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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伊총리 발언파문… 中과 냉기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중국 공산당은 아기를 삶아 거름으로 썼다.”는 자신의 발언을 고집해 중국과 냉기류가 흐르고 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29일(현지시간) “쓸모없는 농담”이라고 한 발 빼면서도 “나치 대학살이나 옛 소련 강제수용소처럼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것”이라고 말해 철회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지난 26일 자신이 이끄는 포르자 이탈리아당 대회에서 “‘공산주의 블랙북’을 읽어 보면 중국 공산주의자들은 마오쩌둥(毛澤東) 치하 때 아기를 먹지는 않았지만 삶아서 밭을 비옥하게 하는 데 썼다.”고 말했다. 이에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올해를 ‘이탈리아의 해’로 지정한 중국 외교부는 “이탈리아 지도자는 양국의 우호관계에 도움이 되는 언행을 해야 한다.”며 발언 철회를 요구했다. 하지만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내 말을 중국에 대한 공격으로 여기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며 사과를 거부했다. 총리의 이번 발언은 실수라기보다는 다음달 9일 총선을 앞두고 전략적으로 ‘색깔론’을 들고 나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과거 공산주의의 위협을 부각시켜 아직도 좌파 야당들에 남아 있는 공산주의 색채를 들추고자 했다는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로마노 프로디 전 총리가 이끄는 중도좌파 야당연합의 지지도가 4∼5%포인트 앞선 데 대한 불안감도 물론 깔려 있다.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보수·진보 北인권논쟁 모두 본질 외면”

    지난해 ‘국경을 세번 건넌 여자’란 자전 에세이로 주목받은 탈북 시인 최진이(46)씨. 그녀는 26일 보수와 진보세력이 벌이는 북한 인권 논쟁에 대해 “답답하기만 하다.”고 털어놨다. 양측 모두 정치적 도그마에 빠져 제대로 북한 문제를 짚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흘전 벨기에 브뤼셀에서 막을 내린 유럽연합(EU)의 북한 인권청문회에서 양측이 장내외에 동시출연한 것과 관련해서도 “문제를 치열하게 제대로 보려는 노력들이 없이 이념·파벌 싸움으로만 몰고 간다.”고 비판했다. 한편에선 거시적 안목없이 무조건 김정일 타도로, 다른 편에선 실제 있는 북한의 인권문제를 아예 외면한다는 것. ●노대통령도 ‘요덕스토리´ 직접 봐야 그녀는 특히 최근 정치범수용소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요덕스토리’를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보고, 수용소 생활을 경험한 탈북자들과 터놓고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노 대통령이 일본의 역사 의식을 제대로 지적하기 위해 야스쿠니를 가보고 싶다고 말했듯 요덕 스토리를 보고 의사 소통 부재에서 오는 이념갈등을 깨뜨리자는 것이죠.” 북한 김형직 사범대 작가반 출신으로 조선작가동맹에서 시를 쓰다 평양 추방령을 받은 뒤 탈북한 최씨는 토론부재, 한(恨)풀이식 댓글 문화를 남한사회의 지나친 이데올로기 대립 원인으로 분석했다. 논쟁을 논쟁으로 보지 않고 상대방에 대한 분노, 인격 모독으로 여기면서 본질을 꿰뚫지 못하고 유치한 감정전으로 치닫는다는 것이다.‘북한알기’도 마찬가지. 최씨는 “학자들도 선민의식으로 무장한 채 자신이 이미 구축해 놓은 틀에서만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려 한다.”고 말했다. 북한사회 ‘386’의 고민을 제대로 들으려 하는 사람들도 없다고 했다. 최씨가 얘기하는 ‘386´은 70년대 후반 80년대 대학을 다닌 북한의 지식인들. 그는 “김정일 정권을 좋다고 얘기하는 북한사람들은 공포감에서, 한편으론 자신의 존재를 부정했을 때 생기는 혼란에 대한 자기 방어 차원에서 얘기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60년대 학번의 경우 세계문학전집도 봤고, 볼쇼이 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도 본 ‘누린 세대’이지만 그 이후 세대는 세상으로부터 갇혔다.”고 말했다. 정권으로부터 세상에 갇히게 되자 진실을 캐기 시작한 게 북한의 ‘386’세대라고 한다. 그는 “최근 386들이 돈벌이에 눈을 뜨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386세대가 북한 변혁의 동력이 될 수 있냐는 주장에 대해선 회의적이었다. 지난 50년 동안 스스로 일어날 줄 모르는 자들로 키워져 고민으로만 그친다는 진단이다. 한 교수의 경우 토속언어 연구를 명목으로 반란의 기미를 감지해 보고자 전국을 돌아다녔으나 전혀 찾을 수 없어 결국 탈북했다고 한다. 최씨는 그러나 남북, 북·중 경제교류 증가로 시장 경제의 기운이 북한사회에 스며들면서 큰 변화가 일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북한에 대한 인식 수박 겉핥기식 남한 사회의 북한 인식이 너무도 겉핥기식이고 각종 색깔로 덧칠돼 있는 게 안타깝다는 최씨. 이화여자대학교 여성학과에 낼 석사논문 ‘식량난 시기 여성 시인들의 여성주제 시쓰기 방식´도 최씨가 남한사회에 보내는 또 하나의 북한 알리기다. 작가동맹시절 염형미란 후배 시인을 모델로 했다고 한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박대표·YS 요덕스토리 관람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김영삼 전 대통령이 26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뮤지컬 ‘요덕스토리’를 관람했다. 탈북자 출신의 정성산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참상을 고발하고 있다. 박 대표는 이날 공연장 입구 홀에서 대기 중이던 김 전 대통령을 찾아가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건강하시죠.”라고 인사했다. 이에 김 전 대통령은 “반갑습니다.”라고 대답했다고 수행한 구상찬 부대변인이 전했다. 양측은 “사전에 계획된 게 아니라 별도로 관람을 추진하다가 우연히 동반 관람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KBS기자등 2명 팔서 피랍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호텔에서 한국 기자 1명과 안내인 등 모두 2명과 프랑스 기자 1명이 무장괴한들에게 납치됐다고 팔레스타인 보안당국 관계자들과 목격자들이 전했다. 납치된 한국 기자는 KBS의 Y모 기자로 호텔에서 식사중에 총을 들이댄 괴한에 의해 납치됐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역시 납치된 또 다른 한국인은 현지에서 고용한 안내인으로 알려졌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디라호텔에서 무장괴한들에게 납치된 이들은 한국인과 프랑스인을 포함해 모두 6명으로 파악된다. 이 납치 사건은 이스라엘 군대가 서안의 팔레스타인 수용소를 습격한 지 몇 시간만에 벌어졌다. 현지 대사관은 상황을 파악중이라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당국에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 납치 사건은 이날 이스라엘이 서안지구 팔레스타인 수용소를 공격한데 대한 보복차원에서 저질러진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정부는 자국인 여성 2명이 무장 괴한들에 의해 납치돼 인질로 잡혀 있다고 확인했으며 이에 앞서 ‘세계의 의사들’도 가자지구에서 일하던 직원 2명이 납치됐다고 밝혔다. 한편 외교부는 “제2의 김선일사태가 우려된다”면서 “현지 이스라엘 대사관 직원을 새벽에 현지에 급파하는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김수정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아부그라이브 3개월내 폐쇄”

