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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한 이틀 연장한 정부, 독자 개혁 초강수로 ‘통 큰 타협’ 압박

    시한 이틀 연장한 정부, 독자 개혁 초강수로 ‘통 큰 타협’ 압박

    정부가 11일 노동 개혁 관련 입법안 제출과 행정 지침(가이드라인) 마련 방침을 밝힌 것은 노사정 대타협이 이번 주말 내 이뤄지지 않으면 독자적인 노동 개혁에 착수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의 기준과 절차, 해고 기준과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며 노사정 대화의 최대 쟁점에 대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가 이번 주말을 넘겨서도 대타협의 실마리를 풀지 못한다면 노사정 협상보다는 정부의 독자적인 수순 밟기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대 쟁점인 두 사안은 물론 비정규직 사용 기간 연장 및 파견 대상 업무 확대 등 노동계와 야당이 반대하고 있는 사안이 많아 정부 주도의 노동 개혁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당정협의가 예정된 오는 14일까지 노사정 대타협이 이뤄지지 않으면 근로기준법, 파견근로자보호법, 기간제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등 5개 법안의 입법과 함께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변경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이 가운데 가이드라인 제정과 관련된 두 사안은 노동계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확산을 위해 회사 내 규율을 명시한 취업규칙을 노동조합 동의가 없어도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대법원 판례 등을 기초로 저성과자 및 업무 부적응자에 대한 해고 기준 및 절차를 마련할 방침이다. 노동계는 “두 사안은 노동시장 이중 구조 개선과 무관하고 사용자에 의한 근로 조건 저하 및 해고 조장이 우려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지난 7일 노사정위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도 다수의 전문가들은 ‘두 사안을 중장기 과제로 추진하되 여론을 수렴해 법제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전문가 의견을 청취한 이후인 지난 10일 밤 노사정 대표자 회의에서도 정부는 ‘근로계약 해지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한다’는 문구를 최대 쟁점 합의를 위한 조정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전문가 의견을 어느 정도 수용해 ‘제도개선발전위원회를 만들어 두 사안을 검토하자’고 제시한 터였다. 결국 문안을 조정하던 노사정이 이견을 좁히지 못해 합의는 불발됐다. 한국노총은 “정부가 독자 추진을 강행하면 장외투쟁 중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연대해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며 대정부 투쟁 수위를 높일 태세다. 노사정위 합의 결렬과 노·정 간 갈등 확산은 정부로서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노사정 합의안 없이 노동 개혁 입법을 추진하더라도 국회 문턱을 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법안 개정 시 야당의 협조가 필요하지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야당인 김영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고 환노위 여야 의원 수가 각각 8명으로 동수이기 때문에 새누리당의 일방적인 행보는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비정규직 사용 기간 연장 및 파견 대상 업무 확대 방안도 노동계와 야당의 반대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이는 35세 이상 노동자 가운데 희망자에 한해 비정규직 기한을 2년 더 연장해 총 4년으로 늘리고 현재 32개 업종으로 제한된 파견 허용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이다. 노동계는 상시·지속적 업무는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제시한 기간 연장은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파견 대상 업무 확대는 사내 하청 합법화 등의 문제점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김대환 노사정위원장도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입법 과제로 올리기엔 무리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노사정은 지난 4월 합의문에서 ‘올해 8월 말까지 실태조사 등을 통해 대안을 마련한다’고 의견을 모았지만 당시 노사정 협상이 결렬되면서 대안 마련을 위한 작업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세종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서울 강동구 홍보대사에 가수 설운도

    서울 강동구 홍보대사에 가수 설운도

    트로트 가수 설운도가 서울 강동구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이해식 구청장은 지난 10일 구민회관에서 열린 ‘추석맞이 장애인 자선 행사’에서 설운도에게 홍보대사 위촉패를 전달했다고 11일 밝혔다. 설운도는 폭넓게 사랑받는 가수이자 국내외에서 선행에 앞장서는 연예인으로 알려졌다. 2012년에는 교민들을 위해 자선공연을 펼친 공로를 인정받아 ‘오바마 대통령 봉사상’을 받았다. 설운도는 향후 ‘강동 선사문화축제’ 등 주민 참여 행사에서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시한 이틀 연장한 정부, 독자 개혁 초강수로 ‘통 큰 타협’ 압박

    시한 이틀 연장한 정부, 독자 개혁 초강수로 ‘통 큰 타협’ 압박

    정부가 11일 노동 개혁 관련 입법안 제출과 행정 지침(가이드라인) 마련 방침을 밝힌 것은 노사정 대타협이 이번 주말 내 이뤄지지 않으면 독자적인 노동 개혁에 착수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의 기준과 절차, 해고 기준과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며 노사정 대화의 최대 쟁점에 대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가 이번 주말을 넘겨서도 대타협의 실마리를 풀지 못한다면 노사정 협상보다는 정부의 독자적인 수순 밟기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대 쟁점인 두 사안은 물론 비정규직 사용 기간 연장 및 파견 대상 업무 확대 등 노동계와 야당이 반대하고 있는 사안이 많아 정부 주도의 노동 개혁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당정협의가 예정된 오는 14일까지 노사정 대타협이 이뤄지지 않으면 근로기준법, 파견근로자보호법, 기간제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등 5개 법안의 입법과 함께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변경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이 가운데 가이드라인 제정과 관련된 두 사안은 노동계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확산을 위해 회사 내 규율을 명시한 취업규칙을 노동조합 동의가 없어도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대법원 판례 등을 기초로 저성과자 및 업무 부적응자에 대한 해고 기준 및 절차를 마련할 방침이다. 노동계는 “두 사안은 노동시장 이중 구조 개선과 무관하고 사용자에 의한 근로 조건 저하 및 해고 조장이 우려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지난 7일 노사정위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도 다수의 전문가들은 ‘두 사안을 중장기 과제로 추진하되 여론을 수렴해 법제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전문가 의견을 청취한 이후인 지난 10일 밤 노사정 대표자 회의에서도 정부는 ‘근로계약 해지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한다’는 문구를 최대 쟁점 합의를 위한 조정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전문가 의견을 어느 정도 수용해 ‘제도개선발전위원회를 만들어 두 사안을 검토하자’고 제시한 터였다. 결국 문안을 조정하던 노사정이 이견을 좁히지 못해 합의는 불발됐다. 한국노총은 “정부가 독자 추진을 강행하면 장외투쟁 중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연대해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며 대정부 투쟁 수위를 높일 태세다. 노사정위 합의 결렬과 노·정 간 갈등 확산은 정부로서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노사정 합의안 없이 노동 개혁 입법을 추진하더라도 국회 문턱을 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법안 개정 시 야당의 협조가 필요하지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야당인 김영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고 환노위 여야 의원 수가 각각 8명으로 동수이기 때문에 새누리당의 일방적인 행보는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비정규직 사용 기간 연장 및 파견 대상 업무 확대 방안도 노동계와 야당의 반대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이는 35세 이상 노동자 가운데 희망자에 한해 비정규직 기한을 2년 더 연장해 총 4년으로 늘리고 현재 32개 업종으로 제한된 파견 허용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이다. 노동계는 상시·지속적 업무는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제시한 기간 연장은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파견 대상 업무 확대는 사내 하청 합법화 등의 문제점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김대환 노사정위원장도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입법 과제로 올리기엔 무리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노사정은 지난 4월 합의문에서 ‘올해 8월 말까지 실태조사 등을 통해 대안을 마련한다’고 의견을 모았지만 당시 노사정 협상이 결렬되면서 대안 마련을 위한 작업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세종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강동구에 설운도가 떴다’

    ‘강동구에 설운도가 떴다’

    “상하이 상하이 상하이 트위스트 추면서~.” ‘트로트의 황제’ 설운도가 ‘강동구 알리기’에 나선다. 서울 강동구는 유명 트로트 가수 설운도를 홍보대사로 위촉했다고 11일 밝혔다. 이해식 강동구청장은 지난 10일 강동구민회관에서 열린 ‘추석맞이 장애인 자선 행사’에서 그에게 홍보대사 위촉패를 전달했다. 설운도는 폭넓게 사랑받는 가수이자 선행에 앞장서는 연예인으로 알려졌다. 1982년 데뷔한 그는 ‘누이’, ‘사랑의 트위스트’, ‘다 함께 차차차’ 등 수많은 곡들을 히트시켰다. 지금도 가요·예능·드라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꾸준한 방송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대통령 소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기도 하다. 그는 자선활동 및 위문 공연으로 국내외 재능 나눔을 실천해왔다. 2006년 강원 횡성군 폭우 피해 당시에는 1000만원을 기부했고 2011년에는 일본 대지진 구호금을 쾌척했다. 다음해인 2012년에는 교민들을 위한 자선공연의 공로를 인정받아 ‘오바마 대통령 봉사상’(The President′s Volunteer Service Award)을 받기도 했다. 설운도는 향후 ‘강동 선사문화축제’ 등 주민 참여행사에서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그는 “미약한 힘이나마 살기 좋은 도시 강동구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구 관계자는 흔쾌히 홍보대사 제안을 받아들인 설운도에 감사를 표하며 “우리나라 대표 트로트 가수인 만큼 대중적인 인지도와 긍정적인 이미지로 ‘사람이 아름다운 강동구’를 홍보해달라”고 부탁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유희관과 열애 양수진 “위로해주는 사이” 데이트 사진보니 ‘주차장에서..’

