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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상장기업,고용 늘려 사회연대에 나서라/황기돈 한국고용정보원 선임연구위원

    [열린세상] 상장기업,고용 늘려 사회연대에 나서라/황기돈 한국고용정보원 선임연구위원

    국가와 기업의 상관관계는 오랜 논쟁거리다.최근 국가가 기업을 지배한다기보다는 기업이 국가를 움직이는 힘이라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특히,경제위기시에는 기업 부실이 곧 국가의 부실이라는 논리를 앞세워 면세,감세는 물론 천문학적인 금액을 지원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기업이 ‘국가를 움직이는 힘’을 가져도 되는 정당성은 기업의 고용창출능력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그런데 이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할 만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코스피 상장기업의 3·4분기말 유보율이 696%,총 잉여금은 393조 4613억원에 달하고,특히 10대 그룹 계열사 64곳의 유보액은 자본금의 8배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기업들이 천문학적인 돈을 쌓아두고 있음에도,일자리 증가율은 점차 약해지고 괜찮은 일자리 구하기는 하늘에서 별 따기보다 어렵다는 하소연이 드높아지고 있다.우리나라가 기업이 돈 벌기에는 좋은 나라가 됐지만 고용에는 아직 관심과 노력이 부족한 나라,즉 사회적 연대에는 별 관심이 없는 나라가 될 것 같은 걱정이 앞선다. 고용,특히 고용을 통한 복지의 확대는 사회의 통합과 연대를 실현하는 핵심적인 수단이다.코스피 상장기업이 보유한 총 잉여금의 10%,즉 40조원 정도면 정부의 지원 없이도 많은 것을 이룰 수 있어 보인다.다행히도 해고보다는 조업단축,휴업,휴직,훈련 등을 통한 고용유지를 선택한 기업이 많다.경제위기가 노동시장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릴 것으로 보여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11년 전 경제위기 때와는 분명히 다른 대응양식이다.IMF 관리체제 도입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경력자 위주의 채용 등을 통해 핵심인력 중심으로 인력관리를 해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터다.사회발전의 일면이다. 대부분 재벌에 속하는 10대 그룹 소속 대기업들도 일자리 창출효과가 상대적으로 작은 M&A에 치중하기보다는 신규투자를 확대해 경기회복기에 대비해야 한다.유망한 투자 대상으로는 독일,스웨덴 등 유럽의 몇몇 나라들이 제1차 오일쇼크 이후 꾸준히 노력해 이제는 일자리와 수익성,그리고 미래대비라는 세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는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에너지 및 환경관련 사업을 손꼽을 수 있다.우리나라의 산업구조 선진화를 위해서도 절대적으로 필요해 정부가 집중 투자하기로 한 영역이기도 하다. 게다가 공격적인 투자는 경제위기시에 계획·집행하는 것이 유리하다.경제위기는 과잉투자를 해소해 경영 효율성을 제고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영역 개척에 필요한 인적,물적 자본을 비교적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위기시에 몸을 움츠리기보다는 적극적인 투자를 감행해 경기회복기에 수익성 및 시장점유율을 몇 단계 상승시킨 성공사례는 허다하다. 기업의 근로자에 대한 판단기준이 기업의 이윤창출에 유용한가의 여부라면,정부의 기업지원 판단기준은 사회가 필요로 하는 활동을 하는가이다.정부는 해고보다는 고용유지를 선택한 기업을 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제도를 대폭 확대하고,사회적으로 필요한 영역에서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을 선별할 수 있는 사전 고용영향평가시스템을 구축해 선별된 활동에 대해 중장기적으로 집중 지원해야 할 것이다.선택과 집중을 통해 정책의 효율성이 강화된다면 일자리 창출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 지원의 여지도 커지는 추가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기업이 어려운 시기임에도 일자리 만들기에 나설 경우 이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는 물론 정부의 기업 지원에 대한 사회적 정당성 확보의 근거가 될 것이며 근로자나 노조도 적극 호응할 것이다.IMF 경제위기 극복에 큰 역할을 한 노사정 대타협이 다시 한 번 성사되지 못할 이유가 없을 터다.기업,노조 그리고 정부의 사회적 연대 회복을 위한 통큰 결단을 촉구한다. 황기돈 한국고용정보원 선임연구위원
  • [금융상품 백화점]

    ●대우증권 ‘산은 장기회사채 펀드’ 연 7.5~8%의 목표 수익률을 추구하고 정부의 세제 혜택 방침에 따라 3년간 배당소득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따라서 연 8%의 수익률을 냈을 경우 실질적으로는 연 9.46%의 수익률을 기록하게 된다.채권은 A- 이상,CP는 A2- 이상으로 업종별 자산 규모 5위 이내 기업 등에 투자해 신용 리스크를 줄인다.운용은 산은자산운용이 맡는다.내년 말까지 1인당 3000만원 한도 내에서 가입할 수 있다.가입한지 90일 이전 환매하면 이익금의 70%에 환매수수료가 부과되고,3년 안에 해지하면 비과세 혜택이 사라진다.   ●더 케이 손해보험 새 기업 CI 선포 한국교직원공제회가 전액 출자한 교원나라자동차보험사는 종합손해보험사로 도약하기 위해 기업 사명(CI)을 ‘더케이손해보험(The-K손해보험)’으로 바꿨다.자동차 보험에서 얻는 경영 성과를 바탕으로 상해·화재·도난·책임보험 등 손해보험시장 전반에 걸쳐 진출하겠다는 의미다.이를 위해 지난 6월 금융위원회로부터 일반손해보험 종목에 대한 판매 허가를 얻었고 9월부터 운전자보험 판매에 나섰다.K는 고객을 왕(King)으로 모시고 전문적인 보험 노하우(Knowhow)를 통해 한국(Korea) 대표 손보사로 거듭나겠다는 의지 등을 담고 있다.그러나 브랜드명은 기존 ‘에듀카’를 그대로 쓴다. ●미래에셋증권 ‘라이프사이클 3040연금혼합형펀드’ 라이프사이클을 감안,연금 수령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주식 같은 위험 자산 비중을 줄여 나이가 들수록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연 2차례에 걸쳐 가입자가 직접 추가 수수료 부담없이 펀드를 갈아탈 수 있다.채권형보다는 위험하지만 주식형보다는 안정적이다.주 투자 대상은 수익성과 안정성을 노리기 위해 저평가된 업종 대표주를 주로 공략한다.50여개 종목에 투자하고 있다.연금펀드이기 때문에 세제 혜택도 뒤따른다.연 300만원 내에서 소득 공제와 연금 수령시 세제 혜택이 주어진다.그렇기 때문에 10년 내 중도 해지하거나 55세 전에 찾으면 그동안 수익에 대한 기타 소득세 22%를 내야 한다.   ●KB 국민은행 ‘주니어 스타 통장·적금·체크카드’ 18세 미만 어린이와 청소년층을 겨냥한 패키지 상품이다.기본이율이 연 0.1%인 통장은 휴대전화 요금 자동이체 혜택이,체크카드나 적금에 든 사람에게는 4%의 우대금리와 자동화기기 무료이용 혜택이 각각 주어진다.3만원 이상 남았을 경우 적금으로 자동이체할 수 있다.적금은 초회(첫회)에는 10만원 이상,그 이후에는 3만원 이상 자유롭게 저축할 수 있다.만 20세까지 1년 단위로 자동 갱신된다.연이율이 5.2%이지만 조건에 따라 최고 연 0.4%의 우대금리를 적용한다.여기에 성장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보장해 주는 ‘자녀안심보험’도 무료로 제공한다.
  • 작년 국내기업 1000원 팔아 69원 이익

    작년 국내기업 1000원 팔아 69원 이익

    지난해 국내 기업들은 1000원의 매출을 올릴 때 평균 70원(7%) 가량을 이문으로 남겼다.전년보다 10% 정도 개선됐다.기업들의 대형화 추세가 뚜렷한 가운데 제조업에서 변화하는 경영 환경에 맞춘 사업 다각화가 활발하게 일어났다.  통계청이 24일 발표한 ‘2007년 기업활동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기업의 매출 1000원 당 순이익(법인세 차감 전)은 69원으로 전년(63원)보다 6원이 늘었다.이번 조사는 종사자 50명 이상에 자본금 3억원 이상인 기업 1만 751개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업종별로 금융보험업이 서비스 매출 1000원당 113원의 순이익을 올려 수익성이 가장 높았다.이어 출판·영상·통신업 98원,건설업 91원,전기·가스업 84원 순이었다.제조업과 숙박·음식점업은 각각 68원과 66원으로 평균 수준이었다.도·소매업과 운수업은 각각 46원과 39원으로 평균에 크게 못 미쳤다.  조사 대상 중 전체 또는 부분적으로 연봉제를 도입한 곳은 7758개로 72.1%를 차지했다.연봉제 도입 기업의 비중은 2005년 64.1%에서 2006년 67.3% 등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성과급 제도도 6329개 기업이 도입해 전년보다 11.6% 늘었다.  개별기업의 규모는 갈수록 커지는 추세를 보였다.조사 대상 1만 751개 기업이 산하에 거느린 사업체(한 회사에 속해 있는 공장,연구소,스포츠단 등) 수는 6만 9734개로 업체당 6.5개꼴이었다.  본업 외에 다른 업종을 별도로 영위하는 겸업의 비율은 제조업이 31.5%로 전년대비 5.6%포인트 증가했다.서비스기업은 20.1%로 0.7%포인트 감소했다.통계청은 서비스업보다 제조업이 경영환경의 변화에 따른 사업 다각화의 필요성을 더 많이 느끼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불꺼진 공장… 지방경제 ‘올스톱’