    포로학대 물의를 빚으며 이라크 주둔 미군의 이미지를 크게 훼손시킨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가 사실상 폐쇄된다.미군은 9일(현지시간)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서부의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를 폐쇄하고 구금자들을 다른 곳으로 옮길 것이라고 밝혔다. 이라크 주둔 미군 대변인은 이날 “아마도 3개월 이내에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가 폐쇄될 것”이라면서 “약 4500명의 구금자들은 이라크내 다른 수용소로 옮겨질 것”이라고 말했다.케어 케빈 커리 미군 중령은 로이터통신에 “캠프 크로퍼의 새 수용소 건설이 끝나면 아부 그라이브에 있는 본부를 이전할 것”이라며 “정확한 이전일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2∼3개월 이내에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캠프 크로퍼는 아부 그라이브에서 멀지 않은 바그다드 공항 미군사령부내의 유치시설이다. 현재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대통령 등 127명이 구금돼 있다. 미군은 현재 이라크내 4곳의 수용시설에 1만 4589명을 억류하고 있으며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은 이라크 남부의 캠프 부카에 수용돼 있다.이와 관련, 로이터통신과 AFP통신은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가 폐쇄된다고 보도했으나,AP통신은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가 이라크에 반환된다고 표현했다.배리 존슨 미군 대변인은 AP통신에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가 무장세력들의 공격을 받기 쉬운 곳에 위치해 있어 좀더 안전한 곳으로 옮길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美인권보고서 내용 뭐길래…中 “너나 잘하세요”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베이징 이지운특파원|미국 국무부가 8일(현지시간) 연례 인권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지난해 제외시켰던 중국을 7개 인권 탄압 사례국 중 하나로 포함시켜 파문이 일고 있다. 북한, 미얀마, 이란, 짐바브웨, 쿠바, 벨로루시 등도 함께 탄압국으로 지목됐다. 보고서는 중국 정부가 “반(反)정부 인사들을 괴롭히거나 억류, 수감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등 중국에 심각한 인권 남용이 자행되고 있다.”며 “출판, 방송, 인터넷 등에 대한 통제 강화에 맞서는 시민들을 폭력적으로 억압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국무원은 9일 ‘미국의 인권 기록’이란 제목의 문서를 발표했다. 미국이야말로 “자국의 인권 상태를 외면한 채 ‘세계의 심판관’마냥 중국을 포함한 190여개국의 인권 상황을 경솔하게 비난했다.”고 맞받아쳤다. 중국의 반박은 7년째 이어져오고 있다. 중국은 다음달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미국측이 의도적으로 도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강하게 갖고 있다. 중국이 발표한 1만 4500여 글자가 담긴 방대한 문서에는 일반 국민을 상대로 저질러지는 폭력 범죄가 미국에 만연돼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중앙정보국(CIA)의 불법도청, 흑인과 소수자에 대한 불공정한 대우, 이라크 침공과 포로 학대 등도 지적됐다. 미 국무부 보고서는 또 북한 인권에 대해 “여전히 극도로 열악한 상태”라고 규정했다. 정치범 등 15만∼20만명이 강제수용소에 감금돼 있으며, 최근 수용소 숫자가 20여개에서 10개 미만으로 준 것은 통폐합 때문이라고 짚었다. 자의적 처형, 납치 및 실종, 일부 탈북자 처형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믿을 만한 보고들’을 인용, 일본인 말고도 한국인과 다른 외국인들도 해외에서 북한에 납치됐다고 전했다. 한국에 대해선 국제 결혼이 증가하는 추세임에도 혈통주의 때문에 외국인이 까다로운 귀화 절차를 통과하지 못하는 등 소수 인종이 차별받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그러나 “아메라시안(미국인과 혼혈인)들에 대한 법적인 차별은 없으며, 비공식 차별도 감소 추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또 여성 근로자의 급여 수준이 남성의 63%밖에 되지 않고,50세 이상 고령자 취업 기회가 젊은층에 비해 33.7%밖에 되지 않는 등 성과 나이에 따른 차별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dawn@seoul.co.kr
  • 17일 개봉 ‘브이 포 벤데타’

    17세기 영국, 제임스1세의 독재에 저항하려 의회를 폭파하려다 사형당한 ‘가이 폭스’라는 사나이가 있었다. 이 ‘가이 폭스’의 부활, 그것도 성공적인 부활을 다룬 영화가 바로 17일 개봉하는 ‘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ta)다. 주인공은 이름부터 미스터리한 ‘V’. 행여 살점 하나 드러날까 온 몸은 검은 옷으로, 얼굴마저 기묘한 표정의 ‘가이 폭스’ 가면과 가발로 완벽하게 가렸다. 물론, 검은 옷 속의 육체는 초인적 힘을 지녔다. 그런 V가 내뱉는 대사의 절반은 윌리엄 블레이크, 셰익스피어 같은 작가들의 아름다운 글귀들이다. 왜 이런 인물을 설정했을까.3차세계대전 뒤 미국을 제치고 다시 제국으로 등장한 2040년 영국이 배경이어서다. 이 영국, 어째 정상적이지 못하다. 통행금지가 있고, 사전검열과 금지곡·금지도서가 있고, 불법도청이 난무하고, 거짓 소식만 내보내는 뉴스가 있다. 당·정·군부의 삼위일체에다 타락한 사제까지 이를 뒷받침한다.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의 변태적 독재국가가 된 것.20년 동안 준비해 영국을 민중혁명으로 붕괴시키려는 사람이 바로 자유로운 영혼의 V인 셈이다. 1981년부터 연재된 원작만화 자체가 대처와 보수당 무리들을 파시스트로 비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점을 감안하면, 영화는 파시즘에 대한 비판을 곳곳에 깔아놨다. 십자가를 변형한 상징물이 등장하는 것이나, 배경은 영국인데 수상을 ‘프라임 미니스터’(Prime Minister) 대신 독일식 ‘챈슬러’(Chancellor)라 부르는 것이나, 하필 그 챈슬러 이름이 히틀러와 비슷한 ‘셔틀러’인 점 등이 그렇다. 동시에 이야기의 실마리는 V가 예전에 갇혔던 수용소다. 아우슈비츠를 떠올리건, 관타나모 혹은 아부그라이브를 떠올리건, 멀리 갈 것 없이 우리의 삼청교육대를 떠올리건, 그건 보는 사람 마음이다. 다만,‘매트릭스’의 감독 워쇼스키 형제가 제작·각색하고,‘매트릭스’ 조연출인 제임스 맥티그가 연출하고,‘매트릭스’의 ‘스미스 요원’ 휴고 위빙이 V역을 맡았다 해서 ‘매트릭스’와 바로 연결짓는 것은 다소 무리.‘매트릭스’가 거대한 버라이어티쇼였다면,‘브이 포 벤데타’는 ‘벤데타’(피의 복수)라는 제목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소박한 우화에 가깝다. 더구나 선명한 주제의식은 영화를 빛나게도 하지만, 때론 짐이 되기도 한다. 보기에 따라서는 슈퍼맨·스파이더맨 같은 ‘∼맨’류의, 미국식 영웅물의 아류작으로 비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한 예로, 이 영화를 위해 실제 삭발했다고 화제를 모았던 나탈리 포트만이 연기한 ‘이비’는 관객에게 V를 설명하기 위한 ‘도구’에 머무르고 만다.15세 이상 관람가.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北가족-南탈북자 통화중

    北가족-南탈북자 통화중

    “언니, 춥니?”(서울),“괜찮다. 거긴 어떤가”(신의주)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A씨는 북한에 두고 온 가족들과 한달에 한번씩 통화를 한다. 지난 달 한나라당의 김재원 의원은 대정부 질문에서 “평양의 한 당국자와 휴대전화로 통화한 뒤 북한산 위조달러를 중국에서 건네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과연 북한 주민들은 어떻게 남한의 지인들과 통화를 할 수 있을까. 바로 중국 국내용 휴대전화와 중국이 단둥·투먼 등 북·중 국경지대 도시에 설치한 통신기지국 덕분이다. 즉 신의주·회령·혜산 등에는 기지국의 전파 범위권에 있다. 따라서 다른 지역에 사는 주민들도 갖은 방법을 써서 두만강 근처로 와 중국·한국에 국제전화를 하는 것이다. 북한 소식통은 6일 “국경지대 통화만 가능하다.”면서 “위성전화로 하지 않는 한, 김재원 의원이 평양과 통화했다는 것은 과장된 것 같다.”고 말했다. 휴대전화기를 사용 중인 북한 주민은 약2만명으로 알려졌으나, 분명치는 않다. 북한은 3년전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하다 2004년 4월 용천역 대 폭발사고 이후 모두 수거했다. 정부 관계자는 “당 간부들의 휴대전화도 금지한 것으로 안다.”면서 “사용하다 적발되면 정치범 수용소로 갈 정도이며, 탈북자 가족들은 엄청난 위험을 무릅쓰고 있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소지·관리 요령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즉 탈북자 A씨가 한국으로 오기 전 중국에서 알고 지낸 조선족 무역상 B씨 명의를 빌려 구입한 뒤 B씨를 통해 북한 가족 C씨에게 건네고,A씨는 C씨가 쓴 통화료를 B씨의 중국 계좌로 넣어주는 방법이다. 전파탐지기를 동원한 북 당국의 단속을 피하기 위한 묘안들도 갖가지다. 먼저 북측 가족이 남측에 먼저 전화를 거는 것. 그것도 매번 통화가 끝날 때 통화할 날짜 시간을 미리 정해 놓는다. 그래야 단속을 피하기 쉽다. 또 전파탐지의 반경에서 안전한 산속에서 짧은 통화를 하기도 한다. 고압 전류가 흐르는 송전탑 아래가 가장 안전해 즐겨 찾는 통화장소가 된다고도 한다. 최근에는 부산에 정착한 탈북자들도 북한의 가족들과 통화를 하고 있고, 심지어 북한에 있는 인사들과 휴대전화로 취재를 하는 전문 기자들도 나오고 있다. 탈북자들은 브로커를 통해 3∼4달에 한번씩 현금을 북한으로 보내는데, 이때 휴대전화기로 현금이 제대로 전달된 것을 확인한 다음 브로커에게 수수료를 지급한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미국판 수용소 군도