    유희관과 열애 양수진 “위로해주는 사이” 데이트 사진보니 ‘주차장에서..’

    유희관과 열애 양수진 “위로해주는 사이” 데이트 사진보니 ‘주차장에서..’ ‘양수진 유희관과 열애 양수진’ 미녀골퍼 양수진(24)이 야구선수 유희관(29)과 열애 중이다. 7일 한 연예매체는 양수진이 두산 베어스 유희관과 함께 있는 사진을 공개하며 “스포츠스타들이 3개월째 풋풋한 사랑을 키워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희관과 양수진이 지난 6월 첫만남을 가진 후 시즌 중에도 시간을 쪼개 열애 중이라는 것. 양수진 측 관계자는 한 매체를 통해 “유희관과 알고 지낸지는 3개월 정도 됐고 이제 호감을 갖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이어 “종목은 다르지만 같은 운동선수이기 때문에 만나서 위로해 주는 사이”라고 유희관과 열애를 인정했다. 유희관 역시 “3개월 전 아는 선배와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양수진을 소개받은 후, 호감을 느끼고 만나고 있다. 지금도 서로 알아가고 있다”고 열애를 인정했다. 사진=더팩트(양수진 유희관과 열애) 연예팀 seoulen@seoul.co.kr
  • 가을이네… 예술·문학 담긴 ‘책 한모금’

    가을이네… 예술·문학 담긴 ‘책 한모금’

    애정 어린 시선으로 예술과 문학을 다룬 번역서와 평론집이 나란히 나왔다. 원로 문학평론가 황현산(70) 고려대 불문과 명예교수가 번역한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의 산문시집 ‘파리의 우울’(문학동네)과 문학평론가 김종회(60) 경희대 국문과 교수의 문학담론 ‘문학에서 세상을 만나다’(문학수첩)다. ‘파리의 우울’에는 보들레르의 산문시 50편이 실렸다. 예술가가 세상에 대처하는 태도, 예술의 주제 표현에 대한 고민 그리고 예술의 오랜 이상과 그 현대적 실천에 대한 고뇌를 담았다. 예술의 사회적 타락이 뿌리내리는 과정을 고발하고 예술의 악마성도 성찰했다. 보들레르는 1862년 ‘라 프레스’지 주간인 아르센 우세에게 보내는 편지글로 서문을 대신했다. 그는 편지글에서 자신의 산문시를 “리듬도 각운도 없이 음악적이며 혼의 서정적 약동에, 몽상의 파동에, 의식의 소스라침에 적응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유연하고 충분히 거친, 어떤 시적인 산문”이라고 정의했다. 보들레르의 말처럼 산문시들은 시적 선율이나 박자를 염두에 두지 않은 거친 산문으로 쓰였다. 시의 전개도 기승전결 같은 전통적인 구성을 따르지 않고 수사법도 은유보다는 환유와 알레고리를 주로 사용했다. 황 교수는 “‘시적 산문’은 보들레르 이전에도 많았지만 산문시를 쓴 것은 보들레르가 처음”이라며 “보들레르는 산문으로 시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산문적인 현실에서 시적인 것을 찾아내 그것을 산문으로 기술했다. 그는 자기 시대의 산문적 현실에서 건져 올린 산문적인 언어를 시의 높이로 끌어올리는 시인”이라고 평했다. 기존 번역본들과는 달리 시마다 면밀하고 충실한 주해가 달렸다. 출판사는 “보들레르 문장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이 묻어나는 주해는 수많은 보들레르 연구서를 아우르는 정수이며 독자적으로 아름다운 또 한 편의 산문”이라고 소개했다. ‘문학에서 세상을 만나다’는 김 교수가 3년 넘게 한국 문학에 대해 연구한 성과물이다. ‘인본주의’ 관점에서 우리 시대 문학을 우호적이고 성의 있게 들여다보며 한국문학의 현주소와 나아갈 방향을 모색했다. 김 교수는 “문학은 근본적으로 인본주의 토양에서 개화하는 예술 장르”라고 규정했다. “인본주의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소중히 여기고 인간이 지닌 품성과 역량, 꿈과 행복을 귀하게 여기는 주의주장이다. 지금까지 문학사에 이름을 남긴 문인 모두 인간에 대한 탐구와 구원에의 의지를 바탕으로 글을 썼다.” 5장으로 구성됐다. 1장은 한국 근현대문학의 전개 과정에서 새롭게 성찰해 봐야 할 주제들을 다뤘다. 2장은 작가들이 동시대 삶의 환경을 어떻게 소설의 서사로 바꾸는지, 3장은 시인들이 자신이 당착한 삶의 비의를 어떻게 감성적 언어로 치환하는지를 살폈다. 4장은 아동·청소년 문학과 유명 해외 서사 작품들을 통해 문학에서 세상을 만나는 방식을, 5장은 미국에서 모국어로 글을 쓴 문인들의 작품을 탐색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우리동네 흥겨운 축제] 놀멍… 해녀들 삶 느끼고, 쉬멍… 해안 따라 거닐고

    [우리동네 흥겨운 축제] 놀멍… 해녀들 삶 느끼고, 쉬멍… 해안 따라 거닐고

    꼬닥꼬닥 올레꾼, 노릇노릇 감귤 익는 소리, 쪽빛 바다와 높고 파란 하늘. 가을의 문턱, 국토 최남단 제주 서귀포는 여유와 풍요가 넘친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헤치며 밀려드는 올레꾼, 가지마다 주렁주렁 늘어진 감귤, 서귀포 앞바다는 푸른색을 더 하고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은 높아만 간다. 뭐 하나 아쉬울 게 없는 서귀포의 가을이다. 넉넉한 서귀포의 가을, 이곳에 눌러 살 수는 없을까. 요즘 서귀포를 찾는 사람들은 이루지 못할 서귀포의 일상을 한번쯤 꿈꾼다. 이루지 못할 꿈, 원주민과 이주민, 관광객이 한데 어우러지는 칠십리축제는 그런 꿈을 잠시나마 꿔볼 수 있는 무대다. 서귀포시는 오는 10월 2일부터 4일까지 칠십리축제를 펼친다고 8일 밝혔다. 올해 스물한 번째로 제주의 대표 가을축제다. 올해는 ‘칠십리가 뭐꽈?’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칠십리는 조선시대 정의현청이 있었던 표선 성읍마을에서 서귀포구까지 거리를 말한다. 1653년 발간된 탐라지에 ‘서귀포는 정의현청에서부터 서쪽 70리에 있다’고 전해온다. 지금은 동북아의 유명 관광지이지만 당시만 해도 보잘것없는 작은 포구 마을에 불과했다. 거리 개념의 칠십리는 요즘 서귀포에 대한 애틋함이 묻어나는 말로 통한다. 제주 전통 어선인 테우를 타고 광활한 바다를 누비던 아버지, 가쁜 숨을 몰아가며 물질하던 어머니의 삶이 칠십리 곳곳에 오롯이 담겨 있다. 올해 축제 무대는 서귀포를 가장 서귀포답게 하는 자구리 해안이다. 노천 미술관인 작가의 산책로, 쇠소깍에서 외돌개까지 눈이 부신 제주올레 6코스, 푸른 밤 별이 한가득 쏟아지는 서귀포항, 무태장어의 고향, 천지연 폭포로 이어지는 자구리 해안은 제주에서도 최고의 풍광을 자랑한다. 자구리 해안에서는 북으로 한라산 남으로는 넓은 남태평양을 한꺼번에 품을 수 있다. 축제 전야(10월 1일)로 서귀포 예술의 전당에서 한뫼국악예술단이 홀로그램 무용극 ‘붓 천 자루 벼루 10개’가 열린다. 서귀포에서 귀양살이했던 추사 김정희 집념과 예술혼을 무용극으로 펼쳐낸다. 지구촌 모든 축제는 퍼레이드로 통한다. 칠십리퍼레이드는 17개 마을 1500여명이 방앗돌 굴리기, 테와 자리돔 등 마을 고유의 문화와 설화를 재구성, 서귀포 도심에서 한바탕 퍼레이드를 펼친다. 관광객도 개성 있는 옷을 입고 참여할 수 있다. 퍼레이드 행렬이 자구리 공원에 도착하면 17가지 마을 이야기를 들려 주는 칠십리 마당놀이를 펼친다. 감귤탄생 실화, 소금졸래기 등 오랜 세월 칠십리 사람들이 거친 바람과 파도를 이기며 살아온 자신의 삶 이야기를 마당놀이로 풀어낸다. 제주사투리는 제주 축제의 단골 메뉴다. 2011년 유네스코는 제주어를 지구에서 소멸위기에 처한 언어로 등록했다. 경고장이지만 인류가 보존해야 할 제주어 가치를 강조했다고 제주 사람들은 믿는다. 제주 사람들에게는 제주어는 아련한 향수이고 이주민들은 한번쯤 배워보고 싶은 아니 배워야 하는 난제다. 제주어골락대회는 칠십리 사람들이 저마다 갈고 닦은 제주어 솜씨를 뽐내고 외국어처럼 들리는 이주민과 관광객은 살짝 제주어 한마디를 배울 수 있다. 제주어 노래, 제주어 랩 등 축하공연은 덤이다. 질펀한 노래자랑이 없는 축제는 팥소 없는 찐빵이다. 칠십리가요제는 노래방 좀 다녔다는 17개 마을 대표 가수가 서귀포, 섬, 바다를 테마로 한 노래로 솜씨를 뽐낸다. 칠십리가 알려진 것도 노래 덕분이다. ‘진주알이 아롱아롱 꿈을 꾸는 서귀포/전복 따던 아가씨는 어디로 갔나/물새들도 그리워라 자갯돌도 그리워/서귀포 칠십리에 물안개 곱네’ 1938년 가수 남인수가 부른 ‘서귀포 칠십리’는 일제강점기 억눌려 살던 국민에게 향수와 애틋한 그리움을 불러 일으키며 전국에 서귀포 칠십리를 알렸다. 제주에서 활동 중인 톡톡 튀는 뮤지션들도 한자리 모여 축제 열기를 한껏 달군다.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빙떡도 만들어 볼 수 있다. 메밀전의 담백한 맛과 무숙채의 삼삼하고 시원한 맛이 어우러져 독특한 맛을 내는 빙떡은 빙빙 돌려 말아 만든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포만감은 주지만 칼로리는 높지 않아 다이어트 음식으로 인기다. 서귀포는 무병장수와도 궁합이 맞다. 무병장수를 상징하는 별 남극노인성(南極人星)은 서귀포에서만 볼 수 있다. 서양에서는 카노푸스라고 불리는 노인성은 추분과 춘분쯤 육안 관측이 가능하다. 진시황의 신하 서복이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서귀포로 찾아왔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칠십리 사람들을 위한 무병장수 기원 퍼포먼스가 개막식 행사의 하나로 펼쳐진다. 축제 기간 내내 자구리 공원에는 서귀포 특산품 판매홍보관, 귀농·귀촌 체험홍보관, 제주마 승마체험, 무병장수체험관, 제주향토음식관, 제주전통옹기 체험홍보관 등을 상설, 운영한다. 칠십리축제 조직위원장 양진건 제주대 교수는 “올가을 자구리 해안에서 누구나 한번쯤은 빠져 보고 싶은 칠십리의 풍광, 칠십리의 맛, 칠십리의 아름다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행운을 누리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유희관과 열애 양수진 “3개월쨰 만나는 중” 쿨한 인정