    불꺼진 공장… 지방경제 ‘올스톱’

    요즘 한국 석유화학의 메카 여수산업단지에서는 ‘설마’ 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대기업의 공장 가동 중단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1997년의 외환위기 때에도 ‘나홀로 호황’을 구가했던 여수는 온데간데없다. 강원과 충청에선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로 입주를 앞둔 기업들이 ‘귀경 보따리’를 싸고 있다. 부산과 광양만은 멈춰선 트레일러들이 넘쳐나 ‘수출 한국호’에 적신호를 켜고 있다. 한국 대표 공단들이 밀집한 구미와 창원 일대는 ‘불꺼진 공장’들이 늘어 낮에도 삭막하다. 지방경제가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국제 금융위기로 촉발된 실물경제 침체는 가뜩이나 허약한 지방 경제에 직격탄을 날렸다. 수도권 규제완화 등 정부의 엇박자 정책은 지방경제를 더욱 옥죄고 있다. ●지방은 지금 ‘사느냐, 죽느냐’ 23일 한국은행 부산본부에 따르면 부산의 제조·도소매 부도업체는 지난 9월 15개 기업에서 지난달 40개 기업으로 급증했다. 부산 사상공단의 A기계부품업체 사장 김모(60)씨는 “업계에선 앞으로 2년간 어떻게든 버텨야 살아 남는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고 토로했다. 전남 광양 컨테이너부두 진입도로에는 멈춰선 트레일러 차량들이 즐비하다. 이달 광양항의 물동량 처리율은 전달 대비 40%가량 줄었다. 여수는 더 심각하다. 여수산단의 여천 NCC는 16년 만에 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금호석유화학은 수익성 악화로 여수공장의 가동률을 70%대로 떨어뜨렸다. 강원은 입주계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강원 홍천군 남면 화전 농공단지의 입주업무 계약을 맺은 메디슨 협력업체 12곳 가운데 상당수가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 발표로 이전 백지화를 추진하고 있다. 내년에 준공하는 홍천읍 연봉리 연구단지에도 입주가 확정된 기업은 화진화장품 1곳뿐이다. 경북 구미1·2·3·4공단의 입주업체 1000곳 가운데 현재 가동 중인 곳은 700곳으로 무려 300개 기업이 문을 닫았다. ●쓰러지는 자영업자 속출 지방 자영업과 건설업은 충격적이다. 지난 21일 광주시 북구 유동의 오리탕 음식점이 밀집한 골목엔 점심때인데도 썰렁했다. 예년에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북적였던 곳이다.C음식점 주인 김모(62)씨는 “20년 넘게 장사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면서 “사채까지 끌어다 써야 할 판”이라고 했다. 한때 20곳에 달했던 오리탕 음식점은 최근 절반으로 줄었다. 한국음식업 광주지회는 1만 3500여개의 회원업소 가운데 올 들어 지난달까지 3500곳이 휴·폐업했다고 밝혔다. 전북은 사업승인을 받고도 착공을 못하는 아파트단지가 최근 3년간 30개 단지 1만 7823가구나 된다. ●전방위 경기부양책 나서야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고강도 처방이 이른 시일내에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건설경기 활성화와 국고 지원, 규제 완화 등의 전방위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박성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박사는 “만신창이가 된 지방 건설업체 회생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재정 적자를 감수해서라도 국공채를 과감히 발행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물린 업체들의 부실 채권을 인수하고, 법인세 등 각종 세금을 유예 또는 면제해 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주영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원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부가세와 소득세 등 국세를 서울과 지방이 똑같이 나눠 갖는 공동세를 도입하면 재정이 풍부해진 지자체가 기업유치 인프라 사업에 많은 예산을 투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지자체의 예산 확충을 강조했다. 최주락 제주 관광대 교수는 “자영업자 도산을 줄이기 위해서는 기존의 대출금 상환을 연장해 주고, 신규 창업자금 지원 절차를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종합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씨줄날줄] 전자 크리스마스 실/ 박정현 논설위원

    인도 아리아베다교 성전은 모든 질병의 왕으로 결핵을 꼽고 있다. 기원전 7000년 석기시대 화석에서도 결핵의 흔적이 발견됐으니 결핵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하는 가장 오래되고 질긴 질병임에 틀림없다. 우리나라에서 한해에 3만여명이 사망했던 결핵은 이제는 후진국형 전염병쯤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3만 5000여명의 환자가 발생했고,2400여명이 사망했을 정도로 결핵은 여전히 무서운 질병이다. 우리나라는 결핵 발생률과 사망률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위라는 불명예를 갖고 있다. 인구 10만명당 88명(2006년 기준)이 결핵에 걸렸다. 결핵만 놓고 보면 OECD 가입 자격이 없을는지 모른다. 그래서 정부는 지난 18일 국무회의에서 결핵예방법 전부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사실상 결핵 위기상황을 선언했다. 결핵과 동시에 떠올리는 게 크리스마스 실. 학교에서 구입해 연말이면 국군장병 아저씨에게 보내는 편지에 우표와 나란히 붙이던, 추억의 우표 아닌 우표다. 크리스마스 실은 결핵을 올바르게 인식시키고, 부자나 가난한 이나 결핵퇴치에 동참한다는 취지로 1932년 국내에 들어왔다. 시대가 변하면서 크리스마스 실도 진화해 왔다.1960년대에는 극장·고궁에서 모금활동이 이뤄지기도 했다. 우표 형태로 발행돼 편지봉투에만 붙여지던 크리스마스 실은 2003년 스티커 형태가 도입되면서 선물포장 등에 사용되기 시작했다.2년전부터는 전자파차단을 하는 휴대전화 부착용 크리스마스 실이 등장했고, 인터넷 시대를 맞아 이메일을 발송할 때 첨부해서 붙이는 전자 크리스마스 실도 선보였다. 스티커 비용이 한 개당 3000원인데 비해 전자 크리스마스 실은 한개에 10원. 그럼에도 개발비를 조금 웃도는 1억원가량의 판매에 그쳤다고 한다. 대한결핵협회는 전자 크리스마스 실을 통한 모금을 늘리려고 올해 포털사이트들과 접촉했지만 포털은 수익성 때문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경제적인 한파를 맞아 크리스마스 실이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할까 걱정스럽다. 크리스마스 실 판매 목표치도 지난해 62억원에서 올해는 60억원으로 낮춰 잡았다. 박정현 논설위원 jhpark@seoul.co.kr
  • 7조~8조원 한은이 책임진다

    7조~8조원 한은이 책임진다

     금융당국과 시장이 ‘해바라기’처럼 쳐다보는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세부안 발표가 임박했다.이르면 이번 주말,늦어도 다음주 초에는 세부 밑그림이 나올 예정이다.온갖 설(說)과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조금씩 윤곽이 나오고 있다.연기금과 금융회사의 순수 출자분을 빼면 사실상 10조원 펀드기금 가운데 7조~8조원은 한국은행이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안 끌어들인다 ‘믿었던’ 국민연금이 채안펀드 참여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자 금융당국이 그나마 현금 여력이 있는 삼성·LG 등 대기업을 끌어들이려 한다는 얘기가 잠깐 돌았다.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9일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아무리 급해도 (당국이)그렇게 비상식적이진 않다.”고 일축했다. ●한은 구원등판 확정 초미의 관심사는 그렇다면 누가 돈을 대느냐이다.결국은 한은이 구원투수로 투입되는 양상이다.이주열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 16일과 18일 잇따라 금융위원회측과 협상을 가졌다.한은 고위관계자는 “시장이 고장났는데 중앙은행이 나 몰라라 할 수는 없지 않으냐.”며 “채안펀드에 참여해달라는 금융위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구체적인 참여방법과 참여금액을 놓고 마무리 조율을 진행 중이다.늦어도 20일에는 한은 방안을 금융위에 전달할 방침이다. ●산금채·국고채 다 사준다 현재 거론되는 가장 유력한 방법은 한은이 금융회사들이 갖고 있는 국고채를 직접 사주는 방식이다.통화안정증권 중도상환,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를 통한 금융채 매입,RP방식이 아닌 유통시장에서의 금융채 단순매입 등도 동원 가능한 방안들이다.이렇게 되면 은행,보험,증권사에 돈이 수혈돼 이 돈을 채안펀드에 출자할 수 있게 된다. 산업은행 몫으로 할당된 2조원도 한은이 산업금융채(산은이 발행하는 채권)를 사줘 조달하기로 했다.표면적으로는 금융회사들이 돈을 내는 모양새이지만 실제로는 거의 대부분 한은 주머니에서 나오는 셈이다.물론 연기금과 금융회사들이 순수하게 얼마를 내놓느냐에 따라 한은 부담은 가변적이다.연기금과 금융회사들이 최소한 1조~2조원을 낸다고 쳐도 7조~8조원은 한은 몫으로 돌아온다.한은과 금융위측은 “언론마다 3조,5조,8조원 등 숫자가 제각각”이라며 “아직 미정”이라고 해명했다. ●시중은행 갹출 시작 시중은행들은 18일 첫 회동을 갖고 채안펀드 분담금 등을 논의했다.신상훈 신한은행장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에 도움이 된다는데 (채안펀드에) 안 들어갈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채안펀드 출자액은 일반대출보다 위험가중치가 낮아 BIS비율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게 금융위측의 주장이다. ●10조 조성 성공하면 증액 이창용 부위원장은 “수익성과 안전성이 보장되도록 상품을 잘 설계하면 연기금과 금융회사들이 (채안펀드에)들어오게 돼있다.”며 “어떤 설계도를 내놓는지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주문했다.채안펀드에 투자할 종잣돈은 한은이 지원하고,이 펀드가 투자하는 상품은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등을 통해 안전장치를 걸어놓는다는 구상이다.이렇게 되면 투자매력이 충분해 10조원 조성은 가능하다는 자신감이 행간에 녹아 있다.일단 10조원으로 시장을 치유해 보고 부족하면 더 조성하겠다는 방침이다.외환위기 직후 조성됐던 채권시장안정기금(채안펀드와 사실상 동일) 규모가 30조원이 넘었다는 점에서 증액(추가 조성)은 불가피하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 견해다. ●기업어음 매입은 최후 비상카드 당초 채안펀드가 사들 일 상품은 BBB+등급 이상의 채권과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CBO)이었다.그러나 대상이 확대됐다.국고채는 물론 건설사들이 많이 갖고 있는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등도 편입하기로 했다. 기·신보의 신용보강을 통해 신용등급이 BBB+ 미만인 채권도 사준다.기업어음(CP) 매입은 최후카드로 검토 중이다.10년 전 채안기금은 CP도 사들였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남양주 묵현역 신설계획 난관

