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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형준 정치비평] ‘숨은 표 10%’ 향배의 실체

    [김형준 정치비평] ‘숨은 표 10%’ 향배의 실체

    6·2 지방선거가 이제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의 최대 승부처라 할 수 있는 수도권 광역 단체장 선거의 판세는 한나라당 후보들이 앞서는 가운데 야당 후보들이 추격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야는 이른바 ‘숨은 표 10%’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나라당 정두언 선대위 전략위원장은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는 야당의 숨은 표가 있고, 12% 수준으로 파악된다.”고 밝힌 적이 있다. 한편,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도 “지난 재·보선 표심을 보면 10~15%포인트가 민주당을 지지하는 숨은 표”라고 주장했다. 작년 10·28 수원 장안 재선거에서 선거 초반 한나라당 후보가 20%포인트 이상 우세를 보였지만 최종적으로 민주당 후보가 6.5%포인트 차로 승리한 것이 이러한 ‘숨은 표’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물론 소규모 지역 단위로 치러지는 재·보선과 대규모 지역에서 펼쳐지는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나타나는 부동층의 규모나 성향에서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여야는 숨은 표가 “여당을 견제하는 야당 지지 성향을 보인다.”는 분석에 대체로 동의한다. ‘숨은 표’에 야당 성향이 많은 이유는 ‘여론조사에서 야당 지지자라고 답할 경우 불이익을 볼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상대 후보에게 뒤지면 여론조사에서 의사 표명을 꺼리기 때문으로 추론된다. 지난 2006년 지방선거 직후 한국선거학회가 실시한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투표 1주일 전까지 누구를 찍을지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은 32.2%였다. 이러한 부동층은 크게 3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첫 번째 유형은 마음속으로는 누구를 찍을지 정했지만 여론조사에서는 침묵하는 ‘은폐형 부동층’이다. 그 규모는 전체 부동층의 30% 정도이다. 두 번째 유형은 정말 누구를 찍을지 결정하지 못한 ‘순수 부동층’이며 40% 정도를 차지한다. 세 번째 유형은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기권형 부동층’으로 30% 정도이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는 은폐형 부동층의 경우, 70% 정도는 야당 성향이고, 30%는 여당 성향인 것 같다. 한편 순수 부동층의 경우 투표에서는 고정층의 비율로 나눠진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 이유는 막판에 여론조사에서 수위를 달리고 있는 후보에게 투표하는 ’우세자 편승 효과‘가 작동되기 때문이다. 야당 성향 은폐형 부동층의 경우, 친노 세력과 전통적인 호남 민주당 지지 세력으로 양분되고, 여당 성향의 은폐형 부동층은 친박 성향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야당 성향 은폐형 부동층들이 대부분 투표에 참여하고, 친박 성향 은폐형 부동층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으면 야당 후보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국면이 조성될 것이다. 야당후보는 6% 정도의 숨은 표 프리미엄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천안함 사고로 보수층이 결집해서 친박 성향 은폐형 부동층이 대거 투표장으로 몰리면 여당 후보는 ‘야당 숨은 표’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여하튼 역대 선거에서 나타난 부동층에 대한 이와 같은 심층적 분석을 토대로 선거 결과를 예측해보자. 현 시점에서 여야 후보가 오차 범위 내에서 각축을 벌이면 최종적으로 야당 후보에게 유리한 반면, 여당 후보가 오차 범위를 넘어 우세를 보이면 야당 후보의 추격을 어렵지 않게 뿌리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문제는 여야가 남은 1주일 동안 사활을 건 숨은 표 공략에 몰입할 경우, 예외 없이 고질적인 구태 선거의 추악한 늪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정책과 비전보다는 인신공격성 네거티브 선거가 판을 치게 되고, 실현 가능성과 예산 효율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표만을 의식한 포퓰리즘적 선심성 공약이 난무하게 된다. 그 밖에 유권자들의 지역감정을 자극하고 색깔론을 제기해 ‘묻지마 식 감성 투표’를 유도할지도 모른다. 만약 선거 막판에 이런 구태의연한 선거 운동이 기승을 부리면 투표율은 떨어지고, 승자는 없고 모두가 패배하는 참담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따라서, 여야 모두 승리지상주의의 허황된 덫에서 벗어나 선거 이후를 생각하는 냉정함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명지대 교수· 한국선거학회 회장
  • 태국 곳곳 게릴라시위·방화

    태국 정부는 20일 방콕과 지방 23개 주에 대해 22일까지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 사이에 야간 통행을 금지하는 비상조치를 선포했다. 당초 전날 오후 8시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방콕 시내를 대상으로 한시적인 통금조치를 취했던 것에서 연장된 것이다. 그만큼 질서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방증이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반정부시위대(UDD·일명 ‘붉은셔츠’)가 방콕 시내 곳곳에서 게릴라 시위를 계속하면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시위 지도부가 전날 항복을 선언했지만 시위대 다수는 투항을 거부한 채 방콕 최대 쇼핑몰인 센트럴 월드와 증권거래소, 방송국 건물 등 35곳이 넘는 곳에 불을 질렀다. 시위 범위도 방콕을 넘어 북부와 동북부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태국 정부는 전날 장갑차와 소총으로 무장한 군대를 동원해 시위대가 점거하던 시내 중심가 랏차쁘라송 일대를 무력으로 장악하고 시위대를 해산시켰지만 시위가 계속 이어지자 진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부는 약탈과 방화범들에 대해서는 군경이 현장에서 사살할 수 있도록 조치했으며 체포 시 최고 사형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모든 텔레비전 방송국에는 정규 편성을 취소하고 정부 검열을 거친 프로그램만 방송하도록 하는 보도통제 조치도 시행 중이다. 태국 중앙은행은 안전을 이유로 20∼21일 이틀 동안 전국 은행이 휴무하도록 했고 방콕 도심을 관통하는 지상철(BTS)은 이날 하루 동안 운행을 중단했다. 순센 깨우꿈넷 군 대변인은 “방콕내 일부 지역의 치안이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라면서 “랏차쁘라송 거리 등에서 시위대 잔존 세력들을 소탕하기 위한 작전을 계속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에라완 응급의료센터는 전날 강제진압작전 과정에서 최소 14명이 숨지고 91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금까지 발생한 사망자는 외국인 기자 2명을 포함한 82명, 부상자도 1800여명으로 늘었다. 한편 콥삭 삽하와수 총리 비서실장은 “국가 화합을 위한 계획을 추진할 예정이며 이 계획을 마무리하는 데는 4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하고 “국가 화합 계획이 마무리되면 총선이 실시될 것”이라고 언급, 조기총선을 시사했다. 그는 아피싯 웨차치와 총리가 적절한 조기 총선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아피싯 총리는 11월14일 조기총선 실시, 입헌군주제 수호, 사회평등 확대 등을 골자로 한 타협안을 지난 3일 발표했으나 시위대 측이 타협안 발표 후에도 자진해산을 거부하자 타협안을 철회한 바 있다. 유엔 등 국제사회는 무력을 통한 사태 해결에 우려를 나타내며 평화적 방법으로 상황을 정상화시킬 것을 거듭 주문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대변인을 통해 “계속되는 폭력사태와 잇따른 인명피해, 방화 등에 깊이 우려한다.”면서 태국 정부와 시위대 모두 평화적으로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해외악재에 금융시장 또 휘청

    유럽과 미국에서 전해진 악재에 국내 금융시장이 사시나무 떨듯 요동쳤다. 원·달러 환율이 20원 가까이 급등하며 1160원대 중반으로 올라섰다. 코스피지수는 사흘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시장 불안이 이어지면서 금융완화 기조를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정부의 결심은 더욱 굳어지고 있다. 19일 코스피지수는 전일보다 13.16포인트(0.80%) 내린 1630.08에 마감했다. 밤사이 미국 증시가 급락했다는 소식에 21.92포인트 떨어진 채 출발해 장중 1601.54까지 밀리기도 했다. 일본 닛케이지수(-0.54%), 타이완 자취안지수(-0.34%), 중국 상하이종합지수(-0.27%) 등 다른 아시아 국가 증시도 동반 하락했다. 앞서 18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는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1.08%, S&P 500 지수가 1.42%, 나스닥 종합지수가 1.58% 하락했다. 유럽의 채무위기를 해결하려는 긴축방안들이 전 세계 경제성장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가 이어졌고 공매도 금지 등 유럽연합(EU)의 금융규제안 발표도 불안심리를 부추겼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에 대한 달러 환율은 1.2162달러까지 떨어져 2006년 4월17일 이후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유로화 폭락과 증시 하락 등 영향으로 전일보다 18.5원 오른 1165.1원에 마감됐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2월8일(1171.90원) 이후 최고치다.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준금리 인상에 반대하는 정부의 입장은 더욱 확고해지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남유럽발 충격 등을 고려해 당분간 현재의 거시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국제 금융시장은 유럽 위기 등으로 여전히 불안정한 모습”이라면서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요인도 존재하고 있어 당분간 현재의 거시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경기 회복을 공고히 하고 고용 확대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아직 기준금리를 올릴 때가 아니라는 점을 다시 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금융불안에 대한 우려의 수위를 한층 높였다. 진 위원장은 이날 한 세미나 기조연설을 통해 “2008년과 같은 위기의 전염이 재연될 가능성에 대해 주시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시장상황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비상계획을 재점검하는 등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균 임일영기자 windsea@seoul.co.kr
  • [열린세상] 중국, 하얀 고양이인가 검은 고양이인가/허증수 경북대 신소재공학 교수