    유희관과 열애 양수진 “3개월쨰 만나는 중” 쿨한 인정

    미녀골퍼 양수진(24)이 야구선수 유희관(29)과 열애 중이다. 7일 한 연예매체는 양수진이 두산 베어스 유희관과 함께 있는 사진을 공개하며 “스포츠스타들이 3개월째 풋풋한 사랑을 키워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양수진 측 관계자는 한 매체를 통해 “유희관과 알고 지낸지는 3개월 정도 됐고 이제 호감을 갖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이어 “종목은 다르지만 같은 운동선수이기 때문에 만나서 위로해 주는 사이”라고 유희관과 열애를 인정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9월모평 특징·유형 분석… 실수 줄이기에도 역점을”

    “9월모평 특징·유형 분석… 실수 줄이기에도 역점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하는 2016학년도 대입 수학능력시험의 마지막 모의평가가 끝났다. 9일 시작되는 각 대학 수시전형 원서 접수를 앞두고 수험생과 학부모는 마지막 선택을 위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수험생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능 준비다. 결국 수시도 수능의 영향력이 크다. 전략을 잘 세워 수시전형 기회를 만족스럽게 활용한다고 해도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좋은 선택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6월과 9월 모평에 드러난 평가원의 출제방향을 파악·정리하고, 기본 개념과 원리를 중심으로 남은 기간 더욱 철저한 학습을 해 나가야 한다. 9월 모평의 특징을 분석하고, 수능 영역별 대비법을 알아봤다. 교육평가기관 유웨이중앙교육이 운영하는 유웨이닷컴이 9월 모평을 치른 수험생 12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9월 모평의 체감 난이도는 6월에 비해 ‘비슷했다’가 45.2%, ‘쉬웠다’가 15.4%로 나왔다. ‘어려웠다’는 39.4%였다. 실제 9월 모평은 일부 난이도 있는 문항이 출제되기는 했지만, 6월 모평이나 지난해 수능과 비교할 때 문제 유형이나 난이도에 큰 변화를 주지 않는 등 대체로 쉽게 출제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특히 영어 영역의 경우 EBS 연계 방법의 변화로 출제방식, 난이도 등의 조정이 예상됐지만 실제 수험생들은 큰 변화를 체감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수능이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임을 명심하고, 기본 개념원리를 충실하게 익혀 실수를 줄일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 역시 “9월 모평 채점 뒤 최종 검토 과정에서 난이도 조정 기회가 있겠지만, 결국 6월·9월 모의평가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어 6월, 9월 모평을 통해 드러난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데 힘써야 한다. 틀린 문항을 중심으로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어떤 오류를 범했는지 파악하고 이를 보완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수능 연계 EBS 교재는 반드시 복습을 하는 등 완벽하게 학습해 두어야 한다. 문학 분야 문제 중 현대시와 고전시가는 EBS 교재에 수록된 형태로 출제되므로 작품의 의미와 주제를 학습해 두어야 하며, 현대소설과 고전소설은 줄거리와 작품의 특징 등을 정리해야 한다. 독서 분야 문제는 EBS 교재의 지문을 변형해서 출제하기 때문에 EBS 교재의 문제보다는 지문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 특히, A형과 B형에 공통 출제된 지문과 문항들은 수능시험에서도 출제될 확률이 높으므로 확실하게 학습해야 한다. ●수학A(인문계) 최근 모평과 수능은 난이도와 문제 출제 패턴이 거의 정형화되어 있다. 2016학년도 수능 수학 A형도 1등급 컷이 92~96점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또 21번, 30번은 전형적인 고난도 문제로서 1등급과 상위권을 변별하는 문제가 될 것이다. 21번은 도함수의 활용이 자주 출제되고 있다. 도함수의 부호를 이용하여 원시함수의 증가와 감소, 극대와 극소를 관찰하고 3, 4차 함수의 그래프를 그릴 수 있어야 한다. 30번은 지수함수와 로그함수의 그래프를 응용한 격자점(순서쌍)의 개수 세기나 상용로그의 지표와 가수를 이용한 방정식과 부등식의 문제가 주로 출제된다. 상용로그의 지표와 가수 문제는 지표는 정수이고 가수는 0이상 1미만의 값을 갖는다는 것을 이용해서 방정식이나 부등식을 해결하는 연역적 추론의 문제로 자주 출제되고 있으니 문제의 이해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수학 B(자연계) 수학 B형은 넓은 범위에서 출제되고 있지만 미적분, 공간도형, 벡터 등에서 고난도 문항이 자주 출제되고 있으므로 단원별 수준에 맞는 학습을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선 기본문제들은 여러 번 반복하여 문제를 읽고 빠른 시간 내에 필요한 개념을 떠올리는 훈련이 필수다. 함수의 극한이나 삼각함수와 결합된 도형의 활용 문항 및 무한등비급수의 활용은 중등수학부터 다루어 온 기본도형의 성질에 대해 자세히 정리하고 난 후 기출문제를 풀며 정리해야 한다. 미분법의 경우 초월함수 그래프의 성질 및 극대극소와 변곡점에 관한 성질은 고난도 문항으로 자주 출제되는 내용이므로 특히 더 꼼꼼히 학습해야 한다. 최근 29번에서 공간도형, 벡터의 최고난도 문항들이 출제되고 있기 때문에 기출문제집 4점 문항은 물론 EBS 연계교재의 관련 단원 고난도 문항도 꼼꼼하게 풀어봐야 한다. ●영어 9월 모평에서 틀린 문항, 정확한 개념 이해 없이 운 좋게 맞힌 문항 등을 철저히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자신의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세심한 학습계획을 세워야 한다. 새로운 문제를 풀기보다는 이제까지 공부했던 교재를 한 권으로 만들어 반복 학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듣기·말하기는 주 1회 이상 듣기 연습을 꾸준히 해서 감각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EBS 연계교재의 수준을 넘어서지 않으므로 이를 활용하여 내용이 편안하게 들릴 때까지 반복적으로 듣는 것이 좋다. 또 어법 문제는 최근 해석을 통해 문맥에서 올바른 표현을 찾는 유형이 주로 출제되기 때문에 핵심 어법 사항을 숙지하고 기출 문제를 반드시 풀어야 한다. 독해는 시간과의 싸움이므로, 이제부터는 풀이 시간을 재면서 문제를 푸는 연습을 해야 한다. 특히 EBS 지문이 70% 정도 출제되고 있으므로 EBS 교재를 공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유희관과 열애 양수진, 3개월 전 만나서..데이트 사진 보니