    지난 2002년 8월 이후 지금까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미군 수용소에서 98명의 수감자가 사망했으며, 이 가운데 34명은 살해된 것으로 확인됐거나 의심된다고 영국 BBC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금까지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수용소 등에서의 가혹 행위에 대한 보도는 많이 있었지만 두 나라의 수용소에서 사망한 수감자 숫자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BBC 텔레비전의 ‘뉴스 나이트’ 프로그램은 이날 미국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퍼스트(HRF)’의 보고서를 인용, 이들 수용소에서 8∼12명은 고문 끝에 숨졌고 11건의 죽음도 경위가 매우 의심스럽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또 이처럼 많은 범죄들에도 불구하고 기소된 사람은 거의 없으며 처벌 역시 미약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 국방부는 “수감자들에 대한 부당한 처우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필요하면 (미군을)처벌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데보라 펄스타인 HRF 대표는 이번 보고서가 매우 믿을 만한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잘마이 칼릴자드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는 대다수 미군 병사가 법에 따라 행동하지만 인권 유린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마셜 앤드루스 영국 의원은 “이번 보고서는 이미 알려진 끔찍한 사실들을 통계적으로 입증하는 것”이라면서 “이러한 범죄들이 조직적으로 자행된 것으로 드러나면 그 책임은 최고 수준에서 져야 한다.”고 단언했다. 영국 국제사면위원회(AI) 대변인은 미국과 동맹국 정부들이 즉각 실태 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印싱총리 부녀 ‘엇갈린 노선’

    만모한 싱 인도 총리와 그의 막내딸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사이에 두고 정반대 노선을 걷고 있어 화제다. 아버지는 친(親)부시 쪽이지만 딸은 적극적으로 반(反)부시 활동을 하고 있다. 싱 총리의 막내딸인 암릿 싱(36)은 미국의 떠오르는 반부시 인권 운동가. 그녀는 이라크 아부그라이브와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의 포로 학대 문제를 집중 제기하는 인권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합(ACLU)의 핵심 인물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다음달 인도 방문을 앞둔 부시 대통령과 싱 부녀의 상반된 행보가 ‘포스트 9·11 세계’를 보여주는 아이러니 가운데 하나라고 21일 전했다. 암릿 싱은 부시 정부에 그야말로 ‘눈엣가시’같은 존재이다. 그녀는 지난달 미 국방부 문서를 공개,“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쿠바 관타나모의 포로 학대가 조직적으로 자행됐다.”고 비판했다. 또 뉴욕 지방법원에 부시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아부그라이브 포로 학대 사진을 추가 공개하라.”는 판결을 이끌어 낸 주역이다. 그녀는 정보공개법에 따라 9만쪽이나 되는 정부 문서들을 입수해 공개하는 운동의 최선봉에 있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학대 혐의로 고소한 6명의 이라크인과 4명의 아프가니스탄인의 변호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반면 아버지 싱 총리는 지지율 하락에 고민하는 부시의 친구를 자청하고 있다. 인도에서 부시 대통령과의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대외 정책을 펴는 대표적인 정치인이다. 싱 총리는 지난해 7월 부시 대통령과 핵 협정을 맺는 등 정치·경제적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데 적극적이다. 다음달 인도 뉴델리에서 싱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지게 될 부시는 1947년 인도 독립 이후 인도를 방문하는 5번째 미국 대통령이 된다. 싱 총리의 측근들은 부녀가 국내 문제에는 같은 시각을 보이면서도 부시의 대외 정책만큼은 완전히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싱 총리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을 졸업했다. 미국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한 암릿 싱은 부시 대통령과는 대학 동문이다. 워싱턴 정가는 ‘부시 사냥’에 나선 암릿 싱의 활동에 주목하고 있다.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美정부, 알카에다 거울 삼아라?

    “알카에다는 일주일 내내 하루 24시간 인터넷을 주목하는데 우리는 주 5∼6일, 그것도 하루 8시간밖에 들여다보지 않는다. 미국 정부는 싸구려 잡화점에 지나지 않는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알카에다를 칭찬(?)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17일(현지시간) 뉴욕 외교협회(CFR) 연설을 통해 “우리의 적들은 미디어 시대에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잘 알고 적응하는데 우리나라와 정부는 거의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이슬람권에서의 우호적인 여론 조성을 위한 미디어 전쟁에서 알카에다 등에 밀려 무슬림의 마음을 사지 못하고 있다는 개탄도 곁들였다.그는 알카에다 2인자 아이만 알 자와히리가 홍보의 중요성을 강조한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여론을 향한 전투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지상전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못박았다. 럼즈펠드 장관은 또 테러 조직들은 일선에서 소수의 인력으로 발빠르게 움직이는 반면, 미국의 관료 조직은 e메일과 블로그·메신저 기능 등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그는 쿠바 관타나모 기지에서 미군이 코란을 부당하게 취급했다는 확인 안된 내용이 웹사이트에 게재되고 이메일로 전송되고 위성 텔레비전에 보도되는데도 미국 정부기관들은 며칠동안 아무런 대응도 못한 것을 예로 들었다. 럼즈펠드 장관은 또 이날 연설에서 미국 언론이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지하 감옥에 대해선 눈을 감고 이라크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에서의 인권 유린에 지나치게 무게를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유엔 “관타나모 폐쇄하라”

    |파리 함혜리특파원|유엔인권위원회(CHR)가 임명한 인권 특별보고관 5명은 16일(현지시간) 인권유린 논란이 일고 있는 미국 관타나모 해군기지의 테러용의자 수용소를 즉각 폐쇄할 것을 촉구했다. 또 수감자들을 적법한 사법 절차에 넘기거나 석방할 것도 촉구했다. 유럽의회도 이날 미국에 대해 관타나모 수용소의 폐쇄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인권위가 제기한 수감자 인권유린 주장을 부인하면서 수용소 폐쇄 요구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권위 보고관들은 성명에서 “수감자들에 대한 지속적인 인신 구속은 자의적 구금에 해당하며 미국 행정부가 재판관과 검사, 변호사로서 행동하는 것은 수감자들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권 보고관들의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요구와 관련, 스콧 매클렐런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군은 수감자들을 인간적으로 대우하고 있다.”면서 “관타나모 수감자들은 위험한 테러리스트들이며 이들에 대한 미국의 정책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타나모 수용소는 지난 2001년 1월 이후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테러용의자로 체포된 500여명을 재판 없이 구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lotus@seoul.co.kr
  • 되살아난 ‘아부그라이브 악몽’

    되살아난 ‘아부그라이브 악몽’