    [열린세상] 중국, 하얀 고양이인가 검은 고양이인가/허증수 경북대 신소재공학 교수

    천안함 사건은 우리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던졌다. 안보체계를 다시 손질하고, 밖으로는 중국과의 좌표를 점검하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 우리는 한동안 중국과의 5000년 갈등의 과거를 망각한 채, 1992년 한·중 수교로 시작된 현대사의 실루엣에 젖어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본과의 민족적 갈등과 외교적 마찰이 간헐적으로 반복되면서 상대적으로 중국이 우리에겐 ‘착한’ 이웃이 되어 있었다. 한국과 중국의 지리적 근접성은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계기로 양국 간의 무역과 교류를 폭발시켰다. 지난해 대 중국 수출액은 860억달러, 수입액은 540억달러였다. 수출 규모는 미국보다 2배나 많고, 일본보다는 4배가 많다. 수출로 얻은 외화 가운데 4분의1을 중국에서 벌어들였다. 한국이 중국에 직접 투자한 규모는 유럽연합(EU)이나 일본, 미국 등의 수준을 능가했다. 한국도 중국에서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존재임은 물론이다. 중국에 홍콩과 버진제도에 이어 세번째로 많은 재원을 투자하고 있다. 중국국가여유국(관광청)에 따르면 2000년엔 50만명을 넘지 못했던 중국 방문 한국 관광객이 2009년에는 300만명으로 폭증했고,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역시 100만명을 넘어섰다. 1990년대 초기만 해도 중국과 한국을 왕래하는 항공기가 일주일에 한 편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800편에 이르고 있다. 중국의 대학에 등록한 한국인 학생 수는 6만 5000명으로 중국의 외국인 학생 3명 중 1명이 한국 학생인 셈이다. 일본 유학생(1만 8572명)이나 미국 유학생(1만 4662명)을 훨씬 앞지른다. 한국에서 공부하는 중국의 젊은이도 많아 전체 유학생의 약 70%를 차지한다. 이렇게 두 국가 사이에 상호 이해가 괄목상대하게 증진되면서 한편으론 그만큼 깊은 골도 파였다. 교역의 증대는 마늘과 휴대전화 사건으로 적나라하게 노출되었듯이 크고 작은 무역마찰을 빚고 있다. 비정상적인 기술의 유출도 양국 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대목이다. 더 큰 문제는 한국 경제의 중국 의존도 수위다. 지난해의 경우 중국과의 무역에서 320억달러의 흑자를 낼 만큼 중국에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중국 경제의 급성장은 한국 경제의 위축을 우려하게 한다. 경제적인 관계의 양국 간 상호 의존성이 긴밀해졌지만 “새로운 전략적 제휴 관계”로 요약되는 한·중 간의 외교적인 틀은 한계를 갖고 있다. 최근 천안함 사건에서 다시 확인되었듯 북한과 관련된 쟁점에선 그대로 좌초되고 만다. 그뿐만이 아니다. 중국은 고구려의 역사를 왜곡하고 변질시키는 동북공정의 고삐를 한시도 늦추질 않고 있다. 그렇다고 중국을 경원시할 수는 없다. 경제적 관점에서는 물론 외교적으로, 그리고 지정학적으로 전략적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할 대상이다. 때로는 이웃사촌으로 유도하고, 때로는 따질 것은 따지는 관계를 적절히 구사하는 안목과 치밀한 시도가 필요하다. 남북마저 분단된 상황에서 중국과의 생산적인 긴장관계를 굴곡 없이 이어가려면 양국 간의 정서적인 이해와 신뢰가 받쳐주어야 비로소 가능하다. 궁극적으로 중국과의 농밀한 협력관계 구축은 차세대 젊은이들에게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정부의 의식이 변하고 발상이 달라져야 한다. 장기적인 비전과 과학적인 시나리오를 지금부터라도 만들어 이른바 중국통 인재그룹을 양성해야 한다. 우리 정부와 국회, 해외 공관과 대학 그리고 유수한 우리 기업이 중국을 알고 중국을 헤쳐나갈 수 있는 두뇌들을 확보해야 한다. 우리 젊은이들이 중국 생활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의 중국 지도자들과 친분을 쌓을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중국의 명문 대학과 대학 간의 교류 프로그램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중국 경제 및 외교 분야 등에서 전문적인 식견을 터득한 전문가 그룹을 육성하도록 해야 한다. 한국 젊은 학생들도 의식을 바꿔 진정으로 중국을 배우고 알려는 자세를 추슬러야 한다. 이번 천안함 사건을 중국과의 장기적인 좌표를 다시 설정하는 소중한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한국 젊은 학생들도 의식을 바꿔 진정으로 중국을 배우고 알려는 자세를 추슬러야 한다. 이번 천안함 사건을 중국과의 장기적인 좌표를 다시 설정하는 소중한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 [지방선거 D-14]단체장선거는 ‘텃밭 싸움’ 교육감 선거는 ‘색깔 싸움’

    [지방선거 D-14]단체장선거는 ‘텃밭 싸움’ 교육감 선거는 ‘색깔 싸움’

    6·2 지방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지방선거는 국민의 일상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주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장이다. 그러나 특정지역이 특정 당의 후보만 지지하는 지역주의는 풀뿌리 지방선거에서조차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단체장선거…정책경쟁 사라진 ‘텃밭’ 특정 정당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텃밭’ 지역에서 정책 경쟁이 실종됐다. 강세를 보이는 지역패권정당 소속 후보자는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안일한 인식 때문에 공약 준비에 소홀하고, 약세를 면치 못하는 다른 정당 소속 후보자들은 ‘해봤자 안 된다’는 패배의식에 젖어 경쟁에 소극적으로 참여하는 탓이다. 하지만 이런 후진적 정치풍토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이달 초부터 16개 광역단체장 후보자 58명에게 지방자치에 대한 철학, 우선순위별 10대 공약의 내용 및 재원조달방법 등 구체적인 계획서를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가운데 15명은 선거를 불과 보름 남긴 18일에도 답변을 보내오지 않았다. 15명 중 5명은 다른 정당의 지지 기반인 지역에 출사표를 던진 이른바 ‘약체 후보’들이었다. 영남권에 출마한 민주당 소속의 한 광역단체장 후보는 “준비할 여력이 없다.”고 답해 왔다. 후보의 홈페이지와 언론보도 등을 살펴봐도 무상급식 시행과 청년실업 해소 등의 대략적인 내용만 나올 뿐 언제까지, 어떻게 이런 약속들을 지킬 것인지에 대한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호남지역 광역단체장에 출마한 한나라당 소속 후보도 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았다.충청권에 출마한 한나라당 소속 후보 역시 “아직 준비중”이라는 답만 하고 있다고 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전했다. 반면 강세지역에서 우위를 선점하고 있는 특정 정당 소속 후보자들의 10대 공약은 대규모 행사 유치, 시설 신축, 기업투자 유치 등 성장 위주의 근시안적 개발 방안이 대다수였다. 텃밭에서는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선거운동도 횡행하기 일쑤다. ‘핫바지’, ‘푸대접’ 등의 용어가 선거전 전면에 등장한다. 스스로 자기 지역을 비하함으로써 유권자들의 감정을 자극, 표심을 얻자는 전략이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교육감선거…정당色 칠하기 vs 지우기 지자체장 후보와 특정 교육감 후보 간 물밑 합종연횡이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정당 지지도에 의존하려는 교육감 후보들이 정당 행사 등에 얼굴을 내미는 일이 흔해졌다. 역으로 특정 정당의 ‘내락’을 받지 못한 후보들은 입장을 바꿔 정당색이 강한 후보들을 비난하며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김영숙 서울시교육감 후보 캠프는 지난 11일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전화를 받고 이날 오후 예정된 서울 송현동 덕성여중 방문 일정을 취소했다. 김 후보는 당초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함께 자신이 교장을 맡았던 덕성여중을 찾을 계획이었던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이와 관련, 선관위 관계자는 “지자체장 후보와 교육감 후보가 정책적으로 지지선언을 하거나 함께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이런 유권해석도 은근슬쩍 정당과의 관련성을 드러내려는 후보들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실제로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나선 보수측 권영준·김성동·김영숙·남승희·이상진·이원희 후보 등은 모두 한나라당의 상징인 파란색 홍보물을 사용했다. 이에 비해 노무현정부 시절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이었던 곽노현 후보의 상징색은 노란색이다. 박명기 후보는 민주당 고유 색인 초록색 홍보물을 쓴다. 교육감 후보들끼리의 이념적 단일화에 실패한 뒤에는 ‘색깔 지우기’로 차별화에 나선 후보도 생겼다.김성동 후보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원희 후보를 겨냥, “정치권과 야합하려는 행태를 보면 교육감을 맡기에 부족하다.”고 공세를 폈다. 시민들은 “교육감 선거의 정치적 중립성을 교육감 후보들이 훼손하고 있다.”며 못마땅해하고 있다. 홍희경 최재헌 임주형기자 saloo@seoul.co.kr
  • 中 관리변동 환율제로 복귀하나