    유희관과 열애 양수진, 3개월 전 만나서..데이트 사진 보니

    미녀골퍼 양수진(24)이 야구선수 유희관(29)과 열애 중이다. 7일 한 연예매체는 양수진이 두산 베어스 유희관과 함께 있는 사진을 공개하며 “스포츠스타들이 3개월째 풋풋한 사랑을 키워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희관과 양수진이 지난 6월 첫만남을 가진 후 시즌 중에도 시간을 쪼개 열애 중이라는 것. 양수진 측 관계자는 한 매체를 통해 “유희관과 알고 지낸지는 3개월 정도 됐고 이제 호감을 갖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이어 “종목은 다르지만 같은 운동선수이기 때문에 만나서 위로해 주는 사이”라고 유희관과 열애를 인정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해외여행 | [Surprising China] 간쑤성- 실크로드의 숨결이 흐르는 간쑤성 甘肃省

    해외여행 | [Surprising China] 간쑤성- 실크로드의 숨결이 흐르는 간쑤성 甘肃省

    거친 모래 바람 속에서 힘겹게 걸음을 내딛는 대상隊商을 상상해 본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사막을 지나 눈앞에 오아시스가 나타났을 때, 그 마음은 어땠을까. 그들은 목을 축이고 절벽에 작은 구멍을 내어 그 안에 불상을 모신 다음 머리를 숙였다. 목적지까지 잘 보살펴 달라고 기도했다. 간쑤성 (감숙성, 甘肅省) 여행은 타임머신을 타고 실크로드의 모험가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동과 서를 이어 준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 감동을 느끼러 가는 길이다. 황허가 품은 도시 란저우 간쑤성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마타페이옌마답비연, 馬踏飛燕상이다. 피 같은 땀을 흘리며 하루에 천리를 달린다는 천하제일마 마타페이옌. 하늘을 나는 제비를 밟고 달릴 정도로 빠르다는 한무제의 한혈마를 생각하며 간쑤성 여행을 시작한다. 간쑤성에는 실크로드의 대표 관광지인 모까오쿠 (막고굴, 莫高窟)와 바람이 불면 노래를 부른다는 모래산 밍샤산 (명사산, 鳴沙山), 만리장성의 서쪽 끝인 자위관 (가욕관, 嘉峪關)이 자리하고 있다. 또한 치차이산 (칠채산, 七彩山)이 있는 장예 (장액, 张掖) 곽거병의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주취안 (주천, 酒泉),마이지산 (맥적산, 麥積山)이 있는 톈수이 (천수, 天水)까지 자연과 역사, 문화적 가치가 있는 스폿들이 여행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간쑤성 여행은 성도인 란저우에서 시작한다. 1,400여 년의 역사를 품은 란저우는 서북지방 최대의 공업도시이며 교통의 요지로 베이징과 바오터우, 시닝, 우루무치, 시안과 철도로 연결되어 있다. 도시 한가운데로 ‘어머니의 젖줄’ 황허 (황하, 黄河)가 유유히 흐르고 있는데 란저우 시민들과 여행자들은 시내에 있는 물레방아 공원에서 한가롭게 산책을 하며 황허를 만난다. 황허에서 볼 수 있는 란저우의 명물 중 하나는 양피화즈 (양피벌자, 羊皮筏子). 양피화즈는 양가죽에 바람을 넣어 만든 전통적인 뗏목으로 과거 황허를 건너는 데 중요한 운송수단이었다. 본격적인 실크로드 여행을 떠나기 전에 꼭 들러 봐야 하는 곳이 란저우의 간쑤성 박물관이다. 중국에서도 손꼽히는 박물관으로 실크로드 교류사를 보여 주는 유물들이 35만점 이상 전시되어 있다. 실크로드의 상징인 마타페이옌의 진품도 볼 수 있다. 박물관을 돌아본 후에는 한무제 때 곽거병 장군이 갈증에 시달리는 병사를 위해 채찍을 들어 다섯 개의 샘이 솟게 했다는 우취안산 (오천산, 五泉山)과 란저우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바이타스 (백탑사, 百塔寺)공원을 들러 보는 것도 좋다. 란저우에 왔다면 니우로우미엔 (우육면, 牛肉面)을 꼭 맛보자. 중국 다른 지방에 가도 ‘란저우 니우로우미엔’을 내놓는 음식점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국물은 매콤하고 고기가 푸짐하게 올라가 있다. 쫄깃한 면발도 잊지 못할 식감을 안겨 준다. 절벽의 불상들, 톈수이의 마이지산 석굴 란저우와 시안 사이에는 중국 최초 통일국가인 진나라의 역사가 시작된 도시 톈수이 (천수, 天水)가 있다. ‘하늘의 물’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톈수이에는 윈깡스쿠 (운강석굴, 雲崗石窟), 롱먼스쿠 (용문석굴, 龍門石窟), 둔황스쿠 (돈황석굴, 敦煌石窟)와 함께 중국 4대 석굴로 불리는 마이지산 석굴이 있다. 마이지산 숲을 따라 가면, 여러 개의 구멍이 뚫린 거대한 석굴이 눈에 들어오는데 멀리서 보면 보릿단을 쌓아 놓은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 마이지 (맥적, 麥積)라는 이름이 붙었다. 미로처럼 연결된 굴 안에 7,200여 개의 불상이 남아 있다. 사람의 힘으로 어떻게 만들 수 있었을까. 감탄사 없이 한걸음도 지나기 힘들었다. 실크로드 길은 시안에서 시작해 톈수이, 란저우를 거쳐 장예로 이어진다. 하염없이 달리고 달려도 풍경 하나 바뀌지 않는 길이다. 바로 허시훼이랑 (하서회랑, 河西回廊)이다. 허시의 ‘허’는 황허를 의미하고 ‘시’는 황허의 서쪽지역을 말한다. 황허 서쪽의 좁고 긴 길인 허시훼이랑은 전략적 요충지로 언제나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허시훼이랑을 지키기 위해 한나라 때는 만리장성의 서쪽경계인 자위관을 만들었다. 몇 시간 동안 풍경 하나 변하지 않는 길이지만 역사를 떠올리면 그 길 위에 흥미진진했던 이야기들이 마구 피어 오른다. 치차이산의 장예와 곽거병의 일화가 있는 주취안 란저우에서 허시훼이랑을 따라 510km 달리면, 마르코폴로가 1년간 머물렀던 장예가 나타난다. 장예에는 신비로운 색을 뿜어내는 놀라운 산이 있는데 ‘장예단하국가지질공원 张掖丹霞國家地質公園’으로 불리는 치차이산이다. 빨간색과 노란색이 섞여 오묘한 빛을 내는 산들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전체 네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각 구역마다 맛이 다르다. 비가 오면 색이 진해져 더욱 환상적인 풍경을 보여 준다. 대불사에 있는 와불상도 유명하다. 흙으로 빚어 금빛을 칠한 석가모니열반상은 중국 각지에서 관광객들을 불러 모은다. 와불상 주위로는 10대 제자와 18나한상이 늘어서 있고 벽에는 ‘서유기’와 ‘산해경’의 내용이 그려져 있다. 치차이산에서의 감동을 안고 서쪽으로 달리면 주취안이라는 도시가 나타난다. 주취안이라는 이름은 주취안이라는 작은 샘에서 나왔다. 한무제 때로 이야기는 거슬러 올라간다. 한무제가 전쟁에 승리한 곽거병 장군에게 승리의 선물로 술을 한 병 내렸다. 곽거병 장군은 이 술을 혼자 마실 수 없다며, 앞에 있는 샘에 술을 부어 부하들과 함께 마셨다. 그런 이유로 샘의 이름은 주취안이 되었고, 곽거병 장군이 술을 부은 샘이 있는 곳이라 하여 이 도시의 이름도 주취안이 되었다. 주취안에서 서쪽으로 더 달리면 만리장성의 서쪽 끝 자위관이 나타난다. 자위관은 서역의 침입에 대비해서 1372년 명나라 때 만든 성으로 높이 10m, 둘레 733m에 달한다. 자위관에는 적의 동태를 살피는 3개의 망루가 있으며 박물관에서는 당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실크로드의 꽃 둔황 간쑤성의 성도는 란저우지만 간쑤성에서 가장 유명한 도시는 둔황이다. 과거 실크로드의 풍부한 문화유산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수많은 문화유산 중에서도 백미는 모까오쿠다. 모까오쿠는 불안한 대상들이 마음을 위로하고 안녕을 빌기 위해 만든 석굴로 사람들은 1,000년 동안 무려 1.7km에 달하는 절벽에 735개의 석굴을 만들었다. 하나의 석굴은 하나의 절이다. 각 석굴마다 부처님을 모시고 있고 벽화도 그려져 있다. 모까오쿠는 16국 시대인 366년 처음 생겼다. 낙준이라는 승려가 석산 위에 나타난 부처의 상을 보고 만든 것이 시작이다. 이후 14세기까지 여러 시대에 걸쳐 수많은 승려와 조각가가 석굴을 정성스럽게 만들었다. 까맣게 변한 것도 있고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도 있지만 오묘한 아름다움을 풍기는 옥색이나 자주색, 노란색 등 여러 색이 석굴 안을 아름답게 밝히고 있다. 수많은 석굴 중 혜초 스님의 <왕오천축국전>이 발견된 17호 굴이 가장 중요한 석굴이다. 고대 불교경전이 쌓여 있어 ‘장경동’이라고도 불린다. 17호 굴 다음에는 61호 굴을 봐야 한다. 이 굴에는 현존하는 세계 최대 실사 지도로 꼽히는 오대산지도라는 벽화가 있기 때문이다. 이 지도에서 신라 고승의 사리탑으로 추정되는 탑이 그려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남아 있는 석굴은 수백개에 이르지만 관람객들이 볼 수 있는 석굴은 몇 개 되지 않는다. 미리 예약을 하면 가이드와 함께 1시간 동안 10여 개 정도의 석굴을 돌아보게 된다. 바람 따라 모래가 노래하는 밍샤산 둔황에서 5km 위치에 바람이 불면 모래가 노래를 한다는 밍샤산이 있다. 높이 1,600m에 동서로 40km, 남북으로 20km나 이어져 있는 모래산이다. 밍샤산에 가면 사막을 가르는 낙타의 행렬이 눈앞에 펼쳐진다. 밍샤산에는 초승달 모양의 작은 오아시스인 웨야취안 (월아천, 月牙泉)이 있다. 사람들은 대낮에 초승달을 보기 위해 사막을 오른다. 곱고 부드러운 모래에 발이 푹푹 빠진다. 모래산에 올라 뒤돌아보면 황홀한 한 폭의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웨야취안은 오랜 세월 사막의 나그네들에게 생명수를 제공해 주었다. 연간강수량 39mm에 증발량이 2,800mm. 모래산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수천년간 마르지 않았다는 사실이 신비롭기만 하다. 단오날이 되면 액을 막기 위해 밍샤산 정상에서 웨야취안까지 미끄럼을 타곤 했다고 한다. 해가 질 무렵 밍샤산의 모래언덕에 앉아 웨야취안을 내려다보면, 이곳이 선계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든다. 힘들었던 시간들이 영사기 필름 돌아가듯 돌아가고 가슴 속 깊은 곳에 있었던 이야기들이 하나 둘 터져 나오려고 한다. 톈수이에서 시작해 란저우, 장예, 주취안, 둔황을 통해 새로운 길로 떠나는 이들을 생각하며,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를 돌아본다. 단순히 자연풍광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과거를 통해 오늘을 돌아보게 하는 것, 간쑤성 여행이 다른 여행과 다른 점이다. 에디터 트래비 글 Travie writer 채지형 사진 Travie writer 채지형·트래비CB 취재협조 중국국가여유국 서울지국 www.visitchina.or.kr ▶travel info Gansu Airline 간쑤성 여행은 란저우에서 시작해 동쪽에서 서쪽 방향으로 여행하는 방법과 둔황에서 시작해 란저우 방향으로 여행하는 방법이 있다. 이때는 인천-우루무치 구간을 오가는 대한항공 등을 이용한 후, 우루무치에서 둔황으로 이동하면 된다. 인천에서 우루무치까지는 약 5시간 소요된다. TIP 시차 | 베이징과 동일하게 서울보다 1시간 늦다. 그러나 서쪽에 위치해 있어 여름에는 밤 10시가 되어야 해가 진다.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둔황의 경우, 행정구역은 간쑤성이지만 신장위구르 자치구에 가까워 신장 타임을 기억해야 한다. 은행과 우체국 등은 베이징 시간을 따르지만 일상생활에서는 베이징 시간보다 2시간 늦은 신장타임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 주의사항 | 건조하기 때문에 물을 잘 챙겨 마셔야 하며 수분크림과 미스트를 준비해 가면 도움이 된다. 선글라스와 모자는 필수. 일교차가 크기 때문에, 여름에 가더라도 얇은 가디건을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activity 밍샤산에서 낙타 타기 밍샤산에는 모래언덕 내려오기와 낙타 타기를 즐길 수 있다. 이른 아침 낙타에 올라 밍샤산을 돌아보는 기분은 다른 곳에서 맛보기 힘든 즐거움을 안겨 준다. 나무토막을 들고 모래언덕 위에 올라가 모래를 타고 시원하게 내려오는 액티비티도 도전해 보자. 쉽고 재미있다. 대신 온몸에 모래가 잔뜩 묻으니 중요한 디지털기기는 비닐로 싸서 보관하는 것이 좋다. 둔황 야시장도 놓치지 마세요 둔황 여행을 더욱 즐겁게 해주는 것은 둔황 야시장이다. 과일과 견과류, 각종 기념품과 먹거리가 넘친다. 함께 여행하는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밤을 즐기기 좋다. 양꼬치가 특히 인기다. 원하는 부위를 고르면 즉석에서 구워 준다. 꼭 맛봐야 할 것이 하미과. 멜론처럼 생겼는데 겉은 노랗다. 둔황에서 세상에서 가장 달달한 메론을 맛보게 될 것이다. 기념품으로는 밤에도 보이는 야광술잔과 실크로드의 아이콘인 낙타인형. 한 땀 한 땀 손으로 파 낸 목판 장식품도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보들레르가 산문시로 건져올린 예술의 타락