    지난 2003년 이라크 아부 그라이브 포로 수용소에서 촬영된 미군의 포로학대 영상이 호주 TV에 의해 추가로 공개되면서 2년 전 이라크 전역을 뒤흔들었던 극렬한 유혈사태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새 영상들은 미국이 주도하는 다국적군의 행동방식을 주요한 이슈로 부각시킬 것이 분명하다. 최근엔 영국군의 이라크 소년 집단 구타 비디오가 언론에 공개되면서 이라크인들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아부 그라이브의 악몽을 다시 불러일으킨 것은 호주 공영TV인 SBS다. 이 방송은 ‘데이트라인’ 프로그램을 통해 미군의 이라크 포로 학대 행위를 담은 미공개 사진과 영상을 방영했다. 이 방송의 마이크 커레이 기자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전에 공개된 것보다 훨씬 심각한 것들이었다.”고 밝혔다. 프로그램에서는 분뇨로 몸이 더럽혀지고 성적 학대를 당하는 모습, 발가벗긴 채 피를 흘리는 포로와 시체의 모습이 공개됐다. 공개된 이미지의 진위(眞僞) 여부와 관련, 익명의 미 국방부 관계자는 “진품이 맞다.”고 밝혔다. 그는 “2004년 조사과정에서 이미 드러났던 것들”이라며 “당시 조사한 100장이 넘는 사진과 4개의 비디오 클립 가운데 일부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호주 TV의 영상공개는 미국이 이라크내 무장반군의 중심세력인 수니파 아랍 공동체들과의 관계개선을 모색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미국은 수니파 반군들에 무장해제를 설득하는 중이었다. 공교롭게도 아부 그라이브에서 학대를 당한 수감자 대부분은 수니파 아랍인들이다. 미국은 파문의 확산을 우려해 조기 진화에 나섰다. 미 국방부 대변인 브라이언 휘트먼은 “이같은 사진이 공개될수록 세계 곳곳에서 불필요한 폭력을 불러일으켜 미군을 더욱 위험에 빠뜨리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아부 그라이브 사건은 이미 조사가 끝난 것”이라며 재조사 가능성을 배제했다. 이라크 임시정부의 네르미네 오트만 인권장관은 “우리는 이미 충분한 고통을 받았기 때문에 (더 이상의 사진공개를)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슬림세계의 반발은 학대장면들이 어느 정도까지 보여지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이미 미국 뉴스채널 CNN과 아랍 위성방송 알 자지라와 알 아라비야가 호주 TV의 보도화면을 일부 편집해 내보내고 있다. 인터넷에서도 몇몇 장면이 급속히 번져나가면서 미군에 대한 비난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라크인 교사 하난 아디브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영상들은 미국의 이라크 점령과 함께 시작된 오랜 고통을 다시 불붙일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코피 아난 사무총장은 “공개된 사진들은 ‘아주 당혹스러운’ 것이었다.”며 “즉각적인 조사가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한 것으로 대변인이 전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부고] 美 여성운동의 대모 베티 프리단 별세

    1963년 출간된 ‘여성의 신비’로 현모양처 이미지를 박살내며 여성운동의 방아쇠를 당겼던 베티 프리단이 4일 워싱턴의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별세했다.85세.300만부 이상 팔린 ‘여성의 신비’는 미 중산층 가정을 ‘편안한 포로수용소’에 비유해 1960∼70년대 여성운동의 불씨를 지폈다. 노동 신문 기자로 일하다 1947년 광고회사 중역으로 일한 칼 프리단과 결혼한다. 세 아이를 낳고 결혼생활 22년 만에 이혼했다. 프리단은 남편이 종종 폭력을 휘둘렀다고 책에서 밝혔다. 57년 프리단은 스미스대 동창회에서 여자 친구들이 ‘(정서불안 등 당시로는)이름을 붙일 수 없는 문제’에 시달리는 것을 보고 그들의 결혼생활을 추적해 ‘여성의 신비’를 완성한다. 남성지배 사회가 ‘여성의 신비’라는 이데올로기로 여성을 가정에 속박시키고 있다며, 여성도 사회활동을 해야 한다는 그녀의 주장은 미국 사회를 뒤바꿨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병든 아이 입양한 ‘처녀 천사’

    19세 처녀가 아이를 입양할 결심을 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영국 루턴시(市)에 거주하는 새라 웨이드(사진 오른쪽)는 19살 때 어린이들을 버리는 것으로 악명 높은 루마니아의 집시 수용소에서 자원봉사를 하다 한살짜리 딜런을 양육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딜런을 영국으로 데려오기 위해선 숱한 장애물을 넘어야 했다. 입양에 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 의욕적으로 기획 보도를 내보내고 있는 BBC 방송 인터넷판은 25일(현지시간) 방영 예정인 다큐멘터리 ‘내 아이 만들기’를 제작하면서 녹취한 그녀의 경험담을 전하고 있다. “그애를 처음 봤을 때 3∼4개월짜리로밖에 안 보이더군요. 앉지도 기지도 못하는 것은 물론, 머리조차 들지 못했어요.”태어나면서 뇌사와 비슷한 저산소증을 앓은 딜런은 폐렴과 기관지염에 중증의 빈혈까지 앓고 있었다. 웨이드가 안아올릴 때마다 딜런은 울음을 터뜨렸다. 고아원 의사는 그가 결코 걷지 못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자신을 향해 친절한 미소를 날리는 다른 아이들에게 눈길을 돌렸지만 웨이드의 눈에는 자꾸 딜런이 밟혔다. 그를 돌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처음부터 입양을 결심한 것은 아니었다. 딜런을 그 암울한 고아원에서 빼내겠다는 생각뿐이었다.딜런을 데려온 이튿날부터 그의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안을 때마다 터뜨리던 울음을 멈췄고 깍지낀 채 얌전히 앉아 있기도 했다. 확연히 달라진 딜런을 보고 입양을 결심한 그녀에게 루마니아의 어린이 보호 담당관은 “배 아파 낳은 아이가 아니다.”는 사실만을 강조할 뿐이었다. 웨이드가 딜런의 병력을 이야기하자 이 담당관은 “그러니까요, 그냥 평범한 아이를 데려가지 그래요?”라고 되묻기도 했다. 영주권을 얻어야만 입양할 수 있다는 말에 웨이드는 당국과 기나긴 실랑이를 벌인 끝에 손에 넣었다.그러나 가장 어려웠던 일은 매일 아침 딜런에게 먹일 것을 요리하고 낯선 사람에게 발길질을 예사로 해대는 딜런을 친엄마처럼 돌보는 일이었다. 지난 2004년 11월 딜런은 유치원에 들어갔지만 친구들을 이유없이 때리는 바람에 웨이드는 걸핏하면 학교에 불려다녔다. 그러나 이런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매일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딜런이 너무 사랑스럽다고 그녀는 말했다.웨이드는 지금 ‘루마니아 도움’ 재단을 창설, 딜런같은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가정을 찾아 연결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BBC는 덧붙였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이번 주말 아이들과 박물관 탐방 어때요