    2004년부터 추진돼온 경춘선 복선전철 남양주시 묵현역 신설 계획이 난관에 부딪혔다. 최근 끝난 예비타당성 조사결과 수익성이 기대치를 밑돌기 때문이다. 19일 경기 남양주시에 따르면 최근 실시된 묵현역 예비타당성 조사결과 묵현역은 운영수익과 관련된 재무성이 낮아 적자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철도공사는 역을 신설할 경우 운영수익이 3년 연속 발생할 때까지 운영비 적자를 보전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어 사업추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묵현역은 총사업비 143억원으로, 남양주시는 이중 시비 부담액 120억원(총사업비의 84%)을 부담하게 된다. 남양주시는 11월 말 전문가, 시의원, 도의원 등의 의견 수렴절차를 거쳐 사업추진에 대한 시의 방침을 결정한 뒤 12월 중 주민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묵현역 신설요구는 지난 2004년 6월 지역주민 9849명이 교통불편 해소와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해 처음 나왔다.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로스쿨 나군 전공·특성화 질문 대비를

    로스쿨 나군 전공·특성화 질문 대비를

    “졸업석차 좋은데 계속 공부해 학자하는 건 어떤가?”“학비 조달은 어떻게?”“사법시험 경력은 있나?”“로스쿨 이후 어떤 법조인이 되고 싶나?” 지난 15일 마무리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가군 면접에서는 미래 법조인에 대한 기본 인성과 능력 검증뿐만 아니라 비싼 학비 조달책 등 현실적이고 예리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오는 22일 연세·성균관대 등 가군에 빠졌던 주요 대학 상당수가 일제히 나군 면접(23개 대학,1016명 모집,1차 합격자 4297명) 시험을 치른다. 때문에 특성화 등 비슷한 조건의 가군 대학 면접 포인트를 잘 봐둘 필요가 있다. ●가군, 제시문 관련 질문 많아 서울대를 포함, 가군 대학 대부분은 제시문을 주고 제시문 관련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듣거나 자기소개서 등을 바탕으로 자유 질문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제시문 내용은 전문 법학지식을 묻는 내용은 아니었지만, 법적으로 접근해야 수월하게 풀릴 만한 질문들이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자기소개서 관련 질문에는 수학가능성 여부를 묻는 질문들이 주를 이뤘다. 한림법학원 관계자는 19일 “법과 특성화 관련 질문들이 많았지만 실정법상 정확한 답변을 못하더라도 체계적이고 논리적 타당성을 갖춘 답변은 유효할 것”이라면서 “변호사로서 하고자 하는 일, 전문 분야와 관련 사회기여도 등 뚜렷한 목표의식을 전달하는 것이 좋은 답변”이라고 조언했다. 주요 대학별 면접 내용을 살펴보면 서울대의 경우는 리트(법학적성시험) 논술 지문이 면접에 활용됐다. 논술 지문당 각 2문제씩 6문제가 출제됐으며, 각 부문별 담당교수가 질문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면접관들은 경제·범죄론·지식인의 사회적 의무·인권 등 서울대 특성화(공익인권·기업금융·국제법무) 분야를 고려한 다양한 질문들을 던졌다. 비법대 출신의 한 서울대 지원자 김모(27)씨는 “3명의 면접관이 있었으며, 심층면접에서 전공 지식을 물어 왔는데 제법 난이도가 높아 답변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털어놨다. 정보기술(IT) 분야를 특성화한 경북대는 지적재산권, 환경권 관련 문제가 나왔다. 경북대는 두 가지의 제시문을 주고 한 문제를 선택해 답변하는 형식으로 비교적 간단하게 이뤄졌다. 같은 맥락에서 서강대(기업법)는 기업윤리, 전남대(공익인권)는 촛불시위, 다수결과 관용 등 특성화와 관련 깊은 문제들로 구성됐다. 이화여대는 중다수결에 관한 제시문과 관련 3문제가 출제됐다. 헌법에 대한 사전지식이 있었다면 보다 유리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한 이화여대 지원자는 “제시문을 읽는 10분간 최대한 말을 만들어서 가는 게 중요한 것 같다.”면서 “여대 지원 이유와 어떤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지, 최근에 읽은 책들을 물어봤는데 면접에 들어가기 전 자기소개서와 제출서류를 꼭 한번 읽어 보라.”고 권유했다. 건국대는 면접과정이 세분화돼 있어 수험생들의 준비가 많이 필요했다. 오전에는 논술면접, 오후에는 구술·개별면접을 실시했다. 논술면접에서는 법 원칙이나 판례 등이 채점되지 않음을 명시해 비법대생들의 심적 부담을 줄여 줬다. 경희대는 오전에 인성면접, 오후에 적성면접을 실시했다. 모두 각 2개의 제시문에 2문제씩 출제됐으며, 인성면접에서는 영어교육·인간에 대한 문제, 적성면접에서는 사회적으로 이슈화됐었던 고구려사,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의 문제가 출제됐다. 중앙대는 집단면접과 개인면접으로 실시됐다. 집단면접은 10명씩 실시했으며, 제시문에 대해 1인당 2분씩 3~4번 정도의 발언기회(기본-추가1·2회-정리발언)가 주어졌다. 개인면접은 법률가로서의 자질과 사회문제를 다뤘다. ●이슈화된 쟁점 정리해 심층면접 준비 17일 나군에서 첫 면접을 실시한 고려대는 예상대로 10문제 가운데 9문제가 세부 실정법 문제로 출제됐다. 최근 논란이 된 원금보장형 수익성 펀드, 에이즈환자에 대한 의사의 비밀누설 책임, 모델하우스와 불일치한 광고, 공무원의 도덕성과 능력 등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유형으로 출제돼 논리를 푸는 데는 어려움이 적었다는 분석이다. 이밖에 나군에서 첫선을 보이는 대학은 연세대와 성균관대다. 고시전문가들은 연세대는 자격증과 전공 관련 질문 대비를, 성균관대는 특성화(기업법무)할 계획인 상법, 기업 관련 내용을 준비해 두라고 귀띔했다. 한림법학원 관계자는 “연세대는 다른 대학들보다 자격증 소지자를 많이 선발했기 때문에 소지 자격증에 대한 질문들이 예상되며, 비법대생들의 경우 자신의 전공분야에 대한 질문을 미리 준비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앞서 가군에서 실시한 한양대 면접이 7분짜리 통과여부(PF)만 가리는 면접이었다면 나군에서는 20분 정도의 심층면접이 이뤄질 예정이므로 국제소송·지식·문화·인권 등 이슈화된 쟁점들을 정리해 두는 게 좋다. 합격의법학원 관계자는 “무엇보다 나는 왜 법조인이 되려고 하며, 어떤 법조인이 될 것이며 그러한 법조인이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휘청대는 실물경제] 조선업계 부실 어느정도