    中 관리변동 환율제로 복귀하나

    │베이징 박홍환특파원│미국과의 전략경제대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을 앞두고 중국이 위안화 절상을 암시하는 듯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중국이 조만간 금융위기 이후 달러에 고정시킨 위안화 환율 결정 시스템에서 기존의 관리변동환율제로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14일 발표한 ‘2010년 1·4분기 통화정책 집행보고’에는 위안화 환율과 관련, 2009년 4분기 보고에서 사용하지 않았던 표현이 등장했다. “통화바스킷을 참고해 조정을 진행하고, 관리변동환율제도로 위안화 환율을 합리적 수준에서 기본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한 것이다. 위안화 환율 안정유지에 방점을 찍었지만 통화바스킷이나 관리변동환율제도를 거론했다는 것 자체가 주목되는 점이다. 인민은행은 ‘위안화 환율결정 시스템 개혁의 원칙에 따라’라는 표현도 처음 사용했다. 베이징의 금융전문가는 “전 분기와는 다른 표현이 눈에 띈다.”면서 “6월 이후 환율시스템의 변동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중국이 2005년 복수통화바스킷을 기반으로 한 관리변동환율제를 도입한 이후 위안화 환율은 달러 대비 21% 절상됐으며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8월부터 사실상 달러에 위안화를 고정시켜 달러당 6.82~6.83위안대를 유지해 왔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위안화 환율이 시장가치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며 중국을 상대로 위안화 절상을 강도 높게 요구하고 있으나 중국은 “환율시스템은 각국의 독특한 경제상황에 따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라며 이를 거부해 왔다. 지난달 워싱턴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에게 “외부의 압력에 따라 위안화 환율시스템을 개혁하지는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중국의 저항이 그리 오래 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의 자존심만 건드리지 않는다면 점진적으로 달러 페그(환율고정)를 포기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인민은행의 1분기 보고는 주목할 만하다. 왕칭(王慶) 모건스탠리 중국지역 수석경제학자는 베이징청년보와의 인터뷰에서 “인민은행 표현 방식의 변화는 중국 정부의 환율 조정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라면서 “하반기에 달러 페그제를 포기하고 관리변동환율제로 전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일종의 ‘립서비스’에 불과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어차피 중국 정부는 전격적이고 과감한 위안화 환율 절상 계획이 없다는 전제 하에 미·중 전략대화와 G20 정상회의 등을 앞둔 상황에서 ‘카운터파트’ 측의 공격수위를 낮추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stinger@seoul.co.kr
  • EU 긴급구제책에도 불씨는 남았다

    EU 긴급구제책에도 불씨는 남았다

    7500억유로를 재정악화에 지원하겠다는 유럽연합(EU)의 긴급구제책이 ‘증시 폭락’이라는 큰 불은 껐지만 ‘투자심리 불안’이라는 불씨까지 진화하진 못했다. 대규모 구제금융 발표로 단기적 위험 상황은 벗어났지만 남유럽 국가들의 부채폭등과 재정악화는 여전히 금융시장의 불안요소로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자금 구제안의 구체 계획이 연기될 경우 유럽은 물론 ‘신뢰의 위기’에 빠져 있는 세계 금융시장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국내 금융시장의 상승세는 단 하루 만에 꺾였다. 11일 코스피지수는 전일보다 7.39포인트(0.44%) 내린 1670.24를 기록하며 하루 만에 약세로 돌아섰다. 원·달러 환율도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날보다 3.6원 오른 1135.7원에 거래를 마쳤다. 유럽증시도 11일 일제히 약세를 보였고, 포르투갈 증시는 한때 5% 이상 폭락하기도 했다. 미국 증시도 약세로 출발했다. 정영훈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심리적 패닉이 지나자 시장이 구제안에 대한 실효성을 이성적으로 판단하게 됐다.”면서 “재정악화라는 근본적인 원인을 치료하는 대책이 아니기 때문에 불안 요소는 여전히 상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내외에서는 대규모 금융지원 방안이 근본적 치유책이 아니라는 우려가 잇따랐다. 악셀 베버 독일 중앙은행(분데스방크) 총재는 독일 일간 뵈르젠 차이퉁과의 회견에서 “(ECB를 비롯한 역내 중앙은행들이 유로) 국채를 매입하는 것은 안정성에 심각한 위협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도 블룸버그 TV에서 ECB의 국채 매입 결정에 이사회 멤버 22명 모두가 찬성한 것은 아님을 시사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보고서를 통해 “유럽 대부분 국가의 정부 부채 수위는 위험 수준이며 중기적으로 재정안정성 회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이미 신뢰가 저하된 국가들은 시급히 재정안정성 회복 노력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단기간의 급진적인 시정은 경기침체를 다시 가져올 위험이 있어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은행은 ‘유로화의 미래’ 보고서에서 “이번 사태로 유럽경제통화동맹(EMU)체제가 소멸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회복까지 긴 시간이 걸리고, 유로화도 예전 같은 강세통화의 지위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고서는 가능성 높은 EMU 체제의 붕괴 시나리오 두 가지를 소개했다. 하나는 독일 등이 구제 금융을 투입했지만 위기국가와 함께 국가신용등급이 줄줄이 하락하는 경우로 독일 등이 구제금융의 실익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지원 중단을 결정하면서 EMU가 무너지는 것이다. 또 독일 등 핵심국이 위기국가에 구제 금융을 계속 투입하면서 도덕적 해이 문제가 대두되고 유로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핵심국들이 EMU에서 탈퇴하는 경우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럽 재정 위기 가능성 진단’ 보고서를 통해 “올해 남유럽 국가 재정악화를 고려해 볼 때 구체적 구제 계획이 미뤄질 경우 유럽 전체로 위험이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경주 박성국기자 kdlrudwn@seoul.co.kr
  • 칸 경쟁부문 진출 ‘하녀’ 전도연·‘시’ 윤정희