    이번 주말 아이들과 박물관 탐방 어때요

    해외 관광객들은 으레 박물관을 찾는다. 역사와 예술, 과학 등이 빼곡한 보고(寶庫)를 둘러보고 해당 국가의 문화를 단시일에 이해하기 위해서다. 반면 국내는 사정이 다르다. 박물관을 퇴물들만 모아 놓은 고물 창고쯤으로 치부하는 탓에 제대로 활용하는 사례가 흔치 않다. 최근 테마 박물관이 주목받으면서 교육적인 시각에서 박물관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겨울 방학 동안 추위에 움츠린 학생들을 유혹할 만한 박물관을 찾아가 본다. ●교실 밖 생활 체험 학습장 “전기가 없을 당시에는 숯불을 이용한 다리미를 사용했어. 숯불 다리미는 재가 튀기도 했으며 불을 조절할 수 없어 가끔 옷을 태우기도 했고….”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 역사박물관을 찾은 주부 소지영(34·여)씨. 소씨는 사대부 가문의 안방을 둘러보는 딸 이승빈(6)양에게 옛 생활기구의 쓰임새를 자세하게 설명해줬다.‘옛 종가를 찾아서’ 특별전이 다음달 12일까지 열리는 역사박물관에는 승빈양처럼 부모와 함께 박물관을 찾은 학생들로 붐볐다. 승빈양은 가마를 타고 시집가는 새댁이 가마안에서 요강을 사용했다는 어머니 설명에 신기해했다. 소씨는 “사진이나 그림 등으로 백번 보여주는 것보다 차라리 박물관을 찾아가서 아이들에게 실물을 보여 주는 게 훨씬 기억에 오래 남는다.”며 박물관 예찬론을 폈다. 또 다른 학부모 임애경(40·여)씨는 “초등학교 1학년인 딸이 방학 동안 박물관 두 곳을 다녀오라는 숙제를 받았다.”면서 “특히 이곳에는 안내자가 따로 배치돼 정확한 서울의 옛 이야기를 쉽게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테마에 따라 이색체험 전국에 걸쳐 500여개로 추산되는 크고 작은 박물관에서 ‘기본형’은 단연 국립박물관이다. 중앙박물관을 비롯해 경주와 광주, 전주, 부여, 공주, 청주 등에는 반만년 역사를 고증하는 보물이 즐비하다. 역사 교과서를 탐독한 학생들이라면 이곳에서 교과서 속 유물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학생들에게는 문화유산이 살아있는 ‘생활형’ 박물관이 더 매력적이다. 종영된 TV드라마 ‘왕건’의 촬영장으로 사용된 문경 새재 박물관에는 조선시대 의식주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논개의 기운이 서려 있는 진주박물관에서는 임진왜란을 극복한 조상들의 기상을, 제주도의 독특한 문화는 제주민속 자연사 박물관에서 맛볼 수 있다. 관혼상제의 예법을 배우려면 안동 민속박물관, 불교문화를 감상하기에는 통도사 성보박물관이 좋다.‘한국의 어머니’ 신사임당을 만나려면 강릉 오죽헌 시립박물관을 찾으면 된다. 자칫 지루한 박물관을 벗어나 자연의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바다와 식물원, 폭포 등에 인접한 ‘자연형’ 박물관이 그만이다. 영월 조선민화 박물관과 문경 석탄박물관, 중문 민속박물관, 강진 청자자료 박물관, 공주 민속극 박물관, 영월 책박물관 등이 이 범주에 속하는 대표적인 박물관 명단이다. ●주변과 패키지 학습 가족 나들이 분위기를 느끼며 찾으려면 ‘공원형’ 박물관이 권할 만하다. 이 유형에는 태백 석탄 박물관과 목포 국립해양 유물전시관, 벽골제 수리민속 유물전시관, 광주 시립 민속박물관, 제주 민속촌 박물관, 담양 죽물 박물관, 하회동 탈 박물관, 충남 산림박물관, 현충사 유물전시관 등의 박물관이 있다. 의학과 인쇄·종이 등을 소개받고 싶으면 ‘특화형’ 박물관이 휼륭한 안내자가 될 수 있다. 대구 동산의료 박물관에는 투박한 옛 의료기구가 빼곡하며 청주 고 인쇄 박물관에서는 활자인쇄술, 예산 한국 고건축 박물관에서는 한옥의 건축구조를 살필 수 있다. 이밖에도 전주 팬 아시아 종이 박물관과 대전 화폐박물관, 대구 약령시 전시관 등이 눈길을 끈다. 아예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습을 목적으로 세워진 ‘교육형’ 박물관도 있다.TV드라마 사극의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신라 유물을 살피려면 경주 신라역사과학관, 서당부터 최근까지의 교육현장을 조망하려면 제주 교육박물관과 한밭 교육박물관을 찾으면 된다. 이밖에도 자연과 과학을 동시에 배울 수 있는 여수 수산 종합관과 영덕 경보화석 박물관, 부산 해양자연사 박물관, 대전 지질박물관, 음성 세연철 박물관 등이 학생들의 발걸음을 반기고 있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박물관 크기보다 내용물 중요” 프리랜스 작가 지호진(43)씨는 초등학생인 두 딸과 함께 1년여 동안 50여곳의 박물관을 순례한 뒤 ‘최고의 박물관을 찾아라(주니어 김영사)’를 내놓았다. 그는 ‘눈높이 탐방’을 박물관 교육의 ‘0순위’로 꼽았다. 지씨는 “어른 눈으로 박물관을 견학하면 자칫 아이들이 흥미를 잃을 수 있다.”면서 “아이의 연령대에 맞춰서 박물관을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국립박물관과 민속박물관 등 교육적인 효과는 높지만 어른조차 지루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은 부분 관람법으로 아이들 시선을 사로 잡아야 한다. 실제 지씨는 초등학교 저학년인 딸이 전체 박물관을 관람하는 것보다 고구려실이나 백제실 등 일부분을 여러차례 나눠 다시 방문하는 것에 훨씬 흥미를 느꼈다고 소개했다. 박물관뿐만 아니라 주변 시설을 묶어 이용하는 패키지 관람법도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지씨는 “영월 책 박물관처럼 규모가 작은 박물관은 장릉과 고씨동굴, 김삿갓 묘 등 주변 시설을 함께 이용해야 아이들이 실망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평소 관심이 많은 테마 박물관을 먼저 찾는 것도 박물관과 친해지는 한 방법이라고도 했다. 어른들이 성 박물관에 관심을 보이듯 남자 어린이에게는 자동차 박물관, 여자 아이들에게는 테디베어 박물관이 쉽게 다가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전국 곳곳에 이색박물관 옛 유물에서 단조로움을 느꼈다면 아이들과 함께 이색 박물관을 찾아 재미을 느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영화배우 신영균씨가 세운 제주 신영영화박물관에는 영화의 탄생에서 디지털영화까지 근대 영화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특수촬영과 옛 촬영기기, 특수분장 등 영화제작 과정 등을 전시해 영상세대에게 인기가 매우 높다. 예쁜 곰들과 함께 시간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제주 테디베어 뮤지엄을 빼놓을 수 없다. 모나리자와 고흐의 자화상, 만종 등 세계적인 예술품을 테디베어로 재현해놨다. 이밖에도 제주도에는 유명 건축물을 미니어처로 제작한 미니월드와 설록차 뮤지엄 오설록이 주목 받는다. 거제도에는 최대 17만명까지 수용됐던 포로수용소 유적관이 있다. 한국전 당시에 사용되던 무기와 열악했던 포로생활을 엿볼 수 있다. 청원 공군사관학교에는 퇴역한 전투기가 전시된 공군박물관이 있다.‘몬주익 영웅’ 황영조를 기념한 삼척 황영조기념관도 있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책꽂이]

    ●전기(傳奇)(배형 지음, 최진아 풀어씀, 푸른숲 펴냄) 전기란 기괴하고 신기한 일을 다룬 이야기를 말한다. 중국 당나라 시대는 어느 왕조보다도 일상을 벗어난 ‘기(奇)’에 관심이 많던 시대였다. 중국 각지의 민담과 설화를 채록한 이 책엔 원숭이 아내, 물고기가 둔갑한 미인, 바다속 신선국, 동굴 속 낙원 등 기이한 소재의 이야기 31편이 실렸다.1만 5000원.●하늘 아래 기와집을 거닐다(박선주 지음, 다른세상 펴냄) 한국 전통 건축을 전공한 저자(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가 전국 한옥 22곳을 둘러보며 느낀 단상을 담은 에세이집. 담양 소쇄원, 영천 매산종택, 예산 추사고택, 양동 관가정, 논산 윤증 고택, 안동 학봉 종택, 구례 운조루, 상주 양진당, 함양 정여창 고택 등이 소개된다.9800원.●불량정권(재스퍼 베커 지음, 김구섭·권영근 옮김, 기파랑 펴냄) 김정일과 북한 정권의 본질을 분석한 연구서. 영국 BBC방송 중국 특파원을 지낸 저자는 북한을 ‘죽음의 수용소 군도’‘마르크스주의 절대왕조 국가’로 규정한다.1만원.●조선의 화가 조희룡(이성혜 지음, 한길아트 펴냄) 조선문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선비화가 매수(梅) 조희룡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조명한 평전. 조희룡의 문학론과 화론, 예술론을 다뤘다. 저자(경성대 교수)는 조희룡의 문학예술은 19세기 여항문화의 대미이자 20세기 새로운 문화예술의 시작점이라고 말한다.1만 5000원.●인도를 읽는다(사카키바라 에이스케 등 지음, 정택상 옮김, 황금나침반 펴냄) “코끼리는 움직임이 굼뜨다. 그러나 일단 달리기 시작하면 큰 걸음에 가속도가 붙어 아주 빠르다.” 맘모한 싱 인도 총리가 최근 인도의 경제성장과 관련해 한 말이다.‘잠자던 코끼리’ 인도가 깨어나 달리기 시작했다.‘아시아의 거인’ 인도 진출을 위한 전략이 담겼다.1만 2000원.●천지가 다정하니 풍월은 끝이 없네(마에노 나오아키 지음, 윤철규 옮김, 학고재 펴냄) 중국 고전 속에 나타난 자연에 관한 이야기들을 묶었다. 당·송대의 시가와 소설, 신화의 세계를 넘나들며 자연과 인간의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원제는 송나라 시인 소식의 ‘적벽부’에서 유래한 ‘풍월무진(風月無盡)’.1만원.●소로우와 에머슨의 대화(하몬 스미스 지음, 서보명 옮김, 이레 펴냄) 미국 정신사의 두 영웅인 소로우와 에머슨의 25년에 걸친 비밀스러운 우정 이야기. 소로우보다 열네 살 위로 언제나 멘토의 역할을 자임했던 에머슨이 소로우의 성장을 달가워하지 않았다는 일화가 시선을 끈다.1만 2000원.●마음이 머무는 풍경(최진연 지움, 대산출판사 펴냄) 문화재신문 기자인 저자가 20여년간 그리운 풍경, 우리 옛것을 찾아다니며 사진과 글로 남긴 기록을 묶었다.1만8000원.●수첩 속의 풍경2(중앙 일간지 여행전문기자 지음, 한국관광공사 펴냄)경가도 여주 해여림식물원, 제주도 동거문오름 등 전국 유명 여행지 39곳의 독특한 색깔과 사연을 원색 사진과 함께 실었다.1만원.
  • 전세계 돌며 나치 1200명 적발

