㅡ)’ 자로 지어진 집은 명문가답게 고풍스럽다. 간송 가옥 보수에 참여한 목수는 “돌을 놓는 방법은 물론 문 크기, 빛이 들어오는 방향 등이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된 집”이라면서 “서울 명문 가옥의 축소판”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1일 정식 개관한 간송 전형필 가옥에선 앞으로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문화재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될 예정이다. ●‘불온한 시인’ 김수영문학관선 낭독의 체험 전형필 가옥을 나와 정의공주와 연산군묘, 원당샘공원을 지나면 ‘불온한 시인’ 김수영의 문학관이 나온다. 김수영이 도봉 쪽에 살았나 갸웃할 것이다. 김수영은 한국전쟁 때 의용군으로 징집돼 북으로 끌려간 탓에 1952년까지 거제도 포로수용소 생활을 했다. 그리고 1954년 부인 김현경씨 등 가족과 재회한다. 이때 새 삶의 터전이 도봉동이다.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의 김수영문학관은 전시실과 수장고, 도서관, 동아리방 등으로 구성됐다. 전시실에서는 그가 펴낸 시집을 비롯해 작품 초고, 산문 원고, 번역서, 펜과 수첩, 서재 등을 볼 수 있다. 특히 김수영 시인의 시를 직접 낭독하고 들을 수 있는 체험관이 있어 눈길을 끈다. ●책 보고 노래하고… 엄마·아빠·아이들의 놀이터 ‘둘리 뮤지엄’ 이쯤 되면 아이들 입에서 “이게 뭐야! 하나도 재미없어” 소리가 나오기 시작할 가능성이 99.99%다. 이때 눈앞에 둘리와 도우너, 또치, 마이콜, 희동이가 짠! 하고 나타난다. 바로 지난 7월 개관한 둘리뮤지엄이다. 도봉구가 ‘둘리 아빠’ 김수정 작가와 힘을 합쳐 만든 이곳은 한국 최대의 캐릭터 박물관이다. 둘리가 살았던 고길동의 집이 도봉구 쌍문동이라는 점에 착안해 만든 어린이 문화시설이다. 1층에 들어서 아이들이 “둘리야” 하고 큰 소리로 외치면 빙하 속에 잠자는 둘리가 눈을 뜨면서 모험이 시작된다. 1층에서는 둘리의 극장판 ‘얼음별 대모험’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도우너의 시간 여행 미끄럼틀과 우주버스 타기, 우주의 적 바요킹과의 대결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바요킹을 무찌르고 나면 스튜디오에서 둘리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2층은 둘리 연재 만화를 보고 자란 어른들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2층은 2009년 새로 제작된 ‘고길동의 아마존 표류기’와 ‘둘리와 친구들의 저승행차’ ‘마법의 피라미드 여행’ ‘유령선 탈출기’ ‘알 수 없는 나라’ 등의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각각 포토존이 있다. 캐릭터 전시 공간에 들어가면 둘리 소시지, 둘리 책가방, 둘리 필통, 둘리 물감 등 엄마·아빠가 초등학생 때 썼던 물건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둘리뮤지엄의 수장고에는 이런 물품 1000여점이 보관돼 있다. 시설 관계자는 “키덜트들이 특히 좋아하는 공간”이라면서 “이곳을 보고 마이콜 뮤직스테이지로 가면 엄마와 아빠가 손을 잡고 ‘요리 보고~ 저리 보고~’ 하며 둘리 주제가를 열창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3층으로 올라가면 시계 그네와 정글짐 등 아이들이 몸으로 놀 수 있는 키즈카페가 마련돼 있다. 1, 2층에서 꼬마들을 데리고 다니느라 진을 뺀 부모를 위한 커피숍도 이곳에 있다. 몸으로 뛰놀기에 체력이 달리는 아빠들은 근처 어린이 도서관을 이용해도 좋다. 어른 5000원, 어린이 7000원을 받는 뮤지엄동과 달리 도서관은 ‘공짜’다. 현재 5000여권의 책을 소장한 어린이 도서관은 ‘숲속의 둘리’라는 주제로 꾸몄다. 아이들이 뒹굴면서 책을 볼 수 있다. 책의 종류도 둘리 성격에 맞춰 ‘공부’보다는 ‘놀이’와 ‘친구들과 잘 지내는 법’ 등에 맞춰 구비됐다. 어른들을 위한 만화책도 있다. 학교 때 만화방을 들락거렸다면 부모들도 심심하지 않다. 앞으로는 구연동화와 종이접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할 예정이다. ●한적한 골목엔 ‘한국의 간디’ 함석헌 선생의 흔적 가득 둘리뮤지엄을 나와 정의여고 방향으로 걸으면 한적한 주택가가 나온다. 이 골목 한쪽에 ‘한국의 간디’ 함석헌 선생 기념관(쌍문동 도봉로 123길 33-6)이 있다. 생의 마지막 7년을 보낸 집을 수리해 기념관으로 만들었다. 1901년 평안북도 용천에서 태어난 그는 한국의 대표적 인권운동가이자 시인이자 철학자이자 종교인이다. 기념관에선 그의 책과 저서, 생활용품 등 유품 400여점과 생전 육성이 담긴 강의 테이프, 동영상 등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지하 1층 세미나실은 게스트룸으로 이용할 수 있다. 함석헌기념관을 다 봤다면 주변 주택가를 한번 휙 둘러봐도 좋다. 기념관을 주변으로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 김병로, 전태일 열사 등 한국 근현대사를 빛낸 쟁쟁한 인물들의 집터가 남아 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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