    칸 경쟁부문 진출 ‘하녀’ 전도연·‘시’ 윤정희

    12일 개막하는 제63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시’와 ‘하녀’가 각각 초청받았다. 한국 영화 두 편이 칸 경쟁 부문에서 격돌한 것은 2004년 ‘올드보이’와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2007년 ‘밀양’과 ‘숨’에 이어 세 번째다. 올해 더욱 관심을 끄는 까닭은 과거 한국 영화계를 대표했던 여배우 윤정희(66)와 ‘밀양’으로 칸 여우주연상을 받은 지금의 한국 영화계 대표 여배우 전도연(37)이 그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윤정희와 전도연은 칸을, 그리고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전도연 “결혼·출산 경험으로 하루아침에 연기 달라지지 않아” 호사가들은 연기보다 노출 수위에 대해 입방아를 찧는다. 여배우로서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고민은 출연 전의 몫이고 결정 뒤에는 견뎌내고 이겨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작품에서의 노출은 여배우 몸을 한 번 더 보여주려는 게 아니라 영화 흐름상 자연스러운 부분이었죠. 배우는 몸으로도 마음으로도 표현해야 하는 직업입니다. 옷을 입고 벗고 여부에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연기하려고 노력했는데 아직도 조금은 불편한 느낌이 있는 것을 보면 배우로서 극복해야 할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노출 연기는 흐름상 자연스러운 부분일 뿐” 6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전도연이 던진 말이다. 임상수 감독의 ‘하녀’로 3년 만에 다시 칸국제영화제에 나들이 가게 된 그녀. 천생 연기쟁이가 분명했다. ‘하녀’는 1960년 김기영 감독이 연출한 같은 제목의 작품을 리메이크했다. 전도연은 부잣집에 하녀로 들어갔다가 대저택에서 왕처럼 군림하는 주인 훈(이정재)과 은밀한 관계를 갖게 되고 결국 임신까지 하지만 버림받는 비극적 캐릭터, 은이 역을 맡았다. 그는 이전엔 ‘하녀’라는 작품이 있는지 몰랐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원작을 제대로 본 것은 촬영에 들어가고 나서였다. “제가 연기하는 은이는 원작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라는 것을 깨닫게 됐죠. 원작에서 은이는 처음부터 금방 사고를 칠 것 같은 위험한 캐릭터였지만 이번 작품에서 은이는 평범하고 순박한 캐릭터입니다. 초반에는 은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어려움이 많았지만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극복할 수 있었죠.” 결혼과 출산이 연기에 영향을 줬을 법도 했다. 그러나 전도연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결혼 전이나 아이를 낳기 전이었다 해도 ‘하녀’에서의 연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결혼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인간적으로 성숙했다거나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갑자기 모성애가 부쩍 늘어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물론 아내로서, 엄마로서의 경험이 앞으로는 좋은 자양분이 되겠지만요.” 종전에는 시나리오를 보고 작품을 선택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고 했다. 평소 임 감독과 작업해 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작은 부분의 이면을 파헤쳐 냉소적이면서도 따뜻하게 보여주는 연출 스타일이 매력적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흔쾌히 받아들였다. 영화 ‘밀양’으로 그녀를 칸의 여왕으로 만들어준 이창동 감독과는 스타일이 어떻게 다를까. “임 감독님이 어떤 장면에서 자신이 담고 싶은 지점을 명확하고 직선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이 감독님은 배우도 함께 고민하게 만드는 스타일이에요. 임 감독님과의 작업이 즐겁고 기대되는 부분이 있다면 이 감독님과의 작업은 어찌 보면 힘들고 고통스러운 순간도 있죠. 하지만 두 분 모두 배우를 한 단계 더 발전하게 만들어 준다는 공통점이 있죠.” ●영화 ‘시’ 시나리오 정말 대단 칸에 함께 가는 ‘시’는 시나리오 때부터 접했다고 한다.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져 이 감독에게 문자를 보냈을 정도라고. 영화계 대선배인 윤정희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선생님이 출연한 작품을 즐겨본 세대는 아니기 때문에 어려워하는 마음이 컸어요. 범접하지 못할 정도로 거리가 있는 분으로 느껴졌죠. 이전에도 여러 번 선생님을 만났지만 ‘시’를 보고 나서야 선생님이 가깝게 느껴졌어요. 이제는 제가 먼저 말을 붙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작품 활동을 계속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후배들이 본받을 수 있도록 말이죠.” 그녀는 13일 프랑스로 떠날 예정이다. 두 번째 칸 나들이에 대한 소감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전에 상을 받았기 때문에 홀가분해요. ‘하녀’가 상을 받는다면 작품 전체 상(황금종려상)이었으면 합니다. 2007년 칸에 처음 갔을 때는 1분 1초라도 온전한 정신이었던 순간이 없었어요. 말 한마디 한마디가 기사화되는 것을 보고 움츠러들기도 했고요. 이번에는 차분한 마음으로 즐기다 오려고 해요.”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윤정희 “작품상 탔으면… 영화속 미자 불쌍해 운 적도 많아” “아이, 그때 내가 왜 그랬나 몰라. 바보같이. 내 온 몸을 바쳐서 열심히 했다고 말했어야 했는데…. 그런데 많은 말을 하고 싶지가 않더라고. 영화의 여운을 깰까봐….” 영화 ‘시’가 처음 공개된 날, 기자간담회에서 유독 말을 아꼈던 이유를 묻자 주연배우 윤정희는 마치 시험지에 틀린 답안을 쓰고 나온 학생처럼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영화 ‘시’로 16년 만에 스크린 컴백 밝고 낭랑한 목소리, 부드럽고 온화한 미소. 여전히 소녀적인 감성은 그녀 얼굴의 주름살을 잠시 잊고 이야기에 빠지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평소에 자주 웃고,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살아요. 현실을 심각하게 생각하기보다 작은 데서 행복을 느끼면서 낙천적으로 살려고 하죠. 저 창밖에 비치는 햇빛과 꽃봉오리를 보세요. 정말 아름답지 않나요.” 가리키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잠시 잊고 지낸 봄이 곁에 와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제63회 칸영화제는 우리가 잊고 지낼 뻔했던 배우 윤정희를 16년 만에 세상 밖으로 끄집어냈다. “상 욕심은 없지만, 여우주연상보다 작품상이 더 탐납니다. 영화에 참여했던 감독뿐 아니라 배우, 스태프 등 모두에게 주는 상이니까요. 솔직히 그보다 난 우리나라 관객들의 평가가 더 궁금해요.” 칸영화제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게 될 후배 전도연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더니 “영화 ‘내 마음의 풍금’ 때 내가 심사위원으로 있던 영화제에서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여우주연상을 줬던 기억이 있다. 연기를 참 잘 하는 배우”라고 치켜세웠다. ‘시’는 홀로 외손자를 기르는 60대 여성이 문학강좌를 들으면서 시를 쓰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린 영화다. 한 편의 단편소설을 읽은 것처럼 문학적 감수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윤정희는 ‘만무방’ 이후 16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했다. “늘 영화를 가까이 하면서 살았기 때문에 촬영장에서 만난 스태프도 동창생처럼 반갑고 전혀 어색하지 않았어요. 감독의 요구이기도 했고, 나도 변화를 원했기 때문에 최대한 자연스러운 연기에 초점을 맞췄지요. 그런데 그게 더 어렵더라고. 차라리 통곡하는 연기가 더 쉽지….” 영화 속 미자는 고단한 일상에도 꽃을 좋아하고, 치장하는 것을 즐기는 소녀 같은 60대 할머니. 그러나 성폭행을 당한 뒤 자살한 소녀의 죽음에 손자가 관련됐다는 고통스러운 사실과 깊어가는 알츠하이머병 때문에 시를 쓰는 일은 더욱 어렵기만 하다. “미자는 곁에 친구도 한 명 없는 외로운 사람이죠. 유일하게 딸과 전화로 대화하는 것이 전부지만, 자신의 고통을 단 한마디도 말하지 않아요. 대신 목욕탕에서 혼자 울면서 슬픔을 삼키죠. 미자의 모습을 생각하면 너무 불쌍해서 실제로 운 적도 많아요.” ●“뭐가 급해? 어차피 평생 (연기)할 건데…” 그러나 미자는 아무리 어려운 일을 당해도 금세 잊고 특유의 명랑함과 엉뚱함으로 극복한다. 역설적인 슬픔이다. 모진 세월을 감내한 우리네 어머니는 물론 윤정희 자신과도 너무나 닮아 있다. 공교롭게도 윤정희의 본명은 손미자다. “우리 땐 다 그랬죠. 그래서 난 요즘 연예인들이 자살을 많이 하는 것을 보면 안타까워요. 헛소문이라면 과감히 고개를 돌리면 되고, 잘못을 했다면 책임을 지고 교훈을 삼으면 될 일이지 절대로 생명까지 바꿔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녀가 건넨 명함엔 남편의 이름(피아니스트 백건우)만 적혀 있다. 프랑스에서 살고 있는 부부는 한국에 오면 휴대전화를 함께 쓴다. 그녀가 아직도 여배우의 감수성을 유지하는 것은 ‘34년 동반자’로 곁을 지켜온 남편 덕도 크리라. “우린 일 이외의 물질이나 명예엔 큰 욕심이 없어요. 영화, 음악, 음식, 여행 등 아직도 대화거리가 많죠. 앞으로도 배우라는 직업을 아껴가면서 자신있고 편안하게 연기하고 싶어요. 백발에 주름살이 져도 멋쟁이 역할이 있을 것 같아. 뭐가 급해요? 어차피 평생 할 건데….”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한나라 vs 전교조…조의원 빼곤 그대로 손배소송 강행키로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이 4일 자정을 기해 홈페이지에 게재한 교원단체 명단을 삭제하기로 했지만,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우선 조 의원에 동조한 한나라당 의원들이 명단 삭제를 거부했고, 전교조는 조 의원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예정대로 강행하기로 했다. 여기에 김형오 국회의장과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까지 가세해 판을 키우는 모습도 연출됐다. 조 의원이 명단 삭제를 선언하며 내놓은 자료가 또 다른 불씨를 지피고 있다. 조 의원은 자료에서 전교조는 귀족노조라며, ‘국회의 무력함에 자괴감을 느낀다.’, ‘전교조가 특유의 정치색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생계 등의 이유로 법원 결정을 따르지만 법원이 국회와 대립해 정치적인 판단을 내렸다고 날을 세웠다. 이에 전교조는 “지금도 전교조 명단 공개를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하려는 ‘불법 릴레이’가 계속되고 있고, 조 의원이 명단을 삭제하고 다른 의원이 다운받을 수 있게 명단을 올리는 것은 ‘두더지 작전’”이라고 논평, 조 의원의 명단 삭제조치를 평가절하했다. 전교조는 법원의 판단에 따른 1억 2000만원의 강제이행금에 대한 집행권을 확보하기 위해 법원에 강제집행문도 신청하기로 했다. 또 조 의원을 상대로 낸 소속 교원 1인당 최소 10만원씩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절차를 밟는 한편 다른 의원들에 대한 소송도 추가 제기하기로 했다. 야권의 공세도 전혀 풀이 죽지 않았다. 민주당 김현 부대변인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기 전에 사법부에 대한 조직적 대항을 사과하고, 교원단체 가입 명단을 즉각 삭제하기 바란다.”고 압박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조 의원은 거대 권력과 싸운 민주투사도 아니고 순교자도 아니다.”고 되레 공세 수위를 높였다. 한국교총은 다소 누그러진 반응을 보였다. 교총은 “조 의원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사회적 논란을 해소하길 촉구한 교총의 제안을 수용한 것으로 보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 “다른 의원들도 스스로 명단 공개를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김형오 의장은 국회 정례기관장 회의에서 “사법부의 판단은 일단 존중하는 것이 입법부의 도리”라면서도 “3000만원의 벌금은 좀 지나치지 않나 싶으며, ‘사법부의 정치화’라고 우려할 만한 수준의 판결”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 의장은 전교조 명단 공개에 동참한 의원들이 자발적으로 명단을 삭제하는 대신 전교조가 자체적으로 명단을 공개하라고 말했다. 정치권의 공방과는 별개로 법조계에서는 조 의원과 전교조 사이에 남은 법적 절차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게시를 하루 연장할 때마다 전교조에 3000만원씩 물어야 한다는 법원 결정에 불복해 조 의원이 낸 항고가 받아들여질 경우 1억 2000만원을 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놓고도 법조계 안팎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홍희경 유지혜 임주형기자 saloo@seoul.co.kr
  • 하토야마 진퇴 가를 ‘운명의 5월’