    보들레르가 산문시로 건져올린 예술의 타락

    애정 어린 시선으로 예술과 문학을 다룬 번역서와 평론집이 나란히 나왔다. 원로 문학평론가 황현산(70) 고려대 불문과 명예교수가 번역한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의 산문시집 ‘파리의 우울’(문학동네)과 문학평론가 김종회(60) 경희대 국문과 교수의 문학담론 ‘문학에서 세상을 만나다’(문학수첩)다. ‘파리의 우울’에는 보들레르의 산문시 50편이 실렸다. 예술가가 세상에 대처하는 태도, 예술의 주제 표현에 대한 고민 그리고 예술의 오랜 이상과 그 현대적 실천에 대한 고뇌를 담았다. 예술의 사회적 타락이 뿌리내리는 과정을 고발하고 예술의 악마성도 성찰했다. 보들레르는 1862년 ‘라 프레스’지 주간인 아르센 우세에게 보내는 편지글로 서문을 대신했다. 그는 편지글에서 자신의 산문시를 “리듬도 각운도 없이 음악적이며 혼의 서정적 약동에, 몽상의 파동에, 의식의 소스라침에 적응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유연하고 충분히 거친, 어떤 시적인 산문”이라고 정의했다. 보들레르의 말처럼 산문시들은 시적 선율이나 박자를 염두에 두지 않은 거친 산문으로 쓰였다. 시의 전개도 기승전결 같은 전통적인 구성을 따르지 않고 수사법도 은유보다는 환유와 알레고리를 주로 사용했다. 황 교수는 “‘시적 산문’은 보들레르 이전에도 많았지만 산문시를 쓴 것은 보들레르가 처음”이라며 “보들레르는 산문으로 시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산문적인 현실에서 시적인 것을 찾아내 그것을 산문으로 기술했다. 그는 자기 시대의 산문적 현실에서 건져 올린 산문적인 언어를 시의 높이로 끌어올리는 시인”이라고 평했다. 기존 번역본들과는 달리 시마다 면밀하고 충실한 주해가 달렸다. 출판사는 “보들레르 문장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이 묻어나는 주해는 수많은 보들레르 연구서를 아우르는 정수이며 독자적으로 아름다운 또 한 편의 산문”이라고 소개했다. ‘문학에서 세상을 만나다’는 김 교수가 3년 넘게 한국 문학에 대해 연구한 성과물이다. ‘인본주의’ 관점에서 우리 시대 문학을 우호적이고 성의 있게 들여다보며 한국문학의 현주소와 나아갈 방향을 모색했다. 김 교수는 “문학은 근본적으로 인본주의 토양에서 개화하는 예술 장르”라고 규정했다. “인본주의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소중히 여기고 인간이 지닌 품성과 역량, 꿈과 행복을 귀하게 여기는 주의주장이다. 지금까지 문학사에 이름을 남긴 문인 모두 인간에 대한 탐구와 구원에의 의지를 바탕으로 글을 썼다.” 5장으로 구성됐다. 1장은 한국 근현대문학의 전개 과정에서 새롭게 성찰해 봐야 할 주제들을 다뤘다. 2장은 작가들이 동시대 삶의 환경을 어떻게 소설의 서사로 바꾸는지, 3장은 시인들이 자신이 당착한 삶의 비의를 어떻게 감성적 언어로 치환하는지를 살폈다. 4장은 아동·청소년 문학과 유명 해외 서사 작품들을 통해 문학에서 세상을 만나는 방식을, 5장은 미국에서 모국어로 글을 쓴 문인들의 작품을 탐색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中 화학공장 또 폭발… 연기 100m 치솟아