    은행권이 건설에 이어 조선업계에도 강도 높은 구조조정 메스를 들이댄 것은 더이상 방치했다가는 부실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최근 난립한 중소 조선업체들이 글로벌 경기둔화의 직격탄을 맞고 도산 위기에 몰리면서 업계 전체의 체질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은 신규 대출을 중단하는 등 ‘꼬리 자르기’에 나섰으나 이미 나간 규모가 적지 않아 동반부실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계는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중공업·STX 등 일부 대형 업체들을 빼고는 상당수 중소업체들이 경영위기에 내몰린 상태다. 최근 후판(조선용 철판)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데다 중국 수주 물량이 크게 줄고, 기술력 개발 또한 지지부진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것이 원인이다. 해운업체들이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중소 조선업체와 맺었던 선박주문을 취소하면서 경영악화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C&중공업이 워크아웃 위기에 빠진 것이 단적인 예다. 대형 조선업체들도 그리 여유있는 상황은 아니다. 대우조선해양(세계 3위)은 지난 3분기 850억원의 순손실을 봤다.STX조선(세계 5위)은 32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영업이익률이 크게 하락했다. 문제는 전망이 어둡다는 것이다. 선박 수요가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은행권의 마음도 급해졌다. 대출금을 떼일 경우 건전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조바심 때문이다. 금융 당국은 “중소 조선사에 국한된 문제”라고 애써 선을 그었으나 18일 은행·보험주는 급락했다. 국민은행은 상반기까지만 해도 까다롭지 않게 취급했던 선수금 환급보증을 엄격히 제한, 선별 지원에 나섰다. 우리은행도 하반기들어 조선 업종을 선별지원 업종으로 분류했다. 선별 지원 업종으로 분류되면 10억원 초과 대출액은 본점 승인을 거쳐야 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벌크선 운임지수 등 워낙 조선업 경기지표가 악화돼 수주 물량을 확보한 조선사라고 해도 쉽게 신규대출을 해 주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털어 놓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조선·비행기·철도 등 ‘기타 운송장비 대출’은 6월말 현재 5조 9679억원이다. 이 가운데 조선업종 대출 비중이 가장 높다. 더 심각한 곳은 보험사들이다. 은행들이 대개 대형 조선사들과 거래한 반면 보험사들은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는 중소 조선사들과 거래했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이 중소 조선사에 판매한 선수금보증(RG) 보험 규모는 1조원(가입금액 기준)으로 추산된다. 안미현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영암 F1자동차경주 어쩌나

    전남도가 2010년부터 2016년까지 ‘포뮬러원(F1) 국제자동차경주대회’를 치르기 위해 정부에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으나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반대해 법 제정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관광시설 모자라 관람객 동원 어렵다” 17일 전남도에 따르면 문화부는 최근 국회 업무보고를 통해 “전남도가 개최하는 포뮬러원 국제자동차경주대회는 수익성이 낮고 숙박·관광시설 부족으로 관람객 동원이 쉽지 않아 2824억원의 적자(한국개발연구원의 용역)가 예상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문화부가 이렇게 반대하고 나서면서 여야 간사 합의로 무르익던 국제자동차경주대회 지원 특별법 제정이 불투명해졌다. 국회 관련 법안소위 의원들은 6명이지만, 이 중 1명이라도 주무부처의 반대 의견을 받아들인다면 법 제정이 어려워지는 게 사실이다. ●“7년간 개최… 1130억 요청 과하지 않아” 전남도는 이날 반박자료를 내고 “올림픽에 국비 6052억원, 월드컵에 7164억원(추정)이 들어갔다.”면서 “무려 7년 동안에 걸쳐 열리는 자동차경주대회에 국비 1130억원을 요구한 사실을 두고 과도한 국가 재정부담이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도가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개최권료 3400억원 가운데 전남도 부담액과 같은 880억원과 경주장 진입도로 등 건설비용 250억원 등 1130억원이다. 김영록(해남·진도·완도) 민주당의원은 “국민체육진흥공단 조사로는 F1대회 개최로 1조 8000억원대의 생산유발효과, 고용유발 1만 7000여명으로 막대한 이익이 나온다.”며 공공성이 부족하다는 문화부의 지적을 반박했다. ●경주장 토목공사 공정률 35% 전남도 관계자는 “문화부는 개최권료의 국비지원 선례가 없다는 점, 여야 합의로 특별법이 제정되면 주무부처로서 조직위원회를 꾸려 대회 종료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점을 꺼리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시 말해 특별법이 통과되면 자동차경주대회 권한과 책임이 전남도에서 정부 조직위원회로 넘어 오게 되므로 문화부 등이 여기에 부담을 느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남도는 2010년 대회 개최 전 완공을 목표로 영암군 삼호읍 난전리 간척지 일원에 자동차 경주장 건설에 나서 현재 토목공사 공정률이 35%에 이르고 있다. 경주장 건설비 3400억원은 시행사인 전남도와 전남개발공사, 농협 등 7개 기관이 금융권에서 돈을 빌려 분담한다. 무안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도쿄 문화도심 개발 따라잡기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도쿄 문화도심 개발 따라잡기

    문화는 21세기 한국의 성장을 좌우할 키워드다. 미국에서는 브로드웨이와 할리우드로 대표되는 문화산업이 핵심 산업이다. 일본은 도심 개발에 문화적 키워드를 적절히 활용해 상업적 성공을 거두고 있다. 문화의 시대로 일컬어지는 21세기, 우리는 어떻게 문화를 사회 발전의 원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서울신문은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통해 우리문화 사업이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해 봤다. ■ 첨단기술과 예술이 하나로 ‘아트 시티’ |도쿄 류지영특파원|“이곳에 오시면 처음에는 거대 건축물에, 두번째는 단지 내 다양한 문화 콘텐츠에, 마지막으로는 넓은 녹지공간에 놀라게 됩니다.”안내원 오지마 가쓰오는 기자에게 신 주상복합단지인 롯본기힐스와 미드타운이 들어선 롯본기 지역을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나라 장년층에게 흔히 ‘디스코의 고장’으로 기억되는 롯본기는 이제 첨단 건축물과 예술이 결합된 ‘아트 시티’로 명성을 얻고 있다.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대지 면적 (33700㎡)의 세 배 정도 크기(11만 2200㎡)에 지어진 롯본기힐스(2004년 완공). 연못이 있는 17세기 일본풍 정원과 7만여 그루의 나무가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를 느끼도록 해준다.54층 높이의 모리 타워 꼭대기에 자리잡은 아트센터와 도쿄 타워 전망대보다 높은 해발 250m의 전망대,24시간 운영되는 회원제 도서관 등은 어떤 곳에서도 찾기 어려운 특별한 공간이다. 옛 방위청 부지(10만2000㎡)에 건설된 미드타운(2007년 완공)은 롯본기힐스와 비슷한 개념의 복합단지지만 40%나 되는 녹지공원 덕분에 외부인들이 더 많이 찾는다. 세계적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히노키초 공원과 무료로 개방되는 산토리 미술관은 아이들과 도시락을 싸가지고 나들이 온 엄마들로 붐빈다. 단지 내부의 미술관, 박물관도 주머니가 가벼운 이들이 부담없이 찾아와 예술의 향기를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일본 문화 지형을 바꾼 롯본기힐스·미드타운 롯본기힐스와 미드타운이 예술적 아름다움을 갖춘 복합단지로 거듭날 수 있게 된 것은 부동산 개발회사의 역할도 컸다. 입주를 원하는 업체들을 면밀하게 분석해 임대료를 차등화하는 등의 노력으로 수익성은 떨어져도 단지 안에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살아 숨쉴 수 있도록 배려했다. 당장의 수익보다 문화적 랜드마크라는 더 큰 이익에 주목한 덕분에 롯본기힐스는 21세기 세계 도시 개발의 상징이 됐고, 미드타운도 연간 3000만명이 찾는 명소가 됐다. 미드타운을 기획한 미쓰이부동산의 관계자는 “임대료만을 염두에 두고 매장을 채우려 하면 결국 매출이 많은 업체들만 입점할 수밖에 없다.”면서 “도심을 재생하기 위해 어렵게 지어놓은 복합단지를 천편일률적 쇼핑몰로 전락시키지 않으려면 기획 단계에서부터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버블경제 꺼진 빈 땅에 ‘미래’를 심은 오다이바 도쿄 미나토구 신바시 역에서 시작하는 모노레일 ‘유리카모메’를 타고 도심 건물숲을 미끄러지듯 벗어나면 독특한 모양의 건축물들이 눈 앞에 펼쳐진다. 도쿄만을 가로지르는 유려한 디자인의 레인보 브리지, 직사각형 건물 꼭대기에 동그란 원형 전망대가 걸려 있는 일본 후지TV의 신사옥 , 발광다이오드로 만든 지구모양의 구체(球體)를 품고 있는 미래관 등은 누가 설명해 주지 않아도 이곳이 미래도시 ‘오다이바‘라는 사실을 잘 알게 해 준다. 442만㎡ 규모의 신도시 오다이바는 원래 1996년 세계 도시박람회 개최를 위해 만들어진 인공섬이었다. 버블경제 당시 도쿄의 기능을 분산시켜 업무용 지구로 만들려고 했지만 90년대 들어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빌딩과 오피스텔 미분양 사태가 속출,‘유령도시’로 전락했다. 결국 오다이바를 살리기 위해 도쿄 당국이 찾아 낸 키워드는 ‘미래´였다. 아시아 최대의 자동차 전시장 ‘메가웹´등 미래지향적 개념에 맞춘 시설들을 대거 유치하고 쇼핑몰 ‘아쿠아시티´ 등을 세워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강화했다. 그러자 땅값 때문에 도쿄 도심에 자리잡기 힘들었던 편의시설, 쇼핑센터, 전시장 등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뒤 오다이바는 도쿄 관광의 필수 코스로 자리잡았다. 오다이바의 한 관계자는 “오다이바를 성공한 도시개발의 사례라 평가하기는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미래´라는 개념으로 비어있던 땅에 활기를 불어넣은 것은 고무적인 성과”라고 밝혔다. ●‘도시’라는 몸통에 ‘문화’라는 옷 입혀야 이 사례들은 ‘도시’라는 몸체에 ‘독특한 문화’라는 옷을 입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21세기에는 건축물이라는 하드웨어만으로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도 없고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게 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국내에서도 일본의 사례를 벤치마킹한 여러 도시개발 프로젝트들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녹지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단지 내 문화 콘텐츠는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익성만 추구하다 보니 문화적 다양성 확보는 관심 밖이었다.“한국의 롯본기힐스를 만들겠다.”는 여러 건설업체들의 주장은 구호에 그칠 뿐 실상은 딴판이다. 분양가를 높이려는 수단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받는다.600년을 간직해 온 한국적 정취를 송두리째 앗아간 종로 ‘피맛골’ 재개발 사례를 반복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문화보다 돈을 앞세우는 우리 풍토에서 앞으로 그런 목소리에 얼마나 귀를 기울일지 짐작하기 어렵다. superryu@seoul.co.kr <특별취재팀> 미래기획부 손성진부장(팀장)·이도운차장·류지영·박건형·정현용기자, 도쿄 박홍기·파리 이종수특파원, 국제부 박홍환차장, 사회부 안동환·이재연기자 문화부 박상숙기자
  • [수출전선 빨간불] 반도체·車 효자종목 비틀