    │도쿄 이종락특파원│하토야마 유키오 총리의 진퇴가 이르면 다음달 말 결판날 전망이다. 내각 지지율의 추락이 멈추지 않는 가운데 오키나와현 미군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가 다음달 말까지 해결되지 않을 경우 퇴진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 23~25일 실시된 후텐마 기지 이전 여부에 따른 총리 거취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7%가 다음달까지 결론내지 못하면 ‘퇴진해야 한다.’고 답했다. ‘퇴진할 필요 없다.’는 36%에 불과했다. 내각 지지율은 정권유지 위험수위인 24%까지 떨어졌다. 앞서 아사히신문과 마이니치 신문의 조사에서도 하토야마 총리가 약속대로 후텐마 기지 문제를 정리하지 못한다면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이 각각 51%, 53%로 나왔다. 이달 초 이뤄진 요미우리신문과 교도통신 조사에서도 각각 49%와 47.1%가 퇴진을 요구했다. 후텐마 기지 이전을 놓고 벼랑 끝에 몰린 하토야마 총리는 지난 23일 참의원 본회의에서 “총리로서 모든 정책에 직을 건다는 각오로 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면서 “그 중에는 후텐마 이전 문제도 당연히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하토야마 총리가 스스로 총리직을 걸고 후텐마 문제의 해결 의지를 밝혔지만 내각 대변인인 히라노 히로후미 관방장관은 지난 19일 “후텐마 이전 문제가 5월까지 해결되지 않더라도 총리의 퇴진은 없을 것”이라면서 ‘총리 퇴진론’에 선을 그었다. 27일 도쿄에서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태차관보와 회담을 갖는 하토야마 총리는 여전히 “반드시 5월말까지 후텐마 문제를 마무리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후텐마를 둘러싼 일본과 미국의 입장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극적인 타협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은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후텐마 기지의 헬리콥터부대 등 50% 이상의 기능을 가고시마현 도쿠노시마로 옮기는 한편 나머지는 오키나와현 미군기지 캠프슈워브 육상부로 이전하는 안을 염두에 두고 있으나 오키나와현과 도쿠노시마 모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합의 당사국인 미국 역시 기존 미·일 합의가 최선이라며 분산 이전안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jrlee@seoul.co.kr
  • [부고] ‘21년간 올림픽 대통령’ 사마란치 前위원장 하늘로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심장 이상으로 21일 별세했다. 90세. 스페인 바르셀로나 퀴론 병원의 카를로스 세귀 대변인은 심장 이상으로 매우 위중한 상태에 빠졌던 사마란치 전 위원장이 이날 결국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병원 측은 사마란치 전 위원장이 급성 관상동맥기능 부전으로 지난 18일 병원에 입원했으며, 입원 직후 쇼크 상태에 빠졌다고 덧붙였다. 사마란치 전 위원장은 진정제를 투여 받고 인공 호흡기에 의존했고, 추가 검사가 예정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920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사마란치는 이에세 경영대학원(IESE Business School)을 졸업하고 스페인올림픽위원회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뒤 1967년 스페인 체육장관으로 임명됐다. 사마란치가 스페인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동시에 IOC 위원으로 선임된 것도 그해였다. 1974~78년 IOC 부위원장을 지낸 사마란치는 1980년 IOC 제7대 위원장 자리에 올랐다. 사마란치는 1977~80년 주소련 대사를 지내면서 소련 정부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한 것이 IOC 위원장 선출에 큰 힘이 됐다. 특히 사마란치는 한국과 각별한 인연을 가졌다. 1988년 서울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치러질 수 있도록 원조를 아끼지 않았고,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될 때도 많은 도움을 줬다. 그는 재임 기간 순수 아마추어리즘에서 탈피해 스폰서십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방송 중계권료를 비약적으로 키우면서 IOC의 재정을 확대시켰고, 올림픽을 세계 최대 스포츠 행사로 탈바꿈시켰다. 또 스위스 로잔에 위치한 IOC 본부 인근에 올림픽 박물관을 개관했으며 스포츠중재재판소(CAS)를 창설한 데 이어 2000년 시드니올림픽부터는 IOC 선수위원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1999년 불거진 ‘솔트레이크시티 스캔들’로 인해 도덕성에 타격을 입은 사마란치는 2001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자크 로게 위원장에게 대권을 물려주고 종신 명예위원장으로 추대되면서 21년 동안의 위원장 생활을 마무리했다. 권좌에서 물러났지만 그는 최근까지도 올림픽이나 각종 IOC 총회에 참석하면서 활발한 활동을 했다. 현재 그의 아들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주니어도 IOC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IOC 총회 당시 2016년 여름올림픽 유치에 나선 스페인 마드리드를 지원하기 위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참석한 사마란치는 “내 나이 89세로 이제 생의 마지막에 와 있다. 나를 위해서라도 마드리드를 지지해 달라.”고 IOC 위원들에게 호소하기도 했다. 대한올림픽위원회(KOC)는 장례 일정이 확정되는 대로 조문단을 파견할 예정이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이슈 Q&A] 이란, 핵제재속 中 의존도 확대 왜

    미국과 유엔 등 국제사회는 핵 개발에 나서고 있는 이란에 대해 다양한 경제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중국은 이란과 긴밀한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중국과 이란의 ‘특수 관계’는 어떤 배경에서 형성됐고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갈지 홍성민 중동경제연구소 소장, 박철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아·중동팀 전문연구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짚어봤다. Q: 이란·중국 양국교류 현황과 배경은. 홍성민: 이란으로서는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조치를 돌파하려는 의도가 강하다. 중국은 이란의 최대 수출입 상대국이 됐다. 반면 2008년 이후 유럽연합(EU)의 대 이란 교역은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특히 이란은 정유시설이 부족해 정유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데 일일 휘발유 소비량 12만배럴 가운데 3만~5만배럴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박철형: 이란에 중국은 미국을 대체할 수 있는 경제협력 동반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란의 입장을 옹호해줄 수 있다는 점도 엄청난 매력이다. 중국 입장에서도 이란은 자원과 수출시장 확보 측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이란은 중동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맹주 자리를 다투고 있다. 전 세계 원유 매장량의 10%와 천연가스 매장량의 16%를 보유한 자원대국이다. 한반도보다 7.5배 넓은 영토와 7000만명에 달하는 인구 등 잠재력이 엄청나다. 중국이 이란에 정성을 쏟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할 노릇이다. 경제제재로 인한 미국과 유럽의 공백을 중국이 메우고 있다. Q: 이란에서도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에 대해 우려한다는 분석이 있는데. 홍: 그건 순전히 미국 시각일 뿐이다. 국익을 위해 동맹을 맺거나 파기하는 건 이란이나 미국이나 다를 게 없다. 이란은 경제적으로 중국이 활로가 되니까 활용할 뿐이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이란으로서는 당장 편 들어줄 나라도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경제적 고립을 탈피해야 하는데 거기다 대고 (워싱턴포스트가) ‘중국 의존도가 높아진다.’고 지적하는 건 배부른 소리일 뿐이다. 박: 일각에서 중국 영향력 확대라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그런 우려 자체가 양국간 긴밀한 교류협력을 방증하는 징표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이 이란에만 구애를 하는 것도 아니다. 중국은 아프리카와 중동에 동시다발적으로 접근한다. Q: 경제제재에 대한 이란의 입장은. 홍: 제재수위가 높아지면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진다. 이란이라고 마냥 반가울 리가 없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13일 “우리 권리를 존중한다면 대화하고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는데 이란의 의중을 정확하게 보여준다. 바로 ‘평화적 핵개발’과 ‘경제발전’이다. 이란은 석유와 은행 등 국가주요산업이 국가소유이고 민간자본의 비중이 낮다. 미국 요구처럼 민영화해도 인수할 국내자본이 없기 때문에 결국 고스란히 서방 거대자본만 이득을 챙길 수밖에 없다. 특히 현지에선 미국이 이란의 석유산업을 차지하기 위해 핵개발을 문제삼는다고 의심한다. Q: 이란과 중국 관계를 전망한다면. 박: 대이란 경제제재 조치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미국은 1987년 수입금지를 시작으로 1997년까지 이란과의 모든 교역·투자를 금지했다. 유엔도 2006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제재 결의안을 채택했다. 하지만 2008년 이란의 수출규모는 1070억달러로 2003년(320억달러)보다 230% 증가했다. 물론 에너지개발 부문에서는 외국인투자를 억제하는 ‘보이콧’ 효과를 내고 있다. 경제제재가 계속될수록 이란은 더욱더 중국을 필요로 한다. 핵개발 사태에도 불구하고, 혹은 핵개발 사태 덕분에 양국간 협력은 지속될 것으로 본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선택 2010 지방선거 D-50] 北風·韓風 등 곳곳에 변수 잠복… 표심 안갯속