    지난달 12일 중국 톈진항 대폭발로 160여명이 사망한 지 한 달도 안 돼 저장성의 한 화학공장에서 또다시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중국신문망 등에 따르면 7일 오후 3시 30분(현지시간) 저장성 리수이시의 수이거 공업구 내 난밍 화학공장에서 폭발로 화재가 났다. 사상자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 폭발로 공장 내에서 메탄올이 연소되면서 화염과 함께 시커먼 연기가 100m 상공까지 치솟았다고 전해졌다. 현지 소방 당국은 소방 차량 19대와 소방대원 100명을 동원해 진화 작업에 나서 화재 3시간여 만에 불길을 잡은 상태다. 사상자나 공장 내부에 갇혀 있던 사람은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톈진항 폭발 사고 이후 중국에서는 공장 폭발 및 화재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앞서 지난달 31일에는 산둥성 둥잉시의 화학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13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부상을 입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해외여행 | 타이완-이란宜蘭의 품에 안겨 쉼표

    해외여행 | 타이완-이란宜蘭의 품에 안겨 쉼표

    타이완의 북동쪽 끝자락, 산과 바다에 가로막혀 고즈넉하게 자리한 이란. 공기가 좋고 인심도 좋다. 푸르름이 넘실대는 건강한 땅, 이란으로 떠난다. ●이란의 바다 돌고래를 품다 꾸이샨을 헤엄치는 돌고래 타이베이의 타오위엔 공항에서 내려 이란으로 간다. 타이베이 외곽을 두르는 고속도로는 이내 설산산맥을 뚫은 터널로 이어진다. 터널의 길이는 12.9km. 아시아에서 두 번째,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긴 이 터널을 10분가량 달려 마침내 빛을 맞이하면 이란현의 땅을 밟게 된다. 타이완의 북동쪽 끝자락에 자리한 이란은 동쪽은 태평양, 서쪽과 남쪽, 북쪽은 설산산맥과 중앙산맥에 가로막힌 땅이다. 돌산을 깨 부셔 터널을 만든 후 사정이 나아졌지만 과거 이란과 타이베이를 오가는 유일한 통로는 산길이었다. 두 명이 겨우 다닐 만한 좁은 산길을 따라 이란의 상인들은 그날 잡은 생선을 타이베이로 지어 날랐다. 물리적으로는 그리 멀지 않았던 까닭에 다행히 하루 만에 왕복할 수 있는 길이었다. 새로운 길이 난 지금에도 옛 길은 그대로다. 조금은 걷기 좋게 정비한 길을 따라 타이베이 사람들은 3~4시간을 걸어 이란으로 향한다. 좁은 길을 오가던 옛 상인들의 보따리에는 생선으로 대변되는 삶이 존재했다. 이란의 동쪽, 태평양이 길러낸 해산물은 이란 어민들의 생계가 달린 삶의 창고였다. 예부터 그들은 이란 앞바다의 작은 섬, 꾸이샨龜山을 수호신이자 정신적인 지주로 받들었다. 꾸이샨은 지금도 이란 사람들에게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꾸이샨은 거북 모양의 섬이다. 둥근 머리에 얇은 모가지, 두터운 등껍질과 자그마한 꼬리까지 딱 거북의 형상이다. 해산물이 풍부한 꾸이샨 인근은 돌고래들의 훌륭한 서식지가 된다. 좀 더 가까이에서 꾸이샨의 매력을 느끼기 위해 터우청 우스항에서 떠나는 꾸이샨 유람선에 몸을 싣는다. 항구를 떠난 유람선이 섬을 향해 내달린다. 가는 내내 마이크를 쥔 선내 가이드 아저씨의 중국어 설명이 이어진다. 언어만 다를 뿐 우리나라 다도해의 유람선 풍경 그대로다. 30분가량 바닷길을 달린 배는 조금 속도를 낮춰 섬 주변을 돈다. 돌고래를 찾기 위해서다. 이란 사람의 말을 빌리자면 ‘꾸이샨에서 돌고래를 볼 수 있는 확률은 99%’에 이른다. 대단하다. 사실 바다에서 돌고래를 관찰하는 일이란 순전히 하늘의 뜻이자 운이다. 돌고래를 떼로 만나게 될 수도 있지만 단 한 마리도 보지 못할 수도 있어 지레 기대하거나 실망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99%라니! 곧 한마디가 덧붙었다. ‘만약 돌고래를 못 본다면 당신은 1%에 속하는 귀한 사람’이라고. 운 좋게도 곧 돌고래를 발견했다. 저 멀리 돌고래들이 수면 위로 깡충깡충 뛰어오른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꾸이샨의 돌고래 관찰 프로그램은 기존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돌고래 곁으로 몸을 붙인 배는 돌고래와 속도를 맞춰 달린다. 아니, 배의 속도에 맞춰 묘기에 가까운 돌고래의 유영이 시작됐다. 천천히 움직이다가도 배가 속도를 올리면 돌고래도 무섭게 속도를 낸다. 난간에 매달린 사람들은 연신 카메라를 누르며 환호성을 지르고, 가이드의 지시에 따라 박수를 보내거나 휘파람을 불며 환호했다. 이날의 돌고래는 어림잡아 수십여 마리, 공식적으로 백여 마리에 달했다. 개인적으로는 하늘의 뜻을 들먹이지 않은 유일한 돌고래 관찰 경험이었다. ●이란의 들 쌀과 파를 품다 소박한 들녘에서 모든 것을 내려 놓으리 이란은 ‘타이베이의 공원’이다. 바다와 산으로 길이 막힌 탓에 이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공장은 꿈꾸지도 못할 일. 삶을 이어가기 위해 농사 외에 다른 선택은 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었던 이란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요즘 사람들은 로망이라 부른다. 삶을 위한 논과 밭은 도시 사람들의 눈에 푸르름 가득한 낭만의 공원으로 이름을 달리했다. 이란의 자랑거리를 물으면 이란 사람들은 공기와 인심을 첫 번째로 꼽는다. 좋은 공기는 농작물을 건강하게 기른다. 핵심 농작물은 이란평야에서 재배되는 쌀. 일 년 365일 중 300일은 비가 내리는 이란에서 쌀보다 적합한 농작물을 찾기란 힘들었을 것이다. 체험 농장을 운영하는 터우청 농장에서도 모를 내거나 벼를 베는 체험은 언제나 가능하다. 한 해에 네 번 벼농사를 짓는 덕분이다. 쌀 외에 이란의 주요 농작물은 싼싱三星 지역에서 재배하는 ‘파’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싼싱의 파는 매운맛이 덜하고 달기까지 하다는 게 이란 사람들의 주장이다. 도로변 작은 노점에서는 파를 묶어 판매하고, 파가 들어간 빵과 과자 등이 특산품으로 팔린다. 뤄동 야시장에 싼싱 파를 넣은 총요빙蔥油? ·한국의 파전이나 호떡과 비교되는 타이완의 간식거리 가게가 특히 많은 것도 다름 아닌 이유다. 종합하자면 이란은 ‘공기 좋고, 인심 좋으며, 먹거리가 건강한’ 고장이다. 입을 맞춘 듯 모든 이들이 말하는 이란의 자랑거리는 별 볼일 없는 시골 마을의 그것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처음에는 그리하여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이란에서 며칠을 보내면 이 자랑 같지 않은 자랑이 입 밖으로 자동 재생된다. 좋은 공기 때문일까, 소박한 인심 때문일까. 정체를 알 수 없는 편안함에 취해 여행이 주는 작은 긴장감마저 놓고 만다. 결론은? 잘 먹고 잘 논다. 낯선 장소, 낯선 이에 대한 긴장이 환희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작은 분노로 표출되는 게 여행이지만 긴장 없는 여정은 더욱 좋다고 떠들어댄다. 