    [수출전선 빨간불] 반도체·車 효자종목 비틀

    국제 금융위기 여파가 ‘세계 실물경기 침체→선진국의 내수·투자감소→국내 기업 수출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 내년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수출 전선에 잔뜩 먹구름이 끼었다. 국내 수출을 이끌어온 반도체, 자동차, 철강, 조선 등 주력 산업들은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미국·중국 등 주요 수출 국가의 투자·소비 감소로 수출기업들은 내년도 생산계획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주요 품목의 수출 여건이 조만간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게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 반도체·휴대전화·가전 - D램·낸드플래시 수출 7년만에 감소… 적자 반전 우려 ‘반도체의 몰락’이 올해 수출전선에 최대 악재다. 반도체 수출은 세계 경기침체 여파로 올해 7년 만에 처음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전체 무역수지 흑자의 절반을 차지했던 반도체가 올해는 아예 적자로 반전될수 있다고 우려한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우리 기업들의 간판 상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1~10월까지 반도체 누적 수출규모는 295억 777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9.8 % 감소했다. 올해 반도체 수출액은 360억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수출액 390억 4500만달러에서 10%가량 줄어든 것이다. 반도체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2001년 이후 7년 만이다. 반도체 수출은 해마다 20% 가까운 고속성장을 해왔다. 반도체는 가격하락이 지속되면서 최대 수출품목에서도 밀려났다. 지난해 반도체는 자동차, 일반기계 등 13대 수출품목 가운데 1위였다. 올해는 지난 10월까지 누적기준으로 선박·석유제품·일반기계·무선통신기기 등에도 밀려 6위에 그쳤다.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계속 하락한다면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이런 여파로 국내 반도체 수출업체들의 수익도 급감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의 3분기 영업이익은 24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200억원)의 4분의1수준에 그쳤다. 올 3분기 매출도 4조 7800억원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5조 100억원)에 비해 감소했다. 하이닉스도 올 3분기 수출규모가 1조 789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조 3848억원)에 비해 6000억원 가까이 줄었다. ●휴대전화 내년 마이너스 성장 전망 내년 세계 휴대전화 시장이 마이너스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휴대전화는 국내 정보기술(IT)수출의 25%를 차지하기 때문에 전체 IT수출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전세계 휴대전화 생산 순위 ‘빅5’중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제외한 모든 기업이 구조조정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내년도 사업계획을 마련하는 데 고심하고 있다. 주우식 IR(기업실적) 담당 부사장은 지난달 24일 3·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내년 휴대전화 시장에 대해 여러 조사기관들이 마이너스 성장을 전망하고 있어 섣불리 목표를 설정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LG전자 관계자는 “불황기 시장에서는 베스트 셀러 제품에 대한 구매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히트 모델을 만들기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TV·에어컨·냉장고 최악 위기 우려 텔레비전, 에어컨, 냉장고 등의 가전제품도 경기침체에 따른 매출 축소가 불가피하다. 올해 가전제품은 전세계적으로 2130억달러어치가 팔릴 것으로 추정된다. 지구 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에어컨의 수요가 많았고 양문형 냉장고, 시스템 에어컨, 드럼세탁기 등 프리미엄 제품이 잘 팔렸다. 하지만 내년에는 북미시장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더 악화되고, 경쟁격화로 최악의 위기 상황이 예상된다. 김성수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자동차·철강·조선 - 쌍용·르노삼성 내년 생산 결정 못해… 선박 발주량 급감 자동차 및 철강, 조선 업계도 글로벌 경기둔화 여파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세계적인 자동차 수요 감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내년도 수출전망은커녕 생산 규모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쌍용차와 GM대우, 르노삼성 등 외국계 3사는 글로벌 시장과 내수 시장이 동시에 침체되면서 경영에 비상이 걸렸다. 쌍용차는 350여명 규모의 유급휴직에 이어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판매의 95%를 수출에 의존하는 GM대우는 다음달 열흘가량 공장 가동을 멈추기로 했다. 문제는 내년도 자동차 판매 전망은 더 어둡다는 것. 한국의 내년도 경제성장률 예측치는 3% 전후로 낮게 관측되고, 물가 인상으로 원가 상승 압박도 받고 있다. 금융권 신용경색에 따른 자금 흐름도 원활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내년도 자동차 판매 전망이 어둡다. 세계 완성차 업체 5위권인 현대·기아차가 지난달 썩 나쁘지 않은 판매실적을 발표했음에도 내년도에 대한 우려가 업계 전반에 퍼진 이유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 세계 자동차 산업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데다 경기침체와 자동차 금융위축 등의 3중고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제철·동국제강 감산 돌입 수요 급감에 따라 이미 감산에 돌입한 철강업계는 넘치는 재고에 가격까지 내렸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은 건설용 철강제품 생산을 줄인 데 이어 가격도 인하했다. 동부제철은 4분기에 냉연제품을 10만t 안팎 감산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말부터 공급 조정에 들어간 스테인리스강을 빼고는 감산이나 가격인하를 고려치 않고 있다. 포스코는 올해 예상 조강 생산량이 3350만t으로 지난해보다 240만t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철강업계에 강력한 타격이 우려된다는 진단도 나온다. 포스코는 “내년에도 철강경기가 지속적으로 하락한다면 경영상 어려운 철강회사도 많이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향후 중국의 수출 물량 급감 등에 따른 철강 수요 감소도 부정적 요인”이라고 우려했다. ●중소 해운업체 부도위기 내몰려 ‘호시절´을 누린 조선업계도 비틀거리고 있다. 향후 전망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 하반기 들어 선박 발주량이 급격하게 줄고 있다.”면서 “이는 전 세계적인 경기 불황으로 인한 선박 수요 감소와 미국 금융위기로 인해 선박금융이 크게 위축된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중공업·STX 등 대형조선업체들과 중소 조선업계간의 양극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대형 업체들은 이미 수년치 일감을 확보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반면 중소 업체는 해운업체들의 선박주문 계약 취소가 이어지고 있어 부도 위기로까지 내몰리고 있다. 최근 C&중공업이 워크아웃 위기에 빠진 것이 단적인 예다. 이영표 홍희경기자 tomcat@seoul.co.kr ■ 해외건설 - 발주 공사 보류… 현대건설 등 수주 비상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던 해외건설에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은 실물경제 침체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올 들어 이달 13일 현재 한국업체들이 해외에서 따낸 공사는 모두 551건,435억 7065만달러. 지난해 같은 기간(525건 344억 660만달러)보다 무려 27%나 늘어난 것으로 사상 최초로 500억달러 달성도 점치고 있다. 하지만 최근들어 배럴당 140달러를 오르내리던 유가가 50달러대로 떨어지면서 중동국가들이 몸을 사리기 시작했다. 쿠웨이트는 이미 발주한 공사를 제외한 많은 공사를 보류한 상태며,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카타르, 이란 등도 그 뒤를 잇고 있다. 해외건설업체의 관계자는 “중동 산유국들이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50~70달러면 사업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사업을 추진했다가 유가가 하락하면서 발주공사 규모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올 한때 80억달러 수주전망도 나왔으나 목표치를 70억달러 선으로 낮춰 잡았다. 올해 사상 최대인 51억달러 수주고를 달성한 GS건설이나,39억달러를 수주해 올해 목표(20억달러)를 2배 가까이 달성한 대림산업도 내년 상황은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기업 구조조정 박차