    [선택 2010 지방선거 D-50] 北風·韓風 등 곳곳에 변수 잠복… 표심 안갯속

    6·2 지방선거의 판도가 요동을 치고 있다.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세종시 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선거현장을 삼킬 듯했지만, 천안함 침몰과 한명숙 전 총리의 무죄선고로 선거 쟁점과 구도에 상당한 변화가 일고 있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누구도 승패와 유불리를 점칠 수 없는 긴장감이 선거판을 뒤덮고 있다. 주요 관전포인트를 살펴봤다. ① 천안함사고 파장 안보선거 재연 vs 오히려 역효과 정치권은 요즘 천안함 침몰과 선거와의 관계를 언급하기를 꺼리고 있다. 그만큼 민감하게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야당은 이른바 ‘안보 선거’가 재연될까 지레 놀라는 눈치다. “정부·여당이 확인도 안 된 상황에서 북한을 침몰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고 하는 데에는 그같은 움직임을 미리 차단하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1차적인 조사 결과는 6월 지방선거 전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에 따라 분위기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침몰의 원인이 암초 충돌이나 내부 폭발 등 북한 이외의 것으로 밝혀지면 여권은 크게 곤란해질 수 있다. 야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야당은 진작부터 현 정권의 안보시스템이 문제를 드러냈다고 공격해 왔다. 문제는 북한이 관련됐다는 조사결과가 나올 때이다. 정국은 야당의 우려대로 ‘안보 국면’으로 급격히 조성될 개연성이 높다. 그러나 ‘안보 선거’로 이어질지는 점치기 어렵다. 12일 몇몇 여권 인사들은 “안보 문제, 대북 문제로 선거에서 재미보던 시대는 지나갔다.”면서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들은 2000년 16대 총선을 사흘 앞두고 ‘김대중 대통령-김정일 국방위원장간 정상회담 성사’가 발표된 것이 선거에 악영향을 끼친 사실을 예로 들고 있다. 2007년 10월 이뤄진 노무현 대통령과 김 국방위원장 사이의 정상회담도 두달 뒤인 17대 대통령선거에 별 영향을 주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번 천안함 침몰은 인명 피해 등 과거에 비슷한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엄중한 상황이라는 점이 그 파장을 가늠하기 어렵게 한다. 일부에서는 “침몰 원인이 북한이라는 점이 확인만 되면,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국민적 공분이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북한의 계획적인 공격에 의한 것으로 판명된다면, 이런 공분이 강력한 대북 대응을 요구하면서 정치권에 엄청난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과정에서 사회는 대북 대응의 수위와 방법을 둘러싸고 갈등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된다. 표심(票心)은 사회적 압력과 갈등이 어느 선에서 형성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보수가 집결해 정부·여당에 힘을 실어줄 수도 있지만, 극단적인 ‘충돌’이 우려되면 일부는 반대쪽에 설 수도 있다. 진보는 한쪽으로 결집할 가능성이 높지만, 중립 성향의 표는 사회 분위기에 따라 휘둘릴 수 있다. 이처럼 복잡한 방정식이기 때문에 어떤 전문가들은 “상상하기 싫다. 차라리 ‘영구 미제 사건’으로 끝나는 게 낫다.”는 얘기까지 조심스럽게 하고 있다. 천안함 침몰을 놓고 각 당은 유리한 판세 조성을 위해 다각도의 대비 논리를 세워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 한쪽이 선거 구도에 불리함을 느끼면 천안함을 ‘선거 공학’으로 사용할 유혹을 느낄 수도 있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② 한명숙 무죄 판결 與 “약효 오래 안가”… 野 폭풍의 핵 기대 6월 지방선거에서 최대 승부처가 될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무죄 판결을 받은 한명숙 전 총리가 폭풍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인 5월23일은 지방선거를 불과 열흘 남겨둔 시점이어서 ‘맞상주’격이었던 한 전 총리가 얼마나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정치권 일각에서는 본격 선거전이 진행될수록 ‘한명숙 바람’이 민주당의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전 총리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이번 사건은 저 개인이 아니라 민주당과 민주진영 전체에 대한 정치탄압이란 측면에서 이 사건의 파고를 넘지 못하면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기 때문에 민주당도 저를 지탱해주셨고, 국민도 제 손을 잡아줬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검찰이 한 전 총리가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새로운 혐의를 잡고 ‘설욕전’을 벼르고 있는 것이 변수다. 사건의 최종 결론과는 상관없이 선거일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한 전 총리는 물론 측근에 대한 소환조사, 압수수색 등이 계속된다면 유권자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다. 이미 지난 재판 과정에서 한 전 총리의 ‘클린 이미지’가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제 와 물러설 수 없다는 정면돌파 의지를 보이고 있다. 현실적으로도 한 전 총리를 대신할 만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은 데다, 무죄 판결 이후 검찰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어 검찰이 기소를 강행하더라도 해볼 만한 싸움이란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민주당이 새롭게 시작된 검찰 수사를 ‘표적수사’로 규정하고 이에 응하지 않기로 한 것도 이같은 기류를 반영한다. 한 전 총리 역시 의총에서 “이제 정치검찰의 법정에 서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과 함께 국민의 법정에 서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한나라당의 서울시장 경선 후보들은 수사과정에서 검찰이 제출한 증거자료 등을 토대로 한 전 총리의 도덕성을 공격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이와 별도로 ‘브랜드 정책’을 앞다퉈 발표해 무죄 입증으로 선거운동을 대신 하고 있는 한 전 총리와 차별성을 꾀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어느 정도 예상한 무죄판결의 약효가 그리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경선이나 본선 과정에서 TV토론 등을 통해 각 후보의 구체적인 정책이나 콘텐츠가 드러나면 한 전 총리가 누리고 있는 거품 효과가 사그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③ MB정책-세종시·4대강 與 “찬성여론 확산” vs 野 ‘정부 심판론’ 당초 이번 지방선거에서 ‘태풍의 눈’이었던 세종시가 현재로서는 천안함 침몰에 일부 가려진 모양새다. 한나라당 내 친이(親李) 주류 쪽에서도 세종시 수정법안의 4월 국회 처리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들 하고 있다. 그러나 세종시는 4대강 살리기 사업과 함께, 이명박 정권의 ‘대표 정책’이라는 점에서 선거전이 본격화하면 민심을 가르는 정책 현안으로 되살아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자유선진당은 자유선진당대로,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계속 불씨를 지피고 있다. 자유선진당은 세종시, 민주당은 4대강 사업의 ‘이해당사자’를 자임하며 계속 여권을 공격하고 있다. 여권에서는 최근 세종시 수정안 추진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는 주장을 꾸준히 펴고 있다. 특히 수도권에서 ‘수도분할 불가’라는 논리가 먹히면서 여권의 서울시장·경기지사·인천시장 수성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4대강 사업 문제로는 여권이 분명한 열세다. 일부이긴 하지만 불교에 이어 천주교계와 기독교계까지 반대에 가세했다. 환경 파괴의 대표적 토목공사로 지목됐다. 상황 관리의 실패다. 민주당을 비롯해 야당은 4대강 사업과 세종시를 묶어 이명박 정부의 정책적 실패로 몰아가려 하고 있다. ‘정부 독주에 대한 심판론’으로 연결시키는 분위기다. 올 초만 해도 세종시 문제가 워낙 거대해 4대강 사업은 쟁점으로 자리잡기 어려웠던 점을 생각하면 여권으로선 뼈아픈 대목이다. 다만 일률적인 결과를 예상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포스커뮤니케이션 이경헌 대표는 12일 “4대강 사업 지역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곳에서는 오히려 집권 여당에 우호적인 표심이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환경과 지역 개발의 문제와 연관된 만큼 4대강 소외 지역에서는 여당에 비판적인 민심이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④ 야권후보 단일화 텃밭 호남 등 민주당 양보가 변수 야권은 한나라당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지방자치권력을 견제하려면, 후보 단일화로 ‘1대1 구도’를 만드는 것이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1월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한 ‘5+4 선거연대’가 출범했지만, 각당의 이해관계가 얽혀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다. 선거연대의 성사는 ‘맏형’격인 민주당이 기득권을 얼마나 양보하느냐에 달려있다. 경기지사 후보 선출에서는 민주당이 한 발 물러서는 형국이다. ‘유시민 효과’를 견제하려고 내세웠던 ‘정당 지지도 및 비호감도 조사’ 등을 포기하고, 국민참여당에서 주장하는 ‘여론조사에 따른 단일화 후보 선출’ 방식을 상당 부분 수용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문제는 민주당이 이미 다른 야당에 내주기로 한 기초단체장 지역을 재조정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명목은 한나라당 후보와 맞서 이길 ‘본선 경쟁력’이 우선이라는 것이지만, 해당 지역 출신인 비주류 의원들의 거센 반발이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텃밭인 호남을 양보할지도 변수다. 다른 야당들은 실제로 야권 단일화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낮다고 하더라도 선거연합의 상징적 의미를 고려해 호남 기초단체장 일부를 내놓으라는 입장이지만, 민주당 호남 지역 의원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민주당 협상 대표인 김민석 최고위원은 12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서울·경기 지역을 잘하면 되지, 왜 호남까지 내놓아야 하느냐는 목소리가 높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협상에서 빠진 진보신당이 야권연대로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노회찬 대표(서울시장 후보)와 심상정 전 대표(경기지사 후보)를 고려한 ‘빅딜’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과제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여야 서울시장 경선 불붙었다

    ■ 한 ‘정책대결’ 점화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이 달아오르고 있다. 11일 여의도 당사에서는 나경원·김충환·원희룡 의원이 순서대로 줄줄이 모습을 드러내 선거 정책을 쏟아냈다. 특히 원 의원과 나 의원은 민주당 유력 후보인 한명숙 전 총리의 무죄 선고에 따라 경선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나 의원은 서울과 경기·인천이 연계하는 ‘메가 서울 구상’을 내놓았다. 그는 “서울·경기·인천을 잇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를 건설하고, 한강과 서해를 연결하는 한강 뱃길로 중국, 일본 등의 세계도시와 연결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 총리 문제에는 “사실상 야당 후보로 확정된 만큼 최초 여성 서울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며 여성대결 구도를 강조했다. 김 의원은 안전 및 기후변화 정보 등을 공유하는 ‘동북아 도시간 협력’을 제안했다. 그는 “한강 교량은 물론 서울시가 건설 중인 한강 인공섬에 대해서도 철저한 안전점검을 실시하겠다.”며 ‘안전한 서울’을 제창했다. 한 전 총리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시민들은 한 전 총리가 시정(市政)을 수행할 능력이 있는지를 묻지 않았다.”면서 “이제는 ‘한 전 총리가 일을 잘할 수 있을까.’라고 질문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 의원은 ‘서울 시정개혁안’을 발표했다. “2008년 서울시 본청 부채만 1조 6800억원으로 2004년에 비해 57% 늘었다.”며 오세훈 시장을 겨냥했다. 시민예산참여제의 도입과 여성부시장 기용도 약속했다. 원 의원은 이어 “안이한 경선 일정은 우리 모두를 위태롭게 한다.”며 후보검증 청문회 도입, 경선운동기간 열흘 이상 확보, TV토론회 3회 이상 개최, 동서남북 권역별 토론회 실시 등 4가지 조치를 요구했다. 나 의원도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경선 연기와 함께 권역별 경선제도 도입, TV토론회 3회 이상 개최 등을 제안했다. 오 시장은 당초 이날 하려던 출마선언을 연기하면서 “현직인 만큼 선거 관련 일정은 천안함 인양과 수습과정 등을 고려해 그 시기와 수위를 신중하게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 민 ‘정치보복’ 부각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한명숙 전 총리가 정치 보폭을 넓히면서 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한 전 총리는 검찰의 추가 수사를 의식해 검찰과 정권의 ‘정치 보복’을 부각시키는 한편 본격 선거전에 대비해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 ‘한명숙 공동대책위원회’는 11일 서울 합정동 노무현재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법무부장관·검찰총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앞서 열린 공대위 간부회의에서 한 전 총리는 “검찰이 4개월 동안 터무니없는 사실로 망신과 모욕을 주었다.”면서 “선거를 앞두고 또 시작이니, 참으로 사악하고 치졸한 정권”이라고 소회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총리는 전날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는 것으로 무죄 선고 뒤 첫 공식 행보를 시작했다. 한 전 총리는 권양숙 여사와 한참을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며 “대통령님이 돌아가셨을 때 국민들 가슴 속에 한이 맺혔는데, 일단 한 번 풀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이어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으로 옮겨 자서전 사인회를 열었다. 한 전 총리는 12일에는 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소속 의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밝힐 예정이다. 당초 22일 서울시장 출마선언이 예정돼 있었지만, 천안함 침몰 사건 등을 감안해 일정을 늦추는 방안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한 전 총리의 전략공천 가능성이 제기되자, 일찌감치 바닥을 훑어온 이계안 전 의원 등은 잔뜩 경계하고 있다. 이 전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민주당은 적벽대전처럼 동남풍만 불면 다 되는 것으로 알지만, 사실 손권·유비 연합군은 10만개의 화살을 준비해서 이긴 것”이라면서 “당내 경선으로 모든 이야기를 걸러 본선에서 한나라당의 공세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전 총리는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의 출마가 예상되는 7월 서울 은평을 재·보선에서 승리해 대권 후보로 부상하는 게 옳다.”고도 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日외교청서 ‘독도 영유권’ 논란] “日, 한국 강경대응 원해…로드맵 없는듯”