    2차대전 당시 유대인 포로수용소의 생존자로 나치 전범을 처벌하고 ‘홀로코스트’를 세계에 알리는 데 앞장섰던 사이먼 위젠탈은 96세의 나이로 9월20일 빈에서 사망했다. ‘나치 사냥꾼’‘유대인의 영웅’으로 불렸던 위젠탈은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1200여명에 이르는 나치 전범을 찾아내는 데 반평생을 바쳤다. 특히 유대인 학살계획안을 입안했던 아돌프 아이히만과 안네 프랑크를 체포한 독일 비밀경찰 칼 실버바우어를 찾는 데 결정적 증거를 제공해 유명해졌다. 1908년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난 위젠탈은 건축가로 일하다 2차대전 발발후 유대인 수용소로 끌려가 수차례 죽을 고비를 넘긴다. 전쟁이 끝나 운좋게 살아난 뒤 미군 전범 수사팀에 열성적으로 자료를 제공했으며, 오스트리아에 전범 재판을 대비해 유대 자료 센터를 세웠다. 1977년 홀로코스트 기념관은 그의 이름을 딴 사이먼 위젠탈 센터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 센터는 북한의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아 한국인에게도 낯익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삼천리그룹-이만득·유상덕 회장家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삼천리그룹-이만득·유상덕 회장家