    기업 구조조정 박차

    정부가 13일 ‘채권시장안정펀드’라는 비상 처방전까지 꺼내든 것은 금융시장이 다시 불안 조짐을 보이고 자금경색도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어서다. 정부 표현을 빌리자면 “대량 수혈과 강심제 주사”를 동시에 처방한 셈이다.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 논란을 의식, 부실기업 퇴출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건설사 살생부’ 등 구조조정을 위한 사전정지작업이 물밑에서 진행되는 양상이다. ●은행들 펀드 꺼려 곧 추가유도방안 발표될 듯 정부의 구상은 산업은행 2조원을 포함해 연기금 등 사실상 국민세금과 민간자금으로 펀드를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시중은행, 보험사, 민간투자자 등을 최대한 끌어들인다는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비중은 정해지지 않았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급락으로 ‘제 코가 석자’인 은행들이 선뜻 참여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재무 담당자는 “개별 은행들이 회사채 등을 매입하라고 하면 잘 사지도 않을 뿐 아니라 기준도 들쭉날쭉해서 효과가 떨어지는 만큼 공동기금을 만든다는 원칙에는 공감한다.”면서도 “3분기 실적이 건전성이나 수익성 양쪽에서 바닥인 데다 앞으로 더 악화될 여지가 많아 고충이 크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정부한테 받은 게 있어(대외지급보증) 하라면 할 수밖에 없지만 은행마다 수천억원의 펀드 운영 자금을 조성할 여력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사정은 누구보다 정부가 잘 알고 있다. 따라서 펀드 세부운용방안 등을 포함한 추가 대책이 21일쯤 발표될 예정이다.“BIS비율 부담 등으로 은행들이 (펀드에)출자를 꺼릴 수 있는 만큼 강심제가 필요하다.”는 전광우 금융위원장의 말은 이를 뒷받침한다. ●“여신전문회사 채권까지 매입” 논란 금융위 관계자는 “시중은행 팔목을 비틀어 채권시장안정기금을 갹출했던 외환위기 때의 관치 방식은 이제 통용되기 어렵다.”며 “민간의 참여 유도 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어찌됐든 정부가 ‘신(新)관치’ 칼을 꺼내든 이상 펀드는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 목표치(10조원)를 채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 구상대로 이 펀드가 은행이 발행한 후순위채(높은 금리를 주는 대신 변제순위가 뒷전인 채권), 우량 중소·수출기업이 발행한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CBO) 등까지 사들여 주면 자금시장은 확실히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현재 프라이머리 CBO는 정부(신용보증기금)가 보증을 해주는 데도 사겠다는 주체가 없어 사실상 발행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올해만 1조원, 내년에 2조원 규모가 발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대주주 지원이 어려운 일시적 유동성 위기기업”으로 조건을 달았지만 개별오너가 있는 여신전문회사(카드·캐피털사)의 채권까지 사들이는 것은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운용주체, 투자대상 선정기준 등이 확정되지 않아 운용 과정에서 전주(錢主)들간에 갈등이 빚어질 소지도 있다. 채권시장에서는 펀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국채 등의 발행 물량을 늘려 수급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그나마 거래되던 국채 수요마저 위축시킬 것이라는 상반된 우려도 있다. 이 여파로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30%포인트 급등한 연 5.44%로 마감했다. 오창섭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 정책이 시장에 오히려 부담을 주는 구축(驅逐) 효과에 대한 우려가 작용한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국채시장에는 악재로 작용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회사채 시장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관측에 더 힘이 실린다. ●도덕적 해이·심장마비 차단 관건 한국은행까지 동원된 전방위 유동성 공급으로 부실기업 퇴출이 더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전 위원장은 “그걸 막기 위해 펀드를 조성하는 것”이라며 “외환위기 때는 신용등급이 낮은 더블B(BB) 이하 채권도 사줬지만 이번에는 트리플B 플러스(BBB+) 이상만 사들일 것”이라고 못박았다. 빈혈환자는 살리지만 중환자는 연명시키지 않겠다는 의지다. 금융감독원이 외환위기 당시 기업 구조조정을 전담했던 ‘구조개혁 기획단’을 10년만에 부활시킨 것이나, 은행연합회가 17일까지 100대 건설사를 대상으로 대주단(채권단) 자율협약 가입신청을 받기로 한 것 등은 정부의 이같은 구조조정 선회 의지를 뒷받침한다. 지금까지는 대주단 가입이 단 한 곳에 그쳤지만 대주단에 못 낄 경우 자금지원도 사실상 중단돼 퇴출 절차를 밟게 된다. 전문가들은 구조조정을 더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승일 국민대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이 스스로 언급했던 선제적이고 충분한 대응을 하고 싶다면 전면적인 구조조정과 공적자금 투입 공론화밖에 없다.”며 “서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더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해 ‘가이드라인’을 던져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조조정 없는 강심제는 심장마비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경고다. 안미현 조태성 이두걸기자 hyun@seoul.co.kr
  • 은행 ‘비상등’ 켜졌다

    은행 ‘비상등’ 켜졌다

    국내 은행들의 수익성과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영업이익은 급감하고 떼일 우려가 있는 부실채권은 늘었다. 대표적인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도 크게 떨어졌다. 특히 토종·외국계를 각각 대표하는 국민은행과 씨티은행은 자기자본비율이 우량은행 잣대인 10%에 못미쳤다. 금융감독원이 11일 발표한 ‘국내은행 BIS비율 및 부실채권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내 18개 은행의 올해 9월 말 BIS 비율(바젤Ⅱ기준)은 평균 10.79%다. 은행 평균 BIS 비율이 10%대로 떨어진 것은 2003년 3월 말(10.82%) 이후 5년 6개월 만이다. 금감원측은 “금융시장 여건 악화로 유가증권 평가 손실이 커지면서 자기자본은 6조 4000억원 감소한 반면, 환율 상승 등의 여파로 외화대출 등 위험가중자산은 4조원 늘어난 탓”이라고 분석했다. 은행별로는 신한,SC제일, 씨티, 국민, 광주, 제주, 전북, 경남, 산업, 기업, 수출입 등 11개 은행이 하락세를 맛봤다.BIS 비율이 6월 말보다 오른 은행은 우리, 하나, 외환, 대구, 부산, 농협, 수협 등 7개에 그쳤다. 특히 국민(9.76%), 씨티(9.50%), 수출입(8.75%) 등 3개 은행은 BIS 비율이 10% 밑으로 추락했다.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3개월 이상 연체) 비율은 9월 말 0.81%로 지난해 말(0.72%)보다 0.09%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올 들어 9월까지 벌어들인 순이익은 8조 4000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13조 2000억원)보다 36.2%나 감소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GM대우 연말께 열흘간 감산 검토

    미국발 금융쇼크와 글로벌 경기둔화 불길이 국내 자동차업계로 급속히 번지고 있다. 국내 GM대우는 연말쯤 감산을 위해 열흘간 임시 휴업에 들어가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수요 감소에 따른 재고 급증을 감당하지 못해서다. 이에 따라 1만여개에 이르는 협력업체들도 일감이 줄어드는 등 연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쌍용도 공장부지를 팔고 강제휴가를 실시하고 있으며 현대·기아자동차도 군살 빼기에 돌입했다. GM대우차 관계자는 11일 “다음달 22일부터 내년 1월4일까지 부평·군산·창원공장 등 모든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면서 “이달 말 수요 예측 결과 등을 보고 최종 중단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장기간 공장가동 중단은 2002년 10월 GM대우차 출범 이후 처음이다. 대우차의 감산 방침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외 자동차 수요가 크게 감소한 것이 주원인이다. 또 자동차 할부 금융회사의 소비자 대출 제한 등에 따른 판매 감소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금호타이어, 한국타이어, 넥센타이어 등 타이어 업체와 GM대우에 부품을 공급하는 S&T대우, 동양기전, 만도, 대동금속, 오스템 등 부품업체 1만여 곳도 납품량 감소 등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됐다.GM에 부품을 공급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GM대우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 협력업체 공장도 멈출 수밖에 없어 자금력이 부족한 업체들의 경우 감원 등 후유증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자동차는 다음달부터 비용 절감 차원에서 관리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달간 강제 장기 휴가를 보낸다. 최근 판매 급감으로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또 생산직 직원들에게는 장기 휴가를 가도록 할 방침이다. 최근 쌍용차는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경기도 평택시 포승공단 내 유휴부지 4만 8000㎡를 200억여원에 팔았다. 현대·기아차도 최근 미국 앨라배마 공장의 생산 규모를 연말까지 1만 5000대가량 줄이기로 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오토넷 등을 합병해 조직을 슬림화하는 등 비상경영체제도 가동했다. 르노삼성차도 감산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미분양아파트 펀드 없던일로?

    미분양아파트 펀드 없던일로?