    일본 정부는 독도에 대해 무슨 꿍꿍이속으로, 어떤 전략을 구사하고 있나. 국제법·조약법 전문가인 이석우 인하대 법대 교수와 김병렬 국방대학교 국제관계학부 교수로부터 일본의 시각에 맞춰 독도 문제를 들어봤다. ●Q:독도 영유권 주장을 통해 일본이 얻으려는 최종 노림수는. 이:복합적이다. 당연히 목표는 독도의 영유권을 갖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익세력이라는 국내정치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김:당장은 ‘일본 것이라는 증거도 많은데 방치해서야 되겠느냐.’ 하는 차원도 존재한다. 영토문제에 관한 한 양보하지 않는다는 강한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할 필요도 있다. ●Q:일본 정부가 치밀한 계획 아래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일본 정부가 ‘독도를 되찾겠다.’는 정책 목표가 있긴 하지만 구체적인 일정표 같은 게 있다고 보긴 힘들다. 일본 입장에선 독도문제는 한국을 다루는 데 꽤 유용한 정책 도구다. 한·일관계에 돌파구를 열어야 할 때는 ‘독도문제는 거론하지 않겠다.’고 하면 되고, 공세를 펴야 할 때는 어떤 방식으로든 독도문제를 건드리기만 하면 된다. 김:1994년 유엔해양법협약 발효를 기준으로 독도 문제의 위상이 달라졌다. 그 전까지 바다에는 12해리 영해와 공해만 있었다. 협약 발효 이후 한국의 동해와 일본의 동해로 배타적경제수역을 설정해야 하는 문제가 대두됐다. 1994년 이전에는 그저 주기적으로 ‘일본땅이다, 철수해라.’ 하면서 주일대사관에 쪽지 하나 전달하는 게 전부였지만 1994년 이후부터 일본은 동해가 일본 차지가 되면 가장 좋고, 누구 차지도 되지 않으면 차선, 한국이 차지하면 최악으로 보게 됐다. 일본 입장에선 현상유지만 해도 손해볼 건 없다. 일본이 독도지배를 위한 로드맵이 있다기보다는 국제정세 변화에 대응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Q:일본의 정권에 따라 독도 문제에 대한 접근 차이가 있나. 김:어느 국가나 영토문제는 정권교체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민주당 정권이라고 해서 예전과 달라질 거라고 기대하는 건 너무 안일한 발상이다. ●Q:일각에선 ‘조용한 대응’은 곧 ‘유약한 대응’ 혹은 ‘무대응’이라는 비판이 있다. 이:독도문제는 한국이 지키는 입장이기 때문에 일본대사를 부르는 것 말고 달리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무시하는 게 현실적으로 괜찮은 대응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일본은 국제사회에 ‘독도는 분쟁지역’이라고 알려야 하는 처지다. 민간에서 순수한 열정으로 미국 신문에 ‘독도는 한국땅’이란 광고를 내는 경우가 있는데 외국인들이 광고를 보고 ‘아, 한국과 일본이 독도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구나.’ 하고 느끼는 순간 ‘독도=분쟁지역’이라는 인식이 생긴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Q:한국과의 마찰을 통한 일본의 꼼수는. 김:일본 입장에서 본다면 한국 국민들이 좀 더 격한 반응을 보여서 한국 정부에 강경대응을 압박하는 게 좋다. 지금 당장 독도문제를 국제해양재판소로 갖고 간다면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하토야마 한·일우호는 말로만 독도문제 보수세력과 한통속

    하토야마 한·일우호는 말로만 독도문제 보수세력과 한통속

    │도쿄 이종락특파원│일본 문부과학성이 30일 내년부터 사용할 초등학교 사회교과서에 독도의 영유권을 노골적으로 적시한 망동은 하토야마 유키오 정권에서도 영토 문제에 대한 기본 인식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일본은 자민당 정권 시절인 2008년 3월 초·중등학교 학습지도요령의 총칙에 ‘우리나라와 향토를 사랑하고’라는 문구를 넣은 데다 같은 해 7월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일본 영토에 관한 기술을 강화하라.’고 적시했다. 초등교과서는 지도요령과 해설서에 근거, 독도 영유권에 대한 주장 수위를 한층 높인 셈이다. 54년 만에 정권을 교체한 하토야마 정권 역시 이 같은 흐름을 거스르기엔 역부족이었던 점도 없지 않다. 그러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한 측면이 크다.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둔 하토야마 정권으로서는 지지층 이탈을 우려, 영토에 대한 정부의 기본 자세를 확실히 보여주기 위해서다. 한·일관계의 뒤틀림보다는 정권 유지가 우선이라는 정치적 셈법에서다. 하토야마 정권은 초등교과서 검정에서 영토 문제에 대해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할 경우, 자민당 등 보수세력의 공세를 피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했을 법하다. 동시에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함으로써 보수층의 지지를 끌어내려는 의도도 적잖다. 결과적으로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위해 “과거를 직시하겠다.”는 수시로 밝혀왔던 하토야마 정권의 입장은 ‘입발림’으로 드러났다. 독도를 역사문제가 아닌 영토문제로 접근, 자민당 정권과 같은 노선을 택했기 때문이다. 따져보면 하토야마 내각에서도 일찍이 독도에 대한 보수 쪽의 시각을 고스란히 드러냈었다. 가와바타 다쓰오 문부과학상은 지난해 12월25일 ‘독도’라는 표현을 명기하지 않은 고교 지리·역사교과서 해설서를 발표한 뒤 “다케시마는 우리의 고유 영토로, 정당하게 인식시키는 것에 어떤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별다른 마찰이 없던 한·일 관계가 한·일 강제병합 100년을 맞은 올해 일본의 초등교과서 ‘검정 도발’에 의해 또다시 격랑에 휩쓸릴 가능성이 커졌다. jrlee@seoul.co.kr
  • [천안함 침몰 이후] 與 “초당적 협력을” 野 “靑 안보회의 결과 뭐 있나”

    여야는 천안함 침몰 나흘째인 29일에도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을 바라고, 조속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등 한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여당은 이번 사건이 몰고 올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웠고, 야당은 해군의 초기 대응 미숙 및 정부의 정보 미공개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한나라당은 이번 사고로 여권 전체에 역풍이 불 수 있다고 보고 긴장감 속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안보 대책 미흡 또는 군 시스템 붕괴로 결론날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사건이 마무리될 때까지 중앙당 상황실을 유지하고 24시간 비상근무 체제로 일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중앙당 상황실에 접수되는 각종 의견을 국방부에 전달하는 협조체제도 갖추기로 했다. 비상대책회의도 계속 가동하기로 했다. 이날 오전 열릴 예정이던 세종시 중진협의체 회의는 하루 연기됐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근거 없는 예단이나 추측, 유언비어는 실종자 구조와 사고 원인 규명에 혼란을 주는 만큼 자제해야 한다.”면서 “국회는 정쟁을 중단하고 관련 상임위를 지속적으로 가동해 실시간 상황을 파악하고, 여야의 초당적 협력을 통해 국회차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국회 정보위원회 소집 요구는 거절했다. 민주당은 그동안에는 실종자 구조가 급선무라고 판단, 상황을 조용히 지켜봤지만 사건 발생 나흘이 지나도록 진척이 없자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과 안보태세 문제점을 본격 제기했다. 문희상 국회부의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특위도 구성했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긴급 원내대책회의에서 “청와대가 지하벙커에서 여러 차례 안보장관 회의를 열고도 아무런 내용도 밝히지 못한 것에 국민의 의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지원 정책위의장도 “정부는 차분한 대응도 못하면서 회의만 소집하는데 뭘 만지작거리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첫 폭발지점과 침몰 시작 지점에 부표 표식을 하지 않아 실종자 대부분이 갇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함미 수색에 차질이 생겼고, 민간 어선이 함미 부분을 발견할 때까지 해군은 위치조차 파악하지 못했다.”며 대응 미숙을 지적했다. 이창구 허백윤기자 window2@seoul.co.kr ☞ [사진] 실낱같은 희망이라도…천안함 침몰 그후
  • [글로벌 시대]물 부족과 미래 발전 전략/남상욱 유엔공업개발기구 서울투자진흥사무소 대표