일상인 듯 일상 아닌 일상 같은 여행도 끝내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며 말이다. ●이란의 산 원주민과 숲을 품다 노래를 선물하는 원주민 타이완은 원래 원주민이 살아가던 땅이다. 푸젠성에서 타이완으로 한족이 건너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한족과의 갈등으로 목숨은 물론 삶의 터전마저 잃은 원주민들은 대부분 산으로 은신해 현재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란의 산 속에 터전을 내린 타이야족도 마찬가지다. 3,000m의 고지대에 살던 타이야족은 1979년 큰 태풍으로 그나마 1,500m의 산으로 내려오게 됐다. 타이야족의 터전인 따통르수이 마을로 가려면 외길에 가까운 산을 올라야 한다. 대형 버스로는 움직일 수 없는 좁은 길은 비바람에 취약해 공사 중인 구간이 허다하다. 변명인지 칭찬인지 이란 사람, 정확히 말하자면 이란의 한족은, 타이야족은 ‘착하다’는 말을 반복하고 강조했다. 타이완 정부에서는 원주민이 사라질까 교육 등의 혜택을 주지만 그들은 교육이나 돈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술을 마시고 즐기기만 한다는 것이다. 100여 년 전, 100명가량만 남은 타이야족은 현재 400여 명으로 수가 늘었다. 생계를 위해 도시로 내려간 이들도 꽤 되지만 매년 12월, 추수 감사 축제에는 모든 부락민이 모인다고 한다. 마을로 돌아온 젊은이들도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유학까지 다녀왔지만 마을을 찾는 외지인들에게 타이야족의 문화와 전통을 알리기 위해 어렵게 선택한 길이었다. 마을에 남은 초등학교는 교육의 끈을 놓지 않고자 폐교하지 않았다. 그래서 졸업생 단 한 명이 모든 상을 싹쓸이 했다는 어느 해의 에피소드는 조금 씁쓸하다. 타이야족 사람들은 마을을 찾은 외지인들에게 가장 먼저 노래를 선물한다. 첫 번째는 환영의 노래. 일제 강점기 당시 출입이 통제돼 고요한 마을에 가끔 찾아오는 손님을 위해 불렀던 노래다. 문자가 없는 타이야족은 노래를 외워 입에서 입으로 전한다. 문자는 없지만 그들의 말은 참으로 아름답다. 한 예로 타이야족의 말에는 ‘화장실’이 없다. 낮에는 ‘태양을 보러 간다’고 하고, 밤에는 ‘달을 보러 간다’고 한다. ‘남편’이나 ‘부인’이라는 단어도 없다. 단어가 주는 작은 오해나 편견이 있을까 그저 ‘내 옆에 누워 있는 남자(혹은 여자)’로 배우자를 칭한다. 사라졌다면 들을 수 없었던, 타이완의 일부인 원주민 문화다. 따통르수이 마을에서 차로 1시간가량 산을 오르면 오랜 수령의 편백나무 군락이 펼쳐진다. 이란, 타오위엔, 신주현이 교차하는 이곳은 일제 강점기 당시, 돈이 된다는 이유로 무참히 베어진 숲이다. 그나마 목숨을 부지한 나무들은 타이완 정부의 보호 아래 숲으로 남았다. 옅은 안개가 감싼 축축한 공기와 한낮에도 짙은 그늘을 드리운 숲은 몽환적이고 신비롭다. 쓰러진 채로 300년이 지나도 썩지 않은 편백나무, 수백 년을 살며 아들과 손자까지 둔 편백나무 등 숱한 세월을 머금은 그들의 향기가 진하다. 따통르수이 마을大同樂水部落 이란의 원주민 중 하나인 타이야족이 살아가는 마을이다. 타이야족은 7개 언어의 민족으로 구분되는 타이완 원주민 중 하나. 이란은 화롄의 타이야족과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 마을에서는 전통 의상 체험, 주통판竹筒飯 대나무 밥 만들기, 활쏘기 등 타이야족의 다양한 문화와 전통을 체험할 수 있다. 이곳의 편백나무 군락은 투어 프로그램을 통해 방문해야 한다. 宜蘭縣大同鄉樂水村智腦路21號 +886 0912 712 142 www.leshui-atayal.org.tw ▶travel info Taiwan Yilan HOW TO GO 이란으로 가려면 우선 타이베이로 가야 한다. 중화항공을 타면 인천에서 타이베이까지 2시간 30분이 걸린다. 타이베이의 공항은 타오위엔과 송산 두 곳. 타오위엔에서 타이베이 시내까지는 공항버스, 송산에서 타이베이 시내까지는 MRT로 이동 가능하다. 타이베이에서 이란까지는 기차 혹은 버스로 가면 된다. 소요시간은 기차가 1시간 20분~2시간. 버스는 기차보다 빠르다. 타이베이역 버스 터미널에서 70분, 시정부 버스 터미널에서 60분가량 소요된다. 공항에서 이란으로 바로 가는 기차나 버스는 없다. 공항에서 이란으로 바로 간다면 택시를 이용해야 하는데 NT$2,000 정도로 요금이 비싸다. TRAVEL TO YILAN 화폐는 뉴 타이완 달러NT$를 사용한다. 한국보다 1시간 느리며 중국 표준어를 사용한다. 전반적으로 연중 따뜻한 기온이라 여행하기에 아주 좋지만 3~5월에는 흐리고 비가 많아 반드시 우산을 가지고 다니는 게 좋다. 여행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맑고 화창한 날이 지속되는 10~11월경이다. 타오위엔 공항에서 와이파이용 에그를 대여하면 하루 NT$100로 최대 10명까지 무제한으로 와이파이를 공유할 수 있다. 중화항공 탑승권 소지자는 ‘Dynasty Package’ 이름패가 있는 상점에서 할인이나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PLACE & ACTIVITY 꾸이샨 유람선 화산섬인 꾸이샨 일대를 돌아보는 유람선. 꾸이샨을 한 바퀴 돌며 돌고래 등을 관찰한다. 거북 머리 인근 바다 속에는 116℃에 달하는 유황 온천이 자리해 유황 냄새가 진동한다. 돌고래를 관찰하고 섬을 돌아보는 프로그램은 2~3시간 소요된다. 꾸이샨 트레킹이 포함된 프로그램도 있다. 宜蘭縣頭城鎭港口路15-7號 08:00, 10:30, 13:00 NT$1,200 +886 0980 307 569 터우청 농장頭城農場 농사, 낚시, 천등 날리기, 가마 피자 굽기 등의 체험 프로그램을 하루 혹은 이틀 코스로 선보인다. 약 1,300만 평방미터의 넓은 땅에 조성돼 방문 때마다 다른 체험이 가능하다. 농장 레스토랑에서는 직접 기른 유기농 재료로 요리를 선보이며, 양조장에서는 금귤과 같은 이란의 특산물을 이용해 술, 식초 등을 담근다. 宜蘭縣頭城鎭更新路125號 +886 03 977 8555 www.tcfarm.com.tw 팡위에 다원芳岳茶園 농장에서 직접 기른 유기농 차를 이용해 녹차 펑리수鳳梨?, 타이완식 파인애플 케이크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는 곳. 녹차 가루를 첨가한 반죽에 파인애플과 동과를 섞은 소를 넣어 둥글게 만든 펑리수를 틀에 넣어 모양을 만든 다음 오븐에 구워 낸다. 직접 만든 펑리수는 포장해서 가져갈 수 있다. 宜蘭縣冬山鄉中山村中城路193號 +886 03 958 5259 moon.eland.org.tw 뤄동 야시장羅東夜市 편백나무 집산지로 예부터 인구 밀도가 높았던 이란현 뤄동진에 자리한 시장. 야시장이라 이름했지만 일부 가게는 낮에도 문을 연다. 싼싱 파를 이용한 간식 외에도 소 혀 모양 과자인 이란삥, 타이완 생산량의 90%를 차지하는 이란 금귤 등이 유명하다. 중국 요리의 향기에 반감이 없다면 오리고기도 괜찮다. 비가 많은 이란은 닭보다는 오리를 많이 키운다. 쟈오시 온천礁溪溫泉 크고 작은 100여 개의 온천 호텔이 모여 있는 온천 마을. 타이완에서도 보기 드문 평지 온천이자 대규모 온천 단지다. 온천수는 무색, 무취, 무향으로 미네랄이 풍부하다. 온천 마을에는 무료 노천탕, 족욕탕 등이 다양하며 저렴한 요금의 닥터피시 족욕탕도 인기다. 에디터 손고은 기자 글·사진 Travie writer 이진경 취재협조 중화항공 www.china-airlines.co.kr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유희관과 열애 양수진 “3개월 됐다”