    사업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동업’ 얘기를 꺼내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사업 과정에서 동업자와 합의로 꾸려가기란 득보다 실이 많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사업가들은 형제나 친척과도 동업을 꺼리는 편이다. 하지만 동업은 제대로 하면 혼자 때보다 훨씬 많은 경영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중견 그룹인 삼천리는 동업 관계로 사세를 확장시킨 대표적 기업이다. 창업 선대(先代)부터 반세기 이상 ‘동업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혈육보다 진한 동업정신 삼천리의 그룹 역사는 1955년 10월1일 고 유성연ㆍ이장균 명예회장이 공동으로 ‘삼천리연탄기업사’를 설립하면서 시작했다. 지금은 도시가스 및 해외자원 개발에 전념하면서 국내 도시가스 1위 업체로 부상한 것은 물론 세계 7위 규모의 유연탄광을 경영하는 세계 굴지의 자원개발회사를 보유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해 있다. 형제보다 가까웠던 두 선대 회장의 관계를 유상덕(46) ㈜삼탄 회장은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이장균 회장님 댁과 우리 집안은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이웃에서 살았고 서로 큰 집, 작은 집이라 부르며 지내 와 서로 남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어릴 때 우리 집안은 유(劉)가인데 왜 작은아버님의 성은 이(李)가인지 궁금했던 적도 있었다.” ●세 번에 걸친 운명적인 만남 두 창업주는 창업을 하기 전까지 모두 세번의 의미있는 만남을 가졌다. 첫번째는 해방 직후 함흥에서 소련군을 상대로 식료품 장사를 하다가 8인계 멤버로 만났다. 한국전쟁이 일어난 이후 피란 시절에는 각자 경남 거제와 경북 포항에서 생활하다가 조우했다. 세 번째는 1955년 삼천리 창업을 통한 만남이었다. 창업 당시엔 두 가정이 단칸방에서 이불 칸막이만 쳐놓고 동고동락하며 사업을 일궜다. 연탄가루를 가져와 기계틀에 넣고 찍어 말린 뒤 배달도 직접했다. 네 사람이 연탄 수레를 ‘끌고 밀면서’ 삼천리의 그룹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유성연 명예회장은 1917년 함남 삼평면 부흥리에서 아버지 유봉주씨와 어머니 김씨의 2남4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그의 가족은 부친의 사업 실패로 곤궁한 삶을 살아야 했다. 유 명예회장은 어린 시절 서당에서 ‘명심보감´을 공부하고 11세가 되던 해에 4년제 삼평보통학교에 입학했다. 남보다 늦은 학업이었지만 유 명예회장은 보통학교 4년을 우등으로 졸업하고 함흥 시내에 있던 함흥제일보통학교 5학년에 편입했다. 보통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평양사범학교에 관비(官費)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당시 평양사범 입학시험에는 함경도에서 200여명이 응시해 9명만 합격했을 만큼 어려운 관문이었다. 평양사범학교를 졸업한 유 명예회장은 함흥 부근에 있는 삼호보통학교에서 첫 교편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이곳에서 1년간의 교사생활을 거친 뒤 함흥시내의 영정보통학교로 전근했다. 영정보통학교에서의 교직생활이 3년 지났을 무렵인 1943년 유 명예회장은 일본 유학을 추진했다. 그러나 당시 태평양전쟁이 2년째로 접어들면서 생활이 힘들어져 유학의 꿈을 포기하고 함남 피복조합 사무원으로 취직했다. 이후에도 징용 위협이 다가오자 징용 대상에서 제외됐던 교사직을 다시 선택했다. 1944년 함흥 외곽에 있는 주북공립보통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해방 이후 유 명예회장은 경제활동에 투신해 나라 경제를 위해 큰 일을 하겠다는 포부를 안고 사업전선에 뛰어들었다. 당시 그는 함흥 선덕비행장에 주둔한 소련 공군을 상대로 미군 군수물자, 초콜릿, 통조림, 담배, 술 등 식료품 장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유 명예회장은 한국전쟁 발발로 모든 것을 포기해야 했다. 그는 우여곡절끝에 남한으로 가는 LST함정에 겨우 올라 타 피란민 대열에 합류했다. 거제도 난민수용소에 잠시 수용됐지만 수용소를 빠져 나와 미군을 상대로 토산 기념품을 팔기 시작했다. 이만득(49) 삼천리그룹 회장의 부친인 이장균 명예회장은 1922년 6월27일 함남 함주군 상기천면에서 아버지 이황주씨와 어머니 윤윤옥씨 슬하의 6남매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조부 때부터 가세가 기울기 시작해 전답을 모두 차압당했다. 이후 몇해동안 움집에서 살아야 할 정도로 궁핍한 생활을 했다. 이 명예회장은 7∼8세 무렵부터 ‘소년 지게꾼’이 돼 공사장에서 자갈을 짊어져 날라야 했다. 힘든 와중에도 그는 낮에는 지게꾼으로, 밤이 되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야학에 나가 공부를 했다. 이런 노력들이 결실을 거둬 주북공립보통학교 3학년에 편입할 수 있었다. 이후 4년간의 학창생활은 이 명예회장이 경험한 유일한 정규 학업이었다. 보통학교를 졸업한 이 명예회장은 유담보통학교에서 촉탁 직원으로 잠시 일하다 21세에 흥남질소비료공장의 사원을 거쳐 토목건설 현장의 서기로 옮겼다. 이후 함남토목회사의 하청업자로 변신해 사업가로서 첫 길을 걷게 된다. 어느 정도의 사업 성공도 이룬다. 소련군이 함흥에 진군하자 시내에서 ‘민흥상회’라는 가게를 열어 이들을 상대로 장사를 했다. 그러다가 소련군이 좋아하는 통조림 제품을 구하려 수소문하던 중에 유 명예회장과의 ‘운명의 만남’을 갖게 됐다. 곧바로 의형제 이상의 관계로 발전한 두 사람은 8인계를 조직해 더욱 가까워졌다. 유 명예회장보다 보름 앞서 흥남에서 국군이 철수하는 배를 타고 포항으로 내려온 이 명예회장은 이곳에서 원산 출신인 김성숙(73) 여사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이 회장 부부는 포항 죽도시장 중심부에 ‘흥성상점’을 열어 시멘트, 밀가루, 설탕, 비료, 무연탄을 취급해 큰 돈을 벌었다. 특히 이 명예회장은 서민들의 연료인 신탄(숯)을 제조해 팔면서 장차 무연탄이 가정연료로 중요하게 쓰일 것이라고 판단해 1953년부터 연탄사업에 손을 댔다. ●연탄사업으로 시작된 동업 이 명예회장은 1955년 서울에 있는 단성사로부터 원탄을 대량 매입하겠다는 제의를 받고 직접 강원도에 가서 560t의 원탄을 구매, 서울로 수송했다. 그러나 장기간의 운반 과정에서 원탄 가격이 하락하면서 단성사가 매입을 거부하자 탄을 저탄장에 쌓아 놓아야만 했다. 이 명예회장은 이때 서울로 올라와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던 유 명예회장을 만나 같이 연탄사업을 하기로 약속을 했다. 이 날은 삼천리그룹의 창립일인 1955년 10월1일로 유 명예회장이 박옥순(78)여사와 결혼한 날이기도 하다. 이후 아예 서울로 본거지를 옮긴 두 사람은 중구 신당동에 터를 잡아 호적에 본적지로 등록했다. 유 회장이 신당동 248-1, 이 회장은 건너편의 신당동 304-211에 안착했다. 이때 5세 위인 유 명예회장은 연탄 제조와 판매를 담당하는 사장을 맡고, 이 명예회장은 원탄 구매와 자금을 담당하는 부사장 형태로 역할 분담을 했다. 그러나 이는 명목상 구분일 뿐 두 사람은 이후 어떤 일을 하든지 상의하고 양보하면서 삼천리의 역사를 일구기 시작했다. ●2세에게 동업 각서 물려줘 이들은 각각 회장실 금고에 동업각서를 보관해 오다 두 집안의 2세도 간직해야 한다는 유언을 남기고 떠났다. 두 창업회장은 5개 조항의 동업서약서를 쓴 뒤 가족보다 끈끈한 관계를 50년째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동업서약서에는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다른 사람이 남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다.’ ‘투자 비율이 다르더라도 수익은 절반씩 나눈다.’ ‘한 사람이라도 반대하면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는 등 5개 조항이 담겨 있다. 재계 주위에서는 두 집안의 경영 스타일이 다른 점도 동업에 큰 도움이 됐다. 유 선대 회장 부자는 과묵하고 꼼꼼하고 심사숙고하는 성향인데 비해 이 선대 회장 부자는 직설적이고 외향적이며 공격적이어서 서로 보완이 됐다는 것이다.25년 전 코크스(용광로 연료) 사업에 진출할 때 이 명예회장과 유 명예회장은 공개 석상에서 한 시간 넘게 싸우는 등 첨예하게 대립했지만, 이 명예회장이 유 명예회장을 17번 찾아 설득한 끝에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룹의 명운을 가름할 중요한 고비마다 두 창업자는 격렬한 논쟁을 벌였지만 일단 합의를 이루면 상대방의 뜻에 따랐다. ●선대와 버금가는 2세들의 동업경영 두 집안은 이렇듯 탄탄한 동업경영을 기반으로 두 창업주의 아들인 이만득, 유상덕 공동회장에 이르기까지 2대에 걸쳐 동업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이들 2세 회장은 선대 회장들과 같이 서울 방배동 한 동네에 살면서 3세 자녀들이 2세 회장에게 삼촌이라고 부를 정도로 가깝게 지낸다. 1993년 이 명예회장의 둘째 아들인 이만득 회장은 유 명예회장의 외아들 유상덕 회장과 함께 경영 전면에 나섰다. 이 회장이 그룹회장으로 취임하며 경영권을 물려받았지만 한번도 경영권 분쟁이 없었다. 유 회장은 삼천리 모든 계열사의 지분을 이만득 회장과 동일하게 갖고 있지만 삼천리 경영에는 거의 관여하지 않고 있다. 두 사람은 7개 계열사 지분까지 50대50의 똑같은 비율로 2대에 걸쳐 공동경영을 하며 연간 2조 5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 회장이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삼천리(도시가스회사)와 삼천리ES(천연가스 냉난방기 판매), 삼천리ENG(도시가스 배관설비)를 맡고 있다. 유 회장은 해외에너지 자원 개발을 하는 ㈜삼탄(유연탄)과 삼천리제약을 책임지고 있다. ●월남민 출신 창업주들, 소박한 혼맥 가꿔 창업주들은 대부분의 친인척을 북한에 두고 내려와 화려한 집안을 꾸리지는 못했다. 이 명예회장은 2남2녀를 두었지만 자식들의 결혼에 대해서는 집안이나 배경보다는 며느리와 사위들의 개인 능력을 최우선으로 봤다. 며느리는 단출한 집안을 꾸릴 수 있는 ‘성품’을 위주로 봤고, 사위들은 ‘능력’을 중심으로 간택했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다른 기업들에 비해 요란한 혼맥을 이루지 않았다. 이 명예회장의 큰아들인 이천득씨는 삼천리 부사장으로 있던 1987년 지병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평범한 집안의 유계정(55)씨와 사이에 은백(32)·은아(30)·은미(29)씨 등 2남1녀를 두었다. 이만득 회장은 이 명예회장의 차남으로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81년 가발 수출을 하는 삼천리의 계열사인 미성상사에 입사, 경영에 참여했다. 