    [글로벌 시대]물 부족과 미래 발전 전략/남상욱 유엔공업개발기구 서울투자진흥사무소 대표

    인도의 데칸고원에는 높은 성곽에 둘러싸인 ‘다우라타바드’라는 거대한 고대도시가 있다. 그러나 웅장한 외양과는 달리 성문을 들어서면 인적이 드물고 양떼가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AD 1327년 인도의 투그룩왕은 수도를 델리에서 이곳으로 옮기기 위해 대대적인 도시건설에 나섰다. 건설이 대충 마무리되어 델리의 전 주민을 새 수도에 이주시키려 할 무렵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였다. 늘어나는 인구가 마실 수 있는 물이 부족한 것이다. 왕은 백방으로 물을 확보하려고 노력하였으나 수포로 돌아가면서 결국 새 수도의 꿈을 접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일, 인더스, 황하 등 큰 강이 고대문명의 요람인 것처럼 태초부터 물과 인류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물은 인간의 생명유지에 필수적일 뿐 아니라 농업, 공업 등 생산 활동에도 긴요하다. 문제는 유한한 자원인 물이 점차 부족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구증가, 도시화와 산업화에 따른 수질 오염, 기후변화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물이 줄어들고 있다. 유엔은 인류가 물을 아끼고 관리하지 않으면 21세기 중 전 세계가 심각한 물 부족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유엔이 매년 3월22일을 세계 물의 날로 제정한 까닭이다. 이미 북아프리카, 중동, 인도, 중국, 중남미 등 여러 지역에서 물 부족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유엔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10억명이 마실 물을 찾아 헤매고 있으며, 2015년에는 세계인구의 절반인 30억명이 물 부족 상태에 놓일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세계 1, 2위 인구 대국인 중국과 인도의 물 부족은 국제안보와 경제에도 큰 파장을 미칠 것이다. 유엔은 물 부족이 빈곤을 심화시키고 전쟁마저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엄청난 담수를 간직하고 있는 히말라야의 수자원을 두고 중국, 인도, 파키스탄 등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으며, 특히 파키스탄과 인도 간에는 핵전쟁마저 터질 위험이 있다. 최근 50년 만의 가뭄으로 메콩 강 수위가 크게 낮아지자 동남아 국가들은 중국 탓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중국이 메콩 강 상류 윈난 성에 댐을 지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집트는 나일 강의 상류국가인 에티오피아 등이 상수원을 막을 경우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물은 어떤 경우에도 양보할 수 없는 귀중한 자원이기 때문에 물위기는 에너지나 식량위기보다 더욱 위협적이다. 우리나라는 물에 관한 한 상대적으로 복 받은 나라다. 예부터 중국인들은 우리나라를 아름다운 산과 맑은 물이 흐르는 금수강산으로 칭하였다. ‘물쓰듯 하다’는 말과 같이 그동안 우리는 물을 공짜나 다름없이 여기고 살아왔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나라는 수자원의 보존과 관리가 부실하여서 가뭄에는 물이 부족하고 홍수가 나면 물이 넘쳐 버리는 문제를 안고 있다. 특히 나날이 급증하는 물 소비 및 낭비와 수질오염을 감안하면 가까운 장래에 심각한 물 부족 사태에 직면할 것이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한국의 미래 청사진을 마련하는 데 있어서 생명선인 물을 확보하고 효율을 높이며, 물을 자산으로 한 발전전략을 세우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두어야 할 것이다. 첫째, 향후 백년을 지탱할 수 있는 충분한 수자원을 미리 확보해야 한다. 추진 중인 4대강 살리기 사업도 당연히 맑은 물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둘째, 한국뿐 아니라 북한을 포함한 전 한반도적 통합수자원 관리를 해 나가야 한다. 북한은 수자원관리의 실패로 국토가 황폐화되었다. 벌거숭이산에서 흘러내린 토사로 강바닥이 높아져 해마다 극심한 수해가 이어지고, 이에 따른 농업피해는 식량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셋째, 물 관련 산업을 미래의 먹거리로 육성해 나가야 한다. 물은 이미 에너지나 식량을 능가하는 전략상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천연수의 수질이 좋은데다, 세계 최고의 담수화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 승자없는 e전쟁

    승자없는 e전쟁

    중국 정부가 사전 검열에 반대하며 홍콩 서버를 통해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결정한 구글에 대해 반격에 나섰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검열 정책이 크게 부각되면서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한 중국이 체면을 구기게 됐다. 한마디로 어느 한쪽도 얻는 것 없는 ‘루즈-루즈(lose-lose)게임’이 돼 가는 형상이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구글이 중국 본토 검색 서비스 중단을 선언한 다음날인 23일 톈안먼(天安門) 민주화운동 등과 같은 검열 대상 단어를 입력하면 검색 자체가 안 되거나 검색 내용과 연결이 되지 않는다. ‘인터넷 만리장성’으로 불리는 중국 정부의 방화벽 때문이다. 당초 구글이나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구글 사이트 자체를 폐쇄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게다가 중국 기업들이 정부의 보복을 우려, 구글과의 사업을 꺼리는 분위기다. 구글과 중국 시장 진출 초창기부터 손을 잡고 휴대전화 검색 및 지도 서비스를 제공해 온 중국 최대 이동통신 업체 차이나모바일은 곧 계약을 해지할 것으로 전해진다. 또 2위 업체인 차이나 유니콤은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기반으로 한 휴대전화 출시를 연기해 놓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구글의 광고 수입도 급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구글의 주가는 전날 대비 8.5%(1.5%) 하락한 주당 549달러를 기록했다. 구글은 본토 검색 서비스만을 중단했을 뿐 중국 내 기술은 물론 영업 관련 직원 규모를 예전 수준으로 유지키로 했다. 중국 정부의 대응 수위가 낮아진 뒤 재기를 노리기 위해서다. 하지만 스테플튼 로이 전 주중 미국 대사는 “구글 측의 계산을 이해할 수가 없다. 검열 문제에 있어 구글이 중국을 굴복시킬 방법이 안 보인다.”며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결국 구글은 사전 검열을 피해, 정보 접근의 자유를 추구하겠다는 당초 목표 달성에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 규모인 중국의 인터넷 시장까지 놓칠 위기에 처하게 됐다. 그렇다고 현재 상황을 중국 정부의 승리로 보기도 어렵다. 구글의 이번 결정이 중국에 당장 큰 타격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인터넷 사전 검열로 인해 국경 없이 움직이는 정보의 흐름에서 중국은 소외되고, 결과적으로 국제 경제와의 연결 고리를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자유로운 정보 교환을 막는 중국 정부의 정책은 국가 이미지 훼손을 가져올 수 있다. 여기에 중국의 ‘소프트 파워’ 확산에 공들이는 정부의 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중국에서 인터넷 기업을 운영하는 빌 비숍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구글의 이번 결정은 중국 정부의 계획에 커다란 구멍을 낸 셈”이라고 지적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영화리뷰] 비밀애

    [영화리뷰] 비밀애

    당신은 누군가를 ‘운명적으로’ 사랑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왜 그렇게 사랑할 수밖에 없나. 외모 때문일까. 아니면 성격 때문에? 혹은 경제적 조건이나 그 사람과의 추억 때문에? “사랑에는 이유가 없다.”고 반박할 수도 있겠지만 마냥 이유가 없다고 치부해 버리면 왠지 사랑을 너무 단순하게만 취급하는 것 같아 현실성이 없다. 뭔가 이유는 있을 것 같다. 여기 하루빨리 남편이 식물인간 상태에서 깨어나기를 바라던 한 여자가 있다. 영화 ‘비밀애’의 ‘연이’는 남편 ‘진우’를 향한 일편단심 민들레다. 그런데 갑자기 남편의 쌍둥이 동생 ‘진호’가 나타난다. 외모와 성격은 모든 게 같다. 심지어 처음 만났던 사람도 알고 보니 진우가 아닌 진호였다. 진우를 사랑하게 된 이유도 진호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그토록 사랑했던, 진우와의 ‘사랑의 근거’가 없어져 버린 셈이다. 고민한다. 내가 왜 진우를 사랑했을까. 내가 진우를 사랑하긴 한걸까. 여기 진우와 똑같은, 진호가 서 있는데. 영화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믿고 싶어하는 운명적 사랑에 대해 고민한다. 황정민, 전도연 주연의 ‘너는 내 운명’(2005)처럼 기존 로맨스 영화가 흔히 주는 메시지인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사랑’과는 분명한 선을 긋는다. 영화가 나름대로 신선한 이유다. 아름다운 로맨스 영화를 기대했다면 크게 실망할 수도 있다. 이미 ‘올드보이’(2003)에서 호흡을 맞췄던 유지태와 윤진서의 연기도 기대 이상의 감흥을 전한다. 유지태의 1인 2역 연기는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윤진서는 욕망과 도덕 사이에서 고민하는 캐릭터를 잘 표현해 내고 있다. 역시 윤진서는 단아함과 탐욕을 적절히 조화시킬 줄 아는 배우다. 사랑에 대해 조심스레 성찰하는 영화의 뼈대와는 달리 영화 곳곳 감정이 과장되는 부분이 있어 아쉬움도 남긴다. 진우의 노골적인 질투, 연이를 향한 진호의 적극적인 구애는 영화의 맛을 떨어뜨린다. 자칫 치정 분위기를 연출하는 까닭이다. 이런 점에서 영화는 ‘예술’과 ‘막장’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다리기를 하는 듯하다. 하지만 감독의 완급조절 능력은 이런 약점을 상쇄한다. 절정의 순간,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침착하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사족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농염한 베드신을 기대하는 모양이다. 사실 수위가 낮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눈에 불을 켜고 기대할 만한 수준은 또 아니다. 영화의 ‘진지함’이란 코드 속에 베드신이 자연스레 녹아 있어 특별히 야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이것도 감독의 재주라면 재주다. 25일 개봉.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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