    “지금으로선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수익성에서 큰 이익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H증권사 관계자) 금융경색의 뇌관격인 미분양 아파트 문제를 풀 대안으로 정부가 내놨던 ‘미분양 아파트 펀드’가 전혀 시장의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분양 펀드 정책은 “폭탄을 제거하려다 새 폭탄을 만드는 격”이라는 비판을 낳고 있다. 11일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가 펀드화를 언급한 지난달 21일 건설산업 대책 이후 지금까지 시장에 출시된 관련 미분양 아파트 펀드 상품은 ‘0개’다. 상품 출시를 겨냥해 내부적으로 조사작업을 벌이고 있는 회사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내놓은 미분양 펀드는 금융회사가 출자해 펀드를 구성, 따로 유동화법인을 세운 뒤 미분양 아파트를 사들여서 매각한다는 방안이다. 유동화법인은 대한주택보증의 보증을 받은 채권을 발행해 개인투자자들에게 팔게 된다. 이 펀드가 냉대받는 가장 큰 이유는 수익성 문제다. 이상엽 KB자산운용 국내부동산팀장은 “정부 방안에 따르면 미분양 펀드 수익률이 9~10% 수준인데 부동산 경기 침체로 리스크가 높은 점을 감안하면 수익률이 극히 낮다.”고 말했다. 특히 “미분양 펀드의 특성상 개인보다는 기관투자자 같은 큰 손의 역할이 중요한데 지금 회사채 수익률만 해도 7~8%를 넘나드는 상황에서 어느 기관이 나서겠느냐.”고 지적했다. 더구나 취득세 등 거래비용만도 4~5% 정도는 차지할 것이라고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2~3년 미분양 펀드를 잘 운용해 9~10% 수익률을 내봤자 4~5% 비용에다 그 동안 오를 물가상승률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남는 게 없는 장사다. 한나라당에서는 이 세금이라도 줄여 주겠다지만 그래도 수익률이 낮은 건 매한가지다. 그렇다고 업계가 요구하는 수준으로 수익률을 무한정 늘려줄 수도 없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금 제1·2 금융권 모두 8%대에 이르는 높은 이자율로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는데 이 자금을 굴려서 운용수익을 낸다면 미분양 펀드 수익률이 20% 정도는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정도의 수익률이라면 미분양 펀드가 아파트를 사들일 때 가격을 후려쳐서 싸게 사들여야 한다. 김태동 성균관대 교수는 “수익률이 보장된다면 정부 대책 이전에 시장논리에 따라 이미 관련 펀드가 나왔을 것”이라면서 “그 동안 고분양가로 누린 혜택을 뱉어 내고 수요 예측을 잘못한 실책을 반성하도록 하는 정공법을 정부가 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Best CEO 열전] (12) 차석용 LG생활건강 사장

    [Best CEO 열전] (12) 차석용 LG생활건강 사장

    “구원 투수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LG생활건강 차석용 사장을 두고 부러움 가득찬 업계의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2005년 1월 취임한 뒤 마이너스 성장으로 고전하던 LG생활건강의 영업이익을 해마다 30% 이상 신장시켰다. 지난 2007년 매출 1조 1725억원, 영업이익 1264억원이란 성적을 냈다.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다. 올해 영업이익은 취임 직전인 2004년(544억원)의 3배인 1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도 새로운 기록을 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코카콜라음료(당시 코카콜라보틀링)의 경우 지난해 10월 인수하면서 4년 연속 마이너스이던 영업이익을 지난 3분기 기준 315억원의 흑자로 돌려 놓아 또 한번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변해야 산다” LG생활건강이 눈부신 성장을 할 수 있는 비결은 다름 아닌 ‘선택과 집중’이다. 사업과 브랜드를 재정비하고 브랜드와 제품의 프리미엄화를 일관되게 추진해 온 때문이다. 특히 화장품 브랜드를 고급화하는 데 공을 들인 게 주효했다. 2005년 1월 이후 수익성이 떨어지는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의 화장품 생산을 전면 중단하고 화장품 유통 재고도 모두 정리했다. 당시 이름도 생경한 레뗌, 뜨레아, 헤르시나 등 LG생활건강의 주요 화장품 브랜드를 모두 단종시키는 대신 ‘후’,‘오휘’ 등 고급 브랜드는 리뉴얼하면서 제품군을 확대해나갔다. 예컨대 인간성장호르몬을 도입한 90만원짜리 고가 제품을 출시하고, 국내 최고 톱모델을 기용하는 등 고가 마케팅 활동에 집중한 것이다. 그 결과 ‘후’ 매출은 2004년 200억원대에서 올해 11월 현재 1000억원을 돌파했다.‘오휘’도 같은 기간 260% 신장했다. 지난해 11월 국내 최초의 발효 화장품 브랜드인 ‘숨37’은 1년 만에 매출 400억원을 돌파했고, 외국 인기 브랜드인 바이테리도 들여와 판매하는 등 브랜드 고급화에 총력을 쏟고 있다. 회사 총 매출에서 화장품 비중도 2004년 29%,2005년 32%,2006년 33%,2007년 37%,2008년 40%로 높아졌다. ●회사에선 불편한 게 바로 편한 것 궁(窮)할 수록 더욱 집착한다는 말이 있다. 그의 경쟁력도 항상 자신이 부족하다는 마음 가짐에서 비롯됐다. 차 사장의 첫 직장은 미국 P&G본사였다. 당시 그의 나이 32세. 원어민 출신이 아니어서 미국인 동기보다 항상 모자란다는 마음 가짐을 가졌다. 그래서 매일 아침 5시30분에 출근해 저녁 10시 이후에 퇴근했다. 같은 일도 두번, 세번 더 생각했다고 말한다. 그는 고대 법대 1학년 때 입대해 제대 후 바로 학부 과정으로 미국 유학길에 올랐었다. 코넬대 경영대학원 석사까지 마친 뒤 1985년 한국인 최초로 미 P&G 본사에 입사했다. 입사 10년 만에 본사 임원으로 승진했다. 이후 P&G-쌍용제지, 한국P&G, 해태제과 등의 CEO로도 활약하면서 업계에 ‘브랜드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그는 직원들에게도 “회사에서는 편안하지 않은 마음을 가지는 게 곧 편안해지는 길이다.”는 말을 자주한다. 그리고 늘 자기계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라고 주문한다. 편안한 날이 쌓이면 뒤처질 수 밖에 없고 자신을 계속 채찍질해야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감성경영을 통해 선두로 가자 그가 강조하는 주요 가치 중 하나가 바로 감성경영이다. 그는 “지난 30년간 남성들의 실질 수입은 크게 늘지 않은 반면 여성들의 수입은 63%나 증가했고, 소비자 구매의 80%가 여성들에 의해 직·간접적 영향을 받는 등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영향력이 급증했다.”면서 “기존의 논리와 이성 중심에서 감성의 역할이 더 중요하게 된 만큼 브랜드와 제품도 감성적 차별화 수준을 높이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향후에도 이같은 감성적 차별화를 통해 2위군에 머물러 있는 제품을 1위로 끌어 올리는 한편 한국인에게 친숙하면서도 기능성이 뛰어난 한방과 발효기술을 적극 활용한 샴푸, 비누, 세제 등 신제품들을 출시한다는 구상이다. 인구 구성 변화에 따라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를 50대 이상을 겨냥한 실버 전용 제품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기존 보유 업종간 시너지도 강조하고 있다. 예컨대 지난해 인수한 코카콜라음료인 음료부문을 뷰티 사업에 접목해 음료수를 개발하고 있다. 미용에 도움이 되는 음료, 이른바 ‘먹는 화장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그는 올해 역시 사상 최대 실적 갱신을 앞두고 있지만 ‘블랙스완(검은백조)’ 이야기를 통해 직원들의 마음을 다잡고 있다. 그는 “최근 세계적인 금융 위기를 보면 블랙스완이 생각난다.”면서 “블랜스완이 나타나면 충격이 매우 큰데 이는 검은 백조가 나올 확률이 아주 낮아 아무도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의 경험으로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가 된 만큼 우리의 사업이 잘되고 있으니 앞으로도 계속 잘 될 것이라는 생각도 잘못된 것이다.”면서 “기존의 통념에서 벗어난 신선한 시각으로 아주 낮은 확률의 재앙이 닥치더라도 회사의 미래를 지켜나갈 수 있는 준비를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기고] 경제 살리기, 우선순위가 중요하다/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기고] 경제 살리기, 우선순위가 중요하다/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미국 금융위기에서 시작된 세계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우리나라 실물경제에까지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기 시작했다. 세계 자본주의의 최전선이었던 미국 금융시장이 대규모 구제금융이라는 굴욕적인 보호책까지 받아들였지만, 미국 경제는 점진적 하강 국면을 보이고 있고, 최근에는 유례 없는 증시 변동폭을 수차례나 보이는 등 안정성 면에서 더욱 심각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의 이러한 금융부문 변동이 한국의 금융불안 및 신용경색을 가져와 마침내 한국 실물경제까지 위축시킬지 모른다는 우려다. 그 징후는 이미 꽁꽁 얼어붙어서 매입자를 찾아보기 힘들어진 한국의 부동산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경기 하락의 지속은 건설사들의 대규모 미분양 사태 및 경영악화로 이어지고, 시공사인 중대형 건설사들이 흔들리게 되면 부동산 개발회사들이 PF 방식으로 끌어모은 막대한 대출자금에 대한 지급보증이 무의미해져 금융사들의 부실 역시 심화되고 만다. 결국 그 파장은 실물경제를 포함한 경제 전체의 위기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시기에 정부가 건설부문 유동성 지원 및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하고 자금난에 빠진 건설사들의 미분양 주택이나 보유토지를 토지공사 등 공공기관에서 매입하는 등의 방식으로 건설사들에게 약 9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한 것은 불가피한 조치다. 물론 공기업의 개입이 민간시장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이나 건설 및 금융업계의 무분별한 투자에서 비롯된 어려움을 국민의 돈으로 메워 줘야 하느냐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짧지만 역동적이었던 우리 경제의 반세기를 반추해 보면 정부와 공기업은 한국 경제의 위기 때마다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국민과 기업들이 단합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 방식 역시 상당히 효율적이었기 때문에 실제로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모델로 활용하기도 했다. 결국 우리에게는 당연해서 오히려 진부하다고까지 생각되는 민·관·공의 합작은 이미 우리 경제의 한 특징을 이루고 있다. 다만 이번 경제위기가 우려되는 것은 정부가 지나치게 의욕적으로 공기업 선진화 정책을 추진하는 바람에, 비록 3단계로 나누긴 했지만 총 319개나 되는 공적기관에 대한 선진화 방안이 거의 동시에 추진되면서, 그 역량을 모아 경제위기 극복의 선두에 서야 할 공기업들이 자못 심각한 내홍상태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당장 이번 건설경기 위기 극복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할 주요 공기업들 역시 효용성이 검증되지 않은 통합이나 민영화, 기능조정 등의 외부 압박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부여된 긴급업무를 수행하는 데 상당한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 경제가 위기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시점에서 부동산 경기에 매우 민감한 토지공사와 주택공사의 통합을 추진한다는 것은 주가 폭락기에 산업은행을 민영화하겠다는 것보다 위험한 발상이라고 하겠다. 공기업들은 국가의 자금이 투자돼 설립되지만, 기본적으로 자체 수익성을 가지고 나라에 부담을 적게 주면서도 효율적으로 정책수행을 강화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수단이다.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하나의 카드라도 더 필요한 지금의 시점에, 검증되지 않은 공기업 선진화의 효과에 연연하느라 위기극복의 시기를 놓칠 수는 없다. 일단은 주요 공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현재의 고유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한마디로 지금은 그동안 축적되고 준비된 우리 공기업들의 힘을 국가경제 회복에 과감히 투자할 때다. 공기업 선진화는 그후 여유를 가지고 꾸준히 추진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 수렁에 빠진 은행들