형이 작고하자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했다. 이 회장은 1977년 전혜연(50)씨를 배필로 맞아 은희(27)·은남(26)·은선(23) 등 3녀를 낳았다. 전씨의 부친은 예비역 대령 출신으로 같은 이북 출신 실향민이다. 이 회장과 부인 전씨의 결혼 스토리는 부친 이 명예회장의 성격을 그대로 읽을 수 있다. 이 회장은 친구의 소개로 부인을 만나다가 해병대에 자원입대했다. 이 명예회장은 아들이 군 복무중에도 열애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두 사람을 불렀다. 이때는 5월5일 부인 전씨의 생일이어서 휴가나온 이 회장이 친구들과 저녁식사를 함께 하고 있었는데 두 사람을 집으로 급히 호출한 것이다. 영문을 모르고 집으로 달려간 두 사람은 이 명예회장이 전씨를 꼼꼼히 뜯어 보더니 “됐다. 결혼해라. 결혼식은 10일 후인 5월15일 오후 5시로 잡자.”고 말해 너무 놀랐다. 두 사람은 귀를 의심했지만 “며느리가 착실하고 몸 건강하기만 하면 됐지, 뭘 바라겠느냐. 혼수는 일절 없이 식을 올리자.”며 두 사람을 독려했다. 혈혈단신 월남한 이 명예회장은 아들을 빨리 결혼시키고 싶은 생각에 혼례를 서둘렀다고 이 회장은 회고한다. 이 회장의 큰 딸 은희씨는 성균관대를 졸업한 뒤 현재 플로리스트(화훼장식가)로 활동하고 있다. 둘째딸 은남씨는 미국 UC어바인대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셋째딸 은선씨는 UC버클리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있다. 장녀 이란(51)씨는 이화여대를 졸업한 이후 서울대 자연과학대 통계학과 교수인 조신섭(53)씨와 결혼했다. 조 교수는 서울대 응용 분석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대에서 통계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1986년부터 서울대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2녀인 이단(47)씨는 진주화(52)씨와 혼인했다. 진씨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페퍼딘대에서 MBA를 취득했고,2002년 ㈜삼천리 대표이사를 거쳐 현재 그리니치 투자자문㈜ 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유 명예회장은 박옥순 여사와 슬하에 1남 2녀를 두었다. 유 명예회장도 사위들을 고르는 기준으로 이 명예회장과 같이 집안 배경보다는 능력을 중요시했다. 외아들인 유상덕 회장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1989년 삼척탄좌개발㈜ 상무이사로 재직하다 1993년에 ㈜삼탄회장에 올랐다. 고등학생인 용훈(18)·용욱(17) 등 두 아들을 두었다. 장녀인 명옥(55)씨는 이태성(59)씨와 결혼했다. 이씨는 미국의 스티븐스대 기계과를 졸업한 뒤 2001년부터 삼천리USA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명옥씨는 이 사장과 사이에 준영(30)·찬영(28) 등 두 아들이 있다. 차녀인 혜숙(49)씨는 이민엽(53)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혜숙씨는 미성상사를 맡고 있는 남편 이씨와의 슬하에 규빈(25)·규환(21) 등 두 아들을 두고 있다. jrlee@seoul.co.kr■ 이만득 회장의 ‘골프경영론’ 이만득 삼천리그룹 회장은 만능 스포츠맨이다. 매일 오후 헬스클럽에서 1시간동안 땀을 흘리고 주말이면 골프를 치며 경영 전략을 가다듬는다. 핸디캡 5 수준으로 아마추어 골프대회에서 두 차례나 우승컵을 거머쥐기도 했다. 이 회장은 골프에서 기업 경영의 원리를 배울 수 있다며 ‘골프경영론’을 설파하고 있다. 이 회장은 “골프를 치면서 기업 경영에 필요한 많은 영감을 받는다.”면서 “골프와 경영의 가장 큰 공통점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말한다. 또 골프의 고수는 14개의 클럽을 고루 잘 쓸 줄 알아야 하는 것처럼 기업가들도 다양한 경영 요소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점을 골프를 통해 배웠다고 한다. 그는 “경영자는 인사, 자금, 기획, 홍보 등 다양한 요소를 잘 활용해야 기본적 조건에 맞는 조화로운 경영을 할 수 있고 훌륭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어 골프의 코스 전략과 경영의 코디네이션이 ‘닮은 꼴’이라는 점도 지적한다.“골프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코스와, 그렇지 못한 코스의 전략이 다르듯이 경영에서도 각각의 사업 분야마다 특징을 고려해 사업부문을 코디네이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골프 경영론의 핵심이다. 골프 고수들은 아무리 쉬운 코스라도 티샷을 하기전에 머릿속에 자신만의 전략을 수립하고, 특히 어려운 코스는 더 복잡한 전략을 세우게 된다는 점이다. 이 회장은 “이번 코스에서는 파(PAR·기준 타수)가 힘들겠다고 판단되면 보기(기준 타수보다 1타 더 치는 것)를 위한 전략을 세우게 된다.”면서 “그리고 다음 코스에서는 버디를 잡아야겠다는 전체적인 전략을 짜게 된다.”고 말했다. 경영도 사업분야마다 이익이 많이 날 때와 적게 날 때가 있지만 모든 부분을 고려해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작은 곳에 집착하지 않고 사업 전체를 크게 바라보고 전략 수립과 투자를 감행해야 성공적인 경영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 회장은 끝으로 “골프공은 같은 자리에 떨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어 매번 새로운 위치에서 플레이를 해야 한다.”면서 “기업도 마찬가지로 매년 같은 환경에서 경영을 할 수 없다는 점에 유의한다.”고 말했다. 경영 환영은 수시로 변하는 만큼 새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jrlee@seoul.co.kr ■ 전권 받은 전문경영인 ‘삼천리호’ 지휘 고 유성연·이장균 명예회장이 회사 이름을 ‘삼천리´라고 정한 것은 우리나라 제품으로 삼천리반도 전체를 석권하겠다는 야심찬 포부에서 비롯됐다. 함경남도에서 미군들을 상대로 식료품 장사를 해야 했던 창업주들의 ‘한(恨)´이 서려 있는 셈이다. 50년 만에 연탄 회사에서 종합에너지 기업으로 발돋움한 ‘삼천리호´에는 베테랑 CEO들이 승선해 있다. 이만득·유상덕 회장은 일선 CEO들에게 ‘전권´을 위임하는 스타일이다. 이영복(61) ㈜삼천리 사장은 엔지니어링 출신의 CEO로 국내 최대 도시가스기업을 이끌고 있다. 도시가스 업계의 산증인으로 안전을 중요시하는 업계 특성상 꼼꼼하게 일을 살피는 경영스타일을 갖고 있다. 최근 들어 비효율적 경영 개선을 위해 윤리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윤리경영 선포식을 이끄는 등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부산고와 한양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뒤 삼천리 도시가스사업본부 영업이사를 거쳐 2003년부터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 김경이(59) 삼천리ENG 사장은 재무관리 전문가로 관리형 CEO다. 재무 전문가답게 업무 프로세스를 중히 여기며 원리와 원칙에 따른 업무를 진행한다. 대구상고를 졸업한 이후 줄곧 ㈜삼천리에서 경리부문에서 재직하며 경리담당 이사대우, 부사장을 거쳐 2003년에 사장에 취임했다. 강태환(57) ㈜삼탄 사장은 글로벌 에너지기업을 이끄는 경영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해외자원개발 전문기업으로서 연구·개발(R&D) 투자는 물론 인력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해 ㈜삼천리 기술투자 상무이사를 거쳐 2001년부터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 이찬의(51) KIDECO 사장은 인도네시아 파시르 광산을 세계 7대 유연탄광으로 성장시킨 주역이다.2002년부터 사장을 맡아 업무별 소사장제를 도입하는 등 철저한 공정 관리와 치밀한 원가관리를 진두지휘해 왔다. 연세대 응용통계학과를 졸업했고,㈜삼천리 기획실 이사를 역임하는 등 ‘기획통´으로 정평이 나있다. 김용수(53) 삼천리열처리 사장은 무결함 경영을 지론으로 삼고 법적 기준에 따른 프로세스를 강조하고 있다. 경기고와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삼천리 기계 상무이사, 기술연구소 상무이사를 거쳐 1997년부터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김태성(60) 삼천리제약 사장은 삼성그룹에 입사해 홍콩 샹그릴라호텔 한국 대표를 역임하는 등 ‘외부영입´ 케이스로 삼천리호에 승선했다. 의사 결정과정에서 다양한 정보채널을 활용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평을 받고 있다.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했고 1994년부터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 이민엽(53) 미성상사 사장은 직원들에게 업무를 믿고 맡기는 ‘보스형´ CEO다. 경기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시카고대에서 MBA를 취득한 뒤 삼척탄좌 상무이사를 거쳐 1993년부터 대표이사에 재직 중이다. jrlee@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박건승 부장(반장) 정기홍·류찬희 차장 이종락·이기철·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탈북자 600여명 라오스에 체류”

    탈북자 600여명이 라오스에 머물고 있다고 한 아시아방송이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 인터넷판은 18일 태국 북부 창라이주(州) 치엥센 지역 경찰 관계자의 말을 인용,“600여명에 달하는 탈북자들이 라오스 ‘므앙멈’에 머물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도 체포된 탈북자의 말을 전했기 때문에 정확한 숫자와 거주환경, 탈북경로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방송은 또 현재 태국 방콕 이민국 수용소와 한인교회에 48명 정도의 탈북자가 생활하고 있으며, 비슷한 숫자의 탈북자가 종교단체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일정한 수의 (태국 내) 수용자들이 남한으로 이송됐으며, 최근들어 탈북자들이 가족 단위로 중국, 라오스를 거쳐 넘어오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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