    유희관과 열애 양수진 “3개월 됐다”

    미녀골퍼 양수진(24)이 야구선수 유희관(29)과 열애 중이다. 7일 한 연예매체는 양수진이 두산 베어스 유희관과 함께 있는 사진을 공개하며 “스포츠스타들이 3개월째 풋풋한 사랑을 키워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희관과 양수진이 지난 6월 첫만남을 가진 후 시즌 중에도 시간을 쪼개 열애 중이라는 것. 양수진 측 관계자는 한 매체를 통해 “유희관과 알고 지낸지는 3개월 정도 됐고 이제 호감을 갖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이어 “종목은 다르지만 같은 운동선수이기 때문에 만나서 위로해 주는 사이”라고 유희관과 열애를 인정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유희관과 열애 양수진, 두 사람 어디서 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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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희관과 열애 양수진, 데이트 사진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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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희관과 열애 양수진, 데이트 사진보니..잘 어울리는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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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혁, 10회 결승타 내주며 11패..KBO 역대 구원투수 최다패 ‘불명예’

    권혁, 10회 결승타 내주며 11패..KBO 역대 구원투수 최다패 ‘불명예’

    권혁, 10회 결승타 내주며 11패..KBO 역대 구원투수 최다패 ‘불명예’ 한화 이글스의 권혁(32)이 역대 구원투수 최다패를 기록했다. 권혁은 3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5 KBO리그 넥센 전에서 6-6으로 맞선 10회, 결승타를 내주며 패전투수가 됐다. 이날 7회 2사에 등판한 권혁은 9회까지 깔끔하게 막아내며 역투했지만 연장 10회 김하성과 박동원에게 안타를 허용하며 승리를 내줬다. 결국 한화는 7-12로 졌고 권혁은 11패를 기록했다. 이로써 권혁은 올시즌 최다패(2위 소사 10패) 투수이자, 역대 구원투수 최다패 기록의 보유자가 됐다. 종전 기록은 지난 2003년의 노장진(삼성), 임경완(롯데), 2008년 정재복(LG)가 기록한 10패다. 이날 경기는 올시즌 권혁의 70번째 등판 경기였다. 권혁은 이날 패배로 올시즌 9승 11패 15세이브 4홀드 7블론, 104이닝 평균자책점 4.76을 기록했다. 네티즌들은 “권혁 최다패 안타깝다”, “권혁 몸 컨디션이 안 좋은가”, “권혁 구원투수 최다패 불명예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사진=스포츠서울(권혁) 연예팀 seoulen@seoul.co.kr
  • [김경운 기자의 맛있는 스토리텔링 6] 국수와 파스타

    [김경운 기자의 맛있는 스토리텔링 6] 국수와 파스타

    국수(면)만큼 거의 세계 전역에서 즐기는 음식도 흔치 않다. 국수의 모양이나 요리법, 곁들이는 고명은 지역의 특징에 맞게 변천했지만, 그 원형은 유라시아 문명 교류의 중요한 상징이다. ●국수, 기원전 5000년 중앙아시아 유목민 음식서 유래 면(麵)은 중앙아시아로부터 전해진 밀가루를 이르는 말이다. 진나라 때 서역인이 ‘밀’이라고 부르는 말을 한자로 음차한 것으로 보인다. 또 국수라는 말은 삶은 면을 물에 헹궈 건져 올린 것을 뜻하는 한자어다. 따라서 밀가루를 반죽해 물에 넣고 삶은 게 면이자 국수다. 국수는 기원전 5000~6000년쯤 중앙아시아 유목민의 음식이었다. 반면 서양인은 기원전 3000년쯤부터 밀가루로 음식을 만들었다. 그들의 주식인 고기에 부족한 탄수화물을 섭취하기 위해서다. 국수가 빵보다 역사가 깊은 셈이다. 국수의 유래에 대해 많은 학설이 있지만, 국수가 유목민의 음식인 까닭은 우선 남방의 쌀과 달리 밀은 북방의 건조한 지역에서 자라는 작물이기 때문이다. 반죽한 밀가루를 굳이 수고스럽게 손바닥으로 비벼서 가는 국수 형태로 만든 것은 잠시 머문 정착촌에서 국수를 물에 삶을 때 되도록 빨리 익히기 위해서다. 가느다란 국수가 식감이 좋고 소화도 잘 됐을 것이다. 또 양고기나 마른 야채 등을 넣고 함께 끓여도 잘 어울린다. 다시 이동할 때에는 반죽한 국수만 잘 보관하면 그만이다. 오히려 숙성의 맛을 더할 수 있다. 국수는 기원전 1~2세기 후한 때 실크로드 상인에 의해 동쪽으로 전파된다. 국수는 진과 당을 거쳐 송나라 때 꽃을 피운다. 송의 수도 카이펑에서는 높은 성벽이 사라지고 개방된 국제도시답게 노점이 성행했다. 이 노점에서 국수에 국물을 붓고 고기 절편 등 고명을 얹어 먹었다. ●통일신라~고려초 한반도 유입... 밀가루 귀해 잔치때만 맛 봐 이 시기인 (통일)신라 또는 고려 초 한반도에도 국수가 전해진다. 그러나 우리 땅에선 밀가루가 귀한 식재료였다. 따라서 조선 시대 때까지도 결혼식, 회갑연, 제례일 등 특별한 날에만 국수를 맛볼 수 있었다. 이는 요즘 결혼식장에서 잔치국수를 내놓고 또 일부 지역에선 제사상에 삶은 국수를 올리는 전통으로 이어진다. 우리의 국수 요리는 크게 냉면, 비빔국수, 국수장국(온면), 제물칼국수로 나뉜다. 이 4종에서 무려 60여 가지의 국수 음식이 탄생한다. 우리는 메밀이나 녹두 가루도 국수 재료로 썼다. 함경도와 평안도에는 비빔국수와 냉면이 있다. 황해도 개성은 예부터 부유한 상인이 많이 살던 곳인 만큼 귀한 밀국수를 즐겼다. 지금 밀국수의 본고장은 옛 개성처럼 국제적 항만 도시인 부산이다. 6·25전쟁 이후 미군 원조로 받은 밀가루 덕분이다. 이어 한양에서는 각종 국수 음식이 다 있었지만 특히 전통식 온면을 으뜸으로 여겼다. 온면의 국수는 밀가루 외에도 메밀가루 등을 썼다. 경기도에선 국물이 걸쭉하고 구수한 칼국수를 먹었다. 온면은 삶은 국수를 먼저 그릇에 담은 뒤 맑은 형태의 육수를 부어 깔끔한 맛을 낸다. 반면 제물칼국수는 각종 식재료가 들어간 육수에 국수를 함께 넣고 푹 끓인다. 전라도와 경상도도 만들기 편한 칼국수를 즐겼는데 다만 서해 지역은 조개, 동해나 남해 지역은 멸치, 육수 등 지역 특산물로 맛을 더했다. 까다로운 선비의 고장이라는 안동의 건진국수는 일종의 칼국수이긴 한데, 이를 다시 온면 방식으로 국수를 건져 육수를 붓는 정성을 더 들였다. ●9세기 이슬람 시칠리아 지배하며 국수 유럽에 전파 동양에선 국물과 함께 먹는 국수 음식이 발달된 반면 서양에선 국물 없이 소스를 이용한 국수를 선호했다. 로마 제국이 멸망한 뒤 게르만족, 바이킹족 등이 유럽에서 득세하는 동안 중동에선 신흥 이슬람 세력이 힘을 확장하고 있었다. 이슬람 세력은 중앙아시아도 손에 넣으며 현지 음식인 국수를 받아들인다. 그들은 북아프리카와 스페인을 굴복시킨 뒤 오래전부터 지정학적으로 유럽의 교두보 역할을 하던 시칠리아마저 정복한다. 827년 이슬람군 1만명이 시칠리아 섬에 상륙해 200여년 동안 지배하면서 중앙아시아에서 배운 국수 요리를 처음 유럽 땅에 전파한다. 유럽 남부의 지중해 근처에는 흰 경질밀보다 노란 듀럼밀이 흔했다. 듀럼밀은 단단하고 거칠지만 접착력과 탄력성이 좋다. 우리가 아는 파스타의 노란색 국수 원료다. 스파게티는 300여종에 이른다는 파스타의 한 종류일 뿐이다. 이슬람인들은 듀럼밀로 국수를 만들어 먹었고, 이게 이탈리아 본토인 나폴리 등을 거쳐 오늘날 세상에 퍼진 파스타가 된다. 토마토소스는 남미의 작물인 토마토가 유럽에 전해진 것이 16세기, 식재료가 된 게 19세기 중반인 만큼 나폴리 등에서 소스로 사용하다가 이탈리아계 미국 이주민이 늘면서 확산된 것이다. 그전엔 치즈 가루 등만 뿌려 맛을 냈다. ●흰 경질밀아닌 노란 듀럼밀 사용... 포크 사용문화로 면 길이 짧아져 그럼 왜 긴 가닥의 국수가 마카로니 등처럼 짧고 도톰한 모양의 파스타(쇼트 파스타)로 바뀐 것일까. 또 이슬람권에서는 왜 국수가 거의 사라졌을까. 국수를 먹는 방법의 차이에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동양에서는 고대 시절부터 젓가락과 숟가락을 사용했다. 젓가락은 길고 미끌미끌한 국수 가닥 한 올까지 잘 잡을 수 있다. 반면 서양인은 포크를 쓴다. 우리 상식과 다르게 유럽 귀족이 지금과 같은 모양의 포크를 사용한 것은 베네치아 공국 이후였고, 백성은 대부분 손이나 작은 칼을 썼다. 그러니 가느다란 국수 가닥을 잡기에는 불편했다. 따라서 더 굵거나 또는 나사 모양으로 돌돌 감은 국수를 파스타의 재료로 사용했다. 아울러 이슬람인은 손으로 음식을 집어서 먹는 게 전통인데, 끈적끈적한 육즙을 묻혀 미끈거리는 국수는 더 이상 환영받지 못했을 것이다. 옛 이란 원주민은 국수를 이르는 말을 가느다란 ‘실’이라는 뜻과 함께 썼다. 음식은 언어처럼 더 나은 진화를 향해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래서 음식의 원형을 찾는 노력을 하면 인류 문명의 긴 역사가 보일 것이다. 김경운 전문기자 kkw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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