    수렁에 빠진 은행들

    은행권의 ‘고난의 행군’이 시작됐다.2003년 카드대란 이후 부동산과 증권시장 호황의 순풍을 타고 누렸던 전성기는 글로벌 금융시장발 한풍(寒風)이 거세지면서 아득해진 지 오래다. 여기에 순위 경쟁을 위한 무분별한 대출 확장으로 건전성과 수익성이 모두 악화되는 부메랑을 맞고 있다. 이달 말로 예정된 국제신용평가사 S&P의 은행 신용평가에서 등급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될 정도다. 전문가들은 은행이 실물경제의 ‘우산’이 되는 공적 기능은 강화하면서 건전성도 개선할 수 있도록 정부와 은행의 유기적인 협조 체제가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연체율 높은 하나銀 0.61%→0.88%로 상승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대출 연체율 급등이다. 기업은행의 3·4분기 연체율은 0.67%로 은행권 최저 수준이지만,2분기와 비교했을 때 두 배에 가까운 0.33% 포인트나 뛰어올랐다. 은행권에서 연체율이 가장 높은 하나은행 역시 2분기 0.61%에서 3분기 0.88%로 상승했다. 우리 0.70%(+0.15% 포인트), 국민 0.68%(+0.11% 포인트)로 이 은행들도 연체율이 많이 올랐다. 국내외 실물경제 악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건전성 악화는 더 암울하다. 하나은행 중기대출 연체율은 전 분기에 비해 0.43% 포인트나 뛰어오르며 3분기에 1.60%에 이르렀다. 기업은행 역시 전분기 대비 0.36% 포인트 상승한 0.74%를 기록했다. 신한, 우리, 외환은행도 1%를 웃돌고 있다. 이에 따라 전체 대출 중 회수가 힘든 대출 비율인 고정이하여신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기업은행은 0.31% 포인트 늘어난 1.22%를 기록하고 있다. 하나(0.95%), 신한(0.87%)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하락도 골칫거리다.BIS 비율은 대출이나 지급보증 등 위험자산에 비해 자기자본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외환은 2분기 11.56%에서 3분기 10.64%로 은행권에서 가장 많이 떨어졌다. 리딩뱅크 국민은행은 지주사 전환을 위한 자사주 매입 영향으로 2분기 12.45%에서 3분기 9.76%로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시중은행 여신부문 관계자는 “부문별로 2%도 넘지 않는 연체율 자체만으로는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상승 속도가 가파르다는 게 더 큰 문제”라면서 “과거 금융 위기 때 은행 퇴출 기준이 ‘BIS 8%’였던 만큼 BIS 비율을 두 자릿수를 사수하는 것조차 요즘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은행 유기적 협력체제 갖춰야” 은행들이 자산 건전성을 희생시켜 수익성을 높였다면 문제는 덜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이와 정반대다. 국민은행은 3분기 순이익이 5533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28.6% 감소했다. 신한(2143억원,-32.2%), 우리(1332억원,-45.6%)도 저조했다. 하나은행은 711억원의 순손실을 내면서 8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관련 파생상품과 키코 등 통화파생상품 관련 손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경기 둔화로 부실자산이 늘어나면서 대손충당금을 전분기보다 2배 이상 쌓은 것도 수익 악화에 직격탄이 됐다. 이에 따라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율(NIM) 역시 일제히 추락하고 있다. 순이자마진은 금융기관이 자산 운용 수익에서 조달 비용을 뺀 뒤 이를 다시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수치다. 하나은행은 2분기보다 0.04% 포인트 떨어진 2.01%를 기록했다. 우리은행도 0.04% 포인트 하락하며 2.21%에 그쳤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순이자마진은 총자산이익률(ROA) 등의 선행지수가 되는 만큼 변수들을 고려해도 2% 밑으로 떨어지는 것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S&P의 내한 신용평가를 앞두고 최근 금융당국과 함께 신용평가 대응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다른 평가사인 무디스는 최근 국민과 우리, 신한, 하나, 외환 등 국내은행뿐 아니라 SC제일 등 외국계 은행의 등급 전망을 한 단계씩 낮췄다. 금융권 관계자는 “감독기관이 얼마 전까지 시중은행들에 건전성 확보를 지시했다가 다시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라고 독촉하면서 일선에서는 혼란이 심하다.”면서 “은행권은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고, 정부는 은행들이 효과적으로 실물경제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유기적인 협력 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저소득층 도우려다 동심 울린 ‘쿠폰’

    “엄마, 쟤는 가난한 집 애야.” 서울의 한 초등학교 4학년 학부모 유모(36)씨는 아들이 친구를 소개하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아들이 길에서 만난 친구와 인사를 하길래 누구냐고 물었더니 이런 답이 나왔던 것.“가난한 집 애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냐고 물으니 자유수강권 쿠폰을 받아가는 친구라고 하더군요. 이렇게 쉽게 집안사정이 노출된다고 생각하니 아들 친구가 너무 가여웠어요.” ●멍드는 동심… “자존심 상해요”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대상으로 방과후 학교 무료 쿠폰을 나눠 주는 ‘자유수강권제’로 인해 동심이 멍들고 있다. 소외계층 가정의 교육비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혜택을 받는 아이들의 집안 사정이 고스란히 드러나 학생들의 사생활(프라이버시)이 침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자유수강권제는 지난해 서울시내 일부 초등학교에서 시범 실시되다 지금은 모든 초·중·고등학교로 확대됐다. 학생 1인당 30여만원이 지원된다. 한 강좌의 한 달 수강료가 3만~4만원인 점을 감안할 때 10개월 동안 1개 강좌를 꾸준히 들을 수 있는 액수다. 학생들은 무료 쿠폰을 받아 원하는 강좌를 적어 내는 식으로 수강신청을 한다. 문제는 학생들의 사생활이 외부로 드러나면서 ‘좋은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자유수강권 시범학교로 지정된 서울의 한 중학교가 지난 3월 학부모 7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자유수강권제의 문제점’에 대해 ‘자존심 상실’이라고 답한 경우가 42%에 달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인 강모(10)군은 “친구들이 내가 방과후 학교 무료 쿠폰을 받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다 알고 있다.”면서 “솔직히 수업을 듣기 싫다.”고 털어놨다. ●카드회사도 ‘퇴짜’ 교사들은 오프라인으로 쿠폰을 나눠 주고 수강신청을 받다 보니 본의 아니게 알려져 입소문을 타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놓는다. 출석부 문제도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편의상 무료 쿠폰을 받는 학생들을 출석부에 따로 표기하고 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아이들이 몰래 출석부를 봐 무료 쿠폰을 받아가는 학생들이 누구인지 알려지는 경우가 많아 곤혹스러울 때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선학교에서는 이를 보완할 뾰족한 수가 없어 고민이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신용카드로 금액을 지급해 온라인으로 수강신청을 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면서 “하지만 카드회사가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발을 빼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고 말했다.5% 미만의 학생들이 수강하는 자유수강권제를 위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 수는 없다는 얘기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여러 방안을 생각했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다.”면서 “계속 노력해 보겠다.”고만 했다. 배경내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활동가는 “민감한 나이에 빈곤이 공개되면 수치심으로 인해 자살을 선택하는 사례도 있다.”면서 “교육 당국이 적극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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